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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데스다재단 30일 ‘후원의 밤’

    사회복지법인 베데스다생명재단(설립자 라정찬)은 소외계층 희귀난치병 환자 무료치료 및 뇌성마비 어린이들을 돕기 위한 제1회 ‘후원의 밤 행사’를 30일 오후 6시 30분 남산 제이그랜 하우스(한국자유총연맹내)에서 연다. 행사에는 박관용 전 국회의장, 이수성·정운찬 전 국무총리 등 각계 인사 500여명이 참석한다. 행사에서는 재단 후원으로 새 삶을 사는 난치병 환자들의 사례 발표와 극동방송 어린이합창단의 공연 등이 진행된다. (02)594-9191~2.
  • [서울광장] 부드러운 말(言)과 큰 몽둥이/구본영 논설실장

    [서울광장] 부드러운 말(言)과 큰 몽둥이/구본영 논설실장

    문재인·안철수 두 대선후보가 가장 닮고 싶은 지도자로 미국의 32대 대통령 프랭클린 D 루스벨트를 꼽고 있다. 반면 그의 친척뻘인 26대 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는 우리에겐 비호감의 인물이다. 재임 시의 가쓰라-태프트 밀약으로, 일본에 필리핀을 건드리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고 한반도 병탄을 모른 척한 탓이다. 하지만 그는 미국민의 대통령 평가에선 늘 상위권이다. 사우스다코타 주 러시모어 산에 ‘국부’ 격인 초대 워싱턴과 3대 제퍼슨, 그리고 노예해방을 이끈 16대 링컨과 함께 ‘큰바위 얼굴’로 새겨져 있지 않은가. 테디가 애칭인 그의 캐릭터는 퍽 이중적이었다. 호승심이 넘쳐 맹수 사냥광이었지만, 어린 곰을 쏘는 걸 거부한 여린 면모로 곰 인형 ‘테디 베어’의 주인공이 됐다. 러·일 전쟁 중재로 노벨평화상을 받았지만, 팽창주의 노선을 걸었다. 군사강국을 표방했지만, 가능한 한 실제로 무력을 쓰진 않았다. 외려 대화와 협상을 선호했다. “먼 길을 가려면 부드러운 말(言)과 큰 몽둥이를 들어라.”는 아프리카 속담을 즐겨 인용하면서. 그의 외교술이 소위 ‘큰 몽둥이 정책’(Big Stick Policy)으로 불린 이유다. 대선을 두 달도 채 남겨놓지 않은 지금. 한반도 주변 해역엔 격랑이 일고 있다. 북한 어선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벌써 몇 차례나 들락거렸다. 더욱이 어선마다 북한 해군이 승선해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며칠 전엔 우리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에서 불법조업하던 중국 어부 중 한명이 해경에 흉기를 들고 저항하다가 고무탄에 맞아 사망했다. 독도와 센가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한·일, 중·일 갈등도 진행형이다. 그런데도 올 대선판에서 외교안보정책은 비인기상품이다. 과문한 탓인가. 경제민주화와 복지 확대와 같은 귀에 솔깃한 공약은 차고 넘치지만, 박근혜·문재인·안철수 세 후보가 구체적 안보 공약을 입에 올리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기껏해야 세 후보가 이구동성으로 남북관계 개선에 전향적으로 나서겠다고 다짐하는 정도다. 그러나 어젠다(남북관계 개선)만 있고 이를 실현시킬 로드맵은 안 보이는 상황이다. 설마 경제 지원만 계속하면 어느 순간 북한이 폭압적 세습체제를 스스로 포기할 걸로 진짜 믿는 후보가 있을까? 동서고금의 경험칙으로 보아 헛된 꿈일 뿐이다. 어디 영국 체임벌린 내각의 유화 일변도 정책이 나치 독일의 발톱을 무디게 했던가. 오히려 독일의 공습을 받은 런던의 방공호에서 자신들의 오판을 자탄해야 했다. 중국 역사상 경제·문화 대국이었던 송(宋)을 보라. 요·금·원 등 변방국들을 상대로 돈으로 평화를 사려다 온갖 굴욕만 당하다 패망하지 않았는가. 멀리 볼 것도 없다. 퍼주기 논란이 일 정도로 북한에 강렬한 햇볕을 쪼였던 김대중 정부 때도 두 차례나 서해 교전이 벌어졌다. 북한 군함이 NLL을 침범하면서다. 노무현 정부와는 경협 이행 비용이 최대 100조원이 넘는다는 10·4선언을 체결하고도 북측은 NLL은 유엔이 제멋대로 그은 경계선이라 인정할 수 없다고 강변했다. 정작 유엔이 제해권을 완전 장악하고 있던, 정전협정 체결 당시엔 끽소리도 하지 않더니 말이다. 이런 사정을 뻔히 알면서도 남북공동어로수역을 만들기 위해 NLL을 포기해야 한다고? 혹여 어느 후보라도 경제적 반대급부만 제공하면 북한 세습정권이 순한 양으로 바뀔 것이라고 주장한다면 유권자가 아닌, 스스로를 속이는 짓이다. 평화통일로 가는 먼 길을 안전하게 걸으려면 남북 교류와 협력이 튼튼한 안보로 뒷받침되어야만 한다. 필자는 독일 통일 직후인 1990년대 초반 동서독 지역을 현지 취재했다. 당시 동독과의 교류와 경협 확대에 기반한, 서독 브란트 총리의 동방정책만이 통독의 견인차라는 견해가 그릇된 상식임을 깨달았다. 동방정책은 경제뿐 아니라 복지수준과 국방력에서도 압도적인 대 동독 우위를 추구한 아데나워 총리의 서방정책 기반 위에서만 주효했음을 실감했던 기억이 새롭다. kby7@seoul.co.kr
  • 부산 광안리 밤의 ‘불꽃’같은 사랑

    “가을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을 사랑의 불꽃 보러 오세요.” 부산의 대표적 축제인 제8회 부산불꽃축제가 역대 최대 규모로 광안대교 일대 등에서 개최된다. 오는 26일부터 27일까지 ‘사랑’을 주제로 진행된다. 하이라이트인 부산멀티불꽃쇼는 27일 오후 8시부터 1시간 동안 광안대교와 광안리해수욕장에서 펼쳐진다. 특히 올해는 부산불꽃축제에서만 볼 수 있는 초대형 불꽃과 레인보 불꽃을 비롯해 중대형 연화(연꽃) 불꽃을 지난해보다 대폭 보강했다. 또 이번 부산멀티불꽃쇼에서는 부산 출신 개그맨 이경규가 사회를 맡았다. 멀티불꽃쇼 4막에서는 주제인 사랑을 강조하기 위한 프러포즈타임 이벤트가 광안리해수욕장 중앙 특설무대에서 진행된다. 전야제인 26일 오후 7시에는 부산아시아드 주 경기장에서 ‘K팝 콘서트’가 펼쳐진다. 가수 동방신기, 아이유, 틴탑 등 최정상급 한류 스타들이 축하 공연을 펼친다. 27일 본행사인 불꽃쇼에 앞서 식전공연이 광안리해변로와 중앙 무대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언양삼거리~민락회센터 앞 1.5㎞ 구간에서 거리 퍼레이드가 펼쳐진다. 광안리해변로에서는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다양한 거리 공연이 펼쳐진다. 오후 6시부터 8시까지는 불꽃음악회가 개최된다. 올해 불꽃축제는 식전 프로그램을 보강했으며 관람객 증가에 대비해 지난해보다 안전요원을 늘리는 등 안전 대책도 강화했다. 관람객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임시 이동식 화장실도 늘렸다. 이갑준 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은 “이번 부산불꽃축제에는 150여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한다.”며 “행사 진행과 안전 문제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주말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OBS 일요일 밤 11시 25분) 1940년대 일제 치하 경성에서는 민족의 이름을 부르는 것은 고사하고 자신의 이름도 개명해야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일본 군부는 신라 1000년의 상징이라 불리던 석굴암 본존불상의 미간백호상(眉間白毫相) 이마에 박혀 있던 동방의 빛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마침내 일본 군부의 최고 권력자인 총감은 수년간 집요하게 노력한 끝에 동방의 빛을 얻게 되고 승리를 자축하는 동시에 하루빨리 본국인 일본으로 이송하기 위한 동방의 빛 환송회를 연다. 한편 전도유망한 재력가로 알려졌지만 실상은 천의 얼굴을 가진 경성 최고의 사기꾼 봉구는 동방의 빛을 차지하기 위해 내숭 100단의 경성 제일 재즈 가수 춘자에게 동방의 빛 환송회 자리에 동행하자고 제안한다. ●혁명가의 연인(EBS 토요일 밤 11시) 사비니엥 드 케르파덱 백작은 프랑스 브르타뉴 지방의 어느 해안 마을에 살고 있다. 그는 부인과 사별한 뒤 친아들 오렐, 대녀 셀린, 그리고 사제 수업을 받던 중 도망쳐 나온 소년 타르캥을 키우면서 하늘을 나는 기구 발명에 몰두한다. 1789년 파리에서는 왕실 감옥 바스티유가 시민들에게 함락됐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백작은 이를 축하하는 잔치를 벌인다. 4년 후인 1793년 국왕 루이 16세가 단두대에서 처형되고 프랑스 방방곡곡에서 공화정파와 왕정파가 내전을 벌인다. 공화정 관리가 되어 고향으로 돌아온 타르캥은 혁명공화군에 동참할 병사들을 모으고 셀린에게는 혁명 이념을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임무를 맡긴다. 얼마 후 미국에서 귀국한 오렐은 셀린의 마음이 타르캥에게 향해 있음을 알게 된다. ●위대한 유산(EBS 일요일 오후 2시 30분) 소년 핍은 누나와 대장장이인 매형과 함께 살고 있다. 어느 날 핍은 부모님의 무덤가에서 탈출한 죄수 매그위치를 만나 음식과 줄을 가져다준다. 죄수는 줄로 쇠사슬을 끊고 도주하려 하지만 뒤따라온 군인들에게 붙잡힌다. 얼마 뒤 핍은 실연의 슬픔으로 세상과 단절하고 살아가는 늙은 노처녀 해비셤의 저택에서 지내는 대가로 보수를 받게 된다. 음침한 대저택에서 핍은 아름답지만 차가운 소녀 에스텔라를 만나 첫눈에 반한다. 하지만 에스텔라가 숙녀 수업을 받기 위해 파리로 떠나고 핍은 매형의 조수로 일하게 되면서 둘은 이별한다. 세월이 흘러 핍이 어엿한 청년이 되었을 때 해비셤의 법정 관리인인 재거스가 찾아와 핍이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게 됐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누가 남겼는지도 모르는 유산을 상속받은 핍은 런던으로 가서 도시 생활에 적응하며 점차 어엿한 신사가 되어 간다. 그러던 어느 날 낯선 이가 찾아와 유산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며 자신이 유산을 상속한 사람이라고 밝히는데….
  • 아낙네들 손에 피어난 유럽명화 속 집 이야기

    아낙네들 손에 피어난 유럽명화 속 집 이야기

    귀스타브 카유보트의 1876년 작 ‘점심식사’(큰사진). 점심 때인데 어둡다. 창에 어리는 빛으로 봐서는 날이 흐리거나 방이 구석진 곳에 있어서가 아니다. 두꺼운 커튼에다 어두운 가구들 때문이다. 방을 더 어둡게 하는 것은 아무 말 없이 묵묵히 식사에만 몰두하는 풍경이다. 카유보트의 이 그림을 두고 흔히 과감한 원근법 얘기를 한다. 관람객이 식탁에 앉아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그림 맨 아래의 접시가 아예 평면으로 보일 지경으로 원근법을 강하게 적용했으니. 그런데 정치적 해석도 있다. 1871년 파리코뮌이다. 코뮌 세력의 바리케이드 저항을 막기 위해 파리는 아예 꼬불꼬불한 골목길을 확 밀어버리고 대로를 냈다. 그걸 주도한 이가 오스망 남작이고, 오늘날 볼 수 있는 파리 시가지의 원형은 이때 형성됐다. 저자가 이 그림을 두고 “오스망 시절 파리의 호화로운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의 숨막히는 권태와 고독을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카유보트의 독창성”이라고 해둔 이유다. 파리코뮌의 상처가 그림에 깊게 배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살림하는 여자들의 그림책’(베아트리스 퐁타넬 지음, 심영아 옮김, 이봄 펴냄)이 지닌 가장 큰 미덕은 미술관, 박물관에서 만날 수 있는 서구의 명화들을 ‘예술혼’이 아니라 일종의 ‘역사적 풍속화’로 조명한다는 점이다. 저자가 여자고, 제목에 ‘살림’이란 단어가 들어가 있다고 해서 간단히 볼 책이 아니다. 1차적으로는 에밀 살로메, 요하네스 베르메르, 빌헬름 함메르쇼이, 에드가 드가 등 유명 화가들의 그림을 통해 중세에서 20세기까지 유럽의 인테리어 역사를 들여다 볼 수 있지만, 저자는 여기서 유럽 모더니티의 흐름도 정확히 짚어 나간다. 가령 근대 초기 한때 “잘 때는 18세기로 가고, 저녁은 15세기에서 먹으며, 시가를 피우거나 커피를 마실 때는 동방으로 가고, 몸단장을 하려면 폼페이나 고대 그리스로 가는” 일이 벌어질 정도로 화려한 인테리어가 있었고, 이는 고스란히 그림에 드러난다. 이게 가능했던 건 집을 관리할 수 있는 거대한 하녀군단 덕분이다. 그런데 하녀군단이 사라지면서 이런 치장은 사라져 갔다. 대신 등장하는 것은 단순하고 간결한 스타일이다. 그림을 통해 읽는 시대상의 변화, 꽤 매력적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부고]

    ●유진상(서울신문 정책뉴스부 부국장)씨 장인상 6일 충남 새금산장례식장, 발인 9일 오전 7시 (041)751-4701 ●송원일(KD컨설팅 대표)원양(사업)씨 모친상 최창식(서울중구청장)정경훈(보해양조 상무)씨 장모상 6일 서울성모병원, 발인 8일 오전 9시 (02)2258-5940 ●신방현(전 단국대 부총장)씨 별세 상호(대한양궁협회 기획실장)상윤(삼성물산 부장)씨 부친상 최인규(총각네야채가게 본부장)씨 장인상 7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9일 오전 8시 (02)3010-2631 ●정의모(전 성남제2초 교장)씨 별세 진호(전 주 페루 대사)진흥(벽산파워 상무)진협(사업)유진(성남성일중 교사)씨 부친상 6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9일 오전 8시 (02)3010-2232 ●이수윤(한겨레신문 부국장)씨 별세 이정혜(부산 연천중 교사)씨 남편상 이수영(설악신문사 기자)수빈(전 민예총 사무총장)수남(더타워픽처스 대표)씨 형님상 수정(남해 도마초 교사)씨 오빠상 6일 부산의료원, 발인 9일 오전 7시 (051)607-2651 ●남흥우(고려대 명예교수)씨 별세 기윤(광운대 법대 교수)씨 부친상 전봉수(전우구조건축설계 회장)씨 장인상 6일 고려대 안암병원, 발인 9일 오전 9시 (02)927-4404 ●김진봉(충북대 사학과 명예교수)진영(김이비인후과 원장)씨 부친상 홍계영(홍금농원 대표)권택조(아세아연합신학대 교수)장인길(극동방송 상임이사)씨 장인상 6일 충북대병원, 발인 8일 오전 7시 (043)269-7212 ●정근용(예비역 육군 대령)씨 별세 인(정인안과의원 원장)씨 부친상 김정수(디에스디엘 대표이사)최윤호(화남산업 대표이사)씨 장인상 7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9일 오전 6시 (02)3010-2237 ●주순기(음성삼성병원 과장)완기(프라임에셋 지사장)씨 모친상 7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9일 오전 7시 (02)3010-2000 ●김세구(경향신문 편집국 모바일팀장)공구(자영업)의구(신기 과장)씨 부친상 김원동(순천향대 중어중문학과 교수)씨 장인상 6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발인 9일 오전 8시 (02)2227-7547 ●심소웅(전 주택공사 본부장)달현(연산식품 사장)길중(서울예술대 교수)달훈(국세청 국장)은숙(명성학원장)씨 모친상, 이덕희(명성학원 이사장)김경진(아이티엠코퍼레이션 상무)씨 장모상, 심규선(한화투자증권 부장)씨 조모상 7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9일 오전 5시 (02)3010-2295
  • 동방신기 “우리만의 음악 대신 대중과 소통하고 싶어요”

    동방신기 “우리만의 음악 대신 대중과 소통하고 싶어요”

    국내 대표 남성 아이돌 그룹 동방신기가 1년 8개월 만에 새 앨범을 들고 가요계에 컴백했다. 지난해 1월 2인조로 재편해 5집 앨범 타이틀곡 ‘왜’를 발표한 뒤 두 번째로 내는 앨범이다. 올해 일본 투어에서 55만명을 동원하는 등 해외에서 주로 활동해 온 이들은 오랜만의 국내 활동에 설레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동안 ‘왜’를 100번 가까이 불렀을 정도로 1년 8개월 동안 거의 쉬지 않고 활동했어요. 그런데 해외 활동이 많다 보니 국내 활동에 대한 아쉬움이 진하게 남아요. ‘왜’라는 곡의 이미지가 워낙 강해 이번에는 멜로디도 살아 있고 쉽게 들을 수 있는 곡들을 많이 실었어요. ‘우리들만의 리그’가 아닌 대중과 소통하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최강창민·왼쪽·24) 6집 앨범의 타이틀곡인 ‘캐치 미’는 귀를 강하게 자극하는 덥스텝(일렉트로닉 장르의 일종) 사운드와 중독성 강한 멜로디가 돋보이는 곡으로 마이클 잭슨의 안무를 담당했던 세계적 안무가 토니 테스터가 만든 ‘헐크춤’, ‘거울춤’ 등이 벌써부터 화제다. 6집에는 ‘캐치 미’ 등 모두 11곡의 신곡이 수록돼 있다. “‘헐크춤’은 토니 테스터가 영화 ‘어벤져스’를 보고 영감을 얻은 안무인데 헐크처럼 포효하고 강해지다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것을 표현하고, ‘거울춤’은 저희 두명이 서로의 내면을 표현하는 춤으로 안무에 스토리가 담겨 있어요. 이번 ‘캐치 미’는 안무 난이도가 높아서 실수하면 다칠 위험도 있고 섬세한 연기에 라이브까지 해야 하는 쉽지 않은 곡이죠.”(유노윤호·오른쪽·26) 이제는 두 사람이 무대에 서는 것에 익숙해졌다는 동방신기. 이들은 “예전에 다섯 명이 무대에 섰을 때는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 주기도 하고 한 명 정도는 쉴 수 있는 타이밍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럴 여유가 없다.”면서 “하지만 덕분에 둘의 실력이 확 늘었고 무대 매너 등 배우는 것이 두 배로 많아졌다.”고 말했다. “둘이서 활동한 뒤로 좀 더 성인이 된 것 같아요. 아이돌 가수지만 예전보다 남성미가 강해졌다는 생각도 들고요. 일본에서도 남성 팬들이 많이 늘었는데, 무대에서 확신을 갖고 죽을 힘을 다해 노래하는 것을 좋게 봐 주는 것 같아요.”(유노윤호) 그동안 싸우기도 하고 서로의 존재에 고마움도 느끼면서 ‘애증’의 관계가 되었다는 이들은 11월부터 서울을 시작으로 중국, 태국 등 아시아는 물론 전 세계를 순회하는 월드 투어에 나설 계획이다. 내년에 데뷔 10년을 맞는 동방신기의 목표는 무엇일까. “지금 저희 색깔을 규정하는 것은 오만해 보이기도 하고 매너리즘이 생길 것 같아요. 앞으로 음악적 장르를 넘나드는 아티스트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어떻게 변신할지 쉽게 예측이 안 되는 카멜레온 같은 그룹이 되고 싶어요.”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정치 프레임은 논리가 아니다, 매력이다

    정치 프레임은 논리가 아니다, 매력이다

    추석입니다. 그것도 연말에 대선이 예정된. 그래선지 추석 민심을 겨냥한 대선용 책들이 범람(?)합니다. 역시나 썩 와닿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이 참에, 요즘 언론들이 앞다퉈 쓰는 프레임(Frame)을 한번 정리하려 합니다. 대선을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쯤이라고 해두지요. 프레임은 세상을 대할 때 잣대로 쓰이는 어떤 틀을 말합니다. 1970년대 어빙 고프만이라는 학자가 쓴 뒤 심리학, 경제·경영학, 정치학 등 여러 분야로 널리 퍼졌습니다. 와튼 스쿨에서 13년간 인기강좌였다는 후광을 받아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스튜어트 다이아몬드의 책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8.0 펴냄)도 결국 프레임에 대한 얘기입니다. 그럼에도 프레임이라는 단어가 대중화된 것은 아무래도 미국 인지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의 공이라 해야겠지요. 대충 생각나는 것만 떠올려봐도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삼인 펴냄), ‘프레임 전쟁’(창비 펴냄), ‘자유는 누구의 것인가’(웅진지식하우스 펴냄), ‘폴리티컬 마인드’(한울아카데미 펴냄) 같은 책들이 줄줄이 번역되어 나왔습니다. 이렇게 많이 소개된 것은 아무래도 상식을 뒤엎는 묘한 매력 때문일 겁니다. 진보진영의 18번 레퍼토리 ‘반대!’, ‘철폐!’라는 구호가 사실은 상대방 프레임을 더 강화시켜줄 뿐이라는 주장이었으니까요. 가장 강력한 슈팅인 줄 알고 발가락에다 온 힘을 다 모아 찼는데, 알고보니 우리 골대 쪽으로 차고 있더라는 겁니다. 레이코프가 책을 쓴 이유도 이겁니다. 사실에 근거해 논리적으로 합당한 얘기를 풀어내는 것이 중요하고, 프레임 같은 얘기는 일종의 테크닉 문제라고 보는 게 답답해서입니다. 레이코프의 한국판 B급 버전이랄까, 딴지일보 김어준은 ‘닥치고 정치’(푸른숲 펴냄)에서 이런 표현을 씁니다. “그런데 진보 정당의 방식은 이런 식이야. 처음 만난 상대 앞에 재무 계획서와 신혼방 설계도를 딱 꺼내놔. 그리고 입주할 주택의 입지 조건과 구입할 차량의 대출 조건 및 주변 교육 환경의 우수성에 대해 부동산과 금융, 교육 전문 용어를 섞어 진지하게 프레젠테이션하지. 그런 다음 건조한 표정으로 바로 결혼하재.” 김어준이 보기에 “정치란 국민과 연애하는 것”인데, 이게 과연 연애냐고 되묻는 겁니다. 레이코프는 이 문제를 ‘문화전쟁’이라 부릅니다. 자기가 만든 말이 아닙니다. 19세기 독일 비스마르크 정권이 가톨릭 세력에 맞서 추진한 세속화정책에서 나온 용어입니다. 이 단어가 미국에서 다시 나타난 것은 클린턴-르윈스키 스캔들 때입니다. 대중적 관심은 클린턴이 집무실로 르윈스키를 불러다 구강성교를 했을까, 그러니까 영어식 말장난으로 오벌(Oval Office·백악관 서쪽 대통령 개인 집무실)에서 오럴(Oral)했을까 같은 자극적 소재에 쏠렸습니다. 그런데 당시 미국의 식자층과 언론인들이 ‘문화전쟁’이라 부르며 우려했던 사태는 뉴트 깅리치의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가 연방정부 폐쇄에 이를 정도로 클린턴 정권을 극한으로 몰아붙이는 상황이었습니다. 기독교 근본주의에 매몰된 공화당 내 극우파들 때문에 백인 하층 노동자들을 선동해 의회의 합의정치라는 틀 자체를 망가뜨리는 게 아니냐, 이로 인해 의회 포퓰리즘을 제어하기 위해 도입한 대통령제가 무력해지는 것 아니냐는 한탄들이 쏟아진 겁니다. 요즘 미국 대선에서 보듯, 이 문제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제 슬슬 대입이 되십니까. 미국에서 문화전쟁은 대개 레이거니즘이 시초로 꼽히는데, 한국에서 문화전쟁은 언제부터였을까요. 뉴라이트라 불리는 일군의 학자들, 조중동이라 불리는 보수언론 등이 ‘건국과 부국의 역사’, ‘산업화와 민주화를 넘어 선진화로’, ‘잃어버린 10년’ 같은 서사들을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전파한 시기부터가 아니였을까 싶습니다. 현 정권의 멘토라 불리는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정명’(正名)을 말하고, 지금은 박근혜 캠프에 가 있는 이상돈 중앙대 교수가 우파가 문화전쟁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겁니다. 이들 주장이 사실적으로, 논리적으로 옳고 그르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아니, 레이코프가 수차례 얘기했지요. 상대가 말한 것을 두고 옳으냐 그르냐 따지는 순간, 대중들은 코끼리를 떠올리고 그들의 프레임은 작동하기 시작합니다. 레이코프에게서 흥미로운 부분은 바로 그 뒤의 대목들입니다. ‘그럼 어떻게 할까요’라는 질문에 그는 대면으로든, 서면으로든, 전화로든, 뭐로든 어떤 사안에 대해 질문받거나 입장 표명을 요구받을 때에 최대한 겸손하고 친절하게 다 설명해주라고 합니다. 이거 참 묘하게 웃깁니다. 인지과학이 어쩌고, 프레임이 어쩌고 한창 떠들다 결론은 ‘성의 있게 답하라.’니까요. 이 부분에서 ‘정치의 발견’(박상훈 지음, 폴리테이아 펴냄) 제3강 ‘정치의 기술, 실천의 기술’ 부분을 꼭 참고해 볼 만합니다. 시카고 빈민운동의 대부로 힐러리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에게 큰 영향을 끼친 정치이론가 사울 알린스키(1909~1972) 얘기가 집중적으로 소개되어 있습니다. 최근 미국 대선의 화제 가운데 하나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빈 의자 퍼포먼스였지요. 그런데 그 퍼포먼스를 눌러버린 건 오바마의 대응이었습니다. “그래도 난 당신의 팬”이라 대꾸해버렸으니까요. 요즘 말로 완전 ‘대인배 포스’지요. 인간적 매력이 먼저이고 그 뒤에 사실관계나 논리적 정합성을 갖춘 서사가 따라붙어야 한다는 것, 그게 프레임의 작동방식이라는 겁니다. 모두가 프레임, 프레임을 외치는 상황 속에서 어떤 후보가 프레임의 이런 속성을 정확히 알고 잡아낼 수 있을까요. 관전 포인트입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北 NLL침범, 정략적 도발”

    “北 NLL침범, 정략적 도발”

    북한 어선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침범이 최근 잇따르고 있는 것과 관련해 정부는 26일 북한의 우리 대통령 선거 개입 시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주재한 외교안보장관회의에서 이같이 결정했다. 청와대는 무엇보다 오는 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북한이 다양한 방법으로 ‘북풍’(北風)을 조성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이 ‘김정은 체제의 불안정한 내부’를 결속시키기 위해 연평도 포격과 같은 국지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북한 어선의 NLL 침범도 우연으로만 보기는 어렵고, 기획적인 도발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날 회의에서 우리 군은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북한의 정략적인 기획 도발에 철저히 대비하면서 도발 시에는 강력하게 응징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튼튼한 국가안보 태세를 유지하라.”고 지시했다. 앞서 25일 밤 9시 38분쯤 북한 어선 1척이 연평도 인근 서해 NLL을 침범했다. 북한 어선의 NLL 침범은 지난 12일 이후 7차례다. 특히 어선이 밤에 NLL을 침범한 사례는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군 관계자는 “북한 어선은 연평도 동방 NLL을 700여m 월선했다.”면서 “우리 해군 고속정이 긴급 출동해 경고통신을 하자 곧바로 퇴각했다.”고 밝혔다. 군 당국은 최근 잇따라 NLL을 침범하는 북한 어선에 군인들이 타고 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군의 한 관계자는 “NLL 일대에서 조업하는 어선에는 북한군이 타고 있다.”면서 “어떤 의도적인 목적을 가지고 NLL을 침범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10월 강남은 ‘페스티벌 스타일’

    10월 강남은 ‘페스티벌 스타일’

    ‘마라톤을 하며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 노래에 맞춰 말춤 추기, 유명 디자이너의 패션쇼, 최대 60%의 빅세일, 소녀시대와 슈퍼주니어 등 한류 스타들의 K팝 공연….’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강남스타일’의 본고장인 강남구 일대에서 가을 축제가 펼쳐진다. ●中 국경절 연휴… 20만명 몰릴 것 기대 강남구는 다음 달 2일부터 7일까지 6일간 삼성동 코엑스와 영동대로 등지에서 ‘2012 강남페스티벌’을 개최한다. 구는 다음 달 1~7일이 중국의 국경절 연휴인 점을 감안해 올해 축제에는 지난해 12만여명보다 크게 늘어난 20만명 이상이 참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먼저 3일에는 전쟁과 기아로 고통받는 지구촌 어린이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국제 평화를 기원하는 ‘국제평화마라톤대회’가 오전 8시부터 코엑스 앞 영동대로에서 열린다. 주한 미8군 사령부와 공동 주최하는 마라톤에는 1만여명이 참가한다. 마라톤에 앞서 가수 알리와 다이나믹듀오 등의 축하 공연이 열리고 행사 중간에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맞춰 참가자들이 말춤을 추는 퍼포먼스도 이어진다. 3일 오전 10시부터는 코엑스 건너편 한국전력공사 앞에서 강남 명품 음식 6선을 2000원에 맛볼 수 있다. 4일부터 6일까지 코엑스 동문 앞 특설무대에서 열리는 ‘패션페스티벌’에서는 유명 한류 디자이너들이 참가하는 패션쇼와 웨딩쇼, 남성복·여성복 패션쇼, 시민 모델 패션쇼, 메이크업쇼, 국제 패션쇼, 축하쇼 등이 열릴 예정이다. 시민들이 참가하는 ‘아이 러브 강남’을 주제로 한 티셔츠 드로잉 콘테스트도 열린다. 행사 기간 중에는 70여개 패션업체들이 제품을 할인 판매하는 패션마켓을 펼쳐 수익금 일부를 자선단체에 기부할 계획이다. ●“경제효과 755억원 이를 것” 강남페스티벌은 7일 오후 7시 삼성동 한국전력공사 앞 영동대로에서 열리는 ‘한류페스티벌’로 마무리된다. 행사에는 대표적인 한류 스타이자 구 홍보대사인 소녀시대와 슈퍼주니어, 특별 게스트로 동방신기가 출연해 2시간 동안 공연을 펼친다. 축제 기간에는 지역 내 주요 백화점과 쇼핑몰, 음식점, 공연장, 병원, 호텔 등 234개 업체에서 최대 60%까지 할인 판매를 진행한다. 이들 업체들의 할인 쿠폰이 담긴 쿠폰북은 주민센터나 행사장에서 받아 볼 수 있다. 신연희 구청장은 “올해 페스티벌로 인한 경제 유발 효과가 775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강남페스티벌을 세계적인 축제로 만들어 강남을 대한민국 한류 관광 1번지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천박함·악취 풍기는 한국사회를 비웃다

    천박함·악취 풍기는 한국사회를 비웃다

    “쉬 룩스 라이크 마이 마더.” 어릴 적 입양돼 한국말을 잘 못한다는 ‘미스터 슈’는 하원고등학교에서 춤 선생으로 일하는 허순이 재혼상대로 어떠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이에 자신보다 다섯 살이 어리고 동네에서 내놓은 망나니 석태와 동거 중이지만 부유한 미스터 슈의 출현에 흑심을 잠깐 품어보려고 했던 허순은 “너무 늙었다는 말이네, 뭐.”라며 돌아선다. 노골적인 성애묘사와 해외 유학생들의 불건전한 학업과정을 보여준 ‘경마장 가는 길’로 1990년대 한국 문단을 발칵 뒤집어 놓았던 하일지의 열한 번째 장편소설 ‘손님’(민음사 펴냄)의 한 장면이다. ‘손님’은 돈에 염치를 팔아넘긴 한국 사회의 천박함과 악취를 고스란히 풍긴다. 부끄러움이 도대체 없다. 생활에 쫓기는 어른뿐만 아니라 어린 소년이나 청소년도 마찬가지다. 소설은 하원이란 시골 마을에 낯선 남자가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한국인의 얼굴이지만, 한국말이 서툰 외국인처럼 이상한 억양으로 말하는 사람이다. 키가 크고 혈색도 좋은데 무엇보다 검은 중절모를 쓰고 있다. 그 낯선 남자는 자신을 “예, 저 한쿡 사람 아닙니다. 외쿡 사람입니다. 한쿡말 잘 못해요.”라고 한다. 이 낯선 남자는 서울에서 열린 무용대회에 참가한 허순과 그의 여제자를 찾아왔다. 이 소설의 안내자이자 곧 폐병으로 죽을 운명이라는 허도는 허순의 남자동생이다. 소설에서 그는 유일하게 염치를 주장하는데, 그 또한 말도 안 되는 성적 상상으로 경악을 금할 수 없게 하는 인물이다. 미스터 슈는 허도의 안내로 허순이 사는 임대아파트를 쉽게 찾아간다. 그곳에서 택시운전을 하는 석태를 만나고, 서울서 만났던 10대의 여제자들도 만난다. 이들의 대화나 행동은 황당하다. 손님을 앞에 두고 쌍시옷 욕을 남발하는가 하면 30년산 밸런타인이 100만원이 넘는 가격이라며 호들갑을 떨면서, 10대 여학생들도 모조리 한 모금씩 마셔 본다. 허순의 어린 아들인 정대도 마시겠다고 고집한다. 집이 좁다며 다 같이 밖에서 외식을 하자고 나간 허순은 길 안내자 허도는 물론 오빠 부부까지 불러서 식사를 한다. 그 외식 집은 ‘개고깃집’이었다. 개고기를 양고기라 속이고 손님에게 먹인 허순은 그 밥값 40만원을 손님에게 덮어씌운다. 헤어지기가 섭섭하다며 맥주를 마시자더니 봉고차를 부르고 20만원을 결제하게 한다. 물론 10만원은 봉고차 운전사에게 10만원은 석태가 꿀꺽한다. 바닷가로 가는 길에 쇼핑하자며 장까지 보고, 피자와 치킨이 먹고 싶다고 떼쓰는 정대와 정수를 앞세워 이 모든 먹을거리와 장을 본 뒤 ‘손님’에게 계산하게 한다. 손님은 부유하고 관대했다. 연방 영어로 “노 프러블럼.”을 외치고, “굿. 베리 굿.”을 연발한다. 손님은 그런데 대체 누구인가. 왜 한국에 왔는가. 아버지가 어릴 적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재혼하면서 자신은 해외 입양아가 됐다. 펀드매니저로 큰돈을 번 그는 생모를 찾아서 한국에 들어온 것이다. 그러나 어머니는 몇 년 전 이복동생들을 남기고 돌아가셨다. 어머니의 얼굴을 볼 길이 없어진 것이다. 다만, 그의 추억에는 ‘고추잠자리’가 있었고, 그가 찾아간 하원에도 고추잠자리들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손님의 나이는 허순보다 12살이나 많은 한국 나이로 47살이다. 그런데도 젖살도 안 빠진 여고생들은 손님의 팔짱을 끼고 시집가고 싶다고 노래를 부른다. 동방예의지국은 멸망한 지 오래다. 손님은 하원을 떠나기 전날 밤 호텔 침실로 허도를 데리고가 5만원짜리 20장을 세어서 준다. 그리고 말한다.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 “캐고기 먹어.” 어? 영어가 아니다. 고속버스터미널에서 간절히 돈을 구걸하는 허순에게도 말한다. “당신은 나의 어머니를 닮았어요.” 허도나 허순은 대체 미스터 슈가 한국말을 하는지, 영어를 하는지도 알아채지 못한다. ‘미스터 슈’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하면서 하원을 떠나고 있을까. 쾌활하던 그가 고속버스 안에서 침묵으로 일관할 때 그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그는 어머니 대신 이복동생들을 만나고 떠나는 것이 아니었을까. 17살 유나가 상황을 잘 정리해 주고 있다. 유나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나를 이해할 수 없는 건, 아저씨가 한국말을 모른다고 생각했을 때는 그렇게 콩닥거렸던 가슴이 슈 아저씨가 한국말을 하자 왜 갑자기 잠잠하게 가라앉았나 하는 거야.” 뭐 이따위 소설이 있나 싶을 정도로, 낯이 두껍지 않으면 읽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이런 모습이 한국인일 수 있다는 사실에 전율한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韓流 열풍] 2002 한·일 월드컵때 첫 상륙… 인터넷·SNS 타고 급속도 확산

    [韓流 열풍] 2002 한·일 월드컵때 첫 상륙… 인터넷·SNS 타고 급속도 확산

    지난 7일(한국시간) 멕시코시티에서 2500여 마니아팬의 열광적인 환호 속에 한국 가수로는 첫 단독 공연을 마친 김준수는 중남미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한류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중남미의 문화적 요충지로 각광받는 멕시코에 한류가 상륙한 것은 한·일 월드컵 축구가 열린 2002년. 축구를 좋아하는 멕시코인들은 그해 10월 TV에서 방영된 한국 드라마 ‘별은 내가슴에’를 관심 있게 지켜봤고 주인공 안재욱은 순식간에 유명인이 됐다. 드라마에서 시작된 관심은 영화와 K팝으로 번져 나갔다. 지난 4월 주멕시코한국문화원 조사에 따르면 멕시코의 한류 스타 팬클럽은 총 76개, 회원수는 5만 5000명에 이른다. ●남미 ‘K팝 열풍’ 왜? 멕시코 등 중남미에서의 한류는 인터넷의 발달로 유튜브 등을 통해 시간적, 공간적 제약 없이 콘텐츠를 접하게 되면서 그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멕시코에 10년째 거주하고 있는 교포 임모씨는 “K팝은 2000년도에 그룹 신화 팬클럽에서 시작돼 2005~2006년 동방신기가 K팝 열풍의 도화선이 됐다.”면서 “이후 슈퍼주니어, SS501, 빅뱅 등 K팝 가수의 팬층이 급속도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멕시코에 10~20대가 좋아할 만한 아이돌 스타가 없다는 것도 K팝 열풍이 커질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다. 카르멘 로페스(25)는 “K팝 가수들의 새로운 스타일의 음악이 젊은층 감성에 어필한 것 같다.”면서 “멕시코에는 혼성그룹만 있고 섹시함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은데, K팝 가수들은 잘생긴 데다 귀엽고 카리스마까지 갖고 있다.”고 말했다. 서남교 멕시코 한국문화원장은 “K팝은 멕시코 음악과 많이 다르지만, 세련되고 멋있다는 이야기를 가장 많이 듣는다.”면서 “지난 8월 K팝 월드 페스티벌에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부른 참가자가 있을 정도로 한국 음악의 유행에 민감해 문화원에서도 한글 강좌에 이어 이달부터 K팝 가요 교실을 신설했다.”고 말했다. 멕시코의 유력 민영 방송사인 아스테카의 프로듀서인 알렉스는 “멕시코에서 미국팝이 지배적이지만 K팝은 새로운 시장의 출현이며 미국팝에서는 볼 수 없는 또 다른 테크닉의 진보가 눈에 띈다.”면서 “K팝의 경쟁력은 독특한 에너지와 끊임없는 창조성이며 미국 스타들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친근함과 매번 새로운 콘셉트를 시도하는 모습은 K팝이 아직은 제한적이지만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내다봤다. ●마니아층이지만 결속력 강해 멕시코에서 한류는 아직은 마니아층에 국한돼 있지만 이들은 단단한 결속력을 자랑한다. 한류팬들은 멕시코 내 한국 음식점에 모여 K팝을 접하거나 한국 문화원을 방문하고 인터넷을 통해 결속을 다진다. JYJ의 팬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는 알레한드라 아레사노(19)는 “가입자수는 4000명으로 회원은 13~27살이 많고 1주일에 한번씩 모여 JYJ의 멤버가 나오는 한국 드라마를 보거나 문화원 한국어 강좌를 듣는다.”면서 “라디오에서 K팝을 들을 수 없어 유튜브를 통하거나 직수입한 K팝 가수들의 앨범을 듣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중남미 현지에서 K팝 관련 콘텐츠의 유통이 부재한 가운데, 일부 한류 팬들은 멕시코 내 전자제품 체인점에서 틀어주는 K팝 가수들의 뮤직비디오를 통해 K팝을 접하는 경우도 많다. ‘대장금’, ‘겨울연가’, ‘천국의 계단’ 등 한국 드라마는 물론 영화 ‘해운대’ 등 번역된 한국 영상물 DVD가 성행할 정도로 영상 콘텐츠에 대한 관심도 높다. 멕시코의 한 방송 관계자는 “중남미 사람들의 기질이 새로운 것을 빨리 받아들이고 결속력이 강해 소통이 잘 되는 편이다. 중남미의 한 나라에서 유행되면 삽시간에 전 대륙으로 번지는데 K팝의 인기도 그렇게 급속도로 퍼진 듯하다.”고 분석했다. ●K팝 저변확대 방안 마련해야 그렇다면 이제 불 붙기 시작한 중남미의 K팝을 확산시키기 위한 방안은 무엇일까. 김준수의 월드투어를 기획한 씨제스엔터테인먼트의 한 관계자는 “아직은 중남미의 K팝 관객 규모가 적고 한 도시에서 한번만 열리는 경우가 많아 위험 부담이 크다.”면서 “마니아층을 넘어 K팝의 저변 확대를 위한 방안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멕시코시티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말레이시아엔 28년째 ‘행정 한류’

    말레이시아의 한국 행정 사랑이 28년째 계속되고 있다. 행정안전부 산하 중앙공무원교육원은 10일부터 말레이시아 중앙부처 초급 관리자 20명을 대상으로 ‘제64기 말레이시아 공무원과정’을 시작한다고 9일 밝혔다. 녹색성장과 농어촌개발전략 등에 대한 이해와 함께 리더십 교육 및 갈등관리 등 행정관리 능력 향상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등으로 2주 동안 실시된다. 이들은 또 포스코 광양제철, 세종시 등 정책산업 현장 방문은 물론, 광명시 U-통합관제센터와 행안부 SOS 안심서비스, 가락동 농수산물 전자경매시스템, 인천공항 출입국시스템 등 행정 한류가 구체적으로 펼쳐지고 있는 정책사례들도 직접 체험하는 등 실사구시 교육을 받게 된다. 말레이시아 공무원의 한국 정책연수는 마하티르 총리가 펼친 동방정책의 일환으로 1984년 처음 시작돼 28년째를 맞고 있다. 매년 2~3회 실시해 63기에 걸쳐 1238명이 한국 행정과 사회문화에 대해 배우고 돌아갔다. 특히 교육비용은 말레이시아 정부가 전액 부담하고 있어 공무원교육원 입장에서는 가외 수입을 올리는 효과도 거두고 있다. 호텔 숙박료나 개인 체재비 등을 제외하고 직접적 교육비용이 1개 과정당 평균 500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그동안 31억 5000만원의 수입을 올린 셈이다. 여기에 한국사회와 행정, 정치에 대한 이해를 높인 ‘지한파’ 공무원들을 확보했다는 점은 환산할 수 없는 가치로 평가되고 있다. 윤은기 공무원교육원 원장은 “말레이시아 공무원 과정은 세계 속의 행정 한류를 이끄는 시금석이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만큼 앞으로도 양국 간의 활발한 인적자원 교류로 상호 발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책꽂이]

    ●내겐 너무 쉬운 사진(유창우 지음, 위즈덤스타일 펴냄) 디지털카메라의 보급에다 블로그 등 인터넷 공간의 확대까지 겹쳐 이제는 누구나 사진기를 들고 다니며 찍는다. 찍다보면 욕심이 나게 마련. 그런데 기계장치에 대한 설명과 암호 같은 부호들에 그만 떡하니 막혀버린다. 일간지 사진기자인 저자는 동호회급 사람들만 이해할 수 있는 그런 어려운 말을 쏙 빼놓고 어떻게 사진을 즐길 수 있을지 차근차근 설명해나간다. 1만 5000원. ●법은 어떻게 독재의 도구가 되었나(한상범 지음, 삼인 펴냄) 헌법학자이자 의문사진상규명위원장을 지낸 저자가 한국 땅에서 독재를 가능케 했던 법의 문제를 다룬다. 보통 초대 헌법 기초자로 꼽히는 유진오를 두고 사민주의적 요소를 적극 도입했다는 평이 내려지는데, 저자는 그보다는 일제의 잔재가 잔뜩 끼어있다고 보는 쪽이다. 계엄 상황에서 견제 없이 군부의 독재가 가능하도록 한 점, 예산 편성권이 정부에 있다고 명시한 점 등을 꼽는다. 1만 3000원. ●마하티르(마하티르 빈 모하마드 지음, 정호재·김은정 옮김, 동아시아 펴냄)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한국이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시에 고분고분 따랐다면, “IMF의 식민지가 되느니 굶어죽겠다.”고 선언한 인물이 있었다. 그 말레이시아 정치지도자 마하티르 총리가 쓴 자서전이다. 일본의 침체에 대해서도 서구의 비판이 민감해져 일관성을 놓쳤기 때문이라고 지적할 정도니 아시아적 가치의 대표적 옹호자답다. 22년간 독재하에서 일본과 한국을 배우자는 동방정책을 내세웠고, 이를 통해 가난한 농업국가를 신생공업국으로 변모시켰다. 2만 8000원. ●독부 이승만 평전(김삼웅 지음, 책보세 펴냄) 근현대사 주요 인물들 평전을 펴내고 있는 저자의 이승만 평전이다. 다른 평전과 달리 ‘독부’(獨夫)라는 단어가 붙어 있다. “잔적(殘賊)은 일부(一夫)에 불과하다, 일부를 죽였단 말은 들었어도 왕을 죽였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는 맹자의 말에서 따왔다. 독립운동에 투신했던 유학자 심산 김창숙이 이승만에 대해 평가한 말에서 따왔다. 2만원.
  • [주말 하이라이트]

    ●넝쿨째 굴러온 당신(KBS2 토요일 밤 7시 55분) 장수빌라에 찾아온 재용은 이숙과 결혼하고 싶다고 말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막례의 반대에 부딪힌다. 정배는 옥이와 옥이 어머니와의 만남을 주선하려 한다. 세광과 말숙은 계속 결혼을 허락해 달라며 어른들에게 매달리지만 쉽지만은 않다. 한편 마음을 굳힌 윤희와 귀남은 차분히 지환이를 입양할 준비를 한다. ●휴먼다큐 그날(MBC 토요일 오전 8시 45분) 1962년 7월 30일. 당시 18살이던 반기문 사무총장은 곽영훈, 정영애, 신은주 세 명의 학생들과 함께 출국 길에 올랐다. 미국 적십자사의 초청으로 한 달간 미국을 방문하게 된 것인데…. 원조받던 동방의 작은 나라 시골 소년이 세계의 지도자 유엔 사무총장이 되기까지 인생을 변화시킨 아주 특별한 그날을 소개한다. ●나눔 0700(EBS 토요일 오후 3시 50분) 1년 전 위암 3기 선고를 받은 조지훈씨. 1년 사이 9차례의 수술을 견디며 투병 중인 그는 이미 암세포가 대장까지 퍼져 위와 대장을 모두 절제해야만 했다. 이런 조씨에게 가장 위안이 되는 유일한 가족이 있다. 바로 묵묵히 곁에서 간호를 해온 아들 민혁군인데…. ●드라마 스페셜 - 칠성호(KBS2 일요일 밤 11시 45분) 조선족 박용대가 칠성호에 오른 밤. 약에 취한 채 밀항자들은 세상 모르고 창고 안에서 자고 있다. 그리고 옆에서는 선원들이 도박 끝에 주먹다짐을 벌인다. 그렇게 억수같이 비가 내리는 밤이 지나고, 다음날 아침 갑판 위에 모두 죽어 있는 선원을 발견한 밀항자들은 경악을 금치 못한다. ●지식 나눔 콘서트 아이러브人-혜민스님 편(SBS 일요일 밤 12시) 시즌 2의 첫 번째 주인공은 하버드 재학 중 출가하여 승려이자, 미국 대학 교수라는 특별한 인생을 살고 있는 혜민 스님과 함께한다. 평소 강연에서 멋진 노래 실력을 뽐내며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었던 혜민 스님은 첫 강연을 위해 최초로 가수 박상민과 듀엣 무대를 선보인다. ●차인태의 명불허전(OBS 일요일 밤 10시 25분) 김수용 감독은 1958년 데뷔한 이래 코미디, 멜로, 드라마 영화에 이르기까지 대중성과 예술성을 겸비한 109편의 영화를 연출했다. 이에 한국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연 그의 영화인생 50여년을 돌아보는 코너를 마련한다. 한국영화역사와 함께해 온 그의 인생을 재조명한다. ●대왕의 꿈(KBS1 토요일 밤 9시 40분) 가야계 출신의 유신은 화랑으로 성공하기 위해 서라벌로 상경한다. 하지만 망국의 후예라는 이유로 신라인들에게 철저하게 배척당한다. 한편 진평왕의 모친이자 권력의 실세였던 사도태후에게 폐위된 진지왕의 손자인 춘추는 눈엣가시다. 조정에서 춘추를 태자로 추대하려는 움직임에 사도태후는 살수인 길달을 불러 춘추를 암살하고자 한다.
  • 독도 갈등 이후 열도… 한류, 너 괜찮니?

    독도 갈등 이후 열도… 한류, 너 괜찮니?

    #1. 지난 4일 밤 일본 도쿄 번화가인 신주쿠구의 한 대형 대여점. 게임과 CD, DVD를 함께 빌려주는 이곳에선 한류 드라마 코너가 따로 마련돼 있었다. 수천장의 DVD 속에는 ‘야인시대’와 같은 일제 강점기 주먹패의 활약을 다룬 드라마도 눈에 띄었다. ‘혐한류’가 무색하다고 느낄 즈음 구석의 현란한 원색 DVD들이 눈에 들어왔다. ‘일본 합작’이란 설명이 붙은 서울을 배경으로 한 일본 AV(어덜트 비디오)들. 게다가 한류코너 바로 옆은 ‘18금(禁)’이 선명한 일본 AV 전문코너. 신작 한류 드라마의 1박 2일 대여료는 380엔(약 5400원) 안팎이었다. 출입문 가까운 목 좋은 곳에 진열된 일본·미국 드라마의 3분의2 수준이다. 대여점 종업원은 “한류 드라마를 빌려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10대 혹은 40, 50대 여성”이라며 “올 들어 부쩍 손님이 줄었다.”고 전했다. #2. 도쿄 시내를 안내한 여행 가이드 한소정(31)씨는 “일본 여성들은 지난해 동일본대지진 이후 강한 남성에 대한 선망이 강해졌다.”면서 “최근 남성다움을 강조한 2PM과 동방신기 등의 인기가 다시 올라간 이유”라고 말했다. 지요다구 유라쿠의 교통회관 앞에서 만난 30대 일본 여성들도 배우 장근석의 사진을 보자마자 “이케멘데스네(미남이시네요)~.”라며 그가 출연한 드라마 이름을 외쳤다. 한인타운이 있는 신오쿠보역사는 한국 드라마와 뮤지컬, 공연 등을 알리는 광고판으로 도배돼 서울이 아닌가 헷갈릴 정도다. 한때 과열 양상을 보였던 일본 내 한류가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 새 아이돌 그룹과 연예인들의 진출로 콘텐츠는 쉼없이 수혈되고 있지만 그와 비례해 한류 시장이 성장하고 있지는 않다. 콘텐츠 내용과 수준이 천차만별이어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심심찮게 제기된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독도·위안부 문제와 별개로 일본 내 한류 붐 지속 여부가 더욱 시급한 문제로 떠올랐다.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방문과 일부 연예인의 독도 관련 행사 참여 이후 일본 내 우익단체들이 송일국 등 해당 연예인의 일본 방문과 이들이 출연한 드라마 방영에 반대하고 있지만 타격은 미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반한류 현황분석 및 대응방안 연구보고서’도 “한류 소비자들은 한·일 간의 정치적 마찰이 발생해도 콘텐츠 소비와는 별개로 판단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콘텐츠 자체가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점. 한인타운인 신오쿠보 거리의 한류백화점 관계자도 “올해 초부터 한류관련 상품의 매출이 줄고 있다. 혐한이라기보다 거품이 가시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류에 대한 일본 사회의 반응이 알려진 것처럼 마냥 뜨거운 것만도 아니다. 거리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여성그룹 포스터는 ‘카라’나 ‘소녀시대’가 아닌 일본그룹 ‘AKB48’이다. 신오쿠보 거리의 한 자영업자는 “왜 한국 연예인들에게 (한국 언론이) 독도가 어느 나라 땅이냐는 질문을 던지느냐.”며 “정치적 답변을 강요하면 약해진 한류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온라인 독자 3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71%가 ‘K팝에 관심이 없다’고 답했다. ‘관심이 줄었다’는 응답도 18%나 됐다. 이유로는 ‘비슷한 가수가 많아서’(39%)가 가장 많았다. 최근 홋카이도와 삿포로에서 예정된 2개의 K팝 공연은 티켓판매 저조 등으로 취소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를 한류의 쇠퇴로 해석하는 건 무리라는 지적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 도쿄지사 관계자는 “K팝을 중심으로 한 한류 붐은 과열 양상을 보이다 최근 제자리를 잡아가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류가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옥석을 가리는 과정이 진행중이라는 분석이다. 정태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현지 소비자의 기대수준 이상으로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 사진 도쿄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독서의 해-도서관에서 길을 묻다] (2회) 책읽는 소리 중심, 도서관 어제·오늘

    [독서의 해-도서관에서 길을 묻다] (2회) 책읽는 소리 중심, 도서관 어제·오늘

     러시아인들만큼 독서를 좋아하는 민족도 없다. 버스를 기다리는 정류장에서도, 붐비는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도, 공원에서도 책 읽는 사람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자투리 시간이 나면 어디서든 책을 펼친다. 사회주의 체제가 무너진 뒤 휘청거리던 그 큰 나라가 짧은 기간에 놀라운 경제 발전과 사회 변화를 이룩한 저력은 아마도 이렇게 책을 많이 읽는 국민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법 하다.  러시아인들이 이처럼 지적인 열정을 갖게 된 데에는 도서관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그들은 자신있게 말한다. 일반 서적은 물론 대학 교재까지도 도서관에서 빌려서 본다니 도서관이 그들의 삶 속에 온전히 녹아들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러시아국립도서관은 러시아의 역사와 문화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인 모스크바 크렘린의 삼위일체탑 바로 앞에 있다. 지하철 4개 노선이 교차하는 지점, 붉은광장 입구와 마주한 곳에 서 있다는 점만으로도 국립도서관이 어떤 중요성을 갖는지 짐작된다. 러시아 사람들에게는 아직도 레닌도서관이라고 불리는 이곳은 장서 500만권, 세계 249개 언어로 된 자료 4300만여 점을 보유한 대표도서관으로, 미국의회도서관에 이어 세계 2위 규모를 자랑한다.  도서관 구석구석을 안내해 준 코프테로바 올가 마츠베예브나는 “도서관에 있는 모든 책의 책장을 넘기는 데만 73년이 걸리고 책장을 일렬로 세우면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이어질 정도”라며 “공부에 대한 열정이 있는 사람은 누구든지, 어떠한 관심 분야든지, 언제든지 이곳에서 책을 구해 읽을 수 있다.”고 자랑했다. 이용자의 연령은 20대 학생부터 80대 노인까지 다양했다. 대부분 자료를 전자검색할 수 있지만 예전의 열람카드 방식으로도 운영하는 이유다.  수갑·곤봉을 찬 경찰이 도서관을 경비하는 것이 특이해 그 이유를 물었더니 희귀한 국보급 자료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국가경찰청 산하 문화재 담당부서에서 경찰을 파견한다. 실제로 이곳 희귀본 박물관에는 고서들과 필사본, 도스토옙스키가 읽던 성경책, 푸슈킨의 친필, 황제의 자녀들이 사용하던 교재, 세계적인 명저들의 초판본 등 진귀한 출판물들이 가득하다.  러시아국립도서관은 일반 열람실과 디지털열람실, 필사본 및 음악자료실, 문헌정보학 및 서지학 자료실,동방문학센터, 논문 및 정기간행물 자료실 등 5곳으로 나뉘어져 있다. 동방문학센터 한국어자료실은 단행본 9000권을 비롯해 정기간행물과 신문 등 한국어 자료 1만 3000권을 소장하고 있다. 마리아 카이체바 동방문학센터장은 “한국은 남과 북으로 나뉜 나라이지만 같은 언어를 쓰기 때문에 함께 소장·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학 자료 담당자인 아나스타샤는 “1950,60년대 북한에서 나온 귀중한 자료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어 미국 하버드대, 캐나다 토론토대 등 한국학 학자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정작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아 아쉽다.”면서 “신문에 이 부분을 꼭 소개해 한국의 학자들도 널리 이용하게 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도서관이 외무장관을 지낸 루먄체프 백작이 평생 수집한 고대 서적과 필사본, 초상화 등을 국가를 위해 쓰겠다는 유언을 남긴데서 비롯됐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지식은 사유물이 아니며 국민 모두가 공유해야 한다.”는 지도층의 지혜로운 계몽주의적 사고가 값진 결실로 맺어진 셈이기 때문이다.  러시아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도서관은 대부분 이런 식으로 시작됐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러시아과학아카데미도서관은 러시아의 대표적 개혁군주 표트르 대제의 개인장서와 여름궁전에 있던 도서를 정리해 출발했다. 러시아 문화의 자부심으로 불리는 상트페테르부르크국립도서관도 마찬가지다. 예카테리나 2세 여제의 칙령으로 1795년 설립된 이 도서관은 1814년 황실공공도서관으로 대중에 공개되면서 진정한 러시아 문화·예술 및 과학의 중심지가 됐다. 장자크 루소와 볼테르 같은 프랑스 계몽주의자들의 사상을 선호한 여제는 1778년 볼테르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가 소유했던 책을 통째로 사들였다. 이것이 이 도서관이 세계에 자랑하는 ‘볼테르 장서’다. 볼테르가 직접 펜으로 주석을 단 2000권을 포함해 총 6814권이 보관돼 있다. 볼테르장서실의 코바네프 니콜라이 알렉산드로비치 계몽주의연구실장 “지혜로운 여제의 현명한 판단 덕분에 우리는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도서관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러시아를 일컬어 ‘도서관의 숲’ 이라고 한다. 모스크바 시내에만 크고 작은 도서관이 4000개 이상이 존재한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도서관 이용을 습관화하는 교육을 받는다. 고도(古都) 벨리키노브고로드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가는 기차에서 만난 이리나 두나예바(29)는 “어렸을 때 어머니 손잡고 마을도서관에 가서 글을 읽기 시작했고, 나도 아이들이 네 살 때부터 도서관에 데리고 다녔다. 도서관을 뺀 삶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글 사진 모스크바·상트페테르부르크 함혜리영상에디터 lotus@seoul.co.kr  
  • 꾸밈없는 고운 얼굴 쑤이창 遂昌

    꾸밈없는 고운 얼굴 쑤이창 遂昌

    산 아래보다는 하늘에 더 가까워 보이는 난젠옌 산장. 난젠옌풍경구의 아름다운 모습이 발 아래로 자욱하게 펼쳐진다 꾸밈없는 고운 얼굴 쑤이창 遂昌 한 폭의 동양화. 이 진부한 표현이 진부하지 않았다. 꼿꼿한 대나무 무성한 산자락과 그 사이로 떨어지는 아찔한 폭포 줄기, 그 아래로 계단식 논밭이 그림처럼 하나로 포개졌다. 수려한 산천이 숨쉬고 비옥한 땅에서 좋은 먹을거리가 나는 쑤이창현은 사색하며 거닐기 좋은 산과 계곡, 넉넉함이 느껴지는 산촌마을 사람들의 환대만으로 충분히 여행자를 달뜨게 만든다.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Travie writer 서진영 취재협조 쑤이창현 인민정부, 홍싱핑온천리조트, 난젠옌풍경구, 쑤이창현 인민위원회, ㈜레드팡닷컴 02-6925-2569 www.redpang.com 쑤이창은 저장성浙江省, 절강성 리수이시?水市, 여수시 쑤이창현遂昌縣. 약 2,539km2의 면적에 인구 23만여 명. 성-시-현-향의 순서로 이어지는 중국의 행정단위로 봤을 때 그리 넓은 지역은 아니다. 그 가운데 해발 1,000m 이상의 산이 703개나 솟아, 현 전체의 80% 이상이 산지로 빼곡하다. 쑤이창현은 관광기반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음에도 아직 외부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저장성에서 가장 아름다운 고을이다. 중화 제1고폭 션롱구 1 두 손바닥으로는 도저히 피할 수 없을 만큼 거센 물보라가 내리쳤던 션롱구. 멀찌감치에서는 이렇듯 고즈넉하니 정자 하나 두고 유유자적하고자 한 그 마음을 알겠다 2 쑤이창에서는 차보다 배가 더 익숙해 보였다. 언젠간 이 위로 다리가 놓이고 산중턱을 가로지르는 길이 뚫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때에도 산의 품에 안긴 호수를 가로지르는 이 물길이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3 쿤취 <목단정>의 한 장면. 말뜻은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그들의 표정과 몸짓만으로도 충분했다 쑤이창 풍경 안에 노닐다 비행기가 매끄럽게 활주로 위에 내려앉는다. 닝보寧波, 영파에 도착했다. 이제 곧 대륙의 비경이 눈앞에 펼쳐지리라는 기대도 잠시, 비행기를 탄 시간의 곱절 동안 버스 안에서 오도카니 앉아 있어야 했다. 논과 밭, 그사이사이 인적 드문 작은 마을, 우리네 시골과 다를 것 없어 보이는 그 풍경을 그렇게 4시간여 감상하고 나서야 드디어 쑤이창에 들어섰다. 시곗바늘은 자정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늦은 투숙객을 기다리는 호텔 외에는 모두 깊은 잠에 빠져든 듯 거리는 조용하고 한산했다. 낯설고도 깜깜한 여행지라니. 어딘지 서글픈 기분이 들어 한참을 뒤척이다 잠이 들었다. 개운치 않은 몸을 일으켜 주섬주섬 배를 채우고 난젠옌풍경구南尖岩?景?, 남첨암로 향하는 셔틀버스에 오르니 이미 해가 중천이다. 오른쪽 왼쪽으로 몸이 쉴 틈 없이 흔들리는 구불구불 비포장 산길은 맞은편에서 오는 차를 비켜가기도 힘들 만큼 좁다. 1시간 남짓 올랐나 보다. 산 정상 가까이에 이르자 드디어 시야가 탁 트인 난젠옌풍경구가 지친 여행자를 맞아준다. 풍경구 초입에 위치한 난젠옌 산장이 오늘의 잠자리다. 너른 호텔 앞마당 끝으로 가니 그 아래 작은 마당이 하나 더 있다. 깨끗하게 빨아 넌 침대시트가 시원해 보인다. 그 옆으로 작은 정원을 지나니 아득하게 멀어지는 첩첩산중 아래로 차곡차곡 계단을 만든 논밭을 한눈에 내다볼 수 있는 테라스가 이어진다. 이곳이구나. 이제야 트인 시야만큼이나 시원하게 숨통이 뚫린다. 난젠옌풍경구는 다음날 천천히 둘러보기로 하고 오후 반나절은 션롱구神?谷, 신룡곡에서 보내기로 했다. 션롱구는 쑤이창현 남쪽의 국가삼림공원 계양림장桂洋林? 내의 골짜기. 낙차가 300m에 달하는 폭포 ‘신룡비폭神??瀑’은 이곳 비경의 절정을 이루는데 바위 절벽에 걸린 폭포 줄기가 마치 한 마리의 용이 계곡을 따라 오르는 형상을 닮았다 하여 붙은 이름이다. 폭포는 3단으로 내려오는데 맨 위의 탕공폭포는 60m, 가운데 장군폭포는 80m, 하단부 신룡폭포는 무려 120m나 된다. 폭포 가까이 다가가니 튀어 오르는 물방울이 물보라를 일으키며 온 몸을 적셨다. 중화 제1고폭中?第一高瀑이란 별칭이 붙을 만하다. 그러나 폭포는 멀찍이 물러나 산세와 더불어 관망하는 편이 더욱 멋스럽다. 산허리를 한참 둘러 뒤돌아본 션롱구. 아무래도 아래로 떨어지는 물줄기라 용이 승천하는 기분은 덜했지만 수려하다는 말은 이럴 때 붙이는 모양이다. 5km에 달하는 계곡 길을 걷는 내내 뒤를 돌아보느라 걸음이 자꾸 느려졌다. 한밤의 난젠옌을 만월이 비춘다. 달빛 아래 구성진 가락이 퍼지기 시작한다. 쿤취昆曲, 곤곡. 경극, 천극 등 중국 전통 연극의 원조라고 하는 오랜 전통의 연극 무대가 열렸다. 션롱구를 거닐며 공자인지 맹자인지 갸웃하고는 석상 하나를 스쳐 지났는데 중국 명나라 후기의 문장가이자 희곡가인 탕현조라고 했다. 동방의 셰익스피어라 불리는 인물을 몰라봤네. 마침 그가 쑤이창현 관리로 재임하면서 쓴 대표작 <목단정牡丹亭>을 쿤취 형식으로 연주한다니 뜻 모를 극이지만 맨 앞에 앉아 연주자들의 소리와 몸짓에 귀와 눈을 맡긴다. 때로는 애틋하고, 때로는 익살맞은 장면들. 둘러앉은 이들과 함께 웃고 박수치는 동안 밤은 저대로 깊어 간다. 온자한 미륵의 미소 치엔포샨 千佛山 1 치엔포샨의 미륵불. 높은 곳에 있지만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 따라 미소 짓게 만드는 그의 온화한 미소 때문이 아닐까 2 산 위의 미륵불과 꼭 닮은 미래사 명경스님의 미소. 멀리서 온 여행자들의 눈을 하나하나 맞추며 앞날의 복을 빌어주었다 1년에 200일 이상 비가 내린다고 해서 품 넉넉한 우비를 둘이나 챙겨갔는데 다음날 아침에도 해는 짱짱하기만 하다. 배낭을 가뿐하게 메고 난젠옌 트레킹에 나섰다. 남쪽에 있는 산봉우리가 뾰족뾰족하다고 해서 ‘난젠옌南尖岩, 남첨암’이라 했다니 꽤나 까다로운 길이 아닐까 했는데 다행히 트레킹 코스는 난젠옌산장에서 계곡을 따라 잘 정비된 내리막이다. 그러나 갈라진 바위 사이 깎아지른 계단 앞에서는 다리가 후들후들한다. 역시나 수직절리가 갈라져 형성된 거대한 천주봉과 그 맞은편에 얼굴을 맞대고 있는 천장암은 올려다보기에도 고개가 아플 정도로 가파르고 아찔하다. 무성한 대나무와 아열대 침엽수 사이, 숨을 깊이 들이마신다. 산 아래와 달리 상쾌한 공기가 가득 차 있으니 양껏 욕심을 내본다. 숲길 곁으로 흐르는 계곡을 따라 크고 작은 폭포가 이어진다. 1,000m가 넘는 고지대에 많은 비가 내리고 마르지 않는 폭포가 있으니 안개가 자욱한 날이 많단다. 기이한 형태의 운해와 계단식 논밭 위로 모락모락 피어 오르는 안개는 난젠옌풍경구 특유의 경관이다. 저장성 최초의 생태여행시범구이자 문명풍경여행구역, 유네스코와 중국 민속촬영협회가 공동으로 지정한 국제민속촬영창작기지, 저장성 5A급 삼림여행지이자 국가 4A급 풍경구 등 난젠옌풍경구에 수많은 훈장을 달아준 이 절경은 쨍한 날씨 덕에 물 건너갔다. 날씨가 좋아도 탈이다. 대신 산자락 가득 펼쳐진 계단식 논밭을 보다 또렷하게 마주할 수 있었으니 비긴 것으로 하자. 계곡이 흐르는 산책길은 매한가지였지만 치엔포샨千佛山, 천불산은 난젠옌과는 또 다른 운치가 있다. 아마도 산 정상 바위에 나타난 미륵불 때문이지 싶다. 300m 높이의 바위에 무려 33m 크기의 부처님 얼굴. 청나라 광서제 때의 지방지 <쑤이창현遂昌?지>에 ‘산 위에 기이한 바위가 있어 천존 불상을 볼 수 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고. 쑤이창현의 개은?恩 그룹이 계곡을 관광지로 개발하면서 이 기록에 착안하여 형상만 있던 바위에 지금과 같은 미륵불을 조각하고 계곡 아래에 미래사未?寺라는 사찰을 지었다. 계곡 입구에서 온화하게 미소 짓는 미륵불이 굽어 살피는 미래사까지 왕복 4km의 산책길을 걸었다. 해질녘 산보는 설렁설렁한 걸음으로 출발했지만 미래사 명경明?스님이 두 손 모아 복을 빌어 준 덕분일까, 절 입구의 작은 매점에서 아이스크림 하나를 입에 물고 내려오는 길은 종일 걸은 탓에 조금은 풀어질 법도 한데 깨달음을 얻어 하산하는 이의 걸음마냥 야물었다. 오늘 밤은 달달한 잠을 자겠구나. 쑤이창 여행은 오우강?溪江, 오계강댐 건설로 형성된 호수를 건너 도착한 홍싱핑?星平, 훙성평에서 마지막을 맞았다. 이곳에서는 온천욕이 기다리고 있다. 홍싱핑온천리조트는 한 민간 광산업체가 은광을 탐사하던 중 온천수를 발견하면서 쑤이창현 정부와 함께 리조트로 개발했다. 정부는 광산 개발을 포기하는 대신 마을의 폐교와 인민위원회 토지 일부를 제공하여 리조트 개발에 힘을 실어줬다. 이곳 온천은 일본식 온천과는 달리 파라솔과 테이블, 일광욕 의자를 비치해 잘 꾸며놓은 수영장처럼 보이지만 물의 온도는 41도를 유지한다. 별도로 물을 데우지 않는 100% 천연 온천이다. 태양 아래 뜨끈하게 익은 벽돌 바닥 위를 까치발로 걸어 온천수에 손을 넣어 본다. 후텁지근한 바깥 공기 덕에 40도가 넘는 온천수도 그리 뜨겁진 않았다. 산을 오르내리며 몸에 밴 땀과 호수를 지나며 머금은 눅눅함을 씻어낸다. 산 좋고 물 좋고. 아, 쑤이창에서 산수유람 한번 제대로 하는구나. 낯선 대륙 깊숙한 곳으로 들어와 다소 서글펐던 초행길 끄트머리에서 이런 기분을 느낄 줄이야.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travie info 쑤이창현 풍경구로 향하는 셔틀버스 난젠옌을 포함하여 션롱구, 천불산 등 쑤이창현을 대표하는 풍경구는 비포장의 좁은 산길을 구불구불 올라가야 하기에 되도록 셔틀버스로 이동하는 것이 좋다. 쑤이창현 중심가에서 약 18km 떨어진 석련진石??마을로 가면 인원수만 차면 바로 출발하는 풍경구행 셔틀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쑤이창현 중심가에서 석련진까지는 버스 또는 택시를 이용하면 된다. 약 20분 정도 걸린다. 산속 깊은 곳에서 흐르던 계곡이 막다른 길에서 갈 곳 없이 수직으로 떨어진다. 션롱구의 폭포 줄기. 산 좋고 물 좋으니 더 바랄 것이 없다 1 무료한 듯 그늘 아래에 앉아 무언가를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던 노파가 낯선 목소리에 놀란 듯 몸을 일으킨다. 해가 머리 꼭대기에 오르지도 못한 아침나절인데 동네를 어지럽히는 이가 누군고 하는 표정이다 2 황니령 마을에 위치한 궁경서원. 궁경은 자신의 허리를 굽혀 스스로의 노력으로 밭을 일군다는 뜻이다 3 아직 말이 서툴지만 할아버지의 말은 모두 알아듣는 아이. 옷차림도 말도 이상하기만 한 사람이 손을 내밀자 생글생글 웃다가 멈칫한다. 외국인은커녕 외지인도 발길이 드물었던 마을이기에 아이는 나를 외계인이라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4 지지고, 볶고, 튀기고 삶고. 마을 사람들이 기르고 다듬은 건강한 먹을거리로 보기만해도 배부른 점심상이 차려졌다 이심전심 以心傳心 쑤이창 사람들 산수 좋은 곳이 어디 쑤이창뿐이랴. 그저 산 좋고 물만 좋은 곳이었다면 “좋구나” 하고는 며칠 못 가 새로운 여행지를 탐색했을 텐데 이번엔 조금 달랐다. 어딘가 먹먹했다. 체한 듯 답답한 것이 아니라 고맙고 미안한 마음은 뭉게구름처럼 피어나는데 달리 해줄 것이 없어 애단 심정이랄까. 그간 나도 모르게 화려한 여행에 젖어 있었나 보다. 난젠옌풍경구 아랫마을 빤링춘半?村, 반령촌과 따껑춘大坑村, 대갱촌을 거쳐 오우강댐 호수변의 황니령 마을에 이르기까지 쑤이창의 산골마을, 쑤이창의 산골사람들은 한결같았다. 그들이 내어준 지붕 그늘 아래, 온 동네 사람들이 모여 땀으로 지어 준 밥상과 마주했던 쑤이창은 이제까지 보아 온 중국과 사뭇 다른 때깔로 얼굴을 내밀었다. 난젠옌 아래로 펼쳐진 계단식 논밭 한가운데 자리한 빤링춘은 일반적인 한족 마을로 약 50호의 가구가 모여 산다. 좁다란 골목 양쪽으로 황토 벽돌로 벽을 쌓고 진흙을 구워 만든 회청색 기와를 얹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집과 집 사이엔 담장이 없다. 한 사람 겨우 지날 만큼의 좁은 통로가 전부. 같은 성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사는 우리네 집성촌도 이처럼 집집이 가깝진 않은데 경사가 있는 산지 환경에 탓에 마을을 촘촘하게 구성했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 외에 골목을 오가는 이가 드물었던 이곳에 최근 사진가들의 출몰이 잦아졌다. 주로 난젠옌풍경구로 출사 나온 사진가들인데 마을 사람들은 꺼리는 표정 하나 없이 손님 대접을 한다. 불청객이 아닌 반가운 길손으로. 차 대접이 후하다. 차 맛도 좋거니와 마을 인심이 차 맛처럼 은은하다. 한 술 더 떠서 봉지 가득 차를 담아 내민다. 사양하는 것이 오히려 더 미안해지는 탓에 봉지를 받아든 이가 여럿이다. 차는 물론 양매, 장두 등 마을에서 재배하는 작물 대부분은 쑤이창현 일대 여러 정부에 공급할 만큼 품질 좋은 무공해 농산품이라 한다. 빤링춘과 이웃하고 있는 따컹춘에서 잔치가 벌어졌다. 마을 잔치인 줄 알았는데 아니다. 멀리서 온 손님에게 따뜻한 밥 한 끼 대접하겠다는 마을 사람들의 분주한 움직임이었다. 아침나절 농가에서 기르는 토종 돼지 한 마리를 잡았단다. 신선한 채소를 곁들여 부위별로 다르게 조리한 요리를 그득그득 담은 접시들이 줄을 잇는다. 식기도 집집마다 가장 깨끗한 것을 가져와 차려냈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등허리로 땀이 미끄러지는 날씨에 불 앞에 앉아 수십 명 분의 요리를 하려면 얼마나 진이 빠질까. 뭐 그리 중한 손님이라고. 다시 볼 일이 없을 가능성이 더 높은데. 그렇기에 더 정성껏 밥상을 차리는 사람들. 같은 상황에서도 마음 씀씀이가 이래 다르다. 손님들이 먹느라 정신없는 사이에도 저 쪽 부엌은 끊임없이 왁자지껄하다. 그 속이 궁금해 부엌 문턱을 넘어 들어서니 손큰 아낙들이 세숫대야 크기만한 양푼이 빌세라 땀 닦을 여유 없이 요리 삼매경이다. 졸지에 제 밥상을 빼앗긴 동네 아이들은 부엌 귀퉁이에 서서 허기를 채운다. 요리는 아낙들의 몫이지만 접시를 나르고 정리하는 것은 남자들의 몫이다. 손발이 척척 맞는다. 혹여나 음식이 입에 맞지 않으면 큰일이다 싶었는데 웬걸. 간이 조금 달짝지근했지만 우리 입맛에도 맛깔났다. 푸짐한 점심 식사는 다음날 황니링, 황니령 마을에서도 맛볼 수 있었다. 천불산풍경구 인근 선착장에서 유람선을 타고 오우강댐 호수를 1시간여 떠 내려와 한적한 부두에 닿으면 친환경 농사기법으로 농작물을 재배하는 세 곳의 유기농 마을로 들어갈 수 있는데 그 첫 마을이 황니링이고 이어서 삼절령三??과 저부양?埠洋 마을이 자리한다. 오늘의 메인은 닭요리. 쑤이창현의 대표적인 토종닭 사육지인 만큼 닭고기 맛은 두말 할 것 없거니와 모든 음식에 조미료를 넣지 않았으니 식재료도 조리법도 제대로 된 건강식이다. 황니링, 삼절령, 저부양 세 마을은 이 마을에서 저 마을이 훤히 내다보일 만큼 지척에 있어 하나의 마을이라 해도 무리가 없다. 세 마을 모두 합해 500여 가구. 적지 않은 가구 수인데 더없이 한적하다. 마을 가운데 위치한 꽁껑슈위엔躬耕?院,, 궁경서원이 세 마을의 구심점 역할을 한다. 꽁껑슈위엔은 이 일대 마을에 친환경농법을 도입한 뚜따오셩杜道生, 두도생 교수가 마련한 곳으로 농경학습과 연구를 위한 교육 장소로 활용하고 있다. 이곳에서 연구 개발한 무공해 농법은 주변 마을에도 적극적으로 보급한다. 대표적인 친환경 농법으로 농약 대신 매운 고추를 삶은 물을, 화학비료 대신 오리와 닭의 배설물과 퇴비를 사용하는데 여기에 고대의 농서에 기록된 전통 농사기법까지 재현하고 있다고 한다. 꽁껑슈위엔은 일반에 개방하지 않지만 저명한 문인, 화가 등 예술가들에게는 문을 열어두었다. 작품 활동을 하며 머물 수 있도록 시설을 갖추고 있다. 최대 10명이 이용 가능한데 별도의 비용은 필요치 않지만 한 가지 조건이 있다고 한다. 마을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할 것. 일종의 재능기부이다. 몸소 궁, 밭갈 경. 궁경躬耕은 스스로 농사를 짓는다는 뜻이다. 이곳에서는 농사일이나 글을 쓰는 일이나 다 똑 같다. 결국 제 몸을 부려야 편히 먹고 잘 수 있다. 황니링에서 삼절령을 지나 저부양을 뒤로한 꽁껑슈위엔까지 마을을 크게 한 바퀴 돌아본다. 밀짚모자 눌러 쓴 농부들은 모내기 끝낸 논두렁을 살피느라 바쁘다. 매미 소리 요란하고 나비도 이리저리 잘 노니니 쌀알은 분명 야물게 익고 있으리라. 마을 사람들이 내밀던 산열매에 쭈뼛했었는데 이젠 “이것도 먹어도 되요? 저것도 맛있어요? 도전!” 이라 외치고 있다. 쑤이창현의 마을을 걷는 내내 론리 허스 밴드Lonely H’s Band의 <고향에 살어리랏다>가 귓가에 맴돌았다. 언제부터였을까. 하늘의 별을 의심하고, 탐스런 딸기를 의심하고, 고운 장미를 의심하고도 모자라 정겨운 골목마저 의심하는 도시의 일상. 한때는 꿈이었고, 가장 맛있어했고, 사랑의 다른 말이었으며 어린 날의 소중한 기억이었는데. 내가 변해서 그런 건지 세상이 변한 건지. 생각보다 더 많이 메마르고 고독했었구나. 그 마음 어떻게 알아챘는지 쑤이창의 산골 마을 사람들은 소박하나 푸짐하게, 수줍지만 정겹게 다독여 주었다. Travel to Suichang 저장성 날씨 열대계절풍기후대에 속하는 저장성은 우리나라처럼 사계절이 뚜렷하지만 여름엔 동남아처럼 매우 무더운 반면 겨울에는 상대적으로 따뜻한 편이다. 비 내리는 날도, 강우량도 많은 편이니 쑤이창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면 날씨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쑤이창 가는 길 올해 6월22일부터 진에어가 쑤이창현과 인접한 닝보寧波, 영파로 매주 월, 금요일 주 2회 운항을 시작했다. 그럼에도 닝보에서 쑤이창현까지는 차로 4시간 거리. 결코 만만한 여행길은 아니다. 머리카락 보일까 꼭꼭 숨어 쉽게 길을 터주지 않는 쑤이창현은 덕분에 자연도 사람도 티 없이 맑고 순하다. 쑤이창현으로 여행을 떠나고자 한다면 지난 7월2일 쑤이창현 인민정부와 업무협약을 맺고 난젠옌풍경구, 홍싱핑온천리조트의 한국총판으로 현지에 홍보 및 여행대리사무소를 개설한 (주)레드팡닷컴을 통해 상품을 예약하거나 여행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월요일 항공편을 이용한다면 4박5일, 금요일 항공편을 이용한다면 3박4일간의 쑤이창현 힐링캠프에 한 발짝 더 가까이 갈 수 있다. 여행상품 ‘죽림竹林의 향연 난젠옌南尖岩·석모암·천불산·홍싱핑온천’ 3박4일 49만9,000원부터, 4박5일 54만9,000원부터. 02-6925-2569 인천-닝보 항공 스케줄 매주 월요일(4박5일 상품), 금요일(3박4일 상품) 출발. LJ731 15:30 인천 출발, 16:30 닝보 도착 LJ732 17:30 닝보 출발 20:30 인천 도착 닝보-쑤이창현 간 교통편 닝보공항에서 버스 또는 택시로 이동하여 닝보버스터미널에서 쑤이창으로 가는 직행 장거리 버스를 이용한다. 매일 아침 8시45분 출발. 약 4시간 소요, 102위안. 직행버스는 1일 1회뿐이므로 닝보에서 리수이?水, 여수를 거쳐 쑤이창으로 이동하는 것을 추천. 닝보에서 리수이행 버스는 오전 9시55분부터 2시간 간격으로 운행. 3시간 30분 소요, 105위안. 리수이에서 쑤이창행 버스는 오전 6시10분부터 1시간 간격으로 운행. 1시간 30분 소요, 32 위안. 1, 2 쑤이창현 따껑춘 마을의 모습, 대나무와 계단식 논밭, 그 아래 한적한 농가가 쑤이창의 분위기를 전해 준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軍, 이번주 독도방어훈련…해병대 상륙훈련도

     군 당국은 7일부터 해병대의 독도 상륙훈련 등을 포함한 독도방어훈련을 3박4일간 실시한다.  군 관계자는 2일 “독도방어훈련은 연례적으로 실시하는 훈련이기 때문에 이번 주말부터 예정대로 실시한다.”면서 “우리 영토인 독도에 불법으로 접근하는 가상 선박을 퇴치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혔다.  해군 1함대사령관이 주관하는 이번 훈련에는 3200t급 한국형 구축함과 1800t급 호위함,1200t급 잠수함, 해상초계기(P-3C), F-15K 전투기, 3000t급 해경 경비함 등이 참가한다.  해군 관계자는 “독도방어훈련은 함정간 통신교환,검색,수중 탐색,기동훈련 등으로 이뤄진다.”면서 “매년 실사격 훈련은 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병대는 1사단 병력이 참여하는 독도 상륙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다.  군 소식통은 “해병 1사단 병력이 헬기를 이용해 독도에 상륙하는 훈련을 계획하고 있다.”면서 “작년과 재작년에는 기상 여건 등을 고려해 실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에 독도 상륙훈련을 하게 되면 2009년 이후 3년 만에 실시하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군은 1990년대 초부터 해경과 합동으로 ‘동방훈련’이라는 작전명으로 독도방어훈련을 실시해오다가 1997년부터 합동기동훈련으로 명칭을 바꿔 매년 두 차례 실시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시론] 사람을 배려하는 문화기술이 절실하다/김재하 서울예술대 디지털아트학부장

    [시론] 사람을 배려하는 문화기술이 절실하다/김재하 서울예술대 디지털아트학부장

    얼마 전 삼성 갤럭시폰과 애플 아이폰의 음성인식 프로그램을 비교한 글이 트위터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아이폰의 시리(Siri)에게 “피곤해.”라고 세번 말을 걸었더니 “한숨도 못 주무신 거예요?”, “운전 중이 아니길 바랄 뿐입니다.”, “당장 이 아이폰을 내려놓고 잠시 주무세요!”라고 각각 다른 대답이 나왔다. 반면에 갤럭시폰의 S보이스는 세번 모두 “저는 피곤하지 않습니다.”라는 똑같은 대답을 했다고 한다. 이 글에 대해 시리의 음성인식기술이 S보이스보다 뛰어나다, S보이스가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등 아이폰의 기술을 높이 평가하는 댓글이 많았다. 그러나 필자는 이 일화에서 기술을 따지기 이전에 애플과 삼성의 기술 접근방식에서의 근본적인 차이를 간파해야 한다고 본다. 애플이 중시하는 것은 창조성과 사람에 대한 배려라면, 삼성이 중시한 것은 기능성과 예측 가능성이었다. 그 결과 시리는 사람을 배려하는 소통을, S보이스는 기계적인 완고함을 드러냈다. 문제는 어느 쪽이 앞으로 시장과 사회를 리드할 수 있느냐이다. 산업의 패러다임이 기능과 효율성에서 다양성과 창의성, 감성 위주로 진화하는 현상은 미래학자의 예측이 아니라 이미 일상에서 목격되는 트렌드가 되었다. 첨단 기술만이 소비자를 이끄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를 배려하고 소통을 위해 노력하는 인간 중심의 창의적인 생각이 보다 더 선도적이고 첨단 기술로 작용할 수도 있다. 사람을 배려하는 기업과 상품이 시장에서 앞서 나갈 수밖에 없다.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이러한 시대적 변화를 감지하고 대처해 왔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인문학과 기술을 아우르는 ‘통찰력’을 통해 디자인과 소비자 경험을 기기, 소프트웨어, 기기 작동방식 등 다양한 분야에 일관되게 적용하도록 했다. 구글은 정보와 정보 사이의 다양한 관계를 표현하고 인간적 사고로 의미를 파악할 수 있는 웹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인문학적 접근을 시도해 왔다. 인문학 어워드를 제정하고 수여한 것이 대표적인 노력의 사례이다. 인텔도 인간의 근본적인 속성에 대한 연구를 강화하기 위해 ‘상호작용 및 경험 연구소’(Interaction & Experience Research Lab)를 설립하고 연구소장으로 문화인류학 전공의 제네비브 벨을 임명했다. 선진국 정부들도 ICT 분야에서 학문적 융합을 위한 다학제 간 융합정책을 일찌감치 도입했다. 미국은 ICT의 핵심 요소 학문들을 의학 등 특정 영역에 적용하기 위해 분야 간 협업 체계와 연구가 필요함을 인식하고, 1991년 HPC(High-Performance Computing) 법안 제정 후 NITRD(Networking and Information Technology Research and Development)를 통한 다기관(multiagency) 연구를 지원해 왔다. 영국 역시 과학·기술을 활용해 경제·사회 영역에 제공할 수 있는 잠재적 기회 요인을 발굴하고, 이를 현실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자 통상산업부(DTI) 산하 과학기술국(OST) 주관으로 1994년부터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떤가? 문화기술에 대한 정부의 지원 정책도, 대학의 연구도, 기업의 상품도 다소 경직돼 있다. 선진 경쟁국과 비교우위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정책적 측면에서도 아직 하드웨어를 중심으로 한 기술 위주의 접근이 주를 이룬다. 소프트 파워와 서비스 산업 중심의 지식기반경제에 진입했다고 외치지만 아직도 산업화 사회의 패러다임에 머무르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는 사람과 소비자에 대한 배려가 자리 잡기 어렵다. 단순하고 획일적인 현재의 소통 문화기술을 개인의 다양한 관심사와 요구를 고차원적으로 표현·전송·보관할 수 있는 차세대 휴먼 네트워킹 시스템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기술을 위한 기술이 아니라 이 시대가 요구하는, 사람을 배려하는 문화기술 연구·개발(R&D)을 위해서는 인문학과 예술에 보다 관심을 가지는 융합적·학제적 접근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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