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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륙속의 한국기업] LG전자-생산·마케팅 등 철저한 현지화

    [대륙속의 한국기업] LG전자-생산·마케팅 등 철저한 현지화

    LG전자의 중국전략 해답은 철저한 현지화다. 생산·마케팅·인재육성·연구개발 분야에서 4대 현지화 전략을 세웠다.LG전자에게 중국은 단순한 수출 전진기지나 판매기지가 아니다. 생산·판매·서비스 등 모든 것을 현지에서 해결하는 ‘현지 완결형’ 기업구조를 만들었다. LG전자는 한·중 수교 직후인 1993년 후이저우 법인을 설립했다. 현재는 15개 법인에서 3만 5000여명이 일하고 있다. 전체 중국법인 종업원의 98%가 현지 직원들이다. 현지 노동조합도 지원한다. 노조를 기피하는 외국기업과 달리 생산법인 설립 초기부터 회사가 먼저 노조설립을 지원했다. 이런 적극적인 회사의 지원을 받은 노조는 성수기에는 잔업이나 특별근무를 자발적으로 자원하고, 비수기에는 제품 판매에 나서는 등 회사와 노조 모두 ‘상생(相生)’하는 결과로 나타났다.‘노사(勞使)’라는 표현에는 대립적인 의미가 있어 노경(勞經)이라는 말을 쓰는 한국에서처럼 중국에서도 회사와 노조는 한 식구임을 강조하고 있다. 후이저우, 톈진, 상하이 법인 등에서 벌이고 있는 ‘펀(fun)경영’ 전략도 유명하다. 후이저우 법인에서는 전문강사를 매주 불러 댄스동작을 지도하는 에어로빅 스쿨 등을 운영하고 있다. 펀 경영은 신나는 일터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통해 현지 직원들의 소속감을 높이는 것은 물론 조직의 유대관계를 돈독하게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 현지기업과 합작을 통한 사업운영 전략도 주효했다.LG전자는 진출 초기부터 중국기업과 합작법인 형태로 설립, 중국기업의 강점과 LG전자의 강점을 결합해 조기에 사업기반을 확보했다.LG전자 관계자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중국 진출때 독자법인 형태로 운영하다 실패한 경우가 많았다.”면서 “LG전자의 합작법인 운영은 중국기업으로 뿌리를 내리고 성장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에서 하는 사업이 성공하려면 수립된 사업전략을 일관되게 추진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LG전자는 진출초기에 만든 중국사업의 골격을 지금까지 한번도 수정하지 않고 일관되게 추진해 왔다.”고 강조했다. LG전자는 중국 소비자의 상위 30%를 목표로 한 대형디지털 영상가전, 초콜릿폰, 스탠드형 에어컨, 양문(兩門)형 냉장고, 드럼세탁기 등 고가 프리미엄 제품을 늘리고 있다. 특히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대형디지털 영상가전 시장이 더 커질 것으로 보고 50인치 이상의 PDP TV,42인치가 넘는 LCD TV 등 대형제품에 주력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중국 현지에서 인기가 높은 드라마 ‘대장금’의 주인공인 배우 이영애씨를 광고모델로 내세우는 등 한류 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다. LG전자는 한류마케팅과 함께 ‘중국인에게 사랑받는 기업’이 되기 위해 중국인의 정서에 맞는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도 꾸준히 벌이고 있다.2003년 중국이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공포에 휩싸였을 때 LG전자는 ‘사스 퇴치’를 외치며 중국사랑 캠페인인 ‘아이 러브 차이나’ 운동을 벌였다. 또 선양 등에 ‘LG희망 소학교’를 세우고 TV와 컴퓨터 등 교육 기자재를 지원하기도 했다. 중국 CCTV와 함께 하는 ‘LG이동전화 골든애플’도 유명하다. 대학생들의 지식과 체력을 겨루는 종합오락 프로그램으로 젊은 층에게 인기가 높다. 이같은 활동으로 LG전자는 중국에서 ‘성공한 중국기업’에서 ‘중국민에게 사랑받는 기업’,‘세계로 향하는 중국의 동반자’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LG제품에 대한 이미지가 상승한 것은 물론이다. LG전자는 베이징의 심장부라고 불리는 장안제(長安街)에 중국 내 쌍둥이 빌딩인 ‘솽쯔쭤다샤(雙子座大廈)’라는 사옥을 가지고 있다.LG전자 관계자는 “중국에 투자한 500대 외국기업 중 유일하게 장안제에 초대형 사옥을 가지고 있다.”면서 “이는 중국경제와 함께 성장하는 진정한 동반자라는 점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日, 인도에 3조원대 차관 제공

    |도쿄 박홍기특파원|일본이 전방위적으로 인도 공략에 나섰다. 정확한 의중은 ‘인도의 마음, 사로잡기’라고 할 수 있다. 11억명에 이르는 인구에다 연평균 8% 이상의 고도 성장을 구가하는 인도의 엄청난 시장을 다잡기 위해서다. 나아가 경제성장과 군비 확장을 통해 아시아의 ‘맹주’를 꿈꾸는 중국을 견제, 일본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전략적 판단’도 깔려 있다. 때문에 소비재뿐만 아니라 사회간접자본시설 등의 경제적 투자를 뛰어넘어 긴밀한 군사적 협력 체제까지 갖출 태세다. 아베 신조 총리는 오는 22일 인도를 공식 방문, 내년부터 5년 동안 50억달러(약 4조 6500억원)가 소요될 인도의 고속화물 전용철도 건설에 4000억엔(약 3조 1600억원)의 차관을 제공할 방침이다. 투자 비용의 3분의2를 대는 획기적인 조치이다. 오는 2012년 완공 예정인 화물전용철도의 총 길이는 2800㎞로 델리를 중심으로 최대 상업도시인 뭄바이와 동부 중심도시인 콜카타를 연결한다. 일본경제단체연합회도 아베 총리의 인도 방문 때 250명을 대표단으로 구성, 수행하기로 했다. 아베 신조 총리가 지난해 12월15일 일본을 방문했던 만모한 싱 인도 총리와 채택했던 ‘전략적 글로벌 파트너십 구축을 위한 공동성명’의 본격적인 실천인 셈이다. 일·인 양국은 지난 1월부터 자유무역협정(FTA)보다 한 차원 높은 경제동반자협정(EPA) 체결을 위한 교섭에 들어갔다. 인도와의 군사적 협력 강화도 예전과는 달리 적극적이다. 국제 정치군사적인 역할에 대한 인도의 인식도 일본과 맞아떨어지고 있다. 일본은 지난 4월 초 미국·인도·호주 등과 함께 가나가와현 남쪽 태평양 해상에서 처음으로 4개국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했다. 지난해 5월 양국의 국방장관에서 합의한 상호군사협력 차원에서다. 미·일 안보동맹에 호주에 이어 인도까지 끼워넣어 ‘중국 견제망’을 구축하려는 의도이다. 다만 고이케 유리코 방위상이 지난 8일 미국을 방문했을 때 ‘미·일·호·인 등 4개국의 전략적 대화체제’를 제안했다가 미국의 신중론에 밀려 보류된 상태이다. 일본의 한 외교소식통은 “인도에 대한 일본의 뜨거운 관심은 경제적·군사적·외교적 현안이 포함된 국제정세가 종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hkpark@seoul.co.kr
  • [여성&남성] “남자도 때론 울고 싶다”

    ●힘들 때 곁을 지켜주는 건 동성친구 험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남자들은 강한 척, 잘난 척을 해야 할 때가 많다. 여자 앞에서 눈물 흘리는 걸 부끄러운 행동으로 세뇌받고 자란 남자들은 힘이 들 때 차라리 동성친구에게 기대고 싶다. 회사원 하모(35)씨는 “울고 싶을 때는 동성이 더 좋다.”고 잘라 말한다. 그는 “세상을 살다 보면 여성이건 남성이건 울고 싶을 때가 있다.”면서 “혼자서 소주 한 잔 하면서 울어도 되지만 그건 너무 처량하고, 마음 잘 통하는 친구와 만나 고민을 털어놓으면서 눈물 흘리면 개운하다.”고 역설한다.“물론 이성친구라도 좋겠지만 그건 쪽팔려서 안 된다고 어떤 여자 후배가 말하더라고요.” 송모(36)씨는 “남자도 때로는 다른 이들의 어깨에 기대고 싶고, 잘 못하는 걸 억지로 잘하는 척하지 않고 싶다.”고 털어놓는다.“성장과정이나 현재 하는 일에서 어렵고 힘든 점을 마음껏 털어놓을 수 없을 때, 여자에게는 강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내색을 잘 못하겠더라고요. 그래도 동성에게는 술 한잔 마시며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잖아요. 넋두리도 하고 어리광도 부리고요.” 여자 앞에서 남자가 ‘맥가이버’가 돼야 한다는 것도 남자들끼리만 통하는 고충이다. 송씨는 “자동차, 컴퓨터, 보일러 등 뭐든 망가지면 여자들은 남자 얼굴만 쳐다보면서 ‘(남자가) 그것도 못해?”라고 말한다.”면서 “해결할 줄 모르니 방법도 없고 사실대로 말하기도 난감하다.”고 밝혔다.“그럴 때 남자들끼리는 편하게 잘 못한다고 말하면 잘하는 사람이 하면 되잖아요.” ●평생 친구, 아내 안 부럽다 대기업 연구원으로 일하는 김모(34)씨는 대학부터 취업까지 14년간 희로애락을 함께한 친구를 ‘인생 최고의 동반자’라고 생각한다. 군 복무시절을 제외하곤 언제나 친구들과 함께 있었으며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집은 잠만 자고 나오는 고시원 수준이었다. 김씨 인생의 중심엔 언제나 친구들이 있었다. 김씨가 이렇게 동성 친구들과 어울리게 된 이유는 당시 이공대 여학생 비율이 적었던 이유도 있다. 그는 동성친구가 좋은 이유로 “함께할 수 있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취업 공부는 물론, 좋아하는 운동과 4륜구동차를 이용한 오프로드 여행도 모두 동성친구들과 함께 했다. 그렇다고 독신주의자는 아니다. 김씨는 “뼛속까지 열정으로 가득차 있던 대학시절을 함께한 친구들이 누구보다 저를 이해해주기 때문”이라면서 “지금이라도 친구들과 잘 어울릴 수 있고 좋아하는 것들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언제라도 결혼할 생각”이라며 웃었다. ●“여친은 대중탕에서 등을 밀어줄 수가 없잖아요” 회사원 허모(32)씨는 “친구 등에 물을 끼얹어주고 ‘이태리 타월’로 서로 등을 밀어주면서 느끼는 교감을 여자들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면서 “그럴 땐 정말 이성친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전혀 안 든다.”고 강조한다. “등을 미는 건 목욕의 하이라이트라지만 혼자서는 할 수 없거든요. 그런 경우 이성친구 다 필요 없습니다. 내 등을 시원하게 밀어줄 든든한 동성친구가 백번 낫죠.” 이성보다 동성이 더 좋은 경우로 많은 남성들은 “술 취하고 싶을 때”를 꼽았다. 황모(30)씨는 “나같은 유부남은 이성친구랑 술 마시고 취하면 큰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면서 “특히 술을 과하게 마셔 비틀거릴 때 이성친구가 부축을 해줬다면 큰일”이라고 강조했다.“그런 모습을 ‘마누라님’의 친구나 이웃이 목격을 했다고 생각해 보세요. 아무리 도덕적 정당성을 주장해 봐야 오해는 쉽게 가시지 않을 수 있죠. 같이 취할 때도, 비틀거리는 걸 부축해 줄 때도 동성이 제격이죠.” ●남녀는 언어가 다르다? 장모(37)씨는 남성들과 여성들은 쓰는 언어가 다르다는 생각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결혼 10년이 지나 아들, 딸 한명씩을 뒀지만 지금도 아내와 얘기할 때 낯선 느낌을 받는다는 것. “살다 보면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는 법이죠. 그런데 여자들과 어긋난 관계를 푸는 게 쉽지가 않습니다. 한번 토라지면 며칠씩 말 안하고, 뭘 잘못했는지도 모른 채 관계를 회복하는 데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해야 합니다. 남자라면 술 한잔, 농구 한 게임으로 풀 수도 있을 텐데 여자들의 언어는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장씨는 또한 아내가 자신을 길들이려 할 때는 “한마디로 피곤하다.”며 한숨 짓는다.“‘청소해라, 씻어라, 술·담배 하지 말아라’ 등 아침부터 잠자리에 들 때까지 잔소리의 연속입니다. 차이를 인정해주고 조금씩 이해해주면 안 될까요?”라고 하소연했다. 가족 이야기를 할 때 받는 스트레스도 ‘차라리 남자가 좋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그는 “아내와 양가 얘기를 하다 보면 언제나 서먹해집니다. 시댁이나 친정으로 각자의 집을 구분하고 경제적 문제나 부정적인 이야기라도 나올라치면 언제나 언성이 높아집니다.”라며 얼굴을 찌푸렸다. 강국진 오이석기자 betulo@seoul.co.kr
  • “대통령 부인 역할 따라 국정운영 바뀔 수 있어”

    “대통령 부인 역할 따라 국정운영 바뀔 수 있어”

    “대통령 부인의 사회적 역량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과의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시대정신입니다.” 최근 ‘한국의 퍼스트 레이디(황금가지)’라는 제목의 책을 펴낸 조은희(한양대 겸임교수) 양성평등실현연합 여성정책연구소 대표는 9일 “대통령 부인의 역할에 따라 국정 운영과 내용이 바뀔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책은 이승만 전 대통령의 부인 프란체스카 여사로부터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까지 대통령 부인 8명의 삶을 담고 있다. 기자 출신으로 청와대 비서관을 지내며 전·현직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들을 지근거리에서 취재했던 그는 지난 1년 6개월 동안 이희호 여사를 비롯, 주변 인물들을 만나며 영부인의 인간적인 면모와 공적인 역할 등을 조명해왔다. 그는 윤보선 전 대통령의 부인 공덕귀 여사를 가장 인상적인 인물로 꼽았다.“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신학자로 남편 퇴임 이후 전직 대통령의 부인이라는 신분을 이용, 민주화 운동 동지들을 보호하는 대모역할을 했어요. 뛰어난 능력을 갖췄지만 정작 영부인 시절에는 시대상황 때문에 ‘조롱 안의 새’처럼 살았어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부인 육영수 여사는 “남편의 부족한 점을 지혜로 보완했는데 가장 비정치적이면서도 가장 정치적인 영부인”으로 평가했다. 이희호 여사에 대해서는 대통령을 만든 ‘정치적 동반자’로 평가했다.“이 여사는 학창시절 자신을 소개할 때 ‘히히호호’하며 크게 웃으며 자기 이름을 ‘희호’라고 말하는 등 재치 있고, 노래도 잘하고, 끼가 많았어요.” 김영삼 전 대통령의 부인 손명순 여사는 단독으로 외국 순방에 나선 첫 영부인이다. 짙은 화장과 차이나 칼라를 고집하는 패션의 이면에는 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백반증이 있다고 소개했다. ‘그림자 내조형’인 노태우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는 역대 영부인들 가운데 유일하게 어록이 없는데 남편에게 ‘물태우’로 불린다는 사실을 가장 먼저 전해줬다. 전두환 대통령 부인 이순자 여사는 총명하고 사랑스러운 여성이었지만 아쉽게도 시대정신을 읽지 못해 요란한 영부인으로 평가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일요영화] 조용한 가족

    ●조용한 가족(MBC 일요영화특선 밤 12시45분)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의 충격으로 비틀거리던 한국사회에 기묘한 영화 한 편이 찾아왔다. 그것은 바로 김지운 감독의 충무로 데뷔작 ‘조용한 가족’. 길거리에 붙은 포스터부터가 심상치 않았다. 칠흑 같은 암흑 속에서 “쉿!”하고 침묵을 강요하는 듯한 여섯 개의 표정.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공포스럽기도 한 그 모습은 ‘코믹잔혹극’을 표방한 영화의 분위기와 다르지 않다. 아버지의 퇴직금으로 산장을 개업한 여섯 식구는 투숙객을 맞이할 준비로 분주하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개미 한 마리 얼씬거리지 않는다. 그러다 지칠 무렵 겨우 찾아온 첫 손님이 그날밤 차가운 시신으로 발견된다. 두려움에 떠는 가족들은 살인한 것으로 오인받거나, 막 시작한 장사를 망치게 될까봐 시신을 땅 속에 묻어버린다. 곧 이어 남녀손님이 두 번째로 찾아오는데, 하필이면 동반자살의 장소로 이곳을 고른 사람들이다. 두 사람 역시 이튿날 죽은 모습으로 발견된다. 경악한 가족들은 시체를 또 다시 몰래 매장한다. 하지만 죽었던 남자가 살아나 다시 눈앞에 나타나고, 당황한 가족들은 그를 죽이고 만다. 이제 자의건 타의건 이들은 살인과 암매장의 수렁으로 휘말려 들어가게 된다. 연극연출가 출신의 김지운 감독은 영화판의 신인답지 않은 노련함과 의뭉스러움으로 코미디도 아닌 스릴러도 아닌, 이제껏 보기 어려웠던 블랙코미디 한편을 뚝딱 만들어냈다. 이 영화는 2002년 일본의 미이케 다카시 감독이 ‘가타쿠리가의 행복’이라는 이름으로 리메이크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이케 감독이 “오리지널은 김지운 감독의 첫 작품이어서 그런지 두번 다시 재현할 수 없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같은 영화를 만들려 해도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듯이, 두 영화는 설정만 같을 뿐 분위기와 결말이 완전히 다르다. ‘조용한 가족’ 이후 김지운 감독은 ‘반칙왕’,‘커밍아웃’,‘장화, 홍련’,‘달콤한 인생’ 등으로 필모그래피를 늘리며 ‘조용하지 않은’ 행보를 꾸준히 계속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에 개봉된다는 그의 차기작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은 13분짜리 프로모션 동영상만으로도 프랑스와 영국 시장에 한국영화 사상 최고가로 판매됐다는 소식이 들려와 기대감을 더욱 부풀게 하고 있다.103분.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서울시 별관에 살림 차린 ‘32년 민원인’

    서울시 별관에 살림 차린 ‘32년 민원인’

    서울 중구 서울시청 서소문 별관 2동 2층 주택국 앞 복도의 소파에는 이부자리와 베개, 물병, 선풍기 등 세간살이(?)가 놓여 있다. 세간살이 옆에는 자그마한 체구의 한 할머니가 언제나 자리를 잡고 앉아 있다. 주택국장, 주거정비과장과도 웃으며 인사를 하고, 여직원들은 때로 차도 대접한다. 그는 공무원이 아닌 서울시의 최장기 민원인인 남미연(66)씨이다. 남씨는 1975년부터 서울시를 거의 매일 드나들었다. 그동안엔 낮에만 찾아오다가 2006년부터 집에도 안 가고 서소문 별관에 아예 눌러앉았다. 소리를 치거나 피켓도 들지 않아 일반 민원인이나 용역 직원처럼 보인다. 그의 얘기가 바깥에 알려지지 않은 이유다. ●“억울하고 답답… 서울시가 책임져야지요” “30년을 서울시와 싸웠는데 이제야 찾아왔어요? 필요없어요.” 그의 첫마디엔 언론에 대한 불만이 이만저만 묻어 있는 게 아니다. 하지만 그는 이내 저간의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았다. 사연은 1975년 무허가 건물에 살던 남씨의 오빠가 은평구 응암동의 건물 부지인 시유지 96㎡의 매입 계약을 하고, 계약금만 낸 채 사우디아라비아에 갔다가 사망하면서 시작된다. 당시 남씨는 오빠가 없는 동안 자신이 잔금을 냈다며 그 땅에 대한 권리를 주장했지만 이는 형제들과의 다툼이 됐다. 그러나 이후에 오빠의 친자라며 남모씨가 나타나 상속권을 주장했고, 법원은 그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시는 조카 남씨에게 명의를 넘겨줬다. 이때부터 남씨는 조카를 상대로 한 소유권이전등기 청구소송부터 서울시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까지 20년간 일곱번이나 소송을 했다. 하지만 서류를 챙기지 못한 그는 매번 졌다. 이 과정에서 쥐꼬리만 한 재산도 날렸고, 매일 담당과에 가서 매달리다 2004년엔 공무집행 방해로 벌금형을 받기도 했다. “명백한 내 땅을 서울시가 조카에게 주고도 누구도 책임지지 않아요. 당연히 서울시가 손해배상을 해야지요.” 그는 응암동 땅뿐 아니라 거주하던 은평구 진관외동 무허가 주택도 사기를 당해 입주권을 못 받았다. 행정을 모르는 그에게는 모든 게 ‘시의 잘못’이다. ●서울시 “도와주고 싶지만 근거 찾기 어려워” 서울시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억울한 점이 있어 보여 도와주려 해도 근거가 없다. 한때 18평 임대아파트 입주권을 제시했지만 거부를 당했다. 또 법원에서 시가 남씨에게 1000만원을 배상하라고 강제 조정했지만 그가 받지 않아 공탁했다. 그는 지난 30여년간의 서울시 주택국장과 주거정비과장, 팀장, 구청 담당자들의 이름을 거의 다 외운다. 어느 부서로 자리를 옮긴 것까지 안다. 공무원들은 남씨가 안 보이는 날이면 아픈 것 아닌가 걱정을 한다. 그는 당뇨와 갑상선항진증을 지병으로 갖고 있다. 지난 7월초, 남씨가 몸이 좋지 않아 일주일간 자리(?)를 비우자 직원들은 전화라도 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며 궁금해했다. 김효수 주택국장은 “가능하면 도와줄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는데 시일이 너무 흘러 근거를 찾기가 쉽지 않다.”면서 “그래도 다시 한번 도울 방안을 찾는 중이다.”고 말했다. ●큰딸도 직장 휴직하고 동참 요즘 남씨의 1인 농성장에는 큰딸 이현정(45)씨가 동반자로 앉았다.‘밤에 무섭다.’는 남씨의 말에 직장을 휴직하고 함께 동참한 것이다. 남씨는 “처음엔 자식들도 나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더니 다 커서 내용을 알아보고 이제는 이해를 한다.”며 지난 세월을 되씹듯 말했다. 문제의 땅은 상속받은 오빠의 아들이 지난 2000년에 이미 팔아버렸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이종현의 나이스 샷] 홀인원, 속옷까지 벗어던진 자유

    얼마 전 골프장경영협회의 법률고문 변호사와 라운드를 했다. 그의 실력은 법조계에서 1,2위를 다툴 만큼 유명하다.1∼2번홀에서 무난하게 파를 기록해 “역시 오늘도 언더파를 기록하겠다.”싶었다. 그러나 그는 3,4번 홀에서 어이없는 1m 이내의 짧은 퍼팅을 실수했다. 그러더니 다음홀부터 8번홀까지 이른바 ‘아우디파(4개홀 연속파)’ 행진을 펼치더니 9번홀 버디를 떨궜다. 후반 16번홀까지 이븐파 성적을 낸 고문 변호사는 파3짜리 7번홀에서는 예쁘장한 포물선을 그리며 티샷을 날렸다. 자신도 홀인원임을 직감했고, 나머지 동반자들도 ”홀인원”이라고 외쳤다. 그러나 안타깝게 공은 홀 10㎝ 밖에 박혀있었다. 그린에 도착해보니 공은 컵 언저리를 찢은 뒤 깃대를 맞고 튕겨져 나와 있었다. 공이 0.1㎜라도 컵 안쪽으로 떨어졌다면 다이렉트 홀인원은 가능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홀인원’을 ‘난-드로어스(Non-Drawers)’라고도 한다. 홀인원과 난-드로어스에는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드로어스는 여자의 속옷을 뜻하기도 한다. 앞에 부정어 ‘none’이 붙으니, 당연히 해석은 ‘노팬티’로 바뀌게 된다.‘난-드로어스’는 서양적으로 풀이하면 ‘이왕 할(?)바에야 화끈하게(아무것도 입지 않고)’란 뜻도 은밀하게 내포돼 있다. 의학전문가들은 사는 데 불편함이 없다면 노팬티로 살아가는 게 건강에 좋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대 생활에서는 생각할 수 없는 무례한 일이다. 꽉 끼는 속옷은 남녀에게 모두 좋지 않다. 남성에겐 성욕과 정력을 저하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하고, 여성의 경우엔 불임은 물론 각종 부인병을 일으키는 원흉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골퍼들이 홀인원을 ‘노팬티’라고 말하는 건 어쩌면 맑고 아름다운 자연에서 자유로움과 상쾌한 기분을 만끽하려는 욕구를 희망하는 의도가 숨어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골프장에서 만나는 이들 가운데는 종종 골프 자체보다 지나치게 디자인과 브랜드를 의식한 복장에 신경쓰는 골퍼들이 많다. 백이면 백 꽉 달라붙은 바지로 몸매를 뽐내게 마련이다. 그들이 자연을 앞에 두고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다면 물론, 그건 다행이다. 홀인원은 골퍼의 꿈이자 이상향이다. 자연 앞에 온 몸을 드러낸, 일종의 ‘고백’과도 같다. 그날 필자는 변호사의 홀인원 실패 현장을 목격했지만 라커룸에서까지 그가 어떤 속옷을 입었는지는 물어보지 않았다. 다만 곁눈질을 하면서 음흉하고도 엷게 입가에 웃음만 머금었을 뿐이다. 레저신문 편집국장 huskylee1226@yahoo.co.kr
  • 감동? 애석? 동반자살 연인 ‘영혼’ 웨딩마치

    “얼마나 사랑했으면….젊은 연인들이 잇따라 목숨을 끊었을까요?” 중국 대륙에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잇따라 강물에 뛰어들어 목숨을 끊은 20대 젊은 연인의 ‘영혼 결혼식’을 올려 주변 사람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영혼 결혼식’의 주인공은 중국 중부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에서 살았던 양양(陽陽·가명·24)씨와 롄롄(戀戀·가명·23)씨.이들 남녀는 지난 10일 롄롄씨가 먼저 강에 뛰어들어 목숨을 끊은 뒤 뒤따라 양양씨도 강물로 뛰어들어 숨지자,이들 부모님이 저승에서라도 부부의 연을 맺어 잘살라고 ‘영혼’ 결혼식을 올렸다고 무한만보(武漢晩報)가 13일 보도했다. 지난 10일 낮 양양씨의 집에 전화벨 소리가 급박하게 울렸다.가족중 한 사람이 전화를 받으니 양양씨가 그의 여자친구와 함께 강물에 뛰어들어 목숨을 끊었다는 급보였다. 신발을 신는둥 마는둥 달려간 양양의 가족들은 강 제방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그와 그의 여자친구 신발을 보고는 망연자실한 채 한동안 우두망찰했다.시간이 조금 지나 정신을 차린 양양의 가족들은 그제서야 울음보를 터뜨렸다.이날 오후 4시쯤 공안(경찰)당국은 양양씨와 그의 여자친구 롄롄씨의 시신을 건져 올렸다. 이어 11일 아침 셴타오황허(仙桃皇河) 장례식장에서 목숨을 끊은 양양씨와 롄롄씨는 일가 친척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승에서 못다한 사랑을 다하도록 ‘영혼’ 결혼식을 치렀다.이날 양양씨와 롄롄씨 두 사람의 ‘영혼 결혼식’이 진행된 셴타오황허 장례식장.장례식장의 중앙에는 양양씨와 롄롄씨가 함께 찍은 사진이 걸려 있고 ‘침통하게 추도한다.’는 글이 쓰여진 흰 천이 힘없이 축 처져 있어 조금은 살풍경한 모습이었다. 특히 이 ‘영혼’결혼식에는 이들 남녀의 일가친척 외에도 ‘좀처럼 보기 힘든’ 결혼식을 보기 위해 주변 사람들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뤘다. 오전 9시 정각,장례식장에서 ‘영혼’ 결혼식이 시작되면서 ‘결혼 행진곡’이 흘러 나왔으나 ‘하객’들은 즐거워하기는 커녕 모두 울부짖거나 침통한 표정을 지어,‘영혼’ 결혼식임을 알려주는 듯했다.곧이어 사회자가 애잔한 추도사를 하고 두 남녀를 저승으로 인도하는 장중한 음악이 흐르자 ‘하객’들은 이들 부부와 마지막 이별식을 가졌다. 이들 ’하객’들과는 달리 구경꾼의 표정은 어쩌면 ‘감동’한 것 같기도 하고 어쩌면 ‘애석’해하는 것 같기도 하고….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난감해 하는 모습이어서 대조적이었다. 그러나 이들 두 남녀가 무엇 때문에 이승을 버리고 저승으로 동반했는 지에 대해서는 공안 당국도 이들의 부모도 끝내 밝히기를 꺼려해 알 수 없는 ‘미스터리’로 남게 됐다.다만 양양씨의 부모가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1000만위안(약 12억원) 이상의 재산가인 것으로 밝혀졌을 뿐이다. 온라인뉴스부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이달에 만난 사람] 조지메이슨대 정유선 박사

    [이달에 만난 사람] 조지메이슨대 정유선 박사

    공동저자로 참여한 <첫아이> 출간 기념 사인회를 위해 한국을 찾은 정유선 씨(37세). 그는 2004년 뇌성마비 장애를 가진 사람으로는 최초로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모교인 조지메이슨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의 귀국 소식이 알려지자 여러 매체에서 취재 요청이 쇄도했고, 샘터는 출국을 하루 앞두고, 모교인 동국대 부속여고에서 방송촬영 중인 그를 어렵게 만날 수 있었다. 무리한 일정을 소화하느라 근육통으로 고생하고 있음에도 그는 반가운 눈웃음으로 우리를 맞아주었다. 소녀, 세상에 나가다 고3 때 담임선생님인 김상숙 씨(73세)는 그의 여고생 시절을 이렇게 회상했다. “체력장에서 100m 달리기를 하는데 불편한 몸으로 얼마나 죽을 힘을 다해 뛰던지…. 그는 욕심이 많은 아이였다. “다른 아이들 하는 만큼 다 하고 싶었던, 아니 더 잘하고 싶었던 아이, 하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아 너무 속이 상했던 아이”로 그는 자신을 기억했다. 사춘기 시절, 처음으로 자신을 낳아준 부모님이 원망스러웠다. “사람들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지고 싶었고, 무엇보다 언어 장애 때문에 하고 싶은 말을 제때에 못 하는 자신이 너무 힘들었다”고 그는 말한다. 장애인으로 살아야 할 남다른 삶에 대한 고민도 깊어졌다. ‘이제 대학에 들어가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생활이 시작될 텐데 나는 남들 다하는 미팅도 못 할 것이고.’ 세상에 나가는 것이 두려웠던 소녀가 자라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하고 엄마가 되었다. 두려웠다. ‘내가 과연 아이를 기를 수 있을까?’ ‘기저귀 가는 건 잘할 수 있을까?’ ‘아이가 학교에 갔을 때 선생님과 대화는 어떻게 하지?’ 엄마가 되는 건 그가 지금껏 딛고 일어서야 했던 어떤 장벽보다 더 큰 용기와 내적 에너지를 요구하는 일이었다. 첫아이를 세상에 내놓던 날 그는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아가야, 나에게로 와줘서 정말 고마워. 어쩌면 엄마가 다른 엄마들과 똑같이 해주지 못하는 일이 생길지도 몰라. 그것 때문에 너와 내가 조금 힘이 들 수도 있단다. 하지만 약속할게. 건강하고 밝게 자랄 수 있도록 엄마가 최선을 다할게. 우리,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이겨낼 수 있는 강한 사람이 되자.” 이렇게 그는 엄마가 됨으로써는 자신 안에 스스로 만들어 놓았던 벽을 하나 뛰어넘었다. 첫아이는 그에게 엄마로서의 삶뿐 아니라 새로운 길을 열어주었다. 하빈이를 임신하고서 그는 인생에서 궁극적으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기 시작했고, 보조공학으로 전공을 바꾸었다. 보조공학이란 장애우의 불편함을 해소시켜주는 기기나 서비스를 통칭하는 말. ‘무슨 공부를 하고 어떤 일을 하든 장애우들과 함께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생각해왔던 그에게는 정말 하늘이 내리신 공부였다. 그가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는 것도 보조기구의 덕분이다. 작년 2월, 학생들이 제출한 교수평가안을 보고 있는데 하빈이가 그에게 물었다. “엄마는 말을 잘 못 하는데 학생들은 왜 엄마 강의가 체계적이고 명확하다고 평가해?” 그는 차근차근 자신의 장애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그랬더니 하빈이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아프지 않아?” “괜찮아. 엄마는 장애가 있긴 하지만 다른 엄마들하고 똑같잖아. 그리고 열심히 공부해서 박사도 됐고, 대학교에서 학생들도 가르치잖아.” 그러자 하빈이가 또 물었다. “그럼 엄마는 장애가 있으면서 조지메이슨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첫 번째 사람이야?” 언어장애가 있는 사람으로는 처음이라고 했더니 하빈이는 감동을 받았는지 하품을 했다.(하빈이는 언젠가부터 눈물이 나면 꼭 하품하는 척을 한다.) 엄마, 나의 또 다른 이름 어렸을 때 그는 부모님의 한없는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달리기도 공부도 무엇이든 열심히 했다. “너는 장애가 있지만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용기를 주셨고, 장애를 가진 딸을 숨기기보다 어디든 데리고 다니셨던 부모님의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서. 그런데 이제 그에게는 최선을 다해야 할 이유가 또 하나 생겼다. 두 아이의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기 위해서다. 언젠가 하늘나라에 갔을 때 문지기가 너는 누구냐 하고 묻는다면. 그는 이렇게 답할 것이다. “나를 너무나도 사랑해주셨던 아빠, 엄마의 소중한 딸이요, 나를 평생의 동반자로 선택한 장석화 씨의 멋진 아내요, 나에게로 와주어서 너무 고마운, 사랑스러운 하빈이와 예빈이의 친구 같은 엄마요, 나를 아껴주시고 격려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만큼 다 보답하지 못하고 하늘나라에 와 죄송한 정유선”이라고. 월간 샘터
  • [강유정의 영화in] 다이하드 4.0

    브랜드가 되어 버린 영화들이 줄기차게 속편을 내놓을 때, 관객은 지친다.1편보다 못한 속편이 될 것을 뻔히 알면서도 관객들은 전편의 즐거움을 기대한다. 하지만 대개 후회와 실망을 돌려 받을 뿐. 그럼에도 불구하고 속편의 호출은 거부하기 힘든 매혹이다.‘형만한 아우없다.´지만 ‘구관이 명관´이란 말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고백하자면,‘다이하드 4.0’을 보기 전의 나의 심정도 별반 다를 바 없었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다이하드 4.0’은 우려를 불식시키는 속편이다.‘다이하드 4.0’은 1988년의 성공적 원작을 2007년엔 어떻게 재조형해내야 할지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간단히 말해, 디지털 시대에 건진 아날로그 스타일의 액션 영화인 것이다. 4편의 명민함은 기존 ‘다이하드’의 공식을 적절히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입증된다.‘다이하드’가 액션 영화의 브랜드가 된 데에는 몇 가지 공식이 있다. 첫 번째 황금연휴에 사건이 발생한다. 두 번째 뉴욕 경찰 존 매클레인은 ‘우연히’ 사건에 개입하게 된다. 세 번째, 존 매클레인은 가족과 지독히도 사이가 나쁘다. 네 번째, 엉뚱한 동반자를 얻는다. 다섯 번 째, 죽도록 고생하지만 결국 해결해낸다. 여느 속편들이 그렇듯이 ‘다이하드’ 시리즈도 성공했던 이 공식을 재조립해왔다고 말해도 무방하다. 문제는 속편의 회차가 늘어갈수록 구조만 앙상해질 뿐 본래의 뉘앙스를 잃어갔다는 점에 있다. 악당들은 유명 배우의 이미지로 희석됐고 우연한 동반자가 때로는 존 매클레인을 압도하기도 했다. 중요한 것은 관객이 ‘다이하드’에서 원하는 것이 그렇고 그런 공식의 반복과 재조립은 아니었다는 사실이다.2007년 판 ‘다이하드 4.0’이 주목을 끄는 점도 바로 이 부분이다. 흥미로운 것은 눈길을 끄는 부분이 아날로그적인 오래된 스타일이라는 사실이다. 최첨단 해킹기술을 탑재한 악당과 싸우는 맨몸뚱이의 존 매클레인 형사처럼 영화는 최첨단 테크놀로지 영화 세상을 구식 액션으로 관통해나간다. 자동차가 로봇으로 둔갑하고 그 로봇이 몸싸움을 하는 기묘한 스펙터클 가운데서 자동차가 뒤집어지고 총격이 오간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존 매클레인의 둔중하고 엉성한 몸매는 피트니스 클럽에서 방금 샤워를 마치고 나온 듯한 ‘300’의 인물이 주지 못한 질감을 선사하고 구식 자동차 추격 장면은 컴퓨터그래픽에 결여된 쾌감을 준다. 촌스러워 폐기했던 오래 묵은 관습이 오히려 진짜 아드레날린을 자극한 셈이다. 컴퓨터의 ‘C’자도 모르고, 키보드 앞에서 독수리 타법으로 쩔쩔매는 그이지만 존 매클레인을 연기하는 브루스 윌리스는 한동안 잊고 있었던 재미를 주는데 성공한다. 슈퍼카나 죽이는 시각 효과가 등장하는 것도 아니지만 ‘다이하드 4.0’은 훌륭하다. 진짜 살과 진짜 몸이 부딪히는 둔탁한 파열음, 이 영화엔 바로 그것이 있다. 영화평론가
  • [스포츠 돋보기] KIA, 악플 대책은 성적이다

    프로야구 KIA가 지난 7일 전격 폐쇄했던 홈페이지 커뮤니티를 12일 다시 열겠다고 11일 밝혔다. 극성 팬들의 ‘악플’에 커뮤니티 폐쇄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했었다. KIA는 10일 현재 28승47패1무, 꼴찌로 선두 SK와의 승차가 무려 19경기나 벌어져 있다. 이 때문에 팬들은 홈피 커뮤니티를 비롯해 각종 포털 등에 정재공 단장과 서정환 감독의 퇴진을 주장하는 글을 올렸다. 이는 팬들의 있을 수 있는 반응의 하나이다. 일부 극성 팬들이 이 틈을 노려 특정인을 감독으로 추대하기 위해 나선 점이 문제를 크게 부풀렸다. 그것도 페넌트레이스가 한창인 시점에서 지도부의 퇴진을 요구한 것은 다소 지나친 행동으로 보인다. 중도 퇴진한다고 달라질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오히려 혼란만 불러올 수 있다. 시즌이 마무리된 뒤에 해도 충분하다. 이번 소동의 원인을 제공한 정모씨는 결국 이날 KIA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렸다. 서 감독과 정 단장이 현재 ‘날개 없이 추락’하고 있는 팀에 뚜렷한 재건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지만 악플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한 야구인은 “선수와 코치진은 동반자적인 관계가 아닌가. 팬들도 답답하겠지만 참고 기다려야 한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어쨌든 프로는 성적으로 말한다. 올해 SK 사령탑을 맡은 김성근 감독은 선수를 혹사시키고, 잦은 투수 교체로 경기 시간을 지연시키는 등 경기를 재미없게 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현재 팀이 선두를 질주하자 지난 7일 인천 연고팀 사상 최단 기간에 40만 관중을 돌파했다. 선수단 분위기도 좋아지고 있다. 단장이 야구를 하든, 감독이 야구를 하든 프로는 성적이 최우선이다. 이런 저런 말이 나오는 것은 결국 성적이 나쁘기 때문이다. 하루빨리 팀 분위기를 추스려 다시 포효하는 호랑이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김영중기자 jeunesse@seoul.co.kr
  • [이종현의 나이스샷] 엄마·아빠 나서지 마세요

    얼마 전 한 일간지에서 국내 전용 캐디 1호 인터뷰를 실은 적이 있다. 지은희의 전용 캐디가 국내 1호라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국내 전문 캐디 1호는 이미 10년 전에 탄생했다. 국가대표 출신 이종임(현재 일본 거주) 프로가 같은 대학(이화여대) 후배 유미란씨와 6년간 국내 필드에서 호흡을 맞췄다. 1,2호를 따지자는 것이 아니다.‘세계 골프 3강’으로 불리는 국내에 아직까지 전용 캐디가 없다는 건 심사숙고해야 할 문제다.1990년대 초반 국내 대회 개인 상금이 1억원을 넘었을 때 최상호 프로에게 전용 캐디의 필요성을 묻자 그는 최소 2억원은 돼야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2007년 시즌 현재 국내 투어 상금 1위를 살펴보면 김경태가 2억 6000만원, 신지애가 2억 8000만원을 벌어들였다. 올시즌 절반 정도가 소화된 걸 감안하면 연말이면 3억∼5억원까지도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사실 국내 프로들이 일본이나 미국으로 진출할 때 가장 먼저 찾는 것이 전용 캐디다. 프로골퍼와 전용캐디는 바늘과 실 같은 존재다. ‘전용 캐디제’가 늦어지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골프선수의 ‘대디(아버지)’와 ‘맘(어머니)’이 직접 백을 메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전용 캐디를 모시기엔 아직까지 상금 수익이 적다는 것이다. 더욱이 여력이 충분한 톱랭커의 경우에도 필요성을 느끼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A선수의 어머니는 직접 백을 멘다. 잘 칠 때는 별 문제가 없지만 못 칠 경우엔 갤러리 앞에서 욕을 하는가 하면 심할 땐 손찌검까지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비단 A선수의 어머니만이 아니다. 아버지들이 백을 멜 경우엔 더 심한 욕설과 폭력으로 선수의 경기력을 방해하는 경우도 있다. 이제 한국 부모들은 “내 자식은 내가 책임진다.”는 한국적 정서는 버려야 한다. 외국에서조차 ’코리안 대디’와 ‘맘’의 극성은 유명하다. 이제는 순수하게 갤러리로 돌아가야 한다. 지은희 선수의 경우뿐만이 아니라 제3, 제4의 전용캐디가 나와야 한다. 한국엔 자원도 풍부하다. 지은희 선수와 호흡을 맞추는 캐디는 국내 골프장 하우스캐디 출신이다. 풍부한 경험과 연륜은 분명 선수에게 좋은 결과를 내주는 동반자가 될 것이다.레저신문 편집국장 huskylee1226@yahoo.co.kr
  • 거짓말 같은 홀인원

    2007년 7월7일 골프장 7번홀에서 77번이란 번호가 찍힌 공을 7번 아이언으로 쳐서 홀인원을 했다면 믿을 사람이 있을까. 이런 거짓말같은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울산시 울주군 삼동면 보라컨트리클럽은 지난 7일 비회원 이모(50)씨가 에드워드코스의 길이 146m짜리 7번홀(파3)에서 7번 아이언으로 젝시오 제품의 77번 공을 쳐서 홀인원을 했다고 9일 밝혔다. 컨트리클럽측은 경기 직후 이씨의 홀인원 사실을 경기보조원으로부터 확인한 뒤, 클럽하우스에서 축하 꽃다발을 증정하고 기념 사진촬영을 했다고 말했다. 컨트리클럽측은 “평생에 한번 하기도 힘든 홀인원을 이씨는 ‘행운의 7’이란 숫자 7개를 연관되게 맞춘 듯이 홀인원을 했다.”면서 “당시 동반자들은 기적같은 일이 일어나자 크게 놀라워하며 경기내내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홀인원을 기록한 이씨는 싱글 수준의 골퍼로 이 날도 홀인원을 포함해 18홀에서 76타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울산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EU, 中의 阿 진출 ‘위기감’

    |파리 이종수특파원|거세지는 중국의 아프리카 진출에 유럽연합(EU)이 긴장하기 시작했다. EU집행위원회는 27일(현지시간) 발표한 정책보고서에서 “아프리카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대처하려면 과거 식민지였던 아프리카 국가들과 동등한 동반자 관계로 거듭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보고서는 이어 “오는 12월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리는 EU-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 관계 개선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EU집행위가 회원국의 인식 전환을 촉구한 것은 중국의 아프리카 교역이 급증하면서 영향력이 커지는 상황을 견제하자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날 정책보고서에 참석한 한 EU관계자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중국이 아프리카에서 큰손이 됐다.”고 말했다. EU가 지난해 아프리카와 교역한 규모는 2000억 유로(250조여원)로 여전히 세계 최대다. 그러나 중국도 430억유로로 오르며 최대교역국 자리를 넘보게 됐다. 최근 중국이 각종 지원과 원조 확대를 노리고 아프리카에 물량 공세를 퍼부으면서 유럽 등 서방과 에너지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신경전을 벌여 왔다.vielee@seoul.co.kr
  • [Seoul Law] ‘전문변호사’ 찾아주기 나섰다

    [Seoul Law] ‘전문변호사’ 찾아주기 나섰다

    오는 9월23일 창립 100주년을 맞는 서울지방변호사회 하창우(53) 회장을 26일 만났다. 그는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 사무실에서 ‘변호사 찾기’라는 서류를 보고 있었다. 하 회장은 ‘변호사 찾기’는 시민들이 사건을 맡길 변호사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하는 서울변호사회의 서비스라고 강조했다.1986년부터 21년 동안 변호사 생활을 하다 올해 1월 서울지방변호사 회장을 맡은 하 회장이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의뢰인들로부터 들은 가장 많은 고충은 변호사를 찾기가 힘들다는 것. 변호사 찾기가 힘들기 때문에 법조 브로커들이 생겨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변호사 분야별 구분 승소율 등 정보 제공 하 회장은 “의뢰인들은 사건이 당장 닥쳤는데도 어떤 변호사에게 사건을 맡겨야 할지, 변호사의 전문 분야는 무엇인지, 변호사의 승소율은 어떻게 되는지를 몰라 애를 먹는다.”면서 ‘변호사 찾기’ 서비스를 강화하는 배경을 설명했다. 하 회장은 서울변호사회 100주년 사업으로 변호사 찾기 서비스와 무료법률상담 강화, 시민과 함께하는 마라톤대회 등을 준비하고 있다. 하 회장은 “변호사는 국민으로부터 먼 곳에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면서 “변호사는 앞으로 국민의 곁으로 다가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100주년 캐치프레이즈를 ‘변호사는 여러분의 든든한 동반자입니다.’로 내걸었다. 변호사 찾기 서비스는 변호사의 전문 분야와 주요 승소 사례, 의뢰인과의 상담 사례, 동료 변호사와 의뢰인의 추천 의견, 수상 경력 등을 제공할 계획이다. 징계 내용도 공개한다. 현재 서울변호사회 홈페이지(seoulbar.or.kr)의 유명무실한 ‘변호사 찾기’ 서비스를 확대 강화하겠다는 얘기다. 그래서 의뢰인들은 검색란에 사건의 종류만 쳐도 해당 사건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변호사들의 이름이 뜨도록 만들겠다는 게 하 회장의 구상이다. 예를 들면 이혼 분야뿐 아니라 이혼 뒤의 양육문제를 전문으로 다루는 변호사 명단을 알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하 회장은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피의자가 구치소에 있는 형사사건의 경우에는 가족이나 친지들이 대신 홈페이지를 방문해 전문변호사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호사법 위반에 징계 강화할 것 하 회장은 최근 변호사의 변호사법 위반사건이 늘어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서울지방변호사회의 분쟁조정위원회에 변호사 수가 적던 시절에 보기 힘들던 생계형 비리가 많이 늘었다.”면서 “징계를 강화하고, 어려운 변호사와 젊은 변호사들에게 무료법률상담이나 법원 조정위원, 검찰 항고심사위원 등에 참여할 것을 권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한경쟁시대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변호사들이 무료법률상담에 적극 참여할 것을 주문했다. 무료법률상담은 결국 사건 수임을 늘릴 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얘기다. 법원 조정위원과 검찰 항고심사위원을 맡으면 실무경험도 늘릴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서울지방변호사회 어제와 오늘 국내 최초의 소송대리인은 일본에서 법률학을 배웠던 장훈씨. 그는 1900년 일본 상인에게 6200원의 채권을 돌려받지 못한 실업가 이재필의 소송을 대리해 승소 판결을 받아냈었다. 국내 변호사 1호는 1906년 변호사 자격증을 딴 홍재기 변호사다. 이어 이면우·정명섭 변호사 등이 1907년 9월23일 한성변호사회를 결성해 창립인가를 받았다.1905년 국내 변호사 제도가 처음 도입된 지 2년 뒤다. 당시 변호사법이 만들어진 이유는 1903년 러·일 전쟁 뒤 일본인이 한국에 많이 진출, 각종 이권에 개입해 일본인과 한국인 사이에 분쟁이 많았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 때는 독립운동에 가담한 변호사들도 나왔다. 허헌 변호사는 3·1운동 지도자들의 무료 변론과 신간회 활동을 하다가 4년간 옥고를 치렸다. 광복 이후 변호사들은 고소득·전문직으로 부러움을 샀고, 상당한 부를 축적했다.80년대 초까지만 해도 전국 변호사 수가 1000명을 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약자와 정의를 위해 살던 변호사들도 적지 않다. 고 이병린 변호사는 1964년 한·일회담 반대 시위로 비상계엄이 선포되자 계엄 해제와 구속자 석방을 건의했다가 구속됐다. 1980년대 대표적인 민주투사인 고 조영래 변호사는 1984년 최초의 빈민 집단소송인 망원동 수재 사건을,1986년 공권력에 의한 여성 인권 유린이 처음 폭로된 부천 성고문 사건을 변론했다. 이 사건은 1987년 민주화 투쟁의 기폭제가 됐다. 강신옥 변호사는 1974년 군법회의 법정에서 ‘민청학련’사건 피고인들을 변론한 게 문제가 돼 기소되는 등 인권변호사들이 고초를 겪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올해 100주년을 맞아 김주원 변호사를 위원장으로 하는 100년사 편집소위를 꾸려 100년사를 작성하고 있다.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WP 전면광고로 낸 편지 화제

    |워싱턴 이도운특파원|21일(미국시간) 아침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의 독자들은 뜻하지 않은 친구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한때 전쟁을 치렀던 베트남의 응우옌 민 찌엣 주석이 전면광고를 통해 미국인들에게 보낸 편지였다. ‘친애하는 미국 친구들에게’로 시작되는 편지에서 찌엣 주석은 베트남과 미국간의 오랜 인연을 강조하면서 새로운 동반자로서 양국간의 우호증진을 역설했다. 베트남 전쟁이 끝난 지 32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한 베트남의 국가정상인 찌엣 주석은 뉴욕을 거쳐 이날 워싱턴에 도착했다. 한 나라의 정상이 방문국 국민들에게 신문광고를 통해 우호의 편지를 보낸 것은 아주 이례적인 일이다. 찌엣 주석은 미국 국민들에게 ‘과거의 적’이라는 이미지보다 ‘현재의 우방’임을 부각시키려는 듯 작년 베트남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조지 부시 대통령과 만나 악수하는 모습 등 두 장의 사진을 함께 실었다. 찌엣 주석은 편지에서 “베트남과 미국간의 지리적인 거리에도 불구하고 두 나라 관계는 미국의 탄생 즈음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면서 미국 독립선언서 작성자이자 3대 대통령인 토머스 제퍼슨이 지난 1787년 자신의 버지니아 농장에서 쓸 볍씨를 베트남에서 얻으려고 시도했던 역사를 소개했다. 또 베트남의 독립선언문이 제퍼슨의 명문장인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태어났다.’는 구절로 시작된다고 밝히는 등 친근감을 강조했다.dawn@seoul.co.kr
  • 카르멘 ‘검은 머리 빨간 치마’ 공식 벗다

    막이 오르면 금발의 젊은 여인이 아슬아슬한 나이트 가운을 입고 무대에 등장한다. 카르멘이 치렁치렁한 검은 머리에 빨간 치마를 입은 집시여인이라는 고정관념이 무너지는 순간이다. 한편에선 작곡가 자신이 극중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등장인물은 모두 실존인물로, 세상을 떠난 건축가의 초청을 받아 천상으로 건너간 작곡가와 음악평론가는 베토벤과 괴테를 만난다. 러시아 스타니슬랍스키 극장 오페라단의 대작 오페라 두 편과 삶과 꿈 체임버 싱어즈의 단막 오페라 두 편이 주말부터 잇따라 무대에 오른다. 스타니슬랍스키 극장은 비제의 ‘카르멘’과 차이콥스키의 ‘스페이드의 여왕’을 고양아람누리에서, 삶과 꿈 체임버 싱어즈는 강석희의 ‘지구에서 금성천으로’와 라흐마니노프의 ‘알레코’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지난 14∼17일 국립오페라단이 현대 오페라의 서막을 연 것으로 평가되는 알반 베르크의 ‘보체크’를 공연한 데 이어 오페라라면 곧 ‘19세기 이탈리아 작곡가의 낭만파’를 연상했던 한국 오페라 무대의 ‘공식’이 6월들어 완전히 깨지는 셈이다. ●스타니슬랍스키 극장, 고양아람누리 공연 콘스탄틴 스타니슬랍스키(1863∼1938년)는 러시아의 배우이자, 연출가이다. 꾸민 듯하고 과장된 신파조 연기방식을 타파하고 사실주의적 기법을 도입했다. 1941년 창설된 스타니슬랍스키 극장은 황실극장들과는 다르게 서민의 생활 속으로 파고들고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으면서도 품격을 유지하는 오페라를 추구했다. 다른 오페라들이 화려한 세트와 의상, 가창력에 초점을 맞춘다면 스타니슬랍스키 극장은 배역에 완전히 몰입하는 연기를 특징으로 한다. 현대적으로 해석한 ‘카르멘’은 상임 예술감독인 알렉산드르 티텔이 연출해 1999년 초연한 것. 이 극장의 대표작으로 첫번째 해외공연이다. 러시아의 대문호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스페이드의 여왕’은 전 예술감독인 레프 미하일로비치가 1976년 연출해 높은 평가를 받던 것으로 티텔이 이번에 재연출했다. 스타니슬랍스키 극장은 고양아람누리의 개관을 기념하는 이번 공연을 위해 오페라단과 합창단, 발레단, 오케스트라 등 210명이 대거 내한한다. ‘카르멘’은 28∼30일,‘스페이드의 여왕’은 7월5∼7일 각각 오후 7시 고양아람누리 아람극장.3만∼15만원.(031)960-0011. ●삶과 꿈 체임버 싱어즈 1986년 9월의 어느 날 단테의 ‘신곡’에 나오는 이상향 금성천(金星天)의 예술가촌. 먼저 자리잡은 건축가 김수근이 예술적 동반자였던 음악평론가 박용구와 작곡가 강석희를 초대했다. 창덕궁 옆 원서동에 공간 사옥을 지은 김수근은 금성천에도 같은 이름으로 건물을 세웠다. 김수근은 “미노스 궁에 미로를 지은 다이달로스가 공간 사옥이 마음에 들었다면서 새로운 작품을 지어 보라고 권했다.”고 말한다. 잠실올림픽주경기장과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옛 문예회관) 등을 설계한 건축가 김수근이 1886년 타계한 뒤 그를 기리는 문집이 만들어졌다. 신갑순 삶과 꿈 체임버 싱어즈 대표는 이 문집에 실린 작곡가 강석희의 글을 기억해냈고, 오페라를 위촉하면서 ‘지구에서’는 대본으로 탈바꿈했다.‘지구에서’는 연극배우 윤석화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의 독백을 맡는다. ‘지구에서’가 초현실적인 작품이라면 집시의 고통스러운 운명을 그린 ‘알레코’는 러시아 낭만파의 진수를 보여준다. 라흐마니노프가 19세에 작곡한 것으로 ‘스페이드의 여왕’과 마찬가지로 원작은 푸시킨의 소설이다.23∼24일 오후 6시 LG아트센터.2만∼10만원.(02)318-1726.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사설] 北, 미국으로 가는 베트남을 보라

    베트남 응우옌 민 찌엣 주석이 종전 32년만에 미국을 찾은 것은 시사점이 적지 않다. 한때의 적대국과 이념·체제를 뛰어넘어 경제적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베트남은 지난 15년간 미국과의 점진적 관계 진전을 통해 아픈 과거를 씻고 원한을 털어내는 과정을 겪었다. 찌엣 주석의 방미는 베트남 개혁·개방(도이머이)과 실용주의의 백미이자 세계평화의 모범적 사례로 꼽기에도 모자람이 없을 것이다. 지구촌 평화와 경제협력 증진은 21세기의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이는 한 국가의 생존과도 직결된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찌엣 주석의 발언에 주목하고자 한다. 그는 방미에 앞서 “유연하지 않으면 시대에 맞게 국가를 경영할 수 없고, 이념의 포로가 되면 개혁·개방은 성공하지 못한다.”라고 했다. 국가 최고지도자의 유연한 사고가 나라의 안위와 국부(國富)를 좌우한다는 점에서 매우 교훈적이다. 특히 핵무기를 껴안고 주변 국가를 위협하고 불편하게 만드는 북한은 실용주의의 위력이 어떤 것인지 이번에 눈여겨보기 바란다. 북한은 대미 관계 개선을 위해 인식을 바꾸고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미국과 베트남의 새로운 동반자 관계는 전쟁과 군사적 대립이 낡은 시대의 유물임을 잘 보여주지 않는가. 북한은 2·13 합의의 이행과 핵무기의 즉각 폐기를 통해 평화의 주체로 나서야 한다. 동시에 실용적 경제 개방으로 국익을 외면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미국과 대등한 관계를 이룬 베트남의 사례가 북한에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 베트남 美 ‘경제 파트너’로 새출발

    베트남 美 ‘경제 파트너’로 새출발

    응우옌 민 찌엣 베트남 주석이 18일(현지시간) 베트남 최고 지도자로는 처음으로 종전 32년 만에 미국 땅을 밟았다. 뉴욕 월스트리트 방문을 시작으로 22일 워싱턴에서 조지 부시 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 6일간의 일정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의 면담과 23일 로스앤젤레스 방문도 예정돼 있다. 찌엣 주석의 방미는 두나라의 적대 관계를 공식적으로 청산하고, 경협 확대를 발판으로 국제사회에서 새로운 동반자 관계를 확립하기 위한 역사적 이정표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과거는 과거일 뿐, 미래를 위해 누구와도 손잡을 수 있다.’는 실용 정책의 정점을 보여주는 행보다. 그는 방미에 앞서 한달 전 중국을 방문, 미·중 사이에서 등거리 외교를 펼치겠다는 의지를 과시했다. 1995년 수교 이래 미국은 2000년 빌 클린턴 대통령, 지난해 11월 조지 부시 대통령이 베트남을 방문했다. 베트남은 2005년 판 반 카이 총리를 미국에 보냈을 뿐 최고 지도자의 답방은 미뤄왔다. ●32년만에 새 동반자관계 구축 찌엣 주석은 방미길에 100여명의 경제인을 대동하고, 첫 방문지로 뉴욕 월스트리트를 택했다. 증권거래소를 비롯해 서구 자본주의의 심장부를 직접 체험하겠다는 의지다. 뉴욕에 머무는 동안 미국과 베트남 기업인들은 에너지와 금용서비스,IT, 정보통신 분야에서 협력 계약을 맺을 예정이다. 로이터통신은 국영 베트남항공사의 보잉항공기 도입 계약도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두나라의 교역량은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2001년 15억달러에서 지난해 96억달러로 불어났다. 베트남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함에 따라 미국의 투자 규모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두나라는 자유무역체제로 진입하기 위한 기본 협정에 서명한다. 찌엣 주석은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양국의 경제 협력과 투자 확대를 위한 새 방안들을 모색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인권·고엽제 피해보상이 걸림돌 찌엣 주석의 방미에 대해 국제인권단체와 미 의회 관계자들은 인권 문제를 제기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베트남이 올 들어 무더기로 체포한 반체제 인사들을 전원 석방하고, 가택연금 상태에 있는 종교지도자들의 연금 해제를 요구했다. 이런 반발에 부담을 느낀 베트남은 지난 10일과 16일, 수감 중이던 반체제 인사 2명을 풀어주는 ‘성의’를 보였다. 고엽제 피해보상 문제도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베트남 고엽제피해자협회는 18일 뉴욕에서 고엽제 피해보상 소송 항소심을 지켜본 뒤 전국 주요 도시를 돌며 홍보전을 펼칠 계획이다. 하지만 “두나라 관계가 이런 문제에 타격을 입지 않을 만큼 성숙했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위기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자동차] 휴가용 차량 ‘국산 RV’ 이것이 강점이다

    [자동차] 휴가용 차량 ‘국산 RV’ 이것이 강점이다

    여름휴가가 성큼 다가왔다. 해외로 나가거나 기차·버스로 여행할 게 아니라면 자동차야말로 가장 중요한 야외생활의 동반자가 될 것이다. 특히 산으로 들로 바다로 가게 되는 여름휴가에는 미니밴(CDV),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레저용 차량(RV)이 여러모로 적합하다. 공간 활용도와 기능성 측면에서 일반 세단 승용차가 따라오지 못하는 다양한 편리성과 즐거움을 주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체들의 ‘휴가용 차량’들을 알아봤다. RV의 최대 강점은 다목적성. 일반 승용차보다 실내공간이 넓고, 다양한 시트 배열을 통해 공간 활용을 자유롭게 할 수 있으며 많은 도구와 장비를 실을 수 있다. 디젤엔진 차량이 많아 오프로드에서 높은 파워를 낸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현대 ‘그랜드 스타렉스´ 듀얼도어 채택 현대차가 지난 5월 출시한 ‘그랜드 스타렉스’는 미니밴과 미니버스의 장점을 결합시켰다. 우선 ‘듀얼 슬라이딩 도어’를 채택했다. 간단한 조작으로 자동으로 문이 열려 편하게 차에 오르내릴 수 있다. 시트는 몸을 감싸듯 인체공학적으로 설계해 장거리 여행에서 오는 피로도를 최소화했다. 기존 모델은 2열(두번째 좌석 줄)의 개인공간이 구분되지 않아 코너링 때 한 쪽으로 몸이 쏠렸지만 그랜드 스타렉스는 독립된 시트에 넉넉한 등받이가 적용됐고, 충분한 쿠션을 느낄 수 있게 설계됐다. 앞좌석과의 짧은 거리와 낮은 등받이 때문에 어린이들만 태우던 4열도 넉넉해져 어른들도 편하게 앉을 수 있다.2∼4열 시트에는 롱 슬라이딩 기능이 적용돼 좌석을 최대 0.9m까지 이동할 수 있다.2∼4열을 모두 앞으로 이동시키고 4열 시트를 위로 접어 밀어 넣으면 1.1m의 공간이 확보돼 짐을 싣는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편의사양도 강화돼 에어컨이 각 열마다 천장과 좌석 밑에서 독립적으로 나온다. 뒷좌석에서도 별도로 에어컨 풍량을 조절할 수 있다. 국내 유일의 ‘듀얼 선루프’를 통해 시원한 외부 개방이 가능하다는 것도 특징이다.HVX 모델의 경우 앞좌석 글로브 박스에 아이스박스와 같은 ‘쿨박스’ 기능이 적용됐다. ●기아 ‘그랜드 카니발´ 공간배열 탁월 기아차 ‘그랜드 카니발’은 4열로 구성된 11인승 미니밴으로 시트 배열에 따라 다양하게 공간을 연출할 수 있다.2열은 26㎝,3열은 32㎝,4열은 14㎝까지 슬라이딩 형태로 앞뒤로 움직인다. 작은 짐을 실을 때에는 1∼3열은 그대로 두고 4열을 접어 앞으로 밀어 붙이면 되고, 큰 짐을 실을 경우에는 3열과 4열을 앞으로 접으면 된다. 이 경우 최대 1412ℓ의 적재 공간이 나온다.2열의 가운데 의자와 3열의 오른쪽 끝 의자를 세로로 접을 수 있어 손쉬운 승·하차가 가능하고 1열부터 4열까지 편하게 옮겨다닐 수 있다. 특히 3열 9인승 시트로 구성된 카니발 리무진은 간단한 조작으로 다양한 시트배치가 가능하다.2열 시트는 탈착이 가능하고,3열 시트는 6대4 분할과 함께 실내 바닥 밑에 격납이 가능한 ‘싱킹’(sinking) 기능이 적용돼 최대 4008ℓ의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이 정도 크기면 웬만한 놀이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뒷좌석에도 DVD플레이어가 달려있다. ●GM대우 ‘윈스톰´ 터보엔진 장착 GM대우 ‘윈스톰’은 소형 SUV로 분류되기는 하지만 전장 4635㎜, 전폭 1850㎜, 전고 1720㎜로 실내공간이 넉넉한 편이다.2000㏄급에서는 국내 최초로 전자가변형 터보차저 커먼레일 디젤엔진을 장착해 폭발적인 야외 주행감을 느낄 수 있다. 첨단 자동변속기를 채택해 변속 충격 없이 안락한 여행을 할 수 있다. 실시간으로 차량의 주행 상태를 모니터링해 구동 방식을 자동으로 바꿔주는 기능(액티브 온 디맨드 4휠 드라이브)도 있다. 평상시에는 2륜으로 운행하다 별도의 4륜 구동 조작 스위치 없이 0.2초 내로 자동 전환이 되는 것이다. 진흙, 모래사장 등 험한 길에서 탁월한 주행 성능을 발휘한다.GM대우 관계자는 “여성 운전자들이 특히 이 기능에 많은 매력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또 중앙부에 동급 최대 7인치 액정표시장치(LCD) 스크린을 적용해 주행가능 거리, 평균 연비, 평균 속도, 전자동 에어컨 등 운전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SUV 최초로 냉장 기능 글로브 박스가 장착됐다. 뒷좌석 승객을 위해 7인치 액정 스크린을 활용한 엔터테인먼트 기능도 갖췄다. ●쌍용 ‘로디우스´ 멀티미터 설치 쌍용차의 ‘액티언 스포츠’는 넓은 데크를 갖고 있어 서핑보드, 대형 튜브 등에 이르기까지 크고 많은 짐을 실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데크에 텐트나 천막을 치면 안전한 야외 보금자리로 활용할 수도 있다.‘로디우스’는 2열을 뒤로 돌려 4열과 마주보고 앉고,3열을 접어 탁자로 사용할 수 있다. 또 깊고 험한 산 속에서도 방향과 고도를 알 수 있는 멀티미터가 장착돼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최근 출시되는 RV들은 설계 때부터 다양한 레저활동을 즐기려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반영해 만들어지고 있다.”면서 “함께 휴가를 떠나는 사람들의 수와 행선지 특성, 실어야 하는 화물의 규모 등에 맞춰 적합한 차를 고른다면 캠핑 전용카 못지않은 편리함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SUV업계 ‘싼타페 2.0’ 비상 현대자동차가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싼타페’의 보급형 모델을 내놓으면서 업계 안팎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3월 출시돼 중형차 시장을 빠르게 잠식한 그랜저 2.4와 같은 상황이 SUV 차종에서 재연될지 논란도 분분하다. 현대차는 지난 14일 싼타페 2.0 VGT 모델을 출시했다. 기존 2200㏄형 싼타페의 배기량을 2000㏄로 줄이고 가격도 최대 134만원 낮췄다. 덩치는 그대로 유지됐지만 배기량 기준으로는 ‘투싼’(현대),‘스포티지’(기아),‘윈스톰’(GM대우),‘카이런 2.0’(쌍용)과 동급이 된 셈이다. 싼타페 2.0 출시는 최고 3500만원이 넘는 기존 싼타페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 수요층을 넓히려는 것이 기본 전략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싼타페 2.2 모델의 우수한 디자인과 성능, 사양을 그대로 이어받으면서 가격은 100만원 이상 낮춤으로써 경제적 부담 때문에 선택을 망설였던 고객들을 흡수,SUV 시장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쟁 차종들을 견제하려는 의도도 읽힌다.GM대우 윈스톰의 성장세를 차단하고 연말에 출시될 르노삼성 H45(프로젝트명)에 맞대응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관측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르노삼성 H45는 2000㏄급이기는 하지만 덩치가 투싼·윈스톰보다 크기 때문에 현대가 싼타페의 배기량을 낮춤으로써 H45를 겨냥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전망은 둘로 나뉜다. 그랜저 2.4가 출시된 이후 중형차 시장을 빠르게 잠식했던 전례로 미루어 소형과 중형에 걸쳐 SUV 시장에서의 파이를 더욱 키울 것이라는 분석이 있는가 하면 반대의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싼타페 2.0은 가격이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기존 2000㏄급 모델들보다는 몇백만원이 비싼데다 SUV 구매자들은 특정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랜저 2.4가 쏘나타 시장을 일부 잠식한 것처럼)오히려 같은 회사 투싼의 시장을 잠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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