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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고] ‘주먹대장’ 만화가 김원빈 선생

    [부고] ‘주먹대장’ 만화가 김원빈 선생

    ‘주먹대장’으로 인기를 모았던 원로 만화가 김원빈 선생이 30일 오후 심근경색으로 별세했다. 77세. 고인은 1953년 ‘태백산맥의 비밀’로 데뷔했으며, 1958년 불의에 맞서는 소년의 활약상을 담은 주먹대장을 창작하는 등 1960~70년대 한국 아동만화를 이끌었다. 특히 50년대 후반 출간된 ‘주먹대장’은 단행본과 인기 만화 잡지 어깨동무 등에 연재돼 세대를 넘나들며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고인은 꼼꼼하고 완벽한 데생으로 후배 만화가들에게 만화의 정석으로 통했다. 조관제 한국만화가협회 회장은 “고인은 연재 제의를 숱하게 받고도 마음에 드는 작품만 선보일 정도로 완벽주의자였다.”면서 “만화의 교과서 같은 작품을 남기고 떠나셨다.”고 말했다. 그는 ‘아기포졸’ ‘검은 댕기’ ‘척척동자 아기’ 등 토속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작품 30여편을 남겼다. 고인의 빈소는 인천 예지요양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1월 1일이다. (032) 765-4431.
  • [7일 TV 하이라이트]

    ●강연 100℃(KBS1 밤 10시) 외식업계에서 ‘마이더스의 손’이라 불리는 오진권씨에게도 ‘마이너스 손’이었던 시절이 있다. 가난을 견디지 못해 집을 나왔던 16살 때부터 직업군인으로 입대해 20살 때까지 그는 구두닦이, 좀약장사 등 안 해 본 일이 없다. 그러다 그는 배고팠던 어린시절부터 꿈꿔온 4평짜리 분식점으로 외식업계에 첫 발을 디뎠다는데…. ●사랑과 전쟁 2(KBS2 밤 11시 10분) 아들의 교육문제에 물불을 가리지 않는 열혈엄마는 오늘도 아들을 국제중학교에 보내기 위해 고군분투 한다. 아들의 교육문제에만 집착하는 아내 때문에 남편은 돈 버는 기계로 전락한다. 아내는 병든 시모까지 모른 체하며 아들의 입시에만 온 신경을 쏟는다. 결국 아내의 이런 집착에 식구들은 점점 지쳐만 간다. ●스타오디션 위대한 탄생 3(MBC 밤 9시 55분)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은 팀은 모두 71개. 이젠 서로 다른 연령대의 참가자들과 섞여 완벽한 합동무대를 선보여야 한다. 팀원들과의 하모니와 함께 각 개인의 매력까지 발휘해야 하는 고난도 경쟁미션. 환상의 목소리부터 팀 불화까지.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하루. 과연 최종 미션수행을 완성시킬 수 있을까. ●궁금한 이야기 Y(SBS 오후 8시 50분) 울산의 한 대형마트에 오래 전부터 묘한 여인이 나타났다. 대형마트 안에 있는 식당가에서 늘 목격할 수 있는 여인은 이상한 행동으로 지켜보는 이들을 경악하게 만든다. 일단 자리를 잡고 앉아 이리저리 눈치를 보면서 식사를 시작하는 여인. 그러던 중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상황이 펼쳐졌다. ●명의(EBS 밤 9시 50분) 아름다운 자연의 소리가 누군가에게는 죽음을 떠올리게 하는 끔찍한 소리가 된다. 쇳소리, 차소리 등 흔히 들을 수 있는 가벼운 소음들이 견디기 어려울 정도의 큰 소리로 귓가에 맴돈다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이명 환자들이다. 과연 어떤 사람들이 이명을 앓게 되는 걸까. 이명을 느끼게 되는 이유와 예방과 치료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콘서트 고백 -내 젊음의 낮은 음자리(OBS 밤 11시 5분) 반가운 가수 조정현, 이범학, 이덕진이 프로그램을 통해 1990년대 감동을 재현한다. 시간을 되돌려 지난날 아름다운 추억의 노래와 이야기를 선사하며 파워풀한 가창력을 뽐내는 이덕진이 ‘내가 아는 한 가지’를 통하여 무대의 시작을 알린다. 이어 이범학과 조정현도 감동적인 무대를 함께한다. 이 프로그램은 방송사 사정에 따라 바뀔 수도 있습니다. KBS 02-781-1800 MBC 02-780-0015 SBS 02-2113-3190 OBS 032-670-5000 EBS 02-526-2000 서울신문STV 02-777-6466
  • 中 또 서태평양 군사훈련… G2 대치 본격화

    中 또 서태평양 군사훈련… G2 대치 본격화

    중국 해군이 또 서태평양에서 군사훈련을 하고 있다. 올 들어 벌써 다섯 번째다. 서태평양은 미 7함대의 ‘활동무대’라는 점에서 다분히 미군을 겨냥한 훈련으로 해석된다. 미·중 간 태평양상 대치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번 서태평양 훈련은 중국 국방부가 28일 웹사이트를 통해 비교적 상세히 소개했다. 훈련에는 동해함대 소속의 미사일구축함 2척(항저우함·닝보함)과 미사일호위함 2척(저우산함·마안산함), 종합보급선 1척(포양후함) 등이 참가하고 있다. 사실상 항공모함만 제외했을 뿐 항모전단을 구성하고도 남을 규모다. 관영 신화통신은 함정들이 이날 오전 10시(한국시간 오전 11시) 일본 오키나와 해협을 통과, 서태평양 해역에 진입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군은 공식적으로 2010년부터 서태평양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그해 4월 처음으로 서태평양에 진출, 대규모 기동훈련을 실시했으며 지난해에는 서태평양 훈련을 6월과 11월 두 차례로 늘렸다. 서태평양 훈련은 중국 군의 해군 발전 구상과 무관치 않다. ‘중국 항모의 아버지’로 불리는 류화칭(劉華淸)은 1982년 해군의 장기발전 계획과 관련, 2010~2020년 항모를 확보해 방어선을 제1열도선(오키나와~타이완~필리핀)에서 제2열도선(사이판~괌~파푸아뉴기니)으로 확대하는 구상을 제시했다. 실제 최근 더욱 빈번해지고 있는 중국 군의 서태평양 훈련은 제1열도선과 제2열도선 사이 해역에서 이뤄지고 있다. 중국은 남중국해에서도 영유권 주장의 강도를 높이며 세력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이 각각 일본과 필리핀·베트남 등을 지원하며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동·남봉쇄’ 포위외교를 강화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관영인 중국국제라디오방송이 운영하는 뉴스 포털 국제재선(國際在線)은 하이난(海南)성이 지난 27일 인민대표대회(지방의회) 상임위원회를 열고 하이난성 관할 해역에서 무단 정박하는 등 불법행위를 하는 외국 선박이나 인원에 대해 억류 등 강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규정한 ‘하이난성 연안 변방 치안 관리조례’를 통과시켰다고 보도했다. 또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주권수호를 보다 구체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조치가 취해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무력시위’와 ‘세력확장’ 한편에서는 대화와 협력 손짓도 보내고 있다. 량광례(梁光烈) 국방부장은 27일 중국을 방문한 레이 마부스 미 해군장관과의 회담에서 “중국의 군사력 증강은 세계의 어느 국가에도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양국 군은 서로 이해가 같은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갈등이 있는 분야에선 이견을 조정하는 노력을 기울이자.”고 제의했다. 베이징 주현진특파원 jhj@seoul.co.kr
  • [씨줄날줄] 강영실 동무/박정현 논설위원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 국무장관은 2000년 10월 북한을 방문해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 면담 시 일화를 올해 소개했다. 그는 “기자회견장에 섰는데 키가 같았다. 나는 당시에 하이힐을 신고 있었는데, 그도 그랬다.”고 회고했다. 김정일 위원장이 키높이 구두를 신고 있었다는 얘기다. 부전자전일까.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도 키높이 구두를 신은 게 아니냐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그의 키는 168~170㎝, 몸무게 90㎏이라는 관측이 있다. 김정은 위원장의 비대한 체구에 비해 북한 주민들의 모습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비참하다. 질병관리본부가 새터민(탈북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9세 이상 성인의 평균신장은 남자 165.4㎝, 여자 154.2㎝로 나타났다. 조선시대(남자 161㎝, 여자 149㎝)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연구결과는 북한 주민들이 겪고 있을 굶주림의 참상을 짐작하게 한다. 17~25세 청년들의 체격이 왜소해지면서 북한군의 징집 기준도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병력 확보를 위해 140㎝이던 하한선은 137㎝로 낮아졌다. 이쯤 되면 일반적인 군인이 아니라 ‘소년 군인’이라고 할 만하다. 김일성 주석 사망과 수해를 겪은 이듬해 200만~300만명이 굶어죽었다는 ‘고난의 행군’ 시절 태어난 1995년생들이 입대 중이다. 개성공단 진입도로변 북측 초소에서 근무하다 지난달 6일 귀순한 북한군의 키는 180㎝로 컸으나 몸무게는 고작 46㎏으로 깡말랐다. 과거에는 출신성분이 좋은 병사들이 개성공단에 배치됐으나, 귀순 병사는 ‘비정상적’인 키 때문에 개성공단에서 근무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북한 군인들 가운데 아사자가 속출한다. 300~400명의 대대급 부대에서 한 달에 굶어죽는 군인이 3~4명쯤 된다는 것이다. 북한에서는 이런 북한군을 은어로 ‘강영실’(강한 영양 실조) 군대라고 부른다. 지난달 군사분계선과 남방한계선 철책을 넘어 ‘노크 귀순’한 키160㎝, 몸무게 50㎏의 북한 병사가 이를테면 ‘강영실 동무’다. 우리 군인들이 그에게 라면을 끓여줘 논란을 빚기도 했지만 인도적인 차원에서 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라면은 북한 사회에서 굶주림을 해결하는 주요 식량으로 자리잡은 모양이다. 한 달 월급 3000~4000원을 받는 북한 주민이 무려 500원을 주고 컵 라면을 사먹고, 탈북자들이 두고온 가족과 친지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물건 1위가 라면이다. 통일 후 남북 주민들의 체격과 생활 수준의 차이를 어떻게 줄여나갈지 지금부터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박정현 논설위원 jhpark@seoul.co.kr
  • [11·6 선택 2012] “여성표심 잡아라” 오바마·바이든 첫 오하이오 동반유세

    [11·6 선택 2012] “여성표심 잡아라” 오바마·바이든 첫 오하이오 동반유세

    미국 대선 마지막 TV토론 다음날인 23일(현지시간) 동트기 무섭게 민주당 후보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밋 롬니 공화당 후보는 각각 2개 주를 넘나드는 살인적 일정을 소화하며 막판 총력전에 돌입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조 바이든 부통령은 이번 대선 첫 동반유세 장소로 최대 격전지인 오하이오주를 택했고, 공화당의 롬니 후보와 폴 라이언 부통령후보도 25일 오하이오를 찾을 예정이다. ‘오하이오를 차지해야 이긴다’는 말이 있을 만큼 미 대선의 가장 중요한 승부처로 꼽히는 오하이오 현지를 본지 특파원이 취재했다. “여러분, 미 합중국 대통령과 부통령입니다.” 23일 오후 4시(현지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데이턴의 야외공원 트라이앵글파크.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조 바이든 부통령의 등장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나오자 평일임에도 유세장을 가득 메운 1만여명의 지지자들은 땅이 흔들리는 듯한 함성을 내질렀다. 먼저 바이든이 셔츠 차림으로 단상에 올라 “오하이오~”라고 길게 외치자, 청중들은 “4년 더”, “4년 더”라는 구호로 화답했다. 바이든은 “롬니가 어제 토론에서 갑자기 (말을 바꿔) 오바마 대통령의 이라크전 정책에 동의했다.”면서 “롬니가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지지선언을 한 셈”이라고 말해 폭소를 불렀다. 그는 “미국인은 정부에 의존하고 사는 사람들이 아니다.”라며 롬니의 ‘47% 발언’을 신랄하게 비난, 지지자들의 속을 시원하게 했다. 짧게 연설을 마친 바이든은 “여러분, 이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소개합니다.”라고 말했고, 3시간 넘게 선 채로 기다리던 지지자들은 고대하던 오바마의 모습이 나타나자 자리에서 펄쩍펄쩍 뛰며 환호했다. 역시 셔츠 차림에 팔을 걷어붙인 활기찬 차림으로 단상에 오른 오바마는 바이든과 뜨겁게 포옹한 뒤 나란히 어깨동무를 한 채 손을 흔들어 환호에 답했다. 두 사람이 함께 유세 현장에 나타난 것은 선거운동이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막판 ‘불꽃유세’에 돌입했음을 알리는 신호탄 격이었다. 바이든이 지켜보는 가운데 오바마가 “헬로, 오하이오~”라고 인사하자 청중들은 또 다시 “4년 더”,“4년 더”라는 구호로 화답했다. 오전 플로리다주 유세에서 열변을 토한 탓에 쉰 목소리였지만 오바마는 “여러분, 싸울 준비가 됐나요.”, “달아오를 준비가 됐나요.”라고 목청껏 내질렀고, 지지자들은 다시 “4년 더”,“4년 더”를 외쳤다. 오바마는 스포츠 응원처럼 주먹을 불끈 쥔 채 “파이팅”을 연호했고 이에 맞춰 지지자들도 덩달아 “파이팅”을 연호하는 장면이 펼쳐졌다. 오바마는 이제 TV토론의 중압감에서 벗어난 듯 홀가분하고 활기찬 표정이었다. 오바마는 “어젯밤 토론에서 롬니는 자신이 과거에 ‘GM 등 미국 자동차 회사들이 부도가 나도록 내버려둬야 한다’라고 한 적이 없다고 우겼다.”면서 “그래서 나는 그를 ‘롬니지아’(롬니+건망증의 합성어)라고 부르는 것”이라고 말해 폭소와 환호를 불렀다. 오바마는 “다른 곳이라면 몰라도 롬니가 과거에 했던 말을 오하이오 주민은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 박수를 이끌어냈다. 오바마는 20분 만에 연설을 마쳤지만 이후 30분간이나 자리를 뜨지 않고 지지자들의 악수에 응하는 등 각별히 정성을 들였다. 유세현장에서 만난 백인 남성 제리 슈미트(55)는 “오늘 아침부터 오하이오의 분위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면서 “오바마가 오하이오에서 6% 포인트 정도 차이로 이길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오하이오에서 30년 간 살았다는 그는 “오하이오의 실업률은 전국 평균보다 낮은 데다 오바마의 노력으로 오하이오의 자동차 산업이 회생했다.”며 “4년 전 대선보다는 힘든 싸움이지만, 오하이오가 롬니의 공세를 막는 방화벽 역할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백인 여성 수전 콜라크(57)는 ‘오바마를 지지했던 백인 여성들이 롬니 지지로 옮겨가는 조짐이 여론조사에서 나타난다’는 질문에 “내 친구들은 모두 오바마 지지자들”이라고 부인하면서 “약속을 지킨 오바마가 4년 더 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날 오전 데이턴 시내 공화당 선거사무실에서 만난 공화당원들의 견해는 정반대였다. 6개월 전부터 롬니 지지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는 낸시 터커(61)는 “내 주변엔 오바마를 지지하는 여성이 한 명도 없는데, 어떻게 오바마의 여성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오바마는 벨트 아래를 때리는 권투선수처럼 사악한 사람”이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평범한 시민들은 의견을 말하는 것을 대체로 조심스러워했다. 인구 14만명으로 오하이오에서 네번째로 큰 도시인 데이턴의 거리에서 마주친 40대 남성은 “투표할 사람이 마음에 있기는 하지만 밝히고 싶지 않다.”면서 “다만 세금을 자꾸 올리는 것은 반대한다.”는 말만 남기고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데이턴(오하이오주)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서울광장] 박근혜, 가지 않은 길을 가야 한다/김종면 수석논설위원

    [서울광장] 박근혜, 가지 않은 길을 가야 한다/김종면 수석논설위원

    “국민통합이라는 인(因)을 통해 행복이라는 과(果)를 만들어 내겠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다짐이다. 이른바 ‘100% 대한민국’을 통한 국민행복론이다. 국민통합을 이뤄 행복한 세상을 만들겠다니 참 좋은 얘기다. 그러나 한편 공허하다. 자신만의 원칙과 소신에 의한 통합이고 행복이 아닌가 하는 우려에서다. 지난주 출범한 국민대통합위원회, 아니 100%대한민국대통합위원회는 그 거창한 간판만큼이나 실망도 크다. 박 후보가 진정으로 국민통합을 포기할 수 없는 가치요, 시대정신으로 여긴다면 애당초 다른 건 몰라도 대통합 위원장만큼은 내가 직접 맡겠다고 나섰어야 했다. 티격태격 볼썽사나운 싸움 끝에 할 수 없이 미봉책으로 위원장을 떠맡은 꼴이 됐으니 그게 무슨 원칙이고 소신인가. 한물간 호남 인물을 영입한다고 지역통합이 되고 전향한 좌파 인사를 끌어들인다고 이념통합이 되는 게 아니다. 진정성을 의심받는 보여주기식 통합은 국민의 눈에는 한갓 정치유희로 비칠 뿐이다. 새누리당은 쇄신과 비리, 통합과 봉합이 나란히 어깨동무하는 이상한 동거정당이다. 비리 전력이 있는 한광옥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을 대통합 위원장에 임명하면 사퇴하겠다며 배수진까지 친 안대희 정치쇄신위원장은 한 전 고문이 수석부위원장으로 내려앉자 슬그머니 물러섰다. 위원장 자리를 절대 양보할 수 없다던 한 전 고문은 내가 뭘 더 바라겠냐며 꼬리를 내렸다. 밸 없는 게도 아니고, 정말 속 좋은 사람들이다. 그런 강단으로 도대체 무슨 쇄신을 하고 무슨 통합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1인의 카리스마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새누리당의 퇴행적인 조직 문화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강자 앞에 모두가 두려워 납작 엎드리는 백수습복(百獸?伏)의 세계, 그게 바로 지금 새누리당의 자화상이다. 결국 모든 건 박 후보에게 귀착된다. 통합이든 쇄신이든 박 후보가 하면 하고 안 하면 안 하는 그런 기형적 체질에서 누가 어떤 감투를 맡든 별 의미가 없다. 어차피 박 후보 개인의 ‘명령일하’ 리더십만이 힘을 발하는 판국이다. 그런 만큼 더욱 엄정한 눈으로 박 후보의 본질을 살펴봐야 한다. 시대의 화두인 국민통합이야말로 그 리트머스 테스트다. 국민통합이라는 과제를 어떻게 선한 방식으로 풀어 내느냐에 대선의 성패가 달렸다. 문제는 다시 과거사다. 모든 게 과거사 블랙홀로 빨려드는 대선 상황을 우려하는 이들도 없지 않다. 그러나 분명한 건 과거를 잊고서는 한 발자국도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는 사실이다. 역사는 아무리 지우려 해도 지워지지 않는다. 정직하게 마주해야 한다. 박 후보는 5·16과 유신, 인민혁명당 사건에 이어 부마민주항쟁에 대해서도 아쉬운대로 사과를 하고 넘어갔다. 하지만 정수장학회라는 또 하나의 검질긴 과거사가 가로놓여 있다. 진실은 하나다. 이제는 말해야 한다. 법적으로 장학회에서 손을 뗐으니 자신과 관계없는 일이라고 입다무는 건 책임있는 정치인의 자세가 아니다. 박 후보가 뒤늦게나마 장학회에 대한 입장을 밝힌다니 다행이다. 법적으로 무관하다는 판에 박힌 형식논리에서 벗어나 어떤 진전된 모습을 보일지 궁금하다. 생각의 혁명이 필요하다. 이번에는 꼭 정서적 울림이 있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해법을 내놓기 바란다. ‘정수’라는 을씨년스러운 역사의 이름을 지워내고 ‘원상회복’ 수준의 사회 환원을 실현하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 끝내 ‘못난 과거’를 훌훌 털어버리지 못하고 헛것에 연연한다면 더 이상 미래는 없다. 박 후보 앞에는 ‘가지 않은 길’이 놓여 있다. 모든 걸 버리고 한달음에 그 길로 달려가라. 인정할 것 인정하고 사과할 것 사과하고 내려놓을 것 내려놓고 박정희 딸이 아닌 ‘정치인 박근혜’의 길을 가면 된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구를 떠올리며 스스로를 다잡아 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아, 나는 뒷날을 위해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이제 지긋지긋한 과거사의 동통(疼痛)에서 벗어나야 한다. 국민이 무슨 죄인가. jmkim@seoul.co.kr
  • [12일 TV 하이라이트]

    ●머시니스트(KBS1 밤 12시 20분) 단순 노동을 반복하는 기계공 트래버(크리스천 베일)는 1년째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 앙상한 몰골에 소극적인 행동으로 동료들로부터 소외되고, 유일한 말동무는 공항 커피숍의 웨이트리스 마리아와 매춘부인 스티비뿐이다. 그러던 그의 생활에 아이반이라는 남자가 등장하면서 의문의 사건들이 발생한다. ●오감만족 세상은 맛있다(KBS2 밤 8시 20분) 모든 것이 호수 위에 둥둥 떠 있는 멕시코의 수상마을 소치밀코. 배를 타고 호수 위를 유유히 떠다니면 어느새 다가오는 정체 모를 배들. 다름 아닌 찐 옥수수, 고춧가루 맥주, 과일을 가득 실은 배가 다가와 입맛을 자극하는데…. 한편 배와 배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건너다니며 펼치는 수상 콘서트를 함께한다. ●MBC 파워매거진(MBC 오후 4시 30분) 심각한 수준의 자연재해로 전 지구가 두려움에 떨고 있다. 국제사회는 기후변화 적응을 지원하기 위한 녹색기후기금(GCF)을 출범하기로 했다. 선진국이 기금을 마련해 개도국과 후진국의 온실가스 배출 문제를 미리 예방하도록 돕는 기구로 녹색기후기금 사무국 유치를 두고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는데…. ●여행의 기술(SBS 오후 5시 35분) 34살의 안혜경은 배우와 MC를 넘나들며 활약하고 있다. 그런 그녀가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찾기 위해 여행 컨설턴트가 추천한 여행지로 힐링과 익사이팅한 체험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인도네시아 발리로 떠난다. 프로그램에서는 여행을 통해 다재다능한 안혜경이 그동안 숨겨왔던 이야기를 들을 기회를 가져본다.. ●하나뿐인 지구(EBS 밤 11시 10분) 제주의 성산일출봉에서 배로 15분 거리에 있는 우도는 해안과 절벽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섬이다. 멀리서 보면 바다에 소가 누워 있는 형상을 한 우도의 대표적인 관광지는 180만 년 전 화산분출로 형성된 소머리 오름이다. 바다와 맞닿은 기암절벽이 절경을 이루는 소머리 오름은 또 새들의 천국이기도 하다. ●대뜸토크(OBS 밤 7시 5분) 문재인 대선 후보와 10년지기이자 문재인 후보 캠프의 싱크탱크를 맡은 이정우 경제민주화위원장과 함께한다. 그가 다른 후보들이 내놓은 경제민주화에 대한 솔직한 평가와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에 대한 허심탄회한 입장을 밝힌다. 또한 최초로 공개되는 참여정부, 담쟁이포럼의 탄생 비화 등을 들어본다.
  • [사건 Inside] (45)가짜 치매 할머니, 가짜 아들과 은행에…치매 노인 울린 사기꾼들

    [사건 Inside] (45)가짜 치매 할머니, 가짜 아들과 은행에…치매 노인 울린 사기꾼들

    지난 4월 2일 경기도 남양주의 한 은행에 중년의 한 남성이 할머니를 대동하고 들어왔다. 이 남성은 은행 직원에게 자신이 이 할머니의 아들이라고 소개했다. “어머니가 통장을 잃어버리셨다고 하네요. 재발급을 받아야 하는데….” 할머니는 아들의 도움으로 서류를 작성해 은행 직원에게 건넸다. 할머니의 신분증과 서류를 확인한 은행 직원은 두 사람에게 새 통장을 발급했다. 은행 업무에 어두운 노인들이 자녀와 함께 은행을 찾는 것은 흔한 일. 하지만 두 모자는 달랐다. 이들은 실제로 모자 지간도 아닐 뿐더러 통장 주인도 아니었다. 이들은 은행 직원이 만들어 준 통장으로 실제 주인인 김모(82·여)씨의 예금 6억 4000만원을 몽땅 인출한 뒤 자취를 감췄다. 아들을 자처하던 이모(46)씨는 범행 5개월 뒤 강원랜드 카지노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조사 결과 이씨에게는 공범들이 있었고 이들은 계획적으로 김 할머니의 예금을 노리고 범행을 계획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치매 할머니 집에 CCTV 달아준 ‘양아들’의 속내는… 이씨가 김 할머니를 알게 된 것은 지난 3월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한 다방. 치매 초기 판정을 받은 김씨는 동네 다방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이 잦았다. 평소 김씨는 “집에 폐쇄회로(CC)TV를 달아야 하는데….”라는 말을 자주 했다. 남편과 단 둘이 사는 고급 빌라에 도둑이 들까 걱정이 많았기 때문이다. 김씨가 다방을 찾을 때마다 말동무가 돼 줬던 다방 여주인은 건축일을 하는 신모(57)씨를 소개시켰다. “꼭 우리 어머니 같아서 제가 정말 잘 해드리고 싶어요. 또 불편하신 점은 없으세요?” 착실한 인상의 신씨는 서글서글한 태도로 김씨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처음에는 CCTV 공사만 하겠다고 하더니 나중에는 집수리까지 도맡았다. 급기야 ‘양아들’을 자처하면서 김씨의 잔 심부름까지 도맡았다. 그러나 신씨의 행동은 돈을 노린 ‘거짓 효도’였다. 이 동네 주민 대부분이 부유층인 것을 알고서 먹잇감으로 치매를 앓고 있는 김씨를 고른 것이다. ●남의 돈을 태연히…사기꾼이 생각해낸 ‘깜짝 무기’는… 김씨는 치매기 때문에 평소 주변 사람들에게 간단한 은행 업무를 부탁해 왔다. 신씨가 노린 것은 바로 이것이었다. 김씨의 부탁으로 은행을 드나든 신씨는 김씨의 통장에 6억 4000만원이라는 거금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속웃음을 지었다. 은행 심부름으로 김씨의 인적 사항과 계좌 번호, 통장 비밀번호 등을 이미 알고 있는 터였다. 단지 거액을 감쪽같이 인출하기 위해서는 어렵지 않은 준비만이 필요했다. “제법 큰 건수가 있는데 이건 어린아이 손목 비트는 것보다 더 쉬워. 같이 해볼테야?” 범행 계획을 짠 신씨는 교도소 동기였던 이씨를 끌어 들였다. 마침 빚 1억여원을 갚지 못해 고민하던 이씨는 신씨의 설명을 듣고 곧바로 범행에 합류했다. 문제는 큰 돈을 의심없이 뽑기 위해서는 본인 확인이 필요했다. 신씨는 우선 김씨의 신분증을 위조한 뒤 김씨와 닮은 할머니를 섭외했다. “할머니는 그냥 저 사람(이씨) 옆에만 있으시면 돼요. 저 사람이 알아서 말할테니 고개만 끄덕이시다가 몇 글자만 써주세요.” 4월 2일 돈을 인출하기 위한 모든 준비를 끝냈다. 이날 은행을 찾은 이씨와 할머니는 위조한 주민등록증을 내밀면서 통장 분실신고와 인감 변경신고 등을 통해 계좌 비밀번호를 변경했다. 이날 이들이 인출한 돈은 무려 9000만원. 하지만 본인 확인을 마쳤기 때문에 은행 직원은 아무런 의심을 하지 않았다. 이후의 범행은 수월하게 진행됐다. 이들은 지난 4월 30일까지 19차례에 걸쳐 김씨가 예금해 둔 6억 4000만원 모두를 인출했다. ●5개월만에 6억 4000만원을…사기꾼이 돈 탕진한 곳은 이들의 범죄 행각은 한 달 사이에 예금 전액이 빠져나간 것을 수상히 여긴 은행 직원의 통보로 들통이 났다. 은행의 연락을 받고 확인에 나선 김씨의 가족들은 날벼락 같은 사실에 망연자실했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은행 CCTV를 분석한 뒤 이씨 등을 용의자로 확정하고 추적을 시작했다. 또 위조 신분증이 이용된 점을 중시, 은행 내부에 공범이 있는 지도 조사했다. 하지만 은행 내부에서는 별다른 혐의점을 찾을 수 없었다. 해당 은행도 “정상적인 업무 절차를 밟았지만 범행 수법이 교묘해 속아 넘어간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경찰은 먼저 CCTV에 얼굴이 잡힌 이씨가 강원랜드 카지노에 드나들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이씨는 지난달 17일 경찰에 붙잡혔지만 이미 ‘양아들’ 신씨는 자취를 감춘 상태였다. 김씨의 대역을 맡았던 할머니도 찾을 길이 없었다. 할머니의 아들임을 자처하던 이씨는 “할머니는 신씨가 섭외해 일로만 만난 사이고, 인적 사항에 대해 아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고 말했다. 이씨는 경찰에서 “인출한 돈으로 빚을 갚은 뒤 나머지는 모두 도박에 사용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심지어 “또다른 범행으로 김씨의 돈을 갚아 주려고 했다.”는 어처구니없는 말까지 했다. 경찰은 이씨를 구속하고 신씨와 신원 불명의 할머니를 추적 중이다. 하지만 김씨가 잃어버린 6억 4000만원은 한푼도 찾을 수 없게 됐다. 경찰은 김씨가 ‘양아들’ 신씨를 잘 기억하지 못하면서도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돈도 돈이지만 자신이 믿었던 사람에게서 배신을 당해 마음에 상처를 받은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평소 외로움을 타는 노인들의 경우 말벗이 돼 주고 잔 심부름을 해주는 사람에게 친근감을 느끼고 쉽게 믿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런 심리를 이용해 김씨처럼 무방비 상태로 사기에 걸려들수 있기 때문에 가족들의 각별한 관심과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 북한·유럽 합작 ‘김 동무는… ’ 새달 부산국제영화제서 상영

    다음 달 4일 시작되는 제17회 부산 국제영화제에서 북한과 유럽의 합작영화인 ‘김 동무는 하늘을 난다’(Comrade Kim Goes Flying)가 상영될 예정이다. 북한이 만든 영화가 국내에서 상영되는 것은 현 정부 들어 처음이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14일 브리핑에서 “영화제 조직위에서 ‘김 동무는 하늘을 난다’를 상영하고 싶다고 요청해와 순수 문화교류에 대한 유연화 조치에 따라 영화 반입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조직위에서 북한 감독과 배우를 초청하고 싶다는 요청도 있었다.”면서 “조직위가 북측과 협의해 요건을 갖춰 신청해 오면 긍정적으로 검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 동무는 하늘을 난다’는 북한 김광훈 감독과 영국의 니콜라스 보너, 벨기에의 안자 델르망 등이 공동으로 제작한 82분짜리 로맨틱 코미디다. 북한 배우 한정심과 박충국 등이 출연했다.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울고 싶을 땐/백무산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울고 싶을 땐/백무산

    울고 싶을 땐/백무산 울고 싶을 땐 강에 가서 울었다 겨울 방천 억새밭에 겨울비 내리는데 돌을 쌓아 두른 지붕도 없는 거지 집에서 갓난아이 울음소리가 났다 학교 그만두고 대구 방직공장에 간 내 동무 눈 큰 가시내 부은 발등 까만 팔뚝으로 종일 매던 강가 버덩 콩밭에 마른 쑥부쟁이만 하얀 눈을 맞고 있었다 물 위에 부는 바람 전깃줄에 감전된 듯 오한 깊이 들린 속살 시도 때도 없이 떨었다 막차 떠난 대합실 졸며 기다리다 홀로 돌아오는 길 겨울 강 물소리 듣다 마른 풀밭에서 잠이 들었다 붉은 해가 현기증에 잠겼다가 구역질로 토해놓은 허연 낮달이 되어 흘러갔다 울고 싶을 땐 강에 가서 울었다
  • 북한 해안포 진지 4분내 타격 자폭형 무인기 2년내 전력화

    북한 해안포 진지 4분내 타격 자폭형 무인기 2년내 전력화

    서해 연평도 인근에 위치한 북한 해안포 진지를 4분 이내에 타격할 수 있는 자폭형 고속무인항공기와 정찰 등에 쓰일 다목적 무인헬기가 전력화될 예정이다. 13일 합동참모본부 주관으로 서울 용산구 국방회관에서 열린 합동무기체계 발전세미나에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근거리 정밀타격용 무인기인 ‘데블 킬러’ 개발 현황을 공개했다. 이 무인기는 첨단 항법장치로 유도되고 전방의 영상카메라를 이용해 정확히 목표물을 명중시키는 자폭형 고속무인기다. 방위사업청은 지난해 1월 신개념기술사업 시범과제로 이 사업을 제안해 한국항공우주산업이 자체 투자로 개발에 착수, 지난해 11월부터 비행시험을 실시하고 있다. 군 당국은 내년까지는 개발을 완료하고 2년 내 전력화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 무인기는 길이 1.5m, 전폭 1.3m의 크기로 최대중량이 25㎏에 불과해 휴대성이 뛰어나다. 무엇보다 시속 400㎞의 속력으로 40㎞거리의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어 백령도 등 서북도서에서 북한의 해안포진지와 장사정포를 정밀타격할 수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 관계자는 “기존의 정찰임무 위주의 무인기가 아닌 공격형 무기로서 개발 의의가 있으며 순항미사일과 달리 작전이 변경되면 즉각 조종으로 회수가 가능하다는 점이 강점”이라고 말했다. 한편 군 당국은 정찰, 통신중계 등의 다목적 무인헬기 개발 현황도 공개했다. 방사청의 의뢰로 LG CNS에서 개발 중인 이 무인헬기는 활주로 없이 수직 이·착륙할 수 있고, 저속 및 정지비행이 가능하다. 이 헬기는 내년까지 체계 개발되고 2014년에 비행시험이 끝난다. 하종훈기자 artg@seoul.co.kr
  • [독서의 해-도서관에서 길을 묻다] (3회) 도서관, 복합문화공간으로 변모하다

    [독서의 해-도서관에서 길을 묻다] (3회) 도서관, 복합문화공간으로 변모하다

    ■경기 용인 ‘느티나무 도서관’ 경기 용인시 수지의 한 주택가. 세련된 회색 건물로 다가갈수록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커진다. 건물 외벽에 쓰인 문구가 한눈에 확 들어온다. “느티나무 한 그루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책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넓은 세상을 만나고 경쟁보다 먼저 어울림을 배우기를 바랐습니다.” 느티나무도서관의 첫인상이다. 느티나무도서관은 주택가 한가운데에 자리하고 있다. 도서관 문을 열면 책보다 먼저 동아줄로 연결된 그네가 방문객을 맞는다. 그 뒤 정면에, 책들이 가득하다. 벽마다 서고가 있다. 높은 천장으로 받아들이는 햇빛이 포근한 느낌을 준다. 지하 1층부터 2층까지 구석구석, 퍼질러 앉을 수 있는 공간마다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책을 읽는다. 자연과학 서적을 즐겁게 읽고 만화책을 보는 모습은 사뭇 진지하다. 아이 책 따로, 어른 책 따로 두지 않고 문학과 비문학으로 나눠 각각 1·2층에 배치했다. 아이가 어른 과학책을 읽어도 되고, 어른이 아이 그림책을 읽어도 좋다. 책을 읽는 데는 남녀노소, 경계가 없다. “이 책을 읽어라, 청소년에게는 이런 책이 좋다는 식으로 추천 목록을 두지 않아요. 청소년들이 모인 ‘책사이’나 ‘비행클럽’, 추리소설 모임인 ‘미스클럽’ 등 11개 동아리가 활동하면서 읽을 만한 책을 모아둔 곳이 있어요. 무슨 책을 읽을까 고민이 되면 이 책꽂이를 참고하면 되고요.” 천서영 서비스2팀장의 설명이다. 책을 대출하고 반납하는 카운터 높이는 1m도 안 된다. 덕분에 아이들도 편하게 사서나 자원활동가들과 대화할 수 있다. 일반 책에 점자 필름을 붙인 도서를 만들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모두 읽을 수 있도록 했다. 지체장애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승강기도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중심에 뒀다. “보통 장애인용 승강기는 한쪽 구석에 있어요. 장애인들은 그런 것을 볼 때마다 마치 오지 못할 곳에 왔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네요.”(천 팀장) 이곳의 유일한 수익사업 공간은 지하 1층 카페 ‘전기요금’이다. 이름처럼 수익은 모두 도서관 전기요금을 내는 데 쓴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여는 헌책장터에서 버는 돈 역시 운영비로 사용한다. 헌책장터, 저자와의 만남, 책 전시회, 책 읽어주기 등 책을 매개로 한 모든 일들이 전체 면적 1000여㎡가 조금 넘는 이 건물에서 벌어지고 있다. “느티나무 도서관 때문에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갈 수 없다.”고 동네 사람들이 말한다는데 실로 그럴 만하다. 굳이 책을 읽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교복 입은 여학생들은 계단 밑 사랑방에 퍼질러 앉아 수다를 떨고, 남학생들은 2층 영화방에서 만화영화를 보기도 한다. ‘도서관에서 할 일’이라고 규정할 수 없는 다양한 모습이 이곳에 있다. 하루 평균 102명이 오가고 543권이 대출되는, 지역사회의 중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느티나무도서관은 이런 역할 변화를 전국에 전파하고 있다. 2007년에는 서울 신림동 난곡주민도서관 새숲을, 2008년엔 부산 화명동 맨발동무도서관과 대전 문지동 모퉁이어린이도서관을 친구도서관으로 만들었다. 매달 책구입 예산비 100만~200만원을 지원하고, 운영자·사서 워크숍을 하는 등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서울 성북구청과 달빛마루도서관 등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황광선 느티나무도서관재단 사무국장은 도서관 운영 비결에 대해 “책만 많이 꽂아놓으면 도서관이 자연히 운영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먼저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황 국장이 지적하는 부분은 ‘사람’과 ‘장서’에 대한 개념이다. 특히 사서가 중요하다. 사서를 비정규직이나 자원봉사자로 활용하는 것을 비판했다. 도서관법 시행령 제4조 1항에 공공도서관은 면적(330㎡당)과 장서(6000권당) 기준으로 사서 직원을 채용하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지켜지지 않는 곳이 부지기수다. 곽철완 강남대 문헌정보학과 교수가 조사한 ‘공공도서관 사서직 인력 현황’에 따르면 서울 양천구, 경기 광주시 등 17개 기초자치단체에서 공공도서관은 2008년 59개관에서 2011년 95개관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사서 채용률은 2011년 현재 도서관 1곳당 1.1명 수준에 불과하다. 느티나무도서관은 이윤남 관장을 포함해 직원 10명(인턴 2명·순회 사서 1명 포함)이 운영한다. 사서 7명에 자원활동가가 무려 250명이다. 황 국장은 “작은 도서관을 수십개 만드는 양적 팽창보다 앞으로 도서관 운영에 대한 질적 성장이 우선돼야 한다.”면서 “사서를 제대로 기용·배치하고 예산 확보 등을 도서관 정책의 우선순위에 둘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글 사진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100년 전통 ‘뉴욕공공도서관’ 1911년 개관해 100살이 넘은 뉴욕공공도서관(NYPL)은 ‘지성의 성지(聖地)’로 불리는 세계 최고의 도서관이다. 시 예산과 기부금으로 운영되고 이용자가 연간 1600만명에 이른다. 책을 빌려주는 전통적 도서관 범주에서 일찌감치 벗어나 시민들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을 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도서관 사서들은 단순히 책만 찾아주는 게 아니라 이용자가 찾는 책을 보고 필요한 상담자나 의사를 소개하는 등의 ‘시민 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NYPL이 좋아서 이사를 못 간다.”는 시민들이 있을 정도다. NYPL이 이토록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신문은 지난 7일(현지시간) NYPL 측과 서면 인터뷰를 통해 그 비밀을 들어봤다. →전통적인 도서관의 역할에서 변신을 추구하는 이유는 뭔가. -지난 100년 이상 우리 도서관은 수백만 이용자의 지식 원천이었다. 앞으로도 미래를 내다보면서 우리의 전설을 이어갈 다음 단계를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쉼 없이 변신을 추구하고 있다. 변신의 바탕에는 모든 연령대와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열정적으로 도서관을 지역사회의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즉, 책과 아이디어, 서비스, 각종 공공 프로그램 등을 통해 도서관과 시민 생활을 이어주는 시스템을 지향한다. 우리는 작가, 연구원, 이민자, 학생 등 우리의 고객들에게 각종 행사와 전시회, 온라인 검색 등을 최대한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우리의 목표는 도서관을 직접 찾거나 온라인으로 방문하는 이용자들에게 풍부한 정보를 제공하고 적절한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끊임없이 변신하는 것이다. →지나친 변신을 반대하는 여론도 있는데. -이용자 중에는 책, CD, DVD 대여 등 전통적 도서관 역할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있다. 반면 리서치를 위해 온라인으로 자료를 빌리고, 사진을 얻으려고 ‘디지털 갤러리’를 찾는 고객들도 있다. 그런가 하면 각종 행사나 강좌 등을 통한 주민 간 상호교류를 위한 공간으로 이용하려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는 이용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한다. →NYPL이 제공하고 있는 ‘시민 밀착형’ 서비스는 무엇인가. -‘교육 및 학습’ 프로그램으로는 영어, 수학, 미술, 컴퓨터 교육은 물론 교사 준비 과정 과목도 있다. ‘문자해독과 대(對)시민 서비스’ 프로그램에는 성인교육대학, 다문화 문학, 여성과 리더십, 젊은이와 도서관 연결, 학생 보충학습 등이 있다. 특히 우리는 평소 도서관을 거의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이나, 정부지원을 덜 받거나 신체적·정신적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이런 다양한 프로그램을 맨해튼과 브롱크스, 스태이튼 아일랜드 등 지역사회에 제공한다. →사서들의 전문성 제고 등 자질 향상을 위한 재교육은 어떻게 하고 있나. -우리는 본인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대학 공부를 원하는 사서들에게 등록금을 지원하고 있다. 학사과정은 물론 석·박사 학위 과정 등록금을 지원하고 있으며, 현 직책에 연관된 비(非)학위 학습 프로그램 비용도 보조하고 있다. 이런 지원을 통해 사서들의 전문성이 높아지면 결과적으로 도서관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우리는 이것을 투자라고 생각한다. →지난 2월 NYPL이 재개발 계획을 통해 현재 300만권에 달하는 서고 중 절반을 뉴저지주 창고로 옮기겠다고 한 이후 반대의 목소리도 나오는데. -뉴저지주 프린스턴에 수년간 이용해온 최첨단 서적 보호시설이 있다. 늘어나는 서적을 효과적으로 보존하려는 조치는 당연하다. 다음 세대를 위해서라도 꼭 해야 하는 일이다. →앞으로 100년 뒤 NYPL의 모습은 얼마나 변해 있을까. -100년 뒤를 상상하는 것은 가슴 설레는 일이다. 분명히 지역사회와 테크놀로지가 변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연령과 다양한 배경의 고객들에게 교육과 오락을 제공한다는 우리의 기본 정신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은평, 주민참여예산 40억 확보

    은평, 주민참여예산 40억 확보

    지난 1일 열린 ‘서울시 참여예산 한마당’에서 25개 자치구 중 가장 많은 40억 7000만원의 주민제안사업 예산을 유치한 은평구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구에 따르면 문화체육 분야 ‘더불어 만들어 가는 책마을 조성’에 19억원, 여성 보육 분야 ‘청소년 전용클럽(힐링캠프)’에 11억원의 예산을 지원받는 것을 비롯해 ‘경로당에서 생산한 꼬부랑 콩나물 마을공동체 식당 운영’ 2억 3000만원, ‘아이들이 행복한 놀이마당 조성’ 3억원, ‘꿈을 찾는 만화도서관 건립’ 5억원, ‘아씨방과 일곱동무(바느질 공방)’ 4200만원 등 6개 분야에서 예산을 따냈다. 특히 덕수궁 돌담길에서 열린 참여예산 한마당에서는 홍보부스를 마련해 치열한 홍보전을 펼쳤다. 청소년 참여위원인 이강훈(17·세명컴퓨터고 2년)·김지은(17·신도고 2년) 학생은 청소년 여가공간인 ‘청소년 전용클럽’ 유치를 위해 교복을 입고 직접 사업 설명회를 했다. 구 지역아동센터 청소년 댄스팀도 빼어난 실력으로 호응을 이끌어 냈다. 구는 지난 2년간 어느 지역보다도 발 빠르게 주민참여예산제 정착을 위해 행정력을 집중시켰다. 2010년 10월에는 서울시에서 처음으로 ‘주민참여 기본조례’를 제정했고, 지난해 8월에는 ‘주민참여위원회 운영조례’를 제정하여 제도적 기틀을 마련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전국 최초로 주민 700여명이 직접 주민투표를 통해 사업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참여예산 주민총회’도 개최했다. 주민총회에서는 청소년 공간 조성 등 20개 사업에 8억여원의 예산을 편성했으며 올해 사업을 추진해 지난달 말 현재 이미 12개 사업을 완료했다. 특히 주민참여예산에 대한 주민들의 이해를 높이고 올바른 참여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참여예산학교’를 마련해 147명의 수료자를 배출했다. 다음 달에는 ‘은평구 참여예산 주민 총회’를 개최해 내년도 주민제안사업 우선순위를 최종 선정하고 예산안을 편성한다. 김우영 구청장은 “오늘의 결실은 지난 2년간 한발 앞서 민·관 합심으로 준비해 만들어낸 것”이라면서 “앞으로 주민참여예산이 완전하게 뿌리내릴 수 있도록 주민들과 더 많이 대화하고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독도·위안부 사태 이후…두 얼굴의 日本] 도쿄 신오쿠보 한인타운을 가다

    [독도·위안부 사태 이후…두 얼굴의 日本] 도쿄 신오쿠보 한인타운을 가다

    “열흘 전쯤 30여명의 일본 우익단체 회원들이 승합차 3대에 나눠 타고 몰려와 ‘조센진은 돌아가라’며 행패를 부립디다. 일본 경찰은 보고만 있고요. 대통령의 ‘독도’(다케시마) 방문은 성급했다고 봅니다. 여태껏 일본인 10명 중 1명만 ‘다케시마’란 단어를 알았는데, 지금은 90% 이상이 인지하고 있습니다.” 귀가하던 재일교포 회사원 강대근(45·IT기업 근무)씨는 목소리부터 높였다. “15년간 일본에 거주하면서 이처럼 답답했던 적은 처음”이라며 “(한국 정부가) 정치력 부재로 재외 국민의 삶을 오히려 힘들게 만들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술을 마시면 늘상 어깨동무를 하던 일본인 동료조차 요즘 부쩍 거리를 두더라. 거래선이 끊길까 염려하는 한인 중소업체의 불안감이 가장 크다.”고 강조했다. 지난 4일 밤 일본 도쿄 신주쿠구 신오쿠보역. 2001년 유학생 이수현씨가 철로에 뛰어내려 일본인 취객을 구하고 목숨을 잃었던 곳이다. 이케멘도리 거리를 따라 조성된 한인타운에선 심심찮게 교포들을 만날 수 있었다.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도쿄 하라주쿠의 다케시타 거리에 비견될 정도로 인기 있는 데이트 코스였다. 하지만 태극기와 일장기가 내걸린 한류백화점은 일찌감치 셔터를 내렸고, 한식집들도 좌석의 5분의1이 채 차지 않을 정도로 한산했다. 한 숯불구이집 주인은 “(한국 정부의 태도는) 위안부 문제를 생각하면 속이 시원하긴 해도 당장 생계에 영향을 받으니 반길 수만은 없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독도와 위안부 문제로 한국과 일본 정부 간 갈등이 고조되면서 일본 열도의 한인 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속내를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 일본인들은 이번에도 겉으로는 특별한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신오쿠보 한인타운이 경제적 타격을 입는 등 후폭풍이 가시화하고 있다. 재일 한국인들은 “곪은 게 터졌다.”면서 “조만간 폭풍이 몰려올 것”이라며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한국 식당과 한류관련 상품 판매업소들의 매출은 급락했다. ‘명동김밥’의 종업원은 “손님이 지난달 초보다 하루 평균 60% 줄었다.”면서 “김밥과 떡볶이를 먹으러 오던 일본인들의 발걸음이 뜸하다.”고 전했다. 걸그룹 카라의 브로마이드가 붙은 한류 기념품점에선 “하루 매출이 10만엔(약 144만원)가까이 됐는데 최근 10%가량 감소했다.”고 말했다. 유학생 조지영(23)씨는 “한때 일본인 부랑배들이 신주쿠 거리에서 ‘다케시마가 누구 땅이냐고 물은 뒤 폭력을 행사한다’는 괴담이 돌았다.”면서도 “일본 정치권과 언론이 나서 반한 감정을 부추기지만 일본인 다수는 아직 동요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신오쿠보의 상권이 타격을 받은 데 대해선 “일본인 한류 ‘오타쿠’(마니아)들이 사회 분위기가 뒤숭숭하니 잠시 발길을 끊은 것 아니겠느냐.”는 견해를 내놓았다. 실제로 한인 사회의 불안감과 달리 도쿄 중심부의 오다이바와 신바시, 롯폰기 등에서 만난 일본인들은 침착했다. 오다이바의 비너스 아웃렛에서 쇼핑하던 여고생 하시모토 마나미(18)는 “가족들도 다케시마 얘기는 좀처럼 꺼내지 않는다.”면서 “이민호가 주연한 ‘시티헌터’를 최근 재미있게 봤다.”고 말했다. 롯폰기에서 만난 여대생 요코 다케베(23)와 하마시키 나트미(21)는 “한류에 특별히 관심도 없지만 한국에 대해 나쁜 감정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은행원이라는 사사모토 슈헤이(43)는 “다케시마 문제는 궁지에 몰린 일본 민주당 정권과 레임덕에 놓인 한국 정부가 벌인 합작품”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세카이분카 출판사의 도미오카 게이코 에디터는 “일본인들은 현대사에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한국을 방문하는 일본인 관광객수가 오히려 증가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한 지난달 10일 9911명, 11일 1만 3223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오히려 8.3%, 42.2%씩 늘었다. 송일국 등 일부 연예인이 출연한 드라마의 방영이 연기됐지만 지상파·위성방송의 한류 드라마 방영 건수는 지난 4월 36편에서 이달 53편으로 47.2%나 늘었다. 한 대기업의 주재원은 “뒤통수를 맞았다고 생각하는 일부 정치권과 5% 남짓의 우익세력이 반한 감정을 부추기고 있다.”면서 “향후 일본진출 한국기업과 한인사회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지켜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도쿄 글 사진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아동 성범죄자 45년 복역했는데도 가석방 안 된다” 관용 없는 뉴질랜드

    뉴질랜드 사법 당국이 아동 성추행 혐의로 45년째 복역 중인 70대 성범죄자의 가석방을 또다시 허가하지 않았다고 현지 언론들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뉴질랜드 가석방심사위원회는 12~14세 소년 5명을 7차례에 걸쳐 성추행한 혐의로 지난 1968년 기소돼 유죄판결을 받은 뒤 45년째 복역하고 있는 앨프리드 토머스 빈센트(74)의 가석방을 불허하고, 2015년까지는 가석방 심사 대상에도 올리지 않겠다고 밝혔다. 뉴질랜드의 최장기수인 빈센트는 지난 1975년 처음으로 가석방 심사 대상에 포함됐으며 사법 당국은 지금까지 모두 30차례에 걸쳐 그의 가석방 신청을 불허했다. 그는 1984년 주말 휴가를 받고 딱 한 번 교도소 밖으로 나간 적이 있지만, 공원에서 소년들과 어깨동무를 한 채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목격돼 휴가가 취소되기도 했다. 가석방심사위원회는 빈센트의 재범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 교도소 운동장에 나갈 때도 반드시 교도관들과 동행하도록 처분했다. 빈센트는 심사에서 “석방 이후 구세군 건물에 수용돼 보호받는 등 재범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지만 심사위원회는 “구세군이 제공하는 숙박시설이 단기적인 보호장치에 불과한 데다 나이와 재범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위험성을 안전하게 관리하는 데 적절치 않다.”며 그의 요청을 거부했다. 심사위원장인 매리언 프레이터 판사는 “석방안에 대한 준비가 부족하고, 상존하고 있는 위험성 등을 고려할 때 다시 연기명령을 내리는 게 더 현실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北, 수해지원 민간단체 방북 취소

    대북 인도적 지원단체들이 최근 수해를 입은 북한에 10월 중순까지 밀가루 3000t을 지원하기 위한 대국민 성금 모금에 돌입한 가운데 북한이 수해 지원을 논의하려는 일부 단체의 방북을 돌연 취소하거나 연기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 53개 대북 인도적 지원단체들의 협의체인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북민협)와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는 2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9월 둘째 주부터 10월 중순까지 개성 육로를 이용해 북한 평안남도와 황해도에 밀가루 3000t 이상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단체들은 이를 위해 다음 달 28일까지 범국민 모금 캠페인을 벌이기로 했다. 앞서 북민협은 지난 24일 방북을 통해 북한 민족화해협의회 측과 수해 지원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하지만 북한은 북민협과 마찬가지로 수해 지원을 논의하기 위해 29일 방북 예정이던 민간단체 어린이어깨동무와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에 28일 오후 팩스를 보내 각각 접촉 연기와 접촉 취소 의사를 통보했다. 어린이어깨동무 관계자는 “북측 민족화해협의회로부터 현 정세상 29일 협의가 어려우니 연기했으면 좋겠다고 연락이 왔다.”면서 “북측에 추가 접촉을 타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북한의 태도 변화에 대해 한·미연합 을지프리덤가디언(UFG)연습에 대남 공세를 강화하는 북한이 최근 북민협 방북 후 추진하는 대북 수해 지원이 남측에서 부각되자 이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과거 북한이 한반도 정세 불안을 빌미로 민간급 차원의 교류를 허용했다 중단한 사례가 많다.”면서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대남 적개심을 고취시키는 가운데 지원을 받아들이는 것은 내부적으로 설득력이 떨어지기에 기존의 지원 합의도 취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종훈기자 artg@seoul.co.kr
  • 北, 민간단체 수해지원 협의 요청에 화답

    북한이 최근 우리 민간단체들의 잇단 수해지원 제의에 대해 협의하겠다는 답변을 보내 옴에 따라 우리 정부와 민간의 대북 수해지원의 물꼬가 트일지 주목된다. 23일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 민족화해협의회(민화협)는 지난주 우리 측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북민협)측에 “수해 지원과 관련한 협의를 하자.”는 내용의 팩스를 보내왔다. 국내 51개 대북 인도지원단체의 협의체인 북민협이 8·15 광복절 이전 수해 지원과 관련한 협의를 하자고 제의한 데 대해 북한 측이 처음으로 긍정적 반응을 보인 것이다. 북민협은 24일 북측과 구체적 협의를 위해 관계자 4명을 개성으로 보내기로 했다. 북측 민화협은 수해 지원을 위한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의 접촉 제의에 대해서도 동의한다는 답신을 보냈다. 재단 측은 29일 방북을 추진 중이며 사단법인 ‘어린이어깨동무’도 북측 민화협의 초청으로 같은 날 개성 방문을 추진하고 있다. 통일부는 이들 단체의 방북 승인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통일부는 앞서 지난 17일 국제구호개발기구인 ‘월드비전’의 개성 방문을 승인한 바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월드비전의 방북은 포괄적 대북지원에 대한 것이고 이번 방문 목표는 수해에 국한된 것”이라며 “효과적인 지원을 위해 지원단체나 인사들이 현장에 가서 지켜보는 게 좋을 것”이라고 모니터링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지만 이 당국자는 “정부의 기본 입장은 여전히 북한의 수해 상황을 지켜보고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그때 검토한다는 것”이라고 정부차원의 지원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하지만 민간 수준의 대북 수해 지원이 성사된다면 정부 차원의 지원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상존한다. 북민협 관계자는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던 북한 측이 이 같은 입장을 밝힌 것은 그만큼 피해가 심각하다는 것”이라며 “국제사회의 지원이 이어지는 가운데 우리 정부도 모처럼의 남북 관계 개선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종훈기자 artg@seoul.co.kr
  • 경쟁·권력 속에서 ‘사람의 길’을 묻다

    경쟁·권력 속에서 ‘사람의 길’을 묻다

    신춘문예보다 확실하게 거액의 상금을 챙겨 주는 신문·문예지의 당선작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오랫동안 배고파하며 문단 데뷔를 노려온 ‘늙은 문학청년’들의 재기가 느껴진다. 특히 올해 한겨레문학상을 받은 강태식(왼쪽·40) 작가의 ‘굿바이 동물원’의 주인공 김영수는 마치 작가 자신 같다. 아니, 무서운 돈을 위해 하루하루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이다. 기상청에 근무하며 현대문학의 신인상을 받은 허관(오른쪽·43)의 역사 장편소설 ‘문 없는 문으로 들어간 사람들’도 세조라는 인물을 통해 비정하게 반복되는 역사의 문제를 다루며, 인간은 어떻게 무엇을 용서할 수 있을까를 돌아본다. “울고 싶은 날에는 마늘을 깐다.”라고 첫 문장을 시작하는 강태식 작가의 ‘굿바이 동물원’부터 우선 들여다보자. 일단 이 책의 첫 페이지에서 이 문장을 읽고 나면 그 뒤를 읽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다. 1997년 한국의 외환위기와 2008년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15년 사이에 쌈지마저 탈탈 털린 한국인의 요즘 심사들이 대체로 울고 싶기 때문이기도 할 것 같다. 1997년에 대대적인 명예퇴직이 있었고, 2008년에도 그러했다. 1997~2008년 사이에 ‘88만원 세대’라는 한국적 족보를 가진 신세대가 양산되기도 했으니, 명퇴를 당한 직장인이든, 한창 일할 나이에 88만원 세대로 전락한 20대든 이 문장에 마음이 쭉 빨려 들어갈 수밖에 없다. 빨간 대야 가득 마늘이 담겨 있다는 것이 두 번째 문장이다. 이 문장에서 다시 1970년대가 상기된다. 김영수는 36살에 명퇴를 당하고 화장실로 달려갔지만, 빈 곳이 없어 감정 처리를 어정쩡하게 한 탓에 마늘을 까면서 ‘마늘이 맵다.’며 울고 있다. 아내는 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개시하고, 그는 반지하 방에 혼자 쭈그리고 앉아 빨간 대야에 담긴 마늘을 깐다. 마늘을 까다가 곰 인형 눈을 붙이고, 바비인형의 눈썹을 붙이다가 10대처럼 본드도 마신다. 본드에 취한 그는 아내가 ‘한번 하자.’고 간청을 해도 들어줄 수가 없다. 종이학은 더이상 정성이 아니라 1개당 20원인 상품이다. 사람처럼 살기 위해 그는 본드를 버리고 세렝게티 동물원에 취업한다. 직원으로? 아니, 마운틴고릴라로. 이 지경이 되면 ‘사람답게 산다.’는 의미가 뭔지 알 수가 없다. 세렝게티 동물원에는 동물은 없다. 사람답게 살기 위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 사람답게 살기 위해 회사 구조조정의 악역을 포기한 사람, 1억원 포상금에 눈이 어두운 남파공작원을 피해 달아난 또 다른 남파공작원 등이 동물의 탈을 쓰고 동물의 흉내를 낼 뿐이다. 하마, 악어, 사자도 다 마찬가지다. 먹고살기 위해 그들은 자신이 뒤집어 쓴 동물의 탈에 맞게 적응하며 살아간다. 마운틴고릴라인 김영수는 이제 한 시간에 한 번씩 가슴을 두드리며 포효하고, 때때로 12m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으로 올라가 파란 버저를 누른다. 5000원의 보너스를 축적하기 위해서다. 농사짓고 그 수확으로 배를 불리던 농경사회와 달리 돈 벌어 쌀을 사야 하는 화폐경제의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왜 이리 밥벌이가 눈물 나고 안쓰러우냐 말이다. 남파간첩인 연락원 동무는 사시미칼로 피칠갑이 된 상태에서 이렇게 말한다. “회칼이 아니라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돈”이라고. 돈이 숭상받는 사회에 소속돼 돈을 무서워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이 난관을 헤쳐나가야 할 것인가. 회색의 디스토피아가 펼쳐져 있을 것만 같아 마음이 울컥울컥한데, 소설은 의외로 낙관하며 끝난다. 불필요해 보이는 대목들이 적지 않지만 군더더기가 많은 것이 또한 인생이고 보면, 소설 안에서 하나로 통합된다. 현대문학의 신인상을 받은 허관 작가는 소설책과 불교 서적을 즐겨 보다가 블로거가 됐고, 인기 블로거로 소설을 써 보라는 주변의 부추김에 부응하다가 소설가로 데뷔한 경우다. 처음에는 원고지 100장짜리 단편소설을 준비하다가, 쓰면서 깨달음을 얻어장편소설로 개작하게 됐다고 했다. 조카인 단종을 죽이고 즉위한 세조가 피부병을 치료하기 위해 강원도 상원사에 갔던 것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허 작가는 “세조처럼 권력을 위해 혈육을 죽이고 많은 사람을 희생시키는 역사가 반복되고 있다.”면서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초등학교 무렵부터 다 알게 되지만, 그렇게 살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만약 우리가 역사를 똑바로 알고 있다면 그런 끔찍한 일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충남 안면도의 기후변화감시센터에서 근무하면서 내놓은 그의 역사 인식을 잘 살펴볼 일이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심재억 전문기자의 건강노트] 코피 터진 닭싸움

    토요일 그날, 맞짱을 뜨기로 했다. 벌써 하루 전에 동네 아이들이 다 모인 가운데 그렇게 약속을 했다. 발단이랄 것도 없었다. 산어름에서 소를 먹이다가 그놈 설레발 치는 게 마뜩잖아 “잘난 척 좀 그만 해.”라고 한마디 한 게 화근이었다. “쥐불알만 한 게 뒤질라고….”라며 윽박지르는 그에게 맞서 “니가 뭔데….”라고 대거리를 놨고, 급기야 “그럼 한판 뜨자.”고 해 졸지에 합의에 이르렀다. 그는 나와 같은 5학년이었지만 나보다 한 살이 많았고, 막상 한판 붙자고 해놓고 보니 ‘떡대’도 훨씬 크고 단단해 보였다. 그날, 밤잠을 설쳤다. 내가 동무들과 모여 뭐라도 할라치면 예외없이 딴죽을 걸고 드는 그 녀석의 못된 ‘행우지’를 이참에 뜯어 고쳐놔야겠다는 생각에 불끈 두 주먹에 힘이 들어가는가 싶더니, 불현듯 잘못되면 개망신당할 거라는 생각이 들어 가슴이 콩닥거리기도 했다. 다음 날, 오전 수업을 마친 동네 아이들이 스무 명 남짓이나 모여 신작로 옆 잔디밭에 진을 쳤다. 새삼 재고 자시고 할 것도 없었다. 웃통을 벗은 녀석이 잔디밭 가운데로 나서자 한달음에 달려가 주먹을 휘저었다. 뭐가 어떻게 됐는지 퍽, 소리가 났고 그놈이 벌러덩 나가자빠졌다. 가만 보니 코에서 선혈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잔뜩 열이 올랐던 터라 넘어진 녀석에게 돌진해 엉겨붙었는데, 아이들이 떼거리로 달려들어 싸움을 뜯어말렸다. ‘코피’로 이미 승부가 났다는 투였다. 갓 열두 살짜리 주먹이 야물단들 얼마나 야물까만 그게 정통으로 콧날에 박혀 그만 싱겁게 판이 끝나고 말았다. 아이들 닭싸움에서는 ‘코피’가 승부의 관건이었다. 어른들이 그런 싸움판을 보기라도 할라치면 “괴기 꼬라지도 못 보고 사는 넘들이 피를 그리 쏟으면 안 된다.”며 호들갑을 떨었을 테지만, 어떻든 피는 애들 놀이판에서도 매조지의 신성한 기준이었다. “피봤다.”며 열패를 자인하는 것도 그런 인식의 연장에 있음이 분명하다. 그래서 사람은 본능적으로 피를 경계하고, 두려워하도록 유전자에 각인됐는지도 모를 일이다. 피가 곧 생명이기 때문이다. jeshim@seoul.co.kr
  • 이 여인들의 눈물, 외면할 수 있습니까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을 다룬 ‘학살, 그 이후’(권헌익 지음, 유강은 옮김, 휴머니스트 아카이브 펴냄)는 제사상에 올리는 한 잔의 술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인 저자는 한국인 인류학자다. 인류학자로서 1994년부터 틈나는 대로 베트남을 드나들며 현지조사를 수행했다. 한국인으로서 베트남전 특수로 인해 “내가 살던 가난한 동네에서도 물질적 상황조건이 개선”됐다는, 나중에 깨달은 “도덕적 궁지” 때문이다. 한국인 인류학자로서 저자는 이 책을 “공물(供物)로 내놓는다.”고 해뒀다. 학문적 땀방울 못지않게 인간적 눈물방울이 읽히는 이유다. 저자가 처음 꺼내 놓은 얘기는 1968년 2월 25일 한국군 해병대가 민간인 135명을 학살한 뒤 살아남은 몇몇 주민들이 시체들을 가매장해 둔 것까지 불도저로 모조리 밀어버렸다는 ‘하미 학살’이다. 한달이 채 지나지 않은 3월 16일, 미군도 똑같은 짓을 저질렀다. 이는 ‘미라이 학살’로 널리 알려졌다. 한국군의 행위가 그에 못지않게 잔혹했고, 노엄 촘스키가 “43건의 미라이 학살들”이라는 복수형 표현을 쓸 정도로 빈번했음에도 왜 미라이 학살만 알려졌을까. “하위 행위자는 폭력적인 마을 평정 작전에서 지배적 행위자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행동하고도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지 않을 수 있었”기 때문일 뿐이다. 쉽게 말해 이름을 떨친 종군기자나 연구자들은 미군만 쫓아다녔지, 한국군에는 관심이 없었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국가 정체성 운운하며 흥분할 필요는 없다. 저자는 베트남전 참전군인들을 대놓고 비난하지 않는다. 그들 역시 피해자이기 때문이다. 실제 저자가 만난 학살 생존자들은 시계추처럼 오간 군인들의 극단적 이중성에 곤혹스러워했다. 어제 주민들에게 먹을 것을 나눠주고 집 짓는 걸 도와주던 이들이 오늘은 주민들을 모아놓고 수류탄을 던지고 기관총을 난사했다는 것이다. 이 극단적 이중성이 어찌 그들 탓이랴. “전쟁이라는 냉혹한 태엽장치에서 시계추 노릇을 할 수밖에 없었”고 “시계추에는 자체의 동학이 있지만 자신의 운동을 통제할 수 없”었을 뿐이다. 저자는 “전후의 삶을 통해 이런 잔인한 동요의 기억과 싸웠다고 믿는다.”는 수준에서 매듭짓는다. 저자가 힘을 모으는 지점은 학살된 이들을 베트남 사람들이 추모하고 상처를 치유해 나가는 과정이다. 이는 저자가 에밀 뒤르켐의 수제자 로베르 에르츠의 ‘상징적 양손잡이’ 개념을 주된 화두로 붙잡는 데서도 잘 드러난다. 아노미 개념에서 보듯 뒤르켐은 사회적 유대감에 관심을 가졌다. 에르츠는 그다음 단계, 그러니까 사회적 유대가 격렬하게 깨졌을 경우 어떤 양상이 벌어지고 이를 어떻게 봉합할 것인가를 연구했다. 이를 위해 제안한 것이 양손잡이 개념이다. 오른손에게 바른 손이라는 특권적 지위를 부여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왼손도 함께 바라봐 온전한 양손잡이가 되자는 것이다. 영웅적 군인이 오른손이라면, 학살 피해자는 왼손이다. 저자는 실제 현지조사를 통해 학살 피해자들이 베트남 내부에서도 왼손 취급당했음을 드러낸다. 전쟁 이후 베트남도 대대적인 기념사업을 수행했다. 전선에서 피 흘리며 죽어간 젊은이들에게 국가는 전쟁영웅이란 칭호를 부여했고 기념비와 묘지를 바쳤다. 그러나 균열도 드러난다. 북베트남 전사들은 전쟁을 위해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전장에 투입됐다. 해서 시체를 고향으로 되돌려 보내 웅대한 기념비 옆에 묻으면 된다. 접경지대격인 베트남 중부의 학살 피해자는 다르다. “영웅적 전사자라는 도식 안에서 보면, (학살 피해자들의) 집단 무덤은 재생의 가치가 결여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편의 유해와 상대편의 유해가 뒤죽박죽 엉켜 있는 모호한 대상”이다. 그래서 “혁명 열사들의 유해를 모아 마을의 중심부로 가져왔을 때 평범한 마을 사람들의 유골은 논으로 바꿀 예정인 곳에서 외곽의 모래투성이 황무지로 옮겨졌다.” 비극적 죽음에 눈물 흘릴 공간을 잃어버린 주민들은 해원을 위해 사당을 짓고 무당을 불렀다. 조선시대 성리학이 교조화되면서 의지할 곳을 잃은 부녀자들이 절과 무당집에 몰려갔듯, 베트남 주민들도 민간전통신앙에 의지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들었다. 문제는 국가적 공식 기억에 맞지 않고 과학적 사회주의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베트남 정부가 이를 못마땅하게 여겼다는 점이다. 이는 딜레마를 낳는다. 전쟁 당시 베트남 인민들이 가장 분노한 것은 외국 군인들이 조상을 모신 사당을 부수고 사람을 함부로 죽였을 뿐 아니라, 장사조차 못 지내게 시체를 마구 훼손하고 뒤섞어 버린 만행이었다. “전쟁 동원 체제에 가장 뚜렷한 기여를 한 조상 사당들이 전쟁이 끝난 뒤에 정치적 불순성과 문화적 후진성의 상징으로 꼽힌 것은 아이러니다.” 이 갈등은 1990년대부터 수면 위로 치솟는다. 여러 가지 형태의 이장운동이 벌어지는 것이다. 국가가 조성한 공식 무덤에서 개인 사당으로 유골을 빼내오거나, 버려졌던 유골을 국가의 공식 무덤에 안치하는 운동이 벌어진 것이다. 베트남전은 이데올로기나 박정희 평가 문제, 유력 차기 대권주자인 박근혜 의원의 반발(2001년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베트남전 참전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자 “6·25전쟁에 참전한 16개국도 북한에 사과해야 하느냐.”고 공격했다.) 등이 있어서 한국에서도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빙빙 에둘러 왔지만, 사실 책의 백미는 이 부분이다. 하나만 꼽자면, 하미 전쟁열사묘지에는 ‘전쟁범죄 희생자 35인의 공동무덤’이 있다. 1986년 9월 하미에서는 하미 근처 하지 마을에서 한국군에 의해 35명이 학살당한 사건을 놓고 논쟁이 벌어진다. 주민들은 이들 역시 열사라 보고 공식묘지에 묻어 달라고 요구하지만, 정부는 이를 거부한다. “열사란 직접 적과 맞서 싸운 이들”이라서다. 주민들 압력으로 결국 무덤은 조성되지만, 정부는 이들 묘를 파내려고 한다. 그때 주민들은 “낫이나 작대기를 무기 삼아 들었다.” “오늘부터 너희가 우리 적”이라면서. 저자는 무차별적인 학살 때문에 그 수많은 뼈와 해골 가운데 어느 것이 누구의 유골인지 모를 지경이지만, 그럼에도 한 구 한 구 파내 정성스럽게 쓰다듬고 정리하고 가지런히 다시 묻는 이장의 과정 자체가 후손들에게는 정신적으로 커다란 치유가 된다는 증언들을 곳곳에서 강조한다. 저자가 끊임없이 길어올리는 것은 ‘농민인지 전사인지 구분 안 되는 악독한 빨갱이 베트콩’ 대신 ‘조상 모시면서 제 땅을 제가 파먹고 살길 원하는, 농경사회라면 흔히 발견되는, 한국에서도 흔히 찾을 수 있는 농민의 얼굴’이다. “농민 전사들이 군복을 입은 정규군 병사들과 악수를 하고, 정치 장교들이 장황하게 늘어놓는 연설을 참고 들으며, 달 없는 밤을 틈타 재빨리 집으로 달려왔을 때, 그들이 여전히 군인이었는지 분명하지 않다.” 그러니까 “체제가 공간의 균질성과 정체성의 불변을 고집한 반면, 삶으로 직접 겪는 냉전의 현실은 모순적 공간이나 변증법적 공간이었고, 이러한 현실 속의 정체성은 변하지 않는 동일자가 아니라 쉽게 변화하는 존재였으며, 이런 변형성이야말로 생명을 보존할 수 있는 유일한 가능성을 제공했다.” 모두가 베트콩이었으되, 그 어느 누구도 베트콩이 아닌 이런 상황을 저자는 ‘마술적 리얼리즘’이라고 부른다. 저자는 이 책으로 2007년 미국 인류학회가 수여하는 클리퍼드 기어츠상을, 후속작 ‘베트남전쟁의 혼령들’로 2009년 미국 아시아연구협회가 주는 조지 카힌상을 받았다. 해서 책 앞에는 드루 파우스트 하버드대 총장의 서문이 붙어 있다. 한 구절 따온다면 이렇다. “전쟁을 수행하는 나라들은 정치적 목적과 이데올로기를 위해 죽은 이들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며 가족들에게서 그들을 앗아가 깊은 상처를 남기고 사자(死者)들을 역사의 행위자가 아니라 도구로 뒤바꾼다.” 한국전쟁과 그 이후 지금까지도 격렬한 이념전쟁을 치르고 있는 한국에서도 이런 연구가 수행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저자는 한국전쟁 연구 권위자인 박명림 연세대 교수와 손잡고 ‘한국전쟁을 넘어서’라는 국제연구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기다려지는 부분이다. 1만 5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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