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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군 죽으면 러시아 묘지로…‘영웅’ 대접도” 北, 체제 선전 활용하나

    “북한군 죽으면 러시아 묘지로…‘영웅’ 대접도” 北, 체제 선전 활용하나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사망하면 북한 당국이 현지에 ‘북한지원군묘’를 조성하고 체제 선전에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고재홍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지난 11일 발표한 ‘최근 북한의 장의법 개정과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이라는 제목의 이슈브리프를 통해 최근 북한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를 개최하고 지난해 3월 채택한 ‘장의법’을 수정·보충한 사실을 조명했다. 고 연구위원은 ‘장의법’ 전문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시기적으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북한군 사망자 장례에 대비한 법적 조치의 일환으로 해석했다. 일반적으로 북한군의 장례는 해당 부대장의 주도하에 가족의 참여 없이 비공개로 진행된다. 이후 부대 소재지에 있는 북한군 공동묘지에 안치하고 가족에게 사망통지서를 보낸다. 다만 자살자나 범죄자의 경우는 장례 없이 부대 뒷산에 관 없이 매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이외의 지역에서 사망한 북한군의 유해는 정치적 중요성을 고려해 대내 선전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는 게 고 위원의 분석이다. 북한은 경기 파주시에 있는 북한군묘지의 유해는 70여년 동안 인수하지 않은 반면 베트남 참전 북한군 유해와 ‘강릉 무장침투공비’의 유해는 인수해 대내 선전용으로 활용했다. 고 연구위원은 “북한군의 유해를 대내 정치 선전용으로 활용하기는 김정은도 마찬가지”라며 “따라서 러시아 파병 북한군이 사망할 경우 러시아 현지에서 장례를 치르고 현지에 북한지원군묘를 조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또한 일부는 영웅으로 칭하고 유해를 송환해 국가장으로 장례를 치른 뒤 6·25전쟁참전열사묘에 안치할 것으로 봤다. 고 연구위원은 “현재 파병 북한군의 수가 약 1만 2000여명 수준으로 파악되고 있고 내년까지 북한군 파병 인원을 총합 5만~10만명으로 가정할 경우 최소 사망자 약 1000명 이상, 부상자 2000여명 이상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전투 중 사망자 가족들과 부상자인 영예군인들은 원호사업 규정에 따라 혜택을 제공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과거 베트남에 북한군묘지를 풍수를 보고 선정했던 것처럼 러시아에서 풍수 좋은 곳에 공동묘지 형태의 북한지원군묘를 조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은이 ‘6.25전쟁참전열사묘’의 묘주는 노동당이라고 밝혔듯이 러시아 파병 북한군은 죽어서도 노동당의 ‘혁명적 무장력’으로 선전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존 레논의 이매진처럼… 평화로운 일상이 빨리 돌아오길 꿈꿉니다 [강동삼의 벅차오름]

    존 레논의 이매진처럼… 평화로운 일상이 빨리 돌아오길 꿈꿉니다 [강동삼의 벅차오름]

    # Imagine… 싸움을 멈추고 전쟁을 멈추고 폭거가 멈추고 평화로운 일상이 돌아오기를천국이 없다고 상상해 보세요.시도해 본다면 쉬울 거예요/우리 밑엔 지옥이 없고/우리 위엔 오직 하늘만이 있어요/상상해 보세요 세상 모든 사람들이/오늘을 위해 살아가는 모습을요/나라가 없다고 상상해 보세요.../상상해 보세요/ 세상 모든 사람들이 평화 속에서 살아가는 모습을요. (Imagine there’s no heaven/It’s easy if you try/No hell below us/Above us only sky/Imagine all the people/Living for today/Imagine there‘s no countries/...Imagine all the people Living life in peace.) 12월 3일 그날 밤 이후, 이 노래를 다시 들었습니다. 싸움을 멈추게 하는 ‘평화의 노래’를 듣습니다. 존 레논(1940.10.9~ 1980.12.8)의 ‘Imagine’을…. (그러고 보니 오는 8일은 존 레논이 세상을 떠난 지 벌써 44년이 되는 날이네요) 얼마전 파리올림픽 비치발리볼 결승전 브라질과 캐나다 경기에서 선수들간 미묘한 신경전이 계속되자 장내에서 갑자기 흘러나와 선수들의 마음을 진정시키고 웃게 만든 그 노래를 듣습니다. 노래가 울려 퍼지자 관중들도 떼창을 했습니다. 올림픽정신이 무엇인지 새삼 느끼게하는 순간이었습니다. 가슴 한편이 먹먹해졌습니다. 한밤중 비상계엄 선포에 최고의 입법기관인 국회의 유리창이 깨지고 군병력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불법 진입할 때, 국민들이 공포에 떨었을 그 순간에 이 노래가 나왔다면 어땠을까요. 전쟁도 탐욕도 없는 오직 평화로운 세상이 얼마나 소중한 지 새삼 깨닫습니다.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지, 그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길 바랍니다. 하루 빨리… # 당신의 눈 속에서 편백나무숲을 바라봅니다… 억새가 일렁이는 은빛세상이 당신의 눈속에 있습니다당신의 눈이 초록으로 빛나고 있었습니다. 당신의 눈속에서 삼나무숲과 편백나무숲을 보았습니다. 당신의 눈 속에 걸린 하얀 구름과 푸른 하늘도 보았습니다. 억새가 일렁이는 은빛세상이 당신의 눈 속에 있습니다. 억새가 막 피어나기 시작했을 무렵, 그곳에 우리가 서 있었습니다. 비밀의 숲으로 가기 전, 우리가 들어선 곳엔 빛바랜 나무 울타리 위로 담쟁이가 기어오르고 있었습니다. ‘송당마을에는 모두 18개의 오름이 있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언제나 색다른 모습으로 오름의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이 아름다운 오름 중에는 일본군 부대가 주둔할 때 전방 감시초소로 사용했던 동굴의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체오름은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어서 요새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일본군 군사접경지로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셈이오름, 안돌오름, 밧돌(밭돌)오름, 체오름에는 아직도 진지동굴이 남아 있습니다. 특히 겨울철에 오름에 앉아 있으면 하얀 김이 올라오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곳은 영락없이 진지동굴입니다. 가끔 소가 없어져서 찾다보면 진지동굴에서 소울음소리가 들리거나 소가 빠져 나오지 못해 죽는 경우가 간혹 있습니다. 이곳 오름들은 마을공동목장으로 사용합니다. 안돌오름과 밧돌오름 사이에 삼나무로 경계가 되어 있는 곳은 원래 잣담이 있던 곳입니다. 아직도 잣담 흔적을 볼 수 있는데, 무거운 돌만 남아 있습니다. 이것은 조상들이 산담을 쌓으면서 잣담의 돌을 가져가서 사용하고, 무거운 것들만 남겨놓았기 때문입니다…’ # 나이 들면서 변화가 불편합니다… 블랭킷 증후군은 나이 들때 더 생겨나는 증상 같습니다안돌오름 입구에 소개하는 안내문에 나온 것처럼 제주시 구좌읍 건영목장입구 주변에서 서쪽 방향으로 바라보면 세 오름이 나란히 있습니다. 제일 왼쪽의 도로가에 붙어 있는 것이 거슨세미, 오른쪽에 나란히 안돌오름, 밧돌오름입니다. 남서쪽 안쪽에 들어앉아 있어서 안돌오름, 북동쪽 그 바깥쪽에 나앉아 있어 밧돌(밭돌)오름이라 부른답니다. 표고 368m의 안돌오름(內石岳)은 웃송당에서 송당공동묘지를 돌아 들어가면 오름 앞에 이르게 됩니다. 언제부터인가 핫플로 떠오른 비밀의 숲으로 가기 직전에 있습니다. 가파른 오르막을 잠시 오르면 오른쪽으로는 분화구가 나오고 조금 더 걸어가면 구좌읍 송당리 일대와 한라산으로 이어지는 끝없는 오름과 평원들이 펼쳐집니다. 늦가을이 시작될 무렵에 갔을 때는 오르막으로 이어지는 탐방로가 말끔히 풀이 베어져 있어 쉽게 올라갔습니다. 그러나 정상쯤에서 풀을 베는 탐방관리자들을 만났을 때 작업이 끝나지 않아 그 너머 등산로는 더 이상 길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등산로가 없는 산, 진드기가 극성을 부릴 때여서 더 전진할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그냥 멈췄습니다. 오름을 오를 때마다 다 둘러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지만, 이날은 그럴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왔던 길을 다시 내려갑니다. 요즘 증후군에 관한 책을 읽고 있는데 이런 증상은 ‘블랭킷 증후군(Blanket syndrome)’이라고 한답니다. 왜냐하면 안전하고 편안한 공간이나 상황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는 심리현상을 ‘블랭킷 증후군’이라 부르기 때문입니다. 담요와 같이 애착의 대상이 된 물건이 가까이에 없으면 불안해하는 현상이랍니다. 스누피로 유명한 만화 피너츠(Peanuts)에는 나오는 라이너스라는 캐릭터가 항상 하늘색 담요를 들고 다니며, 담요가 없을 때는 매우 초조하고 불안해하기 때문에 블랭킷 증후군은 ‘라이너스 증후군’으로도 불린답니다. 아이들이 담요를 감싸며 안락함을 느끼듯 성인들도 자신에게 익숙하고 편안한 환경에서 벗어나기를 꺼리는 현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가끔 나이 들어가는 선배들과 차 한잔 하다가 “변화가 불편하다”는 대화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혹시 이런 과도한 안정성 추구로 인해 새로운 기회를 놓치는 건 아닐까 우려스럽기도 합니다. 등산로가 없는 반대편이 두려움의 대상인 것입니다. 두려움이 원동력이 될 수도 있는데 그 도전을 멈춘 것입니다. 어찌된 일인지 이날만큼은 하산길에도 반대편이 궁금하지 않습니다. 더욱이 되돌아오는 길에, 입구에서 만났던 안내문 앞 풀밭에 이르러서 더욱 그런 생각이 확고해집니다. 그 풀밭 위에는 나무 상자 모양의 직사각형의 등없는 나무벤치가 아무렇게나 나뒹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헐벗고 썩어 들어가는 나무벤치가 말을 걸어왔습니다. ‘지치시죠? 쉬었다 가세요’라는 글귀가 쓰여있습니다. 순간, 모든 걱정이 사라지고 무장해제됐습니다. #잠깐 여기서, 쉬었다 갈래… 안돌오름 옆 비밀의 숲 진정한 쉼이자 행복의 시작은 내면을 돌아보는 것이라고 합니다. 안돌오름 근처에서 만난 비밀의 숲은 그런 내면을 돌아보는 시간입니다. 평화의 섬 제주, 섬엔 368개의 오름이 있습니다. 어쩌면 그 368개의 오름에는 368개의 쉼이 있고 368개의 내면의 숲이 있기도 합니다. 구좌읍 송당리 2173에 위치한 비밀의 숲으로 가고 싶으면 송당마을쪽으로 해서 가야 포장도로로 갈 수 있습니다. 반대편은 덜컹 거리고 엉금엉금 기어갈 만큼 돌부리들이 많은 비포장도로이기 때문입니다. 비가 오면 질척거려 고생길입니다. 비밀의 숲에는 민트색 커피트럭이 가장 먼저 반깁니다. 입장료는 4000원. 65세 이상 3000원. 3세이하는 무료. 커피한잔 시키고 숲을 거닙니다. 커피차에는 지창욱, 신혜선, 변우석 등 유명연예인들의 사인이 붙어 있습니다. ‘웰컴 투 삼달리’ 등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촬영으로 핫스폿이 됐습니다. 삼나무와 편백나무숲 속에는 포토존들이 곳곳에 마련돼 있어 산책이 즐겁습니다. 덩그마니 놓여있는 의자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그림동화가 됩니다. 낡은 돌창고가 숲속을 더 비밀스럽고 신비롭게 만듭니다. 지도가 시키는대로 오른쪽으로 한바퀴 산책을 합니다. 마굿간으로 가는 길이 나옵니다. 당근을 사서 말들과 염소들에게 먹이는 관광객들이 눈에 띕니다.넓은 들판에는 메밀꽃밭이 되기도 하고 코스모스 꽃밭이 되기도 하지만 이날은 텅빈 여백의 꽃이 피어있습니다. 그게 더 마음을 여유롭게 합니다. 비어있어 충만한 그런 느낌입니다. 동백꽃이 필 무렵 크리스마스 시즌에 가면 더 좋을 듯 합니다. 비밀의 숲 곳곳에서 노란 전등을 만나기 때문입니다. 마치 크리스마스 트리를 연상시킵니다. 맑은 날보다 안개 낀 날 가면 유럽의 이국적인 풍경 속을 거니는 느낌이 들 것 같습니다. 숲 속에서 아늑함을 느꼈던 건 편백나무숲이 담요처럼 감싸줬기 때문일까요. ‘블랭킷 증후군’에서 벗어납니다. 불안이 기다리는 숲밖, 세상입니다. 다시 세상 속으로 걸어갑니다. 어쩌면 파랑새 증후군을 앓고 있는 듯 여행을 떠났던 것 같습니다. 마치 우리 안에 행복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파랑새를 찾아 길을 나선 동화속 남매처럼… 그리고 여행을 끝내고 돌아왔을 때 비로소 행복을 느낍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느낍니다. 집이 가장 편하고 안전하다는 사실을…. 아마도 우리가 여행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여행이 행복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진정한 행복은 멀리서 찾는게 아니라 항상 가까이에 있다는 것을 깨닫기 위해 여행을 하는 건지 모릅니다. 당신은 지금 어디를 여행을 하고 있나요?
  • [김형오 칼럼] 도쿄의 하늘 아래(1)

    [김형오 칼럼] 도쿄의 하늘 아래(1)

    일본 도쿄의 하늘은 맑고 푸르다. 어릴 적 고향에서 늘 보던 하늘이고 서울에선 드물게 볼 수 있는 하늘이다. 날씨는 변덕스러워 하루에도 흐림, 비, 맑음이 거듭되기도 한다. 거리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상가는 붐빈다. 외국인 관광객이 하도 많이 와 쌀 품귀 현상마저 잠시 빚기도 했다. 올해에만 3000만명이 넘을 거란다. 그래서 그런지 길거리에선 휴지나 쓰레기도 간혹 보인다. 공중에 매달린 듯 굽이도는 고속도로와 지상 지하 지표를 거미줄처럼 엮은 전철망, 긴 지하통로, 치솟은 빌딩숲과 100년 이상 된 전통 가옥들, 더 오래된 나무들, 좁고 휘어진 골목길, 과거 현재 미래가 복잡하지만 안정된 조합을 이루고 있다. 도쿄는 공사 중, 주로 야간에곳곳에서 재개발, 재건축이 진행 중이다. 빌딩가든, 상가든, 우리가 사는 대학가든, 주택가든 어디를 가도 ‘공사 중’ 아닌 곳이 없다. 고공 크레인도 굴착기도 바쁘다. 공사장 앞뒤로는 안전요원을 철저히 배치하는데 노인, 장애인, 여성 일자리로도 제격이다. 도로 공사는 차량 통행이 적은 야간에 주로 한다. 야간작업, 한국서 10여년 전에 보던 모습이다. 이렇게 바쁘고 분주한데도 ‘잃어버린 30년’은 현재진행형이라 한다. 실질 성장률도 우리보다 앞선다. 음식점 느려도, 자영업 구조 건실주택가에도 식당들이 참 많다. 식당뿐 아니다. 갖가지 가게들이 다 있다. 편의점은 셀 수도 없고, 중대형 슈퍼마켓도 쉽게 눈에 띈다. 굳이 복잡한 긴자나 신주쿠를 안 가더라도 웬만한 건 동네 주변에 다 있다. 식당은 그야말로 입맛대로다. 1000엔(9000원) 안짝으로 맛있는 음식을 골라 먹을 수 있다. 20평 안팎으로 조그많지만 스무 명은 동시에 먹을 수 있게끔 오밀조밀 만들었다. 거의 모든 대중식당들은 점심 시간대에는 20~30분씩 줄을 서야 한다. 점차 디지털화되고는 있지만 아직도 현금 사용이 많고 함께 먹어도 각자 내는 경우가 많아 계산하려면 또 시간이 걸린다. 사정이 이런데도 자영업자는 우리의 반도 안 된다(한국 23.5%, 일본 9.6%). 종사자들의 연령 구조를 포함, 질적으로도 일본이 더 건실하다. 가장 인상적인 풍경은 길을 누비는 자전거다. 숙소 주변에 학교가 많아서일까. 사람과 자전거가 뒤범벅으로 다니는 모습이 질서정연한 도쿄 이미지와는 딴판이다. 서울에선 보지 못한 2~3인승 자전거가 제법 많다. 앞뒤로 조그만 좌석을 만들어 거기에 아이를 태워 몰고 가는 젊은 엄마들 모습이 이채롭지만 조금 위험해 보인다. ‘세계 최초’로 전동 모터를 부착해서인지 언덕길도 힘들이지 않고 가는 듯했다. 등 뒤에서 소리 없이 자전거가 다가와 옷깃을 스쳐 지나갈 때는 아찔해진다. 뒤에서 오는 거야 어쩔 수 없지만 앞에서 오는 자전거가 보이면 아예 그 자리에 서서 지나갈 때까지 기다린다. 나처럼 하는 사람은 못 봤지만 자전거 무섬쟁이 생활을 한다. 시내 번화가는 인파로 복잡하지만 자전거 공포에서는 해방된다. 가는 곳마다 노인들이 많다. 낮에 버스를 타면 반 정도가 노인들이다. 대학에선 나보다 나이 든 사람을 아직 못 봤는데 버스에선 우선석에 앉아 있기가 민망할 만큼 연로한 이들이 많이 탄다. 버스가 정차하기 전에는 좌석에서 일어나지 말라고 곳곳에 써 놓고, 또 차내 방송으로 당부한다. 안전 제일주의 나라답다. 전철과 마찬가지로 한글로 모든 정류장 안내가 정확히 나오지만 탈 적마다 노선을 확인하는 초보자 신세다. “10년 후의 한국을 보려면, 오늘의 ‘도쿄’를 보라”고 누가 말했다는데 ‘도쿄 시내버스’를 타 보라고 고쳐 말하고 싶다. 한국과 다른 점도 본다. 똑같은 모자, 책가방(란도셀), 제복을 착용한 아이들이 재잘거리며 거리를 누빈다. 신발과 양말도 비슷하다. 중고등학생 교복 또한 거의 검은색 계열이다. ‘튀지 않도록’ 하는 습성이 이렇게 길러지는 모양이다. 유모차, 영유아, 불룩한 배를 한 임신부도 종종 마주친다. 숙소 앞 유치원은 늦은 시간까지 아이들 웃음소리가 들린다. 직장 여성(아이 엄마)들이 퇴근해 올 때까지 돌봐 주는 걸까. 출생률 1.2에 걱정, 우리는 ‘대범’우리는 노무현 정부 이래 역대 정부가 저출생 고령화 사회에 대응한답시고 수십조~수백조원을 쏟아부었지만 세계에서 가장 급속한 저출생과 노령화가 계속되고 있지 않은가. 출생률은 0.72대1.20으로 일본이 우리보다 훨씬 덜 심각하고, 60세 내지 65세까지 직장에서 계속 근무가 가능한 노인 취업률 역시 질적으로 다르다. 일본 여대생이 결혼하고 아이 낳겠다는 대답도 우리 여대생보다 훨씬 많다고 한다. 우리의 “대충대충, 빨리빨리” 문화와 책임지지 않는 풍토의 결과물이다. 국가가 소멸할 수 있는 이런 중대사에 ‘대범한’ 한국 정치인과는 달리 일본인들은 ‘엄살’이 심한지 걱정이 태산이다. 일본인은 태어나면 신사, 결혼식은 교회, 죽으면 절(寺)로 간다고 한다. 일본인의 사생관(死生觀), 종교관, 사회관이 압축된 듯한 말이다. 신사와 절은 가는 곳마다 있다. 내 숙소 주변에도, 대학 주변에도 많다. 신사는 8만 개, 절은 7만 개 이상이라 한다. 누구는 신(神)이 제일 많은 나라라고 했다. 生과 死가 공존하는 나라문제의 야스쿠니 신사 같은 대형 신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장난감 같은 작은 신사도 제법 눈에 띈다. 사찰도 큰 절, 작은 절, 여러 종파 유형으로 복잡하다. 거리를 지나다 보면 군데군데 공동묘지가 있는데 대개 사찰 안에 조성돼 있다. 버스 정류장 이름이 ‘○○묘지 아래’, ‘○○묘지 앞’인 곳도 드물지 않게 본다. 물론 도쿄 시내다. 대부분 화장해서 가족•집안 묘역으로 관리되니 좁게 밀집해 있지만 묘역 자체는 큰 곳도 많다. 공동묘지 조성 문제로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이 다툴 일이 없는 나라다. 생(生)과 사(死)가 공존 공생하는 나라, 일본 연구자에게는 주요 테마가 될 것 같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
  • 최민규 서울시의원 “시민이 도로로 내몰린다”…포차·동묘거리 안전 실태 심각 지적

    최민규 서울시의원 “시민이 도로로 내몰린다”…포차·동묘거리 안전 실태 심각 지적

    서울시의회 도시안전건설위원회 소속 최민규 의원(국민의힘·동작2)은 2024년도 재난안전실 행정사무감사에서 종로구 포차거리와 동묘거리의 안전 문제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며 개선을 촉구했다. 최 의원은 서울시가 추진 중인 ‘걷고 싶은 서울 만들기’와 노점관리 사업의 하나로 종로구와 중구의 보행환경을 개선하고 있지만, 노점으로 인한 통행 불편과 안전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종로구 포차거리는 인도의 대부분이 포장마차와 간 이 테이블로 가득 차 시민들이 차도로 내려와 보행하는 위험한 상황”이라며, 시민 안전을 위해 서울시 차원의 실효성 있는 관리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포장마차 운영과 보행로 확보 사이의 균형이 중요하며, 이를 통해 최소한의 보행 안전을 확보할 것을 요청했다. 또한 최 의원은 동묘거리 역시 시민들의 통행 불편과 무단 점유된 시설물로 인해 안전에 위협이 되고 있음을 언급했으며 “동묘시장에서 발견된 무단 점유 시설물은 도로법에 따라 원상회복이 필요하지만, 실질적인 단속과 순찰이 부족하다”고 지적하며 “서울시와 각 구청이 협력하여 안전하고 체계적인 시장 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의원은 이러한 문제들이 방치된다면 향후 안전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하고, 서울시가 시민들의 안전을 우선시하는 실질적이고 체계적인 대응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 350년 전 사망한 ‘뱀파이어 여성’···얼굴 복원해보니

    350년 전 사망한 ‘뱀파이어 여성’···얼굴 복원해보니

    2년 전 폴란드의 한 시골에서 발견된 ‘뱀파이어 유골’에 대한 새로운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2022년 여름 폴란드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대학 고고학 연구진은 남부 피엔 마을의 공동묘지에서 특이한 형태의 무덤을 발견했다. 해당 무덤 속 유골은 여성이었으며 발에는 자물쇠가 달려있고 목 주변에는 낫이 박힌 섬뜩한 모습이었다. 연구를 이끈 다리우스 폴린스키 교수는 해당 ‘뱀파이어 유골’에게 ‘조시아’라는 이름을 붙이고 본격적인 분석을 시작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조시아는 사망 당시 19세였으며, 사망 시기는 약 350년 전인 17세기 중반으로 확인됐다. 유골 분석 결과 조시아의 가슴뼈에서 이상이 발견됐는데, 이는 해당 유골의 주인이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신체적 기형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진은 이 여성이 목에 낫이 꽂힌 채 잔혹하게 희생돼 묻히기 전까지 ‘뱀파이어’라는 두려움의 대상이 됐던 원인이 이러한 신체적 기형 때문일 수 있다고 추측했다. 그녀의 목에 박혀 있던 낫은 날카로운 곡선 모양의 칼날이 달려 있었고, 17세기 당시 농업지역에서 평범하게 쓰이는 도구였다. 연구진은 당시 이 여성이 죽음에서 부활하려 할 때 곧장 목이 잘리도록 하기 위한 조치였을 것으로 보고 있다. 폴린스키 교수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이 여성을 매장한 사람들은 그녀가 무덤에서 일어날 것을 두려워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아마도 그녀를 뱀파이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면서 “낫을 평평하게 놓은 것이 아니라 목에 얹어 놓은 것으로 보아, 죽은 사람이 일어나려고 할 때 머리가 잘리거나 다치게 할 목적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여성이 사망했을 당시는 스웨덴과 폴란드가 전쟁을 벌이던 시기였다. 아마도 유골의 주인은 스웨덴 사람이었을 가능성이 있고, 따라서 ‘환영하지 않는 외부인’으로 여겨졌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폴린스키 교수 연구진은 얼굴 재구성 전문가인 오스카 닐슨과 함께 그녀의 두개골을 디지털 스캐닝한 뒤 3D 프린터를 이용해 생전 모습을 복원했다. 유골의 머리 부분에 실크 모자를 있었던 것으로 보아 사회적 지위가 비교적 높았고, 이빨이 튀어나와 있다는 사실을 얼굴 재구성에 반영했다. 이후 점토를 이용해 근육을 만들고 실리콘으로 피부를 붙인 생전 모습으로 추정되는 이미지를 구성했다. 앞서 2014년에도 같은 지역에서 특이한 형태로 매장된 유골 여러 구가 발견된 바 있다. 당시 어떤 유골은 얼굴이 아래를 향해 뒤집힌 상태였고, 또 다른 유골은 입에 동전을 묵고 있었다. 폴린스키 교수는 “죽은 자의 귀환을 막는 방법에는 머리나 다리를 잘라내거나 죽은 자의 얼굴을 아래로 향하게 하여 묻는 것, 시신을 태우는 것 등이 있다”면서 “하지만 낫을 목에 걸고 있는 시신은 조시아 하나 뿐이었다. 이는 당시 사람들이 이 여성을 매우 두려워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뱀파이어 신화는 17~18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사람들은 이미 죽어 땅에 묻힌 사람중 일부가 피를 빨아먹는 괴물이 되어 땅 위로 기어올라와 살아있는 사람들을 공격할 것을 두려워했다. 유럽 특히 슬라브족 사이에서는 뱀파이어에 대한 ‘믿음’이 워낙 큰 탓에 마녀사냥 등을 통한 처형이 이어지기도 했다. 또한 자살 등의 방식으로 죽은 사람은 종종 뱀파이어로 의심받았으며, 죽음에서 부활하는 것을 막기 위해 시신을 훼손했다. 폴린스키 연구진은 당시 시대상을 파악할 수 있는 새로운 유골 발견을 위해 조시아가 발견된 피엔 지역에서 다시 한 번 발굴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목에 낫 꽂힌 ‘뱀파이어 유골’ 정체 밝혀졌다…생전 모습 복원 성공[포착]

    목에 낫 꽂힌 ‘뱀파이어 유골’ 정체 밝혀졌다…생전 모습 복원 성공[포착]

    2년 전 폴란드의 한 시골에서 발견된 ‘뱀파이어 유골’에 대한 새로운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2022년 여름 폴란드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대학 고고학 연구진은 남부 피엔 마을의 공동묘지에서 특이한 형태의 무덤을 발견했다. 해당 무덤 속 유골은 여성이었으며 발에는 자물쇠가 달려있고 목 주변에는 낫이 박힌 섬뜩한 모습이었다. 연구를 이끈 다리우스 폴린스키 교수는 해당 ‘뱀파이어 유골’에게 ‘조시아’라는 이름을 붙이고 본격적인 분석을 시작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조시아는 사망 당시 19세였으며, 사망 시기는 약 350년 전인 17세기 중반으로 확인됐다. 유골 분석 결과 조시아의 가슴뼈에서 이상이 발견됐는데, 이는 해당 유골의 주인이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신체적 기형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진은 이 여성이 목에 낫이 꽂힌 채 잔혹하게 희생돼 묻히기 전까지 ‘뱀파이어’라는 두려움의 대상이 됐던 원인이 이러한 신체적 기형 때문일 수 있다고 추측했다. 그녀의 목에 박혀 있던 낫은 날카로운 곡선 모양의 칼날이 달려 있었고, 17세기 당시 농업지역에서 평범하게 쓰이는 도구였다. 연구진은 당시 이 여성이 죽음에서 부활하려 할 때 곧장 목이 잘리도록 하기 위한 조치였을 것으로 보고 있다. 폴린스키 교수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이 여성을 매장한 사람들은 그녀가 무덤에서 일어날 것을 두려워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아마도 그녀를 뱀파이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면서 “낫을 평평하게 놓은 것이 아니라 목에 얹어 놓은 것으로 보아, 죽은 사람이 일어나려고 할 때 머리가 잘리거나 다치게 할 목적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여성이 사망했을 당시는 스웨덴과 폴란드가 전쟁을 벌이던 시기였다. 아마도 유골의 주인은 스웨덴 사람이었을 가능성이 있고, 따라서 ‘환영하지 않는 외부인’으로 여겨졌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폴린스키 교수 연구진은 얼굴 재구성 전문가인 오스카 닐슨과 함께 그녀의 두개골을 디지털 스캐닝한 뒤 3D 프린터를 이용해 생전 모습을 복원했다. 유골의 머리 부분에 실크 모자를 있었던 것으로 보아 사회적 지위가 비교적 높았고, 이빨이 튀어나와 있다는 사실을 얼굴 재구성에 반영했다. 이후 점토를 이용해 근육을 만들고 실리콘으로 피부를 붙인 생전 모습으로 추정되는 이미지를 구성했다. 앞서 2014년에도 같은 지역에서 특이한 형태로 매장된 유골 여러 구가 발견된 바 있다. 당시 어떤 유골은 얼굴이 아래를 향해 뒤집힌 상태였고, 또 다른 유골은 입에 동전을 묵고 있었다. 폴린스키 교수는 “죽은 자의 귀환을 막는 방법에는 머리나 다리를 잘라내거나 죽은 자의 얼굴을 아래로 향하게 하여 묻는 것, 시신을 태우는 것 등이 있다”면서 “하지만 낫을 목에 걸고 있는 시신은 조시아 하나 뿐이었다. 이는 당시 사람들이 이 여성을 매우 두려워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뱀파이어 신화는 17~18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사람들은 이미 죽어 땅에 묻힌 사람중 일부가 피를 빨아먹는 괴물이 되어 땅 위로 기어올라와 살아있는 사람들을 공격할 것을 두려워했다. 유럽 특히 슬라브족 사이에서는 뱀파이어에 대한 ‘믿음’이 워낙 큰 탓에 마녀사냥 등을 통한 처형이 이어지기도 했다. 또한 자살 등의 방식으로 죽은 사람은 종종 뱀파이어로 의심받았으며, 죽음에서 부활하는 것을 막기 위해 시신을 훼손했다. 폴린스키 연구진은 당시 시대상을 파악할 수 있는 새로운 유골 발견을 위해 조시아가 발견된 피엔 지역에서 다시 한 번 발굴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흑마술’ 주술 이용 목적?…태국 발칵 뒤집힌 도난 사건

    ‘흑마술’ 주술 이용 목적?…태국 발칵 뒤집힌 도난 사건

    태국의 한 공동묘지에서 해골 27구를 도난당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현지 주민들은 주술이나 부적 제작과 관련된 범죄로 의심하고 있다. 더타이거를 비롯한 태국 언론에 따르면, 지난 22일 촌부리 파낫니콤 지역의 공동묘지에서 해골 27구가 도난당했다. 구조단체인 사왕 퉁후앙 재단의 구조대원인 A씨(39)가 사건을 최초로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A씨는 공동묘지 한가운데 주차된 의문의 차량이 있다는 제보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으나, 차량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 A씨는 묘지 주변을 수색하던 중 무덤 하나가 파헤쳐진 것을 발견했다. 주변을 살펴보니 여러 무덤의 콘크리트 뚜껑이 훼손된 채 발자국이 남아 있었다. A씨는 즉시 묘지 관리인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이후 파헤쳐진 무덤에서 15구의 해골이 사라진 것을 확인했다. 사라진 유골의 유족들은 현장을 찾아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주민들은 도난당한 해골이 흑마술 의식에 사용되거나 ‘프라낭’이라는 흑마술 부적을 만드는 데 쓰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프라낭’은 사람의 이마뼈나 해골 중심 뼈로 만들어지며, 일부 태국인들은 프라낭이 위험이나 악령으로부터 보호하고 행운과 불로불사를 가져다준다고 믿는다. A씨는 인근 다른 공동묘지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앞서 12구의 해골을 도난당해 이번 사건까지 총 27구의 해골이 사라졌다. 현지 경찰은 두 공동묘지 주변의 CCTV 영상을 분석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한편 지난 2010년 태국 방콕의 한 사찰에서 영아 시신 2천여 구가 발견된 사건도 있었다. 이 시신들은 불법 낙태로 사망한 태아들로, 흑마술 의식에 사용하기 위해 불법적으로 보관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태국에서는 태아의 시신이 흑마술에 사용되면 강력한 보호력이나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믿음이 있어, 일부 무속인들이 이를 이용해 의식을 치르는 경우가 있다. 또한 2018년 태국 동부 라용주의 한 공동묘지에서는 생후 2~5개월 사이의 영아 시체 10구가 사라졌다. 당시에도 현지 주민들은 흑마술 의식을 위해 시신을 훔쳤을 것이라고 전했다. 흑마술(Black Magic)은 악의적 목적으로 마법이나 초자연적인 힘을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대표적인 예로는 특정 사람에게 고통을 주기 위해 인형에 바늘을 꽂는 ‘바두 인형’이나, 주문을 외워 질병이나 불행을 불러오는 저주 등이 있다.
  • 태국 공동묘지서 해골 27구 도난…‘흑마술’ 주술에 이용 목적? [여기는 동남아]

    태국 공동묘지서 해골 27구 도난…‘흑마술’ 주술에 이용 목적? [여기는 동남아]

    태국의 한 공동묘지에서 해골 27구를 도난당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현지 주민들은 주술이나 부적 제작과 관련된 범죄로 의심하고 있다. 더타이거를 비롯한 태국 언론에 따르면, 지난 22일 촌부리 파낫니콤 지역의 공동묘지에서 해골 27구가 도난당했다. 구조단체인 사왕 퉁후앙 재단의 구조대원인 A씨(39)가 사건을 최초로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A씨는 공동묘지 한가운데 주차된 의문의 차량이 있다는 제보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으나, 차량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 A씨는 묘지 주변을 수색하던 중 무덤 하나가 파헤쳐진 것을 발견했다. 주변을 살펴보니 여러 무덤의 콘크리트 뚜껑이 훼손된 채 발자국이 남아 있었다. A씨는 즉시 묘지 관리인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이후 파헤쳐진 무덤에서 15구의 해골이 사라진 것을 확인했다. 사라진 유골의 유족들은 현장을 찾아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주민들은 도난당한 해골이 흑마술 의식에 사용되거나 ‘프라낭’이라는 흑마술 부적을 만드는 데 쓰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프라낭’은 사람의 이마뼈나 해골 중심 뼈로 만들어지며, 일부 태국인들은 프라낭이 위험이나 악령으로부터 보호하고 행운과 불로불사를 가져다준다고 믿는다. A씨는 인근 다른 공동묘지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앞서 12구의 해골을 도난당해 이번 사건까지 총 27구의 해골이 사라졌다. 현지 경찰은 두 공동묘지 주변의 CCTV 영상을 분석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한편 지난 2010년 태국 방콕의 한 사찰에서 영아 시신 2천여 구가 발견된 사건도 있었다. 이 시신들은 불법 낙태로 사망한 태아들로, 흑마술 의식에 사용하기 위해 불법적으로 보관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태국에서는 태아의 시신이 흑마술에 사용되면 강력한 보호력이나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믿음이 있어, 일부 무속인들이 이를 이용해 의식을 치르는 경우가 있다. 또한 2018년 태국 동부 라용주의 한 공동묘지에서는 생후 2~5개월 사이의 영아 시체 10구가 사라졌다. 당시에도 현지 주민들은 흑마술 의식을 위해 시신을 훔쳤을 것이라고 전했다. 흑마술(Black Magic)은 악의적 목적으로 마법이나 초자연적인 힘을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대표적인 예로는 특정 사람에게 고통을 주기 위해 인형에 바늘을 꽂는 ‘바두 인형’이나, 주문을 외워 질병이나 불행을 불러오는 저주 등이 있다. 이종실 동남아 통신원 litta74.lee@gmail.com
  • “이탈 북한군 18명, 러군에 붙잡혀 구금”… “사망 장교들은 공동묘지 묻혀”

    “이탈 북한군 18명, 러군에 붙잡혀 구금”… “사망 장교들은 공동묘지 묻혀”

    러시아에 파병됐다가 진지를 무단이탈한 ‘부랴트 대대’ 소속 북한군 18명이 러시아군에 붙잡혀 구금됐다고 2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매체 우크라인스카 프라우다가 현지 보안당국 관계자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매체는 14일 우크라이나 국경과 약 7㎞ 떨어진 러시아 쿠르스크주 진지에서 훈련을 받다가 무단 이탈한 북한 장병 18명이 이틀만인 16일 탈출 지점과 약 60㎞ 떨어진 러시아 브랸스크주 코마리치에서 러시아군에 붙잡혔다고 전했다. 애초 북한 장병 40명은 쿠르스크주 호무토프스키 지역 콜랴체크 마을에서 러시아 군인 50명과 훈련 중이었다고 한다. 북한군은 러시아군에 ‘풍선’의 군사적 활용법을, 러시아군은 현대식 보병 전투 수행 기술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남한을 상대로 ‘쓰레기 풍선’을 무차별 살포하며 안보 불안을 고조시킨 바 있다. 하지만 훈련 종료 후 북한 장병들은 며칠간 전투 식량도, 추가 지침도 없는 상태로 일대 숲에 방치됐으며, 이 중 절반가량인 18명은 러시아군 지휘부를 찾기 위해 진지를 벗어났다고 매체는 전했다. 다만 애초 보도처럼 북한군 장병들이 ‘탈영’한 것이 아닌 ‘무단 이탈’이었다고 짚었다. 탈영은 군인이 군무를 기피할 목적으로 지정된 장소에서 이탈하는 것을 말한다. 지휘관의 허가없이 무단 이탈하면 처벌되는 무단이탈죄와는 다르다. 앞서 우크라이나 매체들은 북한이 러시아에 군사를 파병했으며, 러시아군은 제11독립 공수돌격여단을 기반으로 북한군 대대, 일명 ‘부랴트 특수대대’를 편성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또 우크라이나가 일부를 점령한 러시아 쿠르스크주에 배치된 북한군 가운데 장병 18명이 탈영했다고 전한 바 있다. 당시 소식통은 러시아군이 탈영 병력 수색에 돌입했으며, 지휘부에 해당 정보를 숨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주장했었다. 보도에 따르면 쿠르스크주 호무토프스키 지역에 배치됐던 ‘부랴트 대대’ 소속 북한군들은 현재 쿠르스크주 엘고브 지역으로 재배치됐다. 한편 러시아 텔레그램 채널 ‘크렘린 스너프박스’는 이날 국방부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3일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훈련장에서 사망한 북한군 장교 6명이 무연고자 공동묘지에 묻혔다고 주장했다. 해당 채널이 접촉한 소식통은 “도네츠크 훈련장에서 북한군 장교 6명이 사망했다는 기사가 나간 이후 수많은 루머가 양산됐다”며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사망자들을 무연고 공동묘지에 묻었다”고 밝혔다고 한다. 또 “전사자 시신이 러시아에서 북한으로 송환되거나, 러시아에 관련 흔적이 남았다면 서방 정보기관의 표적이 됐을 것”이라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사자 송환을 고집하지 않는 것이 다행이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 포스트는 도네츠크에서 우크라이나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사망한 20여명에 북한군 장교 6명이 포함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 우린 ‘중고나라 당근시’에 산다

    우린 ‘중고나라 당근시’에 산다

    빈티지 열풍에 MZ도 동묘 단골‘구제’ 거부감 줄고 친환경 인식의류뿐 아니라 살림살이도 장만중고거래 플랫폼 사용자 폭증 “2000원, 3000원, 5000원.” 10일 ‘중고 패션’의 상징이 된 서울 종로구 동묘구제시장의 한 좌판. 야구모자를 눌러쓴 대학생부터 머리가 희끗희끗한 70대까지 20여명이 바닥에 10m 남짓 펼쳐진 산처럼 쌓인 옷 무더기를 헤집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유명 브랜드의 대표 상품으로 유명한 갈색 체크무늬 원피스, 마치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제품인 양 보풀 하나 없는 하늘색 카디건, 깨끗한 파란색 줄무늬 셔츠 등 다양한 옷이 물고기 낚듯이 건져 올려졌다. 정해진 가격은 없지만 흥정은 있었다. 캡 모자 두 개를 두고 머리에 써 보며 고민하던 50대 남성이 “두 개 만원에 안 되겠냐”고 묻자 사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검은 비닐봉투를 건넸다. 정근형(67)씨는 “새것처럼 질 좋은 게 많아 보물찾기하는 기분”이라며 웃었다. 가방 하나와 신발 세 켤레를 산 김모(27)씨는 “중고 제품에 거부감이 없어 일주일에 네 번은 온다”고 했다. 빈티지 의류 매장을 운영하는 박지환(37)씨는 “유행은 어디든 똑같다”며 “성수동에서 ‘핫한’ 옷도 저렴하게 팔아 가족 단위 손님부터 외국인들, 젊은 손님까지 많이 온다”고 전했다.요즘 중고 제품은 떨이가 아닌 ‘득템’(좋은 물건을 얻었다는 의미의 신조어)으로 여겨진다. 중고 제품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빈티지 유행’으로 이전보다 나아졌고, 경기 불황이 계속되면서 중고는 가성비와 개성을 한 번에 잡을 수 있는 대안이 됐다. 중고 제품을 사고파는 플랫폼의 사용자 수도 폭증했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중고 의류 플랫폼 ‘차란’ 애플리케이션(앱) 이용자 수는 지난해 8월 3만명이었는데 올 8월엔 4.3배인 13만명으로 가파르게 뛰었다. 주된 사용자는 20대(43.6%)다. 중고 제품 거래 앱인 ‘당근마켓’ 이용자도 지난해 8월 1717만명에서 올 8월 1764만명으로 늘었다. ‘번개장터’는 269만명에서 296만명으로, ‘중고나라’는 85만명에서 95만명으로 증가했다. 지난 7일 서울 중구의 한 빈티지 의류 상점 앞에서 만난 ‘빈티지 마니아’ 남혜민(34)씨는 “흔한 기성 제품이 아니라 특이하고 구하기 어려운 물건을 찾으러 온다”며 “‘감성과 돈 둘 다 놓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서울 용산구 신흥시장에 빈티지 의류 가게를 연 김성진(36)씨는 “미국 빈티지 의류, 일본 브랜드 등 고객마다 다양한 중고 의류 취향을 맞추려 한다”고 말했다. 중고 의류만 유행하는 것은 아니다. 이달 결혼한 이모(27)씨는 “책장, 에어컨, 세탁기, 청소기 등 신혼살림의 90%가 중고지만 아무도 모른다”며 “포장을 제거해 한두 번 사용했거나 유행이 지났을 뿐 성능이나 외관은 큰 차이가 없고 가격은 저렴해 합리적”이라고 했다. 인천 서구에 사는 장모(59)씨도 14개월인 손녀를 위해 미끄럼틀 등 장난감 20여개를 정가의 4분의1 가격으로 ‘당근마켓’에서 샀다. 중고 제품이 소비자에게 하나의 대안이 된 건 ▲중고 제품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 ▲계속되는 고물가 ▲나만의 독특함을 보여 주고 싶은 욕구가 맞물려서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그간 ‘구제’는 누가 쓰던 것이라 꺼림직하다는 인식이 강했는데 중고 물품이 친환경적이라는 긍정적인 인식이 커지는 등 중고에 대한 저항감이나 사회적 낙인 효과가 줄어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빈티지가 유행하는 시기는 다들 주머니에 돈이 없을 때”라며 “안정적이고 질 높은 일자리가 점점 사라지는 상황에서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현명한 소비 방법으로 빈티지가 부상한 것”이라고 했다.
  • ‘중고나라 당근시 동묘구 번개동’…경기 불황, 빈티지 유행에 MZ부터 노인까지 ‘사는 법’ 달라졌다

    ‘중고나라 당근시 동묘구 번개동’…경기 불황, 빈티지 유행에 MZ부터 노인까지 ‘사는 법’ 달라졌다

    ‘MZ세대’부터 어르신까지 ‘중고’에 반해‘요즘 중고’는 떨이 아닌 ‘보물찾기’‘구제’ 거부감 줄고 친환경 등 긍정적 인식중고거래 플랫폼 사용자 수 3만→13만 폭증해 “2000원, 3000원, 5000원.” 10일 ‘중고 패션’의 상징이 된 서울 종로구 동묘구제시장의 한 좌판. 야구모자를 눌러쓴 대학생부터 머리가 희끗희끗한 70대까지 20여명이 바닥에 10m 남짓 펼쳐진 산처럼 쌓인 옷 무더기를 헤집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유명 브랜드의 대표 상품으로 유명한 갈색 체크무늬 원피스, 마치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제품인 양 보풀 하나 없는 하늘색 카디건, 깨끗한 파란색 줄무늬 셔츠 등 다양한 옷이 물고기 낚듯이 건져 올려졌다. 정해진 가격은 없지만 흥정은 있다. 캡모자 두 개를 두고 머리에 써보며 연신 고민하던 50대 남성이 “두 개 만원에 안 되겠냐”고 묻자 사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검은 비닐봉지를 건넸다. 정근형(67)씨는 “새것처럼 질 좋은 게 많아 보물찾기하는 기분”이라고 웃었다. 이날 가방 하나와 신발 세 켤레를 산 김모(27)씨는 “중고 제품에 거부감이 없어 일주일에 네 번은 온다”고 했다. 빈티지 의류 매장을 운영하는 박지환(37)씨는 “유행은 어디든 똑같다”며 “성수동에서 ‘핫한’ 옷도 저렴하게 팔아 가족 단위 손님부터 외국인들, 젊은 손님까지 많이 온다”고 전했다. 요즘 중고 제품은 떨이가 아닌 ‘득템’(좋은 물건을 얻었다는 의미의 신조어)으로 여겨진다. 중고 제품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빈티지 유행’으로 바뀌고 경기 불황이 계속되면서 마니아만 누리던 중고시장이 가성비와 개성을 한 번에 잡을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이 됐다. 중고 제품을 사고파는 플랫폼의 사용자 수도 폭증했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인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중고 의류 플랫폼 ‘차란’ 애플리케이션(앱) 이용자 수는 지난해 8월 3만명이었는데 올 8월엔 4.3배인 13만명으로 가파르게 뛰었다. 주된 사용자는 20대(43.6%)다. 중고 제품 거래 앱인 ‘당근마켓’ 이용자도 지난해 8월 1717만명에서 올 8월 1764만명으로 늘었다. ‘번개장터’는 269만명에서 296만명으로, ‘중고나라’는 85만명에서 95만명으로 증가했다. 지난 7일 서울 중구의 한 빈티지 의류 상점 앞에서 만난 ‘빈티지 마니아’ 남혜민(34)씨는 “흔한 기성 제품이 아니라 특이하고 구하기 어려운 물건을 찾으러 온다”며 “‘감성’과 ‘돈’ 둘 다 놓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서울 용산구 신흥시장에 빈티지 의류 가게를 연 김성진(36)씨는 “미국 빈티지 의류, 일본 브랜드 등 고객마다 다양한 중고 의류 취향을 맞추려 한다”고 설명했다. 중고 의류만 유행하는 것은 아니다. 이달 결혼한 이모(27)씨는 “책장, 에어컨, 세탁기, 청소기 등 신혼살림의 90%가 중고지만 아무도 모른다”며 “포장을 제거해 한두 번 사용했거나 유행이 지났을 뿐 성능이나 외관은 큰 차이가 없고 가격은 저렴해 합리적”이라고 했다. 인천 서구에 사는 장모(59)씨도 14개월인 손녀를 위해 미끄럼틀 등 장난감 20여개를 정가의 4분의 1 가격에 ‘당근마켓’에서 샀다. 중고 제품이 소비자에게 하나의 대안이 된 건 ▲중고 제품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 ▲계속되는 고물가 ▲나만의 독특함을 보여주고 싶은 욕구가 맞물려서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그간 ‘구제’는 누가 쓰던 것이라 꺼림직하다는 인식이 강했는데 중고 물품이 친환경적이라는 긍정적인 인식이 커지는 등 중고에 대한 저항감이나 사회적 낙인 효과가 줄어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빈티지가 유행하는 시기는 다들 주머니에 돈이 없을 때”라며 “안정적이고 질 높은 일자리가 점점 사라지는 상황에서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현명한 소비 방법으로 빈티지가 부상한 것”이라고 했다.
  • [최여정의 아침 산책] 두 일본인의 쓸쓸했던 추석

    [최여정의 아침 산책] 두 일본인의 쓸쓸했던 추석

    지난 추석 오후, 망우역사문화공원 산책길을 걸었다. 서울에는 추석 연휴 마지막 날까지 역대 가장 늦은 폭염 경보가 내려졌다. ‘2024년 뒤끝 더위’ 속에 ‘가을저녁’(秋夕)이 무색했다. 흠뻑 젖은 등허리의 땀을 식히기 위해 망우산 고갯길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춰 섰다. 저 멀리 한강 물줄기가 시원하게 내려다보인다.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도 바로 이곳에 섰다. 지금의 구리시 ‘건원릉’ 묫자리를 친히 답사하고 흡족한 마음으로 환궁하던 중이었다. 그러고는 ‘내가 이 땅을 얻었으니 근심을 잊을 수 있겠다’라고 경탄했다 하여 이곳을 ‘망우리’(忘憂里)라 이름 붙였다. 다시 망우산 숲속 사잇길을 짚어 내려가는데, 봉긋이 솟아오른 봉분마다 성묘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다. 깊이 뿌리 박힌 잡초를 솎아 내고 흙탕물로 가려진 비석을 닦아 내는 손길이 분주하다. 정성껏 차려 놓은 차례상 위에는 커다란 아이스아메리카노, 딸기 생크림케이크, 시원한 팥빙수가 등장했다. 홍동백서 따지는 엄격한 차례문화는 지나간 지 오래, 살아생전 고인이 좋아했던 기호품을 준비하는 게 요즘 조상 섬기는 문화다. 아장아장 걸음마를 떼는 손주가 조막만 한 손으로 차례상 팥빙수에 숭덩 담근 손을 얼굴에 대고 문지르자 가족들의 웃음소리가 번져 나간다. 망우역사문화공원은 오랫동안 ‘망우리공동묘지’로 불렸다. 일제강점기인 1933년에 개원했으니 그 역사가 깊다. 이 땅에 묻힌 2만 8000여명의 육신이 흙에서 꽃으로, 이슬로, 바람으로 흩어진 시간이다. 이름난 독립운동가와 소설가, 시인, 정치인 등의 안식처이기도 한데 공원 초입에 안장된 유관순 열사부터 만해 한용운, 소파 방정환을 지나 도산 안창호의 묘소가 이어진다. 그런데 이곳에서 두 명의 흥미로운 일본인 이름을 발견했다. 한 명은 아사카와 다쿠미, 또 하나는 사이토 오토사쿠. 아사카와는 일제강점기 대표적인 친한파 일본인으로 조선총독부 임업연구소에 근무하면서 광릉수목원을 조성한 인물이다. 종자 채집을 위해 조선 땅을 돌아다니던 그는 조선의 아름다움에 깊이 빠졌다. 일본의 미학자 야나기 무네요시에게 조선 공예를 소개한 것도 그였다. 야나기 무네요시는 아사카와가 수집한 공예품들에 매혹됐다. 해방 이후 다른 일본인들과 다르게 아사카와와 야나기 무네요시는 자신들이 수집한 공예품 3000여점 전부를 한국 정부에 기증했고 이는 우리 공예연구의 밑거름이 됐다. 월급의 대부분을 가난한 조선인을 위해 기꺼이 내놓을 정도로 교감을 나누었다는 아사카와 다쿠미의 인생은 ‘백자의 사람’이라는 영화로도 제작됐다. 사이토 오토사쿠는 일제강점기 산림 정책의 총수로, 조선 임야 수탈의 지휘자이자 조선 임업의 설계자로서 공과가 나뉘는 인물이다. 생을 다하고 다시 일본으로 가는 대신 이 땅에 묻힌 쓸쓸한 두 일본인의 묘소를 바라본다. 저 일본인들의 후손은 먼 한국 땅에 묻힌 조상을 잊지 않았을까. 잊지 않았다면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최여정 작가
  • 시위하다 역무원 밀친 전장연 활동가, 경찰에 체포

    시위하다 역무원 밀친 전장연 활동가, 경찰에 체포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활동가 1명이 시위 도중 혜화역 지하철 역무원을 밀친 혐의로 경찰에 현행범 체포됐다. 30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혜화경찰서는 이날 오전 8시 14분쯤 철도안전법 위반 혐의로 전장연 여성 활동가 A씨를 현행범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A씨는 이날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 내 지하철 승차장에서 시위하던 도중 서울교통공사 소속 역무원들을 상대로 가방을 휘두르고 밀친 혐의를 받는다. 전장연은 이날 서울시의 권리중심 최중증장애인 공공중심일자리 노동자 400명 해고 철회 등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전장연은 “서울교통공사의 강제적이고 폭력적인 퇴거 과정에서 경찰은 적반하장으로 선전전을 하는 전장연 여성활동가를 강제 연행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7월에는 한 전장연 활동가가 서울 지하철 1호선 동묘앞역 타는 곳에서 시위 도중에 경찰관에게 침을 뱉은 혐의(공무집행방해)로 경찰에 체포되는 일도 있었다.
  • 스승에서 원수로, 마지막엔 이웃으로 남은 크로그와 뭉크 [으른들의 미술사]

    스승에서 원수로, 마지막엔 이웃으로 남은 크로그와 뭉크 [으른들의 미술사]

    노르웨이의 자연주의 화가 크리스티안 크로그(Christian Krohg·1852~1925)는 이제 막 신입생이 된 에드바르 뭉크(Edvard Munch·1863~1944)에게 그림 지도를 해주며 예술 세계로 인도한 인물이다. 크로그는 어딘지 외롭고 수줍음이 많은 뭉크에게 동질감을 느끼며 그에게 용기를 주었다. 1886년 뭉크가 ‘아픈 아이’로 미술계에 등단했을 때 비평가들의 평가는 혹평 일색이었다. 뭉크가 열 네 살 때 죽음을 맞은 누나 소피에를 그린 이 그림에 대해 비평가들은 악평을 쏟아냈다. 비평가들은 이 작품에 대해 스케치 수준의 작품이며, 손도 제대로 못 그리고, 바탕칠조차 제대로 하지 않아 군데군데 빈 곳이 남아 있는 작품이라 평가했다. 그러잖아도 수줍음이 많은 뭉크는 이 혹평에 주눅이 들고 위축되었다. 진심으로 응원해 준 스승그러나 노르웨이 화단에서 단 한 사람만이 뭉크의 잠재력을 확신했다. 그가 바로 크로그다. 크로그는 뭉크의 붓질에서 슬픔과 분노, 위로를 보았다. 크로그는 세간의 비평에도 뭉크의 표현 능력과 잠재력을 보았다. 뭉크는 미술계 평단으로부터 받은 냉혹한 평가로 마음과 몸이 지쳤다. 그러나 단 한 사람, 즉 크로그의 평가에 진심으로 위로를 받았다. 뭉크는 이 작품을 스승 크로그에게 선물했다. 둘의 관계는 스승과 제자 관계를 넘어 서로 점점 의지하기 시작했다. 크로그는 후에 뭉크에게 자기 아들의 대부가 되어 줄 것을 부탁했다. 자기 아들의 종교적 후원인으로서 뭉크를 지목했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 크로그는 뭉크를 가족과 같이 대우했다. 뭉크는 크로그를 진심으로 존경했다. 멀어진 두 사람그러나 이 둘의 관계는 여기까지였다. 크로그와 뭉크 사이는 점점 멀어졌다. 후에 둘은 남보다 못한 원수지간이 되었다. 이 둘의 관계가 삐걱거리기 시작한 것은 크로그의 사생활 때문이었다. 크로그는 크리스티아니아 보헤미안 그룹에서 자유연애를 주장했으며 이를 실천했다. 이를 이해할 수 없었던 뭉크는 크로그를 멀리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둘의 관계는 점점 손을 쓸 수 없을 지경이 되었다. 노르웨이 화단에서 독보적인 존재인 크로그와 뭉크는 서로를 비난했다. 둘은 끝내 화해하지 못한 채 크로그는 1925년 사망했다. 크로그의 부인인 오다 역시 뭉크를 원망하며 지냈다. 크로그가 사망하자 오다는 뭉크에게 받은 ‘아픈 아이’를 팔아 생계를 유지했다. 둘의 사이를 끈끈하게 맺어준 그림마저 사라졌다. 10년 뒤 오다가 사망했다. 죽어서 이웃이 된 두 사람1944년 뭉크마저 사망했다. 끝내 화해하지 못하고 원수로 남은 두 사람은 아이러니하게 죽어서 이웃으로 남아 있다. 크로그와 뭉크는 노르웨이 정부가 수여하는 가장 높은 훈장인 성 올라프 기사 훈장을 받은 예술계 거목들이다. 노르웨이 정부는 그들의 예술적 기여에 보답하는 의미로 오슬로에 있는 ‘우리주 구세주 공동묘지’에 안장했다. 이곳은 노르웨이 문학, 예술, 정치 등 노르웨이 사회를 빛낸 인물들의 안식처다. 크로그와 뭉크 역시 그만한 예우를 받을 자격이 충분한 예술계 거물들이다. 그러나 노르웨이 정부는 원수로 남은 그들의 마음까지 헤아리지는 못했다. 크로그 부부 묘지 옆에 뭉크 묘지가 자리하고 있다. 이 둘은 이곳에서도 서로 등지고 누워 있다.
  • 추석엔 서울 전경 구경 어때요…서울 동서남북 조망명소 4선

    추석엔 서울 전경 구경 어때요…서울 동서남북 조망명소 4선

    하늘이 높아지는 가을이다. 한가위에 가족들과 함께 서울을 동서남북에서 굽어볼 수 있는 조망 명소 4곳을 소개한다. 서울의 서쪽 여의도의 서울달부터 중랑구의 중랑전망대, 남쪽의 우면산, 중구의 정동전망대까지 어렵지 않게 서울의 전경을 만날 수 있는 장소들이다. 특히 새로 등장한 여의도의 서울달은 요즘 ‘핫플’로 떠오른 명소다. 여의도 서울달계류식 가스 기구인 서울달은 서울의 아름다운 경관을 더욱 생생하게 관람할 수 있는 새로운 관광 콘텐츠다. 불연성, 비폭발성의 헬륨가스를 사용해 장시간 비행할 수 있다. 기구 높이 34m, 풍선의 지름만 22.5m에 달한다. 최대 130m 높이까지 비행하며 고층빌딩 속 매력적인 서울의 스카이라인을 관람할 수 있다. 출발지는 여의도공원 한가운데다. 1회당 최대 20명의 인원이 탑승할 수 있다. 안전교육 15분, 탑승시간 15분으로 날씨와 상황에 따라 탑승 가능 인원 및 상승 높이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서울달 공식인스타그램(@seouldal_official)과 서울달 정보 알리미(bit.ly/seouldal-official-info) 등에서 운영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망우역사문화공원 중랑전망대중랑전망대는 우리 근현대사의 주요 인물이 잠들어있는 망우역사문화공원 안에 있다. 예전엔 ‘망우리 공동묘지’였다가 독립운동가들의 얼을 기리기 위한 ‘망우역사문화공원’으로 재탄생했다. 유관순 열사, 한용운, 방정환 등 문화예술계 인사 80여 기의 묘역이 있다. 입구에서 30여 분 걸어 최학송 묘역 인근을 지나면 탁 트인 공간의 중랑전망대를 만날 수 있다. 북한산의 보현봉, 백운대, 망우역, 봉화산, 도봉산 등 여러 산과 어우러진 서울의 도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지난해 새로 확장한 다목적 전망대는 더욱 넓어지고 안전해졌다. 망우공원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는 모니터로 이용 편의성을 높였고, 태극기 형상의 커다란 창을 이용해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했다. 우면산 소망탑 전망대서울 서초구와 경기 과천시의 경계를 이루는 우면산은 소가 잠자는 모습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도심에서 쉽게 오를 수 있는 산이라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등산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우면산 등산 코스는 굳이 등산화가 필요 없을 만큼 경사도 완만한 편이라 초보 등산객들에게 특히 사랑받고 있다. 성인 기준으로 대부분 1시간 남짓이면 정상인 소망탑까지 오를 수 있다. 우면산 소망탑 근처에 조성된 전망대는 서울시 우수경관 조망명소로 선정됐다. 예술의 전당 지붕부터 서울의 빛나는 도시 야경, 남산타워까지 탁월한 전망을 자랑한다. 해발 270m의 소망탑은 해 질 무렵 찾으면 서울로 내리는 노을과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최고의 장소다. 정동전망대정동전망대는 서울시청 서소문 청사 1동 13층에 있다. 내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의 방문객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전망대 내에는 정동 일대 주요 공간에 대한 설명이 적힌 파노라마 사진과 스토리보드가 전시되어 있다. 1900년대 당시 국제교류와 외교의 주요 무대였던 외국공사관과 정동교회, 이화학당, 경운궁 등 정동 일대의 옛 사진을 전시하고 있어 정동의 변화상을 직접 확인해 볼 수 있다. 전망대에 오르면 서울광장, 서울시 청사, 덕수궁 함녕전, 정동 일대 등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서울시는 관람객의 편의를 고려해 1층에서 13층 전망대로 바로 이동할 수 있는 전용 엘리베이터를 운영하고 있다. 시에서 직접 운영하는 카페 ‘다락’은 커피, 음료, 쿠키 및 케이크 등을 시중보다 저렴하게 판매한다.
  • 늙지 않는 상상 이상의 상상력 어디까지입니까

    늙지 않는 상상 이상의 상상력 어디까지입니까

    내성적인 소년은 남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 공동묘지에서 혼자 놀거나 하루 종일 TV만 봤다. 기이한 인형을 수집한다는 소문이 돌며 왕따를 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누구보다 독특한 상상력으로 기발한 영화들을 줄줄이 내놓으며 거장이 됐다. 바로 팀 버턴(66) 감독이다. 그의 새 영화 ‘비틀쥬스 비틀쥬스’가 지난 4일 개봉하면서 감독의 과거 영화도 다시 주목받는다. 영화는 1988년 ‘비틀쥬스’의 후속편으로 전편의 독특한 분위기를 그대로 살렸다. 전편 ‘비틀쥬스’에서는 집을 구매한 뒤 자동차 사고로 유령이 된 찰스 부부가 본인들 집으로 이사 온 리디아 가족을 내쫓기 위해 악동 유령 비틀쥬스를 소환하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렸다. 능력은 출중하지만 엉뚱하면서 어딘가 어수룩하기까지 한 유령 비틀쥬스가 보여 준 음울하고 황당한 저세상(지옥) 세계관이 큰 인기를 끌었다. 버턴 감독은 다음 해인 1989년 비틀쥬스 역의 배우 마이클 키튼을 만화 속 영웅 ‘배트맨’으로 변신시켜 또 한 번 세상을 놀라게 한다. 당시 버턴 감독의 역량을 알아본 워너브라더스가 그에게 배트맨 시리즈를 맡겼는데 버턴 감독은 원작을 파괴하다시피 하면서까지 음울한 배트맨을 창조했다. 버턴 감독이 다음 해에 내놓은 ‘가위손’은 배우 조니 뎁을 세계적으로 알린 작품이다. 뎁은 ‘슬리피 할로우’(1999), ‘찰리와 초콜릿 공장’(2005),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2010) 등 버턴 감독의 여러 작품에 출연하면서 그의 ‘분신’으로도 불린다. 버턴 감독의 데뷔작은 1982년 발표한 6분짜리 애니메이션 ‘빈센트’다. 누가 봐도 버턴 감독을 쏙 빼닮은 인형 캐릭터가 등장한다. 스톱 모션을 활용한 제작 방식은 1993년 각본과 제작을 맡은 ‘크리스마스 악몽’부터 시작해 ‘유령신부’(2005), ‘프랑켄위니’(2012) 등으로 이어진다. 그의 작품은 음울한 동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빅 아이즈’(2014),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2016), 그리고 ‘덤보’(2019) 등에서도 이런 분위기를 이어 가는데 ‘컴퓨터그래픽(CG)을 지나치게 쓴다’는 혹평도 뒤따랐다.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괴물 가족 ‘아담스 패밀리’를 원작으로 한 시리즈물 ‘웬즈데이’가 2022년 넷플릭스에서 공개돼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 기세를 이어 36년 만에 이어진 ‘비틀쥬스 비틀쥬스’는 전편에서 유령을 보는 딸이었던 리디아가 인기 TV쇼에 등장하는 유명한 영매로 활동하면서 아버지의 장례식 때 고향에 내려갔다가 다시 한번 비틀쥬스를 만나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다. 전편 주요 배우인 마이클 키튼과 위노나 라이더를 비롯해 무대였던 가족 저택, 저승행 기차를 기다리는 각종 시체들이 모이는 사후세계 대기실은 여전히 반갑다. 머리가 주먹만 한 비틀쥬스의 부하 슈링커, 공포스런 존재이지만 어딘가 귀엽게 느껴지는 사막 뱀 등도 그대로다. 1980~90년대 팀 버턴 특유의 감성이 여전한 덕에 미국을 비롯한 외국에서의 평은 나름 좋은 편이나 우리나라에서는 호불호가 갈린다. 개봉 이후 8일까지 저조한 성적을 보였다. 그러나 버턴 감독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의 유명한 말로 답할 듯하다. “예술가라면 사물을 새롭게, 이상하게 바라볼 것을 언제나 기억하라”고.
  • 동굴서 얼어죽은 ‘곱슬머리男’, 누구였나…47년 만에 풀린 미스터리

    동굴서 얼어죽은 ‘곱슬머리男’, 누구였나…47년 만에 풀린 미스터리

    미국 펜실베이니아주(州) 애팔래치아산맥에 있는 동굴에서 꽁꽁 언 채로 발견된 남성의 신원이 47년 만에 확인됐다. 피너클(암벽 또는 암릉 위에 뾰족하게 튀어나온 부분) 아래 동굴에서 발견돼 ‘피너클 맨’이라고 불린 이 남성은 반세기 만에 자신의 이름을 찾고 가족 품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 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펜실베이니아주 버크스 카운티 검시소는 47년 전 발견된 이 남성이 몽고메리 카운티 포트 워싱턴에 살던 27세(발견 당시) 니콜라스 그럽이라고 밝혔다. 47년 전 꽁꽁 언 채 발견…신원 확인 안돼그럽은 1977년 1월 16일 필라델피아에서 북서쪽으로 약 120㎞(75마일) 떨어진 동부 펜실베이니아의 올버니 타운십에 애팔래치아 트레일의 한 동굴에서 2명의 등산객에 의해 발견됐다. 그는 꽁꽁 언 채로 사망한 상태였다. 당시 수사당국은 그럽의 부검을 진행하고 지문을 채취했지만, 그가 푸른 눈과 붉은 곱슬머리를 가진 25~35세 사이의 남성이라는 점만 확인할 수 있었다. 타살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으며, 당국은 ‘약물 과다 복용으로 인한 극단적 선택’으로 결론 내렸다. 아무도 찾는 사람이 없던 그는 무연고자 공동묘지에 묻혔다. 지난달 신원 확인 ‘성공’…죽음은 여전히 의문잊혀지던 그럽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한 여정은 지난 2009년 시작됐다. 버크스 카운티 검시소는 보관된 지문 사본과 치아 기록에 의존해 15년간 최대 10명의 실종자와 그럽의 기록을 비교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추가적인 수사 노력도 허사로 돌아갔다. 부검 당시 채취했던 지문의 원본은 사라지고 사본만 있었는데, 사본은 워낙 흐릿해 그의 신원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주지 못했다. 그런데 지난달 극적인 일이 일어났다. 펜실베이니아주 강력계 이안 켁 경관이 국립 실종 및 미확인자 시스템 센터 요청으로 그럽 사건과 관련해 경찰 기록 보관소를 다시 뒤졌는데, 이때 사라진 줄로만 알았던 그럽 지문의 원본을 찾은 것이다. 켁 경관은 센터에 그럽의 지문을 보냈고, 약 53분 만에 지문이 일치하는 신원을 확인했다. 현재 그럽의 친척들은 그의 유해를 가족 매장지에 매장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고 한다. 그럽의 직계 가족은 모두 사망했다. 다만 그럽의 마지막 날에 대한 의문은 아직 남아있다. 검시소 측은 “그럽은 가벼운 옷을 입고 불을 피우려고 시도한 흔적이 있었다. 음식이나 캠핑 장비는 발견되지 않았다”며 “그럽이 왜 동굴에 있었는지 등 그의 죽음에 대해 아직 밝혀지지 않는 부분이 많다”고 전했다. 당국은 추가적인 수사에 나설 계획이다.
  • 김동연 경기도지사, 선감학원 피해지원으로 인권의학연구소 감사패 받아

    김동연 경기도지사, 선감학원 피해지원으로 인권의학연구소 감사패 받아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선감학원 사건 피해자 지원, 공식사과 등 피해자들의 상처 치유를 위해 노력했다며 사단법인 인권의학연구소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 김동연 지사는 28일 경기도청사에서 (사)인권의학연구소 이사장인 함세웅 신부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 김 지사는 “지금 이 시기에도 자행되는 공권력이라는 이름 하에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들이 선감학원뿐만 아니라 얼마나 많은지 생각했다. 지사가 되기 전에 선감학원에 대한 이야기도 몰랐다. 중앙부처 일을 30년 넘게 했던 사람인데 참 부끄럽다”면서 “얼마 전 간토대지진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봤다. 영화를 보면서 국가의 정치지도자가 그렇게 힘들고 고통당한 분들에 대한 적절한 예우를 할 수 있다면 지금 쪼개지고 갈라진 나라를 통합하는 데 좋은 일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유해) 수습을 위한 개토식을 하면서 필요하다면 중앙정부에 구상권을 청구하겠다고 했다. 돈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중앙정부가 여기에 대해서 문제의식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다”라며 “고무적인 것은 형제복지원이 있는 부산에서도 선감학원 얘기를 한다고 한다. 좋은 본보기가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부끄럽게도 (선감학원) 인지를 못하고 있던 사람이었으니까 이 일을 함께 했던 많은 분들, 피해자분들이 (감사패를) 함께 받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화영 인권의학연구소 소장은 “국가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경기도의 지원을 보면서 큰 울림을 받고, 우리 사회에 정의가 존재함을 확인했다”며 “경기도가 선감학원 피해자에게 공적인 지원 시스템의 길을 열고 실행하는 것은 수많은 국가폭력 피해자에게 큰 위로가 되고 우리 사회에 피해자 치유지원에 정도를 보여주는 결과”라며 감사패 수여 이유를 밝혔다. 자리를 함께 한 함세웅 신부는 “사제인 저희들보다 공적인 일을 늘 앞세운 (김동연 지사의) 삶을 보면서 큰 감동을 받았다”며 “공적기관의 대표자가 그 사실(선감학원)을 밝혀내고, 가족들과 당사자를 위해 도와준 내용은 아름다운 이 시대의 본보기다. 김동연 지사님 같은 분들이 우리 시대를 아름답게 밝혀주는 등불 길잡이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선감학원은 1942년부터 1982년까지 안산시 선감동에 설치된 아동수용시설로, 위법적 부랑아 정책시행으로 10세 전후 아동을 대상으로 강제수용 및 가혹행위 등을 자행한 아동인권침해 사건이다. 김동연 지사는 2022년 10월 과거 선감학원 아동인권 침해사건에 대해 책임 있는 자세로 피해자들의 상처 치유와 명예회복을 지원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하면서 공식사과 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선감학원 사건 피해자들에게 위로금과 매월 생활안정지원금을 지원하고 있으며, 의료실비 지원과 함께 정신적 트라우마도 치유할 수 있도록 피해자지원센터도 운영 중이다. 특히 도는 지난 8일 개토행사를 열고 9월부터 본격적인 유해 발굴에 착수한다. 앞서 2022년 10월 진실화해위원회는 사건의 근본 책임 주체를 국가라고 명시하고 국가 주도로 유해 발굴을 하고 경기도는 행정 지원을 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그러나 정부의 별다른 입장이나 유해 발굴노력이 없자 김동연 지사는 지난 2월 국가를 대신해 ‘선감학원 희생자 공동묘역 유해발굴 사업’을 전격 추진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현재 도는 해당 공동묘역 유해 발굴이 완료되는 오는 12월부터 시굴 유해를 포함한 전체 발굴 유해에 대해 인류학적 조사, 유전자 감식, 화장, 봉안 등의 절차를 본격적으로 진행할 방침이다.
  • ‘50000명→5000명’…프리고진 사망 1년 만에 쪼그라든 바그너그룹 [핫이슈]

    ‘50000명→5000명’…프리고진 사망 1년 만에 쪼그라든 바그너그룹 [핫이슈]

    무장반란을 일으켰다가 의문사한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사망 1주기를 맞이한 가운데, 쇠락한 바그너그룹의 현 상황이 알려졌다. 지난 23일(현지시간) 영국 국방부는 공식 ‘엑스’를 통해 프리고진의 죽음 이후 바그너그룹의 전투력은 상당히 감소했다고 밝혔다. 영국 국방부는 “프리고진의 죽음 이후 바그너그룹은 분열되었고 살아남은 고위 인사들은 조직을 떠나 러시아와 체첸 부대에서 직책을 맡았다”면서 “2023년 바그너그룹의 최대 병력이 약 5만 명인 것과 비교하면 현재는 아프리카와 벨라루스에 배치된 병력을 합쳐 약 5000명을 유지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전성기에 비하면 바그너그룹의 위세가 10분의 1로 줄어든 셈. 실제 바그너그룹은 수장을 잃은 후 내전이나 쿠데타 등으로 혼란한 아프리카 국가에서 영향력을 키워왔다. 이중 말리가 바그너그룹의 아프리카 지역 거점으로, 지난달 6일 AP통신은 말리 군부와 함께 현지에서 군사작전을 벌이던 바그너그룹 용병들이 민간인 수십 명을 사살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과 동향이라는 인연으로 시작해, 러시아 정부 부처와 행사에 음식을 공급하는 급식업체를 운영하며 ‘푸틴의 요리사’로 불렸던 프리고진은 지난 2014년 바그너그룹을 창설하면서 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특히 중동과 아프리카 등 여러 분쟁에 바그너그룹을 앞세워 악명을 얻은 그는 이후부터 ‘푸틴의 요리사’라는 별칭에서 ‘푸틴의 살인병기’, ‘푸틴의 투견’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이후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도 큰 공적을 세운 프리고진은 그러나 지난해 6월 러시아 군 지휘부에 불만을 품고 무장 반란을 일으켰다가 돌아갈 수 없는 다리를 건너고 말았다. 결국 지난해 8월 23일 모스크바를 출발해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향하던 바그너그룹 전용기가 추락하면서 이 안에 탑승해 있던 프리고진은 사망했다. 자신의 최측근이자 바그너 그룹의 공동 설립자인 드미트리 우트킨(호출부호 바그너)을 포함해 바그너 그룹 간부와 승무원 등 탑승자 10명 전원이 이 사고로 숨졌다. 이에대해 서방에서는 무장반란을 시도한 프리고진에 대해 푸틴 대통령이 보복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추측한 바 있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23일 프리고진의 사망 1주기를 맞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포로호프스코예 공동묘지에 있는 그의 무덤에서 추모식이 열렸다. 추모객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전과를 올렸지만, 쿠데타 시도 후 사망한 그를 영웅으로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우리에게 절실한 변화의 힘… 올랭피아, 제2의 성 그리고 파리올림픽[서진솔 기자의 진솔한 파리]

    우리에게 절실한 변화의 힘… 올랭피아, 제2의 성 그리고 파리올림픽[서진솔 기자의 진솔한 파리]

    마음 깊숙한 곳까지 꿰뚫어 보는 듯한 올랭피아의 시선에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다. 숨기고 싶은 치부를 들킨 기분이었지만 몸을 움직일 수도, 눈을 뗄 수도 없었다. 에두아르 마네의 ‘올랭피아’는 압도적인 기운으로 오르세미술관 1층 14번 구역의 스무 평 남짓한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1865년 공개된 이 작품은 프랑스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안겼다. 평론가들은 비너스를 매춘부로 비하했다며 분개했다(마네는 티치아노 베첼리오의 ‘우르비노의 비너스’에서 영감을 얻었다). 또 거만하게 노려보는 그림 속 여인의 시선이 불편하다고 비판했다. 여성 신체를 신비롭고 아름답게 부각하는 누드화의 전통적인 가치가 뒤집힌 것이다. 1949년에는 프랑스 대표 철학자이자 작가인 시몬 드 보부아르가 자신의 저서 ‘제2의 성’으로 또 한 번 경종을 울렸다. 그는 남성 중심으로 여성의 현실을 진단하는 기존 틀에서 벗어나 여성이 역사, 사회, 철학적으로 왜 주체가 되지 못하고 타자로 남았는지 적나라하게 분석했다. 출판되자 남성 지식인뿐 아니라 여성계도 반발했으나 현재는 여성운동을 크게 진전시킨 위대한 서적으로 평가받는다. 2024년의 파리가 문화, 예술의 도시로 불리는 이유는 ‘아름다움’에 온 관심을 쏟기 때문이다. 아름다움이란 말은 ‘앎다움’에서 기원했다. 새로운 것보다 오래돼서 잘 아는 것이 귀중하고 훌륭하다는 의미다. 몽파르나스 공동묘지에 묻힌 보부아르 앞에 서면 ‘지금은 아름다움의 뜻이 어떻게 변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2024 파리올림픽도 이러한 프랑스 문화의 연장선 위에 놓였다. 올림픽 128년 역사상 처음 출전 선수의 성비를 맞췄고 성소수자가 가장 많이 참여한 대회로 주목받았다. ‘다양성’을 주제로 4시간의 드라마가 펼쳐진 개회식은 파리의 과감한 예술성이 무대 곳곳을 장식하며 환호와 비난을 동시에 받았다. 그러나 파리는 올림픽에 대한 평가를 유보할 것 같다. 올랭피아가 전 세계인이 찾는 오르세미술관의 대표적인 명작이 되고, 제2의 성이 여성학의 바이블이 된 것처럼 이번 대회의 메시지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우직하게 기다릴 것이다. 그리고 또 한 발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한국 체육도 배드민턴 여자 단식 금메달리스트 안세영(삼성생명)이 체육단체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갈림길에 섰다. 이제 책임자들의 대처가 과거와 다를지 지켜볼 차례다. 다만 기존 질서에 반하는 의견이 질타받는 건 스포츠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 곳곳에 올랭피아와 제2의 성, 파리올림픽과 같은 변화의 이야기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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