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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미 통상관계 ‘리셋’… 가까운 미래에 WTO 복원도 어려울 듯”[월요인터뷰]

    “한미 통상관계 ‘리셋’… 가까운 미래에 WTO 복원도 어려울 듯”[월요인터뷰]

    미국이 지난 30년간 유지돼 온 세계무역기구(WTO) 다자무역 체제 종식을 선언했다. 관세와 제조업 보호에 초점을 맞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정책이 기존의 세계무역 질서를 대체한다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무역 합의 체결 장소인 스코틀랜드 턴베리 지명을 따 새 무역 질서를 ‘턴베리 체제’라고 이름 붙인 미국은 “우리는 이제 ‘트럼프 라운드’를 목도하고 있다”(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 대표)고 했다. 강대국이 정한 ‘룰’이 곧 새 질서가 되는 뉴노멀의 시대,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 한국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30년 넘게 직업 외교관으로서 양자·다자 협상에 참여했으며 지금은 법무법인 광장 국제통상팀 고문으로 활동하는 최석영(70) 전 주제네바 국제기구 대표부 대사는 10일 “지금은 글로벌 통상 질서가 다자 질서에서 근본적으로 강대국 중심의 일방주의 질서로 재편되는 시기”라면서 “이에 따라 한미 양국의 동맹 관계, 통상 관계도 ‘리셋’(재설정)되는 시기로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美, WTO체제 종식 선언WTO 체제 더이상 작동하지 않아강대국 중심 통상질서로 재편 중한미 양국 관계도 재설정되는 시기-이제 자유무역 체제는 끝난 것인가. “2차 대전 이후 자유무역 질서를 지탱해 왔던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체제와 WTO 체제는 더이상 작동을 안 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가까운 미래에 이 체제가 복원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건 무리다. 지금은 과거 확립된 질서가 작동하지 않으면서 새로운 질서도 아직 형성되지 않은 과도기로, 힘에 의한 질서가 지배하는 상황이다.” -트럼프의 관세 압박에 ‘동맹이 어떻게 그럴 수 있나’라는 시각이 있다. “한미 간 통상 협상은 조용하게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양국 정부와 민간 기업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고 최근에는 통상 문제가 안보와 직결되면서 협상 자체가 굉장히 민감한 사항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예전에 비해 협상에 따른 충격도 훨씬 큰 상황이다.” -곧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다. 어떤 대비를 해야 하나. “이번 정상회담은 한미 동맹 관계의 향후 방향을 특징 짓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방위비 분담금 문제는 실제 무역 협상 테이블에서 같이 논의를 안 했을 뿐이지 같은 시간 다른 테이블에서는 논의를 해 왔다. 주한미군 역할 확대, 방위비 및 국방비 증액 문제도 핵심 사안으로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이 부분 관련 미국의 청구서가 나오거나 양국 간 일정한 양해 사항을 발표하지 않을까 싶다. 관세 협상에 대해선 합의 자체를 평가하고 이를 구체화하는 작업에 대한 방향을 언급할 것으로 본다.” -관세 협상은 선방했다는 평가가 많다. “25% 관세를 맞는 최악의 국면을 피했다는 점, 관세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제거됐다는 점에선 긍정적인 면이 있다. 다만 대미 투자 펀드가 어떤 방식으로 조성되고 어떻게 운영되는지, 누가 소유하며 누가 이익을 갖고 가는지에 대한 양국의 이해가 다르다. 농산물 수입에 대해서도 양측의 입장이 다르다. 세부적인 내용의 모호성은 분쟁의 씨앗이 될 수 있는데, 최악의 국면을 피하기 위해 정치적 타결을 먼저 한다는 점에서 ‘건설적 모호성’이라고도 한다. 쉽게 말해 숙제를 뒤로 미룬 거다.” -협상 내용을 명확히 하기 위해 서두를 필요는 없나. “이를 명확히 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협상을 또 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는 게 사실이다. 다만 지금은 일종의 정치적 합의를 하는 단계이므로 모호한 대로 놔두는 게 양쪽에 다 좋다. 섣불리 문서화 작업을 해 트럼프가 생각하는 선물이 구체화되면 우리가 바가지 쓰는 상황이 올 수도 있으므로 후속 협상이 더 힘들고 중요하다.” -자동차 협상에는 아쉬운 부분이 있다. “일본, EU 등 경쟁국에 비해 미국 시장에서 2.5% 관세 격차 우위를 누리고 있었는데 이게 소멸돼 상대적으로 불리해지는 결과를 초래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그렇지만 협상을 잘못했다고 얘기하기는 어렵다. 강자가 약자에게 ‘그냥 돈 줄래, 맞고 돈 줄래’ 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의 협상이기에 우리 협상단이 ‘잘했다’, ‘못했다’ 이렇게 평가할 수는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면에서 보면 미국의 힘을 이용해 미국 주도의 통상 질서를 재창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내 정치 게임을 잘하고 있는 거다.” -최혜국 대우를 적용받는다고 하지만 반도체 관세 우려가 크다. “미국 정부가 약속했다고 하는 건 다른 나라에 비해 더 불리한 대우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지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반도체에 대해 100% 관세를 부과하되 미국에 생산설비를 가지고 있거나 설비투자 계획을 시행하는 경우 예외를 검토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미 투자했거나 공장을 건설 중이므로 유리한 입장에 있을 수 있으나 워낙 변동성이 많은 여건을 감안해 예의 주시해야 한다.” ‘한미 정상회담’ 대비 어떻게 동맹 관계 방향 특징 짓는 계기 될 것주한미군 역할·방위비 등 핵심 사안관세 협상 구체화 방향 등 언급 전망-관세 수입이 막대해 미국이 관세를 쉽게 포기할 것 같지 않다고 한다. “트럼프 1기 때 중국에 초강경책을 쓰면서 한국·일본·EU에 대해서도 철강 관세를 부과했는데, 조 바이든 정부 들어서도 없어지기는커녕 그대로 승계했다. 통상 문제에 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좀 과한 측면이 있지만 상당 부분 의회가 정한 입법에 근거해 무역 정책을 취하고 있고, 의회의 태도가 행정부 태도와 거의 비슷해 앞으로 행정부가 바뀐다 해서 이 정책이 갑자기 바뀔 거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관세 인상이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는데도 계속될까. “미국 입장에서는 부채를 줄이고 제조업 생산 기반을 늘릴 수 있는 이점이 있기 때문에 자동으로 들어오는 관세 수입을 스스로 막을 이유가 전혀 없다. 물가 인상이 있을 수 있지만 위험한 수준까지 올라가는 상황이 되면 그때는 관세를 신축적으로 조정하면 된다. 미국이 미래의 어떤 불확실성 때문에 ‘관세를 미리 낮춰야 되겠다’ 이렇게 생각은 안 할 거라고 본다. 당분간 지속되리라고 보는 이유다.” -시급하게 교역 다변화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교역 관계가 특정 국가, 특정 품목에 너무 치우쳐 있으면 취약성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현실적으로 다변화할 새로운 시장이 없는데 무조건 미국 시장 의존도부터 줄이는 게 가능한 것인지도 냉정하게 봐야 한다. 다만 특정 시장에 편중돼 있는 위험을 분산시키려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과 같은 지역 협력 체제 등 우방국과의 협력 체제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 -CPTPP 참여 가능성은. “문재인 정부 때 CPTPP 가입을 추진했지만 정부가 협상하기 전 국회에 보고하는 절차 단계에서 막혔다. 이 협정에 가입하려면 농산물 쪽을 좀더 열어야 한다.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 국가들이 미국과 비슷한 수준의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실용 정부 아닌가. 여당도 압도적 의석을 가지고 있으니 이제는 할 수 있다고 본다. 지금은 단순한 무역 자유화가 아닌 공급망 안정성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핵심 광물, 핵심 부품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경제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 통상 뉴노멀 시대 생존 전략 美에 수출 때 환적·원산지 위반 조심세계 각국 보조금 대놓고 주는 시대기업 지원 정책·입법 흐름 반영해야-뉴노멀 시대에 기업들은 난리가 났다. “이제 수출할 때마다 미국 관세를 계속 맞아야 하는 구조다. 미국이 우회 수출을 방지하기 위해 원산지 검증을 굉장히 까다롭게 한다. 즉 환적, 원산지 위반을 조심해야 한다. 미국 정부가 원산지 위반 품목에 대해서는 관세를 40% 추가로 더 부과하고 벌금도 매기겠다고 했다. 미국이 이렇게 하면 다른 나라도 대응 조치를 마련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각 나라들이 취하는 무역·투자 정책에 대한 모니터링을 훨씬 더 강화해야 한다.” -기업 지원 방안도 강구돼야 할 것 같다. “지금은 보조금을 대놓고 주는 시대다. 국제 규범 위반을 따지는 것은 전혀 실익이 없다. 세계 각국이 자국 우선주의 기조하에 막대한 재정과 조세 혜택을 자국 기업에 쏟아붓고, 경제안보 확보를 위한 배타적인 법과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우리의 경제안보 정책과 입법에도 이 같은 흐름을 반영해야 할 엄중한 시기다.”
  • 美사령관 “주한미군 변화 필요”

    美사령관 “주한미군 변화 필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 필요성에 대한 언급이 계속되는 가운데 주한미군사령관도 “주한미군에 변화가 필요하다”며 역할 및 규모 변경 가능성을 거론했다. 미국이 한국과의 관세 협상 과정에서 동맹의 현대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추진하려 했다는 내용이 현지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이달 하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동맹 청구서’가 구체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군사령관은 지난 8일 경기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갖고 “75년 전 한국은 지금과 매우 다르고 세계 균형 자체가 많이 바뀌었다”며 주한미군의 변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병력 등 숫자보다는 능력이 중요하다”며 역량을 유지한다면 감축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도 내놨다. 그는 “5세대(스텔스) 전투기 1대는 4세대 전투기 2대와 동급으로 평가할 수 있는데 이러면 능력이 더 중요한가, 숫자가 더 중요한가”라며 “새로운 능력을 들여와서 작전 환경을 어떻게 조성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브런슨 사령관은 특히 “동북아 지역도 맥락이 바뀌었다. 이북에 핵무장한 나라도 생겼고 점진적으로 러시아가 북한에 관여하고 있고 중국 역시 인도태평양 지역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한국군이 양안(중국과 대만) 문제에 개입하게 될 가능성에 대해선 “미국이 대만에 가면 한국도 같이 간다는 식으로 기정사실로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을 ‘배 바로 옆에 있는 악어’처럼 가장 가까운 위협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북러 간 밀착, 중국 해군과 러시아 함대의 합류 등을 언급하며 러시아와 중국 역시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문제와 관련해선 ‘공동 합의에 기반한 조건 충족’이라는 원칙을 재확인하며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다. 그는 “전작권 전환만을 목표로 다급하게 진행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지름길을 택하면 한미의 방위 태세를 위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계획을 변경하려면 새로운 합의가 있어야 하고, 그 역시 군사적으로 조건을 갖춰야 한반도의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미 워싱턴포스트(WP)는 9일(현지시간) 자체 입수한 미국 정부의 ‘한미 합의 초기 초안’을 인용해 “미국은 한국이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2.6%였던 국방비를 3.8%로 증액하기를 원했다”고 보도했다. 또 2만 8500명의 주한미군 기지 운영에 드는 연간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10억 달러(약 1조 3915억원) 이상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를 검토했다고 밝혔다. 내년 한국의 분담금이 11억 달러(1조 5306억원)인 걸 감안하면 2배 가까운 증액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초안에는 또 ‘한국 정부가 대북 억제를 지속하는 동시에 중국을 더 잘 억제하기 위해 주한미군 태세의 유연성을 지지한다는 정치적 성명을 발표한다’는 것과 주한미군 재배치에 대해서도 한국의 승인을 요구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10일 “미 측이 한미 관세 협상에서 이러한 요구를 하지 않았고, 그 외 협의 과정에서도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하거나 방위비분담금협정(SMA)의 재협상을 언급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도 “관세 협상 논의는 통상 분야를 중심으로 이뤄졌다”며 “한미 양국은 변화하는 안보 환경 속에서 동맹의 능력 및 태세를 강화하기 위한 호혜적 협력 방안을 논의해 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미국이 주요 동맹국에 동맹 현대화를 위한 변화를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고, 주요 외교안보 당국자들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를 주장하고 있어 우리도 압박을 피하기는 어려운 흐름으로 보인다. 당장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구체적인 청구서가 명시되진 않더라도 안보 동맹 관련 사안들이 회담의 주요 의제로 다뤄진 뒤 실무 협의 등을 통해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전략적 유연성 문제는 2006년 노무현 정부 시절 한미 공동성명을 통해 명시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의 필요성을 존중한다면서도 한국민 의사와 관계없이 동북아 분쟁에 개입돼선 안 된다는 단서를 포함했다. 중국을 더욱 직접적인 위협으로 인식하게 된 미국이 19년 만에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대해 한국의 보다 명확한 지지 표명을 요구할 경우, 정부는 대북 억지력에 미칠 영향, 한미 동맹과 한중 관계 등 다양한 요소를 두고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앞서 관세 협상 과정에서도 2035년까지 국방비를 GDP의 5%까지 올리겠다고 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 비슷한 방식의 점진적인 인상을 비롯해 동맹 현대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논의해 왔다.
  • “한미 통상관계 ‘리셋’…가까운 미래에 WTO 복원도 어려울 듯”

    “한미 통상관계 ‘리셋’…가까운 미래에 WTO 복원도 어려울 듯”

    미국이 지난 30년간 유지돼 온 세계무역기구(WTO) 다자무역 체제 종식을 선언했다. 관세와 제조업 보호에 초점을 맞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정책이 기존의 세계 무역 질서를 대체한다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무역합의 체결 장소인 스코틀랜드 턴베리 지명을 따 새 무역 질서를 ‘턴베리 체제’라고 이름 붙인 미국은 “우리는 이제 ‘트럼프 라운드’를 목도하고 있다”(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 대표)고 했다. 강대국이 정한 ‘룰’이 곧 새 질서가 되는 뉴노멀의 시대,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 한국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30년 넘게 직업외교관으로 양자·다자 협상에 참여하고 지금은 법무법인 광장 국제통상팀 고문으로 활동하는 최석영(70) 전 주제네바 국제기구대표부 대사는 10일 “WTO 체제는 더 이상 작동을 안 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면서 “가까운 미래에도 이 체제가 복원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건 무리”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과거 확립된 질서가 작동하지 않으면서 새로운 질서도 아직 형성되지 않은 과도기로 힘에 의한 질서가 지배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트럼프 관세 압박에 ‘동맹이 어떻게 그럴 수 있나’라는 시각이 있다. “지금은 글로벌 통상질서가 다자질서에서 강대국 중심의 일방주의 질서로 근본적으로 재편되는 시기다. 이에 따라 한미 양국의 동맹 관계, 통상 관계도 ‘리셋’(재설정)되는 시기로 보는 게 맞다. 더군다나 한·미간 통상 협상은 조용하게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양국 정부, 민간 기업 이해관계가 걸려 있고 최근에는 통상 문제가 안보와 직결되면서 협상 자체가 굉장히 민감한 사항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예전에 비해 협상에 따른 충격도 훨씬 큰 상황이다.” -곧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다. 어떤 대비를 해야 하나. “이번 정상회담은 한미 동맹 관계의 향후 방향을 특징 짓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방위비 분담금 문제는 실제 무역 협상 테이블에서 같이 논의를 안 했을 뿐이지, 같은 시간 다른 테이블에서는 논의를 해 왔다. 주한미군 역할 확대, 방위비 및 국방비 증액 문제도 핵심 사안으로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이 부분 관련 미국의 청구서가 나오거나 양국간 일정한 양해 사안을 발표하지 않을까 싶다. 관세 협상에 대해선 합의 자체를 평가하고 이를 구체화하는 작업에 대한 방향을 언급할 것으로 본다.” 주한미군 역할 확대, 방위비·국방비 증액 언급되나“한미 정상회담, 동맹 관계 향후 방향 특징 지을 것”“방위비 분담금, 같은 시간 다른 테이블서 논의해와”“관세 협상, 지금은 모호하게 놔두는 게 양쪽에 좋아”-관세 협상은 선방했다는 평가가 많다. “25% 관세를 맞는 최악의 국면을 피했다는 점, 관세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제거됐다는 점에선 긍정적인 면이 있다. 다만 대미투자펀드가 어떤 방식으로 조성되고 어떻게 운영되는지, 누가 소유하고 누가 이익을 갖고 가는지에 대한 양국의 이해가 다르다. 농산물 수입에 대해서도 양측의 입장이 다르다. 세부적인 내용의 모호성은 분쟁의 씨앗이 될 수 있는데 최악의 국면을 피하기 위해 정치적 타결을 먼저 한다는 점에서 ‘건설적 모호성’이라고도 한다. 쉽게 말해 숙제를 뒤로 미룬거다.” -협상 내용을 명확히 하기 위해 서두를 필요는 없나. “이를 명확히 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협상을 또 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는 건 사실이다. 다만 지금은 일종의 정치적 합의를 하는 단계이므로 모호한 대로 놔두는 게 양쪽에 다 좋다. 섣불리 문서화 작업을 해 트럼프가 생각하는 선물이 구체화되면 우리가 바가지 쓰는 상황이 올 수도 있으므로 후속 협상이 더 힘들고 중요하다.” -자동차 협상은 아쉬운 부분이 있다. “일본, EU 등 경쟁국에 비해 미국 시장에서 2.5% 관세 격차 우위를 누리고 있었는데 이게 소멸돼 상대적으로 불리해지는 결과를 초래한 건 아쉬운 대목이다. 그렇지만 협상을 잘못했다고 얘기하기는 어렵다. 엄밀히 말하면 이건 대등한 협상 또는 평평한 운동장에서의 협상이 아니다. 강자가 약자에게 ‘그냥 돈 줄래’, ‘맞고 돈 줄래’ 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의 협상이기에 우리 협상단이 ‘잘했다’, ‘못했다’ 이렇게 평가할 수는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면에서 보면 미국의 힘을 이용하여 미국 주도의 통상질서를 재창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내 정치 게임을 잘 하고 있는거다.” -최혜국대우 적용받는다고 하지만 반도체 관세 우려가 크다. “미국 정부가 약속했다고 하는 건 다른 나라에 비해 더 불리한 대우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지,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이미 반도체에 대해 100% 관세를 부과하되 미국에 생산설비를 가지고 있거나 설비투자계획을 시행하는 경우 예외를 검토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반도체는 수출도 많이 하고 투자도 많이 했기 때문에 사실 관세가 부과되면 굉장히 치명적이다. 우리의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미 투자했거나 공장 건설 중이므로 유리한 입장에 있을 수 있으나 워낙 변동성이 많은 여건을 감안해 예의 주시하여야 한다.” -의약품 관세도 예고돼 있다. “의약품에 대해서도 단계적으로 부과하되 최대 250% 관세를 부과한다는 소식도 흘러 나온다. 우리나라도 바이오시밀러 계통의 의약품을 대량 수출하는 국가이기 때문에 관세 부과는 물론 예외 조치에 대해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관세 수입이 막대해 미국이 관세를 쉽게 포기할 것 같지 않다고 한다. “트럼프 1기 때 중국에 초강경책을 쓰면서 한국·일본·EU에 대해서도 철강 관세를 부과했는데 조 바이든 정부 들어서도 없어지기는커녕 그대로 승계했다. 통상 문제에 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좀 과한 측면이 있지만 상당 부분 의회가 정한 입법에 근거해 무역 정책을 취하고 있고, 의회의 태도가 행정부 태도와 거의 비슷해 앞으로 행정부가 바뀐다 해서 이 정책이 갑자기 바뀔 거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관세 인상이 고물가 부담 안기고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는데도 계속될까. “미국 입장에선 부채를 줄이고 제조업 생산 기반도 늘릴 수 있는 이점이 있기 때문에 당장 자동으로 들어오는 이 관세 수입을 스스로 막을 이유가 전혀 없다. 물가 인상이 있을 수 있지만 위험한 수준까지 올라가는 상황이 되면 그때는 관세를 신축적으로 조정하면 된다. 미국이 미래의 어떤 불확실성 때문에 ‘관세를 미리 낮춰야 되겠다‘ 이렇게 생각은 안 할 거라고 본다. 당분간 지속되리라고 보는 이유다.” 미국 행정부 바뀌어도 고율의 관세 정책 유지될 듯고물가 부담에도 부채↓, 제조업 생산 기반 이점 커한미 FTA, 관세 부분 고장…다른 부분 여전히 작동-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무력화된 것인가. “한국은 영세율(제로 관세율)을 유지하면서 미국은 갑자기 15%가 됐다. 이건 한미 FTA의 내용은 물론 정신에 어긋난다. 다만 관세 부분이 망가졌다 해도 비관세, 규범, 서비스, 투자, 지식재산권, 정부 조달 등 다른 부분은 여전히 살아 있다. 또한 제도적 협력이라고 하는 장관급 회의, 차관급 회의, 각 분과별 회의 등 양국간 소통 채널이 작동하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시급하게 교역 다변화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미국의 관세 압박은 결국 강대국의 강압 조치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그 강압에 취약한 부분이 뭔지를 살펴야 한다. 교역 관계가 특정 국가, 특정 품목에 너무 치우쳐 있으면 취약성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우리의 가장 큰 무역 파트너는 미국과 중국이고, 국제 시장에서 경쟁력에 우위를 점한 품목은 10여개밖에 안 된다. 한편 다변화가 말이 쉽지, 현실적으로 다변화할 새로운 시장도 없는데 무조건 미국 시장 의존도부터 줄이는 게 가능한 것인지도 냉정하게 봐야 한다. 다만 특정 시장에 편중돼 있는 위험을 분산시키려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와 같은 지역 협력 체제 등 우방국과의 협력체제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 -CPTPP 참여 논의는 이전에도 있었는데 진척이 없었다. “문재인 정부 때 CPTPP 가입을 추진했지만 정부가 협상을 하기 전 국회에 보고하는 절차 단계에서 막혔다. 이 협정에 가입하려면 농산물 쪽을 좀 더 열어야 한다.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 이런 국가들이 미국과 비슷한 수준의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실용 정부 아닌가. 여당도 압도적 의석을 가지고 있으니 이제는 할 수도 있다고 본다. 지금은 단순한 무역 자유화가 아닌 공급망 안정성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핵심 광물, 핵심 부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여 경제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 특정 국가·품목에 편중돼 취약성 증가CPTPP 등 지역 협력 체제 참여 필요국내 기업, 환적·원산지 위반 유의해야세제 혜택이든 보조금이든 쏟아부어야-뉴노멀 시대에 기업들은 난리가 났다. “이제 수출을 할 때마다 미국 관세를 계속 맞아야 하는 구조다. 또한 미국이 우회수출을 방지하기 위해 원산지 검증을 굉장히 까다롭게 한다. 즉 환적, 원산지 위반을 조심해야 한다. 미국 정부가 원산지를 위반한 품목에 대해서는 관세를 40% 추가로 더 부과하고 벌금도 매기겠다고 했다. 미국이 이렇게 하면 다른 나라도 대응 조치를 마련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각 나라들이 취하는 무역 투자 정책에 대해 모니터링을 훨씬 더 강화해야 한다. 정부도, 기업도 변화하는 통상 환경에 대응할 수 있게 내부 조직을 보강해야 한다.” -기업 지원 방안도 강구돼야 할 것 같다. “지금은 보조금을 대놓고 주는 시대다. 국제 규범 위반을 따지는 것은 전혀 실익이 없다. 규범에 기반한 질서는 소멸되고 힘에 의한 질서로 재편되는 시기다. 국가 경제의 기둥이 되는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세제 혜택이든 보조금이든 재정을 쏟아부어야 한다. 미국에서도 지난달 대규모 감세법(OBBBA·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이 시행됐다. 외국 기업에 주는 보조금이나 혜택을 줄여 감세로 인한 재정부족을 충당하기 위한 재원을 확보하는 식이다. 세계 각국이 자국 우선주의 기조 하에 막대한 재정과 조세 혜택을 자국 기업에게 쏟아 붓고 있고, 경제안보 확보를 위헤 배타적인 법과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우리의 경제안보정책과 입법에도 이 같은 흐름을 반영해야 할 엄중한 시기다.”
  • [데스크 시각] 이 구역의 ‘일진’을 상대하려면

    [데스크 시각] 이 구역의 ‘일진’을 상대하려면

    1930년 허버트 후버 대통령의 서명으로 미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보호무역 법안, 스무트·홀리 관세법이 탄생했다. 2만여개 수입품에 평균 59%, 최고 400%라는 사악한 세율을 적용했다. 미국의 고용과 제조업·농업을 보호하겠다는 목적이었지만, ‘눈에는 눈’식 보복관세가 이어지면서 2~3년 새 미국 수출의 3분의2가 증발했다. 결국 1934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관세 인하 협상에 나섰다. 쌍방이 과도한 관세를 비례적, 단계적으로 낮추는 ‘상호관세’(reciprocal tariffs)의 기원이다. 이후 국제통화기금(IMF),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등이 국제무역의 규범으로 자리잡았다. 이러한 미국 주도의 자유무역·다자주의 국제질서가 붕괴됐다. 트럼프 2기에서 노골화된 보호무역주의 앞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도 새롭게 정의했다. “우리는 한국에 대한 15% 관세에 합의했다. 미국은 관세를 부과받지 않는다(7월 30일)”라고 밝혔다. 관세는 물론 무역적자를 불러 온 상대국의 기술 규제, 수입 쿼터, 검역 절차 등 온갖 비관세 장벽에 상응하는 수준의 관세를 마음껏 부과할 수 있다는 논리다. ‘상호’적이지 않을뿐더러 산출 근거도 주먹구구다. 오로지 미국 국익을 챙기려는 끼워 맞추기일 뿐이다. 그렇다고 해도 감히, 미국산 제품에 상응하는 관세를 매길 국가는 거의 없다. 끝을 볼 각오가 아니라면. 지난해 556억 달러의 대미 무역 흑자를 낸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25% 관세 폭탄은 면했다. 그러나 앞으론 15% 관세를 견뎌야 한다. 협상팀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고려해 자동차 품목관세를 일본, 유럽연합(EU)보다 2.5% 포인트 더 낮은 12.5%까지 낮추는 방안을 설득했다. 일본과 EU는 미국과 FTA를 맺지 않아 종전에 2.5%를 내던 것에서 15%로 높아진 데 비해 우리는 0%였던 세율이 15%로 치솟아서다. 미국 협상팀도 ‘당신들 말이 맞다. 하지만 백악관이 막무가내다’라고 했다고 한다. 약탈적 행태는 이게 끝이 아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엑스(X)에 ‘한국 정부가 약속한 3500억 달러의 투자에서 발생하는 수익의 90%를 미국이 가져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만약) 이익의 90%를 미국이 가져간다는 것은, 정상적 문명국가에서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계엄과 탄핵이란 혼란 속에 뒤늦게 투입된 이재명 정부 협상팀은 ‘초읽기’ 상황에서도 썩, 괜찮게 급한 불을 껐다. 4500억 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부담을 떠안긴 했지만, 걱정했던 쌀과 30개월령 이상 소고기 수입을 막아 내면서도 험한 꼴은 보지 않았다. 물론 안심하기엔 이르다. 미국과 협상을 타결한 핵심 동맹국 중 유일하게 안보 협력을 구체화하지 않은 나라가 한국이다. 도널드 트럼프 2기 국방 핵심인 엘브리지 콜비 국방부 정책차관은 X에 “한국은 북한에 맞선 강력한 방어에서 더 주도적 역할을 기꺼이 맡으려는 것과 국방 지출 면에서 롤모델”이라며 “공동의 위협을 방어할 준비가 돼 있는, 지속가능한 동맹을 만들기 위해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썼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넘어서 중국 억제에 동참하라는 압박이다. 곧 있을 정상회담에서 안보 청구서를 내밀면서 두루뭉술했던 관세 합의까지 흔들어 댈 가능성이 다분하다. 이재명 대통령의 외교도 시험대에 오른다. 온갖 시나리오를 준비해도 직관에 따라 즉흥적 결정을 일삼는 트럼프를 상대하긴 쉽지 않다. 7차례나 그와 마주 앉았던 문재인 전 대통령의 조언을 구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발상의 전환도 필요하다. 핵 확장 억지 확보를 전제로 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요구해야 한다. 호혜적 한미동맹과 대북 억지에 주도적 역할을 하기 위해서란 논리가 있다. 혹여 트럼프 1기 때처럼 주한미군 철수 운운해도 대통령이 관세 협상팀에 당부했던 것처럼 “당당하게” 임하면 된다. 국익과 실용이란 외교의 이름으로. 임일영 경제정책부장
  • [사설] 방위비까지… ‘동맹 봐주기’ 없이 막 던지는 트럼프 청구서

    [사설] 방위비까지… ‘동맹 봐주기’ 없이 막 던지는 트럼프 청구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주한미군 주둔비용을 언급하며 “한국은 자국 방위비를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고 했다. 8월 1일부터 한국에 25% 상호관세를 부과한다는 서한을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낸 지 하루 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한국에 1년에 100억 달러(약 13조 7000억원)를 내야 한다고 말했고, 한국은 30억 달러(인상)에 동의했다”는 말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서한에 이어 방위비 문제를 곧바로 꺼내 든 속내는 분명해 보인다. 한미 정상회담의 ‘선결조건’을 제시해 협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의도일 것이다. 이에 우리 정부는 지난해 합의된 제12차 한미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을 준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한미 협상을 통해 주한미군 주둔비용 분담금은 2026년 1조 5192억원으로 8.3% 늘리고 매년 소비자물가지수에 맞게 인상하기로 했다. 이를 9배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다. 이와 별도로 한국의 전체 국방비를 나토에 요구한 것과 같은 ‘GDP(국내총생산)의 5%’ 수준으로 증액할 것도 요구하고 있다. 현재 국방비 지출의 2배 가까운 규모다. 통상과 안보 문제를 연계하려는 미국의 ‘원스톱 쇼핑’ 청구서가 구체적으로 날아오고 있다. 예상 못한 시나리오는 아니지만 통상·안보 라인의 물밑 협의의 고삐를 바짝 죌 필요가 있다. 주한미군의 주둔이 순전히 한국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미국 측 필요도 크다는 사실을 설득하되 우리 부담을 늘리는 만큼의 확실한 반대급부를 챙겨야 한다. 결국 양국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산 제품 수입 확대를 통한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 감축, 비관세 무역 장벽 완화, 방위비분담금 및 국방지출 대폭 확대 문제를 일괄타결 방식으로 풀 수밖에 없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미국으로 날아가 조율에 나섰지만 한미 정상회담 일정이 잡히지 않고 있다. 설득력 있는 카드를 제시해 아무쪼록 첫 정상회담이 조속히 성사되도록 외교역량을 모을 때다.
  • ‘분담금 9배’ 부른 트럼프 베팅… 韓국방비 증액·中견제 동참 의도

    ‘분담금 9배’ 부른 트럼프 베팅… 韓국방비 증액·中견제 동참 의도

    한미, 5년 주기로 SMA 체결 반복작년 12차 협상서 8.3% 증액 합의 韓근로자 인건비·군수지원용 제한과장된 액수는 트럼프식 협상 기술나토처럼 GDP 5% 증액 압박이자주한미군 감축·역할 재조정 의도비용 늘리되 대북 억지력 받아내야 한국의 ‘방위비분담금’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불만은 상당히 오랜 기간 이어져 왔다. 특히 지난 대선 때부턴 “한국이 너무 적은 돈을 내고 있다”며 분담금 100억 달러(약 13조 7000억원)를 거듭 거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치에 의미를 두기보단 큰 틀에서 안보 부담을 늘리라는 압박이라고 분석한다. 방위비분담금은 주한미군 주둔 비용 가운데 한국이 나눠 내는 비용을 의미한다. 애초 한미 주둔군지휘협정(SOFA) 5조는 한국이 시설과 부지를 무상으로 미국에 제공하고 미국은 주한미군 유지에 따르는 모든 경비를 부담한다고 규정했다. 하지만 예외 조항 성격으로 양국 정부는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을 체결해 왔다. 1990년대 들어 미국이 우리 측에도 방위비 분담을 요구하면서다. 이후 한미 양국은 5년 주기로 SMA를 체결했고 국방비 인상률이나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연동해 매년 분담금을 늘려 왔다. 조 바이든 행정부 막바지인 지난해 11월 제12차 SMA를 체결하며 내년도 방위비 분담금 총액을 올해보다 8.3% 늘린 1조 5192억원으로 정했다. 이후 해마다 CPI(평균 2%대)를 적용해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방위비분담금은 주한미군에서 일하는 한국인 근로자들의 인건비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나머지는 캠프 정비 등 군사시설 건설비와 장비 수송·유지·보수 등의 군수지원비로 쓰도록 제한된다. 사용처와 비율을 정해 놓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현재 틀 안에서는 분담금 인상이 무의미하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미국 측이 공개하진 않지만 이미 부담한 분담금을 집행하지 않고 쌓아 둔 것만 1조원이 넘을 것이란 분석이 있다. 이런 상황에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도 합의 금액에 9배 수준인 ‘100억 달러’를 외치고 있는 것이다. SMA의 틀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만약 한국이 부담하는 항목을 늘리려면 이 틀을 아예 바꿔야 한다. 외교가에서 가장 자주 언급되는 것은 ‘전략자산 전개 비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재임 시절인 2019년 11차 SMA 당시 한국 밖의 미군 전략자산이 한반도에 전개될 때마다 비용을 한국이 부담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만약 이 항목이 신설된다면 미국 항공모함이 국내에 입항하거나, ‘죽음의 백조’ B-1B 전략폭격기가 한반도 상공에 전개될 때 비용을 우리가 물어야 하는 것이다. 다만 대부분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100억 달러’ 발언이 SMA에만 한정돼 있다고 보지 않는다. 분담금과 국방비 인상 등이 혼재됐을 것이란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특히 비현실적인 숫자를 제시해 주한미군 감축 및 역할 재조정 등 이른바 ‘동맹 현대화’ 구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미국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를 비롯해 아시아 동맹국들에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으로 올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9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100억 달러’는 일종의 정치적 수사로 터무니없이 높은 액수를 베팅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자 하는 고도의 협상 기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다만 분명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의 역할을 비롯해 주둔 자체에 불만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더이상 ‘안보 청구서’ 압박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도 명백하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나토처럼 2035년까지 국방비를 올리겠다는 식의 장기적 과제로 숫자를 제시하는 것도 필요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사는 결국 중국 견제에 한국이 얼마나 동참할 것이냐에 있으니 그에 대한 방안도 구체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트럼프 정부 입장에선 주한미군의 역할 자체가 더 중요한 상황”이라며 “선제적으로 대중 전략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당장 관세 협상과 방위비분담금 문제는 별개의 사안인 데다 이미 지난해 국회 비준까지 마무리한 12차 SMA가 있어 방위비분담금 협의가 시급한 것은 아니라고 보는 분위기다. 다만 결국 ‘동맹 현대화’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심사에 따라 안보 분야에서 다양하게 협의가 진행될 것이며, 그런 차원에서 큰 틀에서 논의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두진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센터장은 “주한미군 운용과 관련해 필요에 따라 추가 인원을 고용하거나 시설 건설, 또는 한미 연합연습 및 전략자산 전개 비용을 별건으로 하는 등 안보 비용을 늘리되 주한미군 감축을 하지 않고 현 수준을 유지하며 대북 억지력과 주변국의 잠재적 위협에 대한 대비를 강화한다는 약속을 받아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대통령실이 경제안보 컨트롤타워… 경제안보보좌관·통상비서관 둬야”[월요인터뷰]

    “대통령실이 경제안보 컨트롤타워… 경제안보보좌관·통상비서관 둬야”[월요인터뷰]

    ‘한국형 경제안보’가 중요안보 논리, 경제 논리보다 큰 영향경제안보 관점에서 국익 구체화첨단 제조 역량·방위산업 뒷받침선진국·개도국 연결 강점 살려야대미 협상 글로벌 공조 고민해야미중 경쟁에 韓 전략적 가치 향상‘제조업’ 우선순위 두고 대미 협상무리해서 美 요구 들어줄 수 없어관세 부과 시한 연장에 집중 필요韓, 글로벌 완충공간 확보해야나토 정상회의 불참한 건 아쉬워자강 위해 안보 협력 다각화해야미중 없는 CPTPP 안전망 될 수도통상 기능, 대통령 직속 부처 가능 대한민국은 2차 세계대전 종전 당시 식민 지배를 받다가 선진국으로 올라선 유일한 사례다. 경제적 번영과 정치적 민주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모범 국가로 손꼽힌다. 하지만 ‘한강의 기적’의 기반이었던 자유무역주의가 흔들리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며 동맹에게조차 높은 관세를 통보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5%의 국방비’라는 안보 청구서도 내밀었다. 전후 자유무역을 근간으로 한 자유주의 국제 질서를 주도하던 미국은 스스로 다극 세계의 도래, 곧 ‘팍스 아메리카나’의 종언을 선언한 형국이다. 자유주의 질서와 세계화의 최대 수혜자였던 우리는 경제와 안보 ‘쌍끌이 위기’를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하나. 미국과의 관세 협상 중대 분수령을 앞두고 지난달 27일(지난 5일 추가 서면 인터뷰)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서울신문 사옥에서 통상·무역 전문가 김양희 대구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를 만났다. 제21대 대선에서 당시 이재명 후보의 경제안보와 통상 공약 개발에 기여한 것으로 알려진 그는 개인 사견을 전제로 인터뷰에 응했다. ‘한국형 경제안보’에 대한 저서를 집필 중인 김 교수는 “안보의 시각에서 경제를, 경제의 시각에서 안보를 능동적으로 보고 경제안보의 대전략을 세워야 한다”며 “대통령실이 경제와 안보를 조감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정부에 제언했다. 이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불참한 건 아쉽지만 조속히 한미 정상회담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교수와의 일문일답. -왜 ‘한국형 경제안보’가 중요한가. “경제와 안보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시대가 왔다. 전 세계적으로 ‘두 개의 전쟁’이 진행 중이며 동아시아가 주 전장이 될 가능성이 있다. 경제학을 하는 입장이지만 안보 논리가 경제 논리보다 훨씬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그런데 한국은 개별 정책이나 사업을 엮어 낼 큰 그림, 즉 통합적인 경제안보 책략이 미흡했다. 낯선 경제안보 사안을 어떻게 풀어 갈지 나침반이 없는 거다.” -새 정부는 ‘국익 중심 실용외교’를 추구한다. “미중 패권 경쟁이라는 대외적 여건은 우리에게 심각한 위기다. 한국 경제를 ‘한강의 기적’이라고 하지만 미국이 동맹을 위한 시장을 제공해 준 덕도 크다. 안보 위기까지 고조되고 있다. 안보와 시장이라는 미국의 우산을 당연하게 여겼지만 이젠 반대급부를 요구받는다. 대외 수출에 의존한 기존 성장 모델이 한계에 부딪혔다. 그렇기에 경제안보적 관점에서 강점과 약점을 분석하고 국익과 우선순위를 구체화해야 한다. 첨단 제조 역량은 안보를 지킬 물적 토대이기도 하다. 강력한 제조업과 분단의 비극이 결합해 방위 산업이 발달했다.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한 우리의 소프트 파워도 강하다. 개도국과 선진국 사이를 연결하는 미들 파워의 강점을 살려 글로벌 공급망과 시장을 다각화해야 한다.” -미들 파워의 강점이 통상에도 적용될 수 있을까. “중동이 한국으로부터 무기를 사려는 이유에는 품질이나 가격도 있지만 한국이 강대국이 아니라는 역설적 이유도 깔려 있다. 과거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원회 당시 노무현 대통령에게 6자 회담에 들어가는 국가 중 나머지 5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할 수 있는 나라는 한국뿐이라고 보고한 적이 있다. 지금도 중강국의 강점을 살릴 수 있다.” -미국과의 협상에서는 어떤 강점을 지렛대로 쓸 수 있을까.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한국의 전략적 가치는 높아졌다. 미국이 제조업을 강조하는 건 경제적 이유만이 아니라 자국 안보와 국방력을 지키기 위해서다. 군함을 만들 수 있는 조선이나 반도체, 방산 강국인 우리나라로선 숨통이 트인 거다. 제조업 기반이 약화된 미국에 한국의 조선 건조 능력은 매우 중요해졌다. 고대역폭메모리(HBM)도 독점적 기술이다. 제조와 방산 역량 강화에 우선순위를 두고 협상해야 한다.” -국내 산업이 위축되거나 국내 고용이 감소하는 등 부정적인 여파는 없나. “개별 기업의 해외 투자나 진출을 막을 수는 없다. 국내에서 더 많은 부가가치를 만들고 소재·부품·장비(소부장)를 수출하는 일이 기업에 더 이득이 되도록 정부가 치열하게 산업 정책과 제도를 고민해야 한다. 기술을 혁신하고 제조 역량을 확보하지 않으면 위태롭다.” -트럼프 대통령이 각국에 새로운 관세 서한을 보내겠다며 압박하고 있다. 어떻게 진단하나. “백악관 공지가 아닌 나라를 골라 서한을 보낸다고 공포감을 조성했지만 불안감이 읽힌다. 상호관세를 8월부터 발효한다면 사실상 물러선 거다. 일본, 한국, 중국, 유럽연합(EU) 등 주요 국가에 ‘성실하게 협상에 임했다’며 면죄부(관세 유예)를 주지 않으면 미국은 다시 충격에 빠질 거다. 앞서 유예 기간을 준 것도 일본 등이 미국 국채를 팔아 금리를 오르게 해서였다. 미국은 감세로 인한 재정 적자를 메우려 10% 기본 관세는 유지할 거다. 당장은 수출업자가 마진을 깎고 있지만 물가 상승, 미국 경제의 둔화나 글로벌 공급망 교란이 올 수밖에 없다.” -46%에서 20%로 관세를 낮춘 베트남의 협상 결과는 어떻게 평가하나. “영국과 베트남을 보면 비차별 무역의 원칙을 깨는 나라가 도미노처럼 생겨날 위험에 처했다. 이는 다자 무역 질서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불확실성과 거래 비용이 커질 거다. 베트남으로선 불확실성을 줄인 점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미국이 베트남에 어음을 주고 현금을 받은 ‘기울어진 협상’이다. 시장경제 지위 문제도 미국은 확답을 안 했지만, 베트남은 이를 기대하고 전격 무관세 개방했다. 우리도 ‘희망 고문’이 될 게 뭔지를 꼼꼼히 따져야 한다. 40% 관세가 부과되는 환적 상품 개념이 명확하지 않다. 원산지 규정을 정할 때, 삼성 스마트폰 절반 이상이 베트남에서 생산되는 한국도 논의에 관여해야 한다.” -상호관세 유예 만료를 앞두고 우리 정부는 어떻게 해야 하나. “우리가 얼만큼 준비됐느냐가 관건이다. 대통령실 컨트롤타워가 아직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 제조업 기반을 지키고 자동차 면세 등을 얻으려면 아무것도 안 내 줄 수는 없다. 미국의 에너지나 무기를 사면 무역수지 흑자는 즉각 줄어들 것이다. 디지털 교역 등 비관세 조치도 언급된다. 그러나 준비가 미흡하다면 무리해서 요구를 들어줄 수는 없다. 성심껏 협상해 관세 부과 시한을 연장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다른 나라와의 공조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인도는 품목 관세에 대한 보복 관세 부과 방침을 세계무역기구(WTO)에 통지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에 불참한 데 따른 손익계산서는 어떤가. “한국 방산이나 기술에 대한 수요가 있다는 점을 확인한 건 아주 긍정적이다. 안보 자강을 위해선 안보 협력 파트너를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아쉬움이 있다. 나토에 미국만 있는 것은 아니다. 꾸준히 나토에 참석해 한국 대외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미국은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결정한다. 실무 차원의 논의에는 한계가 있다. 한미 정상회담이 필요하다.” -한일 관계에 우호적 분위기가 형성된 모습이다. 경제안보의 측면에서 해석할 수 있을까. “이 대통령이 나토에 가지 않겠다고 한 뒤 일본 총리도 가지 않는다는 보도가 나왔다. 일본이 이렇게 한국을 의식하며 호흡을 맞춘 적이 없다. 그만큼 양국이 유사한 처지에 있다는 거다. 불확실성의 시대에 양국은 더 협력할 필요가 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필요성도 꾸준히 언급된다. “미국도, 중국도 없는 메가 FTA인 CPTPP가 일종의 안전망이 될 수 있다. EU에서 CPTPP와 같이 움직이자는 얘기도 나온다. 미국이 수출 시장에서 15%를 차지하지만 CPTPP와 EU, 한국, 노르웨이를 합치면 30%가 넘는다. 농어민 단체 반발이나 일본의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규제 해제 요구도 예상된다. 섬세하고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 -러시아나 중국과의 관계는 어떻게 보나. “한국은 여러 나라와 끊임없이 완충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나토 회원국도 러시아와 완전히 절연하지는 않는다. 한국이 한미일 밀착 일변도로 가면서 러시아가 북한과 거리낌 없이 밀착하는 공간을 만들어 줬다. 중국 기업의 경쟁력이 강해졌고 임금 수준도 올라갔다. 고부가가치 소부장을 기반으로 안보적 함의가 없는 소비재나 서비스에서 한국의 프리미엄 이미지로 중국과 차별화된 경쟁 우위를 찾아야 한다.” -통상 기능을 산업부에서 외교부로 옮기거나 독립시키는 안이 자주 거론된다. 대통령실 개편은 어떻게 해야 하나. “산업부에 통상교섭본부가 만들어질 때는 FTA 위주였지만 지금의 교류는 산업 통상에 국한되지 않는다. 자칫 각 부처의 개별 정책이 서로 배치될 수 있다. 통상 기능의 외교부 이관이나 대통령 직속 별도 부처도 가능하다. 결국 대통령실이 경제와 안보를 조감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 국가안보실장 아래 3차장실이 경제안보를 담당하지만 고도의 보안이 요구되는 안보실에선 수시로 (칸막이를) 넘나들기 어렵다. 각 부처 경제안보 담당자까지 수평적으로 논의하려면 정책실장 아래 경제안보보좌관을 두고 통상비서관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 ■ 김양희 교수는 일본 도쿄대 박사과정을 마친 뒤 삼성경제연구소,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 위원, 국립외교원 경제통상개발연구부장 등을 거쳤다. 참여정부의 ‘동북아시대 구상’에 참여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공급망 충격과 일본의 반도체 수출 규제, 미국의 보호주의 강화 등을 밀착 분석해 온 무역·통상 전문가다. 제21대 대선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정책자문 그룹 ‘성장과통합’ 공동대표를 맡았다.
  • [최석영 칼럼] 한미 ‘7월 패키지’, 이기는 협상이 되려면

    [최석영 칼럼] 한미 ‘7월 패키지’, 이기는 협상이 되려면

    미국의 이란 공습으로 국제정세가 유동적인 가운데 미국과의 관세협상 타결 시한도 닷새 앞으로 다가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4월 초 상호관세를 발표한 후 협상 시간을 벌기 위해 7월 8일까지 적용유예를 선언한 바 있다. 영국, 일본, 유럽연합(EU) 및 인도 등과 함께 우선 협상 대상국이 된 우리나라는 5월 장관급 회의에서 ‘7월 패키지’ 추진을 발표하고 후속 협상에서 균형무역, 비관세, 디지털, 경제안보, 원산지 및 상업적 고려 등 6대 분야에 관한 논의를 진행해 왔다. 지난달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협상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지난주 워싱턴에서 첫 고위급 회동을 했다. 와중에 미국은 한국의 방위비를 현재보다 2배인 국내총생산(GDP)의 5%로 인상할 것을 요구했다. 별개 사안으로 치부됐던 방위비마저 테이블에 오르면서 본격적인 협상 국면으로 전환됐다. 한미 간 무역협상은 언제나 민감하고 국내 파급효과가 컸다. 미국은 동맹국이자 최대 수출 및 투자처이면서도 우리의 시장개방을 압박해 왔기 때문이다. 1990년대 슈퍼301조에 따른 시장개방 협상에 이어 2000년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과 추가 협상은 결과적으로 선방했으나 개방경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극심한 고통과 갈등을 겪어야 했다. 2008년 소고기 수입 위생 조건을 둘러싼 어설픈 협상과 대응으로 이명박 정부는 집권 초기 큰 위기를 겪었다. 2018년 한미 FTA 개정과 철강 쿼터 협상에서 문재인 정부는 트럼프 1기 정부의 일방적 요구를 수용했다. 트럼프 2기 정부의 강압적 청구서를 받아 든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첫째, 한미 양국이 윈윈할 수 있도록 협상 패키지와 주고받을 카드의 조합을 엄선해야 한다. 산업협력·투자와 균형무역 패키지 등 호혜적 카드는 물론 상호관세와 품목별 관세의 예외 또는 면제 등 공세적 카드를 구성해야 한다. 미국의 비관세 장벽 철폐 요구에 대해서는 개방의 실익을 검토하면서 마지노선을 포함한 신축성의 한계를 설정해야 한다. 방위비 인상 요구는 불편하지만 국방력 강화의 기회로 삼는 유연성이 필요하다. 또한 한미 간 선제 타결을 하는 경우에도 추후 합의하는 다른 나라보다 불리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둘째, 미국의 압박과 협상 시한에 유념하되 구속될 필요는 없다. 미국은 20여개국과의 협상이 지연되자 일방적 관세 부과를 위협하는 한편 시한 연장 가능성도 시사하고 있다. 강대국은 상대의 양보를 압박하는 전형적 전술로 레드라인과 데드라인을 활용한다. 미국은 한미 FTA 협상 막바지에 데드라인을 변경하면서 추가 양보를 밀어붙였다. 미국의 패스트트랙처럼 법정 시한이 정해진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조정 가능한 것이다. 다만 협상 과정에서 시종일관 깊은 신뢰와 진정성을 상대에게 각인시켜야 한다. 셋째, 미국과 다른 나라 간 협상 내용과 형식은 물론 미국 사정도 모니터링해야 한다. 영국 및 중국과 타결한 프레임워크 합의는 문안 작성 이전에 골격을 먼저 타결함으로써 정치적 승리를 선언하는 방식이다. 합의문의 상세를 유추할 수 있는 반면 상당한 모호성으로 추후 분쟁의 빌미가 되는 맹점이 있다. 국가안보 이유로 거부됐던 일본의 US스틸의 인수를 승인하고 영국 자동차에 쿼터 내 저율 관세를 부과한 선례도 검토해야 한다. 또한 트럼프의 상호관세 조치가 위법이라는 미국 국제무역법원(CIT)의 판결과 후속 항소심의 추이는 물론 미중 간 협상에서 트럼프의 조급증과 중국의 대항조치가 미국 협상력을 약화시켰다는 분석도 유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대통령실이 컨트롤타워가 돼야 한다. 방위비와 비관세 장벽 등 포괄적 의제를 다루려면 정상의 개입이 필수적이지만 협상 과정에서 수석대표에게 전권을 줘야 한다. 협상 대표에게 조기 타결을 닦달하면 역효과를 낼 수 있다. 협상 의제의 정치적 민감성이 크기 때문에 정부와 이해당사자 간 긴밀한 소통이 필수적이다. 미국의 연방 및 주 정부와 의회, 산업계, 싱크탱크 등을 통한 로비와 아웃리치 활동도 긴요하다. 이번 협상은 한미 동맹과 FTA에 기반한 새로운 경제안보 파트너십 구축의 시금석이라 할 만큼 엄중하다. 최석영 법무법인 광장(유) 고문·전 주제네바 대사
  • [사설] 나토와 방산협의체… ‘5% 국방비’ 위기를 K방산 기회로

    [사설] 나토와 방산협의체… ‘5% 국방비’ 위기를 K방산 기회로

    글로벌 안보 위기가 심화하는 가운데 우리나라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가 방산협의체를 신설한다.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 이재명 대통령 대신 참석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25일(현지시간) 나토 사무총장을 만나 이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파트너십 강화 방안에 합의했다. 나토 32개 회원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2035년까지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총 5%로 증액하기로 했다. 나토는 특히 한국 등 인도·태평양 파트너 4개국(IP4)과 방산 협력을 강화하기로 해 K방산에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위 실장은 나토 측과의 회동에서 “한국은 우수한 방산 역량을 토대로 나토의 방위·방산 역량 강화에 기여할 수 있는 최적의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양쪽은 국장급 방산협의체를 신설하고 한국이 나토의 차세대 전력 공동 개발·획득 사업인 ‘고가시성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등 방산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나토는 한국 등 IP4와 방산 협력 강화를 결의하며 구체적 협력 분야로 공급망 안보 및 개발·생산·조달, 일명 신흥·파괴적 기술 관련 협력, 이중 용도 제품 스타트업 간 협력 등을 언급했다. 또 우주·해양, 군수품을 포함해 필요한 역량을 제공할 수 있는 프로젝트에 대한 협업도 검토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안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나토가 국방비 증액을 결정하고 방산 협력을 강화하면서 K방산을 앞세운 우리나라의 수출 확대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진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방비 청구서는 나토에 이어 한국·일본 등 다른 동맹국으로 향하고 있다. 북한·중국발 안보 위협 속 국방비 인상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미측과 국방비 협상에서 전략자산 전개, 무기 거래 등 윈윈할 방산 협력도 논의해야 한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이 대통령이 공약한 ‘방산 4대 강국 진입’을 위해 민관이 함께 뛰어야 한다.
  • [사설] 이란, 나토 ‘평정’한 트럼프… 더 긴요해진 한미 정상회담

    [사설] 이란, 나토 ‘평정’한 트럼프… 더 긴요해진 한미 정상회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어제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이란 핵시설 공습(미드나이트 해머) 이후 이스라엘과 이란 간 휴전이 발효된 직후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공습과 이란·이스라엘 휴전을 통해 ‘미국의 힘’을 확인시켰다. 더 나아가 ‘세계 평화의 중재자’ 위상까지 제고한 여세를 몰아 나토와 우방국들에 방위비 분담 압력을 강화하고 있다. 북대서양이사회(NAC)에서 “국내총생산(GDP)의 5%를 국방비로 지출한다”는 새로운 합의의 철저한 이행을 강조한 의미도 그렇다. ‘힘을 통한 평화’의 고삐를 죄겠다는 얘기다. 이란 승복을 끌어낸 미국 주도의 ‘힘의 질서’에 나토 국가들이 당장 술렁거린다. 미국이 제시한 GDP 5% 국방비에 뜨악해하던 핵심 회원국들이 트럼프의 요구에 부응하겠다고 잇따라 약속하고 나섰다. 독일은 2029년까지 GDP의 3.5%, 영국은 2035년까지 5% 수준으로 국방비를 올리겠다고 시간표를 내놨다. 미국이 유럽에서 발을 빼버린다면 러시아의 위협을 감당할 수 없다는 현실적 셈법인 셈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안보 무임승차를 계속 압박하는 이상 이런 기류는 불가피할 것이다. 국방비 청구서가 우리한테도 밀어닥칠 것은 시간문제다. 이재명 대통령의 불참으로 나토에서의 한미 정상회담은 불발했지만 그 필요성은 날마다 더 커지고 있다. 미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에 의존하던 시대는 갔다”고 연일 목청을 높인다. 한미동맹도 굳히고 중국과의 관계도 개선하는 이 대통령의 실용외교가 본격 시험대에 올라섰다. 조셉 윤 주한 미 대사대리도 “한국의 국방 지출이 충분한지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늘어나는 국방예산을 안보 기반시설 확충과 미국의 첨단무기 도입에 연계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주한미군 감축 또는 지위 변경으로 대만 유사시에 대비하려는 미국의 전략에도 카드가 준비돼야 한다. 미 국무부는 “우리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여전히 전념하고 있다”고 했다. 북한 핵을 테이블에 올린 미북 협상이 언제라도 전격 재개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란 핵 문제를 다룬 방식을 보자면 트럼프 대통령의 북핵 해법도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 북핵 폐기는 장기과제로 돌리고 미국 공격이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를 조건으로 대북 제재를 해제하는 협상을 벌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미 정상회담이 기약 없이 늦춰지는 상황이 우려스럽다. 그러나 우리의 입장과 해법을 탄탄히 정리하지 못하고서는 첫 대면회담이 당장 성사된들 위험부담 속에 외줄타기를 할 수밖에 없다.
  • [사설] 美 이란 핵시설 공격… ‘동맹·자강’ 더 선명해진 안보 해법

    [사설] 美 이란 핵시설 공격… ‘동맹·자강’ 더 선명해진 안보 해법

    미국이 21일(현지시간) 포르도와 나탄즈, 이스파한 등 이란의 핵시설 3곳을 B-2 스텔스 폭격기 등을 동원해 공격했다. 포르도 등에는 초대형 폭탄 ‘벙커버스터 GBU-57’ 14발도 투하됐다고 한다. 이란 이슬람공화국이 수립된 1979년 이후 이란 본토에 대한 미국의 첫 직접 공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에서 “향후 공격은 훨씬 강력할 것”이라고 했다. 국제 분쟁 불개입 기조였던 트럼프 행정부가 확전 우려에도 대(對)이란 공격에 나선 배경은 분명해 보인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핵무기 개발을 막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이번 일이 우리에게는 남의 일로 비칠 수 없다. 북한 영변에도 5MWe급 원자로 등 다양한 핵원료 제조 시설이 집중돼 있다. 평양 인근 강선 단지에는 고농축우라늄(HEU) 제조시설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영변에는 강선과 유사한 새로운 핵시설을 건설 중이다. 그러나 미국이 북한을 선제 타격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란은 수개월 내 핵무기 제조가 가능한 단계이지만 북한은 이미 50개의 핵탄두를 지닌 것으로 추산된다. 한반도는 물론 일본, 괌 등의 주한미군 기지가 북한의 즉각 보복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과의 밀착 의지를 보이고 있다. 특히 러시아는 지난해 체결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근거로 한반도 유사시 군사 개입을 감행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브로맨스’를 강조하는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협상을 통한 북한 비핵화 가능성은 갈수록 낮아질 수 있다는 데 한미의 딜레마가 있다. 북한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나 미국의 이란 공격을 보면서 비대칭 전력으로서의 핵무기 개발에 더욱 매달릴 가능성이 높다. 이재명 정부는 아직 외교·안보 관계 장관 인선도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 와중에 미국 국방부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동맹국들에도 국내총생산(GDP) 5% 수준의 국방비 증액을 요구하고 나섰다. 정부의 안보 정책이 첫 시험대에 올랐다. 안보 무임승차 해소를 요구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청구서를 일정 부분 수용하면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및 주한미군 감축 움직임을 완화하는 카드로 십분 활용할 필요가 있다. 확고한 동맹관과 자강 의지를 바탕으로 미국과 안보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구체적·현실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국방력과 정보력을 스스로 탄탄히 다진 이스라엘의 의지가 없었다면 과연 미국이 대이란 강공 정책에 끝까지 행보를 같이 했을까. 결코 그렇지 못했을 것이다.
  • [사설] 美 이란 핵시설 공격… ‘동맹·자강’ 더 선명해진 안보 해법

    [사설] 美 이란 핵시설 공격… ‘동맹·자강’ 더 선명해진 안보 해법

    미국이 21일(현지시간) 포르도와 나탄즈, 이스파한 등 이란의 핵시설 3곳을 B-2 스텔스 폭격기 등을 동원해 공격했다. 포르도에는 초대형 폭탄 ‘벙커버스터 GBU-57’ 12발도 투하됐다고 한다. 이란 이슬람공화국이 수립된 1979년 이후 이란 본토에 대한 미국의 첫 직접 공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에서 “향후 공격은 훨씬 강력할 것”이라고 했다. 국제 분쟁 불개입 기조였던 트럼프 행정부가 확전 우려에도 대(對)이란 공격에 나선 배경은 분명해 보인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핵무기 개발을 막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이번 일이 우리에게는 남의 일로 비칠 수 없다. 북한 영변에도 5MWe급 원자로 등 다양한 핵원료 제조 시설이 집중돼 있다. 평양 인근 강선 단지에는 고농축우라늄(HEU) 제조시설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영변에는 강선과 유사한 새로운 핵시설을 건설 중이다. 그러나 미국이 북한을 선제 타격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란은 수개월 내 핵무기 제조가 가능한 단계이지만 북한은 이미 50개의 핵탄두를 지닌 것으로 추산된다. 한반도는 물론 일본, 괌 등의 주한미군 기지가 북한의 즉각 보복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과의 밀착 의지를 보이고 있다. 특히 러시아는 지난해 체결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근거로 한반도 유사시 군사 개입을 감행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브로맨스’를 강조하는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협상을 통한 북한 비핵화 가능성은 갈수록 낮아질 수 있다는 데 한미의 딜레마가 있다. 북한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나 미국의 이란 공격을 보면서 비대칭 전력으로서의 핵무기 개발에 더욱 매달릴 가능성이 높다. 이재명 정부는 아직 외교·안보 관계 장관 인선도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 와중에 미국 국방부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동맹국들에도 국내총생산(GDP) 5% 수준의 국방비 증액을 요구하고 나섰다. 정부의 안보 정책이 첫 시험대에 올랐다. 안보 무임승차 해소를 요구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청구서를 일정 부분 수용하면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및 주한미군 감축 움직임을 완화하는 카드로 십분 활용할 필요가 있다. 확고한 동맹관과 자강 의지를 바탕으로 미국과 안보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구체적·현실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국방력과 정보력을 스스로 탄탄히 다진 이스라엘의 의지가 없었다면 과연 미국이 대이란 강공 정책에 끝까지 행보를 같이 했을까. 결코 그렇지 못했을 것이다.
  • “모든 동맹에 새 국방 지출 기준 마련”… 美, 한일 ‘방위비 증액’ 청구서 만지작

    “모든 동맹에 새 국방 지출 기준 마련”… 美, 한일 ‘방위비 증액’ 청구서 만지작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이 한국 등 아시아를 포함한 전 세계 동맹국에 대해 국방비 증액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헤그세스 장관은 18일(현지시간) 미 상원 군사위원회에서 열린 ‘2026 회계연도 국방부 예산안 청문회’에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들이 오는 24~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서 국내총생산(GDP)의 5%를 국방비 및 관련 투자에 지출하겠다는 약속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우리는 지금 아시아를 포함한 전 세계 모든 동맹들이 나아가야 할 국방 지출의 새로운 기준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했듯이 우리의 동맹과 파트너들이 그들의 역할을 하는 것이 공정한 것”이라며 “우리는 그들이 하는 것 이상으로 그들의 안보를 추구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헤그세스 장관의 발언은 아시아 동맹국, 특히 한국과 일본을 겨냥한 사실상의 방위비 증액 압박으로 해석된다. 아시아 국가에 대해선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지 않았지만 나토에 요구하고 있는 GDP 5% 수준의 증액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나토 회원국의 국방비 지출 기준은 GDP의 약 2%다. 국방부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GDP의 2.3%(59조 4244억원) 수준이었다. 일본은 1.6%, 인도는 1.9% 수준이다. 미국의 방위비 증액 요구는 방위비 분담금 증액이나 주한미군 감축 문제와도 연계될 수 있다. 앞서 헤그세스 장관은 지난달 31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대화(샹그릴라대화) 기조연설에서 “아시아의 주요 동맹국과 파트너들은 유럽이 겪는 안보 위협보다 더 심각한 북한, 중국발 안보 위협에 직면해 있다”며 국방비 지출 확대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 李대통령, G7서 외교무대 데뷔 ‘역대급 속도’…트럼프와 회담할까

    李대통령, G7서 외교무대 데뷔 ‘역대급 속도’…트럼프와 회담할까

    이재명 대통령이 15∼17일(현지시간)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하며 국제 외교무대 데뷔전을 치른다. 취임 11일 만에 다자 외교무대에 등장하는 것으로,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빠른 속도다. 취임 후 첫 외교 무대가 다자외교였던 건 김대중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1998년 2월 25일 취임한 김 전 대통령은 약 한 달 열흘 뒤인 4월 3일 영국 런던에서 개최된 ASEM(아시아·유럽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캐나다 총리의 초청으로 G7 정상회의에 참관국(옵서버) 자격으로 참석한다. G7 회원국 외에도 참관국 정상 전원이 참여할 수 있는 ‘확대정상회의’ 세션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의는 이 대통령이 표방한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가 실제 외교 무대에서 어떻게 구현될지 가늠할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G7은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캐나다 등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이끄는 서방 중심의 선진국 7개국 모임이다. 최근 수년 동안 중국 견제가 중요한 의제로 자리 잡았다. 올해도 중국·러시아·북한 문제 등이 주요 의제로 논의될 예정이다. 특히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미국의 대중국 견제 정책 동참 압박이 더욱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G7 재무장관들은 회의에 앞서 중국을 겨냥한 무역 불균형 및 비시장 정책에 대한 감시를 지속하기로 합의했고, 외교장관들은 대만 인근 중국군의 군사훈련과 관련해 “일방적 행동에 반대한다”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이 대통령이 ‘실용주의 외교’ 기조를 지키며 미·중 사이에서 균형점을 어떻게 찾을지가 관건이라는 평가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국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굳건한 한미동맹’을 토대로 중국 등과의 관계도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뜻을 내비쳤지만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전략적 모호성’으로 불필요한 적을 두지 않겠다는 외교 전략으로 풀이되지만 자칫 국제사회에서 원칙 없는 외교로 인식될 수 있다는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다. G7 정상회의 참석 계기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첫 회동이 성사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정부는 한미 정상 회동을 비롯한 양자회담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자회의를 계기로 이뤄지는 회담은 짧은 시간 동안 열리는 만큼 만남이 성사된다면 약식회동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많다. 다만 미국 대통령의 경우 다자회의에 참석한 정상들과 돌아가며 회담을 진행해 한미 정상 간 양자 대화가 불발될 가능성도 여전하다. 앞서 지난 6일 20분가량 진행된 첫 한미 정상 통화에서 두 정상은 시급한 현안인 관세 문제에 대해 양국이 만족할 수 있는 합의가 조속히 이뤄지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관심을 끈 방위비 분담금 증액이나 주한미군 재조정, 북한 문제 등 민감한 현안은 다뤄지지 않았다. 대면 만남이 성사되면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비롯해 주한미군, 방위비 등의 분야에서 각종 청구서를 내밀 수 있다.
  • [사설] G7 가는 李 대통령, 국익 중심 실용외교 첫 단추 잘 끼워야

    [사설] G7 가는 李 대통령, 국익 중심 실용외교 첫 단추 잘 끼워야

    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15~17일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취임 후 첫 정상외교 데뷔전으로 계엄·탄핵으로 멈췄던 정상외교가 재가동하는 자리다. 이 대통령은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첫 통화를 하고 조속한 관세 협의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의 방미 초청도 받았다. 이 대통령이 G7 등을 통해 ‘국익 중심 실용 외교’의 첫 단추를 어떻게 끼울 것인지 주목된다. G7은 미국·영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일본·캐나다 등 서방 7개국의 모임으로, 의장국이 ‘확대 회담’에 한국을 초청하면서 이 대통령의 참석이 결정됐다. 한국은 2021년, 2023년에 이어 참석함으로써 G7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등과 처음 대면해 신뢰 구축을 위한 소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앞서 지난 6일 저녁 트럼프 대통령과의 첫 통화에서 한미동맹 발전을 위해 다자회의 또는 양자 방문 계기 등 가급적 이른 시일 안에 만나기로 했다. 두 정상은 특히 관세 협의와 관련, 양국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합의가 조속히 이뤄지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실무협의가 진행 중인 만큼 미중, 미일 협상 등을 보면서 상호관세 유예 연장을 추진하는 등 시간을 벌며 협상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위해 대미 특사 파견을 통한 조율도 추진할 만하다. 미측이 통화 내용을 곧바로 발표하지 않고 ‘로 키’를 보인 것도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청구서’를 들이밀지 않은 만큼 시간을 번 측면도 있다. 이 대통령은 오는 24~25일 네덜란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참석도 검토 중이다. 중러와의 관계 등을 고려해 참석에는 신중한 입장이다. 지금껏 그래 왔듯 유럽과의 관계 강화 무대로서 참석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미중 간 패권경쟁 속 유럽과의 안보·통상 협력은 어느 때보다 긴요하다. 중국은 서해 잠정조치수역(PMZ)에 대형 부표 설치 등으로 ‘서해공정’에 나섰고 최신예 항공모함인 푸젠함이 지난달 PMZ에서 시험항해를 했다. 중국이 우리 해양 주권을 위협하고 군사력을 앞세워 한반도 안보를 흔드는 위기 국면이다. 주한미군 등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취임하자마자 맞닥뜨린 굵직한 국제 무대들이 이 대통령에겐 외교력 시험대가 됐다. 하지만 외교 데뷔전에서 실익을 챙기면 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개인적 친소관계를 외교에 반영하는 ‘퍼스널 외교’를 구사한다. 한미동맹의 필요성을 확인시키고 한국이 믿을 만한 파트너라는 인식을 단단히 심어줄 필요가 있다. 10월 말~11월 초 경주에서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는 중러와 정상회담도 추진할 수 있다. 다자무대를 계기로 미국과 일본, 중국, 러시아 등과의 정상외교를 통해 실용 외교의 성과를 거둬야 한다.
  • G7서 첫 대면하는 한미 정상… ‘관세·방위비’ 큰 틀 논의 가능성

    G7서 첫 대면하는 한미 정상… ‘관세·방위비’ 큰 틀 논의 가능성

    20분간 통화서 “이른 시일 내 만남”다자회의서 먼저 현안 탐색 나설 듯한미, 한미일 정상회의 성사 주목 속대통령실 “G7 참석 제대로 준비중” 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15~17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처음 대면할 예정이다. 관세 협상은 물론 주한미군 역할 조정,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 등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양 정상이 관계를 어떻게 이어 갈지 주목된다. 지난 6일 약 20분간의 첫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초청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오는 15~17일 캐나다 앨버타주 카나나스키스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에 이 대통령이 초청받아 참석하기로 하면서 두 정상의 대면은 예상보다 빠르게 이뤄지게 됐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마주 앉게 되면 당장 시급한 현안으로 꼽히는 관세 협상 문제를 비롯해 양국 현안을 두고 큰 틀에서 의견 교환이 이뤄질 수 있다. 다음달 8일 상호관세 유예 기간이 종료되는 만큼 두 정상은 첫 통화에서 양국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합의가 조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자며 이를 위해 실무 협상에서 가시적 성과가 나오도록 독려해 나가기로 했다. 첫 통화에서는 그 외 구체적인 현안이 거론되지 않았지만 미국이 대중 견제 기조를 강화하며 한미 간에도 풀어야 할 과제들이 쌓여 있다. 최근 유럽과 아시아 동맹국들에 국방비 증액 등을 노골적으로 압박하고 있는 것처럼 한국에도 주한미군의 역할 변경 및 감축 가능성, 방위비 분담금 인상 등 ‘청구서’를 들이밀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에 여전히 관심을 드러내는 만큼 북한 관련 주제도 언급될 수 있다. 경제 협력 분야를 둘러싼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사도 뚜렷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윤석열 전 대통령과 12분간 가진 첫 통화에서 한미 조선 협력에 대해 기대를 보였다. 또 지난 4월 당시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와 가진 약 28분 통화에서 무역 불균형, 조선 산업,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투자 등에 대해 논의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한 전 대행과의 통화 이후 소셜미디어(SNS)에 “한국에 제공하는 대규모 군사적 보호에 대한 비용 지불”을 논의했다고 소개하며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시사했고, 관세 협상과 여러 주제를 함께 협상 테이블에 올리는 ‘원스톱 쇼핑’이 가능하다고도 했다. 다자 회의에서 갖는 회담에서는 심도 있는 논의가 쉽진 않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의 관심사를 두루 탐색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도 G7 회의에 참석하는 만큼 한미일 정상회의가 성사될지도 관심이다. 한미일 협력이 계속될 것이라는 선언과 함께 대중 견제 메시지를 함께 내놓게 될 수도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G7 회의 참석을) 제대로 준비하고 있다는 정도로만 답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 [단독] 화기애애했던 첫 상견례… ‘트럼프 청구서’는 일단 없었다

    [단독] 화기애애했던 첫 상견례… ‘트럼프 청구서’는 일단 없었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6일 첫 통화는 화기애애하게 덕담을 주고받는 상견례로 한미 간 다소 어려운 현안들에 대해선 구체적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며 “민감국가 문제나 다른 구체적인 예민한 현안은 나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방향으로 이 대통령이 이야기를 주도하며 끌고 갔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실은 “두 대통령은 한미동맹 발전을 위한 심도 있는 협의를 위해 다자회의 또는 양자 방문 등 가급적 이른 시일 내 만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오는 15일 예정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두 정상이 만날 가능성도 염두에 둔 것이다. 일각에서 한미 정상 간 통화가 늦어지는 데 대해 한미 양국 간 이상 기류 등을 언급하기도 했지만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첫 통화가 이뤄지면서 불안감을 불식시킨 상황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날 오후 10시부터 약 20분간 이어진 통화에서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협의 관련 양국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합의가 조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자고 했다. 이를 위해 실무협상에서 가시적 성과가 나오도록 독려해 나가기로도 했다. 당장 다음달 8일 상호관세 유예 기간이 종료되는 만큼 시급한 현안인 관세 협상 문제 해결에 대한 공감대를 우선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과의 통화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직설적인 화법 때문에 첫 통화에서부터 한미 간 풀어야 할 난제들이 거론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최근 미국 측에서 대중 견제를 강화하기 위해 주한미군 역할 변경 및 감축, 국방비 대폭 증액, 방위비 분담금 인상 등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어 조만간 트럼프 대통령이 구체적인 ‘청구서’를 건넬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최근 우리 정상과의 통화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관심 분야들을 직접 언급했다. 지난해 11월 5일 대선에서 승리한 뒤 일주일 만에 윤석열 전 대통령과 12분간 첫 통화를 하며 한미 조선 협력을 언급했다. 이어 지난 4월 8일 당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와의 약 28분간 통화에서는 무역 불균형, 조선산업,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투자 등 경제 협력 분야에 대해서도 논의했고, 특히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 가능성을 거론하며 관세 협상 과정에서 다양한 주제들을 함께 협상 테이블에 올리는 ‘원스톱 쇼핑’이 가능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는 서로의 리더십에 대해 평가하고 골프 실력, 테러 위협을 이겨낸 경험 등 친밀감을 높이는 대화가 주로 이어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대통령실은 첫 통화가 순조롭게 진행됐다고 보고 이제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15~17일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올해 의장국인 캐나다가 초청해 이 대통령이 참석하게 된다면 바로 이달 중순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대면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통화에서 이 대통령의 방미를 초청한 만큼 이르면 다음달 또는 8월 안에 미국 방문 및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고위 관계자는 “G7이든 다자회의에서의 대면은 물론이고 양자회담 일정을 최대한 맞춰볼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고 이 대통령을 미국에서 열리는 정상회담에 초청했으며 곧 만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대통령실은 “두 대통령은 앞으로 한미동맹의 발전을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며 “오늘 통화는 한미 관계에 당면한 현안 논의는 물론 정상 차원의 신뢰와 우의를 쌓은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 [서울광장] 6·3 대선 이후, 유토피아는 없다

    [서울광장] 6·3 대선 이후, 유토피아는 없다

    지난달 21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오벌 오피스(대통령 집무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골프를 화제로 화기애애한 대화를 이어 가던 중 트럼프는 갑자기 불을 끄게 하더니 “백인 농장주들이 학살당하는 장면”이라는 영상을 틀어 대며 라마포사를 추궁했다. 지난 2월 백악관을 찾아온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종전 해법을 두고 트럼프와 이견을 보이다 면박당하고 사실상 쫓겨났던 것과 오버랩되는 장면이었다. 오늘 6·3 대선에서 당선되는 한국의 새 대통령은 당장 변칙과 변덕의 트럼프를 상대해야 하는 대미(對美) 외교에서 ‘진실의 순간’을 맞게 될 것이다. ‘아메리카 퍼스트’를 앞세운 트럼프는 계엄과 탄핵, 대선으로 미뤄 뒀던 한국에 대한 엄혹한 전략 재편 청구서를 내밀 것이다. 미국의 전방위적 관세·비관세 공세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라는 경제동맹의 기둥조차 무너뜨릴 기세다. 여기에 주한미군 감축·재조정론, 최대 10배까지 거론됐던 방위비 증액 요구가 줄줄이 본격화될 것이다. 모호한 균형자론이나 실용외교론으로, 반대로 전통적인 한미동맹관만 믿고 접근하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미군감축론을 대북평화론과 연계시키려는 시도도, 미군조정론에 대안 없이 버티기만 하는 것도 위험한 도박이다. 국내 사정도 산 넘어 산이다. 경제는 ‘성장 절벽’에 부딪힌 가운데 나랏빚은 1175조원에 이르렀다. 문재인 정부 5년간 407조원에 이어 윤석열 정부 들어서도 100조원 넘게 늘었다. 지난해 재정적자(관리재정수지)는 105조원에 달한다. 여기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약이행에 210조원,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공약에는 150조원이 들 것이라는 예상이다. 재원 마련 대책은 제대로 내놓은 게 없다. 글로벌 신용평가기관 무디스는 최근 늘어나는 재정적자와 정부부채를 이유로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했다. 한국은 정부부채 증가 속도가 미국보다 빠르다. 후보들에게 돈 쓰는 공약들을 부디 지키지 말라고 사정해야 할 판이다. 짧은 선거기간에 제대로 된 정책검증 없이 선거를 치르는 바람에 현실성이 떨어지거나 부작용이 예상되는 정책들도 부지기수다. 당선자가 발표되고 새 대통령이 취임하는 순간 거품 낀 공약들은 걷어 내고 싹 잊어버릴 필요가 있다. 대선 이후 이 나라에 유토피아는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정권 초기 야당이나 언론의 비판이 일정 기간 자제되는 ‘허니문 기간’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내란종식’을 내건 이 후보가 당선될 경우 국회 다수 의석에 행정권력, 사법부 영향력까지 한 손에 쥔 절대권력의 ‘제2 적폐청산’을 둘러싸고 정치보복 논란이 예상된다. ‘독재 저지’를 내건 김 후보가 이긴다면 윤석열 정부 시절 벌어졌던 국회 다수파와 소수 의석의 정부·여당 간 서로를 거부하는 ‘비토크라시’가 재연될 수 있다. 이 후보의 사법리스크를 놓고 벌어질 사법권 무력화 논란으로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렛이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라는 책에서 기술한 ‘선출된 권력에 의한 민주주의 형해화’ 우려가 현실화될 수도 있다. 크리스토퍼 매쿼리 감독은 영화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에서 ‘삶은 모든 선택의 결과’라고 했다. 6·3 대선 이후 우리의 삶이 어떻게 바뀌어 나갈지는 우리들 각자가 선택한 투표 결과의 총합에 달려 있다 해도 과히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유권자들에게 유용한 선택의 잣대는 후보들이 쏟아 놓은 달콤한 공약이나 말의 성찬보다는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궤적과 실적을 근거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이 피와 땀으로 일궈낸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 헌법정신을 누가 제대로 지키고 발전시켜 나갈 것인지가 기준이 될 수 있다. 어느 한쪽의 이념과 정책만을 절대시해 대한민국호를 불가역의 누란지경에 빠뜨리지 않도록 복원력을 발휘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그것이기 때문이다. 역대 대선 때마다 1년이 지나기가 무섭게 “잘못 찍었다”며 손가락을 탓하는 탄식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부작위’에 의한 민주주의 후퇴 가능성,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사태라는 생각이 든다. 박성원 논설위원
  • [사설] 해법 좁혀진 관세 협상… ‘방위비 패키지 딜’ 윈윈해야

    [사설] 해법 좁혀진 관세 협상… ‘방위비 패키지 딜’ 윈윈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통상 청구서’와 함께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의 ‘안보 청구서’를 들이밀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일본 등 동맹국과 먼저 협상하겠다며 통상과 안보를 아우르는 ‘원스톱 쇼핑’의 맞춤형 협상을 공식화한 것이다. 줄 것은 통 크게 내주고 받을 것은 악착같이 받아내는 패키지 협상의 순간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 대행과의 통화 후 소셜미디어(SNS)에 “원스톱 쇼핑은 아름답고 효율적인 절차”라고 썼다.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 관세, 조선,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의 대량 구매, 알래스카 가스관 합작 사업 등 한 대행과의 구체적인 논의 내용도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가 한국에 제공하는 대규모 군사적 보호에 대한 비용 지불을 논의했다”는 데 방점을 찍었다.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 추진을 시사한 것이다. 백악관은 ‘미군 주둔 및 그 비용’이 협상의 일부가 될 수 있다고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했다. 지난해 한미는 내년부터 적용할 방위비 분담금을 전년 대비 8.3% 올린 1조 5192억원으로 합의했다. 2030년까지 매년 분담금에 소비자물가지수 증가율을 반영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방위비 분담금은 트럼프 1기 때인 2019년에는 8.2%, 조 바이든 정부 때인 2021년엔 13.9% 올렸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정부 때 계약을 해지했다”는 억지 주장까지 하며 압박했다. 거친 화법으로 질러 놓고 협상을 하는 트럼프 방식 그대로다. 한미 외교당국은 방위비 재협상에 나설 수밖에 없어졌다. 트럼프 대통령과 한 대행이 “완전한 비핵화에 공감”한 만큼 방위비 재협상으로 ‘윈윈’의 결과를 도출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방위비 분담금을 올리면서 핵 역량 강화의 물꼬를 터볼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의 재료를 조목조목 먼저 언급한 것도 나쁘지 않다. 조선업과 미국산 LNG 구매, 알래스카 가스관 사업 등에 대한 포괄적 협상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 25%로 뛰어오른 관세를 어떻게든 낮추는 것이 지금 당면한 과제다. 방위비뿐 아니라 한국이 경쟁력 있는 조선업, LNG·가스관 등 에너지 부문을 협상 테이블에 당당히 올려놓고 딜을 하면 된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긴밀한 동맹이자 교역 파트너 중 일본과 한국을 우선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대미 수출 경쟁국인 일본과 유럽연합(EU)은 우리보다 낮은 관세율을 적용받고도 백방으로 재협상에 달려들고 있다. 정교한 무역·안보 패키지 딜로 관세 피해를 최소화할 협상의 기술을 유감없이 발휘해야 한다.
  • 국방부 “주한미군 역할 변함없다”지만… 美 ‘안보 청구서’는 가시화

    국방부 “주한미군 역할 변함없다”지만… 美 ‘안보 청구서’는 가시화

    미국이 대중국 견제에 대외 전략의 초점을 두고 북한 등의 위협 억제를 동맹국이 맡는 전략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한국을 향한 미국의 ‘안보 청구서’가 가시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방부는 주한미군의 역할에는 변함없다는 입장이지만 향후 미국의 압박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방부 전하규 대변인은 31일 정례 브리핑에서 주한미군의 역할에 대해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하는 것이 주한미군의 가장 큰 역할이며 그것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하며 “우리 군은 다양한 상황에 대비해서 한미동맹의 토대 위에 굳건한 연합 방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이 최근 ‘임시 국가 방어 전략 지침’으로 알려진 9쪽 분량의 문건을 내부에 배포했다고 보도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지침에서 “중국은 미국 국방부의 유일한 위협”이라며 미국의 군사 역량을 중국 대응에 집중해 중국의 대만 침공을 저지하고 미 본토 방어를 우선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인력과 자원의 제약을 고려해 러시아, 이란, 북한 등의 위협 억제를 위해 유럽·중동·동아시아 동맹국들의 비용 지출을 압박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해당 지침이 적용된다면 당장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 압박, 주한미군 역할 변화 등이 예상된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이날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트럼프 정부가 중국의 아킬레스건인 대만 방어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한국보다는 주일미군 사령부를 강화할 것”이라며 “주한미군 2만 8500명이 대만 방어 제1기동군의 역할을 함으로써 바이든 정부 때보다 한미동맹과 한반도 안보 확신이 약화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미국이 대응하려는 적이 바로 눈앞에 있는 한국, 대만, 일본에 대한 방위비 인상 압박이 유럽보다 더 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미 일본은 선제적으로 방위비를 2027년까지 트럼프 1기 때보다 2배로 늘리겠다고 약속했고 대만도 국방 예산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2.5%에서 3%로 올리기로 한 상태다. 정대진 한라대 교수는 “한미동맹의 기본 목표는 북한 위협으로부터 한국을 수호하는 것이었는데, 미국이 전략적 유연성을 얘기하면서 중국 견제에 한국도 연루시킬 수 있다. 여기에 휘말리지 않는 게 중요한 과제”라며 “방위비 분담금을 많이 내는 대신 한국을 빼 주겠다고 할 가능성도 있다. 부담 가능한 수준에서 비용을 내고 몇 년 버티는 게 오히려 현실적인 전략일 수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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