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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반기문 유엔 총장’ 총력 지원을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어제 차기 유엔 사무총장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한국인이 유엔 총장 선거에 출마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그만큼 우리 외교사의 일대 사건이며 따라서 국가적 중대사로 규정지을 만하다. 대외적으로 유엔을 대표하는 유엔 사무총장은 유엔헌장 97조에 나와 있듯이 총회와 안전보장이사회 등 모든 회의에 참석해 국제 현안에 대한 협의와 권고, 분쟁 예방을 위한 조정 및 중재역을 맡는다. 한마디로 세계평화외교의 사령탑인 셈이다. 그렇기에 반 장관이 유엔 총장에 선출되면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한껏 올라감은 물론 북핵문제 해결에도 긍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분단국에서 유엔 총장이 배출될 경우 세계평화에도 일조하는 일이 된다고 본다. 무엇보다 한국은 광복 후 정부수립에서부터 한국전쟁 및 전후 복구과정, 그리고 남북한 동시 유엔가입에 이르기까지 유엔과 특수한 인연을 맺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우리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탄생하기까지에는 적지 않은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고 판단한다. 외교부에서 ‘해볼 만하다.’는 분석을 내놨고 40년 가까운 외교경력과 경륜을 지닌 반 장관의 상품성이 돋보이기는 하지만, 유엔 총장선거 자체가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간의 미묘한 입장차로 언제나 엎치락뒤치락해 왔기 때문이다. 총장 당선이 국익을 위해 그렇게 좋다면 국가적 차원의 총력 지원이 마땅하다고 본다. 유엔 경험이 있는 인사들을 망라한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팀을 꾸리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때맞춰 나온 여야의 초당적 지지 약속도 시의적절했다는 판단이다. 문제는 총장 선거 승리를 위한 전략적 접근이다. 우선 5개 상임이사국의 개별적인 지지를 받지 않으면서 동시에 어느 한 국가로부터도 거부감이 생기지 않도록 ‘줄타기’ 전략을 구사해야 할 것이다. 특히 한국이 미국의 동맹국이란 점이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방어논리 개발을 확실히 해둬야 한다. 또 유엔 개혁이 최대 쟁점인 만큼 반 장관의 개혁성과 추진력에 초점을 맞춘 인물론 전략도 필요하다.
  • [반기문외교 유엔총장 출사표] ‘50년만의 기회’… 政, 조용한 지원

    ‘도광양회(韜光養晦)로 외교강국을 만든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의 유엔 사무총장 출사표는 한국 외교사의 ‘일대 사건’으로 꼽힐 만한 일이다. 유엔대사를 지낸 박수길 유엔한국협회장은 14일 “50년에 한번씩 돌아오는 기회”라고 말했다.5개 대륙에서 한번씩 돌아가면서 사무총장을 맡고,5년임기를 연임하는 대체적인 관례를 따지면 아시아 지역에서 후보를 내는 기회가 50년 만이다. 더구나 북한과 유엔에 동시 가입한 지 15년 만에 사무총장 후보를 냈다는 사실 자체는 당선 여부를 떠나 우리나라의 높아진 국제적 위상을 실감케 한다. 분단국에서는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하지 못하리라는 인식이 국제사회에 팽배했으나 여건은 변화하고 있다. 박수길 회장은 “분단국이고 유엔 회원국으로서의 역사가 짧고 미국의 동맹국이라는 점에서 전망이 밝지 않았다.”면서 이제 상황이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분단국의 산물인 6자회담 협상과정에서 반기문 장관의 국제사회 인지도가 상승하면서 약점이 강점으로 반전됐다는 것이다. 반 장관의 유엔 사무총장 당선을 위한 정부와 반 장관의 기본전략은 도광양회다.‘빛을 감추어 밖에 비치지 않도록 하고 자세히 살펴서 터득하겠다.’는 뜻처럼 소리를 요란하게 내지 않고 조용한 선거전을 펴겠다는 것이다. 선거전이 공식화되기 전까지 조용한 선거전략은 미국 등 5개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P5)의 컨센서스를 받아야 하는 선출방식에서 비롯된다. 요란한 선거전은 ‘P5’의 거부감을 자초,‘빨간딱지’를 받을 수 있다. 태국은 2년 전부터 수라끼앗 사티아라타이 부총리의 선거전을 요란스럽게 펼쳐 거부감을 심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공개적 지지는 ‘죽음의 키스’로 불린다. 그만큼 국제사회의 역학구도가 복잡하다는 얘기다. 서울의 한 외교소식통은 “우리 정부의 신중하고 소리없는 도광양회 전략에 회원국들은 높게 평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 장관은 이날 공식 출마선언에 앞서 지난 7일쯤 유엔 회원국 외무장관들에게 사무총장 출마를 알리는 서한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측에는 서한이 아닌 요로를 통해 같은 내용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지난 연말에 반 장관을 유엔 사무총장감으로 정해놓고도 공개를 늦춘 것도 이런 동양적 예의를 차린 것이다. ‘이번에는 아시아 차례’라는 지역안보론보다는 유엔에서의 풍부한 경험 등 40년 가까운 외교경륜의 반 장관이 유엔 개혁에 적임자라는 논리로 접근한다는 계획이다. 유명환 외교부 1차관은 “반 장관은 40년에 가까운 외교관 및 행정가 경험을 통해 유엔 강화 및 개혁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 장관은 외교장관직을 유지하면서 자연스러운 선거전을 치른다.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반기문외교 유엔총장 출사표] 당선가능성과 주요경쟁자 분석

    [반기문외교 유엔총장 출사표] 당선가능성과 주요경쟁자 분석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의 유엔사무총장 당선 가능성에 대해 정부 당국자의 대답은 “해볼 만하다.”는 것이다.5년 전 코피 아난 사무총장이 선출될 당시 비상임이사국인 한국 대표로서 한표를 행사한 박수길 전 유엔대사는 14일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는데, 그 자체로 엄청난 것이다.”고 말했다. 당선의 관건은 첫번째 열쇠를 쥔 미·중·영·프·러 등 5개 유엔상임이사국 즉 ‘P5(Permanent 5)´와의 관계다. 이어 다른 후보와의 역량 차이, 분단국과 한반도 안보 상황, 한·미동맹관계 등이다. 관례에 따라 아시아 출신에게 순번이 돌아오는 점에서 판은 1차로 좁혀진다. ●미국의 지지는 죽음의 키스? 일단 “미국이 지지한다.”고 알려지면 경쟁관계인 프랑스·중국 등의 거부권 행사로 이어지는 게 국제적 정서다. 주한 외교단의 한 관계자는 미국의 지지는 “죽음의 키스(Kiss of death)”라고 표현했다. 한국이 미국과 동맹국이어서 불리하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하지만 냉전시대가 아니고, 한국이 P5와 원만한 관계를 맺고 있어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이란 게 정부 판단이다.“지역순번제로 할 이유가 없다.”(존 볼턴 미 유엔대사)거나 미국은 중유럽 국가를 지지한다는 등의 보도들은 오히려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중국·러시아의 경우 최근 비(非)아시아권 후보는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개별 상임이사국으로부터 전폭적 지지도 받지 않으면서, 거부당하지도 않는 절묘한 줄타기를 해야 한다. 국제무대에서 미국을 견제하는 프랑스의 지지 확보가 관건인데, 현재로선 특별한 거부의사는 보이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분단국, 독(毒)인가 약(藥)인가 한반도 분단상황, 특히 북한 핵문제가 사무총장 후보의 걸림돌이 된다는 우려도 크다.50년의 분단상황을 평화적으로 잘 관리해 왔다는 점에서 오히려 유리한 상징성이 될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정부 관계자가 특정국가 대사에게 “분단국이라 어떨지….”하고 떠봤을 때 “오히려 상징성이 될 수 있다.”는 격려도 얻었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2001년부터 체납 중인 유엔 분담금 1억 3000만달러가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란 시각도 있지만 근본적인 걸림돌은 아니다. ●공식 출마선언 경쟁자는 2명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의 공동후보로 나온 태국의 수라끼앗 부총리와 유엔 군축담당 사무차장을 지낸 스리랑카의 자얀티 다나팔라 전 대통령 보좌관. 수라키앗 부총리는 “미국이 승인했다.”“110개국 지지를 얻었다.”고 지난해 초부터 떠들었고 이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태국이 남부 지역 이슬람 세력을 탄압, 말레이시아와 외교적 마찰을 일으키고 있어 이슬람권내 부정적 기류가 형성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다나팔라 전 사무차장은 유엔개혁의 적임자임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유엔관료 출신인 코피 아난 사무총장이 부패 스캔들에 휘말렸다는 점에서 역풍 움직임도 엿보인다. 태국에선 수라끼앗 후보에 대해 ‘후보 철회’ 여론도 일고 있어 고촉통 전 싱가포르 총리가 대타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 라트비아의 바이라 비케프라이베르가 대통령의 경우 미국이 선호한다는 보도도 있었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동티모르의 호세 라모스 호르타 외교장관, 유엔개발계획(UNDP) 사무총장인 터키의 케말 데르비스, 폴란드의 알렉산드르 크바시니에프스키 대통령 등도 잠재적 후보로 분류되고 있다. 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美 BDA조사 발표 몇주 걸릴것”

    김하중 주 중국 대사는 13일 북핵 6자회담의 중대 변수가 되고 있는 마카오 소재 은행 ‘방코 델타 아시아(BDA)’ 문제와 관련,“중국 정부는 BDA에 대한 미국의 조사결과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재외공관장 회의에 참석차 귀국한 김 대사는 이날 서울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중국은 BDA건에 대한 미국 정부의 조사결과 발표를 기다리고 있으며 몇 주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김 대사는 이어 지난달 한·미 양국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합의한 것이 중국을 자극할 가능성에 대해 “중국 정부는 아직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고 있다.”고 전제한 뒤 “개인적으로 우리 정부가 적절한 판단을 내린 것으로 생각하며 중국도 한·미간의 특수한 동맹관계를 이해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에 대해서는 “8박9일간 그 많은 도시를 돌아본 목적은 중국의 발전상을 직접 눈으로 보고 싶었던 것”이라면서 “돌아가서 자기가 생각하는 범위에서 어떻게 활용할까 고민했을 것”이라고 말했다.김수정기자crystal@seoul.co.kr
  • 부시 뜬금없는 발표 ‘뒷말’

    지난 2002년 항공기를 공중 납치해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고층 빌딩에 충돌시키려던 알카에다의 음모를 사전에 적발, 좌절시켰다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발언이 예상치 못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안토니오 비야라이고사 LA 시장은 9일(현지시간) AP통신과 회견에서 “부시 대통령이 전국에 생중계된 텔레비전 방송을 통해 테러 적발 사실을 공개하면서 우리에겐 아무런 통보도 해주지 않았다.”며 “깜짝 놀랐고 허를 찔린 느낌마저 들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테러의 타깃이 될 수 있는 LA의 고층 건물 보호를 위해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하며 일부는 이라크 전비를 전용해 충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끔찍한 테러를 당할 뻔한 건물로 지목된 LA에서 가장 높은 72층짜리 US뱅크 타워(당시 라이브러리 타워) 입주자들과 직장인들은 정신적 혼돈과 공포심을 토로하고 있다고 LA 타임스가 전했다. 샌드위치 가게 주인인 이롤 앤덜은 “가슴을 쓸어내렸다.”며 “정말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신문을 판매하는 루이사 곤살레스는 “당장 우리 모두가 죽을 수 있다고 상상해보라.”며 몸서리를 쳤다. 직장인 패트릭 그로버는 “4년 전 위협은 지난 일이지만 언제라도 이곳을 겨냥한 테러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오싹해진다.”고 털어놓았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에서 대테러 전쟁의 진전 상황에 관한 연설을 통해 “미국과 동맹국들이 협력해 알카에다의 ‘재앙적 공격’을 무산시켰다.”며 “그들의 공격 목표는 LA의 ‘리버티 타워’(라이브러리 타워를 잘못 지칭)였을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이어 “9·11테러의 핵심인 할리드 셰이크 모하메드가 아랍계 대신 비교적 덜 의심받는 동남아 출신 젊은이들을 동원했다.”고 덧붙였다. 부시 대통령은 “이들 동남아 출신은 아프가니스탄에서 교육받았으며 오사마 빈 라덴도 만났다.”고 주장하면서 “그 후 계속된 첩보 활동을 통해 이들의 공격 의도와 타깃을 알아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이 건 외에도 10여종의 알카에다 음모를 분쇄한 바 있다고 발표했었다. 따라서 이날 발표는 곧 상원에서 시작될 ‘영장없는 도청’ 청문회를 겨냥, 여론을 반전시키려는 의도가 깔린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또 궁지에 몰릴 때마다 찔끔찔끔 정보를 공개하는 행태에 대한 비판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씨줄날줄] 네오리얼/한종태 논설위원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인 미국의 외교정책이 변하는가.월스트리트 저널(WSJ)이 최근 이와 관련해 관심을 끌 만한 내용을 보도했다.내용인즉,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외교가 일방주의와 군사력 사용을 선호하는 ‘네오콘(신보수주의자)’에서 동맹국과의 협력을 중시하는 ‘네오리얼리스트(신현실주의자)’의 정책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그러면서 이란 핵문제의 유엔 안보리 회부를 대표적인 케이스로 들었다.네오리얼들이 안보리 회부에 부정적이었던 러시아와 중국의 동의를 이끌어내는 외교성과를 거뒀다는 것이다. 부시 행정부에서 네오리얼을 이끌고 있는 인물은 단연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다.로버트 졸릭 부장관과 니컬라스 번스 차관,크리스토퍼 힐 동아태 차관보 등 국무부 고위인사가 여기에 속한다.이들은 부시 1기 행정부의 코드였던 네오콘식 ‘독불장관 외교’는 지양하는 것 같다.대신 대화와 회유를 통해 적대국이나 국제기구를 설득하고 있다고 한다.부시 대통령이 북한 김정일 위원장을 ‘미스터 김정일’로 호칭한 것이나 올해 국정연설에서 북한문제를 간단하게 언급한 것도 이들의 영향이 아닌가 싶다.또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하면 민간 차원의 핵 기술을 허용하겠다는 미국의 입장변화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반면 네오콘들은 2기 행정부에서 영향력이 줄어든 모양새다.특히 행정부내 네오콘 조정자로 통했던 루이스 리비 전 부통령 비서실장이 리크게이트로 기소돼 백악관을 떠난 것은 네오콘 퇴조의 상징적 사건이다.네오콘이 득세하는 동안 한·미관계를 말할라치면 갈등이나 마찰과 같은 단어들이 자주 등장했었다.네오콘의 대표적 이론가인 니컬라스 에버스타트 미국기업연구소(AEI) 선임연구원은 기회만 되면 김정일 정권의 붕괴를 주장한다.그는 2004년 11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부시 대통령의 재선이 확정되자 청와대에 비상이 걸렸다고 하더라.누가 부시 대통령의 낙선을 기원했는지 이름까지 댈 수 있다.”고 말해 평지풍파를 일으켰던 인물이다. 우방과의 협력과 실용주의를 중시하는 네오리얼의 외교정책은 우리 입장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북핵 해법에서도 한·미간 간극을 최소화하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그렇다면 우리 정부도 이들의 영향력이 더 커질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한종태 논설위원 jthan@seoul.co.kr
  • 김근태·고건 전격회동 ‘주파수 조정’

    오는 18일 열린우리당 의장에 도전하는 김근태 후보는 8일 새벽, 대구에서 후보자 합동토론회 일정을 마치자마자 곧바로 인천을 향했다.‘범민주양심세력 대연합’의 핵심 인물로 꼽아온 고건 전 총리와의 회동이 전격 성사됐기 때문이다. 오전 7시쯤, 인천 새얼문화재단이 주최하는 명사 조찬모임에서 ‘통합의 리더십’을 주제로 강연정치에 나선 고 전 총리의 연설이 끝난 뒤 두 사람은 조찬을 가졌다. “미리 동의를 구하지 않고 거론해 죄송스럽다. 세 차례에 걸친 내 제의에 찬성해줘서 고맙다.”(김 후보) “사전 양해없이 거명해 미안하다고 했지만 괜찮다. 김 후보의 제안에 원칙적으로 찬성한다.”(고건 전 총리) “압력을 넣으러 왔다. 전당대회 후 동맹군으로 참여할 것을 공개적으로 요청한다.”(김 후보) “우리는 코드가 아니라 주파수가 맞는다. 공개적으로 말하는 것은 주파수를 맞추는 과정이다. 나는 공개방송을 좋아한다.”(고 전 총리) 김 후보와 고 전 총리는 경기고 선·후배 사이라는 것을 빼면 특별한 교집합이 없는 편이다. 이 때문에 김 후보가 고 전 총리를 동맹군이라고 하는 데 의문이 제기돼 왔다. 김 후보 측은 ‘위기론’의 범위가 다른 것부터 설명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측근은 “다른 후보자들은 당의 위기에만 머물러 있다. 김 후보는 당은 물론 우리 사회 전체의 위기라는 면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김 후보가 ‘범민주개혁세력 대통합’에서 ‘범양심세력 대연합’으로 수위를 조정한 것도 이를 의식한 전략으로 들린다. 김 후보측은 나아가 “이번 회동으로 김근태 후보가 냉전과 특권 의식에 사로잡힌 한나라당을 제외한 모든 양심세력의 단결을 실현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라고 자평했다. 통합론이 전당대회 주요 이슈로 부각된 상황에서 한발 앞서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는 자신감으로 읽힌다. 고 전 총리는 이에 대해 “코드는 폐쇄적이지만 주파수는 개방적인 표현이다. 늘 주파수를 열어 놓고 있다는 뜻이다.”며 특유의 ‘주파수론’을 강조하면서도 “통합과 상생의 정치를 위해 김 장관의 범민주세력 통합론이 원론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정치 활동을 하지 않는 입장에서 동참을 거론하기는 적절하지 않다는 전제를 깔면서 “결단할 시점에 이 문제도 같이 연구하겠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통합론을 통해 정계개편까지 염두에 둔 김 후보와의 ‘회동’으로 일거수 일투족 조심스러운 자신의 신중한 행보가 흐트러질지 모른다는 걱정이 깔려 있는 듯하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열린세상] 한·미 FTA와 정치의 죽음/이성형 이화여대 정치외교학 교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시작한다고 한다. 통상교섭본부장이 워싱턴 미의회 앞에서 미국과 공동으로 협상 개시를 발표했다. 갑자기 머리가 뻐근해진다. 이렇게 중요한 사안이 어떻게 한번도 제대로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았는지 나로서는 그저 신기롭기만하다. 언론도 애써 공론화를 피하는 것 같고, 정치인들은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시민사회 단체는 갑자기 날아든 소식에 어안이 벙벙한 모양이다. 향후 한국의 산업, 문화, 심지어 방위정책과 통일에 이르기까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사안이 정치의 손을 떠나 관료의 입으로 발표되었다. 정치는 명백히 죽어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미 FTA는 무역과 투자를 넘어선 메가톤급 쓰나미가 될 것이다. 김영삼 정부가 추진했던 세계화 정책보다 더욱 큰 해일이 몰아닥칠 것이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스크린 쿼터나 농산물 개방만이 문제가 아니다. 산업의 구조조정을 넘어서, 문화에 이르기까지, 남북경협과 안보정책에서 대중관계에 이르기까지 모두 그 영향권에 들어간다. 미국측이 이구동성으로 협상개시를 자축하는 것은 불안한 한·미동맹에 쐐기를 박는 효과가 있기 때문으로 봐야 한다. 나도 FTA를 지지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수순이 틀렸고, 협상하는 방식이 졸속이다. 정말 조마조마한 느낌마저 든다. 일단 경제규모의 압도적 차이에서 오는 협상력의 비대칭성에서 출발해보자. CIA의 2005년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미국의 7% 수준에 불과하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맺은 멕시코의 GDP 규모가 8% 수준이다. 이런 수준이라면 미국에 한·미 FTA는 밥상에 숟가락 하나 더 올려놓는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한국이 겪어야 하는 것은 쓰나미 수준의 해일이다. 업계는 공산품 수출이 늘어날 것이라고 반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대미관세가 그다지 높지 않은 마당에 업계가 한·미 FTA를 목 놓아 기다리던 분위기는 아니었다. 대신 농촌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큰 피해를 입을 것이고, 이제 겨우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 문화산업은 송두리째 무너져버릴 것이다. 경쟁력이 허약한 서비스 산업도 크게 바뀔 수밖에 없다. 멕시코의 예를 보자면 금융업과 유통업은 너무 쉽게 미국의 손으로 넘어갔다. 교육, 의료, 법률 서비스 부문도 미국화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그나마 위로거리를 찾는다면 기러기 아빠들이 줄 것이고 과거보다 영어 발음이 조금 유창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실업은 더욱 늘어나고 양극화는 더욱 가속화된다. 논란을 거듭한 한·미투자협정의 핵심내용도 고스란히 FTA에 옮겨지게 될 것이다. 미국인투자는 내국인 수준으로 보장되고, 노동의 유연화는 무역협정에 내장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노사관계도 적지 않은 변화를 겪게 되리라. 그래서 나는 한·미 FTA가 무역을 넘어서 한국 사회의 미래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가히 혁명적 수준이 되리라 예견한다. 혹시 공론화는 정책결정을 더디게 만드는 비용이라 생각해서 은근슬쩍 넘어가는 것일까. 한·미 FTA는 제2의 개국에 버금가는 사안이다. 돌아오지 못하는 다리를 건너는 것이다. 준비가 덜 된 김영삼 정부의 세계화 정책으로 IMF 사태를 맞았던 우리가 아닌가. 성장과 안정이 보장되는 한·미 FTA가 되기 위해서 시민사회, 학계, 언론은 향후 1년 내내 토론회와 공청회를 열어야 한다. 당연히 이 사안은 다음 대선후보들의 공약이 되어야 하고 협상도 차기정부에서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닌 것 같다. 이성형 이화여대 정치외교학 교수
  • “한국, 中에 떨어지는 사과”

    |워싱턴 이도운특파원|“한국은 중국의 수중으로 떨어지길 기다리는, 작은 가지에 걸려 있는 잘익은 사과와 같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한·중간 유대 강화와 한·미동맹 이상기류 조성 등 동북아 국제정세 변화에 대해 보수강경파로 통하는 한반도 전문가 데니스 핼핀 미국 하원 국제관계위원회 전문위원이 압축한 표현이다. 그는 6일 헤리티지재단 주최 세미나에 참석,“한·미관계는 상호 이해부족으로 흔들리는 반면 중국의 아시아에 대한 영향력 확대는 미국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핼핀은 “이런 과정에서 중국의 대 한반도 영향력이 계속 커지고 있고, 이것이 바로 아시아에서의 미국의 전략적 이해에 대한 위험”이라고 말했다.dawn@seoul.co.kr
  • [인사 청문회] “친북”공세에 “국방비 늘린 좌파 있나”

    [인사 청문회] “친북”공세에 “국방비 늘린 좌파 있나”

    6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의 이종석 통일부 장관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야당의 사상검증과 여당의 정책 수행 능력 검증이 팽팽하게 맞부딪쳤다. 이 내정자는 ‘친북좌파’ 지적이 나올 때마다 발언 강도를 높이며 정면돌파했다. 정책현안에는 원칙론을 펴면서도 민감한 사안에는 “장관이 되면….”이란 식으로 예봉을 피해갔다. ●사상검증 한나라당의 홍준표·전여옥·박성범 의원이 사상검증에 나섰다. 홍 의원이 “운동권 출신이 통일부 장관이 되면 극심한 혼란을 가져온다.”고 주장하자 이 내정자는 “한나라당에도 운동권 많지 않느냐. 국가적 책무 수행과정에서 논해야 하지 않느냐.”고 맞받았다. 전 의원은 이 내정자의 저서 가운데 ‘유엔군의 북진으로 인민군 파멸됐다.’는 부분을 소개하며 “유엔군이 적군이냐.”고 따졌다. 이 내정자는 “상상력을 발휘하지 말라.”며 얼굴을 붉히기도 했다. 박 의원은 “붉은 걸 붉다고 말하는 건 색깔론이 아니라 본질론”이라고 하자 이 내정자는 “참여정부 들어 매년 국방비를 9%씩 증액했다. 이런 친북좌파도 있느냐.”고 반박했다. 한나라당 박계동 의원은 “이 내정자가 완전히 바뀌었는지 여야간 입장이 다르다. 여당 안에서도 동맹파인지 자주파인지 의견이 갈리고, 속과 겉이 다른지 우려한다.”면서 “수박은 겉은 파랗지만 속은 빨갛고, 사과는 겉은 빨갛지만 속은 하얗다. 수박인지 사과인지….”라고 지적했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과 열린우리당 최성·유선호 의원은 청문회가 사상검증 공방으로 치닫는 데 대해 강도높게 비판했다. ●향후 대북정책 방향은? 북한 인권과 납북자·국군포로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한나라당 원희룡·남경필·박성범 의원이 집중 추궁하자 이 내정자는 “보편적 가치를 무시하는 게 아니라 국가 전략에 관한 것”이라며 원칙적인 입장을 폈다. 납북자·국군포로 문제에 대해 “국군포로 문제는 정부 내 태스크포스(TF)팀이 꾸려져 있고 납북자가족 특별법 등을 제정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일부 여당 의원들이 이 내정자를 상대로 날선 질의를 벌이는 한편 야당 의원 일부는 옹호하는 시각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열린우리당 신학용 의원은 “국회 입법조사과에서도 전략적 유연성이 한·미상호방위조약과 상충된다는 의견을 보내왔는데 국회를 경시한 것 아니냐.”고 따졌다. 같은 당 신계륜 의원도 “3년간 남북관계 진전이 별로 없고 현안에 대해 전략적 사고가 부족한 것이 아닌가.”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반면 한나라당 정의화 의원은 “친북 성향인 줄 알았는데 시장주의를 신봉하는 균형감각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긍정적으로 평했다.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장 겸임 논란 열린우리당 최성 의원이 “이 내정자가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통일부장관 직무에만 전념해야 한다.”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 겸직불가론을 폈다. 최 의원은 “기밀문건 유출 논란의 한가운데에 있는 이 내정자가 NSC 상임위원장을 겸직할 경우 남북관계 진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도 “북한이 도발을 할 경우 통일부의 입장과 외교정책 방향이 충돌할 수 있는 만큼 통일부장관이 NSC 상임위원장을 맡는 것은 위험하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이 내정자는 “대통령이 판단할 부분이다.”고 비껴갔다. ●전략적 유연성 외교각서 논란의 책임은… 전략적 유연성 협상과 기밀문서 유출 과정에서 이 내정자의 도의적·정치적 책임을 따졌다. 열린우리당 한명숙 의원이 협상과정에서 ‘사전협의’ 조항이 빠진 것을, 한나라당 박계동·정의화·정문헌 의원이 기밀문서 유출에 대한 책임을 추궁했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은 “2006년에 들어서 전략적 유연성을 인정한 것은 노 대통령이 기존의 입장을 번복한 것”이라며 대통령의 해명을 촉구했다. 문서 유출에 대해 이 내정자는 “책임자의 한 사람으로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외교안보 시스템의 문제는 아니지만 각별히 유념하겠다.”고 말했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강제송환땐 정치적 탄압 가능성”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 안철상)는 3일 미얀마인 마웅마웅소(32) 등 9명이 법무부를 상대로 낸 난민인정 불허결정 취소 청구소송에서 “8명에 대한 불허처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마웅마웅저(30)의 청구는 기각했다. 법무부가 내린 난민인정 불허 처분을 법원이 뒤집은 것은 이번이 두번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들이 미얀마 군사정부의 박해를 피해 입국한 것은 아니지만, 입국 뒤 미얀마민족민주동맹(NLD) 한국지부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미얀마 군사정부의 정치적 탄압을 국제사회에 알리고 반정부 활동를 했던 점 등을 고려할 때 조국으로 강제소환되면 정치적 탄압을 당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밝혔다.그러면서 “난민협약에서 규정한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다는 충분한 근거있는 공포’를 갖고 있으므로 난민인정 불허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마웅마웅저에 대해서는 “활동 기간이 짧고 적극적으로 활동하지 않은 점으로 미루어, 박해를 받을 가능성이 충분치 않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이들은 1994∼1997년 입국한 뒤 2000년 난민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2005년 7월 소송을 냈다. 법무부 관계자는 “판결 내용 등을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러포트 前·現 한미연합사령관 엇갈린 견해

    3일 서울 용산기지에서 거행된 한미연합사령관 이·취임식에서 이임하는 리언 러포트 대장과 새로 사령관으로 부임한 비 비 벨(Burwell B.Bell·59) 대장이 한·미 동맹의 현주소에 관해 상반된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러포트 전 사령관은 이임사에서 “한·미동맹을 사랑하고 옹호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향후 한·미동맹은 위협에 대한 다양한 관점과 한·미양국의 공개적인 토론에 의해 시련을 겪을 것이며, 한·미동맹에 대해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과 동맹 분열로 득을 보는 이들로부터 공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이같이 역설했다. 3년 9개월간 한미연합사령관직을 수행한 러포트 대장의 입에서 한·미동맹에 대해 ‘시련’이라는 얘기가 나온 것은 이례적으로, 떠나는 입장에서 비교적솔직한 의견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벨 신임 사령관은 취임사에서 “한·미동맹이 굳건히 단합하고 있다는 사실을 단 한 번도 의심한 적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한·미동맹의 변혁은 더 강해지기 위한 것”이라면서 “한·미동맹은 공고하며 (한반도에서의) 전쟁수행능력을 보장하겠다.”고 강조했다. 벨 사령관은 1979∼1980년 1년 동안 동두천 캠프 케이시의 주한 미2사단 72전차 대대에서 작전과장(대위)으로 일한 전력이 있다.26년 만에 초급장교에서 최고위직으로 진급해 복귀한 셈이다. 테네시주 출신인 벨 사령관은 테네시 주립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뒤 장교로 임관했다.1969년 독일주둔 제14 기갑연대에서 군복무를 시작했으며, 걸프전 때는 미 중부군사령관 보좌관으로, 발칸반도 합동작전 때는 유럽주둔 미 육군 전진본부 참모장으로 활약했다. 이어 2002년 12월 유럽주둔 미 육군사령관에 임명됐으며 2004년 3월부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합동지상군사령관을 겸직해왔다. 벨 사령관은 특히 2001년부터 1년 3개월간 미 육군 제3군단장을 맡은 적이 있는데, 이 3군단은 한반도 유사시 전개되는 신속 증원군의 주력 전력으로 편성되기 때문에 벨 대장은 한반도 작전 지원 경험이 풍부하다고 주한미군측은 강조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사설] 한·미FTA협상 끌려다녀선 안된다

    한국과 미국이 어제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개시를 공식 선언했다. 지금까지 FTA가 체결된 칠레나 싱가포르와는 달리 세계 최대의 경제권인 미국과의 FTA는 거의 모든 국민들이 좋든 싫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수혜부문 못지않게 피해부문의 충격도 훨씬 더 광범위하다. 미 행정부가 의회로부터 부여받은 신속협상권(TPA)이 내년 6월 만료되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초까지는 타결여부가 판가름나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같은 미국의 시간표에 얽매여 질질 끌려다녀선 안 된다고 본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FTA를 전략적·경제적 이해를 극대화하는 차원에서 접근하라는 뜻이다. 그런 맥락에서 볼 때 한·미 FTA를 교역규모나 국민소득, 일자리 증가량 등 경제적인 수치로 따지는 것은 지나치게 안일하다. 한·미동맹 강화니 안보불안 해소니 하는 식의 해석도 ‘미국식 시각’의 성격이 짙다. 오히려 ‘세계는 지금 FTA전쟁 중’이라는 생존법칙의 연장선상에서 파악하는 것이 옳다.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는 선택인 것이다. 이런 이유로 한·미 FTA가 독이 되느냐, 약이 되느냐는 우리가 협상하기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이미 현실화되고 있지만 직접적인 피해가 예상되는 농업이나 일부 서비스산업의 반발이 지자체선거, 대선 등 정치일정과 맞물려 반미감정으로 증폭되면 우리는 FTA의 독잔을 마시는 꼴이 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FTA 체결에 따른 피해부문의 체계적인 지원을 위해 가칭 ‘무역조정지원법’의 제정을 촉구한 바 있다. 취약부문의 소득 감소를 지원하고 구조조정을 일관성 있게 이끌려면 법 제정을 적극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정부는 특히 협상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 국민공감대를 넓히는 데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 [사설] ‘전략적 유연성’ 졸속합의 사실인가

    주한미군의 동북아 분쟁 개입 길을 연 한·미간 전략적 유연성 합의를 둘러싸고 ‘졸속’‘은폐’ 논란이 일고 있다. 한·미상호방위조약 위배 여부와 국회 비준 필요성, 그리고 외교당국의 비공개 협의과정 등이 쟁점이다. 열린우리당 최재천 의원은 지난해 12월29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상임위에서 당시 NSC사무차장이던 이종석 통일부장관 내정자가 “주한미군의 이동은 한·미방위조약에 어긋난다.”고 한 발언을 공개했다. 또 정부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전폭 지지하는 내용의 외교각서를 2003년 10월 미국과 교환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전략적 유연성은 방위조약과 상충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외교부는 “공동성명은 정치적 문건일 뿐”이라고 맞서고 있다.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우리는 우선 한·미 방위조약 위배 여부는 물론 외교당국자가 말한 ‘정치적 문건’이 무슨 의미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난달 한·미 전략대화에서 합의한 공동성명이 선언적 의미에 불과해 법적 효력이 없고, 따라서 지키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인지 답해야 한다. 또한 그런 논리라면 공동성명에 담긴 ‘(주한미군의 분쟁 개입시)한국민의 의사를 존중한다.’는 내용 역시 선언적 의미에 불과한 것 아닌지 명확히 해야 한다. 외교당국자들은 공동성명 발표 당시 “우리 뜻이 최대한 관철됐다.”고 강조했다. 외교적 성과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한국이 반대하면 주한미군을 분쟁지역으로 빼갈 수 없다고 구속력 있는 조항처럼 주장하다 방위조약 논란이 일자 ‘정치적 문건’이라며 발을 빼는 자기 모순의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속속 드러나고 있는 외교당국의 비밀주의적 행태도 비판받을 만하다. 실익 극대화에 써야 할 ‘조용한 외교’를 비판여론 비켜가기용으로 남용하고 있는 것 아닌가.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 참여만 해도 최 의원이 공개하기 전까지 숨겨왔다.PSI참여나 전략적 유연성은 한반도 안보, 한·미 동맹과 관련된 중대한 사안들이다. 최소한의 공론화 과정도 거치지 않고 이를 독단적으로 처리하는 외교당국의 행태가 심히 우려된다.
  • [중계석] 북한이 어부지리 챙기고 있다/에이던 포스터 카터 영국 리즈대 교수·북한전문가

    “대북정책을 둘러싼 한국과 미국사이의 불협화음으로 북한이 어부지리를 챙기고 있다. 한·미간 대북공조의 균열이 드러나면서 김정일(국방위원장)의 북한만 이득을 얻고 있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일 영국 리즈대학의 북한 전문가 에이던 포스터 카터의 이같은 내용의 기고를 실었다. 그는 부시 정부가 지난 5년 동안 일관된 대북정책을 수행하지 못했으며, 한국 정부는 ‘북한 형제’의 악행을 아예 보려고 하지도 않고 들으려고 하지도 않고 말하려고 하지도 않았다고 비판했다. 다음은 주요 내용. 북한의 핵 위협 해소에 정책 우선순위를 두었던 부시 정부는 지난해 가을 평양의 달러화 위조문제를 “발견했다.”며 제재를 했다. 이는 북한에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을 거부하는 빌미를 제공했다. 북한의 달러화 위조의혹은 10년 넘은 해묵은 문제지만, 새삼 이를 전면에 들고 나온 것이다. 이 때문에 부시 정부의 위폐의혹 제기가 대북 포용정책에 반대하는 미국 강경파의 음모일지 모른다는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공격한 부시 대통령의 강경발언은 포용정책을 좋아했던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의 희망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또 6자회담을 되살려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차관보는 워싱턴 매파의 공격을 받고 궁지에 몰리기도 했다. 미국의 정책도 문제지만 북한의 불법행위에 눈감고 있는 한국의 대북정책도 나을 게 없다. 피를 나눈 형제라면 모든 잘못은 덮어지는가. 한국은 2003년 6월 미국, 일본과 함께 북한의 위폐 행위를 비난하는 대열에 동참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는 한국정부는 북한 위폐 의혹을 얼버무리고 있다. 또 유엔에서 북한 인권침해에 대한 규탄결의안에 기권하고 탈북자를 실망시키는 정책을 쓰고 있다. 한국정부는 “평화정착과 신뢰회복이 우선”이라고 항변하지만 ‘무조건적인 당근정책’은 단순히 북한의 현상을 정당화하고 지지하는 위험이 있다. 한국과 미국이 공개적으로 다투고 있는 동안 ‘경애하는 지도자(김정일)’는 중국에서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 중국이 핵문제나 위폐 의혹과 관련된 압력을 가했다는 징후는 찾기 어렵다. 이같은 상황은 미국의 북한 다루기에 현실적인 걸림돌이다. 북한의 주변국가들은 모두 북한과 좋게 지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당근과 채찍을 균형있게 사용하는 일본조차도 새로운 양자회담을 진행하고 있다. 이라크와 이란 문제에 발목이 잡혀있는 미국은 북한 다루기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고 무기력하기까지 하다. 게다가 동맹국인 한국을 잃어버릴 위험을 자초하고 있다. 북한을 다루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어려운 처지에 빠져야 될 이유도 없다. 북한을 다루는데 몇가지 기본 원칙을 가질 필요가 있다. 첫째로 결과와 수단에 대해 냉정하게 생각해야 한다. 말장난이 아닌 현실을 직시해야 하는 것이다. 둘째, 해결할 현안이 쌓여있는 상황에서 우선 순위를 정해야 한다. 셋째, 미국은 동맹국들과 굳건한 공조를 이뤄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김정일이 그 사이를 파고들 것이다. 이런 원칙들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면 김정일은 과거 그의 아버지 김일성이 옛 소련과 중국사이에서 이득을 취했듯이 뒤로 물러앉아서 중국과 한국의 단물만 빨아먹을 수 있을 것이다. 에이던 포스터 카터 영국 리즈대 교수·북한전문가 정리 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세계평화 위해 북한 자유 필요”

    |워싱턴 이도운특파원|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1일(한국시간) 상·하 양원 합동회의 국정연설에서 북한을 자유없는 국가들 중 하나로 지적하면서 “세계의 평화와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선 북한을 포함한 이들 국가의 자유(민주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연설에서 “세계 절반 이상의 사람들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살고 있지만, 우리는 시리아, 미얀마, 짐바브웨, 북한, 이란 같은 국가에 살고 있는 나머지 절반의 사람들을 잊지 않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미국은 전세계에서의 폭정 종식이란 역사적이고 장기적 목표를 추구할 것”이라면서, 이라크에서 갑작스러운 미군 철수에 반대한다는 뜻을 명백히 했다. 그는 “이라크 주둔 미군의 갑작스러운 철수는 이라크인 동맹자들을 죽음과 감옥에 버려 두고, 전략적 지역을 빈 라덴과 자르카위 같은 사람들에게 맡기고 미국의 맹세가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dawn@seoul.co.kr▶관련기사 10면
  • ‘남북 정경통합 모델’ 제시

    ‘남북 정경통합 모델’ 제시

    1998년 9월은 나라 전체가 금융권 총파업으로 시끄러웠다. 보수적이던 은행원들이 이마에 붉은 머리띠를 두르고 거리로 나섰다. 은행 임직원을 절반 가까이 자르라는 금융감독위원회의 서슬퍼런 구조조정안이 발단이 됐다.‘금융파탄’의 책임을 왜 은행원들에게만 묻느냐는 억울함도 배어있었다. 그 중심에는 추원서(52) 당시 전국금융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이 있었다. 무기한 단식농성까지 벌이며 유례없는 파업을 이끌던 그가 31일 ‘남북간 정치경제통합 모델’을 제시했다. 고려대 박사학위 논문을 통해서다. 강성 이미지로 덧씌워졌던 그가 8년만에 ‘생뚱’맞게 보일지도 모를 주제를 들고 나왔다. 상당수의 은행원들은 요즘도 그를 ‘위원장’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그의 직책은 산업은행 동북아센터장이다. 추 센터장은 “통일은 어렸을 때부터 일관된 관심이자 꿈이었다.”고 말했다. 금융노조위원장을 맡기 훨씬 이전부터도 통일에 관한 논문을 쓰겠다고 다짐해 왔다.1997년에는 북한에 옥수수 보내기 등 우리민족 서로돕기 운동을 벌여 2억원의 모금을 하기도 했다.2000년 미시간주립대학(MSU)에서 연수할 때 평양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은 그에게는 커다란 자극이 됐다. 하지만 통일을 생각할 때 떠오르는 말은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격언이라고 했다. 먼저 남북한 경제교류협력을 활성화, 경제공동체를 형성한 뒤 이를 바탕으로 남북연합을 실현하는 게 ‘6·15 남북공동선언’의 실천방안이라는 확신에서다. 추 센터장은 논문에서 남북정치경제 통합모델을 5단계로 설명했다.1단계는 ‘적대적 공존’의 시대이다. 경제적 통합을 위한 움직임은 아직 미미하다. 한국전쟁 이후 1990년대 초반까지로 분류했다.2단계는 ‘경쟁적 공존’의 시기로 1990년 중반부터 시작됐다. 남북경제공동체의 기반이 싹트는 시기로 현 시점이 여기에 포함된다. 3단계는 미래의 몫으로 정치적으로 남북연합이 이뤄진다. 경제적으로는 관세동맹이 맺어지고 공동시장의 단계로 진입한다. 사실상 단일경제생활권이 형성된다.4단계는 연방국가로의 전환과 경제·화폐통합,5단계는 중앙집권적 또는 강화된 연방제 통일이다. 추 센터장은 3단계의 시점을 명시하지 않았으나 전제조건은 달았다. 자유무역을 위한 남북간 합의서와 공동관리지구 지정 및 이같은 과제를 추진할 ‘민족경제협력청(가칭)’의 설립 등이다. 특히 비정치적 교류가 자동적으로 정치적 분야로 파급되는 게 아니라 통합 당사국 지도자의 정치적 의지가 중요하다는 ‘신기능주의적’ 관점에 입각했다. 그는 “남북간 교류가 6·15 정상회담 이후 활성화된 점을 보면 단순한 사회·경제적 기능의 통합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명분이 아닌 실리에 기초한 ‘의도적인 정치적 선택’이 통합과정에서 중요하다고 밝혔다. 예컨대 북핵문제의 해결이 가닥을 잡으면 남북정상 회담을 다시 열어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추 센터장에게는 그동안 정치권으로부터의 유혹이 적지 않았다. 전국적으로 알려진 노조위원장 출신이라면 한번쯤 생각했을 ‘국회의원 배지’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에게는 ‘뱅커의 길’이 더 중요했다. 노조위원장 이전에 본업에 충실, 은행원으로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목포상고를 졸업하고 1973년 산업은행에 들어가 1986년부터 노동운동에 뛰어들면서도 일관되게 보여준 면학의 자세이기도 하다. 그는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마치고 고려대 정치외교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땄다. 정년 퇴임으로 교수직에서 물러난 한승주 전 주미대사의 지도를 받은 이번 논문도 7년이 넘게 땀흘린 노력의 산물이다. 이달중 박사학위를 받고 오는 26일 중국 상하이 부지점장으로 옮길 그는 “나이 50을 넘어서 얻은 학위를 새로운 시작으로 삼아 늘 배우고 노력하는 자세로 살아가겠다.”고 다짐했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美하원 “한나라의원만 오시오”

    한나라당 의원들이 미 의회 초청으로 다음달 4일부터 10박11일간 미국을 공식 방문한다. 미 하원 한국위원회의 공식 초청에 따른 것이다. 미 의회가 야당 의원들만 공식 초청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최근 매끄럽지 못한 한·미 관계와 관련해 눈길을 끈다. 방미단은 김덕룡·남경필·권영세·전여옥·박형준·황진하 의원 등 6명으로 구성됐다.이들은 다음달 4일부터 10박11일 동안 미국 워싱턴을 방문, 미국 조야의 유력 정치인들을 만날 예정이라고 30일 한나라당이 밝혔다.방미 기간 동안 차기 대선주자로 꼽히는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과 공화당의 조지 앨런 상원의원 등 유명 정치인들을 만난다.한·미동맹 강화 방안을 비롯해 북한 핵 및 인권문제 해결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눌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미 의회가 야당 의원들만 공식 초청한 것은 사실상 처음”이라며 “당파를 떠나 의회 차원의 외교를 적극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미 의회가 한나라당 의원들을 초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야당 의원 단독 방미에 무게를 뒀다. 이번 방문의 창구역할을 한 김덕룡 의원의 한 측근은 미 의회의 초청 배경과 관련,“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 교착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데다 북한의 달러화 위조 의혹까지 불거져 북·미 관계가 더욱 악화된 시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그러면서 “미 의회가 우리 정부·여당과는 다른 목소리를 듣고 싶어 야당 의원들만 초청한 것이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설연휴 영화]

    ●간 큰 가족(SBS 오후 9시35분)자칫 어둡거나 침울하게 흐를 수밖에 없는 ‘분단’ 소재를 코미디로 잘 풀어낸 작품이다. 병으로 쓰러진 열혈 공산당원인 어머니를 위하여 통일을 숨긴다는 내용의 독일 영화 ‘굿바이 레닌’(2002)과 설정이 비슷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현재 ‘왕의 남자’(2006)가 대박 나며 한껏 주가가 오르고 있는 감우성의 색다른 모습을 맛볼 수 있다. 김 노인(신구)은 북에 두고 온 아내와 딸을 만나는 게 소원인 실향민. 남쪽 아내와 자식들에게는 구두쇠 노인일 뿐이다. 계단에서 구른 김 노인은 병원에 갔다가 간암 말기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게다가 가족들은 아버지가 50억원대 자산가였다는 사실을 접한다. 그러나 유산은 김 노인이 죽기 전 통일이 됐을 경우에만 받을 수 있다. 남한 가족들은 병석에 누운 김 노인에게 통일 상황을 연출한 가짜 뉴스를 보여주고, 아버지가 이를 믿게 만드는 데 성공하는데….2005년작.102분. ●도라!도라!도라!(XTM 오전 11시)미국으로서는 잊고 싶은 기억 가운데 하나인 일본의 진주만 공습을 전면적으로 다룬 작품이다. 이후 같은 소재로 ‘미드웨이’(1976),‘더 파이널 카운트다운’(1980),‘진주만’(2001) 등이 잇달아 만들어졌다. 가장 최근 개봉한 벤 에플렉 주연의 ‘진주만’과 비교해보는 것도 흥미로울 듯. 원래 일본 부분은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이 메가폰을 잡기로 했다. 미국 부분을 데이비드 린 감독이 연출한다는 조건에서였다. 하지만 다큐멘터리에서 실력을 쌓아온 리처드 플레이셔 감독이 미국 연출을 맡으며 무산됐다. 현재의 영화 기술 수준과는 비교할 수 없겠지만, 감독의 사실적인 연출력에 특수효과가 가미돼 전쟁 장면의 리얼리티가 뛰어나다.71년 열린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시각효과상을 받았다.‘도라’는 일본 말로 호랑이라는 뜻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일본, 이탈리아는 3국 동맹을 맺는다. 이에 일본 군부는 미 해군 함대가 모여 있는 하와이 진주만을 공격키로 한다. 전투기를 동원한 침투작전으로 일본군 비행사들은 혹독한 훈련을 거쳐 기습공격을 빈틈없이 준비한다. 진주만 미국 사령관은 방심한 채 휴일을 보내려 한다. 일본의 움직임을 주시하던 미 정보부는 주미 일본대사관에 전달된 암호를 해독, 전쟁 위기를 경고하지만, 상부는 이를 무시한다. 마침내 1941년 12월 7일 진주만 상공에 도착한 일본 전투기들은 작전 성공을 알리는 암호 ‘도라!도라!도라!’를 외치며 무차별 폭격을 시작하는데….1970년작.144분.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오늘의 눈] 참여정부의 ‘참관’ 정책/김수정 정치부 차장

    최근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서 ‘참관’(參觀)이란 단어가 부쩍 눈에 띈다. 지난해 말 서울서 열린 북한 인권 국제대회에서도,24일 불거진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의 한국 참가여부 논란에서도 ‘참관’이란 단어는 전가의 보도처럼 쓰이고 있다. 정부가 유럽연합(EU) 주도의 대북 인권 결의안에 기권한 직후 열린 인권대회에선 정부의 참가를 촉구하는 여론이 커지자 정부는 외교부 심의관을 행사에 ‘참관’하는 선에서 무마했다.‘참여’정부는 왜 ‘참관’을 좋아할까. 인권문제도, 미국이 주도하는 해상·항공 봉쇄정책인 PSI도 결국에는 북한이 그 대상이기 때문이다. 직접 활동에 참가하지 않고 브리핑을 듣고 참관하는 선에서 결정한 PSI 문제도 정부는 여당의 한 국회의원이 인터넷에 올릴 때까지 ‘쉬, 쉬’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29일 NSC회의에서 PSI에 대한 입장을 정했다. 보도가 될 경우에 대비, 언론 지침까지 마련해두었지만 먼저 설명하진 않았다. 지난 2003년 6월 PSI 구상이 발표된 뒤 부터 계속돼온 분위기다. 북한 눈치를 보며 쉬쉬한다는 주장에 대한 정부 당국자의 해명은 와닿지 않는다.“누구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눈치를 보느라 그런 건 아니다.”면서 “실제 내용보다 이미지가 주는 의미 때문에 조용히 처리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 이미지는 어디에 비춰지는 것일까. 언론이 과장하든, 제대로 보도하든 정부가 걱정하는 주요 독자·시청자는 북한이 아닌가. 정부는 한반도의 특수한 상황, 안보적, 지역적 특성을 얘기한다. 특수상황의 핵심은 ‘북한’임은 초등학생도 다 안다. 한반도 특수성을 이해 못하는 바도 , 한·미동맹과 남북관계 사이에 낀 ‘샌드위치’ 정책이 일견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항임도 분명하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원칙에 기반한 정부의 당당한 자세다.“대량살상무기 봉쇄·차단원칙엔 분명 찬성하고 한·미동맹도 중요하다. 하지만 한반도 현실상 ‘참관’키로 했다.”또는 “인권은 인류사 보편의 문제다. 국제사회 왜곡된 시각을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북한정부는 문호를 열어라.”라는 목소리를 듣고 싶은 것이다. 김수정 정치부 차장 crysta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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