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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시각] 여당은 국민과 불화 해소해야/구본영 정치부장

    5·31지방선거 며칠전의 출근길. 한 지하철역 출구 앞에서 펼쳐지는 꼭짓점 댄스를 발걸음 멈추고 지켜봤다. 어느 여당 후보의 선거 이벤트였다. 역대 선거에서 보지 못했던 이채로운 풍경이었지만, 기자는 정작 이 ‘군무(群舞)’를 소가 닭 보듯이 쳐다보며 지나가는 시민들의 모습에 오히려 놀랐다. 이른 아침에 춤사위로 시선을 끌려는 젊은 남녀들이 외려 측은하게 보였다. 꼭짓점 댄스 등 온갖 신종 유세기법을 선보였음에도 이번에도 투표율은 여전히 낮았다. 더욱이 집권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사상 최악의 패배를 기록했다. 한나라당이 단체장·지방의원을 ‘싹쓸이’하다시피 하면서다. 물론 꼭짓점 댄스로 유권자의 마음을 돌리려던 그 후보도 낙선했다. 문제는 여당이 선거전에 전력을 기울이지 않아 참패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굳이 꼭짓점 댄스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여권은 선거전에 최선을 다했다. 현직 장관급 5명을 줄줄이 출마시키는 총동원령을 내리지 않았던가. 강금실 서울시장 후보의 막판 72시간 불면(不眠) 유세도 눈물겨웠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역풍으로 한때 과반수 의석을 가졌던 여당이 이번엔 광역단체장을 단 1곳밖에 얻지 못했다. 탄핵파동 때 오만해 보여 자멸했던 야권보다 이번에 여당이 더 철저히 침몰했다.“백성은 물로, 배(군주나 지도자)를 띄우기도 하지만, 뒤엎기도 한다.”는 치세의 고전 ‘정관정요’의 경구 그대로였다. 선거 전 각종 여론조사를 통해 이같은 경보음이 울리자 여당 지도부는 대체로 여당이 개혁여당으로서 정체성을 상실, 정책추진의 동력을 잃었기 때문이라는 식으로 해석했다. 그래서 “개혁 초심으로 돌아가겠다. 한번만 더 기회를 달라.”며 읍소작전을 폈지만, 별무효과였다. 이는 여권이 국민의 마음을 사지 못하는 진짜 이유가 다른데 있음을 웅변한다. 요컨대 개혁의 방향이 근본적으로 잘못되었거나, 개혁 프로그램 자체가 부실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지난 3년반동안 갖가지 개혁 프로그램을 쏟아부었지만, 표심은 싸늘하지 않았는가. 한마디로 그런 융단폭격식 개혁이 선의로 시작되었다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오폭’(誤爆)이었다는 뜻이다. 그렇지 않다면 여권을 지지했던 사람들까지 등을 돌린 이번 선거 결과를 설명할 길이 없다. “세금폭탄 아직 멀었다.”며 양극화 해소를 외쳤지만, 현정부 들어 상위층 일부가 중산층으로, 중산층 일부가 빈곤층으로 내려앉았다는 통계를 보라. 중산층·서민이라는 지지기반을 스스로 걷어찬 오폭 사례가 아닐까 싶다. 오폭은 영어로 ‘friendly fire’라는 재미있는 표현으로 번역된다. 적이 아닌 친구를 쏜다는 얘기다. 생업에 묵묵히 종사해 온 사람들까지 화나게 만든 일부 여권인사들의 ‘말 폭탄’도 오폭 사례가 아닐까 싶다.“미국사람보다 더 친미적인”,“비리의 온상인 사학재단 손봐야”등의 언사가 그런 범주다. 한·미동맹을 중시하지만, 딱히 권위주의 정권에서 득 본 것도 없는 사람들, 사재를 털어 건전사학을 육성해 온 이들마저 도매금으로 반개혁의 낙인을 찍어 마음을 상하게 했다는 차원에서다. 미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도 일종의 오폭의 결과일 것이다. 수많은 이라크인을 사지로 내몰았던 후세인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무고한 사람들까지 피해를 입으면서 이라크인 다수의 마음을 사는데는 실패했다는 뜻이다. 미국이 스마트폭탄으로 후세인만 제거하는 일은 애당초 무리수였는데도 말이다. 그렇다면 여당이 다시 일어서는 길은 개혁의 우선순위를 새로 짜는 데서 출발해야만 할 것이다. 국민과의 불화에 대한 철저한 원인규명 없이 정계개편론 등 국면전환 카드부터 빼든다면 또 다른 자충수가 되기 십상이다. 야당일 때는 말 풍선으로 희망의 비전을 제시하는 것만으로도 유권자의 마음을 어느 정도 움직일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국정의 무한 책임을 진 여당은 일자리 창출, 소득 향상, 장애인 취업률 제고 등 구체적 실적으로 말해야 한다. 그러려면 총론이 아닌 각론에 강한 여당이 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구본영 정치부장 kby7@seoul.co.kr
  • [서울광장] 겸손한 권력을 벤치마킹하라/오풍연 논설위원

    [서울광장] 겸손한 권력을 벤치마킹하라/오풍연 논설위원

    여권이 리더십 부재에 시달리고 있다. 청와대도 열린우리당도 마찬가지다.5·31 지방선거가 끝나기 전인데도 벌써부터 책임 공방이 한창이다.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은 거듭 정계개편을 시사하고 있다. 이에 이강철 대통령 정무특보와 김두관 열린우리당 최고위원은 정 의장을 신랄히 비판했다. 집안 싸움이 보기에 정말 민망할 정도다. 정부 여당이 흔들리면 그 후유증은 국민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 모든 게 정상적으로 돌아갈 리 없기 때문이다. 서민들의 생활은 점점 팍팍해지고, 기업활동에도 지장을 줄 게 뻔하다. 그러잖아도 지금 우리 경제는 고유가 및 환율하락 등으로 어려운 현실에 직면해 있다. 여기에 여권이 집안싸움으로 각종 규제 등을 제때 풀지 못할 경우 기름을 붓는 격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를 풀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국민들은 가만히 앉아서 싸움 구경만 해야 할까. 그렇지 않다. 노무현 대통령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 한다. 난국을 풀어나갈 사람은 대통령밖에 없다고 본다. 대통령까지 나 몰라라 하면서 팔짱을 끼고 있으면 안 된다. 국정의 중심을 바로잡아 나가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치에서 일정부분 손을 떼고 남은 임기동안 국민과 호흡을 함께해야 한다. 그래야 임기말의 레임덕도 방지할 수 있다. 대통령의 가장 큰 우군은 국민이다. 이제부터라도 대통령에게 등 돌린 민심을 되돌리도록 노력하기 바란다. 당장 대통령이 리더십을 회복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까지의 평가를 반면교사 삼아 새로운 리더십을 만들어야 한다. 한나라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가 지난 2월 발표한 ‘노무현 정권 3년 평가보고서’를 보자. 이에 따르면 노 대통령의 리더십은 평균 이하다. 항목별로 부정적 응답은 야당과의 관계(64.6%), 대통령 언행과 처신(61.8%), 청와대 인사(58.3%), 국민통합(51.9%), 위기 대처능력(50.6%) 순으로 조사됐다. 국정수행 평가점수도 평균 45점(100점 만점)을 기록했다. 항목별로는 도덕성 등 자질 평가 44.8점, 정치행정 등 업적 평가 45.6점이었다. 분야별 ‘최악의 정책’으론 분배 위주의 경제 정책, 정치갈등 조장, 한·미동맹 위기 등이 각각 선정됐다. 보고서의 실패원인은 더 눈길을 끌었다. 준비되지 않은 정권, 통합적 리더십 부재, 국민과의 괴리, 선거정치의 지속, 적극-부정형’(active-negative) 리더십 등 5가지를 꼽았다. 노 대통령이 진정 리더십을 회복하려면 이를 평가절하하지 말고 하나하나 짚어보면서 각오를 새로이 해야 한다. 노 대통령은 2001년 11월 ‘노무현이 만난 링컨’이라는 책을 펴낸 적이 있다. 둘은 닮은 데가 많다. 자수성가한 정치인이라는 공통의 분모를 가졌다. 끊임없는 도전끝에 기회를 성공으로 만들어 낸 것도 유사하다. 그러나 리더십 대목에 이르러서는 링컨의 우위가 여실히 입증된다. 링컨은 그 시대, 그 사회가 안고 있는 과제를 정확히 파악했다. 통찰력을 바탕으로 도전했고, 신념과 용기를 가지고 난관을 극복했다. 그러면서도 ‘막강한 권력’에 유혹당하지 않았다. 그를 믿고 따르는 국민이 있었기에 그 같은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이다. 노 대통령도 못할 게 없다. 그가 존경하는 링컨의 겸손한 권력을 벤치마킹하면 된다. 강력한 지도력은 대중의 신뢰와 민주적 절차에 뿌리박은 통합의 그것이다. 노 대통령의 진정한 리더십을 기대하는 것이 필자만의 바람일까. 오풍연 논설위원 poongynn@seoul.co.kr
  • [농업 희망을 쏜다] (8) 창조적 아이디어로 시장 확보

    [농업 희망을 쏜다] (8) 창조적 아이디어로 시장 확보

    정운천(53) 참다래유통사업단 회장에게 1989년 4월 8일은 ‘마른 하늘의 날벼락’과 같은 날이었다. 전남 해남에서 10년간의 갖은 고생 끝에 ‘망한 다래’로 불리던 국산 키위를 ‘희망의 다래’로 끌어올렸으나 정부는 이날 농산물 개방품목에 키위를 포함시켰다. 개방시점은 8개월 뒤인 90년 1월 1일부터였다. 더욱 분통이 터진 것은 외국산과 경쟁이 안되니 키위를 뽑고 다른 작목을 심으면 1정보(300평)에 33만원을 준다는 발표였다. 농민들은 혼란에 빠졌고 일부는 키위를 뽑는 등 동요하기 시작했다. ●국내 1호 ‘농민주식회사’로 개방의 파고 넘다 정 회장은 먼저 농민을 규합하고 대책위를 구성했으나 개방을 철회하라는 대정부 반대운동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 국내 키위 시장이 20억∼30억원에 불과한데 정부가 귀를 기울일 것 같지 않았다. 대신 2300여 농가의 서명을 받아 키위를 수출전략 작목으로 선정하고 시설비 지원과 전문기술 지도에 나서라는 5개항의 ‘역제안’을 대담하게 정부에 제출했다. 불가능할 것 같던 요구가 당시 김식 농림장관과의 면담을 통해 일부 받아졌고 12월 22일에는 3000여 농가가 모여 전국키위농민협회를 결성했다. 시장이 개방돼도 끝까지 싸우겠다는 메시지를 정부와 외국 키위업체에 전달한 것이다. 이듬해에는 백화점 직판행사로 정면 승부를 걸었다.‘국산키위’에 고개를 젓던 백화점들과 소비자들도 특별히 고른 국산키위 300t에 조금씩 반응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애국심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고, 외국산 키위에 맞서기 위해 법인 형태의 조직과 고유 브랜드가 절실하다고 판단했다. 농민들을 다시 설득한 끝에 91년 300여 농가가 참여한 ‘참다래유통사업단’이 탄생했다. 농민 출자금 2억여원에다 전라남도의 보조금 1억 5000만원을 합친 3억 6000만원으로 출발했다. 키위라는 말도 ‘참다래’로 바꿨다. 고려별곡에서 ‘머루랑 다래랑 먹고’하는 노랫말이 나오듯, 산다래 명칭이자 순 우리말인 참다래로 정했다. ●‘적과의 동침’으로 꿩먹고 알먹고 그럼에도 참다래는 ‘반년 장사’라는 근본적인 취약점을 안고 있었다. 수확기인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팔면 6개월은 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참다래로 만든 주스산업에 뛰어들었다.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납품, 한때 승승장구하는 듯했으나 6억∼7억원의 손실만 보고 95년부터는 주스생산을 중단했다. 정 회장은 “유통망이 없고 라이프 사이클이 짧은 주스산업에, 그것도 대기업이 장악한 시장을 참다래주스 하나로 뛰어든 것 자체가 무리였다.”면서 “앞으로 나갈 줄만 알고 후퇴할 줄은 모르는데 그 이후로 후퇴를 잘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6개월 장사로는 여전히 불만이었다.4계절용 제품이 필요했다. 그렇다면 키위를 수입해 판매하는 것은 어떨까. 뉴질랜드는 우리와 계절이 정반대여서 키위를 5월부터 10월까지만 팔았다. 당시 뉴질랜드산 키위는 H업체가 수입을 독점했으나 정 회장은 자유무역원칙에 위배된다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결국 뉴질랜드는 독점 수입권을 풀었고 이어 뉴질랜드 제스프리사와 전략적 제휴를 해 수입키위 유통권을 독점, 국내 수요물량의 60%를 장악했다. 또한 수입하는 키위대금을 국산 참다래로 갚는 물물교환에 합의,‘참다래·키위 동맹’이라는 말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고구마를 금싸라기로 바꾼 ‘거북선 농업’ 정 회장은 5∼11월 뉴질랜드산 키위를 포장하는 것 이외에는 영농활동이 없자 해남 특산물인 고구마에 눈을 돌렸다. 문제는 고구마 모양이 제각각이고 6개월이 지나면 싹이 난다는 점이다. 씻어서 보관하면 3일이 지나지 않아 썩기 때문에 흙이 묻은 채로 팔 수밖에 없는 단점이 있었다. 하지만 이것만 해결되면 섬유질이 풍부한 고구마는 웰빙시대의 건강식품이자 다이어트 식품에 안성맞춤이다. 3∼4년간의 연구 끝에 장기간 저장해도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는 저장법과 씻은 뒤 1주일 이상 지 않는 바이오 세척법을 개발했다. 이는 마늘과 생강 등의 작물이 스스로 살균성분을 갖고 있다는데 착안한 자연친화적 기술이다. 여기에 고구마를 모양과 크기에 따라 7등급으로 분류하고 그물로 포장, 손으로 들 수 있는 ‘펀넷’ 포장법도 가세했다. 습기가 발생하지 않는 포장재도 만들었다. ‘새 술은 새 포대’에 담듯, 세척 고구마는 ‘다래마을’이라는 브랜드로 출시됐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일반 고구마는 15㎏짜리가 1만 5000∼2만원선인데 다래마을 고구마는 6만원을 받았다. 개발 비용에 10억원이 들어갔지만 2003년 한 해에만 1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금은 당도가 더 높은 제품을 개발중이다 정 회장은 이 모든 것을 거북선에서 착안했다고 설명했다.“거북선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의 목선에 덮개를 씌운 것입니다. 실제 덮개를 씌우는 노력이나 비용은 그렇게 크지는 않죠. 그보다는 덮개를 씌우겠다는, 새롭고 독창적인 가치가 위기에서 나라를 구했듯이 시장에서도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입니다.” 전남 해남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백화점·할인점 판로 확보… 문화마케팅 주효 키위시장 개방으로 국내 재배농가가 폐업의 위기에 몰렸을 때 생산자 단체를 조직화해 직접 백화점에 판 것은 정운천 회장이 늘 말하는 ‘유통의 고속도로’를 건설한 것과 같다. 키위 수확기가 우리와 정반대인 뉴질랜드와 전략적 제휴를 한 것도 국제간 ‘윈윈 전략’의 전형으로 평가된다. 이를 기반으로 국산 참다래 시장을 확보, 농민의 생존기반을 지켜냈을 뿐 아니라 생산단체의 발전적 협력경영의 모델을 제시했다. 절체절명의 위기를 도약의 기회로 전환시킨 기업가 정신은 앞으로 숱한 개방에 맞설 농업인들에게 좋은 귀감이 되고 있다. 과일인 키위를 우리말인 ‘참다래’로 바꿔 소비자 친밀도를 높였고 농장(생산), 공장(가공), 판매장(유통) 등 ‘3장 통합’은 참다래를 1년 내내 먹을 수 있게 한 성공비결이다. 고구마는 구황작물로 배고플 때 먹는 ‘비호감’ 식품이었으나 저장기술과 세척법을 개발, 고구마 대한 이미지를 새롭게 썼다. 동시에 고구마 시장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은 혁신 경영이다. 참다래유통사업단은 생산보다 판매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 매장에서 더 많은 상품을 좋은 가격에 팔기 위한 판촉 활동과 새로운 포장방법 등은 매장 중심 경영의 핵심이다. 백화점과 대형할인점에서의 직판행사는 제도화했고 농가에는 출하량을 미리 알려 가격변동을 조절했다. 판촉활동 지원을 위한 문화마케팅을 기획하는 등 소비자의 관심을 끌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농업이 1차생산에서만 머물지 않고 유통과 마케팅이 접목하면 경쟁력을 갖는다는 사실을 직접 보여줬다. 수입개방이라는 환경변화에 경쟁업체와의 공생도 적극 고려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김영생 농촌경제硏 전문연구위원 ■ 농기업근로자 지원책 정비해야 전남 장성에서 유기농 채소를 공급하는 학사농장(대표 강용)은 연 매출액이 50억원이다. 학사농장이 아르바이트생을 포함해 직원 40여명을 위해 지출하는 각종 보험료와 수당은 연간 6000만원. 학사농장은 농기업인데도 현행법상 농업인 사업자 등록이 안돼 도소매 업종으로 분류돼 있다. 대형 유통업체의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은 4.4%. 이를 적용해 직원 수당 6000만원을 벌려면 13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려야 한다. 강 대표는 따라서 “연간 매출 50억원 가운데 4분의 1 이상을 직원 수당으로 쓰는 것과 다름 없다.”고 말했다. 농업은 기계를 멈출 수 있는 제조업과 달리 단 하루도 쉴 수 없지만 주 5일제와 엄격한 근로기준법 등이 똑같이 적용된다. 때문에 휴일·시간외·연월차 수당 등이 제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다. 또 실제로는 농업에 종사하더라도 농기업 근로자라는 이유 때문에 건강보험 50% 경감 혜택이 없다. 장생도라지의 이영춘 대표는 “영농조합법인인데도 농정당국은 제조업과 똑같은 기업으로만 인정, 세금과 보험료 분야에서 농민에게 주는 혜택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중소기업청이나 산업자원부, 과학기술부 등은 기업으로 인정하지 않아 중소기업으로서 당연히 받아야할 지원을 못 받는다고 지적했다. 농민도 아니고 기업도 아닌 애매한 지위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 농림부 관계자는 “건강보험료 지원은 의료 접근성이 약하고 소득이 낮은 농업인을 돕자는 취지이기 때문에 농기업이나 직장가입 대상자에게는 적용될 수 없다.”면서 “다만 농업의 특성과 주 5일제 등의 환경변화를 감안해 수당 등에 대한 세제지원은 고민하고 검토할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학사농장의 강 대표는 “요즘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고서는 농업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어렵다.”면서 “농업 현실에 맞게 관련 법률을 개정해 주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농기업 근로자들도 실제로는 농민이고 소득도 도시근로자에 비해 훨씬 낮은 수준인데 4대 보험료를 내라고 하니 황당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백문일 이영표기자 mip@seoul.co.kr
  • [儒林 속 한자이야기] (123) 楚辭(초사)

    儒林 (607)에는 ‘楚辭’(초나라 초/말씀 사)가 나오는데,‘중국 楚(초)나라 굴원(屈原)의 辭賦(사부)를 주로 하고, 그의 作風(작풍)을 이어받은 제자와 후인의 작품을 모아 엮은 책, 또는 그 文體(문체)의 名稱(명칭)’을 말한다. ‘楚’는 ‘林’(림)과,‘足’의 변형인 ‘疋’(발 소)가 결합해 ‘우거지다’의 뜻을 나타내지만 ‘가시나무’‘회초리’‘아픔’의 뜻으로도 쓰인다.用例(용례)로 ‘苦楚(고초:괴로움과 어려움),四面楚歌(사면초가:아무에게도 도움받지 못하는, 외롭고 곤란한 지경)’등이 있다. ‘辭’는 본래 ‘죄를 다스리다’라는 뜻을 나타낸 글자.‘말’‘글’‘그만두다’의 뜻으로도 쓰인다.用例로 ‘謙辭(겸사:겸손하게 사양함, 겸손한 말),一言半辭(일언반사:한 마디 말과 반 구절이라는 뜻으로, 아주 짧은 말을 이름)’ 등이 있다. 楚辭 가운데 ‘漁父’는 굴원(屈原)의 나라를 위한 苦惱(고뇌)와 鬱憤(울분)을 토로한 작품. 초(楚)나라 왕족의 후예인 굴원은 뛰어난 학식으로 회왕(懷王)의 신임을 받아 26세의 젊은 나이에 左徒(좌도:나라의 정사를 주관하는 직책)에 오른다. 강대국 진(秦)나라와의 연합을 반대하여 齊楚(제초)동맹을 주장하다가 江南(강남)으로 追放(추방)되었다. 어부는 憔悴(초췌)한 몰골로 호수 가를 거닐고 있는 굴원에게 유배당한 이유를 묻는다. 굴원은 ‘세상은 온통 腐敗(부패)하였으나 자기 홀로 깨끗했고, 세상 사람들은 모두 술에 취했으나 자기 혼자만 맑은 정신이었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漁父(어부)는 굴원의 非妥協的(비타협적)이고 孤高(고고)한 處世(처세)를 비판한다. 굴원은 이에 ‘머리를 감은 사람은 반드시 갓을 쓰기 전에 갓의 먼지를 떨고(新沐者必彈冠:신목자필탄관), 목욕을 한 사람은 옷의 먼지를 떤 다음 옷을 입는 법(新浴者必振衣:신욕자필진의)’이라면서,‘차라리 강물에 몸을 던져 죽을지언정 깨끗한 몸을 더럽힐 수 없음’을 闡明(천명)한다. 어부는 노를 두드리며 다음과 같은 여운을 남기고 어디론가 떠난다.‘창랑(滄浪)의 물 맑으면 갓끈을 씻고(滄浪之水淸兮 可以濯吾纓:창랑지수청혜 가이탁오영), 창랑의 물 흐리면 발을 씻을 수 있는 것(滄浪之水濁兮 可以濯吾足:창랑지수탁혜 가이탁오족)’ 한(漢)나라 武帝(무제) 때의 名臣(명신) 동방삭(東方朔)은 재치와 해학, 변설에 뛰어났다. 여러 가지 奇行(기행)을 일삼아 반미치광이 취급을 받기 일쑤였다. 무제는 자주 그를 불러 이야기를 청해 듣곤 했다. 그는 무제에게 直言(직언)을 서슴지 않았다. 그는 죽음을 맞이하면서도 무제에게 “교활하고 아첨하는 무리들을 멀리하시고 讒訴(참소)하는 말을 물리치소서.”라는 一聲(일성)을 남겼다고 전한다. 그의 이런 性格(성격)은 不義(불의)와 妥協(타협)하지 않고,忠節(충절)로 일관한 굴원의 삶과 상통한다. 그가 쓴 ‘七諫(칠간)’의 ‘自悲(자비)’편에는 이런 말이 보인다.“얼음과 숯불은 함께 할 수 없다(氷炭不可以相幷兮:빙탄불가이상병혜).” 아첨과 참언을 일삼는 姦臣(간신)들과는 共存(공존)할 수 없다는 자신의 心境(심경)을 밝힌 것이다. 여기서 유래한 성어가 ‘氷炭不相容’(빙탄불상용)이다. 김석제 경기도군포교육청 장학사(철학박사)
  • 정태인 전 청와대 비서관 “참여정부 초기정책 기조 흔들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졸속 추진’을 주장해 온 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은 25일 참여정부에 대해 “정책 근간이 변화해 지지율이 하락했다.”고 비판했다. 정 전 비서관은 25일 오전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장성민입니다’에 출연,“요새 참여정부가 하는 일을 보면 초기에 내세웠던 정책기조는 완전히 흔들리고 있다.”면서 “초심으로 돌아가야 참여정부나 여당의 지지율이 회복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변화된 정책기조’로 한·미 FTA를 꼽으며,“초조해하고, 임기 내 뭔가 성과를 남기려고 하는 게 지지자들을 멀어지게 하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한·미 FTA 반대를 위한 방미 시위와 관련,“불법적인 행위로 가지 않는 게 바람직하나 시위 자체는 바람직한 일로, 시위를 하는 게 맞는데 정부가 앞서서 경고하는 것은 어떻게 생긴 정부인지를 잊고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현재 개혁을 거의 하지 않는다.”고 전제,“재벌과 보수언론, 관료 등 ‘보수적인 삼각동맹’에 휘둘리고 있다고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 사람들이 지금 완전히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고 그쪽으로 모든 정책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박홍기기자 hkpark@seoul.co.kr
  • 공정위 “부녀회 집값 ‘담합’ 조사 불가”

    아파트 부녀회 등의 아파트 값 올리기를 막을 방법은 없나.‘담합’으로 표현되기 때문에 흔히들 공정거래법 적용을 떠올리지만 막상 공정거래위원회는 ‘조사 불가’ 입장을 밝혔다. 공정위 고위관계자는 21일 “내부 회의도 했지만 단속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때문에 법보다는 도덕적인 문제로 여론을 환기시켜 해결할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는 말은 덧붙였다. 조사 불가 근거는 이렇다. 첫번째 담합을 주도한 주체가 사업자 단체이어야 한다. 부녀회는 사업자 단체가 아니라 공동생활을 유익하게 하기 위한 이른바 ‘편의단체’나 ‘친목단체’이다. 설령 부녀회가 사업자 단체라 하더라도 시장구획이 가능해야 한다. 예컨대 몇몇 사업자가 시장점유율을 이용해 공급을 조정하거나 가격을 올려서 이익을 봤다면 담합이다. 하지만 부녀회가 아파트를 공급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 또한 가격을 올린 아파트의 시장을 특정화하기란 더더욱 어렵다. 강남권, 분당권 등으로 아파트 시장을 구분한다면 아파트 시장이 수백개에서 수천개로 늘어나는 비현실적 상황을 맞을 수 있다. 기술적으로 합의가 이뤄져 경쟁을 제한했느냐는 점을 밝히는 것도 어렵다. 부녀회원 몇몇이 부동산 중개업체를 윽박지르거나 인터넷에 가격을 올렸다고 담합으로 볼 수는 없다. 또 모든 회원들의 서명을 받아 몇몇 대표가 위임받았더라도 가격을 구체적으로 특정화시키지 않았다면 담합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 예컨대 1000만원 인상에 모두가 합의하고 실질적으로 행동에 옮겨 전체 시장에 영향을 미쳐야 한다. 아울러 시장 경쟁을 제한했는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경쟁 대상 아파트를 어디로 봐야 하고 피해 사례가 구체적으로 나왔는지를 따져야 한다. 실제 정부가 강조하듯 집값 상승분만큼 세금을 더 낸다면 담합 주도자가 피해를 보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공정거래법을 적용하려면 피해자와 가해자를 건별로 불러 심의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법률적으로 담합이 아닌데도 공정거래법 적용을 주장하는 것은 전혀 이치에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조사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굳이 한다면 단속규정으로 둬야 한다고 공정위 관계자는 밝혔다.“부녀회 등의 집값 올리기를 단속할 수 있다.”는 규정을 명문화하는 것인데 공정거래법에는 단속규정이 하나도 없다. 나중에 법적용이 쉽지 않다는 뜻이다. 지난해 사업자단체인 부동산중개협회가 동맹휴업을 했을 때에도 담합 여부를 가리지 못한 점을 대표 사례로 들었다. 한편 재정경제부는 부녀회 등의 집값 올리기에 색다른 해석을 내놓았다.‘부동산 버블 붕괴론’과 같은 맥락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증시에서 개미군단이 나서면 주가가 상투라는 뜻이다. 특히 경영실적이 좋지 않은 주식들이 뛰기 시작하면 주가가 하락한다는 신호다. 부녀회 등이 가격을 올리는 것도 같은 경고를 주는 게 아니겠는가.”고 말했다.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공항도 저가시대

    비행기를 타는 승객을 위한 편의시설이 거의 없는 창고같은 ‘저가 공항’ 시대가 도래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8일 보도했다. 부도 위기를 맞은 전통적인 항공사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저가 항공사들간의 경쟁 속에 공항도 변화를 강요받고 있는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이용료가 비싸다는 캐나다 토론토 피어슨 국제 공항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의 새 터미널에서 그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피어슨 공항의 새 터미널은 높은 천장과 대리석 바닥에다 수백만 달러짜리 현대 미술품으로 채워졌다. 반면 스키폴 공항 새 터미널 ‘피어 H’에는 화장실도, 카페도, 상점도, 승객과 비행기를 바로 연결시켜 주는 다리도 없다. 출국 게이트당 대기 좌석은 단 8개에 불과하다.3900만달러(약 390억원)를 들여 9개월만에 유럽에서 4번째로 큰 공항에 완공된 이 터미널에 게이트는 7개지만 화장실은 오직 한 곳이다. 역시 9개월만에 3000만달러(약 300억원)를 들여 완공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의 새 저가 터미널에는 무빙 워크, 승강기가 없다.상점을 입점시키기 위해 승객을 위한 좌석 숫자는 줄였다. 수하물 시스템도 없어 체크인을 하면 짐은 바로 카트로 간다. 마닐라, 싱가포르, 자카르타에도 곧 새로운 저가 공항이 들어설 예정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지오반니 비시나니 회장은 “많은 공항이 중세 암흑 시대처럼 경영된다. 우리 인내심은 바닥났다.”고 분통을 터뜨렸다.IATA는 유럽, 아시아, 미국 공항에 이용료를 내리라는 압력을 넣고있다. 이미 가시적인 성과를 거둔 곳도 있다. 도쿄 나리타 공항은 지난해 항공사당 이용료를 10% 깎아주는데 합의했다.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은 2001년 10억달러(약 1조원)를 들여 새 터미널을 완공했다. 승객당 10달러의 공항시설 이용료를 20달러로 올렸지만 파산 신고를 한 항공사 유나이티드의 압력에 15달러로 내렸다. 호주 정부는 3월 이익을 올리는 사유 공항에 가격 조사를 요구했다. 한국의 아시아나가 속한 항공 동맹 스타 얼라이언스는 12월 이용료가 높은 공항 이용을 보이콧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채권 발행으로 도로를 닦고, 다리를 세워 공항을 만든 뒤 승객과 항공사로부터 이익을 거뒀던 기존 공항의 경영법도 바뀌고 있다. 정부 재정 지원이 줄어들자 채권 발행 비용과 새 터미널 및 활주로 건설비를 공항이 직접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저가 항공사를 유치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쾰른 본 공항의 마이클 가번스 회장은 “이제 새로운 터미널을 만들 때 더이상 성(城)을 지을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이도운특파원 워싱턴 저널] 한국·미국은 왜 비밀공유국이 아닌가

    조지 부시 대통령이 이번주 워싱턴을 방문한 존 하워드 호주 총리에게 베푼 융숭한 대접이 화제가 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정해진 의전을 뛰어넘어서 백악관에서 양쪽 집안 자녀의 애인을 동반한 사적 만찬을 갖는 등 하워드 총리와 인간적으로 친밀한 모습을 과시했다. 백악관도 신이 난 듯 16일 밤(현지시간) 열린 공식 만찬의 상 차림을 꼼꼼하게 설명했다. 만찬 뒤 컨트리 가수 케니 체스니를 초청해 가진 여흥까지 자세하게 소개했다. 얼마 전 워싱턴을 방문했던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에게 보여줬던 ‘총체적인 홀대’가 대비되면서 미국의 친구는 어떤 나라들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 부시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그리고 9·11과 이라크전을 거치면서 새롭게 미국의 친구로 부각된 나라들이 여럿 있다. 그러나 미국이 정말로 비밀까지 공유할 수 있는 나라들은 어떤 나라들일까? 지난달 이라크전을 총지휘하는 플로리다 탬파의 중부사령부를 방문했을 때 한 유럽 국가의 파견장교는 다섯개의 눈(Five Eyes)에 대해 설명한 적이 있다. 첫번째 하나의 눈(One Eye)은 당연히 미국이다. 두개의 눈(Two Eyes)은 미국과 영국이다. 이런 식으로 세개의 눈에는 호주가, 네개의 눈에는 캐나다가, 다섯개의 눈에는 뉴질랜드가 포함된다고 했다. 한국은 이라크전에 세번째로 많은 병력을 보냈지만 비밀 공유국에서는 제외돼 있다. 일본은 그나마 비공식적으로 한국보다는 많은 정보를 얻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렇다면 비밀을 공유하는 다섯 나라의 특징은 무엇인가? 바로 영어를 사용하는 기독교 국가라는 점이다. 국제화가 확산되면서 아프리카 가정의 안방에서 ‘겨울연가’가 방영되고, 중국의 소도시에서 영국의 프리미어 리그를 생방송으로 보는 것도 그다지 신기하지 않은 시대가 됐다. 그러나 그런 시대에도 마음을 열고 비밀을 공유할 수 있으려면 같은 말을 쓰고, 같은 문화와 가치관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그런 국제사회에서 우리에게는 어떤 친구가 있는 것일까. 유일한 동맹국인 미국과의 관계는 소원해져가고, 새로운 친구는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dawn@seoul.co.kr
  • 행자부-전공노 ‘물밑 힘겨루기’

    정부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사이 ‘기 싸움’의 수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행정자치부는 공무원노조의 합법노조 전환 지침을 따르지 않은 지방자치단체에 대해선 교부세 삭감을 검토하는 등 전공노를 한층 압박하고 나섰다. 전공노는 행자부의 방침이 “인권과 지방자치제도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처사”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했다. 행자부는 지난달 중순 서면 점검 때 ‘전공노 자진탈퇴 직무명령’과 ‘회비 원천공제 금지조치’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지적된 경북 포항과 경기 안양 등 18개 기초자치단체에 대해 지난주부터 현장 점검을 실시, 이를 시정하지 않으면 조만간 교부세 삭감 등을 시행하겠다고 18일 밝혔다. 행자부가 조합원 자진탈퇴 명령, 직무명령 불이행시 징계 등을 골자로 한 당초 지침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나선 것은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이 합법화로 돌아서 ‘동맹군’을 얻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공노총은 오는 9월 노동조합 설립신고를 추진하겠다고 선언, 행자부에 힘을 실어줬다. 반면 전공노는 노동3권 완전보장 등을 요구하며 공무원노조법의 테두리에 들어오기를 여전히 거부하고 있다. 행자부 관계자는 “(이번 교부세 삭감은)지난 3월 공무원노조 관련 지침을 내려보낸 이후 첫 조치”라면서 “결국 전공노가 합법화될 수 있도록 지자체를 꾸준히 감독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공노는 정부 공세에 인권위 진정으로 맞대응했다. 전공노는 진정 제출에 앞서 기자회견을 갖고 “행자부가 지자체에 지침을 강요하고 노조원들의 노조 가입·탈퇴를 유도하는 것은 지방자치제도에 대한 월권이자 인권침해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제노동기구(ILO)는 5급 이상과 소방직 공무원의 단결권을 보장하라고 권고했고, 헌법재판소도 행자부 지침은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판시했다. 따라서 행자부는 지침을 철회하고 전공노와 충분한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정부의 압박은 당분간 수면 위로 표출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방선거를 의식한 지자체 단체장들이 전공노를 자극하는 것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미국은 동아시아 유일패권국 아니다”

    |워싱턴 이도운특파원|스티븐 보즈워스 전 주한 미국대사가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의 전략적 중요성에 주목하는 새 저서를 내고 16일(현지시간)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보즈워스 전 대사는 ‘태양을 쫓아서(Chasing the sun)’라는 저서에서 “이제 미국은 동아시아의 유일 패권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보즈워스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인구와 경제력에서 세계의 새 중심지가 되고 있는 동아시아는 미국의 미래에 결정적 요소”라고 진단했다. 보즈워스는 “한·미 양국이 동맹관계에 아무런 변화도 없다고 수사적인 말들을 늘어놓더라도 북한 문제 처리방법을 둘러싼 심오한 이견은 이미 실질적 균열을 야기했다.”며 “이같은 균열이 치유되려면 아마도 조지 부시 정권이 끝나는 2009년 초까지 기다려야 할지 모른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보즈워스는 남북 통일과 관련,“이미 한반도 통일이 진행 중이라고 단언하는 사람도 있지만 남북 통일은 특정한 정책의 결과라기보다 북한의 붕괴로 갑작스럽게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dawn@seoul.co.kr
  • 파이프라인 ‘국제정치’

    파이프라인 ‘국제정치’

    “꼭지를 틀어쥔 자가 이긴다.” 장거리 파이프라인을 주변국에 대한 압력수단으로 활용하는 ‘파이프라인 정치´가 세를 확대하고 있다. 에너지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대하면서 ‘독점적 공급자´의 협상력이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14일 “남미와 중동, 러시아, 아프리카에서 새로운 파이프라인이 잇따라 추진되고 있다.”면서 “문제는 이것이 정치적 동맹을 형성하거나 적을 응징하고, 소비국들로부터 정치·경제적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압력수단으로 계획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요증대로 ‘독점적 공급자´ 강화 파이프라인이 건설되기 시작한 것은 100년이 넘지만 초대형 유조선이 등장하고 저유가 국면이 지속되면서 전략적 중요성을 상실했다. 그러나 최근 에너지 수요가 증대하고 에너지 확보전이 가열되면서 파이프라인의 중요성이 새롭게 부각되기 시작했다는 것이 신문의 분석이다.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최근 이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이란∼인도 가스관 연결사업이다. 길이 2600㎞에 이르는 이 가스관은 이란엔 성장 잠재력이 큰 거대시장을, 인도엔 늘어나는 에너지 수요를 충족시킬 안정적 공급처를 제공하게 된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는 미국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해 있다. 가스관이 남부 아시아 지역에 대한 이란의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시킬 수 있다는 이유다.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주도하는 남미대륙 종단 가스관 사업도 주목대상이다. 베네수엘라 유전지대에서 시작돼 브라질을 거쳐 아르헨티나에 이르는 8000㎞ 길이의 가스관은 230억달러의 천문학적 건설비가 투입되지만 경제성은 거의 없다는 게 일치된 견해다. 액화터미널을 짓고 액화석유가스(LNG) 선박을 통해 바다로 운송하는 게 훨씬 싸기 때문이다. 실제 차베스 대통령은 이 가스관의 목적을 ‘남미 대륙의 정치·경제적 통합´에 두고 있다. 미국과 서방이 우려하는 것도 이 대목이다. ●러‘파이프라인 정치´가장 적극적 올 여름엔 아제르바이잔에서 그루지야를 거쳐 터키에 이르는 중앙아시아 파이프라인도 개통된다. 잠재적 적대국인 러시아와 이란을 배제한 채 중앙아시아의 석유를 독점적으로 확보하려 했던 1990년대 미국 에너지 전략의 산물이란 점에서 그 정치적 역할이 주목된다. 그러나 파이프라인 정치를 역내 정치에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나라는 러시아다. 극동 파이프라인 노선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중국과 일본의 치열한 경쟁을 유도해 경제적 실리를 챙기는 한편 서방 견제수단으로도 활용했다. 러시아 국영 석유사 가즈프롬의 영향력 확대에 서방이 반발하자 극동 파이프라인을 통해 주요 수출 루트를 유럽에서 아시아로 돌릴 수 있다며 엄포를 놓은 것이다. ●‘테러리스트 표적´ 단점도 파이프라인의 단점도 있다. 운송루트가 고정된다는 것은 수요자뿐 아니라 공급자에게도 불리한 조건이다. 수요자가 갑자기 소비를 중단할 경우 공급자로선 판로가 막막해지기 때문이다. 보다 결정적인 것은 테러리스트들의 손쉬운 표적이 된다는 점이다. 실제 이라크에서는 수백건의 폭탄공격이 북부 크르쿠크 유전지대로부터의 석유운송을 중단시켰다. 콜롬비아 북부 유전지대에서 카리브해에 이르는 파이프라인은 지난 20년간 반군들 공격으로 누출사고가 잇따르면서 ‘피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생각나눔] 한미 커지는 ‘개성공단’ 갈등

    서울에서 개성까지 74㎞. 시원하게 뚫린 자유로를 달리면 두시간 거리다. 출입사무소를 지나 군사분계선의 철책을 넘으면 곧 오른쪽에 판문점이 나타난다. 그러나 남북간 대화와 긴장이 교차해온 판문점은 이제 군사회담 전용 무대로 애용될 뿐이다. 경협 등의 교류·협력 회담은 주로 개성 공단내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에서 열린다.11일에도 남북은 이곳에서 제12차 남북 철도도로연결 실무접촉을 갖고 열차 시험운행과 철도 개통식 개최 문제 협의에 들어갔다.12일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열차 이용 여부에 대한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판문점은 냉전의 상징이라면, 개성공단은 남북 경제협력과 화해의 산물이다. 서울에서 지척에 있는 개성 가는 길이 열리기까지는 50여년의 세월이 걸렸다. 노무현 대통령은 ‘몽골 선언’에서 “(북한이) 개성공단을 열었다는 것은 소위 옛날식으로 말하면 남침로를 완전 포기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금강산과 함께)서로 싸움하면 대단히 중요한 통로인데 열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개성공단은 현 정부 대북정책의 모든 것이 집약된 축소판이기도 하다. 현 정부 들어 개성공업지구가 착공됐고,2004년에는 첫 제품이 나왔다.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개성공단이 동북아 평화의 진원지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이런 상징성 때문에 개성이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정상회담 장소의 하나로 거론되는 까닭이다. 개성공단은 남북 경협의 상징이지만 동시에 북·미, 한·미 갈등의 진원지이기도 하다. 이는 미 강경파가 북한에 대한 경제지원이 북한주민에 대한 혜택 이전에 북한 정권을 강화하거나, 대북 핵포기 압박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우려하는 것과 무관치 않다. 미 레프코위츠 북한인권담당 특사는 최근 “개성공단이 북한정권의 최대 돈줄이 되고 있다.”며, 개성에서 일하는 북한노동자들의 인권을 문제삼아 개성공단 사업에 제동을 걸 태세다. 통일부가 ‘내정간섭’이라고 반발하면서, 한·미간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통일부는 11일자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문에서 “미국 정부 관계자가 동맹국의 정책에 근거없이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것이 동맹정신에 부합하는 것인지 스스로 자문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시론] 심상치 않은 일본의 공세외교/연현식 국가정보대학원 국제정치학 교수

    [시론] 심상치 않은 일본의 공세외교/연현식 국가정보대학원 국제정치학 교수

    미일 양국은 최근 주일 미군 재편안과 관련해 최종 합의하면서 양국군의 통합임무 수행능력 제고를 목표로 한 최종보고서를 채택한 바 있다. 이러한 일본정부의 대미(對美) 동맹 강화 및 확대를 위한 일련의 헌신적인 노력은 주변국과의 관계를 경시하는 듯한 모습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이러한 일본외교의 이중적인 접근 및 대응을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최근의 일본외교는 21세기 신국제질서, 특히 동아시아지역에서 형성되고 있는 새로운 질서 형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일본이 평가하는 중요한 변화 요소는 중국의 부상 및 한반도를 포함한 지역문제에 대한 영향력 증대, 한반도에서의 정세변화, 일본의 상대적인 국제위상 위축 등이다. 이러한 21세기 초두의 지역질서 변화에 대해 일본정부는 우선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격상시키면서 안보적인 억지력을 확실하게 확보하고 이를 기초로 한국·중국 등 주변국과의 관계에서는 영토문제, 해양권익 확보문제 등에 있어 공세적으로 자주적·독자적인 외교를 모색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 공세외교의 강화 및 정착에 유리한 환경과 그 영향을 정리해보면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중국의 부상에 대한 일본 내의 평가가 특별하다. 일본 내각부가 편찬한 책자에 의하면 중국의 경제력은 2016년쯤 일본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은 외교의 폭과 질을 높이고 군사력 현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또한 해양권익 수호를 위한 강렬한 의지를 재차 강조하고 있다. 둘째로 중국의 대두는 세계 헤게모니 국가인 미국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은 경제적으로는 중국을 활용하면서도 안보적인 측면에서는 경계하는 이중적인 정책인 이른바 ‘컨게이지먼트 정책(congagement policy:봉쇄 및 개입 정책)’을 대중 정책의 근간으로 하고 있다. 미국의 중국 봉쇄정책의 근간은 미·일동맹의 강화·확대이며 이는 또한 일본 자위대의 전력 및 기능 강화로 연결되고 있다. 셋째, 일본의 공세적인 외교 및 안보정책에 대해 호의적인 국내적 환경이 정비되고 있다. 집권 자민당은 다수 의석으로 국회를 지배하고 있으며, 제1야당인 민주당도 외교안보문제와 관련해 현실주의적인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일반여론도 헌법 개정과 자위대의 역할 확대 등에 대해 우호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공세적 외교 전개는 항시 한반도 그리고 동아시아 지역에 커다란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음을 역사는 분명히 가르쳐주고 있다. 일본의 공세외교를 우리가 주목해야 하며 지역국가들, 나아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관심을 갖고 관여해야 할 필요성이 여기에 있다. 사실 지금이야말로 지역정세의 안정과 번영을 위해 일본의 헌신적인 대 주변국 외교가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최근의 지지부진한 한·일관계의 상황만 보더라도 일본측에 많은 잘못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양호한 한·일관계 구축을 위한 한국정부의 노력에 일본은 매번 찬물을 끼얹었다. 독도문제, 교과서문제, 야스쿠니신사 참배문제, 지도층 인사들의 망언문제 등 일본이 제기 또는 야기한 일들로 인해 발전의 기회를 모색하던 양국관계는 일순 냉랭해져버리곤 하였다. 일본이 진정 한·일관계의 질적 발전에 관심이 있고 한국의 중국 접근을 우려한다면 한국민 또는 한국정부를 배려하는 모습을 많이 보이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일본정부의 선의에 기초하는 주변국 배려의 태도는 나아가 다양한 동아시아 지역현안 해결의 좋은 밑거름이 될 수도 있다. 친미입아(親美入亞)적인 일본외교의 전개를 기대해본다. 연현식 국가정보대학원 국제정치학 교수
  • [서울광장] 에너지전쟁 이제 시작이다/우득정 논설위원

    [서울광장] 에너지전쟁 이제 시작이다/우득정 논설위원

    국제유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159ℓ에 불과한 원유 1배럴의 현물가격이 중동산 기준으로 70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국내 휘발유값도 조만간 ℓ당 1600원선을 넘어설 전망이다. 원화 강세가 없었더라면 ℓ당 2000원을 넘는다는 얘기다.1970년대 두 차례에 걸친 오일쇼크 당시의 가격을 현 시세로 환산하면 배럴당 80달러에 이른다는 점을 들어 아직 견딜 만하다고 주장할지 모르나 천만의 말씀이다. 당시에는 4차 중동전과 이란의 혼란 등 중동지역의 일시적 불안이 국제 유가 폭등을 불렀지만 이번에는 구조적 수급 불균형이라는 복병이 도사리고 있다. 이 때문에 유가 폭등 시나리오가 급속도로 유포되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지난해 미국 에너지정책국가위원회와 전문가들의 모의실험 결과를 인용, 사우디아라비아의 정유시설과 미국의 알래스카 원유 저장시설이 테러리스트의 공격을 받으면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까지 치솟는다는 시나리오를 보도했다. 조지 소로스와 함께 세계적인 투기펀드인 퀀텀펀드를 운용하는 짐 로저스는 10년내 유가가 상당기간 150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다가 오는 석유위기’의 저자인 콜린 캠벨은 이르면 올해 중 석유생산이 정점에 도달한다면서 이후 매년 2∼3%씩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삼성경제연구소도 미국이 핵문제로 이란을 공격하고 이란이 보복성 석유감산 조치에 돌입하면 100달러를 웃돌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부 역시 지난 4일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잉여생산 능력 부족과 중장기적인 수요 증가세를 감안하면 고유가 추세는 상당기간 지속된다.”고 보고했다. 고유가 행진에도 정부가 배급제 등 적극적인 에너지 절약 시책을 펼 수 없는 이유다. 2004년 말 현재 전세계 석유 확인매장량은 1조 1886억배럴, 미확인 매장량은 1조배럴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확인매장량의 61.7%가 중동지역이고, 지난해 전세계 1일 생산량 8026만배럴의 30.7%를 중동산유국이 공급하고 있다. 산유국들의 석유채굴 가능 연수는 전세계 평균 40.5년. 중동 81.6년, 중남미 40.9년, 아프리카 33.1년, 유럽 및 유라시아 21.6년, 아시아·오세아니아 14.2년, 북미 11.8년이다. 러시아가 자원 무기화를 선언하면서 미국과 일전불사를 외치고 있는 배경이나, 남미의 베네수엘라에 이어 볼리비아가 이달 초 석유와 천연가스산업의 국유화를 선언한 배경에는 매장 석유의 고갈시기와 함께 ‘에너지동맹’이라는 세계 질서 재편 움직임이 자리잡고 있다. 미국 주도의 에너지 수급질서에 동참하느냐, 아니냐로 양분되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는 최근 석유매장량 세계 2위인 이란과 석유소비량이 급증하고 있는 중국, 인도, 그리고 베네수엘라, 유럽의 일부 국가들을 동맹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노 대통령이 지난 2004년 러시아·카자흐스탄을 시작으로 중남미·아프리카에 이어 이번 주 아제르바이젠,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산유국 중심으로 정상외교를 펼치는 것도 에너지 질서 재편과정에서 생존권을 확보하려는 노력과 무관하지 않다. 정부는 이러한 노력을 통해 3.8년분의 사용량인 30억배럴의 대형 유전탐사권을 획득했다지만 중국이나 일본, 인도의 성과에 비해서는 미흡하기 짝이 없다. 지난해 호주는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며 정경분리 원칙을 천명했다. 최근 미국과 안보동맹을 선언한 일본도 미국의 핵 정책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란의 석유자원에 돈을 쏟아붓고 있다. 동물도 짝짓기 계절엔 피를 부른다. 에너지 짝짓기 시대에 피를 보지 않으려면 하루빨리 주머니를 최대한 부풀리는 길밖에 없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日, 美와 군사협력 강화 추진

    |도쿄 이춘규특파원|일본 정부가 자국과 주변국이 공격받는 유사시나 주변사태시 미·일 군사협력 방식을 전면적으로 바꾼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5일 보도했다. 미국과의 주일미군 재배치 최종합의로 새로운 단계에 들어선 군사동맹을 구체화하기 위한 조치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다음달말로 예정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유사시와 주변지역의 긴급사태시 자위대와 미군의 협력관계를 각각 정한 ‘미·일공동작전계획’ 및 ‘미·일상호협력계획’을 구체화할 것을 제안하기로 했다. 빠르면 내년 여름 새 계획이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이 계획이 실현되면 한반도나 타이완해협 유사시를 상정한다는 점에서 북한이나 중국의 반발이 예상된다. 또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의 사실상 용인에 따른 군사대국화를 의미, 한국측도 반발할 공산이 크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작전계획은 비공개로, 이 계획이 착착 진행되면 제3국들은 집단적자위권에 저촉되는지 검증할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일본이 이를 제안하는 것은 대북(對北) 억지력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중국과 타이완의 무력충돌 등에 대비하는 군사협력 방식의 세부사안을 정하겠다는 것이다. 일본은 유사시나 주변사태시를 대비해 미국과 ‘미·일공동작전계획’ 및 ‘미·일상호협력계획’을 맺어 두었으며 자위대법과 유사법제, 주변사태법 등을 제정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taein@seoul.co.kr
  • 김오남·유진오등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제

    민족문학작가회의와 대산문화재단이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후원하는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가 12일 서울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열린다.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작가는 강경애(소설가), 김오남(시인), 엄흥섭(소설가), 유진오(소설가·평론가), 이정호(아동문학가), 이주홍(아동문학가), 이하윤(시인·영문학자), 조종현(시조시인), 최정희(소설가) 등 9명. 조종현은 ‘태백산맥’의 작가 조정래의 선친이며, 김오남은 ‘남으로 창을 내겠소’의 시인 김상용의 여동생이다. 문학제의 주제는 ‘주변에서 글쓰기, 상처와 선택’.1931년 만주사변을 전후로 등단해 카프(KAPF·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가동맹)가 맹위를 떨치던 시기에 청년기를 보낸 이들은 대부분 문학의 주변에 머무르며 친일문학과 카프 사이에서 상처받고 선택을 강요당한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김인환 고려대 교수의 총론으로 문을 여는 심포지엄에서는 이들 작가들의 삶과 문학이 집중적으로 재조명된다. 이중 1930년대 여성문학을 대표하는 강경애와 최정희에 대해 기존에 논의됐던 평가와는 다른 각도에서 접근한 작가론이 발표될 예정이어서 주목을 끈다. 김경수 서강대 교수는 일제시대 최고 사실주의 작가이자 여성주의 문학으로 높은 평가를 받아온 강경애의 소설에 내재한 가부장적 세계관의 한계를 지적하고, 방민호 서울대 교수는 최정희의 소설이 여성의 내면적 드라마를 문학적으로 풍부하게 묘사해 자립적 가치를 드러냈다는 새로운 평가를 내린다. 심포지엄에 이어 유가족과 제자들이 참여하는 ‘문학의 밤’행사가 열린다. 조정래가 아버지를 회고하며 쓴 글이 공개되고, 문인들이 참여하는 낭송회와 연극, 노래 공연 등이 마련된다. 근대문학 100여년의 성과를 정리하는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는 올해 6회째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중계석] 미·중·일 역학관계 주시할 때/이홍표 일본 규슈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최근 미·일이 군사일체화를 표방하면서 동아시아의 역학관계 변화와 안보가 화두로 대두되고 있다.‘세계와 동북아 평화포럼’(대표 장성민)은 4일 서울 홀리데이인 서울 호텔에서 ‘중·일의 전략적 각축과 21세기 동아시아 안보’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홍표 일본 규슈대 교수의 주제발표문을 간추린다. 동북아시아가 어수선하다. 양대 강국인 일본과 중국 관계는 1972년 수교 이래 최악의 상태다. 고이즈미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와 상임이사국 진출을 계기로 지난해 4월 발생한 베이징에서의 반일시위 이후 본격화된 냉각은 일시적 현상보다는 구조적 갈등과 모순이 노정된, 목표와 전략적 이해의 충돌 차원이다. 냉전 이후 미·중 양국은 소원한 상태로 경계하는 반면, 미·일은 더욱 밀착돼 있다.90년대 중반까지 가장 영향력 있는 국가지위를 향유한 일본은 경제침체와 함께 중국의 경제·군사적 부상에 경계하기 시작했다. 중국도 결사적으로 맞대응하고 있다. 중국의 21세기 추진전략은 세계차원의 강대국이 되는 것으로 동아시아 지역 질서를 이끄는 중심 국가가 돼야 하는데 장애세력은 바로 일본이다. 일본은 국내 통합과, 미국과의 관계 강화로 전략을 짜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가 개인적으로 부시 미 대통령을 좋아한다기보단 향후 일본의 미래를 위해 미국의 파트너가 되려는 것이다. 경제적 이해 등으로 중·일이 단기적으로는 정면 충돌할 가능성은 적다. 중국은 평화 5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중국 군사력이 일본을 압도할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중·일 국력차가 줄고 군사력이 일정수준에 오를 때, 중국의 의도는 한순간에 바뀔 수 있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결국 중요한 것은 미국의 입장. 미국은 동북아의 균형자 역할을 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중·미를 축으로 한 패권 대결, 미·일 동맹의 강화라는 상황이 상당기간 유지될 것이다. 한국은 미·중·일간의 세력관계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지금 동북아는 불투명하다. 누가 우리의 안보에 해를 끼치는지가 불분명한 상황이다. 한반도 안보이익 확보를 위해 비용대비 효율이 높은, 그리고 지난 50년간 이미 검증된 한·미관계를 강화하는 게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다. 이홍표 일본 규슈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 “주일미군 재배치 계획 한·미동맹 약화 무관”

    미국과 일본이 군사일체화를 표방하는 주일미군 재배치 계획을 마련하면서 동북아에서 한국의 입지가 약화될 것이란 우려에 대해 청와대와 외교부가 3일 공식 부인하고 나섰다. 반기문 외교통상부장관은 정례 브리핑에서 “미·일 양국의 이번 합의는 지난 4년간 추진해온 주일미군 재조정 협상을 마무리하는 것”이라며 “이를 계기로 한·미동맹이 느슨해질 것이라는 일부 언론과 전문가들의 평가는 과도하고 불필요한 해석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주일미군과 자위대의 연계가 강화되긴 하지만, 주일미군과 자위대간 지휘권 통합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강조했다.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한·미, 北인권 인식차 극복가능”

    이종석 통일부장관은 3일 북한 인권에 대한 한·미간 갈등 관측에 대해 “인권문제에 대해 (인식의)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극복가능하다.”고 밝혔다. 개성공단을 놓고 제이 레프코위츠 미 대북인권 특사의 비난 발언에 대해서는 “미 국무부와 조율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장관은 이날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장관의 발언은 최근 북한 인권·개성공단·미일 동맹 강화 등으로 한·미 동맹에 이상기류가 조성되고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이 장관은 “동맹과 공조는 다른 게 있으면 일치시켜 나가는 것이지만, 정말 맞지 않을 때는 서로 존중하면 된다.”고 조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미·일 동맹의 강화로 한·미 동맹이 악화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전망했다. 이 장관은 “6자회담, 위폐, 금융제재 문제 등은 병렬적인 사안이 아니며,6자회담 재개가 최우선”이라면서 “북한의 체제변동 시도에는 명백하게 반대한다.”고 말했다. 남북 연합단계의 시기에 대해서는 “다음 대통령 때도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다음 대통령 후반기에 가면 논의는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美·日 군사동맹 넘어 일체화로

    |도쿄 이춘규특파원|미국과 일본은 1일 워싱턴에서 외무·국방장관이 참석한 미·일 안전보장협의위원회(2+2)를 열어 주일미군 재배치 계획을 확정한 최종보고서를 채택했다. 오키나와 후덴마 비행장을 2014년까지 슈와브 기지 연안으로 옮기고 해병대 병력 8000명의 괌 이전을 마치는 것 등을 내용으로 하는 로드맵(일정표)에 최종 합의한 것이다. 이에 따라 3년여의 주일미군 재배치 협상이 마무리됐다. 재편안은 미·일 양국의 군사적 융합·일체화가 구체화된 것이 특징이다. 주일미군 재편은 냉전기와 냉전 종식후 과도기를 합해 이번이 3번째다. 다만 계획대로 될지는 미지수다.2일 재편 대상지인 가나가와현 지사와 야마구치현 이와쿠니시·오키나와현 나고시장 등 해당 지자체장들은 강력히 반대한다는 뜻을 피력했기 때문이다. 일본측이 대부분 떠안을 막대한 이전비용 재원마련도 난제다. 일본이 앞으로 미국측에 일부 수정요구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있다. 양국은 발표문에서 “합의에 따라 미·일동맹은 새로운 단계에 돌입했다.”고 선언했다. 앞으로 이라크 파병에서 보듯 자위대의 활동범위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전지구 규모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보고서는 다만 260억달러(약 26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일본측의 재배치 분담금 총액은 명시하지 않았다. 일본국민들이 웅성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본은 경비분담에 필요한 관련법안은 가을 임시국회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경비부담을 국민에게 설명하는 부담스러운 작업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를 이을 차기정권의 몫이 됐다. 합의안의 최대 핵심은 후덴마 비행장 이전이다. 대체시설은 “2014년 완성을 목표”로 오키나와현 나고시 슈와브기지 연안에 건설하되 대체시설이 완성된 시점에서 기존 후덴마 기지는 일본에 전면 반환키로 했다. 해병대 괌 이전비용 102억 7000만달러 가운데 60억 9000만달러를 일본이 부담한다. 괌 이전은 2012년까지 마치되 후덴마 대체시설 완공에 맞춰 마무리할 계획이다. 자위대와 미군의 연대를 강화하기 위해 워싱턴주에 있는 미 육군 제 1군단사령부를 2008년까지 가나가와현 자마기지로 옮기되 통합작전사령부로 개편한다. 이 사령부는 한반도 유사시 투입될 실전부대를 지휘할 것으로 보여, 주한미군의 위상변화가 주목된다. 육상자위대에 창설할 테러공격대처 중앙즉응 집단사령부도 2012년까지 자마기지에 설치한다. 이렇게 되면 유사시 미 육군과 일본 육상자위대의 사실상 지휘일원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항공자위대 항공총대사령부를 2010년까지 도쿄 외곽 미군 요코다기지로 옮겨 미사일방어(MD)사령부 역할을 하도록 한다.tae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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