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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봉쇄’ 한·미·일 동맹 급한데…美 ‘그만하면 좋겠다’ 심기불편

    미국 정부는 23일(현지시간) 독도 및 과거사 문제 등을 둘러싼 최근 한국과 일본의 외교 갈등에 대해 대화를 통한 평화적인 해결을 거듭 촉구했다. 빅토리아 뉼런드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한·일) 양국은 강력하고 중요한 미국의 동맹”이라면서 “양국 사이에 분쟁이 있다는 것은 분명히 우리로서는 편치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뉼런드 대변인은 그러면서 “양국에 대한 우리의 메시지는 현재도 똑같다.”며 “평화적으로, 협의를 통해 해결하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불편하다’는 뉼런드 대변인의 언급은 “어느 편도 들지 않겠다.”며 ‘불개입’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혀온 데 비해 다소 강한 뉘앙스를 담고 있다. 한·일 양국의 외교 갈등이 장기화되고 갈수록 격화되는 양상을 보이자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다.’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양국 간 해결을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봉쇄’를 위한 한·미·일 3자 동맹을 강화해야 하는 미국으로서는 한·일 갈등이 달가울 리 없기 때문에 더 악화되면 미국이 막후에서 중재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일각에서는 제기되고 있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潘총장, 이란 비동맹회의서 北김영남 회동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오는 26~31일 이란에서 열리는 비동맹운동(NAM) 정상회의에 참석하기로 했다. 북한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이 회의에 참석한다고 공식 발표해 반 총장이 김영남 위원장을 만나 어떤 대북 메시지를 전달할지 주목된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3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곧 테헤란에서 진행되는 제 16차 블록불가담(비동맹)국가 수뇌자 회의에 참가하고 이란 대통령 마무드 아마디네자드의 초청에 의해 이란을 공식 친선방문한다.”고 보도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이란 방문설이 오보임을 공식 확인했다. 이에 앞서 유엔 대변인실은 22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반기문 총장은 이번 회의가 개최국인 이란을 포함한 참가국 정상 및 정부와 지속가능 개발에 관한 ‘리우+20’ 정상회의의 후속조치, 군축, 분쟁 예방, 전환기를 맞은 국가들에 대한 지원 등 세계적 핵심 의제들의 해결책을 논의하는 공간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반 총장의 회의 참석을 발표했다. 성명에서는 또 “반 총장은 국제사회의 우려와 기대를 이란 정부에 명확하게 전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미경·하종훈기자 chaplin7@seoul.co.kr
  • “美의회서 규탄했는데 이제와 증거 대라니”

    “美의회서 규탄했는데 이제와 증거 대라니”

    “문서로 된 증거까지 있는데, 무슨 증거를 더 대라는 말인가.” 2007년 미국 하원 ‘위안부 결의안’ 통과의 주역인 서옥자 미 워싱턴성경대학 교수는 21일(현지시간) 서울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일본의 차세대 총리감인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시장이 전날 “위안부 강제 동원의 증거를 대라.”고 망언한 데 대한 반박이다. →하시모토 시장이 증거를 대라는데. -이미 나와 있는 문서만으로도 부인할 수 없는 증거가 충분하다. 미 의회에서 만장일치로 일본군 위안부 만행을 규탄하는 결의안까지 통과됐는데 무엇이 더 필요하다는 말인가. →위안부 문제에 대한 미국인들의 시각은 어떤가. -슬프게도 미국 사람 대부분은 이 문제를 잘 모른다. 세미나 같은 데서 위안부 문제를 아느냐고 물어보면 수백 명 가운데 서너 명 손들까 말까 한다. 교육과 홍보가 중요하다. →이제는 미국 정부에도 일본에 압력을 가하도록 촉구해야 하지 않을까. -미국 정부는 일본과의 동맹 관계를 중시하기 때문에 조심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도 막후에서 미국 정부에 역할을 촉구해야 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양쪽 정부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 사실 위안부 문제는 미국에도 책임이 있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태도는 어떻게 보나. -정부 차원에서 적극성을 보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양국 정부끼리 이런 식으로 싸우면 끝이 없을 것 같다. 세월이 흐를수록 위안부 할머니들이 계속 세상을 떠나는 만큼 민간이 적극 나서야 한다. 일본인들 중에는 위안부의 진실을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그들을 상대로 교육하고 홍보하는 활동에 나서야 한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Kim 첫 공식 외국방문지는 이란”이 부른 해프닝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오는 26~31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열리는 비동맹운동(NAM) 정상회의에 참석할 것이라는 일부 외신 보도가 있었으나 이란 정부가 이를 부인했다. 이에 따라 김 제1위원장이 지도자로서 첫 해외 방문지로 ‘혈맹’ 중국이 아닌 이란을 택하며 국제 무대에 파격적으로 데뷔할 것이라는 일각의 기대는 해프닝에 그쳤다. 김 제1위원장이 NAM 정상회의에 참석한다는 보도는 22일 새벽 3시쯤 독일의 dpa 통신을 통해 처음 나왔다. 통신은 “이란이 화요일(21일) 북한 지도자 김정은이 다음 주 테헤란에서 열리는 NAM 정상회의에 참석할 것이라고 밝혔다.”면서 “NAM 정상회의 대변인인 무함마드 레자 포르카니는 김(제1위원장)이 첫 공식 외국 방문지로 이란을 선택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dpa통신 보도에 이어 카타르 영자신문 걸프타임스와 사우디아라비아 일간 알하야트 등 일부 아랍 언론이 이를 인용해 김 제1위원장의 NAM 정상회의 참석설을 보도했다. 그러나 AP와 AFP, 로이터, 신화, 교도통신 등 주요 외신들은 이를 보도하지 않았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현지 공관을 통해 확인해 본 결과 이란 외교 당국이 오보로 확인했다.”며 “NAM 정상회의 측도 참석 대상자로 김정은이 아닌 ‘국가 수반’을 언급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김미경·하종훈기자 artg@seoul.co.kr
  • 롬니 외교정책 핵심 ‘중국 봉쇄’

    밋 롬니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는 20일(현지시간) 집권하면 ‘중국 봉쇄’를 위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안보와 경제 분야의 정책적 초점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롬니는 자신의 선거캠프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한 대(對)중국 무역 관련 공약에서 중국의 부상에 대해 적대감에 가까울 만큼 노골적인 경계심을 드러내며 자극적인 표현과 함께 매우 강경한 정책을 제시했다. 중국 입장에서는 현재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아·태 중시’ 정책보다 훨씬 위협적인 공약들이 나열돼 있어 롬니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논란이 예상된다. 롬니는 공약에서 “중국이 이웃 나라들을 위협하거나 지배하려는 시도를 막아야 한다.”면서 “중국이 지역적 헤게모니를 행사하려 들 경우 엄청난 대가를 치르도록 하는 전략을 실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은 서태평양에서 해군력을 확장하고, 동맹국들이 방위력을 강화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분쟁 수역에서 공격적 행위를 감시할 레이더와 첨단 탐지장비를 태평양 (동맹) 국가들이 증강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밝혔다. 중·일 간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 분쟁에서 일본을 지원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될 만한 대목이다. 롬니는 “첨단무기를 아시아의 동맹국들에 팔지 못하도록 한 국방부의 최근 결정은 재고돼야 한다.”면서 “타이완에도 첨단 전투기 등이 제공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롬니는 “미국이 중국 정부에 대한 공격을 두려워해 중국 내 반체제 인사들을 지원하지 않는다면 중국 지도자들은 더 기고만장해질 것”이라고 중국 인권 문제를 직설적으로 거론한 뒤 “중국 내 인권단체를 지원할 것이며, 중국 국민들이 인터넷 등을 통한 정보에 더 접근하기 쉽도록 도울 것”이라고 공언했다. 재임 중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체결 협상을 완료할 것이라는 입장도 밝혔다. TPP는 중국의 참여를 배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역시 중국 봉쇄 정책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한일 독도갈등] 할퀴려다 발톱 감추는 日의 속셈은

    [한일 독도갈등] 할퀴려다 발톱 감추는 日의 속셈은

    일본이 독도 문제와 관련, 강온(强穩)작전을 펼치고 있다. 독도 문제의 국제사법재판소 제소를 결정했으나 한국에 대한 보복책에 대해서는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이다. 일본 정부는 21일 오전 독도 관련 각료회의에서 독도 문제의 국제사법재판소 제소를 결정했지만, 한국에 대한 보복책에 대해서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구체적으로 결정한 사항은 독도 문제의 제소·조정 제안 외에 장·차관 등 각료급 접촉 중단, 이달 말 캄보디아에서 열리는 ‘동남아국가연합(ASEAN)+한·중·일’ 경제장관회의에서의 양자회담 유보 등이다. 하지만 경제보복책에 대해서는 논의만 했을 뿐 확정짓는 단계로는 나아가지 않았다. 이는 일본 정부가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으로 촉발된 한·일 관계 근간을 해치는 수준을 피하는 것으로 동북아 역학관계를 고려한 발빼기 전략으로 풀이된다. 중국과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을 겪는 상황에서 한국마저 적으로 돌리면 ‘고립무원’이 된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한·미·일 동맹을 통해 중국에 대한 포위망을 구축하려 하고 있다. 이런 차원에서 일본 정부가 보복책으로 맨 처음 거론했던 통화스와프 문제에도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부 내에서 영토 문제는 영토 문제로 대응해야 하며, 경제 보복으로 키우는 것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마쓰시타 다다히로 일본 금융상은 이날 각료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일 통화스와프 문제에 대해 “(한일 양국은) 냉정하고 침착하게 판단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통화스와프 축소 문제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마쓰시타 금융상의 이런 언급은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일왕 사과 발언 이후 일본에서 한·일 통화스와프 협정을 중단하거나 규모를 축소하는 방안이 강하게 거론돼 온 것과는 상반되는 것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아즈미 준 재무상도 이날 별도 기자회견에서 통화스와프 협정의 중단이나 규모 축소에 대해 “백지상태”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당초 이날 중국 산둥(山東) 칭다오(靑島)에서 열린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2차 실무협의에 나가지 않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결국 참석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美 롬니 “가혹한 제재로 북핵 완전제거”

    밋 롬니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북한의 붕괴까지 가정한 초강경 대북정책 공약을 발표했다. 강력한 봉쇄를 통해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으로 오는 11월 대선에서 롬니 후보가 당선되면 미 대북정책의 급격한 강경 기조 선회와 함께 큰 논란이 예상된다. 롬니 후보는 19일(현지시간) “집권하면 북한과 거래하는 모든 민간 기업과 은행에 제재를 가함으로써 북핵을 완전히 제거하겠다.”고 밝혔다. 또 “급변 사태 시 중국과 함께 북한의 치안 유지와 인도주의적 문제를 처리하겠다.”며 북한 붕괴 가능성을 명시적으로 언급했다. 롬니 후보는 이날 선거캠프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한 ‘집권 시 대북정책 공약’에서 이 같은 내용의 초강경 대북정책을 천명했다. 롬니 후보는 ‘북한을 무장해제할 것’이라는 제목의 공약에서 “그동안 미국의 대북정책은 북한의 거짓 협조에 대해 계속해서 ‘당근’을 제공하는 것이었다.”고 비판한 뒤 “동맹국들과 협력해 더 가혹한 대북 제재를 제도화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현행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1874호 등은 대북 제재 범위를 무기류나 사치품 거래 등으로 국한하고 있는 데 반해 롬니 후보는 일반 민간 거래까지 모두 봉쇄하겠다는 구상이어서 역대 가장 강력한 대북정책이라 할 수 있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시론] 한국외교의 구조적 비관론과 신뢰 회복/봉영식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

    [시론] 한국외교의 구조적 비관론과 신뢰 회복/봉영식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

    천안함 사건과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이어진 2011년 한국 외교의 화두는 북한과 중국을 한 축으로 하고 한국-일본-미국을 다른 축으로 하는 한반도 ‘신냉전’ 시대의 도래였다. 그렇다면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일왕 방한 불필요’ 발언, 일본 민주당 정부 각료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강행으로 이어진 2012년의 화두는 ‘신냉전’ 체제의 내부 균열이라 할 수 있다. 그 어느 때보다 한·미·일 간의 공고한 안보공조체제가 요구되지만 극단으로 치닫는 최근의 동북아 상황은 한국외교의 비전 부재와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 감소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한국 정부가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고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입장과 이익을 주장하고 이해를 구하려면 무엇보다 한국 외교에 대한 구조적 비관론을 경계해야 한다. 구조적 비관론의 핵심은 한국 외교의 태생적 한계론이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조건이 한국 외교의 발목을 잡아 한국이 국제정치에서 독창적이고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은 일견 한국 외교의 기본전제는 자국 이익 추구임을 잊지 말자는 타당한 조언으로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한국 외교에 대한 소극적· 폐쇄적 태도는 장기적으로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국 외교가 국제정치의 구조적 변화라는 큰 파도를 막을 수는 없겠지만, 그 변화의 파도를 적절히 타고 넘느냐는 외교력은 정부의 능력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또한 외교의 구조적 비관론이 위험한 이유는 일단 자국 외교에 대한 무기력증이 퍼지기 시작하면 외교는 더이상 국익의 대외적 추구 수단이 아니라 국내 정치용 도구로 변질되기 때문이다. 최근의 정치사를 돌아보면 정권 말기에 시도한 ‘충격외교’는 정권의 정통성을 회복하거나 대중의 지지도를 높이는 기대효과를 달성하기보다 공들여 구축했던 대외협력관계만 틀어지게 하는 결과를 초래한 경우가 많다. 1990년대 후반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고치겠다.’고 장담했던 김영삼 정부는 이후 일본 하시모토 정권과 어업협정 개정 샅바싸움에서 어선납포외교에 당하고 아시아 통화위기 때에는 일본 측에 지원을 요청하는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이명박 대통령의 경우에도 국민의 정책 지지가 정권 평가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독도 방문 다음 날 아산정책연구원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83.6%가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지지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 국정운영 지지도는 6월 31.4%, 7월 28.2%로 떨어지다가 8월 16일 31.5%로 약간 회복했다. 하지만 58% 이상은 여전히 이명박 정부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다. 최근 한·일 간 ‘외교전쟁’은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가장 효과적인 외교는 기본에 충실한 외교라는 점을 다시 부각시켰다. 외교는 내치의 수단이 아니라 바깥세상(外)과 사귀는(交) 일이다. 모든 관계가 그렇듯 사귐이 깊어지고 지속되는 데 있어 가장 큰 자산은 신뢰다. 이명박 정부는 그간 견지해 왔던 보편주의의 언어로 설명하던 외교정책 기조를 임기 말 들어 한국의 특수성을 강조하는 쪽으로 급선회해 한국 외교에 대한 신뢰와 정체성의 상실을 초래했다. 한·미동맹을 대북 억지력에 기초한 군사동맹에서 범세계안보에 기여하는 가치동맹으로 격상하고, 북한 인권문제를 남북관계뿐만 아니라 인권의 보편적 틀에서 논의했다. 자유시장과 자유무역 원리에 입각해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며 ‘글로벌 코리아’ 외교를 주창해온 이명박 정부는 최근 노무현 정부의 신일본독트린과 비슷한 주권외교로 선회했다. 결국 한국 외교의 지속성과 신뢰에 대한 문제를 야기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12월 대선에서 어느 당이 집권하건 새 정부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보편주의에 입각한 한국 외교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데 노력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 이집트-이란, 30년 만에 ‘新밀월시대’ 여나

    이집트-이란, 30년 만에 ‘新밀월시대’ 여나

    무함마드 무르시(왼쪽) 이집트 대통령이 오는 30일 이란을 방문키로 해 두 나라 사이의 단절된 외교관계가 정상화될지 주목된다. 이집트 대통령의 이란 방문은 1980년 국교 단절 이후 처음이다. 이집트 관영 메나통신은 18일(현지시간) 대통령실 관리의 말을 인용해 무르시 대통령이 오는 30~31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열리는 비동맹회의(NAM)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무르시 대통령은 오는 27~29일 중국을 방문한 뒤 귀국 길에 NAM에 참석, 이란에 순회의장직을 넘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방문에서 이란의 마무드 아마디네자드(오른쪽) 대통령과 양자회담을 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이란과 이집트는 1979년 이란에서 시아파 지도자인 아야툴라 루홀라 호메이니가 ‘이슬람 혁명’을 주도해 팔레비 왕조를 무너뜨리고, 이슬람근본주의를 표방하면서 서로 등을 돌렸다. 당시 이집트가 이란에서 쫓겨난 팔레비 왕의 망명을 받아들인 것이 국교 단절의 빌미가 됐다. 또 같은 해 이집트가 이란의 적인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맺자 양국 관계는 더욱 악화됐다. 이집트의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 역시 사우디아라비아 등 다른 수니파 아랍국가들과 함께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을 고립시키는 데 주력해 왔다. 이집트와 이란의 해빙 무드는 최근 들어 두드러지고 있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이슬람협력기구(OIC) 정상회의에서 이집트는 시리아 내전을 중재하기 위한 연락 그룹을 제안하면서 이란을 포함시켰다. 앞서 이집트 외무장관 출신인 나빌 엘라라비 아랍연맹 사무총장은 지난달 “이란은 적이 아니다.”라며 화해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무르시 대통령의 이번 이란 방문을 통해 양국 관계가 급진전될 것이라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입장이다. 이집트와 이란의 관계 개선 여부와는 별개로 이집트로서는 이번 기회를 통해 미국 등 서방에 대한 높은 의존에서 벗어나 중동 국가들 사이에서 정치적 위상을 제고하려 노력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조희선기자 hsncho@seoul.co.kr
  • [한·중 수교 20주년…상생의 미래를 열자] “탈북자·동북공정 등 韓中 살얼음… 對中정책 새 비전 필요”

    [한·중 수교 20주년…상생의 미래를 열자] “탈북자·동북공정 등 韓中 살얼음… 對中정책 새 비전 필요”

    한·중 관계는 지난 20년간 비약적 발전을 이뤘지만, 북한을 둘러싼 이견과 탈북자 문제, 과거사와 영토·영해 관할권 갈등, 영사 문제 등이 도사리고 있어 정치·외교 관계에서는 여전히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중국 전문가들은 위기관리 체제 구축, 소통 강화 등 장기적인 대중(對中)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문정인 연세대 정외과 교수는 “한·중 관계는 지난 20년간 3단계로 변화했다.”고 평가한 뒤 “수교 초기인 노태우·김영삼 정부에서는 우호적 상승기였고,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는 안정기에 돌입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들어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합의에도 불구하고 양국 관계는 급격히 하강 국면을 보여 왔다.”고 지적했다. 한·미 동맹을 앞세운 안보 이익과 경제 이익 간 불일치, 남북 관계 악화 등이 양국 관계를 어렵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한·중은 1992년 수교 이후 정상회담만 30여 차례, 외교장관회담은 100여 차례나 했을 정도로 고위급 교류가 늘었다. 특히 이명박 정부 들어 한·중 관계는 폭발적으로 확대된 경제 등 교류협력에 힘입어 2008년 정상회담에서 ‘전략적 협력 동반자’로 관계가 격상됐다. 그러나 2010년 천안함·연평도 사태를 둘러싼 한·중 간 이견, 동북공정과 이어도 관할권, 탈북자 강제북송, 불법조업 문제에 이어 최근 북한인권 운동가 김영환씨 고문 논란 등으로 상호 신뢰에 타격을 입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흥규 성신여대 정외과 교수는 “교류 증가 등 구조적 차원에서 보면 한·중 관계는 긍정적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보다 성숙한 단계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상호 갈등과 분쟁이 격화하는 시기를 겪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또 “앞으로 한·중 관계는 중국의 대북 편향적 태도에서 보듯 불확실성이 강화되고 단기적으로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역사 문제와 탈북자 문제, 영해 관할권 문제 등 잠재적 갈등 요인이 남아 있으며 이를 관리할 위기 대응 기제가 미비하기 때문에 정부는 소통 강화 등을 통한 신뢰 회복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 교수는 “다음 정부가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미·중 간 균형외교를 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중 전문가 공동연구위원장을 맡고 있는 서진영 고려대 명예교수는 “한·중 관계는 짧은 기간에 큰 발전을 했다는 긍정적 결과와 함께 많은 문제점도 노출하고 있다.”며 “북한 문제와 민족주의적 이슈 등 정치·사회·문화적 측면에서 갈등 요인들이 확산되고 있는데, 양국이 합리적으로 갈등을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어 기본적으로는 낙관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이어 “그동안 대중 정책을 포괄적 맥락에서 추진하지 않았기에 일관성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대중 정책을 대북, 대미 정책과 나눠 생각할 것이 아니라 종합적인 외교 정책 전반에 대한 비전과 안목을 가지고, 21세기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소식통은 “대중 관계에서 여론에만 신경 써 사안별로 임기응변식으로 대처할 것이 아니라, 정권 교체와 상관없이 실리를 추구하는, 방향성 있는 큰 틀의 장기적인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김미경·하종훈기자 chaplin7@seoul.co.kr
  • [한·중 수교 20주년…상생의 미래를 열자] 잊혀진 타이완

    타이완(臺灣)은 한국과 각별한 인연을 갖고 있다. 한국과 타이완의 외교관계는 1948년 정부 수립과 함께 시작됐다. 한국은 정부수립 두 달 뒤인 같은 해 10월 장제스(蔣介石) 국민당 정부의 수도인 난징(南京)에 대사관 개설 준비사무소를 마련했고, 이것이 한국 최초의 외교공관이었다. 미국을 정점으로 ‘반공’ 이념을 표방하는 자유진영의 울타리에 속했던 한국과 타이완은 6·25전쟁을 계기로 당시 중공(중화인민공화국)으로 불리던 중국을 공동의 적국으로 규정하며 두터운 동맹을 과시하는 등 유대 의식도 남달랐다. 그러나 중국의 굴기에 따라 타이완의 위상이 쇠퇴하면서 한·타이완 관계도 소원해지기 시작했다. 중국은 1978년 개혁·개방 이후 고도 성장을 지속하면서 국제사회에서 목소리를 높여 왔고, 결국 타이완에 있어서 아시아의 마지막 맹방이었던 한국 역시 1992년 8월 24일 중국과 수교하면서 타이완과의 외교 관계를 청산했다. 물론 타이완이 외교적으로 완전히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것은 아니다. 미국은 단교 뒤에도 ‘타이완 관계법’을 국내법으로 제정해 맹방 역할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 중화민국 100주년 건국 기념 행사 때 축하사절단 70명을 보낼 만큼 타이완에 공을 들여왔고, 지금도 타이완인은 일본을 가장 좋아하는 나라로 꼽는다. 한국도 단교 이듬해인 1993년부터 민간 창구 형식으로 수도 타이베이(臺北)에 대표부를 설치, 운영하고 있다. 그럼에도 북·중 관계만큼 한·타이완관계가 매끄럽지는 않다. 중국은 한국과의 수교 이후에도 북한과 ‘혈맹’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한국에서 타이완에 대한 관심은 미미하다. 타이완이 5대 수출국이고, 타이완 관광객이 일본·중국·미국에 이어 4위이며, 중화권 한류(韓流) 진출의 교량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무색할 지경이다. 공무원은 물론 정치인이나 대기업, 언론, 학계 리더들마저 관심은 중국 쪽에 쏠려 있다. 타이완 내 반한 감정이 잦아들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타이완은 방치하기에는 여전히 한국에 매우 중요한 존재인 것도 사실이다. 타이완은 최근 경제를 고리로 중국과의 양안(兩岸) 관계를 발전시키면서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주타이베이 한국 대표부 관계자는 “타이완은 역사적으로 우리에게 고마운 친구이자 오랜 우정을 간직한 나라임이 분명하다.”면서 “공공외교 강화 차원에서라도 과도하게 중국의 눈치를 보며 타이완을 홀대하는 행동은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 주현진특파원 jhj@seoul.co.kr
  • [사설] 수교 20년 한·중 성숙한 동반자 관계 되길

    한국과 중국이 오는 24일 수교 20주년을 맞는다. 지난 20년 동안 한·중관계는 말 그대로 비약적인 성장을 했다. 중국은 2004년 이후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국이다. 중국 입장에서도 우리나라는 미국, 일본에 이은 세번째 교역국에 해당한다. 한국의 대중국 투자는 350억 달러가 넘어섰고, 중국 역시 세계 제1의 외환보유고를 이용해 한국의 기업과 부동산 등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수교 당시 연간 13만명 수준에 불과했던 양국 방문자 수는 지난해 660만명을 넘어서 1000만명 교류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중국 젊은이들은 한국의 대중문화와 패션, 음식 등 ‘한류’에 열광하고 있다. 한국은 중국에 가장 많은 유학생을 보내는 나라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중 두 나라의 정치·안보 측면에서의 협력은 경제·통상·문화 분야에 훨씬 못 미치는 것이 현실이다. 가장 큰 이유는 한반도 문제에 대한 두 나라의 전략적·전술적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예를 들어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와 관련, 우리는 비핵화에 집중하는 반면 중국은 한반도 안정에 더 큰 가치를 두고 있다. 또 한·미동맹에 대해서도 우리는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 안정을 위한 필요불가결한 장치로 인식하는 반면 중국은 자국에 대한 안보적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런 차이점들로 인해 중국은 한반도 문제에 대해 일방적으로 북한의 편을 드는 것으로 우리에게는 인식되고 있다. 한·중 정부는 지난 2008년 양국 관계를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합의했다. 21세기 들어 동북아가 세계 경제·통상의 중심지역으로 떠오르면서 정치·안보 측면에서도 국제관계의 핵심지역이 되고 있다. 한·중 두 나라도 이러한 시대의 변화에 맞춰 20세기식 냉전적 진영논리에서 벗어나 다면적인 협력을 모색해야 한다. 중국은 한국이 ‘경제는 중국, 안보는 미국’이라는 등식에 갇혀 있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그러나 중국, 미국과 마찬가지로 한국의 국가이익도 그런 간단한 등식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중·미 두 나라 모두 한반도 통일 등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 전략적으로 중요한 파트너다. 우리 정부도 한반도에서의 중국의 이해관계가 한국이나 미국과는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그런 바탕에서 차이점을 좁혀 나가는 데 한층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 과거사·영토 충돌… 한·미·일 vs 북·중 구도 ‘혼돈속으로’

    과거사·영토 충돌… 한·미·일 vs 북·중 구도 ‘혼돈속으로’

    천안함·연평도 사건과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의 아시아 중시 외교정책으로 굳어지던 ‘한·미·일 대(對) 북·중’의 동북아 세력구도가 한·일 간 독도 및 과거사 논란과 중·일 간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 영토분쟁으로 크게 흐트러지고 있다. 2012년은 공교롭게도 동북아 관련 당사국 모두가 선거나 권력교체를 맞는 해여서 격변 가능성이 예상되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북한과 중국발 변수가 초점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과거사와 영토 분쟁이 판을 흔들어 놓으면서 동북아 세력판도가 예측불허의 혼돈 국면으로 빠져드는 양상이다. 선거와 권력교체 등 당사국들의 국내적 요인이 갈등을 격화시키는 것도 변화의 방향을 가늠하기 힘들게 하는 요인이다. 가장 난감한 쪽은 미국이다. 한·일 양국과 함께 동북아에서 중국을 봉쇄하려는 ‘기획’이 갈수록 기대를 벗어나고 있다. 첫 단추였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이 무산된 데 이어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기점으로 한·일 관계가 최악의 국면으로 악화되는데도 뾰족한 수 없이 “두 동맹국이 잘 해결하길 바란다.”는 원론적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한·일 양국이 모두 선거를 앞두고 있어 ‘통제’가 힘든 데다 대선을 코앞에 둔 버락 오바마 대통령 본인도 선거에 전념하느라 관심을 쏟기 힘든 형편이다. 일본 입장에서도 한국과의 싸움은 득보다 실이 많다. 점증하는 중국의 위협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한국과의 관계 강화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영토 문제와 관련해 한국, 중국, 러시아 등 3국으로부터 협공받는 모양새는 달가울 리 없다. 그러면서도 일본 정부는 올가을로 예상되는 총선 때문에 강경 일변도로 갈 수밖에 없다. 한국도 일본과의 관계악화가 경제적 손실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하지만 적반하장격인 일본의 태도에 국민 감정이 격앙돼 있는 데다 임기 말 대통령의 레임덕 피하기와 대선이 겹쳐 있어 쉽게 발을 빼기 힘든 상황이다.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아직 미·일의 협력이 필요한 중국도 이들과의 관계 악화는 유리할 게 없다. 그러나 빈부격차 심화와 부패 만연 등에 따른 내부적 불만을 외부로 돌리기에는 민족 감정만큼 좋은 게 없다. 더욱이 천안함·연평도 사건 이후 미·일 쪽으로 급속히 기울었던 한국을 끌어당기면서 한·미·일 동맹 구도를 흔들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북한 입장에서도 물론 한·미·일 동맹이 흐트러지는 게 유리하다. 한·일 간 갈등 국면이 한국 대선 이후로까지 이어진다면 소원했던 남북관계를 자연스럽게 복원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한·일, 중·일 갈등을 활용해 북·일 관계와 북·중 관계에서 실리를 챙길 수도 있다. 반면 ‘갈등의 주연’에서 조연으로 전락하면서 동북아 정세에서 지렛대 역할을 잃는 일은 북한으로선 피하고 싶은 대목이다. 물론 선거와 권력교체가 완료되면 기존 ‘한·미·일 대 북·중’의 구도로 복원력이 가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아직은 우세하다. 하지만 지금 분위기만 봐서는, 복원되더라도 천안함·연평도 사건 이전 수준 정도에 그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나아가 한·일 양국 선거에서 정권이 교체되는 경우 복원력이 거의 힘을 발휘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한국에서 북·중에 보다 우호적인 정권이 등장하거나 일본에서 한국에 보다 강경한 정권이 등장할 경우를 말한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노르웨이-자연의 웅장한 교향곡 Norway Fjord

    노르웨이-자연의 웅장한 교향곡 Norway Fjord

    자연의 웅장한 교향곡 Norway Fjord 노르웨이 제2의 도시 베르겐에서 시작해 두 개의 피오르fjord를 만났고, 수도인 오슬로에서 여정을 마무리했다. 봄에서 여름으로 가는 길목, 즉 여행하기 가장 좋은 계절을 통과하는 항구도시는 비 온 뒤 햇빛을 받은 풀잎처럼 싱그러웠으며 노르웨이의 피오르는 쉽게 범접할 수 없는 위풍을 뽐냈다. 글·사진 Travie writer 노중훈 취재협조 노르웨이관광청 02-777-5943, www.visitnorway.com 6년에 걸쳐 베르겐Bergen에 세 번 가봤다. 4월 말, 5월 중순, 5월 말. 세 번 모두 날씨가 좋았다. 푸른 하늘 아래 모든 것들이 청명한 윤곽을 드러냈다. 아침저녁으로 부는 바람에서는 맵싸한 기운이 묻어났지만, 그것이 오히려 몸과 마음을 상쾌하게 해주었다. 야구에서는 세 번 타석에 들어서서 안타 하나만 기록해도 갈채가 쏟아지는데, 매번 쾌청했던 베르겐의 봄은 등장할 때마다 어김없이 홈런을 펑펑 쳐내는 전설적인 강타자 같았다. 베르겐의 봄은 3타수 3안타 노르웨이에서 12년을 살았다는 베르겐의 한국인 가이드도 날씨 이야기로 화제를 삼았다. “노르웨이의 5월은 파업이 제일 빈번하게 일어나는 달이예요. 일 년 중 날씨가 가장 화창하기 때문에 일부러라도 파업을 해서 야외로 나간다는 거죠. 이즈음 베르겐의 관공서들은 일처리가 정말 더디답니다.” 설명의 진위 여부를 정밀하게 판독하는 것은 불가능했으나 일기日氣가 화사하다는 점만큼은 확실했다. 빛의 알갱이들이 산중턱에 알알이 박힌 집들에 부딪쳐 화려하게 부서졌다. 야외 활동에 최적화된 기후를 뽑는 경연 대회가 있다면 ‘5월의 베르겐’에 으뜸의 지위를 부여해도 무방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한국인 가이드는 이런 농반진반의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노르웨이에서 가장 힘든 직업이 뭔 줄 아세요? 그건 바로 유치원 선생님이에요. 야외 수업이 워낙 많다 보니 아이들 뒤치다꺼리가 그야말로 보통 일이 아니죠.”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겨울에도 장화를 신고 눈벌판을 누비는 마당에 계절의 여왕 5월이야 더 말해 무엇할까. 노르웨이 아이들에게 자연은 손을 뻗어 닿을 수 있는 가장 친근한 놀이터이자 인간이 축조한 학문의 세계보다 훨씬 더 고귀하고 빛나는 배움의 터전이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베르겐에서 보낸 시간은 노루 꼬리처럼 짧기만 했다. 오후에는 피오르 투어가 예정돼 있었다. 베르겐의 오밀조밀한 모습에 연신 감탄사를 터뜨리던 일행 중 한 명은 “너무 아쉽다”며 입을 한 움큼 내밀었다. 시간의 제약 속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곳은 브리겐과 플뢰엔 산이었다. 삼각 지붕의 목조 가옥들이 일렬로 늘어선 브리겐 지구는 한자동맹 시절 독일 상인들이 업무를 보거나 거주하던 공간이었다. 건물들도 13~16세기에 세워졌다. 나무로 지어진 데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탓에 화재로 인한 소실도 수차례 겪었지만 그때마다 동일한 방식으로 복원했다고 한다. 도시의 역사와 경제적 번영을 기억하는 브리겐은 오늘날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돼 있다. 320m 높이의 플뢰엔 산은 도시의 전망대였다. 푸니쿨라를 타고 비탈면을 따라 오르니 가슴이 벅차도록 장쾌한 풍경이 발아래 펼쳐졌다. 1 베르겐 출신의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올레 불과 민간 신화에 등장하는 괴물 트롤의 동상 2 베르겐의 전체 모습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플뢰엔 산 전망대. 베르겐을 찾은 여행객들이 빼놓지 않고 들르는 곳이다 3 삼각 지붕을 얹은 목조 건물들이 줄지어 늘어선 베르겐의 브리겐 지구. 한자동맹 시절 상인들의 업무 공간이자 거주 지역이었다 4 베르겐의 메인 스트리트인 토르갈메닝겐의 뱃사람 기념탑. 거리 주변에는 크고 작은 상점들이 밀집해 있다 교과서에서 뛰쳐나온 피오르 노르웨이를 찾은 여행객들에게 노르웨이의 자연은 곧 피오르를 의미한다. 교과서에 따분하게 들어앉아 있던 피오르가 노르웨이에서는 바로 눈앞에서 생생한 표정을 짓는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피오르는 빙하의 흔적이다. 거대한 빙하가 깎아놓은 U자형 계곡에 바닷물이 흘러들어 형성됐다. 따라서 태초의 피오르에서는 짠맛이 났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의 수레가 끊임없이 굴러가는 동안 빗물이 섞이고 눈 녹은 물이 보태지면서 담수화가 진행됐다. 플롬Flam 인근 마을에서 만난 현지 가이드는 “피오르는 바다도 아니고 호수도 아닌 그냥 피오르일 뿐이다”라고 명쾌하게 정리해 주었다. 빙하가 후벼 판 탓에 피오르는 수심이 무척이나 깊다. 가장 깊은 곳은 1,300m를 상회한다. 흔히 예이랑에르Geiranger·노르Nord·송네Sogne·하르당에르Hardanger·뤼세Lyse 피오르를 합쳐 노르웨이의 5대 피오르라고 한다. 나는 운이 좋고 복이 많아 세 번의 노르웨이 여행을 통해 노르를 제외한 4개의 피오르들을 알현할 수 있었다. 규모와 길이는 제가끔 상이하지만 저마다 경이로운 자연의 걸작들이었다. 자연은 완벽했고, 그 모습을 적은 문장은 불완전했다. 이번에 만나고 돌아온 것은 송네에서 갈라져 나온 네뢰위NærØy 피오르와 목가적인 풍경이 돋보이는 하르당에르 피오르였다. ‘노르웨이 인 어 넛셀Norway in a Nutshell’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영어 숙어 ‘인 어 넛셀’은 ‘간결하게, 단 한마디로’의 뜻을 지니고 있다. 그러니까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자연인 피오르를 짧은 시간 안에 압축해서 보여주는 것이다. 우선 베르겐에서 기차를 타고 보스Voss까지 간다. 보스에서 버스로 바꿔 타고 선착장이 있는 구드방엔Gudvangen까지 내쳐 달린다. 차창 밖 풍경부터가 드라마틱하다. 주변 산의 모습이 고스란히 투영된 호수와 양의 창자처럼 구불구불한 길들이 마음 밭에 감겨든다. 구드방엔에 도착하면 크루즈에 올라 플롬까지 나아간다. 갑판 위 의자에 앉아 네뢰위 피오르의 절경을 느긋하게 감상하면 된다. 누구라도 글로 배운 피오르와 실제 마주한 피오르 사이에 얼마나 큰 간극이 존재하는지 절감할 수밖에 없다. 구드방엔에서 출발한 배가 종내 몸을 푸는 플롬은 작은 마을이다. 상주인구라고 해봤자 500여 명에 불과하다. 유람선이 닻을 내리면 평소에 적막하던 마을이 비로소 활기를 띤다. 플롬에서는 딱히 할 것이 없다. 21가지의 하우스 비어를 생산하는 맥줏집에서 무위한 시간을 보내거나 자전거를 빌려 마을 산책에 나서면 된다. 플롬에서 하룻밤 묵어갈 계획이라면 인근 마을인 에울란Aurland에 다녀오는 것도 좋다. ‘스테가스타인’이라는 전망 포인트가 있어 빙하와 바다가 협력해서 만들어낸 풍경의 절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플롬에서 뮈르달까지는 산악 열차가 다닌다. 기차는 20개의 터널을 지나고 아찔한 협곡 위를 달린다. 중간에 쇼스폭센 폭포 역에서 5분간 정차한다. 98m 높이에서 쏟아지는 폭포 소리가 그야말로 우렁우렁하다. 1 퀼리티 호텔 보링포센 앞에서 바라본 하르당에르 피오르. 하늘과 구름과 산이 물속에 고스란히 잠겨 있다 2 플롬과 뮈르달 사이를 운행하는 산악 열차. 열차의 규모는 작지만 열차가 통과하는 자연은 웅장하다 3 플롬의 맥줏집. 21가지의 서로 다른 하우스 비어를 생산한다 4 하르당에르는 피오르의 모습도 매혹적이지만 주변 산비탈에 들어선 농가와 밭들이 그려내는 풍경 또한 아름답다 5 네뢰위 피오르를 흘러가는 유람선. 물새들이 배의 꽁무니를 줄기차게 쫓아온다. 관광객들이 손에 과자를 올려놓으면 잽싸게 낚아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하르당에르에서 마신 사과주 하르당에르 피오르의 길이는 180여 킬로미터에 달한다. 송네에 이어 노르웨이에서 두 번째로 긴 피오르다. 가장 안쪽에는 에이드Eid 피오르가 있다. 182m의 낙차를 자랑하는 폭포 보링포센이 특히 볼 만하다. 하르당에르비다 국립공원 센터에서는 20분짜리 영화를 틀어 준다. 헬리콥터에서 촬영한 피오르의 가경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건너편 레스토랑에서는 순록 고기도 맛볼 수 있다. 하르당에르 민속 박물관도 건너뛰기 아까운 곳이다. 노르웨이의 전통 가옥과 민속 의상을 꼼꼼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 하르당에르는 피오르의 모습도 장관이지만 주변 산과 구릉지에 자리한 마을들도 탐스럽다. 이 지역에는 과일 농장을 운영하는 마을들이 유난히 많다. 농장을 방문하면 사이다를 맛볼 수 있다. 사이다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탄산음료가 아니라 사과의 과즙을 발효시켜 만든 사과주다. 보통 날씨가 춥거나 포도의 생장에 적합하지 않은 토양을 갖춘 곳에서 사이다를 만든다. 프랑스어로는 시드르라고 하며, 시드르를 증류시켜 만든 것이 바로 칼바도스다. 하르당에르의 농장에서는 보통 8월 하순부터 사과를 수확한다. 사과를 압착해 얻은 과즙을 10월부터 5~6개월간 발효시킨다. 아무것도 첨가하지 않은 사이다에서는 노르웨이의 자연처럼 청량하고 청정한 맛이 난다. 오슬로Oslo로 건너와 제일 먼저 찾은 곳은 오페라하우스였다. 문화가 곧 권력이고 가장 중요한 국가 경쟁력으로 대접받는 시대를 맞아 각국은 새로운 문화 아이콘을 배출하는 데 여념이 없다. 문화적 텍스트가 풍성한 오슬로의 선택은 오페라하우스였다. 지난 2008년 4월 개관한 오슬로의 오페라하우스는 최첨단의 기술력과 유장한 문화유산의 토대 위에서 단순하면서도 세련된 북유럽의 디자인 감각과 발상의 전환을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피오르에서 끌어올린 3척의 바이킹 선박과 왕족의 껴묻거리를 전시하고 있는 바이킹 선박 박물관, 해마다 12월이면 노벨 평화상 시상식이 열리는 시청사, 로댕의 영향을 받은 노르웨이의 조각가 구스타브 비겔란의 필생의 역작 ‘모노리트’를 만나 볼 수 있는 비겔란 조각공원 등도 오슬로가 전면에 내세우는 투어 포인트다. 뭉크의 <절규>를 소장하고 있는 국립미술관은 일정상 가볼 수 없었다. 사실 뭉크의 <절규>는 판화를 제외하더라도 4가지의 회화 버전이 있다. 그중 두 점은 뭉크미술관이, 한 점은 국립미술관이 보유하고 있다. 유일하게 일반인이 소장하고 있던 나머지 한 작품은 얼마 전 경매 사상 최고가에 팔렸다. 또 하나 흥미로운 것은 <절규>의 배경이 피오르라는 점이다. 뭉크의 그림 속에서 피오르는 불온하고 음울하게 묘사됐지만 실제 피오르는 활기차고 건강하다. 특히 요즘처럼 아름다운 날씨를 등에 업은 피오르는 더욱 그렇다. 1 해마다 노벨평화상 시상식이 열리는 오슬로 시청사. 내부로 들어가면 노르웨이의 역사를 일러주는 그림들을 만날 수 있다 2 하르당에르 과일 농장의 여주인. 자신이 만든 사과주인 시드르를 든 채 밝게 웃고 있다 3 오슬로 항구 부근에 자리한 해산물 전문 레스토랑. 야외 테이블에 마련된 조각상의 모습이 이채롭다 4 노르웨이의 문화적 자부심을 대변하는 오슬로의 오페라하우스 Travel info 노르웨이까지 가는 직항 편은 없다. KLM 네덜란드 항공을 타고 암스테르담을 거쳐 오슬로나 베르겐으로 들어간다. 하르당에르에서 이용한 호텔은 퀄리티 호텔 보링포센(www.voringfoss.no)이다. 고즈넉한 휴가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제격이다. 플롬에서는 유서 깊은 프레타임 호텔(www.fretheim-hotel.no)이 돋보인다. 기차역에서 걸어서 3분 거리에 있다. 베르겐의 그랜드 터미너스(www.grandterminus.no)도 기차역 바로 앞에 자리한다. 오슬로의 톤 호텔 오페라(www.thonhotels.com)는 오페라하우스 건너편에 있다. 노르웨이를 방문한 여행자 입장에서 보면 가장 실감나는 것은 이 나라의 으뜸가는 자랑거리인 피오르가 아니라 살인적인 물가다. 피오르가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면 노르웨이의 물가는 관광객의 지갑을 눈 깜짝할 사이에 훌쭉하게 만들 정도로 직접적이면서도 치명적이다. 고율의 부가세와 비싼 인건비 탓이다. 생수 한 병이 5,000원 정도 한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어산지 망명 허용’ 英·남미 외교전으로

    에콰도르 정부가 16일(현지시간)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의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가 요청한 정치적 망명을 허용하면서 이를 둘러싼 남미와 영국 간의 외교 갈등이 재점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브라질 외교부는 이날 “남미 지역 국제기구인 남미국가연합(UNASUR)이 에콰도르 정부의 요청에 따라 19일(현지시간) 에콰도르 과야킬에서 긴급 외교장관 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UNASUR 회원국인 우루과이의 루이스 알마그로 외교장관은 라디오 방송을 통해 “어산지에 대한 망명 결정은 충분히 근거가 있다.”며 영국 경찰이 영국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에 머물고 있는 어산지를 체포할 때의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좌파 성향의 중남미 국가연합인 ‘미주 지역을 위한 볼리바르 동맹’(ALBA)과 ‘미주기구’(OAS) 역시 리카르도 파티노 에콰도르 외교부 장관의 요청에 따라 긴급 외교장관 회의를 열 계획이다. UNASUR는 지난 3월 파라과이에서 열린 외교장관 회담에서 남대서양에 위치한 포클랜드 섬을 둘러싼 영유권 논란과 관련해 아르헨티나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번 회의에서도 UNASUR가 에콰도르 정부를 지지할 가능성이 있다는 예측이 나오면서 또다시 남미와 영국이 마찰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조희선기자 hsncho@seoul.co.kr
  • 美 “위안부 - 성노예 모두 사용”

    美 “위안부 - 성노예 모두 사용”

    미국 정부는 16일(현지시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에 의해 강제 동원된 여성들에 대해 ‘위안부’(comfort women)와 ‘성노예’(sex slaves)라는 용어를 모두 사용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빅토리아 뉼런드 국무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는 (한·일) 양국 정부에 대해 두 용어를 모두 사용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전달했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뉼런드 대변인은 “우리는 때로는 위안부를 사용하고, 때로는 성노예를 사용한다.”면서 “그것은 특별히 이상할 게 없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우리는 이 문제를 연례 인권보고서에서 언급하고 있고, 양자대화에서도 항상 제기하고 있다.”고 했다. 뉼런드 대변인은 그러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지난 3월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 위안부에 대해 ‘강요된 성노예’라고 표현하고 이를 공식화하겠다는 뜻을 전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사적인 외교 및 장관들 간의 대화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며 피했다. 이는 한·일 간 외교 갈등에 최대한 ‘등거리’를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실제 뉼런드 대변인은 일본 정부가 독도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키로 한 것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 “우리의 두 동맹이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하기 바란다.”며 원론적 입장을 재확인했다. 중국과 일본 간 영토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카쿠열도)가 미·일 안보조약의 적용 대상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그 문제에 대한 우리의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고 답했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美, 中 봉쇄 의도… “도발행위 도움 안돼”

    미국 정부가 15일(현지시간) 중국과 일본 사이의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분쟁과 관련, 은근히 일본 편을 드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빅토리아 뉼런드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홍콩 시위대의 댜오위다오 상륙과 관련한 질문에 “미국은 영토 분쟁에 대해서는 어느 편도 들지 않는다.”고 원론적으로 답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분쟁 지역을 ‘댜오위다오’ 대신 ‘센카쿠’라고 호칭했다. 독도를 한사코 ‘리앙쿠르 바위섬’(Liancourt Rocks)이라는 중립적 이름으로 부르거나 ‘그 섬’이라고 표현해 온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국과 일본은 둘 다 미국과 동맹관계이지만, 중국은 ‘봉쇄’해야 할 대상이라는 사실이 이런 차이를 만든 것으로 해석된다. 뉼런드 대변인은 “주권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평화적인 방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길 바란다.”면서 “어떤 종류의 ‘도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홍콩 시위대를 비판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만하다. 뉼런드 대변인은 ‘이것을 도발로 간주하느냐.’는 질문이 이어지자 “다시 한번 말하지만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우리는 어느 편도 들지 않는다.”면서 “하지만 이런 ‘압력’은 우리가 처한 환경이나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한발 물러섰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美 싱크탱크, 교묘한 日 편들기

    한국과 일본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대표적인 외교·안보 관련 싱크탱크가 교묘하게 일본 편을 드는 듯한 보고서를 냈다. 한·미 동맹보다는 미·일 동맹을 우선시하는 미국 내 일반적인 시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미 워싱턴DC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15일(현지시간) 발간한 ‘미·일 동맹 보고서’에서 “두 동맹(한국과 일본)은 국내 정치적 목적으로 역사적 견해차를 부활시키고 민족주의적 감정을 이용하려는 유혹을 떨쳐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과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가 공동 집필한 이 보고서는 한·일 양국 사이에서 중립을 표방하는 것 같지만, 일본의 사과나 전향적 자세를 촉구하는 대목은 하나도 없이 피해자인 한국과 가해자인 일본을 동일선상에 놓고 무턱대고 손을 잡으라는 논리여서 결과적으로 일본 측 입장에 기울어 있다. 보고서는 특히 최근 한국 대법원의 일제강점기 강제 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손해배상 관련 판결과 일본 정부의 미국 내 위안부 기념비 건립 반대 로비를 모두 “정치적 행동”이라고 싸잡아 비판했다. 민간인 징용 피해자의 개인적 손해배상 소송에 대한 한국 사법부의 판결과 역사적 치부를 감추려는 일본 정부의 로비를 동일하게 불순한 행위로 간주하는 무리수를 둔 것이다. 보고서는 또 “미국 정부는 (한·일 사이의) 민감한 역사 문제에 대해 판정을 내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 결과적으로 일본 정부의 비양심적인 역사 왜곡 행태를 방조하는 듯한 입장을 보였다. 외교 소식통은 “대다수 미국 인사들이 속으로는 한국보다 일본을 더 좋아하는 데다 ‘중국 봉쇄’라는 목적에만 혈안이 돼 한·일 간 과거사를 주변적 문제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공직열전 2012] (29) 국방부 (상)고위직 면면

    [공직열전 2012] (29) 국방부 (상)고위직 면면

    64만 장병들을 관리하는 국방부는 ‘작은 행정부’다. 군 본연의 임무인 작전·정보 분야뿐 아니라 대외 군사정책과 방위력 개선 사업, 건설, 보건, 법무 등 다양한 행정부의 기능을 포괄하고 있다. 국방부는 또한 폐쇄적이다. 보안을 중시하는 부서답게 다른 행정 부처와 달리 일반인의 정보 접근이 철저히 제한돼 있다. 그래서인지 국방부 사람들은 군인과 민간인을 막론하고 입이 무겁다. 현재 국방부 본부의 주요 실·국장급 고위직 21명 가운데 예비역을 포함한 군 출신은 12명이다. 이 중 해군 소장인 국방운영개혁관을 빼고는 모두 육군 출신이라 국방부가 ‘육방부’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은 과제로 남는다. 영관급 시절부터 정통 야전 군인으로 촉망받던 김관진 장관은 선이 굵고 전략적 마인드가 뛰어나다고 평가된다. 육군 전략기획처장 시절부터 1군과 3군의 통합을 주장하는 등 국방개혁에 대해 뚜렷한 소신이 있다. 이용걸 차관은 기획재정부 제2차관을 지낸 정통 경제관료 출신이다. 예산, 재정, 공공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2010년 8월 경제관료 출신으로는 네 번째로 국방부 차관에 임명됐다. 소탈한 성격으로 사명감이 뛰어나며 누구보다 군을 잘 이해하려는 마음 자세를 갖췄다는 평가다. 국방정책실장은 요직 중의 요직으로 꼽힌다. 임관빈 국방정책실장은 중·장기 국방정책의 수립과 남북 군사회담, 군비통제, 한·미 군사동맹 관리, 해외파병 업무 등을 총괄하는 수장답게 인맥이 광범위하고 성격이 원만하다. 미사일 사거리 연장 문제 등 대미 업무와 해외 군사교류 등의 중심을 잡으며 협상 파트너인 미국 국방부에서도 호평을 받는다. 하지만 지난 6월 한·일 정보보호협정 추진과 관련해 여론의 질타를 받는 등 홍역을 치렀다. 김광우 기획조정실장은 이 차관과 행시 동기로 소문난 ‘마라톤 마니아’다. 풀코스를 20여 차례 완주할 정도로 체력이 뛰어나고 자기 관리에 철저하다. 정책·예산 등 국방부 내 여러 부서를 거쳐 현안을 누구보다 꿰뚫고 있는 정책통으로 평가된다. 부하 직원들과 이메일을 주고받는 등 ‘소통의 달인’이라는 평을 받는다. 부재원 인사복지실장은 지난 6월 김 장관에 의해 발탁됐다. 장군 인사를 주관하는 자리답게 강직하고 일 잘하는 부 실장의 덕목이 드러난 인사라는 평가다. 퇴임을 앞둔 이선철 전력자원관리실장은 군수분야 전문가로 장병 복지에 관심이 많고 착용감이 향상된 신형 전투화를 도입한 주역으로 꼽힌다. 숙명여대 교수 출신인 홍규덕 군 구조·국방운영개혁실장은 국방부의 가장 실험적인 인사로 통한다. 민간인 출신답지 않게 군 전반에 대해 해박한 지식과 이론을 자랑하며 국방개혁 법안 추진 과정에서 다른 부서와 융화를 이루고 누구보다 적극적이라 장관의 신뢰가 크다는 평가다. 최종일 국방정보본부장은 자이툰 부대 부사단장 출신으로 성실하고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는 외유내강형으로 통한다. 부하에 대한 배려심이 뛰어난 덕장형이다. 육군 소장인 승장래 조사본부장은 뚜렷한 원칙론자로 알려져 있으나 영관급 장교 시절보다 뒤늦게 빛을 본 대기만성형이다. 국방정책 수립과 위기관리 업무의 실무자인 신원식 정책기획관은 통이 크며 통찰력과 정세판단이 뛰어나 지성과 용맹을 겸비한 장군으로 평가된다. 육사 37기의 선두 주자로 장래가 촉망되는 인재다. 행시 출신인 김윤석 기획조정관은 국방부에서 22년째 공직 생활을 하며 무기체계 획득, 예산 분야의 전문가로 꼽힌다. 중앙일보 기자 출신인 김민석 대변인은 군사전문기자로 16년을 국방부에 출입해 군사지식에 해박하다. 장관의 신임 아래 무리 없이 군과 출입기자들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을 듣는다. 하종훈기자 artg@seoul.co.kr
  • [광복절 67돌] 日 민주 각료 2명 야스쿠니 첫 참배

    [광복절 67돌] 日 민주 각료 2명 야스쿠니 첫 참배

    일본의 민주당 정권에서 처음으로 각료가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했다. 마쓰바라 진 국가공안위원장 겸 납치문제담당상과 하타 유이치로 국토교통상이 일본의 2차 세계대전 패전일인 15일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했다. 지난 2009년 9월 민주당 정권이 출범한 이후 2차 세계대전 종전일에 각료가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마쓰바라 공안위원장은 “개인적 참배”라면서 “한 사람의 일본인으로서 스스로의 신조에 따라 행동했다.”고 주장했다. 하타 국토교통상도 “각료로서가 아니라 개인적으로 참배했다.”고 말했다. ● 총리 자제 요청에도 강행 ‘논란’ 초당파 의원연맹인 ‘다 함께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에 소속된 여야 국회의원(참의원과 중의원) 약 50명도 이날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했다. 또 국회의원 약 40명은 대리인을 보내 참배했다. 하지만 노다 요시히코 총리를 포함한 다른 각료는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하지 않았다. 민주당 정권은 출범 이후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과의 외교 마찰을 피하기 위해 각료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자제해 왔다. 각료의 야스쿠니 참배는 총리의 의향을 무시한 것이어서 논란이 되고 있다. 노다 총리의 자제 요청에도 불구하고 각료가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함으로써 노다 총리 구심력의 한계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우리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현직 각료를 포함, 일본의 책임 있는 정치인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것은 과거 일본 제국주의의 피해를 당한 국가와 국민의 감정을 배려하지 않은 무책임한 행위”라며 “지극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 도쿄 주일대사관 우익시위 ‘몸살’ 한편 도쿄 요쓰야에 있는 주일 한국대사관은 이날 하루 종일 일본 우익단체의 시위로 몸살을 앓았다. 이날 오전 8시쯤부터 ‘일본청년사’와 ‘민족동맹’ 등 일본 우익단체들이 차량 50여대에 나눠타고 몰려왔다. 이들은 한때 대사관 앞 편도 4차로 중 2개 차선을 점거한 채 “이명박 대통령은 천황(일왕)에게 사과하라.”, “미나미 조센진은 일본에서 나가라.”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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