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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든 “北 탄도미사일 유엔결의 위반” 첫 대북경고

    바이든 “北 탄도미사일 유엔결의 위반” 첫 대북경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시험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라면서 북한이 긴장을 고조시킬 경우 상응한 대응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또 북한과 외교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면서 최종 결과는 비핵화가 돼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1월 취임 후 북한 문제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정리해 언급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의 미사일 시험에 관한 입장을 묻는 말에 이같이 답했다. 북한은 한국 시간 25일 오전 동해상으로 발사체 2발을 발사했는데, 이는 탄도미사일로 추정된다는 것이 한미일의 공통된 판단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첫째, 시험된 그 특정한 미사일로 인해 유엔 안보리 결의 1718호가 위반됐다”고 말했다. 북한의 이번 시험이 탄도미사일 발사를 금지한 안보리 결의를 어겼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우리는 동맹, 파트너와 협의하고 있다”며 북한을 향해 “긴장 고조를 선택한다면 대응이 있을 것이다. 상응한 대응이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나는 또한 일정한 형태의 외교에 대한 준비가 돼 있다”며 “그러나 이는 비핵화라는 최종 결과 위에 조건한 것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것이 우리가 동맹과 협의하면서 지금 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한 기자가 ‘과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이 최상의 외교 정책 과제라고 경고했다. 이것이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의 위기를 평가하는 방식이냐’고 묻자 “그렇다”(Yes)고 짧게 답했다. 이날 발언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에 대한 강한 경고의 목소리를 내면서 자신의 취임 초기 상황을 악화할 추가적인 도발에 나서선 안 된다는 메시지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이 지난 21일 안보리 결의 금지대상이 아닌 순항미사일 발사시험을 했을 때만 해도 “국방부에 따르면 그건 여느 때와 다름 없는 일이다. 그들이 한 것으로 인해 새로 잡힌 주름은 없다”고 받아 넘긴 바 있다. 또 이번 답변은 북한의 비핵화가 바이든 행정부의 최종 목표라는 점을 분명히 하는 한편 외교를 우선에 두고 동맹, 파트너와 긴밀한 협의를 통한 해법을 모색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도 여겨진다. 다만 현재 대북 정책 검토과정이 진행 중인 상황 탓인 듯 세부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바이든 행정부는 과거 미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북핵 문제 해결에 실패했다는 인식에 따라 새로운 대북 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을 진행 중이며 현재 최종 단계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행정부는 내주 말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를 열고 막바지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中 ‘노골적 경제보복’ 위협에… 동맹 내 균열 다독이는 美

    中 ‘노골적 경제보복’ 위협에… 동맹 내 균열 다독이는 美

    나토 찾아 트럼프 시절 훼손된 동맹 부활“中과 기후변화·코로나 대응 협력할 수 있어”EU, 무역 등 비군사 분야 中 단절 불가능美 동맹국의 양자택일 곤란함 이해한 듯中언론 “감정싸움 번져 투자 등 파탄 직전”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24일(현지시간) ‘동맹국에 미중 사이에서 양자택일을 강요하지 않겠다’고 발언한 것은 미국이 이끄는 민주주의 연합 내 ‘균열 다독이기’ 의도로 보인다. 유럽연합(EU)이 미국과 보조를 맞춰 신장위구르족 인권 탄압 관련 대중 제재를 단행한 여파로 중국과 EU 간 투자협정이 공전하는 등 파열음이 나오는 국면이기 때문이다. 이날 벨기에 브뤼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본부에서 블링컨은 “전 세계의 동맹과 파트너십을 재확인하고 다시 활성화하기 위해 브뤼셀에 왔다”고 연설을 시작했다. 이어 동맹국 집단방위 규정인 나토 헌장 5조를 강조한 뒤 “미국은 나토에 전적으로 전념하고 있다”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훼손시킨 대서양 동맹에 대한 부활 의지를 드러냈다. 블링컨은 이어 중국·러시아·북한·이란 등을 미 동맹의 군사적 위협으로, 이와 별도로 중국과 러시아를 기술·경제 등 비군사적 위협으로 지목했다. 이 대목까지는 지난 19일 알래스카에서 열린 미중회담 기류가 유지되는 듯 보였다. 알래스카 회담에서 미중은 서로 불신만 확인했고, 이후 ‘신냉전 체제가 도래했다’는 평가가 대세를 이뤘다. 하지만 이어진 대목에서 블링컨은 기후변화나 코로나19를 사례로 들며 “중국과 협력할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다른 톤의 메시지를 던졌다. 동맹국들이 중국과 서로 다른 수준의 관계를 맺고 있는 점도 이해한다고 했다. 이데올로기에 따라 동서 진영이 완전히 단절됐던 ‘20세기 냉전의 회귀’가 미국이 그리는 그림은 아님을 명시적으로 밝힌 셈이다. 미국·EU·나토 진영과 중국 간 단절이 불가능해진 현실적 요인은 ‘무역’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해 12월 30일 미국이 강하게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EU 간 포괄적 투자협정 체결 합의가 이뤄졌다며 “(그러나 최근) 중국과 EU 간 상호 제재가 감정싸움으로 번져 양측이 추진해 온 투자협정이 파탄 직전에 몰렸다”고 전했다. 실제 ‘EU의 신장위구르족 인권 탄압 관련 중국 관리 4명 제재(22일)→ 중국의 유럽 인사 19명 맞불 제재(23일)→ 유럽의회의 중·EU 투자협정 검토 회의 취소(23일)’가 속전속결로 이뤄진 장면은 양 진영 간 전선이 경제, 통상의 분야로 쉽게 확장될 수 있음을 상기시켰다. 더욱이 트럼프 시대를 지나면서 대중 무역의존도가 더욱 높아진 유럽 국가들의 경우 중국의 노골적인 경제보복을 우려해 ‘완전하게’ 미국의 편에 서기 어려워졌다. 동맹들이 에너지·군사 분야에서 러시아와의 협력을 확장하는 단계까지 미국이 용인할 수 있을지는 향후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블링컨은 이날 독일과 러시아 간 천연가스 가스관 건설사업인 ‘노르트 스트림2’ 관여 기업이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될 수 있음을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에게 경고했다. 뉴욕타임스는 나토 회원국인 터키가 ‘러시아판 사드’인 S400 추가 구입 의사를 밝힌 것을 새로운 뇌관으로 봤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 美 세부정보 언급 없이 “상황주시”

    美 세부정보 언급 없이 “상황주시”

    북한이 순항미사일을 발사한 데 이어 불과 나흘 만에 탄도미사일 발사로 도발 수위를 높이면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대응에 이목이 쏠린다. CNN은 24일(현지시간)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북한이 2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전했지만 미 당국은 구체적인 정보는 제공하지 않았다. 미 인도태평양사령부도 성명에서 “상황을 계속 주시할 것”, “동맹 및 파트너와 긴밀히 협의할 것” 정도만 전했다. 미국 현지가 밤인 탓도 있지만 전날 바이든이 “여느 때와 다름없는 일”이라며 웃어넘겼던 순항미사일과 달리 탄도미사일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는 점에서 북한의 의도를 신중히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이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앞선 북한의 순항미사일 발사에 대해 “북한에 한반도를 덜 안정적으로 만드는 일을 하지 말라고 분명히 촉구한다”고 공개 경고한 상황이었다. 바이든 행정부가 포괄적 대북 접근법 검토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나온 도발이라는 점에서, 미 당국이 상당히 경각심을 갖는 상황이라는 전언도 나온다. 미국의 대북 정책 내용에 따라 북한의 도발 수위가 더 높아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 본토를 타격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레드라인’으로 여겼다. 그간 미국이 자국 내 현안과 중국 압박 때문에 북한 비핵화 문제를 후순위로 미뤄 뒀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던 가운데 북한의 이번 도발로 바이든은 본격 시험대에 오른 모양새다. 로이터통신도 탄도미사일로 확정된다면 바이든 대통령에게 “새로운 도전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탄도미사일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대응은 25일 열리는 취임 후 첫 공식 기자회견에서 나올 것으로 보인다. 기존처럼 외교적 대화만 강조할지, 북한에 추가 도발을 경고할지 등이 관심사다. 더 나아가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극단적으로 유엔 안보리 결의나 제재까지 간 적은 없지만, 바이든이 북한의 첫 주요 도발에 강경하게 대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블링컨 “미중 양자택일, 동맹국에 강요 않을 것”

    블링컨 “미중 양자택일, 동맹국에 강요 않을 것”

    아시아에 이어 유럽을 방문 중인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동맹국에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양자택일을 강요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최근 강조해 온 대중 강경노선 압박 기조와 비교해 상당히 다른 톤으로, 미중 간 전략적 균형을 유지하는 행보를 보여 온 독일·프랑스는 물론 한국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블링컨은 2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본부에서 한 연설에서 “미국은 동맹국에 ‘우리 아니면 그들’을 선택하도록 강요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동맹국들이 우리와 완벽하게 일치할 수 없는 복잡한 관계를 중국과 맺고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전임 트럼프 행정부와 차별화된 유연한 행보는 대중 관계에 대한 일방적 강요가 자칫 동맹 내 균열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에서 나온 것이란 관측이다. 동맹국마다 다른 중국과의 관계를 인정하고 포용할 경우 미국의 대중 연합전선이 확대될 여지가 있다고 본 것이기도 하다. 블링컨 장관은 중국의 커지는 군사적 야심을 경계하며 협력을 강조했다. 그는 “중국은 국제 시스템의 규칙과 우리와 동맹국들이 공유한 가치를 약화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다”며 “만약 우리가 국제질서를 위한 우리의 긍정적인 비전을 현실화하기 위해 협력한다면 우리는 어떤 경기장에서든 중국을 능가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북 이번엔 탄도미사일 두 발, 뭘 노릴까? 언제까지 이럴까? 어떻게 풀까?

    북 이번엔 탄도미사일 두 발, 뭘 노릴까? 언제까지 이럴까? 어떻게 풀까?

    북한이 25일 오전 동해 쪽으로 탄도미사일(추정) 두 발을 발사했다. 국내외 전문가들이 북한의 의도를 어떻게 분석하는지, 언제까지 대한민국과 미국을 비롯해 일본, 중국 등 주변국들의 대처를 시험하려 들지, 어떻게 해법을 풀어나가야 할지가 궁금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지난 21일의 순항미사일 발사에 이어 오늘 450km까지 비행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두 발을 발사함으로써 지난 16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를 통해 예고한 ‘전쟁의 3월’, ‘위기의 3월’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부부장은 “임기 말기에 들어선 남조선 당국의 앞길이 무척 고통스럽고 편안치 못하게 될 것”이라고 했고, 미국에 대해선 “4년간 발편잠을 자고 싶은 것이 소원이라면 시작부터 멋없이 잠설칠 일거리를 만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경고했는데 차근차근 발언대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 센터장은 지난 22일 리룡남 신임 중국 주재 북한 대사와 쑹타오(宋濤)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중련부) 부장의 만남을 통해 시진핑 중국 주석과 구두 친서를 주고받은 김정은 총비서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미국이 제재를 가하려고 하면 중국이 막아줄 것으로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그는 “북-중 친서 교환을 통해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를 당분간 자제할 것이란 기대 섞인 전망도 나왔지만 다시 한번 북한에 대한 중국의 지도와 영향력에 한계가 있음을 안팎에 보여준 셈”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이 나흘 만에 다시 미사일 발사에 나선 것은 지난 17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북한 체제와 인권 발언 등을 볼 때 미국과의 대화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 일러도 다음달 15일 김일성 생일까지는 무력시위를 지속하면서 향후 대응 방향을 검토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합뉴스가 전한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 발언은 한반도의 답답한 상황을 주도적으로 해결하겠다는 고민이 결여된 것처럼 보여 아쉽고 속상하기만 하다. 제프리 루이스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 교수는 CNN에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며 “바이든 정부 사람들이 조금 더 어려운 처지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1일 단거리 순항미사일 두 발을 쐈을 때 ‘10점 만점에 2점‘이라고 표현했는데 이번에는 ‘2점보다 높다’고 평가했다. 해리 카지아니스 국익연구소(CNI) 한국 연구 담당 국장은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주말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를 웃어넘긴 데 대한 (북한의) 대응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김정은 정권은 트럼프 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체면을 조금이라도 구겼다거나 미국 정부가 얕본다고 느끼면 이렇게 반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지난 주말 미사일을 쐈는데도 (한국과 미국이) 즉각 반응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발사는 미국과 동맹의 정보, 정찰, (핵) 억지 태세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잘 점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또 하나는 미국의 대북정책이 조만간 공개되기 전에 미국의 반응을 떠보기 위해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을 수 있는 것”이라며 “북한은 (미국과) 대화까지 관심 있을 수도 있다”고 색다른 해석을 내렸다. 아울러 김일성의 생일이 다가오는 데다 북한군의 춘계 훈련, 한미 합동훈련 등 시기적으로도 맞아떨어진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정 센터장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가 유엔안보리 제재를 위반한 것이 명백한데도 이를 방관함으로써 더 큰 무력시위로 나아가지 않도록 북한을 관리해 온 반면, 조 바이든 행정부가 (남한도 보유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북한이 발사한 것을 트집잡아 새로운 제재를 부과하면 북한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과 이중잣대를 다시 확인시켜줬다면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나 신형 무기 시험발사 등을 통해 미국과의 ‘강대강’ 대결 구도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따라서 바이든 정부는 ‘오바마 정부 시대의 북미관계’로 돌아갈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선대선(善對善)’ 관계를 모색할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됐다면서 북한이 핵과 미사일 능력의 고도화 방향에서 돌아서게 만들기 위해 한국과 미국이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무시하면서 미국과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과 한국도 참여하는 북핵 4자회담이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중국이 북한을 다시 협상 테이블에 불러 앉히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얘기다. 정 센터장은 북한의 안보에 핵심을 차지하는 핵무기를 포기하게 하는 것은 이스라엘과 인도, 파키스탄에게 핵을 포기하게 하는 것만큼 불가능에 가깝다고 단언한 정 센터장은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 엘리트들이 북한이 가장 예민하게 여기는 체제와 인권 비판을 계속한다면 북한과의 대화는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제사회의 압력을 높이더라도 단기간에 북한 인권의 획기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중장기적이고 점진적, 실용주의적 접근을 해야만 한다고 주문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미 국방부 “北, 한반도 덜 안정적으로 만드는 일 말라” 경고

    미 국방부 “北, 한반도 덜 안정적으로 만드는 일 말라” 경고

    미국 국방부가 24일(현지시간) 북한에 한반도를 덜 안정적으로 만드는 일을 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북한 관련 질문이 나오자 “계속 말해왔듯이 우리는 북한의 비핵화를 보고 싶다. 우리는 한반도 안정과 안보를 보고 싶고, 비핵화는 그에 있어 핵심적 요소다”라며 “분명히 우리는 북한에 한반도를 덜 안정적으로 만드는 일을 하지 말라고 촉구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21일 순항미사일 2발을 발사하며 미국을 향해 저강도 시위를 벌인 데 대한 미국의 첫 공식 반응이다. 북한이 순항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지난 17~18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방한을 마친 뒤였다. 이 때문에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조 바이든 행정부를 향한 경고 내지 불만의 뜻이 담겨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날 미 국방부 대변인의 메시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의미 부여를 자제해 온 미국이 추가적인 도발을 하지 말라고 경고를 던진 셈이다. 커비 대변인은 북한이 21일 발사한 미사일과 관련해 미국이 언제 움직임을 탐지했는지, 동맹에 관련 정보를 공유했는지 등 대해서는 “정보가 없다”면서 “(여러분이) 어제 북한의 통상적 군사활동의 영역이라는 행정부 고위 당국자의 얘기를 들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전날 조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브리핑을 통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통상적 군사활동 범죄에 들어간다며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평가를 내놓은 바 있다. 미 정보당국이 사전에 발사 징후를 탐지했느냐는 질문에는 “정보사항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겠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워싱턴포스트(WP)를 비롯한 미 언론은 전날 북한이 21일 단거리 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고 보도했으며 미국과 한국 당국이 이를 확인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당국 발표가 아닌 외신 보도로 추후 알려지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바이든, EU 정상회의 참석… 중·러 겨냥 새 카드 꺼내나

    바이든, EU 정상회의 참석… 중·러 겨냥 새 카드 꺼내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27개국 정상들과 화상회의를 갖는다고 AFP 등이 24일 보도했다. EU 정상들은 25~26일 화상회의를 통해 백신, 러시아, 터키, 산업 정책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며 바이든 대통령은 25일 합류한다고 EU 대변인이 말했다. 2009년 체코 프라하에서의 정상회담 이후 미국 대통령이 EU 정상과 정부 수반을 동시에 만나는 건 처음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EU의 수반들은 만났지만, 27개국 정상들의 공식 회담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가디언은 “트럼프 대통령 시절 틀어진 미국·EU 간 관계 복원”으로 해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미국은 유럽과 재결합하기로 결정했다. 대서양 횡단 동맹이 돌아왔다”고 연설했었다. 회의는 ‘백신’이 시급한 이슈지만, EU가 중국·러시아 문제를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가늠하는 자리로도 주목받고 있다. EU는 7년간의 협의 끝에 지난해 12월 중국과 포괄적투자보호협정(CAI) 체결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미국과 함께 신장 위구르 자치구 소수민족 인권 탄압을 문제 삼아 중국과 날카롭게 대치하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벨기에 브뤼셀 방문에 맞춰 지난 22일 EU와 영국·캐나다 등은 대중 공동 제재를 발표했다. 중국이 이에 반발해 제재로 맞대응하자 이날 EU 주요 국가들은 자국 주재 중국 대사를 동시다발적으로 초치하는 등 긴장은 극도로 고조되는 중이다. 앞서 분위기 조성을 위해 블링컨 장관은 현재 유럽에서 ‘작업 중’이다. 23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외교장관 회의에 참가해 ‘동맹 재건’을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은 “무엇보다 나토와 함께 동맹을 다시 활성화하는 것이 오늘날 위협에 강력하고 효과적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EU 관계 활성화, 코로나19 퇴치와 기후변화 해결을 위해 협력하고 세계 최대 규모의 무역·투자 관계 심화를 모색할 것이며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외교적 이해관계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지운 전문기자 jj@seoul.co.kr
  • 미·EU vs 중·러 ‘신냉전’… 같은 날 제재 폭탄 주고받았다

    미·EU vs 중·러 ‘신냉전’… 같은 날 제재 폭탄 주고받았다

    EU, 위구르 탄압 中인사 4명 제재 ‘포문’英·캐나다 등 서방 30개국 ‘시간차 공격’中 “유럽 인사 19명·단체 4곳 제재” 응수러 “일방적인 조치로 EU와 관계 파괴”블링컨, 나토 찾아가 “동맹 다시 활성화”왕이, 터키·이란 등 6개국 방문 ‘勢몰이’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동맹을 통한 중국 압박’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중국 공산당의 위구르족 인권 탄압을 문제 삼아 유럽연합(EU), 영국, 캐나다와 손잡고 ‘동시다발 제재’를 단행한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겨냥한 ‘바이든식 외교 전략’은 이제 시작이기에 양측 간 대결 구도는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EU는 이날 왕쥔정 신장생산건설병단 당위원회 서기와 천밍거우 신장공안국장, 주하이룬 전 신장당위원회 부서기, 왕밍산 신장정치법률위원회 서기 등 4명을 제재 대상에 올려 포문을 열었다. 미국도 왕쥔정과 천밍거우를 제재 명단에 추가해 지원사격에 나섰다. 이미 미국은 주하이룬과 왕밍산을 제재 대상에 올려 둔 터라 이번 발표로 대서양 동맹(미국과 유럽)은 동일한 제재에 돌입했다고 볼 수 있다. 영국과 캐나다 역시 이들 4명에게 여행제한·자산동결 등의 조치를 내렸다. 호주와 뉴질랜드 외무장관도 성명을 내 “일련의 조치들을 환영한다”고 맞장구를 쳤다. 프랑스 외교부는 “주프랑스 중국대사가 (중국 압박을 논의 중인) 유럽의회 의원들에게 ‘삼류 폭력배’라고 한 발언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초치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을 중심으로 30개 서방 국가가 한꺼번에 중국을 향해 ‘시간차공격’을 감행한 셈이다. 미국과 영국·캐나다는 “신장에서 벌어지는 중국의 인권침해·남용에 대한 우려 때문에 하나로 뭉쳤다”고 선언했다. EU가 인권 문제와 관련해 대중 제재에 나선 것은 1989년 톈안먼 사건 이후 처음이다. 그간 중국 비판에 미온적이던 유럽까지 압박에 동참한 것이 중국에 뼈아프게 다가올 것이라고 로이터는 분석했다. 중국 정부는 EU의 발표 직후 “유럽 측 인사 19명과 단체 4곳을 제재한다”고 응수했다. 친강 외교부 부부장(차관)은 니콜라스 샤퓌 주중 EU 대사를 불러 “EU가 인권 선생님을 자처할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고 신화통신이 전했다. 캐나다 주재 중국대사관도 “(캐나다는) 앞으로 반드시 중국의 반격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은 서방에 맞서고자 러시아와의 공동 행동을 가속화했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3일 중국 광시좡족자치구 구이린에서 회담한 뒤 공동성명을 통해 “다른 나라들이 인권 문제를 정치화하거나 이를 통해 국내 문제에 간섭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 주권국가가 독자적인 발전 경로를 택할 수 있는 법적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라브로프 장관은 한발 더 나아가 “유럽의 일방적 조치로 러시아와 EU의 관계가 파괴됐다. 현재 양자 관계는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 18~19일 미중 간 ‘알래스카 고위급 2+2 회담’이 충돌로 끝난 이후 두 나라가 각자의 연합세력을 규합하려는 움직임은 노골화되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23일 벨기에 브뤼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본부를 방문해 기자회견을 갖고 “다른 무엇보다 우리 나토 동맹국들과 함께 이 동맹을 다시 활성화하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은 25일까지 열리는 나토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해 트럼프 행정부 당시 훼손된 EU 관계 재건 행보를 펼친다. 이에 질세라 왕 국무위원도 24~30일에 사우디아라비아와 터키, 이란 등 6개국을 연쇄 방문해 영향력 확대에 나설 예정이다. 오미연 애틀랜틱카운슬 아시아프로그램 국장은 “미국이 중국에 대해 갖고 있는 적대·경쟁·협력 세 가지 관점 가운데 ‘협력’은 당분간 쉽지 않을 것”이라며 “내년 중간선거 등 미국 내 정치 상황을 감안해도 반중 기류에 힘이 실리기에 신냉전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정의당 새 당대표’ 여영국, 붉어진 눈시울로 “기득권 해체시킬 것”

    ‘정의당 새 당대표’ 여영국, 붉어진 눈시울로 “기득권 해체시킬 것”

    23일 6기 정의당 지도부 당대표로 선출된 여영국 신임 대표는 당선인사에서 “당대표로서 정의당의 모든 당력을 쏟아부어서 불평등과 차별에 고통받는 세상의 모든 존재들 곁으로 다가가겠다”고 밝혔다. 정의당은 이날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6기 정의당 지도부 보궐선거 및 청년정의당 대표 선출 보고대회’를 열고 1만 766명 투표에 찬성 9635표, 반대 748표, 무효 383표(찬성률 89.5%)로 여 전 의원을 대표로 선출했다고 밝혔다. 여 대표는 김종철 전 대표가 성추행 사태로 물어나면서 치러진 이번 선거에 단독 입후보했다. 여 대표는 “정의당이 희망의 끈을 부여잡고 매일매일 놓아버릴까 말까를 갈등하면서 제발 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도록 해달라던”이라고 하던 중 말을 끊고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았다. 눈시울이 붉어진 채 다시 마이크를 잡은 여 대표는 “어느 당원의 말씀이 생각난다”고 말을 이었다. 여 대표는 이어 “진보정당의 가시밭길을 헤치며 뜻하지 않게 먼저 가신 노회찬 전 의원님, 영원한 조직실장 오재영 동지, 우리 앞길을 늘 비쳐줬던 이재영 동지가 상상하고 꿈꿨던 그 길을 가고자 한다”며 “그 뜻을 길잡이 삼아서 정의당을 다시 국민의 품으로 다가서고자 한다”고 밝혔다. 여 대표는 또 “하루에도 매일 몇 명씩 제2, 제3의 김용균이 발생하지 않도록 맞서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고 변희수 하사, 고 김기홍 활동가를 절망적인 죽음으로 몰아간 잔인한 차별에 단호히 맞서겠다”고 덧붙였다.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을 향한 날선 목소리도 냈다. 여 의원은 “거대양당은 다양한 가치를 부정하고 양당 기득권 정치동맹을 더욱더 공고히 해가고 있다”며 “기득권 동맹의 바깥에서 배제되고 차별받는 모든 국민들 곁으로 다가서서 그들과 손잡고 반기득권 정치동맹을 만들어서 반드시 기득권을 해체시키겠다”고 다짐했다. 만 35세 이하 당원을 대상으로 한 청년정의당 대표로는 단독 출마한 강민진 후보가 찬성률 81.3%로 선출됐다. 부대표 선거는 박창진 후보 4659표(득표율 45.89%), 설혜영 후보 4226표(득표율 41,63%), 이상범 후보가 1267표(득표율 12.48%)를 득표한 가운데 과반 득표자가 없어 박창진·설혜영 후보가 24~29일 결선투표를 진행한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영상을 통해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미-중 남중국해 정박한 중국선박 180여척 놓고 또 ‘으르렁‘

    미-중 남중국해 정박한 중국선박 180여척 놓고 또 ‘으르렁‘

    미국과 중국이 알래스카 입씨름을 벌인 지 이틀 만에 첨예한 영유권 분쟁 지역이자 패권 다툼의 장인 남중국해를 놓고 다시 한번 충돌했다. 이미 두 나라는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전후해 남중국해에서 폭격기와 항모전단을 동원해 훈련에 나서는 등 무력 시위도 펼친 바 있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시비의 발단은 지난 7일 남중국해 필리핀의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에서 중국 선박 220여척이 대규모로 정박 중인 사실을 필리핀 해상경비대가 지난 20일 공개하면서다. 필리핀은 이 선박들에 중국의 해상 민병대가 승선한 것으로 판단했다. 정부 부처 연합체인 ‘서필리핀해(남중국해의 필리핀 명칭) 태스크포스’(NTF-WPS)는 성명을 내고 “청명한 날씨에도 암초 부근에 떼지어 있던 중국 선박은 어로 활동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며 항행 안전에 대한 위험과 해양환경 파괴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23일 AP 통신에 따르면 델핀 로렌자나 필리핀 국방장관은 중국 선박들에게 암초 지대에서 떠나라고 지난 21일 요구했다. 하지만 필리핀 군용정찰기 촬영 결과, 전날에도 183척이 여전히 EEZ내 암초 지대에 정박 중인 것으로 드러나자 테오도록 록신 외교장관도 중국에 외교 경로를 통해 항의했다. 하지만 필리핀 주재 중국대사관은 성명을 통해 해당 선박들은 민병대가 타고 있지 않은 어선이며 거친 파도를 피해 정박하고 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암초 지대는 중국 영유권이라고 거듭 주장했다.필리핀 주재 미국 대사관도 성명을 내 “중국은 다른 국가들을 겁주고 도발하며 위협하기 위해 민병대를 동원하고 있으며, 이는 이 지역의 평화와 안보를 해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동맹국인 필리핀과 입장을 같이 한다”고 덧붙였다. 태평양과 인도양 및 아시아 대륙과 해양 국가를 연결하는 남중국해는 에너지 자원이 풍부하고 많은 상선이 오가는 곳이자 군사전략의 요충지다. 중국은 남중국해 90%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며 해변을 따라 U자 형태로 9개 선(구단선)을 긋고 인공섬을 건설, 군사 기지로 만들어 베트남, 필리핀은 물론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대만 등 인접국과 갈등을 빚고 있다. 2016년 국제사법재판소는 중국의 영유권 주장을 기각했다. 미국도 남중국해가 국제 수로로 한 국가가 이 해역을 독점할 수 없다며 항행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고 지적해 왔고 이 지역을 포함한 인도·태평양 패권을 놓고 중국과 대립해 왔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을사오적 처형’ 상소로 옥고… 나석주 폭탄투척 의거 도운 ‘참선비’

    ‘을사오적 처형’ 상소로 옥고… 나석주 폭탄투척 의거 도운 ‘참선비’

    “1905년이 저물어 가던 어느 날, 경복궁 앞에서 두 사람이 땅을 치며 통곡하고 있었다. 한 사람은 60세쯤 되어 보이는 노인이었고, 다른 한 사람은 30세가 채 못 되어 보이는 청년이었다. 이들은 대한제국이 이른바 보호라는 이름 아래 일본 제국과 불평등하게 체결한 을사조약을 반대하는 상소를 올리고 대궐문 앞까지 왔던 것이다.” 두 사람은 영남의 유학자 이승희와 제자 김창숙이었다. 심산(心山) 김창숙 선생은 일제와 독재에 항거하며 평생 꼿꼿하게 살다 간 대쪽 같은 선비였다. 양반 지주로서 누릴 수 있는 편안한 삶을 버리고 노블레스 오블리주(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실천한 인물이다. 선생에게는 벽옹이라는 별호가 있다. 일제의 혹독한 고문으로 앉은뱅이가 되었다고 해서 붙인 것이다.선생은 1879년 7월 10일(음력) 경북 성주 대가면에서 태어났다. 조선 중기의 명현(名賢)인 동강(東岡) 김우옹의 16대손이다. 선생은 27세까지 이진상의 한주학파에 속한 여러 학자에게서 유학과 한학을 배웠다. 특히 함께 상소를 올린, 이진상의 아들 이승희는 선생이 존경하고 따른 큰 스승이었다. 선생은 을사오적 처형을 요구하는 ‘청참오적소’(請斬五賊疏)를 올린 일로 체포돼 옥고를 치렀다. 이후 선생은 나라의 패망을 걱정하면서 1908년 대한협회 성주지회를 결성했다. 이듬해에는 한일합방을 주장하던 매국노 송병준과 이용구를 일컬어 “이 역적들을 성토하지 않는 자 또한 역적”이라는 글을 신문에 실어 8개월 동안 구금되는 고초를 겪었다. 1910년 경술국치로 나라를 빼앗기자 몇 년 동안 방황하던 선생에게 노모는 이렇게 말했다. “너는 아직 젊으니 학술을 쌓고 천천히 광복을 도모하면서 시기를 보아 움직여라.” 노모의 뜻을 받들어 선생은 이후 5년 동안 두문불출하며 학업에 정진, 훗날 독립운동에 투신할 준비를 했다.●파리장서사건·제1차 유림단 의거 참여 1919년 기미독립선언에 유림이 참여하지 못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던 선생을 비롯한 유학자들은 1919년 3월 파리평화회의에 대표를 파견해 조선 독립을 의제에 상정할 계획을 세웠다. 이른바 ‘파리장서사건’(巴里長書事件), ‘제1차 유림단 의거’다. “한민족은 불행히도 일제의 간악한 침략으로 노예적 상태에 있지만, 역사적 전통과 현실적 역량에서 충분히 독립자존의 능력을 갖추고 있으므로 인간 및 만물을 통한 독립생존의 원리에 비추고, 민족자결원칙에 입각하여 우리 한민족에 대해서도 자주독립을 보장하라.” 선생은 자신이 주도해 곽종석과 김복한 등 영남·기호 유림 137명의 연명으로 독립탄원서를 작성했다. 선생은 탄원서를 가지고 중국 상하이로 가서 파리평화회의에 우송했다. 또 영어로 번역해 각국 대사·공사관과 중국 정계 요인들에게도 전송해 독립 염원을 세계에 알렸다. 파리장서 의거에 참여한 주모자들은 일경에 체포돼 곽종석, 하용제, 김복한 등은 감옥에서 순국했고 일부는 망명길에 올랐다. 선생은 파리장서의거 이후 중국에 머물며 독립운동에 본격적으로 참여했다. 이시영, 신채호, 이동녕 등과 임시정부 수립 문제를 논의하고 임시의정원 구성에 참여해 부의장에 당선됐다. 1919년 7월 초에는 중국 지도자 쑨원을 만나 조선의 독립운동을 설명하고 중국의 지원으로 조선독립후원회를 결성했다.1920년 8월 말 광주에서 상하이로 돌아온 선생은 언론에도 몸담았다. 그해 박은식과 ‘사민일보’(四民日報)를 창간하고 이듬해에는 베이징으로 가서 신채호가 발행하던 ‘천고’(天鼓)라는 잡지 발간에 동참, 독립 정신을 고취했다. 그러나 체계적이고 장기적으로 독립운동을 전개할 필요성을 절감했다. 고심 끝에 얻은 답은 독립기지 건설이었다. 중국 측으로부터 만몽(滿蒙) 접경지의 황무지 3만 정보의 사용 허가를 얻어냈다. 그러나 자금이 있어야 했다. 1925년 8월 선생은 고국 땅에 잠입해 모금을 시작했다. 애초 계획은 20만원(현재 가치로 약 20억원)이었지만 부호들의 비협조로 모금한 돈은 소액에 불과했다. 많지 않은 돈을 들고 비통한 심정으로 다시 압록강을 건넜다. 귀로는 큰 고통을 안겨 주었다. 가는 곳마다 중국 군벌들의 내전으로 교통이 끊겼고 잠잘 곳을 찾기도 어려웠다. 더 큰일이 터졌다. 선생이 갖은 고생 끝에 험로를 뚫고 상하이로 돌아간 뒤 국내에서는 대대적인 유림 검거 열풍이 불었다. 선생의 모금활동이 발각돼 시작된 이른바 ‘제2차 유림단 의거’다. 1926년 4월 송영우를 필두로 일제는 마구잡이 체포에 나서 600여명을 감옥에 잡아넣고 고문했다. 한편 상하이로 돌아온 선생은 이동녕과 김구 등에게 국내 정세를 설명하고 새로운 독립운동의 방향을 제안했다. “가져온 자금으로는 독립기지 건설 사업을 착수하기 어렵겠지만, 청년결사대에 자금을 주어 무기를 가지고 국내로 들어가서 왜정기관을 파괴하고 친일부호를 박멸하자.” ●김구 소개로 나석주 의사에게 폭탄·권총 전달 김구는 적극적으로 찬성하면서 구체적인 방법까지 제시했다. 선생은 김구의 소개 편지를 들고 톈진으로 가서 의열단원이던 나석주 의사에게 이렇게 말했다. “민족의 고혈을 빨고 있는 식산은행과 동양척식회사가 그대의 손에 폭파되는 날 일제의 간담이 서늘해질 것이며 잠자고 있는 민족혼이 불길처럼 일어날 것이다.” 그러면서 선생은 모금한 돈으로 구입한 폭탄과 권총을 전달했다. 나 의사는 서울로 잠입해 1926년 12월 28일 두 기관에 폭탄을 던지고 일경 7명을 사살하고 자결, 산화했다. 선생은 상하이 조계의 병원에 입원했다가 1927년 5월 1일 일경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선생은 국내로 압송돼 일어설 수도 없는 참혹한 고문을 당했다. 모진 고문에도 선생은 “너희들이 고문을 해서 정보를 얻어 내려느냐. 나는 비록 고문으로 죽는 한이 있더라고 결코 함부로 말하지 않을 것이다”라며 굽히지 않았다. 선생의 결기에 일본인 고등과장이 갑자기 경례를 하면서 “나는 비록 일본인이지만 선생의 대의 앞에는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는 일화가 있다. 선생은 일본인 재판장이 본적(本籍)이 어디냐고 묻자 “나라가 없는데 본적이 어디 있느냐”고 받아쳤다. 변론과 항소도 거부한 선생은 1928년 12월 징역 14년을 선고받았다. 1933년에는 감옥에 새로 부임한 간수장이 절을 하라고 강요하자 “내가 너희를 대하여 절을 하지 않는 것은 곧 나의 독립운동 정신을 고수함이다”라고 일갈했다고 한다. 고문 후유증이 위중해진 선생은 1934년 9월 형집행정지로 출옥했다.●‘대의’위해 살다 83세로 한 많은 인생 마감 출옥 후에도 선생은 창씨개명을 거부하는 등 일제에 계속 저항했고 조선건국동맹 남한 책임자로 활동한 사실이 발각돼 1945년 8월 7일 구금됐다가 광복을 맞았다. 선생은 두 아들도 독립운동의 제단에 바쳤다. 큰아들은 항일운동을 하다 체포돼 베이징에서 고문으로 옥사했고 둘째 아들도 학생운동을 하다 투옥됐다가 1945년 중국에서 사망했다. 광복 후 선생은 반탁·민주운동에 앞장섰다. 1946년에는 유도회(儒道會)총본부를 조직하고 성균관대학을 설립해 학장과 총장을 역임했다. 그러면서 이승만의 독재와 맞섰고 그 이유로 모든 직책에서 쫓겨났다. 이승만 정권에 의해 투옥되고 핍박을 받았던 선생은 만년에는 허름한 여관을 전전하고 병원비조차 구하지 못할 정도로 힘들게 생활했다고 한다. 오직 대의를 위해 ‘참선비’로 살았던 선생은 1962년 5월 10일 서울 중앙의료원에서 83세를 일기로 한 많은 인생을 마감했다. 정부는 그해 선생에게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수여했다. 논설고문 sonsj@seoul.co.kr
  • [사설] 정면충돌한 미중, 국익 최우선 외교전략 필요하다

    미국과 중국이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린 양국 고위급회담에서 정면충돌하면서 신냉전의 우려가 심화하고 있다. 지난 18~19일(현지시간) 미국 알래스카에서 열린 회담은 신장위구르자치구, 홍콩, 대만해협, 남중국해 등 핵심 현안에 대해 극명한 입장차를 보이면서 공동발표문도 없이 막을 내렸다. 양국은 회담 첫날부터 언론을 앞에 두고 상대 정치체계를 직설적으로 비난하며 날 선 신경전을 벌였다. 미국은 세계질서를 흔들어 지구촌이 약육강식의 정글로 변할 것이라고 포문을 열었고, 중국은 ‘흑인학살’이라는 용어를 써 가며 자국 내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하면서 내정에 간섭하고 있다며 조롱에 가까운 비판을 퍼부었다.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주요 2개국(G2) 외교 사령탑이 서슬퍼런 비난전을 계속 펼친다면 앞으로 한반도, 동북아 정세가 요동칠 수밖에 없다. 미중 양국이 보인 외교적 행태가 과거 미소 냉전의 엄혹한 시대로 돌아갈 것이라고 해석할 만한 대목이 없지 않다. 미국은 쿼드 정상회의와 국무·국방장관(2+2)의 한일 순방을 통해 중국 견제가 바이든 행정부의 주요한 국가 정책으로 자리매김했음을 여과 없이 보여 줬다. 전문가들은 미중이 가까운 장래에 이견을 해소하지 못하면 국제사회의 양극화가 불가피하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려는 한국으로서는 커다란 부담이다. 최악의 경우 미중 신냉전 구도가 가시화한다면 미국은 한국에 사드 추가 배치나 남중국해 군사훈련 참가를 요구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또 중국은 러시아와 친밀해지면서 중거리 미사일 등을 배치에 주한미군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강화하거나 대북 군사 지원을 확대하는 등으로 한국의 안보를 위태롭게 할 수도 있다. 안보 동맹국과 최대 교역국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으로 외교안보 정책을 끌어가는 한국으로서는 미중의 신냉전 우려 심화가 좋을 리 없다. 또 미국이 반(反)중국 대열에 한국이 동참할 것을 요구하면서도 대일본 관계에서 큰 양보를 요구한다면 한국으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지점이 적지 않다. 한국은 영구적인 한반도의 평화안정을 추구해야 하는 만큼 미중을 비롯한 주변국들과의 실리적 외교에 주안점을 둘 수밖에 없다는 점을 미국에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한반도 평화를 토대로 국가의 번영과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우리의 국가 목표다. 주변 국가와의 발전적인 관계 설정은 우리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서다. 한국의 정치권은 외교안보 문제에서는 진영을 뛰어넘어 국익 극대화를 위한 활동을 해야 한다.
  • [부희령의 다초점 렌즈] 폭력에 맞서 싸우는 미얀마인을 지지한다

    [부희령의 다초점 렌즈] 폭력에 맞서 싸우는 미얀마인을 지지한다

    1980년 5월의 어느 날 오후였다. 고등학생이던 나는 친구와 함께 우리 동네에 있는 국어 선생님의 하숙집으로 무작정 찾아갔다. 소설을 쓴다던 선생님은 자신이 기거하는 문간방 툇마루에 우리를 앉혀 놓고 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었다. ‘ㄷ’자 형태의 한옥 마당에 쏟아지던 봄볕을 바라보다가 내가 불쑥 물었다. “선생님 고향이 광주라면서요, 지금 막 고향으로 달려가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선생님은 아무 대답 없이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았다. 지난 2월 1일 미얀마에서 쿠데타가 일어났고, 저항하는 시민에게 군인들이 총을 쏘기 시작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80년 5월의 광주를 떠올렸다. 그와 함께 깊숙이 묻어 둔 부끄러운 기억도 되살아났다. 이후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그 기억이 떠오를 때마다 여고생인 나의 입을 손바닥으로 재빨리 막아 버리고 싶은 심정이 되곤 한다. 왜 그런 말을 했을까? 대학생 언니들에게 귀동냥한 것이며 신문 기사 같은 것을 읽어서 중대한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나도 안다는 척을 하고 싶었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런 질문은 그 일이 광주 사람들만의 일이라고 여길 때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 시절의 나는 광주항쟁을 서울에 사는 사람들 혹은 광주가 아닌 다른 곳에 사는 사람들과 관련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며칠 전 미얀마의 인권 활동가 이야기를 듣는 자리에 참석했다. 1988년 버마 민주화 항쟁에 참여했다가 군부의 탄압을 피해 도피했고, 여러 나라를 거쳐 93년 이후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윈라이가 현재 미얀마의 상황과 정치적·역사적 배경을 설명해 주었다. 요약하자면 미얀마에서는 군부독재가 지금 50년 넘게 이어지고 있으며, 수많은 이들이 목숨 바쳐 민주화를 위해 싸웠다. 허울 좋은 2008년 개헌 이후 표면적으로는 민선 정부가 들어섰으나, 구조적으로는 여전히 군부가 막강한 부와 권력을 틀어쥐고 있다. 그럼에도 지난해 총선에서 민주주의민족동맹이 상·하원 합계 396석으로 압도적으로 승리를 거두자 불안감을 느낀 군부가 부정선거라는 빌미를 내세워 쿠데타를 일으켰다는 내용이었다. 질문과 대답이 오고 가면서 쿠데타 직후부터 파업하고 있는 이들의 생계를 돕고자 국외에 체류 중인 미얀마인들이 마련한 기금을 ‘지원금’이 아닌 ‘보상금’이라고 부른다는 것, 저항의 주축인 젊은 세대들은 ‘88년 세대’와는 다르며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것, 2008년 헌법을 개정하려면 미얀마 사람들은 끝까지 싸울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들이 나왔다. 윈라이는 한국의 민주화 경험이 미얀마 사람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다면서 “저는 한국이 성장하는 것을 코앞에서 지켜봤어요. 1993년의 부천역 근처는 지금과 완전히 달랐어요”라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의 특정 장소나 측면을 한국인인 나보다 훨씬 더 깊이 체험했을 것이다. 1980년 5월 이후로 40여년의 세월이 흘렀고, 나는 광주항쟁에 대해 모르던 것을 많이 알게 됐다. 이따금 ‘그때 그곳에 있었다면 나는 어떻게 했을까’라고 스스로 묻곤 했다. 어리석은 질문이다. 잔혹한 폭력의 한가운데에 던져진 사람들에게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선택할 여지는 별로 없다. 물론 광주항쟁과 현재 미얀마의 상황은 세세한 부분에서는 다르다. 그러나 수많은 사람에게 자행되는 폭력이라는 면에서는 같다. 그러한 폭력은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에서 일어난 폭발처럼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어떤 방식으로든 모든 사람의 몸과 마음에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단지 미얀마 사람들만의 재앙이 아니다. 어쩌면 지금 폭력의 최전선에 있는 이들보다 시공간에서 먼 거리에 있는 사람들이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미얀마 군대의 발포로 사망자가 200명을 넘어섰다는 소식이 들린다. 폭력에 맞서 싸우는 미얀마 사람들을 지지한다.
  • 합격점 줄 만했나…눈높이 달랐던 한미 2+2 회의[김헌주의 외교통일수첩]

    합격점 줄 만했나…눈높이 달랐던 한미 2+2 회의[김헌주의 외교통일수첩]

    “축구로 따지면 ‘빌드업 과정’이었다. 구체적으로 뭐가 안 나왔다고 하는 건 섣부른 판단이다.”(김준형 국립외교원장) “한미가 각자 관심사를 얘기하고 스쳐 지나간 것 같다. 공동성명도 특별한 것 없이 밋밋하다.”(위성락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5년 만에 열린 한미 외교·국방장관(2+2) 회의 결과를 놓고 전문가 평가는 크게 갈렸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이후 급히 방한이 추진된 터라 조율 시간이 많지 않은 건 사실이다. 처음부터 한계가 있었기에 공동성명도 딱 그 정도 수준에 머물렀다. 미국이 한국을 배려한 측면도, 기대에 못 미친 부분도 있었다. 전자와 후자, 어디에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평가도 다를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무사히 회담을 마친 우리 정부는 스스로 합격점을 주고 싶은 것 같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서욱 국방부 장관은 19일 방한 결과를 담은 공동기고문에서 “2+2 협의체는 가까운 시일 내에 개최될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구체적 결실을 맺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자평했다. 이번 회담이 분명한 성과로 이어지면 좋겠지만 미 측도 이런 한국의 희망 섞인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할진 미지수다. 일본과 한국을 거쳐 18~19일(현지시간) 미 알래스카에서 중국 고위급 인사들과 거친 언사를 주고받으며 신경전을 벌인 미국 외교안보팀은 이제 한중일 3국으로부터 들은 내용을 차분히 복기하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이 과정에서 한국 방문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릴지 주목된다. 과연 미국이 “역시 한국은 70년 전 전장에서 피로 맺어진 동맹으로 우리와는 이견이 없다”는 결론을 도출해 낼 수 있을까.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일본을 거쳐 한국에 왔기 때문에 일본과 비교가 될 수밖에 없다”면서 “한미 간 차이점을 줄이기 위해 미국이 노력을 할지, 거리두기를 할지 판단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이번 방한 기간 중 한미 간 시각차가 여실히 드러난 건 2+2 회의 직후 공동 기자회견이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공동성명의 부족한 부분을 기자회견을 통해 최대한 얘기하려는 모습처럼 보였다. 방한 준비 과정에서 한국의 입장은 확인이 됐기 때문에 한국을 배려하면서도 ‘자신의 시간’에 바이든 정부의 어젠다를 분명히 밝히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블링컨 장관의 ‘입’에서 계속 중국이 언급되자 “회담의 무대는 한국이지만 청중은 중국”이란 말이 나왔다. 반면 정 장관은 “(북미) 싱가포르 합의는 현 단계에서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게 우리 정부의 입장”, “우리는 국제사회에서도 ‘한반도의 비핵화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올바른 표현이다’라는 점을 설명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반도 문제는) 한미 간 완전히 조율된 대북 전략하에 다뤄져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공동성명에 못박은 상황에서 관련 질문은 외교적 수사로 넘길 수 있었는데도 이를 피하지 않은 것이다. “아쉽다”는 반응과 함께 북한에 보내는 메시지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위 전 본부장은 “우려대로 됐다. 어떤 한계가 노정됐는지 정권 핵심에서 알아야 한다”며 “시간이 별로 없는데 북한이 도발이라도 하면 동아시아 전체의 큰 구도에서 한국이 소외된다”고 말했다. 결국 남은 기간 ‘한미 간 눈높이를 얼마나 맞추느냐’가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 교수는 “이번 방한에서 ‘쿼드’(미국·일본·인도·호주 4개국 협의체)에 대해 얘기를 안 한 것은 맞지만 쿼드가 의미하는 중국 견제에 (회담의) 대부분 시간을 썼을 것”이라면서 “비공식적 협의체를 공식화하는 것은 시간문제이기 때문에 한국 입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선제적ㆍ능동적으로 원칙을 세우지 않으면 미중 양쪽에 끌려다닐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이 대북 정책 검토를 마치기 전에 비핵화 정의부터 차이를 좁혀야 하는 숙제도 남아 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구체적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지금부터가 더 중요할 수 있는데, 우리 정부가 과연 그런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는 지켜볼 일이다. dream@seoul.co.kr
  • 미중 거침없는 말폭탄… 동맹에 노골적 줄세우기 거세질 듯

    미중 거침없는 말폭탄… 동맹에 노골적 줄세우기 거세질 듯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 열린 미중 고위급 회담이 감정의 깊은 골만 확인하고 끝나자 ‘양국 갈등으로 촉발된 신냉전 구도가 더욱 공고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금의 추세가 이어지면 결국 두 나라가 ‘경제는 교류하되 정치·외교는 단절하는’ 새로운 형태의 질서가 생겨나 동맹 및 주요국에 대한 노골적인 줄세우기 압박이 거세질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다만 미국과 중국이 기후변화 관련 공동실무단을 꾸리기로 하는 등 작게나마 소통과 협력의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21일 중국 외교부와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측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중국 측 양제츠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왕이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18~19일(현지시간)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2+2 회담’을 가졌다. 2017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취임 뒤 파국으로 치닫던 양국 관계를 새롭게 설정할 수 있어 전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지켜봤다. 이번 회담 성과에 따라 양국 정상이 직접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상당했다.하지만 미중은 회담 첫날부터 상대방을 맹비난하며 난타전을 벌였다. 이틀간 세 차례 회담을 열어 북한과 이란 문제, 기후변화 등에 대해 논의했지만 국가 간 고위급 회담 뒤 발표하는 공동성명조차 내놓지 못했다. 회담 분위기가 그만큼 좋지 않았다는 뜻이다. 미국은 “중국이 세계질서를 흔들어 지구촌을 약육강식 정글로 바꿀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중국은 “미국이 자국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주제에 다른 나라 내정에 간섭한다”고 받아쳤다. 특히 온건 성향의 ‘미국통’으로 불리던 양 정치국원은 “백인 경찰이 비무장 흑인을 살해한 미국이 중국에 인권을 강의할 자격이 있느냐”고 호통을 쳤다. 중국이 더는 미국이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나라가 아니라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런민일보 등 중국 관영매체는 “미국에 맞서는 중국의 자신감을 보여 줬다”고 그를 크게 칭찬했다. 설상가상으로 두 나라는 모두 발언을 각각 2분만 하기로 약속하고도 1시간 넘게 상대방을 비난했다. 회담 뒤 퇴장하려는 취재진을 불러 재차 상대방을 비난하는 ‘막장’ 상황까지 연출했다. 결론적으로 미중이 오랜만에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는 것 말고는 의미를 부여하기 힘든 회담이었다. 컨설팅그룹 컨트롤리스크스의 앤드루 길홈은 “양측이 서로 다른 말을 했다. 부정적인 궤도에서 벗어나려는 의지 자체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무의미한 기싸움’으로 끝난 미중 고위급 회담에 대해 전문가들은 과거 미소 냉전 초기를 연상케 한다면서 국제질서의 양극화를 우려했다. CNN 방송은 20일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거친 언사로 전투적인 출발을 했다”고 평가했고 폴리티코는 “첫 대결부터 양측이 서로에게 펀치를 날리고 나왔다. 이제 상대를 압박하고자 각자 파트너들을 규합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바이든은 중국과 난타전을 벌인 블링컨 국무장관에게 “아주 자랑스럽다”며 힘을 실어 줬다. 어떻게든 중국을 달래 의미 있는 합의를 이끌어 낼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바이든은 지난 17일 abc방송 인터뷰에서도 블라미디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킬러’(살인자)로 본다”고 언급한 뒤 “지난해 미 대선에 개입했다면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시작된 신냉전 구도를 깨뜨리기는커녕 러시아로 ‘전선’을 확대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싱가포르국립대 총자이안 교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냉전 초기 미국과 구소련 간 회담을 보는 것 같았다. 어느 정도 불협화음이 예견됐지만 삐걱거림의 정도가 예상 밖으로 컸다”면서 “각국은 새로운 상황에 적응해야 하는 어려움에 빠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호주 태즈메이니아대 제임스 친 교수도 “지금 분위기로는 양측이 가까운 장래에 이견이 있는 이슈에서 합의점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회담 ‘파투’가 양국 간 디커플링(탈동조화)의 전조 증상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견해도 있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세계경제가 치명상을 입은 만큼 치유를 위한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어서다. 두 나라가 자국 여론을 의식해 과잉 반응한 것만 빼면 실제 회담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는 전언도 나온다. 이를 반영하듯 신화통신은 21일 중국 대표단 발언을 인용해 “기후변화 분야에서 교류를 강화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 양국이 외교관·영사 활동을 촉진하고 특파원 추방 문제도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는 “(미중 고위급 공방은) 각자가 국내 관중을 위해 카메라 앞에서 보여 준 것으로, 실제 행동은 없었다”며 “냉전 당시와 같은 핵위협은 이제 없다. 지금의 경쟁은 기술·사이버갈등·영향력(확대) 등 그때보다는 덜 위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요제프 그레고리 머호니 화둥사범대 교수는 “앞으로 무역전쟁 등 (경제 교류 재개를 위한) 준비 작업을 조용히 진행할 것”이라며 “미중 관계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없었다면 중국 측이 알래스카로 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블링컨, 릴레이 탐색전 마무리… 입지 더 좁아진 ‘文 중재자 역할’

    블링컨, 릴레이 탐색전 마무리… 입지 더 좁아진 ‘文 중재자 역할’

    ‘바이든 시대’의 한미·북미·미중 관계는 물론 동북아 정세의 리트머스지로 여겨졌던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 등의 방일·방한과 미중 고위급 회담까지 ‘탐색전’이 일단락됐다. 특히 지난 18~19일 미중 회담에서 전례 없는 ‘난타전’이 벌어지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외교에도 먹구름이 끼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중 갈등이 깊어질수록 중국이 북한을 대화에 나서도록 압박할 여지는 줄고, 북으로선 미국과 맞설 기회가 생긴다. 한반도 운명의 주인으로서 평화프로세스 복원에 외교력을 집중하는 청와대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양대 강국이 충돌 일변도로 나아가면 한국은 둘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어려워지고 북한을 대화로 끌어들일 동력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바이든 행정부 역시 패권적 질서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트럼프 행정부와 다를 게 없지만, 중국을 겨냥해 인권 등 자유주의적 가치를 내세우고 ‘쿼드(미·일·호주·인도)’ 등 동맹과의 연대로 중국을 굴복시키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어 한국 외교의 압박은 커졌다. 북한 인권을 공개 언급하는 등 대화의 ‘허들’도 높였다. 중국도 무역 전쟁만 펼쳤던 트럼프 행정부 때와 달리 홍콩, 대만, 신장 등 외부 세력이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되는 ‘핵심이익’을 거침없이 침해하는 바이든 행정부와 ‘그레이트 게임’을 치를 각오를 하고 있다. 김정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21일 “미국의 자세는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등) 먼저 양보하지 않는 것은 물론 인권 문제 등 쓸 수 있는 건 다 쓰겠다는 것”이라며 “중재하는 처지에선 곤란한 상황으로, 문재인 정부 임기 동안 획기적 변화는 어렵다. 오히려 북한에 도발할 명분이 주어지는 것 같다”고 전망했다. 반면 미국이 비핵화를 위한 중국 영향력을 인정하고, 미중·북미 간 탐색전이 진행형이란 점에서 중재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핵심이익을 건드리지 말라는 중국의 요구를 미국은 인권을 명분으로 거부했지만, 비핵화와 기후변화 협력까지 안 하겠다는 건 아니다”라면서 “중국 태도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하겠다고 압박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북정책도 무엇이 우선순위가 될지는 미정”이라면서 “우선순위를 정하는 과정에서 대화가 이뤄지는 방향으로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고 밝혔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미중 거침없는 말폭탄… 동맹에 노골적 줄세우기 거세질 듯

    미중 거침없는 말폭탄… 동맹에 노골적 줄세우기 거세질 듯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 열린 미중 고위급 회담이 깊은 감정의 골만 확인하고 끝나자 ‘미중 갈등으로 촉발된 신냉전 구도가 더욱 공고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금의 추세가 이어지면 결국 두 나라가 ‘경제는 교류하되 정치·외교는 단절하는’ 새로운 형태의 질서가 강화돼 동맹 및 주요국에 대한 노골적인 줄세우기 압박이 거세질 것이란 전망이다. 21일 중국 외교부와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측 토니 블링컨(오른쪽) 국무장관·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중국 측 양제츠(왼쪽)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왕이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18~19일(현지시간)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2+2 회담’을 가졌다. 2017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취임 뒤 파국으로 치닫던 양국 관계를 새롭게 설정할 수 있어 전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지켜봤다. 이번 회담 성과에 따라 양국 정상이 직접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상당했다. 하지만 미중은 회담 첫날부터 상대방을 맹비난하며 난타전을 벌였다. 이틀간 세 차례 회담을 열어 북한과 이란 문제, 기후변화 등에 대해 논의했지만 국가 간 고위급 회담 뒤 발표하는 공동성명조차 내놓지 못했다. 그만큼 회담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는 뜻이다. 미국은 “중국이 세계질서를 흔들어 지구촌을 약육강식 정글로 바꿀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중국은 “미국이 자국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주제에 다른 나라 내정에 간섭한다”고 맞받아쳤다. 미국은 신장과 홍콩, 대만에 대한 중국의 행동을 문제 삼았고, 중국은 ‘흑인 학살’이라는 단어까지 써 가며 미국 인권 문제 개선을 요구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광범위한 주제에서 힘들고 단도직입적인 협상을 했다”고 밝혔다. 왕 국무위원도 “대화가 대결보다 낫기 때문에 회담에 성의를 다한 것뿐”이라고 전했다. 양측 모두 이번 회담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겠다는 희망을 접은 듯하다. 설상가상으로 두 나라는 모두 발언을 각각 2분만 하기로 약속하고도 1시간 넘게 상대방을 비난했다. 회담 뒤 퇴장하려는 취재진을 불러 재차 상대방을 비난하는 ‘막장’ 상황까지 연출했다. 결론적으로 미중이 오랜만에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는 것 말고는 의미를 부여하기 힘든 회담이었다. 컨설팅그룹 컨트롤리스크스의 앤드루 길홈은 “양측이 서로 다른 말을 했다. 부정적인 궤도에서 벗어나려는 의지 자체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무의미한 기싸움’으로 끝난 미중 고위급 회담에 대해 전문가들은 과거 미소 냉전 초기를 연상케 한다면서 국제질서의 양극화를 우려했다.CNN 방송은 20일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거친 언사로 전투적인 출발을 했다”고 평가했고 폴리티코는 “첫 대결부터 양측이 서로에게 펀치를 날리고 나왔다. 이제 상대를 압박하고자 각자 파트너들을 규합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바이든은 중국과 난타전을 벌인 블링컨 국무장관에게 “아주 자랑스럽다”며 힘을 실어줬다. 중국을 달래 뭔가 합의를 이끌어 낼 생각 자체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바이든은 지난 17일 abc방송 인터뷰에서도 블라미디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킬러’(살인자)로 본다”고 언급한 뒤 “지난해 미 대선에 개입했다면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시작된 신냉전 구도를 깨뜨리기는커녕 러시아로 ‘전선’을 확대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싱가포르국립대(NUS) 총자이안 교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냉전 초기 미국과 구소련 간 회담을 보는 것 같았다. 어느 정도 불협화음이 예견됐지만 삐걱거림의 정도가 예상 밖으로 컸다”면서 “각국은 새로운 상황에 적응해야 하는 어려움에 빠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호주 태즈메이니아대 제임스 친 교수도 “지금 분위기로는 양측이 가까운 장래에 이견이 있는 이슈에서 합의점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회담 ‘파투’가 양국 간 디커플링(탈동조화)의 전조 증상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견해도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세계경제가 치명상을 입은 만큼 치유를 위해서는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어서다. 두 나라가 자국 여론을 의식해 과잉 반응한 것만 빼면 실제 회담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는 전언도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미중 고위급 공방은) 각자가 국내 관중을 위해 카메라 앞에서 보여준 것으로, 실제 행동은 없었다”며 “냉전 당시와 같은 핵위협은 이제 없다. 지금의 경쟁은 기술·사이버갈등·영향력(확대) 등 그때보다는 덜 위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요제프 그레고리 머호니 화둥사범대학 교수는 “향후 몇 주간 공개적인 대응 움직임은 보이지 않겠지만, 무역전쟁 등 (경제 교류 재개를 위한) 준비 작업은 조용히 진행할 것”이라며 “미중 관계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없었다면 중국 측이 알래스카로 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강펀치만 날린 미중… 신냉전 가속화되나

    강펀치만 날린 미중… 신냉전 가속화되나

    공동성명도 없이 갈등의 골만 재확인경제는 교류, 정치는 단절 ‘체제 경쟁’“美蘇냉전 연상… 국제질서 양극화 우려”기후변화 실무단 등 일부 협력 모색도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 열린 미중 고위급 회담이 감정의 깊은 골만 확인하고 끝나자 ‘양국 갈등으로 촉발된 신냉전 구도가 더욱 공고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금의 추세가 이어지면 결국 두 나라가 ‘경제는 교류하되 정치·외교는 단절하는’ 새로운 형태의 질서가 생겨나 동맹 및 주요국에 대한 노골적인 줄세우기 압박이 거세질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다만 미국과 중국이 기후변화 관련 공동실무단을 꾸리기로 하는 등 작게나마 소통과 협력의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21일 중국 외교부와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측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중국 측 양제츠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왕이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18~19일(현지시간)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2+2 회담’을 가졌다. 2017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취임 뒤 파국으로 치닫던 양국 관계를 새롭게 설정할 수 있어 전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지켜봤다. 이번 회담 성과에 따라 양국 정상이 직접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상당했다. 하지만 미중은 회담 첫날부터 상대방을 맹비난하며 난타전을 벌였다. 이틀간 세 차례 회담을 열어 북한과 이란 문제, 기후변화 등에 대해 논의했지만 국가 간 고위급 회담 뒤 발표하는 공동성명조차 내놓지 못했다. 회담 분위기가 그만큼 좋지 않았다는 뜻이다. 미국은 “중국이 세계질서를 흔들어 지구촌을 약육강식 정글로 바꿀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중국은 “미국이 자국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주제에 다른 나라 내정에 간섭한다”고 받아쳤다. 특히 온건 성향의 ‘미국통’으로 불리던 양 정치국원은 “백인 경찰이 비무장 흑인을 살해한 미국이 중국에 인권을 강의할 자격이 있느냐”고 호통을 쳤다. 중국이 더는 미국이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나라가 아니라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런민일보 등 중국 관영매체는 “미국에 맞서는 중국의 자신감을 보여 줬다”고 그를 크게 칭찬했다.설상가상으로 두 나라는 모두 발언을 각각 2분만 하기로 약속하고도 1시간 넘게 상대방을 비난했다. 회담 뒤 퇴장하려는 취재진을 불러 재차 상대방을 비난하는 ‘막장’ 상황까지 연출했다. 결론적으로 미중이 오랜만에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는 것 말고는 의미를 부여하기 힘든 회담이었다. 컨설팅그룹 컨트롤리스크스의 앤드루 길홈은 “양측이 서로 다른 말을 했다. 부정적인 궤도에서 벗어나려는 의지 자체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무의미한 기싸움’으로 끝난 미중 고위급 회담에 대해 전문가들은 과거 미소 냉전 초기를 연상케 한다면서 국제질서의 양극화를 우려했다. CNN 방송은 20일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거친 언사로 전투적인 출발을 했다”고 평가했고 폴리티코는 “첫 대결부터 양측이 서로에게 펀치를 날리고 나왔다. 이제 상대를 압박하고자 각자 파트너들을 규합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바이든은 중국과 난타전을 벌인 블링컨 국무장관에게 “아주 자랑스럽다”며 힘을 실어 줬다. 어떻게든 중국을 달래 의미 있는 합의를 이끌어 낼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바이든은 지난 17일 abc방송 인터뷰에서도 블라미디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킬러’(살인자)로 본다”고 언급한 뒤 “지난해 미 대선에 개입했다면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시작된 신냉전 구도를 깨뜨리기는커녕 러시아로 ‘전선’을 확대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싱가포르국립대 총자이안 교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냉전 초기 미국과 구소련 간 회담을 보는 것 같았다. 어느 정도 불협화음이 예견됐지만 삐걱거림의 정도가 예상 밖으로 컸다”면서 “각국은 새로운 상황에 적응해야 하는 어려움에 빠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호주 태즈메이니아대 제임스 친 교수도 “지금 분위기로는 양측이 가까운 장래에 이견이 있는 이슈에서 합의점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회담 ‘파투’가 양국 간 디커플링(탈동조화)의 전조 증상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견해도 있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세계경제가 치명상을 입은 만큼 치유를 위한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어서다. 두 나라가 자국 여론을 의식해 과잉 반응한 것만 빼면 실제 회담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는 전언도 나온다. 이를 반영하듯 신화통신은 21일 중국 대표단 발언을 인용해 “기후변화 분야에서 교류를 강화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 양국이 외교관·영사 활동을 촉진하고 특파원 추방 문제도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는 “(미중 고위급 공방은) 각자가 국내 관중을 위해 카메라 앞에서 보여 준 것으로, 실제 행동은 없었다”며 “냉전 당시와 같은 핵위협은 이제 없다. 지금의 경쟁은 기술·사이버갈등·영향력(확대) 등 그때보다는 덜 위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요제프 그레고리 머호니 화둥사범대 교수는 “앞으로 무역전쟁 등 (경제 교류 재개를 위한) 준비 작업을 조용히 진행할 것”이라며 “미중 관계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없었다면 중국 측이 알래스카로 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강펀치만 날린 미중, 신냉전 가속화되나

    강펀치만 날린 미중, 신냉전 가속화되나

    공동성명도 없이 갈등의 골만 재확인바이든 “블링컨, 자랑스럽다” 힘 실어경제는 교류, 정치는 단절 ‘체제 경쟁’“美蘇냉전 연상… 국제질서 양극화 우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 열린 미중 고위급 회담이 깊은 감정의 골만 확인하고 끝나자 ‘미중 갈등으로 촉발된 신냉전 구도가 더욱 공고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금의 추세가 이어지면 결국 두 나라가 ‘경제는 교류하되 정치·외교는 단절하는’ 새로운 형태의 질서가 강화돼 동맹 및 주요국에 대한 노골적인 줄세우기 압박이 거세질 것이란 전망이다. 21일 중국 외교부와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측 토니 블링컨(오른쪽) 국무장관·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중국 측 양제츠(왼쪽)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왕이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18~19일(현지시간)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2+2 회담’을 가졌다. 2017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취임 뒤 파국으로 치닫던 양국 관계를 새롭게 설정할 수 있어 전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지켜봤다. 이번 회담 성과에 따라 양국 정상이 직접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상당했다. 하지만 미중은 회담 첫날부터 상대방을 맹비난하며 난타전을 벌였다. 이틀간 세 차례 회담을 열어 북한과 이란 문제, 기후변화 등에 대해 논의했지만 국가 간 고위급 회담 뒤 발표하는 공동성명조차 내놓지 못했다. 그만큼 회담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는 뜻이다. 미국은 “중국이 세계질서를 흔들어 지구촌을 약육강식 정글로 바꿀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중국은 “미국이 자국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주제에 다른 나라 내정에 간섭한다”고 맞받아쳤다. 미국은 신장과 홍콩, 대만에 대한 중국의 행동을 문제 삼았고, 중국은 ‘흑인 학살’이라는 단어까지 써 가며 미국 인권 문제 개선을 요구했다.설리번 보좌관은 “광범위한 주제에서 힘들고 단도직입적인 협상을 했다”고 밝혔다. 왕 국무위원도 “대화가 대결보다 낫기 때문에 회담에 성의를 다한 것뿐”이라고 전했다. 양측 모두 이번 회담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겠다는 희망을 접은 듯하다. 설상가상으로 두 나라는 모두 발언을 각각 2분만 하기로 약속하고도 1시간 넘게 상대방을 비난했다. 회담 뒤 퇴장하려는 취재진을 불러 재차 상대방을 비난하는 ‘막장’ 상황까지 연출했다. 결론적으로 미중이 오랜만에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는 것 말고는 의미를 부여하기 힘든 회담이었다. 컨설팅그룹 컨트롤리스크스의 앤드루 길홈은 “양측이 서로 다른 말을 했다. 부정적인 궤도에서 벗어나려는 의지 자체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무의미한 기싸움’으로 끝난 미중 고위급 회담에 대해 전문가들은 과거 미소 냉전 초기를 연상케 한다면서 국제질서의 양극화를 우려했다. CNN 방송은 20일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거친 언사로 전투적인 출발을 했다”고 평가했고 폴리티코는 “첫 대결부터 양측이 서로에게 펀치를 날리고 나왔다. 이제 상대를 압박하고자 각자 파트너들을 규합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바이든은 중국과 난타전을 벌인 블링컨 국무장관에게 “아주 자랑스럽다”며 힘을 실어줬다. 중국을 달래 뭔가 합의를 이끌어 낼 생각 자체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바이든은 지난 17일 abc방송 인터뷰에서도 블라미디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킬러’(살인자)로 본다”고 언급한 뒤 “지난해 미 대선에 개입했다면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시작된 신냉전 구도를 깨뜨리기는커녕 러시아로 ‘전선’을 확대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싱가포르국립대(NUS) 총자이안 교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냉전 초기 미국과 구소련 간 회담을 보는 것 같았다. 어느 정도 불협화음이 예견됐지만 삐걱거림의 정도가 예상 밖으로 컸다”면서 “각국은 새로운 상황에 적응해야 하는 어려움에 빠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호주 태즈메이니아대 제임스 친 교수도 “지금 분위기로는 양측이 가까운 장래에 이견이 있는 이슈에서 합의점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회담 ‘파투’가 양국 간 디커플링(탈동조화)의 전조 증상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견해도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세계경제가 치명상을 입은 만큼 치유를 위해서는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어서다. 두 나라가 자국 여론을 의식해 과잉 반응한 것만 빼면 실제 회담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는 전언도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미중 고위급 공방은) 각자가 국내 관중을 위해 카메라 앞에서 보여준 것으로, 실제 행동은 없었다”며 “냉전 당시와 같은 핵위협은 이제 없다. 지금의 경쟁은 기술·사이버갈등·영향력(확대) 등 그때보다는 덜 위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요제프 그레고리 머호니 화둥사범대학 교수는 “향후 몇 주간 공개적인 대응 움직임은 보이지 않겠지만, 무역전쟁 등 (경제 교류 재개를 위한) 준비 작업은 조용히 진행할 것”이라며 “미중 관계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없었다면 중국 측이 알래스카로 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뉴스분석]美 ‘연쇄 탐색전’ 이후… 깊어지는 ‘중재자 文’의 고민

    [뉴스분석]美 ‘연쇄 탐색전’ 이후… 깊어지는 ‘중재자 文’의 고민

    ‘바이든 시대’의 한미·북미·미중 관계는 물론 동북아 정세의 리트머스지로 여겨졌던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 등의 방일·방한과 미중 고위급 회담까지 ‘탐색전’이 일단락됐다. 특히 지난 18~19일 미중 회담에서 전례 없는 ‘난타전’이 벌어지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외교에도 먹구름이 끼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중 갈등이 깊어질수록 중국이 북한을 대화에 나서도록 압박할 여지는 줄고, 북으로선 미국과 맞설 기회가 생긴다. 한반도 운명의 주인으로서 평화프로세스 복원에 외교력을 집중하는 청와대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양대 강국이 충돌 일변도로 나아가면 한국은 둘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어려워지고 북한을 대화로 끌어들일 동력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바이든 행정부 역시 패권적 질서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트럼프 행정부와 다를 게 없지만, 중국을 겨냥해 인권 등 자유주의적 가치를 내세우고 ‘쿼드(미·일·호주·인도)’ 등 동맹과의 연대로 중국을 굴복시키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어 한국 외교의 압박 요인은 커졌다. 북한 인권을 공개 언급하는 등 대화의 ‘허들’도 높였다. 중국도 무역 전쟁만 펼쳤던 트럼프 행정부 때와 달리 홍콩, 대만, 신장 등 외부 세력이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되는 ‘핵심이익’을 거침없이 침해하는 바이든 행정부와 ‘그레이트 게임’을 치를 각오를 하고 있다. 김정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21일 “미국의 자세는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등) 먼저 양보하지 않는 것은 물론 인권 문제 등 쓸 수 있는 건 다 쓰겠다는 것”이라며 “중재하는 처지에선 곤란한 상황으로, 문재인 정부 임기 동안 획기적 변화는 어렵다. 오히려 북한에 도발할 명분이 주어지는 것 같다”고 전망했다. 반면 미국이 비핵화를 위한 중국 영향력을 인정하고, 미중·북미 간 탐색전이 진행형이란 점에서 중재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핵심이익을 건드리지 말라는 중국의 요구를 미국은 인권을 명분으로 거부했지만, 비핵화와 기후변화 협력까지 안 하겠다는 건 아니다”라면서 “중국 태도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하겠다고 압박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북정책도 무엇이 우선순위가 될지는 미정”이라면서 “우선순위를 정하는 과정에서 대화가 이뤄지는 방향으로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미 간 ‘대북 정책의 완전한 조율’이란 표현을 두고 일각에선 미국 승인 없이는 남북 간 독자적 움직임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미라는 해석이 나왔지만, 청와대가 일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강민석 대변인은 “한국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대북정책을 정하지 않겠다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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