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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AIIB 참여 결정, 앞으로는 ‘뒷북 외교’ 말아야

    정부가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창설 회원으로 참여하기로 결정하자 중국 정부는 반색하고 나섰다. 반면 미국의 조야는 대체로 떨떠름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이다. 피를 함께 흘린 동맹국인 미국과 최대 교역국인 중국 사이에 낀 우리나라의 처지에서 당연히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박근혜 정부는 이런 곤혹적인 상황을 맞지 않기 위해 선제적으로 ‘예방 외교’를 제대로 수행했는지부터 자문해 보기 바란다. 늦은 감은 있지만 한국이 AIIB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것은 불가피한 선택으로 평가된다. 경제적 실리뿐만 아니라 총체적 국익 차원에서 그렇다. AIIB는 중국이 미국 중심의 아시아 금융 질서에 대항해 만들려는 은행이다. 근래 주요 2개국(G2)으로 부상한 중국이 미국의 경제 패권에 도전장을 내민 모양새다. 미국이 애당초 한국 등 동맹국들의 참여에 제동을 건 배경이다. 하지만 동맹국이라고 해서 언제든 우리 경제를 책임져 줄 리 있겠는가. 1997년 말 외환위기 때를 돌아보라. 일본을 필두로 미국과 유럽 우방들이 속속 국내 은행에 빌려줬던 단기차입금을 회수하지 않았나. 우리가 미국이 주도하는 아시아개발은행(ADB) 이외에 AIIB라는 새로운 옵션을 마다할 이유는 없는 셈이다. 영국·프랑스·독일 등 유럽의 미 동맹국들이 AIIB에 참여키로 한 것도 다 각국의 국익을 고려한 선택일 게다. 문제는 어차피 해야 할 선택을 떠밀리듯 했다는 사실이다. 유럽 주요국들이 먼저 참여 결정을 해 미·중 사이에 낀 우리의 입장 정리가 편해진 측면은 있지만, AIIB 내 주도권 확보에는 큰 어려움을 겪게 됐다. 멈칫거리다 AIIB의 주요 주주 지위를 놓친 꼴이다. 우방국들의 참여를 만류하던 미 정부도 AIIB의 지배 구조나 운영 방식을 투명하게 유도하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지 않은가. 진작에 이런 논리로 선제적으로 미국을 설득했어야 했다. 이제라도 AIIB의 지분 확보나 고위직 배분을 위한 적극적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국내 기업이 아시아 지역 인프라 투자 사업에 참여할 기회를 확대하려는 차원에서만이 아니다. 기왕에 한·미 동맹에 주름이 생길 걸 무릅쓰고 경제적 실리를 택했다면 중국의 과도한 경제 패권을 견제하는 데도 유럽국들과 함께 일역을 맡아 균형을 맞출 필요도 있다. AIIB 가입과 마찬가지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 문제도 국익을 최우선 잣대로 삼아야 할 사안이다. 여권에선 중국의 요구대로 AIIB에 참여하기로 했으니 이제 미국이 바라는 사드를 배치하면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그런 단순한 도식에 기대 손놓고 있지 말고 한·미·중 삼각 갈등이 곪아 터지기 전에 대비해야 한다. 새정치민주연합 측은 사드 배치를 놓고 “주권국가로 자부하기에 부끄럽다”고 미리 선을 긋고 있지만, 그렇다면 이제 미국보다 중국의 눈치를 보란 뜻인가. 사드 배치 논란에 앞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억지하기 위한 중국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주문할 때다. 상황 추수(追隨)형이 아니라 이슈를 선점하는 외교를 펼 때만 우리는 미·중 간 샌드위치에서 벗어날 수 있다.
  • 아베에 멍석 깔아준 美… 경제 실리 챙기는 日… ‘新밀월’

    아베에 멍석 깔아준 美… 경제 실리 챙기는 日… ‘新밀월’

    논란이 돼 온 아베 신조(얼굴) 일본 총리의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이 결국 성사됐다. 아베 총리가 일본 총리로는 처음으로 미 상·하원 합동연설 연단에 서게 되면서 경제와 안보협력을 고리로 가속화해 온 미·일 간 신(新)밀월 관계가 한층 돈독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아베 총리는 합동연설 확정을 앞두고 미국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 문제를 언급하며 자신에 대한 미국 내 비판 목소리 달래기에 나선 모습이다. 정작 합동연설에서 과거사 문제를 언급하기보다 경제·안보 분야에 집중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미 공화당 주요 인사들은 아베 총리에 대한 호의를 감추지 않았다. 존 베이너 미국 하원의장은 26일(현지시간) 합동연설 결정을 발표하며 “아베 총리의 연설은 미국인들이 가장 가까운 동맹국으로부터 경제와 안보협력 확대 방안을 청취하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시장 개방과 자유무역을 통한 경제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협력 방안들이 포함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이 같은 역사적 행사를 주최하게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존 매케인(공화) 상원 군사위원장도 이날 한 강연에서 아베 총리의 미국 방문 및 의회 연설에 대한 질문에 자신을 “열렬한 아베 지지자”라고 밝힌 뒤 “일본에서 오랜만에 강한 지도자와 안정된 정부가 나왔다. 미국과 일본의 전략적 파트너십과 군사협력에 매우 만족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의 연설을 꺼리는 의회 일각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베이너 의장과 매케인 위원장 등 지도부의 결정이 유효하게 작용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이들 모두 일본과의 경제·안보협력을 강조하는 등 아베 총리의 역사수정주의 등에 대한 비판을 고려하기보다 철저히 실리에 따라 합동연설에 초청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아베 총리는 방미 기간 중 미국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타결을 선언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외교소식통은 “일본이 베이너 의장 등을 상대로 치밀하게 로비를 펼쳤고, 의회도 미국을 백방으로 돕는 일본을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의 합동연설이 이뤄지면서 2차대전 종전 70주년을 맞아 어떤 내용을 밝힐 것인지 주목된다. 소식통은 “일본 총리의 첫 미 의회 합동연설이라는 ‘선물’을 받은 아베 총리가 더 큰 선물 보따리를 내놓을지, 위안부 등 전쟁 범죄에 대해 어떤 입장을 밝힐지 등에 따라 미·일 관계 향방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기고] 한미동맹 강화에 힘 모아야/오일환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보훈교육연구원장

    [기고] 한미동맹 강화에 힘 모아야/오일환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보훈교육연구원장

    핵 개발에 모든 걸 쏟아붓고 있는 북한의 위협이 엄존하고 있음에도 정치계에서는 국가안보 이슈가 걸핏하면 정쟁의 대상이 되고 있고, 시민사회 내에서는 국가안보를 강조하면 ‘수구꼴통’으로 매도되는 풍조가 있다. 이 같은 현상은 권위주의 시절에 국가안보의 강조가 정권을 정당화하는 정치적 수사로 악용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민주화 이후 상당한 세월이 흘렀음에도 국가안보가 정쟁의 대상이 되고 사회적으로 경시되는 것은 분명 비정상적이다. 주지하다시피 국가안보란 국가가 수행하는 가장 기본적인 기능 중 하나로 국내외 각종 위협으로부터 국민·영토·주권을 보호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하기에 국민이라면 마땅히 국가에 세금을 내야 하는 것이다. 국가안보가 위협을 받게 되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은 일시에 풍전등화의 위기 상황에 처하고 만다. 이 경우 국가신용등급의 급락과 함께 외국 투자자본이 빠져나가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입게 마련이다. 미·일·중·러 4대 강국이 포진하고 있는 동아시아 안보 환경에서 한국이 국가안보 강화를 위해 취해야 할 최선의 선택지 중 하나는 한·미 동맹의 강화에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지정학적 관점에서 볼 때도 이들 주변국에 비해 국력이 현격히 약한 우리로서는 가장 멀리 위치하고 있지만 세계 제일의 슈퍼파워 미국을 동맹국으로 삼은 것은 원교근공(遠交近攻)의 전략 차원에서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의 안보 확립은 미국의 영향으로부터 벗어남으로써 달성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미국에 편승해 그 힘을 지렛대로 활용함으로써 이룰 수 있다는 점을 놓쳐서는 안 된다. 현실주의 국제정치 이론에서 말하듯이 동맹은 외적 균형을 달성하기 위한 핵심적 수단이다. 실제로 우리에게 한·미 동맹은 이 외적 균형을 보장해 주는 주된 안보 자원으로 활용돼 왔다. 1953년에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이후 지금까지 한·미 동맹은 튼튼한 안보 기둥의 역할을 하며 북한의 공격에 대비해 인계철선의 역할을 감당해 왔을 뿐만 아니라 동북아 안보질서의 균형추로서 역내 평화를 견인해 왔다. 그 결과 우리는 안정적으로 경제적 번영과 정치적 자유를 키워 올 수 있었다. 앞으로도 북핵 위협이 엄존하고 동아시아 안보 환경이 신(新)냉전 질서를 이루고 있는 한 한국의 대외 정책전략은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는 데 역점을 두어야 한다. 4대 강국의 힘이 부딪치고 있는 질서 속에서 우리의 생존을 위해 한·미 동맹의 강화를 추구하는 것은 상투적인 반미선동처럼 자주권의 상실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마땅히 선택할 수 있는 자주권 행사의 발동임을 알아야 한다. 오늘날 자국의 안보 확립을 위해 협력을 추구하지 않는 나라는 없다. 대한민국을 수호하는 데는 미군의 희생과 공헌의 힘이 실로 컸다. 앞으로도 우리의 자유와 번영을 지키기 위해서는 미국과의 동맹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데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한다. 지난 5일 마크 리퍼트 미 대사가 피습당했을 때 정치계는 모처럼 한목소리로 한·미 동맹의 강화를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가안보를 위해 여야가 협력할 때 통일 한국으로의 여정도 크게 단축될 것이다.
  • [정부, AIIB 가입 결정] 日 “한국 참가로 日 아시아서 고립될 수도” 中 “한·중 양국에 정치·경제적 이익 줄 것”

    한국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을 기다려 온 중국은 즉각 환영의 뜻을 표했다. 바이두(百度) 등 포털과 봉황망(鳳凰網) 등 뉴스 전문 사이트들은 속보로 한국의 가입 소식을 알렸다. 스인훙(時殷弘)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원장은 26일 서울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한국의 참여는 국제 금융질서를 새로 짜려는 중국에 큰 힘이 되기 때문에 당연히 환영받을 것”이라면서 “미국의 반대가 있었지만 영국 등 유럽 동맹국들이 이미 참여한 상황이어서 반대할 명분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후성더우(胡聖豆) 베이징이공대학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은 아시아 인프라 건설시장에서 큰 기회를 얻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본 언론들도 한국의 AIIB 공식 참가 소식을 일제히 속보로 전했다. 지지통신은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아시아개발은행(ADB)에서는 한국의 발언력이 미미하기 때문에 AIIB의 창설 멤버가 되어 발언력을 확보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교도통신은 “일·중·한 3개국이 관계 정상화를 지향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참여를 선언함으로써 일본이 아시아에서 고립될 가능성이 생겼다”고 보도했다. NHK는 “그동안 한국 정부는 안보동맹인 미국과 최대 무역 상대국인 중국 사이에서 어려운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었다”고 소개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 AIIB 참여 결정…한국이 가질 실익은 어떻게 되나

    AIIB 참여 결정…한국이 가질 실익은 어떻게 되나 AIIB 참여 결정 한국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참여하기로 결정하고 이 같은 내용을 26일 중국에 최종 통보했다. AIIB 참여 결정으로 한국은 7300억 달러(약 806조 원)가 넘을 것으로 추산되는 유라시아 대륙의 사회간접자본(SOC) 시장에 진출할 길이 열렸다. 한국은 AIIB의 3대 또는 4대 주주가 되고 AIIB 사무국은 중국 베이징(北京)에 설치될 예정이다. 이날 아시아개발은행(ADB)에 따르면 아시아 지역의 인프라시설 투자수요는 2020년까지 매년 7300억 달러에 이른다. 한국이 AIIB에 창립회원국으로 가입하면 아시아 개발도상국의 SOC 건설사업에 한국 기업들이 참여할 기회가 늘어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최대 수출 대상국인 중국과의 관계가 지금보다 돈독해질 수 있다는 점도 AIIB 참여를 계기로 한국이 얻을 수 있는 실제적 이익이다. 중장기적으로 북한이 AIIB에 참여하면 북한 지역 개발에 한국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문가의 분석도 나왔다. 또한 기존의 ADB가 미국 일본 캐나다 등 선진국이 주도하는 체제여서 한국의 입지가 크지 않았던 반면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ASEAN), 러시아, 몽골 등이 회원국이 되는 AIIB에서 한국 기업들은 AIIB 추진 건설, 토목사업 등에 더 많이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결정이 가능했던 데에는 최근 미국의 태도 변화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그동안 중국이 주도하는 AIIB의 경영구조를 문제삼아 왔다. 경영구조의 핵심인 이사회가 상근이사를 둔 상임체제가 아니라 ‘비상임체제’여서 중국의 의도대로 움직이는 국제기구가 될 것이라는 우려였다. 그러나 호주 등 아시아 주요국과 유럽 강대국들이 대거 AIIB 회원국으로 참여하면 중국이 의사결정 과정을 완전히 장악하기 어렵게 되고 미국도 동맹국들의 가입을 무조건 반대하기는 어렵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각국이 지분에 따라 선임한 이사들이 중국의 무리한 투자 결정에 제동을 걸 수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中 AIIB 거부권 포기로 유럽 주요국 동참 결정”

    중국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서 핵심 권한인 의사결정 ‘거부권’을 포기하면서까지 유럽 주요국 유치에 공을 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3일(현지시간) AIIB 협상에 참여한 유럽 및 중국 핵심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중국 측이 지난 몇주 동안 유럽 각국에 거부권 포기를 약속해 가며 가입을 설득했고, 이 약속을 믿고 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 등이 가입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그동안 “AIIB는 불투명한 의사결정 구조로 정상적인 국제금융기구가 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중국 외교 전술을 실행할 도구로 전락할 것”이라는 논리로 동맹국의 가입을 반대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중국은 독점적 의사결정권까지 포기한 셈이다. 중국의 거부권 포기는 미국만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구조인 국제통화기금(IMF)과 대비된다. IMF는 주요 결정에 지분 85%의 찬성이 필요하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이에 따라 17.69%의 지분을 보유한 미국이 모든 안건을 부결시킬 수 있다. 중국은 특히 AIIB의 지배구조 설계를 세계은행 출신 전문가들에게 맡기는 승부수를 띄웠다. AIIB 설립을 주도하고 있는 진리췬(金立群) 임시사무국장은 나탈리 리첸스타인 전 세계은행 변호사를 가장 먼저 영입했다. 코넬대학교 에스워 프래새드 교수는 “미국 중심의 금융질서를 재편하려는 중국의 장기적인 승부수는 아주 효과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중국이 거부권이 없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AIIB의 의사 결정에서 우위를 점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현재 아시아 역내 회원국이 총지분(투표권)의 75%를 국내총생산(GDP)에 비례해 나눠 갖고 나머지 25%는 아시아 이외 회원국이 갖는 방식이 논의되고 있는데, 이 경우 GDP가 압도적인 중국이 가장 많은 투표권을 갖게 된다. 또 중국은 IMF와 세계은행처럼 회원국에서 파견한 이사들로 이사회를 구성하는 대신 중국 정부 관료를 이사회 요직에 앉히고 싶어 한다. 지배구조와 이사 배분 문제는 이달 말 카자흐스탄에서 열리는 협상에서 결론이 난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사설] 아베, 美 의회 서기 전에 위안부 문제 풀어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결국 미국 의회 상·하원 합동회의 연단에 서게 될 모양이다. 외신에 따르면 다음달 29일 열리는 미 의회 상·하원 합동회의가 그 무대라고 한다. 2차 세계대전 전범국인 일본의 정상이 미 상·하원 합동회의 연단에 서는 건 전후 70년에 처음 있는 일이다. 과거 세 명의 일본 총리가 미 의회에서 연설한 적은 있으나 상·하원 가운데 한 곳에서만 했다.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이 외국 정상에 대한 최고의 예우를 의미하는 미국 정치 문화를 감안한다면 아베 총리의 상·하원 연설은 분명 역사의 한 획을 긋는 무게를 지닌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대통령이 이미 여섯 번이나 상·하원 합동연설을 한 터에 미국의 또 다른 동맹국인 일본의 정상이 처음 연단에 오른다고 해서 그 자체를 백안시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반도와 동아시아에 수많은 희생과 고통을 안긴 2차 대전 전범들을 꼬박꼬박 추념하고, 위안부에 대한 진실마저 왜곡하는 등 과거사에 대해 퇴행적 행태를 거듭하는 작금의 일본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미 의회에서 당당하게 세계 평화와 공동번영을 운운하기에는 지금 일본이 보여주는 행태가 너무나도 후안무치한 까닭이다. 아베 총리의 미 의회 연설을 성사시킨 힘이 돈과 인맥을 앞세운 일본 정부의 로비라는 사실을 일본 스스로도 부정할 수 없다고 본다. 과거사에 대한 일본 자민당 정권의 행태를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미 행정부와 의회를 회유하기 위해 일본 정부는 지난해부터 총력전을 펼쳐온 게 사실이다.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적극 참여하는 대신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은 애써 외면하는 것이나 주민 반대를 무릅쓰고 오키나와 주일미군 기지 이전을 관철시킨 것 등이 대표적이다. 심지어 미·일 방위협력지침을 미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재개정하는 일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미 의회 의원들을 개별적으로 접촉해 가며 막대한 정치 후원금을 제공하는 등 일본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일이다. 일본 정부의 이런 눈물겨운 노력은 뒤집어 말해 아베 총리의 미 의회 연설이 결코 과거사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 없으며, 그 어떤 견강부회식 의미 부여도 허용될 수 없음을 뜻한다. 일각에선 아베 총리의 미 의회 연설을 저지하지 못한 우리 정부의 외교력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으나 사안의 본질은 연설 여부와 관계없이 과거사, 특히 위안부 문제에 있어서 일본 정부가 취해야 할 과업은 그 무엇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일 것이다. 아베 총리가 떳떳하게 미 의회 연단에 서고 싶다면 이제라도 위안부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 한·일 양국은 지난해 4월부터 지난 16일까지 모두 7차례에 걸쳐 국장급 협의를 갖고 위안부 문제를 논의했으나 피해 배상의 성격 등을 놓고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부끄러운 역사를 직시하지 못하는 아베 정부의 소아적 자세가 여전히 걸림돌이 되고 있다. 얼마 남지 않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여생은 일본 정부에 시간이 많지 않음을 말해준다. 부끄러운 과거를 씻을 기회를 일본은 놓치지 말기 바란다.
  • 튀니지 박물관 테러 최소 21명 사망, “범인 튀니지인, 관광객들에 총기 난사”

    튀니지 박물관 테러 최소 21명 사망, “범인 튀니지인, 관광객들에 총기 난사”

    튀니지 박물관 테러 최소 21명 사망, “범인 튀니지인, 관광객들에 총기 난사” 튀니지 박물관 테러 최소 21명 사망 튀니지의 유명 박물관에서 총기 테러 사건이 발생해 외국인 관광객을 포함해 최소 21명이 사망했다. 18일(현지시간) 북아프리카 튀니지의 수도 튀니스의 유명 박물관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했다. 하비브 에시드 튀니지 총리는 이날 튀니스 국영TV로 생중계된 기자회견을 통해 박물관 총격 사건으로 최소 21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이 가운데 17명이 외국인 관광객이라고 밝혔다. 사망한 외국인들은 폴란드, 이탈리아, 독일, 스페인 등의 국적을 가진 것으로 전해진다. 또 24명의 부상자는 병원으로 옮겨졌다. 부상자 중에는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 폴란드, 남아프리카공화국, 일본 국적자도 있다. 에시드 총리는 테러 이후 군경과 총격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범인 2명이 사살됐으며 2~3명으로 추정되는 나머지 공범들도 쫓고 있다고 전했다. 에시드 총리는 이들의 범행 동기에 대해 “이번 공격은 우리의 경제와 중요한 분야(관광업)에 타격을 주려는 비열한 행위”라면서 “우리는 역사상 중대 국면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튀니지 내무부 대변인은 이번 사고로 외국인 관광객 20명을 포함해 적어도 22명이 숨졌다고 AFP통신에 말했다. 내무부 대변인은 “범인들이 튀니지인인 것으로 추전된다”고 전했다. 다만 아직 범인들의 정확한 신원은 밝혀지지 않았다. 앞서 이날 오후 12시 30분쯤에는 튀니지 도심 국회의사당 인근 바르도 국립박물관에 소총과 사제폭탄 등으로 무장한 괴한들이 들이닥쳤다. 이들은 당시 이 박물관 정문에 도착한 버스에서 내리는 관광객들에게 총기를 난사해 8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들은 이후 박물관 내부로 들어가 외국인 관광객을 포함한 인질 10명에게 총탄을 쏴 사살하고 박물관 주변을 에워싼 군경과 총격전을 벌였다. 사건 발생 당시 박물관에는 버스를 타고 온 단체 관광객 100여명이 머물고 있었으며 대다수는 사건 초반에 다른 곳으로 대피했다. 튀니지 대테러부대와 경찰이 박물관 내부 진입 작전을 펼친 끝에 인질극 상황은 종료됐다. 이 과정에서 범인 2명이 현장에서 사살됐다. 사건이 발생한 박물관은 튀니지 역사 유물과 로마시대 모자이크 수집물, 기독교·이슬람 양식의 조각품 등을 전시한 것으로 유명해 외국인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세계 각국은 이번 테러 사건을 강력히 규탄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미국은 이 어려운 시기를 맞은 튀니지와 함께 할 것”이라며“민주화와 번영, 안보를 위한 튀니지 정부의 노력에 계속 지지를 보내겠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도 성명을 통해 “테러 단체가 지중해의 나라와 국민을 공격했다”며 “테러의 위협에 맞서고자 동맹국들과 함께 더욱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이번 사건을 강력히 비판하고 희생자들에게는 애도를 표시했다. 튀니지는 2년 전 이른바 ‘재스민 혁명’으로 지네 엘 아비디네 벤 알리 정권을 무너뜨리고 아랍의 봄을 촉발시켰으나 이후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부흥과 폭력 사태로 정치적 불안정이 지속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에 가입하기 위해 이라크와 시리아로 떠난 튀니지인들은 3천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튀니지 정부는 추정했다. 튀니지에서는 2002년 남부 휴양지 제르바의 유대인 회당 유적 밖에서 차량 폭탄테러가 발생해 관광객 21명이 숨지는 참사가 벌어진 바 있다. 당시 알카에다가 테러공격 배후라고 스스로 주장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몸집 불리는 AIIB와 향후 국제금융질서] 힘받는 中…獨·佛·伊도 동참키로

    [몸집 불리는 AIIB와 향후 국제금융질서] 힘받는 中…獨·佛·伊도 동참키로

    영국에 이어 독일·프랑스·이탈리아까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품으로 속속 들어올 조짐을 보이자 중국은 “이제 한국만 남았다”며 한국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세계 금융질서를 재편할 투자은행 설립에 한국이 ‘화룡점정’을 찍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6일(현지시간)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가 영국을 따라서 AIIB에 참여하기로 합의했다”며 “서방 국가들의 AIIB 참여를 막으려는 미국에 타격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난주 영국이 주요7개국(G7) 중 처음으로 AIIB 참여를 공식 발표하자 호주도 입장을 바꿔 참여 문제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AIIB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인프라 투자 활성화를 목적으로 만드는 국제기구다. 2013년 10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첫 구상을 밝힌 뒤 불과 1년 5개월 만에 28개국이 참여를 확정했다. 중국 관영 차이나데일리는 17일 “한국은 아시아 국가 가운데 건설과 관련된 기술, 자금, 경험에서 최고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며 “중국은 여러 차례 한국에 ‘월계관’을 던졌고, 한국은 이제 그것을 쓸지 말지를 결정할 마지막 단계에 와 있다”고 전했다. 남방조보(南方早報)는 “한국도 AIIB 참여가 자국 건설회사들의 아시아 시장 진출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중국이 국제 금융질서를 위협한다고 판단하고 있는 미국의 반대로 결정을 미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중국은 AIIB의 성패를 가늠할 잣대로 한국과 호주의 참여를 꼽았다. 아시아의 다른 가입국들은 대부분 AIIB의 투자를 기다리는 개도국이지 중국을 도와 자본금을 확대하고 인프라 건설을 주도할 국가들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과 호주는 미국과 일본의 강력한 동맹국이어서 몸집 불리기는 물론 정치·외교적 상징성도 컸다. 호주가 최근 “우려했던 지분율 분배 문제가 해결됐다”며 참여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자 한국만 남은 셈이다. 베이징의 한 외교 소식통은 “그동안 한국과 호주가 참여를 꺼리자 중국은 유럽 각국을 상대로 참여를 호소해 이번에 성과를 거뒀다”면서 “그러나 아시아·태평양 인프라 투자라는 원래 목적을 고려할 때 역외 국가들의 참여는 명분을 흐릴 수 있기 때문에 한국의 참여를 더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역외 국가들의 잇따른 참여로 한국 입장이 더 옹색해진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은 현재 베이징에 AIIB 임시사무처를 차려 놓고, 진리췬(金立群) 중국국제금융공사 회장을 수장으로 앉혔다. 진 회장은 AIIB의 초대 총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재정부 부부장 출신인 진 회장은 아시아개발은행(ADB) 부총재를 지낸 금융계 실력자다. ADB를 가장 잘 아는 인물을 앞세워 ADB를 무력화시키겠다는 포석이다. 중국이 AIIB에 사활을 거는 가장 큰 이유는 미국 중심의 금융질서를 바꾸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기축통화인 달러를 앞세워 세계 경제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고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 ADB가 그 첨병 노릇을 해 왔다. 이 기구들의 개혁이 미국의 반대로 번번이 막히자 아예 자국 중심의 새로운 기구 설립에 나선 것이다. AIIB가 아시아와 유럽을 아우르는 중국의 야심 찬 계획인 일대일로(一帶一路·신실크로드 경제벨트와 21세기 해양 실크로드 개발 전략)에 ‘실탄’을 제공하는 측면도 있다. 60개 국가에 이르는 ‘일대일로’에 펼쳐질 거대한 인프라 투자를 AIIB가 주도할 텐데 어떤 국가가 군침을 흘리지 않겠느냐는 게 중국의 생각인 것이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몸집 불리는 AIIB와 향후 국제금융질서] 힘빠진 美… 내부서도 가입 목소리

    미국은 중국 주도 아시아인프라개발은행(AIIB)에 믿었던 우방국들이 잇따라 참여를 결정하거나 저울질하자 당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하다. 겉으로는 AIIB의 투명성 등 기준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AIIB가 미 주도의 세계은행(WB)·아시아개발은행(ADB)에 맞서는 형국이 되는 것을 못마땅해하고 있다. 젠 사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13일 영국의 AIIB 가입 결정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우리는 영국이 (AIIB가) 높은 기준들을 채택하도록 요구하는 데 목소리를 내기를 기대한다”면서도 “많은 토론의 결과로 볼 때 우리는 AIIB가 지배구조, 환경·사회적 안전망 등과 관련된 기준을 맞출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 백악관은 영국의 결정에 대해 “중국의 요구를 계속 수용하고 있다”며 이례적으로 비난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동맹국인 한국의 AIIB 참여 가능성에 대해서도 신중한 입장을 밝혀왔다. 시드니 사일러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담당 보좌관은 지난해 7월 한 인터뷰에서 중국이 한국의 AIIB 가입을 제안한 것에 대해 “현 시점에서 AIIB가 지배구조 등 높은 기준들을 이행할 수 있는지가 분명하지 않고, WB나 ADB 등과 협력하거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워싱턴 한 외교소식통은 16일(현지시간) “한국이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가입하기 전에 중국이 주도하는 AIIB 가입을 결정하는 것은 한·미 동맹을 고려할 때 어색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고 전했다. 설상가상 일각에선 미국도 AIIB에 가입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미국외교협회(CFR)의 엘리자베스 이코노미 선임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미국의 참여는 지배구조 문제 해결에 긍정적 역할을 하고 내부 비판자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미국이 체면을 유지하면서 (AIIB에) 가입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아시아 지역 개발에서 AIIB가 발휘할 자금 제공력을 인정하는 한편 한국과 일본, 호주 등과 가입을 위한 공동 원칙을 수립하면 된다”고 제안했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프레드 버그스텐명예소장도 FT에 기고한 글에서 “투명성이나 부패방지 등에 대한 기준이 후퇴할 수 있다는 미국의 우려는 정당하지만 표현방식이 잘못됐다”며 “밖에서 투덜대는 것이 더 효과적이리라 생각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日, 각의 결정문에도 ‘한국과 가치 공유’ 명기 안 해

    일본의 아베 신조 내각이 각의(국무회의) 결정문에도 ‘한국과 기본적 가치를 공유한다’는 표현을 명기하지 않았다고 아사히신문 인터넷판이 지난 13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아베 내각은 이날 ‘일본과 한국이 자유와 민주주의, 시장경제 등의 기본적 가치를 공유한다고 인식하고 있나’라는 스즈키 다카코 민주당 중의원의 질의에 “(한국은) 우리나라와 함께 미국의 동맹국으로, 민주주의 및 시장경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라는 답변서를 각의 결정했다. 질의에 포함된 ‘기본적 가치’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것이다. 앞서 일본은 외무성 홈페이지와 아베 총리의 시정연설에서 ‘(한국과) 자유와 민주주의, 시장경제 등 기본적 가치를 공유한다’는 기존의 표현을 잇달아 삭제한 바 있다. 외무성 홈페이지는 지난 2일자로 ‘최근의 일·한 관계’ 항목에서 ‘우리 나라(일본)와 자유와 민주주의, 시장경제 등의 기본적 가치를 공유하는 중요한 이웃 나라’라는 종전 문구를 ‘가장 중요한 이웃 나라’로 대체했다. 아베 총리 역시 지난 2월 연설에서 한국에 대해 “가장 중요한 이웃 나라”라고만 언급했다. 이에 대해 신문은 “한국에 대한 의식의 변화가 반영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 英, 中주도 AIIB 동참… 美 “옳지 않다” 불쾌감

    영국이 주요 7개국(G7) 국가 중 처음으로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가입 의사를 밝혔다. 영국의 참가 방침에 호주도 가입 ‘거부’에서 가입 ‘검토’로 돌아섰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들은 12일(현지시간) 영국 재무부가 올해 말 출범 예정인 AIIB 창립 멤버로 참여하겠다는 공식 의향서를 중국 측에 보냈다고 보도했다. 조지 오즈번 재무장관은 “AIIB는 이미 아시아 국가들로부터 큰 지지를 받고 있다”며 “영국이 G7에서, 또 서방국 가운데 처음으로 AIIB 멤버가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중국 재정부도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며 “영국 정부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화답했다. 영국의 가입 사실이 알려지자 조 호키 호주 재무장관도 “그동안 요구해 온 AIIB 지배구조 문제가 분명하게 개선됐다”며 AIIB 참여 문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AIIB는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은행(WB), 아시아개발은행(ADB)에 대항한다는 취지로 중국이 지난해 10월 자본금 500억 달러 규모로 만들겠다고 선언한 은행이다. 지금까지 싱가포르, 인도, 태국 등 27개국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미국은 공식적으로는 중립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으나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우려, 동맹국들에는 가입 거부를 종용해 왔다. 우리나라도 그 가운데 하나다. 이런 상황에서 영국의 참여 선언과 호주의 참여 검토 발언이 나와 미묘한 파장이 예상된다. 때문에 관심은 미국와 우방국들 간 균열에 쏠리고 있다. 가디언은 영국의 발표 직전 미국 측이 “중국 요구를 잇따라 수용하는 영국의 방식은 옳지 않다”며 이례적으로 비난했다고 전했다. 미국은 G7 차원에서 AIIB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와중에 영국이 독단적으로 행동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차기 원전사업에 대한 중국 투자 문제와 런던에 위안화 거래소를 설립하는 문제 때문에 혹한 것 아니냐는 얘기다. 영국 측은 “AIIB 설립 단계에 참여하는 것이 영국과 아시아가 함께 성장하는 데 훨씬 유리하다”고 반박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美대사 피습 파장] ‘대인배’ 리퍼트… 50년전 주일 美대사 피습과 닮은꼴

    과거사 문제로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는 한국과 일본은 미국의 주요 동맹국으로 미국 대사가 피격되는 오명도 함께 뒤집어쓰게 됐다. 먼저 경험한 쪽은 일본이다. 에드윈 라이샤워 당시 주일 미국 대사는 1964년 3월 대사관 앞에서 정신질환을 앓던 한 일본인의 공격을 받았다. 범인이 휘두른 흉기로 인해 대퇴부가 30㎝가량 찢어진 그는 출혈이 상당히 많았다. 피가 모자라 일본인의 피를 수혈받은 그는 범인을 비난하기보다 “이제 내 몸에도 일본인의 피가 흐르게 됐다”고 말해 일본인들을 감동시켰다. 다만 간염균에 오염된 피를 수혈받아 남은 생애 동안 간염과 합병증으로 고생해야 했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 역시 감동을 주기는 마찬가지다. 2시간 30분여의 수술 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한·미 동맹의 진전을 위해 최대한 가장 이른 시일 내에 돌아올 것”이라며 한국어로 “같이 갑시다!”라는 글을 남겨 의연함을 보였다. 라이샤워 대사나 리퍼트 대사 모두 위기의 순간에 의연하게 대처해 호감도를 높인 경우다. 그런 공통점과 달리 차이점도 있다. 라이샤워 대사 사건의 경우 정신질환자가 저지른 것이었으나 리퍼트 대사를 공격한 김기종 우리마당 대표는 극단주의자로 분류된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美대사 피습 파장] 與 “종북세력 소행” 날 세우기… 野 “극단적 테러사건” 선 긋기

    [美대사 피습 파장] 與 “종북세력 소행” 날 세우기… 野 “극단적 테러사건” 선 긋기

    여야는 6일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 피습 사건에 대해 연일 강경 발언을 쏟아내며 규탄했다. 다만 여당은 대사를 흉기로 공격한 김기종 우리마당독도지킴이 대표를 ‘종북 반미 세력’으로 지목하고 나섰고, 야당은 극단적 테러리스트에 의한 폭력, 테러 사건임을 강조하며 선 긋기에 주력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용의자 이력으로 볼 때 한·미 동맹의 심장을 겨눈 끔찍한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이인제 최고위원도 라디오 방송에서 김씨가 종북·친북 세력과 연관이 있을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100%”라고 답했다. 이 최고위원은 “리퍼트 대사 개인에 대한 테러가 아니고 미국에 대한 테러라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다”면서 “평양과 맥을 같이하는 특정 세력 소행이라는 게 거의 다 밝혀졌다. 배후를 반드시 밝혀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나경원 의원은 라디오 방송에서 “한·미 관계보다 남·북 관계가 어떻게 될까 고민이 많이 된다”며 대북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 새누리당은 대변인의 공식 브리핑을 통해 더욱 날을 세웠다.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김씨는 노무현 정부 당시 북한을 여러 차례 방문했을 뿐 아니라 국회를 제집 드나들듯 하면서 의원들과 공동기자회견을 하거나 정책 토론회에도 참여한 사실이 밝혀졌다”면서 “어떻게 이런 인물이 시민운동의 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었는지 그 배경이 궁금하다. 통일운동이라는 허울 아래 범죄자를 양산한 토양에 대해 정치권과 시민운동권이 모두 반성해야 한다”며 야당을 겨냥했다. 야당은 이 사건을 ‘증오와 폭력에 의한 테러’로 규정하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특히 김씨와의 관련성을 암시하는 유언비어 등을 차단하기 위해 한·미 동맹의 굳건함을 강조하고 나섰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외교관에 대한 테러는 결코 일어나선 안 된다”면서 “그런 일이 우리나라에서, 그것도 동맹국 대사를 향해 일어난 건 부끄러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사가 하루 빨리 회복해 외교 현장에 복귀하길 온 국민과 함께 바란다”면서 “이번 일이 한·미 양국의 동맹 관계와 우리에게 상처가 되지 않길 바란다”고 기원했다. 문 대표는 오후에는 미국 대사관을 방문해 직원들을 위로했다. 문 대표는 이르면 다음주 초 리퍼트 대사가 입원한 신촌세브란스병원을 직접 찾아 대사와 면담할 계획이다. 우윤근 원내대표는 “리퍼트 대사가 트위터에서 우리 국민에게 전한 ‘같이 갑시다’라는 말처럼 우리 국민은 한·미 동맹이 흔들림 없이 굳건히 유지되리라 믿는다”면서 “한·미 동맹은 어떤 경우에도 훼손돼선 안 되며 테러는 어떤 경우에도 용인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리퍼트 대사 피습 사건은 한 극단적인 반미주의자에 의한 사상 초유의 테러 사건”이라면서 “이유를 막론하고 대한민국 땅에서 테러는 절대 용납할 수 없으며 불관용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일각에서 한·미 동맹을 공격했다는 과도한 주장을 하는데 이는 적절하지 않다”면서 “이번 상황을 침소봉대해 한·미 관계를 악화시키거나 국제적 이미지 실추시키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日 관방 “절대 용서 못할 행위… 일본인 안전도 강화해야”

    일본, 중국, 영국 등 외국 언론들도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의 피습을 일제히 긴급 뉴스로 보도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5일 “이런 행위는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스가 장관은 “미국 정부와 피해자인 리퍼트 대사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면서 한국에 거주하는 일본인의 안전과 관련해 한국 측에 경비 강화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교도통신은 “한국에서 주한 미국 대사가 습격당한 것은 처음으로 보이며, 가장 중요한 동맹국인 미국과의 관계에 악영향이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웬디 셔먼 미 국무부 차관이 지난달 말 한·중·일 역사문제를 둘러싸고 대립하는 세 나라에 모두 책임이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이후 미국과 한국 관계는 삐걱대고 있었다”며 이번 사건과 셔먼 차관 발언과의 연관성을 강조했다. 일본 언론들은 용의자 김기종씨가 2010년 시게이에 도시노리 당시 주한 일본대사에게 시멘트 덩어리를 던져 구속기소된 사실도 비중 있게 보도했다. 중국과 홍콩 등 중화권 매체들도 리퍼트 대사 피습 사건을 긴급 뉴스로 다뤘다. 특히 이날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일이어서 모든 언론이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정부 업무보고 내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으나 서울에서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지자 중국중앙TV(CCTV)와 홍콩 봉황망(鳳凰網) 등은 리 총리의 업무보고 내용과 함께 한국의 사건을 실시간으로 전했다. 영국 BBC 방송은 리퍼트 대사 부부가 올해 초 한국에서 출산한 아들에게 한국식 중간 이름을 붙일 만큼 한국과의 관계 설정에서 남다른 노력을 기울여 왔다며 이런 리퍼트 대사가 서울 한복판에서 괴한의 흉기에 부상을 입은 것은 의외라고 평가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김씨가 습격의 이유로 주장한 연례 한·미 군사훈련의 배경에 대해 심층적으로 보도했다. 캐나다 공영방송인 CBC는 김씨가 과거 주한 일본 대사에게 시멘트 덩어리를 투척할 만큼 과격했고 이를 북한이 두둔해 왔다면서 예견된 사고였다고 진단했다.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서울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한미동맹의 큰 별’이 지다...전쟁고아의 아버지를 기리며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한미동맹의 큰 별’이 지다...전쟁고아의 아버지를 기리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호형호제하는 최측근 인사이자 ‘세준 아빠’로 알려질 만큼 한국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마크 W. 리퍼트(Mark William Lippert) 주한 미국대사가 불의의 테러 공격을 받았다는 사실이 보도된 뒤 미국 시민들은 우방국 수도 한복판에서 자국 대사가 정치적 테러를 당했다는 사실에 충격을 금치 못했다. 미국인들의 충격과 착잡한 심경은 핵심 군사동맹국 가운데 하나인 대한민국의 수도 한복판에서, 그것도 대낮에 자국 대사를 향한 테러가 있었다는 사실에 대한 놀라움과 더불어 사건 발생 불과 이틀 전 대한민국을 위해 반평생을 헌신했던 전쟁영웅이 세상을 떠났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3일(현지시간) 오하이오 주 데이톤 시의 자택에서 향년 98세로 별세한 딘 헤스(Dean Elmer Hess) 미 공군 예비역 대령. 그는 한국공군 전투기 부대의 산파이자 1,000여 전쟁고아들의 아버지였으며, 무공과 더불어 전쟁의 참상 속에서도 휴머니즘을 잃지 않았던 참군인이었다. ▲한국공군의 산파(産婆) 1950년 6월 25일 새벽 북한군의 전면 남침으로 전쟁이 벌어질 당시 대한민국 국군은 육·해·공군과 해병대라는 군대는 가지고 있었지만, 그 수준은 초라하기 그지 없었다. 특히 공군은 제대로 된 전투기 한 대 없이 훈련기와 경비행기 몇 대만을 연락기 겸 정찰기로 가지고 있었고, 그마저도 제대로 운용할 여건이 되지 않았다. 공군은 밀려 내려오는 북한군에 맞서 처절하게 싸웠다. 2인승 훈련기를 타고 적진 상공까지 다가가서 창문을 열고 박격포탄과 수류탄을 던져 폭격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당시 한국공군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이러한 상황을 보고 받은 이승만 대통령은 트루먼 대통령에게 전투기를 제공해 줄 것을 강력하게 요구했고, 트루먼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한국 공군을 공군답게 만들어주기 위한 군사고문단, 이른바 제6146부대가 창설됐다. 제6146부대장으로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 전선에서 P-47 전투기를 몰며 독일공군을 상대로 맹활약을 펼쳤던 조종사가 임명됐다. 그가 바로 딘 헤스 소령이었다. 일명 ‘한판 승부(Bout one)'라고 명명된 한국공군 강화 프로그램은 간단했다. 대대급 부대인 제6146부대가 F-51 무스탕 전투기 10대를 가지고 한국으로 가서 한국공군 파일럿과 정비사를 교육시킨 뒤 전투기를 한국에 인계하는 것이었다. 사실 미 공군은 ‘바우트 원’대대에 별 기대가 없었다. 한국에 전투기를 제공해 주는 생색만 낼 수 있으면 된다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이 부대에 별다른 지원을 해주지 않았다. 심지어 전황이 악화되면서 전투기 한 대가 아쉬워지자 바우트 원 대대를 해체시키고 배속 전투기를 전량 제7공군으로 보내 전투 임무에 투입시키려고 했다. 대대장인 딘 헤스 소령은 “대대가 해체되면 대대원 전체가 육군에 입대해서 전선에서 적을 맞아 싸우겠다”며 상부의 지시에 항명으로 맞섰다. 전시 상관에 대한 항명과 명령 불복종은 총살감이지만, 헤스 소령이 목숨을 내놓고 항명한 덕분에 한국공군은 가까스로 최초의 전투기 대대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그는 전투기가 부족하다는 상부의 압박이 들어올 때마다 교육 중인 한국군 조종사들과 함께 전투기를 타고 출격해 임무를 완수하고 돌아왔다. 훈련부대였음에도 불구하고 헤스 소령은 전쟁이 끝날 때까지 무려 250회나 출격하며 각종 전투임무를 수행했다. 당시 미 공군 조종사들이 100회의 출격을 달성하면 일본이나 미국 등 후방으로 전출 보내주었던 것과 대조적으로 그는 한국에 남았고 끝까지 대대를 지켰다. 한국에 대한 각별한 애정과 군인으로서 부하들을 남겨두고 전선을 떠나지 않겠다는 그의 정신은 그가 탔던 전투기에 그대로 남아 있다. 그는 당시 정비사였던 최원문 일등상사(전후 대령으로 예편)에게 “By faith, I fly를 한국어로 번역해서 기체에 그려 달라”고 부탁했고, 최 일등상사는 “신념(信念)의 조인(鳥人)”이라는 글귀를 그의 전투기에 새겨 넣었는데, 이 문장은 훗날 대한민국 공군 조종사의 기상을 상징하는 일종의 캐치프레이즈가 되었다. 그가 지켜낸 전투기 대대에서 키워진 조종사와 정비사들은 훗날 한국공군의 기틀을 세운 주역들이 되었다. 말 그대로 전쟁 중의 극심한 혼란 속에서 대한민국 공군이 진정한 공군으로 태어날 수 있도록 해준 산파 역할을 했던 것이다. ▲작전명 : 꼬마자동차 전쟁 중 소령에서 중령으로 진급한 헤스 중령은 당시 미 공군에서 군종목사로 임무를 수행하던 러셀 블레이즈델(Russel L. Blaisdell) 중령과 함께 각지에서 고아들을 돌보고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 전선에서 독일의 탁아소를 실수로 폭격한 뒤 충격을 받고 이후 전쟁고아들을 돌보는 것이 헤스 중령의 또 다른 직업처럼 되어 버렸기 때문이었다. 헤스 중령과 함께 고아들을 돌보던 블레이즈델 중령은 서울 시내에 작은 고아원을 차리고 전쟁으로 폐허가 된 서울 시내를 돌며 고아들을 데려와 보살피기 시작했다. 미군 장교가 보살펴준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고아원을 찾아온 아이들은 삽시간에 1,000여 명으로 불어났다. 보급품이 절대적으로 부족했지만, 미군 장병들은 십시일반으로 자신들의 식량과 피복, 월급을 쪼개 고아원에 보내면서 전쟁으로 인해 부모를 잃은 아이들은 1950년 그 혹독한 추위 속에서 목숨을 연명할 수 있었다. 문제는 중공군이 개입하면서 전황이 급속도로 악화되면서 시작됐다. 수십만 대군의 파상공세 앞에 전선은 걷잡을 수 없이 무너졌고, 중공군은 파죽지세로 서울 인근까지 당도했다. 이것이 1. 4 후퇴였다. 헤스 중령과 블레이즈델 중령은 아이들을 모아 일본으로 대피할 계획을 세웠지만 문제는 이동수단이었다. 그들은 미 공군 수뇌부를 끈질기게 설득했다. 하지만 전황이 악화되어 단 1대의 항공기도 아쉬운 판국에 전쟁고아들을 실어 나를 비행기를 따로 편성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고, 미 공군과 UN군 수뇌부는 헤스 중령과 블레이즈델 중령의 간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아이들 사이에서 전염병이 돌기 시작하는 등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더 이상 상부의 허가만 기다릴 수는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들은 인맥을 총동원해 남는 비행기들을 수소문하기 시작했고, 당시 제5공군 작전참모였던 터너 로저스(Turner C. Rogers) 대령으로부터 주일미군에 여유 수송기가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헤스 중령과 블레이즈델 중령은 주일미군사령부와 제5공군을 끈질기게 설득했고, 단 하루 사용하는 조건으로 C-47 수송기 15대를 얻어냈다. 문제는 수송기를 사용하기로 한 당일 아침 정해진 시각까지 무려 1,000여 명의 아이들을 이끌고 서울에서 김포까지 이동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블레이즈델 중령이 수소문 끝에 인근에서 작업 중이던 미 해병대 트럭들을 발견했고, 그 트럭들을 세워 아이들을 태울 것을 명령했지만, 곧 수송대 부대장인 미 해병대 대령이 “전시에 임무 수행중인 차량을 임의로 징발하는 것은 반역”이라며 블레이즈델 중령 일행에게 권총을 뽑아 들었다. 중령 일행은 눈물로 호소를 거듭한 끝에 12대의 트럭을 얻어냈고, 비록 2시간가량 늦긴 했지만 김포 비행장까지 아이들을 데려오는데 성공했다. 헤스 중령은 적이 코앞까지 다가온 상황에서 김포 비행장을 뜨려 하던 C-54 수송기들을 붙잡아 두고 있었고, 아이들이 비행장에 도착하자 트럭으로 달려가 정신없이 아이들을 안고 수송기에 태웠다. 헤스 중령은 훗날 회고록에서 “가장 마지막 차례의 아이가 수송기 안으로 들어오고 수송기 문이 닫히는 순간 내가 느꼈던 지극한 감사와 안도감은 내 평생 두 번 다시없을 것”이라고 소회했다. 헤스 중령과 블레이즈델 중령은 ‘꼬마 자동차 작전’ 직후 명령 불복종으로 소환되어 징계위원회에 회부될 위기에 처했지만, 관련 내용이 미국 전역에 대서특필되면서 전쟁영웅으로 떠올랐고, 결국 징계 대신 훈장과 표창을 받고 대령까지 진급했다. ▲“한국이 통일되는 것을 볼 때까지 살고 싶다” 헤스 대령은 원래 목회자를 꿈꾸며 신학을 전공해 안수까지 받은 개신교 목사였다. 전쟁이 끝난 뒤 그는 미국으로 돌아가 한국인 고아 소녀 한 명을 입양했다. 몸은 미국으로 돌아왔지만, 그의 온 신경은 제주도에 남겨진 아이들에게 쏠려 있었고, 그 와중에 고아들이 머물고 있는 제주도 고아원 임대료를 낼 돈이 없어 아이들이 거리로 내몰릴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서는 무려 6만 달러의 거금이 필요했지만, 전쟁 기간 내내 가진 돈을 모두 털어 고아들을 보살폈던 그에게 그만한 돈이 있을 리가 없었다. 그는 6. 25 전쟁 당시의 경험, 특히 고아들을 구한 ‘꼬마 자동차 작전(Operation Kiddy Car)’에 대한 이야기를 급히 책으로 써냈고, 이 책이 대박을 터트리며 벌어들인 인세 수입을 모두 제주도로 보냈다. 그가 쓴 '전송가(Battle Hymn)'는 미국 사회를 감동시키며 영화로까지 제작됐고, 헤스 대령은 책 인세 수입과 영화 로열티까지 벌어들인 모든 돈을 고아들에게 쏟아 부었다. 그가 돌본 고아들은 아버지와 같이 자신들을 돌보아 준 헤스 대령에게 보답하기 위해 노력했고, 환갑이 넘은 지금까지 종종 그를 찾아가 고마운 마음을 표했다. 임종 직전까지 그의 곁은 입양해 온 한국인 딸이 지키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구한 고아들 가운데 미국에 정착해 종종 인사를 오는 ‘가슴으로 낳은 자식들’에게 종종 “한국이 통일되는 것을 볼 때까지 살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마지막까지 한국에 대한 애정을 간직하며 살았다. 미국 주요 언론들이 헤스 대령의 별세 소식과 한국 사랑으로 채워진 그의 삶을 보도한지 불과 이틀 후에 ‘친한파’ 미국대사에 대한 테러 소식이 미국 주요 일간지 1면을 장식했다. 헤스 대령과 8년 전 먼저 세상을 떠난 블레이즈델 대령은 천국에서 이 소식을 접하고 얼마나 안타까웠을까? 이일우 군사 통신원(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 대부분 차량에 계란·물병 투척…일본 대사관에 화염병 던지기도

    대부분 차량에 계란·물병 투척…일본 대사관에 화염병 던지기도

    주한 외교사절에 대한 공격은 과거에도 종종 있었지만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사건은 동맹국 대사를 겨냥해 흉기를 휘둘렀다는 점에서 가장 중대하고 잔혹한 사건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는 계란이나 물병 투척 등이 주를 이뤘다. 2001년 5월 외교 및 안보 현안 논의를 위해 한국을 찾은 리처드 아미티지 당시 미 국무부 부장관 일행은 숙소인 서울 용산구 하얏트 호텔 정문 앞에서 계란 세례를 받았다.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제 구축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평화실현 공동대책위’ 회원들이 아미티지 부장관 일행 차량에 계란을 던졌지만 정작 아미티지 부장관은 호텔 근처에서 조깅 중이었고, 차량에는 제임스 켈리 차관보 등이 탑승해 있었다. 당시 시위를 주도했던 김모씨는 외국사절폭행 등 혐의로 기소돼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이 확정됐다. 2004년 10월 용산 미군기지 이전과 이라크 파병 연장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방한한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도 계란 세례를 받았다. 파월 장관 차량에 계란을 투척한 시민단체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의 지역 대표인 주모(여)씨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2011년 8월 서울 중구 자유총연맹 앞에서 열린 이승만 동상 제막식에 참석한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의 차량에 동상 건립을 반대하는 시민이 던진 물병과 신문지 조각 등이 날아들기도 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초에는 주한 호주대사관 존 필빔 경제 담당 참사관이 자택에서 강도로 보이는 30대 괴한이 휘두른 흉기에 가슴을 찔려 중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외국 공관을 대상으로 한 사건도 많이 발생했다. 1982년 부산 미문화원 방화, 1985년 서울 미문화원 점거 등 민주화운동이 한창이던 1980년대에 특히 미국 공관을 대상으로 삼은 사건이 잇따랐다. 2002년 12월 ‘효순이 미선이’ 사건으로 광화문 네거리에서 집회를 벌이던 시위대가 미 대사관 쪽으로 계란을 투척하기도 했다. 2012년 1월에는 자신의 할머니가 일본군 위안부라고 주장한 중국인 유모씨가 일본대사관에 화염병 4개를 던지기도 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속보]美오바마, 테러당한 리퍼트에 전화걸어…

    [속보]美오바마, 테러당한 리퍼트에 전화걸어…

    미국 정부는 4일(현지시간)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에 대한 테러 소식이 전해지자 큰 충격에 휩싸였다. 가장 중요한 동맹국의 하나로 치안이 좋은 것으로 알려진 한국에서 미국 정부를 대표하는 특명전권대사가 공격을 당했다는 것 자체가 경악스럽다는 분위기다. 미 국무부는 사건발생 직후 주한 미국대사관 등 현지 공관을 통해 사건경위와 리퍼트 대사의 상태를 파악한 뒤 1시간 30여분만에 논평을 내놨다. 국무부는 “현재 리퍼트 대사는 지역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라면서 ““폭력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CNN 등 미국 주요방송들은 이번 사건을 긴급뉴스로 전한 뒤 정규방송을 속보체제로 전환하고 시시각각 들어오는 소식을 신속히 전하고 있다. 방송들은 서울 특파원 등을 연결해 사건 발생 당시의 상황을 상세히 전했고 일부 특파원은 반미감정에 의한 범행이 의심된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리퍼트 대사에게 전화를 걸어 쾌유를 빌었다. 버내딧 미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사건 직후 “오바마 대통령이 리퍼트 대사에게 그와 그의 아내 로빈을 위해 기도하고 있으며 속히 회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한·중 밀착 불만 반영… 美의 몽니?

    한·중 밀착 불만 반영… 美의 몽니?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정무차관이 한·중·일 3국 간 과거사 갈등 문제를 둘러싸고 일본에 편향적인 입장의 발언을 한 것과 관련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외교부는 불쾌한 표정이 역력하지만 자칫 이 문제가 한·미 간 갈등으로 비쳐지는 것을 우려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조태용 외교부 제1차관은 2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외교부는 셔먼 차관의 발언을 가볍지 않게 보고 있다”면서 “엄중함을 갖고 이 문제를 다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조 차관은 “좀 더 구체적인 미국의 입장에 대해서는 한·미 간에 의견을 나눌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셔먼 차관의 발언 원문을 꼼꼼히 다 살펴봤지만 다른 해석을 할 여지가 별로 없어 보였다”며 “미국의 진심이 이제서야 나온 것으로 볼 수 있어 기분이 씁쓸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셔먼 차관이 자신의 발언이 공개된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의도된 행위로 보고 있다. 당장 이달 말로 예정된 한·중·일 3국 외교장관 회담을 앞두고 한국과 중국에 대한 계산된 메시지라는 인식이다. 특히 중국의 부상으로 어느 때보다 한·미·일 협력이 중요한 시점에서 과거사 문제로 3국 안보협력이 약화되는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미국 측 인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그동안 아시아의 대표적 동맹국인 한·일 양국이 2년 넘게 정상회담조차 개최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우려를 갖고 있었다. 셔먼 차관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한·중·일 과거사 문제와 관련, “민족감정은 여전히 악용될 수 있고 정치지도자가 과거의 적을 비난함으로써 값싼 박수를 얻는 것은 어렵지 않다”면서 “그러나 이 같은 도발은 진전이 아니라 마비를 초래한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서울&평양 경제 리포트] 파이프라인 구축 땐 남·북·러 ‘윈윈’… 한반도 정세·가스값이 관건

    [서울&평양 경제 리포트] 파이프라인 구축 땐 남·북·러 ‘윈윈’… 한반도 정세·가스값이 관건

    “야쿠티아(시베리아의 일부 지역)에는 60억t의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었다. 이는 한국이 50년 이상 쓸 수 있는 양이었다. 그동안 수송로와 기후 문제로 많은 나라의 정부와 기업들이 발길을 돌린 곳이다. 유럽 국가들에겐 경제성이 없고 악조건인 이곳이 우리에겐 거꾸로 매력적이었다. 야쿠티아에서 생산된 가스를 파이프라인을 통해 북한을 거쳐 우리나라에 들여온다면 에너지 문제의 상당 부분이 해결될 수 있었다” 최근 발간된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에는 남·북·러 가스관 연결 사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1990년 현대건설 회장이던 이 전 대통령은 천연가스 사업을 따내기 위해 구소련 야쿠티아 공화국(현재 사하공화국)을 방문했고 소련 정부를 상대로 남·북·러 가스관 사업에 관해 수차례 협상을 진행해 결국 사업 계약서에 사인을 받았다. 하지만 1992년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대선 출마에 따른 현대그룹의 위기와 소련 붕괴로 인해 사업은 결국 무기한 보류될 수밖에 없었다. 남·북·러 가스관 사업 구상은 이후에도 꾸준히 제기됐다. 1992년 8월 김우중 당시 대우그룹 회장은 러시아와 북한의 동의를 바탕으로 러시아의 일원이었던 사하공화국과 가스전 개발에 대한 협의를 시도했다. 대우그룹은 다른 대기업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나가며 의욕적으로 사업을 추진했지만 사하공화국의 열악한 인프라 문제와 경제성 때문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2004년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한·러 정상회담 이후 양자 간 석유·가스의 운송 개발에 대해 합의하면서 한동안 주춤했던 사업이 조금씩 진척되기 시작했다. 2008년 9월에는 이 전 대통령이 18년 만에 다시 러시아 정부와 가스관 사업과 관련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북한~한국을 연결하는 가스관을 통해 30년간 약 750만t(900억 달러 상당)의 천연가스를 도입한다는 내용이었다. ●MB, 건설사 CEO 때 첫 사업 계약 북한도 한때 적극적이었다. 북한의 에너지 정책은 석탄과 수력에 주로 의존했고 이는 전력생산 차질과 공업 생산가동률 저하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11년 8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가스관 사업에 큰 관심을 보였다. 당시 우리 정부는 “유엔 대북 제재와 한국의 5·24조치는 가스관 협력과 무관하며, 대북 제재 대상이 아니다”라고 설명하며 사업 재개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러시아도 2012년 9월 과거 북한에 제공했던 차관 110억 달러 중 90%를 탕감하고 나머지를 양국 간 합작 프로젝트에 투입하기로 합의해 북한의 사업 참여를 독려했다. 하지만 2012년 이후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으로 인해 남북 관계가 경색되자 사업은 난항에 빠지게 됐다. 현재 남·북·러 가스관 사업은 중단된 상태다. 외교부 관계자는 13일 “현재 정부 차원에서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있는 사안은 없다”면서 “남북 대화가 본격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고, 5·24 대북제재 조치도 유지되고 있어 사업 추진을 위한 여건 조성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일부도 “북한 문제도 걸려 있고 대규모 자본이 투자돼야 하는 사안이기에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사업의 불씨는 여전하다. 박근혜 정부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가 유라시아의 에너지 네트워크 구축을 강조했듯이 남북한과 러시아가 가스관 사업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많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때 주춤했던 협상 진척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12년 12월 12일 국정연설에서 “21세기 러시아 발전의 방향은 동쪽을 향하고 있다”면서 “시베리아 극동은 우리의 거대한 잠재력이며 이 잠재력을 반드시 실현해야 한다”고 극동 개발을 강조했다. 인프라가 열악한 극동 시베리아 지역은 지방정부의 재정여건도 취약하다. 특히 이 사업은 에너지 자원으로 국가의 힘을 비축해 소련 시절처럼 ‘강한 러시아’를 부활시키겠다는 목표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러시아는 극동 지역에서도 미·중·러의 ‘3국 체제’를 정립시킨다는 전략적 목표를 추구한다. 특히 동아시아에서 북한의 대중국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북한과의 경제 협력을 확대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회복시킬 수 있는 효과가 있다. 결국 푸틴 정부 극동개발의 핵심은 시베리아의 가스를 동북아시아 시장에 공급하는 방향으로 귀결된다는 평가다. 이로써 러시아는 유럽을 보완할 수 있는 거대한 에너지 시장을 구축할 수 있다. 게다가 남·북·러 가스관 사업이 성공할 경우 동북아 문제에서 미국과 중국의 영향력 행사를 견제하는 효과도 노릴 수 있다. ●MB정부, 가스관 연결 MOU 체결 에너지원의 약 97%를 해외에 의존하는 한국에도 이는 저렴한 연료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통일연구원에 따르면 남·북·러 가스관이 개통되면 이를 통해 러시아에서 한국에 전달되는 파이프라인 천연가스(PNG)가 현재 배를 통해 러시아에서 수입하고 있는 액화천연가스(LNG)보다 18~29%가량 저렴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PNG는 LNG와 달리 액화시키는 비용이 발생하지 않고 대규모 저장시설도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남·북·러 가스관이 도입되면 동북아 가스 에너지 허브로서의 역할도 가능해진다. 게다가 가스관 사업을 통해 북한의 개방을 이끌고 남북 관계 개선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만성적 경제난을 겪고 있는 북한에도 가스관 사업은 단비와 같은 존재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가스관 통과료 명목으로 연간 1억 달러 이상의 현금 혹은 에너지 등의 수입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또 러시아와의 협력을 강화해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약화시키는 ‘등거리 외교’ 차원에서도 필요하다. 하지만 사업 재추진에 대한 전망은 밝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승수 통일연구원 국제전략연구센터 부연구위원은 “러시아나 북한이 국제 정세 변화에 따라 갑자기 가스관을 봉쇄할 수도 있다는 리스크가 남아 적극적 사업 진행이 쉽지 않다”면서 “남북 관계도 경색돼 현재로선 사업이 불투명한 상태”라고 말했다.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러시아는 극동개발을 통해 LNG 수입 국가 1·2위인 일본과 한국 시장을 노리고 있다”면서 “하지만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러시아와 미국의 관계가 악화돼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으로서는 난처한 상황에 처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2012년 남북관계 경색에 따라 난항 악화된 가격 경쟁력도 변수다. 이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한국가스공사는 (러시아 국영 에너지 기업) 가스프롬과 수차례 협상을 갖고 상당 부분 세부 조건에 대한 의견 일치를 봤지만 단가에서는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면서 “셰일가스를 고려할 때 러시아 측이 제시한 단가가 너무 높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요 기관의 전망에 따르면 미국의 셰일가스를 도입할 경우 액화비용과 수송비를 합해도 기존 아시아 시장 가격보다 25~30% 저렴할 것으로 예상됐다”고 덧붙였다. 임강택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경제난으로 러시아가 북한에 투자할 만큼 여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투자환경이 좋다고도 할 수 없다”면서 “남북 관계가 아직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가스관 연결은 시기상조”라고 평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는 오는 5월 제2차 세계대전 전승 70주년 기념식에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초청했다. 이는 북한과 러시아가 가스관 사업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계기로 전망된다. 마침 북한도 지난해 11월 15일 발행한 북한 사회과학원 학보를 통해 “원유·천연가스 수송관의 부설과 시베리아횡단철도·조선종단철도의 연결이 주목되는 협력대상”이라고 전한 바 있다. 우리 정부도 2013년 10월부터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일환으로 유라시아 에너지 네트워크 구축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다시 한번 남·북·러 가스관 사업이 추진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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