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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트럼프 시대 대응 위한 新안보 전략 짜야

    미국 고립주의를 대외정책으로 내건 도널드 트럼프 시대의 개막은 우리에게 변화하는 안보 지형에 걸맞은 새로운 안보 전략 수립을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시대에 예상되는 안보 변화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북핵 문제, 전시작전권(전작권) 이양 등 한두 개가 아니다. 당장 내년부터 협상에 들어갈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는 후보 때 줄곧 동맹국을 지켜주는 대가로 미국은 얻은 것이 없다는 논리를 폈다. 안보 무임승차론이다. 지금까지는 자국의 필요에 의해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는 개념이 강했다면 트럼프 당선자는 동맹국의 필요성에 방점을 두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연간 9000억원 이상을 분담한다는 우리 측의 해명에 대해 푼돈이라고 일축했다. 미국의 분담금 인상 압력에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 이유다. 경북 성주 골프장에 배치하기로 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포대의 연간 운영비도 우리 측에 떠넘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 전략폭격기의 한반도 전개에 따른 비용 요구도 무리가 아니다. 트럼프 당선자로서는 동맹국들이 더 많이 부담하고, 세계경찰 역할도 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대북 정책의 경우 베일에 가려져 있지만 북핵 제재도 지금과는 다르게 접근할 수 있다. 우리로서는 분담금만 늘리고 북핵 제재도 실패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국내에서도 핵무장론이 고개를 들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핵무장론은 협상 수단으로서는 유용하지만 정책 수단으로서는 리스크가 크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전작권 조기 이양 문제도 거론될 수 있다. 전작권은 2012년 우리나라에 넘어오기로 돼 있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에서 2015년으로, 현 정부에서 2020년 중반으로 연기했다. 전작권 이양은 유사시 우리가 주도적으로 전쟁을 치르고 미군이 지원하는 형태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천문학적인 국방비 증액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사실이다. 우리의 안보전략은 국방비 증액밖에 없다. 역설적으로 국방비 부담을 덜고 미국의 압력을 극복하는 길은 궁극적으로 남북 긴장 완화에 달려 있다. 인도적 차원의 대북지원사업을 재개하는 등 교류의 물꼬를 트는 방안도 검토해 볼 만하다. 우리의 신(新)안보전략은 남북의 극한대결이 아닌 대화에서 비롯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 [트럼프시대와 한반도] 동맹보다 실익 챙기는 트럼프… ‘마초 4강’에 둘러싸인 대한민국

    中 견제 위해 러와 손잡을 수도 동북아 충돌 개입 여부 변수로 국방력·무역 놓고 중국과 갈등 ‘고립주의’를 표방한 도널드 트럼프가 차기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동북아의 역학 관계는 재조정에 들어가는 등 불안정성이 커지게 됐다. 강한 미국을 주창한 트럼프, 집단지도체제에서 1인 지배를 강화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내정을 안정시키며 국회에서 개헌선까지 확보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전성기 러시아 제국주의 향수를 자극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한반도를 둘러싼 4강 모두 경제와 군사를 바탕으로 한 첫 각축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자칫 이들이 강하게 부딪힐수록 한국 외교는 설 자리가 좁아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트럼프의 주장을 볼 때 한국, 일본 등 동맹국과는 물론 중국, 러시아 등과의 관계도 재조정을 거치며 요동칠 전망이다. 그의 주장인 ‘트럼프주의’는 미국 중심의 일방주의, 보호무역, 반세계화, 국제적 개입 축소 등을 골자로 한다. 그의 대외 정책의 출발점은 힘에 기반한 현실주의다. 그는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강한 미국 건설”을 외쳐 왔다. 가치, 규범, 제도, 심지어 동맹까지도 언제든지 휴지통으로 집어던질 기세다.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란 가치에 기반한 동맹은 위기에 처했다. 그의 두 번째 입장은 “‘세계 경찰 역할’을 이제 그만두겠다”는 것이다. 지역 분쟁에 개입하지 않고, 국제 평화란 명분을 위해 미국이 예산을 쓰며 국력을 소모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아시아는 아시아인이 지키라”는 1969년 당시 리처드 닉슨 미 대통령의 독트린과 일부 맥을 같이한다. 이는 미국이 세계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 기본 축이 됐던 동맹 관계를 평가절하하면서 일방주의로 가겠다는 것으로 동맹 관계가 느슨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사업가답게 이해타산을 우선시하며 모든 것은 흥정과 거래가 가능하다는 식의 그의 태도는 동북아 동맹 관계를 흔들고 불안정성을 고조시키고 있다. 일본의 재무장과 동북아 군비경쟁을 재촉할 가능성도 높다. 동맹을 축으로 했던 ‘미국에 의한 국제 평화’인 ‘팍스아메리카’의 종말도 예상된다. 아·태 및 동북아 지역에서 미국의 역할 변화는 그동안 안정의 핵심 수단이던 미·일 및 한·미 동맹이 어떤 형태로 재조정될지에 좌우될 전망이다. 지역 안정과 중국 견제와 관련, 일본의 역할을 어느 정도 인정할 것인가. 센카쿠열도 등에서 중국과 영토 분쟁 중인 일본에 대해 미국이 중·일 충돌 상황에서 어디까지 개입하고 힘이 돼 줄 것인지 등도 변수다. 동북아에서 트럼프가 직면한 가장 큰 과제는 중국의 부상에 대한 대처이며 지역 동맹국들과의 관계 설정이지만 트럼프는 힘에 기반한 양자 협상에 치우쳐 있다. 한편 그는 중국을 ‘일자리 도둑’, ‘환율 조작국’이라면서 중국 제품에 높은 관세를 매겨 미국의 산업을 보호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강도 높은 무역전쟁이 예상되는 점이다. 또 그는 병력 증강 등 국방력 강화와 남중국해 해역의 미군 주둔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 점에서 남중국해 패권 장악을 핵심 국가이익으로 보는 중국과의 갈등 격화가 예상된다. 트럼프의 미국이 중국에 유화정책을 취하려 하지는 않겠지만 동맹의 신뢰 상실 및 갈등 확대로 인한 ‘아시아 재균형 정책’의 내적 붕괴 과정 속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활동 영역과 영향력이 커질 가능성은 크다. 경제적·전략적으로 대중 견제 약화 등의 후유증을 가져올 수 있다. 반면 트럼프는 크림반도 합병부터 시리아·중동 문제까지 미국과 각을 세워 온 온 푸틴 대통령에 대해서는 훌륭한 지도자라고 치켜세우며 호의적으로 대해 왔다. 대러시아 관계 회복의 기대가 높은 상태로 러시아 중시 정책을 통한 중국 견제가 진행될 것이란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시론] 대외확장 멈추자는 트럼프 대응책/우정엽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시론] 대외확장 멈추자는 트럼프 대응책/우정엽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트럼프의 당선 이후 그 영향을 분석하느라 분주하다. 그만큼 대비가 없었다. 여론을 안심시키고자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과 트럼프 당선자의 통화 내용도 공개했다. 트럼프가 공직을 맡은 적도 없고, 외교 안보 영역에 관련이 있었던 것도 아니어서 우리와 특별한 연관이 있을 가능성은 작다. 불안한 이유다. 급기야 트럼프와 같은 학교 출신이 누구인지 파악하는 웃지 못할 촌극까지 벌어지고 있다. 워싱턴에서 석사 과정을 할 시기에 같은 학교 학부에 트럼프의 딸 이방카가 재학했다. 그렇다고 필자가 트럼프의 한국 인맥이 될 수는 없는 일이다. 놀랐다고 냉정을 잃으면 대응의 기회 역시 잃게 된다. 트럼프의 정책 방향을 알려면 그간 트럼프 본인과 그의 자문진이 말한 내용에서 그의 생각을 최대한 읽어 내야 한다. 진중하지 않았던 그의 과거 행적과 좌충우돌 선거 캠페인은 그의 정책이 깊이가 없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게 한다. 하지만 그의 정책이 아무런 이론적 배경 없이 나온 것은 아니다. 당선 직후의 연설에서 그는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역할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대신 과거 뉴딜 정책과 같은 대대적인 인프라스트럭처 토목 사업을 통해 성장률을 높이고,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안은 경제학 교수 피터 나바로와 사모펀드 투자가 윌버 로스가 기획했다. 현재 국무장관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되는 리처드 하스 미국 외교협회장의 의견과도 맥을 같이한다. 하스 회장은 저서에서 미국의 대외 정책은 일단 국내 문제의 해결에서 시작해야 한다며 인프라스트럭처 복구 등을 주장한 바 있다. 미국이 지나친 대외 확장으로 정작 미국 국내에서 쓸 재원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배경에 깔려 있다. 지난 5월 트럼프는 외교·안보 구상을 공식적으로 처음 밝히면서 “지나친 대외 확장이 미국 외교의 문제”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이 또한 대외 확장을 멈추고 극도의 선별적 개입을 하는 방향으로 미국의 대외 정책을 수정해야 한다는 하스 회장의 주장과 같은 내용이다. 지난 6월에는 저명한 국제정치학자 존 미어샤이머 교수와 스티븐 월트 교수가 포린어페어스지를 통해 역외균형론을 미국의 새로운 대외전략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세계의 경찰’이 되는 대신 지역 내 국가들이 지역 패권국이 되려는 국가들을 상대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유럽 국가들 주도로 되돌리고, 중동 문제 역시 지역 국가들이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북아에서도 기본적으로 지역 패권국은 지역에서 알아서 관리하고 예외적으로 중국이 미국의 이익을 해칠 경우에만 미국이 개입할 여지를 남겨 놓았다. 이러한 바탕에서 트럼프 캠프의 외교 안보 선임 자문역인 공화당 포브스 의원 보좌관 출신 앨릭스 그레이와 나바로 교수가 선거 전날 포린폴리시에 트럼프의 아시아태평양 전략을 기고한다. 여기서 그들은 버락 오바마 정부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이 군사력으로 뒷받침되지 않아 오히려 중국을 키운 결과를 낳았다고 비판했다. 트럼프의 외교·안보 양대 접근법에 대해서는 자유무역협정(FTA)이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처럼 외교정책의 이름으로 미국의 이익을 손해 보는 일은 중단하고, 레이건 시대와 같이 힘을 통한 평화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시아에서 해군력 등 군사력을 대폭 증강해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면서도 한국과 일본이 미군 주둔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주장 또한 잊지 않았다. 트럼프는 지나친 확장 대신 국내의 경제 재건에 집중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함과 동시에 아시아에서는 군비 증강을 통해 중국을 억제하고 동맹국들의 이익을 보호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밝힌 것으로 보인다. 모순도 있지만 무엇을 지향하는지 알 것도 같다. 이 모든 아이디어들이 트럼프 취임 첫날 바로 실행되는 것이 아니다. 정책화를 위해서는 의회와의 험난한 협상을 거쳐야 한다. 우리가 그의 당선에 대비하지 못한 아쉬움은 남는다. 그러나 아직 트럼프의 미국을 설득할 시간은 충분하다. 그리고 차기 미국 대통령은 동맹을 통해 미국이 얻는 이익이 미군 주둔 비용을 상쇄하고도 남는다는 점을 곧 알게 될 것이다.
  • [서울광장] ‘혁명적 변화’ 앞에 선 대한민국/오일만 논설위원

    [서울광장] ‘혁명적 변화’ 앞에 선 대한민국/오일만 논설위원

    예측이 빗나갔다. 아니 저변에 흐르는 민심을 제대로 몰랐다는 게 더 정확하다. 막말과 인종차별, 성 추문 등으로 얼룩진 인물이 세계를 호령하는 미 대통령이 된다는 것 자체를 믿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미 대선 승리를 두고 하는 말이다. 하지만 냉정히 따져 보자. 트럼프 당선자는 영민한 인물이다. 그의 저서 ‘거래의 기술’(Art of Deal·1987년 출간)은 뉴욕타임스 논픽션 부문에서 32주간 연속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명저로 꼽힌다. 그가 제시한 ‘크게 생각하고’, ‘항상 최악의 경우를 예상하며’, ‘입지보다 전략에 주력하라’ 등 11개 원칙을 직접 실천해 불가능을 현실로 만든 인물이다. 트럼프는 저서 말미에 ‘다음은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대목이 나온다. ‘앞으로 20년 동안 해 보려고 하는 것은 가장 창조적인 방법을 찾아내 자신만을 위해 써 온 재능을 남을 위해 발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일’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그는 정확하게 19년 후에 자신이 설정한 목표를 달성했다. 인종차별주의자, 신나치주의자 등 온갖 모멸적 낙인이 찍힌 그가 대통령직에 오른 것 자체가 미국이 비상사태라는 것을 의미한다. 1차 세계대전 이후 100년 가까이 유지해 온 국제 질서를 허물겠다는 그의 과격한 주장이나 “이 나라는 지옥 구덩이에 빠졌다”(This country is a hellhole)는 선동이 먹혀든 배경이다. 1%가 모든 것을 장악한 미국의 모순은 민주당 후보로 나선 힐러리 클린턴의 ‘건전한 상식 정치’를 외면했다. 대신 반(反)기득권의 기수인 트럼프의 ‘무모한 변화’를 선택할 정도로 절실했다고 봐야 한다. 긴 안목에서 보면 지금의 미국은 로마 제국의 말기를 연상시킨다. 광대한 영토의 방위가 로마 재정을 파탄 내 멸망으로 이어진 역사가 있다. 세계 경찰의 역할을 하는 국제주의를 포기하겠다는 트럼프의 주장도 미국의 약화된 경제와 직결돼 있다. 동맹국들에 비용을 분담시키고 그 돈으로 이민자들에게 뺏긴 일자리를 찾아 주겠다는 논리가 먹힌 이유다. 미국의 정치 현실은 우리와 비슷하다. 10년 가까이 민심과 동떨어져 당파 싸움만 일삼던 야당 과점 체제와 불평등 위에 구축된 기득권 계층의 부의 독점은 변화를 열망하는 앵그리 화이트(성난 백인)를 결집시켰다. 전통적인 보수와 진보라는 구도 대신 엘리트 대 비(非)엘리트, 기득권 대 비(非)기득권이라는 새로운 정치 지형이 자리 잡게 된 이유다. 인종차별 발언으로 트럼프에 분노해야 할 히스패닉·아시아 유권자들의 29%가 지지한 것도 이런 맥락일 것이다. 트럼프는 이런 흐름에 올라탔을 뿐이다. 대한민국도 미국처럼 혁명적 변화를 요구하는 성난 민심에 직면해 있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외친 ‘혁명적 변화’의 목소리에 야당의 유력 주자인 안철수 의원은 물론 여당의 김무성 의원까지 가세했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혁명적 사고로 대한민국을 변혁시키겠다”고 나설 정도다. 국가 운영의 기본 틀을 바꾸지 않는 한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대한민국은 지금 지붕을 고치고 담장을 수리하는 식의 미봉책으로 수습될 단계는 지났다. 실직한 50대 아버지는 한숨만 쉬고 있고 취업 못한 20대 자녀는 암담한 미래에 좌절하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희망의 출구조차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권력과 돈을 쥔 기득권층들이 벌이는 행태에 우리는 절망한다. 박근혜 정부의 헌법 파괴적인 국정 문란 행위는 물론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악몽을 떠오르게 하는 사법부의 부패상은 온 국민이 치를 떨게 했다. 판도라 상자인 최순실 게이트가 열리면서 대통령 말 한마디에 온갖 불법에 앞장서는 청와대 수석들이나 최씨 권력에 기생해서 돈벌이를 꿈꿨던 재벌들의 작태는 말할 필요도 없다.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승마 부정과 이대 부정 입학 과정에서 벌어졌던 부패의 악취는 ‘헬 조선’ 그 자체다. 최씨 국정 농단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짊어져야 하는 책임은 닉슨 대통령을 하야로 내몬 워터게이트의 파문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엄중하다. 광화문광장에 퍼져 나가는 성난 민심의 목소리가 그래서 무서운 것이다. oilman@seoul.co.kr
  • [시론] 불확실성이 높아진 한·미 관계/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시론] 불확실성이 높아진 한·미 관계/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그의 당선 의미를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불확실성의 증대’다. 후보 시절 트럼프는 체계적인 한반도 정책을 내놓지 않았다. 그 대신에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김정은과의 직접대화”, “한·일 핵무장 용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 파격적인 언행을 보여 줬다. 그는 당선 축하 연설에서 “우리와 잘 지내려는 국가와는 잘 지낼 것”이라고 말해 취임 이후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한 일방주의적 대외 정책을 펼 것임을 시사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은 이민 문제와 자유무역협정 문제를 제외하고 많은 부분에서 기존 공화당의 정강과 다른 내용을 갖고 있다. 트럼프는 주요 동맹국인 독일, 사우디, 일본, 한국 등을 일방적인 안보 무임승차 국가들로 지목하고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동맹국 내에 주둔하는 미군의 철수도 불사할 것임을 주장했다. 그 연장선상에서 일본 핵무장론도 언급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 제일 먼저 오바마 행정부가 역점을 들여 추진해 온 아시아 재균형 전략을 손보게 될 것이다. 이 전략에 따라 안보 면에서 동맹국들의 결속을 추진하고, 특히 동북아 지역에서 미사일방어망 구축을 중심으로 한·미·일 삼각안보 체제를 구축해 왔다. 경제 면에서 중국 주도의 역내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맞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추진해 왔다. 그런데 트럼프 당선인은 자유무역협정으로 인해 미국 중산층이 피해를 봤기 때문에 재협상해야 한다며 공공연히 한·미 FTA 재협상도 언급하고 있다. 그는 이미 TPP를 철회하겠다고 공약했다. 안보 면에서도 비용 재조정을 고리로 미군 철수를 포함해 동맹 관계의 전반에 걸쳐 재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국 배치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도 적잖이 영향을 받게 될 전망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7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등에 MD 체계가) 오랫동안 있었지만 쓸모도 없이 돈만 낭비하고 있다”며 비판적인 태도를 드러냈다.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은 8~10개월 내에 사드를 전개하겠다고 의욕을 보였지만, 1개 포대를 배치하는 데 1조 5000억 원 이상 드는 사드의 한국 내 배치를 예정대로 추진할지 회의적이다. 내년에는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협상이 예정돼 있는데, 트럼프 당선인이 100% 한국 부담을 요구한 바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내년에 우리 대통령 선거와 맞물려 있어 정부가 쉽게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사실상 무기 연기했던 전시작전권 전환 문제가 조기 추진될 수 있다. 정부는 일단 한·미 동맹이 정상적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판단하는 듯하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10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의 신행정부가 출범해도 한국과의 동맹 조약은 정상적으로 잘 유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모든 부문에서 우려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트럼프 신행정부가 출범하면서 전격적으로 북·미 대화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불어 6자회담의 재개를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6자회담이 재개될 경우 한반도 평화협정의 병행 논의가 주요 이슈가 될 것이다. 이와 맞물려 전작권 전환 문제가 본격 논의될 수 있다. 일부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게 되면 선거 기간에 내건 공약들이 철회되고 전통적인 공화당의 정책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도 없지 않다. 하지만 이번 대선 기간 중에 트럼프 후보에 실망한 전통적인 공화당 전직 관료나 정책전문가 대부분이 그에게서 등을 돌렸다. 전통적인 공화당 정책으로 되돌릴 만큼 그에게 영향력 있는 인물이 눈에 띄지 않는다. 트럼프는 미국이 만든 전후 질서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질서를 만들려고 하고 있다. 어쩌면 트럼프 행정부의 등장은 새로운 국제질서의 신호탄이 될지도 모른다. 미국의 한반도 정책이 대폭 전환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부 관료와 민간 전문가들이 모여 상황 점검과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하루빨리 국정 혼란을 수습해 ‘한국 우선주의’ 외교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 전작권 조기 전환 가능성 北과 그랜드 바겐 할 수도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 전작권 조기 전환 가능성 北과 그랜드 바겐 할 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외교자문역 중 한 명인 피터 후크스트라(사진 위) 전 하원 정보위원장은 9일(현지시간) 트럼프 정부에서도 한·미 관계는 굳건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트럼프 정부에서 한·미 동맹의 지각변동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후크스트라 전 위원장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트럼프 당선자는 한·미 두 나라 사이의 강한 우정을 지속하는 것을 기대할 것”이라며 “한·미 양 국가는 강력한 국가안보와 경제적 유대관계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후크스트라 전 위원장은 지난달 한 세미나에서 “트럼프는 동맹국들과의 관계를 위협하거나 도전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앞으로 전진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들을 개발하기 위해 지역의 우리 동맹국들과 함께 일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오바마 정부의 대북 정책은 실패했다며 재검토를 밝혔으며, 트럼프 당선자가 주장해 온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 가능성도 시사했다. 빅터 차(가운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이날 ‘트럼프와 한·미 동맹’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트럼프 당선자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을 한국에 조기에 넘길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차 석좌는 트럼프의 대선 승리가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대북정책 등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트럼프 당선자의 원칙은 미국의 이익을 우선하겠다는 것인데 이런 관점으로 볼 때 (임기 중) 전작권 전환을 마무리 짓고 관련 책임을 모두 한국에 넘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차 석좌는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서는 “가장 큰 의문점이 드는 이슈”라며 “트럼프 당선자는 선거 기간 북한 김정은과 기꺼이 마주 앉아 대화할 수 있다는 말부터 이 문제를 전적으로 중국에 맡기겠다는 구상까지 모든 것을 말했는데, 아마도 (크게 주고받는) ‘그랜드 바겐’을 시도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도널드 맨줄로(아래)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은 이날 논평에서 “(한·미 동맹관계의) 재평가와 논의가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동맹에 대한 미국의 기본 약속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한·미 동맹을 중시하는 의회가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서점가 강타한 ‘대통령’ 트럼프

    서점가 강타한 ‘대통령’ 트럼프

    한 인물이 전 세계를 들썩이고 있다. 미국 45대 대통령이 된 도널드 트럼프. 이제 세계는 싫든 좋든 ‘트럼프’라는 어렵고도 낯선 숙제와 맞닥트리게 됐다. 미 대권을 거머쥔 그를 연구하고 그의 향후 행보를 예측해야 할 이유도 분명해졌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인 지난 9일 오후부터 국내 서점가에는 트럼프 열풍이 본격화됐다. 10일 인터파크도서에 따르면 트럼프 관련 총 7종의 판매량은 지난 8일 12권이었으나 9일에는 114권으로 9.5배 늘었다. 이 중 ‘불구가 된 미국’, ‘트럼프 대통령에 대비하라’는 사회과학 분야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올랐다. 이들 책을 낸 출판사들은 초판 재고분을 모두 소진하고 재판 인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예스24도 9, 10일 이틀 동안 트럼프 도서 판매량이 지난주 일평균보다 57배 늘었고, 교보문고에도 온·오프 주문량이 몰렸다. 국내에 출간된 트럼프 관련 저서는 10여종으로 트럼프가 직접 쓴 자서전부터 그의 정책 그리고, 미국 사회에서 폭발적으로 일어났던 ‘트럼프 현상’을 정치·사회적으로 분석한 책들이다. 트럼프 관련 저서들에는 한가지 공통점이 보인다. 제목보다 부제를 보면 그에 대한 우려와 평가가 어떤 것들인지 짐작할 수 있다. ‘트럼프는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와 ‘어떻게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인가’는 트럼프 본인이 직접 정한 제목이다. 두 부제를 통해 스스로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원하는 것을 쟁취하는 집요한 전략가로 묘사하며 ‘위대한 미국’이라는 메시지를 강조하고 있다. 또 다른 부제인 ‘정치의 죽음’은 트럼프 현상을 떠받쳐온 미국인들의 정치 냉소와 혐오를, ‘가치와 올바름이 조롱받는 시대’라는 부제는 막말과 기행을 일삼아 온 트럼프를 우회적으로 비판하며 민주주의 위기를 지적한다. 트럼프의 정치적 이념과 정책을 이해할 수 있는 해설서로는 직접 쓴 ‘불구가 된 미국’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보통 환히 웃고 있는 표지 사진을 쓰는 여느 정치인들의 책과 달리 그는 책 표지 사진에서 잔뜩 화가 난 표정을 짓고 있다. 트럼프는 표지 사진에 대해 더이상 위대하지 않은 미국의 현실이 즐겁지 않다는 걸 강조하기 위한 ‘의도적 장치’라고 설명했다. 이 책에는 총 17개 장에 걸쳐 교육 및 보건법, 이민, 총기 문제, 외교, 기후변화 등 주요 정치 현안에 대한 생각을 드러내고 있다. 트럼프가 저술한 또 다른 책인 ‘거래의 기술’은 미국에서 1987년에 출판된 회고록으로, 자신의 인생관을 담았다. 출간 당시 32주간 뉴욕타임스 논픽션 부문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다. 이 책은 그의 변칙적인 행동 뒤에 숨은 동기들를 엿볼 수 있다. 대통령 선거 운동에 이 책에서 언급한 자신만의 ‘거래 기술’을 활용했다고 스스로 밝힐 정도다. 그는 ‘크게 생각하라’, ‘선택의 폭을 최대한 넓혀라’, ‘언론을 이용하라’ 등 11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트럼프 당선 첫날 가장 주목받은 책은 김창준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이 쓴 ‘트럼프 대통령에 대비하라’다. 아시아계로는 첫 공화당 의원을 지낸 저자가 예측하는 세계 정치·경제·사회의 변화와 동맹국인 한국이 처할 수 있는 우려들을 서술했다. 트럼프와 힐러리 두 후보를 다룬 책을 동시에 펴낸 강준만 전북대 교수가 쓴 ‘도널드 트럼프’는 대선 내내 꺼지지 않은 ‘트럼프 현상’의 동력을 통찰해 내고 있다. 강 교수에 따르면 트럼프 현상은 제도권 정치를 전복한 ‘위선의 종언’이다. 강 교수는 트럼프가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정치의 죽음’이라는 잿더미에서 태어난 불사조”가 됐다고 평한다. 이 밖에 애런 제임스 UC어바인 교수의 ‘또라이 트럼프’는 기존 정치 체제에 환멸을 느낀 대중들의 무력감이 뻔뻔한 철면피인 트럼프를 미국의 희망으로 급부상시켰다는 미국 학자의 시선을 전하고 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사설] 트럼프 시대 대응할 안보·경제 전략 시급하다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 요구 예상 어려운 상황에 더 큰 시련 줄 수도 TF 만들고 트럼프와 협상 나서야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누르고 승리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등 지구촌 전체가 ‘트럼프 시대’의 불확실성 공포에 휩싸였다. 미국 우선주의(아메리카 퍼스트)를 주창한 트럼프 후보의 예상 밖 승리는 전 세계가 앞으로 격변을 겪을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외교 ·안보·경제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미국과 밀접하게 엮여 있는 우리는 부담이 더 클 수밖에 없다. 트럼프 당선자의 공약은 크게 고립주의와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설명할 수 있다. 탈냉전시대 이후 지속된 팍스아메리카나(미국 주도 세계평화) 정책,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이후 고수해 온 자유무역주의를 손보겠다는 것이다. 북핵 위협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와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따른 수출 격감 등 이중고를 겪을 가능성이 커졌다. 대통령이 국정 운영의 동력을 잃은 상황에서 삼각파도를 헤쳐 나가야 할 상황을 맞았다. 트럼프 당선자는 대선 승리 연설에서 미국을 우선하지만 모든 나라를 공정하게 대하겠다고 공언했다. 미국 우선 정책은 곧 대외적으로 고립주의 강화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2차 세계대전 후 미국의 외교정책은 고립주의에서 적극적인 개입주의로 바뀌어 세계의 각종 분쟁에 개입해 왔다. 탈냉전시대 이후에는 유엔과 동맹국의 도움을 받아 분쟁에 개입하는 등 미국의 부담을 줄이는 쪽으로 정책이 바뀌고 있었다. 트럼프 시대에는 고립주의 강화, 다시 말해 개입주의 약화가 더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고립주의 강화는 주한미군 주둔에 큰 영향을 미칠 게 분명하다. 동맹국들이 미국 군사력에 무임승차하고 있다는 인식을 가진 트럼프는 공언한 대로 우리나라에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압박하고 나설 것이다. 트럼프는 지난 5월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주한미군의 인적 비용을 100% 부담하는 것이 왜 안 되느냐”고 주장했다. 우리가 방위비 인상을 주저하면 주한미군을 철수하겠다는 뜻까지 내비쳤다. 한국의 핵무장을 미국이 막을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했다. 이런 구상이 현실화된다면 우리의 안보 시스템은 엄청난 격랑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방위비 분담금 증액은 물론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비용을 부담하라고 압박할 가능성도 있다. 우리로서는 속히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트럼프의 외교 참모들과 긴밀히 소통하면서 진의를 파악, 대비책을 마련해야만 한다. 핵무장 카드로 맞서는 등 협상력을 강화할 필요도 있다. 트럼프의 대북 정책 방향은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북한을 통치하는 자는 미친 인간이라고 했다가 김정은과 대화할 수 있다고 하는 등 대북 정책에서는 종잡을 수 없는 태도를 보였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도 “중국을 통해 북한을 때리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복안은 밝히지 않았다. 우리를 배제한 대북 정책이 툭 튀어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원활한 소통 라인 확보가 시급하다. 트럼프 시대의 개막은 우리 경제에도 큰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선거 기간 동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깨진 약속’ 또는 ‘일자리 킬러’라는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트럼프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슬로건으로 민주당의 지지 기반이었던 노동자 계층의 백인표를 흡수해 당선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려면 보호무역 장벽을 높일 수밖에 없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는 우리나라 수출에 큰 타격을 줄 것이다. 한·미 FTA가 수술대에 오르면 미국은 자국 산업에 대한 보호 장치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한·미 FTA 재협상으로 양국 간 무역관세가 부활하면 내년부터 2021년까지 5년 동안 우리나라 수출 손실액이 약 30조원에 이르고 일자리도 24만개나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물론 비관적인 전망이지만 서둘러 트럼프 측의 동향을 파악하고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여기에 미국이 내년 초에 금리를 추가 인상하면 우리도 달러 유출을 막기 위해 금리인상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고 실물 경제는 더욱 위축될 수 있다. 무역전쟁은 불가피할 것이다. 트럼프는 중국을 일자리를 앗아가는 대표적인 나라로 인식하고 있다. 중국과의 무역 경쟁을 벌일 게 불 보듯 뻔하다. 그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4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약했다. 중국도 가만히 있을 리 없다. 미국산 제품에 보복관세를 매길 것이다. 중국 시장의 위축은 곧바로 우리나라 수출전선에 악영향을 주게 된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가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벌써 트럼프의 당선 소식이 전해진 어제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 증시가 폭락한 게 이를 방증하고 있다. 정부 일각에서는 트럼프의 당선을 너무 무겁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트럼프 당선자 인수위와의 협의 등을 포함해 차기 미국 새 정부와의 관계 구축을 차질 없이 진행하고 정책 연속성 확보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동안 트럼프 캠프, 공화당 측과 106차례 접촉해 동맹국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방위비 분담에 대한 한국의 기여를 설명했다는 낙관론을 펴기도 했다. 그러나 낙관은 금물이다. 외교·경제 당국은 언제나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트럼프 당선자가 협상의 명수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어떠한 협상 카드에도 맞설 만반의 준비를 해야 자생력을 키울 수 있다. 트럼프 시대의 개막이 우리나라에 또 하나의 위기를 가져올 것은 분명하지만 이를 오히려 기회로 삼는 도전 의식을 키워 나가야 한다.
  • 한·미 방위비 인상 불가피…사드 배치 입장 뒤집기는 어려울 듯

    도널드 트럼프가 제45대 미국 대통령으로 선출되면서 한·미 방위비 분담금 증액 문제가 현실화되고 있다. 그간 트럼프는 동맹국들에 방위비 분담금의 대폭 증액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트럼프는 이 같은 미국의 뜻이 반영되지 않을 경우 한국에 주둔한 미군 철수까지 시사했다. 유럽의 안보 균형을 위해 체결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까지도 ‘냉전의 유물’로 규정한 트럼프는 한국, 일본 등과 맺고 있는 상호방위조약을 다시 조정해 방위비 분담금을 배로 늘리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트럼프는 선거 기간 동안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를 외치며 동맹국들에 ‘안보 무임승차론’을 제기하는 등 끊임없이 미국의 역할 축소 의사를 강조했다. 나아가 ‘미국 착취론’까지 거론하며 동맹국들을 몰아붙였다. 앞서 그는 5월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주한미군의 인적 비용을 100% 부담하는 것이 왜 안 되느냐”며 방위비 전액 부담을 주장했다. 트럼프의 요구대로 양측 간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난항을 겪고, 때문에 주한미군 철수가 고려될 경우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놓여 있는 한반도는 격랑 속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특히 북한이 올해만 두 번의 핵실험에 이어 20여 차례 장·중거리 탄도미사일 도발을 감행하는 등 위협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이와 같은 안보 공백이 현실화될 것이란 우려가 안팎에서 제기된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은 2014년 이뤄진 ‘한미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약 9200억원의 분담금을 지불했다. 물가상승률에 연동돼 협정이 만료되는 2018년이면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차기 미 행정부와 방위비 분담 협정을 새로 시작하게 되면 어떤 식으로든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다만 주한미군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관련, 내년까지 확정 배치한다는 입장을 뒤집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현재 한·미 군 당국은 경북 성주의 롯데스카이힐 골프장에 사드 1개 포대를 배치한다는 합의에 따라 절차를 진행 중이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트럼프 ‘美 우선주의’… 中과 무역 충돌땐 지역 안보까지 흔들

    트럼프 ‘美 우선주의’… 中과 무역 충돌땐 지역 안보까지 흔들

    IS 문제 해결에 러시아와 협조 북핵문제로 中과 갈등 커질 듯 안보비용 놓고 EU와 마찰 전망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가 8일(현지시간) 제45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미국의 새 경제정책과 안보정책에 대한 세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는 대선 공약으로 경제 분야에서는 보호무역주의를, 대외정책은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이익 우선주의)를 내걸었다. 한국 등과 맺은 자유무역협정(FTA)과 환태평양동반자협정(TPP) 등을 전면 폐기하고 미국이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게 무역 질서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미국을 상징해 온 ‘세계 경찰’ 역할을 포기하고 동맹국과도 상호주의에 따라 관계를 재설정하겠다고 밝혔다. 한발 더 나아가 한국과 일본, 독일 등이 스스로 방어를 할 수 있게 핵무장을 용인하겠다는 취지의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시리아 내전과 수니파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러시아와 협조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유럽·중국·이란 등 갈등 고조 가능성 트럼프 시대의 미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국가를 중심으로 한 ‘대서양 동맹’에 더 많은 안보 비용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미국이 주도하는 ‘테러와의 전쟁’에도 적극적인 참여를 요구할 전망이다. 일부 유럽 국가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해 미국과 유럽 간 동맹 관계가 근본부터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과도 북핵 문제로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는 미국을 겨냥한 핵·미사일 실험을 강행하는 북한 김정은 체제를 존속시켜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나 시진핑 중국 주석은 6자 회담 재개를 통해 북핵 문제를 대화로 풀겠다는 생각이다. 북한의 추가 핵실험을 두고 두 나라 간 갈등이 예상된다. 트럼프는 노골적인 친이스라엘 성향을 보이고 있어 교착상태에 빠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가 더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을 적국으로 간주하는 이란에서도 트럼프 집권 이후 강경파가 힘을 얻게 될 공산이 크다. 동중국해·남중국해 문제에서도 미국은 중국 견제를 목적으로 한 지금의 개입주의를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의 친중 성향이 더욱 강해질 전망이어서 이 지역 패권싸움 판도도 새롭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 ●亞 수출국에 대한 압박 크게 높일 듯 힐러리 클린턴와 트럼프 모두 대선공약으로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웠다. 하지만 트럼프가 훨씬 강력한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에 취임 이후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수출 국가에 대한 압박 강도를 크게 높일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관세 부과 말고도 지적재산권 보호 관련 법 집행, 국가 안보를 명분으로 한 수입 규제 등 다양한 카드를 꺼내 들 것으로 예상한다. 당장 ‘FTA 폐기’를 볼모로 자국 이익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유럽연합(EU) 등과 TPP 재협상을 요구할 것이 확실시된다. 세계무역질서의 근본인 세계무역기구(WTO) 지침을 더이상 따르지 않고 중국에 대해 독자적인 관세 장벽을 세우겠다고 밝힌 만큼 두 나라 간 무역전쟁도 예상된다. 트럼프 당선으로 세계 경제 불안감이 커지고 미국이 내년부터 금리 인상을 본격화하면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는 미국으로 달러 자본을 대거 옮기면서 일부 아시아 국가에 ‘달러 가뭄’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3조 달러가 넘는 중국의 외환 보유고도 현저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靑, NSC 즉각 소집… 향후 대책방안 논의, 朴대통령 “한·미 대북압박 지속되게 노력”

    제45대 미국 대통령으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선출이 확실시된 9일 오후 청와대는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미국 대선 결과가 한국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고 청와대가 발표했다. 미국에서 특정 후보가 당선됐다고 해서 청와대가 즉각 NSC를 소집하고 그 사실을 공개한 것은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의 대응은 트럼프가 선거운동 과정에서 주한미군 철수를 시사하는 등 한국 안보에 큰 파장이 예상되는 데 따른 행동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청와대의 행동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적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경제·금융 당국이 회의를 여는 것까지는 몰라도 국방부 장관 출신의 국가안보실장이 주재하는 안보 관련 회의를 열었다는 사실을 공개한 것은 동맹국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결례가 아니냐는 것이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미국에서 특정인이 대통령으로 선출되고 정권이 바뀐다고 해서 한·미 동맹이 흔들린다고 상정하고 한국 정부가 NSC를 개최했다고 하면 트럼프 입장에서는 기분이 나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NSC 상임위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 발전을 돈독히 해 나가기 위한 방안을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북핵·미사일 위협이 고조되고 있는 엄중한 상황임을 감안해 인수위 단계부터 미 차기 행정부와의 협력 관계를 조기에 구축해 주기를 바란다”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한·미의 강력한 대북제재 압박 기조가 미 차기 행정부하에서도 흔들림 없이 지속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 달라”고 했다. 외교부 당국자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미 올해 초부터 트럼프 캠프 인사들과 폭넓게 접촉하며 우리 정부의 입장을 전달하고 나름대로 대책 마련에 매진해 왔지만 트럼프의 당선으로 대미 외교의 변수가 매우 커졌기 때문이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미 대선 관련 당정협의회에 참석해 “누가 당선돼도 한·미 동맹을 중시하는 기조는 계속될 것”이라면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외교안보팀과 접촉해 지속적인 협력을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트럼프 및 공화당 측 인사들과 올해 총 106회 접촉했다. 트럼프 측 인사들이 한·미 동맹의 중요성과 방위비 분담에서 우리 정부의 기여도를 인정하고 있어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게 외교부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한 외교부 관계자는 “트럼프 캠프 인사들과 꾸준히 접촉했지만 솔직히 하마평이 적다 보니 아직 누가 차기 행정부의 외교안보 라인에 설지 예측이 힘들다”면서 “실제로 정책이 어떻게 될지는 인수위 구성부터 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김상연 기자 carlos@seoul.co.kr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트럼프시대와 한반도] 북미 직접 대화? 韓핵무장 촉발? 대북정책 한치 앞 안 보여

    [트럼프시대와 한반도] 북미 직접 대화? 韓핵무장 촉발? 대북정책 한치 앞 안 보여

    유세·인터뷰서 한·미동맹 폄훼 한·일 등에 ‘미군 철수’ 으름장 “FTA로 잃어버린 일자리 찾겠다” 8일(현지시간) 열린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한·미 관계는 격랑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그동안 각종 유세 연설과 인터뷰 등을 통해 한·미 동맹을 폄훼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실패한 협상이라며 재고하겠다고 주장했을 뿐 아니라, 북한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보이며 한국의 핵무장도 용인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밝힌 이 같은 공약이 실제 이뤄진다면 한·미 동맹은 최대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트럼프가 한국에 대해 가장 자주 언급한 것은 동맹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방위비 분담금 문제로, 트럼프의 당선으로 방위비 분담금에 대한 재협상이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그는 한국과 일본, 독일, 사우디아라비아 등 동맹국들이 자국 방위를 보호하는 데 자신들의 몫을 내지 않고 있다며 비판한 뒤 방위비를 더 내지 않으면 주둔 미군을 철수할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한국·일본 등 동맹국들이 자국의 안보를 위해 무임승차하고 있다는 주장인데, 이는 사실과 다름에도 트럼프는 기회가 될 때마다 이를 되풀이했다. 돈이 된다면 동맹과도 철저히 이익을 추구하겠다는, 이른바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움으로써 자신의 주요 지지층인 백인 노동자층에 어필한 것이다. 트럼프는 특히 한 인터뷰에서 한국 등이 방위비를 100%까지 내야 한다고 주장, 수위를 높였다. 현재 한국과 미국은 주한미군 주둔을 위한 방위비를 각각 50% 정도씩 나눠 내고 있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가 방위비 분담금과 주한미군을 연결시키고 있지만 주한미군이 철수할 경우 미국에 더 불리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가 해외 주둔 미군 철수를 주장했지만 미국에 미칠 손익계산서를 두들겨 보면 이런 공약이 다를 수는 있겠지만 방위비 인상 압박이 강화될 수 있다. 트럼프가 ‘미국우선주의’에 기반을 둔 ‘신(新)고립주의’는 외교·안보뿐 아니라 통상 공약에도 그대로 이어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타결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파기는 물론 한·미 FTA도 미국에 불리하다며 재협상을 예고했다. 한·미 FTA 협상을 총괄했던 웬디 커틀러 전 미 무역대표부(USTR) 수석대표는 지난 7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무역협정에 대한 재협상 권한은 대통령에게 있으니, 대통령이 의회와 협의해 재협상에 나설 수 있다”면서도 “한·미 FTA는 양국에 혜택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재협상할 필요가 없다”고 일축했다. 북한에 대해서도 트럼프가 그동안 오락가락하는 입장을 보였다는 점에서 한·미 동맹 약화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트럼프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막아야 한다는 단호한 입장을 밝히면서도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과 대화할 수 있다는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 특히 김정은에 대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처럼 통치력을 칭찬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아 북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트럼프가 그동안 밝힌 북한 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대응은 “중국을 통해 북한을 때리겠다”는 원론적 발언만 있었을 뿐 구체적 정책이나 비전은 없었다. 한국 정부를 따돌리고 대북 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에서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중국에 대해서도 ‘환율조작국’이라고 비판하며 협력보다는 갈등을 예고해 중국을 통한 북한 문제 해결은 요원해 보인다. 트럼프가 한국, 일본 등이 북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방위비 분담금을 더 내지 않는 등 협조하지 않으면 스스로 핵무장을 해야 할 수도 있다고 주장한 것도 걱정스럽다. 이는 동북아 핵개발 경쟁을 유발할 수 있는 위험한 발언으로, 미국의 비확산 정책에 반한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핵전쟁을 막아야 한다는 입장은 확고하다”며 한발 물러섰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가 북한 핵·미사일 도발에 대해 어떤 정책을 펼칠 것인지 불투명하다. 한 소식통은 “트럼프 캠프 및 인수위원회에 한국 등 아시아 전문가들이 거의 없다”며 “트럼프 당선인이 외교정책에 대한 숙고 없이 표심을 위한 포퓰리즘적 발언만 해 온 상황에서 트럼프 정부가 한·미 관계를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에 대한 한·미 간 대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靑, NSC 즉각 소집… 향후 대책방안 논의 윤병세 “한·미 동맹 중시 기조 계속될 것”

    제45대 미국 대통령으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선출이 확실시된 9일 오후 청와대는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미국 대선 결과가 한국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향후 방안을 논의했다고 청와대가 발표했다. 미국에서 특정 후보가 당선됐다고 해서 청와대가 즉각 NSC를 소집하고 그 사실을 공개한 것은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의 이 같은 대응은 트럼프가 선거운동 과정에서 주한미군 철수를 시사하는 등 한국 안보에 큰 파장이 예상되는 데 따른 행동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핵 위기 속에서 국민 불안을 해소하고 외부 변수에 기민하게 대응한다는 제스처를 보여 주려는 의도로도 해석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청와대의 행동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가 하락 등 경제적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경제·금융 당국이 회의를 여는 것까지는 몰라도 국방부 장관 출신의 국가안보실장이 주재하는 안보 관련 회의를 열었다는 사실을 공개한 것은 동맹국과 동맹국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결례가 아니냐는 것이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미국에서 특정인이 대통령으로 선출되고 정권이 바뀐다고 해서 한·미 동맹이 흔들린다고 상정하고 한국 정부가 NSC를 개최했다고 하면 트럼프 입장에서는 기분이 나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NSC 상임위 결과를 보고받고 대미 외교 방향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외교부 당국자들은 트럼프 후보가 선출되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미 올해 초부터 트럼프 캠프 인사들과 폭넓게 접촉하며 우리 정부의 입장을 전달하고 나름대로 대책 마련에 매진해 왔지만 트럼프의 당선으로 대미 외교의 변수가 매우 커졌기 때문이다.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미 대선 관련 당정협의회에 참석해 “누가 당선돼도 한·미 동맹을 중시하는 기조는 계속될 것”이라면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외교안보팀과 접촉해 지속적인 협력을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트럼프 및 공화당 측 인사들과 올해 총 106회 접촉했다. 트럼프 측 인사들이 한·미 동맹의 중요성과 방위비 분담에서 우리 정부의 기여도를 인정하고 있어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게 외교부의 설명이다.그럼에도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높게 봐 왔던 당국자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 관계자는 “트럼프 캠프 인사들과 꾸준히 접촉했지만 솔직히 하마평이 적다 보니 아직 누가 차기 행정부의 외교안보 라인에 설지 예측이 힘들다”면서 “실제로 정책이 어떻게 될지는 인수위 구성부터 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김상연 기자 carlos@seoul.co.kr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동맹이라도 돈 따져 FTA 재협상?… 대북 정책은 한치 앞 안보여

    8일(현지시간) 열린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한·미 관계는 격랑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그동안 각종 유세 연설과 인터뷰 등을 통해 한·미 동맹을 폄훼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실패한 협상이라며 재고하겠다고 주장했을 뿐 아니라, 북한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보이며 한국의 핵무장도 용인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밝힌 이 같은 공약이 실제 이뤄진다면 한·미 동맹은 최대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다.트럼프가 한국에 대해 가장 자주 언급한 것은 동맹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방위비 분담금 문제로, 트럼프의 당선으로 방위비 분담금에 대한 재협상이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그는 한국과 일본, 독일, 사우디아라비아 등 동맹국들이 자국 방위를 보호하는 데 자신들의 몫을 내지 않고 있다며 비판한 뒤 방위비를 더 내지 않으면 주둔 미군을 철수할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한국·일본 등 동맹국들이 자국의 안보를 위해 무임승차하고 있다는 주장인데, 이는 사실과 다름에도 트럼프는 기회가 될 때마다 이를 되풀이했다. 돈이 된다면 동맹과도 철저히 이익을 추구하겠다는, 이른바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움으로써 자신의 주요 지지층인 백인 노동자층에 어필한 것이다. 트럼프는 특히 한 인터뷰에서 한국 등이 방위비를 100%까지 내야 한다고 주장, 수위를 높였다. 현재 한국과 미국은 주한미군 주둔을 위한 방위비를 각각 50% 정도씩 나눠 내고 있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가 방위비 분담금과 주한미군을 연결시키고 있지만 주한미군이 철수할 경우 미국에 더 불리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가 해외 주둔 미군 철수를 주장했지만 미국에 미칠 손익계산서를 두들겨 보면 이런 공약이 다를 수는 있겠지만 방위비 인상 압박이 강화될 수 있다.트럼프가 ‘미국우선주의’에 기반을 둔 ‘신(新)고립주의’는 외교·안보뿐 아니라 통상 공약에도 그대로 이어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타결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파기는 물론 한·미 FTA도 미국에 불리하다며 재협상을 예고했다. 한·미 FTA 협상을 총괄했던 웬디 커틀러 전 미 무역대표부(USTR) 수석대표는 지난 7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무역협정에 대한 재협상 권한은 대통령에게 있으니, 대통령이 의회와 협의해 재협상에 나설 수 있다”면서도 “한·미 FTA는 양국에 혜택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재협상할 필요가 없다”고 일축했다.북한에 대해서도 트럼프가 그동안 오락가락하는 입장을 보였다는 점에서 한·미 동맹 약화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트럼프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막아야 한다는 단호한 입장을 밝히면서도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과 대화할 수 있다는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 특히 김정은에 대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처럼 통치력을 칭찬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아 북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트럼프가 그동안 밝힌 북한 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대응은 “중국을 통해 북한을 때리겠다”는 원론적 발언만 있었을 뿐 구체적 정책이나 비전은 없었다. 한국 정부를 따돌리고 대북 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에서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중국에 대해서도 ‘환율조작국’이라고 비판하며 협력보다는 갈등을 예고해 중국을 통한 북한 문제 해결은 요원해 보인다. 트럼프가 한국, 일본 등이 북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방위비 분담금을 더 내지 않는 등 협조하지 않으면 스스로 핵무장을 해야 할 수도 있다고 주장한 것도 걱정스럽다. 이는 동북아 핵개발 경쟁을 유발할 수 있는 위험한 발언으로, 미국의 비확산 정책에 반한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핵전쟁을 막아야 한다는 입장은 확고하다”며 한발 물러섰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가 북한 핵·미사일 도발에 대해 어떤 정책을 펼칠 것인지 불투명하다. 한 소식통은 “트럼프 캠프 및 인수위원회에 한국 등 아시아 전문가들이 거의 없다”며 “트럼프 당선인이 외교정책에 대한 숙고 없이 표심을 위한 포퓰리즘적 발언만 해 온 상황에서 트럼프 정부가 한·미 관계를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에 대한 한·미 간 대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한·미 동맹 ‘격랑속으로’
  • 트럼프 미국 대선 승리…세계 언론들 ‘충격·이변·당황·망연자실’

    트럼프 미국 대선 승리…세계 언론들 ‘충격·이변·당황·망연자실’

    8일(현지시간) 미국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가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을 누르고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말 그대로 충격적인 대이변이다. 세계 각국의 언론들도 이번 미국 대선 결과를 전하면서 ‘충격’, ‘이변’, ‘당황’ 등의 제목을 달았다. 클린턴을 지지한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의 승리를 “아웃사이더가 유권자의 분노를 이용해 만들어낸 충격적 이변”이라고 표현했다. 로이터 통신은 “트럼프가 갑자기 대권을 잡으면서 세계가 충격에 빠졌다”는 제목과 함께 선거 결과를 소개했다. 블룸버그통신은 “깜짝 놀란 세계가 가장 큰 경제와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한 나라를 지휘하는 트럼프와 앞으로 어떻게 지내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한국 등 동맹국이 트럼프로 대표되는 대중영합주의와 극우 사상이 전 세계를 휩쓸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밖의 매체들도 일제히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클린턴 지지를 선언한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가 미국의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결정과 같은 충격)를 안겼다”고 설명했다. 역시 클린턴을 지지한 영국 일간 가디언도 당선 소식을 급하게 전하며 “트럼프의 승리가 세계를 망연자실하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도 “대통령 트럼프: 미국을 분열시키고 세계 정치의 새 시대를 알리는 상상할 수도 없는 현실”이라고 인터넷판 헤드라인을 뽑았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앞서 트럼프의 당선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지자 “전 세계가 숨을 죽이고 아웃사이더가 백악관으로 입성하는지 지켜보고 있다”, “미국 유권자가 트럼프를 대통령 자리에 올려놓으면서 세계가 놀라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방송 BBC는 “새롭고 놀라운 미국 역사의 한 장이 기록됐다”면서 “정부 경험과 공직 경험이 전혀 없는 이가 미 차기 대통령이 됐다. 그를 비판하고 비방했던 이들을 당황케하고 있다”고 전했다. FT는 사설에선 “트럼프의 승리는 현상유지를 버리는 것을 뜻한다”면서 “지구상 가장 강력한 국가가 정부 경험이 전무한 부동산 개발업자, 동맹들과 시민 담론, 민주적 전통 등을 경멸하는 자칭 스트롱맨(strongman)을 선출했다”고 했다. FT는 “트럼프의 승리는 서구 민주주의 모델에 대한 도전을 대변하는 것 같다”고 진단하고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에 이어 나온 트럼프의 승리는 자유주의적 국제사회 질서에 또 다른 중대한 타격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朴대통령 “돈독한 관계발전 방안 점검”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朴대통령 “돈독한 관계발전 방안 점검”

    박근혜 대통령이 9일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차기 트럼프 행정부와의 돈독한 관계발전 방안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로부터 미국 대선 결과 관련 보고를 받은 뒤 이와 같이 말했다고 청와대가 서면 브리핑으로 전했다. 박 대통령은 “북핵·미사일 위협이 날로 고조되는 엄중한 상황임을 감안해 인수위 단계부터 미국 차기 행정부와의 협력관계를 조기에 구축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우리의 동맹국으로서 한미 관계가 우리의 외교안보 및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향후 차기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 발전을 돈독히 해 나가기 위한 방안을 면밀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외교안보 부처는 오늘 NSC 상임위에서 논의한 구체 방안들을 기초로 미국 차기 행정부와 한미동맹 관계를 더욱 공고히 발전시켜 나가고, 북핵 문제를 위한 한미의 강력한 대북제재 압박 기조가 미국 차기 행정부 하에서도 흔들림 없이 지속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백악관 “박근혜 대통령이 자리를 유지하길 바라느냐” 질문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 미국 백악관은 박근혜 대통령이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면서도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5일(현지시간) 백악관에 따르면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전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전용기 안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과 얘기했나. 그들(오바마 대통령과 박 대통령)은 과거에 꽤 가까워 보인다. 그(오바마 대통령)는 그녀(박 대통령)가 자리를 유지할 수 있기를 바라는가 아니면 지금 (박 대통령으로부터) 거리를 두려고 하는가”라는 질문에 “미국과 한국 사이의 동맹은 긴밀하고 강력한 동맹이며, 과거에 그러했던 것처럼 지금도 강력한 동맹”이라고 답했다. 어니스트 대변인은 이어 “강력한 동맹의 특징들 중 하나는 심지어 다른 사람들과 다른 성격들(의 사람들)이 그 나라들을 이끌 때에도 오래 지속된다는 점”이라며 “그것은 두 나라 정부와 국민이 그 동맹에 헌신할 의지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에 대해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누가 동맹국들을 이끌든지 강력한 동맹은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설명한 것이다.어니스트 대변인은 이어 “그래서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의 동맹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박 대통령의 전임자(이명박 전 대통령)와 효과적 업무 관계를 가졌고, 박 대통령과도 그녀가 재임해온 3~4년 동안 양국 간 동맹을 강화하기 위해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분명히, 그녀(박 대통령)가 어려운 국내 정치 상황에 직면해 있다. 그리고 그것은 내가 관여할 일이 아니다”며 “나는 (오바마) 대통령이 공개적이든 사적이든 그것(한국의 정치 상황)에 개입했는지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어니스트 대변인은 또 “나는 (오바마) 대통령이 아시아에서 돌아온 직후 (북한의 5차 핵실험 관련 통화한 것) 이래로 그녀(박 대통령)와 대화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안다. 그것은 북한의 핵실험 여파에 있었다”며 “그러나 우리 동맹의 다른 모든 요소들은 그대로 유지된다. 그리고 미국의 동맹에 대한 약속은 여전히 강력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의 5차 핵실험 직후인 9월 9일 라오스에서 열린 아세안 정상회의 참석 후 귀국하는 전용기 안에서 박 대통령과 15분 동안 긴급 전화통화를 가진 바 있다.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글로벌 인사이트] 예멘 공습·경제개혁 지휘 ‘넘버2’… 사우디 왕좌 직행 호시탐탐

    [글로벌 인사이트] 예멘 공습·경제개혁 지휘 ‘넘버2’… 사우디 왕좌 직행 호시탐탐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위 계승 서열 1위이자 현 국왕의 조카인 무함마드 빈 나이프(57) 왕세자가 올해 초 알제리로 휴가를 떠난 뒤 연락이 끊어지는 소동이 발생했다. 빈 나이프 왕세자는 매년 이곳으로 사냥 휴가를 떠났지만 올해는 양상이 달랐다는 것이 사우디 왕실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내무장관으로 대테러리즘 정책을 총괄하는 빈 나이프 왕세자는 본국의 정부 관리는 물론이고 그동안 친분을 쌓았던 미국의 안보 관계자들과도 연락을 피했다. 반면 빈 나이프 왕세자의 사촌동생이자 현 국왕의 일곱째 아들로 왕위 계승 서열 2위인 무함마드 빈 살만(31) 부왕세자는 최근 예멘 공습을 주도하고 경제 개혁을 총괄하면서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빈 나이프 왕세자가 휴가를 떠날 시점에 빈 살만 부왕세자는 빈 나이프 왕세자와 상의 없이 테러와의 전쟁을 위한 이슬람 국가들 간의 동맹을 주도하면서 빈 나이프 왕세자의 고유 권한을 침범하기까지 했다. 빈 살만 부왕세자는 각종 경제 및 사회 개혁을 추진하면서 변화를 바라는 젊은층의 광범위한 지지를 확보했다. 이에 빈 살만 부왕세자가 권력 분점과 형제 상속이라는 사우디 왕실의 전통을 깨고 빈 나이프 왕세자를 추월해 왕위로 직행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살만 빈 압둘아지즈(80) 사우디 국왕은 지난해 4월 즉위한 지 3개월 만에 이복동생 무크린 빈 압둘아지즈를 왕세자위에서 물러나게 하고 조카 무함마드 빈 나이프를 그 자리에 앉혔다. 압둘아지즈 알사우드(이븐 사우드) 초대 국왕 이후 살만을 포함한 6명의 국왕이 모두 압둘아지즈 국왕의 아들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살만 국왕의 왕세자 교체는 형제 상속의 전통을 깬 파격적인 결정이었다. 당시 조야는 초대 국왕의 손자 세대에서 처음 왕세자가 된 빈 나이프가 사우디 왕실과 정부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 것이라며 그의 왕세자 즉위를 환영했다. 아울러 빈 나이프 왕세자가 사우디 내에서 테러조직 알카에다와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는 점, 그의 슬하에는 딸 1명만 있어 그가 후계자를 선정할 때 부정(父情)보다는 능력을 기준으로 삼을 것이라는 점도 사람들의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들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살만 국왕의 부정은 생각하지 못했다. 살만 국왕은 빈 나이프를 왕세자로 세우면서 동시에 그의 아들인 무함마드 빈 살만을 왕위 계승 서열 2위의 부왕세자로 삼았다. 살만 국왕은 이후 왕세자의 조정을 국왕의 조정과 합쳐 빈 나이프 왕세자의 발을 묶은 뒤, 빈 살만 부왕세자에게 힘을 실어주기 시작했다. ●“빈 살만 왕위 계승 땐 중동 패권 추구” 빈 살만 부왕세자가 아버지의 지지를 등에 업고 강력하게 추진한 정책 중 하나는 예멘 공습이다. 예멘의 시아파 후티족 반군이 지난해 9월 수도 사나에 진입하고 지난 1월 대통령궁을 장악해 수니파 정부를 무너트리자 수니파 맹주인 사우디는 지난해 3월 예멘에 공습을 시작했다. 문제는 국방장관을 겸임하는 빈 살만이 주요 외교 안보 기관을 맡고 있는 왕자들과 상의 없이 공습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압둘아지즈 국왕의 아들인 무타입 빈 압둘아지즈 국가방위군 장관은 국가방위군이 예멘에 첫 공습을 단행할 때까지 공습에 관한 어떠한 정보도 통보받지 못했으며 심지어 외국에 머무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빈 살만 부왕세자의 예멘 공습은 민족주의를 앞세우는 그의 강경한 대외 노선을 반영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빈 살만 부왕세자는 사우디가 중동 지역의 현안을 결정하고 이 지역에서 라이벌인 이란의 영향력을 억제하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는 아울러 사우디의 오랜 동맹국인 미국에 대해 시리아 내전에서 실패했으며 이란과 관계 개선을 이룬 것은 잘못이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 독자적인 목소리도 냈다. 미국 워싱턴DC 싱크탱크인 윌슨센터의 앤드루 보웬 연구원은 “예멘 공습 이후 사우디가 독립적이고 집단적인 행동을 취할 수 있음을 보여주면서 사우디 내에서 민족주의 바람이 거세게 불기 시작했다”면서 “빈 살만 부왕세자가 그동안 부각되지 않은 사우디의 민족적 정체성을 강화시키려 한다”고 분석했다. 이에 빈 살만 부왕세자가 훗날 외교 안보 정책을 전담하거나 왕위를 계승할 경우 사우디가 중동에서 패권을 추구하며 서구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노선을 취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그러나 예멘 내전이 장기화되고 사우디의 공습으로 인해 민간인 피해자가 속출하자 공습을 주도한 빈 살만 왕세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공습이 시작된 지난해 3월부터 현재까지 예멘에서는 1만명이 목숨을 잃고 300만명이 난민 신세로 전락했다. 아울러 예멘 국경에서 반군과 맞서고 있는 사우디군의 전사자도 500명에 이르며, 비공식적으로는 3000명에 달한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보도했다. 지난 8일 사우디 주도의 동맹군은 예멘 수도 사나에서 열린 반군 인사의 부친상 장례식장을 오인 폭격해 단일 공습으로는 최대 규모의 피해인 140명의 사망자를 낸 바 있다. 유엔 등 국제사회는 “국제인도법 위반”이라며 한목소리로 비난했으며, 일부 인권단체와 미국 의원들은 미국이 사우디에 무기를 판매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보웬 연구원은 “사우디의 예멘 내전 개입이 길어져 사우디군의 피해가 급증할 경우 빈 살만 부왕세자의 대중적 지지는 약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빈 살만, 국영 석유기업 지분 매각 추진 빈 살만 부왕세자가 예멘 공습과 더불어 전면에 나서서 주도하고 있는 정책은 경제 개혁이다. 빈 살만 부왕세자는 지난 4월 저유가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탈(脫)석유와 민영화를 골자로 한 ‘비전 2030’을 발표했다. 정부 재정수입의 70%를 석유 수출에 의존하는 사우디는 2014년에 비해 반 토막 난 유가로 인해 국내총생산(GDP)의 16%에 달하는 1000억 달러(약 113조원)의 재정적자를 지고 있다. 빈 살만 부왕세자는 “우리는 석유에 중독돼 있어 위험하다”며 석유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경제 구조를 개혁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국내총생산(GDP)의 민간부문 기여도를 현행 40%에서 2030년까지 65%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를 비롯해 의료, 교육 부문을 민영화함으로써 정부 수입을 다변화한다는 방침이다. 빈 살만 부왕세자는 올해와 내년 중에 아람코의 지분 5%를 매각하는 기업공개를 단행해 기업 운영의 투명성을 제고하겠다고 밝혔다. 지분 매각 대금 2조~2조 5000억 달러(약 2278조~2838조원)로 국부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빈 살만 부왕세자가 평소 신자유주의 개혁의 기수인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를 존경한다고 밝힌 점을 고려했을 때 그의 친(親)시장정책과 민영화 개혁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왕실 소유 언론들, 연일 빈 살만 띄우기 사우디 왕실 사람들은 빈 살만 부왕세자의 부상을 우려 섞인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 일부는 부왕세자가 추상적 목표만 제시할 뿐 구체적 정책은 시행하지 않고 있다며 ‘비전의 왕자’라고 조소한다. 하지만 빈 살만 부왕세자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는 왕실 내부에서만 조용히 떠돌 뿐 왕실 담장을 넘지 못하고 있다. 사우디 왕실 소유의 신문들은 연일 빈 살만 부왕세자의 긍정적인 모습을 헤드라인으로 다루고 있으며, 사우디 정부는 언론인들을 매수하거나 협박해 빈 살만 부왕세자에 대해 침묵을 지키도록 하고 있다. 빈 살만 부왕세자가 현재의 강력한 권력을 유지하며 궁극적으로 사촌형을 제치고 왕위를 계승할지는 부왕의 재위 기간에 달렸다고 NYT는 지적했다. 올해 80세인 살만 국왕이 일찍 서거할 경우 빈 나이프 왕세자가 왕위에 올라 자신의 삼촌이 그랬던 것처럼 빈 살만을 왕세자위에서 물러나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살만 국왕이 오래 재위할수록 빈 살만 부왕세자가 자신의 권력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어 빈 나이프가 왕이 되더라도 빈 살만을 내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빈 나이프 왕세자가 무기력하게 자신의 사촌동생에게 왕위를 넘겨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전망했다. 빈 나이프 왕세자는 2001년 9·11테러 이후 미국과 함께 알카에다 격퇴를 주도하면서 미국 정·관계와 사우디 국민으로부터 명망을 쌓았다. 미국 외교 안보 정책결정자들은 중동의 대테러 정책과 관련해 항상 빈 나이프 왕세자에게 의지했으며, 사우디 국민들은 아직까지 빈 나이프 왕세자를 ‘왕국의 수호자’라고 인식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빈 살만 부왕세자의 탈석유 경제 실험이 어떤 결과를 낼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차기 국왕을 예상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World 특파원 블로그] 한·미 동맹 현주소? ‘코너스톤’과 ‘린치핀’ 사이

    [World 특파원 블로그] 한·미 동맹 현주소? ‘코너스톤’과 ‘린치핀’ 사이

    지난 19일(현지시간) 워싱턴DC 미국 국무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외교·국방 2+2 장관회의 후 존 케리(왼쪽) 미 국무장관과 윤병세 외교장관이 기자회견에 나섰다. 이들은 2+2 공동성명에 언급된 확장억제 강화 등 한·미 동맹 중요성에 대해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청사를 나서는 기자에게 타이완 출신 한 기자가 다가왔다. 그는 질의응답에서 나온 윤 장관의 답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며 도움을 청했다. 열심히 설명한 뒤 돌아서는데 그 기자는 이렇게 말했다. “한·미 동맹이 부럽다. 미국과 외교·국방 2+2 장관회의를 하는 몇 안 되는 나라 아니냐.” 그의 말이 와 닿았다. 미국과 2+2 회의를 하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 호주밖에 없다. 그럼에도 60년이 흐른 한·미 동맹은 항상 도전을 받고 있다. 상당 부분은 북한의 도발 때문이다. 2+2 회의에 이어 20일에는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의(SCM)가 열려, 애슈턴 카터(오른쪽) 미 국방장관과 한민구 국방장관이 기자회견에서 전략자산 상시 배치 등에 대한 질문에 답했다. 그러나 두 장관 모두 이 문제를 계속 협의한다고만 밝혀 실망감을 자아냈다. 한국 측은 미측의 보다 명확한 확약을 원한 반면 미측은 모호성을 유지한 것인데,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상황에서 한·미 간 엇박자 우려까지 나온 것은 유감스러웠다. 이런 상황에서 워싱턴 싱크탱크의 아시아 전문가는 기자에게 케리 장관과 카터 장관의 한·미 동맹 발언을 자세히 살펴보라고 권했다. 적지 않은 분량의 공동성명과 기자회견 내용을 다시 들여다봤다. 케리 장관은 19일 기자회견에서 “한·미 동맹은 지난 수십년 동안처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평화와 안보의 ‘코너스톤’(주춧돌)으로 남는다는 데 어떤 의심도 없다”고 밝혔다. 2+2 공동성명에는 “양국 장관들은 한·미 동맹이 한반도뿐 아니라 아·태 지역의 평화와 안보의 ‘린치핀’(핵심축)임을 재확인했다”고 담겼다. 카터 장관은 20일 기자회견에서 “오늘의 생산적 논의는 한·미 동맹이 지역 안보와 안정의 ‘린치핀’으로 남아있도록 보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너스톤과 린치핀. 한때 이들 중 무엇이 더 강한 동맹이냐를 놓고 논란이 벌어졌다. 미측이 미·일 동맹을 린치핀으로, 한·미 동맹을 코너스톤으로 표현하면서 린치핀이 코너스톤보다 더 강한 동맹을 의미한다는 해석도 있었다. 그러나 미측은 2010년부터 한·미 동맹을 린치핀이라고 언급했으며, 이번 2+2 회의와 SCM에서 미측 장관들은 이를 혼용해 부른 것이다. 소식통은 “미국에 한국은 코너스톤이자 린치핀일 만큼 가장 중요한 동맹국임이 틀림없다”며 “한·미가 엇박자 없이 북핵·미사일 문제를 함께 해결함은 물론 북한 이슈를 넘어 글로벌 동맹으로서 발전해 나가야만 코너스톤과 린치핀에 걸맞은 동맹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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