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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웨이가 호실적에도 삼페인을 터뜨리지 못하는 까닭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화웨이가 호실적에도 삼페인을 터뜨리지 못하는 까닭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중국의 통신장비 제조업체 화웨이(華爲)가 지난해 미중 무역전쟁의 파고를 헤치고 화려한 성적표를 내놨다. 미국 정부가 화웨이 장비 도입을 금지하고 동맹국에도 이를 따를 것을 요구하는 등 최악의 상황을 맞았지만, 중국인의 ‘애국 소비’와 유럽 각국에서 통신장비 도입이 잇따르면서 성장세가 두드러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화웨이가 지난달 31일 공개한 ‘2019년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매출액은 전년보다 19.1% 늘어난 8588억 위안(약 148조원)을 기록했다. 순이익도 5.6% 증가한 627억 위안에 이른다. 미국의 강력 제재가 이어지자 중국인들에게 ‘미국에 맞서는 국산품’으로 인식되면서 ‘베스트셀러’가 된 덕분이다. 실제로 중국 내 매출액(5067억 위안)은 36.2%나 폭증했다. 미국 정부의 강력한 제재라는 악재를 중국인의 ‘애국 소비’로 돌파한 것이다. 특히 스마트폰은 지난해 2억 4050만대를 출하했고 매출액도 34%나 급증했다. 글로벌 1위인 삼성전자(2억9510만대)에 바짝 따라붙었다. 연구·개발(R&D) 투자 역시 29.7%가 늘려 1317억 위안을 기록했다. R&D투자 비중이 무려 15.3%에 이른다. 삼성전자는 말할 것도 없고 세계 1위의 자리를 넘볼 수준이다. 쉬즈쥔(徐直軍) 화웨이 순환회장은 이날 “2019년은 화웨이에게 매우 도전적인 한 해였다”며 “외부의 엄청난 압박에도 오로지 고객가치 창출에 전념해 견고한 비즈니스를 이어갔다”고 밝혔다. 2000년대 초부터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 화웨이는 지난 20년 간 급성장세를 이어갔다. 더욱이 지난해에는 세계 통신장비 시장 1위와 스마트폰 시장 2위로 올라섰다. 화웨이의 고위 관계자들은 2~3년 전부터 “조만간 삼성전자를 따라잡고 세계 1위에 오르겠다”고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특히 5G(5세대 이동통신) 서비스가 처음 상용화된 지난해 글로벌 5G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가 왕좌를 차지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2019년 5G 스마트폰 시장조사에서 화웨이는 36.9%의 점유율로 1위에 올랐다. 화웨이가 스마트폰 판매량 1위를 차지한 것은 4G 롱텀에볼루션(LTE)과 5G를 통틀어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35.8%로 2위에 머물렀다. 세계 최초로 5G폰을 출시하고 시장을 주도하던 삼성전자가 화웨이에 1위 자리를 빼앗긴 셈이다. 빌 페트리 우코나호 SA 부사장은 “화웨이의 5G 스마트폰은 거의 모두 중국 내수 시장에서 소비돼 미국의 제재 조치의 영향을 크게 받지는 않았다”고 분석했다.하지만 화웨이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의 강력 제재 조치가 풀리기는커녕 더욱 강화되는 데다 올들어 스마트폰 판매량이 급락하고 5G 장비시장도 코로나19 직격탄을 피해가지 못하고 부진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달 25일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 수출을 보다 더 강력하게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미 상무부는 미국에서 설계된 반도체 장비로 생산되는 반도체를 화웨이에 판매하기 위해서는 수출 허가를 의무적으로 받도록 하고, 대만 반도체 위탁생산업체 대적공사(臺積公司·TSMC)가 화웨이에 더이상 반도체를 판매하지 못하도록 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미 상무부는 2주 전 미 기업들이 화웨이와 거래하는 것을 45일 연장해주는 유화적인 조치를 내린 것을 전격 철회한 것이다. 미국 정부는 화웨이의 장비들이 전세계에서 중국 정부의 스파이 활동에 사용될 수 있다고 의심된다며 화웨이를 지난해 5월부터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이 때문에 인텔과 퀄컴, 마이크론 등 미 반도체 업체들은 해외에서 생산된 제품을 중국으로 수출하면서 규제를 피해왔으나, 이젠 이마저도 어렵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쉬 회장은 “그저 시나리오이기를 바라지만 만약 이 제재마저 현실화한다면 대안을 찾을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나 대만 미디어텍 칩을 사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 미디어텍 칩이 화웨이의 고사양 스마트폰 핵심 부품을 단시간에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스마트폰 판매량도 뚝뚝 떨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스마트폰 수요가 감소하면서 판매량이 급감했다. 화웨이의 스마트폰 판매량이 지난해 10월 2220만대, 11월 1960만대, 12월 1420만대, 올해 1월 1220만대로 각각 감소했다. 특히 지난 2월 화웨이의 글로벌 판매량은 전년보다 69%나 곤두박질친 550만대였다. 1년 전의 절반도 채 못팔았다. 1위인 삼성전자(1820만대)의 30% 수준이다. 애플은커녕 ‘한수 아래‘로 여겨졌던 샤오미(小米·600만대)에도 밀려 4위로 추락했다. SA는 화웨이 스마트폰의 올해 글로벌 판매량이 1억 8000만대에 머물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난해의 75% 수준으로 화웨이의 성장세가 처음으로 꺾이는 것이다. SA는 화웨이가 세계 2위 자리도 애플에 다시 내줄 것으로 예상했다. 코로나19로 올해 세계 스마트폰 시장 규모가 전년보다 7% 축소할 것으로 보이는데, 화웨이는 더 하락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애국 소비’라는 중국 내수 판매에 너무 기댄 결과다. 화웨이의 지난해 스마트폰 판매량의 69%가 내수였다. 중국의 스마트폰 애국 소비도 올해는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며 재정적·물질적으로 힘든 만큼 지난해처럼 화웨이를 구제할 처지가 되지 못한다. 올해는 화웨이 스마트폰에 G메일이나 유튜브와 같은 구글 서비스가 사라질 전망이다. 지난해만 해도 주력 스마트폰엔 구글 서비스가 탑재됐지만 올해 신제품에는 모두 구글 모바일 서비스(GMS)가 빠져 유럽 등에서 외면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화웨이의 스마트폰 신제품 ‘P40’엔 안드로이드 오픈 소스를 기반으로 한 화웨이 자체 운영체제 ‘EMUI 10’이 탑재됐다. 지난 2월 선보인 화웨이의 2번째 폴더블폰인 ‘메이트Xs’에도 EMUI 10이 들어갔다. 화웨이는 구글의 서비스에 맞서기 위해 화웨이 맞춤형 모바일 서비스(HMS)등을 개발하고 있지만 아직은 역부족이다. SA는 “화웨이가 구글 모바일 서비스를 대체하기 위해 자체 HMS를 개발하는 것은 위험하고 험난한 여정”이라고 말했다.잔뜩 기대를 걸었던 5G 통신 장비시장도 성장 정체가 예상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유럽과 미국, 일본 등지에서 5G 통신망 구축 일정이 지연될 조짐이다. 화웨이로선 고객의 투자가 감소하는 셈이다. 지연될수록 1위 화웨이와 이를 쫓는 에릭슨과 노키아, 삼성전자와 기술 격차가 좁혀질 수밖에 없다. 수 년간 선행 개발한 노하우의 효과가 반감되는 셈이다. 화웨이의 중국 내 생산, 오프라인 매장 중심 판매 전략도 추락을 가속화했다. 화웨이는 중국 내에서 스마트폰 대부분을 만든다. 그런데 중국 곳곳이 코로나19 사태로 이동 제한 명령을 내리면서 직원들의 출근도 어려워졌고 공장 가동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정보기술(IT)업계에서는 샤오미가 화웨이를 역전한 이유로 샤오미의 온라인 판매 중심 비즈니스 모델을 꼽는다. 코로나로 매장 중심 화웨이가 직격탄을 맞았다는 말이다. 화웨이는 중저가 스마트폰 라인업을 고수했던 샤오미, 오포, 비포 등과도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 샤오미·오포·비보는 고성능의 스마트폰을 잇따라 출시하며 화웨이의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더군다나 샤오미가 화웨이에 도전장을 던졌다. 레이쥔(雷軍) 샤오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초 “샤오미는 이미 가격 한계를 떨어뜨렸고 고급 모델 스마트폰 생산에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공개 도전장을 내밀었다. 중국 하이엔드(고급) 스마트폰 시장의 80%를 차지하는 화웨이에는 선전포고에 다름 아니다. 화웨이는 중국 내 최고급 스마트폰 판매를 둘러싸고 이젠 중국 업체들과도 치열한 점유율 싸움을 벌여야 한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英·러 전철 밟은 美… 아프간전쟁 승리 대신 철군 ‘불안한 휴전’

    英·러 전철 밟은 美… 아프간전쟁 승리 대신 철군 ‘불안한 휴전’

    지난달 29일 미국과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은 18년 전쟁을 끝내자는 평화협정을 맺었다. 하지만 협정문에 서명한 미국과 탈레반 양쪽 모두 ‘평화’보다는 ‘미군 철수’를 원했던 것 같다. 말 그대로 ‘협정문 잉크도 마르기 전에’ 탈레반은 아프간 정부군을 수십 차례 공격했다. 이에 미국은 탈레반에 드론 폭격을 가하며 휴전을 무색하게 하면서도 협정이 잘 지켜지고 있다며 철군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 계속된 전쟁에 미국 대통령 3명 임기가 걸쳐 있었다. 그중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유일하게 미국인들에게 이 전쟁에서 ‘승리’가 아닌 ‘출구’를 약속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협정 체결 직후 “승리를 선언하고 싶은 유혹이 있다는 건 알지만 아프간에서 승리는 국민이 평화와 번영 속에 살게 될 때 달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미국 역시 역사상 가장 오래 끈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하고 도망치는 셈이 된다. ●대영제국도… 러시아도 승리 없이 철수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보도에서 “아프간 전쟁은 미국이 반드시 이겨야 하는 ‘좋은 전쟁’(Good War)에서 영국과 소련 등 다른 나라들처럼 서둘러 하차하고 싶은 부담으로 바뀌었다”고 평가했다. 19세기 이후 가장 강력한 열강들은 차례로 아프간을 지배하려고 노력했지만 모두 실패했으며, 상처를 끌어안고 물러나야 했다. 대영제국은 1차 세계대전으로 지쳐 결국 1919년 아프간 독립을 승인하기까지 약 80년에 걸쳐 세 번의 전쟁을 수행했다. 그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아프간을 점령하고 지배하기도 했지만 수만명의 사망자를 냈다. 군종 장교로서 가장 치열했던 전투들을 목격한 작가 조지 로버트는 “현명한 의도 없이 시작돼, 무모함과 소심함의 이상한 조합으로 수행된 전쟁이었다”며 “어떤 영광이나 이익도 없이 고통과 재앙만 남기고 끝났다”고 썼다. 1차 세계대전 뒤 중앙아시아를 평정하고 근대화하는 데 큰 성공을 했다고 자부한 소련은 아프간에선 그러지 못했다. 1979년 내전을 진압하고 아프간 정부의 동맹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침략했지만 10년 만에 도망치듯 철수해야 했다. 소련이 아프간에 남기고 간 것은 폭격을 받아 껍데기만 남은 탱크들과 지구상 어느 장소보다 많이 매설된 지뢰였다. 그뿐 아니라 소련이 철수한 뒤 아프간 정부가 붕괴됐고, 수년간의 격렬한 내전 뒤 1996년 탈레반이 부상했다. 2001년 9월 11일 테러 직후, 미국이 알카에다와 탈레반을 격파하기 위해 시작한 전쟁은 당시만 해도 이렇게 오래갈 줄 아무도 몰랐다. 미군은 2001년 10월 7일 알카에다와 탈레반을 폭격하며 전쟁을 시작해 한 달여 만에 수도 카불과 칸다하르를 함락했다.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은 토라보라 인근 산악지대를 통해 파키스탄으로 탈출했다. 하미드 카르자이는 아프간 임시정부를 설치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으로 미국 주도 군사 동맹인 국제안보지원군(ISAF)이 창설됐다.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2003년부터 미군의 아프간 주요 전투작전을 종료시키고 자원을 이라크로 보냈다. 그러자 탈레반이 기세를 회복해 2006년부터 수많은 매복공격과 자살폭탄테러가 일어났다. 아프간 보안군은 ISAF의 지원을 받고 있었지만, 파키스탄 무장세력의 지원을 받는 탈레반에 속절없이 당했다. 결국 미국은 아프간 병력을 증원하기로 했고 2007년까지 미군은 2만 5000여명으로 늘어났다.버락 오바마 신임 대통령은 2009년 아프간 전쟁 재개를 선언하고 미군 1만 7000여명을 추가 배치했다. 12월엔 다시 대규모 증원을 발표했다. 2010년 중반 아프간 주둔 미군은 거의 10만명이 됐다. 2011년 5월 미 해군 특수부대가 빈라덴을 사살하면서 전쟁은 아프간 안정화로 목표가 재설정됐다. 다음달 오바마 대통령은 병력 감축을 발표했다. 2013년 ISAF가 임무를 훈련과 대테러 작전으로 전환하면서 안보 임무는 아프간 보안군이 맡게 됐다. 2014년 아프간에서 미군의 전투 임무는 공식적으로 종료했고 오바마 대통령은 2016년 말까지 대부분 병력이 철수하는 일정을 발표했다. 하지만 아프간 정세가 불안정한 틈을 타 탈레반이 보안군을 밀어붙이며 기세를 올렸다. 아프간 영토 70% 이상이 탈레반 수중으로 돌아갔다. 136개국이 참여해 20년 가까이 진행된 전쟁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셈이다. 미국은 이 전쟁에 2조 달러 이상을 투입했다. 미군은 2400명 이상이 숨졌고, 연합군 사망자도 700명에 육박한다. 민간인 3만 80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아프간 보안군 사망자는 6만여명으로 추정된다. 미국인이 아프간 전쟁 종식과 완전 철군을 공약으로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을 선호할 만도 하다. 미국은 2018년 후반부터 탈레반과 평화 회담을 시작했고 지난달 말 카타르 도하에서 평화협정을 체결했다. ●탈레반 정통성만 자리잡을 길 열어준 셈 그런데 협정 곳곳에 의아한 점 투성이다. 제목부터 ‘아프간 평화 도출을 위한 아프간의 이슬람 에미레이트(이슬람 군주가 지배하는 정치적 구역)와 미국과의 합의’다. 아프간의 평화를 위한 협정인데 아프간은 빠져 있고, 탈레반을 에미레이트라는 생소한 명칭으로 협정 주체에 넣었다. 특히 외교안보연구소 인남식 미주연구부 교수는 최근 발간 자료에서 이번 협정이 “지금까지 미국이 이란 또는 북한과 협상하는 과정에서 보여줬던 상대의 선이행, (미국의) 후조치와는 다른 패턴”이라면서 “미국과 동맹국의 철군을 먼저 추진하고 이 과정에서 탈레반의 우호적 태세를 확인하는 유형”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트럼프가 선거를 앞두고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서둘렀다는 의미다. 그러다보니 이번 평화협정으로 아프간에 평화와 번영이 깃들 것이라는 믿음은 희박하다. 협정대로 미군과 연합군이 연말까지 완전 철수한 뒤 탈레반이 합의를 깨고 적대행위를 재개하면 아프간 보안군은 이를 제압할 능력이 없다. 이럴 경우 철군했던 연합군이 다시 신속하게 아프간으로 돌아와 탈레반을 격퇴하기도 쉽지 않다. 협정대로 아프간 탈레반이 파키스탄의 강성 원리주의 탈레반과 연계를 끊어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가진 미국과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아 아프간에서 병력을 철수시켰다는 명예로운 역사를 탈레반에게 선물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테러범과는 협상을 하지 않는다’는 미국이 협상 상대로 인정해 준 셈이며, 이로 인해 탈레반이 아프간에서 정통성 있는 정파로 자리잡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인 교수는 아프간 정치가 먼저 자리를 잡으면 탈레반이 국제사회 규범과 조응하는 정치 세력으로 뿌리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하지만 불행히도 최근 아슈라프 가니와 그의 오랜 정적 압둘라 압둘라가 각각 대통령 취임식을 거행하는 등 정세는 불안하게 돌아가고 있다. 최근 가니 대통령은 미국과 탈레반의 협정대로 탈레반 포로 5000명을 석방하겠다고 밝혔다. 석방된 포로들이 온순하게 아프간 재건에 협조할 가능성도 매우 낮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바이든 아래 뭉친 ‘反샌더스’ 연합

    바이든 아래 뭉친 ‘反샌더스’ 연합

    슈퍼화요일 전 샌더스 독주 저지 총력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이 2일(현지시간) 미국 민주당 경선을 중단하고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지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역시 전날 물러난 피터 부티지지 전 사우스벤드 시장도 바이든 뒤에 섰다. 소위 민주당 주류로 분류되는 중도 성향 후보들이 연합해 현재 선두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에 필적할 세력을 만들면서 경선판을 흔들었다. 전체 대의원의 3분의1을 선정하는 슈퍼화요일(3일)에 무소속 샌더스가 선두를 가져간다면 뒤집을 기회조차 사라진다는 주류의 절박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클로버샤는 경선 중단을 결정한 뒤 이날 밤 텍사스주 댈러스의 바이든 유세장에서 “조에게 투표해 달라”고 지지 의사를 밝혔다. 부티지지도 같은 장소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이기는 게 중요하다. 미국은 품위와 위엄의 정치가 필요하고 바이든이 평생 해 온 것”이라고 지지를 선언했다. 바이든이 8년간 부통령을 지낸 오바마 정부의 주요 인사들도 그의 손을 들고 있다. 수전 라이스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트위터에 “트럼프가 국가 안보를 크게 훼손한 것을 복구하는 데 바이든보다 동맹국의 신임을 받는 이는 없다”며 “바이든이 트럼프를 물리칠 가장 강한 후보이고, 이게 트럼프가 바이든을 무서워하는 이유”라고 썼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슈퍼화요일을 목요일로 잘못 말하는 등 바이든의 말실수를 모은 폭스뉴스 영상을 올리고 “‘졸리는 조’(바이든을 폄하하는 별명)는 본인이 어디에 있는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고 비꼬았다. 현재까지 샌더스는 60명, 바이든은 54명의 대의원을 확보해 캘리포니아(415명), 텍사스(228명), 노스캐롤라이나(110명), 버지니아(99명), 매사추세츠(91명) 등 15개주(사모아 포함)에서 열리는 슈퍼화요일이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아직은 ‘빅2’인 캘리포니아와 텍사스에서 유리한 샌더스의 승리가 예상된다. 바이든도 노스캐롤라이나, 버지니아 등에서 강세지만 슈퍼화요일부터 경선 무대에 서는 중도 성향의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돈의 화력’으로 표를 흡수하면 위기에 몰릴 수 있다. 다만 바이든이 부티지지와 클로버샤의 표심을 완전히 흡수한다면 승부는 달라질 수 있다. 일례로 CBS는 이날 골든스테이트인 캘리포니아에서 1위인 샌더스의 지지도가 31%라고 보도했다. 바이든은 19%로 2위이지만 부티지지(9%)와 클로버샤(4%)의 지지율을 감안하면 격차를 크게 줄일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美·탈레반 18년 최장 전쟁 ‘마침표’… 트럼프 재선 승리 발판되나

    美·탈레반 18년 최장 전쟁 ‘마침표’… 트럼프 재선 승리 발판되나

    탈레반 “알카에다 등 무장조직과 결별” 美 “14개월 내 아프간 미군 완전 철수” 탈레반 지도부 경제 제재 해제도 검토 국가간 협정 아닌 무장조직과 합의 ‘한계’ 나토 “상황 악화 땐 병력 다시 증강” 경고미국과 아프가니스탄 무장조직 탈레반이 29일(현지시간) 18년에 걸친 무력 충돌을 종식하는 역사적 평화 합의에 서명했다. 북핵 협상 교착 등 외교적 성과가 뚜렷하지 않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는 11월 재선 승리를 위한 큰 선물을 받았다. 양측 대표는 이날 카타르 도하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합의문에 서명했다. 양측이 서명한 ‘도하 합의’에 따르면 탈레반은 아프간을 알카에다는 물론 다른 극단주의 무장조직이 미국과 동맹국을 공격하는 활동 무대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대가로 미국은 아프간에 파병된 미군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국제동맹군을 14개월 안에 모두 철수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군 병사 5000명이 5월에 귀국할 것”이라고 밝혔다.합의가 계획대로 이행되면 미국은 2001년 9·11 테러로 촉발된 18년 전쟁을 끝낼 수 있다. 미국은 역사상 가장 길었던 전쟁에 직접 전비만 약 7600억 달러(약 920조원), 아프간 재건 비용까지 합치면 천문학적인 2조 달러(약 2420조원)를 투입했다. 미군 사망자가 2400명이 넘고, 아프간 민간인 사망자도 3만 8000명 이상이라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우리는 마침내 미국의 최장기 전쟁을 끝내고 우리 군대를 귀환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합의를 크게 반겼다. 그는 지난 대선 당시 해외 분쟁에 개입하지 않고, 해외에 주둔하는 미군을 귀환시키겠다는 대선 공약을 내걸었다. 공약 이행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북한과 이란, 베네수엘라 등을 공략했으나 별다른 외교적 성과를 보지 못했다. 이런 상황인지라 트럼프는 아프간 평화합의를 외교 치적으로 내세워 재선을 위한 발판으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합의 이행 1단계로 미군은 이날부터 135일 이내에 현재 아프간 주둔 미군 1만 2000여명을 8600명 수준으로 줄일 계획이다. 또 올 8월 27일까지 탈레반 지도부에 대한 경제 제재를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약속했다. 탈레반은 대신 1980년대 탄생한 알카에다와 거리를 두기로 했다. 탈레반은 알카에다 등 무장조직이 모병·훈련·자금 조성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이들의 이동을 돕거나 여행증명서와 같은 법적 서류도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또 이런 무장조직이 아프간에 근거지를 두도록 방조하지 않는다는 약속도 했다. 이와 관련, 폼페이오 장관은 “탈레반이 이슬람 극단주의 조직들과 관계를 끊는 의무를 지키기 바란다”고 말했다. 국제사회는 일제히 환영했다. 유엔은 아프간이 주도하는 여성, 소수민족, 젊은층을 아우르는 평화적 절차를 지지한다며 환영을 표했다. 나토 역시 합의를 지지하고 파병 규모를 줄이겠다면서도 실제 상황이 악화한다면 병력을 다시 증강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합의는 아프간 정부가 빠지고 탈레반이 나섰다. 미국도 폼페이오 장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특별대사가 서명해 격을 낮췄다. 서명을 지켜본 폼페이오 장관은 박수를 치지 않았고, 떠날 때 탈레반 인사들과 악수하지 않았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한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가 많은 점을 시사한다. 즉, 국가 간의 조약이나 협정이 아니라 미국 정부와 무장조직이 ‘행동 대 행동’ 원칙과 신의성실에 기반한 조건부 합의인 만큼 한쪽이 위반하면 언제라도 균형이 깨질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美, 한국 입국제한에 나서나..트럼프 대통령, 사흘만에 긴급 기자회견

    美, 한국 입국제한에 나서나..트럼프 대통령, 사흘만에 긴급 기자회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오후 1시30분(한국시간 3월1일 오전 3시30분) 또다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연다. 지난 26일에 이어 사흘 만에 또다시 열리는 이번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 한국 등의 입국제한이 발표될지 워싱턴정가뿐 아니라 한국 정부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12시2분 자신의 트위터에 “최근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하루 전인 28일에도 코로나19 환자가 많은 일부 나라에 대한 입국 제한 등 추가조치 여부 관련 결정을 곧 내리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금 불균형적으로 높은 숫자를 가진 두어 나라, 몇 개 나라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면서 “우리는 그 결정을 곧 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 26일 기자회견에서도 한국과 이탈리아에 대한 입국 제한에 대해 “적절한 때에 우리는 그렇게 할지도 모른다”고 답하면서도 “지금 당장은 적절한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한국은 29일 하루 만에 확진자가 813명 폭증해 총 3150명에 달하는 등 중국의 일일 신규 확진자수를 며칠째 추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기자회견에서 한국 등의 입국 제한 등 관련 추가조치가 발표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동맹국에 대한 입국 제한은 경제적 불안 심리를 키워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미국 정부가 중국 이외의 추가 입국 제한 카드를 빼들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추가 입국 제한 카드를 선택할진 알 수 없다”면서 “한국 정부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만반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폼페이오 “9·11에 여전히 분노…탈레반은 합의 지켜야”

    폼페이오 “9·11에 여전히 분노…탈레반은 합의 지켜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29일(현지시간) 미국과 아프가니스탄 무장조직 탈레반의 역사적 평화합의 서명에 대해 “(아프간에서) 폭력 감축은 극단주의자들이 평화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탈레반이 합의 내용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서명식 전후로 기자회견 등을 통한 발언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그는 “폭력의 현저한 감축은 평화를 위한 조건을 만들고,폭력 감축이 없다면 실패의 조건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탈레반이 합의를 지킬지 지켜보겠다고 했다. 미국과 탈레반은 지난 22일부터 일주일간 이른바 폭력감축 조치로 불리는 사실상 임시휴전에 들어갔다. 폼페이오 장관은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양측 협상 대표 간 합의문 서명식에 참석했지만 직접 서명하진 않았다. 폼페이오 장관은 아프간 국민은 여성 권리를 존중하면서 평화와 번영 속에 살 필요가 있고 미국은 아프간으로부터 테러 위협이 있어선 안 된다는 것이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탈레반이 합의를 지키지 않는다면 미국은 안보를 위해 필요한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또 탈레반에 “알카에다와 관계를 단절하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요구했으며, 이슬람국가(IS) 퇴치 전쟁을 계속하겠다는 약속도 지킬 것을 주문했다. 자신이 2001년 아프간에서 계획된 9·11 테러에 여전히 분노하고 있으며, 미국은 미군이 피와 땀, 눈물을 통해 승리한 것을 함부로 흩어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군, 14개월내 아프간서 완전 철수 합의 양측이 서명한 이른바 ‘도하합의’에 따르면 탈레반은 아프간에서 극단주의 무장조직이 미국과 동맹국을 공격하는 활동 무대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미국은 그 대가로 아프간에 파병된 미군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국제동맹군을 14개월 안에 모두 철군하기로 했다. 탈레반의 합의 준수 여부는 미국이 평가하기로 했다. 신뢰를 확인하는 절차로 다음달 10일까지 국제동맹군과 아프간 정부군에 수감된 탈레반 대원 5천명과 탈레반에 포로로 잡힌 아프간군 1000명을 교환하기로 했다. 이번 협상에서 배제된 아프간 정부는 이 수감자 교환을 계기로 삼아 다음달 10일까지 아프간을 안정시키기 위한 논의를 시작한다. 미국은 탈레반과 맺은 도하합의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보내 효력과 이행을 보증해 달라고 요청하기로 했다. 이 합의가 제대로 이행되면 2001년 9·11 테러 뒤 알카에다 우두머리 오사마 빈 라덴을 비호한다는 이유로 미국이 아프간 침공한 이후 이어진 미국 진영과 탈레반의 군사적 충돌이 마무리될 수도 있다. 미국으로서는 가장 길었던 전쟁을 끝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 셈이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사설] 미, 주한미군 군무원 볼모로 한 방위비협상 안 돼

    미국 국방부가 어제 주한미군의 한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무급휴직을 시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윌리엄 번 미 합참 부참모장은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타결이 지연되면 오는 4월 1일부터 9000명에 이르는 주한미군의 한국인 근로자 대상 무급 휴직을 시행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현재 한미 실무협상팀은 11차 방위비 분담금 협정(SMA) 체결을 위해 작년 9월부터 모두 6차례 만난 상태로, 7차 협상에서 타결을 시도하기 전 입장을 최종 정리하는 단계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미 국방부가 주한미군 군무원에 대한 무급휴직 시행 계획을 거듭 밝힌 것은 막바지 방위비 협상 과정에서 주한미군에 근무하는 한국인 근로자를 볼모로 활용, 분담금 증액을 압박하려는 의도다. 이는 동맹의 가치를 훼손하는 부도덕한 행태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무급휴직 압박’이 통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헤아려야 한다. 주한미군 한국인 노조는 지난 6일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월급을 받지 못하더라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대한민국의 안보와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 일을 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미국의 부당한 압력에 굴복하지 말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국익에 도움이 되는 협상을 하라는 주문이다. 미 민주당 외교·군사 분야 중진 상원의원들도 지난달 28일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 변화를 촉구하는 공개서한에서 “행정부의 분담금에 대한 집착은 한미 동맹의 가치에 대한 근본적 착각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 상원의원들의 지적대로 분담금은 동맹국 모두에 전략적 이익을 주는 것이다. 즉 한국이 일방적으로 혜택을 더 보는 구조가 아니다. 돈 문제로 옥신각신한다면 동맹의 가치가 흔들리고 반미세력이 득세할 수 있다. 반미감정이 강화되면 주한미군 철수 주장과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 주장까지 고개를 드는 부작용을 낳는다는 점을 트럼프 행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 美 압박에도 화웨이 못 놓는 유럽… 트럼프 재선 땐 ‘혼돈의 대서양’

    美 압박에도 화웨이 못 놓는 유럽… 트럼프 재선 땐 ‘혼돈의 대서양’

    대서양을 사이에 둔 미국과 유럽의 ‘불편한’ 현재와 앞으로의 관계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뮌헨안보회의가 지난 16일 독일 뮌헨에서 끝났다. 세계의 이목이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에 집중되면서 상대적으로 언론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국제안보 분야의 ‘다보스 포럼’으로 불리는 뮌헨안보회의의 올해 주요 주제는 ‘세계의 비(非)서방화’였다.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로 그동안 돈독했던 대서양 양안 관계가 위기에 처했고, 따라서 서구 사회의 불확실성과 불안감이 커졌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중국의 부상에 대한 공동 전략은 수년째 논의돼 왔지만 올해는 특히 미국이 중국의 경제 무기화를 언급하며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 압박 전략에 공조할 것을 강조했다. 말이 공조일 뿐 협박에 가까운 압박이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회의에 참석한 수백명의 외교관과 국제관계 전문가들의 최대 관심은 오는 11월 열리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지 여부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당선된다면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더욱 소원해지고 전통적인 우방, 동맹 관계의 재정립이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미국과 유럽의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해도 예전의 미국과 유럽 관계로 돌아가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대세다. ●영국 “화웨이 대안 없어”… 독일도 허용 가닥 미국은 지난해부터 1년 넘게 국가안보를 이유로 중국의 대표적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의 5세대(5G) 이동통신망 참여 배제를 동맹국들에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화웨이 장비를 쓴다면 민감한 고급 정보를 공유할 수 없다고 영국 등을 압박하고 있다. 호주가 가장 먼저 화웨이 장비의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하지만 유럽 주요 국가들은 아직까지 결정하지 못했거나 일부 허용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미국의 속을 태우고 있다. 영국은 지난 1월 말 화웨이의 5G 이동통신망 장비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믿었던 보리스 존슨 총리의 결정에 실망 차원이 아니라 격노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존슨 총리는 네트워크 핵심 부품에서는 화웨이를 배제하고 비핵심 부문에서 화웨이의 점유율이 35%를 넘지 않도록 제한하는 선에서 화웨이의 사업 참여를 일부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영국은 4세대 이동통신 장비도 값싸고 성능이 뒷받침되는 화웨이 제품을 사용해 왔고, 현재로서는 화웨이를 대체할 수 있는 기업도 마땅치 않다며 허용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미국 요구대로 화웨이 장비 사용을 전면 금지하면 5G 서비스 경쟁에서 수년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다. 독일도 영국과 같은 이유로 비슷한 결정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뉴욕타임스 등 외신은 전한다. 말이 먹히지 않자 미국은 압박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 돈 때문에 안방을 중국 공안에 내줄 생각이냐며 몰아세우고 있다. 미 국무장관과 국방장관, 백악관 관계자는 물론 상하원 의원들까지 나서 뮌헨안보회의를 중국 화웨이에 대한 압박 전선을 구축하는 데 활용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 이어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이 19일(현지시간) 영국을 방문해 화웨이 장비 도입 결정을 재고해 줄 것을 요구했다. 영국 정부에 화웨이를 3~5년 내 이통통신망 사업에서 퇴출시키는 대신 공동으로 대안 마련에 착수할 것을 제안할 것으로 영국의 가디언은 전했다. 앞서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은 유럽연합(EU)을 탈퇴한 영국의 결정이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 협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탰다. 그런가 하면 독일 주재 미국대사는 지난 17일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어떤 국가든 ‘신뢰할 수 없는 5G 판매자’를 선택한다면 우리의 정보 공유 능력을 위험하게 한다는 것을 분명히 하도록 지시했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리며 독일을 압박하고 있다. 각기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우선시하는 상황에서 어느 선에서 타협할지 주목된다.●트럼프 국가안보보다 경제 우선 입장 재확인 미국 정부는 화웨이를 겨냥해 5G에 이어 반도체 제조 장비에 대한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17일 보도했다. 글로벌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화웨이에 공급하기 위해 미국산 반도체 생산 장비를 이용하면 미 당국으로부터 라이선스(면허)를 받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또 제3국 반도체 제조업체에 대한 라이선스 요구 기준인 미국산 부품 비율을 현재 25% 이상에서 10%로 낮추는 방안과 중국에 대한 항공기 제트엔진 수출을 규제하는 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하지만 이 같은 미국 행정부의 중국에 대한 추가 규제 움직임에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제동을 걸었다. 트럼프는 18일 트위터에 “우리는 (상대가) 우리와 사업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고 싶지 않다”면서 “중국이 우리 제트엔진을 사길 원한다”고 적었다. “국가안보를 내세워 미국 기업을 희생시키지 않겠다”고도 했다. 미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기술수출을 제한하려는 행정부 내 움직임에 공개적으로 반대한 것으로 ‘놀라운 반전´이라고 평가했다. 잠재적 경쟁 위험이나 국가안보 우려보다 경제적 이득을 우선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을 보여 준다고 분석하고 있다. ●유럽의 시선은 ‘트럼프 재선’ 향방 중국도 중국이지만 유럽의 최대 관심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여부다. 미국 언론들의 보도를 종합해 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을 점치는 유럽 외교안보 전문가가 늘고 있다. 그럴 경우 국제사회나 동맹보다 미국 국익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트럼프 대통령의 현 대외정책이 강화돼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2016년에는 트럼프의 미국이 어떤 모습일지 몰랐지만 2020년에도 트럼프 대통령을 선택한다면 이는 미국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보여 주는 것으로 그 의미와 파장의 차원이 질적으로 다르다. 유럽의 외교관들과 전문가들은 미국과 미국의 민주주의에 대한 유럽의 생각을 바꿔 놓게 될 것으로 본다. 독일 연방하원 외교위원장인 기민련의 노르베르트 뢰트겐은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재선은 유럽에 심각한 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뢰트겐 의원은 “트럼프에 대한 견제가 사실상 어려운 점을 감안한다면 향후 4년은 현상 유지가 아니라 상황이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기후변화와 이란, 무역,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중국에 대한 전략 등을 둘러싼 대서양 양안의 골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의 외교 전문가들은 국제사회에서 8년은 한 시대(era)와 같다고 한다. 한마디로 이전으로 되돌릴 수 없다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하고 민주당 경선에서 초반에 강세를 보이고 있는 버니 샌더스가 대통령에 당선된다고 해도 큰 차이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과 이념은 달라도 대외정책의 기본 틀은 트럼프 대통령과 비슷한 점이 많다. 국방비 감축과 해외 주둔 미군 철수를 주장한다. 군사적 개입을 최소화하고 나토 확장에 비판적이며 동맹 강화보다 고립주의 성향을 띠고 있다. 중국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유럽 ‘전략적 자율성’의 한계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에 적응해 나가는 것 외엔 뾰족한 수가 없어 갑갑하다. 미국에 대한 의존을 줄여 나가면서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조지프 바이든 전 부통령을 지지하는 니컬러스 번스 전 미 국무차관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동맹과 우방으로서 유럽의 가치를 절하한다면 유럽은 미국과 중국에 이어 제3의 축을 구축하려 할 수도 있다고 본다”면서 “이는 미국에 전략적으로 큰 손실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토주재 미국대사를 지낸 이보 달더도 미국을 견제하려고 유럽이 뭉치거나 경제와 중동 문제 등에 있어서는 중국과 러시아 쪽에 기우는 식으로 균형점을 찾아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관건은 유럽이 과연 미국에 의존하지 않고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느냐다. 셈법이 서로 다른 동유럽과 서유럽이 한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이후 유럽을 이끌 강력한 지도자가 나올지 숙제다. 대기자 kmkim@seoul.co.kr
  • 트럼프 ‘정적’ 펠로시도 ‘화웨이 퇴출’ 한 목소리… 中 “미국이 진짜 위협”

    트럼프 ‘정적’ 펠로시도 ‘화웨이 퇴출’ 한 목소리… 中 “미국이 진짜 위협”

    펠로시 “화웨이, 中경찰 주머니에 넣고다니는 것”미국 정부가 중국 최대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 퇴출’에 다시 전방위적으로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뿐만 아니라 의회까지 나서 “화웨이는 트로이 목마”라며 동맹에 압박을 가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거짓말”이라고 되받아쳤다. 각국이 5세대(5G) 통신기술 기업인 화웨이 채택과 퇴출에서 두 경제 대국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되고 있다. 미국 의전 서열 3위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화웨이가 유럽에 침투하는 것은 “호주머니에 경찰국가, 중국 경찰을 넣고 다니는 것”이라고 비꼰 것으로 AP통신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는 탄핵 추진에서 보듯 트럼프의 ‘정적’으로 치부되지만, ‘화웨이 퇴출’에는 목소리를 같이했다. 펠로시는 “화웨이 (기술) 가격은 더 내려가겠지만, 중국이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면 프라이버시가 없는 독재가 올 것”이라며 “국민의 프라이버시를 팔아넘길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화웨이 장비는 완전한 독약”이며 “민주주의라는 정보 고속도로에 독재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가시 돋친 비판을 가한 것으로 의회 전문 매체 더힐이 이날 전했다. 5세대 무선 통신기술은 데이터를 내려받는데 초당 20기가바이트로 처리 속도가 LTE보다 20배가량 빠르다. 5G 최고 100기가바이트까지 속도가 날 것으로 예상된다. 수많은 동시 접속에도 실시간 서비스에는 막힘이 없다. 대량 사물인터넷(IoT)이나 자율주행차 보편화를 위해 필수적인 통신기술이지만 주파수 대역을 쪼개 사용하다 보니 보안에 취약한 것이 단점으로 꼽힌다. 미국 무선통신 기업 퀄컴에 따르면 5G 통신기술이 지구촌 전체에 실현될 것으로 전망되는 2035년, 이 기술에 의한 산업이 13조 2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상무부, 화웨이 반도체에 美제품 10% 이하 추진”이런 5G의 중국 선점에 대해 미국의 옥죄기 수위가 심상찮다. 미국 상무부는 세계 반도체 업체들이 화웨이에 공급하는 반도체에 미국산 장비와 제품을 10% 이상 이용하면 미국의 라이선스를 받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이날 보도했다. 미국이 지난해 부과한 기준 25%를 10%로 낮춰 화웨이의 통신장비 제조 자체를 차단하려는 시도다. 실현되면 화웨이 뿐만 아니라 반도체 업계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논의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수 주간 계속됐고, 오는 28일 미국 관리들이 만나 논의할 것이라고 이 매체가 전했다. 퇴출 압박에도 화웨이는 지난해 1220억 달러(145조원 상당)어치를 판매했다. 매출이 전년도보다 18% 늘어났다. 앞서 미국 법무부는 뉴욕 연방검찰이 13일 화웨이가 미국 기업 6곳의 영업 기밀을 빼돌렸고, 부정부패조직범죄방지법(RICO)을 위반했다는 등의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며 기소장을 새로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1월 뉴욕 브루클린 연방법원에 제출한 기소장을 대체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언론에서는 화웨이 퇴출과 관련한 발언이나 기사가 거의 매일 쏟아지고 있다. 미국 정부의 전방위적 퇴출 압박 공세를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영국 화웨이 채택에 트럼프 ‘분노’… “재고하라”미국은 각국에 줄세우기를 강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이 19일 영국 총리관저를 방문해 도미닉 커밍스 총리 수석보좌관과 회동, 영국의 5G 이동통신망 구축사업에 화웨이 허용한 결정을 재고하라고 요구할 예정이라고 가디언은 이날 전했다. 앞서 지난달 29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방문, 보리스 존슨 총리와 회동해 이같이 요청했다. 앞서 영국이 지난달 네트워크 핵심 부문에서 배제하지만, 비핵심 부문에서 35% 이하의 범위에서 화웨이의 사업 참여를 허용하도록 결정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존슨 총리에게 전화로 ‘분노’를 표한 것으로 미국과 영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두 나라는 영어 사용 국가인 호주·캐나다·뉴질랜드와 함께 서로 민감한 기밀정보를 공유하는 ‘파이브 아이즈’ 동맹국이다. 독일, 미중 ‘균형 외교’ 주목… 조만간 화웨이 결정 미국은 독일에도 화웨이를 채택하면 민감한 정보 공유를 줄이겠다고 위협했다. 리처드 그리넬 주독일 미국대사는 16일 트위터에서 “트럼프가 공군 1호기에서 전화로 ‘신뢰할 수 없는 판매자의 5G를 선택하는 나라는 어디든지 우리의 최고급 정보 공유 능력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하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독일 집권 기독민주당에서 조만간 고도의 보안 시설에 화웨이 채택 여부를 두고 표결을 벌일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독일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불꽃 튀기는 외교전에 전략적 균형을 어떻게 취할지 주목된다. 中화춘잉 “진짜 위협은 미국, 메르켈 휴대폰 염탐”이에 대해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진짜 위협은 누구인가. (에드워드) 스노든은 미국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휴대폰도 염탐했다고 말했다”고 되받아쳤다. 2013년 미국 국가안보국(NSA) 직원 스노든이 조직의 활동과 관련해 여러 문건을 폭로하면서 메르켈 휴대폰 도청도 불거졌다. 당시 백악관은 이를 완강히 부인했다. 폼페이오 “화웨이는 트로이 목마…中사이버 침해” 미국과 중국은 16일 막을 내린 뮌헨안보회의에서도 화웨이를 두고 충돌했다. 폼페이오는 안보회의 연설에서 “중국은 베트남·필리핀·인도네시아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침해하고, 국경을 접한 거의 모든 나라와 육·해상 분쟁을 일으키고 있다”며 “다른 영역, 사이버안보에도 잠깐 이야기하면 화웨이와 다른 중국 국영 기술기업은 정보 당국을 위한 트로이 목마”라고 꼬집었다고 CNBC가 전했다. 中왕이 “거짓말… 미국, 사회주의 국가 성공 질시”이에 대해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안보회의 논의에서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거짓말”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이런 문제의 근본 원인은 미국이 중국의 급성장과 부흥을 보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미국은 사회주의 국가의 성공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고 맞받아쳤다. 그는 “미국과 중국에 지금 가장 중요한 일은 마주 앉아 다른 사회 시스템을 가진 두 나라가 조화롭고 평화롭게 살아갈 방법을 찾는 것”이라며 ‘대화론’을 다시 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뮌헨서 美우선주의 뭇매

    獨 등 안보회의서 다극체제 역할론 주장 美, 러시아보다 최대 도전국가로 中 꼽아 미국이 국제안보 분야의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뮌헨안보회의에서 난타당했다. 독일 등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미국의 우선주의’를 집중 성토하고 나선 것이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은 지난 14일(현지시간) 회의 개막 연설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난 대선 슬로건 문구에 포함된 ‘다시 위대하게’를 언급하며 “우리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인 미국이 국제사회에 대한 생각을 거부한다”고 비판했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도 미국이 세계경찰 역할을 원치 않는 상황에서 유럽 국가들이 다자주의 질서를 유지·강화하기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강경화 한국 외교장관도 다자주의의 기초가 된 민주주의, 법치, 인권 등의 가치가 더이상 서구 가치가 아닌 인류 보편적 가치라고 강조했다.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 인도 외교장관도 국제질서가 다극체제로 전환되고 있다며 다원주의의 지역적 보편화를 주장했다. 미국이 ‘공격’당한 배경에는 팽창하던 EU가 영국의 EU 탈퇴와 미국 우선주의로 타격을 입으면서 위기감이 커진 상황을 투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15일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의 비판에 대해 국제사회 분쟁 및 이슈에 미국이 개입한 사례를 하나하나 열거하며 “이게 ‘국제사회를 거부하는’ 미국이냐”고 반박했다. 그는 “미국은 국제적인 제재와 함께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는 걸 막기 위해 노력해 왔다”는 점등을 대표적 사례로 거론했다. 이런 가운데 회의에 참석한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이날 러시아보다 중국을 미국의 안보전략에서 ‘최대 도전 국가’로 규정한 데 이어 2순위 위협으로는 북한·이란을 거론하며 ‘불량국가’라고 지칭했다. 미국은 또한 중국의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퇴출’을 요구했다. 에스퍼 장관은 “우리가 그(화웨이) 위협을 알지 못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결국은 가장 성공적인 군사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5G(5세대) 구축사업에 화웨이 장비를 일부 도입하기로 한 영국에 “두 걸음 물러서기에” 아직 늦지 않았다고 압박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자국에 대한 미국의 비판에 대해 “거짓말”이라며 “중국에서 미국으로 대상을 바꿔 그런 거짓말을 적용하면 거짓말은 사실이 될 것”이라고 미국으로 화살을 돌렸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CIA의 후안무치한 암호해독기 장사, 한국 등 120개국 당해”

    “CIA의 후안무치한 암호해독기 장사, 한국 등 120개국 당해”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옛 서독 정보기관 BND가 긴밀히 협력해 수십년 동안 120개국 정부에 암호장비를 팔아 이를 통해 기밀로 분류된 각국 정부 문서들을 살펴봤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암호장비 제작과 판매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자랑한 스위스 회사 ‘크립토 AG’가 두 정보기관이 사실상 공동 소유하고 있었다. 한국 정부도 이 기업의 우수한 고객 중 하나였다. 미국 일간 워싱턴 포스트(WP)는 11일(현지시간) 독일 ZDF 방송, 스위스 방송 SRF와 함께 기밀인 CIA 작전자료를 입수해 크립토 AG가 2차 대전 당시 미군과 첫 계약을 맺은 이후 각국 정부에 암호 장비를 판매해 왔는데 이 장비에 미리 장치를 심어둬 자국의 첩보요원 및 외교관, 군과 각국 정부가 어떻게 연락을 하는지 손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고 폭로했다. 암호 장비를 구입한 정부는 120개국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번에 62개국이 확인됐다. WP가 입수한 문서는 CIA 내부 기관인 정보연구센터가 2004년 완성한 96쪽짜리 작전 문건과 2008년 독일 정보당국이 구술을 모아 정리한 편집본들이다. CIA와 BND는 코멘트 요청을 거절했으나 문건의 진위를 따지진 않았다고 WP는 전했다. 또 문건 제공자가 발췌본만 공개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며 일부 발췌본만 지면과 홈페이지에 실었다. CIA와 BND는 미리 프로그램을 조작해 이 장비를 통해 오가는 각국의 기밀정보를 ‘가만 앉아’ 취득하면서 장비 판매 대금으로 수백만 달러를 챙기는 ‘도랑도 치고 가재도 잡는’ 격이었다. 한국과 일본, 인도와 파키스탄, 미국과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바티칸 교황청도 고객이었다. 1980년대 이 회사의 ‘우수 고객’은 세계 분쟁지역의 리스트나 다를 것이 없었다. 1981년을 기준으로 사우디가 가장 큰 고객이었으며 이란과 이탈리아, 인도네시아, 이라크, 리비아, 요르단에 이어 한국이 뒤를 이었다고 WP는 전했다.입수 문건에는 미국과 동맹국이 다른 나라들을 오랫동안 이용해 장비 판매대금으로 돈도 받고 기밀도 빼낸 내역이 들어 있으며 자칫 작전을 망치게 할 뻔한 내부갈등도 들어있다고 한다. 이 장비를 통해 1979년 이란에서 발생한 미국인 인질 사태 당시 CIA는 이란의 이슬람율법학자들을 감시할 수 있었고, 포틀랜드 전쟁 당시엔 아르헨티나군의 정보를 빼내 영국에 넘길 수 있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독재자들의 암살 과정과 1986년 리비아 당국자들이 베를린 나이트클럽에서 폭탄테러가 발생하자 자축하는 과정도 고스란히 들었다. 이 작전에는 애초 ‘유의어사전’이라는 뜻의 ‘Thesaurus’라는 암호명이 붙었다가 나중에 ‘루비콘’으로 변경됐다. WP는 CIA 역사상 가장 대담한 작전이라고 평가했다. CIA 작전사에도 “세기의 첩보 쿠데타”라는 표현이 등장한다고 한다. 1980년대 미국 정보기관들이 입수한 해외 첩보의 40% 정도가 이 경로를 통해 취득한 것이었다. 그러나 미국의 주된 타깃이었던 옛 소련과 중국은 이 장비를 절대 쓰지 않았다. 그들은 이 회사가 서방과 연계돼 있다고 의심했던 것이다. 하지만 CIA는 다른 나라들이 옛 소련이나 러시아 정부와 연락, 소통하는 과정을 추적해 상당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WP는 설명했다. 1990년대 초에 들어서 BND는 발각의 위험이 너무 크다고 보고 작전에서 발을 뺐다. 반면 CIA는 독일이 갖고 있던 지분을 사들여 계속 작전을 이어가다가 2018년이 돼서야 물러섰다. 이즈음 국제 보안시장에서 온라인 암호 기술이 확산돼 크립토 AG의 효용 가치가 떨어진 탓이었다. 2018년 한 투자자가 일부 지분을 사들여 스웨덴 기업 크립토 인터내셔널로 바뀌었는데 이 회사는 “CIA나 BND와 아무런 연관이 없다”며 이런 보도 때문에 힘들다고 토로했다. 스위스 정부는 지난해 11월 이 사건에 대해 인지했다며 은퇴한 연방법원 판사로 하여금 조사하도록 임명했다. BBC의 제네바 특파원 이모겐 풀크스는 스위스 전역에 분노가 들끓고 있다고 전했다. 한 정치부 기자는 ‘우리 나라의 명성이 산산조각 났다’고 탄식했고, 어떤 이는 “중립성이란 우리 모토가 위선 투성이로 드러났다”고 개탄했다.원래 이 장비는 러시아 발명가 보리스 하겔린이 개발한 휴대용 암호장비로 1940년대 나치의 노르웨이 점령 때 미국으로 망명하며 가져온 것이다. 대전이 종전되자 그는 스위스로 이주했다. 그의 기술이 너무 앞서 있어 미국 정부는 그걸 다른 나라에 팔아치우지 않을까 걱정했다. 해서 미국의 암호해독가 윌리엄 프리드먼이 하겔린을 설득해 미국이 승인한 나라들에만 판매하도록 했다. 그런데 이미 더 오래된 기계들은 다른 나라 정부에 판매된 뒤였다. 1970년대 미국과 옛 서독은 이 회사를 사들여 직원을 고용하고 기술을 디자인하고 판매를 관장하는 등 거의 모든 면에서 통제했다. 이렇게 이들 장치에 정보 은닉 프로그램을 설치해 정보를 빼낸다는 억측은 오래 전부터 있어왔지만 이렇게 입증된 적은 처음이라고 BBC는 전했다. 이번 폭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 통신업체 화웨이가 은밀하게 통신장비에 접근해 정보를 볼 수 있다며 압박 수위를 높여온 것과 맞물려 더욱 주목 받고 있다. 적국은 물론 동맹국 정보까지 빼낸 미국이 화웨이에 이런 주장을 늘어놓을 자격이 있느냐는 시비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트럼프 쇼’ 된 국정연설… 연설문 쫙쫙 찢은 펠로시

    ‘트럼프 쇼’ 된 국정연설… 연설문 쫙쫙 찢은 펠로시

    나토 등 동맹국 방위비 증액 압박도 자랑 2년째 언급했던 북한 문제는 이번엔 침묵 민주당 “78분간 선거유세장 같았다” 비난“오늘 밤 사상 최고의 경제 성과를 발표하게 돼 매우 흥분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오후 9시 워싱턴DC의 하원 본회의장에서 가진 1시간 18분여 동안의 취임 후 세 번째 신년 국정연설에서 경제와 무역 등의 ‘자화자찬’을 늘어놓으며 사실상 재선 캠페인에 나섰다. 하지만 북핵과 탄핵 등 불편한 문제에 대한 언급은 피했다. 또 악수를 거부하고 연설문을 찢는 등 트럼프 대통령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노골적인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트럼프 “경제 붕괴 시기는 이제 끝났다” 강조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국정연설의 많은 시간을 자신의 집권 후 경제 성과 자랑에 할애했다. 그는 “3년 전 ‘위대한 미국인들의 귀환’을 약속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현재 취업률과 소득은 모두 오르고 가난과 범죄율은 떨어졌다. 자신감이 커지고 있고, 우리 미국은 번영하고 있다”면서 “경제 붕괴의 시기는 이제 끝났다”고 강조했다. 또 미중 1단계 무역 합의와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합의 등의 자랑도 잊지 않았다. 이에 민주당은 연설 후 “오프라 윈프리 쇼 같았다”면서 “국정연설을 자신의 선거 유세장으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국정연설에서 북한을 언급하지 않았다. 2018년 국정연설에서는 북한의 탈북자 문제를 주요 화두로 꺼내며 최대 압박을 예고했고, 지난해에는 2차 북미 정상회담 일정과 개최지를 전격 발표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는 외교를 통한 대북 문제 해결이라는 기본 원칙을 유지하면서, 속도를 내기보다는 대선 길목에서 북한의 탈선 방지와 협상 틀 유지에 방점을 두는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기조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또 일각에서는 북한 문제가 이란을 비롯한 중동 문제 등 시급한 현안에 가려져 상대적으로 `뒷전’으로 밀려 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국정연설에서 북한 언급을 하지 않은 것은 불필요한 자극을 피하면서 ‘대북 리스크’를 관리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면서 “올 11월 대선까지는 북미 관계가 제자리걸음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한국을 직접 거론하지 않았지만, 동맹에 대한 방위비 분담금 증액 압박도 잊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다른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들로부터 4000억 달러 이상의 분담금을 걷었고 최소한의 의무를 충족시키는 동맹국의 수는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고 자랑했다. 이는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동맹국에 대한 간접적인 방위비 증액 압박으로 풀이된다.●일부 공화당원 “4년 더” 외치며 기립박수 또 이날 국정연설에서 ‘당파적 불화’도 극명하게 드러났다. 일부 공화당원들은 “4년 더”라고 외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기립박수를 보냈지만, 민주당원들은 조용히 서 있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펠로시 하원의장이 날 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펠로시 의장의 악수 요구를 의도적으로 무시했고, 펠로시 의장은 연설이 끝날 때쯤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사본을 공개적으로 찢어버리기도 했다. 한편 이날 깜짝 손님으로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인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그를 소개했고, 과이도 의장도 일어서서 청중들을 향해 인사를 보냈다. 또 많은 여성 민주당원들은 참정권 운동을 지지하기 위해 흰색 옷을 입었고, 당내 몇 명은 기후변화를 강조하기 위해 빨간색과 흰색, 파란색 줄무늬 옷깃 핀을 차고 있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총독인가 동반자인가’… 주한 미국대사 70년사

    ‘총독인가 동반자인가’… 주한 미국대사 70년사

    해리스 대사, 호르무즈파병 압박 등으로 ‘총독’ 비난받아역대 23명 대사 중 유일 직업군인 출신, 국민에게 낯설어결례 논란 전임 대사도 자유롭지 않아…현대사에 영향력미국대사 과거 막후 외교관이었지만 지금은 공공 외교관변화된 역할 조정 과정서 시행착오 겪으며 논란 불거져 ●한국민에게 낯선 미국대사, 해리스 “해리스 대사는 한국 총독처럼 행세하지 않느냐. 자기가 무슨 총독인 줄 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지난 17일 공개된 재단 유튜브 채널 ‘유시민의 알릴레오’에서 해리 해리스 주한 미대사에 대해 이같이 언급했다. 해리스 대사가 지난 7일 KBS와 인터뷰에서 “한국이 그곳에(호르무즈해협)에 병력을 보내길 희망한다”며 정부에 파병을 압박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을 ‘총독 행세’라고 비판한 것이다.해리스 대사가 16일 외신 기자 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같은 날 신년기자회견에서 남북 협력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향후 제재를 촉발할 수 있는 오해를 피하려면 한미 워킹그룹을 통해서 다루는 것이 낫다”고 하면서 당정청은 일제히 반발했다. 다음 날 “의견 표명은 좋지만 우리가 대사가 한 말대로 따라 한다면 대사가 무슨 조선 총독인가”(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 “내정간섭 같은 발언은 동맹 관계에도 도움이 안 된다”(민주당 설훈 최고위원), “대북정책은 대한민국의 주권에 해당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통일부 이상민 대변인), “대사가 주재국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언론에 공개적으로 언급한 부분은 대단히 부적절하다”(청와대 관계자)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앞서 해리스 대사는 호르무즈해협 파병과 남북 협력 사업뿐만 아니라 한미 방위비분담협상,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과 관련 미국 정부의 입장을 직설적으로 표명하면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해리스 대사는 지난해 11월 당시 국회 정보위원장인 바른미래당 이혜훈 의원을 관저로 불러 방위비분담금을 50억 달러 내라는 요구만 20번 정도 반복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외교적 결례라는 비난을 받았다. 해리스 대사는 같은 달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맞서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내린 데 대해 “한국이 한일 과거사 문제를 안보 영역으로 확대한 데 대해 실망했다”며 종료 결정을 번복할 것을 압박했다. 해리스 대사를 둘러싼 논란은 우선 대사의 개인적 성향에 기인한다는 분석이다. 해리스 대사는 첫 직업군인 출신 주한 미국대사다. 1949년 부임한 1대 존 무초 대사부터 해리스 대사까지 23명 대사 중 6명을 제외하면 모두 직업 외교관 출신이다. 비외교관 출신 6명 중 해리스 대사를 제외하고는 외교를 전공한 교수이거나 한국과 인연이 깊은 목사, 외교에 익숙한 중앙정보부(CIA) 출신 요원, 국회와 국방부에서 외교를 담당한 정치인이었다. 군인 출신으로 외교적 수사보다 직설 화법에 익숙한 해리스 대사가 한국민에겐 ‘낯선 대사’라는 것이다.외교 소식통은 “한국어에 능숙한 캐슬린 스티븐스 대사와 한국민과 스킨십을 즐겼던 마크 리퍼트 대사에 익숙했던 한국민에게 4성 장군으로 태평양사령관을 역임한 해리스 대사의 야전군 사령관 스타일이 낯설어 보일 것”이라고 했다. 다만 주한 미국대사의 행보와 발언이 논란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승만 정권 당시 윌리엄 레이시 대사는 한미 관계 현안에 대해 이승만 대통령에게 직접 서한을 보내 불만을 표출하는 등 거만한 태도를 보여 이 대통령의 반감을 샀다. 박정희 정권에 베트남 파병을 압박했던 윈스럽 브라운 대사는 카운터파트인 이동원 외무부 장관을 ‘패싱’하고 정일권 국무총리, 박정희 대통령과 직접 담판을 짓는 오만함을 보이기도 했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대사는 진보적인 노무현 정부와 보수적인 조지 W 부시 정부가 마찰을 빚던 당시 노무현 정부의 남북 화해협력 정책과 어긋나는 발언을 해 정부로부터 경고를 받기도 했다. 주한 미국대사가 ‘한국의 총독’이라는 논란은 한국 현대사에서 미국 정부와 그의 입장을 대변하는 주한 미국대사가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했기 때문에 불거졌다는 해석이다. 미국대사는 한국 현대사의 분기점마다 주·조연으로 등장하며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는 데 영향을 미쳤다. 미국대사는 한국 현대사와 한국 정치에서 한복판에 서 있을 수밖에 없는 존재다. ●국가원수급 대우 받은 초대 미국대사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첫 주한 미국대사는 존 무초 대사다. 무초 대사는 1948년 8월 13일 주한 최고대표로 임명돼 사흘 후 부임했다. 미국은 이듬해 1월 1일 한국을 정부로 승인하고 4월 7일 무초 최고대표를 주한 미국대사로 임명했다.1년 전 남북에 각각 단독정부가 수립되고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미국의 지원이 절실했던 이승만 대통령은 무초 대사의 신임장 제정식을 ‘장엄하게 진행하라’고 지시했다. 1949년 4월 20일 무초 대사의 신임장 제정식에는 이 대통령과 이시영 부통령, 이범석 국무총리, 신익희 국회의장, 김병로 대법원장 등 삼부 요인이 모두 참석했고, 무초 대사는 중앙청에 육해군 의장대의 사열을 받으며 입장했다. 국가원수급 대우를 받은 무초 대사는 1950년 이 대통령과 6·25 전쟁 첫 2년을 함께 겪었다. 무초 대사는 전쟁 발발 직전인 6월 초 미국 의회에 북한의 침공 가능성을 경고했다. 그는 전쟁 당일인 25일 워싱턴 국무부에 “북한군의 전면 공격이 시작됐다”고 보고했고 이 대통령의 관저인 경무대로 들어갔다. 무초 대사는 피난가겠다는 이 대통령을 말렸지만, 이 대통령은 무초 대사에게 알리지 않고 27일 서울을 떠나 수원으로 갔다. 무초 대사는 이 대통령의 행동에 분노했지만 이후 한국 정부를 따라 수원·대전·대구·부산으로 피난가던 도중 이 대통령을 자신의 차에 태워 피신시키기도 했다. ●이승만 하야 작전의 선봉장? 이 대통령은 미국에서 교육을 받고 독립운동을 한 친미주의자였지만, 집권기에는 미국과 갈등을 빚었다. 이 대통령은 6·25 전쟁 기간 휴전 반대, 반공포로 석방 등으로 휴전을 원하던 미국과 틀어지기 시작했다. 전쟁 후에 미국은 냉전 전략의 일환으로 한일 관계를 정상화하라고 요구했지만 이 대통령은 이를 뿌리쳤고, 미국의 우려에도 독재의 길을 걸어가면서 양측의 갈등은 악화됐다. 미국 정부는 이 대통령을 끌어내리기 위한 계획도 세운 것으로 알려졌는데, 일각에서는 미국대사들이 야당 인사들과 접촉하며 최전선에서 하야 계획을 수행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당연히 미국대사와의 관계도 좋지 않았다. 1955년 5월 취임한 3대 윌리엄 레이시 대사는 재한 미국인 상사에 세금을 물리는 문제를 둘러싸고 한국 정부와 충돌하자 이 대통령에게 직접 서한을 보내 불만을 토로했다. 이 대통령은 반감을 느껴 이례적으로 미국 정부에 대사 교체를 요청했고, 취임 다섯 달 만에 레이시 대사는 사임했다. 후임인 4대 월터 다울링 대사는 진보당 사건, 보안법 파동 등 이승만 정권의 정치 탄압을 두고 이 대통령과 부딪쳤다. 다울링 대사는 이승만 정권이 1958년 야당 진보당의 조봉암 당수 등을 간첩 혐의로 체포해 사형을 구형하자 정권 2인자인 이기붕 국회의장을 두 차례 만나 조봉암을 구명하려 했으나 조봉암은 1년 후 사형당한다. 1958년 12월에는 이승만 정권이 야당과 언론을 탄압하기 위한 국가보안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일방 통과시키자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다울링 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하며 항의의 뜻을 표했다.1959년 12월 부임한 5대 월터 매카너기 대사는 이승만 정권의 종말에 일조했다. 매카너기 대사는 1960년 4·19 혁명 당일 “시위자들과 당국이 폭력을 자제하고 법과 질서를 되찾아 정당한 불만이 해결되기를 바란다”며 시위대에 우호적인 성명을 발표했다. 19일과 21일 경무대에 이 대통령을 찾아가 미국 정부의 우려를 전달했다. 26일 서울에서 대규모 시위가 열리자 매카너기 대사는 “전국적으로 퍼진 정당한 국민의 불만 표시에 한국 정부는 즉각적인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하고 미봉책을 취할 시기가 아니다”며 이 대통령의 하야 요구를 시사하는 성명을 냈다. 직후 경무대로 가 이 대통령으로부터 하야 의사를 전달 받았다. 경무대 앞에 있던 시위대는 매카너기 대사의 차가 경무대에서 나오자 그가 이 대통령의 하야를 이끌어냈다고 생각하며 ‘매카너기 만세’, ‘미국 만세’를 외쳤다고 한다. ●박정희 인정하되 미국 요구 관철시킨 대사들 박정희·전두환 독재 정권 하에서 미국대사들은 미국의 국익을 위해 반공의 최전선에 서 있는 이들을 돕기도 하고, 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미국의 가치에 반하는 이들을 견제하기도 했으며, 국익과 가치의 딜레마에서 이들의 독재를 방관하기도 했다. 1961년 5·16 쿠데타가 발발하고 한 달여 후 취임한 6대 새뮤얼 버거 대사는 박정희의 쿠데타 세력을 사실상 인정하되 미국의 정책을 따르도록 설득하는 전략을 취했다. 쿠데타 발발 당일 마셜 그린 주한 미국대사대리와 카터 매그루더 주한미군사령관이 쿠데타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을 뒤집은 것이다. 버거 대사는 박정희에게 민정 이양을 위한 선거를 실시하고 한일 국교정상화를 추진할 것을 요구했다. 박정희는 전역하고 1963년 10월 대선에서 승리했으며, 2년 후 한일 국교정상화를 위한 한일기본조약 등을 체결했다.7대 윈스럽 브라운 대사는 박정희 정권에 미국이 수행하던 베트남전 참전을 압박했다. 박정희 정권은 1964년 미국이 베트남전에 본격 개입하자 그 해 9월 베트남에 의무 요원과 태권도 교관을 파견했는데, 브라운 대사는 12월 박정희 대통령에게 증파를 요청했다. 박정희 정권은 1965년 10월부터 전투부대를 파병하기 시작했고, 브라운 대사는 이듬해 3월 한국의 추가 파병에 대한 미국의 보상을 담은 ‘브라운 각서’를 전달했다. 브라운 각서와 월남 특수로 한국은 경제·군사적 성장을 이루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었지만, 국군 장병의 피를 돈을 받고 팔았다는 비난도 제기됐다. ●유신 정권과 대립했던 대사들 1970년대 미국에 닉슨·포드·카터 정부가 차례로 들어서고, 박정희 정권이 1972년 유신헌법 개정으로 독재의 길을 걸으며 양국은 충돌하기 시작했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1969년 냉전 완화(데탕트)를 이유로 아시아에서의 개입을 줄이고 아시아 국가들의 자력 방위를 요구하는 ‘닉슨 독트린’을 발표했다. 닉슨 독트린에 따라 8대 윌리엄 포터 대사는 1970년 박 대통령에게 주한미군을 6만 명에서 4만 명으로 감축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박 대통령이 감축에 불만을 갖고 미국의 주한미군 주둔비용 지원 요구를 거부하자 포터 대사는 “(박 대통령은) 엉클 샘(미국)의 큰 젖통에 달라붙어서 떨어지질 않으려 한다”며 독설을 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등 동맹국이 미국을 벗겨 먹는다며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인상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주한미군 감축까지 고려할 수 있다고 시사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닌 셈이다.1971년 10월 취임한 9대 필립 하비브 대사는 ‘미국 당대의 가장 걸출한 전문 외교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 내에서는 김대중 대통령을 구명한 인물로 유명하다. 하비브 대사는 1973년 8월 박정희 정권이 야권 정치인 김대중을 납치하자 조용하지만 적극적으로 사건에 개입했다. 하비브 대사는 박 대통령에게 “김대중 납치 사실을 알고 있으며 김대중이 죽는다면 미국과 한국의 관계는 끝장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고 당시 미국 중앙정보국(CIA) 서울지부장이자 후일 주한 미국대사로 부임하는 도널드 그레그가 회고했다. 김대중은 납치 닷새 후 서울 자택에서 풀려났다. 후임 10대 리처드 스나이더 대사는 박정희 정권이 비밀리에 핵무기 개발을 추진한 사실을 알아채고 박정희 정권에 경고해 핵무기 개발 계획을 무마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독재 정권의 견제자인가 방관자인가 11대 윌리엄 글라이스틴 대사는 1978년 7월 취임, 이듬해 10·26 사태와 12·12 쿠데타,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 등 한국사의 주요 변곡점을 겪은 인물이다. 1977년 출범한 카터 정부는 도덕주의 외교 노선을 앞세우며 박정희 정권의 독재 정치를 비판하고 주한미군 철군을 추진함에 따라 한미 관계가 악화됐다. 이 과정에서 글라이스틴 대사는 카터 대통령을 설득해 주한미군 철군 계획을 철회하는 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박정희 정권이 1979년 10월 국회에서 여당 공화당과 유신정우회를 동원해 야당 신민당의 김영삼 총재를 의원직에서 제명하자 카터 정부는 항의의 뜻으로 글라이스틴 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하기도 했다.전두환 신군부 세력이 1979년 12·12 쿠데타를 일으키고 이듬해 5월 광주민주화운동을 탄압할 당시 글라이스틴 대사와 미국 정부는 이를 묵인하거나 최소 방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라이스틴 대사는 전두환과 그의 참모들을 만나 광주에서의 군사 작전을 항의하기도 했으나, 1980년 5월 27일 계엄군이 전남도청 진압작전을 수행하기 하루 전 글라이스틴 대사는 ‘(신군부에) 군사작전을 포기하라고 말하지 않았다”고 백악관에 보고한 것으로 기밀해제 문서를 통해 드러났다. 신군부의 진압작전을 묵인했다고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글라이스틴 대사는 1999년 발간한 회고록에서 “신군부의 행동에 미국이 공모자는 아니었으나 무력했던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12대 리처드 워커 대사는 1981년 8월부터 1989년 1월까지 약 7년 5개월간 재임해 현재까지 최장수 대사 기록을 갖고 있다. 1대 무초 대사부터 11대 글라이스틴 대사까지 모두 직업 외교관이었으나, 워커 대사는 학자로서 첫 비외교관 출신 주한 미국대사이기도 하다. 워커 대사는 1980년 7월 내란음모죄로 사형 선고를 받은 김대중을 석방시키는 데 역할을 했지만, 김대중 석방 대가로 전두환 대통령의 조기 방미를 성사시켜 12·12 쿠데타와 광주 학살로 집권한 전두환 정권에 정통성을 부여하는 데 일조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민주화 이행기의 CIA 출신 대사들 13대 제임스 릴리 대사와 14대 도널드 그레그 대사는 CIA 요원 출신으로, 1987년 6·10 항쟁과 대통령 직선제 개헌, 1993년 문민정부 출범까지 한국의 민주화 과정을 목격했으며 민주화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의 광주 학살 개입, 방조 의혹으로 반미 정서가 고조됐던 1980년대 말 부임했던 릴리 대사와 그레그 대사는 한국민의 거센 반감에 직면해야 했다. 릴리 대사는 반미 시위대로부터 수차례 인형 화형식을 당했으며, 그레그 대사는 시위대의 관저 침입을 겪기도 했다. 특히 릴리 대사의 후임으로 연이어 CIA 출신인 그레그 대사가 미국대사로 임명되자 야당과 언론은 ‘미국이 한국을 외교 대상이 아닌 정보·공작 대상으로 본다’며 반발하기도 했다.하지만 1987년 6·10 항쟁 당시 전두환 정권이 명동성당에 강제 진입해 학생들을 연행하려 하자 릴리 대사는 13일 최광수 외무부 장관을 만나 “전 세계가 떠들썩해질 것”이라며 진입을 저지했다. 그는 전두환 정권이 계엄령을 검토하자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에게 시위를 평화롭게 해결해야 한다는 내용의 친서를 요청해 받았다. 릴리 대사는 전 대통령 면담을 요청했으나 청와대는 18일 거절 의사를 밝혔다. 릴리 대사는 결국 다음 날 전 대통령을 찾아가 친서를 전달하고 “무력을 절대 사용하지 마라”고 경고했으며 전두환 정권은 계엄령 선포 계획을 백지화했다. 그레그 대사는 취임 약 4개월 후인 1990년 1월 광주를 찾아 미국의 광주 학살 개입 책임을 묻는광주민주화운동 참가자들과 대화를 나눴다. 그는 “레이건 대통령이 전 대통령을 취임 후 첫 외국 정상으로 초청한 것은 김대중을 사형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냈기 때문”이라며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레그 대사는 노태우 정권의 남북화해정책과 북방정책을 지지했으며 미군 전술핵무기의 한반도 철수를 추진하며 1992년 남북 한반도비핵화선언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레그 대사는 1992년 남북화해를 위해 한미연합훈련인 팀스피리트 훈련을 취소하도록 이끌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듬해 한미 정부는 그레그 대사와 상의 없이 훈련을 재개하면서 북한은 준선시상태를 선언했고 핵확산방지조약(NPT)에서 탈퇴했다. 그레그 대사는 2015년 발간한 회고록에서 “내가 대사로 봉직하던 기간 중에 미국이 결정한 유일한 최악의 실수”라고 했다. ●북핵 전문 외교관 전성시대 1993년 북한의 NPT 탈퇴로 1차 북핵 위기가 촉발되자 미국의 대한국 외교는 물론 주한 미국대사의 역할도 북핵 문제에 집중되기 시작했다. 1993년 11월 취임한 15대 제임스 레이니 대사는 목사 출신으로 직업 외교관은 아니었으나, 1947~1950년 서울에서 정보장교로 근무했고 1959~1964년 연세대에서 신학을 가르친 ‘지한파’였다. 레이니 대사는 1994년 북한이 영변의 핵연료봉 추출을 강행하고 미국은 영변 핵시설 정밀 타격을 시행하려 하면서 한반도 긴장이 최고조에 오르자 카터 전 대통령을 만나 대북 특사로 방북해 중재할 것을 요청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그 해 6월 김일성 주석을 만나 남북정상회담을 이끌어냈으나, 7월 김 주석이 사망하면서 남북정상회담은 무산됐다. 하지만 북미는 9월 제네바합의를 타결하며 1차 북핵 위기를 종식시켰다.레이니 대사의 후임인 16대 스티븐 보즈워스 대사, 17대 토머스 허버드 대사, 18대 크리스토퍼 힐 대사는 모두 북핵 전문 외교관이다. 보즈워스 대사는 1995~1997년 제네바합의로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대신 북한에 경수로를 건설하는 역할을 맡은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사무총장을 역임하고 주한 미국대사로 자리를 옮겼다. 보즈워스 대사는 2001년 주한 미국대사에서 퇴임한 이후에도 2009~2011년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대북특별대표를 맡아 북미 협상을 총괄했다. 그는 미국 대북 협상파의 상징적 인물로 꼽힌다. 허버드 대사 역시 1994년 북미 제네바협상에 실무급으로 참여한 대북 협상 전문가다. 2001년 9월 취임한 허버드 대사는 이듬해 2차 북핵 위기를 맞게 된다. 아울러 2002년 6월 주한미군 장갑차의 여중생 압사 사건, 이듬해 정부의 이라크 파병 결정, 2004년 주한미군 기지 평택 이전 반대 시위 등으로 반미 감정이 고조되고 한미 동맹의 균열 우려가 심화되자 이를 해결하는 데 임기를 보냈다.후임인 힐 대사는 2004년 9월 취임해 이듬해 2월 북핵 문제를 논의하는 6자회담의 미국 측 수석대표로 지명됐으며, 두 달 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에 취임하면서 대사직을 내려놓았다. 힐 대사는 인터넷을 통해 한국민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반미 감정을 누그러트리는 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힐 대사는 2005년 9월 6자회담에서 북한 비핵화의 이정표로 평가받는 9·19 공동성명을 이끌어냈다. ●‘리코드 브레이커’ 대사들의 명과 암 19대 알렉산더 버시바우 대사부터 23대 해리 해리스 대사까지 다섯 명의 대사는 주한 미국대사 역사의 ‘신기록 보유자’들이다. 버시바우 대사는 직전에 주러시아 미국대사를 역임하고 주한 미국대사 중 역대 최고위급 인사로 부임했다. 캐슬린 스티븐스 대사는 최초의 여성이자 최초의 한국어 구사 대사, 성 김 대사는 최초의 한국계 대사였으며 마크 리퍼트 대사는 현재까지 최연소 대사 기록을 갖고 있다. 해리스 대사도 최초의 직업군인 출신 대사 기록을 세웠다. 2005년 10월 취임한 버시바우 대사는 역대 주한 미국대사 중 최고위급 인사로 부임하면서 북핵 문제 해결에 주도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버시바우 대사는 부임 초기 북한의 인권과 위조지폐 문제를 거론하고 김정일 정권을 ‘범죄 정권’이라고 칭하며 대북 강경 기조를 보였고 당시 노무현 정부는 버시바우 대사에게 북한 비난을 자제하라고 요청하기도 했다.버시바우 대사는 2008년 5월 이명박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협상에 반대하는 촛불 시위가 한창이던 때에 손학규 민주당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실망스럽다”고 해 외교적 결례 논란을 빚었다. 버시바우 대사는 손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 금지를 주장한 데 대해 “과학적 근거도 없이 불안을 야기한 것에 대해 실망스럽다”고 했으며, 민주당 측은 이를 공개하며 반발했다. 다만 버시바우 대사는 힐 대사와 마찬가지로 인터넷을 통해 한국민과 소통하며 국민을 상대로 한 공공 외교를 이어나갔다. 스티븐스 대사는 유창한 한국어로 한국 국민과 접촉면을 늘리면서 공공 외교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대사로 평가받는다. 스티븐스 대사는 미국 평화봉사단에 들어가 한국 복무를 자원, 1975~1977년 충남 예산군 예산중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쳤고, ‘심은경’이라는 한국 이름을 지었다. 그는 1978년 국무부에 입부한 후 1983~1989년 한국에 다시 와 서울 대사관과 부산 영사관에서 근무했다. 스티븐스 대사는 2008년 10월 취임하자마자 33년 전 봉사한 예산중학교를 방문, “예산은 내가 외교관으로 필요한 자질을 배웠던 곳”이라며 한국 국민의 마음을 샀으며, 블로그도 개설해 글을 연재하며 ‘파워 블로거’로서의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후임 성 김 대사는 2008년부터 2011년까지 6자회담 특별대표를 역임하다 그 해 11월 주한 미국대사로 취임했다. 김 대사는 2017년 주필리핀 미국대사로 자리를 옮겼으나 이듬해 6월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판문점에서 최선희 당시 외무성 부상과 정상회담 조율을 위한 실무협상을 했다. ●‘같이 갑시다’ 한미 동맹 캐치프레이즈 만든 리퍼트 리퍼트 대사는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 보좌관을 지내다 2008년 오바마 정부 인수팀에 합류했다. 정부 출범 후 국방장관 수석보좌관,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안보담당 차관보, 국방장관 비서실장을 역임하고 2014년 11월 주한 미국대사로 취임했다. 이전 직업 외교관 출신 대사들이 ‘늘공’(늘 공무원)이었다면 리퍼트 대사는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 참모로서 관직을 맡은 ‘어공’(어쩌다 공무원)인 셈이었다.리퍼트 대사는 2015년 3월 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김기종 씨에 의해 습격을 당했을 때 의연하게 대처함으로써 자신은 물론 미국의 이미지를 제고하고 나아가 한미 동맹 강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습격 소식이 전해지자 리퍼트 대사의 수술은 물론 한미 관계에 대한 우려의 여론이 높아졌다. 리퍼트 대사는 사건 당일 수술을 마치고 트위터에 “한미 동맹을 강화하기 위해 최대한 빨리 복귀합시다. 같이 갑시다!”라고 올리며 우려의 여론을 신속히 잠재울 수 있었다. 이후 ‘같이 갑시다’(Go together)는 한미 동맹의 캐치프레이즈가 돼 한미 동맹을 기념하는 행사에서 인사말이나 건배사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문구가 됐다. 리퍼트 대사는 대사 부임 전 한국과 인연이 별로 없었지만, 부임 후 빠르게 한국의 문화와 정서를 익히며 한국민과의 거리를 좁혀나갔다. 리퍼트 대사는 한국 부임 후 갖게 된 첫째 아들에게 ‘세준’이라는 한국식 이름을 미들 네임으로 줬고, 딸에게도 ‘세희’라는 미들 네임을 붙였다. 야구팀 두산 베어스의 팬으로 유명한 리퍼트 대사는 대사 재임 기간은 물론 퇴임 후에도 야구장을 찾아 두산을 응원하면서 ‘야구 외교’를 선보이고 있다. ●막후 외교서 공공 외교로 대사의 역할 변화했지만 해리스 대사는 2018년 2월 주호주 미국대사로 지명됐다가 세 달 후 주한 미국대사로 재지명된 뒤 7월 취임했다. 전임 리퍼트 대사가 퇴임하고 1년 6개월여 만에 공석을 메운 터라 기대도 높았던 반면, 그가 대북·대중 강경파라는 점에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추진하는 문재인 정부와 마찰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교차했다. 하지만 해리스 대사는 2018년 6월 상원 외교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실제 협상에 진지한지 가늠하는 차원에서 주요 (한미연합)훈련을 일시 중단할 필요가 있다”며 트럼프 정부의 대북 협상 기조에 보조를 맞췄다. 해리스 대사가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우려를 표하고 문 대통령의 남북 협력 사업 추진에 한미 협의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은 개인의 신념이라기보다 트럼프 정부의 기조를 대변한 것이다. 해리스 대사뿐만 아니라 전임 대사들도 한국 정부와 이견이 있는 이슈에서 항상 미국 정부의 입장을 대변해왔다. 버시바우 대사도 재임 기간 당시 조지 W 부시 정부의 기조대로 ‘남북 경제협력의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말해 해리스 대사처럼 외교적 결례라는 비판을 받았다. 스티븐스 대사도 2010년 한미의 핵심 현안이자 2000년대 한국 내 반미 정서의 주요인이었던 한국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관련 “(한국의) 시장이 완전히 개방되기를 바라지만 이 사안의 민감성을 잘 알고 있다”며 비록 정제된 톤이었지만 미국 정부의 입장을 명확히 전달했다.그럼에도 해리스 대사의 발언이 더욱 논란이 되는 것은 트럼프 정부가 방위비분담협상 등 한미 관계의 현안에 대해 한국 정부를 전례 없이 강하게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뉴욕타임스(NYT)는 공교롭게 한일관계가 악화 일로를 걷는 중에 해리스 대사가 부임하고, 그의 취임 후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를 계속해서 밀어붙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가 한국 정부에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번복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며 해리스 대사에게는 ‘고압적인 미국 외교관’이라는 이미지가 덧씌워졌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한미 관계가 과도기를 겪는 상황에서 한국과 미국 모두 주한 미국대사의 역할을 변화한 상황에 맞게 조정하는 데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이같은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미일과 북중러가 대립하는 냉전 구도가 해체되고 한국의 국력이 급성장하면서 한미 관계가 상호 호혜적 관계로 재조정되는 가운데 주한 미국대사의 역할도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아닌 대국민 공공 외교를 통해 한미 관계를 증진시키는 것으로 변화할 필요가 생겼다. 하지만 과거 미국대사의 한 마디에 한국 정부의 기조가 흔들렸던 경험을 겪었던 한국민은 미국대사의 발언을 정부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도로 간주하며 의심의 눈초리로 볼 수밖에 없다. 미국대사들도 한국과 미국이 불평등한 관계에 있었던 역사와 한국민의 의심을 고려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발언함으로써 오해를 자초하는 측면도 없지 않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1990년대 초반까지 주한 미국대사는 주한미군사령관과 함께 한국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인물이었지만, 냉전 이후 한국의 국력이 강화되면서 미국대사는 한미 관계를 부드럽게 하는 역할로 변화했다”고 했다. 이어 “해리스 대사를 둘러싼 논란은 대사 개인의 성향에 기인한 것도 있겠지만, 한미 정부가 변화된 양자 관계 속에서 이견을 조율하고 자신의 입장을 정제된 톤으로 발표하는 데 서툰 모습을 보이는 탓도 있다”고 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씨줄날줄] 드론 전력화/박홍환 논설위원

    [씨줄날줄] 드론 전력화/박홍환 논설위원

    지난 3일(현지시간) 오전 1시 이라크 바그다드 국제공항 내 도로에서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차량 한 대가 완파된 채 불길에 휩싸였다. 미국 특수전사령부의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혁명수비대(쿠드스군) 사령관 제거 작전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솔레이마니를 제거하려고 그의 행적을 추적해 온 미 정보당국은 이날 새벽 그가 수송기편으로 시리아에서 출발해 이라크 바그다드 공항에 내린다는 첩보를 입수했으며 최고위급 영접을 받은 그의 신원이 확실해지자 바그다드 상공에서 대기 중이던 공격용 드론(무인기) MQ9 리퍼를 이용해 공대지미사일 헬파이어를 퍼부었다. 드론 작전의 가장 큰 장점은 어떤 경우에도 조종사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 반면 가장 큰 단점은 오폭으로 인한 민간인 피해 가능성이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미군이 2004년 이후 이라크와 파키스탄 등에서 실시한 330여회의 드론 작전으로 2200여명을 살상했는데 이 중 민간인 피해자가 400여명에 이른다. 그런 점에서 이번 솔레이마니 제거 작전은 과거와는 사뭇 차별화되는 정확성을 보여 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MQ9 리퍼의 가공할 성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미국은 9·11테러 이후부터 공격용 드론을 본격적으로 작전에 투입하기 시작했다. ‘하늘의 암살자’ 등의 별칭으로 불리는 MQ9 리퍼는 2007년 아프카니스탄과 이라크에 처음 배치됐다. 이미 작전수행 중이던 MQ1 프레데터나 MQ1C 그레이이글보다 성능이 대폭 고도화됐다. 최고고도 1만 5000㎞에 항속거리도 6000㎞에 이른다. 헬파이어 미사일과 레이저 유도무기는 물론 합동직격탄까지 적재할 수 있다. 무장 상태에서 14시간 이상 비행할 수 있기 때문에 공중에서 대기하다가 언제든 표적타격이 가능하다. 미 본토 네바다주의 공군기지에서 드론 조종사들이 수천㎞ 떨어진 중동 현지의 상황을 모니터로 지켜보면서 작전을 수행한다. 본시리즈 등 영화를 통해 익히 본 풍경이다. 드론 작전은 야간에 은밀하게 진행되는 탓에 당하는 쪽은 속수무책이다.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제거한 미군의 드론 작전이 그제 계룡대에서 또다시 화제가 됐다. 국방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얼마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미국의 드론 작전이 있었다”며 솔레이마니 제거 작전을 환기시키며 우리 군의 드론 전력화 수준 등을 물었다. 당일 우리 군은 호르무즈 해협 독자 파병을 결정했다. 그렇잖아도 이란은 미 동맹국의 참전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상황이다. 한국 군 최고통수권자가 미군의 드론 작전을 언급한 것이 이란으로선 매우 불쾌할 수 있다. 북한 역시 ‘참수작전’에는 극도로 민감해하는 것 아닌가. stinger@seoul.co.kr
  • 브렉시트·나토 무력화에 흩어지는 유럽… 더 복잡해진 ‘생존셈법’

    브렉시트·나토 무력화에 흩어지는 유럽… 더 복잡해진 ‘생존셈법’

    31일 英 공식탈퇴… EU, 27개국 체제로 존슨 총리 ‘대영제국’ 회귀를 꿈꾸지만 스코틀랜드 분리 등 연방 갈등 큰 숙제 북아일랜드 국경 문제도 여전히 변수 ‘뇌사’ 나토 무용론, 트럼프가 불 댕겨 중동 문제 개입 두고 또다시 갈등 확산 잇단 동맹체 균열로 유럽국 혼돈의 길 인류 최초로 전쟁을 통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국가가 통합하는 역사를 보여 준 유럽연합(EU)이 결국 분열을 눈앞에 두게 됐다. 바로 영국의 EU 탈퇴, 브렉시트를 두고 하는 말이다. 유럽공동체(EC)의 새로운 이름으로 1994년 1월 출범한 EU는 오는 31일 예정대로 브렉시트가 시작되면 영국이 빠진 27개국의 연합 체제로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된다.유럽의 현안은 브렉시트만이 아니다. 미국과 유럽의 집단안보체제인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신고립주의 행보와 맞물려 창설 70년 만에 무용론에 휩싸였다. 특히 ‘70살 생일잔치’나 다름없었던 지난해 12월 초 정상회의는 인류 역사상 최대 군사동맹 체제라는 평가가 무색하게 회원국 간 갈등과 이기주의로 점철되며 미래를 암울하게 했다. 브렉시트가 경제동맹체로서 유럽의 한계를 드러냈다면, 나토 문제는 안보동맹체로서 유럽의 위기를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EU와 영국 ‘합의 이혼’… 세부 협상 1년 걸릴 듯 기존 EU 회원국으로서의 법률을 국내 법률로 대체하는 브렉시트 법안이 지난 9일(현지시간) 하원과 20일 상원을 통과하며 영국과 EU는 ‘합의 이혼’을 눈앞에 두게 됐다. 상원 표결에서 일부 내용이 수정돼 하원에서 다시 표결을 시도해야 하지만, 영국의 EU 탈퇴는 기정사실화된 상태다. 영국은 31일 당일 보리스 존슨 총리의 대국민연설이 예정돼 있는 등 대영제국 시대로 되돌아갈 꿈에 한층 들떠 있는 모습이다. 2월부터 시작하는 브렉시트 전환 기간에 영국과 EU는 무역협정 체결 등 양측 관계를 재설정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존슨 총리는 가능한 한 빨리 이 협상을 끝내기를 원하지만, EU는 현실적으로 올해 말까지 마무리 짓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사이먼 코브니 아일랜드 부총리는 BBC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EU는 존슨 총리가 설정한 ‘시간표’가 지나치게 야심 차다고 경고해 왔다”면서 “협상은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좀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U로부터 홀로서기에 나선 영국이지만, 이제는 스코틀랜드 등 영연방들의 ‘각자도생’ 문제를 풀어야 할 처지가 될 수도 있다. 존슨 총리는 지난해 12월 조기총선에서 집권 보수당의 과반 확보를 이끌며 승리를 거뒀지만, 그와 같은 결과가 영국 모든 지역에 걸쳐 있었던 것은 아니다.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은 스코틀랜드 지역의 59석 가운데 48석을 휩쓸었고, 이를 바탕으로 분리독립을 위한 새로운 주민투표를 추진할 태세다. EU 전문 매체 EU옵서버는 “12월 조기총선은 스코틀랜드와 영국이 정치적으로 확연하게 다른 길을 가고 있음을 보여 줬다”면서 “브렉시트가 이뤄지더라도 EU에 남고 싶어 하는 스코틀랜드의 친(親)유럽적인 정치 행보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존슨 총리는 지난 14일 스코틀랜드 자치정부의 분리독립 주민투표 요구를 공식 거부하며 이 같은 움직임을 일단 차단했다. 지난해 브렉시트 협상의 최대 난제 가운데 하나였던 북아일랜드 국경 문제도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 영국은 앞서 자국령 북아일랜드가 법적으로 영국 관세 체제 적용을 받지만, 실질적으론 EU 관세규칙과 절차를 따르도록 EU와 협상을 마무리한 바 있다. 하지만 가디언은 올해 말까지 북아일랜드 관련 특별 협정을 위한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전망이 담긴 영국 싱크탱크 정부연구소(IFG)의 보고서를 입수해 보도했다. IFG는 이 보고서에서 북아일랜드 관련 탈퇴 협정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을 경우 영국과 EU 간 사법적 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브렉시트는 나머지 EU 회원국들에도 위기감을 주고 있다. 영국이 향후 미국을 중심으로 지정학적 관계를 재편하는 과정에서 유럽의 또 다른 분열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이 같은 상황을 예상했다는 세계적인 국제정세분석가 조지 프리드먼은 최신 저서 ‘다가오는 유럽의 위기와 지정학’에서 EU의 다음 문제를 독일과 다른 EU 국가 간 갈등이라고 예측했다. EU는 이미 2008년 금융위기을 겪으면서 독일과 채무불이행 상황에 놓인 남유럽국가 간 마찰을 경험했다. 프리드먼은 EU가 앞으로 독일과 나머지 유럽 국가들 간 경제적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현실과 마주할 것이라며 “점점 통합을 유지하기 힘든 지점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난 16일 유럽의회 녹색당 의원인 스콧 아인슬리는 “EU를 탈퇴하겠다는 또 다른 회원국이 나오기 전에 우리가 어떻게 변화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70년 美·유럽 군사동맹도 붕괴되나 2008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무력 병합 당시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했던 나토의 모습을 보면 ‘뇌사 상태’라는 자조 섞인 비판은 이미 예견된 것이었을 수도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터키의 시리아 공격이 나토와의 사전 상의 없이 이뤄졌다는 것을 문제 삼으며 “나토가 뇌사 상태에 빠졌다”고 일갈했는데, 이미 12년 전부터 나토는 러시아 경계지역 문제 등에 제대로 개입하지 못했다. ●잔칫상 재 뿌린 트럼프… 유럽은 ‘동상이몽’ 오래전부터 잠복해 있던 나토 회원국 간 문제는 지난해 70주년 정상회의를 통해 수면 위로 터져 나왔다. 정상회의 시작 전부터 마크롱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설전을 주고받았고, 정상회의 기간에 트럼프 대통령은 국내총생산(GDP) 2% 이상 방위비 지출 약속을 지킨 회원국들과 따로 오찬을 하는 독자 행보를 이어 갔다. 나토는 정상회의 공동선언문에서 중국의 군사대국 부상에 공동으로 대응하자는 새로운 결의를 발표했다. 하지만 잇따른 서진(西進) 행보 등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에도 대응하지 못하는 나토가 새로운 공동의 적을 만든다고 달라질 것이란 보장은 없다. 올해 나토 내 갈등을 다시 표출시킨 또 다른 이슈는 바로 중동 문제다. 이란과의 갈등이 커진 뒤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가 중동에서 더 많은 비용과 부담을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나토는 추가 파병 등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기 때문이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란의 이라크 미군기지 공격 이후 회견에서 “나토가 중동 지역의 안정과 국제 테러리즘에 더 많은 기여를 해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 동의한다”고 전제하면서도 “테러리즘에 대한 최선의 방법은 동맹군을 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 병력을 훈련시켜 스스로 테러리즘과 싸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향후 나토에 중동에서의 부담 규모를 구체적으로 요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지난해 정상회의에서 이미 사분오열한 나토 유럽국가들이 이 같은 트럼프의 압박에 맞서 단일대오를 형성할지는 미지수다. 독일 국제안보연구소(SWP) 클라우디아 마요르 연구원은 파이낸셜타임스에 “방위동맹체로서 나토는 중동이나 북아프리카 지역의 도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동맹국들 간에도 현재 현안에 대한 입장을 어떻게 정할지, 심지어 나토가 (이 같은 분쟁지역에) 개입해야 하는지에 대한 합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2003년과 2020년 두번의 파병, 공통분모는 ‘북한’·‘文의 고뇌’

    2003년과 2020년 두번의 파병, 공통분모는 ‘북한’·‘文의 고뇌’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 첫해, 대통령이 가장 고통스러워했던 결정이 이라크 파병이었다… 나도 반대했다. 정의로운 전쟁이라고 보기도 어렵고, 파병했다가 희생이 생기면 비난 여론을 감당하기 어렵게 될 것으로 생각했다. 대통령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은 북핵 위기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미국 협조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상황이었다(‘문재인의 운명’).” “이라크 파병 요청은 미국이 보낸 ‘고약하지만 수령을 거절하기 어려운 취임 축하 선물’이었다… 옳지 않은 선택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당시에도 그렇게 생각했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옳다고 믿어서가 아니라 대통령을 맡은 사람으로서는 회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 파병한 것이다(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서전 ‘운명이다’).” 지난 2003년 참여정부의 이라크 파병과 2020년 문재인 정부의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사실상 독자파병 배경과 결정 과정을 들여다보면 ‘북한’과 ‘문재인의 고뇌’란 교집합이 발견된다. 정부는 21일 ‘호르무즈해협 파병’이란 표현 대신 “국민 안전과 선박의 자유항행 보장을 위해 청해부대 파견지역을 한시적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오만만과 아라비아만을 잇는 호르무즈 해협은 한국으로 수입되는 원유의 70% 이상이 이곳을 지날 만큼 전략적 가치를 지닌다. 사실상 이란군이 통제하고 있는 해협으로, 미국과 이란의 군사 긴장이 고조되면서 안전 항행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유사시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하지만 이면에는 북미 비핵화 협상이 중단된 상황에서 대화의 모멘텀을 이어가는 한편, 올 들어 문재인 대통령이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남북협력 돌파구를 찾기 위해 미국과의 협력이 절실한 상황이 놓여있다. 지난해 7월부터 미국으로부터 호르무즈 해협 민간선박 호위연합체 참여 요청을 받아온 청와대는 파병의 득실과 정치적 후폭풍 등을 감안해 최대한 결정을 미뤄왔다. 정부는 2004년 헌법재판소가 ‘일반사병 이라크파병 위헌확인’ 헌법소원 각하 결정문에서 제시한 해외 파병에 관한 네 가지 기준을 토대로 파병 여부를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헌재는 해외 파병은 “궁극적으로 국민 내지 국익에 영향을 미치는 복잡하고도 중요한 문제”라며 ▲파견 군인의 생명과 신체 안전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지위와 역할 ▲동맹국과의 관계 ▲국가안보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북핵 문제를 대화를 통해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미동맹에 대한 고려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앞서 2003년 미국은 이라크가 9·11테러를 자행한 알카에다와 연계돼 있으며 대량살상무기를 은닉하고 있다는 증거 없는 주장을 내세워 사담 후세인 대통령 축출을 위한 전쟁에 나섰다. 당시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갓 취임한 노무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파병을 요청했다. 미국 네오콘을 중심으로 북폭이나 제한적 대북공격설이 나오고, 대북 봉쇄가 제기되는 등 한반도에 전쟁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정세 불안을 이유로 무디스가 한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하자 외국인투자가 감소하는 등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노 전 대통령은 훗날 “미국의 북한폭격론이 떠돌던 시점이라 딱 잘라 거절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당시 민정수석이던 문 대통령도 ‘운명’에서 “(북핵문제와 관련) 미국 정부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했고, 그러자면 우리도 그들 요구를 어느 정도 들어줄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고 술회했다. 그러면서도 “진보·개혁 진영은 지금도 참여정부가 잘못한 일 가운데 대표적 사례로 이라크 파병을 꼽지만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이라크 전쟁은 정의롭지 못한 전쟁이었고 우리가 파병하지 않을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지만, 더 큰 국익을 위해 필요하면 파병할 수도 있다. 그것이 국가경영이다”라고 했다. 청와대는 이날 파병에 대한 별도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다. 하지만 ‘파병’이란 표현 대신 ‘청해부대 파견지역 한시적 확대’라고 에둘러 표현한데는 앞서 이라크 파병에 대해 “더 큰 국익을 위해 필요하면…”이라고 밝혔던 문 대통령의 고뇌가 오롯이 담겨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해리스 대사 발언, 美 견해로 보는 건 침소봉대” 진화 나선 靑

    “해리스 대사 발언, 美 견해로 보는 건 침소봉대” 진화 나선 靑

    靑 “남북협력, 비핵화 협상 촉진하는 방향”해리스 “남북협력, 한미워킹그룹서 다뤄야”앞서 靑 “대단히 부적절” 與 “조선 총독이냐”호르무즈 파병·방위비 분담금 등 난제 산적美 국무부 “폼페이오, 해리스 크게 신뢰해”방미 이도훈 “남북관계 개선 美지지 재확인”이도훈 “美, 남북관계개선 일관된 지지 확인”한국 정부의 독자적 남북협력 사업 구상에 우려를 표한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의 발언을 청와대가 강하게 비판하는 등 한미 간 엇박자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청와대는 ‘한미공조에 문제가 없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청와대는 남북협력은 비핵화 틀 안에서, 비핵화 협상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방미 중인 이도훈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은 17일(현지시간)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미국 정부의 지지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해리스 대사의 발언이 미국의 입장이었다면 이를 언론을 통해 전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면서 “그런 부분이 미국의 견해인 것처럼 하는 것은 침소봉대”라고 말했다. 또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남북협력 구상은 한미 간에 이견이 없다는 말로 선을 그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남북협력은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을 촉진할 수 있는 방향이 될 것”이라면서 “양측의 협상력을 잃게 하는 쪽으로 가지는 않을 것”라고 강조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밝힌 북한 개별관광 같은 구상도 결국은 비핵화 틀 안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의 남북협력 구상이 북미 간 비핵화 대화를 비롯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 동떨어진 맥락에서 추진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앞서 해리스 대사는 지난 16일 외신 간담회에서 한국 정부의 남북협력 추진 구상을 두고 “향후 제재를 촉발할 오해를 피하려면 한미 워킹그룹에서 다루는 것이 낫다”고 밝혔다. 그러자 청와대 관계자는 다음날인 지난 17일 기자들과 만나 이를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비판하며 “남북협력 관련 부분은 우리 정부가 결정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같은 날 “대사가 조선 총독인가”라고 하는 등 당정청이 일제히 해리스 대사의 발언에 불편한 기색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이에 대해 외교가에서는 남북협력이란 한반도 핵심 안보 현안을 두고 한미가 충돌하는 듯한 분위기에 우려가 나왔다.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 한미 간 풀어야 할 난제가 많은 상황에서 비핵화를 비롯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서도 이견이 노출되는 듯한 모습이 한미동맹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구상 중에는 대북 제재와 관련성이 없는 계획도 있으나 대북 제재 완화가 수반돼야 하는 과제들도 있어 사실상 미국과의 긴밀한 의견 교환이나 공조 없이는 남북협력을 해내가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미국 국무부는 해리스 대사가 한국 정부의 남북협력 구상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 논란이 되는 것에 대해 17일(현지시간) 모건 오테이거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을 통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은 대사를 크게 신뢰하고 있다”면서 “해리스 대사는 국무부 장관과 대통령의 뜻에 따라 일한다”고 밝혔고 미국의소리(VOA)방송이 18일 보도했다. 그러면서도 미국은 청와대와 정부의 입장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목소리도 냈다. 미국 국무부 관계자는 같은 날 “미국은 남북협력을 지지하며, 이는 반드시 비핵화의 진전에 따라 보조를 맞춰 진행하도록 하기 위해 동맹국인 한국과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도 미국의 입장에 대해 “우리 정부의 입장과 같다”면서 “북미 협상의 모멘텀을 유지하기 위해 한미 간 공조는 문제없이 유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도훈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도 17일(현지시간) 워싱턴DC 주미대사관에서 특파원 간담회에서 미국의 대북특별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과 가진 만남에서 합의한 사항이라며 “남북관계 개선 자체에 대한 미국의 일관된 지지 입장을 잘 확인해 줬다”고 말했다.이 본부장은 또 비건 부장관과 만남에서 “한미가 남북관계,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항구적 평화 정착에 관해서 긴밀히 공조해나가도록 한다는 데 대해서도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는 북미 관계가 교착된 상황에서 대북 개별관광 등 남북협력 사업을 통해 남북관계를 진전시키려는 한국 정부 구상과 관련, 미국의 지지를 확인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그러면서도 한미가 남북관계 개선뿐 아니라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정착이라는 목표를 향해 계속 긴밀한 조율 속에 공조를 이어가자는 데 공감했다는 취지다. 이 본부장은 비건 부장관과의 협의와 관련, “북한의 의도가 뭔지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에 관해 논의했다”며선 “지금 한미간 공통된 관심사는 어떻게 하면 북한으로 하여금 대화로 다시 불러들일 수 있을까, (북한이) 여러가지 계기에 도발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 도발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靑·與 ‘해리스 때리기’에 콧수염까지 화제…“日총독 연상”

    靑·與 ‘해리스 때리기’에 콧수염까지 화제…“日총독 연상”

    통일부·민주 중진까지 비판 여론 가세“‘콧수염’ 일제 총독 연상” 외신 보도도청와대와 여권, 통일부가 17일 일제히 대북 개별관광에 대해 ‘미국과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를 비판하고 나선 가운데 그의 콧수염이 한국인들 사이에서 조롱과 분노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해리스 대사의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자 “대사가 주재국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언론에 공개적으로 언급한 부분은 대단히 부적절하다”며 “남북협력 관련 부분은 우리 정부가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주권국 대통령의 언급을 주재국 대사가 관여한 데 대한 강한 경고의 의미로, 해리스 대사 발언에 청와대가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도 정례브리핑에서 “대북정책은 대한민국의 주권에 해당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며 “관광은 대북제재에 저촉이 되지 않는 것이고 지금 현재도 다른 외국 여러 나라의 관광객들이 북한 관광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권도 일제히 비판 메시지를 쏟아냈다. 민주당 동북아평화협력특별위원장인 송영길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해리스 대사 개인 의견으로 판단해야 할 문제”라며 “의견 표명은 좋지만, 우리가 대사가 한 말대로 따라 한다면 대사가 무슨 조선 총독인가”라고 비꼬았다. 송 의원은 또 해리스 대사의 평소 언행과 관련해 “대사로서의 위치에 걸맞지 않은 좀 과한 발언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개인의 의견인지, 본부의 훈령을 받아서 하는 국무부 공식 의견인지 구분이 잘 안 된다”고 지적했다. 설훈 최고위원도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해리스 대사가 우리 정부의 남북관계 진전 구상에 대해 제재 잣대를 들이댄 것에 엄중한 유감의 뜻을 표명한다”며 “내정간섭 같은 발언은 동맹 관계에도 도움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해식 대변인은 논평에서 “해리스 대사는 본인의 발언이 주권국이자 동맹국인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의 오해를 촉발할 수도 있다는 깊은 성찰을 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대북단체들도 반발 성명에 동참했다.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와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를 비롯한 97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범국민운동본부’는 “한국은 미국에 종속된 국가가 아니다”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런 가운데 해리스 대사의 ‘콧수염’이 한국인들 사이에서 조롱과 분노의 대상이 되며 외교 문제로 떠올랐다고 뉴욕타임스(NYT)와 영국 가디언 등 외신이 16일(현지시간) 일제히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해리스 대사는 외신 기자들과 만나 “내 수염이 어떤 이유에선지 여기서 일종의 매혹 요소가 된 것 같다”며 ‘콧수염’ 논란에 대해 직접 운을 뗐다.그는 “내 인종적 배경, 특히 내가 일본계 미국인이라는 점에서 언론, 특히 소셜미디어에서 비판받고 있다”고 말했다. 해리스 대사는 일본계 어머니와 주일 미군이던 아버지 사이에서 일본에서 태어났다. 미 해군 태평양사령관으로 재직하다가 2018년 7월 주미대사로 부임한 해리스 대사는 콧수염을 기르기로 한 결정이 자신이 일본계라는 혈통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도 강조했다. 해군 퇴임을 기념해 콧수염을 길렀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계 미국인을 주한미국대사로 낙점했다는 사실에 무시당했다고 느낀 한국인들이 그가 한국을 모욕하기 위해 일부러 콧수염을 기르는 것은 아닌지 의심한다는 여론이 나오고 있다고 이 매체들은 전했다. 일제시대 조선 총독 8명이 모두 콧수염이 있었다는 점을 지적하는 여론도 나왔다. 한 블로거가 “해리스의 모친은 일본인이다.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가 싫어하기에 충분하다. 한국과 일본 사이에 한 곳을 선택하라면 어느 편을 들겠느냐”라고 쓴 글이 이런 국민 정서를 대변한다고 NYT는 지적했다. 특히 그가 취임한 뒤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를 계속해서 밀어붙이면서 비판 여론은 더욱 커지고 있다. 최근 일부 반미 단체는 서울 주한 미국대사관 앞에서 시위하면서 해리스 대사의 얼굴 사진에 붙여둔 가짜 콧수염을 잡아뽑는 퍼포먼스를 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해리스 대사는 이에 대해 “이런 사람들은 역사에서 ‘체리피킹’(유리한 것만 골라 취하려는 태도)을 하려 한다”며 “20세기 초 서구뿐만 아니라 아시아에서도 콧수염 기르기가 유행했으며 일본으로부터의 독립을 위해 싸우던 한국 지도자들도 콧수염을 길렀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양쪽(한국과 일본) 사이의 역사적인 반감을 이해한다”면서도 “하지만 난 일본계 미국인 대사가 아니라 미국 대사다. 출생의 우연만으로 역사를 가져다가 내게 적용하는 것은 실수“라고 반박했다. 또 콧수염을 자를 계획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청와대, 해리스 美대사 발언 경고…“남북협력, 우리가 결정”

    청와대, 해리스 美대사 발언 경고…“남북협력, 우리가 결정”

    해리스 대사 발언에 청와대가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남북 협력, 한국 정부가 결정할 사안’ 분명히 한 것지난해 이혜훈 국회 정보위원장 불러 방위비 증액 압박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문재인 대통령의 ‘북한 개별관광’ 언급에 대해 “미국과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한 데 대해 청와대가 17일 “대단히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이 해리스 대사의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자 “대사가 주재국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언론에 공개적으로 언급한 부분은 대단히 부적절하다”면서 “남북협력 관련 부분은 우리 정부가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과는 항시 긴밀하게 공조하며 협의하고 있다”면서 “정부는 남북 관계의 실질적 진전과 조속한 북미 대화를 위해 지속해서 노력해 나가겠다”고 했다. 해리스 대사 발언에 청와대가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리스 대사는 전날 외신 간담회에서 한국 정부의 독자적인 남북 협력 추진 구상을 두고 한미 간 긴밀한 협의를 강조하면서 “향후 제재를 촉발할 수 있는 오해를 피하려면 한미 워킹그룹을 통해서 다루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교착 상태의 북미 대화를 타개하기 위해 “남북 간에도 이제는 북미 대화만 바라보지 않고 남북 협력을 증진시키며 북미 대화를 촉진해나갈 필요성이 높아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그러면서 “물론 국제 제재라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남북이 할 수 있는 협력에서 여러 제한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제한된 범위 안에서 접경 지역 협력, 개별 관광 같은 것은 충분히 모색할 수 있다”고 설명했었다. 해리스 대사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은 남북 협력 여부는 한국 정부가 결정할 사안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엔 대북 제재라는 틀 안에서 최대한의 남북 협력을 한국 정부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데 주한 미국대사가 이에 반대하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한 것에 대해 강하게 경고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해리스 대사의 발언에 대해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해리스 대사의 발언에 대해 저희가 언급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면서도 “대북정책은 대한민국의 주권에 해당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도 일제히 해리스 대사를 비판하고 나섰다. 민주당 동북아평화협력특별위원장인 송영길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 “해리스 대사 개인 의견으로 판단해야 할 문제”라며 “의견 표명은 좋지만, 우리가 대사가 한 말대로 따라 한다면 대사가 무슨 조선 총독인가”라고 말했다.또 해리스 대사의 평소 언행과 관련해 “대사로서의 위치에 걸맞지 않은 좀 과한 발언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개인의 의견인지, 본부의 훈령을 받아서 하는 국무부 공식 의견인지 구분이 잘 안 된다”고 지적했다. 설훈 최고위원도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해리스 대사가 우리 정부의 남북관계 진전 구상에 대해 제재 잣대를 들이댄 것에 엄중한 유감의 뜻을 표명한다”며 “내정간섭 같은 발언은 동맹 관계에도 도움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해식 대변인은 논평에서 “해리스 대사는 본인의 발언이 주권국이자 동맹국인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의 오해를 촉발할 수도 있다는 깊은 성찰을 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해리스 대사는 지난해 11월 국회 정보위원장인 이혜훈 당시 바른미래당 의원을 대사관으로 불러 ‘방위비 분담금을 50억 달러로 증액해야 한다’고 압박성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일에는 미국이 주도하는 중동 호르무즈 해협에 한국군 파병을 공개적으로 요청하기도 했다. 해리스 대사는 미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자란 일본계 미국인으로 제24대 미국 태평양사령관을 지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北개별관광 추진’ 첩첩산중… 북한도 미국도 수용 여부 미지수

    ‘北개별관광 추진’ 첩첩산중… 북한도 미국도 수용 여부 미지수

    국내 여론 안전 우려까지 난제로 부상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북한 개별관광 추진’을 언급한 데 이어 방미 중인 한국 관료들도 연이어 대미 설득에 나서고 있지만 미국의 원칙론, 금강산 철거 압박에 나선 북한의 수용 여부, 안전을 우려하는 국내 여론 등이 난제로 부상하고 있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기자들을 만나 “(북한의 개별관광 추진) 이야기를 해 보려 한다. 지금은 서로 입장을 이야기하고 상대의 이해를 구하는 게 제일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본부장의 이번 방문 목적은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의 취임식에 참석하고 그와 대북 문제를 협의하는 것이다. 이 본부장은 전날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 이어 “북한 개별관광이 유엔의 제재로 금지된 상태가 아니다”라며 “다만 여러 가지 (한미) 공조 측면에서 지금까지 우리가 자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도 16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금강산 관광이나 대북 개별 방문의 경우 유엔 대북 제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통일부는 개별관광에 대한 구상을 구체화하고 있다. 중국 등 외국인들의 북한 관광이 대북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에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한국인도 북한이 허용한다면 개성, 양덕, 금강산 등을 관광하는 상품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그간 한국 국민이 북한에 가려면 ‘북한 당국이나 단체 등의 초청장’을 통일부에 제출하고 승인을 받아야 했으나 정부는 북한 당국이 발급한 비자 역시 초청장과 같은 효력이 있는 것으로 보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북한 기관의 초청과 관련 없이 중국 등 제3국의 여행사를 통해 북한 비자를 발급받으면 통일부가 방북 승인을 해 주는 식이다. 특히 이산가족의 고향 방문이 우선순위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아직은 미국, 북한, 국내 여론 등 어느 하나도 설득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날 한국의 북한 개별관광 추진에 대해 미 국무부가 ‘한미의 단합 대응’이라는 원칙론을 강조한 데 이어 이날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미국은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를 포함한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완전한 이행에 전념하고 있다. 이는 동맹국인 한국도 전적으로 지지한 목표”라고 재확인했다. 또 북한이 한국 국민에게 개별관광을 허용한 전례가 없고, 수익성이 높은 단체관광이 아니기 때문에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특히 북한은 지난해 말 금강산 관광지구 남측 시설을 2월 말까지 철거하라는 통지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국민들에게 안전을 확신시킬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서울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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