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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하기관 탐방] 인천 부평사회복지관

    [산하기관 탐방] 인천 부평사회복지관

    인천 부평종합사회복지관이 지난달 28일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2005미스코리아 지역예선인 ‘미스인천선발대회’를 주최하자 많은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주로 저소득층 복지와 연관이 있는 복지관이 ‘상업성’이 풍기는 미스코리아 대회를 주최한 것이 쉽게 납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미스코리아 대회는 여성들을 상품화하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대회를 반대해온 여성단체들은 “이제는 복지관까지 나서서 미스코리아 대회를 여느냐.”고 반발했다. 하지만 복지관측의 설명을 들어보면 납득 못할 일만도 아니다. 미스코리아 대회가 외모만을 심사하고 선발하는 데서 벗어나 공익성과 사회성을 강화하기 위해 대회를 유치했다는 것이다. 이를 방증하듯 이번 대회는 예년과는 달리 참가자들의 비용부담이나 심사에 따른 부작용 없이 모범적으로 치러졌다. 복지관은 매년 4월이면 패션쇼도 연다. 그러나 여느 패션쇼와는 달리 경찰관, 은행원, 간호사, 지방의원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이 무대에 등장한다. 패션쇼를 안목 있는 사람들만이 즐길 수 있는 기획이 아니라, 일반인들도 즐거움과 행복 나누기 차원에서 끌어들여 함께 한다는 취지에서다. 어쨌거나 ‘튀는 복지관’임에는 틀림없다. 그렇다고 본연의 임무에 소홀한 것은 아니다. 복지관이 운영하는 아카데미는 내실있는 프로그램으로 유명하다. 여름과 겨울 방학기간 중 각각 4주씩 진행되는 아카데미는 200시간에 걸쳐 사회복지 실무뿐 아니라 직장예절, 자아실현, 능력개발, 체력관리, 영어회화, 미래설계 등 다양한 분야를 강의한다. 강사진 30명도 최고 전문지식을 갖춘 교수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전 분야에 걸쳐 기본상식 이상의 소양을 갖춘 사회복지사를 양성하기 위함이다. 복지관 관계자는 “소외계층을 단순히 도와주는 복지를 뛰어넘어 통합복지를 지향하는 글로벌 시대에는 다재다능하고 인간관계에 자신이 있는 복지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올해는 7월4일부터 30일까지 3기 아카데미를 여는데 비용은 8만원이다. 지난해 이곳 아카데미를 수료한 장지희(수원여대 사회복지학과)양은 “아카데미를 통해 평소 복지와 연관시키지 못했던 분야가 복지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며, 실습생들이 전문인이 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받았다.”고 말했다. 청소년 및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양강좌도 볼 만하다. 아동·청소년 프로그램으로 컴퓨터·논술·과학교실·마술·바둑·원어민 영어회화 등이 운영되는데 수강료는 2만∼4만원으로 저렴한 편이다. 또 성인·노인들에게는 제과제빵·아동독서지도·서예·차밍댄스 등을 가르친다. 복지관측은 또 노인들에 대한 체계적 관리를 지향한다. 관내 200여가구의 독거노인에 대해서는 지원팀을 구성해 반찬서비스, 집수리, 나들이돕기, 이미용서비스 등을 실시한다. 4년 과정의 노인대학은 강의 내용이 짜임새 있고 복지관 주변이 번잡하지 않아 노인들이 즐겨찾는다. 지난 1999년 1월 인천시 부평구 산곡동 370의71에 문을 연 복지관은 사회복지사 등 18명이 근무하고 있다. 인천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남북 저작물 합법적 유통 ‘첫발’

    남북 저작물 합법적 유통 ‘첫발’

    지난 5∼7일 개성에선 작지만 의미 있는 회담이 하나 진행됐다. 회담에선 북측 장편소설 ‘황진이’를 영화화하는 계약과 남측에서 무단 출판됐던 소설 ‘림꺽정’ 저작권료에 대한 보상 합의가 이루어졌다. 이 내용은 며칠 뒤 서울에서 발표됐지만, 언론에서 짤막하게 요지만 보도했기 때문에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 행사는, 그동안 냉전이란 미명 아래 남북 양측간 무법 내지는 편법적으로 처리되었던 저작권이 본격적으로 법의 적용을 받는 자리였다. 또 이후 남북간에도 국내 및 국제법적 저작권의 테두리 안에서 모든 지식상품을 생산 판매해야 함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이에 따라 당장 북한측이 저작권을 소유한 책·음반·영화 등을 사용중이거나 사용할 계획인 업체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미 사용한 업체도 보상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남북한 저작권 문제의 실상과 문제점, 업체들의 입장, 앞으로의 전망을 짚어본다. ●북한 저작물 생산, 유통의 실상 이번에 개성 회담을 주선한 사단법인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경문협)에 따르면 남한에서 생산 유통중인 북한 저작물은 확인된 것만 해도 수백건에 이른다. 도서는 소설류나 고전, 역사물이 주종을 이루고 있고, 학술서적도 많다. 고전이나 역사 분야의 경우 북한이 국책 편찬사업 차원에서 접근했기 때문에 남한쪽보다 양적·질적으로 연구가 잘 돼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남측에서 이미 출판돼 유통된 ‘고려사’‘림꺽정’‘황진이’ 등 몇몇 책은 수차례에 걸쳐 출판되기도 했으며,1개 출판사가 20∼30종씩 낸 곳도 있다.‘고려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관심을 가질 정도로 북한에서도 주목을 받았는데, 북에서 출판도 되기 전 남측에서 무단 출판돼 북한쪽 항의가 특히 거센 저작물이다.‘이조왕조실록’은 여광출판사가 100만달러란 거액을 주고 출판권을 따내기도 했다. 영화, 음악도 마찬가지.N사에선 한때 수백건의 북한 음악·영화 파일을 인터넷을 통해 유통시켰으나, 지금은 음악만 일부 사용하고 있다. 음반·연예사업을 하는 Y엔터테인먼트는 ‘반갑습니다’‘휘파람’ 등 남쪽에서 유행한 북한 노래를 무단사용해 보상 협의가 진행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나온 북한 저작물 90%는 불법 문제는 이렇게 유통되어 온 북한 저작물 중 90% 이상이 불법 생산된 것이라는 점이다. 대부분 중국 옌볜 지역 출판사 등을 통해 출판 계약을 맺거나, 옌볜대 또는 주립도서관, 서점에 비치된 저작물을 불법 복사한 것이 많다. 겉표지만 바꿔 그대로 출판된 책들도 많다. 지금까지 북한 저작물을 들여다 유통시키려면 저자가 북한에 있을 경우 자체적으로 저작권 계약을 맺고 그 증빙서류를 통일원에 제출, 승인을 얻어야 했다. 하지만 이같은 공식 절차를 밟은 경우는 10여건에 불과하다. 통일원 승인을 얻은 경우도 북한측에서 계약의 실효성을 인정하지 않고, 보상을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 불법 생산, 유통된 저작물에 대해 경문협은 북한측의 의뢰를 받아 보상 협의를 이끌어내고 있다. 지난 개성 회담에서 도서출판 사계절(대표 강맑실)이 ‘림꺽정’ 출판에 대한 보상금을 지불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사계절은 1985년부터 지금까지 20년간 출판된 ‘림꺽정’ 저작권료로 15만달러를 지불하기로 했으며, 대신 북쪽 작가 홍석중은 더 이상 저작권료 지불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 ●일부 업체 억울하다는 입장.‘상호주의 위배’ 불만도 자체적으로 저작권 계약을 맺고 저작물을 들여왔으나, 그 실효성을 인정받지 못한 출판사들은 억울하고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소설 ‘황진이’를 계간 ‘통일문학’에 3차례 나누어 싣고, 단행본으로도 두 차례 출판한 대운서적 김주팔 대표는 “이미 2003년 북한 나진에서 북한 조선수출입사 사장과 계약을 맺고 돈까지 지불했다. 저자인 홍석중씨도 여기 동의한 근거자료도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또 “돈이 제대로 저자에게 전달됐는지는 모르겠으나, 계약엔 아무런 하자가 없었다.”며 “국제적 쟁의로 가도 이길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반갑습니다’ 등을 무단사용했던 Y엔터테인먼트 측도 이미 법원에 사용료를 공탁해 놓았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상호주의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북측의 남쪽 저작물 무단 사용에 대해선 책임을 묻지 않고 남쪽 업체들의 책임만 묻는다는 불만이다. 한 출판사 대표는 “남쪽 출판사는 대부분 영세해 보상할 능력도 없는데 일방적 희생을 강요한다.”며 “북측의 남쪽 방송프로그램이나 가요 사용 등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경문협 관계자는 “남북의 경제 격차가 엄청나게 벌어져 있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엄격한 상호주의를 요구하는 건 남북화해와 교류에 도움이 안 된다.”는 입장이다. 독일 통일 전 서독이 동독에 배려를 아끼지 않았듯 북한 저작권문제도 그렇게 풀어야 한다는 논리다. 그는 북한측도 최근에야 남쪽 출판사들이 대부분 영세하다는 것을 알고, 과거에 생산·유통된 저작물에 대한 보상 요구에 신중을 기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저작물 유통 활성화할 듯 이같은 보상협의가 진행되면서 북한 저작물의 무단 생산과 유통은 크게 수그러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북한 저작권사무국의 확인을 꼭 거쳐야 하고, 이를 통일부에 제출하고 승인을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불법적으로 책이나 음반을 복사해 유통시킬 수는 있겠지만 북측의 저작권 행사 의지가 큰 만큼 단속될 위험이 커졌다. 반면 정상적 절차를 밟은 저작물 생산은 크게 활성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북한 저작물을 내고 싶지만 중국을 통해 계약을 맺기가 번거로웠고, 그렇다고 불법적으로 내기는 내키지 않아했던 업체들이 꽤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출판사 보리의 경우 ‘열하일기’‘박지원작품집’ 등을 낸 데 이어 북한측의 저작물인 조선고전선집에 속한 100권을 모두 내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으며, 몇몇 다른 출판사에서도 출판을 희망하고 있다. 또 사계절, 실천문학, 문학동네 등에서도 역사·고전물 출판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북측은 개성회담에서 경문협에 70여종의 저작물 목록을 제시하고 출판 계약을 중개해줄 것을 의뢰하기도 했다. 음반도 대중음악작가연대에서 ‘심장에 남는 사람’‘토장의 노래’ 등 북측의 노래 12곡을 묶은 음반을 준비 중이다.‘심장에 남는 사람’은 정주영체육관 개관시 기념공연에서 조영남이 불러 주목을 받은 노래이고,‘토장의 노래’는 요즘 인기 절정의 ‘어머나’와 비슷한 분위기의 트로트로, 음반이 나올 경우 상당한 관심을 모을 것으로 제작자측은 내다보고 있다. 이밖에도 세계적 수준으로 평가받는 북한 국립교향악단의 클래식 음악 연주 음반 제작을 준비하는 곳도 있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인기 치솟는 동서양 ‘철의 여인’

    요즘 지구촌의 뉴스메이커로 큰 주목을 받고 있는 두 ‘철의 여인’이 있다. 일본 방문 중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와의 회담을 돌연 취소하고 귀국길에 오른 중국의 우이(吳儀) 부총리와 사상 첫 여성 총리로 기대되는 독일 기독교민주연합의 앙겔라 메르켈 당수가 그들이다. |베이징 오일만특파원|‘철낭자(鐵娘子)’ 우이(吳儀) 부총리의 행보는 거칠 것이 없다. 지난 23일 우 부총리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와의 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시켰다. 그녀 스스로 “신사참배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며 중국 지도부에 회담 취소를 전격적으로 요청, 세계를 또 한번 놀라게 한 것이다. 일본 조야는 “국제 예의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력하게 비난했지만 우 부총리는 24일 태연하게 몽골 출장길에 올랐다. 중국 언론과 네티즌들 사이에서 “우이의 태도는 올바르다.”,“소인배 일본에 군자의 태도를 보일 필요가 없다.”는 등 지원사격이 쏟아지는 등 인기 상한가를 기록 중이다. 38년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서 태어난 우 부총리는 62년 베이징석유학원을 졸업했고 26년간 석유화학회사에서 근무하다 88년 베이징 부시장으로 정계에 뛰어들었다. 베이징 부시장(88∼91년) 시절 사무실에 야전 침대를 놓고 1년 이상 기거한 유명한 일화가 있다.‘철낭자’는 90년대 후반 미국 무역대표부(USTR) 칼라 힐스 대표와의 담판 때 붙여졌다.‘여걸’ 힐스가 중국의 불법복제를 빗대 ‘좀도둑’이라고 표현하자 그녀는 “미국은 중국의 유물을 강탈해간 ‘날강도’”라고 맞불을 놓는 두둑한 배짱을 선보였다. 지난 2003년 봄 위생부장으로 전격 발탁된 그녀는 ‘사스와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고 그 해 11월 정치국원,2004년에는 첫 여성 부총리에 오르는 등 출세가도를 달리고 있다. 독신으로 2002년 ‘중국의 10대 여성’ 1위에 뽑히기도 했다. oilman@seoul.co.kr ● 獨 첫 여성총리 유망 메르켈 기민련 당수 야당인 기독교민주연합의 앙겔라 메르켈(50) 당수가 총리직에 바짝 다가서면서 독일 정계의 핵으로 부상하고 있다. 올 가을 조기총선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메르켈이 당수로 있는 기민련의 지지율이 사민당을 10∼17%포인트 차로 크게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총선서 승리하면 독일 최초의 여성 총리 겸 동독 출신의 첫 총리가 된다. 대중적 인기와 당내 지지율을 감안하면 ‘메르켈 대세론’은 확정적이다. 독일 여성으론 최초로 당 사무총장(98년), 당수(2000년), 원내총무(2000년)를 지냈다. 헬무트 콜 전 총리의 발탁으로 여성청소년부(91년)와 환경부 장관(94년)에 올랐고 98년 총선서 기민련이 패하자 사무총장을 맡았다. 콜 전 총리의 ‘정치적 양녀’로 불렸지만 2000년 비자금 스캔들에서 당을 구하기 위해 콜 전 총리의 정계 은퇴를 주장하며 ‘철녀(鐵女)’의 면모를 보였다. 처음 당수가 됐을 때만 해도 스캔들로 위기에 처한 기민련의 일시적인 ‘구원투수’ 정도로 여겨졌지만 이후 강한 장악력과 추진력, 수완을 발휘하며 이젠 당의 구심점으로 우뚝 섰다.1989년 물리학박사로 동독 물리화학연구소에서 일하다 민주화운동에 처음 발을 디뎠다. 이듬해 동독 과도정부 대변인 서리를 거쳐 그 해 실시된 통일 독일 총선에서 연방 하원의원으로 당선되며 정치 인생을 시작했다. 가톨릭 남성 신자들이 주류인 기민련에서 개신교에 여성이자 동독 출신이란 ‘약점’을 안고 있는 메르켈. 보수·친미적인 독일판 ‘철의 여성’의 대권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제2회 서울국제문학포럼] 獨저항시인 볼프 비어만

    [제2회 서울국제문학포럼] 獨저항시인 볼프 비어만

    “여러분이 가는 길은 매우 힘들고 불편하고 비싼 길이 될 것이며, 여러분의 다리는 매우 아플 겁니다. 하지만 반드시 가야 하는 길입니다.” 삶 자체가 독일 분단의 구조적인 모순과 아픔, 통일의 과정을 축약한 대표적인 독일의 저항 시인 볼프 비어만(69). 그는 제2회 서울국제문학포럼 사흘째인 25일 기자회견에 앞서, 기타를 치며 한국의 저항 시인 김민기의 ‘아침이슬’을 독일어로 불러 보였다. 그리고는 특유의 신랄한 어투로 “남한과 북한이 통일되면 동·서독의 경우 보다 더 큰 어려움이 뒤따를 것”이라면서도 “‘나 이제 가노라’라는 가사처럼 모두 손 잡고 그 길을 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분단된 옛 독일에서 험난한 인생역정을 경험했는데, 어떤 이유로 서독을 등지고 동독으로 가게 됐는가. -아버지는 파시즘에 대항해 지하운동을 하는 공산주의자라는 이유로, 나머지 가족은 유태인이라는 이유로 어머니만 남기고 모두 죽임을 당했다. 이후 어머니는 나를 ‘작은 공산당원’으로 키웠고,16살때 동독으로 향하게 됐다. 당시 국경에서 나와는 달리 많은 사람들이 서독으로 들어오고 있어 상당히 놀랐다. 동독에서는 어떤 활동을 했으며, 어떤 이유로 서독으로 추방당했나. -훔볼트 대학에서 경제학, 철학, 수학을 공부했다. 베를린 앙상블이라는 악단에서 연출가로 활동하면서 비판적인 내용의 연극을 무대에 올렸다. 이후 극단은 폐쇄됐고, 대신 체제에 대항하는 시와 노래를 쓰게 됐다. 그 시와 노래들이 수기와 녹음기를 통해 엄청난 속도로 전파되면서 유명세를 탔고, 결국 서독으로 강제 추방당했다. 동독에서의 대표적인 저항 노래는 어떤 노래인가. -‘아침 이슬’에 비견되는 노래로 제목은 ‘격려’다. 사람들은 이 노래의 첫번째 두 소절인 ‘이 모진 시대에 그대, 굳어지지 말라’라는 ‘언어유희’에 공감을 느꼈다. 시대적인 ‘경직성’을 언급하기 위한 노래였으며, 자유를 갈망하던 많은 양심수의 영혼을 채워주는 ‘빵’같은 역할을 했다. 통일을 열망하는 한국의 국민들과 작가들에게 조언이나 충고를 한다면. -충고 같은 것은 할 수 없다. 다른 민족의 경험으로부터 배울 것은 전혀 없다. 한국은 한국의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통일은 한국인들이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힘들며, 실망스러운 일이 될 것이다. 서로 싸우고, 통일을 외치던 사람을 욕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그 길을 가야 한다. 다른 길은 없기 때문이다. ‘사전에 경고 받은 사람이 두배 이상 강해진다’는 프랑스 속담처럼, 내 경고를 듣고 한국 사람이 두배 이상 강해지기를 바란다. 1935년 옛 서독 함부르크에서 태어난 그는 1965년 첫 시집 ‘철사줄 하프’를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이후 악보가 첨부된 7권의 시집을 내면서 동독의 대표 작가로 떠올랐고,1976년 서독으로 추방당하면서 반체제 작가로 국제사회에 널리 알려졌다.2년 전부터 김민기와 인연을 맺어 왔으며 27일 오후 7시 서울 대학로 학전블루 소극장에서 시·노래 콘서트 무대를 마련한다. 글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사진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 獨시인 비어만·김민기 27일 콘서트

    독일 반체제 시인 볼프 비어만(69)과 1970∼80년대 저항문화의 상징 김민기(54)가 노래로 만난다. 제2회 서울국제문학포럼 참석차 내한하는 볼프 비어만은 27일 오후 7시 서울 대학로 학전블루 소극장에서 자신의 시와 노래로 꾸미는 콘서트 무대에 선다. 1965년 첫 시집 ‘철삿줄 하프’를 발표한 이래 악보가 첨부된 7권의 시집을 낸 볼프 비어만은 독일 분단의 구조적인 모순과 아픔을 상징하는 인물. 함부르크에서 태어나 17세때인 1953년 동독으로 이주한 그는 집권당에 대한 비판을 이유로 76년 서독으로 추방됐고, 이후에도 서독 사회의 모순을 비판하고, 풍자하는 참여시인으로서의 면모를 잃지 않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독어독문학회(회장 김충남)와 극단 학전(대표 김민기)이 공동주최하는 이번 콘서트는 비어만과 김민기 대표의 남다른 인연이 계기가 됐다. 몇 해 전 함부르크에서 비어만을 만난 김 대표가 한국에 오면 자신의 소극장에서 콘서트를 열어주겠다는 약속을 지킨 것이다. 비어만은 자신의 글에서 김 대표를 ‘한국의 밥 딜런’이라고 칭송하기도 했다. 비어만은 콘서트에서 자신의 삶과 작품에 관한 이야기와 함께 시대별로 선곡한 9곡의 자작시와 자작곡을 들려준다. 마지막엔 김민기의 대표곡 ‘아침이슬’을 독일어로 부르고, 이에 화답해 비어만의 곡을 김 대표가 우리말로 번역해 관객과 함께 부를 예정이다. 입장료는 무료.(02)820-5106.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개성공단 제품 ‘북한산’ 분류…단명 ‘가능성’

    남북한 경제협력 차원에서 정부가 오는 2015년까지 2200만평의 산업단지를 조성한다는 개성공단 프로젝트가 ‘용두사미’로 끝날지 모른다는 우려감이 적지 않다. 복합적 국제자유도시와 입주기업의 국제경쟁력을 높여 개성공단을 동북아의 허브로 키우겠다는 거창한 계획이 ‘태생적 한계’로 인해 ‘단명’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메이드 인 DPRK(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가 문제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제품은 ‘북한산’으로 분류된다. 모든 부품을 한국에서 들여와 조립 과정만 거쳤더라도 “최종 생산공정이 이뤄지는 곳을 원산지로 표시한다.”는 세계무역기구(WTO)의 원산지 협정 때문에 ‘메이드 인 코리아’는 불가능하다. 특히 북한은 WTO에 가입하지 않아 개발도상국에 부여되는 ‘제로(0) 관세’ 등의 일반특혜관세(GSP) 대상국이 될 수 없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은 자국산업 보호 등을 이유로 북한산 제품에 얼마든지 관세를 매기고 할당(쿼터) 등의 수입제한조치를 할 수 있다. 현재 미국은 북한산 제품에 품목별로 100∼200%의 높은 관세를 물리고 있다. 보통 WTO 회원국의 공산품에 3∼4%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에 비하면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다. 수입 공산품에 2∼3%의 관세를 물리는 일본도 북한산에는 10% 안팎을 적용하고 있다. 북한이 WTO에 가입하면 문제는 해결되지만 지금으로서는 가입시기를 예측하기조차 어렵다. 정부는 상반기 중 1단계 사업으로 100만평 가운에 5만평을 분양한다는 계획을 하반기로 늦췄다. 미국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했고 미 의회는 전략물자 통제시스템을 마련, 해당국으로의 반입 여부를 일일이 심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섬유나 의류제품 등을 제외한 전자·전기, 반도체, 기계 등을 개성공단에 반입하려면 미국의 사전심사를 거쳐야 한다. 일부 주요 제품은 원천적으로 반입이 금지됐다. 현재 개성공단에는 전자·통신·기계 부문에 6개의 중소업체가 입주했으나 지난해 미국의 반대로 특수제작기계 등 6종의 반입이 불허 판정을 받아 일부 업체는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산림청장을 지낸 김동근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 위원장이 지난주 대기업의 참여를 호소했지만 대기업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美반대로 특수제작기계 반입 못해 이희범 산자부장관이 지난 20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미 상무부와 전략물자 반입의 신속한 처리에 합의했으나 이는 반입이 금지된 품목을 푼다는 게 아니라 허가된 품목의 심사과정만 빨리 한다는 의미에 불과하다. 정부 관계자는 대안으로 자유무역협정(FTA)의 추진을 거론했다. 지난달 싱가포르와 협정문에 가서명하면서 개성공단 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내용을 포함시켜 원산지 표시 문제를 일부 해결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싱가포르는 자유무역국가로 수입품의 99%가 무(無)관세이며 관세 부과 대상인 자동차, 술, 담배 등 6가지도 개성공단의 제품과는 무관하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독일 통일 이전에 동독 제품을 서독 제품으로 인정받은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체제의 협정을 예로 들었다. 그러나 실무부서인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WTO가 GATT 체제를 이어받았다고 해서 남북한 내부거래를 모든 나라에 똑같은 관세로 적용하자는 일반적 협정으로 추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더욱이 북핵 문제까지 겹쳐 외국 입주업체가 북한의 ‘볼모’가 될 수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나 동남아 등지를 놔두고 개성공단을 선택할 필요가 있느냐는 게 국제적인 시각이라는 것. 이런 점을 감안할 때 북핵 문제 등이 원만히 해결되지 않을 경우 개성공단은 노동집약 중심의 남북경협 사업으로 국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씨줄날줄] 주권국가/이목희 논설위원

    ‘주권국가’ 개념은 근대 유럽에서 태동한 것이다.1648년 30년에 걸친 신·구교도 전쟁을 마무리짓는 웨스트팔리아강화조약이 체결됐다. 교황과 신성로마제국 황제의 영향력이 유명무실해면서 유럽은 독립주권을 가진 민족국가들로 재편됐다. 유럽에서 출발한 주권국가 개념을 청-조선-일본 등 다른 지역 역사에 획일적으로 적용하기는 힘들다. 현재도 주권국가의 잣대가 모호하긴 하지만 유엔 가입이 기준이 될 수 있다. 유엔이 창립되던 1945년 회원국 숫자는 51개국에 불과했다. 지금은 191개국으로 늘었다.2차대전 이후 신생 독립국이 그만큼 많았던 셈이다. 하지만 10억 이상의 인민을 포괄하는 중국 공산당 정권은 1971년에야 유엔에서 대표권이 인정됐다. 이후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고수 중이며, 타이완의 유엔 복귀 시도는 번번이 좌절되고 있다. 중국과 달리 동서독은 1973년, 남북한은 1991년 유엔에 동시가입했다. 앞서 서독은 “동독을 나라로 승인한 국가와 외교관계를 단절한다.”는 ‘할슈타인원칙’을 폐기했다. 남한도 1990년대부터는 북한의 정치적·국제법적 실체를 인정하고 있다. 북핵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이 “북한은 주권국가”라고 다시 강조했다. 북한은 인구가 2000만명을 넘는다. 강력한 통치체제를 확립하고 있고, 유엔 회원국이다. 그런데도 ‘주권국가’라는 언급이 새삼스럽게 들리니 북한 지도부는 부끄러움을 느껴야 한다. 남측의 유연한 대응에도 불구하고 미국·일본과 국교 정상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 것은 북한 지도부의 외교 무능 내지 개방 알레르기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유럽은 이미 주권국가의 틀을 뛰어넘고 있다. 유럽공동체를 만들어 경제 국경을 없애고, 정치 통합까지 추구하고 있다. 동북아도 경제·안보 공동체가 궁극적 목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을 미국·일본으로부터 주권국가로 인정받게 한 뒤, 그를 또 뛰어넘어야 하니 쉬운 일이 아니다. 미국 지도부는 북한의 국제법상 후진성을 감안해 발언하고 행동해야 한다.‘악의 축’ ‘폭정의 전초기지’라는 언사는 북한 지도부를 더욱 껍질 속으로 움츠리게 할 뿐이다. 북한을 진정한 주권국가로 여긴다면 북·미 수교를 적극 추진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북핵을 포함한 한반도 문제가 풀린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송두율칼럼] 느림의 미학

    [송두율칼럼] 느림의 미학

    최근 눈에 띄게 부쩍 는 중국 관광객들을 위해서 어느 여행사가 특별 프로그램을 개발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이 프로그램에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아직도 속도제한이 없는 독일고속도로 위를 독일제 최고급 승용차를 몰고 질주해 보는 일정도 들어 있다.‘현대화’의 구호 밑에서 계속 고도성장을 구가하는 중국의 신흥 갑부들이 드디어 속도가 주는 짜릿한 쾌감을 독일 땅에서 만끽할 수 있게 되었다. 반면에 1989년 이래 줄곧 서독의 속도에 자신의 속도를 맞추어야만 살아 남을 수 있게 된 옛 동독사람들은 가끔 ‘동독에 대한 향수(Ostalgie)’에 젖어, 그동안 서독의 소비제품에 밀려 상점 진열대에서 사라졌던 상품을 다시 찾기도 한다. 이처럼 어떤 사회가 안고 있는 속도의 변화는 그 속에서 사는 사람들에게 일정한 정도의 만족감이나 성취감도 주지만 불안감이나 불만감도 심어준다. 현대사회에서 속도가 지니고 있는 특성에 대한 고찰을 하나의 학문적 영역으로까지 발전시킨 프랑스의 폴 비릴리오(P Virilio)는 무엇보다도 전쟁이 속도의 의미를 가장 명확하게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활-총-대포-미사일-레이저로 발전해온 무기체제가 바로 속도가 지니는 공격성과 파괴력을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는 또 전자통신 혁명은 우리로 하여금 언제든지 또 어떤 곳에서든지 일어나는 일에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만들고 있으나 이로 인해 우리의 지각능력은 엄청난 부담을 안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인간의 시간이 아니라 기계의 시간이 우리를 지배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기동성을 높이는 자동차가 자주 교통체증의 원인 제공자가 되고 있다. 어떤 때는 걸어가는 편이 더 빠를 수도 있다. 목적지에 한시라도 빨리 도달하기 위해서 개발된 기술수단이 이제는 오히려 우리의 삶을 정체시키는 역설적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역설을 문학적으로 다룬 독일작가 스텐 나돌니(S Nadolny)의 ‘느림의 발견’이라는 소설이 있다. 소설의 주인공은 영국의 실제인물 존 프랭클린(1786∼1847)이다. 그는 어릴 때부터 말과 동작이 극도로 느려 주위로부터 항상 놀림을 받았다. 그러나 바로 이점이 그로 하여금 다른 사람보다 더 사물을 치밀하게 관찰하게 만들었으며, 그 때문에 그는 유명한 북극 탐험가가 될 수 있었다. 느림이 곧 삶의 리듬에 의미를 부여하는 예술이라는 점을 이 성장소설이며 해양모험 소설이 보여주고 있다.‘느림’이라는 소설 속에서 체코 출신의 작가 밀란 쿤델라(M Kundela)도 “어찌하여 느림의 즐거움은 사라져 버렸는가. 아, 어디에 있는가. 옛날의 그 한량들은? 민요들 속의 그 게으른 주인공들, 이 방앗간 저 방앗간을 어슬렁거리며 총총한 별 아래 잠자던 그 방랑객들은? 시골길, 초원, 숲 속의 빈터, 자연과 더불어 사라져 버렸는가.”라고 묻는다. 느림의 내면에 담겨 있는 인간성을 두 소설은 강조하고 있다. 사실 강박적인 속도의 굴레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은 오늘 여러 가지로 나타나고 있다.‘패스트푸드’ 대신에 ‘슬로푸드’를 위한 운동,‘시간을 천천히 흐르게 하는 모임’ 등도 있다. 심지어는 ‘바쁘면 천천히 가라’라는 제목의 책은 게으름의 필요성까지도 역설한다.‘빨리 빨리’ 움직여도 먹고 살기 힘든 판국인데 그렇게 ‘천천히’ 움직인다면 어떻게 생존경쟁에서 살아 남을 수 있는가 하는 물음이 당연히 생길 수 있다. 우리에게도 ‘바쁘면 돌아가라.’는 속담이 있다. 그러나 지난 40년간의 압축성장은 300년 넘은 오랜 산업화의 역사를 가진 서구 산업사회에서보다 시간이 곧 사회관계를 효과적으로 통제하는 수단이며, 동시에 재원(財源)이라는 생각을 더 굳혀 왔다. 그러나 이제는 앞만 보고 ‘빨리 빨리’ 달려 왔던 자신의 모습을 뒤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갖기 위해서도 ‘천천히’ 걸어야만 할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의 비밀은 우리 모두가 그 속에 살고 있지만 소수의 사람만이 그것의 의미에 관해서 나름대로 생각해 보는 데 있다고 미하엘 엔데(M Ende)의 소설 ‘모모’는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들 가운데 얼마나 많은 사람이 질주보다는 느림이 이제는 우리의 삶의 질을 위해서 절실해졌다고 생각하고 있을까 하는 질문과 함께 느림의 미학을 강조해 본다. 독일 뮌스터대 사회학 교수
  • 동독출신 젊은 화가, 시대를 붓질하다

    세계 미술계에서 구상회화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1970∼80년대 독일 ‘라이프치히 젊은 작가들’에게 쏠리는 관심은 각별하다. 라이프치히 작가들의 중심에 선 화가는 네오 라우흐. 그래픽과 사진, 북아트 등을 가르치는 라이프치히 시각예술대학에서 미술교육을 받았고,2002년 빈센트 반 고흐 상을 수상했다. 지난해에는 오스트리아 빈의 알버티나 미술관에서 미켈란젤로, 루벤스와 같은 거장들과 나란히 전시를 열기도 했다. 올해 마흔다섯 살의 네오 라우흐. 이 젊은 작가의 매력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천안 아라리오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콜드 하츠(Cold Hearts)’전에 걸린 라우흐의 작품 ‘늪’에 눈길을 돌려보자. 낭만주의 화풍을 계승한 듯한 배경의 풍경 묘사, 화면 하단에 불타고 있는 차량, 동굴에서 올라온 듯한 작업복 차림의 남자, 술병을 꺼내고 있는 사람, 포를 메고 숲으로 향하는 남자, 지상에 붕 떠있는 공연장 같은 건물을 배회하는 부랑자…. 언뜻 보면 서로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 한 화면에 자리잡고 있는 이 작품에는 독일 통일이후 세태에 대한 작가의 냉소적인 시선이 담겼다. 숨돌릴 사이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그림속 인물들처럼 무심한 듯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공산주의에서 자본주의사회로의 급격한 변화를 경험한 옛 동독 출신 주민들이 현재 경험하고 있는 불안정한 심리를 반영한다. 라우흐의 부인 로자 로이 역시 화단의 주목을 받고 있는 화가다. 화염이 치솟는 건물 옆에 위치한 붉은색 비행기와 두 명의 여자 조종사를 묘사한 그녀의 그림 또한 파괴적이면서도 생산적인 이미지를 통해 남성중심의 사회를 여성중심으로 변화시키려는 생각을 표현한다. 이번 전시에는 라우흐와 로이 부부 외에 틸로 바움가르텔, 크리스토프 루크해베를레, 다비트 슈넬, 마티아스 바이셔, 율리아 슈미트 등 라이프치히에서 활동 중인 30∼40대 작가 9명의 작품 70점이 나와 있다.6월26일까지.(041)551-5100.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盧대통령, 獨통일 ‘벤치마킹’

    취임 후 독일을 처음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이 12일 독일의 통일 경험 ‘학습’에 나섰다. 통일 과정에 직접 참여했던 인사들과 릴레이 면담을 갖고 통일후에 정치·경제·사회적 후유증을 극복하는 과정을 경청, 독일을 벤치마킹한 통일 구상에 나선 느낌이다. 노 대통령은 12일 구동독 정부의 마지막 대변인을 지냈던 앙겔라 메르켈(여) 기민당 당수를 만나 통일비용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메르켈 당수가 “한국이 통일될 경우에 대비해 통일비용 등 경제적 비용을 감당할 생각과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하자 노 대통령은 “우리 국민은 통일 이전이라도 북한의 경제개혁과 개방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비용이 다소 부담스럽더라도 반대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고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동독의 마지막 총리를 지낸 드 메지에르, 서독 빌리 브란트 총리의 외교보좌관을 지낸 에곤 바, 데틀레프 퀸 전 독일문제연구소장, 헤르베트 해베르 전 동독정치국원 등 통일과정에 간여했던 고위인사들을 함께 접견했다. 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우리는 북한경제가 일어설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려는 정책을 갖고 있고, 이것에 대해서는 국민의 지지가 높은 편”이라며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북핵문제가 해결돼야 본격 지원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이 중국이나 베트남 방식의 개혁, 개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우리는 이런 개혁과 개방 과정에서 북한의 안정을 흔들지 않으면서 계속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참석자들은 “과거 독일의 경험에 비춰봐도 어려움이 있더라도 지원정책은 계속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日 3·16도발] “액션 빠진 반쪽 독트린”

    국가안전보장회의가 발표한 ‘신 한·일 독트린’에 대해 전문가와 시민사회단체들은 대체로 환영한다는 의견을 표현하면서도 구체적인 행동지침이 결여된 것이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국외국어대 이장희 교수는 “독도 영유권 방어에 적극 나서겠다는 것과 역사인식을 바로잡기 위해 피해자 문제를 개별 차원에서 지원하겠다는 두 가지 큰 흐름은 환영한다.”면서도 “현안에 대해 어떤 기구와 법제를 만들어 대처해 나가겠다는 구체적인 행동지침이 나오지 않는 등 정부가 아직도 조심스러운 입장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시마네현 조례안을 폐기하지 않거나 또다시 영공을 침해하면 주일대사를 소환한다는 등의 내용을 간접적으로라도 표현하면서 이번에야말로 강한 목소리를 냈어야했다.”며 아쉬워했다. 평화네트워크 이준규 운영위원은 “때늦은 감은 있지만 대체로 이번 독트린은 일본의 보수 우경화에 대한 종합적인 마스터플랜을 요구하는 시민사회와 학계의 요구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일본과 과거 문제를 청산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한·일관계가 미래지향적으로 발전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앞으로 구체적인 행동지침이 지속적으로 천명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상지대 정대화 교수도 “독도 침탈이 식민지 지배를 정당화한 것으로 본다는 기본 인식을 천명하는 등 정부가 예상외로 강경한 입장을 표명한 것은 지극히 당연하면서도 환영할 일”이라면서도 “앞으로 좀더 구체적이고 다각도의 측면에서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근본적인 해결책을 강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민족문제연구소 조세열 사무총장은 “일본에 대한 과거 정부의 우유부단한 태도와는 달리 확고하고 증진된 역사인식을 보여주는 등 이번 독트린은 일종의 정책전환을 의미하는 것으로 본다.”면서 “독도문제를 단순한 영토문제가 아니라 ‘식민지 침탈의 정당화’라고 보면서 과거사 문제로 확대시키는 부분과 위안부 등 피해자의 개별적 문제로 다루겠다는 점을 평가할 만하다.”고 밝혔다. 이번 기조 발표가 독트린으로 볼 수없을 만큼 부족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연세대 국가관리연구원 양승함 교수는 “한 국가가 발표하는 독트린이라는 것은 몇 가지 중대사태가 일어났을 때 ‘이런 경우에는 이렇게 대응하겠다.’는 식으로 정부의 행동원칙을 구체적으로 천명하는 것인데 이번 발표는 독트린이라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동독과 관계를 맺는 국가와는 단교하겠다.’는 1957년 당시 서독의 할슈타인 독트린이나 ‘미국은 베트남전쟁과 같이 직접적·군사적인 또는 정치적인 과잉개입을 하지 않는다.’는 1970년 미국의 닉슨독트린을 보면 이번 독트린과 차이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나치 전술核 가졌었다”

    2차 세계대전 종전을 몇개월 앞둔 기간동안 독일 나치가 소형 핵무기 폭파실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했으며 이 과정에서 수백명이 희생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독일의 역사학자 라이너 칼시는 14일 발간된 저서 ‘히틀러의 폭탄’에서 “베를린 근처에서 수일 혹은 수주 동안 원자로가 가동됐으며 독일 남부 투린지아와 발트해에서 핵무기 실험이 실시됐다.”고 주장했다. 나치가 핵무기 개발에 열중했지만 원자폭탄 개발 단계에 훨씬 못 미친 상태에서 종전을 맞은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그의 주장은 논란이 되고 있다. 칼시는 옛 소련이나 서구 국가들의 문서보관서, 옛 동독 기록들을 검토한 이 책에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미 원자폭탄의 파괴력에 훨씬 못 미치는 전술 핵무기였지만 실험은 몇 차례 성공을 거뒀다.”고 밝혔다. 그는 또 45년 3월3일 투린지아주 오르드루프에서 실시된 마지막 핵무기 실험에서 반경 500㎡ 지역이 파괴됐고 전쟁 포로와 수용소 수감자 수백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폭탄은 농축 우라늄을 포함하는 2t급 실린더로 추정되며 우라늄양이 너무 적어 연쇄적인 핵분열 반응을 일으킬 만한 위력을 지니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칼시는 덧붙였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노블레스 오블리주 모범”

    “경북 안동지역은 독립운동의 출발지이며, 특히 안동사회의 독립운동은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사회지도층의 도덕적 의무)’를 실천에 옮긴 전형적인 모범입니다.” 국사편찬위원회 이만열 위원장은 28일 안동시민회관에서 열린 제86주년 3·1절 및 안동독립운동기념관 건립추진기념 학술세미나에서 안동지역의 독립운동을 이같이 평가했다. 이 위원장은 기조 발제를 통해 “독립운동은 의병운동을 포함해 1894년부터 1945년까지 거의 반세기 동안 전개됐으며, 그 첫머리를 장식한 것이 1894년 갑오의병”이라며 “갑오의병이 일어난 곳이 바로 안동이므로 이 지역이 한국독립운동의 출발지이자 발상지”라고 피력했다. 그는 “안동은 전국 시·군(평균 30명) 중 가장 많은 260여명의 독립유공자를 배출하고, 순국 자결인사도 60여명 가운데 10명이 안동인”이라며 “안동인은 해방이 될 때까지 끊임없이 독립운동을 전개해 한국독립운동사의 시작과 끝을 장식했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의병항쟁 이후 많은 유림들이 은둔생활을 했지만 안동 유림들은 자기반성과 자각을 통해 새롭게 거듭나는 길을 선택했다.”며 “이러한 ‘혁신 유림’은 국내외에서 진보적이고 통일지향적인 활동을 전개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주제발표에 나선 서강대 최기영 교수는 “안동의 독립운동은 강한 선비정신에 뿌리를 둔 지역의 문화적 배경과 무관치 않다.”고 강조했고, 국가보훈처 김용달 연구관은 “안동독립운동은 주체와 양상, 이념 등 모든 면에서 한국독립운동의 축소판이자 변화·발전 양상의 전형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고구려연구재단 장세윤 연구원은 “안동출신 인사들의 해외 집단망명과 독립운동 기지 개척은 한국독립운동사의 근간을 형성하고 있다.”면서 “안동지역 독립운동사는 한국근대사뿐만 아니라 세계 피압박 약소민족 독립운동의 모범이 될 만하다.”고 평가했다. 한편 안동지역에서는 학술세미나를 포함해 독립운동을 소재로 한 기념음악회, 독립운동기념관 건립추진상황 보고회 등 다채로운 3·1절 기념행사가 열렸다. 안동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데스크시각] 목란꽃이 피었습니다/구본영 정치부 부장

    수년전에 밀리언 셀러 소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읽었던 생각이 난다.‘국수주의냐, 세계화냐’ 등 당시의 숱한 논란도 기억에 새롭다. 학자로서 최고의 영예인 노벨상을 향한 꿈마저 버리고 자신의 무릎뼈 속에 설계도를 감춰 조국에 미사일 기술을 전수한 재미 천재 물리학자. 그를 보호하기 위해 60만 대군도 동원하겠다고 한 박정희 대통령과의 운명적 만남, 그리고 그들의 잇따른 죽음…. 줄거리야 어렴풋하지만, 소설의 주 모티브가 약소국 대통령이 핵개발을 하려다 미국의 눈밖에 나 비명에 간다는 내용이었음은 뇌리에 또렷하다. 기자는 박 전 대통령이 실제로 핵개발을 추진했다는 증거를 알지 못한다. 그러나 역사적 정황으로 봐 소설적 상상력만이 아닐 개연성이 다분하다. 어느 나라든 체제를 지키기 위해서 가장 손쉽게 빠져들게 되는 유혹이 핵보유다. 굳이 북한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이스라엘과 인도·파키스탄을 보라. 전설인 양 아스라하지만 1970년대 초반까지는 군사력·경제력 등을 종합한 국력에서 북한이 앞섰던 게 실상이었다. 특히 구 소련과 중국을 업은 당시 북한의 군사력만큼은 남한이 위협을 느끼기에 충분하지 않았던가. 머잖아 이 땅의 산야마다 함박꽃이 흐드러지게 필 것이다. 함박꽃은 5∼6월이면 삼천리 방방곡곡에 자생하는 목련과의 교목이지만, 생전의 김일성 주석이 좋아해 북한에선 목란으로 불린다. 평양 주체사상탑의 기단에도 새겨져 있고, 목란관이란 식당 이름에서도 짐작되듯이 북한의 국화(國花)다. 올해 한반도에는 목란이 때 아니게 만개한 느낌이다. 지난 10일 북한이 핵무기 보유와 6자회담 무기한 중단을 선언하면서 무궁화꽃이 피기도 전에 목란꽃이 먼저 피어버린 형국이다. 그럼에도 북한의 핵보유 선언을 놓고 남쪽에선 대책없는 갑론을박만 한창이다.6자회담에서 받을 판돈을 키우려는 북한 특유의 벼랑끝 전술이라느니, 핵사찰을 반대하는 군부를 의식한 김정일 위원장의 선택이라느니 하는 이런저런 추측만 난무한다. 일리야 있는 관측들이지만 문제는 우리 사회가 어느새 북한의 핵무기 보유, 그 자체의 가공할 함의에 둔감해졌다는 사실이다. 핵보유 선언의 이면에는 북한 정권이 체제를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는 강렬한 의지가 배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자칫 반(半)영구분단으로 치달을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이 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통일되면 북한 핵무기는 어차피 우리 건데 뭐가 문젠가?”라는 발상이야말로 철없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우리도 북한의 핵개발 드라이브를 제어할 최소한의 지렛대는 확보해야 할 터이다. 북·미간의 각축전을 멀거니 바라만 보고 있을 때가 아니란 뜻이다. 지난 수년간 정부는 대북 포용 일변도 정책을 펴왔지만 북핵 문제에 관한 한 별무효과였다. 최악의 경제난 속에서도 북한이 핵카드만은 꼭 움켜쥐고 있었음이 분명해졌지 않은가. 그렇다고 냉전시대의 ‘목 조르기 정책’으로 북을 막다른 골목으로 모는 일은 더 큰 민족적 참화를 부르는 위험한 선택이다. 그런 맥락에서 대북 봉쇄 일변도와 무조건 포용의 중용을 취하는 것도 대안일 수 있다. 이른바 ‘선별적 포용정책’으로, 남쪽 내부의 보혁 갈등을 최소화하며 점진적으로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식량 등 인도적 지원은 퍼주기 시비를 무릅쓰더라도 지속해야 한다. 아무리 다급해도 동족의 굶주림마저 외면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나 핵개발에 전용될 수 있는 현금이 들어가는 사업은 북한이 핵협상이나 남북관계 개선에 임하는 자세와 반드시 대칭적이지는 않더라도 탄력적으로 연계, 속도조절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될 듯싶다. 과거 서독도 동독에 경제 지원을 했지만 인권 문제 등 동독 정권의 폭압성 완화를 강하게 요구했던 일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구본영 정치부 부장 kby7@seoul.co.kr
  • ‘무너진 베를린장벽’ 엄마는 몰라

    ‘무너진 베를린장벽’ 엄마는 몰라

    ●굿바이 레닌(KBS2 10일 낮 12시30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며칠 전 초등학교 선생님이자 열성 공산당원인 어머니 크리스티아네(카트린 사스)는 아들 알렉산더(다니엘 브뢸저)가 장벽을 넘어갈 자유를 달라며 시위하다 경찰에 끌려가는 장면을 목격하고 심장마비를 일으켜 혼수상태에 빠진다. 8개월 뒤 깨어났을 때 세상은 완전히 바뀌었다. 독일은 통일됐으며 이념보다는 자본의 논리가 탄탄하게 자리잡았다. 공산당이 통제하던 식품점은 대형 슈퍼로 둔갑했다. 어머니가 깨어났다는 기쁨도 잠시. 어머니가 조금만 흥분해도 생명이 위독할 것이라는 의사의 경고를 들은 알렉산더는 기상천외의 거짓말을 꾸미기 시작한다. 어머니가 사는 아파트를 과거 동독 시절의 모습으로 꾸며 놓는 것은 물론, 쓰레기통을 뒤져가며 엄마가 찾는 구 동독 시절 오이피클 병을 구하고, 급기야는 엄마를 위해 동독의 발전과 서방의 붕괴를 담은 TV 뉴스까지 친구와 함께 제작하기에 이른다. 알렉스가 만든 그럴듯한 ‘거짓 세상’은 과거 동독이 꿈꾸던 이상적인 사회의 모습이다. 영화는 우리가 당연시 여기는 자본주의 사회의 풍경에 의문을 던지는 동시에, 급격한 역사적 변화가 개인의 미시적 삶에 미치는 균열들을 유쾌한 방식으로 포착해낸다. 이념을 초월한 어머니와 아들 사이의 진한 사랑도 감동을 낳는다. 웃다가도 가슴을 찡하게 하고, 사회적 메시지를 깊이 생각하게 만들다가도 웃음을 터뜨리게 하는 작품. 유럽에서 크게 흥행에 성공했고, 독일에서는 당시 역대 자국영화 사상 흥행 2위를 기록했다. 서독 출신의 볼프강 베커 감독의 2003년 작품.118분.
  • [7개 과거사 진상규명] 7개 과거사 개요·쟁점

    [7개 과거사 진상규명] 7개 과거사 개요·쟁점

    1. 정수장학회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이름에서 한자씩 따온 장학회다.5·16 군사 쿠데타 이듬해인 1962년 부산의 유력 사업가이던 김지태씨의 부일장학회를 모태로 5·16 장학회로 출범했다. 삼화고무와 부산일보를 운영하던 김지태씨는 재산해외도피 혐의로 중앙정보부로 끌려가 두달정도 구금생활을 했다. 부일장학회와 부산일보 등의 운영권 포기각서를 쓰고 며칠뒤 풀려났다. 서류상으로는 김씨가 자진납부한 것으로 돼 있으나, 유족들은 부산군수사령부 법무관실에서 수갑을 찬 채로 운영권 포기각서에 서명하라고 도장을 찍었다면서 명백한 강탈이라고 주장해 왔다. 특히 지난해 8월에는 “서류상은 자진납부로 되어 있는지는 모르나 실재와 다른, 물목(物目·물건의 목록)조차 보지 못하고 있다.”는 김씨의 비망록이 발견돼 이런 의혹은 증폭됐다. 군부세력이 김 사장으로부터 부일장학회를 강탈했는지, 아니면 헌납과정에서 강제력이 동원됐는지에 조사의 관건이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장학회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장학회는 문화방송 주식의 30%와 부산일보 주식의 100%를 소유하고 있다. 2. 동백림 사건 1967년 7월8일 당시 김형욱 중앙정보부장은 동베를린을 거점으로 한 반정부 간첩단사건이라며 이른바 ‘동백림사건’을 발표했다. 고 윤이상씨와 재 프랑스화가인 이응로씨 등 194명이 동백림을 거점으로 대남적화 공작을 벌이다 적발됐다는 것이다. 동독주재 북한대사관을 왕래하면서 이적활동을 했고, 일부는 평양을 방문해 밀봉교육을 받았다고 발표됐다. 몇몇 독일 유학생들이 북한 또는 동베를린을 구경하고 돌아온 것을 두고 북한의 배후 조종에 따른 어마어마한 간첩단인 것처럼 조작됐다는 게 의혹의 골자다. 당시에는 3선 개헌을 앞두고 총선에서 부정선거가 저질러졌다며 대학가 등에서는 부정선거 규탄시위가 끓어오르던 시기였다. 이런 점과의 연계성도 조사대상이 될 것 같다. 3. 인혁당·­민청학련 사건 1975년 4월8일 대법원이 도예종, 여정남 등 민청학련 사건 관련자 8명에 대해 사형을 확정한 이후 불과 20여시간 만인 4월 9일 오전 6시에 이들의 사형은 전격적으로 집행됐다. 이른바 ‘인혁당 재건위’ 사건으로 박정희 정권이 반 유신체제 운동을 탄압하기 위해 긴급조치 4호를 선포한 상황에서 저질러졌다.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국제법학자협회는 이날을 ‘사법사상 암흑의 날’로 규정하며 엄중하게 항의했다. 이 사건으로 구속된 253명 중 유인태 의원, 이철 전 의원 등 민청학련 관계자들에게 사형, 징역 15년∼무기징역 등 중형이 선고됐지만 국내외적인 압력에 못이긴 박정희 정권은 1975년 2월 대부분을 석방했다. 사건 진실규명의 핵심은 박정희 정권에 의한 용공 조작여부에 있다. 구타, 물고문, 전기고문 등 가혹행위를 통한 사건 조작, 군사법원 재판부의 공판조서 허위 작성 의혹 등도 진실규명이 필요한 대목들이다. 당시 중앙정보부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공안부 검사들마저도 피의자들의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며 기소장 서명을 거부하는 ‘항명파동’이 일어났고 그 중 3명은 사표를 던졌다. 4. 김대중 납치 사건 1973년 8월8일 일본 도쿄에서 당시 야당 지도자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납치된 사건. 신병 치료를 위해 일본에 체류중이던 김대중씨는 유신체제가 선포되자 국내로 들어오는 것을 포기하고 해외에서 반유신 활동을 벌였다. 사건 당일 도쿄에서 통일당 당수 양일동을 만나러 그랜드 팰리스 호텔에 간 김씨는 한국 정보기관원에 의해 납치됐다가 129시간 만에 서울 자택 부근에서 풀려났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지시여부가 가장 큰 쟁점이다. 미국이 이 사건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느냐도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또 배를 이용해 한국으로 데려오는 과정에서 김씨를 수장시키려 했다는 의혹도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5.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 실종사건 ‘청와대 근처 지하실에서 사살됐는지, 센강에 던져졌는지, 아니면….’1979년 10월 7일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이 프랑스 파리에서 실종된 사건이다. 김 전 부장은 1979년 10월 7일 파리 ‘르 그랑 세르클’ 카지노를 나선 이후 행방불명됐고 프랑스측이 함께 수사했음에도 아직까지 미제사건이다. 김 전 부장은 박정희 정권 역대 정보부장 중 최장수인 6년 3개월을 역임하는 등 정권의 핵심 인물이었으나 내부 권력 투쟁으로 밀려난 뒤 73년 미국 망명길에 올랐다. 이후 1977년 박동선 로비 사건을 조사중이던 미 의회의 프레이저 청문회 등에 나가고, 회고록을 집필하는 등 ‘반(反)박정희’ 행보를 계속했다. 6. 대한항공(KAL) 858기 사건 1987년 11월29일 승객 115명을 태우고 이라크 바그다드를 출발해 서울로 향하던 KAL 858기가 미얀마 상공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13대 대선 투표일을 불과 하루 앞둔 12월 15일 북한 특수공작원인 ‘폭파범 김현희’가 김포공항으로 압송돼 왔다. 대선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당시 정부는 북한의 지령을 받은 특수공작원 김현희, 김승일이 기내에 라디오 시한폭탄을 설치, 아부다비에서 내렸으며 김승일은 체포직전 자살했다는 내용의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7. 중부지역당 사건 1992년 10월 대선을 두 달 남짓 앞두고 터진 ‘초대형 간첩단 사건’. 중부지역당 총책으로 지목된 황인오씨가 구속되는 등 62명이 구속되고 300여명이 수배됐다. 단순한 남한내 조직이 아니라 북한 권력서열 22위라는 ‘남파 여간첩 이선실’이 등장했고 전국적으로 노동계, 학생, 단체 등에서 300여명의 조직원을 확보한 지하조직으로 발표됐다. 이는 최근 이철우 의원의 ‘간첩 논란’을 통해 다시 한 번 부각된 사건이지만 사건 연루자들은 “안기부의 고문에 의해 조작된 것”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어 고문, 사건 조작 여부 등이 풀어야할 부분들이다.
  • [이젠 사람입국이다] 4.지역이 주민을 살린다

    [이젠 사람입국이다] 4.지역이 주민을 살린다

    ■ 獨 ‘학습도시’ 예나 |예나(독일) 장택동특파원|독일의 작은 도시 예나에 있는 평생학습센터(volkshochschulen)의 한 강의실.40∼60대 남녀 8명이 서툰 영어로 교사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대화 주제는 직업.“주간근무자와 야간근무자가 교대로 일하는 근무형태를 뭐라고 하죠?”라고 교사가 묻자 카스치 클라우스(65)는 한참을 고민하다 “교대근무제(shift working)”라고 대답한다. 다른 ‘학생’들도 자신의 직업과 하고 싶은 일 등에 대해 영어로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왜 뒤늦게 영어 공부를 시작했느냐고 묻자 클라우스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일하고 있는 아들을 만나러 여행을 가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40대 여성은 “옛 동독 지역에는 영어를 잘 하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에 영어를 배워두면 직장을 구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나는 도시 전체가 학습네트워크로 연결돼 있는 ‘학습도시’(learning city) 가운데 하나다. 지난 2001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작성한 ‘새로운 학습경제에서의 도시와 지역’ 보고서에서도 모범 사례로 소개됐다. ●정부-자금, 기업-채용, 대학-교육 맡아 예나의 평생학습체계는 정부-기업-대학 등 3개의 축으로 구성돼 있다. 먼저 시에서는 평생학습센터를 운영하는데 정치, 문화, 건강, 언어, 직업, 학과교육 등 6개 코스가 있다. 일반인에게는 건강과 언어 코스의 인기가 높다. 학과교육은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청소년들에게 고졸 자격증을 주기 위한 과정이다. 예나시 평생학습센터에는 1000여개의 과목이 개설돼 있고, 예나시가 속해 있는 튀링겐주 전체로 보면 과목수가 1만개를 넘는다. 지난해 예나시 평생학습센터 운영자금은 91만유로. 이 가운데 67%는 주정부와 시에서 지원했고 33%는 학생들이 내는 수업료로 충당했다. 구드룬 루크 평생학습센터장은 “예나시민 11만명중 한 해에 1만명 이상이 이 곳에서 강의를 듣는다.”고 설명했다. 예나의 대표적 기업인 광학업체 예놉틱(Jenoptik)과 칼자이스(Carl Zeiss Jena)는 자사 직원들은 물론 협력관계에 있는 중소기업 직원들에게 실무 위주의 기술교육을 실시한다. 실업자들은 정부에서 운영하는 노동사무소나 예놉틱이 설립한 재단에서 취업에 필요한 훈련을 받는다. 두 기업은 이 지역 대졸자들과 직업훈련을 받은 실업자들을 대부분 채용함으로써 학습동기를 강화시키는 역할도 한다. 450년의 전통을 가진 프리드리히 실러 예나대학은 기업의 위탁을 받아 직원들에게 고급기술을 교육한다. 전통적으로 인문학이 강한 대학이지만 최근에는 과학·기술분야를 강화하고 있으며, 기업과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기술력 향상에 도움을 주고 있다. 예나의 평생학습체계는 긴 역사를 갖고 있다. 예나대학에서는 17세기부터 평생교육에 대한 연구가 이뤄졌다. 19세기에 물리학자인 에른스트 아베와 기업가 칼 자이스가 예나의 현대식 평생교육체계의 틀을 짰다. 이들은 재단을 설립, 직원들의 교육을 지원했고 시민교육의 요람 역할을 해온 ‘폴크스하우스’를 세웠다.1919년에는 시에서 평생교육센터를 설립했다. ●GDP 국가평균 39% ‘영세도시’ 탈출 나치 집권기와 동독 정권기간 동안 예나는 경제적인 침체기를 겪었고 평생교육의 발전도 정체됐다.1989년 독일 통일 당시 예나가 소속된 튀링겐주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독일 평균의 39%에 불과했다. 통독 이후 칼 자이스에서 1만 6000명의 노동자가 한꺼번에 해고되기도 했다. 하지만 90년대 이후 예나에는 200여개의 중소기업과 생명공학 기업들이 생겨나면서 6000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면서 경제회복을 이끌었다. 마그렛 프란즈 예나시 문화교육국장은 “현재 예나의 실업률은 독일 전체 평균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면서 “평생학습이 생활화돼 있는 예나는 교육수준이 높고 기술력을 가진 우수한 인재가 풍부하기 때문에 외부 투자를 많이 유치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taecks@seoul.co.kr ■ 英켄트주 지원체계 |켄트(영국) 장택동특파원|영국 남동부의 켄트주(州) 딜(Deal)에 위치한 토마토 재배·판매업체인 WS켄트. 온실에서는 50만 포기의 토마토 줄기가 곧게 자랄 수 있도록 지지대에 감아주는 작업이 한창이고, 공장에서는 직원들이 토마토를 상자에 차곡차곡 넣어서 포장하고 있었다. 점심시간이 되자 직원들은 하나 둘 휴게실을 찾는다. 이곳에서는 직업지원센터(JCP)의 위탁을 받은 상담원이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 회사는 120여명의 직원 가운데 40여명을 감원하기로 하고 해고예정자지원서비스(RSS)를 신청했다. 상담을 하러 온 직원 제인 히치콕(31·여)은 “나도 해고될 수 있기 때문에 이력서를 잘 쓰는 법 등 새로운 직장을 구하는 데 필요한 방법을 배우러 왔다.”면서 “실제로 얼마나 큰 도움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우리가 완전히 버림받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회사서 농기계 기술 교육비 대줘 네빌 애트우드(31)는 회사를 떠나게 됐다. 그는 3년 동안 인근 대학에서 전기기술을 배워 자격증을 땄고, 회사에서 학비 지원을 받아 농기계 분야 12개의 과목을 이수했다. 그는 “전기 쪽이든, 농기계 쪽이든 일자리를 구하는 데 걱정은 없다.”면서 “나이가 많은 사람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직원들이 늘 미래에 대비해 뭔가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켄트·햄프셔 등 7개 주를 아우르는 영국 남동부는 공업단지가 밀집된 지역으로 영국 국내총생산(GDP)의 16%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땅값과 인건비가 오르면서 많은 회사들이 동유럽이나 인도로 옮겨갔고 대량해고가 뒤따르고 있다. 특히 켄트주는 90% 이상의 기업이 직원 200명 미만의 소규모 제조업이어서 직원들은 해고 위기에 놓여도 별 지원을 받지 못했다.1999년 설립된 남동 잉글랜드 개발청(SEEDA)은 이같은 지역적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하고 있다. 먼저 SEEDA는 지난 2003년 10월부터 60만파운드를 투자,JCP와 공동으로 RSS를 운영하고 있다.SEEDA와 JCP는 모두 정부에서 출자한 기관이다.RSS는 해직이 되기 전 전문가가 해고 대상자를 찾아가 1:1 상담을 통해 새 직장을 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다. 개개인의 필요에 따라 면접 기법, 이력서 작성 요령 등 구직활동에 직접 필요한 부분을 알려주기도 하고 새로운 직장을 찾을 수 있도록 훈련·교육을 주선하기도 한다. 비용은 국가에서 지원한다. 지금까지 166개 기업의 직원 3571명이 RSS의 도움을 받았다. ●170명 해직… 9개월만에 80% 재취업 여객선 운영회사인 스테나라인은 대표적 RSS 성공 사례다. 이 회사는 지난해 3월 170여명이 근무하는 켄트주 애쉬포드의 지역본부를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스테나라인은 5월 RSS를 신청했고 모두 9차례에 걸쳐 RSS 상담이 이뤄졌다. 특히 50세 이상 고령자나 혼자 아이를 키우는 직원 등 구직이 어렵고 절실한 사람들을 집중 지원했다. 직원들을 바로 채용할 수 있도록 관심을 보이는 회사들을 초청하기도 했다. 그 결과 80%가 넘는 직원이 재취업에 성공했다. 이 회사는 지역본부 폐쇄를 결정한 뒤에도 직원들의 재취업을 위해 9개월 이상 운영을 계속하고 있다. 믹 앰브로세 고용담당부장은 “오래 근무한 직원일수록 재취업에 대한 준비가 안돼 있었다.”면서 “스스로를 냉철하게 분석하도록 한 뒤 장점을 찾아나갔다.”고 설명했다. SEEDA는 해고 대상자를 상대로 한 RSS 외에도 다양한 교육·훈련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취업에 필요한 기본기술 교육은 물론 메드웨이대학 등 지역 대학에 위탁해 전자·정보통신·생명공학 분야의 고급기술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정보통신 분야 집중교육(CC4G), 인터넷을 이용한 교육 등도 병행한다. 매튜 트레이스 SEEDA 교육훈련국 과장은 “주민들은 지속적인 학습을 통해 자신을 업그레이드하고 닥쳐올 위기와 기회에 대처할 수 있게 된다.”면서 “2012년까지 노동생산성과 취업률에서 이 지역을 세계 15위권 안에 들어가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taecks@seoul.co.kr
  • 獨 실업자 500만명 육박

    독일이 실업자 500만명 시대에 직면했다. 내수 부진과 유로화 강세로 인한 수출 부진으로 성장률이 둔화된 데다 주요 기업들의 대대적인 인원 정리로 실업률이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독일의 실업자 수는 448만명. 실업률은 10.8%로 지난 1997년 이후 가장 높다. 지난해에 비해 0.4%포인트 높아졌지만 올해는 더 가파르게 늘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 3대 은행인 도이체방크는 우선 몇달 내에 독일에서만 1920명을 감원하겠다고 발표했다. 합성세제 등을 생산하는 헨켈은 3000명을, 이동전화회사 디비텔은 전체 직원의 8∼9%를 감원하겠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도 5일 “더 낮아진 성장률과 기업들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맞물려 올해 독일은 실업자 500만명 시대를 맞게 될 지 모른다.”고 보도했다. 실업률이 전국적으론 10.8%이지만 일부 옛 동독지역은 평균 18.5%를 기록하고 있고 일부 지역은 노동자 4명 가운데 1명이 실업자 신세로 사회불안마저 야기하고 있다. 이석우기자 swlee@seoul.co.kr
  • 김한규·룽융투 한·중 전문가 대담

    김한규·룽융투 한·중 전문가 대담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후 지난 3년 동안에도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며 세계 경제지도를 바꿔 놓았다. 급부상하는 중국과 어떻게 상생의 보완적 경제협력관계를 지속시켜 나갈 수 있을까. 지난 7일부터 시작된 ‘한·중지도자 포럼’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룽융투(龍永圖) 버오 아시아포럼 대표와 김한규 21세기 한·중교류협회 회장의 대담을 통해 한·중 경제현안과 ‘동반상승’을 위한 방안을 진단했다. 룽 대표는 전 중국 상무부 부부장을 지낸 대표적인 대외통상 전문가로 1992년부터 10년 동안 WTO 가입 협상 대표를 지냈다. 룽융투 대표 11일로 중국의 WTO 가입이 3돌을 맞는다.3년 동안 국내총생산(GDP)은 25%, 교역액은 5000억달러에서 1조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2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시장이 조기 개방되면 자동차산업, 농업 등 일부 산업이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반대했던 가입 불가론자 설득도 쉽지 않았다. 결과적으론 산업 전반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이로 인해 시장개방이 확대되면서 한국 기업의 중국 진출 기회가 늘고 중국과 한국의 무역량이 급성장하는 계기도 됐다. 두 나라 무역액의 1000억달러 돌파도 2006년쯤이면 조기 달성이 가능하다. 모두 WTO 가입 덕이다. 김한규 회장 WTO 가입을 계기로 중국의 투자환경이 급속도로 개선되고 있다. 다만 워낙 국토가 넓다 보니 중앙과 지방, 각 지방 사이의 제도, 관행 등 투자환경 차이가 적지 않다.‘지방정부는 경제적 독립국가’란 말을 실감할 정도다. 법적·제도적 일관성과 투명성 확보가 꾸준히 확대돼야 한다. 무엇보다 한·중 양국이 상생의 상호보완적 발전의 길을 찾아야 한다. 공동연구·생산 및 시장공유의 원칙 아래 원자력·항공기 분야에서 양국이 시도했던 ‘협력의 제도화’가 좋은 예다. 룽 대표 동감이다.‘협력의 제도화’는 양국관계에서 필요하다. 교역량 급증, 보완적 분업구조의 확장 등 경제가 일체화되고 있다. 따라서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보다 전향적인 자세가 요구된다. 중국은 동북아 FTA 체결에 적극적이다. 하지만 농업문제를 비롯해 한·중·일 3국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현재는 논의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아세안자유무역지대(AFTA), 유럽연합(EU) 등 각 지역이 무관세 경제공동체로 묶여지고 있다. 세계적인 추세에 뒤지지 않으려면 하루빨리 동북아지역도 FTA를 체결해야 한다. 김 회장 세계적 조류인 지역주의 확산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는 점에선 룽 대표와 의견을 같이한다. 그러지 않으면 상대적으로 높은 무역·투자장벽에 부딪혀 앞으로 수출 및 해외투자가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동북아 3국은 전세계 GDP의 17.7%, 무역의 13.2%를 차지한다. 하지만 동북아 FTA 체결을 통한 역내 교역확대는 고통이 따르지 않을 수 없다.FTA를 언제까지 미룰 수도 없지만 체결을 서둘러서도 안 된다. 룽 대표 제가 대표(비서장)를 맡고 있는 버오 아시아포럼도 역내 교류 활성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동아시아 공동체의 기틀을 닦아 나가자는 취지에서 중국·필리핀·호주 등의 주도로 2001년에 만들어졌다. 아시아인의 목소리를 알리자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그동안 세계는 미국의 목소리만을 들을 수 있었다. 중국 하이난다오 버오에서 매년 열리는데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과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등 중국지도자는 물론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 밥 호크 전 호주 총리 등 세계 전·현직 지도자들이 대거 참석한다. 김회장 동북아 경협확대에서 걸림돌은 고립된 북한이다. 경협과 동북아 FTA 진전과정에서 북한 개방에 힘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한국∼북한∼중국을 연결하는 육로 물자수송로가 개통되면 3국간 교차무역과 투자가 더욱 활성화될 것이다. 유엔개발계획(UNDP) 주관 아래 한국·북한·중국·러시아 등이 추진해 온 두만강개발 사업도 다시 불을 지필 때다. 룽 대표 맞다. 동북아공동체 형성과 협력 심화를 위해선 북한을 동북아지역 공동체 일원으로 끌어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북한에 실질적인 이익을 줘야 한다. 북한은 우수한 인력과 풍부한 자원을 갖추고 있다. 동북아지역 공동체의 진전 차원에서 중국은 에너지·교통·중공업 등에서 북한과의 경협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지난달 UNDP 베이징 대표와 두만강 개발문제를 협의했는데 사업재개 의지가 확고했다. 북한·중국·러시아 국경이 만나는 두만강 지역에 도로·항만 등을 건설하고 투자 유치로 ‘동북아의 암스테르담’으로 만들어 나갈 수 있다. 김 회장 동북아 경협 확대는 역내 평화안정에 기여하고 중국 동북3성, 러시아 연해주 및 시베리아 발전까지 선도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동북아지역 경제공동체의 시너지 효과를 누리려면 먼저 핵 및 대규모 살상무기와 관련한 투명성을 확인하고 군사적 신뢰구축에 가시적인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 룽 대표 1985년부터 1년8개월 동안 평양의 UNDP 대표로 근무하며 체험한 것이지만 북한도 여러 차례 개혁·개방 실험을 하며 국제사회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북한이 국제사회로 나오도록 주변 국가들이 도와야 할 때다. 당시 한해 400명이 넘는 북한 관리들이 중국과 동독 등 유럽으로 ‘개혁개방 시찰’을 나가도록 돕고 준비했던 일이 기억에 남는다. 김 회장 중국은 적어도 몇년 동안은 고속성장을 지속할 것이다.2008년 베이징올림픽,2010년 상하이박람회, 두 행사만도 70조원 이상의 투자 수요가 예상된다. 서부개발, 동북3성 진흥계획을 추진중인 중국은 2020년까지 평균 7% 성장과 GDP 4배(2001년 기준) 확대를 장담하고 있다. 룽 대표 성장하는 중국은 주변 국가들에 기회다. 역내 교역의 잠재력이 충분히 현실화되지 못한 만큼 협력 여지는 많다. 기술력에 바탕을 둔 한국의 첨단제품은 세계시장과 상대적으로 발전한 중국 연해지역에서도 살아 남을 것이다. 반면 중·하위 기술 제품들은 낙후된 중국 중·서부지역으로 무대를 옮겨 판로를 개척할 수 있다. 김 회장 무역역조가 한·중 경협 쟁점의 하나로 지적되고 있지만 장기화되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의 빠른 성장으로 부품·플랜트 등의 분야에서 수입대체 효과가 확대되고 있다. 룽 대표 동감이다. 무역역조는 구조적인 문제고 무역관계의 발전속에서 해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지나치게 심각하게 볼 필요는 없다. 수출 구조 및 기술력 차이가 원인인 만큼 무역량 증가, 기술력 차이의 감소 등 몇년 안에 시정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 룽융투 버오아시아포럼 대표 ▲구이저우대학 영어과 졸업 ▲영국 런던경제대 국제경제학과 수료 ▲중국 상무부(전 대외경제무역부) 국제국 국장 ▲중국 상무부 차관보 ▲중국 상무부 부부장(차관) ▲WTO 가입 협상 수석대표 ● 김한규 21세기 한·중교류협회 ▲명지대 행정학과 졸업 ▲미국 캘리포니아대 국제행정학 석사 ▲러시아 국립사회과학원 정치학박사 ▲총무처장관 ▲13·14대 국회의원 ▲1988년 서울장애인올림픽조직위원회 부위원장 정리 이석우기자 swlee@seoul.co.kr
  • [씨줄날줄] 차우셰스쿠 비디오/이기동 논설위원

    루마니아의 독재자 니콜라에 차우셰스쿠 부부의 종말은 1989년 겨울 동유럽 변혁의 행진을 결국 비극으로 마감케 했다. 벨벳처럼 부드럽게 진행됐다고 ‘벨벳혁명’이라 불린 체코를 비롯해, 헝가리, 폴란드, 동독은 너무도 평화롭게 역사적인 변혁을 이루어냈다. 그것은 도심 광장들을 밝힌 촛불시위의 위력과 함께, 일반시민들이 만든 기적이었다. 하지만 그 가운데서 유독 동구의 최빈국 루마니아와 불가리아만은 예외였다. 35년간 불가리아를 통치한 토도르 지프코프는 그해 11월 반정부 시위에 굴복해 물러난 뒤, 간신히 목숨은 건졌지만 몇해 뒤 사망했다.20년 이상 일당독재를 이끈 차우셰스쿠는 반정부 시위대에 무차별 발포하며 버텼으나 결국 실각, 그해 성탄절 부부가 함께 총살형으로 생을 마감했다. 두 사람은 장기독재, 우상화, 부정부패, 공포정치 외에도 김일성가(家)와 특별한 친분을 유지한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특히 차우셰스쿠는 생전, 김일성의 통치 스타일을 루마니아에 이식시켜 철혈통치의 기반을 닦은 인물이다. 신앙에 가까운 지도자 숭배, 가부장적 권위주의, 공포심을 접목한 상징조작, 가족 독재, 폐쇄주의 통치술은 차우셰스쿠, 지프코프, 김일성 3인의 공동작품인 셈이다. 김정일이 차우셰스쿠 처형장면을 담은 비디오를 보며 측근들에게 “우리도 인민들의 손에 죽을 것”이라고 되뇌었다는 뉴스위크 보도는 그가 느꼈을 공포감이 어떠했는지 짐작케 한다. 측근들과 함께 처형 비디오를 보며, 그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는 점을 김정일은 수차 강조했다고 한다. 보도내용대로라면, 김정일이 차우셰스쿠정권과 북한정권의 유사성을 알고 있었다는 말이어서 흥미롭다. 하지만 이후 김정일은 차우셰스쿠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동유럽식 변혁이 아니라, 핵무기 개발과 미국에 대한 대결과 적대감을 극대화하는 길을 걸었다. 역사의 교훈과는 다른 방법을 택한 것이다. 미국의 보수학자들이 북한정권교체 필요성까지 제기하며 김정일정권의 초조감을 부채질하고 있다. 하지만 진정으로 두려워해야 할 것은 외부의 적이 아니라, 차우셰스쿠식 종말을 초래할지 모를 북한 내부의 움직임일 것이다. 북한 나름대로는 경제분야에서 일부 변화시도도 없지 않지만, 그 노력이 아직은 너무 미미하고 더디다. 북한지도부가 지금부터라도 역사의 교훈을 제대로 새겨 개방 개혁의 길을 걷도록 만드는 것이 우리의 책임일 것이다. 이기동 논설위원 yeekd@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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