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고온 고향」 이번엔 정말 가려나”
◎「12·13 남북합의서」 서명 하던날… 설레는 실향민/“혈육상봉 이뤄져야 통일도 가능/한맺힌 월남길,기쁨의 귀향길 됐으면”/「7·4성명」 시절의 실망없게 후속조치 잘 풀어야
『이제는 정말 고향가는 길이 열리려나보다』『꿈에도 못잊을 혈육들을 하루빨리 만나게 해주오』
남북한 정부대표들이 쌍방의 화해와 교류협력을 촉진하게 될 「합의서」에 정식서명하고 그 내용이 발표되던 13일 1천만 이산가족들은 벌써부터 고향으로 달려갈 꿈에 부풀었다.
40여년을 한결같이 두고 온 북녘땅의 가족들 생각에 시름이 가실날 없었던 실향민들이기에 남북간의 자유왕래며 통신교환등이 이뤄진다는 사실이야말로 기다리고 기다리던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이들은 저마다 『이제는 죽기전에 고향에 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넘치면서 남북한 당국이 이같은 사업을 보다 서둘러 그날이 하루빨리 다가오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아직도 「7·4남북공동성명」이 실향민들의 꿈을 한껏 부풀려놓고도 실제로는 별다른 실효를 거두지 못했던 일이 잊혀지지 않는듯 매우 신중한 자세를 보이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이들은 『이번에는 그때와 같은 실망을 주어서는 안될 것』이라면서 『남북한 당국이 보다 구체적인 후속작업을 벌여 실향민들의 한을 조속히 풀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산가족재회추진위◁
1천만 이산가족재회 추진위원회(위원장 조영식경희대총장)는 이날 합의내용 가운데 서신교환을 허용하는 방안이 들어있음을 확인하자 사무실에 보관하고 있던 이산가족들의 편지 5천여통을 되도록 빠른 시일안에 북한으로 보내기 위해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또 그동안 70세이상 노인들을 대상으로 판문점방문 행사를 가져오던 것을 보다 확대,우선 일부 지원자를 모아 북한방문 길에 오를 수 있도록 정부에 방북신청서를 내기로 했다.
지난 47년 평북 운산군 묵진읍에서 내려온 조영식위원장은 이날 「합의서」 서명에 대해 『남북한이 새로운 화해의 장을 연 것으로 진작 이같은 일이 있어야 했다』면서 『나와 같은 처지의 이산가족들끼리 모여 서로 아픔을 달래기 위해 그동안 「1천만 이산가족재회추진위원회」를 결성,일해왔는데 이젠 그 결실을 맺을 수 있게 됐다』고 반겼다.
그는 그러나 『이 역사적 서명의 의의가 실질적 통일의 길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더욱 진지하고 성실한 자세와 지혜가 필요하다』고 신중함을 잃지 않았다.
▷이북5도민회◁
이북 5도민회 중앙협의회는 이날 상오 직원들끼리 모여 앉아 TV를 지켜보면서 통일문제의 진행방향에 대해 얘기를 나누며 앞으로의 실천계획등을 논의했다.
지난 47년 황해도 장연에서 월남한 협의회사무국장 김성재씨(67)는 『총리회담이 4차에 이르기까지 국민의 기대에 못미쳐 또다시 실망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가슴이 아팠으나 극적으로 합의가 이루어져 기쁘다』면서 『지난 40여년동안 가슴속에 쌓여온 회한이 한꺼번에 씻겨나갈 정도로 획기적인 발전』이라고 말했다.
▷민족통일중앙협◁
민족통일중앙협의회는 이날 합의서 채택과 관련,오는 17일 하오2시 「남북고위급회담 성과설명회」를 열기로 하는등 활발한 활동계획을 세웠다.
이들은 앞으로 각종 설명회등을 통해 통일에 관한 시민들의의견을 수렴,정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월남인사들◁
6·25때 평양에서 내려온 이해창씨(65·실향민 호국운동중앙협의회 총무국장)는 『이제 죽기전에 고향에 갈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과 기대에 부풀어 간밤엔 잠을 이루지 못했다』면서 『그러나 남북이 합의서에 서명했다는 사실만으로 너무 흥분해서는 안되며 성의있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85년 9월 제1차 고향방문때 고향인 황해도 연백군 호남면 송야리에 살고있는 혈육을 만나보았던 이재운변호사(56)는 『아버님이 올해 78세이나 건강이 좋아 정정하실 것으로 보여 아버님을 뵐 생각에 고향 언덕이 눈에 선하다』면서 『구체적인 당국간의 작업이 하루빨리 추진돼 아버님과 다섯누이를 자유스럽게 만날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 45년 황해도 봉산에서 혈혈단신으로 내려온 김진철씨(57·상업·동대문구 청량리동)는 『이번 합의서 서명으로 남북통일의 물꼬가 트이는 것같아 기쁘다』면서 『이를 계기로 민족의 소원인 통일을 이루는데 정부와 국민이 합심,단결해 나가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