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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강 따라 걷고 보고 즐기고… 어머! 별그램 인증각이야 [서울펀! 동네힙!]

    한강 따라 걷고 보고 즐기고… 어머! 별그램 인증각이야 [서울펀! 동네힙!]

    신세계百 강남점서 디저트 한 입지하보도에 온 ‘피카소’와 만난 후해 지면 반포대교 분수 보며 감탄 “색상의 작은 변화만으로도 이곳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웃을 수 있습니다. 공간의 에너지와 인간의 에너지가 서로 연결되는 것입니다.”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 고속터미널역 G2 출구 앞에서 만난 유명 설치미술가 빠키(Vakki)는 현장에서 한창 준비 중이던 공공미술 전시 ‘기하학의 리듬’전에 대해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곳의 원래 이름은 반포 래미안 원베일리 상가 앞 ‘공개공지’, 말 그대로 이름도, 목적도 없어 지나가던 시민들이 관심도 두지 않았던 장소다. 최근 원베일리 재건축과 함께 조성된 고속터미널역~반포한강공원 지하 공공보행통로(지하보도)가 본격적으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유명 작가들이 참여해 텅 빈 공간에 새로운 색감을 입히며 그냥 걷는 거리가 아닌 예술을 보고 즐기는 공간으로 재탄생하고 있기 때문이다.디저트 성지엔 아침부터 오픈런 지난해 고투몰(고속터미널 지하상가)을 찾는 외국인이 100만여명에 이르는 등 국내 최대 복합생활문화공간으로 자리잡은 강남 서울고속터미널 일대를 더욱 ‘힙하게’ 바꾸고 있는 것은 지난 2월 개장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디저트 전문관 ‘스위트 파크’다. 같은 날 오전 찾은 스위트 파크는 개장 시간 전부터 줄을 선 오픈런 고객들로 이미 북적이고 있었다. 국내에서는 맛볼 수 없었던 해외 유명 디저트부터 국내 유명 빵집까지 40여개 브랜드가 입점한 스위트 파크는 지난 2월 개장 후 금세 입소문을 타고 서울의 ‘디저트 성지’로 떠올랐다. 신세계백화점이나 고속터미널에서 도보로 한강까지 가장 빠르게 갈 수 있는 방법은 고속터미널역~반포한강공원 지하보도다.스위트 파크에서 ‘디저트 성찬’을 음미한 뒤 더위를 피해 지하로 내려온 사람들로 북적이는 고투몰 인파를 뚫고 G2 출구로 나오면 지난 15일부터 열린 ‘기하학의 리듬’전이 시민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기하학의 리듬’은 정교한 기하학 패턴과 리듬이 특징인 빠키 작가의 작풍을 잘 보여 주는 전시로 알록달록한 색상의 작품들이 삭막했던 이 공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무엇보다 고투몰과 반포한강공원, 원베일리 간 3각 교차 지점인 공개공지가 앞으로 예술 갤러리로 재탄생할 것임을 알리는 상징성이 있다.반포에서 만나는 스페인의 정취 피카소 벽화는 스페인관광청이 스페인 방문국 대륙별 상위 국가 가운데 매년 한 개 나라를 선정하는 ‘피카소 도시 예술 벽화’ 사업에 따라 조성됐다. 피카소 벽화를 그린 작가는 ‘라론’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스페인 출신의 그라피티 아티스트 에두아르도 루케다. 피카소 벽화는 2021년 중국 상하이, 2022년 스위스 베른, 2023년 독일 뮌헨에 이어 4번째로 서초구에 조성됐다. 앞서 다른 도시의 벽화가 10m 폭에 그려졌던 것과 달리 서초구 벽화는 65m 거리에 조성돼 규모에서 차이가 있다. “65m 거리인데 그려 줄 수 있겠느냐”는 서초구의 부탁을 라론은 흔쾌히 수락했다고 한다. 라론이 서초 피카소 벽화에서 특별히 애정을 가진 곳은 한국의 전통 춤을 묘사한 그라피티다. 치마를 펼친 플라멩코 그라피티는 우리의 부채춤을 연상하게도 한다. ‘서울의 24시간’은 국내외 유명작가 24명이 각각 15m씩 맡아 서울시민의 하루를 재해석해 그린 벽화다. 24개 작품 가운데 시민들이 자주 사진을 찍는 ‘셀카 포인트’는 스프레이가 아닌 붓으로 그라피티를 그리는 것으로 유명한 프랑스 작가 보얀 젤레쇼프스키의 ‘수고한 우리의 새 자장가’라고 한다. 이처럼 피카소 벽화가 완성되며 기존 ‘서울의 24시간’ 벽화와 함께 425m의 벽화거리가 완성됐다. 공개공지까지 합하면 500m 거리다. 더불어 최근에는 벽화 주변에 ‘고터·세빛 관광안내센터’가 개관해 영어와 일본어, 중국어 등 외국어 서비스를 제공한다. 서초구는 ‘기하학의 리듬’ 등 전시와 연계해 ‘서초·한강 아트 투어’도 운영한다. 잠수교 ‘걸으며 즐기는 한강’ 아트갤러리로 탈바꿈한 고속터미널역~반포한강공원 지하보도의 재탄생이 중요한 이유는 서울시의 잠수교 보행화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잠수교를 서울 최초의 ‘차 없는 보행 전용 다리’로 만들기로 하고 지난 5월 디자인 공모까지 마친 상태다. 잠수교를 미술관으로 활용하고 패션쇼 런웨이, 결혼식 등의 이벤트까지 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것으로 2026년 4월 준공이 목표다.잠수교 보행화까지 마치면 고속터미널에서 백화점 쇼핑이나 디저트 시식을 한 뒤 지하보도를 따라 걸어서 반포한강공원으로 나와 반포대교 분수쇼를 즐기는 ‘서초에서의 완벽한 하루’가 완성된다. 더불어 지하보도에 ‘볼거리’만이 아닌 ‘코끼리 열차’ 같은 ‘타면서 즐길거리’가 생긴다면 시민들의 관심을 더욱 끌 것이다.
  • 여섯 번 멈춰 서서 바라보다… 울산에서 만난 ‘책의 집’ [박상준의 書行(서행)]

    여섯 번 멈춰 서서 바라보다… 울산에서 만난 ‘책의 집’ [박상준의 書行(서행)]

    도서관도 아니고 북카페도 아닌여름 그늘 같은 공간‘명상’ 담은 유니스트 지관서가군더더기 없는 책의 공간들뜬 마음 지그시 눌러평소라며 손이 안 갔을 그 책도자연스럽게 손에 들게 돼다락 같고, 또 마루 같은…고요히 머물 수 있는 창틀 방또 하나의 보물 같은 공간 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7월, 휴가의 시작이다. 휴가지에서 가까운 도서관에 꼭 들러 보길 권한다. 색다른 쉼과 여유를 느낄 수 있으리라 장담한다. 그래도 휴가 여행인데…! 좀더 여행다운 서행(書行)을 원한다? 그럼 울산을 추천한다. 맞다. 그 ‘공업도시 울산’이다. 울산에는 여섯 곳의 지관서가가 있다. 지관서가는 책을 중심에 둔 복합 인문 문화공간이고 곁에는 산책 삼을 만한 여행의 장소들이 이웃한다. 화려한 휴가는 아닐 테지만 덤덤히 나를 물어 소소한 낙 하나는 찾을 수 있다. 그러다 무언가 힐끗 눈에 띄었다면 그건 아마도 이내 마음속을 유유히 잠영하던, 그리웠던 나의 모습은 아닐는지. ●며칠만은 퍼펙트 데이즈 ‘그림자가 겹치는 순간 더 진해진다.’ 빔 벤더스 감독의 영화 ‘퍼펙트 데이즈’의 대사다. 요즘 이 작품이 잔잔하게 화제다. 내용은 특별하지 않다. 화장실을 청소하며 살아가는 히라야마(야쿠쇼 고지 분)의 하루하루다. 출퇴근길에 카세트테이프로 올드팝을 듣고, 자판기에서 캔 커피를 꺼내 마시고, 가끔 필름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고, 퇴근해서는 헌책방에서 산 소설을 읽으며 잠드는, 그저 일상의 작은 즐거움을 겹쳐 사는 나날. 그건 영화가 말하는 ‘퍼펙트 데이즈’일 텐데 수긍할 수밖에 없는 건 왜일까? 하지만 질문도 잠시, 영화를 볼 때는 격하게 공감하고 영화 밖으로 나오니 또 밀린 일을 해치우려 허덕인다. 어쨌든 ‘나중은 나중이고 지금은 지금’이다. 휴가는 그 ‘나중이 지금이 되는’ 시간이다. 영화의 주인공처럼 생을 통달하지는 못하겠어도 며칠 정도는 그리 살아 보고 싶다. 살 수 있지 않을까? 조금 더 느리게 조금 더 사소하게, 작은 즐거움에 충실하며 생활 뒤편으로 미뤄 뒀던 행복을 찾아보는 거다. 울산의 지관서가를 휴가지로 추천하는 건, 하나의 도시에서 아담한 책 공간을 옮겨 다니며 적어도 그런 삶의 며칠을 흉내 내 살아 볼 수는 있을 것 같아서다.●지관(止觀), 멈춰 서서 바라봄 첫 출발은 유니스트(UNIST·울산과학기술원) 지관서가가 좋겠다. 유니스트는 울산역 가까운 울산 서쪽에 있으며 지관서가는 캠퍼스 내 학술정보관 1층에 있다. 가막못의 가장자리다. 지관서가는 딱히 정의 내리기가 쉽지 않다. 사서가 없고 대출이 불가하니 도서관이랄 수 없고, 카페가 있지만 반드시 음료를 마셔야 책을 볼 수 있는 건 아니니 북카페랄 수도 없는, 그러나 도서관이기도 북카페이기도 한, 경계 없고 강요되지 않는 여름 그늘 같은 책의 집이다. 또한 각각의 지관서가는 모든 장소마다의 인생 테마를 중심으로 책을 큐레이션한다.유니스트 지관서가의 테마는 명상(Meditation)이다. 공간의 배치도, 서가의 구성도, 조명과 음악도 이를 고려했다. 벽지는 한지를 이용해 차분함을 더한다. 첫걸음부터 검은 벽과 나무 벽 사이 통로가 들뜬 마음을 지그시 눌러 맞는다. 내면으로 스미는 전이의 공간인 셈이다. 너머가 보이지 않아 그저 차분하게 걸음을 떼지만 곧 눈앞의 장면에 넋을 잃고 만다. 온전히 안으로 들어서자 정면을 꽉 채운 파노라마의 너른 창과 꽉 찬 초록의 자연이다. 대청을 연상케 하는 거대한 박스 형태의 좌식 마루 또한 탄성을 자아낸다. 그 새로 뿌리 내린 무뚝뚝한 콘크리트 원기둥과 바위 모양의 쿠션 의자마저 사색적이고 명상적이다. 우선은 멈춰 서서 창밖의 초록이 몸과 마음에 차곡차곡 쌓여 번지기를 기다린다. 누구인들 그러지 않을까. 이를 말로 풀면 지관(止觀)이겠다. 멈추어 서서 바라보다. 바로 서서 너르게 바라보다. 그러고 보니 사방으로 책 한 권 보이지 않는다. 마룻바닥 위의 의자와 탁자 외에는 그 흔한 소품 하나 없다. 창밖으로 보이는 나무가 전부다. 책의 공간이 스스로부터 군더더기 없이 비워 낸 상태다. 책은 채움일 텐데 먼저 비우라는 말일까? 그게 명상이겠지. 면벽 수행하듯 앉아 바닥까지 비워 낸 후에야 서서히 움직여 공간을 살핀다. ●방학 맞은 지금이 최적의 비움 유니스트 지관서가는 색으로 구분된다. 책들은 입구 통로 검은 벽의 안쪽 세모난 자리에 숨어 있다. 넉넉하게 비워 낸 주 공간에 비해 작은 서가다. 장서의 수로 압도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책들은 고심 끝에 놓였다는 걸 알겠다. 명상이라는 인생 테마 아래 집중, 비움, 드러남, 침묵 등의 주제로 서가를 구성했는데 신간부터 스테디셀러까지 다채롭다.책 곁에는 각 주제와 짝을 이룰 만한 명상음악을 큐알(QR) 코드로 제안한다. 음악 명상그룹 ‘케렌시아’가 유니스트 지관서가를 위해 제작한 음악이다. 내레이션 가이드가 있어 초보자도 명상할 수 있다(음악만 나오는 버전도 있다). 원하는 이들에게는 헤드폰을 대여한다. 그 가운데 ‘산책’이란 곡은 지관서가를 나서 가막못을 걸으며 들어도 좋겠다. 내가 내 삶을 보듬는 시간, 카세트테이프는 아니지만 이 또한 ‘퍼펙트 데이즈’다. 초록 위에, 종이책 위에, 산책의 발걸음 같은 음악이 차곡차곡 쌓여 겹친다. 마침 캠퍼스는 여름방학이어서 한적하다. 개학하면 좀더 북적댈 것이고 지관서가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그러니 지금이 유니스트 지관서가가 가진 명상과 사색의 분위기를 한껏 누려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주 공간으로 돌아 나오기 전 책 한 권을 고른다. 김지현 종교학자가 추천하는 명사 추천 서가에서 ‘선시’(석지현, 현암사)를 집어 든다. 평소라면 좀체 손이 가지 않았을 책이다. 이곳이 명상을 인생 테마로 한 곳이라 자연스럽고 그럴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리를 잡기 전 음료 한 잔을 주문한다. 카페는 발달장애인들의 사회·경제적 자립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한 비영리 법인에서 운영한다. 서가처럼 통로 옆 세모난 영역에 위치하는데, 카페의 작업 음이 명상이나 독서를 방해하지 않기 위한 배치겠다. 서로의 속도에 맞춰 커피 한 잔을 받아 든 후 창틀방에 앉는다.창틀방은 또 하나의 보물 같은 공간이다. 측면과 후면의 작은 창틀들을 작은 방으로 꾸렸다. 고요히 머물 수 있는 다락방 같고 바깥의 야외를 바라보니 또 누마루 같은 자리다. 사람이 많을 때는 블라인드를 내려 단절하고 독립할 수 있다. 내가 나에게 조금 더 침전할 수 있는 공간이다. 창틀에 기대 책과 음악 그리고 창밖의 녹음을 동무 삼아 한가로움을 누린다. 잠시 후 책을 돌려놓으려 다시 찾은 서가에서 원고지와 몇몇 글귀를 발견한다. 책을 읽고 담아가고픈 구절을 직접 손 글씨로 써 보라는 지관서가의 제안 ‘필수적 필사’다. 곁에는 오늘의 나를 닮은 어제의 나들이 남긴 몇 장의 필사가 있다. 아이나 어른 모두가 비슷한 마음, 그 가운데 지난봄 누군가 적어 둔 ‘여든다섯 살의 봄’이라는 제목의 글귀에 코끝이 찡하다.‘지금껏 이렇게 봄을 사랑한 적은 없었어.’ 처음에는 ‘여든다섯 살의 봄’이 제목인 줄 알았다. 스마트폰을 열어 검색해 보니 아드리앵 파를랑주의 그림책 ‘봄은 또 오고’(이혜경 번역, 봄볕)의 한 구절이었다. ‘태어나서 두 살까지는 아무 기억이 없어’로 시작하는 책은 ‘지금껏 이렇게 봄을 사랑한 적은 없었어’로 끝이 난다. 그림책은 장마다 조금씩 다른 홈이나 창을 뚫어 두었는데, 책장을 넘길 때마다 그 부분이 사라지거나 겹치며 여든다섯 살 인생의 감동을 전한다. 책을 덮고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살면서 몇 번의 봄을 더 맞이할 수 있을까? 그리고 어느 봄의 사랑을 이처럼 고백할 수 있을까? 유니스트 지관서가를 나오기 전, 창밖의 초록이 보이는 자리에 앉아 파를랑주의 책을 빌려 적는다. ‘지금껏 이렇게 여름을 사랑한 적은 없었어.’ 다짐이 삶이 되기를. 어디에 있든, 그곳이 도서관이 아니라 해도 당신의 여름 또한 내일의 힘이 되기를 바란다. ●그윽한 숲속 책의 산장 울산에는 여섯 곳의 지관서가가 있다. 대공원 숲속에, 호숫가에 또는 캠퍼스 안과 미술관 옆 그리고 바다가 보이는 포구 앞이다. 커피 한 잔을 곁에 두고 책을 읽다 자연을 거닐고, 그러다 지루하면 또 다른 서가를 찾아 버스를 타고 나서는 하루. 반바지에 슬리퍼 차림으로 출근 시간 따위는 말끔히 잊고! 여름휴가 며칠 정도는 일하지 않는 히라야마로, ‘고모레비’(나무 사이로 비치는 햇살을 뜻하는 일본말)를 누리며 살아도 되지 않을까?가장 먼저 들어선 지관서가는 울산대공원이다. 어린이숲속공작실과 공공기관 회의장으로 쓰이던 그린하우스를 리모델링했다. 울산 시민의 일상 숲에 책의 집이 들어선 셈이다. 숲 안에 나무로 지은 박공지붕의 집은 길가에서 살짝 비켜 선 자리라 무척 아늑하다. 내부는 기존의 천장을 제거하고 층높이를 높여 서가로 단장했다. 삼각형 목조 지붕이 고스란하고 짙은 나무색과 창밖의 초록이 묵직하게 다가선다. 마치 성전에 들어와 있는 양하다. 그에 걸맞게 이곳 서가의 테마는 ‘관계’다. 나와 타인 그리고 세상의 관계를 묻는 책들이 반긴다. 또한 야외 테라스는 안과 다른 밖의 고요가 깃든다. 비탈과 접한 데크라 숲의 기운이 한층 우렁차다.●호수와 바다가 보이는 서가 울산대공원 지관서가가 숲이 빼어나다면 박상진호수공원 지관서가는 호수를 자랑 삼는다. 먼저 ‘박상진’이라는 이름이 궁금할 텐데 울산 지역의 독립운동가 고헌 박상진 의사에서 기인한다. 1층은 필로티와 야외 바를 둬 호수 풍경을 장벽 없이 만끽하도록 했다. 2층의 서가는 영감(inspiration) 테마의 책들을 구비했다. 역시 호수 쪽 창가는 바 테이블이다. 책장을 넘기는 시간만큼 물멍의 시간이 길다.숲과 호수의 시간은 바다에서 잇댄다. 장생포 지관서가는 장생포문화창고 내에 있다. 30년 가까이 어류 보관용 냉동 창고로 쓰이다 방치된 공간은 폐산업시설 문화재생 공모사업으로 변신했다. 1~5층까지는 미디어아트전시관, 기념관 등의 문화 공간이고 지관서가는 6층이다. 바다 쪽은 벽 전체를 유리창으로 구성했다. 파도가 넘실대는 장대한 바다는 아니고 육지 쪽 울산 산업단지로 흘러드는 물길이다. 그래서 더 의미 있다. 거대한 컨테이너 선박과 공장 굴뚝은 공업도시 울산의 역사를 상기하게 한다. 서가는 일부러 높이를 낮추고 네모난 형식으로 구성했다. 덕분에 실내 어디에서나 창 쪽 바다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장생포 지관서가는 하루의 해가 질 때쯤 찾아가길 권한다. 내륙으로 스미는 바닷길과 울산 산업단지가 붉게 물든다. 해 진 후에는 하나둘 밤의 불빛이 켜지는 걸 기다려 좀더 감상해도 좋다. 장생포고래박물관까지는 약 1.5㎞다. 해변의 산책로를 따라 다녀옴 직하다.●건축가가 지은 책집의 자화상 예술을 좋아하는 이들은 울산시립미술관 지관서가가 제격이다. 울산시립미술관은 공공미술관 최초로 실감 미디어아트 전용관(XR)을 갖췄다. 아름다움을 테마로 하는 울산시립미술관 지관서가는 1층은 미술관 입구에 해당한다. 2층은 잔디 마당을 사이에 두고 미술관과 마주한다. 미술관 외벽을 장식한 프랑스 작가 제이알(JR)의 ‘우리가 영웅이다’가 눈에 들어온다. 평범한 울산 시민 250여명의 상반신을 촬영한 작품이다. 선암호수공원 지관서가는 ‘나이 듦’을 인생 테마로 한다. 선암호수공원 인근의 노인복지관 1~2층에 위치한다. 그런 까닭에 창밖으로 보이는 사계절의 변화마저 남다르다. 책을 앞에 두고 자연의 나이 듦을 읽는 듯하다. 지관서가는 SK의 사회공헌사업이다. SK가 재원을 대고 지자체가 공간을, 재단법인 플라톤아카데미가 기획을 담당한다. 서울대 인문확산지원센터 등 전문가들이 북큐레이션에 참여해 서가의 구성이 알차다. 공간은 대부분 이소진 건축가와 건축사무소 리옹에서 디자인했다. 윤동주 시인의 ‘자화상’을 스토리텔링한 윤동주문학관과 삼청공원 숲속도서관, 천왕 산책 쉼터, 배봉산 숲속도서관 등 서울의 사랑받는 동네 도서관이 이들의 솜씨다. 자연에 몸을 기댄 건물은 그 지형의 일부처럼 스미는데 울산의 지관서가들 또한 다르지 않다. 신축이 아닌 기존 유휴 공간에 녹여 냈다. 여행의 잠잠한 쉼터로 이만한 데가 없다. 지관서가는 인문학 강좌도 자주 열린다. 그러니 계곡에 발 담그듯 책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대 보는 건 어떨까? 베케이션을 너머 울산 북케이션(Bookation)이다. 유니스트 지관서가 오전 9시~오후 8시, 연중무휴 누리집 www.jigwanseoga.org/115
  • 남편 따라 항일운동 투신한 중국인… ‘한국인’ 이숙진으로 잠들다 [대한외국인]

    남편 따라 항일운동 투신한 중국인… ‘한국인’ 이숙진으로 잠들다 [대한외국인]

    광복군 창설 앞장선 조성환과 결혼中 현지서 임정요인 돕는 핵심 역할해방 후 국내선 분단·전쟁 홀로 겪어사후 60년… 외국인 첫 효창공원 안장 서울 도봉구 방학동에서 도봉산 중턱으로 산길을 올라가면 혜화동성당에서 신자들을 위해 조성한 방학동 묘원이 나온다. 몇 번이고 헤매다 오솔길을 따라가다 보면 주의 깊게 봐야 눈에 들어오는 조그만 무덤이 있다. 지난 4월 묘원에서 만난 조주현(70)씨는 할머니를 제대로 모시지 못해 마음에 걸린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할머니 이름은 이숙진. 리수전(李淑珍)이라는 중국인으로 1900년 베이징에서 태어나 독립운동가로 한국광복군 창설에 크게 기여한 청사 조성환(1875~1948) 선생과 결혼했다. 조성환은 대한제국 육군무관학교 출신으로 1907년 안창호·양기탁·이동녕 등과 비밀결사인 신민회를 조직해 항일구국운동에 투신했다. 그는 1909년 중국으로 망명해 만주에서 무장투쟁에 참여하고 광복군 양성을 위해 애쓰는 등 해방까지 줄곧 독립운동에 매진했다. 조씨에 따르면 이숙진은 조성환의 비서로 중국어를 가르치며 인연을 맺었다. 외출할 땐 체포에 대비해 부부 행세를 했고, 이숙진이 권총을 몸에 지녔다고 한다.중화민국 주한국대사관에서 발급한 신원증명서에는 두 사람이 1921년 10월 25일 결혼한 것으로 나온다. 이숙진도 임시정부에서 활동했다. 1939년 중국 치장에서 한국국민당 당원으로 활동했고 1940년 6월 충칭에서 한국혁명여성동맹 창립에 참여했다. 정정화·김병인·이헌경 등이 함께한 한국혁명여성동맹은 독립운동가들의 항일운동 지원, 독립운동가 자녀 보육과 교육에 힘썼다. 황선익 국민대 한국역사학과 교수는 18일 “한국인들이 중국에서 독립운동하기가 매우 어려워 현지에서 도와주는 인물이 꼭 필요했을 텐데 이숙진 선생이 그 핵심 역할을 했을 것”이라며 “두 분이 따로 기록을 남기지 않아 구체적인 업적을 확인하지 못하는 게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해방 후 국내로 돌아온 조성환은 한국독립당이 주도한 여러 활동에 참여하다가 1948년 10월 7일 사망해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 대한민국임시정부 요인 묘역에 묻혔다. 남편을 따라 한국으로 건너온 이숙진은 분단과 전쟁을 홀로 겪으며 지내다 1964년 세상을 떠났다. 2017년 독립운동 공로를 인정받아 국가유공자(애족장)로 인정받았다. 독립유공자 공훈록에는 “임시정부 이동 시기에 임정 요인들과 함께 갖은 고초를 겪으며 독립운동의 명맥을 유지해 나갔다”고 적혀 있다. 조씨는 이숙진의 양손녀다. 후사를 보기 위해 조성환이 양자로 들인 조카 조규택의 첫째 딸이다. 조씨는 초등학교 3학년까지 이숙진과 한방에서 살아 추억이 많다. 이숙진은 엄항섭이나 조소앙, 안재홍 같은 임시정부 인사의 부인들과 친했다고 한다. 조씨는 “그분들이 나를 예뻐해서 먹을 것도 주고 용돈도 주곤 했다”고 기억했다. 또 “동네 사람들이 우리 집을 ‘중국 할머니네 집’이라고 불렀는데 나는 어린 마음에 ‘왜 중국 할머니냐, 한국 할머니’라고 소리치곤 했다”고 회상했다.조씨 부부는 오는 9월 말 이숙진의 묘를 남편 곁으로 옮긴다. 최근 국가보훈부와 국가유산청, 도봉구청으로부터 관련 허가를 받았다. 효창공원에 안장되는 첫 외국인이다. 이숙진의 손녀사위인 권영복(75)씨는 “이제라도 청사 선생과 함께 모실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 종로구, 공공배달앱 ‘땡겨요’로 골목 사장님 돕는다

    종로구, 공공배달앱 ‘땡겨요’로 골목 사장님 돕는다

    서울 종로구가 민간 배달앱의 높은 중개수수료, 외식 물가 상승에 따른 소비위축으로 신음하는 소상공인을 위해 공공배달 애플리케이션 ‘땡겨요’ 운영에 함께한다고 18일 밝혔다. 구는 전날 신한은행과 종로형 공공배달앱 ‘땡겨요’ 업무협약을 맺고 소상공인 지원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너도 살고 나도 사는 우리동네 배달앱’을 지향하는 땡겨요는 낮은 중개수수료, 빠른 정산, 이용 금액 적립 등을 통해 고객-가맹점-라이더의 상생을 뒷받침한다.이에따라 종로구는 종로형 공공배달앱 가맹점과 소비자 확보를 위해 내달부터 12월까지 5개월 동안 ‘종로땡겨요상품권’(배달앱 전용 지역사랑상품권)을 발행하기로 했다. 상품권은 매월 1일(토요일 또는 공휴일의 경우 다음 영업일) 서울Pay+에서 15% 할인된 금액으로 구매할 수 있다. 아울러 신한은행은 관내 소상공인을 위해 배달 중개수수료 2% 적용, 가맹점 자체 쿠폰을 발행하는 사장님지원금, 종로구 맞춤 특화서비스 발굴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다. 정문헌 종로구청장은 “배달앱 중개수수료 인상에 따른 소비자와 자영업자의 부담을 덜어주고자 이번에 신한은행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게 됐다”라며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을 돕고, 민생경제 위기를 타개하는 실효성 있는 정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 “동네에서 소외된 이웃 챙겨요” 길음2동 자원봉사 캠프

    “동네에서 소외된 이웃 챙겨요” 길음2동 자원봉사 캠프

    서울 성북구가 동 단위 단체와 활동가를 중심으로 우리 주변 소외된 이웃 챙기기에 나섰다고 18일 밝혔다. 길음2동 자원봉사캠프는 지난 16일 자원봉사자와 독거 어르신이 함께 ‘다육식물 화분만들기’ 특화프로그램에서 고립 위험이 있는 홀몸 어르신에게 정서적 지지와 여가시간을 제공했다. 2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한 세대가 모여 어르신들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12일에는 고추장 만들기 체험 행사를 진행했다. 길음2동 주민자치회 사업 중 하나인 이번 활동은 생활발효지도사를 초청해 주민자치회 회원들이 직접 고추장을 담가 취약계층 60가구에 전달하는 사업이다. 특히 이번 사업은 신청접수 이틀 만에 참여자 모집이 마감되는 등 취약계층 대상 나눔사업에 대한 자발적 참여율이 높아지고 있다. 김현숙 길음2동장은 “주민들이 함께 소통하고 마을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을 발굴, 추진중”이라며 “2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한 세대가 함께한 화분만들기 활동과 고추장 만들기 행사로 어르신에게 웃음과 행복을 드릴 수 있어서 뜻깊은 시간”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승로 성북구청장은 “소외된 이웃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정서적 지지”라며 “앞으로도 동단위 단체 및 자원봉사 활동가를 통해 앞으로도 어려운 이웃과 함께할 수 있는 행사를 더 많이 준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 금천구, 여름철 필수품 냉감이불 돌봄SOS 이용자에 지원

    금천구, 여름철 필수품 냉감이불 돌봄SOS 이용자에 지원

    서울 금천구는 금천 동네방네 돌봄SOS서비스(이하 돌봄SOS)를 받고 있는 취약계층 90명에게 냉감이불을 지원한다고 18일 밝혔다.금천구 관계자는 “무더위와 장마로 힘겨운 여름을 보내는 취약계층에게 조금이나마 더위를 이겨내는데 도움을 주고자 냉감이불을 지원한다”며 “돌봄SOS 이용자 중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수급자 및 차상위계층, 저소득 등록장애인, 한부모가족지원법에 따른 한부모가족 등 90명이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돌봄SOS는 갑작스러운 질병이나 사고, 수술 후 퇴원 또는 수발자의 부재 등으로 긴급한 돌봄이 필요한 주민에게 ▲일시재가 ▲단기시설 ▲동행지원 ▲식사배달 ▲주거편의(청소, 방역, 수리보수, 세탁)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대상은 만 50세 이상 중장년, 어르신, 6세 이상 장애인이며, 가구 중위소득 100% 이하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유성훈 금천구청장은 “앞으로도 돌봄SOS를 통해 긴급하고 일시적인 돌봄이 필요한 구민에게 신속한 돌봄서비스를 제공하겠다”라고 말했다.
  • 이경숙 서울시의원, 도봉구 경원선 지상철도 구간 국토부 1차 선도사업에 선정 요구

    이경숙 서울시의원, 도봉구 경원선 지상철도 구간 국토부 1차 선도사업에 선정 요구

    이경숙 서울시의원(국민의힘·도봉1)은 지난달 28일 열린 ‘서울시의회 지상철도 지하화 실현을 위한 특별위원회’ 회의에서 도봉구 경원선 지상철도 구간이 1차 선도사업에 선정될 수 있도록 서울시에 철저한 준비를 요구했다. 이 의원은 “현재 물망에 오른 대상 노선만 전국 20개 552km에 달하는 등 16개 광역 지방자치단체가 선도사업 선정을 위한 경쟁에 막 올랐다”며 “각 지자체가 실무추진단을 구성하고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시도 내실있는 구상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는 10월 서울시는 국토교통부에 1차 선도사업 선정구간을 제출할 예정이다. 선도사업에 선정되면 내년 초부터 기본계획을 수립할 수 있어 사업 일정을 크게 앞당길 수 있다. 서울시가 제출한 업무보고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는 선제적 기본구상 수립과정에서 기술 검토 및 의견수렴을 통해 대상 노선을 선정할 방침이다. 서울 지상구간에 해당되는 6개 노선을 전부 제출할 계획이냐고 묻는 이 의원의 질의에 조남준 도시공간본부장은 미정이라 답변했다. 이 의원은 “현재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기본구상 수립 용역은 내년 10일 7일에서야 결과가 나오는 만큼 선도사업 선정 과정은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진행돼야 한다”며 “결국 관건은 사업성에 있어 서울시가 상부 개발 계획을 어떻게 구상하느냐에 따라 달렸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도봉 주민들은 지상철도로 인해 생할권이 동서로 양분되고 옆 동네를 가려면 굴다리로 건너야 할 뿐 아니라 시설물도 매우 노후됐다”라며 “창동·상계 신경제중심지 복합개발이 추진되고 있는 만큼 도봉구 경원선 지상철도 구간이 국토부 1차 선도사업에 선정되어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도봉구에는 1호선 녹천역~도봉산역 구간과 4호선 수유-노원역 구간이 지상철도로 운행되고 있다. 해당 구간은 창동민자역사, 창동복합환승센터, 서울아레나 등 굵직한 정비 사업들이 연계되어 있어 서울 동북권 지역의 새로운 산업 거점으로 떠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큰 지역이다. 이 의원은 “많은 이해관계 조정이 필요한 만큼 서울시의원으로서 마중물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서울시는 선제적으로 지상부 활용계획을 마련하고 도봉구 경원선 지상철도 구간을 1차 선도사업에 포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민생 꼼꼼히 챙기는 삼척시…22일 ‘시장과 동네한바퀴’

    민생 꼼꼼히 챙기는 삼척시…22일 ‘시장과 동네한바퀴’

    강원 삼척시는 박상수 시장이 오는 22일 하장면에서 민생탐방인 ‘시장과 함께하는 동네한바퀴’를 연다고 18일 밝혔다. 이 자리에서 박 시장은 주민들과 격의 없이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며 소통한다. 주민들이 제기한 불편, 건의사항은 시정에 반영된다. 동네한바퀴는 시민과 소통을 강조하는 박 시장이 지난 2022년 7월 취임 직후 신설한 제도로 기존 민생탐방과 달리 형식과 격식을 갖추지 않아 호응을 얻고 있다. 또 동네한바퀴이 열리는 곳도 전통시장, 상가, 경로당, 복지시설, 관광지, 파출소, 금융기관 등으로 다양해 여러 계층의 목소리를 청취한다. 박 시장은 “동네한바퀴가 아니더라도 틈나는 대로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시민들을 찾아 만나고 있다”며 “시민들과 소통하면서 민생을 살피고, 지역 현안을 푸는 아이디어도 얻고 있다”고 말했다.
  • [씨줄날줄] 힐빌리의 개천용

    [씨줄날줄] 힐빌리의 개천용

    ‘힐빌리의 노래’(원제 Hillbilly Elegy)가 국내 출간된 것은 2017년. 수능 절대평가 확대 방안에 갑론을박이 뜨겁던 때였다. 문재인 정부가 대선 공약인 수능 절대평가를 추진하고 나서자 여론의 반대가 극심했다. 학생부종합전형의 부작용이 안 그래도 심각했던 터. 절대평가 도입으로 경제력 있는 학부모의 ‘입시 기획력’이 더 커진다는 우려였다. “개천의 용이 씨가 마를 것”이라는 여론에 결국 정부는 계획을 접었다. 이때 우리 서점가에 날아왔던 미국 베스트셀러가 ‘힐빌리의 노래’였다. 한마디로 미국판 ‘개천용’ 이야기. 겨우 서른두 살인 저자의 성공담은 입지전 자체였다. 폭력과 가난에 찌든 백인 하층(힐빌리) 청년이 최고 명문 예일대 로스쿨을 나와 실리콘밸리의 성공한 사업가로 서기까지의 회고담. “운 좋으면 수급자 신세를 면하고 운 나쁘면 헤로인 과다복용으로 죽는 동네.” 저자인 J D 밴스는 용이 날 수 없는 쇠락한 고향(오하이오 미들타운)을 적나라한 표현으로 고발했다. 단숨에 책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이래저래 우리 상황과 묘하게 오버랩됐다. 서민의 법조인 진출 창구를 사실상 봉쇄한 로스쿨이 음서제 논란에 휩싸인 시점이기도 했다. 무명의 저자가 7년 뒤 미국 부통령 후보가 될 ‘잠룡’일 줄 상상한 독자는 그때 아무도 없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선 후보의 러닝메이트가 된 밴스는 원래 트럼프 반대론자였다. 트럼프를 “히틀러”, “해로운(noxious) 인물”이라 맹공하기도 했다. 베스트셀러 저자로 유명세를 탄 뒤 정계 진출을 꿈꾸며 자세를 바꿨다. 트럼프를 미국 하층민의 고통을 이해하는 지도자로 호평하며 지지자로 돌아섰다. 책 한 권으로 인생을 다시 쓴 청년 정치인(초선 상원의원). 그저 ‘리틀 트럼프’를 예감하고 말기에는 밴스가 그려 낸 서사의 감상 포인트가 크고 무겁다. 무엇보다 미국은 아직도 실개천에서 용이 나오는 나라다. 부럽기만 한 사회적 메타포의 씨앗이 우리에게는 과연 남아 있을까. 황수정 수석논설위원
  • 피서는 종로…동네 워터파크 가볼까[현장 행정]

    피서는 종로…동네 워터파크 가볼까[현장 행정]

    소공원에 터널분수 등 설치새달까지 전액 무료로 운영“방학 맞아 물놀이 공간 조성” “어린이 여러분, 동네 물놀이장에서 더운 여름 신나게 놀고 튼튼하게 자라세요.” 서울 도심 율곡터널과 이화사거리 사이에 여름방학을 맞은 어린이들이 더위를 식힐 수 있는 ‘연지물놀이터’가 문을 열었다. 빌딩 숲 사이 소공원에 터널분수, 워터터널 등을 설치해 여느 워터파크 부럽지 않다. 먼 곳까지 이동하지 않아도 집 앞에서 즐길 수 있는 물놀이터다. 정문헌 종로구청장은 지난 15일 효제초등학교, 명륜어린이집 학생과 함께한 개장식에서 “어린이 여러분이 슬기롭게 씩씩하게 커갈 수 있도록 동네 물놀이장을 만들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슬리퍼를 신고 반바지를 준비한 정 구청장은 이날 아이들과 함께 물총을 들고 놀이기구에서 물놀이도 했다. 알록달록한 수영복 차림의 아이들은 10분에 한 번씩 쏟아지는 워터버킷의 폭포수를 향해 환호성을 지르며 몰려들었다. 쨍쨍 내리쬐는 여름 햇볕 아래 물총 놀이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정 구청장과 종로구의회 의원, 아이들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두 시원한 물줄기에 젖었다. 연지물놀이터는 종로구의 첫 어린이 물놀이장이다. 워터슬라이드과 버킷이 있는 물놀이조합대, 터널 분수 등이 설치됐다. 물놀이를 마친 어린이들이 옷을 갈아입을 수 있도록 간이 샤워시설과 야외 탈의 시설도 마련됐다. 아름다운 정원과 함께 그늘 쉼터, 가로변 쉼터도 마련돼 바쁜 일상 속 쉼표를 찍기에 적당하다. 다음달 말까지 문을 열고 이용 요금은 전액 무료다.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연다. 초등학생까지 입장할 수 있고 안전요원이 상시 근무한다. 9월과 10월에는 바닥분수를 가동해 누구나 쉴 수 있는 오아시스가 될 전망이다. 7세 이하는 보호자가 동행해야 한다.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아쿠아슈즈 착용이 권장된다. 이 밖에 숭인공원, 산마루놀이터, 상상굴뚝놀이터에도 지난해에 이어 간이 물놀이장이 설치된다. 세 곳 모두 물놀이풀과 슬라이드를 갖춘다. 오는 29일까지 종로구 공식 인스타그램 채널을 구독하고 물놀이장의 명칭을 맞히면 100명에게 아이스크림 기프티콘을 제공하는 이벤트도 열린다. 정 구청장은 “방학철을 맞아 종로 어린이를 위한 안전하고 재미있는 물놀이 공간을 조성했다”며 “도심 속 야외 물놀이장에서 어린이와 가족이 즐거운 추억을 만들고 한여름 무더위를 시원하게 날려 보길 추천한다”고 말했다.
  • 8년째 친누나 찾는 아이돌 멤버 “전역 후 연락두절”

    8년째 친누나 찾는 아이돌 멤버 “전역 후 연락두절”

    아이돌 그룹 제국의 아이들 출신 김태헌이 실종된 누나를 애타게 찾고 있다. 부모님을 여의고 하나 남은 누나마저 연락이 두절된 그는 가족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을 고백했다. 최근 방송된 MBN ‘특종세상’에서는 제국의 아이들 메인 래퍼였던 김태헌의 근황이 전해졌다. 제국의 아이들 활동 중단 이후 8년이 지난 지금, 김태헌은 작은 원룸에서 생활하며 서울의 한 식당에서 근무하고 있다. 김태헌은 “휴대폰비도 못 내고 신용카드도 막히고 부탄가스 사서 물 끓여 샤워하고 정말 힘들었다”며 “제가 5일 동안 일을 아무 것도 안 한 적도 있다. 누워만 있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은 행복하다. 내가 일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게 가장 큰 행복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룹 해체 후 제대로 된 방송활동을 못 했다는 김태헌은 군대에서 제대해보니 세상이 달라져 있었다고 돌아봤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지독한 생활고에 시달렸다는 그는 물류 창고에서 일하는 소식이 전해져 네티즌들의 응원을 받기도 했었다. 이날 방송에서 김태헌은 큰이모의 집을 찾았다. 어린 시절 교통사고로 아버지를 여읜 김태헌은 어머니마저 암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큰이모를 엄마처럼 생각하고 지내왔다. 이모 역시 사랑으로 김태헌을 돌봐줬다. 식사를 마친 그는 동네를 돌아다니며 사람을 찾기 시작했다. 친누나를 찾는 중이라고 고백한 김태헌은 “갑자기 누나와 연락이 두절됐다. 제가 군에 있었을 때 누나가 무슨 일이 생겼다고 해서 휴가 내서 누나를 만난 적이 있다. 그러고서 전역했는데 누나와 연락이 안 된다”고 밝혔다.그는 돈 문제로 인해 누나가 잠적한 것으로 추측했다. 김태헌이 이모와 돈을 모아 누나에게 차려줬던 가게가 망했고, 이 때문에 누나가 죄책감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렇게 누나와 8년째 연락이 끊긴 상태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있었다. 연습실에서 땀을 흘리며 춤 연습을 하던 김태헌은 “내년에 솔로 앨범을 내려고 한다.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포기할 수도 있는데, 포기하지 못한 이유는 누나를 찾기 위한 것도 있다”라고 고백했다. 이후 김태헌과 이모는 경찰서를 찾아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경찰은 개인정보 보호 의무 때문에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처음 실종 신고를 했을 때 누나는 경찰에게 가족을 만나기 싫다는 의사를 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헌은 “돈보다는 누나가 더 중요하다. 돈은 다시 벌면 되는 거고, 이제는 숨바꼭질 그만했으면 좋겠다”며 “저도 4년 뒤면 마흔이다. 가족 하나 없이 마흔 살을 맞이하는 게 너무 무섭다. 돈 명예 이런 거보다 가족이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 누군가와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있냐 없냐가 인생을 살면서 많이 다르더라. 누나가 보고싶다”라고 말하며 눈물을 쏟았다.
  • [길섶에서] 뜻밖의 공부

    [길섶에서] 뜻밖의 공부

    휴일, 기름값이 싼 주유소를 찾아 동네를 한 바퀴 돌아오기로 했다. 내가 사는 파주에는 초대형 디스플레이 공장이 생기며 ‘LG로’라는 새로운 길 이름도 생겨났다. 이 길 북쪽에는 지혜로운 재상의 대표 격인 방촌 황희 선생 무덤이 있다. 남쪽 좁은 옛길로 들어서니 용주서원을 알리는 푯말이 보인다. 조선 중기 대학자 휴암 백인걸 선생을 기리는 서원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자세한 내력은 알지 못했다. 선생의 무덤은 또 다른 나의 드라이브 코스 양주에 있어 둘러본 적이 있다. 복원된 양주관아 터에도 양주목사 시절 그의 선정비가 ‘성주’(城主)라는 직함으로 새겨져 있어 흥미로웠던 기억이 난다. 용주서원은 중건 이후 정조에게 사액을 청했다가 오히려 “제멋대로 뜯어고쳤다”는 이유로 훼철됐다는 것을 알게 됐다. 파당(派黨)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파주 출신의 대학자로는 율곡 이이와 우계 성혼도 있다. 두 분은 ‘절친’이었지만 후세는 ‘노론의 영수’와 ‘소론의 영수’로 갈라 놓았다. 휴암에게도 비슷한 편가르기가 있었나 보다. 휘발유 넣으러 갔다가 뜻밖의 공부를 했다.
  • 폭우·폭염 대비… 반지하·쪽방 주민 찾은 종로구청장

    폭우·폭염 대비… 반지하·쪽방 주민 찾은 종로구청장

    정문헌 서울 종로구청장이 여름철 폭염과 폭우 상황을 대비해 쪽방촌과 반지하 현장을 직접 방문해 주민과 대화했다. 16일 종로구에 따르면 정 구청장은 전날 창신동 쪽방상담소, 당고개 경로당, 창신동 반지하주택 침수방지시설, 돈의동 쪽방상담소를 방문해 주민 의견을 경청했다. 관련 부서 직원들도 동행했다. 정 구청장은 창신동 쪽방상담소에서 쿨링포그와 공용, 개인 에어컨 설치 현황을 확인했다. 종로구는 상담소 내에 샤워실, 무더위 쉼터, 무료 세탁소를 운영하는 등 쪽방 주민의 건강한 여름나기를 다방면으로 돕고 있다. 선풍기와 각종 생필품, 모기약 등도 지원한다. 이어 어르신 무더위 쉼터로 지정된 당고개 경로당에서는 어르신 건강과 에어컨 작동 상태를 확인했다. 또 정 구청장은 창신동 반지하주택 침수방지시설을 직접 점검했다. 물막이판의 고무 패킹이 탈락했는지 등을 꼼꼼하게 살폈다. “침수 방지 시설 외에 다른 지원책은 없느냐”고 묻는 주민에게는 풍수해보험 가입 방법을 안내했다. 돈의동 쪽방촌에서는 쪽방 거주민과 소통했다. 구는 푸드마켓과 우리동네구강관리센터, 샤워실, 무더위 쉼터, 무료 세탁소, 얼음 제빙기, 식수대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번 현장 점검에서 제기된 민원은 담당 부서의 검토를 거쳐 구정에 반영할 예정이다. 정 구청장은 “쪽방 주민 복지 증진을 위해 애써 준 돈의동, 창신동 쪽방상담소 소장님과 직원들에게 깊은 감사 인사를 전한다”며 “취약계층의 안전한 여름나기를 위해 지속적인 시설 점검과 안부 확인을 병행하겠다”고 했다.
  • 인스타그램 시대, 詩가 변했다… 한없이 가볍고 감각적으로

    인스타그램 시대, 詩가 변했다… 한없이 가볍고 감각적으로

    삶을 진지하게 성찰하거나, 세상을 향한 저항의 외침을 담고 있거나. 한국문학에서 그동안 시(詩)의 역할은 분명해 보였다. 어느 모로 보나 무겁기 그지없었던 것. 그러나 최근 짧은 호흡이 강조되는 인스타그램이 젊은 세대의 주된 소통 창구로 자리매김하면서 이들의 시 소비 방식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한없이 가볍고 감각적인 바야흐로 ‘힙한 시’ 전성시대다. 16일 국내 주요 시인선 출판사(문학과지성사·창비·문학동네·민음사) 관계자들은 이미지와 짧은 글 중심의 소셜미디어(SNS)의 활성화로 독자들의 시 소비 경향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고 입을 모았다. 우선 독자가 단순히 시집을 읽고 감상하는 데 그치는 ‘소극적 소비자’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 시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마음껏 재단하며 편집·큐레이션에도 능동적으로 참여한다. 좋아하는 시편을 접어 두고 필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인스타그램·X 등 SNS에 텍스트를 찍은 사진을 공유하며 개인의 취향을 과감하게 드러내고 공감받고자 한다. 고선경(27) 시인의 시집 ‘샤워젤과 소다수’가 대표적인 사례다. 가을과 겨울의 길목인 지난해 10월 출간된 이 시집은 얼마 전 인스타그램에서 ‘여름에 읽기 좋은 시집’으로 소개되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물의 속성이 느껴지는 제목과 바다를 연상케 하는 청량한 파스텔톤 파란색 표지가 어우러지며 독자에게 더운 여름철 시원한 ‘피서의 감각’을 선사해 준 것으로 분석된다. 이 시집은 올 상반기 문학동네 시인선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 강윤정 문학동네 편집부장은 “젊은 시인의 첫 시집이었던 만큼 인지도나 유명세를 기대하기 어려웠음에도 SNS에서 10대, 20대로 추정되는 독자들 사이의 입소문만으로 꾸준히 판매된 인상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이런 경향이 과감한 ‘수용미학’으로도 발전한다. 시인의 의도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걸 받아들이는 독자의 감각이 훨씬 더 의미 있다는 얘기다. 출판사 난다 대표이자 오랜 기간 시집을 편집한 김민정 시인은 “작가가 이야기를 끝까지 끌고 가는 소설과는 달리 흩뿌려진 시구와 단어에서 일부만 취할 수 있는 시는 특히 인스타그램 시대에 독자를 주체의 반열에 올려놓을 수 있는 장르”라며 “이제는 저명한 문예지나 평론가의 호명 없이도 독자의 마음에 가닿으면 충분히 성공적인 시집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시집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야 비로소 ‘읽었다’고 말할 수 있다는 이른바 ‘완독의 신화’도 여기서 해체된다. 어느 한 시인이 시집 전체를 어떻게 구성했는지 요즘 독자는 그리 관심이 없다. 창비시선 500번을 기념해 일부 시집에서 선집 형태로 엮은 ‘이건 다만 사랑의 습관’이 올 상반기 창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시집인 것이 그 증거다. 문학동네는 안내된 번호로 전화를 걸면 시인선에 수록된 시를 아무거나 들려주는 ‘인생 시 찾기’ 이벤트에 지난 6일간 무려 23만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고 이날 밝혔다. 표지에서 어떤 문장을 봤을 때 독자의 마음이 확 당겼는지도 관건이다. 올 상반기 문지시인선 베스트셀러인 이병률(57) 시인의 시집 ‘누군가를 이토록 사랑한 적’은 이런 지점에서 성공을 거둔 제목이다. 이근혜 문학과지성사 편집주간은 “시집 일부를 소개하는 카드뉴스나 짤막한 ‘시인의 말’을 비롯해 최근에는 시집의 제목도 감성을 시각적으로 자극할 요소가 있는지 고르고 정하는 데 편집자들이 이전보다 더 많은 시간을 쏟고 있다”고 전했다. 2000년대 한국 시단에는 ‘미래파’ 논쟁이 한창이었다. 이전의 전통적인 시 경향에 반기를 든 당대 젊은 시인들의 낯설고도 새로운 시풍을 두고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시는 언제나 무겁고 진지했지만 시대를 막론하고 그 진지함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은 언제나 있었다는 이야기다. 문학평론가 유성호 한양대 국문과 교수는 “애초 장르적으로 ‘쇼트 문학’인 시가 스마트폰 등장으로 우호적 분위기를 맞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일부 가볍다는 비판도 있지만 독자 존재론에 따라 문학 장르는 끝없이 변하는 것이기에 이런 움직임이 한국문학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 비밀경호국 “트럼프 총격범 있던 옥상 수색 안 했다” 인정…경호 실패 이유는?[핫이슈]

    비밀경호국 “트럼프 총격범 있던 옥상 수색 안 했다” 인정…경호 실패 이유는?[핫이슈]

    지난 13일(이하 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펜실베이니아주에서 대선 연설 중 피격을 당한 사건과 관련해 비밀경호국(SS)의 경호 실패라는 주장을 입증하는 근거들이 속속 공개되고 있다. 미 NBC 방송의 15일 보도에 따르면, 용의자인 토머스 매슈 크룩스(20)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해 총을 발사한 건물 옥상은 이미 비밀경호국이 잠재적 경호 취약 장소로 지목한 곳이었다. 유리연구회사 소유인 이 건물은 경호 반경 외에 있었지만, 경호 당국은 해당 장소의 위험성을 사전에 인지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밀경호국은 해당 건물을 직접 수색하지 않고 현지 경찰에 수색 및 보안책임을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CNN은 “두 개의 현지 저격 대응팀 가운데 한 팀이 트럼프 전 대통령 암살 기도가 벌어진 건물을 담당하기로 돼 있었다”고 보도했다. 문제의 장소가 경호 취약 시설로 분류돼 있었는데, 비밀경호국이 전담해 해당 건물을 책임진 것이 아니라 현지 경찰과 경호 업무를 나누어 관장하는 과정에서 허점을 노출했다는 의미다. 비밀경호국을 관할하는 국토안보부의 알레한드르 마요르카스 장관도 이번 일을 “경호 실패”라고 인정했다. 마요르카스 장관은 CNN에 “이런 사건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면서 “독립적 조사를 통해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했고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규명해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범행 동기 여전히 오리무중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암살을 시도한 크룩스에 대한 단서가 하나 둘 공개되고 있지만, 범행 동기는 여전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 수사 당국에 따르면, 그는 총기 애호가였으며 이번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범행 전날인 12일에는 집 인근 사격장을 찾아 아버지와 함께 사격연습을 하기도 했다.범행 당일 아침에는 동네 매장에서 각각 탄약 50발과 사다리 등 범행에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도구들을 구매했다. 자신의 차량인 현대 쏘나타를 몰고 유세 현장으로 간 그는 유세장 밖에 주차해 둔 트렁크에 사제 폭발물을 설치했으며, 원격 기폭장치는 자신이 지니고 있었다. 이처럼 크룩스가 범행 전 48시간 동안의 행적에는 치밀하게 계획된 암살 시도 흔적을 찾을 수 있지만, 수사 당국은 여전히 동기를 추정할 단서는 찾지 못한 상태다.
  • 노원구, 실내놀이터를 품은 중평어린이공원 재개장

    노원구, 실내놀이터를 품은 중평어린이공원 재개장

    서울 노원구가 어린이들의 놀이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중평어린이공원을 재정비하고 공원 내 서울형키즈카페 노원구 1호점 조성을 완료했다고 16일 밝혔다. 중평어린이공원 실내놀이터 조성을 위해 공원 내 건립 부지 주변이 정비됐다. 산책로와 휴게시설, 화장실, 공원 내 경관조명 등 노후된 시설을 교체하고 주민들의 건의사항인 다목적 운동장을 이설함과 동시에 놀이터 바닥도 새로 포장했다. 야외에서 맨몸운동을 할 수 있는 무한풀업바, 입식사이클 등 운동기구를 설치한 ‘스트리트 워크아웃’ 공간도 조성하여 주민들의 생활체육 활성화를 위한 인프라도 구축했다. 공원 내에는 서울형키즈카페를 새롭게 조성했다. 외부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어린이들이 안전하게 놀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친환경 안전 시스템을 도입하여 미세먼지 등 환경 유해물질을 차단하고, 쾌적한 놀이 환경을 조성했다.서울형키즈카페 중평공원점은 영유아와 어린이, 보호자가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신체놀이공간, 놀이돌봄서비스, 책쉼터 등 다양한 놀이시설로 구성됐다. 그물타워, 언덕오르기, 징검다리 건너기, 볼풀장, 미끄럼틀 등 고정식 놀잇감과 소꿉놀이, 캠핑놀이, 생활테마 등 이동식 놀잇감이 마련되어 있다. 오는 23일부터 임시운영할 예정이며, 임시운영 기간 동안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예약은 우리동네키움포털 홈페이지를 이용하면 된다. 월요일은 휴무며, 평일 운영시간은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3회, 주말에는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4회로 운영된다. 정식 운영은 9월 1일 예정으로 이용 요금은 어린이 1인당 2000원, 보호자 1000원이다. 오승록 노원구청장은 “중평어린이공원을 재정비해 지역 주민들의 편의를 높임과 동시에 아이들에게 안전하고 쾌적한 놀이공간을 새롭게 조성했다”며 “앞으로도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모든 주민들이 만족할 수 있는 공원 인프라 조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전날 사격연습” 트럼프 총격범 행적…총알 50발·사제폭탄 ‘포착’

    “전날 사격연습” 트럼프 총격범 행적…총알 50발·사제폭탄 ‘포착’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암살을 시도한 총격범의 사건 발생 전 행적이 전해지기 시작했다. 총격범이 범행 당일 탄약 50발을 구매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15일(현지시간) CNN 방송 등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 총격범 토머스 매슈 크룩스(20)는 범행 전날인 12일 집 근처 사격장을 찾아 아버지와 함께 사격 연습을 했다. 크룩스가 연습을 한 사격장은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집에서 차로 25분 거리인 ‘클레어턴 스포츠맨 클럽’이었다. 그와 아버지는 이 클럽 회원으로, 약 183m 규모의 소총 사격 연습장을 갖추고 있다. 다음 날인 범행 당일 아침에는 동네 매장에서 탄약 50발과 사다리 등 범행에 쓰인 도구로 추정되는 물품을 구입했다. 이후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세장 근처로 자신의 차량인 현대 쏘나타를 몰고 갔다. 그는 유세장 밖에 주차해둔 트렁크에 사제 폭발물을 설치하고 원격 기폭장치는 자신이 지니고 있었다.수사기관이 이같이 파악한 크룩스의 범행 전 48시간 행적에는 암살 시도가 치밀하게 계획됐을 수 있다는 점이 나타난다. 수사기관은 “크룩스가 원격으로 폭발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었다”며 총격을 하면서 주의를 분산시킬 계획을 세웠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봤다. 크룩스 차에서 발견된 폭발 장치를 그가 어떻게 조립했는지는 파악되지 않고 있으며, 크룩스의 48시간 행적에서 근본적인 범행 동기를 구체적으로 추측할 수 있는 단서는 보이지 않았다. 다만 크룩스는 범행 때까지 이틀 동안 미국에서 유명한 ‘총기 리뷰’ 유튜버의 공식 티셔츠를 입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해당 티셔츠는 유튜브 채널 ‘데몰리션 랜치’(Demolition Ranch)에서 공식 판매하는 물품이다. 크룩스는 범행 전날 탄약을 사는 매장에서도 이 유튜브 채널의 티셔츠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크룩스가 최소한 총기 애호가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정황으로 주목되고 있다.한편 크룩스는 지난 13일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유세를 벌이던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해 총격을 가했다. 크룩스는 백악관 비밀경호국 요원들에 의해 현장에서 사살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총격으로 오른쪽 귀에 부상을 입었다. 이후 예정대로 일정을 이어갔으며, 공화당은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을 대선 후보로 지명했다.
  • 김재중 “누나만 8명…부모님 만나면 500만원씩 드린다”

    김재중 “누나만 8명…부모님 만나면 500만원씩 드린다”

    JYJ 김재중이 대가족에 입양된 자신의 가족사를 털어놨다. 15일 ‘동네친구 강나미’ 채널에는 ‘김재중 누나가 8명, 식구가 34명인데 용돈까지 드린다고? 강나미 상대적 효놈된 날 I 남의 집 귀한 자식 EP.5 [동네친구 강나미]’ 제목의 영상이 공개됐다. 이날 강나미는 “이 분이 있기에 제가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활동할 수 있다”며 “K팝의 대모 김재중 씨”라고 소개했다. 강나미 엄마는 “일본에서는 할머니들도 다 동방신기를 안다. 내 아들도 아닌데 뿌듯하다”고 거들었다. 김재중은 “처음에는 일본 진출 과정이 험난했다”며 “한국에서 그랜드 슬램 달성했는데 80명도 안되는 불교대학 강당에 매트 하나 깔아두고 공연했다. 일본에서는 계단에서도 공연하고, 유선 마이크 들고 춤추다 선 꼬여서 걸리고 했다. 일주일 내내 똑같은 바지에 티셔츠 3개 돌아가며 입고 활동하기도 했다”고 울컥해했다. 김재중은 “요새 갱년기인지 눈물이 자꾸 나온다”며 “웃기 시작하면서 눈물이 많아졌다. 여유가 생기니까 사람들하고 공감을 하게 된다. 나는 들어줘야한다. 같이 울어주고, 주책이다”라고 웃었다. 효심이 깊은 김재중은 누나가 8명인 대가족의 삶에 대해서도 전했다. 김재중은 “저는 가족에게 베푼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다. 누나가 8명이고 연년생이 많다. 부모님이 얼마나 힘드셨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무조건 잘해야한다고 생각한다”며 “막내누나랑 많이 싸웠다. 사실 막내누나랑 연년생이지만 10개월 차이밖에 안나고 학교도 같은 학년으로 다녔다. 누나가 나 때문에 평생 생일파티를 못했다. 10개월 차라 가짜 동생 같은 느낌을 줄까봐”라고 이유를 말했다. 입양아 출신임을 당당히 밝혔던 김재중은 “가족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누나 8명, 매형 8명, 아이 1명씩만 낳아도 조카가 8명이다. 그런데 큰 조카가 결혼했다. 아이를 낳으면 난 할아버지가 된다”고 말했다. 명절 때 세뱃돈에 대한 질문에는 “이상하게 명절에 스케줄이 잡힌다”며 “직접 주는 맛이 있기에 계좌로 용돈을 보내지 않는다”고 했다. 또 “부모님은 뵐때마다 500만원씩 현찰로 드린다”며 “여자친구에 대한 이상형 보다는 이상향은 있다. 예의없는 사람 싫어하고 어르신들 미소짓게 만드는 사람이 좋다”고 했다. 냉동정자를 얼려놨다는 김재중은 “올해 폐기했다. 유통기한이 있어서”라며 “프레쉬하려면 3년, 거기서 늘려도 5년까지다. 건강한 유전자를 남기기 위해서 폐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정자냉동하려고 하면 마음의 고통이 있다. 모자 마스크 쓰고 병원에 갔는데 ‘김재중씨’라고 크게 불러서 사람들이 날 다 쳐다본다”며 “냉동전자가 날 복제시켜 줄수도 있지 않나 기대된다”고 했다.
  • [세종로의 아침] 한일월드컵의 유효기간

    [세종로의 아침] 한일월드컵의 유효기간

    지금은 동네북이 됐지만 대한축구협회의 축구 행정이 빛나던 때가 있었다. 22년 전 2002 한일월드컵 당시가 그렇다. 한국은 1998 프랑스월드컵까지 다섯 차례 본선에 올랐으나 단 한 번의 승리도 거두지 못하고 조별리그 탈락을 반복하던 팀이었다. 사상 처음 월드컵 개최를 앞두고, 그것도 가깝고도 먼 나라인 일본과의 공동 개최를 앞두고 적어도 이웃보다 성적이 나빠서는 안 된다는 국민적 요구가 팽배했다. 이를 위해 세계적인 명장을 영입해야 한다는 열망도 가득했다. 축구협회는 프랑스월드컵에서 네덜란드를 지휘하며 한국에 0-5 패배의 좌절을 안겼던 거스 히딩크 감독을 한일월드컵 개막 1년 6개월을 앞두고 선임했고, 결과적으로 4강 신화를 일궜다. 그런데 히딩크 감독은 1순위 사령탑 후보가 아니었다고 한다. 당시 그리고 이후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프랑스를 자국 월드컵 정상에 올려놓은 에메 자케 감독이 1순위, 프랑스월드컵 4위를 차지한 히딩크 감독이 2순위, 나이지리아에 1996 애틀랜타올림픽 금메달을 안긴 조 본프레레 감독이 3순위, 프랑스월드컵에서 크로아티아의 ‘돌풍’(3위)을 이끈 미로슬라프 블라제비치 감독이 4순위였다. 자케 감독의 완강한 고사에 축구협회는 재빠르게 히딩크 감독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당시로서는 한국에 큰 관심이 없던 히딩크 감독은 내심 협회가 수락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전권 보장, 장기 합숙, 유럽 및 남미 강팀과의 평가전 등 몇몇 조건을 내걸었다. 쉽지 않은 과제였지만 협회는 신속하게 그리고 전폭적으로 조건을 받아들여 히딩크 감독의 마음을 돌렸다고 한다. 월드컵 4강 신화에는 축구협회의 수완과 추진력도 한몫한 셈이다. 한일월드컵을 통해 한국 축구는 세계 변방에서 중심으로 이동했고 새 시대를 활짝 열었다. 이때부터 한국 축구에 대한, 이전과는 다른 차원의 관심과 자신감, 자부심, 신뢰가 우리 국민 사이에서 생겨나지 않았나 싶다. 그러나 최근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 분출된 난맥상을 보면 그 유효기간이 끝나가는 느낌이다. 특히 축구협회의 축구 행정이 한계에 부딪힌 모양새다. 대표팀의 경기력과 성적에 따라 축구협회가 비판받은 일은 늘 있었다. 하지만 이번처럼 문제가 쌓이고 쌓여 폭발하는 상황은 전례가 없다. 이토록 환영받지 못한 국가대표 감독 취임도 처음이다. 지난해 마뜩잖던 위르겐 클린스만의 감독 선임 과정을 시작으로 승부 조작 축구인 등에 대한 기습 사면과 여론의 역풍으로 인해 불과 나흘 만에 이어진 사면 번복, 대표팀 내분이 고스란히 들춰진 이른바 ‘탁구 게이트’에 클린스만 경질 후 두 차례 거듭된 임시감독 체제, 40년 만의 올림픽 본선 진출 실패, 감독 선임을 주도하던 전력강화위원장의 사상 초유의 중도 사퇴,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사실상 전력강화위원회를 무력화한 결과로 귀결된 홍명보 감독의 최종 선임까지 신뢰를 잃어 온 결과다. 비판과 성토가 그 어느 때보다 거세다. 이는 대부분 12년째 축구협회 수장을 맡고 있으며 4연임 도전 이야기도 나오는 정몽규 축구협회장에게 쏠린다. 한일월드컵 영웅 사이에서도 쓴소리가 이어진다. 박지성은 지난 주말 한 문화 행사에서 정 회장 사퇴 여론에 대한 질문에 “장기적으로 협회를 바라보는 시선들을 재확립시키고 신뢰를 어떻게 심어줄지가 가장 우선시돼야 한다”며 “그 상황에서 그 답이 맞는 거라면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르면 내년 5월 말 충남 천안에 한국 축구의 랜드마크이자 미래의 산실이 될 축구종합센터가 문을 연다. 예정대로라면 축구협회장으로서 정 회장의 최대 치적이 돼야 하는데 현재 상황을 보면 그 순위가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정 회장의 최대 치적은 축구협회의 신뢰 회복을 위한 첫 단추를 끼우는 일이 돼야 하지 않을까. 그것이 무엇이든, 자신의 거취를 포함해서 말이다. 홍지민 문화체육부 전문기자
  • “실패해도 좋다” 뚝심의 정지선… 재계서 소문난 ‘우애 경영’ [2024 재계 인맥 대탐구]

    “실패해도 좋다” 뚝심의 정지선… 재계서 소문난 ‘우애 경영’ [2024 재계 인맥 대탐구]

    공식 행사 이외엔 외부 활동 자제과감한 도전 따른 실패 적극 격려“시작 전엔 신중, 몰입하면 추진력”한 동네 사는 동생 정교선이 우군 정지선(52)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공식 행사 이외 외부에 나서는 건 자제하는 ‘은둔의 경영자’로 분류된다. 언론 인터뷰를 하지 않은 건 물론 몇 년 전까지는 프로필 사진조차 따로 없었을 정도로 눈에 띄는 행보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인수합병(M&A)과 사업 진출 등 경영에서만큼은 적극적이다. 신중하게 검토를 하다가도 확신이 들면 뚝심 있게 밀어붙인다. 타 유통업체들이 오프라인 규모를 줄이고 온라인몰 통합에 나설 때 현대백화점그룹은 오프라인 매장을 확대하고 온라인몰을 전문화하며 반대 행보를 보인 것도 정 회장의 확신이 바탕에 깔린 행보다. ●정주영의 ‘이봐, 해봤어?’가 삶의 모토 정 회장은 1972년 10월 20일 정몽근(82) 현대백화점그룹 명예회장과 우경숙(73) 고문의 2남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서울 경복고를 졸업하고 연세대 사회학과를 다니다가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하버드대 스페셜스튜던트 과정을 이수했다. 이후 하버드대 대학원에서 아시아경제학을 공부했다. 1997년 현대백화점 경영관리팀에 입사한 그는 입사 4년 만인 2001년 이사로 승진했다. 그 뒤 2002년 기획관리담당 부사장, 2003년 부회장으로 초고속 승진을 한 데 이어 2006년 12월 부친이 회장에서 명예회장으로 물러나면서 만 34세 나이에 사실상 현대백화점그룹 총수 자리에 올랐다. 범현대가의 다른 후계자와 비교하면 이른 나이에 승계가 이뤄졌으며 절차도 순조로웠다. 정 회장은 할아버지인 정주영 창업주와 부친 정 명예회장으로부터 ‘겸손하고 성실하라’는 조언을 수시로 들어왔다고 한다. 이 때문에 외부에 나서기보다는 조용히 경영에 몰두하는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다. 평소에도 할아버지의 명언인 ‘이봐, 해봤어?’를 삶의 모토로 꼽는다. 정 회장은 부회장에 오르자마자 경기침체와 카드대란이란 위기를 헤쳐 나가기 위해 ‘선(先)안정 후(後)성장’ 전략을 구사했다. 비효율 점포 3곳은 물론 호텔현대를 매각하고 희망퇴직을 하는 등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2005년 11월 전담 조직을 신설하며 뛰어든 할인점 사업도 과감히 접었다. 오히려 신중한 행보로 공격적인 투자를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2010년 6월 ‘비전 2020’을 발표하면서 정 회장은 성장과 내실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며 토끼 인형 두 마리를 들어 보였다. 이때부터 정 회장의 공격 경영이 본격적으로 펼쳐졌다. 신규 점포를 연이어 열고 아울렛 사업, 렌털 사업, 면세점 사업권 획득 등이 정 회장 리더십하에 진행됐다. 김민덕 한섬 대표이사는 그룹 50년사에서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신중하게 따지지만 필요하고 또 해야 하는 일이라면 실패하더라도 추진하는 힘에서 회장님의 강점이 발휘된다”고 했다. 그는 과감하게 도전했다가 실패한 직원에게 격려를 보내는 ‘퍼스트 펭귄’ 포상을 시행했다. 도전에 실패할 때보다 실패가 두려워 현실에 안주할 때 위기가 찾아온다는 정 회장의 평소 지론이 반영됐다.●‘현대가 가풍’ 따라 형제 모두 연애결혼 정략결혼이 없는 현대가 가풍에 따라 정 회장도 연애결혼을 했다. 경복고 동창의 소개로 만난 황서림(52)씨와 2001년 결혼해 1남 1녀를 두고 있다. 황씨는 황산덕 전 법무부 장관의 손녀로 서울예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미술대학과 대학원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했다. 1997년 삼성문화재단이 선정한 문화예술인재로 뽑혀 장학금을 받으며 미국 뉴욕대에서 미술관 경영을 전공했다. 이후 황씨는 1999~2000년 뉴욕근대미술관 뉴미디어부서에서 부지배인으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적인 일본 멀티미디어 작가인 마리코 모리의 스튜디오에서 어시스트로도 활동했다. 정 명예회장의 차남이자 정 회장의 동생인 정교선(50)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은 형과 마찬가지로 경복고를 졸업하고 한국외국어대 무역학과를 나왔다. 이후 미국 뉴욕 아델파이대에서 경영학 석사 과정을 거쳤다. 대학 시절 청바지와 면티를 입고 다니는 등 소탈한 편이어서 주변에서도 그가 현대가의 3세란 사실을 몰랐다고 한다. 정 부회장은 2004년 현대백화점 경영관리팀 부장으로 입사했다. 이듬해 현대백화점 경영관리팀 이사로 승진한 후 그룹 경영의 중심인 기획조정본부 부사장·사장을 거쳤다. 2009년 현대홈쇼핑 대표이사 사장 겸 그룹 전략총괄본부장에 임명됐고 2012년엔 그룹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형과 함께 그룹을 이끌고 있다. 자동차부품 업체인 대원강업의 허재철 전 회장의 장녀인 허승원(49)씨와 2004년 결혼했다. 허씨는 이화여대를 나와 미국 컬럼비아대 치과대를 졸업한 인재로, 미국 국적자다. 두 사람 모두 뉴욕에 있는 학교를 다닌 덕에 유학 시절 자연스럽게 교제를 한 것으로 알려진다. 둘 사이엔 3남이 있다. 사돈 기업인 대원강업은 현대차와 기아뿐 아니라 완성차 회사들에 스프링을 납품하고 있는 전통 있는 기업이다. 1946년 설립 이래로 허씨 일가의 오너 기업이었으나 2022년 허 회장이 맏사위 정 부회장이 최대 주주로 있던 옛 현대그린푸드(현 현대지에프홀딩스)에 자신과 형제들 지분을 매각하면서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로 편입됐다. 현재 현대지에프홀딩스(22.7%)뿐 아니라 현대홈쇼핑(7.67%), 현대쇼핑(2.4%)이 대원강업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허씨와 그의 동생 허수원씨도 2023년부터 꾸준히 지분을 매입하면서 각각 2.21%, 2.60%를 갖고 있다.● 인적 분할 무산 이후 단일 지주사 추진 정지선·교선 형제 사이는 매우 돈독해 재계에서도 ‘우애 경영’의 모범 사례로 본다. 각자 다른 승용차를 이용해 현대백화점 주요 점포와 계열사를 방문하다가도 떠날 때면 정 부회장이 형의 차에 같이 타면서 경영 이야기를 나눈다고 한다. 두 사람은 모두 서울 성북구 성북동에 살고 있는데 걸어서 10분이 채 안 될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있다. 형제 모두 육군 병장으로 만기 전역했다. 특히 그룹이 지주사 체제를 전환하면서 형제 경영을 강화할 전망이다. 2022년 9월 그룹이 지배구조 개편 계획을 발표할 때만 해도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를 각각 인적 분할해 두 개의 지주사를 두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형제간 계열 분리 수순에 돌입하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현대백화점 주주들의 반대로 인적 분할이 무산되면서 단일 지주사 체제로 계획을 수정했다. 현대그린푸드의 인적 분할 신설 법인인 현대지에프홀딩스 아래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를 두는 방식이다.현재 현대지에프홀딩스의 지분은 정 회장 39.7%, 정 부회장 29.1%, 정 명예회장 8.3%으로, 오너 일가가 보유한 합산 비율은 77.15%에 이른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정지선·교선 형제→현대지에프홀딩스→현대백화점·현대그린푸드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완성했다. 정 회장은 현대지에프홀딩스와 현대백화점에서, 정 부회장은 현대홈쇼핑에서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한편 정 회장은 지난 5일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현대그린푸드 지분 12.67% (429만 3097주) 전부를 부인과 자녀, 조카들에게 증여했다. 황서림씨, 아들 정창덕(20)군, 딸 정다나(17)양에게 2.92%씩을 증여했고, 정 부회장의 세 아들인 정창욱(17)·창준(15)·창윤(12)군에게도 지분 1.3%씩을 동일하게 증여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이번 증여가 경영권 승계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이미 현대지에프홀딩스 단일지주사 체제를 구축한 상황에서 증여가 이뤄진 데다 지주사 지분이 아니라 계열사 지분의 증여란 점에서 경영권 승계와 관련이 없다는 설명이다.● 사촌형 정의선·라이벌 정용진과 친분 정 회장은 현대가 안에서 사촌 형인 정의선(54)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친분이 두텁다. 사업상 조언도 받고 이외 문제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누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두 사람 사이 친분에는 양궁이 연결고리이기도 하다. 2005년 대한양궁협회장이 된 정의선 회장은 2011년 “현대백화점도 양궁단을 만들어 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정지선 회장에게 제안했다. 이때 정지선 회장이 사촌 형의 제안을 받아들여 양궁단을 창단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현대백화점 여자 양궁단 소속 정다소미 선수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개인전과 단체전 금메달을 따냈다. 정지선 회장은 정교선 부회장 등 가족과 함께 양궁 결승전을 찾아 응원에 나서기도 했다. 경복고 인맥도 막강하다. 경복고 선배로는 부친뿐 아니라 삼촌인 정몽구(86) 현대차그룹 명예회장과 구본준(73) LX홀딩스 회장, 이재현(64) CJ그룹 회장, 이재용(56) 삼성전자 회장 등이 있다. 정용진(56) 신세계그룹 회장은 경복고 4년 선배로 업계 라이벌임에도 친분이 두터운 편으로 알려졌다. 특히 정용진 회장의 동생 정유경(52) 신세계 총괄사장의 남편인 문성욱(52) 신세계인터내셔날 부사장과 절친한 사이다. 정 회장과 문 부사장은 고교 동기 사이다. 또 다른 고교 동기로는 남궁훈(52) 전 카카오 대표, 윤인구(52) 아나운서 등이 있다. 고교 1년 선배인 조현상(53) 효성그룹 부회장과도 친분이 깊다. 지난 3월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의 빈소를 찾은 정 회장은 기자들에게 “고인의 막내아들이 선배다. 유족을 위로해 드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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