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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父子가 9년동안 산속 동굴생활을 하는 까닭

    父子가 9년동안 산속 동굴생활을 하는 까닭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번다한 세속을 떠나 산속에서 혈거(穴居)생활을 하고 있는 이유는 도대체 뭘까? 중국 대륙에 9년째 석기시대 인간처럼 깊은 산속의 동굴에서 생활을 하고 있는 부자(父子)가 등장,‘화제의 주인공’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중국 중남부지역의 구이저우(貴州)성 안순(安順)시 교외의 깊은 산속의 절벽에서 혈거생활을 하고 있는 양위안리(楊元禮·54)·번룽(本龍·22) 부자.이들 부자는 9년전인 1998년 집을 나와 지금까지 사람들의 발길이 드문 깊은 산중의 동굴 속에서 생활해오고 있다. 중국 귀주도시보(貴州都市報)는 지금부터 9년전 양씨가 ‘성격이 난폭한’아내를 벗어나기 위해 회사를 그만두고 아들 번룽군을 데리고 산속으로 들어가 혈거생활을 해오고 있어 그들 부자의 기인적 삶이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고 29일 보도했다. 지난 23일 오후 4시쯤,안순시 룽징(龍井)촌 깊은 산속 어느 산허리 절벽에 설치된 동굴 앞. “계세요?” 몇번이나 소리를 친 뒤에야 입성이 너주레한 50대 후반의 사내가 얼굴을 내밀며 절벽 밖으로 조용히 모습을 드러냈다. 팔초한 모습에 무착한 몸을 지닌 양씨는 기자를 보자마자 활짝 웃으며 누런 이를 드러냈다.그를 따라 위험천만의 잔도(棧道)를 따라 줄타기를 하듯 아슬아슬하게 건너며 동굴 속으로 들어갔다.동굴의 크기는 길이 3m,폭 1.5m 정도.동굴 중앙에는 깍짓동만한 땔감으로 쓸 나무 묶음들이 놓여 있었으며 주위에는 밥을 해먹는 솥,접시,다 떨어진 운동화 등이 어지럽게 나뒹굴고 있어,‘홀아비’ 두사람이 생활하고 있음을 확인하게 해주고 있었다. 아버지 양씨에 따르면 9년전 가정적인 이유로 근무하던 탄광 회사에 사표를 낸 뒤 아들 번룽군을 데리고 가출,이곳 동굴에 정착해 혈거생활을 하고 있다.평소 아버지는 아침 일찍 일어나 거리로 나가 고물을 모아 내다팔아 돈을 벌고,아들은 동굴 속에서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아버지 양씨는 5살때 아버지를 여의고 형과 함께 국립 고아원에 맡겨졌다.22살 되던 해인 1975년 정부가 알선해준 탄광에서 광부로 출근하게 됐다.“광부생활이 너무너무 좋았습니다.그래서 열심히,그리고 성실하게 일했죠.덕분에 높으신 분으로부터 많은 귀여움을 받았습니다.” 생활에 안정감을 찾은 그는 84년 인근 마을의 처녀 천(陳)모씨와 혼례도 올렸다.결혼 2년이 지나면서 단꿈이 시나브로 사라질 무렵에 아들 번룽군이 태어나는 등 비교적 행복한 가정생활을 꾸려나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아내의 성격이 난폭해졌다.“아들 번룽을 자주 때리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하루라도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날이 없었죠.무엇보다 참을 수 없는 일은 이웃 주민들과 싸우는 거예요.” 진담반,농담반으로 “회사를 그만두고 아들을 데리고 집을 떠나겠다.”고 여러번 ‘협박’했지만 아내의 태도가 변하는 기색이 별로 없었다.말이 그렇지 부부가 헤어진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인가. 1998년,아들 번룽군이 13살이 되던 해였다.밖에서 놀다온 아들이 국수가 먹고 싶다고 양씨에게 졸랐다.양씨는 아내에게 국수를 좀 사오라고 했는 데도 가지 않는 바람에 부부싸움을 대판 벌였다.사실 이전까지 아내와 성격 차이로 이혼할 결심을 하고 4차례나 사표를 썼으나,회사측에서 양씨가 워낙 성실한 덕분에 반려된 상태였다. 이제는 더이상 참을 수가 없는 임계점에 도달했다.아버지 양씨는 다시 탄광회사로 찾아가 “사표를 받든 안받든 상관없이 떠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자,회사측에서도 할 수 없이 사표를 받았다.짐을 챙긴 그는 22년 동안 청춘을 바친 탄광을 떠났다. 집으로 돌아온 그는 번룽군의 학교로 찾아가 퇴학시킨 뒤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무작정 ‘가출’을 했다.이들 부자는 원래 고향으로 되돌아가 살려고 고향을 찾았으나 옛날 집은 여동생이 이미 팔아버려 머물 곳이 없었다. 이때 갑자기 탄광 생활을 하면서 한 두차례 가본 적이 있는 안순시 외곽의 깊은 산속 동굴이 떠올랐다.안순시에 도착해 아들과 함께 동굴에서 혈거 생활에 들어갔다.하지만 그의 행탁에는 돈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해서 아버지 양씨는 아침 일찍 산을 나서 거리를 다니며 고물을 수집해 판 돈으로 아들과 함께 하루하루를 근근히 연명하면서 살아가고 있다.이렇게 생활해온 것이 자그만치 9년,13살짜리 어린 소년은 22살의 성인으로 성장했다. 아버지 양씨는 “번룽이 다 큰 만큼 결혼을 시켜야 하는데 모아놓은 돈이 없어 걱정”이라며 “앞으로 한푼두푼 모아 번룽이 결혼하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열심히 뛰겠다.”고 다짐했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Local] 제주 모슬포 평화공원 조성

    제주도는 서귀포시 대정읍 일원에 일제시대 때 조성된 알뜨르 비행장과 진지동굴,4·3유적지 등을 활용한 ‘제주평화대공원’을 조성하기로 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를 위해 서귀포시 대정읍 상·하모리 일대 199만 2000㎡ 가운데 111만 7000㎡를 공원지역으로 지정하고 공원지역내 16만 5000㎡에는 각종 시설물을 유치할 계획이다. 우선 1단계사업으로 평화테마 관광코스 개발사업을 벌인 뒤 2단계 사업으로 본격적인 공원조성사업에 나설 예정이다. 이를 위해 올해 16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진입로 정비와 격납고 및 지하벙커,4·3 학살터 정비사업 등을 마무리하고 중문단지 국제평화센터∼송악산∼모슬포전적지∼평화박물관을 연결하는 ‘평화테마 관광코스’를 연내 선보일 예정이다. 도 관계자는 “내년에 실시설계 및 시설물 설계를 마무리, 이 사업을 정부 지원을 통한 국책사업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자연은 강원의 ‘힘→돈’

    자연은 강원의 ‘힘→돈’

    강원도가 풍력·태양광·지열·나무·가축분뇨·수소 등 자연을 활용한 ‘신·재생에너지’생산에 팔을 걷어붙였다. 광활한 자연속의 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꾸어 팔면 반영구적으로 짭짤한 수입원이 되기 때문이다. ●백두대간 바람은 돈바람 강원 영동과 영서를 가르는 백두대간 대관령일대의 바람은 곧 돈이다. 강원도에 풍력발전단지가 들어선 것은 지난 2001년 대관령 삼양축산단지가 처음이다. 국비 등 60억원을 들여 이곳에 4기의 풍력단지를 설치한 뒤 2004년부터 연간 2640㎾의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생산된 전기는 정부의 발전차익지원제도에 의해 고스란히 한국전력에 납품되면서 해마다 2억 7000∼3억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시설을 한번 설치하면 15년간은 고정 수입원으로 자리잡으면서 새로운 투자재원으로 뜨고 있는 것이다. 국가에서도 설치비의 80∼90%를 저리(3.6%)로 융자지원해 주고 있다. 대관령외에도 태백산 매봉산에도 국비 등의 지원으로 풍력발전단지가 들어서 지난해부터 발전에 들어갔다. 이곳에서는 8기의 풍력발전 가운데 5기가 우선 설치돼 연간 8억원의 수입이 창출되고 있다. 이곳의 바람은 질이 좋아 3기가 더 설치되면 10억원까지 수입이 예상되고 있다. ●민간자본 투자도 활발 풍력에 대한 민간자본 투자도 활발하다. 양양 진동리일대(발전기 2기)와 대관령 강원풍력발전 등에도 외국자본과 한국전력 등이 컨소시엄으로 풍력발전단지를 설치해 지난해부터 각각 3000㎾와 1만㎾의 전력을 생산해 내고 있다. 또 양구 돌산령, 횡성 태기산, 강릉 대기리, 태백 귀내미골 등은 타당성 조사를 끝내고 민간자본으로 풍력단지가 추진 중이고 고성 명파리, 미시령, 진부령일대 등 11곳도 풍력 타당성 조사 중이다. 바람이 불어오는 강원도 어디든 풍력발전단지의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태양광으로도 대박 꿈꾼다 태양광을 이용한 발전설비 추진도 풍력에 못지 않다. 춘천시 의암호내의 붕어섬에 친환경적으로 태양광발전소가 추진된다. 춘천시민 가정용 전력의 3분의1을 생산해 낼 수 있는 붕어섬 태양광발전소는 민자를 유치해 1만㎾p를 생산해 낼 수 있는 규모로 건설된다. 이에 앞서 태양광은 이미 지난 2002년 삼척동굴엑스포때 설치돼 657㎾p를 생산해 내고 있다. 국내최대 규모인 동해 화력발전소도 지난해 6월부터 순수 태양광으로 연간 1000㎾p의 전기를 생산해 ㎾p당 706원씩 받고 한전에 납품하고 있다. 강원도청에서도 청내 사용을 위해 올 6월 중에 120㎾p의 전기를 생산할 계획으로 설비공사가 한창이다. ●지열(地熱)도 새로운 에너지 강원도는 또 땅속의 열기를 이용한 지역도입에도 한발짝 앞서나가고 있다. 최근 강원도 아산관에 한국지열에너지기술지원센터 개소식을 갖고 전국 처음 지열의 에너지 사용에 시동을 걸었다. 지열은 초기 투자비용이 높지만 투자비 회수기간이 짧은 것을 장점으로 꼽고 있다. 이밖에 버려지는 나무와 가축분뇨, 수소를 이용한 바이오 에너지도 본격 개발에 나선다. 강원도는 오는 2015년까지 7000억원을 들여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그러나 소음 공해와 함께 새나 야생동물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등 부작용도 있어 철저한 검증이 요구되고 있다. 김상표 강원도 산업경제국장은 “강원도는 풍부한 자연자원을 살려 지열과 태양광 풍력 등의 신·재생에너지분야 개발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춘천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문화마당] 신시(神市)의 새벽을 열자/최동호 시인 고려대 국문과 교수

    삼국유사를 읽지 않고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말할 수 없다. 누구나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되풀이해 다시 읽어야 하는 책이 삼국유사이다. 삼국유사에는 한국인의 원형적인 사고와 생활 감정이 담겨 있다. 오늘의 한국인들이 천년전 또는 그 이전의 자기의 모습을 알고 싶다면 삼국유사를 다시 거울처럼 들여다보아야 한다. 최근에 간행된 이어령 선생의 ‘삼국유사 이야기’에서 우리는 새롭게 해석된 삼국유사의 신화적 코드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스나 로마의 신화에 익숙한 젊은이들에게 우리 것을 돌아보기 위해 삼국유사를 다시 읽어 보라고 말하고 싶다. 왜 우리에게는 서양의 것과 같은 신화가 없느냐고 아쉬워하는 젊은이들은 ‘삼국유사 이야기’를 읽어야 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서구의 신화와 한국의 신화의 차이를 명쾌하게 깨닫게 될 것이다. 우리 신화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 ‘단군신화’이다. 서양의 신화가 대립과 투쟁의 역사를 보여 주는 것이라면 한국의 신화는 고행과 조화의 역사를 보여 주는 것이다. 동굴 속에 들어가 100일 동안 햇빛을 보지 않으면 호랑이와 곰이 인간이 될 것이라는 금기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통해 인간이 되려는 동물의 자기극복 과정을 보여 주는 통과의례이다. 동굴 속에서 호랑이와 곰이 서로 싸워서 승리를 쟁취하는 것이 아니라 금기를 지키는 인내심을 통해 인간과 동물의 경계를 넘어설 수 있다는 문화적 코드가 단군신화의 첫머리에 담겨 있다. 곰에서 변신한 웅녀가 매일같이 신단수 아래 와서 환웅에게 빌어 인간의 몸으로 변신한 환웅과 관계를 가져 아들을 낳으니 그가 바로 단군이다. 한국인의 역사가 바로 단군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여기서 되짚어 보고 싶은 것은 신들의 역사에서 인간의 역사가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천제의 아들 환웅이 인간을 이롭게 할 땅을 찾아 태백산 꼭대기 신단수 아래로 내려와 신시를 열었다는 것도 간과할 수 없다. 신시는 신과 인간이 만나는 자리이면서 하늘과 땅의 조화가 이루어지는 곳이다. 한국인의 역사의 시원을 거슬러 올라가 만나게 되는 최초의 지점이 신시이다. 하늘과 땅이 인간과 어우러져 최초의 역사가 시작된 신시를 지금 우리가 돌이켜 생각해 보아야 하는 것은 현실의 상황이 복잡하고 미래가 어둠이 덮인 새벽처럼 불투명해 보이기 때문이다. 2002년 월드컵 당시 우리는 마치 신시가 다시 열리는 것과 같은 환호와 축제의 날을 맞이한 적이 있다. 역사의 전개란 항상 기쁨과 희망으로 전개되는 것은 아니다.20세기 한국사는 그야말로 다른 어느 세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고난의 연속이었다. 거의 기적적으로 이를 극복하고 이제 바야흐로 선진국 대열에 동참하려는 이 순간, 역사는 우리에게 또다시 새로운 시련을 부여하고 있다. 이때 우리는 단군신화에서 곰이 역경을 극복하고 인간으로 탈바꿈하여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였던 것처럼 견인의 정신으로 이를 극복해야 한다. 역사를 개척해 나가는 민족은 시련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어떤 민족이나 국가든 시련과 도전을 이겨내지 못하면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져 갔다. 우리는 단군으로부터 오천년의 역사와 더불어 국내외의 모든 역경을 극복해 왔다. 그러한 경험이 우리 민족을 강인하게 만들어 왔던 것이다. 비단 단군신화에 대한 것만이 아니다. 이어령 선생의 ‘삼국유사 이야기’는 처용, 김유신, 수로부인, 바보 온달 등 풍요롭고 흥미 있는 이야기들을 새로운 문화적 코드로 읽어내면서 한국인의 원형적 캐릭터와 서사의 근원을 심도 있게 밝혀 준다. 날카로운 통찰과 예지에 빛나는 그의 이야기들은 오늘과 내일의 우리가 나갈 길을 밝혀 주는 확실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최동호 시인 고려대 국문과 교수
  • “두루봉 유적 보존 못한게 恨”

    “두루봉 유적 보존 못한게 恨”

    “한반도에서 코끼리나 코뿔소가 살았다는 사실을 누가 알았겠습니까. 그것을 50m 벼랑에서 로프에 의지한 채 목숨을 걸고 발굴했습니다.” 한국의 선사 고고학을 이끌어 온 이융조(65) 충북대 교수가 새달 정년을 맞는다.17일 충북대박물관에서 만난 그는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도전한다는 각오로 발굴에 나섰던 것이 나름대로 성과를 이끌어냈던 것 같다.”는 말로 소감을 대신했다. ●세계 最古 볍씨 발굴 이 교수는 태백산맥과 차령산맥·소백산맥으로 둘러싸인 중원지역의 선사 고고학에서 독보적 업적을 쌓았다. 청원 두루봉 구석기 유적에선 인골을 발굴했고, 청원 소로리에선 최고 1만 4810년전 것으로 측정된 볍씨를 찾아내 벼의 기원과 전파 과정을 다시 생각해보게 했다. 단양 수양개에서 발굴한 슴베찌르개는 브리티시뮤지엄과 미국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서도 한국의 대표적인 구석기 유적으로 전시되고 있다. 천주교회사를 전공하려던 사학과 대학원생에서 급작스럽게 뒤바뀌어버린 그의 ‘발굴인생’ 또한 이웃한 공주 석장리 구석기 유적에서 비롯됐다.“1964년 연세대에는 모어와 샘플러라는 미국인 부부 고고학자가 연구원으로 와 있었어요. 호기심에 강연을 들었는데 처음부터 발굴 얘기를 꺼냈습니다. 강화 고인돌과 부산 동삼동, 공주 금강변에서 석기가 나오는데 가보지 않겠느냐고 권유하더군요.” 스승인 손보기 교수도 강연을 함께 들었다. 한반도에 구석기 시대가 존재했음을 처음 알린 석장리 유적의 발굴 주역이다. 공주사범학교 출신으로, 대학원의 막내였던 ‘이융조 조교’는 곧장 선발대로 석장리에 투입됐고, 이후 1974년까지 발굴에 참여했다. 이 교수는 “석장리는 수십만개의 석기가 나온 것 말고도 층위에 따른 발굴법을 제시하고, 방사성 연대 측정방법을 처음 도입하는 등 이후 구석기 고고학에 ‘가이드 라인’ 역할을 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석장리 발굴팀은 당시 주먹도끼와 찍개, 긁개, 밀개, 찌르개 등 요즘 널리 쓰이는 고고학 용어의 기초자료를 만들기도 했다. 그의 중원지역과 인연은 1976년 충북대 전임강사로 부임한 뒤 더욱 공고해진다. 이 해부터 두루봉 유적의 본격적인 발굴에 들어가는데, 동굴 중심의 발굴은 이후 중원지역 고고학 조사의 특징으로 자리잡는다. 두루봉에선 연세대 박물관이 9굴을, 충북대 박물관이 2굴과 15굴, 새굴, 처녀굴, 흥수굴을 차례로 찾아내 1983년까지 모두 10례 발굴조사가 이루어졌다. “2굴에선 진달래 꽃가루가 157개가 발견됐습니다.20만년전에 꽃을 사랑한 첫번째 사람들이라고 할까요. 옛 코끼리 상아가 나온 곳은 새굴입니다. 구석기 시대에 뼈연모를 만들기 위해 상아를 인위적으로 손질한 흔적은 아시아에서 처음 발견된 것입니다.” 40만∼50만년전으로 추정되는 처녀굴에서는 쌍코뿔이 뼈와 한 마리 분의 동굴곰 화석이 나왔다. 이 동굴곰은 3년동안의 복원작업을 거쳐 현재 충북대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발굴에서 복원으로 흥수굴에서 나온 사람 뼈로 복원한 것이 ‘흥수 아이’다. 머리뼈의 해부학적 특징으로 볼 때 약 4만년전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한다.1982년 현지 석회석광산 현장소장의 제보로 찾았다. 흥수굴이나 흥수 아이는 모두 김흥수 소장의 이름을 딴 것이다. 한데유적인 수양개는 충주댐 수몰지역 조사에 따라 1980년부터 발굴됐다. 유물의 숫자와 종류, 제작수법에서 국내 최대인 수양개는 세계적인 구석기 유적지로 발돋움했다.1996년부터 ‘수양개와 그 이웃들’이라는 국제학술대회를 해마다 열고 있다. 올해는 러시아 크라스노야르스크에서 열린다. 세계 구석기 학계의 중요한 교류의 장으로 자리잡았다. 이 교수는 “고고학의 마지막 목표는 복원”이라고 했다. 동굴곰과 흥수 아이는 물론 화순 대전 집터를 복원하고 석장리박물관, 중부고속도로 유물전시관, 충주 조동리선사유적박물관, 수양개박물관 등을 세우는데 역할을 하는 등 지나는 곳마다 ‘흔적’을 남기는 것도 이런 소신 때문이다. ●‘고인돌=청동기´ 아니다 하지만 이 교수는 발굴에서 찾아진 고고학적 증거가 곧바로 학계의 정설로 굳어지기가 쉽지 않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자신의 손으로 고인돌에서 수없이 많은 신석기 시대 유물을 찾아냈지만 학계의 일부는 ‘고인돌은 청동기 시대’라는 기존 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4330년전 것으로 추정된 고양 가와지 유적의 볍씨와 소로리 볍씨를 찾아낸 이후에도 영국 BBC가 보도하는 등 언론에서는 떠들썩했지만, 정작 학계의 일부는 조용했다. 그럼에도 이 교수는 “나의 발굴 조사 결과를 뒷받침하는 발굴이 조만간 이뤄지지 않겠느냐.”며 자신만만하다. 그는 “1만 5000년전 벼가 나왔다면 그것이 결코 시작이 아니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편으로는 “큰소리치고 살면서도 실수한 것이 많았다.”고 했다. 두루봉과 수양개 종합보고서를 아직 펴내지 못했고, 수양개 국제학술대회에서는 300편 가까운 논문이 나왔는데도 재원을 마련하지 못해 저작집으로 정리해서 국제 학계에 보고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두루봉 유적을 보존하지 못한 것은 한스럽다.”면서 “잘했다면 한국의 주구점이 됐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베이징원인이 발굴된 저우커우디엔(周口店)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구석기 유적지의 하나로 꼽힌다. 이 교수는 “기분좋게 떠나간다.”고 했지만 대학원 강의를 계속하는데다, 발굴 및 연구 법인인 한국선사문화원구원을 이끌고 있어 ‘현역 고고학자’의 위치에는 변함이 없을 것 같다. 글 사진 청주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환상선’ 눈꽃열차 594.6 km

    ‘환상선’ 눈꽃열차 594.6 km

    환상선 눈꽃 순환열차!겨울 눈꽃을 소재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해발 855m의 태백선 추전역, 하늘도 땅도 세평이라는 오지 중 오지 영동선 승부역, 그리고 우리나라 인삼 일번지 중앙선 풍기역 등을 돌아볼 수 있는 겨울철 대표적인 기차여행 상품이다. 연계버스를 이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순수한 기차여행이라 부를 만하다. 왜 하필 이름이 환상선일까. 차창 밖의 눈꽃이 환상적이어서가 아니라, 열차 운행코스가 둥근 고리모양처럼 보여 환상선(環狀線)이라고 한다. 총 594.6㎞를 운행하는 동안 통과하는 터널은 210여개, 지나가는 교량은 500여개, 그리고 총 140개의 역과 만나게 된다. 경부선(서울~용산), 경원선(용산~청량리), 중앙선(청량리~제천~북영주), 태백선(제천~백산), 영동선(백산~북영주) 등 이용하는 철길만도 다섯개에 이른다. 글 사진 태백·영동·풍기 박준규 철도여행가 서울역 플랫폼. 여행사의 플래카드앞에 집결해 일정표와 좌석표를 배부받았다. 07시40분 개찰구를 나와 무궁화호 열차에 탑승. 오늘은 사람이 많은지 무려 12량(카페객차 1량 포함)이나 연결되어 있다. 맨앞에 디젤기관차 2량을 붙여 놓았지만, 과연 열차가 움직일 수 있을까 의문이 들 정도로 버거워 보인다. 07시50분 열차가 천천히 승강장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오른쪽으로 잠시 한강을 따라 달리는가 싶더니, 어느새 청량리역이다. 08시14분 청량리역을 출발한 열차 창 밖으로 시골풍경이 펼쳐지기 시작하는데,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의 모습이 볼 만하다. 마술사들이 객실을 돌아다니며 마술쇼를 벌이는 가 하면, 이벤트 담당자들이 게임으로 승객들을 즐겁게 하기도 했다. 열차 탑승시간이 긴 편이어서-거의 하루 종일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다소 힘든 여정인 듯하다. 객실에서 벌어지는 각종 이벤트에 참가하거나, 카페객차에서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분위기를 잡아보기도 하면서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여행지를 구경하면 더욱 즐겁지 않을까. 사람의 마음처럼 따뜻하고 포근한 기차 안에서 밖으로 보이는 설경은 여행에 대한 설렘과 함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지나온 시간을 돌이킬 수 있는 여유, 순백의 순수함을 느끼게 한다. 꿩과 구렁이의 전설이 서려 있는 상원사가 떠오르는 원주역, 뱀이 똬리를 틀 듯 한 바퀴를 돌아 나오게 되는 루프형 터널(금대2터널), 월악산국립공원, 역사 문화의 교육장 청풍문화재단지, 선비 박달과 금봉 처녀의 슬픈 전설이 서려 있는 ‘울고 넘는 박달재’로 알려진 제천역 등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이제부터는 태백선 구간. 열차의 속도가 더욱 느려지며, 창 밖으로 멋진 경치가 펼쳐졌다. 연당역을 지나 영월역에 들어서기 전, 왼편에 비운의 왕 단종이 기거하던 청령포가 보였다. 오른쪽으로는 서강(평창강)과 동강이 만나 남한강이 되어 흘러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자미원역을 지날 때는 높이 올라와서 그런지, 마치 비행기를 타고 넘어가는 듯한 기분이다. 왼쪽 아래로는 증산역에서 아우라지역까지 운행하는 정선선 철길. 정선 아리랑과 함께 기차여행의 향수를 떠올릴 수 있는 곳이다. 강원랜드 카지노와 새로 개장한 하이원 스키장이 있는 고한역을 지나면 정암터널과 만난다. 길이 4505m.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긴 터널이다. 터널을 통과하는 데만 무려 8분 정도 소요된다. # 여름에도 역무실에 난로 피워 정암터널을 빠져 나오면 드디어 첫번째 정차역인 추전역.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해발 855m에 위치해 있다. 정차시간은 20분정도. 여름에도 선풍기나 에어컨이 필요없고, 연중 난로를 피워야 할 정도로 평균기온이 낮은 곳이다. 몇해 전 여름에 추전역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역무실 안에서 난로를 피우는 신기한 모습을 보기도 했다. 대합실에는 열차 시각표와 운임표와 함께 멋진 기차사진,100주년 기념 고무인 날인 책과 방명록(방명록에 한마디 적고 가시는 것도 재미있겠지요.), 쉼 없이 물을 뿜고 있는 추룡소 모형 등이 전시돼 있다. 대합실 밖에는 석탄을 연료로 이용하던 시절 열심히 탄을 날랐던 광차, 추전역 기념석 등이 있다. 저 멀리 7기의 매봉산 풍력발전기는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두어명의 시골사람들이 도시인을 상대로 먹거리를 팔고 있다. 너무도 달아 쓴 맛을 못느끼는 당귀동동주와 각종 나물, 그리고 취나물로 만든 취떡 등이다. 특히, 한 할아버지가 만든 취떡은 어찌나 맛이 좋던지, 잠깐 사이에 금방 동이 나 버렸다. 12시39분 추전역을 뒤로 한 열차는 두번째 정차역인 승부역을 향했다. 13시30분. 상하행 통틀어 하루 6회만 기차가 서는 승부역에 도착했다. 하늘도 세 평, 땅도 세평, 마당도 세평이라 불릴 정도로 열차가 아니면 갈 수 없는 외진 곳. 첩첩산중의 지형으로 알려진 봉화군에서도 험준한 영동선 철길에 자리잡은 시골 오지역이다. 승강장 앞 쉼터에는 다음과 같은 시가 적혀 있다. “작은꽃밭 애처로워 / 세평하늘 되었는지 작은꽃밭 넘친정에 / 세평하늘 되었는지 세평꽃밭 님의마음 / 하늘만큼 넓었으니 님의마음 승부역은 / 하늘꽃밭 만들어서 님과함께 정을주네” 오른쪽으로 뒤뚱거리며 냇가를 건너갈 수 있는 흔들다리가 놓여져 있다. 태풍과 수해를 겪으며 3번째 다시 태어난 사연을 간직한 다리다. 다리를 건너면 청아하게 물흐르는 소리가 들리는 계곡을 따라 트레킹을 할 수 있는 오솔길 코스, 옛 선조의 생활상을 표현한 농기구 전시관 등이 있다. 냇가쪽으로는 마을 아낙네들이 직접 경작한 산나물, 콩, 꽈리 등을 판매하고 있다. 깎아 달라는 도시인과 안된다는 시골 아낙네간 흥정을 보노라니 사람사는 냄새가 나는 듯하다. # “멋지다” 감탄사 연발 승부역을 나서면 이제 국내에서 가장 험준한 산악, 협곡지역을 지난다. 창 밖의 경치가 멋지다 못해 환상적이기까지 하다. 돈 주고도 보기 힘든 설경을 편안한 열차 안에서 실컷 볼 수 있으니, 영화제목처럼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이렇게 설경을 보며, 오순도순 정겨운 이야기를 하고, 계란을 까먹으며 부모님은 옛 추억을, 자녀들은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기차여행. 얼마나 좋은 것인가? 눈 덮인 고요한 산과 들을 굽이굽이 돌고, 스쳐 지나가는 이름 모를 간이역과 시골풍경을 바라보면 눈이 즐거워진다. 17시00분 한눈 팔 시간이 없을 정도로 계속되는 멋진 경치에 “우와! 멋지다∼”며 감탄사를 연발하는 동안 열차는 세번째 정차역인 중앙선 풍기역에 도착했다. 인삼으로 유명한 곳. 인삼향에 취해 역앞 인삼시장에서 인삼을 사기도 하고, 재래시장에서 사과, 고추, 참깨, 무, 파 등 신선한 농산물을 사기도 했다. 풍기역 앞 인삼모형에 얼굴을 대고 사진을 찍으면, 아쉽지만 서울로 돌아가야 할 시간. 18시00분 풍기역을 떠난 기차는 단양팔경과 고수동굴, 구인사, 남한강 물줄기가 보이는 단양역으로 향했다. 19시00분 카페객차에서 오늘의 마지막 이벤트 디스코 타임이 벌어졌다. 그동안 객실에서 조용히 여행을 했다면, 이곳에서 신나는 음악과 함께 잠시 몸을 흔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디스코음악도 멈추고 열차에는 다시 정적이 찾아왔다. 피곤한 하루를 정리하기 좋은 시간. 원주, 양평 등을 지나 21시 53분 서울역에 도착한 열차는 긴 한숨을 내쉬며 14시간에 걸친 기차여행을 마무리했다. # 여행정보 청량리역에서 다음달 11일까지 매일 출발한다. 주관여행사는 경인관광여행사(www.ktx7788.co.kr)(032)343-7788,(080)343-7788. 주중에 어른 3만 6000원, 어린이 3만 3000원. 주말에 어른 3만 9000원, 어린이 3만 6000원. 회원 가입 후 인터넷 예매시 2000원 할인(주중 출발에 한함). http:///www.traintrip.wo.to http:///cafe.daum.net/traintripwrite 참조
  • 충무로역 영화테마파크 만든다

    한국 영화 산업의 중심지인 충무로에 대규모 ‘영화 테마 공간’이 만들어진다. 서울메트로는 11일 서울 지하철 3·4호선이 지나는 충무로역에 영화를 테마로 한 문화공간을 조성하는 ‘충무로 한류 명소화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르면 2008년 12월 영화관, 영화 관련 카페, 오픈스튜디오를 갖춘 테마파크가 완성된다. 1800㎡(540평) 규모의 지하 1층에는 영화 소극장인 ‘M시네마’와 영화를 주제로 한 카페를 만든다. 현재 대종상 관련 사진들을 붙여 꾸며놓은 대종상영화홍보관은 보다 입체적으로 만들 예정이다. 또 오픈스튜디오를 설치해 영화인들이 촬영이나 인터뷰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한다. 충무로역 지하 2층에 영화문화공간으로 쓰이는 ‘오재미동’은 한층 향상된 모습으로 재탄생한다.DVD룸, 영화 관련서적을 갖춘 영화 도서관, 전시관 등 각기 다른 공간으로 구성한다.150㎡(45평) 규모를 180㎡(55평) 이상으로 확대하는 리모델링에 들어갈 계획이다. 또 지하 3∼4층을 잇는 에스컬레이터 통로는 영화 포스터, 한류스타 사진 등으로 꾸민 ‘꿈의 터널’로 바뀐다. 역사의 안전성도 강화된다. 독특한 인공동굴 형태인 지하 3∼4층 통로의 마감재는 유리섬유 강화플라스틱(FRP)에서 불연재로 교체해 유독가스 발생을 예방한다. 또 스크린도어와 바닥 비상유도등도 설치한다. 서울메트로는 역사 리모델링 사업 전체를 민자 유치로 추진할 방침이다. 현재 한국영화인협회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협의를 진행 중이다.4월까지 세부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예산 확정, 협약 체결 등을 마친 뒤 5월 착공해 2008년 12월 준공하기로 했다. 총 사업비는 300여억원 규모로 추산하고 있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성장하는 한국 영화산업의 산실인 충무로역이 영화 중심지이자 관문으로서 역할을 다하도록 조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열린세상] 늑대 이야기/황규호 한국의 고고학 상임편집위원

    어린 시절 초등학교 때 일이다. 이웃에 사는 친구네 돼지 한 마리가 한밤중에 사라진 사건이 일어났다. 이를 두고 어른들은 늑대 짓이 틀림없다고 했다. 늑대는 본래 영리한 짐승이어서, 소리도 없이 돼지를 잡아간다는 소문이 돌았다. 돼지가 울 안에서 뛰쳐나오게 겁을 준 다음 제발로 걸려 데려갔기 때문에 아무도 몰랐고, 늑대는 두 마리가 넘게 왔을 것이라는 자상한 설명도 뒤따랐다. 그러나 딱히 늑대를 본 기억은 없다. 돼지를 데려갔다는 동네서 좀 떨어진 해받이고개 초입에서 어느 날 만났던 큼직한 개가 혹시 늑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지레 겁을 먹은 적은 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난 뒤에 한국전쟁이 터지면서, 늑대 소리는 이내 쑥 들어가 버렸다. 중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늑대와 흡사하다는 이리를 주제로 삼은 황순원의 단편 ‘이리도’를 국어책으로 배웠다. 이 소설에 나오는 이리떼 이야기를 빌려 늑대도 그러려니 하는 어림잡은 상상의 날개를 달았다. 정해(丁亥) 돼지의 해 들머리에 무슨 늑대냐고, 되받아 물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열두 지지(地支) 띠 이름에도 끼어들지 못한 늑대를 새삼스레 들춘 까닭은 따로 있다. 지난 세밑 경상북도가 이미 멸종한 늑대를 지리산 반달곰처럼 복원할 계획이라는 대구발 뉴스가 내심 반가워서다. 이 보도에 따르면, 한국의 야생과 종(種)이 같은 늑대 2∼3쌍을 몽골이나 러시아에서 들여와 안동 야생동물생태공원에서 키워 5년 뒤에 방사(放飼)한다는 것이다. 이참에 친구네 돼지가 사라졌을 때 들었던 재미난 이야기 하나를 더 해야겠다. 무아지경에서 사람을 만난 늑대는 사람 키를 훌훌 타 넘다가 해코지를 한다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기다란 담뱃대 장죽(長竹)을 저고리 등자락에 세워 꽂아 뾰죽한 물부리가 드러나면, 늑대는 그만 달아났다고 했다. 이에 곁들여 ‘혼자 길을 가다 만난 늑대보다 더 무서운 것은 사람’이라는 말로 이야기 끝을 맺었던 기억이 난다. 이말은 옳다. 서구인들은 일찍부터 늑대를 심술궂고도 탐욕스러운 짐승으로 몰아세운 설화(說話)를 빌미로 죽음 이상의 고통을 주고, 또 늑대를 독살하는 짓거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지난 18세기까지도 북아메리카에서는 황무지 개간에다 신의 은총이라는 꼬리표를 붙여 늑대 멸종을 부추겼다. 그래서 1883∼1918년 사이 몬태나 주에서만 3만마리 이상의 늑대를 죽인 기록이 남아 있다. 지난 19세기 찰스 다윈의 진화론을 옹호하는 가운데 동물 가까이로 다가간 영국의 동물학자 토머스 헉슬리에 이어 독일의 생물학자인 에르스트 헤켈에 의해 생태학(生態學)이 태동한다. 그리고 20세기가 막 시작되었을 때 환경보호주의자로 나선 ‘동물기’의 작가 어니스트 톰슨 시튼은 늑대를 비롯한 동물의 삶과 죽음을 연민(憐愍)의 눈으로 바라보았다. 지금 여러 사람들이 어여쁜 마음으로 키우는 애완견의 조상이 1만 4000여년 전 극동 아시아에서 사육한 늑대라는 사실을 알면, 야생의 동물이 달리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늑대의 역사는 꽤 오래되었다.2만여년 전 유적인 스페인 알타미라 동굴에서는 늑대를 실제 스케치한 그림이 보이거니와, 이보다 2000여년이 앞선 로스앤젤레스 판초라 유적에서는 수백마리 몫의 늑대뼈가 나왔다. 늑대는 유라시아 대륙과 북아메리카를 잇는 북반구에 널리 퍼졌던 식육목(食肉目) 개과(科)의 무리 사냥꾼이다. 그러나 멸종에 가까울 만큼 숫자가 줄어들었다. 오늘날 생태보존 문제는 인류가 자연계에 화답하지 않을 수 없는 이슈가 되었다. 세계의 생태학자들은 문제의 실마리가 아시아 쪽에서 먼저 풀어지기를 기대하는 모양이다. 유교적 자연관(自然觀)과 불교적 자비관(慈悲觀)이 아직은 다 메마르지 않은 지역으로 보았기 때문인 것이다. 행여 생태를 복원하는 날이 오면, 늑대가 어슬렁거렸던 고향땅 해받이고개를 거닐어 볼란다. 황규호 한국의 고고학 상임편집위원
  • [서울신문 신춘문예-시·시조 당선작] 남해기행/이아영

    손에 묻은 모래알을 훌훌 털어내고 싶어 바다에 나와서면 먼 기억들이 달려오고 가슴은 빈 바람 소리로 동굴 하나 만든다. 지나온 발자국들 돌아보면 또 묻히고 갈매기 흰 울음이 저녁놀에 잠겨들면 달 하나 키우고 싶은 섬이 하나 솟는다. 물때에 부대끼는 서러운 몸짓으로 꿈을 잠재우는 파도와 마주서다 보면 일몰은 또 하나의 탄생 산이 나를 맞는다. ■ 당선 소감-뼈처럼 단단하고 튼튼한 작품을 빚고싶어 무디고 더딘 내 감성의 더듬이를 세워 나는 시조라는 벽을 오르고 있었다. 우리 민족시인 시조를 쓴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면서 말이다. 학창시절 백일장에서 입상하게 되면서부터 내 삶은 시의 더듬이를 곧추세우고 현장에 있었다. 이 시대의 이야기들을 시조에 담아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많은 글을 읽고 생각을 다듬어야겠다고 조바심을 내면서도 나는 늘 뒤처져 있다는 생각에 안절부절했다. 몇 해 동안의 신춘문예 낙방 소식은 내게 익숙한 시간들이었다. 그런데 이 어둡고 긴 터널을 뒤로하고 뜻밖의 당선 소식이 찬란한 햇발처럼 먼데서 밀려온 것이다. 이 무거운 짐을 어떻게 지고 나아가야 할까? 나는 지금 촉수를 가다듬고 시조가 걸어온 먼 길을 되짚어 걸어가 본다. 뼈처럼 단단하고 근력 튼튼한 작품을 빚고 싶다. 부족한 작품에 불을 밝혀주신 심사위원 선생님과 서울신문사에 앞으로 창작의 불을 영원히 피워갈 것을 약속드린다. 내게 시를 지도해 주신 최문자 교수님과 시조에 한 발짝 더 다가설 수 있도록 손잡아 주신 권갑하 선생님께 감사를 올린다. 그리고 나를 격려해 주신 ‘시로 여는 이 좋은 세상의 문예대학’ 문우님들과 늘 믿음으로 지켜봐주신 부모님, 그리고 사랑하는 언니에게 이 기쁨을 바치고 싶다. 감사드려야 할 분들이 너무 많다. 언제나처럼 인생의 모티프를 주시는 사부님과 나의 벗 효진, 현진에게도 깊은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이아영 약력 1985년 서울 출생,2000년 전국 만해백일장 시, 시조부문 장원, 협성대 문예창작과 3학년 ■ 심사평-세밀한 관찰로 이미지 표출 시조는 우리말이 갖고 있는 가락을 가장 잘 살려낼 수 있는 장르이다. 이번 신춘문예에 응모한 작품들은 신인다운 패기와 참신성을 보여준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예년에 비해 편수도 늘었고 응모작 수준도 높았다. 그러나 어떤 아류에 휩쓸린 경향에 만연되어 있거나 이름을 가리고 보면 똑같은 톤과 연결하는 법이 동일한 경우의 작품들도 만날 수 있었음은 문제로 지적되었다. 당선작 이아영의 ‘남해기행’은 삶의 현실에서 내다보는 희망과 자연과의 호흡, 숨결이 피부에 와 닿는 작품이다. 기행이라고 해서 표면에 나타난 사물 그대로만을 묘사하지 않고 세밀한 관찰을 통해 내면의 이미지로 표출해낸 감성적인 작법이 뛰어났다. 최종심에 오른 이태호의 ‘지리산에 들다’는 작품을 다루는 솜씨가 만만치 않았음에도 표현 형식에서 시조의 형식미를 살려주었으면 하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의도적으로 3장6구 형식을 분할하더라도 시각적으로 시조의 특징을 살렸더라면 당선권에 들었을 것이다. 김종학의 ‘물밀어오는 뜨락’은 작품을 갈고 닦은 노련함이 엿보이나 진실성과 메시지 전달이 부각되었으면 하는 점, 말의 치장이 필요 이상 과한 점이 아쉬웠다. 연선옥의 ‘그 숲에 들면’은 시적 대상에서 바깥 세계와의 폭넓은 시야나 통로를 마련했더라면 한결 우수한 작품이 되었을 것이다. 숲 안에서만 안주한 점이 당선권에서 멀어지게 했다. 이근배 한분순
  • [Seoul In]27일 영화 ‘파이스토리’ 무료 상영

    동대문구(구청장 홍사립) 겨울방학을 맞아 27일 동대문구청 2층 다목적강당에서 애니메이션 영화 ‘파이스토리’를 무료 상영한다. 파이스토리는 깊은 바다에 사는 물고기 ‘파이’가 부모를 잃고 홀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도넛 동굴과 산호 협곡 등 아름다운 해저공간도 감상할 수 있다. 문화공보과 2127-4717
  • [Seoul In] 27일 영화 ‘파이스토리’ 무료 상영

    동대문구(구청장 홍사립) 겨울방학을 맞아 27일 오후 1시, 3시 동대문구청 2층 다목적강당에서 애니메이션 영화 ‘파이스토리’를 무료 상영한다. 파이스토리는 깊은 바다에 사는 물고기 ‘파이’가 부모를 잃고 홀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도넛 동굴과 산호 협곡 등 아름다운 해저공간도 감상할 수 있다. 문화공보과 2127-4717
  • 송구영신 소망여행

    송구영신 소망여행

    12월31일 오후 5시40분에 전라남도 소흑산도에서 모습을 감춘 2006년의 해는 새해 1월1일 오전 7시26분 경상북도 독도에서 ‘황금돼지’띠의 첫 해로 떠오른다. 매일같이 뜨고 지는 태양이지만,12월31일과 1월1일에 뜨고 지는 해에는 특별함이 있다. 모두의 간절한 소망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평상시와는 달리 송구영신(送舊迎新) 여행은 희망의 실체를 눈으로 확인하는 자리. 수평선을 희롱하듯 해돋이-해넘이의 장관을 지켜보며 이루지 못한 소망 등 가슴 한편에 남아 있는 미련일랑 훌훌 털어 버리고 희망찬 한 해를 설계해 보자. 남해와 동해가 만나서 이루는 절경의 바다, 부산 기장군 해안가에 그림처럼 자리잡고 있는 해동용궁사와 땅끝마을 해남을 미리 다녀왔다. 각각 해돋이와 해넘이가 장관인 곳. 이밖에 전국 주요 일출-일몰 명소를 소개한다. 해남 김문·기장 손원천기자 km@seoul.co.kr ■ 동해와 남해가 만나는 꼭짓점 부산 기장 해동용궁사 해맞이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을 지나 송정으로 가는 길목에 아담한 언덕길이 하나 있다. 달맞이 고개라고 불리는 이 고갯길은 소가 누워 있는 형상의 와우산 능선을 열다섯번 돌아 넘는다고 해서 예로부터 15곡도라 불렸다. 달맞이길을 넘어 송정해수욕장∼수산전시관∼해동 용궁사∼기장군 대변항을 잇은 해안관광도로는 드라이브 코스의 백미. 이름만큼 고운 청사포 등 아름다운 풍경을 품은 해안가 마을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특히 해동 용궁사는 동해와 남해가 맞닿은 지점에 자리잡고 있는 수상법당. 국내 3대 관음성지 중 한 곳이다. 근동에서는 일출명소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너른 바다에서 들려오는 해조음과 독경소리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특이한 문화재는 없지만 늘 관광객들로 북적댄다. 처음 창건된 것은 고려 공민왕 때. 당시 이름은 보문사였다고 전해진다. 임진왜란 등을 거치며 소실된 것을 1930년 통도사의 운강화상이 중창했고,1974년 정암스님이 지금의 해동용궁사로 바꾸었다고 한다. 절 입구에 들어서자 12지신상과 함께 ‘소원 한 가지는 반드시 이뤄주는 해동 용궁사’란 팻말이 눈에 띄었다.‘운전하는 데는 조심하는 것이 가장 좋은 부적입니다.’라는 글귀가 적힌 ‘교통안전기원탑’도 서 있다. 한 가지 소원은 반드시 들어준다고 했으니 이 참에 소원이나 빌어볼까. 교통안전까지 세심하게 기원해주는 절이니 다른 소원들은 말할 것도 없을 게다. 교통안전기원탑을 지나면 108계단으로 이어진다. 계단 중간쯤 득남불(得男佛)과 학업성취불이 자리잡고 있다. 만지면 아들을 낳게 해 준다는 득남불의 둥근 배는 아들 바라는 이들의 손을 타 까맣게 윤이 나는 것이 기름칠이라도 해놓은 듯하다. 이름에 걸맞게 책을 보고 있는 학업성취불도 잠시 발길을 멈추게 한다. 108계단을 지나면 드디어 해동용궁사의 전경이 막힘 없이 열린다.‘바다도 좋다 하고 청산도 좋다거늘 바다와 청산이 한곳에 뫼단 말가.’라고 했다는 춘원 이광수의 감탄이 가슴에 와 닿는다. 대웅전 앞을 지나 계단을 몇 걸음 올라가면 해수관음대불과 만나게 된다. 꼭 한 가지 소원을 들어준다는 바로 그 불상이다. 바다를 굽어 살피듯 용궁사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잡고 있다. 촛불 앞에 머리를 조아리는 사람들의 표정이 경건하기 이를 데 없다. 이뤄야 할 소망이 있으니 더욱 간절해지는 모양이다. 108계단에서 해안가로 빠지는 길목에 약사여래불이 근엄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이 사찰에서 가장 바쁘신 분 중 하나다. 몸 아픈 이들이 병을 맡기고 가기 때문. 약사여래불을 지나면 동해에서 해가 제일 먼저 뜬다는 일출암이다. 지옥에 빠져 고통받는 중생을 구제해준다는 지장보살이 이방인을 맞는다. 연말연시만 되면 구름처럼 몰려든 중생들이 밤을 도와 소망을 빈다는 곳. 희망을 품고 왔든 가슴 한편에 남아 있던 미련을 버리려 왔든, 불상 옆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온갖 시름을 거두어 가는 듯하다. 기장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해돋이 명소 ●포항시 호미곶 경북 포항시 영일만에 위치한 호미곶은 우리나라 지도를 호랑이로 표현했을 때 꼬리에 해당하는 곳. 육당 최남선은 조선 10경 중 가장 아름다운 일출 장소로 꼽기도 했다. 청동 조형물인 ‘상생의 손’위로 떠오르는 해가 장관이다. 매년 12월31일 오후부터 새해 첫날까지 해맞이 축제가 열리기도 한다. ●경주 토함산 바닷가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안개가 자주 끼는데, 마치 산이 바다에서 밀려오는 안개를 들이마시고 토해내는 모습을 닮았다고 해서 토함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하늘과 바다가 동시에 붉게 물드는 모습이 장관이다. 감포의 문무대왕릉은 사진작가들이 즐겨 찾는 곳. 이맘 때면 해무가 자주 껴 갈매기떼의 군무와 함께 선경을 이룬다. ●영덕 강구항 남으로 포항시, 북으로는 울진군과 맞닿아 있는 조용한 포구. 선착장에서 태양이 떠오르는 풍광을 맞는 것도 좋지만, 해 뜨는 장소가 일정치 않기 때문에 삼사해상공원에서 보는 것이 수월하다. 강구항과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곳에 자리잡은 삼사해상공원은 인공폭포인 천지연 등 볼거리와 놀거리가 많은 곳. ●동해 추암리 TV에 방영되는 애국가 일출 장면이 촬영된 장소. 해안 절벽과 동굴, 칼바위 등의 크고 작은 바위섬이 모여 장관을 이룬다. 추암이란 이곳의 촛대바위를 가리키는 말이다. 동해시와 삼척시 경계에 꽂아놓은 듯 우뚝 솟은 촛대바위 사이로 솟아오르는 해돋이는 동해의 절경으로 손꼽힌다. 특별한 적기 없이 사계절 내내 아름답다는 평가를 받는다. ●태백산 천제단 태백산 정상의 천제단은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곳. 특히 겨울철 설경이 비경을 이루는데, 일출과 어우러지면 선계가 따로 없는 곳이다. 산세가 험한 편은 아니지만, 해돋이를 보려면 야간산행을 해야 하기 때문에 아이젠 등의 장비는 필수적으로 지참해야 한다. 매년 12월31일에는 태백산 등산로 일대와 해넘이를 황지연못 등에서 해넘이 행사를 가진 다음, 새벽 3시부터 산을 올라 오전 7시에 일출을 감상하는 행사를 벌인다. ●여수 향일암 향일암은 1300여 년 전 신라의 원효대사가 창건한 사찰. 남해 수평선의 해돋이 모습이 장관이라는 뜻에서 향일암으로 이름지어졌다. 산길은 제법 가파른 편. 중간쯤에 암벽을 타고 오르기도 하고, 암자 근처에선 집채 만한 바위 사이로 난 석문을 통과해야 한다. 해가 뜨면 서서히 암자의 모습이 드러나는데, 동백과 바위로 둘러싸인 절의 모습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 해넘이 명소 ●장화리(인천 강화) 서해안 3대 낙조로 꼽힌다. 동막리에서 장화리로 이어지는 강화도 남단의 해안도로는 드라이브를 즐기며 낙조를 감상하기에 그만. 석모도 남단의 민머루 해수욕장도 주요 포인트 중 하나다. ●안면도 꽃지해수욕장(충남 태안) 대한민국 대표 낙조 포인트. 안면도 중간쯤 자리잡고 있다. 소나무가 자라는 할미바위 너머로 해가 진다. 모래밭도 단단해 백사장을 거닐기에도 좋다. ●솔섬(전북 부안) 전북의 대표적인 곳. 외변산 지역은 전체가 해넘이 감상포인트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북쪽으로는 새만금간척지의 방조제 입구부터 남쪽의 모항 해수욕장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바닷가에서 해넘이를 감상할 수 있다. ●세방(전남 진도) ‘세방낙조’란 명성에 걸맞게 안면도 꽃지해수욕장과 쌍벽을 이룬다.‘세방 해안일주도로’가 일품 코스. 떨어지는 해가 가장 오래도록 머무르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순천만 갈대밭(전남 순천) 칠면초보다 더 붉게 탄다는 것이 순천만 노을. 뱃길투어, 갯벌체험, 갈대산책 등을 위해서는 별량면 쪽이 편하지만, 순천만을 한눈에 굽어보려면, 순천만 최고의 낙조 포인트 해룡면 용산에 올라야 한다. ■ 땅끝마을 전남 해남 해넘이 “결국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또다시 떠오를 거야.”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마지막 대사로 유명한 말이다. 원저자 마거릿 미첼은 평생동안 이 한 작품만을 남겼고 또 1000쪽이 넘는 방대한 서사시의 마침표라는 점에서 더욱 긴 여운으로 다가온다. 지난 주말 오후, 국토의 땅끝마을에 섰을 때 저 바다 건너편으로 넘어가는 붉은 태양을 보면서 문득 이 영화의 대사가 생각났다. 사랑, 질투, 이별, 전쟁…. 그 영화 속에 나온 인물들, 자신이 원했든 원치 않았든 거부할 수 없이 다가온 소용돌이의 삶 속에 몸을 던졌다가 그렇게들 돌아갔겠지. 그때나 지금이나, 또 그곳이나 이곳이나 하늘 아래 숨쉬는 삶의 땅이기에 희로애락 인간냄새 또한 다를 바 없을 터. 한해가 저무는 12월의 끝자락이다.2006년의 태양이 한해 동안 생겨난 인간사의 온갖 미련과 잡념의 티끌들을 송두리째 안고 바다 속으로 막 자맥질을 하려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그것은 새로운 2007년의 태양, 황금돼지의 태양을 잉태하기 직전 폭풍전야의 마지막 불끈거림이었다. 토말(土末)에서의 새해맞이 진행형은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해남 김문기자 km@seoul.co.kr # 울고 왔다 웃고 가는 곳 설레는 마음을 갖고 땅끝마을까지 가는 길은 조금 멀게 느껴진다. 해남읍에서 버스를 타고 50분은 족히 걸렸다. 경운기를 운전하는 노인, 파란 보리밭에서 김매는 아낙네들의 모습이 평화롭게 다가온다. 운전기사가 “해남의 농토는 강원도에서 농사지을 수 있는 땅의 2배가 넘는다.”고 했다. 또 “여기는 울고 왔다, 웃고 가는 고장”이라면서 “해남의 부자들은 대부분 외지사람”이라고 귀띔한다. 잠시 후 ‘대한민국 땅끝마을’이라고 적힌 돌탑이 보인다.‘땅끝’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새로운 시작이라는 엄숙함이 앞선다. 누가 국토의 땅끝이라고 했던가. 반도의 맨 앞에서 모진 비바람을 온몸으로 막아낸 첨병이요, 태곳적부터 한줄기 빛을 오롯하게 밝히며 묵묵히 ‘처음’으로 살아왔을진대 말이다. 땅끝마을 부두만 하더라도 보길도, 진도 등 남해안의 크고 작은 섬을 연결시키는 연락선이 하루에도 수십차례 기적을 울리며 떠나고 들어온다. # 해넘이·해돋이 축제 땅끝마을 부둣가 광장과 전망대에서는 매년 12월31일 해넘이·해맞이 축제가 열린다. 올해가 11회째로 전국 각지에서 수만명이 찾는다. 특히 다도해의 절경과 일출·일몰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독특한 지형조건을 지녔다. 이곳에서는 관광객 및 군민이 함께하는 콘서트, 전통놀이마당, 음식문화 잔치, 깜짝 이벤트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아련하고 정이 넘치는 땅끝마을의 이미지를 부각시킨다. 오는 31일 자정무렵에 벌어지는 촛불의식과 달집태우기는 새해를 맞아 소망을 기원하는 하이라이트. 이어 여명의 북소리가 울려퍼지고 소망의 연날리기에 이어 장보고호에 탑승해 선상에서 해맞이를 하면서 횡간도와 노화도를 돌아보는 행사는 땅끝마을만이 간직한 특별 프로그램이다. 이밖에 송호해수욕장에서 2006년 마지막 해넘이를 보는 재미도 그만이다. 아울러 사구미해수욕장, 조각공원, 달마산 미황사, 자연사해양박물관, 두륜산 대흥사, 우항리 공룡화석지 등과 인접해 있어 가족끼리 가기에도 안성맞춤이다.
  • [부고]

    ●박영준(서울 광진구 부구청장)씨 모친상 18일 건국대병원, 발인 20일 오전 8시 (02)2030-7902●이철우(롯데마트 사장)이상구(전 안양중 교장)씨 빙모상 18일 신촌세브란스병원, 발인 22일 오전 8시 (02)392-0499●조동제(연세대 의과대 교수)철제(GKS 전무이사)선제(갑을방적)씨 모친상 박양자(피부과 의사)씨 시모상 원승희(화랑용사촌 공장장)윤주학(선문대 교수)씨 빙모상 조윤기(한국전력기술)인기(성애병원 의사)씨 조모상 18일 신촌세브란스병원, 발인 20일 오전 9시 (02)392-0299●이완경(GS스포츠 사장)씨 모친상 18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20일 오전 8시 (02)3010-2292●이재동(한국앵글 대표)씨 부친상 우병하(대한통운 예미출장소장)박호훈(범아개발공사 관리부장)이영화(전 수협 서신지점장)씨 빙부상 18일 고대안암병원, 발인 20일 오전 9시 (02)929-0499●이두연(하나로지텍 대표)씨 별세 김은숙(구지초등학교 교사)씨 상부 이우연(대우정보시스템 차장)씨 형님상 17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9일 오전 8시30분 (02)3010-2295●황규찬(국민건강보험공단 차장)규석(신세계건설 대리)규자(한양대 무용학과 교수)규숙씨 모친상 이기정(한양대 국제협력실장)김수겸(서울통신기술 부장)씨 빙모상 16일 한양대병원, 발인 19일 오전 9시 (02)2290-9457●이종학(전 서울지방경찰청장)씨 별세 철원(사업)씨 부친상 최용근(동굴탐험가)박충윤(육군 대령)씨 빙부상 18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20일 오전 7시 (02)3010-2262●이문호(전 연합뉴스 전무)준호(미국 거주)달호(예비역 공군 대령)강호(사업)씨 부친상 이맹선(사업)씨 빙부상 18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20일 오전 8시 (02)3410-6907●유정기(전 전주시청)현기(KT&G 팀장)순성(우리은행 차장)씨 부친상 임병찬(전북애향운동본부 총재·전북도민일보 사장)오진규(국민은행 지점장)조순방(고리파이프 과장)김방규(부안여고 교사)씨 빙부상 18일 전북대병원, 발인 20일 오전 10시 (063)251-4810●조성두(전 서울산업진흥재단 대표)씨 별세 윤철(순천대 교수)현지(미국 변호사)윤석(코마스 차장)윤진(동양종금 대리)씨 부친상 고병원(의사)씨 빙부상 18일 서울대병원, 발인 20일 오전 7시 (02)2072-2011
  • [영화단신] 네티비티 스토리

    ‘성령으로 잉태하사 동정녀 마리아에게 낳으시고….’ 예수의 신비로운 탄생을 말해주는 주기도문의 한 구절이다. 의로운 사람 요셉은 하나님의 계시를 받은 후 자신의 자식이 아닌 아이를 가진 마리아의 결백을 믿었고, 그 결과 아기 예수는 축복 속에 베들레헴의 한 마구간에서 태어났다. 이 정도는 성경에도 나와 있고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이야기. 오는 21일 개봉하는 ‘네티비티 스토리-위대한 탄생’은 기독교인이건 아니건 그 이면의 이야기가 궁금한 사람들에게 알맞은 영화다. 성경에 구체적으로 묘사되지는 않았으나 아기 예수를 세상에 내어 놓기까지 평범한 부부 요셉과 마리아가 겪었을 심리적·육체적 역경을 생생하게 그렸기 때문이다. 처녀가 부정한 방법으로 임신했다는 의심을 사는 마리아의 불안, 율법대로 그녀를 돌로 쳐죽이라는 압력을 받는 요셉의 고뇌, 만삭의 마리아를 데리고 삶의 터전을 떠나 고향인 베들레헴으로 가게 된 사연 등을 촘촘하게 풀어놓고 있다. 특히 영화는 위대한 탄생에 따르는 진통에 카메라를 들이댔다. 때문에 베들레헴으로 가는 부부의 힘겨운 여정을 보여주는 데 상당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이 고난의 행군을 끝내기까지 강물에 빠지고 사막의 모래바람과 추위를 견디며 주린 배를 움켜쥐어야 했다. 부르트고 갈라진 요셉의 발바닥은 마리아와 아기를 지켜낸 그의 헌신과 믿음을 단적으로 말해 준다. 우여곡절 끝에 베들레헴에 당도하지만 발 뻗고 누울 자리도 찾기 전에 마리아의 진통이 시작된다. 동굴 같은 마구간을 겨우 찾아 3000년 만에 3개의 별이 하나로 모인 그 순간 아기 예수가 태어난다.“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높으신 분이 오셨도다.” 동방박사 3인을 비롯해 메시아의 탄생을 손꼽아 기다리던 사람들이 줄을 잇는다. 연약하면서도 강인한 마리아를 연기한 케이샤 캐슬휴즈는 다른 마리아를 생각할 수 없도록 한다. 성서를 바탕으로 나사렛 마을을 고증해 내고 모로코와 사하라 사막까지 거치면서 역사적 현장을 완벽히 재현, 마치 성지순례를 떠나는 감동까지 전해준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한종태 정치전문기자의 정가 IN&OUT] ‘동굴’지도자는 나타날까

    [한종태 정치전문기자의 정가 IN&OUT] ‘동굴’지도자는 나타날까

    영국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훌륭한 지도자의 유형을 이렇게 꼽았다. 국정에서 한발짝 비켜선 뒤 온갖 시련과 고초를 겪으며 심신을 단련한 끝에 다시 한번 전면에 부상하는 지도자가 나라를 발전시킨다고 설파했다. 그러면서 토인비는 핍박받는 이스라엘인들의 출애굽을 이끈 모세를 예로 들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동굴(洞窟) 비유도 이와 비슷하다. 즉, 자신을 따르는 무리들과 동굴에서 살다가 동굴 밖 세상에 대한 궁금증으로 동굴을 떠나, 밝은 세상을 보게 된 지도자가 다시 동굴 속으로 돌아와 동굴만이 유일한 생활터전이라고 믿는 무리들에게 화려한 바깥 세상의 존재를 알리고 그들을 각성시키는 일을 차곡차곡 진행시키는 사람이 진정한 리더라는 것이다. 중국의 오늘이 있게 한 덩샤오핑이 그랬고 대영제국의 기초를 공고히 한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이 그랬다. 덩샤오핑은 마오쩌둥이 일으킨 문화혁명으로 숙청을 당해 10년 이상 야인으로 지내며 개혁 개방에 대한 신념을 더욱 굳게 한 끝에 중국이 나아갈 방향의 틀을 체계화했다. 엘리자베스 1세는 딸을 낳았다는 단 한가지 이유로 아버지 헨리 8세가 그녀의 어머니인 앤 블린 왕비와의 결혼을 무효로 하고 사형까지 시키면서 불우한 청소년기를 보냈다. 졸지에 서출이 된 것도 그에겐 받아들이기 힘든 일. 그러나 그는 이복 오누이인 메리 공주와 에드워드 왕자에 이어 왕위에 오른 뒤 영국을 가장 부강한 나라로 만드는 기초를 닦았다. 우여곡절의 불행한 삶을 살았지만 끊임없는 자기 성찰로 나라를 잘 이끈 엘리자베스 1세는 이후에도 훌륭한 지도자의 전범으로 추앙받고 있다. 여의도 정가에서는 ‘너무 쉽게 당선되면 끝이 안 좋다.’는 통설이 있다. 처음 치른 국회의원 선거에서 너무도 쉽게 금배지를 단 의원 치고 의정활동 성적이 뛰어난 사람 별로 없고, 이후 연속 당선에 성공한 이도 그다지 많지 않다는 현실을 빗댄 것이다. 내가 왜 국회의원이 되어야 하고, 의원이 된 후 지역구민과 국민들을 위해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어떤 법안을 만들 것인지 정도는 머릿속에 그리고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 어떤 경험과 심신 단련을 했는지, 그리고 성과별 자기관리는 확실하게 하고 있는지도 점검해야 함은 물론이다. 단순히 정파적 이해에 따라 출마하고 특정인 줄서기나 해서는 국민들 뇌리에 오랫동안 기억되는 국회의원이 될 수 없다. 이는 곧 ‘정치인’과 ‘정치꾼’의 차이다.17대에서 탄핵 열풍으로 금배지를 단 탓에 ‘로또 의원’이란 비아냥을 듣는 국회의원의 상당수가 여기에 해당하지 않을까. 갈라서기 직전에 놓인 여당의 심각한 분열상도 이런 현실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차기 대선후보군 가운데 ‘동굴’ 지도자는 과연 있을까. 후보군마다 이런 시련과 저런 고초를 겪으며 나라를 제대로 이끌 안목을 키웠다고 주장할 것이다. 문제는 국가를 운영할 정도의 위치에서 그런 일을 했느냐가 문제다. 변호사나 언론인, 기업인으로서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얘기다. 물론 여기에서 남녀의 차이를 두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모세나 덩샤오핑처럼 훌륭한 지도자를 선택하는 것은 순전히 국민들의 몫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삶의 질과 직결되는 것이다. jthan@seoul.co.kr
  • “네안데르탈인 화석 식인습관 흔적 발견”

    4만 3000년 전 네안데르탈인의 유골에서 극심한 굶주림과 식인의 흔적이 발견됐다고 BBC 뉴스와 라이브사이언스 닷컴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스페인 북서부 엘 시드론의 지하 동굴에서 지난 2000년 이후 발견된 8명의 네안데르탈인 화석을 분석한 국제 과학자팀은 어린이들의 치아에서는 굶주림과 극심한 영양 부족, 뼈에서는 생존을 위한 필사적인 투쟁의 흔적을 발견했다고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 최신호에 밝혔다.네안데르탈인이 식인종이었을 가능성은 2000년 ‘내셔널 아카데미 오브 사이언스’를 통해서도 제기됐었다. 스페인 국립 자연과학박물관의 안토니오 로사스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이들의 화석 표본에 나타난 고도의 발달 스트레스 수준으로 미뤄 볼 때 생존을 위한 식인습관이 어느 정도 일상화돼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고 말했다.연구진은 이 동굴에서 발견된 뼈의 신체적 특징은 유럽 다른 지역에서 발견된 같은 시대 네안데르탈인들의 특징과 일치했으며, 다른 지역 표본에서도 식인의 증거가 나타났다고 밝혔다.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7만년전 돌 조형물 발견

    아프리카 보츠와나에서 7만년 전 돌을 깎아 만든 조형물이 발견됐다. 높이 2m, 길이 6m 정도의 돌을 다듬어 만든 비단뱀의 머리와 몸통 형상이다. 이 조각의 발견으로 지금까지 유럽의 동굴 벽화 등을 근거로 종교의 역사를 4만년 정도로 잡고 있던 학계 통설이 완전히 바뀔 전망이다. 발견은 인류가 아프리카에서 유래했으며 문화와 종교도 이 곳에서 전파됐음을 보여준다.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의 석기시대 전문가 셰일라 컬슨 교수는 최근 보츠와나의 촐리도 언덕에 있는 동굴 속에서 바위를 300∼400군데 쪼아 만든 뱀의 눈과 입 모양 등 형상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는 “햇빛이 비치면 쪼아낸 자국이 뱀의 비늘 같은 형상을 드러냈고 밤에 불빛에 비친 모습은 마치 뱀이 살아 움직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컬스 교수 등 연구진은 현지 산(San) 부족 사이에 ‘신의 산’ ‘속삭이는 바위’ 등으로 불리는 이 언덕의 동굴 속에서 이 비단뱀 돌 조각과 함께 동굴 바닥에 놓인 115개의 찌르개와 불에 탄 22개의 붉은 돌 창촉 등을 발견했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200㎞ 이상 떨어진 곳에서 칼라하리 사막을 지나 온 것이다. 바닥 면적 26㎡의 이 동굴은 1990년대에야 학자들에게 알려졌으나 현지 주민들 사이에는 이 곳이 비단뱀을 중심으로 한 신화의 중심지이다. 컬슨 교수는 “석기시대였던 당시 사람들이 다채로운 색깔의 창촉들을 동굴로 가져와 그 안에서 다듬기를 끝냈으며 오직 붉은 색 창촉만 불에 태워진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하고 공예품을 파괴하는 의식을 뜻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오슬로 로이터 연합뉴스
  • “독도 침몰”

    독도의 수명이 다해 얼마 후면 바다속으로 가라앉을 것이란 주장이 나왔다. 손영관 경상대 지질학과 교수는 1일 서울대 지질환경연구소가 개최한 ‘제3회 전재규 추모 학술대회’에서 “독도가 빠른 속도로 침식·풍화되고 있어 머지않아 바다속으로 가라앉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 교수는 “약 450만년 전 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진 독도는 200만년이 지난 뒤 화산활동을 멈췄다.”면서 “지질학적으로 그다지 길지 않은 기간에 화산체의 대부분이 침식된 점으로 미뤄 독도는 곧 수명을 다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손 교수는 ‘독도 침몰’의 속도가 빠른 이유로 ▲독도 밑부분이 화산재 등 화산 활동의 부스러기로 형성된 응회암과 각력암으로 이뤄져 있어 단단하지 않고 ▲동해 한 가운데 있어 거센 파도에 취약한 데다 ▲동도와 서도 모두 지름이 500m가 안 되는 작은 섬이라는 점을 들었다. 그는 “독도가 생기고나서 약 200만년 뒤에 만들어진 울릉도 역시 독도와 비슷한 미래를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동도는 단층도 많고 섬 밑에 여러 동굴이 나 있어 벌집처럼 구멍이 뚫린 상태라 더 취약하다.”고 지적했다.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새영화] 판의 미로-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

    “현실은 잔혹하고 잔인하단다. 마법이란 상상 속에서나 존재하는 거야. 어른이 되면 더이상 요정 같은 것은 믿지 않지. 냉혹한 현실만 깨닫게 될 뿐….” 영화는 내내 이렇게 말한다. 환상 속에 빠진 아이도, 끔찍하고 소름돋는 상황 속에 놓인 어른들도 하나의 종착점으로 치닫는다. 잔혹한 현실. ‘판의 미로-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El Laberinto Del Fauno)는 파시스트 독재자 프랑코 정부에 맞서 투쟁하는 게릴라과 정부군이 대립하는 1940년 스페인을 배경으로 한다. 군인의 아이를 가진 엄마를 따라 게릴라과 정부군이 맞닿은 숲 속에 오게 된 오필리아에게 그곳은 늘 벗어나고 싶은 두려운 곳이다. 오필리아의 유일한 탈출구는 환상이 만들어낸 요정 이야기. 요정을 따라 신비로운 미로의 중심으로 들어간 오필리아는 기괴한 모습의 판을 만난다. 판은 오필리아에게 지하왕국의 공주였던 전생을 이야기하며, 마법열쇠 세 개를 찾아내야 한다고 말한다. 판의 지시에 따라 오필리아는 위험천만한 모험의 세계로 빠져든다. 미로 밖의 세상에서 벗어나 지하왕국의 공주로 돌아가기 위한 몸부림이다. 아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 판타지 영화는 내내 어둡고 음습하다. 잔혹동화라고 하는 것이 옳다. 환상이라는 것이 고단한 현실을 잊게 하는 밝고 안락한 것이 아니라는 듯, 오필리아를 벌레가 가득하고, 끈적한 두꺼비가 있는 동굴이나 아이를 잡아먹는 창백한 괴물이 사는 집으로 몰아간다. 차가운 눈빛의 새아버지와 점점 약해져만 가는 엄마가 있고, 게릴라의 폭격이 계속되는 현실보다는 나은 곳이지만, 어린 오필리아에게는 모두 견디기 힘든 고통의 공간이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환상과 현실을 힘겹게 오가는 오필리아의 모습에서 환상은 현실의 도피처가 아니라 삶의 일부임을 비추는 듯하다.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꿈꾼 환상은 역시 악몽일 수밖에 없는, 현실과 환상의 연결고리를 역설한다.15세 관람가.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불가사의’ 이스터섬 문명몰락 다뤄

    “세계 7대 불가사의로 손꼽히는 이스터섬의 거대한 모아이 석상을 아십니까. 또 그런 거대한 석상 887개를 만든 그들은 어디로 사라졌을까요.” SBS가 내달 3일 밤 11시5분부터 방송하는 SBS 스페셜 ‘29일째 날의 이스터섬:과거로부터의 메시지(연출 서유정)’가 이런 불가사의를 파헤친다. 이스터섬의 원주민들은 한때는 거대한 석상을 세울 정도로 문명이 번성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철저하게 몰락의 길을 걸었다. 이러한 이스터섬의 몰락을 통해 지금 처해 있는 우리의 미래를 가늠해 보는 의미있는 시간이다. 이스터섬은 1722년 부활절 일요일 네덜란드 선장 로헤벤이 처음 발견했다. 섬의 원주민들은 누추한 오두막이나 동굴에 살면서 서로 간에 끊임없이 전쟁을 벌이고 부족한 식량으로 인해 식인 풍습까지 있는 지옥과 같은 섬이었을 뿐이다. 부활절 날 발견했다고 하여 영문으로 부활절이란 뜻의 ‘이스터’로 이름이 붙여졌다. 그런데 로헤벤은 이 섬에서 대단히 이상한 것을 보았다. 무게 40∼50t이 넘는 거대한 석상들이 섬의 여기저기에 우뚝 서서 말없이 바다를 바라다 보고 있었던 것이다. 바로 이 석상들이 ‘모아이’다. 섬 전역에서 발견된 그 숫자는 무려 887개. 도대체 거대한 모아이 석상을 세울 정도로 번성한 문명과 풍요로운 자연을 가지고 있던 그들이 멸망한 이유는 무엇일까.●이스터섬이 주는 교훈 대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고립된’ 특정 지역에서 자원을 마구 낭비하고 적절한 인구증가를 방치하였을 때 급속히 몰락의 길을 걷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삼림 파괴와 같은 자연훼손이 정점을 지나면 복구가 불가능해지고 그에 따라 필연적으로 전쟁이 일어난다.외부로부터 어떤 구원의 손길도 없는 가운데 문명의 흔적만 남긴 채 그들은 수수께끼처럼 ‘실종’된다. 마야문명이 그랬고, 이스터섬이 그랬다고 한다. 이제 우리 시선은 우주에서 철저하게 고립된, 아직까지는 단 하나의 행성인 ‘지구’로 돌려진다. 이스터섬과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상황은 비슷하다. 고립된 환경, 고갈되어 가는 자원, 늘어나는 인구 등으로 획기적인 대안이 없다면 이스터섬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 프로그램은 참혹한 미래를 피하려면 이런 ‘과거로부터의 메시지’를 교훈 삼아 환경문제에 범지구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해 준다.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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