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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제책 없이 툭하면 수업 폐강… “우리는 학교 실험 대상이었나”

    구제책 없이 툭하면 수업 폐강… “우리는 학교 실험 대상이었나”

    “저희도 구조조정 필요한 거 알고, 어느 정도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것도 알아요. 그렇다고 구제책은 뒷전인 학교의 일방적인 결정만 받아들여야 하나요?” 학령인구 감소와 지방대의 경쟁력 후퇴라는 현실에서 학과 통폐합 등 대학 구조조정은 불가피한 흐름이다. 그러나 ‘대학을 살린다’는 명분만 강조되면서 애꿎은 학생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똑같은 등록금을 내고 입학한 학생들이 갑작스레 폐과를 통보받고, 진로 계획을 다시 고민할 새도 없이 학과가 통합돼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 16일 서울신문 취재 결과 2021학년도 대입에서 극심한 충원난을 겪은 지방 소재 4년제 대학 20곳이 2023학년도까지 신입생 모집인원을 총 1000명 이상 감축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당장 2022학년도부터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대학이 상당수로 집계됐다. 학과 통폐합 과정에서 진통을 겪는 사례도 적지 않다. 서울신문은 학과 통폐합의 당사자가 된 재학생, 학부모, 교수와 학창 시절 이를 경험한 졸업생 등 총 10명에게 대학 구조조정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이들은 학교가 통폐합의 근거가 되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구조조정 대상이 된 구성원들에게 뚜렷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동국대 경주캠퍼스 한국음악과 학생들은 주말마다 경북 경주 교촌마을에서 공연을 올린다. 학교가 한국음악과의 신입생 모집을 중단하고 사실상 과를 없애겠다고 결정하자 학과 경쟁력을 높이고자 학생들이 직접 나선 것이다. 신입생 모집 중지가 확정됐지만, 학생들은 지푸라기라도 잡겠다는 심정이다. 이 학과 학생들은 지난 2월 22일 학교 측이 의견 수렴도 없이 일방적으로 폐과를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입학을 일주일 앞둔 신입생들은 ‘사기 입학’을 당했다며 항의하고 있다. 학생들은 국가무형문화재 50호 및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지정된 ‘영산재’를 전국에서 유일하게 배울 수 있는 학과이자, 신입생 충원율이 94.7%에 달하는 한국음악과가 왜 없어져야 하는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학교 측은 학생들이 낸 민원에 대한 답변에서 “해당 학과는 역량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을 받았고 폐과에 앞서 공청회 등 충분한 소통을 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학교는 학습권을 보장해 주겠다고 제안했지만, 학생들은 이마저도 믿기 어렵다. 신입생이 들어오지 않으면 합주 수업이 불가능해지고, 다양한 악기를 가르치는 강사들도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음악과 학생대표인 박혜빈(23)씨는 “학령인구가 줄면 학제 개편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쩔 수 없다고 판단되면 저희도 수긍할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도 “지금 학교는 저희를 지원해 주겠다고만 하고 구체적 방안은 내놓지 않는다. 지금과 똑같은 질의 수업을 받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학교의 사정도 비슷하다. 동국대 한국음악과처럼 폐과 통보를 받은 신라대 무용과 재학생 성시영(21·가명)씨는 “지난 3월 학교가 우리 과를 없애겠다고 했다. 실용무용으로 편제 개편할 시간을 달라며 학교에 자구책을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학생들이 시위에 나섰다”고 말했다. 구조조정으로 진통을 겪는 한림성심대의 이명헌(전국교수노동조합 한림성심대지회장) 교수는 “학교가 올해 갑자기 충원율 80% 이하는 폐과 대상이라고 기준을 바꿨다”면서 “이 때문에 여태까지 충원율이 높다가 올해만 유독 충원율이 낮은 학과나 학생 1명이 모자라 기준 미달로 떨어진 학과 등이 갑자기 폐과 대상이 되면서 구성원들이 학교 측 결정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학과 통폐합은 비단 지방대만의 일은 아니다. 최근 한국외국어대는 독어·불어·중국어교육과를 통합해 외국어교육과로 개편하겠다고 밝혀 일부 학생들의 반발을 샀다.안도화 한국외대 사범대학 학생회장은 “통폐합이 절대적으로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교육·운영상의 이점이 있고 피해 보상 대책을 학생들과 논의하면 괜찮다”면서도 “하지만 학교는 통폐합의 이점에 대한 학생들의 설명 요구에 묵묵부답이고 피해를 최소화할 대책도 제시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대학의 학제 개편은 학생의 진로에도 영향을 미친다. 서울의 한 대학을 졸업한 김지수(26·가명)씨는 학창 시절 총 두 번의 학제 개편을 겪었다. 김씨가 입학하기 직전 개편된 것까지 포함하면 총 세 번의 개편에 영향을 받았다. 김씨는 학창 시절 내내 수업이 생겼다가 사라지는 일을 겪었고, 졸업 후 대학원에 진학하려 했지만 학부 입학 때와 딴판인 학과로 변해 버리는 바람에 인연이 있는 교수들이 대부분 자리를 떠나 추천서를 받기조차 어려웠다. 김씨는 “우리는 학교의 실험 대상이었다”고 자조했다. 다니던 학과에 변화가 생기면 구성원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다만 학교 측이 구성원과 면밀히 소통하고 최소한의 구제책을 설명한다면 구성원들도 학교의 결정을 받아들이기 수월하다. 학제 개편을 진행 중인 대구대 재학생 신지훈(21·가명)씨는 “학교에서 기존 학과의 수업 과정을 그대로 유지하고 학생들이 신설 학과로 전과를 원하면 가능하도록 조치해 주겠다고 약속했다”면서 “지금은 통폐합을 일방적으로 통보받았지만 학교 측이 내년, 내후년에도 계속 편제 조정이 있을 것이라며 ‘그때는 학생 의견이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경남대 재학생 정수현(23·가명)씨도 “전과를 유연하게 허용하고 장학금을 지원하는 등 통폐합 대상 학생들이 최대한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학교와 대화 중”이라고 밝혔다. 매번 진통을 겪지 않도록 구조조정 기준과 과정을 정리한 정부 차원의 매뉴얼이 필요하다는 요구도 나온다. 구조조정의 기준이 되는 가이드라인이 있다면 그 과정을 조금 더 납득하기 쉬울 것이란 이유에서다. 동국대 한국음악과 재학생 학부모인 이경숙(48)씨는 “학과 통폐합 진통이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 교육부는 학교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만 한다”면서 “교육 당국이 학교는 물론 학생과 학부모가 참고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등 갈등을 중재하려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손지민·김소라 기자 sjm@seoul.co.kr
  • [단독] 대학은 살았지만, 학생은 버려졌다

    [단독] 대학은 살았지만, 학생은 버려졌다

    학령인구 감소·지방대 경쟁력 저하 영향‘대학 살린다’는 명분에 학과 통폐합 가속진로·학습권 피해 학생들 “사기 입학” 항의 폐과 기준 ‘고무줄’… “가이드라인 시급”“저희도 구조조정 필요한 거 알고, 어느 정도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것도 알아요. 그렇다고 구제책은 뒷전인 학교의 일방적인 결정만 받아들여야 하나요?” 학령인구 감소와 지방대의 경쟁력 후퇴라는 현실에서 학과 통폐합 등 대학 구조조정은 불가피한 흐름이다. 그러나 ‘대학을 살린다’는 명분만 강조되면서 애꿎은 학생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똑같은 등록금을 내고 입학한 학생들이 갑작스레 폐과를 통보받고, 진로 계획을 다시 고민할 새도 없이 학과가 통합돼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 16일 서울신문 취재 결과 2021학년도 대입에서 극심한 충원난을 겪은 지방 소재 4년제 대학 20곳이 2023학년도까지 신입생 모집인원을 총 1000명 이상 감축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당장 2022학년도부터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대학이 상당수로 집계됐다. 학과 통폐합 과정에서 진통을 겪는 사례도 적지 않다. 서울신문은 학과 통폐합의 당사자가 된 재학생, 학부모, 교수와 학창 시절 이를 경험한 졸업생 등 총 10명에게 대학 구조조정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이들은 학교가 통폐합의 근거가 되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구조조정 대상이 된 구성원들에게 뚜렷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동국대 경주캠퍼스 한국음악과 학생들은 주말마다 경북 경주 교촌마을에서 공연을 올린다. 학교가 한국음악과의 신입생 모집을 중단하고 사실상 과를 없애겠다고 결정하자 학과 경쟁력을 높이고자 학생들이 직접 나선 것이다. 신입생 모집 중지가 확정됐지만, 학생들은 지푸라기라도 잡겠다는 심정이다. 이 학과 학생들은 지난 2월 22일 학교 측이 의견 수렴도 없이 일방적으로 폐과를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입학을 일주일 앞둔 신입생들은 ‘사기 입학’을 당했다며 항의하고 있다. 학생들은 국가무형문화재 50호 및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지정된 ‘영산재’를 전국에서 유일하게 배울 수 있는 학과이자, 신입생 충원율이 94.7%에 달하는 한국음악과가 왜 없어져야 하는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학교 측은 학생들이 낸 민원에 대한 답변에서 “해당 학과는 역량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을 받았고 폐과에 앞서 공청회, 간담회 등 충분한 소통을 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학교는 학습권을 보장해 주겠다고 제안했지만, 학생들은 이마저도 믿기 어렵다. 신입생이 들어오지 않으면 합주 수업이 불가능해지고, 다양한 악기를 가르치는 강사들도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음악과 학생대표인 박혜빈(23)씨는 “학령인구가 줄면 학제 개편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쩔 수 없다고 판단되면 저희도 수긍할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도 “지금 학교는 저희를 최대한 지원해 주겠다고만 하고 구체적 방안은 내놓지 않는다. 지금과 똑같은 질의 수업을 받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학교의 사정도 비슷하다. 동국대 한국음악과처럼 폐과 통보를 받은 신라대 무용과 재학생 성시영(21·가명)씨는 “지난 3월 학교가 우리 과를 없애겠다고 했다. 실용무용으로 편제 개편할 시간을 달라며 학교에 자구책을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학생들이 시위에 나섰다”고 말했다. 구조조정으로 진통을 겪는 한림성심대의 이명헌(전국교수노동조합 한림성심대지회장) 교수는 “학교가 올해 갑자기 충원율 80% 이하는 폐과 대상이라고 기준을 바꿨다”면서 “이 때문에 여태까지 충원율이 높다가 올해만 유독 충원율이 낮은 학과나 학생 1명이 모자라 기준 미달로 떨어진 학과 등이 갑자기 폐과 대상이 되면서 구성원들이 학교 측 결정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학과 통폐합은 비단 지방대만의 일은 아니다. 최근 한국외국어대는 독어·불어·중국어교육과를 통합해 외국어교육과로 개편하겠다고 밝혀 일부 학생들의 반발을 샀다.안도화 한국외대 사범대학 학생회장은 “통폐합이 절대적으로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교육·운영상의 이점이 있고 피해 보상 대책을 학생들과 논의하면 괜찮다”면서도 “하지만 학교는 통폐합의 이점에 대한 학생들의 설명 요구에 묵묵부답이고 피해를 최소화할 대책도 제시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대학의 학제 개편은 학생의 진로에도 영향을 미친다. 서울의 한 대학을 졸업한 김지수(26·가명)씨는 학창 시절 총 두 번의 학제 개편을 겪었다. 김씨가 입학하기 직전 개편된 것까지 포함하면 총 세 번의 개편에 영향을 받았다. 김씨는 학창 시절 내내 수업이 생겼다가 사라지는 일을 겪었고, 졸업 후 대학원에 진학하려 했지만 학부 입학 때와 딴판인 학과로 변해 버리는 바람에 인연이 있는 교수들이 대부분 자리를 떠나 추천서를 받기조차 어려웠다. 김씨는 “우리는 학교의 실험 대상이었다”고 자조했다. 다니던 학과에 변화가 생기면 구성원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다만 학교 측이 구성원과 면밀히 소통하고 최소한의 구제책을 설명한다면 구성원들도 학교의 결정을 받아들이기 수월하다. 학제 개편을 진행 중인 대구대 재학생 신지훈(21·가명)씨는 “학교에서 기존 학과의 수업 과정을 그대로 유지하고 학생들이 신설 학과로 전과를 원하면 가능하도록 조치해 주겠다고 약속했다”면서 “지금은 통폐합을 일방적으로 통보받았지만 학교 측이 내년, 내후년에도 계속 편제 조정이 있을 것이라며 ‘그때는 학생 의견이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경남대 재학생 정수현(23·가명)씨도 “전과를 유연하게 허용하고 장학금을 지원하는 등 통폐합 대상 학생들이 최대한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학교와 대화 중”이라고 밝혔다. 매번 진통을 겪지 않도록 구조조정 기준과 과정을 정리한 정부 차원의 매뉴얼이 필요하다는 요구도 나온다. 구조조정의 기준이 되는 가이드라인이 있다면 그 과정을 조금 더 납득하기 쉬울 것이란 이유에서다. 동국대 한국음악과 재학생 학부모인 이경숙(48)씨는 “학과 통폐합 진통이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 교육부는 학교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만 한다”면서 “교육 당국이 학교는 물론 학생과 학부모가 참고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등 갈등을 중재하려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손지민·김소라 기자 sjm@seoul.co.kr
  • 제도권 활용성 입증한 이더리움, 비트코인 뛰어넘나

    제도권 활용성 입증한 이더리움, 비트코인 뛰어넘나

    가상자산(암호화폐) 대장주인 비트코인이 주춤한 사이 시총 2위인 이더리움이 세를 키우고 있다. 지난달 비트코인 가격이 등락을 반복하며 전월 대비 2% 하락하는 동안 이더리움은 40% 이상 상승했다. 글로벌 암호화폐 시황 중계 사이트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12일 오전 10시 30분 기준 이더리움은 전일 대비 7.51% 오른 4157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특히 이더리움은 단순히 비트코인의 아류작이 아니라 다른 성격의 암호화폐인 만큼, 몇 년 후면 이더리움이 비트코인의 시총을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가장 큰 차이는 용도다. 비트코인이 결제나 거래 관련 시스템 등의 목적으로 탄생한 ‘탈중앙화된 화폐’라면 이더리움은 결제 기능 이상의 확장성을 지닌 일종의 프로그래밍 언어다. 다양한 앱을 투명하게 운영할 뿐 아니라 중개인 없이 계약이 성사되는 스마트 컨트랙트, 공유 경제, 이메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도 활용될 수 있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대체 불가능 토큰’(NFT)도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한다. 이더리움은 2015년 러시아의 프로그래머 비탈릭 부테린이 만들었다. 부테린은 암호화폐의 핵심 기술인 블록체인에 화폐거래 기록뿐 아니라 계약서 등의 추가 정보도 기록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컴퓨터의 윈도처럼 각종 프로그램을 누구나 만들고 사용할 수 있도록 정보를 분산 기록해 놓은 플랫폼, 즉 운영체제(OS)를 구축했다. 기존의 컴퓨터 OS와 다르게 이더리움도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만큼 탈중앙화된 OS라는 게 특징이다. 사용자들이 정보 블록을 암호화된 연결고리를 통해 분산 저장함으로써 관리자 없이도 서로를 지켜줘 참여자가 많아질수록 보안성이 높아지는 구조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 교수는 “비트코인이 전화기라면 이더리움은 앱을 얼마든지 추가해 기능을 확장할 수 있는 스마트폰”이라면서 “댑(dApp)이라고 부르는 분산 앱을 얹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각종 서비스 구현을 가능하게 하는 플랫폼”이라고 말했다. 그는 “활용가능성이 훨씬 큰 만큼 단기간에는 어렵겠지만 결국에는 이더리움이 비트코인의 시총을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기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시총은 각각 1조 688억 달러, 4836억 달러로 집계됐다. 실제로 최근 이더리움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것은 제도권 시장에서의 활용 가능성을 수차례 입증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유럽투자은행(EIU)이 이더리움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1억 유로(약 1344억원) 상당의 디지털 채권을 발행할 계획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더리움의 가격은 수직 상승했다. 지난 3월에는 글로벌 신용카드사인 비자카드가 이더리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가상자산 결제시스템을 만들기로 결정했고, 2월에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이더리움 선물 거래가 시작됐다. 거래 비용이 절감된 것도 영향을 줬다. 블록당 담을 수 있는 데이터 용량이 확대돼 병목 현상이 어느 정도 완화된 데다, 최근 이더리움 채굴 과정에 들어가는 불합리한 가스비 인상에 대한 참여자들의 제한 조치가 이뤄진 덕분이다. 여기에 미국 최대 규모의 투자은행인 JP모건이 지난달 28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더리움의 손을 들어준 것도 호재로 작용했다. JP모건은 보고서에서 “비트코인은 통화보다 암호화 상품에 가깝고 가치 저장수단으로서 금과 경쟁하는 반면, 이더리움은 암호화 기반 경제의 중추이므로 교환 수단으로서의 기능이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더리움을 비롯한 암호화폐 시장 전반에 대한 거품 논란은 여전하다. 지난 10일 미국 월스트리트 시장조사기관 반다 리서치는 최근의 암호화폐 가격 급등 현상이 2017년 비트코인 열풍 뒤 폭락 현상을 떠올리게 한다고 경고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신정현 경기도의원, ESG 미래사회를 위한 우리들의 행동방정식 토론회 주재

    신정현 경기도의원, ESG 미래사회를 위한 우리들의 행동방정식 토론회 주재

    경기도의회 여성가족평생교육위원회와 시민모임인 생활ESG행동은 지난 7일 경기도의회 대회의실에서 ‘미래사회를 위한 우리들의 행동방정식 토론회(좌장 신정현 도의원)’를 개최하고 경기도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도민생활속 ESG 활성화 방안을 제안하고 지역발전 방안을 모색했다. 이 날 토론회에는 경기도의회 장현국(더불어민주당·수원7) 의장과 김경호 의원(민주당·가평)을 비롯해 홍성국 국회의원(영상), 신윤관 한국지속가능발전센터 이사 등이 참석하여 축하 인사를 전했으며, 좌장인 신정현(민주당·고양3) 의원의 사회를 시작으로, 안치용 ESG연구소 소장의 주제발표와 조현철(가천대 대학원 국가안전관리 박사과정), 이덕근(동국대 대학원 기술창업학과 교수), 장정화(수돗물시민네트워크 사무처장), 김종하(중소기업중앙회 경기지역본부장), 서아론(녹색소비자연대 전국협의회 부장)이 토론자(전문가 패널)로 나서 활발한 토론을 진행했다. 좌장을 맡은 신정현(더불어민주당, 고양3) 의원은 이날 개회사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께서 올해를 ESG 확산의 원년으로 삼아야한다고 말씀하신 이후로 사회 각 분야에서 ESG 가치실현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지속가능한 공존을 위해 탄소중립과 녹색경제의 구축, 불평등과 차별을 뛰어넘는사회정의의 실현, 투명하고 수평적인 관계구조속에서 이루어지는 민주적 협치 생태계를 확산하는 것 등 ESG가 시대적, 사회적 가치로 떠오르는 지금 경기도는 이제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지속가능한 도시와 농촌 공동체를 위한 어떤 지혜를 모아야 하겠느냐”고 물은 뒤 “오늘 토론회를 통해 경기도가 ESG라는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데 앞장설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주제발표에 나선 안치용 소장은 “불가역적 시대전환, ESG 시대가 온다”라는 발제를 통해 “ESG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았다. CSR 개념이 등장한 1953년부터더 나은 세상을 모색하기 위해 이어진 노력의 산물”이라며 ESG의 의미를 강조했다. 이어 조현철 패널은 세월호 사고 이후 국가의 안전에 대한 인식 재고가 필요하다는 주제로 토론했으며, 이덕근 패널은 ‘ESG에서의 청색기술’이라는 주제로 청색기술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토론했다. 장정화 패널은 “환경부가 2021년 물 예산으로 약 4조라는 많은 돈을 투입하고 있지만 시민이 체감하는 서비스가 적다면 무용지물일 것”이라며 “지금까지 관 주도로 진행되어온 수도행정은 민-관 거버넌스 영역으로 넓혀 나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종하 패널은 “중소기업에게 ESG는 분명 피할 수 없는 위기일 수도 있지만, ESG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통해 기업과 사회의 동반성장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 기업 업종·규모 등의 특성을 반영한 ESG 가이드라인 개발과 컨설팅 지원 등 현실적인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종합토론이 마무리될 무렵 마지막 토론자로 나선 서아론 패널은 “사회적으로 ESG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참여가 필요하다”며 자원순환 활성화를 위해 분리배출 거점을 마련하고 올바른 분리배출 문화 확산을 위한 자원순한 리더 육성을 제안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부고] 김용만씨 모친상, 남주현씨 장인상, 정희준씨 모친상

    ■ 김용만(광주시 대변인) 씨 모친상 △ 서복남 씨 별세, 김용호·용현·용배·용만(광주시 대변인)·용갑 씨 모친상, 10일 오전 1시 24분, 전남 구례병원 장례식장 특3호실, 발인 12일 오전 8시. 061-783-4344 ■ 남주현(JTBC 경영지원실장)씨 장인상 △ 신서영 씨 별세, 신명수(디노외장 대표)·신정원·신승헌 씨 부친상, 남주현(JTBC 경영지원실장) 씨 장인상, 8일, 일산 동국대병원, 발인 11일 오전 6시 30분. 031-961-9400 ■ 정희준(부산관광공사 사장)씨 모친상 △ 김은자 씨 별세, 정희준(부산관광공사 사장)·지원·세희 씨 모친상, 8일, 서울성모장례식장 1호실, 발인 11일 오전 6시, 장지 경기 분당 메모리얼 파크. 02-2258-5940
  • CCTV, 518m당 1대뿐 ‘한강공원’… 죽어도 맞아도 모르는 ‘깜깜공원’

    CCTV, 518m당 1대뿐 ‘한강공원’… 죽어도 맞아도 모르는 ‘깜깜공원’

    지난달 25일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된 대학생 손정민(21)씨가 닷새 만인 지난달 30일 시신으로 발견됐다. 유족들은 시신의 머리 뒤쪽에 깊게 베인 상처 두 곳을 발견하고 경찰에 부검을 요청했다. 지난 1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부검을 했지만 사망 원인은 오리무중이다. 국과수는 “시신의 부패가 진행돼 육안으로 정확한 사인을 알 수 없다”며 시신에서 채취한 시료의 정밀 분석에 착수했다. 결과는 보름 뒤쯤 나올 예정이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부검과 별개로 친구와 술을 마시다 잠든 손씨가 숨진 경위를 밝히기 위해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고 2일 밝혔다. 하지만 실종 지점에 폐쇄회로(CC)TV가 없어 당시 정황을 확인할 단서를 확보하는 데 난항을 겪고 있다. 가족들도 애가 타긴 마찬가지다. 실종된 아들을 찾으려고 인터넷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전단을 돌렸던 손씨의 아버지 손현(49)씨는 지난달 28일 블로그에 “CCTV가 한강에 없는 걸 처음 알았다. 나들목과 다리에만 있더라”며 “CCTV가 너무 없고 있어도 흐릿해서 아들인지 아닌지 파악이 안 된다”고 호소했다. 손씨의 부모는 아들의 행적을 확인하려고 반포한강공원 부근에 설치된 CCTV를 샅샅이 뒤졌다. 가족들이 직접 확보한 자료는 실종 지점에서 350m 떨어진 반포나들목 자전거대여소 앞에 설치된 CCTV 영상이었다. 그나마도 정민씨의 모습은 찍히지 않았고 정민씨 근처에 있던 남자 3명으로 추정되는 일행이 한남대교 방향으로 다급히 뛰어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 영상마저도 화질이 떨어지고 피사체와의 거리가 멀어 신원을 특정하기 어렵다.시민들은 안전사고가 발생하기 쉬운 한강공원에 방범용 CCTV가 사실상 전무한 상황을 납득할 수 없다며 서울시에 CCTV 설치를 요구하고 있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에 따르면 서울 시내를 가로지르는 한강공원은 총길이가 84.4㎞이다. 공원 안에 설치된 CCTV는 136대로 단순 계산하면 518m당 한 대꼴이다. 손씨가 실종된 반포한강공원에는 CCTV가 흑석초 자전거도로 한 곳에 설치돼 있다. 한강사업본부가 관리하는 CCTV는 본부(15대)를 제외하면 모두 429대인데, 대부분이 공원으로 진입하는 지하통로인 나들목(122대), 승강기(105대)에 집중돼 있다. 전문가들은 유동 인구가 많은 한강공원 내 범죄 예방을 위해 CCTV를 늘려야 한다고 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CCTV는 시각적 증거로서 현장 내 동선을 추적하는 중요 자료지만 그간 사생활 노출을 우려한 목소리에 설치가 어려웠다”면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 사회에서 CCTV 설치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한강공원 내 우범지대가 어디인지 파악해 CCTV를 설치하고, 경찰 등 현장관리 요원이 취약시간대 순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현씨는 “제2, 제3의 정민이가 나오지 않도록 한강공원 안전대책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한강공원에 전기가 닿지 않는 곳이 많고 범람 시 장비 관리가 어려워 CCTV 확대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한강사업본부 관계자는 “강변에는 전기가 들어가지 않아 통신선과 전기선 공사를 별도로 해야해 설치에만 1대당 1000만원이 든다”면서 “안전 대책을 요구하는 민원이 있는 만큼 올해 34대의 CCTV 카메라를 추가하는 등 향후 대책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 조국 사태로 쪼그라든 학종… 되살아난 ‘줄세우기·사교육’ 우려

    조국 사태로 쪼그라든 학종… 되살아난 ‘줄세우기·사교육’ 우려

    2023학년도 대입에서 서울 소재 주요 대학이 정시 비율을 40% 선까지 늘리면서 전반적인 입시와 고교 교육에서 수능의 영향력 강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에 따라 선발하는 정시가 공정하다는 여론을 받아들인 결과지만 사교육 여건에 따른 불공정이나 ‘문제풀이 교육’으로의 회귀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29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종로학원하늘교육에 따르면 서울 소재 16개 대학(건국대·경희대·고려대·광운대·동국대·서강대·서울대·서울시립대·서울여대·성균관대·숙명여대·숭실대·연세대·중앙대·한국외대·한양대)의 2023학년도 입시에서 정시 수능위주전형 선발비율은 40.5%다. 전년도(37.6%) 대비 2.9% 포인트 증가해 1715명을 정시(수능)로 더 뽑게 됐다. 학교별로는 서울시립대(45.9%), 한국외대(42.6%), 서강대(40.4%) 순으로 정시 비율이 높다. 교육부는 ‘조국 사태’로 홍역을 치른 2019년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을 내놓고 이들 대학에 2023학년도 대입에서 정시(수능) 선발비율을 40% 이상으로 확대(‘정시 40% 룰’)하도록 압박했다. 연세대와 고려대 등 9개 대학이 2022학년도에 정시(수능) 비율을 40% 선으로 늘린 데 이어 나머지 7개 대학도 2023학년도에 정시(수능) 40%를 달성했다. 교육부는 ‘정시 40% 룰’을 발표하면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이 아닌 논술·특기자전형을 줄여 정시를 확대하는 것”이라고 밝혔으나 결과적으로 정시 확대는 학종 축소로 이어졌다. 2021학년도와 비교하면 연세대(-21.3% 포인트), 경희대(-21.2% 포인트), 서울대(-18.3 포인트), 동국대(-16.7% 포인트), 숙명여대(-14.7% 포인트), 성균관대(-14.3% 포인트) 등이 상당한 폭으로 학종을 줄였다. ‘학종=부모 찬스’, ‘수능=공정’이라는 여론을 등에 업고 정부가 정시 확대를 밀어붙였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사교육 효과가 큰 수능은 강남 등 사교육 특구나 고소득층에게 유리하다는 게 중론이다. 2025학년도에 전면 시행되는 고교학점제와도 역행한다. 정의당 정책위원회는 논평을 내고 “줄세우기 교육과 문제풀이 수업을 키우고 사교육 업체가 수혜를 볼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학령인구 감소에도 2023학년도 모집인원은 늘어 ‘지방대 미달 사태’가 되풀이될 가능성이 커졌다. 2023학년도 4년제 대학의 전체 모집인원은 34만 9124명으로 전년도 대비 2571명 늘었다. 2021학년도에 미충원된 모집정원을 2년 뒤로 이월하고 인공지능(AI) 등 첨단 분야 학과가 신설됐기 때문이다. 늘어난 모집인원의 86.3%인 2220명이 수도권 대학에 쏠려 있어 지방대는 극심한 충원난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의 2019년 추계에 따르면 2023년에 대학에 입학할 것으로 추산되는 인원은 40만 913명으로 2018년 기준 대학 입학정원(49만 7218명)에 10만명 가까이 부족하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동국대학교 건학위원회 발족

    동국대학교 건학위원회 발족

    학교법인 동국대학교 건학위원회가 출범했다. 동국대(이사장 성우스님)는 29일 오전 11시 동국대학교 본관 5층에서 건학위원회 발족식과 함께 최고위원 및 상임위원 연석회의를 개최했다. 동국대 건학위원회(이하 건학위원회)는 ▲증명 ▲고문 ▲최고위원회 ▲상임위원회 ▲자문단 ▲분과위원회(교육, 의료, 지역, 글로벌) ▲집행위원회 ▲사무국 등으로 구성되며, 사무국은 동국대 서울캠퍼스 본관 5층에 마련됐다. 대한불교조계종 종정예하를 증명으로 모시고, 고문에는 조계종 전 총무원장 자승스님을 만장일치로 추대했다. 위원장을 맡은 자승스님은 인사말을 통해 “오늘 출범하는 건학위원회는 종립학교 구성원의 자기반성과 새로운 다짐에서 출발해야 한다. 불교중흥이 동국발전이요, 동국발전이 곧 불교중흥이라는 생각으로 한국불교를 살리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건학위원회는 앞으로 ▲건학이념 구현을 위한 전략 및 계획수립 ▲건학이념 구현을 위한 프로그램 또는 시설의 설치와 구성 ▲건학이념 구현을 위한 활동 운영 및 지원 등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동국대학교 관계자는 “불교종립 동국대학교는 교육보국과 인재불사를 위해 선각자 스님들이 지난 1906년 설립했다. 개교 115년이 된 올해, 새롭게 출범하는 건학위원회가 건학이념 구현을 통해 제2건학의 초석을 마련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가석방 늘린다는데 모범수 잘 골라낼까

    법무부가 재범 가능성이 낮은 모범수형자들의 가석방을 활성화하기 위해 심사 기준을 낮춘다. 이를 통해 현재 연간 8000명 안팎인 가석방 출소자가 10% 정도 늘어난 9000명 선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다만 지난해 겨울 전국 교정시설에서의 코로나19 대규모 감염 사태를 통해 드러난 고질적인 과밀 수용 문제가 해소될 수 있다는 기대감과 더불어 범죄자들의 조기 사회 복귀를 우려하는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석방 판단 기준이 되는 재범 예측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한 전문인력 확충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한다. ●코로나 탓 과밀 수용 지적… 10% 늘어 연 9000명 가석방 전망 법무부는 28일 “재범 우려가 없는 모범수형자, 생계형 범죄자, 노약자 등을 대상으로 5% 이상 가석방 심사 기준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가석방 제도의 취지에 맞게 모범수형자를 조기에 사회로 돌려보내고 수형자들의 자발적 개선 의지를 촉진하기 위해서다. 법무부에 따르면 국내 가석방 출소율은 28.7%로 일본(58.3%)이나 캐나다(37.4%) 등에 비해 낮은 편이다. 지난해 기준 가석방 출소자는 7911명이다. 법무부는 “형기의 3분의1이 지나면 가석방이 가능하도록 형법에 규정돼 있지만 실제로는 대부분 형기의 80% 이상을 채워야 허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법무부, 모범수형자·노약자 등 심사 기준 완화 현재 가석방 심사 절차는 일선 교정시설에서 법무부에 신청하면 대상자들에 대해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가 재범 위험성을 고려해 적격 여부를 결정한다. 법무부는 가석방 신청 문턱을 낮추기 위해 ‘필요적 심사제도’를 도입해 객관적 요건을 갖춘 경우 교정기관의 판단 없이 가석방 심사를 받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법무부는 가석방 인원이 현재보다 10%가량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가석방 심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재범 위험성의 정확한 예측”이라면서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자료 분석과 연구를 통해 예측 척도를 발전시키고 심사에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가석방 출소자의 재복역률은 6.8%로 형기 종료 출소자(32.1%)에 비해 낮은 편이다. 법무부는 심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가석방심사위원회에 앞서 이뤄지는 예비회의에 수형자를 출석시켜 개선 의지를 직접 확인하겠다는 계획이다. 강력범에 대해서는 심층면접관 제도를 도입하고 전문인력이 대면 면접을 하도록 해 가석방 결정에 신중을 기할 방침이다. ●이재용 석방 여부도 눈길… 박범계 장관은 “고려한 바 없다” 한편 최근 거론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과 관련해 이영희 법무부 교정본부장은 “통상 절차에 따라 가석방 신청이 이뤄질 것이고, 심사 단계에서도 국민 법감정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적격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재판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이 확정된 이 부회장은 확정 판결에 앞서 이미 1년여를 구치소에서 보내 잔여 형기는 1년 3개월 정도 남겨 둔 상태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앞서 이날 출근길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 부회장 사면과 관련해 “법집행을 담당하는 법무부 장관으로서는 고려한 바 없다”고 말했다. 진선민 기자 jsm@seoul.co.kr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 정선·김홍도·모네·피카소… 국보·보물만 60점 ‘세기의 기증‘

    정선·김홍도·모네·피카소… 국보·보물만 60점 ‘세기의 기증‘

    소유한 국보·보물 중 절반 ‘국민 품으로’단원 김홍도 마지막 작품 ‘추성부도’ 포함모네·피카소 작품 없던 국립현대미술관‘수련이 있는 연못’ 등 소장해 위상 높여박수근 미술관 등 지역에도 143점 기증이건희 컬렉션 6월부터 국민에게 공개황희 “李부회장 사면과는 별개의 사안”“문화유산을 모으고 보존하는 일은 인류 문화의 미래를 위한 시대적 의무”라고 했던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뜻이 유례없는 대규모 미술품 국가 기증으로 활짝 꽃을 피우게 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8일 삼성의 공식 발표 이후 후속 브리핑을 열어 삼성가 유족들이 고인이 소유한 고미술품, 국내 유명 작가의 근대미술 작품과 세계적인 서양화 작품 등 2만 3000여점(1만 1023건)을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했다고 밝혔다. 개인 컬렉션으로는 기증 규모도 사상 최대일뿐더러 작품 가치와 수준에서도 국내외를 통틀어 손꼽힐 만한 ‘세기의 기증’이라는 평가다. 미술계에선 감정가 2조 5000억~3조원을 넘어 시가로는 10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제216호), 현존하는 고려 유일의 ‘천수관음보살도’(보물 제2015호), 단원 김홍도의 마지막 그림인 ‘추성부도’(보물 제1393호)를 비롯한 국보 14점, 보물 46점 등 국가지정문화재 60점과 청자·백자 등 도자류, 서화·전적류, 석조물 등 한국 고고·미술사를 망라하는 고미술품 2만 1693여점(9797건)을 기증받는다. 국가지정문화재는 상속세를 내지 않지만 유족은 이번에 고인이 소유한 국보 30점, 보물 82점 가운데 절반가량을 국민 품으로 돌려보냈다. 특히 ‘인왕제색도’는 교과서에도 실린 조선 회화의 걸작으로, 이 회장이 생전에 겸재의 ‘금강전도’와 더불어 가장 아꼈던 작품으로 알려졌다. ‘금강전도’는 기증 목록에 포함되지 않았다. 1946년 문을 연 국립중앙박물관은 이번 기증을 포함해 지금까지 문화재 43만점을 수집했다. 이 중 기증품은 5만점으로, 이번 ‘이건희 컬렉션’ 2만여점은 전체 기증 문화재의 43%를 차지한다. 최응천 동국대 미술사학과 교수는 “최상의 퀄리티를 지닌 국보급 문화재가 한꺼번에 기증된 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평가하면서 “전 국민이 향유할 수 있게 박물관이 잘 활용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국립현대미술관에는 이중섭, 김환기, 박수근 등 한국 대표 작가의 근대 미술작품 460여점과 모네, 고갱, 샤갈, 달리 등 세계적인 거장들의 대표작을 합해 1488점(1226건)이 간다. 이중섭의 ‘황소’,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 장욱진의 ‘소녀/나룻배’ 등이 포함됐다. 또한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 샤갈의 ‘붉은 꽃다발과 연인들’, 달리의 ‘켄타우로스 가족’을 비롯해 피카소, 고갱, 르누아르의 작품도 여러 점이다. 자코메티, 로스코, 베이컨 등 서양 현대미술품들은 기증 목록에 오르지 않았다. 이날 삼성 발표에서 리움, 호암미술관을 운영하는 삼성문화재단에 대한 미술품 출연 언급이 없었던 것으로 미뤄 유족들이 물려받는 쪽으로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모네와 피카소 작품이 단 1점도 없었던 국립현대미술관으로선 단번에 위상이 올라가게 됐다. 정준모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은 “한 해 소장품 구입 예산이 50억여원에 불과한 국립현대미술관이 그동안 꿈조차 꿀 수 없었던 세계적 미술품들을 대량 갖게 됐다”면서 “이번 기증이 문화 선진 국가로 나아가는 토대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대구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제주 이중섭미술관, 강원 박수근미술관 등 지역 미술관 5곳과 서울대 등에도 총 143점을 기증하기로 했다. 전남도립미술관에는 의재 허백련, 오지호, 김환기, 천경자 등 지역 작가 9명의 작품 21점이 간다. 대구미술관에는 이인성, 김종영 등 대구 작가의 작품 21점을 안겼다. 박수근미술관은 박수근의 유화와 드로잉 등 18점을 기부받았다. 이건희 컬렉션은 오는 6월부터 기관별로 국민에게 공개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우선 대표 기증품을 선별해 ‘고 이건희 회장 소장 문화재 특별공개전’(가제)을 열고, 내년 10월 ‘고 이건희 회장 소장 문화재 명품전’(가제)을 개최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오는 8월 서울관에서 ‘고 이건희 회장 소장 명품전’(가제)을 시작으로 9월 과천, 내년 청주 등에서 특별·상설 전시를 마련한다. 더 많은 국민이 문화유산을 향유하도록 지역 박물관과 공립미술관 순회 전시도 계획 중이다. 황희 문체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건희 컬렉션을 위한 별도 시설 건립 계획에 대해 “(이 회장 유족의 기증으로) 작품도 많아졌고, 앞으로도 이와 유사한 비슷한 기증들이 더 많아질 가능성이 있어 어떤 형태가 됐든 미술관과 수장고를 새롭게 건립할 생각이 있다”면서 “‘근현대 미술관’ 형태로 할지, 기증자 컬렉션으로 할지 검토하고 방향을 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기증이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해선 “별개의 사안”이라며 “고인이 생전에 밝혔던 훌륭한 정신을 실현한다는 사안으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서울대 2023년 정시 40.1%로 확대 … ‘정시 40% 룰’에 주요대 학종 축소

    서울대 2023년 정시 40.1%로 확대 … ‘정시 40% 룰’에 주요대 학종 축소

    서울대가 2023학년도 입시에서 정시모집 비율을 10%포인트 확대한다. 이른바 ‘정시 40% 룰’에 따른 변화로, 2021학년도에 2대 8이었던 정시와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비율은 2년만에 4대 6이 됐다. ‘정시 40% 룰’이 적용되는 서울 16개 대학들이 정시를 늘리기 위해 학종을 줄이면서 ‘학종 축소’가 현실화됐다.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이같은 내용의 ‘2023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을 29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2023학년도 대입에서 총 3472명을 선발하는 서울대는 전체 선발인원의 40.2%인 1395명을 정시 수능위주전형으로 선발한다. 이는 전년 대비 366명 증가한 것으로, 정시 수능위주전형 선발 비율은 30.1%에서 10%포인트 가량 확대됐다. 학종 선발비율은 전년도 69.9%에서 축소돼 59.8%(2077명)을 선발한다. 이중 수시 학종으로 2059명을 선발하며 이는 전년도 대비 317명 줄어든 것이다. 2021년 21.9%(736명)였던 정시는 2년 사이 두배 가까이 확대되고 학종은 78.1%(2624명)에서 4분의 3 규모로 축소됐다. ●‘정시 40% 룰’에 서울대 학종 70%에서 60%로 … 16개 대학 정시로 1715명 더 뽑아 앞서 교육부는 2019년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을 통해 서울 소재 16개 대학(건국대·경희대·고려대·광운대·동국대·서강대·서울대·서울시립대·서울여대·성균관대·숙명여대·숭실대·연세대·중앙대·한국외대·한양대)을 대상으로 2023학년도에 정시 수능위주전형 선발비율을 40% 이상으로 확대하도록 했다. 연세대와 고려대 등 9개 대학이 2022학년도에 이미 정시 비율을 40%선으로 늘린 데 이어 나머지 6개 대학도 2023학년도에 정시 40%를 달성했다. 종로학원하늘교육에 따르면 이들 대학의 정시 수능위주전형 비율은 전년도 37.6%(1만 9296명)에서 2023학년도 40.5%(2만 1011명)로 2.9%포인트 증가해 1715명을 정시 수능위주전형으로 더 뽑게 됐다. 이중 9개 대학은 이미 지난해에 정시 수능위주전형 40%를 달성했다. 개별 대학으로는 서울시립대가 45.9%, 한국외대가 42.6%를 정시 수능위주전형으로 뽑는다. 정시 수능위주전형 선발인원 증가분이 가장 많은 대학은 중앙대(490명·이하 증가 인원), 서울대(366명), 경희대(206명), 숙명여대(175명), 서울시립대(117명) 등의 순이다. 다만 서울시립대, 한국외대와 서강대(40.4%)를 제외한 나머지 13개 대학의 정시 비율은 40.0%에서 40.1% 사이에 머물고 있다. 이들 대학의 정시 확대는 ‘학종 축소’로 이어졌다. 숙명여대가 수시 학종을 30.1%에서 24.1%로, 중앙대가 32.6%에서 27.7%로 줄이는 등 9개 대학이 수시 학종을 0.1%포인트에서 많게는 10.1%포인트까지 줄였다. 2021학년도와 비교하면 서울대가 2년 사이 수시 학종을 18.3%포인트 줄인 것을 비롯해 연세대(-21.3%p), 경희대(-21.2%p), 동국대(-16.7%p), 성균관대(-14.3%p) 등이 상당한 폭으로 학종을 줄였다. ‘지역균형’을 위해 학생부교과전형을 확대하라는 권고까지 받아들여야 해 불가피한 수순이었다. “학종이 아닌 논술·특기자전형을 줄여 정시를 확대한다”는 당초 교육부의 설명과 어긋나는 결과로, ‘학종 흔들기’가 현실화된 셈이다. ●동국대 등 학종 소폭 늘린 대학도 … 수도권 대학 정시·수시 비율 그대로 한편 동국대와 서강대, 서울시립대, 서울여대, 한양대는 오히려 수시 학생부종합전형 비율을 1%포인트 안팎으로 소폭 늘렸다. 이들 대학들은 논술전형을 줄이거나(동국대·서울여대·한양대) 수시 학생부교과전형(서울시립대)을 줄이는가 하면, 지난해 이미 40%가 넘은 정시 수능위주전형을 소폭 줄였다.(서강대) 건국대(수시 학종 34.6%)와 연세대(수시 학종 27.6%)는 2022학년도에 이미 정시 40%를 달성해 2023학년도에도 전년도의 학종 비율을 유지했다. 16개 대학 외에 서울 및 수도권 대학으로 눈을 돌리면 ‘정시 확대’ 체감도는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 소재 대학의 정시 수능위주전형 선발인원은 전년도 대비 1931명 증가한 3만 1969명인데, ‘정시 40% 룰’이 적용되는 16개 대학(1715명 증가)을 제외한 나머지 대학에서는 정시 증가 폭이 미미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수도권 대학들은 정시모집(825명 증가)보다 수시모집(1395명 증가) 선발인원을 더 늘렸다. 수도권 대학의 수시모집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의 비율은 45.5%로 전년보다 0.6%포인트 줄었지만 실제 선발인원은 119명 늘었다. 수시 학생부교과전형에서 697명, 수시 실기전형에서 738명을 늘리는 등의 결과 수시·정시 간 비율(64.7%·35.3%)은 전년과 변화가 없다. ●전체 4년제 대학 수시 비율 늘어 78.0% 수시모집으로 선발 2023학년도 4년제 대학의 전체 모집인원은 34만 9124명으로 2022학년도보다 2571명 늘었다. 전체 모집인원의 78.0%(27만 2442명)을 수시모집으로 선발하며 이는 전년도보다 2.3%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정시모집으로는 22.0%(7만 6682명)을 선발한다. 대학들은 학생부교과전형으로 44.3%(15만 4716명)을 선발하는데 이는 전년 대비 1.4%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학생부교과전형이 전체 전형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학생부종합전형은 23.4%(8만 1703명)로 전년 대비 0.4%포인트 증가했다. 논술 전형은 4.0%(1만 1016명)으로 전년 대비 53명 줄었다. 수시모집 비율이 늘어난 것은 비수도권 대학들이 정시모집 선발인원을 대폭 줄이고 이를 대거 수시모집으로 넘긴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비수도권 대학들은 수시 학생부교과전형에서 5261명, 학생부종합전형에서 1768명 등 수시모집에서 총 8669명을 늘리고 정시모집에서 8318명을 줄였다. 비수도권 대학의 수시 선발비율은 86.1%로 전년도(78.0%) 대비 6.1%포인트 증가했다. ●학령인구 감소에도 대학 모집인원 2500여명 증가, 지방대 미달 사태 심화될 듯 한편 대학 모집인원이 증가하면서 올해 발생한 지방대 미달 사태가 2023학년도에 심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4년제 대학 모집인원은 2020학년도 34만 7866명, 2021학년도 34만 7447명, 2022학년도 34만 6553명으로 줄어들다 2023학년도에 증가했다. 지난해 미달된 모집정원이 2년 뒤 이월된데다 중도 탈락한 재학생 정원을 인공지능(AI) 등 첨단 분야 학과 정원으로 증원하도록 교육부가 허용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내년 개교할 한국에너지공과대(한전공대)의 모집인원은 포함돼있지 않다. 늘어난 모집인원의 86.3%인 2220명이 수도권 대학에 쏠려 있어 수험생들의 수도권 쏠림 현상과 지방대 미달 사태가 2023학년도에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가 지난 2019년 대학 입학자원을 추계한 결과 2023학년도 고3과 재수생 등 대학에 입학할 것으로 추산되는 인원은 총 40만 913명이다. 2018년 기준 대학 입학정원(49만 7218명)에 10만명 가까이 부족하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댚이사는 “비수도권 대학도 모집정원이 늘어난 상황으로 수시모집에서 이월인원이 크게 발생해 정시모집에서도 선발하지 못하고 추가모집으로 이월하는 상황이 악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농어촌 학생 등을 대상으로 하는 고른기회 특별전형은 전년 대비 1733명 증가한 5만 5279명을 선발한다. 전체 모집인원에서의 비율은 15.8%로 전년 대비 0.3%포인트 증가했다. 정원내(8.9%) 비율이 0.5%포인트 늘고 정원외(6.9%) 비율은 0.2%포인트 줄었다. 지역인재특별전형으로는 93개교에서 총 2만 1235명(6.1%)을 뽑는다. 전년도 대비 1개 대학, 452명이 늘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법무부, 모범수형자 가석방 늘린다…“재범 예측 정확성이 관건”

    법무부, 모범수형자 가석방 늘린다…“재범 예측 정확성이 관건”

    법무부가 재범 가능성이 낮은 모범수형자들의 가석방을 활성화하기 위해 심사 기준을 낮춘다. 이를 통해 현재 연간 8000명 안팎인 가석방 출소자가 10% 정도 늘어난 9000명 선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다만 지난해 겨울 전국 교정시설에서의 코로나19 대규모 감염 사태를 통해 드러난 고질적인 과밀 수용 문제가 해소될 수 있다는 기대감과 더불어 범죄자들의 조기 사회 복귀를 우려하는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석방 판단 기준이 되는 재범 예측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한 전문인력 확충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한다. 법무부는 28일 “재범 우려가 없는 모범수형자, 생계형 범죄자, 노약자 등을 대상으로 5% 이상 가석방 심사 기준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가석방 제도의 취지에 맞게 모범수형자를 조기에 사회로 돌려보내고 수형자들의 자발적 개선 의지를 촉진하기 위해서다. 법무부에 따르면 국내 가석방 출소율은 28.7%로 일본(58.3%)이나 캐나다(37.4%) 등에 비해 낮은 편이다. 지난해 기준 가석방 출소자는 7911명이다. 법무부는 “형기의 3분의1이 지나면 가석방이 가능하도록 형법에 규정돼 있지만 실제로는 대부분 형기의 80% 이상을 채워야 허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가석방 심사 절차는 일선 교정시설에서 법무부에 신청하면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가 대상자들의 재범 위험성을 고려해 적격 여부를 결정하도록 돼 있다. 법무부는 가석방 신청 문턱을 낮추기 위해 ‘필요적 심사제도’를 도입해, 객관적 요건을 갖춘 경우 교정기관의 판단 없이 가석방 심사를 받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법무부는 가석방 인원이 현재보다 10%가량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가석방 심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재범 위험성의 정확한 예측”이라면서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자료 분석과 연구를 통해 예측 척도를 발전시키고 심사에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가석방 출소자의 재복역률은 6.8%로 형기 종료 출소자(32.1%)에 비해 낮은 편이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가석방이 확대되면 경제범죄·화이트칼라범죄 사범들이 전략적 선택으로 모범수형생활을 할 가능성이 큰데 심사 과정에서 적절하게 걸러낼 수 있을지 우려된다”며 “몰수나 추징을 통한 범죄수익 환수와 완전한 피해회복이 가석방 필요조건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심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가석방심사위원회에 앞서 이뤄지는 예비회의에 수형자를 출석시켜 개선 의지를 직접 확인하겠다는 계획이다. 강력범에 대해서는 심층면접관 제도를 도입하고 전문인력이 대면 면접을 하도록 해 가석방 결정에 신중을 기할 방침이다. 가석방 제도와 관련한 인력 충원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법무부 관계자는 “현재 가석방 관련 업무를 하는 법무부 직원이 100여명인데 심사 대상이 늘어날 상황을 고려하면 40% 정도 인력이 더 필요하고, 심층적 심사를 위한 전문가 20여명, 가석방심사위원회 20여명의 인력도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점진적으로 인원을 충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근 거론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과 관련해 이영희 법무부 교정본부장은 “통상 절차에 따라 가석방 신청이 이뤄질 것이고, 심사 단계에서도 국민 법감정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적격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재판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이 확정된 이 부회장은 확정 판결에 앞서 이미 1년여를 구치소에서 보내 잔여 형기는 1년 3개월 정도 남겨 둔 상태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앞서 이날 출근길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 부회장 사면과 관련해 “법집행을 담당하는 법무부 장관으로서는 고려한 바 없다”고 말했다. 진선민 기자 jsm@seoul.co.kr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 국보·보물 60점, 이중섭·모네 등 세계적 컬렉션 국민 품 안겼다

    국보·보물 60점, 이중섭·모네 등 세계적 컬렉션 국민 품 안겼다

    “문화유산을 모으고 보존하는 일은 인류 문화의 미래를 위한 시대적 의무”라고 했던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뜻이 유례 없는 대규모 미술품 국가 기증으로 활짝 꽃을 피우게 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8일 삼성의 공식 발표 이후 후속 브리핑을 열어 삼성가 유족들이 고인이 소유한 고미술품, 국내 유명 작가 근대미술 작품과 세계적인 서양화 작품 등 1만 1023건, 2만 3000여점을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했다고 밝혔다. 개인 컬렉션으로는 기증 규모도 사상 최대일뿐더러 작품 가치와 수준에서도 국내외를 통틀어 손꼽힐 만한 ‘세기의 기증’이라는 평가다. 미술계에선 감정가 2조 5000억~3조원을 넘어 시가로는 10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제216호), 현존하는 고려 유일의 ‘천수관음보살도’(보물 제2015호)를 비롯한 국보 14점, 보물 46점 등 국가지정문화재 60점과 청자·백자 등 도자류, 서화·전적류, 석조물 등 한국 고고·미술사를 망라하는 고미술품 2만 1693여점(9797건)을 기증받는다.국가지정문화재는 상속세를 내지 않지만 유족은 이번에 고인이 소유한 국보 30점, 보물 82점 가운데 절반 가량을 국민 품으로 돌려보냈다. 특히 ’인왕제색도’는 교과서에도 실린 조선 회화의 걸작으로, 이건희 회장이 생전에 겸재의 ‘금강전도’와 더불어 가장 아꼈던 작품으로 알려졌다. ‘금강전도’는 기증 목록에 포함되지 않았다. 1946년 문을 연 국립중앙박물관은 지금까지 문화재 41만점을 수집했다. 이중 기증품은 3만여점으로, 이번 ‘이건희 컬렉션’ 2만여점을 합하면 5만여점으로 늘어난다. 최응천 동국대 미술사학과 교수는 “최상의 퀄리티를 지닌 국보급 문화재가 한꺼번에 기증된 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평가하면서 “전 국민이 향유할 수 있게 박물관이 잘 활용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국립현대미술관에는 이중섭, 김환기, 박수근 등 한국 대표 작가의 근대 미술작품 460여점과 모네, 고갱, 샤갈, 달리 등 세계적인 거장들의 대표작을 합해 1488점(1226건)이 간다. 이중섭의 ‘황소’,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 장욱진의 ‘소녀/나룻배’ 등이 포함됐다. 또한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 샤갈의 ‘붉은 꽃다발과 연인들’, 달리의 ‘켄타우로스 가족’을 비롯해 피카소, 고갱, 르누아르의 작품들도 여러 점이다. 자코메티, 로스코, 베이컨 등 서양 현대미술품들은 목록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날 삼성 발표에서 리움을 운영하는 삼성문화재단에 대한 미술품 출연 언급이 없었던 것으로 미뤄 유족이 물려받는 쪽으로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모네와 피카소 작품이 단 1점도 없었던 국립현대미술관으로선 단번에 위상이 올라가게 됐다. 정준모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은 “한해 소장품 구입 예산이 50억여원에 불과한 국립현대미술관이 그동안 꿈조차 꿀 수 없었던 세계적 미술품들을 대량 갖게 됐다”면서 “이번 기증이 문화 선진국가로 나아가는 토대가 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유족들은 대구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제주 이중섭미술관, 강원 박수근미술관 등 지역 미술관 5곳과 서울대 등에도 총 143점을 기증하기로 했다. 전남도립미술관에는 의재 허백련, 오지호, 김환기, 천경자 등 9명 작가의 작품 21점이 간다. 대구미술관에는 이인성, 김종영 등 대구 지역 작가의 작품 21점을 안겼다. 강원 박수근미술관은 박수근의 유화와 드로잉 등 18점을 기부받았다. 이건희 컬렉션은 오는 6월부터 각 기관별로 국민에게 공개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우선 대표 기증품을 선별해 ‘고 이건희 회장 소장 문화재 특별공개전’(가제)을 열고, 내년 10월 ‘고 이건희 회장 소장 문화재 명품전’(가제)을 개최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오는 8월 서울관에서 ‘고 이건희 회장 소장 명품전’(가제)을 시작으로 9월 과천, 내년 청주 등에서 특별·상설 전시를 마련한다. 더 많은 국민이 문화유산을 향유하도록 지역 박물관과 공립미술관 순회 전시도 계획 중이다.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코인, 제도권 이슈화로 탄탄” “말 한마디에 출렁… 가치 없다”

    “코인, 제도권 이슈화로 탄탄” “말 한마디에 출렁… 가치 없다”

    “박상기 쇼크 때와는 상황 다르다”기관 투자 늘고 제도권 인정 움직임암호화폐 시장 장기적 영향 없을 것 “3년 전처럼 코인 거품 빠질 것”내재가치 없어… 안전자산 역할 불가‘블랙스완’ 저자 “폰지사기” 비유도“거래소 폐쇄까지도 목표로 하고 있다.”(2018년 1월 11일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 “거래소가 등록(조건)이 안 되면 다 폐쇄된다.”(2021년 4월 22일 은성수 금융위원장) 암호화폐 광풍이 몰아치다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의 강성 발언 이후 4분의1로 쪼그라들었던 2017~2018년에 이어 3년 만에 다시 한번 ‘코인 폭등장’이 열렸다. 하지만 이번엔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폐쇄 언급에 암호화폐 가격이 다시 춤추고 있다. 정부의 규제 움직임에 따라 암호화폐 시장이 또 출렁이면서 “3년 전과 달리 암호화폐 시장이 탄탄해진 만큼 쉽게 흔들리진 않을 것”이란 긍정적 시각과 “이번에도 3년 전과 비슷하게 거품이 빠질 것”이란 부정적 시각이 공존하고 있다.●“디플레이션 화폐인 비트코인 가치 크다 ” 은 위원장은 지난 22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200개의 가상자산 거래소가 등록이 안 되면 다 폐쇄되기 때문에 자기 거래소가 어떤 상황인지를 알고 나중에 (특금법 시행일) 9월 돼서 왜 보호를 안 해줬느냐 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알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튿날인 23일 비트코인은 5500만원대까지 급락하면서 3년 전 ‘박상기의 난’을 재현하는 듯했다. 다만 비트코인은 25일 다시 6000만원 선으로 반등해 회복세를 보였다. 두 차례의 폭등장을 모두 경험한 암호화폐 전문가와 투자자들은 ‘지금은 과거와 전혀 다르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3년 전과의 차이점으로 ▲대형 기관투자자의 유입 ▲코로나19로 인한 안전자산 인식 강화 ▲제도적 인정 등을 꼽았다. 우선 전문가들은 과거와 달리 지금 암호화폐 시장엔 대형 헤지펀드 같은 기관투자자들이 들어오면서 안정화되고 있다고 강조한다. 미국 암호화폐 자산운용사 그레이스케일의 비트코인 신탁상품 규모는 지난 1월 기준 247억 달러에 달한다. 지난 15일엔 유럽의 헤지펀드인 브레반 하워드도 8400만 달러를 암호화폐에 투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코로나19로 각국에서 유동성 공급을 늘리자 화폐 가치가 하락하면서 역설적으로 비트코인이 대체 안전자산으로 주목받는 점도 작용했다. 인호 고려대 컴퓨터학과 교수는 이날 “코로나19 대응책으로 미국 정부가 달러를 찍어 내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올 확률이 높다”면서 “그러면 달러화는 물론 금, 주식, 부동산과 같은 전통적인 자산보단 발행량이 점차 줄어 희소성이 확보되는 디플레이션 화폐인 비트코인이 장기적으로 자산으로서의 가치가 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은 최근 정부가 과세 제도를 도입하는 등 2018년보다 더 진지하게 바라보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3년 전과 현재 모두 암호화폐에 투자해 수익을 올린 30대 직장인 A씨는 “당시엔 제도권 어느 누구도 인정하지 않는 ‘사기’ 이미지가 만연했다”면서 “비록 규제 중심적이고 부정적 시선이 크긴 하지만 지금은 제도권이 진지하게 암호화폐 이슈를 다룬다는 사실 자체가 시장을 보다 탄탄하게 만들어 주는 효과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러한 측면에서 2018년과 달리 당국의 규제 위협이 시장에 야기할 수 있는 파동은 생각보다 적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박성준(블록체인연구센터장) 동국대 교수는 “(규제 당국의 발언에) 단기적으로 시장이 출렁일 순 있지만 장기적으론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 행위 땐 퇴출… 거래소 자체 기준 필요” 여전히 암호화폐가 불안정한 요소를 갖추고 있다는 시각도 많다. 무엇보다 ‘내재가치’가 없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단기적인 영향이라 할지라도 당국의 말 한마디에 출렁이는 것 자체가 비트코인이 ‘안전자산’으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 없는 근본적인 이유라는 지적도 나온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한 베스트셀러 ‘블랙스완’의 저자인 나심 탈레브는 최근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을 “속임수”라고 규정하며 ‘폰지 사기’(불법 다단계 금융 사기)에 비유하기도 했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암호화폐의 체계는 정교할 수 있지만, 그것이 ‘경제적인 무언가’와 연계돼야 할 이유는 없다는 취지다. 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자문위원은 “최근 젊은층과 노년층이 암호화폐에 투자해 리스크가 커진 것은 사실”이라며 “거래소 자체적으로 자율규제 차원에서 상장 코인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이상한 행위가 발견되면 즉시 퇴출시키는 정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세종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부고]

    ●윤혜정(전 이화여대 교수)씨 별세 장태수(재미)·진수·재수(고대기술지주 대표·전 삼성전자 전무)·현수씨 모친상 박찬종(전 현대해상화재보험 대표이사)씨 장모상 김인진·윤영채·손향미씨 시모상 21일 서울삼성병원, 발인 23일 오전 8시 (02)3410-6917 ●이철영씨 별세 김복선씨 남편상 이용훈·창훈·정숙·경훈·훈희·동훈씨 부친상 곽재선(자영업)·김정일(신영증권 지점장)·최주호(아주경제신문 영남총괄본부장)씨 장인상 김정임·서혜영씨 시부상 20일 서울 강동경희대병원, 발인 22일 낮 12시 (02)440-8902 ●김두리씨 별세 이자랑(동국대 교수)씨 모친상 김관규(동국대 연구부총장)씨 장모상 20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22일 오전 11시 30분 (02)3410-6902 ●김성만(한양대 신소재공학부 교수)씨 별세 한숙자씨 남편상 김현일·현수씨 부친상 이은지·정혜은씨 시부상 21일 한양대병원, 발인 23일 오전 7시 20분 (02)2290-9455 ●백복이씨 별세 이용표(전 서울경찰청장)씨 장모상 21일 진주전문장례식장, 발인 23일 오전 10시 (055)759-4141
  • [부고] 김관규씨 장모상, 조길형씨 장인상, 정해룡씨 장인상

    ■ 김관규(동국대 연구부총장)씨 장모상 △ 김두리씨 별세, 이자랑(동국대 교수)씨 모친상, 김관규(동국대 연구부총장)씨 장모상, 20일 오전 6시30분,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2호실, 발인 22일 오전 11시30분, 장지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청련사. 02-3410-6902 ■ 조길형(충주시장)씨 장인상 △ 이동선씨 별세, 조길형(충주시장)씨 장인상, 20일 오전 2시, 수원 아주대병원 장례식장 25호실, 발인 22일 오전 9시 30분 031-219-6975 ■ 정해룡(KBS PD)씨 장인상 △ 양희철(전 남원시청 총무과장)씨 별세, 이문자씨 남편상, 양수영·양미영·양지영·양승우씨 부친상, 정해룡(KBS PD·전 몬스터유니온 대표이사)·최영준(노원경찰서 경감)·김정현(노무사)씨 장인상, 20일 오전 1시, 남원의료원 장례식장 2호실, 발인 22일 오전 9시30분, 장지 남원시 남원중앙교회 부활동산. 063-620-1140
  • 30분 새 1076배 ‘묻지마 폭등’… “코인 정보 공시 의무화 시급”

    30분 새 1076배 ‘묻지마 폭등’… “코인 정보 공시 의무화 시급”

    아로와나토큰 상장 직후 10만 7600% 올라거래소 공시 제각각… 처벌 규정도 없어 법 통해 ‘코인’ 규정해야 감시·감독 가능정부 업권법 회의적… 투자상품 인정 우려비트코인은 물론 ‘잡코인’으로 불리는 알트코인(비트코인 이외의 암호화폐)까지 투기성 거래 속에 가격이 치솟자 놀란 정부가 “불법 거래를 엄단하겠다”고 나섰다. 업계와 학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차라리 수백 개에 달하는 암호화폐 정보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투자자에게 알리는 편이 피해 예방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20일 암호화폐 시장 사정에 밝은 전문가들은 ‘묻지마 투자’를 막을 대안으로 공시 제도의 정비를 첫손에 꼽는다. 상장 주식은 해당 기업의 사업 내용이나 재무 상황, 영업 실적 등을 정리한 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을 통해 공시해 투자 결정 때 도움을 주는데 암호화폐도 이런 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 국내 민간 거래소에 상장된 암호화폐 수는 150여개(거래소 빗썸 기준)에 달할 정도로 급증했다. 주식처럼 상한가가 없어 상식을 넘어선 수준으로 치솟기도 하는데 실체 없는 풍문성 호재에 기댄 경우가 많다. 당연히 고점에서 물린 투자자들은 급락에 따른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예컨대 이날 빗썸에 상장한 아로와나토큰은 상장 30분 만에 1076배(10만 7600%) 뛰어오르기도 했다. 김형중 고려대 암호화폐연구센터장은 “각 코인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조차 없으니 (소셜미디어 등에서) ‘이 코인을 사라’고 하면 묻지마 투자를 하는 것”이라며 “누가 어떤 목적으로 코인을 만들었는지, 몇 개를 발행해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 코인 가격에 영향을 미칠 풍문이 사실인지 여부 등은 공시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현재 민간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제각각의 기준으로 공시하고 있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은 “거짓된 내용을 공시하면 처벌해야 하는데 처벌 규정이 없다”면서 “또 어떤 코인을 거래소에 상장할 수 있는지 가이드라인이 없다 보니 민간 거래소가 자율적으로 판단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고령층을 불러 모아 “암호화폐에 투자하면 수십 배로 불려 주겠다”며 돈을 가로채는 유사수신 범죄도 처벌 조항이 마땅치 않다. 암호화폐의 법적 개념이 없어서다. 경찰 관계자는 “암호화폐를 다단계로 팔았다고 해도 코인을 방문판매법상 재화로 볼 수 있는지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결국 암호화폐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 산업을 규제하는 업권법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법을 통해 코인의 개념과 공시 절차 등을 규정해야 체계적 감시·감독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미국 예금보험공사(FDIC)는 암호화폐 거래소 파산 때 투자금 중 25만 달러까지 돌려받을 수 있도록 보장해 주는데, 우리도 암호화폐가 법적 자산으로 규정되면 이런 투자자 보호책이 마련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을 중심으로 업권법 마련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정부도 이런 의견을 알지만 업권법 마련에는 회의적인 반응이다. 암호화폐를 다루는 법을 만들면 정부가 코인을 화폐나 투자 상품으로 인정하는 꼴이 된다는 우려 탓이다. 김 센터장은 “특정 암호화폐의 거래량이 코스피 일일 거래량을 뛰어넘을 정도로 많아졌는데, 정부는 ‘암호화폐는 사기이고 투기’라고만 하며 관리 제도를 못 만들고 있다”면서 “특정금융거래정보법에서 이미 가상자산으로 인정한 만큼 투자자를 보호할 법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윤연정 기자 yj2gaze@seoul.co.kr
  • 암호화폐 광풍에… 정부, 칼 빼들었다

    암호화폐 광풍에… 정부, 칼 빼들었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거래량이 급증하고, 가격이 크게 뛰어오르자 정부가 특별 단속의 칼을 빼들었다. 전통적인 금융거래와 비교해 투명성이 낮아 자금세탁 같은 불법행위에 활용될 가능성이 큰 데다 가만히 놔둔다면 향후 가격이 급락해 개인 투자자들이 감당 못 할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19일 국무조정실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6일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가상자산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열고 오는 6월까지 범정부 차원에서 암호화폐(가상자산)를 이용한 자금세탁, 사기, 불법행위 등을 특별 단속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암호화폐 출금 때 금융사가 1차 모니터링을 하고, 자금세탁이 의심되는 거래를 발견하면 3영업일 안에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보고하도록 했다. FIU는 관련 정보를 신속히 분석해 수사기관과 세무 당국에 통보하게 된다. 경찰과 공정거래위원회, 기획재정부도 암호화폐 거래와 사업자의 불법행위를 들여다본다. 구 실장은 “가상자산 거래는 투자라기보다는 투기성이 매우 높은 거래”라며 “가상자산 투자를 빙자한 다단계, 유사수신, 사기 등 불법행위가 발생하는 만큼 각별히 유의해 달라”고 말했다. 암호화폐에 경고 메시지를 던진 건 우리 정부만이 아니다. 터키 중앙은행은 지난 16일 “암호화폐를 결제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한다”고 공표했다. 또 미국에서는 주말에 ‘재무부가 금융기관들을 상대로 암호화폐를 이용한 돈세탁을 조사할 계획’이라는 미확인 루머가 트위터 등을 통해 확산됐다. 재무부 측은 CNN 등 언론의 확인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 정부의 규제 움직임에 암호화폐 가격도 흔들리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서 비트코인 1개 가격은 지난 13일 8073만원까지 치솟았지만 주말에 해외발 악재가 전해지면서 7000만원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이후 7600만원대로 반등했다가 19일 오전 우리 정부의 규제 방침이 발표되자 7300만원(오후 10시 기준)대로 밀렸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은 “암호화폐를 이용한 불법행위를 제대로 막으려면 주무부처를 정하고 구체적 기준을 내놓아야 하는데 정부가 원론적인 엄단 의지만 밝히고 있다”고 꼬집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친문·비문, 의도적인 선거용 프레임… 文대통령과 필요할 때 언제든 독대”

    “친문·비문, 의도적인 선거용 프레임… 文대통령과 필요할 때 언제든 독대”

    “당 미래 위해 친문·비문 대결 구도 안 돼국민과 소통 강화 등 재보선 수습 필요대권 주자 제10의 후보도 나올 수 있어”더불어민주당 당대표에 도전한 홍영표 후보는 18일 “정치적 의도를 갖고 친문(친문재인)과 비문(비문재인)을 나누는 사람들이 있으나 지금 민주당에는 문재인 정부의 성공과 내년 대선 승리를 위해 힘을 모으려는 한뜻만 있다”고 강조했다. 홍 후보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한 서울신문 인터뷰에서 “친문·비문 표현 자체가 의도적인 선거용 프레임”이라며 “이미 2015년 안철수 등이 탈당하면서 끝난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친문 ‘부엉이 모임’을 주도했던 홍 후보는 이번 당대표 후보 3인 중 친문 색채가 가장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가운데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당내에서 ‘친문 책임론’이 강하게 제기되자 당의 미래를 결정하는 전당대회를 ‘친문 vs 비문’ 구도로 치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것이다. 홍 후보는 지난 16일 친문 핵심인 윤호중 의원이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된 데 대해서도 “질서 있게 당이 주도적으로 변화와 혁신을 해 대선 승리로 나아가야 한다는 의지가 표현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두 번째 여당 원내대표를 맡았던 홍 후보는 당정청 소통과 개혁에서의 강점을 자신했다. 홍 후보는 “(20대 국회) 당시 129석을 갖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등 개혁 과제를 해냈다”며 “책임의 리더십으로 맡긴 과제는 반드시 해냈다”고 자부했다. 특히 “문 대통령이 필요할 때 언제든 독대해 2~3시간 토론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홍 후보는 재보선 결과에 대해 “국민께서 우리 당에 변화와 혁신을 명령했다”며 “당 내부 소통을 강화하고 당정청 소통,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해 질서 있는 수습과 안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대선 경선 과정이나 경선 후 갈등을 막을 수 있는 리더십이 절실하다”며 “당이 중심이 돼 대선을 치를 것”이라고 밝혔다. 차기 대권 주자들과 관련해선 “아직 철학과 비전에 대한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재명 경기지사, 이낙연 전 대표 외에 친문이 새로운 후보를 지지할 것이란 ‘제3후보설’에 대해선 “지금 단계에서 있다, 없다 예측하거나 단정할 수 없다”며 “제10의 후보도 나올 수 있는 것”이라고 가능성을 열어 뒀다. 당정청 동시 개편으로 변화 가능성이 거론된 부동산 정책에 대해선 “지금 정책 기조와 방향을 흔들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무주택자에게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90%까지 완화해 주자는 송영길 후보의 공약에는 반대한다. 여당 대표가 정부의 입장과 상반된 정책을 주장할 때는 당청, 전문가와의 충분한 숙고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홍 후보는 “무엇보다 정책 신뢰를 높이기 위해 투기와의 절연을 조속히 마무리해야 한다”며 “수사를 포함해 고위공직자 투기를 전광석화같이 뿌리 뽑아야 하고, 민주당은 여기에 정치적 유불리를 둬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재보선에서 민주당에 회초리를 든 청년들에 대해선 “절망적 노동시장 환경에서 특혜와 반칙으로 일자리를 빼앗기는 불공정한 모습이 우리 민주당이 가장 반성해야 할 지점”이라고 진단했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프로필 ▲전북 고창 ▲동국대 철학 ▲4선 국회의원(인천 부평을)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민주당 원내대표 ▲국회 정치개혁특위위원장
  • 샐럽 한마디에 ‘코인 롤러코스터’ 올라탄 사람들 “묻지마 투자 위험”

    샐럽 한마디에 ‘코인 롤러코스터’ 올라탄 사람들 “묻지마 투자 위험”

    비트·알트코인 수익률 유인 증가“도지코인↑, 머스크 트윗 아닌2030 디지털 네이티브가 주도”전문가 “코인사이트 ‘백서’ 확인”“주식처럼 손실 없이 안전하게 투자원금을 USDT(테더·달러가치에 연동되는 코인)마켓에서 비트코인에 투자해 수익 낼 수 있도록 개인트레이닝 합니다. 회원님은 투자금 원금보장 및 수익률 200%이상 기대할 수 있습니다” 최근 이와 같은 소개로 투자자들을 유인하는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수익을 기대하고 투자했다가 몇억을 날렸다는 피해를 주장하는 글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많이 올라오고 있다. 암호 화폐 업계 관계자는 18일 “양성화시키지 않은 상태에서 투자자가 몰리기 때문에 불건전한 코인 다단계 사기나 리딩방 사기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한국 젊은층에서 비트코인 이외에도 도지코인 등 알트코인 투자가 비정상적으로 급증하면서 비트코인 전문가들도 우려를 표시했다. 특히, 도지코인 가격이 거래소별로 일주일 새 300~400% 급등했다가 다시 급락하면서 코인 투기 수요를 급증시키고 있다. 지난 15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본인 트위터를 통해 “도지(인터넷에서 인기인 시바견 이미지)가 달을 향해 짓는다”는 글 등을 올려 투기 수요가 갑자기 치솟았다. 개발자가 장난으로 만든 코인까지 급등하면서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 이유다.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 나스닥 상장 효과까지 더해지면서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렸다. 이날 한국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주간 상승률을 보면 오후 6시 40분 기준 도지코인이 391.53% 급증하면서 이더리움클래식(91.70%), 펑션엑스(70.21%), 비체인(52.15%) 등 상승세가 상위 10위권 안에 있는 다른 알트코인보다 4배 넘게 급증했다. 하지만 도지코인은 이 시간 기준 24시간 거래대금이 약 6조 5000억원으로 전날 오전 8시 51분 17조 18억원 기록보다 3배 가까이 급락했다. 알트코인은 대체(alternative)와 코인(coin)을 합친 단어로, 비트코인 이외의 모든 가상화폐를 뜻한다. 이날 가상 화폐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서 거래 중인 알트코인 9260개 넘었다. 알트코인 투자가 급증하면서 전체 가상 화폐 전체 시가총액 가운데 비트코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51.6%로 떨어졌다. 알트코인 비율이 48.4%나 됐다.도지코인 가격 급등 등 최근 코인 시장 열풍은 젊은 세대의 새로운 투자 문화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형중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특임교수(암호화폐연구센터장)는 “발행량도 무제한인 도지코인에 묻지마 투자 수요가 몰리는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일론 머스크의 트윗만으로 가격이 오른 게 아니고 2030 디지털 네이티브(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기기에 둘러싸여 성장한 세대(1980~2000년생))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새로운 방식 때문”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그는 “사람들은 코인에 투자하면 이익이 생긴다는 것을 배우고 있다”며 “(유명인의 말에 코인 가격이 급등한) 이번 헤프닝은 코인이 주류 시장으로 편입하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990년대 중반 닷컴 버블 광풍의 산물이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이라면 현재 도지코인 등 알트코인은 암호 화폐 산업과 분산금융 등을 성장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전문가들은 당장 투자자들의 투기 열기가 뜨거운 시장에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제도적인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김 교수는 “비트코인이 2018년에 폭락했던 것처럼 알트코인 폭락도 어느 시점에 나올 수 있다”며 “정부나 민간 기관에서 ‘정보 공시 제도’를 만들어 암호 화폐 가격에 영향을 미칠만한 일이 있다면 사전에 공시해 코인 가격에 대한 신뢰를 쌓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암호 화폐 대중화 시대가 불가피하다는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 교수는 “하루빨리 암호 화폐를 제도권 안으로 들여와 우리가 주식의 변동 폭을 ‘사이드카’로 막는 것처럼 규제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알트코인 투자자들은 해당 홈페이지에서 암호 화폐 프로젝트를 설명하는 ‘백서’가 있는지 확인하고 그 안에 수익모델이 있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며 “백서가 없거나 수익모델이 전혀 없으면 절대 투자하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윤연정 기자 yj2gaz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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