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동국대
    2025-12-25
    검색기록 지우기
  • 데이터
    2025-12-25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7,364
  • 전국의대 11곳 전문대학원 전환

    교육인적자원부는 최근 의·치의학 전문대학원 추가 전환 접수를 마감한 결과 11곳이 신청했다고 5일 밝혔다. 추가 전환을 신청한 곳은 가톨릭대와 고려대, 동국대, 동아대, 서울대, 성균관대, 순천향대, 아주대, 연세대, 인하대, 한양대 등이다. 이들은 올해 고3이 대학에 들어가는 2007학년도부터 학부 신입생 선발 인원을 절반으로 줄이거나 아예 뽑지 않고, 감축 인원만큼 학부 졸업생 가운데 전공에 상관없이 의·치의학 입문 시험을 거쳐 선발한다.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새만금 소송 재판 빨라져

    대법원은 5일 정치·경제·사회적 파장이 크거나 국민의 관심이 큰 중요재판을 신속하게 처리하는 ‘중요사건 적시처리 방안’을 발표하고 ‘새만금 소송’을 첫 대상으로 선정했다. 중요사건은 재판이 지연될 때 막대한 손실이 예상되거나, 다수의 당사자가 관련된 사건, 일정 시한이 지나면 재판결과가 무의미한 사건, 사회내 소모적 논쟁이 우려되는 사건 등이다.이에 따라 경부고속철 천성산구간 공사 착공금지 가처분 사건이나 사회적으로 논쟁을 불러온 동국대 강정구 교수 사건, 송두율 교수 국가보안법 사건 등이 중요사건으로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또 선거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정치인들의 재판도 빨리 진행될 전망이다. 법원은 그동안 ‘충실한 심리’를 강조해 ‘신속한 심리’를 못했다는 비판도 받아왔다.권리침해를 위해 소송을 했지만 3심까지 가는 동안 몇년이나 걸려 결국 분쟁은 분쟁대로 악화되고 판결을 받았더라도 이미 ‘때늦은 판결’이 내려지는 경우도 있었다.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부고]

    ●강석주(전 한솔화학 사장)석호(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석완(코림 상무이사)명희(한세대 교수)씨 모친상 양영진(동국대 사회학과 교수)씨 빙모상 4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7일 오전 8시 (02)3410-6917●정봉호(사업)씨 부친상 윤의훈(사업)박민정(〃)손운익(동남아태건축사사무소 회장)강석진(전 현대오토넷 사장)씨 빙부상 5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7일 오전 5시 (02)3010-2291●최기생(호남전업사 대표)씨 별세 윤호(한미약품 의약부 팀장)윤영(HSBC은행)씨 부친상 김용승(순천지청 부부장 검사)씨 빙부상 5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7일 오전 6시30분 (02)3010-2237●김정환(전 대한안과학회장ㆍ전 김앤김안과 원장)씨 별세 재호(의사)재원(사업)재도(의사)명자 명해씨 부친상 이규화(엘케이랩 대표)이주완(대구텍 부사장)씨 빙부상 5일 서울대병원, 발인 7일 오전 9시 (02)2072-2011●권영웅(인천대 건축공학과 교수)씨 별세 3일 인하대병원, 발인 8일 오전 8시 (032)890-3199●심영섭(명성교회 목사)희섭(미림시계 차장)씨 부친상 5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7일 오전 7시30분 (02)3010-2238●이창보(전 공정거래위원회 상임위원)씨 상배 정은(하버드의대 암연구소 연구원)씨 모친상 3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6일 오전 11시 (02)3410-6918●임태화(전 KBS 기획조정실 국장)씨 별세 병열(스위티맘 대표)병호(임병호스튜디오 〃)씨 부친상 4일 서울대병원, 발인 6일 오전 8시 (02)2072-2014●김진구(서울백병원 정형외과 부교수)씨 부친상 김지은(가천의대 길병원 영상의학과 조교수)씨 시부상 4일 서울대병원, 발인 6일 오전 9시30분 (02)2072-2016●김준수(하이닉스반도체 노조위원장)씨 부친상 5일 강원 삼척의료원, 발인 7일 오전 (033)570-7446●조현구(전 공진초등학교 교장)씨 별세 남일(사업)은정(수치과의원 의사)씨 부친상 허준호(서울치과의원 의사)씨 빙부상 5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7일 오전 9시 (02)3010-2265●이관용(전 농협중앙회 상무·전 농림부 축산국장)씨 부친상 5일 분당 서울대병원, 발인 7일 오전 7시30분 (031)787-1503●홍남표(과학기술부 정책홍보관리관)광표(남부건업 상무)씨 모친상 양재석(전 공무원)권용주(마산시청 공무원)씨 빙모상 5일 오후 경남 마산 삼성병원, 발인 7일 오전 9시 (055)290-5647
  • 비운의 Mr. 국보법 황교안 차장

    황교안(49) 서울중앙지검 2차장은 그동안 검사장 승진 후보군인 사시23회 선두주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이견없이 꼽혔다. 경기고, 성대 법대를 졸업한 그는 대검찰청 공안1·3과장,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장을 역임했다. 특수부와 함께 검찰내 정통 엘리트 코스였던 공안부를 두루 거친 황 차장은 특히 국가보안법 해석 등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밝았다. 여러 편의 논문과 함께 국보법 해설서까지 출간,‘미스터 국보법’으로 통했다. 이변이 없는 한 검사장에 오를 것으로 보였던 그의 승진가도에 조금씩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강정구 동국대 교수를 구속 수사하겠다는 결정이 천정배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번지고 자신을 2차장으로 발탁해준 김종빈 당시 검찰총장이 물러나기까지 했다. 지난해 12월 143일 동안의 안기부·국정원 도청사건을 마무리하면서 임동원·신건 전 국정원장을 구속한 것을 두고 정치권으로부터 압박을 받았다. 자신이 공안부장으로 있을 때 불법도청 사건을 다뤘다는 점 때문에 부실수사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황 차장은 애초 검사장 승진대상자 명단에도 들지 못했으나 김승규 국정원장 등이 추천해 다시 승진 기회를 얻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것으로 만족해야했다. 공안 검사의 불운은 전에도 있었다. 박만 전 성남지청장은 송두율 교수 사건으로 강금실 전 법무장관과 갈등을 빚고 검사장 승진에서 밀린 뒤 사표를 냈었다. 이번 인사는 검찰내 공안부서를 개혁하겠다는 천 장관의 의지와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황 차장의 탈락이 확정되자 공안부서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황 차장은 이번에 나란히 검사장에 오른 황희철 1차장검사, 박한철 3차장검사 등과 함께 나란히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었고 재산·음주 등에서도 별다른 결격 사유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공안 검사들은 “보복성 인사 아니냐.”며 격한 감정도 드러냈다.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희곡작가협회 이사장 김흥우씨

    한국희곡작가협회 신임 이사장에 동국대 김흥우(40)교수가 선출됐다. 김 이사장은 동국대와 대학원에서 연극학을 전공하고 극단 신협 대표, 한국문인협회 희곡분과 회장, 한국연극교수협의회 회장 등을 지냈다. 한국희곡작가협회는 1969년에 발족해 2002년 사단법인으로 전환했다.
  • 서울대등 16곳 경영대학원 신청

    교육인적자원부는 30일 경영(물류)전문대학원 설치 인가 신청을 받은 결과 서울대 등 16개 대학에서 신청서를 냈다고 밝혔다. 이 대학들은 현재 운영 중인 특수대학원을 폐지하거나 일반대학원 정원을 줄여 오는 9월이나 내년 3월부터 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해 신입생을 선발하게 된다.신청 대학은 건국대와 계명대, 고려대, 동국대, 동서대, 서강대, 서울대, 아주대, 연세대, 이화여대, 인하대, 중앙대, 충남대, 한국정보통신대, 한양대, 홍익대 등이다. 인하대는 물류전문대학원 전환도 함께 신청했다. 내년 3월부터 전환하는 대학은 동국대와 동서대, 중앙대, 충남대 등 4곳이며, 나머지는 오는 9월 전환한다. 전문대학원 정원은 모두 2441명으로, 이 대학들의 특수대학원 및 일반대학원 정원은 2792명 줄어든다. 이 가운데 고려대와 서울대, 연세대 등 7곳은 전문대학원을 집중 양성하기 위해 경영학부(과) 학생 정원을 235명 줄일 계획이다. 학교별로는 건국대 7명, 고려대 20명, 서울대 30명, 아주대 65명, 연세대 15명, 이화여대 58명, 인하대 40명 등이다.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지율스님 의식잃어 응급치료

    동국대 병원에 입원한 뒤 15일째 치료를 거부하던 지율(知律·48) 스님이 끝내 의식을 잃어 병원측이 응급치료를 시작했다.동국대 일산병원은 22일 지율 스님은 지난 20일 오후 4시30분쯤부터 의식이 오락가락하는 등 이상 증세를 보이다 오후 6시쯤부터는 거의 무반응 상태에 빠졌다고 밝혔다. 치료를 맡고 있는 병원 중환자실 김영권 실장은 “스님의 의식이 갑자기 혼탁한 상태에 빠져 치료를 시작, 정맥주사를 통해 수액과 전해질, 비타민을 공급하고 있다.”면서 “의학적으로 혼수상태의 전 단계쯤 된다.”고 설명했다.그는 “일단 치료를 시작해 최악의 상황을 모면하긴 했지만 아직 의식이 없는 등 안심할 단계는 아니고 회복여부도 불투명한 상태”라며 “전해질 불균형이 심각, 치료 중에도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고양 한만교기자 mghann@seoul.co.kr
  • [씨줄날줄] 지율스님/오풍연 논설위원

    “만일, 당신이 저와 함께 천성을 어둠 속에 묻는다면 그때는 당신을 용서하지 않겠습니다. 합법적인 위헌과 위법으로 어우러진 이 세상에서 법을 알고 법을 바로 세워야 할 분이 당신이기 때문이며, 수많은 생명을 묻은 뒤 찾아오는 이 땅의 피비린내를 역사에 쓸 수 없기 때문입니다. 천성의 아픔을 기억해 주세요. 지난날 당신이 ‘공약’했던 원칙과 약속의 이름으로….”(내 생애 하루가 남아 있다면 1-노무현 대통령께,‘초록의 공명’ 41쪽) ‘천성산 지킴이’‘도롱뇽 엄마’로 불리는 지율스님. 그가 던지는 화두가 바로 ‘초록의 공명’이다. 지난해 11월 같은 이름의 책을 펴낸 것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이 책에는 지난 2003년부터 38일,45일,58일,100일 등 모두 241일에 걸친 단식 일지가 담겨 있다. 노 대통령에 대한 섭섭한 마음과 천성산 자락에 서 있는 자신의 심경도 담담히 적고 있다. 그는 지난해 2월 긴 단식을 중단했었다. 그러나 불과 7개월 만에 외부와의 연락을 모두 끊은 채 단식을 다시 시작한 이유는 뭘까. “내가 죽어야 천성산이 산다.”“이미 마음을 비웠고, 내가 할 일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지율스님은 평소 지인들에게 유언(遺言)처럼 말해왔다는 귀띔이다. 실제로 그런 상황이 눈 앞에 다가온 느낌이 든다. 이달 초 동국대 일산병원에 입원조치된 뒤 보름가량 치료를 거부하던 그가 지난 20일 의식을 잃어 응급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의학적으로는 혼수상태(coma)의 전단계쯤 된다는 설명이다. 체중도 27㎏에 불과하단다. 또 스님 스스로가 영양분을 섭취해야 치료가 가능하다고 하니 더욱 더 안타깝다. 이제 스님을 살리는 데 모두가 나서야 한다. 생명보다 고귀한 것은 없다. 스님이 던진 ‘도롱뇽’이나 ‘초록의 공명’은 그동안 중생에게 모두 스며들었다. 사랑·평화·생명이 그것이다. 스님의 묵언이 지니는 의미는 심심상인, 염화미소다. 이심전심이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자신을 드러내고자 하는 ‘목숨을 담보로 한 소영웅주의의 발로’로까지 폄하하고 있다. 그를 잃게 된다면 그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개발과 환경 논쟁의 악순환이 계속될지도 모른다. 생명의 역사·문화가 공존하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 오풍연 논설위원 poongynn@seoul.co.kr
  • 고현정씨 동국대에 1억 기부

    고현정씨 동국대에 1억 기부

    탤런트 고현정(35)씨가 모교인 동국대학교에 학교 발전기금으로 1억원을 내 놨다. 동국대는 20일 “연극영화학과 90학번인 고현정 동문이 모교 개교 100주년을 맞아 CF촬영 수익금 1억원을 기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고씨의 1억원 기증식은 오는 23일 오후 3시 동국대 총장실에서 열린다. 한편 고씨는 지난해 10월 이덕화·강석우·이경규·최민식·이경실·채시라 등 이 대학 연극영화학과 출신 동문들과 함게 건학 100주년 명예홍보대사로 위촉된 바 있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커리어 우먼] 한화증권 홍은미지점장

    [커리어 우먼] 한화증권 홍은미지점장

    21세기를 ‘여성의 시대’라고 한다.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를 늘리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각계 각층에서 여성의 활동이 늘고 있지만, 보육문제 등으로 여전히 어려움이 많다. 특히 금융계를 포함한 경제계는 보수적이어서 성공한 여성들이 다른 직업군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서울신문은 자아실현을 위해 경제계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여성들이 어떻게 역량을 키웠고, 남녀차별과 위기 상황을 극복해 왔는지 매주 시리즈로 소개한다. 지난해 5월 연예사업에 뛰어들면서 엔터테인먼트주식 열풍을 불러일으킨 골프공 제조업체 팬텀. 영화배우 이병헌이 소속된 연예기획사 플레이어엔터테인먼트를 합병하고 음반사업을 확장하던 9월, 투자자 30명으로부터 50억원을 받았다. 원금 보장에 예상수익률 연 7.72%로 이 돈을 모은 사람이 한화증권의 홍은미(43) 갤러리아 지점장이다. ● “투자자 수익 고려, 연예사업에 투신” 홍 지점장은 “지난해 초까지 부동산 사모펀드를 투자자들에게 팔았는데 3·4분기 들어 부동산펀드 붐이 불어 수익률이 좋은 상품을 찾기가 어려웠다.”며 “투자자들에게 안정적이면서도 수익을 줄 수 있는 곳을 찾다가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게 됐다.”며 웃었다. 홍 지점장이 연예계에 관심을 기울인 것은 한류열풍이 풀던 3년전부터다. 무형자산이라 할 연예인들이 많은 돈을 벌긴 하지만 소속된 회사의 재무구조파악이 어려워 선뜻 투자에 나서지 못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우회상장으로 연예기획사들의 매출현황과 수익 등 현금흐름이 공개되면서 연예사업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11월에는 도레미미디어를 흡수한 블루코드테크놀로지에 50억원을 투자했다. 블루코드테크놀로지는 디지털 음악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지금까지 연예계에 투자된 사모펀드는 홍 지점장이 관여한 2개 외에 음반회사인 예당엔터테인먼트에 투자된 사모펀드까지 3개뿐이다. ● PB1세대에 증권사 최초 女지점장 투자자들을 위한 끊임없는 수익원 발굴에는 모든 사회현상에 대한 관심이 기본이다. 인터뷰가 진행되던 지난 12일, 서울대의 최종조사결과 발표에 대한 황우석 교수의 기자회견이 시작되자 양해를 구하고 한참동안 TV를 봤다. 주가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홍 지점장은 국내 프라이빗뱅킹(PB) 1세대이자 증권사 최초 여성지점장이다.1982년 성동여자실업고를 졸업한 뒤 장기신용은행에 입사,80년대 후반부터 PB업무를 시작했다. 장기신용은행이 국민은행과 합병되고 1년 뒤인 1999년 미래에셋증권으로 자리를 옮겼다. 진정한 PB라면 상품을 직접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데 은행보다는 증권에서 더 쉬울 것 같아서였다. 미래에셋증권에서 선릉역 지점과 미금역 지점을 열었고 2004년 4월 한화증권으로 옮겨 갤러리아 지점을 개설했다. 문을 연 지 2개월 만에 금융자산 1000억원을 유치, 화제가 됐다. 홍 지점장은 장기신용은행에서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한 것이 PB로 클 수 있는 기초가 됐다고 본다. 운도 따랐다고 겸손해했다. 하지만 현재의 홍 지점장을 가능케한 것은 능력 못지않게 오기의 힘이 컸다. 첫 아이를 임신한 1987년. 당시에는 결혼하면 회사를 그만두는 것이 관행이어서 장기신용은행에는 결혼한 여성이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다. 하물며 임신까지 했으니 남에 눈에 훨씬 잘 띌 수밖에 없었다. 특히 결혼하고도 계속 남아 일을 하던 여자 선배들은 회사로부터 경력을 인정받은 베테랑들이었지만 당시 홍 지점장은 20대 초반에 불구했다.‘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하는 의혹의 눈초리를 많이 받았다. 하루하루가 힘들었지만 일은 하고 싶었다. 그래서 남들보다 더 열심히 일했다.80년대 후반부터는 대졸 여성들이 입사하면서 ‘여-여’차별도 생겨났다. 성과 학력의 벽을 넘기 위해서는 실력과 일로 승부하는 수밖에 없었다. 고객들과 직접 부딪치며 쌓은 현장 경험은 최대의 자산이었다.1990년대 초 고객의 취미·투자성향 등을 한곳에 모은 고객관리카드를 처음으로 제안, 은행에 고객관계관리(CRM) 개념을 정착시켰다. 이를 통한 고객과의 신뢰는 자산유치로 이어져 ‘수신공로상’도 여러 번 받았다. ● 편견·차별에 눈물도 흘려 홍 지점장의 ‘성공 비결’은 의외로 간단하다. 집에 회사일을 가져가지 않고, 회사에 와서는 가정문제에 신경을 쓰지 않는 철저한 분리주의다. 그렇지 않으면 그 어느 곳에서도 제대로 해낼 수 없기 때문이다. 가급적 모든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는 낙관적인 성격도 큰 보탬이 됐다. PB업무에서 여성 특유의 섬세함이 투자자의 투자성향과 원하는 바를 정확하게 파악해 맞춤형 서비스를 가능케 했다. 술도 잘 못 마시고 골프도 연습장만 드나들고 있지만 투자자들에게 보다 많은 수익을 돌려주는 것을 고객관리의 기본으로 삼았다. 시간이 걸려도 편법보다는 정도를 택했다. 그래서인지 홍 지점장의 핵심 고객 50여명이 대부분 ‘10년지기’다. 현재 PB시장의 경쟁은 가히 살인적이다. 홍 지점장은 “남녀와 상관없이 하나의 사물도 다른 시각에서 보는 훈련과 도전을 통해 스스로를 끊임없이 변화시켜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충고한다. 글 전경하 도준석기자 lark3@seoul.co.kr ■ 홍은미 지점장 경력 -1963년 서울 출생 -1982년 성동여자실업고 졸업 장기신용은행 입사 -1986년 PB업무 시작 -1999년 미래에셋증권 입사 -2003년 미래에셋증권 선릉역 지점장 동국대 경영대학원 수료 -2004년 미래에셋증권 미금역 지점장 -2004년 10월 한화증권 갤러리아 지점장
  • 과메기 고장 호미곶 포항

    과메기 고장 호미곶 포항

    포항과 구룡포는 동해안 중에서도 가장 먼저 해돋이를 관찰할 수 있는 곳이다. 파란 하늘과 출렁이는 쪽빛 파도가 하얗게 부서지는 겨울 바다를 보고 있노라니 세상 시름이 씻은 듯 사라지고 제철을 맞은 과메기의 고소함에 입 또한 즐겁다. 주머니가 가볍다고 망설일 필요없다. 포항과 구룡포의 파란 바다는 세상 모든 이의 것이며 과메기 또한 1만원 내외로 ‘딱’ 우리 수준이다. 또한 미리 예약만 하면 무료인 포스코 역사박물관, 등대박물관 등 아이들의 산교육장으로도 손색이 없는 곳이 포항이다. 자, 이 겨울에는 대구~포항간 고속도로 개통으로 더욱 가까워진 포항으로 나들이하면 어떨까. 글 포항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겨울 호미곶 포항 나들이 “과메기 하면 구룡포 과메기지요. 한번 먹어보이소.”라며 초장을 듬뿍 찍어 내미는 마음씨 좋은 할머니,“불포화 지방산과 단백질이 많고 숙취해소에 그만입니다. 소주 한 잔과 같이 먹어도 술이 취하지 않아요.”라는 김승식(45·대구 서구)씨. 요즘 고소하고 쫀득쫀득한 맛이 끝내주는 과메기가 한창이다. 마른 김에 파, 배추를 놓고 초장을 듬뿍 찍은 과메기 한점 올리면 그 맛이야 어찌 말로 표현하겠는가. 여기에 소주 한잔과 맘에 맞는 사람들이 있다면 무조건 ‘고’다. # 겨울의 진객, 과메기 과메기의 고향이라는 경북 포항 구룡포 바닷가 양지바른 곳이면 어김없이 과메기가 걸려 있다. 구룡포에서 처할머니의 대를 이어 50년째 과메기 덕장을 운영하는 일출과메기(054-284-7555)의 장영수(53)사장은 “예전에는 청어를 꼰 새끼에 끼워 부엌의 살창에 걸어 두었다가 밥을 지을 때 솔가지의 연기가 빠져 나가는 살창에 걸어 두면 외풍으로 자연스럽게 얼었다 녹았다 하는 과정을 되풀이하며 먹었다.”면서 “1960년대 이후엔 포항 앞바다에서 청어가 잡히지 않아 꽁치를 대신 쓴다.”고 한다. 또한 부엌의 살창이 아니라 해풍이 잘 드는 바닷가에서 과메기 말리는 틀인 ‘대차’에 걸어 얼렸다가 말린다. 요즘은 말리는 방식에 따라 ‘찌거리’와 ‘역거리’로 부른다. 역거리는 꽁치를 통째로 말리는 것을 일컫고, 배를 갈라 뼈와 내장을 추려내고 말리는 것은 찌거리라 부른다. 요즘은 먹기가 편한 찌거리가 주를 이룬다. 과메기는 자연에 노출된 상태이기 때문에 위생이 무척 중요하다. 도로 옆에는 차가 뿜어내는 매연과 먼지때문에 별로 좋지않다. 그래서 일출과메기 덕장은 야트막한 야산에 구룡포가 내다보이는 공기 좋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또한 솔향이 나는 맛난 과메기를 만들기 위해 죽염과 솔잎액 엑기스를 뿌려 비린 맛을 없고 예전 맛이 살아 있어 인기란다. 또 과메기를 맛있게 먹으려면 덕장에서 주문해서 먹는 것이 가격도 싸고 좋다. 보통 3일 이내에 과메기를 먹어야 제맛을 느낄 수 있는데 보통 음식점에서는 유통기한을 지키지 않아 쫄깃하고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일출과메기로 전화하면 택배로 다음날이면 과메기를 받아 볼 수 있다. 가격도 싸다. 찌거리는 20마리 기준으로 8000원선이다. 또 포항시내 웬만한 음식점에선 과메기를 내놓고 있다. 그 중에서도 토박이들은 옛 삼성생명 자리, 남빈동 하나은행 뒷골목의 해구식당(054-247-5801)을 최고로 친다. 주인 지영자씨가 31년 동안 꽁치 과메기만 팔아 왔다.“아들이 죽천쪽에서 식당에 쓸만 큼만 과메기를 말리고 저와 동생이 주방을 담당하고 있으니 다른 식당들 비해 음식에 정성을 쏟는 것은 당연지사지요. 그래서 손님들이 많이 찾는 것 같아요.” 해구식당으로 전화주문을 하면 초장과 야채, 과메기를 바로 먹을 수 있게 포장해 신속하게 택배로 보내준다.1만 3000원. 이밖에 동국대병원 맞은편의 ‘다락방’(054-283-1915)과 그 인근에 소문난 ‘막창 과메기’(054-275-6410)도 유명하다. # 이것도 맛보세요. 포항에선 물회와 고래고기도 유명하다. 물회는 예전부터 포항 앞바다에서 고기가 너무 많이 올라와 뱃사람들이 젓가락질 할 시간이 없어 고추장에 비벼 먹던 것에서 유래됐다. 포항시청옆 선린병원 건너편에 있는 오대양물회식당(054-244-7164)이 맛있다. 이곳 물회는 다른 지방과 다르다. 신선한 광어나 도다리 등 생선과 야채를 고추장에 비빈 다음 기호에 맞게 물을 넣고 먹는다.“이렇게 해야 생선에 양념이 맛있게 배어 진짜 물회의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라고 사장 박정출(42)씨가 강조한다. 커다란 물회 한 그릇, 매운탕, 밥식혜 등 간단한 밑반찬과 함께 나오는 물회밥이 1만 1000원. 또 고속버스터미널 후문쪽의 ‘코리아물회’(054-274-0574)와 죽도시장 가는 길목의 ‘새포항물회’(054-241-2087)도 들를 만한 곳이다. 고래고기는 포항지역에서만 먹을 수 있는 별미지만 처음 먹는 사람들은 고래 특유의 향 때문에 좀 거북스럽다. 죽도시장 안쪽의 ‘할매고래집’(054-241-6283)과 옆집의 ‘왕고래집’(054-247-2552)은 고래육회와 수육이 유명하다. # 서울에선 여기가 맛있어요 서울 수서구 일원동 먹자골목(삼성병원 맞은편)에 옥이 이모(02-459-9339)는 제대로 된 과메기를 먹을 수 있는 곳. 주인의 고향이 구룡포여서 친척들이 보내주는 질 좋은 과메기를 사용한다. 또한 포항산 돌문어는 입에서 살살녹는 맛이 그만이다. 돌에 붙어사는 돌문어는 포항 구룡포앞 20㎞정도의 청정 해역에서만 잡을 수 있는 구룡포의 특산물. 서울 광교의 조흥은행 본점 뒷골목에 있는 ‘광교과메기’(02-720-6075)도 유명하다.1992년부터 단 한차례도 메뉴판에 손을 대지 않아 가격이 그대로인 집이다. 과메기를 비롯 생굴, 고갈비가 5000원. 고래고기 2만원이다. 강남구 역삼동의 ‘고래불’(02-556-3677), 충무로 중구청 부근에 ‘영덕회식당’(02-2267-0942)도 맛있다. ■ 지친발길 적셔주는 하얀포말…떠도는 일상 정박시키는 항구 ‘포항’이 여행지로 각광을 받은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얼핏 호미곶의 해맞이 광장만이 유명하지만 구석구석 살펴보면 볼 것도 먹을 것도 많은 곳이 포항이다. # 겨울 바다에서 세상 시름을 잊고 포항에서 구룡포로 향하는 925번 국도에 들어서면 세상 시름이 잠시 잊혀진다. 굽이굽이 돌아서서 옆을 보면 파란 얼굴을 내밀며 끝없이 따라오는 겨울 하늘, 낯선 이방인의 방문에 화가 나서일까 거친 숨을 뱉어내듯 끝없이 출렁이는 파도, 그 위를 맴도는 한 무리의 갈매기들. 감성이 메말라 버린 40대 아저씨의 입에서도 ‘아∼ 아름답다.’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2차선 국도의 옆에 차를 잠시 세웠다. 그러고는 차가운 바닷바람을 온몸으로 맞았다. 가슴이 시원해진다. 다섯시간이 넘는 운전으로 인한 피로가 한꺼번에 싹 날아간다. 무섭게 밀려오는 파도는 끝내 하얀 거품을 이루며 사라지고 아무도 살지 않는 것 같이 한적한 마을에는 어김없이 다람쥐 쳇바퀴 돌듯 살아가는 인생들이 있었다. 다만 도시에 사는 사람에겐 너무나 낯선 풍경일 뿐. 추위는 잊혀진 지 오래다. 그냥 이대로가 좋다고나 할까. 바다와 멀어졌다가는 다시 만나고, 만났다가 헤어지기를 수차례 반복하며 한 시간여 달리자 호미곶 해맞이 공원이 나온다. 우리나라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가 7번 국도였지만 지금은 공사로 인해 예전의 아름다운 맛이 없어져 아쉬웠는데 포항에서 구룡포로 향하는 925번 도로야말로 현존하는 우리나라 최고의 해안 드라이브 코스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우리나라에서 해가 제일 먼저 뜨는 곳 호미곶(虎尾串)이란 조선의 풍수지리학자 남사고(南師古)가 쓴 ‘동해산수비록’에서 한반도는 호랑이가 앞발로 연해주를 할퀴는 모양으로 백두산은 코, 이곳을 꼬리에 해당한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바로 이곳이 우리나라에서 제일 먼저 해가 뜬다고 하여 항상 1월1일 많은 사람들이 몰린다. 또한 ‘상생의 손’이라는 8m가 넘는 거대한 손이 버티고 있다. 오른손은 육지에서 바다를 바라보고 왼손은 바다에서 육지를 바라보고 있다. 말로만 들었을 때와는 다르게 그 거대함에 몸도 마음도 압도 당한다. 육지의 손 밑에는 사시사철 꺼지지 않는 성화대 불씨 등도 볼 만하다. 또 바다에 있는 왼손 사이로 아침 태양이 떠오른다고 새벽마다 사진을 찍는 사람들에게 인기 장소다. 호미곶의 명물 국립 등대박물관(www.lighthouse-museum.or.kr,054-284-4857)은 우리 마음의 안식처로, 그리움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던 우리나라 등대의 역사와 변천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문 박물관이다. 예전 등대원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등대원 생활관을 비롯해 등대 유물관, 등대 과학관, 배들의 변천과정과 바다지도인 해도 제작에 관한 자료 등이 전시된 해양수산관, 등대원의 하루와 등대의 역사를 주제로 만든 영상물 ‘아름다운 등대’를 감상할 수 있는 영상실 등이 있다. 또한 야외에는 전망대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등대들의 축소 모형을 전시하는 테마 공원 등 다양한 전시물도 아이들에게 인기다. 입장료도 저렴하다. 아이들은 무료, 어른은 700원. 미리 신청하면 1시간 30분가량 안내 도우미의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개관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 여기도 좋아요. 포항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포항제철 ‘포스코’다. 도대체 철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한눈에 알아 볼 수 있는 제철소 견학과 한국 철강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포철 역사관 견학은 아이들과 함께라면 꼭 들러야 할 곳. 제철소 견학은 설 연휴, 추석 연휴를 제외한 매주 토·일요일 오전 10시, 오후 2시. 하루에 두번. 또 역사관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볼 수 있으며 일요일이나 공휴일은 휴관이다. 두 곳 모두 견학 희망일을 기준으로 최소 3일전까지 전화나 인터넷으로 예약해야 한다.www.posco.co.kr나 (054)220-7720. 비용은 무료. 또 포항의 심장과 같은 죽도시장도 둘러볼 만하다.
  • [열린세상] 과학과 정치의 만남은 잘못인가/김병식 동국대 생명화학공학 부총장

    과학이라는 주제가 온 국민에게 친근하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그러나 이 주제가 우리 사회의 중심에서 과도하게 소용돌이치는 모습을 보면서 혼란스러운 것도 또한 사실이다. 오늘의 우리에게 과학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인가. 과학은 ‘자연에서의 보편적 진리나 법칙의 발견을 목적으로 한 체계적 지식’ 정도로 정의할 수 있다. 존재하는 자연의 법칙을 발견하고 발전시키는 과학은 냉철한 객관성이 늘 중심에 자리 잡고 있어야 한다. 주관적 가치판단이나 선동적이고 당위적인 명제는 발붙이기 어려운 영역이다. 반면, 정치란 여러 견해가 있을 수 있으나, 굳이 말하자면 ‘통치와 지배, 이에 대한 복종, 협력, 저항 등의 사회적 활동을 총칭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정치에는 다양한 가치와 당위적 판단이 혼재된다. 그리고 그런 다양성 속에서 갈등은 자연히 표출되고, 그 갈등을 토론과 합법적 투쟁으로 해결하는 과정 자체가 정치이고 민주주의인 것이다. 객관적 진리를 탐구하는 과학과 주관적 다양성이 본질인 정치는 어찌 보면 참 어울릴 수 없는 두 영역일 것 같지만, 이 시대는 이 두 영역이 함께 하길 원한다. 세계 모든 국가가 무한 경쟁 시대에 돌입한 요즘, 한 국가가 잘 먹고 살기 위해서는 다른 나라를 선도하는 기술로 국부를 계속 창출해야 한다. 그런데 그 선도 기술의 대부분은 과학적 연구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각국의 정부는 과학을 국가적 어젠다로 설정하고 그 방향을 제시하면서 국부의 원천을 만들려 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과학과 정치는 만나게 된다. 국가적 어젠다를 설정하는 과정에서 주관적 가치판단과 ‘과학은 이래야 한다.’는 당위가 충돌하게 된다.‘난자와 체세포만으로 줄기세포를 배양할 수 있겠는가?’라는 순수한 과학적 탐구가 ‘국가의 발전을 위해서는 난자와 체세포로 줄기세포가 배양되어야 한다.’는 당위의 문제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온 국민은 무의식적으로 이에 동감하고 지지하며, 차가운 머리로 바라보아야 할 과학을 뜨거운 가슴으로 바라보게 된다. 적지 않은 수의 논문이 과학자의 실수, 또는 의도된 잘못으로 수정, 철회되는 일이 있어온 점을 감안하면, 최근 나라 전체가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로 떠들썩했던 이유는 그것이 과학의 정치화가 빚어낸 일종의 정치 스캔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학과 정치가 만난다는 것이 잘못된 일인가? 아니다. 하지만, 과학과 정치는 조심해서 만나야 한다. 국부의 원천이 될 수 있는 과학에 국가가 정치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이 시대의 요청이며, 또 장려되어야 한다. 하지만, 과학이라는 객관적인 영역과 주관적인 정치의 영역이 만날 때에는 우리에게 중용의 미학이 필요하다. 극과 극은 통한다고 했다. 정부가 정치적으로 과학의 영역에 들어갈 때에도 객관적으로 보호되고 중립적으로 놓아두어야 할 영역에서는 발걸음을 돌려야 한다. 이런 중용을 간과한다면, 황우석 사건과 유사한 혼란은 언제든지 또 생길 수 있다. 차기 과학부총리가 내정되었다. 복지부 장관 내정 관련 파문과 사학법 논쟁 때문에, 또 한편 황 교수 사건에 대한 피로감 때문에 국민들로부터 과학부총리의 역할에 대한 관심이 멀어지고 있지나 않은지 걱정이다. 과학부총리는 과학과 정치가 만나는 지점을 설정하고 조화시키는 매우 중요한 지휘자이다. 또한 그는 국가적으로 확실히 장려되어야 할 부분과 객관적 진리탐구의 영역으로서 정치가 개입해서는 안 될 부분을 구별해야 할 최고 책임자이기도 하다. 과학과 정치를 조화시키는 예술적 수준의 중용의 미덕을 차기 과학부총리에게 절실히 기대해본다. 취임 일성이 기다려진다. 김병식 동국대 생명화학공학 부총장
  • 양성자가속기 부지선정위원장 된 성타 스님

    “방폐장 유치의 ‘숨은 진주’로 평가되는 양성자가속기 부지가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선정되도록 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10일 경북 경주시청에서 열린 양성자가속기 부지선정위원회 첫 회의에서 위원장으로 선출된 성타(性陀) 스님(불국사 회주)은 “위원으로 선출된 15명 모두가 전문가들로 역사적 사명감을 갖고 열린 마음으로 부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위원들의 고견을 과감히 수렴하고, 지역정서를 충분히 감안하면 이의 없는 결정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이를 위해 우선 오는 20일 열리는 부지선정위 두번째 회의에서 합리적인 부지선정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성타 스님은 “부지가 어디로 결정되든 경주에 있지 다른 데 가는 것이 아니다. 유치에 나선 지역민들도 최선을 다해 경쟁하고 결과를 겸허히 수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성타 스님은 조계종 포교원장과 불국사 주지를 역임했으며, 지난해 국책사업 경주유치 추진단 공동대표를 맡아 중·저준위 방폐장 유치에 나서는 등 지역사회 현안에 적극 참여해 왔다. 한편 이날 위촉된 위원은 ▲과학기술부 이인길 원자력정책과장·최도영 사무관▲양성자가속기사업단 김준연 책임연구관·황덕구 행정부장▲경북도 김학홍 과학기술진흥과장▲경주시 이정구 건설도시국장·강두언 도시과장▲경주시의회 이삼용·간봉종 의원▲동국대 이태경 공대학장▲위덕대 정창원 건축공학과 교수▲경주대 정현 부총장▲허용 신부(경실련 대표)▲이장희 목사▲이성타 스님 등 15명이다. 경주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민화인생 27년 여류작가 서공임씨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민화인생 27년 여류작가 서공임씨

    친근하고 정겹다. 해마다 이맘 때면 늘 든든하고 풍요롭게 다가온다. 원래 백성이 그렸다. 온 가족의 소망을 담았고 행운과 건강을 기원했다. 집안의 액운을 물리쳐 주고 무병장수를 염원했다. 맞다. 민화(民畵)라 한다. 좋은 일을 바라고 나쁜 일을 막고자 하는 소박한 마음에서 그려졌다. 한 해가 시작될 때, 액을 막고 복을 누리기 위해 선물로 주고받기도 했다. 요즘 들어 전통 민화에 대한 관심이 새삼 높아지고 있다. 국내에서 개최되는 각종 국제대회의 휘장이나 행사장의 포스터 등만 하더라도 민화적 배경이 자주 등장한다. 특히 IMF 이후 경제가 어려워지자 기업인들은 사업번창을 위해 너도나도 민화를 찾는 경향이 부쩍 늘었다. 여기엔 맛깔스럽게 잘 버무려진 창작 민화의 발전이 한몫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여류 민화작가 서공임(47)씨. 특유의 정성과 섬세함으로 우리의 민화를 새롭게 창조해내고 있다. 고교 졸업 직후 스무살 처녀 때부터 시작했으니 올해로 꼭 27년째 전통 민화를 그려오는 셈. 특히 1998년 호랑이해를 맞아 호랑이띠 그림전을 시작으로 매년 새해 초 어김없이 우리 일상과 반가운 ‘띠그림’ 전시를 열어 눈길을 끄는 작가다. 올해에도 그냥 있을 리 없다. 병술년의 개그림 민화 등을 포함, 서민들의 새해 소망과 벽사를 기원하는 뜻에서 길상화(吉祥畵) 49점을 선보이고 있다(2월5일까지·서울 종로구 중학동 한국일보갤러리). 지난주 서울 종로구 효자동 작업실에서 서씨를 만났다. 작업실이 독특했다. 전통 한옥에다 밤하늘의 별을 볼 수 있도록 현관 천장을 유리로 장식했다. 어디서 본 듯한 사진이 눈에 확 들어온다. 가까이 다가갔더니 지난 96년 스페인의 카를로스 국왕 부부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서씨와 함께 찍은 사진. 당시 국왕 부부는 유럽에서 서씨의 명성을 어느 정도 알고 있던 터라 방한한 김에 서씨 작업실에 일부러 들렀다. 이 자리에서 소피아 왕비는 30분 동안이나 무릎을 꿇고 민화 감상을 할 정도로 깊은 관심을 보였고 서씨는 왕비에게 그림 한 점을 기증해 국내와 스페인 언론에도 소개됐다. 먼저 이번 전시회의 분위기를 물었더니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님 등 각계 어른들께서 많이 찾아주셨고 아무래도 새해 벽두이고 개가 우리와 친숙해서인지 일반 관람객들도 많네요.”라고 대답했다. 이어 “개는 옛날부터 집을 지키고 사냥, 안내, 수호신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잡귀와 병도깨비, 요귀 등 재앙을 물리치는, 즉 재난을 경고·예방해 주는 것으로 믿어 왔지요.”라고 덧붙인다. 아울러 까치와 호랑이 그림을 비롯해 용, 해태, 닭, 모란, 봉황, 거북이, 사슴 등도 우리 길상화에 자주 등장한다고 설명했다. 띠그림으로 매년 전시회를 연다는 것이 쉽지 않은 작업이 아니냐고 했다.“8년 전 호랑이 길상화전을 열면서 호랑이를 무려 100마리나 그렸지요. 이때 얻은 별명이 ‘호랑이 100마리를 키우는 여자’였어요.”라며 웃는다. 서씨의 좌우명은 ‘준비하고 있어야 기회를 맞는다.’는 것. 정말이지 27년 동안 연중무휴로 그림을 그려 왔기에 언제 어디서든 전시를 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민화 인생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뭐, 변변치 못해요. 고등학교밖에 안 나왔는걸요.”라며 애써 겸손한 모습이다. 잠시 회상에 젖더니 “여든일곱 된 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지요. 원래 어머니가 보호자인 줄 알았는데 지난해 어머니가 (골다공증으로)쓰러지고 나서는 제가 보호자라는 걸 알았어요.”라고 했다. 인생의 한 깨달음을 느꼈을까. 이어 “어머니는 저를 안 낳으려고 무진 애를 썼어요. 그래서 덤으로 살아간다고 생각하니 인내심이 저절로 강해지더군요. 아마 어머니를 보호해 드리려는 마음도 그런 데서 생겼나 봐요.”라고 말꼬리를 약간 흐린다. 서씨는 전북 김제에서 7남매 중 여섯째로 태어났다. 농사를 짓던 평범한 서씨 가족은 서씨가 중학교때 경기도 성남으로 이사를 한다. 서씨는 어릴 적부터 화가가 되는 게 꿈이었다. 동네 아이들의 미술 방학숙제를 죄다 해줄 정도로 타고났다. 취직을 해야 한다는 부모의 권유에 성남 제일실업고에 진학했다. 하지만 공부는 뒷전이고 책가방에 갱지 노트를 넣고 다니면서 틈만 나면 들판의 꽃과 나무를 그렸다. 수업이 끝나면 남한산성으로 어서 달려가 풍경화며 수채화를 그리기 일쑤였다.79년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그해 4월 서울시내 화방에 미술재료를 사러 갔다가 우연히 민화 수강생을 모집한다는 광고를 접했다. 그 길로 곧장 찾아갔다. 말로만 듣던 민화공장이었다. 미군들을 상대로 파는 이른바 ‘쫑쫑이 그림’을 생산해 내는 곳. 처음에는 접시 닦고 걸레질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우직하게 7년을 버텼다. 불교화, 이발소 그림, 일본 수출용 그림 등 손을 안댄 그림이 없었다. 그러다 스물여섯 살에 개인 작업실을 마련했다. 이어 홍익대 미대의 송수남 교수한테 2년 동안 수묵화를 배웠다. 드디어 86년 한국민화 연우회전을 시작으로 세상에 명함을 내밀었다.88년 서울올림픽 때에는 초대전을 가졌고 93년 이후에는 매년 단체전·초대전을 열면서 많은 팬들을 확보해 나갔다. 특히 98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갤러리에서 개최된 ‘서공임 민화 호랑이전’은 빅히트였다.IMF 외환위기 직후의 침울한 사회 분위기에 부자가 되는 ‘웰빙민화’를 떡하니 내놓아 인기폭발이었다. 이때부터 신문과 방송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올림픽을 치르고 난 후 ‘우리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흐름이 생겨났지요. 가구나 도자기 등에도 민화가 많이 응용됐어요.” 그의 그림은 어떤 사람이 소장하고 있을까.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기업인, 언론인, 정치인 등은 대부분 소장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또한 외국인 초청 행사가 많은 부산 하야트호텔이나 제주 그랜드호텔 등에서도 장식용으로 민화를 선호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영화 ‘미스터 소크라테스’와 지난해 8월 열린 세계의료윤리학회에도 협찬출연하는 등 손길은 더욱 바빠진다. 서씨는 아침 9시면 작업실로 출근해 밤 12시가 돼야 퇴근한다. 토·일요일도 쉬지 않는다. 스스로 일 중독증 환자란다. 동방대학원과 연세대·동국대 사회교육원에서 후학들을 가르치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자신처럼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잘 이끌어 주어야 한다는 사명감에서다. 자신의 인생은 기다림과 인내의 연속이었다고 말한다. 그러다보니 무(無)에서 유(有)도 생겼다. 명성과 덕, 마음의 부유함, 주위 친구들이다. 학연도 지연도 없이 맨땅에서 시작해 오늘날 이 자리에 온 것만 해도 커다란 복이 아니냐고 했다. 또 하나의 커다란 유(有). 서씨의 민화가 올해 유니세프카드에 실려 세계 각국의 어린이 생명을 구하는 데 일익을 담당한다. 이 카드에는 그동안 고흐·샤갈·피카소 등 세계적인 미술가의 명작들이 실렸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실명 민화로는 이번이 처음이다. We팀장 km@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1960년 전북 김제 출생 ▲79년 성남 제일실업고 졸업 ▲2000년 동국대 불교대학원 예술사학 수료 ■ 작품 활동 ▲86∼92년 한국 민화연우회전 ▲88년 한국일보 초대전 ▲93년 일본 다카시마 백화점 초대전 ▲94년 민화의 새 지평전(동호갤러리) ▲95년 한국 민화작가전(세종문화회관) ▲97년 한국 민화3인전(롯데화랑) ▲98년 무인년 호랑이 민화전(롯데화랑) ▲2000년 불멸의 신화 ‘용’ 전(삼성플라자갤러리) ▲02년 아트월드컵 대한민국 부채그림전(고양 꽃박람회 전시관) ▲05년 9회 개인전-서공임 민화 닭그림전(한국일보갤러리) ▲06년 1월 서공임 병술년 길상화전(한국일보갤러리)
  • [클릭이슈] 연대 등록금인상 갈등 증폭

    [클릭이슈] 연대 등록금인상 갈등 증폭

    2006학년도 등록금을 12% 인상하기로 한 연세대에 후폭풍이 불고 있다. 이 학교 총학생회는 9일 오후 1시 중앙도서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측의 12% 인상안에 대해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총학생회는 오히려 등록금을 5% 인하할 것을 주장했다. 곧이어 학교측도 오후 2시 기자회견을 열고 등록금 12% 인상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다. 그러나 학교와 학생측의 주장이 너무 달라 등록금 인상을 두고 연세대의 갈등은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학교측 “12% 확정…재협상 불가” 연세대 김한중 행정대외부총장은 기자회견에서 “지난 3년간 연세대의 누적 경상수지 적자가 300억원”이라면서 “이를 더 이상 방치했다가는 학교가 휘청거릴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학교측이 미리 작성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학생들의 등록금과 교직원의 급여를 동결시킬 경우 연간 총 304.2억원의 경상수지 적자가 발생한다. 또 등록금을 21% 올리고 급여를 동결시킬 경우 0.3억원의 재정흑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연세대는 당초 등록금을 21% 인상하려는 계획도 마련했다. 그러나 학내외 강한 반발을 우려해 학교측은 ▲교직원 보수 동결 ▲신규사업 대거 삭감 ▲계속사업 부분 삭감 ▲관리운영비 10% 삭감 등을 통해 등록금을 12% 올리는 것으로 최종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김 부총장은 “12%는 학교측이 물러설 수 있는 마지막 선”이라면서 “학생측과 더 이상의 재협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또 “그동안 학생들의 반발을 우려해 10년 동안 고통스러운 결정을 미뤄온 것이 사실”이라면서 “교직원들도 급여 인상률 동결에 대해 이해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들 “학교 적립금 활용하라” 연세대 총학생회는 학교측의 주장에 대해 강력 반발하며 등록금을 5% 인하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 대학 이성호(사회학과 4학년) 총학생회장은 “학교에 적립금이 1685억원이 쌓여 있다.”면서 “전국 대학 가운데 3위를 차지하고 있는 적립금 규모를 자랑하면서도 등록금을 12% 올려 학생들에게 부담을 늘리려는 이유를 알 수 없다.”고 주장했다. 총학생회는 또 “학교 수입에서 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64%인데, 재단전입금은 3.58%에 불과한 불합리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등록금 원가 산정을 통해 등록금의 용처를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총학생회는 나중에 학교측이 재협상에 임하지 않을 경우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열리는 각종 행사를 물리적으로 막고, 입학 일정을 전면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수도권 지역 다른 사립대학들은 연세대의 상황을 지켜보며 학생들과 협상을 진행하는 중이다. 중앙대의 경우 지난 6일 학생들과의 1차 협상에서 9.8% 인상안을 제시했다. 경희대·이화여대·한국외대·숙명여대·동국대 등도 현재 구체적인 안을 마련하고 있으며, 연세대의 상황에 따라 인상률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지율스님 ‘위중’

    병원 입원 4일째 치료를 거부하고 있는 지율(知律·48) 스님의 건강이 위중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율 스님이 입원 중인 동국대 일산병원은 9일 기자회견을 갖고 “스님이 계속해서 치료를 거부할 경우 생명이 위험할 수 있으며 심각한 후유증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주치의를 맡고 있는 동국대 병원 중환자실 김영권 실장은 “의식은 또렷한 상태이나 입원시보다 혈압이 낮아졌고 체중이 1㎏ 이상 빠졌으며 가끔 맥박수가 분당 100회를 넘어가는 경우가 있다.”면서 “심각한 비타민 부족과 전해질 이상이 있는 등 의학적으로 매우 위험한 상태”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성인의 경우 비타민과 전해질 섭취가 안될 경우 60일 이내에 사망에 이르고 체중이 40% 이상 감소할 경우에도 사망할 수 있다.”면서 “스님의 경우 평상시 체중에서 40% 정도 빠진 상태”라고 밝혔다. 김 실장은 스님의 상태를 촛불에 비유,“켜져 있기는 하지만 어느 순간 불면 훅 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스님이 계속해서 치료를 거부하고 있어 의학적인 치료는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스님은 현재 손짓과 낮은 목소리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정도며 소량의 물과 녹차 정도만 섭취하고 있다.”고 말했다.고양 한만교기자 mghann@seoul.co.kr
  • [2006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동국제강-철인 3대

    [2006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동국제강-철인 3대

    대궁(大弓)양행, 남선(南鮮)물산, 조선(朝鮮)선재, 동국(東國)제강…. 고 대원(大圓) 장경호 회장이 1929년 설립한 가마니 회사 대궁양행을 시초로 한 동국제강그룹의 사명 변천사에는 웅대한 포부가 담겨있다. 활을 숭상하는 민족사를 표방한 대궁이나 바다건너 남쪽으로 뻗어나가길 소망한 남선, 조선, 해뜨는 나라의 긍지를 담은 동국 등 장경호 회장이 강조한 민족사관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1974년 락희(현 LG), 삼성, 현대, 한국화약에 이어 5대 그룹까지 올라섰던 동국제강그룹은 잇단 계열분리로 인해 지난해 4월 현재 자산 5조 8000억원으로 재계 26위에 랭크돼 있다. 하지만 가마니와 못을 팔며 시작한 이 전통의 그룹은 3세인 장세주(53) 회장대에 이르러 범양상선(현 STX팬오션) 인수전에 뛰어들고 IT사업에 진출하는 등 의욕을 보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지남철로 수집한 철사 토막에서 연산 860만t체제로 장경호 창업주는 1899년 동래군 사중면 초량동에서 부농인 부친 장윤식씨와 모친 문염이씨 사이의 4남 2녀 가운데 3남으로 태어났다. 지금의 부산 초량동 중앙시장 주변에서 어린시절을 보낸 창업주는 1913년 서울의 보성고등보통학교에 진학했다. 당시 보성학교에는 부산출신 유학생이 단 두명 있었는데 나머지 한명이 4·19직후 과도정부 수반이었던 허정씨다. 둘은 광복 이후 각각 정치인, 기업가로 재회했는데 허정씨가 정계 은퇴 후 어렵게 살 때 장 회장이 음으로 양으로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장 회장은 은 일본 유학을 마치고 귀국, 맏형 장경택씨가 운영하던 목재소 일을 돕고 농사를 크게 짓고 있던 두 형에게 가마니를 공급하는 일로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30세 되던 해인 1929년 대궁양행을 설립, 본격적인 가마니 장사에 나서면서 사업인생을 시작했다.1935년에는 남선물산을 세워 수산물 도매업, 미곡사업, 창고업 등으로 발을 넓혔다. 장 회장과 철(鐵)과의 인연은 우연찮게 시작됐다. 남선물산 창고에서 신선기(伸線機)를 설치해 철사와 못을 생산하던 재일교포가 창고에 화재가 발행하자 장 회장에게 신선기를 넘긴 것이다. 동국제강의 모태가 된 조선선재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당시 장 회장은 검정 고무신을 신고 보퉁이를 맨 채 지남철을 들고 다니며 고철을 수집해 못을 만들었다고 한다. 현재 동국제강의 연간 철강 생산량은 유니온스틸을 합쳐 무려 860만t에 이르지만 그 출발은 길거리에 굴러 다니는 쇠붙이였던 것이다. 한국전쟁 후 재건사업으로 못 수요가 폭발하자 조선선재는 큰 돈을 벌게 됐고 1954년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 동국제강을 설립하면서 본격적인 민간 제철소 시대를 개막했다. 당산동 공장으로는 늘어나는 철강 수요를 감당할 수 없게 되자 장 회장은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분개 소금’으로 유명했던 부산시 남구 용호동 일대 갯벌을 매립해 20만평 규모의 부산제강소를 완공한다. 1965년에는 50t 규모의 국내 첫 ‘고로(高爐)’를 준공, 한국 철강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당시 동국제강의 위상은 박정희 대통령이 1964년 부산제강소를 방문, 종합제철소 건설을 맡아달라고 당부할 정도였다. 장경호 회장은 “종합제철소는 민간기업이 하기에는 역부족이므로 국책사업으로 추진돼야 한다.”며 완곡히 사양했다. 이후 정부는 대일청구권 자금으로 포항제철을 설립, 오늘날 포스코를 탄생시켰으니 장 회장이 박 대통령의 제안을 받아들였다면 한국 철강사가 새로 씌어질 뻔했다. ●아내 반지를 빼서라도 투자하겠다, 강철왕 송원 장상태 장경호 창업회장이 동국제강그룹의 기틀을 닦았지만 장 회장은 워낙 불심(佛心)이 깊어 수시로 절에 들어가 100일간의 수행정진에 들어가는 등 현대적 의미의 경영자로 보기 어려운 측면이 많다. 동국제강의 본격적인 역사는 1956년 미국 유학을 마치고 당시 부흥부(경제기획원)에서 일하던 고 장상태 회장이 전무로 입사하면서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큰 형(고 장상준씨)과 공직에 있던 둘째 형(고 장상문씨)과 함께 동국제강을 키워 온 장상태 회장은 1964년 동국제강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2세경영’을 시작했다. 장 회장은 2000년 4월 지병으로 별세할 때까지 국내 첫 후판공장 설립, 부산신철(현 한국특수형강) 설립, 동일제강 인수, 한국철강·한국강업 인수, 연합철강·국제기계·국제통운 인수, 기업 상장, 직류전기로 도입, 포항 후판공장 준공, 국내 첫 항구적 무파업 선언, 부산제강소의 포항 이전, 일본 가와사키제철(현 JFE스틸)과의 포괄적 협력 체결 등 굵직굵직한 발자국을 남겼다. 64년 취임 당시 4만 8000t에 불과했던 동국제강의 철강 생산량은 2000년 705만t으로 147배 증가했다.5억 6000만원이던 매출은 1조 5442억원으로 불어났다. 장 회장은 약간의 여유만 생겨도 설비투자에 나섰는데 주변에서 자금 걱정을 하자 “내 아내의 반지를 빼서라도 투자금을 마련할 테니 설비만큼은 최고를 써라.”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장 회장의 존재감은 JFE홀딩스 스도 후미오 사장이 동국제강 사보 편찬팀과의 인터뷰에서 “장 회장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마음 때문에 지금도 동국제강 본사에 있는 장 회장 흉상 앞에 설 때면 자연스럽게 차렷자세로 ‘고맙습니다’하고 인사를 하게 된다.”고 털어놓았을 정도다. 스도 사장은 2005년 4월 방한했을 때도 경기도 광주에 있는 장 회장 납골탑을 참배하는 등 존경심을 감추지 않았다. ●디지털경영 시도하는 3대 장세주 회장 동국제강은 장상태 회장 별세 직후 포항제철 사장을 역임한 김종진씨를 부회장으로 영입,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했다. 하지만 김 부회장은 취임 1년여만인 2001년 7월 헬기를 타고 경남 거제의 대우조선소를 방문하다 추락사고로 사망했다. 졸지에 수장을 잃은 동국제강 계열사 사장단은 ‘회장 주청의 글’을 통해 당시 장세주 사장을 회장으로 추대키로 하지만 장 사장은 본인의 미흡한 점을 이유로 몇번을 사양했다. 장 사장은 선친과 교분이 두터웠던 박태준(현 포스코 명예회장) 전 국무총리와 해외 철강업계 수장, 모친인 김숙자(74)여사 등에게 차기 회장감을 상의했고 10여일의 고민끝에 “이젠 자네가 나서야 할 때가 아닌가?”라는 박태준 회장의 권고를 받아들였다. 장세주 회장은 중앙고와 연세대를 졸업하고 학사장교(ROTC)로 포병장교 근무를 마친 뒤 미국 타우슨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1978년 말단 사원으로 입사, 경리부·일본지사·인천제강소장·기획조정실장 등을 거쳐 98년부터 대표이사를 맡았다. 그가 사장으로 승진한 것은 입사 22년만인 2000년이다. 장 회장은 “동국제강에 입사해 부장때까지 다른 신입사원들과 똑같이 현장에서 일하면서 라면도 끓여먹고 술도 마시곤 했다. 아버지는 늘 현장에 있으라고 강조하셨는데 현장에서 쇳가루를 마시고 커야 나중에 본사에 오더라도 무슨 일이든 다 할 수 있다.”고 회고했다. 귀공자풍의 장 회장은 골프, 스키 등 만능 스포츠맨이다. 쉰이 넘은 나이에도 젊은이들이 즐기는 스노보드도 수준급이다. 칠순이 넘은 나이에도 스키를 즐겼던 선친과 많이 닮았다. 골프실력도 남다르다.74년 한국아마추어선수권대회에서 정상에 오를 만큼 프로급인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널 회장과 ‘자웅’을 겨룰 정도다.2오버파 정도를 친다고 한다. 장 회장은 또 어린시절을 함께 보낸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과도 친분이 두텁다. 방 사장과 허광수 회장이 사돈이고, 장 회장 역시 범 LG가(家)와 사돈이어서 눈길을 끈다. 장 회장 취임 이후 동국제강은 매출이 2001년 1조 7852억원에서 2004년 3조 2674억원으로, 순이익은 149억원에서 4562억원으로 급성장했다. 장 회장은 2004년 7월 동국제강 창립 50주년을 맞아 새로운 CI(기업이미지)를 선포하면서 2008년 그룹 매출 7조원 달성 목표를 내걸었다.2005년 들어 휴대전화 부품 제조업체인 유일전자(현 DK유아이엘)와 시스템통합업체인 탑솔정보통신(현 DK유앤씨)을 인수하는 등 IT영역으로도 발을 뻗고 있다. 중앙기술연구소 설립,MBA급 인재 100명 육성, 경영혁신운동 가동 등 인재육성과 기술개발에 정성을 쏟고 있다. 장 회장이 2005년 7월 ‘그룹경영회의’에서 주문한 내용들을 보면 그가 얼마나 동국제강의 ‘체질’을 바꾸고 싶어 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경영의 개념을 바꿔야 한다. 철강업, 물류업 등 우리 사업의 개념에 대해 진지한 질문을 던져야 할 때이다. 선대 회장 시대의 경영패턴과 지금 시대에 해야 할 일이 바뀌었다는 점을 인식하자.” ●창업회장 시절의 수수한 혼맥 장경호 창업회장은 보성고보 2학년 때 같은 고향 출신의 추명순씨와 결혼, 슬하에 6남 5녀를 뒀다. 창업회장이 성사시킨 11번의 혼사 가운데 유력가문이라고는 동명목재뿐이다. 장남으로 동국제강 회장을 지낸 고 장상준씨는 부산에서 사업을 하던 박상선씨의 딸 명년씨와 결혼,4남 2녀를 낳았다. 장상준씨의 장녀 옥자씨는 부산세무서장을 지낸 송귀범씨와 결혼했고 장남인 세창씨는 타워호텔 회장이었던 고 남상옥씨의 딸 덕자씨와 결혼했다. 덕자씨는 남충우 타워호텔 회장의 누나로 남덕우 전 국무총리의 사촌동생이다. 차녀 옥빈씨는 태광그룹 이임룡 창업주의 둘째 아들인 고 이영진씨와 결혼했다. 장상준 회장의 자녀들은 동국제강의 ‘모태’라고 할 수 있는 조선선재 경영을 맡았는데 선친에 이어 아들들도 일찌감치 유명을 달리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1978년 시집 ‘여(旅)’를 펴내는 등 문학에도 조예가 깊었던 장남 장세창 전 동일제강 사장은 2000년 지병으로 별세했고 차남인 장세명 전 조선선재 사장도 2005년 12월2일 59세로 사망했다. 조선선재는 곧바로 장세명 전 사장의 아들인 장원영씨를 대표이사로 추대해 새출발했다. 보스턴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원영씨는 불과 서른살이다. 3남인 장세승(57)씨는 조선선재 상무로 일하고 있다. ●불사를 이어받은 둘째 창업회장의 둘째 아들인 고 장상문씨는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고 공직자의 길을 걸었다. 장상문씨의 부인은 부산의 대표기업이었던 동명목재 창업주인 고 강석진 회장의 딸 강정자(76)씨다. 장경호 창업회장과 동향인 강 회장은 같은 불자로 친분이 두터웠다. 외무부 차관보, 스웨덴·멕시코 대사, 유엔대사 등을 역임한 장상문씨는 공직에서 물러난 뒤 선친의 뜻을 이어받아 1989년 사재 10억원을 출연해 전통문화 전문 출판사 ‘대원사’를 세웠다. 대원사는 현재 그의 아들인 장세우(57)대표가 맡고 있다. 장상문씨가 3대 이사장을 지낸 불교진흥원은 선친이 1975년 임종 직전 박정희 대통령에게 한국불교의 중흥을 염원하는 서한과 함께 헌납한 31억 6000만원(현재가 2000억원)으로 설립됐다. 불교진흥원 초대 이사장은 LG그룹 구인회 창업주의 동생인 구태회 당시 제2무임소장관이 맡았다. 동국제강과 LG그룹은 이후 사돈지간으로 발전하는 등 끈끈한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2004년 동국제강 창사 50주년 기념식에 구본무 LG회장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었다. ●두 아들을 장교로 보낸 장상태 장남인 장상준씨가 일찍(1978년) 타계하고 차남은 회사 경영에 뜻이 없던 터라 동국제강은 3남인 고 장상태 회장 체제로 운영돼왔다. 부산 동래고와 서울대 농대를 졸업한 장 회장은 미국 미시간주립대 석사를 마치고 귀국, 잠시 부흥부(경제기획원)에서 일하다 1956년 동국제강 전무로 회사에 발을 내디뎠다. 장 회장은 부산에서 무역업을 하던 김영희씨의 외동딸인 김숙자씨와 결혼해 2남 3녀를 뒀다. 김숙자씨는 이화여대 영문과를 나온 미모의 재원이었다. 김숙자씨는 시부모, 시동생 등 대가족을 모시고 살았는데 워낙 검박한 시아버지가 생활비(당시돈 500원)를 매일 매일 나눠주는 바람에 살림에 애를 먹었다고 한다. 남편인 장상태 회장도 농림부 장학금으로 미국유학을 다녀오면서 부친이 용돈을 많이 주지 않아 고생을 했다.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도 미국 유학시절 부친이 차를 사주지 않아 걸어다녀야 했다고 한다. ROTC 출신인 장남 장세주 회장은 상명여대 교수를 지낸 남희정(44)씨와 결혼했다. 두 아들은 아직 학생이다. 막내인 장세욱(44) 동국제강 전무는 육사 41기생으로 육군 소령으로 예편한 뒤 96년에야 동국제강에 입사했다. 이후 남가주대 MBA를 졸업했다. 장 전무는 소위시절 친구 소개로 경제기획원 차관, 산업은행 총재, 금호석유화학 회장 등을 역임한 김흥기씨의 딸 남연(42)씨와 연애 결혼했다. 장 전무의 처남도 육사를 졸업했다. 장 전무는 “원래는 신문기자가 되고 싶었는데 국가를 위해 일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선친의 권유로 진로를 바꿨다.”고 말했다. 장상태 회장의 장녀인 영빈씨는 지병으로 이미 세상을 떴다. 차녀인 문경(48)씨는 울산대 의대 교수로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의사인 윤준오(52)씨와,3녀 윤희(45)씨는 부산지역 실업가이자 8대 국회의원을 지낸 고 이학만 화양실업 회장의 아들 철(47)씨와 결혼했다. 이철씨는 현재 철강유통회사인 세광스틸 사장이다. ●강철가문의 철 박물관 장상태 회장의 바로 아랫동생인 장상철씨는 부산제강소 공사 현장을 진두지휘하는 등 동국제강 경영에 활발히 참여하다 1991년 세상을 떴다. 장상철씨 사후 유족들은 세연문화재단을 설립해 고인의 뜻을 이어갔다. 세연문화재단은 2000년 충북 음성에 세연철박물관을 개관, 전통제철 복원실험, 대장간 조사 등 철강문화 발굴·보급에 힘쓰고 있다. 장녀 인경(47)씨가 관장을 맡고 있다. 장남인 세훈(44)씨는 동국제강 계열사인 국제기계 전무로 일하고 있고, 차남 세한(41)씨는 철강판매사인 ㈜동산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차녀 은주(45)씨의 남편인 송봉헌(49)씨는 주 인도 공사다. ●불사와 사업을 동시에 장경호 창업회장의 5남인 장상건(71) 동국산업 회장은 부산지역 사업가인 김대성씨의 큰딸 명자(64)씨와 결혼,1남 3녀를 뒀다. 장 회장은 부산상고와 동국대 임학과를 졸업하고 1960년 동국제강 감사로 입사했다. 이후 동국제강 부사장, 동국건설 사장을 지낸 뒤 1977년부터 동국산업 경영을 맡아왔다. 장경호 창업회장이 1967년 설립한 대원사가 전신인 동국산업은 2001년 동국제강에서 계열분리됐고 현재 동국S&C, 대원스틸, 한려에너지개발, 동국내화, 신안풍력발전, 고덕풍력발전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장상건 회장의 형인 고 장상준 회장 자손들이 운영하고 있는 조선선재 지분도 16.6% 갖고 있다. 동국산업은 현재 장상건 회장의 외아들인 장세희(38) 전무(경영관리본부장)가 21.52% 지분으로 최대 주주다. 장 전무는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96년 동국산업에 입사했다. 장 전무의 부인은 동방그룹 창업주인 김용대 회장의 차녀 유경(36)씨다. 장 회장의 차녀 혜경(42)씨는 김장&리 법률사무소 설립자인 고 김흥한 변호사의 아들 유동씨와 결혼했다. 아직 미혼인 막내 혜원(36)씨는 국민대 시각디자인과에서 강의를 맡고 있다. ●화려한 혼맥, 눈부신 성장 장경호 창업회장의 여섯 아들 가운데 현재 가장 주목받는 이는 막내인 장상돈(69) 한국철강 회장이다. 경복고와 동국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62년 조선선재에 입사, 동국제강 상무·전무를 거쳐 82년 한국철강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했다. 이후 85년부터 98년까지 동국제강 대표이사 사장을 지냈고 2001년 한국철강을 갖고 독립했다. 한국철강은 계열분리 뒤 환영철강, 영흥철강, 대흥산업을 인수하며 한국특수형강, 세화통운, 마산항5부두운영과 함께 6개 계열사를 거느린 철강 전문그룹으로 도약했다. 한국철강 자체만으로도 지난해 매출 6861억원, 순이익 1120억원을 거둔 알짜기업이다. 환영철강 역시 매출이 4000억원이 넘고 한국특수형강도 지난해 매출이 2500억원에 달한다. 장 회장은 동국대 재학시절 이화여대 미대생이던 신금순(66)씨와 연애결혼했다. 장인인 신종식씨는 한때 동국제강 계열사인 부산신철(현 한국특수형강) 사장으로도 일했었다. 장 회장은 3남 2녀를 뒀는데 혼맥이 가장 화려한 편이다. 장남인 장세현(42) 한국특수형강 대표이사 부사장은 뉴욕대 경영학과를 마치고 한국철강에 입사했고 환영철강 부사장을 거쳤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화학과와 일본 와세다대학원을 나온 차남 장세홍(40) 한국철강 전무는 고 박정구 전 금호그룹 회장의 차녀인 박은경(34)씨와 결혼했다. 박 전 회장은 재계혼맥이 두텁기로 유명한데 맏사위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아들인 김선협씨, 셋째 사위는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의 차남인 허재명 일진소재산업 대표이사다. 3남 세일(35)씨는 영흥철강 기획이사를 맡고 있다. 차녀인 인영(38)씨는 구두회 극동도시가스 명예회장의 장남 구자은(42) LS전선 상무와 결혼했다. 구 명예회장은 구인회 LG 창업주의 동생이다.LG가와 동국제강의 남다른 인연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ukelvin@seoul.co.kr ■ 장씨일가 불교와 인연 동국제강 장씨 일가를 이야기하면서 불교와의 인연을 빼놓기 어렵다. 창업주인 고 장경호 회장의 묘비에는 ‘대원거사(大圓居士)’라고 새겨져 있다. 부인 고 추명순씨도 적선화라는 법명으로 통했다. 장 회장이 불교에 귀의한 계기는 17세 때 목격한 막내동생의 죽음이다. 사랑하는 동생의 죽음으로 인간의 존재에 대한 물음을 갖게 된 장 회장은 양산 통도사 주지 구하 스님을 통해 처음 불교에 눈을 뜨게 된다. 이후 1925년 통도사에서 첫 안거를 하면서 인생의 방향을 잡았고 수시로 금강산 마하연, 통도사, 청도 운문사, 부산 금정사, 금정산 무위암 등에서 안거와 정진을 거듭했다. 장 회장의 불사는 이후 불서보급사 설립, 대중포교당인 대원정사 설립 등으로 발전한다.1973년 대원불교대학까지 설립한 장 회장은 죽음을 예감한 1975년 스웨덴 대사로 있던 차남 장상문씨에게 불사를 부탁하고 사재 30억원을 불교사업에 희사, 대한불교진흥원을 탄생시킨 뒤 스스로 자리에 누워 입적했다. 그가 임종 직전 남긴 열반송은 ‘심즉시불(心卽是佛), 마음이 곧 부처이니 이를 믿고 깨달으라.’는 말로 끝난다. 창업 회장을 이어받은 장상태 회장도 부산제강소를 이전하면서 1996년 100억원을 출연해 대원복지재단(현 송원문화재단)을 설립, 장학사업·아동복지사업 등을 펼치며 선친의 유지를 이어갔다. 장 회장은 또 2000년 임종 직전 화장을 부탁해 장묘문화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는데 이 역시 그의 불심과 무관치 않다. 부인 김숙자씨, 아들인 장세주 회장, 장세욱 전무도 이미 화장을 약속했다. 창업회장이 생전에 불사를 부탁한 둘째 아들 장상문씨는 1981년 대원정사 이사장과 신행단체인 대원회 회장에 취임하면서 선친이 못다이룬 사업에 속도를 냈다. 장상문씨는 1989년 불교진흥원 이사장에 취임한 뒤 불교계의 숙원이었던 불교방송을 개국하는데 성공했다.UN방송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초대 불교방송 사장을 지내기도 했다. 장상건 동국산업 회장도 현재 대원정사 이사장직을 맡아 선친의 뜻을 받들고 있다. 동국산업은 1992년 재단법인 ‘불이원’을 설립, 소외된 이웃을 돕고 있다. 장 회장은 2004년 12월 부산에 대원정사 지원을 마련, 불교 포교에 힘을 쏟고 있다. 또 2005년에는 사재를 털어 부산 대원불교대학을 개교, 부산·경남지역 불교 인재 양성에 나섰다. 장상건 회장과 장상돈 한국철강 회장이 불교계열인 동국대를 졸업한 것도 이 집안과 불교와의 남다른 연을 짐작케 한다. ukelvin@seoul.co.kr ●특별취재반 산업부 박건승 부장(반장) 정기홍·류찬희·최용규 차장 이기철·강충식·주현진·류길상·김경두·서재희 기자
  • [부고]

    ●전세용(문화예술인)씨 별세 장원(자영업)중정(성모산부인과 병원장)씨 부친상 조윤신(대법원 재판연구관)빙부상 6일 오후 6시40분 서울대병원, 발인 9일 오전 5시 (02)2072-2022 ●강종락(학교법인 신성학원 설립자·이사장)씨 별세 영수(학교법인 신성학원 이사)인수(명신여고 교사)씨 부친상 송재승(한국원자력연구소 책임연구원)씨 빙부상 6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8일 오전 7시 (02)3410-6910 ●김경희(전 한국고속해운 회장)씨 별세 일균(아주관광투어 대표)동균(울산 신도여객 〃)욱균(한국고속해운 〃)영균(동의대 울산한방병원 원장)균(서강대 신방과 교수)씨 부친상 5일 부산 동의의료원, 발인 8일 오전 8시 (051)852-5201 ●한수정(증권예탁결제원 홍보실 과장)씨 부친상 6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8일 오전 9시 (02)3410-6918 ●성재효(전 경남신문 수석논설위원)재두(로템 근무)씨 모친상 하재선(선진기계공업 대표)씨 빙모상 6일 창원 한마음병원, 발인 9일 낮 12시 (055)286-5102 ●이현직(전 INI스틸 전무)명직(아이씨티소프트 대표)씨 부친상 이계영(동국대 교수)김상엽(에브넷코리아)윤능용(삼성SDI)씨 빙부상 6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8일 오전 6시 (02)3010-2293 ●이홍구(현대건설 차장)정구(부천세브란스안과 원장)근희(대현약국 대표)씨 모친상 주은식(IBM 부장)씨 빙모상 6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8일 오전 8시 (02)3010-2265 ●조용민(국제문제연구소 책임연구관)씨 빙모상 6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8일 오전 8시 (02)3010-2263 ●김희진(전 제주도교육청 교육국장)성우(변호사)씨 모친상 양태수(전 제주대 시설과 사무관)김동환(환금정밀기계 대표)씨 빙모상 5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8일 오전 6시20분 (02)3410-6919 ●송석우(전 항공대 교수)씨 별세 춘영(PS컨설팅 대표)창영(아넥스 〃)지영(경희대 의대 정신신경과 과장)씨 부친상 6일 경희의료원, 발인 8일 오전 6시 (02)958-9549 ●안범종(한국산업기술대 교수)씨 별세 6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9일 오전 7시 (02)3010-2236
  • ‘정채봉의 동화세계’ 다시 기리며…

    동화작가 정채봉(1946∼2001)의 5주기를 기리는 추모 문학제가 9일 오후 4시 고인의 모교인 동국대에서 열린다. 행사를 마련한 이들은 1988년 정씨가 문을 연 문학 사숙에서 가르침을 받은 제자들.‘삼거리 점방’으로 지난해 한국아동문학상을 받은 선안나,‘달님은 알지요’의 김향, 어린이 문화전문지 ‘아침햇살’의 발행인 이윤희,‘오른쪽이와 동네 한바퀴’의 백미숙 등이 스승을 추억하며 십시일반 힘을 모았다. 간암 투병 중에도 제자들과의 만남을 큰 기쁨으로 여겼던 스승의 뜻은 지금도 이어져 사숙생이 18기, 졸업생만 100여명에 달한다. 기일에 맞춰 진행되는 이번 행사에는 정씨의 문학세계를 돌아보는 추모 세미나와 시집 ‘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에 곡을 붙인 추모 음악회, 스승과 제자들의 작품을 한자리에 전시하는 도서전 등으로 꾸며진다. 특히 이금희 아나운서가 사회를 맡은 음악회에는 이해인 수녀가 참석해 낭독의 시간을 갖는다. 정씨는 애니메이션으로도 유명한 ‘오세암’‘초승달과 밤배’를 비롯해 20여권의 동화와 산문집을 발표한 대표적인 아동문학가로, 동국대 문예창작과 겸임교수를 지냈다.(02)2297-3973.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등록금 폭탄’ 오나

    ‘등록금 폭탄’ 오나

    연세대가 5일 올해 등록금 인상률을 12.0%로 최종 확정했다. 고려대·한국외대·경희대 등 다른 대학들도 최고 8%까지 등록금을 올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에 따라 연초 대학가에 등록금을 둘러싼 학교-학생간 마찰이 예상된다. 연세대의 두 자릿수 인상률은 2000년대 들어 서울지역 대학에서는 처음으로, 인상폭을 놓고 ‘눈치작전’을 펴고 있는 다른 대학들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등록금 인상률은 대학 자율로 결정하게 돼 있다. 다만, 교육부는 지난 3일 물가인상률을 고려하고 대학 구성원들과의 합의를 거쳐 등록금 인상률을 결정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연대 “등록금 수준 하위 그룹” 연세대는 다른 학교에 비해 등록금 수준이 크게 낮고 등록금 외에는 달리 학교재정을 확충할 방법이 없다는 것 등을 이유로 12.0% 인상을 확정했다. 금액으로는 단과대학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학기당 평균 50여만원이 오르게 된다.12.0%는 지난해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2.7%)과 올해 정부 물가상승률 관리목표(3.0%)의 각각 4.4배와 4배에 이르는 것이다. 그동안 학교 등록금책정심의위원회에 참여해온 총학생회 등 학생대표측은 “기업체 등에서 들어온 기부금이 1000억원에 이르는 만큼 등록금을 5% 내리라.”고 요구해 왔다. 지난 1일 정창영 총장은 학생들에게 “우리 학교의 등록금 수준은 수도권 25개 사립대학 중 18위로 다른 학교에 비해 연간 50만∼100만원이 싸다. 이로 인해 지난 10년간 학교 재정이 심한 압박을 받아왔다.”는 이메일을 보냈다. 정 총장은 메일에서 “재정 건전화를 위해 주요 경쟁대학의 등록금 수준에 이르게 될 때까지 등록금 현실화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고려대도 내부적으로 8.0%를 목표로 잡았다. 이는 지난해 5.0%에 비해 3.0%포인트나 높은 것으로 2000년대 들어 가장 높은 수치다. 이미 고려대·한국외대·경희대 등 주요 사립대들은 8.0% 수준에서 학생들과 협의를 시작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사립대 등록금에 영향 줄 듯 연세대가 이날 서울지역 사립대 가운데 처음으로, 그것도 파격적인 인상폭을 결정하자 다른 학교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해 온 대학들은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고려대 관계자는 “연세대의 등록금이 이렇게까지 많이 오를 줄은 몰랐다.”면서 “연세대의 결단으로 다른 대학들도 비교적 수월하게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충청지역의 사립대 관계자도 “솔직히 서울지역 대학들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지난해 4%대보다 많게는 두배 가까이 올릴 계획인데 서울지역에서 높은 인상률이 결정되면 학생들을 설득시키기가 수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홍익대 고기식 사무처장은 “지난해 인상률인 4.7% 선에서 소폭 높일 방침”이라면서 “경제 상황이 개선되지 않은 마당에 등록금을 인상하는 것은 학교로서도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숙명여대의 경우 올해 등록금 인상률을 5%선에서 책정할 계획이며, 동국대는 5% 미만으로 인상할 방침이다. 학교측의 결정에 대해 연세대 학생회측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연세대 총학생회 관계자는 “학교의 여유자금과 외부 기부금 등을 활용하면 등록금을 오히려 낮출 수가 있는데도 학생들의 요구에 전혀 귀 기울이지 않고 두 자릿수의 살인적인 인상을 결정했다.”면서 “학교측이 결정을 철회할 때까지 인상무효 투쟁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용 윤설영기자 kiyong@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