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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ook & Life] 거미박사와 나비박사 그리고 법정스님

    “행복은 요구하고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주어지는 것입니다. 안정된 마음, 차분한 마음으로 사물의 아름다움을 음미하면 행복을 얻을 수 있습니다.” 법정 스님은 지난 16일 서울 성북동 길상사에서 열린 봄 정기법회에서 운집한 대중에게 이렇게 ‘참다운 행복을 찾는 법’을 설파했다. 새겨들을 만한 말이다. 그런데 그 ‘한가한’ 행복론은 왠지 가슴에 썩 와닿지 않는다. 부대끼는 현실과는 동떨어진 먼 피안의 얘기로 들리기 때문이다. 행복은 정녕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지는 것인가. 차분하게 사물의 아름다움을 음미하면 얻을 수 있는 것인가. 그렇다면 행복하게 산다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만은 아닐 터. 상념에 빠져 있는 기자에게 마침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 한 권 도착했다.‘거미박사 김주필의 거미 이야기’(도서출판 쿠키)란 책이다. 이 책은 ‘나비박사’ 석주명 선생까지 떠오르게 하는 마력을 발휘했다. ‘거미박사’ 김주필 동국대 생물학과 교수는 30여년을 한결같이 거미의 생태를 관찰하고 연구하는 데 바친 신실한 거미의 벗이다. 현재 국내에 서식하는 거미 1000여종 가운데 한국땅거미, 버들염낭거미, 관악유령거미 등 130여종이 그가 찾아낸 것들이다. 그는 깊은 산속에서 거미를 채집하다 간첩으로 몰린 적도 여러번 있다.2004년에는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진중천 계곡에 거미사육장, 거미박물관 등을 갖춘 2만여평 규모의 ‘아라크노피아 생태수목원’도 열어 일반인들에게 거미를 알리는 ‘거미전도사’로 나섰다. 지금은 거미를 이용한 무농약 농사법을 연구하느라 시간가는 줄 모른다. “나는 논문 한 줄을 쓰려고 나비 3만마리를 만졌다.”는 유명한 말을 남긴 나비박사 석주명(1908∼1950). 그의 가장 큰 업적은 외국인들이 한국 나비를 연구하면서 범한 오류를 바로잡은 일이다. 중등학교 교사였던 그는 10여년 동안 70만마리가 넘는 나비를 연구한 끝에 ‘개체변이에 따른 분포곡선이론’을 창안, 생물분류학의 새 장을 열었다. 나아가 이 이론을 토대로 수많은 동종이명(同種異名)들을 말소하고 한국 나비를 246종으로 최종 분류했다. 오늘날 한국산 나비로 밝혀진 종수가 모두 250여종인 것을 감안하면 대단한 업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김주필은 늘 “주저는 곧 퇴보다. 한 발짝 전진을 위해 10년을 투자해도 좋다.”고 말한다. 또 석주명은 “남이 하지 않는 일을 10년만 하면 꼭 성공한다.”는 소신으로 나비 연구에 매진해 일가를 이뤘다. 진정한 행복이란 이렇듯 평생의 과업을 찾아내 그것에 헌신함으로써 최선의 것을 이뤄내는 데 있는 것이 아닐까. 화가 피카소 또한 바로 그 지점에서 행복을 찾았다.“작업은 나에게 생존을 위한 호흡이다. 일할 수 없다면 나는 숨쉴 수 없다.”는 피카소의 말이야말로 행복론의 정수를 보여준다. 불광불급(不狂不及) 즉 미쳐야 미친다는 말도 있듯, 행복의 문에 들어서기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에 대한 열정이다. 거미박사 김주필과 나비박사 석주명. 이들의 광기어린 외길 인생에서 참다운 행복의 의미를 캐어보자.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소방직 노조’ 결성 움직임

    현행법으로는 금지된 ‘소방관 노조’를 만드는 움직임이 물밑에서 일고 있어 논란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소방직 공무원 K씨는 “현행 공무원노조특별법이 소방직 공무원의 단체행동권과 단결권을 박탈하는 것은 헌법상 과잉금지원칙 등에 위배된다.”며 17일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K씨의 대리인인 나라종합법률사무소 김경규 변호사는 “소방직 공무원들의 근로 3권 제한이 필요하다 하더라도 단체행동권뿐만 아니라 단결권조차 박탈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그는 “소방직만 노조결성을 못하도록 막는 것은 평등의 원칙이나 근로자의 행복추구권에도 배치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는 별도로 경기도 등 지역의 소방직을 중심으로 노동조합 설립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전은숙 언론홍보국장은 “소방관 노조 설립에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현행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에서 소방직은 검·경직, 교정직 등과 함께 노동조합의 결성·가입이 금지돼 있다. 직장협의회조차 허용되지 않고 있다. 일종의 사용자인 정부에 목소리를 낼 창구가 아예 봉쇄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소방직 노조는 다른 특정직과 형평성 문제가 걸림돌이다. 조성혜 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헌법 소원의 취지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소방직에 단결권을 부여하면 경찰과 군인 등 모든 6급 이하 공무원에게 노조를 허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현재 소방직 공무원의 1인당 담당 인구는 평균 1700여명으로 미국·일본·유럽 등 선진국의 600∼1000여명에 비해 월등히 높다.구조대원의 한달 평균 근무시간은 336시간, 실제 초과근무시간은 162시간에 이른다.하지만 수당이 지급되는 인정 초과근무시간은 평균 75시간에 그친다. 소방 파출소 근무자들은 “통계상으로도 최근 5년 동안 소방직 순직자가 직업군 가운데 가장 높은 56명으로 나타났다.”면서 “열악한 근무여건 등을 개선요구 등을 할 수 있는 노조설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국제노동기구(ILO)도 지난달 우리 정부에 ‘소방관이 스스로 선택에 따라 조합을 결성하고 가입할 권리를 보장하라.’고 권고하기도 했다.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25년간 장애인의 방송 지킴이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우러지는 프로그램으로 거듭나야죠.” ‘내일은 푸른 하늘’이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이 있다.KBS 3라디오(AM 639KHz)에서 매일 오후 6시에 방송되는 장애인 대상 최초이자, 이제는 간판이 된 프로그램이다.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장애인 관련 정보와 사연, 희망 메시지를 전달하며 재활 의지를 북돋는다. 이 프로그램이 13일 방송 25돌을 맞았다. ‘내일은…’이 오랜 세월 동안 장애인과 함께 울고 웃을 수 있었던 데에는 숨은 공로자가 있다. 방귀희(48) 작가다. 그간 MC나 PD는 자주 달라졌지만 방 작가는 ‘내일은…’을 묵묵히 지켜왔다. 방송 작가가 이렇게 긴 시간 동안 한 프로그램을 맡고 있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다. 지체장애 1급으로 휠체어를 타고 다녀야 하는 그녀는 81년 동국대를 수석 졸업하며 화제를 모았고, 이 때문에 ‘내일은…’ 첫 방송에 출연하며 인연을 맺게 됐다. 이후 리포터로 칼럼니스트로,87년부터는 정식 작가로 프로그램을 꾸렸다. 국내 유일 장애인 문학지 ‘솟대문학’을 창간하기도 한 그녀는 “개편 때마다 프로그램이 없어진다는 이야기가 있곤 해서 생존 자체가 정말 힘들었습니다. 그 때마다 주변 도움으로 방송을 이어갈 수 있었죠.”라고 장애인에 대한 개념조차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던 초창기를 돌이켰다. 어려움을 딛고 25년이라는 역사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이유를 “그만큼 장애인들이 절실하게 필요했던 프로그램이라는 이야기”라고 설명한다. 방 작가는 스스로 정보에 목말라하는 장애인들의 갈증을 해소하는 방송 지킴이를 자처한다. 지금도 매일 3시간 정도 기사 검색을 하며 장애인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골라내 뉴스로 전달하고 있다. 방송 아이템을 걱정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알려지지 않고 묻혀있는 장애인의 현실이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현재 ‘내일은…’을 담당하고 있는 주미영 PD는 “장애인이 동등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돼야 방송 아이템이 줄어들겠지만 아직은 먼 미래인 것 같다.”고 한마디 거들었다. 갈 길이 멀지만 그래도 ‘내일은…’을 통해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차츰 변하고 있는 점은 반가운 일이다. 애청자 가운데에는 장애인이 열악한 현실을 극복한 사연을 청취하고 삶에 대한 용기를 얻었다는 비장애인들도 많다고 했다. 접근도가 낮은 AM에서 방송되는 점은 아쉽다. 방 작가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들으며 서로에 대한 벽을 없애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장애인만 듣는 게 아닌, 보다 많은 비장애인이 같이 듣는 프로그램이 되기 위해서는 3라디오의 FM화가 절실하다.”고 전했다.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끝없는 ‘女風당당’

    끝없는 ‘女風당당’

    ■ 여성변리사 첫 특허사무소 여성 변리사 3인방이 제대로 사고를 쳤다. 안소영·김기정·김미정 변리사가 뭉쳐 최근 특허법률사무소를 연 것. 여성 변리사만으로 구성된 특허법률사무소는 국내 최초로 업계에서는 ‘용감하다’는 반응을 보일 정도다. 대표 변리사인 안소영 변리사는 “특허사무소 쪽도 갈수록 영업과 로비가 강조되다 보니 여성 변리사가 혼자 개업을 하더라도 남성을 영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주위에선 우릴 보고 용감하다고들 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한계를 느끼지 않을까 싶은데 안 변리사의 웃음은 여유로웠다. 그는 “저녁 술자리가 중심이 되는 영업 문화에서 여성은 분명히 약점이 있지만, 로비가 아닌 실력과 서비스의 퀄리티로 승부하겠다는 방침이기 때문에 오히려 여성 변리사가 필요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꼼꼼하고 세심한 분석력을 요하는 화학 분야가 전문이기 때문에 여성이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안 변리사는 특허청 심사관 박사 특채 1기 출신으로 6년간 공직에서 활동한 데다, 일반 특허출원이나 등록이 아닌 특허분쟁 전문가로 업계에서 손꼽히는 실력자다. 대기업에 맞선 영세 중소기업의 특허권을 지켜낸 ‘초코찰떡파이 소송’으로도 유명한 그가 실력을 강조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셈이다. 안 변리사가 영입한 김기정, 김미정 변리사도 대형특허사무소의 자리를 박차고 나온 데는 대표 변리사에 대한 남다른 믿음 때문이었다고 한다. 김기정 변리사는 “대표께서 분쟁 분야 전문가이기 때문에 소송 경험과 노하우를 배울 수 있고 분쟁 분야를 많이 다뤄볼 수 있어 망설임 없이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제 2년차인 김미정 변리사도 “많은 여성 변리사들이 인생 선배로, 변리사 선배로 역할 모델을 삼는 분께 직접 배우고 싶었다.”고 했다. 안 변리사는 “변리사 업계가 좁기 때문에 변리사 개개인의 특성을 서로 알게 되는데 두 변리사는 평소에 눈여겨보다 스카우트한 후배들”이라며 “여자 후배라 더 든든하고 아낌없이 노하우를 전수해줄 만큼 정이 간다.”고 끈끈한 정을 자랑했다. 글 사진 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 경찰간부 첫 수석 졸업 ‘여성 파워’는 경찰 간부후보 졸업식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경찰청은 12일 인천 부평 경찰종합학교에서 열린 제54기 경찰 간부후보생 졸업식에서 배지혜(25·동국대 경찰행정학과 졸) 경위가 전체 수석인 대통령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지난달 경찰대 졸업식에서도 여성이 1,2,3등을 휩쓴 바 있어 ‘여풍(女風)’을 재확인시켰다. 여성 경찰 간부후보생은 2000년 첫 선발 이후 지금까지 29명이 배출됐으며 여성의 수석졸업은 처음이다. 배 경위는 작은 할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렸을 때부터 경찰관이 되겠다는 꿈을 키워왔다. 한편 임용된 경찰간부후보생 가운데 ‘가족 경찰’이 여럿 있다. 이승주(35) 경위는 퇴직한 부친 이황우(61) 경사, 동생인 부산경찰청 외사2계 이동주(33) 경사, 제수인 경기 안산서 김지현(30) 경사에 이어 집안에서 4번째로 경찰관이 됐다. 임봉섭(28) 경위는 광주 동부서에 근무하는 아버지(55)와 무안서 승달지구대에 근무하는 동생(26)에 이어 ‘현직 3부자 경찰관’이 됐다. 경찰 투신은 늦었지만 간부후보생 출신이어서 경사인 아버지나 순경인 동생보다 직급은 오히려 높아졌다.5등 졸업생으로 경찰종합학교장상을 받은 정수원(28) 경위는 대학 1학년 때 교통경찰 제복을 입은 작은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경찰관이 되기로 결심했다며 “국민에게 친절하고 자상하되 비굴하거나 약하지 않은 경찰이 되겠다.”고 말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연극 ‘미실’ 주인공 김호정

    연극 ‘미실’ 주인공 김호정

    아리아를 열창하는 성악가에게 핀라이트 조명이 쏟아졌다. 난생 처음 본 오페라 공연. 초등생 소녀는 눈부신 조명과 무대를 감도는 기분좋은 떨림에 단번에 매혹됐다. 그 길로 성악을 배웠지만 곧 재능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성악가의 꿈을 접었다. 중학생때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을 보고서 ‘저거다’ 싶었다.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동국대 연극영화과에 진학한 것도 뮤지컬배우가 되고 싶어서였다. 졸업 후 ‘캐츠’ 등 여러 편의 뮤지컬 무대에 섰다. 노래 한곡을 100번쯤 연습해야 무대에 설 수 있는, 재능보다는 열정이 앞선 배우였다. 그러다 독일에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봤다. 기막히게 노래 잘하는 배우들을 보며 그 자리에서 뮤지컬을 포기했다. 김호정(38). 일명 ‘여배우 트로이카’(박정자, 손숙, 윤석화)의 뒤를 이을 차세대 대표 주자로 꼽히는 그녀가 뮤지컬배우 지망생이었다는 사실은 좀 뜻밖이다. 차분하고 지적인 얼굴, 하늘하늘한 몸매, 게다가 낯을 가리는 성격의 그녀가 무대에서 격렬하게 춤추고, 노래하는 장면을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 연극 ‘갈매기’‘보이체크’, 영화 ‘나비’‘꽃피는 봄이 오면’ 등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도 외모에서 풍기는 이미지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녀가 연극 ‘미실’(24일∼5월7일 서울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의 주인공을 맡았다는 소식도 그런 점에서 의외였다. 미실이 누군가.‘화랑세기’에 등장하는 실존인물인 미실은 타고난 미와 색으로 신라시대 왕실 남자들을 좌지우지한 여성이다. 무공해 식물 같은 김호정에게 성적 본능에 충실한 미실은 어쩐지 버거워 보였다. “배우라면 누구나 전혀 다른 성향의 연기에 도전하길 원해요. 매번 비슷한 역할을 할 바엔 뭐하러 힘들게 연기하겠어요.” 극단에 적을 두지 않고, 공연마다 새로운 연출가와의 작업을 선호하는 이유도 그래서다. 지난해 김별아의 장편소설 ‘미실’이 인기를 끌었지만 극단 여행자의 연극 ‘미실’(양정웅 작·연출)은 그보다 앞서 2002년 초연됐다. 왕을 색으로 섬기는 색공의 운명을 타고난 미실은 진흥, 진지, 진평 등 3대 왕은 물론 태자 동륜, 화랑 사다함 등 무수한 남자들을 섭렵했다. 인터뷰 직전까지 정사 장면을 춤으로 형상화한 대목을 연습하다 왔다는 김호정은 “미실은 권력을 위해 성을 이용하는 팜므파탈이 아니라 주어진 운명에 따라 모든 남자에게 매순간 최선을 다했던 자유로운 여성”이라고 분석했다. 미실은 극중 일곱명의 남자와 사랑을 나눈다.“야하지 않느냐.”고 묻자 “야하기는 한데 아름다울 것 같다.”며 웃었다. 그는 다작을 싫어한다. 영화든 연극이든 많아야 1년에 한편 정도다.2001년 영화 ‘나비’로 로카르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뒤에는 심한 슬럼프에 빠져 한참을 쉬었다. 그러다 지난해 연극 ‘갈매기’ 등 체호프 연작과 영화 ‘모두들, 괜찮아요’‘피터팬의 공식’ 등에 출연했다.“20대때는 참 당돌했어요. 나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죠.30대가 넘으니 작품 전체가 보이고, 다른 사람들이 눈에 들어와요. 삶에 대한 이런 변화들이 연극에 드러났으면 좋겠어요.” 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gpod@seoul.co.kr
  • [통계로 본 서울] (21) 대학

    사회 생활을 하면서 대학교 입학연도인 ‘학번’은 대화 수단으로 요긴하게 쓰인다. 학번을 통해 낯선 상대방의 나이를 파악하고, 학창시절을 회상하며 어색한 대화를 풀어나간다. 학번을 통해 동질의식을 느끼기도 한다. 대학동창은 중·고교만큼 오랜 친구는 아니지만 낯선 사람으로부터 발견하는 학번의 동질성은 큰 위안이 된다. 물론 대학교를 나오지 않은 사람이나 만학도에게는 실례일 수 있기 때문에 남발해서는 안된다. 서울은 명실상부한 ‘대학 교육의 메카’. 대한민국 명문 대학들이 대부분 서울에 자리를 잡고 있다. 때문에 팔도의 젊은이들이 청운의 꿈을 품고 서울 유학길에 오른다. ●대학생 51만명… 여학생 24만명 2005년 서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서울의 대학 수는 4년제 대학 41개교, 전문대 12개교, 교육대(서울교대) 1개교 등 모두 54개에 달한다. 학생 수는 4년제 대학생 44만 6599명, 전문대생 6만 6852명, 교육대생 2441명 등 모두 51만 5892명이다. 이 가운데 여학생은 23만 9949명, 남학생은 27만 5943명이다.4년제에는 남학생이 많았지만 교육대는 여학생(1870명)이 남학생(571명)의 3배가 넘었다. 전문대는 남학생과 여학생이 각각 3만 3450명과 3만 3402명으로 비슷했다. 학생수는 4년제의 경우 고려대가 2만 8402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연세대 2만 6681명, 서울대 2만 5741명, 한양대 2만 3310명 등의 순이었다. 학생수가 1만 5000명이 넘는 대학으로는 건국대, 경희대, 국민대, 단국대, 동국대, 성균관대, 숭실대, 이화여대, 중앙대, 홍익대 등이다. 전문대는 명지전문대가 1만 2821명, 동양공전 1만 1847명, 인덕대학 1만 815명 등이다. 대학은 학생수가 감소하는 중·고등학교와는 달리 학생수가 꾸준하게 늘고 있다.4년제 대학은 지난 1999년 40만 8911명에서 4만명 가량 늘었고, 전문대도 6만 2166명에서 다소 늘었다. 교원수는 4년제 1만 3187명, 전문대 939명이다. ●가장 오래된 대학은 어디? 그렇다면 가장 오래된 대학은 어디일까. 이 부분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 각 대학이 주장하는 설립 연도에 대한 이견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건학 600년’을 맞는 성균관대는 1398년(조선 태조 7년) 국립고등교육기관으로 설립된 성균관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러나 성균관의 전통을 계승하는 것일 뿐 실제 정규 단과대학 설립 연도는 1946년이다. 연세대는 1885년 선교사 앨런이 고종의 명으로 세운 제중원(광혜원)을 모체로 하고 있으며, 이화여대는 1886년 선교사 스크랜턴 부인이 만든 이화학당에 뿌리를 두고 있다. 숭실대는 1897년 선교사 배위량이 개설, 평양에 교사를 신축 1905년 한국 최초의 대학이 되었으나 일제 탄압으로 1938년 폐교됐다.1954년 서울에 숭실대학으로 재건됐다. 한국인에 의해 설립된 최초의 근대적 교육기관인 고려대는 1905년 보성전문학교로 개교했다. 동국대는 1905년 불교계에서 세운 명진학교가 전신이다. 서울대는 1924년 설립된 경성제국대학을 모체로 하고 있으나 그 기원을 부정한다. 서울대는 국립종합대학안이 확정·공포된 1946년을 개교연도로 잡는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통상 2題] 한국, 세계1위 수출품목 中의 12분의 1

    중국의 약진으로 한국이 세계 주요 시장에서 크게 밀리고 있다. 세계 1위 수출품목도 한국은 9개인 반면 중국은 116개나 된다. 한국이 비교우위를 지녔던 정보기술(IT)기기 등의 분야에서도 중국과의 격차가 사라져 향후 우리 수출의 걸림돌로 지적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차문중·최용석 연구위원과 김종일 동국대 교수는 4일 ‘중국의 경제성장과 교역증대가 우리 경제에 갖는 의미’라는 보고서에서 “반도체와 자동차 수송기기를 제외한 전 제조업종에서 중국이 한국을 앞지르고 있다.”고 밝혔다. 차 연구위원은 특히 미국(전자부품·IT기기·가전기기), 일본(섬유·의복·전자부품·IT기기),EU(반도체), 아세안(IT기기) 등에선 중국 때문에 한국의 점유율이 떨어지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IT기기의 경우 중국의 점유율이 1% 증가하면 한국은 미국에서 0.38%, 일본에서 0.49%,EU에선 0.56%씩 감소한다는 것. 세계 시장에서 우리나라의 IT기기 점유율은 1992년 3.6%에서 2004년 7.5%로 증가하는 데 그친 반면, 중국은 1.9%에서 20.2%로 늘었다.세계 시장점유율 상위 5위까지의 수출품목도 한국은 1980년 68개에서 2003년 62개로 줄었지만 단 1개도 없던 중국은 305개로 급증했다.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부고]

    ●김광명(숭실대 철학과 교수)현중(서은무역 전무)두현(대아상사 대표)광욱(주영인터내셔널 〃)씨 부친상 김용학(청아도시개발 전무)박용균(현대종합장식 대표)씨 빙부상 31일 서울 백병원, 발인 4일 오전 5시 (02)2273-4099●이충녕(동부제강 상무)효녕(알테크놀로지 이사)씨 모친상 이정한(덕산엔터프라이즈 부장)씨 빙모상 1일 분당서울대병원, 발인 4일 오전 9시 (031)787-1501●신용운(인하의대 교수)씨 부친상 1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4일 오전 9시 (02)3410-6920●방순동(전 경희대 교무처장)씨 별세 현수(동국대 교수)현준(사업)현택(삼성전자 부장)씨 부친상 2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4일 오전 6시 (02)3410-6902●김용구(대우정밀 대표)용언(식물보호연구소 소장)용윤(구선요 대표·도예작가)용우(세란치과 원장)씨 모친상 한재수(권선신협 이사장)김상환(대도종합건축 대표)씨 빙모상 1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4일 오전 9시 (02)3410-6914●안성근(전 안성근소아과 원장)씨 별세 수영(미국 Proster properties LLC)여경(AC닐슨코리아 차장)씨 부친상 이진성(한국씨티은행 과장)씨 빙부상 1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4일 오전 7시30분 (02)3010-2295●정갑영(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혜영(미국 거주)혜정(우송대 교수)씨 부친상 박명순(경인여대 교수)씨 시부상 정수빈(16비행단 소위)희빈(학생)씨 조부상 정수영(KBS 사회팀 기자)씨 큰아버지상 31일 강남성모병원, 발인 4일 오전 9시 (02)590-2540●김병식(서울아산병원 외과교수)병모(CUMAN 대표)씨 모친상 2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4일 오전 8시30분 (02)3010-2631●박종성(전 롯데칠성 이사)임영우(보락 환경안전관리팀장)박종석(사업)씨 빙부상 1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3일 오전 10시 (02)3010-2262●박중환(SBS 문화사업팀 부장)씨 빙모상 1일 대전성모병원, 발인 3일 오전 8시30분 (042)220-9976
  • [문화마당] 만남과 이별/신정아 동국대 교수·성곡미술관 학예연구실장

    이 세상에 이별이 없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의 삶은 만남과 이별의 방정식 속에서 끝없이 반복된다. 어른이 되면 부모를 떠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 결혼해 자식을 낳고, 언젠가는 나이가 들어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가까운 친구들 사이에서도 작고 큰 감정의 교차 속에서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게 된다. 때로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가슴 아픈 이별을 하기도 한다. 우리의 삶은 이렇듯 만남과 이별의 연속이다. 나는 전시장이라는 작은 공간에서 일년에 수차례씩 작품과의 만남과 이별을 한다. 벌써 9년차 큐레이터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새로운 작품들을 맞이하면 낯설어하고, 일정 기간 전시를 끝내고 떠나는 작품들을 보면 마음이 왠지 쓸쓸하다. 사람들은 큐레이터를 마치 미술관의 ‘꽃’인 양 부러워하기도 한다. 많은 미술대학 여학생들은 내가 하는 일에 종사하고 싶어한다. 나는 추천을 해야 할지 뜯어말려야 할지 모르겠다. 늘 새로운 것을 찾아 다니고, 작가들을 만나고, 작품들을 만나고, 그것들을 관람객들에게 소개해 주는 역할을 하며 나는 늘 외롭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나는 새로운 전시기획을 시작할 즈음에는 작품들을 전시장에 반입하고 나서는 충분한 시간을 거친 후에 설치를 시작한다. 며칠동안이라도 작품과 친해지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마음을 터놓고 가까워지면 나는 그들과 서로 소통하며 또 다른 소통을 위해 노력한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내가 소개하는 미술과 친구가 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나는 날마다 더 많은 미술 친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그렇게 한달 또는 두달 후 전시기간이 끝나면 이제 이별을 해야 한다. 나는 전시장 곳곳에 배어 있는 나의 작품들과의 소통의 흔적들을 되돌아보며 못내 아쉬움을 떨쳐버리지 못한다. 내가 미처 보지 못했던 작고 섬세한 곳들까지도 마음속 깊이 꼭꼭 여며두고 그들을 떠나보낸다. 이 세상에 영원히 함께할 수 있는 있는 것은 없을까? 얼마전 나는 할머니를 떠나 보냈다. 아주 어렸을 적 할아버지를, 그리고 유학시절 아버지를 떠나 보낼 때도 우리는 왜 이렇게 헤어져야 하는지 너무 속상했다. 할머니는 유난히 아버지를 닮은 나를 사랑해 주셨다. 부모님께 혼이 날 때에도, 내가 억지를 쓰며 떼를 써도 언제나 할머니는 내편이 되어 주셨다. 우리 작은 강아지는 누룽지를 좋아한다며, 일부러 냄비에 밥을 따로 해서 내 누룽지를 늘 따로 챙겨 두셨다. 언제나 나의 든든한 후원자였던 할머니가 어느새 가녀린 모습으로 돌아가시는 것을 보고, 나는 왈칵 눈물이 치밀어 올라 목놓아 울기까지 했다. 할머니 장례식은 꽃상여를 메고 전통방식으로 치러졌다. 하얀 명주옷을 고이 입은 채 입관한 할머니와 산소로 가는 긴 시간 동안 아름답고 슬픈 마음으로 할머니와 따뜻한 이별을 했다. 곡소리에 맞춰 달구질을 하는 동안 나는 새삼 우리 조상들이 얼마나 정성스럽게 이별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는지,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어쩌면 우리는 만남과 이별이 있으므로 만남의 소중함을 알게 되는지도 모른다. 이별이 있으므로 우리는 다시 만날 때에는 헤어지지 않기 위해 서로 노력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는 만남의 소중함을 저버리고 서로 아우성 치고, 비방하며 억지 이별을 하기도 한다. 남을 가장 미워하는 사람은 가장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며, 남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또한 가장 미워할 수 있는 사람이다. 인연이라는 것은 참으로 신기하다. 만나고 싶은데 못 만나기도 하고, 만나고 싶지 않은데 만나게 되기도 하고…. 만남과 이별의 방정식. 나는 이제 다시 미술과의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며 좀더 따뜻하고 행복한 미술을 선사하고 싶다. 신정아 동국대 교수·성곡미술관 학예연구실장
  • ‘북한체제 진단’ 학술회의

    통일연구원(원장 박영규)은 31일 오전 9시30분 동국대 문화회관에서 ‘북한체제 진단과 남북 및 북·미관계 전망’을 대주제로 학술회의를 연다.
  • [열린세상] 인력시장 개방과 글로벌 교육/김병식 동국대 부총장

    지식정보화 사회라는 큰 틀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현재는 우수인재 확보가 경쟁력의 핵심이다. 이 점에서 매킨지 급타 사장은 지금을 ‘인재 확보 전쟁(the war of talent) 시대’라고 표현하고, 삼성전자 윤종용 부회장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유일한 대비책은 우수인재 확보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면 이 시대에 요구되는 우수인재란 어떤 사람인가. 이 답으로는 매우 다양한 견해가 있으리라 짐작되지만 아무래도 이전과 차별화된 능력으로는 글로벌 마인드를 가지고 국제적 일을 잘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일 것이다. 소비자는 현명하다. 기러기 아빠, 펭귄 아빠란 어휘가 암시하듯이 많은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자식을 외국으로 조기유학 보내는 사람이 우리 주위에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국제화된 글로벌 교육만이 자기 자녀를 경쟁력 있는 사람으로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교육 소비자인 그들은 이미 알아차린 것이다. 그러므로 이 관점에서 우리 교육과 인력 관리 제도의 주변을 되짚는 일은 긴요하다. 지금 세계 경제는 빠르게 하나의 공동체로 이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 국가는 상호 교류하는 데 필요한 인증 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다. 국제통상 환경은 익히 알다시피 WTO 체제 하에서의 FTA·DDA 등으로 구체화되고 있고, 특히 ‘서비스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GATS)’이 제정됨에 따라 상품교역 중심에서 서비스 분야까지 그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그리고 접근 방식도 다자주의적 자유화이다. 여기에서 서비스 교역은 서비스와 관계된 행위 및 결과물과 같은 공급대상뿐만 아니라 서비스공급 주체인 회사 및 사람을 모두 포함한다. 이 서비스 교역 형태 중 제4모드인 ‘자연인의 국가간 이동’은 인력시장의 개방을 의미하는데 영어권이 아닌 우리는 특히 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 젊은이들이 해외에서 활발히 활동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국제적 기준에 맞는 전문 교육이 먼저 학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그 내용이 GATS 교역 당사국의 인정을 받아야 한다. 쉽게 말하면, 미국의 기계과 대학생과 우리나라의 기계 전공 학생이 배워야 할 내용이 다르지 않다는 점을 전제로 서로 그 내용과 시스템이 확인되고 인정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인정 체제가 국제적으로 여러 분야에서 이미 셋업되어 있다. 공과대학 교육에 대하여는 워싱턴어코드, 전문대학 교육에 대해서는 더블린어코드, 전문 기술사에 대해서는 EMF,APEC 엔지니어 제도 등이 그것이다. 여기에서 국제기준이 마련된다. 이 기구들은 지금까지는 영어권 국가를 중심으로 운영되며 미국의 ABET기구가 그 중심에 있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우리나라는 이에 대비한 제도적 장치나 교육시스템의 국제적 마인드가 초보에 머물고 있다. 글로벌 마인드를 갖는 대학교육의 혁신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국내의 각종 자격제도는 영구자격 취득제인 반면, 외국은 면허체제로서 몇년 단위의 등록 및 갱신을 요구하는 임시지위 부여 방식이다. 우리의 인력 관리 시스템은 기술사를 예로 들면, 취득은 노동부의 산업인력공단, 등록은 과기부, 소속은 산자부 혹은 정통부·건교부로 너무 행정편의적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의 현체제 및 전통적 교육방법으로는 모드 4 방식인 자연인의 국가간 이동을 통한 교역 형태에 대응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뼈아픈 노력으로 우수한 글로벌 교육과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 지난 신년 국정간담회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집권 후반에 추진할 중요 국정과제의 하나로 미국과의 FTA 협상 타결을 들었다. 개방 가속화만이 국가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뒤늦은 감은 있지만 바른 선택이었다. 그러나 이 협상의 대상 분야가 매우 광범위하고 많은 이해 당사자가 있어 중요 협상 분야인 상품교역에만 치중될 가능성이 아주 높아 걱정이다. 곧 다가올 인력시장 개방에 대비한 자격 업무 및 국제교육을 위한 시스템 개선에 배가된 노력이 절실하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음을 알기에 초조하기까지 하다. 김병식 동국대 부총장
  • 김종빈 전 검찰총장 중기 사외이사로

    지난해 강정구 전 동국대 교수 파문 등을 계기로 공직에서 물러났던 김종빈 전 검찰총장이 한 중소기업 사외이사로 선임돼 화제다. 전직 검찰총장은 굴지의 대기업들이 사외이사 영입 ‘0순위’로 꼽는 거물급 인사인데 매출 500억대 중소기업 사외이사직을 수락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4일 디지털TV 전문업체 우성넥스티어에 따르면 이 회사는 23일 임시주총을 열고 김 전 총장을 3년 임기의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김 전 총장은 검찰을 떠난 뒤 법률사무소를 열었고 올해 초에는 고려대 법대 초빙교수로 선임되는 등 활발한 외부활동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우성넥스티어는 ‘머거본’ 등 스낵류를 생산하던 우성식품과 디지털TV업체 넥스티어가 2004년 합병돼 설립된 회사로 지난해 3·4분기 누적(2005년 4∼12월) 매출은 522억원이었다. 영업이익 및 당기순이익은 9억 2600만원과 6억 3100만원으로 평범한 수준이다. 지난해 사외이사 보수는 900만원에 불과했다. 회사 관계자는 “안팎에서 추천을 받아 김 전 총장을 사외이사로 추대했다.”면서 “김 전 총장도 흔쾌히 응했고 강원도 원주에서 열린 임시주총에도 직접 참석했다.”고 말했다. 우성넥스티어는 지난달 주식교환을 통해 디지털 음원업체 앰피플커뮤니케이션을 계열사로 영입하면서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진출했다. 이와 동시에 김도균 대표이사 등 기존 대주주들은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앰피플커뮤니케이션 주요주주였던 박종혁 신명종합건설 부사장 등에게 74억원에 매각했다. 박종혁씨는 신명종합건설 박갑두 회장의 아들이다. 우성넥스티어는 이번 임시주총에서 김 전 총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면서 사내이사진도 재편했는데 김도균 대표와 함께 박종혁씨, 유신종 전 코리아텐더(옛 골드뱅크) 사장 등이 포진했다. 김 전 총장 이전 사외이사를 맡았던 이정태 인베스투스글로벌 상임고문은 임기를 7개월가량 남겨두고 사임했다.인베스투스글로벌은 IMF 당시 기업 M&A를 도와준 대가 등으로 금품을 받은 혐의로 24일 구속수감된 김재록씨가 설립한 회사로, 이정태씨는 김씨와 함께 2004년 3월 대표이사 회장에 취임했었다.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 [탐사보도] 국민65%가 “연예인2세 특권 세습”

    [탐사보도] 국민65%가 “연예인2세 특권 세습”

    연예인 2세 군단이 전례없이 빠른 속도로 불어나고 있다.2세 스타들은 대중문화계 지형을 읽는 새로운 코드로 파워그룹을 형성 중이다. 현재 방송·영화·가요계에서 대중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2,3세 연예인은 줄잡아 50여명에 이른다. 김주혁 송일국 연정훈 남성진 등 이미 기반을 다진 2세들은 물론 이루 남승민 최규환 하정우 이상원 등 연예계 신고식을 치르기 무섭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사례들이 두드러진다. 최근 몇 년 사이 연예계에 들어선 2세들의 특징으로는 일찌감치 가업승계를 준비한 이들이 많다는 점이 꼽힌다. 김주혁·남성진·이상원(동국대 연극영화과), 장나라·최규환·하정우(중앙대 연영과), 임영식(한양대 연영과), 송일국(청주대 연영과), 조승우(단국대 연영과) 등이 그렇다. ●방송·영화계등서 줄잡아 50여명 인터넷 등 대중소통 환경의 급변화로 이전의 세습세대와는 사뭇 다른 데뷔과정을 거친다는 점도 눈에 띈다. 김희라 이덕화 최민수 독고영재 등 이른바 ‘세습 1세대’들이 부모 후광의 비판여론 없이 무난히 연예계에 진입했다면, 요즘 2세들은 네티즌들의 주목 속에 떠들썩한 신고식을 치르는 게 상례다. 물론 인터넷 안티 세력의 뭇매를 맞으며 삽시간에 연예계에 연착륙하는 반대급부를 누리기도 한다. TV와 스크린을 누비며 인기를 누리는 2세 스타들이지만 대중이 보내는 시선은 부정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신문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지난 17일 실시한 ‘문화향수 및 인식’ 조사에 따르면 ‘2세 연예인들의 등장이 부모의 후광을 입은 특혜이며 세습으로 보는가.’라는 질문에 65.1%가 “매우 공감한다.”(19.0%),“대체로 공감한다.”(46.1%)라고 대답했다. 또 과거 세습 1세대들과의 차이점에 대해서는 19.8%가 “데뷔 초기부터 부모와 함께 거론된다.”고 응답해 2세 연예인을 비판적으로 보고 있었다. ●네티즌 주목속 떠들썩한 데뷔식 ‘스타=만사(萬事)’라는 등식이 통할 만큼 스타의 위상이 수직상승해 너도나도 연예인이 되려는 지금. 부모가 물려준 인적·물적 자산에 힘입어 연예계에 안착하는 일부 2세들의 진입장벽은 그만큼 낮은 것이며, 그들이 일반인들의 진출기회를 잠식한다면 그 또한 문화권력의 왜곡된 세습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황수정 조태성기자 sjh@seoul.co.kr
  • 봄철건강 구청서 챙겨요

    봄철건강 구청서 챙겨요

    겨우내 움츠렸던 몸을 깨우는 봄. 몸과 마음이 나른해지기 쉬운 봄을 맞아 ‘건강 챙기기’에 나서는 사람들이 많다. 최근 인기 코미디언 김형곤씨의 돌연사는 다시금 ‘건강’과 ‘웰빙’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다. 가까운 구청에는 수준 높은 웰빙 프로그램들이 많다. 구청에서 하는 프로그램이라고 무시한다면 이는 잘 모르고 하는 소리다. 요즘 구청의 시설이나 프로그램은 고급 헬스클럽이나 백화점 문화센터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비용은 절반 정도면 충분하다. 골프와 테니스, 수영 등 고급 스포츠를 비롯해 웰빙 붐을 타고 인기를 끌고 있는 요가나 단전호흡 등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특히 각 구청 보건소에서는 구민들에게 무료로 건강검진과 체력측정을 해준다. 전문가들은 날씨가 좋다고 갑자기 무리하게 운동에 나서는 것은 오히려 다칠 수 있는 만큼 자신의 체력을 고려해 가볍게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이번 주에는 집 주변에 있는 가까운 구청을 방문해 건강을 챙기고, 봄철의 나른함을 운동으로 극복해 보는 것은 어떨까. 글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종합병원 못잖은 區보건소 대부분의 보건소에서 의사뿐 아니라 영양상담사, 심리상담사, 운동처방사 등 전문가들이 주민들의 건강을 진단해 준다. 분야는 ▲영양·비만 관리 ▲운동·신체 활동 ▲절주·금연 ▲스트레스 상담 등 다양하다. 특히 강북구·성북구 보건소는 보건복지부의 ‘주민건강증진센터 시범사업’을 하고 있어 이같은 진단을 종합적으로 받을 수 있다. 기본적인 건강 진단 이외에도 특색있는 사업을 벌이는 보건소들도 있다. 중구(구청장 권한대행 김충민) 보건소는 홈페이지에 건강상담 게시판을 운영하고 있다. 내과(샘내과)·비뇨기과(이윤수 비뇨기과)·소아과(김순화 소아과)·이비인후과(임이비인후과)·피부과(아름다운나라피부과)·산부인과(조아산부인과) 등 중구의사회 소속 전문의들이 직접 상담을 해준다. 비공개 상담도 할 수 있고, 비용은 무료다. 동작구(구청장 김우중) 보건소는 일반 병원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각종 암 질환 검사를 해주고 있다. 남자는 간암, 소화기암, 전립선암 등을 2만 3000원에, 여자는 간암, 유방암, 난소암 등 6종류의 검사를 3만 4000원에 받을 수 있다. 또 특수 검사로 갑상선 기능 검사,C형 간염 항체 검사, 풍진 면역 검사도 하고 있으며, 다른 구 주민들도 이용할 수 있다. 대상별로 실시하는 ‘맞춤형 서비스’도 있다. 중랑구(구청장 문병권), 성북구(구청장 서찬교), 강북구(구청장 김현풍) 등은 예비 부부나 자녀 출산 계획이 있는 부부를 대상으로 간염, 빈혈, 혈당, 간기능, 고지혈증, 당뇨, 단백뇨, 혈뇨, 성병, 에이즈, 흉부X-선 검사 등을 무료로 해준다. 또 서초구(구청장 조남호) 보건소는 외국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강서구(구청장 유영)는 결식 아동을 대상으로 무료 건강 검진을 해준다.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몸상태 종합측정 ‘웰빙’ 처방까지 “앗, 날씬한 내가 비만이라니….” 지난 21일 서울 강북구보건소 삼각산 분소를 찾은 김현수(32)씨는 ‘따끔한 충고’를 들어야 했다. 평소 말랐다는 얘기를 듣지만, 보건소에서는 운동부족과 잘못된 식습관으로 오히려 비만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건강은 평소에 지켜야 하는 만큼 뒤늦게라도 이같은 사실을 알게 돼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이날 종합건강상담을 거쳐 운동·신체활동 상담, 영양·비만관리 상담을 받았다. 우선 신장·체중·근육량·체지방량·체지방률을 측정한 뒤 실내 체육관에서 본격적인 체력 측정에 들어갔다. 각종 기기로 손에 힘주기(악력), 제자리 높이뛰기, 윗몸 일으키기, 눈감고 외발 서기 등을 하면서 민첩성, 평형성, 지구력, 폐활량, 유연성 등을 측정받았다. 젊은 탓인지 체력 측정은 대부분 정상으로 나왔지만 체지방률이 문제였다. 체중과 신장으로만 따진 ‘겉보기 비만 지수(체중/신장X신장)’는 21㎏/㎡로 평균(18.5∼25㎏/㎡) 수준이지만 지방·근육·수분 등을 고려한 체지방률은 33%로 평균치(18∼28%)를 웃돌았다. 보건소 홍지영 운동처방사는 “단순히 체중이 많이 나가는 것만 비만이 아니다.”면서 김씨가 비만으로 판정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영양을 저장하는 체지방이 근육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저근육형 비만’입니다. 비만은 지방 성분이 혈관벽에 붙어 동맥경화, 혈관벽이 두꺼워지고 탄력을 잃어 고혈압, 지방성분이 혈관내에 떠도는 고지혈증 등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평소에 예방을 해야 합니다.” 김씨는 홍씨로부터 비만에 적절한 운동법을 처방받았다. “지방을 줄이려면 빠르게 걷기 등을 통해 유산소 운동을 하면서 근육을 만드세요. 근육은 지방을 태우는 장소랍니다. 윗몸일으키기, 배를 깔고 다리를 뒤로 올리기 등도 근육을 키우는 데 좋은 운동이지요.” 홍씨는 비만이 평소 식습관과도 무관치 않다면서 김씨를 영양상담실로 안내했다. 이성은 영양상담사는 김씨에게 하루에 3끼를 꼬박 먹는지, 아침식사를 제대로 하는지, 여유있게 천천히 식사는 하는지, 곡류 음식을 매끼 먹는지, 과일을 먹는지, 싱겁게 먹는지, 과음을 하는 지 등 20여개 항목을 점검했다. 그 결과 김씨의 식습관 점수는 70점으로 나왔다. 이는 그리 나쁜 편은 아니지만 주의는 해야 하는 수준이다. 이씨는 김씨에게 가장 실천하기 쉬운 과제로 여유롭게 음식을 먹을 것을 권했다. 간식을 줄이고, 나트륨이 들어간 가공식품을 피하는 것도 ‘숙제’에 포함됐다. “허겁지겁 음식을 먹으면 혈당이 높아져 성인병의 원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음식을 먹을 때마다 음식의 감촉, 모양, 냄새, 맛 등을 오감으로 음미하는 ‘먹기 명상’을 함께하는 것도 좋지요.” 이 영양사는 보건소에서 운영하는 비만관리 프로그램도 소개해줬다.3개월 과정으로 일주일에 한번씩 보건소에 와서 먹기 명상, 웰빙 음식 나눠먹기, 등산, 스트레칭 운동 등을 하는 것이다. 김씨는 보건소에서 처방을 내려준 대로 생활한 뒤 2주일 뒤에 다시 보건소에 와서 건강을 진단받기로 했다.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구청 골프교실 ‘귀족 스포츠’로 불리는 골프는 서민들에게 여전히 낯선 운동이다. 운동을 즐기는 것은 고사하고 배우는 데도 적지않은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들어 각 구청의 생활체육 프로그램들이 다양화되면서 저렴하게 골프를 배울 수 있는 ‘골프 교실’이 잇따라 생겨나고 있다. 수강료도 수영이나 테니스 등 다른 스포츠와 비슷한데다 시설도 사설 스포츠센터 못지 않다. 올 봄에는 가까운 구청의 생활체육교실을 찾아 멋진 ‘티샷’을 준비해 보자. ●“‘황제골프’ 부럽지 않아요” ‘딱, 나이스 샷!’ 19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 스포츠센터. 도심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6층 골프연습장에는 20여명의 주부들이 한가로이 골프를 즐기고 있었다. 평일 오전인 탓에 널찍한 골프연습장은 빈 타석이 생길 정도로 여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푸른 잔디밭이 아닌 40m앞에 있는 과녘을 향해 티샷을 날리지만 스트레스와 건강을 위해 땀을 흘리는 이들은 “‘황제 골프’ 부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구력 30년의 캐나다 프로골퍼인 김대우(54)수석프로로부터 자세 교정을 받고 있는 주부 황영숙(43·성동구 금호동)씨는 골프광인 남편과 함께 운동을 하기 위해 지난 8일 골프채를 잡았다.“배운 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스윙폼이 좋다.”는 김 코치의 말에 황씨는 “운동 신경이 둔해 못해서 그렇지 너무 재미있다.”며 활짝 웃었다. 주부 선혜숙(44·성동구 금호동)씨는 “그동안 남편과 아이들 뒷바라지를 하느라 골프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면서 “그러나 이제 큰 딸애가 대학에 진학해 조금 여유가 생겨 남편의 권유로 골프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선씨는 “아이들에게도 골프를 가르쳐 남편, 아이들과 한팀을 이뤄 필드에 나가는 것이 꿈”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주부 최경숙(56·서초구 잠원동)씨는 “예전에 다니던 골프장에 비해 시설이 좋고 가격도 절반 정도로 저렴하다.”면서 “1시간 정도 운동을 하면 스트레스가 풀리고, 성취감도 생긴다.”고 말했다. 김 수석프로는 “사용료와 강습료 등이 사설 스포츠센터에 비해 저렴해 많은 사람들이 골프를 배우고 있다.”면서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 골프장 이용료가 비싸 상당수가 필드에 나가지 않고 이 곳에서만 운동삼아 골프를 즐긴다.”고 귀띔했다. ●시설과 수강료에 두번 놀란다 중구청에서 동국대에 위탁, 운영하는 충무아트홀 스포츠센터는 최고급 시설을 갖췄다.5∼6층에 실내(19타석), 실외(18타석)와 함께 7홀 규모(93평)의 퍼팅연습장을 갖췄다. 다른 곳과 달리 모래 5t으로 만든 펑커 연습장이 있다. 수강료는 1개월에 실내연습장 9만원, 실외연습장 12만원(80분 기준)으로 사설 스포츠센터에 비해 30∼50%가량 저렴하다.1개월에 10만원의 강습료만 내면 월∼금요일까지 매일 김 수석프로 등 한국프로골프협회(KPGA)의 세미프로 강사 4명으로부터 골프를 배울 수 있다.3개월이면 초보과정을 마칠 수 있다고 한다. 강습료가 저렴한 탓에 중구뿐만 아니라 인근 주민들도 몰려 회원수가 무려 400여명에 이른다. ●각 구청의 골프교실 인기 송파구는 잠실본동 LA골프교실과 삼전동 그린골프연습장, 방이1동 골프아카데미 등 3곳에 골프교실을 운영한다. 매주 월·수·금 주 3회에 강습와 장비대여, 레슨 등을 모두 포함해 2개월 10만원이다. 양천구는 다음달 3일부터 2개월 과정(수강료 8만원)으로 신정 6동 주민자치센터에서 골프교실을 시작한다. 마포구 생활체육교실에서 모집하는 골프교실은 3개월 단위로 3차례 모집한다. 참가비는 레슨비를 포함해 3개월에 20만원이다. 이밖에 은평구와 도봉구, 영등포구 등에서도 골프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요가 단전호흡 “무릎과 허리 등 자세가 좋아지고 관절염 등 많은 병이 낫습니다.” 지난 18일 서울 강서구 화곡본동 주민자치센터에선 요가 수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철썩…철썩…철썩…”고요한 바다의 파도 소리가 잔잔하게 울려퍼졌다. 요가 강사 천현진씨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누워 있는 수강생들에게 “머리 끝, 발 끝, 손 끝의 긴장을 풀고 온 몸이 바닥 속으로 들어간다고 느끼세요.”라고 속삭였다. 수강생들은 편히 숨을 쉬고 얼굴에 편한 미소를 지었다. 1년쯤 배운 명미란(47·주부)씨는 “무릎이 안 좋아 무릎을 굽힐 수 없었는데 요가를 한 뒤 다 나았다.”면서 “마음도 편안해져 요가 수련을 하면 행복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직장에서 수요일쯤만 되면 피곤해 애를 먹었던 김은희(41·회사원)씨는 “더 이상 피곤하지 않고 감기도 안 걸리고 몸의 라인도 예뻐졌다.”고 자랑했다. 이계순(59·주부)씨는 “원래 밥을 많이 먹으면 소화가 안돼 자주 토했는데 자세가 바로 잡힌 뒤 소화가 잘 된다.”면서 “복잡한 생각을 하다가도 요가를 하면 평온해진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강서구 화곡 6동 주민자치센터에선 국선도 단전호흡이 이뤄지고 있었다. 요가와는 달리 국선도 단전호흡 수업은 우리의 전통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파란 색 도복을 입고 각자 급수에 맞는 띠를 허리에 두른 수련생들이 하나 둘씩 자리를 잡았다. 수업에 앞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경건하게 했다. 수업이 시작되자 레코드에서 굵은 목소리의 구령소리가 들렸다. “양손 깍지를 끼고 상체를 왼쪽 무릎으로 반대 방향으로∼” 수련생들은 구령에 맞춰 스트레칭을 했다. 본격적인 수련인 행공에 앞서 몸을 푸는 단계이다.30분 정도 스트레칭을 한 뒤 복부 밑에 있는 단전에 기를 모으고 온 몸에 기를 퍼뜨리는 행공 시간이 왔다. 모두들 누운 상태에서 하복부에 있는 단전으로 숨을 쉬었다. 한동안 시간이 지난 뒤 5분쯤마다 종이 울리자 수련생들은 각자 급수에 맞는 다양한 동작을 취했다. 한 수련생은 눈을 감고 천장을 바라봤고 다른 수련생은 상체를 숙이고 손가락을 발가락에 대었다. 또 급수가 높은 한 수련생은 물구나무서기를 했다. 평소 불면증으로 고생했던 신주자(65)씨는 “사업이 여러 차례 부도나 신경이 예민해져 수시로 새벽에 잠을 깨고 가슴이 막혀 호흡이 잘 안 됐는데 단전호흡을 배운 뒤 모두 없어졌다.”면서 밝은 표정을 지었다.70대의 한 할아버지는 단전호흡을 한 뒤 젊어졌다고 말했다. 강인배(72)씨는 “감기와 관절염, 요통 등 때문에 수시로 병원에 다녔는데 단전호흡을 배운 지 2년이 됐는데 예전에 비해 병원 가는 횟수가 3분의1로 줄었다.”면서 “온 몸에 활기를 느껴 다시 젊어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이 든 어른한테 단전호흡을 추천하는 게 효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요가·단전호흡이란?요가란 동작과 호흡, 의식집중을 통해 근육을 부드럽게 하고 불균형한 자세를 좌우 균형이 맞게 잡아준다. 호흡을 통해 불수의근인 내장계와 신경계를 안정시키고 호르몬 분비를 촉진시킨다. 따라서 요가를 하면 몸이 유연해지고 신경계가 안정돼 심리적으로 여유가 생긴다. 특히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은 가장 효과를 본다. 또 자세가 바로잡혀 소화가 잘 되고 호르몬 분비가 잘 돼 각종 질병 치료에 좋다. 단전호흡이란 행공을 통해 단전에 기를 모으고 기가 흐르는 경과 혈을 뚫어 온 몸의 말초신경까지 에너지를 보내는 것이다. 몸에 기를 충전하고 기가 맥을 통해 흐르면 저항력과 항병능력이 강화돼 질병을 예방하고 지병을 퇴치시켜 건강해진다. 또 충전된 기로 마음이 안정되고 감정이 순화돼 역시 잠을 푹 자고 활기도 찾는다. ■ 이색 프로그램 구청마다 ‘풍년’ 22일 오전 10시30분 서울 광진구 구의동 광진문화원 경락마사지 교실. 장매화 선생님이 침대에 누운 주부의 골반을 두 손으로 누른다. 주부 20여명이 필기를 하며 장 선생님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힘을 약간 싣고 누르듯 돌려주세요. 허리쪽으로 올라가시면 안 됩니다. 꼬리뼈 중심을 어루만지는 느낌으로 옆구리까지 문지르세요.” 주부들은 손모양을 흉내내며 따라해 본다. “두드릴 때도 가볍게, 45도 각도로 비스듬하게 치세요. 세게 친다고 시원하지 않습니다.” 시범이 끝나자 실습에 들어갔다. 삼삼오오 무리를 이뤄서 번갈아 가며 배운 대로 따라한다.‘아프다.’고 장난치면서도 골반을 마사지하는 손길이 야무지다. 경락마사지 교실은 일주일에 한 차례씩 3개월 동안 진행된다. 수강료는 5만원. 그러나 대부분 재수강한다. 마사지가 손에 익숙해질 때까지 연습하고 또 연습하기 위해서다. 송미화(46)씨는 경락마사지가 가족을 화목하게 한다고 말했다.“지친 남편과 아이들에게 마사지를 해주니까 너무 좋아해요. 피로가 확 풀린다고 하네요.” 허춘강(64)씨는 사위에게 마사지를 해줬더니 관계가 더 돈독해졌다고 자랑이다.“몸이 얼마나 신비한지. 마사지와 더불어 우리 몸 구석구석을 배우니까 재미나죠.” 꾸준히 얼굴 마사지를 했더니 표정도 밝아지고, 혈색도 좋아졌단다. 성신여대, 원광대학교 등에서 강의하는 장 선생님은 “복부·하체비만이나 어깨·두통·허리통증 등 주부의 고민거리를 해결할 마사지를 주로 강의한다.”고 설명했다. 근육이나 경혈을 풀어주는 방법이라 무리하게 마사지를 하지 않도록 늘 주의를 기울인단다. ●이색 프로그램 풍성 웰빙열풍에 부응하기 위해 구청들이 앞다퉈 이색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광진구의 경락마사지와 귀반사이형요법, 발마사지 등이 대표적이다. 마포구는 스킨스쿠버 강좌를 마련한다. 물이 그리워지는 5∼7월 매주 토요일 낮 12시∼오후 5시에 진행된다. 교육기간은 한달이다.2호선 삼성역 인근 프리존 다이빙센터 5m풀에서 열리며 교재비 2만원과 입장료, 공기통 사용료를 내야 한다. 수영과 배드민턴, 수영과 골프 등 운동을 묶은 ‘1+1 프로그램´도 내놓았다. 구로구도 레슬링과 다이어트를, 인라인스케이트와 몸짱 만들기를 합쳤다. 송파구는 킥복싱을 활용한 다이어트 프로그램과 밴드를 이용한 스트레칭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본래 운동선수가 경기 전후에 근육 긴장을 풀려고 활용하던 밴드를 일상체조에 응용한 것이다. ●춤의 변신은 무죄 댄스 프로그램도 무척 다양하다. 강남구는 한국무용, 스포츠·재즈·차밍·라틴댄스를 운영한다. 동대문구는 넷째주 토요일에 부부댄스스포츠, 벨리댄스, 나이트방송댄스 등을 무료로 진행한다. 서대문구는 직장인을 위해 토요일 벨리댄스, 댄스스포츠교실을 운영한다. 또 탈춤을 생활체조에 접목한 덩더쿵 체조, 우리춤체조, 실버체조를 마련, 어르신의 건강을 돌보고 있다. 금천구는 유아발레, 어린이 재즈 등 어린이 프로그램을 진행, 인기를 얻고 있다. 독산1동 주민자치센터에서 마련한 색소폰교실도 이색적이다. 영등포구는 성인 남성요가 교실을 시작했다. 요가를 배우고 싶어도 여성들이 많아서 참여를 망설였던 남성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성동구는 관상학교실을 매주 월요일 오후 6시부터 3시간씩 진행한다. 세상을 사는 지혜와 처세술을 강의한다. 또 연기에 관심이 많은 고교생을 위해 연기교실도 열었다. 탤런트 정기성씨가 신체훈련 및 연기술을 강의한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청소년 약물남용’ 학술대회

    한국범죄학회(회장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25일 오후 2시 경기대에서 ‘경찰활동, 청소년 약물남용, 보호관찰제도’를 주제로 정기학술대회를 개최한다.
  • [생각나눔] 청계천 가로수 ‘불면의 고통’

    “언제쯤 불면의 고통을 벗을 수 있을까요.” 저는 바로 지난 4개월 동안 화려한 불빛으로 여러분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던 서울 도심의 청계천변 가로수입니다. 청계광장 모전교에서 다산교까지 3.4㎞에 심어진 1451그루 나무들 가운데 하나지요. 제 이름은 이팝나무랍니다. 저도 이 자리를 빌어 하소연 한가지 하렵니다.●제 하소연 좀 들어보세요 지난 겨울을 돌아보면 힘들었지만 저를 보며 즐거워하는 사람들 덕분에 무척 행복했습니다. 저는 지난해 9월 청계천 개장때 묘목장에 있다가 이곳에 왔습니다. 묘목장에 함께 있던 친구들은 “촌놈이 출세했다. 도시에 가면 사람들에게 꽤나 인기를 끌겠다.”며 부러워했지요. 무척이나 기뻤습니다. 공기는 좀 나쁘지만 바쁜 시민들에게 휴식을 제공한다는 보람도 컸지요. 그런데 저에게 고통이 시작된 것은 지난해 12월 갑자기 ‘루미나리에’ 축제가 시작되면서입니다. 어느날 갑자기 사람들이 크레인을 제 옆에 세우더니 몸을 전선으로 칭칭 감더군요. 그때만 해도 그것이 그렇게 버거운 줄은 몰랐어요. 제몸엔 수십가닥의 전깃줄과 수천개의 꼬마전구가 지금도 매달려 있지요.‘전기위험, 손대지 마시오’란 꼬리표도 달고 있답니다. 축제가 시작되고 전등에서 불이 들어오자 온몸이 뜨거워지고, 밤잠을 이룰 수 없을 만큼 힘겹더군요. 그래도 참았습니다. 제몸에 켜진 불빛을 보며 즐거워하는 사람들을 보며 그래도 보람을 느꼈지요.“축제가 끝날 때까지만 참고 견디자.”며 힘들 때마다 마음속으로 여러번 다짐했지요.●제 몸의 전깃줄을 풀어주세요 드디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왔습니다. 청계천 변에 세워졌던 화려한 루미나리에가 하나둘씩 철거됐습니다. 그때 제몸의 전선도 풀리는 줄 알았지요. 그러나 웬걸요. 그 이후 한달이 지나도록 감감 무소식입니다.예전같이 사람들이 보러오지도 않고, 즐거워하지도 않는 데 말입니다. 특히 요즘에는 봄나들이를 나온 사람들은 저를 보고 “불쌍하다. 축제가 끝난지 언제인데 아직도 전선을 몸에 칭칭 감고 있냐.”며 혀를 끌끌 찬답니다. 아이들도 “엄마, 저 나무는 새싹을 못피우는 가짜 나무냐.”며 묻곤 한답니다. 이 분야 전문가이신 이명훈 동국대 식물자원학과 교수님께서는 “나무가 종일 빛을 쬐면 개화시기가 변하거나 생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답니다. 저도 제가 봄을 맞아 새잎을 피울 수나 있을지 궁금하답니다. 그런데도 서울시건설안전본부 사람들은 “조만간 철거하겠다.”는 말만 되풀이 할 뿐 감감 무소식입니다. 겨우 22일에야 제몸에 켜진 불을 껐답니다. 그것도 누군가 따지고 물어보니까 말입니다. 여러분, 청계천에서 불빛 대신 파란 새싹을 피워 여러분을 즐겁게 해줄 수 있도록 제몸에 휘감긴 전깃줄과 전구가 하루빨리 떼어지도록 도와주세요.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20&30] 30대 교수 4인의 강의생활·포부

    [20&30] 30대 교수 4인의 강의생활·포부

    남들은 대학 다닐 나이에 벌써 교수의 반열에 오른 2030들이 있다. 그들에게 희끗한 머리와 근엄한 자태는 없지만, 비슷한 연배의 2030 제자들과 통(通)한다는 장점만큼은 확실하다.2030 교수들은 젊은 나이에 교수가 된 데 대해 하나같이 “운이 좋았다.”고 겸손해했다. 그들의 눈빛은 학문에 대한 열정으로 빛났고, 가슴은 제자에 대한 사랑으로 충만했다. 우리 주변의 형·오빠, 언니·누나 같은 젊은 교수들의 학교생활 이야기를 들어본다. ■ 이철한 조교수(33) “일찍 교수가 됐다고 군 면제라고 의심하지 마세요. 군 복무 성실히 한 예비역 육군 중위입니다.” 동국대의 최연소 이철한(33·광고홍보학과) 조교수는 지난해 임용됐다.1996년 연세대를 졸업한 뒤 미국 시러큐스대와 미주리 주립대 등에서 석·박사 공부를 했다. 적은 나이에 일찍 교수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자기의 전공인 광고홍보학이 비교적 역사가 짧기 때문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이 교수는 젊은 교수의 가장 큰 장점으로 학생들과 잘 통한다는 점을 꼽았다. 교수도 학생들의 생각을 잘 알고 있을 뿐 아니라 학생들도 교수가 어떤 의도로 수업을 진행해 나가는지 서로 이해가 빠르다는 것이다. 단점으로는 경험 부족을 들었다. 실제로 ‘우리 교수가 경험이 부족해 수업을 잘 못하지 않을까.’우려하는 학생들이 없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수업준비를 더 열심히 하게 만드는 자극제가 된다. 그는 ‘부드러운 리더십’을 강조한다. 어린 나이이기 때문에 교수의 권위만 강조하다 보면 자칫 학생들과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못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수로서 권위에는 많은 신경을 쓴다.‘부드러운 리더십’은 교수로서의 권위를 지키면서도 ‘권위적’이 되지는 않겠다는 의지다. 그는 머릿속에 2년 후 자기 모습을 그리며 꿈을 키워왔다. 교수에 임용되기 2년 전에도 ‘2년 후의 나’는 교수였다. 이 교수가 그리는 2년 후가 궁금하다.“2년 뒤 저보다 더 젊은 교수들과 함께 지금보다 더 활기찬 동국대를 만들고 있겠지요.”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고원건 조교수(32) “남들이 복학생인 줄 알아요.” 연세대 화학공학과 고원건(32) 조교수는 최연소 교수로서 외모 때문에 겪는 당혹스러운 경험이 많다. 하지만 그것은 인기가 많다는 얘기와 같은 맥락에 있다. 지난해 9월 모교에 임용된 고 교수는 “복학생이나 대학원생처럼 보이는 외모 때문에 가끔 해프닝이 벌어진다. 하지만 “예상치 않게 ‘오빠’나 ‘형’으로 불려도 그리 나쁘지 않다.”면서 웃음을 터뜨렸다. 고 교수가 지금까지 학교생활 하면서 가장 기억나는 해프닝은 역시 호칭에 관한 것이다. 얼마 전 신입생 환영회 때 한 어린 여학생이 교수인 줄 모르고 친해지기 위해 “오빠!”라고 불렀던 적이 있었다. 교수가 된 뒤 처음 겪은 일이어서 조금 당황스러웠다. 수업시간에 질문을 받고 있는데 뒤에서 고등학교 후배가 오랜만에 만난 선배를 보고 “원건이 형”이라고 불러 강의실에 웃음보가 터지기도 했다. 고 교수는 “나이가 어린 만큼 권위적이지 않고 편안한 교수가 되려고 한다. 그래서 강의 5분 전에 교실에 들어가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고 자주 접촉한다.”고 말했다. 그는 연세대에서 석사까지 마친 뒤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최근 한국에 바이오생명공학(BT) 열풍이 불면서 남보다 일찍 교수로 임용됐다. 그는 빨리 교수가 된 데 대해 “운이 좋았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인다. 그는 “앞으로 바이오센서와 조직공학쪽으로 계속 연구하고 인공 각막을 대량 생산할 수 있도록 힘을 쏟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김애화 조교수(31) 단국대 특수교육과 김애화(31·여) 조교수는 2003년 6월 모교 교수가 됐다. 만 28세로 93학번. 워낙 젊은 나이에 교수가 돼 3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학내 최연소 교수다. 학부 졸업후 텍사스 주립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고 미국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다가 모교로 왔다. 김 교수는 젊은 교수의 장점으로 적극성과 집중력을 꼽는다. 스스로 “목표를 세우면 집중해서 적극적으로 임한다.”고 평가한다. 이 때문에 주변사람을 피곤하게 만들기도 한다고. 단점으로는 필요 이상으로 솔직하다는 것을 들었다.“살아가다 보면 솔직하지 않을 때도 필요한데 아직 인생 경험이 적어서인지 그런 게 참 어렵네요.” ‘어린 여교수’라 에피소드도 많다. 얼마 전 대학원 신입생 환영회 때 신입생과 교수들이 둘러앉아 소개하는 시간이 있었다. 이 자리에서 대학원 대표가 김 교수를 학생으로 착각해 “교수님들께 자기소개하세요.”라고 말하는 해프닝이 있었다고 한다. 학부에서는 첫 수업에 들어가면 학생들이 조교가 들어왔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 “오늘 교수님 안 오시나봐.”라고 수군거리기도 한다. 사실 이런 해프닝들이 크게 싫지는 않다. 오히려 학생들에게 건전한 자극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후배들, 특히 여학생들에게 제가 하나의 모델이 됐으면 해요. 저를 보면서 좀 더 큰 꿈을 꾸고 더 큰 목표를 설정할 수 있었으면 하는 거죠.” 김 교수는 여행을 좋아한다. 특히 국내 절이란 절은 다 찾아 다녔다. 산사(山寺)여행을 끝낸 뒤에는 미국을 시작으로 터키·캄보디아·태국 등을 돌기도 했다. 다음 목표는 아프리카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정주원 전임강사(31) 정주원(31·여·해부학) 전임강사는 삼일절인 지난 1일 2년간의 미국생활을 마치고 경희대 의대 교수로서 고국 땅에 돌아왔다. 부산대 분자생물학과 93학번으로 모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뒤 2004년 6월 미국 하버드대 의대 매클린병원의 포스트닥터로 일하다가 임용됐다. 적은 나이에 의대 교수로 임용된 비결에 대해 “학부를 4년 만에 졸업하고 석·박사 학위를 받는 동안 쉬지 않고 좋아하는 일을 하려고 애쓴 것 외에는 딱히 떠오르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교수 임용 이후 첫 학기라서 아직 학생들을 많이 접할 기회가 없었다. 솔직히 말해 아직은 약간 서먹서먹하다. 해부학 실습에 집중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방해가 될까봐 말을 잘 걸지도 않는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어떤 교수로 다가갈까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학생들이 공부하는 분야에 대해 열정적이란 인상을 받았어요. 저처럼 나이가 젊은 교수가 다가간다면 일단 학생들과의 인식차이는 적을 것 같아요.” 정 교수는 학생들에게 방향을 제시하는 이정표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어떤 분야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이 잘 커갈 수 있도록 다잡아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진정으로 교수가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실험과 연구를 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이 저 자신을 위해서도 그렇지만 연배 비슷한 제자들을 위해서도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정 교수는 “어떤 교수로 이름을 남기기보다는 나의 연구분야에서 인정을 받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아직 미혼이다. 김준석기자 hermes@seoul.co.kr
  • 사립대 4곳중 3곳 예산공개 안해

    올해부터 사학법인 및 학교 회계의 산출근거까지 대학 홈페이지에 공개하도록 법령이 개정됐지만 이를 지키는 사립대는 4곳 중 한 곳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15일 한국대학교육연구소가 수도권 지역 학생 정원 1만명 이상 대학 25곳을 조사한 올해 예산 공개 현황에 따르면 예산 총칙과 산출 근거, 부속 명세서 등을 모두 홈페이지에 공개한 대학은 가톨릭대와 건국대, 서강대, 숭실대, 한국외국어대, 홍익대 등 6곳에 불과했다. 경원대, 경희대, 고려대, 국민대, 단국대, 동국대, 명지대, 상명대, 성균관대, 성신여대, 세종대, 수원대, 숙명여대, 아주대, 연세대, 이화여대, 인하대, 중앙대, 한양대 등 19곳은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특히 동국대와 성균관대, 세종대, 연세대, 중앙대 등 5곳은 학교, 법인, 수익사업체 등 모든 회계의 산출근거를 공개하지 않았다. 교육부는 사학 회계의 투명성과 책무성을 높이고 학생과 학부모의 알 권리를 만족시키기 위해 지난해 ‘사학기관 재무·회계규칙’과 ‘사학기관 재무·회계규칙에 대한 특례규칙’을 개정, 올해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예산서를 부속 명세서를 포함해 회계연도 개시 5일 이전까지, 결산서는 감사보고서를 포함해 회계연도 종료 후 3개월 이내에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1년 동안 공개해야 다.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구청장 현장인터뷰] 박장규 용산구청장

    ‘40여년 동안 ‘무지한 언행’을 참느라 고생했습니다. 앞으로 당신이 원하는 것을 채우려 노력하며 살겠습니다. 그러지 못할 때는 사과하겠습니다. 과거의 잘못을 용서해 주시기를….’(너무 부족한 남편으로부터) 박장규(71) 용산구청장은 ‘연서’를 가슴에 품고 다닌다. 공연히 울화통이 치밀어 아내에게 불만을 쏟아내고 싶어지면 편지를 꺼내 읽는다. 그러면 옹졸한 마음이 풀어지고, 아내가 한없이 안쓰러워진단다. 지난해 봄 부부학교에 참가해 편지를 쓸 때 살아온 날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 그는 울고 또 울었다. “건설업체를 시작할 때 아내는 늘 돈을 꾸러 다녔습니다. 체면 때문에, 남에게 싫은 소리 듣기 싫어 아내를 앞장세웠죠. 그 세월이 15년입니다.” 그때 일을 생각하면 고마움에 하루에도 열 번씩 아내에게 절을 해도 모자란다. 그러나…. “사람이 얼마나 간사한지, 사업이 잘되니까 아내 공을 까맣게 잊어버렸습니다. 내가 잘나서 성공했다고 생각했죠.”편지를 작성하며 수십년간 묵묵히 곁을 지켜준 아내가 새삼 고마웠다. 너무 늦게 깨달은 게 아닌지 사무치게 가슴 아팠다. ●가정평화 아내존중에서 출발 그후 박 청장은 변했다. 출근할 때 아내와 입맞추고, 낯간지러운 칭찬도 곧잘 한다. 한발 더 나아가 가정평화 유지군으로 나섰다. 일년에 10여 차례씩 민방위·예비군훈련에 강사로 참석, 아내사랑을 강조한다. 아내를 존중하고 아끼면 가정이 평화로워진다는 논리다. ‘아내에게 항상 져라.’‘아내의 바람을 이행하고, 그러지 못하면 사과하라.’‘울화통이 치밀면 참아라.’ 체험이 묻어나오는 박 청장의 조언은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었다. 또 숙명여대와 자매결연을 맺고 ‘건강가정지원센터’를 열었다. 여성아카데미를 통해 여성이 능력을 계발하고 권익을 향상하도록 돕는 것. 용산구는 지난해부터 2010년까지 매년 5억원씩, 모두 30억원을 여성발전기금으로 조성한다. “우리나라 여성 권익은 중동보다 조금 나은 수준입니다. 노르웨이나 핀란드, 스웨덴과 비교하면 부끄럽습니다.600년간 유교문화가 지배한 나라지만, 이제 남녀평등 시대로, 여성이 남성만큼 존중받는 시대로 변해야 합니다.” 고희(古稀)가 넘었지만 생각은 이십대 못지않게 젊었다. ●아이들 위한 장난감도서관 개관 지난 10일 지하철 6호선 삼각지역에 개관한 장난간 도서관 ‘용산아이노리 장난감 나라’도 가정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기획했다. 나라가 튼튼해지려면 아이를 많이 낳아 키워야 하는데 사회 환경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한다는 인식에서다. 박 청장이 개관식장으로 들어서자 박수가 터져나왔다. 도서관은 연면적 87평. 장난감 1500점과 도서, 비디오 500점이 전시돼 있다. 중고품을 기증받아 종류를 늘려나갈 방침이다. 연회비는 2만원이며 가족당 두 개씩 일주일 동안 빌릴 수 있다. 회원수가 이미 1000명을 넘어섰다. 도서관 천장은 푸른 하늘에 흰 구름이 떠가듯 넘실거렸다. 동화책 주인공들이 화려한 색감을 뽐내며 벽면에서 뛰어놀았다. 여기저기 달린 풍선을 잡느라 아이들은 신이 났다. 이곳을 찾은 어머니들이 “꼭 필요한 도서관이 생겼다.”고 칭찬하자, 박 청장은 “이제 마음껏 아이를 낳으라.”는 덕담을 건넸다. “앞으로 구립 어린이집을 많이 세울 겁니다. 재정이 마련되면 그것부터 시행할 계획입니다. 마음 놓고 맡길 곳이 생기면 여성이 고민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겠습니까.” 박 청장의 가정평화 행군은 오늘도 계속된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출생 1935년 충북 청원 ▲학력 동국대 법학과 졸업, 명지대 행정학 박사 ▲약력 임광토건 전무이사, 남양진흥기업 이사, 동영개발 사장, 용산구의회 초대 도시건설 상임위원장, 용산구의회 초대 부의장, 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 용산구협의회장, 용산구의회 제3대 의장, 한·중 합자 범아 보석공사 이사장(현), 용산구 충청향우회 회장(현) ▲가족 아내 임숙희씨와 1남 2녀 ▲기호음식 된장찌개 ▲좌우명 노력하라, 그러나 결과는 논하지 마라 ▲주량 소주 2잔 ▲애창곡 타향살이 ▲취미 등산
  • [사회플러스] 강정구 직위해제 무효 가처분 기각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부장 송진현)는 동국대 강정구 교수가 자신을 직위해제한 대학 이사회 결정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낸 가처분신청을 기각했다고 7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사회 결정에 하자가 없다.”며 이같이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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