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김태준·소재영 엮음
“세계인이 되기 전에 먼저 조선인이 돼라, 조선을 구함으로써 세계를 구하라. 사람이 사람이냐, 사람이어야 사람이다.”(최현배)
“어려운 때일수록 자기를 지킬 수 있어야 해. 나는 말이네, 소설도 예술이라는 것을 끝까지 해 보이는 마지막 작가로 남고 싶네.”(황순원)
스승을 잃어버린 경박의 시대, 가르침을 잃어버린 부박한 시대. 젊은 독자들에게 큰 울림으로 사제의 정을 일깨워주는 책이 나왔다.
‘스승’(김태준·소재영 엮음, 논형 펴냄)에는 주시경, 한용운, 신채호, 정인보, 최현배, 함석헌, 조지훈, 황순원 등 한국 근현대사를 움직인 ‘큰바위 얼굴’ 27인이 등장한다. 그들을 불러낸 것은 그들 가르침을 삶의 부표 삼아 한평생 오롯이 학문의 길을 걸어온 학자 27명. 홍일식 전 고려대 총장, 성백인 서울대 명예교수, 김태준 동국대 명예교수, 김병민 중국 옌볜대 총장, 전상국 강원대 명예교수 등이다. 권재일 서울대 언어학과 교수에게 주시경(1876∼1914)선생은 그대로 인생의 등불이었다. 우리말글을 한평생 사랑했던 선생의 삶과 학문을 돌아봤다. 독립기념관 어록비에 담긴 선생의 글이 새삼 빛을 낸다.“글은 말을 담는 그릇이니, 이지러짐이 없고 자리를 반듯하게 잡아 굳게 선 뒤에야 그 말을 잘 지키나니라.” 김태준 동국대 명예교수는 무애 양주동(1903∼1977)선생을 회억했다. 자칭 타칭 ‘인간국보 1호’란 별칭으로 국학의 스승으로 살다간 그를 (동국대)은사로 만난 김 교수는 “그 천재일우의 인연 덕분에 겁없이 문학을 공부하는 즐거움에 몸을 맡길 수 있었다.”고 적었다. 얼굴 가득 웃음을 띠고 허스키한 목소리로 토해내던 선생의 강의는 언제나 정열에 차고 신명에 넘쳤다고 회고했다.
전상국 강원대 명예교수, 홍일식 전 고려대 총장의 기억 속에서 소설가 황순원, 시인 조지훈이 뚜벅뚜벅 큰 발자국 소리를 내며 걸어 나왔다.1만 40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