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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대 양당 살렸던 ‘김종인 효과’…제3지대에서도 통할까

    거대 양당 살렸던 ‘김종인 효과’…제3지대에서도 통할까

    4·10 총선에서 개혁신당의 공천을 이끌게 된 김종인 공천관리위원장이 이번에도 ‘정치권 구원투수’로 성공할지 관심이 쏠린다. 개혁신당은 김 위원장이 과거 총선에서 위기에 빠진 거대 양당을 승리로 이끈 경험을 재연하길 기대하지만, 이보다는 여당의 ‘공천 파동’ 여부에 운명이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26일 공천관리위원 선임 완료와 함께 첫 회의를 열고 로드맵을 밝히기로 했다. 앞서 이준석 대표가 김 위원장을 영입하려 ‘삼고초려’에 가까운 노력을 했고, 김 위원장의 정치적 중량감 등을 감안할 때 사실상 전권 행사가 예상된다. 김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높았던 2011년 12월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의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으로 합류해 보수 진영에선 파격적인 ‘경제 민주화’ 아젠다를 꺼내 승리를 이끌었다. 2016년에는 진영을 옮겨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의 비대위원장으로 ‘이해찬·정청래 컷오프’로 대표되는 ‘혁신 공천’을 내세워 승리했다. 하지만 이번 구원 등판은 당시와는 다르다는 분석도 많다. 거대 양당은 견고한 조직과 단단한 ‘콘크리트 지지층’을 보유해 ‘확장 전략’을 펴는 게 가능했지만, 신생인 개혁신당은 지지 기반이 약하다는 것이다. 중도층을 집중 공략해 ‘51대 49로 승리한다’는 김 위원장 식의 차별화 전략이 빛을 보기 힘들다는 의미다. 당내 한 인사는 통화에서 “이낙연 새로운미래 대표와의 결합이 좌절된 이유도 ‘정치적 지향점에서의 차이’가 가져온 신뢰의 상실인데, 김 위원장이 공천을 통해 선보일 파격적 인물 또는 아젠다가 또다시 당내 마찰을 불러일으키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고 우려했다. 특히 여당에서 아직 공천 파동으로 탈당 인사들이 나오지 않으면서 이른바 ‘낙천자 이삭줍기’가 예상보다 힘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따라서 이준석 대표와 김 위원장이 당내 분란을 최소화하는 리더십과 함께 지지율 제고를 위한 확실한 ‘모멘텀’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김 위원장 선임은 개혁신당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카드지만, 문제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겠냐는 것”이라며 “여론이 썩 좋은 편이 아니어서 지지율이 적어도 한 자릿수 후반까지 갈 수 있는 모멘텀을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라고 했다.
  • 정부, 의대 정원 배정 착수…비수도권 증원 규모 관심 집중

    정부, 의대 정원 배정 착수…비수도권 증원 규모 관심 집중

    3월까지 배분 규모 결정할 듯 정부가 2025학년도 전국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기로 한 가운데 증원된 정원을 각 의대에 배정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비수도권 의대를 중심으로 인원을 배정하되 각 대학의 수요와 교육 역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다는 방침이다. 25일 교육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2일 전국 40개 의대에 다음 달 4일까지 증원을 신청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현재는 ▲비수도권 의대 중심 집중 배정 ▲각 대학의 제출 수요와 교육 역량 ▲소규모 의과대학 교육역량 강화 필요성 ▲지역 의료 및 필수 의료지원 필요성 등 기본 배정 원칙만 마련된 상태다. 교육부는 수요 조사와 함께 보건복지부와 협의해 배정 세부 원칙을 조율하고, 각 대학에 증원된 정원을 할당할 배정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다. 복지부가 다음 달까지 의대 증원분의 학교별 배분을 마쳐 4월 총선 전에 확정하겠다고 밝힌 만큼 배정 작업은 빠르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비수도권 의대 집중 배정’ 원칙을 여러 차례 강조한 만큼, 가장 관심이 쏠리는 것은 비수도권 의대에 배정될 증원분이다. 현재 전국 40개 의대 정원 3058명 가운데 비수도권 의대 정원은 27개교, 2023명(66.2%) 규모다. 교육계와 의료계에서는 비수도권 의대 가운데에서도 소규모 의대를 중심으로 증원이 많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비수도권 의대 중에선 건국대(충주)·대구가톨릭대· 을지대·울산대·단국대·제주대가 정원이 40명으로 가장 작다. 강원대·충북대·가톨릭관동대·동국대(경주)·건양대·동아대는 49명 수준이다. 수도권에서도 성균관대, 아주대, 차의과대, 가천대의 정원이 40명이다. 인하대도 49명으로 비교적 소규모로 분류된다. 이번 의대 증원이 지역 의료여건 강화 차원에서 이뤄지는 점을 고려하면, 지역 인재 전형을 60% 이상 끌어올리는 대학이 유리한 배정 규모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의대 정원을 2천명 늘리겠다고 발표하면서 “비수도권 의대에 입학 시 지역인재전형으로 60% 이상이 충원되도록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주민보다 많은 책손님… 원더풀! 기적을 인증하다 [박상준의 書行(서행)]

    주민보다 많은 책손님… 원더풀! 기적을 인증하다 [박상준의 書行(서행)]

    3만명 사는 곳, 벌써 6만 다녀가시작은 어린이 전문도서관 건립직육면체에 낮은 원통 겹친 구조책과 책 사이 거니는 ‘서가 산책’열람석 어디서든 도서관 한눈에갤러리 복도 걸으며 정원 감상도XR-뮤지엄 메타버스로 작품 탐방 연초부터 스타필드 수원이 화제다. 개장 열흘 만에 약 84만명이 방문했다. 별마당도서관은 그 상징이다. 22m 높이의 웅장한 서고 사진이 소셜미디어(SNS)를 가득 채운다. 쇼핑몰 한가운데 도서관이 들어서는 건 참 반가운 일이다. 그럼에도 이를 ‘기적’이라 부르지는 않는다. 강원 인제 기적의도서관은 지난해 6월 문을 열었다. 개관 6개월 만에 5만여명이 다녀갔다. 인제군 인구는 2024년 1월 기준 3만 2004명이다. 기적의도서관은 2003년 책읽는사회문화재단이 MBC 프로그램 ‘느낌표’와 시작한 어린이 전문도서관 건립 사업이다. 설립 취지는 ‘이 나라의 모든 어린이는 밝게, 바르게, 자유롭게 자랄 권리를 갖습니다’로 시작한다. 무려 21년째 진행형이다. 인제는 도서관에 관한 열일곱 번째이자 강원도 첫 기적의 땅이다.●별마당도서관도 부럽지 않아 인제 기적의도서관 홈페이지는 매일 ‘오늘 마주친 한 구절’을 제공한다. 이날은 ‘모든 것은 그 자리에’(올리버 색스 지음, 알마)의 한 구절이 올라와 있었다. 2018년 ‘뉴욕타임스’에 “삼청공원 숲속 도서관에서 혁신의 미래를 보았다”라고 기고했던 바로 그 작가의 책이다. “나는 도서관에서 자유를 만끽했다. 수천 권, 수만 권의 책들을 마음대로 들여다보고, 마음대로 거닐고, 특별한 분위기와 다른 독자들과의 조용한 동행을 즐겼다.” 도서관 여행 즐기는 법으로 삼아도 좋을 문장이다. 도서관이 주는 첫 번째 기쁨은 원하는 책을 마음껏 볼 수 있는 자유다. 이는 책과 책 사이를 거니는 서가 산책에서 출발한다. 도서관을 어슬렁대는 일은 목적이 없어도 느슨하고 여유롭다. 그래야 한다. 풀꽃을 들여다보듯 눈길 끄는 책의 책장을 넘기고, 다른 이들은 무엇을 발견했나 슬쩍 제목을 훔쳐보기도 하면서. 그러다 책 한 권을 쥐고 앉아서는 나 또한 조용히 그들의 동행이 된다. 인제 기적의도서관의 공간 구성은 도서관 산책의 소소한 행복을 더해 준다. 도서관을 설계한 이상윤 건축가와 지안건축의 솜씨는 한국문화공간상 도서관 부문 수상으로 이미 증명됐다. 건물은 가로가 긴 직육면체 가운데 낮은 원통을 겹쳐 놓은 형태다. 원통은 종합자료실과 동아리실, 스튜디오 등이 모여 있는 도서관의 심장이다. 1층은 도서관 바깥으로 링 형태의 갤러리 복도가 있고, 2층은 도서관 안쪽으로 열람석과 서가가 크게 원을 그리며 띠를 두른다.건물 좌우 날개 역할을 하는 직육면체 공간은 갤러리 복도를 따라 이동한다. 갤러리라는 이름이 붙은 건 도서관 정원과 자연의 계절이 바뀌는 걸 감상하면서 걷고, 그때 안쪽 벽으로 ‘인제의 자연’과 ‘인제의 미래’를 주제로 한 영상이 흐르기 때문이다. 동쪽 어린이실은 도서관 안의 도서관이다. 어깨동무담이 있는 야외 데크로 나가는 출입구가 따로 있다. 데크에 앉아 볕을 쬐며 책을 읽는 봄날의 아이들이 그려진다. 서쪽 몰입형 미디어아트실 역시 아이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책 하늘 내린 인제 글로 설명하니 공간의 연결고리가 잘 보이지 않을 거다. 무책임한 말처럼 들리겠지만 가서 보면 안다. 기적의도서관은 2003년부터 ‘건축 부문에서 우리 사회가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모델의 공간 구조’를 끊임없이 제시해 오지 않았던가. 특히 2층 원형 서가에서는 누구라도 잠깐 멈춰 서기 마련이다. 도서관은 바닥부터 천장까지 열린 구조다. 가운데 계단식 열린 극장과 열람석이 지하 1층에서 2층까지 공간의 축을 만들며 개방감을 이끈다. 좌우로는 신전처럼 높은 기둥이 일렬로 늘어선다. 스타필드 수원 별마당도서관의 절반 높이밖에 되지 않는 11.55m이지만 그 못지않게 웅장하다. 열람석 어디에서든 도서관이 한눈에 들어온다. 무엇보다 이곳은 ‘하늘 내린 인제’의 도서관이다. 투명한 그리드 천장에서 넉넉한 자연광이 내린다. 시시각각 변하는 그림자를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태양열 전지판의 격자 문양이 지속가능성을, 이곳이 내린천을 지켜 낸 고장 인제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그러고 보니 인공조명조차 많지 않다. 햇살을 빌려 읽는 책들은 활자에 생기를 불어넣고 읽는 이의 상상으로 피어난다. 그래서 인제 기적의도서관 슬로건이 ‘시간을 넘어 무한한 상상’인지도.●청구기호 없는 10년의 추천 도서 도서관 산책을 끝내고 숨을 돌릴 때쯤, 이번에는 개방감에 취해 보지 못했던 서가의 특이한 점이 보인다. 칸칸을 채운 건 말할 것도 없이 책이다. 하지만 위쪽의 책들은 청구기호가 보이지 않는다. 책등에 붙어 책의 위치를 알려 주는 ‘670.4-이82ㅅ’ 같은 스티커 말이다. 인제 기적의도서관 1층 서가 3~4단을 채운 책들은 지난 10년간의 세종도서다. 세종도서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추천 도서다. 그 제목을 살피는 것만으로 지난 10년간의 양서 목록을 훑어 볼 수 있는 셈이다. 낡고 바랜 책은 손이 닿지 않는 위치이지만 플라스틱 표지함이 아닌 온전한 책으로 자리해 반갑다. 그러다 불쑥 끼어드는 몇몇 문장들 앞에서 또 걸음을 멈춘다. 정수기 옆에, 2층 인제니아 뒤편 벽에, 알콩달콩열람석 등받이에 숨은 그림처럼, 아마 마저 찾지 못한 숨은 문구가 더 있을 것이다.‘책 읽어라 그래야 잔소리 안 듣는다. 정예원 2023.2.16’ ‘굳게 닫힌 책은 냄비 받침에 불과하다. 차정민 2023.1.31’ 이 말들의 주인공인 정예원과 차정민은 누구일까. 스마트폰을 꺼내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 이름이다. 그럴 수밖에. 예원과 정민은 인제에 사는 중학생이다. 인제 기적의도서관은 건립 과정에 청소년준비단이 참여했다. 동아리 스튜디오의 이름과 테마 색깔도 그들이 정했다. 위대한 작가들과 어깨를 견주는 ‘명언’ 역시 마찬가지다. 자신들이 원하는 자리에 남겨져 방문자를 마중한다. 나중에 예원이나 정민이가 부모가 돼 아이와 다시 찾는다면 이 글귀는 그에게 기적의 조우와 다름없겠다.●반짝반짝 빛나는 XR뮤지엄 메타버스 공간과 예술 관련 서적이 모여 있는 예술갤러리도 눈여겨볼 만하다. 도서관 1층 한쪽에서 이미 아이들이 헤드셋을 끼고 조이스틱을 움직이며 스크린 속 구스타프 클림트의 뮤지엄을 탐방 중이다. 세계 유명 작가의 전시를 접하기 어려운 지역민과 어린이들에게는 이 또한 작은 미술관 역할을 한다. 그곳에서 음악책 한 권을 챙겨 들고는 계단 열람석으로 이동한다. 커다란 강의실 같기도 한 자리는 이국의 도서관을 닮았다. 파르테논신전이나 콜로세움도 생각난다. 얼마간은 긴장을 푼 채로 눈앞에 펼쳐진 거대한 서가를 마주한다. 책의 신전이지만 책을 다루지 않는 시간이 좋다. 그리고 나의 ‘조용한 동행’들 곁에서 책장을 넘긴다. 오늘 고른 책은 ‘소설처럼 아름다운 클래식 이야기’(이채훈 지음, 혜다)다. 손끝의 감각만으로 펼친 페이지 속, 모차르트와 클레멘티의 피아노 대결 이야기를 읽는다. 작가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해석한 모차르트와 높은 기술적 완성도를 보여 준 클레멘티의 연주를, 2016년 경기 성남아트센터에서 있었던 53개의 손가락을 가진 로봇과 인간 피아니스트의 대결에 비유해 피력한다. ‘언어의 한계 때문에 우리는 예술을 사랑하는 것이다.’ 언젠가 도서관 서가의 종이책도 태블릿으로 대체될까? 알 수 없는 일이다. 책의 각 단락에는 주제에 해당하는 클래식 음악을 QR코드로 소개한다. 모차르트 에피소드에는 피아니스트 막달레나 바체프스카가 연주한 모차르트의 ‘반짝반짝 작은 별’ 변주곡이 실렸다. 에어팟을 끼고 살짝 볼륨을 높인다. 미래는 잊고 음악에 귀를 기울인다. 머릿속 음표들이 피아노 선율을 따라 통통대며 떠다닌다. ‘반짝반짝 작은 별’이 흐르는 도서관은 ‘소설처럼 아름다운 클래식’의 풍경이다. 각자로서 책 한 권을 마주하지만 책이라는 대자연이 주는 일체감은 종이의 질감처럼 쉬이 떨칠 수 없는 도서관의 매력이다. 올리버 색스가 말한 ‘조용한 동행’의 순간이 한번 더 반짝인다. 이곳의 ‘모든 것은 (온전한) 그 자리에’ 있다. ●박인환문학관, 거리의 시인들 마침 인제 기적의도서관 옆에 박인환문학관이 있다. 또 문학관은 인제산촌민속박물관과 이웃한다. 박인환은 ‘세월이 가면’, ‘목마와 숙녀’로 잘 알려진 시인이다. 인제읍 상동리에서 태어났다. 문학관 부지가 그의 집터다. 전시실은 책방 마리서사가 있던 1940년대 서울 명동 거리를 2층 세트로 재현했다. 마리서사는 박인환 시인이 스무 살에 세운 책방으로 아내를 처음 만난 곳이다. ‘은성’은 배우 최불암씨의 어머니가 운영하던 막걸리집이다. ‘세월이 가면’이 쓰이고 노래로 만들어진 장소다. ‘모나리자 다방’은 시인이 술값 대신 맡겨 놓은 만년필을 찾아 김수영에게 선물한 에피소드가 있다. 그가 서른한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 며칠 전이었다. 야외에 조성된 시인 박인환의 거리와 조형물 또한 볼거리다. 그 가운데 ‘시인의 품’은 바람을 맞아 넥타이가 날리는 시인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동상 품 안으로 들어가면 시로 만든 노래를 들을 수 있다. 도서관과 문학관과 박물관의 정원은 등한하게 이어 걸어도 왠지 문학적이다. 뒤늦은 눈발이라도 날린다면 지난 겨울에 소소한 작별 인사를 전해도 좋겠다. “우리 모두 잊혀진 얼굴들처럼/모르고 살아가는 남이 되기 싫은 까닭이다”(박인환 얼굴) 하며. ●만해마을, 노출 콘크리트의 법당 인제를 대표하는 또 한 사람의 시인은 만해 한용운이다. 인제 백담사는 만해가 정식 출가한 고찰이다. 백담사 가는 길 북촌 변에는 동국대 만해마을이 있다. 사나흘 정도 조용히 머물다 가기에 이만한 장소도 흔하지 않다. 언뜻 불교 사찰 건축을 떠올릴 테지만 노출 콘크리트가 주를 이룬다. 불교에 조예가 깊은 건축가 김개천이 설계했다. 절제된 고요와 침묵의 힘이 느껴진다. 20년 전에 지어진 건축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만해문학박물관, 서원보전, 북카페는 꼭 들러볼 일이다. 만해문학박물관은 건물 안 로비에 해당하는 중정에서 깜짝 놀란다. 겨우내 내린 눈이 소복하게 쌓여 있다. 안 인 줄 알았는데 머리 위 하늘이 열려 안과 밖의 경계가 없다. 다른 계절이라면 미처 알지 못했을 비밀이다. 서원보전은 만해를 기리는 법당이다. 1층 필로티를 통과해 2층 측면 입구로 들어선다. 법당이라지만 가만히 제 마음을 들여다보는 명상 공간처럼 보인다. 불상이 있는 동쪽만 창틀의 격자 프레임을 달리해 눈길을 끈다. 그 너머로 솔숲의 초록 음영이 어린다. 숙소동 문인의 집 맞은편에는 북카페 ‘깃듸일나무’가 있다. ‘깃듸일’은 만해의 시 ‘생명’ 속에 나오는 시어 ‘깃들일 나무’에서 딴 이름이다. 새가 깃을 접고 쉴 수 있는 나무다. 벽면을 가득 채운 책들과 편백나무 프레임이 편안한 쉼터를 연출한다.●세상 스마트한 전망 쉼터 인제 여행의 색다른 테마로 건축 여행을 들 수 있겠다. 인제 기적의도서관과 동국대 만해마을은 건축 공간으로 상을 받았다. 만해마을에서 10분 거리에는 여초서예관이 있다. 이성관 건축가가 설계했는데 기존의 소나무 숲을 보존해 서예관의 특징을 살렸다. 이 또한 건축상을 받았다. ‘ㅁ’자의 단순한 형태인 듯하나 중첩되는 면과 틈은 건물로 써 나간 서예인 양하다. 겨울에는 기존 개울을 활용한 바닥연못을 볼 수 없는 게 아쉽다.인제는 휴게 쉼터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인제로 들어서는 소양호 옆 설악로(44번 국도) 변에는 인제스마트복합쉼터가 있다. ‘2022년 젊은 건축가상’을 (공동) 수상한 김효영 건축가가 디자인한 재미난 건물이다. 기존 판매장은 책방과 전망대 중심으로 리모델링하고, 그 곁에 새 판매장을 지은 두 동의 쉼터다. 나풀나풀 곡선미를 자랑하는 판매장의 콘크리트 지붕과 각기 다른 생김의 기둥, 전망대 꼭대기에 간당간당해 보이는 황동욱의 설치 작품 ‘스톤 로그 시리즈’ 등은 건축을 모르는 사람들도 흥미롭게 들여다볼 요소다. 물론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소양호 풍경 역시 압권이다. 책 좋아하는 이들은 2층 무인 책방 쉼터를 조심해야 한다. 책 구성이 예사롭지 않은 까닭에 체류시간이 생각보다 길어지기 쉽다. 알고 보니 인제 읍내에 있는 책방 ‘나무야’에서 책을 선별했다. 책방 ‘나무야’는 인제 기적의도석관에서 약 500m 거리에 있다. 세심하고 촘촘하며 메시지를 놓치지 않는 큐레이션이 돋보이는 책방이다. 소양호가 보이는 창가에 앉아 기어이 시집 한 권에 눈으로 밑줄을 치고 만다. 표제시이기도 한 ‘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이다. 내 마음이 봄을 기다리는 설렘인지 겨울을 보내는 아쉬움인지는 나조차 알 수 없다. 겨울 쪽에 미련이 남는 이들은 원대리 자작나무숲행을 서둘러야 한다. 오는 3월 2일부터 4월 30일까지는 산불 조심 기간으로 입산을 통제한다. 3월 1일까지 개방한다. 이제 겨울이 거의 끝나가고 있다는 말이다. [여행수첩] ●인제 기적의도서관 운영 시간 평일 오전 9시~오후 10시, 매주 금요일, 법정공휴일 휴관, https://lib.inje.go.kr/main, (033)460-4321
  • [단독] “족보 안 볼 거야?” “현명한 선택해야지”… 의대생 47% 휴학계 냈다

    [단독] “족보 안 볼 거야?” “현명한 선택해야지”… 의대생 47% 휴학계 냈다

    “동맹휴학에 불참하면 시험에 꼭 필요한 ‘족보’를 공유하지 않겠다고 하니 별수 있나요.”(수도권 소재 의대 재학생 A씨) “앞으로도 같이 일해야 하니 휴학계를 내지 않았을 때 받을 불이익을 생각하고 ‘현명한 선택’을 하라며 은근히 압박하던데요.”(비수도권 소재 의대 재학생 B씨)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반발해 의대생들이 무더기로 휴학을 신청하는 가운데 일부 학생들 사이에서 ‘사실상 강요에 가까운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휴학 불참자에게는 족보 공유를 해 주지 않겠다는 말을 공개적으로 하거나,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휴학에 대한 의견을 묻는 투표를 몇 번이고 단체 대화방에 반복 게재하는 식이다. 또 ‘불이익’, ‘현명한 선택’과 같은 단어를 사용하면서 의대생 내부에서 휴학 반대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를 묵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의대생 A씨는 21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휴학계를 제출하지 않으면 동료로 볼 수 없다는데 왕따를 시키겠다는 말로 들려 당연히 두렵지 않겠느냐”라고 반문했다. 특히 A씨가 재학 중인 학교에서는 휴학에 참여하지 않는 학생에게 ‘사유서를 적어 학생회장에게 개별적으로 제출하라’는 학생회 차원의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중요성이 이전보다 낮아지긴 했지만 의사 국가고시는 물론 본과 과목 시험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는 이른바 ‘족보’도 휴학 참여자에게만 공유한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돌았다고 한다. A씨는 “의대생들 사이에서 족보는 필수인데, 휴학에 참여하지 않으면 모두에게 공유되는 족보를 받을 수 없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휴학 여부를 묻는 투표가 반대 의견을 묵살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학교도 있었다. B씨는 “학년별 단체 대화방에서 동맹휴학 여부를 표결에 부쳤다”며 “생각보다 찬성표가 별로 나오지 않았는지 학회장이 지난 18일부터는 2~3시간 간격으로 투표 게시물을 ‘끌올’(예전에 올린 글을 다시 올리거나 공지하는 행위)했다”고 전했다. 투표 기간에는 ‘앞으로도 우리는 함께 일해야 한다’거나 ‘휴학에 반대했을 때의 불이익을 생각해 현명한 선택을 하라’는 글도 여과 없이 게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19~20일 이틀간 전국 40개 의대 가운데 27개 대학 총 8753명의 의대생이 휴학계를 제출했다. 이화여대, 동국대, 경상국립대, 부산대, 전남대, 조선대 등 전국 의대생들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 의대 재학생 1만 8793명의 46.6%에 해당한다. 학사 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학생들이 집단 휴학계를 제출한 의대에서는 학생·학부모를 대상으로 휴학계 철회를 설득 중이다. 일부 의대는 개강을 늦추거나 예정된 실습·수업 일정을 1~3주 연기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휴학계를 내지 않은 의대생 C씨는 “수업 거부에 동참하고 있지만, 학교의 모든 수업이 중단된 상황에서 의사 국가고시 공부를 어떻게 이어 나가야 할지 고민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30세가 넘은 나이에 의대생이 된 D씨는 “출석 일수 부족으로 유급될 수 있다는 부분이 걱정된다”며 “휴학하지 않고 빨리 일하고 싶지만, 눈치가 보여 집단행동에 참여하게 됐다. 당장 휴학 이후의 생활이 두렵다”고 전했다.
  • 정치권, 600만 코인 투자자 표심 겨냥…가상자산 현물 ETF 문 열리나

    정치권, 600만 코인 투자자 표심 겨냥…가상자산 현물 ETF 문 열리나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600만여 코인 투자자들의 표심을 겨냥해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공약으로 제시하면서 미국에 이어 국내 자본시장에서도 가상자산 거래가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하지만 변동성이 심하고 여전히 투기자본 성격이 강한 가상자산을 섣부르게 자본시장에 편입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더불어민주당은 21일 가상자산 현물 ETF 투자 허용을 총선 공약으로 발표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가상자산 현물 ETF 허용에 대해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 선진국에서 현물 ETF를 승인할 것으로 예측되고 한국만 이를 승인하지 않을 경우 국내 자본의 해외 유출 등으로 불리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며 “제도와 정책으로 피해를 보는 것은 국민이기에 이를 예방하고 방지하는 것은 정부와 국회의 의무”라고 설명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도 가상자산 관련 2차 입법 과정에서 현물 ETF 허용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트코인 현물 ETF는 지난달 10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이를 승인하고, 다음날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되면서 전세계적으로 논의가 본격화됐다. 현재도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를 통해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다. 그런데도 가상자산 현물 ETF를 허용하는 것에는 가상자산을 자본시장 안으로 들여와 증권으로 인정한다는 의미가 있다. 현물 ETF는 증권사가 가상자산을 직접 매수해서 주식을 발생한다. 때문에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가상자산을 추가해야 한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파생결합증권을 구성하는 기초자산에는 가상자산이 포함돼 있지 않다. 금융위원회는 이를 근거로 금융과 가상자산의 분리 원칙을 고수해 왔다.하지만 국회가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가상자산 현물 ETF를 만들 수 있도록 열어주면 금융위도 이를 검토할 수밖에 없다. 금융위 관계자는 “미국은 선물 ETF와 현물 ETF를 차별하지 말라는 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어쩔 수 없이 허용되긴 했으나, 전세계적으로는 여전히 금융과 가상자산은 분리해야 한다는 원칙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은 분분하다. 이미 가상자산이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고 오는 7월 가상자산법도 시행되는 만큼 제도권 안에서 현물 ETF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투기성이 강하고 발행 주체를 알 수 없는 섣불리 인정해선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황석진 동국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에 비트코인이 들어온지 10년이 넘었고 많은 투자자들이 들어가 있는 만큼 제도권에 편입해 거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면서 “우선 법인 계좌의 가상자산 거래부터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글로벌 흐름에 맞춰 검토할 필요는 있으나 가상자산은 투기성이 강한 만큼 금융사의 건전성, 소비자 보호가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가상자산은 한 쪽이 오르면 다른 한 쪽은 내리는 제로섬 시장으로 가치 평가가 불가능한데, 어떻게 국민의 자산형성에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 [단독] “동맹휴학 불참시 ‘족보’ 없다”…휴학 강요에 막다른 길 몰린 의대생

    [단독] “동맹휴학 불참시 ‘족보’ 없다”…휴학 강요에 막다른 길 몰린 의대생

    의대 내부 동참 강요 분위기 형성휴학 불참하면 사유서 요구하기도 “동맹휴학에 불참하면 시험에 꼭 필요한 ‘족보’를 공유하지 않겠다고 하니 별수 있나요.” (수도권 소재 의대 재학생 A씨) “앞으로도 같이 일해야 하니 휴학계를 내지 않았을 때 받을 불이익을 생각하고 ‘현명한 선택’을 하라며 은근히 압박하던데요.” (비수도권 소재 의대 재학생 B씨)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반발해 의대생들이 무더기로 휴학을 신청하는 가운데 일부 학생들 사이에서 ‘사실상 강요에 가까운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휴학 불참자에게는 족보 공유를 해주지 않겠다는 말을 공개적으로 하거나,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휴학에 대한 의견을 묻는 투표를 몇 번이고 단체 대화방에 반복 게재하는 식이다. 또 ‘불이익’, ‘현명한 선택’과 같은 단어를 사용하면서 의대생 내부에서 휴학 반대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를 묵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의대생 A씨는 21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휴학계를 제출하지 않으면 동료로 볼 수 없다는데 왕따를 시키겠다는 말로 들려 당연히 두렵지 않겠냐”라고 반문했다. 특히 A씨가 재학 중인 학교에서는 휴학에 참여하지 않는 학생에게 ‘사유서를 적어 학생회장에게 개별적으로 제출하라’는 학생회 차원의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게다가 중요성이 이전보다 낮아지긴 했지만, 의사 국가고시는 물론 본과 과목 시험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는 이른바 ‘족보’도 휴학 참여자에게만 공유한다는 말도 공공연하게 돌았다고 한다. A씨는 “의대생들 사이에선 족보는 필수인데, 휴학에 참여하지 않으면 모두에게 공유되는 족보를 받을 수 없게 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휴학 여부를 묻는 투표가 반대 의견을 묵살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학교도 있었다. B씨는 “학년별 단체 대화방에서 동맹 휴학 여부를 표결에 부쳤다”며 “생각보다 찬성표가 별로 나오지 않았는지 학회장이 지난 18일부터는 2~3시간 간격으로 투표 게시물을 ‘끌올’(예전에 올린 글을 다시 올리거나 공지하는 행위)했다”고 전했다. 투표 기간에는 ‘앞으로도 우리는 함께 일해야 한다’거나 ‘휴학에 반대했을 때 불이익을 생각해 현명한 선택을 해라’는 글도 여과 없이 게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재학생 47% 8753명 휴학계 제출국시 공부·출석 일수 부족 우려도 이날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19~20일 이틀간 전국 40개 의대 가운데 27개 대학 총 8753명의 의대생이 휴학계를 제출했다. 이화여대, 동국대, 경상국립대, 부산대, 전남대, 조선대 등 전국 의대생들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 의대 재학생 1만 8793명의 46.6%에 해당한다. 학사 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학생들이 집단 휴학계를 제출한 의대는 학생·학부모를 대상으로 휴학계 철회를 설득 중이다. 일부 의대는 개강을 늦추거나 예정된 실습·수업 일정을 1~3주 연기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휴학계를 내지 않은 의대생 C씨는 “수업 거부에 동참하고 있지만, 학교의 모든 수업이 중단된 상황에서 의사 국가고시 공부를 어떻게 이어 나가야 할지 고민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30세가 넘은 나이에 의대생이 된 D씨는 “출석 일수 부족으로 유급이 될 수 있다는 부분이 걱정된다”며 “휴학하지 않고 빨리 일하고 싶지만, 눈치가 보여 집단행동에 참여하게 됐다. 당장 휴학 이후의 생활이 두렵다”고 전했다.
  • 의대생 10명 중 4명 휴학 신청했다…“강제 유급도 불사”

    의대생 10명 중 4명 휴학 신청했다…“강제 유급도 불사”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계획에 반발한 의대생 8753명이 이틀간 집단 휴학계를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각 의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소셜미디어(SNS)에 잇따라 릴레이 성명을 내고 정부 방침에 반발하고 있다. 교육부는 20일 오후 6시 기준으로 총 27개 의대에서 7620명이 휴학을 신청했다고 21일 밝혔다. 지난 19일 1133명의 의대생이 휴학계를 낸 데 이어 이틀간 누적 8753명의 의대생이 휴학을 신청했다. 전국 의대생이 약 2만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43.8%가 휴학 신청을 한 것이다. 다만 휴학계 철회 후 재접수 등 중복 집계도 있어 실제 수치는 이보다 적을 것으로 보인다. 휴학 신청 가운데 입대, 유급·미수료, 사회 경험, 건강 등 학칙에 근거한 사유로 허가된 휴학은 총 6개교 30명이다. 동맹휴학은 학칙상 휴학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 교육부가 대학명과 학교별 휴학 신청자 수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19일 7개 대학, 20일 27개 대학에서 휴학 신청서가 접수됐다. 이틀간 중복 집계된 학교를 감안하더라도 전국 40개 의대 중 약 30개 대학에서 집단행동에 동참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화여대, 동국대, 경상국립대, 부산대, 전남대, 조선대 등 전국 의대생들이 집단 휴학계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40개 의대생이 모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는 15~16일 긴급회의를 열어 동맹휴학이나 이에 준하는 단체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학사 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학생들이 집단 휴학계를 제출한 의대에서는 학생·학부모를 대상으로 휴학계 철회를 설득하고 있다. 휴학계를 제출하지 않은 의대생 사이에서도 수업 거부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교육부는 전날 3개교에서 수업 거부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의대협과 각 의대 비대위들은 지난 20일부터 SNS에 연쇄 성명을 올려 정부 정책을 규탄하고 있다. 의대협은 20일 “군사독재정권 시대를 연상케 하는 정부의 비민주적 조치와 강압적 명령이 2024년 오늘 실시간으로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강제 유급도 불사하겠다”, “증원 만이 해결책이라는 건 궤변”이라는 비판도 잇따르고 있다.
  • 의대생 8753명 휴학 신청… 전공의 사직에 동맹휴학까지 확산

    의대생 8753명 휴학 신청… 전공의 사직에 동맹휴학까지 확산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방침에 반발한 의대생들이 집단 휴학계를 내기로 한 20일 전국에서 의대생 7620명이 휴학을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공의의 집단 사직과 의대생의 동맹휴학이 현실화하면서 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20일 오후 6시 기준 총 27개 의대에서 7620명이 휴학을 신청했다고 21일 밝혔다. 19일엔 1133명의 의대생이 휴학을 신청했다. 이틀 누적 인원은 8753명이다. 전국 의대생이 2만여명임을 고려할 때 43.8%가 휴학을 신청했다. 전날 휴학계를 낸 학생 중 총 6개교에서 30명에 대한 휴학 허가가 이뤄졌다고 교육부는 전했다. 학칙에 근거해 요건과 절차를 준수한 입대, 유급·미수료, 사회 경험, 건강 등의 사유로 인한 휴학이다. 20일은 전국 의대생들이 집단 휴학을 신청하는 등 단체 행동을 하기로 결의한 날이다. 교육부가 구체적인 대학명은 공개하지 않았으나 이화여대, 동국대, 경상국립대, 부산대, 전남대, 조선대 등에서 의대생들이 집단 휴학계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사 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학생들이 집단 휴학을 신청한 의대에서는 학사 일정을 미루고 학생·학부모를 대상으로 휴학계 철회 등을 설득하고 있다. 휴학을 신청하지 않은 의대생 사이에서도 수업 거부 등 단체 행동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교육부는 전날 학교 3곳에서 수업 거부가 확인됐다고 파악했다. 교육부는 “동맹휴학은 대학 학칙상 휴학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대부분의 의대가 휴학을 승인하기 위해 학부모와 학과장의 동의를 요구하는 만큼 이러한 절차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교육부는 학사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대학에 대해 고등교육법에 따라 시정명령 등 행정 조치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 1호 산림평화박사는 83세 만학도

    1호 산림평화박사는 83세 만학도

    팔순을 훌쩍 넘긴 고령의 만학도가 박사 학위를 취득해 화제다. 주인공은 22일 강원대 학위수여식에서 평화학 박사 학위를 받는 전진표(83)씨다. 1941년생인 전씨는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책과 씨름한 끝에 박사 학위 논문 ‘산림평화와 남북산림교류협력에 관한 연구’를 완성했다. 그는 “기억력이 쇠퇴하다 보니 남들보다 몇 배 더 노력해야 했다. 배우고 익힌 지식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습관처럼 수시로 종이에 쓰기를 반복했다”고 떠올렸다. 이어 “나이 들어 공부하는 게 쉽지 않았지만 국내에서 처음으로 산림평화박사라는 타이틀을 얻게 돼 감개무량하다”고 덧붙였다. 전씨가 늦은 나이에 다시 공부를 시작한 건 산림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을 세우고 싶다는 일념에서였다. 그에게 산림은 삶의 동반자다. 백두대간 중심에 위치해 산림이 울창한 강원 정선에서 나고 자랐고, 동국대 임학과를 졸업한 뒤 산림청에서 35년 동안 근무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인 1970년대에는 제1차 치사녹화기 사업을 주도해 공직사회에서 이름을 떨치기도 했다. 2001년 퇴직한 뒤에도 전 산림청 직원 모임인 한국임우연합회 회장을 맡고, 산림녹화 기록을 모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를 추진하는 등 산림과 함께하고 있다. 전씨는 “산림은 순화 기능이 있어 인간과 자연 간, 개인 간, 집단 간, 국가 간 갈등을 해소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산림의 이런 가치를 알리는 것을 남은 사명으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 중구에서 웹소설 교육 받고 대박 작가 되어볼까

    중구에서 웹소설 교육 받고 대박 작가 되어볼까

    서울 중구가 동국대학교 LINC3.0 사업단과 협업해 오는 27일까지 ‘웹소설 크리에이팅 교육’을 운영한다고 15일 밝혔다. 충무창업큐브에서 진행되고 웹소설 작가를 꿈꾸는 청년 50명이 대상이다. 이번 교육엔 현장에서 활동 중인 웹소설 작가·MD·PD 등 각 분야의 전문가가 함께한다. 9회 강의를 통해 ▲웹소설 장르의 이해 ▲웹소설 MD가 바라본 시장 동향 ▲웹소설 창작 등을 다룬다. 웹소설의 전반을 익힐 뿐만 아니라 실전 스킬까지 배울 수 있도록 했다.특히 ‘웹소설 PD직군 취업 특강’에선 현직에서 종사 중인 전문가가 참가자들에게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를 제공한다. 중구 관계자는 “실무와 현장에 대해 생생하게 공유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구는 이번 기본과정을 수료한 수강생들을 동국대학교에서 운영하는 심화 교육까지 연계할 예정이다. 1대1 창작 멘토링을 제공해 청년 작가로 데뷔할 때까지 지속적으로 지원하여 청년 작가 발굴에 일조한다. 온라인 플랫폼에서 연재되는 웹소설은 콘텐츠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지만 체계적인 교육을 받는 곳은 드물다. 웹소설은 웹툰, 드라마, 영화 등 2차 창작물의 기반이 되고 있다. 인기리에 방영 중인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도 대표적인 사례다. 중구 관계자는 “새로운 흐름에 발맞춰 콘텐츠 크리에이터 시대를 이끌 1인 창작자를 양성하는 교육과정이 필요하다는 데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김길성 중구청장은 “청년들이 1인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서의 역량을 키워 청년 작가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기초부터 심화까지 알차게 구성했다”라며 “앞으로도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의 흐름을 면밀하게 살펴 청년들에게 꼭 필요한 선진 프로그램을 제공하겠다”라고 강조했다.
  • 트럼프 재집권 땐 더 강경… ‘주한미군 분담금’ 요구 선 넘을 수도

    트럼프 재집권 땐 더 강경… ‘주한미군 분담금’ 요구 선 넘을 수도

    미국 공화당의 유력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무력화’ 발언이 한미 관계에도 상당한 우려를 낳고 있다. 외교안보 분야 전문가들은 향후 미국의 외교·군사 정책 변화에 대비해 지금부터 다양한 대응 방안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12일 “방위비 분담금 문제는 어떤 형태로든 한국과 일본에 아주 중요하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한미 동맹 70년 역사에서 가장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핵 동결을 협상하고, 또 그걸 지렛대로 한국에 추가로 핵우산을 제공하면서 한국에 추가 비용을 요구하는 상황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도널드 트럼프 1기에선 그나마 균형감을 갖춘 인사들이 균형추 역할을 했는데 2기에서는 그런 인사들이 참여 자체를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은 “집권 1기보다 훨씬 강경한 대외정책을 할 가능성이 높다. 말 그대로 선을 넘는 요구를 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해영 한신대 글로벌인재학부 교수는 “방위비 분담을 넘어 동중국해, 더 나아가 남중국해 분쟁에 한국군이 직접 참여하도록 하는 ‘방위 분담’까지 요구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우려했다. 북미 관계에서 발생할 변화에 더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조 바이든 대통령은 못했지만 나는 할 수 있다’는 식으로 북미 접촉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대북 접근법을 두고 한미뿐 아니라 한일 관계에서도 갈등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집권 2기에 대비한 준비를 지금부터 강화해야 한다는 조언이 많았다. 김용현 교수는 “국익이라는 목표를 위해 다양한 수단을 활용하는 ‘정책 포트폴리오’를 갖춰야 한다”면서 “대북정책에 대한 정책적 유연성을 지금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 관계자 역시 “지금부터 트럼프 캠프와 전략적으로 접촉하고 우리 입장을 설명해야 한다”면서 “일본이나 유럽 등과 정보를 공유하고 보조를 맞추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현욱 교수는 “정부로선 현직에 있는 바이든 대통령을 건너뛰고 트럼프 캠프와 접촉하는 게 부담스럽다. 결국 대학이나 싱크탱크 등 정부 바깥에서 그런 역할을 해 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독자적인 핵무장을 미국에 대한 지렛대로 써야 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이해영 교수는 “미국이 대북 억지력을 빌미로 무리한 요구를 한다면 우리 역시 핵무장을 지렛대 삼아 미국과 협상해야 한다”면서 “트럼프와 협상하려면 우리도 트럼프처럼 ‘벼랑끝 전술’을 사용할 각오와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트럼프 전 대통령의 나토 무력화 발언…한미동맹과 한미일 안보에 미치는 영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나토 무력화 발언…한미동맹과 한미일 안보에 미치는 영향은

    미국 공화당의 유력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무력화’ 발언이 한미관계에도 상당한 우려를 낳고 있다. 외교안보 분야 전문가들은 향후 미국의 외교·군사 정책 변화에 대비해 다양한 대응 방안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11일 “방위비 분담금 문제는 어떤 형태로든 한국과 일본에 아주 중요하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한미 동맹 70년 역사에서 가장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핵 동결을 협상하고, 또 그걸 지렛대로 한국에 추가로 핵우산을 제공하면서 한국에 추가 비용을 요구하는 상황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트럼프 1기엔 그나마 균형감을 갖춘 인사들이 균형추 역할을 했는데, 2기에는 그런 인사들이 참여 자체를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은 “집권 1기보다 훨씬 강경한 대외정책을 할 가능성이 높다. 말 그대로 선을 넘는 요구를 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해영 한신대 글로벌인재학부 교수는 “방위비 분담을 넘어 동중국해, 더 나아가 남중국해 분쟁에 한국군이 직접 참여하도록 하는 ‘방위 분담’까지 요구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우려했다. 북미관계에서 발생할 변화에 더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바이든 대통령은 못 했지만 나는 할 수 있다’는 식으로 북미 접촉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대북 접근법을 두고 한미뿐 아니라 한일관계에서도 갈등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집권 2기에 대비한 준비를 지금부터 강화해야 한다는 조언이 많았다. 김용현 교수는 “국익이라는 목표를 위해 다양한 수단을 활용하는 ‘정책 포트폴리오’를 갖춰야 한다”면서 “대북정책에 대한 정책적 유연성을 지금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 관계자 역시 “지금부터 트럼프 캠프와 전략적으로 접촉하고 우리 입장을 설명해야 한다”면서 “일본이나 유럽 등과 정보를 공유하고 보조를 맞추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현욱 교수는 “정부로선 현직에 있는 바이든 대통령을 건너뛰고 트럼프 캠프와 접촉하는 게 부담스럽다. 결국 대학이나 싱크탱크 등 정부 바깥에서 그런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독자적인 핵무장을 미국에 대한 지렛대로 써야 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이해영 교수는 “미국이 대북 억지력을 빌미로 무리한 요구를 한다면 우리 역시 핵무장을 지렛대 삼아 미국과 협상해야 한다”면서 “트럼프와 협상하려면 우리도 트럼프처럼 ‘벼랑끝 전술’을 사용할 각오와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경북도의회, 의회 역량제고를 위한 자치법규 개선 나서

    경북도의회, 의회 역량제고를 위한 자치법규 개선 나서

    경북도의회 ‘자치법규 선진화 연구회’(대표 박규탁 의원)는 지난 2일 도의회 다목적실에서 ‘경상북도의회 선진화를 위한 자치법규 개선 및 정비 방안 연구 용역’ 중간보고회를 개최했다. 용역의 책임을 맡고 있는 동국대학교 이준호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우리나라 광역의회의 자치법규를 비교분석과 국회 관련 법규체계 분석을 결부하여 지방시대에 발맞춘 경상북도의회 선진화를 위한 개선방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연구회의 대표인 박규탁 의원은 지방의회의 독립성과 책임성이 확대되는 시점에서 의회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위상을 정립하기 위해서는 의회 관련 자치법규 확립이 우선될 필요가 있으며, 이를 통해 주민 중심의 지방자치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는 체계를 확립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경상북도의회 자치법규 선진화 연구회’는 박규탁 대표의원을 비롯하여 백순창, 연규식, 이동업, 정경민, 최덕규, 최병근, 최병준 의원 등 8명으로 구성됐으며, 동국대학교 WISE캠퍼스 산학협력단에 의뢰한 이번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경상북도의회 자치법규에 대한 체계 정립에 활용할 예정이다.
  • 술 없이 ‘꿀잼’… 요즘 OT는 공동놀이구역

    술 없이 ‘꿀잼’… 요즘 OT는 공동놀이구역

    음주 강권·위계적 분위기 개선개인 뜻 존중·상호 교류에 의미장애 학우와 함께 주사위 오락코로나 세대 ‘관계 맺기’ 교육도 마시지 못하는 술을 강권하거나 후배들을 집합시켜 교육하는 등 이른바 ‘똥군기’의 상징이었던 신입생 대상 엠티인 새내기새로배움터(새터)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오티)이 진화하고 있다. 동기들끼리 대량의 술을 나눠 먹어야 하는 ‘의리주’나 수치심을 유발하는 ‘장기자랑’ 대신 장애 학우도 함께할 수 있는 보드게임이나 각종 임무 수행 프로그램 등이 주요 행사로 자리잡는 분위기다. “신입생 장기자랑은 없어진 지 오래됐어요. 그리고 술을 못 마시는 친구들은 ‘무알코올방’에서 준비한 게임을 하면서 놀 수 있습니다.” 박준섭(21)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학생회장은 1일 새터 준비 과정을 설명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에도 학생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던 무알코올방은 음주를 원하지 않는 학생들이 모이는 공간이다. 과거 새터에서는 소외되거나 방치될 가능성이 컸던 학생들이 이제 이 공간에 모여 보드게임을 하거나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눈다. 각종 사건·사고를 유발했던 대학의 술 문화가 경계 대상이 되면서 다른 대학들도 유사한 형태로 새터나 오티를 진행한다. 무알코올방, 음주금지구역 등 명칭은 다양하지만 대부분 술을 강권하지 않고도 행사를 즐기자는 취지는 같다. 예컨대 서울시립대 총학생회는 올해 새터 참가 신청서에 음주 의사와 알레르기 여부 등 특이사항을 적도록 했다. 음주 의사가 없는 신입생들을 위해 별도의 프로그램을 마련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동국대 새터 기획단은 학과마다 주변을 살핀다는 의미의 ‘두리버너’로 활동할 학생들을 배치해 과도한 음주 강요와 따돌림 등 인권침해 발생을 감시할 계획이다. 중앙대에 다니는 황모(20)씨는 “지난해 새터에서는 특정 장소에서 특정 포즈로 사진을 찍는 ‘미션 사진’ 찍어 오기를 하면서 선배들과 많이 가까워졌다”며 “강요에 못 이겨 술을 마시는 것보다는 이렇게 함께할 수 있는 행사를 하고 대화를 나누는 게 학교생활에 더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학 사회가 집단주의적이고 위계적이던 분위기를 개선하는 추세”라며 “엠티에 대해서도 과거처럼 개인이 억압되고 자율성이 침해되는 행사가 아니라 교류할 기회로 보는 학생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애 학우들이 함께 참여하는 ‘배리어프리’와 같은 다양성을 존중하는 새터와 오티를 준비 중인 대학도 있다. 중앙대 사회과학대학은 올해 새터에서 휠체어를 타는 학생들을 고려해 주사위 던지기나 모두의마블처럼 신체 활용을 최소화한 게임을 하기로 했다. 강서윤(24) 중앙대 사회과학대학 학생회장은 “지난해 휠체어를 탄 학우가 게임에서 배제돼 문제 제기가 있었다”며 “모든 사람이 참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새터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교육 등이 익숙한 세대인 만큼 ‘관계 맺기’에 대한 프로그램도 대학 새터 전후로 이뤄진다. 이준정 서울대 인권센터장은 “중고등학교 시절을 코로나19 유행 기간에 보낸 학생들을 위해 새터 전 사전교육을 하고 있다”며 “성폭력이나 권위주의 방지는 물론 수평적인 관계를 맺는 방법도 교육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우리 사회의 다양성을 포괄하는 문화가 대학 안에서 꽃피기 시작하면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술 없어도 인싸 가능”…‘무알콜방’ 등장한 대학 새터

    “술 없어도 인싸 가능”…‘무알콜방’ 등장한 대학 새터

    마시지 못하는 술을 강권하거나 후배들을 집합 교육하는 등 이른바 ‘똥군기’의 상징이었던 신입생 대상 엠티인 새내기새로배움터(새터)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오티)이 진화하고 있다. 동기들끼리 대량의 술을 나눠 먹어야 하는 ‘의리주’나 수치심을 유발하는 ‘장기자랑’ 대신 장애 학우도 함께할 수 있는 보드게임이나 각종 임무 수행 프로그램 등이 주요 행사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신입생 장기자랑은 없어진 지 오래됐어요.그리고 술 못 마시는 친구들은 ‘무알콜방’에서 준비한 게임을 하면서 놀 수 있습니다.” 박준섭(21)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학생회장은 1일 새터 준비과정을 설명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에도 학생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던 무알콜방은 음주를 원하지 않는 학생들이 모이는 공간이다. 과거 새터에서는 소외되거나 방치될 가능성이 컸던 학생들은 이제 이 공간에 모여 보드게임을 하거나 음식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눈다. 각종 사건·사고를 유발했던 대학의 술 문화가 경계 대상이 되면서 다른 대학들도 유사한 형태로 새터나 오티를 진행한다. 무알콜방, 음주금지구역 등 명칭은 다양하지만 대부분 술을 강권하지 않고도 행사를 즐기자는 취지는 같다. 예컨대 서울시립대 총학생회도 올해 새터 참가 신청서에 음주 의사와 알레르기 여부 등 특이사항을 적도록 했다. 음주 의사가 없는 신입생들을 위해 별도의 프로그램을 마련할 예정이라서다. 동국대 새터 기획단은 학과마다 주변을 살핀다는 의미의 ‘두리버너’로 활동할 학생들을 배치해 과도한 음주 강요와 따돌림 등 인권침해 발생을 감시할 계획이다.중앙대에 다니는 황모(20)씨는 “지난해 새터에서는 특정 장소에서 특정 포즈로 사진을 찍는 ‘미션 사진’ 찍어오기를 하면서 선배들과 많이 가까워졌다”며 “강요에 못 이겨 술을 마시는 것보다는 이렇게 함께 할 수 있는 행사를 하고 대화를 나누는 게 학교생활에 더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학 사회가 집단주의적이고 위계적이던 분위기를 개선하는 추세”라며 “엠티에 대해서도 과거처럼 개인이 억압되고 자율성이 침해되는 행사가 아니라 교류할 기회로 보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애 학우들도 함께 참여하는 ‘배리어프리’와 같은 다양성을 존중하는 새터와 오티를 준비하는 대학도 있다. 중앙대 사회과학대학은 올해 새터에서 휠체어를 타는 학생들을 고려해 주사위 던지기나 모두의 마블처럼 신체 활용을 최소화한 게임을 하기로 했다. 강서윤(24) 중앙대 사회과학대학 학생회장은 “지난해 휠체어를 탄 학우가 게임에서 배제돼 문제 제기가 있었다”며 “모든 사람이 참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새터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교육 등이 익숙한 세대인 만큼 ‘관계 맺기’에 대한 프로그램도 대학 새터 전후로 이뤄진다. 이준정 서울대 인권센터장은 “중고등학교 시절을 코로나19 유행 기간에 보낸 학생들을 위해 새터 전 사전교육을 하고 있다”며 “성폭력이나 권위주의 방지는 물론 수평적인 관계를 맺는 방법도 교육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우리 사회의 다양성을 포괄하는 문화가 대학 안에서 꽃피기 시작하면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한동훈 “정치개혁이 포퓰리즘? 기꺼이 포퓰리스트 될 것”

    한동훈 “정치개혁이 포퓰리즘? 기꺼이 포퓰리스트 될 것”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5일 자신이 발표한 ‘5대 정치개혁 공약’과 관련해 “대다수 국민이 수십년간 바라는 걸 하겠다는 게 포퓰리즘(인기 영합주의)이라면 나는 기꺼이 포퓰리스트가 되겠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오늘부터 국민의힘은 총선에 더 절실함을 갖고 집중해서 임하기 위해 회의를 (국회 아닌) 당사에서 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당사에서 비대위(최고위) 회의가 열리는 것은 2018년 자유한국당 시절 이후 6년 만이다. 한 위원장은 곧이어 여의도연구원이 주최한 ‘동료시민 눈높이 정치개혁-특권 내려놓기 정당 vs 특권 지키기 정당’ 긴급 좌담회에 참석했다. 취임 후 불체포특권 포기, 금고형 이상 확정 시 세비 반납, 당 귀책으로 인한 재보궐선거 무공천, 의원 정수 50명 축소, 출판기념회 정치자금 수수 금지 등을 내놓은 한 위원장은 “당연히 국민께서 5가지 모두 좋아할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정치를 시작한 지 한 달도 안 됐으니 국민 시각에 가까울 것”이라고 했다. 좌담회에서 박명호 동국대 교수는 귀책이 있는 재보선 무공천에 대해 “정치개혁을 이야기하고자 한다면 강서구청장 재보선 (공천)에 대한 입장 표명이 먼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한 위원장은 “저희는 국민 눈높이에 맞춰서 귀책 사유 있는 경우엔 선거에서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한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했다. 지난 22일 윤석열 대통령과의 정면충돌 소식이 알려진 직후 조사된 여론조사에서 한 위원장 직무에 대해 긍정 평가가 더 높았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22~24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한 위원장에 대해 ‘잘하고 있다’가 47%였고, ‘잘못하고 있다’는 40%였다. 전화 면접 방식으로 조사했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 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참조하면 된다.
  • “극혐의 분노 심각한 수준… 정치권부터 자성을”

    “극혐의 분노 심각한 수준… 정치권부터 자성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이어 배현진(41) 국민의힘 의원도 25일 청소년에게 피습을 당하면서 정치인에 대한 테러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경찰이 정확한 범행 동기를 조사 중이지만 우리 사회에 만연한 ‘정치 혐오’ 현상이 낳은 범죄이거나 치기 어린 10대의 일탈 가능성도 거론된다. 모방범죄가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엄한 처벌을 통해 선제적으로 예방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정쟁만 일삼는 여야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자성하고 선진화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양극화된 이념적 갈등이 빚은 비극이며 국민에게 실망을 안긴 정치권이 자초한 측면도 있다”면서 “범인이 어린 청소년인 걸 보면 잘못된 영웅 심리가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달 초 이 대표에 대한 테러가 일종의 ‘촉매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테러 행위가 모방범죄로 퍼지는 걸 막기 위해선 최대한 엄격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서울 신림역과 경기 성남 서현역에서 잇따라 묻지마 칼부림 사건이 터졌을 때 경찰은 주요 시설에 특공대와 장갑차를 배치하는 등 강력한 예방활동을 펼쳤다. 일각에선 과잉 대응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지만 다행히 추가 모방범죄가 발생하진 않았다. 뒤이어 온라인상에 살인 예고글을 올리는 현상이 유행처럼 퍼졌지만 검찰이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는 등 강경 대응하자 잦아들었다. 프로파일러 배상훈 우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범인이 ‘배 의원이냐’고 확인하고 돌로 내리쳤다고 하니 ‘국회의원 배현진’을 노린 테러로 볼 수 있다”며 “사회적 분노에 가득 찬 이가 정치인을 표출 대상으로 삼아 범행을 벌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누군가가 범행을 사주했을 가능성에 대해 배 교수는 “흉기나 쇠파이프 등 별도의 도구를 준비하지 않고 길에 있는 돌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현재로선 청탁에 따른 치밀한 계획범죄로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우리 사회를 양쪽으로 갈라놓은 ‘극혐의 분노’가 더이상 방치할 수 없는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며 “두 거대 정당의 정치 카르텔과 이에 대한 국민의 분열이 정치 테러로 표출되고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박 평론가는 “거대 양당이 아닌 다당제 정착을 통해 다양한 목소리를 유도하고 정치권이 상시 대화를 통해 극한의 대결에서 벗어나는 등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또 정치인 피습…“잘못된 영웅 심리에 모방 범죄했나”

    또 정치인 피습…“잘못된 영웅 심리에 모방 범죄했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이어 배현진(41) 국민의힘 의원도 25일 청소년에게 피습을 당하면서 정치인에 대한 테러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경찰이 정확한 범행 동기를 조사 중이지만 우리 사회에 만연한 ‘정치 혐오’ 현상이 낳은 범죄이거나 치기 어린 10대의 일탈 가능성도 거론된다. 모방범죄가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엄한 처벌을 통해 선제적으로 예방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정쟁만 일삼는 여야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자성하고 선진화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양극화된 이념적 갈등이 빚은 비극이며 국민에게 실망을 안긴 정치권이 자초한 측면도 있다”면서 “범인이 어린 청소년인 걸 보면 잘못된 영웅 심리가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달 초 이 대표에 대한 테러가 일종의 ‘촉매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테러 행위가 모방범죄로 퍼지는 걸 막기 위해선 최대한 엄격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서울 신림역과 경기 성남 서현역에서 잇따라 묻지마 칼부림 사건이 터졌을 때 경찰은 주요 시설에 특공대와 장갑차를 배치하는 등 강력한 예방활동을 펼쳤다. 일각에선 과잉 대응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지만 다행히 추가 모방범죄가 발생하진 않았다. 뒤이어 온라인상에 살인 예고글을 올리는 현상이 유행처럼 퍼졌지만 검찰이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는 등 강경 대응하자 잦아들었다. 프로파일러 배상훈 우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범인이 ‘배 의원이냐’고 확인하고 돌로 내리쳤다고 하니 ‘국회의원 배현진’을 노린 테러로 볼 수 있다”며 “사회적 분노에 가득 찬 이가 정치인을 표출 대상으로 삼아 범행을 벌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누군가가 범행을 사주했을 가능성에 대해 배 교수는 “흉기나 쇠파이프 등 별도의 도구를 준비하지 않고 길에 있는 돌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현재로선 청탁에 따른 치밀한 계획 범죄로 보이진 않는다”고 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우리 사회를 양쪽으로 갈라놓은 ‘극혐의 분노’가 더이상 방치할 수 없는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며 “두 거대 정당의 정치 카르텔과 이에 대한 국민의 분열이 정치 테러로 표출되고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박 평론가는 “거대 양당이 아닌 다당제 정착을 통해 다양한 목소리를 유도하고 정치권이 상시 대화를 통해 극한의 대결에서 벗어나는 등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한동훈, 국회 아닌 당사서 비대위 개최…“정치개혁 포퓰리즘이면 포퓰리스트 될 것”

    한동훈, 국회 아닌 당사서 비대위 개최…“정치개혁 포퓰리즘이면 포퓰리스트 될 것”

    ‘총선 집중’ 위해 국회 아닌 당사로5대 정치개혁 긴급좌담회 참석도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5일 자신이 발표한 ‘5대 정치개혁 공약’과 관련해 “대다수 국민이 수십년간 바라는 걸 하겠다는 게 포퓰리즘(인기 영합주의)이라면 나는 기꺼이 포퓰리스트가 되겠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오늘부터 국민의힘은 총선에 더 절실함을 갖고 집중해서 임하기 위해 회의를 (국회 아닌) 당사에서 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당사에서 비대위(최고위) 회의가 열리는 것은 2018년 자유한국당 시절 이후 5년 만이다. 한 위원장은 곧이어 여의도연구원이 주최한 ‘동료시민 눈높이 정치개혁-특권 내려놓기 정당 vs 특권 지키기 정당’ 긴급 좌담회에 참석했다. 취임 후 불체포특권 포기, 금고형 이상 확정 시 세비 반납, 당 귀책으로 인한 재·보궐선거 무공천, 의원 정수 50명 축소, 출판기념회 정치자금 수수 금지 등을 내놓은 한 위원장은 “당연히 국민께서 5가지 모두 좋아할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정치를 시작한 지 한 달도 안 됐으니 국민 시각에 가까울 것”이라고 했다. 좌담회에서 박명호 동국대 교수는 귀책이 있는 재·보선 무공천에 대해 “정치개혁을 이야기하고자 한다면 강서구청장 재보선 (공천)에 대한 입장 표명이 먼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한 위원장은 “저희는 국민 눈높이에 맞춰서 귀책 사유 있는 경우엔 선거에서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한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했다. 지난 22일 윤석열 대통령과의 정면충돌 소식이 알려진 직후 조사된 여론조사에서 한 위원장 직무에 대해 긍정 평가가 더 높았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22일~24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한 위원장에 대해 ‘잘하고 있다’가 47%였고, ‘잘못하고 있다’는 40%였다. 전화 면접 방식으로 조사했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참조하면 된다.
  • 北 “푸틴, 빠른 시일 내 방문 환영”… 고립된 그들의 밀착 과시

    北 “푸틴, 빠른 시일 내 방문 환영”… 고립된 그들의 밀착 과시

    북한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빠른 시일 내’에 북한을 방문하겠다는 뜻을 전했고 푸틴 대통령을 환대할 준비가 돼 있다고 21일 밝혔다. 전날 러시아 크렘린도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밝혀 푸틴 대통령의 북한 방문은 확정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최선희 외무상의 지난 15~17일 러시아 공식 방문 결과와 관련한 외무상 보좌실 공보를 통해 “푸틴 대통령 동지가 김정은 국무위원장께서 편리한 시기에 평양을 방문하도록 초청하신 데 대해 다시금 깊은 사의를 표하고 빠른 시일 내에 방문하려는 용의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또 “푸틴 동지의 우리나라 방문을 열렬히 환영하며 조선 인민의 가장 친근한 벗을 최대의 성심을 다해 맞이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전날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푸틴 대통령의 북한, 튀르키예 방문 일정에 관한 질문에 “정확한 날짜는 아직 없다”면서도 “외교채널을 통한 조율이 진행 중이며 확정되는 대로 알리겠다”고 답했다. 푸틴 대통령은 2000년 7월 옛 소련을 포함해 러시아 최고지도자로는 처음 북한을 방문했다. 올해 답방한다면 24년 만에 다시 북한을 찾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당시 평양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나 북러 우호협력과 상호원조조약을 체결하며 경제협력의 물꼬를 텄다. 이는 한국과 소련의 수교 이후 냉랭해진 북러 관계를 푸는 계기가 됐다. 이후 24년 만에 우크라이나 전쟁이 2년째 이어지는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이 직접 북한에 간다는 건 그만큼 절실한 필요성이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2000년에는 북한이 러시아와의 관계가 필요했고 러시아보다 상대적으로 약했지만 지금은 북한이 포탄과 무기 등을 줄 수 있고 러시아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9월 정상회담이 서로의 긴급한 필요에 의한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좀더 상징적 의미를 부각시키고 대내외적으로 제대로 보여 주기 위한 회담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명예교수도 “양국 모두 국제사회 제재를 받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서로 협력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최고로 맞아떨어진다”며 “중국과 달리 북러는 이미 고립된 상태에서 눈치를 볼 필요도 없고 어느 때보다 긴밀한 행보를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보도된 외무상 공보도 북러 관계에 대해 “불패의 전우 관계, 백년대계의 전략적 관계로 끊임없이 승화발전될 것”이라고 언급하며 더욱 깊어진 밀착을 과시했다. 러시아가 북한에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지지와 연대성’을 보내 준 데 사의를 표했다고 전한 대목은 북한의 무기 제공에 대한 감사를 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푸틴 대통령 답방의 ‘빠른 시기’로는 3월 러시아 대선 전후가 우선 거론된다. 푸틴 대통령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의 회담도 예정하고 있는데, 현지 매체는 다음달 12일 푸틴 대통령이 방문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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