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 “중국 개회식 한복, 日 독도지도와는 다른 사안… 편파 판정 中 항의는 애매”(종합)
“반중 감정 완화 위해 마중물 필요”“조선족 동포가 우리 옷 입은 것”“관광 한한령 완화 신호 끊임없이 받아”“바흐 위원장에 문화 올림픽 제안”“쇼트트랙 판정 황당, 中에 항의는 어색”올림픽 한국 정부 대표단 단장 자격으로 베이징을 방문한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8일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중국이 소수민족으로 한복을 입은 여성을 등장시켜 ‘문화 공정’ 논란이 인 데 대해 “일본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홈페이지의 독도 일본 땅 표시 건과는 사안이 다르다”라고 선을 그었다. 또 황 장관은 이날 한국 선수 2명을 실격시킨 전날 베이징동계올림픽 쇼트트랙 판정에 대해서는 “황당하고 어이없는 상황이었다”면서도 중국 정부에 항의하는데 대해서는 “그 부분은 좀 애매하다”고 답했다.
“中, 한복을 중국옷 주장한 적 없어”
황 장관은 이날 주중 한국 특파원단 간담회에서 반중·반한 감정 완화를 위해 두 나라 정부의 ‘마중물’ 역할이 중요하다며 이렇게 밝혔다.
황 장관은 개회식의 중국 국기 게양 때 소수 민족 복식을 한 공연자들과 함께 조선족을 대표해 한복을 입은 공연자가 등장하면서 국내 여론이 반발한 데 대해 “지난해 도쿄하계올림픽 홈페이지가 지도상에 독도를 일본 영토인 것처럼 표시한 것과는 사안이 다르다”고 말했다.황 장관은 중국 정부에 항의하지 않은 데 대한 국내 비판에 언급, “독도는 일본 정부가 독도를 일본 땅이라 주장하니까 강력 항의하고 대응할 문제였고, 한복은 중국 정부가 ‘중국옷’이라고 주장한 바 없다”면서 “정부 대표로서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재외동포법상 조선족은 우리의 해외동포에 해당한다”면서 “(개회식 한복 등장은) 우리 동포가 우리 옷을 입은 것인데, 양국 네티즌들의 글 등이 상대를 자극하다 보니 그런 정서(반중·반한 정서)가 쌓이게 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황 장관은 “‘동북공정’(고구려사와 발해사 등을 중국 역사로 편입하려는 중국의 역사 연구 프로젝트)이 엮이면서 서로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신화 통신과의 인터뷰에서도 양국 간 오해 소지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세심했으면 하는 부분이 아쉽다고 말했다”고 했다.“‘골 때리는 그녀들’ 한중일 연예인들해보면 어떻겠냐 하니 中 검토한다 해”
그러면서 중국 내 반한 감정에 대해 “중국 입장에서 한국을 ‘작은 나라’라고 생각했는데, 세계사적으로 물리적인 하드 파워를 사용하지 않고서 세계적인 영향력을 미친 나라는 대한민국뿐이라는 데 대한 불편함이 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반중, 반한 감정을 완화하기 위해 “양국 정부가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며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거우중원 중국 국가체육총국 국장(체육장관)을 만나서 ‘골 때리는 그녀들’(여성 연예인들이 축구 경기를 하는 예능 프로그램)을 한중일 여성 연예인들끼리 해보면 어떻겠냐고 하니 거우 국장도 ‘검토해보겠다’며 웃었다”고 전했다.
황 장관은 중국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의 일환으로 시행 중인 한한령(한류 제한령)에 대해 “판호(중국 내 게임 서비스 허가), 관광 이런 부분은 조금씩 열린다는 시그널을 끊임없이 받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이 걷히고 중국도 관광이나 판호 등에서 풀면 우리 국민 정서도 지금보다는 많이 너그러워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부연했다.“IOC 위원장에 컬처림픽 제안하니바흐 ‘원칙적 찬성’ 입장 밝혀”
황 장관은 이번 방중 기간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컬처림픽(올림픽 계기에 각국 문화를 선보이는 대회)을 제안했다면서 내달 중 제안서를 보낸 뒤 바흐 위원장에게 브리핑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바흐 위원장은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황 장관은 말했다.
또 2024년 평창동계청소년 올림픽에 대해 IOC의 지원을 요청했으며, 오는 10월 열리는 제1회 올림픽 레거시(legacy·유산) 포럼에 바흐 위원장의 참석과 기조연설을 요청해 수락을 끌어냈다고 전했다.“중국에 쇼트트랙 판정 항의는국가 관계로 얘기하는 건 좀 어색”
이날 황 장관은 특파원과의 간담회에서 편파 판정 논란에 대한 후속 상황과 입장도 전했다.
황 장관은 7일 쇼트트랙 경기를 직접 현장에서 관전했다면서 선수단 철수를 고민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왔다고 전했다. 다만 황 장관은 중국 정부에 편파 판정 문제에 대해 항의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애매하다”고 답했다.
황 장관은 “경기가 끝나자마자 체육회장과 나, 선수단장, 집행위원장이 모여서 대응 논의를 했다”면서 “국제빙상경기연맹(ISU)에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도 같은 내용을 전달했으며,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공식 제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황 장관은 판정 문제와 관련해 중국 정부에 항의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그 부분은 좀 애매하다”면서 “이것을 국가 간의 관계로 이야기하는 것은 좀 어색하다”고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편파 판정 격앙, 철수 고민 얘기 나와”“다른 나라선 ‘스캔들’이라고 하더라”
황 장관은 경기 후 회의 분위기에 대해 “나를 포함해 다 격앙된 분위기였다”면서 “이 정도면 (선수단) 철수까지 고민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는데 그런 것들이 선수들이 남은 경기를 치르는데 불안한 환경을 초래할 수 있어서 국민 여론이 팽배해 있다는 정도로 항의서한을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뒤집기 어렵더라도 제소 자체가 판정하는 분들에게 더 세심하게 봐야겠다는 긴장감을 최소한 줄 수 있을 것”이라면서 “차제에 기록으로 남겨야 올림픽 문화가 건강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도 판정에 대해 이구동성으로 (문제가 있다고)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다른 나라 관계자들이 (우리에게) ‘스캔들’이라고까지 하던데, 위로일 수도 있지만 (판정에 대한 불만이) 우리나라만이 가진 감정이 아니구나 생각했다”고 덧붙였다.경기 도중 손을 다친 박장혁 선수는 열 바늘쯤 꿰맸는데, 후속 경기에 나갈 수 있을지 보는 상황이라고 그는 전했다.
전날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에서 황대헌(강원도청)과 이준서(한국체대)가 각기 다른 조에서 조 1위와 2위로 결승선을 통과하고도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실격당했다. 황대헌, 이준서의 탈락으로 중국 리원룽과 우다징이 결승 진출권을 가져가면서 개최국 중국에 유리한 판정이었다는 논란이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