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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OECD 가입문제 2야 공동대응 다짐/국민회의·자민련 공동토론회

    ◎“시기상조” 내세워 부결 주장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15대 국회 첫 정기회의의 첫 공조사안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문제를 선택했다.10일 국회에서 「OECD 가입 유보,왜 필요한가」라는 주제로 공동 정책토론회를 가진 것이다. 국민회의 김대중 총재는 격려사에서 정부의 연내가입 방침과 관련,『몸이 튼튼해야 운동경기에 나가 승리하는 것이지 악화된 몸으로 추운 겨울에 발가벗고 뛰면 안된다』고 시기상조론으로 반대했다.자민련 김범명의원은 「OECD가입에 따른 문제점과 대책」이라는 주제발표에서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물가상승률 3% 이내 ▲경상수지 흑자 3년 유지 등의 전제조건을 내건 뒤 『정부가 가입 유보에 따른 국제적·외교적 부담을 덜 수 있도록 국회비준을 부결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 제국의 영화 꿈꾸는 칭기즈칸 후예들(몽골이 변한다:8)

    칭기즈칸의 후예들은 오늘도 말을 타고 대초원을 달린다.그러나 지금은 전투가 아니라 말경주를 위해 달린다.말타기경기는 몽골 최대 명절인 나담축제(7월11일 개막)의 하이라이트중의 하나다.울란바토르 교외에서 벌어진 나담축제의 말경주를 보기 위해 몰려든 수많은 몽골인들은 저마다 인류 최대의 제국이었던 몽골제국을 마음속으로 동경했을지 모른다.그러나 그러한 영광의 역사는 다시 되풀이될 것같지 않다.지금은 칭기즈칸의 기마군단이 말의 기동력을 이용,유라시아대륙을 정복했던 13세기가 아니라 첨단과학시대이지만 몽골인들은 아직 세계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몽골의 산업은 초보단계이며 사회주의 잔재가 여전히 남아있어 사회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있다.그러나 개방정책과 시장경제도입 이후 몽골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대륙의 고도」로 남아있던 몽골은 지구상에서 우리 민족과 가장 유사한 나라로 원시적인 모습의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고 있다.그러한 몽골의 모습을 화보에 담아본다.
  • 수석부장이 겸임… “법원의 꽃”/서울지법 형사30부장 어떤 자리

    ◎전·노씨 재판으로 스포트라이트… 일명 「부원장」/권위주의 정권땐 악역 구설수… 거듭나기 성공 12·12 및 5·18 사건과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사건을 담당하면서 서울지법 형사합의 30부의 김영일 재판장은 지난 8개월여 동안 국내외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왔다. 김 재판장의 법원내 직급은 서울지법 형사부의 수석 부장판사.그는 민사지법과 형사지법으로 나뉘었던 서울지법이 일본의 도쿄(동경)지법처럼 지난해 3월 통합되면서 초대 형사 수석부장 자리에 올랐다.일명 「부원장」이라 통한다.법원의 사무분담 등 행정업무를 도맡기도 하기 때문에 수석부장판사가 형사 합의 30부의 재판장도 겸한다. 그래서 아무나 오를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법원의 한 관계자는 『한마디로 잘 풀리는 자리』라고 요약한다.서울지검장이 검찰의 꽃이라면 법원에서는 그에 비견되는 보직이다. 이런 와중에 전·노 전 대통령의 반란 및 내란사건과 비자금사건이 사법부의 심판대에 올랐다.역사적 중요성과 피고인들의 비중을 감안,자연스레 김 수석 부장판사가 재판을 맡게됐다. 이런 명예에도 불구하고 김 부장판사는 이 사건을 맡은 탓에 지난 3월 서울의 지원장으로 승진하는 「복」을 사양해야 했다.경기고·서울법대 출신인 김 부장판사는 법관의 전형으로 불린다.한 판사는 『법관의 자세와 자존심을 실천하는 표상』이라고 평가한다. 지난 63년 7월부터 수석부장판사를 거친 법관 20명의 면모는 쟁쟁하다.4대인 유태흥씨가 법관의 최고 자리인 대법원장에 올랐으며 안우만 법무장관(12대)도 이 자리를 거쳤다.전상석(6대)·신정철(8대)·김형기(10대)·안우만·박만호(13대)씨는 대법원 판사나 대법관까지 올랐고 현 이임수 대법관도 19대 수석부장 출신이다. 김 부장판사는 선임인 전·신변호사를 비롯,청와대 민정비서관을 지낸 손진곤 변호사(14대)와 이번 재판에서 재판장과 변호인으로 조우했다.김덕주 대법원장의 비서실장을 지낸 전임 김효종 부장판사는 서울고법 부장판사로 재직중이며,최근 사표를 낸 이건웅 변호사도 여기를 거쳤다. 그러나 이 자리는 권위주의 정권 때 어쩔 수 없이 맡아야 했던악역으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한 재야법조인은 『과거에는 청와대의 내락없이 오를 수 없었다』며 『중앙정보부장·안기부장이 골프에 초대할 정도로 권력층에서도 신경을 썼다』고 귀띔한다. 김 부장판사가 전직대통령을 단죄,역사를 바로잡음으로써 이 자리의 기틀을 새로이 다진 셈이다.
  • 꾸중 아버지 살해 중학 2년생 구속

    서울 강동경찰서는 27일 외박을 꾸짖는 아버지를 숨지게 한 서울 K중학교 2년 김모군(14·서울 강동구 천호3동)을 존속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군은 지난 26일 하오 4시40분쯤 서울 강동구 천호3동 자기 집 안방에서 외박을 했다는 이유로 아버지(55)가 주먹과 발로 마구 때린 뒤 담배를 피우는 틈을 타 야구방망이로 아버지의 머리를 4차례 내리쳐 실신시킨 뒤 러닝셔츠를 찢어 만든 끈으로 목졸라 숨지게한 혐의다.
  • 「선상반란」 어선 오늘 한국측 인도/2∼3일뒤 부산 도착

    ◎이인석씨 항해 필요로 참화 피해/“선장이 부른다” 11명 차례로 불러 살해 남태평양 해상에서 조업중 조선족 출신 중국인 선원들의 폭동으로 표류하다가 일본 영해로 들어갔던 페스카마15호가 26일 다시 오키나와 부근의 공해상으로 이동,곧 우리측에 의해 예인될 것으로 알려졌다. 페스카마15호의 현재 위치는 북위31도,동경140도인 도리시마(조조)서쪽 40해리 지점으로 한국인 생존자 이인석씨(27·1등항해사)와 인도네시아,조선족 선원 전원이 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이에따라 선적국인 온두라스와의 협의를 거친뒤 우리 해경을 현지에 파견,페스카마15호와 선원 전원을 부산항으로 인도한다는 방침이다. 페스카마 호는 빠르면 27일 우리측에 인도,예인돼 2∼3일안으로 부산항에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현재 페스카마 호에는 3일정도 항해할 수 있는 연료가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냉동창고 감금도 【부산=이기철 기자】 선상반란 살해사건과 관련,한국인 선원 등 11명을 살해한 중국선원들의 직접적인 동기는 귀국의사를 밝힌 자신들에 대한 한국선원들의 구타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사건과 관련,생존자 이인석 1항사는 26일 주제양 부산사무소 손영익 소장과의 단파교신에서 지난 8월2일 상오 3시부터 다음날 10시사이 중국선원 6명이 한국선원 6명과 인도네시아 선원 2명은 칼로 찌른뒤 바다에 던졌고 인도네시아선원 1명과 선상반란에 동조하지 않은 중국인 선원 최만봉씨(27)는 냉동창고에 감금,동사시켰다. 또 중간에 편승한 최동호씨는 중국인들의 협박을 받은 인도네시아인이 바다에 수장시켰다. 중국선원들은 한국선원들이 모두 잠자는 사이 『선장이 개별면담을 원한다』며 갑판으로 차례로 불러낸뒤 로프로 결박하고 칼로 살해했다. 항해사 이인석씨를 살해하지 않은 것은 항로결정에 필요했기 때문이며 살해순서는 선장,갑판장,기관장,조리장,조기장·기관사순이다.
  • 5천여명 참여 고덕천 말끔히/중고생 한강지키기 캠페인 성황

    ◎강동구청장 등 쓰레기 20t 수거 구슬땀/서울신문사·서울시 주최 서울신문사가 서울시와 공동으로 주최한 「깨끗한 한강지키기 고덕천 현장캠페인」이 25일 서울 강동구 고덕동 고덕천 둔치에서 중·고교생 등 5천여명이 참가,성대하게 펼쳐졌다. 지난 5월19일 광나루에서 시작된 「깨끗한 한강지키기」행사는 중랑천·탄천·양재천·묵동천·홍제천·불광천·도봉천에 이어 아홉번째다. 이날 행사는 강동구청이 주관했으며 환경부·교육부·서울시 교육청·KBS의 후원과 한국 암웨이사의 협찬으로 치러졌다. 행사에는 김충환 강동구청장,이기영 구의회 의장을 비롯한 구의원 7명,이중호 서울신문사 깨끗한 산하지키기 운동본부장 등이 참석,참가자들과 함께 비지땀을 흘렸다. 강동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이 주변 교통정리를 했으며 구 보건소직원들이 응급구호 활동을 벌였다.강동구 새마을협의회·시민생활위원회·해병전우회 등 지역 주민들도 적극 참여했으며 쌍용그룹 사물놀이팀은 흥겨운 농악으로 참가자들의 힘을 북돋웠다. 특히 한영고 학생 7백82명을비롯,명일여중·명일여고·배재중·성덕여상·광문고·천호중·상일여고·배재고·한영외고·한산중·상일여중·동서울상고 등 13개교 4천6백33명이 대거 참가,환경보호의 참뜻을 배웠다. 참가자들은 상오 9시30분 고덕초등학교 옆 동명 근린공원에 모여 고덕천 지하철 차량기지에서 부터 상일 IC 천호대로 입구까지 2㎞ 구간 하천 주위를 말끔히 치웠다. 행사가 시작된지 3시간만에 20여t의 쓰레기가 모아지자 참가자들은 한강지천의 오염정도에 크게 놀라는 모습이었다.
  • 관광산업(몽골이 변한다:7)

    ◎끝없는 초원·사막·얼음계곡… “태초의 땅”/역사적 유물 적지만 대자연이 관광자원/관광객 연간 10만명… 국제공항 확장 한창 「문명의 오염」이 없는 대초원과 사막이 어우러진 자연.인간이 만든 조형물이 주요 관광자원인 많은 나라들과는 달리 몽골의 주요 관광자원은 바쁜 일상과 물질문명에 지친 현대인들이 동경하는 아름다운 자연이다. 끝없이 펼쳐져 있는 광활한 푸른 초원과 그위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가축들.순박한 유목민들.20세기 건축문화와는 동떨어진 유목민들의 주거공간 겔.몽골의 서정적 풍경은 질식할 듯한 현대의 콘크리트 도시문화와는 다른 세계다.칭기즈칸의 전사들이 달리던 푸른 초원은 2개월이상 계속된 대화재로 한때 한국보다 더 넓은 지역이 검게 탓었으나 지금은 타지않은 지역보다 더 푸른 초원으로 바뀌었다.자연의 위대한 복원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몽골은 이러한 자연을 보존하는 관광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몽골의 대표적인 관광회사인 쥴친의 델게르수렌 사장은 『몽골은 자연상태를 파괴하지 않고 관광자원을 개발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자연 파괴않는 개발정책 추진 몽골을 찾는 외국인들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즐기며 고비사막에서 낙타를 타고,흡스굴 호수에서 낚시를 하고 테레지에서 말을 탈수 있다.자연과 함께하는 「자연환경 관광객」이 되는 것이다.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자동차를 타고 북동쪽으로 한시간정도 달리면 만나는 계곡과 대초원.몽골의 유명한 관광지중의 하나인 테레지다.몽골에서 흔치않은 바위산과 소나무숲,여름이면 초원에 만발하는 갖가지 아름다운 들꽃과 야생동물들,숲사이로 흐르는 시냇물… 테레지에는 역사적 유물은 없지만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하기 위해 많은 외국인들이 찾아온다.관광객을 위해 테레지에는 많은 겔이 만들어져 있다.술도 마시고 잠도 잘수 있다.1백50달러면 송아지 1마리 바베큐도 즐길수 있다. 몽골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는 테레지와는 다른 차원의 자연의 장관을 이루는 고비사막이다.몽골과 중국국경을 따라 3천마일 정도 뻗어있는 고비사막은 전체국토의 23%를 차지하고 있다.사하라 사막과 같이 자연의 웅장함과 위대함을 자랑하는 고비사막은 감동적이다.고비사막에는 모래만 있는 것이 아니라 초원과 많은 종류의 동물들이 있다.공룡화석과 공룡알의 보고이기도 한 고비사막을 찾는 관광객들은 구르반사이칸산 봉우리 사이에 1년내내 얼음으로 덮여있는 「얼음 계곡」도 볼수 있다.고비사막은 울란바토르에서 항공기로 1시간 30분.델게르수렌 사장은 『외국관광객중 70%는 고비사막을 찾는다』고 말했다. 몽골에는 자연관광지만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몇개 안되지만 대건축물과 역사적 유물들도 있다.그중의 대표적인 건축물이 울란바토르에 있는 간단사원.1921년 몽골혁명이후 거의 모든 라마교 사원들이 파괴됐는데 유일하게 보존된 몽골 최대 라마교 사원이다.울란바토르에는 또 공룡으로 유명한 자연사박물관 등 몇개의 박물관이 있다.13세기 몽골의 수도였던 하라호름에 있는 에르덴조사원도 많은 사람들이 찾는 관광지다. ○혁명이후 라마교 사원 파괴 몽골의 관광업은 개방정책이후 외국관광객이 크게 늘어나며 활성화되고 있다.사회주의시절에는 1년에 8천명정도의 관광객이 찾아왔었으나 최근에는 10만명이상으로 급증했다.그중에서 일본관광객이 가장 많으며 미국,독일,프랑스,한국인들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델게르수렌 사장은 밝혔다.관광수입도 90년에는 5백만달러였으나 95년에는 2천만달러로 크게 늘어났다.관광업계의 활성화로 관광회사도 1백50여개나 난립하고 있다.사회주의시절에는 쥴친 하나밖에 없었다. 몽골은 늘어나는 관광객을 위해 관광지에 숙박시설을 만들고 있다.숙박시설은 호텔도 있지만 대부분이 유목민의 전통가옥인 겔이다.울란바토르 교외에 있는 브얀우하 공항의 확장공사도 한창이다.지금은 허름한 소도시 공항같다.그러나 2년후에는 대형 항공기도 착륙할 수 있는 국제공항의 모습을 갖출 것이라고 델게르수렌 사장은 밝혔다. 몽골의 관광산업은 그러나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도로사정이 안 좋고 교통과 통신도 불편하다.제2의 도시 다르한에 있는 호텔에서 조차도 국내 직통전화가 안된다.호텔도 부족하며 서비스도 엉망이다.몽골 최고급 칭기즈칸호텔의 경우도 아침식사를 위해 레스토랑에 가면 전날 저녁에 먹다 흘린 빵부스러기등이 그대로 식탁위에 남아있고 종업원들이 영어 등 서방 외국어를 잘몰라 주문하는데 어려움이 적지않다. ○서비스·통신시설 미비가 흠 몽골의 관광은 또 기후조건때문에 6,7,8월 등 여름 한철로 제한돼 있다.9월에도 사냥을 위한 관광객이 어느정도 있으나 그 이후는 추운 날씨때문에 관광객이 거의 없다. 관광산업은 이러한 여러가지 문제점 때문에 아직 몽골경제에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그러나 몽골의 관광산업은 전망이 좋으며 경제발전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델게르수렌 사장은 전망했다.그러나 관광수입도 중요하지만 관광객 유치로 자연환경과 생태계가 파괴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몽골의 국민적 합의라고 그는 말했다.
  • 연대찾은 대학총장들 “망연자실”

    ◎전쟁터인가… 상아탑인가…/“아…” 절망의 탄식/“폭력현장 보존… 산교육장 활용” 이구동성 백발의 총·학장들은 아무 말도 없었다.굳은 표정으로 바라보기만 했다.폐허처럼 변한 상아탑의 몰골에 넋을 잃은 듯했다.매캐한 최루가스냄새는 총·학장 3백여명 모두의 얼굴을 일그러지게 만들었다. 전쟁터를 방불케 한 연세대의 시위현장을 눈으로 확인하려고 발걸음을 재촉했지만 현장에 다가서자 나오는 것은 한숨뿐이었다.수십년을 대학에서 보냈지만 이번처럼 심각한 상황은 처음이라는 표정이었다. 본관 오른쪽에 있는 인문관주변은 불에 타다 남은 쓰레기잔해와 깡통,부서진 책·걸상 등으로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온전한 것은 없는 듯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탄식과 분노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연세대의 김준석 입학관리처장은 『학생들이 건물 안의 교수실을 부수고 자료를 모두 없애 교수들이 난감해 하고 있다』는 설명했다. 총·학장들은 『도덕과 윤리마저 저버린 상식이하의 행동』이라는 정도의 반응만 보일 뿐 누구 하나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인문관과 이웃한 종합관은 더욱 처참했다.현관은 불에 그을렸고 유리창은 대부분 깨진 상태였다.기둥에는 「결사항전」 등의 구호가 적혀 있었다. 「화약고」로 불리던 과학관 방문은 취소됐다.더 보지 않더라도 상황파악은 충분했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이렇게 했다니…』 『동경대처럼 불에 탄 현장을 그대로 보존,산교육장으로 삼아야 합니다』 『학원이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지 않으면 이같은 일은 또다시 벌어집니다』 현장방문에 이어 하오2시40분부터 연세대 1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전국 총·학장회의에서는 폭력시위대책과 대학의 책임에 대한 발언이 잇따랐다. 대구 효성카톨릭대 김경환 총장은 『남의 대학을 이렇게 망쳐놓은 젊은이들이 학생인지를 묻고 싶다』고 흥분했다. 동신대 이상섭 총장은 『언론을 통해 듣던 것보다 너무도 엄청나 할 말이 없을 정도』라며 『이에 대한 책임을 모든 대학이 통감해야 할 것』이라고 자성을 촉구하기도 했다. 연세대를 떠나는 총·학장들의 발걸음은 교내 곳곳에 완전무장상태로배치된 전경의 어깨만큼이나 무거워 보였다.
  • 대부분 시위 적극가담 부인/연행학생 조사 이모저모

    ◎“호기심에…” “친구 따라갔다” 등 발뺌/빨치산 용어 가득 「위문편지」 “섬뜩” 검찰과 경찰은 21일 한총련 시위와 관련,연행된 3천여명의 학생을 상대로 이틀째 조사하고 있으나 대부분 적극가담사실을 부인하는 데다 증거가 없어 애를 먹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48시간 안에 사법처리여부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학생들의 시위가담정도 및 집회참가경위 등에 따라 연행자를 분류하는 데 일단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 그러나 경찰이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뿌린 형광최루액도 학생들이 옷을 갈아입어 증거로서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데다 사진자료 역시 수사에 별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 ○…1백9명의 학생을 조사하고 있는 영등포경찰서는 신속한 조사를 위해 관내 15개 파출소의 경찰관을 차출,경찰관 한 사람에게 평균 1·5명씩 배당했지만 21일 낮까지 절반인 50여명에 대한 1차조사만 끝냈다. 한 관계자는 학생들이 『선배가 놀러가자고 해서 따라갔을 뿐』 또는 『연세대 부근을 지나다가 호기심에 이끌려 행사에 참석했다가 떼밀려 들어갔다』고 주장하는 등 적극가담사실을 부인해 수사관을 골탕먹이기 일쑤라고 설명. 서울 송파경찰서는 잠실1파출소 직원 피습사건을 수사중인 강력반의 일부 형사까지 조사에 투입. ○…각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 학생들은 오랫동안 몸을 씻지 못하고 옷도 갈아입지 못해 이들이 수용되어있는 식당·강당에는 악취가 진동. 또 연행학생의 가족은 각 경찰서를 돌아다니며 안부를 확인하느라 진땀.경찰은 민원실의 「사람·차량행방문의센터」(국번 없이 서울 182번)에서 컴퓨터에 입력된 학생들의 소재를 전해주고 있으나 전화폭주로 다른 업무를 못보고 있는 실정. ○…검찰의 고위관계자는 일본의 극렬학생운동이 지난 60년대 「동경대학 점거농성」을 끝으로 사실상 막을 내린 예를 들며 『우리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고 설명,내부적으로 강력대응방침이 섰음을 시사. 서울지검 김원치1차장검사는 이와 관련,『수사본부장으로서 입건숫자에 연연하지 않고 엄정대처하겠다는 것이 기본입장』이라고 단언.김차장검사는 『관용을 자꾸 강조하다보면 관용 그 자체가 없어진다』며 『관용에도 한계가 있으며 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강경입장을 피력. ○…검찰은 이날 단순가담자 등 8백66명을 귀가조치한 것과 관련,『훈방조치로 풀어준 것은 아니며 혐의사실이 인정되지만 사안이 경미해서 석방한 것』이라고 설명. 검찰은 이들로부터 모두 피의자신문조서를 받았으며 향후 채증작업을 통해 범법사실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면 다시 불러 엄중사법처리할 방침이라고 부연.
  • 서울 10번째 오존주의보/어제 1시간만에 해제

    ◎강북 등 북동지역 8개구 서울지역에 올해 들어 열번째 오존주의보가 발령됐다. 서울시는 18일 하오2시 구의동측정소의 오존농도가 시간당 0.126ppm(기준치 0.12ppm),쌍문동측정소에서 0.122ppm으로 관측됨에 따라 성동·광진·동대문·중랑·성북·강북·도봉·노원구 등 북동지역 8개구에 오존주의보를 발령했다.오존주의보는 1시간만인 하오3시 해제됐다. 이날 오존주의보발령은 지난 6월8일(2회),9일(1회),7월31일(2회),8월1일(1회),2일(3회)에 이어 올들어 열번째다. 시는 『기온이 높고 바람이 불지 않아 대기가 정체되면서 일시적으로 오존농도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오존주의보 발령과 함께 해당지역 주민에게 실외운동경기를 자제하고 노약자·환자·어린이 등은 실외활동을 삼갈 것을 당부했다.특히 불필요한 자동차사용을 자제하고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해줄 것을 권고했다.
  • 소설가 김채원(인물탐구:101)

    ◎틀·관념 거부… 투명·영롱한 문학세계 지향/산수화 같은 셈세한 묘사… 문단에 신선한 충격/새로운 언어·글쓰기 형식 찾아 고집스런 노력/파인 김동환·여류뮨인 최정희사이 출생… 언니도 소설가 김채원의 단편 「가득찬 조용함」은 4개의 파트로 나눠진 소넷 같은 소설이다.첫 패러그래프는 이렇게 시작된다. 「조그만 아이가 커다란 목욕탕에 들어앉아 오색공을 가지고 놀고 있다.아이의 머리통보다 조금더 큰 공이다.빨강·파랑·노랑·주황·초록으로 칠해진 공의 색채가 이 한낮을 바로 그런 색채의 무수한 조각으로 갈라놓고 있다」.「햇빛에 반짝이는 나뭇잎들과 가끔씩 불어오는 미풍이 그런 색채속에 휘말려 소용돌이」치듯 작가는 눈에 보이지않는 비실제의 색채를 만져지는 실제로 실천시키고 있다. 83년 김채원이 이 소설을 발표했을 때 문학평론가 원형갑은 「이와 같은 섬세한 묘사의 세계는 산수화에서 느낄수 있는 녹차의 맛과도 같은 맛」「귀떨기를 스치고 지나는 가을 바람과도 같은 인간의 진지함을 돌이키게 된다」고 호평한바 있다.그리고 「그의 소설에 관심을 갖는 것은 독자로 하여금 이미 겪었던 삶을 다시 살아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전개될 미지의 삶으로 우리를 유도하기때문」이라고 했다.「그의 예사롭지 않은 작가적 감수성」은 내적독백 무의식 잠재의식 패러디의 방법으로 「스토리라는 이데올로기에 매어있지않고」 「그의 주인공들은 스토리를 전제하는 가운데 살고있지도 않으며 다만 일상이 그려놓은 단조로운 기억과 환상위에 어렴풋한 형상을 만들어내고 그 형상위에 일상의 발자욱을 겹치면서 본래의 자취에다 진실의 밝은빛을 뿌려나간다」는 것이 평론의 요지다. ○스토리 전제않고 작업 김채원은 소설 「초록빛 모자」「겨울의 환」이 널리 알려져있으나 그의 소설을 대중적인 인기물이라고 하기는 어렵다.일단의 평자들은 「그것에 남성이 별로 등장하지 않는다」고 해서 「넓은 범주의 페미니즘 문학」으로 구분짓기도 한다.그러나 그는 「작가로서의 세계감각」과 「즉물적이고 즉사 즉시적인 생활문장」으로 그 어느것도 충실하게 현실에 대응하고 소설진행상에서도 장면과 장면의 연결보다는 「장면과 장면의 겹침으로 얻어지는 상황성의 포착에 성공」하고 있다.그리고 이 상황성을 강조하기 위해 문체의 다양한 변화가 유도되는 것이 눈에 띈다. 지난 88년에 발표되어 지금까지도 독자의 관심을 끌고있는 중편 「겨울의 환」은 나이 들어가는 한 여성의 갖가지 떨림을 음악에서의 안단테 칸타빌레와도 같은 우아한 필치로 받아낸 것이 특징이다. 한 여성의 떨림을 「시간과 삶」의 출렁거림에 실어서 흔들림과 설렘,두려움으로 함축시키고 그안에 센티멘토(정감)와 스케르초(해학)를 담아 운명에 대한 외경심과 운명지향성의 무게로 소설을 이끌어나간다. ○현실·초현실 넘나들어 최초의 장편소설인 「형자와 그 옆사람」에 대해 시인 김화영도 비슷한 의견을 개진한바 있다.「다른 대다수의 작품과 마찬가지로 중년에 접어드는 한 여자의 일상에 관한 이 소설은 목마르게 삶의 중심을 찾는 몸짓과 느닷없는 환상의 떨림이 미묘하게 교차되면서 박명속에 차곡차곡 쌓이는 반추상의 우울한 그림을 이루고 있다」고 「해설」에 쓰고있다. 이어서 평론가 권영민의 「김채원의 소설속에는 작가자신의 의식의 그림자가 환상처럼 드리워져있다」는 말은 일리가 있다.「가장 특이한 감성을 지닌채 일상의 테두리에서 언제나 머뭇거리고 있는 한 인간」이 작가자신의 의식의 흐름에 실려 현실과 초현실과 피안과 차안의 언덕을 자재로 넘나들기 때문이다. 그는 복합적인 성격은 아니지만 「형자와 그 옆사람」을 출간했을 당시 『현실적으로는 책이 많이 팔렸으면』 하고 바라면서도 그러나 『그 책을 읽었다는 사람을 한사람도 만나지 말았으면』했고 때때로 『아주 다른류의 소설을 쓰고 싶다는 마음과 아주 다른 삶을 살고 싶다』는 두가지 마음에서 모순과 갈등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 평소에는 찬물처럼 차갑고 풀잎처럼 연약해보이지만 고집이 센편이고 급진적이며 엉뚱한 면이 많아서 자신의 상상이 맞는다고 생각하면 그것이 무엇이든 「인간의 상상은 얼마든지 실현가능한 일」이라고 고지식하게 밀어붙인다.이점은 일찍이 그의 소설을 추천하는 자리에서 원로 황순원씨가 「어떤 틀이나 관념에 매이지않고 독자적인 시선으로 대상을 바라보는 관점에 호감이 간다」고 예고한 것을 뒷받침해준다. 김채원은 「국경의 밤」의 시인 파인 김동환과 「흉가」「탄금」등의 주옥같은 단편으로 1940년대 문단을 풍미한 여류 최정희사이의 딸로 언니인 김지원도 소설가다.본명은 「달속의 선녀」인 「항아」에서 딴 항란,문단에서는 드물게 미모의 자매로도 유명하다. ○한때 일서 교편잡아 그가 유년에 살던 집은 꽃과 나무가 많고 아침이면 꿩이 마당에 내려오던 「동숭동 낙산 바로밑의 외딴집」으로 전란에 시달린후 「왠지 지붕은 진흙같은 것을 이고 점점 무거워지고 기둥은 점점 가늘어져서 바람부는 밤이면 집은 밤새워 사력을 다해 바람과 싸워야했고」 「어머니는 매일밤 좀도둑때문에 아귀가 맞지않는 마루문에 커다란 못을 박고는 아침이면 장도리로 다시 못을 빼곤 했다」고 돌아본다.6·25가 나던해 그집에서 『아버지 파인은 인민군에게 잡혀갔고 어머니는 새벽이면 머리맡에 불을 켜놓고 글을 썼으며 그런 집에 살았던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필연적으로 글을 쓰지 않았을까.그집이 우리를 품어 언니도 나도 글쓰는 사람으로 분만해 주었다』고 말한다. 한때는 절방에 누워 생텍쥐페리의 「야간비행」을 읽었고 이대 미대졸업후 일본에 건너가 도쿄에 있는 한국학교 미술교사,언니 김지원이 있는 뉴욕에 머물다가 다시 파리로 건너가 이응로 김창열씨등 파리화단의 화가들과 교분을 갖기도 했다.문단교류는 활발치 않으나 어머니 최정희여사가 살아계실때 그를 따르던 후배들의 모임인 정릉구락부의 이제하 김문수 서영은 김청조 김경옥 이재연 조문진 등과 친분이 있고 가족은 79년 시인 김영태의 중매로 만나 결혼한 백동규교수(아주공대 교수)와 그의 동화집 「장이와 가위손」의 「장이」인 아들 수장(고1)이 있다. 파인과 최정희의 후예답게 그는 「설익은 감을 씹듯 함부로 덤벼드는 혈기」나 「홍수와도 같은 구태의연한 이야기의 여울속에 허우적거리는 석연찮은」 여느 소설들과는 달리 「손에 잡히지 않는 공기처럼 투명하고 영롱한 문학세계」를 지향하여 소설을 발표할 때마다 의식있는 평자들의주목을 받아왔다. 그는 한순간의 신선한 풍경 하나에도 소설을 찾아내어 「내면에 잠자고 있던 삶의 격정」을 일깨우고 「그만의 얘기,그만의 언어,그만의 접근방법으로 창의의 욕구」를 되살리는 작가다.「언제나 언어의 새로움과 소설형식면에서도 새로움을 추구하면서 그가 펼쳐낼 또다른 미지의 문학세계」는 시인 장석주에 의하면 「김채원이라는 작가를 가진 한국문학이 우리에게 베푸는 행복의 하나」가 아닐수 없다. 어떤 의견분분에도 불구하고 그가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것은 그의 소설에서 보이는 「이상스러운 차가움」,「비애에 가까운 차가움이 소설 도처에서 발견되는 때문」이며 들릴듯말듯 나지막한 음성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것은 목소리속에 담긴 편광과도 같은 번뜩임,비실제조차 실제로 실현시키고야마는 진실을 향한 열정때문일 것이다. □연보 ▲1946년 경기도 덕소출생 ▲64년 이대부속고 졸업 ▲68년 이대 미대 회화과 졸업 ▲1972년 일본 도쿄 한국학교미술교사,도쿄(동경)대 외국인을 위한 클라스수업 ▲74∼75년 단편 「먼바다」「밤인사」로 현대문학소설 추천,도미,뉴욕 아트스튜던트리그 수업,단편 「얼음집」「자전거를 타고」「달의 손」발표 ▲76년 도불,김지원과의 자매창작집 「먼집 먼바다」(지식산업사)출간 ▲78년 귀국,단편 「밀월」「봄의 끝」발표 ▲79년 단편 「초록빛 모자」 「안개」 「나이애가라」발표 ▲1980년 단편 「가을 햇빛」 「산중기」 「묘약」발표 ▲81년 「오월의 숨결」 「물위에 어린 그림자」 「아이네 크라이네」 「오솔길로 가는 사람들」발표 ▲83년 단편 「공중에는 또하나의 다른 방이」 「가득찬 조용함」발표 ▲84년 작품집 「초록빛 모자」(나남)출간,단편 「애천」발표 ▲89년 중편 「겨울의 환」 「오후의 세계」발표,이상문학상 수상 ▲1990년 작품집 「봄의 환」(미학사)출간 ▲91년 중국여행,중편 「미친 사랑의 노래」발표 ▲92년 러시아여행,콩트집 「장미빛 인생」(작가정신)출간 ▲93년 수필집 「꿈꿀 시간 있으세요」(도서출판 전원),장편 「형자와 그 옆사람」(도서출판 창)출간 ▲94년 이라크와 지중해연안도시 여행,4인 에세이집 「사막,그리고 지중해에 바친다」(문학동네)출간 ▲95년 일본여행,작품집 「달의 몰락」(청아출판사)출간 ▲96년 장편창작동화집 「장이와 가위손」(한양출판)출간
  • 북한군 하사 DMZ 넘어 귀순

    ◎어제 새벽 “보급품 끊겨 한달 2∼3명 아사”/23살 장철봉… 키 1백60㎝·몸무게 42㎏ 【연천=박성수 기자】 북한군 소속 장철봉 하사(23)가 16일 새벽 경기 연천군 북방 비무장지대를 넘어 귀순했다. 군 당국은 이날 상오 3시10분쯤 북한군 5군단 5사단 민경대대 7중대 소속인 장하사가 비무장 차림으로 연천군 북방 군사분계선을 넘어 육군 상승열쇠부대 전방초소쪽으로 귀순했다고 발표했다. 아군은 이날 상오 2시45분쯤 야간관측장비로 철책선에서부터 두손을 들어 귀순의사를 표시한 장하사를 발견,아군초소 전방 40m지점에서 상승열쇠부대소속 김정규 상병 등 2명이 25분만에 우리측으로 인도했다. 장하사는 지난 15일 밤 11시쯤 경계근무중 초소를 이탈,수해로 파손된 북한측 비무장지대 철책을 지나 군사분계선을 넘었다. 장하사는 귀순 직후 상승열쇠부대에서 기자들과 만나 『6개월전부터 남한측의 대북방송을 듣고 남한사회를 동경해왔으며 부대에서 심하게 구타를 당한데다 배고픔을 견디지 못해 죽음을 각오하고 귀순을 감행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이번 집중호우로 보급품 공급이 끊겨 최근 강냉이로 죽과 밥을 만들어 먹었으며 반찬도 없어 소금국과 소금물에 절인 무로 끼니를 때웠다』며 『내가 소속된 사단에서도 한달에 2∼3명씩 굶어 죽어 나가는 것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귀순 당시 장하사는 인민군 전투복 차림에 단검 한자루와 군용 전화기 한대를 휴대한 비무장이었으며 키 1백60㎝,몸무게 42㎏의 몹시 야윈 상태였다.
  • ‘해솟는 땅’ 연해주/노희상 다물민족연구소 이사(굄돌)

    서울에서 비행기로 두 시간 거리.8월초의 연해주 해변가 백사장에는 반라의 러시아인으로 붐비고 있었다.예로부터 해삼위라 불려왔지만 그 의미는 「해솟는 땅」이다.부동항 획득을 위해 남진정책을 편 러시아가 청과 18 60년 북경조약을 체결,할양받고 「동양의 지배자」라는 뜻으로 명명한 블라디보스토크는 연해주 주도로서 군항이라기보다는 무역항이자 휴양지로 제법 소탈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발해왕조의 동경용원부·솔빈부·정리부·안변부·안원부가 있던 연해주에는 발해와 여진족의 문화가 살아 있어 찾는 이를 숙연케 한다.아르세뇨박물관과 여러 성터에 가보면 조상의 숨결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또 연해주는 3·1운동 이전까지 해외 독립운동의 본거지였다.「창의회」 「십삼도의군」 「권업회」등이 결성되어 항일운동을 전개한 이곳에는 1914년에 「대한광복군정부」가 정식건립되어 이상설·이동휘가 정·부통령에 피선된 곳이다. 고로 연해주는 발해 이후 1천3백년이 지난 19세기말부터 도강한 선조들이 항일투쟁을 전개하며 60여년간 일궈낸한민족의 삶의 터전이다.지금 블라디보스토크시내 자유공원이 한인이주자의 본거지인 신한촌 자리이고,해변을 따라 아무르만을 거슬러올라가면 개척리·석막리등 한인의 거주지가 펼쳐지지만 아무 표시가 없어 가슴이 아프다. 1910년대 연해주에는 이동휘 선생이 이끄는 5천여명의 「고려혁명군」이 포진하여 일제와 마적단과 싸워 땅을 지키면서 볼셰비키정부를 도와 한인자치를 도모하였다.그러나 1922년 적군이 블라디보스토크를 점령한 후 한인단체에 대한 탄압이 시작되어 급기야 37년부터 40여만명의 동포가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당하고 그 자리에 백계러시아인이 이주함으로써 인종교체가 이루어진,우리에게는 빼앗긴 땅인 셈이다. 광대무변한 들판엔 벼 한포기 보이지 않는데,텃밭에서 캐낸 감자 몇개를 팔기 위해 길가에 나앉은 하얀 피부의 꾀죄죄한 노인들의 모습이 이 땅의 풍광과는 아무래도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 작가 김영하씨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자살청부업자가 들려주는 「고객이야기」/삶에 지친 이들의 길은 죽음뿐이라는데… 제1회 문학동네 신인작가상 수상작인 김영하씨의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가 문학동네에서 나왔다.연세대 경영학과 대학원까지 나와 한국어학당 강사로 나선 지은이는 그 삶의 방식처럼 작품세계도 가히 신세대적이다.삶에 지친 이들에게 죽음을 주선하는 한 「자살청부업자」가 「일을 끝낸」 고객의 생전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 세기말 화가 클림트의 탐미적 주인공 「유디트」를 빼닮은 첫번째 고객은 남자친구의 형인 C와도 몸을 섞고 폭설에 길이 끊긴 주문진 산꼭대기에 올라 북극을 동경한다.유디트의 남자친구 K는 속도의 쾌감에 사로잡혀 1백80㎞를 밟으며 경부선을 오가는 총알택시 운전사.또 비디오아티스트인 C는 절대 자기를 녹화하지 않는 행위예술가 미미를 꼬드겨 전신이 물감범벅인 채로 카메라 앞에 세운다.그 미미가 청부업자의 두번째 고객이 된다. 에피소드처럼 끼어드는 청부업자의 유럽 여행담속 홍콩여자까지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갈 데까지 절망해있다. 신세대란 말의 부정적 어감에도 불구,이 소설엔 미덕이 많다.문자에 서툰 영상세대라는 선입견을 뒤엎는 절묘한 구성과 지방질이 거의 없는 탄력있는 단문엔 단숨에 끝페이지까지 읽게 만드는 힘이 있다.아무리 멀리 가봐도 변함없이 무료한 삶에 해답은 죽음뿐이라는 전언은 섬뜩한 만큼 정직하다. 하지만 어둠이 짙을수록 전망을 향하는 사소한 몸짓은 더 빛날지 모른다.지은이의 재능이 세기말의 어둠에서 새 비전을 길어올리는 데까지 이르기를 바란다면 이는 작가에게 너무 큰 역할을 떠맡겨온 계몽주의적 생각일까.
  • 북 범민족대회 행사 어제 판문각서 개최

    북한은 14일 상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북측지역인 판문각에서 「제7차 범민족대회」를 개최,대남 정치선전 공세를 폈다.
  • 전국 오늘 태풍 영향권/「커크」 시속 24㎞ 북상

    ◎중·남부 60∼1백50㎜ 호우 예상 초속 37m의 강풍과 호우를 동반하고 북상 중인 제12호 태풍 「커크」는 14일 상오 제주도 남동해상 2백40㎞ 지점(북위 31.5도 동경 1백28.5도)을 통과할 것으로 예상돼 적지 않은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중심기압 9백60헥토파스칼로 반경이 8백㎞인 대형 태풍이다. 13일 하오 4시 현재 제주도 남쪽 약 5백20㎞ 해상(북위 28.6도 동경 1백23.1도)에서 시속 10㎞의 속도로 북북동쪽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제주도와 남해안 지역은 이날 하오부터 태풍의 직·간접적인 영향권에 들었다. 기상청은 13일 자정을 기해 남해 전 해상에 태풍주의보를,동해 남부 전 해상에 파랑주의보를 각각 발효했다. 기상청은 『위력이 점차 강해지고 있는 태풍 커크는 14일 상오 9시쯤 제주도 남동쪽 2백40㎞까지 진출,강한 바람을 동반한 호우가 중부내륙에까지 내리는 등 전국이 태풍의 영향권에 들어갈 것』이라고 예보했다. 제주도와 남해안지역을 비롯,태풍의 영향권에 들어가는 남부지방에는 80∼2백㎜,중부지방에는 60∼1백50㎜의 비가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기상청은 『태풍 「커크」는 다른 태풍의 경로와는 다른 이상경로를 거쳐 북상 중이어서 정확한 진로를 예측하기 힘들다』고 밝히고 『그러나 남해안 지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뒤 14일 밤 대마도 부근 해상을 통과,15일 상오에는 동해 남부해상으로 빠져나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 북 「두루미 보호구」 첫 지정/평양근교 문덕·김야

    ◎이동 중계지 두곳 세계장초로 북한은 재두루미·흑두루미 이동경로의 중요한 중계지로 판명된 평양북쪽의 문덕과 김야지역을 「중계지 보호구」로 지정했다고 요미우리(독매)신문이 10일 보도했다. 이같은 사실은 북한 국가과학원 자연보호센터 관계자가 최근 「일본 야조회」에 연락함으로써 알려졌는 데 두루미 중계지가 보호구로 지정된 것은 세계 최초로 철새보호를 위한 큰 진전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보호구로 지정된 곳은 평양에서 북쪽으로 50㎞ 떨어진 문덕군 동림리와 김야군 해중리를 각각 중심으로 한 3천㏊와 2천㏊로 북한당국은 앞으로 개발을 금지시키고 보호관리인을 둘 예정이다.
  • 꿈의 향연/9월 개최 「제1회 부산국제영화제」

    ◎「영화여행」을 떠나보자/32국 93편 출품… 대부분 국제영화제 수상작/7개 개봉관·대형 야외스크린서 감상 가능 9월13∼21일 열리는 제1회 부산국제영화제(PIFF·P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는 영화팬들에게 그야말로 「꿈의 향연」이 될 것이다.세계 32국에서 초청돼 일반에 공개하는 극영화 93편이 대부분 국내에서 처음 상영되는 작품인데다 주요 영화제 수상작,세계적인 감독의 대표작·최신작들이 많이 포함돼 있기 때문.따라서 영화팬들은 그동안 귀동냥으로 만족해야 했던 영화들을 직접 감상할 수 있는 모처럼의 기회를 맞게 됐다. 영화상영관은 부산의 부산극장 1∼3관과 부영·국도·제일·아카데미극장등 7곳.또 수영만 요트경기장에는 가로 25m,세로 18m인 대형 스크린을 설치해 야외상영도 한다. 보고싶은 영화를 미리 점찍어 두었다가 작품별 상영일자가 확정되면 부산으로 「영화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좋겠다.영화제 집행위원회가 마련한 7가지 부문별 주요 작품을 소개한다. ▷아시아영화의 창◁ 세계적 명성을 얻은 아시아감독의 신작과 화제작 18편을 선보인다.중국 장유앤 감독의 「아들들」(96년 로테르담영화제 대상)과 첸 카이거의 「풍월」,인도네시아 영화로는 처음 소개되는 「달의 춤」(96 베를린 비평가상),지난 92년 싱가포르에서 발생한 필리핀가정부의 살인사건을 다룬 「플로 콘템플라시온이야기」(필리핀 작품·96뉴욕인권영화제 초청)들이 돋보인다.일본영화도 「축하합니다,애도합니다」「물 속의 8월」「잠자는 남자」「동경의 주먹」등이 있다.이 가운데 「잠자는 남자」는 안성기가 주연을 맡은 화제작. ▷신조류◁ 아시아 신인감독들의 데뷔작 또는 두번째 작품 13편을 모았다.대만·중국·싱가포르·이란·인도·일본·인도 영화들이다.우리 영화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홍상수 감독),「세 친구」(임순례),「시간은 오래 지속된다」(김응수),「유리」(양윤호)등 네편이 포함됐다. ▷와이드 앵글◁ 새로우면서도 완성도 높은 단편·애니메이션·다큐멘터리 78편을 골랐다.다큐멘터리는 인종·에이즈·동성애 등 세계적 이슈를 다룬 작품이 대부분.장선우 감독 작품으로칸영화제에서 상영된 「씻김」 등 한국 대표작들도 들어있다. ▷월드 시네마◁ 지난 1∼2년동안 국제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유럽·미국 작품 18편을 소개한다.칸영화제 수상작들은 「파도를 가르며」(라스 폰 트리에감독·덴마크)「러브 세레나데」(셜리 바렛·호주)「위선적 영웅」(자크 오디아르·프랑스)「제8요일」(자코 반 돌멜·벨기에)「증오」(마티유 카쇼비츠·프랑스)「율리시스의 시선」(테오 앙겔로폴로스·그리스)「코카서스산맥의 죄수」(세르게이 보드로프·카자흐스탄)「크래쉬」(데이빗 크로넨버그·미국)「파르고」(코엔형제·미국)등.지난해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위선의 태양」(니키타 미하일코프·러시아)와 카를로비 바리영화제 수상작 「비밀의 꽃」(페드로 알도모바르·스페인),선댄스영화제 대상작인 「인형의 집」(테드 솔론즈·미국)도 포함됐다. ▷스페셜 프로그램◁ 요트경기장의 대형스크린에 올리는 작품으로 7편이다.브루스 윌리스주연의 액션영화로 미국보다 먼저 개봉하는 「라스트맨 스탠딩」,장예모감독·공리 주연의갱스터영화 「상하이 트라이어드」,서극 감독의 「상해탄」 등 모두 누구나가 즐길만한 작품들이다. 이밖에 지난 1년동안 제작한 주요 한국영화 13편을 상영하는 「코리안 파노라마」,80년이후 대표작 16편을 모은 「한국영화 회고전」도 마련했다.
  • 「한국과 일본 방정식」/서울대교수 10명 「21C문화연구회」

    ◎21세기 ‘문화일류국가’가 되려면…/양국의 장인정신·종교·과료제 등 비교분석/「문화선진국」 도약위한 각 분야별 조건 점검 한국은 과연 문화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까.21세기 세계 일류국가가 되기 위한 문화적 조건은? 이웃나라 일본을 준거기준으로 삼아 우리나라의 문화선진국화 방안을 모색하는 문화시론(시논)이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서울대 교수 10명이 모여 만든 문화연구모임 「21세기 문화연구회」가 최근 펴낸 「한국과 일본 방정식」(삼성경제연구소 간).특히 이 책은 문화·종교·미술·경제·지리 등 다양한 분야를 망라하고 있지만 학제적인 접근방법을 통해 통일된 전망을 제시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이 책에서 지은이들은 「일류국가가 되기 위한 문화의 조건」을 각 분야별로 짚어간다. 한영우 교수(국사학과)는 5천년 역사를 통해 선조들이 우리에게 남겨준 정신적 유산,즉 『법고창신(겁고창신)과 동도서기의 길을 따르면 일류국가가 된다』는 가르침에 주목한다.옛것을 본받아 새것을 창조하고,우리의 전통적 가치관을 유지하면서 서양문물을 받아들이자는 것.도쿠가와시대의 과학기술을 발전시킨 장본인이 바로 임진왜란때 잡혀간 장인들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키고 있는 한교수는 문화선진국의 제1조건으로 장인정신을 강조한다. 전통종교의 맥락에서 따진다면 일본엔 세계문화시장에 내놓을만한 뚜렷한 종교가 없다.하지만 일본종교는 다른 상품과 마찬가지로 해외진출에 성공적이다.이와 관련,정진홍 교수(종교학과)는 그 이유를 「미즈고」(수자,유산된 태아)를 제의대상으로 삼는 「미즈고공양」과 마츠시다,닛산,샤프사 등의 「회사공양탑」이라는 일본의 새로운 종교문화를 통해 분석한다. 한국과 일본 관료제의 역사와 특징도 소상하게 비교검토된다.하용출 교수(외교학과)는 한국과 일본 관료제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일본의 경우,고도 경제성장 과정속에서도 관료의 조직적 일체성이 파괴되지 않았던 반면 우리는 그와 정반대의 현상이 일어났다는 것이라고 밝힌다.하교수는 또 일본 관료제의 「아마쿠다리」관행에도 관심을 보인다.「하늘에서 떨어진다」는 뜻을 지닌 「아마쿠다리」는 동기 캐리어조(사무관급 이상 직업관료집단) 가운데 한 사람이 사무차관이 되면 그 나머지는 모두 현직에서 물러나 산하단체나 공공법인,개인기업 등으로 진출하는 현상을 일컫는 말.한국은 일본에 비해 군출신의 아마쿠다리가 현저하게 많다는 점에서 대조적이다. 안휘준 교수(고고미술사학과)는 미술사를 중심으로 일본과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문화를 비교한다.안교수는 특히 한국문화의 특성을 슬픔과 눈물에 찌든 「애상의 미」「비애의 미」로 곡해한 일제 어용학자 야나기의 말을 인용하면서,아직도 우리의 의식 저변에는 이같은 식민주의 문화관의 찌꺼기가 남아있다고 지적한다. 이 책에서는 교육문제도 비중있게 다뤄진다.고구려의 태학을 출발로 하는 우리나라 교육제도의 역사를 개관하고 있는 신용하 교수(사회학과)는 일본 동경대학의 「대학원중점화정책」을 예로 들며 우리나라도 21세기 최선진국 도약을 위해서는 하루빨리 「대학원대학」을 세워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밖에 권영민 교수(국문학과)는 『한국 근대문학의 역사는 1백년에 지나지않지만 초간본 작품집이나 시집 하나 제대로 보존되어 있지 못한 실정』이라며 『우리 문학유산의 보존을 위한 문학박물관의 설립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김종면 기자〉
  • 창의력을 키우자를 끝내며…전문가 지상토론(G7으로 가는길:35)

    ◎새로운 아이디어 부추기는 분위기 조성부터/참신한 기획­생생한 취재로 의식개조 중요성 재확인/대학·연구소간 벽헐고 인접학문 조우 절실/창의력도 훈련 필요… 토론문화 정착시켜야 서울신문이 사회발전 캠페인으로 연재중인 「G7으로 가는길」 1부­「창의력을 키우자」가 34회를 끝으로 막을 내리고 2부 「경쟁력을 키우자」를 다음주부터 게재합니다.서울신문은 시리즈 1부를 끝내며 창의력 개발을 가로 막고있는 우리나라 교육 사회관습 연구계 등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되짚어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리하는 전문가 좌담을 마련했다. ▲김은영 위원=선진국에 진입하기 위해서 창의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과거 우리가 모방이나 기술개량으로 후진국은 벗어났지만 이걸로 선진국에 진입할수는 없습니다.최근 우리 경제의 침체 원인으로 흔히 고금리,고임금,지가 상승등을 들지만 저는 우리 기술에 바탕이 없는것도 큰 원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서울신문의 「창의력…」시리즈는 적기에 이 문제를 잘 다뤄 주었습니다.방대한 자료와 생생한 현지 취재가 인상적이었습니다.기사로 끝날게 아니라 책으로 엮거나 심포지엄도 해보고 나아가 과거의 「국민과학화운동」처럼 사회운동,국민운동으로 발전시켰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문용인 위원=우리나라가 이제 창의력을 바탕으로 한 시스템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안된다는데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근대 50년동안 파격적인 성장을 이룩해줬던 자원들은 이제 한계에 도달해 있습니다.그러나 창의력 문제는 아주 어려운 주제인데 서울신문이 아주 참신하게 기획해 과감히 다뤄 주었어요.교육개혁 실무자로서 많은 아이디어를 발견할수 있었습니다. ▲조완규 원장=지금까지 우리 교육제도와 과학기술 시스템이 창의력을 배제해왔던 것은 아닙니다.그러나 이런 이슈가 제기된데 대해서 책임있는 사람들이 다시한번 생각해 볼 점이 많다고 봅니다.그동안 많은 기구 설치와 제도 창안이 있었으나 실현이 되지 않은것은 의지만 갖고 되는 것은 아니라는 걸 말해줍니다.일례로 과학영재 교육을 위해 과학고를 세웠지만 우리 사회제도는 그기능을 제대로 발휘하게 해주지 못하지 않았습니까.이번 시리즈는 의식개조부터 해야 하겠다는 인식을 확실히 심어주는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의식 개혁부터” 인식 ▲김=지금같은 교육제도선 창의력을 키우지 못합니다.서울대 입학이 최고 목표이기때문에 중고등학생은 성적 생각 밖에 못합니다.그러면 대학은 자유로운가 하면 그렇지 못한것이 또 문제지요.미국 MIT 기계과에서는 학생들에게 어떤 개념만 주고 기능있는 기계를 만들어오라고 과제를 준다고 합니다.그러면 학생들은 머리를 짜내 희한한 기계들을 만들어 온다는 겁니다.그런데 똑같은 과제를 우리 대학생들에게 주면 아무것도 못한다고 합니다.교수는 교수대로 포기하고 옛날식 교육으로 돌아가 버리지요.대학에서 창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줄 필요가 있습니다. ▲문=창의성 교육이 안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창의력을 고무·격려하는 것이 아니라 억압하는 분위기로 일관하고 있다는데 우선 큰 문제가 있습니다.학교에서 IQ가 높은 아이는 높이 인정받는데 비해 창의적인 아이는 쓸데없는 일에시간낭비를 한다고 손가락질 받습니다.성적 우수자 집단에 낄 수 없는 것은 물론이지요.그렇게 되니 아이 자신도 창의적인 활동을 포기하고 학과 공부나 하게 됩니다.한편 학생수가 너무 많은 교육시스템도 문젭니다.중2년생이 출산을 할 지경에 이른것도 모르는 우리 교사가 아인슈타인이 있은들 발견할 수 있겠습니까. ▲조=입시제도,학교 환경,어느 하나도 쉬운 문제는 아닙니다.그러나 영재교육과 관련해 지적하고 싶은 것은 머리좋은 영재가 곧 창의적인 아이는 아니라는 겁니다.우리나라 과학고는 위에서 3% 성적에 드는 아이들을 기숙사에 집어넣고 수학 물리 화학을 집중교육하는데 이건 본래 취지와는 다른겁니다.「번쩍」하고 머리를 스치는 아이디어는 억압적인 분위기가 아니라 자유 속에서 나오는 것이거든요.이런 상황은 대학이나 연구소도 마찬가지로 보이는데 전폭적인 자유와 여유를 주어야 합니다. ▲문=영재 말씀을 하셨는데 창의력과 IQ는 명백히 구별해야 합니다.지금까지 사고력을 측정하는 방법으로 IQ를 이용했는데 이는 「수렴적 사고력」만을 측정해 줍니다.「수렴적 사고」는 많은 데이터를 갖고 그 속에서 하나의 결론을 이끌어내는 작업입니다.반면 「발산적 사고」는 하나의 정보를 갖고 10가지 20가지를 생각해 내는 것이지요.예를들면 실험실에서 문제를 못푼 과학자가 낚시터에 가서 낚싯대를 바라보다가 어떤 영감을 떠올렸다면 바로 이런것이 발산적 사고입니다.발산적 사고는 창의력과 직결되는 것이지만 측정할수 없다는게 문제입니다. ▲조=우리 과학기술이 세계적인 수준이 되려면 기발한 발상이 중요합니다.남이 다 하는 연구,똑같은 체제를 갖고 경쟁해 봤자 쫓아가기 어렵습니다. ▲문=요즘은 또 EQ도 중시되고 있습니다.미국의 벨 연구소가 5년간 좋은 업적을 내는 연구자를 조사했더니 EQ가 높았다고 합니다.혼자 있는 것보다는 잘 떠들고 사교적인 사람이 아이디어도 많았다는 거지요.우리 과학고도 주 30시간 수업중 10시간쯤은 줄여 사고의 전환을 기해야 합니다. ○권위주의 뿌리 뽑아야 ▲김=떠든다는 말씀을 하시니 토론문화의 중요성이 생각납니다.유학시절 언어도 잘 안통하고 낯설기도 해 실험실에 틀어박혀 지낸 시간이 많았는데 어쩌다 다른 연구자들과 얘기를 나누게 되면 우연한 한마디 속에서 힌트를 얻는 일이 많았어요.어렸을때부터 표현을 많이 하도록 교육해야 한다고 봅니다. ▲조=연구소 기능도 재정립해야 해요.임무지향적인 연구로는 새로운 것이 절대로 못나옵니다.정해 놓고 연구한것치고 성공한것 없다는 말이죠.정부출연연구소는 산업계가 못하는 기초과학과 빅 사이언스 연구로 과감히 전환해야 합니다.대학내,연구소내 벽을 허물고 인접학문간 조우가 일어나야 합니다. ▲문=우리 사회의 저변에 깔려 있는 경직성도 큰 문제입니다.창의력은 자유로움과 밀접한 연관을 지닙니다.영국이 산업혁명을 주도한 것도 어느 나라보다 민주주의가 앞섰기 때문이지요.창의적인 연구가 이뤄지려면 남녀노소간에 민주주의가 정착되고 대인관계도 심리적으로 자유로와야 합니다.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어떻습니까.학생들은 말썽꾸러기로 낙인찍힐 것을 우려해 교사와 다른 아이디어를 내려고 하지 않습니다.어린 아들이 『이렇게 해보자』고 건의하면 아버지는 『네가 뭘 알아』하는 식이지요.새로운 물건,새로운 아이디어를 부추기는 사회가 돼야 합니다. ▲김=자유로움에 대해 말씀하시니까 일본 이화학연구소가 생각납니다.최근 들어 동경대학이나 오사카대학의 교수직을 버리고 이화학연구소 실장으로 오려는 사람이 줄을 잇는다고 합니다.기회만 있으면 대학으로 빠져 나가려는 우리 실정과는 상반되는 이같은 현상은 바로 이화학연구소의 자유로운 연구풍토 때문이지요. 창의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훈련 또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바텔연구소의 경우 연구원들에게 매달 1건씩의 아이디어를 내놓도록 하고 있습니다.그리고 아이디어가 좋으면 연구비를 전액 지원합니다.평소 아이디어를 짜내는 훈련을 생활화하는 것으로 볼 수 있지요. ○교육계 과감한 투자를 ▲문=대학별로 연구풍토가 차별화돼야 합니다.어느 대학을 막론하고 한결같이 영문과 교수들이 교양영어나 가르치는 교육풍토는 사라져야 합니다.대학별,교수별로 고도의 전문성이 발휘되는 여건조성이 시급하다는 얘기입니다.최근들어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확산되도 있는 「열린 교육」은 우리교육에 한가닥 가능성을 던져주고 있습니다.「열린 교육」만 뿌리를 내려도 창의력 제고에는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봅니다. ▲조=현행 암기위주의 입시제도 아래서 창의력을 기대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연목구어」나 다름없습니다.또 초등과학교육이 발붙일 수 없는 것도 엄연한 우리 현실입니다.우리나라에 미국의 「엑스플로라토리엄」과 같은 과학탐구관이 한 곳이라도 있습니까.외국에 나가 과학탐구시설을 둘러보다 보면 우리나라 아이들이 정말로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대학에 대한 투자도 시급한 과제입니다.한 교실에 40∼50명의 학생을 모아 놓고 제대로 된 교육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입니다.대학별로 특성화를 이루어 몇 개 대학만이라도 세계적인 수준에 이르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신연숙·박건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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