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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실토실한 알밤 빨갛게 여문 고구마 / 얘들아, 가을 따러 가자!

    토실토실 여물어가는 알밤은 가을의 상징.날씨가 선선해지면서 덕명,이치 등 조생종 밤은 벌써 입을 쩍 벌린 채 사람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평소 걷기를 싫어하는 아이들도 ‘후두둑 후두둑’ 떨어지는 밤을 보면 정신없이 뛰어다니며 수확의 기쁨에 빠져든다.어른들도 오랜만에 동심을 되살리며 기뻐하기는 마찬가지.땅 속에서 빨갛게 여물어가는 고구마를 캐는 재미도 밤줍기 못지않다. 아이들과 함께 밤 줍기나 고구마 캐기를 할 수 있는 마을과 농장들을 알아본다.가시에 찔리는 것을 막기 위해 떠나기전 긴팔 옷과 모자,장갑은 꼭 준비하자. ●주록마을(경기도 여주군 금사면) 밤농장이나 고구마밭을 갖고 있는 7개의 농가에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밤줍기는 1만원에 3㎏,고구마는 평당 6000원을 내면 된다.1평에서 5㎏ 정도의 고구마를 캘 수 있다. 인근의 ‘오부자옹기’ 및 금사저수지에도 들러보자.조선시대 때 천주교 박해를 피해 숨어든 신자들이 호구지책으로 옹기를 굽던 것이 지금까지 내려온다고 한다.금사저수지에선 메기 및 피라미 낚시가 잘된다.민박(2만원)도 가능하다. 영동고속도로 여주IC에서 빠져 365번 도로를 타면 주록마을에 이른다.문의 대표농가 이준목씨(031-884-6554,011-245-1927). ●양수1리(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가 바라보이는 곳에 자리잡고 있다.밤 줍기 및 배 따기,고구마 캐기를 할 수 있다.고구마와 밤은 각각 1㎏에 3000원,배는 15㎏에 5만원. 마을에서 20여분 거리에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등을 촬영한 세트를 보존하고 있는 서울종합촬영소가 있다.야생화식물원,수종사,천문대카페 등도 찾아볼 만 하다.민박(3만원) 가능.문의 대표농가 정경섭씨(031-774-4929,016-484-4929). ●거전마을(충남 부여군 은산면) 9월 중순 이후 밤을 딸 수 있다.1㎏에 2500∼3000원.점심식사(5000원)도 제공한다.인근에 있는 칠갑산 및 장곡사,정혜사 등을 함께 묶어 나들이 하기에 알맞다.초등학교 야영장(단체·1인당 5000원)이나 민박(2∼5만원) 이용 가능. 경부고속도로 천안IC∼유구∼정산∼대치∼거전리,또는 서해안고속도로 홍성IC∼청양∼대치∼거전 코스로 접근하면 된다.문의 대표농가 김은환씨(041-856-0978,016-434-7363). ●정안(충남 공주시 정안면) 정안면은 전국 밤 생산량의 5%를 차지하는 국내 최대의 밤 산지.차령산맥 자락을 중심으로 밤나무숲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매년 밤축제와 함께 밤줍기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올핸 오는 7일 금정관광농원 일원에서 ‘알밤큰잔치’를 연다.5000원 또는 1만원짜리 자루를 사서 밤을 가득 담아오면 된다.알밤왕 선발대회,밤요리 솜씨자랑,직거래장터 등 이벤트 행사도 마련된다. 축제 후에도 10월 말까지 농원을 방문하면 밤 줍기 체험을 할 수 있다.문의 정안면사무소(041-850-4608),금정관광농원(041-858-6763).천안∼논산고속도로 정안IC에서 빠져 23번 국도를 타고 공주 방향으로 5분 정도 가면 금정관광농원이 나온다. ●밤따기 체험 여행상품 승용차를 이용하기 어렵다면 답사단체나 여행사의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편리하다.우주레저(02-422-5227)는 6,7일 이틀간 경기 가평군 우주레저 체험농원에서 밤따기 행사를 진행한다.참가비는 1인 4만 5000원.왕복 교통편 및 중식,밤 2㎏,고추 2㎏ 등이 포함돼 있다. 넥스투어(www.nextour.co.kr,02-2222-6666)는 공주 정안면의 밤농가에서 밤따기 체험 및 공주 마곡사와 외암리 민속마을 답사 등을 묶은 상품 ‘밤 따기 체험과 가을추억 만들기’를 매 주말 실시한다.참가비는 어른 3만 8000원,어린이 3만 5000원.반야산 기슭의 관촉사를 둘러보고 논산의 과수원에서 사과를 따는 코스 ‘관촉사와 빨간 사과 따기 여행’(어른 3만 8000원,어린이 3만 5000원)도 진행한다. 웹투어(www.webtour.com,1588-8526)는 경기도 덕소에 있는 연세대 농장에서 밤 줍기 행사를 4일부터 갖는다.참가비 3만 2000원.20일 이후엔 매주 토·일요일 가평 밤농장에서의 밤 줍기와 강촌의 코스모스길 하이킹을 묶은 프로그램(3만 5000원)을 진행한다. 임창용기자 sdargon@
  • 기고 /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로버트 기요사키 지음)라는 제목의 책이 샐러리맨의 애환과 희망을 담고 연일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다.부자 아빠가 되는 것은 대부분의 가장에게 숨겨진 열망이며 부자가 되기 위한 25시간의 노력은 현대사회의 불가피한 요구이다.무한경쟁의 사회는 사회구성원에게 무한대의 노력을 강요한다.이런 사회에서 (로또)복권은 단번에 신분상승을 가져다주는 기회로,서민들의 가느다란 희망으로,일주일간의 위로로,실현할 수 없는 신분상승의 열망으로,서민들의 동경심을 달래준다. 강남의 신화는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재건축 대상인 17평 아파트의 가격이 9억원에서 11억원,평당분양가는 2000만원대,특권층 타운인 T아파트 등 몇몇 아파트의 가격은 경기와 상관없이 수요가 넘친다,서민은 이를 이해할 수가 없다.발코니나 현관의 가격이 1억원이다,2002년 도시 근로자의 평균급여가 200만원 이하이다.1억원이라면 급여의 반을 저축한다고 해도(주변에 대한 무관심과 레저·문화적 삶을 거의 포기한 결과로…)거의 10년을 기다려야 겨우 베란다 하나 구입할 수 있다.그래서 강남의 주택 가격은 거품일 것이며.언젠가는 된서리를 맞을 것이라고 서민들은 기대하고 바란다. 이런 서민들의 기대가 이루어질까.강북 사람도 강남 사람이 되어 강남과 강북이 남북으로 분단(?)된 아픔을 극복할 수 있을까. 김영삼정부(문민정부)는 집권 초기인 1995년 ‘토지공개념’법률을 입안,시행하였다.이러한 법률제정을 위한 준비작업으로 부동산 소유 실태를 파악하였으며 그 결과 상위 5%의 인구가 부동산의 65%를 소유하고 있다고 발표하였다(발표이후 부의 양극화는 더욱 심해짐). 상위 5%와 하위 95%를 구분하여 부동산 시장을 ‘구분시장’화하면 강남 신화에 대해 어느 정도의 이해가 가능하다.전국 부동산의 총가격(시가)은 토지 약 3000조원,건물 약 2500조원으로 합계 총 5500조원(국공유지 포함)으로 추산된다.인구 4700만명의 5%는 235만명이니,상위 그룹의 부동산 소유액는 1인당 15억원을 상회하며 4인가족 기준 60억원을 상회한다.나머지 95%의 인구(약 4550만명)의 부동산 소유액은 1인당 4400만원,가구기준 1억 8000만원 상당이다. 상위 5%의 경우 가구당 부동산보유만 80억원을 상회하므로 6억원이상 주택이 10만가구인 것은 아직도 공급이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강남 지역의 재건축 대상 아파트가 현재 고평가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계속 상승하는 까닭은 미래가치(상승기대)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우리사회의 정책적 포커스는 상위시장에 맞추어져 있는 것 같다.굿모닝시티의 3300명 분양 피해자에 대한 관심보다도 정치인들의 로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양도소득세율은 하향 조정되었고,토지공개념 관련법률은 대부분 폐지되었고,부동산보유 관련 세금은 GDP대비 일본의 2분의1,타이완의 3분의1,미국의 5분의1 수준이다.부동산가격이 10% 상승하면 불로소득인 자본이득은 550조원에 이른다.우리나라 연간예산의 5배에 달한다. 토지소유권 사상사를 볼 때 인권사상과 맞물려 부동산의 소유권을 국가가 갖거나,선진국의 경우 부동산 개발권을 국가가 소유하여 불로소득의 원천을 근원적으로 제어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현대적인 지적(地籍)제도와 등기제도는 일본민사령에 의해 만들어졌고 토지소유권은 조선 말의 수조권(경작권이 아닌)을 기준으로 인정되어 토지소유의 편중현상을 낳는 계기가 되었다.광복 이후 자작농은 14%에 불과한 것을 봐도 이를 알 수 있다.이러한 소유권 편중의 역사는 오늘도 계속된다.부자 할아버지는 부자 아버지로,부자 아버지는 부자 아들로…. 김용희 서울사이버대 교수
  • 쉬어가기˙˙˙

    ‘백수’와 ‘자객’의 한판승부? 코믹영화 ‘위대한 유산’과 ‘낭만자객’의 출연 및 제작진이 새달 27일 오후 4시 서울 목동경기장에서 축구시합을 벌인다.‘낭만자객’의 윤제균 감독이 ‘위대한 유산’에 출연한 임창정에게 시합을 제안한데 따른 것.‘낭만자객’에서 윤 감독과 김민종,최성국이,‘위대한 유산’에서 오상훈 감독과 임창정,공형진 등이 나선다.‘위대한 유산’은 오는 10월,‘낭만자객’은 11월에 각각 개봉할 예정이다.
  • U대회 버스추락 외국선수 20여명 부상

    대구 U대회에 출전한 각국 육상선수들을 태운 셔틀버스가 시내버스와 충돌하면서 7m 언덕 아래로 굴러 외국선수 등 20여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이 사고로 태국 선수 2명과 홍콩 여자선수 1명의 남은 경기 출장이 불가능해 졌다. ▶관련기사 22면 29일 오후 6시25분께 대구시 수성구 대흥동 대구월드컵경기장 사거리에서 선수단을 태우고 선수촌으로 이동하던 대구70바 1046호 경상관광 소속 셔틀버스(운전자 배정길·52)가 U턴을 하던 경북 70자 7310호 40번 시내버스(김정만·35)와 충돌,7m 언덕 아래로 떨어졌다.이 사고로 밀리아니 월리드(19.알제리)씨등 외국선수와 코치,경비경찰 등 20여명이 중경상을 입고 인근 성삼병원과 영남대병원,동경병원 등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사망자는 없으나 골절환자가 많아 남은 경기 출장이 불가능해져 대회 이미지 손상이 우려된다.이에 대해 대회조직위 관계자는 “도의적 책임은 있지만 출장 불가능한 선수를 구제할 방법은 없다.”고 밝혔다. 대구 황경근기자 kkhwang@
  • 이광수 미공개 작품 발굴/시 ‘어린 벗에게’ 논설 ‘살아라’

    춘원 이광수(사진)의 미공개 작품 두편 ‘어린 벗에게’(시)와 ‘살아라’(논설)가 발굴됐다. 문학사상 9월호에 공개되는 두 작품은 지난 2000년 4월 일본 와세다대학의 호테이 도시히로 교수가 미국 워싱턴의 의회도서관에서 찾아낸 동경유학생 기관잡지 ‘학지광’(1916년 발간)8호에 실린 것이다. 1914년 4월2일 창간된 뒤 1930년 4월5일 29호로 종간된 ‘학지광’은 8호,11호가 결호였는데 호테이 교수가 처음 발견해 문학사상에 보내왔다. 서경석 한양대 국문과 교수는 문학사상 9월호에 기고한 작품해설에서 “두 작품은 춘원이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1917년의 유교비판과 사회 비판의 전초 격인 자아 각성과 개성의 자각,그리고 그 실행을 강조한 글”이라며 “그 중 ‘살아라’는 특히 근대를 이해하는 초창기 지식인의 모습이 선명히 드러나 있다.”고 설명했다. 이종수기자 vielee@
  • 이런 책 어때요

    ■루트66을 달리다;전상우 지음 늘봄 펴냄 17년째 미국 대사관에서 공보관으로 일하고 있는 저자가 35일동안 자동차로 미 대륙을 횡단한 경험을 토대로 쓴 미국문화 견문록.작가 존 스타인벡이 ‘The Mother Road’라고 부른 미국 최초의 대륙횡단 도로인 루트66.총연장 4000㎞의 이 역사적인 길을 달리며 저자는 진정한 미국의 역사를 발견한다.저자는 “미국은 도시 이전에 도로를 개척했고,그 도로 사이에 도시를 건설한 나라”라고 말한다.이 책에는 ‘길 위에 만들어진 나라’ 미국의 역사와,여행 길목마다 만나게 되는 문화명소에 대한 이야기가 풍성하게 실렸다.1만 3000원. ■유전자 인류학;존 H. 릴리스포드 지음 / 이경식 옮김 휴먼앤북스 펴냄 인류의 기원에 관한 논쟁은 주로 화석자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하지만 많은 학자들은 과거 사건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인류의 유전자를 연구대상으로 삼는다.아무리 오래전에 일어난 사건이라도 그 결과는 인류의 유전자에 남아 있다는 걸 전제로 한 것이다.뉴욕주립대 인류학 교수인 저자는 생물학적 인류학에 근거,세대와 세대를 잇는 유전자 기호를 지렛대로 인류학의 수수께끼를 파고든다.우리는 네안데르탈인의 후손일까,1000년 전 바이킹이 아일랜드를 침공했다는 증거를 오늘날 아일랜드에서 찾아낼 수 있을까 등 흥미진진한 주제를 다룬다.1만 8000원. ■부실채권 정리;정재룡·홍은주 지음 삼성경제연구소 펴냄 부실채권 정리는 ‘금융의 하수구’에 비유할 수 있다.부실채권 정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 경제는 작은 충격에도 쉽게 흔들리는 병적 상태에 빠지게 된다.세계 최고의 제조업 기술을 갖추고도 만성 경제위기에 빠져 있는 일본이야말로 부실채권을 효율적으로 정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표적인 경우다.공동저자인 정재룡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과 홍은주 MBC 경제담당 해설위원은 이 책에서 IMF사태 직후 부실채권으로 몸살을 앓았던 당시 상황을 소상히 다룬다.헐값 매각 시비에 시달리며 부실채권을 처리한 현장실무자들의 증언도 담겼다.1만 5000원. ■위대한 항해자 마젤란1·2;베른하르트 가이 지음 / 박계수 옮김 한길사 펴냄 세계일주를 통해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증명한 페르디난드 마젤란의 일대기를 그린 역사소설.1권에선 항해사의 꿈을 키웠던 마젤란의 어린 시절과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에 대한 동경,포르투갈에서 에스파냐로 망명한 뒤 카를로스 1세의 신임 아래 항해를 준비하는 과정 등을,2권에선 출항 후 선원들의 반란과 진압과정,필리핀에서의 죽음,마젤란의 업적과 역사적 의의 등을 다뤘다.저자는 지구가 평평하다는 중세의 지구관을 깬 마젤란의 항해는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 발견과 함께 근대를 열어나가게 한 원동력이었다고 강조한다.각권 1만 2000원. ■담화의 놀이들;란다 사브리 지음 / 이충민 옮김 새물결 펴냄 문학하면 보통 잘 짜여진 이야기나 기승전결의 빈틈없는 흐름,일관성 등을 연상한다.하지만 실제 문학텍스트들은 이와는 영 딴판인 경우가 많다.예컨대 ‘전쟁과 평화’엔 역사적인 ‘논고’라고 할 수 있는 장면들이 숱하게 나오며,‘죄와 벌’의 구절들 또한 글읽기를 방해할 만큼 니체철학에 대한 고뇌로 점철돼 있다.저자(카이로대 교수)는 문학에서 단죄되고 백안시돼온 ‘여담(餘談)’을 화두로 문학담론에 내재된 ‘이성중심적’ 가치들에 의문을 제기한다.그런 점에서 이 책은 ‘텍스트 제국주의’에 대한 해체요,거꾸로 읽는 수사학사(史)다.2만 9000원.
  • 와당은 ‘시대의 문화’ 깃든 예술품/ 세계최고 ‘와전 컬렉션’ 꿈꾸는 유창종 변호사

    우리 조상들은 처마 끝에 예술품을 장식하고 살았다.그러나 후손들은 그것을 잘 알지 못했고,알려고도 하지 않았다.그런 무지몽매를 일깨운 사람이 유창종(58) 변호사다. ●기와등 1800여점 중앙박물관 기증 그는 지난해 12월 서울지검장 시절,국립중앙박물관에 25년 넘게 모아온 1873점의 와(瓦·기와) 전(塼·벽돌)을 기증했다.고구려·백제·신라에서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한국 와전 1100여점,기원전 4세기 전후 전국시대에서 진(秦)·한(漢)을 거쳐 명(明)·청(淸)나라까지 중국 와전 700여점,일본 와전 60여점,태국과 베트남의 와전 10여점이었다. 박물관 직원들은 문화재에 값을 매길 수는 없지만 억지로라도 매긴다면 최소한 2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평가했다. 중앙박물관은 귀한 뜻을 기려 그중 600여점을 선별,지난해 12월24일부터 올 2월16일까지 ‘유창종 기증 기와·전돌’ 전을 열었다.전실을 찾은 사람들은 와전 중에서도 지붕 처마 끝 수키와와 암키와에 달려 있는 와당(瓦當),우리말로 막새의 아름다움을 새삼 깨달았다. 홍익대 미대 교수들조차와당의 문양을 보고 “이렇게 아름다운 줄은 몰랐다.충격을 받았다.”고 했다.입소문이 돌면서 관람객들이 몰려 자원봉사자들은 신이 났고,공무원 신분이어서 주말에만 전실을 찾은 유 변호사는 사인 공세를 받았다. ‘와당 선생’,‘유 도사’ 등의 별명을 갖고 있는 유 변호사를 지난 주말 서울 중구 순화동 법무법인 세종에서 만났다.그는 변호사로 아주 바쁘게 지내고 있었다.그러나 기와 이야기를 건네자,이제 한국미술사와 고고학을 공부하려면 입문 과정으로 반드시 와당을 공부해야 한다고 열변을 쏟았다. “와당의 아름다움과 미술사적 의미를 모르는 학자들이 많습니다.와당은 그 시대·지역의 건축 및 불교 문화,문화의 이동경로,예술적 특성과 미의식 등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공예품입니다.당시 종교,철학,사상,권력체제까지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이를테면 발해의 와당은 모두 공통된 양식을 보여주고 있는데,이는 강력한 중앙집권적 체제가 유지됐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지요.아울러 발해 와당은 중국이 아니라 고구려의 영향을 받았음을 알 수 있어요.발해는 우리 땅이었다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지요.” ●1978년 충주 근무때부터 수집 나서 기와를 수집하기 시작한 것은 1978년 충주지청 검사 시절.당시 충주 중원탑평리칠층석탑 부근에서 와당 파편 몇 점을 수습한 것이 계기였다.대학 때부터 미술사와 문화재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이후 본격적으로 와당 수집에 나선다.지금은 값이 폭등했지만,당시만 해도 값이 헐한 데다 수량도 적지 않아 공무원 월급으로도 수집이 어렵지 않았다. 79년엔 그의 문화재 답사 모임이 중원고구려비를 발견하는 개가를 올렸고,그가 초대 회장을 맡았던 ‘예성동호회’는 84년에 대한매일의 전신인 서울신문이 제정한 제4회 ‘향토문화상’을 수상했다. 1987년 일본인 의사 이우치(井內)가 국립중앙박물관에 와당 1082점을 기증하자 와당 수집에 더 몰두했다.그는 이우치 와전실을 둘러볼 때마다 부끄러움과 감사하는 마음,소박한 애국심 등 미묘한 감정이 교차했다고 한다.이런 감정은 나중에 기증 결심으로 이어졌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와당 파편을 수집한 다음해인 79년 완전한 6엽 연화문 와당을 구했을 때와,2002년 12월 국내엔 유물이 전무한 발해의 와당을 구입했을 때다.2005년에 개관하는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는 자신이 기증한 와당들을 중심으로 발해 전시실을 연다는 계획이다. 기증을 결심한 뒤에는 시대별 또는 지역적으로 귀중한 것이지만 값이 비싸 구하지 못했던 와전들이 마음에 걸렸다.그래서 부인 금기숙(52·홍익대 섬유아트부 교수)씨와 의논해 적금을 해약하고 주식까지 처분해 빠진 와전을 보완했다. 그의 행복관은 어떤 것일까.“인생을 깊이 있고 풍성하게 느끼는 것입니다.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경험을 해야 하고,더 많이 깨우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능력을 개발해야 합니다.법률가들은 자만심과 논리에만 빠져 우물안 개구리처럼 옹색하기 쉽지요.논리적이면서도 예술가처럼 감성적이어야 인생을 누릴 수 있습니다.” ●고가의 와전 사느라 적금도 해약 그는 86년부터 단소를 불기 시작해 상당한 경지에 올라 있다.대검 중앙수사부장 시절,직원들은 아침마다 그의 사무실에서 흘러나오는 영산회상곡 등에 귀를 기울이곤 했다.단소를 불면 잡념이 사라져 평상심을 되찾을 수 있고 저절로 단전호흡이 돼 건강해진다. 그는 서울지검장으로 재직하던 중 중수부장 시절에 ‘이용호 게이트’를 부실하게 수사했다는 이유로 좌천된 뒤 지난 4월에 31년의 공직생활을 마쳤지만 후배들에게 존경을 받는 몇 안되는 선배다.그는 당시 바르고 당당하게 수사했으며 그것은 후배 검사들이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그러면서 후배들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검찰권은 국민을 위해 있는 것이지요.검찰권 행사의 금도를 넘어서면 안됩니다.휘두를 수 있을 만큼 휘둘러 모든 것을 까발린다는 생각은 잘못입니다.검찰권 존재의 의의를 생각해야 합니다.” 그는 요즘도 골프를 치지 않는 대신 주말마다 절터를 답사하고 인사동 등 고미술가를 순례한다.한 주만 거르면 가게 주인들이 “지난주에는 왜 나오지 않으셨느냐.”고 물을 정도다.기증 후에 모은 와·전만 200점에 가깝다.계속해서 와전을 모으는 것은 용산 중앙박물관에 들어설 ‘유창종 와·전실’을 세계 최고의와전 컬렉션으로 꾸미기 위한 것이다.딸 영지(28),아들 영상(26)씨도 아버지의 뜻을 이어 대를 이어 와전을 수집해 기증하겠다고 약속했다. 황진선기자 jshwang@
  • [씨줄날줄] GPS

    GPS(Global Positioning System·위성위치확인시스템)는 위성을 통해 차량이나 항공기,단말기 등의 위치를 찾아내는 기술이다.1970년대 초 미 국방부에 의해 개발돼 1990년대 중반부터 본격 가동됐다.처음에는 군사목적으로 개발됐지만 민간용으로 확장돼 지금은 휴대전화에 적용될 정도로 일반화됐다. 생활 속에서 GPS의 활약은 눈부시다.선박이나 차량,항공사가 GPS로 선박 등의 위치를 파악해 운행상황을 점검하고 도착이나 출발을 통제한다.이동통신사들은 GPS 휴대전화를 통해 교통정보나 ‘친구찾기’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벌써 이동통신 3사의 GPS 서비스 가입자가 376만명에 이른다.경찰이나 119구조대 등 공공구조기관은 GPS폰의 위치 확인을 통해 인명을 구조하고 범인을 추적하기도 한다.며칠전 경찰이 휴대전화 위치추적으로 권총강도를 검거하기도 했다.이동통신사측의 얘기로는 GPS폰의 위치를 반경 6m 정도의 오차범위 내에서 찾아낼 수 있다고 한다. 지리산에 방사한 반달곰도 위성추적 발신기를 달고 있어 이동경로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영화 등에서는 소개된 것이지만 인간의 몸에도 GPS칩을 내장하면 ‘행방불명’이라는 단어는 사전에서 사라질 것이다.그러나 기술적인 문제 때문이 아니라 이와는 비교할 수 없는 인간의 자유와 존엄성 때문에 적용될 수 없을 뿐이다.그래서 휴대전화와 차량 등에 GPS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여기까지는 과학이나 기술의 승리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도 쓰는 데 따라 약이 될 수 있고 독이 될 수도 있다.지금 휴대전화를 가진 어떤 사람을 찾아내려고 마음만 먹는다면 정확히 찾아낼 수 있다.불순한 목적으로 이용한다면 개인의 사생활은 전혀 보장되지 못할 것이다. 정보통신부가 마침 ‘위치정보의 이용 및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을 입법예고했다.법안은 구조 등 공공목적 이외에는 가입자의 동의없이 개인의 위치정보를 수집하거나 제공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당연히 취해야 할 조치다.하지만 뒷맛이 그리 개운치는 않다.결국 기술이 인간의 존엄성을 갉아먹는다는 현실과 규제가 있더라도 피해가려는 속성들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기때문이다. 김경홍 논설위원
  • “다시 태어난다해도 가수 될것”/70년대 가요스타 정훈희 씨

    ‘안개’(70년 동경국제가요제),‘무인도’(75년 칠레국제가요제),‘꽃밭에서’(79년 칠레국제가요제). 70년대 가요계를 주름잡았던 스타가수 정훈희씨의 주옥같은 히트곡 들이다. 어느덧 50을 훌쩍 넘겼지만 정씨의 노래에 대한 ‘끼’와 애착은 여전하다. 부산시 기장군 장안읍 임랑리 임랑해수욕장 바닷가에 자리한 아담한 2층 건물 카페 ‘꽃밭에서’에서 주말마다 자신의 히트곡과 관객들의 신청곡을 열창하는 라이브 공연을 5년째 하고 있다. 카페 ‘꽃밭에서’는 정훈희·김태화 부부가 5년 전 지었다.한때 그룹 리드싱어로 활발한 활동을 했던 남편 김씨가 지킨다. 이 카페가 문을 연 뒤부터 정씨는 매주 토요일 오후 4시,일요일 오후 3시,5시부터 1시간씩 인근 부산,울산,경남지역 음악 팬들에게 노래를 선사하고 있다. 공연 때마다 50평 남짓한 카페와 바깥 테라스에는 100명이 넘는 관객들이 박수를 치고 앙코르를 외친다. 전성기와 다름없는 시원시원하고 활달한 몸짓과 목소리로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공연을 보러오는 사람들은 어린이에서 노인에 이르기까지 가족단위가 대부분이다.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면 누구나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자리다.차 한잔을 해도 되고,안 해도 그만이다. “김태화 아저씨도 노래 잘 하는데 한번 들어볼래요?” 관객들을 부추겨 남편을 무대로 불러내 마이크를 잡게 하기도 한다. 두 아들과 서울에서 살고 있는 정씨는 주말 공연을 위해 매주 금요일 내려와 월요일 서울로 올라간다.일 때문에 떨어져 지내는 주말 부부지만 부부애는 변함이 없다. 정씨는 “나이탓인지 이제는 TV에 출연하는 것은 귀찮아 되도록 안나가려 한다.”면서 “그렇지만 행사초청이 많아 전국을 다니느라 바쁘게 살고 있다.”고 말했다.“잘 먹고 노래하며 열심히 살다보니 건강도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67년 가수로 데뷔해 37년째 무대에 오르고 있지만 노래할 때의 즐거움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다. 스타 가수가 되기 위해서는 노래도 잘 해야 하지만 운도 따라야 한다.그런 점에서 그는 “화려한 시절을 보냈다.”고 회고했다. “반짝 스타가 아닌 실력있는 가수가 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재능을 타고나야 하고 노래에 미쳤다는 소리를 들을 만큼 노력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질을 따져보지 않고 다른 분야에서 얻은 인기에 기대어 가수가 되려는 욕심은 곤란한다.”고 충고한다. 방송에서 원로 가수들이 설 수 있는 기회가 갈수록 줄어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시대의 흐름으로 이해했다. “젊은 후배들의 최신 노래도 가사만 알면 겁날 게 없는데 가사 외우는 게 쉽지 않다.”고 했다. 정씨는 노래하는 가수로 계속 활동하면서 새 노래도 준비할 생각이다. 한번 책을 들면 좀처럼 놓지않는 책벌레로 요즘은 연애소설을 읽으면서 소설속의 주인공이 되는 즐거움에 날을 새기도 한다.틈틈이 영화관도 찾는다. 파도여 슬퍼 말아라/ 파도여 춤을 추어라/ … 불어라 바람아 드높아라 파도여 파도여/ 카페 안팎을 오가며 관객과 바다를 향해 온몸으로 ‘무인도’를 열창하는 동안 노랫말처럼 카페 앞 바다에서는 바람이 불고 파도가 춤을 춘다. 가요계 스타로 화려한 시대를 보냈던 정훈희,주말마다 그는 바닷가‘꽃밭에서’ 노래로 팬들을 만나고 있다. 그는 노래에 대한 열정과 애착을 “다시 태어나도 가수가 될 것”이라는 말로 대신했다. 글·사진 기장 강원식기자 kws@
  • 駐日대사 지낸 최사용교수에 들어본 韓·日관계 / “21세기 8·15는 미래지향적 관점서”

    ‘8·15’는 오늘날 한반도 모습을 만들었던 ‘살아있는 역사’이다.일제 해방 58돌.‘한·일관계의 미래는 어떠해야 하며,한반도의 평화는 어떻게 가능한가.’에 대해 평화학자로서,주일 대사를 지낸 최상용 고려대 교수로부터 들어봤다.최 교수는 “21세기의 8·15는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면서 “대한민국 이니셔티브(주도권)의 극대화를 통해 한반도 평화를 구축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과거사 문제와 관련,“역사는 모래위에 쓰는 글이 아니며 없어지지 않지만,이 때문에 무한한 가능성을 접어둘 수는 없다.”고 했다. ■최상용 교수 약력 ▲42년생 ▲서울대 외교학과 ▲일본 동경대 정치학 석·박사 ▲미 하버드대 옌칭 연구소 객원교수 및 일본 연구소 연구원 ▲고려대 평화연구소 소장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장 ▲한국 정치학회 회장 ▲한국 평화학회 회장 ▲한일문화교류위원회 부위원장▲주 일본 대사(2000.2∼2002.2)▲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현) 한국현대사에서 8·15의 의미는. -58년 전 8·15는 일제 35년 통치에서해방되었다는 점에서 환희의 날이었지만,민족·국토 분단의 시작이었기에 비통한 날이었다.되씹어 보면 식민통치나 분단은 우리의 운명을 우리 힘으로 결정할 능력이 없었기 때문이다.이제는 우리에게 세계 10위권의 경제력 등 막강한 힘이 있다.국내 정치에서 통합력을 발휘하고 국제 정치에서 외교력을 구사해 한반도에 평화의 뿌리를 내리고 통일을 준비해야 한다. 일본 정치인들의 역사 관련 망언이 되풀이되고 있다. -일본은 그들의 경제력에 걸맞는 정치력과 군사력을 갖고자 할 것이며 유사법제,자위대의 해외파병,천황기념관 건립 등 일련의 움직임은 강한 일본을 바라는 다수 일본 국민들의 여론을 반영한 것이다.한·일 관계의 가장 큰 걸림돌은 역사문제이다.그러나 역사문제에 매달려선 앞으로 나갈 수 없다.지난 1998년 한·일 파트너십의 기본내용은 ‘통절한 반성과 사죄’다.원래 무라야마 전 총리가 주장한 것이다.사회당위원장 출신인 그는 역사인식에 대해선 우리 국민과 가장 가깝게 있는 사람이다. 해결 방법은 없는가. -많은 한국인들이 왜 일본은 빌리 브란트 전 서독 총리처럼 하지 못하냐고 말한다.브란트 총리는 1970년 폴란드 바르샤바의 유대인 게토 봉기 희생자 추모비 앞에서 무릎을 꿇고 독일의 과거를 사죄했다.그러나 일본에서 ‘브란트 모델’을 기대하긴 어렵다.일본은 천황제도를 갖고 있고,명치유신 이래 140년간 보수 노선을 걸어왔다.일본에서 ‘브란트 모델’을 요구하는 것은 연목구어다. ‘무라야마 모델’을 토대로 해야 한다.한·일 관계는 65년 국교 정상화 이래 98년 한·일 파트너십선언으로 크게 달라지고 있다.노무현 대통령도 이를 확인하고 미래로 나아가자고 했던 것이다.문제가 있을때 이것을 민족주의의 대결로 몰아붙이지 말고 자국의 국가이익의 입장에서 합의점을 찾아내는 인내심과 사려가 필요하다.중국은 관영 언론을 통해 과거사 문제에 단호하게 반응하지만,한편에선 매우 유연한 자세로 실리를 추구하고 있다. 일본 군국주의 보수화가 계속되지 않겠는가. -지난 6월 유사법제를 일본 여야가 합의해 통과시켰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일본 국민들이 군사적으로 더 강한 쪽을 지향하고 있고,그 경향은 계속될 것이다.그러나 일본의 사회체제가 군국주의 부활로 이어지리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일본인의 60∼70%가 보수를 지향한다.그러나 일본의 중도보수주의자 가운데서도 극우파나 일부 신보수주의자들의 질주를 경계하는 소리가 있다.일본 사회를 이분법적 시각에서 바라보지 않는 것도 필요하다.책임없는 정치인들의 망언은 계속될 가능성도 있지만,일일이 대응할 가치가 없다.그러나 각료들이 그 같은 망언을 한다면 결코 용납해선 안된다. 한반도 평화구축에서 일본의 위상과 역할은 -일본은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에 참가하고 있고 6자회담 당사국으로 참가한다.‘납치문제’로 벽에 부딪혀 있지만,궁극적으로는 북한과 국교정상화를 이룰 것이다.대사 시절 일본 기업들에게 남한과 함께 대북 경제협력 투자에 과감하게 나서라고 주문하곤 했다.대북 국교정상화와 과감한 대북 경협은 일본의 경제력을 정치력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북·일간 경제협력은 한반도 전쟁위협을 줄이고 평화구축을 뒷받침하는 일이다.일본이 한반도 평화정착에 공헌하고 있다는 것이 우리 국민에게 느껴질 때 한국민들의 일본에 대한 신뢰는 높아질 것으로 본다. 동아시아 지역에 평화는 가능한가. -한반도는 아시아 냉전의 초점이었고 지금도 마지막 냉전 지역으로 남아 있다.한반도에 평화가 뿌리 내려야 세계사의 냉전이 종식된다.우리는 한반도의 냉전극복과 평화정착을 위한 이니셔티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통일에 앞서 먼저 평화를 실현하고자 하는 한국 정부의 정책은 타당한 것이다. 다가올 6자회담이 순탄치는 않을 것이다.한국은 핵확산과 전쟁을 동시에 막아야 하는 입장에 서있다.이는 원리적으로는 타당하지만 현실적으론 대단히 고통스러운 딜레마를 내포한다.그러나 기적은 아주 어려운 상황에서 나온다.인내심을 갖고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한반도 평화의 제도화를 이룩해야 한다.전세계 GDP의 20%를 차지하는 한·중·일 3국간 평화협력체,나아가 동북아 평화체제의 초석이 될 것이다. 김수정기자 crystal@
  • 양구 파로호 나들이 / 넓디넓은 호수 백로와 나

    피서철마다 앞다투어 남으로,동으로 내달린다.이럴 때 상대적으로 한가로운 북으로 발길을 돌려보면 오히려 때묻지 않은 자연 속에서 오붓한 피서를 즐길 수 있다.남한 최북단 호수인 파로호를 품고 있는 청정지역인 강원도 양구를 찾았다.지금 파로호는 많이 야위었다.예년같으면 장마뒤라 물이 그득해야 하건만 평화의 댐 공사를 위해 물을 계속 빼고 있기 때문.그래도 새파란 파로호 물빛이 어디 가랴. ●우리나라 대표적 백로 서식지 양구읍에서 403번 도로를 타고 월명리쪽으로 차를 몰았다.월명리에 닿기전 양구읍 동수리 일대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백로 서식지.군데군데 호수와 논밭 위로 10여마리씩 떼지어 노는 모습을 보노라니 야윈 호수 때문에 섭섭해졌던 마음이 한결 푸근해진다. 파로호 중류에 해당하는 월명리 일대에도 호수 가장자리를 따라 물빠진 흔적이 층층이 나있다.낚시 좌대를 대여하는 업소에 들려 “물이 많이 빠져 물반 고기반이겠군요.”하니 “오히려 고기가 잘 안잡힌다.”고 한다. 수위가 낮아 좌대 놓기도 불편하다고.그래선지 낚시하는 사람이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이럴땐 오히려 전망 좋은 곳에 앉아 시원하게 펼쳐진 호수경치나 구경하는게 최고다.음식 손님을 받기 위해 지은 원두막에 앉으니 파로호 중류가 한눈에 들어온다.낚싯배 한척 보이지 않는 호수가 약간 을씨년스럽기는 하지만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사색을 즐기기엔 그만. 출출함이 느껴진다.기왕이면 파로호에서 나오는 것을 먹어보자.흔히 먹는 매운탕 말고 뭐 특별한게 없을까.낚시점과 음식점을 겸한 ‘월명낚시’((033-482-2385)주인 아저씨가 붕어찜을 권한다. 손님도 별로 없는 것 같은 데 30여분이나 지나 음식이 나온다.냄비속엔 시래기,감자,대파 등 10여가지의 야채가 두껍게 깔려 있고,그 위에 손바닥만한 붕어 너댓마리가 먹음직스럽게 익어 있다.야채와 고기가 충분히 익어야 제맛이 난다나.음식이 늦을 만도 하다.마늘,생강을 많이 넣어선지 비린내가 전혀 안나고,맛이 담백하다.1인분에 1만원.붕어가 싫으면 메기찜(1만원)을 먹으면 된다. ●열목어 노니는 두타연에 발도 담그고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싶다면양구 북단의 두타연으로 가자.민통선 위 방산면 건솔리의 수입천 지류인 이곳은 유수량은 많지 않지만 천연기념물인 열목어의 국내 최대 서식지.10m 높이의 폭포 아래 형성된 옥빛 소(沼) 옆으로 20m 길이의 바위가 병풍처럼 두르고 있다.민통선을 통과하려면 출입 2일전까지 양구군청을 통해 군부대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양구읍 정림리는 한국의 서민적 정서를 질박하게 표현했던 박수근 화백이 태어난 곳.그는 과감한 생략과 단순한 구도,투박한 질감이 느껴지는 마티에르 기법을 통해 한국의 서민적 정서를 진솔하게 표현했다. ●박수근 화백 자취 그득한 미술관도 가볼까 양구군은 2001년 생가터에 ‘박수근미술관’을 세워 운영하고 있다.200여평의 미술관엔 박수근의 체취가 묻어 있는 유품과 스케치,드로잉과 같은 습작품,판화,삽화 등을 감상할 수 있다.그의 작품의 진면목을 살필 수 있는 유채화는 ‘앉아있는 두 남자’와 ‘빈 수레’ 두 작품밖에 없어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입장료 어른 1000원,어린이 500원.월요일 휴관.(033)480-2656. 아이들과 함께 나들이에 나섰다면 양구선사박물관에 들러 태고로의 시간여행에 나서보자.양구읍 하리에 자리잡은 박물관엔 파로호 상류 상무룡리 일대에서 발견된 신·구석기 및 청동기 유물중 650여점이 전시돼 있다. 87년 발굴당시에 선사시대의 문화와 사람들의 이동경로를 알 수 있게 해주는 흑요석 250여점을 비롯,구석기인의 불씨 사용을 입증하는 발화석,찍개,주먹도끼,사냥돌,밀개,돌날,북방식 고인돌 등 4000여점이 나왔다. 박물관 야외엔 파로호 일대 수몰로 인한 훼손을 막기 위해 고인돌을 옮겨 공원을 조성해 놓았다.박물관에 미리 연락하면 고인돌 운반,석기제작,움집 야영 등 선사생활 체험도 가능하다.관람료 어른 1000원,어린이 500원.월요일 휴관.(033)480-2677. 양구까지는 46번 국도를 타고 춘천을 거쳐 가거나 44번 국도를 이용해 홍천,인제(신남)를 경유하면 닿는다.각각 3시간 정도 소요.서울 동서울터미널에서 양구시외버스터미널(033-481-3456)까지 하루 11회,상봉동터미널에선 양구행 버스가 8회 출발한다.양구읍에 세종호텔(033-481-2443) 1곳이 있으며,고려여관(033-481-2746),낙원여관(033-481-3114) 등 여관 30여곳이 운영중이다.문의 양구군 관광안내소(033-480-2675). 양구 글·사진 임창용기자 sdargon@
  • “한총련 시위 학생과 미군 모두에 불행”/ 주한미군 첫 여성공보실장 커밍스 중령

    주한미군의 공보책임자로 여성장교가 처음 부임했다.본국으로 귀임한 새뮤얼 테일러 대령의 후임으로 지난달 16일 부임한 주한미군사령부 공보실장 메리언 커밍스(Maryann B Cummings·43) 중령. 지난 1982년 미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헌병 병과의 커밍스 실장은 유엔사령부와 한미연합사령부 공보실장도 겸하고 있다.대령이던 주한미군 공보실장 자리에 중령에다 여성이 부임하게 된 것은 리언 러퍼트 주한미군사령관의 각별한 신임 때문이라고 한다.커밍스 중령이 부임하자 러퍼트 사령관은 이례적으로 황영수 국방부 대변인에게 서신을 보내 그녀의 능력과 전문성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표명했다. 11일 국방부를 방문한 커밍스 실장은 한총련 대학생들의 미군 사격장 진입 시위와 관련,“학생들의 안전뿐 아니라 훈련중이던 미군 병사에게도 불행한 일”이라며 “(장소가 훈련중이던) 사격장이라는 데서 방법상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그녀는 “학생들이 사격장에 진입하고 성조기를 태우는 장면을 언론이 보도한 것은 불행한 일로 미국시민들이 봤을 때 ‘무엇 때문에 우리가 한국에서 훈련하는가.’라고 궁금해 할 것”이라며 “이번 사태가 한국내 전체의견인지 소수의견이지 구분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인과 한국문화에 대해 강한 인상을 받았다는 그녀는 “정전 50주년 행사차 공동경비구역(JSA)과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했을때 참전용사들이 한국의 발전에 대해 감명을 받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군과 함께 일할 수 있는 기회도 소중하며 앞으로 한국인에 대해 많은 것을 알아 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커밍스 실장은 “헌병으로 근무한 것이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한국에 있는 동안 한국문화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직 “안녕하세요.”,“감사합니다.” 등 인사말 정도에 불과한 한국어 실력이지만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14살 아들이 나에게는 도전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조승진기자 redtrain@
  • 40m직전 화물열차 발견… 어이없는 추돌 / 눈 감고 달린 열차

    8일 오전 대구시 수성구 사월동 경부선 하행선에서 무궁화호 열차가 화물열차를 추돌,승객 2명이 숨지고 99명이 중경상을 입었다.이번 사고는 화물열차 기관사의 무선교신 오해와 무궁화호 기관사의 전방주시 태만 등으로 발생한 것으로 조사돼 ‘안전 불감증’을 또 한번 드러냈다. ●사고발생 이날 오전 7시10분쯤 대구시 수성구 사월동 사월보성아파트 옆 경부선 철로(서울기점 337㎞)에서 대구에서 부산 쪽으로 달리던 303호 무궁화호 열차(기관사 김기용·36)가 선로에 정차중이던 2661호 화물열차(기관사 최태동·50)를 추돌했다. 이 사고로 이영경(34·여·교사·대구시 수성구 범어동)씨와 이석현(4·경북 성주군 성주읍)군 등 2명이 숨지고 엄붕현(67·경남 밀양시 북구면)씨 등 99명이 중경상을 입어 대구 경북대병원과 파티마병원,동경병원,성삼병원,경산 경상병원 등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사고가 난 무궁화호 열차는 기관·발전차량과 객차 6량 등 모두 8량으로 구성된 김천발 부산행 열차로 동대구역을 오전 7시5분에 출발해 부산역에 8시38분에 도착하는 통근열차로 200여명의 승객이 타고 있었다. ●사고현장 및 구조 사고가 나자 승객들은 출입문이 작동하지 않아 유리창을 깨고 현장을 탈출했으며,특히 발전차량 뒤편의 6호 객차의 차량은 음료수 캔이 찌그러지듯 구겨져 승객들의 피해가 컸다.6호차에 타고 있었던 승객 양우준(35·대구시 수성구 수성동)씨는 “동대구역을 출발한 지 10여분 만에 ‘꽝’하는 소리와 함께 객차 앞부분이 찌그러들었고 승객들이 앞 의자와 바닥,벽 등에 부딪히며 아수라장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운행이 중단됐던 경부선 하행선은 사고발생 6시간여 만인 이날 오후 1시50분쯤 정상운행됐다. ●사고 원인 및 문제점 화물열차 기관사는 무선교신 내용을 ‘오해’했고 무궁화호 기관사는 전방을 제대로 주시하지 않았으며 지령실 직원 및 역무원도 안전수칙을 위반하는 바람에 어이없는 ‘참사’가 빚어졌다. 경찰 등에 따르면 화물열차 기관사 최씨는 고모역 역무원과의 무선 교신에서 ‘정상운행을 하라.’는 지령을 받고 고모역∼경산역 구간을 신호기점멸 신호에 따라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서행 운행했다.그러나 고모역 역무원의 지령은 ‘고모역∼경산역 구간은 경부고속철도 공사에 따른 신호기 교체작업 구간이기에 신호를 무시하고 정상속도로 주의운행을 하라.’는 뜻으로,통상적인 작업구간에서의 정상운행을 의미한 것이었다. 이에 따라 고모역을 7시2분에 출발한 화물열차는 점멸신호를 꼬박꼬박 지키며 서행 운행하다가 6분 뒤인 7시10분쯤에 고모역을 통과한 무궁화호 열차에 추돌된 것이다. 또한 무궁화호 기관사 김씨는 선로 각도를 감안하더라도 150여m 후방에서 충분히 앞 열차의 정차를 목격할 수 있었지만 전방주시를 게을리 해 40여m 직전에서야 급브레이크를 밟았다.이에 대해 김씨는 안개가 끼어 제대로 전방을 보지 못했다고 밝혔으나 이날 오전 사고지역에는 전방 1㎞까지를 충분히 볼 수 있는 박무(薄霧)만 끼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와 함께 화물열차가 경산역에 도착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궁화호 열차의 고모역 통과를 지시하고,통과를 허락한 철도청 부산지방사무소 직원과고모역 직원도 과실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신호 대신 통신(무선)으로 열차 운행을 제어할 때는 역과 역 사이에 1개 열차만 운행돼야 한다.경찰은 사고가 난 두 열차의 기관사와 부기관사,고모역 역무원,철도청 부산지방사무소 직원 등을 상대로 사고원인과 경위를 조사한 뒤 과실이 입증되는 대로 사법처리하기로 했다.또 열차운행 기록이 담긴 ‘타코미터’와 기관사와 역 사이의 교신테이프,동대구역 및 고모역 근무일지 등을 확보해 정밀 분석 작업을 벌이고 있다. 대구 황경근·대전 박승기기자 kkhwang@
  • 캐릭터 따라하기 ‘코스프레’ / 현실에서 맛보는 상상

    수은주가 30도를 웃도는 지난 주말.가만히 있어도 땀이 등줄기로 흘러내리는 더운 날씨에 서울 선유도 공원에는 길고 검은 가발,레이스가 달린 화려한 드레스,두꺼운 가죽 자켓,화려한 모자 등으로 치장한 사람들이 가득했다.흘러내리는 땀을 닦아내면서도 사진 속에 자신의 모습을 담느라 정신이 없었다. 비슷한 복장을 한 사람들의 입에서는 “오∼ 멋진걸.” “야,대단하다,어떻게 만든거야?” “이거 어떤 캐릭터냐?” 등등,서로에 대해 관심어린 말들이 나온다.몇몇 사람들은 예사롭지 않은 눈길로 쳐다본다.그 눈을 읽어보자면 ‘뭔 이상한 사람들 다 보겠네.’정도일까. “사람들의 시선은 별로 신경쓰이지 않아요.코스튬 플레이는 또 다른 나의 모습을 찾는 나만의 취미생활이니까요.” 이날 반짝반짝한 중국풍 의상을 입은 박두름(15·중3)양의 깜찍한 말이다. ●1990년대 초반 국내 들어와 ‘코스튬 플레이(Costume Play)’,말 그대로 ‘의상(코스튬)’을 입고 ‘노는(플레이)’ 것이다.주로 만화·영화·게임 속의 캐릭터들로 분장하고 그들의 행동을 흉내내며 즐긴다.흔히들 일본식 조어로 ‘코스프레’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에 코스튬 플레이가 들어온 것은 1990년대 중반 전국 아마추어만화동아리연합(ACA)이 개최한 만화축제 때 코스튬 플레이 공연을 한 것이 처음이라고 전해진다.벌써 10년이 다 돼가지만 여전히 코스튬 플레이를 하는 사람에게 보내는 눈길은 어색하다. 이날은 3만 3300여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는 ‘코스프레 동호회’(cafe.daum.net/teencos)의 정기 촬영회날.각자 직접 만들거나 구매한 의상을 입고 자태를 뽐내고 있다.작은 무대에서는 갖가지 포즈를 취해 사진 촬영을 하면서 의상에 점수를 매기는 행사도 열렸다. ‘킹 오브 파이터’의 ‘쿄’ 의상을 입은 백종하(18·고3)군은 겹겹이 껴입은 의상때문에 온 얼굴이 땀 범벅이다. 그래도 사진을 찍을 때면 모델 버금가는 프로다운 포즈를 취한다. “저에겐 코스튬 플레이가 일종의 분출구에요.입시로 인한 스트레스를 떨쳐버릴 수 있는 계기죠.평소에 꿈꾸던 게임의 주인공이 되는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하고요.” ●일본 캐릭터 베끼는 ‘왜색일변도’ 지적도 고교 선후배에서 코스튬 플레이를 함께하는 연인 사이로 발전한 대학생 한가은(20)씨와 문진우(21)씨는 이날 만화 ‘엑스(X)’의 남녀 주인공으로 변신했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코스튬 플레이를 한다면 ‘이상한 애’정도로만 봤는데 요즘은 친구들이 사진 좀 보여달라면서 부러워한다.”는 가은씨는 “의상도 어머니랑 같이 만들기도 한다.”며 자랑이다. 장래 희망이 의상디자이너라는 허다솜(15·중3)양은 “미술을 전공하신 어머니가 옷을 만들어 주시기도 하고,행사에 나간다고 하면 잘 하라고 격려해주신다.”며 “의상을 직접 만들면서 개성을 마음껏 표현하고 창의력도 기를 수 있어 좋다.”고 말한다. 그러나 코스튬 플레이가 만화·영화 주인공들을 동경의 대상으로 삼아 흉내내거나 일본 만화·게임 캐릭터를 베끼는 ‘왜색일변도’의 문화라는 비판도 있다. ●‘내안의 나’ 찾는 창조적 과정 코스튬 플레이 6년차인 동호회장 이호욱(20·대학생)씨는 “코스튬 플레이는 단순히 대리만족의 수준을 벗어난 ‘내 안의 나’를 발견하는 창조의 과정”이라며 비판의 눈길에 반박한다.“대부분의 회원들이 스스로 해야 할일을 하고 취미로 즐기고 있다.”며 “자기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어 걱정어린 시선은 기우일 뿐”이라고 강조한다. 청강문화산업대 조영아 패션디자인과 교수는 “코스튬 플레이를 청소년 입장에서 이해한다면 문화활동을 통해 자신의 끼를 발산할 수 있는 하나의 방편으로 이해된다.”며 긍정적인 측면을 내세웠다. 조 교수는 “너무 빠져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눈길도 있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학과생활에 지장없이 코스튬 플레이를 즐기고 있어 크게 문제될 것은 없어 보인다. 또 한국적인 캐릭터를 개발하는 경우도 많아 일본에서 코스튬 플레이가 유입되면서 제기됐던 문제들이 상당부분 해소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재주 많고,끼 많고,꿈 많은 사람들의 취미,코스튬 플레이.나도 한번 도전해볼까. 글 최여경기자 kid@ 사진 이종원기자 jongwon@ ■코스프레의 모든것 특정 캐릭터로 변장하는 ‘코스튬 플레이’는 1980년대 초반 애니메이션 왕국일본에서 시작됐고,우리나라에는 90년대 중반에 들어왔다. 더 멀리서 근간을 찾는다면 미국·유럽 등의 가장무도회나 핼러윈데이,한국의 가면극,중국의 경극 등이 될 수 있다.‘코스프레’라고도 한다.‘압축조어’의 대국 일본에서 만들어낸 말이다.우리나라 마니아 일부는 이를 대신해 ‘코스플레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초기에는 자신이 분장하고 싶은 만화·영화·게임의 캐릭터 의상을 똑같이 제작해 입었다.그러나 최근에는 인형의 모습을 본뜨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의 모습을 그대로 표현하는 코스튬 플레이도 많아졌다.또 개인이 직접 구상한 시나리오에 맞춰 의상을 제작하는 창작 코스튬 플레이도 늘고 있다. 최근 1∼2년 사이 인터넷을 통해 코스튬 플레이 관련 사진이 급속도로 퍼지면서 관심이 더욱 크게 늘었다.포털 사이트 ‘다음’ 카페에 등록된 코스튬 플레이 관련 동호회만도 1000개가 넘는다.가장 규모가 큰 ‘코스프레 동호회’의 경우 지난해 5000여명에서 올해 들어 6배 이상 늘어난 3만 3300여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다. 코스튬 플레이 인구가 늘어나면서 포털사이트격인 ‘코스프레닷컴’(www.cospre.com)을 비롯해, ‘코스나라’(www.cosnara.com),‘날으는 바늘’(www.f-needle.com),‘코스프레전문점’(www.cospreshop.net) 등 코스튬 플레이 전문 사이트들도 생겨났다. 코스튬 플레이와 관련된 행사도 많다.코믹월드,전국 아마추어만화동아리연합 등 만화와 관련된 단체들뿐 아니라 중·고교,청소년문화원 등에서도 행사를 마련한다. 청강문화산업대학은 지난 2001년부터 ‘청강 전국 코스튬 플레이 콘테스트’를 열고,일부 입상자에게는 독자전형을 통해 입학의 기회를 주기도 했다.이밖에도 최근 서울시가 ‘하이! 서울’ 행사에서 코스튬 플레이 코너를 마련한 것처럼 공공기관이 코스튬 플레이 행사를 기획하기도 한다. 동대문이나 홍익대,대학로 부근에는 각종 코스튬 플레이 의상을 제작해주거나 대여해주는 ‘의상실’도 생겼다.직접 의상을 만들 경우 천,장신구 등을 사고 재봉틀로 제작을 하는데 1만∼2만원 정도에서 10만원 이상으로 비용이 천차만별이다.의상실의 대여료는 보통 제작비의 10분의 1수준이라고. 주로 ‘파이널판타지’,‘봉신연의’,‘바람의 검심’,‘세일러 문’ 등 일본 캐릭터가 대상이지만 최근들어 ‘라그나로크’,‘우비소년’ 등 우리나라의 게임·만화 캐릭터도 인기를 모으고 있어 코스튬 플레이의 확산이 한국의 캐릭터 산업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는 이도 많다. 최여경기자
  • “립싱크는 안해요”데뷔앨범 낸 가수 이정

    지난 4일 데뷔앨범을 낸 신인 가수 이정(22)은 부담없는 첫 인상이 좋다.자그마한 키에 털털하게 잘 웃는 수더분한 외모.막상 노래를 들어봐도 그렇다.콧소리를 섞어 노랫말을 잘게잘게 씹어뱉는 창법은 얼핏 김건모 스타일이다.말하는 투를 지켜보면 더 재미있어진다.어눌하고 무뚝뚝하게 툭툭 던지는 듯한 말투와 생김새가 어쩐지 연기자 양동근을 떠올리게 한다. “첫 인상이 김건모나 양동근을 섞어놓은 듯하다는 소리를 자주 듣습니다.기분이 나쁘진 않아요.하지만 하루빨리 저만의 색깔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이제 막 첫 앨범을 낸 신인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가창력이 뛰어나다.게다가 그에게 각별한 시선이 쏠리는 이유는 하나 더 있다.국내 가요계에서 ‘미다스의 손’으로 통하는 프로듀서 김창환의 눈에 띄어 열렬한 후원을 받는 행운아란 사실이다.앨범 수록곡 13곡 가운데 6곡을 김창환이 작곡했다.특히 세번째 트랙 ‘고백’은 김건모의 히트곡 ‘핑계’를 연상시키는 레게풍.친숙한 리듬과 쉬운 멜로디가 두어번만 들어도 따라부를 수 있을 것 같은 곡이다. 그러나 정작 본인이 가장 좋아하고 자신감을 갖는 장르는 리듬앤드블루스 (R&B)다.“‘R&B 대표가수’라는 꼬리표를 다는 게 꿈”이라는 그는 앨범속 대부분의 곡들을 R&B로 채웠다.세련된 멜로디 라인이 돋보이는 ‘내일 해’,클론의 구준엽이 랩을 넣어준 ‘안녕’,자신이 작사·작곡한 ‘사랑했나봐’ 등 주요곡들이 모두 R&B발라드. “초등학교 1학년 때 어머니가 즐겨듣던 팝송을 들으며 막연히 음악을 동경했다.”는 그는 대학(동아방송대)에서 전공을 보컬로 결정하면서 가수의 꿈을 구체화시켜 갔다.학교 담장 밖으로 ‘노래 잘한다.’는 소문이 퍼져 나가면서 김창환과 인연이 닿았다. 그는 자신의 가창력을 혹독한 소리훈련의 결과라고 말한다.외국가수들 중에는 스티비 원더와 창법이 비슷하다는 소리를 듣는 것도 오래전부터 목소리를 다듬어온 덕분이란다. 첫 앨범을 내면서 새삼 깨우친 것들이 많다.“듣기 쉬운 노래가 부르기엔 오히려 더 까다로울 수 있다는 사실을 녹음하면서 알게 됐다.”면서 “주위에서 히트를 점치는 ‘고백’만 해도 정작 제대로 따라 부르려면 어려울 것”이라며 웃는다. 앨범의 타이틀곡은 첫번째 곡 ‘다신’.마이클 잭슨의 노래를 닮은 강렬한 리듬에 카리스마 넘치는 율동을 구사한 뮤직비디오는 앨범이 정식 발매되기 전부터 인터넷상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영화 ‘매트릭스2’에서 봤던 공중부양 모션을 특수촬영기법으로 찍어 넣었다.”며 뮤직비디오 자랑에 열을 올리더니 “연예인이 아니라 가수가 될 것”이라는 예사롭지 않은 말로 인터뷰를 맺는다.TV쇼에 불려다니며 진을 빼거나,고민없이 립싱크를 하진 않을 것이라는 다짐이 야무지다. 황수정기자 sjh@
  • 11월초 SBS서 새 TV애니 방영

    총알도 튕겨내는 초합금 피부와 10만 마력의 힘,하늘을 나는 제트분사능력에 세계 최고의 인공두뇌.그러나 ‘아톰’의 원작자 데즈카 오사무는 아톰의 가장 큰 ‘특수능력’은 바로 ‘인간의 마음’이라고 강조한다. ●아톰,일본을 만든 로봇 60년대 TV 방영 때부터 아톰에 열광해온 전세계 어린이들은,‘인간의 마음’보다는 조그만 체구를 지혜롭게 활용해 거구의 상대들을 쓰러뜨리는 아톰의 활약상에 더 마음이 끌렸다.극 중에서 아톰이 아무리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받는 차별과 슬픔”을 호소하며 “인간이 되고 싶다.”고 말해도 아톰을 보고 자란 전세계 어린이들은 아톰이 되기를 혹은 아톰을 만들어 낼 수 있기를 꿈꾸었다. 일본인 첫 우주비행사이자 일본 과학미래관 관장인 모리 마모루 박사는 “어린 시절 ‘아톰’을 보면서 우주비행과 과학자의 꿈을 꿈꾸었다.”고 회고한다.모리 박사는 2002년 초 혼다의 유명한 인간형 로봇 ‘아시모’를 과학미래관에 연봉 2억원의 해설원으로 정식 채용해 화제를 불러모으기도 했다.그 ‘아시모’를 만든 혼다기술팀에 내려진 최초의 지시가 ‘아톰을 만들어라.’였으며,개발팀 책장에 아톰 전질이 꽂혀 있다는 이야기는 널리 알려져 있다.일본 ‘아사히 신문’은 4월 7일자 3개면에 특집 기사를 실어 “우리 세대의 로봇 관계자들은 아톰이나 철인 28호를 동경했던 사람들”이라고 전했다.노부유키 이데이 소니 대표이사 회장도 “아톰의 세계에는 ‘마음까지 풍요롭게 하는 기술’이란 소니의 꿈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문화평론가들은 “동양인 어린애의 얼굴을 한 조그마한 로봇이 거대하고 강력한 서구의 로봇들을 쓰러뜨리는 모습은,패전후 경제적 궁핍과 좌절에 시달렸던 일본 사회에 자신감과 희망을 북돋워주었다.”고 설명한다.히사시 히에다 후지TV 대표이사 회장은 “당시 아톰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 품었다.”고 회고했다.마쓰다니 다카유키 데즈카 프로덕션 사장은 최근 “아톰이 미증유의 경제불황에 발목잡힌 일본에 예전처럼 희망을 불러일으켰으면 한다.”고 말했다. ●아톰이 뭐기에 89년 2월 당시 60세로 작고한 원작자 데즈카 오사무는 ‘아톰의 탄생’이라는 글에서 “아톰에 대해 말하는 것은 팔불출 부모가 되는 것과 같다.”고 쑥스러워하면서 아톰에 대해 설명했다.아톰의 탄생은 1951년 4월부터 만화잡지 ‘쇼넨(少年)’에 연재한 ‘아톰대사’로 거슬러 올라간다.원래는 데즈카가 당시의 수폭실험 등을 보고,원자력을 평화적으로 사용하는 가상의 나라 ‘아톰(원자)대륙’을 배경으로 시작했다.여기서 아톰은 처음에는 조연으로 등장하는 등장인물 가운데 하나였지만 차츰 비중이 커져 52년에는 인간의 마음을 가진 ‘철완 아톰’의 주인공으로 다시 태어난다. 데즈카는 자서전에서 미군 병사들에게 ‘점령국의 언어’를 못한다고 얻어맞았던 기억을 떠올리기도 했다.“그 경험은 내 만화 주제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로봇과 인간,지구인과 우주인,심지어 같은 인간들 사이에서도 민족에 따라 갈등이 있지요.아톰의 테마가 바로 이것입니다.” 그는 “한편으로는 인간과 과학사이의 의사소통의 단절 문제,즉 인간성을 상실한 과학기술에 대한 경고를 담고 심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톰은 63년 일본 최초의 TV용 애니메이션 시리즈 ‘우주소년 아톰’으로 만들어져 66년까지 방송되며 평균시청률 30%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남기고 64년 제2회 TV기자회상 특별상 등 크고 작은 상을 휩쓸었다. 평론가들은 “‘우주소년 아톰’은 ‘TV 애니메이션의 세계 최강’이라는 타이틀을 일본에게 안겨준 시작점”이라고 분석한다.90여분의 극장용 애니를 그대로 TV에 가져와 방영하던 당시의 관행을 뒤엎고,상대적으로 적은 제작비와 인력·시간으로 매주 30여분 분량의 TV 전용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첫 시도해 성공적으로 정착시켰다. 아톰은 이후 미국,영국,브라질 등 해외 20여개국에 ‘아스트로 보이’라는 이름으로 수출되었고,우리나라에서도 ‘우주소년 아톰’이란 제목으로 70년대에 처음 방영되었다.80∼81년에는 컬러 TV용 애니메이션으로 새롭게 제작되었다. ●아톰,리로디드 지난 4월부터 후지TV에서 새 줄거리의 ‘우주소년 아톰’으로 다시 만들어져 방영 중이다.일요일 아침시간대라는 약점에도 불구하고,현재 평균 10%가 넘는시청률(상위 10위권내)을 기록 중이라 눈길을 끈다. 할리우드에서 내년 여름 개봉을 목표로 아톰의 3D 애니메이션 작업이 진행 중이다.미국 소니 픽쳐 엔터테인먼트가 ‘나이트메어 비포 크리스마스’의 에릭 트레인 감독과 ‘슈렉’의 애니메이션 프로듀서 샌드라 라빈스와 페니 핀켈먼 콕스 등을 영입해 ‘아스트로 보이’로 만들고 있다.데즈카 마코토 데즈카 프로덕션 이사는 “셰익스피어나 비틀스처럼 아톰이 세계적인 고전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마치다 하루유키 소니 픽쳐즈 대표이사 회장은 “아톰은 전세계적인 히트작의 특징인 세계적인 공감대를 갖는 감동적인 스토리와 역동적인 영상을 모두 겸비했다.”며 성공을 보증했다. 국내에서도 SBS가 오는 11월 초 새로운 TV 애니메이션 ‘우주소년 아톰’을 방영한다.이에 따라 한빛소프트,넥슨 등 게임·완구·캐릭터 등 관련 업체들이 먼저 판권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국내 판권을 보유한 지앤지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현재 넥슨 등 온라인게임 업체는 2곳,한빛소프트 등 모바일게임 업체는 2곳으로 후보가 압축 상태이고,캐릭터 상품은 품목별로 30∼40개 업체와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자료협조 지앤지 엔터테인먼트,데즈카 프로덕션 글 채수범기자 lokavid@ 그래픽 강미란기자 mrkang@
  • ‘남양주야외축제’ 7일 개막

    북한강변의 여름을 풍성한 볼거리로 수놓을 ‘제3회 남양주 세계 야외공연축제’가 오는 7일 전야제를 시작으로 17일까지 경기도 남양주 문화관광마을에서 열린다. 국내외 30여 단체가 무용·연극·음악·마임 등 각종 장르의 작품을 선보인다.특히 러시아 마리스키 발레단의 ‘세계 명작 발레 하이라이트’와 서울 오페라 앙상블의 ‘광대,팔리아치’는 ‘갇힌 극장’이 아닌 1200석 규모의 오픈 무대에서 공연된다. 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찾아가는 순회 공연’과 ‘물의 해’를 맞아 물의 소중함을 알리는 행사도 마련됐다. 독일 시치기(Syzygy)앙상블,이탈리아 치르코 아 바포레(Circo a vapore)극단,콜롬비아 테칼극단의 공연도 있다.특별 행사로 ‘공동경비구역 JSA’세트장에서 영화감독 여균동씨와 그의 동생인 재독 음악가 여계숙씨가 공동 기획한 통일염원 퍼포먼스가 펼쳐진다.자세한 사항은 전화(031-592-5993∼4)나 인터넷(www.noaf.or.kryesno@yna.co.kr)으로 알아볼 수 있다. 남양주 한만교기자 mghann@
  • 청계천 총기유통 실태르포 / “권총1정 5000만원 내라”

    “요즘은 총기 단속이 심해 웃돈을 많이 줘야 합니다.” 30일 오후 서울 청계천 8가 인근 ‘도깨비시장’의 군용품 상인 A씨는 권총 한자루 값으로 5000만원을 기자에게 요구했다. 전날 대구에서 붙잡힌 총기강도사건 용의자 김모(38)씨가 “권총 등 각종 무기류를 청계천에서 구입했다.”고 진술한 것이 어느 정도 신빙성을 갖고 있는 셈이다.그러나 김씨의 진술 직후 급히 단속에 나선 경찰은 “실제로 총기가 유통되고 있지 않다.”며 단순 첩보나 뜬소문에 불과하다고 항변했다. ●단속심해 도피비용까지 요구 불법무기거래나 청계천 사정에 밝은 한 사람의 소개로 총기 판매를 중개한다는 30대의 A씨와 만났다.권총을 구하고 싶다고 하자 그는 “요즘은 단속이 심해졌기 때문에 신분이 노출될 때를 대비,도피비용까지 합쳐 5000만원은 줘야 구할 수 있다.”면서 “부산쪽에 연락해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알아보겠다.”고 어디론지 전화를 걸었다. 잠시 뒤 A씨는 “지금 부산쪽 중개인에게 말을 해 놓았으니 돌아가서 연락을 기다리라.”고 말했다. 주변 군용품 상인 등에 따르면 총기는 주로 러시아에서 수십개의 부품으로 분해된 뒤 각종 기계 부품 사이에 섞여 부산 감천항이나 북항을 통해 반입된다.몰래 들여온 부품은 다시 조립돼 국내 러시아 마피아나 중간 무기 도매상으로 넘어간 뒤 폭력조직 등으로 은밀히 유통되는 것으로 알려졌다.선원이 총기를 몰래 빼돌려 항구 주변에서 파는 경우에는 가격이 매우 저렴하다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청계천 8가 주변에서 만난 또다른 상인 B씨는 “청계천 무기 도매업자들은 부산쪽 무기 도매상이나 러시아 마피아와 연계돼 무기를 서울 지역으로 유통시킨다.”면서 “이들은 대부분 조폭 출신이거나 조폭들이 고용한 사람들로 철저한 점조직으로 움직인다.”고 귀띔했다.특히 이들은 재래시장에서 잡화 노점을 하며 불법 무기류를 은밀히 유통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계천 총기판매는 50년대에나 가능” 경찰은 청계천 일대가 불법 총기판매의 ‘온상’이라는 지적에 대해 “그럴 리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관할 성동경찰서는 30일 이틀째 수사관 20여명을 동원,대대적으로 청계천 8가 일대 중고 군용품 상점을 돌며 탐문수사를 벌였다. 성동서 관계자는 “도깨비시장 노점상들을 대상으로 총포·도검·화약류 불법 판매 여부를 탐문·수색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면서 “청계천에서 총기를 쉽게 구입할 수 있다는 말은 50년대에나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경찰 관계자는 “총을 사고 판다는 첩보를 입수하고도 수사비와 인력이 모자라 적발해 내지 못한 사례도 있었다.”면서 “지금의 단속 시스템으로는 암암리에 움직이는 총기 판매 조직을 적발해 내기 힘들다.”고 털어놨다. 이영표 이세영 기자 tomcat@
  • 反유대인 작곡가 다룬 책2권 /게르만 신화… 평행과 역설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이 2001년 7월7일 베를린 국립오페라를 이끌고 이스라엘의 예루살렘에서 반(反)유대주의자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연주한 이야기는 유명하다.아르헨티나 출신의 유대인 바렌보임은 연주에 앞서 “마음의 상처를 받는 청중은 공연장을 떠나도 좋다.”고 했고,실제로 밖으로 나간 사람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외신을 타고 바렌보임의 이야기가 국내에 전해졌을 때 ‘예루살렘의 바그너’가 왜 이처럼 ‘사건’이 되는지를 명확하게 이해하기는 쉽지 않았다.기껏 “히틀러가 가장 총애한 작곡가였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피상적인 추측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그로부터 2년.약속이나 한듯 동시에 나온 독문학자 안인희의 ‘게르만 신화,바그너,히틀러’(민음사 펴냄)와 다니엘 바렌보임·에드워드 W.사이드의 ‘평행과 역설’(장형준 옮김,생각의 나무 펴냄)은 독일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1813∼1883)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게르만 신화…’는 유례없이 끔찍했던 제2차 세계대전이,신화와 예술이 만들어내는 환상의세계가 현실의 세계를 침범하는 주객전도의 상황에서 잉태됐다고 지적한다.낭만주의의 영향을 받은 바그너는 민족의식을 고취시키는 방편으로 게르만 신화에 주목했고,여기 담긴 죽음에 대한 동경은 음악과 연극,문학이 하나로 융합된 무대에 올려지면서 제의적인 분위기를 형성했다. 관객의 사유를 지배하며 압도하는 바그너 악극의 효과에 주목한 히틀러는 이를 응용한 각종 국가행사들을 통하여 국민들의 집단적 열광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문학과 철학,예술,역사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이는 나오기 어려웠을 ‘게르만 신화…’는 2003년 ‘올해의 논픽션상’을 수상하여 노고의 일부를 보상받았다. ‘평행과 역설’은 바렌보임과 ‘오리엔탈리즘’을 쓴 팔레스타인 출신의 문화비평가 사이드의 대담을 카네기홀의 상임감독인 아라 구젤리미안이 정리한 것이다.두 사람의 대화는 바렌보임이 왜 예루살렘에서 바그너를 연주해야 했는지를 역설적으로 설명해준다.‘게르만 신화…’가 말하려는 ‘광기’는 지금도 가까이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나아가 전 세계에서 언제든 현실화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이드는 바그너와 같은 아주 복잡한 현상을 비이성적으로 비난하거나 싸잡아서 매도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한다.그럼에도 이스라엘이 홀로코스트를 악용하여 팔레스타인에 가하고 있는 인권유린이나,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 사람이라면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모두 원수라고 생각하는 바보짓이 지금도 되풀이되고 있다는 것이다. 바렌보임은 바그너 연주가 유대인 동료들이 겪은,믿을 수 없는 일들을 눈감으려는 것이 아니라고 ‘해명’한다.다만 자신들을 미워했던 사람들을 비판해도 되는 권리는 누구도 갖고 있지 않으며,그렇게 했을 때 자신도 그렇게 오랫동안 학대한 사람들의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지난해 9월10일 이스라엘이 점령한 요르단강 서안의 라말라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위한 특별연주회를 갖기도 했다.충동질하는 듯한 집단적 열정의 만용과 조직력이 아니라,이렇듯 금지된 타자(他者)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바로 시민의 길이라는 것이 바렌보임과 사이드가 합의한 결론이다. 서동철기자 dcsuh@
  • 세계인 - 우리는 이렇게 산다 / “느린것이 좋다”日 ‘슬로 라이프’ 바람

    고도성장기,세계 제2의 경제대국,1인당 국민소득의 미국 추월로 절정에 달했던 자신감이 거품경제 붕괴,장기 불황으로 여지없이 추락해버린 일본 열도에 ‘천천히,천천히’의 물결이 일고 있다.당황하지 않고,서두르지 않고,천천히 살아가는 동경(憧憬)의 생활 스타일을 좇는 일본인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1980년대 패스트 푸드의 상징인 미국의 맥도널드가 로마에 진출하려는 데 대한 반발로 시작된 슬로 푸드(Slow Food)운동.빠르고 편리하고 효율적인 것보다는 조악해도 느긋하고 자연스러움에 포인트를 두는 슬로 라이프는 슬로 푸드의 ‘버전 업’인 셈이다. |도쿄 황성기특파원|“‘느린’ 쪽이 좋은 것도 있고,‘빠른’ 쪽이 좋은 것도 있다.둘 중 어느 한쪽을 택한다기 보다,예를 들어 바쁘게 일하면서도 휴일은 시골에서 지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일본의 유명 뉴스캐스터인 지쿠시 데쓰야(68)는 ‘슬로 라이프(Slow Life)’의 전도사이다.곳곳에서 강연할 때면 반드시 “‘슬로’는 시간개념이 아니다.바람직한 마음의 상태”라고 강조한다.그의 강연은 언제나 슬로 라이프의 비결을 전수받으려는 일본인들로 성황을 이룬다. ●“천천히 하면 몸과 마음이 건강” 도쿄 시내 한복판에 개인 사무실을 갖고 있는 야노(52)는 출퇴근은 물론 웬만한 시내 볼일의 교통수단은 자전거이다.그는 “전철이나 택시보다는 느리지만 도쿄의 대도시 풍경 속에 느긋하게 생각할 여유를 준다.”는 것이 이점이라고 말한다.딱히 슬로 라이프를 의식한 것은 아니지만 여유있게 사는 즐거움을 자전거를 타면서 느끼게 됐다고 덧붙였다. 아이치(愛知)현의 바닷가에 이웃한 농장인 ‘이토 그린 농원 펜펜’에서 50여명의 젊은이들이 농장주인 이토(50)의 얘기에 귀를 기울인다.“이게 씨앗이고,땅에 떨어져서 파가 생겨나는 것입니다.” 파,페퍼민트 등 다양한 야채가 재배되고 있는 6000㎡의 밭에는 군데군데 잡초도 섞여 있고,천연비료로 쓰려고 베어낸 풀더미에 갖가지 벌레들도 쉽게 눈에 띈다.“지렁이나 미생물 덕분에 부드럽고 좋은 흙이 생겨났다.”고 참가자들에게 설명하는 이토는 병원에서 인공투석 기사로 일하다 6년 전 “농장에 생을 걸겠다.”고 밭을 사들이고 슬로 라이프의 길로 나섰다. 고치(高知)시는 지난 6월 젊은 직원 12명으로 ‘슬로 라이프 추진위원회’를 설치했다.추진위의 임무는 자연이나 전통문화를 살려 느긋하고 풍부한 생활을 할 수 있는 내 고장 만들기를 위한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이다.지난 4월 고치 시정의 기본방침으로 채택된 ‘슬로 라이프에 의한 인간회복의 내 고장 만들기’가 채택된 데 따른 것이다. ●잇따라 선보이는 ‘슬로 푸드’ 추진위 위원장인 나가노 이사오(33·소방국 소속)는 10월쯤 슬로 라이프 주간을 설정해 시민들에게 첫 선을 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추진위는 산중 콘서트,향토요리 강좌 등 슬로 라이프에 어울리는 행사를 중심으로 꾸민다는 계획이다. 자연과 내 고장을 강조하는 슬로 라이프를 경영의 원동력으로 삼자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16일 도치기현 상공회의소는 ‘슬로 라이프 운동추진사업’ 1차 실행위원위를 열었다.“가치관이 변화하는 가운데 종래의 경영수법으로 기업을 지원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상공회의소는 도치기 이외에는 경험할 수 없는 맛,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침체 일로의 지역경제를 부흥한다는 복안이다.슬로 푸드,슬로 라이프가 일본인의 생활에 파고들 조짐을 보이자 이에 편승한 상품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식품회사인 에비스는 다음달 11일 ‘슬로 라이프 스튜’의 판매에 들어간다.조리 시간이 다른 제품보다 더 걸리고 화학조미료를 넣지 않아 자연의 맛을 즐길 수 있다는 컨셉트를 강조했다.자연을 강조한 스튜 하나로 에비스는 한해 10억엔(한화 100억원)의 매상을 올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다이와하우스 공업도 슬로 라이프를 실천한 경량철골 구조의 주택을 선보였다.거실의 남북쪽으로 커다란 입구를 내고 천장에도 창을 내 바람이 잘 통하게 했으며 함께 조리하고 먹을 수 있는 개방형 부엌 등이 자랑거리.공사비는 평당 58만엔이다. 슬로 라이프를 테마로 한 책방도 생겨났다.도쿄 아카사카에 지난달 문을 연 한 책방은 ‘화(和),슬로 라이프,아시아,에스닉’이라는 코너를 설치했다.슬로 푸드를 다룬 책이나 느긋한 풍경의아시아 마을을 촬영한 사진집 등 2000여 종류의 서적을 갖추고 슬로 라이프를 추구하는 일본인들의 요구에 부응하고 있다. 노령화,도시화에 따른 주민 감소로 고민하는 산골 마을도 슬로 라이프를 재정 개선책이나 주민 이주의 유인책으로 삼고 있을 정도이다. 아이치현의 젠만초(千万町)는 초등학교가 취학아동의 감소로 폐교 위기에 놓여 있을 만큼 편의점은 물론 휴대전화도 불통인 ‘불편 그 자체’로 인구 200명의 산골 깡촌.슬로 라이프를 추구하는 도회 사람이 이주하거나 놀러올 수 있도록 300년된 농가를 개조해 농촌생활의 체험 시설로 내놓았다.개조된 농가 뒤편에는 계단식 밭이 펼쳐져 있다.이곳을 찾는 도회 사람들은 이 농가와 밭에서 농작물을 키우는 경험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주민들로부터 된장 담그기같은 전통생활을 체험하는 것은 물론 감자 같은 산골 특산물을 맛볼 수 있다. ●자연친화 운동으로 확산 추세 얼마 전 출간된 2003년판 환경백서의 ‘슬로 라이프의 추천’이란 항목.“지구온난화나 쓰레기 같은 지구규모로 전개되고 있는환경 문제 해결의 열쇠는 지역사회에 있다.”소비자가 지역에서 생산된 지역특산물을 소비하는 ‘지산지소(地産地消)’수입식품의 수입량에 수송거리를 계산해 식품의 환경부하를 표시하는 ‘식품 마일리지’의 개념을 소개하면서 백서는 슬로 라이프를 권하고 있다. 기후(岐阜)시는 슬로 라이프 운동을 펼치는 개인,단체에 1개 사업당 50만엔을 지원하겠다고 지난 6월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 18일자 아사히신문의 독자투고란.“여행이 황급하기만 하다.국내여행은 분 단위로 행동하고,해외여행은 버스로 하루 500㎞나 이동한다.아침부터 저녁까지 강행군이다.한곳에 며칠이라도 좋으니 느긋하게 머물며 지내고 싶다.‘아무 것도 없는’ 서비스도 이제는 괜찮지 않은가.” 6월22일 도쿄의 명물인 도쿄타워를 비롯,일본 전국의 빌딩,시설 2000여곳에 오후 8시부터 두시간 동안 일제히 불이 꺼졌다.‘느린 것이 아름답다’는 책의 저자인 쓰지 신이치 메이지대 교수 등 시민단체가 주도한 행사였다.행사에 참가한 시민들은 촛불을 켜들고 어둑한 도시 속에서 슬로 라이프의 뜻을 되새겼다. marry01@ ■시즈오카현 가케가와市선 |도쿄 황성기특파원|일본 중부지역의 시즈오카현 가케가와(掛川)시는 슬로 라이프를 선구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아담한 마을이다.인구 8만 2000명의 소도시 가케가와에 슬로 라이프가 본격도입된 것은 지난해 12월.‘슬로 라이프의 달’로 정하고 시 전역에서 113개의 이벤트를 치렀다. 행사의 하나인 슬로 사이클링에는 남녀노소 60여명이 참가해 30㎞의 거리를 4∼5시간에 걸쳐 천천히 달렸다.‘달렸다’기보다는 달리다,멈췄다,자전거를 끌었다 하면서 경치를 감상하고,다른 참가자들과 얘기도 나누며 느긋하게 이벤트를 즐겼다.지난 5월부터는 ‘느림보 버스’가 시내를 달리기 시작했다.시내 2개 코스 각각 12㎞를 45분에 순환하는 100엔짜리 슬로 라이프 버스는 급한 용건이 있는 사람이라면 답답해 앉아 있을 수 없을 정도로 느려터졌다. “인생을 80살까지 살 수 있다고 할 때 시간으로 환산하면 70만 800시간.그중에 일하는 시간은 7만시간에 불과하고 나머지 63만시간은 천천히 즐겨야 할 시간이라는 것이 가케가와의 제안”이라고 슬로 라이프를 측면에서 지원하고 있는 가케가와 시청 기획인재과의 니보리 노리코는 설명한다.니보리는 “편리하고 빠른 것을 추구하는 바쁜 21세기는 물질적 풍요는 있지만 정신적 빈곤은 심화되는 시대”라면서 “슬로 라이프를 실천함으로써 마음의 풍요로움을 얻고 나누자는 것이 우리 시의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일본 전국에서 처음으로 슬로 라이프 개념을 시민생활과 행정에 도입할 것을 제안한 시는 시민들로부터 슬로 라이프 아이디어를 모집,이중 40개를 채택했다.시민들이 참가하는 슬로 라이프 행사에는 시 예산 2000만엔도 지원했다. 가케가와 시의 슬로 라이프는 7가지로 구성돼 있다.자동차를 타지 않고 천천히 걷자는 슬로 페이스,기모노,유카타 같은 전통의상을 입자는 슬로 웨어,가급적 천연식품으로 식생활을 하자는 슬로 푸드,오래된 주택에서 진정한 편리함과 멋을 찾자는 슬로 하우스,느긋하게 나이 들어 가자는 슬로 에이징,무농약·유기농을 권하는 슬로 인더스트리,죽을 때까지 배우자는 평생교육 개념의 슬로 에듀케이션. “7가지를 다 실천할 수는 없겠지만 살아가는 데 이들을 의식하고 실천하려고 할 때 삶이 보다 풍부해질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니보리의 낙관적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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