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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정책관 김경규△농림축산검역본부 인천공항지역본부장 안호근△농식품공무원교육원장 김대근 ■보건복지부 △운영지원과장 한창언△구강생활건강과장 한상균△연금급여팀장 정준섭 ■해양수산부 ◇별정직 고위공무원 임용△중앙해양안전심판원 심판관 장영준 ■국민일보 △감사실장(논설위원 겸임) 김경호△편집국장 김명호 ■아시아투데이 △사업국장 직대 문경옥 ■강원대 △기획부처장 김준순 ■강동경희대병원 △치과병원장 이성복△한방병원장 고창남
  • [이영탁 미래와 세상] 결혼과 주례사

    [이영탁 미래와 세상] 결혼과 주례사

    누구나 하는 결혼이지만 결혼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다르다. 결혼 전에는 결혼을 동경하다가, 하고 난 다음에는 생각이 변하는 수가 많다. 해도 후회, 하지 않아도 후회라는 중립적 평가도 있지만 부정적 평가가 많은 것 같다. 소크라테스는 “좋은 사람을 만나면 행복해질 것이고, 나쁜 사람을 만나면 철학자가 될 것이다”라고 하였다. 몽테뉴의 평가는 색다르다. “결혼은 새장과 같다. 안에 있는 새는 나오려고 하고, 밖에 있는 새는 들어가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결혼을 하지 않는 사람이 부쩍 늘고 있다. 전엔 결혼이 나이가 들면 으레 하는 필수 과정이었다. 지금은 결혼 연령이 훨씬 늦어졌고 아예 혼자 사는 사람도 흔하다. 결혼이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 된 것이다. 그래서 결혼하지 않는 사람 중엔 미혼이 아니라 비혼(非婚)이 많다는 것이다. 이처럼 세월이 흐르면서 결혼 풍속이 달라지는 걸 보면 결혼도 환경 변화에 따라 진화를 하고 있다고 할까. 결혼 이후의 모습도 달라진 건 마찬가지다. 어렵사리 결혼을 해도 출산율은 떨어지고 세 쌍 중 한 쌍이 이혼을 하는 꼴이다. 얼마 전 어느 결혼식에 참석해서 느낀 일이다. 주례사를 가만히 듣고 있자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에 대한 인식이 크게 바뀌었는데도 주례사 내용은 옛날 그대로다. 부모에 효도하고, 평생토록 사랑하며, 끝까지 인내하고 양보해야 한다는 등 많이 듣던 얘기를 그대로 반복하는 게 아닌가. 주례가 신랑·신부에게 하는 얘기가 아니라 마치 자기 삶을 되돌아보면서 하는 넋두리 같다고 느낀 건 필자만의 생각일까? 요즘 젊은이들의 결혼관이 달라진 건 이제 어쩔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결혼식을 진행하는 동안 신랑·신부가 연신 웃어대는 장면이라든가 어른들 앞에서 사랑 표현을 자연스럽게 하는 것도 이상할 게 없다. 모든 것이 변화의 연속이다. 그런데 변하지 않는 게 한 가지 있다. 바로 주례가 하는 주례사의 내용이다. 누가 주례이냐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결국 나이 든 사람이 시대의 흐름을 못 따라가고 있는 모습이 아니겠는가. 주례는 대개 신랑·신부가 평소 존경하는 사람이다. 존경하는 분으로부터 살아가면서 지침이 될 좋은 얘기를 듣고자 주례로 모신 것이다. 그렇다면 주례는 어떻게 해야 할까. 주례는 무엇보다도 신랑·신부, 즉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해야 한다. 자기보다 20~30년 젊은 사람들이 앞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말을 해주어야 한다. 즉, 미래 이야기를 해주어야 하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현실에 있어 대부분의 주례는 과거 이야기를 하고 있다. 과거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결국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것이 급속하게 변하는 세상에 미래의 부부관계도 많은 변화가 있을 게 틀림없다. 남편과 아내의 역할 구분이 뚜렷하지 않을 것이다. 각자가 독자적인 영역을 유지하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파트너 관계로 변모할 것이다. 초기의 열렬한 사랑이 세월과 함께 은은한 사랑과 신뢰관계로 변해가는 과정도 더욱 다양해질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래의 부부관계는 어떤 모습일까? 어떤 모습이 가능하면서 바람직한 모습일까? 부부 간에도 이기적 유전자가 작용하는 이상 미래의 젊은이들은 어떤 방식으로 사랑하고, 인내하고, 양보하며 살아갈까? 어떤 미래학자는 이제 곧 일부일처제가 사라진다고 하는데 과연 그렇게 될까? 그런 세상을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의 대처방식은? 차제에 사회지도층 인사들에게 제안한다. 주례를 서는 것은 좋은 일이고 인생 선배로서 후배에게 살아가는 데 필요한 얘기를 해주는 건 의미 있는 일이다. 문제는 내용이다. 요즘 주례 없는 결혼이 늘어나고 있는데 그 원인이 주례사의 내용 부실에 있는 건 아닌지 음미해 볼 일이다. 주례를 서기 전에 미래 공부부터 할 필요가 있다. 좋은 주례사로 젊은이들의 미래를 잘 인도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보람 있는 일이 어디 있을까.
  • 경찰 ‘인천 母子 실종사건’ 차남 다시 체포

    경찰 ‘인천 母子 실종사건’ 차남 다시 체포

    인천에서 실종된 김모(58·여)씨의 차남 정모(29)씨가 22일 존속살해 및 살인 혐의로 다시 체포됐다. 지난달 22일 같은 혐의로 긴급체포됐다가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난 지 한 달만이다. 모자(母子) 실종사건을 수사 중인 남부경찰서는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이날 오전 10시 50분께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 정씨 집에서 정씨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차남이 객관적으로 드러난 사실조차도 부인하는가 하면 최근 자살을 기도하는 등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어 다시 체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차남 정씨가 어머니와 형(32)을 살해한 것으로 보고 구속영장을 신청하기 전까지 범행 동기와 시신 유기 장소 등을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경찰은 정씨가 혐의를 극구 부인하고 있어 직접증거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간접 정황증거들을 꾸준히 수집해 왔다. 특히 정씨 부인은 이번 사건이 남편의 소행이라며 시신 유기장소까지 지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난 17일 정씨 부인이 지목한 경북 울진에서 수색작업을 벌였지만 시신을 찾진 못했다. 또 정씨가 긴급체포됐을 당시 유치장에 함께 입감됐던 다른 피의자도 정씨가 ‘어머니를 살해했다’고 되뇌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와 장남은 지난달 13일 실종된 후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김씨는 이날 오전 8시 30분 집 근처 현금인출기에서 현금 20만원을 인출한 뒤 사라졌다. 어머니와 같은 집에서 살던 미혼의 장남도 이날 오후 7시 40분 친구와 전화통화를 끝으로 자취를 감췄다. 차남 정씨는 지난달 16일 오후 4시 40분이 돼서야 어머니에 대한 실종신고를 경찰에 접수했다. 경찰은 차남 정씨가 어머니와 형의 실종 후 지난달 14∼15일 형의 승용차를 운전해 경북 울진에 다녀온 사실을 확인하고 이동경로를 집중 추궁했지만 정씨는 운전 사실을 부인하며 혐의 일체를 부인하고 있다. 퀵서비스 배달원인 차남은 10억원대 건물을 소유한 어머니와 금전문제로 사이가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친척은 경찰에서 어머니 김씨가 사준 빌라를 차남이 몰래 팔아버린 문제 때문에 둘 사이의 관계가 나빠졌고 김씨와 차남 부인 사이에 고부갈등도 있었다고 진술했다. 어머니와 같은 집에서 살던 장남도 차남과 관계가 소원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씨의 인천 남구 용현동 집과 울진 등지에서 연인원 3100명을 동원, 실종자 수색작업을 벌였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하남 여고생 피살사건 1주일…경찰 “단서 못찾아”

    하남 여고생 피살사건 발생 1주일째를 맞은 22일 경찰은 이렇다할 단서를 찾지 못하고 있다. 경기 하남경찰서는 추석 연휴도 반납한 채 수사에 매진했지만 아직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하고 있다. 앞서 경찰은 조광현 수사과장을 반장으로, 하남서 형사 전원과 경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형사 등 65명으로 구성된 전담반을 사건에 투입했다. 전담반은 지난 15일 밤 A(17·고3)양의 예상 이동로인 하남시 감일동 버스정류장부터 집 근처 고가도로까지 150여m 구간에 설치된 CCTV 기록을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 또 괴한이 차량 통행과 인적이 뜸한 감일동 고가도로에서 범행한 점으로 미뤄 주변 지리에 밝은 인물일 수 있다고 보고 주민들과 우범자 등을 대상으로 탐문수사를 병행하고 있다. 하지만 인근 주민 상당수가 추석을 맞아 귀성하면서 탐문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오후 주민들이 귀가하면 탐문수사도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용의자를 특정하기 위해 A양의 이동경로를 분석하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15일 밤 도서관에서 공부를 마치고 집에 오던 A양은 집 근처 한 고가도로에서 괴한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조한종 기자의 ‘新 해양 실크로드’ 북극 항로를 가다] (1) 러 우스트루가항 출항

    [조한종 기자의 ‘新 해양 실크로드’ 북극 항로를 가다] (1) 러 우스트루가항 출항

    ‘북위 59도 42.7분, 동경 028도 25.6분.’ 16일 밤 10시 30분(현지시간), 러시아 서쪽 끝 우스트루가항에서 대한민국 첫 북극 항로를 이용한 시험 운항이 시작됐다. 청명한 날씨 속에 나선 첫 운항의 주인공은 석유화학제품 나프타를 가득 실은 6만 5000t급 유조선 스테나폴라리스호다. 한 달 일정으로 북극의 빙산 지대를 지나 다음 달 16일쯤 전남 광양항에 입항할 예정이다. 우스트루가항은 아직 시설이 열악하지만 유럽 북극 항로의 에너지 중심항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우스트루가항으로 가는 길은 버스로 3시간이 걸렸지만 4차선 고속도로 공사가 한창이다. 자작나무와 삼나무류의 원시 산림 지대를 관통해 우스트루가항 인근 에스토니아 국경까지의 150㎞ 구간에 고속도로가 놓이면 시간은 1시간 30분으로 줄어든다. 에스토니아와 마주 보는 발트해 우스트루가항의 항만 시설도 한창 공사 중이다. 러시아가 북극 항로를 통한 교역에 쏟는 열정을 엿볼 수 있었다. 조찬주 현대 글로비스 러시아법인장(이사)은 “국내 북극 항로 첫 화물로, 현대 글로비스에서 석유화학품을 수입하며 이뤄졌다. 러시아 현지 사정이 좋아지면 북극 항로를 통한 교역은 빠르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항구를 출발한 배는 내빙선으로, 선체 앞부분의 철판을 두껍게 만들어 얼음과 부딪쳐도 어느 정도 배의 파손을 막을 수 있게 설계된 특수 선박이다. 길이가 183m에 이르고 폭이 40m인 유조선으로 북극해를 지나는 만큼 안전이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배는 러시아와 핀란드, 에스토니아에 둘러싸인 발트해 연안 핀란드만을 떠나 덴마크 스코항에서 급유한 뒤 곧바로 북극해로 향한다. 발트해와 북극해의 오염을 막기 위해서다. 25일쯤 러시아 쇄빙선 기지인 무르만스크에서 북극 빙하를 지나기 위해 쇄빙선과 만난다. 이때 빙산과 북극해 바다 위를 떠다니는 유빙 지대를 피하기 위해 얼음 식별 전문가인 ‘아이스 파일럿’ 2명이 유조선에 동승해 안전한 항로를 안내하게 된다. 출항일인 16일은 과학자들이 분석한 자료에서 북극 얼음이 가장 많이 녹아 있는 날이지만 이날 이후 다시 얼음이 얼기 시작하며 겨울을 재촉하게 된다. 북극권인 러시아 무르만스크에서 베링해 입구를 지날 때까지 9일 정도 운항하는 동안 얼음은 다시 얼어붙을 것이다. 북극해 항해는 6~11월에만 제한적으로 가능하다. 남청도 한국해양대 교수는 “2020년쯤에는 컨테이너 운반선 등이 자유롭게 북극해를 지나며 상당한 교역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우스트루가항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위안부들, 자연스레 모여들어” 왜곡 가르치는 日역사 교과서

    “위안부들, 자연스레 모여들어” 왜곡 가르치는 日역사 교과서

    지난 3월 일본 문부과학성의 검정을 통과한 일본사 고교 교과서 9종(일본사A 3종, 일본사B 6종)이 삼국시대부터 근현대사까지 한국사 관련 내용을 전방위적으로 왜곡 서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군 위안부의 자발성을 강조하는 한편, 일본이 고대에 한반도 남부를 지배했다는 ‘임나일본부설’ 역시 그대로 실렸다. 일제시대 창씨개명, 토지조사사업에 대한 일본 측 주장도 전혀 걸러지지 않아 과거사를 입맛에 맞게 여전히 미화·왜곡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박홍근 민주당 의원실이 15일 동북아역사재단에 의뢰, 고등학교 일본사 교과서 9종을 번역, 분석한 결과를 보면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전지에 설치된 ‘위안시설’에는 조선·중국·필리핀 등으로부터 여성들이 모아졌다”(산천출판, 일본사A)라고 적어 위안부의 강제성을 부인하고 자발적으로 참여한 위안부 여성이 있다는 식으로 서술했다. 일본사B 교과서에서는 ‘임나일본부설’ 서술이 두드러졌다. 임나일본부설은 일본이 고대에 한반도 남부를 공격해 백제, 신라, 가야를 지배했다는 주장으로, 일제의 한국 침략과 지배를 정당화하는 도구로 사용돼 왔다. ‘동경서적’에서 출간된 일본사B 교과서 17쪽에는 “야마토 왕권은 가야의 임나를 통해 조선반도 남부와 밀접한 관계를 가졌다.(중략) 야마토 왕권은 조선반도로의 진출에 의해 대륙의 선진문화를 받아들이고 군사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큰 힘을 갖게 됐다”고 적혀 있다. 2010년 3월 한·일 역사공동연구위원회가 ‘임나일본부설은 사실이 아니며 폐기에 합의한다’고 발표했지만 3년이 지난 지금도 왜곡이 여전한 셈이다. 당시 공동연구위원회는 임진왜란에 대해서도 ‘일본이 내부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일으킨 전쟁’이라고 합의했지만 전쟁 발발의 책임을 우리에게 떠넘기는 서술은 여전했다. 일본사B 교과서(동경서적, 105쪽)를 보면 “히데요시는 조선에 대하여 일본으로의 조공과 명으로 침공 시의 선도를 추구했다. 조선이 이것을 거절하면서 1592년 히데요시는 조선에 15만여명의 대군을 보내 침략전쟁을 시작했다”고 적어 임진왜란의 발발 책임을 조선의 비협조 때문인 것으로 몰아갔다. 이 밖에도 “소유권의 불명확 등을 이유로 광대한 농지, 산림을 접수하고 일본인에게 불하(拂下)했다.”(산천출판 87~88쪽, 일본사B), “1910년부터 일본의 토지개정에 맞게 대규모 토지조사 사업을 실시하고 조선을 자본주의 경제로 속하게 하는 기초를 만들었다”(실교출판 260쪽, 일본사B) 등 전형적인 식민지 근대화론에 근거해 토지조사 사업을 서술했다. 일제의 국권침탈에 대항했던 동학농민운동은 농민 ‘반란’, 농민 ‘반항’이라고 명시하기도 했다. 일제시대의 창씨개명에 대해서는 “일본풍의 이름으로 개명도 장려했다”(청수서원 153쪽, 일본사A)고 적어 조선민들의 극심한 반대가 있었던 부분을 삭제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암을 말하다 - 폐암(상)] 권오정 삼성서울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암을 말하다 - 폐암(상)] 권오정 삼성서울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암이 가진 가공할 공포를 가장 잘 설명하는 암이 바로 폐암이다. 암 중에서도 사망률이 가장 높다. 그만큼 발견도 어렵고 치료 예후도 나쁘다. 치료가 어려운 폐암은 주로 흡연에서 기인하는데, 과거 국가에서 담배를 전매 품목으로 지정해 국민들에게 제조·판매한 과오가 있는 데다 군에 입대한 장정들에게 담배를 권해 미필적이지만 폐암에 노출되도록 한 혐의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한 삶을 가장 극악하게 파괴하는 폐암을 두고 권오정 삼성서울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와 얘기를 나눴다. →폐암이란 어떤 암인가. -폐암은 폐와 기관지에서 생기는 암의 총칭이다. 다른 암처럼 폐암도 주변 조직을 파괴하면서 계속 자라 생명을 위협하는데, 여전히 사망률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가장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흡연이 꼽힌다. →폐암의 종류는 어떻게 구분하는가. -현미경으로 보았을 때 세포 크기가 작으면 소세포암(小細胞癌), 작지 않으면 비소세포암(非小細胞癌)으로 구분한다. 소세포암은 병의 진행속도가 매우 빠르지만 항암치료나 방사선치료에 잘 듣는 특성을 갖고 있다. 치료방법도 비소세포폐암과 달라 수술은 하지 않고 처음부터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를 시도한다. 대부분의 폐암은 비소세포암이어서 초기에는 수술로 치료하는 것과 다르다. 비소세포암은 조직형에 따라 다시 편평세포암·선암·대세포암 등으로 구분한다. →우리나라에서의 발생 추이는 어떤가. -폐암은 19세기만 해도 드문 질환이었으나 흡연이 보편화되면서 급격히 증가해 이제는 전 세계적으로 남성에게 가장 흔한 암이 됐다. 2010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인구 10만명당 41.5명꼴로 발생했다. 성별로는 남성이 1만 4650명(70.7%)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사망률은 2010년 인구 10만명당 31.7명으로, 위암(19.4명), 간암(21.8명), 대장암(15.4명) 등에 비해 높은 1위에 올랐다. 특이한 점은 전국 단위 암발생통계를 산출하기 시작한 1999년 이후 2010년까지 남성의 경우 폐암(-0.8%) 발생률이 지속적으로 감소해온 반면 여성은 1.5%로 늘었다는 점이다. 여성 흡연인구 증가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발생 원인을 상세히 짚어달라. -원인은 아직 명확하지 않으나 흡연은 가장 중요하고 명백한 폐암 위험인자로 확인됐다. 미국 통계에 따르면, 폐암으로 인한 남성 사망자의 94%는 흡연에 의한 것이며, 여성도 70∼80%에 이른다. 하루에 피는 흡연량이 많고, 어려서 흡연을 시작할수록, 흡연 기간이 길수록 폐암 발생률이 증가한다. 더 중요한 점은 다른 위험인자인 대기오염이나 직업 물질에 노출될 경우 흡연자의 폐암 발병위험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다는 사실이다. → 발병에 관여하는 원인이 따로 있나. -흡연율과 폐암 증가의 상관관계는 20년 주기를 갖고 있다. 즉, 20년 전 국내 흡연율이 높았기 때문에 지금 폐암 발생이 늘어나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여기에다 조기에 폐암을 발견할 수 있는 저선량CT가 보편화돤 것도 폐암의 발생률 증가와 관계가 있을 것이다. →증상은 어떻게 나타나는지 병기별로 구분해 설명해 달라. -폐 조직에는 신경이 없어 초기에는 아무런 증상도 못 느낀다. 따라서 초기 폐암 환자는 외관상 건강해 보이고, 운동 능력에도 별 변화가 없을 수 있다. 그러다 암이 진행돼 주변 기관지까지 확대되면 기침·가래와 심하면 혈담이 나타난다. 중요한 것은 폐암 증상이 감기 등 대부분의 호흡기질환과 비슷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기침·가래가 1∼2주 이상 지속되면 전문의를 찾는 것이 현명하다. 혈담은 말기에는 많이 나올 수 있지만 초기에는 양이 적고, 나오다 말다 할 수 있으므로 양이 적다고 무시해서는 안 된다. 폐암이 더 진행돼 흉막을 침범하면 가슴이 결리거나 아플 수 있으며, 신경까지 전이되면 쉰 목소리가 나오는데, 이는 상당히 진행됐음을 의미한다. 폐암이 더 진행되면 몸이 마르고, 식욕이 떨어지며, 체력이 급격히 나빠진다. 또 혈관을 누르면 얼굴과 목, 팔이 부을 수 있고, 뼈에 전이되면 심한 통증이 나타난다. 뇌 전이가 가장 위험한데, 이때 나타나는 증상은 두통과 구토 등이다. 이처럼 폐암은 초기엔 증상이 없다가 진행되면서 매우 다양한 증상을 보인다. 일반적으로 암에 걸리면 통증이 심하다고 알지만, 모든 환자가 그런 것은 아니다. →검사 및 진단은 어떻게 하는가. -폐암은 다른 암에 비해 예후가 매우 나쁘고, 완치를 위해서는 큰 수술을 해야 하는 병이어서 반드시 현미경적 조직검사를 통해 확진을 하게 된다. X레이나 CT 영상으로 어느 정도 추정할 수는 있지만, 결핵 등 다른 병과 혼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폐암을 확진할 수 있는 조직검사 방법으로는 객담검사와 기관지내시경검사·폐세침흡인검사·종격동경검사 등이 있다. 이 중 기관지내시경검사는 약 7㎜ 굵기의 내시경을 기관지로 넣어 직접 관찰한 뒤 의심되는 부위의 조직을 1∼2㎜가량 떼어내 검사하는 방법으로, 폐암 확진을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한다. →폐암을 조기발견할 방법은 무엇인가. -증상이 없는 55세 이상의 흡연력을 가진 사람에게는 저선량CT가 효과적일 수 있다. 저선량CT는 3㎜ 정도의 작은 폐결절까지 찾을 수 있어 흉부 X레이 촬영으로 찾을 수 있는 10∼15㎜보다 훨씬 조기발견이 용이하다. 최근 발표 자료에 따르면 4년 2개월간 6406명을 대상으로 폐암검진을 시행해 23명(0.36%)의 환자를 발견했으며, 이 중 15명(65%)의 환자가 완치 가능한 1기였다. 0.36%의 폐암발견율은 흉부 X레이 발견율 0.04%의 9배에 이르는 수치다.(하편에 계속)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안동 모텔 女주인 살해 용의자, 50일 만에…

    지난 7월 경북 안동에서 발생한 모텔 여주인 살해사건의 유력한 용의자 김모(53)씨로 추정되는 사체가 사건 발생 50여일만에 발견됐다. 안동경찰서는 용의자 김씨로 추정되는 사체를 안동시 서후면 천등산 6부 능선 계곡에서 발견했다고 13일 밝혔다. 심하게 부패된 이 사체는 한 송이 채취업자에 의해 발견됐고, 나무에 목을 맨 상태였다. 경찰은 현장에서 발견된 유류품 등으로 볼 때 이 사체가 김씨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부검을 실시할 예정이다. 김씨는 지난 7월 22일 오후 7시 15분쯤 안동시 옥동의 한 모텔 안내실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여주인 이모(45)씨를 흉기로 마구 찔러 숨지게 한 뒤 달아난 혐의로 공개수배됐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글로벌 금융위기 5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가 남긴 4자 키워드 8選… ‘강화된 4원칙·사라진 4통념’

    “2008년 여름 미국 월가에는 부동산 모기지론과 관련해 프레디맥과 페니메이가 무너져 정부가 자금을 투입한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리먼 브러더스도 곧 무너질 텐데 작은 회사여서 큰 충격은 없을 거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그건 완전히 잘못된 계산이었지요. 얼마 후 휘몰아친 건 그야말로 공포, 청천벽력이었죠.” 당시 미국 월가의 한 금융회사에 파견됐던 기획재정부 고위 공무원의 묘사다.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지 5년. 글로벌 경제에서는 4개의 원칙이 강화됐고 4개의 통념은 소멸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남긴 8개의 키워드를 사자성어로 풀어본다. 1. 대마불사!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의 회생은 기축통화인 ‘달러의 힘’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양적완화(QE) 정책으로 달러를 수도 없이 찍어낸 미국은 ‘대마불사’의 전형을 보여줬다. 물론 위기의 와중에 무너지지 않은 AIG, 시티그룹과 같은 글로벌 금융회사도 이 범주에 해당한다. 전 교수는 달러를 가진 미국을 ‘금본위제 시대에 금광을 가진 국가’로 표현했다. 일본의 경우 2000년대 초반 미국과 같은 확장적 통화정책을 펼쳤지만 미국과 같은 힘이 없어 오히려 더욱 어려운 상황에 빠진 적이 있다. 전 교수는 “엔화는 결국 절반만 기축통화였던 셈”이라고 설명했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려던 격이었다는 얘기다. 2. 수출입국! 무역수지 흑자 없이는 경제 안정이 없다는 점도 지난 5년간 여실히 드러났다. 이는 제조업 경쟁력과 연결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에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심각한 재정위기를 겪었던 PIIGS(포르투갈·이탈리아·아일랜드·그리스·스페인) 국가들이 경상수지 적자국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무역수지 흑자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경상수지는 결국 국가의 대외건전도를 나타내는 지표”라면서 “실물경제가 튼튼한 국가들이 금융위기에도 내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도 “현재 우리나라의 대외 신인도가 높은 결정적인 이유는 높은 경상수지 흑자 덕택”이라고 말했다. 3. 신용만능!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본질을 ‘거품’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부동산 대출, 금융 파생상품 등 여러 가지 문제를 돈을 빌려주는 방식으로 덮으면서 거품이 생겼다”면서 “시장이 순식간에 믿음을 잃자 재정 등 정책적 수단은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역시 거품이 꺼지면서 투자가 위축되고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면서 “개인이 소득을 얻을 수 있도록 일자리 정책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4. 국고수성! 건전한 재정 없이 탄탄한 펀더멘털(기초체력)은 불가능하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가 리먼 사태의 충격에서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건전한 재정이었다”면서 “정부는 국민들에게 지금은 어렵지만 탄탄한 재정을 유지함으로써 미래에는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올해 2년째 적자예산을 편성하면서 2014년부터 재정수지 흑자를 내겠다는 약속을 뒤집었다. 그동안은 괜찮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재정 건전성 관리에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5. 금융입국? 우리나라도 리먼 사태가 터지기 전에는 제조업 성장 단계를 건너뛰고 금융서비스업으로 우뚝 선 아일랜드 같은 나라를 동경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제조업 없는 금융 산업 육성은 사상누각임이 드러났다. 이한규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연구위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는 금융 주도의 경제성장을 이루려는 국가들이 많았지만 이제는 제조업의 중요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2008년 이후 미국은 제조업에 집중 투자했다. 6. 탐욕질주? 함께 공존하는 경제 민주화와 동반 성장의 중요성도 부각됐다. 2011년 8월 미국 월가에서 시작된 반월가 시위는 99%가 1%의 탐욕에 대항한 사건이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기업 위주의 경제 성장 모델이나 부자 위주의 세금 정책들은 비판의 대상이 됐다. 조원희 국민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출 중심 성장 환경에서는 대기업의 힘이 막강했지만 내수 중심의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동반 성장이 필수적”이라면서 “같은 맥락에서 경제 민주화 역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7. 성장지상? 고도 성장의 환상은 버리는 게 낫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는 것은 고령화되는 인구구조 등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면서 “이제는 실질적인 행복 지수를 높이는 내실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제위기를 지나면서 소득 양극화가 심해졌기 때문에 상대적 박탈감을 갖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축 대신 가계 부채를 늘린 점은 반성하자고 했다. 8. 복지만능? 재정 없는 복지가 사상누각이라는 것도 드러났다. 복지 선진국이었던 유럽 국가들의 상당수가 재정 위기에 빠졌다. 재정 건전성을 고려하지 않은 복지는 다음 세대에 큰 세금 부담을 주게 된다. 안종석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재정 악화를 막기 위해 많은 국가들이 소득세나 부가가치세율을 인상해 세금을 더 징수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재정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복지정책을 확대하면 재정 건전성에 악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전설의 기타’를 멘 51세 ‘기타 키드’ 김종진

    ‘전설의 기타’를 멘 51세 ‘기타 키드’ 김종진

    “이렇게 기타 얘기를 할 수 있는 자리가 생겨서 얼마나 신나겠어요” 그룹 봄여름가을겨울의 멤버 김종진과의 인터뷰 도중 부인인 배우 이승신이 무심코 던진 얘기다. 그가 가지고 있는 하이럼 블락의 기타를 보고 싶다는 요청에 흔쾌히 응한 김종진이 눈빛을 반짝이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모습을 보고 한 말이었다. 실제로 지천명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기타에 대한 그의 열정은 18살 소년의 그것과 다를 것 없었다.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51세의 ‘기타 키드’ 김종진을 만난 것은 지난달 27일 서울 도곡동 자택에서였다. ● “불가능한 일이 벌어졌다”…전설의 기타를 입수한 ‘축복받은 남자’ 김종진과의 인터뷰는 현재 한국에서 가장 비싼 것으로 알려진 그의 기타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김종진의 기타는 1980년대 미국 최고의 재즈·블루스 기타리스트인 하이럼 블락이 연주하던 것이다. 김종진이 기타를 입수하게 된 것은 지난 1994년. 원래 주인이었던 블락은 그 후로 2008년 인후암 합병증으로 사망할 때까지 14년 동안 기타를 잡지 않았다. ‘세상에 하나뿐인 거장의 기타’가 김종진의 손에 들어오게 된 것이다. “처음 이 기타가 시장에 나왔다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어요. 불가능한 일이 벌어진 것이죠” 1994년 당시 미국에서 녹음작업을 하고 있던 김종진은 버클리음대에서 공부를 하고 있던 동료 기타리스트 한상원에게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블락이 연주하던 기타가 뉴욕 맨하탄의 빈티지 악기점에 들어왔다는 내용이었다. 한상원은 김종진을 ‘빈티지 기타’의 세계로 인도한 사람이었다. 한상원은 마약에 찌들어 있던 블락이 한 클럽에서 기타와 바꿔 마약을 샀고, 이 기타가 중고 시장에 팔렸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바로 절친인 김종진에게 연락을 한 것이다. 블락은 당시 난다긴다하는 뮤지션들이 모여있는 뉴욕에서도 단연 최고로 꼽히는 기타리스트였다. 김종진 역시 미국에 건너가서 가장 먼저 한 일이 그의 공연을 보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는 당시 블락이 자신의 눈 앞에서 기타를 치는 모습을 보고 한눈에 넋을 잃었다고 전했다. 공연이 끝나고 말이라도 한 마디 건내볼까 하는 생각에 클럽 주변을 서성거리기도 했다고 한다. 그토록 동경하던 기타리스트의 애장품을 살 기회를 놓칠 수는 없는 노릇. ‘위 바이 기타즈’(We Buy Guitars)란 이름의 악기점으로 달려간 김종진은 기타를 확인하고 환희에 가득찼다. 악기상이 제시한 가격은 단돈 8000 달러. 당시 우리 돈으로는 650만원 정도의 사실상 ‘헐값’이었다. 김종진이 기타를 입수한 뒤, 이미 자신의 손을 떠난 기타를 그리워하던 블락은 함께 밴드 활동을 하던 베이시스트 윌 리를 통해 기타를 되팔수 없느냐는 의사를 전했다. 하지만 직접 윌 리를 만난 김종진이 “블락이 다시는 마약에 손대지 않겠다고 약속한다면 그냥 돌려 주겠다”고 말하자 윌 리는 “그냥 네가 간직해라”라며 포기했다고 한다. 그렇게 ‘전설의 기타’는 김종진의 것이 됐다. 김종진의 기타가 화제가 된 것은 지난 2007년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1억원의 감정가를 매기면서부터다. 마니아들 사이에서 입소문으로 떠돌던 기타가 실제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제가 이 기타를 가지고 있다는 얘기를 들은 일본인 수집가가 ‘꼭 갖고 싶으니 가격을 제시해라. 원하는 가격을 말하면 사겠다’고 말한 적도 있어요. 하지만 지금은 팔 생각이 없고 조금 더 이 녀석을 연주하고 싶어서 거절했었습니다” 지금도 모든 공연에 이 기타를 매고 나가는 김종진은 ‘전설’이 주는 소리의 마법에 아직도 매료된 듯 보였다. 그는 “이렇게 좋은 기타를 연주하는 저도, 소리를 듣는 청중들도 모두 축복받은 셈”라며 흐뭇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 ‘명확히 소리가 좋은’ 기타가 풍기는 아우라 군데군데 흠집이 난 김종진의 낡은 기타가 풍기는 분위기는 예사롭지 않았다. 발터 벤자민이 말한 ‘아우라’라가 이런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고고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김종진은 이 기타를 구입한 뒤 이상한 흔적을 발견했다고 한다. 바로 기타의 바디(몸통) 윗부분과 픽업(줄의 진동을 전기 신호로 바꿔 소리를 증폭시키는 부품) 주변을 누군가 깎아낸 것이다. 실제로 그냥 우연히 닳았다고 볼 수 없는 자국이 눈에 띄었다. “아마 이 기타를 만든 장인, 혹은 하이럼 블락이 소리를 조율하기 위해 일부러 자국을 낸 듯 해요. 그만큼 소리에 신경을 쓴 물건이란 것이죠” 김종진의 기타는 외관 상으로 팬더사의 대중적인 모델인 스트라토캐스터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이 기타는 1962년판 스트라토캐스터의 바디에 1961년판 깁슨사의 험버커 픽업(싱글 픽업을 두개 겹쳐놓은 부품)이 달려있는 수제 기타다. 김종진은 “1961년에 넥(기타의 목)을 만든 뒤 이듬해 바디에 끼워넣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당시에는 이렇게 각자의 부품을 조합해 새로운 소리를 만들어내는 아티스트들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종진은 1년에 한번 하이럼 블락이 사용할 때부터 이 기타를 세팅해주던 로저 사도스키라는 루티어(현악기 제작자)에게 기타를 맡긴다. 사도스키의 세팅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안정적인 소리를 내게 해주는 것 같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이 기타의 소리는 어떨까? 김종진은 “저음에서는 뭉글대고, 중음에서는 사람의 소리가 나며 고음에서는 배음(원음보다 몇배의 진동수를 가진 음)이 일반적인 것보다 확장돼서 들린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가 아닌 이상 이해하기 쉽지는 않은 부분이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기자에게 김종진은 “쉽게 말하자면 ‘명확히 소리가 좋은’ 기타죠. 숫자로 말할 수 없는 감동이 느껴집니다”라고 다시 설명했다. ● “데이터로 평가할 수 없는 최상의 기준, ‘좋은 것’에는 항상 ‘안목’이 따르죠” “이 기타를 들고 연주를 하다보면 어느 순간 설명할 수 없는 느낌이 퍼져요. 소위 말하는 ‘음악혼’이 불타는 기분이랄까요” 김종진은 일종의 ‘토테미즘’(무속신앙)과 같다는 말과 함께 “이 기타를 들고 무대에 올라가면 내가 할 수 있는 것보다 10%는 더 연주가 잘되는 듯 하다”는 말을 했다. 육상의 우사인 볼트가 ‘마법의 신발’을 신고 자신의 최고 기록을 10% 단축하는 것쯤으로 설명하면 될까. 반신반의하는 기자를 향해 그는 말을 이어갔다. “데이터로 표현할 수 없는 상위의 기준은 존재하고 있어요.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라는 니콜로 파가니니가 연주를 하자 청중들이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는 기록도 있잖아요. 저도 이 기타를 연주하면서 ‘정말 그런 것이 있구나’란 느낌을 받았어요. 경이롭다고 할까요” 김종진은 이 기타를 손에 넣은 뒤 자신의 음악도 한단계 끌어올리게 됐다고 했다. “하이럼 블락의 기타를 가졌으니 그와 같은 수준의 음악을 해야한다”는 목표의식이 생겼다는 것이다. 인터뷰 내내 김종진은 가장 많이 반복했던 단어는 ‘좋은 것’과 ‘안목’이었다. 그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좋은 것은 분명히 있다”면서 “그 좋은 것을 찾아내서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은 ‘안목있는 사람’의 몫”이라고 말했다. 또 “진짜 예술은 진정한 안목이 있는 사람들을 존중하는데서 시작된다”면서 “그들의 안목을 빨리 파악하면 당대에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다음 세대로 넘어가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그 ‘안목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이 부분에 대해서는 김종진 역시 명확하게 설명하지는 못했다. 다만 “재능과 경험을 모두 갖춘 사람”이라는 말로 설명을 마쳤다. 인터뷰를 마친 뒤 김종진은 기자를 위해 직접 즉흥 연주를 들려줬다. ‘안목’이 떨어지는 ‘범인(凡人)의 귀’로 듣기에도 확실히 다른 울림을 가진 소리였다. 비단 악기 본연의 소리 뿐이랴. 국내 최정상 기타리스트의 연주에는 그의 영혼도 담겨 있었다. 넋을 놓고 연주를 감상하고 난 뒤에야 “명확히 좋은 소리”라는 김종진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맹수열 기자 guns@seoul.co.kr
  • [부고]

    ●이종흔(보성 회장)씨 별세 경수(서울신문 광고국 부장)경석(보성 대표이사)씨 부친상 김영배(아주대병원 병리과 교수)임철완(부천순천향병원 외과 교수)함귀란(함치과 원장)씨 장인상 9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발인 11일 오전 6시 40분 (02)2227-7556 ●문제원(환경부 조직성과담당관실 사무관)씨 부친상 6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1일 오전 6시 (02)3410-3151 ●윤명헌(미국 거주)석헌(숭실대 교수)용헌(사업)씨 부친상 김진식(사업)반주환(사업)이영재(동양미래대 교수)정일섭(영남대 교수)씨 장인상 9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1일 오전 8시 30분 (02)3010-2295 ●박문복(전 백학소주 회장)씨 부인상 8일 충북대병원, 발인 11일 오전 8시 (043)269-7213 ●박경우(호서대 기계공학과 교수)장우(사업)철우(아시아나항공 인도네시아지사장)일숙(담양 무정초 교사)은미(서울 개원중 교사)씨 부친상 임준규(한국공항공사 양양지사 소장)최윤찬(한국은행 강원본부 부본부장)씨 장인상 8일 천안 하늘공원, 발인 11일 오전 9시 (041)621-8011 ●조원호(한국투자증권 합정동지점장)원일(사업)씨 모친상 9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발인 11일 오전 6시 (02)2227-7594 ●이창익(전주MBC 보도국 부장)씨 부친상 9일 전북대병원, 발인 11일 오전 8시 (063)250-2441 ●문희자(전주교육지원청 장학사)씨 모친상 장병운(전라일보 정치부장)씨 장모상 9일 익산병원, 발인 11일 오전 10시 (063)851-9444 ●김재영(경인일보 지역사회부 부장)씨 장인상 9일 강동경희대병원, 발인 11일 오전 8시 (02)440-8921 ●서용술(전 세계일보 판매국장)씨 부인상 9일 서울대병원, 발인 11일 오전 10시 (02)2072-2016 ●조경순(충북도 여성기획팀장)씨 모친상 9일 충주장례식장, 발인 11일 오전 9시 (043)844-4402 ●박치수(교보생명 상무)씨 모친상 9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1일 오전 7시(02)3010-2232
  • [노주석 선임기자의 서울택리지] (11) 남산

    [노주석 선임기자의 서울택리지] (11) 남산

    남산 하면 벼슬길 진출을 위해 ‘열공’하던 딸깍발이 선비와 그들이 살던 낭만적인 남촌 풍경이 떠오른다. 조선 신궁과 통감부, 헌병사령부, 일본인 거주지 같은 좋지 않은 상념도 꽈리를 튼다. ‘남산 위에 저 소나무’라는 애국가 구절이나 한때 ‘남산’으로 불리던 옛 중앙정보부의 추억도 있다. 케이블카와 도서관, 어린이회관, 서울타워도 빠지지 않는다. 한강과 함께 서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이기에 이렇게 다양한 이미지가 겹쳐 떠오르는 것이리라. 남산은 사대문 안에서 고개만 들면 보이는 산이기에 익숙하고 친근하다. 풍수지리학상 342m 높이의 백악(북악)이 조선 한양의 주산(主山)이었다면 265m의 남산은 안산(案山)이었다. 쉽게 풀면 나라(임금) 앞에 놓인 밥상이나 책상 같은 개념의 산이다. 팔도에서 올리는 봉수대의 마지막 종착점이어서 남산 5개 봉수대에서 피어오르는 한 줄기 연기가 태평성대를 의미하는 평화의 산이기도 했다. 남산 위에 오르면 도성 안이 훤히 들여다보였기에 오르지 못하도록 금했다. 덕분에 산림이 우거지고 울창해 서울의 허파가 되었다. 서울의 팽창에 따라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는 자연지리적인 요건을 갖췄다. 우리가 남산에 대해 꽤 안다고 생각하지만 잘못 아는 것도 있다. 일례로 남산 소나무이다. 산림청에 등록된 4440개의 우리나라 산 이름 중 남산이라는 이름을 가진 산이 31개에 이른다고 한다. 옛사람들은 마을 앞산을 남산 또는 앞산이라고 불렀다. 남(南)자를 ‘남녘 남’ 자가 아닌 ‘앞 남’으로 썼다. 남산은 앞산을 한자로 쓴 것이다. 목멱(木覓)의 유래도 흥미롭다. 남산의 다른 이름은 ‘마뫼’였다. 마뫼의 ‘마’는 ‘앞’, 뫼는 산의 우리말이다. 독립지사이자 역사학자였던 안재홍에 따르면 목멱은 이두식 표기다. 목(木)은 ‘마’를, 멱(覓)은 ‘뫼’를 적었다는 얘기다. 남산=앞산=마뫼=목멱이 같은 뜻 다른 이름이다. 방방곡곡 동네 앞산의 소나무가 모두 ‘남산 위의 저 소나무’인 셈이다. 샌님이 살던 남촌에 언제부터 왜색의 기운이 드리웠을까. 남산과 일본의 악연은 뿌리 깊다. 조선 초부터 임진왜란(1592~1598) 이전까지 일본 사신이 머물던 동평관이 남산 기슭 인현동 2가에 있었다. 남산은 7년 전쟁기간 동안 왜군 진지였다. 마스다 나가모리 등 왜장이 살았다고 해서 왜장터(왜성대)라고 불렸다. 그들의 진지는 지금의 정동에까지 이르렀다. 일제는 그로부터 292년이 지난 1884년 갑신정변을 틈타 남산 기슭 녹천정 자리를 영사관자리로 제공받아 화려하게 ‘컴백’했다. 이곳에 일본공사관, 통감부, 총독부가 속속 들어섰다. 지금의 예장동, 주자동, 충무로1가인 진고개(본정)일대는 일본인 거주지였다. 진고개를 거점으로 남대문, 회현동, 명동(명치정), 을지로(황금정)쪽으로 주택가와 상가가 확장됐다. 화려한 남촌 일본인 상가는 북촌 조선사람들에게 동경의 대상이었다. 오늘날 일본인 관광객이 유독 명동을 즐겨 찾는 까닭도 그들이 누렸던 옛 영화를 그리워하는 회귀본능이 아닐까. 해방 직후 본정(本町)을 일본인이 두려워하는 이순신 장군의 호를 딴 충무로(忠武路)로 바꾼 것은 이를 차단하려는 속뜻이 작용한 것 같다. 남산과 남촌은 조선사람의 접근이 어려운 일본인촌으로 변했다. 종로 우미관을 주름잡던 김두한 패가 청계천을 경계로 진고개 일본 건달과 세력을 다투던 시절이다. 19가구 89명(1885년)에 불과하던 일본인은 러일 전쟁에서 승리하자 1986가구 7677명(1905년)으로 늘었다. 강제병 탄이후 8794가구에 3만 4468명(1910년)으로 무서운 팽창세를 보였다. 일제의 남산 잠식은 치밀한 계획에 따라 이뤄졌다. 1898년 예장동에 대성궁(경성신사)이라는 작은 신사를 세우더니, 1904년에는 2만여 평을 임대해 필동에 헌병대사령부를 구축했다. 1908년에는 30만 평을 영구 무상임대, 한양공원을 조성하고 조선 신궁을 세웠다. 그들이 잠식한 땅이 현재 남산공원(87만 6000평)의 3분의 1을 넘는다. 일제가 열도를 창조했다는 아마테라스 오오미카미(天照大神)와 명치 천황을 모신 조선 신궁은 한반도 전역에 있는 일본 신사의 총본부였다. 신궁은 사대문 안 어디에서나 보이는 남산 꼭대기에 있었으며 시내에서 전차가 신궁 밑을 지나갈 때는 승객 전원이 일어서서 묵념을 올려야 했다. 1918년 남산중턱 13만평의 수목을 베어내고 조성에 들어가 1925년 완공됐다. 지금의 남산식물원 자리이다. 일본의 성지 조성을 위해 남산은 깔아뭉개졌다. 남산 중턱 힐튼호텔에서부터 384개의 계단을 만들어 올라가도록 꾸몄다. 남대문에서 조선 신궁에 이르는 참배로를 조성하려고 남대문에서 남산을 잇는 성곽을 부수고 자동찻길을 냈다. 지금의 소월로이다. 남산생태계를 파괴한 주범이다. 조선신궁과 황국신민서사탑은 광복 직후 서울시민들이 가장 먼저 달려가 파괴할 정도로 원성이 높았다. 남산의 동쪽 기슭 장충단은 명성황후시해사건(1895) 당시 일본자객에 맞서 순직한 호국영령을 기리는 곳이다. 장충단(奬忠壇)이란 글씨는 고종의 친필이다. 일제는 창경궁, 덕수궁과 함께 이곳을 공원으로 희화화하고서 장충단 동편 지금의 신라호텔 영빈관 터에 초대 통감 이토 히로부미를 기리는 박문사를 세웠다. 일본 1000엔권 지폐에 얼굴이 등장하기도 한 이토의 업적을 영구히 기념한다는 구실로 내선일체를 꾀했다. 당시 여행안내책자에서 경성 제일명소로 칭송했다. 총독부를 지을 때 헐어낸 경복궁 선원전을 부속건물로, 경희궁의 정문 흥화문을 정문으로, 광화문 양옆 궁성벽 석재를 가져다가 담으로 쌓았다. 박문사 건물은 해방 후에도 동국대 기숙사로 쓰였고 흥화문은 신라호텔 정문으로 쓰이다가 1988년에야 제자리로 돌아왔다. 중구 필동 남산한옥마을은 악명 높은 헌병통치의 본산인 조선헌병대사령부 터였다. 조선 초 박팽년의 사저였던 한국의집은 조선총독부의 2인자 정무총감의 관저로 쓰였다. 이들은 남산 중턱 왜성대에 총독관저를 세우고 그 아래 조선헌병대사령부를 뒀다. 서울유스호스텔은 일본공사관과 통감관저, 서울애니메이션센터는 통감부와 총독관저가 각각 자리했었다. 남산은 경복궁 안에 총독부와 총독관저를 지어 옮겨가기 전까지 일본 식민통치의 심장부였다. 남산꼭대기 N타워 옆 팔각정은 도심을 조망할 수 있는 평범한 정자에 불과하지만, 내력은 간단치 않다. 이 자리는 조선 태조가 한양을 도읍으로 정할 때부터 천하의 명당이었다. 태조가 남산의 산신을 모시려고 지은 국사당(國師堂)이 있던 자리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무속사당이었다. 대한민국 대표 민속신앙 터인 국사당이 일본 토착신앙의 대표인 신궁에 쫓겨 인왕산으로 강제로 옮겨진 것이다. 일제는 ‘일본 최고 신과 살아있는 신인 천황을 모시는 신궁에 식민지 나라의 굿 집이 있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1925년 오백년 내내 있던 자리에서 내쳐버렸다. 한국의 무속과 마찬가지로 일본의 신도(神道) 역시 원시종교에 가깝지만, 정부나 국민이 대하는 태도는 극과 극이다. 일본 정치인들의 정치생명을 건 야스쿠니 신사참배 행렬에서 엿볼 수 있다. 안타까운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아무도 국사당을 원상회복시키자는 얘기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잘못 얘기를 꺼냈다간 종교전쟁이 일어날 판이다. 우리 것이 좋은 것이고, 한국을 찾는 외국인이 보고 싶어하는 한국적인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명동을 거쳐 남산타워에 오른 일본인 관광객들이 국사당 축출 사연을 듣는다면 무엇이라고 할까? 광복 후 이승만, 박정희 독재정권도 남산을 그냥 두지 않았다. 만신창이로 만들었다. 이승만은 국사당 터에 국사당을 되돌리기는커녕 자신의 호를 딴 우남정을 만들었고, 당시 세계최대 규모의 동상을 세웠다. 조선 신궁 터를 국회의사당 신축부지로 결정해 1959년 기공식까지 가졌지만 2년 뒤 5·16 쿠데타로 백지화됐다. 3500가구 2만 5000명이 정착한 서울 최초의 판자촌인 해방촌이 남산의 북쪽 기슭 12만 6000평을 차지하도록 사실상 허가해 남산의 피폐를 가속화했다. 이런저런 압력과 로비를 통해 숭의학원, 리라학교, 동국대학교가 남산에 틈입했다. 박정희 정권을 거치면서 가장 집중적으로 훼손된 곳은 장충단공원이었다. 장충체육관, 신라호텔, 자유센터, 타워호텔(반얀트리), 국립극장, 국립국악원, 옛 재향군인회(동국대), 옛 중앙공무원교육원(동국대) 등이 줄줄이 들어선 것이다. 장충단공원은 21만평이 넘던 서울시내 최대 근린공원에서 9만평의 평범한 공원으로 쪼그라들었고 1984년 남산공원으로 흡수합병당하는 신세가 됐다. 1994년 외인아파트 2동이 폭파 철거되는 등 남산제모습찾기운동이 시작됐고 2009년 남산르네상스를 내세운 오세훈 전 시장이 찢어진 남산녹지축 연결을 시도했지만 마무리짓지 못했다. 남산에는 지금도 동상 10기, 기념비 14개를 비롯한 각종 시설물 28개, 체육시설 269개가 촘촘하다. 그러나 남산은 이들에게 마른 품을 기꺼이 내주고 있다. 아! 남산이여…. joo@seoul.co.kr
  • 인천 공동주택 보조금 줄줄… 여기만 이럴까

    인천 공동주택 보조금 줄줄… 여기만 이럴까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는 공동주택 보조금이 줄줄 새고 있어 당국의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는 전국적인 현상으로, 시민 세금으로 충당된 보조금이 일부 아파트입주자대표협의회 임원들의 먹잇감으로 전락하고 있어 근본적인 처방이 요구된다.5일 인천시에 따르면 시는 매년 2000만원의 공동주택 보조금을 인천시 아파트연합회에 지원하고 있다. 또 일선 10개 구·군도 자체 지원 조례를 제정하고 연간 3억∼4억원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등 인천에서만 1년에 30억여원의 시·구·군비가 아파트연합회에 투입되고 있다. 지원금은 ‘공동체 활성화 및 주민화합을 위한 지원 조례’에 근거로 두고 있다. 공용시설(주차장, 놀이터, 경로당 등)을 비롯해 도로포장·야간조명 등 공동주택의 효율적 관리를 통해 주민생활 편의를 높이기 위한 목적이다. 하지만 상당수 아파트연합회 집행부가 지원금을 챙기거나 멋대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당초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인천 남동경찰서는 이날 2008년부터 2010년까지 허위로 작성한 공사 내역서를 남동구에 제출해 보조금 2200만원을 받아 챙긴 인천 모 아파트 입주자 대표 고모(57)씨 등 입주자협의회 임원 4명을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아파트 놀이터 공사를 하면서 법인 건설사와 계약서를 쓰고 실제 공사는 저렴한 가격에 개인 사업자에게 맡기는 수법으로 공사비 차액 2000만원을 빼돌린 혐의도 받고 있다. 고씨는 경찰에서 “관리소장이 따로 없고 아파트 관련 모든 사항을 입주자협의회가 결정했다”며 “보조금 일부는 개인적으로 쓰고 나머지는 입주자협의회 활동비 명목으로 사용했다”고 진술했다. 지난달 27일에는 연수구가 지급한 교육지원비 550만원을 유용한 연수구 아파트연합회 전 회장 조모(74)씨 등 2명을 보조금관리법 위반으로 불구속 입건했다. 자신이 사는 아파트 경로당 회장까지 맡았던 조씨는 경로당 여성 회원들을 성추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조씨는 아파트 행사가 있을 때 찬조금을 강요하는 등 횡포가 심했지만 주민들은 조씨의 위세에 눌려 입을 다물어 왔다. 아울러 인천시가 지원한 아파트 소식지 발행 사업 보조금 2500만원을 유용한 인천시 아파트연합회장 한모(77)씨가 지난달 23일 경찰에 적발됐다. 인천지방경찰청은 지난 6월 이후 모두 36건의 아파트 비리를 수사하고 있다. 혐의 내용은 금품수수 23건, 관리비 횡령 8건, 입찰비리 3건, 기타 2건 등이다. 경찰은 이날까지 아파트 비리와 관련해 1명을 구속하고 4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시민들의 아파트 비리 제보가 이어지고, 적극 수사해 달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어 집중수사 시기를 9월 말에서 11월 말로 연장했다”고 밝혔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일본 도쿄 근해서 규모 6.9 강진…日기상청 “쓰나미 우려는 없다”(2보)

    일본 도쿄 근해서 규모 6.9 강진…日기상청 “쓰나미 우려는 없다”(2보)

    4일 오전 일본 동부 근해에서 규모 6.9의 강진이 발생, 도쿄 등지에서 진도 3∼4의 흔들림이 관측됐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19분 도쿄 남쪽 태평양의 도리시마(鳥島) 근해에서 규모 6.9의 강진이 발생했다. 진원은 북위 29.8도, 동경 139도의 깊이 400km 지점이다. 이 지진으로 미야기(宮城)현 남부, 이바라키(茨城)현 남부 등에서 진도 4, 도쿄와 지바(千葉)현 등지에서 진도 3이 관측되는 등 간토(關東)·도호쿠(東北) 지방에서 진동이 감지됐다. 기상청은 이 지진으로 쓰나미 우려는 없다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정부 “한국대륙붕 오키나와 해구까지” 공식선언

    정부 “한국대륙붕 오키나와 해구까지” 공식선언

    한국과 일본이 제주도 남쪽 해저 동중국해 대륙붕의 경계선 획정 문제를 놓고 유엔에서 맞붙는다. 외교부는 29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리고 있는 대륙붕한계위원회(CLCS) 회의에서 우리나라 대륙붕 경계선이 일본 오키나와 해구까지 뻗어나간다는 내용의 대륙붕 관련 ‘정식정보’를 공식 발표했다고 밝혔다. 대륙붕에 대한 한국의 권리가 오키나와 해구까지 미친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선언한 것으로, 향후 대륙붕을 둘러싼 한·중·일 3국 간 갈등과 공방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한국은 대륙붕 한계를 북위 27.27∼30.37도, 동경 127.35∼129.11도로 규정했다. 중국도 자국 연안의 대륙붕이 오키나와 해구의 끝부분까지 이어져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조만간 대륙붕 외측 한계가 북위 27.99∼30.89도, 동경 127.62∼129.17도 사이에 위치해 있다는 정식정보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CLCS는 우리 측 발표에 대해 자체 논의를 거쳐 심의 여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지만, 일본이 이의를 제기하고 있는 데다 중국이 제시한 대륙붕 경계와도 상당 부분 겹쳐 심의가 보류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일본은 이미 우리 정부가 제출한 대륙붕한계 정식정보에 대한 반대서한을 유엔에 제출했다. CLCS는 내부 규정에 따라 연안국이 대륙붕 한계 정보에 분쟁이 있다고 주장할 경우 심의를 하지 않고 있다. 앞서 일본은 도쿄에서 1740㎞ 떨어진 암초인 남태평양의 오키노토리시마를 섬으로 인정, 인근 해역의 대륙붕을 인정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CLCS는 한국과 중국의 반대를 감안해 최종권고를 유보했다.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은 “심의 여부와 상관없이 동중국해에서 우리 대륙붕이 오키나와 해구에까지 이른다는 입장을 국제사회에 공식 천명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동중국해 대륙붕은 지하자원이 풍부해 ‘아시아의 페르시안 걸프’로 불린다. 사우디아라비아의 10배에 가까운 천연가스와 석유가 매장돼 있을 것이란 추정도 나온다. 경계 획정을 통해 이 지역이 한국의 대륙붕으로 인정되면 탐사 및 천연자원 개발에 대한 주권적인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류현진 야구장 고향 인천에 만든다

    류현진 야구장 고향 인천에 만든다

    인천 출신으로 미국 메이저리거에서 큰 활약을 하고 있는 류현진(26·LA 다저스) 선수를 기념하는 ‘류현진 야구장’이 인천 남동구 수산동 남동경기장 체육공원에 들어선다. 인천시 관계자는 29일 “접근성과 야구장 면적 등을 고려해 남동경기장 체육공원에 류현진 야구장을 건립하기로 류 선수 측과 합의했다”고 밝혔다. 야구장 건립에 필요한 경비는 류현진 선수 측이 부담하게 된다. 남동경기장 체육공원 부지는 8만 3828㎡로, 류 선수 측은 이곳에 성인야구장 2면과 리틀야구장 1면을 조성해 ‘제2의 류현진’을 꿈꾸는 야구 꿈나무들을 키울 계획이다. 현재 공원 부지는 그린벨트로 묶여 있지만 야구장 같은 체육시설 건립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시는 파악했다. 야구장은 내년 초 착공될 것으로 보인다. 류 선수는 지난 5월 광고모델을 계약한 미국 한미은행과 매칭펀드 방식에 의해 모은 기금으로 로스앤젤레스(LA)에 자선재단인 ‘HJ파운데이션’을 설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재단과 연계해 인천에서 야구 아카데미 등을 운영하기로 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이 일대가 수도권 아마추어 야구의 메카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며 “류 선수 측과 조만간 야구장 건립과 관련된 양해각서를 교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인천이 고향인 류현진은 인천 창영초등학교와 동산중·고를 졸업하고 2006년 프로야구 한화이글스에 입단했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지리산 끝자락 기운 센 땅, 경남 산청을 가다

    지리산 끝자락 기운 센 땅, 경남 산청을 가다

    아침저녁으로 제법 시원해졌습니다. 가을의 문턱에 접어든 거지요. 한데 여름 내내 지독한 폭염에 시달렸던 몸은 쉬 회복되지 않는 듯합니다. 거센 자연에 시달린 몸, 자연에서 좋은 기운 받아 치유하는 건 어떨까요. 경남 산청으로 갑니다. 지리산에 기댄 마을마다 1000여종의 약초가 자란다는 한방의 땅이지요. 생초, 차황 등 마을 이름에서조차 약초 향 물씬 풍기니 산청에서라면 몸과 마음이 절로 가붓해질 듯합니다. 산청은 ‘동의보감의 고향’쯤으로 여겨진다. 지은이 허준(1539~1615)이 산청을 다녀갔다는 기록 한 줄 없는데도 그렇다. 이는 미암일기 등 허준의 행적을 다룬 여러 문집이나 전설 등에 따른 추정일 뿐이다. 허준에 대한 기록은 그가 33세 되던 1571년에야 비로소 등장하기 시작한다. 그가 종 4품의 내의원 첨정에 중용된 때다. 서른셋 이전의 허준은 뭘 하며 지냈을까. 그의 일생이 드라마틱하게 그려지는 것도 바로 이 기간이 베일에 쌓여 있기 때문이다. 동의보감박물관의 김요한 학예연구사는 “집안에 아들이 없어 실질적인 적자 노릇을 하던 허준은 아버지가 정실부인을 들여 아들을 낳는 바람에 또다시 서자의 지위로 떨어지는 등 이 기간 곡절 많은 삶을 살았던 것으로 전해진다”고 했다. 질풍노도의 젊은이가 이 같은 상황에서 집 밖의 세계를 동경하는 건 당연한 노릇일 터. 김 학예사는 허준이 이 기간 약재상으로 전국을 떠돌았을 것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허준이 1000여종의 약초가 자란다는 지리산, 특히 산청 지역을 여러 차례 돌아봤을 거란 추정도 가능해진다. 요즘 말로 허준의 ‘전공’이 침이 아닌 약초학이었던 것도 이를 방증한다. 훗날 어의에까지 오른 허준은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동의보감을 세상에 내놓는다. 그게 꼬박 400년 전인 1613년의 일이었다. 산청세계전통의약엑스포(이하 산청엑스포, www.tramedi-expo.or.kr)가 9월 6일~10월 20일 열리는 것도 그 때문이다. 동의보감 초쇄 간행 400주년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동시에 기념하는 자리다. 행사장은 지리산 끝자락 산청군 금서면 동의보감촌·한방의료클러스터 일대다. 허준이 약초를 찾아 발품 팔고 그의 스승 유의태가 의술을 펼쳤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이다. 산청 최대의 국제 행사를 앞두고 최구식 집행위원장이 최근 장문의 문자메시지를 보내 왔다. 요약하면 “산청엑스포 현장이 생애 통틀어 최고의 근무 환경”이란 거다. 공기 청량하고 물 맑은 곳이라면 산청 말고도 나라 안에 즐비하다. 한데 뭐가 그리 다른가. 이 대목에서 등장하는 게 ‘기’(氣)다. 이른바 ‘명당’의 자리가 선사하는 기운이 남다르다는 거다. 이영복 문화관광해설사는 산청엑스포장을 “기의 보고”라고 했다. 지리산 천왕봉과 왕등재를 지나 온 정기가 왕산(王山·923m)을 거쳐 엑스포장으로 모인다는 것이다. 왕산은 필봉산과 함께 엑스포장의 뒤편을 떠받치고 있는 산이다. 기가 센 곳엔 이를 수렴할 암자나 탑 등이 들어서게 마련이다. 산청엑스포장엔 건축물 대신 돌을 세웠다. 왕산 자락을 따라 위에서부터 석경(石鏡)과 귀감석(鑑石), 복석(福石)을 배치했다. 석경은 중심부에 봉황 형태의 무늬가 새겨진 돌 거울이다. 다리 굽혀 품에 안으면 맑은 기운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핵심 포인트는 석경의 윗부분이다. 기가 특히 센 곳이어서 반드시 이마를 대고 있어야 한단다. 귀감석은 동의전 뒤편에 있다.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 등이 ‘기 받는 바위’로 입소문을 내면서 세간에 널리 알려졌다. 원래는 차황면 신촌마을에 있던 신석(神石)이었다. 이 해설사는 주민들이 국가적인 행사의 성공을 위해 선뜻 산청엑스포 측에 제공했다고 귀띔했다. 거북이 등껍질 형태의 귀감석은 ‘기의 최강자’다. 특히 가운데 ‘황기’라고 쓰인 부분이 핵심이다. 장삼이사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기의 흐름이 없는 건 아닐 터. 사지 쭉 뻗어 물 샐 틈 없이 거석과 밀착하는 게 한껏 기를 받는 지름길이다. 복석은 엑스포장 끝자락에 있다. 전각 안에 있는 데다 형태도 밋밋해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다. 탑돌이 하듯 돌 주위를 돌면 복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산청엑스포 행사장은 주제관과 동의보감관, 약초생태관, 힐링타운, 기체험관, 세계관, 약선문화관, 산업관 등 8개 전시관으로 구성된다. 한의학 체험, 약초 구매 등 전통 의학과 관련된 모든 체험을 한곳에서 할 수 있다고 보면 틀림없다. 인도 등 5개 전통 의약 강국의 의료 체험 등 독특한 콘텐츠도 마련됐다. 왕산 자락에서 찾아야 할 곳이 또 있다. 구형왕릉이다. 신라에 패망한 금관가야의 마지막 왕인 구형왕(仇衡王·521~532)의 무덤으로 추정된다. 공식 기록이 없어 이름 앞에 전(傳) 자를 붙이기도 한다. 무덤 형태가 특이하다. 돌무더기를 7단으로 쌓아 올렸다. 왕릉 옆엔 증손자 김유신이 시묘살이 했던 흔적이 남아 있다. 구형왕릉 못 미처 ‘유의태 샘’도 찾을 만하다. 왕산의 정기가 서렸다는 샘물이다. 유의태가 환자를 치료할 때 이 약수를 사용했다고 한다. ‘풍경의 명당’ 하나 덧붙이자. 산청의 산하를 한눈에 굽어볼 수 있는 곳, 정취암(淨趣庵)이다. 개창 시기가 신라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고찰이다. 지리산과 황매산 등 산청의 명산에 오르려면 땀깨나 쏟아야 하는 것에 견줘 정취암까지는 차로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절집은 신등면 대성산 자락에 터를 잡았다. 절집까지 오르는 길이 빼어나다. 이리저리 휘휘 돌 때마다 산청의 산과 들녘이 번갈아 자태를 뽐낸다. 산 중턱에 걸터앉은 절집의 자태도 예사롭지 않다. 호사가들 입에 오르내렸던 ‘절벽 위에 핀 연꽃’ 그대로다. 절집 뜨락까지 왔다면 5분만 더 투자하시라. 응진전 뒤 산길을 따라 올라가면 더욱 빼어난 풍경과 마주한다. 비 갠 오후, 산자락을 딛고 오르려던 조각구름 하나가 힘에 부쳐 절집 위에 머문다. 아찔하게 선 너럭바위 위로는 돌탑 하나가 서 있고 그 너머로 지리산과 산청의 들녘이 시원스레 펼쳐진다. 남사예담촌도 빼놓을 수 없는 풍경의 아이콘이다. 어깨 높이로 쌓인 흙담이 마을 전체를 둘러싼 곳이다. 한 민간단체에서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1호로 지정하기도 했다. 마을에 들면 약 400년 된 이씨 고가 등 고색창연한 옛집들이 객을 반긴다. 이씨 고가는 남사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이다. 옛집 앞엔 X자 모양으로 굽은 회화나무 두 그루가 서 있다. 마을의 상징 같은 나무다. 수령은 300년을 헤아린다. 원래 화기(火氣)를 막으려 심었는데 미군 폭격으로 마을이 불바다가 됐을 때도 이씨 고가는 멀쩡하게 남아 ‘효험’을 입증했다고 한다. 담장길을 따라 마을 안쪽의 수백년 묵은 매화나무 등을 둘러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글 사진 산청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 (지역번호 055) →가는 길 대전통영고속도로에서 산청으로 내려서는 나들목은 모두 3개다. 국제조각공원 등을 둘러보려면 생초 나들목, 동의보감촌이나 구형왕릉, 정취암 등을 먼저 보려면 산청 나들목이 빠르다. 남사예담촌, 남명 조식 유적지 등은 단성 나들목에서 가깝다. →맛집 약초와 버섯골식당(973-4479)은 약초버섯전골로 이름났다. 흑돼지와 누렁이(973-8289), 민물고기찜을 내는 물레방아식당(972-8290)도 소문난 맛집. 읍내 바다양푼이동태탕(972-3030)은 오가는 길에 부담 없이 들를 만한 집이다. 시원한 동태탕과 찜이 별미다. →잘 곳 지리산힐링타운은 ‘기’가 모인다는 왕산 끝자락에 있다. 산청엑스포장 안에 있어 축제를 둘러보기도 수월하다. 고즈넉한 분위기를 원한다면 남사예담촌의 고택 민박이 좋겠다. 경호강변의 산청한방리조트펜션(972-9989)도 깔끔하다.
  • 인천, AG 경기장 짓다가 수백억 날릴 판

    2014인천아시안게임(AG) 개막을 1년 남짓 앞둔 현재 일부 경기장과 시설 건립이 ‘일시 정지’ 상태에 놓였다. 전임 시장의 방만한 운영으로 재정 파탄 위기에까지 몰렸던 인천시가 무리하게 경기장을 신축하고 필요하지 않은 시설까지 만들려다 수백억원을 날릴 우려도 크다. 게다가 일부 경기장은 안전성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지난 2~3월 인천시와 AG조직위원회를 대상으로 대회 준비 실태를 감사해 예산 낭비 등의 문제점을 적발하고 사업 재검토, 관계자 징계 등을 요구했다고 21일 밝혔다. 인천시는 아시안게임 총사업비로 2조 2905억원을 추산했고, 이 가운데 경기장 건립과 도로 확충 등 투자 경비로 1조 7451억원을 배정했다. 투자 경비 중 80%를 시비로 충당해야 하지만 당장 130억원이 없어 클레이사격장은 착공조차 못하고 있다. 감사원은 “사격장 공사 기간이 21개월인 점을 감안하면 대회 일정을 소화하는 것이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계양·선학·남동 경기장 부지에 체육공원(39만㎡)을 조성하기로 했지만 조성비 481억원을 확보하지 못해 사업이 중단된 상태다. 체육공원은 아시아올림픽평의회에서 요구하는 필수 시설에도 들어가 있지 않은데 사업을 추진하는 바람에 매입보상비 1311억원을 날릴 판이다. 또 문학수영경기장과 남동경기장 등은 지붕을 가볍고 강성이 낮은 공기막 구조로 설계하면서도 강풍안전도를 평가하는 실험을 누락한 채 시공에 착수해 안전성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이번 감사에서는 인천시가 특정 업체에 특혜를 준 정황도 확인됐다. 남동경기장 공기조화기 구매계약 과정에서 A업체에 견적금액을 낮게 제출하도록 해 수의계약을 맺고 17억원의 납품 특혜를 제공했다. 경쟁입찰 대상인 관람석 수납시스템을 수의계약에 포함시킨 일도 적발됐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아버지 둔기 살해 뒤 얼굴에 세제 뿌린 패륜아

    아버지 둔기 살해 뒤 얼굴에 세제 뿌린 패륜아

    서울 강동구에서 아버지를 잔인하게 살해하고 시신에 백색 가루를 뿌리는 등 영화 ‘공공의 적’을 판박이한 듯한 존속 살해 사건이 발생했다. 금천구에서는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때려 숨지게 한 20대 패륜아가 붙잡혔다. 강동경찰서는 20일 천호동의 한 빌라에서 아버지(55)를 둔기로 때려 숨지게 한 뒤 순금 팔찌(25돈) 등 금품 500만원어치를 훔친 조모(23)씨를 존속 살인 및 강도 살인 혐의로 붙잡아 조사 중이다. 경찰 조사 결과 승용차 할부금과 사채 등 2800만원의 빚 독촉을 받아 왔던 조씨는 지난 14일 오전 3시쯤 금품을 훔칠 목적으로, 1997년 어머니와 이혼해 별거 중인 아버지의 집을 찾았다. 조씨는 평소 이용하던 열쇠로 문을 열지 못하자 아버지를 깨워 친구들과 야영 갈 비용 20만원을 요구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필요할 때만 찾아오느냐”는 아버지의 꾸중에 순간 격분한 조씨가 아버지의 머리를 둔기로 수차례 내리쳐 숨지게 했다고 시인했다. 조씨는 아버지를 살해한 뒤 의류 세탁용 세제를 시신의 얼굴 부위에 뿌리고 강도 살인 사건으로 위장하기 위해 옷장과 서랍 등을 일부러 열어 놓은 것으로 밝혀졌다. 조씨는 “평소 무서워하던 아버지가 노려보는 것 같아 무서워서 세제를 뿌렸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조씨의 스마트폰에서 ‘피가 지워지지 않아요’ 등의 검색어를 입력했던 흔적을 발견했다. 경찰은 조씨가 증거인멸 방법을 검색한 뒤 당시 입었던 옷에 묻은 피를 물티슈로 닦았다고 밝혔다. 한편 금천경찰서는 치매에 걸린 어머니 김모(57)씨를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임모(27)씨에 대해 존속폭행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이날 밝혔다. 경찰은 김씨가 지난 18일 오전 쓰러진 채로 발견돼 병원에서 ‘외상성 쇼크’로 숨지자 아들 임씨를 불러 조사하던 중 “어머니가 집 안에서 문을 잠가 버리는 등 말을 듣지 않아 폭행했다”는 진술을 받아냈다. 김씨는 4년 전부터 치매와 조울증 증세를 보이다가 최근 파킨슨병 진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꼬리뼈 주사’ 퇴행성 척추질환 통증완화에 효과

    흔히 ‘꼬리뼈 주사’로 불리는 미추 접근 경막외 스테로이드주사가 퇴행성 척추질환의 수술 시기를 늦추는 효과가 있다는 임상 결과가 제시됐다. 강동경희대병원 척추센터 김기택(정형외과) 교수팀(김기택·이상훈·허대석·김효종 교수)은 2012년부터 추간판탈출증, 척추관협착증과 척추전방전위증 등 3대 퇴행성 척추질환자 74명을 대상으로 미추(꼬리뼈) 접근법을 통한 경막외 스테로이드주사를 시술한 결과, 통증이 줄어 수술 시기를 늦추는 효과가 있었다고 최근 밝혔다. 경막외 스테로이드주사가 퇴행성 요추질환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는 있었지만 반복 주사의 효과가 검증된 것은 처음이다. 대상 환자들은 다른 의료기관에서 수술을 권유받았거나 통증지수가 6 이상이어서 일반적으로 수술이 필요한 경우로, 이전에 경막외 스테로이드주사 시술을 받지 않았었다. 연구팀은 이들에게 1주(25명), 2주(25명), 3주(24명) 간격으로 스테로이드주사를 3회 반복 시술했다. 그 결과, 요통 통증 점수가 치료 전 7.2점에서 2개월 후 2.4점, 6개월 후 3.0점으로 낮아졌으며, 다리통증도 치료 전 7.0점이던 것이 2개월 후 1.4점, 6개월 후 2.2점으로 크게 완화됐다. 연구팀은 경막외 스테로이드주사를 시술 받은 환자를 6개월간 관찰한 결과, 환자 74명 중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수술을 시행한 환자는 16명이었으며, 전체 환자의 80%에서 수술 시기를 늦출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 결과는 최근 일본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척추 최소침습학회’에서 발표됐다. 김기택 교수는 “임상 결과, 2주 간격으로 3회 시술한 그룹의 치료 효과가 가장 좋았다”면서 “주사치료 후 신경증상의 급격한 악화가 전혀 나타나지 않아 신경 악화를 우려한 예방적 수술에 신중할 필요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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