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동거
    2025-12-24
    검색기록 지우기
  • 안보리
    2025-12-24
    검색기록 지우기
  • 스타트업
    2025-12-24
    검색기록 지우기
  • 형사처벌
    2025-12-24
    검색기록 지우기
  • 검찰총장
    2025-12-24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7,979
  • [부산국제영화제서 만난 주목할 만한 작품] 창수-이 사나이의 순정, 짓밟힌다

    [부산국제영화제서 만난 주목할 만한 작품] 창수-이 사나이의 순정, 짓밟힌다

    창수는 다른 사람의 옥살이를 대신하고 돈을 받는 인천 차이나타운 삼류 건달이다. 서른을 훌쩍 넘긴 건달이지만, 아직 수총각이다. 어느 날 밤길을 걷던 창수 앞에 고급 승용차가 멈춰 선다. 차에서 내린 도석은 미연을 끌어내려 마구 주먹질을 한다. 창수는 말려보려 했지만, 외려 한방에 나가떨어진다. 외모만 봐선 말도 섞지 않을 법한 둘의 짧은 동거는 그렇게 시작된다. 사랑에 빠진 창수는 반지를 사서 미연에게 청혼을 하려 한다. 하지만, 집에 와보니 미연은 이미 숨진 채 침대에 누워 있다. 알고 보니 여자는 전국구 조폭 두목의 애인이면서 조직의 2인자인 도석과도 얽힌 터. 경찰과 조폭들의 추적을 동시에 받게 된 창수는 생애 처음으로 자신만의 의지로 행동을 결심한다.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 섹션에 초대된 ‘창수’는 시나리오 단계에서 많은 남자배우가 탐냈던 영화다. 평생 하류인생을 살던 삼류 건달이 사랑에 빠지고, 그 여자를 위해 전국구 조폭과 10여 년에 걸쳐 외로운 대결을 펼친다는 영화의 얼개는 구식 누아르의 느낌이지만, 충분히 매력적이기 때문. 창수 역을 임창정이 차지했다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 충무로는 반신반의했다.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 ‘색즉시공’ 등 수많은 영화에서 임창정은 코믹연기의 황제로 군림했다. 그러나 웬걸, 스크린 속 임창정은 영락없는 창수였다. “감히 단언컨대, 대한민국에 나보다 뛰어난 연기자는 많지만, 창수를 나보다 더 잘할 수 있는 배우는 없다.”던 임창정의 언급은 빈말이 아니었다. 주먹솜씨는 건달치곤 수준 이하. 하지만, 친동생처럼 아끼는 동료 건달 상태(정성화)와 사랑하는 미연(손은서) 앞에서 무슨 일이든 해결할 것처럼 허풍 떠는 창수에게선 짙은 연민이 묻어난다. 표정과 목소리의 울림만으로 임창정은 창수로 다시 태어난다. 영화를 보는 동안 기시감이 들었을 수도 있다. ‘파이란’(2001)이 떠오를 것이다. 평생을 비루하게 살아온 인천의 삼류 양아치 강재(최민식)가 한 여인(장바이즈)의 사랑을 깨달은 뒤 조직 보스의 뜻을 거슬러 새로운 인생을 결심한다는 기본 얼개는 ‘창수’와 여러모로 닮은꼴이다. ‘창수’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늦깎이 신인 이덕희 감독은 ‘파이란’의 송해성 감독을 보좌했던 조감독 출신이다. 부산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불안·공허에 사로잡힌 인간의 ‘고단한 삶’

    불안·공허에 사로잡힌 인간의 ‘고단한 삶’

    하이데거의 ‘실존철학’을 떠올려야 할까, 찰리 채플린의 무성영화 ‘모던 타임스’에 견줘야 할까. 인간 군상의 꿈과 욕망, 일상의 풍경을 솔직하고 날렵하게, 때로는 강렬하게 그려낸 서유미(37)의 소설집 ‘당분간 인간’(창비 펴냄)은 인간으로 태어났지만 ‘당분간’만 겨우 ‘인간’으로 버텨내는 아이러니한 삶의 조건들을 꼬집고 있다. 덩굴처럼 얽히고설킨 여덟 편의 단편에는 공통으로 ‘불안’과 ‘공허’가 담겨 있다.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조차 모르고 삶의 한복판에 내동댕이쳐진 채 일상의 공포에 사로잡힌 인간의 모습이다. 잡다한 일상에 휘말려 평균적 인간으로 퇴락함으로써 그것을 잊고 있을 따름이다. 문학평론가 신샛별은 이를 가리켜 “가까스로 지켜내는 일상의 질서가 한순간에 무너져버릴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서유미표 인간들’의 마음을 옥죄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애초에 출구에 대한 희망을 품기보다 감옥 안에 안주하려 애쓴다.”고 설명했다. 표제작 ‘당분간 인간’의 주인공 ‘O’는 겨우 구한 새 직장과 이웃으로부터 받는 스트레스 때문에 점점 몸이 딱딱해져 간다. O에 앞서 직장을 그만둔 전임자는 반대로 갈수록 몸이 물렁물렁해지는 증상을 앓고 있다. “이런 신체 변형 증상은 장시간의 컴퓨터 사용과 운동 부족, 과도한 스트레스가 원인인 것으로 밝혀졌다.”(118쪽)며 사회는 여전히 무관심만 드러낼 뿐이다. O가 증상을 감추며 버텨내려 애쓸수록 주변 상황은 더욱 힘들어지기만 한다. O의 기이한 증상은 단순한 근육 경직이 아니다. 뒷목과 어깨가 뻐근해지더니 우두둑 요란한 소리가 나고, 어느새 귓불과 손가락이 비듬처럼 부스러기가 돼 떨어진다. 밀린 월급 대신 실업급여를 받으라며 거리로 내몬 전 직장, 상사와 후배 사이에 샌드위치처럼 끼인 새 직장, 야생 얼룩 고양이의 낮밤을 가리지 않는 괴롭힘, O가 신세 지러 찾아간 친구 Q와의 불편한 동거…. 모든 일상이 O에게는 고통이다. O는 자신의 원룸에서 노트북을 훔쳐간 좀도둑을 떠올리며 “어느새 성폭행당하고 잔인하게 난도질당하고 사지가 절단되고 장기가 적출되는 상황에 직면했다.”(131쪽)면서 흉악범죄와 짝짓기도 한다. 이런 O의 유일한 탈출구는 젤리처럼 몸이 물렁물렁해져 가는 전임자와의 전화통화. 전임자 역시 단순한 비만은 아니었다. 급기야 두 사람의 몸은 무너져 내리고 만다. “침대 위에는 윤곽이 흐려진 거대한 젤리 덩어리가 놓여 있었다. 그것은 어렴풋이 사람의 형체를 갖추고 있지만 사람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O는 겁이 나 휴대전화를 꺼내들었다. 그때, 젤리 덩어리가 꿈틀거리며 움직이더니 눈으로 짐작되는 어떤 시선이 O를 간절하게 바라보았다.”(139쪽) O도 불꺼진 Q의 집 구석에서 와르르 부서져 버려, 진공청소기에 빨려들어가야 할 부스러기로 삶을 마감한다. 다른 소설들도 세상살이의 고단함을 상징하는 단어들로 채워져 있다. ‘스노우맨’의 김 대리는 폭설을 뚫고 출근을 감행하고 ‘그곳의 단잠’의 K는 출근길 지하철에서 토막잠을 청하며, ‘저건 사람도 아니다’의 그녀는 출근 카드에 찍힌 지각 표시를 보면서 다음 달 월차를 쓰지 못하게 된 것을 안타까워한다. ‘노동하는 동물’, ‘경제학적 인간’으로 전락한 삶들은 고용·실업·월급·출근·이직 등의 어휘로 표현된다. ‘삽의 이력’의 김과 윤이 추구하는 ‘미래도시의 건설’은 얼마 전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뉴타운’을 연상시킨다. 건설현장에는 끔찍한 살인의 기억과 시체가 묻히는데, 이마저도 살인자의 노모 부양을 위한 정당한 행위로 묘사된다. 다르지만 같은 등장인물들은 독자에게 서로 나직한 위로를 전한다. 서로 다를 바 없는 처지인 사람들이 주고받는 작은 호의가 얼마나 소중한지 보여주는 소설이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주말 하이라이트]

    [주말 하이라이트]

    ●그것이 알고 싶다(SBS 토요일 밤 11시) 지난 6월 20일 밤. 전남 영암에 살고 있는 8남매의 어머니인 전숙희씨가 집에서 200여m 떨어진 인적 드문 도로 위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신고자는 전씨의 동거남인 김주철씨였다. 그는 집 근처에 트럭을 주차하고 귀가하던 중 집 앞 도로에서 동거녀를 발견하고 119에 구조전화를 했다고 말했다. ●주말연속극 내 딸 서영이(KBS2 토요일 밤 7시 55분) 지선은 도우미로부터 서영이 방에 유골함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서영에게 치워 달라고 한다. 서영은 엄마의 유골함을 들고 진안으로 내려간다. 우재는 서영이 걱정돼 진안까지 몰래 따라가다 그만 서영과 마주친다. 이 일로 서영은 처음으로 우재에게 속을 터놓으며, 둘은 한층 더 가까운 사이로 발전하게 된다. ●메이퀸(MBC 토요일 밤 9시 50분) 해주는 영주의 절도죄 때문에 경찰서에 가고, 피해자가 일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해주는 영주의 일로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창희에게 전화하지만 연락이 되지 않는다. 한편 달순은 봉희에게 금희가 예전에 잃어버렸던 딸에 대해 묻는다. 강산은 인화에게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는다. ●나눔 0700(EBS 토요일 오후 3시 50분) 태어나면서부터 할머니 손에 자란 민혁이는 엄마, 아빠를 찾는 일보다 할머니를 찾는 일이 많다. 민혁이가 4살 되던 해 부모의 이혼으로 엄마와 함께 살았다. 하지만 엄마의 가출로 여동생과 할머니와 함께 살게 됐다. 그러나 지난 7월, 갑작스럽게 나타난 엄마는 여동생만을 데리고 홀연히 사라졌다고 하는데…. ●OBS스페셜- 지리산에서 마음을 비우다(OBS 토요일 밤 9시 25분) 자신이 가진 것을 버리고 빈손으로 지리산을 찾아 1년에 단돈 50만원으로 터전을 일군 사람들. 그들은 왜 지리산에 모여드는 것일까. 그들은 대답한다. 행복하기 위해서라고. 프로그램에서는 인간과 자연의 공존이라는 소재로 주말이면 지리산을 찾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낸다. ●KBS 스페셜(KBS1 일요일 밤 8시) 중국은 지난 2002년부터 고구려사를 중국사로 편입하기 위해 동북공정을 시작했다. 그 뒤 한국의 항의와 반발로 중국은 2007년 동북공정이 공식 종료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 고대사 유적 훼손부터 발해 유적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준비까지 중국의 역사공정은 현재 진행형임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아들 녀석들(MBC 일요일 밤 8시 40분) 술에 취한 현기와 인옥은 함께 밤을 보내게 된다. 이후 인옥은 어색함에 현기를 피한다. 승기는 곧 돌아올 정숙이 무서워 미림에게 당분간 부부처럼 행동해 줄 것을 제안한다. 한편 송희는 승기에게 반해 그를 쫓아다니기 시작한다. 원태는 정숙이 없는 틈을 타 오토바이를 구입하고, 승기의 이혼 이야기를 들은 정숙은 귀국길에 오른다.
  • 애완동물 25마리가 원룸에서…끔찍한 동거

    애완동물 25마리가 원룸에서…끔찍한 동거

    고양이 23마리와 개 1마리, 앵무새 1 마리, 사람 10명이 동시에 사는 작은 집의 적나라한 모습이 공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로스엔젤레스타임즈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 주 산타아나에 있는 방 두 개짜리의 작은 집에는 2세부터 17세 아이 8명을 포함해 고양이와 개 등 동물 25마리가 함께 살고 있다. 아이들 8명은 방 한 칸에서 공동생활을 해 왔으며, 주인부부 2명과 동물 25마리는 또 다른 방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악취를 숨기기 위해 쓴 암모니아수 냄새가 집 밖으로 지독하게 풍겨져 나오자 주민들이 신고를 거듭했고, 결국 산타아나 위생당국이 직접 현장에 나섰다. 동물 25마리 사는 방은 온갖 배설물과 쓰레기로 넘쳐났으며, 동물에게서 풍기는 악취와 암모니아수 냄새 등은 더운 날씨와 겹쳐 더욱 심해진 상태였다. 현장을 살핀 아동보호전문기관(Child Protective Service) 측은 지나치게 위생적이지 못한 환경이 아이들의 기관지 건강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 모두 대피하도록 지시했다. 현장에 있던 애완동물들은 극심한 영양실조 등에 시달리고 있어 인근 오렌지카운티의 동물보호소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현지 경찰은 집 주인이 곧 경찰에 붙잡혀 아동학대·동물학대 등의 혐의로 조사를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일본통신] ‘용병타자 MVP 감’ 이대호의 남은 과제는?

    [일본통신] ‘용병타자 MVP 감’ 이대호의 남은 과제는?

    이제 2012 일본 프로야구 정규시즌도 종료를 앞두고 있다. 올해 일본야구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극심한 ‘투고타저’ 현상을 보이며 투수들의 득세가 야구판을 뒤흔들었다. 반대로 네임밸류 있는 타자들은 약속이나 한듯 부진에 빠지며 투타밸런스에 심각한 문제점을 확인 시켰다. 2할 8푼대 타자는 정교한 타자가 된지 오래고, 20홈런 타자는 일본 최고 수준의 거포로 인식 될 정도로 야구를 바라보는 팬의 시선을 헷갈리게 만들었다. 어느 리그를 막론하고 1점대 평균자책점 투수를 발견하기가 힘든데 일본 퍼시픽리그는 올 시즌 4명의 1점대 평균자책점 투수가 등장 할 것으로 예상 된다. 불과 2년 전인 2010년에 단 한명에 불과 했던 1점대 평균자책점 투수(다르빗슈 유, 1.78)가 지난해 양 리그 통틀어 6명(센트럴 2명, 퍼시픽 4명)으로 크게 늘었고, 올 시즌도 현재까지 모두 5명(센트럴 1명, 퍼시픽 4명)이 안정적인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이다. 팀당 2~5 경기씩을 남겨 놓고 있어 2점대 초반의 평균자책점을 기록중인 투수들 중(우츠미 테츠야 2.00 스기우치 토시야 2.04) 남은 등판에서 1점대 평균자책점을 찍을 투수들도 많다. 올해 투수들의 맹활약이 돋보였던 일본은 그 반대급부로 타자들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내리기가 상당히 어려운 시즌이었다. 예년 같으면 3할 타율이 당연시 됐던 타자들이 2할대 중후반의 타율을 기록 한다거나, 30개 이상의 홈런포를 터뜨리는데 익숙했던 타자들이 두자리수 홈런을 치기도 힘겨울 정도였다. 이러한 현상이 2년연속 지속되다 보니 타자에 대한 값어치는 단순히 눈에 보이는 성적만으로 판가름 할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이대호를 포함, 각팀 외국인 타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팀에서 4번타자 역할을 하고 있는 외국인 타자들은 올 시즌이 참으로 힘겨웠을 것이다. 2010년 49개의 홈런을 쏘아 올렸던 알렉스 라미레즈(현 요코하마), 47홈런의 크레이그 브라젤(한신), 32홈런의 토니 블랑코(주니치) 등은 올 시즌에 홈런이 반토막이 났다. 타율 역시 형편 없을 정도로 떨어졌는데 어쩌면 올해 센트럴리그에선 30홈런 타자는 단 1명(브라디미르 발렌티엔), 그리고 퍼시픽리그는 30홈런 타자 없이 시즌을 끝마칠 가능성이 크다. 현재 23홈런으로 이 부문 리그 공동 2위에 올라와 있는 이대호가 만약 ‘투고타저’ 가 아닌 2010년과 같은 평균적인 시즌에서 활약 했더라면 30개 이상의 홈런은 충분 했을 것이다. 야구에서 만약은 가상의 현실이긴 하지만 2010년 32홈런(타율 .264)을 기록했던 블랑코가 올 시즌 타율 .251 24홈런 65타점에 그친 것과 간접 비교를 해보면 충분히 설득력이 있는 의견이다. 더군다나 올해 이대호는 2010년 블랑코와는 달리 일본 진출 첫해였다. 올해 퍼시픽리그에서 두자리수 홈런을 기록 한 타자는 10명이다. 이중 각 팀 외국인 타자는 이대호를 포함해 모두 4명에 불과하다. 이대호와 마찬가지로 일본 진출 1년차인 윌리 모 페냐(소프트뱅크)는 타율 .275 21홈런(4위) 75타점(3위), 니혼햄 파이터스의 마이카 호프파워는 타율 .242 14홈런(5위) 36타점, 그리고 이대호의 동료인 아롬 발디리스는 타율 .268 10홈런(7위) 55타점에 그쳤다. 리그 내에서 홈런은 물론 타율마저 돋보이는 선수가 없다보니 비교 할 대상도 상대적으로 적다. 시간을 시즌 전으로 되돌려 보면, 올해 퍼시픽리그 홈런 타이틀은 기존의 나카무라 타케야(세이부)와 더불어 파워 하나만큼은 흠잡을데가 없다던 윌리 모 페냐(소프트뱅크), 그리고 2010년 리그 홈런왕(33개)에 올랐던 T-오카다(오릭스)의 3파전으로 예상 하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이대호는 일본보다 한단계 낮은 한국 프로야구 출신이기에 리그 적응 문제가 우선시 됐었고 T-오카다와 함께 중심타선을 구축해 오릭스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힘을 보탤 것으로 예상했던 이가 많았다. 하지만 시즌 종료를 앞둔 현재 퍼시픽리그 타자들의 성적을 살펴보면 나카무라를 제외하면 단연 이대호의 활약이 돋보인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외국인 타자들 가운데 유일하게 전경기에 출전 할게 유력시 되며 4번타자로만 한정 한다면 니혼햄의 젊은 거포 나카타 쇼(현재 142경기 출전)와 함께 전경기에 출전하는 유이 한 4번타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에서 뛰다 일본으로 진출하게 되면 경기수는 물론, 일본의 살인적인 더위와 이동거리 등등 적응 해야 할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하지만 올해 이대호에게 ‘적응기간’ 이란 말은 어울리지 않았고 일본 진출 첫해부터 팀을 이끌어 가는 선수로 우뚝 섰다는게 옳은 평가다. 더군다나 소속팀 오릭스의 처참한 팀 성적을 감안하면 홀로 분투하며 끝까지 페이스를 잃지 않았다는 점도 높이 평가 받아야 한다. 역대 한국에서 활약하다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한 선수들 가운데 두번씩이나 ‘월간 MVP’를 수상한 선수는 없었다. 그리고 첫해를 기준으로 하면 누구도 ‘월간 MVP’를 수상하지 못했다. 올해 이대호는 이 두가지 모두를 수상하는 첫번째 선수가 됐고, 이제 올 시즌보다 내년이 더 기대가 되는 건 당연한 수순이 됐다. 이제 오릭스는 3경기(4일 기준)를 남겨 놓고 있다. 이미 꼴찌가 확정됐기에 의미는 없지만 이대호가 남은 3경기에 모두 출전해 144경기 출전 기록과 더불어 일본에서 중요시 하는 타율은 10위권 안에 들어오는, 그리고 나카타를 밀어내고 홈런 부문 단독 2위가 되는 유종의 미를 거둘 필요가 있다. 이미 타점 1위를 예약해 첫 타이틀 홀더의 주인공이 된 이대호는 현재까지 타율 .284(10위) 23홈런(공동 2위) 87타점(1위), 그리고 외부적으로 출루율 5위(.368) 장타율 2위(.469) OPS .837(1위) 기록은 지켰으면 싶다. 일본의 정식 타이틀 수상 목록에는 없지만 올해 이대호는 외국인 타자로만 국한 한다면 ‘용병 타자 MVP’에 오를 충분한 가치가 있는 활약을 보여줬다. 일본야구통신원 윤석구 http://hitting.kr/
  • 변해야 산다!… 백화점도 무한 변신 시대 잡아라

    변해야 산다!… 백화점도 무한 변신 시대 잡아라

    ■ 1020 잡아라 롯데백화점 영플라자 9년만에 ‘동안수술’… 오늘 재개장 롯데백화점 영패션 전문관 ‘영플라자’가 주름살을 걷어내고 5일 다시 문을 연다. 9년 만의 ‘동안수술’로 확 젊어진 영플라자를 보며 백화점 관계자들도 이곳이 백화점이 아닌 동대문 쇼핑몰인가 하고 놀랄 정도다. 2003년 11월 개점한 영플라자는 최근 이름에 걸맞지 않게 부쩍 노쇠한 모습을 보였다. 길 하나 건너에 있을 뿐이데 명동거리에 바글대는 젊은이들의 발길을 여간해서 끌어들이지 못했다. 당연히 매출도 신통치 않았다. 자라, 유니클로 등 외국 SPA(제조·유통 일괄) 브랜드 입점 효과로 2007년 전년 대비 11% 신장률을 기록한 이래 최근 5년간 매출은 빠지기만 했다. 지난해 고작 2.1% 신장하는 데 그쳤다. ‘패션이 강한 젊은 백화점’을 표방하는 롯데백화점으로서는 여간 굴욕이 아니다. 영플라자에 쌓인 세월의 흔적을 걷어내는 게 시급한 과제로 떨어졌다. 지난 5월 ‘수술대’에 올려진 영플라자는 주요 공략층의 연령대를 10대 후반까지 낮추고 얼굴을 90% 이상 바꾸었다. 입점 브랜드의 절반(53개)이 새롭게 선보이는 것들이다. ‘1020세대’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길거리, 동대문 및 온라인 쇼핑몰 브랜드를 대거 영입했다. 홍대거리의 편집숍인 ‘카시나’, 가로수길의 ‘라빠레트’ 등을 비롯해 명동의 ‘스파이시컬러’와 ‘스마일마켓’도 당당히 둥지를 틀었다. 온라인 쪽에서 화제를 낳아온 여성의류 쇼핑몰 ‘스타일난다’도 들여왔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흔히 만날 수 없었던 수입 청바지브랜드 ‘칩먼데이’, ‘칼하트’도 백화점에 처음 들어섰다.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에도 문턱을 낮췄다. 토털 편집숍 ‘아이디’, ‘마리스토리즈’, ‘엘블룸’ 같은 생소한 브랜드가 즐비하다. 이들 브랜드로서는 수월한 판로를 확보한다는 이점이 있고, 백화점은 ‘새피 수혈’로 이미지를 젊게 가져가는 효과가 있다. 기존 ‘유니클로’, ‘자라’, ‘망고’ 등에 더해 해외 잡화 SPA 브랜드인 ‘찰스앤키스‘도 새로 입점했다. 마니아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무인양품도 의류 상품군을 강화해 5층에 더 넓게 자리 잡았다. 편집숍의 대거 수용은 매장 구성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상품군, 브랜드별로 나뉘던 층과 구획 등의 경계를 없애고 모든 매장은 편집숍처럼 꾸며졌다. 1층만 보더라도 브랜드 구분 없이 화장품?잡화?의류?신발 등 다양한 상품군이 뒤섞여 있다. 백화점 관계자는 “특정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를 보이기보다는 검색과 비교 구매에 익숙한 젊은 고객들의 쇼핑문화를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식음 쪽도 ‘민토 비스트로’, ‘아비꼬 카레’, ‘카네마야 제면소’, ‘롱브래드’ 등이 자리 잡는 등 트렌디하다. 젊은 소비자들을 매료시키는 데 콘서트 등 공연만 한 것이 없다. 이를 위해 지하 1층에는 200㎡짜리 상설 이벤트 공간을 마련했다. 번잡한 도심에서 힐링의 여유를 선사하기 위해 주차장으로 쓰던 옥상에는 정원을 조성했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V·I·P 모셔라 갤러리아 명품관에 고급 식품관 새단장… 신세계도 업계 최초로 오페라 전막공연 백화점들이 불황을 타지 않는 ‘큰손 잡기’에 나섰다.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구매력 상위 20%의 VIP 고객들을 끌어 모으기 위해 고급 식품관을 단장하고 고급 오페라 공연으로 그들의 ‘오감’ 사로잡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갤러리아백화점은 5년 만에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명품관에 식품관을 재단장했다. 5일 개장에 앞서 4일 언론에 공개된 갤러리아 식품관 ‘고메이494’(gourmet494)는 호텔 부티크 같은 세련미와 함께 기존 식품관보다 영업 면적이 523㎡ 확대된 3227㎡, 특히 식음 공간을 전체 면적의 57%로, 좌석 수도 300석으로 3배 늘려 고객의 편의성을 대폭 강화했다. 식품관 단장에는 지난 3월 부임한 박세훈 한화갤러리아 대표이사가 기획에서 메뉴 선정, 서비스 개발까지 직접 꼼꼼히 챙겼다는 후문이다. 이는 식품관의 주이용층이 백화점의 최대 고객이기 때문이다. 영업시간도 오후 9시까지로 한 시간 늘렸다. 갤러리아는 최고의 맛집들을 삼고초려 끝에 식품관에 입점시켰다. 스시마츠모토(초밥), 카페마마스(샌드위치), 디부자(피자) 등 스타 요리사들의 요리를 한 곳에서 맛볼 수 있다. 또 식료품점(grocery)과 레스토랑(restaurant)을 결합한 ‘그로서란트’라는 신개념 푸드코트로 꾸며 정육 코너에서 산 한우등심을 바로 앞 스테이크하우스에서 조리해 먹을 수 있도록 했다. 수산 코너에서는 초밥을, 전복 전문점에서는 전복찜 등을 테이크아웃할 수 있게 신선함을 강조했다. 싱글족들을 겨냥해 구매한 농산물을 무료로 세척·손질해 주고, 고구마와 감자 등은 즉석에서 굽거나 쪄 판매하는 ‘커트앤드베이크’ 서비스도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 고객이 받는 음식주문표에 위치추적 칩을 내장해 매장 어디에 자리를 잡아도 직원이 정확히 서빙해 주는 시스템도 갖췄다. 해외 직수입 식재료는 170개로 업계 최대 규모다. 박 대표이사는 “고메이494는 갤러리아 명품관의 심장이며 갤러리아 변화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업계 처음으로 매장 내 문화홀에 오페라 전막 공연을 열기로 하는 등 고급문화 마케팅에 승부를 걸었다. 5~6일 경기점을 시작으로 인천점(6일), 본점(12∼13일), 의정부점(13일) 문화홀에서 돌아가며 오페라 ‘라트라비아타’와 ‘카르멘’을 2시간 30분 동안 전막 공연하는 ‘신세계 오페라 위크’를 진행할 계획이다. 입장권은 각 점포에서 10만원 이상 구매고객에게 선착순으로 증정한다. 기존에는 주요 레퍼토리만 모은 오페라 갈라쇼 형식이었지만 이번에는 20인조 오케스트라가 직접 연주하며 원곡을 그대로 살렸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공연을 보는 고객들은 대부분 VIP(연매출 800만원 이상) 고객들로 수준이 높고 전막 공연 요청 등이 있어 반영했다.”면서 “고객의 자부심과 체류시간을 늘릴 수 있도록 쇼핑과 연계된 고급문화 마케팅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롯데·신세계, 인천터미널서 ‘불편한 동거’?

    롯데·신세계, 인천터미널서 ‘불편한 동거’?

    롯데쇼핑이 인천종합터미널의 새 주인이 될 전망이다. 이 터미널은 신세계가 2017년까지 장기 임대 계약을 맺고 백화점을 운영 중인 곳으로 매각이 성사될 경우 ‘유통 맞수’ 간 갈등이 예상된다. 인천시는 27일 재정난 타개를 위해 인천종합터미널 부지 및 건물을 롯데쇼핑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매각 가격은 8751억원으로, 롯데쇼핑은 오는 12월 본계약을 맺고 내년 1월 31일까지 대금을 완납하기로 했다. 매물은 인천터미널과 신세계백화점 일대 땅 7만 7815㎡와 건물(연면적) 16만 1750㎡가 포함된다. 롯데쇼핑은 이 일대를 백화점과 마트, 디지털파크, 영화관 등이 결합된 복합단지로 개발, 롯데타운화할 계획이다. 인천시는 지난 8월부터 증권사, 신탁사, 자산운용사, 유통사 등 159개 업체에 매수의사를 타진, 이 중 6개 업체가 참여 의사를 밝혔고, 최종적으로 롯데쇼핑이 매수자로 낙점됐다. 문제는 이곳에 신세계백화점 점포 가운데 매출 3위를 자랑하는 인천점이 있다는 것. 신세계백화점은 인천시와 2017년 11월까지 20년 장기 임대 계약을 맺고 인천점을 15년째 운영 중이다. 게다가 기존 점포 옆에 새로 증축한 매장(연면적 1만 6500㎡)은 2031년 3월까지 사용할 수 있게 돼 있다. 업계에서는 신세계가 롯데에 허를 찔렸다고 분석한다. 만약 롯데가 예정대로 인천종합터미널을 인수하고, 신세계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영업을 할 경우 롯데타운 내 노른자위 지역에 신세계 백화점이 영업을 하는 ‘불편한 동거’가 이뤄지게 된다. 신세계 관계자는 “임대계약 종료일까지 영업권이 유효하기 때문에 롯데가 터미널을 인수하더라도 롯데의 백화점 영업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롯데 관계자는 “사업 조건이 맞아 계약을 체결하게 된 것일 뿐”이라며 “인천시에서 신세계와도 협상을 진행해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신세계는 터미널 전체가 아닌 인천점 부지만 사길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대한통운 인수 때도 신세계 광주점이 있는 광주터미널이 매각 대상에서 제외되자 롯데가 인수전에서 빠졌다는 사실을 상기하며 “전혀 예상치 못했다. 상도의에 어긋나는 처사”라고 비난했다. 신세계는 일단 본계약 성사 단계까지 가지 않도록 대책을 강구한다는 입장이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폭력남편 출소뒤 보복 협박…제발 도와주세요”

    “나 하나 막판으로 몰고 싶으면 뜻대로 해. 궁지에 몰리면 나도 나 자신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까….” 교도소에서 날아온 남편의 ‘옥중 협박편지’를 읽는 그의 손이 떨렸다. 남편 김모(46)씨는 가정폭력으로 2년형을 선고받아 수감됐다 오는 12월 출소한다. 신고를 도왔던 가족상담센터장도 “나가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내용의 편지를 받았다. 부인 조모(46·경남 양산)씨에게 남편과 함께한 지난 20년 세월은 지옥이었다. 남편은 걸핏하면 주먹에 욕설을 해댔다. 두 살, 세 살 난 아이들에게도 발길질을 했다. 아이들이 울자 죽이겠다며 흉기를 휘둘러 아이를 둘러업고 맨발로 도망친 적도 여러 차례다. 조씨가 아이들과 쉼터를 전전하는 동안 김씨는 동거녀에게 둔기를 휘둘러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됐다. 하지만 출소 뒤엔 더 잔인해졌다. 외출조차 못하게 막았다. 김씨는 2010년 12월 “내 휴대전화를 누가 만졌냐.”며 망치로 조씨를 내리쳤다. 센터장이 조씨와 아이들을 피신시키려 하자 김씨는 망치로 센터장의 차를 부수고 난동을 부리다 검거됐다. 수감 뒤에도 협박은 계속됐다. 장남이 몇 달 뒤 입대하는 데다 막내가 고 3이라 조씨는 더 불안했다. 마음이 급해진 조씨는 지난 6월 이명박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냈다. “친부라도 가정폭력범에게는 가족 주소를 알리지 못하게 하는 제도를 만들어 달라.”는 내용이었다. 법적으로 조씨와 남편 김씨는 아직 부부다. 이어진 가정 폭력에 결국 이혼판결을 받았지만 김씨가 항소했기 때문이다. 조씨 가족은 기초생활수급 대상이라 남편인 김씨가 증명서를 떼어 보면 전국 어디서든 바로 주소를 확인할 수 있다. 경찰은 김씨의 편지가 현행법상 보복범죄에 해당한다고 판단, 김씨를 추가 기소하기로 했다. 이동환 양산서장은 “가정폭력범 역시 성범죄처럼 재범자가 많지만, 치료 감호나 출소 전 심사 등 법적 보완책은 미비한 상태”라면서 “이런 가운데 가족들이 다시금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경찰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가정폭력을 휘두르다 검거된 7272명 중 32.9%(2392명)는 가정폭력 등을 포함한 재범 이상의 전과자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16개월 딸에게 와인 먹이던 50대 아빠 체포령

    아직 우유를 먹을 나이의 어린 딸에게 술을 먹인 아버지에게 체포령이 떨어졌다. 어린 동거녀을 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가 석방된 남자는 그러나 이미 종적을 감춰 경찰이 행방을 추적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지방 산타페 주의 라스토스카라는 곳에서 발생한 사건이다. 23세 여자와 동거 중인 50세 남자가 16개월 된 딸에게 손찌검을 하려했다. “내 딸이 아니다. 다른 남자의 아기가 분명하다.”고 동거녀에게 시비를 걸던 남자가 급기야 아기에게 주먹을 휘두르려 했다. 동거녀가 그런 그를 말리자 남자는 여자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위기상황에서 여자를 건져낸 건 남자의 아들이었다. 어머니와 헤어진 뒤 젊은 여자를 만나 동거 중인 아버지를 방문한 아들이 동거녀 목을 조르는 아버지를 말리고 경찰에 신고했다. 남자는 연행됐지만 이내 풀려났다. 그러나 공격을 받은 동거녀가 “남자가 평소 어린 딸에게 와인을 마시게 하곤 했다.”고 입을 열면서 사건은 확대됐다. 여자는 종이박스에 든 와인을 16개월 딸에게 마시게 하는 사진을 증거로 공개했다. 경찰은 허겁지겁 다시 남자를 체포하려 했지만 그는 이미 자취를 감춘 뒤였다. 경찰은 남자를 공개수배 중이다 임석훈 남미통신원 juanlimmx@naver.com
  • 천박함·악취 풍기는 한국사회를 비웃다

    천박함·악취 풍기는 한국사회를 비웃다

    “쉬 룩스 라이크 마이 마더.” 어릴 적 입양돼 한국말을 잘 못한다는 ‘미스터 슈’는 하원고등학교에서 춤 선생으로 일하는 허순이 재혼상대로 어떠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이에 자신보다 다섯 살이 어리고 동네에서 내놓은 망나니 석태와 동거 중이지만 부유한 미스터 슈의 출현에 흑심을 잠깐 품어보려고 했던 허순은 “너무 늙었다는 말이네, 뭐.”라며 돌아선다. 노골적인 성애묘사와 해외 유학생들의 불건전한 학업과정을 보여준 ‘경마장 가는 길’로 1990년대 한국 문단을 발칵 뒤집어 놓았던 하일지의 열한 번째 장편소설 ‘손님’(민음사 펴냄)의 한 장면이다. ‘손님’은 돈에 염치를 팔아넘긴 한국 사회의 천박함과 악취를 고스란히 풍긴다. 부끄러움이 도대체 없다. 생활에 쫓기는 어른뿐만 아니라 어린 소년이나 청소년도 마찬가지다. 소설은 하원이란 시골 마을에 낯선 남자가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한국인의 얼굴이지만, 한국말이 서툰 외국인처럼 이상한 억양으로 말하는 사람이다. 키가 크고 혈색도 좋은데 무엇보다 검은 중절모를 쓰고 있다. 그 낯선 남자는 자신을 “예, 저 한쿡 사람 아닙니다. 외쿡 사람입니다. 한쿡말 잘 못해요.”라고 한다. 이 낯선 남자는 서울에서 열린 무용대회에 참가한 허순과 그의 여제자를 찾아왔다. 이 소설의 안내자이자 곧 폐병으로 죽을 운명이라는 허도는 허순의 남자동생이다. 소설에서 그는 유일하게 염치를 주장하는데, 그 또한 말도 안 되는 성적 상상으로 경악을 금할 수 없게 하는 인물이다. 미스터 슈는 허도의 안내로 허순이 사는 임대아파트를 쉽게 찾아간다. 그곳에서 택시운전을 하는 석태를 만나고, 서울서 만났던 10대의 여제자들도 만난다. 이들의 대화나 행동은 황당하다. 손님을 앞에 두고 쌍시옷 욕을 남발하는가 하면 30년산 밸런타인이 100만원이 넘는 가격이라며 호들갑을 떨면서, 10대 여학생들도 모조리 한 모금씩 마셔 본다. 허순의 어린 아들인 정대도 마시겠다고 고집한다. 집이 좁다며 다 같이 밖에서 외식을 하자고 나간 허순은 길 안내자 허도는 물론 오빠 부부까지 불러서 식사를 한다. 그 외식 집은 ‘개고깃집’이었다. 개고기를 양고기라 속이고 손님에게 먹인 허순은 그 밥값 40만원을 손님에게 덮어씌운다. 헤어지기가 섭섭하다며 맥주를 마시자더니 봉고차를 부르고 20만원을 결제하게 한다. 물론 10만원은 봉고차 운전사에게 10만원은 석태가 꿀꺽한다. 바닷가로 가는 길에 쇼핑하자며 장까지 보고, 피자와 치킨이 먹고 싶다고 떼쓰는 정대와 정수를 앞세워 이 모든 먹을거리와 장을 본 뒤 ‘손님’에게 계산하게 한다. 손님은 부유하고 관대했다. 연방 영어로 “노 프러블럼.”을 외치고, “굿. 베리 굿.”을 연발한다. 손님은 그런데 대체 누구인가. 왜 한국에 왔는가. 아버지가 어릴 적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재혼하면서 자신은 해외 입양아가 됐다. 펀드매니저로 큰돈을 번 그는 생모를 찾아서 한국에 들어온 것이다. 그러나 어머니는 몇 년 전 이복동생들을 남기고 돌아가셨다. 어머니의 얼굴을 볼 길이 없어진 것이다. 다만, 그의 추억에는 ‘고추잠자리’가 있었고, 그가 찾아간 하원에도 고추잠자리들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손님의 나이는 허순보다 12살이나 많은 한국 나이로 47살이다. 그런데도 젖살도 안 빠진 여고생들은 손님의 팔짱을 끼고 시집가고 싶다고 노래를 부른다. 동방예의지국은 멸망한 지 오래다. 손님은 하원을 떠나기 전날 밤 호텔 침실로 허도를 데리고가 5만원짜리 20장을 세어서 준다. 그리고 말한다.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 “캐고기 먹어.” 어? 영어가 아니다. 고속버스터미널에서 간절히 돈을 구걸하는 허순에게도 말한다. “당신은 나의 어머니를 닮았어요.” 허도나 허순은 대체 미스터 슈가 한국말을 하는지, 영어를 하는지도 알아채지 못한다. ‘미스터 슈’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하면서 하원을 떠나고 있을까. 쾌활하던 그가 고속버스 안에서 침묵으로 일관할 때 그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그는 어머니 대신 이복동생들을 만나고 떠나는 것이 아니었을까. 17살 유나가 상황을 잘 정리해 주고 있다. 유나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나를 이해할 수 없는 건, 아저씨가 한국말을 모른다고 생각했을 때는 그렇게 콩닥거렸던 가슴이 슈 아저씨가 한국말을 하자 왜 갑자기 잠잠하게 가라앉았나 하는 거야.” 뭐 이따위 소설이 있나 싶을 정도로, 낯이 두껍지 않으면 읽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이런 모습이 한국인일 수 있다는 사실에 전율한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청주 사건’ 피해자 집에서 ‘그 이웃남성’ 체모 나와

    ‘청주 사건’ 피해자 집에서 ‘그 이웃남성’ 체모 나와

    지난 11일 청주시 상당구 내덕동에서 발생한 20대 여성 성폭행 피살사건을 수사중인 청주상당경찰서는 14일 용의자 곽광섭(46)씨를 피의자로 확정하고 공개수사로 전환키로 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결과 피해자의 몸과 집에서 채취한 체모와 체액 등 증거물 5점이 곽씨의 것으로 이날 밝혀진 데다, 도피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또 다른 범행을 저지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경찰은 곽씨 사진 세 장이 담긴 수배전단을 만들어 배포하는 등 곽씨를 전국에 수배했다. 곽씨는 같은 건물 옆방에 세들어 사는 A(26)씨 집에 침입해 A씨를 성폭행한 뒤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곽씨의 예상 은신처를 수색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경찰은 이날도 평소 곽씨가 동거녀와 자주 등산을 했던 청주 우암산에 기동중대와 방범순찰대 요원 300여명을 투입했다. 한편 2004년 친딸 등을 성폭행한 곽씨에 대해 검찰이 전자발찌 부착을 청구했으나 지난해 8월 법원이 이를 기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청주 남인우기자 niw7263@seoul.co.kr
  • [커버스토리] 총리실 이전 시작 세종시대 개막

    [커버스토리] 총리실 이전 시작 세종시대 개막

    ●행정권력 600년 만의 대이동 “서울에서 출퇴근하고 세종시에 있는 날은 그냥 찜질방을 이용할까 합니다.”(이전 대상 부처 한 공무원) “내년에 정권 바뀌면 계속 근무할 수나 있을까요.”(한 고위 공직자) 행정 권력이 600여년 만에 서울을 떠나 세종시로 이전하는 국가적 사업 속에서 ‘세종 기러기’ 생활을 해야 하는 공무원들의 착잡한 속내다. 아직도 주거를 해결하지 못한 이들은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토로한다. 환경부의 한 총각 공무원은 14일 “방을 함께 쓰자는 전화가 부쩍 늘었다. 심지어 임대료와 관리비를 모두 내주는 조건으로 함께 살자고 제의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기러기 생활을 해야 하는 공무원들은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기거할 룸메이트를 구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아파트나 임대주택을 마련한 독신들은 같이 지내자는 러브콜 공세에 시달린다. ‘기러기 대란’이 현실화되고 있다. ●자녀 학교 최대 고민 실제로 농림수산식품부 이수열(51), 김해녕(52), 유승규(44) 사무관은 최근 세종시 첫마을 105㎡형 아파트를 전세로 계약하고 이전 후 함께 살기로 했다. 모두 자녀가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거나 직장에 다니고 있어 가족은 두고 혼자 내려가기로 결정한 ‘기러기 아빠’들이다. 방 크기에 따라 각각 4500만원, 3500만원, 3000만원을 내기로 합의했다. 이 사무관은 “직급이 다르면 불편해할 사람이 있을 것 같아 평소 친한 사람들끼리 집을 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집 마련한 독신들 인기 상한가 또 다른 공무원은 “월·수요일 세종행 출근버스와 목·금요일 서울행 퇴근버스를 정부가 마련하는 것으로 안다.”면서 “이 경우 세종시에서 자는 날은 사흘밖에 안 되니 서울에서 출퇴근하거나 찜질방에서 자겠다.”고 전했다. 국토해양부의 주부 공무원은 아파트를 분양받았지만 마음이 편치 않다. 입주 시기가 1년이나 남아 있어 임시 거처를 마련해야 할 형편이다. 하지만 초등학생 자녀 때문에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아이가 학교를 두 번 옮겨야 하는 문제가 따르기 때문이다. ●“정권 바뀌면…” 속타는 고위직 부실한 이주 대책에 대한 불만도 제기된다. 공정거래위원회의 한 과장은 초등학생 둘과 유치원생 자녀에 장모까지 모시고 사는 여섯 식구의 가장인데 세종시 이주를 앞두고 머리가 아프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이주 대책에 단독주택은 아예 지원 대상에도 넣지 않았다.”고 서운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또 세종시에 있는 학교로 인근 지역의 ‘일진’ 등 불량 학생들이 전학했다는 소문도 들리고 있어 이주를 하더라도 2~3년 정도 지켜보고 결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실장급 고위 공무원들은 더 속이 탄다. 거처를 마련해야 하지만 드러내 놓고 집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고위직은 다음 정권에서 물갈이되지 않겠느냐.”는 주위의 농담과 시선이 부담스러워서다. 국무총리실은 14일 세종시 이전의 ‘스타트’를 끊었다. 15일 이삿짐을 넣는다. 총리실은 오는 17일 오전 세종청사 1층 대강당에서 임종룡 국무총리실장 주재로 입주식을 한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18일 세종청사를 방문해 이전 현황을 점검한다. 부처종합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 청주 경찰지구대 옆 주택서 20대女 살해 유력 용의자도 옆집 아저씨

    지난 11일 충북 청주의 경찰지구대 옆 주택가에서 피살된 20대 여성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이웃집 40대 남성이 지목됐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충북 청주 상당경찰서는 13일 “숨진 A(26)씨의 이웃집에 사는 곽모(46)씨가 동거 중인 내연녀를 만나 ‘내가 목을 졸라 여자를 죽였다’고 말한 뒤 잠적한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2차 부검을 통해 A씨 시신에서 성폭행당한 흔적과 저항하는 과정에서 다친 것으로 보이는 상처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곽씨의 집에서 피가 묻어 있는 옷을 발견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했다. 곽씨가 살았던 건물은 3층으로 1·2층은 상가고 3층에 원룸형 2가구가 있다. 곽씨와 A씨는 3층에 각각 살았던 이웃이었다. 이 건물은 5m 정도 폭의 이면도로를 사이에 두고 지구대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 곽씨는 2004년 친딸 등을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징역 5년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복역한 인물로 당시는 위치추적장치 제도가 없어 전자발찌 착용 명령은 선고되지 않았다. 그러나 출소 직후 성범죄 우범자로 지정돼 경찰의 관리를 받아 왔다. 청주 남인우기자 niw7263@seoul.co.kr
  • 산업단지와 고급 호텔, 달콤한 동거 시작된다

    산업단지와 고급 호텔, 달콤한 동거 시작된다

    문화와 산업이 어우러진 문화복합산업단지가 국내 처음 강원 춘천 남산면 강촌 인근에 조성된다. 춘천시는 13일 순수 민간 자본을 끌어들여 수도권과 가까운 남산면 창촌리 일대 53만 5906㎡에 문화복합단지를 조성한다고 밝혔다. 연말까지 부지 조성을 끝내고 내년에 기업체들과 각종 문화시설이 모두 들어선다. 이곳은 태양광·변전기 등 발전시설을 생산하는 20여개의 전력 정보기술(IT) 관련 기업들과 K팝 공연장, 고급 레저 아웃렛 매장, 고급 호텔이 들어와 작은 신도시로 만들어지게 된다. 단지는 서울·춘천고속도로 강촌IC와 불과 3분 거리이고 서울 잠실운동장과 40분 거리다. 봉화산 자락 해발 300m의 굴참나무 원시림으로 둘러싸인 천혜의 자연환경을 살려 조성된다. 산업단지라기보다 친환경 리조트와 공원 개념에 더 가깝다. 산업단지의 골격은 경기 김포에 있는 KD파워를 주력사로 한 전력IT 관련 업체 20개사가 특수목적법인 ㈜메가시티를 설립해 부지 조성부터 공장 이전까지 모두 4000억원의 민간자본을 투입해 조성한다. 순수 단지조성에만 780억원이 들어갔다. 입주 업체들은 로봇 태양광발전시스템, 고효율전력변환기,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등 신재생에너지 생산업체들이다. 기초전력연구원의 시험단지까지 조성돼 전력 관련 국내 최대 연구집적단지로 활용된다. K팝 공연장은 단지 하단부 저류지 1만 5000㎡를 활용해 중간에 섬처럼 무대를 만들고 조명시설을 갖춘 뒤 관람석을 계단식 원형극장으로 조성한다.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국내 굴지의 엔터테인먼트사들도 참여 의사를 밝혀 전망은 밝다. 레저 아웃렛 매장은 K팝 공연장 인근 6000㎡에 2개의 매장을 갖춘다. 또 1000㎡에 200실 규모의 호텔을 건립해 인근 골프장 등과 연계해 휴양지로 활용해 나갈 계획이다. 수도권의 퇴임한 실버층을 끌어들여 수제품을 만드는 공방도 만든다. 이곳에는 상시 500~600명이 머물며 일상 생활용품을 수제품으로 만들어 팔 수 있게 할 방침이다. 시행사인 KD파워그룹 유종문 회장은 “문화와 산업이 어우러진 문화복합산업단지가 조성되면 새로운 국내 신성장 엔진동력은 물론 강원 경제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글 사진 춘천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北 안전보위부 소속 위장탈북 간첩 체포

    국가정보원 등 공안당국이 탈북자로 위장해 국내로 들어온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소속 공작원을 체포한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안1부(부장 이상호)는 탈북자로 위장한 북한 공작원 김모(50)씨에 대해 국가보안법상 특수잠입 등 혐의로 지난 7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김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12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공안당국에 따르면 지난 6월 국내에 들어온 김씨는 국정원 합동신문센터에서 자신이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소속의 탈북자 위장간첩이라는 사실을 자백했다. 국정원은 두달간에 걸친 추가 조사 결과 김씨의 진술이 사실임을 확인했다. 김씨는 15년전 국가안전보위부로부터 중국에 있는 남한 출신 주요인사 등의 동향을 파악하고 탈북자 정보 등을 수집해 보고하라는 지령을 받고 중국에서 활동하다가 지난 6월에 국내에 정착한 탈북자들의 정보를 수집해 북한 당국에 보고하기 위해 국내로 들어왔다. 중국에서 동거하던 여성과 함께 입국한 김씨는 이 여성과 한국에서 가정을 꾸리기 위해 간첩혐의로 처벌받을 것을 무릅쓰고 자신의 신분을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은 김씨와 함께 입국한 이 여성에 대해서도 위장간첩인지 를 조사하고 있다. 북한 국가안전보위부는 반체제 인사를 색출해 정치범수용소에 수감 관리하는 공안기구로 체제수호의 첨병으로 알려져 있다. 이 기관은 대간첩 업무와 해외정보 수집, 해외공작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외부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약 5만여명의 요원이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인민보안부, 정찰총국과 함께 북한의 3대 정보기관으로 불린다. 공안당국은 지난 5월에도 탈북자로 위장해 국내로 들어온 보위부 소속 이모(46·여)씨를 검거한 적이 있다. 하종훈·홍인기기자 artg@seoul.co.kr
  • 생수는 학교정수기… 식권은 묶음할인… 교재는 헌책으로

    생수는 학교정수기… 식권은 묶음할인… 교재는 헌책으로

    #.숙명여자대학교 언론정보학과에 재학 중인 이모(23)씨는 주거비를 절약하고자 지난 6월부터 2평(6.6㎡)짜리 옥탑방에서 친구와 함께 살고 있다. 보증금 500만원은 친구가 냈고, 이씨는 월세 40만원 중 25만원을 부담하고 있다. 이씨는 생수 사먹는 돈조차 아까워 1.5ℓ 빈 페트병을 이용, 매일 학교 정수기에서 물을 떠 와 마시곤 한다. 지난 폭염 때에는 냉방비를 줄이려고 친구와 함께 창문을 아예 떼어놓고 지내기도 했다. 해마다 오르는 등록금과 고물가의 영향으로 주머니 사정이 더 어려워진 대학생들이 ‘반값 생활비’ 실현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새 학기 전공 서적을 헌책으로 사거나 월세를 절약하기 위해 친구들과 쪽방에서 동거하는 등 빠듯한 생활비를 더 줄이기 위한 방법에 팔을 걷어붙인 것. 2학기 개강이 이어진 9월 첫 주, 서울 각 대학 총학생회는 앞다퉈 중고 전공책을 거래하는 ‘벼룩시장’을 마련했다. 숙대는 지난 10일부터 학생회관에서 중고 책 장터를 운영 중이다. 학생들로부터 접수된 350권의 헌책 가운데 첫날 오전에만 280권가량이 팔렸다. 전혜진 부총학생회장은 11일 “한 학기당 이수하는 학점에 해당하는 전공책을 새것으로 사려면 수십만원의 돈이 들지만, 중고 전공책은 새책 가격의 절반 가격인 경우가 많아 학생들의 반응이 뜨겁다.”고 말했다. 연세대학교 총학생회도 단과대 학생회 등과 연계해 지난주 오픈마켓이라는 이름으로 중고 전공책 장터를 열었다. 400권가량의 헌책이 판매됐다. 오프라인 중고 전공서적 장터를 운영하지 않는 대학의 학생들은 온라인 중고 서적 쇼핑몰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전국 5개의 중고책 오프라인 서점과 온라인 중고 서점을 운영 중인 알라딘에 따르면 지난달 중고 서적 코너의 대학교재 판매율은 2010년 같은 기간 대비 5.6배 증가했다. 생활비 절약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대학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연대는 개강 한 달 전 대학가 이사철을 맞아 매년 2월과 7월, 이른바 ‘무빙위크’(moving week)를 진행하고 있다. 무빙위크란 학교 기숙사나 인근에서 자취나 하숙을 하는 학생들 가운데 혼자 이사하기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1t 트럭을 이용, 학생들이 이사를 도와주는 일종의 ‘이사 품앗이’ 활동이다. 이외에도 연대 총학생회는 학생 식당을 이용하는 학생들을 위해 식권을 미리 구매하면 일정 금액 할인해 주는 제도도 실행하고 있다. 김정은·명희진기자 kimje@seoul.co.kr
  • [커버스토리] 혼외출생 1만명…‘新가족’ 탄생

    [커버스토리] 혼외출생 1만명…‘新가족’ 탄생

    #1. 회사원 한주열(39·가명)씨와 보험설계사 이수영(35·여·가명)씨는 ‘무늬만 부부’다. 함께 산 지 4년이 넘었지만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다. 둘은 결혼에 한 번 실패한 경험이 있다. 한씨는 아내와의 성격 차이로, 이씨는 남편의 외도로 결혼생활을 끝냈다. 워낙 심하게 ‘데었던’ 탓에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사실혼 관계로 지내고 있다. 둘은 “이혼하면서 받은 상처가 너무 크다.”면서 “마음이 치유되면 법적부부가 될 수도 있겠지만 일단은 지금이 편하다.”고 했다. 두 돌 된 아들은 한씨의 성을 따랐다. #2. 캠퍼스 커플인 김성진(27·가명)·박재희(23·여·가명)씨는 올해 3월 아기를 낳았다. 지방에서 올라와 2년간 동거한 이들에게 임신은 갑작스러운 사건이었다. 박씨는 “임신 테스트기를 확인했을 때 솔직히 낙태가 떠올랐다.”면서도 “차마 지울 수는 없었다.”고 했다. 건강한 딸은 현재 김씨 부모가 돌보고 있다. 사회의 편견을 의식해 혼인신고는 직장을 얻은 뒤 하기로 했다.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남녀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가 늘고 있다. 지난달 통계청에 따르면 혼외 출생은 지난해보다 3.3%(320명) 늘어난 9959명이다. 조사를 시작한 1981년 이후 최대치다. 2001년 이후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추세임을 감안하면 올해 혼외 출생은 1만명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 출생아 중 혼외 출생 비율도 1997년 0.6%(4196명)에서 2011년 2.1%(9959명)를 찍었다. 김영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통계에는 혼외 출생의 양상이 안 잡히지만 대다수를 차지할 것으로 보이는 미혼모 외에도 동거나 사실혼 관계가 많아졌다고 본다.”면서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결혼관이 무너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 기준 전체 1735만 9333가구 중 부부가정, 부부·미혼자녀 가정, 부부·한부모 가정, 조손가정 등을 제외한 ‘기타 가구’는 209만 6651가구로 약 12.1%를 차지한다. 1인 가구는 414만 2165가구였고, 비친족가구도 47만 9120가구에 달했다. 인구통계 방식상 미혼모·미혼부 가족이나 동거·사실혼 관계는 기타 가구나 1인 가구 혹은 비친족가구에 속한다. 이에 대한 인식도 법과 제도에 크게 개의치 않는 등 바뀌고 있다. 2010년 통계청 조사에서는 15~24세 청소년 53.3%가 ‘남녀가 결혼을 하지 않더라도 함께 살 수 있다’고 응답했다. 온라인 설문조사 기업인 두잇서베이가 지난 4월 성인 남녀 2513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동거 후 결혼에 찬성’이라고 대답한 사람이 응답자의 60%에 달했다. 이미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결혼이 늦고 성적 자유가 확대되면서 동거가 자연스러운 현상이 됐다.”면서 “개방적인 성 풍속과 ‘결혼은 선택’이라는 인식이 보편화되면서 혼외 출생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혼외 출생아를 직접 키우는 미혼모가 급증한 것도 주목된다. 지난 8월 여성정책연구원이 발표한 ‘미혼모 자녀양육 및 자립지원을 위한 정책과제’에 따르면 1998년 7.2%에 그쳤던 양육 미혼모의 비율이 2009년에는 66.4%로 급증했다. 여성의 경제력이 상승하고 생명존중 의식까지 강해져 해외 입양을 보내던 기존 관행이 무너지고 있다는 게 연구원의 분석이다. 변화순 팸라이프가족연구소 소장은 “과거에 공고하던 ‘임신=결혼’이란 명제가 희석됐다.”면서 “최근엔 남자와 상관없이 혼자서라도 키우겠다는 여성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신가족’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환경을 만드는게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현실적으로 한부모가족지원법을 비롯, 가족관계법·의료보험법·입양특례법 등 다양한 제도가 있지만 법적 부부가 아닐 경우에는 각종 지원 및 혜택에서 제외된다. 강학중 가정경영연구소 소장은 “아이를 건강하게 키우는 사회를 만드는 데 주목해야 한다.”면서 “사실혼, 동거, 동성커플 등 새로운 유형의 가족을 제도권 밖에 두는 건 장기적으로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은지·배경헌기자 zone4@seoul.co.kr
  • [커버스토리-혼외출생 1만명 시대] 다큐멘터리 영화 ‘미쓰마마’ 출연 김현진·최형숙씨와 유쾌한 수다

    [커버스토리-혼외출생 1만명 시대] 다큐멘터리 영화 ‘미쓰마마’ 출연 김현진·최형숙씨와 유쾌한 수다

    “그런 놈들 북한으로 보내 버려야 돼. 정신교육에 그만한 데가 없다니까.” 양육 미혼모들을 다룬 백연아 감독의 다큐멘터리 ‘미쓰마마’에 나오는 네살짜리 아들을 키우는 장지영(31)씨가 ‘비정한 아빠’에게 던지는 뒷담화다. 혼외출생 1만명 시대, 무책임한 남자와의 사랑 없는 결혼 대신 아이와 자신의 삶을 선택한 ‘미쓰마마’들을 만났다. 최형숙(41)씨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준서(7)의 엄마다. “미혼이 아니라 모(母)가 중요하다.”는 최씨는 자기소개를 부탁하는 질문에 아들 이름부터 입에 올린다. 이들에게 엄마라는 이름은 낙인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결혼하지 않은 엄마를 이상하게 여긴다. TV 속 미혼모들의 삶이 늘 모자이크 뒤에 가려져 있다는 게 그 증거다. 그러나 엄마라는 게 부끄럽지 않은 최씨는 ‘생얼’을 드러내는 데 인색하지 않다. “어두운 시사프로그램 대신 버라이어티쇼에 나가고 싶다.”고 농담처럼 말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출산에 대한 고민이 없었던 건 아니다. 최씨는 오랫동안 연애하던 남자친구와의 사이에서 준서를 임신했다. 임신 사실은 헤어진 뒤에야 알았다. 처음엔 낙태를 고민했다. 못할 짓이다 싶어 낳았지만 가족들은 입양을 강요했다. 마지못해 준서를 시설에 보냈다. 밤새 울다 다음 날 아이를 찾으러 다시 시설에 갔다. 갑작스러운 임신이었지만 억지로 결혼하고 싶지는 않았다. 최씨는 “결혼은 의무가 아니라 가치관이라고 생각한다. 그 가치관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개인의 몫”이라고 했다. 최씨는 미혼보다는 비혼(非婚·결혼할 의지가 없음)에 가깝다. 결혼을 선택하지 않아 생긴 장점도 있다. 최씨에게는 눈치 볼 시댁이 없다. 무조건적인 희생과 집안일을 강요하는 남편도 없다. 최씨는 “월급만 가져다주고 아빠 노릇 다했다고 생각하는 남편이 무슨 의미냐.”고 되묻는다. 혼외출생을 보는 일반적인 인식은 양면성을 띄고 있다. 통계청이 2009년 발표한 전국 결혼 및 출산 동향 조사에 따르면 혼전임신을 했을 경우 미혼남성(20~44세)의 21.5%, 미혼여성(20~44세)의 16.6%가 ‘반드시 낳아야 한다’고 답했고, 미혼남성 56.6%, 미혼여성 60.7%는 ‘가능하면 낳아야 한다’고 답했다. 젊은 남녀 모두 혼전임신이라도 출산은 필요하다고 여긴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결혼하지 않아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는 항목에서는 미혼남성의 36.4%, 미혼여성의 36.5%만이 찬성(전적으로 찬성+대체로 찬성)했다. 이미 생긴 아이는 낳는 게 좋지만 결혼을 전제로 하지 않는 출산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정적 인식이 많음을 보여 준다. ●“칙칙한 시사프로 대신 버라이어티쇼 나가고 싶다” 백 감독은 이에 대해 “가부장적 편견과 모순의 집결체가 미혼모에 대한 시각”이라고 지적했다. 최씨는 과거 미혼모라는 사실을 수군대는 회사가 싫어, 입사 사흘만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네살짜리 딸 아이를 키우는 미혼모 김현진(29)씨는 “미혼모라면 무조건 문란하고 부도덕하다고 여기는 게 너무 화가 난다.”고 했다.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장지영(31)씨가 “드라마에 나오는 미혼모는 왜 항상 백마 탄 왕자님을 만나 구제받지? 혼자 애 키우면서 살아가면 안 되나?”라고 불평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 사회에서 미혼모는 여전히 구제와 손가락질의 대상이다. 또 다른 미혼모 원미현(가명·35)씨는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임신했지만 종교적 신념 때문에 지운다는 건 상상도 못했다. 하지만 남자친구는 냉정하게 낙태수술 예약을 잡더라.”고 8년 전 일을 회상했다. 원씨는 두 번이나 병원을 찾았지만 차마 수술대에 오르지 못했고 현재 혼자 아이를 키우고 있다. 아이 친부는 ‘혼인신고를 하면 죽여버리겠다.’는 통보를 마지막으로 연락을 끊었다. 원씨는 “당당한 싱글맘으로 살려해도 ‘사생아’라고 손가락질 받는 아이를 보며 울 때가 많았다.”고 했다. 이처럼 현실 속의 양육은 오롯이 여성들 몫이다. 통계청이 5년에 한 번씩 발표하는 총가구조사에 따르면 2010년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미혼여성은 16만 6609가구로 혼자 아이를 키우는 미혼남성 1만 8118가구에 비해 크게 앞섰다. 미혼여성이 13만 3234가구, 미혼남성이 9218가구였던 2005년 조사보다 ‘싱글대디’의 비율이 크게 증가하긴 했지만 차이는 압도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인식이 사회규범적 의식과 현실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한다. 이미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남성들은 ‘나는 낙태하라고 했는데 네가 좋아서 낳은 거니까 책임지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면서 “결혼하지 않더라도 양육비를 지원하게 하는 등 법적 책임을 강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진미정 서울대 아동가족학과 교수는 “사회적으로 양육의 1차적 책임이 어머니에게 있다는 보이지 않는 규범이 강하다.”면서 “모유 수유 등의 측면에서 남자 혼자 아이를 키운다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혼외출생에 대한 편견은 미혼모 자신에게 그치지 않는다. 미혼모의 부모와 자녀도 똑같은 편견에 시달린다. 김씨는 “부도덕한 미혼모를 만든 부모도 똑같다고 여기는 문화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씨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된 최씨의 아버지도 처음에는 “연을 끊자.”고 했다. 경상도 출신인 최씨의 아버지는 다음 날 변기통을 부여잡고 남몰래 펑펑 울었다. 김씨는 “솔직히 엄마는 평생 내가 미혼모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할 것 같지만 그래도 미우나 고우나 함께해 주는 건 가족”이라고 덧붙였다. 최씨도 “출산을 반대하던 오빠가 지금은 ‘내가 왜 컴퓨터 앞에만 앉으면 미혼모부터 검색해 보는지 모르겠다.’고 하더라.”며 웃었다. ●“엄마, 엄마는 왜 거북이처럼 느리게 일해?” 여권이 신장됐다고 하지만 미혼모들이 사회인으로 홀로 서기를 하기란 여전히 벅찬 게 현실이다. 정부는 가족관계법·한부모가족지원법 등에 따라 혼외출생자들을 지원하고는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의하면 양육 미혼모의 54.7%는 한부모가족지원법에 따라 기초생활수급비를 지원받고 있다. 자녀가 18개월 미만일 경우 월평균 63만원을, 36개월 이상은 32만원을 받는다. 그러나 취업에는 보이지 않는 벽이 있다. 미혼모는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임신, 출산과 관계없이 직장생활을 지속할 수 있지만 현실에서는 퇴사 등 불이익을 겪는다. 2009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따르면 미혼모의 95%가 ‘임신 이후 직장을 그만두었다.’고 답했다. 이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미혼모라는 이유로 채용에서의 불이익도 크다고 적었다. 여성가족부는 ‘미혼임산부 및 미혼모에 대한 직장에서의 차별금지’를 추진 중이다. 비양육 미혼부에게 양육비를 청구하는 법안도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최씨는 미혼모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단체인 한국미혼모가족협회에서 대외정책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김씨는 비슷한 처지의 양육 미혼모들이 함께 만든 사회적 기업 ‘용감한 컵케이크’에서 제빵 일을 돕다 얼마 전 그만뒀다. 최씨는 직장 탓에 집에 늦게 돌아오는 날도 많다. 준서는 그런 엄마를 두고 “왜 안 놀아주느냐.”며 울먹인다. 사회적 지원이 부실한 상황에서 미혼모가 일과 양육을 병행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다큐멘터리 속에서 울먹이던 준서는 “엄마는 왜 거북이처럼 느리게 일하냐.”고 묻는다. “빨리 일 끝내고 와서 놀아달라.”며 보채는 것이다. 연신 “미안하다.”는 말을 되풀이하는 것밖에는 도리가 없다. 김씨는 용감한 컵케이크를 떠나 독립을 준비하고 있다. 아름다운 재단에 창업 지원 자금을 신청했다 지난 4일 탈락의 고배를 마신 김씨는 “혼자 설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자신감이 좀 떨어지긴 했다.”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물론 포기하지는 않는다. 김씨는 엄마와 아이가 함께 입을 수 있는 커플룩을 판매하는 의류 매장을 운영할 생각에 밤잠을 설친다. 양육 미혼모뿐만 아니라 사실혼이나 동거관계에 있는 신가족들도 결혼을 기준으로 짜여진 사회 제도 속에서 살아가기란 쉽지 않다. 사실혼·동거 관계 역시 각종 사회보장제도를 비롯, 세제혜택과 상속 등 경제적인 부분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 신혼부부 특별청약을 실시하는 보금자리주택은 혼인신고를 한 가족에게만 청약자격이 주어진다. 공공임대주택의 경우도 다자녀가구, 3세대 가구 등 대가족에게 우선권을 준다. 사실혼 관계라 해도 연말정산 소득공제에서도 부양가족에 대한 인적공제가 전혀 제공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편견과 차별로 엄격하게 대하기보다는 생활과 양육에 필요한 지원을 해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편입시키는 한편 다양한 가족 형태를 아우를 수 있는 제도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삼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저출산고령사회연구실장은 “정부나 기성세대들은 ‘그렇게까지 지원해야 하나.’고 되묻는다.”면서 “조장할 필요는 없지만 사회변화의 산물에 대해서는 충분히 인정하고 보호할 법·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럽과 북미 선진국은 혼외출생, 이혼, 비혼(非婚) 등 아이를 혼자 키우는 사람이 많아지자 이들을 다양한 가족의 형태로 받아들여 적극적인 지원책을 마련했다. 프랑스는 혼외출생이 절반 이상으로 늘어나자 2006년부터 법적부부의 출산과 혼외출산을 구별하는 규정을 폐지했다. 자녀를 양육하는 자체로 가족수당, 양육수당을 받고 출산·육아휴직 등의 혜택을 차별 없이 받는다. 변화순 팸라이프가정연구소 소장은 “프랑스는 정식부부보다 혼외출생에 대한 지원·혜택이 더 잘돼 있다.”면서 “그래서 결혼보다 동거가 급증하는 부작용이 초래됐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영국은 아동부양비와 양육수당, 교육유지수당 등 다양한 형태의 보조금과 바우처를 제공하고 있다. 미혼모들에게 주택·건강·부모교육·고용훈련 등을 제공하는 슈어스타트(Sure Start)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독일도 최저생계비·부모수당을 지급하며 모성보호법 등에 근거해 10대 미혼모의 교육권까지 철저히 보장하고 있다. 조은지·배경헌기자 baenim@seoul.co.kr
  • 커플女, 첫경험 늦을수록 행복감 높아…남성은?

    연인 사이 첫 경험은 늦게 할수록 장기적으로 행복한 관계를 만들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영국 데일리메일 등 외신이 보도했다. 최근 ‘결혼과 가족 저널’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미국의 코넬대학 연구진이 결혼했거나 동거 중인 600쌍의 연인을 대상으로 행복도를 조사한 결과, 첫경험을 늦게 가진 연인일수록 생활 전반의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들 연인들에게 서로에 대해 얼마나 깊이 관련돼 있는지, 의사소통이 잘 되는지, 성생활에 만족하고 있는지, 그리고 첫경험까지 얼마나 기다렸는지 등을 질문했다. 그 결과, 3쌍의 연인 중 1쌍이 첫 만남 이후 한 달 안에 잠자리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지만, 28%는 반년 이상 기다린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들 중 40%는 동거한 뒤 정식으로 결혼에 성공한 사람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연인들의 답변을 분석한 결과, 여성들은 첫경험 때까지 오래 기다릴수록 더 많은 행복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성생활 만족도에서도 반년 이상 기다린 커플이 한 달 만에 관계를 맺은 그룹보다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런 첫경험까지의 기간과 행복도의 상관 관계는 남성에게서는 더 약하게 나타났으나, 남성들 역시 첫경험까지 오래 기다린 이들이 파트너들과 적게 다투는 경향을 보였다. 즉, 육체적인 관계가 없는 초창기 교제 기간이 두 사람의 관계에 큰 영향을 준다고 한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 교제 기간은 커플들이 서로를 알고 얼마나 좋은 관계로 지낼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시간으로, 이 기간이 짧으면 서로에 관한 판단이 둔화하고 장기적으로는 만족감이 떨어지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서로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고 가치관을 공유해 가는 건강한 관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강한 성적 욕망은 방해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길섶에서] 한국사람 식별하기/노주석 논설위원

    ‘조선인 식별자료’라는 것이 있다. 일본 내무성이 1913년 10월 28일 작성한 이 자료에는 조선인의 생김새와 행동거지 등 특징을 여러 항목에 걸쳐 조목조목 제시해 놓았는데, 그중 재미난 부분이 있다. ‘조선인은 아무 때나, 아무 곳에서나 가래를 뱉는다.’는 내용이다. 관동대지진 때 조선사람을 색출하려고 쓰인 이 식별자료에 따라 목숨이 왔다 갔다 했다. 지난해 여름 하와이 마우이 공항에 내렸는데 현지 가이드가 귀신같이 우리 일행을 찾아냈다. 가이드 왈 “척 보면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을 가려낼 수 있다.”라고 했다. 한국사람이 옷차림이 화려하고, 얼굴 생김새와 몸집이 제일 좋은 데다 공항에서 가래를 뱉는 사람은 한국사람밖에 없단다. 얼굴이 벌게졌다. 청계천을 오가다 보면 별별 사람이 다 있다. 서울사람과 지방사람도 있지만, 외국사람도 더러 있다. 그중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몹쓸 사람은 가래를 뱉는 한국사람이다. 그것도 물고기가 헤엄치는 물 위로 가래를 날린다.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