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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儒林(329)-제3부 君子有終 제2장 鄒魯之鄕

    儒林(329)-제3부 君子有終 제2장 鄒魯之鄕

    제3부 君子有終 제2장 鄒魯之鄕 두향은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백년도 못 사는 인생에서 생이별을 슬퍼하는 머슴의 넋을 달래기 위해서 황진이가 입고 있던 속곳을 벗어 관을 덮어 주어 상여를 움직이게 하였다면 800살이 된 범종은 어떻게 하여 움직였는지 그 이야기를 알고 계시나이까.” 퇴계는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 “역시 소첩이 대신하여 말씀드리겠나이다. 동종에 있는 젖꼭지 하나를 잘라내었다 하더이다.” 두향의 말은 사실이었다. 상원사 동종에는 36개의 젖꼭지가 있었다. 이를 뉴()라고 부르는데, 사방에 각각 가로세로 세 개씩 불교식으로 배열된 유두(乳頭)가 36개나 돌출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는 종의 울림을 끊어질 듯 끊어질 듯 은은하게 백리 밖으로까지 울려 퍼지게 하는 독특한 음향장치였다. 상원사의 동종이 국보 36호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범종일 뿐 아니라 그 소리가 아름답기로도 제일인 것은 동종 꼭대기에 있는 용통(甬筒)의 음관(音管) 때문이기도 하지만 바로 36개의 젖꼭지 때문에 그 소리울림이 독특하고 청아하였던 것이었다. 그런데 이 36개의 젖꼭지 중 하나를 잘라내었던 것이다. “젖꼭지 하나를 잘라낸 운종도감은 이를 종이 있었던 안동 도호부의 남문루 밑에 파묻고 정성껏 제를 올렸다고 하더이다. 그러고 나서 다시 죽령에 돌아와서 범종에게 이렇게 말을 하였다고 하더이다. ‘이제는 미련을 버리시고 먼 길을 떠나시지요.’” 두향은 일단 말을 끊었다. 밤이 깊자 달은 공중제비를 돌 듯 중천을 거꾸로 돌아 휘영청 밝은 달빛을 방안으로 되쏘고 있었다. “그러자.” 두향이가 긴 침묵 끝에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러자 동종이 다시 움직였다 하더이다. 나으리, 이로써 동종은 죽령을 넘어 제천, 원주, 진부령을 거쳐 오대산에 안치되었다고 하더이다. 나으리.” 두향의 눈에서 맑은 이슬이 굴러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나으리께오서는 날이 밝으면 단양을 떠나시나이다. 단양을 떠나시면 상원사의 동종처럼 죽령고개를 넘으실 것이나이다. 나으리께오서는 지척지간이라 마음만 먹으면 불원간 또다시 만날 수 있다 기약하셨사오나 소첩이 보기에는 이제 한번 가오시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것임을 잘 알고 있나이다. 나으리, 죽령고개가 아무리 높다 하여도 나으리를 향한 소첩의 그리움은 구름이 되어 단숨에 뛰어오를 수 있고, 동종의 무게가 3300근이나 되어 무겁다고는 하지만 나으리를 향한 소첩의 마음에 비하면 한갓 검불에 불과하나이다. 장정 500명과 말 일백 필이 끈다 하면 상원사의 동종을 움직일 수 있사오나 소첩의 마음은 절대 끌지 못할 것이나이다. 나으리, 나으리를 향한 내 단심은 그 무엇으로도 끌 수도, 당길 수도, 밀 수도 없는 요지부동이나이다. 상원사의 동종이 800년이나 되었다고는 하지만 나으리를 향한 내 상사는 전생으로부터 이어진 천겁의 업이오며, 하늘과 땅이 갈라지기 전부터 맺어온 숙연이나이다. 하오니 나으리, 이제 정히 가시겠다면 나으리께오서 소첩의 젖꼭지 하나를 칼로 베어내고 떠나시오소서.”
  • 동북아 균형자론 그 이상과 현실은

    동북아 균형자론 그 이상과 현실은

    지난달 22일 노무현 대통령이 우리나라의 동북아 균형자 역할을 자임한 이후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동북아 균형자론은 한 마디로 ‘강대국들끼리의 힘 겨루기를 수수방관하다가는 옛날처럼 고스란히 피해를 입을 수 있으니 우리가 능동적으로 평화 조정자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정의해도 무리가 없다. 이를 놓고 정치권과 학계 등에서는 “항구적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옹호에서부터 “국가안보를 담보로 한 과대망상적 모험”이라는 비판까지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를 감안한 듯 문정인 동북아시대위원장이 14일 열린우리당의 정책간담회에 참석해 당정간 조율에 나서기도 했다. 동북아 균형자론을 둘러싼 양측 주장의 허실을 비교·분석해 본다. ■ 해법과 반론 동북아 균형자론을 취재하면서 기자는 얼마간 약소국의 비애를 체감해야 했다. 균형자론을 둘러싼 격렬한 찬반 논쟁은,‘세계 초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서 어떻게 하면 절멸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는가.’라고 하는 명제가 여전히 미완의 과제임을 웅변한다. 무섭게 국력을 키워가는 중국, 우경화로 치닫는 일본, 세계 초강국 미국, 여기에 핵 보유를 선언한 북한까지, 지금 동북아의 긴장지수는 상승 일로에 있다. 동북아 균형자론은 이처럼 위태로운 지정학적 현황에 노무현 대통령의 오랜 지론이 화학결합을 하면서 돌출한 것으로 보인다. 여권 관계자는 “동북아 균형자론은 99% 노 대통령의 구상으로서 대통령후보 시절부터의 지론”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발상과 현실성은 별개 문제다. 낙관과 우려를 면밀히 따져봐야 하는 이유다. ●“평화애호도 국력… 힘이 전부 아니다” 비판이 제일 먼저 쏠리는 부분은 과연 한국이 세력 균형자 역할을 할 힘이 있느냐는 것이다. 예컨대 미·일 군사축이 중·러 축과 갈등을 빚을 때 가운데서 조정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느냐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문정인 동북아시대위원장과 이종석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을 비롯한 정부측 인사들은 ‘세력 균형자’가 아니라 ‘인식과 가치의 균형자’ 역할을 하려는 것이라고 반박한다.19세기의 영국처럼 국방력에 의존한 균형자가 아니라, 경제력과 문화수준, 그리고 역사상 주변국을 침략하지 않은 평화 애호국이라는 명분 등 신개념의 연성국력(soft power)으로 균형자 역을 하겠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비판자들은 다시 “가치와 인식의 균형자라는 말은 비현실적인 허언”이라고 공박한다. 하지만 그들은 “그럼 미국과 중국, 중국과 일본 등의 충돌 가능성이 상존하는 현실에서 기존 구도에만 안주하자는 것이냐. 대안이 무엇이냐.”는 반론에는 딱히 대답을 내놓지 못한다. ●“한미일 협력 훼손땐 국제적 고립 우려” 논쟁은 균형자론이 한·미 동맹을 훼손할 것인지 여부로 이어진다. 비판자들은 “균형자론은 결국 한·미·일 3각 안보협력 체계에서 빠져나오는 것을 의미하며, 결정적인 안보 위기상황에서 자칫 어느 쪽으로부터도 도움을 받지 못하고 고립을 자초할 수 있다.”고 걱정한다. 이에 정부측은 “균형자론은 굳건한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CSCE(유럽안보협력회의)와 같은 다자간 안보체계를 구축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다자간 안보체계를 지향한다면서 한·미 동맹의 강도는 불변할 것이란 주장은 궤변이란 비판도 적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균형자론의 측면에서는, 한·미 동맹이 전보다 느슨해지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인정했다. 논쟁은 균형자론이 결국 국익에 해가 될 것인지 여부로 귀착된다. 정부측은 “국가간 관계가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현실에서 이런 문제로 미국이 한국에 불이익을 줄 것처럼 지적하는 것은 과민반응”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미군이 절대 안떠날 것”이라는 냉전시대식 낙관은 국가적 재난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북핵 교착땐 장기표류 가능성 균형자론은 궁극적으로 유럽연합(EU)과 같은 지역연합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여기에는 동북아 각국 정상이 직접 만나 회담하는 시스템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단기적 상황은 열악하다. 무엇보다 북핵 문제가 1년 가까이 교착상태다. 정부 관계자는 “북핵 문제 때문에 균형자론이 한발짝도 못나가고 있다.”며 “북한이 안 나오니 중국도 머뭇거리고, 러시아도 소극적”이라고 했다. 게다가 최근엔 일본의 역사왜곡 문제까지 겹쳐 상황이 악화일로다. 때문에 균형자론이 결국 노 대통령 임기 중에 별다른 실효를 내지 못하고 장기 표류하는 최악의 가능성도 점쳐진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문정인 동북아위원장 문정인 동북아시대위원장은 14일 열린우리당 정책간담회에서 ‘동북아 균형자론’에 대해 “동북아 지역의 협력과 통합을 위한 촉진자”라고 규정했다. 궁극적 목표는 주변국과의 신뢰를 통해 동북아지역의 ‘다자간 안보체제 구축’을 모색하는 정책이라는 것이다. 문 위원장은 “한국의 균형자 역할이란 19세기 세력균형을 통해 유럽의 패권을 추구했던 전통적 의미의 균형자론이 아니다.”고 못박았다. 오히려 ‘평화를 위한’ 균형자론을 강조했다. 여기에는 한국이 당시 영국과 같이 동북아 세력균형을 위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국력도 없고 세력균형을 주도하거나 우위를 점하려는 목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힘의 균형’이 아니라 정책의 목표를 ‘평화’에 둔 외교”라는 것이 문 위원장의 부연설명이다. 문 위원장은 최근 노무현 대통령이 밝힌 ‘동북아 균형자론’이 진화하고 있음을 설명했다. 즉 ▲한·미동맹과 안보협력 강화를 통한 ‘동북아 세력 균형자’에서,▲동북아의 갈등이 재현되지 않도록 ‘협력과 평화를 만드는 균형자’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선도적’인 역할이 강조되는 한편 동북아 국가들과의 ‘사전 협력관계’가 중요해지고 있음을 강조했다. 구상의 배경에는 ‘중국 부상론’을 중심으로 대립과 반목이 강해지는 동북아 질서에 대한 우려가 깔려 있다는 것이 문 위원장의 판단이다. 문 위원장은 “현재 중국의 팽창을 세력전의 시각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제,“패권국가의 신장속도가 원만해지고 도전국가가 패권국가의 꼬리를 밟는 접점에서 대규모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며 동북아 지역의 전략적 불안정 구조를 우려했다. 다음은 일본과 중국의 불안한 관계를 지목했다.“일본이 미국의 힘에 편승하면서 군사력을 증강하고 미국도 전향적으로 일본의 평화헌법 개정을 지원하는 등 구조적인 불안정성을 보이고 있다.”고 걱정했다. 때문에 동북아 지역의 불안정 구조를 최소화하는 것이 국가 이익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동북아 균형자론’은 불가피하다고 거듭 역설했다. 구혜영 김준석기자 koohy@seoul.co.kr ■ 한·미군사동맹 이상기류 없나 한·미 군사동맹의 ‘이상 기류’로 비춰칠 만한 민감한 문제들이 잇따라 불거지고 있다. 주한미군의 한국인 군무원 감축, 한·중 군사외교 강화, 전시예비물자(WR SA) 프로그램 폐지, 자이툰 부대원 감축 등이 대표적이다. 물론 정부는 한·미동맹에는 아무 이상이 없다며 펄쩍 뛴다. 최근 미국에서 열린 제2차 한·미 안보정책구상(SPI) 회의에 참석하고 돌아온 국방부 안광찬 정책실장은 지난 12일 기자간담회에서 “최근의 한·미간 군사현안들은 각각의 문제일 뿐 어떤 연결고리가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로 자이툰부대원 270명 감축 문제의 경우 우리가 이라크주둔 미군측에 통보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한반도 배치 WRSA 프로그램 폐지도 2000년부터 논의돼 온 사안이다. 국방부가 이를 공개하지 않은 것이 협상력 제고 때문이었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부 안에는 일부 언론이 한·미 관계를 의도적으로 왜곡시키고 있다는 시각도 있는 것 같다. 국방부 신현돈 공보관은 최근 WRSA 관련 내용을 정부가 은폐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이례적으로 ‘안보 상업주의’라는 다소 자극적인 표현까지 써가며 불만을 터트리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입장에도 불구하고, 일련의 사안들이 양국간 알력의 산물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실제 정부 안에도 균형자론을 다소 불안하게 보는 이들도 없지 않다. 윤광웅 국방부 장관은 최근 군 수뇌부 이·취임식 연설에서 “한국이 동북아의 균형자 역할을 수행하는 데 군이 버팀목이 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주문했지만, 이번에 군문을 떠난 한 수뇌부는 “글쎄, 큰 실수는 없어야 할텐데…걱정이 된다.”며 균형자론에 대해 우려를 보였다. 국가 안보의 최후 보루인 군의 경우 아직도 균형자론에 대해 믿음을 갖지 못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셈이다. 조승진기자 redtrain@seoul.co.kr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66) 낙산사와 해수관음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66) 낙산사와 해수관음

    놀라운 일이 생기면 사람들은 ‘맙소사!’,‘아이구, 하나님!’이라거나 ‘어머나!’를 외친다. 그런데 예전 사람들은 ‘나무관세음보살….’이 입에 붙어 있었다.5일 식목일, 한국 관음도량의 진원지인 천년 고찰 낙산사가 화염에 휩싸인 장면을 보면서 ‘나무관세음보살’이라는 탄식이 절로 터져 나왔다. 관음보살은 화마도 물리친다는데…. 지난해 10월 낙산사를 답사했지만 ‘사람들에게 너무도 잘 알려진 곳’이라는 생각에 막상 글은 쓰지 않았었다. 그런데 그 낙산사가 잿더미로 변했다. 동해의 ‘관해 1번지’는 두 말할 것 없이 낙산사다. 교과서에도 나오는 곳이라 오히려 수학여행 코스에서 빠질 정도로 널리 알려진 낙산사가 쑥대밭이 되었으니, 고찰의 운명이란 이런 것인가. ●남해 보리암·강화 보문사와 함께 3대 관음도량 관음보살은 관세음, 또는 관자재보살이라 한다. 대자대비의 화신으로 사바세계의 중생들이 진심으로 부르기만 해도 고통과 번민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관세음보문품’에 부처께서 이르기를 “선남자여! 많은 중생이 온갖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없을 때 관음을 한 마음으로 부르면 그 소리를 들으시고 모든 괴로움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주신다. 활활 타는 뜨거운 불길에 갇힌다 해도 타지 않으니, 관세음보살의 위력 때문이다. 큰 물길에 떠내려간다 해도 관음을 부르면 곧 안전한 땅에 이르게 될 것이다.”고 했다. 큰 일 닥쳤을 때 저절로 관세음보살을 외치는 것은 이런 관음 영력을 믿는 데서 비롯된 것이다. 낙산사는 남해 보리암, 강화 보문사와 더불어 한국 3대 관음도량이자, 세계 8대 보타성지다. 그 중 관음신앙의 원조는 아무래도 낙산사다. 의상조사가 세운 가람이기 때문이다. 순조시절의 범해(梵海)가 찬한 동사열전(東師列傳)에 다음 같이 의상의 행장을 밝히고 있다.“귀국하는 당나라 사신의 배에 실려 입당, 화엄의 2대 조사인 종남산 지엄의 방에 들어가 함께 화엄경에 관해 문답하였다. 화엄경의 오묘한 뜻을 논함에 있어 깊숙하고 은밀한 부분까지도 철저히 해부, 분석하니 가히 청출어람 격이었다.”이렇듯 해동 화엄종의 시조라 하여 그는 의상조사로도 불린다. 삼국유사에 의하면 의상은 원효와 가까웠던 도반이다. 뜻을 같이 해 중국유학길에 오르다 원효는 되돌아오고, 의상은 건너갔다.661년에 산둥반도 끝에 있는 무역항 등주로 들어갔으니 이 때 그의 나이 이미 30대 후반. 오늘날까지 불교의식에서 빼놓지 않고 애송되는 그 유명한 법성게도 바로 의상조사의 창작이다. 화엄경의 심오한 진리를 7언시 30구로 응축시켜 놓았으니 본래 이름은 화엄일승법계도(華嚴一乘法界圖)이다. 의상은 일관되게 실천하는 삶을 살았으니, 철저한 신분제 계급사회인 당대에 거대한 토지와 노비를 거느린 사찰의 영화를 끝내 거부하였다. 그런 그가 세운 가람이 바로 낙산사이다. 설악산의 준수한 줄기가 양양쪽 동해로 흘러 내리다가 빚어낸 오봉산 품안에 넉넉하게 자리잡아 산은 작되 옹골지며, 산세가 수려하여 송림이 우거졌고, 동해를 벗하여 가히 해산(海山)의 격조를 말해 준다. 벼랑 때리는 파도를 벗삼아 잠들고, 다시금 파도 소리에 선잠을 깨는 가람이다. 오봉산은 본디 보타산 낙가산이었으니, 낙산이란 관음보살이 산다는 포타라카(Potalaka)의 음역으로, 낙가산 혹은 낙가로도 불린다. ●당에서 귀국한 의상, 관음 계시로 낙산사 지으니 당에서 귀국한 의상은 온 나라를 주유하며 뜻을 펼칠 마땅한 땅을 찾다가 이곳에 이른다. 해변 석굴에 관음 진신이 산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높이 100자가 넘는 해식 단애의 깎아지른 바위 틈으로 쉴 새 없이 파도가 드나드는 험한 곳. 그곳에서 관음 진신을 만나길 간구했으나 뜻을 못이루자 그대로 바닷물에 몸을 던진다. 마침내 관음이 그 정성에 감복하여 진신은 드러내지 않은 채 수정염주 한 꾸러미를 건냈으며, 동해 용왕도 여의보주 한 알을 내렸다. 그러나 의상은 다시 이렛동안 진심으로 기도하여 마침내 관음을 친견한다. 관음은 의상에게 굴 위 산꼭대기에 쌍죽이 솟아날 것인즉, 그곳에 절을 짓도록 계시한다. 낙산사를 이해하려면 반드시 중국 보타산을 알아야 한다. 관음도량인 보타산은 오대산 문수보살, 아미산 보현보살, 구화산 지장보살 도량과 더불어 중국 불교의 4대 성지다. 바다 가운에 꽃처럼 피어있는 보타산은 상해에서 쾌속선으로 1시간 반, 항주 이남의 영파에서는 4시간이 걸리는 곳이다. 불긍거관음원(不肯去觀音院)은 보타산의 여러 사원 가운데 중심이며, 조음동사원은 우리 낙산사와 주위 경관이나 지형이 너무도 흡사하다. 동해 일출의 관해지인 의상대와 바닷물이 절벽 아래까지 밀려들어와 절벽을 치며 동굴에서 파도를 일으키는 홍련암 관음굴이 너무 비슷해 하나의 의문이 풀린다. 의상이 일찍이 중국 보타산을 순례하고 그곳 지형과 거의 흡사한 동해안에서 바다로 돌출한 해식 동굴을 찾아내 그 위에 건물을 올렸던 것이 다양한 연기설화로 전해진 것은 아닐까. 그동안 불긍거관음원을 세운 유래를 불조통기(佛祖統記)란 자료를 통해 일본 승려 혜악(慧鍔)선사와 관련지어 설명하는 학설이 주류였으나, 신라 상인들이 지었다는 설이 강력하게 대두되고 있다. 북송 말 서긍은 고려도경(1124)에서 “석교의 산록 위에 양무제가 세운 보타원이 있고, 전각 안에는 영험한 관음상이 있다. 옛날에 신라 상인이 오대산에 갔다가 그 불상을 조성해 싣고 본국으로 돌아가려 했다. 바다로 나아갔으나 배가 암초에 걸려 더 나아가지 아니하므로 관음상을 바위 위에 내려 놓았다. 관음원의 승려 조악이 전각 안으로 모셨더니 해상으로 왕래하는 이들이 반드시 나아가 기도하매 감응하지 않음이 없었다.”고 적었다. 글은 보타산이 관음보살의 주도량이며, 항해를 위한 기도도량으로 조성된 사실을 알려준다. 실제로 관음원 앞바다에는 신라초(新羅礁)로 불리는 조그마한 암초까지 남아 있다. 의상을 비롯한 많은 고승들의 중국유학, 보타산과 비교되는 낙산사, 그리고 보타산의 신라인 흔적은 해로를 통한 중국과의 왕성한 교류를 잘 암시한다. ●중국 보타산과 주위경관·지형 흡사 낙산사에는 관음과 얽힌 여러 설화들이 전해진다. 삼국유사를 보면 원효 역시 낙산의 관음 참배에 나선다. 낙산 근처에서 흰옷 입은 여인이 벼를 베기에 원효가 다가가 장난삼아 벼를 달라고 하니 여인은 벼가 흉작이라 줄 수 없다고 답한다. 다리에 이르니 한 여인이 서답을 빨고 있기에 마실 물 좀 달라고 청하니 서답 빨던 더러운 물을 주는지라 원효는 냇물을 새로 떠마셨다. 그랬더니 들판의 소나무 위에서 파랑새 한 마리가 “휴제호와상아”라고 말하는데, 모습은 보이지 않고 소나무 밑에 짚신 한 짝만 남아 있었다. 절에 이르러 보니 관음상 아래에 방금 전에 보았던 짚신이 한 짝 있음을 보고서야 자신이 만난 여인이 관음임을 깨닫는다. 원효가 다시 암굴에 들어가 관음 진신을 보고자 했으나 풍랑이 크게 일어나 들어가지도 못한 채 낙산을 떠나야 했다. 원효의 관음 친견까지 더해 관음도량 낙산사의 격을 한층 높이는 설화다. 관음의 주장처이면서도 정작 낙산사는 늘 편치가 않았다. 고려시대 몽골군의 침략으로 초토화되어 관음상도 부서진다. 오대산에 자주 나다니던 세조는 원통전 석탑을 7층으로 늘리고 중창 불사를 단행한다. 그로부터 20년 뒤(1485)에 낙산사를 찾은 남효온의 유금강산기(遊金剛山記)를 보면, 그 때까지는 의상이 만들었다는 관음소상이 관음전에 안치돼 있었고, 관음굴에는 파도가 돌을 쳐대는 전각도 있었으며, 그 시대에도 낙산 일출의 장관을 보려는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것 같다. 관동팔경의 하나인 낙산일출은 이미 조선시대부터 유명세를 치렀으니 최소한 600년이 넘는 전통이다. ●여러번 화마에 휩싸였던 낙산사 또 ‘고통’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으면서 절은 다시 무너진다. 광해 11년(1619)에 관음굴을 중건하며, 인조 9년(1631)에 재건하여 어느 정도 복원된다. 그 모습은 겸재 정선이 힘찬 필치로 그린 낙산사와 관음굴에 잘 남아 있다. 이후 낙산사는 중건을 거듭하며 1925년에는 의상대까지 세워 동해 일출의 적지로 자리매김한다. 그러나 삼팔선 근역에 위치, 한국전쟁의 격전지가 되면서 다시금 금석물과 원통전 앞 원문을 제외한 모든 당우가 불타버린다. 불자들이 가장 많이 찾아오는 고려시대 불상인 건칠관음보살좌상(보물362호)을 모신 원통보전도 전쟁 이후 새로 세운 것이다. 연꽃을 타고 바다를 건너는 관음이니, 낙산사 홍련암이란 검푸른 동해에 떠있는 붉은 연꽃, 즉 관음의 분신이렸다. 홍련암 마루바닥에는 10㎝ 가량의 구멍이 있어 파도가 들이치는 모습이 한 여름에도 전율을 느끼게 한다. 해일이 몰아쳐서 집채만한 파도가 몰아쳐도 홍련암만큼은 버텨 왔다. 의상이 관음을 친견하고 동해 용왕이 여의주를 내린 장소로 손색이 없다. 이상하게도 벼랑 위에 위태롭게 세운 홍련암은 온갖 병화에도 끄떡없다. 그것 또한 관음의 원력은 아닐런지. 그러나 이 모든 게 이번 산불로 다시 잿더미가 되고 말았으니 낙산사는 본디 애초의 출발지였던 관음굴로 되돌아 간 셈이다. 원통보전은 물론이고 해수관음을 상징하던 보타루도 사라졌다. 한가롭게 바다를 굽어보며 차를 마시던 솔숲이 흉물스럽게 그을렸다. 바닷가 홍련암 요사채도 사라지고 관음굴만이 화마를 피했으니 본디 낙산사의 원점으로 회귀한 폭이다. 붉은 장송이 하늘을 가린 아름다운 솔밭길을 올라가면 해수관음상이 있는 신선봉이 나오는데, 그 솔밭도 그만 타버렸다.1977년에 700여t의 돌을 들여 높이 16m로 세운 해수관음만이 남아있어 먼 동해를 굽어보며 서있을 뿐이다. 관음보살이 중생들의 원력을 시험하려고 하심인가. ●집채만한 파도 몰아쳐도 버텨온 홍련암 죽어 자빠진 소나무의 몰골들이 귀신을 부를 것만 같은데 화마가 훑고 갔어도 낙산의 일출만은 어제와 다를 바 없으니, 그 아름다운 관해의 1번지를 모두의 공력으로 다시 세울 일이다. 관해의 명당이어서 만은아니다. 역사적으로나, 규모로나 동해안 사찰의 태두 격인 낙산사의 화마 소식에 실로 안타까운 헌사를 바치지 않을 수 없다. 삶의 덧없음을 갈파한 낙산사 조신설화처럼 사람의 인생뿐 아니라 말 못하는 문화유산도 덧없는 것이런가. 아름다운 원장(垣墻)이 처참하게 불에 그을린 채 동해를 굽어보는 모습이 참으로 안쓰럽고 민망하다.
  • [Doctor & Disease] 나누리병원장 장일태 박사

    [Doctor & Disease] 나누리병원장 장일태 박사

    “혹시 최근 개봉된 영화 ‘밀리언달러 베이비’ 보셨나요? 여주인공 매기가 목을 다쳐 마침내 생을 접는데, 그를 죽음에 이르게 한 원인이 바로 경추, 즉 목뼈 골절입니다. 이렇듯 목뼈는 다른 척추와 달라 한번 손상되면 회복이 어렵고 치명적입니다.” 의술의 본령을 ‘베풀고 나눔’이라고 믿는, 그래서 주변에 항상 ‘사는 일이 힘겨운’ 환자들이 넘쳐나고, 그들의 소생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다는 척추 및 관절 전문병원인 나누리병원장 장일태(48) 박사. 그를 만나 흔히 가볍게 여기다가 곤욕을 치르기 십상인 목디스크를 두고 얘기를 나눴다. 먼저, 목디스크가 어떤 질환인지 설명해 달라. -우리의 목을 이루는 경추는 7개의 뼈로 이뤄져 있는데, 이게 사고나 노화, 나쁜 자세의 습관화 등으로 손상을 입은 경우를 말한다. 손상은 뼈와 뼈 사이의 디스크에 오거나 뼈 자체 혹은 인대, 근육 등에 오기도 한다. 목디스크는 어떻게 구분하나. -염좌는 물론 목디스크라고 부르는 디스크탈출증 등 척추에 보이는 일반적 질환이 유사하게 나타난다. 보통은 질환의 원인에 따라 디스크가 손상을 입거나 삐져나오는 연성디스크, 노화로 뼈의 변성이 초래돼 생긴 골극(뼈가시)에 의한 경성디스크로 구분한다. ●목 한쪽만 통증오면 연성디스크 연성 및 경성디스크의 특성은 무엇인가. -디스크가 돌출해 생기는 연성은 통증을 느끼는 기간이 비교적 짧고, 목의 한쪽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으며 주로 20∼30대에 나타난다. 이에 비해 퇴행성으로 50∼60대에 많은 경성은 통증이 서서히, 오래 지속되며 목 양쪽에 통증이 오는 것이 특징이다. 각 유형의 원인은 무엇인가. -경성은 주로 노화에 의한 것이고, 연성은 교통사고 등 외상이나 거북이처럼 목을 빼는 나쁜 자세로 오랫동안 모니터를 응시하는 인터넷 습관 등이 문제가 된다. 가장 심각한 원인은 컴퓨터다. 인터넷 강국이 곧 척추질환 강국이라는 지적이 틀리지 않다. 장 박사는 “예전에 비해 최근에는 환자 절대수가 늘었고, 특히 연성디스크 환자의 대부분이 젊은 층입니다. 원인을 보면 교통사고 등 외상에 의한 환자보다 컴퓨터 때문에 소위 ‘거북목 증후군’을 보이거나 여기에서 목디스크로 발전한 환자가 훨씬 많습니다. 각 가정의 소파문화도 문젭니다. 소파 팔걸이에 목을 걸치고 눕는 자세 때문에 목디스크를 초래한 환자도 적지 않거든요.” ●컴퓨터 강국이 척추질환 강국 증가 추세는 어느 정도인가. -예전에는 돌발사고가 아니면 목디스크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흔치 않았다. 그러나 요즘에는 우리 병원의 경우 환자 10명 중 2명은 목이 문제가 된 경우이며, 갈수록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추세에서 최근의 시대상을 읽을 수도 있을텐데…. -확실히 목디스크 발병률은 문명화에 비례한다. 인터넷은 물론 텔레비전, 나쁜 자세의 독서 등이 모두 문제다. 목디스크는 어떻게 진단하나. -가장 중요한 증상은 목 부위의 통증이나 동작의 제한으로, 어떤 경우든 의사의 검진이 중요하다. 일단 환자의 증상을 파악한 뒤 X-레이와 MRI(자기공명영상)로 병소와 상태를 모두 파악한 뒤 치료방법을 결정한다.CT(컴퓨터 단층촬영)는 척추질환 진단에는 유효하지만 뼈가 조밀한 목의 경우 MRI가 더 효과적이다. ●4~6주 물리치료후 수술여부 판단 치료는 어떻게 하나. -목디스크의 경우 치료의 목표는 통증의 해소에 둔다. 그래서 디스크가 많이 돌출했어도 통증이 나타나지 않으면 수술을 최대한 억제하되 상태는 중하지 않아도 환자가 심한 통증을 느끼면 수술로 통증을 없애는 게 좋다고 본다. 대부분의 경우 일단 4∼6주 정도는 약물과 함께 견인치료 등 물리치료를 적용하며, 여기에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수술을 검토한다. ●1시간 5~10분씩 반대동작으로 풀어야 목디스크도 조기발견과 치료가 중요한가. -그렇다. 초기라면 가벼운 물리치료나 약물로 증상을 개선할 수 있는 것도 치료시기를 놓쳐 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점에서 1주일 이상 통증을 느낀다면 병원을 찾아 검진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장 박사는 거듭 바른 자세의 생활화와 바른 자세의 중요성을 알리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오랫동안 한 쪽으로 치우치는 자세입니다. 이런 경우 적어도 1시간에 5∼10분 정도는 그 동작과 반대되는 동작을 취해 경추에 피로가 누적되지 않도록 해줘야 합니다.” 의료보험 등 우리나라의 의료제도가 통제 위주여서 향후 의료시장 개방에 대응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만큼 외국의 선진 치료기술이나 시스템 도입에 더욱 전향적인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그는 현재의 보건정책의 문제도 짚었다.“예컨대 일선 보건소에서 위 내시경, 골다공증 검사는 물론 물리치료까지 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게 모두 기존 병원과 중복되는 일들입니다. 국가 보건정책이 방향을 잃고 있는거죠. 보건소는 당연히 기존 의료시스템이 감당하기 어려운 기본접종이나 특정 질병교육, 운동교육 등의 분야에 집중해 기능의 중복을 막고 다양성을 갖도록 이끌어야 옳지 않겠습니까?” 글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사진 강성남기자 snk@seoul.co.kr ■ 장일태 박사는 ▲고려대의대 및 대학원(박사)▲미국의사자격(ECFMG) 취득▲Clinic Arago,Paris,Dr.Philitte Lapresle 연수▲CENTER Des Massues,Lyon,Dr.PierreRoussouly 연수▲유럽척추외과학회 정회원▲세란병원 신경외과 과장 및 진료부원장 역임▲고려대의대 및 이화여대의대 외래교수▲국내 최초로 골시멘트 시술▲‘굿바이 허리병’ 등 저술▲현, 척추·관절전문 나누리병원장.
  • [日 역사 ‘날조’] 역사왜곡내용 항목별 분석

    [日 역사 ‘날조’] 역사왜곡내용 항목별 분석

    중국의 일부로 역사가 시작된, 근본이 박약한 나라…고대 일본도 일찌감치 지배권을 가졌던 나라…그래서 이웃에서 맘대로 깔아뭉개도 거리낄 게 없는 나라….5일 일본 정부의 검정을 통과한 왜곡교과서로 배울 경우, 일본 학생들은 ‘한국=뿌리부터 열등한 나라’라는 편견을 불가항력적으로 주입받게 된다. 그만큼 2005년판 교과서의 왜곡 수준은 가히 가학적이다. 특히 후소샤를 비롯한 출판사와 일본 정부측은 현행 2001년판을 일부 개선시키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보다 교묘하고 지능적인 방법으로 왜곡을 가함으로써 ‘사기(詐欺)성’의 극치와 함께 개전의 정이 전무함을 보여줬다. ●대방군 항목 신설 후소샤의 역사교과서는 2005년판에 ‘대방군은 중국의 왕조가 조선반도에 설치한 군으로 현재의 서울 근처’라는 내용을 추가했다. 2001년판에는 없는 것이다. 현재 한국학계에서는 일반적으로 대방군을 황해도 일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방군이 서울 근처에 있었다는 것은 일본 학계 일부의 소수학설에 불과한 데도 이를 굳이 채택한 것이다. 결국 한국의 역사가 중국이 설치한 군현에서 시작했음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를 가진 전형적인 개악(改惡) 사례다. ●임나일본부설 유지 숱하게 논란이 돼 온 임나일본부설에 대해 좀처럼 수정을 가하지 않는 후안무치가 또 반복됐다. 후소샤의 2005년판은 2001년판의 ‘야마토 조정은 반도 남부의 임나라는 곳에 거점을 두었다고 생각된다.’라고 한 내용을 그대로 채용했다. 오히려 검정신청본에서는 ‘신라의 대두와 임나의 멸망’이란 제목으로 별도의 소항목을 새로 설정함으로써 임나일본부설을 보강하고 있다. 그런데도 일본 문부과학성은 아무런 지적을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한반도 남부에 임나를 표기한 지도를 그대로 방치했다. 도쿄서적과 일본서적신사의 검정본에도 같은 지도가 있다. 일본학계에서도 인정하지 않고 있는 임나일본부설을 사실상 일본정부가 나서서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결국 대방군과 임나일본부설에 입각한다면 한반도 북부는 중국이, 남부는 왜(倭)가 각각 지배한 역사로 학생들에게 각인될 우려가 높다. ●조선 자주성 격하 후소샤는 조선이 ‘중국의 복속국’이라는 표현을 2001년판에서 ‘중국의 강력한 정치적 영향하에 있었던’이란 문구로 약간 개선시켰었다. 이번에는 다시 ‘중국의 조공국’으로 개악했다. 조선의 자주성을 부정하고 자국의 우월성을 자랑하기 위해 이웃나라를 폄하하려는 파렴치한 유혹을 도저히 떨칠 수 없는 모양이다.2005년판에서는 곳곳에 조공이란 단어가 유달리 많이 나온다. 복속국이란 표현을 대체할 만한 단어가 조공이라고 판단한 듯하다. ●한반도 위협설 유지 후소샤의 2005년판은 ‘이 일본을 향하여 대륙에서 한 개의 팔뚝과 같이 조선반도가 돌출되어 있다.’고 기술한 2001년판의 ‘한반도 흉기론’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일본의 안전을 위해 다른 나라를 침략하고 지배해도 좋다는 역사인식을 학생들에게 심어줄 우려가 아주 높다. ●한일합방 미화 후소샤 2005년판은 ‘일본은 조선의 개국 후 그 근대화를 돕기 위해’라는 표현을 없앤 대신 ‘조선의 근대화와 일본’이라는 제목으로 별도 항목을 새로 만들었다. 내용을 순화시키는 척하면서 대신 제목과 편집으로 더욱 큰 효과를 노리는 지능적인 수법이다. ‘일본 정부는 한국 병합이 일본의 안전과 만주의 권익을 방위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는 표현도 사라지지 않았다. 한국을 수탈하고자 한 침략 의도를 왜곡하는 한편,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이웃나라를 식민지화할 수도 있다는 위험한 역사의식을 학생들에게 주입시키려는 의도다. 또 후소샤는 물론 도쿄서적 등 모든 교과서에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언급이 전혀 언급되지 않고 있는 것도 양심의 한계를 보여주는 부분이다. ●독도 왜곡 2005년 공민교과서의 독도 관련 검정통과본은 2001년판에 비해서뿐 아니라,2005년 검정신청본에 비해서도 왜곡의 정도가 심한 기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가장 극우적이라는 후소샤 교과서의 경우 신청본보다 검정본의 표현이 훨씬 강한 내용으로 드러나, 의혹을 부르고 있다. 그나마 양심적인 출판사로 평가되는 일본서적신사까지 지리교과서의 검정통과본에 독도를 일본의 영해로 명시한 지도를 실었다. 이는 일본 문부과학성이 검정제도를 악용해 독도가 일본의 고유영토임을 기술토록 민간에 요구했다고밖에 해석할 도리가 없다. 시마네현 독도 조례 제정에 대해 지방정부의 일이라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대꾸했던 일본 정부의 논리가 거짓이었음이 사실상 확인된 셈이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무슨소리? 盧대통령 야스쿠니 말했다

    무슨소리? 盧대통령 야스쿠니 말했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마치무라 노부타카 일본 외상이 ‘정상회담에선 신사참배 문제가 거론되지 않았다.’고 한 것과 관련,31일 “사실 관계부터 전혀 잘못된 얘기”라고 반박했다. 반 장관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지난해 말 이부스키 정상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고이즈미 일본 총리에게 분명히 야스쿠니 관련 언급을 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마치무라 외상은 30일 일본 중의원 외무위원회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국민에게 드리는 글’에서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력히 비판한 데 대해 “정상끼리 무릎을 맞댔을 때는 말하지 않고 이런 형식으로 표현한 것은 대단히 아쉬운(殘念) 마음”이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이에 이규형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공식 논평을 내고 “사실과 다른 마치무라 외상의 발언도 심히 유감스럽지만, 특히 양국 정상간 비공개로 오간 대화 내용을 근거로 발언한 것은 더욱 적절하지 못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외교부의 한 당국자는 “지난해 이부스키 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가급적이면 돌출발언과 같은 사고가 없기를 희망하며 일본이 역사교과서나 신사참배 등에서 결단을 내리면 해결이 쉬워질 것’이라며 관련 발언을 했을 때 마치무라 외상이 배석했었다.”고 확인했다. 이지운기자 jj@seoul.co.kr
  • [월드이슈-지진공포 확산] 인도양 1~5년내 또 ‘쓰나미’ 가능성

    [월드이슈-지진공포 확산] 인도양 1~5년내 또 ‘쓰나미’ 가능성

    불과 몇 분 사이에 교량과 건물 대부분을 파괴하는 리히터 규모 8.0 이상의 강진과 그로부터 수시간 후 발생하는 지진해일(쓰나미)로 인해 소중한 인명과 재산이 순식간에 사라질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더욱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해 말 지진해일로 30만명 이상이 희생된 지 불과 석 달 만인 지난 28일 이에 필적할 규모의 지진이 발생, 대재앙을 예고하는 시계 초침이 더욱 빨리 움직이는 느낌이다. ●빨라지는 재앙 시계의 초침 지난 28일과 같은 규모의 지진은 20세기 여섯 차례 발생에 그쳤다. 그 중 네 차례는 러시아 캄차카반도에서 알류샨 열도를 거쳐 알래스카로 이어지는 지각의 경계지역에서 일어났다. 인구 밀집지역이 아니어서 인명 피해는 적었다. 지진이 잦기로 유명한 일본 열도와 아메리카 대륙의 태평양 연안에서도 이처럼 강력한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적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런데 이번 세기 들어 벌써 두 차례, 그것도 160㎞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3개월 간격으로 규모 8.7 이상의 강진이 일어났다는 것은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예일대 지질학자 제프리 박은 “누구도 이렇게 짧은 시간에 지난해 말 지진의 여진이 이렇게 강력한 규모로 올지 몰랐다.”고 경악했다. 이 일대에서 지난 1861년 강진때 발생한 압력이 지난해 말 분출됐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140년을 기다려온 힘의 압축이 있은 뒤 3개월 만에 또 다른 힘이 이를 메우기 위해 분출됐다는 설명이다. 1971년 캘리포니아 지진이 94년 같은 주의 노스리지 지진으로 이어지는 데 23년이 걸렸다.1990년 6월 이란 지진은 2003년 12월 2만 6000여명이 희생된 밤시(市) 참사를 불러왔다. 인도의 1993년 9월 지진은 1만 3000명이 숨진 2001년 1월 지진으로 이어졌다. 이번 인도양 지진은 6분30초∼8분30초 동안 지속돼 일반적으로 지진이 3분을 넘기지 않는다는 통념을 무너뜨렸다는 것도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3분 넘지않던 지진 8분대로 길어져 이번 지진을 2주 전에 예측해 화제를 모았던 영국 지질학자 존 매클로스키는 어떻게 규모 7.5대 지진의 도래를 경고할 수 있었을까. 그는 1998년 터키 지진 이후 아나톨리아 단층에 얹혀진 과잉압력을 측정,1년6개월 후 발생한 규모 7.4의 강진을 예측한 사례를 따랐다고 밝혔다. 매클로스키는 지난번 쓰나미때 좁게 돌출된 버마판이 인도·호주·순다판에 밀려 파열됐다가 이를 원상회복하는 과정이 진행 중이며 그 연장선에서 지진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또 과거 1500년 동안 일본 동남부에서 일어난 대지진 가운데 5개는 5년 안에 여진이 일어났고 2개는 1년도 안돼 유사한 규모의 지진이 일어난 전례를 들었다. 결론적으로 그는 “1∼5년 안에 대형 쓰나미가 일어날 가능성은 상존한다.”고 경고했다. 어느 지역보다 안다만∼수마트라 일대를 염두에 둔 것이다. 특히 수마트라 연안의 침강이 오랜 기간 지속됐고 비교적 취약한 두 개의 오세아니아 활성 단층이 위아래에서 압박해 왔다는 것이 이런 분석에 힘을 실었다. 인도양 일대 지진활동이 1990년대 말부터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도 압축된 힘이 분출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는 방증이다. ●예측자료 축적·경보제 두마리토끼 잡아야 현재의 과학기술로는 대재앙이 언제 어느 지역에 닥칠 것인지 예측하기 매우 힘들다. 통신·전기·가스 등이 밀집된 도시나 원자력 발전소, 방사능폐기물 처분장 등이 들어선 해안 지역에 재앙이 덮칠 경우 그 피해는 끔찍한 수준이 될 것이다. 미 지질조사국(USGS) 데이비드 오펜하이머는 “이번 지진에 해일이 동반되지 않은 것은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말보다 심해에서 지진이 발생했고 단층의 운동 방향이 동서가 아니라 남쪽으로 진행된 덕분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지난해 말과 같은 지진해일은 언제든 다시 올 수 있다는 주장이다. 지각판 안쪽에 자리하고 있어 지금까지 안전지대로 분류돼온 한반도도 지난달 20일 일본 후쿠오카에서 규모 6.6의 지진이 엄습했을 때 부산 경남지방까지 심하게 흔들려 장담할 수 없는 지경이 됐다. 지진 안전지대였던 한국조차 외국 자료에 의존하지 않고 지역 특성에 맞는 독자적인 자료를 축적하면서 동시에 신속하고도 효과적인 경보 시스템과 구호체계를 구축해야 하는 이중 과제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문답으로 알아본 지진해일 미국의 지질조사국(USGS)은 웹사이트에서 지진과 지진해일 즉 쓰나미에 대한 궁금증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요약했다. 다음은 주요 내용. 지진 뒤에는 여진이 따르는가. -여진의 시기와 규모를 예측할 수 없다. 여진이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여진의 강도는 시간이 흐를수록 약해진다. 지난해 말 리히터 규모 9.3의 인도네시아 지진 이후 이 지역에선 규모 6이상의 여진이 13차례나 관측됐다. 쓰나미를 일으키는 요인은. -무엇보다 지진의 강도다. 지층이 옆으로 미끄러지는 ‘수평단층’ 지진보다 위아래로 어긋나는 ‘수직단층’ 지진이 해일을 일으킨다. 또한 깊은 바다보다 얕은 바다에서의 지진을 쓰나미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규모 6.5 이하는 지진해일을 일으키지 않는다. 규모 6.5∼7.5는 지진해일을 유발하지만 파괴적이진 않다. 규모 7.6∼7.8은 진앙지 근처에서만 위험한 지진해일을 일으킨다.7.9 이상의 지진은 광범위한 해일을 일으킬 수 있다. 대형 지진을 예측할 조짐은. -앞서 지진이 잦다는 것이다. 지난 10년 사이 인도네시아 주변 인도양에선 규모 5.5 이상의 지진이 40차례나 발생했다.2002년 이후에는 20차례가 넘는다. 지진을 일으키는 단층 크기는. -길이는 최대 1200∼1300㎞에 이르고 진앙지에 직각을 이루는 지점의 너비는 100㎞ 이상 돼야 한다. 어긋난 단층의 규모는 20m 정도이고 지진으로 인해 오르내린 해저 표면의 높낮이는 10m에 이른다. 지난해 말 수마트라섬 지진의 강도는.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 2만 3000개에 버금간다. 지진이 지속되는 기간은. -단층간 괴리 현상과 이를 느끼는 기간은 보통 3∼4분간이다. 지구의 자전에 미치는 영향은. -미 항공우주국(NASA)의 과학자들은 거의 없다고 말한다. 고작해야 낮의 길이가 100만분의 2초 정도 짧아졌다고 한다. 지진해일 경고 시스템은. -하와이에 태평양쓰나미경보센터(PTWC)가 있으나 인도양에는 없다. 이 지역에서의 지진 사례는. -1900년 이래 규모가 가장 컸던 지진은 2000년 수마트라섬 남부에서 관측된 규모 7.9다.1797년에 규모 8.4,1833년에 규모 8.7의 지진이 일어났다. 약 230년마다 한 쌍의 대규모 지진이 일어난다는 통계학적 정설이 있다. 지진이 화산 폭발을 일으키는가. -연관성은 논란거리다. 다만 지진 이후 용암이 아닌 진흙을 내뿜는 이화산(泥火山)이 폭발한 경우는 많다. 이번 지진에서도 일부 목격됐다. 주로 유전지대의 화산에서 나타난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경보시스템 어떻게 돼가나 지진해일(쓰나미)의 피해가 잇따르면서 경보 시스템의 필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국제적 시스템 구축은 빨라야 내년 중반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쓰나미 경보 시스템이 잘 갖춰진 태평양 지역과 달리 지역 전체를 관할하는 경보 시스템이 없는 인도양 국가들은 개별 국가 차원의 경보 시스템 도입도 서두르고 있다. 이번에 인도네시아에서 발생한 지진 정보를 관련 국가들에 제공한 것도 하와이 호놀룰루에 있는 태평양 쓰나미경보센터(PTWC)였다. 일본, 하와이, 프랑스령 폴리네시아, 알래스카, 남미 연안 등에 이르는 태평양 지역은 1949년에 설립된 이 센터로부터 쓰나미 정보를 제공받고 있다. 유엔은 지역 차원의 경보 시스템이 없는 인도양에 2006년 중반까지 경보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국제적인 협력을 조율하며 사업을 진척시키고 있다. 지난 1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10개국 등 19개국과 유엔 등 국제기구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자카르타에서 열린 ‘긴급 구호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내용에 따른 것이다.AP통신은 일부 경보 장비들이 설치됐다고 전했다. 인도양의 쓰나미뿐만 아니라 세계적 차원에서 공동으로 자연재해에 대처하기 위한 조기경보 시스템을 도입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영국 정부 자문기관인 ‘자연재해 실무그룹 위원회’는 1400억원에서 2800억원가량이 소요되는 국제적인 재해 조기경보 시스템 구축을 권고했다고 최근 영국 일간 더 타임스가 보도했다. 이같은 권고안은 오는 7월 열리는 G8 정상회담에서 의장국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가 제안할 예정이다. ●印尼, 지진계25개·GPS10개 설치 쓰나미 때문에 엄청난 피해를 입은 인도양 국가들은 개별 국가 차원의 경보 시스템 도입도 서두르고 있다. 가장 큰 인적·물적 피해를 입은 인도네시아는 610억원가량을 투입해 오는 10월부터 쓰나미 경보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2008년 완공 목표지만 우선적으로 25개의 지진계와 10개의 위성위치정보시스템(GPS)을 설치할 예정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독일 과학기술자들을 참여시켜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도는 312억원을 들여 2007년 9월 가동을 목표로 경보 시스템을 설치할 계획이다. 인도 정부는 이번에 설치하는 경보 시스템이 태평양 쓰나미 경보센터의 시스템보다 성능이 뛰어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태국, 새경보시스템 주내 가동 태국은 경보 시스템 도입 준비를 마친 상태다. 탁신 친나왓 총리는 지난 29일 “주요 언론사와 통신망에 연결된 쓰나미 경보 시스템이 1주일 내에 가동될 것”이라고 밝혔다. 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 신도시 1인당 공원면적 3평 넘어야

    앞으로 개발되는 신도시는 1인당 공원면적이 최소 10㎡(3.03평) 이상 돼야 한다. 또 300만평이 넘는 신도시에는 납골당이나 쓰레기소각장, 하수처리장을 자체시설로 갖춰야 한다. 건설교통부는 이같은 내용의 ‘신도시 계획기준’을 이달 중 확정, 다음달부터 시행할 계획이라고 28일 밝혔다. 이 기준은 오는 11월 아파트 분양예정인 판교신도시에도 적용된다. 이 기준은 우선 주요 경관지대에 20∼30m의 녹지대를 조성해 신도시 녹지면적을 전체 도시면적의 평균 25% 정도로 늘리고, 녹지에 포함돼 있는 공원면적도 1인당 최소 10㎡ 이상 확보토록 규정했다. 이는 일반 국내도시 1인당 공원면적(4.8㎡·1.45평)의 배를 넘는 수준이다. 분당의 경우 1인당 공원면적은 6.8㎡(2.06평)이다. 계획기준은 이와 함께 300만평이 넘는 신도시에는 납골당과 하수처리장, 쓰레기처리시설 등을 의무적으로 설치토록 해 혐오시설을 둘러싼 인근 주민들간 갈등을 사전에 방지토록 했다. 100만∼300만평 규모의 신도시도 도시별 여건과 인근 도시의 처리용량 등을 고려해 적정규모의 혐오시설을 갖춰야 한다. 무질서한 간판으로 인한 도시미관 훼손을 막기 위해 세로형 간판은 허용하지 않고 가로형 간판은 업소당 1개만, 돌출형 간판은 4층 이상 건물에만 각각 통일된 형태로 설치토록 했다. 기준은 이외에 이면도로 속도제한, 풍력 등 자연친화적 에너지원 활용 등의 방안도 담고 있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사설] 대통령 메시지 일관성 있어야

    외교관들에 따르면 역대 집권자 중 노태우 전 대통령이 대외활동에서 정해진 의전을 가장 잘 따랐다고 한다. 뒤를 이은 김영삼(YS) 전 대통령은 ‘담판외교’라는 용어를 만들어 냈다. 참모진이 사전에 짜놓은 내용을 무시하고 심대한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외교적 언급을 불쑥 하곤 했다. 정상회담 자리에서도 상대국과 미리 조율되지 않은 발언을 자주 함으로써 직업 외교관들을 긴장시켰다. 노무현 대통령은 ‘YS형’이다. 돌출식 외교로는 얻을 게 없다는 일각의 지적이 있지만 검증되지 않은 주장이다. 외교관들은 분쟁 격화를 피하려 한다. 논란없이 국익을 극대화하면 좋겠으나 냉엄한 국제사회에서 어림없는 일이다. 적당한 긴장·갈등은 필요하다. 외교관들의 관점을 넘어 대통령이 승부사 기질을 보여야 할 때가 있는 것이다. 노 대통령이 독도 등과 관련, 일본에 강경비난을 퍼부은 뒤 대내외 파장이 엄청나자 수위조절을 하는 느낌이다.“외교전쟁을 하겠다는 의미는 아니었다.”고 진화를 시도했다. 국민들은 국가통치권자가 직접 일본을 몰아붙일 때는 제2, 제3의 후속조치가 마련됐다고 믿는다. 경제가 어려워지더라도 일본의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며 기개를 곧추세운 국민들도 많았을 것이다. 그런데 “언론이 조금 앞서 나갔다.”고 얘기하는 것은 무책임해 보인다.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자칫 일본에 ‘국내용이 맞구나.’라는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 YS의 정상외교는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함께 이룬 나라의 자존심 발현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그러나 북핵 문제에 이어 IMF 경제위기를 맞으면서 그런 장점은 날아가버렸다. 노 대통령과 외교참모들은 YS사례를 철저히 연구해 반면교사로 삼기 바란다. 우리는 YS의 실패원인을 사전준비 미흡과 일관성 결여 탓이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의 외교 승부수에 앞서 청와대·내각이 모두 참여하는 내부토론이 필수적이며, 승부수가 던져지면 정교한 실행 프로그램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 문희상 輪禍·유시민 당비논란…與경선 2대변수

    문희상 輪禍·유시민 당비논란…與경선 2대변수

    열린우리당 의장 경선이 21일 중반에 접어들면서 두 가지 변수가 돌출했다.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는 문희상 후보는 20일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했고, 문 후보를 바짝 뒤쫓고 있는 유시민 후보는 당비를 체납했다가 뒤늦게 납부한 것이 알려지면서 도덕성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곤혹스러운 유시민 후보 유 후보는 이날 부산MBC 합동토론회에서 “열린우리당 당원으로 많이 가입하라. 당비는 월 2000원”이라며 “이제부터 나는 열린우리당 ‘왕삐끼’”라고 자신을 규정했다. ‘왕삐끼’를 자임한 유 후보는 그러나 5개월치 밀린 당비 700만원을 지난 17일 뒤늦게 납부한 것으로 밝혀져 도덕성 시비에 휘말렸다. 당비를 납부하는 기간당원 육성은 유 후보가 강력히 주장해 온 사안이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일부에서는 현재 당헌당규상 당비를 3개월 이상 납부하지 않을 경우 기간당원의 자격이 박탈된다는 점을 들어 후보자격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미납 논란은 인천의 한 당원이 당 게시판에 “8명의 후보는 당비납부 내역을 공개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비롯됐다. 유 후보만 공개를 미루다가 17일 미납당비를 뒤늦게 납부한 뒤 18일 게시판에 소명했다. 유 후보측의 보도자료에 의하면 체납은 지난해 2월과 4월 각 200만원과 8월·9월·10월 각 100만원 등 700만원이었다. ●중앙당 “당비 독촉 등기서류 있다” 논란이 발생하자 유 후보는 부산 현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당비 미납은 중앙당에 납부하던 것을 도당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생긴 착오”라며 “그동안 납부를 독촉받은 적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중앙당 관계자는 “2차례 등기까지 보낸 서류를 갖고 있다.”고 유 후보의 ‘착오’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직책 당비가 미납될 경우 한달에 1∼2회 의원회관으로 편지를 보내고 등기도 보낸다.”면서 유 후보측의 주장을 일축했다. 특히 “우체국에서 등기 관련 서류를 확보했다.”면서 논란이 확산되면 열람시킬 용의가 있음을 알렸다. 한편 최규성 사무처장은 “유 후보의 기간당원과 피선거권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불안한 문희상 후보 부산 동아대 병원에 발이 묶인 문희상 후보측은 “1등을 달리다가 선거운동을 못 하게 되니 불안하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이날 오전·오후 두 차례나 국회 중앙기자실에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등 ‘호소작전’도 병행했다. 교통사고로 동정표가 몰릴 것이라는 긍정적 분석이 있는가 하면, 현장 접촉이 없기 때문에 불리해졌다는 분석이 공존하고 있다. 문 후보측은 “미디어선거인데 3∼5차례 TV토론회에 참석하지 못하면 큰 손실”이라며 “현장에서 설득력 있는 후보의 연설을 대의원들에게 들려줄 수 없고, 다른 후보의 공격에 대처할 수 없기 때문에 참 어렵다.”고 걱정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논술이 술술] 시사 키워드 / 일본의 역사왜곡

    [논술이 술술] 시사 키워드 / 일본의 역사왜곡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파문이 해결되기도 전에 일본이 한국 역사를 더욱 왜곡한 교과서를 펴낼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한·일 외교관계가 냉각되고 있다. 일본의 지배가 조선의 근대화에 기여했다고 식민 통치를 미화한 역사 교과서는 우익계열의 출판사인 후쇼샤(扶桑社)가 검정을 신청했고 결과가 다음달 초 나올 예정이다. 일본 교과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한국사를 왜곡 기술해 왔는데 이번 교과서는 더욱 개악한 내용이다. 특히 새 교과서는 독도의 전경 사진을 추가하고 ‘한국과 영유권을 둘러싸고 대립하고 있는 다케시마’라는 설명을 달고 있어 독도의 영유권까지 간접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독도 문제와 더불어 국민들은 한국 정부가 일본의 역사 왜곡에 대해서 강력히 대응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정·관계 채널을 통해 우려와 유감을 표시하고 일본 정부가 정확한 역사적 인식을 갖고 검정 작업을 해 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일본의 역사왜곡 배경과 과정 일본은 패전 후 천황제를 폐지하고 입헌군주국의 형태를 갖추었으나 일부 우익 지배층은 이에 대한 불만을 품고 황국사관의 부활을 꿈꾸고 시도해 왔다. 황국사관이란 일본이 열등감에서 벗어나고 아시아 각국을 멸시하며 정복 정책을 펴 나가기 위한 바탕이 되는 사관이다. 왕이 태양신의 자손이고 일본이 신의 나라라는, 의도적으로 조성한 이데올로기인 것이다. 1955년 우익 보수 성향의 자민당이 영구적인 집권 체제를 갖춘 뒤 일본의 우익주의는 일부가 아닌 전 국민적인 일본 정권의 이념이 되었다. 일본이 역사 교과서를 제대로 기술하지 않고 있는 것은 이런 배경을 갖고 있다. 처음으로 역사 교과서 문제가 도마에 오른 것은 1982년 교과서 파동 때다. 한국과 중국 정부를 비롯한 각국은 강력하게 항의했고 일본은 일단 후퇴했다. 그러나 일본의 지배층의 우익 성향은 사라지지 않은 채 일본 사회를 계속 이끌고 있고 패권주의와 정복욕을 버리지 않았다.1990년대 들어 우경화·국수주의화 경향은 더 강해져 일본 제국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며 여론 몰이를 하게 됐다. 수상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하며 군국주의 부활에 앞장섰다. ●일본의 한국사 왜곡 사례 일본의 교과서에서 이미 왜곡, 기술되고 있는 역사적 사실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고대 일본이 이미 한반도를 지배했다는 임나일본부설을 날조하고 갑오 농민 봉기나 혁명도 난리 폭동으로 비하했으며 러일 전쟁의 승리가 백인에 대한 승리로 아시아 민중을 위한 것으로 부각시켰다. 특히 을사조약 강요를 완곡하게 표현했다. 또 한국 병합의 합법성을 강변했으며 한국인의 항일 투쟁을 축소 왜곡하고 일제의 징병, 징용과 조선 민족 말살 정책을 축소 은폐했다. 전범 재판의 정당성을 부인했으며 침략 전쟁을 아시아 민족 해방 전쟁으로 정당화했다. 이와 함께 침략 전쟁에서 자행한 만행인 남경 학살 같은 중대 사실의 삭제하거나 축소했다. ●후쇼사 교과서의 왜곡 내용 1. 러일전쟁=러시아가 조선 북부에 군사기지를 건설했고 극동에서 러시아의 군사력을 일본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였다고 기술한 부분은 일본의 단정적 주장이며 근거가 없는 잘못된 해석이다. 일본은 이번에도 러시아 위협론을 강조하며 개전의 책임을 러시아에 떠넘기고 전쟁을 시작하게 된 자국 내부 문제는 일절 거론하지 않았다. 2. 한국병합=‘병합 이후 근대화를 진행했다.’는 주체를 일본에서 조선총독부로 바꿔 구체화했다.2001년 신청본과 검정본에서 볼 수 없었던 ‘근대화’라는 단어를 사용해 조선 침략 사실을 노골적으로 미화했다. 3. 종군위안부 피해여성 =2001년판과 마찬가지로 존재 자체를 부정해 신청본에서조차 싣지 않았다. 4. 강제동원=교과서는 2001년과 마찬가지로 ‘종군 위안부’ 사실 자체를 다루지 않았다.2001년도에 비해 일제 정책들의 강제성을 언급하지도 않았다.‘여러가지 희생이나 고통을 강요하였다.’나 ‘창씨개명이 강제로 사용하게 됐다.’는 내용이 모두 빠져 있다. 5. 대방군=황해도 봉산지역에 있었다는 게 통설인 대방군을 ‘중국 왕조가 조선반도에 설치한 군으로 중심지는 현재 서울 근처’로 설명하고 있다. 한국사가 중국이 설치한 군현에서 시작됐음을 주장하기 위한 의도로 판단된다. 6. 임나일본부설=‘야마토 조정의 외교정책’ 아래 ‘조선반도의 동향과 일본’이라는 제목을 ‘야마토 조정과 동아시아’로 수정하고 소항목으로 ‘백제를 도와 고구려와 싸우다.’를 설정해 일본의 임나 지배와 출병을 확실하게 서술했다. 7. 조선반도와 일본=2001년과 마찬가지로 조선을 ‘일본을 향하여 대륙으로부터 하나의 팔처럼 돌출된 반도’라고 기술했다. 또 ‘조선이 러시아 지배하에 들어가면 일본 방위가 곤란해 조선의 근대화를 원조했다.’는 기술은 전쟁 발발의 책임을 러시아로 떠넘기려는 의도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일본의 이런 왜곡에는 정부와 국민이 함께 나서야 한다. 일본 정부에 역사 왜곡 사례를 정정해주도록 강력히 요청하는 것은 당연하다. 우선 대일 추가 문화개방을 중단하고 진행 중인 협력 관계도 중단하는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 또 국제 회의를 통해 역사왜곡 사실을 알리고 세계 여론에 호소해야 한다. 학계에서는 중국이나 북한과 연계해 일본을 압박해야 한다. 나아가 국내에서는 객관적인 사실(史實)에 대한 연구에 더욱 힘쓰면서 한편으로는 역사교육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손성진 기자 sonsj@seoul.co.kr
  • “휴대폰 되는 땅” 독도사랑 마케팅

    “휴대폰 되는 땅” 독도사랑 마케팅

    ‘아하! 독도 마케팅, 앗! 독도 후폭풍’ 독도 지키기가 전국민의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기업들도 연일 ‘내사랑 독도’를 부르짖고 있다. 국민 정서에 호응할 수 있는 데다 기업이미지 개선, 소비 진작 등으로 유도하기 위해서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독도는 우리땅’ 등의 관련 상품들이 잇따라 출시되거나 독도를 테마로 한 마케팅이 쏟아지고 있다. 반면 독도 파고에 휩쓸려 속앓이하는 기업도 적지 않다. 관광업계와 일본 기업들은 반일 감정이 진정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눈치다. ●이통사 선봉… 유통업체 테마상품 봇물 “한국 휴대폰이 되는 곳은 한국 땅입니다.” 독도 지킴이의 ‘선봉장’은 이동통신업계. 독도의 여행제한 조치가 사실상 해제됨에 따라 현지에 중계기 설치를 추진하는 등 ‘독도의 통신 영유권’ 확보에 나섰다. 여행객 증가에 따른 통신 수요를 사전에 충분히 준비하기 위한 포석이다.SKT 관계자는 “정부의 여행허가 제한조치 완화로 독도 일원의 통신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관련 기관과 협조를 얻어 독도에 기지국 설립을 적극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KTF는 울릉도 기지국 보강차원에서 독도 중계기 설치 등을 위한 현지의 전원 확보 등 제반 문제에 대한 검토 작업을 벌이고 있다.LG텔레콤도 조만간 울릉도에 기지국과 광중계기를 증설, 독도에서 통화가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할 방침이다. ‘독도는 우리땅’ 통장도 나온다. 기업은행은 이달말 수익의 일부를 출연, 독도 관련 사업에 쓰는 공익상품으로 ‘독도는 우리땅’ 통장을 시판할 계획이다. 유통업계도 독도 알리기가 뜨겁다. 롯데백화점 본점은 18∼20일 초등학교 이하 어린이 동반 고객 선착순 20명에게 독도 사진이 들어간 타월을 무료로 나눠준다. 롯데마트는 서울역점 등 전국 21개점에서 ‘독도 사랑 티셔츠’를 판매하고 있다. 그랜드백화점과 그랜드마트는 ‘독도 사랑 캠페인’을 실시한다. 오는 21일부터 발행되는 모든 전단지에 ‘독도는 우리땅’이라는 문구를 삽입하고 독도 여행 상품을 사은품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관광업계는 ‘벙어리 냉가슴’이다.‘한류’ 붐을 이어갈 시기에 독도라는 돌출 사고가 터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국민의 분노가 치솟는데 대놓고 말할 수도 없는 처지여서 매듭이 빨리 풀리기만 기대하는 눈치다. ●관광업계 냉가슴… 항공사도 긴장 제주 관광업계는 일본의 공휴일인 ‘춘분절(19∼21일)’을 전후해 3000여명의 일본 관광객이 제주에 올 예정이나 최근의 반일감정으로 제주관광을 포기할 움직임이어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경주는 일본인 관광객들의 예약이 줄고 이미 예약된 일정을 취소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한 특급호텔은 최근 일본인 관광객이 투숙할 예정이었던 30개가량의 객실 예약이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관광협회 홍준흠 사무국장은 “최근 고조된 반일감정으로 고도(古都) 경주를 즐겨 찾는 일본인들의 발길이 끊이고 있다.”면서 “반일감정이 집단·과격행동으로 표출될 경우 다음 달부터 본격시즌인 일본학생들의 수학여행단 무더기 취소 등으로 지역 관광업계에 타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항공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예약 취소가 심각한 상황은 아니지만 한·일 갈등이 지속되면 항공수요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시민단체가 일본 기업의 불매운동을 선포한 가운데 일본 가전·자동차 업계는 그야말로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올림푸스한국은 올해 한·일 수교 40주년을 기념하는 ‘한·일 우정의 해’를 맞아 추진중인 이벤트를 전면 보류했다. 산업부·지방자치뉴스부 종합 golders@seoul.co.kr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62)일본의 끝나지 않은 해양 정복욕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62)일본의 끝나지 않은 해양 정복욕

    아, 우리가 즐겨써 온 그 ‘현해탄’이란 이름 조차도 큐슈 북부의 특정 해변에서 비롯된 것이니, 식민 극복이 만만치 않음을 새삼 가슴으로 느낀다. 독도는 이같이 거대한 해류 위에 돌출된 시금석이리라. 독도를 독도 문제로만 국한할 경우, 결코 해양 패권의 세계사적 드라마를 읽지 못할 것이니, 제2차 세계대전은 끝났어도 제국의 바다에서 벌어지는 전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음을 분명히 알 일이다. 지난 10일. 일본 시마네현의회 총무위원회가 2월22일을 ‘다케시마의 날’로 정한다는 조례안을 가결시켰다. 대통령과 한국 외무부가 아무리 ‘내 마누라론’을 주장하고, 침묵으로 묵살하고, 소극으로 일관해도 일은 끝내 벌어진 것이다. 사실 흥분할 것도 없다. 사태는 예정된 수순을 따랐을 뿐이므로. 주한 일본대사의 당당한 영유권 주장, 아사히신문 경비행기의 독도 진입작전, 게다가 한승조·지만원을 비롯한 국내 극우인사들의 맞불작전까지, 돌이켜 보면 우연은 하나도 없다. 영토분쟁을 표면화시켜 국제사법재판소로 끌고가기 위한 일본 지도부의 야욕이 마각을 드러내는 순간이다. ●19세기 에도막부, 홋카이도 식민화 ‘다케시마’ 주장은 망언이 아니며, 망언은 실제로 없으니 망언이란 말을 써서도 안된다. 체계적이며, 장기지속적인 심대한 해양정책에서 비롯된 국가의지의 또다른 표현일 뿐 결코 돌출발언은 아니다. 일본의 노골적인 행태는 가히 고삐 풀린 망아지 수준이되, 관·민 합동으로 질서정연하게 치고 빠지면서 주연·조연을 적절하게 배치하는 등 화려한 연출 솜씨를 보여주고 있다. 시네마현의 조례 제정을 일본 정부가 만류했다고 하나 전혀 믿을 게 못된다. 양동작전일 뿐이다.‘식민지근대화론’의 미몽에 취해 선전·선동을 일삼던 지식인들을 비롯, 차제에 지난 수백년간 일본이 아시아 바다에 남긴 족적을 단계적으로 살펴 감고계금(鑑古戒今)의 계기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19세기에 에도(江戶) 막부는 ‘숲속의 사람들’ 아이누족의 영토였던 북해도, 즉 홋카이도를 식민화한다. 일단의 식민경영 세력이 ‘숲의 섬’을 치고 들어갔다. 그 후 100여년이 지난 오늘, 보호구역에 갇힌 ‘아메리카 인디언들’처럼 아이누들은 박제화되어 일본에서도 차별받는 2만여명의 혼혈아로 잔존할 따름이다. 일본은 홋카이도에 이어 사할린으로 손길을 뻗친다. 러시아와 북방 4개 도서 반환문제로 시끌벅적하지만, 사실 러시아도 북방 영토에 대해서는 논할 자격이 없는 나라다. 차르 시절, 코사크 기병대를 앞세워 동진을 거듭해 사하·축치·에벤키·캄챠달 등이 살던 시베리아를 식민지로 만들었던 그들 아닌가. 일본은 이어 남쪽의 류쿠(우리측 사료에는 유구로 기록됨)를 병합한다. 오키나와는 일본이 붙인 이름이고 본래는 류쿠국이었다. 독립 왕국으로 중국은 물론 조선과도 문물교류를 활발히 하며 조공·중계무역에 힘써 문화가 크게 번성한 나라였다. 무역선 활동 범주가 동아시아는 물론이고 인도 등 서남아시아까지 뻗친 해상국가였다. 그러나 도쿠가와 바쿠후 성립 6년째 되던 1609년 규슈 남부의 번주인 사쓰마한(薩摩藩)은 3000군사로 류쿠를 점령한다. 단, 정략적 입장을 취해 국제무역에서 엄청난 차익을 남기는 사탕수수 같은 경제적 수탈은 감행했으면서도 정치적으로는 ‘반란’을 일으키지 않는 수준에서 방관·조절하는 방식을 취했다. 이후 류쿠는 일면 일본에 수탈당하면서도 중국에 조공의 예를 갖추는 이중적 성격을 갖는다. 불행한 역사의 시작이다. 사실 사스마한의 점령 이전에도 류쿠는 왜구의 노략질에 시달려 왔으니, 류쿠와 일본의 악연은 해묵은 것이다. 그러던 일본은 1879년 드디어 ‘류쿠 처분’을 단행한다. 이로써 독립왕국 류쿠는 오키나와현으로 강등되어 일본에 병합된 이래 오늘에 이른다. 이처럼 일본의 해양식민화 정책은 전략적 포석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집요하게 기다리며 정확히 잡아먹을 시기를 노리는 방식을 취하는 것이다. ●日정부, 남양군도 침략행위 전면 부정 1874년 청·일전쟁의 전후 보상으로 타이완을 챙긴 것은 교과서에 나온 상식.‘대륙 중국’이 타이완을 팔아넘긴 셈이 되었지만 사실은 그 중국이 타이완을 팔아넘길 자격이 있는지도 되물어야 한다. 타이완에는 푸젠(福建) 등 남부에서 이주해 온 중국인도 많았지만 이른바 타이완 원주민인 토착 타이완족이 살고 있었다. 일본의 타이완총독부가 설치되면서 그들의 운명 역시 아이누처럼 박제화되고 만다. 타이완총독부에서 갈고 닦은 식민경영의 노하우가 이후 고스란히 조선총독부로 전수되었음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 일본의 해양식민화가 홋카이도, 사할린, 류쿠, 타이완 같은 섬 정도에 그친 것은 아니다.1919년 파리강화회의 결과 일본은 사이판, 괌 등이 속한 이른바 남양군도를 자치령으로 분배받는다. 세계열강의 태평양 분할정책에서 그 지분을 챙긴 것. 남양군도는 서태평양 적도 이북의 작은 섬인 미크로네시아의 동쪽 끝 카리바시와 서쪽의 괌을 제외한 엄청나게 드넓은 바다.19세기말 이래로 독일이 지배하다가 제1차 세계대전 때부터 일본의 남양제도 위임통치령이 되었고,1947∼1986년에는 국제연합의 위임을 받은 미국의 태평양 신탁통치제도가 되었으니, 태평양은 태평과는 무관한 격동의 바다였다. 일본인들은 남양군도로 들어가 설탕, 술, 수산가공품 같은 사업을 펼쳤으며 한때 사이판의 일본인이 10만을 헤아리기도 했다. 아키히토 일왕은 패전 후 최초로 오는 6월 극우인사인 모리 요시로 전 총리를 대동하고 남태평양의 미국령 사이판을 찾아 일본군 전몰자들을 추모할 계획이다. 남양군도에 대한 침략행위의 전면 부정이 자행되고 있으며, 그 선봉에 일왕이 선 격이다. 당연히 대표적 극우언론인 산케이는 일왕의 사이판 방문 소식에 ‘감격해 하며’ 이를 전면에 도배하는 충성을 과시했다.‘위령의 여행’으로 묘사하면서 ‘남양군도’를 지배하던 향수를 노골적으로 되살려 낸 것이다. 팔라우의 수도인 코로(Koror) 외곽으로 빠지다 보면 코발트빛 바다 위에 ‘아이고 브리지’가 떠있다. 머나먼 팔라우까지 징용왔던 한국인들이 기아와 고통 속에 ‘아이고’를 연발한 데서 비롯되었다고 하니 오죽하면 ‘아이고다리’로 명명되었겠는가. 정신대로 끌려온 나이 어린 여성들이 하루에 수십명씩의 일본군을 상대하며 피를 토하고 죽어간 남양군도로 ‘신의 아들’이 ‘위령 여행’을 떠날 것이 분명한 즉, 야스쿠니신사 참배에서 격을 높여 다시 대양으로 진출하는 셈이다. 제2차 세계대전을 이른바 태평양전쟁이라 칭한 데서 알 수 있듯 세계대전의 본질은 해양패권의 각축이다. 일본은 실질적이고도 직접적으로 사이판과 괌은 물론 필리핀, 팔라우, 티니안, 얍, 뉴기니 같은 섬, 그리고 서진을 거듭하여 인도네시와, 말레이시아 등에 이르기까지 왕성한 식탐을 과시했다. 우리의 인식은 대륙 지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일본의 아시아정책은 예나 지금이나 해양이라는 거대한 또 하나의 영토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다. ●기다리다 덮치기… 집요한 日 해양정책 일본은 세계열강의 해양 재편성에 기초한 배타적경제수역(EEZ)이라는 국제해양법 신질서에 매우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서남쪽으로 눈길을 돌려 기왕에 문제가 되어온 조어도, 일명 센카쿠열도 문제로 중국과 심각한 해양분쟁을 일으킨지 오래다. 미래의 해양자원을 염두에 넣는다면 일본이 조어도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너무도 확실하다. 남쪽으로 눈을 돌려 손톱만 한 바위에 불과한 오키노도리시마(沖鳥島)로 명명하고 자기 영토에 포함시켰다. 해양과학자들까지 동원해 섬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아 침대만 한 섬 하나에 290억엔을 퍼부었다. 이로써 자신의 영토(38만㎢)보다도 넓은 40만㎢의 배타적 경제수역을 확보하게 된 것. 나아가서 태평양 복판에 떠있는 미나미도리까지 영토로 선포했다. 이렇듯 일본은 해양 영토에 관한 욕망을 주체하지 못한다. 그러니 독도가 어찌 그들의 눈독에서 빠질 수 있었으랴. 이런 만행이 대중국 포위전략 측면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는 미국의 암묵적 동의 없이 가능할까. 미국 역시 ‘해양제국’이다. 일제의 진주만 공격으로 미국이 태평양전쟁에 개입하는 단서가 마련되지만, 기실 일본과 미국이 가쓰라-테프트밀약을 통해 섬 국가인 필리핀과 반도국가인 한반도를 ‘빅딜’하는 국제적 공모에 가담했음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오늘날 미국의 직·간접적 영향력에서 벗어나 있는 태평양의 섬은 거의 없다. 태평양은 공해가 분명하지만 미국과 일본이 ‘대주주’행세를 하고 있다. 오키노도리시마와 미나미도리는 남양군도의 추억을 잊지 못하는 일본이 만들어낸 ‘바다 땅따먹기’의 야심작이 아니겠는가. 근래 일본 정부는 해양권 확보에 노골적이다. 경제산업성, 외무성, 국토교통성 등이 주동이 된 연락회의가 공개적으로 열린다. 숨길 게 없다는 식이다. 독도 영유권까지 인정받는다면 일본은 전체적으로 405만㎢의 배타적 경제수역, 즉 일본 영토의 10배를 뛰어넘는 방대한 해양영토를 확보하게 된다. 제주도 한경면에는 일본군이 옥쇄를 대비해 만든 거미줄처럼 얽힌 가마오름땅굴이 있다. 버려졌던 이 땅굴은 한 개인의 희생적 노력으로 현재 평화박물관이 되어 있다. 이곳 이영근 관장은 “현재 공개된 굴은 극히 일부로, 모두 바다를 향해 포신을 겨누고 있음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땅굴에서 바닷가 쪽으로 내려와 일본군 알트르비행장을 벗어난 송악산 해변에도 미군기를 겨냥했던 동굴들이 줄지어 있다. 태평양전쟁의 구체적인 해안진지가 한반도 곳곳에서 흔적을 남기고 있는 것이다. ●같은 ‘평화’라도 韓·日 인식 달라 가미카제 특공대가 출격을 감행했던 규슈 남쪽 가고시마현의 아름답기 그지없는 지란(指宿) 바닷가에도 같은 이름의 ‘평화관’이 존재한다. 그러나 소년병에 대한 애틋한 추억과 모정을 빙자한 최루성 역사 회고만 존재할 뿐 전쟁 자체에 대한 책임과 반성은 어디에도 없다. 같은 ‘평화’를 거론하지만 한국과 일본의 인식차는 상상을 초월한다.‘제국의 바다’를 잊지 못하는 일본의 추억만들기가 계속되는 한 ‘현해탄’의 파고도 계속 높아질 것이다. 아, 우리가 즐겨 써온 그 ‘현해탄’이란 이름조차도 규슈 북부의 특정 해변에서 비롯된 것이니, 식민 극복이 만만치 않음을 새삼 가슴으로 느낀다. 독도는 이같이 거대한 해류 위에 돌출된 시금석이리라. 독도를 독도 문제로만 국한할 경우, 결코 해양 패권의 세계사적 드라마를 읽지 못할 것이니, 제2차 세계대전은 끝났어도 제국의 바다에서 벌어지는 전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음을 분명히 알 일이다. 해방 60주년, 일본은 20세기형 제국의 바다를 21세기에 다시 ‘신장개업’했다. 우리는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까. 우선 청와대와 외무부의 공식 입장 및 향후 일정부터 듣고 싶다. 또 ‘내 마누라타령’으로 일관하면서 질질 끌려다니다 끝내 국제사법재판소 법정마당까지 끌려가 내 영토를 약취당하고 말 것인가.
  • [일본 교과서 왜곡 파장] 악화일로 치닫는 韓·日관계

    [일본 교과서 왜곡 파장] 악화일로 치닫는 韓·日관계

    한·일 관계가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다. 지난달 일본 시마네현 의회의 ‘다케시마의 날’지정 조례안 상정에 이어 주한일본 대사의 독도 영유권 주장 망언, 일본 언론사 경비행기의 독도상공 진입시도, 일본 해경 초계기의 독도 근접 비행 등으로 국민 감정이 폭발 직전 상태다. 여기에 왜곡 교과서 문제까지 더해졌다. 정부는 지금까지는 냉정을 지키겠다는 자세였다. 일단 지난 11∼13일로 예정됐던 반기문 외교부 장관의 방일 일정만 미뤄놓은 상태다. 그러나 ‘미온 대처’라는 비난 속에 정부도 마냥 차분함을 유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양국 관계는 우선 오는 16일 ‘다케시마의 날’ 제정 여부가 1차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국민 감정상 정부는 대사소환이라는 강경 카드를 만지작거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릴 수 있다. 반기문 외교장관은 최근 “영토문제는 한·일관계 보다 상위개념”이라고 강조해 놓았다. 이 문제를 잘 넘기더라도 2차로 교과서 문제가 남는다. 다음달 초 일본 문부성의 검정 결과 발표가 예정돼 있다. 정부는 뜻한 만큼의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정책적 변화를 시도할 계획이다. 예컨대 각종 규제로 묶어 놓은 일반인의 독도 방문을 완전 개방하는 것을 포함, 좀 더 강경한 방안들을 구상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는 그간 나름대로 여러 경로를 통해 일본에 ‘경고’를 해온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교과서 문제는 공식적으로 수정을 요구하면 일본내 보수세력의 반발을 일으켜, 일본 정부의 발을 묶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비공식적으로 협조를 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두가지 당면 과제가 최상의 시나리오로 해결되더라도, 문제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외교소식통은 11일 “향후 4∼5개월간은 일본 내에서 군국주의적 우익과 반대 진영간의 상당한 캠페인전이 예상된다.”고 예상했다. 이 과정에서 일본 정치인의 망발 등 추가 악재의 돌출은 양국 정부의 입지를 더욱 축소시킬 수밖에 없다. ‘한·일 우정의 해’는 사실상의 파탄을 맞을 수도 있다.180여건의 영화·스포츠·공연 청소년 및 지역·학술 교류 행사가 제대로 치러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행사가 열리더라도 참여 열기 부족으로 취지를 살리기 힘들어진다. 또한 정부로서는 많지도 않은 대일(對日) ‘지렛대’를 써야 하는 데다, 북핵 문제 등에서 3차 6자회담에서처럼 일본의 협조를 구하기 어려워지는 현실적 손실도 감수해야 한다. 한 일본 전문가는 “최근 일본의 지식인 역시 한국과 점차 거리감을 느끼는 등 양국이 멀어지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10일자 영자지 인터내셔널 헤럴드트리뷴에는 ‘일본 국민은 스스로를 돌아보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3·1절 연설에 대해 “동맹국인 한국이 북한·중국과 같은 소리를 하고 있다.”고 섭섭함을 토로하는 일본 학자의 글이 실리기도 했다. 이지운기자 jj@seoul.co.kr
  • 38년만에 선보이는 獨오페라 ‘마탄의 사수’ 연습현장

    38년만에 선보이는 獨오페라 ‘마탄의 사수’ 연습현장

    지난 4일 늦은 오후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4층 연습실. 오페라 ‘마탄의 사수’ 피날레 장면을 재연하는 남녀합창단의 우렁찬 합창에 마룻바닥이 진동했다. 한참동안 심각한 얼굴로 지켜만 보던 벽안의 연출가가 벌떡 일어서 박수를 터뜨린다.“아주 잘 하고들 있어요. 다음주에 한번 더 연습하기로 합시다!” ●세계적 연출가 볼프람 메링 이름만으로도 화제 22일부터 26일까지 국립오페라단(예술감독 정은숙)이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선보일 ‘마탄의 사수’는 독일 낭만파 오페라의 전형을 창조한 칼 마리아 폰 베버(1786∼1826)의 대표작. 독일 출신의 세계적 연출가 볼프람 메링이 연출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공연계의 화제가 되고 있는 무대다. 세계 곳곳을 돌며 꾸준히 연기 및 연출 워크숍을 열어온 메링은 연극학도들에게는 ‘걸어다니는 교과서’쯤으로 통하는 인물.“오페라 무대들이 보통 음악에 치중하게 마련인데, 메링은 마치 연극처럼 배우들의 연기와 심리묘사에 큰 공을 들인다.”는 게 현장 스태프들의 얘기다. 이쯤되면 정작 목소리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오페라 배우들로서는 괴로울(?) 수밖에 없다. 피날레 장면에 이어 2막 첫 장을 연습할 때도 그랬다. 메링은 여주인공의 손 동작 하나하나, 표정 변화까지 일일이 바로잡아줄 정도였다. ●여주인공 손동작·표현변화까지 지도 “전형적인 독일 오페라”로 ‘마탄의 사수’를 압축해 표현한 메링은 “문화와 시간을 초월해 인간의 근원적 문제를 표현하는 데 연출의 역점을 둘 것”이라고 했다. 메링은 1969년 이후 지금까지 국내에서 연극 ‘보이체크’, 오페라 ‘오텔로’‘카르멘’‘예브게니 오네긴’ 등을 연출하기도 했다. ‘마탄의 사수’는 독일의 옛 전설을 바탕으로 1821년 베를린에서 초연된 작품이다. 사냥대회에서 1등을 해야만 사랑하는 여인 아가테를 얻을 수 있는 남자 막스는 백발백중하는 ‘마탄(魔彈)’을 얻고자 악마에게 영혼을 판다. 자신의 영혼을 되찾기 위해 막스의 영혼을 악마에게 대신 팔아넘기려는 카스파의 계략에 빠지고만 것이다. 3막의 선굵은 남성합창 ‘사냥꾼의 합창’으로 유명하면서도 정작 국내 관객들에게는 낯선 작품이기도 하다.1967년 국립오페라단이 초연한 이후 전문단체가 공연하기는 근 40년 만이다. 카스파 역의 함석헌(국립오페라단)씨는 “노래로만 채워지는 이탈리아 오페라들과는 달리 독일 오페라는 중간중간 대화가 섞인다.”면서 “독일어를 제대로 구사할 수 있는 배우층이 약한 것도 공연이 뜸했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장의 배우들은 연기연습만큼이나 연출자에게서 발음교정을 받는 데 시간을 더 많이 들인다. ●아가테 역에 함부르크 오페라단의 헬렌 권 공연이 주목받는 또 하나의 대목. 현재 독일 함부르크 오페라단의 프리마 돈나인 세계적 소프라노 헬렌 권(권해선)이 여주인공 아가테를 맡는다. 함부르크 오페라단 관객들이 뽑는 최고 인기 성악가로 해마다 선정돼 온 그는 콜로라투라에서 리릭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음역을 소화해내는 소프라노로 손꼽힌다. 귀국 이튿날인 8일부터 연습에 합류하며, 첫날 22일과 25일 두 차례 무대에 선다. 연출가의 의도대로 철학적 메시지가 깊은 무대미술을 감상하는 재미도 클 듯하다. 주요 공간인 숲을 초자연적 극의 소재, 인간내면을 드러내는 상징으로 형상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메링은 “나무의 단면을 잘라 벽에 깔고 뿌리는 밖으로 돌출시켰는데, 의식과 무의식 세계를 추상적으로 표현한 장치”라고 말했다. 아가테 역에 더블캐스팅된 소프라노 이화영을 비롯해 박지현·오미선(엔헨), 테너 하석배·김경여(막스), 바리톤 함석헌·이요훈(카스파), 베이스 김인수·이재준(에레미트) 등이 출연한다. 박은성 지휘로 연주는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합창은 국립오페라합창단.3만∼15만원.(02)586-5282.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Doctor & Disease] 강남성모병원 차봉연 박사

    [Doctor & Disease] 강남성모병원 차봉연 박사

    갑상선. 목의 아랫 부분 기도를 감싸고 있으며, 신진대사에 관여하는 호르몬 T3,T4를 분비하는 내분비선의 일종이지만 역할은 물론 위치나 특성을 까맣게 모르는 사람이 많다. 그도 그럴 게 무게라야 고작 20∼25g에 불과하며, 문제가 생겨 커진 경우가 아니면 겉으로 쉽게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 기관에 갑상(甲狀)이란 이름을 붙인 것은 모습이 거북의 등껍질을 닮아서다. 이 갑상선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갑상선 기능이상이 삶의 질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인체의 평정깨져 생명까지 위협 우리나라 내분비계의 한 축으로 평가받는 강남성모병원 내분비내과 차봉연(53) 박사를 만나 갑상선 기능이상을 두고 얘기를 나눴다. 차 박사는 “우리 몸의 세포가 각각의 역할을 하도록 에너지 생산을 자극하는 갑상선 호르몬은 인간생명을 유지하고 정상적인 삶을 사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런 만큼 이곳에 이상이 생기면 생명의 위협은 물론 삶의 질에도 엄청난 영향을 끼치게 된다.”며 말문을 열었다. 갑상선 기능이상이란. -우리 몸의 모든 세포가 정상적인 기능을 하도록 자극하는 호르몬이 갑상선에서 생산되는데, 다양한 이유로 인체의 평정이 깨어져 이 호르몬이 많아지면 기능항진증, 부족하면 기능저하증이 발생한다. 원인은 어디에 있나. -원인은 항진증과 저하증으로 구분해 말해야 한다. 항진증의 유발 원인 중 가장 흔한 것이 그레이브스병(바세도우씨병)이다. 또 갑상선에 양성 혹은 악성 종양이 생겼거나 염증, 뇌하수체 종양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저하증 원인으로는 갑상선의 만성 염증성 질환이 가장 흔하고, 항진증 치료를 위해 방사성 옥소를 투여했거나 종양 등으로 갑상선을 제거한 경우에도 나타난다. 증상은 어떻게 나타나나. -원인처럼 증상도 다양하다. 특징은 항진증과 저하증의 특징이 대조적이라는 점이다.(별첨 박스 참조) ●방치땐 심장기능 이상 부를수도 차 박사는 갑상성 기능이상이 특별히 문제가 되는 이유를 묻자 정색하고 답했다.“항진증을 방치했을 경우 임상적으로 들 수 있는 문제는 부정맥 등 심장기능에 이상이 생겨 결국 심장합병증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레이브스병의 경우 안구 돌출 등 합병증이 외양 뿐 아니라 시력장애를 초래하기도 합니다. 저하증은 혈중 콜레스테롤을 높여 동맥경화로 인한 협심증, 심근경색을 부르는 등 전반적으로 심장기능을 떨어뜨립니다.” 이런 설명을 듣자 그가 앞서 거론한 ‘생명의 위협’과 ‘심각한 삶의 질 훼손’이 비로소 와닿았다. 최근의 발병추세와 경향은 어떤가. -항진증의 경우 발생 빈도가 전 인구의 0.5% 정도며, 남자에 비해 여자의 발생률이 4∼8배나 높다. 원인 질환 자체에 특이점은 없으나 최근들어 환자가 늘고 있다. 건강진단의 일반화 때문이 아닌가 여겨진다. 갑상선 기능이상을 초래하는 원인 질환은 어떤 것들인가. -흔한 질환으로는 우선 아급성 갑상선염을 들 수 있다.20∼30대에 많으며 처음 1∼3개월은 항진증, 이후에는 저하증으로 바뀐다. 미열과 함께 몸살 증상이 나타난다. 출산 2∼4개월 후쯤 임산부에게 나타나는 산후 갑상선염도 있다. 초기에는 항진증, 나중에 저하증으로 바뀌며 이 중 일부 환자는 평생 기능저하증을 앓는다. 만성 갑상선염(하씨모토씨병)은 저하증의 주요 원인으로, 갑상선이 커져 나중에는 딱딱하게 변한다. 갑상선이 커진 환자 대부분이 이 질환자로, 여기에서 저하증으로 발전하면 평생 호르몬제를 복용해야 한다. 또 환자의 5∼10%에서 악성 종양이 나타나는 결절성 질환도 상당히 높은 점유율을 갖는다. 운동 등 일상적인 생활습관이 이 질환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는가. -일반적으로 이 질환과 생활습관을 연관지을 근거는 없다. 그러나 일부 항진증 환자의 경우 스트레스와의 관련성을 보이며, 미역이나 다시마 등 해조류가 무조건 갑상선에 좋다고 여기나 지나치면 질환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 치료방법도 소개해 달라. -그레이브스병은 2년 정도 항갑상선제를 투여하면서 경과를 관찰한다. 환자의 절반 정도는 2년 내에 완치되나 나머지는 치료가 장기화된다. 이런 경우 방사성 옥소를 투여하거나 수술로 갑상선을 제거하기도 하나 기능저하증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 경우 평생 호르몬제를 복용해야 한다. 약물치료와 수술치료를 적용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갑상선이 커서 미용상 문제가 되거나 기도를 압박해 호흡장애를 유발하는 경우, 암으로 보이는 결절이 있거나 임신으로 약물 투여가 어려운 경우에 제한적으로 수술을 한다. 진단은 어떻게 하나. -갑상선 기능검사로 쉽게 판별된다. 호르몬을 다루는 치료라 약물이나 수술 부작용이 걱정되기도 하는데…. -수술 부작용은 성대 마비, 부갑상선 기능저하증 등이 있으나 숙련된 전문의에 의한 수술이라면 합병증은 드물다. 항갑상선제는 드물게 백혈구 감소, 혈관염, 간기능 이상, 피부 가려움증 등이 발생하나 심각한 문제는 아니다. 재발 가능성은 어떤가. -항진증의 경우 약물치료시 2년내 완치율이 50% 정도다. 갑상선 기능이상은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정상적인 기능을 한상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능이상 치료는 마라톤… 평생관리 해야 차 박사는 갑상선 기능이상의 치료와 관리를 마라톤에 비유했다.“아직 이렇다 할 예방법이 없고, 일단 질환이 생기면 평생 갑상선 기능을 추적, 관리해야 합니다. 그런 만큼 정기검사를 통해 문제를 조기에 찾아내는 것이 치료를 용이하게 하는 관건이지요.” ■ 차봉연 박사 ▲가톨릭대 의대 및 대학원(의학박사)▲미국 앨라배마주립대 병원 연수▲대한당뇨병학회 교육이사▲대한내분비학회 국제협력이사▲현, 가톨릭대 강남성모병원 교수 겸 내분비내과 과장▲현, 가톨릭대 임상시험센터 소장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사진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 이럴땐 갑상선 이상 의심

    차 박사는 “갑상선 기능이상이 보이는 증상의 특징은 기능항진증과 저하증이 대조적”이라고 설명한다. 예컨대 기능항진증은 심한 피로감에 더위를 많이 타고, 땀을 많이 흘린다. 심장 박동이 빨라져 가슴이 두근거리고 정신적 불안정이 불안·초조감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또 손이 떨리거나 내장 운동이 빨라져 잦은 배변을 보기도 하며, 피부 가려움증을 보이는 사람도 있다. 60세 이상 고령자에게서는 부정맥이 관찰되며, 여성은 불규칙한 월경이나 무월경, 남성은 여성형 유방이 생기거나 발기부전이 동반되기도 한다. 그레브스병의 경우 안구 주변에 이상증세를 보이는 예가 많다. 즉, 결막 충혈에 까닭없이 눈물이 흐르며, 햇빛에 노출되면 눈에 통증을 느끼기도 한다. 또 눈두덩이 붓거나 안검하수가 나타나며 심하면 안구 돌출과 물체가 겹쳐 보이는 복시현상도 발생한다. 이에 반해 기능저하증은 호르몬 부족으로 대사가 느려져 추위를 많이 타고 피부와 머리결이 건조해지며, 거칠고 쉰 목소리가 나타난다. 또 장 운동 저하로 변비가 발생하며 무표정, 느린 행동 등 대체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다. 체중이 부쩍 늘며 얼굴이나 손발이 잘 붓고 근육통, 관절통과 감각 이상을 보이기도 한다. 차 박사는 “이런 증상은 기능항진 혹은 기능저하의 정도 및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통상 이런 증상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경기회복 제동 걸리나

    경기회복 제동 걸리나

    경기회복의 속도를 놓고 신중론이 확산되고 있다. 연초 정부를 중심으로 제시됐던 빠른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신통찮은 실물경제 지표들에 의해 무색해지는 상황이다. 희망적인 요소들이 눈에 띄긴 하지만 정작 회복의 열쇠를 쥐고 있는 내수지표들은 좀체 상승곡선을 긋지 못하고 있다. 특히 올 1월 도소매업 생산이 1년 2개월만에 가장 크게 줄었고, 지난달 자동차 내수판매는 6년 4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나라 밖에서도 악재들이 돌출하고 있다. 저환율, 고유가에 더해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값이 급락하면서 교역조건이 나빠지고 있다. ●소매업 생산 21개월만의 최대폭 감소 4일 통계청이 발표한 ‘1월 서비스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대표적 내수지표인 소매업 생산은 전년동월 대비 5.8%나 줄어들었다. 지난 2003년 4월(-6.2%) 이후 21개월만에 가장 큰 감소폭이다. 도매업도 1.9% 감소,7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다. 이에따라 1월 도소매업 합계는 3.3% 줄면서 2003년 11월 이후 14개월만에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이와 관련, 재정경제부는 “지난해 1월에 설 연휴가 포함된 데 따른 상대적 감소세로, 당초 예상치보다는 나은 결과”라고 밝혔다. 재경부는 올 1∼2월 잠정집계에서는 백화점 매출이 1% 중반, 할인점 매출이 4% 중반 수준으로 증가하는 등 회복세가 뚜렷해지고 있다고 부연했다. 1월 중 서비스업 전체로는 0.7%가 증가하면서 지난해 12월(0.6%) 이후 2개월째 증가세를 보였다. 도소매업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숙박·음식점업(2.8%), 운수업(5.4%), 통신업(5.2%), 의료업(4.2%) 등이 선전한 결과다. ●2월 자동차판매 6년4개월만에 최저 올 1월 호조를 보였던 자동차 판매도 ‘반짝 성장세’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의 집계 결과, 올 2월 자동차 내수판매는 지난해 2월보다 19.9% 감소한 7만 2000대로 1998년 10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2월 설 연휴에 따른 영업일수 감소 효과를 상쇄하기 위해 1월과 2월을 합해 비교한 결과에서도 올해 15만 3000대로 지난해 1∼2월보다 8.4%가 적었다.1∼2월 영업일당 판매대수도 3328대로 2002년 5138대,2003년 5092대는 물론이고 지난해 3577대에 비해서도 7.5%가 감소했다. ●실질 소비능력 되살아나야 전문가들은 내수경기가 바닥을 친 것은 분명하지만 실질적인 내수회복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경제연구원 배상근 박사는 “내수경기가 바닥에서 횡보하고 있는 수준이며 회복세를 보여주는 일부 지표도 고소득층과 20대 등 일부 계층에 국한된 것”이라고 말했다.LG투자증권 전민규 이코노미스트는 “경기가 빠르게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최근 제기됐지만 관건은 가계 소비 여력의 회복 여부”라면서 “개인소득이 본격적인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는 신호가 아직 없는 상태여서 하반기는 돼야 소비 확대가 가시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가격하락 등 나라밖 악재 돌출 최근 들어 대표 수출품목인 반도체 가격의 급락세가 뚜렷해지면서 수출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256메가 DDR램의 가격은 지난해 말 3.67달러에서 지난 2일 현재 2.84달러로 불과 두달새 22.6%가 떨어졌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수출증가율의 둔화와 경상수지 흑자폭의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환율의 추가하락 가능성과 국제유가의 고공행진도 지속적으로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재경부 이승우 경제정책국장은 “우리 경제가 수출, 내수, 금융, 심리 등 여러부문에서 긍정적인 신호가 관찰되면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되는 모습이지만 고유가, 환율 등 대외적인 경제불안 요인이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면서 “이는 향후 상황 전개에 따라 경기회복에 큰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환율하락이 유가상승의 타격을 상쇄하는 등 긍정적인 대목에 대한 분석도 나오고 있다. 산업자원부는 이날 원·달러 환율이 10원 떨어질 때마다 국내 휘발유 가격이 ℓ당 3원가량 하락하는 등 가격안정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떠오르는 허니문 여행지 호주

    떠오르는 허니문 여행지 호주

    호주가 허니문 여행지로 떠오르고 있다. 흔히 호주라면 그 유명한 오페라 하우스와 골드코스트 해변을 생각하지만 멜버른이야말로 인생의 새 출발을 하는 사람들에게 딱 맞는 여행지다. 끝없이 펼쳐있는 푸른 평원, 변덕 심한 파란 하늘, 모든 것을 삼켜버릴 듯 달려드는 파도, 태곳적 초록의 원시림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곳이 멜버른이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서 뽑은 가장 살기 좋은 도시이며 호주의 문화와 패션의 중심지다. 또 파도와 해풍이 만들어낸 기암절벽에 감탄사가 흘러나오는 그레이트 오션로드, 푸른 바다와 은빛 모래사장에 우뚝 서있는 12사도 바위,1850년대의 금광촌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소버린 힐, 증기기차로 원시림을 여행하는 단데농. 때 묻지 않은 대자연과 함께하는 허니문은 잊지 못할 추억으로 간직하기에 충분하다. 멜버른은 캔버라가 수도가 되기 전 호주의 옛 수도였던 만큼 역사가 깊은 도시다. 패션과 문화의 중심지이기도 한 이곳에선 KBS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를 촬영하기도 했다. 도심이 아름다워 각종 CF와 드라마의 단골무대이기도 하다. ●1800년대 전차 타고, 야라 강 배를 타고 멜버른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트램(Tram)’이라는 전차. 덜컹덜컹 소리를 내며 도심도로의 한가운데를 질주하는 트램은 멜버른의 가장 중요한 교통수단이다. 고풍스러운 자주색 나무의 전철인 시티서클 트램을 탔다. 차창으로 보이는 이국의 풍경,1800년대에 지어진 뾰족한 지붕의 유럽풍 교회, 건물들이 눈길을 잡는다. 마치 잘 정리된 거리가 소박하다. 갑자기 트램이 속도를 줄인다. 앞에 관광용 마차가 또각또각 말발굽 소리를 내며 여유있게 도심을 돌고 있다. 뒤에서 빵빵거리고 불평도 함직한데 아무도 얼굴 붉히는 사람이 없다. 마차와 자동차가 뒤섞였으나 결코 각박하지 않아 아름답다. 이곳 사람들의 여유도. 트레저리 공원, 캡틴 쿡의 오두막, 사우스 게이트, 빅토리안 아트센터 등 주요 관광지를 도는데 30분 정도 걸린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행한다. 무료. 멜버른을 가로지르며 흐르는 야라강변은 호주 젊은이들에겐 최고의 데이트 코스. 그들에 섞여 강변을 걸어보는 맛도 특별하다. 플린더스역 맞은편 식당가가 들어선 야라강변 샤우스뱅크 거리에서 강을 따라 1시간 동안 유람선 여행을 할 수 있다. 보통 20여명이 탈 수 있는 작은 배이다. 강변에는 멜버른의 여유가 그대로 느껴진다. 잔디밭에 누워 한가로이 일광욕을 즐기는 연인들. 커다란 나무 아래서 바비큐 파티를 즐기는 가족들. 강변을 따라 걷는 사람. 카누와 요트를 즐기는 사람들까지. 정원처럼 잘 가꾸어진 강변과 어우러져 그림 속에 내가 들어온 것 같다. 사우스뱅크거리에는 강변을 따라 수십개의 식당과 카페들이 밀집해 있다. 야라강의 야경을 즐기며 맥주 한 잔을 하면 밤은 더욱 달콤해질 것임이 분명하다. ●100살짜리 증기기관차를 타고 ‘도대체 100년 된 기차가 움직인단 말야.’하는 의문을 품고 멜버른에서 동쪽으로 1시간가량 떨어진 곳에 휴양지 단데농에서 100살짜리 빨간색 증기 기관차 ‘퍼핑 빌리’를 탔다. 하얀 증기를 내뿜으며 칙칙칙 기차가 움직인다. 그런데 아이들이 차창 창살사이에 걸터앉아 손을 내민다. 기차가 천천히 달리고 안전장치가 있어 위험해 보이지 않는다. 우거진 원시림과 푸른 계곡 속으로 기차는 미끄러져 들어간다. 향긋한 나무냄새. 크게 숨을 한번 들여마신다. 나무다리와 꽃, 새들이 어우러진 풍경이 참으로 아름답다. 매일 4차례 운행되는 증기 기관차는 벨그레이브 역을 출발해 에메랄드 호수 구간까지 약 15㎞를 반복 운행한다. 약 2시간30분. 역장과 기관사의 복장뿐 아니라 기차표까지 100년전 그모습 그대로라 더 멋지다. ●겁없는 캥거루 호주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캥거루와 코알라. 특히 캥거루는 겁이 없어 사람에게 먼저 접근한다. 벨그레이브역 인근의 힐즈빌 동물원에서 캥거루와 처음 만났다. 먹이를 내밀자 다가와 손바닥을 핥는 놈들. 경계심이 전혀 없다. 보드라운 캥거루 머리를 쓰다듬고 있으려니 이상한 소리를 내며 목이 긴 타조가 다가온다. 또 하루 중 20시간 이상을 잔다는 코알라. 눈만 끔뻑거리고 먹는 것 빼고 제발로 움직이는 시간이 하루 겨우 4분정도인 진짜 게으름뱅이 귀염둥이들과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다. 인간과 동물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태즈매리언 데블, 오리너구리, 왈라비 등 다양한 동물들을 만날 수 있다. 매일 오전 11시 투어가이드가 안내한다. 어른 17.5호주달러. ●황금을 찾아서 멜버른은 지난 1850년대부터 금을 찾아 몰려든 광부들이 만든 전형적인 골드러시 타운이다. 대부분의 금광이 문을 닫았지만 멜버른 북서쪽으로 1시간가량 떨어진 밸러랫의 소보린 힐에 가면 당시 금광촌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마치 우리 민속촌을 생각하면 된다. 빅토리아주 금의 삼각지대에 속하는 밸러랫은 1851년 황금이 첫 발견된 데 이어 무려 70㎞에 이르는 커다란 금광맥에 이르기까지 당시에 골드러시를 주도했던 곳이다.1970년에 소보린 힐을 만들어 1850년대 금광촌의 생활상과 금 채굴과정 등을 직접 체험하고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빅토리아 양식의 대장간, 사탕가게, 우체국, 금제련소뿐 아니라 뿌연 먼지를 날리며 달리는 마차까지. 거리에는 19세기 옷을 입은 자원봉사자들이 관광객들과 함께 금광 갱도안으로 들어가 금맥과 채굴과정 등을 설명해주고 금광옆 개울에 앉아 직접 사금을 채취하는 방법까지 친절하게 알려준다.‘공짜라는데‘라며 옷을 팔뚝까지 걷어붙이고 개울에서 흙을 그릇에 담아 찾아봤지만 눈에 띄지 않는다. 견학 온 학생들은 눈곱만한 사금들을 찾아서는 조그만 약병에 담아 서로 자랑한다. ●자연의 거대한 힘을 느끼며 난파선해안은 아름다움에 취해 난파한 배가 160여척에 달해 붙여진 이름. 이곳은 웅장한 12사도상(Twelve Apostles)이 유명하다. 해안선을 따라 나란히 서 있는 거대한 바위섬들의 모양이 마치 예수의 12제자와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12사도의 형성과정은 더욱 우리를 놀라게 한다. 폭약이나 기계 등 인간의 힘을 빌리지 않고 오직 세찬 파도와 해풍이 대자연의 걸작품을 만들었다. 파도가 해안 절벽에 아치형 굴을 만들고 절벽과 돌출부를 끊어 내어 바다에 홀로 우뚝 선 거대한 조각품을 만들었다. 이 조각품을 만드는데 걸린 시간은 무렵 2000여만년. 인간의 머리로는 감히 상상을 할 수조차 없는 시간이다. 그들은 지금도 세찬 파도에 자신의 살이 깎여 나가는 고통을 참아내며 무엇인가 우리에게 읊조리고 있는 듯하다.‘대자연 앞에 인간은 얼마나 초라하고 하잘것없는 존재인지, 만물의 영장이라며 인간이 인간을 만들어내고 자연을 정복했다고 교만하고 무례한 인류에게 스스로를 돌아보라.’고 말이다. 12사도상은 완성된 지 수백년이 지나면서 그들을 만들었던 파도와 해풍에 밑동부터 서서히 깎여나가 결국을 무너지는 운명을 맞게됐다. 벌써 2개의 사도상은 무너졌다. 그들도 인간처럼 자연에서 왔다가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파도가 만든 두개의 구멍이 다리 같다고 이름 붙여진 런던브리지. 해안절벽과 연결된 부분이 1990년 떨어져 나가 이제는 사도상으로 발전을 했고,1878년 영국을 떠나 3개월 간의 긴나긴 항해 끝에 로크 아드호는 멜버른을 눈앞에 두고 이곳에 부딪혀 산산조각이 나 붙여진 12사도 인근의 로크 아드 고지. 자연의 아름다움은 황홀했다. 지금도 파도와 바람에 의해 쉼없이 새롭게 태어나는 난파선 해안. 높이 60m의 수직절벽이 앞으로 1000년의 세월이 흐르면 어떤 모습으로 변할까 궁금해졌다. ●지금 호주는 호주 대륙 남단에 있는 빅토리아주 멜버른은 우리와 계절이 정반대다. 지금은 초가을. 그러나 일교차와 날씨 변화가 심해 가벼운 잠바는 필수.3월 말까지 서머타임을 적용해 멜버른이 우리보다 2시간 빠르다. 환율은 1호주 달러에 830원정도. 멜버른까지는 현재 직항편은 없으며 시드니에서 국내선으로 갈아타든지 캐세이 퍼시픽 항공을 이용하면 홍콩을 거쳐 멜버른으로 바로 갈 수 있다. 문의 호주 빅토리아주관광청02-752-4138. ●허니문 상품은 여행상품 가야여행사(02-536-4200)에서는 멜버른과 시드니를 여행하는 허니문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매주 금·토·일요일 출발하며 5박 6일의 일정으로 멜버른 시내, 그레이트 오션 로드, 단데농과 시드니까지 둘러보게 된다. 캐세이 퍼시픽 항공을 이용하고 돌아오는 길에 홍콩에서 연장체류도 가능하다. 가격은 1인당 169만원. 멜버른 글 사진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해외 허니문 베스트 5 둘만의 사랑이 시작되는 허니문. 갈 곳은 많고 시간은 짧다. 그렇지만 안락한 리조트에서 편하게 쉴 것인가 아니면 멋진 곳에서 추억을 남길 것인가를 꼼꼼하게 따져 보면 둘만의 멋진 장소를 찾을 수 있다. 최근 새롭게 떠오르는 해외 허니문 명소 5곳을 소개한다. 베트남 나트랑 베트남의 지중해로 불리는 나트랑은 호찌민(사이공)에서 북동쪽으로 320㎞쯤 떨어져 있는 세계적인 미항이다. 금빛 모래사장과 눈부신 햇살, 에메랄드빛 바다는 동양의 나폴리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리조트내에서 낭만적인 바비큐 파티는 영원한 추억으로 남는다. 고대 참 왕국의 유적이 많아 관광도시로도 유명하다. 베트남전쟁 때는 한국군이 주둔한 곳으로, 태권도 간판을 비롯해 곳곳에 한국군과 관련된 흔적이 남아 있다.4박 5일에 비용은 130만∼150만원. 태국 코사무이 방콕에서 남쪽으로 560㎞ 떨어진 코사무이는 태국에서 푸껫과 꼬창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섬이다. 섬 둘레를 따라 고운 백사장과 에메랄드 빛을 띠는 해변의 바다가 곳곳에 위치해 있다. 여행객 대부분은 유럽인들이며 한국 여행객들의 발길도 점점 더 늘고 있는 추세다. 때묻지 않은 해변의 모습으로 여행객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으며 수많은 볼거리, 놀거리, 휴식처로서 손색이 없는 곳이다.4박 5일에 130만∼150만원. 필리핀 펄팜 진주조개 농장이라는 뜻의 펄팜은 자연속에서 편안히 쉴 수 있는 곳이다. 마닐라 공항에서 국내선을 타고 1시간 20분 가량 남쪽으로 가야 한다. 도착공항인 다바오에서 버스를 타고 선착장으로 가서 여기서 필리핀 전통목선(엔진추진)인 방카로 갈아타고 다시 30여분 바다를 질주한다. 때묻지 않은 자연과 수줍은 듯 감추는 원주민의 미소띤 모습 속에서 평생 잊지 못할 일생일대의 화려한 휴가를 보내게 된다. 펄팜리조트에 일단 들어서면 해양레포츠(무동력)는 모든 것이 무료다. 펄팜리조트는 태풍영향을 받지 않아 연중 맑고 청명한 날씨를 자랑한다.4박 5일에 비용은 120만∼130만원. 캐나다 밴쿠버 천혜의 자연환경을 간직한 캐나다는 세계에서 가장 살고 싶은 나라 1위.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최대의 도시인 밴쿠버의 가로수와 아름다운 꽃길은 로맨틱한 신혼을 만끽하기에 충분하다. 캐나다 건국을 기념하는 밴쿠버 100주년 박물관과 해양박물관, 사이언스 월드, 아마존의 진귀한 물고기가 있는 수족관 등을 돌아본 뒤 북미 최대의 항구도시 빅토리아를 돌아보는 코스가 좋다. 특히 북미 최대의 항구이자 영국풍의 아침의 향기가 감도는 꽃의 도시 빅토리아로의 허니문은 새로운 체험이 시작된다.4박 5일에 150만∼170만원. 파리와 로마 유럽의 핵심 도시인 파리와 로마를 돌아보며 신혼의 달콤함을 느낄 수 있다. 프랑스 파리의 베르사유 궁전과 샹젤리제 거리, 콩코드 광장, 개선문, 에펠타워 등 17∼18세기 아름다운 건축물을 감상할 수 있다. 또 로마에선 교황이 머무는 바티칸과 성베드로 광장, 콜로세움 등 찬란했던 이탈리아 문화를 엿볼 수 있다.5박 6일에 140만∼150만원. ■ 도움말 가야여행사(www.kayatour.co.kr)
  • [교황 기관지 수술] 차기 누가 거론되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건강이상이 다시 돌출되면서 차기 교황 후보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세례받은 가톨릭 신자라면 누구나 교황이 될 자격을 갖지만 추기경 가운데 뽑는다.60∼70대 추기경 10여명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각 지역을 대표하는 인물들로 인망, 개혁 및 보수적 성향 등이 쟁점이다.80세 이하의 추기경 120여명이 투표로 뽑는다. ●디오지니 테타만치(70) 밀라노 대주교 전통적으로 교황을 배출해온 이탈리아 최대 교구의 최고위 성직자다. 교리 해석엔 보수적이면서도 사회 참여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 ●안젤로 스콜라(63) 베네치아 총대주교 이탈리아 가톨릭계의 ‘젊은 별’. 뛰어난 외국어 실력을 갖춘 이슬람 전문가로 교회와 현대문명의 연결을 주장하고 있다. ●프랜시스 아린제(72) 교황청 신앙성성(聖省) 수장 흑인 가운데 가장 유력한 교황 후보. 나이지리아 출신으로 영국에서 교육받았다. ●클라디오 흄즈(70) 브라질 상파울루 대주교 라틴아메리카의 교황 후보중 선두주자. 독일계 이민 후손으로 노동운동에 동조하면서도 교리적으론 전통주의를 고수하고 있다. ●요제프 라칭어(77) 교황청 신앙교리성 수장 독일 바이에른 출신으로 엄격한 보수성과 깔끔한 관리능력으로 ‘과도기 교황’으로 꼽힌다. 교회의 현안을 해결한 뒤 몇년 안에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석우기자 sw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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