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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촌은 지금 구조조정중] ①어장 황폐화 주범 고테구리

    [어촌은 지금 구조조정중] ①어장 황폐화 주범 고테구리

    어족자원 보호를 위해 해양수산부에서 어선감척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있다. 연안어선은 90년대 중반부터 실시됐으며 어장황폐화를 가져온 소형기선저인망어선에 대해서는 이달부터 본격적인 단속과 함께 정리에 들어갔다. 구조조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는 어천을 다섯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어장 황폐화를 가져온 소형기선저인망어업은 속칭 고테구리로 불린다. 일제때 우리나라 연안에서 일본인들이 자행한 어법으로 광복이후 국내 어민들도 도입했다. 당시는 무동력이어서 어자원을 고갈시킬 정도는 아니었지만 동력선이 등장하면서 어업생태계를 심각하게 파괴시켰다. 1953년 수산업법이 제정되면서 수산자원 보호를 위해 연안에서의 조업이 금지됐으나 50년이 넘도록 쉬 근절되지 않고 있다. ●전남 1815척… 절반넘어 해양수산부가 소형기선저인망어선 정리에 관한 특별법 시행을 앞두고 조사한 결과 국내 고테구리어선은 3586척. 지역별로는 전남이 1815척(50.6%)으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경남((726척)·전북(656척) 등 순이며, 경기에는 단 한척뿐이다. 대부분 어업허가를 갖고 고테구리어업을 하고 있으며, 무허가 어선은 499척에 불과하다. 고테구리 어선들은 경남 홍도 및 남해 세존도, 전남 소리도와 백도주변 해역, 서해안은 전북 위도와 어청도사이 해역을 훑고 다닌다. 지난해 8월 이후 단속이 강화되면서 일부는 제주근해까지 내려가 조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남도 김상옥 어업지도계장은 “도내에 선적을 둔 10t급 고테구리 10여척이 추자도 근해에서 조업한다는 첩보를 입수했지만 꼬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요즘은 주로 야간이나 새벽에 조업하면서 단속을 피하고 있지만 종전에는 주·야간을 가리지 않고 버젓이 조업했다.30∼50척씩 선단을 이뤄 조업하다 단속에 조직적으로 맞서거나 예사로 단속 공무원에게 폭력을 휘둘렀다. ●어업지도선 고의로 들이받기도 지난해 8월 전북 군산 앞바다에서 불법어업을 단속하던 공무원이 폭행을 당했고,2003년 2월에는 전남 여수 앞바다에서 고테구리 어선을 적발한 공무원 3명이 어민 김모(42)씨가 휘두른 흉기에 부상을 입었다. 또 지난해 6월 전남 여수 앞바다에서 어업지도선이 고테구리선을 적발, 선원을 검거하려고 하자 인근에서 조업 중이던 어선 27척이 몰려 방해했다. 고테구리 어선이 어업지도선을 에워싼 채 1척이 돌진, 선박을 파손시켰으며, 다음날에는 여수지역 어민들이 여수신항에 정박 중인 어업지도선을 국동항으로 강제예인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고테구리는 지난 90년대 중반까지 우리나라 전 해역에서 성행했으나 동해안과 제주해역에서는 7∼8년 전쯤 근절됐다. 강력한 단속과 처벌이 뒤따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해안에서는 여전히 고테구리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불법어업에 대한 당국의 단속은 미온적이었고, 처벌이 가벼웠기 때문이었다. 지역경제를 위축시킨다는 지적에 반짝 단속에 그쳤고, 지난 96년이후 연간 3000여건이 적발되지만 생계형 범죄라는 이유로 벌금형으로 선처,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했다. 이에 따라 해양부는 지난해 8월부터 법무부와 검찰, 해양경찰청, 행정자치부 및 지자체 등과 합동으로 불법어업은 물론 불법어획물 유통에 대해 대대적으로 단속하고 있다. 고테구리 조업은 강력한 단속에 크게 위축됐지만 불법조업은 여전하다. 지난달 29일 자망어선 선주 유모(54)씨와 통발어선 선장 제모(51)씨가 고테구리 어업을 하다 통영해경에 긴급체포됐다. ●연안 어업소득의 1.5배 달해 어민들이 고테구리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것은 손쉽게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고테구리 어선의 연간 소득은 2500만∼6500만원으로 여타 연안어업에 비해 1.5배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국어민회 총연합 김인규 의장은 “수입이 얼마인지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 한달에 15일정도 조업하는 것으로 보고 판단하라.”며 정확한 수입을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관계 공무원들은 부부가 조업하는 3∼5t어선의 경우 한번 조업으로 30만원정도 벌어 기름값 등 경비 10만원을 제하고도 20만원쯤 남긴다고 설명했다.10t이상 대형은 이보다 훨씬 높다. 선원 3명이 4∼5일 조업으로 400만∼500만원을 거뜬히 번다는 것이다. 고테구리 그물에 걸리는 어류는 고급 횟감인 넙치와 돔을 비롯, 새우 문어 등 저서어종. 자연산 선호풍조에 따라 활어는 부르는 게 값이다. 아울러 몸길이 2∼3㎝정도의 치어는 가두리양식장에 넘길 수 있어 판매도 손쉽다. 창원 이정규기자 jeong@seoul.co.kr ■ 고테구리 어업이란 소형기선저인망어업인 고테구리(小手繰)는 주로 20t 미만의 소형어선을 이용, 바다 밑바닥을 그물로 끌어 고기를 잡는 저인망 어업을 일컫는다. 고테구리 어업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25∼30㎜ 크기의 촘촘한 그물망코로 만들어진 어구를 사용, 치어부터 성어까지 온갖 어종을 싹슬이해 자원을 고갈시키기 때문이다. 고테구리는 일제시대때 우리나라 수역에서 불법으로 고기를 잡던 일본 기선저인망 어업이 그 유래다. 당시만 하더라도 조그만 목선인 무동력선을 이용하고 어구나 고기잡이 기술이 원시적인 수준이어서 그다지 문제가되지 않았는데, 광복이후 사회 질서가 혼란한 틈을 타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정부는 고테구리 어업을 막고 수산자원 보호 등을 위해 1953년 연안수역에서의 기선저인망 영업을 금지시키는 수산업법을 제정했다. 그러나 정부가 1965년 한·일어업협정때 일본으로부터 지원받은 대일청구권 자금으로 어민들을 지원하자 일부 어민들이 동력선을 구입, 고테구리 어업에 나서는 등 한때 전국적으로 그 규모가 5000척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어업방법은 비교적 단순하다. 어선 한척이 자루모양의 그물을 로프로 연결해 바닥을 끌면서 고기를 잡는데 어구 입구를 넓힐 수 있는 전개판(展開板)을 달고 있어 어획량이 다른 어업에 비해 월등히 높다. 특히 고기가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어구 끝부분에 자루를 매달아 놓아 치어의 남획은 물론, 어구가 바다 밑바닥을 끌게 돼 생태계를 파괴시켜 연안 어족자원의 씨를 말리는 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바다청소선 ‘환경1호’ 홍기주 선장 양식장이 늘고 대형그물 사용 횟수가 증가하면서 바닷속이 쓰레기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해양부는 지난해 조사한 국내 10대 어장의 쓰레기 양은 2만t이고 연안어장으로 확대하면 40만t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수거실적은 2678t이고 이중 폐어망이 2400t에 그쳤다. 올해 정화 사업비는 지난해와 같은 100억원이 책정됐다. 한국해양오염방제조합 소속으로 전남도 내 바다 청소선인 환경 1호(120t급) 선장 홍기주(55)씨는 34년차 선장이다. 유령어업이 무엇인가. -폐그물이 올라올 때면 주렁주렁 걸려 죽은 썩은 고기들의 냄새로 코를 들지 못할 정도로 악취가 심하다. 작은 고기나 게 등이 폐그물에 걸리면 이를 잡아먹으려는 좀 더 큰 고기가 순차적으로 걸려들어 죽어간다. 이를 어민들이 유령어업이라 부른다. 폐그물에 한 번 걸리면 절대 빠져나갈 수가 없다. 불법어구량은. -지난해 여수 관내 거문도 나로도 일대에서만 폐어구와 폐기계 등 800t을 건져 올렸다. 수백년이 가도 썩지 않는다는 양식장에서 버린 10여m짜리 굵은 동앗줄과 여기에 끼어둔 고무, 태풍에 떠밀려 온 그물량이 엄청나다. 또 게나 낚지·문어 등이 들어가는 폐통발이 가장 많다는 게 문제다. 삼중자망은 길이가 200m 폭 20m도 넘는다. 농어잡는 유자망, 피조개와 새조개 채묘틀 그물 등 가지가지다. 단속이 강화되면서 새 그물도 적잖게 올라온다. 아마 달아나면서 잘라버린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작업하나. -한국해양기술원이 음파탐사기로 쓰레기 지점을 파악하거나 어민들 신고로 잠수부가 확인한 뒤 작업에 들어간다. 양식장과 어장이 형성된 곳에 쓰레기도 많다. 지형적으로 완도군과 신안군 해역은 섬으로 둘러싸여 조류의 흐름이 약해 쓰레기가 더 많다. 한 지역에서 3∼4개월씩 작업한다. 수심 7∼40m에 쇠갈고리를 던져 넣어 배를 끌면서 쇠줄로 감아 올린다. 길이 40m 폭 30m 짜리 그물이면 20t도 넘는다. 그물이 바닥 70㎝ 이상 박혀 있다가 배가 끌면서 튕겨 나와 100t이 넘는 배가 기우뚱할 때면 아찔하다. 그물이 크고 엉켜 있다 보면 2∼3일 동안 끌고 다니다 잠수부가 줄을 잘라 올리기도 한다. 이 쓰레기는 바지선으로 옮겨져 운반·처리된다. 여수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Anycall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TG, 삼성 대파

    TG삼보가 정규리그 1위의 저력을 유감없이 뽐내며 통합우승을 향해 힘차게 출발했다. TG는 25일 원주 치악체육관에서 벌어진 04∼05시즌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1차전에서 삼성을 105-63으로 대파하고 기선을 잡았다. 이날 42점차는 역대 플레이오프 최다 점수차이며, 프로농구 사상 최다 점수차 타이.TG로서는 지난 2월 삼성에 83-125의 42점차 대패를 플레이오프에서 앙갚음한 셈이다.1차전 승자가 챔피언결정전에 나갈 확률은 81%이다. TG는 김주성-자밀 왓킨스로 이어지는 ‘더블포스트’를 가졌고, 삼성은 서장훈-자말 모슬리의 ‘트윈타워’를 보유, 불꽃 접전이 점쳐졌다. 하지만 예상은 어이없이 빗나갔다.TG는 완벽한 수비 조직력에 활화산 같은 내외곽 공격으로 1쿼터 초반부터 삼성의 기를 완전히 꺾었다. TG의 작전은 단순했다. 수비가 약한 서장훈을 집중공략하는 것. 왓킨스(31점 10리바운드)는 골밑에서 서장훈을 앞에 두고 1쿼터에서만 11점을 쓸어담았다. 서장훈이 공격과 수비에서 흔들리며 골밑을 내준 삼성은 좀처럼 반전의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TG의 공격은 갈수록 현란해졌다. 앞선에서 공을 가로챈 신기성(10점 13어시스트)은 골밑으로 돌진하는 아비 스토리(23점)에게 ‘베이스볼 패스’를 뿌려 그림같은 덩크슛을 만들어 냈다. 양경민의 3점포도 적절하게 터졌고, 김주성(18점)은 자말 모슬리를 스피드에서 압도, 손쉬운 골밑 찬스를 만들었다.TG는 전반을 57-32로 앞서 대승을 예고했다. 원주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감독 한마디 ●TG 전창진 감독 자밀 왓킨스가 서장훈을 집중공략한 게 주효했다. 상대의 밀착 마크에도 불구하고 신기성이 흐름을 잘 만들어 줬다. ●삼성 안준호 감독 초반 왓킨스에게 대량 득점을 내준 게 뼈아팠다.TG가 우리 팀 분석을 완벽하게 한 것 같다.2차전에서 반드시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겠다.
  • [Anycall프로농구] 4년만에 SBS 4강 날다

    ‘농구는 혼자 하는 게 아니라 5명이 하는 경기’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승부였다. ‘15연승팀’ SBS는 공격의 핵 단테 존스가 상대 수비에 철저히 막혀 고전했지만 주니어 버로(41점)가 신들린 듯한 슛퍼레이드를 펼치고 김성철(21점·3점슛 4개)이 거들어 마침내 4강 티켓마저 거머쥐었다. SBS는 21일 대구체육관에서 열린 04∼05시즌 프로농구 6강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버로와 김성철의 내외곽에 걸친 맹활약에 힘입어 오리온스의 거센 추격을 115-113으로 힘겹게 따돌리고 2연승으로 4강플레이오프에 올랐다. 지난 00∼01시즌 이후 4시즌 만에 4강 진출. 역대 플레이오프 최고의 명승부로 손색이 없는 한 판이었다. 공격 농구에 관한 한 둘째가라면 서러운 두 팀의 대결답게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거센 해일처럼 상대를 밀어붙였다.4쿼터 초반까지 두 팀의 균형은 좀처럼 깨질 줄 몰랐다. 먼저 힘을 쓴 것은 SBS. 일찌감치 파울트러블에 걸려 침묵을 지키던 양희승(12점)이 3점포를 쏘아올리자, 김성철이 3점슛에 이은 추가 자유투로 맞장구를 쳐 달아나기 시작했다. 이후 3분 동안은 ‘버로 타임’. 버로는 3점포 1개를 포함해 혼자서 10점을 쓸어담았고 SBS는 3분1초를 남기고 107-93,14점차까지 달아나 사실상 승부를 마무리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끝이 아니었다. 오리온스는 크리스 포터의 미들슛을 신호탄으로 김승현과 김병철이 잇달아 스틸에 성공한 뒤 득점으로 마무리를 해 1분30초 동안 무려 14점을 쏟아붓는 괴력을 발휘해 다시 승부를 안개 속으로 몰아갔다.56.1초를 남기고 107-107. 홈팀 오리온스의 기적을 바라는 팬들의 함성은 체육관을 삼킬 듯 거셌다. 그러나 승부를 돌리기엔 2%가 부족했다. 양희승과 버로의 자유투로 4점을 달아난 SBS는 25초를 남기고 버로가 상대의 공을 가로채 그대로 돌진, 호쾌한 투핸드 덩크슛을 꽂으며 승부를 결정지었다. SBS는 26일부터 ‘디펜딩챔피언’ KCC와 4강전(5판3선승제)을 치른다. 대구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감독 한마디 ●김동광 SBS 감독 이제 겨우 한 봉우리를 넘었을 뿐이다. 아직도 2개의 봉우리가 남아 있고,KCC는 한 치의 방심도 허용하지 않는 훌륭한 팀인 만큼 만반의 준비를 하겠다. 특히 오늘 경기에서 많은 턴오버를 범한 리딩가드와 14점차 리드를 못 지키고 동점을 허용했던 부분을 집중적으로 보완하겠다. ●김진 오리온스 감독 마지막까지 주니어 버로에게 고전했다. 단기전에서 첫 판을 내준 것도 뼈아팠다. 선수들이 집중력을 발휘했지만 결정적일 때 인사이드 공격이 불발돼 아쉽다. 스피드를 좀더 살리고 속공과 수비를 보완해 내년 시즌에는 더욱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
  • [세상에 이런일이]술술 달리더니

    |오클랜드(뉴질랜드) 연합|호주의 한 음주 운전자가 경찰차의 추적을 피해 시속 최고 130㎞로 도망치는 와중에도 계속 맥주를 마셨다고 법정에서 진술했다. 호주 선데이 메일 13일 보도에 따르면 사우스 오스트레일리아주 투웰스에 사는 스콧 데이비드 워터스(28)는 지난해 3월11일 밤 호텔에서 술을 마신 뒤 운전하다 주민의 신고로 경찰차의 추적을 받자 1시간여동안 경찰과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벌였다. 이날 밤 10시30분부터 시작된 추격전은 속도계가 때로는 130㎞까지 올라가고 지나가던 차들이 급제동을 거는 상황을 연출하면서 계속되다 워터스가 차를 버리고 남의 집 뒷마당으로 뛰어 들어가 숨으면서 비로소 끝났다. 경찰은 워터스가 차량으로 경찰차를 들이받기 위해 돌진해올 때는 목숨을 잃을 것만 같았다고 털어놓았다. 경찰은 그가 마치 누구를 죽이기 위한 게임을 하는 것 같았다며 숨어 있던 그를 붙잡아 신문을 하고 나자 “이제는 가서 섹스를 해도 되겠느냐.”는 질문을 던져왔다며 어이없어했다. 전직 트럭운전사인 워터스는 휴가동안 술을 너무 많이 마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면서도 경찰차의 추격을 받고 있는 중에도 계속 맥주는 마셨다고 법정에서 진술했다.
  • ‘슬슬’ 피하던 진술이 ‘술술’…전자조사 성과

    ‘슬슬’ 피하던 진술이 ‘술술’…전자조사 성과

    검찰이 서울남부지검 등에서 시범 실시 중인 ‘전자조사’가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전자조사는 카메라로 조사의 전 과정을 녹화해 CD에 저장, 법원에 제출하는 방식이다. 수백 쪽에서 수천 쪽에 이르는 피의자신문조서 등 수사기록은 사라지고 피의자 진술의 증명력은 높아지게 된다. 피해자의 인권보장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조사시간 크게 단축 서울남부지검이 80여일 동안 전자조사실과 검사신문실, 여성·아동 전용조사실을 운용한 결과 조사시간은 5∼7배 단축된 것으로 나타났다.2∼3시간 걸리던 것이 20분 안팎으로 줄어든 것은 문답 형식의 조서를 만들지 않기 때문이다. 대검 과학수사과 김종률 과장은 “두 사람의 대화를 한 명이 글로 옮기면 대화시간의 5배, 제3자가 기록하면 7배가 걸린다.”고 설명했다. A(24)씨는 술을 마시고 일부러 오락실 유리창을 깨뜨려 업무를 방해했다는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의 진술조서에는 모든 혐의를 인정했다고 기록돼 있었다. 그러나 전자조사실에서 A씨는 “유리창이 깨졌지만 고의가 아니라 실수였다.”고 주장했다. 진술은 9분 만에 끝났다. ●피의자 조사 충분하고 효과 높아 탈북자 B(42)씨는 생활고를 비관해 휘발유를 담은 자동차로 국회 본관을 돌진, 자살을 시도했다. 검사신문실에서 그는 남한에서 받은 차별과 건강악화 등을 털어놓으며 눈물을 쏟았다. 검사는 말을 끊지 않고 B씨의 하소연을 들어줬다. 문답조서를 작성하지 않아 가능했다.22분 후 그는 속시원하다며 고맙다고 했다. 검찰은 B씨가 곧 학교에 들어가는 아들을 홀로 키우는 사실도 감안해 불구속 기소할 방침이다. D(61)씨는 사우나 여성수면실에서 잠을 자던 C(30·여)씨를 성추행한 혐의로 붙잡혔다.D씨가 혐의를 강력히 부인하자 C씨가 대질을 요구했다. 전자조사실에서 두 사람은 마주 앉았다.C씨는 당시 상황을 조목조목 짚어가며 추궁했다. 피의자는 말을 잇지 못하고 당황했다.D씨는 녹화됐음을 깨닫자 35분 만에 범행을 자백했다. 남부지검 이종대 부부장검사는 “조서작성의 부담이 없어져 피의자 진술을 충분히 청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묻는 말에만 답하세요.’라는 강압적 신문 방식이 사라진 것이다. 피의자나 피해자도 수사과정에서 할 말을 다하자 불만이 줄었다. ●욕설·비방도 사라졌다 또한 조사 과정에서 욕설과 비방도 크게 줄었다. 종업원 E(32)씨는 임금과 퇴직금 8800여만원을 주지 않았다며 사장 F(55)씨를 고소했다. 일반 검사실에서 사장은 “중고차 6대와 외상대금 5000만원을 대신 받기로 합의했다.”며 욕설을 퍼부었다. 검사는 양측 동의를 얻어 전자신문실로 자리를 옮겼다.F씨는 태도를 바꿔 점잖게 말했다. ●법정 진술 부인 한 건도 없어 전자조사실 4실을 갖춘 서울남부지검은 2월 말까지 모두 234건을 이곳에서 처리했다. 이 가운데 피의자가 재판에서 말을 바꾼 경우는 한 건도 없었다. 신속한 처리가 요구되는 구속사건의 경우 40%를 전자조사실에서 처리하고 있다. 피의자가 녹음·녹화에 동의하면 수사관은 전자조사실로 들어간다. 피의자의 진술은 녹화되고 수사관은 의문점이 있을 때만 질문한다. 조사가 끝나면 곧바로 녹음·녹화내용을 CD 2장에 저장한다. 대검찰청은 지난해 12월 말부터 서울남부지검 말고도 서울중앙지검, 인천지검, 수원지검에 녹화·녹음 시스템을 갖춘 전자조사실 등을 설치해 운용하고 있다. 대검은 올 상반기에 지방검찰청에 조사실 30∼40개를 설치하고, 녹음·녹화장비 120세트를 보급할 계획이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미군, 이라크서 풀려난 이탈리아 女기자에 총격

    |파리 함혜리특파원| 이라크 무장단체에 납치됐다 풀려나 미군의 총격을 받아 부상한 이탈리아 여기자 줄리아나 스그레나(56)가 소속사 지면에 미군이 계획적으로 자신을 저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요지의 기사를 실어 파문이 커지고 있다. 좌파 일간 ‘일 마니페스토’의 바그다드 특파원인 스그레나는 6일 이 신문 1면에 ‘나의 진실’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납치범들이 그녀를 풀어줄 때 “신분이 노출되면 그들(미군)이 당신을 공격할 것”이라고 주의를 줬다고 밝혔다. 이탈리아는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국가들이 미국 주도의 이라크전에 강력 반대한 것과 달리 3000여명을 이라크에 파견한 동맹이라는 점에서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스그레나는 지난달 4일 바그다드에서 납치됐다 한달 만에 석방됐으나 4일 밤 공항으로 가던 중 미군의 총격을 받아 어깨에 부상을 입었고, 석방을 주도했던 비밀요원 니콜라 칼리파리(51)가 현장에서 사망했다. 스그레나는 5일 로마에 도착해 곧바로 쇄골수술을 받기 위해 군병원으로 옮겨졌으며 같은 날 오후 칼리파리의 시신도 로마공항에 돌아왔다. 칼리파리의 장례식은 정부장으로 치러진다. ●피격 상황 스그레나는 기사에서 ‘인생에서 가장 드라마틱했던 하루’에 대한 기억을 생생하게 적었다. 이에 따르면 납치범들은 스그레나를 바그다드 시내 한 지점에서 풀어주면서 “조용히 기다려라.10분 뒤면 그들이 당신을 데리러 올 것”이라고 말했다. 두터운 면으로 눈이 가려진 상태에서 가슴을 졸이며 기다리던 그녀에게 이탈리아 말이 들려왔다.“줄리아나, 걱정 말아요. 당신은 자유를 되찾았습니다.” 칼리파리의 목소리였다. 스그레나 일행은 곧바로 자동차에 옮겨 타고 바그다드공항으로 향했다. 운전기사는 이탈리아 대사관과 본국에 두 차례 전화를 걸었다. 스그레나가 칼리파리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갑자기 총탄이 자동차를 향해 비오듯 쏟아졌다. 공항을 불과 700m 앞둔 지점이었다. 기사는 “우리는 이탈리아인이야.”라고 두 차례 외쳤지만 소용 없었다. 스그레나를 보호하기 위해 몸으로 그녀를 감싼 칼리파리는 머리에 총을 맞고 그 자리에서 숨을 거뒀다. 석방의 기쁨이 공포와 경악으로 바뀐 순간, 스그레나는 납치범들이 “당신이 살아서 돌아가기를 원치 않는 것은 바로 미국인들이니 조심하라.”고 주의를 줬던 것이 생각났다. 그녀는 “그 말을 들을 때만해도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생각했지만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이제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반미감정 고조 미군은 스그레나를 태운 차량이 정지 신호를 무시한 채 돌진해와 경고사격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사건의 진상을 적극적으로 조사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탈리아 국민의 반미감정을 달랠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이날 로마의 미국대사관 앞에서 수백명의 시민들이 “미국은 변절했다. 이제 이탈리아인도 죽인다.”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벌였다. 한편 파리에 본부를 둔 국경없는기자회(RSF)는 성명을 통해 “2003년 바그다드 시내 팔레스타인 호텔 총격 사건으로 기자 2명이 사망한 사건을 미군이 단독 조사하면서 미 병사의 무죄를 강변했던 점을 감안, 이번 총격사건은 유엔이 즉각 철저하게 조사해 전모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lotus@seoul.co.kr
  • 꿩회·꿩파전·꿩산적…꿩따리 샤바라

    꿩회·꿩파전·꿩산적…꿩따리 샤바라

    ■ 춘천꿩농장서 꿩먹고 알먹고 우리의 가장 대표적인 겨울 전통 먹을거리가 꿩이다. 함박눈이라도 내릴라치면 덫을 놓고 불린 콩을 뿌려 꿩사냥을 했다. 이렇게 잡은 꿩으로 냉면과 만두 등 갖가지 별미도 만들어 먹었다. 꿩은 그 자태가 아름다운 만큼이나 맛도 일품이다. 담백하면서도 감칠 맛이 돈다. 육질은 부드러우면서 쫀득한 탄력이 있다. 꿩은 가슴살로 배·오이 등을 채 썰어 넣고 참기름을 조금 넣어 육회로도 먹었다. 쫄깃한 맛에서 ‘꿩 대신 닭’이란 표현이 왜 나왔는지 느껴진다. 옛날에 주로 혼례, 제사, 감사의 표시로 꿩이 쓰였다.‘있는 집’에선 치적제일(雉炙第一)이라 하여 제사에 빠지지 않았다. 정월 대보름엔 꿩알을 복란(福卵)이라며 귀하게 여겨 찾기도 했다. 나라님도 꿩의 맛을 즐겼다. 오죽하면 조선시대까지 매를 길러 꿩을 잡는 관청을 뒀겠는가. 조현진 봉래정 조리사는 “꿩은 겨울철 궁중의 보양식”이라며 “저지방 고단백 식품으로 다이어트나 성인병 예방에 좋다.”고 말했다. 이런 꿩 맛보기가 요즘엔 쉬워졌다. 꿩을 사육하는 까닭이다. 꿩은 사육된다고는 하지만 닭이나 오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야성이 강하다. 소리에 민감하고 경계심이 무척 높다. 반면 병해에 강해 웬만한 조류독감에도 끄떡없다. 꿩 사육 농장인 강원도 춘천시 남산면 창촌리의 춘천꿩농장을 찾았다. 사방에 눈이 쌓이고 얼어붙은 산간마을의 겨울, 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칼처럼 매섭다. 하지만 농장의 꿩들은 추위를 잊은 듯 재빠르고 활기찼다. 사육장 안으로 발자국소리를 죽이며 조심스럽게 들어섰지만 수백 수천마리의 꿩이 한꺼번에 푸드득거리며 날아올랐다. 먼지와 깃털, 정면으로 돌진하는 꿩 때문에 고개를 들 수 없을 정도였다. 주인 동영삼(50)씨는 “막무가내로 사육장에 들어서면 꿩이 정면으로 달려들어 발톱에 할퀴거나 다친다.”고 주의를 줬다.“닭은 먹이를 주면 달려들어 먹지만 꿩은 경계심을 품고 접근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들 꿩은 모두 부리가 몽땅하게 짧았다. 꿩은 성질이 거칠어 서로 싸우는 경우가 많아 생후 20∼30일 사이에 부리를 절단한 까닭이다.15년째 꿩을 기르는 그는 “꿩을 수십대째 순치시켜며 길들이려고 했지만 여전히 실패”라며 “닭이나 오리는 꿩과 비교하면 너무나 순해 ‘온실 속의 화초’”라고 말했다. 그는 꿩이 인삼밭을 찾으면 쑥대밭으로 만드는 걸 보고 꿩을 건강하게 기르기 위해 인삼과 목초액을 먹였다. 항생제는 전혀 먹이지 않는다. 꿩 전문식당을 운영하는 동씨 부인 정향순씨는 “꿩의 요리법은 닭과 비슷하지만 기름기가 없어 훨씬 더 담백하다.”며 “꿩의 감칠 맛을 살리려면 파·마늘 등 강한 향신료를 많이 넣지 않는 요리법이 좋다.”고 말했다. 꿩고기로 육수를 우려낼 땐 꿩 한 마리에 물((8ℓ), 생무(400g), 양파(200g), 마늘(3쪽)만 넣고 30여분간 푹 끓이면 된다고 설명했다. 육수는 식혔다가 냉면을 말거나 다른 음식을 만들 때 넣고, 살은 소금에 찍어 먹거나 칼국수·만두 등을 끓일 때 넣으면 된다. 그는 꿩에 인삼·대추 등을 넣고 삼계탕처럼 끓여 먹으면 겨울에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닭백숙처럼 통마늘·대파 흰 부분을 넣고 닭보다 더 오래 익혀 먹는 꿩백숙도 좋단다. 정씨는 배추·무·호박·숙주나물·부추 등을 꿩고기와 다져 넣은 꿩만두도 빚어 판다. 꿩만두 1봉지(100알)에 3만원, 냉동 꿩고기(장끼·1㎏)는 2만원에 택배도 한다. 식당 메뉴는 꿩냉면(5000원), 꿩백숙, 육회(이상 2만 5000원), 꿩샤부샤부(3만 5000원·4인분) 등이 개발되어 있다. 문의(033)262-5335. ■ “겨울에 먹어야 제맛” 수컷 장끼의 자태는 고혹적이다. 목에는 흰 링을 찬 듯 하얀 목털을 둘렀다. 우리나라의 꿩에만 흰 테가 있다. 이 때문에 우리 꿩이 전세계 50여종의 꿩 가운데 가장 아름답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흰 테 위쪽은 녹색을 띤 푸른 빛이 나고, 아래쪽는 붉은 색이 감도는 보랏빛과 황색이다. 밤색 광택이 있는 청동색 몸에 흑색에서 황색까지의 갈색 빛깔로 얼룩져 있다. 긴 꼬리 깃은 짙은 밤색에 검은 마디가 있다. 예로부터 모자 등에 장식으로 많이 달았다. 암컷인 까투리는 꼬리가 짧으며 갈색으로 얼룩져 있다.‘꿩 대신 닭’,‘꿩 구워 먹은 소식(소식이 없음)’,‘꿩 잡아 먹은 자리(흔적이 없음)’,‘꿩 먹고 알 먹고’ 같은 우리 속담도 꿩의 맛과 관련이 있다. 장동민 하늘땅한의원장은 “봄 산란기를 앞두고 겨울은 꿩이 가장 맛있을 때”라며 “꿩고기는 몸에 좋은 오메가3지방산을 갖고 있으며, 소화흡수가 잘 되며 기력을 돋운다.”고 말했다. 춘천 글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 ‘새’맛찾아 전문점으로 서울 김포공항 옆 메이필드호텔의 한정식당에선 2월 말까지 겨울 특선 궁중보양식으로 꿩요리(5만 5000원)를 내놓고 있다(02-6090-5800). 꿩요리 특선 메뉴로는 꿩육회와 꿩완자전골·꿩만둣국·꿩산적(꼬치) 등이 코스로 나온다. 꿩완자전골은 야채와 꿩살로 완자를 빚어 육수에 끓이는 것으로, 여러가지 재료가 어우러진 깊고도 시원한 맛을 낸다. 옛날 궁중에선 이를 봉오리탕으로 불렀다. 봉래정의 단아한 전통한옥에서 겨울 궁중음식 꿩을 즐기는 맛이 그만이다. 한양대학교에서 성동교를 건너 화양로로 이어지는 곳에 있는 꿩 전문 음식점이다(02-468-0110). 12년 전에 문을 연 이 집의 가장 대표적인 메뉴는 꿩 한마리(3만 9000원·4인분). 꿩파전·꿩육회·꿩샤부샤부와 꿩만두, 꿩탕을 골고루 맛볼 수 있다. 금수강산의 꿩샤브샤브는 꿩 뼈를 우려낸 육수에 꿩앞가슴살을 얇게 저며 넣은 것이다. 여기에다 배추·호박·감자·쑥삭·버섯류 등 7∼8종의 야채가 풍성해 국물이 시원하면서도 감칠 맛이 깊다. 강화도에서 기른 꿩을 가져와 손님들이 보는 앞에서 잡아준다. 도심과 강남에서 별미를 즐기려는 고객들이 많이 찾는다. 꿩을 제대로 먹으려면 예약하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으면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다. 전국 제일의 꿩요리집이란 자부심이 가득한 식당이다(043-846-1757). 메뉴는 한 가지. 꿩 한마리(5만원)를 주문하면 꿩회·꿩생채·꿩산적(꼬치)·꿩불고기·꿩만두·꿩수제비매운탕이 차례로 나온다. 어른 두세 명이 푸근하게 먹을 수 있다. 꿩회는 꿩고기를 양념에 무치지 않고 생선회처럼 내고, 꿩생채는 꿩을 야채와 양념에 버무려 내온다. 안주인 박명자(56)씨는 꿩요리로 향토음식 기능보유자로 선정됐다. 한번 맛본 사람은 다시 찾는다. 위치는 충북 충주시 상모면 안보리, 수안보온천에서 월악산국립공원 미륵사지쪽으로 2.5㎞쯤 가야 한다. 의왕의 청계사로 가는 코스 중간에 있는 꿩고기 전문점. 꿩고기 칼국수와 꿩고기 꿩만둣국 각 5000원(031-426-2494). 얼큰해 닭도리탕과 비슷한 꿩탕(4만 5000원)과 담백한 꿩샤부샤부(5만원)는 꿩 한 마리로 푸짐하다. 모두 4인기준. 새로 지은 건물이 깨끗하다. 목장을 하던 주인 박종인씨가 25년 전에 황소 한 마리와 바꿔 심었다는 등나무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에 변화를 준다. 대중교통 편이 불편한 곳이라 차편을 항시 대기시켜놓고 인덕원 전철역까지 교통편의를 제공해준다. 경기도 용인시 용인문예회관 근처의 금촌집은 꿩탕을 내놓는다(031-335-3808). 얼큰한 국물 맛이 꿩고기 속에 잘 배어든 꿩탕(한 마리 3만 5000원)은 이 집의 별미다. 봄철에는 국물 안에 넣은 달래향이 향긋하게 풍기며 입맛을 자극하다. 꿩구이(9000원·1인분)는 부드럽고 담백한 육질이 좋다. 뼈가 억세지만 뼈를 발라먹는 재미가 그만이다. 고기와 양파, 대파, 양송이버섯 등을 같이 굽는 냄새가 향긋하다. 이외에도 메추리구이·토끼탕과 토끼구이 등 다소 야성적인 메뉴를 내놓는다. 꿩요리에서 빠질 수 없는 음식이 냉면이다. 꿩과 김칫국의 조화로운 맛이 그만이다. 꿩 가슴살이나 날개살, 다리살을 발라내 국물에 띄우고, 뼈는 고아 육수를 내 김칫국이나 동치미국에 섞어 냉면국물을 만든다. 서울 강동구 고덕사거리 E마트를 끼고 우회전하는 평안도 오부자집(429-2515)에선 꿩냉면과 꿩만두를 낸다. 꿩육수를 진하게 맛보려면 3∼4명의 한 가족이 우선 꿩만두전골(1만 3000원·1인분)을 한 냄비 주문해 먹은 다음 꿩냉면(6000원)으로 시원하게 입가심하면 평안도 겨울 별미의 맛을 짐작할 수 있다. 이외에도 동두천의 터미널근처의 평남면옥(031-865-2413)도 꿩냉면(6000원)으로 이름이 높다.
  • [2005여자프로농구] 최윤아 ‘가드본색’

    독보적인 포인트가드였던 신한은행 전주원 코치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코트 복귀를 심각하게 고려했다. 새롭게 창단한 팀의 성적이 바닥을 헤맸고, 자신을 대신할 만한 ‘야전사령관’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이런 고민은 하지 않아도 될 듯싶다. 새까만 후배 최윤아(19)가 그의 빈 자리를 채울만큼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은 25일 광주 구동체육관에서 열린 2005여자프로농구 겨울리그 경기에서 최윤아(8점 6어시스트 3스틸)의 빼어난 경기조율과 투지 넘치는 허슬플레이, 고비마다 터진 야투를 앞세워 신세계에 59-58,1점차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5승5패가 된 신한은행은 4개팀이 형성했던 공동3위에서 벗어나 단독3위가 된 반면 신세계는 4승6패로 꼴찌가 됐다. 최윤아는 1점차의 숨막히는 승부가 계속된 4쿼터 초반 48-47로 뒤집는 레이업슛을 터뜨린 데 이어 2분23초를 남기고서는 공격제한시간이 다 돼 던진 공이 림을 맞고 나오자 그대로 돌진해 골밑슛으로 연결,54-50의 승기를 잡았다.14.9초를 남긴 상황에서는 한채진의 쐐기 3점포를 어시스트해 주기도 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영화속 수능잡기] 아마겟돈

    파리의 에펠탑 꼭대기에서 500g의 공을 떨어뜨렸을 때 3초 뒤에 그 공의 낙하지점을 구하라는 질문은 운동역학의 고전적인 질문에 속한다. 어떤 장난꾸러기 학생이 이런 질문에 이런 반응을 보인다고 하면 어떨까. 그 공이 만약에 떨어질 마음이 없다면 어떤가요, 그 공이 처음엔 잘 떨어지다가 중간에 딴 생각이 나서 옆길로 세어버리면 또 어떤가요. 만약 이 ‘엉뚱한 공’이 실제 존재한다면 그 공은 자연과학의 근본을 뒤흔들어버릴 위험이 있다. 과학사에서는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다. 양자역학을 창시한 물리학자 하이젠베르크는 ‘입자의 위치를 정하려고 하면 그 운동량이 확정되지 않고, 그 운동량을 정확히 측정하려고 하면 위치가 확정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불확정성의 원리’다. 불확정성 원리는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이 동시에 확정된 값을 가질 수 없다는 원리다. 그것은 입자가 파동의 성질을 겸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확정성 원리는 물리학이 궁극적으로 통계적 예측 이상은 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일상 세계에서 공의 속도를 관찰하고 운동량을 측정하는 것은 ‘예측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먼지의 입자를 몇 천억 분의 일로 쪼갠 미립자의 세계에서는 이런 ‘예측가능한’일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불확정성의 원리’의 요체다. 철학자들은 이런 원리에 바짝 긴장했다. 만약 미립자에게 자유 의지가 있어서 자신의 운명을 자신의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면 자연과학은 존재 기반을 잃어버린다. 우리가 일상의 세계에서 낙하 후 3초 후의 물체의 위치를 ‘예측’할 수 있는 것은 그 물체가 자유 의지에 따라 행동하고 있지 않고 ‘결정’론적인 법칙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일상 세계에서 낙하된 공이 땅에 떨어지지 않는다면 물리학은 존재할 수가 없다. 낙하된 공이 떨어지지 않는 세계는 마법과 팬터지의 세계이지 물리학의 세계는 아니다. 영화 ‘아마겟돈’에서 ‘글로벌킬러’라고 불리는 텍사스 주 크기의 행성이 시속 2만 2000마일의 속도로 지구를 향해 돌진해온다. 지구는 최대의 위기를 맞는다. 그때,NASA의 댄 트루먼 국장이 ‘사람을 직접 소행성에 보내어 소행성을 폭파시키자.’는 해결책을 제시한다. 소행성의 중심부까지 구멍을 뚫어 핵폭탄을 직접 장착하기 위해 선택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바로 ‘아마겟돈’이다. 영화 속 소행성의 운동도 결국 물리학의 법칙에 지배되고 결정된다. 그 말은 소행성의 운동은 미립자처럼 ‘불확정’한 것이 아니라 ‘예측가능’하다는 말이다. 만약 소행성의 운동을 예측할 수 없다면 누구도 소행성을 폭파하겠다는 임무에 나서지 않을 것이다. 크게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불확정성의 원리’가 지배하는 미립자의 세계는 아니다. 마이클 베이 감독, 브루스 윌리스·벤 애플렉·리브 타일러 주연,1998년작.
  • 바그다드 90분새 5건 폭탄테러

    이라크 총선거를 열흘 남짓 남겨두고 수도 바그다드에서 잇따라 폭탄테러가 발생, 치안불안이 심각해지고 있다. 19일 오전 바그다드에서는 1시간 30분 동안 연쇄적으로 5건 이상의 자살차량폭탄테러가 발생, 최소 26명이 숨졌다고 BBC방송이 보도했다. 먼저 이날 오전 7시쯤(현지시각) 바그다드 주재 호주대사관을 경비하는 호주군 막사로 자살폭탄차량이 돌진, 이라크인 2명이 숨지고 호주군 2명이 부상했다. 이어 30분 뒤 바그다드의 동쪽 경찰서 근처에서 폭탄을 실은 차량이 폭발했으며 미군측은 18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몇 분 뒤 바그다드국제공항과 은행 등에서도 폭발이 이어졌다. AFP통신은 하이파 거리에서도 폭발이 일어나는 등 이날 모두 7건의 폭탄테러가 발생했으며 사망자는 20명 이상이라고 전했다. 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가 이끄는 이라크 내 알 카에다 조직은 이슬람 웹사이트를 통해 이번 폭탄테러는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또 알 카에다와 연관된 안사르 알 순나는 이날 총선과 관련, 인터넷 시스템을 구축하는 미국 회사에서 일하던 이라크인 2명을 살해하는 장면을 담은 동영상을 인터넷에 게재햇다. 앞서 18일에는 바그다드 소재 시아파 정당 사무실 근처에서 18일 자살 폭탄 테러가 발생,1명이 숨지고 7명이 부상했다. 장택동기자 외신 taecks@seoul.co.kr
  • LG, 오리온스에 무릎… 3연패

    오리온스가 LG를 다시 연패의 늪으로 몰아넣었다. 오리온스는 11일 창원체육관에서 열린 04∼05시즌 프로농구 경기에서 LG를 92-84로 누르고 19승(13패)째를 올려 2위 KTF를 반게임차로 추격했다.11연패의 악몽에서 벗어나 2연승을 올렸던 LG는 다시 3연패에 빠졌다. 오리온스가 잘 했다기보다는 LG가 자멸한 경기였다.LG는 김영만(24점)과 데스몬드 페니가(34점)의 야투가 폭발하며 1쿼터를 32-24로 앞섰다. 특히 오리온스의 대체용병 에드먼드 사운더스(14점)가 전혀 인상적인 플레이를 펼치지 못했고, 김승현(8점 9어시스트 6스틸)도 1쿼터 중반 어깨를 다쳐 제 컨디션이 아니었기 때문에 승수를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러나 LG는 2쿼터부터 머뭇거리더니 3쿼터에서는 자유투를 제외한 야투를 고작 1개밖에 성공시키지 못해 역전을 허용했다.4쿼터에서도 크로스패스가 번번이 김승현의 손에 걸리며 전혀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오리온스는 3쿼터 시작과 함께 LG를 무득점으로 묶고 11점을 몰아넣으며 56-55, 첫 역전에 성공했다. 이후 김병철(18점)과 네이트 존슨(38점 11리바운드)의 중거리포가 작렬하면서 74-65까지 점수를 벌렸다. 김승현은 4쿼터 중반 3점슛을 터뜨린 뒤 곧바로 상대의 공을 가로채 골밑으로 돌진, 레이업슛과 추가자유투까지 얻어내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국제플러스] 테러범 유나이티드항공 격추론 제기

    |워싱턴 연합|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은 2001년 9월11일 알카에다 조직원들이 미국 본토에서 테러를 위해 납치한 유나이티드항공 93편이 “격추됐다(shot down).”는 ‘음모 이론’을 제기했다고 CNN이 28일 보도했다.CNN에 따르면 럼즈펠드 장관은 크리스마스 이브 이라크를 전격방문, 미군 병사들과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뉴욕에서 미국을 공격했던 테러범들이 펜실베이니아 상공에서 문제의 여객기를 격추시켰다.”고 말했다. 이같은 그의 발언은 유나이티드항공 여객기 탑승객들이 조정석을 탈환하려고 하자 테러리스트들이 고의로 펜실베이니아 들판에 여객기를 추락시켰다고 결론을 내린 9·11 진상조사위원회의 입장과 다른 것이다. /***앞서 이 여객기는 당시 부시 대통령의 재가에 따라 격추됐다는 의문이 재기된 바 있어 이같은 ‘격추설’과 관련, 논란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국방부 대변인은 럼즈펠드 장관이 당시 피곤해서 말을 잘못한 것일 뿐이라고 변명했다. 9·11 진상조사위는 알카에다 조직원들은 당시 4대의 여객기를 납치한 뒤 2대는 뉴욕의 세계무역센터에, 세번째 여객기는 워싱턴DC 교외에 위치한 펜타곤에 각각 돌진시켰으며, 네번째 유나이티드항공 여객기는 고의 추락시켰다고 결론을 내린 바 있다./***/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50)포항 호미곶의 해맞이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50)포항 호미곶의 해맞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곳은? 재론의 여지없이 독도나 울릉도다. 그러면 육지에서는 어디일까. 이 역시 재론의 여지없이 포항시 호미곶이다. 동경 129도 34분 03초인 이곳은 동해로 돌출되어 있어 몇 분이라도 먼저 새해 해맞이를 하려는 이들로 인산인해다.12월21일, 동짓날 그곳을 찾았다. 옛날에는 동지를 아세(亞歲·작은 설)라 하여 동지제사를 지내며 액운을 물리치는 날이다. 또한 한해를 동지에 시작하였으니, 옛 전통을 되살려 호미곶으로 달려 내려간 것. ●육지서 가장 먼저 해뜨는 호미곶 호미곶을 가려면 포항 시내에서 삼십여분을 더 달려야 한다. 일출의 짧은 순간을 놓칠 것을 걱정하고 있는데, 서울에서부터 내내 동행한 해수부 항로표지담당관실의 진한숙 사무관이 선뜻 장기곶등대에서의 1박을 권하였다.“체험하고, 그냥 들르는 것하고는 천지차이입니다.” 등대는 많이 다녀보았지만 하룻밤 체험은 쉽질 않아 선뜻 등대의 관사에 여장을 풀었다. 마침 울릉도등대에서 찾아온 박영식·정태영 등대지기와 포항항만청의 정용호 과장과 조재준 계장 등 ‘등대사나이’들이 모처럼 한 자리에 모여 앉아 ‘이바구’에 여념이 없었다. ‘등대지기’, 좀 더 정확히 말하지만 이들 항로표지원들의 삶 자체가 워낙 외롭고 고달프기 때문에 대단한 단결력을 과시한다. 그러지 않고는 고립된 등대의 삶을 견뎌낼 수가 없을 것이다. 유물 수집 과정을 묻자, 이문희 등대박물관장은 “전국 등대에 연락을 취하고 긴밀하게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과거의 등대유물을 속속 수집하여 올린 덕분에 인멸해 가던 근대 문화유산이 집결되어 오늘의 등대박물관이 가능해진 것”이라고 간단하게 정리해준다. 밤새 북풍이 불었다. 등대의 칸델라가 빙빙 돌아가면서 쏘아대는 불빛이 요동치는 파도에 떨어지자 물빛이 기괴한 빛을 냈다. 수억원을 호가하는 칸델라는 일일이 손으로 깎은 렌즈들의 집합체로 빛이 없어도 그 자체로 영롱한 빛을 내뿜고 있으니, 그냥 퍼지는 파장이 아니라 렌즈의 오묘한 프리즘이 연출해 내는 ‘빛의 향연’인 셈이다. 해맞이광장 한편에 자리잡은 육중한 풍력발전기의 대형 풍차가 엄청난 가속도로 돌았다. 동해로 돌출된 삼각지대답게 호미곶 바람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런 곳을 일제가 ‘토끼 꼬리’라 불렀으니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땅의 기세가 호랑이 꼬리가 분명하다. 그것도 잠자는 호랑이가 아니라 태산을 흔들며 포효하는 호랑이 꼬리다. 일찍이 남사고가 호미곶을 호랑이 꼬리로 보았음은 역시 조선시대 절세의 풍수지리가다운 안목이다. 고산자 김정호는 국토의 튀어나온 부분을 ‘확실하게’ 이해하기 위하여 무려 일곱 번이나 답사 측정한 뒤에 호미곶이 한반도의 가장 동쪽임을 분명히 하였다. 동물의 꼬리란 ‘꼬리곰탕’이나 끓여먹는 대상이 아니다. 돌진할 때 몸의 균형과 스피드를 조절하고, 꼬리를 움직여서 온갖 신호를 보낸다. 꼬리치는 강아지에게서 꼬리를 뺏는다고 상상해 보라. 어쨌든 호랑이 꼬리에 얹혀서 잠을 잔 것 치고는 아주 편한 잠을 잤다. 등대의 침실이 생각보다 훨씬 따뜻했기 때문이다. ●바닷가 한복판 ‘상생의 손’ 감동 새벽 6시 바다로 나갔다. 해가 가장 짧아서 ‘노루꼬리’ 같다는 동지답게 해가 뜨려면 아직 이르다. 신년도 아닌데 벌써 해맞이를 나온 이들이 서성거린다. 필자처럼 새해맞이를 ‘당겨서’ 맞으려는 사람들이다. 미국에서 나왔다는 교포 1.5세를 만났다. 부친은 미국인, 모친은 한국인이란다. 한국문화 체험을 하려고 겨울연휴를 이용해서 ‘어머니 나라’에 왔으며, 동해 일출을 한반도의 제일 끝자락에서 맞이하고 싶어서 서울에서 달려왔단다. 해가 뜬다. 늘상 그렇듯 일출 조건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구름이다. 구름이 가린다면 만사가 틀어진다. 수년 전, 동해 일출을 지켜보는데 먹장구름이 흘러가면서 끝내 해가 제 모양을 보여주지 않았다. 사람들의 실망이란, 해맞이가 아니라 흡사 해의 죽음을 조문하러 온 표정들 같았다. 천만다행으로 해가 떠올랐다. 일출은 그야말로 순식간. 뻘건 혓바닥, 아니면 좀 험하게 표현해 갓 잡은 동물의 붉은 간 같다고나 할까. 진홍색 빛을 불쑥 내밀며 천천히 바다로부터 치고 올라온다. 신라의 고승 원효의 이름을 풀면 ‘첫 새벽’이다. 새해 첫 날, 첫 새벽에 빛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해맞이 전통은 흡사 힌두교도들이 빛의 주인인 크리슈나의 현현을 맞이하는 것과 같다. 불가의 무량수경(無量壽經)에 ‘빛은 외관(外觀)하고 생명은 내감(內感)한다.’고 하였으니, 빛이 있는 곳에 무한한 공간이 조견되고, 목숨 있는 곳에 무한한 공간이 심증된다는 뜻이다. 기독교에서도 예외는 아니어서 빛은 생명 그 자체로 인식된다. 그러한 즉,‘생명있는 온갖 것’들이 해맞이 광장에 모여들어 빛에 감응하고 생명을 느끼고 돌아감은 새해 일출이 선사하는 가장 값진 선물일 것이다. 호미곶광장의 연오랑과 세오녀 기념비에 쓰여 있듯, 그들 부부가 일본으로 떠나자 신라의 해와 달이 빛을 잃었다고 삼국유사에 기록돼 있다. 사신을 보내어 비단을 받아오자, 해와 달이 다시 온전해졌다. 해와 달이 빛을 잃는 것처럼 비극적인 것이 없으니, 호미곶 해맞이에서 해마다 연오랑과 세오녀를 시민 가운데서 선출해 가장(假裝)의 축제를 벌이는 것도 빛을 간구하는 축제의 오랜 전통을 재현해 낸 것이리라. 호미곶 해맞이가 한결 유장하게 느껴지는 것은 바닷가 복판에 세워진 상생의 손 때문이다. 청동으로 빚어진 그 거대한 손 위로 해가 올라선다. 흡사 손으로 해를 받쳐올리는 모습이다. 손노동으로 이룩된 인류의 문명을 상징하듯이 해와 손이 어우려져 감동을 자아낸다. 바닷가에 세워진 온갖 군더더기 조형물과 달리 상생의 손으로 해를 감싸 안으면서 한해 내내 싸우지들 말고 오순도순 잘 살아나가길 바라는 성싶다. 우리 국회의원들은 단체로 이곳에 와서 이런 가르침을 배워야 할 듯하다. ●등탑 층마다 새겨진 배꽃 문장 눈길 해맞이를 끝낸 이들은 등대박물관을 방문하곤 한다.1908년 12월20일에 완공되었으니,2008년이면 100년. 서양 건축양식을 도입, 무려 26.4m 6층 높이의 건조물을 철근 하나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벽돌로만 축조했다. 이러한 축조기술은 오늘날에도 결코 쉽지 않은 것이니 근대건축사의 살아 있는 학습장 아닌가. 반드시 등탑의 층마다 붙어 있는 조선왕실 상징물인 이화(梨花) 문장을 보아둘 것을 권한다. 가문이나 왕실을 표시하는 특별한 꽃모양이나 동물문양을 뜻하는 문장으로 ‘오얏 이’의 상징물인 배꽃이 등대마다 각인되어 있다. 풍전등화 신세였던 통감부 시절에 등대를 세우면서 무슨 연유인지 배꽃을 층마다 새겼다. 일제강점기에 일인들은 배꽃을 철판으로 가리고 자신들의 국화문장을 새겼다. 해방이 되어 철판을 떼내자 아무도 몰랐던 배꽃이 제 모습을 드러내어 오늘에 이른 것. 누군가 농을 던진다.“이화여대생들은 반드시 한번쯤 와야 할 필수 코스 아닙니까.” 호랑이 꼬리가 토끼 꼬리로 강등되면서 모진 세월 내내 서러움을 받던 호미곶에 수십만 인파가 인산인해를 이루면서 동해바닷가에서 한해의 염원을 실어보내는 것 자체가 이제 ‘신(新)세시풍속’으로 자리잡은 것이니 감개무량할 뿐이다. 호미곶 일대는 보리판으로 뒤덮여 있다. 어려운 물사정으로 논농사가 불가능한 지형의 특성을 살려 곳곳에 보리를 심어 마치 겨울바다에 녹색의 융단을 깔아놓은 듯하다. 호미곶에는 이육사가 포항의 포도원에서 시상을 떠올려 그의 명시 청포도를 창작하였다는 청포도비도 서 있어 바닷물과 더불어 이래저래 청색과 녹색의 시대를 연출하고 있는 중이다. 겨울보리의 녹색이 추위를 녹인다면, 호미곶의 봄바다에는 화사한 유채꽃이 만발하여 다시금 찾아오기를 기다린다고 하니 유혹의 강도가 너무 강하여 좀체 벗어나기 힘든 곳이 아닐까. ●태양 앞에선 만인이 평등하더라 이제 정신 없던 연말도 끝나가면서 새해맞이를 떠날 이들이 엄청 많을 것 같아 차제에 사족을 달아본다. 호미곶 해맞이공원처럼 그야말로 시설과 조건이 두루 갖추어져 볼 것도 많고 편리한 곳을 찾는 것이 좋을 것이고, 아니면 조그마한 어촌의 언덕에 올라 가족이나 연인끼리 동해 일출을 바라봄도 권할 만하다. 유명세 치르는 곳만 찾을 일은 아니란 뜻이다. 가령, 부산의 기장 같은 곳에서는 국립수산과학원의 너른 공간 속에서 수산과학관이 주관하는 자그마한 새해맞이도 열려 해마다 ‘귀밝이 술’도 권하면서 조촐한 축제를 벌이고 있으니, 이렇듯 전국 곳곳을 찾아보면 주차 걱정없이 일출의 관해를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알려지지 않은 곳이 산재해 있다. 구름이 끼어 해가 떠오르는 광경을 보지 못하면 또 어떠랴. 마음의 빛이 더욱 소중한 것일진대, 눈 감고 파도소리를 들으며 내일의 태양을 향하여 소리칠 일이다. 해는 어김없이 뜰 것이며, 일출은 어느 누구도 한 장소에서 한순간에만 볼 수 있는 것이니, 만인은 해 앞에서만큼은 평등한 것이다.
  • [NBA] 오닐 이적후 코비와 시즌 첫 대결

    ‘하늘의 태양은 하나다.’ 전세계 농구팬들이 ‘크리스마스 빅뱅’을 앞두고 흥분하고 있다. 미국프로농구(NBA) 최고의 콤비에서 최대 앙숙으로 돌변한 ‘스윙맨’ 코비 브라이언트(26·198㎝·LA 레이커스)와 ‘공룡센터’ 샤킬 오닐(32·216㎝·마이애미 히트)이 25일 시즌 처음으로 격돌한다. 크리스마스에 가장 흥미진진한 경기를 배치하는 것은 NBA의 관례. 농구팬들은 그 어느 해보다 재미있는 NBA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는 셈이다. 둘은 레이커스에서 8년간 최강의 ‘원투펀치’로 활약하며 99∼00시즌부터 3년 연속 챔피언 반지를 끼었다. 그러나 팀내 주도권 다툼을 벌이던 두 선수는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디트로이트 피스톤스에 패한 이후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 성폭행 혐의로 기소됐던 코비는 법정에서 “오닐도 다른 여성과 성관계를 갖고 100만달러를 줘 입을 막았다.”고 진술했고, 오닐은 “용서할 수 없는 이기주의자 코비 때문에 레이커스를 떠난다.”고 비난해 감정대립은 극에 달했다. 코비가 지난 16일 ESPN과의 인터뷰에서 “법정에서 오닐의 이야기를 꺼낸 것에 대해 사과하고 싶다.”고 화해의 제스처를 보냈지만 오닐은 “코비가 슈퍼카 ‘콜벳’을 타고 돌진하더라도 ‘오닐’이라는 견고한 담장 앞에서는 산산조각날 것”이라며 사과를 받아들일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도를 넘어선 감정싸움에도 불구하고 둘은 여전히 NBA에서 최고의 실력을 뽐낸다. 지난 시즌까지 경기당 평균 27.1득점,12.1리바운드를 기록한 오닐은 마이애미로 둥지를 옮긴 이후에도 20.7점에 11리바운드로 변함없는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코비 역시 경기당 27점으로 이 부문 2위를 달리고 있으며, 어시스트도 평균 7.5개를 기록하고 있다. 맞대결에서는 일단 오닐이 유리하다. 가드 드웨인 웨이드, 포워드 에디 존스에 오닐까지 가세한 마이애미는 22일 보스턴 셀틱스를 108-100으로 이겨 9연승을 달리고 있다.20승7패로 동부콘퍼런스 1위. 오닐은 왼쪽 종아리 타박상으로 22일 경기를 뛰지 못했지만 크리스마스 대결에는 반드시 나설 것이라고 의지를 불태웠다. 오닐은 물론 게리 페이튼, 칼 말론까지 떠나 코비가 외롭게 분전하고 있는 레이커스는 지난 21일 멤피스 그리즐리스에게 72-82로 져 2연패에 빠졌고, 시즌 13승11패로 서부콘퍼런스 7위에 그치고 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쉬어가기˙˙˙

    동유럽 몰도바에서 열린 프로축구 경기에서 심판 판정에 불만을 품은 한 팀의 단장이 차를 몰고 심판에게 돌진하는 살벌한 장면이 연출. 지난 14일 몰도바 1부리그 플로레니와 치시나우의 경기 1-1 무승부 상황에서 주심인 비탈리에 오니카가 치시나우에 페널티킥을 주자 이에 격분한 미하이 마코베이 플로레니 단장이 차를 몰고 그라운드로 돌진, 주심을 받으려 한 것. 다행히 주심이 잘 피해 불상사는 없었으나 몰도바축구협회는 플로레니 단장에게 1900달러(약 208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 [Anycall프로농구] 양동근, 모비스 첫승 ‘히어로’

    ‘루키’ 양동근이 모비스에 귀중한 첫 승을 안겼다. 모비스는 4일 울산에서 열린 04∼05시즌 프로농구에서 드래프트 1순위로 뽑힌 신인 양동근(11점 6어시스트 4리바운드)의 대범한 플레이와 용병 제이슨 웰스(22점 12리바운드)의 착실한 골밑공격으로 SBS를 83-79로 물리치고 2패 뒤 첫 승을 일궜다.SBS는 3연패로 LG와 공동 꼴찌. 두 팀 모두 첫 승에 목마른 탓인지 초반부터 실수가 남발했다. 모비스는 앞서가면서도 시원한 플레이를 펼치지 못했고,SBS는 다 쫓아가고서도 속출하는 실책으로 경기를 뒤집지 못하는 지리멸렬한 모습이었다. 경기는 4쿼터 막판에서야 흥미진진해졌고, 이 시점이 곧 ‘히어로’ 양동근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SBS의 공격을 주도한 조 번(34점)이 골밑슛을 성공,74-77까지 따라붙은 상황에서 양동근은 자신이 던진 3점슛이 림을 맞고 나오자 쏜살같이 돌진, 귀중한 리바운드를 잡아낸 뒤 곧바로 골밑슛 성공과 함께 상대 반칙으로 추가 자유투까지 얻어냈다. SBS가 은희석과 번의 연속득점으로 쫓아오자 양동근은 바비 레이저에게 완벽한 3점슛 찬스를 마련해 줬다. 양동근은 또 83-79로 아슬아슬하게 앞선 종료 45초 전 리바운드를 건진 상대 주니어 버로의 공을 가로채 승리를 지켰다. 웰스는 센터이자 슈터인 바비 레이저(19점)의 부진까지 메우며 골밑을 종횡무진 누볐으며, 우지원(14점)은 고비마다 3점슛 6개를 던져 4개를 성공시키는 등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한편 이날 3쿼터는 진기하게 흘러 갔다. 페인트존에서 던지는 SBS 번의 ‘막슛’이 계속해서 림으로 빨려 들어갔다. 번은 팀이 3쿼터에서 올린 18점 가운데 16점을 혼자 넣었다. 김성철이 쿼터 종료 26초를 남기고 골밑슛을 넣을 때까지 2쿼터를 혼자 책임진 것. 그러나 농구는 역시 혼자 하는 운동이 아니었다.SBS는 짜임새 있는 팀 공격을 보여주지 못한 채 번에게만 의지, 스스로 무너지며 올 시즌 험로를 예고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토요영화]

    [토요영화]

    ●딥 레드(EBS 밤 12시) 국내에서 큰 인기를 얻은 ‘서스페리아’의 다리오 아르젠토 감독이 만든 1975년 작품. 이 영화는 국내에서 ‘서스페리아2’라는 제목으로 비디오가 출시된 바 있다. 아르젠토 감독은 ‘이탈리아의 히치콕’으로 불리는 호러영화의 거장으로, 잔인하면서도 탐미주의적인 공포로 유명하다. 24살에 영화에 입문,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마카로니 웨스턴 ‘옛날 옛적 서부에서(Once Upon a Time In The West)’의 각본을 썼을 정도로 다재다능한 감독이지만 유독 공포영화에 심취, 독특한 스타일의 공포로 전세계 수많은 컬트팬들을 거느리고 있다. 독심술에 능한 한 영매가 사람들이 많은 광장에서 살인자를 찾아낸다. 그러나 영매는 곧 살해된다. 그 살인 현장을 목격한 영국인 재즈피아니스트 마크데일리와 신문기자 자나 브레지는 함께 사건의 비밀을 캐기 시작한다. 이들이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가는 사이 사건의 열쇠를 쥔 사람들이 잇따라 살해당한다. 마크는 살인자가 자기 주위에 있음을 느끼고 주변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누가 나를 미치게 하는가(MBC 오후 11시30분) 이병헌·최진실 주연의 로맨틱 코미디.7번째 신춘문예 응모를 포기한 종두는 애인 주영을 잃기 싫어 그녀가 취직한 제약회사에 입사한다. 능력있는 세일즈 우먼으로 인정받게 된 주영은 종두가 근무하는 지점 팀장으로 오게 된다. 주영은 무능한 종두를 뜯어고치겠다며 그의 집으로 들어온다. 여기저기서 얻은 스트레스 때문에 폭발 직전에 이른 종두. 예비군 훈련장에서 우연히 얻은 총 한자루를 들고 그를 괴롭혔던 사람이 모두 모여있는 베를린 호프로 돌진하는데….110분.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시나이반도서 잇단 폭탄테러…200여명 사상

    시나이반도서 잇단 폭탄테러…200여명 사상

    7일 밤 이스라엘인들이 유대교 명절 연휴를 즐기는 이집트 접경 시나이반도의 휴양지에서 테러로 보이는 차량 폭발이 잇따라 발생,20∼40명이 숨지고 160명 이상이 다쳤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유대교 명절… 휴양지 인파 몰려 이번 사건과 관련,지브 보임 이스라엘 국방부 차관이 8일 국제 테러조직 알 카에다의 소행으로 보인다고 밝힌 가운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충돌에 따른 것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알카에다 산하조직을 자처하는 이슬람 무장단체 ‘압둘라 알 아잠 순교자 여단’은 한 이슬람 인터넷 사이트에서 올린 성명에서 폭발사건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분명한 것은 이라크와 사우디아라비아·팔레스타인 등지에 집중됐던 중동에서의 테러 공격이 여타 지역으로 번지는 조짐이다. 7일 밤 10시쯤(현지시간) 시나이 반도 타바지구 힐튼호텔 로비와 수영장에서 강력한 차량폭발이 일어나 10층 호텔건물이 무너졌다.아랍 위성방송 알 자지라는 호텔에 이스라엘인들이 상당수 묶고 있었으며 투숙객 36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호텔 현장에서 19명의 시신을 발견했으며 실종자가 38명으로 사망자 수는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이집트 내무부는 사망자가 12명이라고 발표했다. 2시간 뒤인 자정 직전 타바지구 남쪽으로 60㎞ 떨어진 해안 마을 누웨이바와 라스 알 시탄의 캠핑지역에서도 2차례의 강력한 폭발이 발생,이스라엘인 2명을 포함해 4명이 숨졌다. 이집트 경찰은 당초 호텔주방의 가스통이 폭발한 것으로 추정했으나 나중에 200㎏의 폭탄을 실은 차량이 로비로 돌진하면서 폭발했다고 밝혔다.캠핑 지역에서도 픽업트럭을 이용한 폭발이었다고 덧붙였다. ●이집트 “가자지구 재공세와 연관” 이집트 정부 대변인은 “이번 사건이 지난달 말 본격화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대공세와 연관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해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단체의 소행일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측은 “이스라엘과의 전장을 팔레스타인 외부로 옮기는 것은 민감한 문제”라며 “이번 사건과 팔레스타인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보임 차관은 “나의 견해로는 알 카에다나 그 지부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번 사건은 팔레스타인 테러조직의 소행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생존돕는 나라 공격” 지난 1일 알 자지라 방송은 이스라엘에 ‘생존의 수단’을 제공한 나라들을 공격하기 위해 무장세력의 조직화를 촉구하는 비디오 테이프를 방영했다.알 카에다와 연관된 웹 사이트에는 이날 호텔 폭발을 찬양하는 글이 게시됐다. 사건 당시 시나이 반도의 휴양지에는 유대교 신년절인 ‘로시 하사나’ 연휴를 즐기는 이스라엘인들이 1만∼1만 5000명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열린세상] 위험수위에 오른 자살 증가/심영희 한양대 사회대학장

    지난달 2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03년 사망원인 통계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자살로 인한 사망자는 1만 1000명으로 하루평균 30명씩 자살한 것으로 나타났다.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은 24명으로 지난 1983년 통계청이 사망원인 통계조사에 나선 이래 최고치라고 한다. 연도별 추이를 비교하기 위해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을 살펴보면 80년대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필자의 계산에 의하면 1980년 22.6명,1981년 20.8명,82년 22.0명,83년 20.0명으로 80년대 초반에도 비교적 높았다.따라서 1980년을 기준으로 하면 헝가리,덴마크,오스트리아,핀란드,스위스에 이어 세계 6위를 기록했다.이는 당시 권위주의 정권하의 암울했던 사회적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 1990년대에 들어서는 자살률은 91년 인구 10만명당 9.7명까지 떨어졌다가 증가세로 돌아서 96년과 97년 14.1명으로 증가했고 외환위기를 맞은 98년에는 19.9명으로 정점에 이르렀다. 그러다가 다시 감소하기 시작해 2000년 14.6명에 이르렀다가 2001년부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 2002년 19.1명으로 외환위기 직후의 수준으로 되돌아갔고,2003년에는 24.0명으로 최고치에 이르게 된 것이다.이는 1980년대와 외환위기 당시의 수준을 모두 넘어서는 것이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가 발표한 사망률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2002년 기준으로 헝가리,핀란드,일본에 이어 4번째였다.2003년 24명으로 급등함에 따라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세계 최고 수준인 것으로 추정하는 보도도 있다.여기에 우리나라의 낮은 출산율을 감안한다면,세계에서 가장 적게 낳고 가장 많이 자살하는 나라가 될지도 모르겠다.실로 경악할 상황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자살이 이처럼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사람들은 왜 자살을 하는 것일까? 돌이켜보면,예전에는 소값 폭락으로 자살하는 농민,고시에 낙방했다고 자살하는 대학생,부모의 반대로 결혼하지 못해 동반자살하는 젊은 연인들,애인이 변심했다는 이유로 자살하는 경우 등 경제적 이유나 좌절로 인한 자살이 많았다.하지만 최근에는 카드빚으로 인한 자살,왕따로 인한 자살,직장을 잃은 주부의 자살,게임과도 같은 자살,아바타 옷값 때문에 야단맞은 초등생의 자살 등 우울증,정체성 상실로 인한 자살 등이 늘고 있다.달리 표현하면 자살도 시대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위기상담을 해주는 상담서비스센터에 올라온 상담 내용을 보면 빈도가 가장 많은 유형이 부채,사업 실패,카드 빚 등으로 인한 자살이다.이는 만성빈곤으로 인한 ‘도구적 자살’일 뿐 아니라 갑작스러운 경제난으로 인한 ‘아노미적 자살’에 해당되는 유형이라고 볼 수 있다.우리 사회는 그동안 돌진적 산업화를 통해 물질을 숭배하는 풍토가 만연해 있는데 경제가 갑자기 너무 어려워지면서 삶의 의욕을 상실한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이 문제를 극복하려면 여러 대책이 필요하다.우선 사회의 빈곤층이나 소외계층에 대한 사회안전망 확대,신용불량자에 대한 구제대책과 같은 구조적 접근이 뒤따라야 한다.아울러 갈수록 희박해지고 있는 생명존중 사상을 고취시킬 필요도 있다. 그러나 자살이 많다는 것은 개인이 절망감,우울,분노,수치감,삶의 의욕 상실과 같은 심리적 위기에 처했음에도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주위에 없고,네트워크가 해체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따라서 국가와 사회는 이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국가는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도와주고 후원해줄 수 있는 프로그램과 기관들을 적극 지원하고,가족과 친족,공동체는 신뢰할 수 있고 의지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심영희 한양대 사회대학장
  • [PGA투어] 최경주 총상금 300만달러 돌진

    “200만달러를 넘어 300만달러를 향해 간다.” ‘탱크’ 최경주(슈페리어·테일러메이드)가 올시즌 미프로골프(PGA) 투어에서의 목표를 총상금 300만달러 돌파에 두고 막판 스퍼트에 나선다. 지금까지 20개 대회에 출전한 최경주의 시즌 총상금은 21일 현재 181만 1775달러로 200만달러 돌파를 코앞에 두고 있다. 앞으로 남은 대회가 23일 밤(이하 한국시간) 펜실베이니아주 네마콜린 우드랜즈리조트의 미스틱락 골프코스(파72·7471야드)에서 개막하는 84럼버클래식(총상금 420만달러)을 포함해 8개 대회임을 감안하면 200만달러 돌파는 쉽게 이뤄질 전망이다.최경주는 이미 지난 2002년 두 차례 우승을 포함해 총상금 220만 4000달러를 획득,200만달러를 돌파한 경험이 있다. 문제는 개인 최초의 300만달러 돌파 여부.지난 20개 대회에서 획득한 상금이 181만여달러인 최경주가 300만달러를 돌파할 가능성은 산술적으로 어려워 보이는 게 사실이다.게다가 새달 7일 경기도 태영CC에서 개막하는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SBS최강전 출전을 위해 고국을 방문하는 등 남은 전 대회에 출전할 수도 없다. 그러나 불가능한 것만도 아니다.남은 대회 가운데는 아멕스챔피언십(총상금 700만달러)이나 투어챔피언십(총상금 600만달러) 등 지금까지보다 상금규모가 큰 대회들이 즐비하기 때문.이같은 큰 대회에서 그동안 미뤄온 시즌 첫승을 이룰 경우 300만달러 돌파는 예상보다 쉽게 이뤄질 수도 있다. 최경주는 당장 23일 개막하는 84럼버클래식에서 1차로 그 가능성을 실험할 예정.우선 이 대회를 통해 200만달러 돌파를 이룰 생각이다.그러기 위해서는 19만달러 이상의 상금을 보태야 하고,이는 ‘톱4’에 들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최경주로서는 지난주 라이더컵에 출전한 미국과 유럽의 상위 랭커들이 이 대회에 대거 불참,자신의 상위권 진출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게 무엇보다 희망적이다. 한편 이 대회에는 세계 1위 자리를 놓고 다투는 비제이 싱(피지)과 타이거 우즈가 3주 만에 재격돌,또 다른 관심을 끈다. 곽영완기자 kwyou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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