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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APPY KOREA] (1부) 마을만들기 날개를 달아라 5.삶의 질을 높이다

    [HAPPY KOREA] (1부) 마을만들기 날개를 달아라 5.삶의 질을 높이다

    ■ 경북 영덕군 축산마을-축제로 경기 살아나고 개업醫 덕 의료質 개선 최근 경북 영덕군 축산면 ‘축산항 푸른바다 마을’에서는 과거에 볼 수 없었던 진풍경이 등장했다. 길거리에서 옷이나 액세서리 등을 파는 좌판이 생겨나 기존 바다내음에 활기찬 사람냄새까지 번지고 있는 것. 주민들의 생활 여건이 바뀌면서 비롯됐다. ●마을을 되살린 문화, 물가자미축제 물가자미는 대게·꽁치·오징어와 더불어 축산항 인근 해역에서 가장 많이 잡히는 ‘주력 어종’이다. 칼슘이 풍부하지만, 납작하고 볼품이 없어 주민들조차 자신들의 식탁에 올리는 것 외에 상품화 등에 대한 관심은 적었다. 대게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가치를 재발견하게 된 계기는 ‘물가자미 축제’였다. 이 때부터 마을에서는 흔하디 흔해 관심을 끌지 못했던 물가자미의 힘이 발휘되기 시작했다. 지난 4월 열린 2회째 축제에는 20만명이 마을을 찾아 60억원의 소득을 올릴 정도로 ‘대박 상품’이 됐다.20㎏ 한 상자당 7000원선이던 가격도 1만 6000원을 웃돌 정도로 2배 이상 껑충 뛰었다. 방문객이 늘자, 직거래도 활성화됐다. 직거래할 경우 수협 등에 위탁 판매하는 것보다 같은 양을 팔아도 소득은 2배 이상 높아진다. 김원주 마을만들기추진위원장은 “지난해 ‘살기좋은 지역만들기’ 대상지역 선정을 계기로 주민들을 모으고, 마을의 특징과 문화를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축제를 기획했다.”면서 “발상의 전환이 지역을 알리고 특화하는 밑거름이 됐다.”고 반겼다. ●젊은 의사의 결단, 웃음꽃을 피우다 농촌에서 보건소를 제외한 병·의원을 찾기란 쉽지 않다. 시골 개업의는 시쳇말로 돈이 안 되기 때문이다. 홍경표(37) 동해의원 원장은 2년 전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사표를 낸 뒤 이곳에 개업, 의료 서비스가 열악한 주민들에게 ‘가뭄의 단비’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게다가 의원 옆에는 약국도 새롭게 문을 열었다. 홍 원장은 “주변 사람들이 극구 반대했지만, 아름다운 환경과 순박한 주민들에 반해 오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막상 농촌에 와보니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노년층이 많다.”면서 “경제적 측면만 따지면 도박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돈보다 보람을 느끼고 싶다면 도시보다 좋은 여건”이라고 덧붙였다. 홍 원장의 결단은 복지·교육 환경 개선에도 보이지 않는 영향력을 끼쳤다. 지난해 낡고 비좁아 이용자가 거의 없던 기존 복지회관을 대체할 현대식 복지회관이 들어섰다. 올해에는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해 마땅한 교육시설이 없는 150여명의 청소년과 어린이를 위한 공부방으로 전환했다. 김 위원장은 “축제 등 관광사업 수익금의 일부를 마을 장학기금으로 조성하기로 합의했다.”면서 “삶의 질을 끌어올린다는 게 거창한 일이 아니라, 기존에 불편했던 환경을 조금씩 개선하는 노력이 모이면 가능한 것 아니겠냐.”면서 웃었다. 영덕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주민들 ‘살기좋은 마을’ 결실-출산 땐 지원금 보건소 등 신설 교육·의료·문화·복지 서비스의 수준은 삶의 질을 결정하는 ‘바로미터’이다. 지역에 대한 주민들의 만족도와 연결돼 출향인을 양산하거나 이주민을 끌어들이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삶의 질을 높이려는 주민들의 노력이 ‘살기좋은 지역만들기’ 사업을 통해 차츰 결실을 맺고 있다. 강원 화천군 하남면 ‘하늘빛 호수마을’ 주민들은 전국 최초로 아이를 낳으면 마을기금에서 1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아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옹달샘 도서관’도 지었고, 대학에 들어가면 장학금까지 지급하기로 했다. 또 노인회관을 펜션 형태로 지어 더 이상 운영비 등을 타기 위해 정부에 손을 벌리지 않아도 된다. 전남 장흥군 우산마을은 폐교 시설을 활용한 대안학교를 구상 중이다. 또 주민들의 소속감과 결속력을 강화하고, 지역의 문화와 자원을 소개하기 위한 축제 등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행정기관에 의지하지 않고, 주민들과 출향인 등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경북 의성군 산수유마을 산수유축제, 강원 철원군 다슬기축제, 경북 군위군 한밤마을 돌담문화축제, 경북 영덕군 축산마을 물가자미축제 등을 꼽을 수 있다. 제주 제주시 저지마을은 주민들과 향우회가 공동 주최하는 쳬육대회를 정례화했다. 전북 남원시 구름다리마을은 어린이집을, 충남 논산시 바랑산마을은 보건소를 각각 새로 지어 주민 불편을 일정부분 해소했다. 주민들을 위한 소통 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 경기 안성시 두리마을, 전남 완도군 울모래마을 등에서는 커뮤니티센터가 건립됐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제주 한경면 저지마을-공동목장 현대적 계승 곶자왈 등 관광자원화 주민들은 의식하지 못하는 ‘일상’이 외지인의 눈에는 ‘자원’으로 비쳐질 수 있다. 제주도 한라산 서쪽 중산간 지역에 자리잡은 제주시 한경면 저지마을도 일상의 재발견을 통해 마을 가치를 높이는 것은 물론,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있다. ●문화적 상징을 계승하다 저지마을 주민들은 ‘마을 공동목장’의 원형과 취지를 되살리는 데 팔을 걷어붙였다. 제주 특유의 공동목장은 주민들이 공동으로 소유·관리하고 운영 수익도 골고루 나눠 갖는 형태다. 팔 수도, 살 수도 없는 땅이다. 공동목장은 13세기 몽골 침입 당시 몽골군이 운영하던 말 목장이 진화한 것이다.199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소·말 등을 사육해 소득 증대는 물론, 분배문화 형성과 공동체의식 강화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차츰 경제성이 떨어지면서 상당수 공동목장이 경제수림이나 골프장 등으로 전환되고 있다. 저지마을의 공동목장 16만㎡ 역시 자연림으로 복원되는 과정에 놓여 있었다. 김진봉 마을만들기추진위원장은 “제주 중산간 지역에서 공동목장은 흔하게 볼 수 있었지만, 체계적인 연구나 보존 노력이 미흡한 것이 사실”이라면서 “마을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공동목장에 대한 현대적 계승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마을길과 집을 연결하는 좁고 구불구불한 돌담길인 ‘올래’, 출입구 양 옆에 구멍이 뚫린 돌기둥을 세운 뒤 3개의 통나무를 끼워 대문 역할을 하는 ‘정낭’ 등도 제주의 문화적 상징이다. 때문에 주민들은 집집마다 올래와 정낭 등 제주 고유의 문화 자원을 원형 그대로 복원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지리적 상징을 체계화하다 주민들은 오름과 곶자왈 등 제주를 대표하는 자연환경을 가꾸는 데도 주목하고 있다. 오름은 산을 뜻하는 제주도 사투리로, 저지마을에도 200m 높이의 오름이 자리잡고 있다.35㏊에 이르는 숲길에는 200여종의 다양한 식물이 서식한다. 또 곶자왈은 용암이 분출되는 과정에서 요철 지형을 이뤄 보온·보습효과가 뛰어나 열대·한대 식물이 공존하는 독특한 숲이다. 마을 한가운데 위치한 저지 곶자왈은 희귀한 천연 난대림으로, 제주 생태계의 ‘허파’다. 저지마을은 400가구,1070명이 거주하는 제법 큰 동네다. 저지리 일대는 세계 최대 규모의 분재공원인 ‘생각하는 정원’, 야생화 전시시설인 ‘방림원’, 제주현대미술관, 문화예술인마을 등이 위치해 연간 100만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 하지만 주민들은 그동안 손쉽게 보이는 ‘관광 특수’를 누리지 못했다. 김 위원장은 “일상적인 문화나 환경이 지역자원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했기 때문”이라면서 “과거에는 중산간 지역이 오지로 취급됐지만, 제주의 문화와 자연을 체계화해 중심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주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길섶에서] 신 정동길/노주석 논설위원

    요즘 정동길을 걸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덕수궁 돌담길로 불리는 고즈넉한 길을 생각하시면 오산입니다. 첨단과 현대예술이 흐르거든요. 구한말 이래 최대의 변화의 물결이 이곳에 밀어닥친 것 같아요.520년 묵은 회화나무 앞에는 최신식 캐나다대사관 건물이 들어섰고 을사늑약이 체결됐던 비운의 중명전이나 아관파천의 러시아공사관, 서울시청 서소문 별관 등 여기저기서 이런저런 공사가 한창 진행 중입니다. 예원학교 담벼락에 설치된 LED패널에서는 정동길의 역사가 영어로 흐릅니다. 대한문 초입부터 시립미술관 가는 길에는 세상에서 제일 고급스러운 천만상상의 벤치들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화여고 시멘트벽엔 화사한 담꽃이 채색돼 있더군요. 세상에 변하는 곳이 어디 정동길뿐이겠습니까. 또 변하지 않는 곳이 어디 있겠습니까마는 끊임없이 뜯고 고치는 게 사실 좀 마뜩찮군요. 마음 푹 놓고 19세기를 느낄 수 있는 장소가 한 곳쯤 온전히 남아있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제 욕심이 좀 과했나요.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 [지리산 산마을 이야기] (29) 경남 햠양군 마천면 창원·동구 마을

    [지리산 산마을 이야기] (29) 경남 햠양군 마천면 창원·동구 마을

    지리산 곳곳에 걸쳐 있는 고갯길, 숲길, 강변길, 논둑길, 마을길 등을 환(環)형으로 연결해 오는 2011년까지 완공 예정인 국내 최초 장거리 도보 트레일 ‘지리산길’의 시범구간 약 20.8㎞가 지난 4월27일 개통됐다. 이번에 선보인 도보길 중 제1구간인 ‘다랭이길’은 전라북도 남원시 산내면 매동마을에서 경상남도 함양군 마천면 금계마을까지의 10.68㎞로 전체 구간을 통틀어 가장 오랫동안 지리산 주능선을 조망할 수 있는 길이다. 이 ‘지리산길’을 따라 전라도 남원땅에서 해발 700여m의 등구재를 숨 가쁘게 넘어서면 경상도 함양땅에 닿는데, 중봉∼천왕봉(1915m)∼제석봉 능선이 뚜렷한 경상도의 첫 마을이 바로 닥종이(한지) 생산지로 유명한 창원마을이다. 전북과 도계를 이루며 마을 서쪽을 감싸 안은 삼봉산(1186.7m)∼백운산(902.7m) 사이 등구재는 ‘거북이 기어 올라간 지형’과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등구 마천 큰애기는 곶감 깎기로 다 나가고, 효성 가성 큰애기는 산수 따러 다 나간다.’라는 민요가 구전될 만큼 감나무가 많은 곳이다. 판소리 6마당 중 가루지기타령에 등장하는 변강쇠와 옹녀가 마지막으로 정착해 살던 곳도 등구(등구재와는 별도로 창원마을 건너편에 등구마을이 따로 있다) 마천이다. 등구재가 아직 산길로 남아 있는 것과 달리 마을 북동쪽 오도재에 도로가 뚫린 건 2003년 11월. 함양 마천 엄천사 도솔암에서 수도하던 청매 인오조사(1548∼1623)가 이 고개를 오르내리며 득도한 터라 ‘오도재’란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벽소령과 장터목을 거쳐 온 남해 하동의 해산물이 이 고갯길을 통해 전북·경북·충청도로 운송되었다. 이 고갯길은 2006년 건설교통부에서 발표한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굵직한 두 고갯길 틈에 자리한 창원마을엔 그 고갯길만큼 굴곡진 다랑논이 촘촘하다.‘옛날에 한 농부가 논을 갈다가 집에 가려고 삿갓을 들어보니 그 안에 논이 하나 더 있더라.’는 유래에서 ‘삿갓배미’라고도 불리는 이 계단식 논들엔 자투리땅도 소홀히 할 수 없었던 지리산민들의 억척스러움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이웃에 사는 박금순(71) 할머니와 박순자(64) 할머니는 이제 막 논배미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참이다. “50년 전, 그러니까 스물한 살 노큰애기(노처녀의 사투리) 때 저 등구재 넘어 남원에서 경상도로 시집을 왔지요. 등구재는 주로 인월장 다니려고 넘었고, 오도재는 함양읍 나갈 때 이용했던 고갯마루예요.” 박금순 할머니가 처음 창원마을로 시집 왔을 때만 해도 동네에 길이라곤 거의 없이 돌뿐이었다더니 그 덕에 돌담장이 많은 마을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주로 논농사, 칠나무(옻), 감, 호두, 닥종이 생산을 주업으로 삼는데 한지의 경우 한때는 온 동네 사람이 다 했을 정도란다. 삼봉산과 백운산 등산로가 있긴 하지만 최근 공개된 ‘지리산길’이 창원마을 곁을 지나면서 부쩍 외지인들이 많아졌다. 박순자 할머니는 뜯어온 취나물을 팔라고 보채는 타지의 주부들에게 “이까짓 거.”하며 그냥 줘버린 일도 있다. 베풀기 좋아하는 아랫집 박순자 할머니의 가슴엔 상처가 가득하다. 지난해 장남과 남편을 모두 잃은 탓이다. 아들은 세 살배기 어린 딸을 두고 떠났다. 부산에 나가 있던 막내가 농사일을 돕기 위해 귀향했지만 그것 또한 위로가 되지 못한다. 남원에서 시집온 박금순 할머니 역시 작년에 딸을 잃었다고 한다. 아들이 사준 휴대전화를 꺼내 그 속에 담긴 손자 손녀 사진을 보는 것이 유일한 낙이다. 마당에서도 빠끔 올려다 뵈는 지리산 천왕봉만이 갈기갈기 주름진 손등으로 눈물을 닦는 두 여인의 슬픔을 위로한다. 글 사진 황소영 월간 마운틴기자(www.emountain.co.kr) ▶가는 길 서울 서초동 남부터미널과 구의동 동서울터미널에 함양까지 가는 버스가 있다. 동서울터미널에서 백무동행을 탔다면 마천에서 내려 창원리까지 버스나 택시를 이용한다. 자가용의 경우 88고속도로 지리산IC에서 산내∼마천 방면으로, 대전~통영간 고속도로는 함양과 생초IC를 각각 이용한다. 함양이나 남원에서 24번 국도를 타고 오도재(지방도 1023호선)를 넘어 창원마을로 갈 수도 있다.
  • [Zoom in 서울] 서울 상징색 ‘단청빨강’

    [Zoom in 서울] 서울 상징색 ‘단청빨강’

    ‘해치’를 서울의 상징 동물로 삼은 서울시가 이번에는 상징색으로 고궁의 단청에서 뽑은 ‘단청빨간색’을 선포했다. 하지만 또 적격성 논란에 휘말릴 처지에 놓였다. 서울시는 22일 서울의 상징색과 함께 서울의 전통문화와 정서를 담은 대표색 10개, 권장색 600개를 ‘서울색’으로 선정 발표했다. 이들 색상 체계는 신청사 등 모든 기본경관계획에 반영돼, 건물이나 시설물에 대한 색상 가이드라인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시민이 선호도 1등 상징색 단청빨간색은 전통색 체계인 오방색의 하나로 서울의 고궁 등 전통 건축물에서 추출된 색인 데다, 월드컵을 거치면서 우리 시민을 하나로 뭉치게 함으로써 시민의 사랑을 받고 있는 색이라고 시는 선정이유를 설명했다. 경관을 대표하는 시각 이미지로 활용, 도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마케팅 전략이라는 것이다. 서울시는 또 서울의 기조를 이루는 색으로는 ‘한강은백색’을 선정했다. 이와 함께 ‘단청빨간색’과 ‘한강은백색’을 포함해 10개 대표색에 ‘남산초록색’‘고궁갈색’‘꽃담황토색’‘서울하늘색’‘돌담회색’‘기와진회색’‘은행노란색’‘삼베연미색’ 등 고유 색명(色名)을 지정했다. 그러나 단청빨간색은 시민 733명과 색채 전문가 63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에서 10가지 상징색 후보 중 4위에 그쳤다. 시민들은 ‘서울하늘색’을, 전문가들은 ‘꽃담황토색’과 ‘한강은백색’을 서울의 대표색으로 가장 많이 꼽았다. 반면 단청빨간색은 시민 선호도 조사에서만 1위를 차지했다. 권영걸 디자인서울총괄본부장은 “자연색인 하늘색이나 백색에 가까운 은백색을 도시상징으로 삼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내부 의견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색상 견본이 명도·채도 제각각 이날 시민들은 다소 ‘뜬금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붉은색이 서울을 상징할만큼 역사적·경관적 대표성을 갖는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빨간색은 중국을 상징하는 색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또 서울색 선정이 1억 5000만원이라는 거액의 세금을 사용할 만큼 가치가 있는 사업이냐는 비판도 있다. 걷고싶은 도시만들기 시민연대의 김은희 사무국장은 “도시의 상징은 다양한 삶이 오랜 세월에 걸쳐 부딪치고 소통하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것”이라면서 “연예인 인기투표하듯 색깔 하나를 선정해서 무엇을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권장색’ 600개는 색상이 지나치게 많아 실효성 자체가 의문시되고 있다. 대학생 이응소(22)씨는 “구별조차 쉽지 않은 600개나 되는 색깔을 시가 권장색이라며 선정해 사용을 강권하는 것은 전형적인 전시행정 아니냐.”고 반문했다. 한편 이날 시가 배포한 색상 견본은 동일한 단청빨간색인데도 페이지마다 명도와 채도가 제각각이어서 빈축을 샀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토지박물관대학 답사팀 중세도시 피엔차를 가다

    토지박물관대학 답사팀 중세도시 피엔차를 가다

    |글 사진 피렌체 서동철특파원|이탈리아 중부 토스카나 지방의 중세 도시 피엔차에는 들머리에 ‘꽃축제’를 알리는 황토빛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아닌 게 아니라 5월의 토스카나는 꽃세상이었다. 부드러운 곡선으로 이루어진 높고 낮은 구릉에 끝없이 펼쳐진 연초록빛 목초지에는 노란 유채꽃과 흔히 개양귀비로 불리는 붉은 파파베리, 하얀 케모마일이 다투어 피어났다. 사실 꽃에 비유한다면, 이 도시는 이름 모를 들꽃이라고나 해야 할 만큼 소박하다. 그럼에도 불과 세 시간 전, 바티칸의 시스티나성당에서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를 만났던 답사팀에도, 피엔차의 아기자기한 골목은 영화 ‘서편제’에 나온 청산도의 보리밭 돌담길처럼 특별한 매력으로 다가왔다. ●1996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정 알고 보니 피엔차는 당대 최고의 인문학자로 꼽혔다는 교황 피우스 2세(재위 1458∼1464년)의 고향으로, 광장을 중심으로 주요 건물을 배치하는 르네상스의 인본주의적 설계개념을 처음으로 적용한 도시라고 했다.1996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다는 것도 뒤늦게 알 수 있었다. 한국토지공사 토지박물관의 토지박물관대학 이탈리아 답사팀은 이처럼 일반적인 패키지 여행과는 다른 길을 갔다. 지난 9일부터 16일까지 7박8일동안 남부의 소렌토와 나폴리를 거쳐 로마, 시에나, 피렌체, 베네치아를 돌아보는 얼개는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토지박물관이 의도한 대로 방문한 도시에서 무엇을 보았는지는 많이 달랐다. 일반적인 여행코스가 베수비오 화산재에 묻혔던 폼페이에 이어 나폴리 시내를 관광하는 데 그친다면, 답사팀은 나폴리국립고고학박물관을 찾아 폼페이에서 출토된 유물을 확인하고 나폴리를 중심으로 하는 이탈리아 남부지역의 역사를 돌아보는 식이었다. 베르니니와 티치아노, 카라바조의 걸작이 즐비한 로마의 보르게세미술관과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을 비롯한 르네상스 회화의 정수를 모아놓은 피렌체의 우피치미술관, 벨리니와 틴토레토, 롱기 등 베네치아 화가의 명작을 고스란히 담아놓은 베네치아아카데미미술관도 답사코스에서 빠지지 않았다. 토지박물관대학은 토지박물관이 있는 경기 성남 분당신도시를 중심으로 이미 굳건히 뿌리를 내린 사회교육 프로그램이다. 이탈리아 답사에는 김일현 경희대 건축대학원 교수를 초청하여 더욱 깊이있는 여행이 될 수 있었다. 베네치아건축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이 대학에 협력 교수로 재직했던 김 교수는 방문지에 피엔차를 포함시킨 데서 알 수 있듯 답사에 ‘도시 기행’의 성격을 불어넣어 이탈리아의 문화와 예술은 물론 건축을 통하여 복잡한 역사를 이해하는 데도 도움을 주었다. ●14개의 탑이 독특한 분위기 연출 12세기 말 자치권을 가진 자유도시로 번영을 누렸다는 산지미냐노도 그랬다. 전성기의 산지미냐노에는 높이 50m 안팎의 탑이 72개에 이르렀다고 하는데, 유력한 집단의 대결구도가 형성되면서 힘을 과시하는 수단이었다는 것이다.1348년 피렌체에 정복된 이 도시에는 아직도 14개의 탑이 남아있어 독특한 분위기를 풍긴다. 피렌체의 산티시마 안눈치아타 광장에 있는 옛 시립고아원(Ospedale degli Innocenti) 건물도 둘러볼 수 있었다. 같은 도시에 있는 ‘꽃의 성모 마리아 대성당’의 돔을 만든 건축가 필리포 블루넬레스키(1377∼1446년)가 설계한 이 건물은 르네상스 형식을 갖춘 최초의 건물로 평가되고 있다고 했다. 이탈리아 국민들이 로마나 피렌체 같은 대도시와 산지미냐노나 피엔차같은 중소도시를 가리지 않고 옛 모습을 철저하게 보존하려 애쓰고 있음을 확인한 것은 또 하나의 수확이었다. 마지막 날, 여행의 감회를 밝히는 자리에서 한 참가자는 “자랑스러운 문화재를 갖는 데는 고통이 따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리 집안에도 수원 화성의 문화재 보존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어른이 계시지만, 양보할 수 있도록 설득해 보겠다.”고 말해 박수를 받기도 했다. 답사팀을 이끈 조유전 토지박물관장은 “이번 답사에서는 여행문화의 수준을 높이는 것은 물론 문화재 보호에 대한 자각을 불러일으키는 성과가 나타났다.”면서 “공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데 박물관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었다.”고 자평했다. dcsuh@seoul.co.kr
  • 한라산서 수학여행 버스 전복 학생등 3명 숨지고 40명 중경상

    7일 오후 1시12분쯤 제주도 한라산 북쪽 어승생저수지 앞 1100도로에서 전남 순천시 효천고교 수학여행단 40여명을 태운 버스가 전복됐다. 이 사고로 정성열(16)군 등 효천고 1학년3반 학생 2명과 버스운전사 박모(45)씨 등 3명이 숨지고, 함께 탔던 학생 38명과 인솔 교사 1명, 안내원 등 40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사고는 내리막 일방 통행로로 제주시 쪽으로 달리던 버스가 일방 통행로 끝 부분 갈림길 중앙에 조성된 소공원 돌담을 들이받은 뒤 중앙선을 침범, 도로 왼쪽으로 5m가량 벗어난 잡목 지대를 들이받으며 일어났다. 버스는 운전석 쪽으로 기울어 심하게 찌그러졌다. 사고 버스에 탑승했던 한 학생은 “버스가 비교적 빠른 속도로 내리막길을 달린다고 생각했는데,‘끼∼익’하는 브레이크 소리가 난 직후 쿵쾅거리며 순식간에 버스 안이 난장판이 됐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 대부분의 학생들은 안전 벨트를 매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내리막길을 달리던 버스가 오른쪽으로 꺾인 커브를 돌지 못해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지난 5일 선박편으로 제주에 온 효천고 1학년 수학여행단 440여명(인솔교사 14명 포함)은 버스 11대에 나눠 타 도내 주요 관광지 등을 둘러보고 7일 한라산 등반을 마친 뒤 8일 제주를 떠날 예정이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행정부지사를 본부장으로 사고수습대책본부를 구성, 사고 수습에 나섰다.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거리 미술관 속으로] (61) 시립미술관 ‘봄 나들이전’

    [거리 미술관 속으로] (61) 시립미술관 ‘봄 나들이전’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서대문, 덕수초등학교로 이어지는 정동길은 서울 시내에서 으뜸가는 산책로다. 우거진 가로수 사이를 거닐며 구한말 역사의 현장을 느낄 수 있다. 그 중심에 자리잡은 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시시각각 다른 야외전시가 펼쳐진다. 산책을 하며 미술품을 감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셈이다. 가정의 달을 맞아 준비한 ‘미술관 봄 나들이’전은 상상력을 높이고 유쾌함을 더한다.‘걸리버, 미술관에 가다’를 제목으로 한 전시회에는 작가 10명이 만들어낸 30여점의 작품을 전시하며 삶의 틀에서 벗어난 여행 이야기를 전한다. 실제로는 거인국에 간 걸리버보다 이상한 나라에 간 앨리스가 된 듯한 느낌에 더 가깝다. 조형물들은 인간이 할 수 있는 가능한 상상을 담고, 인간세계를 해학적으로 꼬집기도 한다. 커다란 파리가 파리채를 들고 있거나, 벨기에 브뤼셀의 명물인 오줌 누는 소년상을 패러디해 한 아이를 괴롭히고 있는 소년들의 분수를 만드는 식이다. 이원주 작가의 ‘뭐가 걸렸나’는 호탕하게 웃고 있는 쥐의 모습이다. 쥐가 가리키는 손가락의 끝을 따라가면 쥐덫에 걸려 납작하게 눌린 사람이 있다. 쥐의 웃음은 마치 수백년간의 복수를 이제야 이룬 듯한 한풀이의 발현으로 이해된다. 윤지영 작가의 작품은 다소 우습다가도 섬뜩하다. 달팽이 몸에 사람 얼굴을 한 ‘몽상가’는 사람의 표정이 너무 현실적이라 소름이 돋을 정도다. 나란히 놓여 있는 ‘그러나 하늘을 날 수 있었다’나 ‘손을 꼭 잡아주세요’ 시리즈는 답답한 상황-줄로 꽁꽁 묶인 군화나 꼼꼼하게 포장된 상자-속에서도 미소와 희망을 잃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렸다. 이밖에도 화려한 주황색 흑인머리를 한 파란 조형물(변경수 작), 안으로 들어가면 세상 밖의 모습이 거꾸로 비치는 집(안강현 작) 등 곳곳에 놓인 조형물들이 신기함과 즐거움을 준다. 미술관 초입에는 아톰, 베트맨, 슈퍼맨 등 영웅의 옷을 입은 페널들이 서 있다. 이부록·안지미 작가의 ‘바이 유니폼(bi-uniform)시뮬’이다. 얼굴 부분에 구멍이 뚫려 있어 누구나 얼굴만 갖다 대면 영웅으로 거듭날 수 있다. 하지만 영웅이 돼보려고 조형물에 다가갔다간 ‘잔디 보호’를 감시하는 직원에게 꾸중을 들을 게다. 잔디밭이 우리와 영웅, 또는 관람객과 공공미술의 사이를 갈라놓고 있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HAPPY KOREA] (1부) 마을만들기 날개를 달아라 2. 공동체의식, 싹을 틔우다

    [HAPPY KOREA] (1부) 마을만들기 날개를 달아라 2. 공동체의식, 싹을 틔우다

    정부가 지원하는 개발사업의 경우 지역 안팎에서 주민들의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이전투구 양상으로 변질되는 광경을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다. 정부 지원금을 ‘눈 먼 돈’으로 여겨 지역보다는 개인의 이익만을 좇는 데 원인이 있다. 정부 주도의 하향식 개발사업이 오히려 지역공동체를 파괴시키는 주범이 되는 셈이다. 하지만 정부가 지원 방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공동체의식이 싹틀 수도 있다.‘살기좋은 지역만들기 사업’은 주민들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한 상향방식을 통해 공동체의식을 살려나가고 있는 대표적인 개발사업이다. ■ 경북 군위군 한밤마을 ‘돌담=문화재 추진’ 마을도 깨웠다 우리나라 농촌 마을의 상당수는 같은 성씨끼리 모여 사는 집성촌이다. 집성촌은 공동체의식이 강하다. 하지만 이는 같은 집안, 같은 혈연일 때 해당된다. 혈연 관계를 벗어나면 갈등 관계에 놓이기 쉽고, 외지인에 대한 배타적인 성향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혈연 중심에서 공간 위주의 의식으로 바꿀 수 있는 힘은 바로 교육이다. 경북 군위군 부계면 한밤마을 주민들이 이같은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재산권 행사보다 지역발전 우선 2005년 당시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돌담이 잘 보존된 한밤마을을 다녀간 뒤 전통 돌담에 대한 문화재 등록 사업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밤마을 돌담 역시 유 청장의 직접 지시로, 문화재 등록 절차가 진행됐다. 문화재 등록이 ‘떼논 당상’인 듯 보였던 한밤마을 돌담은 정작 주민들의 반대로 물거품이 됐다. 재산권 행사를 제한받을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교육 이후 주민들의 생각은 달라졌다. 지난해 2월 ‘살기좋은 지역만들기’ 대상지역으로 선정된 이후 주민들은 다양한 교육기관에서 농촌개발을 위한 특성화교육, 리더십교육 등을 받았다. 전문기관에서 교육을 받은 주민들은 다시 마을로 돌아와 직접 강사로 나서 마을을 돌며 다른 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하는 ‘선순환’ 효과를 만들어냈다. ●생각의 전환… 돌담 문화재 재추진 지역자원에 대한 인식이 전환되면서, 주민들은 올 초부터 돌담을 문화재로 등록하기 위한 서명을 받는 등 자발적인 움직임이 번지고 있다. 이를 계기로 국립민속박물관이 지역문화 활성화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내년도 ‘지역민속문화의 해’ 대상지역으로도 선정돼 민속자료 조사를 위한 전문가들이 마을에 상주하고 있다. 살기좋은 지역만들기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홍대일 대구 계명대 교수는 “주민들의 생각을 바꿔야 마을 발전의 기틀을 세울 수 있기 때문에 교육이 중요하다.”면서 “마을 발전은 시설과 같은 ‘하드웨어’보다는, 마을 주민들의 의식 등 ‘소프트웨어’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한밤마을은 6개 자연부락 540가구 1200여명으로 구성돼 있다. 부림홍씨가 전체 주민의 절반을 차지한다. 유교적·문화적 역사성이 강해 각종 모임이 활성화돼 있지만, 문제는 다른 성씨와의 관계다. 염경화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는 “농촌을 구성하는 대다수 노년층은 다른 성씨에 대한 배타성 못지않게 외로움도 큰 상황”이라면서 “한밤마을은 연초에 마을회관에서 성씨에 상관없이 공동으로 세배하는 풍습 등에서 변화 가능성이 엿보인다.”고 설명했다. 글 군위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 경기 안성시 두리마을 대학과 손잡고 허브·유채농장…나눔꽃 활짝 아파트단지의 특성상, 아파트 거주 주민들과, 단지 밖 주민들은 소통하기가 매우 어렵다.‘이웃’보다는 ‘남’으로 지내는 게 상례. 경기 안성시 보개면·금광면 일대 두리마을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올 초부터 이같은 무관심이 나눔의 미덕으로 바뀌고 있다. 안성시내에서 3∼4㎞ 외곽에 위치한 농촌지역인 이곳에 4400여명이 거주하는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들어선 것은 2001년. 홍익아파트와 주변 6개 자연부락 등 7개 마을 주민 9000여명에게는 같은 공간에 거주한다는 것 이상의 의미는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2월 이들 마을이 ‘살기좋은 지역만들기’ 대상지역으로 선정되면서 소통과 교류의 물꼬가 터지기 시작했다. 우선 지난해부터 인근 농민과 아파트 주민간 농산물 직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7개 마을을 아우르는 이름을 ‘두리마을´로 확정한 뒤 올해부터 공식적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홈페이지도 구축할 계획이다. 이어 올 초부터 아파트 주민들은 단지 내 레크리에이션장·헬스장·독서실 등 복지시설을 단지 밖 주민들에게도 개방했다. 최근에는 단지 밖 주민들이 외지인 소유로 흉물처럼 방치되던 농지 1000여평을 임대해 아파트에 거주하는 어르신과 아이들을 위한 텃밭가꾸기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안성지역 대학과 시민·사회단체 등도 속속 사업에 동참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주민들이 한경대와 손을 잡고 13만㎡ 부지에 허브·유채 등을 심는 경관농장을 조성한데 이어, 지난 3월에는 경관농장에 주민들을 위한 커뮤니티센터(비지터센터)도 마련됐다. 이곳에는 농산물 직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상설매장도 들어선다. 주민들은 최근 안성시재향군인회와 자매결연도 맺었다. 이성기 보개면장은 “좋은 공동체는 ‘나눔’에 있다. 누가 누구를 도와주는 게 아니라, 같이 가는 것이다. 주민끼리 방식을 찾아나가는 과정이 곧 공동체의식이다.”고 강조했다. 안성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경북 의성군 산수유마을 개발계획 둘러싼 반목 1년 혈연중심→공동체의식 키워 ‘흥정은 붙이고 싸움도 붙여라.’ 경북 의성군 사곡면 화전2·3리 산수유마을은 주민들간 싸움 와중에 상호 존중의 풍토가 움튼 곳이다.6만여 그루의 산수유나무 등 뛰어난 자원을 보유하고도 외부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마을에 변화의 계기가 찾아왔다. 2006년 12월 서울신문과 행정안전부가 주관한 지역자원경연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것. 이어 지난해 2월 ‘살기좋은 지역만들기’ 30개 대상지역 중 하나로 선정되는 겹경사가 났다. 하지만 ‘호사다마’랄까. 개발 붐이 일자, 주민간 다툼이 시작됐다. 화전2리는 의성김씨, 화전3리는 경주노씨가 모여 사는 전형적인 집성촌이다. 때문에 사업을 담당할 추진위원장으로 어느 마을 사람을 뽑느냐부터 사사건건 시비가 붙었다. 곪을 대로 곪은 두 마을 주민간 갈등과 반목은 지난해 12월 터졌다. 전북 진안군 가막마을 등 선진마을을 방문했을 당시 두 동네 주민들이 서로 멱살잡이를 하는 등 집단 패싸움이 벌어진 것. 하지만 1년여간 지속된 싸움은 또다른 변화를 이끌어냈다. 장성진(68) 화전2리 이장은 “혈연의식은 강했지만 마을 단위의 주인의식이나 공동체의식은 약했다.”면서 “싸움을 하면서 오히려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교육이 끝난 직후 장 이장은 추진위원장 자리를 화전3리 주민인 노훈(48)씨에게 양보하면서 화해 무드가 조성됐다. 그동안 관망하던 주민들의 참여도 이어졌다. 지난달에는 ‘제1회 의성산수유축제’를 열어 4만명에 육박하는 방문객을 유치했으며,7000만원이 넘는 주민소득도 올렸다. 주민들은 “마늘 이외에 이렇다 할 관광자원이 없는 의성군에 자발적으로 외지 방문객이 찾아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입을 모은다. 추진위는 또 올 초부터 살기좋은 지역만들기 사업에 필요한 9000㎡ 상당의 사유지를 공공용지로 매입하는 일을 주도하고 있다. 불과 3∼4개월만에 마무리 단계에 돌입하는 등 매입이 순조롭게 진행됐다. 행정기관이 나서는 게 아니라, 이웃 주민이 직접 설득하다 보니 땅값에 웃돈을 얹어줄 걱정도 필요없다. 노 위원장은 “행정기관이 이 사업에서 손을 뗐을 때를 걱정하면서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라면서 “아직도 한 마을 주민이라는 인식은 부족하지만 이해의 폭은 크게 넓어졌다.”고 흐뭇해했다. 의성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사라져가는 것들 잊혀져가는 것들/이호준 글·사진

    사라져가는 것들 잊혀져가는 것들/이호준 글·사진

    사라져버린 것들은 말이 없다. 그러나 다행이다. 잊혀지는 것들을 늦기 전에 기록으로 붙들어 놔야 한다는 부채감을 스스로 짊어진 글꾼이 있으므로. ‘사라져가는 것들 잊혀져가는 것들’(이호준 글·사진, 다할미디어 펴냄)은 기억 너머 망각의 늪으로 속수무책 잠겨가는 ‘그 시절’에 대한 명상이다. 서울신문 뉴미디어국장인 지은이는 글 작업을 위해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 전국 곳곳을 뒤졌다. 향수의 편린이 스민 현장을 만나면 눈물나게 반가워 카메라 셔터도 정신없이 눌렀다. 원두막, 대장간, 보리밭, 돌담, 장독대, 징검다리, 고무신, 손재봉틀…. 기억의 투망에 걸린 잊혀진 정물들이 파닥파닥 꼬리를 치는 활어로 용케 되살아났다.‘청보리 일렁이던 고향풍경’‘연탄·등잔, 그 따뜻한 기억’‘술도가, 서낭당이 있던 자리’ 등 테마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결에 전통문화의 원형을 엿보게도 된다.1만 20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가는 春이 아쉽다면… 남도로…

    가는 春이 아쉽다면… 남도로…

    내나라 안 산자수명한 곳이야 수없이 많지만, 봄 풍경에서만큼은 남도를 앞서는 곳을 찾기 쉽지 않다. 올해는 ‘광주·전남 방문의 해’다. 볼거리, 먹거리에 더해 지역 주민들의 마음 씀씀이 또한 외지인을 향해 활짝 열어 두겠다는 뜻일 터. 봄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이들에게 안성맞춤이다. 가는 봄이 아쉽거들랑 더 늦기 전 남도를 찾을 일이다. # 몰포나비… 황금박쥐… 함평을 띄우다 최소한 45일 동안만큼은 함평은 나비천지다.‘2008 함평 세계나비/곤충 엑스포’가 6월1일까지 함평읍 엑스포공원에서 열린다.100여종의 꽃창포와 30여종의 초화류(草花類)가 둘러싼 행사장에는 수십만 마리의 나비와 곤충들이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몰포나비, 가장 큰 풍뎅이인 헤라클레스 왕장수풍뎅이, 순금 162㎏을 들여 제작한 황금박쥐 조형물 등도 볼거리다. 이밖에도 ‘시골스러워’ 정겨운 해수찜탕과 자연생태공원,‘꽃반지 끼고’의 가수 은희씨가 운영하는 천연염색 체험장 민예학당도 들러볼 만하다. 엑스포 조직위 320-3757. # 신록 가득한 보성 나들이 보성을 말할 때 가장 앞줄에 서는 것은 역시 차밭. 주변을 풋풋한 연초록 빛깔로 물들이며 아름다운 자태를 한껏 뽐내는 중이다. 남도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보성에서 온몸 가득 다향(茶香)을 담아가는 것은 어떨까. 밝은 녹색을 띤 차 새싹들에서 봄의 생기를 만끽할 수 있다. 대원사경내 대나무 산책로와 아담한 일화문, 연지문 등도 소박하고 아기자기한 느낌을 주는 곳. 4월 하순부터 보성 남단 일림산 정상이 철쭉꽃으로 붉게 타오른다.330만㎡(100만평)가량 군락을 이루고 있는 일림산 철쭉은 유난히 선명한 색으로 관광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5월3∼6일 보성다향제와 일림산 철쭉제가 함께 열린다. 백민미술관, 주암호 조각공원, 득량면과 조성면의 유채꽃밭 등도 둘러보면 알찬 나들이가 되겠다. 보성군청 문화관광과 850-5736. #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청산도 봄이 되면 천천히 걸으며 나만의 발자국을 남기고 싶어진다. 그에 꼭 맞는 장소가 있다. 아시아에는 네 개뿐이라는 슬로시티(slow city) 중 한 곳, 청산도다. 청산도는 남도 끝자락 완도에서도 배를 타고 50여분을 더 들어가야 한다. 푸르른 청보리밭과 노오란 유채꽃으로 가득한 영화 ‘서편제’ 속의 당리 황토길과 화랑포를 산책한 다음, 청산도 군도(郡道)를 따라 지리해수욕장, 유채꽃이 만발한 국화리, 집사이의 담은 물론 외양간조차 돌담으로 이뤄진 상서리,‘청산가면 글 자랑마라.’는 청계리 등을 둘러보는 여정은 봄의 빛깔과 향기, 그리고 소리로 가득하다. 온통 봄으로 가득 찬 청산도를 걸어보자. 느릿느릿…. 완도군청 관광안내소 550-5152.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자료제공 한국관광공사
  • [지리산 산마을 이야기] (25) 경남 산청군 단성면 청계마을

    [지리산 산마을 이야기] (25) 경남 산청군 단성면 청계마을

    단성IC에서 국도 20호선을 따르는 길은 성철대종사 생가, 문익점 목면시배유지, 남사예담촌, 남명 조식의 산천재와 덕천서원 등 볼거리가 많아 드라이브 코스로 인기가 높다. 더구나 천왕봉(1915m) 최단 코스 중산리까지 길이 닿으니 가히 지리산의 길목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사실은 중산리 가기 훨씬 전, 대원사로 갈리는 시천면소재지로 가기도 더 전, 남사마을을 지나 단속사터 이정표를 보고 우회전하면 지리산의 첫 관문, 첫 번째 봉우리 웅석봉(1099.3m)이 제일 먼저 길문을 연다. 이병주 대하소설 ‘지리산’ 속 웅석봉은 아픈 역사를 겪지 않은 이들에게도 절절하게 와 닿는다.“달뜨기는 지리산의 초입이다.(중략) 지리산을 찾은 빨치산들은 조개골 등에 숨어 이곳 달뜨기능선 위로 떠오르는 달을 보며 고향과 가족을 생각했다. 낡은 총자루를 옆에 두고 구수하게 풍기던 된장냄새와 아내의 젖비린내와 어머니의 말라붙은 가슴팍을 떠올렸을 것이다.” 능선 위로 뜨는 달을 보며 고향을 그리워했다 해서 ‘달뜨기’란 이름이 붙었다지만 “천지가 개벽해 세상이 온통 물에 잠겼을 때 꼭대기에 딱 달 하나 앉을 만한 공간만 남았다더라.” 청계마을 주수돈(72) 할아버지는 웅석봉 능선의 다른 이름이 달뜨기가 된 이유를 그렇게 설명했다. 주 할아버지는 “지리산에 가면 살길이 열린다.”고 믿었던 빨치산들이 바람처럼 탄성을 외쳤던 달뜨기 허리춤에서 한국전쟁을 겪었다. 열네 살 나이로 빨치산의 포탄을 단성까지 지고 가는 일이 허다했는데 “아직 어리니 집으로 가라.”는 혜택을 받고 돌아서면 또 다른 빨치산에 잡혀 다시 포탄을 지고 걸었다고 한다. 빨치산에 협조를 해도 죽고, 그렇게 하지 않아도 죽고, 새끼줄에 손목이 묶여 줄줄이 죽어나가는 사람도 많았던 난리를 바로 그 웅석봉에서 고스란히 겪으며 자랐다. 무려 9대째, 수백여 년을 이어온 고향땅이다. 아내 정하자(69) 할머니는 열다섯 어린 나이에 주 할아버지와 결혼했다. 못 먹고 못살아 입 하나 덜어내려고 딸자식을 시집보내던 시절. 지천에 흔한 쑥도 보이지 않던, 아니 쑥이 자라기도 전에 캐내야 했던 산중마을의 고단한 살림이었다. 청계리 경치 좋은 땅마다 펜션이며 전원주택이 들어섰지만 아직도 이들은 돈벌이가 없어 고생이다. 그렇다고 자식들 따라 도시로 나갈 생각은 없단다.“젊은 사람들은 아무리 말해도 몰라.” 다리쉼을 하며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물던 주 할아버지가 끙, 자리에서 일어선다. 짚과 풀을 섞어 만든 퇴비를 잔뜩 짊어지고 감자밭으로 향하는 길이다. 바람에 흔들리는 노부부의 그림자가 포구나무 커다란 그늘 속으로 녹아들 듯 사라진다. 임거수(47)·하순옥(49) 부부가 운영하는 식당 ‘돌담(055-973-5478)’은 마을 입구에 있다.6년 전 업무차 처음 이곳에 내려왔다가 가슴이 뻥 뚫린 기분을 맛봤다는 임씨는 곧바로 서울 생활을 접고 청계마을 주민이 됐다.“진정한 부자는 물질에 있지 않아요. 마음에 있다고 확신합니다. 문화 혜택을 누리지 못해도 정말 행복하거든요.” 나물철인 요즘은 새벽 5시에 일어나 웅석봉으로 향한다. 잠이 드는 순간까지 눈앞에 아른아른 어두컴컴한 천장에 고사리가 맺혀 보일 정도다. 산나물을 가득 채취할 땐 일종의 희열, 그야말로 ‘산나물오르가슴’에 흠뻑 취하기도 한다. 취나물, 삿갓쟁이, 멍이나물, 개발딱주 등을 만날 생각에 벌써부터 후끈 몸이 다는 모양이다. 나물 이야기를 하는 임씨의 뺨이 소년처럼 붉다. 웅석봉을 맴돌다 청계계곡 따라 흘러온 쌉싸래한 봄나물 향기가 덩달아 푸릇푸릇 내려앉는다. 글 사진 황소영 월간 마운틴 기자 (www.emountain.co.kr) ●가는 길 : 대전∼통영간 고속도로 단성IC로 진입해 20번 국도를 타고 지리산 방향으로 이동하다 ‘단속사지’ 이정표에서 우회전한다. 남해고속도로에서는 서진주IC,88고속도로에서는 함양IC를 통해 각각 대전∼통영간 고속도로로 들어선다. 청계약수, 청계저수지, 청계계곡 외에도 보물로 지정된 단속사터 동서 삼층석탑, 이갑열 현대미술관 등을 차례대로 들러볼 수 있다. 웅석봉 허리를 따라 어천마을로 이어진 드라이브 코스도 괜찮다.
  • 흙길따라 달리는 경북 성주 ‘0번 버스’

    흙길따라 달리는 경북 성주 ‘0번 버스’

    버스가 자주 안오니께네 통 사람구실하기가 어려븐 기라. 눈발이 쪼매만 날다카믄 안들어오제, 비온다꼬 안들어 오제, 병원가는 기야 그렇다치지만서도 상가집을 제대로 갈 수가 있나, 불편한 기 한두개가 아인 기라 신작로 저편에서 버스가 달려옵니다. 군데군데 파여 불편하기 짝이 없는 흙길 위로 네 바퀴가 경망을 떨며 달려옵니다. 곧이어 희뿌연 흙먼지가 길가 코스모스꽃 위에 들이닥칩니다. 입으로 불어 흙먼지를 털어내고 나면 온갖 빛깔로 하늘거리는 코스모스가 잇몸을 드러낸 어린아이처럼 밝게 웃습니다. 어린 시절 보았던 흙길에 대한 기억입니다. 요즘 세상에 아직도 흙길이 있을까 싶지만, 경북 성주의 0번 버스는 그런 길을 달립니다. 군도 11번을 따라 성주 읍내와 산골마을 작은리(鵲隱里)를 오갑니다. 조금씩 포장공사가 이뤄져 현재는 편도 10여㎞ 거리 중 2㎞남짓한 구간에만 흙길이 남아있습니다. 그마저 순차적으로 포장될 계획이라 하니, 어쩌면 이번 방문이 성주 0번버스가 다니는 흙길에 대한 마지막 기록이 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한번 타보시지요. 고즈넉한 산골마을을 달리며 비포장길에 대한 기억을 되살려 보고 싶다면 말입니다. 요금은 2200원입니다. # 마지막 남은 비포장도로… 하루 두 번만 운행 성주군 작은리는 군 내에서도 유일하게 비포장도로가 남아 있을 만큼 대표적인 오지 중 한 곳이다. 맨 윗동네 거뫼에서부터 아래로 덕골과 삼거리, 모방골, 개티, 배티 등 6개 마을로 이루어져 있다. 성주군의 대중교통은 경일교통에서 운행하는 0번과 250번 버스 등이 거의 전부다.250번 버스는 주로 대구 등 외지,0번 버스는 군 내를 오간다. 단 두 대의 0번 버스가 하루에 돌아야 하는 코스가 44개. 작은리 코스는 그 중 하나다. 오전 10시, 오후 3시 등 하루 두 번 운행한다. 오전엔 까치산과 칠봉산 사이 하미기재를 넘어 가뫼∼배티를 돌아오고 오후엔 역순으로 돈다. 군데군데 비포장길인 데다, 좁은 산길이어서 대부분 운전기사들이 기피하는 코스다. 오전 10시차. 예상대로 버스 안은 텅 비었다. 성주 읍내에 장이 서는 날이나 승객이 좀 있을 뿐 평소엔 빈 차로 운행하는 경우가 많다. 읍내를 벗어나 산길로 들어서자 비포장 길이 시작됐다. 낙엽송 터널길을 지나고 나니 오른쪽으로 시리도록 푸른 하늘을 이고 선 가야산이 펼쳐진다. 주변 산들이 시립한 가운데 우뚝 솟아있는 모습이 범상치 않다. 가야산이 저처럼 높았던가. 구비구비 산길을 돌다 보면 꼭 산자락 아래로 떨어질 것만 같은 아찔한 느낌이 드는 때가 있다. 놀이기구 만큼은 아니지만 제법 짜릿하다. 하미기재(400m) 정상에서 보자니 아랫마을이 여간 까마득한 게 아니다. 그 높은 고갯마루에도 마을 사람들은 논을 일구며 살아간다. 작은리 맨 윗동네 거뫼사는 이규칠 할아버지는 차에 오르자마자 대뜸 하소연이다.“버스가 자주 안오니께네 통 사람구실하기가 어려븐 기라. 눈발이 쪼매만 날다카믄 안들어오제, 비온다꼬 안들어 오제, 병원가는 기야 그렇다치지만서도 상가집을 제대로 갈 수가 있나, 불편한 기 한두개가 아인 기라.” 버스 기사라고 할 말이 없을까.5년째 0번버스 운전대를 잡고 있는 최병국씨는 “비만 오면 산길이 진흙탕으로 변해 여간 위험한 게 아니라예. 좁은 산길 오가다 주민들 차라도 만났다카믄 참 난감합니더.”라며 볼멘 소리다. 게다가 밀린 임금조차 겨우 지난 달에야 받았다는 것. # 0번 버스의 말못할 속사정 0번 버스 속사정을 들여다 보면 구불대는 산길만큼이나 애로가 많다. 대부분 노인인 주민들이 버스를 탈 일이라곤 병원가는 일과 장에 가는 일이 전부다. 성주는 멀고 교통편이 좋지 않아 주민들은 주로 고령으로 다닌다. 그나마 개티, 배티마을까지는 도로가 포장돼 있어 상황이 나은 편. 고령에서 운행하는 공영버스가 들어오기 때문이다. 윗마을 주민들은 0번버스를 타고 보월리까지 나와서 버스를 바꿔타야 한다. 버스 회사 입장에서도 0번버스는 애물단지에 다름아니다. 군에서 일정 부분 적자를 보전해 주고,205번 버스에서 나오는 약간의 수익으로 그나마 근근이 운행하고 있는 형편이다. 아직 남아있는 비포장길은 주민과 버스 회사 모두에게 불편함 그 자체다. 한 통신사의 광고처럼 마을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쇼(show)’를 해서라도 도로가 포장된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다. 올해 책정된 도로포장 예산은 8000만원. 겨우 몇 백m 포장하고 나면 흔적도 없이 사라질 액수다. # 곳곳 고풍스러운 돌담길 풍경은 덤 0번 버스 속 세 사람은 서로 다른 아쉬움을 가슴에 담고 차창밖만 내다 본다. 할아버지는 날씨가 안좋으면 운행하지 않는 버스 회사 측의 처사가 야속하고, 임금조차 제때 못받는 버스 기사는 행여 운행 보조금을 올려 주지 않을까 군청만 바라보며 한숨이다. 이런저런 사연들을 체감하지 못한 이방인은 서정미 넘치는 흙길이 사라지는 것이 못내 아쉬울 뿐이다. 성주는 고풍스러운 풍경들이 즐비한 곳이다. 옛 건축물은 물론이려니와, 수백년 세월의 흔적이 더께더께 붙어있는 돌담길은 성주가 독특한 풍모를 지니는데 큰 몫을 담당한다. 성주를 대표하는 돌담길 마을은 한개마을이다. 하지만 돌담길은 한개마을에만 있지는 않다. 외려 문화재 지정 후 인공미가 가미된 한개마을보다 더욱 고풍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는 마을들이 널려있다. 특히 0번 버스가 작은리를 경유해 수륜면을 돌아나오는 동안 돌담길이 예쁜 마을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글·사진성주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54) ▶가는 길 : 서울 남부버스터미널에서 하루 4회 고속버스가 운행한다. 승용차는 영동고속도로→중부내륙고속도로→성주 나들목→성주. ▶주변 관광지 ▲가야산국립공원 : 소백산맥 동쪽으로 슬쩍 비껴앉은 영남의 명산. 남북으로 경남 합천군과 경북 성주군의 경계를 이룬다. 수륜면 백운리에 등산로가 마련돼 있다. ▲무흘구곡 : 대가천의 맑은 물과 사인암 등 주변 계곡의 기암괴석, 수목들이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성밖숲 : 천연기념물 제403호인 왕버들 고목 군락지. 임진왜란 이후 조성됐다. 성주군민들이 휴식공간으로 애용하는 곳. 읍내 초입에 있다. ▲세종대왕자태실 : 1438∼42년 사이 조성된 전국 최대 규모의 태실지(왕 자손의 태반을 묻어두는 곳). 세종대왕의 적서 18왕자와 세손 단종의 태실 등 19기가 안장돼 있다. 인촌리에 있다. ▲한개마을 : 성산 이씨 집성촌으로 국가지정문화재 중요민속자료로 지정돼 있다. 조선 후기의 전형적인 양반촌.150년 된 ‘탱자나무 같은 귤나무’로 유명한 교리댁 등의 문화재를 비롯, 60여가구가 옛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월항면 대산리에 있다. 성주군청 새마을 관광문화재담당 930-6063∼4. ▶맛집 : 용암면 용정리 큰나무골 궁중약백숙은 한약재가 섞인 닭백숙을 잘한다. 한마리 2만 7000원∼3만 5000원.933-3651. 예산리 혜성관가든은 소고기 숯불구이로 유명한 집. 불고기 1인분 9000원, 갈비살 1만 9000원.933-5229. ▶성주참외축제 : 25∼27일 성밖숲일대에서 열린다. 참외따기 체험, 세종대왕자 태 봉안행렬 등 다양한 행사가 준비됐다.
  •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13) 봄날의 과부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13) 봄날의 과부

    신윤복의 그림 ‘봄날의 과부’처럼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그림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그림의 의미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드물다. 이 그림을 기법 차원에서만 독해한다면 그림을 제대로 읽은 것이 아니다. 사실 이 그림은 사회사적 독해를 요한다. 먼저 그림부터 꼼꼼히 챙겨 보자. 이 그림이 만들어내고 있는 공간. 기와를 얹은 담장이 에워싸고 있는 마당이다. 담장은 장방형의 돌을 쌓아 올리고 그 위에 기와를 덮었으니, 예사 집이 아니다. 권세 깨나 있고 돈 좀 주무르는 그런 집안이 분명하다. 그림 왼쪽 상단에는 담장 너머 흰 꽃, 붉은 꽃이 한창 피어나고 있다. 배나무 꽃인가, 벚나무 꽃인가, 배롱나무 꽃인가. 어쨌든 좋다. 이런 꽃으로 계절이 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개의 짝짓기 그림에 담은 신윤복의 파천황적 발상 봄은 생명의 계절이고, 생식의 계절이다. 곧 봄은 생명을 잉태하는 계절인 것이다. 하여 그림 아래 부분의 마당에서 개 두 마리가 짝짓기를 하고 있다. 그림에 개의 짝짓기라니, 조선시대에 신윤복이 아니면 불가능한 파천황적인 발상이다. 한데 짝짓기를 하는 것은 개만이 아니다. 개로부터 시선을 조금 위로 올려보면 참새 두 마리가 짝짓기를 하고 있다. 그리고 또 그 위로 참새 한 마리가 더 있어 파닥거린다. 바야흐로 봄은 짝짓기의 계절인 것이다. 식물의 꽃이란 것도 따지고 보면, 식물의 성기가 아닌가. 꽃이 피고 수정이 되어 열매를 맺는 것은 식물의 짝짓기 행위다. 생명력이 충만한 봄은 어디서 왔는가. 당연히 담장 밖에서 왔다. 담장을 넘어오는 붉고 푸른 꽃이야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봄은 개구멍에서도 온다. 개 두 마리는 바로 담장 아래의 개구멍으로 들어온 것이다. 참새들이야 저 허공을 통해서 왔을 터이고. 그런데 담장 안은 어떤가. 이제 시선을 오른쪽 두 여인네로 옮겨보자. 두 여자는 비스듬히 누운 나무에 기대어 서 있다. 그런데 그 나무가 문제다. 나무는 소나무로되, 이미 꺾어진 소나무고, 살아 있다는 증거는 아래쪽의 빈약한 잎을 단 가지 둘뿐이다. 소나무는 죽어가고 있다. 집 밖은 생명력이 충만한 봄인데, 여기 돌담 안의 집은 죽어가고 있는 풍경이다. 이제 여자 둘을 보자. 오른쪽 여자는 삼회장저고리를 제대로 차려 입고 있고, 머리를 길게 땋아 댕기를 묶고 있다.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귀한 집의 규수다. 왼쪽 여자는? 구름 같은 가체를 올리고 있는데, 옷은 모두 흰색, 즉 소복이다. 이 여자는 결혼을 한 여자이고, 또 상중에 있다. 말할 것도 없이 남편이 죽은 여인이다. 왜 신윤복은 과부를 그림에 배치했는가 궁금하다. 여자 둘의 시선은 개의 짝짓기에 가 있다. 그런데 둘의 표정이 대조적이다. 처녀의 표정은 쌀쌀맞고 차갑고 무심하다. 하지만 과부는 배시시 웃는다. 무언가를 안다는 눈치다. 과부의 웃음에 신윤복의 의도가 있다. 신윤복은 과부의 소외된 성욕을 끄집어내고 있는 것이다. ●여성의 성적 욕망 철저히 억압한 가부장제 조선시대 사대부가의 여성은 젊어서 남편이 사망했을 경우, 재혼, 곧 개가의 문제에 맞닥뜨리게 된다. 고려시대에는 남편이 죽어도 여성은 개가, 삼가(三嫁)할 수 있었고 이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조선 건국 이후 성리학의 가부장적 윤리관은 여성의 재혼을 윤리적 타락으로 규정했다. 성종 때 ‘경국대전’의 편찬을 완료하면서, 남성의 가부장제는 마침내 법으로 여성이 개가해서 낳은 자식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좋은 벼슬자리를 얻을 수 없도록 제한하였다. 이런 판국이었으니, 양반가의 여성은 사실상 재혼의 길이 막혔던 것이다. 이런 조치와 함께 남성의 가부장제는 남편이 죽고도 재혼하지 않은 여성을 절부(節婦)라 부르고, 남편을 위해 자기 신체를 자해하거나, 대신 죽거나, 남편이 죽었을 때 즉시 따라죽은 여성을 열녀라고 불러 정문을 내리는 등 사회적 명예를 부여하였다. 이런 정책이 강하게 추진되어 임진왜란, 병자호란 이후 여성의 수절은 양반만이 아니라, 일반 백성들에게까지 퍼졌다. 양반 상인 할 것 없이 남편이 죽으면 예사로 수절하였고, 남편을 따라 목숨을 끊는 경우가 속출하였다. 신윤복의 이 그림은 이런 사회적 배경을 깔고 있는 것이다. 젊은 여성이 수절할 경우 그 내면의 성욕을 처리할 방법이 묘연하였다. 조선조의 가부장제는 여성의 성을 출산과 쾌락으로 분리하고, 후자를 음란함으로 규정하였다. 따라서 남편이 죽은 뒤 홀로 남은 여성의 성은 출산이 배제된 성이기에 쾌락만이 남았고, 그것은 자동적으로 음란함이 되었다. 홀로 된 여성은 자신의 성적 욕망을 발설할 수가 없었으니, 이것은 가부장제가 여성에게 가한 가장 큰 폭력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남성은 이와는 반대로 아내가 죽으면 속현(續絃)이란 그럴 듯한 말로 재혼을 할 수 있었고, 기생제도와 축첩제도 등을 통해 능력만 있으면 얼마든지 성적 욕망을 충족시킬 수 있었다. 사실 개가를 금지하는 것은, 한 남성이 자신이 죽은 뒤에까지 여성의 성을 독점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곧 조선의 가부장제는 여성의 성적 욕망을 억압하고, 남성의 성적 욕망을 일방적으로 관철시키고자 하는 의도를 내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성욕은 사라지지 않고 다만 변형될 뿐 가부장제가 아무리 여성의 성욕을 억압하는 담론을 유포해도 여성의 성욕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성욕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그것은 변형될 뿐이다. 박지원의 ‘열녀함양박씨전’의 서문은 한평생 밤이면 동전을 굴리면서 지새운 과부의 이야기를 싣고 있다. 과부는 이렇게 말한다.“무릇 사람의 혈기는 음양에 근본을 두고 있고, 정욕은 혈기에 모이며, 생각은 고독한 가운데서 생겨나고, 아프고 슬픈 감정은 생각하는 데서 우러나겠지. 혈기가 때로 왕성하면 어찌 가부라고 정욕이 없겠느냐? 가물거리는 호롱불 아래 그림자를 조문(弔問)하며 외로운 밤 지새기가 괴롭고, 게다가 처마에 빗방울이 뚝뚝 떨어진다든지 창에 달빛이 환히 들어올 때, 오동잎 하나 뜰에 날리고, 외기러기는 하늘에서 울고 가고, 멀리 닭의 울음소리 들리지 않고, 어린 종년은 쿨쿨 코를 고는데 혼자 잠 못 이루는 이 고충을 누구에게 하소연하겠느냐?” 어떤가. 과부의 성욕을 억압하는 것이 어떤 형벌인지 짐작이 가는가. 양반가의 이 여인은 자신의 성욕을 억압하는 데 성공했지만, 현실에서는 꼭 그렇지도 않았고 별의별 일이 다 벌어졌다. 조선후기의 문헌인 ‘기문’이란 책에는 과부의 이야기가 둘 실려 있는데, 매우 흥미롭다. 한 과부가 계집종을 데리고 수절하며 사는데, 계집종 역시 남편을 잃고 수절하였다. 어느 날 동네에 송이버섯 장수가 왔다. 과부는 송이버섯이 남성의 성기와 같이 생긴 것을 보고는 계집종을 시켜 값을 따지지 않고 모두 사오게 하였다. 용도야 뻔하다. 두 여자는 송이를 ‘덕거동’이라 부르고 욕망이 솟을 때마다 덕거동으로 욕망을 달랬다. 이야기는 이어지지만 여기서 멈추자. 또 다른 이야기 역시 과부의 것이다. 어느 날 과부가 이웃에 사는 기생이 잘 생긴 사내와 온갖 성희(性戱)를 즐기는 것을 보고 치솟아 오르는 욕망을 누를 길이 없어 집으로 돌아와 자위 행위에 빠진다. 이게 너무 심하여 마침내 말을 못하게 되었다. 이웃에 사는 할미가 무슨 일로 찾아왔다가 여자가 벙어리가 된 것을 보고는 한글로 필담을 한 끝에 자초지종을 알아내고는 동네의 장가를 들지 못한 사내를 불러와 짝을 맺어준다. 사내와 한바탕 거창한 방사를 치른 후 과부는 다시 말을 하게 되었다. 적지 않게 전하는 이런 이야기의 존재는 과부의 성적 욕망이 은폐될 뿐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말한다. 조선의 가부장제는 여성의 성적 욕망을 억압하고 은폐하는 데 성공했을 뿐, 그 내면의 욕망을 소멸시킬 수는 없었다. 신윤복의 그림은 바로 그 점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소복을 입은 과부가 개의 짝짓기를 보고 배시시 웃는 그 장면은 그 젊은 과부의 내부에도 성적 욕망이 여전히 살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점에서 이 그림이야말로 조선시대 최고의 그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한편 이 같은 신윤복의 그림을 베낀 모방작도 더러 남아 있다. 신윤복의 그림의 영향력이 대단했던 것이다. 물론 수준은 원작에 한참 못 미친다. 작자 미상의 ‘봄날의 과부 모방작’만 해도 전반적으로 필치가 원작에 비해 자연스럽지 못하고, 개의 짝짓기 장면이 아주 천박하게 느껴지는 등 전반적인 수준이 확연히 떨어짐을 알 수 있다. 강명관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 제주도 월령리 손바닥 선인장 자생지

    제주도 월령리 손바닥 선인장 자생지

    제주에서라면 천연기념물만 찾아도 한 편의 훌륭한 테마여행이 된다. 이맘때라면 한림읍 월령리의 ‘손바닥 선인장´ 자생지를 찾는 것도 좋겠다. 에메랄드빛 바다와 검은 벨벳처럼 새까만 화산석에 부딪쳐 시리도록 하얗게 부서지는 포말. 그리고 그 흑백의 어울림 속에 터를 잡아 진한 보랏빛 열매를 머금고 있는 야생 선인장들의 모습이 이국적이면서도 아름답다. 지난 2월엔 제주시에서 마을앞 콘크리트 해안도로를 걷어내고 목재로 트레킹 코스를 조성해 놓았다. 장애우도 휠체어를 타고 갈 수 있을 만큼 ‘친절한´ 산책로다. #국내 유일의 선인장 자생지 문주란, 파초일엽 등과 더불어 제주의 3대 외래식물로 꼽히는 것이 ‘손바닥 선인장´이다. 집에서 키우던 것이 퍼졌다고도 하고, 구로시오 난류를 타고 남방에서 흘러들어 월령리 해안가에 정착했다고도 한다. 천연기념물 제429호. 정식 명칭은 부채선인장이다. 생긴 모양새가 꼭 손바닥 같다고 해서 주민들은 손바닥 선인장이라 부른다. 하지만 뭍사람들에겐 거친 땅에서도 오래 산다는 뜻의 백년초라는 이름이 더 친숙하다. 현무암의 습기를 먹고 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월령리는 국내 유일의 손바닥 선인장 자생지. 해안가 바위며 마을 울타리 등에 지천으로 퍼져 있다. ‘비치 트레킹 코스´로 불리는 목재 데크는 월령마을 돌담길과 바다를 가르며 이어진다. 검은 현무암에 뿌리내린 연초록 선인장과 자줏빛 열매, 그리고 에메랄드빛 바다와 산책로가 어우러지며 그림같은 풍경을 펼쳐 낸다. 이곳의 바다 빛깔이 유난히 고운 것엔 까닭이 있다. 바로 산호모래 해변이기 때문. 제주도에서도 우도의 서빈백사와 월령리 앞바다 단 두 곳에만 있다.4월이면 열매가 떨어져 나간 자리에 노란색 꽃이 핀다. 월령리 전체에 노란 꽃물이 드는 때다. # 참살이 식품으로도 각광 손바닥 선인장은 비료와 농약을 싫어하는 ‘자생 무독식물´이다. 인체에 해가 없어 그대로 먹을 수 있다. 영양 성분도 풍부해 비타민C는 알로에보다 5배가 넘고, 노화 억제와 항암 효과가 있는 페놀 성분도 함유돼 있다. 생즙으로 먹을 때는 열매를 씻어 물기를 뺀 다음 3∼5개를 사이다나 물 한컵 정도와 함께 믹서기에 갈아 마신다. 기호에 따라 꿀이나 포도 등을 첨가하면 좋다. 물 3ℓ에 선인장 열매 1㎏ 정도와 대추·생강·감초·꿀 등을 넣고 달여먹는 방법도 있다. 열매를 3등분한 후 올리고당 등과 1대1 비율로 섞어 2∼3일 재운 다음, 우러나온 원액에 생수를 적당히 섞으면 시원한 백년초차가 된다. # 인상적인 주변 풍경 제주 전체를 6개월 3일 동안 발로 걸었다는 뭉치이벤트투어 김영훈 사장에 따르면 월령마을은 제주에서 유일하게 용암 원석을 그대로 쌓아 만든 돌담길이 남아 있는 곳이다. 돌 사이로 구멍이 숭숭 나 바람불면 흔들리기도 하지만, 쓰러지는 법은 없다. 손바닥 선인장으로 꽃장식을 두른 마을 안 돌담길이 정겹고 예쁘다. 또하나 인상적인 것은 먼바다를 향해 쭉 뻗은 천연 방파제다. 찬 바닷물과 부딪친 용암이 굳어지며 생성됐다. 주민들은 이를 ‘월령코지´라 부른다. 이 계절 제주 여행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또 하나의 비경이다. 글 사진 제주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여행정보(지역번호 064) ▶가는 길 제주공항→1132번 일주도로→한림방향→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앞→우회전→월령리 ▶맛집 한림읍사무소 앞 이가네흙도야지가든은 흑돼지 요리를 제대로 맛볼 수 있는 집. 자체 운영하는 금악리 농장에서 생산되는 고기와 야채를 사용한다. 오겹살, 목살, 앞다리살 등 모듬메뉴를 주문하면 어른 4명이 배불리 먹을 만큼 양도 푸짐하다. 꽃멸치젓에 매운 고추를 채썰어 화로에 끓인 다음 찍어 먹는데, 제법 감칠 맛이다.1만 9000~3만 5000원. 해초인 몸자반으로 만든 향토몸국도 별미.5000원.796-4705. ▶여행상품 뭉치이벤트투어에서는 생태체험 관광 ‘디카 제주 페스티벌´을 연다. 스토리텔러가 동행하는 이 상품은 금산공원과 월령선인장 비치 트레킹, 쇠소깍, 절물자연휴양림, 산굼부리, 환해장성, 철새도래지, 해녀촌 등을 탐방하는 2박3일 일정으로 이뤄졌다.22만원.www.moongchee.com,724-6887. 온라인 여행사 넥스투어도 ‘제주 신라호텔 2박 3일 에어텔´ 상품을 선보였다.31만 5000원부터.www.nextour.co.kr,02)2222-6685.
  • [현장 행정] 송파구 해외 결연사업

    [현장 행정] 송파구 해외 결연사업

    ‘우리는 해외로 뻗어 나간다.’ 송파구가 청소년 초청 홈스테이, 유명 작가 전시회 등 해외 도시와 다양한 교류를 추진하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11일 송파구에 따르면 최근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시의 청소년을 초청해 한국의 생활을 경험하는 홈스테이를 한 데 이어 구립 예송미술관에서 프랑스의 유명화가 기 렌(Guy Renne·1925~1990)의 작품을 전시하며 국제문화교류의 끈을 이어가고 있다. ●파리와 문화를 나누다 김영순 구청장은 “올해로 20돌을 맞은 구가 더 나은 20년을 만들기 위해 해외 교류 확대를 선택했다.”면서 “가장 경쟁력있는 분야인 문화가 선봉에 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선 삼전동 송파구민회관 1층 전시실이 ‘예송(藝松)미술관’으로 새단장돼 12일 개관한다. 고품격 전시공간을 지향하는 예송미술관의 첫 전시는 프랑스 작가 기 렌의 유화, 드로잉 각 40점을 소개하는 ‘멈추지 않는 열정’이다. 기 렌은 국내에는 생소한 이름이지만 피카소, 마티스 등 당대 최고의 화가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프랑스가 문화부 창설 50주년을 기념하는 작가로 선정할 정도로 인정받는 작가이다. 기 렌의 첫 해외 나들이이기도 한 이번 초대전은 프랑스 문화부 산하기관인 국제앙드레말로협회, 프랑스 ‘에콜 뒤 루브르’(Ecole du Louvre)의 국내운영권을 갖은 아트창의력개발연구소가 주관하고 주한프랑스대사관, 프랑스문화원이 후원했다. 김 구청장은 “이번 행사는 파리에서도 문화예술도시로 꼽히는 9구와 자매결연을 추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업간 협력 통해 시장 개척에 앞장선다 앞서 지난달 말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시 청소년 10명을 초청해 7박8일 동안 직원의 가정에서 생활하고 민속촌 방문, 전통놀이 체험 등을 하며 한국 문화를 경험하는 홈스테이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번 프로그램에 동행한 크라이스트처치시 자매도시위원회 관계자와 현지에 장승, 돌담, 석등 울타리 등을 설치한 한국식 정원을 조성하기로 합의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사진교환전시회, 장학생 선발, 마라톤 교류 등 구체적인 문화교류 일정도 꾸렸다. 기업 교류도 한창이다. 올해로 교류 10년을 맞는 중국 지린성 퉁화시와의 투자유치 상담뿐만 아니라 두 도시 기업간 인삼, 숯, 해산품 등에 대한 가공합작과 생산협력을 도모하고 있다. 구는 몽골 울란바토르시 칭길테구, 중국 베이징시 조양구 등 6개 도시와 끈끈한 협력 관계에 있다. 김 구청장은 “구가 내세운 ‘격조 높은 문화도시, 세계 속의 으뜸 송파’의 슬로건에 걸맞게 앞으로 화려한 문화 르네상스를 열기 위한 거침없는 문화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제주문화 10대 상징물 선정

    제주도는 9일 한라산과 해녀 등 10대 상징물을 선정·발표했다. 이 밖에 제주말, 제주4·3, 돌문화, 제주굿, 제주초가, 갈옷, 귤, 오름이 각각 선정됐다. 한라산은 제주인의 정신적 지주로 유네스코에 등재된 제주세계자연유산이어서, 오름(기생화산)은 대표적인 경관 및 관광자원이란 점에서 뽑혔다. 제주어는 중세국어 연구의 토대가 되고 있는 점, 제주4·3은 현대사의 최대 비극으로 도민 대다수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점, 돌문화는 화산섬 제주를 상징하고 돌하르방, 돌담 등 수많은 문화유산과 연관되는 점에서 추천을 받았다. 제주굿은 과거 제주인의 대표 신앙으로 큰굿, 당굿, 무혼굿 등은 생명력이 강하게 전승되고 제주초가는 바람에 날리지 않는 지붕과 ‘굴묵(온돌)’ 구조 등 지혜로운 주거문화로 평가받았다. 노동복인 갈옷은 광목에 풋감즙을 들여 시원하면서 질기고 흙먼지도 잘 떨어지는 생활의 지혜가 높이 평가됐으며 귤은 제주의 상징과일이어서 선정됐다. 고경실 문화관광교통국장은 “99가지를 놓고 도민 525명을 대상으로 개별 면접을 통해 의견을 수렴했다.”면서 “디지털로 이미지화해 우표와 그림엽서로 제작하고 어린이교육, 관광마케팅 등에 적극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8) 금지된 사랑의 만남 ‘밀회’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8) 금지된 사랑의 만남 ‘밀회’

    신윤복의 그림 ‘밀회’다. 때는 초승달이 뜬 밤. 서정주는 ‘동천’에서 “내 마음 속 우리님의 고운 눈썹을/ 즈믄 밤의 꿈으로 맑게 씻어서/ 하늘에다 옮기어 심어 놨더니/ 동지 섣달 나르는 매서운 새가/ 그걸 알고 시늉하며 비끼어 가네”라고 하였다. 초승달은 우리님의 고운 눈썹이다. 해서 초승달은 ‘우리님’의 사랑을 떠올린다. 이 그림 역시 그런 이야기를 담고 있다. ●“두 사람의 마음은 두 사람만 알겠지” 그림의 왼쪽에는 기와집이 꼭 반만 그려져 있다. 그리고 기와집에 이어서 담이 있는데, 흙담이 아니고 제대로 깎아서 만든 돌담이다. 그리고 그림의 중앙에서 돌담은 꺾이고 있으니, 아마도 도시의 골목길일 터이다. 또 도시의 골목이라면, 필시 서울의 골목일 것이다. 그림의 위쪽에는 초승달이 떠 있고, 그 아래에는 나무를 그려 담을 슬쩍 지우고 있다. 어쨌거나 초승달이 희미하게 비치는 한밤중이다. 그림 오른쪽에는 남녀가 있다. 이 그림의 핵심은 이 두 남녀다. 먼저 여자를 보자. 여자는 쓰개치마를 쓰고 있지만, 얼굴은 다 보인다. 쓰개치마는 여성이 내외를 하기 위해 사용하는 옷이다. 내외를 위해 여성이 뒤집어쓰는 옷은 다양하지만 장옷이 으뜸이고, 장옷보다 간단한 것이 쓰개치마다(장옷은 신윤복의 또다른 그림 ‘장옷 입은 여인’에도 여실히 묘사돼 있다). 한데 여자는 저고리 깃과 소맷부리에 자주색 회장을 대고 있으니, 삼회장으로 제대로 갖추어 입은 차림이다. 그리고 신발을 보라. 맵시 있는 가죽신이다. 여성은 필시 지체 있는, 부유하게 사는 집안의 여성이다. 오른쪽의 남자를 보자. 넓은 갓을 쓰고 중치막을 입었다. 이 남자는 수염도 나지 않았고 또 얼굴이 앳되며, 갓끈이 아무 장식 없는 헝겊으로 만든 것을 보아, 아직 벼슬하지 않은 양반가의 젊은이다. 여자와 마찬가지로 가죽신을 신고 있는 것으로 보아서 이 젊은이 역시 체모를 차리는, 산다 하는 양반가의 자제가 분명하다. 한데 초승달 희미하게 비치는 한밤중에 이 두 사람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남자가 왼손을 품속에 집어넣고 있는 것으로 보아, 어떤 물건을 여자에게 건네기 위해 여자를 불러낸 것인가. 아니면 여자를 불러내어 둘이 어디론가 가고 있는 것인가. 두 사람은 어떤 관계인가. 그림만으로는 알 길이 없다. 어딜 가고 있는가. 그림 왼편에 있는 화제를 보자.“달빛 어둑어둑한 밤 삼경/ 두 사람의 마음은 두 사람만 알겠지.”(月沈沈夜三更,兩人心事兩人知) 화제처럼 두 사람의 마음속은 알 길이 없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시간은 삼경이랬다. 삼경은, 밤 11시에서 새벽 1시까지다. 알다시피 조선시대에는 통금이 있어서, 초경(밤 8시)에 인경종을 33번 치면 성문이 닫히고 시내의 통행이 금지된다. 인적은 완전히 끊기고 도성은 침묵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가 5경(새벽 4시)이 되면, 다시 33번 울리는 인경종에 성문이 열리고 통행이 시작된다. 이 그림의 시각은 3경이니, 통행금지 시간에 해당한다. 통행금지 시간에 사방등을 들고 젊은 두 남녀는 조심스러운 얼굴로 어디를 가고 있는가. 두 사람은 부부인가. 부부라면 무엇이 아쉬워서 통행금지 시간에 길거리에서 만나겠는가. 이 두 사람이 부부가 아닌 것은 삼척동자라도 알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 두 사람은 어떤 관계인가. 위에 인용한 시에 바로 이 그림의 비밀을 푸는 열쇠가 있다. 화제는 이 시기에 유행한 시조에서 따 왔다. 창외(窓外) 삼경 세우시(細雨時)에 양인심사양인지라 신정(新情)이 미흡한데 하늘이 장차 밝아온다 다시곰 나삼을 부여잡고 훗기약을 묻더라 삼경이라 한밤중이다. 창 밖에는 가랑비가 소리도 없이 내린다. 남자와 여자는 빗소리를 듣는다. 위 시조의 중장에 등장하는 신정(新情)이란 말은 새로 사귄 정이란 뜻이니, 이제 막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 단계다. 둘은 만나서 하룻밤 내내 사랑을 나누었다. 이내 날이 밝을 것이다. 남자는 떠나려 하니, 여자가 옷깃을 잡고 뒤에 만날 날을 묻는다. 시조는 원래 노래의 가사다. 이 노래는 워낙 인기가 있었다. 조선후기의 웬만한 시조집에는 모두 실려 있는 유명한 작품이다. 보다시피 남녀 간의 애틋하고 절절한 사랑을 토로하고 있기에 대중의 관심을 받았을 것이다. ●임진왜란 때 팔도 도원수 지낸 김명원의 일화 한데 이 시조의 사랑은 어떤 금지된 바를 범하고 있다. 삼경은 위에서 말했다시피 밤 11시에서 다음날 새벽 1시까지다. 밤은 밤이지만, 사람들의 활동이 완전히 멈추는 그런 시간은 아니다. 한데 남자는 날이 밝아올 것을 의식하여 자리를 털고 일어서고 여자는 남자의 옷을 잡고 다시 만날 날을 묻는다. 둘이 부부라면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그럴 수 없다. 두 사람의 관계는 어떤 금지된 사연을 담고 있는 것이다. 이 시조는 원래 한시를 다시 풀어 쓴 것이다. 한시는 다음과 같다. 삼경 깊은 밤 창 밖에 가는 비 내리는데 두 사람의 마음은 두 사람만 알겠지 환정(歡情)이 미흡한데 하늘이 밝아오니 다시금 나삼 잡고 뒷날 기약을 묻는다 窓外三更細雨時,兩人心事兩人知 歡情未洽天將曉,更把羅衫問後期 어떤가. 시조는 한시를 온전히 풀어서 다시 쓴 것이다. 시조로 풀어 쓴 사람은 알 길이 없지만, 한시를 쓴 사람은 알려져 있다. 임진왜란 때 팔도 도원수를 지낸 김명원(1534∼1602)의 작품이다. 이 시를 쓴 김명원의 젊은 시절이 이 시의 내용과 관계가 있다. 김명원은 젊은 시절 어떤 어여쁜 기생을 좋아했다. 이 기생이 권세가의 첩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기생은 관청에 매인 계집종이기 때문에, 권력을 쥔 자가 예쁜 기생을 차지하고 다른 여자를 계집종으로 대신 넣는 일이 허다하였다. 김명원은 기생이 보고 싶어 견딜 수 없었다. 해서 그 권세가의 집 담을 넘어 기생과 만나 통정을 하던 중, 발각이 되었다. 조선시대의 법은, 자신의 아내나 첩이 다른 남자와 통정하는 것을 현장에서 잡았을 경우 즉시 타살해도 살인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죽일 요량으로 묶어 놓고 한참 분풀이를 하고 있는데, 소식을 들은 김명원의 형 김경원이 달려와 자기 아우의 인물을 보라고 말한다. 요컨대 장차 나라에 크게 쓰일 인물이 아닌가, 제발 젊은이의 앞날을 위해 살려만 달라고. 김경원의 호소가 주효했던지, 주인은 망설이다가 포박을 풀고 술대접까지 해서 보낸다. 김명원은 임진왜란 때 팔도 도원수로 공을 세우고 좌의정까지 지냈으니, 과연 형의 말과 같았다. 김명원의 일화가 이 한시와 관계가 있는지는 미상이다.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기 위해 담장을 넘고, 남편이 오기 전에 떠나야 하는 처지는 위의 한시와 여합부절로 들어맞는다. ●조선시대 남녀도 금지된 사랑을 했다 다시 그림으로 돌아가자. 화제를 볼 때 이 그림의 여자와 남자는 역시 사회적으로 공인된 그런 사이는 아니다. 여자의 표정은 어딘가 수줍어하면서도 조심스럽다. 남자 역시 나직한 목소리로 무슨 말을 건네고 있다. 남에게 알려지면 안 되는 관계, 금지된 사랑을 이 두 남녀는 나누고 있는 것이다. 이 사랑은 합법적인 것일 수도 있고, 합법적인 것이 아닐 수도 있다. 합법적인 것이라면 처녀 총각이 만나는 것이겠지만, 신윤복이 살던 시대에 양반가의 젊은 남자와 여자가 이렇게 한밤중에 몰래 만나는 것은, 유가의 도덕이 금지하는 것이었다. 불법적인 것이라면, 그야말로 두 사람 다 결혼한 상태이거나, 한 쪽만 결혼한 상태일 것이다. 어느 쪽도 모두 비윤리적인 것이다. 불법적이건 비윤리적이건 사랑은 사랑이고, 연애는 연애다. 자유연애가 금기시되어 있었을 뿐 조선시대 남녀도 사랑을 하고 연애를 했다. 남자와 여자의 사랑은 인간이 지구상에 생겨난 이래 변하지 않았다. 다만 사랑의 방식이 지역에 따라 시간에 따라 달리 나타날 뿐, 사랑하는 감정과 남녀의 만남 자체가 사라진 적은 없었다. 금기를 넘는 사랑의 행위는 얼마든지 있었다. 조선왕조실록과 ‘추관지’ 등의 사료에는 금지된 사랑, 곧 간통의 행위가 허다하게 실려 있다. 혜원은 그 금지된 사랑의 한 장면을 그림으로 절묘하게 잡아냈을 뿐이다. 강명관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 문경새재 ‘꽃밭서덜’을 아시나요

    문경새재 ‘꽃밭서덜’을 아시나요

    경북 문경의 옛 지명은 ‘기쁜 소식을 듣게 된다’는 문희(聞喜)다. 영남의 관문격인 고을인 탓에 항상 한양쪽 소식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던 데서 유래된 지명이 아닌가 생각된다. 주흘산과 조령산 사이 조령천을 따라 뚫린 새재(조령·鳥嶺)는 문경에서 한양으로 향하던 유일한 길이었다. 과거길에 올랐던 수많은 선비들이 장원급제의 소망을 안고 걸었던 길이자 고향에 기쁜 소식을 전해주는 희망의 길이기도 했다. 선비들뿐이랴. 보부상 등 민초들도 이런저런 소망을 품고 새재를 넘나들었을 터. 길모퉁이 돌부리 하나에도 그들의 소망이 깃들어 있는 듯하다. 최근 한반도대운하의 낙동강 구간 관문이 문경시 마성면 일대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땅값이 상승하는 등 지역경제 활성화의 희망도 생겼으니, 과연 지명대로 된 것일까. 계절은 우수를 지나, 긴 겨울의 끝이자 새봄의 시작인 정월대보름까지 와있다. 이번 주말엔 문경새재 트레킹 길을 자박자박 걸으며 소망을 빌어보는 것은 어떨까. 그 길에 돌을 세워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는 꽃밭서덜과 장원급제를 빌었던 책바위가 동행한다. # 새도 구름도 쉬어 가는 곳… 트레킹 코스로도 인기 ‘새도 날아서 넘기 힘든 고개’라는 문경새재는 예로부터 조령산 마루를 넘는 가장 높고 험했던 고개다. 조선 태종 때 이후 근 500여년간 한양과 영남을 잇는 제1의 대로이기도 했다. 추풍령이나 죽령 등의 길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선비들은 유독 문경새재를 선호했다고 전해진다. 죽령길은 너무 멀었고, 추풍령길은 과거시험에 추풍낙엽처럼 떨어진다는 설이 있었기 때문이다. 호남의 선비들조차 멀고 먼 이 길을 휘휘 돌아갔다고 하니, 새재는 곧 소망의 길이란 믿음이 조선 팔도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던 모양이다. 문경새재의 총길이는 6.5㎞. 흙길이어서 트레킹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인기다. 제1관문 주흘관에서 제2관문 조곡관, 제3관문 조령관에 이르기까지 경사가 완만하고 길이 넓어 겨울철 아이들과 함께 걷기에 맞춤하다. 새재가 소망이 이루어지는 길임을 확인시켜 주는 것이 ‘꽃밭서덜’(서덜은 ‘너덜’의 사투리)과 ‘책바위’다. 먼저 꽃밭서덜을 찾아나섰다. 새재가 시작되는 제1관문 주흘관을 지나 1.2㎞ 정도 오르면 조령원터가 나온다. 거대한 자연석으로 돌담을 쌓은 조선시대 국영 여관이다. 원터에서 주막과 팔왕폭포, 조곡폭포 등을 줄줄이 지나면 제2관문 조곡관에 닿는다. 꽃밭서덜로 들어서는 길목이다. 이곳에서 조령산을 버리고 주흘산 등반로로 갈아탔다. 꽃밭서덜까지는 40분 거리. 양지바른 새재길과 달리 등산로 대부분이 음지여서 군데군데 눈길이 이어졌다. 험하지는 않은 편. 얼음 아래로 졸졸 소리를 내며 흘러가는 계곡물 소리가 상쾌하기 그지없다. # 뭇사람들 소망이 차곡차곡 쌓인 ‘꽃밭서덜´ 오르기 시작한 지 30분쯤 지나자 조곡계곡이 모습을 드러냈다. 계곡 양옆으로 드문드문 쌓여 있는 돌탑이 꽃밭서덜에 가까워졌다고 전하는 듯하다. 몇 개의 돌탑을 지나 급경사를 오르자 잔뜩 눈을 이고 선 돌탑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대단한 규모다. 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지날 때마다 정성스레 돌을 쌓고 소원을 빌었을까. 등산로 오른편 50여m 위쪽에서부터 쌓아 내려온 돌탑은 길을 벗어나 계곡까지 이어져 있다. 들쑥날쑥 같은 모양은 하나도 없다. 인위적으로 조성하지 않았으니 조형미가 빼어나다고는 볼 수 없지만, 하나하나 공들여 쌓았을 사람들의 진정성이 오롯이 느껴졌다. 누가 언제부터 이곳에 돌탑을 쌓았는지는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 다만 근대사 이전에 형성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문경새재박물관 안태현 학예사는 “10여년 전 지역명에 관한 조사를 하던 중 70∼80대 노인들에게서 예전부터 꽃밭서덜이란 이름이 있었다고 확인했다.”며 “근대사 훨씬 이전부터 형성됐을 것”이라고 조심스레 추정했다. 주변이 너덜지대(암석들이 절편모양으로 조각난 지역)여서 쌓기 좋은 돌을 구하기는 어렵지 않았을 게다. 수십년 된 물박달나무가 진달래 등 야생화와 어우러지면서 ‘꽃밭서덜’이라는 예쁜 이름도 얻었다. 돌탑 사이사이 소복하게 쌓인 새하얀 눈이 운치를 더해 준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눈덮인 조령산 모습도 일품. # 장원급제길에 묵묵히 자리잡은 ‘책바위´ 다시 조곡관으로 내려와 솔숲 뒤편의 조곡약수 한 모금으로 목을 축이고 제3관문 조령관으로 향했다. 조곡관에서 600m쯤 오르면 도로변에 자연석을 깎아 새겨놓은 문경새재민요비를 만난다. 이곳을 지나 이진터 장원급제길에 오르면 마지막 관문인 조령관이다.‘책바위’는 3관문 500m 아래 장원급제길에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쯤에서 책바위에 얽힌 옛이야기 한 자락. 옛날 새재 인근에 살던 부자가 천신만고 끝에 아들 하나를 얻었다. 귀한 아들이 까닭없이 시름시름 앓게 되자 부자는 용한 도사를 찾아가 물었다.‘담장을 헐어 책바위 뒤에 쌓아 놓고 지극정성으로 기도를 하라.’는 도사의 말을 들은 아들은 집의 돌담을 헐어 3년 동안 책바위까지 날랐다. 돌을 지고 나르느라 많은 운동을 한 덕에 절로 몸이 튼튼해졌고, 공부를 열심히 해 장원급제까지 했다고 한다. 이후 새재를 넘어 과거를 보러 가던 선비들이 하나둘 찾아와 장원급제의 소원을 빌었고, 오늘날에도 해마다 입시철이면 학부모 등 하루 평균 400명 정도가 이곳을 찾아 합격을 기원한다. 돌을 책처럼 쌓아놓은 책바위는 지름 2m, 높이 2m 크기의 돌탑이다. 전설을 토대로 10년 전쯤 조성됐다. 뒤편 장대 위에 기러기 모양의 새를 나무로 깎아 만든 20여점의 솟대는 희망과 경사를 상징한다. 내친걸음 새재약수터까지는 가봐야 한다. 책바위에서 5분 거리. 조령관 좌측 길가에 자리 잡은 약수터는 ‘한국의 명수 10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예전엔 한양길을 재촉하던 선비와 길손들의 갈증을 풀어줬던 약수다. 한 바가지 퍼 마시니 산행으로 쌓인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진다.4월부터 매주 보름달이 뜨는 주말이면 ‘문경새재 달빛사랑 걷기대회’가 열린다. 쏟아지는 달빛 속에 자박자박 걸음을 옮기다 보면 희망이 절로 샘솟을 듯하다. 글 사진 문경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여행수첩(지역번호 054) ▶가는 길 영동고속도로→여주분기점→중부내륙고속도로→문경나들목→문경새재. ▶맛집 새재할매집(571-5600)은 40년 가까이 새재를 지킨 맛집이다. 더덕정식, 약돌돼지석쇠구이 등이 주메뉴.1만원. 소문난식당(572-2255)은 묵조밥 잘하기로 소문났다. 도토리묵조밥 6000원, 청포묵조밥 8000원. ▶머물 곳 문경관광호텔 571-8001 문경새재파크 571-6069 문경새재관광호텔 553-8000 ▶유용한 전화번호 문경시 문화관광과 550-6394 문경새재관리사무소 571-0709 문경새재박물관 550-6423 문경시문화원 553-2571.
  • 까치까치 설날, 나들이 어디로 갈까

    까치까치 설날, 나들이 어디로 갈까

    ‘까치까치 설날’이 코 앞으로 다가 왔다. 이번 설 연휴는 샌드위치 데이 등을 포함하면 최대 9일까지 이어질 전망이다.‘뭔가를 해야만 할 것 같은’ 소중한 시간이다. 놀이공원과 스키 리조트들이 준비한 설 이벤트 상차림이 푸짐하다. 할인 행사도 풍성해 미리 준비해 가면 알뜰하게 하루를 보낼 수 있다. 고향 인근의 민속마을을 찾아 옛 정취를 느껴 보는 것도 좋겠다. 1. 활동파 당신에겐 놀이동산서 ‘나 잡아봐라’ 에버랜드(www.everland.com)는 설 연휴 동안 부채춤 등이 삽입된 신규 민속 퍼레이드 ‘둥둥 희망한마당’과 오고무·모듬북 등을 활용한 퓨전 뮤지컬 ‘코리아 판타지’를 공개한다. 소고치기·비석치기 등의 민속놀이 체험 공간도 마련해 놓았다.2월1∼10일 쥐띠 생이거나, 이름에 ‘복’자가 들어간 고객은 에버랜드 이용권이 50% 할인된다. 만 55세 이상 어르신은 무료 입장. 주한 외국인들도 2월6∼10일 2만 3000원에 입장할 수 있다. 롯데월드(www.lotteworld.com) 가든스테이지에서는 7,8일 ‘김중자 민속 예술단’ 공연과 인기가수 콘서트 등이 열리고,7∼9일 퍼레이드 코스에서는 남사당패의 ‘길놀이 행사’가 펼쳐진다. 어드벤처 매직트리 앞에서는 ‘권원태의 전통 민속 줄타기’ 행사가 열린다.1∼10일 설 특별 가족권(3인권 7만 5000원,4인권 9만 5000원)도 발매한다. 한복 입은 고객은 7일 민속박물관 입장이 무료다. 서울랜드(www.seoulland.co.kr)는 쥐돌이 캐릭터의 ‘신년 하례’와 풍물놀이패 ‘광풍련’ 초청공연 등을 마련했다. 금복(金福) 터뜨리기, 토너먼트 윷놀이 등 참여이벤트와 민속놀이 체험마당도 준비했다. 쥐띠 입장객은 자유이용권 50% 할인.LG텔레콤, 비씨카드 회원도 특별할인된다. 홈페이지에서 30% 할인된 설 연휴 특별 자유이용권도 판매한다. 63시티(www.63.co.kr)는 6∼10일 ‘행복한 설맞이 대잔치’를 연다.63스카이덱에서 ‘무료 운세풀이’,63씨월드에서 ‘수중 세배 이벤트’ 등이 열린다. 외국인 50% 할인. 타이거월드(www.tigerworld.co.kr)에서 수중 이벤트와 스파, 스키, 눈썰매 등을 동시에 즐겨도 좋겠다. 설 연휴 동안 가족수영대회 등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했다. 워터파크는 쥐띠 고객 50% 할인.6∼8일 선착순 50명에게 사은품도 마련했다. 2. 내내 스키만 탄다고? 리조트에 이벤트 넘쳐~ 하이원리조트(www.high1.co.kr)는 6,7일 밸리, 마운틴 콘도와 하이원호텔 등에서 토정비결 및 휘호 써주기 행사를 연다. 강원랜드호텔 테라스에서는 오후 3,5시 떡메치기 등 민속놀이 서바이벌 대회도 준비했다. 종목별 우승자에게 리프트권을 제공한다.7,8일 강원랜드 호텔에서는 무병장수를 기리는 중요무형문화재 제3호 남사당 완판 공연, 민속 대동제도 벌어진다. 휘닉스파크(www.pp.co.kr)는 설날 오전 10시 온 가족이 참여할 수 있는 합동 차례식을 무료로 진행한다. 합동 신위를 모신 차례상에 가족별로 절을 하고 술도 올릴 수 있다. 행사 후에는 차례 음식을 나눠먹고 떡메로 즉석에서 찰떡을 만드는 행사도 진행된다. 오크밸리(www.oakvalley.co.kr) 빌리지센터 앞 야외광장에서는 6∼8일 고누, 손지게 등의 민속 이벤트와 가래떡 빨리 썰기 대회 등 다양한 먹거리 행사가 진행된다. 주간 리프트권, 스키복 등 푸짐한 경품도 준비됐다. 쥐띠 해를 맞아 햄스터로 경주를 하는 이색 행사도 곁들여진다. 한화리조트(www.hanwharesort.co.kr)는 전국 12개 리조트별로 설날 이벤트를 준비했다. 설악은 시네라마에서 중국 소림무술 공연, 워터피아에서 가족 수영대회, 워터서바이벌 게임 등이 펼쳐진다.X-box 게임기와 워터피아 이용권 등 경품도 마련됐다. 대천 머드세라피 50% 할인, 양평 퓨전 떡국만들기, 경주 가족영화 상영 등 이벤트도 준비했다. 대명리조트(www.daemyungresort.com)도 6∼8일 설악, 경주 등 리조트 별로 다양한 설날 행사를 마련했다. 떡 썰기, 투호놀이 등 민속놀이와 영화 상영, 아쿠아 이벤트 등으로 꾸며졌다. 비발디 파크에서는 7∼8일 피에로 마술공연과 요가, 오션 걸스 공연 등 오션월드 이벤트 등이 열린다. 3.전통에 취하고 싶다면 고향집 근처 민속촌 직행 강원권 고성군 죽왕면의 왕곡 민속마을은 19세기 전후 북방식 전통 한옥이 밀집된 곳. 지리적인 영향으로 6·25전쟁 당시 한 번도 폭격을 당하지 않아 예전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033)680-3641. 횡성군 청일면의 강원민속촌은 강원도만의 옛 모습과 생활상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 선사시대유적 등 10만여 점의 민속품이 함께 전시돼 있다.340-2606. 정선군 동면 백전마을은 화전민들의 산간문화가 잘 보존되어 있다. 거대한 물레방아가 색다른 볼거리다.591-8822. 충청권 충남 아산시 송암면 외암리 민속마을은 500여 년 전 형성된 예안 이씨 집성촌이다.80여 가구 모두가 소중한 문화재나 다름없을 만큼 옛모습이 잘 보존되어 있다.041)540-2468. 충북 제천시 청풍 문화재단지는 충주댐 건설로 수몰 위기에 놓인 43점의 문화재가 옮겨져 만들어진 문화재 마을이다. 충주호가 한눈에 들어오는 한벽루 전망이 일품.043)647-7003. 경상권 경북 안동시 하회마을은 조선 유교문화의 정수가 그대로 살아 있는 곳. 사대부 전통가옥에서 최하층민의 흙벽 초가집까지 130여 호의 집이 모여 있다.054)854-3669. 경북 경주시 양동마을에는 150여 채의 고풍스러운 가옥과 정자, 강학당 등 조선시대 전통 가옥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5백년 전 조선 초기 여강 이씨와 월성 손씨가 모여 살면서 형성됐다.762-4213. 경남 산청군 단성면 남사마을은 예로부터 명성이 자자했던 양반 마을이다. 특히 마을 돌담은 폐쇄적으로 보일 만큼 높아 이 지역 사대부계층의 특징적인 면모를 볼 수 있다. 전라권 전남 장성군 금곡마을 영화촌은 영화 ‘태백산맥’ 등을 통해 친숙해졌다. 한적한 시골 정취에 저절로 취하는 곳. 인근에 홍길동 생가 등 볼거리도 많다.061)390-7221. 전남 장흥군 관산읍 방촌문화마을은 장흥 위씨가 6백 년간 살아온 집성촌이다. 전통한옥은 물론,300여 개의 고인돌 등 선사유물이 색다른 볼거리.860-0528. 전남 순천시 낙안면 낙안읍성 민속마을은 호남의 대표적인 민속마을. 실제 주민이 거주하는 초가집에서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다.749-3347. 제주권 제주 남제주군 표선면 성읍민속마을은 제주만의 독특한 풍물을 간직하고 있는 곳. 가옥마다 관광객들이 직접 머무르면서 제주 주민의 생활상을 체험할 수 있다.064)787-1179.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군위 한밤마을 돌담길 문화재등록 다시 추진

    아름다운 돌담길로 선정된 경북 군위군 부계면 대율리(일명 한밤마을) 돌담길의 문화재 등록이 재추진된다. 28일 군위군 부계면 한밤마을운영위원회(위원장 홍대일)에 따르면 지난 2006년 일부 주민의 반대로 문화재 등록이 무산됐던 한밤마을 돌담길(길이 약 1.6㎞)의 문화재 등록을 재추진하기로 했다. 한밤마을운영위는 다음달 220여가구 주민을 대상으로 돌담길의 문화재 등록을 위한 여론 수렴과 함께 동의를 얻어내기로 했다. 이어 3월에 군을 경유해 문화재청에 문화재 등록 신청서를 낼 계획이다. 한밤마을 돌담길 문화재 등록은 2006년 초 문화재청에 의해 추진되다 일부 주민이 “돌담길이 문화재로 등록되면 반경 500m안에서 개발 행위가 제한되는 등 주민 재산권 피해가 우려된다.”며 반발해 무산됐다.군위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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