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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보게, 귀티나게 쉬어 보시게

    이보게, 귀티나게 쉬어 보시게

    경남 의령을 찾아갑니다. 재물복을 나눠준다는 솥바위가 목적지입니다. 원래는 홍의장군 곽재우의 무용담이 깃든 전승지였지요. 한데 요즘은 ‘부자 되는 바위’로 더 이름을 떨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의령엔 볼거리가 꽤 많습니다. 힘 하나 안 들이고 절경을 눈에 담을 수 있는 한우산, 기골이 장대한 봉황대 등의 자연 풍경에 옛 향기 그윽한 고택들이 수없이 어우러져 있습니다. 제대로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아마 1박2일 일정으로도 모자랄 겁니다.의령을 돌다 보면 인상적인 논두렁을 흔히 보게 된다. 돌로 촘촘하게 두럭을 쌓아 논배미의 경계를 이루고 있다. 흙을 쌓아 만든 보통의 논두렁과 사뭇 대비되는 모습이다. 농가의 담장이며 논두렁들이 죄다 이런 모습이다. 돌담 두른 시골 마을이 어디 여기뿐일까만, 의령은 유독 그 수가 많다. 낡은 마을들을 보자면 언뜻 발전이 더디다는 생각도 갖게 된다. 한데 그보다는 옛것을 완고하게 지켜내고 있다는 게 맞을 듯하다.솥바위부터 찾아간다. 부자로 만들어 준다는 솥바위의 기운을 받고 싶어서다. 얄팍하다거나 미신에 현혹됐다고 욕해도 어쩔 수 없다. 사진 찍어 휴대전화 바탕화면에 올려 두면 미구에 솥바위의 기운이 전해질지도 모를 일이니 말이다.솥바위는 의령과 함안이 경계를 이룬 남강변에 있다. 한자로는 정암(鼎岩)이라 쓴다. 이름 그대로 솥(鼎)처럼 생긴 바위(岩)다. 바위 절반은 수면 위로 노출됐고, 절반은 수면 아래 잠겼다. 물 아래쪽에도 세 발 달린 솥처럼 세 개의 바위가 떠받치고 있다고 한다. 솥은 예부터 풍요를 뜻했다. 솥바위에도 이와 관련된 옛이야기가 전해 온다. 반경 20리(8㎞) 이내에 부귀가 끊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솥의 다리가 뻗은 세 방향에서 큰 부자가 태어날 것이라는 예언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공교롭게도 솥바위에서 세 방향에 해당되는 의령의 정곡면 중교리에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회장, 함안 군북면 동촌리에 효성그룹 창업주 조홍제 회장, 진주 지수면 승산리에 LG그룹 창업주 구인회 회장과 GS그룹 허정구 회장 등의 생가가 있다. 내로라하는 대기업의 창업주 4명이 솥바위 인근에서 나고 자란 것이다. 물론 후대의 호사가들이 지어낸 이야기일 수도 있다. 한데 만든 이야기치고는 퍽 기발하고 정교하다. 이쯤 되면 우연이라 치부하기보다 ‘풍수지리적 기운’에 더 점수를 주고 싶은 심정이다. 솥바위 일대는 예부터 정암진이라 불렸다. 임진왜란 때는 ‘홍의장군’ 곽재우가 2000여 왜적을 섬멸한 전승지였다. 당시 의병을 이끈 곽재우 장군은 밀려드는 왜적을 맞아 의령 곳곳에 전승지를 남겼다. 솥바위는 그중 하나다.솥바위에서 남강을 따라 8㎞쯤 거슬러 오르면 정곡면 중곡리다. 이 마을에 삼성그룹을 일궈 낸 고 이병철 선대회장의 생가가 있다. 이 회장의 할아버지가 지었다는 생가는 뜻밖에 소박하다. ‘고대광실’일 것이란 선입견이 와장창 깨지는 순간이다. 생가는 안채와 바깥채, 그리고 농기구 등을 둔 광채 등으로 구성됐다. 나란히 선 안채와 바깥채의 자태가 단정하다. 어디 한구석 흐트러지는 법이 없다. 초가집의 소박함과 기와집의 엄정함을 동시에 갖춘 듯하다. 생가 주변으로 ‘역사·문화 부자길’이 조성돼 있다. 거리는 14.5㎞다. 의병 전적지, 탑바위, 성황리 소나무(천연기념물 359호) 등을 돌아본다.호사가들은 의령 9경 가운데 솥바위(5경)와 탑바위(6경), 봉황대(3경)의 코끼리 바위를 따로 묶어 ‘3대 기도바위’라 부르기도 한다. 물론 믿거나 말거나다. 탑바위는 정곡면 호미산의 수직절벽 위에 얹혀 있는 바위다. 얇고 편평한 돌판이 탑처럼 층층이 쌓인 형태다. 높이는 8m 정도다. 탑바위 바로 아래는 비구니 스님들의 기도처인 불양암이다. 그 아래로 남강이 흐른다. 강 너머는 들녘이다. 땅은 깃들어 사는 사람 모두에게 요족한 삶을 안겨 줄 만큼 넓다. 궁류면의 봉황대는 거대한 석벽을 일컫는다. 판석처럼 주름 접힌 바위들의 자태가 우람하다. 바위 아래는 일붕사다. 동굴 속에 지은 대웅전으로 이름난 절집이다.부자 여정의 마지막 코스는 한우산이다. 한자로는 찰 한(寒)에 비 우(雨) 자를 쓴다. ‘차가운 비의 산’이란 뜻이다. 한우산은 정상 언저리까지 도로가 나 있다. 이 덕에 승용차로도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도로는 이리저리 굽었다. 그 모양이 색소폰을 닮아 ‘색소폰 도로’라 불리기도 한다. 한우산 정상은 파노라마 전망대다. 지리산 천황봉과 합천 황매산 등 인근의 명산들이 360도로 펼쳐진다. 정상 아래 산사면에 설화원이 있다. 도깨비 전설을 토대로 조성한 짧은 산책로다. 도깨비 등 여러 형태의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부자 여정의 마지막 주인공은 설화원 끝자락의 ‘망개떡 나눠 주는 도깨비’다. 망개떡은 의령 특산품으로, 망개나무 잎으로 싼 떡을 일컫는다.부자 되는 방법은 간단하다. 도깨비가 들고 있는 망개떡을 만지기만 하면 된다. 역시 믿거나 말거나다. 관광객이 망개떡을 만질 때마다 ‘돈 나와라, 뚝딱!’이라 외쳤으면 좋으련만, 이 도깨비는 싱글싱글 웃기만 할 뿐 당최 방망이 휘두를 생각은 없는 듯하다. 설화원 일대는 철쭉 군락지다. 봄이 되면 산 사면이 온통 시뻘겋게 물들 터다. 그 장면만 눈에 담아도 부자 소리 들을 만하겠다. 의령은 ‘홍의장군’ 곽재우의 고향이다. 그가 임진왜란 당시 격전을 치렀던 현장들이 의령 곳곳에 널려 있다. 생가는 유곡면 세간리에 있다. 마을에 들면 ‘현고수’(懸鼓樹)가 객을 맞는다. ‘북을 매단 나무’라는 뜻이다. 곽재우 장군이 1592년 첫 의병을 일으킬 때 이 나무에 북을 매달고 거병을 알렸다고 한다. 나무의 수령은 ‘고작’ 550년 안팎이지만 담긴 사연이 깊어 천연기념물(493호)로 지정됐다. 현고수 바로 뒤는 곽재우 장군의 생가 터다. 한국전쟁 당시 전파되는 등 수난을 겪었다. 현재 생가 터에 세워진 건물은 다른 성씨를 가진 이의 소유다. 쇠락한 건물을 보고 있자면 씁쓸한 느낌이 든다. 나라를 구한 영웅의 뒤안길을 보는 듯해서다. 당시 곽재우 장군은 전공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고 한다. 백성을 버리고 줄행랑을 친 임금이 논공행상에서조차 무능했던 셈이다. 의령읍내 끝자락에 있는 충익사는 곽재우 장군과 그를 도운 17장령의 위패를 모신 사당이다. 둥근 고리로 층층이 쌓은 의병탑, 이채로운 디자인의 충의각, 500년을 살아낸 모과나무 등 볼거리가 많다. 구름다리도 의령의 명물이다. 세 개의 출렁다리가 중심부로 수렴되는 형태를 하고 있다. 세 발 달린 솥바위를 형상화한 듯하다. 출렁대는 다리 위를 걷다 보면 오금이 저릴 만큼 짜릿하다. 글 사진 의령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 지역번호 055 →가는 길: 솥바위는 의령 남쪽에 있다. 남해고속도로 군북나들목이 가깝다. 솥바위를 기준으로 시계 방향, 혹은 반대 방향으로 돌아보는 게 수월하다. 한우산 등 의령 서쪽부터 짚어 내려가겠다면 대전통영고속도로 단성나들목으로 나오는 게 편하다. 한우산은 해넘이나 해돋이 때에 맞춰 찾으면 좋다.→맛집: 의령을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가 소바다. 소바는 메밀을 주재료로 만든 면을 일컫는다. 일본식 표현을 차용해 쓰고 있는데, 그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난무한다. 의령 소바는 다소 슴슴하다. 맵짠 여느 경상도 음식과 결이 다르다. 다만 고명으로 얹은 장조림 고기는 짭조름하다. 이 덕에 간이 적당히 균형을 이룬다. 보다 차진 맛을 원한다면 고춧가루 풀고 간장을 한 바퀴 돌리면 된다. 다시식당(573-2514), 화정식당(572-1122), 체인 식당의 본점인 의령소바(572-0885) 등이 알려졌다. 소고기국밥도 의령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꼽힌다. 맛은 평이한 편이다. 중동식당(572-3377)과 마주한 종로식당(573-2785), 수정식당(573-2465) 등이 알려졌다. 주전부리의 최고봉은 망개떡이다. 차진 떡과 달달한 팥소가 기막히게 어울린다. 현지 문화해설사에 따르면 곽재우 장군의 부인이 전장에 나가는 장령들을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전쟁터에서 비롯된 음식이란 점에서 진주비빔밥과 비슷하다. 전통시장 안쪽에 다수의 망개떡집이 있다.
  • 영하의 겨울바다에서 말라가는 개, 도울 방법 없나요

    영하의 겨울바다에서 말라가는 개, 도울 방법 없나요

    얼마 전 반려동물을 키우는 블로그 이웃들 사이에 비쩍 마른 골든리트리버에 대한 이야기가 여러 차례 공유되었다. 영흥도에 살고 있다는 한 학생이 호소하듯 올린 글이었다.영흥도 바다 앞 편의점 돌담에 골든리트리버 강아지가 묶여 있다. 주인이 있기는 한데 제대로 돌보지 않아 밥그릇에는 먼지가 쌓여 있고 물도 없었다. 등에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아이인데, 심지어 바닷바람 부는 추운 겨울 날씨에 바람 막을 곳도 없이 사방이 트인 데서 지내고 있었다는 것이다. 보다 못해 밥을 사다 줬더니 그제야 허겁지겁 먹었다고 한다. 주인을 찾아가서 말했더니 주인은 ‘저 개는 15년을 살았고 곧 생리를 해서 교배시키려고 힐링을 하는 중’이라고 믿을 수 없는 답변을 했다. 글쓴이가 주인에게 돈을 주고 개를 데려가겠다고 했으나 그는 15살의 노견에게 교배를 시키고 최종적으로는 잡아먹겠다며 거절했다고 한다. 답답한 마음에 여기저기 도움을 요청했으나 군청이나 면사무소에서는 주인 소유라며 움직여주지 않았다. 동물단체에서도 주인이 있는 강아지라 별다른 도움을 줄 수 없다고 답해 이렇다 할 방법이 뾰족이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15살의 노견이 추운 바닷바람을 맞으며 제대로 먹지도 못해 말라가고 있는 이러한 경우, 개의 입장에서 보자면 제대로 된 주인의 케어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어떠한 조치를 요청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무엇보다, 여전히 현행 동물법에서는 동물을 ‘물건’으로 보고 있어 소유자가 있는 동물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을 방법은 마땅치 않다. 타인 소유의 개를 학대하면 ‘재물손괴죄’가 적용되는데 역으로 학대받는게 분명한 동물을 주인의 의사에 반해 도우려 했다가는 재물손괴죄가 적용된다. 생후 2개월 된 강아지를 집어 던진 사람도, 이웃집 개를 무기를 사용해 죽인 사람도 재물손괴죄 처벌을 받았다. 처벌은 대개 1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다. 고양이를 무차별 폭행하고 10층에서 던진 사건은 20만 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동물학대는 생명 경시로, 결국 사람을 상대로 한 범죄로 이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여러 차례 명백히 나와 있는데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것이다. 그런데 반대의 경우, 도움을 손길을 내민 사람으로서 이런 처벌을 받는다면 복장이 터질 노릇이다. 물론 이것이 전부 동물이 재물로 간주되기 때문에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오는 3월22일부터 동물학대 처벌 수위를 이전보다 강화, 최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도록 하는 동물보호법이 시행된다. 하지만 여전히 동물학대자의 소유권을 박탈하거나 제한하는 항목은 없다. 그래서 학대 동물을 주인의 동의 없이 구조하면 절도범이 된다. 영흥도 리트리버 강아지의 사연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누가 봐도 가엾은 몰골인데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 건 방송사 등에 제보하여 이슈를 만드는 것밖에 없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노트펫(notepet.co.kr)
  • [公슐랭 가이드] 두툼한 연어살이 사르르… 진한 소고기 국물에 사르르

    [公슐랭 가이드] 두툼한 연어살이 사르르… 진한 소고기 국물에 사르르

    정부서울청사부터 서울지방경찰청, 대기업까지 수많은 정부기관과 회사 사무실이 몰려 있는 광화문에는 유명 맛집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경찰청 사옥이 위치한 서대문역 주변은 광화문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에겐 거쳐가는 장소에 불과해 한 블록 떨어진 광화문에 견줘 유명 맛집들이 없다는 인식이 많다. 하지만 3년 전 서대문 고가 철거와 함께 숨겨진 맛집들이 하나둘씩 널리 존재를 알리고 있다. 오늘은 경찰청이 위치한 서대문역 인근 맛집을 소개한다. 오랜 시간 영업하며 맛의 내공을 쌓아왔지만 주변 직장인들 외에는 잘 알지 못했던 맛집, 고가 철거와 함께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맛집들이다.# 사케동ㆍ돈코츠라멘 등 정통 일식 ‘테이도우 ’ 서대문에서 시청으로 올라가는 길, 배재학당 맞은편에 위치한 조그마한 일식집이다. 지하철 2호선 시청역 10번 출구에서 덕수궁 돌담길 쪽으로 올라가는 길에 위치해 있다. 간판만 찾아서 가기에는 쉽지 않은 곳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한번이라도 식사를 해본 사람이라면 정통 일식을 즐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이라고 칭찬하는 집이다. 이곳의 최고 추천 메뉴는 연어덮밥(사케동)이다. 1만 2000원에 두툼한 두께의 연어 10조각 정도를 얹어줘 ‘가상비 갑’의 메뉴다. 한 끼 식사 가격으로는 언뜻 비싸다 생각할 수 있지만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두꺼운 연어살 아래로 정갈하게 정리된 채소들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연어를 살짝 들추면 아삭한 연근과 신선한 양파, 그리고 일식 양념이 잘 버무려진 따뜻한 밥이 앙상블을 이루고 있다. 연어를 좋아하는 미식가라면 꼭 한번 찾아가 보길 추천한다. 연어덮밥 외에도 10시간 이상 우린 육수가 일품인 돈코츠 라멘과 적당히 간이 밴 일본식 돼지고기가 밥에 얹어서 나오는 차슈도 별미다. 특히 이곳은 여성분들에게 인기가 많아 점심 시간에 서두르지 않으면 줄을 서 기다려야 한다. 이곳을 방문할 예정이라면 일행 한두 분이 빨리 가서 자리를 맡는 게 필수다. 다가올 봄에는 이곳에서 식사를 마친 뒤 덕수궁 돌담 길에서 느긋하게 산책하며 여유를 느껴 보는 것도 좋겠다.# 실망하는 맛 없는 가성비 중식당 성지 ‘복성각 ’ 5호선 서대문역 2번 출구를 나와 독립문 방면으로 약 50m 정도 거리에 위치한?빌딩 지하상가에 있는 중식집이다. 이곳은 서대문역 인근 직장인들에게 ‘가성비 높은 중식당 성지’로 소문난 장소다.도드라지는 대표 메뉴는 없지만 모든 음식이 평균 이상이다. 웬만한 중식당들은 제일 맛있는 메뉴가 하나씩은 있기 마련이지만 이곳은 하나를 꼽아 보기가 너무 애매하다. 그간 안 먹어 본 메뉴를 시켜 봐도 언제나 수준급의 맛을 선사해주기 때문이다. 복성각을 찾는 날이면 모든 중식당의 기본 메뉴인 짜장면과 짬뽕을 주로 주문하지만 한번도 실망한 적이 없다. 그러다 어느 날 새로운 메뉴를 먹고 싶은 생각에 우육탕면을 한 번 주문했는데 그 역시 훌륭했다. 짬뽕 같은 얼큰함이 살아 있음에도 맵지 않고, 소고기의 고소함과 채소의 청량함이 아주 적절하게 조화된 맛이었다.?영하 10도 아래의 매서운 한파가 몰아치는 요즘 같은 날씨에 머리끝에서부터 발끝까지 마디 하나하나를 다 녹여주는 듯한 기분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식사만 하기 아쉬운 날이면 날치알이 올라간 새우샤오마이나 시금치와 새우가 들어간 파채교, 새우가 통째로 들어간 새우말이 딤섬 등 다양한 종류의 딤섬을 맛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한대훈 명예기자(경찰청 사이버안전국 경감)
  • 덕수궁 돌담길 ‘완전체’로

    덕수궁 돌담길 ‘완전체’로

    서울시와 문화재청이 연결되지 않은 덕수궁 돌담길 70m 구간을 완전히 연결하기로 했다.박원순 서울시장과 김종진 문화재청장은 지난 17일 덕수궁 돌담길 연결을 위한 공동추진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18일 밝혔다.덕수궁 돌담길 100m 구간은 1959년 영국대사관 점유로 60여년간 일반인의 통행이 제한됐다가 지난해 8월 시민에게 개방됐다. 하루 동안 평일은 800명, 공휴일은 2000명의 시민이 찾는 등 호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돌담길 중간에 영국대사관이 자리하고 있어 아직도 연결되지 않은 구간이 70m 정도 남아 있다. 이번 협약을 통해 서울시와 문화재청은 덕수궁 내에 담장을 따라 길을 만들어 덕수궁 돌담길을 연결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막힘 없이 길이 연결되면 대한문~덕수궁길~미국대사관저~영국대사관 후문~서울시의회로 통하는 둘레길이 생긴다. 덕수궁 내 보행로가 조성되면 현재 서울시가 공사 중인 문화광장에서 문화재청이 조성한 고종의 길(덕수궁길~정동공원)을 통해 경희궁과 정동길로 이어지는 정동 일대 새로운 보행로가 생길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시는 문화재청과 함께 2월까지 연결 방안을 공동 마련할 계획이다. 박 시장은 “덕수궁 돌담길 연결을 위해 오랜 시간 협의와 노력이 있었다”면서 “덕수궁 돌담길을 비롯해 정동 일대가 역사와 문화를 품은 걷는 길의 명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솔’ 너와 서있는 공간

    ‘솔’ 너와 서있는 공간

    서 있는 것만으로도 좋은 숲이 있습니다. 나무 사이를 지나온 바람은 객의 몸을 씻고 마음까지 헹궈냅니다. 충남 아산의 봉곡사 솔숲이 꼭 그랬습니다. 500여 그루의 토종 소나무들이 이리저리 얽혀 자라는 곳입니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습니다. 명자깨나 날리는 숲에 견주면 그저 ‘경량급’ 정도일 겁니다. 하지만 숲이 전하는 향기는 어느 숲에 뒤지지 않을 만큼 짙고 청량합니다. 수도권에서 그리 멀지도 않습니다. 두 시간가량 차를 몰아가면 만날 수 있지요. 이웃한 여러 명소들에 온천까지 곁들이면 아마 겨울 나들이 코스로 제격일 겁니다.빼어난 솔숲이다. 소나무들이 가지런히 늘어서 있다. 한 그루 한 그루의 형태는 제각각이어도 여럿이 어우러져 독특한 리듬의 풍경을 만들어 낸다. 한 세기 전쯤 이 숲을 지나 봉곡사로 들어갔던 젊은 승려 만공(1870~1946)도, 굶주리는 백성들을 위한 농사법을 궁리하며 눈 내린 새벽길을 올랐던 젊은 실학자 정약용(1762~1836)도 이 솔숲처럼 빼어났을 것이다. 붉은 수피의 소나무들은 이리저리 굽었다. 솔숲 사이로 난 길도 나무들처럼 구불구불하다. 휘고 구부러졌다는 건 그만큼 너그러워졌다는 뜻일 터다. 삼나무처럼 쭉쭉 뻗은 나무들이 이룬 숲에 견줘 조형미는 떨어져도 외려 편안한 느낌은 더하다. 소나무 가지 위엔 밤새 내린 눈이 수북하게 쌓였다. 눈은 주변의 어지러운 풍경들을 덮고 지운다. 그 덕에 수묵담채화 같은 담백한 풍경이 숲에 펼쳐져 있다. 숲의 소나무들은 하나같이 둥치에 상처를 안고 있다. 일제가 태평양전쟁에 동원된 항공기들의 연료로 쓰기 위해 송진을 채취한 흔적이다. 나무가 상처 치유를 위해 분비하는 송진을 얻기 위해 일부러 깊은 상처를 낸 셈이다. 그 고된 작업에 동원된 사람들도 필경 조선인이었을 터다. 이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과 나무들이 얼마나 모진 세월을 겪었는지 저 검은 상처가 일러주는 듯하다.봉곡사 솔숲은 토종 소나무들이 이룬 천연림이다. 아산시청 등에 따르면 소나무의 평균 높이는 15m가량, 수령은 100여년 정도다. 비슷한 크기의 소나무 500여 그루가 700m 남짓한 숲길에 빼곡하다. 우리나라 숲은 대부분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등을 거치면서 파괴됐다. 현재 숲의 80%가량은 1960년대 산림녹화 사업을 거쳐 조성됐다고 한다. 그러니 이런 토종 솔숲이 여태 살아남았다는 것은 드문 경우에 속한다. 솔숲은 ‘봉곡사 천년의 숲길’이라고도 불린다. 인근의 갈매봉, 장군봉 등으로 오르려는 등산객들은 이 솔숲을 들머리 삼아 산행에 나선다. 솔숲의 끝은 봉곡사다. 봉수산(鳳首山), 그러니까 봉황의 머리 아래 깃든 절집엔 만공 스님과 다산 정약용의 체취가 남아 있다. 조선 말기의 선승인 만공 스님은 23세 때 봉곡사로 왔다. 만법귀일 일귀하처(萬法歸一 一歸何處·만 가지 법이 하나로 돌아가는데, 그 하나가 돌아가는 곳은 어딘가)를 화두로 참선한 스님은 2년간의 수행 뒤 홀연히 깨달음을 얻었다. 그 오도송(悟道頌)이 바로 우주는 한 송이 꽃과 같다는 ‘세계일화’(世界一花)다. 솔숲을 오르다 보면 봉곡사 못 미처 만공탑과 만난다. 만공 스님을 기리는 탑이다. 만공탑 꼭대기에 음각된 ‘世界一花’는 만공 스님의 친필이라고 한다. 다산 정약용은 1795년 겨울 정3품에서 종6품으로 강등된 뒤 이 절집을 찾았다. 이때 그의 나이 서른넷. 한창 삶의 기초를 세울 나이(이립·而立)였다. 당시 그는 봉곡사 경내의 ‘ㅁ’자 요사채에서 머물며 실학자 13명을 모아 성호 이익의 문집을 정리하는 강학회를 열흘간 열었다고 한다. 모인 이들 대개가 젊은 실학자였던 만큼 새로 접한 서양의 과학을 이용해 더 많은 수확을 낼 농사법 등을 궁리하지 않았을까 싶다.이웃한 설화산 자락에도 명소가 깃들어 있다. 남서쪽엔 외암민속마을, 북동쪽엔 맹씨행단이 각각 터를 잡았다. 외암민속마을은 예안 이씨 집성촌이다. 기와집과 초가집 등 전통가옥 60여 채가 돌담을 따라 옹기종기 모여 있다. 대표적인 고택으로는 건재고택과 참판댁 등이 꼽힌다. 주민들이 살고 있어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고 아름다운 돌담 너머로 들여다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앞내’라 불리는 실개천를 건너면 곧 마을이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돌담이다. 돌담은 막돌을 규칙 없이 쌓은 형태다. 이를 ‘허튼층쌓기’라고 부른다. 집집이 쌓은 담장 길이를 죄다 더하면 무려 5㎞에 달한다고 한다. 마을 전체가 돌담에 쌓인 셈이다. 집집마다 울을 이룬 담장은 끊어질 듯 이어지며 마을 곳곳으로 객들을 이끈다. 해마다 정월대보름(올해 3월 2일) 앞뒤로 달집태우기 등의 전통 행사도 연다.맹씨행단(孟氏杏壇)은 말 그대로 ‘맹씨가 사는 은행나무 단이 있는 집’이란 뜻이다. 조선 초의 청백리였던 고불 맹사성(1360~1438)의 옛집을 일컫는 이름이다. 우리나라 살림집 가운데 가장 오래된 모습을 간직한 곳으로 사적 109호다. 본래 고려 말의 최영 장군이 낙향해 살다, 자신의 손녀사위였던 맹사성에게 물려줬다고 한다. 두 칸의 대청을 두고 좌우로 세 칸씩 온돌방을 배치한 ‘H’자형의 건축 형태와 밖을 내다보는 데에만 쓰던 ‘눈꼽재기창’ 등이 인상적이다. 본채 외에도 사당으로 쓰인 세덕사, 맹사성과 황희, 권진 등 3명의 정승이 각각 3그루씩 9그루의 느티나무를 심었다는 구괴정 등이 남아 있다. 본채 옆의 600년 묵은 은행나무 두 그루 역시 맹사성이 심었다고 한다.이웃한 평촌리의 석조약사여래입상(보물 536호)도 찾아볼 만하다. 고려시대 세워진 석불상이다. 키가 1장 6척(4.8m)에 달해 형태상 장육불상으로 분류된다. 문화재청 누리집은 좌우대칭으로 규칙적인 옷주름, 짧은 목과 움츠린 듯한 어깨, 꼿꼿이 서 있는 자세 등의 형식미를 근거로 고려 초기의 작품으로 추정하고 있다. 불상은 미끈하고 말끔하다. 맵시 있는 자태도 일품이지만 잔잔한 미소 역시 방금 전에 지은 듯하다. 대체 어디서 수백년 세월을 건너온 흔적을 찾아야 할지 모를 정도다. 공세리 성당은 계절을 따지지 말고 찾아야 하는 아산의 명소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당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겨울철 눈이 내릴 때 성모상 앞에 서면 자신의 온갖 허물이 정화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여정의 마무리는 아산호다. 호수 위를 건너온 시리고 찬 바람이 헝클어진 정신을 퍼뜩 일깨운다. 엄혹한 계절을 이겨내는 철새들의 강인함을 목격하는 것도 좋고, 아산만과 서해대교 너머로 지는 붉은 해를 감상하는 맛도 일품이다. 아산호는 평택호로도 불린다. 충북의 충주호(청풍호)와 마찬가지로 평택과 아산 등 두 지자체가 이름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고 있다. 글 사진 아산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 (지역번호 041) →가는 길: 공세리성당, 아산호 등은 아산 북쪽, 봉곡사와 외암마을, 맹씨행단 등은 남쪽에 붙어 있다. 묶어서 돌아야 보다 효율적으로 볼 수 있다. 봉곡사나 외암마을 등만 보겠다면 기차로 갈 수도 있다. 아산온천역에서 봉곡사, 외암마을 등으로 가는 버스가 있다. 아산은 온천 도시다. 조선 시대 온천 행궁이 있던 온양온천, 충남도 1호 보양 온천인 도고온천, 게르마늄 온천인 아산온천 등 이름난 온천 지구만 세 곳이다. 세 온천이 각기 다른 지역에 있는 만큼 여정이 끝나는 지역의 온천을 찾아 피로를 풀어도 좋겠다. →맛집 : 공세뜰두부집(533-1545)은 집에서 만든 두부를 내는 집이다. 두부 요리도 맛깔스럽지만 무엇보다 두부를 큼직하게 썰어 넣고 칼칼하게 끓여 내는 김치찌개가 일품이다. 청국장도 별미다. 아산 공세리성당 앞에 있다. 지중해 마을은 지중해풍의 건물들이 밀집된 곳이다. 맛집 등 다양한 상가들이 거리를 형성하고 있다. 먹고 사진 찍기 좋은 장소다. 아산호 주변에 해물칼국수를 내는 집들이 많다. 저물녘에 찾으면 아산만 너머로 지는 해를 볼 수 있다.
  • 최판술 서울시의원 “서울역 도시재생사업 등 시 예산 1887억 확보”

    최판술 서울시의원 “서울역 도시재생사업 등 시 예산 1887억 확보”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와 운영위원회 소속으로 활동 중인 최판술 서울시의원(국민의당, 중구1)이 중구 관련 18년 예산으로 1,887억 원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277회 서울시의회 정례회에서 2018년도 중구 관련 예산으로 서울시 예산 1,887억 원과 서울시교육청 예산 56억 1,398만원이 편성되었다고 최 의원은 밝혔다. 최 의원에 따르면, 이번 예산 편성 중 가장 눈에 띄는 사업은 노후된 서울역고가를 공원으로 재조성해 지난해 개장한 ‘서울로’ 와 연계하여 추진되는 ‘서울역일대 도시재생사업이다. 도시재생사업에는 지역 축제, 주민공동체 형성, 손&남 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리모델링 사업비 등이 반영되면서 서울역 일대의 활성화를 추진한다. 등 만리재로, 퇴계로 등의 노후 도로조명시설 개선과 중림동 전선지중화 사업, 플라워 페스티벌 등의 다양한 사업이 서울역 일대에서 시행된다.올해 편성된 주요 중구 관련 사업 예산을 분야별로 살펴보면 환경보전 분야에 ▲남산 관광버스 통제 및 친환경 교통수단 도입 13억 ▲남산 및 산하공원 유지관리 33억 ▲흥인초, 금호여중, 성동공고 에코스쿨 조성사업 4억 ▲서울로 7017 운영관리 42억 등 총 17개 사업에 약 116억 원이다. 도로교통 분야는 ▲충정로역 화장실 확충 1억 ▲보행전용거리 운영(DDP. 덕수궁길 등) 14억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4번 출구 엘리베이터 1억 ▲도심 관광버스 주차장 설치(봉래동) 8억 2,300만 원 ▲도로교통 소통 개선(도로교통안전회관, 신당사거리 좌회전신설, 가변차로 폐지) 2억 등 9개 사업에 약 41억 원이 반영됐다. 도시안전관리 분야는 ▲가공배전선 지중화 사업(청구로, 중부경찰서, 신당초) 25억 ▲서울 속 순례길 관광 활성화 보행환경 개선 10억 ▲필동 배수분구 하수관로 종합 정비 67억 등 총 13개 사업에 140억 원이 반영됐다. 주택도시관리 분야는 ▲서울역 공간구조 개선 구상 3억8천만 원 ▲덕수궁 돌담길 경관조명 개선 4억 ▲남산 예장자락 재생사업 162억 ▲서울역일대 도시재생사업(중림동, 회현동 등) 131억 ▲세종대로 일대 역사문화 특화공간 조성 약40억 ▲임대주택 시설투자(중림삼성, 남산타운 등 8개소) 30억 등 총 15개 사업에 약 583억 원이 반영됐다. 문화관광진흥 분야는 ▲서소문밖 역사유적지 관광자원화 130억 ▲정동야행 4억5천만원 ▲회현자락 현장유적 박물관 40억 원 등 총 18개 사업에 313억 원이 반영됐다. 산업경쟁력제고 분야는 ▲전통시장 시설현대화사업 2억 ▲패션산업 기반 확충 3억 ▲서울애니메이션센터 재건축 27억 ▲서울시 시네마테크 건립(중구 마른내로 38) 13억 등 총 8개 사업에 84억 원을 반영했다. 사회교육행정복지 분야는 ▲중구 건강가정지원센터 운영 1억9천 ▲보건지소 확충 지원(중구 약수, 황학, 다산) 2억 ▲중구 장애인 노약자 무료셔틀버스 운영지원 6천만원 ▲유락 및 중림복지관 사업비 1억2천 등 총 12개 사업에 31억 원을 반영했다. 주민참여예산 분야는 ▲콜라보 프로젝트(을지로) 3억5천 ▲충정녹지 보수정비 8천 ▲응봉산 배수지 공원 노후 계단 정비 1억 ▲우리동네 버스승차대 설치 1억 등 총 17개 사업에 약 18억 원이 반영됐다. 이밖에 18년 중구 일반조정교부금은 547억 원으로 확정됐다. 교육 분야는 ▲광희초 승강기설치 2억, 복도창문교체 및 체조실환경개선 1억 3천 ▲신당초 학교급식환경개선 2,500만원 ▲흥인초 보건실 현대화 5,700만원 ▲봉래초 노후스탠드 개선 6천만원 ▲한양중 농구장, 화장실 리모델링 1억 5천 ▲덕수중 본관동 내부도장 1억 등 총 47개 사업에 56억 원이 지원된다. 최판술 의원은 “4년의 임기를 마감하는 올해 중구청과, 주민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 만족할만한 성과가 나온 것 같다”며 “남은 임기 동안에도 반영된 예산이 제대로 집행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고진하의 시골살이] 고드름

    [고진하의 시골살이] 고드름

    조금 늦은 잠에서 깨어나 문을 열었더니, 처마 끝에 길쭉길쭉 맺혀 있는 고드름. 물결무늬 슬레이트 지붕 위에 쌓인 눈이 녹으며 고드름을 만든 것. 어떤 결빙은 정신적 노화의 상징처럼 여겨지지만, 어떤 결빙은 신묘한 형상을 빚어내어 우리 안의 경이의 아이로 하여금 탄성을 토하게 한다. 어릴 적 유리창에 하얗게 기기묘묘하게 피어나던 성에가 그렇고 오늘 내 방 앞에 맑은 주렴을 드리운 고드름이 그렇다. 윤극영 님이 만든 동요 속의 수정 같은 고드름. 문득 동심이 솟구쳐 돌담 곁에 있는 뽕나무 가지 하나를 꺾어와 고드름을 실로폰처럼 두드리며 추억 속의 동요를 불러본다. “고드름 고드름 수정 고드름/고드름 따다가 발을 엮어서/각시방 영창에 달아놓아요.∼.”고드름을 두드리며 놀다 장난기가 발동한 나는 가장 긴 고드름을 하나 뚝 따 입에 넣고 우두둑 깨물어 본다. 별맛이 없다. 물맛처럼 그냥 싱겁다. 어릴 적의 아련한 기억 하나. 난 초등학교 때도 제법 키가 컸다. 그래서 그랬을까. 싱거운 소리를 잘했다. 외삼촌은 키가 크고 싱거운 소리를 잘하는 날 보고 ‘고드름장아찌 같은 눔’이라고 놀렸다. 고드름장아찌? 외삼촌이 했던 그 재미있는 표현이 떠올라 우두둑, 다시 고드름을 깨물어 본다. 여전히 싱겁다. 짜고 매운 것들만 득세하는 세상! 하지만 우리 집 처마 끝에는 따먹기엔 싱거운 고드름장아찌들이 죽죽 키를 늘리고 있구나.이렇게 고드름에 얽힌 어린 날의 추억까지 들추며 놀고 있는데, 아침밥을 짓던 아내가 부엌문을 열고 빼꼼 내다본다. “다시 한 번 더 불러 봐요. 오랜만에 고드름 노래 들으니 생기가 돋네!” 멍석까지 깔아주니 나는 더욱 신이 나 고드름 노래를 3절까지 내리 불렀다. 가사가 기억나는 게 신기했다. 노래를 마치자 아내가 박수까지 쳐주며 말했다. “오늘 모처럼 당신 공일(空日)이네요.” 하하, 공일! 오늘 같은 날은 무조건 놀아야지. 사실 사십대 후반부터 글 쓰는 일로 생계를 꾸려온 내게는 따로 휴일이 없다. 직장인들처럼 어디 매이지 않으니, 쉬고 싶으면 그날이 휴일이고 글 쓸 것들이 잔뜩 밀려 있을 땐 따로 휴일이 없다. 그동안 작가로 살아온 나는 남들이 떠들썩하게 준비해 떠나곤 하는 가족 ‘바캉스’ 같은 것도 제대로 챙긴 적이 없다. 그런데 이 ‘바캉스’(vacance)라는 말이 재미있더라. 이 말을 단수로 쓰면 공(空), 부재, 속이 비어 있음이란 의미이고, 복수로 쓰면 놀이, 운동, 여가 같은 활동에 바치는 시간을 뜻한다고 한다. 그러니 사실 “바캉스는 비어 있는 시간이 아니라 가득 차 있는 시간을 가리킨다.”(미셀 투르니에, ‘예찬’) 결국 아내가 말한 휴가는 보통 직장 노동자들이 일정한 시간을 정해 쉬는 그런 휴가는 아니다. 오늘 내 휴가는 기온이 급강하하며 환영처럼 빚어놓은 결빙의 예술 때문에 갑자기 주어진 것이니까. 투르니에는 ‘휴가’와 관련해 뚱딴지처럼 심장을 생각해보라고 한다. 우리 몸의 근육들은 휴식을 위해 하루 평균 여덟 시간 동안 잠을 자지 않으면 안 되는데, 그중 한 가지 근육만이 이 불연속성의 법칙에서 제외된다고 한다. 바로 심장근. 이 근육은 일생 동안 쉬지 않고 뛴다. 그렇다면 이 근육은 아예 휴식하지 않는다는 말인가. 심장 근육의 비밀은 다른 근육들보다 더 많이, 더 잘 휴식한다고. 어떻게? 두 번의 박동 사이에 아주 짧은 순간 동안 휴식을 취한다는 것. 참으로 놀랍지 않은가. 심장의 휴식, 잠, 바캉스는 심장의 노동과 뒤섞여 있다는 것. 그래서 투르니에는 휴식과 바캉스가 내포되어 있는 심장 같은 노동을 하라 권한다. 평소 작가로서의 삶을 꾸려가며 일과 노동이 잘 구분되지 않는 순간들을 나는 물론 가족들도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그러나 나보다 생활에 대한 적응력이 뛰어난 아내는 프리랜서로 사는 내 삶이 심장과 같은 노동자의 삶임을 이미 눈치챘던 것일까. 자연이 빚어낸 지붕에 뿌리를 내린 고드름들을 두드리며 실로폰 소리라 우기는 동심에 사로잡힌 순간을 ‘휴가’라고 불러주었으니 말이다. 그런 휴식 속에 고귀한 새 삶의 씨앗이 움트고 있음도 알았을까. 신이 허락하는 한 내 남은 생을 심장처럼 휴식하며 하루하루 향기롭고 싶다.
  • [함혜리 객원논설위원의 예술산책] 물 위에 떠 있는 듯 시간이 멈춰버린 듯…세상 어디에도 없는 ‘無의 공간’

    [함혜리 객원논설위원의 예술산책] 물 위에 떠 있는 듯 시간이 멈춰버린 듯…세상 어디에도 없는 ‘無의 공간’

    단풍 구경도 제대로 못하고 우왕좌왕하다 보니 어느새 겨울의 문턱에 와 있다. 어딘가로 훌쩍 떠나 늦가을의 끝자락 정취라도 맛보고 싶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있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세상의 시간이 멈춰버린 듯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공간. 강원 원주시 지정면 오크밸리에 있는 뮤지엄 산이다. 사계절 모두 다 아름답지만 주변의 산에 단풍이 곱게 물든 가을에 특히 아름답다. 한남대교에서 약 100㎞, 새로 뚫린 제2영동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서원주IC로 나가 자동차로 10분 정도 외길을 따라 들어가면 우리는 순식간에 별천지를 만난다. 노출 콘크리트의 미니멀한 건축으로 유명한 세계적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디자인으로 지어진 뮤지엄 산은 자연 속에서 편안하게 휴식하며 예술작품을 감상하고 힐링하는 전원형 미술관이다. 자연경관을 거스르지 않고 그 품 안에 살포시 들어앉은 뮤지엄 산은 건축과 예술, 자연이 만나고 어우러져 고요한 아름다움을 빚어낸다. 프리츠커상에 빛나는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작품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독특하다. 그의 건축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는 자연과 빛을 절묘하게 살려 매우 명상적이며 정적(靜的)인 공간을 창조해 낸다는 데 있다. 그는 일본 전통의 미학에 뿌리를 두고 섬세하고 아름다우며 독창적인 구조를 만들어 낸다.●단절된 상태서 건축과 나를 느껴 2013년 5월 ‘한솔미술관’이라는 이름으로 개관한 뮤지엄 산은 안도 자신이 특히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미술관이다. 해발 275m, 하늘을 마주하는 곳에 있는 미술관은 진입로부터 특별하다. 부드러운 곡선으로 이어진 돌담을 끼고 주차장 공간에 진입해야 웰컴센터와 만난다. 매표소를 겸한 웰컴센터에서 나오면 오른쪽에 ‘플라워 가든’이 보인다. 순수한 사랑이라는 꽃말을 가진 붉은 패랭이꽃이 봄과 가을에 만발한다. 늦가을이라 패랭이꽃은 볼 수 없고 마크 디 수베로의 작품 ‘제라드 맨리 홉킨스를 위하여’가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플라워 가든 맞은편에는 조각 공원이 있다. 안도는 외부와 단절된 상태에서 온전하게 건축물과 감상자 자신을 느끼도록 디자인한다. 뮤지엄 산의 경우는 더욱 드라마틱하게 ‘단절’을 경험하도록 디자인됐다. 자작나무 오솔길을 지나 모퉁이를 돌면 긴 돌벽이 나오고 그 뒤로 평평한 수면에 하늘이 그대로 비치는 인공호수가 시야에 들어온다. ‘워터 가든’ 위에 붉은색의 거대한 조각 작품이 마치 관람객을 환영하듯 떡 하니 서 있다. 뒤로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것 같은 미술관 본관 건물이 보인다. 거대한 조각 작품은 알렉산더 리버만의 작품 ‘아치웨이’다. 안도는 매끈하게 마무리된 노출 콘크리트와 삼각형의 라인, 가로로 뚫린 창 등은 외형적으로 드러나는 특유의 스타일을 유지하면서 지역적 특색을 적절하게 결합하곤 한다. 뮤지엄 산은 그런 특징을 제대로 보여 준다. 트레이드마크인 노출 콘크리트를 안으로 들여가고 대신 외벽과 돌담에 갈색 파주석을 사용했다. 건물 내부의 노출 콘크리트는 한국의 조약돌과 자갈, 모래를 사용해 만들었다. ‘워터 가든’에 사용한 돌은 서산의 해미석이다. 미술관 본관은 네 개의 윙 구조물이 사각, 삼각, 원형의 공간들로 연결되어 있는 구조다. 미술관 로비의 왼쪽이 페이퍼 갤러리다. 제지가 주력인 한솔그룹이 국내 최초의 종이전문 박물관으로 1997년 개관한 한솔 종이박물관이 그 전신이다. 페이퍼 갤러리는 파피루스부터 성경, 코란 등 초창기 종이와 인쇄술의 발전을 보여 주는 유물들과 국보, 보물 등 다수의 지정 문화재를 소장하고 있다. 종이로 된 다양한 공예품은 제작 방법을 영상으로 만들어 함께 전시해 놓아 교육적 효과를 높였다. 파피루스를 관찰할 수 있는 파피루스온실, 판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방문객용 판화 공방과 전문가용 판화 공방이 골고루 갖춰져 있다. 페이퍼 갤러리를 나오면 전형적인 안도 스타일의 삼각형 하늘을 볼 수 있는 ‘삼각 코트’를 지나게 된다. 건축가에 의해 기획된 무(無)의 공간이자 사람을 상징하며 대지와 하늘을 연결해 주는 인상적인 공간이다. 노출 콘크리트의 삼각형 공간 안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면 삼각형으로 뚫린 공간을 통해 나만을 위한 하늘을 볼 수 있다. 긴 복도를 따라가면 한 면을 유리와 철근 구조로 만들어 놓은 공간을 만난다. 유리창 너머로 워터 가든과 아직도 빨갛게 타는 단풍나무가 아쉬움을 달래 준다.●종이·제임스 터렐 전시관 등 배치 이 공간을 지나면 청조 갤러리가 나온다. ‘청조’라는 이름은 한솔그룹 창업주이자 이병철 삼성그룹 설립자의 장녀인 이인희 고문의 호에서 따온 것이다. 페이퍼 갤러리가 유물을 상설 전시하는 박물관의 성격을 지닌 반면 청조 갤러리는 소장품전이나 기획전을 통해 순수 현대미술 작품을 보여 주는 전시장이다. 독특한 형태로 된 네 개의 전시공간으로 구성됐다. 청조 갤러리에서는 현재 ‘종이 조형-종이가 형태가 될 때’ 전이 열리고 있다. ‘공간’, ‘소통’, ‘사유와 물성’이라는 소주제로 나눠 종이의 고유한 정서와 조형으로서의 가능성을 살펴보는 전시에는 26명의 작가가 부조 작업에서 설치 작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식과 방법으로 종이의 조형적인 특성을 소개한다. 전시실 중간 복도에서는 건축 거장들이 디자인한 의자들을 만날 수 있다. 둥근 전시실은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의 작품을 전시하기 위해 만들어진 ‘백남준 홀’이다. 하늘을 상징하는 9m 높이의 원형 공간으로 천장의 유리창을 통해 햇빛을 공간으로 끌어들였다. 파주석의 무게감을 지닌 건축의 웅장함과 물 위에 떠 있는 듯 자리한 백남준 작품의 생동감이 묘한 조화를 이룬다.●신라고분 모티브로 한 ‘스톤 가든’ 본관 건물에서 나와 미국 작가 조지 시걸의 ‘두 벤치에 앉은 커플’을 보고, 돌무더기를 쌓아 만든 ‘스톤 가든’을 지난다. ‘스톤 가든’은 신라고분을 모티브로 만들었다. 9개의 부드러운 둔덕은 한반도의 8도에 제주도를 더한 숫자라고 한다. 헨리 무어, 베르나르 브네 등 거장들의 조각을 보면서 끝까지 가면 뮤지엄 산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제임스 터렐 전시관’이 나온다. 제임스 터렐은 시각예술에서 사물을 인식하기 위한 도구이자 조연에 머물렀던 ‘빛’을 작업의 주인공으로 끌어들였다. ‘빛과 공간의 예술가’로 불리는 그의 작품은 관람자들로 하여금 하늘과 빛을 관조하는 가운데 명상과 사색의 시간을 누리게 한다. 뮤지엄 산의 제임스 터렐 전시관은 하늘을 향해 열려 있는 타원형의 공간을 통해 독특한 경험을 하게 하는 ‘스카이 스페이스’, 빛의 제단을 형상화한 ‘호라이즌 룸’, 쐐기 모양의 빛을 경험하게 하는 ‘웨지워크’, 시시각각 다양한 색으로 변화하는 스크린에서 빛을 경험하게 하는 ‘간츠펠트’(독일어로 ‘완전한 영역’이라는 뜻) 등 4개가 설치돼 있다. 일본 나오시마의 지추현대미술관에서 제임스 터렐의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의 충격만큼은 아니지만, 충분히 신비로운 체험을 할 수 있었다. 비록 가을을 붙잡지는 못했지만 물소리와 바람소리, 지저귀는 산새 소리를 온몸으로 느끼며 자연과 예술에 취해 거닐다 보니 세상의 소음과 시름은 오간 데 없었다. lotuscomcom@naver.com →안도 다다오는 1941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모양과 구조, 자연의 형상에 푹 빠졌고 배나 비행기, 건물의 모형을 만들며 유년기를 보냈다. 기계과 고졸 출신으로 쌍둥이 동생과 함께 프로복서 생활을 하기도 했던 그는 24세에 르 코르뷔지에에 관한 책을 접하면서 건축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그는 어떤 정식 훈련이나 교육을 받지 않고 독학으로 건축을 공부했다. 학교교육 대신 책을 읽고 일본의 사찰이나 신사, 카페, 박물관 등을 방문하고 여행을 통해 수많은 건축을 보고 견문을 넓히며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었다. 1969년 오사카에 건축사무실을 개업한 이후 전통 일본양식과 현대 서양디자인을 창의적으로 접목시킨 작품들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기하학적인 구조, 절제된 빛과 물, 노출 콘크리트와 유리와 철 등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재료로 평온하고 명상적이며 지적인 공간을 만들어 내는 건축가로 세계적인 인기와 명성을 확보했다. 1995년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했다. ■예술산책 연재를 마칩니다.
  • 고도의 향기… 조금 게을러도 좋은 아침

    고도의 향기… 조금 게을러도 좋은 아침

    이른 아침, 미륵사지 동원구층석탑 앞에 섰습니다. 여명의 긴장이 사라지고 햇살이 게으른 소의 발걸음처럼 느릿느릿 퍼질 무렵이었습니다. 익산의 아침을 깨우던 햇살이 돌탑 여기저기를 두드립니다. 그때마다 돌탑은 스스로 빛을 냅니다. 복원해 새로 올린 탑이니 고고한 옛 멋은 물론 없습니다. 그렇다 해도 해와 탑의 앙상블은 오묘하고 아름다웠습니다. 아마 오래전 이 자리에 돌탑을 세웠던 백제인 역시 이 장면을 염두에 뒀을 겁니다. 동탑 맞은편은 미륵사지 석탑입니다. 조만간 복원을 마치고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겠지요. 그때면 얼마나 더 신비로운 풍경이 펼쳐질까요. 백제의 고도 전북 익산을 돌아봤습니다. 남은 유적이 많지 않긴 해도 깃든 역사만큼은 깊고 풍성했습니다.●미륵사지 익산의 옛 이름은 이리(裡里)다. 속(안)으로 들어간 마을이란 의미다. 사실 이리도 원래 이름은 아니다. 일제강점기 이전에는 ‘솜리’라고 불렸다. 이를 일제강점기에 한문 형식으로 바꾸다 보니 이리가 됐다는 것이다. 왜 익산이 속마을, 혹은 안마을로 불렸는지는 미륵산에 올라보면 저절로 알게 된다. 물론 걸어 오르지는 않고 ‘미륵산 스카이웨이’란 이름의 임도를 따라 차를 타고 오른다. 정상에 서면 ‘어마어마’하게 너른 들녘이 펼쳐진다. 지역에 따라 만경평야, 호남평야, 혹은 익산평야 등으로 불리는 들녘이다. 어찌나 너른지 호남선 고속철로가 유아용 애니메이션 ‘토마스와 친구들’이 오가는 장난감 철로처럼 작아 보인다. 전주와 완주, 익산 등이 이 너른 들녘에 깃들어 있다. 대도시라고는 해도 너른 들녘에 견주면 역시 티끌처럼 작다. ‘솜리’는 이 모습을 표현한 것이지 싶다. ‘너른 들녘의 안쪽에 들어선 작은 마을’ 말이다. 생경한 풍경 하나 더. 익산의 이름을 풀면 ‘산이 중첩됐다’는 뜻이다. 한데 아무리 둘러봐도 주변에 산은 없다. 익산 외곽의 춘포면 일대에 서면 이런 느낌이 더하다. 사방을 산들이 둘러쳤는데, 가까이 있지는 않고 멀찍이 나앉은 모양새다. 과장 좀 보태 대륙의 벌판 너머로 산군들이 야트막하게 펼쳐진 듯한 그런 느낌이다. 이처럼 풍요로운 들녘은 일제강점기에 수탈의 고통을 불러왔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인 춘포역(등록문화재 210호), 일본풍의 에토 가옥(등록문화재 211호) 등 당시를 기억하는 흔적들이 춘포면 일대에 여태 남아 있다. 미륵산 아래는 미륵사지(사적 150호)다. 저 유명한 미륵사지 석탑(국보 11호)이 이 절터에 남아 있다. 인근의 왕궁리 유적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유산 백제역사 유적지구’를 이룬다. 미륵사지는 이른 아침에 찾아야 한다. 겨울 해가 사방을 비출 무렵에 빼어난 풍경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미륵사는 백제 무왕 때인 7세기경 세워졌다고 전해진다. 임진왜란 때 소실돼 지금은 미륵사지 석탑과 당간지주(보물 236호) 2기만 남아 있다. 미륵사지 석탑은 여태 복원 작업 중이다. 1998년 시작됐으니 얼추 20년 가까이 됐다. 탑 주변을 작업용 건물들이 둘러친 탓에 석탑의 자태는 볼 수 없다. 복원 작업은 내년 종료될 예정이다.●동원구층석탑 서쪽에 미륵사지 석탑이 있다면 동쪽은 동원구층석탑이다. 흔히 ‘동탑’이라 불린다. ‘서탑’ 미륵사지 석탑이 일부 훼손된 것에 견줘 완전히 스러졌다가 1990년대 초 복원됐다. 새로 만든 탑에선 시간의 깊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당연히 고고한 옛맛도 덜하다. 그렇다고 꿩 대신 닭은 아니다. 9층에 달하는 늘씬한 자태와 세련미는 단연 압권이다. 이른 아침 햇살이 방문할 때면 화강암 탑신이 빛난다. ‘자체발광’의 몽환적인 풍경이다. 미륵사지엔 작은 연못이 두 개다. 동쪽과 서쪽에 각각 하나씩 조성됐다. 필경 동탑과 서탑을 돋보이게 하려는 백제인의 안배일 터다. 이름 아침, 물결이 잔잔할 때면 연못 위로 동탑이 잠긴다. 넋 놓고 동탑의 자태를 보고 있자면 딱 한 가지 생각만 떠오른다. 이렇게 아름다운 건축물을 알게 된 것에 감사한다는 것.●왕궁리 오층석탑 이웃한 왕궁리(사적 408호)에도 백제 유적이 남아 있다. 핵심은 왕궁리 오층석탑(국보 289호)이다. 미륵사지석탑을 본떠 만든 백제계 석탑이다. 높이가 얼추 9m에 달한다. 1965~1966년 복원됐다. 왕궁리 유적은 다소 휑하다. 남은 게 별로 없어서다. 멸망한 백제의 옛 땅에 홀로 남은 석탑 너머로 스러져 간 역사에 대한 회한만 가득하다. 미륵사지와 왕궁리 사이에 서동공원이 있다. 고즈넉한 금마저수지를 끼고 있는 공원이다. 신라 선화공주와 결혼한 백제 무왕의 서동요 전설이 깃든 곳이다. 서동공원은 조각공원이라 불릴 만큼 조각작품들이 많다. 선화공주와 무왕상 등 약 100점의 조각들을 만날 수 있다. 마한관도 새로 조성됐다. 삼한시대 마한의 역사와 생활상을 살필 수 있다.익산 여정에선 번잡한 시내로 들어갈 일이 별로 없다. 대부분의 유적과 볼거리들이 시 외곽에 있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중심축이 바뀌어서다. 시계추를 조선으로 되돌리면 단박에 알 수 있다. 당시 중심축은 미륵산 근처의 금마와 호남대로의 길목인 여산 등이었다. 평지 위에 들어선 익산이 중심이 된 건 근현대에 이르러서다. 오래전엔 포구 주변도 번화가였다. 금강을 끼고 있는 웅포면이 그 예다. 이 일대에 입점리 고분, 함라산 숭림사, 함라 돌담길 등 볼거리가 많다. 무엇보다 저물녘 풍경이 빼어나다. 곰개나루(웅포)에 서면 금강 너머로 펼쳐지는 황홀한 낙조와 만날 수 있다. 용왕사가 일몰 명소로 꼽힌다. 오래전 용왕에게 제사 지내던 정자다. 한때 덕양정으로 불리다 최근 제 이름을 되찾았다.●곰개나루 용왕사 이제 익산 시내로 들어갈 차례다. 문화예술의 거리를 둘러보기 위해서다. 원도심 재생 프로그램이 한창 진행 중인 곳이다. 익산 문화재단, 아트센터 등을 중심으로 향수 가득한 풍경들이 복구되거나 새로 들어서는 중이다. 주말에는 교복 체험 행사 등 다양한 볼거리가 펼쳐진다. 연탄축제가 9~10일 익산 문화예술의 거리에서 열린다. 올해 첫선을 보이는 축제다. 시 ‘너에게 묻는다’를 통해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고 외쳤던 익산 출신의 시인 안도현과 백가흠의 토크 콘서트 등 톡톡 튀는 행사들이 마련되고 있다.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지 퍽 궁금하다. 글 사진 익산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여행수첩(지역번호 063) →가는 길:미륵사지는 동틀 무렵 풍경이 빼어나다. 왕궁리 유적, 고도리 석불입상, 서동공원 등이 가까운 거리에 몰려 있다. 묶어 돌아보는 게 좋다. 익산의 유적지들은 대부분 ‘아직’ 입장료를 받지 않고 있다. 쭈뼛대지 말고 자신 있게 돌아보면 된다. 미륵산 스카이웨이는 연안이씨종중유물전시관을 끼고 우회전해 직진, 작은 개울을 건넌 다음, 가운데 산길을 따라 오르면 된다. 송전탑이 목적지다. 길이 좁아 교행에 유의해야 한다. 해넘이 풍경은 곰개나루(웅포)가 좋다. 인근의 나바위 성당, 두동교회, 입점리 고분군 등을 돌아본 뒤 곰개나루 용왕사에서 여정을 마무리하면 된다. →맛집:익산의 먹거리 중 하나가 황등비빔밥이다. 우리가 흔히 먹는 비빔밥은 ‘비빌 밥’이다. 황등비빔밥은 다르다. ‘비빈 밥’이다. 주방에서 육회 넣고 썩썩 비빈 뒤 고명 얹어 내온다. 순한 육회와 매콤한 비빔밥이 입에 착착 감긴다. 곁들여지는 선짓국도 맛있다. 젤리처럼 탱탱한 선지도 일품인데다 맑고 순한 국물이 ‘비빈 밥’과 기막히게 어울린다. 한일식당(856-4471), 진미식당(856-4422), 시장비빔밥(858-6051) 등이 알려졌다. 옛날할매탕집(842-7560)은 삼계탕 등을 내는 노포다. 춘포면 일대에선 제법 명성이 높다.
  • [제23회 서울광고대상-최우수상] 서울특별시, 잘 생겼다! 서울20

    [제23회 서울광고대상-최우수상] 서울특별시, 잘 생겼다! 서울20

    지난 5월 서울로7017 개장을 시작으로 서울 곳곳에는 시민이 누리고 즐길만한 시민의 공간이 새로 생겨나고 있습니다. ‘잘 생겼다! 서울’에 등장하는 20개의 장소가 더 큰 의미를 갖는 것은, 허물고 다시 짓는 재개발을 넘어 소중한 기억을 보존하고 살리는 도시재생의 가치를 담은 시민 공간이라는 점입니다.수많은 사람이 잊지 못할 추억을 간직하면서도 새로운 시간들을 쌓아갈 수 있는 새로운 시민 공간은, 시민 여러분들이 자주 찾아주시고 함께해주실 때 비로소 존재 의의를 갖습니다. 좋은 공간을 만드는 것만큼 많은 시민분에게 알려드려 시민이 자주 찾고 누리도록 하는 것 또한 서울시가 해야 할 일일 것입니다.이번 제23회 서울광고대상에서 본상 부분 최우수상을 받은 ‘잘 생겼다! 서울20’ 광고도 그 노력의 일환입니다. 서울에 새로 생겨난 20개 시민공간의 의미와 정보를 재미있게 담고자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서울로7017은 물론 이번에 새로 개장한 문화비축기지, 다시 세운, 덕수궁 돌담길 등 20곳에 대한 위치와 대략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잘 생겼다’는 메시지와 함께 시민들의 관심과 방문을 유도하도록 제작했습니다. 서울시에는 ‘잘생겼다! 서울20’을 통해 소개된 공간들 외에도 모든 시민이 많이 알고 다 누려야 할 소중한 정책들이 많이 있습니다. 더욱 많은 시민 여러분들이 ‘잘 생겼다! 서울!’을 외치실 수 있도록, 저와 서울시는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습니다.
  • 53도의 선물…따뜻한 쉼표

    53도의 선물…따뜻한 쉼표

    어느새 따스한 온천이 그리운 계절이다. 온천은 ‘피부로 먹는 보약’이라 했다. 스트레스와 피로를 풀고 건강도 챙길 수 있다. 한국관광공사에서 12월에 가 볼 만한 온천을 꼽았다. 주변 관광지와 겨울철 먹거리를 연계하면 즐거움이 배가된다.강화 석모도미네랄온천 15개 노천탕에 ‘낙조 풍경’은 덤 석모대교를 통해 뭍과 연결된 인천 강화 석모도가 겨울철 온천 여행지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지자체와 개인 사업자들이 경쟁적으로 온천 개발에 나서고 있다. 가장 널리 이름을 알린 곳은 석모도미네랄온천이다. 15개에 달하는 노천탕이 특징이다. 온천수는 지하 460m 화강암에서 자연 용출된다. 51도에 달하는 고온의 온천수가 노천탕에 닿을 때면 47도, 추운 겨울엔 43~45도의 따뜻한 온도로 맞춰진다. 대형 온천탕은 저온으로 운영된다. 아이들이 물놀이하기 좋다. 입장 시 나눠주는 소창 수건은 온천과 ‘궁합’이 잘 맞는 온천 수건이다. 온천욕 후 수건으로 물기를 가볍게 닦아 내면 좋다. ▲주변 명소: 온천 단지 초입의 보문사는 4대 해수 관음 성지로 알려진 곳이다. 민머루해수욕장은 갯벌 체험하기 좋은 곳이다. 1㎞ 남짓한 해변은 낙조 명소로도 알려졌다. 석모도자연휴양림도 둘러볼 만하다. ▲맛집: 돌캐(932-3221, 이하 지역번호 032)는 꽃게탕과 밴댕이회무침, 뜰안에정원(932-3071)은 간장게장정식, 보문사 입구 만복성(933-8253)은 간짜장으로 각각 이름난 집이다.속초 척산온천온천탕+산책로+설악산 ‘1석3조’ 재미 강원 속초의 척산온천에 가면 ‘1석 3조’의 재미와 만날 수 있다. 온천탕은 물론 송림 산책로, 설악산까지 체험할 수 있다. 척산온천이 들어선 노학동 일대는 예부터 땅이 따뜻해 겨울에도 풀이 자라던 마을이다. 온천이 처음 문을 연 건 1970년대다. 이어 1985년 원탕 자리에 척산온천휴양촌이 개관했고 이후 척산온천탕, 족욕공원 등이 들어서며 온천 지구의 외관을 갖췄다. 수온은 섭씨 50도 안팎. 피부와 신경통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온천수는 수분이 무거우면서도 부드러워 만지면 매끄러운 감촉이 전해진다. ▲주변 명소: 설악 워터피아는 국내 최대 규모의 온천 테마파크다. 지난해 국내 최초로 ‘보양온천’으로 지정됐다. 아바이마을과 실향민문화촌, 속초등대전망대, 영랑호, 영금정 등도 두루 둘러보는 게 좋겠다. ▲맛집: 진솔할머니순두부(636-9519, 이하 지역번호 033)는 순두부, 동명항생선숯불구이(632-3376)는 도루묵조림으로 각각 이름났다. 도치알탕은 속초 영랑호 인근의 포장마차촌에서 맛볼 수 있다. 10여개 업소 중 당근마차(632-3139)가 알려졌다.충주 ‘삼색 온천’약알칼리·탄산·유황 온천수 펑펑 충북 충주는 ‘삼색온천’의 고장이다. 약알칼리 성분의 수안보 온천, 탄산이 함유된 앙성온천, 그리고 유황 성분의 문강온천 등 각기 다른 수질의 온천이 솟는다. 대표적인 곳은 수안보 온천이다. 53도의 약알칼리성 온천수가 펑펑 솟는다. 앙성온천은 탄산 온천이다. 탄산은 모공을 확장해 노폐물을 배출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탄산음료처럼 톡 쏘는 재미 덕에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다. 문강온천은 보수공사를 거쳐 내년에 다시 문을 열 예정이다. ▲주변 명소: 미륵대원지는 10.6m에 달하는 미륵불(충주 미륵리 석조여래입상)이 인상적인 곳이다. 수안보 온천지구에서 차로 15분 거리다. ‘중앙탑’이라 불리는 탑평리 7층 석탑(국보 6호)은 충주의 대표 아이콘이다. 충주커피박물관(855-8304, 이하 지역번호 043)에선 여주와 우엉, 현미 등을 볶아 만든 ‘여우커피’를 맛볼 수 있다. ▲맛집: 원조중앙탑막국수(848-5508)는 막국수와 만두로 이름난 집이다. 충주에는 꿩요리 잘하는 집이 많다. 감나무집(846-0608), 소라가든(846-7819), 대장군(846-1757), 느티나무가든(847-4676) 등이 알려졌다.함평 해수찜온몸으로 체험하는 뜨끈한 보약 한 사발 해수탕은 바닷가 곳곳에 있어 아는 사람이 많지만, 해수찜은 다소 생소하다. 해수찜은 200여년 전부터 전남 함평 지방에 전해 오는 건강 요법이다. 1300도까지 달군 유황석을 넣은 해수를 이용해 몸을 덥히는 방식이다. 수건에 물을 부어 적당히 식힌 다음 목이나 어깨 등 원하는 부위에 덮는다. 해수가 어느 정도 식으면 대야에 받아 몸에 끼얹어도 된다. 두어 시간 지나 물이 더 식으면 이때부터 족욕을 즐긴다. 발끝에서 올라온 뜨거운 기운이 온몸을 순환하며 땀이 줄줄 흐른다. 해수찜 뒤에는 샤워를 하지 않는다. 그래야 약효가 오래간다고 한다. ▲주변 명소: 해수찜마을에서 돌머리해수욕장이 가깝다. 일몰 감상의 최적지로 꼽히는 곳이다. 인공 풀장도 조성돼 있다. 겨울철엔 가족 낚시터로 손색없다. 모평마을은 돌담이 예쁜 곳이다. 고풍스러운 한옥도 많다. 고택 체험하기 맞춤하다. ▲맛집: 함평에서 꼭 맛봐야 할 음식이 육회비빔밥이다. 함평시장 주변의 초록식당(322-5287, 이하 지역번호 061) 대흥식당(322-3953) 목포식당(322-2764) 나비의꿈(323-1570) 등이 알려졌다.부산 해운대온천 할매탕할머니 통증·손주 아토피 싹~ 해운대온천을 대표하는 곳은 해운대온천센터와 할매탕이다. 할매탕은 1935년 문을 연 해운대 최초의 대중목욕탕이다. 2006년 철거 후 해운대온천센터로 새로 문을 열었다. 그러다 온천센터 옆에 새로 건물을 지어 할매탕 간판을 다시 내걸었다. 할매탕은 유독 할머니들이 많이 찾아 지어진 이름이다. 어르신들이 아픈 부위만 물에 담그는 진기한 풍경으로 유명했다. 요즘은 가족탕 형태의 목욕 시설로 명성을 잇고 있다. 대중탕에 가기 어려운 피부병 환자들이 눈치 보지 않고 온천욕을 즐길 수 있다. ▲주변 명소: 해운대해수욕장 동쪽의 달맞이길은 일대의 전경이 시원스레 펼쳐지는 곳이다. 동해남부선 옛길은 걷기 좋은 길이다. 청사포엔 최근 청사포다릿돌전망대가 문을 열었다. 바닥의 강화유리 아래로 파도가 일렁인다. ▲맛집: 해운대온천센터 1층의 ‘블랙업커피’에서는 소금 커피를 맛볼 수 있다. 명향(731-3368, 이하 지역번호 051)은 홍합톳밥정식, 송정집(704-0577)은 김치찌개국수, 오복미역 송정점(703-8809)은 가자미미역국을 잘한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사진 한국관광공사
  • [뉴스 전에 책이 있었다] 조선시대 지진, 오늘을 경고하다

    [뉴스 전에 책이 있었다] 조선시대 지진, 오늘을 경고하다

    역사에 기록될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무사히 끝났다. 지난 15일 발생한 경북 포항 지역 지진으로 일주일 연기된 이번 수능은, 당일 한 차례 여진에도 별다른 사건·사고 없이 마무리되었다. 수능 연기라는 멘붕 상황을 이겨내고 꿋꿋하게 시험을 치른 수험생들에게 먼저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수능 연기’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서 보듯, 지진은 때로 인간의 삶을 송두리째 뒤바꾸기도 한다. 나라 밖 일로만 생각했던 지진이 이제 한국인 모두의 일상 공간까지 깊숙이 침투한 것이다.2011년 일본 동일본 대지진, 연이은 쓰나미와 원전 파괴는 지진에 관한 경각심을 높였다. 이후 국내에 지진과 관련한 책들의 출간이 부쩍 늘어났다. 어린이 책부터 재난 대비용 책자까지 범주도 다양하다. 그중 가장 독특한 책은 ‘바람에도 흔들리는 땅’으로, 저자 최범영은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 일하는 지질학자다. ‘소설로 읽는 조선시대 역사지진’이라는 부제처럼, 저자는 조선시대 지진과 재난 이야기를 논문이 아닌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풀어낸다.책에 따르면 조선시대에도 규모 6.0 이상의 지진이 다수 발생했다. 특히 1454년 해남지진과 1810년 부령지진은 수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로 이어졌다. 지금으로부터 300년도 더 전에 발생한 지진이지만, 오늘 우리에게 경각심을 주는 큰 지진도 다수 있다. 1643년 동래지진과 울산지진, 1681년 강릉지진은 현재 가동 중인 고리원전, 월성원전, 울진원전과 지극히 가까운 곳에서 일어났다. 한반도는 지진의 안전지대라는 오래된 믿음이 사실이 아님을 여실히 보여 주는 셈이다.저자는 조선시대 지진 양상을 살펴보기 위해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해괴제등록’ 등 다양한 사료를 참고했다. 특히 ‘해괴제등록’은 조선의 자연재해와 천재지변이 발생할 때마다 지냈던 제사인 해괴제(解怪祭)에 관한 기록을 담은 문헌으로, 주로 17세기에 많이 기록되었다. ‘해괴제등록’ 등을 보면 한양에도 진도 5.0 이상의 지진이 제법 여러 번 일어났다. 이를 뒷받침하는 기록은 조선왕조실록에 등장한다. 인조 21년인 1643년 6월 9일 내용 중 한 대목은 다음과 같다. “서울에서 땅이 흔들리다. 경상도 대구, 안동, 김해, 영덕 등에서 땅이 흔들려 연대(봉수대)와 성가퀴(성벽 돌담)가 무너지다. 울산부에서는 땅이 꺼지고 물이 솟아나다.” 흥미로운 것은 조선시대 지진의 사후 처리 과정이다. 조선시대에도 재난은 정치적 요소와 결부된 일이었다. 다시 말하면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구제하는 일보다 권력의 안위가 더 중요했다는 사실이다. “집권자는 재난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거나 구출하는 문제보다는 그런 문제로부터 정권의 안보를 먼저 생각한다는 것. 이러한 시스템이 재난으로부터 희생자를 최대한 줄일 수 없게 만드는 요소가 되었다는 것”이라고 저자는 일갈한다. 관동대지진 당시 조선인들처럼, 억울한 희생양이 되어 목숨을 빼앗긴 사람들이 조선시대 내내 부지기수였다. 지진을 두고 막말을 내뱉는 사람들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속성을 지녔다. ‘바람에도 흔들리는 땅’은 어제를 교훈 삼아 오늘의 지진을 대비하는 책 중 하나다. 귀 있는 자는 들으라고 했던 옛 문헌의 기록은 오늘 우리 세대에 더 절실한 덕목이 되어야 한다. 장동석 출판평론가
  • [손원천 기자의 호모나들이쿠스] 서걱서걱 발밑 풍경…저벅저벅 숲길 절경

    [손원천 기자의 호모나들이쿠스] 서걱서걱 발밑 풍경…저벅저벅 숲길 절경

    푸른 잎들이 붉은 치마로 갈아입는 듯하더니 어느새 낙엽이 돼 떨어집니다. 단풍은 지고 난 뒤에도 아름답지요. 바닥에 낙엽으로 굴러도 그렇습니다. 그러니 단풍 명소는 곧 낙엽 명소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겁니다. 전남 순천의 굴목이재 숲길을 다녀왔습니다. 아버지 드시던 역기처럼, 길 양 끝에 대가람 선암사와 송광사를 매달고 있는 길입니다. 늦가을에 제격인 곳이지요. 산길 걷다 낙엽 주워 돌팍에 얹고, 책갈피에 꽂아도 봅니다. 꼭 소녀가 아니면 어떻습니까. 만추의 서정은 거친 사내도 유순하게 만들지요.사실 낙엽 쌓인 길은 위험하다. 평지라면 날아갈 듯 걷겠지만, 비탈진 산길에서는 미끄러지기 십상이다. 삽겹살처럼 두툼하게 쌓인 낙엽은 숫제 얼음이나 다름없다. 그렇다고 낙엽이 주는 운치를 외면할 수는 없는 노릇. 조심, 또 조심해서 걸어야 한다. ●‘대가람’ 선암사와 송광사의 명성만으로도… 굴목이재 숲길은 대가람인 선암사와 송광사를 잇는 고갯길이다. ‘천년불심길’이라 불리기도 한다. 송광사는 조계산 서쪽, 선암사는 동쪽에 터를 잡았다. 둘 다 부처님 말씀을 따르는 건 같지만 종파는 다르다. 송광사는 조계종, 선암사는 태고종에 속한다. 절집의 풍모도 마찬가지. 선암사가 수수하고 소박하다면 송광사는 우아하고 세련됐다. 어느 모로 보나 확연히 구분되는 두 개의 옥구슬(雙璧)이다. 조계산에 굴목이재는 두 개다. 선암사에 가까운 고갯마루는 선암굴목이재, 송광사 쪽 고갯마루는 송광굴목이재로 부른다. 사실 굴목이재 숲길에서 ‘절경’이라 부를 만한 곳은 딱히 없다. 그런데도 많은 이들이 이 길을 즐겨 찾는 건 양 끝에 두 명찰을 매달고 있어서다. 조계산 일대가 명승(65호)으로 지정된 것 역시 두 절집의 명성이 견고하게 지지해 준 덕분일 터다. 초겨울이면 굴목이재 숲길 위로 낙엽이 쌓인다. 서걱대는 소리 들으며 우수에 젖은 발걸음을 옮기는 맛이 각별하다. 꽃도, 단풍도 아닌 어정쩡한 계절에 굴목이재를 찾은 건 바로 이 때문이다.굴목이재 숲길의 들머리는 선암사다. 송광사에서 오를 수도 있지만 대개는 선암사를 들머리 삼는다. 전체 거리는 6.8㎞ 정도. 코가 바닥에 닿을 정도의 된비알은 없다. 설렁설렁 걸어도 4시간이면 족하다. 한데 실제로는 6시간 가까이 걸린다. 선암사와 송광사가 발걸음을 붙잡기 때문이다. 두 절집을 꼼꼼하게 살피겠다면 아마 하루를 꼬박 써도 모자라지 싶다. 선암사 주차장에서 부도밭과 전통야생차체험관을 지나면 곧 승선교(보물 제400호)다. 계곡 위에 날아갈 듯 걸려 있다. 그 위는 강선루다. 사실상 선암사의 일주문 노릇을 하는 누각이다. 굴목이재 숲길은 강선루를 지나 삼인당 연못에서 왼쪽으로 나 있다. ‘대승암’이나 ‘편백나무숲’ 이정표를 따르는 게 알기 쉽다. 300m 정도 숲길을 걸으면 길이 다시 갈라진다. 오른쪽 부도탑 쪽으로 난 길은 작은굴목이재 가는 길, 왼쪽은 큰굴목이재 가는 길이다. 여기서 큰굴목이재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작은굴목이재 쪽으로 가도 송광사에 닿지만 에둘러 가는 길이라 훨씬 멀다. 대승암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생태체험야외학습장이다. 여기에 편백숲이 조성돼 있다. 60~70년 묵은 편백나무들이 수직세상을 펼쳐놓고 있다. 낙엽활엽수가 대부분인 조계산에서 퍽 이채로운 모습이다. 숲에 마련된 벤치에 앉아 피톤치드를 맘껏 들이켜도 좋겠다. 오르막 중턱에서 호랑이턱걸이바위를 만난다. 안내판은 “옛날 호랑이가 이 바위에 턱을 괴고 있다가 선하고 악한 사람을 구분해 해코지했다”고 적고 있다. 숯가마 터도 눈에 띈다. 두 절집에서 함께 숯을 구웠다는 곳이다. 숯가마 터를 지나면 길이 제법 가팔라진다. 하지만 그리 험하지는 않다. 장딴지가 뻐근해질 때면 어느새 큰굴목이재 정상이다. ●편백숲·숯가마터… 심심하지 않은 ‘레드카펫’ 산행의 경계는 보리밥집이다. 차를 선암사에 두고 왔다면 여기서 원점 회귀해야 한다. 보리밥집은 이 ‘구역’의 명소다. 반드시 ‘발도장’을 찍어야 하는 곳처럼 여겨진다. 한데 큰굴목이재에서 400m는 족히 걸어 내려와야 한다는 게 문제다. 선암굴목이재에서 가장 난코스라는 ‘깔딱고개’와 얼추 비슷한 거리다. 산행 중에 만나는 현지인들에게 물어보면 대부분 “아따, 잠깐이랑께. 아마 5분이면 갈 거씨요”라는 대답을 듣게 마련이다. 한데 이는 ‘함정’이다. 빛의 속도로 달려가지 않는 한 5분 안에 닿는 건 불가능하다. 더 큰 문제는 되짚어 오를 때다. 가장 벅찬 구간을 다시 올라야 한다. 차를 선암사에 두지 않았다면 차라리 송광사까지 완주하는 게 낫다. 거리는 송광사 쪽이 다소 멀지만 걷기는 훨씬 수월하다. 보리밥집에서 1㎞ 정도 가면 송광굴목이재다. 고갯길은 그리 벅차지 않다. 송광굴목이재에서 송광사까지는 2.5㎞ 정도. 이 길도 만추의 서정을 만끽하기 좋다. 저 유명한 천자암 쌍향수(천연기념물 88호)를 보려면 송광굴목이재에서 3㎞ 가까이 더 걸어야 한다. 산행시간도 확 늘어난다. 천자암 초입까지는 차로 오를 수 있다. 이를 감안해 시간을 안배하는 게 좋을 듯하다. 쌍향수는 살아낸 시간이 800년 정도다. 두 그루의 향나무가 바짝 붙어 있다. 실타래처럼 휘감아 도는 나무줄기가 장관이다. 선암사 인근에 둘러볼 만한 곳이 많다. 낙안읍성 민속마을이 첫손 꼽힌다. 조선시대로 순간이동할 수 있는 곳. 마을을 감아 도는 성벽 위에 올라 보면 옛 풍경이 훨씬 도드라진다. 올망졸망한 초가들이 처마를 맞대고 있다. 돌담길은 조붓하고 대나무와 싸리로 엮은 사립문이 정겹다. 텃밭엔 강아지 한 마리가 볕 아래 졸고, 잎을 떨군 감나무 가지엔 붉은 홍시가 까치밥으로 남아 있다. 요즘은 집집마다 지붕 이엉을 새로 얹느라 분주한 모양새다. 그 덕에 거무튀튀했던 지붕이 누런 금빛으로 환골탈태했다. 아마 조선의 초겨울 풍경이 딱 이랬을 게다.●놓치면 아깝다, 낙안읍성·오공치의 소박한 멋 낙안읍성 뒤편은 오공치다. 낙안과 승주를 잇는 고개다. 오공치는 지네 모양의 고개라는 뜻이다. 이름의 연원은 알 길이 없지만 이리저리 굽고 휜 모양새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싶다. 현지인들은 오금재라고 부른다. 고갯마루에 전망대가 조성돼 있다. 예서 보는 낙안과 보성 벌교의 들녘 풍경이 빼어나다. 주변의 산자락들이 원형으로 너른 뜰을 감싸 안고 있다. 산자락 골골마다엔 옅은 안개가 걸렸다. 강원 양구에 빗대 ‘순천의 펀치볼’이라 부를 만한 장면이다. 낙안읍성 끝자락에 뿌리깊은나무박물관이 있다. 1970년대 잡지 ‘뿌리깊은나무’를 창간한 고 한창기 선생의 소장 민속품 6500여점을 전시, 보존하고 있는 곳이다. 수수하고 정겨운 우리의 옛 자취들을 만나볼 수 있다. 글 사진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61) → 가는 길:호남고속도로 승주 나들목으로 나오는 게 가장 간명하다. 22번 국도를 따라 승주까지 간 뒤 서평삼거리에서 857번 지방도로 갈아타고 곧장 가면 선암사다. 선암사에서 낙안읍성민속마을(749-3347)까지는 약 20㎞다. 뿌리깊은나무박물관은 매주 월요일 휴관한다. 입장료는 어른 1000원이다. 올해 수능생은 24일~12월 17일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선암사와 송광사를 오가는 버스는 없다. 승주에서 한 번 갈아타야 하는데, 시간 맞추기가 쉽지 않다. 택시는 두 절집 앞에 비교적 많은 편이다. 다만 선암사에서 송광사까지 얼추 4만원 가까이 든다. → 맛집:굴목이재의 명소는 보리밥집이다. 보리밥 먹겠다고 산행하는 현지인들도 제법 있다. 실제 꽁보리밥은 아니고 잡곡밥에 가깝다. 가장 오래된 집은 문을 닫았다. 그 집에서 장사하던 이들이 장소를 옮겨 보리밥집을 이어가고 있다. 쉽게 말해 ‘원조’인 셈이다. 현재는 두 집이 경쟁하고 있다. 큰굴목이재에서 내려서면 문 닫은 보리밥집을 경계로 길이 두 갈래로 나뉜다. 맛집도 두 길 끝에 매달려 있다. 어느 집이 낫다고는 차마 말하기 어렵다. 손님 숫자도 엇비슷한 편이다. 다만 현지인들은 옛 맛에 익숙해선지 옛 보리밥집을 권하는 경우가 많았다. 낙안읍성에서 10분 정도만 가면 보성 벌교다. 꼬막정식을 내는 집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다.
  • [노주석의 서울살이] 덕수궁 돌담길의 진실

    [노주석의 서울살이] 덕수궁 돌담길의 진실

    “대한문 앞에서 덕수궁 돌담을 끼고 정동 골목을 쑤욱 들어가노라면 … 경성지방법원 앞까지 와서, 본래 같으면 이화학당 앞을 지나 서대문으로 나가는 길로 들어섰을 것을 … 그 둘은 기약지 않고 좀더 은근한 방송국 넘어가는 길을 택하려 들었다.” 1930년대 경성에서 제일 잘나가는 모던보이 구보 박태원이 단짝 이상을 모델로 쓴 단편소설 ‘애욕’에서 읊은 덕수궁 돌담길 풍경이다. 소설 속 경성지방법원이 대법원을 거쳐 서울시립미술관, 이화학당이 이화여고, 경성방송국이 덕수초등학교로 변했을 뿐 으슥한 길을 찾는 연애 풍속도는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다. “그 옛날에는 덕수궁 담 뒤에 있는 영성문 고개를 사랑의 언덕길이라고 일러 왔다. … 남의 이목을 꺼리는 젊은 남녀들은 흔히 사랑을 속삭이고자 찾아왔던 것이다. … 오늘날 이십대의 젊은이들은 영성문 고개가 사랑의 언덕길이었던 것조차 모르게 되었다.” 1954년 정비석이 서울신문에 연재한 ‘자유부인’에도 돌담길이 등장한다. 영성문은 신문로에서 덕수초등학교를 거쳐 미국대사관저까지 이어지는 고갯길이었다. 덕수궁(경운궁)의 북쪽 대문이고 왕의 어진을 모신 선원전이 있어서 사람들은 경운궁을 ‘영성문 대궐’이라고 불렀다. 선원전은 옛 경기여고 터, 덕수초등학교, 구세군중앙회관에 걸쳐 있었다. 덕수궁 돌담길은 어쩌다가 사랑길의 대명사가 됐을까. 멀게는 태조 이성계와 신덕왕후 강씨가 남긴 불멸의 러브스토리가 기원이다. 이성계는 금기를 깨고 경복궁에서 고개만 들면 보이는 곳에 애처의 무덤을 만들었다. 미국 대사관저 하비브하우스가 능침 자리다. 태종 이방원은 계모의 능을 파헤쳐 지금의 정릉동으로 옮기고, 석물은 사람들이 밟고 다니도록 광통교 바닥에 깔았다. 그러나 사랑의 힘은 사라지지 않고 정동이라는 이름으로 살아남았다. 600년 묵은 원조 사랑길이다. 개화기 서양 문물의 첫 정착지였던 정동에 자유연애의 유전자가 이어진 것도 자연스럽다. 배재학당과 이화학당이 정동제일교회 예배당을 중심으로 들어서면서 남녀칠세부동석의 엄혹한 윤리가 해체되기 시작했다. 두 학교 청춘들의 애틋한 만남과 헤어짐의 사연이 덕수궁 길에 깃든 것이다. 이별을 강조하는 속설은 다소 근거가 부족하다. 본래 독일영사관이 있던 자리에 경성재판소가 들어선 것은 우연의 일치였다. 실제 그 시절 이혼 재판정이 돌담길의 정체성에 영향을 끼쳤다고 보기 힘들다. 시대를 앞서가는 청춘들의 연애를 시샘하는 사회적 우려와 질투가 만들어 낸 아포리즘이 아닐까. 최근 서울시민이 뽑은 ‘가장 잘생긴 서울’ 1위에 덕수궁 돌담길이 올랐다. 누구나 이 길을 좋아한다. 아마 대한민국에서 제일 유명한 길이 아닐까 싶다. 사람들이 돌담길을 좋아하는 이유는 길에 얽힌 스토리보다 궁 안팎을 넘나드는 절묘한 동선 때문인지도 모른다. 지금의 돌담길 주변은 모두 옛 경운궁 구중궁궐이었다. 고종의 집무실이자 을사늑약이 체결된 중명전이 담 밖에 나와 있는 이유도 덕수궁을 관통하는 남북 간 도로가 궁을 쪼갰기 때문이다. 덕수궁 돌담은 1921년에 놓인 이 신작로의 부산물이다. 정비석이 말한 덕수궁 돌담길, 영성문 고갯길의 선원전이 복원된다고 한다. 영국대사관 소유 미완성 돌담길 70m도 뚫릴 날이 머지않았다. 다만 덕수궁 돌담길은 우리 역사상 처음이자 마지막 황제국 대한제국이 남겨 준 값비싼 선물이란 점을 기억했으면 한다. 나라 잃은 대가로 누리는 아픈 길이다.
  • 신언근 서울시의원 “덕수궁 돌담길사업 설익은 진행... 예산낭비 초래”

    신언근 서울시의원 “덕수궁 돌담길사업 설익은 진행... 예산낭비 초래”

    서울시의회 정책연구위원회 신언근 위원장(더불어민주당, 관악4)은 지난 2일 서울시의회 도시안전건설위원회 안전총괄본부 소관1일차 행정감사에서 덕수궁 돌담길 사업을 전형적인 설익은 사업으로 예산 낭비만 초래하였다고 비판하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 반면교사로 삼을 것을 주문했다. 신 의원은 “서울시가 2015년 영국대사관과 덕수궁 돌담길 사업에 대한 MOU를 체결하면서 타당성검토와 신규사업에 대한 의회승인도 생략한 채 언론홍보에만 열을 올렸고, 불법 예산전용을 통해 설계를 조기에 착수 한 바 있으며, 작년 우리 위원회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26억의 예산을 편성했다가 영국대사관과 합의가 안 되어 잔여 설계비 1억원만 집행하고 나머지는 불용시킨 전례가 있고, 결국 2017년 7억 3천 3백만원을 투입하여 지금의 100m만 서둘러 개방하게 된 것“이라고 서울시의 예산낭비를 비판했다. 신 의원은 또 “협의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사업을 진행하다 보니 미봉책으로 덕수궁 돌담에 쪽문을 설치하기로 문화재청과 합의를 하였으나, 이마저도 덕수궁이 유료이고, 대한문으로만 통과가 가능해 시민들의 이용이 불편할 수밖에 없고, 이는 시민들의 외면을 불러오게 되었다“고 꼬집었다. 신 의원은 질문 말미에서 “문제는 보안상의 이유로 영국대사관이 불허를 했는데 이에 대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것“이라며 “이럴 바에는 애초부터 영국대사관과 완전히 합의를 이룬 후에 사업을 진행했어야지 왜 이렇게 서둘러 사업을 추진했는지 모르겠다”고 반문하며 서울시의 행정낭비를 지적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흑기사’ 김래원, 냉철 분위기부터 멜로 눈빛까지 ‘비주얼 폭발 스틸’

    ‘흑기사’ 김래원, 냉철 분위기부터 멜로 눈빛까지 ‘비주얼 폭발 스틸’

    ‘흑기사’ 김래원이 비하인드 컷만으로 훈훈한 비주얼과 탄탄한 연기 내공을 과시했다. 2017년 하반기 최고의 기대작으로 꼽히고 있는 KBS 2TV 새 수목드라마 ‘흑기사(BLACK KNIGHT)’(극본 김인영 연출 한상우 제작 n.CH Ent) 측이 3일, 배우 김래원의 촬영 현장 모습을 공개해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색적 풍경이 담긴 해당 비하인드 컷은 슬로베니아 로케이션 촬영 당시 포착된 것으로 김래원의 시크하면서도 깊이 있는 매력을 한껏 담아냈다. 사진 속 김래원은 올 블랙 의상에 아름다운 풍경을 담아줄 커다란 카메라를 메고 있어 눈길을 끈다. 극중 김래원이 분할 ‘문수호’는 스스로에게 엄격하고 속을 드러내지 않는 성격이지만 사랑할 때만큼은 순도 100%의 순정을 보여주는 인물. 이날 공개된 비하인드 컷에서도 김래원은 캐릭터에 몰입한 듯 단단하고 냉철한 분위기부터 진한 멜로 눈빛까지 단 한 컷만으로도 ‘문수호’의 반전매력을 제대로 담아냈다. 또한 돌담 앞에서 무엇인가 골똘히 생각하는 듯 촉촉한 눈빛을 발산하고 있는 그의 모습은 슬로베니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인지 예비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자아낸다. 한편 ‘흑기사’는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위험한 운명에 맞서는 한 남자의 순애보를 다룬 작품. ‘착하지 않은 여자들’, ‘적도의 남자’, ‘태양의 여자’ 등을 집필한 김인영 작가와 섬세하고 감각적인 연출의 한상우 PD가 의기투합해 벌써부터 ‘웰메이드’ 드라마의 탄생을 예감케 하고 있다. 국내 최고의 제작진과 연기력 탄탄한 배우들의 조합으로 2017 하반기 최고의 기대작으로 주목받고 있는 ‘흑기사’는, ‘매드독’ 후속으로 오는 12월 방영될 예정이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서울 명소 1위, 덕수궁 돌담길

    서울 중구의 덕수궁 돌담길이 시민이 뽑은 ‘잘 생긴 서울’ 1위에 뽑혔다. 1일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새로 문을 열었거나 개장을 앞둔 시내 명소 20곳을 선정한 뒤 온라인 인기투표를 실시한 결과 덕수궁 돌담길이 1만 843표를 얻었다. 전체 득표 수 5만 8857건의 18.4%를 차지했다. 덕수궁 돌담길 170m 중 주한 영국대사관이 점유해 온 100m 구간이 올 8월 60년 만에 시민 품으로 되돌아온 바 있다. 1970년대 석유파동 여파로 마포구에 지어져 1급 보안시설로 일반인 출입이 통제됐던 석유비축기지를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킨 ‘문화비축기지’가 9182표를 받아 2위를 기록했다. 다음으로 ‘다시 세운’ 상가, 서울로 7017, 경춘선공원, 서울식물원, 하수도과학관, 한강 함상공원, 서울시립과학관, 돈의문 박물관마을 등 순이었다. 투표는 시에서 만든 홈페이지(www.seoul20.com)에서 9~10월 이뤄졌다. 오는 19일까지 서울 시내 롯데시네마 23개 극장의 132개 스크린에서 만나 볼 수 있다. 유연식 서울시 시민소통기획관은 “변화하는 미디어 트렌드에 발맞춘 재미·공감형 홍보의 좋은 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서울포토] 덕수궁 돌담길을 음악과 함께

    [서울포토] 덕수궁 돌담길을 음악과 함께

    29일 서울 덕수궁돌담길에서 열린 ’2017 거리예술존 특별 릴레이 공연’에 참가한 공연팀이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 [서울포토] 가을…낭만의 계절

    [서울포토] 가을…낭만의 계절

    29일 서울 덕수궁돌담길에서 열린 ’2017 거리예술존 특별 릴레이 공연’에서 시민들이 공연을 관람하며 즐거운 거리를 걷고 있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 18번홀 ‘극장샷’… 제주 강풍 잠재운 토머스

    18번홀 ‘극장샷’… 제주 강풍 잠재운 토머스

    레시먼과 생애 첫 연장전 돌입 18번홀 환상 트러블샷 명승부 저스틴 토머스(24)가 미국 남자프로골프(PGA) 투어에 나선 뒤 첫 연장 승부 끝에 웃었다. 토머스는 22일 제주 서귀포시 나인브릿지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국내 첫 PGA 투어 ‘더CJ컵@나인브릿지스’(총상금 925만 달러·104억원) 최종 라운드에서 마크 레시먼(34·호주)을 누르고 초대 챔피언에 등극했다. 토머스와 레시먼은 합계 9언더파 279타로 경기를 마쳐 연장전을 벌였다. 바람과의 사투, 연장 18번홀의 환상적인 트러블샷이 더해지면서 드라마틱한 명승부가 연출됐다. 제주 바람은 이날도 거셌다. 태풍 ‘란’의 영향으로 시속 40㎞의 강풍이 불었고 바람의 방향도 수시로 바뀌면서 타수를 까먹은 선수들이 속출했다. ‘데일리 베스트 스코어’가 전날보다 1타 준 4언더파 68타(팻 페레즈)에 그칠 정도였다. 잘 치는 것보다 실수를 덜 해야 했다. 16번홀까지 공동 선두였던 토머스와 레시먼은 17번홀(파3)에서 바람 방향을 잘못 읽어 모두 티샷이 짧아 보기를 범했다. 18번홀(파5)에선 서로 회심의 승부샷을 뽐냈다. 레시먼이 핀까지 261야드를 남겨 놓고 환상적인 3번 우드샷으로 먼저 2온에 성공해 버디를 잡아냈다. 이에 토머스도 5번 우드샷으로 두 번 만에 그린에 올려 버디로 응수했다. 승부는 연장으로 이어졌다. 첫 번째 연장 18번홀에선 압박감에 모두 티샷 실수를 저질렀다. 토머스는 러프에 빠졌고, 레시먼은 한 술 더 떠 카트 도로에 들어갔다. 하지만 레시먼은 돌담과 나무 사이를 꿰뚫은 트러블샷의 진수로 위기에서 벗어났다. 승부는 두 번째 연장 홀에서 갈렸다. 레시먼의 두 번째 우드샷이 워터헤저드에 빠진 반면 토머스의 두 번째 우드샷은 그린 가까이 붙었다. 결국 버디를 잡은 토머스가 2017~18시즌 첫 우승을 신고했다. 통산 7승이자 PGA 아시안 투어 3승째다.그는 “(첫날을 뺀) 지난 3일 동안 강한 바람 때문에 힘겨웠고 인내심을 갖고 차분하게 경기한 게 주효했다. 특히 오늘 18번홀에서 좋은 우드샷이 나왔다”고 말했다. 대회에 앞서 전망한 우승 스코어과 관련해 “날씨가 좋으면 16~20언더파, 바람 불면 8~12언더파로 낮아질 것으로 봤는데 오늘 우승 스코어(9언더파)를 보면 내 예상이 맞았다”며 웃었다. 토머스는 11번홀에서 갤러리가 티샷한 공을 건드리는 다소 황당한 경험을 했다.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기도 했던 그는 “웨지샷을 잘해서 버디를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의 갤러리 문화에 대해 “연장을 두 번이나 치르면서 에너지가 떨어졌을 때 팬들의 뜨거운 응원이 힘이 됐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한국 선수로는 김민휘(35)가 합계 6언더파 282타 4위로 가장 앞섰다. 10번홀 어프로치샷 실수에 따른 더블보기가 뼈아팠다. 안병훈(26)은 버디를 6개나 잡았지만 1·13번홀 트리플보기와 16번홀 보기로 타수를 1타 까먹어 4언더파 284타 공동 11위에 그쳤다. 김경태(31)가 2오버파 290타로 공동 28위, 노승열(26)과 최진호(33)가 4오버파 292타로 공동 36위에 자리했다. 최진호는 “제주 바람은 (PGA 투어 선수보다) 우리가 익숙한데 그 점을 잘 활용하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서귀포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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