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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총장이 왜 검사장들에게 1억원을 돌렸나

    김준규 검찰총장이 지난 2일 열린 검사장 워크숍에서 참석자 45명에게 200만~300만원씩 든 돈 봉투를 나눠 줬다고 한다. 봉투 뒷면엔 ‘업무 활동비, 검찰총장 김준규’라고 적혀 있었고, 총액은 1억원에 가까운 9800만원으로 알려졌다. 요즘엔 기업에서도 사장 명의로 직원들에게 돈 봉투를 건네는 것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데 국민의 세금을 제 주머니 속 돈을 꺼내 주듯 했다니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검찰의 조직 문화가 사려 깊지 못하고 권위주의적이라는 것을 뜻한다. ‘총장의 통치자금’이란 말도 그런 풍토에 대한 비아냥이다. 김 총장은 2009년 11월 기자들과 저녁을 같이하는 자리에서도 일부 기자들에게 추첨을 통해 50만원씩 든 봉투를 건넸다가 기자들이 봉투를 돌려주는 바람에 구설에 오른 적이 있다. 워크숍은 국회 사법개혁특위의 검찰 개혁 방안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그래서 “국민을 위한 사법개혁은 검찰 본연의 임무인 부패수사에 더욱 매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한다. 옳은 말이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미묘한 시점에 그런 자리를 만들어 격려성 업무활동비를 지급한 것은 로비용이 아니냐는 의혹을 살 수도 있다. 또한 그 전에 스스로 ‘스폰서 검사’, ‘그랜저 검사’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 자리에 검찰 정책자문단으로 참석한 소설가 김훈씨도 “검찰에 대한 불신의 원인은 내부에 있다.”는 뼈아픈 말을 했다고 한다. 밀실 행정과 불투명한 예산 집행은 부적절한 조직 운영으로 연결된다. 영수증 처리가 필요 없는 검찰총장의 특수활동비는 올해에도 189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일선의 업무활동비는 검사장이 아니라 제도적으로 해당 검찰에 자동 전달되도록 해야 한다. 검찰 개혁을 부르짖는 정치권만 탓해선 안 된다. 스스로 성찰하지 않으면 국민을 위한 검찰은 말 장난일 뿐이다.
  • [포토 다큐 줌인] 2년만에 열린 권투 신인왕전

    [포토 다큐 줌인] 2년만에 열린 권투 신인왕전

    “돌아! 돌아! 턱 당기고! 원! 투!” 2년 만에 권투신인왕전 준결승이 열린 지난 11일 남양주체육문화센터 체육관에서는 관중들의 환호소리가 아닌 코치의 외침만이 울리고 있다. 자리를 채우고 있는 관중들도 대부분이 선수들과 관계자들로, 경기가 후반순서로 갈 때마다 관중석의 빈자리는 더욱 늘어간다. 하지만, 링 안은 링 밖의 분위기와는 상관없이 선수들의 열기로 후끈거린다. 링 위의 두 선수는 매서운 눈으로 상대를 바라보며 4라운드 안에 자신의 모든 힘을 쏟아 부으려는 듯 쉬지 않고 주먹을 내뻗고 있다. 링 밖의 썰렁한 분위기에 시위라도 하는 듯 간혹 선수들의 피가 관중석까지 날아든다. ●매년 400여명 출전했다 올핸 80명으로 뚝 한국 권투의 전성기였던 1970~80년대에 장정구, 박종팔, 김태식, 백인철 선수 등 13명의 세계챔피언을 배출한 신인왕전의 인기는 예전 같지 않다. 이종격투기 같은 퓨전격투기가 인기를 끌면서 정통격투기인 권투의 인기는 상대적으로 사그라졌다. 한국의 마지막 세계타이틀 보유자였던 최요삼 선수의 사망으로 권투가 위험한 운동이라는 인식까지 심어지면서 권투 인구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매년 300~400명의 선수가 출전했던 신인왕전에 올해는 2년 만에 열리는 경기임에도 80여명만 출전했다. 대중의 관심에서 벗어나니 후원 또한 끊기면서 개최하는 일마저도 쉽지 않다. 한 권투관계자는 “한 경기당 대전료가 40만원인데 누가 그 돈 받고 이 힘든 운동을 하겠느냐.”며 대전료 봉투를 열어 보였다. 이마저도 대전료의 절반은 현금이 아닌 경기관람권으로 지급된다. 결국, 지방에서 온 선수들은 왕복교통비도 되지 않는 돈을 받고 경기를 치른 셈이다. ●낮엔 택배기사 밤엔 샌드백 때리는 한익수씨 이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신인왕전에 출전한 선수들의 열정과 챔피언을 향한 욕심만큼은 전성기를 능가했다. 전북 장수군에서 오미자 농사를 짓고 있는 한익수(32)씨는 신인왕전 출전을 위해 석달 전부터 서울로 올라와 낮에는 택배기사로 일하면서 밤에 운동을 하고 있다. 신인왕전 출전 제한 나이인 32세에 객지생활까지 하면서 챔프의 꿈을 키우는 한 선수는 권투를 왜 하느냐는 질문에 “그냥 좋다. 권투를 시작한 지 이제 8년이 지났는데도 그만두면 자꾸만 생각이 난다. 이것도 중독인가보다.“라며 다시 샌드백 앞으로 돌아선다. ●스승이자 우상인 김태식관장 빼닮은 정태웅군 161cm, 48kg의 왜소한 체격에 곱상한 외모를 지닌 고등학생 정태웅(18)군은 신인왕전 플라이급에 출전했다. 정 선수는 자신의 스승이자 우상인 전 WBA 챔피언 김태식 관장과 같은 체급인데다 권투스타일까지 판박이다. 현재 3전 3승 3KO의 전적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정 선수는 저돌적이며 물러서지 않는 권투를 한다. 그는 복싱화 바닥이 닳아 4개월마다 신발을 바꿔 신어야 할 만큼 지독한 연습벌레다. 마땅한 스파링 상대가 없어 자신보다 체중이 20kg 이상 나가는 선수와 연습경기를 많이 해 얼굴이 성할 날이 없지만 하교 후 훈련을 거르지 않는다. 이 힘든 운동을 왜 하느냐는 같은 질문에 정 선수 역시 “권투가 좋아요. 관장님처럼 챔피언이 되고 싶어요.”라고 대답하며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김 관장을 의식한 듯 수줍게 웃는다. 이런 분위기가 어색했던지 김 관장은 무뚝뚝한 말투로 “권투는 관중을 미치게 만들 정도로 멋지게 해야 해.”라며 자리를 뜬다. 단지 이 두 선수뿐 아니다. 신인왕전에 출전하는 모든 선수들이 관중을 미치게 만들 멋진 주먹질을 위해 오늘도 시큼한 땀 냄새를 풍기며 허름한 체육관에서 숨이 넘어갈 때까지 줄을 넘고 주먹이 부서져라 샌드백을 치고 있다. 바로 이들의 신인왕전 결승전이 27일 오전 남양주체육문화센터에서 열린다. 링 안만큼 뜨거운 관중석의 열기를 기대해 본다. 글 사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 경찰, 도둑맞은 피해자에게 “자금출처 조사”

    경찰, 도둑맞은 피해자에게 “자금출처 조사”

    막대한 현금을 잃어버린 스페인의 한 수녀원이 돈을 찾기는커녕 자금출처 조사를 받게 됐다. 9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스페인 사라고사에 있는 수녀원에 도둑이 든 건 지난달 28일. 문을 뜯고 잠입한 도둑이 장에 보관하고 있던 돈주머니를 훔쳐갔다. 수녀들에 따르면 잃어버린 돈은 무려 150만 유로, 우리나라 돈으로 약 23억이다. 돈은 대부분 500유로짜리 고액권 지폐로 보관돼 있었다. 행여 돈 냄새(?)가 날까 수녀들은 돈을 플라스틱 봉투에 차곡차곡 넣은 후 장 깊숙이 넣어뒀었다. 그러나 도둑은 귀신처럼 돈 냄새를 맡은 듯 장이 있는 곳으로 직행, 숨겨져 있던 돈주머니를 모두 훔쳐 달아났다. 돈이 사라진 후 수녀들은 바로 사건을 경찰에 신고했다. 수녀원에 문을 뜯은 흔적이 있어 외부인의 소행일 가능성이 크다며 범인을 잡아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불똥은 엉뚱한 곳으로 튀어 버렸다. 당국이 자금의 출처가 의심된다면서 수녀원도 조사를 하겠다고 나선 것. 이 같은 결정에 수녀원은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수녀들은 “그간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낡은 책을 복원하는 일로 번 돈을 저축한 것”이라며 “도둑이나 잡아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스페인 언론은 “수녀원에 유명한 수녀화가가 살고 있다.”며 “그의 작품이 비싸게 팔리고 있어 장에 막대한 현금이 보관돼 있던 게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다.”고 수녀들 편을 들고 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해외통신원 손영식 voniss@naver.com
  • [김문이 만난사람] 25년째 여의도 지킴이 장석영 한나라 고흥길 국회의원 보좌관

    [김문이 만난사람] 25년째 여의도 지킴이 장석영 한나라 고흥길 국회의원 보좌관

    어떤 자리에서 누군가가 문득 물어본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거니?”라고. 그럴 때마다 똑 부러지는 대답이 나오기가 흔치 않다. 대개는 망설이거나 아니면 “그런대로 살지 뭐.”라는 식으로 대답하는 경우가 많다. 간혹 주위 어른이나 선배들이 ‘이렇게 저렇게 살라’고 조언해주기도 하겠지만 그것도 잠시뿐, 시간이 지나면 잊히는 경우가 다반사일 터. 한 여인의 생각은 달랐다. 신혼의 단꿈에 부풀어 있을 때였다. 그러니까 1990년 2월.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신부는 시아버지로부터 한통의 편지를 받았다. 신부는 얼른 봉투를 뜯었다. 편지에는 거두절미하고 앞으로 살아가야 할 방법, 즉 9가지 삶의 실천덕목이 친필로 깨알같이 적혀 있었다. 그 내용은 이랬다. ▲타인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인간 ▲건실한 가정을 이끄는 인간 ▲가문과 사회의 명예를 빛내는 인간 ▲상사나 부모를 중히 여기는 인간 ▲시간을 아껴쓸 줄 아는 인간 ▲고향을 아끼는 인간 ▲저축을 생활화하는 인간 ▲학문을 중히 여기는 인간 ▲타인을 도울 줄 아는 인간 등이다. 여기서 다시 질문을 던져본다. 과연 이 여인은 편지를 읽고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얼핏 보면 웃어른이 아랫사람에게 ‘열심히 살라는 뻔한 내용이구나’ 하고 지나칠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 ●치밀한 선거 준비·의정 살림살이 정평 장석영(45)씨. 직업은 국회의원 보좌관이다. 단순히 보좌관이 아니라 올해 25년째가 되는 ‘왕보좌관’이다. 장씨는 지난 1월 공무원으로는 받기 힘들다는 근정포장을 수상했다. 특히 국회 교섭단체 보좌진 가운데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자 여성이기에 더욱 빛났다. 이때의 공적내용을 잠깐 들여다보자. ‘우리나라 최초로 민의 수렴을 위한 지역구 관리를 전산화해 유권자 관리, ARS여론조사 등 전반적인 컴퓨터 운영을 했으며 정치자금 회계 실무, 각종 선거관리 등을 통해 매번 선거 때마다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뛰어난 업무능력을 인정받았고…. 또한 평소 근면성실한 성격으로 모든 업무에 책임감과 열정으로 솔선수범하고, 꾸준히 신임받는 보좌관으로 국회에 근무하면서 시부모를 모시고 슬하에 두 아들을 두어 화목한 가정은 물론, 뒤늦게 대학원 진학 등 직장과 사회에 타의 모범이 되었으므로’ 공적내용들을 천천히 살펴보면 앞서 언급한 9가지 실천덕목과 대부분 맞아떨어진다. 장씨가 시아버지한테서 편지를 받은 그날 이후부터 ‘9가지’를 삶의 금과옥조로 여기며 묵묵히 실행해 온 결과였다. 그럴 것이 그때부터 지금까지 자신의 지갑 속에 시아버지의 편지 내용이 적힌 실천덕목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장씨는 1986년 9급 공무원으로 국회에 들어와 대선 5회, 총선 6회, 지방선거 5회, 보궐선거 2회 등 선거만 무려 18회를 치렀다. 그러는 동안 선거관리법과 정치자금법에 관한 한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전문가가 됐다. 국회 내에서는 물론 지역 선거관리 직원들조차도 장씨에게 관련법을 물어볼 정도로 인정을 받는다. 인터뷰 요청에 그는 “제가 뭘, 훌륭하신 분들도 많은데.”라고 하면서 한사코 거절한다. 4월 재보선 선거도 있고 하니 만나서 이런저런 얘기를 듣고 싶다고 했다. 지난달 28일 경기 성남시 서현동에 위치한 한나라당 고흥길 의원 사무실에서 만났다. 장씨는 지난 16대 총선 때부터 고흥길 의원과 인연을 맺고 있다. ●‘세풍’ 등 사건 땐 검찰 조사 고초 겪기도 빗자루를 들고 사무실을 청소하던 그에게 가장 궁금한 것부터 물었다. 어떤 연유로 국회에 발을 들여놓았을까. “그러니까 12대 국회 때였지요. 대학 교수님을 통해서 당시 정선호(육사17기) 의원님을 만나게 됐습니다. 정 의원님은 아웅산 폭파사건 때 희생당한 서상철 전 동자부장관의 여동생 남편이기도 했지요. 당시 정 의원님은 여의도연구소의 전신인 사회개발연구소에서 컴퓨터로 여론조사를 주도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저는 전자계산학과를 나와 IBM에서 근무하고 있었지요. 당시만 해도 국회에는 컴퓨터가 드물었고 또 컴퓨터를 다룰 줄 아는 사람도 거의 없다시피 했습니다. 정 의원님의 권유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국회에 들어가게 됐지요. 주위에서 반대도 많았습니다. 여자가 그 험한 정치판에 뛰어드느냐고 극구 말렸지요.” 장씨는 국회에 들어가자마자 역사적 사건과 간접적이나마 인연을 맺게 된다. 1987년 6월 노태우 민정당대표의 6·29선언에 결정적 역할을 한 여론조사 업무에도 참여했던 것이다. 이렇게 시작부터 일복이 터졌다. 당시 9급 공무원 월급은 16만원이었다. 좋은 직장을 그만두고 와서 열심히 일하는 장씨의 모습을 보고 감동했던지 정 전 의원은 별도의 보너스를 지급해 주면서 장씨를 친딸처럼 여겼다. 이후 장씨는 1987년 대선을 치른 뒤 이듬해 13대 총선에서 밤낮 없이 정 전 의원의 일을 도왔다. 하지만 정 전 의원은 지역구(천안)에서 낙선했다. 모시던 국회의원이 떠날 판이어서 장씨도 준비를 했다. 하지만 당시 서상목 전 의원이 전국구로 국회에 입성했는데 선거운동을 치밀하게 준비하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는지 장씨에게 6급 비서직을 제안했다. 정 전 의원도 그렇게 하라고 권유했다. 이렇게 해서 장씨는 국회에 다시 눌러앉았고 서 전 의원과는 15대 국회까지 인연을 맺게 됐다. 그러던 1998년 이른바 ‘세풍(稅風)사건’이 터지면서 그해 12월 서 전 의원이 국회의원직을 내놓게 되자 장씨도 국회를 떠나게 된다(세풍사건은 1997년 15대 대통령 선거 당시, 이석희 국세청 차장 등이 현대 SK 대우 등 23개 대기업에서 166억 3000만원을 한나라당 대선자금으로 불법모금한 사건이다). 하지만 곧 고흥길 의원과 인연이 돼 국회로 다시 돌아왔다. 16대 국회 때 초선으로 국회에 입성한 고 의원 역시 성실한 장씨를 눈여겨봤다가 스카우트했던 것. 이후 17, 18대 총선에서 선거준비를 깔끔하게 처리해 고 의원이 3선하는 데 일등공신이 됐다. 선거 때마다 꼼꼼한 지역구 관리는 물론 정치자금법이나 선거법에 저촉되는 일을 절대 못하도록 원칙을 삼았고 이를 철저하게 지켰다. 고 의원은 이런 장씨에 대해 늘 고마워한다. 그래서 멀리서(천안) 출퇴근하는 장씨에게는 되도록 많은 편리를 봐준다. ●“일하는 국회의원 기준 정했으면…” “어떤 의원들은 정치자금법을 놓고 형무소 담장을 걷는 것 같다고 하지만 돈을 안 쓰도록 하는 지금의 정치자금법은 정말 좋은 제도입니다. 그 이전에는 선거를 치르고 나면 재산을 탕진하는 일이 비일비재했거든요. (본인이)돈을 안 쓰고 후원금으로도 얼마든지 4년을 보낼 수 있는데 몸이 고달프고 피곤하다고 돈으로 해결하려고 합니다. 그러면 결국 거덜나게 됩니다. 대개 당원을 확보하기 위해 돈을 쓰는 경우가 많은데 정해진 한도의 돈으로도 얼마든지 홍보를 할 수가 있습니다.” 장씨는 법 테두리 안에서 얼마든지 선거를 치를 수 있다고 재차 강조한다. 그는 또 “국회에 오래 있다 보니 일을 하는 국회의원과 그렇지 않은 국회의원들이 확연히 드러난다.”면서 “그럴 때마다 세비가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것들도 어떤 기준을 정했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그는 다음 달 27일 재보선 때에도 ‘왕보좌관’의 철학, 즉 정치자금법과 선거관리법 등을 준엄하게 지키도록 하겠다고 장씨는 강조한다. “그동안 25년 국회 보좌관으로 있으면서 ‘세풍’ ‘안풍’(安風) ‘썬앤문’ 등의 사건을 겪을 때마다 직·간접적으로 검찰의 조사를 받는 고초를 겪기도 했습니다.” 장씨는 서 전 의원 보좌관 시절에 결혼해 아들 둘을 낳았으며 장남이 올해 대학에 진학했다. 첫아이 때는 출산한 지 25일 만에 출근했고 둘째 아이 때는 대통령선거와 맞물려 20일 만에 출근했다. 그것도 새벽 6시에 나와 밤 12시 퇴근하기 일쑤였다. 그는 “이런저런 이유로 산후조리를 제대로 못 해서인지 몸이 어디엔가 이상이 생겼다고 늘 느끼지만 겁이 나서 병원에 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남편은 원래 대기업에 다녔는데 결혼할 때 나이 40이 되면 농사를 짓겠다고 약속하더군요. 남편은 그 약속대로 40세에 직장을 그만뒀고 현재 천안에서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평소 역사에 관심이 많아 지역 역사박물관에 나가기도 하지요.” 장씨는 19대 총선 때 고 의원을 4선 의원으로 반드시 당선시킨 뒤 정든 보좌관직을 그만둘 생각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에게 물었다. “그 다음에는 ‘어떻게 살 건가요.” 대답이 지체없이 돌아온다. “천안에서 남편과 함께 시부모를 모시며 농사일을 할 예정입니다. 매실과 배농사, 그리고 맛있는 농산물을 재배해 저렴한 가격에 많은 사람들이 먹을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편집위원 km@seoul.co.kr ■장석영 보좌관은 1986년 9급직 정선호 의원실에 ‘입사’…서상목의원실 거쳐 고의원과 3선 인연 1966년 충남 온양에서 2남2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1984년 2월 평택 한광여고를 졸업한 뒤 안양공업전문대학(현 안양과학대)에 진학했다. 여기에서 전자계산학을 전공했으며 1986년 2월 졸업하자마자 컴퓨터 제조업체인 IBM에 입사했다. 그해 7월 회사를 그만두고 12대 국회 때 정선호 의원실에서 9급 공무원(현재는 4급)으로 새롭게 일을 시작했다. 이후 13·14·15대 국회 때 서상목 의원실(1988년 5월~1998년12월)에서 일했다. 서 전 의원이 세풍사건으로 도중 하차하자 장씨는 국회를 잠시 나왔다. 그러나 16대 국회 때 고흥길 의원의 요청으로 다시 국회에 들어갔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3선인 고 의원과 계속 인연을 맺고 있다. 현재 장씨는 한나라당 보좌진협의회 감사, 전현직 보좌진 모임인 ‘청파포럼’ 여성위원장 겸 감사를 맡고 있다. 주요 수상으로는 국회개원 54주년기념 국회사무총장표창(2002), 국회개원 61주년기념 국회의장표창(2009), 국회의장 공로패(2010) 등을 비롯해 지난 1월 근정포장을 수상했다. 현재 남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세무학을 공부 중(2학기)이다.
  • 인터넷에 떠도는 ‘자취 대학생 10계명’··· “만천하에 알려라”

    인터넷에 떠도는 ‘자취 대학생 10계명’··· “만천하에 알려라”

     치솟는 물가에 힘겨워서인지 대학생들을 위한 ‘자취생 십계명’이 인터넷에서 떠돌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첫 번째 원칙은 ‘만천하에 알려라’이다. 자치생임을 알려야 밥도 얻어 먹는 등 ‘민생고 해결’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다음은 ‘학교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라’. 이 계명은 학교 화장실에 있는 화장지나 비누 등을 몰래 갖다 쓰고, 쓰레기종량제 봉투를 살 돈이 부족할 때는 쓰레기를 학교 쓰레기통에 버리라는 말이다. 또 싼 생수를 사 물을 마시고, 빈병에다 학교 정수기 물을 받아 집으로 가져가면 식수 값도 절약된다.  ‘MT(수련회)에 꼭 참가하라’는 수련회에서 쓰다 남은 음식 재료 등을 챙겨 생활비를 아끼라는 뜻이다.운 좋으면 수일간 또는 몇달간의 식량을 확보할 수 있다.  이밖에 ‘주변 자취생들과 대형마트에 가 함께 대량으로 물건을 구입한 뒤 나누라’, ‘이웃과 친해져라’, 후배들에게 밥을 사다가 생활비를 탕진할 수 있다는 뜻의 ‘헛된 명성을 탐내지 말라’는 계명도 있다.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 4억 홍대튀김녀 ‘오마이~’ 비법소개…공개한 레시피 전문

    4억 홍대튀김녀 ‘오마이~’ 비법소개…공개한 레시피 전문

     ‘홍대 앞 4억 튀김녀’로 알려진 정은아씨가 방송에서 공개한 튀김 비법이 연일 화제다.그녀는 21일 전국의 맛집을 돌며 분석한 레시피를 SBS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정씨는 지난 19일 SBS ‘놀라운 대회 스타킹’에 출연해 홍대 앞에서 새우튀김을 팔아 한해에 4억원을 번 튀김비법을 공개했다. 한마리에 무려 2000원이란 비싼 가격에 팔린다. 가게 로고는 ’분식을 파는 요릿집’. 정씨는 “일반 분식집에서는 튀김을 쌓아 놓고 팔지만 우리는 주문이 들어오면 곧바로 튀기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정씨가 소개한 비법은 ▲새우를 주문과 동시에 튀겨주는 ‘오마이 갓 튀김’ ▲ 새우를 통째로 넣어 튀기는 ‘오마이 통 튀김’ ▲ 남은 튀김가루를 떡볶이 국물에 넣은 ‘오마이 국 튀김’이다. 그녀는 ‘오마이 국 튀김’의 경우 3년을 연구했다고 말했다. 국물을 먹으면 튀김가루가 아싹하게 씹히고 맛은 매콤달콤하다. 이를 먹어본 출연자들은 색다른 ‘찰떡궁합’ 맛에 감탄했다.  튀김을 찍어먹는 소금 3가지도 소개했다. 파래소금,마늘소금, 일반소금으로 취향에 따라 찍어먹는다. 새우는 미끄럽지 않게 밀가루가 든 그릇에 넣고 깐다. 하루 1000개정도 깐다고 전했다. 정씨는 이같은 비법이 알려지면서 세계적인 맛집 블로그인 ‘더 레스토랑’에 대한민국 식당으로서는 유일하게 소개됐다. 정씨는 “어릴 때부터의 꿈이 음식장사여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에 뛰어들었다.”면서 “분식도 명품음식이란 인식을 넓혀 나가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다음은 홍대튀김녀가 SBS 홈피에 올린 내용>  *홍대 미미네 정은아 사장님이 직접 작성하신 레시피 및 노하우 입니다.  안녕하세요? 4억 튀김녀 미미언니입니다.저는 음식을 만들어 나눠 먹는 일을 좋아했습니다. 우리 주변에 그런 사람 있죠? 막 음식해서 나눠주고 퍼주는 친구.또 색다른 시도 ‘김에 식빵 깔고 고추장 넣어 김밥처럼 말아서 먹기’를 좋아했습니다. 7살쯤부터 요리를 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30년 넘게 먹을 것 가지고 장난을 치다보니 맛에 대한 개념들이 생겨났습니다. 그리고 음식장사가 너무 하고 싶었습니다. 아이템으로 제가 가장 좋아하고 온 국민이 좋아하는 튀김/떡볶이를 선택하였습니다. 서울-대전-대구-부산을 돌며 유명하단 떡볶이집을 방문했어요. 일본으로 튀김을 먹으러 다녀왔습니다. 느낀 점은 바로 ‘장사가 잘 되는 집엔 다 이유가 있다’였습니다. 일본과 비교하니 개선점들도 보이구요.  1. 최선의 재료를 쓴다.  2. 재료를 아끼지 않는다.  3. 맛있을 때 판다. 맛이 덜한 건 안 판다.  4. 매일 더 노력한다.  5. 초심을 잃지 않는다.  원칙이 생기니 일이 쉬워졌습니다. 내 돈 내고 사서, 내가 노력해서 만든 음식을 다 못 팔아 ‘또 돈 내고 버려야 하는(음식물 쓰레기봉투)’ 상황에서는 절대로 안 행복했습니다. 다음날 5만원 모두를 새 기름과 재료 사는데 투자했습니다.또 다시 매일 시장을 방문해서 제철에 나는 새로운 재료를 구해 100가지 넘는 튀김 재료를 테스트했습니다. 여러분도 튀김을 하고 싶으시면 몇가지 공부를 하시길 권해드립니다.  반죽비법  1. 밀가루 강력-중력-박력분의 차이  2. 전분 튀김과 밀가루 튀김의 차이(전분도 감자, 고구마, 옥수수 다 다릅니다.)  3. 물전분과 가루전분의 차이  4. 영업용에서는 얼음물 사용이 힘든 관계로 바삭함을 유지하기 위한 반죽용 물 선택  5. 자신의 비법과 노하우(허브, 카레, 치자 등 향신료)  튀김기름  1. 채종유, 콩기름에 대한 고민  2. 기타 참기름 등 개인 취향의 첨가유에 대한 고민  3. 자신의 노하우(재료별 기름 온도, 기후별 기름 온도 및 선택)  튀김 제공 방법  1. 미리 튀겨 놓은 후 재벌  2. 미리 튀겨 놓은 후 그냥  3. 즉석 튀김  튀김의 재료나 종류, 튀김 소스 등등에 대한 이야기까지 하자면 밑도 끝도 없이 복잡하고 길어질 것 같고 기름과 반죽 가지고도 5*3*3=45가지 조합이 가능합니다. 또, 튀김 반죽의 농도 재료 따라 다르고 튀김의 진행상태가 온습도에 따라 민감하고, 에어컨 켜고 끄고 켜고도 달라집니다. 전 아직도 튀기면서 배웁니다. 새우랑 계속 대화하면서, 튀김기 들여다보면서 어떻게 해볼까 이렇게 해볼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떡볶이에 대해서도 고민이 무척 많았습니다. 어떤 것을 선택할 지는 여러분의 선택입니다만 적어도 이 정도는 고민해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소금(중국산은 아무리 싸도 절대 NO!)  1. 간수 안 뺀 천일염  2. 간수 빠진 천일염  3. 간수 빠지고 불에 볶아 불순물을 날린 천일염  4. 맛소금  5. 꽃소금  *설탕  1. 백설탕  2. 흑설탕  3. 황설탕  4. 개운한 단맛-야채카라멜라이즈드  *조미료  1. 미원/미풍  2. 쇠고기 다시다  3. 멸치 다시다  *고추장  1.시판 고추장  2.햇 집고추장  3.묵힌 집고추장  게다가 조미료 양!!!  떡볶이가 불량스러운 맛이 포인트이긴 하지만  요릿집이 되길 바라면서 조미료로 범벅하면 안되잖아요.  이야기가 길어지니 아래 포스팅을 참고해주세요.  http://blog.naver.com/mimine_fry/90074408626  4억 튀김녀의 떡볶이 레시피  1. 센불로 정수된 물을 끓입니다.(1인분에 약400cc)  2. 물이 끓으면 떡을 한 줌정도 넣습니다.  3. 떡이 통통하게 부풀어 떠오르면, 비법의 고추장을 적당히 넣습니다.(2스푼 듬뿍)  4. 얇은 어묵을 넣어 한 소끔 더 끓여 어묵이 퍼지지 않게 합니다.  5. 씹는 질감을 더해주는 파를 넣어 마무리합니다.  매출=순이익이 아닙니다.  순이익은 여러분들이 생각하시는 것만큼 크지 않습니다.  예전 제 월급보다 못한 달도 있지만 행복합니다.  돈을 벌려고 하면 안 벌리고  돈을 안 벌려고 하면 벌리는 것.  그게 음식장사가 가진 매력이자 행복인 것 같습니다.  저의 ‘음식을 만들어 나눈다’는 마음이 이해 되셨나요?  그 마음과 여러분의 마음이 같다면 꼭 도전 해보세요. ^^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10년 2월 21일 미미언니 올림>  + 보너쓰~!  새우 까는법  1. 새우는 내장을 모두 제거하고 깨끗하게 씻어 물기를 뺍니다.  2. 꼬리쪽에 물총이 있는 부분을 제거합니다.  3. 새우는 가운데 마디만 몸과 붙어있습니다. 먼저 다리를 잡고 가운데 마디를 몸에서 뜯어냅니다. 그러면 나머지 마디도 자연스럽게 떼어집니다.  4. 새우는 결코 콜레스테롤이 높은 음식이 아닙니다. 머리와 꼬리까지 꼭꼭 씹어서 드시면 고단백 저칼로리로 즐길 수 있습니다  추가적인 레시피는 이번 주말 안으로 정리해서 올려드리겠습니다~^^  
  • ‘박연차 입’ 때문에… 구체적 증언에 울고 흔들린 진술에 웃고

    ‘박연차 입’ 때문에… 구체적 증언에 울고 흔들린 진술에 웃고

    이광재 강원도지사와 민주당 서갑원 의원, 한나라당 박진 의원, 이상철 전 서울시 부시장의 ‘명운’은 결국 ‘박연차의 입’에 의해 갈렸다. 이 지사와 서 의원에게 돈을 줬다는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증언은 신빙성을 인정받은 반면 박 의원과 이 전 부시장에 대한 박 전 회장의 진술은 의심을 받았다. 박 전 회장과 이 지사의 사건은 2006년 4월 17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 전 회장은 당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의 클럽에서 한우 안심스테이크 2접시와 전복스테이크 1접시, 양갈비구이 1접시 등을 주문한 채 이 지사와 식사를 했다. 박 전 회장은 “식사가 끝날 무렵 이 지사에게 5만 달러가 든 봉투를 건네려 했지만, 이 지사가 뿌리쳐 이 지사 옷이 걸려 있는 옷장 안에 봉투를 놓아 두고 먼저 나왔다.”고 증언했다. 이 지사는 법정에서 “박 전 회장을 클럽에서 만난 사실이 없다.”며 “박 전 회장이 당시 시켰다고 진술한 음식은 두 사람이 먹기에 너무 많은 양”이라며 부인했다. 하지만 원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이 지사와 만난 시각, 장소, 예약경위, 주문 식사량과 결제 대금, 당일 일정 등을 매우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한다.”며 신빙성을 인정했다. 대법원도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위배하거나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이 없다.”며 이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이 지사가 2006년 8월 베트남에서 2만 5000달러를 수수한 혐의도 마찬가지다. 당시 이 지사는 한병도 전 민주당 의원과 베트남을 여행하던 중 태광비나의 박 전 회장 사무실을 찾았다. 박 전 회장은 “‘여행경비에 보태 쓰라’며 5만 달러가 든 쇼핑백을 탁자에 올려놓았다. 이 지사가 어색해하자 ‘화장실을 간다’며 잠깐 나와 있었다. 5~7분 뒤 이 지사 일행이 나왔는데, 이 지사 전 보좌관이 가방을 가지고 있었다.”며 당시 정황을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이 지사는 “동료 국회의원 등이 보는 앞에서 돈을 줬다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다. 박 전 회장이 보좌관에게 개인적으로 돈을 준 것으로 보인다.”며 부인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보좌관에게는 돈을 줄 이유도 없고 준 적도 없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며 유죄를 인정했다. 이 지사는 대법원에서 “항소심이 박 전 회장을 증인으로 출석시켜 달라는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위법하다는 주장을 펼쳤지만 기각됐다. 재판부는 “법원이 심리를 종결한 뒤에 피고인의 증인 신청을 받았다 해서 반드시 심리를 재개하고 증인신문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서 의원의 경우도 박 전 회장이 서 의원에게 돈을 건넬 당시 측근에게 했던 말까지 기억하는 등 정황을 구체적으로 진술한 게 결정적이었다. 반면 박 의원은 항소심에서 박 전 회장의 돈 2만 달러를 받은 혐의에 대해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아 희비가 엇갈렸다. 박 의원은 1000만원의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는 유죄를 받았지만, 벌금 80만원에 그쳐 의원직을 유지했다. 이 전 부시장의 경우 월간조선 대표이사 재임 시절 기사 게재 청탁과 함께 2만 달러를 받은 혐의로 기소됐으나 박 전 회장 진술이 흔들려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고,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이광재 강원지사 운명의 오후 2시

    이광재 강원지사 운명의 오후 2시

    이광재(45) 강원도지사의 ‘정치적 명운’이 27일 갈린다. 대법원 3부(주심 박시환)는 오후 2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이 지사에 대한 상고심 선고 공판을 연다. 재판부가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6월, 추징금 1억 1417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상고기각)하면 이 지사는 지사직을 잃게 된다. 그러나 원심 판단이 잘못됐다며 일부 또는 전체를 파기환송하면 이 지사는 ‘기사회생’할 가능성이 생긴다. 재판부가 심리할 이 지사 혐의는 모두 7가지다. 먼저 ▲2006년 2월과 9월 정대근 전 농협중앙회 회장에게서 각각 1만 달러를 건네 받은 혐의 ▲서울 롯데호텔과 베트남에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돈 7만 5000달러를 받은 혐의를 심리한다. 이들 혐의는 2심에서 유죄가 인정됐으며, 이 지사가 상고했다. 또 검찰이 상고한 ▲미국 뉴욕 강서회관에서 박 전 회장 돈 2만 달러를 받고 전 보좌관을 통해 선거자금 1000만원을 받은 혐의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에게서 1000만원을 수수한 혐의에 대해서도 심리한다. 2심 재판부는 이들 혐의는 무죄로 봤다. 이 지사는 항소심에서 “정대근 회장실은 직원들이 수시로 오가는 곳이며, 폭넓은 탁자 건너편에 있는 사람 안주머니에 돈 봉투를 찔러 넣었다는 진술은 신빙성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박 전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그의 진술은 뇌물공여와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를 받을 당시 향후 절차에서 선처를 받고자 하는 동기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심리를 한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 이태종)는 “정대근 회장과 수행비서 등의 진술을 종합하면 공소사실을 허위로 보기 어렵다.”면서 “박 전 회장의 진술도 이 지사를 만난 시각, 장소, 예약 경위, 주문한 식사량과 결제대금 등의 객관적 사실에 의해 뒷받침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의 상고심은 ‘사실심’이 아닌 ‘법률심’이어서 이 지사에게 불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재판부가 박 전 회장 증언 등의 신빙성 여부를 판단하는 게 아니라 적용된 법률이 맞는지 등만 따지기 때문이다. 한편 현행법은 정치자금법이나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공무담임권을 제한하고 현직 지방단체장의 경우 직을 박탈하도록 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이광재 강원지사는 상고심 선고를 하루 앞둔 26일 불교 경전에 나오는 말을 인용하며 담담한 심경을 밝혔다. 이 지사는 “기본적으로 무죄라는 걸 확신한다. 잘될 거라고 본다.”면서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이 상황을 잘 극복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증거도 없이 한 사람의 말에 따라 유·무죄가 갈렸고,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이 증언하겠다고 했는데 검찰이 증인 채택을 해 주지 않았고, (박 전 회장이 건넨 돈을) 수차례 거절한 것은 내가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구혜영·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길섶에서] 부의금/이용원 특임논설위원

    며칠 전 대학 동기가 부친상을 당했다는 전언을 듣고 장례식장을 찾았다. 그런데 접수대에는 ‘부의금을 받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순간적으로 당황했다. 20여년 전 아버지 상을 치른 처지여서 신세 갚을 기회를 빼앗긴 듯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문상 후 상주에게 항의하듯 말했으나 상주는 개의치 않았다. ‘부의’(賻儀)의 사전적 의미는 ‘상가에 부조로 보내는 돈이나 물품. 또는 그런 일’이다. 전통사회에서는 상을 당한 이웃에게 제 형편 닿는 대로 미곡이나 피륙, 장작을 보내든지 아니면 궂은 일을 직접 해 주는 걸로 부조(扶助)를 했다. 그런데 현대 도시생활에서야 다른 수단이 없으니 부의금 형태로만 남은 것이다. 소설가 박완서 선생이 타계한 뒤 가난한 문인들에게서 부의금을 받지 말라 했다는 유언이 알려져 사회에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하긴 꼭 ‘돈봉투’만이 조의를 뜻하겠는가. 상가에 길게 남아 선생을 기리는 일도, 장지까지 배웅하는 일도 모두 다 부조인 것을. 이용원 특임논설위원 ywyi@seoul.co.kr
  • 회심한 10대 도둑 “책 돌려드립니다”

    아르헨티나에서 10대 여자도둑이 회심해 훔친 물건을 우편으로 주인에게 돌려보내 화제다. 아르헨티나의 2대 도시 코르도바에서 최근 벌어진 일이다. 10대로 추정되는 여자도둑은 아르헨티나의 유명 가수 후안 카를로스 히메네스의 열렬한 팬이다. 가수 히메네스는 최근 자서전을 냈다. 책을 사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돈이 없던 그는 결국 모 서점에서 책을 훔쳤다. 책을 너무나 갖고 싶어 도둑질을 했지만 마음이 편치 않았다. 결국 그는 우체국으로 달려가 훔친 책을 서점에 소포로 보냈다. 자필로 편지를 써 책과 함께 봉투에 넣었다. “너무 책을 갖고 싶어 실수를 했습니다. 용서해주세요.” 편지 끝에는 미카엘라라는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서점 주인은 “편지의 글씨체와 쓰기오류를 봤을 때 10대가 분명하다.”면서 “도둑맞은 줄도 모르고 있었던 책을 되돌려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도둑이 소포로 책을 보내는 데 거의 책값에 가까운 돈을 썼다.”면서 “누군지는 알 수 없지만 진정한 용기가 있는 사람인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 ‘몽땅내사랑’ 윤승아, 시크릿가든 길라임 빙의

    ‘몽땅내사랑’ 윤승아, 시크릿가든 길라임 빙의

    배우 윤승아가 SBS 특별기획드라마 ‘시크릿가든’ 길라임으로 빙의했다. 29일 MBC 일일시트콤 ‘몽땅 내사랑’은 승아(윤승아 분)가 자신을 좋아하고 있다고 철썩 같이 믿고 있는 도끼병 옥엽(조권 분) 때문에 미선(박미선 분)에게 오해를 사는 모습을 그렸다. 미선은 김원장(김갑수 분)과 재혼에 성공하며 인생 역전을 이룬 상태. 가난한 셋방 손녀 승아가 곱게 보일 리 없고 결국 옥엽과 그만 만나라며 문화상품권 2장이 든 봉투를 건넸다. 이 대목에서 돈 봉투가 아닌 만 원짜리 문화상품권 2장이 든 봉투가 등장해 폭소를 자아냈다. 특히 이 장면은 최근 인기리에 방송되고 있는 ‘시크릿가든’ 속에서 주인공 김주원(현빈 분)의 엄마 문분홍(박준금 분)이 길라임에게 돈 봉투를 주며 헤어질 것을 종용하며 반 협박 하는 신과 오버랩 되며 큰 재미를 선사했다. 방송 후 시청자들은 “ ‘시크릿 가든’의 한 장면이 생각났다. 물론 그보다 수위는 좀 약했지만 묘하게 겹쳐 웃음이 났다”, “완전 황주원과 윤라임이다. 승아는 길라임과 가난한 상황까지 비슷하다. 봉투를 열었을 때 문화 상품권에서 빵 터졌다”와 같은 반응을 보이고 있따. 한편 승아는 이 일로 옥엽을 본 체 만 체 하게 되고 승아의 반응에 옥엽은 못내 서운한 마음을 느끼면서 아쉬워하는 모습이 대조돼 앞으로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될 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몽땅 내사랑’ 캡처 서울신문NTN 손재은 기자 jaeni@seoulntn.com
  • “30년 전 훔친 망치 값입니다” 돈 보낸 회심 도둑

    “30년 전 훔친 망치 값입니다” 돈 보낸 회심 도둑

    언제 훔친 것인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도둑이 죄를 뉘우치고 물건 값을 우편으로 보내 화제다. 최근 미국 펜실베니아 서부의 한 도시에서 벌어진 일이다. 망치 등을 취급하는 존스타운 중앙상점으로 손으로 쓴 편지와 돈이 든 봉투가 배달된 건 최근. 무심코 열어본 봉투에는 죄를 뉘우쳐 훔친 물건 값을 갚고 싶다는 편지와 함께 미화 45달러가 들어있었다. 편지를 보낸 사람은 “25년인가 30년 전에 귀하의 상점에서 망치를 한 자루 훔쳤다.”며 “도둑질이 나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당시엔 물건을 훔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났다. 그러면서 그는 “훔친 망치의 값과 약간의 이자 명목으로 45달러를 보낸다.”며 용서를 구했다. 그는 “도둑질을 한 걸 죄송하게 생각하지만 이젠 내 자신이 새롭게 변화됐다.”고 격려를 부탁하기도 했다. 50년 전 상점을 인수해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는 주인 가족은 “물건을 많이 도둑 맞았지만 물건 값을 갚는다고 돈을 보내온 사람은 처음”이라며 옛 도둑이 보내온 돈을 불우이웃돕기에 기부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해외통신원 손영식 voniss@naver.com
  • 눈길 뚫고 1억 익명 기부 ‘할머니 천사’

    눈길 뚫고 1억 익명 기부 ‘할머니 천사’

    “어려운 이웃을 위해 평생 아끼고 아낀 돈이니 꼭 좋은 곳에 써 주세요.”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70대 할머니가 28일 평생 모아온 1억원을 대한적십자사에 기탁하고는 총총히 사라졌다. 한적에 따르면 수수한 옷차림의 이 할머니는 오후 3시 30분쯤 한적 사무실로 들어섰다. 할머니는 곧바로 “어려운 이웃과 나누고 싶은 마음으로 찾아왔다.”며 하얀 편지 봉투 하나를 품속에서 꺼냈다. 봉투 안에는 1억원짜리 수표 한 장이 들어 있었다. 그러나 할머니는 한사코 신분을 밝히지 않았다. 이 할머니는 김용현 한적 사무총장을 만난 자리에서 “어려운 이웃을 돕고 싶다는 마음에 조금씩 모은 돈”이라면서 “주위를 둘러보면 불쌍한 분들이 참 많은데, 나는 아무것도 필요 없으니 성금을 좋은 곳에 잘 사용해 주기만 하면 된다.”고 부탁하고는 황급히 자리를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한적 관계자는 “성함이라도 알고자 여러번 물어봤지만, 한사코 알려 주지 않았다.”면서 “눈이 많이 왔는데 눈길을 뚫고 이곳까지 찾아와 성금을 전달하는 모습에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사무총장은 “할머니는 기부금을 한적에서 알아서 써 달라고 하셨는데 외로이 홀로 사는 노인이나 많은 어려움 속에 사는 조손가정을 위해 쓰겠다.”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나눔 송년 릴레이 인터뷰] ② 27년간 기부한 류양선 할머니

    [나눔 송년 릴레이 인터뷰] ② 27년간 기부한 류양선 할머니

    서울 지역 아침 기온이 영하 9도까지 내려간 지난 16일 오전 11시. 칼바람이 안쪽까지 들어오는 서울 노량진동 수산시장 젓갈부의 ‘충남상회’에서 노란 옷을 겹겹이 껴입은 작은 체구의 할머니를 만났다. 37년간 젓갈장사를 하며 모은 전 재산으로 책과 장학금 기부를 이어가는 ‘젓갈 할머니’ 류양선(77)씨가 그 주인공. 할머니는 가게 한편에 있는 좁은 구들장 위에 앉아 손님맞이 채비를 하고 있었다. 온기가 도는 바닥과 할머니 앞에 놓은 작은 전기난로 덕분에 그나마 따뜻한 엉덩이와 발을 제외하고는 시장 안까지 불어닥치는 찬바람에 코가 시렸다. 할머니는 전기세가 아까워 기온이 영하 10도 아래로 내려간 이틀 전에야 비로소 난로를 켜기 시작했다. 자신보다 남을 위해 사는 것이 습관이 돼 있는 까닭이다. 류 할머니는 이렇게 ‘입을 것 안 입고 먹을 것 안 먹어’ 모은 돈을 전부 책 사고 장학금 마련하는 데 사용한다. 얼마 전 국어사전 1억여원어치를 구입해 전국의 초·중학교 200여곳에 기부한 것이 알려지면서 할머니의 기부 열정은 또다시 화제가 됐다. 수없이 찾아오는 인터뷰 요청이 귀찮을 법한데도 할머니는 매스컴에 노출되는 것을 흔쾌히 환영했다. 할머니의 선행이 신문과 방송을 통해 널리 알려져야 할머니를 닮은 제2, 제3의 기부 천사가 나올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젓갈이 더 많이 팔려야 더 많은 학생들에게 책을 사줄 수 있다는 생각에 할머니는 가게 벽면에 학생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크게 뽑아 걸어뒀다. 생각 없이 지나가던 사람들도 사진과 기사를 보고 나서는 할머니를 알아보고 젓갈을 구입해 가기도 한다. “장사가 잘돼야 애들 책 한권이라도 더 사줄 수 있다.”고 말하는 할머니의 머릿속에는 온통 학생들 생각뿐인 듯 보였다. 말할 때마다 입에서 김이 나오는 날씨 속에서도 두 시간여에 걸쳐 진행된 인터뷰가 힘들지 않았던 것은 할머니의 트레이드 마크인 노란 옷만큼이나 따뜻한 ‘기부 천사’의 마음씨 때문이었다. 100촉짜리 백열전구 7개가 환하게 비춰 아늑하게 느껴지는 9.9㎡(3평) 남짓한 작은 공간에서 할머니와 인터뷰를 시작했다. →날씨가 추운데 장사하시느라 고생 많으시죠. -날씨가 추워서 문제지. 여기 앉아 있으면 찬바람이 슝슝 들어와. 위아래로 잔뜩 껴입었는데도 춥네.(이날 할머니는 상의로 내복, 티, 양털조끼, 노란색 바람막이, 노란색 점퍼 등 5겹을, 하의로 내복, 기모바지, 방수 재질 바지 등 3겹을 겹쳐 입고 점퍼에 달린 모자를 쓰고 있었다.) 여기 구들장이 있어 엉덩이는 따뜻해. 전기난로 켜놓으면 그나마 낫지. 이것도 한서대학교에서 보내준 건데 잘 틀지도 않어. 젊었을 땐 새벽 4시에도 나왔는데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 그렇게 못 나와. 아침 7~8시 사이에 나와서 그래도 제일 늦게까지 장사하지. 밤 8~9시면 닫아. 그런데 어제오늘 날씨가 추워서 손님이 더 없네. →젓갈이 잘 팔려야 기부도 많이 하실 텐데요. -많이 팔아야 하는데. 올해는 완전히 적자야, 적자. 10월 20일부터 며칠 김장철에만 ‘빤짝’하고. 4월에서 9월까지는 정말 손님 없었어. 그전에 모아둔 돈 없었으면 나도 파산할 뻔했지. 임대료랑 창고 사용료 230만원 내고 나면 남는 것도 없어. 난 돈만 있으면 얼마든지 기부할 용의가 있는데 기부도 못 하게 생겼어. →적자가 났는데도 기부는 그치지 않으셨어요. -내가 벌고 남은 돈으로 기부하는 것도 아닌데 뭘. 형편 따라 기부하나? 애들 책 사주고 하려고 적금을 미리미리 들어놓지. 1000만원짜리고 2000만원짜리고, 3년짜리 4년짜리 있어. 그거 탈 때 기부하는 거지. 이번에도 3000만원 3년짜리 그게 만기돼서 그걸로 책 산 거야. 4~5번에 걸쳐서 줄 테니까 미리 책을 보내주실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내가 떼먹을 사람은 아니니까 보내주시더라고. 고맙지. 크는 애기들이니까 얼릉 공부해야 하잖아. 죽기 전에 최대한 많이 (기부) 해야지. 나머지는 1년에 한번씩 계속 해서 갚아야지. (할머니는 지난달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에서 펴낸 ‘한국어대사전’ 201세트, 1억 854만원어치를 구입해 전국의 초등학교, 중학교에 보냈다. 사전 구입비로 3000만원을 내고 나머지 돈은 앞으로 5차례에 걸쳐 고려대 측에 분할 납부하기로 했다.) →처음 기부를 시작하신 건 언제인가요. -(한참을 생각하다가) 처음한 게 1983년도일 거야. 아, 완도. 완도초등학교 애들이 여기에 견학을 왔더라고. 그래서 걔들한테 책을 보냈지. 동화책. 그게 계기가 돼 가지고 책 기부를 시작했지. 어린 애들이 할머니가 보내준 책 잘 읽었다고 편지도 보내고 하니까 참 마음이 좋더라고. 거기도 책 여러 번 많이 보냈지. 나중에는 완도초등학교에서 애들이랑 학교가 같이 감사패도 보냈더라고. 여기서 감사패를 제일 먼저 받았는데 계속 기부하다 보니까 감사패가 나중엔 줄줄줄…지금은 한 100개는 돼. →지금껏 어느 정도 기부하셨는지 가늠하세요. -(손사래 치며) 모르지 그걸 어떻게 기억해. 무조건 주면 그만이지. 그런 걸 뭐라고 일일이 다 적어 놓나? 버는 대로 모이는 대로 족족 주는걸. →기부하시면 어떤 점에서 보람을 찾으시나요. -책 사주고 장학금 보내고 하는 그 자체가 좋아. 그러다 아이들이 고맙다고 편지라도 쓰면 그냥 엔도르핀이 팔구월에 목화송이 피듯 피지. 그런 편지 읽을 때가 제일 행복해. 이번에도 서산 국민학교 6학년 애가 편지허구 장갑허구 봉투에 같이 넣어서 보냈더라고. 할머니따라 기부 천사가 되겠다고 그렇게 썼더라고. 내가 이번에 사전을 그 동네 학교마다 쫙 보냈거든. 그걸 받은 아이가 기사에서 보고 감동을 받았다고 편지를 보낸 모양이야. →할머니 뒤를 이어 기부 천사들이 늘겠어요. -그게 제일 좋은 판단이여. 내가 자식들이 없어. 할아버지는 4년 됐나, 5년 됐나 돌아가셨고. 나 혼자 사는데 내가 준 장학금이나 책 받은 학생들이 자식처럼 손주처럼 찾아오면 반가워. 내가 준 장학금 받은 대학생들도 종종 가게로 찾아와. 젓갈도 사 가고 할머니도 뵙고 그런다고. 할머니가 기부하니께 우리도 같이 기부하는 거라고 젓갈도 더 많이 사 가고 하지. 기부는 누가 하라고 해서 하는 게 아녀. 자기가 스스로 허고 싶어야 허지. 자기가 받아보면 주고 싶은 마음도 더 생기는 법이야. 그래서 내가 어린 친구들한테 더 많이 나눠주려고 해. (인터뷰 도중 할머니는 기자에게 추운 날 고생한다며 간식을 이것저것 꺼내주셨다. 장사를 하다 보면 끼니 때 사이에 배가 고파져 두부, 고구마 등 새참을 드신다고 한다. 이날도 할머니는 따뜻한 김이 올라오는 흰 두부를 잘라 양념간장에 찍어 드셨다. 이 두부는 할머니가 장학금을 기부하는 대학 관계자의 친척이 감사의 표시로 자신이 운영하는 두부공장에서 직접 가져다 주는 것이라고 한다. 두부를 다 드신 할머니는 점심·저녁 밥을 지어 먹는 작은 전기밥솥에서 찐 고구마까지 꺼내 드셨다. 할머니는 “새참은 나눠 먹어야 제맛”이라시며 기자에게도 작은 밤고구마 한개를 건네셨다.) →얼마 전에는 학생들에게 또 사전을 사주셨는데 유난히 책을 많이 사주시는 이유가 있나요. -내가 사주는 건 전부 책이지 뭘. 돈으로 하면 고루고루 가간? 책으로 하면 1학년이 보고 나면 2학년, 2학년이 보고 나면 6학년 다 보잖아. 보고 나면 또 보고, 찢지만 않고 두면 대대손손 물려줄 수 있으니 책이 좋지. 돈은 그냥 쓸데없이 쓰기도 하고 쓰고 나면 없고. 그니께 책 선물이 제일 좋은 거야. 그리고 또 내가 못 배웠응께. 어렸을 때 배워야지. 나 지금도 모르는 거 무슨 소린가 하고 사전에서 찾아보고 그러면 이튿날 보면 다 없어졌어. 어렸을 때 배운 건 지금까지도 아는데. 배움에도 때가 있지. 나무도 어린 나무에 거름을 줘야지 고목나무에 거름 줘봤자 소용없어. →학생들 교육에 관심이 많으신 것 같아요. 원래 꿈은 뭐였나요. -배우고자 하는 애 가르쳐야 혀. 내가 돈 벌면 내 고향에다가 하버드 대학보다 더 좋은 놈 지어서 돈 많은 사람은 돈 받고, 돈 없는 사람은 많은 사람들한테 받아서 주고 그렇게 하는 게 꿈이었어. 그랬는데 돈 많은 부자가 나보다 먼저 짓데. 내가 지으려고 했는데 그 사람이 선수 치네(웃음). 그런 시골은 가난하니까 이런 서울에 와서 공부 못 해. 공부 잘해서 서울대학교에 붙어도 하숙비도 없고 생활비도 없어서 올라오지도 못혀. 그게 내 최종 목표였는데 이미 서산에 대학교가 생겼네. 그래서 내가 이제 거기다가 장학금도 보태주고 땅도 보태줬지. 할머니는 1998년부터 한서대학교에 20억원대의 부동산을 기부하고 현재 한서대학교 ‘류양선 장학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할머니가 기증한 부동산에서 나오는 세는 이 학교 학생들의 장학금으로 쓰인다. 충남 서산시 해미면에 위치한 한서대학교는 1992년 개교했다.) →보통 사람들은 돈 벌면 자기 자식한테 물려주기 바쁜데 할머니는 어떠세요. -다 그렇지. 난 자식은 없어.(할머니는 28살에 결혼해 3년 정도 함께 산 남편이 두 번째 살림을 차려 집을 나간 뒤 쭉 혼자 사셨다고 한다.) 돈 많은 재벌들도 다 번 돈 자기 자식한테 주려고 하지 뭐. 그런데 그건 잘못된 생각이야. 저 자식들은 뭐 두 손 두 발 붙들어 맸나. 저희들이 벌어서 먹고살아야지. 그러니까 자립심이 없어. →올 겨울에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비리로 기부가 크게 줄었다던데요. -그렇다 하대. 안한다고. 그런 돈을 가져간다냐. 지가 노력해서 먹고살아야지. 아주 못 쓰는 사람들이야, 그 사람들. 그런 사람은 엄중한 처벌을 내려야 혀. 기부가 어그러졌어. 허먼 뭘 혀. 그런 사람들이 다 가져가는걸. 난 그래서 책으로 하지 돈으로 안 해.(이 대목에서 벽에 기대어 앉아 있던 할머니는 등을 떼고 몸을 일으키며 언성을 높였다.) →기부 계획이 더 있으신가요. -건강이 허락해서 장사를 하는 날까지는 천원짜리 하나라도 더 보태줘야지. 우선 얼마 전에 애들 사전 보내준 거, 고려대학에 남은 돈 채워넣어 줘야지. 사전값이 1억 좀 넘는데 처음에 적금 탄 돈 3000만원만 일단 주고 나머지는 차차 갚기로 했어. 장사해서 차곡차곡 돈 모아서 일단 그것부터 갚고. 그 뒤에는 또 학생들 책 사주고 대학교 장학금도 보태주고 할거야. 죽기 전까지 최대한 많이 주고 가야지. 나이는 공짜로 먹다 보니까 어느새 이렇게 많이 들었는데 얼마나 남았을지는 몰라도 죽을 때까지는 열심히 일해서 열심히 기부해야지. 허허.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류양선 할머니는 37년간 노량진서 젓갈장사 서산 한서대에 20억 기증 장학회 이사장으로 활동중 1933년 충남 서산읍(현재 서산시) 양대리에서 5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얼마 안 되는 땅을 가지고 농사를 지었던 부모님 밑에서 자란 류 할머니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더 이상 학업을 잇지 못했다. 류 할머니의 기부가 대부분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과 책 마련에 쓰이는 것은 가난해서 공부를 더 할 수 없었던 본인의 아쉬움 때문이다. 어린 나이부터 집안일과 농사일을 돕다 28살에 남편을 만난 류 할머니는 1972년 고향을 떠나 서울에 자리를 잡았다. 먹고살 궁리를 하던 끝에 ‘장사가 안 돼 오래 두어도 썩지 않는’ 젓갈 장사를 택했다는 할머니는 그 후 지금까지 37년간 서울 노량진동 수산시장에서 ‘충남상회’를 운영하며 수익금의 대부분을 기부와 나눔에 쓰고 있다. 장사를 하면서 차곡차곡 모은 돈으로 27년 전부터 기부를 시작한 류 할머니는 고향인 충남의 양로원, 재활원, 보육원 등을 비롯해 낙도와 지방의 초등학교 등에 책과 물품을 전달해왔다. 1983년 수산시장에 견학 온 완도초등학교 학생들에게 동화책을 보내준 것이 기부의 시작이 됐다. 충남 서산 한서대에도 1998년부터 2008년까지 세번에 걸쳐 20억원대의 부동산(경기 광명시 소재)을 기증해, 현재 한서대 ‘류양선 장학회’ 이사장으로 장학 사업에 힘쓰고 있다. 류 할머니는 돈이 없어 공부를 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고향인 서산에 대학교를 지으려 했던 꿈을 대신해 앞으로도 장학금과 책으로 기부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쇼핑 훈련도 시켰나?’…장바구니 멘 견공 눈길

    시장 볼 시간도 없고 마땅히 부탁할 사람도 없다면 자신의 애완견을 훈련 시켜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겠다. 26일(현지시간) 영국 매체 메트로는 “중국 후난 성 창사 시에 사는 한 살짜리 견공 ‘덩덩’은 스스로 시장에서 장을 볼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주인 장티에강(32)은 덩덩이 심부름하는 것을 좋아해 시장보는 훈련을 시켰다. 이 기특한 녀석은 심부름을 할 때 장티에강이 특별히 제작한 장바구니를 착용하게 된다. 장바구니라고 해봐야 덩덩의 몸에 딱 맞게 제작한 벨트에 양 쪽으로 매단 봉투가 전부라고. 장티에강은 “덩덩이 어릴 때부터 무언가를 나에게 전해주는 걸 좋아했다. 입으로 물건을 나르기 시작하게 되면서 그를 위해 맞춤용 장바구니를 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약간의 돈과 사야 할 품목이 적힌 종이를 봉투에 넣어 심부름을 보내면 언제나 알맞은 물건을 사온다.”고 덧붙였다. 한편, 장티에강은 애견 덩덩이 어떻게 시장에서 물건을 정확히 사오는지에 대한 비결은 알려주지 않았다. 아마도 미리 계약을 한 상점 주인이 물건을 골라준다는 걸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느낀 만큼 내라’ 후불제 연극 성공

    ‘느낀 만큼 내라’ 후불제 연극 성공

    입장료가 아니라 보고 느낀 만큼의 ‘퇴장료’를 받는 연극이 있다. ‘아큐-어느 독재자의 고백’(이하 아큐 ·여균동 연출)이다. 후불제라는 모험적 시도에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았으나 ‘아큐’는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두며 연장공연에 돌입했다.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장 출신의 배우 명계남을 내세워 현 정권에 대해 정치적 독설을 뿜어대는 모노 드라마라는 점에서, 트위터를 통해 무대 밖 관객들과도 교감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후불제 성공 여부에는 더 지대한 관심이 쏠렸다. 27일 ‘아큐’ 제작사인 P당에 따르면 공연이 시작된 9월 30일부터 이달 26일 현재 후불제로 받은 퇴장료는 1인당 평균 2만 1000원으로 집계됐다. 누적 관객수는 3000명을 넘어섰다. 통상 서울 대학로 소극장 관람료가 2만~2만 5000원인 점을 감안할 때 성공적이라는 자평이다. 현금 외에 각종 상품권, 쌀, 빵, 과일 같은 현물도 무수히 들어와 이것까지 현금으로 환산하면 평균 관람료는 대학로 수준을 웃돈다는 게 P당 측의 얘기다. 재미있는 뒷얘기도 많다. P당 관계자는 “한번은 무지 두툼한 봉투가 들어와 내심 잔뜩 기대했는데 열어 보니 1000원짜리 100장(10만원)이었다.”면서 “금액을 떠나 그런 발랄한 성의 표시가 너무 감사하다.”고 전했다. 오는 31일까지 홍익대 앞 소극장 예에서의 공연이 마무리되면 누적관객수는 4000명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후불제 수입이 8000만원을 넘게 되는 셈이다. 제작비가 3000만원쯤 들었으니 대박(?)에 가깝다. 공연 시작 때 농담 삼아 수익이 나면 이가 부실한 명계남의 치과 치료비로 쓰겠다고 했는데, 공연을 본 치과의사 2명이 서로 공짜로 치료해 주겠다고 나서는 바람에 그 돈도 아끼게 됐다. 이런 성공에 힘입어 국내외 연장 공연이 추진된다. 11월 5일에는 문정현 신부 헌정공연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로 서울 정동 이화여고 100주년 기념관에서 앙코르 공연을 한다. 그 뒤 강원도 원주, 부산 등에서 주말을 이용한 지방 순회공연을 벌이고 12월에는 다시 서울로 올라와 연장공연에 들어간다. 내년부터는 해외공연에도 나선다. 트위터를 활용하다보니 해외에서 “비행기표나 공연장 등을 지원해 줄 테니 우리에게도 공연을 보여 달라.”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는 때문. 배우들도 의욕적이어서 곧 구체적 일정을 확정지을 계획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세대공감] 생애 최고의 생일 선물

    [세대공감] 생애 최고의 생일 선물

    내가 다른 누구의, 또는 누군가가 내 생일을 기억한다는 것은 내 출생의 의미를 되새기고, 타인과는 다른 나의 정체성과 고유성을 인식한다는 증표이기도 하다. 명절이나 공휴일처럼 모두가 즐기는 날이 아니라 나와 관계한 가족·친구와 즐기는 날이 바로 생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군가 내 생일을 챙긴다는 것은 세상 풍파 속에서도 굳건하게 견디며 스스로의 존재감을 알리는 나에 대한 칭찬이거나 애정의 표시로 삼을 수도 있고, 스스로를 돌아보며 내일을 더 의미 있게 살아갈 수 있도록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세대가 달라지면서 이런 생일에 대한 기대와 세태도 덩달아 달라졌다. 하지만 생일에서 느끼는 감동의 원천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느꼈을 때다. 아무리 큰돈을 들인 선물로도 이런 감동을 완전히 전달할 수 없는 것은 이 때문이다. 때론 치킨 한 마리만 뎅그렇게 놓인 때늦은 생일상일지라도 가족이나 연인 등 사랑하는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자리라면 의미가 남다를 수 있다. 김양진·윤샘이나기자 ky0295@seoul.co.kr 그래픽 이혜선기자 okong@seoul.co.kr ■ 자정에 맞은 눈물의 파티 서울 구로동에 사는 고교 1학년 김중호(가명·16)군은 올 6월 13일 생일을 잊을 수 없다. 밤 12시, 생일이 막 지난 시간. 엄마, 중학교 2학년 남동생과 셋이서 식탁에 앉아 배달시킨 프라이드치킨 한 마리와 콜라를 놓고 함께 생일축하 노래를 불렀다. 조촐한 파티였지만 엄마도, 아들도 하루종일 속이 새까맣게 타도록 속을 태운 특별한 파티였다. 세 식구는 서로 부둥켜안고 왈칵 눈물까지 쏟았다. 이날 아침, 파출부 일을 하시는 어머니는 김군의 생일을 기억하지 못한 채 그냥 일을 나가셨다. 김군은 “솔직히 섭섭한 마음도 들었지만 동생이랑 저랑 둘을 혼자 힘들게 키우시는 엄마한테 그런 걸 말할 형편이 아니었다.”고 돌이켰다. 학교에서는 친한 친구 몇몇이 작은 생일 케이크를 가져다가 생일을 축하해 줬지만, 가족들이 자신의 생일을 잊어버렸다는 생각에 쓸쓸한 마음을 지우기 어려웠다. 사실 지난해까지 김군은 아버지와도 함께 살았다. 해마다 생일날엔 많지 않지만 용돈도 받았다. 하지만 김군은 “(아버지가) 차라리 용돈을 안 줘도 좋으니 때리지나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결국 엄마는 술에 빠져 살며 걸핏하면 아이들을 때리는 남편과 이혼, 아이 둘을 데리고 따로 살림을 차렸다. 이번 생일은 김군이 엄마, 동생과 따로 산 뒤 처음 맞는 생일이었다. 김군의 어머니는 “그날 온종일 마음이 쓰여 실수도 많이 했다.”면서 “정말 미안했다.”고 말했다. 이에 김군도 “엄마가 고생하는 거 다 아는데 밤늦게 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치킨까지 사주셔서 정말 감사했다.”고 울먹였다. ■ 쌀 팔아 코티분 사준 아버지 “아버지가 귀한 쌀을 돈바꿔 사다 주신 ‘코티분’을 잊을 수 없죠.” 서울 발산동에 사는 송정근(60·여)씨는 1971년 스물셋 생일날 받은 코티분을 일생일대 최고의 선물로 꼽는다. 흔히 코티분으로 불리는 이 화장 파우더는 본래 이름이 ‘코티 에어스펀 파우더’로, 퍼프형 파운데이션의 한 종류였다. 당시 여성들은 이 ‘요술분’을 얼굴에 바른 날이면 저절로 턱이 치켜올라가고 발걸음이 도도해졌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을 정도로 귀한 화장품이 코티분이었다. 지금 보기에는 좀 크고 투박한 이 원통형 화장품이 당시 젊은 여성들에게는 최고의 인기 상품이었다. 송씨는 1968년 충북 청주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의 한 봉제공장에서 일을 했다. 맏딸이어서 번 돈으로 중·고등학생이었던 동생들의 학비를 댔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을 했기 때문에 멋 내고 싶고 가꾸고 싶은 평범한 생각은 아예 접고 살아야 했다. 그녀의 아버지는 이런 맏딸을 늘 안타깝게 생각했다. 1971년 겨울 어느 날, 아버지는 도정한 쌀 몇 말을 직접 읍내로 가져가 돈을 바꾼 뒤 그 돈으로 귀한 코티분을 샀고, 서울로 찾아와 그걸 딸 손에 건넸다. 평생 농사만 지은 탓에 나무껍질처럼 거칠어진 손에 쥐고 계신 코티분을 보고 윤씨는 죄송한 마음에 손사래부터 쳤다. 하지만 아버지가 다녀가신 뒤 손에 들려 있는 코티분을 보면서 껑충껑충 뛰기까지 했다고 돌이켰다. 송씨는 코티분을 장롱 속에 숨겨 두고 중요한 날에만 조금씩 얼굴에 발랐다. 일을 할 때나 집에 있을 때는 절대 바르지 않았다. 그는 “코티분 덕분에 남자친구도 생겼고, 시집도 잘 갈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말하며 수줍게 웃었다. 그러면서 “요즘은 중·고생들도 아무렇지 않게 비싼 화장품을 사서 마구 쓰는 걸 보면 세상 참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 손빨래 고생 날려준 세탁기 경기도 파주에 사는 주부 이경순(54·여)씨는 세탁기를 두 대나 가지고 있다. 최신형 드럼세탁기와 26년 된 12㎏짜리 구식 통돌이 세탁기. 새 아파트의 멋진 실내장식과 어우러지는 붙박이 드럼세탁기보다 빛바랜 아이보리색 촌스러운 이 구식 세탁기를 버리지 못하는 것은 28년 전 결혼하고 처음으로 맞는 생일날 남편에게 받은 선물이기 때문이다. 1981년 결혼해 서울 상수동 단칸방에서 사글세부터 시작한 이씨 부부의 신혼살림은 넉 자짜리 장롱·이불·브라운관 흑백 텔레비전·다이얼 전화기가 전부였다. 단둘이 사는데 무슨 필요가 있느냐며 세탁기는 혼수에서 제외했다. 이씨는 찬 겨울에도 세탁물을 손으로 빨았다. 얼음물에 손빨래를 하면서도 동(冬)장군 탓은 했어도 삶을 불평하지는 않았다. 이씨에게 세탁기가 선물로 들어온 것은 결혼한 지 3년이 지난 1984년 8월, 이씨의 생일날이었다. 말은 안 해도 매일 마당에 쪼그려 앉아 빨래하는 아내에게 못내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 남편이었다. 남편은 아내의 생일에 맞춰 깜짝 선물로 세탁기를 집으로 배달시켰고, 이를 맞이한 이씨는 너무 기쁜 나머지 펑펑 울었다. 곧이어 남편의 사무실로 전화를 걸었다. “당신….” 그는 한참을 말을 잊지 못했고 끝내 “고마워요.”라는 말 한마디만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그는 “사실 지금 사는 큰 아파트엔 구식 세탁기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걸 알아요. 하지만 남편 사랑이 고스란히 담긴 세탁기를 버릴 수 없었어요.”라고 말했다. ■ 계좌이체로 용돈선물 경기 분당에 사는 고교 2학년 최영민(가명·17)군은 올 7월 생일날 출장을 간 아버지·어머니로부터 용돈 10만원씩을 계좌이체해 받았다. 두 분이 국내에 안 계시기 때문이다. 엔지니어링 회사에서 일하는 최군의 아버지는 국내·외 출장을 자주 다닌다. 최군의 생일날도 일본으로 출장을 갔다. 어머니는 외국계 회사에 다니며, 최군의 생일날 마침 유럽으로 연수를 나가 계셨다. 최군은 중학교에 진학하고 나서 줄곧 생일선물로 용돈을 받아왔다. 학교도 늦게 끝나고, 학원도 다녀야 해 따로 생일파티를 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일찍 출근하시는 부모님 때문에 아침에 머리맡에 용돈 봉투를 놓고 가더라도 생일 축하만은 빠뜨리지 않았다. 하지만 계좌이체는 이번이 처음이다. 아버지는 미안한 마음에 전화를 걸어 내년 생일엔 꼭 유럽 배낭여행을 하자고 약속까지 했다. 하지만 최군의 서운한 마음을 달래지는 못했다. 그는 “다른 친구들도 요즘은 다 용돈을 받아요. 어차피 선물을 사줘 봐야 마음에 안 들 수 있으니까 부모님들이 돈으로 주는 거죠. 애들도 더 좋아하고요.”라면서 “그래도 계좌이체라는 말에 친구들이 “너 진짜 짱이다.”라고 하던 걸요.”라고 하면서 살짝 입꼬리를 올렸다. ■ 딸이 사준 렌즈로 담은 가족 전남 장흥의 한 고등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하는 우지수(29)씨의 아버지 우인식(58)씨는 가장 인상깊었던 생일선물이 뭐냐고 묻자, 조용히 카메라 가방에서 렌즈 하나를 꺼내 들었다. 그는 “딸이 교사가 돼 첫 월급으로 사준 이 표준 줌렌즈가 내겐 최고의 선물이었다.”고 말했다. 1997년 한국사진작가협회에 입회해 작가 자격을 얻은 우씨의 요즘 사진 주제는 ‘가족’이다. 그동안 수많은 렌즈를 다뤘고 다양한 주제의 사진을 찍었지만 가족이라는 주제는 딸이 사준 렌즈로 찍겠다고 다짐했다. 딸이 퇴근할 때 몰래 숨어 논두렁을 따라 걷는 딸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액자로 만들어 선물하기도 했다. 자신의 사랑이 딸에게 고스란히 전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그는 “아버지와 딸이 소통하기가 쉽지 않아요. 제 또래 친구들도 대개 자식들과의 소통이 안 돼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이고요.”라면서 “그래도 우리 딸은 제가 찍어준 사진들을 보면 마음이 편해지는 것을 느낀대요. 렌즈라는 생일선물과 그 렌즈로 작업하는 제가 나눌 수 있는 소통의 한 사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또 “예전에는 몰랐는데 요즘에는 딸을 보면 시간이 지남을 느껴요.”라면서 “아무것도 모르던 소녀가 이제 제법 숙녀 향기를 풍기니 기분은 좋은데 언젠가는 저를 떠날 거라는 생각이 들어 서운하기도 하고요. 그런 게 인생이겠지요.”라고 덧붙였다. ■ 나만의 ‘사랑해’ 프로그램 김은경(23·여)씨는 지난해 5월 남자친구로부터 특별한 생일선물을 받았다. 전공이 컴퓨터학인 김씨는 같은 과 남자친구와 함께 프로그램을 만드는 수업을 듣고 있었다. 명령어를 입력하면 답이 나오게 하는 그런 프로그램이었다. 수업이 끝나고 남자친구는 생일선물이라며 수업시간에 만든 프로그램을 김씨에게 건넸다. “나는 은경이를”이라고 입력하면 “사랑해.”라는 답이 나오는 프로그램이었다. 주변 친구들이 모두 “염장 지른다.”면서 펄쩍 뛰었다. 하지만 김씨는 “학과 특성을 살린 선물이었어요. 그 프로그램을 받고 한참 동안 웃었어요.”라고 말했다. 그해 생일 며칠 전, 김씨는 사소한 일로 남자친구와 말다툼을 했었다. 무뚝뚝한 경상도 출신 남자친구는 사과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속 깊은 남자였다. 사과의 마음을 직접 전하지는 못했지만 장난기 섞인 프로그램 선물로 김씨의 마음을 달랬던 것이다. 김씨는 “남자친구는 그저 표현이 서툰 것뿐이었어요.”라면서 “그래서 더 좋아요.”라며 팔꿈치로 남자친구의 옆구리를 툭, 쳤다. 둘은 서로 장난을 걸며 웃느라 정신이 없었다.
  • “착한 소비하세요” 유통업계 나눔 마케팅 바람

    유통업계가 ‘나눔 마케팅’을 잇따라 선보이며 경쟁에 나섰다. G마켓은 이달 한달 동안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활약 중인 추신수 선수와 함께 난치병 어린이의 소원을 이뤄주는 ‘100원의 기적’ 행사를 펼친다. 고객이 G마켓 이벤트 페이지에서 동전 그림을 클릭할 때마다 100원씩 쌓인 돈을 모아서 ‘한국메이크어위시 재단’에 전달한다. 세븐일레븐과 바이더웨이는 14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성금 2억원을 기탁하는 협약을 맺었다. 어린이 전용 독서 공간인 ‘꿈의 도서관’을 6∼8곳에 짓기 위해서다. 과자와 음료 등 80여종을 ‘사랑의 열매’ 상품으로 지정하고, 15일~11월 30일 판매된 금액으로 성금을 조성한다. 고객은 구매액 1000원당 1장씩 주어지는 스티커를 각 점포의 ‘사랑 실천 보드’에 붙여 기부할 수 있으며, 스티커가 200만장 모이면 2억원의 돈이 쌓이게 된다. 롯데백화점은 15∼28일 트위터(@LOTTEstory)를 통해 연탄을 기부한다. 백화점 트위터의 이벤트 관련 글을 퍼나르기(리트윗)하면 된다. 풀무원도 다음 달 12일까지 트위터(@pulmuonelove)와 블로그(blog.pulmuone.com)에서 기아에 허덕이는 케냐 어린이들을 돕는 ‘러브 케냐’ 캠페인을 펼친다. GS샵(www.gsshop.com)은 ‘신생아 살리기 모자뜨기 시즌4’ 캠페인을 시작했다. 1만 2000원짜리 ‘모자뜨기 키트’를 구매, 털모자를 짜서 동봉된 반송 봉투에 넣어 국제아동권리보호기관 세이브더칠드런으로 보내면 된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금융 CEO에게 묻다] (5) 유재한 정책금융공사 사장

    [금융 CEO에게 묻다] (5) 유재한 정책금융공사 사장

    정책금융공사 직원들은 매주 월요일 점심시간이 되면 식당 대신 8층 강당으로 향한다. 유재한(55) 사장이 주관하는 ‘브라운 백 미팅’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브라운 백 미팅은 가벼운 식사를 곁들인 토론 모임으로 샌드위치를 담는 갈색 봉투에서 나온 말이다. 모임의 공식 명칭은 녹색·신성장 동력산업 연구발표회. 200명의 전 직원이 빠짐 없이 참석한다. 직원들이 돌아가며 반도체, 태양광 산업 등에 대해 발표한 뒤 토론을 벌인다. 지난 6일의 주제는 쓰레기 매립지에서 발생하는 메탄 가스를 포집해 연료로 활용하는 ‘매립가스’ 기술이었다. 유 사장은 직원들과 불고기 도시락을 먹으며 비서팀장과 심사과장의 발표를 지켜봤다. 다음달 취임 1년을 맞는 유 사장은 지난 10일 서울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시종 ‘눈높이 정책금융’을 강조했다. ‘갑’이 아닌 ‘을’의 입장에서 돈이 꼭 필요한 기업에 자금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유 사장은 “국가 경제발전을 지원한다는 뜻에서 ‘제 2의 산업은행’이라 불러도 좋지만 기업에 고압적인 자세를 취하는 등 정책금융의 낡은 이미지는 버리겠다.”고 말했다. 정책금융공사는 지난해 10월 산업은행에서 분리됐다. 눈높이 정책금융을 실천하기 위해 유 사장은 2가지 목표를 세웠다. 모든 직원을 애널리스트로 키우는 것이 첫 번째 목표다. 쉽게 말해 직원들을 공부벌레로 만들겠다는 뜻이다. 앞서 언급한 연구발표회도 유 사장이 제안한 아이디어다. 그는 “지난 1월 시작한 발표회가 어느덧 44회를 넘어섰다.”면서 “신성장 동력기업에 돈을 빌려주려면 무엇이 새로운 기술인지, 그 기업의 경쟁력은 무엇인지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책금융공사는 2015년까지 100조원의 자금을 조성하고 이 가운데 42조원을 녹색·신성장 동력사업에 지원할 계획이다. 두 번째 목표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인력을 확보해 새로운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유 사장은 “공사 출범 당시에는 직원 모두가 산업은행 출신이었지만 열린 채용을 통해 폭넓게 비 금융분야 인력을 뽑고 있다.”면서 “사람들이 섞이는 과정에서 ‘갑’ 입장의 조직문화가 자연스럽게 바뀔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월 경력직 공채를 통해 생리학 박사, 대형 건설사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전문가 등을 뽑았다. 유 사장은 사장 면접 때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발굴하는데 중점을 둔다. 이런 노력으로 현재는 비 산업은행 출신 직원의 비중이 42%까지 늘어났다. 이쯤되면 직원들의 불만이 적지 않았을 것 같은데 직원들은 100조원 공급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노동조합도 만들지 않기로 했다. 유 사장은 “사장이 혼자 덜렁 와서 그런 얘기를 꺼냈다면 ‘미친 놈 소리’를 들었을 것”이라면서 “공사가 정상궤도에 오를 때까지 서로 양보하고 잘해보자는 소통과 합의가 있었기 때문에 무노조 경영 원칙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2015년-100조원 비전’을 수월하게 달성하려면 산업은행 민영화를 서둘러야 한다. 정책금융공사가 가진 산은지주 지분은 90.3%로 민영화될 경우 지분 매각 등을 통해 최소 10조원을 손에 쥘 수 있기 때문이다. 유 사장은 이에 대해 “가급적 신속하게 산은지주의 민영화를 추진하겠지만 개인 고객에 기반한 수신을 확대하는 등 체질개선이 먼저”라고 밝혔다. 민영화 시점에 대해서는 산은지주와 금융위원회가 조정할 부분이라면서도 “우리금융 민영화가 마무리 되면 그 다음은 산은 차례가 되지 않겠나”하는 전망을 내놨다. 최근 업계의 화두인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에 대해서도 유 사장은 말을 꺼냈다. 그는 “중소기업이 중견·대기업으로 성장하는 선순환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을 졸업하면 세제 혜택 등이 확 줄어들기 때문에 아예 규모를 키우지 않으려는 기업들이 있는데 이처럼 성장 과도기에 있는 기업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중견기업으로 올라선 뒤 자금 압박이 있거나 타 금융기관에서 불리한 대우를 받는 중소기업이 많다.”면서 “세제 지원은 정부가 하고 금융권에서는 우리가 ‘바람막이’ 역할을 해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 사장은 구체적인 실천 방안에 대해 “중견기업에 대한 개념을 정의한 산업발전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이를 기준으로 기업들을 선별해 ‘온랜딩’ 방식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온랜딩이란 정책금융공사가 자금을 공급하고 중개금융기관인 기업은행 등이 여신심사, 대출, 사후관리 기능을 담당하는 대출방식이다. 정책금융공사의 당면과제인 주요 업체 인수합병(M&A)에 대해 유 사장은 현대건설 매각은 민간에 맡기고 하이닉스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국가 산업의 중요성이 있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현대건설의 경우 매각주간사의 실사가 이달 말쯤 끝나고 다음달에는 예비입찰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하이닉스는 반도체 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해 주인을 까다롭게 골라야 한다는 입장이다. 유 사장은 “기술유출 문제가 있기 때문에 경영을 제대로 맡을 기업을 찾아야 하는데 불행히도 적당한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면서 “다음달 정도에도 주인이 안 나타나면 국민주 방식 등을 포함 새로운 돌파구을 찾겠다.”고 말했다. 정책금융공사가 30.1%의 지분을 보유한 KAI는 내년 6월 말까지 기업공개(IPO)를 실시, 코스피 시장에 상장한 뒤 M&A를 추진할 방침이다. 유 사장은 “국가 산업인 항공·군수산업임을 감안해 정부가 일정 지분을 보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 프로필 ▲1955년 대구 출생 ▲경북고,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1977년 행정고시 20회 합격 ▲2002년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 ▲2005년 재정경제부 정책홍보관리실장 ▲2007년 주택금융공사 사장 ▲2008년 한나라당 정책실장 ▲2009년 정책금융공사 사장 취임
  • 이상철 항소심 무죄 파장

    ‘박연차 게이트’는 박 전 태광실업 회장의 진술이 핵심 증거이고 물증이 약한 전형적인 금품 수수사건이다. 그럼에도 박 전 회장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성이 있어 이광재 강원도지사 등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대부분이 하급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이상철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과 한나라당 박진 의원의 경우 항소심 재판부가 잇따라 박 전 회장 진술의 신빙성을 부정하면서 대법원이 최종 판단에 관심이 모아진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 조해현)는 27일 이 전 부시장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박 전 회장의 법정증언이 검찰 조사 때보다 상세해졌다는 것을 무죄 이유로 들었다. 사람이 목격하거나 경험한 사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흐려질 수는 있어도, 명확해지지 않는다는 게 대법원의 판례다. 박 전 회장은 그러나 법정에서 ▲돈을 줄 당시 좌석 배치 ▲함께 마신 술 종류(발렌타인 30년) ▲돈 봉투를 건넨 방식 등을 검찰 조사 때보다 더욱 명확하게 진술했다. 박 전 회장이 진술 일부를 번복된 점도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한 근거다. 박 전 회장은 법정에서 “금품제공 사실이 비서 다이어리에 적혀 있다.”에서 “메모 여부는 기억나지 않는다.”로 바꿨다가 “금액은 적혀 있지 않고 약속장소와 이름만 기재됐다.”로 다시 진술을 번복했다. 한편 지난 12일 박 전 회장로부터 2만달러를 수수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박 의원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 김상철)는 법정진술보다 당시 정황에 의심을 품었다. ▲돈이 건네진 호텔 복도가 눈에 잘 띄는 공개된 장소인 점 ▲3선 의원이 처음 만나 기업인에게 돈을 주저없이 받았다는 점 등을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된 인사 중 박정규 전 청와대 민정수석 비서관과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이택순 전 경찰청장 등은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이광재 도지사와 서갑원 민주당 의원 등은 2심까지 유죄를 선고받고 대법원에 상고했다. 이 도지사 사건은 대법원 3부(주심 박시환 대법관)에 배당됐으며, 이르면 다음 달쯤 판결이 나올 수도 있다. 수사 당시 ‘(대검) 중수부 박 검사’라는 별명이 붙었지만, 하급심이 물음표를 던진 박 전 회장의 진술을 대법원이 어떻게 판단할지 주목된다. 정은주·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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