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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맛 에세이] 어머니의 손맛

    결혼한 여자들이 대개 그렇겠지만 저는 남이 해준 밥,남이 차려준 밥상을 참 좋아합니다.일을 하다 보니 점심을 밖에서 먹을 일이 많은 게 그저 고마울 따름이지요.특히 밥이 먹고 싶을 때는 인사동의 ‘신일’이나 신사동의 ‘전주식당’에 갑니다.지갑에 돈이 좀 있을 때는 한남동 ‘풀향기’나 인사동의 ‘산촌’,‘두레’에도 가지요.그곳에 가면 늘 밥맛이 납니다.밥도 밥이지만 같이 나오는 나물이나 밑반찬들이 그 중 하나만 놓고 먹어도 밥 한 공기를 뚝딱 먹어치울 수 있을 만한 밥 도둑들이기 때문입니다. 기다란 젓가락 끝에 나물을 집어 입에 넣고 우물우물 씹다 보면 나물의 상큼함에 고소한 깨소금 냄새 한 가닥,맵싸한 마늘 향기 한 가닥,아주 약하지만 든든한 바탕이 되는 조선 간장의 그림자 한 가닥,그리고 그것들을 휘돌아 감싸 안는 참기름의 매끈함… 그저 예술이지요. 결혼하고 처음 제 살림을 할 때는 꽤 노력을 했습니다.잡지사 편집부에서 요리 기사 쓰고 레서피 교정보면서 체득한 노하우를 살림에 반영시킬 수 있을 거라 굳게 믿었죠.처음에 찌개나 볶음,구이 요리 등은 어느 정도 비슷한 모양새는 나와 주더군요.갖은 양념으로 무쳐낸 나물도 모양새는 그럴 듯했습니다.근데 입에 넣고 보면 겉은 나물이로되 맛은 샐러드이기 일쑤였습니다.화학조미료는 전혀 쓰지 않겠다던 소신을 끝까지 굽히지 않고 버티던 어느날,깨닫게 되었지요.손맛이 안 났던 거지요. 얼마 전에 한 TV 프로그램에서 그 ‘손맛’ 얘기가 나오더군요.결론은 손에 체온이 있어서 재료들을 손으로 버무릴 때마다 체온이 전해져 음식이 더 맛있어진다는 거죠.물론 우리가 ‘손맛’을 정확하게 느낄 순 없습니다. 사람이 음식을 먹으면 혀의 표면에 펼쳐져 있는 1만여개의 미뢰가 처음으로 반응을 한답니다.그리고 난 후 혀의 앞쪽은 단맛과 짠맛,옆쪽은 신맛과 짠맛,혀의 뿌리쪽은 쓴맛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그 음식의 정체를 밝혀내는 거죠.누구라도 사탕을 입에 넣으면 달다고 하고,소금을 먹으면 짜다고 하고,간이 안 맞으면 싱겁다고 하죠. ‘손맛’이 빠졌다고 쉽게 지적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하지만 ‘손맛’이나는 음식을 먹으면 ‘집 밥’ 먹는 것 같다며 숟가락질이 바빠지지요.결국 ‘손맛’은 어머니의 손맛이었던 것이죠. 사람들이 어머니의 손맛을 기억해내는 음식은 가지각색입니다.재미있는 것은 어란이나 굴비구이 등 귀한 음식보다는 김치찌개,된장찌개,시금치나물,녹두부침개,생태찌개처럼 늘 우리 옆에 있던 음식들에서 어머니의 손맛이 더욱 느껴진다는 거죠.호박이나 감자,무 등 부엌에 늘 있는 흔한 재료를 숭덩숭덩 썰어 양념은 적게,정성은 과하게 양념하여 조물조물 무쳐낸 음식들이 유난히 생각나는 때입니다. 신 혜 연 월간 favor 편집장
  • 외국인이 본 한국의 은행 / 시스템은 ‘586’ 경영은 ‘286’

    “언젠가 한 시중은행의 실적발표회에 간 적이 있었다.임원 책상에만 차가 놓여 있었다.오히려 목이 타는 사람은 발표자가 아니었을까.발표 내용에 대해 진지한 토론도 없는 분위기였다.한국 금융기관에서 관료적인 냄새를 맡았다.우리는 커피 한잔도 임원이 직접 타 마신다.”(외국계 A은행 임원) “한국의 은행들은 현금흐름이나 상환능력보다는 담보를 갖고 있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벤처열풍이 불 때도 해당기업의 비즈니스모델이나 업종 라이프사이클을 보지 않고 당장 망할 회사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마구잡이 대출을 하지 않았던가.”(국내 B은행의 외국인 직원) 경기위축에 더해 SK글로벌 사태,금융기관의 연체율 급등,자금 운용난 등 온갖 악재를 한꺼번에 만나 시련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 은행들을 외국계 은행들은 어떻게 바라볼까.그들의 생각은 대체로 ‘하드웨어는 선진화됐지만 소프트웨어는 아직도 구식 패러다임에 갇혀 있다.’는 쪽에 동의한다.1997년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을 통해 시스템은 선진화의 마스크를 썼지만 내부에서 돌아가는 관행이나 조직·경영문화에서는 여전히 ‘쉰 냄새’가 풀풀 난다는 것이다.특히 국내 굴지의 은행들이 SK글로벌에 수백억∼수천억원씩 물려 있는 현실은 이런 비판을 그대로 수용할 수 밖에 없게 만든다. ●장기비전 없는 경영문화 씨티은행 고위 관계자는 “한국의 은행들은 어느 한 은행이 금리를 조정하면 우르르 따라가고,괜찮은 신상품이다 싶으면 서로 베끼기에 급급하다.”고 지적했다.그는 “최근 한국 은행들이 예금금리를 낮추는 것은 그만큼 돈을 굴릴 데가 없다는 것인데,시장환경을 극복할 노하우를 개발했다면 지금쯤 거꾸로 예금금리를 높여 고객을 유치하는 여유가 생겼을 것”이라고 말했다.특히 “씨티카드의 연체율은 한국 카드사의 연체율보다 5%포인트 정도 낮다.”면서 “한국 금융기관들이 단기간의 이익과 경쟁에만 매달린 탓”이라고 비판했다. 외환은행의 대주주인 코메르츠방크(독일) 출신의 외환은행 관계자는 “한국 은행들은 포트폴리오 원칙을 쉽게 허물어뜨리는 경향이 있다.”면서 “주택자금 대출이 늘어나거나 부동산담보 대출이 너무 많아진다든지 하면 이를 적정수준으로 조절해야 하는데 당장 손쉽게 영업할 수 있다는 점만 믿고 무턱대고 한쪽으로 몰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간판만 보고 대출’ 관행 여전 뉴브리지캐피털 출신의 제일은행 임원도 “국내 은행들은 기업의 이름값만 믿고 대출해 준다.”면서 “대출받는 회사가 이자를 갚을 수 있는지 여부도 따지지 않고 대출해 주는 관행이 아직도 남아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SK글로벌 사태”라고 꼬집었다. HSBC 관계자는 “한국에서는 담보 외에 개인에게 부채상환 능력이 있는지를 잘 따져보지 않는 것 같다.”면서 “우리 은행의 경우 은행에 갚아야할 돈이 개인의 월급에서 생활비·카드결제비 등 반드시 써야 하는 돈을 뺀 부분보다 많으면 대출을 절대 안해준다.”고 말했다. ●조직문화 아직도… “국내 금융기관은 작은 공간에 사람을 우르르 몰아둔 것과도 같다.우리 은행은 위로 올라갈수록 고참급 직원이 줄어드는 대신 역할 범위는 넓어진다.한국 금융기관은 개인의 역할범위가 좁아 사람 많고 덩치는 큰 것에 비해 책임의식은 약한 것 같다.”(외국계은행 관계자) 외국은행에서 일하다 국내 은행에 스카우트된 한 은행원은 “국내 은행의 가장 두드러진 점은 하위 직급과 달리 부장급이 열심히 일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이어 “외환 딜러를 몇년간 시키다 지점에 보내 국내영업을 맡게 하는 등 여러 부서를 전전하게 해 결국 전문성을 잃게 만드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다른 외국계 은행 관계자는 “국내 은행들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은행에 대한 수익 기여도가 적어도 그대로 앉혀두는 예가 많다.”면서 “임원들은 게을러 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태균 김유영기자 windsea@
  • 미니스커트 예쁘게 입으려면 / 보기 싫어요 숭숭난 다리털

    미니스커트를 입겠다고? 무작정 짧은 치마만 입으면 미니스커트 패션이 완성될까? 완벽한 미니스커트 패션을 만들기 위해 고려해야 할 ‘Before & After’를 알아보자. ●Before 앙∼,미운 털 싫어.긴 바지와 두꺼운 스타킹으로 가려졌던 나의 다리 털,아무리 각선미만 좋으면 뭐하냐고.숭숭난 털이 보기 싫은 걸.어떻게 없앨까. 가장 간편하고 경제적인 제모법은 면도와 제모 크림이 있다.외부의 털을 깎아내는 면도기는 넓은 부위보다는 좁은 부위에 털을 없앨 때 유용하다.셰이빙 크림을 듬뿍 바른 상태에서 면도해야 자극이 적다.하지만 금방 털이 자라 자주 해야 한다는 게 단점. 제모 크림은 어디든 바른 뒤 5∼10분 정도 후에 씻어내면 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지만 화학성분이 들어 있어 자극적이고 냄새가 조금 독하다. 제모 왁스는 한꺼번에 많은 털을 깨끗하게 제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모근까지 제거해 준다.왁스를 제모할 부분에 바르고 굳으면 떼어낸다.강한 접착력 때문에 피부가 손상될 위험이 있으므로 전문숍에서 하는 것이 좋다. 기계를 사용해 털의 뿌리까지 뽑아내는 모근제거기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고 겨드랑이나 얼굴 등 굴곡이 있는 부위보다는 팔·다리 등 넓은 부위의 털을 없앨 때 유용하다.효과가 길게는 한달까지 지속되는 것이 장점이다.털을 뽑을 때 약간의 통증이 있으나 최근에 나온 ‘필립스 새틴 아이스 옵티마(사진)’는 아이스쿨러를 이용해 고통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했다. 레이저광선으로 모낭을 파괴,털을 영구적으로 없애는 방법도 있다.4∼6주 간격으로 3∼5차례 시행해야 한다.돈이 많이 들고 준비기간이 긴 것이 흠. ●After 웬만한 코디를 무난하게 소화하는 아이템이 미니스커트라지만 무작정 잡히는 대로 입고 나갈 수는 없는 법.나름대로 궁합이 맞는 코디를 연출해 보자. 체크무늬 미니스커트에는 카디건이나 짧은 데님 재킷,무릎까지 올라오는 양말을 매치하면 캐주얼한 멋이 난다.스포티한 트레이닝복형 미니스커트에는 가벼운 면 티셔츠와 파스텔 톤 스니커즈를 코디한다.이보다 더 발랄할 순 없다. 좀더 날씬한 느낌을 원한다면 세로로 가볍게 워싱된 데님 미니스커트에 톱을 입고 방금 세탁기에서 꺼낸 듯 구겨진 느낌의 링클스타일 셔츠가 좋다.셔츠 소매를 살짝 접어 재킷처럼 입으면 여성미와 터프함이 동시에 묻어난다. 최여경기자
  • 위폐 감별 달인… “가짜돈은 소리·냄새가 달라요”/서태석 외환銀 금융기관영업실 부부장

    어두운 조명 아래 테이블을 마주하고 앉은 두 남자 사이에 숨막힐 듯한 긴장감이 흐른다.마피아의 보스인 듯한 남자가 꺼내 놓은 100달러짜리 지폐가 가득한 007가방.한 남자가 소리친다. “이건 가짜야.” 최근 방영되고 있는 외환은행 광고다.광고속의 주인공은 이 은행 금융기관영업실 서태석 부부장(사진·60).그가 하는 일은 은행에 들어온 외화가 위폐인지 아닌지 판별하는 것이다.그의 손을 거쳐가는 돈만 해도 하루 평균 100만달러 정도에 이른다. “손으로 느껴지는 감각,지폐들이 넘어갈 때의 소리,냄새,종이의 무게 등을 따져보면 위폐인지 아닌지 알 수 있지요.위폐판별기도 믿지 않습니다.정확도가 80%도 채 안되니까요.” 그를 최고의 위폐 감별 전문가로 만들어준 일화 한토막.1994년 환전하면서 발견된 100달러짜리 지폐를 두고 서씨는 지폐의 암호격인 ‘비밀표시’가 수상한 점을 들어 위폐라고 판정했다.하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는 진짜 화폐(진폐)라고 주장해 의견이 엇갈렸다.결국 달러를 만들어내는 미국연방은행(FRB)까지 가서 확인한 결과,서씨의 판정승으로 드러났다. 덕분에 2000년 외환은행은 미국 재무성 안의 비밀수사국과도 제휴를 해 위폐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아시아 국가로서는 처음이고,세계에서는 11번째다. 예순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서씨가 여전히 은행원으로 남을 수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서씨는 2001년 정년퇴직했으나 다음날 다시 채용됐다.당시 서씨가 퇴직한다는 소문이 돌자 각 금융기관에서는 연봉의 2배를 제시하며 스카우트 제의를 하는 등 눈독을 들이기도 했다.그만큼 우리나라에는 위폐 전문가가 없다는 얘기다. “지난 2월에도 국내 최대 은행으로 꼽히는 곳에서 2만 3000프랑어치의 위폐를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은 채 환전한 적이 있었습니다.창구직원이 위폐에 그려진 그림이 지폐 견본집에 있는 것과 똑같다는 것만 믿고 환전해 줬기 때문이지요.” 서씨는 지난 69년 은행에 들어온뒤 위폐 감별 업무만 해왔다.중학교 중퇴가 학력의 전부여서 입행 당시 직급은 주사였지만 72년 정식 직원으로 채용된 ‘입지전적인 인물’로 통한다.올 8월 계약기간이 끝나는 서씨는 은퇴 후 계획에 대해 “우리나라에 위폐전문가가 별로 없는만큼 강의를 하면서 후배 양성에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김유영기자 carilips@
  • [나의 건강보감] ‘한국 록음악의 대부’ 신중현

    ‘한국 록음악의 대부’ 신중현(65).그의 삶은 간결하다 못해 흑백의 대비처럼 단조롭기까지 하다.자신의 삶을 오로지 음악 한 곳에만 쏟아온 까닭이다.그러나 사람들은 이런 신중현을 다층적으로 이해하려 하고,그의 음악을 복잡하게 들으려 한다.그래서,한국 록을 온 몸으로 일궈온 그이지만,진정 그를 아는 사람이 없다는 것인지도 모른다. 송파구 문정동 로데오거리의 허름한 지하실에 꾸민 ‘우드스탁(WOODSTOCK)’.바로 신중현의 음악이 잠룡(潛龍)처럼 비상의 힘을 얻는 산실이다.조명과 연주·음향시설이 어지러운 그곳에서 그를 만났다.이순(耳順)을 넘긴 대가답지 않게 연신 머리를 긁적였다.순정(純正)하고 애은,그러면서도 자유에의 열정이 솟구치는 그의 음악이 어쩌면 이처럼 그를 닮았을까. 얼굴에는 건강보다 깊게 대가의 경륜이 배어 있었다.건강은 어떠냐고 물었더니 “젊을 때 같지는 않지만 좋은 편”이라고 했다.건강하다는 그의 얼굴에서는 켜켜이 주름으로 앉은 지난한 세월의 편린이 고스란히 묻어났다.건강을 단순히 육신의 안위로만 해석한다면 그는 건강하지 않은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이 뭐냐는 당돌한 물음에 그는 물끄러미 한 곳을 응시하더니 “사는 거지요.”라고 했다.음악에는 한 시대와,그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삶이 담긴다는 뜻으로 들렸다.좀 쉽게 설명해 달라고 청했다. “음악을 하다보면 여러 단계의 변화를 거친다.젊었을 때는 뭔가 보여주겠다는 욕심으로 만든 음악을 최고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지금은 아니다.어느덧 내가 음악에서 큰 순환을 마치고 다시 원점에 이른게 아닐까.지금은 복잡한 것보다 단순하고 원초적인 소리가 좋다.장자는 ‘오음(五音)만이 진정한 음악’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사실 그에게 건강을 얘기하자는 게 좀 그랬다.평생 밤샘 작업을 밥먹듯 해오면서 술과 담배에 빠져 살았다.담배를 빼물지 않으면 악상이 떠오르지 않았다.술도 ‘엄청나게’ 마셨다.오죽했으면 “술 때문에 친구들 다 잃었다.”고 할까.한번 술을 마시면 시쳇말로 ‘끝장’을 보는 스타일이었다. 그러던 그는 지난 74년쯤,의사로부터 “맥이 안잡힌다.얼마 못살겠다.”는 날벼락같은 진단을 받았다.나이 서른.그의 음악이 막 뜨던 시절이었다.그는 독하게 마음을 다잡았다.술,담배를 끊고 절제를 다짐했다.그가 자신의 음악성을 지켜내기 위해 ‘무위의 삶’에 눈뜬 계기이기도 했다.그는 담배가 끊어지더냐고 되묻자 “끊은 게 아니라 멀리하는 것”이라고 했다.담배의 중독성이 그만큼 무섭다는 뜻일까. 이때부터 그는 음악에너지를 충전하기 위해 명상에 몰입했다.“음악에너지는 정신에너지이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방법으로 구할 수밖에 없다.그런 점에서 나는 좀 특이하다.” 설명은 이어졌다.“음악은 소리다.나는 나를 소리로 파악한다.몸과 정신에 이상이 생기면 우선 소리가 죽는데,나는 이 소리를 살리기 위해 수양을 택했다.도가적 명상을 통해 소리를 복원하거나,제 소리가 날때까지 소리를 연습한다.이를테면 수양이다.” 그는 악상이 떠오르지 않거나 알 수 없는 벽에 부닥치면 조용히 눈을 감는다.먼저 호흡을 가다듬고,고요 속으로 마음을 이끈다.“내가 없는 것이 바로 내가 있는 것”이라며 내면의조급함과 욕심을 하나씩 지워나간다.이렇게 한계의 벽을 넘어뜨려온 그다. 여행도 많이 했다.몸이 가라앉고,정신이 혼탁해지면 그는 말없이 여행길에 나서곤 했다.애당초 행선지는 없다.마음이 닿는 곳에 머물다 떠나곤 하는 식이다.기억에 남는 곳이 어디냐고 물었더니,“안가본 곳이 없지만 풍경을 보러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건 마음에 담아두지 않는다.”고 했다.한때는 채식도 해봤지만 그만뒀다.필요한 육체적 힘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그는 뭐든 가리지 않고 잘먹는다. 그럼 그런 섭생만으로 필요한 힘이 얻어질까.“그렇게 얻는 것은 몸의 힘일 뿐이다.영혼의 힘은 우주의 섭리 속에 있다.”고 한다.“음악이라는 것이 그렇다.기(技)의 단계를 넘어 도(道)의 경지에서 우주와 만나야 한다.우주의 도도한 힘과 질서에 나를 맡기면 음악이 달라진다.그 음악은 쇼냄새에 전 기의 음악이 아니라 가장 단순하고,심오한 도의 음악이다.” 그래설까.요즘 음악이 어떠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에둘러 답했다.“음악에서 과장과 인위의 냄새가 나면 그건음악에서 멀어지는 것이다.” 그는 “음악인이라면 누군들 절망을 겪지 않을까만,나처럼 험한 세상을 살았던 사람도 흔치 않다.”고 토로했다.대중의 기대는 그에게 힘이자 짐이었다.여기에다 ‘새로운 음악에 대한 열망’은 수없는 질곡을 그에게 안겼다.70년대 초반에 터진 마리화나 사건도 이런 와중에 빚어진,그로서는 좀 억울한 해프닝이었다. 돈과는 인연이 없어 모은 것도 없다.그런 그에게 “생애를 음악에 투자한 이유가 뭐냐.”고 물었더니 그는 예의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음악은 자유자재가 가능하다.또 자기 세계를 스스로 그려낼 수 있다.바로 자유다.그런 점에서 나는 가난하지만 행복한 사람이다.” 심재억기자 jeshim@ ◆도가병상과 도인체조법 신중현은 얘기중 특히 ‘무위(無爲)’를 강조했다.“좋은 소리란 어거지가 아닌 자연스러운 소리를 말한다.”는 그는 “이제 욕심을 부리기보다 모든 것을 비움으로써 빈 곳을 채우려 한다.”며 조용히 노장(老莊)을 얘기했다. ‘무위(無爲)’야말로 그의 음악 인생이 추구해 온 모든 것의 결집이라는 것이다.아닌게 아니라 음악실 곳곳에는 노자의 경구가 붙어 있었다.“화장실에 가다가도 문득 저 글을 보면서 깨달음을 얻는다.”고 했다.그는 무위를 통해 노장(老將)의 외로움과 허탈한 상실감을 되채우고 있었다. ‘무위’란 노자와 장자가 주창한 도가사상의 핵심 덕목으로,유위(有爲)나 인위(人爲)에 반대되는 개념이다.즉,무리해서 뭔가를 하려 하지 않고,스스로 그런 삶을 사는 무위자연의 입장이다. 이 노장사상에서 태동한 건강법이 바로 기를 돋운다는 도인체조.대유연구소 윤상철 원장은 오장육부를 단련하는 도인체조중 폐와 심장을 단련하는 체조를 이렇게 가르친다. 먼저,앉은 상태에서 눈을 감고 오른쪽 발꿈치가 회음혈(항문과 성기 중간)에 닿도록 한다.왼쪽다리는 무릎을 구부린 채 세운 다음 양손을 깍지껴서 손바닥으로 무릎 바로 아래를 감싼다.천천히 숨을 들이쉬면서 왼쪽 무릎을 당겨 허벅지가 가슴에 닿게 한다.이때 왼쪽 발끝은 아래를 향하다가 무릎을 당김에 따라 위로 향한다.숨을 멈췄다가 내쉬면서 왼무릎을 원래 자리로 놓는다.5∼7회 반복한 뒤 발을 바꿔준다.심장과 정력에 좋은 체조다. 신장과 폐를 단련하려면,반듯하게 앉아 주먹쥔 양손을 어깨 넓이로 내려 바닥을 짚는다.이때 손등은 앞을 향하고 몸은 자연스럽게 앞으로 숙인다.몸의 무게중심을 주먹에 두고 서서히 고개를 왼쪽으로 최대한 돌리는 동시에 회음혈을 오므리며 숨을 들이쉰다.다시 고개를 앞으로 돌리고 회음혈을 풀면서 숨을 내쉰다.3∼5회 반복한다. 경희대 한방병원 재활의학과 송미연 교수는 “기공(氣功)은 불규칙한 생활로 흐트러진 신체리듬을 회복하고 정신적 스트레스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된다.”며 “신중현씨와 같은 음악인이 하는 명상과 도인체조는 심신의 음적 에너지를 활성화해 신체와 정신의 균형을 이루는데 유용하다.”고 설명했다. 심재억기자
  • 어린 생명 또 죽인 ‘안전 불감증’천안 초등 축구부 합숙소 화재 8명사망

    대구 지하철 방화사건의 악몽이 가시기도 전에 초등학교 축구부 합숙소에서 어이없는 화재 참사가 발생했다.불과 20분 만에 ‘축구 꿈나무’ 8명이 숨지고 17명이 중경상을 입는 등 엄청난 피해를 낳았다.역시 안전 불감증이 부른 ‘인재(人災)’였다. ●잠자다 참변 26일 밤 11시10분쯤 충남 천안 성황동 천안초등학교내 축구부 합숙소에서 불이 나 잠을 자던 김바울(13)·고원주(11)군 등 8명이 숨졌다.또 함께 잠을 자던 이경진(11)군 등 16명과 코치 허임욱(36)씨 등이 연기에 질식,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불은 합숙소 건물 33평 내부를 모두 태우고 20분 만에 꺼졌다.경찰은 합숙소내 주방에 있는 전기밥통과 냉장고 부근 전기 배선이 심하게 녹아내린 점으로 미뤄 전기 합선에 의해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있다. ●쇠창살 창문·열악한 안전시설 좁은 합숙소에 환기시설과 출입문 등 안전장치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인명피해를 키웠다.특히 학교측이 축구용품을 도난당할까봐 합숙소내 창문에 쇠창살을 쳐놓았고,창문 바깥에는 신발장과 사무실 에어컨등이 설치돼 있어 학생들이 신속하게 대피하지 못했다.화장실 등에 설치된 환풍기도 화재 당시 전기가 나가는 바람에 전혀 작동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화재진압에 나선 김두일(35) 소방사는 “방안 천장에 붙어 있던 방한용 스티로폼과 나일론 계통의 연습복이 불에 녹으면서 다량으로 뿜어져 나온 유독가스가 바깥으로 방출되지 못한 것이 참사의 최대 원인”이라고 밝혔다. ●3개월전 화재 이후에도 사후 조치 없었다 학교측의 무관심과 소방당국의 무성의도 이번 참사를 초래했다.불이 난 합숙소는 지난 93년 축구부 학부모들이 갹출한 돈으로 지어졌다.학교측은 특별한 예산을 배정하지 않고 축구부원 한 명당 한달에 30만원씩 모아 관리비로 사용했다.평소 제대로 된 화재예방 시설과 관리를 기대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또 지난 10년 동안 합숙소 건물은 한 차례도 소방점검을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지난해 말 숙소 주방에서 작은 화재가 발생한 뒤에도 학교와 소방서측은 안전 점검과 시설 개선 등 사후 조치를 하지 않았다.학교와 소방서측은 서로책임을 떠넘겼다.학교측은 “학교시설물로 등록되지 않아 자체 소방점검 대상에서 제외했다.”면서 “안전 여부는 소방서에서 책임질 일”이라고 말했다.천안소방서측은 “숙소는 정기점검 대상인 400㎡ 규모의 3분의1밖에 되지 않아 학교측이 자체 안전검검을 실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망자는 다음과 같다.▲이장원(13)▲김민석(13)▲이건우(13)▲주상혁(13)▲고원주(11)▲김바울(13)▲임태균(9)▲강민수(11) 천안 이영표 이두걸기자 tomcat@ ◆못다핀 꽃 '12세 상혁이'친구·후배 살리고 자신은 끝내… “앞으로 나서지 않고 뒤에서 남을 챙겨주는 아이였습니다.” 생사를 다투는 불길 속에서 천안초등학교 주상혁(12·6년)군은 친구와 후배를 살리고 자신은 끝내 숨졌다.담임인 오상순(37) 교사는 “상혁이가 운동도 잘하면서 성적도 좋은 모범 학생이었다.”면서 “자식 같은 아이가 숨져 가슴이 아프다.”고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합숙소에서 함께 자다 화상을 입은 조덕근(11·5년)군도 “상혁이 형이 평소에 엄격했지만 후배들에게 운동도 잘 가르치고 다독거려줘 후배들이 많이 따랐다.”며 눈물을 떨구었다. 주군은 잠을 자다 연기 냄새에 깨었다.이미 불길이 방안을 휩싸고 유독가스를 내뿜고 있었다.다른 아이들이 밖으로 나가려고 허둥대는 게 보였다.유독가스가 가득 차 출입문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주군은 방안에서 출구를 찾느라 허둥대는 4∼5학년 후배를 하나둘씩 방안에 난 비좁은 창문으로 밀어올리기 시작했다.그러기를 수차례,불길 속에서 자신은 가스에 질식해 빠져 나오지 못했다. 화재현장을 찾아 동생의 물건을 찾던 주군의 누나 보람(14·천안여중2)양은 “동생이 평소 의협심이 강하고 착했다.”며 오열했다.아버지 정복(47·천안시 목천읍)씨는 “아들이 축구를 좋아해 이달초 부영초등학교에서 천안초등학교로 전학시켜 축구부에 넣은 것이 화근이 됐다.”며 “소방도로가 나 6월이면 합숙소가 헐린다고 해 모금운동을 벌이고 있는데 그때를 못기다리고 갔다.”며 비통해했다. 천안 이천열기자 sky@ ◆생명위독 윤장호군 어머니 오열 “기숙사가 헛간처럼 허름해 위험할 것 같으니 제발합숙은 하지 말자고 몇번이나 건의했지요.그런데도 학교에선 ‘걱정없다.’고 큰소리치더군요.그것이 가장 원망스럽습니다.” 온몸에 중화상을 입고 서울 구로성심병원 중환자실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는 천안초등학교 윤장호(13·6년)군의 어머니 백금녀(45)씨는 27일 원망의 눈물을 쏟아냈다.윤군은 생명이 위태롭다. 전날 밤 화재 소식에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집에서 뛰쳐나온 백씨는 “어린 것이 독한 가스를 마시고 숨이 막혔을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진다.”고 오열했다.막노동판을 전전하는 아버지 윤춘식(44)씨와 누나 지혜(14·중학 1년)양은 백씨의 손을 잡고 허공만 바라보고 있었다. 지난해 6월 월드컵 열풍에 이끌려 아들이 축구부에 들어 가겠다고 했을 때 백씨는 한달 30만원의 회비가 부담스러워 말렸다고 했다.백씨는 “식품공장에 취직해 특근과 야근을 밥 먹듯 하면서도 축구를 하며 즐거워하는 아들을 생각하면 힘든 줄도 몰랐다.”고 울먹였다. 박지연기자 anne02@
  • [Clean 3D] 근로환경 개선/ 김포시 양촌면 남양금속

    경기 김포시 양촌면에 있는 남양금속은 직원 9명이 프레스 기계에서 일하는 전형적인 중소기업이다. 이 회사는 산업현장에서 쓰이는 이동식 대차용 바퀴를 만들어 내수시장에 내놓고 있으며 수출도 하고 있다. 생산제품이 30여가지나 되며 직접 금형을 제작한 뒤 프레스로 가공한다.종업원 수는 9명에 불과하지만 지난해 매출액이 14억원에 이르는 탄탄한 중소기업이다.이 회사는 프레스 10대와 밀링·선반 등 금형기계 등을 갖추고 있다. 지난 2001년 현재의 위치로 이전하기 전까지만 해도 이 회사의 작업환경은 열악하기 그지 없었다.직원들 보기가 민망했던 이 회사 최황렬 사장이 공장부지를 매입,현재 위치로 이전하면서 작업환경을 말끔하게 개선했다. 특히 지난해 5월 클린3D 사업장으로 지정되면서 작업환경은 더욱 깨끗해졌다. 이 회사가 클린3D사업장으로 변신할 수 있었던 것은 최 사장 때문.최 사장은 평소 한국산업안전공단을 잘 알고 지내왔다.공단으로부터 산재예방시설 자금을 융자받아 프레스를 도입하는 등 공단의 도움을 많이 받아왔다.따라서 클린3D 사업이 있다는 것도 누구보다 먼저 알 수 있었다. 공단에 클린3D 사업을 신청하자 전문가가 방문,안전진단을 해주었다.곧바로 공사에 착수했다.생산라인을 멈추지 않고 1개월에 걸쳐 공장 내부를 개선했다. 우선 지게차에 각종 안전장치를 부착했다.안전벨트를 매지 않으면 시동이 안 걸리는 장치와 후방경보장치를 달았다. 금형 적치대를 공장 한곳에 마련,각종 금형을 보관하기 쉽게 만들었다.금형이 넘어져 사고가 날 위험이 없어졌으며 작업능률도 높일 수 있었다. 용접기에 국소배기장치를 달아 용접할 때 연기와 냄새로부터 종업원을 보호할 수 있게 됐다.드릴머신에는 방호장치를 달아 쇳가루가 종업원의 눈으로 날아들어가는 것을 막았다. 이 회사에서 일한지 3개월됐다는 방글라데시 출신 연수생 우텀(22)은 “작업장의 안전설비가 다른 곳보다 좋아 당분간 이곳에서 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안전을 위해 프레스에서 생산제품을 손으로 꺼내지 않고 자석막대기를 이용하고 있으며 프레스 작동을 양손으로 하도록 해 손가락이 끼이는 것을막았다. 프레스 경력 20년의 유복자(55·여)씨는 “각종 안전장치가 설치돼 있어 편안한 마음으로 작업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자체 예산을 들여 누전방지를 위한 접지설비를 설치했으며 바닥에 페인트를 새로 칠하고 지게차 안전통로를 확보했다.철판 절단기에는 방호장치를 설치했다.조명도 새롭게 달았다.바닥이 미끄러워 종업원들이 넘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모든 프레스기계 앞에 고무 매트를 깔기도 했다.지난해말 한 종업원이 넘어지는 사고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공장장 임사원(45)씨는 “종업원들이 마음놓고 일할 수 있도록 안전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면서 “안전에 대한 투자를 많이 한 덕분에 다른 공장에 비해 인력난이 덜하다.”고 말했다.●김용수기자 dragon@kdaily.com ◆최황렬 사장 인터뷰 “설비 투자보다 안전에 대한 투자가 더 중요합니다.그래서 안전에 대한 투자는 돈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남양금속 최황렬(43) 사장은 중소기업 경영자이지만 안전에 대한 신념은 대기업 못지않다.산업안전 위험 요소를 없애야직원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일할 수 있고 매출도 증대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최 사장은 최근 인력난 때문에 자신도 직접 프레스를 돌리고 있다.중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프레스공장에서 일해온 그는 그러나 1년만에 왼손 손가락 다섯개가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다.또 동료들이 사고를 당하는 것을 숱하게 목격했기 때문에 안전에 대해서는 남들이 답답해 할 정도로 철저하다. 직원들이 프레스 안전방호장치를 해제하지 못하도록 열쇠를 숨겨놓고 있으며 때때로 정신교육을 한다. “프레스 기계와 22년을 살아오면서 사고를 60여건 목격했습니다.사업주와 근로자 모두 안전에 대한 인식전환이 시급합니다.” 최 사장은 최근 정부의 대대적인 캠페인으로 근로자의 안전의식이 높아지긴 했지만 아직도 중소기업의 작업여건은 열악하기 그지없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은 대부분 임대공장이기 때문에 사업주가 안전에 대한 투자를 꺼립니다.또 사업규모가 영세하기 때문에 안전투자는 엄두도 못내지요.때문에 클린3D사업은 중소기업의 산업재해를 줄일수 있는 효과적인 프로그램입니다.” 최 사장은 사업주가 안전설비를 제대로 갖추지 않고 일을 시키는 것은 근로자에 대한 일종의 인권유린이라고 말했다. 김용수기자
  • 노무현당선자 고교 단짝 이충정씨“사람냄새 나는 세상 만들었으면…”

    “대선 당선자가 거의 결정된 19일 밤 11시,여의도 민주당사로 찾아가 친구 무현이의 손을 붙잡고 한동안 아무 말도 못했습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의 고교동창 이충정(李充井·57·제일은행 업무추진역)씨는 아직 친구가 대통령이 된 것이 실감나지 않는다는 듯 당선 하루가 지난 20일에도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표정이었다. 두 사람은 1966년 부산상고를 함께 졸업한 뒤 잠시 한 회사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그후 노 당선자는 사법고시에 합격해 변호사와 정치인으로,이씨는 은행원으로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다.정치인을 친구로 뒀다고 특별하게 행세한 적은 없지만 이 친구가 뭔가 해낼 줄로 굳게 믿고 있었다고 한다. 이씨는 지난 9월부터 노 당선자는 물론,가족이나 회사동료들도 모르게 노당선자의 홈페이지 ‘노하우(www.knowhow.or.kr)’에 들어가 친구가 아닌,순수한 팬으로서 글을 띄웠다.그는 홈페이지에 “노 당선자는 학창시절 특별히 친한 그룹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졸업 후 정치인으로 활동할 때도 동창생들이 조직적으로 밀어준 적도 없다.”며 친구여서가 아니라 어릴 적부터 ‘인간 노무현’에게 매력을 느껴 글을 올리게 됐다고 털어놨다. 노 당선자의 홈페이지에 1200여건의 접속건수를 기록한 ‘나 지금 흐느끼고 있어’라는 글을 띄운 사람은 바로 이씨였다.지난 10월 노 후보가 한 TV토론회에 참석했을 때,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 민주당의 영남지역 득표율이 저조했다는 이유로 대선주자를 포기하라는 얘기 등으로 궁지에 몰렸다. 이씨는 노후보가 ‘한 번만 도와주십시오.’라고 말하는 걸 보고 ‘친구의 어깨가 무너지고 있구나.’라고 느꼈다고 한다. ‘하늘을 우러러 기도드립니다.험하고 영광된 길을 누가 가라고 했습니까.누가 저 사람에게 울고 다니라고 했습니까.외롭게 버려두지 마십시오.우리가 있지 않습니까.’ 이 글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곧바로 ‘나 쏜다’ 등의 글이 수백개나 올라왔다.저마다 2만∼3만원씩 돈을 내 순식간에 수천만원의 후원회비가 걷혔다.사람들의 성원이 너무 고마워서 ‘나 지금 통곡하고 있어’라는 글을 또올렸단다. 그가 꼽는 노 당선자의매력은 과묵하지만 심지굳은 친구라는 점.두 사람은 부산상고 졸업 후 삼해공업이라는 어망회사에 함께 들어갔다.입사 한달 뒤 뼈빠지게 일해 손에 쥔 돈은 일당으로 따져 2700원.노 당선자는 당시 사장을 만나 월급이 아닌 일당으로 계산한 것에 대해 항의하면서 제대로 된 월급(일당 기준 4000원)을 받아냈다고 소개했다. 이씨는 75년 사법고시에 합격한 노 당선자가 당시 제일은행 덕수지점에 근무하던 자신을 찾아온 것을 잊을 수 없다고 한다.노 당선자 특유의 뒤뚱뒤뚱 걷는,여전히 정겨운 걸음걸이를 오랜만에 다시 봤고 뚝심있게 나아가는 친구의 모습이 한없이 믿음직스러웠다고 기억한다. 이씨는 “꼴찌들도 어우러져 살 수 있는 사람냄새나는 세상을 노 당선자가만들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원칙과 소신을 그대로 간직한 채 대통령직을 수행해 달라는 간곡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김유영기자 carilips@
  • ‘초월적 삶’ 배우러 인도에 갑니다/최근 젊은이들 사이 인도여행 붐

    인도 여행이 최근 몇년 새 젊은이들 사이에서 붐을 이루고 있다.4∼5년 전만 해도 인도 여행이라면,대학에서 불교 관련 공부를 하는 대학생이나 교수·소설가·시인의 전유물쯤으로 여겨졌다.그러나 이제는 젊은이들에게 인도 여행이 큰 인기를 끌어 매년 인도로 나가는 여행자 수가 급증하는 추세다.인도 전문 여행사 또한 크게 늘었으며 관련 서적도 다양한 주제·소재를 담아 쏟아져 나온다. 인도 전문 여행사 인도트래블의 오영원씨는 “20대 배낭여행객 수가 지난해에 견줘 10∼20%가량 늘었다.”면서 많은 여행사들이 다양한 인도 여행 패키지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또 여성이나 초보 여행객을 위한 호텔팩(호텔을 예약해 주는 여행상품)이 도입돼 인기 상승에 한몫하고 있다고 말했다. 숙박·교통 시설이 불편한 것은 물론 치안조차 불안한 인도가 이처럼 젊은이들을 사로잡는 까닭은 무엇일까. 인도를 다녀온 여행객들은 인도의 매력으로 제일 먼저 인도인을 꼽는다.인도인은 관광객에게 거리를 두지 않고 자연스럽게 말을 걸고 그들의 문화 속으로 이끌어준다는 것. “유럽이나 일본 등 선진국을 여행할 때는 아무도 관광객에게 말을 걸지 않잖아요.그러나 인도는 달라요.마치 귀한 손님이 온 것처럼 모두 호기심을 갖고 말을 걸어요.처음엔 어색하지만 지내다 보면 이상하게 정이 들어요.” 지난 1월 34일 동안 인도여행을 다녀온 박수희(28·여)씨는 인도인들에게정이 담뿍 들었다고 했다.이해관계가 걸린 일이 아니라면 철저히 무관심으로 대하는 선진국 국민에 비해 인도에서는 무엇보다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고말했다. 박씨는 “고급 문화,유적을 구경하려고 해외여행을 하던 시절은 끝난 것 같아요.실제로 일본이 우리나라와 크게 다를 게 뭐 있겠어요.인도가 젊은이들에게 인기를 끄는 까닭은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찾아 보기 힘든 따스한 사람의 정이 있기 때문이죠.”라고 인도 여행 경험을 살려 설명했다. 인도인들의 독특한,삶을 초월한 듯한 자세도 인도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매력. 예컨대 오줌을 닦은 이불을 다시 덥고 자는 광경을 보면 처음에는 질겁하지만,결국은 그처럼 까다롭지 않은 삶의방식이 이방인에게 편안함을 준다는것이다. 6개월 정도 문화재 발굴현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해 번 돈으로 지난해 11월인도에 다녀온 손성욱(24)씨는 당황스러운 경험을 했다고 한다.인도 방문 당시 델리의 국회의사당에서 폭탄테러가 일어났지만 인도인들은 구경할 생각을 하지 않고 제 일을 계속하더라는 것.모든 것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그들의 태도는 ‘좁은 땅에서 아둥바둥 살아온’ 손씨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는 “공부에서는 친구들을 이겨 일류대학에 들어가야 하고,졸업하면 일류 직장을 잡아야 하고,유행에 뒤지면 큰일이나 나는 것처럼 배우고 살아가는한국의 20대는 지나친 경쟁사회에 지친 것 같아요.거기에 인도의 낮은 물가와 미국·유럽에 비해 멀지 않은 지리적 이점 등이 이런 지친 20대를 끌어안는 것 같습니다.”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인도의 분위기 때문인지 취직이나 졸업을 앞둔 젊은이들이 인도 여행을 계획하기도 한다. 오효진(24·여)씨는 인도 여행을 가려고 1년 전부터 한달에 5만원씩 저금을하고 있다.아직 해외여행 경험이 없는 그에게 인도 여행은 무리라고 충고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는 개의치 않는다.지루하고 단조로운 생활에 탈출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그는 “이혼 위기에 있던 부부가 인도 여행을 다녀온 뒤 사이가 좋아지는 사례를 보았어요.현대사회에서 바쁘게 살면서 잃어버리고있을 무엇인가를 찾아보려고 인도 여행을 결심했지요.”라고 말했다. 졸업을 앞둔 대학생 이정행(22·여)씨도 취직이 결정되면 인도부터 다녀올계획이다.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인도 영화를 보고 관심을 갖게 됐다는 그는 “인도도 이제 많이 개방되는 것 같아요.풍요로운 문화유산과 독특한 정신문화가 어우러진,세계에서 거의 유일한 곳이 아닌가 생각돼 개방이 더 진행되기전에 꼭 다녀오고 싶습니다.”고 희망을 밝혔다. 이송하기자 songha@ ★왜 인도로 떠나는가 인도 여행이 이렇게 젊은이들의 관심을 끌게 된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한달 이상 장기여행이 가능할 정도로 값싼 경비와,볼거리 위주가 아닌 독특한 ‘체험관광’을 할 수 있다는 점을꼽는다. 닥터트래블의 공경식 대표는 “인도 여행은 지난 98년 IMF를 겪으면서 크게 늘어나기 시작했는데,그때 각 항공사가 반값 정도에 비행기 표를 제공했기때문”이라고 인도 여행 붐이 형성된 계기를 설명했다.그는 “싼 맛에 다녀온 인도 여행에서 기대 이상의 만족을 누린 여행객들을 통해 입소문이 나고,그것이 인도 여행 붐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박철우 서일대 문예창작과 교수는 “사치와 향락을 추구하는 성격이 짙었던 해외여행 문화가 정상화하는 한 과정”이라고 평가하고 “볼거리를 찾아 깃발을 앞세워 몰려다니던 관광 행태는 이제 극복할 때가 되지 않았느냐.”고반문했다.이제는 관광을 통해 즐거움을 누리거나 단순히 견문을 넓히는 차원을 지나 깨달음을 얻기 위한 여행이 가능해진 것이라고 풀이했다. 박 교수는 “우리보다 개발이 뒤진 국가로 여행가면 물건값을 꼭 깎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기 쉬운데 인도 여행을 하다 보면 이도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을 깨닫는다.”면서 “인도 여행은 손해를 보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삶을즐기기 위해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송하기자
  • 연극 ‘두 여자’ 로 돌아온 서갑숙 “다시 무대에 설수 있어 기뻐요”

    “무대에 서는 기회를 얻어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요.이번 작품을 시작으로본격적인 연기인생을 살 생각입니다.” 서갑숙(41)이 연극 ‘두 여자’로 8년만에 무대에 돌아왔다.‘두 여 자’는 대종상영화제에서 6개 부문상을 받은 이정국 감독의 영화 ‘두 여자이야기’를 각색한 작품.서갑숙은 애를 못 낳는 영순(김지숙)대신 애를 낳으러 후처로 들어와 끝내 버림받는,한 많은 여인 경자를 연기한다. “경자는 철은 없지만,사랑을 갈구하고 삶에 열정을 지닌 인물입니다.제가생각하는 어머니를 표현하다 보니 경자가 영순처럼 되더라고요.경자를 육화(肉化)하는 과정이 생각보다 어렵네요.” 중학교 2학년,초등학교 5학년의 두 아이를 둔 ‘억척 엄마’로 3년의 시간을 보낸 그녀.요즘 하루 8시간의 연습으로 몸은 고되지만,아이들이 공연 때 꽃다발을 사가지고 온다는 말에 부쩍 힘이 난다는 그녀는 천상 평범한 어머니다. 3년전 책 ‘나는 때론 포르노그라피의 주인공이고 싶다’로 화제의 중심에 섰지만,연기자로서 잃은 것도 많지 않았을까.“100만명 정도가그 책을 읽었어요.나쁜 평이든 좋은 평이든 에너지를 한꺼번에 받으면서 몸과 마음이 모두 힘들었던 건 사실이에요.하지만 좌절하거나 자신감을 잃지는 않았죠.” 당시 화제의 중심이던 무렵 성인 인터넷방송이나 에로영화 등의 출연 섭외가 많이 들어왔단다.“그걸 하면 섹슈얼한 이미지로 굳어질 것 같았죠.그런 관심은 금방 식게 마련인데,2∼3년만 반짝하고 말 짓을 제가 뭣하러 하겠어요?” 대신 “3년동안 힘을 축적했다.”고 말했다.음식점을 내서 생활인으로 기반을 닦고,동네 아줌마들과 목욕탕에서 수다도 떨면서 ‘지금’선 자리에서 “온 몸으로 살았다.”는 그녀.“애도 키워놓고 돈도 적당히 벌었으니 이제는 하고 싶은 연기만 할 수 있어 오히려 잘된 일 같아요.” 연기는 영화·연극·TV드라마 등 어떤 장르든 상관없단다.“중요한 것은 역할입니다.어떤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는,연구할 게 많은 역이 좋아요.좋은작품이 있으면 저 좀 캐스팅해 주세요.(웃음)” 그래도 연극무대는 고향같다고 했다.“드라마나 영화는 컷을 잘라 이을 수 있지만 연극은 서로 호흡을주고받으면서 연기해야 하죠.실시간으로 한 편을 쭉 연기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매력이지요.” 그녀는 연기뿐만 아니라 “호기심이 많아서”관심사가 다양하다.본능적으로 상대방을 느끼게 하는 냄새의 정체가 궁금해,유럽을 돌아다니며 향기를 공부하기도 했다.이번 공연을 마치면 사랑을 소재로 한 희곡을 써 볼 계획이다.“욕심만 안 내면 돼요.기본적인 생활만 가능하다면 더 근사한 삶을 꿈꾸기보다는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며 살아야죠.” 불혹의 나이를 넘겼지만 하고 싶은 일은 해내고야 마는 그녀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김소연기자 purple@
  • 책/ 시계밖의 시간 - “당신의 시계를 없애버려라”

    동인도제도의 몇몇 지방에선 달이 꽉 차는 밤들 가운데 하나는 ‘작은 돼지달’,또 하나는 ‘큰 돼지 달’이라고 부른다.이를 서구식 캘린더라면 아마달이 차오르는 11번째 밤과 12번째 밤이라고 부를 것이다.이렇게 이름 붙인 까닭은 그 때가 되면 어미·새끼 돼지 할 것 없이 달빛에 홀린 듯 흥분해 우리를 뛰쳐나와 날뛰고 뒹굴기 때문이다. 또 인도 만다만 숲의 사람들에겐 꽃과 나무들의 냄새로 한 해의 시간을 묘사하는 ‘향기 캘린더’가 있다. 이처럼 전 세계 어디서나 각각의 달은 자연으로 특징지어지므로,그 달의 이름을 듣고 그 지역의 고유한 풍경을 짐작할 수 있다. ‘시계밖의 시간’(제이 크리피스 지음,박은주 옮김,당대 펴냄)은 ‘시간’이란 주제를 문화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책이다. 지은이는 시계로 측정하는 시간이 고도로 정치적이며,문화제국주의의 뿌리깊은 예라는 인식을 놓치지 않으면서 사람들이 시간을 경험하는 다양한 방식을 이야기한다. 이러한 이야기들을 꿰고 있는 두 중심줄은 ‘시계의 시간’과 ‘자연·야성의 시간’이다.인간은 하루하루를 째깍대는 시계의 노예가 되어 허겁지겁 살 뿐,야성의 시간이 주는 깊고 풍성함을 알지 못한다.저자는 시계의 시간 지배하에서 여성성을 유린하는 ‘속도의 남근성’을 가차없이 비판하고,밀레니엄 축제는 야성의 시간에서 이루어지던 페스티벌의 넉넉함을 잃어버렸다고 꼬집는다. 그는 또 어린이들을 성인화하는 어린이미인대회와 중년 여성의 성형수술 바람을 빗대어 여성의 연령은 오직 ‘젊음’에 멈추어야 하는 사회적 시계에 칼을 댄다.아울러 ‘월경’이라는 여성의 시간이 사회적으로 억압받고,남성들에게 지배당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결국 산업사회는 뉴턴의 ‘절대적이고 수학적인 시간개념’을 무기로 해서 시간의 다양성을 말살했고,사람들은 벤저민 크랭클린의 ‘시간은 돈이다.’를 배워 시간에 충만해 있는 은총과 자비를 비천하고 무자비한 시간 세기로 고갈시켜버렸다고 역설한다. 반면 ‘시간은 창조이거나 무(無)그 자체이다.’라고 한 프랑스 철학자 베그르송,시간은 시계의 대립물임을 간파한 루소,철철 넘칠 만큼 ‘순간의지금’(맹트낭)을 구현해낸 몽테뉴,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프루스트 등은 시간의 다양성을 꿰뚫어본 대표적인 사람들로 소개한다. 저자는 지금도 섹스·술·마약·음악 등에 야성의 시간이 남아 있다고 말한다.시계에 끌려다니며 헉헉대는 현대생활에서 알코올과 마약의 수요가 급증하는 이유중 하나는 시간의 억압에서 벗어나게 해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시간에 길들지 않은 때가 바로 구미에서 가장 빛나는 음악가들이 야성의 시간의 연주로 꽃피운 시기였다고 부연한다. 결국 지은이가 주고자 하는 메시지는 짧은 한문장으로 압축된다.‘당신의 시계를 수장하라.’2만 3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
  • [대∼한민국 24시] 새벽 주문진항/펄펄뛰는 생선 만큼 어민 삶도 ‘싱싱’

    “펄펄 뛰는 오징어가 개락이래요(많습니다).한 두름(20마리)만 사 가우(사세요).” 늦가을 강원도 강릉 주문진항의 새벽은 짭짜름하고 비릿한 바다냄새와 어민들의 왁자한 목소리로 시작한다.어스름이 걷히기 시작하는 오전 5시30분쯤 주문진 부두는 배가 들어올 때를 준비하는 사람들과 밤새 전국에서 달려온 활어차 운전사,출항을 준비하는 선원들이 모여들면서 분주하게 아침을 맞는다.부두 한쪽 옆에 설치된 해수관을 통해 연신 쏟아져 내리는 바닷물을 활어차에 싣는 작업부터 부두끝 포장마차에서 새벽 속풀이 해장국을 먹는 출항 앞둔 선원까지 표정도 다양하다. 겨울이 가까워짐에 따라 오징어떼가 울릉도 외항까지 이동하면서 배 입항시간이 오전 7∼8시로 늦어져 그나마 여유로운 시작이다.한여름 연안에서 오징어 어군이 형성될 때는 새벽 3∼4시면 배가 들어오기 때문에 밤을 꼬박 지새우는 경우도 다반사다. 아침 7시를 넘어 부두끝 오징어 위판장으로 집어등(燈)을 주렁주렁 매단 50t안팎의 오징어배들이 줄줄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부두는 더욱 부산해 진다.입찰을 위해 빨갛고 노란 모자로 구분된 수협직원과 중매인,중간상인들이 모여들면서 시끌벅적해 진다.입찰 때는 조용하다가 막상 입찰이 끝나면 활어차를 뱃전으로 부르랴,오징어 나르랴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이때는 모두가 뛰다시피 뱃전과 활어차를 오간다.싱싱한 산오징어를 상전 모시듯 조심스러우면서 재빠르게 차량 수조로 날라야 하기 때문이다. 부두에 정박한 오징어배들도 바쁘기는 마찬가지다.선원들은 밤새 채낚(낚시)으로 잡은 펄떡거리는 오징어를 뜰채로 20마리씩 그릇에 담아 뱃전으로 내느라 정신이 없다. 선원생활 40년이 넘었다는 오징어 배 명전호(52t) 선원 손한용(56·주문진읍)씨는 “주문진에서 8시간 걸리는 울릉도 외항까지 나갔다가 이틀 밤을 꼬박 새우며 오징어 6000여마리를 잡았다.”면서 “어황이 예년만 못해 갈수록 힘이 든다.”고 푸념이다.그래도 “내 손으로 잡은 오징어를 하선시킬 때가 제일 보람 있다.”며 활짝 웃어 보였다. 배 가두리식 수조에서 건져낸 오징어들은 조금이라도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활어차를 배 가까이 정차해 놓고 순식간에 활어차 수조로 옮겨 싣는다.중간 상인 아줌마들까지 동원돼 릴레이식 작업이 이어진다. 중간상인 김매자(56)아주머니는 “주문진 사람이면 누구나 어항에서 장사할 수 있다.”면서 “그동안 고기장사해서 자식들 공부시키고 이만큼 사는 것도 어항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자랑스러워했다.더구나 아들이 중매인으로 활동,매일 아들과 얼굴을 대하며 장사할 수 있어 뿌듯해 한다. 활어차에 옮겨진 오징어들은 곧장 서울과 수도권 등 전국의 횟집으로 달려간다.주문진항이 어항 가운데 활어 선도율이 좋다 보니 강원도 동해안 활어생산량의 70%를 차지한다. 수협 지도과 원명식(48)계장은 “고속도로와 국도,어항으로 통하는 교통이 편리하고 어선들도 다른 항구보다 신선도 유지를 잘해줘 활어차들이 주문진항을 가장 많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활어차 운전사들의 애환도 부두 곳곳에서 묻어난다.충분히 잠을 못자는 것도 그렇고 겨울에는 도로에 바닷물을 흘리고 다닌다며 눈총받는 것도 달갑지 않다. 부부가 함께 소형 활어차(1t)를 10년간 몰고 있다는 방종성(59)씨는 “뱃사람으로 30년을 지내다 이제는 평창,제천,횡성 등 강원 영서지방의 횟집을 오가며 활어를 날라다 주고 있다.”면서 “아내와 활어차를 몰고 있지만 평생 바다에서 살아 그런지 육지생활 적응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부두 입구에 있는 수협어판장에서는 오징어를 제외한 각종 잡어배들이 속속 입항하며 또 다른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대부분 5∼20t급의 소형어선인 잡어잡이배들은 도루묵과 문어,청어,고등어,아지,게르치,새치,도치,연어,삼치,홍게 등 동해안 연안에서 나는 다양한 고기들을 연신 부두로 올린다.부두로 올라온 고기들은 곧장 앉은뱅이 저울로 달아 무게를 잰 뒤 수협직원들의 땡강거리는 종소리에 맞춰 즉석 경매가 이뤄진다.이때도 노란 모자를 쓴 중매인들이 나서 무슨 횟집,무슨 활어차를 부르며 북새통을 이룬다.일순간 번지수가 바뀌어 활어차 수조에 부어질 때면 억센 강원도 사투리 속에 삿대질까지 오간다. 펄펄 뛰는 고기만큼 이곳 부두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어민들의 모습도싱싱하다. 이곳에서 활동하는 중매인들은 모두 14명으로 벌이도 짭짤하다는 것이 뱃사람들의 귀띔이다.중매인들은 대부분 직원 한명씩을 두고 한창때인 여름철에는 한달에 700만∼800만원,연간 평균 월 300만∼400만원은 거뜬히 번다는 것이다.최연소 28호 중매인 안명일(30)씨는 “푹풍주의보가 내리거나 안개가끼는 날은 공치는 날”이라며 “더위와 추위 속에 고생도 만만찮은 직업”이라고 말했다. 어판장 옆 수협수산물직판장 한쪽 벽에는 ‘당신도 적 잠수함을 잡을 수 있다.’는 문구와 함께 북한 잠수함 사진을 넣은 대형 패널이 걸려 있어 이채롭다. 부두의 절반이상을 차지하는 좌판 어시장과 횟감을 떠주기 위해 종종걸음으로 손님들을 따라 다니는 아주머니들의 모습은 주문진항의 또 다른 풍경이다. “싱싱한 오징어 횟감 사시우.”를 연발하며 리어카에 바닷물과 함께 산오징어를 싣고 다니는 아주머니들은 한번 ‘찍은’ 손님은 절대 놓치지 않는다.횟감을 사러온 손님이다 싶으면 리어카를 이리저리 끌고 따라 다니고 바닷물을 튀기면서 어떻게든팔아야 직성이 풀린다. 횟감을 살 때쯤이면 어디서 나타났는지 회를 썰어주는 아주머니가 득달같이 나타난다.20마리정도를 횟감으로 썰어 주는데 5000원정도의 수수료를 내야하니 칼 한자루와 도마 하나로 벌어들이는 돈이 쏠쏠한 편이다. 몇년 전 주문진항이 새롭게 단장되면서 부두 내에서는 회를 썰지 못하게 됐지만 그래도 이들 아주머니들의 터전은 골목골목으로 옮겨가 번창(?)하고 있다.일손이 바쁘다는 핑계로 나 보란 듯이 부두 한쪽에서 횟감을 썰어 내는 배짱좋은 아주머니들도 있지만 다들 바쁜 마당에 단속의 손길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횟감을 맡긴 아주머니를 찾지 못해 부두 뒷골목 곳곳을 기웃거리며 ‘내 횟거리’ 찾기에 진땀을 흘리는 손님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그래도 아주머니들은 용케 횟거리 주인을 찾아내 아직 한번도 배달사고가 난 적이 없다니 대단한 노하우다. 횟감 뜨는 일만 15년을 넘게 했다는 이음전(54)아주머니는 “오전 이른 시간에는 지방 손님들이 많고 10시가 넘어서면 외지 관광객들이 모이기시작해 주말이면 하루 20명정도 손님은 거뜬히 받아 벌이가 괜찮은 편”이라고 털어놓는다. 아무렇게나 고기들을 늘어놓고 파는 좌판 아주머니들도 손님을 부르느라 왁자하다.손님과 흥정하다 맘에 들었다 싶으면 덤도 몇마리씩 더 얹어 주며 후한 인심을 쓰기도 한다. 이런 와중에 이웃 좌판 아주머니와 실랑이를 벌이는 일도 비일비재하다.“내 손님을 불러들여 왜 장사를 못하게 하느냐.”는 것이 시비의 시작이고 고성의 원인이다. 걸쭉한 입심으로 욕지거리가 오가다 보면 삽시간에 손님은 사라지고 이곳저곳의 아주머니들까지 합세해 한동안 시장통은 아수라장이 된다.부두의 치열한 또 다른 삶의 모습이다. 수협 확성기에서는 “수입 수산물은 사지도 팔지도 말자.”고 목청을 높이지만 어시장 곳곳에는 러시아산 대게(일부 어민들은 북한산이라고 주장)도 많이 눈에 띈다. 시각이 아침 11시를 넘어서면서 고기를 내린 배들이 항구의 자기자리를 찾기 시작하고 활어차들이 썰물 빠지듯 떠나가고 나면 어항내 사람들은 출출한 늦은 아침 끼니 해결에 나선다.이때쯤이면 네발 오토바이로 아침을 날라주는 식당이 바빠지기 시작한다. 울긋불긋 등산복 차림의 외지 단풍관광객들을 싣고온 대형 관광버스들이 찾기 시작하면서 주문진 부두의 손님맞이 제2라운드가 시작되는 때이기도 하다. 이때쯤이면 아침나절 한가하던 부두밖 건어상들의 손길이 바빠지기 시작한다.번듯한 상점을 마련하지 못한 거리의 상인들도 골목마다 또 다른 좌판을 벌여 놓고 정성스레 담은 젓갈류와 말린 고기류를 파느라 시끌해진다. 동해바다의 새벽을 열며 치열하게 하루를 시작하는 주문진항은 오후에 접어들면서 배들이 꼬리마다 수십마리씩 갈매기떼를 달고 하나둘 자리를 찾으면서 고달픈 하루를 서서히 마감한다. 주문진 조한종기자 bell21@
  • [대~한민국 24시] 가락동 도축장/천대받던 ‘백정’ 옛말… 어엿한 ‘전문직’

    도축장은 일반인들에게 아직도 낯설다.낯설다기 보다는 왠지 거부감마저 주는 곳이기도 하다.하지만 이곳도 생생한 삶의 현장이며 우리 이웃이 일하는 일터다.과거 ‘백정’으로 불리며 천시되던 도축장의 달라진 오늘을 들여다본다. “5212,5212 차 빨리 대세요.” 11일,아직은 이른 새벽.서울 송파구 가락동 농협서울축산물공판장(도축장)의 하루는 날카로운 확성기 소리로 열렸다. 밤길을 재촉해 소와 돼지를 가득 싣고 온 화물차 운전기사들은 푸른색 작업복 차림의 현장 반장의 지시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흡사 기계와도 같았다.한기를 느낄 만큼 제법 쌀쌀한 새벽이지만 담배를 꼬나 문 그들의 모습에서는 추위보다는 진지함이 묻어났다. 아침 7시가 가까워지면서 도축장 뒤편 소·돼지 계류장은 부쩍 분주해졌다.질서 유지를 위한 확성기 고음이 귓속을 찌르고 화물차의 엔진과 경적소리,돼지 울음소리가 뒤엉켜 순간 혼을 빼놓는다. ‘서덜레’(초보자를 일컫는 이곳의 은어)가 끼어들려 하자 “5472 안 나가요.”하는 신경질과 핀잔이 뒤따랐다. 도축장 경력 20년인 베테랑 오영환(55) 반장이 “왜 그러는 거여.그런다고 빠른 게 아녀.”라고 인상을 쓴다.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알아 차렸는지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젊은 기사는 멋적은 웃음으로 ‘OK’를 표시한다. 순간 벌어진 이 광경이 무척 재미있었던지 옆에서 팔짱을 낀 채 낄낄거리고 웃던 화물차 기사 이용석(38)씨는 “저 놈 뭘 몰라도 한참 모르는 놈이구먼.처음 오는 가봐.”라며 혀를 찼다.“반장이 순번을 부르면 소와 돼지를 계량한 뒤 계류장에 내려놓고 나가면 되는데….”라며 말꼬리를 이었다. 그는 몇년 전만 해도 한차당 20만원 가까이 운임을 받았으나 화물차들끼리 경쟁이 붙어 차당 가격이 14만∼15만원으로 떨어졌다고 씁쓸해 한다.특히 외환위기 이후 직장을 잃은 사람들이 대거 몰리는 바람에 운반비 하락을 가져왔고 축산농가에서도 ‘단골’보다 싼 가격을 제시하는 사람에게 운반을 맡기고 있다며 세태의 변화를 귀띔한다. 돼지콜레라가 걱정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오 반장은 “쓸데 없는 얘기”라고 일축한다.이곳은 농협이 직접운영하는 데다 철저한 검사과정을 거쳐야만 반입되기 때문에 돼지콜레라 발생 전이나 지금이나 반입량은 비슷하단다. 계류장의 모든 상황을 꼼꼼히 체크하는 김석원 현장 감독의 눈을 피해 ‘출하자 수면실’을 엿봤다.밤길을 달려온 화물차 운전기사들이 쉬는 공간이다.4평 남짓한 방에는 무료함을 달랠 장기와 바둑판이 있고 목침과 꼬질꼬질한 이불이 널브러져 있다. 이곳도 어김없이 코끝을 찌르는 돼지와 소똥 냄새로 가득했다.먹다 만 밤참이 그대로 남아 있다.피로감이 입맛을 빼앗아간 듯싶다. 김 감독은 “대부분의 소·돼지가 충청도와 경기도에서 오기 때문에 운전사들도 장시간 운전으로 피곤할 것”이라고 했다. 비슷한 시각.계류장을 한바뀌 돌았다.소·돼지를 실은 1∼4.5t트럭들이 꼬리를 물고 늘어서 있다.한 화물차에 실린 50마리쯤 돼 보이는 돼지들은 추위가 싫은 듯 서로 몸을 비비며 ‘꽤∼액,꽥’ 소리를 질러댄다.흡사 겨울을 나기 위해 뱀들이 ‘똬리’를 틀고 있는 듯하다. 1t 트럭에 홀로 몸을 기댄 바싹 마른 ‘우공’이 큰 눈망울을사방으로 굴리며 콧김을 연신 뿜어내는 것이 ‘천당’에 가까이 왔음을 감지한 듯했다. 이같은 감상도 냉동창고 앞에 다다르면 현실에 부딪혀 산산조각난다.계류장 반대편에 위치한 냉동고는 하루종일 바쁜 현장이다.도축한 소·돼지고기들을 냉장시켜 정육점으로 배달하는 곳이다. 전날 도축한 200여마리의 소와 2000여마리의 돼지를 배달원들이 열심히 차에 싣고 있다.이들은 20대 건장한 청년부터 50대 후반의 ‘중늙은이’까지 연령층도 다양하다. 검거나 붉은 비닐옷을 입고,잡은 고기를 옮기는 이들의 몸놀림은 ‘물찬 제비’처럼 빠르다.어깨에 돼지를 둘러메고 뛰는 폼이 운동회 때 모래주머니 나르기를 연상시킨다.‘딱통’(큰 돼지를 뜻하는 은어)을 메고 배달차로 향하는 한 배달원의 얼굴은 몹시 굳어 있다. 자신의 일에만 충실할 뿐 서로 대화가 없다.한 젊은이를 붙잡고 말을 걸었다.“지금 바빠요.특별히 얘기할 것이 없네요.”라며 무엇에 쫓기 듯 뛴다. “배달원은 오전과 오후 두탕 나갑니다.낮 12까지 오전 배달을 마치고 오후 1시30분부터 2차 배달에 들어가지요.”차량과 냉동고를 관리하는 이창규(35)씨가 말했다. 운전기사와 조수,2인1조로 된 배달차 80여대가 서울 전역의 정육점·백화점 등을 누비고 배달원만도 200명에 가깝다. 벽돌을 쌓듯 차곡차곡 고기를 실은 운전기사는 차에 올라 타 커피 한잔으로 피로와 잠을 쫓는다.옆에 탄 조수는 배달처를 적은 메모지를 조심스럽게 살피고 서서히 정문을 빠져 나간다. 5년째 이 일을 한다는 정모(41)씨는 “쓰려면 제대로 써 달라.”며 “돼지나 소고기를 정육점에 나르는 모습을 보면 지나가는 사람들,특히 여자들이 애써 외면하지만 우리도 어엿한 직장인”이라고 힘줘 말한다. 차에 쉴새없이 고기를 싣는 사이 냉장고에 들어가 봤다.싸늘한 냉기와 함께 끝이 날카롭게 다듬어진 갈고리에 주렁주렁 걸린 엄청난 물량의 고기들이 한눈에 들어온다.딱통부터 규격돈까지 다양하다. 이제 도축현장이 궁금했다.관리부로 찾아갔다.협조를 받기 위해서.이 건물 2층에 있는 사무실은 도심에 있는 사무실 분위기와 다를 바 없었다.정식 농협 직원이라 그런지모두 말쑥한 차림이다. 도축작업이 이루어지는 현장은 일반인의 출입이 철저히 차단된 곳이다.외부에서는 작업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결코 볼 수 없도록 돼 있다.마치 요새와 같다. 돼지들이 계류장에서 협소한 통로를 따라 한줄로 밀려간다.뒤에 있는 돼지가 앞에 있는 돼지를 미는 식이다.빠져 나갈 수 없도록 만들어진 ‘철제 통로’ 끝에서 돼지들은 엄청난 전기충격을 받고 황천길에 오른다. 해체작업은 파트별로 27명씩 54명이 맡는다.자신들의 일에만 열중할 뿐 역시 말이 없다.야릇한 적막감이 휩싸인다. 소 도축도 예전과 달라졌다.몇년 전까지만 해도 어른 엄지손톱 굵기의 둥근 쇠막대가 달린 해머로 소 정수리를 때려 잡는 무식한(?) 방식이었다.하지만 이곳에서는 이른바 ‘총’이라는 기구를 쓴다.현장을 안내한 조씨는 “소를 움직이지 못하도록 해 놓고 손으로 조그마한 버튼을 누르면 쇠막대가 정수리를 가격하도록 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남박’(소머리를 지칭하는 은어)을 자르거나 소가죽을 벗기는 등 작업을 하는 20여명도 말없이 일만할 뿐이다. 김 반장은 “해체작업을 담당한 사람들은 모두 10년 이상 경력의 베테랑”이라며 “모두 농협 정식 직원”이라고 강조했다.일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다고 덧붙였다. 옛날 천대받던 ‘백정’이 아니라 엄연한 대한민국 직업인임을 강조하는 뜻이리라. 오전 10시쯤 돼지 경매에 이어 오후 1시가 조금 지나 소 경매가 이어졌다.경매는 오후 3시 넘어까지 계속됐다. 하루 온종일 귓가에 맴돌던 돼지 울음소리도 조금은 누그러졌다.사실상 하루일과가 마무리된 것이다. 하루의 열기가 식을 무렵,몸을 씻고 말쑥한 복장으로 정문을 빠져 나가는 이들은 영락없는 샐러리맨들이었다. 최용규기자 ykchoi@ ■매일 2700여마리 도축 서울시내 물량 30% 공급 이곳에서는 하루에 소 200∼250마리,돼지 2000∼2500마리를 도축한다.서울시내 공급량의 30%를 차지한다.관심거리인 한우는 이 가운데 60∼70%이다. 전자경매가 이뤄지고 있고 실제 도축량도 많아 국내 축산물 기준가를 제시하는 곳도 농협서울축산물공판장이다. 그러면 소·돼지들이 식탁에오를 때까지 어떤 과정을 거칠까. 축산농가에서 조합을 통해 출하를 신청하면 조합에서는 농가에 출하 물량을 배정해 준다.몇월,며칠,몇마리 하는 식이다.출하조합은 서울축산물공판장과 사전 협의를 거친다. 공판장에서는 계류-도축-경매과정 등을 거쳐 정육점에 공급하고 식탁에 오른다. 도축 이전에는 반드시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으로부터 생체검사를 받는다.유해잔류성물질 검사로 이상이 없으면 도축한다. 또 경매에 들어가기에 앞서 등급판정이 있다.소고기는 특상등급∼3등급,돼지고기는 A∼E등급으로 세분화된다. 등급판정기준은 근내지방도(筋內脂肪度)이다.‘꽃등심’은 특상등급에 해당한다. 최용규기자
  • [CLEAN 3D] 개선된 근로환경/먼지·소음없는 작업장 쾌적

    대한매일은 한국산업안전공단과 함께 3D업종 사업장을 안전하고 깨끗하게 만드는 ‘클린3D 사업’을 펴고 있다.클린3D 사업은 위험하고(dangerous),지저분하며(dirty),일하기 힘든(difficult) 작업현장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사업이다.클린3D 사업장 설치로 재해 및 직업병 발생을 예방하고,구인난도 해소하고 있는 사업장을 찾아 그 효과를 살펴본다. ■대호하이텍 경기 안양시 호계동에 위치한 대호하이텍은 휴대전화 배터리,모니터,자동차 온도센서,ABS단자 등에 들어가는 정밀부품을 만드는 중소기업이다. 건평 160평의 단독건물에는 생산설비,금형제작실,설계실,검사실,사무실 등이 자리하고 있다. 공장에는 프레스기계 5대가 쉴새 없이 제품을 찍어내고 있다.직원은 10명이지만 검사파트에서 일하는 여직원 4명을 빼곤 모두 대졸자 이상의 학력을 갖고 있다. 이 회사 박상범 사장은 지난해 말 프레스 기계 1대를 새로 도입한 뒤 방음부스 설치비용을 융자받기 위해 노동부에 문의했다가 클린3D 사업 제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곧바로 한국산업공단에클린3D 사업에 대해 문의했더니 안내 공문이 날아왔다.이후 공단 측에서 전문가가 찾아와 안전설비에 대한 미비점을 하나하나 지적해줬다. 대호하이텍은 공단으로부터 2040만원을 지원받았다.이중 1440만원은 무상으로 보조받았으며 나머지는 융자를 받았다. 이 돈으로 공장 내부의 안전설비를 개선했다.우선 바닥에 에폭시를 입혀 먼지가 날리지 않도록 했다. 에폭시 코팅 위로 노란색 안전구획선을 그어 안전사고를 막았다.프레스 기계에 방음부스를 달고 안전접지 시설을 설치했다.연마기에는 집진시설을 달았다.전에는 연마작업시 쇳가루가 날렸으나 이제는 마스크를 쓰지 않고도 작업할 수 있게 됐다. 배전반에도 안전패널을 설치,감전사고를 막았다.프레스 작업을 하는 근로자들을 위해 피로예방 쿠션패드를 깔았다.귀마개와 마스크,안전화도 지급됐다. 공장장 주영길(32)씨는 “연마기에 집진기를 설치한 뒤부터는 편안한 마음으로 작업할 수 있게 돼 즐겁다.”고 말했다. ■박상범 대호하이텍 사장 - 자동화설비 원가절감 “50인 미만 사업장은 규모가 영세하기 때문에 선뜻 사업장을 개선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실정입니다.그런 의미에서 클린3D 사업장 제도는 중소기업에는 가뭄 끝의 단비나 마찬가지지요.” 대호하이텍 박상범(42) 사장은 “정부의 도움으로 사업장 작업환경이 획기적으로 개선됐다.”며 고마움을 나타냈다. 박 사장은 “중소기업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사업주는 물론 근로자도 큰 고통을 겪게 된다.”며 “보상이 문제가 아니라 당사자 및 가족들에게는 엄청난 고통이기 때문에 안전사고 예방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에서 기계설계를 전공한 그는 85년 D사 개발실에 취직했으나 일주일 만에 그만두고 금형공장에 취직,무보수로 6개월간 일하면서 기술을 다시 배웠다.다시 금형공장에 취직,직장생활을 하다가 97년 8월 현재의 대호하이텍을 창업했다. “창업하자마자 IMF관리체제에 들어가면서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하지만 기업마다 원가절감에 나서는 바람에 수주가 몰려들었습니다.자동화설비로 원가를 줄였기 때문이죠.” 김용수 기자 ■우주통신 유선방송용기자재를 개발,생산하는 우주통신은 직원 8명의 소규모 사업장으로 경기 안양시 안양7동에 있다. 이 공장에서는 주로 납땜 작업을 하기 때문에 항상 유해 연기가 발생한다.특히 화공약품을 이용해 세척작업을 할 때 유해 냄새가 근로자들에게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 이 회사 김학영 사장은 지난 2월 거래업체로부터 클린3D 사업이 있다는 말을 듣고 당장 한국산업안전공단에 신청했다. 처음에는 작업장 개선비용을 정부가 무상으로 지원해준다고 해서 반신반의했다.신청서를 작성,접수한 뒤에도 ‘작업장을 개선해주고 정부에서 귀찮게하면 어떻게 하나.’하는 걱정에 신청을 취소했다.공단 직원이 ‘그러면 취소하지 말고 일단 신청을 보류하라.’고 해서 보류했다가 지난 8월 재신청했다. 공단 직원이 공장을 방문,꼼꼼히 살펴본 뒤 안전설비를 진단해줬다.그리곤 740만원을 무상지원받았다. 이 회사는 생산라인에 국소배기장치를 설치했다.납땜작업대에 4개,세척작업대에 1개를 달았다.전에는 배기장치가 있긴 했지만 유해가스를 건물 밖으로 그대로 내보내대기오염을 일으켰다.이제는 유해가스를 정화시킨 뒤 건물 밖으로 내보낸다.김 사장은 2년 전 공장의 생산라인을 정비하면서 덕트를 설치하긴 했지만 당시에는 유해가스가 대기오염의 주범인 줄 모르고 외부로 그냥 내보냈다.공장의 생산책임자인 정대신(27) 계장은 “클린3D 사업장을 설치한 뒤 이직률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김용수기자 dragon@ ■김학용 우주통신 사장 - 가장 힘든 인력난 해소 우주통신 김학용(47) 사장은 20년 넘게 제조업을 하면서 이번처럼 기분좋은 일이 없다고 말했다.김 사장은 직원들을 위해 작업환경을 개선,직원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일할 수 있게 된 것을 뿌듯하게 생각하고 있다.그것도 정부의 도움으로 무상지원받았으니 더욱 그렇다.“예전엔 산업안전공단 자체가 있는 줄도 몰랐습니다.하지만 막상 지원을 받고 보니 너무 좋습니다.공짜로 작업환경을 개선해준 것 자체가 신기하고 고마울 따름입니다.” 어차피 사비를 털어서라도 작업환경을 개선하려고 했던 그다. 김 사장은 “지난 1월에 직원 1명을 채용하기 위해 모집공고를 냈는데 6개월 동안 한명도 찾아오지 않았다.”며 “클린3D 사업장 설치 이후 곧바로 충원해 인력난을 덜 수 있게 됐다.”고 좋아했다.중소기업을 운영하면서 인력난이 가장 힘들다는 그는 “정부 차원의 획기적인 대책마련이 아쉽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또 “중소기업이라도 업종과 규모가 천차만별인데 정부가 규모를 무시한 획일적 노동정책을 펴는 것은 재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용수기자 ■이상호 호응상사 사장 - 방한용 귀덮개 납품 주한미군서 감사장 국내의 한 산업안전장비 제조업체가 주한미군으로부터 감사장을 받아 화제다. 지난해말 방한 귀덮개를 개발,주한미군에 납품한 호응상사 이 상호(李相澔·50) 사장은 최근 주한미군으로부터 ‘장병들이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었다.’며 감사장을 받았다. 이 사장은 지난해 방한모에 사용할 수 있는 귀덮개를 개발,특허를 낸 뒤 주한미군에 3000세트를 납품했다.이 방한 귀덮개는 군모 안에 눌러쓰면 얼굴 및 귀를 가릴 수 있어 추위를 막을 수 있다.최근에는 일본 육상자위대에도 샘플을 보냈다. 그는 이 방한 귀덮개를 산업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보급에 나섰다.기존의 안전모는 방한기능이 없어 겨울에는 산업현장에서 외면당해 근로자들이 항상 안전사고에 노출됐는데 방한 귀덮개는 안전모 속에 손쉽게 쓸 수 있다. 지난 82년부터 산업안전용품을 개발,생산하고 있는 그는 90년대 초 서울시 환경미화원들이 잇따라 새벽에 교통사고를 당하자 반사판을 부착한 안전모를 개발,서울시에 납품하기도 했다.그후 환경미화원 교통사고가 30% 감소했다. 김용수기자
  • [인터넷 스코프] 나이지리아에서 온 편지

    아내에게 뜬금없이 나이지리아 남자한테서 편지가 온 것은 1999년이었다.우표가 나이지리아 것이고 소인에 수도의 이름 ‘LAGOS’가 있는 것으로 보아 그 나라에서 온 것이 분명한 편지에는 어마어마한 액수의 돈을 주겠다는 꿈같은 제안이 담겨 있었다. 발신인은 자신이 나이지리아 현직 고위 공무원인데 전에 석유회사를 운영할 때 생긴 미수금을 현 정권의 고위직 신분으로는 받을 수 없으니,당신 은행계좌를 빌려주기만 하면 입금된 액수의 25%를 대가로 떼어 주겠다고 했다.대가가 무려 500만 달러였다.아내와 나는 사기라고 바로 판단했다.그리고 그먼 아프리카에서 아내 주소를 알아내고 편지 보낸 것을 더 재미있어했다.“당신이 국제적 인사가 되었구먼.” 하면서 나는 웃었다. 아내의 홈페이지에서 주소를 보았으리라고 짐작됐다.나는 이 사기행각이 되풀이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편지를 보관했다. 그런데 며칠 전 나이지리아 여성이 보낸 것으로 된 이메일이 내게 왔다.“음,이 사기꾼들이 이젠 이메일을 이용하는군.”하면서 열어 보았다.발신인은 자신이 반정부 인사의 미망인이라면서 남편이 생전에 숨긴 재산을 국외로 빼돌리는 데에 당신의 은행 계좌를 빌리고 싶다고 했다. 3년 전 받은 편지를 찾아내 이번 이메일 내용과 대조했다.가사만 조금 바뀐 똑같은 곡이었다.3년 전 이 편지를 사기라고 본 것은 제안이 너무 달콤해서였다.감언(甘言)은 항상 위험하다.이제 다시 두 편지를 읽어보니 사기 냄새를 뚜렷하게 풍기는 데가 있다.이런 저런 절차를 밟으면서 들게 될 비용을 분담하자면서 돈을 보내라고 한 구절이다. 세상에 어떤 바보가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돈을 보내고 예금 계좌 번호까지 일러 주겠는가. 그러나 그 편지의 유혹은 너무도 강해서 뉴욕의 유명한 어느 법률사무소조차도 당하고 나서 쉬쉬한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다.피해자가 미국과 유럽,아시아 등에 널려 있다고 한다. 알고 보니,나이지리아를 근거지로 한 이 사기 사업은 20년의 역사가 있으며,종사하는 사람 숫자도 꽤 많고,나이지리아 산업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만큼 경제 규모가 크다고 한다. 이메일이 이들의 사업수행을 훨씬쉽게 해 주고 더 많은 돈을 벌게 해 주었다.이메일을 이용하여 사기행각을 벌이는 조직을 국제 사회에서는 ‘나이지리아 커넥션’이라고 부르며 그들의 사기 행위를 나이지리아 형법의 사기 조항을 따라 ‘419’라고 부른다. 미국에서는 어떤 박사가 40만 달러를 사기당했다.이 사람은 미국 정부의 노력으로 돌려 받았다.그러나 일확천금의 꼬임에 빠졌다는 것이 우선 수치스럽고,송금이 외환 관리 법규에 걸릴 수 있어,벙어리 냉가슴 앓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미국은 이 사기 사건 문제로 이 달 17일에 뉴욕에서 국제회의를 열었다.회의장에는 나이지리아 대통령과 나이지리아 중앙은행장이 참석해 범행 방지와 피해액 반환에 힘쓰겠다고 약속했다.돌아가는 형세를 보면 미국에서는 정부기관과 많은 민간인이 들고 일어나니까 그나마 돈을 돌려받는 듯하다.연방수사국은 피해자를 범법자로 간주하지 않는다고 공표했다. 우리나라에도 사기 피해자가 있을 수 있다.걸려들었다 하면 피해는 거액이므로,우리 정부에서도 위법 여부를 묻지 않는다고 약속하고 신고를받아,돈을 회수하는 길을 강구하는 것이 좋겠다.피해자가 직접 돈 되찾겠다고 나이지리아 사기꾼 집단한테 갔다가는 가진 것 다 빼앗기고 두들겨 맞기가 일쑤며 살해되기도 한다니 행여 생념조차 말 일이다. 박강문 칼럼니스트
  • 민주호 ‘안개속’/ 非盧 “”통합신당기구 시한 새달5일””

    국정감사와 추석연휴 등으로 잠시 소강상태를 보였던 내홍(內訌)이 다시 격화되는 등 민주당의 진로가 안개 속을 벗어나지 못하는 형국이다. 서명파 의원들은 24일 통합신당수임기구 구성 시한을 다음달 5일로 못박는 등 당 지도부를 압박한 반면,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는 후보단일화 불가입장을 거듭 밝혔다.더욱이 이날 오전 신당추진세력들과 만난 한화갑(韓和甲) 대표는 당무회의 소집 요구에 대해 “당헌·당규에 따라 검토할 것”이라고 말해,이르면 내달초 친노(親盧)·신당추진세력간 표 대결이 이뤄지는 등 극한 상황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양상이다. 최명헌(崔明憲)·이윤수(李允洙) 의원 등 서명파 의원 7명은 이날 조찬회동을 갖고 ‘내달 5일까지 당 대 당 통합을 위한 수임기구를 만들지 않으면 서명 의원 69명 등이 ‘중대 결심’을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중대 결심’으로는 ▲탈당 ▲대표·후보 사퇴 요구 ▲통합수임기구 강제 구성 등을 들었다.이들은 이어 한화갑 대표와 김영배(金令培)·김원길(金元吉)·장태완(張泰玩) 의원 등 신당추진세력 대표 6명이 함께한 자리에서 통합수임기구 구성을 위한 당무회의 소집을 요구했다.이에 한 대표는 “당헌·당규에 따라 검토할 것”이라고 수용의사를 밝히면서도 당무회의에서의 표 대결이 당내 분란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사전정지 작업 및 당무회의 연기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노 후보는 이날 한 인터넷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정몽준(鄭夢準) 의원과 나는 걸어온 길,함께 하는 사람이 다르다.”면서 후보단일화 요구에 확실히 선을 그었다.김경재(金景梓) 선대위 홍보본부장도 “혹시 정 의원쪽에 돈 냄새가 나서 관심을 가진 사람들은 조만간 실망할 것”이라며 후보 단일화를 주장하는 의원들을 비난했다.노 후보측은 그러면서도 반노(反盧)·비노(非盧)측을 중심으로 한 신당추진세력 끌어안기에 나섰다.신계륜(申溪輪) 후보비서실장 등은 “(반노·비노측 의원들을 선대위에 끌어들이기 위해)어제·오늘 접촉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홍원상기자 wshong@
  • [CLEAN 3D] 개선된 근로환경/ “”햇빛드는 공장 일할 맛 나요””

    대한매일은 한국산업안전공단과 함께 3D업종 사업장을 안전하고 깨끗하게 만드는 ‘클린3D 사업’을 펴고 있다.클린3D 사업은 위험하고(dangerous),지저분하며(dirty),일하기 힘든(difficult) 작업현장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사업이다.클린3D 사업장 설치로 재해 및 직업병 발생을 예방하고,구인난도 해소하고 있는 사업장을 찾아 그 효과를 살펴본다. ■대일단자 인천시 남동구 고잔동 남동공단에 자리잡은 대일단자는 규모는 작지만 경영은 견실한 중소기업이다.대지 400평에 건평 270평의 대일단자는 컴퓨터 등에 들어가는 전기 연결 부위인 커넥터를 생산한다. 대일단자 공장은 거의 모든 공정이 프레스로 이뤄지기 때문에 작업 환경에 위험이 많이 따른다. 원자재인 철재가 입고되면 프레스로 절단 및 가공,완제품을 만든다. 그러나 공장 내부는 어두침침한 분위기를 전혀 느낄 수 없다.프레스 16대가 저마다 쉴새없이 부품을 찍어내고 있지만 공장 내부에는 소음이 별로 없다. 대부분의 프레스 기계에 방음 부스가 설치돼 있기 때문이다. 바닥은 초록색의에폭시 포장이 돼 있어서 청결하다. 천장에는 태양빛을 내는 할로겐 램프가 공장 내부를 환하게 비추고 있다. 대일단자는 산업안전공단이 지난해 말 클린3D 사업을 시작하자마자 사업장설치를 신청했다. 공단 직원이 직접 공장을 방문,클린3D 사업에 대해 설명해주고 안전이 미흡한 부분을 하나하나 지적해줬다. 공단의 안전 전문가는 분전반 내부의 충전부 노출로 인한 누전 및 감전 위험, 프레스에 의한 손가락 절단 위험, 고속 프레스 작업시 소음발생 등을 지적했다. 대일단자는 산업안전공단으로부터 클린3D 사업비 2200만원을 무상지원받았다. 이 돈으로 프레스 기계에 방음 부스를 설치했다. 전에는 프레스 기계 옆에서는 큰 소리를 질러도 대화를 할 수 없었는데 이제는 일상적인 대화가 가능하다. 이와 함께 프레스 9대에 광전자식 안전장치를 설치했다. 이 장치는 프레스기계 근처에 사람의 손이 닿으면 기계가 자동으로 멈추기 때문에 안전사고를 원천적으로 막아준다. 대일전자 신철승 사장은 이외에도 사비 700만원을 들여 전기 배전반을 신품으로 교체,누전사고를 예방했다. 신 사장은 “직원들의 안전을 위해 어차피 빚을 내서라도 클린3D 사업장을 설치하려 했는데 정부에서 도와줘서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대일단자는 클린3D 설치와 자동화 설비에 힘입어 원가를 5% 정도 절감할 수 있었다. 생산라인 책임자인 박용철(45) 부장은 “”작업공장이 자동화되고 안전성이 향상돼 직원들이 편한 마음으로 근무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신철승 사장 - 안전성 확보 큰힘 “프레스 공장에서도 직원들이 넥타이를 매고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습니다.” 대일단자 신철승(47) 사장은 중소기업이지만 직원들이 깨끗한 작업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 사장은 지난해 여름 인터넷을 통해 산업안전에 대한 내용을 검색하다가 산업안전공단 홈페이지에서 클린3D 사업장에 대한 계획을 알게 돼 가장 먼저 클린3D 사업장 설치를 신청했다. “대일전자를 경영하기 전에 기판을 만드는 조그만 공장을 운영했는데 직원 한명이 프레스에서 손가락 3개를 잃어 도의적인 책임 때문에 공장을 고스란히 물려줬습니다.그후로 안전에 큰 관심을 갖게 됐지요.” 신 사장은 10년 넘게 프레스 관련 일을 하다보니 나름대로 철학을 갖게 됐다.안전과 자동화에 투자하면 그만큼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체득하게 된 것. “이번에 정부에서 설치해준 클린3D 설비를 유지하려면 별도의 부대비용이 들어갑니다.하지만 안전을 확보해주기 때문에 오히려 원가는 절감됩니다.” 신 사장은 “중소기업이 우리나라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정부가 안전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성다이아몬드 인천시 남동구 남촌동에 있는 인성다이아몬드는 공업용 다이아몬드를 만드는 중소기업체다. 직원은 14명으로 생산 파트에서는 8명이 일한다. 나머지 직원들은 연구와 개발,영업을 맡고 있다. 이 회사는 가루 형태의 다이아몬드 원료를 수입,소비자들이 쓸 수 있도록 절삭 공구로 만든다. 미국과 일본 등지에 60%를 수출하고 나머지는 내수시장에 공급한다. 연건평 350평의 3층짜리 단독건물에 입주해 있으며 2층은 사무실,3층은 공장으로 돼 있다. 인성다이아몬드는 지난해 12월 산업안전공단으로부터 클린3D 사업장 설치안내 공문을 받고 곧바로 신청했다. 이 회사는 산업안전공단의 도움으로 프레스 1대에 안전방호장치를 설치했다. 또 접착 작업대에 후드를 설치하고 국소 배기장치를 달았다. 분전반 접지시설과 누전차단기를 설치,누전으로 인한 화재사고를 예방했다. 연마기에는 안전 커버를 부착했다. 인성다이아몬드가 산업안전공단으로부터 지원받은 액수는 1420만원. 특히 전기분해장치에 사용되는 산성용액을 여과할 수 있는 장치를 설치, 환경오염을 막았다. 국소배기장치를 설치하자 직원들이 너무 좋아했다. 전에는 직원들이 몇개월을 채우지 못하고 그만두곤 했는데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직원 이정심(46·여)씨는 “접착 작업을 할 때 전에는 접착제 냄새 때문에 고통을 겪었는데 지금은 배기장치 때문에 마스크를 쓰지 않고도 일할 수 있게 돼 좋다.”고 말했다. 컴퓨터 설계와 안전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이은영(37)씨도 “클린3D 사업장을 설치한뒤 인력난을 덜 수 있게 됐다.”면서 “모든 중소기업이 클린3D 사업장으로 변모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매출액 10억원을 올린 인성다이아몬드는 클린3D 사업장 설치에 따른 생산성 향상에 힘입어 올해 매출목표를 15억으로 잡고 있다. 김용수기자 dragon@ ■이상돈 사장 - 직업병 걱정 덜어 “클린3D 사업장 설치로 직원들 볼 낯이 생겼습니다.” 인성다이아몬드 이상돈(43) 사장은 클린3D 사업장을 설치하기 전에는 직원들 대할 때 자신감이 없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자랑했다. 전에는 직원들이 머리가 좀 아프다고 말하면 직업병이 아닌가 하고 겁이 덜컥 났지만 클린3D 사업장 설치 이후 그러한 걱정을 덜게 된 것이다. 이 사장은 클린3D 사업장 설치 외에도 1억원을 들여 폐수처리장을 설치했다.공장에서 사용되는 산성 약품용액을 깨끗하게 처리하기 위해서다. “중소기업은 안전에 대한 설비 투자에 인색할 수밖에 없습니다.따라서 정부가 융자금 등을 대폭 지원해야 합니다.” 이 사장은 “클린3D 설치 이후 인력난 해소는 물론 기술력이 높은 직원을 확보할 수 있어 불량률이 줄어들었으며 품질에 대한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 작업 환경이 열악하면 기술력이 높은 근로자로부터 외면당하기 때문에 그만큼 품질이 낮은 제품이 생산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 사장은 “산업재해 발생률이 높은 중소기업에 대한 안전 강화가 산업재해 발생률을 떨어뜨릴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 [CLEAN 3D] “우리 공장은 인력난 몰라”

    ≪대한매일은 한국산업안전공단과 함께 3D업종 사업장을 안전하고 깨끗하게 만드는 ‘클린3D 사업’을 펴고 있다.클린3D 사업은 위험하고,지저분하며,일하기 힘든 작업현장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사업이다.클린3D 사업장 설치로 재해 및 직업병 발생을 예방하고 구인난도 해소하고 있는 사업장을 찾아 그 효과를 살펴본다.≫ ◆희성전자-130평의 조그마한 공장 내부에서는 모두 5대의 사출기가 제품을쏟아낸다.원료공급에서부터 제품생산까지 모든 공정이 자동으로 이뤄진다.직원들이 하는 일은 고작해야 제품 수를 확인하고 포장하는 것 정도다.더럽고,위험하고,힘든 일은 찾아볼 수 없다. 경기 군포시 당정동 군포공단 한 편에 자리한 희성전자는 중소기업체이지만 모든 공정이 자동화돼 있다.자동화 설비 때문에 근로자 10명으로도 공장을충분히 돌릴 수 있다. 가전제품에 들어가는 플라스틱 부품을 만들어 전량 S전자에 납품하는 희성전자는 공장자동화 설비뿐만 아니라 클린3D 사업장 설치로 종업원들이 항상밝은 표정으로 일하고 있다. 희성전자 유성준(42)사장은 지난해말 한국산업안전공단이 클린3D 사업을 실시한다는 정보를 입수하자마자 공단에 하루가 멀다하고 전화를 했다. 덕분에 클린3D 사업을 시행하자마자 접수,올해초 클린3D 사업장으로 선정됐다. 유 사장은 클린3D 사업장 설치비용으로 공단으로부터 1590만원을 무상 지원받았다. 이 돈으로 공장 바닥을 에폭시로 코팅해 공장내부를 깨끗하게 했으며 안전통로를 확보했다.조명설비를 새롭게 교체했으며 전기분전함을 설치,누전사고를 막았다. 특히 그동안 공장 여기저기에 아무렇게나 나뒹굴었던 금형을 한 군데에 모아놓을 수 있는 금형적치대를 공장 한쪽에 설치했다. 또 작업공구를 한 군데에 모아 작업기구를 찾기 위해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비능률적인 요소를 없앴다. 클린3D 사업장 설치로 공장내부 작업환경이 말끔히 정돈됐다.덩달아 생산율도 높아졌다.유 사장은 클린3D 사업장 설치 이후 생산율이 20% 정도 높아진것으로 보고 있다. 유 사장은 이밖에도 2000만원을 따로 들여 무거운 기계를 들어올리는 기구를 설치했으며 컨베이어 벨트,로봇등을 설치하거나 도입했다. 깨끗한 작업환경과 공장자동화 설비 때문에 취업을 하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이 일주일에도 5명 정도 된다.따라서 유 사장은 인력난을 모른다. 생산과장 신하철(34)씨는 “공장자동화 덕분에 이직률이 낮아졌다.”면서“산업재해 위험이 훨씬 줄어들었고 불량으로 인한 반품이 전혀 없다.”고자랑했다. 이직률이 높은 외국인 연수생들도 희성전자에서는 대부분 1년 넘게 일하고있다.인도네시아 출신 페리(32)는 “공장이 자동화돼 있어 힘들거나 위험하지 않아 계속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에이프로-경기 안양시 안양동에 있는 ㈜에이프로는 전원공급장치를 생산하는 업체다.이 장치는 전류의 교류를 직류로,직류를 교류로 변환해주는 제품으로 부가가치가 매우 높다.동종업종 중에서 대용량제품은 국내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다. 단독빌딩에 사무실과 공장을 갖추고 있는 에이프로는 직원은 23명이지만 생산라인에서 일하는 사람은 7명에 불과하다.나머지는 모두 연구개발 파트에서 일하고 있다. 생산직 근로자들은 납땜작업을해야 하기 때문에 항상 위험요소에 노출돼있다.또 솔벤트의 일종인 화학약물을 사용,부품을 세척하기 때문에 유해가스가 근로자들의 작업환경을 크게 해친다.유해성 화학약품을 처리하는 직원들은 매년 특수검진을 받고 있다. 이 회사 박형준 부사장은 2년 전 산업안전공단에서 실시하는 안전교육에 참가했을 때 클린3D 사업장 설치 계획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공단에 자주 전화문의를 해 초창기에 클린3D 사업장 설치 지원금을 받아냈다. 이 회사는 공단으로부터 1100만원을 무상 지원받아 국소배기장치 2개를 설치했다.납땜작업대 바로 옆에 설치된 배기장치는 납땜작업시 발생하는 연기와 냄새를 한꺼번에 배출시킨다.또 화학약물 세척기 옆에도 배기장치를 달아 근로자들의 작업환경을 깨끗하게 개선했다. 뿐만 아니라 1개에 40만원하는 피로예방매트 2개를 설치,하루 종일 서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피로를 덜어주고 있다. 김용수기자 dragon@ ■에이프로 임종현사장 - 납땜 유해연기 말끔히 ㈜에이프로의 임종현 사장은 지난 95년 경기 군포시 당정공단에서 창업한뒤 지난해 현재의 위치로 옮기면서 공장 내부를 사무실처럼 꾸몄다. 단독빌딩을 매입해 2층엔 사무실,3층은 공장,4층은 개발실로 활용하고 있다. “주로 협력업체에서 제작한 부품들을 납땜작업으로 조립하는 공정이 대부분입니다.그래서 근로자들이 항상 위험요소에 노출돼 있었습니다.” 박 사장은 그러나 클린3D 사업장 설치로 유해환경을 말끔히 해소했다.국소배기장치는 작업대에서의 유해연기를 빨아들여 정화한 뒤 대기중에 날려보내기 때문에 환경보호에도 한몫하고 있다. “공단의 도움이 없었더라도 어차피 국소배기장치를 설치하려고 했었습니다.공단으로부터 큰 도움을 받은 셈입니다.” 특히 근로자들이 유해화학물질 세척작업시 신경계통에 나쁜 영향을 받을 수 있으나 국소배기장치 설치로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게 돼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보다 많은 사업장들이 클린3D 사업장으로 지정돼 근로자들이안전하고 깨끗한 작업환경에서 일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용수기자 ■희성전자 유성준사장 - 매출액9억 달성 무난 “몇년 전 옆 공장에서 발생한 불로 화재를 당해 큰 손해를 본 뒤 안전에대한 의식이 남달라졌습니다.” 대기업인 S사에서 자재관리 업무를 맡아오다 지난 95년 창업한 희성전자 유성준 사장은 안전에 관한 한 누구 못지 않게 자부심을 갖고 있다. 한때 직원이 30명 가까이 있었지만 현재는 자동화설비로 인해 직원을 3분의1로 줄일 수 있었다. “전에 다니던 회사는 화장실이 대리석으로 돼 있을 정도로 깨끗합니다.저희 공장도 그 정도는 안돼도 작업환경을 깨끗이 하려고 무척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0년 현재의 공장으로 이주하면서 노동집약적 공정에서 자동화 공정으로 대폭 바꾸면서 안전시설도 강화했다. 유 사장은 지난해 외국인 연수생 한명이 안전사고를 당하자 작업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키로 마음먹었다.마침 클린3D 사업계획을 전해 듣고 적극 나섰다. 유 사장은 “클린3D 사업장 설치 과정에서 산업안전공단측이 친절하고 꼼꼼하게 지도해줘 매우 고마웠다.”면서 “생산성 향상으로 올해 매출액이 지난해보다 30% 정도오른 9억원 달성은 무난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용수기자
  • 어린이 책 세상/ 살아있는 시체 등

    ●살아있는 시체(게리 디셔 글,숀 탠 그림,정진영 옮김) 공포와 판타지를 소재로 한 오스트레일리아의 인기 아동물 ‘애프터 다크 시리즈’중 재미있는 21편을 엄선해 7권으로 묶은 첫번째권.게리 쿠르가 책임 편집을 맡은 이 시리즈는 5000 단어 안팎의 짤막한 이야기다.10∼14세 청소년용.북하우스.6500원. ●깜짝 생일파티(파스칼 토르텔 글,제롬 에호 그림,정미애 옮김) 친구를 의심했다가 잘못을 깨닫는 아기 원숭이 이야기.‘솔이네 동화책’시리즈 1권.그림책에서 동화책으로 넘어가는 중간단계의 3∼4세를 위한 동화그림책.원전은 유럽의 대표적 작가와 화가가 꾸몄다.솔.6000원. ●내 몸이 줄어들고 있어(오바라 히데오 글,시모타니 니스케 그림,홍주영·이윤정 옮김) 아이 생각을 바꾸는 그림책으로 ‘환경과 철학’을 주제로 한시리즈 1권.‘지구와 나는 하나’라는 의식을 상징적인 그림과 철학적 해설로 접근했다.코북.7500원. ●하늘친구 땅친구(배현순 글,김창희 그림) 초등학교 3학년 아이들의 생기넘치는 일상과 솔직담백한 속마음을 그린 창작동화.친구들과 싸우면서 화해하고 한 뼘 더 크는 아이들의 소중한 우정.문학동네어린이.6800원. ●선물을 샀어요(엄혜숙 글,조은수 그림) ‘123첫걸음 수학동화 시리즈’로,유치원 교육과정의 수학 기초 개념을 쉽고 흥미진진한 동화와 삽화로 풀어냈다.만 3세의 유아에 맞췄다.부록 ‘부모님께’는 책을 활용하는 방법을 알려준다.아이세움.5500원. ●솔숲마을 이야기(허은순 글,권재원 그림) 인터넷에서 ‘애기똥풀의 집’(www.pbooks.net)을 운영해온 저자의 첫 동화 모음.‘숲속마을 이야기’는 조용한 바닷가 솔숲마을에 몰려든 돈벌려는 어른들의 이야기다.‘나돈만’‘엄청만’‘난더만’등 출연진 이름에서 풍자 동화의 냄새가 물씬하다.‘나는 찬밥이 아니에요’‘아버지를 따라온 강아지’등 수록.창작과비평사.7000원.
  • [CLEAN 3D] 개선된 근로환경/생산성 20%오르고 …이직률 제로

    노동부와 한국산업안전공단은 대한매일신보사와 함께 근로자 50인 미만 영세사업장의 열악한 작업환경을 개선,궁극적으로 구인난을 해소한다는 취지에서 지난해 9월 ‘클린 3D사업’을 시작했다.사업 이후 3D 사업장의 작업 환경과 근로자들의 일하는 모습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2개 업체를 선정,현지 르포를 통해 알아본다. ◆동은개발진흥=1000호 클린 사업장으로 지정된 농업용 중장비 생산업체로 불과 한달 전만해도 전형적인 3D업체였다. 인천 남동구 고잔동에 자리잡은 300평 규모의 작업장은 통풍이 제대로 안돼 작업장 안은 늘 퀴퀴한 페인트 냄새가 진동했고 낮에도 햇볕이 들지 않아 전등을 켜야했다.1200개의 부품을 조립하는 예민한 작업이라 침침한 눈과 마비된 후각으로 근로자들의 건강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었다.사정이 이렇다보니 직원 구하기도 힘들었다.그나마 20명의 직원들 마저도 하나 둘씩 사업장을 떠나 ‘구멍’이 뚫리기 일쑤였다.하지만 열악한 작업환경은 ‘클린 사업’을 완료한 지난달 이후 바뀌기 시작했다. 이무렇게나 굴러다니던부품들은 종류별,크기별로 분류돼 새로 설치한 4층부품 선반대에 차곡차곡 정리됐다.기름과 페인트가 흥건하던 바닥은 특수 코팅된 고무로 단장했다.천장에 투명 플라스틱으로 된 자연 채광창을 만들어 낮에도 전등 없이 작업이 가능하게 됐다.작업환경개선에 투자된 돈은 모두 3600만원.이중 2000만원은 한국산업안전공단의 지원을 받았다. 지난해 30억원의 매출을 올렸던 이 업체는 올해 60억원의 매출을 바라보고있다.지난달 방문한 미국 바이어가 깨끗한 작업장을 보고 바로 계약,처음으로 소형 굴삭기 140대를 해외로 수출하는 개가를 올린 것이다.내년 가계약물량만도 600대나 된다. 김진수(37)과장은 “클린 사업을 실시한 이후 하루 1대 반꼴이던 생산량이 3대로 두배로 늘어나고 불량률도 거의 제로 상태에 가깝다.”며 “깨끗한 환경으로 일하고 싶은 분위기가 조성돼 이직을 생각하는 직원도 전혀 없다.”고 말했다. ◆성덕공업사=인천시 부평구 청천동에 위치한 수도꼭지 연마 가공업체.먼지하나 없이 깔끔하게 마감된 초록색 바닥과 400룩스에 달하는밝은 조명의 작업장이 눈에 띄었다.공장이기보다는 조용한 독서실 분위기였다. 클린 사업을 실시하기전 이곳의 모습은 70년대 영세 공장을 연상시켰다.90여평에 이르는 작업장은 연마할때 나오는 쇳가루와 분진으로 가득찼고 피부병을 앓지 않는 근로자가 없을 정도였다.조명은 법적기준에 3분의 1에도 못미쳤다.근로자들은 신체조건에 맞지 않는 낮은 작업대와 의자로 항상 구부정한 자세로 작업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지난 2월 한국산업안전공단의 지원을 받아 클린사업장으로 변모하면서 모든 문제가 해소됐다.지붕엔 단열재를 덧붙여 삼복 더위속에서도 티셔츠를 입고 작업을 할 수 있게 됐고 보일러 시설을 새로 마련해 직업후 샤워도 24시간 가능해졌다.작업장이 최신식으로 변모하자 생산성이 20%나 향상됐고 직원들의 결근률도 5%이하로 떨어졌다. 무엇보다도 88년 창업 이후 매년 5∼6명씩 작업장을 떠나던 직원들의 이직률이 ‘0’상태로 변한 것이 가장 큰 수확이었다.지난해 8억 7000만원의 매출을 올린 이 공장은 올 상반기에만 5억 3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얼마전 10여명의 신입 직원을 새로 뽑고 바로 옆에 50평 규모의 제2공장을 신축했다. 10년 근속사원 장세포(43)씨는 “깨끗한 곳에서 일한다는 자부심에 요즘 어깨를 쭉펴고 출근하고 있다.”며 활짝 웃었다. 인천 이영표기자 tomcat@ ■산재율 0.5% 도전 ‘산업 재해율을 선진국 수준으로 잡아라.’ 한국산업안전공단이 2005년까지 산업 재해율을 선진국 수준(0.5%)까지 떨어뜨린다는 ‘이노비전 2005’ 계획을 31일 발표했다. ‘이노비전 2005’는 안전보건관리가 취약한 5인미만 3D 사업장 확산과 비정규직 근로자 비중 증가등 급변하는 노동시장 환경에 대응,산업안전 경쟁력 제고에 초점을 맞췄다. 또 공단은 ‘초일류 안전보건 전문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 지식경영,혁신경영,고객경영 전략을 바탕으로 ▲최고의 기술역량 발휘 ▲최상의 고객감동실천 ▲혁신적인 조직문화 창달을 경영방침으로 정했다. 이를 위해 그동안 추진된 산재예방 사업 전반에 대한 검토와 평가를 통해산재 위험이 높은 사업장의 집중 관리와 안전기술의 업그레이드,산업안전 기준의 표준화 등 구체적인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3D업종이 집중돼 있는 소규모 사업장과 산재다발 사업장에 대해자금,기술,교육을 지원하는 등 ‘클린 3D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는 한편‘맞춤형’ 기술지원,종합기술 지원체계 구축을 통한 재해감소 효과를 가시화시킬 방침이다.또 산재취약 및 안전 소외계층에 대한 관리를 위해 ▲농·임·수산업종 안전보건관리 활동지원 ▲여성근로자 건강보호 안전보건 지원등 소외계층에 대한 특별안전 관리대책을 수립·시행키로 했다. 김용달(金容達) 한국산업안전공단 이사장은 “이번 계획을 차질없이 추진,2005년에는 산업안전 선진국으로 거듭 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일만기자 oilman@ ■성시덕 성덕공업사 사장“구직난 말끔히 해소” “3D업체의 오명을 벗고 직원들이 안정적으로 일하게 돼 속이 다 후련합니다.” 공장 설립 14년 만에 숙원을 이룬 성덕공업사 성시덕(46)사장은 얼마전까지도 직원들의 이직 걱정에 하루도 편한 날이 없었다고 한다. 아무리 대우를 잘 해줘도 좁은 작업공간과 낡은 설비 등 지저분한 작업장환경을 견디지 못한 직원들은 입사하자 마자 이내 사표를 던지기 일쑤였다.성사장 본인이 직접 빈 작업대를 채워가며 하루종일 수도꼭지 연마작업을 해야 했을 정도였다. 상심이 깊던 성사장에게 지난 2월 한국산업안전공단의 클린사업장 선정은 한마디로 사업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성사장은 “3D 업종이라는 이유로 직원들이 불편해하고 생산직 사원을 구하기도 어려워 클린사업에 참여하게 됐다.”며 “클린사업장으로 선정되고 난뒤 직원들의 구직신청이 몰려들고 생산성도 따라서 높아져 제2공장까지 신축했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중국 진출 계획도 갖고있는 그는 “클린사업에 참여하고 싶어도 본인 부담 능력이 없어 포기하고마는 대부분의 영세업체 사업주들을 보면 너무나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며 정부의 적극적 지원을 당부했다. 이영표기자 ■지홍근 동은개발 신입사원 “깨끗한 작업장에 매료” “깨끗한 작업장속에서 인생의 새로운 목표를 찾았습니다.” 동은개발진흥 직원 지홍근(22·인천시 연수동)씨는 요즘 새로운 도전에 시간 가는줄 모르고 일하고 있다.지씨는 지난달 14일 이 회사에 입사한 새내기직원.클린사업을 완료하자마자 이 작업장에 들어왔다. 이 회사에 오기 전 대기업체 S식품회사에서 1년간 근무하기도 했다.군대를 다녀온 뒤 같은 계통의 일을 찾던 지씨는 우연히 인터넷에 떠있는 이 회사의구인 광고를 보고 무작정 원서를 냈다. 인터넷에 떠있는 작업장의 깨끗한 모습에 매료됐기 때문이다.면접날 작업장환경과 동료 직원들이 신명나게 일하는 모습을 보고 결심을 더욱 굳히게 됐다. 지씨는 “이 정도의 깨끗한 작업장과 일할 분위기면 충분히 미래에 대한 비전이 있을거라 생각했다.”며 “새로운 기술을 배워 ‘엔진 조립’쪽의 전문가가 되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지씨는 “지저분한 주위 다른 사업장과 비교할 때 작업능률이 몇배는 높은 것 같다.”며 “정말 평생 내 회사라는 주인 의식을 갖게된 것이 무엇보다 기쁘다.”며 활짝 웃었다 이영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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