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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강 인공섬 내년 9월 뜬다

    한강 인공섬 내년 9월 뜬다

    서울 시민들은 내년 9월이면 한강 물길 속에 띄워진 인공섬에서 공연을 보거나 커피를 마시면서 여유와 낭만을 즐길 수 있게 된다. 서울시는 30일 시가 역점적으로 추진 중인 한강르네상스 사업의 견인차 역할을 할 인공섬 조성 사업자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인공섬은 3개로 설치되며 잠수교 남단에 자리한다. 사업자는 인공섬과 수상정원으로 구성된 ‘한강의 꽃’을 주제로 설계안을 제출한 ‘Soul Flora 컨소시엄(가칭)’이다. 이 컨소시엄은 오는 7월 인공섬 조성 공사를 시작해 내년 5월 부분적으로 개장한 뒤 내년 9월에 정식 개장할 계획이다. ●총 9100㎡… 잠수교·반포지구와 다리로 연결 부력을 이용해 물에 뜨는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인공섬은 다목적홀과 옥상정원, 카페 등의 시설로 꾸며진다. 제1섬(4700㎡)에는 공연문화 시설을, 제2섬(3200㎡)에는 엔터테인먼트, 제3섬(1200㎡)에는 수상레저 사설을 갖춘다. 또 섬 둘레에는 엘이디 글래스(LED Glass)를 이용해 ‘안개속에 핀 등불’을 형상화한 야간 경관을 연출한다. 인공섬은 잠수교와 한강공원 반포지구와 다리로 연결돼 시민들이 쉽게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다. 유료이지만 아직 이용 가격 등 세부적인 운영 내용은 결정되지 않았다. 서울시의 이번 인공섬 조성 계획에 대한 몇가지 문제도 제기됐다. 대우건설, 씨앤우방 등 8개 컨소시엄 참여업체가 투입한 공사비(최소 600억원)를 회수하기 위해 ‘투자비 뽑기’에 주력해 이용객 부담이 커질 것이란 점이다. 인공섬은 이 컨소시엄이 20년을 운영한 뒤 시로 이관돼 운영된다. ●공공성 확보·디자인 보완·생태계 파괴 최소화가 관건 서울시는 이같은 우려를 줄이기 위해 산하 기관인 SH공사를 컨소시엄에 참여시켰지만 SH공사가 가진 19.9%의 지분이 공공성을 확보하기는 너무 적다는 지적이다. 최찬환 심사위원장(서울시립대 도시과학대학 교수)은 “최소한의 공공성 확보를 위해 시가 더 많은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토해양부의 반대도 넘어야 할 산이다. 한강은 수위의 변화가 심하고 유량과 유속이 빠른 편이어서 인공섬이 한강의 생태계를 파괴할 우려가 크다는 점 때문이다. 홍수 등에 대한 인공섬의 안전 문제도 논란이 될 가능성이 크다. 또 인공섬의 디자인도 한강 위에 떠 있다는 점을 감안, 어느 쪽에서 봐도 독창적인 모습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국토해양부와는 안전성 문제, 사업자와는 디자인·공공성 문제 등을 놓고 구체적인 협의를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한강 인공섬 내년 9월 뜬다

    한강 인공섬 내년 9월 뜬다

    서울 시민들은 내년 9월이면 한강 물길 속에 띄워진 인공섬에서 공연을 보거나 커피를 마시면서 여유와 낭만을 즐길 수 있게 된다. 서울시는 30일 시가 역점적으로 추진 중인 한강르네상스 사업의 견인차 역할을 할 인공섬 조성 사업자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인공섬은 3개로 설치되며 잠수교 남단에 자리한다. 사업자는 인공섬과 수상정원으로 구성된 ‘한강의 꽃’을 주제로 설계안을 제출한 ‘Soul Flora 컨소시엄(가칭)’이다. 이 컨소시엄은 오는 7월 인공섬 조성 공사를 시작해 내년 5월 부분적으로 개장한 뒤 내년 9월에 정식 개장할 계획이다. ●총 9100㎡… 잠수교·반포지구와 다리로 연결 부력을 이용해 물에 뜨는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인공섬은 다목적홀과 옥상정원, 카페 등의 시설로 꾸며진다. 제1섬(4700㎡)에는 공연문화 시설을, 제2섬(3200㎡)에는 엔터테인먼트, 제3섬(1200㎡)에는 수상레저 사설을 갖춘다. 또 섬 둘레에는 엘이디 글래스(LED Glass)를 이용해 ‘안개속에 핀 등불’을 형상화한 야간 경관을 연출한다. 인공섬은 잠수교와 한강공원 반포지구와 다리로 연결돼 시민들이 쉽게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다. 유료이지만 아직 이용 가격 등 세부적인 운영 내용은 결정되지 않았다. 서울시의 이번 인공섬 조성 계획에 대한 몇가지 문제도 제기됐다. 대우건설, 씨앤우방 등 8개 컨소시엄 참여업체가 투입한 공사비(최소 600억원)를 회수하기 위해 ‘투자비 뽑기’에 주력해 이용객 부담이 커질 것이란 점이다. 인공섬은 이 컨소시엄이 20년을 운영한 뒤 시로 이관돼 운영된다. ●공공성 확보·디자인 보완·생태계 파괴 최소화가 관건 서울시는 이같은 우려를 줄이기 위해 산하 기관인 SH공사를 컨소시엄에 참여시켰지만 SH공사가 가진 19.9%의 지분이 공공성을 확보하기는 너무 적다는 지적이다. 최찬환 심사위원장(서울시립대 도시과학대학 교수)은 “최소한의 공공성 확보를 위해 시가 더 많은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토해양부의 반대도 넘어야 할 산이다. 한강은 수위의 변화가 심하고 유량과 유속이 빠른 편이어서 인공섬이 한강의 생태계를 파괴할 우려가 크다는 점 때문이다. 홍수 등에 대한 인공섬의 안전 문제도 논란이 될 가능성이 크다. 또 인공섬의 디자인도 한강 위에 떠 있다는 점을 감안, 어느 쪽에서 봐도 독창적인 모습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국토해양부와는 안전성 문제, 사업자와는 디자인·공공성 문제 등을 놓고 구체적인 협의를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가·무·악 어우러진 혼이 실린 몸짓

    가·무·악 어우러진 혼이 실린 몸짓

    ‘박제된 전통이 아닌, 살아있는 춤’ 다음달 18일 오후 7시30분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열리는 임수정의 춤 무대 ‘예혼(藝魂)’은 고정화된 전통춤판이 아닌, 노래와 춤·음악이 어울리는 현대감각의 독창적 공연이다. 한국의 전통춤은 ‘음악과 소리의 빼어난 어울림’이란 특징을 갖지만 현대 전통춤들에선 춤사위의 기교에만 너무 의존한다는 비판을 받곤 한다. 그러다 보니 많은 전통춤이 원래의 춤이 보여주려는 혼과 정신을 빼놓은 채 생명성을 잃어가고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임수정의 공연 ‘예혼’은 이같은 단점을 보완한 무대로 눈길을 끈다. 중요무형문화재 승무와 살풀이춤 이수자인 임수정은 ‘진도 북춤’의 명인이자 ‘진도 씻김굿’ 예능보유자였던 고(故) 박병천 선생으로부터 개인 이수패와 금으로 만든 정주를 받은 유일한 제자. 흔히 춤판에서는 “전통 예술인의 고답적인 경지에 매몰되지 않은 채 몸에 두루 밴 가(歌), 무(舞), 악(樂)의 전통에서 숙성시킨 자신만의 춤을 만들어가는 춤꾼”이란 평을 받는다. 무대는 고구려 고분 벽화에 들어 있는 사신도(四神圖)를 모티프로 삼아 전통 춤의 핵들을 4장으로 나누어 보여주는 ‘사신도와 우리 춤의 만남’. 첫 장은 기원의 장 ‘주작’. 헌천화며 춘앵전, 진주검무가 풀어진다. 둘째 장은 법열의 장 ‘청룡’. 법사물 연주를 비롯해 승무, 불교의식무, 판소리와 춤을 보여준다. 이어서 해원의 장인 셋째 장 ‘백호’에서 진도씻김굿과 살풀이춤으로 한을 푼 뒤 풍물놀이와 북의 합주인 상생의 장 ‘현무’로 마지막을 장식하게 된다. 이 가운데 돋보이는 부분은 춘앵전. 원래 조선 순조 29년(1829) 효명세자에 의해 창제된 춘앵전은 이른 봄날 아침 버드나무 가지에서 노래하는 꾀꼬리를 상징하는 노란 빛깔의 앵삼(鶯衫) 차림에 화관을 쓴 채 오색 한삼을 끼고 꽃돗자리에서 추는 궁중정재의 대표적 춤. 춤사위가 곱고 아름다운 춤으로 이흥구 선생이 ‘정재무도홀기’에 기록된 춤사위를 토대로 춘앵전 군무를 재연한 적은 있었지만 독무는 국내 처음이다. 스승인 박병천 선생을 추모하는 진도씻김굿이 펼쳐지며, 명창 안숙선의 소리에 맞춰 임이조 서울시립무용단장이 즉흥 춤을 추기도 한다. 국립국악원 정악 연주단과 진도씻김굿 연주단,(사)범패와 작법무 연주단, 사물광대예술단의 연주를 한자리에서 들을 수 있는 것이 큰 덤이며, 용인대 이병옥 교수의 해설이 ‘춤 무대의 쉬운 감상’을 돕는다.(02)3216-1185. 김성호 문화전문기자 kimus@seoul.co.kr
  • [열린세상] 자율과 창의교육이 성공하려면/권대봉 고려대 교육학 교수

    [열린세상] 자율과 창의교육이 성공하려면/권대봉 고려대 교육학 교수

    타율로서는 창의교육이 어렵다. 지난 3월20일 교육과학기술부가 자율과 창의교육을 위해 2012년까지 자율형 사립고 100개를 만들겠다고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하였다. 모든 학교는 당연히 자율이어야 하는데 구태여 자율형이라는 수식어를 동원하는 것을 보면, 다른 학교는 모두 타율적으로 운영될까 봐 걱정된다. 학교 다양화를 통한 공교육 정상화를 도모하기 위해선 수평적 다양화와 수직적 다양화를 동시에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 수평적 다양화란 자율형 사립고 이외의 절대 다수 고등학교들이 저마다 특색을 살려 다양한 교육을 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 자율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수직적 다양화는 고교는 물론 초등학교와 중학교도 다양화하는 것이다. 중학교 때까지 다양한 교육기회를 부여하지 않다가, 고교 단계에서 갑자기 다양화하게 되면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자율형 사립고를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고교에 입학하기 위한 과열 현상도 문제이지만, 더 큰 문제는 고교 3년만으로는 자율과 창의교육이 부족하다는 데에 있다. 초·중·고 다양화를 위해서는 핀란드와 캐나다, 그리고 미국의 경우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핀란드는 초등 및 중학과정을 통합해 운영한다. 초·중등 통합과정을 9년만에 마치지 못하는 학생들은 1년 더 공부할 수 있다. 무학년제로 운영해 학생의 역량에 맞도록 수준별 학습을 실시해 공교육의 질 관리를 하는 것이 특징이다. 캐나다의 일부 지역은 유치원에서 7학년까지 초등학교 과정,8학년에서 12학년까지 중·고등과정을 통합운영하기 때문에 고교 입시가 없다. 캐나다 통합중등학교는 모든 학교가 특화돼 있고 특수목적 학급인 미니스쿨을 개설하고 있다. 미니스쿨은 학생들의 성취수준에 의해 진입과 퇴출이 가능하도록 개방돼 있다. 미국에는 초·중·고가 온전하게 자립적이고 자율적인 사립학교가 있는가 하면, 공립학교도 수학 과학 예술 체육 외국어 등을 특화해서 가르치는 마그넷 스쿨과 일반 공립학교가 있어서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화되어 있다. 학교의 다양화뿐만 아니라 교육방법과 평가방법도 다양하게 변해야 한다. 한국과 미국의 고등학교를 모두 다녔고 버클리 대학을 졸업한 뒤, 실리콘 밸리에서 7년째 일하고 있는 강기련씨에게 한국과 미국 고교의 차이점이 무엇이냐고 물어보았다. 모든 과목을 다 잘해야 하는 한국 고교와 달리, 교과과목 선택의 폭이 크기 때문에 모든 학생들이 자기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하였다. 전과가 있으면 학교숙제를 할 수 있는 한국과 달리 독창적인 자기 생각을 쓰고 말하고 나누지 않으면 숙제를 할 수 없는 것이 차이점이라고 밝혔다. 강씨가 실리콘밸리에서 일을 하면서 느끼는 것은 근면성은 한국인이 앞서지만 창의력은 미국인들에게 뒤진다는 것이다, 고등학교 때만의 창의력 교육으로는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미국인들이 원천기술을 많이 확보하고 있는 이유는 전적으로 초·중·고의 일관된 자율적 창의교육에 기인한다. 학교의 교육과정 자율권은 학생의 교과목 선택권으로 이어진다. 그렇게 되면 남에게도 선택할 여지를 줄 수 있게 되고, 남의 선호를 인정해주는 가운데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정착된다. 하나만이 아니라 여러 종류를 인정하는 학교문화 속에서 창의가 싹틀 수 있는 토양이 형성된다. 창의력은 원천기술 획득의 원천이다. 지금처럼 한국이 핵심기술을 외국에 의존하는 한, 한국 기업이 열심히 일하여 수출하면 할수록 핵심기술보유국은 앉아서 국부창출을 하고, 한국은 거꾸로 국부유출을 한다. 원천기술을 개발하려면 창의교육이 필수적이다. 자율과 창의교육이 성공하려면 자율형 사립고뿐만 아니라 모든 초·중·고등학교에 교육과정 자율권을 허용해야 한다. 권대봉 고려대 교육학 교수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세계적 ‘물 파동의학’ 연구가 에모토 마사루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세계적 ‘물 파동의학’ 연구가 에모토 마사루

    “물에도 감정이 있을까요?” “???” 일단 ‘있다’로 답을 정해보자. 흥미로운 광경들이 연이어 벌어진다. 물이 어떤 메시지에 노출되느냐에 따라 물의 결정모양이 달라진다는 것을 살펴볼 수 있다. 물에게 긍정적인 메시지를 계속 전하면 아름답고 예쁜 모양으로, 그렇지 않은 부정적인 메시지에는 나쁘게 반응하는 현상을 볼 수 있다. 과학적으로 따지는 것은 차후의 문제로 접어두면 더욱 신기해진다. 하기야 사람은 어머니의 양수에서 자라고 또 인체의 구성 자체가 대부분 물로 이루어져 있으니 물에도 어느 정도의 감정은 있지 않을까. ■“예쁘다, 사랑한다 말해주면 물도 감정있어 알아들어요” 이른바 ‘물과 파동의학’의 세계적 권위자로 알려진 에모토 마사루(江本勝·65)는 이같은 연구에만 14년째 몰두해오고 있다. 인간의 생각이 물에 전달되면 물이 얼었을 때 그 결정의 모양이 아름다워지거나 추해진다는 이론을 처음 제기해 논란의 대상이 됐다. 그의 주장은 물에 기도를 하거나 종이에 글자를 적어서 물을 담고 있는 용기에 두르면 얼마든지 메시지 전달이 가능하다는 것. 따라서 사람의 말이나 그림 등 외부 조건에 따라 모양이 달라지는 것은 물론이고 그런 까닭에 물에는 뭔가 정보를 기억하는 장치가 있다고 설파한다. 그는 1999년 물 결정의 사진을 촬영한 ‘물이 주는 메시지’라는 사진집을 펴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물 관련 서적만 ‘물은 사랑을 원한다’ 등 모두 10여권을 펴냈다. 특히 ‘물은 답을 알고 있다’는 현재 한국을 비롯해 80여개국에서 50개국 언어로 번역, 판매되고 있을 만큼 과학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 그동안 40여개국 1000여곳에서 이 내용에 관한 초청강연을 했으며, 향후 2년 동안의 강연 일정이 잡혀 있을 만큼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다.2년 전 대구에서 열린 ‘생명의 근원 물’에 대한 국제심포지움에 참석했을 때에도 눈길을 끌었다. 그는 많은 청중들 앞에서 5㏄가량의 물에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들려주거나 특정 그림을 보여주고 영하 25도로 얼렸다가 녹는 20∼30초 동안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과정을 공개했다. 어쨌거나 그의 연구노력의 결과로 유엔(UN)이 지난 2005년 ‘생명을 위한 물 10년 계획’을 선언하고 지구촌 어린이들에게 물의 결정 사진집 등을 배포하는 ‘에모토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도 전적으로 에모토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각국의 어린이 6억 5000만명을 대상으로 물의 결정을 통해 물의 소중함을 알린다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취지. 에모토가 배포하는 물 결정 사진집에는 백두산 천지와 한강 등 한국의 물에 관한 내용도 들어 있다. 이는 재일교포 2세인 부인 에모토 가즈코(江本和子·59)를 향한 각별한 사랑에서 비롯된다. 가즈코의 부모는 전남 고흥 출신이다. ‘물에 감정이 있다’는 그의 이론은 엄밀한 과학적 검증을 받은 것이 아닌 까닭에 과학자들에게 종종 황당무계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하지만 이때마다 그는 “많은 과학적 사실이 가설을 거쳐 확인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면서 이 문제 역시 과학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한다. 매년 3월22일은 세계 물의 날이다. 우리나라도 ‘물부족 국가’로 분류되는 만큼 물에 대한 관심이 점차 고조되고 있다.‘물의 날’을 맞아 잠시 방한한 에모토를 만났다. ▶이번에 한국을 찾은 목적은. “1968년 처음 한국에 온 이후 이번이 15번째 방문이다. 물의 날을 맞아 대학로에서 열린 ‘물은 답을 알고 있다’는 퍼포먼스를 관람도 하고 ‘물은 답을 알고 있다’ 한국어판(더난출판사) 출간기념도 할 겸 해서 왔다. 또 강북삼성병원 산부인과 이교원 교수와 만나 태아양수에 대한 연구논의도 가졌다.” ‘양수연구’라는 말에 귀가 솔깃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양수를 이용, 줄기세포를 연구하고 있다는 사실이 문득 생각났기 때문이다. ▶어떤 형태의 양수연구인가. “인간이 태어나기 전 최초의 상태를 연구하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인간은 태초 물속(양수)에서 이루어진다. 태아의 움직임에 따라 양수의 결정체가 달라지는 것은 물론이다. 또한 양수 안에는 성분이 워낙 많아 흥미로운 연구가 될 것이다. 태교연구만 하더라도 좋은 예가 될 것이다.” 구체적인 연구계획에 대해서는 아직 밝힐 단계가 아니라고 했다. 다시 물 이야기로 넘어갔다. ▶일본과 한국의 물을 비교한다면. “일본의 수돗물은 그냥 마시지 못한다. 한국의 경우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나는 일본에서 ‘물아 고맙다’라고 씌어진 증류수를 주로 마신다. 그럴 때마다 항상 ‘물아 고맙다.’는 말을 건넨다. 부부싸움을 할 때만 빼놓고는 말이다.(웃음)” ▶물에 대한 관심은 언제부터 가졌나. “어느 날 내리는 눈을 보다 특이한 생각을 하게 됐다.‘눈도 물인데 물을 얼리면 결정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곧 그 작업에 착수했고 결국 1994년 물 결정 사진을 촬영할 수 있었다.” 에모토는 이때 신기한 사실을 발견했다. 좋은 말과 나쁜 말, 음악의 고저장단에 따라 각각 물의 결정 모양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 예를 들면 ‘사랑’‘감사’ 같은 좋은 말을 들려줄 때 물 결정이 깔끔하고 예쁜 모양을 보인 반면 나쁜 말을 들려줄 때는 반대 현상이 나타났다. 그날 이후 이 신비한 현상에 푹 빠져 버렸다. ▶물에는 왜 결정이 생기는가. “물의 기운과 파동 때문으로 추정한다. 소독을 많이 하는 수돗물에는 결정이 잘 나타나지 않는 반면 생수는 결정체가 아주 크다. 또 급류, 순류, 하천의 상·중·하의 위치에 따라 결정모양이 전부 다르다. 나는 이에 대해 과학적으로 설명은 못하지만 물이 정보를 기억하고 반응한다고 생각한다.” ▶세계 각국에 강연을 갈 때마다 과학자들로부터 비판을 받을 텐데. “현대과학은 여전히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아무 것도 아닌 무기질인 물에서 과학적으로 해명할 수 있는 뭔가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나의 연구가 비과학적이라고 할지라도 분명 과학자들과 나는 점점 거리가 가까워지고 있으며 2,3년 후면 자연스럽게 비판이 없어질 것으로 생각한다. 아마 물의 이미지를 연구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어려운 일일 지 몰라도…, 물 연구로 아직 노벨상을 받은 과학자가 없다.” ▶한국계 부인과는 어떻게 만났나. “40년 전 회사에서 처음 만났다. 결혼하려고 장인한테 인사드렸더니 전쟁이 나면 일본과 한국 사이에서 난처한 입장에 놓이게 된다며 극구 반대했다. 나는 ‘절대 전쟁이 안 난다. 또 평화운동을 펼치겠다.’고 여러번 설득을 했다. 당시 장인은 도쿄에서 운수업을 하시고 장모는 라면집을 운영했는데 고집이 무척 세신 분이었다. 결국 장인과의 약속을 지켰다.‘에모토 프로젝트’가 바로 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앞으로의 활동을 묻는 질문에 “에모토 프로젝트와 별도로 세계의 모든 어린이들이 ‘물이 전하는 메시지’를 볼 수 있도록 앞장서겠다.”면서 그들에게 물의 소중함과 긍정적이고 착한 마음씨를 길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현대를 ‘카오스의 시대’라고 전제한 뒤, 혼돈과 복잡한 세상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답은 ‘물’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인간은 태어날 때는 90%가 물이며, 성인이 되면 70%, 죽을 때는 50%가 물이라는 것. 그래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답을 알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의미있는 질문을 던진다. 인물전문기자 km@seoul.co.kr 사진 남상인기자 sanginn@seoul.co.kr ■ 에모토 마사루는 1943년 요코하마에서 태어나 요코하마시립대학 국제관계학과를 졸업했다.1992년 ‘오픈 인터내셔널 유니버시티’에서 대체의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미국에서 공명자장분석기와 ‘마이크로 클러스터 물’을 알게 된 후 물과 파동의학 분야에서 독창적인 연구를 해왔다. 현재 ‘IHM(파동기기 등을 연구하는 회사)종합연구소’ 소장과 IHM국제파동회 대표 등을 맡고 있으면서 세계 각지에서 물과 결빙 결정에 관한 강연을 하는 등 ‘사랑과 감사’의 힘을 전 세계에 전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파동시대의 서막’‘파동의 인간학’‘물이 전하는 말’‘물은 답을 알고 있다’ 등 10여권이 있다.
  • 작업남의 연애술 전수 ‘코믹 터치’로

    작업남의 연애술 전수 ‘코믹 터치’로

    “당신은 좋은 사람이에요.”라는 말을 듣고 남자는 외친다.“나 좋은 사람인 거 나도 알겠거든? 그래서 나랑 사귈 거야, 말 거야?” 이렇게 연애가 번번이 “좋은 사람” 운운하는 선에서 끝나버리는 사람이라면, 꼭 챙겨봄직한 프로그램이 있다. 오는 28일부터 매주 금요일 오후 11시 OCN에서 방송되는 4부작 TV무비 ‘유혹의 기술’(제작 드림컴스, 연출 심세윤, 각본 유세문)이다. 그러니까 ‘유혹의 기술’은 드라마 형식을 띤 연애백서다. 케이블이란 매체의 특성을 200% 활용한 이 작품은 지상파에서는 보기 힘든 파격적인 소재와 참신한 기법으로 가득하다. 연출을 맡은 심세윤 감독은 “섹시코드를 앞세우는 기존 케이블 드라마와 달리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었고, 그래서 코믹코드에 중점을 둔 작품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유혹의 기술’은 국가대표급 순진남 현수(신성록)에게 연애 최고수 김선생(조영진)이 전하는 ‘작업 노하우’를 코믹한 강의형식으로 담고 있다. 현수가 뼈를 깎는 연애수업을 통해 마침내 부잣집 외동딸 희진(박수진)의 사랑을 얻는다는 줄거리는 얼핏 보기엔 진부하다. 하지만 진정한 연애의 기술은 결국 ‘진심’이라는 결론은 유쾌하면서도 가볍지 않은 메시지로 다가온다. 심리학, 생물학, 인류학 등 각종 이론에서 탄생한 연애기술들도 귀를 솔깃하게 만든다. 예컨대, 김 선생이 귀띔하는 여자를 유혹하는 방법 하나.“네거티브라는 부정적인 반응으로 여자의 자존심을 자극해 너에게 관심을 집중시켜. 하지만 바로 칭찬으로 연결하는 게 포인트야.” 말 뜻 자체보다는 음조나 억양이 중요하다는 커뮤니케이션 이론 등 설득력 있는 연애 필살기의 향연이 펼쳐진다. 검증된 기술을 구사하기 위해 유세문 작가는 NLP(신경-언어 프로그래밍)라는 최면술을 직접 배우기도 하고 밀턴 에릭슨의 ‘상담심리학’, 제인 구달의 책 ‘인간의 그늘에서’, 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 등 다양한 지식들을 참조했다. 유 작가는 “작품에서 궁극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것은 단순히 ‘여자를 잘 꼬시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 간의 소통 기술”이라면서 “굉장히 소심했던 극중 현수가 ‘유혹의 기술’을 통해 인간관계를 배우고 성장해나가는 것이 드라마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드라마는 이같은 내용들을 실사와 컴퓨터그래픽이 섞인 화면, 독창적 카메라 기법 등을 두루 동원해 푸짐하게 한 상을 차려내 놓는다.‘디지털 시네마’를 만들기도 한 제작사 ㈜드림컴스는 영화제작 노하우를 살려 지난해 10월부터 4개월여에 걸쳐 드라마를 사전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자동차] 쭉쭉빵빵 컨셉트카 어디로 갔나

    [자동차] 쭉쭉빵빵 컨셉트카 어디로 갔나

    봄 하늘에 뿌려진 벚꽃에 비할 수 있을까. 화려하게 등장해 무수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다가 이내 무대 뒤로 퇴장하는 ‘컨셉트카(Concept Car)’의 운명. 컨셉트카는 짧은 일생을 사는 동안 자기만의 독창성과 아름다움을 과시하고 앞으로 더 나은 후배들의 탄생에 귀한 밑거름이 된다. ●컨셉트카, 도대체 왜 만드나 컨셉트카와 똑같은 양산(대량생산)차는 절대로 나오지 않는다. 컨셉트카는 그 자체로서 자동차 회사의 미래 디자인의 방향을 제시하고 기술력을 보여 준다. 또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도구이기도 하다. 그래서 막대한 자금과 인력이 투입되는 데도 자동차 회사들은 컨셉트카 개발에 전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컨셉트카는 도저히 만들어지기 힘들 것 같은 동화 속 디자인부터 가까운 장래 양산을 전제로 한 일종의 시제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곧 출시될 차를 한발 앞서 보여 주는 사실상의 완성차인 ‘쇼카(Show Car)’도 넓은 범주에서 컨셉트카에 포함된다. 쇼카는 예비 구매자들의 관심을 유도해 수요를 자극하는 마케팅 수단으로 널리 활용된다. 자동차 회사들은 독일 프랑크푸르트, 미국 디트로이트, 프랑스 파리, 일본 도쿄, 스위스 제네바 등 특정 모터쇼의 성격에 맞춰 중장기 계획을 짜고 컨셉트카를 개발한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경우 북미·유럽 지역의 모터쇼에 연간 1대씩의 새로운 컨셉트카를 내놓는다는 로드맵을 갖고 있다. ●컨셉트카의 탄생 디자인은 컨셉트카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출발점은 기초 스케치다. 여러 디자인 원안 중 몇가지를 추려 실제 차에 가깝게 렌더링(rendering)을 한 뒤 가상현실 기술을 이용해 3차원 영상으로 형태를 구현한다. 이어 내부 품평회를 열어 실제 제작할 디자인을 최종적으로 선택한다. 실물크기 모델을 만들기 위해 디자인 윤곽을 바탕으로 ‘테이프 드로잉(형태의 수정을 쉽게 하기 위해 여러가지 두께의 테이프로 도면을 그리는 것)’을 하고 이에 맞춰 실제 모델로 가공한다. 그 결과를 놓고 다시 품평회를 갖는 등 여러차례 수정을 거듭한 뒤 최종 작품을 확정한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16일 “출품 예정 국제모터쇼가 열리기 1∼2년 전에 컨셉트카 제작이 시작된다.”고 말했다. ●디자인을 넘어서 친환경·첨단기술까지 최근에는 디자인 방향뿐 아니라 시장 전반의 경향이 최대한 반영된 컨셉트카 개발에 업체들이 주력하고 있다.16일 폐막된 스위스 제네바 모터쇼에서는 친환경 차량들이 대거 등장했다. 현대차가 친환경 컨셉트카 ‘아이모드(i-Mode)’를 최초로 공개했고 기아차도 ‘씨드’의 하이브리드 모델 ‘에코 씨드(eco­cee’d)’를 내놓았다. 독일 폴크스바겐은 ‘골프 TDI 하이브리드’를 비롯한 6개 친환경 차량을 출품했고 영국 랜드로버도 디젤 하이브리드 컨셉트카 ’LRX‘를 선보였다.BMW도 배기가스를 획기적으로 줄인 ‘비전 이피션트 다이내믹스’를 내놓았다. ●양산차 개발에 컨셉트카에 대한 평가는 필수 GM대우는 지난해 4월 뉴욕 모터쇼에서 각각 ‘비트’,‘그루브’,‘트랙스’라는 이름으로 3가지 미니 컨셉트카를 공개했다. 셋 중에 반응이 가장 좋은 것을 ‘마티즈’ 후속 1000㏄ 글로벌 경차의 양산모델로 삼는다는 계획이었다.GM대우는 예정에 따라 지난해 말 평이 가장 좋았던 비트를 양산차로 최종 확정했다. 현대차가 2006년 파리 모터쇼에서 공개한 컨셉트카 ‘아네즈’와 2005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내보낸 ‘엑센트 SR’는 각각 준중형 해치백 ‘아이써티(i30)’와 소형 ‘베르나 3도어’로 발전했다. 현대차는 프리미엄 세단 ‘제네시스’의 양산차를 선보이기에 앞서 지난해 뉴욕 모터쇼에서 스타일과 성능, 기술방향을 담은 같은 이름의 컨셉트카를 선보였다. 지난해 11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모터쇼에서 컨셉트카 형태로 공개됐던 ‘제네시스 쿠페’는 오는 21일 개막하는 뉴욕 모터쇼에서 양산차로서 모습을 드러낸다. 기아차도 2005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 처음 나온 ‘KCD-2’를 바탕으로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하비’를 개발, 올 초 만 3년 만에 일반에 내놓았다. 지난해 뉴욕 모터쇼에서는 미니밴 ‘카렌스(수출명 론도)’의 택시 모델 컨셉트카를 공개하기도 했다. 지난해 4월 서울모터쇼에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QMX’를 쇼카 형태로 출품한 르노삼성은 12월 양산차 ‘QM5’를 출시했다. ●“양산차는 별로 멋이 없는데…” 양산차를 컨셉트카나 쇼카처럼 만들 수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돈이 많이 들거나 디자인이 너무 튀어 소비자의 외면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르노삼성의 쇼카 ‘QMX’와 양산차 ‘QM5’를 비교해 보자. QMX는 전면 그릴을 일부러 거칠고 투박하게 만들었다. 강렬한 느낌을 줘서 소비자의 관심을 끌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QM5에서는 보편적인 사람들의 취향을 감안해 부드러운 형태로 다듬어냈다. 지붕의 경우 QMX는 통유리이지만 QM5는 파노라마 선루프다. 헤드램프와 방향지시등, 사이드미러의 모양도 QM5에서는 QMX의 세련미가 사라지고 기존 자동차들과 큰 차이가 없다. 또 QMX는 차문을 열면 승·하차 편의를 위해 발 받침대가 내려오도록 돼 있지만 QM5에서는 이 기능이 없다. 모두가 경제성 때문이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양산차를 쇼카와 똑같이 만들 경우 기본 차값이 엄청나게 뛰는 것은 물론이고 나중에 고장이 났을 때 애프터서비스의 비용도 더 많이 든다.”고 설명했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내 책을 말한다] 스트라빈스키 / 정준호 음악 칼럼니스트

    [내 책을 말한다] 스트라빈스키 / 정준호 음악 칼럼니스트

    클래식 음악에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는 생소한 이름이지만, 반대인 사람에게는 20세기 음악가 가운데 가장 독보적인 업적을 쌓은 인물이 스트라빈스키이다. 그러나 그의 이름을 아는 경우에도 어렵고 기괴한 음악을 쓴 사람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긴 마찬가지이다. 대표작인 발레 ‘봄의 제전’이 초연 당시 일으킨 스캔들이 워낙 유명해서 왠지 듣기 거북하다는 느낌이 그의 인상을 지배한다. 나는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얘기를 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 스트라빈스키는 안데르센의 ‘나이팅게일’과 ‘눈의 요정’, 그리스 신화의 ‘오이디푸스 왕’,‘페르세포네’,‘오르페우스’ 그리고 우화 ‘르나르’, 또 러시아 민화 ‘병사 이야기’와 ‘페트루슈카’ 등 우리가 너무도 잘 알고 있거나 재미있게 접할 수 있는 이야기를 소재로 곡을 쓴 사람이다. 그는 타고난 이야기꾼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그는 이런 작품을 발레나 오페라로 만들기 위해 안무가, 화가, 시인 등 타 장르의 예술가와 끊임없이 교류했다. 니진스키, 발란신, 장 콕토, 앙드레 지드, 폴 발레리,W H 오든,T S 엘리엇, 피카소, 마티스 등이 스트라빈스키와 머리를 맞대고 무대를 장악할 계획을 세웠던 사람들이다. 무엇보다 스트라빈스키는 대중이 음악에서 원하는 바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곧 재미와 감동, 자극과 위로였다. 그는 이를 모두 만족시키면서도 전통에서 벗어나지 않는 방법을 만들어냈다. ‘신고전주의’라고도 불리는 이 방식은 과거의 것을 패러디하고 반전시키는 것이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이 듣는 순간 모두 스트라빈스키의 것임을 알 수 있을 정도로 독창성이 뚜렷하다는 점이다. 혹자는 “절충주의요 기회주의자”라고 그를 비판했다. 궁극적인 소생 방법이 아닌 인공호흡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러나 그 인공호흡 덕분에 클래식 음악은 대중 속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스트라빈스키의 심폐소생술이 클래식 음악과 그것을 받아들이고 향유하는 청중의 기호를 지탱해 갈 수 있을지, 아니면 산소 호흡기를 떼자마자 사망하게 될지는 전적으로 환자의 의지에 달려 있다. 스트라빈스키가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는 바흐나 베토벤 또는 스스로 존경했던 차이콥스키와 같이 위대한 예술의 창조자는 아니었다. 단지 그는 빼어난 기술자였다. 그는 소재를 선택해 갈고 닦는 데 일인자였지만, 그 안에 영혼을 불어넣지는 못했다. 당대에 그런 작업을 했던 더욱 진지한 음악가들은 오늘날 무관심 속에 묻혀 있다. 결국 스트라빈스키를 조명하는 것은 우리 시대의 클래식, 곧 고전이 무엇이며 어때야 하는가라는 문제로 이어진다. 이는 음악에 국한된 것이 아니고 예술 전반에 대한 인문학적인 고찰이다. 대중 속에 살아남기와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진지한 참여 정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아직 스트라빈스키는 유효하다. 정준호 음악 칼럼니스트
  • 광주민주화운동 인문학적 성찰 연구서 ‘5·18 그리고 역사’ 출간

    광주민주화운동 인문학적 성찰 연구서 ‘5·18 그리고 역사’ 출간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최초의 폭넓은 인문학적 성찰이 이뤄졌다. 사회과학적 방법론을 위주로 5·18을 분석해온 기존의 접근 방식을 훌쩍 뛰어 넘은 것이다. 최근 출간된 ‘5·18 그리고 역사’(최영태 등 지음, 길 펴냄)는 역사학, 정치학, 문학, 미술사, 철학 분야로까지 시각을 넓혀 5·18을 총체적으로 해석하고 조망했다.5·18의 사상사적 측면까지 파고들어간 의미있는 성과다. 작업의 첫 싹은 2005년 봄 전남대 5·18연구소 소장이던 최영태 사학과 교수가 ‘5·18항쟁과 민주·인권’이란 강의를 개설하면서 트기 시작했다. 강의를 원하는 학생들이 늘어나자 학교는 이듬해부터 2개 강좌로 교육과정을 확대했고, 전남대의 문제의식에 공감한 광주·호남지역 대학들(2005년 2학기 조선대,2006년 광주대,2008년 호남대 등)이 속속 강의를 열어 뒤를 따랐다. 이번에 나온 책은 각 대학 교수들이 1년 동안 토의해 만든 초고를 다시 1년간 실제 수업에 적용한 뒤 재차 토론을 거쳐 가다듬은 내용들이다. 최 교수는 “기존의 5·18 연구서들이 연구자의 전공에 따라 관점의 쏠림 현상을 보였는데 여러 전공자들이 공동연구자로 참여하면서 폭넓은 시각으로 5·18을 바라볼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필진들은 조만간 5·18 피해자까지 참여시킨 연속 세미나를 개최해 연구결과를 객관화하는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은 5·18을 철학적으로 풀어낸 김상봉 전남대 철학과 교수의 ‘그들의 나라에서 우리 모두의 나라로’란 논문으로 책의 부제이기도 하다. 그리스도신학대학 교수 재임용 탈락 문제로 6년간 ‘거리의 철학자’로 지내다 2005년 전남대로 부임한 김 교수는 오랜 기간 5·18에 관한 자신만의 철학적 독해를 시도해왔다. 김 교수가 2006년 5·18연구소의 학술계간지 ‘민주주의와 인권’에 발표한 ‘응답으로서의 역사’는 5·18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활자화된 첫 번째 철학적 고찰이다. 그는 이번 논문에서도 5·18을 단일 사건이 아닌, 한국 역사에서 면면히 관찰되는 ‘씨알(민중)과 국가기구간의 전쟁’이자 ‘서로주체성의 만남’으로 파악하는 독특한 사유를 선보인다. ■ 5·18 철학적 해석 김상봉 교수 다음은 김상봉 교수와의 인터뷰 내용. ▶그간 5·18에 관한 철학적 접근이 부재했던 이유는. -사회과학적 방법으로 5·18을 연구한 학자들은 주로 마르크스의 계급투쟁으로 항쟁을 바라봤다. 주변부 자본주의의 모순이 어떻게 광주에서 폭발됐는가가 관심 연구대상이었다. 이때 기본전제는 5·18이 침해당한 권리를 찾기 위한 싸움이란 시각이다. 문제는 그것만으론 5·18이 다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양 사회과학 이론으로 파악할 때 전례 없는 국가폭력 양상을 보인 5·18은 해석 불가다. 서양의 계몽적 해방과 한국의 자기해방의 역사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서로주체성’ 개념은 그래서 도입한 것인가. -‘서로주체성’ 개념을 처음 쓴 건 1998년 출간된 첫 책 ‘자기의식과 존재사유’에서였지만, 광주를 서로주체성으로 파악하기 시작한 건 지난해 나온 ‘서로주체성의 이념’이란 책에서부터다. 참된 의미에서 공동의 주체성은 내가 홀로 정립하는 주체성이 아니라 나와 네가 함께 정립하는 주체성이다.5·18은 온전한 공동체의 전범이다.5·18은 서구 이론에서 말하듯 빼앗긴 권리를 찾는 투쟁에 그치지 않고 참된 만남을 구현하려는 서로주체성의 운동이다.5·18은 고통을 함께 나누고, 같이 먹고, 같이 싸우는 이상적 정치공동체의 원형질이라 할 수 있다. ▶5·18을 한국 역사에서 면면히 이어지는 ‘씨알과 국가기구간의 끊이지 않는 전쟁’으로 파악한 것도 독창적이다. -5·18로 발생한 씨알과 국가기구의 충돌은 일회적 사건이 아니라 한국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근본적 사건이다. 최근 200년 동안 한국은 본질적으로 내란 또는 내전 상태에 있었다. 정조가 사망한 1800년 이후 이 땅의 모든 국가기구는 씨알의 나라가 아니라 씨알을 잠재적인 적으로 삼은 기구였다. 홍경래의 난에서부터 동학농민전쟁,3·1운동, 광주학생운동, 제주 4·3사건 등도 이 같은 대립구도의 역사적 사례다. ▶김 교수 시각대로라면 제2, 제3의 5·18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5·18처럼 야만적이진 못하겠지만 방식은 다양하게 변주될 것이다. 충돌이 현실화될 때 국가기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양상은 달라질 것이다. 본질적으로 한국의 국가기구가 국민 전체를 위한 서로주체성의 현실태가 아니므로 양자간의 전쟁이 근절되긴 힘들 것이다. ▶전쟁의 연쇄고리를 끊어낼 방법은 뭐라고 보나. -국가기구를 모든 시민이 참여하는 자유와 주체성의 현실태로 만들 수 있느냐가 문제다. 관건은 시민정치의 복원이다. 정치가 실종되고 경제만 남은 현 상황은 매우 위험하고 불길한 징후다. 경제만이 최고의 가치로 여겨질 때 국가 권력은 언제든 폭력적으로 돌변할 수 있고, 사회적 약자는 더욱 더 벼랑 끝으로 내몰릴 것이다. ▶앞으로 5·18을 주제로 한 철학적 사유를 어떻게 발전시킬 계획인가. -서로주체성 이념 위에 한국 항쟁사의 토대를 놓으려고 한다. 서양의 항쟁사와 무엇이 다른가를 보여줌으로써 우리 항쟁사의 독특성을 규명할 것이다. 올해 준비중인 논문 가운데 ‘계시로서의 역사’란 게 있다. 5·18을 일종의 종교적 계시로 파악한다. 지금까지 계시는 신적인 것과 인간을 초월한 것으로만 여겨졌고, 예수와 부처를 통해 개인의 완성이라는 소승적 구원에 머물렀다. 반면 5·18의 독보성은 공동체의 완성을 통해 개인이 완전해진다는 데 있다. 항쟁지도부 대변인으로 활동하다 사망한 윤상원이 대표적이다. 윤상원은 5·18을 통해 신화가 됐다. 인류가 지향할 것은 개인적 완성이 아니라 공동체적 완성이고,5·18을 통해 그 가능성이 제시됐다는 얘기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소재의 한계를 뛰어넘은 ‘파격’

    소재의 한계를 뛰어넘은 ‘파격’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설치미술가 데미안 허스트가 갓 대학을 졸업한 애송이 작가였던 1988년. 그러나 그는 도발의 메시지로 가득한 현대미술전 ‘프리즈(Freeze)’전을 열어 미술계의 시선을 단박에 압도했다. 전시에 함께 한 젊은 작가그룹의 이름은 ‘yBa(young British artists)’. 당시 그룹의 멤버로 국제무대에서 왕성하게 활약해온 이안 다벤포트(42)가 서울 소격동 학고재 화랑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다. 그의 개인전이 아시아권에서 열리기는 이번 국내전이 처음이다. 다벤포트는 1990년 ‘브리티시 아트쇼’에 참가한 뒤 몇몇 주요 갤러리들에서 순회공연하면서 일찍이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 이듬해 런던 테이트 모던에서 개인전을 열고 세계적 권위의 미술상인 ‘터너 상’후보에 오르면서 영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세계적 작가로 이름을 날렸다. 여러 색깔의 페인트를 주사기로 흘러 내리게 하는 이른바 ‘라인 페인팅’ 기법 등을 동원한 독창적 작품들로 유명하다. 이번 국내전에서는 줄무늬와 아치, 원 시리즈 등 간결하면서도 강렬한 이미지의 작품 17점을 내놓았다. 작가는 소재의 한계를 뛰어넘는 파격적 작업방식을 집중 소개한다. 캔버스가 아닌 파이버보드나 알루미늄판에 물감 대신 가정용 페인트를 동원한 작품들이다. 붓 대신 못, 물통, 주사기로 화면에 페인트가 흘러 내린 흔적으로 수직선이 반복되는 독특한 작품들을 만들었다. 알루미늄판 위로 흘러내린 줄무늬의 색조와 리듬을 느끼게 하는 근작 ‘Poured Lines’시리즈가 그 기법을 이용한 대표적 작품이다.21일까지.(02)720-1524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국립중앙박물관 ‘베트남, 삶과 문화’ 展

    국립중앙박물관 ‘베트남, 삶과 문화’ 展

    베트남은 14세기 중반 청화백자를 생산하면서 도자기의 해외 수출을 시작했다. 때마침 중국에서는 명나라가 1368년 출범한 뒤 해금(海禁)정책으로 대외무역을 막는 바람에 베트남은 도자기 수출을 늘려갈 수 있었다. 베트남은 15세기 중반에서 16세기에 이르면 양산체제를 구축하여 다양한 수요에 부응할 수 있었다고 한다. 1997년 호이안 앞바다에서 발견된 꾸라오짬 침몰선에는 15세기 세계 도자 문화 발전에 한몫을 했던 베트남의 전성기 도자기 24만점이 실려 있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소수민족의 독창적 공예품 소개 국립중앙박물관의 아시아관에서 11일부터 베트남 문화를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전시회가 열린다.‘베트남, 삶과 문화’를 주제로 한 이 전시에는 꾸라오짬 침몰선의 청화백자 접시를 비롯하여 이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보여주는 148점의 유물이 출품된다. ‘베트남, 삶과 문화’는 베트남 국립역사박물관과 국립민족학박물관, 국립미술관에서 빌려온 이 나라 최고의 문화재로 꾸미는 국내 최초의 베트남 관련 대규모 전시이다. 중앙박물관이 2006년 용산 이전 기념으로 아시아관에 마련했던 인도네시아 유물에 이어 앞으로 2년 동안 전시가 이루어진다. 베트남 출신 결혼 이민자 가족이라면 이 기간에 중앙박물관을 찾는 것이 서로의 문화를 공유할 수 있는 더 없이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베트남은 독특한 자연환경과 생활방식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섬세하고 독창적인 공예 전통을 갖고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54개에 이르는 소수민족의 수공예품은 베트남 사람들의 고유한 문화와 그 다양성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이번 전시도 전통 공예품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먼저 베트남 소수민족의 의상과 악기, 인형, 나전칠기 등이 소개된다. 수상인형극에 사용되는 인형과 전통악기에서는 베트남의 놀이문화를 엿볼 수 있다. 특히 동손문화의 대표적인 유물인 청동북이 출품된 것은 베트남이 인도차이나의 청동기 문화를 이끌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이 청동북은 베트남 민족의 긍지이자, 베트남 문화의 상징으로 간주되고 있다고 한다. ●11~16일 베트남 영화주간도 마련 중앙박물관은 전시 개막에 맞추어 11일부터 16일까지 ‘베트남 영화주간’도 마련한다. 토니 뷔이 감독의 ‘쓰리시즌’과 트란 안 홍 감독의 ‘시클로’같은 베트남 영화와 ‘그린드래곤’,‘굿모닝 베트남’,‘하늘과 땅’같은 미국영화,‘그린 파파야 향기’와 ‘인도차이나’같은 프랑스 영화, 그리고 공수창 감독의 한국영화 ‘알 포인트’ 등이 다양하게 소개된다.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1위는?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1위는?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은 어디일까? 지난 3일 세계적인 경제전문지 포춘(Fortune)은 미국의 기업인과 업계 애널리스트 등 3700명을 대상으로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America’s Most Admired Companies 2008)을 조사했다. 포춘은 미국의 65개 기업 중 각 기업의 리더십·혁신적인 성과·재무 상태 등을 중심으로 평가했으며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상위 20개 그룹을 발표했다. 조사결과 가장 존경받는 기업 1위에는 애플(Apple)사가 뽑혔다. 애플이 가장 높은 평가를 받게된 이유는 MP3 플레이어인 아이팟(iPod)과 아이폰(iPhone)의 성공 때문. 포춘은 지난해 6위에 머물렀던 애플사에 대해 “아이팟의 성공으로 젊은이들이 음악을 듣는 방법이 달라졌다.”며 “새롭고 독창적인 제품으로 레코드·영화·비디오 시장 등 업계에 ‘파괴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평가했다. 2위에는 전설적인 투자의 귀재 워렌버핏(Warren Buffett)이 설립한 투자회사 버크셔 헤서웨이(Berkshire Hathaway)가 올랐으며 지난해 1위를 차지했던 제너럴 일렉트릭(General Electric)이 3위로 하락했다. 또 4위와 5위에는 인터넷 검색엔진사이트 구글(Google)과 자동차기업 도요타(toyota)가 각각 뽑혔으며 이외에 아메리칸 익스프레스(American Express·13위)·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16위) 등이 있었다. 이번 설문은 포춘이 매년 발표하고 있는 조사로 순위 결과는 포춘지 최신호(10일)와 홈페이지에 공개됐다. 다음은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톱 20’ 1. 애플(Apple) 2. 버크셔 헤서웨이(Berkshire Hathaway) 3. 제너럴 일렉트릭(GE) 4. 구글(Google) 5. 도요타(Toyota) 6. 스타벅스(Starbucks) 7. 페덱스(FedEx) 8. 프록터&갬블(Procter & Gamble) 9. 존슨&존슨(Johnson & Johnson) 10. 골드만 삭스 그룹(Goldman Sachs Group) 11. 타깃(Target) 12. 사우스웨스트 에어라인(Southwest Airlines) 13.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American Express) 공동 14. BMW·코스트코(Costco Wholesale) 16.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17. 유나이티드 파슬 서비스(United Parcel Service) 18. 시스코 시스템(Cisco Systems) 19.3M 20. 노드스트롬(Nordstrom) 사진=money.cnn.com/magazines/fortune 서울신문 나우뉴스 주미옥 기자 toyobi@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동양화의 고정 소재 탈피 독창적 사유세계를 은유

    동양화의 고정 소재 탈피 독창적 사유세계를 은유

    소치(小癡) 허련, 남농(南農) 허건, 의재(毅齋) 허백련. 우리시대 간판 동양화가 직헌(直軒) 허달재(56)를 이끌어온 남종화단의 계보이다. 고사리 손에 숙명처럼 붓을 쥐고 친할아버지 허백련을 사사해 오늘에 이른 그는 스승인 선대 할아버지들을 지금도 “오르지 못할 태산”이라고 말했다. 4일부터 15일까지 서울 청담동 박여숙화랑에서 개인전을 여는 그는 “할아버지 의재의 작품에 비한다면 내 것은 아직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겸사를 했다.“할아버지 작품의 격조를 좇는 게 영원한 숙제”라고 했다. 광주 무등산 자락의 의재미술관에 칩거하며 일년에 한번꼴로 부지런히 작품전을 열어온 작가는 이번 전시제목을 ‘만개(滿開)’라 붙였다. 희고 붉은 꽃잎들이 튀밥처럼 소담스럽게 화폭을 뒤덮은 매화그림들을 푸지게 보여준다. 이번에 새롭게 선보이는 소재는 맨드라미. 매, 난, 국, 죽 등 동양화의 고정 소재에 머물지 않고 “어렸을 적 오랜 추억을 더듬어 어느날 문득 붓가는 대로 그린 그림”이다. 북종화가 직업 화가들이 장식적 선묘를 구사한 그림이라면, 남종화는 학문적 깊이를 추구하는 사대부가 수묵담채(水墨淡彩)로 정신세계를 담아 그려내는 온화한 동양화의 기법이다. 작가 역시 ‘그림이란 무릇 인품으로 그려야 한다.’는 할아버지의 가르침을 인이 박히도록 듣고 자랐다. 사물의 형태 자체가 아니라 학문적 깊이를 싣는 남종문인화 작업에서 맨드라미 소재는 작가에게 또 하나의 사유 대상이자 세상과의 소통창구인 셈이다. 자줏빛 꽃송이와 초록 잎줄기가 선명하게 대비되는 ‘계관(鷄冠)’ 연작은 작가의 기존 작풍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꽃과 줄기에 점점이 찍힌 노란 반점들은 단순히 대상을 화폭에 반영한 차원을 넘어선 독창적인 사유세계를 은유한다. 동양화의 가치를 환기시키기 위해서는 현대인의 감수성을 살피는 일도 소홀히 할 수가 없다. 화폭 안팎의 새 소재를 끊임없이 찾는 노력은 그래서이다. 불그스레한 빛이 감도는 바탕한지는 그가 직접 개발했다. 의재미술관 옆에 손수 차밭을 일구고 있기도 한 작가의 손재주 덕분이다. 정성껏 골라 따낸 찻잎으로 홍차를 만들어 붉은 물을 우려내고, 거기에 한지를 담갔다 은근히 말려낸다. 단조롭지 않게 변화를 보이는 바탕색의 묘미는 그렇게 빚어진다. 하루 여덟시간씩 그림에 매달린다는 작가는 “작품생활에서 제일 중요한 건 ‘마음보’”라며 “난세에 어지럽고 거친 그림이 쏟아지는 건 그 때문”이라며 허허 웃었다. 이번 전시에는 ‘계관’시리즈를 비롯해 매화, 포도 등 모두 40여점이 선보인다. 미술평론가 윤진섭 호남대 교수는 “맨드라미 그림은 채색화이면서도 녹색과 붉은색의 농담(濃淡)의 조절로 이뤄졌다.”며 “형사(形似)와 사의(寫意)의 사이에서 오랜 기간에 걸쳐 숙련된 테크닉의 소산”이라고 평했다.(02)549-7574.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이어령 “서울대생 1등보단 독창성 발휘를”

    이어령 “서울대생 1등보단 독창성 발휘를”

    이어령 이화여대 명예석좌교수가 서울대 신입생들에게 시류에 휩쓸리지 말고 자율적 창조활동에 몰두하라고 당부했다. 이 교수는 3일 오전 서울대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08학년도 입학식 축사에서 “대학이 취업이나 권력·명리(名利)를 얻기 위한 수단의 왕국이 된다면 대학의 특권인 다양성과 개방성, 자율성은 쓸모 없는 것이 되고 만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높이 나는 공부’는 1등인 ‘베스트 원’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온리 원’의 독창성을 발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대학을 갱 안의 공기가 오염되면 먼저 죽어 사람들에게 위험을 알려주는 역할을 하는 ‘광산(鑛山)의 카나리아’에 비유하고, 대학이 시장의 원리에 따라 행동하게 되면 교육의 유용성이 유의성을 지배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프리카에 있는 영양 ‘스프링복’은 한 마리가 놀라 뛰면 나머지도 덩달아 뛰는 습성이 있어 무리 전체가 함께 뛰다 낭떠러지에서 떼죽음을 당한다.”며 자율성을 잃어버린 대학은 스프링복스와 같다고 꼬집었다.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신임 장관 취임사

    ●이영희 노동부 장관 노사 모두에 원칙을 요구하겠다. 선진일류국가 도약을 위해서는 노사관계 선진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복수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문제 등 법·제도를 국제기준에 맞춰 나가겠다. 원칙을 지키는 것이 노·사 모두 상생하는 길이라는 것을 인내심을 가지고 설득하겠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지역 균형발전 도모▲품격있는 국토공간 조성▲부동산 시장 안정▲사회간접자본 확충▲선진국 수준의 교통 서비스·안전확보▲규제개혁과 건설산업 선진화를 통해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강조했다. 정 장관은 “집값을 안정시키고 기업활동과 국민 편익을 저해하는 규제를 과감히 정비하겠다.”고 말했다. ●이상희 국방부 장관 군의 존재 가치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국토와 주권, 그리고 국익을 보호하는 데 있다. 군인의 호흡과 언어, 생각과 행동에는 전사(戰士)적 기풍이 넘쳐야 한다. 강한 전사, 강한 군대의 기풍을 조성할 것이다. 북한의 군사력은 엄연한 실체적 위협이므로 감히 도발할 수 없도록 확고한 억제력과 대비태세를 유지해야 한다. 한·미동맹의 공고한 가치와 정통성을 바탕으로 상호 신뢰를 회복하고 현 연합방위체제에 버금가는 독창적인 미래 공동방위체제를 구축할 것이다. ●김경한 법무부 장관 가장 시급한 과제는 법질서 확립이다. 다수의 위력이나 폭력적 방법을 동원해 의사를 관철하려는 불법 집단행동은 법에 따라 단호히 조치되어야 한다. 공직부패나 탈세범죄 등 사회지도층의 부정부패를 더욱 엄정하게 단속하고,‘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불신을 청산하도록 힘쓰겠다. ●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획일적인 대학 입시제도를 벗어나는 일에 진력하겠다. 초·중등 교육에 관한 중앙정부의 여러 권한도 이양하여 각 지역의 특생을 반영한 다양한 인재를 육성하도록 하겠다. 교육에 대한 논의는 형평성과 수월성(엘리트)에 대한 내용으로 채워지고 있지만 어느 것 하나 버려서는 안 된다.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과 발로 뛰는 현장 행정에 앞장서 달라.”고 주문했다. 이벤트성 행사는 지양하라고도 했다. 구성원들의 토론을 통해 결론을 이끌어 내는 미국 제네럴 일렉트릭(GE)식 타운미팅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여러 부처가 통합된 점을 의식,“지식경제부는 산업자원부를 중심으로 인수·합병된 부처가 결코 아니다.”라며 ‘화이능취’(和以能就·화합으로 능동적 진취성 실현) 정신을 강조했다.
  • [열린세상] 깨끗한 공기,맑은 물,평생학습/권대봉 고려대 교육학 교수

    [열린세상] 깨끗한 공기,맑은 물,평생학습/권대봉 고려대 교육학 교수

    지난 2월12일부터 닷새동안 태국 방콕에서 열린 ‘지속 가능한 기업(Sustainable Enterprises)’ 국제포럼에 참가했다. 아시아생산성기구와 태국생산성본부가 공동으로 개최한 이 포럼에는 동남아세안국가연합의 수린 사무총장, 아시아생산성기구의 다케나카 사무총장, 유럽정책연구원의 마틴 원장, 태국 씨암시멘트그룹의 롱그르테 부사장,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미우라 상무를 비롯한 아시아 각국 정부와 주요 기업의 간부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들은 한결같이 정부와 기업의 평생학습을 통한 인적자원개발이 지속 가능한 기업을 만들기 위한 필수조건이라고 강조했다. 농경사회에서 학습은 인생의 즐거움 차원에서 논의되었지만, 산업사회에서 학습은 개인적인 즐거움의 차원을 넘어 기업의 생산성 향상과 국가의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논의된다. 정보사회에서 학습은 생존의 조건이 됐다. 지식의 폭발과 급격한 과학기술의 발전, 시장의 변화로 인해 평생 동안 학습하지 않으면 퇴보하거나 도태되기 때문이다. 교육은 학습을 선도하는 활동이기 때문에 학습자의 학습뿐만 아니라 학습자가 필요로 하는 감성발달, 인성함양, 사회화, 네트워킹 등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제공해야 한다. 학습자는 그를 둘러싼 환경과 능동적이고 주도적으로 상호작용함으로써 자신에게 필요한 지식을 생산해 나간다. 이러한 지식은 독창적이고 자신의 경험에 대한 비판적 반성을 통해 생산되고 적용된다. 학습은 정해진 과정 혹은 기간에만 일어나는 활동이 아니며 일하면서도 일어난다. 일과 학습의 통합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일과 학습을 수행하는 자는 개인이다. 개인이 일과 학습을 수행하도록 제공하는 사회적 차원은 노동기회의 제공과 교육기회의 제공이다. 과거에는 투입된 노동량과 자본량에 의해서 생산의 질과 양이 결정되었으나, 현재는 지식과 기술이 중요한 몫을 차지한다. 동일한 노동이라도 지식이 포함된 노동은 생산성이 월등히 높고, 기계장비도 새로운 지식이나 기술이 추가되면 낡은 방식의 기계에 비해 산출량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제 지식은 생산성과 경쟁력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 지식을 성공적으로 창출하고 지속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유형 혹은 무형의 가치를 창조하는 것이 지식기반경제의 특색이다. 지식 자산의 가장 큰 특징은 다른 물적 자산과는 달리 함께 공유할수록 가치가 커진다는 점이다. 지식을 공유하는 사람의 수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개인이 활용할 수 있는 지식의 양은 급격하게 증가한다. 때문에 지식기반사회에서 국가경제를 발전시키려면 지식과 기술을 공유하고 확산시키는 문화가 정착되도록 관련 제도와 정책의 정비가 이루어져야 한다. 기업 내 지식활동의 주체들은 새로운 지식을 생산하고 그 지식을 적용하여 가치를 창출한다. 한 개인이 창출한 지식은 교육을 통해 그가 속한 정부조직과 기업조직 내에 효과적으로 확산되어 조직 전체가 그 지식을 공유할 수 있어야 하고, 나아가 국가 내의 다른 조직에까지 확산되어 그 국가의 지식이 되어야 국제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게 된다.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깨끗한 공기와 맑은 물이 필요하듯 평생학습이 필요하다. 평생 학습을 통한 인적자원개발의 가치는 학습 제공자와 학습자 양쪽 모두는 물론 국가에 이익을 가져다 준다는 점에 있다. 정부와 기업이 구성원에게 효과적인 평생학습 환경을 제공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은 국부창출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다. 새 정부는 국가 전체적으로 지식의 획득, 창출, 확산, 이용에 있어서 효과적인 체제를 갖추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권대봉 고려대 교육학 교수
  • ‘3色’ 셰익스피어

    ‘3色’ 셰익스피어

    ‘셰익스피어’ 공연에 대한 관객의 수요는 사그라들 줄 모른다. 국경 불문, 시대 불문하고 ‘셰익스피어’가 건재한 이유이다. 올해 초부터 대형 국·공립극장들이 ‘셰익스피어’를 택한 이유도 그래서다. 예술의전당은 올해 개관 20주년 기념 최고의 연극 시리즈 첫 작품으로 ‘레이디 맥베스’를 골랐다. 예술의전당의 윤미경 공연사업팀장은 “1993년 오페라하우스 설립 이후 예술의전당에서 49편의 연극을 제작했는데, 1900명의 관객과 연극평론가를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셰익스피어 원전의 ‘레이디 맥베스’가 1위를 했다.”고 설명했다. 국립극단은 작년 초연해 호평을 얻은 ‘테러리스트, 햄릿’을 재공연한다. 국립극단 공연기획단의 신보현씨는 “많은 관객들이 국립 공연단체에 원형을 고수한 고전작품을 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37개가 두시간에, 셰익스피어의 모든 것 세종문화회관은 ‘셰익스피어의 모든 것’을 선보인다.26일부터 새달 16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시어터에서 막을 올리는 이 작품은 셰익스피어의 작품 37개를 롤러코스터처럼 숨가쁘게 엮었다.1996년부터 2005년까지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최장기 흥행한 코미디 연극이기도 하다.‘오셀로’와 ‘리어왕’ ‘장미의 전쟁’ 등 비극과 희극의 경계를 넘나드는 115분에 지루할 틈이 없다는 평이다. ●한-독 합작, 권총 든 햄릿 국립극단의 2008년 세계명작무대로 소개되는 ‘테러리스트, 햄릿´. 새달 14일부터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되는 ‘테러리스트, 햄릿´은 원전은 그대로되 배우들의 의상과 소품, 무대는 현재에서 가져왔다. 독일의 연출가 옌스-다니엘 헤르초크의 독창적인 해석이 혁신적인 무대와 동선을 만들어냈다. ●맥베스를 조종한 맥베스 레이디 새달 21일부터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 오를 ‘레이디 맥베스’(4월13일까지)는 왕위를 빼앗았다 다시 빼앗기며 죽음을 맞는 맥베스가 아닌,‘맥베스 부인’에 주목한다. 초연 때부터 화제를 모은 오브제극과 월드뮤지션 박재천의 라이브 타악 연주가 무대 위 이미지와 소리를 한층 풍성하게 만든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아크릴로 채색한 한국의 미소

    아크릴로 채색한 한국의 미소

    한국적 체질에 맞게 변주한 팝아트. 한창 주목받고 있는 화가 권기수(36)의 작품세계를 압축한 말이다. 권기수는 아크릴 물감을 재료로 쓸 뿐이지 어떤 동양화가보다 더 진한 동양적 정서를 화폭에 퍼담는 작가로 꼽힌다. 부단히 새로운 실험을 하기로도 소문나 있다. 전시회를 앞두고는 부담감에 망원동 작업실에서 두문불출. 작품을 거는 화랑의 큐레이터에게조차 자주 얼굴을 보여주지 않을 만큼 작품에만 매달리는 고집스러운 작가이기도 하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 ‘동구리’를 변함없이 앞장세운 전시가 서울 청담동 박여숙화랑에서 열리고 있다. 동구리는 화폭 어디에나 등장하는, 동글동글한 얼굴에 늘 한결같이 환하게 웃고 있는 작품 속 캐릭터. 작가가 직접 붙인 애칭 동구리에는 소통의 의미가 담겼다. 언제나 밝은 미소를 물고 있는 표정의 상징은 알고 본 즉 더 심원하다. 부처의 온화한 미소를 은유한 것으로, 포용과 자비가 깃든 동양사상의 극대치를 투사한 의도인 셈이다. 서양 팝아트의 캐릭터들이 대개 대중문화의 아이콘들의 변형인 것과는 달리, 동구리는 작가의 독창적 창작모델이라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작가의 작품은 중국, 타이완, 호주 등 해외에서 알려지는 속도가 더 빠르다는 게 화랑측의 설명이다. 지난해 세계적 아트페어인 아르코에서는 출품작 전량이 팔리는 저력을 과시했다. 아크릴로 그려진 경쾌하면서도 화려한 색감의 작품들은 얼핏 봐선 전혀 동양화 같지가 않다. 사전정보 없이 스쳐보면 팝아트라는 오해를 받기 십상일 만큼 현대감각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작가는 아크릴 물감을 쓴다고 반드시 서양화가 아님을 역설한다. 동구리가 전통불상의 미소를 차용했듯 화폭에 그득한 정서 또한 오리엔탈리즘이다. 무엇보다 그의 작품들은 유쾌하고 즐거운 감상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매력있다. 물론 그런 면모 때문에 오히려 작품 초기에는 동양화단에서 배척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이번 개인전에는 회화, 설치 등 최근작 40여점이 전시되고 있다.29일까지.(02)549-7574.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과학터치] (13) 한양대 박막재료연구실

    [과학터치] (13) 한양대 박막재료연구실

    지난해 12월20일은 국내 TV의 역사가 획기적으로 바뀐 날로 기억된다.1966년 처음으로 국내에서 TV 생산이 시작된 이후 꾸준히 명맥을 이어왔던 브라운관 방식의 TV 생산 라인이 완전히 폐쇄됐기 때문이다. 대신 그 자리는 평판 디스플레이가 채우고 있다. 평판 디스플레이 시장은 LCD와 PDP 양분 구도에서 LCD로 주도권이 넘어가는 추세다. 지난해 7월, 삼성SDI는 삼성전자의 PDP ‘깐느’ 50인치 TV와 일본의 S사가 제작한 52인치 LCD TV를 비교하는 시연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삼성측은 줄무늬 셔츠를 입은 여성이 그네를 타는 동영상을 틀어놓고 “PDP 영상에서는 줄무늬를 볼 수 있지만,LCD 화면에서는 줄무늬가 뭉개진다.”며 “이는 LCD가 빠른 움직임을 표현할 때 발생하는 잔상 현상을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결국 LCD가 평판디스플레이 시장을 완전히 점령하기 위해서는 빠른 화면 전환시에 발생하는 잔상 현상을 줄여 주는 기술의 개발이 필수적인 셈이다. 이와 관련해 다양한 방면에서 연구 개발이 이뤄지고 있지만, 최근 각광받는 방식은 화소를 구동하는 트랜지스터를 저온폴리실리콘(LTPS) 위에 형성하는 방법이다.‘LTPS’ 방식은 고온 결정화 공정 대신 LCD의 기판 물질인 유리가 견딜 수 있는 저온에서 결정화하는 공정으로 빠른 응답 속도에 의한 잔상 제거뿐만 아니라 주변회로의 고집적 가능, 원가 절감, 패널 부품의 단순화가 가능하다는 등의 장점도 있다. 한양대 박막전자재료연구실 최덕균 교수팀은 지난 92년부터 LCD 적용을 위한 비정질 실리콘의 결정화 거동 고찰 및 소자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LTPS 형성시에 나노 두께의 금속층이 선택적으로 증착된 비정질 실리콘 박막의 표면 양단에 전계를 인가하면서 열처리를 수행하는 독창적인 저온결정화 기술인 ‘전계 유도 방향성 결정화´(Field-Aided Lateral Crystallization:FALC) 기술을 1996년 세계 최초로 제안해 원천 특허를 획득했다. 최 교수는 “비정질 실리콘의 저온 결정화 기술은 LCD 산업뿐만 아니라 기존의 여러 분야에서 핵심 소자의 특성 향상 및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필수적인 기술”이라고 밝혔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김성호 전문기자의 한국서 길찾는 이방인] (10) 성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장 엘마르 신부

    [김성호 전문기자의 한국서 길찾는 이방인] (10) 성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장 엘마르 신부

    경북 칠곡군 왜관(왜관읍 왜관리 134-1)의 성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은 천주교 수도승들이 모여 사는 은밀한 곳이다. 독일인 수사(修士) 4명을 포함해 70여명의 수사들이 기도와 노동을 함께 하며 하느님을 찾는 독특한 공동체. 일반인들의 접근이 철저히 막혀 있는 이곳엘 가면 뭇 수사들의 귀감이 되고 있는 70대 중반의 독일인 신부가 유난히 눈에 띈다. 이마가 훤하게 벗겨진 머리 양쪽 뒷부분에 금발이 조금씩 남아 있어 ‘황금박쥐’란 별명으로 통하는 장 엘마르(75·본명 랑 곳프리드·한국명 장휘) 신부.47년간 한국에 머물며 오로지 ‘하느님을 찾는 수도자’의 길을 걸어온 이방인이다. 성베네딕도 수도회는 조선교구장 뮈텔(1873~1949) 주교가 독일 오틸리엔 수도회에 요청해 한국에 들어온 선교회.1909년 독일인 수도승 두 명이 서울 백동(혜화동)에서 활동한 게 한국 수도회의 시초로 6·25전쟁 중 이곳 왜관으로 피란해 수도생활을 하다가 정착해 본원을 삼은 게 지금의 왜관수도원이다. 지난 음력 설 이틀 전, 세상의 달뜬 분위기란 도무지 찾아볼 수 없는 수도원에서 강론 준비를 하다가 기자를 맞은 엘마르 신부는 짙은 밤색 수도복 차림이었다. 환한 웃음과 함께 경상도 사투리가 약간 섞인 한국말로 인사를 건넨 노 신부는 “기자와 인터뷰를 하기는 처음”이라며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느냐.”고 입을 열었다. “한국에서의 수도 생활이 힘들지 않느냐.”고 먼저 물었다.“하느님을 찾는 사람들이라면 힘들고 불편한 것을 피해가려 들지 않지요. 더구나 내가 선택해 47년을 몸담아 살아온 ‘우리 집’인데 불편하고 힘들 게 있겠습니까.” ‘우리 집’이란 표현을 썼다. 철저한 공동생활을 하며 몸을 낮추는 수도 삶의 터전,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수많은 ‘우리 집’ 가운데 하필 한국의 집을 택한 이유는 뭘까. 2006년 월드컵 개최지인 바바리아주, 인구 8000명의 작은 농촌 클라인오스트하임에서 삼형제 중 둘째로 태어난 엘마르는 가난하고 힘든 유년 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베네딕도회 수사였던 외삼촌의 영향을 받아 초등학교 시절부터 수도원엘 자주 갔고 그곳에서 읽은 한국 파견 선교사 이야기 책들이 여간 흥미로운 게 아니었다. “한국 천주교 초창기 중국에서 조선에 들어온 선교사들은 사람들의 눈을 피해 상복을 입고 주로 밤에 활동했지요. 어린 나이에도 책 속의 한국 이야기는 아주 독특했습니다.” 한국과의 인연은 어릴 적부터 그렇게 시작되었던 것 같다. 다른 길을 갈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고 베네딕도 수도회에 입회한 뒤 바바리아주립 뷔르츠부르크 대학에서 신학공부를 마쳐 사제서품을 받은 게 1959년.2년 뒤 베네딕도수도회 오틸리엔 연합회의 선교 총책임자가 우연치 않게 “한국에서 수도생활을 하는 게 어떠냐.”고 물어와 망설임 없이 한국행을 결정했다. “신학대를 졸업할 무렵 독일에선 동양 교회들에 대한 관심이 높았어요. 어릴 적 읽었던 책 때문이었을까요? 한국, 일본엘 가고 싶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던 참에 한국행 제의를 받고 보니 마치 정해진 운명처럼 느껴졌지요.” ● 2003년 뇌경색 진단 불구 하루 5번씩 기도 1961년 7월 왜관수도원에 몸을 담아 성주 본당 보좌와 상주·왜관 본당 주임을 거쳤고 2003년 1월 왜관수도원장 자리에 올랐지만 뇌경색으로 5개월 만에 원장 직을 그만두어야 했다. “원장 자리에 앉은 지 얼마 안 돼 강론 준비를 하는데 갑자기 앞이 안 보였어요.20년 전 심한 근시로 망막이 파열된 적이 있어 비슷한 증상이려니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뇌경색 진단이 내려지더군요.” “그때 섭섭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서슴지 않고 “그것도 하느님의 뜻”이라는 대답을 들려준다.“끊임없이 하느님을 찾는 수도승의 길을 걸어왔지만 돌이켜 보면 거꾸로 하느님이 더 나를 찾아주었던 것 같아요.” 한국에 처음 와 한국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던 시절 만난 한국인들이며 본당 주임시절 맺은 인연들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고 한다. 물론 그에겐 모두 하느님이 찾아준 길이다. “한국에 온 지 2년이 지나 상주본당 주임이 되었는데 그때 신자 고백성사차 외진 공소를 찾아갔었지요. 장마철 불어난 시냇물로 돌아오는 길이 막혀 어쩔 줄 몰랐는데 한 번 본 적도 없는 한 주민이 집으로 안내해 재워 주는 것을 보고 한국에 정착할 맘을 굳혔지요.” 모르는 이를 하룻밤 재워 주면서도 아랫목을 내어주는 한국인들이 퍽이나 인상적이었고 그들에게서 안정감을 찾았다고 한다. 왜관 본당 주임 시절 자신을 아버지 대하듯 따르던 초등학생들은 결혼 후에도 엘마르 신부를 집으로 초대해 감사의 뜻을 전했다. 왜관 본당 주임시절 가끔씩 막걸리 잔을 나누던 촌로들이 이젠 거의 세상을 떠나 안타깝다고도 한다. 뇌경색 진단 후 “위험할 수 있으니 혼자 다니지 말라.”는 의사의 말이 있었고 약도 늘상 달고 살지만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이곳 수사들은 아침 5시에 잠자리에서 일어나 하는 첫 기도부터 저녁 8시 기도까지 하루 5번씩 빼놓지 않고 함께 기도를 한다. 기도 시간을 빼놓곤 모두 출판사며 목공소, 공예실에서 일을 하지만 엘마르 신부는 대신 강론 준비 같은 다른 일을 한다. ● 신학강사로 통해… 그레고리오 성가도 ‘독보적´ 천주교계에선 이름난 신학강사.1969년부터 무려 30여년간 대구 신학원에서 신약성서를 가르친 인물이다.1970년대 중반부터 20여년간 대학교수 4명과 함께 신약성경 번역작업을 벌여 1991년 새 번역 성경을 세상에 내놓았다. 로마 가톨릭교회의 전통적인 단선율(單旋律) 전례성가인 그레고리오 성가에서도 독보적 존재. 천주교에선 전통적으로 모든 미사를 라틴어로 진행하다가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각국 언어로 대체했지만 미사나 의례 때 부르는 라틴어 그레고리오 성가는 대부분 그대로 유지하는 편. 독일에서 수도회에 입회한 뒤 한국 땅을 밟을 때까지 그레고리오 성가를 배웠던 만큼 한국의 신부들이나 수사들에게 성가를 가르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고 한다. ‘환상적인 목소리’를 가진 그레고리오 성가의 대가로 통하는 엘마르 신부는 지금도 변함없이 매주 일요일 낮 미사 때 부르는 그레고리오 성가를 이끈다. 토요일이면 모든 수사와, 서원을 앞둔 예비 수사들의 성가 연습을 지도하는가 하면 일요일 미사 직전에도 그레고리오 성가를 독창하는 칸토레스들을 점검한다. 요즘은 한 달에 한 번씩 안동 ‘그리스도의 교육수녀회’를 찾아 강의와 고백성사를 하고 마산 ‘수정의 트라피스트 수녀원’에서 강의하는 것을 빼놓곤 수도원 문을 나서지 않는다. 지난해 4월 그가 그토록 절실하게 여기며 살아온 ‘우리 집’인 수도원이 누전으로 불탄 것은 큰 아픔이라고 했다.“내 삶의 터전이 불타 없어진 것도 그렇지만 개인적인 소지품은 물론 그동안 해온 강의 기록이며 모든 자료들이 한순간에 사라졌어요.‘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다.’는 사실이 도저히 믿기지 않더군요.” “한국생활 초기 독일에 갔을 때는 이런저런 한국 이야기들을 전해주었지만 이제는 한국인이 된 내가 그들에게 해줄 새로운 이야기가 전혀 없다.”는 엘마르 신부.“친구들과 형제들이 모두 이곳에 있고 하느님을 찾는 나의 영혼이 머무는 ‘우리 집’은 내가 영원히 살아야 할 소임의 터전”이라며 강론 준비를 마저 끝내겠다고 기자 곁을 떴다. 글 사진 왜관 김성호 문화전문기자 kimus@seoul.co.kr ■ 장 엘마르 신부는 ●1933년 독일 클라인오스트하임 출생 ●1953년 성베네딕도회 입회 ●1959년 뷔르츠부르크 대학 신학과 졸업, 사제 수품 ●1961년 한국 입국, 왜관수도원 생활 시작 ●1962년 성주 본당 보좌 ●1963년 상주 본당 주임 ●1964년 왜관 본당 주임 ●1969년 대구 신학원 강사 ●1983년 왜관수도원 부원장 ●2003년 왜관수도원장 취임, 뇌경색으로 5개월 만에 사임 ●현재 왜관수도원에서 그레고리오 성가 지도 등 수도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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