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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HO&WHAT] 독재자의 만찬

    [WHO&WHAT] 독재자의 만찬

     ‘민주’(民主)가 당연하게 여겨지는 오늘날, ‘독재’(獨裁)란 말은 듣는 것만으로도 유쾌하지 않은 단어다. 다른 사람의 운명을 멋대로 좌우하고 과장된 논리나 종교와 다를 바 없는 맹목적인 믿음을 강요하는 독재에 대한 거부감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한국인에게도 ‘독재’는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길거리로 뛰쳐나와 군사정권에 맞서 밑으로부터의 민주화를 일궈냈다는 자부심,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최장수 독재체제(북한)와 마주하고 있는 현실 등 우리는 독재와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에 몰아닥친 ‘재스민 혁명’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수십년간 그래온 것처럼 아랍권의 민주화 운동이 ‘찻잔 속 태풍’이 될 것이라는 전망은 이미 빗나갔다. 권력을 지키고자 하는 자들과 권리를 찾고자 하는 이들의 싸움은 점점 격해지고 있고, 이젠 국제사회의 개입도 본격화됐다.  가상 인터뷰 ‘WHO&WHAT’의 이번 주인공은 역사 속 인물들이다. 이름 자체가 공포가 되고, 금기어가 됐던 이들. 현대 정치사를 피로 물들이며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난, ‘악몽’ 그 자체였던 네 명의 독재자들을 만찬장에 초대해 그들이 생각하는 재스민 혁명과 ‘독재’ 그리고 ‘민주화’에 대해 들어봤다. 사회:독재돼지 나폴레옹(소설 ‘동물농장’의 주인공)  식당으로 들어서는 네 사람의 표정은 썩 밝지 않았다. 살아생전 서로 배신의 총부리를 겨눴던 사이도 있었고, 서로 ‘사상적 동지’로 돈독한 관계를 자랑하던 이들도 있었다. 그들 사이에 가로놓인 반세기의 시간도 서먹한 분위기를 가시게 하지는 못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는 말이 사전에서 바로 튀어 나온 듯한 이들은 같은 자리에 마주앉아 있다는 사실 자체가 마뜩치 않아 보였다.  콧수염을 기른 사람이 셋, 군복을 입은 사람이 셋이었다. 앞에 이름표를 놓을 필요조차 없이 얼굴만으로도 누구인지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아돌프 히틀러, 이오시프 스탈린, 마오쩌뚱, 사담 후세인. 인류 또는 자기의 민족을 위해 떨쳐 일어났다는 대의명분을 앞세웠지만 결국엔 자기자신의 안위와 비뚤어진 욕망으로 가득찬 이미지만 역사에 남긴 공통점을 가진 이들. 한 사람만 있어도 공포를 느끼게 할 만한 20세기 정치가 네 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날 만찬 자리는 현재 국제정세를 감안하면 상당히 늦은 감이 있었다. 시대적 차이는 있지만, 각자의 전성기 시절 국내외 정치에 대해서라면 남부럽지 않을 역량을 과시했던 이들에게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강타하고 있는 ‘쟈스민 혁명’에 대해 묻지 않는다면 과연 누구한테 물어야 한단 말인가. 더구나 만찬의 주제가 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독재’인데 말이다.  네 사람의 만남에 적합한 사회자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민주화 전문가나 학자는 남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는 이들을 통제하기엔 늘 역부족이기 마련. 결국 메이너 농장의 절대권력자 나폴레옹(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에 등장하는 독재자 돼지)에게 어려운 역할을 부탁했다. 1945년 처음 세상에 알려진 이후, 지금까지 농장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는 나폴레옹의 능력이라면 참석자들도 특별한 불만이 없을 것이란 판단에서였다. 오웰이 묘사한 것처럼 나폴레옹은 ‘사람이 돼지인지, 돼지가 사람인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능수능란하게 만찬장의 분위기를 이끌어갔다. 화제는 자연스럽게 본인들의 얘기와 현재 상황을 비교하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오늘의 메뉴●  애피타이저 - 당신은 떳떳한가  메인 디시1 - 당신의 국민은 왜 당신을 버렸을까  메인 디시2 - 당신은 부패했나  디저트 - 당신의 사랑은 진짜였나      <애피타이저> 당신은 떳떳한가.   →나폴레옹 인간 세상 최고의 독재자들을 한 자리에서 만나게 돼 기쁘다. 나야 동물 100여마리 거느리는 수준이지만, 당신들은 수백만명에서 수억명에 이르는 사람의 목숨을 한 손에 좌우했던 사람들이지 않은가. 실제로 죽이기도 많이 죽였고…. 당신들보다 훨씬 잔혹하거나 무자비한 사람도 없진 않지만, 20세기 이후 독재자들 중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져 있다는 점에서 선정됐다는 점을 밝혀둔다. 우선 당신들이 지금 이 테이블에서 떳떳하게 고개를 들고 있을 수 있는 자신감의 근원부터 묻고 싶다.   히틀러 정당성을 묻는거냐. 어디까지나 국민들이 원해서 적합한 위치를 맡았을 뿐이다. 내가 총통이 됐을 때 4500만명이 투표에 참가했고 그중 3800만명이 찬성했다.(히틀러는 1934년 대통령 파울 폰 힌덴부르크가 죽은 직후 1시간 만에 대통령직과 총리직을 통합하고 최고사령관 직까지 합쳐 그 자리에 오른 다음 투표를 실시했다.) 국민들이 내가 이루고자 하는 바에 자발적으로 동참해서 내가 그 위치에 올랐다는 증거다. 정당성의 측면에서 과거의 왕들과는 평가부터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왕 중에서도 네로나 헤롯 같은 사람이 있었고, 나름 성군(聖君)으로 존경받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지만 그들은 왕으로 태어나 왕으로 살면서 그 권력을 조금 더 쓰느냐 마느냐의 차이가 있었을 뿐이다.   스탈린 난 볼셰비키 혁명을 주도했고 성공시킨 레닌이 직접 지목한 정당한 후계자다.(실제로는 레닌이 그의 위험성을 경고한 편지를 공개하려고 했지만, 스탈린이 의도적으로 막았다. 뿐만아니라 스탈린은 레닌의 후계자가 되기 위해 여러 장의 사진과 역사기록을 조작했다.) 그루지아 출신이라는, 심지어 러시아어를 잘 하지 못한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범 러시아 지역에서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는 데 대해 지금까지 의심해 본 적이 없다. 국민의 지지가 없으면 독재고 뭐고 간에 아예 정권을 잡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최소한 총과 칼로만 쿠데타를 일으켜서 최소 몇 년 이상 유지한 사례가 얼마나 될지 지난 100년 간을 꼽아봐라. 처음엔 그렇게 잡더라도 국민에게 비전을 제시하지 않으면 유지가 안되는 게 정치다.   →나폴레옹 그 말씀을 액면 그대로 믿는다면 여기 있는 사람들이 역사에 악인으로 이름을 남긴 것 자체가 불가사의한 일이다. 듣다보니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가 요새 연설을 통해 계속 반복하고 있는 논리와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그 얘기는 나중에 이어가기로 하고, 최근 전 세계 최고 관심사인 ‘쟈스민 혁명’에 대해 들어봤나.   마오 내용이야 어떻든 오랜만에 가슴이 뛰는 기분이다. 지난해 12월 한 청년이 분신을 하면서 벌어진 일이 불과 석달 만에 이렇게까지 커지다니. 벌써 두 나라(튀니지·이집트)의 정권이 뒤집혔고 리비아, 시리아, 바레인도 내전이 한창이지 않은가. 난 ‘공산당’을 알리고 ‘혁명 동지’를 모으기 위해 10만여명을 이끌고 1934년 370일 동안 1만 5000㎞를 걸어야했다.(마오는 12개의 지방을 지나고 18개 산맥과 24개 강을 건넜다. 마오의 짐은 두 장의 담요와 홑이불, 외투 한 벌, 책 몇 권 뿐이었다고 전해진다.) 그러고도 15년 이상 지나서야 중국을 세울 수 있었다. 고작 석달이라니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지금 같은 세상이라면 보다 완벽한 혁명을 꿈꿀 수 있을 것 같다.   히틀러 거기엔 100% 동감한다. 요즘처럼 다양한 수단이 있었으면 내가 연설을 일부러 석양무렵에 하면서 다양한 무대장치를 동원하는 수고는 덜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이런 아이디어는 히틀러의 선전장관이었던 요제프 괴벨스의 능력이라는 얘기가 정설이다.) 아! 물론 난 연설 대신 다른 방법으로 국민들을 설득해야 했겠지만 말이다.   후세인 참석한 다른 사람들은 딱 와닿지 않을 수도 있는데, 내 입장에서 쟈스민인지 뭔지는 정말 충격적인 일이다. 아랍에는 ‘하마’라는 게 있다. 1980년대 초반에 시리아의 하마라는 조그마한 마을에서 군사정권에 저항하는 민란이 일어났는데, 정부는 마을 전체를 지도에서 지워버리다시피 했다.(2만명의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다. 시리아 정부는 그 숫자를 본보기 삼아 일부러 널리 공포했다.) 그 이후 ‘하마’는 절대권력에 대항하는 반항에 대한 응징을 뜻했다. 아랍권에서 조금이라도 목소리를 내던 반 체제 인사들은 힘을 잃었고, 일반인들은 조용해졌다. 그게 지금까지 아랍권을 지탱해온 버팀목이었다. 왕정이든 사회주의 체제든 광범위하게 사용돼 왔다. 물론 무력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국영TV와 신문을 장악하고, 시골에서 도시로 몰려드는 사람들을 집중적으로 공략해 세뇌시켰다. 나름 치밀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한 순간에 무너질 줄은 솔직히 상상도 못했다.   →나폴레옹 후세인 당신과 카다피가 유난히 비슷한 점이 많다고 들었는데.   후세인 카다피와 나는 소위 말하는 ‘역경의 자식들’이다. 전통적인 아랍사회가 혈통과 명문을 높이 떠받드는 점이 가장 큰 타도의 목표가 됐다는 점에서 일면 비슷하다고 볼 수도 있다. 아랍에서는 아버지의 이름이 중요시되지만 혹시 내 아버지나 카다피의 아버지 이름을 아는가? 뭐 사실 이 만찬장에 있는 다른 사람들도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말이다. 우리는 기존 사회의 합의나 계급은 무시하고, 아랍의 전통적인 가치들이 권력에 장애가 된다면 과감히 지워버렸다.  <메인디시1> 당신의 국민은 왜 당신을 외면했나.   →나폴레옹 슬슬 본격적인 식사로 들어가보자. 여러분은 다들 수십년에 걸쳐 자기 나라는 물론 주변국가, 나아가 전 세계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앞서 스탈린이 말한 것처럼 독재는 총칼 만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고, 많은 국민의 열광적 지지를 받는 지도자의 위치에 오르는 게 선행돼서 가능했다. 그런데 끝까지 초심을 유지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인지 통치스타일이 변하면서 서서히 독재자가 돼 가는 공통점이 나타났다. 말은 자꾸 바뀌고, 점점 잔혹해지면서 다른 사람의 말을 안듣게 되었는데.   스탈린 국민들에게 제시했던 내 목표는 무조건 우리가 추구해야 할 목적이었다. 어떤 수단을 써서든 달성하는 것이 최우선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모두가 내 뜻에 복종해야 했다. 의견이 다른 사람들은 틈만 나면 배신하려 하고, 권력을 잡기 위해 나를 밀어내려고 했다. 심지어 공장 노동자들도 내 목표량에 미달했다. 충분히 열심히 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탈린은 5개년 경제계획을 세워 모든 농민들이 국가 소유의 조합에 가입하게 했다. 그러나 대부분 농민들은 재산을 내주는 대신 땅을 불태우고 가축을 죽였다.) 결국 나는 그들을 피로 다스릴 수 밖에 없었다. 어느 순간부터는 가까운 사람들조차 나에게서 등을 돌리는 것처럼 생각됐다. 잠도 잘 오지 않았다. 나에게 있어 가장 큰 기쁨은 적을 정하고, 만반의 준비를 한 다음 철저하게 복수를 하고 잠자리에 드는 것이었다.   히틀러 난 독일 국민에게 약속한 것을 대부분 다 지켰다. (히틀러의 유대인 학살 정책에는 본인의 증오 이외에 ‘독일 국민들에게 잘 통할 것’이라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었고, 실제로 주효했다.) 솔직히 내가 세운 모든 계획 중에 딱 하나 틀린 게 있었는데, 바로 전쟁에 졌다는 것이다. 난 거창하게 세계정복 같은 공약을 내세우지 않고, 우리가 받을 수 있을 걸 받자고 얘기했을 뿐이다. (히틀러의 전쟁은 세계를 상대로 한 전쟁이라기보다는 영국과 프랑스 양강으로 구분돼 있던 유럽 내에서 독일의 정당한 위치를 인정해 달라는 권리찾기에 가까웠다. 세계를 상대로 한 전쟁이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히틀러 본인이 잘 알고 있었다.) 실제로 우리 독일 사람들은 1933년부터 2차대전이 본격화되기 이전, 내가 제3제국을 이끌던 시기를 역사상 가장 행복했던 시기로 기억한다. 연합군과의 전쟁에서 지지만 않았다면 난 절대로 여기 다른 ‘실패한 독재자’들과 함께 앉아있지 않을거다.   마오 국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공통된 적이 필요했다. 사회를 뒤집어 엎으려면 당연히 원동력이 필요하고, 그 힘은 밑에서부터 나온다. 히틀러는 그것을 외부(유대인)에서 찾았고, 나와 스탈린은 노동자·농민을 앞세워 인민의 적을 만들어내는 수법을 썼다. 그런데 정권을 잡고 공공의 적이 어느 정도 정리되면 당연히 사회적 결집력과 추진력이 떨어지지 않겠나. 난 1950년대 중반에 무조건 억누르기만 했던 스탈린과는 다른 길을 가려고 했다. 지식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도록 허용했는데 금방 사회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졌다. (마오는 헝가리에서 검열 완화 이후 폭동이 일어난 것을 보고 ‘모든 의견’을 허용하는 대신 ‘공산당의 입지를 굳히는 의견’만을 허용했다.) 고작 6주간 ‘백화제방·백가쟁명’(쌍백) 정책을 펼쳤는데 불온성을 이유로 잡아들인 사람이 100만명이 넘었다.   →나폴레옹 뭐 결국엔 자기가 옳다는 생각을 계속해서 주장했고, 국민들이 그에 부응하지 않았기 때문에 폭압적인 독재자들로 될 수 밖에 없었다는 논리인 것들 같은데. 국민들이 언제 돌아서는 것을 느꼈나.   스탈린 독재에 대한 대중의 영합은 독재권력이 국민들이 원하는 것을 주기 힘들어지면 힘을 잃기 시작한다. 인류 역사를 통틀어서 일반 국민들에게 정치적인 이데올로기가 가장 중요했던 적은 과거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정권이 제시하는 조건이나 삶의 질에 만족하면 그 권력을 지지하지만 그게 안 되면 외면하는 게 국민들의 속성이다. 내 영향력이 다소간 줄어든 것도 ‘산업화’라는 당면과제가 생각만큼 잘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도 큰 문제는 아니다. 영향력이 떨어지면 그걸 보완하기 위해 총과 칼이나 숙청, 강제노동 등을 동원하면 충분히 되돌릴 수 있다. (스탈린은 꾸준한 생산력 증대를 원했고, 만족하지 못하면 계속해서 무력을 사용했다.) 이런 것이 독재자와 왕의 가장 큰 차이점이자 독재자에게 불리한 점이다. 독재자는 국민들이 실망하면 이를 되돌리기가 군주보다 훨씬 힘들다. 엘리자베스1세 말기에 영국 국민의 생활수준은 역사상 최저였지만, 아무도 그런 사실은 기억하지 않는다.   히틀러 이번 아랍혁명이 ‘빵의 혁명’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고 들었다. 식량값 폭등 같은 단편적인 시각에서 볼 수는 없는 문제다. 원래 독재자는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명확한 미래상을 제시하고 조금이라고 가까이 가고 있다고 믿게 해야 한다. 정권을 지지하는 국민들 입장에서 ‘어제보다 조금 나아진 오늘’은 별 의미가 없다. 독재자가 “5년 후에 우리가 이 정도 수준에 살고 있을 것”이라고 제시하면 반드시 거기에 가 있어야 한다. (히틀러가 뚜렷하게 정책에 실패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그가 표방하는 제3제국이 명확한 수치를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게 이뤄지지 않으면 위기가 찾아오는 거다. 공산주의나 사회주의를 표방했던 독재정권들이 망가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조금씩 나아지는 건 왕정 아래서도 얼마든지 가능한데, 정권을 잡으려는 독재자들은 국민들에게 “우리 모두 잘 살 수 있다.”고 소리친다. 결국 삶에 찌들어 있는 대중의 지지를 받아 순식간에 정권을 장악할 수 있지만, 결코 그들이 약속한 삶은 만들어낼 수 없다.   후세인 아랍권의 문제가 심각한 건 사실이지만, 구조적으로 ‘복지독재’라는 희한한 형태가 있어 국민들이 모두 돌아서는 시기를 간단히 전망할 수는 없다. 사우디아라비아나 쿠웨이트 같은 왕권독재 국가에서는 독재의 정도가 다른 나라보다 심하면 심하지 덜하지 않은데, 국민들의 삶은 다른 나라보다 풍요롭다. 일자리도 주고 의식주 걱정도 없다. 대학도 보내준다. (아랍의 왕조 체제에서는 가진 자의 수가 극히 제한돼 있고, 이들은 인자한 독재자의 모습을 띤다. 이들은 국부를 독점하는 만큼 그것을 나눠주는 방식에 관심이 많다.) 그럼 이 상황을 뒤집어서 민주화가 되고 완전한 자본주의 국가가 되면 어떻게 되느냐. 가진 자의 수가 늘어나면 전혀 혜택을 받지 못하는 절대 빈곤층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민주화라는 것은 결국 허상이다. 위와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고 가정했을 때 민주화를 원하는 사람들의 대다수는 “난 가진 자의 입장에 설 기회가 생긴다.”는 생각만 한다. 결국 ‘기회’라는 게 어느 순간 현재 생활에 대한 불만을 뛰어넘느냐가 관건이 아닐까 싶다.  <메인디시2>당신은 부패했나.   →나폴레옹 ‘권력은 부패하고, 절대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고 영국의 역사학자 로드 액튼 경이 말했다. 독재와 관련된 경구 중 가장 유명한 말이 아닐까 싶다. 흔히들 독재자는 부패하기 때문에 망한다고 생각한다. 정말 부패가 독재의 종착점인가.   히틀러 진정한 목표가 있는 독재자는 부패할 시간이 없다. 난 채식주의자에 담배조차 피우지 않는다. 가끔 맥주를 마시기는 하지만, 내 뒤를 아무리 캐봐라. 내가 부정적인 일에 연루됐다는 어떤 증거도 발견하지 못할 거다. 심지어 난 평생 두 여자(의붓여동생의 딸인 겔리 라우발, 최후를 같이 했던 에바 브라운)만을 사랑했고, 한명이 죽은 후에야 다른 사람을 만났다. 만약에 지금 세상처럼 청문회가 있다면 난 무조건 100% 무사 통과다. 오로지 위대한 제3제국을 세우겠다는 목표 이외에 개인적인 욕심 따위는 없었다. 제3제국이 부패해서 망했다고 말할 수 있나. 난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다.   스탈린 나 역시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한다. 사람들이 나를 ‘금욕주의자’라고 부를 정도로 난 개인적으로 즐기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내 딸 스베틀라나가 나중에 쓴 책을 보면 알 수 있지만, 내 가족들조차도 화려한 옷이나 식사는 꿈도 꾸지 못했다. (스탈린은 부인을 잃은 후 스베틀라나를 사실상 ‘어린 퍼스트레이디’로 대접했고, 자식 중 유일하게 애정을 쏟았다.) 오로지 대업을 완수하는 것만이 내가 평생을 생각했던 유일한 관심사였다. (얄타 회담에서 스탈린을 만난 윈스턴 처칠의 부관들은 스탈린에 대해 “지금까지 만나본 중 가장 철두철미하고 명석한 지도자”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나폴레옹 최근 아랍권의 가장 큰 문제는 본인은 물론이고 부인이나 아들, 측근들이 부패한 경우가 많다는 것인데 후세인 당신도 자식 간수에 실패한 대표적인 사례 아닌가.   후세인 독재자는 외로운 존재다. 누군가를 몰아내고 그 자리에 앉았으면, 언젠가 자신도 똑같은 일을 당하지 말란 보장이 없다. 결국에 믿을 사람은 가족 밖에 없다. 그런데 가족은 통제가 불가능하다. 각자 욕심을 부리게 마련이고, 절대자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대부분 용서 받는다. (후세인의 큰아들 우다이는 공식 행사에서 사람을 총으로 쏘아 죽이거나 싸움을 벌이는 등 난폭했다. 정신박약아라는 설도 있다.) 튀니지의 벤 알리, 이집트의 무바라크, 리비아 카다피 모두 가족이 문제였고 자식한테 권좌를 물려주기 위해 무리수를 뒀다. 결국 ‘부패’의 진정한 원인은 독재자의 개인적인 성향보다는 독재가 갖고 있는 근본적인 1인 중심적인 체제에서 찾아야 한다.   마오 아무리 독재라도 권력은 최소한의 시스템이라도 갖추고, 그 안에서 움직여야 한다. 권력을 사유화하고 개인적으로 대놓고 이용하기 시작하면 그게 부패한 거다. 난 솔직히 주지육림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방탕한 생활을 즐기기도 했지만, 최소한의 기구를 갖고 있었고 그걸 이용해서 모든 것을 움직였다. (그의 문화혁명을 앞장서서 주도했던 홍위병은 결국 스스로 부패하고 갈라져 사라져갔다.) 간단히 말해서 사회를 바꾸기 위한 목표를 갖고 조직이 사회를 지배하는 것이지 개인이 가진 것을 오로지 지키려는 목적으로 조직을 운영한다면 그건 독재자 중에서도 가장 저질이라고 생각한다. 카다피나 북한의 김일성, 저기 앉아있는 후세인이 대표적인 인간들이다.  <디저트>당신의 사랑은 진짜였나   →나폴레옹 곧 무너질 것 같았던 카다피가 계속 버티고 있다. 심지어 쟈스민 혁명이 곧 사그라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쟈스민 혁명은 어디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히틀러 국민을 장악하는 수단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내가 연설을 통해 국민을 사로잡았다면 카다피한테는 TV로 보여지는 강력한 모습과 반미 감정몰이가 결정적인 힘을 줬다. 그런데 최근 유행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그걸 뛰어넘을 수 있다. 결국엔 모든 것이 정보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왜 저렇게 폐쇄정책을 고집하겠나. 밖에서 국민들이 정보를 얻기 시작하면 바깥세상이 더 낫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러면 지금까지 주장해 온 모든 것들이 허사가 된다. 결국 정보가 공개되기 시작하면서부터 그럴듯한 꼬임이나 세뇌만으로 할 수 있던 독재의 시대가 끝났다. 결국 총과 칼을 통한 억압만이 가능하다는 얘기인데, 이번에 혁명이 실패해도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니까 나중에 또다시 내란이 일어나는 건 불을 보듯 뻔하다. 한번 떨쳐 일어났던 기억은 생각보다 오래가는 법이다.   마오 그래도 중국은 꽤 오래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리비아가 여러 개의 부족이라서 마지막 한 고비를 넘을 원동력이 부족한 것처럼 중국 역시 민족이 다양하고 워낙 지역도 넓기 때문에 하나로 모으는 추진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중국은 아직 폭발적인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국민들이 뭔가를 추가적으로 기대할 여지가 남았다는 얘기다. 특히 연안지역만 개방해서 충분히 통제가 가능하도록 하고 조금씩 열어가면서 개방과 통제라는 두가지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점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반면 북한 같은 경우에는 특정지역만 열고 통제하는 게 불가능하다. 결국에 경제적 몰락을 극복하기 위해 체제붕괴를 피하기 힘들다.   후세인 내가 보기엔 미국이 얼마나 나서느냐가 관건이다. 군사적, 외교적으로 영향력이 절대적이니 말이다. 여기 있는 네 사람 모두 미국과는 좋은 감정이 아니겠지만, 내 경우에는 특히 그렇다. 솔직히 대량 살상무기라는 말도 안되는 이유를 달아서 억지로 쫓아낸 것 아니냐. 이번에도 이집트에는 개입 안하고, 리비아에만 개입하려고 꼼수를 쓰는 모습이라니…. 결국 다른 나라의 민주화를 자기 입맛대로 골라서 이용하겠다는 것 밖에는 안된다. 민주화니 어쩌니 떠들지만 실제로 국제사회를 독재하고 있는 건 미국이다.   →나폴레옹 이제 마무리할 시간이다. 철저하게 자기자신의 논리로 무장한 당신들에게 물어보나 마나겠지만, 당신들은 정말 국민들의 사랑을 받았다고 생각하나.   스탈린 1994년 김일성이 죽었을 때 눈물을 흘리던 평양 시민들을 기억하나. 그 원조가 바로 나다. 내 시신을 보겠다고 몰려든 사람들 때문에 수백명이 깔려 죽었다. (영하의 날씨였지만 방부처리된 시신을 보기 위해 몰려든 조문객의 일부가 바리케이드에 부딪히거나 밟혀서 목숨을 잃었다.)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나.   마오 내가 죽은 후 숱한 변화 속에서도 난 중국 사람들에게 잊혀지지 않는 존재다. 톈안먼 광장에 걸려있는 내 초상화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고 생각한다. (마오가 죽은 1976년 그의 문화혁명으로 쌓인 불만이 폭발한 톈안먼 사건이 일어났다. 1981년 그의 후계자 덩샤오핑은 마오의 문화혁명을 ‘내란’으로 규정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도움말 주신 분들 임지현 한양대 사학과 교수 김한지 한국외대 중동연구소 책임연구원 최 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 소장 류한수 상명대 역사콘텐츠학과 교수 장대익 동덕여대 교양학부 교수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
  • [오늘의 눈] 동남권 신공항 핌비(지역이기주의) 소리 듣지 않으려면/오상도 산업부기자

    [오늘의 눈] 동남권 신공항 핌비(지역이기주의) 소리 듣지 않으려면/오상도 산업부기자

    “어떤 결과가 나오든 우려스럽기만 합니다.” 최근 국토해양부의 고위 관계자가 한숨을 내쉬며 늘어놓은 넋두리다. 오는 30일 동남권 신공항의 입지평가 발표를 앞두고 의견을 구한 자리에서다. 그는 “평가단이 산정한 점수와 평가위 가중치가 30일 오전 처음 합산되는 만큼 우리도 당일 결과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역 간 ‘치킨게임’으로 치닫는 동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에는 진정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상황이다. 일각에선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할 것이라며 벌써 흠집내기에 나서고 있다. 불리한 결과가 나오면 절대 승복할 수 없다는 논리다. 아이로니컬하게도 후보지인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의 신공항 유치에는 경제 논리가 당위성이자 장애 요인으로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 기업 유치와 새로운 성장 돌파구, 균형발전은 지역 생존을 위한 당위성으로 거론되는 것들이다. “지방이 무너지고 있다.”는 절박한 상황도 수긍이 간다. 내년 총선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영남권 의원들의 불안감은 이 같은 싸움을 부채질하고 있다. 반면 경제성은 두 지역의 공항 유치에 장애 요소이다. 과거 국토연구원의 신공항 타당성 조사에선 가덕도(0.7)와 밀양(0.73)이 비슷한 비용 대비 편익비율(B/C)을 드러냈다. 수치가 1을 넘지 않으면 경제적 타당성이 없다는 얘기다. 인천공항의 B/C는 착공 전 1.47 수준이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의미심장한 얘기도 건넸다. 김해공항 증축도 군부대 이전의 어려움 외에 인근 산을 깎는 등 기반 조성에만 20조원가량이 들어간다고 했다. 5조원이면 충분하다던 증축론도 사실무근이 된 셈이다. 한쪽 손을 들어주는 결론이 나오든, 양쪽 다 경제성이 없다는 결론이 나오든 이제 겸허히 수용해야 더 이상 불필요한 갈등을 막을 수 있다. 좋은 시설을 자기 지역에만 독점하려는 이기주의인 ‘핌비’(PIMBY) 소리를 듣는 것은 더 큰 불명예이기 때문이다. sdoh@seoul.co.kr
  • 16색깔 프라하 이야기

    “프란츠 카프카, 야로슬라프 하셰크와 함께 프라하의 불가사의한 밤거리를 걷는다. 레스토랑에서 카렐 차페크 곁에 앉아 사사로운 이야기를 엿듣고, 거품이 넘치는 맥주집에서 요세프 슈크보레츠키와 함께 재즈를 듣는다. 구스타프 마이링크와 황금소로의 연금술사를 만나고, 헌 지푸라기 때문에 골치를 앓는 얀 네루다를 돕는다.” 체코 프라하는 세계의 관광객들을 자석처럼 끄는 도시 가운데 하나다. 한국인들에게도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이나 프라하 구(舊)시가광장을 무대로 찍은 광고 등을 통해 낯익은 도시다. ‘프라하-작가들이 사랑한 도시’(행복한책읽기 펴냄)는 체코문학의 대표 작가들이 프라하를 무대로 쓴 작품 16편을 담은 책이다. 19세기 후반 체코 낭만주의의 대표적인 작가로 손꼽히는 알로이스 이라세크는 관광명소로 유명한 오를로이 천문시계에 얽힌 전설을 다룬 ‘구시가지 시계의 전설’이란 작품을 썼다. 물론 이 전설은 사실이 아니다. 시간에 맞춰 시계의 문이 열리고 12사도가 등장하면 관광객들은 입을 다물지 못하고 사진을 찍느라 바쁘다. 이 오를로이 천문시계는 1572년에 얀 타보르시크란 유명한 시계공이 완성했다고 전해진다. ‘구시가지 시계의 전설’은 프라하의 시계가 지구에 단 하나뿐인 천문시계라는 점에 착안한 문학 작품이다. 소설에서 천문시계를 발명한 장인 하누슈는 하루 아침에 프라하의 스타로 떠오른다. 하지만 어느 순간 권력자들의 가슴에는 천문시계를 독점하고 싶다는 욕망이 싹튼다. 이 욕망은 하누슈가 다른 도시에서 더 나은 천문시계를 만들지도 모른다는 망상으로 발전한다. 시장과 참모들은 숙의 끝에 깊은 밤 장인의 작업실에 자객을 보낸다. 다음날 조수들은 두 눈이 뽑힌 채 벽난로 앞에서 신음하는 하누슈를 발견하게 된다. 이렇게 해서 천문시계는 세계에 단 하나밖에 없는 명물시계란 지위를 영원히 지키게 되었다는 것이 ‘구시가지 시계의 전설’에 담긴 이야기다. 프란츠 카프카, 얀 네루다, ‘로봇’이란 단어를 만든 것으로 알려진 카렐 차페크 등의 작품도 프라하의 특별한 매력을 알린다. ‘프라하-작가들이’는 잡지 편집장이자 소설가 출신으로 한국과 체코의 문화 교류에 앞장서는 야로슬라브 올샤 주한 체코대사가 발 벗고 나선 덕분에 출간됐다. 책에 등장하는 체코의 국민작가 얀 네루다에 각별한 애정을 품은 고은 시인은 31일 서울 서교동 체코정보문화원에서 열리는 출판 기념회에서 프라하에 얽힌 인연을 소개할 예정이다. 고은 시인은 다음 달 프라하에서 열리는 ‘프라하 작가 페스티벌’에 참가하며, 5월에는 체코에서 시집을 출간한다. 1만 20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23일 TV 하이라이트]

    ●무엇이든 물어보세요(KBS1 오전 10시) 먹는 둥 마는 둥 식사를 마치고 나면 어김없이 쏟아지는 식곤증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럴 때 잠을 확 달아나게 할 음식이 새콤달콤한 식초로 무친 초무침이다. 떠올리기만 해도 입에 침이 가득 고이는 초무침. 식초의 영양과 효능에서부터 이색 초무침 만드는 방법 등에 이르기까지 자세히 알아본다. ●쿵야 쿵야(KBS2 오후 3시 5분) 모처럼 쿵야 레스토랑의 휴일을 맞아 개최된 분신쿵야 대회에서 치열한 격전 끝에 양파쿵야를 물리치고 버섯쿵야가 우승을 차지한다. 버섯쿵야는 우승의 비결을 묻는 주먹밥에게 우승소감을 말하다가 그만 내리친 번개에 감전되어 병원으로 실려 간다. 검진결과 버섯쿵야는 어이없게도 식물인간 상태에 빠지고 만다. ●로열 패밀리(MBC 밤 9시 55분) 공여사는 윤서(전미선)의 친정인 구성백화점에서 10년간 독점 입점하기로 한 화장품 브랜드를 JK백화점에 입점하기 원한다는 뜻을 밝힌다. 한편 인숙은 ‘김마리’의 뒷조사를 하는 등 자신에게 싸움을 거는 윤서의 무릎을 꺾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지훈과 현진, 그리고 인숙이 함께 JK백화점 내 브랜드 유치를 위해 움직인다. ●드라마 스페셜 49일(SBS 밤 9시 55분) 지현은 민호와 인정의 밀회 현장을 목격하고 도망치듯 건물 밖으로 뛰어나간다. 지현은 경력증명서를 꼭 쥐고 스케줄러 비상호출 버튼을 급히 누른다. 그리고 금세 나타난 스케줄러에게 자신의 사고 원인을 다 알고 있지 않았느냐고 소리치는데…. 한편 한강은 와인바 출입구 옆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지현을 발견한다. ●리얼리티쇼 유아독존(EBS 밤 8시) 때는 바야흐로 꽃피는 춘(春)삼월. 아이들이 봄을 만나기 위해 찾아간 곳은 바로 도심 한가운데서 가장 먼저 봄을 만날 수 있는 꽃시장이다. 빨갛고 노란 꽃들 속에서 아이들은 봄 향기에 흠뻑 취해 본다. 이름 모르는 꽃들도 많고, 생전 듣도 보도 못한 꽃들로 가득한 이곳. 대체 이 많은 꽃들은 어디서 왔을까. ●메디컬 다큐 생명(OBS 밤 11시 5분)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고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곳, 응급실. 갑작스러운 사건이나 사고로 인해 응급실을 찾은 환자들과 곁에서 안타깝게 지켜볼 수밖에 없는 가족들과 환자의 생명을 지켜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응급실 의료진의 24시간 이야기. 그리고 더불어 질병에 대한 다양한 의학정보도 함께 만나본다.
  • 온스타일, 빅뱅 화보현장 공개

    온스타일, 빅뱅 화보현장 공개

    스타일채널 온스타일의 ‘스타일매거진’에서 빅뱅의 스타일 필름과 화보 촬영 현장을 독점 공개한다. 남성미가 물씬 풍기는 록 시크룩으로 색다른 매력을 발산하는 빅뱅의 모습과 그들의 활기찬 촬영 현장의 비하인드 이야기들을 만나볼 수 있다. 24일 목요일 밤 11시 방송된다. 빅뱅의 깜짝 변신은 글로벌 패션 잡지 ‘W KOREA’와 라이프스타일 컨셉트 스토어 ‘10 꼬르소 꼬모 서울’, 온스타일의 ‘스타일매거진’이 함께 선보이는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 코오롱 ‘골리앗’ 듀폰 꺾다

    코오롱 ‘골리앗’ 듀폰 꺾다

    코오롱이 세계 슈퍼섬유(초강력 고부가가치 섬유) 시장의 ‘골리앗’으로 불리는 듀폰(미국)과의 독점 금지 소송에서 승리했다. 그동안 듀폰이 미국시장에 진출하려던 여러 슈퍼섬유 업체들에 대해 소송을 통해 신규 진입을 번번이 차단해 온 점을 감안하면, 이번 승리로 향후 코오롱이 듀폰의 독점 행위에 제동을 걸어 미국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졌다. ●듀폰 독점 제동 걸릴지 주목 20일 코오롱그룹 등에 따르면 미국 연방 제4순회 항소법원은 아라미드 섬유를 생산·판매하는 코오롱 인더스트리가 듀폰을 상대로 제기한 독점금지 소송에서 당초 원심을 깨고 만장일치로 듀폰의 반독점 행위에 대한 소송을 계속 진행할 것을 결정했다. 항소법원은 “1심 당시 코오롱이 충분한 근거를 제시했음에도 판사가 듀폰 측 변호사의 일방적인 발언에만 의존해 소송을 기각시킨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또 “한동안 듀폰은 아라미드 섬유의 유일한 생산업체였고 지금도 미국 아라미드 섬유 시장에서 70% 이상을 판매하고 있다.”면서 “듀폰이 미국 내 아라미드 섬유 시장의 주도적 사업자라는 점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설명했다. 코오롱과 듀폰의 법정싸움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코오롱이 2006년 듀폰에서 퇴직한 직원과 컨설팅 계약을 맺자 곧바로 듀폰이 지적재산권 침해소송에 나섰다. 듀폰은 “코오롱이 자사 아라미드 제품인 ‘케블라’에 대한 기술을 훔쳤다.”며 미국 법원에 제소했고, 코오롱은 “독자기술로 아라미드 섬유를 개발했기 때문에 듀폰의 기술을 훔칠 이유가 없다.”고 대응했다. 코오롱도 ‘맞불’을 놨다. 이듬해 버지니아 지방법원에 “듀폰이 코오롱의 미국시장 진출을 막기 위해 불공정행위를 하고 있다.”며 독점금지 소송을 제기했다. 듀폰이 시장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코오롱 제품을 구매하려는 기업들에 대해 코오롱과의 거래를 줄이거나 하지 말 것을 강요했다는 이유다. 실제 코오롱은 아라미드 섬유에 대한 미국 수출을 지속적으로 타진하고 있지만 아직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코오롱 관계자는 “항소법원의 결정에 만족하며 듀폰의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진실이 밝혀지기 바란다.”고 말했다. ●아라미드 시장규모 7조원대 아라미드는 강철보다 5배 이상 강도가 높고 섭씨 500도의 불에도 타지 않아 고성능 타이어, 광케이블 보강재, 방탄복·방탄헬멧 등 다방면에 쓰이는 차세대 소재다. 일반 섬유보다 값이 10배 이상 비싸 탄소섬유와 함께 대표적인 ‘슈퍼섬유’로 불린다. 현재 세계 아라미드 시장은 1973년 세계 최초로 제품을 상용화한 듀폰(케블라)과 일본의 데이진(트와론)이 90%가 넘는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코오롱은 2005년 아라미드 섬유 개발에 성공해 ‘헤라크론’이라는 이름으로 국내외에 판매하고 있다. 올해 세계 아라미드 시장규모는 7조원대로 예상된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정부 부처보다 더 관료적 2~3년앞 내다보지 못해”

    “정부 부처보다 더 관료적 2~3년앞 내다보지 못해”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이 대기업을 향해 ‘쓴소리’를 토해냈다. 국내 대기업들은 정부 부처보다 더 관료적이며, 단기성과에 급급해 2∼3년 앞도 내다보지 못한다는 취지였다. 지난 17일 저녁 국민금융지주(회장 어윤대)가 시내 한 호텔에서 개최한 세미나 특별강연에서다. 기업과는 무관한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장이 기업을 직접 비판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어서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초과이익공유제와 무관치 않은 듯 곽 위원장이 대기업에 직격탄을 날린 것은 최근 진행되고 있는 초과이익공유제 논란과 무관치 않은 듯하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으로 집권 초기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을 맡아 새정부의 경제정책 밑그림을 그린 인물이다. 그는 ‘서민을 따뜻하게, 중산층을 두껍게’라는 휴먼 뉴딜 프로젝트를 주도하면서 ‘공정사회’라는 개념 도출에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맥락에서 대기업들이 ‘생산 이익’을 독점하면서도 근로자나 하청업체에 대해 공정한 분배에 인색하지 않으냐는 생각이 그의 발언 저변에 깔려 있는 것 같다. 곽 위원장은 “지난 2년간 고환율로 좋았지만, 대표 기업들이 수익을 많이 낸 것이 오히려 독약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부처가 관료적이라고 하지만 대기업은 더 관료적이며, 그때그때 성과로 포지션이 결정되기 때문에 절대로 2, 3년 앞을 내다보지 않는다.”고 공세를 폈다. 이어 “(국내) 조선 산업은 중국에 뺏겼다고 보고 있으며, 자동차는 중국 상하이와 베이징의 자동차 등록 수 제한이 영향을 줄 수 있어 잘하면 버틸 수 있고 잘못하면 못 버틴다고 본다.”며 “전자 산업도 만만치 않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핵심산업으로 대기업이 주도하는 조선과 자동차, 전자산업의 미래가 전혀 밝지 않다는 ‘비관론’을 제기한 것이다. 그는 “미국이 가전에서 가장 셌지만, 일본에 줘 버리고 기업을 시스템 반도체와 인터넷 등 고부가가치로 만들었다.”며 “컬럼비아(영화사)를 인수하고 콘텐츠 회사로 전환한 일본 소니는 경영진의 콘텐츠 마인드 부족으로 10년간 헤매고 있으며 힘들게 굴러가는 중”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중국) 하이얼(가전)한테 내줘야 한다.”며 ”가격은 반이지만 거의 (기술) 차이가 안 나고 삼성과 LG 공장도 중국으로 이전하고 있어 하이얼한테 먹히게 돼 있다.”고 우려했다. ●“가전제품 中 하이얼에 밀릴라” 곽 위원장은 비판에 이어 미래를 위한 자신의 구상을 펼쳤다. 그는 “한국이 버틸 수 있는 것이 콘텐츠 산업”이라며 “고도 경제 성장에 좋고, 젊은 층에 필요한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파격적인 대안 제시도 잇따랐다. “소프트웨어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러시아 과학자를 데려와서 한국 시민권을 줘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다문화 사회로의 변화 필요성을 역설한 뒤 “중국은 소수 민족 문제로, 일본은 폐쇄성·경직성 등으로 당분간 못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우리는 굉장히 잘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지만, 규제 때문에 안 되고 있기 때문에 정부는 컨트롤할 수 있는 정도만 규제해야 한다.“며 ‘작은 정부론’을 거듭 주장했다. 오일만기자 oilman@seoul.co.kr
  • [사설] ‘아부다비 개가’ 산유국 꿈 이룰 계기로 삼자

    대한민국이 미국·영국·프랑스·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다섯번째로 ‘석유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하게 됐다. 그제 중동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10억 배럴 이상을 생산할 수 있는 대형 유전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와 5억 7000만 배럴로 추정되는 미개발 3개 광구에 대한 독점적 개발권을 보장하는 양해각서(MOU)와 계약에 서명한 것이다. 현 시가로 따져 무려 132조원에 이른다. 15개월 전 원자력발전소 수주에 이은 자원에너지 외교의 개가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계약 내용대로 우리가 원유 매장량을 확보하게 되면 현재 10.8%인 석유가스 자주개발률은 15%까지 치솟게 된다고 한다. 20%만 넘기면 웬만한 오일쇼크에도 거뜬히 견딜 수 있다는 게 정설이다. 우리나라는 소비량 기준으로 석유는 세계 9위, 유연탄 세계 7위, 우라늄 세계 6위, 철광과 동광·아연광·니켈광 세계 5위에 이를 정도로 역동적인 경제구조다. 하지만 석유 한 방울도 나지 않는 데다, 주요 광물 역시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안정적인 자원 공급원 확보는 우리 경제에 절체절명의 과제로 꼽혀왔다. 하지만 중국이 1조 달러를 웃도는 외환보유고를 무기로 전세계 자원 싹쓸이에 나서고 있고, 투기자본까지 가세해 가격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주요 자원 보유국들은 자원을 무기로 세계 질서의 재편마저 노리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UAE 유전 개발 참여는 자원 자주권 확보를 위한 새로운 전기가 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계약 서명 직후 강조한 것처럼 ‘아부다비 개가’는 양국 간의 신뢰가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초석이 됐다. 우리의 자원외교가 지향해야 할 방향이다. 정부는 계약이 순조롭게 이행될 수 있도록 사후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추가 유전개발권 확보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이제 ‘산유국 꿈’은 더 이상 먼 나라의 얘기가 아니다.
  • 윤증현 장관, 이건희 회장에 직격탄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14일 논란이 되고 있는 ‘초과이익 공유제’에 대해 “취지는 살려야 한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라며 ‘지원사격’에 나섰다. 윤 장관은 국회 답변을 통해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사업영역을 침범하는 현상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 정부의 동반성장 기조가 강화될 것임을 시사했다. 특히 윤 장관은 ‘대기업의 수요 독점에 따른 피해 시정’이라는 경제학적 개념을 인용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발언을 강하게 반박했다. 나아가 현 정부의 경제성적표를 두고 ‘낙제점은 면했다’고 평가한 이 회장에 대해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초과이익 공유제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묻는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 질의에 대기업의 불공정 관행을 지적한 뒤 “초과이익을 어떻게 정의하고 공유를 어떻게 할 것인지 기술적인 문제가 있지만, 취지는 살려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윤 장관은 “시장경제 원리에 반한다고 생각하지 않느냐.”는 이 의원의 추가질의에 대해 “시장경제 원리와 궤를 같이할 수 있느냐는 문제와 초과이익의 정의, 공유의 방법 등의 문제를 앞으로 공론화 과정에서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운찬 위원장이 하는 대로 해야 하느냐’는 이 의원의 연속된 질문을 받고 “일단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윤 장관의 국회발언을 두고 관가 주변에서는 정 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준비된’ 답변이라는 해석도 있다. 윤 장관은 “경제학으로 보면 대기업이 여러 중소기업을 상대로 하는 수요독점으로 인한 피해를 시정하고 공정거래 여건을 조성하자는 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며 이 회장의 발언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 회장은 지난 10일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서 기자들과 만나 “경제학 공부를 해왔으나 이익공유제라는 말은 들어보지도 못했고 이해도 안 가고 도무지 무슨 말인지를 모르겠다.”며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韓-UAE 유전개발 MOU] 에너지·건설업계 반색

    국내 업계는 이번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유전 개발권 확보에 대해 일제히 환영하는 분위기다. 안정적인 원유 공급이 가능해진 동시에 정부와 함께 사업에 뛰어들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기업과 건설업계가 특히 반색하고 있다. ●“에너지 안보 크게 높아질 것” 석유협회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자원 확보 전쟁이 치열한 가운데 장기적인 원유 공급이 가능해지면서 에너지 안보가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업체들도 환영 의사를 밝혔다. 정부와 업체들은 지금껏 산유국과 선진국, 석유 메이저들의 벽에 막혀 ‘메이저리그’인 중동 지역의 유전 개발을 하지 못하고 동남아나 남미지역 위주로 진출해 왔기 때문이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대안 지역은 유전 규모가 크지 않고, 성공 가능성도 낮아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기 어려웠다.”면서 “그러나 이번 유전 확보로 원유 개발 중심지인 중동 지역에 뿌리를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신중론도 상당하다. 구체적인 계약 조건이나 경제성, 로열티 규모 등 세부 내용을 검토해야 수익성을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건설업계 역시 UAE 대형 유전개발 소식을 호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민간 기업 등을 대상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한다면 다양한 참여기회가 보장되기 때문이다. ●“유전개발 원천기술 습득 기회” 국내 건설업체 가운데 원유나 가스 개발 등과 관련된 정유·플랜트·유화 시설 등의 전문 시공능력을 지닌 곳은 현대건설과 대림건설, GS건설, SK건설, 한화건설 등 5~6곳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한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는 “컨소시엄에 합류해 관련 시설 시공 기회 얻는다면 위축된 건설업계가 반전을 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원유를 추출해 폴리프로필렌(PP)과 폴리에틸렌(PE)을 만드는 고부가가치 영역까지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지대영 현대엔지니어링 상무는 “외국 거대 자본이 독점해 온 유전 개발시장에 우리나라가 주도적으로 참여한다면 원천기술 습득의 기회가 된다.”면서 “파이낸싱, 자재구매, 시공, 운전 등의 기법을 끌어올리고 중동시장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두걸·오상도기자 douzirl@seoul.co.kr
  • 7급 공무원 ‘국외 직무훈련’ 는다

    7급 공무원 ‘국외 직무훈련’ 는다

    특수목적고 출신 7급 공무원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이 공무원 국외 직무훈련(유학)의 다크호스로 급부상하고 있다. 오랫동안 행정고시 출신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국외 연수 선발경쟁에서 특목고 출신들이 가세한 7급 공채들의 약진이 눈부시다. 아예 처음부터 국외유학을 염두에 두고 공직에 지원하는 수험생들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특목고 출신 7급 매년 증가세 공무원의 장기 국외파견은 크게 업무와 연계된 ‘직무훈련’과 현지 정부·공공기관에서 근무하는 ‘고용휴직’으로 나뉜다. 이 중 석·박사 학위과정인 직무훈련에 지원가능한 대상은 일정기간 이상 복무한 4~7급으로 영어성적과 근무 기여도에 따라 선발한다. 때문에 행시를 통과한 서기관(4급), 사무관(5급) 등 젊은 중간 관리자들이 독점하다시피 해 왔다. 그러나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최근 비고시 출신인 7급 직원들의 약진이 거세다. 특목고 출신이 늘어난 데다 대학에서 각종 국외연수를 경험한 경우가 많아 ‘고시 패스’ 이후 영어를 손에서 놓은 선배들에 비해 경쟁력이 있어서다. ☞<정책·고시·취업>최신 뉴스 보러가기 행안부 7급 공채에서 외국어고 등 특목고 출신은 2008년에는 18명 중 단 한명도 없었다. 하지만 2009년 21명 중 2명, 지난해와 올해는 전체 15명과 6명 중 각각 1명으로 특목고 출신들의 공직 진출 흐름이 꾸준히 감지되고 있다. 지식경제부도 비슷하다. 2008년만 해도 7급 공채 중 특목고 출신자는 한 명도 없었으나 2009년 31명 중 4명(12.9%), 지난해 10명 중 2명(20%) 등 최근들어 ‘착실한’ 증가세다. ●‘자기발전·재충전’ 절호의 기회 지난해 지경부 전산 7급으로 발령받은 김성욱(32)씨는 과학고 출신. 김씨는 “7급도 국외유학에 도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전략적으로 공직에 지원하는 수험생들을 주위에서 여럿 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비라서 민간에 비해 여건이 유리한 데다 자기발전·재충전의 기회라는 점에서 공무원의 국외유학은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학창시절에 못다 한 공부를 직무와 연결시켜 계속 할 수 있는 것도 유인요소다. 그는 “아직은 지원자격이 안 되지만 기회가 닿는다면 에너지 정책 분야 유학에 도전하고 싶다.”고 속내를 내비쳤다. 역시 지난해부터 지방행정연수원에서 근무 중인 김윤정(30·여·7급·외고 졸업)씨는 “7급 영어 필기시험이 까다롭지만 영어에 거부감이 없다보니 공부가 익숙했고 유학 준비에도 유리한 측면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대학생 때 산업자원부·무역협회 인턴으로 미국에서 6개월 근무했다.”면서 “국외인턴 경험이 조직생활뿐만 아니라 국외훈련 지원에도 분명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기관급들 “후배와 경쟁 부담” 이렇다 보니 국외 직무훈련을 준비하는 서기관급 선배들은 자연히 어린 후배들의 약진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올해 미국 대학교 석사과정에 지원 예정인 행안부의 한 서기관은 “십여년 전만 해도 4·5급의 국외훈련은 원하면 쉽게 갈 수 있는 코스로 인식돼 있었는데 최근엔 서기관이 돼도 힘들다.”면서 “요새 6급 이하 후배들은 대부분 국외연수 경험도 있고 영어실력도 출중해서 경쟁이 적잖이 힘들다.”고 전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예전에 국외훈련자 모집 때는 실무직 배려차원에서 비공식적으로 부처별로 1명 정도씩 실무직들을 끼워 넣었던 예도 있었다.”면서 “그러나 최근엔 굳이 배려하지 않아도 6급 이하 직원들의 실력도 월등해 알아서(?) 잘 지원하고 합격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황수정·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석유 프리미어 리그’ 진출… 이르면 2013년 독자 생산

    ‘석유 프리미어 리그’ 진출… 이르면 2013년 독자 생산

    13일 우리나라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은 원유개발 관련 두 가지 문건에 서명했다. 하나는 최소 10억 배럴 이상(가채 매장량 기준, 채굴·채취할 수 있는 양) 규모의 UAE 아부다비 대형 생산유전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석유가스분야 개발협력 양해각서’(MOU)와 3개 미개발 유전광구 개발에 대한 독점권리를 보장하는 ‘3개 유전 주요 조건 계약서’이다. 전 세계 석유 매장량 6위(약 1000억 배럴)의 핵심 유전지역인 UAE 아부다비는 배럴당 평균 생산단가(1.5달러)가 세계 평균(18달러)의 10분의1 수준에 불과한 데다 정국도 안정돼 있다. 이에 따라 전 세계 석유업체는 아부다비를 가장 진출하고 싶은 ‘석유의 1번지’, 메이저 석유회사들만 진출해 있는 ‘석유 프리미어 리그’로 부른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프랑스, 영국,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다섯번째로 석유 프리미어 리그에 진입하게 됐다. 이른바 선진국 ‘이너 서클’에 가입한 셈이다. ●110조원 대형 유전 개발 사업 시작 유전 개발 경험이 짧고, 게다가 주 계약자인 한국석유공사의 유전개발 실적이 세계 77위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세계 유전 개발사에 이정표가 될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번 협약을 통해 석유·가스 자주개발률을 단숨에 10%에서 15%까지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 또 대형 유전 개발 사업에 참여함으로써 국내 석유산업 발전의 토대를 마련했다. 10억 배럴은 현재 유가를 기준으로 무려 110조원에 해당하며 우리나라 지난해 국내 소비량(7억 9500만 배럴)을 웃도는 물량이다. 이번 MOU의 의미는 10억 배럴 이상의 대형 유전 9곳을 가진 아부다비가 2014년부터 차례로 기존 조광권(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권리) 기한이 끝나는 대형 유전들의 재계약 과정에서 기존 메이저 석유 회사 대신 우리나라와 계약하겠다는 것이다. ●유전 독자 개발과 운영 등의 기회도 마련 우리나라가 참여하게 될 아부다비 대형 유전들은 이미 안정적으로 원유를 생산하고 있는 곳이라는 점도 큰 의미가 있다. 유전 개발은 보통 수년간의 탐사를 거쳐야 하고 탐사 후에도 매장량이 없거나 채굴이 쉽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 우리나라는 탐사 리스크 없이 안정적으로 유전을 확보하고 수익 창출도 가능해진 셈이다. 독점권을 확보한 3개 미개발 광구는 발견 원시부존량(매장되어 있는 원유량) 기준으로 5억 7000만 배럴, 가채 매장량 기준으로는 1억 5000만~3억 4000만 배럴 규모이다. 한국석유공사는 이미 이들 광구에 대해 1차 기술평가를 마쳤으며, 앞으로 세부 상업평가를 거쳐 최종 개발계획과 상업조건 등을 결정할 계획이다. 올해 안에 본계약을 맺고, 이르면 2013년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3개 광구에 대해 최대 100%까지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조항을 포함함으로써 우리나라가 독자적으로 직접 유전을 개발, 운영할 수 있는 경험을 쌓을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로써 석유가스 수입물량 중 우리 기업이 직접 개발해 들여오는 자주개발률이 지난해 말 10% 대에서 15%로 급상승하게 된다. 자주개발률 20%대가 우리나라 에너지 수급에 숨통이 터 주는 전략적 완충 수준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현 정부 출범 직전인 2007년 말 4.0%가량이던 자주개발률을 임기 중 2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했었다. ●계약 내용 구체화 등 과제 남아 이번 계약 체결로 안정적으로 석유를 확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됐지만 앞으로 본계약 체결까지 우리의 요구사항 등을 구체화하고, 이를 확실히 보장받아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MOU 문구는 ‘향후 최소 10억 배럴 이상의 대형 생산 유전에 우리나라가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한다.’고 돼 있다. 이 문구대로라면 참여만 보장됐을 뿐 유전의 지분을 얼마나 줄지, 어느 정도 원유 확보가 가능한지 등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 이에 대해 지경부 관계자는 “이번 MOU는 우리에게 10억 배럴의 원유를 확보할 수 있는 지분을 주기로 했다는 의미와 같다.”면서 “앞으로 2014년까지 추가 협상과정을 통해 구체화하겠다.”고 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황진선칼럼] 봄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먼저 온다

    [황진선칼럼] 봄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먼저 온다

    사람들이 자신의 정당한 몫을 받을 수 있는 사회 질서를 확립하는 것은 모든 시대의 과제다. 이명박 대통령이 공정사회를 내세운 것도 그런 뜻일 것이다.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은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것들, 이를테면 소득과 부, 의무와 권리, 권력과 기회, 공직과 영광 등을 올바로 분배하는 사회가 정의로운 사회라고 얘기한다. 정운찬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이 대기업의 초과이익을 협력기업과 나누는 ‘이익공유제 도입’을 제안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이해가 가지 않고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부정적으로 말했다. 한나라당의 한 인사도 반시장적·급진좌파적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시장 원리가 언제나 정의로운 것은 아니다. 민주주의는 1인 1표의 원리로 움직이지만 시장은 1달러 1표 원칙에 따라 작동한다. 그래서 시장주의가 강조될수록 부자들이 우위에 설 가능성이 크다. 돈 없는 사회적 약자들은 소외되고 피해자가 되기 쉽다. 더욱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는 시장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초과 이익 공유제’ 역시 대기업은 사상 최대의 이익을 내는 반면에 협력업체들은 납품 단가 인하 등 불공정 거래를 강요당해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게다가 그 근본 취지는 대기업이 초과 이윤을 얻는 데 기여한 협력업체에 인센티브를 주자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익을 나누는 것이 오히려 시장 원리에도 부합한다. 마이클 샌델도 손을 들어줄 듯싶다. 샌델은 정의로운 사회는 자유 시장이 존중하지 않는 미덕과 좋은 삶, 공동선을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시장의 도덕적 한계를 인정하고 시민연대와 미덕을 해치는 불평등을 줄여야 한다고 말한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의 저자 장하준 케임브리지대학 교수의 말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그는 부자들에게 더 큰 부를 제공하면 부가 아래로 흘러내려 가난한 사람들에게 스며든다는 ‘트리클 다운’(trickle down) 현상은 거의 작동하지 않는다고 얘기한다. 더구나 그것을 시장에 맡겨두면 효과는 더 미미하다는 것이다. 그는 그 근거로 1980년대 이후 ‘부자들에게 유리한 소득 재분배’ 정책을 썼던 미국과 영국 등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소득불평등도가 심화되었다고 지적한다. 이를테면 미국에서 소득 상위 0.1%에 속하는 사람들의 소득이 1979년에는 전체 소득의 3.5%였는데 2006년에는 11.6%로 늘어났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대기업 총수들에게 여러 차례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당부했지만 성과는 거의 없었다. 동반성장위원회를 만든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우리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인간으로서 존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먼저 물질적으로 기본적 욕구를 충족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주변을 살펴보면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 시장 원리만으로는 존엄을 유지하기 어려운 계층과 생존이 담보되지 않는 중소기업들이 존재한다. 그래서 장하준 교수는 기회의 균등뿐 아니라 적절한 수준의 결과의 균등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야 정의로운 사회가 된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외환위기 이후 부의 편중과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양극화가 지나치면 분열과 폭력을 부른다. 그 폐해는 부유층을 표적으로 하는 ‘인질 산업’이 성행하는 일부 남미 국가에서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제 봄이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봄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먼저 온다고 얘기했다. 겨울의 추위와 굶주림에 떨던 가난한 사람들이 따뜻한 봄 기운을 가장 먼저 느낀다는 뜻이다. 굶주림에 지쳐 있다가 봄나물을 맛볼 수 있기에 더 반가웠을 것이다. 가난을 체험해 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얘기다. 대기업이 성장의 과실을 독점해서는 안 된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따뜻한 봄바람이 되었으면 하는 게 바람이다. jshwang@seoul.co.kr
  • 뒤틀린 이슬람교리에 갇힌 여성

    뒤틀린 이슬람교리에 갇힌 여성

    “전지전능하신 신께서는 성욕을 열 가지로 나누어 창조하셨다. 그리고 그중 아홉가지를 여성에게, 한 가지를 남성에게 주셨다.” 무함마드(모하메트)의 사촌이자 사위인 알리 이븐 아비 탈리브의 말이다. 그는 흔히 ‘강경파’로 분류되는 이슬람 시아파의 창시자다. 해석 여하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는 말이지만, 이슬람권에서는 이를 ‘여성은 성욕이 강하고 조절능력이 떨어지는 존재’로 해석하는 경향이 우세하다. 여성이 자신을 드러내는 것은 남성을 성적으로 탈선하도록 유혹하는 것이며, 이는 사회 혼란의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본다. 이슬람 여성들이 외출시 ‘당연히’ 히잡을 쓰거나 차도르, 부르카 등으로 온몸을 꽁꽁 동여매야 하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심지어 성기 절제 등 여성들의 인권을 유린하는 각종 관습과 정책들도 버젓이 용인된다. ‘이슬람 여성의 숨겨진 욕망’(제럴딘 브룩스 지음, 황성원 옮김, 뜨인돌 펴냄)은 이슬람 세계에서 종교가 어떤 방식으로 왜곡돼 여성들을 억압하고 있는지 고발한 책이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민완 여기자인 저자가 월스트리트저널의 해외 통신원으로 보스니아와 소말리아, 중동 지역에서 6년 동안 지내며 만난 이슬람 여성들의 삶을 담았다. 만리장성보다 두꺼운 히잡과 차도르 속에 감춰진 여성들의 애환과 욕망 등 복잡한 정서를 날것 그대로 그려내고 있다. 책의 일관된 정서는 세 문장으로 요약된다. ‘신은 정의롭다. 다만 왜곡되었을 뿐이다. 남성에 의해.’ 저자는 이슬람이 원래 해방적 성격의 종교로, 여성에게 할례와 은둔생활을 강요하거나, 종교적 의무를 수행하는 데 남녀의 구분을 두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무함마드의 딸 파티마가 아버지가 죽고 난 뒤 권력투쟁을 진두지휘한 것에서 보듯, 초기 이슬람 여성들은 남성의 뒤에 숨어 있지 않았다. 하지만 남성 기득권층이 코란의 해석권을 독점하면서 가장 폭력적인 방법으로 여성을 정치사회적 목적에 이용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책은 전반부를 통해 유독 여성에게 가혹한 이슬람의 성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헤친다. 아직도 5명 가운데 한 명의 이슬람 소녀가 겪고 있다는 여아의 성기 절제와 명예 살인 등 믿기 힘든 처참한 실상이 낱낱이 드러난다. 후반부에서는 정치와 경제, 사회 등에까지 지평을 넓힌다. 여성 운전 금지 조치에 저항한 여교수들, 남녀 분리의 원칙을 무시하고 직장생활을 감행한 여기자 등 남성 중심의 권력체제에 도전한 이슬람 여성들을 통해 작지만 소중한 희망을 발견한다. 최근 북아프리카와 중동을 뒤흔들고 있는 ‘재스민 혁명’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 중 하나가 여성들의 적극적인 시위 참여라는 분석이 있다. 독재정권들이 단기간에 무너진 배경에 여성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책이 더욱 시의적 무게를 갖는 이유다. 1만 8000원.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김흥광 NK지식인연대 대표

    [김문이 만난사람] 김흥광 NK지식인연대 대표

    #상황1. 2008년 3월 1일. 북한 당국은 ‘김정은 청년대장 동지의 위대성을 체득시키자.’는 제목의 긴급 전문을 각 시·도당에 내려보냈다. 일반 주민들이 아닌 당 간부들만 보도록 하는 전문이라는 점에서 비밀 문건이나 마찬가지였다. 이 문건의 주요 내용은 ‘김정은의 영도 업적을 깊이 학습시키기 위해 토론과 강연을 체계적으로 준비하라.’는 것이었다. 당 차원에서 ‘김정은’이란 이름 석자가 처음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이날 저녁 일본의 NHK 방송은 국내의 한 소식통을 인용해서 이 같은 사실을 보도했다. #상황2. 2009년 11월30일 오전 10시. 북·중 국경지역의 통신원으로부터 남한의 한 지인에게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가 걸려왔다. ‘오늘 낮 12시를 기해 화폐개혁을 실시한다.’는 것이었다. 아울러 북한의 국가안전보위부 요원들이 주민들의 동향파악과 함께 화폐개혁 단행으로 인한 불평 불만자들을 색출하라는 명령까지 받았다고 했다. 너무나 큰 뉴스거리여서 지인은 한 시간동안 국내의 몇몇 단체를 통해 황급히 크로스체크를 했다. 북한의 정권기관과 연줄이 닿는 다른 통신원들에게 확인해 본 결과 ‘중대발표’가 있을 것임을 감지할 수 있었다. 지인은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이날 오후 1시에 북한의 화폐개혁과 관련된 소식을 독점뉴스로 올렸다. 하지만 오보이면 어떡하나 싶어 30분 후 그 소식을 내렸다. 결국 이날 오후 3시 북한방송을 직접 청취한 중국내 통신원을 통해 확인한 뒤 종합적으로 다시 올려 화폐개혁 사실을 국내외에 알렸다. 위 ‘상황1’과 ‘상황2’에 등장하는 ‘국내의 한 소식통’과 ‘남한의 한 지인’의 주인공은 바로 김흥광(51·전 북한공산대학 컴퓨터강좌장) NK지식인연대 대표이다. 그는 북·중 국경지역에 있는 통신원들로부터 전해들은 북한 내의 따끈따끈한 소식을 시시각각 인터넷 등을 통해 국내외에 알리고 있다. 또한 계간지 ‘탈북 지식인들이 말하는 북녘마을’을 통해 북한 내의 생활뉴스를 계절별로 종합해 전하고 있다. 2003년 10월 탈북한 그는 북한 이탈주민 중에 컴퓨터 전문가와 석·박사급 인사를 주축으로 2년 전 ‘사단법인 NK지식인연대’를 설립했다. 아울러 서울 구로동에서 ‘삼흥학교’라는 탈북 청소년 대안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이 학교는 이달 초 문을 열었다. 지난 9일 오전 구로동 사무실에서 김 대표를 만났다. 인터뷰 도중에도 미국과 중국 등 여기저기에서 걸려오는 전화를 받느라 분주했다. 우선 북한 소식을 전해주는 통신원은 어떤 사람들로 이루어졌는지 물었다. “대개 북한과 중국의 국경지역을 오고 가는 상인들이나 비즈니스맨들입니다. 주로 휴대전화를 통해 연락을 받고 있지요. 자원봉사자도 있고 중국으로 출장 나온 북한의 관리나 유급 당일꾼도 더러 있습니다.” 그렇다면 북한 내에서는 어디까지 휴대전화 통화가 가능하며 통신원의 활동범위는 어느정도일까. “두만강과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반경 5㎞ 내에서는 중국 기지국을 이용해 얼마든지 통화가 가능합니다. 통신원들은 신의주를 포함 수개 지역에서 은밀하게 활동하고 있으며 각자의 권한과 범위안에서 휴대전화를 이용해 소식들을 그때그때 전하고 있지요. 국경지역을 중심으로 직·간접적으로 운용되는 휴대전화 숫자는, 통신원들이나 또 통신원들과 평소 알고 지내는 제2, 제3의 여러 파트너(북한주민 등)들 것까지 모두 합쳐 아마 5000대 정도 되지 않을까 추산합니다. 물론 여기에는 다른 단체나 조직에서 운용하는 통신원들과 그 파트너들도 포함되겠지요. 정보내용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극비자료나 중앙당에서 하급당으로 내려보내는 지시사항 등도 있지만 주로 일상의 정보가 많습니다.” 김 대표는 수시로 이들과 통화를 하면서 북한의 바닥부터 상급기관에 이르기까지의 정보를 수집한다. 고급정보인 경우 한달에 10여건이며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열린 북한방송’ 등의 단체와 양해각서(MOU)를 맺어 정보를 서로 체크한 뒤 2~3건을 선별해 인터넷에 올리고 있다. 하지만 고민도 많다. 정보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그렇지만 북한 당국에서 일부러 역정보를 흘려 통신원을 잡아들이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2년 전에는 한 남자 통신원이 이 같은 공작에 걸려들어 모진 고문을 받았다고 했다. 그저 단순한 사람들의 얘기를 전했을 뿐인데 북한 당국에서 간첩으로 몰아세웠다는 것. 김 대표는 지금도 그 생각만 하면 가슴이 미어진다고 했다. 최근들어 통신원들이 전해오는 김정은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생각은 어떠한지를 물었다. “북한 주민들의 정서는 김일성 왕조라는 체제 아래에서 3대세습까지 가는 것에 대한 논의자체에는 별 관심이 없지만 ‘왜 하필이면 장남이 아닌 3남이냐.’는 얘기를 종종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요즘 북아프리카와 중동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시민혁명 소식을 북한 주민들이 어느정도 알고 있을까. “국경 안쪽의 내륙지방 주민들은 잘 모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평양은 좀 다릅니다. 외화벌이꾼들은 일반 상인들과는 달리 머리회전이 아주 빠르지요. 군부대 외화벌이꾼도 있고 정권의 외화벌이꾼도 있습니다. 따라서 평양에서는 북아프리카와 중동의 소식을 많이 알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중동’이라고 하면 이집트의 무바라크와 리비아의 카다피를 대표적으로 떠올립니다. 김일성 주석 당시부터 가까운 친구의 나라로 여기고 있지요. 이집트와 리비아는 북한보다 잘사는 나라로 알고 있는데 그 나라에서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독재자를 무너뜨렸다면 그보다 훨씬 못한 북한은 어떻게 되느냐 하는 의구심을 갖는 것도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북한이 북아프리카나 중동에서 일고 있는 시민혁명의 불길을 차단하기는 쉽겠지만 만약 중국의 국경도시에서 민주화 운동이 일어난다면 북한으로의 확산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중국이 북한보다 훨씬 잘사는 나라로 인식하는데다 국경을 수시로 드나드는 유동인구가 많기 때문이다. 화제를 바꿨다. 북한에서는 남한의 TV프로그램이나 영화를 즐겨본다는 얘기가 있는데 어느 정도인지 궁금했다. 지체없이 김 대표의 대답이 돌아온다. “한해에 탈북자가 3000명이 됩니다. 이들이나 북한주민에게 남한의 영화를 봤느냐고 물어보면 시대에 뒤떨어졌다며 우습게 여깁니다. ‘요새 무슨 영화봤니.’ ‘어느 배우를 좋아하니.’라고 물어보는 것이 유행이지요. 작년에는 ‘천국의 계단’(2004년 2월 종료된 SBS 수·목 드라마)이 인기를 끌었으며 올해에는 ‘풀하우스’(2004년 9월 종료된 KBS2 수·목 드라마)를 즐겨보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북한주민들은 요즘 ‘풀하우스’에 나오는 송혜교를 가장 좋아하는 배우로 여기고 있지요. 이전에는 송승헌을 꼽았습니다. 북한에 ‘소년장수’라는 인기 애니메이션이 있는데 여기에 나오는 주인공이 송승헌처럼 눈썹이 짙고 잘생겼기 때문이지요.” 북한에서는 어떤 경로로 남한 영화나 드라마를 접할 수 있을까. 북한 주민들이 실시간으로 남한의 방송을 볼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김 대표의 대답이 흥미롭다. “중국과 북한 국경지역에서 CD나 DVD의 밀거래가 성행합니다. 예를들어 두만강이나 압록강가에서 주로 이루어지는데 중국쪽에서 CD나 DVD를 비닐봉지에 담아서 끈을 길게 매달아 북한 쪽으로 던져줍니다. 물론 국경 경비병들 몰래 은밀하게 주거니 받거니 하는 것이지요. 옛날에는 중국에서 싸구려 CD플레이어를 엄청나게 들여보냈고 지금은 DVD플레이어가 공급되고 있습니다.” 이때였다. ‘통신원’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잠시 후 전화를 끊은 김 대표가 내용을 간략히 설명해준다. “요즘 외국 영화나 드라마에 대한 통제는 어느 정도인가 하고 물었더니 통제가 심해지고 있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CDR집’에서 은밀히 볼 수 있다고 합니다. ‘CDR집’은 간판을 달지 않고 몰래 영업하는 집을 말합니다. 그곳에서 드라마나 영화를 본다고 하는군요. 주로 어떤 것을 보는가 하고 물었더니 70부작으로 된 ‘영웅시대’(2005년 3월 종료된 MBC 월·화드라마)를 많이 본다고 합니다. 맨 밑바닥에서 최고의 기업가로 커가는 과정에 많이 흥미를 느끼는 것 같습니다.” 계속 걸려오는 전화로 더 이상의 인터뷰는 무리였다.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그는 “우리 NK지식인연대는 북한 소식을 생생하게 국내외에 알리면서 북한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어 개방을 촉진시키고 기아위기에 빠져 있는 무고한 주민들을 구하는 일을 계속하겠다.”면서 “매년 늘어나는 탈북자 자녀들이 우리 사회에 적응을 잘 할 수 있도록 대안학교를 통해 프로그램을 운용하겠다.”고 다짐했다. 편집위원 km@seoul.co.kr ●김흥광은 누구 1960년 함흥에서 태어나 1984년 평양 김책공업종합대학에서 컴퓨터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함흥 컴퓨터기술대학에서 9년동안 컴퓨터를 가르쳤고 1994년부터 탈북 직전인 2003년 8월까지 함흥 공산대학 컴퓨터강좌장(학과장)을 지냈다. 공산대학에서 한국 드라마 CD, 외국 도서들을 단속하는 조직에서 기밀자료 관리를 맡았다가 회수물품 몇 개를 친구에게 빌려준 것이 적발돼 집단농장으로 쫓겨나면서 그는 탈북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2003년 10월 두만강 쪽 국경을 넘어 탈북해 중국에서 3개월 동안 지내다가 남한으로 와 한신대에 출강하면서 경남대북한대학원에서 경제·IT분야 석사과정을 마쳤다. 2006년 (재)북한이탈주민후원회에 몸담으면서 그는 북한의 민주화를 앞당기려는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탈북자 중에서 고등교육 수료자들을 만나 동참을 호소했고 2008년 12월 500여명의 회원들을 모아 탈북학술단체인 ‘NK지식인연대’를 출범시키는 데 앞장섰다. NK지식인연대에는 현재 수학, 철학, 과학 등 다양한 전공자 250여명이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서울 공덕동에 북한 전통음식점 ‘류경옥’을 사회적 기업형태로 운영하고 있는 그는 최근 탈북자 청소년학교인 ‘삼흥학교’도 열었다. 같은 연령대의 학생들과 정규교육을 받을 수 없는 아이들, 한국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인성교육은 물론 음악, 미술, 태권도 등의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현재 기숙형태의 학생만 33명이며 교사진은 상근 교사 외에 자원봉사자들이 다수 참여하고 있다. 저서(공저)로는 ‘북한 엘리트들이 보는 10년후의 북한’(2006, 한울)이 있으며 부인과 함께 슬하에 1녀를 두었다.
  • ‘정조 체제’ 조기붕괴는 정조 탓?

    알려진 것과 달리 성리학적 세계관이 북학파와 개화파를 품고 있을 정도로 유연했다면, 조선이 망한 이유는 도대체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백성을 욕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남는 것은 ‘임금 탓’이다. 성리학 자체도 유연하고 우국충정 가득한 유학자들도 넘쳐났다면, 이를 잘 가려 쓰지 못한 왕의 잘못이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온 게 박현모 한국학중앙연구원 세종리더십연구소 연구실장의 ‘정조 사후 63년-세도정치기의 국내외 정치연구’(창비 펴냄)다. 정조의 리더십을 연구했던 저자가 정조 이후 63년간 지속된 세도정치를 분석한 책이다. 박 실장이 보기에 조선의 최후는 이미 정조 시대에 잉태되어 있었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박 실장이 거머쥔 키워드는 ‘공론정치’다. 공론정치는 사림의 여론정치로 조선 성리학이 드러나는 형식이기도 하거니와 이 때문에 당쟁으로 격하되기도 하고 붕당으로 부활하기도 한 개념이다. 조선 성리학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들은 조선 왕조의 장기 지속을 높게 평가하기 때문에 공론정치의 긍정적인 측면에 관심이 많다. 그런데 정조의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가 바로 이 공론정치를 파괴했다는 것이다. 박 실장은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한다. 정조실록을 토대로 정조 재위 기간 동안 고위 공직자에 대한 대간(臺諫·고위관료를 감찰, 탄핵하는 대관과 군주의 잘못을 지적하는 간관을 합쳐 이르는 말)의 탄핵 활동을 통계치로 뽑아봤다. 그 결과 재위 20년이 중요한 분기점으로 나왔다. 이때를 고비로 매해 7~40회에 이르던 탄핵 건수가 1~5건으로 급격하게 감소한다. 동시에 이 시기 이후 탄핵 요구가 받아들여지는 경우도 0건이 된다. 어떤 사안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 자체를 금지시키는 금령(禁令)도 빈번하게 행사됐다. 재위 기간 동안 정조는 모두 163건의 금령을 내렸는데 이 가운데 109건(66%)은 특정 사안에 대한 상소나 언급을 금지하는 등 공론정치에 관련된 내용이다. 널리 알려졌듯 정조는 조선의 개혁을 꿈꿨다. 왕과 백성의 직접적인 소통을 통해 사림 세력이라 불리는 중간 세력을 약화시키고, 나아가 이를 통해 강력한 중앙집권적 관료 체계를 수립하고 왕권을 강화하고자 했다. 때문에 신하들의 목소리를 당쟁에 빠진 목소리라 규정해 국정에서 배제하는 모양새를 취한 것이다. 박 실장은 정조 사후 ‘정조 체제’가 그렇게 빨리 무너져 버린 이유를 정조 자신에게서 찾는다. 정조 사후 세도정치가 극성을 부린 것은 결국 “권력 독점 및 부패를 방지하고 정책 아이디어와 새로운 인재를 받아들일 수 있게 한 조선 왕조의 공론정치 체제가 형해화된 상태에서 견제받지 않은 소수의 외척 세력에 의해 좌지우지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삼성전자 - LG전자, 3D TV 전쟁 세계로 확전

    삼성전자 - LG전자, 3D TV 전쟁 세계로 확전

    차세대 주력 제품인 입체영상(3D) TV를 둘러싼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대결이 확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해 개발한 필름패턴편광안경(FPR) 방식의 ‘시네마 3D TV’를 앞세워 본격적인 글로벌 로드쇼에 나선다. 지금까지 LG전자의 제품 론칭 행사 가운데 최대 규모로 한국과 미국, 브라질, 유럽 등 주요 국가에서 4월 중순까지 진행된다. ●LG전자, FPR 방식 TV에 승부수 이번 행사는 현재 삼성의 셔터글라스(SG) 방식 제품이 독점하다시피 한 지금의 시장 상황을 깨기 위한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됐다. 구 부회장은 최근 임직원들에게 “시네마 3D TV가 SG 방식 제품보다 앞선 것이라는 강한 메시지를 전 세계에 전파하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양 사 TV 수장들 간 설전도 펼쳐졌다. 권희원 LG전자 홈엔터테인먼트(HE) 사업본부 부사장은 “삼성의 셔터글라스 방식은 1세대 기술이며, LG의 FPR 방식이야말로 무안경 3D 방식의 직전 단계인 2세대 기술”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윤부근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은 “1935년에 개발된 편광 방식이 차세대라고 주장하는 것은 넌센스”라며 반격에 나섰다. FPR 3D 패널을 개발한 LG디스플레이의 권영수 사장까지 논쟁에 가세해 “이달 안에 3D TV 비교 시연회를 갖겠다.”고 밝혔다. 이에 윤부근 사장은 “3D TV를 일반인 앞에 놓고 어떤 제품이 좋으냐고 찍으라는 것은 신뢰하기 어렵다.”면서 “세계적으로 공인된 기관에서 비교 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양 진영 간 여론전도 치열해지고 있다. 이날 삼성전자는 기자들을 상대로 3D TV 방식에 대한 설명회를 가졌다. 이에 질세라 LG디스플레이도 오는 10일 같은 주제로 긴급 기자 간담회를 열기로 했다. ●해마다 TV 기술 놓고 논쟁 벌여 그동안 삼성과 LG는 새로운 개념의 TV 제품들이 출시될 때마다 떠들썩한 설전을 치러 왔다. 세계 TV 시장에서 1~2위를 다투다 보니 양 사 모두 기술 대결에 있어서는 자존심을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2009년에는 삼성전자가 내놓은 발광다이오드(LED) TV의 광원 삽입 방식을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삼성은 TV의 뒷면에 배치하던 광원을 테두리에 삽입하는 ‘에지형 BLU’(백라이드 유닛) 기술을 선보여 제품의 두께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이에 대해 LG는 “에지형 방식은 빛을 TV 중간까지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 밝기에 문제가 있다.”고 평가절하했다. 지난해에도 3D TV에 탑재된 입체영상 전환(2D→3D) 기능을 놓고 논쟁을 벌였다. 삼성전자가 일반 화면도 입체영상으로 전환해주는 기능을 탑재해 3D TV를 내놓자 LG전자는 “일반 화면을 입체영상으로 전환하는 기술로 만들어진 영상은 2.5D 정도에 불과해 3D 산업 발전을 막을 수 있다.”며 맹비난했다. 앞선 대결에서는 삼성전자가 대부분 승리했다. 하지만 이번 3D 영상 구현 방식에 대해서는 섣불리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달 IT 전문 사이트인 ‘시넷’(CNET) 영국판에서는 최고의 제품에 주는 ‘에디터 초이스’를 삼성의 3D TV에 부여했다. 업계 관계자는 “차세대 TV라 할 수 있는 3D TV에서 양 사가 양보 없는 기 싸움을 펼치고 있지만 최종 판단은 시장의 소비자가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삼성-LG 양보할 수 없는 3D TV 대결 ‘점입가경’

     차세대 주력 제품인 입체영상(3D) TV를 둘러싼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대결이 확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해 개발한 필름패턴편광안경(FPR) 방식의 ‘시네마 3D TV’를 앞세워 본격적인 글로벌 로드쇼에 나선다. 지금까지 LG전자의 제품 론칭 행사 가운데 최대 규모로 한국과 미국, 브라질, 유럽 등 주요 국가에서 4월 중순까지 진행된다.   ●LG전자, FPR 방식 TV에 승부수  이번 행사는 현재 삼성의 셔터글라스(SG) 방식 제품이 독점하다시피 한 지금의 시장 상황을 깨기 위한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됐다. 구 부회장은 최근 임직원들에게 “시네마 3D TV가 SG 방식 제품보다 앞선 것이라는 강한 메시지를 전 세계에 전파하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양 사 TV 수장들 간 설전도 펼쳐졌다. 권희원(사진) LG전자 홈엔터테인먼트(HE) 사업본부 부사장은 “삼성의 셔터글라스 방식은 1세대 기술이며, LG의 FPR 방식이야말로 무안경 3D 방식의 직전 단계인 2세대 기술”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윤부근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은 “1935년에 개발된 편광 방식이 차세대라고 주장하는 것은 넌센스”라며 반격에 나섰다.  FPR 3D 패널을 개발한 LG디스플레이의 권영수(사진) 사장까지 논쟁에 가세해 “이달 안에 3D TV 비교 시연회를 갖겠다.”고 밝혔다. 이에 윤부근 사장은 “3D TV를 일반인 앞에 놓고 어떤 제품이 좋으냐고 찍으라는 것은 신뢰하기 어렵다.”면서 “세계적으로 공인된 기관에서 비교 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양 진영 간 여론전도 치열해지고 있다. 이날 삼성전자는 기자들을 상대로 3D TV 방식에 대한 설명회를 가졌다. 이에 질세라 LG디스플레이도 오는 10일 같은 주제로 긴급 기자 간담회를 열기로 했다.    ●양 사, 해마다 TV 기술 놓고 논쟁 벌여  그동안 삼성과 LG는 새로운 개념의 TV 제품들이 출시될 때마다 떠들썩한 설전을 치러 왔다. 세계 TV 시장에서 1~2위를 다투다 보니 양 사 모두 기술 대결에 있어서는 자존심을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2009년에는 삼성전자가 내놓은 발광다이오드(LED) TV의 광원 삽입 방식을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삼성은 TV의 뒷면에 배치하던 광원을 테두리에 삽입하는 ‘에지형 BLU’(백라이드 유닛) 기술을 선보여 제품의 두께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이에 대해 LG는 “에지형 방식은 빛을 TV 중간까지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 밝기에 문제가 있다.”고 평가절하했다.  지난해에도 3D TV에 탑재된 입체영상 전환(2D→3D) 기능을 놓고 논쟁을 벌였다. 삼성전자가 일반 화면도 입체영상으로 전환해주는 기능을 탑재해 3D TV를 내놓자 LG전자는 “일반 화면을 입체영상으로 전환하는 기술로 만들어진 영상은 2.5D 정도에 불과해 3D 산업 발전을 막을 수 있다.”며 맹비난했다.  앞선 대결에서는 삼성전자가 대부분 승리했다. 하지만 이번 3D 영상 구현 방식에 대해서는 섣불리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달 IT 전문 사이트인 ‘시넷(CNET)’ 영국판에서는 최고의 제품에 주는 ‘에디터 초이스’를 삼성의 3D TV에 부여했다. 하지만 지난 5일 국내 IT 사이트인 ‘이버즈’는 전문 블로거와 일반인 등을 상대로 한 3D TV 비교시연회에서 LG전자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삼성을 크게 앞섰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차세대 TV라 할 수 있는 3D TV에서 양 사가 양보 없는 기 싸움을 펼치고 있지만 최종 판단은 시장의 소비자가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권력 검찰 오욕의 역사

    권력 검찰 오욕의 역사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문제가 뜨거운 감자다. 사법연수원생들이 로스쿨 출신을 검사로 임용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집단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들은 로스쿨에 부유층, 고위층 자제들이 많은데 학장 추천으로 검사를 뽑을 경우 기득권층 대변자가 될 개연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예비 법조인들의 주장을 그릇됐다고만 말하기는 어렵다. 정부는 얼마 전 외무고시를 폐지하고 2013년 부터 국립외교원을 통해 외교관을 선발하겠다고 했다. 현직 외교부 수장이 자신의 자식을 편법으로 외교관에 임용하는 게 우리나라이고 보면 예비 법조인들이 우려하는 사태도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다. 그런데 여론은 그들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결국 밥그릇 싸움 아니겠느냐는 것. 이게 한국의 검찰을 보는 국민들의 심정적 위상이다. 현실에서 검찰의 위상은 남다르다. 법무부 외청이면서도 여느 행정부처와는 ‘차원’이 다르다. 같은 고등고시에 합격해도 5급 사무관에 임용되는 행정고시나 외무고시 합격자와는 달리 3급 부이사관에 임용된다. 출발 단계부터 일반 행정직 공무원보다 더 높은 직급, 더 많은 급여가 보장된다. 그런데도 ‘스폰서 검사’ ‘그랜저 검사’가 끊임없이 나온다. 원래 일부 문제 검사를 일컫는 말이었지만, 요즘엔 검찰의 이미지를 통칭하는 의미로 더 많이 쓰인다. 왜, 무엇이 부족해서 이런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을까. ‘검찰공화국, 대한민국’(삼인 펴냄)은 검찰의 권한과 조직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검찰 개혁 방안을 모색한다. 검사 출신의 김희수 변호사,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4명이 공동으로 집필했다. 전체적으로 책은 검찰 60여 성상의 영욕의 역사 보다는 오욕의 역사에 초점을 맞췄다. 저자들은 “우리 검찰의 가장 큰 특징은 무소불위의 권력에 있다.”면서 “국민의 검찰이 되기 위해서는 검찰이 도대체 어떤 조직인지, 검찰의 권한은 무엇이고 무엇이 문제인지에 대해 국민들이 알고 있어야 한다.”고 집필 동기를 밝히고 있다. 책은 3부로 구성됐다. 1부는 이승만 정권부터 노무현 정권에 이르기까지 검찰의 역사를 살펴본다. 특히 ‘반공’을 앞세우던 군사정권 시절, 정의를 외면하고 권력에 아부한 검찰의 모습을 폭로한다. 2부에선 수사권,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 독점 영장청구권, 독점 기소권, 기소재량권, 형 집행권 등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권한을 갖고 있는 검찰 권력을 해부한다. 3부에선 검찰 권력이 더는 폭주하지 않도록 제어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1만 3000원.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메이드 인 코리아’ iPad 2

    ‘메이드 인 코리아’ iPad 2

    애플이 지난 2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정식으로 공개한 ‘아이패드2’에 국산 부품이 대거 채택된 것으로 알려져 국내 업체들의 실적 개선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아이패드2의 저장장치로 쓰이는 낸드플래시와 모바일D램 등을 공급한다. 지난해 ‘아이패드1’부터 부품을 제공해 온 삼성은 물론이고 하이닉스도 아이패드2에 낸드플래시 반도체를 납품하기 위해 수개월 전부터 인증작업을 진행하는 등 공을 들여 왔다. 삼성전자는 특히 아이패드2의 ‘두뇌’라 할 수 있는 ‘A5’ 듀얼코어 프로세서를 위탁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아이폰3까지는 자신들이 직접 개발한 칩을, 아이폰4 이후로는 애플이 독자적으로 설계한 프로세서를 파운드리(위탁생산) 형태로 공급했다. A5는 전작에 사용됐던 ‘A4’ 프로세서에 비해 중앙처리장치(CPU) 성능은 2배, 그래픽 성능은 9배 가까이 끌어올린 애플의 핵심 부품이다. 아이패드2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 관련 부품은 LG가 맡는다. LG디스플레이는 아이패드1과 마찬가지로 10.1인치 액정표시장치(LCD)를 애플에 우선 공급한다. 아이패드2 전체 디스플레이 물량의 50% 이상을 LG디스플레이가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아이패드에 처음으로 적용된 카메라 모듈의 경우 LG이노텍이 500만화소 자동초점 방식의 제품을 제공한다. LG이노텍은 아이폰4에 이어 아이패드2에도 카메라 모듈을 공급하게 돼 올해 6800억원 이상의 매출 상승을 기대하고 있다. 또한 삼성전기는 전기 과부하를 방지하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등을 공급하고, 삼성SDI는 리튬폴리머전지를 납품한다. 부품전문기업인 아모텍은 제품 내 정전기를 막는 칩 배리스터와 원하는 신호만 선별해 주는 커먼모드 필터도 공급한다. 커먼모드 필터의 경우 지금까지는 특허권을 보유한 일본업체가 독점해 왔지만, 아모텍이 독자기술을 개발해 일부 물량을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 이 밖에도 연성 인쇄회로기판(PCB)은 인터플렉스와 LG이노텍이 공급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의 정책 때문에 부품 공급업체들이 직접 부품 공급 사실을 공개하지는 않지만 아이패드2가 큰 인기를 얻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자연스레 특수를 누릴 것이라는 점은 숨기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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