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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朴·文, 5년 경제 큰 그림 못 보여줘”

    전문가들은 10일 대선 후보 초청 2차 TV토론에 대해 “경제·복지·일자리 문제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임에도 정책적으로 깊이 있게 설명하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문재인 민주통합당,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선 후보의 토론에 대한 평가는 각각 달랐지만 향후 5년간 어떤 원칙을 갖고 경제를 운영할 것이냐는 큰 그림을 보여 주지 못했다는 데 대해서는 의견이 일치했다. 경기침체 해소 대책은 박 후보가 우세했다는 평이 앞섰다. 그러나 경제민주화 토론은 전문가 대부분이 낮은 점수를 줬다. 조복현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는 “박 후보가 그나마 구체적인 경기침체 해소 대책을 내놨지만 경제민주화는 말이 안 되는 내용이 많았다.”며 “특히 시장 공정과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우자)로 경제권력의 독점을 해결하겠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문 후보는 경제민주화와 일자리 정책 토론에서 앞섰지만 소득 양극화와 경제권력의 집중화에 대한 대책을 체계적이고 논리적으로 세우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또 복지 분야 토론에 대해서는 “박 후보가 재정 문제에 얽매여 과감한 복지 공약을 내놓지 못하는 바람에 적극성이 떨어지는 게 아쉬웠고, 문 후보는 의료비 100만원 상한제 공약 등 보다 적극적인 내용이 나왔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가상준 단국대 교수도 “문 후보는 전반적으로 토론은 잘했지만 청년 실업을 어떻게 실현할지, 어떻게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창출할지를 얘기하는데 톱니가 잘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반면 오정근 고려대 교수는 “경제민주화는 야권에 유리한 주제인데도 문 후보가 공세를 취하지도, 그럴 기회도 잡지 못했다.”면서 “오히려 박 후보가 차분하게 설명을 잘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박 후보에 대해선 “2030세대 지지가 약해 청년 일자리를 강조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경제민주화 정책 토론의 수준이 너무 낮았다.”면서 “박 후보는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와 문 후보를 엮으려는 전략에 실패했고, 문 후보는 박 후보가 이 후보와의 차이점이 뭐냐고 물었을 때 답을 하지 못했다. 상당히 힘든 TV토론이었다.”고 말했다. 김용호 인하대 교수는 “답변 시간이 1분30초로 제한돼 있다 보니 중요한 경제정책에 대한 후보의 철학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토론회 규칙에 대해 지적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이현정기자 hjlee@seoul.co.kr
  • 큰 틀은 통합에 초점… 朴은 정부개혁, 文은 공동정부가 첫 과제

    큰 틀은 통합에 초점… 朴은 정부개혁, 文은 공동정부가 첫 과제

    박근혜 새누리당,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진영이 9일 각각 발표한 ‘정치 쇄신안’과 ‘새 정치 구상’은 한마디로 각 후보의 ‘집권 플랜’이라고 할 수 있다. 표현은 다르지만 양 진영 모두 ‘통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각론에서는 적잖은 차이점을 드러내고 있다. 우선 박 후보 진영이 내놓은 정치 쇄신안은 ‘액션 플랜’ 성격이 강하다. 앞서 박 후보가 지난달 6일 발표한 정당·국회·정부·국정운영 개혁안, 지난 5일 제안한 검찰 개혁안 등 쇄신의 청사진이자 ‘마스터 플랜’을 어떻게 달성할지에 대한 방법론을 제시한 것이다. 안대희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쇄신은 실천이 중요하다.”고 언급한 것도 절차와 수단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쇄신 추진 기구로 대통령 직속 ‘국정쇄신정책회의’를 만들고, 여·야·정은 물론 일반 시민과 전문가 그룹까지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겠다는 것이다. 통합을 쇄신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쇄신의 대상도 대통합 탕평인사와 민주적 국정운영 등 정부에 맞춰져 있다. 결국 국정쇄신정책회의는 박근혜식 정치 쇄신을 담아낼 그릇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며,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단계부터 가동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 후보가 이렇듯 ‘정부 개혁’을 쇄신의 첫 번째 과제로 꼽고 있다면, 문 후보는 ‘정계 개편’ 가능성에 좀 더 무게를 실었다고 볼 수 있다. 문 후보가 밝힌 ‘대통합 내각’을 통한 ‘시민의 정부’ 구상은 새로운 정치 질서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민주당과 진보정의당을 비롯해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 지지 세력, 진보·중도 성향 시민사회단체 등 문 후보를 지원하고 있는 범야권 모임인 ‘국민연대’를 집권 이후에는 ‘공동정부’ 형태로 이어가겠다는 뜻을 엿볼 수 있다. 이를 위해 신당 창당 등 정계 개편 가능성까지 열어 두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집권 초기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공약과도 일맥상통한다. 대통령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권한을 일반 국민들에게 돌려주겠다는 것이다. 우상호 민주당 공보단장은 “정권 교체를 위해 함께 노력한 분들이 다음 정부의 정치, 정책, 국정운영도 공동으로 책임지자는 구상”이라면서 “아직 밖에 계신 분들과 구체적인 창당 계획까지 논의한 바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박·문 후보 진영이 통합에 초점을 맞춘 집권 플랜을 대선을 열흘 앞둔 시점에서 꺼내든 배경에는 안 전 후보를 축으로 하는 중도·부동층 유권자를 흡수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상대 진영의 집권 플랜을 평가절하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김무성 새누리당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은 문 후보 측의 새정치 구상에 대해 “사퇴한 안 전 후보를 끌어들이기 위해 던진 문 후보의 거국내각 구상은 전형적인 권력 나눠먹기이자 밀실야합”이라면서 “국정 혼란과 민생 파탄을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의 우 공보단장은 박 후보 측의 정치 쇄신안과 관련, “새누리당을 사당화·분당화하고 사실상 모든 권력을 독점하고 있는 박 후보는 정치 혁신, 국정 쇄신을 할 수 없다.”면서 “박근혜식 혁신과 변화는 사실상 이명박 정부하에서의 정책을 답습하면서 금이 간 부분만 땜질하는 ‘하자 보수형’ 계획”이라고 일축했다. 다만 양 진영이 표심을 더 자극하기 위해 통합 등을 매개로 ‘섀도 캐비닛’(예비 내각)을 대선 전에 조기 발표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아 보인다. 박 후보는 지난 8월 예비 내각 조기 발표에 대해 “섀도 캐비닛이 이렇다고 발표할 일은 아니다.”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민주당의 우 공보단장도 이날 예비 내각 조기 발표 가능성과 관련,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美특허청 ‘잡스 특허’도 무효판정

    미국 특허청이 연달아 애플의 특허가 무효라고 판정하면서 애플의 소송 전략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9일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 특허청이 지난 10월 바운스백 관련 특허가 무효라고 판단을 내린 데 이어 7일(현지시간)에는 ‘휴리스틱스를 이용한 터치스크린 기기, 방식, 그래픽사용자인터페이스(GUI)’ 특허도 무효라고 판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휴리스틱스 특허’는 스마트폰 터치스크린에서 사용자의 손동작을 정확하게 구현할 수 있는 기술로 애플의 창업주인 고 스티브 잡스가 개발에 직접 참여해 ‘스티브 잡스 특허’로도 불린다. 이에 앞서 무효 판정을 받은 바운스백 특허는 화면의 가장자리에 이르면 자동으로 튕겨 올라가 사용자가 화면의 마지막 부분인 것을 알게 해주는 기술이다. 특허 전문가인 플로리안 뮐러는 이 특허에 대해 “문제 해결의 권리를 독점하는 특허”라며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평가했다. 특허청의 무효 판단에 대해 애플이 항소할 수 있는 절차가 남았지만 애플로서는 특허 소송에서 불리한 상황에 놓인 셈이다. 특히 이 두 특허는 애플이 미국에서 진행하는 소송 중 유리하게 진행되고 있는 몇 안 되는 소송과 관련이 있는 내용이다. 만약 이들 특허가 최종적으로 무효가 되면 삼성전자는 미 법원이나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삼성의 특허 침해 사실을 인정하더라도 항소나 항고, 이의제기 등으로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다. 또 손해배상액을 줄이거나 수입금지 조치를 막는 데는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위기의 검찰] ⑤·끝 전문가 좌담

    [위기의 검찰] ⑤·끝 전문가 좌담

    서울고검 부장검사의 금품 수수, 초임검사의 피의자 성 추문, 브로커 검사의 변호사 알선 등 검찰 비리가 줄기차게 터져나오고 사상 초유의 내부 반발로 검찰총장이 불명예 퇴진했다. 검찰로서는 ‘위기’이지만, 검찰 개혁이라는 시대적 요구에서 보면 ‘호기’임이 분명하다. 서울신문이 연재해 온 ‘위기의 검찰’ 시리즈 마지막회에서는 검찰 추락의 원인과 올바른 개혁 방향 등을 전문가 좌담을 통해 짚어봤다. 박노섭 한림대 법행정학부 교수,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정태원 대한변호사협회 수석대변인(이름 가나다순)이 참석했다. 박노섭 교수 최근 일련의 사태가 특별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동안 계속 일어났고 누적돼 온 문제가 이번에 외부에 공개된 것일 뿐이다. 이번 사태는 개인적인 비리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다. 사태가 수습되고 나도 시스템의 혁신이 없다면 문제는 계속될 것이다. 정태원 변호사 검사들의 소명 의식이 옅어진 게 문제다. 과거에 내가 검사로 있을 때에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일해야겠다는 의식이 강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이번 사태는 그 여파가 외부로 분출된 결과다. 오창익 사무국장 고인 물은 썩는다는 것이 이번에 증명됐다. 절대권력을 가졌음에도 견제나 감시가 되지 않는 기관이 어떻게 타락하는지를 보여줬다. 서울고검 부장검사가 1억원을 수표로 받은 것을 보고 경악했다. 무소불위의 권한이 급기야 뇌물을 현금도 아니고 수표로 받아도 된다고 생각하게끔 만든 것이다. ●박 “개혁 근본은 수사·기소권 분리” 박 교수 검찰은 우리나라 형사사법체계에서 절대적인 권력을 갖고 있다. 너무도 힘이 세다 보니 내부의 부정부패를 통제할 장치조차 없다.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라는 의미다. 혁신의 근본은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다. 검찰권의 행사는 실질적인 수사지휘가 아닌 사법경찰에 대한 통제권으로 이뤄져야 한다. 검찰 개혁에 있어 가장 우선적으로 다뤄야 할 부분이다. 정 변호사 검찰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수사권을 경찰에 넘겨준다면 여우를 피하려다 호랑이를 만난 꼴이 될 수도 있다. 경찰이 권한을 독점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달리 경찰청장을 중심으로 한 강력한 중앙집권적 시스템이다. 자칫 더 큰 비리들이 경찰에서 불거져 나올 수 있다. 중앙의 간섭을 받지 않는 자치경찰제의 도입과 사법경찰권의 독립이 이뤄진 뒤에야 생각해 볼 문제다. 오 국장 수사에 대한 거의 모든 권한을 검찰이 갖고 있다. 서울고검 부장검사 사건 수사에서 나타나듯 검찰이 경찰의 수사를 가로채거나 방해하는 게 가능한 이유다. 기소권의 남용과 함께 재벌을 형 집행정지로 풀어주거나 하는 경우도 많다. 오죽하면 정권 말기에는 검찰이 현직 대통령보다 더 큰 권력을 가졌다는 비아냥이 나오겠나. 검찰이 가진 권한을 나누고 쪼개야 한다. 수사권을 경찰에 넘겨주고, 검찰은 경찰이 수사권을 제대로 사용하는지 통제하고 감시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박 교수 검찰개혁에서 중요한 것이 정치색을 빼는 것이다. 출발점은 인사다. 검찰총장을 선출할 때 외부 전문가들이 참석하는 공정한 추천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지방검찰청의 지검장을 선출직으로 뽑는 방안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국민의 손으로 선출된 지검장은 지방자치단체장처럼 임기도 보장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총장과 지검장 간의 일반적인 지시는 가능하겠지만 특정 사건에 대한 수사 지시나 외압 등은 어려워질 것이다. 검사동일체 원칙으로 일원화돼 있는 검찰 조직의 상명하복 문화도 약화될 것으로 본다. 정 변호사 검찰청법에 검사는 ‘검찰총장’과 ‘검사’의 두 개 직급밖에 없지만 실제로는 많은 검사들이 승진을 위해 눈치를 본다. 인사권자의 입맛에 맞게 사건을 처리하게 되기 마련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승진 여부에 관계없이 검사직을 계속할 수 있는 ‘평생검사제’를 도입해야 한다. 또 검찰총장이 제대로 서야 검찰이 제대로 선다. 현재는 법무부 장관이 3명을 추천해 그중 1명을 대통령이 선출하는 방식으로 총장을 뽑는다. 당연히 입맛에 맞는 사람을 뽑을 수밖에 없다. 중립적인 인사들로 구성된 총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해 복수의 인사를 추천하면 대통령이 그중 1명을 임명하는 시스템이 돼야 한다. 선출된 총장에 대해 최대한 임기를 보장해야 함은 물론이다. 오 국장 두분 의견에 동의한다. 검찰 권력을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입장에서 지검장을 선출직으로 하는 것은 좋은 방안이다. 이렇게 되면 총장이 형사사법 정책이나 검사 교육·감찰 등의 업무를 강화해 상호 견제가 가능하다. 인사상의 불이익, 정권의 눈치를 보는 수사 등도 줄어들 것이다. 박 교수 검찰개혁을 말하면 항상 대검 중앙수사부 폐지가 맨 앞에 나온다. 이것이 검찰 개혁의 본질은 아니지만 중수부가 검찰의 무소불위 권력을 상징하는 존재라는 점에서 대선 후보들이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중수부처럼 조직의 핵심역량이 한곳에 집중돼 있으면 효율성이 높아지는 것은 맞다. 하지만 역효과도 크다. 현재 검찰총장이 사실상 중수부 사건을 취사선택하고 있지 않나. 정치적 편향이 안 생길 수 없다. 폐지는 당연한 수순이다. ●오 “검찰 권한 나누고 쪼개야” 오 국장 중수부는 폐지를 하든 하지 않든 큰 상관이 없다. 10억원을 받은 검사, 피의자와 성관계를 맺은 검사, 변호사를 알선한 검사들이 중수부와 무슨 관계가 있었나. 검사들의 비리는 중수부와 상관없이 터져나왔다. 따라서 대선 후보들이 거론하는 중수부 폐지가 검찰 개혁의 전부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 무엇보다도 권력형 비리, 재벌 등에 대한 수사를 하는 기관은 대통령이나 검찰총장의 입김이 닿지 않는 먼 곳에 두는 것이 중요하다. 정 변호사 중수부는 권력 있는 집단에 대해 수사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조직이다.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등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들을 줄줄이 사법처리한 곳이 중수부 아니었나. 이렇게 재벌이나 대통령 친·인척, 정치권력 등 외압에 흔들리지 않고 수사를 할 수 있는 곳이 반드시 필요하다. 따라서 중수부 폐지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중수부의 역효과 때문에 폐지를 한다면 이를 대신할 기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확실한 대체기관 없이 무조건 없애는 것은 결국 정치인이나 재벌들에만 좋은 일이다. 박 교수 지금까지 검찰 개혁이 제대로 안 됐던 것은 검찰의 변화를 내부 지침이나 내규 등을 통해 자체적으로 도모하려 했기 때문이다. 특히 검찰은 문제가 생기면 총장이 사퇴하거나 비리의 당사자를 파면한다든지 하는 인적 청산으로 방향을 돌려 순간적인 위기 모면 차원의 해결책만을 내놓곤 했다. 정 변호사 그동안 검찰에 문제가 생기면 내부감찰 강화, 총장 사퇴 등 비교적 쉬운 해결책만 나왔던 게 사실이다. 개혁을 추진하다 흐지부지되는 경향을 보였다. 지금 상황에서는 검찰 개혁에 대해 누구나 찬성한다. 단, 제대로 된 개혁을 위해서는 형사사법체계에 미치게 될 영향 등에 대한 검토가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 오 국장 검찰 출신들은 다른 어떤 직역도 갖지 못한 큰 힘을 갖고 있다. 정당 대표 등 유력 정치인들 가운데 검사 출신들이 유독 많다. 그들이 각계각층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들은 자신들만의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다. 검찰 개혁에 대한 국민적 열망과 법 개정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꼭 마지막에 가서 개혁이 수포로 돌아가곤 했던 이유가 됐다. 차기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강하게 검찰 개혁에 대한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 검찰이 더 이상 스스로의 힘으로 개혁하기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박 교수 검찰 개혁의 본질은 수사권의 합리적 배분이다. 내규나 지침이 아니라 법 개정을 통해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고, 검찰을 견제하고 통제할 수 있는 기관을 만들어야 한다.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공수처)는 한시적으로만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외부인사로 구성된 검찰총장추천위원회와 지방검찰청 지검장 직선제 등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 ●정 “시스템상 수사·기소권 분리 어려워” 정 변호사 대륙법 계통의 국내 형사사법 시스템상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는 어렵다. 자치경찰제 시행과 사법경찰권의 독립 등 이후에나 논의돼야 할 부분이다. 기소권은 검찰시민위원회의 구속력 있는 통제 등으로 견제해야 한다. 현재의 검찰총장 선출 방식을 바꿔 중립적인 절차에 따라 총장을 선출해야 한다. 오 국장 검찰 권한을 분산하는 것이 가장 우선이다. 검찰은 수사하는 기관이 되어서는 안 된다. 부작용 방지를 위해 시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수사권을 넘기는 방안도 있다. 공수처는 일시적인 방편일 뿐 본질적인 개혁 방안이 될 수 없다. 미국식 기소대배심제로 시민들이 공소와 기소를 들여다볼 수 있는 견제장치도 만들어야 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2012년 말 우리가 겪고 있는 기가 막힌 상황은 앞으로도 반복될 수밖에 없다. 정리 홍인기기자 ikik@seoul.co.kr
  • “길고양이를 제발 죽이지 마세요”

    가까운 미래 사회, 영국 전역에 ‘고양이 독감 바이러스’가 퍼지고 거리의 고양이들은 모조리 죽임을 당한다. 막강한 부를 기반으로 절대권력을 휘두르는 대기업 ‘바이아파라’가 사육하는 고양이들만 예외를 적용받는다. 예방 접종과 분양, 교배, 판매에 이르기까지 고양이에 대한 모든 관리는 바이아파라에 의해 독점적으로 이뤄진다. 몰래 고양이를 키우다 발각되면 ‘국가보안법’에 준하는 처벌을 받는다. 바이아파라에서 관리하는 고양이의 값은 어마어마해 최상위 계층만 기를 수 있다. 그러나 애초부터 고양이 독감이란 실체가 없었다. 고양이를 독점적으로 관리해 막대한 이득을 취하려는 대기업과 이를 방조한 국가의 이해관계가 빚어낸 허상일 따름이다. 영국 버크셔주 출신의 작가 존 블레이크가 쓴 청소년 소설 ‘프리캣’(사계절 펴냄)은 사회 시스템에 관한 도발적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독창적인 소재 외에도 날카로운 유머와 감칠맛나는 문장이 흥미를 돋운다. 어마어마한 음모에 대적하는 주인공은 10대 소녀인 제이드. 아버지를 잃고 형편이 어려워져 상류층이 사는 동네에서 저소득층이 사는 동네로 이사해 어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다. 부유층의 별장에서 노니는 고양이밖에 본 적 없던 제이드는 어느 날 자신의 집 정원으로 우연히 찾아든 고양이 한 마리를 발견하고선 한눈에 반한다. 하루만 데리고 있기로 하고 집에 들인 암코양이 ‘필라’는 고양이에 대한 편견과 두려움을 씻어내지만 엄청난 사건을 몰고 온다. 고양이를 죽이려는 정부 기동대의 급습으로 집안은 난장판이 되고 제이드의 어머니는 심장마비로 생명을 잃는다. 제이드는 같은 반 남자 친구 크리스의 도움으로 필라를 데리고 고양이를 자유롭게 기를 수 있는 아일랜드로 탈출하기로 한다. 새끼를 밴 필라를 데리고 ‘고양이 자유 연대’의 도움을 받아 아일랜드행을 재촉하며 내적 성장도 경험한다. 과거 암울했던 시절 겪어온 사회적 현실을 적나라하게 담은 소설은 ‘순진한 희망’이 아닌 진일보한 사실주의를 택한다. ‘모두가 행복하게 잘 살았다.’라는 섣부른 결말이 아니라 제이드의 수감 생활로 끝머리를 장식한다. 절망적이고 비루한 현실에 녹아든 희망을 노래한 것이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골목상권 논란에 제과협회 양분 위기

    ‘동네 빵집’을 옹호하고 나선 대한제과협회와 협회 소속의 프랜차이즈 가맹주들이 엇갈린 이해 속에 서로 맞서고 있다. 제과협회가 파리바게뜨 등 ‘대형 가맹점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 돌발적인 규탄 기자회견을 갖자 프랜차이즈 점주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협회비 반환청구소송을 하겠다며 반발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자영업자 생존권보장 비상대책위’는 6일 “제과협회 회장이 동반성장위원회에 제소한 내용이 관철되지 않자 이에 대한 반발로 억지성 대국민 사기극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제과협회 회원 4000여명 가운데 3분의1가량인 1500여명이 프랜차이즈 점주들이다. 비대위는 제과협회가 지난 5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동네 빵집이 대형 프랜차이즈 때문에 몰락했다.”는 주장에 대해 “과거나 현재 정부의 정책은 우수한 가맹사업자를 지원하는 것”이라면서 “정부에서 가맹사업자를 지원한 이유는 유통기한을 엄수하는 등 위생점검 상태가 높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또 동종업계 500m 내 출점 제한에 대해서도 “경제민주화 논리가 아닌 독점적 지위 상권을 확보하자는 논리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최근 부산의 개인 제과점 사장이 주변 프랜차이즈 제과점이 들어와 경영난으로 자살했다는 설과 관련해서는 “망자의 자제분도 그렇지 않다고 얘기했고 점포의 1㎞ 안에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제과협회 측은 “프랜차이즈 본사의 ‘언론 플레이’ 꼬드김에 100명 남짓한 가맹점주들이 속은 것 같은데 내용 상당수가 잘못됐고 아전인수식 해석”이라고 받아쳤다. 앞서 제과협회는 파리바게뜨, 뚜레주르 등 대형 업체들이 골목 빵집을 위협해 피해가 심각하다며 ▲동종업계 500m 이내 출점 제한 ▲제빵산업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재벌·대기업 프랜차이즈 진입, 확장 자제 ▲기업 프랜차이즈 상호변경 요구 및 동네 빵집 압력행위 금지 ▲SK·LG 제휴카드 폐지 등을 요구했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열린세상] 검찰 개혁, 조직문화·인적쇄신이 먼저다/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열린세상] 검찰 개혁, 조직문화·인적쇄신이 먼저다/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지난 2일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검찰 개혁안을 발표했다. 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더라도 대대적인 검찰 개혁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오래 전부터 있어 왔지만 지금처럼 대수술이 예고되는 개혁안이 나온 것은 드문 일이다. 최근 검사 거액 뇌물사건, 성추문 사건이 터지면서 검찰 개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때마침 대통령 선거와 맞물리면서 이처럼 강력한 검찰 개혁안이 발표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제시된 검찰 개혁안 중 몇 개라도 차기 정부에서 이행될 수 있다면 검찰의 모습은 크게 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두 후보의 개혁안은 검찰의 권한을 약화시키고 외부적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원론에 있어서는 비슷하지만 각론에서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를 폐지하겠다는 것과 함께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 수사는 경찰이, 기소는 검찰이 하되 검찰은 기소나 공소유지에 필요한 증거수집 등 보충적 수사권만을 행사하도록 수사권을 조정하겠다는 것은 두 후보의 개혁안이 거의 비슷하다. 그런데 중수부 폐지와 검·경 수사권 조정안은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는 정치적 사건을 일선 지검에서 수사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할 때가 분명 존재한다. 중수부를 둔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하지만 중수부의 권한이 갈수록 막강해지고 정치화돼 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중수부 폐지를 무슨 당위적 명제인 것처럼 여겨서는 안 된다. 보다 신중한 고민과 접근이 필요하다. 관할이 전국에 걸쳐 있거나 엄청난 수사 인력과 예산이 소요되는 사건을 일선 지검이 담당하는 것이 버거울 수 있다. 수사력의 한계로 인해 수사 공백이 발생할 가능성도 매우 크다. 중수부가 불필요하다는 것과 운영상 문제점이 많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불필요하다면 없애는 것이 옳은 일이지만 필요하지만 문제가 있다면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다. 중수부는 불필요한 것이 아니라 필요하지만 운영상 문제가 많은 조직이라고 생각한다. 당장에 폐지하기보다는 문제점을 개선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 수사는 경찰이, 기소는 검찰이 하도록 하겠다는 개혁안 역시 깔끔해 보이지만 매우 큰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다. 무엇이든 독점을 하게 되면 비리와 남용의 폐단이 발생한다. 지금 검찰이 여론의 뭇매를 맞는 것도 기소권의 독점에 따른 기소재량권의 남용과 폐단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런데 만약 수사권을 경찰에 오로지 넘긴다면 경찰의 수사권 남용이라는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현장 수사는 원칙적으로 경찰이 하되 기소와 공소유지를 위해 필요한 때에 한해 보충적으로 검찰이 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이른바 수사권의 보충적·보완적 배분 방식보다는 형사사법 절차만 확실히 지켜진다면 수사권을 경쟁적으로 배분하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수사가 경쟁적으로 이루어진다면 비리를 눈감아 주거나 범법행위를 묵인해 주는 일이 현저히 줄어들 것이다. 마찬가지로 기소권을 검찰이 독점하는 것도 많은 문제가 있다. 하지만 기소권을 분산할 경우 국가 사법행정의 혼선을 초래할 수 있고 기소권자에 따라 형사사법권의 집행이 달라질 수 있는 모순이 있으므로 기소권 자체를 분산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신에 검찰의 기소권 남용을 감시할 수 있는 강력한 외부적 통제장치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기소재량권에 대한 실효적 통제시스템만 작동된다면 중수부를 폐지하거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또는 상설특검을 신설하는 번거로운 일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결국 검찰 개혁은 새로운 기구를 만들고 권한을 축소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문화를 바꾸고 인적 쇄신을 통해 지금의 제도에서 발생하고 있는 문제점을 개선해 나가는 것이 핵심이 돼야 한다. 선전이나 구호만 요란한 검찰 개혁이 아닌, 진정으로 국민이 바라는 새로운 모습의 검찰이 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 조선후기 남녀차별 상속문 공개

    조선후기 남녀차별 상속문 공개

    고려시대에 이어 조선 초·중기까지만 해도 양반 가문에서는 남녀 차별 없이 균등하게 재산을 분배했다. 제사도 남녀와 장차남을 가리지 않고 돌아가면서 지냈다. 하지만 사림이 전면에 나선 16세기를 지나 통치 철학으로 성리학이 굳건히 자리 잡게 되는 17세기 중엽이 되면 남녀 균등 상속 관습은 크게 흔들린다. ‘주자가례’(朱子家禮)를 신봉한 성리학은 예학으로 발달하면서 이른바 ‘상속제의 개혁’을 일으킨다. 재산 분배의 남녀 차별을 보여주는 분재기(分財記·재산상속문서)가 4일 공개됐다. 한국학중앙연구원(한중연) 장서각은 이날 한국학기초자료사업 워크숍에서 조선 후기 소론의 영수이자 대학자였던 명재(明齋) 윤증(尹拯·1629~1714)의 아버지 윤선거(尹宣擧·1610~1669) 남매의 분재기인 ‘윤선거 남매 화회문기’(尹宣擧 男妹 和會文記)를 공개했다. 가로 길이가 무려 6m가 넘는 이 분재기(가로 6m 15.6㎝, 세로 34㎝)는 1652년 윤선거 등 12남매가 재산을 분배한 내용을 담고 있다. 파평윤씨 윤증 가문은 호서 지방(충청도) 예학을 대표하는 명문가로 윤선거, 윤증 등 당대를 대표하는 뛰어난 학자를 배출했다. 이번에 공개된 분재기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자녀들이 돌아가면서 모시던 조상의 제사를 종손이 독점하고, 제사를 지내는 데 쓰기 위해 별도로 떼어두는 재산을 종손이 관리하도록 명시한 부분이다. 분재기에는 “가산(家産)의 20분의1을 봉사조(奉祀條·제사를 지내는 데 쓰기 위해 따로 떼어둔 재산 항목)로 제출(除出·따로 떼어놓는 것)한다. 제사와 봉사조 재산은 봉사 자손(종손)이 주관한다. 제사의 남녀 간, 장차자(장남과 차남) 간 윤회(輪回·돌아가면서 제사를 모시는 것)를 금지하고 종가에서 주관한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다. 안승준 한중연 장서각 책임연구원은 “여성이 제사에서 제외되면서 여성에게 나눠 주던 재산이 제사용 재산으로 설정됐다.”면서 “윤증 가문이 호서 지방의 예학 명문가였던 만큼 윤증 가문의 분재기는 다른 문중에서 참고하는 모델이 됐다.”고 말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위기의 검찰] ④ 잘못된 수사관행

    ‘강압 수사, 인권 유린, 무리한 기소….’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검찰의 고질적인 수사 관행이다. 이 같은 문제점이 지적돼 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검찰의 ‘묻지마 수사’는 달라지지 않았다. ‘10명의 죄인을 놓치더라도 한 명의 죄 없는 사람을 벌하지 말라.’는 원칙이 있지만 검찰의 현주소는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는 식이다. 일단 혐의를 두고 원하는 답을 얻어 내기 위한 강압적 수사가 끊이지 않고 있다. ●2002년 피의자 구타 사망사건 강압 수사의 대표적인 사례는 2002년 ‘피의자 구타 사망사건’이다. 당시 검찰 수사관들은 살인 피의자 조모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자백을 얻어 내기 위해 가혹행위에 가까운 폭행을 가했다. 이로 인해 조씨가 사망하자 당시 이명재 검찰총장은 취임 첫해 사태의 책임을 지고 옷을 벗었다. 국민을 지키고 보호해야 하는 검찰이지만 대상이 사회적 약자일 때 강압 수사는 더 빈번했다. ‘수원 노숙 소녀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됐다가 지난 10월 25일 무죄를 선고받은 정신지체 장애인 정모씨의 경우 검찰의 강압과 회유로 허위 자백을 했다가 5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 형기를 채우고 출소한 지 불과 두 달 만에 무죄가 밝혀졌지만 검찰은 사과도 보상도 없었다. ●권력 비리는 진술에만 의존 정치인 관련 사건에서는 진술에만 의존한 수사의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약자에게 강했던 검찰은 ‘민간인 불법 사찰’,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 등 권력 비리 앞에서는 작아졌다. 검찰은 내곡동 사건 조사 당시 사건의 핵심 인물인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시형(34)씨를 소환 한 번 하지 않고 서면조사만 한 뒤 관련자 전원을 무혐의 처분했다. 이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시형씨의 검찰 진술에는 상당 부분 오류가 있었음이 밝혀졌다. 자백과 본인의 진술에만 의존한 수사가 얼마나 큰 허점들을 지니는지 잘 보여 주는 대목이다. 수사 관행의 문제는 또 있다. 실적주의를 기반으로 한 무리한 기소다. 지난달 25일 ‘성추문 검사’에게 뇌물수수죄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검찰은 한 차례 영장이 기각된 직후 같은 혐의로 영장을 재청구했다가 다시 기각돼 오기를 부린다는 비난을 샀다. 검찰의 무리한 기소는 수치로도 명확히 드러난다. 검찰이 기소한 사건의 1심 무죄 선고율은 해마다 증가, 지난해 1심 재판 무죄 선고율이 2009년 대비 70.2%나 상승했다. 법무부의 ‘전국 지검별 1심 무죄 선고율 현황’에 따르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사람은 2009년 4587명, 2010년 5420명, 2011년 5772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올해는 지난 6월 기준 2316명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전문가 “물증 수사로 전환” 이 같은 잘못된 수사 관행에 대한 해법으로 전문가들은 ‘물증 위주 수사로의 전환’과 ‘수사권 축소’를 제시한다.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증언 위주가 아닌 물증 위주의 수사로 가야 하고 근본적으로는 검찰 수사권을 털어내야 한다.”면서 “불기소만 통제하는 일본의 ‘검찰 심사회’를 강화해 법원에 설치함으로써 수사·기소권의 남용을 견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동희 경찰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기소권을 독점한 검찰 수사는 허위 진술을 받아내거나 인권을 침해할 위험이 크다.”면서 “선처를 미끼로 자백을 유도하는 후진적 행태를 개선하기 위해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고 검찰의 수사 범위를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지숙기자 truth173@seoul.co.kr
  • ‘공수표’ MOU 방지대책 없나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양해각서(MOU)가 ‘공수표’ 수준으로 남발되고 실제 투자는 요원한 상황이 반복되자 올해부터 MOU 체결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그동안 유명무실했던 투자유치심사위원회 기능을 강화시켜 사업 제안이 올 경우 사업성, 부대효과, 지속발전 가능성 등을 검증, 적합 판정이 나오면 실무 접촉을 시작한다. 또 투자심사위에 소속됐던 외부인들을 모두 배제시켰다. 투자유치에서 외적인 요인이 작용할 수 있는 여지를 없앤 것이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개발 초창기에 실적을 빨리 내기 위해 무분별하게 MOU를 맺은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지금은 신중하게 사업 파트너를 선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경제청은 매년 10여건의 MOU를 맺어 왔지만 올해는 5건에 불과하다. MOU 기한도 단축시키고 있다. 통상적으로 본계약까지 기간을 1년 이상 설정하지만 2∼6개월로 줄이고 있다. 사업자 의지나 재원조달 능력이 없는 것으로 판단되면 미련 없이 다른 방안을 찾아가겠다는 뜻이다. MOU를 맺을 당시 사업자에게 외국인 직접투자(FDI)를 빨리 할 것을 종용하기도 한다. 돈이 실질적으로 오가야 사업이 진행된다는 현실적인 판단이다. 송도국제도시 6·8공구에 151층 빌딩을 건설을 추진하는 미국 포트만그룹이 돈 한푼 내지 않고 수년째 끌고 있는 데서 비롯된 학습효과이기도 하다. 송영길 인천시장의 입장도 단호하다. “앞으로 투자유치 양해각서에 일정 시기 내에 투자를 강제하는 조항을 넣겠다.”고 밝혔다. 송 시장은 “사업자가 독점 계약권을 가지고 있으면서 계속 시간을 끌어 개발이 되지 않으면 큰 문제”라며 “이들은 땅값이 오르면 앉아서 이익을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민배 인천발전연구원장은 “중국은 일정 시기까지 투자가 이행되지 않으면 개발사업자로부터 특혜 조건들을 회수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러한 부분이 안 되다 보니 끌려가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류현진 운명 가를 나흘

    미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의 ‘윈터미팅’이 4일 문을 연다. LA다저스와 입단 협상을 벌이고 있는 류현진(25·한화)에게도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열리는 윈터미팅은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실무자와 에이전트가 만나 자유계약(FA) 선수 영입, 트레이드 등을 논의하는 자리로 7일 끝난다. 윈터미팅에서 선발급 투수 1명 이상과 계약하겠다고 공언한 다저스는 윈터미팅이 끝나는 대로 류현진과의 협상을 마무리 지을 것으로 보인다. 그에 대한 다저스의 독점 협상권은 12일 만료된다. 이번 만남의 ‘뜨거운 감자’는 FA로 풀린 우완 잭 그레인키(29)의 거취. 그레인키의 계약 여부는 류현진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그레인키는 올 시즌 밀워키 브루어스와 LA에인절스에서 뛰며 15승 5패 평균자책점 3.48을 기록한 것을 비롯해 최근 4년 사이 세 차례나 15승 이상을 거뒀다. 다저스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고 텍사스 레인저스도 최근 접촉했다. CBS스포츠는 “그레인키의 마음은 더 많은 연봉을 제시한 다저스에 기울어 있다.”고 전했다. 레인저스는 6년 계약에 1억 2000만 달러(약 1300억원)를, 다저스는 1억 4000만 달러(약 1516억원)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보도를 종합하면 다저스는 그레인키와의 협상을 1순위로, 류현진을 2순위로 올려 놓은 것으로 보인다. LA타임스는 “다저스가 그레인키와 류현진을 모두 잡는다면 새 구단주 컨소시엄은 1년도 안 돼 (선수 영입에 총) 6억 달러(약 6497억원)를 쓰는 것”이라면서도 “다저스가 리빌딩을 위해 윈터미팅에서 가장 많이 돈을 풀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문은 또 “류현진에게 2500만 달러(약 271억원)의 응찰액을 써냈던 다저스는 연봉으로 2500만 달러를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위기의 검찰] ② 권한 오·남용 어떻게 막나

    대한민국 검찰은 수사권, 기소권, 형 집행권과 같은 형사 사법체계에서 중요한 권한을 독점하고 있다. 영국 등 다른 나라와 달리 검찰이 모든 사법 행정권한을 갖고 있다 보니 이로 인한 부작용이 끊이질 않고 있다. 특정 정치세력에 우호적인 수사를 하는 ‘정치 검찰’, 약 10억원을 긁어모은 김광준(51) 부장검사 사건과 과거 스폰서 검사처럼 ‘부패 검찰’ 문제가 대표적인 경우다. 이런 문제가 사회문제로 확대되면 자체 감찰, 특임수사 등으로 검찰권 행사에 제한을 가하려는 여론의 비판을 피하려고 한다. 하지만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검찰이 어떠한 기관의 견제도 받지 않고 독점적인 권한을 행사하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한국은 미군정 시절 영미법 체계를 도입해 수사기관(경찰)과 기소기관(검찰)을 이원화했기 때문에 검찰의 권력은 대단치 않았다. 이어 이승만 전 대통령이 사법 파트너로 경찰을 선택하면서 경찰이 검찰보다 더 큰 권력을 가지기도 했다. 이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집권하자 반공이 중시되면서 중앙정보부, 국가안전기획부, 경찰청 대공수사관, 국군보안사령부와 같은 정보기관이 득세했다. 당시 검찰은 이 기관들의 통제 아래에 있었다. 민주화 이후 정보기관들이 가졌던 기능과 권한이 검찰에 쏠리기 시작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국가안전기획부의 수사권을 폐지하면서 검찰만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진 유일한 기관이 됐다. 이어 영장청구권까지 독식하게 되면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검찰이 탄생했다. 현재 검찰은 범죄가 발생했을 때 증거를 수집하고 범인을 확보하기 위한 수사권, 범죄 혐의에 대해 처벌해 달라고 재판을 청구하는 기소권을 모두 가지고 있다. 범죄자를 가려내고 재판에 넘길 때까지 전권을 행사한다는 의미다. 형 집행권도 갖고 있다. 게다가 검사만이 기소권을 가질 수 있는 기소독점주의, 내사 단계의 사건을 자체적으로 종결시킬 수 있는 내사종결권까지 더해져 누구의 통제와 견제도 받지 않는 막강 권력을 가지고 있다. 권한의 오남용은 곧 무리한 수사와 기소 혹은 봐주기 수사로 나타났다. 정권의 입맛에 맞춘 MBC PD수첩 제작진 기소, 정연주 전 KBS 사장의 배임 사건, 미네르바 박대성씨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이 사건들은 법원에서 모두 무죄가 확정됐다. 대표적인 봐주기 수사로는 관련자 전원을 불기소 처분한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의혹 수사와 청와대 핵심까지 밝혀내지 못한 채 종결한 민간인 불법사찰 수사가 있다. 현재 검찰이 가진 권한을 다른 기관으로 분산하고 외부 기관에서 견제하지 않는다면 검찰은 여전히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와 함께 검찰 개혁은 검찰 스스로가 아닌 외부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검찰 조직이 더 이상의 자정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로 신뢰를 잃었다는 의미다. 우선 독점하고 있는 기소권과 수사권을 분산하고 견제해야 한다. 경찰에 수사권을 일임하고 검찰은 기소권만 가지게 되는 검·경 수사권 조정, 검찰이 가진 기소권한을 국민이 일정 부분 맡아 결정하는 기소배심제와 함께 경찰이 직접 영장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검찰시민위원회를 통한 기소배심제를 도입해 실효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이를 통해 법적으로 구속력 있는 결과를 도출해 기소권을 통제해야 한다.”면서 “이와 함께 수사권을 경찰에 나눠 주는 방법으로 검찰이 가진 권한을 분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상설특검제, 대검 중앙수사부 폐지 등으로 형사사법체계에서 사건이 검찰에 집중되는 현상을 막고,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처(공수처) 신설로 검찰 내부 비리를 척결하는 등 검찰 조직을 견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판사 출신인 김기홍 변호사는 “영국 검찰은 수사권이 없고, 독일은 검사의 자의적인 기소를 방지하기 위해 기소 법정주의를 택하고 있다.”면서 “한국 검찰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함께 가진 만큼 이를 분산하면서 공수처와 같은 기능을 하는 견제 기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권한만 분산시켜서는 개혁이라고 보기 힘들다. 검찰을 통제할 독립된 외부기관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인기기자 ikik@seoul.co.kr
  • [사설] ‘한상대 검찰’ 수뇌부 사퇴 후 수술대 올라야

    한상대 검찰총장이 오늘 검찰개혁안 발표와 함께 사퇴의사를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 자리에 연연하며 버티다 부하들로부터 용퇴 압력을 받은 검찰총수의 허망한 퇴진을 보게 될 모양이다. 11월 한 달 동안 4명의 검사가 대한민국 검찰을 난파선으로 만들었다. 온갖 방법으로 돈을 거둬들인 ‘돈 검사’, 검사실에서 여성피의자와 성행위를 한 ‘성 검사’, 개혁을 하는 시늉만 하면 된다는 ‘꼼수 검사’에 이어 공개 감찰을 거부한 ‘정치 검사’가 그들이다. 이들은 썩을 대로 썩은 검찰의 치부를 국민에게 ‘버라이어티 쇼’로 보여준 꼴이다. 검찰의 이전투구는 그 결정판이다. 검찰총장의 지시를 받은 대검 감찰본부가 구속된 김광준 검사에게 언론대응방안을 문자로 알려준 최재경 중앙수사부장을 어제 품위손상 혐의로 감찰하려고 하자 최 부장이 항명한 것이다. 총장이 부하를 제물 삼아 자리를 유지하면서 중수부 해체의 명분을 얻으려 했거나, 중수부장이 몸담은 조직의 해체를 막고자 직속상관에게 저항했다는 관측이 사실이라면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낯 뜨거운 권력게임일 뿐이다. 이 와중에 보인 대검차장과 대검 부장들의 행보도 수상쩍다. 이들은 총장 모르게 밤 늦게까지 회의를 열어 “더는 총장으로서의 직책을 수행할 수 없다.”라고 결론을 내린 뒤 용퇴 건의 사실을 직속 공보라인인 대검 대변인을 배제하고 서울지검 특수1부장을 통해 언론에 공개토록 했다. 현직 총장의 지휘체제를 참모들이 정면거부한 것은 물론 이번 검란(檢亂)이 검찰조직의 핵심인 중수부를 비호할 목적으로 내부에서 기획됐다는 인상마저 준다. 기소독점 등 세계에서 유례 없는 형사사법절차의 권한을 행사하면서 권력의 단맛에 빠져 있는 검찰생리를 감안할 때 뿌리째 흔들린 검찰조직이 한 총장의 사퇴로 수습되기는 힘들 것이다. 자정과 자체 개혁에 건 국민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검찰의 총체적 난맥상은 외부에 의한 검찰 개혁이 불가피함을 보여준다. 이미 대선 공약으로 제시된 바 있지만, 중수부 폐지와 함께 기소권과 수사권을 보유한 공직자비리수사처의 신설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한 총장이 사퇴 전 검찰개혁안을 발표한다고 하지만, 어느 국민이 여기에 기대를 걸겠는가. 우리는 한 총장이 신속히 책임지는 자세가 온당하다고 본다.
  • [문화마당] 소통 부재와 언론/계승범 서강대 사학과 교수

    [문화마당] 소통 부재와 언론/계승범 서강대 사학과 교수

    요즘 한국사회에서 소통이 화두다. 소통을 강조하는 현실은 현재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정치무대에서의 소통 부재도 문제지만, 어쩌면 정치와 국민 사이의 소통 부재가 더 큰 문제다. 우리는 정치와 국민 사이의 소통을 위한 훌륭한 제도를 갖고 있다. 조선시대에 정치와 국민(유학자·유생)을 연결해 준 틀은 대간(臺諫)이었고, 그 취지는 공론(公論)의 장려였다. 현재로 보자면, 그 틀은 바로 지상파 방송이나 중앙 일간지로 대표되는 언론이고, 그 취지는 말 그대로 정론(正論)일 것이다. 그런데 대간이 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한 때는 조선왕조 500년에서 매우 짧았고, 60년이 훌쩍 넘은 현재 대한민국에서도 언론이 제 기능을 담당한 시기는 전혀 길지 않다. 그래서 조선후기 실학자들은 대간제도를 신랄하게 비판했고, 21세기 한국에서도 개혁 대상 가운데 하나로 언론을 꼽는 이가 적지 않다. 그렇다면 언로를 열기 위해 만든 제도가 왜 언로를 막게 되었을까? 정두희 교수의 ‘조선시대의 대간연구’에 따르면, 실학자 성호 이익(1681~1763)은 대간제도를 비판하면서 그 이유 중 하나로 풍문탄핵을 꼽았다. 풍문탄핵이란 대간에서 고위관료를 탄핵할 때 탄핵의 근거를 구체적으로 제시할 필요 없이 “모든 사림(士林)이 알고 있다.”는 말로써 탄핵할 수 있음을 뜻한다. 이른바 사림의 공론인 것이다. 이 제도는 증거 없는 탄핵이라는 문제를 안고 있었으나, 고위관료를 탄핵할 때 완벽한 증거를 일일이 요구한다면 사실상 탄핵이 불가능해지겠기에 공론의 진정성을 믿고 실시한 제도였다. 그런데 16세기부터 이미 정쟁과 당쟁이 격화되면서 공론의 진정성은 실종되었다. 애초 좋은 취지의 풍문탄핵은 오히려 당론(黨論)을 펴기 좋은 도구로 전락해 버렸다. 다산 정약용(1762~1836)은 대간의 자질을 특히 문제 삼았다. 대간에 임명된 자들이 소신 있는 정론을 펴기는커녕 시류에 편승해 상하좌우의 눈치나 보고, 탄핵을 하더라도 겉과 속이 달라 공석에서는 법을 운운하며 엄한 문책을 말하면서도 사석에서는 직책상 어쩔 수 없었다는 식으로 말을 바꾸기 일쑤인 세태를 신랄하게 꼬집었다. 특히 공론이란 누구나 말할 수 있어야 하는데, 대간에게만 그런 권한을 주다 보니 오히려 언로가 막혔다고 지적했다. ‘택리지’로 유명한 청담 이중환(1690~1752)은 뒤에서 대간을 조정하는 이조전랑의 문제점을 강도 높게 지적했다. 조선왕조에서는 고위관료를 제대로 감시하고 탄핵하기 위해서는 대간의 신분이 보장돼야 하겠기에 대간의 추천권을 이조판서(정2품)가 아닌 전랑(정5품)에게 일임했다. 또한 이렇게 중요한 이조전랑 자리이기에, 떠나는 전랑이 후임을 지명하는 제도를 시행했다. 고위권력으로부터 언론을 최대한 독립시킨 것이다. 그러나 정치무대에서는 바로 이 전랑 자리에 자기 진영 사람을 앉히기 위한 싸움이 불붙었고, 동서 붕당이 나뉜 계기도 바로 이 자리싸움 때문이었다. 당쟁이 일상사가 되어버린 조선후기에 대간의 인사를 좌지우지할 위치에 있던 이조전랑은 대간들을 조종해 상대 붕당의 인물을 수시로 공격했다. 공론을 빙자한 정치공세이자, 국론의 전달이 아닌 당론의 강요였던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은 어떨까? 아니면 말고 식의 저급한 비방(풍문) 기사는 오늘도 여지없이 홍수를 이룬다. 종이신문을 들어도 그렇고 인터넷을 켜도 그렇다. 다산 정약용이 만약 환생한다면, 공석과 사석에서 말이 다른 기자들의 자질을 문제 삼지 않겠는가? 또한 언로를 개방하기보다는 독점하려는 행태에 분노하지 않겠는가? 편집권에 일일이 간섭하고 뒤에서 인사권을 휘두르는 사주들에 대해 이중환은 또 뭐라 하겠는가? 사실과 정론으로써 정치와 국민을 연결해 줘야 할 언론이 오히려 진영논리에 매몰돼 보이는 작금의 행태는 조선후기 실학자들이 왜 대간제도를 비판하고 심지어 그 폐지까지 극론했는지 돌아보게 한다. 국민이 언론에 휘둘리지 말고 부단히 감시해야 할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 ‘위파사나’ 초기불교 수행법 단정은 무리

    ‘위파사나’ 초기불교 수행법 단정은 무리

    최근 국내에서 빠르게 번지고 있는 위파사나 수행은 과연 부처님 당대의 수행법이자 초기불교 전유물일까. 남방불교인 테라바다불교가 초기불교의 전통을 잇는다는 생각은 위험하며 위파사나 수행법도 남방불교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돼 불교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백련불교문화재단(이사장 원택 스님)이 성철 스님 탄신 100주년을 기념해 29∼30일 동국대 덕암세미나실에서 여는 국제학술포럼을 통해서다. 포럼에는 세계 각국의 내로라하는 초기불교 및 간화선 연구자 14명이 고대 인도부터 현대 아시아에 정착된 불교 명상을 조명하고 편견을 바로잡기 위해 머리를 맞댄다. ●세계 불교학자 14명 참석 이 가운데 가장 주목을 받는 학자는 피터 스킬링 프랑스 극동학원 교수. 스킬링 교수는 미리 배포된 발제문을 통해 “위파사나 명상이 남방불교만의 수행법이라는 주장에는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남방 위파사나 수행법의 핵심이라는 숫자를 세며 호흡하는 수식관의 경우 남방불교의 대표 논서인 ‘청정도론’보다 대승불교 문헌인 ‘유가사지론’에 훨씬 체계적으로 들어 있다는 것이다. 스킬링 교수는 “남방이든 북방이든 호흡에 집중하는 명상이야말로 불교수행의 핵심 방법”이라며 “현대 위파사나 수행법이 남방불교 고유의 전통이라는 주장은 근거 없는 ‘독점’에 불과하다.”고 못 박았다. 고대 인도불교인 테라바다불교 전공자인 케이트 크로스비(영국 런던대) 교수는 이와 관련해 지금 남방불교가 과연 초기 교단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지를 따져 물었다. 남방불교에는 유식, 밀교 등 대승불교의 신앙과 수행 형태가 상당히 녹아 있다는 반론이다. 크로스비 교수는 “남방불교는 다른 문화권 불교처럼 대단히 ‘역동적인’ 불교인데도 초기불교의 순수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남방불교 스님들의 단순한 맹신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초기불교 전공자인 황순일 동국대 교수도 남방불교 수행법이 초기불교의 수행법이 아님을 강력히 주장하고 나서 눈길을 끈다. 현재 남방불교에서 유행하는 수행법은 1800년대 중반 이후 개발된 뒤 1900년대 초반 들어서야 본격적으로 대중화되기 시작한 새로운 수행법이라는 것이다. 황 교수는 따라서 “남방불교를 ‘순수불교’로 규정하면서 다른 불교 전통을 아류나 비정통으로 취급하는 것은 남방불교 역사를 몰이해한 탓”이라고 지적했다. 간화선(화두를 잡고 하는 참선 수행)의 인식 재평가도 관심을 모으는 부분이다. 미국의 동아시아불교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로버트 버스웰(미국 UCLA) 교수는 간화선이 선종의 쇠퇴 과정에서 대두된 ‘위기의 산물’이 아님을 주장해 눈길을 끈다. 버스웰 교수는 “한국불교의 간화선은 당대 많은 선사들이 입적한 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송대에 고안된 것이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며 “그러나 명상의 주제에 관해 끊임없이 의문을 던지는 간화선은 동아시아 불교 명상 전통의 고유한 산물이자 창조적인 수행 풍토의 뛰어난 결과물”이라고 강조했다. 그런가 하면 제레온 코프(미국 루터대) 교수는 심우도의 전통해석과는 아주 다른 해석을 내놓아 흥미롭다. 코프 교수는 “전통적으로 (심우도에서) 소년이 명상하는 수행자이고, 황소가 수행자의 진실된 자아를 상징한다고 보지만 황소가 명상 과정에서 궁극적으로 잊혀진 명상의 주체와 조화를 이루고 있는 인식 대상을 상징한다.”고 주장했다. ●‘간화선’ 동아시아 불교명상의 산물 한편 포럼에서는 이들 말고도 요하네스 브롱코스트(스위스 로잔대), 알렉산더 위니(DKF, 영국 옥스퍼드대 박사), 아티드 세라바닉쿨(태국 출라롱콘대), 찰스 뮬러(일본 도쿄대) 교수를 비롯해 한국의 정덕(중앙승가대)·혜원(동국대) 스님, 윤원철(서울대)·서명원(서강대)·아힘 바이어(동국대, 독일 함부르크대 박사) 교수가 주제발표와 토론에 참가한다. 원택 스님은 “이번 학술포럼은 최근 한국 불교계에서 끊임없이 부각되는 쟁점 사안들을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관점에서 짚어 보기 위한 것”이라며 특히 “불교 명상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고 명상을 좀 더 객관적이고 체계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하프타임]

    삼성 보상선수 LG 이승우 지명 프로야구 삼성은 26일 자유계약(FA) 선수 정현욱의 이적에 따른 보상선수로 LG의 좌완 투수 이승우(24)를 지명했다. 삼성은 정현욱의 올 연봉 2억 5000만원의 곱절인 5억원과 함께 이승우를 받게 된다. 이승우는 올해 1군 경기에 선발 17차례 등 모두 21차례 등판(82와 3분의1이닝)해 2승9패, 평균자책점 5.90에 머물렀으나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한편 롯데는 김주찬을 영입한 KIA와 홍성흔을 빼내 간 두산을 상대로 각각 28일과 29일까지 연봉의 곱절+보호선수 20명에서 제외된 한 명을 보상받거나 연봉의 3배를 현금으로 지급받게 된다. 박상설 배구연맹 사무총장 사퇴 퇴진 압력을 받았던 박상설 한국배구연맹(KOVO) 사무총장이 결국 자진 사퇴 형식으로 연맹을 떠났다. 지난해 10월 사퇴한 이동호 전 총재를 대신해 1년 이상 연맹을 이끌어 온 박 총장은 지난 23일 공식 취임한 구자준 총재(LIG손해보험 회장)에게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며 26일 사표를 제출했다. 연맹은 조만간 이사회를 열어 박 총장 사임 건을 처리하고 후임을 논의할 예정이다. 메시 2골… 한해 최다 3골 남아 리오넬 메시(25·바르셀로나)가 26일 스페인 발렌시아의 시우다드 데 발렌시아 경기장에서 열린 라반테와의 2012~13 프리메라리가 13라운드 원정경기에서 두 골을 뽑아내 4-0 완승에 앞장섰다. 그는 아르헨티나 대표팀과 소속팀에서 올해만 82득점을 쌓아 1972년 게르트 뮐러(바이에른 뮌헨)가 보유하고 있는 한 해 최다 득점(85골) 기록에 세 골을 남겨 뒀다. LA다저스 7조원 중계권 협상 류현진(한화)과 이적 협상 중인 미 프로야구 LA다저스가 폭스(FOX)TV와 25년 동안 60억∼70억 달러(약 6조 5000억∼7조 6000억원)에 이르는 중계권 협상을 벌이고 있다. 미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2001년부터 내년 말까지 12년 동안 3억 5000만 달러(약 3800억원)에 다저스의 독점 중계권을 따낸 폭스TV는 다저스와 이달 말까지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며 이르면 이번 주초 마무리될 것으로 점쳐졌다. 보도된 대로 계약이 체결되면 뉴욕양키스에 이어 미국 스포츠 역사상 두 번째로 높은 중계권료로 기록된다.
  • 이집트 혼돈의 ‘파라오 헌법 정국’ 수습되나

    초법적인 권한 확대로 야권과 법조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힌 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교전 중재처럼 정국 수습에도 성공할지 주목된다. 26일(현지시간) 무르시 대통령과 최고사법위원회의 회동을 수시간 앞두고 아흐메드 메키 이집트 법무장관이 기자들에게 “해결안이 곧 나올 것”이라고 예고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날 카이로 행정법원은 무르시 대통령의 새 헌법 선언문에 대한 소송 사건의 심리를 다음 달 4일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소송은 무르시 대통령이 지난 22일 자신이 결정한 법안과 칙령 등은 모두 최종적이며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는 내용의 헌법 선언문을 발표한 데 대해 법률가과 활동가들이 반대해 제기한 것이다. 무르시 대통령은 전날 논란을 불러일으킨 헌법 선언문이 “일시적인 조치”라고 한발 물러서며 야권과의 대화를 약속했다. 하지만 야권 세력의 반정부 시위에 대항해 무르시의 정치기반인 무슬림형제단도 27일 ‘100만인 시위’로 맞불작전에 나설 예정이라 대규모 유혈충돌이 예상된다. 이미 전날 카이로에서 북서쪽으로 160㎞ 떨어진 다만후르에서는 무슬림형제단 당사 밖에서 무르시 지지자와 반대파가 충돌하는 과정에서 첫 사망자가 발생했다. 무슬림형제단이 창당한 자유정의당은 웹사이트를 통해 15세 청소년 당원 1명이 숨지고 60여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시위대의 화염병 투척으로 무슬림형제단이 소유하고 있는 일부 사무실이 화염에 휩싸이기도 했다. 지난 23~25일 반(反)무르시 시위로 발생한 부상자는 500여명에 이른다. 이집트 전역의 일부 판사, 검사들은 전날부터 파업에 돌입했으며 언론인들도 총파업을 결의했다. 최고사법위원회는 타협 가능성을 시사하며 법조인들의 업무 복귀를 촉구했다. 무르시는 “이번 조치는 새 헌법이 마련되고 선거가 열리기 전까지 적용될 것”이라면서 “권력을 독점하려는 의도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야권은 ‘헌법 선언문의 전면 철회’를 우선 조건으로 내걸고 있어 양측의 대립각은 쉽사리 좁혀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함마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과 암르 무사 전 아랍연맹 사무총장 등 대표 야권 인사들은 지난 24일 합동 기자회견을 통해 “선언문 백지화 없이는 대화도 없다.”고 천명했다. 미 공화당 측은 ‘군사 원조 중단’ 카드까지 꺼내며 이집트 지도부를 압박하고 있다. 미 상원군사위원회 공화당 간사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무르시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휴전 중재에 감사하지만 미국 납세자들이 이집트에 기대하는 건 그게 아니다.”라며 “우리 돈은 (이집트의) 민주주의 진전과 직접적으로 연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데스크 시각] 검찰의 다시 못올 기회/김태균 사회부 차장

    [데스크 시각] 검찰의 다시 못올 기회/김태균 사회부 차장

    “이쯤 되면 막가자는 거지요?” 고 노무현 대통령이 남긴 화려한 어록 중 초기 대표작은 바로 이 말일 것이다. 취임하고 며칠 안 된 2003년 3월 9일, 검사들과의 대화 도중 한 검사가 듣기 거북한 질문을 하자 튀어나온 말이다. 당시 검사들의 공격적 태도는 “검사스럽다”라는 신조어가 돼 회자됐다. 대통령에게도 할 말은 하는 ‘당당함’의 개념도 있었지만, 검사들의 ‘위세’와 ‘자만심’ 등을 희화화하는 용도로 많이 쓰였다. 어쨌든 검찰 혁신을 공언했던 노 대통령은 그 목표에 거의 한 발짝도 다가서지 못한 채 임기를 마쳤다. 검찰 개혁은 민주화 이후 모든 정권에서 한결같이 공언한 시대적 요구였다. 대통령 후보들은 어김없이 검찰의 권한 축소를 다짐했다. 그러나 이런 말들이 선언적인 수준을 넘어 제대로 집행된 적은 없었다. 검찰의 위세가 강하기도 했지만 ‘정치검찰’이라고 비판했던 사람들조차 정권을 잡으면 스스로 비난했던 바로 그 용도로 검찰을 활용했기 때문이다. 검찰이 현재와 같은 독점적 권력을 얻게 된 것은 역설적으로 민주화 때문이었다. 과거 ‘중정’(중앙정보부), ‘안기부’(국가안전기획부), ‘보안사’(국군보안사령부) 등 공포정치 하에서 폭력과 억압의 수단들을 쥐고 있었던 기관들이 약화되면서 그들 손에 쥐어져 있던 힘이 검찰 쪽으로 급격히 쏠리게 됐다. 검찰이 지금 숨을 죽이고 있다. 10억원 가까운 돈을 긁어모은 고참 검사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여성 피의자와 성관계를 맺은 신참 검사의 엽기적인 추문이 터졌다.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과 사회단체 등에서 검찰 개혁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시점과 맞물려 검찰에 대한 비난과 변화의 요구는 한층 격하게 분출되고 있다. 많은 국민들은 ‘돈검사’, ‘성검사’ 뉴스를 접하며 놀라워도 하지만 즐기고 있기도 하다. 잘난 척하고 힘센 학급반장의 추악한 뒷모습을 보는 후련함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여론이 악화되고 외부로부터의 혁신 압력의 조짐이 보이면서 검찰 수뇌부와 평검사들이 모임을 갖는 등 검찰 스스로 개혁 방향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기도 하다. 여기서 짚어볼 대목이 검찰 수뇌부의 거취다. 한상대 검찰총장에게 사퇴로써 지휘 책임, 도의적 책임을 지라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총장이 당장 물러나게 되면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단 한명의 검찰총장도 2년 임기를 못 채우는 꼴이 된다. 그가 스스로 물러날지, 다른 외부의 힘에 의해 물러나게 될지, 아니면 내년 8월까지인 임기를 채우게 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이번 파문이 직접적인 계기가 돼 검찰 총수가 물러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총장 한 사람 물러나는 것은 검찰에 뿌리박힌 구조적 문제를 개인들의 부패와 일탈로 몰아 덮어 버리는 꼴밖에는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검사가 기업으로부터 태연히 돈을 받고 여성 피의자를 윽박질러 성관계를 갖는 것은 기본적으로 그렇게 해도 된다는 생각이, 최소한 그럴 힘을 자기가 갖고 있다는 생각이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검찰의 힘과 그런 집단의식이 범죄의 원천이 된 것이다. 결국 집중된 검찰의 힘을 합리적으로 분산시키는 것, 검찰의 막강한 사회 지배력의 시스템을 깨는 것이 문제 해결의 본질인 셈이다. 여론에 떠밀려 검찰 총수가 반성문 한 장 낭독하고 물러난다면검사들의 잇따른 범죄가 만들어 준 개혁의 기회는 다시 물거품이 될 공산이 크다. 그보다는 당장 수뇌부를 중심으로 시늉이 아니라 진심으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혁신을 논의해야 한다. 대검 중수부 폐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상설특검제 도입 등을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반대논리 개발을 위해 연구하지 말고 도입을 전제로 필요성을 검토해야 한다. 임용과 동시에 부이사관 대우를 받는 현재의 검사 직급 인플레이션까지 원점에서 뜯어보는 진정성을 보여주어야 한다. 대선 후보들이 저마다 검찰 개혁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선거에서 누가 검찰을 ‘검사스럽지 않게’ 변혁시킬 적임자인지를 선택의 기준으로 삼는 것도 괜찮겠다. windsea@seoul.co.kr
  • [성추문 검사 파문] 대검 간부회의 “한상대 총장 퇴진 논의는 부적절”

    김광준(51·구속) 서울고검 부장검사의 뇌물수수 사건에 이어 현직 검사의 ‘성(性) 스캔들’까지 터지면서 검찰이 대책 마련을 놓고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한상대 검찰총장은 25일 과장급 이상 대검 간부를 소집해 최근 검찰이 직면한 사태에 대한 다양한 의견과 대책 방안 등을 들었다. 이 자리에서는 총장 거취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일부 있었으나, 참석자 대부분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 관계자는 “최근 신문 사설과 언론 등에 나오는 총장 거취 문제도 거론됐으나 검찰 개혁 완수 등을 위해 퇴진을 논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반응이 다수였다.”고 전했다. 성추문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전 검사가 로스쿨 출신 첫 검사 임용 사례인 점과 관련해서는 앞으로 로스쿨 출신 검사 임용 제도의 문제점 등을 검토하기로 했다. 앞서 24일에는 검찰 내부 통신망에 현직 검사가 실명으로 검찰의 현 상황을 비판하고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글이 올랐다. 서울남부지검 소속으로 통일부에 파견 근무 중인 윤대해(42·연수원 29기) 검사는 ‘검찰 개혁만이 살길이다’, ‘국민 신뢰회복을 위한 검찰 개혁방안’이라는 두 편의 글을 올렸다. 현직 검사가 실명으로 검찰 개혁을 요구하고 방안까지 제시한 것은 처음이다. 윤 검사는 “너무나 수치스럽고 이젠 정말 갈 데까지 갔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며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처럼 지금이라도 국민의 기대와 요구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개혁해 나간다면 국민의 사랑받는 검찰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치권력에 편파적인 수사, 재벌 봐주기 수사, 수사권·기소권·영장청구권을 독점한 무소불위의 권력,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오만한 권력 등이 검찰의 문제점으로 이야기된다.”고 지적했다. 홍인기기자 ikik@seoul.co.kr
  • [사설] 과도한 권력 견제와 균형이 검찰개혁 관건

    서울 남부지검 소속으로 통일부에 파견 중인 윤대해 검사가 엊그제 실명으로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글을 내부 게시판에 올렸다. 김광준 서울고검 검사의 뇌물비리와 로스쿨 출신 전모 검사의 성추문 사건 등 현직들이 ‘개판’을 치자 현직 검사가 스스로 검찰 개혁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상명하복의 위계질서가 엄격한 검찰조직에서 실명의 글이 오른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현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방증이다. 검찰은 뇌물비리 사건으로 한상대 총장이 사과를 했으나 그보다 한층 더 추악하고 고약한 성추문 사건이 터지는 바람에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다. 윤 검사는 “이번에 터진 사건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너무나 수치스러운 일로 이젠 정말 갈 데까지 갔다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고 개탄했다. ‘수사권·기소권·영장청구권을 독점한 무소불위의 권력’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오만한 권력’ 등 다섯 가지를 검찰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검찰시민위원회의 실질화’ ‘검찰의 직접수사 자제’ ‘상설 특임검사제 도입’ 등 검찰의 권한 축소를 해법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검찰의 부정과 비리가 끊이지 않는 것은 무엇보다 과도한 권력에 비해 이를 제어할 수 있는 마땅한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부장검사의 뇌물비리나 로스쿨 출신 검사의 성추문 같은 사건도 기소권 행사에 대한 검증 시스템만 제대로 갖춰져 있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여야는 대선을 앞두고 특별감찰관제와 상설특검제 도입, 대검 중앙수사부 수사기능 폐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등 검찰개혁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검찰 개혁은 수사권·기소권 등 권한을 분산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본다. 정치권은 검찰의 독점적 권한을 견제하고 감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국민으로부터 심판을 받아야 할 것이다. 검찰 또한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는 각오로 개혁에 나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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