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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께할 친구가 있어 세상 두렵지 않아”

    “요지와 같은 젊은 세대는 거품 경제가 붕괴된 뒤 청춘 시절을 보내고 있다. 좋은 자리는 기성세대가 모두 독점해 버리고, 정규직으로 일하기도 어려웠다. 극도의 취업 빙하기가 계속되었다.”(253쪽) 거품경제가 무너진 20여년 전 일본의 모습은 오늘날 한국 사회와 놀랍도록 닮았다. 명문대를 나와도 절반이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빈곤과 기회의 불평등에 시달리는 젊은이들은 신자유주의로 방향을 튼 사회에 끊임없이 불만을 터트린다. 아쿠타가와상과 함께 일본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나오키상 수상 작가인 이시다 이라(53)가 2011년 발표한 청소년 소설 ‘날아라 로켓파크’(양철북 펴냄)는 이 같은 혹한기를 헤쳐 나가는 두 소년 요지와 간타의 얘기를 담았다. 두 소년은 돈이 없으면 자유로워질 수도, 정당해질 수도 없는 현실에 너무 일찍 눈을 뜬다. 휴대전화 게임 회사인 ‘로켓파크’를 세우고 모바일 게임업계의 아이콘으로 떠오르는 과정은 기존 청소년 소설에서 쉽게 접할 수 없던 독특한 소재다. 가끔 방송에서 본 고교생 사업가나 청년 최고경영자(CEO)의 얘기를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이 같은 설정은 성공과 좌절 속에서 다시 찾은 소중한 것들에 대한 깨달음을 강조하기 위한 장치에 불과하다. 두 소년은 성공의 마천루에서 거대한 음모에 휘말리며 추락한다. 모든 것을 잃고 목숨까지 위태롭게 되지만 인생의 가치를 되찾는다. “평생 함께할 친구 한 명만 있으면 인생은 두렵지 않아”란 두 소년의 다짐처럼. 소설은 오늘날 한국 사회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 적나라하다. 학교 또한 어른들의 논리가 지배하는 사회다. 절대 평등하지도, 자유롭지도, 정의롭지도 않다. 아이들은 자신보다 약한 상대를 동정하는 법이 없고 괴롭히고 난 뒤에는 통쾌해한다. 요지와 간타가 마주한 사회도 역시 마찬가지다. 다섯 살 때부터 단짝인 두 소년은 남다른 아픔을 안고 산다. 간타는 발달 장애로 다른 사람의 기분을 잘 헤아릴 수 없고, 요지는 생계를 위해 긴자의 술집에서 일하는 엄마 때문에 늘 수군거림의 대상이 된다. 17세 때 게임기를 사기 위해 찾은 아키하바라 전자상가에서 마주친 불량배들과의 다툼은 이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는다. 간타를 지키려고 몸싸움을 벌이다 요지가 그만 불량배의 허벅지를 칼로 찌른다. 가난 때문에 제대로 된 변호사를 구할 수 없던 요지가 모든 비난을 뒤집어쓴다. 촉망받던 영재인 요지는 이때부터 간타와 아르바이트에 매달리고 100만엔(약 1200만원)의 종잣돈을 모아 창업에 성공한다. 거친 세상에서 펼치는 힘찬 도전, 성공과 좌절 속에서 다시 찾은 소중한 것들을 다룬 성장 소설이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KDI “전력산업 구조개편 실패… 대수술해야”

    2001년 전력산업에 경쟁 체제가 도입됐지만 최근 잇따른 전력수급 위기 등 정책 실패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력 판매단계부터 경쟁체제를 허용하는 등 전력산업 구조와 제도 전반을 대수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남일총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9일 ‘전력산업 위기의 원인과 정책방향’ 보고서에서 전력수급 위기, 설비 부족 심화, 한국전력 적자 등의 원인을 구조개편 이후 정책 실패에서 찾았다. 2001년 구조개편은 한전이 독점했던 발전-송전-배전-판매 등 4대 부문 중 발전 부문에 한해서만 한국수력원자력 등 6개 발전 자회사 분할을 통해 경쟁을 도입한 조치다. 나머지 부문의 분할이나 경쟁 도입도 검토됐으나 중단됐다. 남 교수는 구조 개편의 실패 원인을 전력도매시장의 비효율적 거래, 자의적 요금규제, 한전 등을 공공기관으로 취급하는 지배구조 등 세 가지로 봤다. 대안으로 도매전력시장의 실질 경쟁을 위해 한 시간 간격으로 거래되는 스폿시장에서는 가격상한선을 정해 직접 가격입찰을 허용하고, 스폿시장 외에서는 투자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중장기 계약을 허용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사설] 새 총리의 3대 조건, 화합과 소신·소통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새 정부 각료 인선 작업에 나섰다고 한다. 어느 한 자리 중요하지 않을 수 없겠으나 ‘박근혜 인사’를 총합할 상징은 누가 뭐래도 국무총리일 것이다. 이달 말 후보자를 지명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런저런 이름들이 연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안팎에서 거론되고 있다. 나름의 역량과 자질을 갖춘 인물들이겠으나 새 정부를 어떤 형태로 이끌 것인지,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에 대한 박 당선인의 의중에 따라 결론지어질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 국무총리의 법적 권한과 기능은 지구촌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독특하다. 미국 같은 대통령 중심제 국가에선 찾아볼 수 없는 자리고, 선출직 대통령이 외치를 맡고 대개 원내 다수당 대표가 맡는 총리가 내정을 이끄는 프랑스 역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 총리가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 각 부를 통할’(헌법 제86조 1, 2항)하는 우리와 다르다. 대통령이 얼마만큼의 권력을 부여하느냐에 따라 총리의 위상이 결정되도록 한 이 헌법 구조로 인해 역대 국무총리의 역할과 권한은 천차만별의 양태를 보였고, 김대중 정부에서의 김종필 총리와 노무현 정부에서의 이해찬 총리를 제외하곤 현 41대 김황식 총리에 이르기까지 대부분 대통령을 보좌하는 수준의 ‘관리형 총리’에 머물러 온 게 사실이다. 지난 18대 대선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와 권력 분점의 국민적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 크게 부각된 선거였다. 유력 후보들이 앞다퉈 ‘책임총리제’를 약속한 선거였다. 이런 시대적 흐름 속에 탄생한 박근혜 정부인 만큼 국무총리의 역할과 위상, 권한을 중장기적 관점에서 새롭고도 공고하게 구축해야 할 소명이 막중하다고 할 것이다. 자신이 쥐고 있는 독점 권력을 스스로 나누고, 이를 통해 다각화한 권력이 유기적인 협력과 견제 속에 나라를 이끌어 나가는 국정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시대교체를 부르짖은 박 당선인의 소명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새 국무총리의 제1 조건은 법과 원칙에 따라 제 소신을 당당하게 펼쳐보일 인물이어야 한다고 본다. 헌법의 각료 제청권을 실제 행사할 배포가 있어야 하며, 국익을 위해 대통령에게 ‘No!’라고 외칠 애국심을 지녀야 한다. 박 당선인을 선택하지 않은 48%의 민심을 헤아리는 화합형 인물을 찾는 일도 중요하다. ‘일인지하 만인지상’이라는 헌법적 위상을 감안할 때 최대한 야권을 배려하고 호남의 소외감도 달랠 인물이 타당할 것이다. 덧붙여 정부 내 소통, 정부와 국민의 소통을 원활하게 이끌 인물을 찾는 것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총리 인선에 박근혜 정부의 성공적 출범이 달렸다. 자신을 보필할 인물이 아니라, 감시하고 질책할 인물을 찾는 용기를 보이기 바란다.
  • 모바일 메신저 ‘삼국지’

    모바일 메신저 ‘삼국지’

    연초부터 모바일 메신저 시장 경쟁이 뜨겁다. 카카오톡이 독점하고 있는 국내 시장에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와 단말기 제조사가 서비스 차별화로 반격에 나섰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톡 가입자 수가 다음 주 73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최근 선보인 이통 3사의 ‘조인’이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챗온 2.0’을 선보이며 경쟁에 가세했다. 챗온 2.0은 PC버전을 지원하고 있으며 조인은 1분기에, 카카오톡도 상반기 내 PC버전을 선보일 예정이다. 카카오톡과 이에 맞서는 이통 3사의 조인과 삼성전자의 챗온 2.0을 써보고 비교해봤다. 회사 업무 회의나 학교 스터디 등 일정 알림은 카카오톡 ‘그룹채팅방’이 편리하다. 그룹채팅방 사람들과 날짜와 시간, 위치 등을 서로 공유할 수 있고 누가 참석하는지 참석하지 못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친구들과의 모임을 그룹채팅방을 통해 공지해보니 약속 알림 설정을 할 수 있어서 모임 전에 일일이 연락할 필요가 없었다. 약속 미리알림 설정은 최소 5분에서 최대 2일 전까지 가능하다. 자주 쓰는 그룹채팅방을 따로 만들 수도 있다. 음성채팅을 선호하는 이용자들은 ‘그룹콜’도 유용하다. 그룹채팅방에서 동시에 최대 5명과 음성 대화를 할 수 있다. 한 명과 가능했던 무료 모바일 인터넷 전화 ‘보이스톡’이 다자 간 음성채팅으로 진화한 것이다. 그룹콜은 3G, 롱텀에볼루션(LTE), 와이파이 등에서 사용할 수 있다. 그룹콜 초대를 받은 사용자는 ‘수락’ 또는 ‘나중에 연결’을 선택해 자율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카카오톡 관계자는 “카카오톡 PC버전도 준비하고 있다”며 “그룹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통3사가 지난해 12월26일 내놓은 ‘조인’은 서비스 시작 하루 만에 30만명 이상이 애플리케이션(앱)을 내려받는 등 초반 인기몰이를 이어가고 있다. 조인을 써보니 통화하면서 상대방에게 파일을 전송하거나 영상을 공유할 수 있는 기능이 특이했다. 상대방과 통화 중에 영상 공유를 누르면 통화는 잠시 중단되고 현재 내가 있는 곳의 풍경을 보여주거나 위치 등을 전송할 수 있었다. 조인은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지 않은 이용자와도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대용량 파일 전송도 카카오톡보다 앞선다. 카카오톡에서는 20메가바이트(MB)가 넘는 동영상을 보낼 수 없지만 조인은 최대 100MB까지 가능하다. 조인을 이용하면 주소록에 등록된 지인들의 생일과 대화 가능 상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으며 그룹 채팅도 가능하다. 주소록에서 바로 문자나 채팅으로 말(5000자)을 걸거나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소통할 수도 있다. 다만 현재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2.3 이상의 스마트폰에서 사용할 수 있다. 이달 중 애플의 아이폰 이용자들도 사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통3사는 조인 활성화를 위해 오는 5월까지 문자와 채팅, 통화 중 영상공유 등을 무제한 무료로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기존에 사용하던 삼성전자의 챗온을 챗온 2.0으로 업그레이드했더니 여러 기기에서 사용할 수 있는 ‘멀티스크린’ 기능이 가장 눈에 띄었다. 삼성 이메일 계정을 가지고 있으면 최대 5개의 기기에서 챗온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스마트폰을 비롯해 태블릿PC, 스마트 카메라 등을 가진 이용자에게 유용하다. 스마트폰에서 메시지를 주고받다가 태블릿PC에서 로그인해도 스마트폰에서 주고받은 대화내용이 그대로 저장되는 점도 편리하다. 최대 50개의 프로필 사진과 댓글 등록이 가능한 ‘미니프로필’과 뉴스·방송·음악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특별한 친구’ 기능 등도 새로 추가했다.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 [김종민 이 생각 저 생각] 새해 마그네슘 덕담

    [김종민 이 생각 저 생각] 새해 마그네슘 덕담

    상상의 동물 용의 해는 가고, 현실의 동물 뱀의 해 태양이 높이 솟았다. 뱀은 난생이고 둥글고 긴 선형이며, 발이 없고 허물을 벗는다. 다른 10간지 동물들과 생김은 다르나 생태적 덕목은 교훈적이고 상징적이다. 뱀은 많은 알을 낳는 다산(多産)으로 풍요와 번영을 상징한다. 발이 없는 선형이라 직선에서 곡선, 그리고 원으로 자유자재로 모습을 바꾸는 유연함에서 변화에 잘 대처한다는 교훈을 준다. 의신(醫神) 아스클레피우스의 지팡이를 감은 뱀은 허물벗기로 치유를 나타낸다. 탈피(脫皮)는 불사와 재생은 물론 혁신을 뜻한다. 세상이 어지럽고 혼탁했다는 거세개탁(擧世皆濁)의 지난해 허물을 벗고 올해는 좋은 일만 있기를 바란다. 땅은 넓고 인구는 적고, 규제는 많고 타당성은 수요 논리에 밀려온 강원도의 경제는 오랜 세월 위축의 길을 걸어왔다. 1980년대까지 전국의 4%대를 유지해 오던 경제는 2000년 2.9%, 2005년 2.7%, 2010년에는 2.5%로 떨어졌다. 에너지 수입으로 무연탄이 퇴출되고, 환경기준이 강화되면서 국산 시멘트 소비가 감소한 것이 주원인이었다. 1990년대 이래 지금까지 힘들고 어려운 산업 조정기를 겪어오고 있다. 최근 들어 신소재·바이오·의료기기·콘텐츠 등 새롭게 떠오르는 분야를 집중 발굴하고, 소홀했던 제조업의 육성으로 눈을 돌리면서 광업과 관광업의 역할이 컸던 산업지형에 변화가 나타났다. 강원도 경제가 전향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 강릉 옥계에서 포스코가 생산을 시작한 마그네슘은 동해안경제자유구역의 기반이 되고 산업의 체질을 바꾸며, 강원도의 성장과 도약에 전기를 열어 가고 있다. 마그네슘은 철과 합금되어 강판을 경량화하고 자동차 연비를 높이는 데 쓰이는 핵심 비철 소재로 전기차량과 정보기술(IT) 분야 등에 널리 쓰인다. 충전하는 데 오래 걸리고 부존량이 부족해 문제가 있는 리튬전지를 대체하기 위해 만들어지고 있는 게 바로 마그네슘 전지다. 가볍고 단단하며 고열에 견디는 소재인 지르코늄이나 티타늄을 생산하려면 마그네슘을 환원제로 써야 한다. 사진관에서 섬광을 만드는 데 쓰이다 퇴출된 것으로 알았던 마그네슘의 변신과 진화가 놀랍기 그지없다. 마그네슘의 원료인 마그네사이트는 세계 매장량의 50%가 북한의 함북 단천지역에 묻혀 있다. 중국은 세계 마그네슘의 87%를 생산하면서 사실상 독점 공급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강원도의 돌로마이트 원료를 이용하여 포스코가 생산하는 마그네슘은 전략 희소금속 확보의 안전판일 뿐만 아니라, 세계 마그네슘 공급선을 다변화하는 일이다. 자국 내 마그네슘 생산이 없는 일본의 자동차업계가 동해안 자유경제구역으로 진출을 모색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남북 경제협력이 원활해져 북한의 마그네사이트가 옥계의 첨단 생산능력과 결합하면 시너지는 매우 커질 것이다. 이는 7000조원이 넘는 북한의 자원을 남북이 본격적으로 합작 개발하는 서곡이 되고, 동북아 산업지도의 강원도발(發)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강원도는 2013년 성장률이 전국 평균 전망치 3.1%보다 2.1%p 높은 5.2%가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2012년 성장률은 전국 평균 2.3%보다 1.7%p 높은 4.0%를 달성한 것으로 추계됐다. 2003년 이후 처음으로 전국 평균을 앞지른 성장이다. 국내외가 유럽의 경제위기로 고전하는 가운데 달성된 이 성과는 유의미한 일이다. 2013년의 전망과 2012년의 성취는 소득 2배, 행복 2배, 하나된 강원도의 지향에 대한 청신호로 읽힌다. 경기도와 인천시는 88서울올림픽을 전후하여 연 10% 이상 7년 넘게 지속성장하며 지역 총생산을 2배 이상 달성했다. 뱀이 지닌 덕목처럼 유연하게 변화를 수용하고 성장을 위해 껍질을 벗는 혁신을 통하여 마그네슘의 섬광처럼 빛나게 웅비하는 강원도를 그려 본다. 날아라 강원도, 마그네슘과 함께!
  • [정전협정 60주년 맞는 한반도] 국가안보실, 위기관리 ‘컨트롤 타워’

    새 정부에서 외교·안보 정책의 중추 역할을 담당하게 될 ‘국가안보실’(가칭)의 역할과 기능에 관심이 쏠린다. 아직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현 이명박 정부의 국가위기관리실과 옛 노무현 정부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해 11월 외교·안보·통일 정책 공약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같은 안보적 위기 상황에서 국가정보원, 외교통상부, 국방부, 통일부 간 입장 차이가 노출됐다”면서 “일관되게 효율성 있게 위기 관리를 하기 위해서는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윤병세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외교통일추진단장은 “현 정부 국가위기관리실의 제한적 기능을 뛰어넘어 전략·정책·정보분석과 부처 간 조율 기능까지 포괄하는 국가안보실을 신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국가안보실 신설은 역설적으로 현 정부가 구축한 외교·안보 시스템의 실패를 인정하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 당시만 해도 NSC가 대북 문제와 외교·안보 현안을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했다. 그러나 역할과 권한이 집중되면서 “대통령의 눈과 귀를 독점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에 앞서 NSC는 1963년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로 처음 만들어졌다. 이후 김대중 정부에서 외교·국방·통일 정책을 통합 운영하기 위한 정책기구로 자리매김했다. 이어 노무현 정부에서 NSC에 상임위원회와 사무처 등이 추가되면서 위상이 대폭 강화됐다. 이에 이명박 정부는 NSC를 폐지했다. 그러나 NSC가 담당해온 총괄조정 기능이 사라지면서 위기 대응 실패와 중장기 전략 부재라는 또 다른 부작용에 직면하게 됐다. 따라서 국가안보실은 비대화 논란을 낳았던 NSC와 유명무실 지적을 받았던 국가위기안보실의 절충 형태로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박 당선인 측 관계자는 “안보 분야는 외교, 통일, 국방 등의 분야가 얽혀 있기 때문에 어느 한 부처가 해결할 수 없다”면서 “노무현 정부의 NSC는 물론, 미국의 NSC 등 해외 사례도 참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 [한국기업 글로벌 파고 넘어라] “삼성·애플, 특허 공유로 연내 합의 이를 듯”

    지난해 세계 정보기술(IT) 분야의 최고 이슈는 단연 삼성전자와 애플이 벌이고 있는 ‘특허전쟁’이었다. 지난 4월 애플의 소 제기로 시작된 소송전은 아직 상대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주지 못한 채 일진일퇴를 거듭하고 있다. 그렇다면 올해 두 회사의 특허전은 어떤 식으로 진행될까. 업계에서는 물론 삼성, 애플 내부에서도 이 소송전이 끝까지 갈 것으로 보지 않는다. 늦어도 올해 말까지는 합의에 이를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애플은 지난 8월 미국 소송에서 10억 5000만 달러(약 1조 2000억원)의 배상금 평결을 받아냈다. 하지만 이는 1200억 달러가 넘는 애플 보유현금의 1%도 되지 않는 데다, 삼성전자의 지난 3분기 영업이익(8조 1000억원)의 15%에 불과하다. 이후 소송에서 애플이 계속 이겨도 배상금이 삼성을 압박할 만큼 의미 있는 액수가 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역시 애플을 압박하는 데 써 온 통신특허 침해 소송이 이렇다 할 성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되레 유럽연합(EU)을 자극해 반독점 제재를 받게 될 위기에 놓이는 등 역풍도 우려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과 크로스라이선스(특허 공유)를 체결해 다양한 특허를 저렴하게 이용하려는 게 애플의 속내”라면서 “본안소송 1심 최종 판결이 나오면 이를 기준으로 삼아 서로 합의에 나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애플코리아 관계자도 “한국에선 이런 대규모 소송이 처음이지만, 미국이나 유럽 업계에서는 흔한 일”이라면서 “당사자들이 아무리 격하게 다퉈도 마지막에는 합의로 사건을 깔끔히 끝내는 게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2013 신춘문예-평론 당선작]언어의 감옥에서 글쓰기 : 한유주와 최제훈의 소설들/유인혁

    [2013 신춘문예-평론 당선작]언어의 감옥에서 글쓰기 : 한유주와 최제훈의 소설들/유인혁

    1 이야기의 끝, 혹은 끝없는 이야기 이집트의 영조(靈鳥) 피닉스는 수명이 다하면 헬리오폴리스에 있는 태양의 신전으로 날아가 스스로 불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타오르는 화염 속에서 피닉스는, 이윽고 새로운 생명을 얻어 다시 태어났다. 그래서 이 영조는 불사조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보르헤스는 불 속에서 파괴되며 재생하는 이 영원한 순환을 묘사한 적이 있다. ‘원형의 폐허들’의 주인공은 ‘불의 신전’에서 한 소년을 만들었다. 그는 꿈속에서 소년의 폐동맥과 심장, 뼈대, 눈꺼풀, 셀 수 없이 많은 머리카락 등을 눈으로 바라보는 것보다 생생하게 떠올렸다. 정교한 상상 속에서, 소년은 마침내 실체가 되어 현신했다. 그런데 이 창조자는 소년이 언젠가 자신이 환영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챌 것이라 걱정했다. 불의 신전에서 태어난 아이에게 비밀을 누설하는 것은 결국 불이 될 것이다. 환영은 불에 탈 리가 없으므로, 언젠가 소년은 불에 닿았을 때 자신의 비밀을 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러한 고민으로 천일 하고도 하루 동안 노심초사하다가 불타는 신전으로 뛰어들었다. 이 기나긴 고민을 끝내줄 죽음을 기다리면서. 그러나 불타는 폐허 안에서, 그는 자신이 불에 타지 않음을, 그러니까 자신도 누군가의 환영임을 깨닫게 되었다. 그렇다면 소년 또한 먼 훗날 환영을 만들 것이다. 이 과정은 영원히 반복 되리라…. 피닉스와 보르헤스의 환영은 모두 반복을 통해 영원을 성취한다. 그것은 끝없이 뻗어나가는 직선이 아니라, 영구히 되돌아오는 원환이다. 그러니까 끝이 무한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것은 새로운 시작이 펼쳐진다는 뜻이 아니다. 이 이야기의 진정한 메시지는 바로 반복이다. 끝에 도달했을 때, 모든 것이 되풀이되는 것이다. 끝과 무한(無限). 최근 소설쓰기 자체를 주제로 삼은 일련의 메타픽션 속에서 발견되는 문제는 참으로 이렇다. 한유주는 “내가 쓰고 싶었던 문장들은 모두, 오래전부터, 당신들에 의해 쓰였다. 나는 읽어본 적이 없는 문장들을 베끼고 또 베낀다”(한유주, ‘농담’, “나의 왼손은 왕, 오른손은 왕의 필경사”, 문학과지성사, 2012, 30쪽)고 말한다. 이때 새로운 글쓰기는 불가능한 것으로 제시된다. 대홍수가 인간의 문명을 송두리째 박살낸 ‘인력입니까, 척력입니까’의 세계에서, 창작의 가능성은 이 세상과 함께 종말에 이른 것으로 나타난다. 여기서 한유주는 끈질기게 자신이 토마스 베른하르트의 ‘희극입니까? 비극입니까?’를 베끼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때 한유주는 자기 글쓰기의 한 조건으로 ‘이야기의 끝’을 상정하고 있다. 이미 “이야기는 오래전에 모두 매진되” (한유주, ‘죽음의 푸가’, “달로”, 문학과지성사, 2006, 48쪽)어서 그 어떤 처녀작도 새로 쓰일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최제훈은 끝없는 이야기의 모델을 보여준다. 너무나 많은 것들이 “모두, 오래전부터, 당신들에 의해 쓰였다”는 사실은 오히려 충만한 자유를 제공한다. ‘괴물을 위한 변명’에서 “프랑켄슈타인”을, ‘퀴르발 남작의 성’에서는 흡혈귀 전설을, ‘셜록 홈스의 숨겨진 사건’에서는 셜록 홈스의 이야기를 솜씨 있게 패러디했던 그는 “일곱 개의 고양이 눈”에서 애거사 크리스티, 에도가와 란포, 오스카 와일드, 스티븐 킹, 로베르트 비네 등을 종횡무진 누빈다. 기성의 작품이 많으면 많을수록, 최제훈에게는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한유주에게 제약이었던 것이 그에게는 기회요, 즐거움이 되는 것이다. 최제훈은 바로 이러한 조건 아래서 “완성되는 순간 사라지고, 사라지는 순간 다시 시작되는 영원한 이야기” (최제훈, “일곱 개의 고양이 눈”, 자음과모음, 2011, 282쪽)를 상상했다. 2 플롯 없는 소설들 왜 차라리 ‘소설의 끝’이 아니라 ‘이야기의 끝’인가. 한유주와 최제훈의 소설에서 진실로 끝나버린 것은 바로 플롯이다. 바꿔 말해 시작과 끝을 유기적으로 형성하는 서사가 부재하고 있다. 한유주의 소설에서 내용이 짐작 가능한 이야기는 드물게 출현한다. 한유주의 소설은 대부분 그녀의 의식을 (불)투명하게 묘사하는 데 진력할 뿐이다. 무엇인가 사건이 일어났을 경우, 그 진위는 참으로 모호하다. ‘흑백사진사’에서 ‘아이’는 유괴당한 지 일주일 만에 목이 졸려 살해됐다. 그런데 한편으로 이 소설의 화자는 납치된 지 나흘 째 되는 날 풀려났고 중학생이 되어 사건을 회상하고 있다. 이 의도적인 교란은 화자의 모든 진술을 믿을 수 없는 것으로 만들고 있다. 이때 이야기는 진술들의 나열일 뿐이지 통일되고 연속적인 흐름을 형성하지 못한다. 심지어 한유주의 소설에는 이야기를 구성하는 단위로서의 사건(event)도 없다. 그녀의 소설에서는 사실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다. 한유주는 어떤 행위를 묘사하거나 진술한 다음, 곧바로 그것을 부정한다. 누군가 담배를 피웠는데 “연기는 나지” 않고 “재는 떨어지지”(한유주, ‘재의 수요일’, “얼음의 책”, 문학과지성사, 2009, 208쪽) 않는다는 식이다. 이러한 서술 방식은 소설 속의 내용이 사실 허구(虛構)라는 점을 계속해서 인식시킨다. 이것은 부정문이 거의 사용되지 않는 소설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를테면 ‘허구0’에서 한유주 본인으로 짐작되는 화자는 현재진행형 시제의 문장을 활용하여 자신의 생각, 행동, 계획들을 서술하고 있다. 그러나 ‘허구0’이라는 제목은 이 모든 진술들이, 그러니까 가장 투명하게 작가의 머릿속을 베껴낸 이 문장들이 모두 거짓이라고 암시한다. ‘불가능한 동화’ 역시 같은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부정문, 혹은 명명(命名)을 통해 이루어졌던 일들이 이제 소설의 형식 자체를 통해 실천된다. 이 소설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는데, 우선 앞에서는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소녀의 테러리즘을 다룬다. 이 소녀는 반 급우들의 일기에 “나도 죽여보고 싶다”, “바늘 끝은 뾰족하다”, “불은 뜨겁다” 따위의 문장들을 몰래 적어 넣었다. 선생님은 이 테러의 진의를 알 수 없다. 그는 아이들에게 성을 내지만, 이것이 왜 나쁜 행동인지는 좀처럼 설명할 수 없다. 이 교실에는 “없어진 것도, 사라진 것도 없”으므로. 그저 “의미도 불분명하고 출처도 없는 문장들이 있을 뿐”이므로(한유주, ‘불가능한 동화’, “문학과 사회” 2011년 겨울호, 165쪽) 이것은 타인의 문장에 가해진 목적이 불분명한 테러인 것이다. ‘불가능한 동화’는 이렇듯 모호한 폭력을 가한 소녀를 중심으로 미스터리와 서스펜스를 발아시킨다. 이름이 주어지지 않으므로 소녀의 정체는 미스터리이다. 그녀가 왜 그런 짓을 저질렀는지도 알 수 없다. 한편 소녀는 미아라는 급우가 자신의 범행을 알고 있을 것이라 의심하고 있다. 그래서 소녀는 미아를 살해하고 도망친다. 이제 우리는 미스터리의 해결(소녀는 누구인가)과 서스펜스의 지속(소녀는 잡힐 것인가)을 기대하게 된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다만 한유주는 어느 대학의 문예창작학과에서 글쓰기 강의를 하고 있는 한 여성을 조명하기 시작한다. 그녀는 수업 도중 강의실 뒤편에서 한 여자아이를 발견하고 크게 놀란다. 그 아이는 바로 ‘소녀’. 자기 소설의 주인공이었다. 아이는 마치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괴물처럼 자신의 창조주를 찾아온 것이다. 그리고 왜 자신을 끔찍한 모습으로 창조했는지 따져 묻는다. 이제 한유주는 앞선 이야기가 모두 허구였음을 고백하고, 허구란 대체 무엇인지 설명하기 시작한다. 여기서 한유주 소설의 시그니처와 같은 부정문은 형식의 차원으로 확장된다. 그녀는 말한 다음, 바로 부정한다. 미스터리와 서스펜스를 제시한 다음 그것은 사실 아무것도 아니었노라고 고백한다. 이것은 마치 만다라와 같은 작업이다. 형형색색의 모래를 뿌려 만들어지는 이 신성한 그림은, 완성과 동시에 물에 씻겨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한유주가 가지고 있는 언어에 대한 회의 때문에 생겨났다. 그녀는 언어가 현실을 재현할 수 있다는 믿음을 좀처럼 갖지 못한다. 이는 사전에 대한 불신 속에서 압축적으로 드러난다. ‘K에게’에서 사전은 “모두 다섯 권이었지만, 첫 번째 사전부터 마지막 사전까지 합친 두께가 손바닥 한 뼘을 넘지 않”는 “무성의한 생일 선물”에 불과하다. 그것은 “조야한 방식으로 선별된 하나의 작은 세계”를 펼쳐 놓고, “수수께끼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드러낼 뿐 아무런 해답도 내어놓지 않는”다. 그래서 한유주는 “백과사전이라는 이름은 틀린 것”이라고 진술한다(한유주, ‘K에게’, “얼음의 책”, 문학과 지성사, 2009, 72~73쪽). 사전이 결코 세계를 설명할 수 없는 것처럼 언어는 현실을 투명하게 재현할 수 없다. 플라톤이 말한 바와 같이 문학은 세계를 열등하게 모사한 것에 불과하므로, 우리는 문학에서 삶과 현실을 찾아서는 안 된다. 그래서 한유주는 자신의 글이 “아무것에도 봉사하지 않을 것이”(한유주, ‘허구0’, “얼음의 책”, 문학과 지성사, 2009, 19쪽)라고 선언한다. 언어는 그런 것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언어는, 소설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한유주의 해답은 바로 메타픽션이다. 글쓰기에 관한 글을 쓰는 것이다. 언어는 결코 현실을 적절히 재현할 수 없으므로 차라리 언어 자체를 재현하는 것이다. 그래서, 한유주에게 ‘이야기의 끝’이란 단순히 모든 이야기가 이미 쓰였다는 인식으로 요약되지 않는다. 그것은 이야기가 현실을 재현하고 있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었던 시대가 이미 오래전에 끝났음을 의미한다. 이때 이야기를 쓴다는 것은, 도대체 이야기를 쓸 수 있는지 의심하는 행위가 된다. 이러한 한유주 소설의 특징은 좀처럼 요약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우리는 ‘오이디푸스왕’을 오이디푸스에게 일어난 몇몇 사건들을 중심으로 요약할 수 있다. 라이오스왕의 죽음, 이오카스테와의 결혼, 모호하면서도 분명한 신탁…. 하지만 한유주의 소설을 같은 방식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수고롭게 그러한 작업을 한다고 해도 그녀 소설의 특징은 하나도 전해지지 않을 것이다. 이야기를 요약할 수 없다는 것은, 최제훈 소설의 특징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는 최제훈이 한유주처럼 사건을 부정하기 때문이 아니다. 반대로 최제훈의 소설에서 사건은 너무 많이 일어난다. 다만 그것들은 좀처럼 결말을 향해 회수되지 않는다. 최제훈의 “일곱 개의 고양이 눈”은 ‘장편소설’로 소개되고 있지만, 실은 ‘여섯번째 꿈’, ‘복수의 공식’, ‘π’, ‘일곱 개의 고양이 눈’ 네 편의 소설이 느슨하게 연결된 연작소설의 형식을 띠고 있다. ‘여섯번째 꿈’에 나오는 민규, 현숙, 세나, 연우, 영수, 태식 등의 인물들은 뒤의 세 작품 안에서 조금씩 설정과 역할을 달리하여 변주된다. 예를 들어 ‘여섯번째 꿈’의 연우와 ‘π’의 M은 동일인물로 보인다. 연우와 M은 모두 번역가인데, 자기가 번역을 맡은 소설에서 등장인물의 운명을 바꾼 일이 있다. 비중이 거의 없는 인물을 슬그머니 죽은 것으로 오역했던 것이다. 하지만 연우가 스페인어 번역가인 데 반하여 M은 일본어 소설을 번역한다. 그리고 두 사람은 완전히 다른 죽음을 맞는다. 연우가 눈이 오는 산장에 고립되어 수수께끼의 살인마에게 살해당했다면, M은 소설을 쓰다가 탈진해 쓰러졌다. “단 한 편의 완벽한 미스터리 소설”을 쓰려는 탐욕스러운 셰헤라자드에게 “안에서부터 파먹”혀 “거죽만 남”은 상태가 되었던 것이다(최제훈, “일곱 개의 고양이 눈”, 자음과모음, 2011, 258쪽). 한 편의 장편소설에서 인물이 복수(複數)의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은 아무래도 이상하다. 사실 그런 것은 불가능하다. 소설은 인간의 삶을 재현한 것이고 어떠한 인간도 두 번 죽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죽음은 삶의 의미를 확정하는 사건이다. 발터 벤야민은 다음과 같이 말하기도 했는데, “소설에 나타나는 인물들의 삶의 의미는 오로지 그들의 죽음에 의해서만 비로소 해명될 수 있다.”(발터 벤야민, 반성완 편역, ‘얘기꾼과 소설가’, “발터 벤야민의 문예이론”, 민음사, 1983, 185쪽). 많은 소설들이 등장인물의 죽음으로 끝난다는 것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적과 흑”은 줄리앙 소렐의 죽음으로 끝나며, “레미제라블”은 장 발장의 죽음으로 끝나고, “보바리 부인”은 엠마 보바리의 죽음으로 끝난다. 그들의 죽음이 삶과 소설의 의미를 확정짓는 것이다. 하지만 최제훈의 소설에서 인물들은 여러 겹의 삶을 살아가고, 복수의 죽음을 맞이한다. 그것은 삶이 아니라 차라리 연극이다. 예컨대 햄릿의 죽음은 연출가의 각색에 따라 매번 달라지지 않는가. 이러한 최제훈 소설의 특징은 그가 중심적으로 사용하는 기법에 의해 촉발되었다. 바로 패스티시다. 한유주 소설이 부정문의 특징을 형식적 차원에까지 확장한 결과라면, 최제훈은 패스티시의 가능성을 극단까지 활용하여 “일곱개의 고양이 눈”을 쓴다. 예를 들어 ‘여섯번째 꿈’은 애거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와 ‘쥐덫’, 그리고 에도가와 란포의 ‘붉은 방‘을 인용하고 있다. ‘여섯번째 꿈’에서 민규, 현숙, 세나, 연우, 영수, 태식 등은 연쇄 살인범의 세계를 탐구하는 ‘실버 해머’라는 인터넷 동호회의 회원들이다. 이들은 어느 겨울 ‘악마’라는 별명을 가진 회장의 초대장을 받고 산장에 모였다. 그런데 정작 ‘악마’는 나타나지 않고, 회원들은 폭설로 고립된 산장에서 하나씩 하나씩 살해당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들 안에 ‘악마’가 숨어 있다고 의심하기 시작한다. 애거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에서는 판사, 사업가, 의사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열 명의 사람이 외딴섬에 모인다. 그들은 어느 사업가에게 초대 받았다. 그런데 ‘여섯번째 꿈’과 마찬가지로 초대장의 주인은 섬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 사람들은 ‘열 개의 인디언 인형’의 노랫말에 맞추어 한 명씩 살해당하기 시작한다. 한편 ‘쥐덫’에서도 사람들은 밀실에 갇혀 있다. 이들은 ‘여섯번째 꿈’과 마찬가지로 폭설이 내리는 산장에 고립된 것이다. 그리고 에도가와 란포의 ‘붉은 방’에서 ‘붉은 방 클럽’은 ‘실버 해머’처럼 극단적이고 파격적인 취미에 빠진 사람들의 모임이다. 이때 ‘여섯번째 꿈’은 애거사 크리스티와 에도가와 란포의 소설을 인용하고, 수정하는 가운데 쓰였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러니까 ‘여섯번째 꿈’은, 그리고 “일곱 개의 고양이 눈”은 인간의 삶이 아니라 다른 소설을 재현하는 글쓰기이다. 소설의 인물이 두 개의 죽음을 경험하는 이유는, 그들이 각각 다른 이야기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제훈의 소설에는 이야기만 있을 뿐 그 이야기가 재현하는 인간의 삶이 없다. 그런 것은 도무지 중요하지가 않다. 이야기가 인간을 설명하기 위해 선택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하기 위해 인물들이 선택되는 것이다. 이때 소설에서 인간적 삶의 내용은 사라지고 주인공은 그저 한 기능으로 퇴락한다. 그러니까 “돈키호테”에서 이 우스꽝스러운 기사는 다만 “무관한 일화와 에피소드의 모음으로 떨어져 버릴지도 모르는 것에 통일을 주기 위해”(프레드릭 제임슨, 윤지관 옮김, “언어의 감옥”, 까치, 1977, 61쪽) 고안되었다는 식이 된다. 소설은 한 인간의 삶을 재현한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이야기 재료들의 짜깁기가 되는 것이다. 3 전문가로서의 작가 그래서 패스티시의 소설은 반인간적이다. 소설 속의 인간에게 고유한 삶을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패스티시는 소설 바깥의 인간에게서도 존엄성을 빼앗는다. 그러니까 소설을 쓰고 있는 작가에게서 창조주의 권위를 앗아간다. ‘π’에서 M은 “단 한 편의 완벽한 미스터리 소설”을 쓰려고 한다. 그런데 그의 직업은 소설가가 아니라 번역가이다. 즉, 그는 타인의 언어를 거쳐야 비로소 무엇인가를 쓸 수 있는 존재이다. 이는 M이 결코 글쓰기의 주체가 아니라는 점을 암시한다. M은 어느 날 아름다운 여인을 만났다. 그녀는 밤마다 M에게 으스스한 이야기를 속삭인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M이 쓰고 있는 “단 한 편의 완벽한 미스터리 소설”이 된다. 그러니까 그녀는 M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셰헤라자드이자, M의 영감의 원천이 되는 뮤즈이기도 하다. 그런데 셰헤라자드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소설이 되기 위해서, M은 반드시 죽어야 한다. 이는 맵시벌의 다큐멘터리에서 우의적인 방식으로 설명된다. 맵시벌은 거미의 몸에 알을 깐다. 세월이 흘러 다 자란 “유충은 쓸모없어진 거미의 몸을 뚫고 밖으로” 나간다. 하나의 생명이 태어나기 위해 숙주의 목숨이 희생당하는 것이다. 그런데 M은 “맵시벌 다큐멘터리를 전에도 본 것 같았다”(최제훈, “일곱 개의 고양이 눈”, 자음과모음, 2011, 244쪽). 채널을 돌려도 화면에는 계속 맵시벌만 나타났다. 여기서 M은 사실 환상적인 방식으로 자신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다. 그의 배역은 다름 아닌 거미인데, 이야기가 완성되자 “안에서부터 파먹”혀 “거죽만 남”은 상태가 되었던 것이다. M의 운명은 롤랑 바르트가 ‘저자의 죽음’이라고 지칭했던 현상에 대한 알레고리이다. 바르트가 주장한 바, 근대적 글쓰기는 “수많은 문화의 온상에서 온 인용들의 짜임”(롤랑 바르트, ‘저자의 죽음’, “텍스트의 즐거움”, 동문선, 1997, 32쪽)이다. 이때 작가는 작품의 유일하고도 온전한 ‘아버지’가 아니다. 그는 마치 신이 인간을 창조하듯이 소설을 쓰지 않는다. 그는 다만 다른 소설을 베끼는 필경사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저자의 죽음은 단지 M의 운명을 통해 우의적으로 표현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 문학론은 실제 ‘π’의, 그리고 “일곱 개의 고양이 눈”의 작법(作法)을 통해 실현된다. ‘π’는 그 자체로 “인용들의 짜임”이다. 우선 우리는 “천일야화‘의 이야기꾼인 셰헤라자드의 흔적을 본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독일 표현주의 영화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의 영향을 감지하게 된다. ‘π’의 액자 속 주인공 하루는 어느 터널에 49일이나 갇혀 있었고, 결국 미쳐버렸다. 그는 이제 정신병원에 있다. 그리고 정신병원의 의사, 간호사, 동료 환자들을 상상 속에서 변형시키며 계속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이미 오래전에 로베르토 비네가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에서 한 것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 프란시스는 박람회에서 칼리가리 박사의 상자를 보게 된다. 그 상자에는 체사레라는 몽유병 환자가 누워 있다. 체사레는 프란시스의 약혼녀인 제인의 죽음을 예언하는데, 칼리가리 박사는 이 예언을 실현시키기 위해 제인을 살해하려는 음모를 꾸민다…. 이상의 이야기는 매우 기이하다. 비현실적이며 악몽을 닮아 있다. 사실 이 이야기는 정신병원에 수감된 프란시스가 들려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칼리가리 박사는 정신병원의 원장이며, 체사레는 병원의 직원이다. 제인은 프란시스와 마찬가지로 정신병을 앓는 환자였다. 프란시스는 자신의 망상 속에서 이들 인물을 변주하여 이야기를 자아내고 있었던 것이다. 허구와 현실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이러한 아이디어는 이미 대중문화 안에서 여러 번 변주된 바 있다. 최근에는 리들리 스콧의 ‘토탈 리콜’(1990)이나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의 ‘오픈 유어 아이즈’(1997), 데이비드 린치의 ‘멀홀랜드 드라이브’(2001), 마틴 스코세이지의 ‘셔터 아일랜드’(2010)에서 활용되었다. 요컨대 이미 널리 알려진 수법이라는 뜻이다. 그런 만큼 최제훈은 자신의 아이디어가 독창적이지 않다는 것을 넌지시 인정하고 있다고 하겠다. 그렇다면 “단 한 편의 완벽한 미스터리 소설”을 쓰는 데 있어서 작가의 역할은 사실 보잘 것 없는 것이다. 작가는 이제 독창적인 트릭을 고안하지 않는다. 오히려 타인의 트릭에 의존한다. 다만 그 트릭을 끊임없이 변주한다.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을,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붉은 방’을…. 이때 최제훈은 “일곱 개의 고양이 눈”의 창조자라 할 수는 없다. 그는 저자가 아니다. 자기 작품의 “유일하고 동일한 목소리”(롤랑 바르트, ‘저자의 죽음’, “텍스트의 즐거움”, 동문선, 1997, 28쪽)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타인의 언어와 아이디어를 활용하고 있으므로 자기 작품에 대해 독점적인 권리를 주장할 수 없을 것이다. 마치 돈키호테가 서로 다른 우스꽝스러운 사건에 통일을 부여하는 기능인 것처럼 그는 서로 다른 이야기의 묶음에 통일을 부여하는 기능이다. 이제 소설의 인물과 작가는 모두 하나의 기능에 지나지 않게 되었다. 그렇다면 최제훈은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아마 창조는 아닐 것이다. 다른 사람의 피조물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노동일까? 그는 문화산업의 많은 ‘크리에이터’(creator)들이 하고 있는 그런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러니까 ‘불가사리’(1962)가 ‘고질라’(1956)를 참조하고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1968)이 ‘지상 최후의 사나이’(1964)를 차용하는 것과 비슷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는 다만 진귀한 구경거리(spectacle)를 생산하고 있는 것인가? 반쯤은 옳다. 그는 창조하기보다 생산한다. 그것은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부품을 조립하여 완제품을 만드는 과정에 비유할만한 것이다. 아마 “안에서부터 파먹”혀 “거죽만 남”아버린 M의 모습은 초과노동에 시달리는 어느 현대 노동자의 비유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는 좀처럼 잠을 자지 못하지 않는가. 하지만 최제훈은 뒤샹이 예술가인 만큼은 예술가이다. 레디메이드를 활용하더라도 그것을 조합하는 방식은 자유에 맡겨진다. 아무리 풍부한 재료가 주어진다고 하더라도 아무나 그것에 형식을 부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까 뉴욕의 어느 배관공이 ‘샘’을 만들어낼 가능성은 정말이지 없다. 뒤샹 스스로 인정했듯이, “당신의 가능성은 나의 가능성과 같지 않은 것이다”(“Your chance is not the same as my chance.” (Calvin Tomkins, The Bride and the Bachelors: Five Masters of the Avant-Garde, Penguin, 1968, p.33)). 여기서 우리가 만나게 되는 것은 전문가(specialist)로서의 작가이다. 무엇인가 짜깁기를 하기 위해서는, 그 재료를 많이 구비해 두어야 한다. 그러니까 이야기의 재료가 많으면 많을수록 짜깁기의 예술은 풍성해질 수 있다. 이것은 규칙을 잘 알고 있는 사람만이 참가할 수 있는 게임이다. 그래서 최제훈은 자신의 생산물로부터 완전히 소외된 노동자로 볼 수 없다. 자기가 조작하는 이야기의 관습을 썩 훌륭하게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유주는 이러한 점을 좀처럼 편하게 받아들일 수 없는 것 같다. 한유주는 ‘저자의 죽음’을 자신에게 주어진 문학적 조건으로 뼈아프게 인식하고 있다. 이미 “문장들은 모두, 오래전부터, 당신들에 의해 쓰였”기 때문에 심지어 미리 “읽어본 적이 없는 문장”들을 적을 때도 그것은 베끼기에 지나지 않는다. 한유주는 “모든 사물들은, 혹은 모든 사물화 된 문장들은, 일종의 자연사 박물관에 귀속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인식에 따르면 도서관의 어느 서가에 진열된 책들은 모두 일종의 “전시된 죽음들”이며, “검은 플라스틱판에, 흰 글씨로 이름을” 새겨 넣은 명패가 달린 박제이다(한유주, ‘자연사 박물관’, “나의 왼손은 왕, 오른손은 왕의 필경사”, 문학과지성사, 2012, 87쪽). 한유주는 이러한 조건을 순순히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우리는 그녀가 누구를 참조하고 있는지, 도대체 누구를 ‘베끼고’ 있는지 알아채기 어렵다. 물론 불가능하지는 않다. 예컨대 ‘허구0’이라는 제목은 “픽션들”이라고 하는 보르헤스의 단편집 표제를, 그리고 “얼음의 책”이라고 하는 표제는 ‘모래의 책’이라고 하는 보르헤스 단편의 제목을 떠올리게 만든다. 허구의 영점(零點)과 허구의 복수형은 분명한 대비를 형성한다. 거기에 만들어지자마자 모두 녹아 사라지는 얼음의 책과, 영원히 모래처럼 변화하며 두 번 다시 같은 페이지를 펼칠 수 없는 모래의 책은 모두 의미가 고정되지 않거나, 아예 사라지는 책을 상징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엄밀히 말해 추측에 지나지 않으며, 그녀는 주의 깊게도 단서를 남겨놓지 않았다. 이것은 한유주 스스로 어떤 작품을 베끼고 있다고 주장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한유주는 ‘자연사 박물관’, ‘인력입니까, 척력입니까’, ‘인력이거나, 척력이거나’ 세 편의 작품을 통해 토마스 베른하르트의 ‘희극입니까? 비극입니까?’를 베끼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상의 작품들에서 발견되는 것은 오히려 ‘희극입니까? 비극입니까?’와 달라지려 하는 한유주의 부단한 노력이다. 토마스 베른하르트의 ‘희극입니까? 비극입니까?’는 연극에 대해 논문을 쓰려는 한 사내가 어느 광인을 만난다는 이야기이다. 이 광인은 자신이 22년 전에 살해한 여성의 옷과 구두를 몸에 걸치고 있다. 한유주는 ‘자연사 박물관’에서 이 짤막한 이야기의 틈을 헤집고 억지로 자신의 언어를 밀어 넣는다. 한유주는 이 사내와 광인을 각각 트리스탄과 햄릿이라 명명하고, 그들의 조우에 복잡한 운명을 부여한다. 그런데 아마 한유주가 토마스 베른하르트라는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면, 아주 소수의 사람들만이 ‘희극입니까? 비극입니까?’의 흔적을 알아챘을 것이다. 이 두 소설의 공통점이란 시간을 물어보는 행위, 다리 위에서의 대화 등 몇몇 지점에서 눈치채기 어려운 방식으로만 나타난다. 아무리 주의 깊은 독자라도 이 정도의 단서로 토마스 베른하르트의 그림자를 발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인력입니까, 척력입니까’에서 토마스 베른하르트의 흔적을 알아채는 것은 훨씬 어려워진다. 주인공 하령은 대재앙이 닥쳐 대륙의 절반이 물에 잠기고, 인구의 절반이 죽어버린 세계에서 소설을 쓰고 있다. 그녀는 ‘희극입니까? 비극입니까?’를 베껴서 ‘인력입니까, 척력입니까’를 쓰려 한다. 하지만 그녀가 베끼려고 하는 소설은 책장에 없거나, 아니면 물에 젖어 글씨를 알아볼 수가 없다. 무엇인가 베끼는 것이 도무지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한유주, ‘인력입니까, 척력입니까’, “나의 왼손은 왕, 오른손은 왕의 필경사”, 문학과지성사, 2012, 189쪽). 하령은 무엇인가 참조할 때마다 “내가 기억하고 있던 결말과는 다른” 페이지들을 마주하게 된다(한유주, ‘인력입니까, 척력입니까’, “나의 왼손은 왕, 오른손은 왕의 필경사”, 문학과지성사, 2012, 203쪽). 그래서 하령의 베끼기는 계속해서 원작과 달라진다. 이것은 굉장히 수고로운 작업이다. 그녀는 끊임없이 이야기와 언어의 관습들을 익혀야 한다. 이미 모든 이야기들은 다른 사람에 의해 기록되었으므로, 잠깐의 방심은 ‘베끼기’로 이어질 것이다. 이것은 표절 시비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모든 멜로디를 검토하는 작곡가나, 신기술을 개발하기 전에 기존의 특허를 검토하는 기술자의 태도에 비견할 만한 것이다. 하지만 한유주는 이러한 자신의 노력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한유주는 담담하게 토로하고 있는데, “언어는 진화하지 않고, 문학은 진보하지 않”는다. 그저 베끼는 와중에 조금씩 변화할 뿐이다. 그것은 진화의 개념이 사라진 돌연변이와 같다. 대재앙 이후의 세계에서 호랑이는 아가미를 발달시켰다. 물에 잠긴 세계에 적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도 이것이 “진화인가 퇴화인가” 말할 수 없다(한유주, ‘인력입니까, 척력입니까’, “나의 왼손은 왕, 오른손은 왕의 필경사”, 문학과지성사, 2012, 201쪽). 한유주의 소설 역시 ‘자연사 박물관’에 박제된 모습과는 다른 형태로 제시된다. 그녀의 ‘베끼기’가 박제를 변형시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작업이 문학을 ‘진보’시키는 것은 아니다. 그녀는 자신의 노력이 다만 돌연변이 하나를 만들어 내는 것에서 그친다고 말한다. 여기서 우리는 ‘끝’으로 되돌아오게 된다. ‘인력입니까, 척력입니까’의 세계에서 새로운 글쓰기의 가능성은 인류와 함께 절멸했다. 이 ‘끝’에서 문학은, 그리고 글쓰기는 과거의 박제에서 벗어날 가능성을 찾아 헤맨다. 하지만 그런 것은 불가능하다. 이미 창조의 엿새는 오래전에 지나가 버렸으므로. 4 언어의 감옥에서 글쓰기 ‘이야기의 끝’이거나 ‘끝없는 이야기’이거나, 우리가 궁극적으로 마주하게 되는 것은 ‘새로움’의 쇠퇴이다. 이제 작가는 매우 제한적인 방식으로 무엇인가를 만든다. 그는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없으며, 다만 기왕의 설계도를 다소 변형시키는 선에서 만족해야 한다. 흥미로운 것은 한유주와 최제훈의 작품이 새롭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자신이 타자의 언어를 베끼고 있음을 드러내지만, 그들의 작품은 전에 없이 독특하다. 우리는 아무렇게나 펼친 페이지에서도 한유주의 문체를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그녀가 부정문을 사용하는 방식은 참으로 고유한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최제훈은 기성의 관습들을 짜깁기하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결과물은 마치 괴물처럼 낯설다. 이것은 개인의 창조성을 부정하는 포스트모더니즘 예술가들이 역설적인 방식으로 창조적이라는 아이러니와 무관하지 않다. 존 케이지는 문자 그대로 아무런 일도 하지 않음으로써 ‘4분33초’를 만들었으며, 앤디 워홀은 대중문화 속의 이미지를 조합해 자신의 작품을 만들었다. 여기서 예술가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거나, 적어도 새로운 것은 하나도 만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의 작업은 파천황의 것이며 예술의 경계를 도전적으로 확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새로움은 공허한 것이다. 마치 ‘4분33초’처럼 덧없는 것이다. 그것은 분명 예술의 경계를 허문다. 하지만 그 다음은? ‘4분33초’는 결코 녹음되거나 재연(再演)될 수 없다. 내용이 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것 이외에는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의미라 부를 수 있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은 앤디 워홀의 작업 역시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워홀의 유명한 병뚜껑, 혹은 메릴린 먼로의 이미지를 바라보며 이것이 어째서 예술인지 질문하고, 대체 예술이란 무엇인지 고민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바깥으로는 한 발자국도 더 나아갈 수 없다. 이 새로움은 우리에게 아무런 말도 걸지 않는다. 프레드릭 제임슨은 포스트모더니즘 예술의 공허함을 다음과 같이 간파했다. “앤디 워홀의 ‘다이아몬드 가루 신발’은 반 고흐의 신발이 가진 직접성을 전적으로 결여한 채 우리에게 말을 건다. 정말이지 나는 그것이 우리에게 실제로 어떤 말도 걸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을 정도다.”(프레드릭 제임슨, 강내희 옮김, ‘포스트모더니즘 ― 후기자본주의 문화논리’, 정정호·강내희 편, “포스트모더니즘론”, 문화과학사, 1989, 150쪽) 한유주와 최제훈의 소설은 분명 새롭다. 그들은 우리에게 소설이란 무엇인지, 소설쓰기란 무엇인지 질문한다. 하지만 그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소설은 “아무것에도 봉사하지 않”으며 어디에도 “사용되지 않”(한유주, ‘허구0’, “얼음의 책”, 문학과지성사, 2009, 19쪽)기 때문이다. 이때 한유주와 최제훈의 소설은 모든 책무로부터 자유롭지만, 동시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용한 형식이 된다. 즉, 자족적인 동시에 자기폐쇄적인 형식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한유주와 최제훈 소설의 공간들이 감옥을 닮았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자연사 박물관은 모든 생명들이 박제되어 진열된 공간이며, ‘인력입니까, 척력입니까’에서 사람들은 온통 물에 잠겨버린 건물에서 고립되어 살아간다. ‘불가능한 동화’에서 선생님은 마치 취조실의 형사처럼 아이들을 겁주고 추궁한다. 최제훈을 살펴보면, M은 맵시벌의 둥지에 갇혔고, 하루는 동굴 속에 갇혔으며, 영수는 산장 안에 갇혔다. ‘일곱 개의 고양이 눈’에서 액자 속의 미미는 스토커에게 납치당해 갇혔고, 액자 바깥의 ‘나’는 망막박리에 걸려 눈이 먼 채 병실에 갇혔다. 모두가 갇혀 있다. 한유주와 최제훈의 소설은 메타픽션이며, 이들은 모두 알레고리 속의 인물이다. 이들을 가두고 있는 감옥은 사실 상징적인 방식으로 글쓰기 자체를 가두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러니까 이것은 바로 언어의 감옥이다. 한유주와 최제훈의 글쓰기가 언어의 감옥에 갇혀 있다고 말하는 이유는, 그들이 단지 타인의 언어를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니다. 마치 모든 발화가 랑그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것처럼, 소설 역시 글쓰기의 관습이나 전통 바깥으로 벗어날 수 없다. 모든 사람은 타인을 흉내 내며 말을 배운다. 소설이 그러지 않으리란 법이 어디에 있는가. 언어의 감옥에 갇혀 있다는 것은, 소설이 아무런 일도 할 수 없는 폐쇄적인 형식이 된다는 뜻이다. 이때 언어는 자기를 가리키는 것 이외에는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다. 그것은 영원한 동어반복과 다름없다. 하지만 글을 쓴다는 것은 어떤 목적을 위해 말을 사용하는 것이며, 작가란 발언을 하는 사람(parleur)이다. 우리는 무엇인가 요구하기 위해, 혹은 불만을 토로하기 위해, 심지어 선전포고를 하기 위해 글을 쓴다(장 폴 사르트르, 정명환 옮김, ‘쓴다는 것은 무엇인가’, “문학이란 무엇인가”, 민음사, 1998, 27쪽). 그러니까 글을 쓴다는 것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세계를 향해 말하는 행위인 것이다. 그러나 소설의 책무가 다만 다른 소설에 관하여 말하는 것이 되었을 때, 글쓰기는 베끼기가 된다. 이때 독서란 소설 안에 존재하는 다른 소설의 흔적을 찾는 놀이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말이라는 것을 그렇게 높이 평가할 수 없다!”(요한 볼프강 폰 괴테, 김수용 옮김, “파우스트” 1부, 책세상, 2006, 78쪽). 오직 언어로 이루어진 곳을 헤매는 것이 독서라면, 그것은 언어로 이루어진 테마파크를 유람하는 행위와 다름없다. 그렇다면 언어의 감옥에서 글을 쓰는 사람은 얼마나 지나야 그곳이 감옥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까. 그러니까 “폐쇄된 미로에 갇힌 사람은, 얼마나 헤매야 그 미로가 폐쇄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될까?”(최제훈, “일곱 개의 고양이 눈”, 자음과모음, 2011, 179쪽). 그리고 다음에는 무엇을 할 것인가. 파우스트는 평생에 걸쳐 “철학도, 법학도, 의학도, 게다가 신학까지 열성을 다하여 연구”한 끝에 “아무것도 알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탄식했다. 그가 마술의 세계에 몸을 맡기기로 결심했던 것은, 정통한 지식들이 세계에 대해 조금도 알려주지 않는 “부질없는 말”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요한 볼프강 폰 괴테, 김수용 옮김, “파우스트” 1부, 책세상, 2006, 31~33쪽). 그가 악마와 계약하여 처녀를 희롱하고, 신화 속의 전쟁에 뛰어들고, 바다를 메우는 개간사업을 시작했던 것은 ‘태초에 말이 있었다’는 세계관을 거부하고 ‘태초에 행동이 있었다’고 선언한 후였다. 가장 열심히 말의 세계를 믿었던 자가, 행동의 세계로 뛰어들었던 것이다. 아마 파우스트와 같은 모험이 필요할 것이다. 파우스트가 자신의 서재를 벗어나 시공을 뒤집는 모험에 나섰던 것처럼, 한유주와 최제훈도 이야기의 끝, 혹은 끝없는 이야기라는 감옥을 벗어날 필요가 있다. 이때 소설 역시 감옥에서 벗어나 자신의 존엄을 되찾을 것이다. ■당선소감 책은 끝없는 미로… 내 모든 단어 빚지고 있어 아직 더 읽어야 할 책이 너무 많은데 덜컥 당선이 되어버렸다. 이제는 더듬더듬 잘 모르는 길을 걸어가야 한다. 문득 어지럽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이 길은 앞이 명확했던 적이 없었다. 책을 한 권 읽으면, 세상은 그만큼 분명해지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두 권의 책을 숙제로 남겼다. 그러니까 이 길은 목적지가 분명한 대로가 아니라, 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들이 있는 미로이다. 이 미로를 열심히 헤매고 싶다. 고마운 사람이 너무 많다. 사실 나는 그들이 전해준 것을 비로소 적었을 뿐이다. 나는 모든 단어들을 빚지고 있다. 그래서 당선의 영광을 돌리고 싶다는 말은 단순히 수사가 아니다. 우선 나는 박광현 선생님에게 글쓰기의 모든 것을 배웠다. 내가 지키고 있는 규칙들은 전부 선생님에게 받은 것이다. 황종연 선생님은 소설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보여주셨다. 한만수 선생님은 어떻게 학문이 정의로워질 수 있는지 알려주셨다. 그리고 김춘식 선생님께는 글쓰기의 즐거움을 배웠다. 더불어 오랫동안 함께 공부한 ‘책읽기의 즐거움’의 멤버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허병식 선생님, 복도훈 선생님, 서희원 선생님, 조형래 선배, 김민선, 박진솔, 임세화, 전호성, 한정현, 홍덕구 등 모두들 내게 큰 도움을 주었다. 나는 이들에게 동의하거나, 혹은 반박하면서 비로소 글쓰기를 시작할 수 있었다. 또한 내 글을 가장 먼저, 그리고 아마도 가장 즐겁게 읽어준 경연에게 감사한다. 너에게는 늘 고마운 마음뿐이다. 고집 센 아들의 선택을 지금까지 지지해주신 부모님께는 가장 큰 감사를 올린다. 마지막으로 많이 부족한 글에서 가능성을 보아주신 두 심사위원 선생님께 고개 숙여 인사드리고 싶다. ●약력 ▲1983년생 ▲ 2002년 동국대 국문과 입학 ▲동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심사평 균형적 함의 도출 … 평론가로서의 앞날 기대 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부문에 응모한 작품은 모두 17편이었다. 심사위원 두 사람은 이들 작품을 통독하고 그 가운데 최종 논의 대상으로 4편을 선정하였다. 그리고 다시 이를 정독한 후 장시간의 논의를 거쳐 당선작을 확정하였다. 심사기준으로는 응모 평론이 기본적으로 작품의 가치를 잘 부각시키고 이를 논리적으로 해명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는가에 두었으며, 글의 전체적인 통일성과 비평적 견식을 담보할 수 있는 문장력도 면밀히 살펴보았다. 대체로 올해의 평론 응모작은 예년과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었으며, 그 성향에 있어서도 여전히 세부적 탐색과 분석에 치중하고 동시대 사회 속에서 해당 작품이 가진 의미를 구명하는 데는 소홀한 측면이 없지 않았다. 평론이 단순하게 한 작품의 성과를 평가하고 판단하는 데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 작품을 배태하고 산출한 환경과 문학사적 친연성 등을 두루 고찰하고 있을 때 객관적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할 터이다. 마지막까지 논의의 대상이 된 4편의 평론 가운데 이은이의 ‘희미해져가는 인간다움에 대하여’는 유연한 상상력과 감각적인 문장이 뛰어났다. 하지만 보다 정치한 시각과 정론적 방식으로 대상 작품에 접근하는 것이 필요해 보였다. 정영의 ‘비린내, 혼종의 정체성에 저항하는 존재성’은 후각적 관점을 중심으로 작품을 규정하는 독창성이 참신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 독창적 사유가 총괄적 해석력을 확보하는 데 미흡했고 비린내와 혼종성의 상관관계도, 좀 더 명료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이만영의 ‘유령의 서사, 열림의 정치’는 시종일관 무난하고 균형성 있는 관점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분석 대상이 된 두 작품의 저변을 보다 치열하게 드러내고 그 상관성에 대해서도 입체적 조명이 있었으면 하는 후감이 있었다. 당선작이 된 ‘언어의 감옥에서 글쓰기’는 한유주와 최제훈의 소설이 가진 문학적 함의를 비교적 정확하고 균형성 있게 도출하고 있으며, 이를 뒷받침하는 이론적 근거에 있어서도 폭넓은 공부를 짐작할 수 있었다. 이는 또한 평론가로서의 앞날에 대한 기대를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당선자에게는 축하를, 그리고 간발의 차이로 낙선한 분들께는 따뜻한 위로와 함께 다음 기회의 분발을 바라마지 않는다.
  • [이은주 기자의 컬처K] OST는 아무나 부르나

    허각과 백아연의 공통점은? 물론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이다. 그런데 이들은 드라마 OST를 통해 아마추어의 이미지를 벗고 비로소 프로 가수로서 인정받기 시작했다. 허각은 지난해 인기 드라마 ‘최고의 사랑’에서 ‘그대 핸드폰이 난 부럽습니다’라는 원태연 시인의 가사가 인상적인 ‘나를 잊지 말아요’로 인기를 끌었다. 백아연은 방영 중인 SBS 주말 드라마 ‘청담동 앨리스’의 주제곡 ‘키다리 아저씨’에서 특유의 청아한 목소리를 뽐내며 각종 음원 차트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때문에 과거 ‘얼굴없는 가수’들의 전유물이었던 OST는 요즘 가수들의 ‘전략 시장’으로 꼽힌다. 가창료가 많지는 않지만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고도 공백기를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드라마가 히트하면 짭짤한 음원 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 한동안 OST 시장은 이승철과 백지영 등 몇몇 인기 가수들이 독점해왔다. 드라마 ‘불새’의 테마곡 ‘인연’은 이승철의 콘서트에서 빠지지 않는 히트곡이 됐고 ‘제빵왕 김탁구’의 OST ‘그 사람’도 대히트를 쳤다. 이승철은 “어느날 계좌로 수십억원이 들어와 깜짝 놀랐는데 중국에서 ‘제빵왕 김탁구’가 큰 인기를 끌면서 발생한 OST 음원 수익이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이리스’의 주제곡 ‘잊지 말아요’로 ‘대박’을 친 백지영도 빼놓을 수 없다. 그녀는 ‘시크릿 가든’의 ‘그 여자’까지 히트를 기록하면서 ‘OST의 여왕’으로 등극하며 50억원 가까운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는 ‘해를 품은 달’의 주제곡 ‘시간을 거슬러’를 부른 린과 ‘신사의 품격’의 주제곡 ‘하이하이’를 부른 김태우는 OST계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요즘 인기 드라마의 경우 주연 배우들이 OST를 직접 부르는 경우도 많아졌다. 배우들의 노래를 듣고 싶어하는 팬서비스의 일환이기도 하지만 부가 수익을 창출하거나 향후 국내외 팬미팅 행사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시크릿 가든’에서 현빈이 부른 ‘그 남자’가 인기를 끈 뒤로 ‘해를 품은 달’의 김수현, ‘패션왕’의 이제훈, ‘빅’의 공유,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의 송중기 등 인기 스타들은 빠짐없이 OST 작업에 참여했다. 올해 화제를 모은 tvN의 인기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의 남녀 주인공을 맡은 정은지와 서인국이 함께 부른 ‘올 포 유’는 하반기 음원 차트에서 맹위를 떨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요즘 ‘OST 시장’은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OST 제작사들은 미니 앨범을 쪼개 발표하며 많은 가수들을 참여시키고 있다. 특히 아이돌 가수들은 가창력을 인정받을 수 있어 참여를 선호한다. 하지만 기성 가수들에게 OST가 반드시 장점으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잦은 노출로 식상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상영 중인 영화 ‘반창꼬’의 주제곡을 부른 4인조 보컬 그룹 노을 멤버들은 “OST 의뢰가 자주 들어오는 편인데 기존의 저희 색깔의 발라드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비슷한 음악을 남발한다는 생각이 들어 거절한 경우가 많았다.”면서 “OST는 배경 음악으로 한계가 있어 시나리오와 출연 배우들을 꼼꼼히 따져본 뒤 우리 음악이 어울릴 만한 작품만 골라 참여한다.”고 말했다. erin@seoul.co.kr
  • ‘기프트 카드깡’ 리베이트 동아제약 임직원 4명 영장

    정부 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전담수사반(반장 고흥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은 26일 의약품 구매 대가로 병·의원 관계자들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한 동아제약 임원과 직원, 거래 에이전시 대표 등 4명에 대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들은 자사 의약품을 처방해 주는 대가로 병·의원 등에 수십억원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국내 1위 제약업체인 동아제약은 법인카드로 기프트 카드를 대량 구매한 뒤 현금으로 바꾸거나 기프트 카드 자체를 리베이트로 제공하는 ‘기프트 카드깡’ 수법을 통해 리베이트 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신문 11월 21일자 1면> 동아제약은 기프트 카드깡으로 조성된 리베이트 자금을 마케팅·관광업체 등으로 위장한 ‘거래 에이전시’를 통해 병·의원에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합수반은 동아제약이 병·의원 관계자들에게 90억원대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를 포착, 지난 10월 10일 동아제약 본사와 지난 1일 경기와 경북의 지점 3곳을 압수수색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5개 키워드로 본 2012 영화계

    5개 키워드로 본 2012 영화계

    2012년은 한국 영화계가 양적·질적으로 성장한 한 해였다. 장르와 내용이 다양화되면서 한국 영화에 대한 신뢰가 쌓였고 이는 두 편의 1000만 관객 영화와 연간 관객 1억명을 돌파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또한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가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면서 세계적으로 한국 영화의 위상을 드높였다. 하지만 상업 영화의 빛나는 성공 속에 저예산 영화가 여전히 외면당하는 현실의 그림자도 짙어졌다. 올해 영화계를 5가지 키워드로 정리해 봤다. ■1000만 관객 올해 영화계의 가장 큰 이슈는 1000만 영화다. 2009년 ‘해운대’ 이후 한동안 명맥이 끊겼던 1000만 영화는 올해 두 편이나 탄생했다. 기현상처럼 보였다. 바로 한여름 극장가에서 독주한 ‘도둑들’과 비수기 개봉의 공식을 깨고 흥행에 성공한 ‘광해, 왕이 된 남자’다. 영화계에서 1000만 관객은 영화의 완성도뿐만 아니라 사회적 분위기 등 외적 요인이 작용해야 한다는 속설로 볼 때, 폭염 특수를 등에 업은 ‘도둑들’이나 대선 이슈와 맞물린 ‘광해, 왕이 된 남자’는 공통점이 있다. 영화계는 1000만 영화 두 편이 결코 우연한 결과가 아니라고 말한다. 올해 상반기 ‘댄싱퀸’, ‘건축학개론’, ‘내 아내의 모든 것’ 등 400만이 넘는 ‘중박’ 영화가 꾸준히 나왔다. 한국 영화에 대한 만족도와 신뢰가 높아졌고 지속적인 관심이 두 편의 1000만 영화를 나오게 한 원동력이 됐다는 것이다. 또한, 한동안 침체기를 보내며 절치부심했던 영화계가 2~3년 전부터 거품을 빼고 좋은 기획과 질 좋은 콘텐츠 생산에 집중한 결과가 올해 나타났다는 분석도 있다. 박루시아 CJ엔터테인먼트 과장은 “2005~06년 한국 영화가 호황을 보이면서 대기업들의 투자가 늘고 양적인 팽창을 했지만 2007년부터 수준 미달의 영화들도 개봉하는 등 버블 현상과 함께 침체기를 겪었다.”면서 “이후 영화계가 2~3년간 불황기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기획과 투자에 신중했고, 2000년대 후반 영화계에 투입된 좋은 인력들이 본격적으로 활약하면서 한국영화의 르네상스를 열었다.”고 말했다. ■감독 세대 교체 올해 영화계 또 하나의 특징은 감독들의 세대 교체였다. 해외 유학파나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출신 신진 감독들의 작품이 흥행에 성공했다. ‘할리우드 키드’였던 1세대 영화 감독들 대신 3040 젊은 감독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도둑들’의 최동훈(41) 감독을 필두로 ‘건축학 개론’의 이용주(42), ‘내 아내의 모든 것’의 민규동(42), ‘범죄와의 전쟁:나쁜 놈들 전성시대’의 윤종빈(33) 감독이 대표적이다. 확장판을 포함해 700만 관객 동원으로 멜로 영화 1위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늑대소년’의 조성희(33), 270만 관객을 동원한 ‘내가 살인범이다’의 정병길(32), 임창정·최다니엘 주연의 스릴러 영화 ‘공모자들’의 김홍선(36) 등 올해 데뷔한 감독들도 선전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10대나 20대 때 느꼈던 감수성을 영화에 적극적으로 반영해 8090을 회고한 복고 트렌드를 이끌기도 했다. 최근하 쇼박스 과장은 “386 감독들이 자신들의 향수를 이야기했고 관객들로서는 듣고 싶은 이야기였기 때문에 30~40대 관객들이 극장에 몰리는 선순환 구조가 완성됐다.”고 말했다. ■아날로그 감성 올해 한국영화를 강타한 또 하나의 키워드는 바로 아날로그 감성이다. 상반기 ‘건축학개론’이 400만 관객으로 한국 영화 멜로 사상 1위를 기록했지만, 하반기에 ‘늑대소년’이 이 기록을 경신했다. 이 두 영화를 관통하는 코드는 바로 첫사랑의 신드롬이다. 한때 진부함의 대명사로 치부되던 첫사랑은 아날로그 감성을 일깨우며 멜로 영화의 부흥을 가져왔다. 이는 ‘빠름’이라는 속도성을 강조하는 디지털 시대 속에서 정서적인 균형을 맞추려는 속성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잊혀가는 남자들의 우정과 의리를 1980년대를 통해 표현한 ‘범죄와의 전쟁’도 비슷한 맥락이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소재는 1980~90년대의 아날로그 정서지만 장르는 판타지나 느와르, 사실성을 강조한 장르로 감각의 교체를 가져온 것이 관객들에게 신선하게 다가갔다.”고 말했다. ■멀티 캐스팅 원톱이나 투톱 주연의 영화가 줄고 여러 명의 배우가 동시에 주연으로 출연하는 멀티 캐스팅이 유행한 것도 올해 한국 영화의 경향 중 하나다. 김윤석, 김혜수, 전지현, 이정재, 김수현 등 10명의 배우를 주연으로 내세운 ‘도둑들’을 필두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범죄와의 전쟁’, ‘건축학개론’, ‘이웃사람’ 등은 4명 이상의 공동 주연 영화였다. 내년에도 ‘베를린’, ‘관상’ 등의 공동 주연 영화가 개봉할 전망이다. 영화계에서는 류승룡, 조진웅, 곽도원, 고창석, 조성하 등 일명 ‘신스틸러’로 불리는 명품 조연들의 위상이 강화되고, 공동 주연은 배우 한 명의 매력을 보완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쇼박스의 최근하 과장은 “한 명의 배우가 완벽할 수 없는 만큼 공동 주연은 원톱 영화의 부족함을 메울 수 있다.”면서 “최근 중견 배우들을 중심으로 ‘신스틸러’의 역할이 부각되면서 이들이 주연 못지 않은 무게감을 느끼게 돼 멀티 캐스팅으로 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상영관 독과점 1000만 영화가 두 편 탄생하는 사이 대기업의 상영관 독과점 문제가 불거졌다. 김기덕 감독은 저예산 또는 독립 영화가 상영관을 확보하지 못하고 대기업 계열이 배급하는 영화들이 영화관을 독점하는 문제에 대해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터치’의 민병훈 감독도 저예산 영화를 교차 상영하는 관행에 반발해 자진 종영을 선언하기도 했다. 강유정 평론가는 “올해 1000만 흥행 영화가 두 편 탄생한 것은 멀티플렉스가 늘어나면서 대기업이 배급하는 영화가 유리해진 덕분”이라면서 “최근 일부 저예산 영화들은 조조나 심야 시간대에 배치돼 관람 자체가 어려워지는 등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생각나눔 NEWS] ‘거래소 공공기관 지정 해제’ 다시 수면위로

    [생각나눔 NEWS] ‘거래소 공공기관 지정 해제’ 다시 수면위로

    한국거래소의 ‘공공기관’ 지정 해제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선거 과정에서 “필요할 경우 공공기관 지정 해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혀서다. 한국거래소는 1988년 민영화됐다가 독점적인 사업구조와 공적 기능 등을 들어 2009년 1월 다시 공공기관으로 지정됐다. 거래소 측은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족쇄가 풀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시기상조’라는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24일 정부와 금융권에 따르면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다음 달 25일쯤 회의를 열어 공공기관 유지 및 해제 대상을 결정한다. 거래소를 공공기관에서 풀자는 해제론의 핵심 논거는 국제 추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슬로바키아를 제외하고는 모두 거래소가 주식회사 형태다. 한국거래소 측은 “시장 통합과 증시 상장에 소극적이었던 일본 도쿄거래소도 새해 1월 4일 상장할 예정”이라면서 “증시 규모가 세계 10위권인 우리 자본시장의 국제적 위상에 부합하는 경영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정부 정책의 일관성 측면에서도 해제가 절실하다는 논리다. 이미 2006년과 2007년에도 거래소를 공공기관에서 제외했던 데다 정부가 꾸준히 추진해 온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에도 위배된다는 것이다. 국제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는 금융업의 특성 등을 감안해 올 1월 공공기관에서 해제시킨 산업·기업은행과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덧붙인다. 거래소 측은 “산은은 정부가 직접 소유한 지분이 9.7%, 정책금융공사 소유 지분이 90.3%인데도 (공공기관에서) 해제됐는데 정부 지분이 전무한 거래소가 공공기관으로 묶여 있다는 건 모순”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강만수 KDB산은지주 회장은 “거래소는 독점 구조이기 때문에 산은과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해서는 안 된다.”고 일축한다. 전문가들도 독점적 수익구조 및 지배구조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거래소는 기업의 상장 조건 충족 여부를 확인하고 그 조건이 유지되는지 감시·관리하는 역할을 하는 만큼 사실상의 감독 권한을 지니고 있다.”면서 “민영화시키려면 이 권한을 떼내 감독기관으로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행 독점적 사업구조 아래서 얻고 있는 막대한 이윤 역시 자신들(거래소 임직원)끼리만 나눠 가질 수는 없는 만큼 수익배분 논의도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공청회 등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친 뒤 결론을 내려야 한다.”면서 “다만 지금의 우리 금융시장 여건 등을 감안하면 다소 빠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공공기관 해제는 복수 경쟁체제 도입을 전제로 해야 한다.”면서 “지금과 같은 독점 형태로는 민영화가 아무 의미가 없다.”고 비판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복수 거래소 도입 등을 뼈대로 한 ‘자본시장통합법’ 개정안을 집요하게 추진해 왔다. 하지만 18대 국회의 벽을 끝내 넘지 못했다. 새 정부 들어 이 법안이 다시 시도될 경우 ‘거래소 공공기관 해제론’도 자연스럽게 다시 힘을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복수 체제로 가더라도 우려의 목소리는 있다. 전효찬 삼성경제 수석연구원은 “민영화되면 수익성을 끌어올려야 하는데 지금의 (거래소) 경영상태로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거래소가 공공기관 해제와 지정을 반복했던 주된 요인 중의 하나도 방만경영 때문이었다. 거래소 측은 “공공기관으로 재지정된 이후 고강도 경영혁신을 통해 상품수수료를 세계 최저 수준으로 끌어내리는 등 투자자 거래비용을 절감시켰다.”고 항변했다. 일각에서는 “거래소가 상장되면 외국인 자금(지분)이 대거 유입될 것이고 이렇게 되면 성장의 과실이 엉뚱한 곳으로 나가게 될 것”이라는 걱정도 있다. 결과적으로 ‘남 좋은 일만 시킬 것’이라는 얘기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공정위 “4대강 영주댐 설계 담합 삼성물산·대우건설 과징금 95억”

    공정거래위원회는 23일 삼성물산·대우건설에 시정명령과 함께 각각 70억 4500만원과 24억 9100만원 등 모두 95억 36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4대강 정비사업’의 하나인 영주다목적댐 건설공사의 입찰과정에서 담합, 공정거래법 19조를 위반한 혐의다. 애초 300억원의 과징금이 거론됐으나 경기 부진과 해당 기업의 영업적자 등을 고려해 깎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 고발도 하지 않아 ‘봐주기’라는 지적도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은 2009년 9~10월 영주댐 공사입찰과정에서 직접 만나거나 전화로 연락해 설계내용을 담합했다. 동물·물고기의 이동통로인 생태교량·어로 등을 설계에서 빼기로 하고, 쌓인 모래를 흘려보내는 배사문(排沙門)은 1개만 설치하기로 했다. 수로를 설계할 때는 홍수 발생 확률을 최대홍수량(PMF) 대신 200년 빈도로 계산해 공사단가를 낮췄다. 김재신 공정위 카르텔총괄과장은 “두 업체가 전체 평가점수의 70%를 차지하는 설계내용을 담합해 비용을 줄이고 공사품질을 떨어뜨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가격 담합이 아닌 설계내용 담합이라는 점 등을 고려해 검찰에 고발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공정위의 제재 내용을 검토하고 나서 과징금 취소 소송 등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항진 4대강 범국민대책위원회 상황실장은 “공정위가 기소독점권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또다시 솜방망이 처벌을 했다.”고 주장했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 금융당국 압박에 ‘슈퍼갑’ 코스트코 무릎

    금융당국의 압박에 ‘슈퍼갑’도 흔들렸다. 삼성카드와 독점 계약을 맺고 낮은 수수료를 내왔던 미국계 대형 유통업체 코스트코가 결국 수수료를 올리기로 했다. ●수수료 부과기준 업종별→매출로 21일 금융권과 금융 당국에 따르면 22일부터 시행되는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에 따라 이날부터 신용카드 가맹점마다 새로운 수수료율이 적용된다. 그동안 ‘2015년까지 0.7% 수수료를 적용한다.’는 기존 계약 내용을 무기로 버텨 왔던 코스트코는 막판까지 삼성카드와 물밑 협상을 벌인 끝에 사실상 수수료 인상에 합의했다. 인상된 수수료는 1%대 중후반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구체적인 수수료 인상폭을 놓고 추후 협상을 계속할 전망이다. 대형가맹점의 평균 수수료율인 1.9~2.1%에는 못 미치지만 기존 수수료보다는 두 배 가까이 오른 수치다. 카드업계와 금융 당국은 “수수료율 개편의 상징적인 존재인 코스트코를 움직인 것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고 자평했다. 당국과 카드업계는 수수료 부과 기준을 기존 ‘업종별’에서 ‘매출’로 바꾸는 내용의 개편안을 마련했다. 새 체계에 따라 연매출 2억원 미만인 중소업체 등 200만개 가맹점의 수수료율은 내려갔다. 연매출 1000억원 이상의 대형 가맹점은 거꾸로 올랐다. 34만개는 변동이 없다. ●금융위 “대중교통 수단만 인하 대상에” 논란이 컸던 병원, 보험사, 통신사 등도 일단 인상안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추가 조정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12일 공표된 여전법 개정안에 ‘공공성이 인정되는’ 가맹점의 경우 수수료를 내릴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 신설됐기 때문이다. 병원, 보험사, 통신사 등은 이 규정을 들어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새 수수료 체계가 시행돼도 논란의 불씨는 여전한 것이다.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자동차 보험은 의무보험으로 대부분의 국민이 가입한 보험인 만큼 공공성이 인정된다.”면서 “여전법 감독규정을 근거로 신용카드 수수료를 낮추는 게 타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병원협회 측은 “새 수수료를 적용하면 병원급 의료기관은 약 803억원의 부담이 추가로 늘어난다.”면서 “의료의 공익성과 특수성을 감안해 의료 기관의 카드 수수료율은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SK텔레콤 관계자도 “휴대전화 서비스는 모든 국민이 이용하는 공공재 성격이 강해 수수료율 인하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카드업계는 난감한 표정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어디까지 공공성을 인정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털어놓았다. 금융위 측은 “가맹점의 특수성을 고려한 조치”라면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신용카드사와 직접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를 비롯해 국가 기관이 아니더라도 신용카드사가 판단했을 때 국민 생활에 필수적인 상품과 서비스들도 특수성을 인정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조항이 악용되지 않도록 예외 인정 가맹점을 최대한 제한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병원·보험·통신사 ‘인하요구’ 불씨 여전 금융위 관계자는 “지하철이나 버스, 여객선 등 대중교통수단만 일단 수수료 인하 대상에 넣을 방침”이라면서도 “카드사가 보험사, 통신사, 병원 등을 공공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인하 여지는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이성원기자 lsw1469@seoul.co.kr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세계최대 거래소 탄생하나

    영국 원자재상품거래소인 인터콘티넨털익스체인지(ICE)가 미국 최대 증권거래소인 뉴욕증권거래소(NYSE) 유로넥스트를 82억 달러(약 8조 79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20일(현지시간) 밝혔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ICE와 NYSE는 이날 발표한 성명을 통해 이 같은 인수합병 계획을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ICE는 미국 자본주의를 상징해 온 NYSE를 인수해 세계 최대 거래소의 지위를 얻게 될 전망이다. ICE는 지난 2000년 영국 런던에 설립된 거래소로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에너지 선물을 비롯한 원자재 거래를 주로 하고 있다. ICE는 주당 33.12달러에 NYSE의 지분을 매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NYSE 전날 종가에 38%의 프리미엄을 얹은 수준이다. 한편 이번 인수 계약은 내년 하반기 중에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미국과 영국 등 규제당국의 승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앞서 ICE가 지난해 4월 나스닥OMX와 함께 NYSE에 대한 적대적 인수에 나섰지만, NYSE가 인수 제안을 거부한 데다 미 법무부가 합병 시 과도한 독점 체제를 갖추게 된다며 경고해 무산된 바 있다. 조희선기자 hsncho@seoul.co.kr
  • Time in Luther 루터도시 순례기

    Time in Luther 루터도시 순례기

    마틴 루터 Martin Luther 독일의 성직자, 교수. 르네상스와 모더니즘의 방아쇠를 당겼다. 학자들은 그를 두고 마지막 중세를 살았던 인물로 평가한다. 당시 그는 절대 권력을 가졌던 교황청의 면죄부 판매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스타 종교인이었다. 루터가 비텐베르크 성교회에 95개조 반박문을 붙인 지 500년이 되는 2017년까지 루터도시 곳곳에서는 그의 정신을 기리는 축제를 만날 수 있다. 신에서 인간으로 관점의 변화를 가져온 루터의 자취를 좇는 루터도시 순례에 관람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루터도시 순례기 Time in Luther 종교개혁자 마틴 루터의 시공간을 찾아갔다. 중세와 근대의 경계를 고스란히 간직한 독일 소도시 여행에서 구도자의 삶을 엿본다. 내가 찾아간 독일은 다시 마틴 루터Martin Luther(1483~1546)의 시대였다. 루터가 살았던, 죽었던, 설교했던, 공부했던, 결혼했던, 세례를 받았던 독일의 튀링겐주와 작센안할트주 일대는 아예 루터도시Lutherstadt라는 새 이름을 얻었다. 2017년이면 루터가 그 유명한 95개조 반박문을 성당에 못 박은 지 500년이 된다. 독일에서는 이를 기념하는 축제가 한창이다. 500년이 흐른 지금도 루터가 부지런히 상기되는 이유가 궁금했다. 여정의 끝에서 그 답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 믿고 루터로의 시간여행은 시작됐다. 비텐베르크 루터하우스. 각 나라 언어로 제작된 박물관 안내서가 구비돼 있다 ●아이슬레벤Eisleben 루터의 시작과 끝이 만나는 도시 본격적으로 루터의 자취를 좇는 여행은 그가 태어난 아이슬레벤에서 시작됐다. 인구 2만5,000명이 사는 아이슬레벤은 우리나라 폐광촌과 분위기가 흡사했다. 구리 채굴로 번성했던 도시의 과거 영화는 시민 계급의 주택으로만 남아 있을 뿐, 지금은 한적하기만한 시골마을이다. 하지만 이 도시는 매년 찾아오는 50만명의 관광객으로 그리 외롭진 않다. 루터가 태어난, 그리고 죽음을 맞이한 프로테스탄트의 성지라는 점이 그들의 발길을 이끈다. 걸어서 30분이 채 걸리지 않는 작은 도시 곳곳에서 루터를 만날 수 있다. 루터는 티셔츠에 머그컵에 부지런히 등장하는 체 게바라처럼 인기 있는 혁명가 아이콘이다. 루터는 갤러리에 걸린 팝아트에도 등장하고 아이들이 갖고 노는 종이 인형의 캐릭터가 되기도 한다. 루터 시대 먹었던 음식을 재연한 이색적인 레스토랑도 인기다. 도시 광장 한복판에 성서를 들고 있는 루터 동상은 빼놓을 수 없는 관광객의 사진 포인트. 라틴어를 읽고 쓸 줄 알았던 소수의 전유물이던 성서를 독일어로 최초 번역한 그의 업적을 기렸다. ‘소수자’로 태어난 루터는 대중의 언어인 독일어를 일부러 배우고 익힌 후에야 번역을 할 수 있었다고 하니 그 시대 계층간의 단절이 새삼 놀랍다. 그가 번역한 성서는 당시 1,000만권 정도 복사된 최고의 밀리언셀러였다. 지식을 독점하면서 우위를 누렸던 성직자들이 루터를 고운 눈으로 봤을 리가 없었다. 그러면 그럴수록 루터에 대한 대중의 사랑은 깊어 갔다. 화답이라도 하듯 루터는 현 루터도시 곳곳을 돌아다니며 설교를 한다. 그가 마지막 설교를 했던 상트 안드레아스 키르헤 교회도 예전 그대로다. 부축을 받으며 절뚝절뚝 단상에 올랐을 노성직자가 아른거린다. 교회를 나와 세상에서 첫 번째 박물관으로 탄생한 루터의 생가로 향한다. 루터의 가족이 살았던 집이 복원돼 있다. 방명록에는 심심치 않게 한글이 눈에 띈다. 한국인 성지 순례자가 꼭 들르는 관광지다. 생가 이층에서 창문을 열면 루터가 세례를 받은 상트 페트리 바울리 교회가 눈에 들어온다. 가톨릭 세계관에서 세상에 태어난 생일은 중요치 않았다. 세례를 받은 후에야 그 삶에 비로소 의미가 있었다. 종교인으로서 시발점이자 종결점이 된 이 도시가 유네스코의 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이유이기도 했다. 교회에는 아기 루터의 머리를 적신 성수가 담겼던 세례 그릇이 복원돼 있다. 새겨진 문구는 마태복음 28장 19절이다.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족속으로 제자를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말씀을 실행한 루터는 그 당시 가장 유명한 독일인이 되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1 아이슬레벤 루터 생가에서 만난 루터 동상. 이곳은 세계 최초의 박물관으로 지정됐다 2 루터를 종이인형으로 형상화한 그림. 루터는 아이슬레벤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아이콘이다 3 루터가 마지막으로 설교한 교회에서 결혼식을 치른 신랑, 신부 ●비텐베르크Wittenberg 근대의 프로메테우스가 되다 루터의 본류를 좇으려면 비텐베르크가 빠질 수 없다. 이곳은 500여 년 전 지구상에서 가장 사상적으로 치열했던 땅이다. 중세 학문의 중심지였던 비텐베르크로 내로라하는 학자들이 모여들었고 수준 높은 학문이 교류됐다. 루터는 이곳에서 생애 가장 많은 시간, 가장 치열한 한때를 보냈다. 도시에 도착하자마자 광장으로 향했다. 시청에 내걸린 거대한 루터 현수막 아래로 진짜 루터가 등장했다. 은발의 노신사가 루터와 같은 수도복을 입고 추종자들을 구름떼처럼 몰고 다닌다. 독일식 코스튬플레이인가 싶어 절로 웃음이 났는데 분위기가 사뭇 진지하다. 비텐베르크 시민들도 이제는 그냥 그를 루터라고 부른다는 말에 뒤집어졌다. 당시 루터는 중세의 아이돌이었다. 동경하고 추종하는 자도 많았으니 내가 루터라고 주장하는 가짜 루터들도 출몰할 법했다. 루터가 1511년부터 거주한 수도원은 지금까지 원형이 보존돼 ‘루터하우스’라는 이름의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는데 그곳에서 가장 놀라웠던 것은 다량의 루터 초상화다. 젊은 루터, 늙은 루터, 박사모를 쓴 루터, 수도복을 입은 루터 등등 화가들은 쉴 새 없이 화폭에 루터를 담았다. 그를 스타로 만든 결정적인 계기는 다름 아닌 교황청의 면죄부 판매를 조목조목 따지고 든 95개 조의 반박문을 1517년 성교회Castle Church에 못 박은 일이었다. 루터는 거침없었다. 교회의 처사에 부글부글 끓던 사람들에게는 통쾌한 대자보였던 것이다. 가장 강력한 권력 대한 반박문은 종교개혁에 소중한 첫걸음이 됐다. 루터하우스에서 성교회까지, 도시를 가로지르는 길은 도보로 20여 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이 작은 공간 안에서 중세의 매듭이 묶이고 근대라는 시간이 스멀스멀 탄생한 것이다. 그가 의도했든 의도치 않았든 루터는 근대의 불을 인간에게 안긴 프로메테우스가 됐다. 그리고 그는 설교로 계속 그 불의 온기를 유지해 나갔다. 그가 최초로 또 2,000회 이상 독일어로 미사를 올렸던 성 마리아 교회의 첨탑이 광장 동쪽으로 삐죽이 솟아 있다. 거칠게 생각해 보면 루터는 역사책 안의 인물에 불과할 수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종교와는 상관도 인연도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일요일엔 교회 대신 백화점으로 향하는 내게도 크리스마스는 가장 신나는 ‘빨간 날’일 뿐이다. 그럼에도 종교를 개혁한 마틴 루터에게 우리는 분명 빚을 지고 있다. 그가 우리의 관심사를 신에서부터 인간으로 되돌린 사람 중 하나이기 때문이라는 건 거창하다. 다만 구시대의 모순에 하나둘 반기를 들었던 행동들이 모여 역사가 흘러갔다는 것. 우연이든 필연이든 그의 용기 덕분에 근대의 수혜를 입었다는 것. 그게 제일 크겠다. 이제 세상은 신의 계시가 아니라 과학적인 합리성에 의해 돌아가는 듯 보이지만 절대적이라 생각했던 과학도 우리를 구원하지 못하고 있다. 다시 새 질서를 꿈꾸는 이때 독일인은 부지런히 루터를 소환하고 있었다. 다시 개혁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루터도시는 희망의 증거를 내준다. 4 비텐베르크 광장. 루터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는 걸개가 걸려 있다 5 맥주는 빠질 수 없는 독일인의 문화. 맥주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바보라고 말했을 정도로 루터 역시 맥주를 즐겼다 6 비텐베르크는 루터로 꽉 찬 도시 같다 ●밤베르크Bamberg 천년의 낙차를 여행하다 루터가 살았던 중세를 오감으로 느끼기 위해서는 밤베르크만한 곳이 없다. 이름도 생경한 이 도시에 들어서려면 다소 긴 관문을 통과한다. 뮌헨 공항에 내려 세 시간여 기차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하지만 일단 이 도시에 다다르면 여독보다 더 강렬한 풍광이 눈앞에 펼쳐지면서 이동의 피로감은 뒷전이 된다. 밤베르크는 수로를 따라 발달한 도시다. 볕에 대기가 달궈지기 전 찬 공기와 만난 수면에 물안개가 피어오르니 그 운치는 몇 곱절로 늘어난다. 시간이 흐르자 밤베르크에는 볕이 가득하다. 조도가 높았다. 워낙 일조량이 적은지라 아이가 태어나면 항우울성 예방주사부터 맞힌다는 독일에서 운 좋은 시작이었다. 골목골목 독일 특유의 목조건물이 즐비하고 알록달록한 색색의 담장을 넝쿨이 따라간다. 약속이나 한 듯 건물 위에 얹은 빨간 지붕 옆으로 너른 포도밭이 펼쳐져 있어 건물과 자연의 보색대비가 도드라진다. 느릿한 걸음으로도 두 시간 남짓이면 도시를 크게 한 바퀴 휘감을 수 있다. 세계대전의 폭격을 피해 간 덕분에 옛 모습을 간직한 도시는 1993년 시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하인리히 2세 황제가 신성로마제국 중심지로 가꾼 밤베르크는 일곱 개의 언덕 위에 지어진 도시. 때문에 언덕을 오르내리는 수고쯤은 감내해야 한다. 황홀한 낙차를 즐기며 걸음걸음을 옮기다 보면 밤베르크가 살아있는 고도古都라는 데 공감이 간다. 레그니츠강에서 물고기를 잡아 생업을 잇던 어부들의 집 주변으로 상가가 조성돼 있다. 지금도 그곳에는 카페가 들어서 있고 아기자기한 기념품점이 늘어섰다. 꽤나 낡아 보이는 집들도 아직 짱짱한 현역이다. 밤베르크 사람들은 고작 몇백년 된 건물이라고 받아친다. 우리 같았으면 당장 ‘진입금지’를 뜻하는 펜스부터 둘렀을 법한데 10세기에 조성된 이 도시는 현대적인 기능까지 돋보인다. 겹겹이 쌓인 지층처럼 천년의 시간 위에 현재의 삶이 덧입혀진 모습이 아름답다. 과거를 기억하는 건 비단 도시만이 아니다. 사람도 그렇다. 선조의 문화를 고집스럽게 이어가는 이들이 밤베르크 여행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든다. 가장 유명한 곳은 슈렝케를라Schlenkerla로 불리는 양조장. 밤베르크에 있는 8개의 맥주 양조장 중에 가장 오래된 곳이다. 얼큰하게 취해서 비틀비틀 걷는 모양이라는 뜻의 의태어가 가게 이름이 됐다. 지금도 아버지의 아버지가 마시던 맥주를 마시려는 애주가들로 슈렝케를라 앞은 북적거린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의 맥주 맛은 한번 맛보면 절대 잊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하다. 훈증을 거친 몰트로 맥주를 빚기 때문에 ‘훈제맥주’로 불리는 맥주는 구운 치즈와 같은 향을 가졌다. 짙은 훈제맥주로 목을 축일 수 있는 건 밤베르크 여행의 색다른 묘미다. 6대째 가업을 이어가는 현 주인은 자부심으로 똘똘 뭉쳤다. 훈제맥주는 ‘적어도 세 잔은 마셔야 진가를 알 수 있다’며 완벽한 궁합을 이루는 안주를 공수한다. 맥주는 인류가 천년을 이어온 고급문화의 정수라며 문명이 있는 곳에 술이 있다고 한다. 옛 맛을 기억한 손님이 다시 찾아와 줄 때 가장 행복한 것은 물론이다. 그의 말처럼 이곳의 맥주는 마시자마자 기억을 환기시키는 ‘리퀴드 타임머신’이라고 불러도 좋을 법했다. 덕분인지 밤베르크 성인의 맥주 섭취량은 독일 내에서도 최고 수준이다. 성인 한 명이 연중 288L의 맥주를 마신다고 하니까. 중세부터 지금까지 밤베르크 사람들은 “맥주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바보다”라고 외쳤던 루터의 ‘명언’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밤베르크의 맥주로 미각을 깨웠다면 이제 영혼을 깨울 차례다. 밤베르크의 역사는 건축물로 상징된다. 구시가지 중심을 가로지르는 다리 위에는 노란빛 구시청사가 위태롭게 자리했다. 반면 도시 어디에서나 눈에 들어오는 언덕 위 황제의 대성당Imperial Cathedral과 성미카엘교회St.Michael’s Church는 위풍당당하다. 이 건축물들의 대비가 정치와 종교의 투쟁을 겪어 온 유럽의 역사를 드러낸다고 하면 오산일까. 지금도 밤베르크 시민의 90%는 가톨릭을 믿고 있을 만큼 구교의 위세는 예부터 대단했다. 언제나 사람들이 우러러보는 시선이 맞닿는 곳에 대성당과 교회를 지었고 교회 내부 또한 화려하게 꾸몄다. 성경을 읽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이곳이 천국임을 끊임없이 설득해야 했다. 가장 쉬운 방법은 금은보화로 교회를 치장하는 것이었다. 밤베르크 교회는 더 나아가 그 당시 가장 희귀했던 식물 578가지를 천장에 수놓았다. 중세 유럽에 처음 전파된 토마토도 보인다. 값지고 아름다운 모든 것은 교회에 있었다. 종교는 교회만큼 아름다운 사후세계를 사람들에게 보장했다. 하지만 교회의 절대적인 권력에 슬슬 금이 가는 현상이 벌어졌다. 시청사 부지를 요구하는 목소리에 주교는 한뼘의 땅도 허락하지 않았던 탓에 시민들은 교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 한복판에 인공섬을 만들었다. 주교의 소유권이 강을 경계로 끝난다는 데 착안한 묘수였다. 조금씩 눈뜨기 시작한 시민의식이 한데 모아져 보란 듯이 인공섬 위에 시청을 세웠던 것이다. 그제야 강 위에 지어진 밤베르크의 구시청사를 아끼는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함께 싸워서 얻어낸 성지와도 같았다. 그래서 지금껏 밤베르크의 랜드마크는 교회와 성당이 아니라 낡은 시청사다. 절대적이었던 명령에 반기를 들었던 사람들이라…. 중세와 근대의 경계에 있는 도시 어디에서든 루터의 흔적이 보였다. 껑충 시간을 뛰어넘은 여행자에게 밤베르크는 루터 여행을 매듭짓기에 완벽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1 모던 아트와 결합된 황제의 대성당 2 실제로 운행되는 증기기차. 밤베르크와 쌍둥이 도시인 퀘들린부르크에서 탑승할 수 있다 3 7개의 언덕 위에 지어진 밤베르크. 천천히 골목골목을 걷기 좋다 4 슈렝케클라에서 훈제 맥주와 맛보는 전통음식 글·사진 양보라 기자 취재협조 독일관광청 www.germany.travel/kr 02-773-6430 ▶travie info 밤베르크 비어 투어 맥주가 없는 밤베르크는 앙꼬 없는 찐빵과 같다. 비어 투어는 가이드와 함께 도시 내 양조장을 돌며 밤베르크의 맥주를 마음껏 맛볼 수 있는 프로그램. 2013년 12월까지 운영된다. 밤베르크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출발한다. 비용 1인당 20유로 문의 0951-2976-200 홈페이지 www.bamberg.info ●Travel to Lutherstadt 루터 도시 기행 루터를 더 깊숙이 체험할 수 있는 루터의 도시들 아이제나흐Eisenach 루터가 학생 시절 머물렀던 아이제나흐에는 1483년부터 1501년까지 루터가 살았던 집이 남아 있다. 루터의 집은 이 도시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물 중 하나. 멋진 담장이 인상적이다. 학창시절을 보여 주는 전시품을 통해 루터의 과거를 엿볼 수 있을 뿐더러 현대적인 전시관에는 멀티미디어 기술로 종교개혁을 재현해 놨다. 에어푸르트Erfurt 독일의 중부지방에 위치한 에어푸르트는 오늘날 튀링겐주의 주도다. 중세 도심 가운데 독일에서 가장 큰 규모의 구시가가 인상적. 구불구불한 골목과 광장이 있어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진다. 마리아 성당과 세베루스 교회가 만들어내는 앙상블이 돋보인다. 중세시대 종 중에서 가장 크기가 큰 ‘글로리사’도 볼 수 있다. 매년 11월10일 수천명의 에어푸르트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대성당 광장에서 마틴 루터의 생일을 축하한다. 슈말칼덴Schmalkalden 섬세하게 복구된 중세 목조 건물들과 뾰족한 계단 모양 지붕이 있는 석조 건물들, 후기 고딕 양식의 성게오르그교회, 르네상스 시대의 빌헬름스부르크성이 도시의 역사를 전해 준다. 슈말칼덴의 군주였던 필립 폰 헤센은 최초의 개신교 선제후 중의 한 사람으로, 카를 5세에 맞서던 인물. 16세기 독일 및 유럽 역사에서 쟁점이 됐던 도시다. 토어가우Torgau 마틴 루터는 “토어가우의 건축물들은 그 아름다움에서 모든 고대 건축물들을 능가한다”고 평했다. 토어가우에는 르네상스와 후기 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옛 건물들이 500여 곳 정도 남아 있는데, 이 수많은 문화유산 건축물들은 서로 잘 조화를 이루며 세계적인 수준의 건축술을 보여 주고 있다. 루터의 아내 카타리나 폰 보라의 무덤이 있는 도시이기도 하다. 루터 도시로 Rail & Fly 밤베르크에서 가장 가까운 국제공항은 뮌헨공항, 아이슬레벤과 비텐베르크에서는 베를린공항이다. 루프트한자가 뮌헨과 프랑크푸르트에 각각 주 6일, 주 7일 운항하고 있다. 베를린까지는 루프트한자 국내선을 이용할 수 있다. 루프트한자 국제선과 독일철도를 연계해 사용할 수 있는 Rail & Fly 티켓 서비스도 편리하다. 독일 내 모든 기차역에서 독일 국제 공항까지 이동하는 티켓이 편도 25유로, 왕복 50유로부터 제공된다. 루프트한자 한국어 사이트에서 예약할 수 있다. www.lufthansa.com 1 밤베르크에 있는 어부들의 집. 중세 목조 건축의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2 성당에 현대적인 조각을 함께 설치한 독일인들의 부러운 감각 3 고요하고 평화로웠던 중세 독일 기행. 골목길마다 작은 탄성이 이어진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北 미사일 발사] 한·미 정보력 구멍… 정부 내 엇박자까지

    [北 미사일 발사] 한·미 정보력 구멍… 정부 내 엇박자까지

    북한이 12일 오전 기습적으로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자 한·미 당국의 대북정보력에 구멍이 뚫린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리 정부 당국 간에도 정보교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정황도 포착된다. 양국 정보 당국은 전날 오후까지만 해도 북한이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발사장의 발사대에 세워뒀던 미사일을 끌어내린 뒤 조립건물로 옮긴 것으로 파악하고 당장 발사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기술적 결함’을 수리하기 위해 ‘미사일 해체’ 작업을 하고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미국 첩보위성과 한국의 아리랑 위성 등을 통해 공유한 정보자산을 토대로 한 분석이었다. 이 같은 판단은 북한이 지난 10일 당초 발표했던 발사예정 기간(10~22일) 을 일주일 늦춘 29일로 연장한다고 발표한 것과도 연관이 있다. 북한이 굳이 발사 예정기간을 일주일이나 연장한 데서 알 수 있듯, 북한의 실제 미사일 발사는 대선(19일) 이후인 23~29일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도 전날 북한이 발사기간을 일주일 연장한 것과 관련, “기술적인 문제가 생겨 이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미사일을 내리고 고장을 확인하고 고치려면 일주일은 더 걸린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기술 결함을 고치기 위해 미사일을 해체하는 작업이 필요해 당장 미사일 발사는 어려울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됐다. 김관진 국방부장관은 그러나 이날 국방위 답변에서 “어제(11일) 오후 발사체가 장착됐고, 발사상태에 있다고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발사가 임박했다고 제대로 판단했는데, 다른 정부 라인에서 상황을 오판했다는 뜻으로 읽힌다. 국방부가 미사일 관련 정보를 독점했거나, 어떤 이유에서든 대북정보와 관련, 정부 내에서도 서로 다른 판단을 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북한이 이날 오전 갑자기 미사일을 발사하자, 사전 정보가 없었던 우리 정부 당국은 적잖이 당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북한이 1단 로켓에 문제가 있다고 발표했고, 발사기간도 일주일 늦췄기 때문에 이번 주 발사할 것으로는 판단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우리 정부가 발사시기를 예측하지 못했다는 지적과 관련, 오전엔 “발사시기는 북한이 판단하는 것이고, (발사가) 임박했다는 부분은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오후엔 다시 “북한의 미사일 발사 조짐은 어제(11일) 오후부터 포착됐다.”고 말을 바꿨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 진실공방 가열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 논란<서울신문 12월 10일자 11면>과 관련해 ‘사전협의’를 놓고 면허를 내주는 관세청과 시설 관리자인 인천공항공사가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 관세청과 인천공항세관은 “공항공사가 지난 5일 입찰공고한 면세점 운영사업자 선정 건이 관할 세관장과 협의되지 않았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입찰공고한 보세판매장은 한국관광공사가 운영 중인 3층 출국장 면세점의 일부(2173.8㎡)다. 내년 2월 말 계약이 끝난다. 이에 대해 공항공사는 해명자료를 통해 8월 말부터 인천공항세관과 협의했고 사업권 분할 및 낙찰업체 수, 판매품목 등 입찰조건에 대해 세관을 비롯한 관계기관과 협의 후 입찰을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공항공사 관계자는 “판매품목 역시 공항세관으로부터 11월 9일 이견이 없음을 회신받았다.”고 밝혔다. 인천공항세관은 그러나 “협의가 끝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11월 9일 회신은 술·담배·화장품의 대기업 면세점 독점 등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기관과 논의를 거쳐 최종안을 마련한 뒤 협의한다는 내용이라고 맞받았다. 인천공항에서 술과 담배는 롯데면세점이, 화장품은 롯데와 신라 면세점이 취급한다. 관세청은 지난 5일 공항공사의 입찰공고안에 대해 취급품목제한 폐지의견을 전달하고, 공항세관과 사전협의를 통보하는 등 분명한 입장을 전달했다. 인천공항세관 관계자는 “세관은 면세점의 판매물품을 조정, 관리할 권한이 있다.”면서 “규정에 따라 처리한다는 방침으로 공고를 취소하든지, 수정공고하는 것은 공항공사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오바마 앞에서 ‘말춤’

    가수 싸이(본명 박재상)가 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국립건축박물관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인 워싱턴 자선공연’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강남스타일’ 말춤 공연을 펼쳤다. 오바마 대통령은 오후 6시쯤 부인 미셸 여사와 두딸 말리아, 사샤와 함께 행사장에 도착해 공연을 관람했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공연에 앞서 싸이가 2004년 ‘반미(反美) 랩’을 불렀다고 알려지면서 백악관 홈페이지 청원 코너에 싸이의 공연을 거부하는 글이 올라오는 등 논란이 일었지만 싸이는 예정대로 행사에 참석, 붉은색 옷을 입고 무대에 올라 강남스타일을 열창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공연이 끝난 뒤 싸이와 악수를 하며 잠깐 대화를 나눴지만 공연 중에 말춤을 추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케이블 채널 TNT가 독점 주관하는 이 행사는 올해 31회째로 매년 12월 둘째 일요일에 열리며, 행사에서 모인 기금은 미국 국립아동의료센터에 전달된다. 공연에는 흑인 여성가수 다이애나 로스, 여성 팝가수 데미 로바토, 배우 메건 힐티 등이 출연했다. 한편 싸이의 노래 ‘강남스타일’의 가사 중 일부인 ‘오빤 강남스타일’이 미국 예일대가 선정한 ‘올해의 말’ 9위에 올랐다. 프레드 샤피로 예일대 법대 교수는 9일 올해 미국 안팎에서 화제가 된 발언 10개를 선정해 발표했다. 샤피로 교수는 2006년부터 각계 인물의 유명한 발언이나 시대 정신을 드러낸 발언 10개를 ‘올해의 말’로 선정하고 있으며, 예일대는 이를 모아 ‘예일 발언록’이라는 이름으로 출판한다. ‘올해의 말’ 1위는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밋 롬니의 ‘47% 발언’이 차지했다. 롬니 후보는 지난 5월 플로리다주 보카레이턴에서 열린 선거자금 모금 행사에 참석해 “미국인 47%는 세금을 내지 않고 정부에 의존하면서 자신들을 피해자라고 생각한다.”며 오바마 대통령 지지자들을 비하하는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켰다. 조희선기자 hsncho@seoul.co.kr
  • “朴·文, 5년 경제 큰 그림 못 보여줘”

    전문가들은 10일 대선 후보 초청 2차 TV토론에 대해 “경제·복지·일자리 문제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임에도 정책적으로 깊이 있게 설명하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문재인 민주통합당,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선 후보의 토론에 대한 평가는 각각 달랐지만 향후 5년간 어떤 원칙을 갖고 경제를 운영할 것이냐는 큰 그림을 보여 주지 못했다는 데 대해서는 의견이 일치했다. 경기침체 해소 대책은 박 후보가 우세했다는 평이 앞섰다. 그러나 경제민주화 토론은 전문가 대부분이 낮은 점수를 줬다. 조복현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는 “박 후보가 그나마 구체적인 경기침체 해소 대책을 내놨지만 경제민주화는 말이 안 되는 내용이 많았다.”며 “특히 시장 공정과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우자)로 경제권력의 독점을 해결하겠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문 후보는 경제민주화와 일자리 정책 토론에서 앞섰지만 소득 양극화와 경제권력의 집중화에 대한 대책을 체계적이고 논리적으로 세우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또 복지 분야 토론에 대해서는 “박 후보가 재정 문제에 얽매여 과감한 복지 공약을 내놓지 못하는 바람에 적극성이 떨어지는 게 아쉬웠고, 문 후보는 의료비 100만원 상한제 공약 등 보다 적극적인 내용이 나왔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가상준 단국대 교수도 “문 후보는 전반적으로 토론은 잘했지만 청년 실업을 어떻게 실현할지, 어떻게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창출할지를 얘기하는데 톱니가 잘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반면 오정근 고려대 교수는 “경제민주화는 야권에 유리한 주제인데도 문 후보가 공세를 취하지도, 그럴 기회도 잡지 못했다.”면서 “오히려 박 후보가 차분하게 설명을 잘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박 후보에 대해선 “2030세대 지지가 약해 청년 일자리를 강조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경제민주화 정책 토론의 수준이 너무 낮았다.”면서 “박 후보는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와 문 후보를 엮으려는 전략에 실패했고, 문 후보는 박 후보가 이 후보와의 차이점이 뭐냐고 물었을 때 답을 하지 못했다. 상당히 힘든 TV토론이었다.”고 말했다. 김용호 인하대 교수는 “답변 시간이 1분30초로 제한돼 있다 보니 중요한 경제정책에 대한 후보의 철학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토론회 규칙에 대해 지적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이현정기자 hj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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