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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민주인사 입국 허용 취지 살려야

    암울했던 군사독재 시절 해외에서 민주화 또는 반정부 활동을 펼치다가 친북 및 반체제 인사로 분류돼 국내 입국이 사실상 봉쇄됐던 인사들이 어제 30여년 만에 고국의 땅을 밟았다.지금까지 입국에 족쇄로 작용했던 ‘준법서약서’를 폐지키로 방침이 정해진 데다,남북 화해 등 시대 상황 변화와 국내 관련단체의 끈질긴 요청이 거둔 결실이라고 할 수 있다.아직도 분단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의 해외 민주화 운동에 대해 보수와 혁신 양측 진영으로부터 엇갈린 평가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참여정부가 대승적 차원에서 ‘조건없는 귀국’을 허용한 것은 미래지향적인 결단이라고 평가된다. 하지만 우리는 해외 민주화 운동의 상징적인 인물로 꼽히는 재독 철학자 송두율 독일 뮌스터대 교수와 재독 통일운동가 김용무씨에게 체포영장이 발부된 사실에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공안당국으로서는 귀국 허용이라는 정치적 조치와는 별개로 최소한의 법적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혐의 사실 확인 절차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것으로 이해된다.송 교수가 체포영장 발부에도 불구하고 당초 예정대로 귀국해 조사에 응하기로 한 것도 이러한 인식에 조율이 이뤄졌던 것으로 풀이된다.어쨌든 해외 민주인사 귀국 허용이라는 취지를 살릴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보수층 일각에서는 송 교수 등에 대해 과거 냉전시대의 잣대로 재단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이는 미전향 장기수까지 북으로 돌려보낸 시대 추세와 어긋날 뿐 아니라 이들의 귀국 허용이라는 취지와도 맞지 않다.우리는 이번 행사를 해외 민주화 운동에 대한 합당한 자리매김을 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본다.그래야만 국내외 통일 역량을 결집시킬 수 있다.
  • [21세기 한국을 읽는다]방민호 교수가 만난 문학지성 (9)현기영-남북한 민주주의와 통일의 현단계

    지금이야말로 탈중심의 변방 정신이 필요한 때다.지구를 파괴하고 인류를 파국으로 몰고 가는 자본의 무한 질주에 제동을 걸려면 거부와 저항의 변방 정신이 아니고는 안 된다.왜냐하면 자본운동은 질주의 관성만 있고,자신을 멈출 이성이 없기 때문이다. 문화예술진흥원 원장실에서 만난 선생은 여전히 흰 턱수염이 두덕두덕,면도한 지 이틀은 되었음직한 얼굴이시다.응접 세트며 책상이며 모두 길이 안든 물건이라 그런지 썩 편치 않게 보이는데 실은 그게 선생의 매력이다.어느 공식석상에서도 작가다운 모습. “문예진흥원 일은 어떠세요?힘든 일이 많으시지요?” “글쎄,꼭 내 일인가 고민하다 하게 되었어요.예술 활성화와 사회에 창조적 의욕이 확산될 수 있도록 일한다는 의미가 있으니까.기금 배분의 어려움은 있지만 시민들이 순수문화와 예술을 널리 향유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지방이 문화적으로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일도 하고 있고.” ●민주주의엔 ‘무제한의 자유' 함정 도사려 “직무를 수행하면서 생각하게 되는 일이 많으실 텐데요.” “예전에도 열심히 해왔습니다만 진흥원 활동을 조금 더 활기차고 적극적인 쪽으로 바꾸고 싶습니다.무엇보다 예술 자체가 몸을 비틀면서 굉장한 다양성을 보여주고 있으니까요.미술·음악 등 고전적 의미의 장르 틀 속에 갇힐 수 없는 것이죠.문학과 미술이 만나기도 하고 미술이 평면에서 입체로 가기도 하고,비디오 영상과 음악·무용이 결합하고 있기도 해요.이러한 변화에 문예진흥원 같은 국민의 기관이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에 걸맞은 계획을 세우려 합니다.” “작가로서 공인에 더 가까워지셨는데요.저는 한국과 북한의 민주주의에 관해 묻고 통일 문제에 관해서도 여쭈어 보려고 합니다.요즘 한국은 정치적으로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일까요.” “아직도 한국사회는 다양한 사고방식과 행동방식이 서로 상충하고 갈등하고 있어요.민주주의라면 우선 자유 아니겠습니까,자유.그전에는 독재정권 파시즘 속에서 개인 자유가 희생되고 억압되었습니다.지금은 정치적인 자유는 많이 확보되었죠.그러나 그 자유를 무제한,무책임의 자유처럼 생각하는 경향도 생겨났어요.무제한의 자유를 갈구하다 보니까 풍속도 문란해지고 개인도 도덕적인 해이를 보이는 면이 있지요.민주주의는 책임이 따르는 것이죠.무제한의 자유에 자기 몸을 싣다 보면 일탈로 가게 되죠.그리고 일탈은 중독을 낳습니다.인터넷 게임,사이버 섹스,알코올,마약….그러니까 민주주의에는 무제한의 자유라는 함정이 있는 셈입니다.공동체도 개인도,책임과 셀프 거번먼트(self government),자신을 다스리는 자치 말이지요.이게 있어야 합니다.인내가 필요합니다.” 나는 평소에 가깝게 뵌 분께 이렇게 딱딱한 질문을 드리고 싶지는 않았지만 문학인이나 문화인이 나라와 민족의 문제를 도외시한다면 그것 또한 일종의 직무유기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의 한국사회가 당면한 과제라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한국사회가 이제까지 성장을 꾀했으니까 지금부터는 부의 재분배를 통해서 소외된 사람들이 박탈감을 느끼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해요.지나친 성장위주는 곤란하다는 거지요.성장을 꾀하면서도 공동체의 삶의 질을 생각해야합니다.성장이라는 게 인간 크기의 성장이어야지 인간을 훨씬 능가해 버리는 성장은 오히려 인간을 잡아먹게 됩니다. 지금 한국사회는 유례없는 사회적 갈등의 표현을 맛보고 있습니다.그러다 보니까 파시즘이 새롭게 등장해야 한다는 견해까지 부상하잖아요.기업가도 노동자도 오늘의 상태를 차분히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민주주의라는 측면에서 한국사회를 진단해 주시지요.” “이제 외형상 민주주의는 확보된 것 같습니다.이제는 공동체를 이루는 구성원들의 심성이 구체적으로 민주화되어야 합니다.정치적 파시즘이 없어졌다고 해서 민주주의가 확립되는 것은 아니죠.파시즘 정권은 사라졌어요.민중은 많은 자유를 갖고 있어요.그렇다고 지금 우리가 완전한 민주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 건 아니에요.많은 국민이 지역감정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 하나의 예죠.지역감정에 사로잡혀서 그것에 골몰하면 그 지역감정을 동력으로 삼아 파시즘으로 회귀할 수도 있는 거죠.보다 나은 민주주의를 구현하려면 개인의 내면이 민주화되어야 합니다.지역과 지역이 어떤 표결 없이 바라볼 수 있고 노동자와 자본가가 대결 없이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정교한 외교로 대등한 한·미관계를 내친 걸음이다.나는 4·3의 작가에게 미국이라는 오늘의 화두에 대해서도 빼놓지 않기로 한다. “미국이라는 존재도 한국의 민주주의와 뗄 수 없는 문제 같은데요.” “한반도 문제는 미국에도 중요한 책임이 있습니다.내면의 민주화는 외부로부터 지배받지 않는 것,부당한 지배를 받지 않는 것이죠.미국이라는 강대국이 세계 민주주의에 어떤 저해 역할을 하는지 생각해야 합니다.한국은 미국과 대등한 관계로 가야 되는데,방법은 강대국과 약소국 일이기 때문에 정교한 외교로 대처해야지 피맺힌 절규로 해결될 수 있는 일만은 아닙니다.” “미국은 지금 세계경찰 역할을 자임하고 있어 우려되는 점이 많습니다.” “미국이 세계 경찰을 자임한다는 것은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유일한 강대국이 되었다는 것인데,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사태만 봤을 때 미국이 참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나중에 어떤 사고의 전환이 올지는 모르지만계속 그런 사고와 행동을 밀고 나간다면 미국이 강대국이기 때문에 지구가 파멸까지 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테러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해서 그렇게 한다고 하지만 전쟁이 있고 나면 반드시 테러가 뒤따르는 악순환이 이어지게 마련입니다.이것이 점점 규모가 커지고 테러나 전쟁의 규모가 커지면서 인류의 재난이 온다고 생각해요.미국의 사고 전환이 중요합니다.미국 시민의 애국주의도 잘못된 편견의 소산입니다.수정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미국 국민들이 사실은 엄청난 두려움에 떨고 있거든요.그 두려움을 방어적·공격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거지요.문제는 그게 옳은 방식이 아니라는 것이죠.두려움은 공격한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거든요.지금과 같은 세계화 시대에는 다원주의가 굉장히 큰 미덕이죠.남을 이해하고 남의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해요.기독교 국가인 미국과 이슬람 국가가 서로를 이해하고 공경할 수 있는 큰 사고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지금이 중세 십자군 시대하고 뭐가 다릅니까.” 이제 마지막 관문이다.나는 평소에 북한체제를 비판적으로 보는 사람으로서도 화해 정책을 지지하지 않을 수 없는 딜레마를 겪고 있던 참이다. “북한에 대해 햇볕정책이 유효하고 유일한 방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반면 북한체제 문제를 지적하면서 새로운 대응방법이 요구된다고 보는 사람들도 뚜렷한 집단으로 여론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햇볕정책이 유효하고 그렇게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어떤 포스터를 보고 느낀 건데,아마 중동의 팔레스타인 소년 이야기일 거예요.소년인 형이 아우를 등에 업고 있어요.그래서 ‘무겁지 않으냐,내려놓지 그러느냐.’고 물었더니 ‘제 아우인데요.’라고 반문했단 말이에요.북한은,남한인 우리가 형이라고 생각한다면 우리가 짊어져야 할 짐이에요.그러니까 짐스럽게 느끼면 안 되죠.아우가 힘들고 빈사상태에 빠져있는데 업고 있어야지요.” “북한 인민과 체제로서의 김정일 정부는 또 다르지 않습니까.” “그렇지요.사회주의 정권에서 중국은 많이 변모하고 있습니다.그게 모델이 되어서 북한사회도 그런 쪽으로 변모하면 되리라생각합니다.또 그렇게 수정되지 않으면 안됩니다.그러려면 지금 당면한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것이 선결되어야 합니다.” ●北, 중국 모델 따라가도록 시간 줘야 “김정일 체제에 대해서,체제만 살찌게 하는 건 아니냐 하는 견해가 있지 않습니까?” “예컨대 이슬람 국가들의 증오와 분노와 절망은 강요된 것이지요.북한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나타날 수 있어요.봉쇄정책을 쓰면 그것은 북한의 집행부,지배 집단,김정일만이 아니라 북한사회 전체를 압박하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절망이 깊숙하게 자리하면 증오에 의해 어떠한 범죄도 일어날 수 있어요.9·11테러는 깊은 절망에서 일어난 거예요.남북이 대치해 있는 상황에서 그들이 절망과 분노로 내달리지 않도록 하면서 평화와 미래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화해정책 외에는 방법이 없어요.북한사회는 점진적으로 변모해 가고 있으니 중국 모델을 따라가도록,시간을 두고 북돋아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통일은 궁극적인 목표죠.1국가 2체제든 1국가 1체제든.1국가 2체제는 먼 이정표일 뿐이고 지금은 화해와 교류가중요합니다.” “‘통일전망대’ 같은 TV 프로에 나오는 북한 주민들의 모습을 보셨으리라고 생각합니다.금강산에도 다녀오신 걸로 알고 있는데 북한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보고 계시는지요.” “좀 낯설지만 그것이 우리 이전 모습이에요.1950년대,60년대의 남한 국민들의 표정과 심성 같은 거지요.정치적 이데올로기와는 다른 차원에서 사람들은 순박하고 타락하지 않은 심성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였어요.” “얼마 전에 교보문고에 나갔다가 선생님 소설 ‘지상에 숟가락 하나’가 베스트셀러에 오른 것을 보았습니다.‘느낌표’라는 TV 프로그램 영향도 크겠지만 세상 많이 변했더군요.” “뭐,하도 안 팔려서 베스트셀러는 예술작품이 아니구나 생각했었거든요.(웃음) 그런데 베스트셀러가 되다 보니 내 소설이 예술작품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웃음) 나는 내 문학이 부끄럽지 않은 작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더 많은 독자를 만나게 된 걸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남북한 관계를 위해서 문화 예술가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요?” “문화예술에는그 민족의 고유한 형식과 정서가 들어있고 정서에 호소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치적인 담론보다는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문화예술을 공유해야 합니다.앞으로 남북 화해나 통일을 생각할 때 문화와 예술의 교류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를 마치자 선생은 내방객들을 저녁식사 자리로 데려간다.딱딱한 인터뷰에 무척 지친 듯한데도 그 인자한 눈빛을 바꾸는 법이 없다.나는 그런 선생에게서 인(仁)을 느낀다. 문학평론가·국민대교수 ■방교수가 본 작가 현기영 현기영 선생은 나와 같은 마포 주민이다.선생은 망원동 사람이고 나는 합정동 사람으로 상암동 경기장으로 가는 길이 넓혀지는 바람에 내가 서교동으로 이사를 가기 전까지 한두 달에 한번씩은 꼭 합정동 로터리 근처나 망원동 근처에서 합석을 해서는 문학 이야기며 세상 이야기를 하곤 했다. ●낯선 공간서 만난 낯익은 얼굴 선생은 귀가 크고 길어서 후덕하게도 생기셨지만 무엇보다 미덕은 젊은 사람들을 사랑하고 그들의 부족한 점까지 너그럽게 포용하면서 문학과 인생의 길을 함께고민할 줄 아는 소인(素人)의 성품이 있으시다는 것이다. 그러니 나는 선생이 언제까지나 마포구 망원동 주민으로서 나와 같은 문학도나 상대하면서 요즘 같은 세상에는 문제를 더 근본적으로 아웃사이더의 입장에서 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시고 잘 안 들리는 귀에 손바닥을 대고는 젊은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실 줄 알았다. 그런데,이게 웬걸.선생을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원장실에서 만나뵙게 될 줄이야.그런데 원장실에서 만난 선생은 앞으로 몇 년 지나면 어떨지 몰라도 옛날 그 자리에 있던 바로 그분이시다.자리가 달라지면 안색도 따라서 달라지는 소인(小人)이 아니라 언제나 희고 소탈한 소인(素人).그가 바로 현기영 선생이다. ●제주로 빚은 선굵은 문학세계 작가 현기영 선생은 1941년 제주 출생이다.제주가 낳은 많지 않은 소설가 가운데 한 사람으로서 선생은 오늘에 이르기까지 제주를 무대로,4·3 문제를 화두로,인간과 역사와 자연을 대주제로 삼은 선 굵은 문학세계를 일구어 왔다. 서울대사대 영어교육과를 졸업한 선생은 작가로서는 드물게 해병대 출신으로 사석에서 부르는 해병대가를 패러디한 노래는 이어도 노래와 함께 단연 일품이다.1975년에서야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니 이른바 늦깎이인 셈인데,학교 선생도 그만두고 문학에 매진하되 상업성과 허명을 멀리하고 역사와 인간에 대한 물음을 놓치지 않았다. ‘순이삼촌’‘마지막 테우리’‘변방에 우짖는 새’‘바람 타는 섬’,그리고 ‘지상에 숟가락 하나’로 대변되는 현기영 문학은 한국문학사에서 단연 이채를 발하는 제주의 문학,‘변방’의 문학이자 새로운 탈중심의 문학이다.
  • [이경형 칼럼] 파병 YES, NO ‘결단’에 달렸다

    태풍 매미가 할퀸 상처로 전국이 신음하는 가운데 미국은 여단급 규모의 전투병력을 이라크에 파병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해왔다.취임 7개월을 맞는 노무현 대통령 정부는 이라크 추가 파병 문제로 중대한 정책 선택의 기로에 섰다.노 대통령은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느냐에 따라 앞으로 국정운영의 최고 책임자로서 지도력과 경륜을 새삼 시험받게 되었다. 그동안 경기 침체,고학력 실업자의 속출,노사 갈등으로 경제가 계속 추락했고,한국은행은 올 성장률이 2%대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정치적으로는 여당인 민주당의 분열과 신당 창당 초읽기,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정기 국회의 파장 현상 등 정치권도 혼미를 거듭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여론 소통이 이뤄진 추석 이후 민심은 노 대통령의 치적에 대해 ‘쓴 소리’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왜 그럴까.노 대통령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거나,아직까지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국가 경영에 있어 진정한 리더십의 발휘는 지도자의 용기있는 결단과 국민 설득을 통해 그 결단에 국력을모을 때 비로소 평가되는 것이다. 지도자의 하루하루는 끝없는 정책의 선택,결단의 연속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특정 쟁점에 대한 어떠한 선택도 100% 완벽한 것은 없는 법이다. 최선,차선의 선택을 찾는 과정에서 여론을 수렴하고,토론과 논쟁을 통해 문제점을 부각하고 걸러내기도 한다.하지만 결국은 지도자의 결단에 의해 ‘예스(Yes)’와 ‘노(No)’가 선택되는 것이 대통령제의 의사결정 메커니즘이다. 혹자는 지도자의 결단이란 과거 독재·권위주의 정부 시절의 산물이지,지금처럼 민주화·수평화를 지향하는 ‘참여 정부’ 아래서는 통할 수 없다고 할는지 모른다.그러나 국가 경영에는 여론이 50 대 50으로 양분되거나,설령 55 대 45로 다소 기울더라도 지도자는 ‘45%’를 선택하는 용기가 필요한 경우가 있게 마련이다. 지금 파병 문제를 싸고 찬·반 여론이 비등하다.정부 내에서도 찬성론을 펴는 측은 파병이 한·미동맹관계 공고화는 물론 북핵의 평화적 해결과 이라크 재건사업,주한미군재배치 문제 등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한다.반면 반대론은 북핵과 국내 경제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막연한 추론에 불과하고,미군 재배치는 파병과 별개로 진행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진보적 시민단체들은 명분 없는 침략전쟁의 뒤처리에 전투병력을 보낼 수 없다면서 강경한 연대 투쟁을 벌이겠다고 벼르고 있다.보수 단체들은 한·미동맹간의 공조와 국익을 위해 파병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파병문제를 싸고 우리 사회는 또 한바탕 보혁 갈등을 겪을 것이 불 보듯하다. 여론조사(중앙일보)를 보면 파병 반대가 56%,찬성은 35.5%로 나타났다.그러나 유엔 결의에 의해 유엔군의 일원으로 파병한다면 찬성(58.6%)이 반대(40%)보다 더 많은 역전 현상을 보였다.찬·반 의견이 팽팽할 뿐 아니라,파병 조건에 따라 찬·반이 민감하게 엇갈린다는 얘기다. 앞으로 많은 진통이 따르겠지만 결국은 노 대통령이 고독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만약 대통령이 파병하기로 결단을 내린다면 국회를 설득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정부가 파병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도 은근히 국회가 부결시켜 주기를 기대한다면 이는 결코 떳떳한 태도가 아닐 것이다. 노 대통령은 미국의 파병 요청을 과감하게 수용할 수도,당당하게 거부할 수도 있다.그 선택은 국익의 치밀한 저울질,고도의 국제정치적 판단을 바탕으로 하여,대통령의 국정 비전과 역사적 안목에 의해 결정된다고 본다.노 대통령이 이번 파병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그의 리더십은 새롭게 평가될 것이다. 본사 이사 khlee@
  • 지령 20000호-’권력과 언론’ 여론조사 / 결론적 제언

    민주주의 사회에서 언론은 정부만큼이나 중요하다.국민의 알 권리에 기초하여 언론이 갖는 권한과 책임은 매우 막중하다.언론은 자칫 타락하기 쉬운 권력을 견제한다는 의미에서 정부나 정치와는 긴장관계를 유지해 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언론 스스로가 국민에게 신뢰받아야 한다.만일 언론이 족벌식 경영체계,편가르기식 보도관행,선거과정에서의 불공정보도 등으로 국민신뢰를 잃어간다면 언론 스스로가 권력을 견제하는 힘을 상실하게 된다.신뢰를 상실한 정부나 정치권력은 선거에 의해 수시로 교체할 수 있지만,잘못된 언론은 국민 마음대로 교체하기 힘들기 때문에 언론의 자기정화 노력은 끊임없이 지속되어야 한다. 요즈음 정부와 보수언론 사이에 건전한 긴장관계가 허물어지고 마치 전쟁과 같은 갈등관계가 형성되어 있다.그 전쟁은 누구에게도 도움을 주지 않는다.이러한 상태에서 국민의 언론에 대한 태도가 어떠한지를 과학적으로 점검할 필요성이 제기된다.이번 조사는 권력과 보수언론 사이의 갈등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기초로 하여 향후 권언 갈등관계 해소를 위한 처방 마련을 목표로 하였다. 한국의 언론은 민주화라는 장기 투쟁과정에서 권력과 정치가 국민의 신뢰를 잃고 있을 때 때때로 희망의 등불로서의 역할을 담당해 왔다.김영삼,김대중이라는 민주화의 거목들이 한국 언론의 도움이 없었다면 과연 어떻게 민주화과정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었을까.물론 보수언론들이 독재권력과의 밀월관계를 형성함에 따라 국민의 신임을 잃은 경우도 적지 않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언론은 수많은 정치권력들이 명멸해 나가는 과정에서 성공적으로 생존해 왔다.‘권력은 유한하지만 언론은 영원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성공적인 생존전략이 작금 진행되고 있는 민주주의 공고화 과정에서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것 같다.대다수 국민은 현재의 보수언론이 개혁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그리고 많은 국민들이 보수언론에 대해 스스로 개혁하기 힘든 수구적인 집단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국민신뢰를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보수언론 스스로 자기 정화의 노력을 하지 않음으로써 수구적인 이미지를 고착화시켜 가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대다수의 국민들이 언론에 대한 권력의 간섭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이러한 결과로 미루어 볼 때,국민은 정치권력에 의한 언론개혁보다는 언론 스스로 자신의 문제점들을 개혁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정치권력과 언론의 전쟁은 국민을 무시한 채 진행되고 있다.국민은 권력과 언론이 유착되는 것을 반대하고,맹목적 언론지상주의를 지지하지 않고 있으며,정부주도형 개혁방식도 지지하지 않고 있다.국민이 원하는 것은 민주적 언론개혁이다.이를 위해서는 정부는 언론의 자율성을 인정하면서 스스로 자정의 노력을 해 나갈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을 마련해 주어야 할 것이다. 만일 보수언론이 과거 독재정권 시절에 잘못 형성된 맹목적 언론지상주의라는 달콤한 늪에 빠져 자기 혁신을 거부한다면 국민들로부터 버림받을 것이며,만일 정부가 보수언론을 타율적으로 개혁시키기 위해 언론 문제에 적극 개입한다면 그 또한 국민적인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지금과 같은 권언갈등현상이 지속된다면 결국 패자만이 남게 된다.언론도 정부도 국민으로부터 지지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정치권력은 언론을 단순한 개혁대상으로 삼아서는 안된다.‘버릇을 고쳐야 한다.’는 식의 강압적인 정부의 태도는 불필요한 저항만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그리고 언론은 맹목적 언론지상주의를 탈피하여 자신의 문제점들을 스스로 해결해 나갈 수 있는 프로그램을 조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언론이 수구적인 모습으로 국민의 개혁 요구를 무시할 때 언론의 권위는 무너지고 권력 견제자의 자격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 지령 20000호-’권력과 언론’ 여론조사 / 개혁에 어떤 유형있나

    국민들의 언론개혁 방식에 대한 지지유형을 ‘언론개혁의 필요성’과 ‘권력의 언론 간섭’이란 두 축을 통해 살펴보면 네 가지 서로 다른 유형이 나타난다. ●“자율적 힘으로” 73.8% 첫째 유형은 언론 개혁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동시에 권력의 언론 간섭에도 반대하는 ‘민주적 개혁 지지형’이다.이 유형에 속한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성숙한 민주적 언론관을 갖고 있으며 권력과 언론간에 건전한 긴장 관계가 유지되는 것이 민주주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즉 정부 및 권력에 의한 타율적 개혁이 아닌 권력이 배제된 언론 스스로의 자율적 개혁에 대한 지지 정서를 갖고 있다. 국민의 압도적 다수인 73.8%가 이러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하지만 이러한 입장이 자율적 개혁을 주장하는 기존 보수언론의 입장을 지지하는 것으로 해석돼서는 안 된다.왜냐하면 민주적 언론개혁에서는 언론 스스로가 자정 노력을 할 것을 강하게 주문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유형은 언론개혁의 필요성에 공감하지 않으면서 권력의 언론 간섭에는 반대하는 이른바 ‘맹목적 언론지상주의형’이다.이는 기존 보수언론의 입장을 지지하는 유형으로 5.2%만이 여기에 해당된다.언론 감싸기 정서를 보이면서 언론의 제왕적 권력을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우리 사회에 “언론이 스스로 개혁하지 않고 잘못해도 권력(정부)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맹목적 언론 지상주의 정서가 형성된 배경에는 독재와 투쟁하는 민주화 추진 과정에서 정부나 정치 불신은 극대화되고 언론에 대한 국민의 무비판적인 지지 분위기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언론이 국민의 기대에 다소 벗어나더라도 그것을 용인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문제는 이상과 현실간의 괴리로 발생하는 맹목적 언론 지상주의 정서에 편승해 일부 언론들은 스스로 개혁하려는 자정 노력을 게을리하는 데 있다. 셋째 유형은 언론 개혁의 필요성에 공감하지 않으면서 권력의 언론 간섭을 찬성하는 ‘권언유착 지지형’이다.오로지 2.9%만이 이러한 유형에 속하고 있다.민주적 개혁 지지유형과 극명하게 차별화되는 것으로 언론을 정권홍보형의수단으로 간주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주도 지지” 18%뿐 마지막 넷째 유형은 언론개혁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권력의 언론 간섭에 찬성하는 ‘정부주도 개혁 지지형’이다.현 정부의 언론개혁 입장을 지지하는 이들로서 노무현 대통령 지지 계층에 많이 포진돼 있을 것으로 추론된다. 노 대통령 지지 계층에서 이 유형이 차지하는 비율은 19.4%이고,지난 대선에서 노 대통령을 적극적으로 지지했던 20대 연령층에서는 22.8%였다.이들은 언론이 스스로 자율적으로 개혁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정부 주도 하에 언론을 개혁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현 정부는 이러한 유형의 사람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18.1%에 불과하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정부가 아무리 언론개혁의 당위성을 내세우고 언론개혁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해도 ‘진보독재식’으로 언론개혁을 추진하기에는 아직까지 국민의 공감대가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정부의 언론정책은 대통령 지지층의 힘만으로는 성취하기 힘든 난제임을 깨달아야 한다. 정부와 기존 보수언론의 입장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모두 합쳐도 23.3%에 불과한 소수이다.정부와 언론은 더이상 소수의 입장을 갖고 소모적 논쟁을 벌여서는 안 된다. 권력과 보수언론 간의 갈등과 대립을 접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언론개혁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는 ‘진보독재’적 모습을 띤 ‘정부주도형 언론개혁 노선’을 포기해야 한다.보수언론도 ‘맹목적 언론 지상주의’ 정서에 안주하지 말고 과감히 자율적 개혁의 고삐를 당겨야 한다.‘언론이 스스로 개혁을 할 수 있다.’에 국민의 53.0%가 ‘공감하지 않는다.’고 답한 결과를 직시해야 한다.
  • “여야 공히 쓰레기집단”/김행자 ‘정치권 쓰레기론’ 파문 “발언 진의가 왜곡됐다” 해명

    김두관 행자부 장관이 “여야 공히 정치에 있어 쓰레기집단”이라고 표현,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김 장관은 8일 부산에서 열린 시·도지사 회의 참석에 앞서 7일 경남 남해로 가는 성묘길에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이같이 말했다.그는 “쓰레기를 한꺼번에 모아두면 재활용도 못한다.”면서 “버릴 것과 재활용할 것을 가려 재활용품은 다시 써야 한다.”고 정치권 ‘쓰레기 분리론’을 폈다. 김 장관은 또 “한나라당은 5·6공 군부독재정권의 잔당이며,지역패권주의 정당”이라고 혹평한 뒤 그동안 한나라당을 강도높게 비난한 것은 “사퇴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 평소 생각일 뿐”이라고 일축했다.이어 “참여정부를 중간평가하겠다고 하필 나를 고른 이유가 지방 출신으로 서울에 든든한 배경이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김 장관은 한나라당 의원 몇 명이 해임안 가결 후 위로전화를 걸어왔으며 특히 이상희 의원은 “마음이 아프지만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달라.”는 내용의 위로전문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내년 총선출마 여부에대해서는 “(대통령이) 해임안을 수용해 출마한다면 민주당보다는 새로운 신당이나 개혁당이 맞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기사가 게재된 후 김 장관측은 “발언 진의가 왜곡됐다.”면서 “오마이뉴스에 관련 부분을 수정해 줄 것을 요구했다.”고 해명했다.‘쓰레기 분리론’이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 전체에 대한 비난으로 받아들여지자 곤혹스러운 표정이다.김 장관의 측근은 “이것저것 뒤섞여 있으면 발전을 못하니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듯이 정책과 이념 중심으로 새롭게 모이면 우리 정치가 발전하지 않겠느냐는 의도였다.”고 덧붙였다. 박정경기자 olive@
  • 지령 20000호 특집 / 노무현 대통령 특별기고

    대한매일 지령 2만호 발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참여정부가 출범한 지도 반년이 넘었습니다.그동안 주위에서 가장 많이 들은 말 중에 하나가 “언론과 사이좋게 지내라.”는 것입니다.또 “개인적으로 언론에 대한 감정이 있으면 이제 그만 풀라.”고 충고합니다.언론과 맞서 싸우면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으니 그만 양보하고 타협하라는 것입니다. 저는 그런 말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우선,일부 언론과의 편치 않은 관계가 사사로운 감정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우리 사회에서 언론과 맞서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손해보는 일인지를 잘 알고 있습니다.그러나 이런 환경과 관계가 옳지 않기 때문에 불편함을 감수하며 국정 운영에 임하고 있는 것입니다.이것은 참다운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중요한 일이라고 믿습니다. 왜 언론과의 합리적 관계 개선이 중요한가? 첫 번째 이유는 어떤 권력이든 상호 견제와 균형의 건전한 긴장관계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권력’하면 ‘정치권력’을 머릿속에 떠올립니다.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보이지 않는,많은 권력집단들이 존재합니다.그 중 대표적인 것이 ‘언론권력’입니다.언론은 국가나 공동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결정하는 데 있어 정치권력 이상으로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그 때문에 ‘제4의 권력’이라고도 합니다.시민단체나 노동단체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모두,우리 사회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권력’인 것입니다.이러한 권력은 노력에 대한 보상이나 전리품이 아니라 국민이 부여한 ‘소명’입니다. 권력을 마치 전리품인 것처럼 착각하는 순간,권력에 도취하게 되고 그것을 남용하게 됩니다.그 결과 많은 국민들을 불행에 빠뜨리고 권력 스스로도 정당성을 잃고 맙니다.소명을 저버리게 되는 것입니다.나아가 권력은 미래지향적이고 창의적이어야 합니다.국가와 국민의 운명을 보장하고 개척해 가는 것이 권력의 소명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모든 권력은 스스로 절제해야 합니다.힘을 행사하는 자격과 합리성을 갖춘 권력이 되어야 합니다.외부 견제장치가 제도화되어 있지 않은 언론은 더욱 그렇습니다.언론 내부의 자정과 견제,비판이 필요한 것입니다.대통령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국회를 지배하려 하거나,검찰·국가정보원 등을 정권의 도구로 이용하려는 유혹을 물리쳐야 합니다. 그러나 권력 스스로의 절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상호견제가 있어야 합니다.일방적인 힘의 행사로 자기 의견만 관철하겠다는 자세는 민주주의 질서를 파괴합니다.그런 권력이 허용되어서는 안 됩니다.상호견제를 통해서 반드시 절제되어야 합니다. 민주주의의 근간인 ‘삼권분립 제도’도 여기서 출발합니다.국가권력을 나누어 서로 견제하게 함으로써 권력의 남용을 막고 국민의 권리와 자유를 보장하는 것입니다.그뿐만 아니라 행정부 내에서도 감사원 등을 통해서 견제와 균형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권력 스스로의 절제는 불완전하며 믿을 수 없다는 전제에서입니다. 언론과 정부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상호 긴장관계를 유지해야 합니다.언론과 정치권력이 결탁했을 때 야기되는 많은 폐해들은 역사가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가장 강한 권력인 정치권력과 언론이 ‘누이 좋고매부 좋고’ 식으로 불의의 공생을 도모했습니다. 그 때마다 시대정신은 후퇴하고 국민들이 피해를 입었습니다.특히,저항할 힘이 없거나 정의의 편에 서고자 하는 사람들의 피해가 컸습니다.일제시대가 그랬고 독재정권 시절이 또한 그러했습니다.우리 사회에서 힘을 정의로 믿는 기득권이 형성된 것도 정치권력과 언론권력이 야합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정치권력과 언론은 어느 한 쪽이 다른 쪽을 일방적으로 장악하거나 서로 유착할 때 편한 관계가 됩니다.그러나 잘못된 것이 바로잡히지 않습니다.오로지 어느 한 쪽의 굴종이나 서로간의 음험한 거래가 있을 뿐입니다.힘들고 불편하지만 각자의 정도를 가야 합니다.정부기관의 가판구독을 중단한 것도,기자실을 폐지하고 브리핑 제도를 도입한 것도 그러한 생각에서입니다. 언론과의 관계에 대한 참여정부의 입장은 분명합니다.정부와 언론 모두 자기절제의 토대 위에서 각자의 소임에 충실하자는 것입니다.정정당당하게 상대방을 견제해 나가자는 것입니다.그리하여 ‘건전한 긴장관계’를 유지해가자는 것입니다.그랬을 때 정부도 언론도 바로 설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언론과의 합리적 관계 개선이 중요한 두 번째 이유는,우리 사회에 ‘건강한 공론의 장’을 만드는 일이 시급하기 때문입니다. 민주사회에서는 이익집단이나 사회계층간에 다양한 의견들이 분출하며,많은 경우 이해가 서로 다르고 대립하게 됩니다.이같이 서로 다른 의견들이 공론의 장에서 자유롭게 주장되고 또 경쟁하는 것이 민주사회의 기본원리입니다.그런 가운데 상충하는 의견들이 대화와 토론을 통해 타협점을 찾고 합의에 이릅니다.이는 일찍이 존 밀턴이나 존 스튜어트 밀이 주장한 자유언론사상의 핵심 내용이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언론의 역할은 절대적입니다.언론이 설정하는 의제는 곧바로 사회적 의제가 됩니다.언론이 “지금 이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이것이다.”라고 규정하면 국민들 사이에서 그것을 중심으로 열띤 논의가 벌어지고 여론이 형성됩니다.‘데모크라시’를 ‘미디어크라시’라고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따라서 언론의 의제 설정은 매우 신중하고 공정해야 합니다.편파적이거나 불공정한 의제는 국민들간에 갈등과 분열을 부추기고 합의를 어렵게 합니다.과거지향적이거나 창조적이지 못할 때는 우리 사회를 정체 또는 퇴보하게 합니다. 정확한 사실에 근거한 냉정한 논리의 제공도 필수적입니다.그래야 서로 다른 의견과 주장 사이에서 공정한 토론이 이루어지고 합리적인 결론에 이를 수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습니다.언론이 펼치는 공론의 장에 관여하는 것은 대단히 제한적입니다.우선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사실이 잘못 전달되었거나 왜곡 보도되었을 때 합법적으로 대응해서 바로잡는 것입니다. 이는 정부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이고 응당 해야 할 일입니다.언론 또한 공론의 장에서 이런 견제를 받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언론의 자유’가 사실을 왜곡,과장하거나 억측을 사실인 양 호도하는 자유까지 의미하진 않기 때문입니다.“사실은 신성하다.”는 언론의 금언도 있지 않습니까? 균형 있고 건강한 공론을 만들기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두 번째 일은,정부가 하고 있는 일을 최대한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입니다.실제로 참여정부는 과거 어느 정부보다 행정정보와 정책을 적극 공개하고 있으며,이를 통해 국민의 알 권리와 국정 참여 기회를 확대해오고 있습니다.이 달 초 개통한 인터넷 ‘국정브리핑’도 그런 취지에서입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언론과 정부는 공론의 장에서 국가 발전과 국민의 행복,그리고 보다 나은 사회 건설을 목표로 경쟁하고 협력해야 합니다.서로에 대한 존중이 바탕이 되고,앞서 언급한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적용되어야 함은 물론입니다. 끝으로,언론이 시장경제의 공정한 룰을 지키도록 원칙을 지속할 것입니다. 사회환경의 감시가 소명인 언론사의 위법행위와 불공정거래는 일반 기업들보다 엄격하게 다루는 것이 원칙일 것입니다.저는 무엇보다 최소한의 공정한 경쟁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언론을 압박하는 일도 없겠지만,예외적인 특권이 용납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언론개혁’을 요구하며 그 당위성을 강조합니다.언론의 영향력과 중요성에 비춰볼 때 그 어떤 다른 개혁보다 시급하게 단행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왜 정부가 나서지 않는가를 질타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그러나 언론개혁은 정부가 주도할 성격의 일이 분명 아닙니다.언론과 언론인 스스로의 몫입니다.또 언론의 수용자인 국민들이 언론개혁의 분위기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정부는 언론이 국민과 사회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그리고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제한된 범위 내에서 도움을 줄 수 있을 뿐입니다.참여정부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당당하고 차분하게 언론과의 관계를 정립해갈 것입니다.좌고우면하지 않고 처음 세운 원칙 그대로 일관된 길을 갈 것입니다.지름길이나 뒤안길 대신 가장 올바른 길을 찾아 우직하게 걸어갈 것입니다.그래서 앞으로 3∼5년 후에는 정부와 언론 모두,힘들었지만 그 길을 선택하길 잘 했다고 자부하게 되길 바랍니다.또 그렇게 국민들이 평가해주길 기대합니다.공정한 언론과 투명한 정부가 건강한 관계를 이루는 가운데 우리 사회가 보다 밝고 건강하며투명해지기를 소망합니다. 다시한번 대한매일 지령 2만호 발간을 축하합니다.
  • 노대통령 기자간담회 / 野 “사실상 해임거부”

    한나라당은 7일 노무현 대통령의 기자간담회 발언에 발끈했다.사실상 김두관 행자부 장관 해임건의안 수용을 거부한 것으로 간주,“헌법유린” “변종독재” 등의 표현을 써가며 노 대통령을 맹렬히 비난했다.그러면서도 향후 대응방향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해 대응수위를 고심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최병렬 대표는 오후 박진 대변인으로부터 보고받은 뒤 “대통령이 헌법을 유린하는 중대한 문제”라며 강력 대응할 뜻을 밝혔다.홍사덕 총무는 기자간담회를 갖고 “대통령은 헌법의 아들로,헌법을 위반할 수 없는 존재”라며 “(노 대통령 발언은)못난 이의 오기”라고 비난했다.이어 “김 장관은 헌법에 따라 이미 수명이 끝났다.”면서 “앞으로 장관 자격으로 절대 국회에 나올 수 없다.”고 못박았다.송태영 부대변인은 “망동과 오기로 국민과 국회의 인내심을 더이상 시험하지 말라.”고 논평했다. 격앙된 자세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은 향후 대응에 대해서는 신중했다.일단 국정감사를 거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홍 총무는 “노 대통령은 국회에대한 정면 도발로 국정감사에서의 곤욕을 모면하고 싶겠지만 국감은 예정대로 실시,국민을 대신해 지난 6개월의 실정을 철저히 따질 것”이라고 말했다.홍 총무는 특히 “(노 대통령 발언은)우리에게 함께 국정을 포기하자고 종용하는 것과 같은,참으로 못난 짓”이라며 “과거 야당처럼 국회를 파행시킬 생각은 전혀 없으니 정부나 대통령도 그런 나쁜 지혜는 포기하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대로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정국 파행을 부추기려 한다는 시각을 내보였다.그 목적은 신당 띄우기에 있다는 것이다.소장파 남경필 의원도 “노 대통령은 어떻게 하면 야당에 타격을 가하고 신당을 띄우느냐에만 골몰하고 있다.”며 “이는 국익이나 나라질서를 생각하지 않는 포퓰리스트적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이런 맥락에서 한나라당은 일단 정기국회를 파행으로 몰아 여론의 역풍을 맞는 일은 피할 전망이다.대신 노 대통령 주변 비리의혹에 대한 특검수사 추진 등 원내 대응책을 보다 강도 높게 밀어붙일 것으로 점쳐진다. 진경호기자 jade@
  • 노대통령 기자간담회 /김행자 해임건의안 문제

    노무현 대통령은 7일 청와대 기자들이 머무는 춘추관을 방문,오찬간담회를 갖고 김두관 행자부 장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노 대통령이 취임후 국내에서 출입기자들과 식사자리를 함께한 것은 처음이다. ●행자부 장관 해임건의안 행자부 장관 해임건의안은 어떻게 처리하나. -안 받아들이면 정국이 시끄러워질 것이고 국민들이 불안해진다는 게 한나라당의 논리이다.그러나 받고,안 받고를 결정하기 이전에,그 논리는 맞지 않다.옛날에 군사정권 시절에 독재하고 국민들 탄압하고 하면서 국민들이 거기에 대해서 항거하니까 시끄러웠다.그러니까 만날 사회혼란,안정 이렇게 주장하면서 저항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그때 독재에 대해서 우리가 시끄럽다고 해도 저항했기 때문에 오늘이 있는 것 아닌가. 안 받으면 시끄러울 수도 있는데. -받으면 장관들이 제대로 일할 수 있겠나.장관들이 참여정부의 어떤 정책방향 같은 것은 존중하지 않고 국회의원 눈치만 살피고 한나라당한테 찍혀서 언제 해임건의안 올라올까 전전긍긍하는 상태가 되면 소신껏 일할 수 없다.그러면정부가 흔들리는 수준이 아니고 그야말로 국가가 흔들린다.받아들이더라도 쉽게 할 수는 없다.이 점에 관해서 할 말은 하고,따질 것 다 따지고 옳고 그름에 대해서 충분하게 판단을 받은 다음에 결정을 내릴 문제다. 어느 정도 시간이 있나. -국감기간 끝날 때까지는 정부가 그렇게 불편할 일은 없다.그 시기를 꼭 못박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 정부가 불편해지고 그로 인해 국민들이 불안을 느끼고 그렇게 해서 상당히 어려워지면 그때 가서 결단을 내려도 늦지 않다.그동안 부당함을 계속 주장하면서 앞으로 이런 일이 없고 해임건의건이 마구 남용되지 않도록 충분히 저도 방어막을 칠 생각이다. 김두관 장관이 최근 정치적 발언을 높이고 있고,총선출마 의사도 은근히 내비치고 있다.장관직 수행이 어려워지는 것 아닌가. -김두관 장관은 이 일로 대통령에게 부담주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사의를 표명하려고 한 것이지만 대통령은 그렇게 얼른 처리해 버릴 문제가 아니다.장관도 좀 힘이 들더라도 장관직을 유지하면서 이 문제를 국민적 쟁점으로 부각시켜 줘야 된다.해임건의안 가결이라는 한나라당의 정치적 행위에 대한 국민적 논쟁을 해야 한다.그러면 장관이 사임하지 않아야 가능하므로 제가 사임을 만류했다.김 장관도 (총선출마를 할 수 있으므로)갈 길이 없는 사람도 아니지만,대통령의 생각을 도와주는 뜻에서 장관직을 유지할 것이다. 한나라당의 생각은 다를 텐데. -한나라당도 국민들한테 칭찬받지는 못할 것이다.한나라당도 (해임건의안이)없었던 것으로 하고 국정감사 받아주고 정기국회 다 마치도록 해 주면 그것이 최고 좋은 것이다.왜 자꾸 “우리 시끄럽게 할 거야.”라고 그렇게 위협하지 말고 정기국회까지라도 장관이 제대로 할 일 다 하고 정기국회 마치도록 해 주면 좋다. 그렇게 하면 김두관 장관을 정치적으로 키워주는 것 아닌가. -김두관 장관은 우리가 추구하는 학벌 없는 사회와 보통사람들의 꿈을 일구어냈고 앞으로도 더 성공시켜 나가야 되는 코리안드림의 상징이다.내가 키워줄 수 있으면 최대한 키워주고 싶다.김 장관을 발탁할 때는 참여정부가 추구하는 학벌 없는 사회,그리고 보통사람들의 성공의 상징,그래서 김 장관이 장관으로서 성공함으로써 우리 보통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그런 어떤 상징적인 의미를 살려보려고 했다. 여론형성이 해임건의안 방어막이 되나. -국회도 잘못하면 국민들로부터 지탄을 받아야 한다.지금까지 약속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판단이다.그래서 잘못하면 국민들로부터 지탄도 받아야 되고 정부도 호락호락 굴복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국민들이 이 문제에 대해서 생각할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곽태헌 문소영기자 tiger@ ●신당 문제 ‘저명한 당원’으로 신당에 대한 입장은. -신당에 관여하는 것도 권리지만,그러나 부작용도 많아서 관여 안 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하고 있고,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원론적으로 얘기해서 대통령이 정당활동에 관여하는 것은 거의 권리이자 자유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지금은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적절하겠다 판단해서 하지 않고 있다. 내년 총선에 출마할 장관들로 개각수요가 발생하나. -단 한 사람의 장관에게도 출마를 권고한 일이 없다.그리고 실제로 단 한 사람의 장관도 출마 예상자로 점찍어 놓은 일이 없다.모두들 각기 자기들의 판단이다.원칙적으로 전문성 있고 일 잘하는 양반들은 계속해서 함께 일을 하려고 한다.예를 들면 (총선)경쟁력이 아주 뛰어난 사람이라 할지라도 정부의 장관으로서 일하는 것이 먼저다.국회의원도 중요하지만 정부의 장관들이 아주 중심잡고 능력있게 일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정부를 제대로 끌고 가서 정부가 중심을 잡으면 여간 사회가 시끄럽고 국회가 좀 시끄러워도 국정은 바로 갈 수 있다.정부가 흔들리면 심각하기 때문에 저는 정부가 중심잡고 제대로 할 일을 해나가는 일에 전력을 투구하고 있다.정부에 제 승부를 걸고 있다.정치적 상황에 제 승부를 거는 것이 아니다.총선에서 몇 석 더하고 덜하고 그것보다 훨씬 중요하다 그렇게 생각한다. ●이범관 광주고검장 발언 6일 이범관 광주고검장이 대통령의 검찰 관련 발언을 비판했는데. -(내가 말한 뜻을)자세히 모르고 한 것 같아서 대응을 굳이 안 하려고 한다.그리고 내부통신망(CUG) 안에 의사 표시한 것을 가지고 항명으로 확대해석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과거에)권력에 봉사한 대가로 군림할 특권도 누리지 않았느냐,과거에 그렇게 해 왔는데 이제 앞으로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검찰이 앞으로 만일에 그렇게 하려고 한다면 그것을 용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뜻으로 한 말이었다.그런데 마치 내가 검찰 길들이기를 하려 한 것처럼 오해하고 한 얘기가 아닌가 싶다.
  • “돌아갈 고향없는 고통 소설로”/‘한민족문학포럼’ 기조강연 在日작가 이회성

    3일부터 서울 ‘논현동' 아미가호텔에서 이틀 동안 열리는 ‘한민족문학포럼’의 주제는 ‘디아스포라(민족 분산),아이덴티티 그리고 문학’이다.김우창,고은,아나톨리 김 등 국내외 작가 100여명은 3일 지구촌 한민족 문화네트워크의 구축을 지향하는 이 포럼에서 ‘민족’과 ‘세계 작가’ 등을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포럼의 주제에 가장 어울리는 이는 재일작가 이회성(李恢成·68)씨다.사할린 태생,45년 아버지와 일본으로 탈출,분단 이전의 ‘조선’ 국적을 고수하다 98년 한국으로 귀화 등 파란만장한 그의 삶과 문학에는 ‘민족 분산’의 음영이 오롯이 드리워져 있다.이씨는 이날 자신과 어울리는 ‘문학에 있어서의 디아스포라와 아이덴티티’를 주제로 기조강연을 했다.강연에 앞서 그를 만났다. 문학이 재외동포의 정체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를 물었더니 “제1세대 재외동포 작가로서 할 일이 매우 많은데 아직 제 몫을 못해 착잡하다.”며 “그런 작업의 하나로 현대사를 아우르는 ‘긴 소설’(그는 장편 대신 이 표현을 즐겨 썼다.)을 3년 전부터 일본 월간문예지 ‘군조’(群像)에 연재하고 있는데 앞으로 몇 년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연재소설의 성격에 대해서는 “단순한 민족 유랑사가 아니라,나의 뿌리에 대해 모르는 게 너무 많아서 한줄 한줄 영역을 넓히고 있다.”고 답했다.그는 연신 “상상하고 있는 생각을 말로 다 옮기지 못하는 ‘거지’ 같은 내 표현력이 안타깝기 그지 없다.”며 자신을 짓누르고 있는 디아스포라의 무거움을 간접적으로 토로했다.그는 디아스포라가 자신의 삶뿐 아니라 우리 민족의 정체성과 연관돼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내 삶만이 아니라 우리 민족이 그렇게 살아온 게 아니냐.”며 자신이 태어난 사할린의 예를 들었다.“안톤 체호프의 1890년 소설에 보면 그 당시에 ‘절벽의 섬’을 뜻하는 사할린 섬에 막노동을 위해 정든 고향을 등진 한국인과 중국인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들은 우리 현대사의 한 상징”이라고 말했다. 재외동포들에 대한 문학의 역할에 대해선 스케일 큰 예지력을 들려주었다.“IT 혁명시대에도 문학의 가치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5대륙에 흩어져 있는 700만의 동포는 세대간 갈등과 귀화 등의 문제에 직면해 있는데 귀화 자체를 문제삼지 말고 ‘코리안계 ○○○’로 당당하게 정체성을 밝히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그는 “돌아갈 고향이 없다는 견딜 수 없는 고통을 대변하는 사람이 작가와 예술가”라며 “문학이라는 평화적 방법은 민족 감정만이 아니라 팔레스타인 등 우리와 유사하게 분산의 고통을 겪는 세계의 감정까지 아우르면서 그 현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69년 등단한 뒤 72년 ‘다듬이질하는 여인’으로 재일 외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일본의 노벨문학상이라 불리는 아쿠타가와(芥川)상을 수상했다.대표작은 유신 독재에 맞서는 남한의 자생적 사회주의를 다룬 ‘금단의 땅’과 중앙아시아에 강제 이주된 한민족의 삶을 다룬 ‘유역(流域)’ 등이 있다.72년 한국 방문 이후 일본에서 반유신 독재운동을 펼쳤다는 이유로 한국 정부로부터 입국을 거부당한 적도 있다. 이종수기자 vielee@
  • [사설] 한나라, 힘으로만 밀어붙일 건가

    제16대 마지막 정기국회가 우려한 대로 초반부터 정치권의 힘겨루기로 얼룩지고 말았다.한나라당은 3일 김두관 행정자치부장관에 대한 해임 건의안을 민주당이 불참한 가운데 표결처리했다.노무현 대통령이 국회의 해임 건의안을 받아들일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하지만 어떻게 받아들이든 이로 인해 정국이 경색될 것임은 틀림없어 보인다.청와대와 한나라당측이 오늘 저녁 예정된 5자회동은 해임안과 무관하다고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민생을 챙기는 생산적인 대화가 오갈 수 있겠는가. 우리는 정기국회 초반부터 정치권이 해임 건의안 문제로 대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해임 건의안이 여야가 생사를 걸어야 할 정도로 명분이 있는 것도 아닐 뿐더러 더 시급한 경제와 민생현안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었다.그런 점에서 정국경색이 뻔히 보이는데도 한나라당이 굳이 표결처리라는 상황으로 몰고간 것은 잘못이다.새 정치를 한다면서 대화는 외면하고 힘겨루기와 이런 소모적이고 감정적인 결론밖에 내지 못한다면 과거 정치와 무엇이 달라졌다고할 수 있나. 한나라당은 해임 건의안 처리의 명분을 ‘코드 독재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또 참여정부에 대한 중간평가라고 강조하고 있으나 이는 지나친 주장이다.한나라당은 힘으로 이겼을지는 모르나 정치적으로는 실패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한나라당의 해임 건의안 처리는 소모적인 구태를 되풀이했다는 점에서 불행한 일이다.청와대와 민주당측은 한나라당의 해임안 처리를 두고 ‘국정 흔들기’라며 격앙돼 있다.거대 야당의 밀어붙이기에 대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반응이다.하지만 청와대와 민주당,한나라당의 힘겨루기가 계속돼서는 안될 것이다.마주 보고 달리면 충돌밖에 얻을 게 없다.한반도의 안정,경제와 민생을 챙기는 생산적인 정치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더이상 감정적인 대응을 삼가고 5자회동 등 대화를 통해 극한대립을 해소해 나가야 할 것이다.
  • 김승훈신부 타계/박종철치사 폭로… 6·10항쟁 기폭

    지난 70년대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핵심으로 활동하면서 독재정권에 맞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헌신한 천주교 서울대교구 김승훈(마티아·사진) 신부가 2일 오전 2시35분 서울 여의도 성모병원에서 숙환으로 선종했다.64세. 김 신부는 암울했던 군사정권 하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일관되게 주장,정의와 평화를 되찾기 위한 현장 목회를 실천하면서 억압받고 고통받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고통을 함께 나눈 대표적인 성직자였다.1939년 평안남도 진남포에서 태어난 김 신부는 서울 성신대학을 졸업한 뒤 1962년 서울대교구에서 사제서품을 받고 성직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창립멤버로 가입했고 이후 삭발과 단식으로 이어지는 험난한 민주화 운동에 몸을 아끼지 않았다.특히 1987년 박종철군 고문 치사 조작 사건 폭로는 87년 6월 민주화항쟁의 불을 지펴 서슬퍼런 군부독재를 무너뜨린 직접적인 도화선이 된 것으로 유명하다.당시 천주교는 정의구현전국사제단 명의로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은 조작되었다.’는 성명을 발표했는데 김 신부는 바로 이 성명 발표를 주도한 인물이다. 평범한 목회자로 현장을 지키다가 본격적인 민주화운동에 발을 내디딘 것은 1974년 9월 민청학련 사건으로 고 지학순 주교가 구속될 즈음 탄생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중심인물로 활동하면서부터.이후 “한 줄기 정의와 양심의 횃불을 밝혀 분단의 장벽을 걷어내자.”는 구호를 내걸고 정의와 평화통일의 일선에 나섰던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중심을 벗어나지 않았다.대학생 신분으로 방북해 통일운동의 물꼬를 튼 ‘통일의 꽃’ 임수경씨 방북 때도 당초 문규현 신부 대신 고인이 동행자로 내정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은 76년 명동성당에서 있은 3·1시국선언에 연루된 이후 선종할 때까지 각종 시국선언의 공동대표나 발기인으로 활동했으며,고문으로 숨진 박종철씨 기념사업회 회장을 지냈고 김재규씨를 민주화 운동 관련자로 인정해 달라는 김재규 장군 명예회복 추진위원회 공동대표도 맡았었다.고인의 유해는 2일 명동성당으로 옮겨졌으며 장례미사는 4일 오전 10시 명동성당에서 열릴 예정이다.(02)777-0641∼3. 정부는 김승훈 신부의 생전공로를 기려 국민훈장 모란장을 추서키로 했다. 김성호기자 kimus@
  • 盧대통령 6개월 진단 / 리더십 강화 위한 제언

    ●다양성의 사회이다 대표성의 문제를 생각해 보자.노무현 대통령은 국민선거에 의해 당선되어 자신을 지지한 사람들만의 대표가 아니라 전 국민의 대표자가 되었다.따라서 자신을 지지하는 소위 코드가 맞는 사람들도 중요하지만,코드가 다른 사람들의 생각까지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민주주의 사회는 다양성의 사회이고 다양한 사람들이 공존하는 사회이다.대통령은 그 다양성이 상생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양김정치 수혜자인 셈 역사를 거시적으로 보면 노 대통령은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들이 민주화라는 길을 활짝 열어 놓았기 때문에 당선이 가능했다.양김(兩金)정치의 최대 수혜자인 셈이다.미시적으로 보면 실수는 많았으나 양김은 수십년간 한국의 정치지도를 민주화의 방향으로 틀 잡아 끈질기게 투쟁해온 위대한 정치인들이 아니었던가.그들을 부정하고 하루아침에 한국사회를 모두 다 바꿀 수 있는 것처럼 서두를 일이 아니다.민주화를 일궈낸 자랑스러운 과거에 등을 대고 현실의 문제를 하나씩 개혁해 나가야한다.노 대통령 스스로가 한국의 역사를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한다.한국사회에서 비주류와 소수파라 할 수 있는 정치인을 대통령으로 만들어 준 것이 바로 한국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감동할 정책이 필요 정부정책의 효과성은 정책집행이 국민에게 얼마나 긍정적으로 작용하는가에 달려 있다.그러나 현 정부는 정책입안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는 것 같다.말은 많으나 실제적으로 국민에게 돌아오는 것은 별로 없다는 지적이 많다.과거 김영삼 대통령 집권 초기에 인사를 통해 하나회를 해체시키고,금융실명제를 전격 실시했던 기억이 새롭다.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실효성 있는 대통령의 조치를 지지했던가.또 김대중 대통령이 IMF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구를 이끌고 여러 나라를 순방하면서 경제외교를 적극 수행했던 것도 얼마나 국민들을 감격시켰던가.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수행 의지가 아쉽다.노 대통령이 국민의 지지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실천적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진보세력으로는 한계 선거 당시 노 후보는 이회창 후보에 비해 이념적으로 진보성향이 강했고,개혁지향적이었다.따라서 노무현 정부는 진보적 개혁성향을 가질 수밖에 없는 내재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그러나 진보적 개혁세력만을 가지고는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기 어렵다.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중도세력의 지지 없이는 개혁은 물 건너가기 십상이다.그러나 노 대통령 스스로가 코드정치를 주장하며 중도나 보수와의 대화채널을 차단하고 있는 현실은 지지기반의 약화로 귀착되어 갈 수밖에 없다.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오히려 ‘진보 독재’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민주사회에서 대통령의 정치적 힘은 대통령의 헌법적 권한과 권력을 행사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자기를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을 설득하는 능력을 말한다.관용 없이는 민주적 리더십을 구현하기가 어렵다. ●평가는 역사가 할일 오늘날 국가위기에 대해 누가 책임을 져야 할 것인가.물론 노무현 정부이다.어떤 정부도 완벽할 수 없다.완벽을 향하여 나아가기도 하지만 어떤 때는 정체되어 있거나 반대를 향해 치달을 수도 있다.정체되어 있거나 반대를 향하고 있다는 경보가 울릴 때 정부는 바로 자기수정을 해야 한다.자기수정 메커니즘이 작동되지 않으면 큰 실수로 연결되고 만다.또국민의 평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정부가 되어야 한다.특히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국민과 역사가 하는 것이지 대통령 본인 스스로가 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여야와 끝없이 대화 국가안보나 통일,외교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여야가 함께 공감대를 가지고 밀고 나가야 한다.대북문제,북·미문제,남북경협,북한핵을 비롯하여 6자회담이나 대미관계 등은 한국의 기본적인 생존권과 직결되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며,정파적 이해관계의 영역이 아니지 않은가.대통령의 안보,외교역량은 대내적으로 초정파적인 지지를 얼마나 이끌어낼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생존에 관한 문제에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국력은 쇠퇴하고 말 것이다. ●위기올 땐 모두 패배자 요즘 각계각층,이익집단의 요구가 분출하고 있다.요구의 분출이 제대로 소화되어 합리적인 정책으로 전환되는 장치가 필요하다.요구는 비대해지고 해결되는 것이 별로 없으면 사회는 극도로 혼란스러운 모습을 띠게 된다.이런 사회는 합리성보다는 감성이 지배하게 되고,성실성보다는 한탕주의가 극성을 부리게 된다.모두가 패배자가 되고 만다.참여폭발의 위기 상황에서 정부는 법과 원칙에 따라 일관성 있게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 테일러 라이베리아 대통령 퇴진

    |몬로비아 AFP 연합|지난 14년간 라이베리아를 내전 상태로 몰아넣은 군벌 출신의 찰스 테일러 대통령이 11일 마침내 모제스 블라 라이베리아 부통령에게 권력을 이양하고 퇴진했다. 테일러 대통령은 이날 정오쯤(현지시간) 수도 몬로비아 대통령궁에서 타보 음베키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등 아프리카 인접국 정상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블라 부통령에게 권한을 이양했다. 그는 그러나 전날 저녁 방송한 대국민 고별연설에서 자신은 “미국이 부추긴 전쟁의 희생양”이라며 “미국이 금.다이아몬드 등 라이베리아의 자원을 노려 반군에 무기와 자금을 대줬다.”고 비난했다. 테일러 대통령은 1989년 새뮤얼 도 정권을 상대로 쿠데타를 일으킨 뒤 97년 선거로 권좌에 올랐으나,그의 독재에 반발한 반군의 공격으로 라이베리아는 유혈 내전에 시달려왔다. 그는 특히 내전 중 민간인을 학살하고,다이아몬드 이권을 대가로 이웃 나라 시에라리온의 반군에 무기를 팔아 내전을 촉발한 혐의로 유엔의 전범재판에 기소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테일러 대통령의 사임으로 라이베리아 수도 몬로비아에서는 권력 공백을 우려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와 관련,존 쿠푸어 가나 대통령은 이날 테일러로부터 권력을 물려받은 블라 부통령은 총선이 예정된 오는 10월 2일까지만 라이베리아 과도정부를 이끌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라이베리아내 반군은 물론 아프리카의 이웃 국가들 및 미국 등 국제사회의 압력에 굴복해 이날 퇴임한 테일러 대통령은 사전에 합의한 대로 나이지리아로 망명할 것이라고 AFP통신 등 외신들이 이날 보도했다. 주요 반군세력인 ‘화해·민주주의를 위한 라이베리아연합(LURD)’의 야전사령관 세예아 세리프는 테일러가 이날 블라 부통령에게 권력을 넘겨준 후 당장 라이베리아를 떠나야 한다고 강조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우리는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 시민단체 초청 ‘해외 민주인사’ 사연

    반국가 인사나 간첩으로 낙인 찍혀 30여년 동안 귀국하지 못하고 있는 해외 민주인사 61명을 집단 초청하려는 움직임이 활기를 띠고 있다.참여정부 출범 이후 시대 분위기의 변화를 타고 이들이 귀국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이들의 사연과 경과,정부의 입장 등을 살펴본다. “꿈에도 그리운 고국 땅을 밟아서 빼앗긴 수십년의 세월을 되찾고 싶습니다.” 해외민주인사 명예회복과 귀국보장을 위한 범국민 추진위원회가 추천한 고국 방문 대상자들은 벅찬 감회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조국땅 밟나’ 기대감 30∼40년의 세월을 이역만리 객지에서 보내는 동안 ‘반체제·친북인사’라는 오명 속에서도 한시도 잊어본 적 없는 조국이었다.이들은 고국의 민주화와 통일을 위해 평생을 바쳐온 삶이 제대로 평가되기만 바랄 뿐이다. 42년째 고향인 경남 남해를 찾지 못한 곽동의(74·일본 도쿄 거주) 재일한국민주통일연합 의장은 10일 기자와의 국제전화에서 오래전 세상을 등진 누나 얘기부터 꺼냈다.그는 “일찍 부모를 여의고 1964년 하나밖에 없는 누님을 잃었을 때 장례식 조차 가지 못했다.”며 말끝을 흐렸다. 당시 곽 의장은 굴욕적인 한일회담을 반대하며 반독재 투쟁을 벌이고 있었다.곽 의장은 “투쟁을 멈추면 입국을 허가해주겠다는 당국의 제의에 ‘죽은 사람을 두고 정치거래를 하느냐.’며 그 자리에서 여권을 찢어버렸다.”고 말했다. 곽 의장은 한국 국적을 갖고 있으면서도 교민단체인 민단에서 제명돼 여권발급은 물론 금융거래도 제한당하고 자녀들 출생신고도 하지 못했던 아픔을 떠올렸다.그는 “입국한 뒤 조사를 받아야 한다면 고국방문은 아무 의미가 없다.”면서 “해외민주화 인사들의 명예를 회복하는 일부터 국내 인사들이 앞장서 달라.”고 당부했다. ●명예회복과 정당한 평가 내려져야 고 이응로 화백의 조카인 이희세(72·프랑스 도르돈 거주)선생은 큰아버지인 이 화백이 1967년 동백림사건으로 고초를 겪는 것을 보고 화가의 꿈을 접었다.모교인 홍익대 강사로 일하다 1964년 프랑스로 유학간 뒤에도 ‘한국 화단을 바꿀 재목’이라는 평가까지 듣던 그였다. 이 선생은전화를 통해 “한국민들이 우리를 잊지 않고 기억해준 것은 고마운 일이지만 명예회복은 오히려 우리가 한국 정부에 해주어야 할 일”이라고 역설적으로 말했다.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통일운동과 반독재 활동을 벌인 그에게 이번 고국초청은 그리 대단한 일이 아니라고 했다.그는 “그간의 활동을 정당하게 평가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분단의 경계를 넘나들며 통일된 조국을 위해 청춘을 바쳐 살아온 우리에게 조국의 문은 완전히 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범민련 해외 활동을 벌여온 김성수(67·독일 프랑크푸르트 거주)·정방지(60)부부는 “희망이 있으면 오랜 기다림은 아무것도 아니다.”는 말로 소회를 밝혔다.이들은 1966년 독일로 유학온 뒤 만났다.정 여사는 “추진위가 결성됐다는 소식을 듣고 남편이 직접 축하의 영상메시지를 보냈다.”면서 “3대 독자인 남편을 기다리다 지난해 돌아가신 시어머니께 가장 미안하다.”고 울먹였다. ‘친북·반체제 인사’로 분류돼 35년 동안 고국에 오지 못한 송두율(59·독일 뮌스터대)교수는 휴가중이라 통화하지 못했다.동백림사건에 연루됐던 정규명 박사 등 많은 인사들은 투병중이어서 통화조차 어렵거나 제대로 연락되지 않았다. 구혜영 기자 koohy@ ■어떻게 추진되나 해외에 체류중인 민주화 인사 61명을 일괄 초청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재일한국민주통일연합 대책위원회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 14개 단체로 구성된 ‘해외민주인사 명예회복과 귀국보장을 위한 범국민 추진위원회’는 12일 이들의 입국심사서류를 법무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국정원장 면담도 추진하고 있다.하지만 초청 대상 인사들의 소속 단체가 반국가단체로 규정돼 있거나 일부 인사는 간첩사건에 연루돼 실정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어 당국의 가시적인 조치가 없으면 ‘조건없는’ 귀국은 실현되기 어렵다. ●반국가단체 소속 이유로 여권발급 거부 해외 민주화운동 인사들의 고국방문 초청사업은 2000년 12월 결성된 한통련 대책위가 물꼬를 텄다.고영구(현 국정원장) 변호사와 상지대 강만길 교수,국회의원 이창복씨 등이 공동대표를맡았다.당시 조직위원장이었던 임종인 민변 부위원장은 “반체제 인사라는 오명을 쓰고 수십년간 살아온 한통련 회원들의 명예회복이 급선무”라고 말했다.정부 당국에 명예회복 신청서를 제출하고 이들에 대한 여권발급거부 조치에 항의하기 위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한통련은 1972년 7·4남북공동성명이 발표된 뒤 이듬해 8월 결성식을 갖고 일본에서 반독재 민주화와 김대중 전 대통령 납치구출 투쟁에 주력했다.한통련은 1978년 이른바 ‘재일동포 유학생 김정사 사건’으로 법원으로부터 반국가단체 선고를 받았다.곽동의 한통련 의장은 10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한통련이 일본에서 대규모 반유신 활동을 벌이자 당시 일본 유학생이었던 김씨를 한통련 회원으로 몰아 한통련을 이적단체로 몰았다.”고 주장했다. ●사회질서를 해칠 우려 있어 입국 거부 해외 민주화운동 인사들의 반독재 투쟁은 1990년 조국통일 범민족연합 해외본부 결성으로 이어졌다.범민련 결성은 이들의 활동방향을 통일운동으로 옮기는 역할을 했다.범민련해외본부는 남·북측 본부와 함께 3자 공동체제로 활동하는 기구로,결성 1년 뒤 1차 범민족대회 추진위원회를 구성하자마자 반국가단체로 규정됐다. 남측본부 후원회 김수연 간사는 “해외본부 인사 가운데 상당수는 ‘사회질서를 해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입국불허 조치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남측본부는 지난해 12월 이들을 초청하기 위해 법무부와 교섭을 벌였지만 거부당했다. 1967년 중앙정보부가 발표한 ‘동백림 사건’ 연루자들은 동베를린을 거점으로 간첩활동을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어 번번이 입국을 거절당했다. 작곡가 윤이상(1995년 사망)씨와 부인 이수자(78)씨,정규명 물리학 박사,고 이응로 재불 화가 등이 이에 속한다.현지에서 이들의 ‘명예회복’에 앞장서고 있는 ‘한민족 유럽연대’의 김진향 통일위원장은 “정치망명의 길을 택해 대부분 현지 국적을 취득했다.”고 전했다.국내에서도 민주화운동 기념사업회와 5·18기념재단 등을 중심으로 이들의 초청사업이 진행됐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추진위 김건수 사무국장은 “국민의 정부 때 국내 민주화운동의 명예회복에 앞장섰던 것처럼 해외 민주인사들에게도 공평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참여정부가 어느 정권보다 인권을 강조하는 만큼 가시적인 성과가 있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구혜영기자 ■관련당국 입장 해외민주화운동 인사들의 귀국성사 여부와 관련,정부 차원의 공식 입장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다만 초청인사 대부분이 반국가단체 소속 회원이거나 과거 실정법 위반혐의를 받고 있어 일단 입국하더라도 필요한 조사는 받아야 한다는 것이 정부가 갖고 있는 일관된 견해다. 국가정보원은 10일 “이들의 민주화 노력은 인정한다 하더라도 실정법 위반 사실은 묵과할 수 없는 만큼 ‘처벌’이 아닌 ‘절차’는 거쳐야 한다.”면서 “60여명 전원에 대해 일률적인 법 적용은 어렵고 개인별로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법무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정부가 공식적으로 입국 자체를 금지하는 사람은 없다.”면서도 “이들의 입국 사실을 국정원에 통보토록 돼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반국가단체 적용을 받고 있는 한통련과 범민련을 비롯해 과거 실정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인사들은 법 적용 논리에 따라 조사를 받는 것이 불가피하다.”면서 “그밖에 워낙 사안이 중대해 비자발급 규제대상인 사람은 별도로 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국적을 갖고 있더라도 여권발급 금지대상자인 인사는 외교통상부장관의 발급 최종결정이 나지 않는 이상 입국 자체가 불투명하다. 여권법 제8조 제1항 제5호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정을 현저히 해할 상당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자’에 한해 여권 발급을 거부토록 돼있다. 결국 이들의 귀국이 성사되려면 국가정보원의 입국통보 요청이 철회되거나 과거의 혐의를 벗어날 수 있는 가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내려진다. ‘해외민주인사 명예회복과 귀국 보장을 위한 범국민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대부분 예순을 넘긴 노인들이 짧은 기간 입국해서 우리 사회에 얼마나 많은 해를 끼칠지 의문”이라면서 “이들의 명예회복과 조건없는 귀국이 보장되려면 대통령과 관계 당국이전향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한총련 파문 / 野 “노대통령 책임”

    한나라당은 정부가 한총련 사태를 미온적으로 처리하면 국기수호 차원에서 대정부 투쟁에 나설 움직임이다. 한나라당은 10일 “이번 사태가 사실상 노무현 정부에 의해 조장됐다.”며 맹공을 퍼부었다. 홍사덕 총무는 “대통령이 이적단체인 한총련 합법화를 추진하지 않았다면 경찰이 한총련의 폭력시위를 알고서도 예방조치를 취하지 않았겠느냐.”면서 “특히 범청학련이 한나라당 지구당사를 습격했으나 경찰이 방조에 가까운 미온적 태도를 보인 것은 군사독재시절에도 없던 만행”이라고 주장했다. 통일안보모임(회장 김용갑) 소속 의원 63명도 성명을 내고 “노 정권이 자신들만의 잣대로 수배해제와 합법화를 추진한 결과가 이번 사태로 이어진 것”이라며 “반미친북 행각을 수수방관해 한·미동맹을 무너뜨리고 주한미군 철수를 불러온다면 노 대통령과 이 정권은 우리 안보를 무너뜨린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한나라당은 우선 한총련 합법화 계획 전면 중단 및 수배해제 조치 철회,노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촉구했다.나아가 보다 근본적으로 현 정권의 ‘좌파적 성격’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당내 많은 의원들이 ‘이대로는 안되는 것 아니냐.’는 말을 하고 있다.”면서 “노 대통령에 대해 심각하게 근본적인 재검토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대통령 탄핵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진경호기자 jade@
  • 기고 / 정부는 국정 조정기능 강화해야

    요사이 우리나라가 직면한 당면과제로 북한 핵문제,정치사회 갈등과 경제불황을 들 수 있다.다행히도 북핵문제는 해결의 실마리를 대화로 찾고자 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그런데 우리 앞에 놓인 또 다른 과제인 정치사회 갈등과 경제불황은 지금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우리사회의 역량을 결집해서 나아가도 쉽지 않은 냉엄한 국제질서와 무한경쟁의 세계화시대에 살고 있는데도 말이다. 현재 우리 나라는 발전동력을 상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마침 노무현 대통령도 정부가 국가 방향 주도의 힘을 상실했다고 지난 1일 국정토론회에서 언급했다.정부의 자율권이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다는 얘기이다. 한국은 1960∼70년대 및 80년대를 거치면서 정부 주도의 자기중심적 압축성장을 이뤘다.여기서 자기중심적 발전이란 자국 실정에 상관없이 구미 산업화 과정을 그냥 답습하는 근대화론이나,저발전이 악순환한다는 종속이론에서 주장하는 발전모델과는 다른 발전모델로서,이미 19세기 말 독일과 그 뒤 일본이 이 발전전략으로 후발국에서 선진국으로 진입했었다.즉 자국에 알맞은 전략산업을 집중 육성하여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는 것이다. 당시에는 보호무역을 적절히 활용했고 정부가 주도했다.바로 우리나라도 우리에 맞는 전략산업을 키웠고,수출주도의 경제정책으로 세계시장에 공격적으로 편입되면서도 저발전 종속되지 않고 고도성장을 달성했다.그러나 이같은 정부 주도의 자기중심적 발전의 문제점은 개발독재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즉 권위주의적 정부가 국정을 독점적으로 주도했다. 이러한 현상은 시장경제의 진정한 발전은 자유민주주의와 시민사회의 발전과 병행한다는 기본원리에 역행하는 것이다. 21세기에는 일방적 정부 주도가 더 이상 용납되지 않는다.새로운 패러다임도 등장했다.정부·시장 및 시민사회가 3각축을 형성하여 국가사회를 이끄는 것이다. 이러한 수평적 협력틀 속에서 발전을 모색해야 되는 것이다.민주화하고 좀더 개방·투명화한 자기중심적 발전을 ‘신자기중심적 발전’이라 얘기할 수 있다. ‘신자기중심적 발전’의 시대에서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국정을주도하지 않고 조정 기능을 강화하면서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대화와 양보,타협을 통해 조정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진정한 국민적 합의와 참여를 이룰 수 있다. 국가 발전 방향의 의제들이 정부나 시장,시민사회에서 나오게 되는데 정부는 조정을 통해 바른 국정 수행에 임할 수 있다.이 조정기능이야말로 정부의 자율권에 해당된다. 정부가 국정 조정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한쪽에 치우쳐서는 안 될 것이다.즉 정부는 중도 실용주의의 입장에서 조정과 통합을 이뤄야 한다.지금 우리사회에는 보수와 진보가 대립하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오늘날 선진 현대국가는 중도노선을 지향한다.한쪽에만 치우칠 수 없기 때문이다.따라서 선진사회에서 보수는 중도 우를,진보는 중도 좌를 지향한다.중도 안에서의 차이일 뿐이다.즉 중도의 이념 스펙트럼이 상당히 넓고 포괄적이다. 또 중도노선은 실용주의와 잘 어울린다.대북한 및 대미 정책에 실용주의적 접근이 요구되고 경제·사회 현안에 관해서도 마찬가지이다.인기에 연연하지 말고,대화와 타협을 지향하면서도 법과원칙이 무너져서는 안 된다. 최근 우리 사회는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을 국가 발전방향의 한 의제로 얘기들 하고 있다. 이러한 경제목표를 이루고 분열과 대립을 넘어서 선진사회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국정 조정기능을 강화하여 민주정부의 능력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김 우 준 연세대 교수 동서문제연구원
  • 해외 ‘민주인사’ 64명 귀국 추진

    해외에서 민주화와 통일활동을 펼쳐온 인사 64명의 명예회복과 고국방문을 촉구하는 단체가 결성돼 이들의 귀국성사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와 재일한국민주통일연합 대책위 등이 개별적으로 해외 민주화 인사를 초청한 적은 있지만 전 세계에 흩어진 인사를 한꺼번에 초청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한통련 대책위 등 14개 시민사회단체는 7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 기독교회관에서 ‘해외민주인사 명예회복과 귀국보장을 위한 범국민추진위원회’결성식을 갖고 민주인사들의 조건 없는 귀국보장과 명예회복을 촉구했다.이들은 12일 법무부에 이들의 입국심사 공문을 접수시키고 대통령·국가정보원장·법무부장관의 면담을 요청하기로 했다. 또 다음달 18일부터 해외민주인사들의 1차 귀국을 추진하고 각계 각층의 탄원운동과 추진위원 모집 등을 벌이는 한편 국제 인권진영과의 연대활동도 펼칠 예정이다. 이번에 선정된 고국방문 대상에는 주로 한통련 소속 회원들과 한민족유럽연대에서 추천한 인사 등 64명이다. 재독철학자 송두율 교수와 작곡가 고 윤이상 선생의 미망인 이수자 선생,곽동의 한통련 의장 등 주로 60∼70년대부터 해외에서 반독재 투쟁을 벌여온 인사들이다. 고국방문 대상 인사 명단은 다음과 같다. 임민식,양동민,최철교,강종헌,황영치,이정수,이영빈,김순환,안계일,김성수,신옥자,이준식,석명손,조윤해,주영일,전순영,정학필,양은식,유태영,배강웅,김영무,박대원,윤무근,이수자,한계일,박승옥,김형규,양원차,안건욱,최기환,정규명,이희세,송두율,한영태,윤운섭,이준구,김대천,장일중,하양희,이한경,이영준,김종한,정경모,곽동의,김정부,송형근,김창오,박남인,김영희,문세현,서순자,최보,정승명,정육자,김양미,고수춘,강희문,이준희,윤강헌,김경희,이종현,김진향,안석교,이용 구혜영기자 koohy@
  • [시론] 盧대통령과 언론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주말 언론에 대한 포문을 다시 열면서 정부와 언론간의 마찰음이 다시 높아졌다.이후 신문시장조사,언론피해구제기구 설치 등 언론의 횡포를 견제하려는 정부 조치들이 잇달아 발표되었다.대통령조차 언론(여기서 말하는 언론은 흔히 조·중·동으로 불리는 거대 중앙일간지)으로부터 부당한 피해를 입었다고 호소해야 한다면,대한민국은 정말 언론의 힘이 대단한 나라이다.그런데 언론에서는 언론자유가 위협받는다고 반발한다. 군사독재정권의 언론탄압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 대다수 국민들에게 언론자유는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그래서 언론의 위선과 독선·횡포는 알고 있지만,그렇다고 그들마저 없으면 누가 나의 권리를 지켜줄까 걱정하게 된다.누구를 믿어야 할지,누구 편에 서야 할지 헛갈릴 수밖에 없다.결국 언론과 정치 모두 기피하게 된다. 그래서 나타나는 현상은 무엇인가? 국정혼란이다.공공사안에 관한 정보와 의견 교환이 줄어 공론이 형성되지 못한다.국민들은 자기의 이해가 걸린 문제가 아닌 이상 큰 관심을 갖지 않는다.그나마 알고 있는 사회적 현안에 대한 이해도 매우 피상적이고,형성된 의견도 편견에 가깝다.따라서 공론을 거쳐 다수의 의견을 채택하는 방식으로 결정되어야 할 국정현안들이 좌초할 수밖에 없다.화물연대,새만금,핵폐기장 문제에서 드러났듯 파업이나 시위가 문제 해결의 수단이 된다. 이에 대해 대통령은 언론의 왜곡보도를 탓하고,언론은 무능한 정부를 탓한다.서로 책임을 전가하면 돌파구가 생기리라 믿는 듯하다.언론이 제대로 보도하면 예전의 인기를 회복할 것이고,대통령과 그 측근을 물고 늘어지면 발행부수가 올라가리라는 계산이다.그러나 신문의 발행부수는 계속 줄어들고,대통령의 인기도 역시 추락세가 멈추지 않는다.양자 모두,나아가 국민들까지 지는 게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난국을 타개할 것인가? 우선 노무현 정부의 언론정책이 바뀌어야 한다.첫째,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언론대책을 제시해야 한다.즉흥적이고 지엽적인 대책으로는 모순이 중첩된 한국언론을 바로잡을 수 없다.오히려 냉소와 반발만 살 뿐이다.한국언론의 문제가 무엇이고,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세밀한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둘째,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국민의 입장에서 언론정책을 세워야 한다.언론이 진정한 국민의 눈과 귀로서,국정의 건강한 동반자로 거듭나게 해야 한다.언론정책을 행여 정치적 돌파구로서 사용한다면,결국 김대중 정부의 실패한 ‘언론개혁’을 답습하게 될 것이다. 셋째,언론문제에 공정하게 접근해야 한다.언론에는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다.그런데 역기능만 강조한다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기 어렵다.물론 한국 언론은 속속들이 위선과 모순투성이다.그럼에도 제4부로서 언론의 순기능도 인정함으로써 언론보다 오히려 정부가 더 균형잡혀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어야 한다.넷째,언론자유를 경시하지 말아야 한다.언론자유는 정도를 걷는 언론에만 주어지는 권리가 아니다.불공정하고 부정확한 보도를 일삼는 언론에도 언론자유는 주어져야 한다.단 언론자유 남용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뿐이다. 대통령만 무책임한 언론보도의 피해자가 아니다.언론에 대한 비판과 감시는 시민사회와 언론계 내부에서 이미 오랫동안 활발하게 진행되어 왔다.노무현 대통령 발언이후 정부가 후속대책으로 내놓은 것도 이미 수년 전에 제시되었으나 정부가 외면해왔던 조치들이다.언론보도에 대한 감정적 대응보다는,시민사회의 여론을 광범위하게 수렴해 국가정책으로 옮기는 대통령의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다. 장 호 순 순천향대 교수 신문방송학
  • [대한포럼] 남해군의 ‘실험’ 이후

    지방자치제가 처음 실시됐던 1995년 경남 남해군에서는 민주주의에 대한 의미있는 실험을 시작했다.주민이 군 정책을 스스로 결정하는 직접 민주주의의 실현이었다.이 실험은 36살 젊은 나이에 군수로 당선된 김두관 행정자치부장관이 2기 연속 직선 군수를 지낸 2002년까지 계속됐다.이 제도가 그 이후 계속되지 않아 성공 여부에 대한 최종적인 판단은 유보하는 게 좋을 것 같다.다만 그렇게 결정된 정책에 대해 주민들이 전혀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받아들여 제대로 시행된 점은 높이 평가할 수 있겠다. 당시 남해군은 군수를 비롯한 공무원과 주민,지역 언론이 삼위일체가 되어 부정부패를 추방하고 풀뿌리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했다.군수와 공무원들의 민주주의 정착에 대한 강렬한 의지와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언론의 감시와 정책대안 제시 기능이 조화를 이룬 셈이다.가장 인상적인 제도는 ‘민원공개법정’이다.인·허가 업무 등 주민들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된 사안들이 주로 이 법정의 재판 대상이었다.사안마다 각계 전문가와 주민 대표등으로 구성된 20명 안팎의 배심원단이 3∼4시간의 토론을 거쳐 점수를 매겨 결정한다.판정관인 군수는 이 결정을 그대로 집행하면 된다.배심원이 아니더라도 토론에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군수나 담당 공무원이 독단적으로 결정할 때와 달리 당사자들도 투명한 과정을 거친 결과에 승복했다.이렇게 해결된 민원은 마을버스 운송사업 면허,양식어장 대체개발,채광계획 인가신청 등 검은 돈이 오갈 수 있는 사안들이어서 부정부패 추방에도 효과가 컸다. ‘민원공개법정’이 자연스럽게 뿌리를 내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바른 자치 실현을 위한 주민회의’가 있었다.1995년 12월 창립된 주민회의는 매주 회의를 열어 남해군의 모든 문제에 대해 토론했다.군수도 토론에 참여하며 사안에 따라 담당 공무원이 발제자로 나서기도 했다.이 토론회는 군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군정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지 한자리에서 알 수 있게 하며 자연스럽게 공동체 의식을 고취시켜 화합을 이루어 냈다.한가지 원칙은 정치적인 사안을 배제하고 순수한 지역 생활 문제에대해서만 토론하고 군 행정에 반영한 점이다. 군민이 주주인 남해신문의 역할도 컸다.철저히 군정을 감시하고 주민들의 뜻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알아내 전달하며 대안을 제시했다.군민이 주인인 신문이어서 재정적인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돼 부패와의 고리를 끊을 수 있었고,편집권이 확실히 보장됨으로써 지역 언론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었다.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애향심,제기능을 다 하는 언론,항상 주민들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행정기관이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위치한 남해를 더욱 아름답게 가꾸었다. 남해의 실험을 주도하고 그 한가운데 있던 김두관 군수가 지방자치제를 총괄하는 장관이 되었다.그가 최근 내놓은 주민투표제는 이 실험의 연장선상에 놓인 것이 아닌가 싶다.군수 때의 열정과 민주주의 정착에 대한 포부와 의지가 그대로 투영된다면 나라 전체의 발전을 위해서도 다행한 일이겠다.우려되는 점이 왜 없겠는가.주민투표제가 지방정부나 의회의 책임 회피 도구로 전락하거나 의회주의를 배제함으로써 독재로 나가고 지역 갈등을 오히려 고조시킬 가능성도 없지 않다.원전수거물 관리시설 부지 선정 문제로 나라 전체가 들끓고 있는 가운데 이 역시 주민투표로 결정하자고 한 김 장관의 발언에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중요한 것은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주민 의사를 존중하는 정책 결정과 집행이다.그 과정에는 전문성을 갖춘 검증과 투명한 절차가 전제돼야 한다.남해의 실험은 소중한 경험이요 자산이다. 최 홍 운 논설위원실장 hwc77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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