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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동아 공영권’ 반박할 논리 있는가

    지난 한 주 ‘한승조 파문’이 한국을 급습했다. 한승조 파문은 단지 군사독재에 찌든 노학자의 어처구니없는 행태가 아니다. 한국 극우의 심중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는 평가다. 이어진 지만원-조갑제의 글은 이를 뒷받침한다. 지씨가 야만적 자본의 논리인 ‘약육강식’을 내세웠다면, 조씨는 이념의 극한대립을 강조하는 ‘반공주의’의 진수를 선보였다. 이 때문에 일부 진보적 학자들 사이에서는 “70대 정치학자치고 순진했다.”는 말이 나온다. 내놓고 말 못했거나 미처 알지 못했던 한국적 우익의 실상을 ‘단 한번에 화끈하게’ 드러냈다는 뜻이다. 보수진영은 당황하는 기색이다. 한승조를 공동대표로 ‘모셨던’ 자유시민연대는 “우리도 분노한다.”면서 비판하고 나섰다. 좌편향 역사교과서를 고치겠다고 나선 ‘교과서포럼’의 성균관대 김일영 교수는 “우리와 한승조-조갑제식 논리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면서 비교되는 것 자체에 강한 불쾌감을 나타냈다.‘노무현정부=좌파’라는 도식을 내세운 보수언론들은 사실전달에 충실한, 간략한 기사만 내보냈다. 물론 비판사설도 실었다. 그러나 이는 ‘원로들의 시국선언’이나 ‘뉴라이트 운동’,‘자유주의 세력 결집’이란 타이틀로 극우세력의 반동적 태도까지도 비중있게 다루던 모습과 다르다. 지만원씨가 자신의 홈페이지에 보수언론을 지명하면서 “오마이뉴스의 기사를 그대로 받아쓰는 것에 실망했다.”고 쓴 것도 이 때문이다. 보수언론이 평소 지씨 같은 사람에게 어떤 이미지였는지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한승조 파문이 과거사 청산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정치적 결론으로만 마무리돼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기대 김기봉 교수는 한승조의 발언 내용에 앞서 ‘수준과 형식’을 문제삼았다. 독도와 역사교과서 문제 등이 걸려 있는 현실에서 일본 극우 매체에, 수준 이하의 표현까지 써가며 그런 글을 썼다는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 교수는 “정말 소신이었다면 먼저 한국에서 정식으로 문제제기했어야 했다.”면서 동시에 “우리 역시 분노하기보다 그런 식의 시각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MBC 100분토론에서 공창제 발언으로 곤욕을 치른 서울대 이영훈 교수와 같은 케이스라는 것이다. 성공회대 조희연 교수는 이 문제에 대해 이 교수의 정치적 위치는 비판하면서도 논리에 대해서는 “일점일획의 이의도 제기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김 교수는 문제의 핵심은 “한국 우익의 주장은 결국 대동아공영권의 논리, 아시아해방전쟁의 논리의 변형인데 우리가 이것을 학술적으로 엄밀하게 반박했느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 “대동아공영권을 뛰어넘을 수 있는 논리를 우리가 생산해냈느냐.”는 반문이다. 이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학술의 장에 던져” 대논쟁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대 국제대학원 박태균 교수는 현재 상황을 “나에게 이런 면도 있었구나 하면서 한국의 우익 자체가 당황하고 있다.”고 정리했다. 박 교수는 그러면서도 “신자유주의적인 물량주의로만 따진다면 한승조식의 주장이 꼭 틀렸다고만 말하기 어렵다.”면서 “우리와 역사적 경험이 다르기는 하지만 인도와 타이완 등은 실제 그런 논리로 역사를 연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박 교수는 이 문제가 지나친 이분법이나 흑백논리로 내달리게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한승조식 주장에 당연히 동의할 수 없지만 이런 주장이 나올 수밖에 없는 정치·경제논리를 차분하게 따져봐야 한다.”면서 “이 과정에서 기본적으로 과거사 청산이 덜 됐다는 문제도 다뤄져야 하지만 그것만이 원인인 것으로 단선적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최근 많이 거론되고 있는 동북아 공동체, 아시아 민족주의 논의와 연계해서 접근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양대 임지현 교수는 한승조 파문이 지나치게 부풀려졌다고 비판했다. 임 교수는 “일본이 아니라 러시아에 먹혔다면 1917년에 조선은 독립했을 것”이라거나 “반공블록 때문에 독일에서도 나치전범 처리와 홀로코스트 문제가 흐지부지될 뻔했다.”면서 한승조-조갑제류의 주장을 “학문적·논리적 엄밀성이 전혀 없는, 일고의 가치도 없는 것”이라고 혹평했다. 임 교수는 너무 흥분하지 말자고 제안했다. 그는 “이미 일본 우익 가운데 한승조류의 주장을 펼치는 사람은 많다.”면서 “그런 대꾸할 가치조차 없는 주장을 놓고 한국이 결집하고 그 핑계로 일본 우익이 다시 결집하는 악순환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구적 근대화 혹은 발전모델을 우선가치로 삼는 ‘역사주의의 환상’에 빠져 있는 한 언젠가는 제기될 문제였다는 점에는 공감을 나타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美 유엔대사에 ‘안티UN’ 볼턴

    |워싱턴 이도운특파원|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존 볼턴 국무부 군축 및 국제안보 담당 차관을 유엔주재 미국대사에 지명했다.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의 핵심 인물인 볼턴 차관은 유엔의 효용성과 효율성을 강력히 비판해온 인물이어서 국제사회는 이번 인선의 배경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유엔주재 외교관들은 “부시가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다. 특히 볼턴은 한국 정부관계자들에게 “북한 핵 문제를 유엔으로 가져가야 한다.”고 줄곧 주장해 왔기 때문에 그의 인선이 북핵 문제 해결 과정에서도 변수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이날 국무부 브리핑룸에 볼턴 차관과 함께 나와 유엔대사 지명 사실을 발표했다. 라이스 장관은 “볼턴은 강인한 외교관이고, 성공적으로 업무를 수행해 왔다.”고 치켜세웠다. 볼턴은 “의회와 긴밀히 협력해 부시 대통령의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면서 “지금까지 효율적인 다자외교를 지지해 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볼턴은 지난 1994년 ‘연방주의자협회’ 포럼에서 “만일 뉴욕의 유엔 건물이 10개층을 잃는다고 해도 달라지는 것은 조금도 없을 것”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볼턴 지명과 관련,“다자기구를 효율적으로 만들고자 하는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를 공유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말해 ‘유엔 개혁’이 인선 배경임을 시사했다. 메릴랜드주 출신인 볼턴은 예일대에서 법학을 전공한 변호사다. 로널드 레이건, 조지 부시 전 대통령 시절 국무부와 법무부에서 일했으며 네오콘의 본산인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부소장을 역임했다. 그는 공개적으로 타이완을 지지해 중국과도 사이가 좋지 않고, 이란 핵문제 해결 과정에서 유럽과도 대립했다. 볼턴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삶이 지옥 같은 악몽인 나라의 폭압적인 독재자”라고 부를 정도로 대북 강경론자다. 따라서 북핵 문제가 일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로 넘어갈 경우 볼턴의 입김이 작용해 한차례 소용돌이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최근 유엔 내에서도 미국의 독주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데다 중국·러시아·프랑스 등 미국에 비협조적인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이 건재하기 때문에 볼턴이 어느 정도 역할을 할지 의문을 표시하는 의견도 있다. 볼턴은 지난 2001년 8월 국무부 차관에 지명됐을 때 상원 인준투표에서 찬성 57, 반대 43표를 기록했었다. 민주당은 이번에도 “국제사회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인선”이라며 인준 반대의사를 밝히고 있다. 하지만 현재 의회는 상·하원 모두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볼턴의 인준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dawn@seoul.co.kr
  • [씨줄날줄] 민주주의 증진법안/이목희 논설위원

    프랑스혁명 직후 나폴레옹이 등장하자 유럽의 석학들은 흥분했다. 자유민주주의 전파자로 기대를 걸었던 것이다. 베토벤은 영웅교향곡을 지었고, 괴테도 나폴레옹을 칭송했다. 철학자 헤겔은 자신이 살던 예나에 나폴레옹군이 진입하자 “말을 탄 절대정신(세계정신)을 보았다.”고 말했다. 베토벤은 그러나 나폴레옹이 황제에 오르자 그에게 헌정한다는 뜻을 담은 영웅교향곡 속표지를 뜯어버렸다. 헤겔은 나폴레옹군에 의해 집이 약탈당하고, 대학이 폐쇄되어 직장까지 잃었다.‘공허한 자유이념의 한계’를 느낀 헤겔은 시대를 구원할 대안을 ‘국가’에서 찾게 된다. 선진 이념과 체제, 종교를 가진 집단이 그렇지 못한 집단을 반드시 교화시켜야만 하는가. 그 방법은 어찌해야 좋은가. 이런 논란은 인류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그리스 문화를 동방에 심겠다는 알렉산더의 꿈, 로마제국의 영화, 중세 십자군전쟁과 이슬람세력의 유럽 공격에서 근세의 제국주의론까지…. 동양의 중화(中華)사상도 마찬가지다. 부시 미국 대통령이 2기 행정부의 주제어로 ‘전 세계적 민주주의 확산과 폭정 종식’을 내걸었다. 이를 구체화한 ‘민주주의 증진법’이 미국 상·하원에 상정됐다. 알렉산더와 나폴레옹을 잇는 어마어마한 구상이다. 20세기 공산주의 실험은 실패로 끝났다. 헤겔의 변증법론에 따르면 언젠가 바뀌겠지만, 영미식 민주주의는 인류가 지금까지 만들어낸 가장 나은 체제라고 인정받는다. 여기에 대적할 자 없는 ‘미국의 힘’이 실린다면 “2025년까지 45개 독재국가를 민주화하겠다.”는 주장이 실현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미국이 간과해선 안 될 부분이 있다. 역사가들에 따르면 가장 잔혹한 것은 종교전쟁이고, 다음이 이념전쟁이라고 한다.“나만이 옳다.”는 신념이 지나치면 독선이 된다. 폭력이 정당화되고, 목적을 위해 스스로 민주절차를 무시하기도 한다. 미국의 이라크점령을 하나의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이집트·레바논을 필두로 독재국가에 민주화 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의 영향이 클 것이다. 북한은 미국이 변화시키려는 주 대상이다. 나폴레옹전쟁에서 보았듯, 집과 직장을 잃고서는 자유민주주의도 의미가 없다.‘민주주의 증진법’은 고립·무력보다는 개입·포용으로 북한을 자유화시키는데 활용되어야 한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공무원 휴가 전면 재조정

    공무원 휴가 전면 재조정

    오는 7월 1일 공공부문의 주5일제 시행을 앞두고 정부가 공무원 특별휴가 축소를 추진하고 나섰다. 근로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휴가일수도 줄일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등은 “주5일제 도입 취지에 어긋나는 데다 당사자인 공무원과의 협의가 없었다.”며 반발하고 나서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는 2일 이해찬 국무총리 주재로 국정현안정책조정회의를 열어 생리휴가를 무급으로 전환하고 포상휴가를 폐지하는 등 공무원들의 특별휴가를 대폭 줄이기로 방침을 정했다. 조정안에 따르면 현재 11개 항목,20개 유형으로 세분돼 있는 특별휴가 가운데 재직휴가 등 10개 유형이 전면 폐지되고 보건휴가 등 3개 항목(유형)의 휴가일수가 축소되거나 조정된다. 폐지되는 특별휴가는 20년 이상 재직 공무원에게 10일간 주어지던 재직휴가와 포상휴가(10일), 퇴직준비휴가(3개월) 등이다. 경조사와 관련해서도 자녀나 형제·자매의 결혼(1일), 본인 및 배우자의 회갑(5일), 본인 및 배우자의 조부모 이상 직계존속의 사망(5일) 등이 폐지된다. 월 1회씩 유급으로 주어졌던 여성들의 생리휴가는 무급으로 바뀌고, 배우자나 본인 및 배우자의 부모 사망 때 주어지는 특별휴가도 7일에서 5일로 줄어든다. 최경수 국무조정실 사회수석조정관은 “주5일제 본격 시행을 맞아 공직사회의 일하는 분위기를 촉진하고 가족제도의 변화로 장례문화 등이 바뀜에 따라 현행 공무원 특별휴가제도 역시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입장”이라고 밝혔다. 최 수석조정관은 “폐지되거나 축소되는 휴가는 최장 23일인 연가를 활용하는 쪽으로 유도할 것”이라면서 “앞으로 공직사회의 의견을 수렴한 뒤 상반기 중에 기본방침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휴가일수 축소방침에 대해 공무원노조측은 “근로일수를 줄여 보다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자는 주5일제의 도입 취지를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것”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정용해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대변인은 “정부 방침은 주5일제를 빌미로 공무원들의 근무환경을 개악하려는 것”이라며 “정부가 군사독재시절처럼 당사자인 공무원들과의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휴가 조정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공무원 휴가규정은 민간부문의 기준이 된다.”면서 “정부는 지금이라도 전공노 등 공무원노조와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진경호기자 jade@seoul.co.kr
  • 3·1절에 울린 ‘독도의 분노’

    3·1절에 울린 ‘독도의 분노’

    제86돌 3·1절을 맞은 1일 삼일정신을 기리고 순국열사들의 넋을 달래는 기념행사가 전국에서 이어졌다. 이날 오전 서울 이화여고 유관순 기념관에서는 애국지사와 광복회원을 비롯한 정부인사 및 각계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3·1절 기념식이 열렸다. 대한민국 광복회는 오후 2시 민족대표 33인이 독립선언을 해 3·1운동의 진원지가 된 종로 탑골공원의 태각비 앞에서 독립운동으로 희생된 선열을 기리는 추모식을 가졌다. ●광복회 민족대표 33인 추모 독도에서는 낮 12시 울릉군의회 의원과 군민 등 175명이 태극기를 들고 참석한 가운데 일본의 독도 침탈 야욕을 규탄하는 ‘범 군민 궐기대회’가 열렸다. 동도 선착장에서 열린 대회에서 참석자들은 일본 시마네현의 ‘다케시마의 날’ 제정과 주한 일본 대사의 ‘독도영유권 망언’을 규탄했다. 참석자들은 대회가 끝난 뒤 500여개 고무풍선에 ‘독도는 우리땅’이라는 대형 현수막을 드리워 일본쪽으로 날려보냈다. 부산지역 요트 동호회원 등 6명은 이날 오후 일본의 독도 관련 망언을 규탄하는 의미에서 이날 부산에서 요트를 타고 독도로 출발했다. 일제강제동원 피해자단체전국연합은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의 피해자 지원 대책을 촉구했다. 이들은 ‘대국민 호소문’에서 “정부는 일본으로부터 넘겨받은 48만명의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명부 전체를 공개하라.”면서 “민관이 합심해 보상에 나서 달라.”고 촉구했다. 태평양유족회는 탑골공원 앞 인도에서 3·1절 기념행사를 가졌다. 진보와 보수 성향 단체들도 각각 3·1절 행사를 진행했다. 보수 성향의 단체들로 이루어진 국민행동본부는 시청앞 서울광장에서 5000여명이 모인 가운데 ‘북한해방 3·1 국민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결의문에서 “현 정부의 일방적 대북 지원은 독재를 옹호하는 반민족적 행위이며 친북좌익세력은 김정일의 공범”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통일연대 회원 300여명은 오후 2시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명동성당까지 3.2㎞ 구간에서 ‘민족자주 3·1만세 행진’을 펼쳤다. 또 3·1운동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주민 29명이 일본군에 학살된 경기 화성시 제암리에서는 당시 참상을 재현한 마당극 ‘아!제암리 만세’가 공연됐다. 또 하남시 여성회는 시청광장에서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와 함께하는 3·1절 기념행사’를 열고, 피해 할머니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경찰은 이날 전국 24개소에서 7만 6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3·1절 기념행사가 열렸다고 밝혔다. ●홈피·블로그 ‘사이버 태극기’ 물결 한편 사이버 세상에서도 태극기의 물결은 이어졌다. 이날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 카페 ‘고구려 지킴이’ 회원 70여명은 서울 명동에서 태극기 문양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애국가와 만세삼창을 한 뒤 시민들에게 태극기를 나눠주었다. 싸이월드와 네이버 회원들은 각자의 미니 홈페이지와 블로그에 ‘사이버 태극기’를 게양하고 3·1절의 의미를 되새겼다. 온라인게임사인 ‘엠게임’은 무협 게임 속에 ‘독도는 우리땅’이란 현수막과 태극기를 내걸었다. 이날 정오에는 게임 이용자들이 동시에 ‘3·1절 만세삼창’을 하는 깜짝 이벤트도 벌였다. 이효용 박지윤기자 utility@seoul.co.kr
  • 아프리카 ‘피플파워’ 바람

    아프리카에 ‘피플 파워’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집트가 26일 사상 처음으로 직선제 개헌을 수용했으며, 대서양에 접한 서아프리카의 작은 나라 토고에서는 쿠테타로 집권한 대통령이 25일 반정부 시위로 물러났다. 호스니 무바라크(76) 이집트 대통령은 국영 TV로 방영된 연설에서 국민들이 직접 대통령을 뽑는 헌법 개정을 의회에 제의했다고 밝혔다. 집권 국민민주당(NDP)은 놀라움을 표시했고, 야당은 환영하면서도 “정당만 후보를 내게 한 것은 미흡하다.”고 비판했다. 현행 헌법에 따르면 이집트는 의회 의원 3분의2 찬성으로 임기 6년의 단일후보를 내고 국민투표로 대통령을 확정한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1981년 안와르 사다트 대통령의 암살 이후 이같은 방식으로 24년간 집권했음에도 오는 9월 다섯번째 임기에 도전할 뜻을 비쳐 국민들의 반발을 샀다.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무바라크의 장기집권 의도에 직선제 개헌을 요구하며 각종 시위를 주도했다. 특히 지난달에는 신생 야당 알 가드의 대표이자 차기 대통령후보감으로 거론되는 이만 누르가 창당신청서 위조혐의로 연행되면서 정치적 위기는 고조됐다. 미국은 ‘심각한 우려’를 표시하며 다음주로 예정된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의 이집트 방문을 연기, 압박을 가했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결국 직선제 개헌요구를 수용했다. 의회는 9주 내로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쳐야 한다. 통과되면 올해 처음 이집트의 직선 대통령이 탄생할 전망이다. 하지만 야당이 무바라크를 이길지는 미지수다. 25일 사임한 파우레 그나싱베(39) 토고대통령은 지난 5일 군사쿠데타로 집권했다.38년간 철권통치를 휘두른 아버지 에야데마 그나싱베 전 대통령이 심장마비로 죽은 직후다. 그러나 토고 국민들은 ‘독재의 세습’을 거부했다.11일부터 수도인 로메에서는 매일 수백에서 수천명이 참가하는 시위가 이어졌다. 그나싱베는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모든 정치활동을 즉각 금지했고 시위대에 강력 대응하라고 보안군에 명령했다. 의회에는 2008년까지 아버지의 임기를 자신이 맡도록 압력을 가했다. 급기야 보안군의 발포로 시위자 10여명이 죽고 수십명의 부상자가 발생하자 19일엔 토고 국민 550만명 가운데 2만여명이 대규모 시위에 가세, 헌정질서 회복을 외쳤다. 다급해진 그나싱베는 정치활동 금지를 풀고 60일 이내로 대통령선거를 치르겠다고 물러섰다. 그러나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 OWAS)와 아프리카연합(AU)까지 토고에 제재를 가했고,AU 의장인 나이지리아는 그나싱베의 사임을 요구했다.‘3주 천하’로 끝났으나 그나싱베는 4월 대선에 출마할 것으로 전해졌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盧대통령 취임2돌 국회연설] 국정연설 뭘 담았나

    [盧대통령 취임2돌 국회연설] 국정연설 뭘 담았나

    25일 노무현 대통령의 취임 두 돌 국정연설에서는 자신감이 묻어난다는 평가다. 노 대통령은 “많이 느끼고 많이 배웠다고 생각한다. 좀더 깊어지고 좀더 넓어지고자 노력했다.”고 집권 2년을 되돌아봤다.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는데 이론이 없는 듯하고,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고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많이 느끼고 배워… 더 깊고 넓어질것” 노 대통령은 구체적이고 새로운 정책을 제시하기보다는 이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남은 3년 동안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제시한 목표는 선진한국이고, 선진한국의 양대 축으로 경제와 부패 청산을 제시했다. 정부가 해야 할 일로는 부동산 가격 안정과 고유가, 환율, 양극화, 중소기업 회생 등을 꼽았다. 노 대통령은 선진한국으로 가려면 정부의 노력과 함께 사회 전체가 선진화의 주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패­과거사 청산도 선진의 한축이다 정치권은 지역 대결이라는 감정 싸움을 하루빨리 종식시켜야 하고, 지역구도 해소를 위해서라면 국회의원 수를 늘릴 수도 있다고 밝힌 대목은 최근 내각제 개헌 논란과 관련해 주목된다. 언론과 시민단체를 향한 호소와 당부도 잊지 않았다. 노 대통령은 언론이 많이 변하기는 했지만 선진 언론이 되기 위해선 좀더 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민사회는 저항적 참여보다는 대안을 내놓는 창조적인 참여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언론 많이 변했지만 아직 부족하다 선진 한국으로 가려면 과거사 진상규명도 빠뜨릴 수 없는 과제임을 분명히 했고, 최근 협상이 진행중인 북한 핵문제는 언급을 자제했다. 하지만 연설에 들어갈 때와 마무리할 때 수미상관식으로 북핵문제를 거론해 관심과 고민을 보여줬다. 노 대통령은 국민연금·비정규직 등의 정책에 대해 공직사회를 질책하면서 참여정부의 과제로 꼽았다. 노 대통령은 30년 동안 추진한 지역간 균형발전·수도권 과밀억제 정책과 중소기업정책은 진실성도 책임감도 부족했다고 지적했다.“2년 동안 가장 절실하게 느낀 것은 정부가 진실되게 말하고 책임있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진실된 자세와 책임으로 새로운 각오로 임하겠다.”고 밝혔다.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1 경제분야 노 대통령의 경제분야 화두도 단연 ‘선진’이었다. 지난 연두회견에서도 강조한 ‘선진 경제’를 이루기 위한 정책 과제로 ▲기업지원 서비스 ▲고급 서비스산업 ▲레저·문화산업의 발전 ▲선진통상국가 도약 등을 제시했다. 먼저 노 대통령은 기업지원서비스산업이 발전해야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전제한 뒤 이를 위해 필요한 분야로 금융·법률·회계·연구개발·정보기술(IT)·컨설팅 등을 꼽았다. 이어 고급 소비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유학비로 70억달러, 의료비로 10억달러가 해외로 새나간 현실을 지적하고, 교육·의료 서비스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합소비산업인 문화·관광·레저산업의 중요성도 덧붙였다. 내수 진작과 고용 창출 효과가 크다는 논리에서다. 이를 위해 올 상반기 서남해안에 대규모 기반시설을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선진경제를 위한 마지막 관문으로 ‘선진통상국가’ 도약을 들었다. 그 논거로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 체결 1년 동안 긍정적 효과가 있었음을 들었다. 또 농어민 대책을 병행,‘개방 후유증’에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2 정치·부패청산 노 대통령은 정치분야에서 선진한국으로 가는 방안으로 ▲포용과 상생 ▲지역주의 극복 ▲부정부패 근절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노 대통령은 선진 정치에 대해 “민주정치의 요체는 대화와 타협의 정치”라고 규정하고 “정쟁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인정하고 대화하고 타협하고 규칙에 따라 경쟁하고 결과에 승복하는 정치”라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지역주의를 독재정치의 유산으로 규정하면서 “지난 4·15 총선에서 지역별 의석은 지역별 득표수를 반영하지 못했고, 특히 각당이 불리한 지역에서 받은 득표는 의석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면서 “선거구제도가 지역주의를 오히려 강화한 것으로 국회의원 수를 늘려서라도 지역구도를 해소할 수 있다면 반드시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같은 언급은 중대선거구제나 내각제 도입 문제로 이어져 개헌 논의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는 단초를 제공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 대통령은 부패근절과 관련해 “돈으로 만드는 부정의 고리, 연고에 의한 유착을 해소해야 한다.”면서 “어려운 문제이긴 하나 적어도 돈으로 하는 부정부패는 제 임기동안 확실히 해소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준석기자 hermes@seoul.co.kr ■ 3 北核문제 대통령의 연설은 북핵으로 시작됐다. 복잡하고 긴박했던 북핵 문제를 빗대 취임 즈음의 어려웠던 분위기를 대변한 것이다.“선거 중에 북한의 우라늄 농축 의혹사건이 터지고, 미국은 중유공급을 중단했습니다.…저의 한마디 한마디는 갖가지 추측과 해석으로 여러 파장을 일으키는, 참으로 불안한 출발이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연설의 마지막도 북핵이 자리했다.‘현재의 어려움’으로 거론된 것이다.“북핵 문제로 걱정이 크실 것입니다. 미처 예측하지 않았던 상황이 발생하기는 했습니다만….”이라고 운을 뗐다. 지난 2월10일 북한의 핵무기 보유 선언 이후 대통령의 직접적인 언급으로는 처음이며, 가장 자세하게 다룬 것이다. 향후 대응 방침과 함께, 문제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도 확인할 수 있다. 노 대통령은 “근본적인 구조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일희일비할 일이 아니라 일관된 원칙에 따라…, 유연성을 가지되 원칙을 잃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각종 대북 정책은 상황에 따라 다소의 변화를 가미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말미에는 “외교 당국자들에게 할 말은 하고 따질 것은 따지라고 한다.”는 말로 ‘주도적 역할’을 견지할 뜻을 거듭 재확인했다. 이지운기자 jj@seoul.co.kr
  • 김정길 신임 대한체육회장“남북단일팀 특사 맡겠다”

    김정길 신임 대한체육회장“남북단일팀 특사 맡겠다”

    김정길 신임 대한체육회 회장은 23일 당선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선거 분위기가 달아오른 시점에서 검찰의 이연택 회장 내사가 발표돼 가장 곤혹스러웠다.”면서 “그러나 설 연휴 기간 대의원들을 1대1로 접촉, 설득해 가면서 승리를 확신하게 됐다.”고 밝혔다. -당선 소감은.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선거가 공정하게 축제 분위기로 치러져야 함에도 이연택 회장 내사 발표로 그렇지 못했다. 지난날 독재 정권과 공작 정치에 맞서 투쟁해온 사람으로서 이번 선거가 공권력의 공작 정치로 의심받을까 곤혹스러웠다. -체육계 현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우선 체육계 수장에 오른 만큼 정치적 중립을 위해 당장 열린우리당 상임고문직을 사퇴하겠다. 한국 스포츠의 국제적 위상 강화 방안을 마련하고, 흐트러진 체육계의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이 회장을 명예회장으로 추대해 단합을 이루겠다. -장기 발전 플랜이 있다면. 국민의 건강과 웰빙 등에 대한 관심은 높다. 스포츠의 위상도 달라져야 한다. 이를 위해 ‘체육청’ 또는 ‘체육청소년청’신설을 추진하겠다. 우선 문화관광부를 문화체육관광부로 명칭을 변경하도록 하겠다. -학교체육을 강조했는데. 엘리트 체육은 자칫 재원 고갈을 가져올 수 있어 기본인 학교 체육을 활성화시킬 생각이다. 학교 체육이 발전하면 엘리트 체육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베이징올림픽 남북 단일팀 추진에 대해서는. 단일팀을 구성할 시간이 촉박하다. 남북 당국의 협조가 절실하다. 정부와 협의해 특사로 북한에 다녀올 생각을 갖고 있다. -김운용 이후 한국스포츠 위상은. 1인 체제의 스포츠 외교 시대는 아니다. 많은 인재를 육성하면서 주요국 대사관에 스포츠 담당 직원을 두었으면 한다. 국제기구의 임원 선거에 한국인이 많이 진출하도록 힘쓰겠다. -재임중에 총선이 있는데. 정치인이지만 체육회장을 맡은 이상 체육 활동에 전념하겠다. 김민수기자 kimms@seoul.co.kr
  • “한국의 경제침체는 美 우파정책 도입 때문”

    “한국의 경제침체는 美 우파정책 도입 때문”

    우리 경제가 투자부진과 실업에 시달리고 있는 원인은 좌파정책이나 반미주의가 아니라 미국식 자본주의라는 자유방임주의 정책을 ‘충실히’ 따랐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싱가포르 국립대 경제학과 신장섭 교수는 이같은 내용의 ‘기업집단과 경제정책’이란 논문을 25일 낙성대경제연구소가 주최하는 ‘중진국 함정 속의 한국경제’ 토론회에서 발표한다. 신 교수는 미국식 교육에 젖은 경제엘리트들이 신자유주의를 서투르게 도입, 한국경제를 망가뜨렸다고 주장한 바 있다. ●‘기업집단 재벌’ 일부 긍정적 평가 한국 경제성장의 견인차로 각광받던 재벌은 IMF 위기 직후 ‘부채를 잔뜩 짊어진 문어발식 경영’이라는 부정적 문구와 동의어가 됐다. 이 때문에 정부의 주요 정책 중 하나가 재벌개혁이다. 신 교수는 그러나 재벌을 ‘기업집단’으로 개념화한 뒤 ▲초기자본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고 ▲내부거래 등을 통해 필요한 자원을 절약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선진국에 비해 자본과 기술에서 열세에 놓인 후진국으로서는 그나마 있는 자본과 기술이라도 한데 모아 효율적으로 쓰는 게 ‘합리적 선택’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부거래를 악으로 규정하는 재벌개혁론과 달리 신 교수는 내부거래를 재벌의 ‘존재이유’로 파악했다. 재벌들에게 차관을 집중적으로 뿌려줘 경제성장을 이끌어 갔던 박정희시대 프로젝트들이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이런 주장에도 난점은 있다. 이 모델의 현실성을 지나치게 강조할 경우 재벌체제가 낳은 갖가지 부작용까지 모두 정당화할 수 있다. 신 교수 역시 내부거래가 지나치면 “새로운 사업의 위험성을 과소평가”하게 되고, 기업집단의 확장이 “정부와 특수관계에 바탕을 두면 해당 기업집단은 성장하더라도 국민경제는 활력을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경유착, 개발독재를 정확히 짚는 언급이다. 그렇다면 재벌에게 활력을 불어넣어 주면서 동시에 부정적인 측면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나. 신 교수는 우선 재벌 확장을 막는 각종 금융규제를 철폐해 산업금융 기능을 되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내부거래를 허용하되 주주들이 동의할 수 있는 일정 수준에 머물러야 하고 ▲기업 투명성을 제고하고 감사기능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비슷한 논지를 펴고 있는 영국 케임브리지대 장하준 교수가 ‘광범위한 사회적 대타협’을 주문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장 교수는 순환출자 대신 일본처럼 연기금, 노조, 하청업체 등을 통해 우호지분을 확보해야 성장 잠재력과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고 제안한 바 있다. ●재벌확장 막는 금융규제 철폐 주장도 두 교수의 이런 논지는 자본시장 개방 이래 불거지고 있는 소버린 사태, 주주자본주의 바탕 아래 이뤄진 참여연대식 소액주주운동의 적합성, 신문 지면을 장식하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고배당 행진, 연기금의 주식투자 허용문제 등 최근의 경제이슈들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관심있게 지켜볼 만한 문제다. 더 주목되는 부분은 이런 주장이 자칭 ‘한국의 경제성장론자’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하는 대목이다. 분배보다 성장이 우선이라던 몇몇 언론에 그의 주장은 아예 빠져 있거나, 포함됐더라도 재벌옹호론의 일면적인 모습에만 그치고 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지금 그곳은] 역사의 현장 궁정동 안가

    [지금 그곳은] 역사의 현장 궁정동 안가

    “어디 가십니까.”“무궁화동산이요. 못 가는 곳인가요?”“아니요, 그건 아니고요…. 근데 왜 가시는데요?”“공원 가는데도 이유가 있어야 됩니까?” 지난 18일 오전, 청와대 입구 바리케이드 옆에 서 있던 전경이 무궁화동산을 향하는 택시를 막무가내로 세웠다. 행선지를 밝혀도 두 눈은 여전히 경계심으로 가득했다. 전경들의 무전기도 낯선 이의 출몰에 쉴새없이 울렸다. 무궁화동산은 궁정동 안가(안전가옥) 자리에 들어선 ‘시민공원’. 그러나 그곳을 향한 길은 일반인들에게는 여전히 멀었다. 무궁화동산은 1993년 7월에 문을 열었다.3700여평의 아담한 크기다. 공원보다는 쉼터에 가깝다. 청와대를 정면으로 봤을 때 왼쪽에 자리잡고 있다. 행정동으로는 청운동에, 법정동으로는 궁정동에 속해 있다. 남쪽으로는 경복궁과 영화 ‘효자동 이발사’의 배경이 된 효자동, 그리고 정부종합청사와 서울시경찰청이 있다. 무궁화동산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난 곳. 박 전 대통령은 79년 10월 26일 밤 일본 가요 엔카를 들으며 시바스리갈을 들이켜다 심복인 김재규 당시 중앙정보부장의 총탄을 맞았다.‘경제개발의 선도자’이자 ‘독재자’인 박 전 대통령이 죽던 날을 그린 영화 ‘그때 그 사람들’이 개봉되면서 다시 여론의 수면위로 떠올랐다. 무궁화동산은 청와대 쪽으로는 정문, 자하문 쪽으로는 후문이 나 있다. 가운데에는 중앙광장, 광장 북서쪽으로 관리사무소가 있다. 광장의 서쪽과 동쪽에는 각각 휴게소가 자리잡고 있다. 광장을 둘러싸고 작은 산책로와 큰 산책로 두 개가 나 있다. 원래 3채의 2층짜리 안가가 있었다. 현재 관리사무소와 휴게소 자리가 그곳이다. 박 대통령은 정문으로 들어와 ‘볼일’을 마친 뒤 가운데로 나 있는 오솔길을 따라 후문으로 나갔다고 한다. ●“역사적 유물로 남겨뒀어야” 무궁화동산에는 365일 수많은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청와대를 끼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곳을 다녀간 국내외 관광객들은 17만 300여명에 이른다. 지난달엔 1만 600여명이 찾았다. 효자동과 충신동, 신교동 등 주변 주민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안가를 공원으로 바꾼 것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엇갈렸다. 역사적인 공간으로 남겨놨어야 했다는 말이다. 이곳에 산 지 23년째 되는 조연홍(54·여·청운동)씨도 “안가는 역사의 현장에 산다는 주민들의 일종의 자존심이었다.”면서 “지금까지 잘 보존됐더라면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박정희 정권의 공과를 보여줄 수 있는 훌륭한 역사학습장이 됐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무궁화동산관리사무소 관계자도 “안가의 공원화는 YS 정권의 홍보용 이벤트로 진행돼 당시 모습을 전하는 사진 한 장 남아 있지 않다.”고 아쉬워했다. 글 사진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샤론 ‘내우외환’

    이스라엘 정부가 20일(현지시간) 유대인 정착촌 철수와 요르단강 서안의 분리장벽 건설을 의결했으나 안팎의 거센 도전에 직면했다. 그럼에도 이스라엘은 당초 발표대로 팔레스타인 수감자 500명을 21일 석방했다. 이스라엘 극우 세력들은 정착촌 철수를 ‘반역행위’로 간주하며 정부 각료들에 대한 암살 위협을 서슴지 않고 있다. 또 팔레스타인측은 서안지구와 이스라엘 영토를 분리하는 장벽 건설이 팔레스타인 영토를 장악하려는 이스라엘의 의도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공격을 모의한 혐의로 구금됐던 이스라엘 극우파 노암 페더먼은 “샤론을 없애려 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전역에서는 샤론 총리를 ‘독재자’나 ‘반역자’로 묘사하고 “히틀러가 샤론을 자랑스러워 할 것”이라는 낙서들이 늘고 있다. 각료들은 가족의 장례식에 참석할 것이라는 협박편지에 시달리고 있다.21개 정착촌이 철수될 가자지구의 유대인들도 반발하고 있다. 일부는 20만∼40만달러의 이주비를 받고 떠날 뜻을 내비쳤으나 상당수는 이번 계획안이 실패할 것을 기대하며 현 거주지에 남을 뜻을 피력했다. 대니 나베흐 복지장관도 “30년간 살던 집에 남겠다는 결정은 합법적”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당초 팔레스타인의 위협을 내세워 요르단강 서안지구내 16%를 가로지르는 분리장벽을 계획,2002년부터 착공에 들어갔다. 그러나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난이 일자 이번에 서안지구 영토 7%만 이스라엘측에 포함시키는 새로운 수정안을 내놓았다. 장벽은 콘크리트 벽과 울타리 및 전기감시장치 등으로 건설된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황장석 기자의 아시아 창] 필리핀에 때아닌 살생부 파문

    필리핀에 때 아닌 ‘살생부’ 파문이 일고 있다. 살생부를 작성한 단체는 필리핀공산당(CCP)이며 표적이 된 10여명은 CCP의 강경 노선에 반대해온 인사들로 그 가운데 수명은 이미 암살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지난 2003년 작성된 이 살생부에 포함된 인물들의 제거 임무는 CCP 산하 무장조직인 신인민군(NPA)이 맡았다. 살생부에는 필리핀대학 사회학과 월든 벨로 교수가 포함돼 있다. 벨로 교수는 2002년 12월 ‘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사망사건’ 항의시위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을 방문했을 만큼 행동하는 지식인으로 알려져 있다. 강대국 중심의 세계화에 반대하며 자신을 좌파로 소개하길 주저하지 않았던 그를 CCP가 암살하려는 것은 명확하게 밝혀지진 않았지만 노선이 다르다는 이유 때문으로 보인다. 자신들이 추구하는 체제 전복이 아닌 합법 투쟁을 전개하며 시민사회에서 폭넓은 지지를 확보해 가고 있는 눈엣가시 같은 인물을 없애려 했다는 것이다.CCP는 5%의 상류층이 80%의 토지를 소유할 만큼 필리핀의 빈부격차가 고착화된 이유를 자국의 정치경제적 이익을 위해 부패 정권의 이익을 보장해준 미국과 그에 동조한 정부에서 찾고 있다. 그래서 정부와의 타협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파문이 확산되는 가운데 지난 16일 필리핀 현지 신문에 한탄과 분노가 교차하는 심정을 담은 벨로 교수의 기고문이 실렸다. 그는 기고문에서 “한때 혁신적 변화의 주체였던 그들이 과대망상증에 사로잡힌 마피아가 됐다는 생각에 서글프다.”면서 “그들은 (누군가를)라이벌로 간주하면 반혁명적이라는 딱지를 붙여 암살자를 보내고 처단한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정치적 차이는 암살이 아닌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만 한다고 덧붙였다.20세기 초 대지주의 토지 독점에 항거한 빈농들을 지지기반으로 삼았고 마르코스 독재에 맞서 투쟁도 했지만, 폭력적 강경 정책으로 기반이 무너져 버린 CCP를 위한 조문(弔文)인 셈이었다. surono@seoul.co.kr
  • [20일 TV 하이라이트]

    ●실험쇼 진짜?진짜!(MBC 오전 9시55분) 목욕탕에서는 음치가 없다?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2%가 목욕탕에서는 노래가 더 잘 불러진다고 대답했다. 목욕탕은 물, 높은 습도, 밀폐된 공간이라는 3가지 특징을 가진 곳인데, 이 시간에는 목욕탕을 전격 해부하고 목욕탕과 음치와의 관계를 파헤친다. ●인사이드 월드(YTN 오후 1시25분) 독재정권을 청산하고 자유선거로 새 정부가 들어선 인도네시아는 독재정권의 유산을 완전히 청산하지 못하고 만연된 부패와 국정의 비효율로 경제상황이 심각했다. 이에 정부는 빈곤한 농민들을 위해 생활 필수시설인 양수펌프와 수도관, 아이들을 위한 교육시설, 도로와 교각 건설에 주력했다. ●청소년 원탁토론(EBS 오후 7시10분) 같은 교복을 입더라도 남과 다르게 보이고 싶어하는 청소년들.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학생 10명 중 8명이 교복을 고쳐 입는다고 한다. 튀고 싶고, 예뻐 보이고 싶은 학생들은 교복 고치기를 통해 자신들의 개성을 표현하려 하는데, 이 문제를 토론에 붙인다. ●봄날(SBS 오후 9시45분) 비양도 보건소로 전화를 한 은호는 은섭의 목소리가 들리자 휴대전화를 꺼버린다. 우울해진 은호는 술에 취한 채 다시 전화를 하고, 정은이의 목소리가 들리자 그의 이름을 부르며 울먹인다. 은호는 은섭에게 아버지 건강이 좋지 않아 갈 수가 없으니 서울로 돌아오라고 부탁한다. ●드라마시티(KBS2 오후 11시15분) 병원 물리 치료사인 화진은 떠나간 연인을 잊지 못한 채 혼자 살아가고 있다. 그런 그녀에게 이웃에 사는 문 여사는 유일한 친구이다. 문 여사 때문에 알게 된 세탁소 배달원 승주는 화진에게 새로운 친구로 다가오고, 그 즈음 화진에게 누구 보냈는지 모를 장미와 메일이 전해지는데…. ●도전!골든벨(KBS1 오후 7시10분) 45대 골든벨을 향한 김해고등학교 학생들의 힘찬 도전이 시작된다. 골든벨 사상 최대의 위기를 맞은 김해고. 초반부터 대거 탈락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50문제와의 승부에서 최후의 1인으로 남은 배순영 학생의 손에 달린 경남 김해고의 명예. 과연 그는 골든벨을 울릴 수 있을까?
  • [열린세상] ‘5년 단임’은 과거사 청산 대상/황병선 청주대 초빙교수·언론인

    한국 국민에게 ‘개헌’은 역사적 ‘악몽’과 같은 존재다. 정부수립 이래 아홉차례 개헌이 있었지만 이승만 박정희 정권의 집권 연장용 ‘3선개헌’ 두차례, 그리고 영구 독재를 겨냥한 72년의 ‘유신 개헌’등 끔찍스러운 기억으로만 뇌리 속에 남아 있다. 집권자의 임기 후반이 되면 검은 유령처럼 개헌논의가 대두되고 치밀한 군사작전처럼 어용 언론과 행정조직을 총동원한 국민투표가 진행된다. 당연한 듯 가결되고 그 결과 독재정권이 연장되는 것이 우리 개헌의 역사였다. 그나마 임기7년 대통령 간선제를 현행 임기5년 단임제로 고친 87년 직선제 개헌이 민주화 투쟁의 결실로 헌정사에 남은 유일한 밝은 기록이다. 하지만 그마저도 민주주의 발전, 정치발전이라는 민주화 투쟁의 본뜻을 오롯이 담아내는 데는 실패한 채 정치세력간 현실 타협의 결과로 5년단임제라는 명분없는 권력구조를 탄생시킨 얼치기 개헌이었다. 국민들은 처참한 헌정사의 아픈 기억 탓에 ‘개헌’하면 우선 의심스러운 눈길부터 보내며 개헌의 거론 자체를 터부시하는 정서가 있다. 이런 국민적 ‘개헌 알레르기’를 잘 아는 정치권은 여야 모두 5년단임 헌법을 언젠가는 반드시 개정해야만 한다는 인식을 공유하면서도 먼저 개헌논의를 제기하려 하지 않았다. 그러나 정치제도 개혁과 과거사 청산에 정치적 승부를 걸고 있는 노무현 정부가 출범한지 2년이 되어오는 현 시점에서 개헌문제 공론화를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마침 야당의 김덕룡 원내대표가 국회연설에서 ‘당리당략을 떠난 개헌문제 연구’를 공식 언급하고 나섰다. 무척 조심스러운 발언이어서 이것이 한나라당의 당론인지 또는 개헌 논의를 시작하자는 제의인지 모호하지만 정치권에 개헌이란 화두를 던져준 것만은 분명하다. 열린우리당의 싱크탱크인 ‘열린정책연구원’도 헌법의 권력구조 개편문제를 ‘기본 연구과제’로 채택하는 등 진일보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여당 주변에선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자시절 ‘임기 중 개헌’을 언급했었다는 사실이 새롭게 거론되고 있다. 여야 모두 개헌문제에 구체적 접근을 시도하는 모습이다. 여기서 여와 야 어느쪽, 또는 누가 먼저 제기했느냐는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역사에, 과거사를 청산하는 데 보다 책임의식을 갖는 지도자들이 당당하게 개헌 공론화에 나설 때가 아닌가 한다.5년단임제 헌법은 민주투쟁의 결실이었지만 한편으로는 당시 정치세력간 타협의 산물이기도 했다.“5년임기 한번만 하고 반드시 떠난다.”는 권위주의정권 퇴치용 방편이자 3김 정치구도의 반영이라는 반시대적 성격이 내포돼 있다. 결과적으로 민주·정치발전, 국정운영의 효율성 등을 중시하지 않고 정치지도자들이 돌아가며 대통령하는데 편리한 제도를 채택해 명분이나 현실정치적으로 많은 문제를 야기하는 헌법이 됐다. 대선과 총선 시기가 엇갈리는 데서 오는 정치적 불안정, 훌륭한 업적을 남긴 대통령에 대한 평가방법 부재,‘조기 레임덕’ 현상 등 5년단임이 갖는 문제점들뿐 아니라 반시대적 성격 때문에 ‘5년단임’은 우선적 과거사 청산 대상이며 정치제도 개혁 과제로 인식되어야 한다. 임기 중 개헌이 노무현 대통령의 확고한 속뜻이라면 여권이 하루속히 개헌을 공론화해야 한다. 경제살리기에 매진해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어차피 경제살리기와 개혁작업은 병행 추진될 수밖에 없는 과제다. 과거처럼 정권연장이나 재집권 음모가 내재된 개헌이 아니며 여야 공동으로 추진하는 ‘바로잡는’ 개헌작업인 만큼 정치·사회적 혼란을 야기하거나 경제살리기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하지는 않을 것이다. 노무현 정부가 역사적 책임의식 아래 제대로 된 헌법을 만들어 놓고자 한다면 바로 5년 단임의 문제점인 조기 레임덕 현상이 오기 전에, 그리고 양대 선거에 시간적 여유가 있어 ‘차기 후보’들 사이에 갈등 소지가 적은 현 시점에 개헌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대통령 4년 중임의 정·부통령제든 책임총리제든 권력구조의 핵심부분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조속히 이뤄낼 초당파적 기구의 발족이 기대된다. 황병선 청주대 초빙교수·언론인
  • 한나라 “과거사 黨차원 대응”

    한나라당은 국가정보원 진실위원회의 과거사 조사대상 발표와 관련, 여권의 정략적 접근을 경계하는 동시에 당 차원에서 당당하게 대응키로 했다. 한나라당은 3일 충북 제천에서 열린 의원 연찬회에서 박근혜 대표가 정수장학회 이사장직 사퇴 의사를 분명히 함에 따라 그간의 수세적 입장에서 벗어나 국가정보원의 과거사 조사에서 자유로워졌다는 판단이다. 특히 한나라당은 최근 외교통상부의 한·일 협정 문서와 문세광의 ‘고 박정희 전 대통령 저격사건’ 기록 공개에 이어 국정원 진상조사위의 조사대상 발표 등 여권이 추진중인 과거사 조사 관련 움직임을 ‘박근혜 죽이기’를 위한 정략적 접근으로 몰아세우면서 객관적이고 명확한 과거사 규명을 요구한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자신감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권위주의 통치자’ ‘독재권력의 표상’ 등 부정적 이미지도 갖고 있지만 ‘한강의 기적’으로 일컬어지는 경제 부흥을 이뤄낸 장본인이라는 사실에는 이론이 없는 만큼 과거사 문제에 당당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박 대표는 전날 기자들에게 과거사 문제와 관련,“당 차원에서 당당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구체적 대응방안은 당 정책위가 준비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앞서 한·일 협정 문서 공개 당시 소속 의원들에게 자신이 박 전 대통령의 딸이라는 사실을 잊어달라고 주문한 것도 당 차원의 당당한 대응 방침과 맥을 같이 한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조만간 당 차원의 공식대응기구를 발족, 자체 조사활동을 펼쳐나가기로 했다. 또 정부나 국회 차원의 과거사 조사와는 별도로 역사학자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역사바로알기운동본부’(가칭)를 설립, 여권의 정략적 접근을 차단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열린우리당은 국정원 진실위의 조사대상 발표에 대해 과거사 의혹 규명과 피해자 명예 회복을 위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환영했다. 유인태 의원은 “과거사를 밝히는 것은 지난 역사로부터 피해자들의 ‘민원 해소’차원의 일이지 특정한 사람을 공격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다.”며 정략적 접근 가능성을 일축했다. 전광삼 김준석기자 hisam@seoul.co.kr
  • [열린세상] 부시와 빈 라덴/양길현 제주대 정치학 교수

    부시 대통령이 다시 취임했다. 부시 2기 정부가 출범하는 데 대해서 축하의 기대보다 우려가 더 크다. 미국 메릴랜드대 여론조사에서 21개국 2만 1953명 가운데 58%가 부시 재선이 세계 평화와 안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응답할 정도로 세계인들이 부시정부에 대해서 갖는 생각은 부정적이다. 이는 세계가 위험해진 이유를 부시 대통령이 미국 중심의 안보지상주의를 대외적 강경정책으로 연결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안보지상주의가 대외적 강경정책으로 나타나고 있는 게 부시정부라면, 대내적 인권탄압으로 나타난 대표적 사례가 박정희 유신정부였다. 부시나 박정희 모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안보지상주의와 외부로부터의 위협을 활용하여 시민사회의 자유를 제약했다. 다행히도 지난 40여 년간 한반도를 압도해 왔던 ‘적대적 상호의존’은 남한의 민주화 과정에서 소멸되어 나갔다. 다만 여전히 북한이 일당독재를 펴 나갈 수 있는 데에는 남과 북의 적대적 상호의존을 대신하는 북한과 미국간의 적대적 상호의존이 한 몫을 하고 있다. 부시와 빈 라덴 간의 관계는 일종의 미국판 적대적 상호의존을 반영하고 있다.2000년 9·11 테러는 세계 제1의 강대국인 미국만이 절대적 안보를 누리고 있다는 미국 예외주의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혔다. 무고한 인명살상과 사회심리적 충격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군사적으로 점령하는 이른바 대테러전쟁을 정당화해 주었다. 그러나 부시 1기 정부 동안 그렇게 많은 인력과 물자가 동원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테러문제는 전혀 해결의 조짐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그저 부시와 빈 라덴간의 적대적 상호의존만이 돋보일 뿐이다. 대테러 전쟁의 구호는 미국 내부의 경제문제에 대해서는 눈을 감게 하고 애국주의에 호소하면서 일시적으로나마 국민적 단합을 이끌어 나가는 데 유용해 보인다. 공화당 부시의 재선은 바로 여기서 가능했다. 2004년 11월 미대선을 며칠 안 남기고 미국에 테러 위협을 공개리에 표명한 빈 라덴이야말로 부시 재선의 일등 공신이다. 경제실정으로 인해 마지막 유세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었던 부시에게 빈 라덴의 테러 협박은 구사일생의 기회였다. 대통령 선거가 일시에 전시 지도자로서 부시에 대한 국민투표적 신임투표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부시의 재선으로 인해 중동 지역의 반미전선에서 차지하는 빈 라덴의 지도적 입지도 그대로 유지되어 나갈 수 있게 되었다. 빈 라덴이 부시 당선에 도움을 주듯이, 부시의 강경노선이야말로 빈 라덴의 반미강경노선이 지속되어 나가도록 하는 강력한 명분이자 토대이기 때문이다. 부시와 빈 라덴간의 적대적 상호의존을 끊기가 쉽지 않은 것은, 부시가 이라크에 이어 이란에까지 압박을 가하는 한, 중동 지역에서의 반미감정은 더욱 불타오를 것이기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밝힌 것처럼 ‘온 세계에 자유를 확산’시켜 나감에 있어 ‘필요하면 무력’도 불사하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취하는 한, 부시 2기 정부와 빈 라덴 등 반부시세력들 간의 적대적 상호의존 고리는 어느 일방이 제거될 때까지 지속되어 나갈 전망이다. 여기서 남북한간의 적대적 상호의존을 평화공존으로 바꾸어 나간 한국의 경험은 시사적인데, 그것은 안보지상주의를 버리고 북한으로부터의 위협을 감당할 수 있다는 한국민들의 자신감에서 가능했다. 결국 해결의 열쇠는 부시 대통령에게 있는 게 아니라 미국민들의 정치적 의지에 있다. 지난날 베트남 개입을 반대하는 미국내 반전운동 경험에서 보듯이 미국의 이라크 개입에 대해 국내적으로 많은 반대가 제기된다면, 부시정부 역시 ‘명예로운 철수’를 모색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민의 반전평화운동이 안보위기감을 넘어설 수 있을 만큼 커져 가다가도 빈 라덴이 계속 미국에 대한 테러를 협박한다면 무망한 것이기에 답답함은 여전히 남는다. 양길현 제주대 정치학 교수
  • [열린세상] 한일협정 문서 공개와 과거청산/정해구 성공회대 한국정치 교수

    지난 17일 청구권 관련 한·일협정의 일부 문서가 공개되었다. 어느 정도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실제 공개된 내용은 상당히 충격적이다. 협상에 임했던 양국 정부의 태도에는 책임 회피와 정권적 이해만이 보일 뿐, 제대로 된 역사의식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더욱 황당한 것은 한국인 개인 피해자들에게 마땅히 돌아갔어야 할 개인 청구권 자금조차 일본정부는 ‘경제협력 자금’으로 지불했고, 한국정부는 이 자금의 대부분을 중간에서 ‘가로채는’ 사태가 벌어졌다는 점이다. 이 같은 사태는 새삼 우리에게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인 문제를 제기하게 만든다. 원래 시민혁명 이후의 근대국가는 국민을 위한 국가의 의미를 갖는다. 즉 근대국가의 의미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민주주의와 분리되기 어려운 것이다. 그런 탓에, 근대국가의 헌법은 통상 국가의 자의적 권력 행사를 방지하기 위해 국민의 기본권을 우선적으로 보장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권력분립 형태의 권력구조를 채택한다. 그러나 이 같은 근대국가의 의미에 비추어 보았을 때, 대한민국 수립 이래 국민에게 우리 국가의 의미란 과연 무었이었던가? 광복과 6·25전쟁을 거치면서 한국의 국가는 우선 강력한 반공국가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물론 그것은 공산주의의 확산과 침투를 막아내기 위한 필요에서였다. 그러나 다른 한편 반공국가의 구축은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에게 가혹한 피해를 남겼다. 현재 과거청산의 주요 과제로서 제기되고 있는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의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사태는 이에 그치지 않았다. 강력한 반공국가에 뒤이어 발전국가가 등장, 압축적 산업화를 강력히 추진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발전국가는 성공적인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그렇지만 그것 또한 다수의 피해를 남겼다. 한·일협정을 통해 일제 피해에 대해 당연히 보상받았어야 할, 그러나 국가의 중간 갈취로 이를 받지 못했던 개인 청구권자들의 피해도 그러한 결과의 하나이다. 그런 점에서 반공국가와 발전국가는 국민, 특히 모든 개개인의 국민을 위한 국가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것은 국민에게 자의적인 국가 목표를 강요하며 이에 반대하는 국민에 대해서는 가혹한 억압을 자행했던 한편 국가를 위해서는 국민의 기본적 권리조차 무시했던 그러한 국가였다. 말하자면, 그것은 반공과 성장을 내건 권위주의 국가였던 것이다. 그러나 민주화가 이루어진 지금 국가의 의미는 바뀌었고, 또 바뀌어져야 한다. 이제 국가는 국민을 위한 국가가 되어야 하고, 비록 소수에 한정된다 할지라도 모든 국민 개개인에 대해 그들의 기본적 권리를 지켜주어야 하는 민주국가이어야 한다. 나아가, 민주국가는 권위주의 국가에 의해 과거에 침해되었던 국민의 기본권 침해에 대해서도 그 구제의 역할을 수행해주어야 한다. 민주주의의 견지에서 과거의 기본권 침해 역시 구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현재 우리 앞에는 다수의 과거청산 과제들이 놓여 있다. 일제하 식민잔재의 청산,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의 문제, 독재정권 시기의 인권유린사태 등이 그것이며, 여기에 이번 한·일협정 문서 공개를 통해 새롭게 드러난 일제하 개인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의 구제 조치도 포함된다. 시간의 문제나 재원의 문제를 들어 대충 넘어가자는 주장도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과거청산의 문제는 시간과 재원의 문제이기 이전에 역사적 인권의 문제인 동시에 현재의 민주주의의 문제이다. 광복 60주년, 한·일협정 40주년이 되는 올해에 과거청산의 이 같은 과제에 대해 적극적인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더 나은 미래 사회에 대한 희망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지금의 국가가 진정 민주국가라 한다면 과거청산은 더 이상 미루어져서는 안 된다. 정해구 성공회대 한국정치 교수
  • [김영만칼럼] 광화문 현판의 정치

    [김영만칼럼] 광화문 현판의 정치

    박정희 전 대통령은 죽어서까지 많은 사람을 낭패케 한다. 사후 26년이 지나도 그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극단이다. 물적성장을 평가하는 쪽은 ‘한강의 기적’을 폄하하는 사람들에게 소름 돋는다고 한다. 그를 민주주의 가치의 압살자로 도장 찍은 사람들은 반대쪽을 단지 경멸한다. 죽은 이를 놓고 국민 다수가 편을 나눠 서로 억장이 무너진다고 하소연하는 셈이다. 남북분단을 빼고는, 우리 정치·경제판에 벌어지는 애증과 편가르기 대부분이 그로부터 시작되었으니 이 정도는 당연한 역사의 설거지거리긴 하다. 난감한 일은 이런 평가의 많은 부분이 출생계급에서부터 체험으로 육질(肉質)화된 것이어서 어떤 범용적 기준을 내놓아도 접점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여권의 과거사 청산이 본격화되기도 전에 광화문에 걸린 박 전 대통령의 친필 현판을 조선조 정조의 글씨로 바꾸기로 한 것을 놓고 또 여론이 나뉜다. 오래 경험해온 대로 이 역시 인간 박정희에 대한 호오(好惡)를 전제한 것이라 접점은 찾기 어려울 것이다. 영웅이 남긴 것은 역사지만, 독재자가 남긴 것은 재수 없는 흉물이며 청산대상이다. 협량한 역사관일지라도 인지상정이다. 접점 없는 시비는 과거사가 사회적 화두로 있는 한 계속될 것이니 안타깝다. 최소한 두세대에 관한 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기와집 아래서 났는지, 초가집에서 났는지에 따라 다르다. 더 나가면 밥을 먹을 만한 집인지, 밥 먹는 것이 지상과제인 집에서 성장기를 보냈는지에 따라 줄곧 평행선이다. 출생의 계급에 따라 체험의 방향이 다르고,18년이란 오랜기간을 통해 숙성됨으로써 그 평가가 육질화됐다. 몸의 일부처럼 된 생각은 토론이나, 교육을 통해서도 고치기 어렵다. 이러니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상반된, 육질화한 평가관을 가진 세대들이 정치와 가정의 주체에서 벗어나는,10∼20년쯤 후에나 가능할지 모른다. 교육통계연보는 박정희시대가 본격화한 1965년 초등학생의 중학교진학률을 54.3%로 기록했다. 농어촌의 경우만 따로 떼내면 50%를 훨씬 밑돌게 된다. 중학교를 보낼 형편의 기준은 기본먹을거리가 해결되는 집인가 아닌가다. 중학교도 못 간 이 사람들과 당장 먹을 게 없어 중학교에도 못 보낸 학부모들에게 박정희는 영웅이다. 남의 집 식모살이도 어렵던 시절, 차관이든 빚이든 얻어 방직공장에라도 다니게 해서 밥을 굶지 않게 해준 정치지도자에 대한 평가는 다른 어떤 선진화된 주의주장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이들에게 배불리 먹는 것보다 우선하는 가치는 많지 않다. 박 전 대통령이 숨진 이듬해인 1980년 우리나라 중학교 진학률은 95.8%로 올라 있었다. 그런가 하면 1965년 우리나라 전문대이상 진학률은 7∼8%였다. 현재는 90%선이다. 고학으로 대학을 나온 사람도 많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먹어야 산다’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계층이 대학을 보낸다. 이 계층에 박정희식의 개발독재는 인권을 유린하고, 미국종속적인 매판자본으로 빈부격차를 늘렸을 뿐이다. 자신들의 경제적 사회적 위상을 높여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날 때부터 밥이란 늘 있는 것이었으므로 고문과 술수를 통한 장기집권이 쟁점이다. 밥을 해결하지 않았느냐는 물음은 생뚱스럽고, 유치하며 또한 경멸의 대상이 된다. 평가의 성격이 체험을 바탕으로 한 것이니, 옳다 그르다 하기 어렵다. 이러니 광화문 논쟁도 옳고 그름이 아닌 정치문제다. 광화문 현판 바꾸기는 국민투표 사항이 아니다. 박정희가 자기 뜻대로 한글로 ‘광화문’을 붙였듯이 정부가 정조의 글씨를 집자(集字)해 쓰기로 했으면 그만이다. 다만 일부의 국민은 그런 일에도 억장이 무너진다는 게 현실이다. 죽은자의 망령이 살아있는 양쪽 모두를 지배케 하는, 고단했던 현대사가 모지락스럽다. 논설실장 sangchon@seoul.co.kr
  • [시론] 한국과 미국의 ‘북핵 방정식’/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시론] 한국과 미국의 ‘북핵 방정식’/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전쟁과 평화의 문제는 정치학에서 매우 중요한 연구주제의 하나다. 일부 학자들은 물리적으로 충돌하는 국가 사이에 어떤 공통된 특징이 있는지 구명하려고 시도한다. 이러한 노력 중의 하나가 ‘민주적 평화론(democratic peace)’이다. 이에 따르면 민주주의 국가간에는 전쟁의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이다. 즉, 전쟁이 발생하는 것은 비(非)민주주의 국가 때문이므로 세계의 모든 국가가 정치적 민주주의를 확보한다면 세계평화는 자연스럽게 이룩된다는 것이 핵심이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취임사는 민주적 평화론에 기초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일방주의적이라고 비판받아 왔던 부시의 대외정책에 민주주의 확산이라는 명분이 얹어지고 이론적 뒷받침이 이뤄진 셈이다. 취임사에서 부시 대통령은 세계 평화의 희망은 전 세계적 자유의 확산에 있고 세계의 폭정을 종식시키기 위해 민주주의 운동과 제도의 성장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부시 대통령은 세계에 민주주의를 확산시키는 것이 미국이 부여받은 사명이자 기본정책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외교적 해결방식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지만 필요하면 군사력을 통한 문제해결도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폭정을 종식시키고 민주주의의 실현을 시도할 대상 국가를 구체적으로 거론하진 않았다. 하지만 라이스 국무장관 지명자가 의회의 인준 청문회에서 언급한 나라들이 우선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폭정의 전초기지’로 지목된 북한, 미얀마, 이란, 쿠바, 벨로루시 그리고 짐바브웨 등 6개국이다. 특히 핵개발 문제와 관련있고 ‘악의 축’으로 이미 ‘지정’되었던 북한과 이란이 주목받고 있다. 부시의 연설에 대해 해당 국가들은 일제히 반발했다. 이란은 미국의 어떤 위협에도 대응할 것이라고 했고 북한도 폭정의 전초기지는 미국이 만들어낸 새로운 주적개념이고 부시는 마치 세계제국의 황제인 듯 행동한다고 비난했다. 사실 부시 대통령의 취임사는 미국 내외에서 긍정적 반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지극히 이상적이며 고상하지만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쉽지 않고 상당히 위험한 사명이라는 것이다. 더불어 미국의 필요에 따라 독재국가도 지원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국가에 지나치게 이중 잣대를 들이댄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국익 앞에 철저히 냉엄한 것이 오늘날 국제관계의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의 국가적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북핵 문제 해결과 동북아 지역안정을 위해 우리는 주변국, 특히 미국과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 한국과 미국은 지난해 11월 양국정상회담을 통해 북핵문제를 6자회담의 틀 내에서 평화적이고 외교적으로 해결한다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이러한 합의는 다분히 원칙적 합의라고 할 수 있다. 북핵문제에 대한 양국의 기본입장이 근본적으로 달라서다. 미국은 북핵문제를 반(反)테러와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 차원에서 보고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 북한과 북핵문제는 단순히 안보차원의 사안이 아니다. 같은 민족의 분단국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의 북핵문제에 대한 접근이 1차 방정식이라면 우리에겐 2차 방정식이다. 그만큼 어렵고 복잡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우리의 조율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다. 부시 대통령의 취임사는 집권 3년차에 들어선 노무현 정부에 무엇보다도 통합과 조정의 리더십을 절실히 요구하고 있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데스크시각] 국책사업 ‘새만금’ 해결법/임송학 지방자치부 부장급

    국책사업은 나라의 발전을 위해 국가가 정책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다. 국가가 주도적으로 사업목적과 추진방향을 정하고 계획을 수립하며 예산을 투입해 시행한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적지 않은 국책사업들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책사업의 우선순위가 바뀌기도 한다. 한때 정부가 국가발전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했던 국책사업이 하루아침에 재검토 대상으로 전락하기도 한다. 특히 주민과 환경단체의 반발이 거셀 경우 국책사업은 표류하기 일쑤다. 새만금사업만큼 논란이 끊이지 않는 국책사업도 드물다.1991년 착공 당시 서해안시대를 밝히는 희망의 등불이었던 새만금사업은 96년 7월 수질오염 논쟁이 시작되면서 대표적인 반(反)환경사업으로 매도되고 있다. 99년 5월부터 2년간,2003년 7월부터 2004년 1월까지 6개월간 두차례나 공사가 중단되는 진통을 겪었다. 시민단체는 물론 정치권, 종교계까지 개입되면서 심각한 국론분열을 가져왔다. 법정으로까지 비화된 새만금사업은 국책사업 추진 여부를 법원이 결정하는 뼈아픈 선례를 남기게 됐다. 지난 17일 서울행정법원이 조정권고안을 내놓아 ‘새만금 논쟁’은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왔다. 5년 전 민관공동조사단을 구성해 13개월간 8억원을 들여 연구했지만 이견을 해소하지 못했던 새만금사업이 또다시 표류하게 된 것이다. ‘환경’이냐 ‘경제성’이냐를 둘러싼 끝없는 공방이 예상된다.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 7년 동안 논쟁을 벌였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정부는 우선 상황 판단을 정확히 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사법부가 국책사업의 추진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월권이라고 볼멘소리를 하기 전에 문제의 핵심을 인지해야 한다. 그리고 원리원칙에 입각해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 대형 국책사업이 표류하는 것은 정부의 애매모호하고 어물쩍 넘어가려는 태도가 가장 큰 원인이기 때문이다. 정부 내에서 부처마다 다른 목소리를 내는 불협화음은 금물이다. 정부와 전북도, 환경단체 등이 동상이몽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사이에 국민의 혈세로 쌓은 방조제는 계속 바닷물에 유실되고 있다. 답답하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군사독재정권 시절이 아닌 21세기 대한민국은 삼권분립이 엄연히 존재하는 민주국가이다. 이제 정부가 마구잡이식으로 국책사업을 추진하던 시대는 끝났다. 입법, 사법, 행정의 삼권이 견제와 균형을 이루는 민주주의 기본원칙이 국가를 유지하는 시스템으로 작동하고 있다. 참여정부가 대선공약으로 내걸고 밀어붙이던 행정수도 이전사업이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좌절되는 것을 모든 국민들이 확인했다. 새만금사업 또한 법원에 의해 재단되고 있다. 정부는 이번 기회에 새만금사업에 대해 분명한 해결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자존심과 명분보다는 국익에 보탬이 되고 후손에게 부끄럽지 않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래야 국력과 재원을 낭비하지 않고 끝없는 소모전을 방지할 수 있다. 그리고 모든 국책사업을 새롭게 정비해야 한다. 주먹구구식 국책사업이나 정치적 타협에 의해 시작된 국책사업은 십리도 못 가서 발병이 난다는 사실을 정부는 다시 한번 인식해야 할 것이다. 임송학 지방자치부 부장급 shl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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