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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시민축제 난장판 만든 촛불 폭력

    결국 지난 2일 열린 하이서울 봄 페스티벌 개막식이 ‘난장판’이 됐다. ‘국제 관광도시 서울’을 홍보하기 위해 전 세계의 신문·방송사 기자들과 관광객들을 불러 모은 터였다. 이런 축제 마당이 졸지에 폭력 시위장으로 변질됐다. 그날은 공교롭게도 ‘촛불집회 1주년’ 기념 집회와 페스티벌 개막식이 겹친 날이었다. 집회에 참석한 일부 시위대가 “1년 전 촛불 정신을 되새겨 현 정부의 독재에 맞서야 한다.”며 서울광장 무대를 점거했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순식간에 행사장은 폭력으로 얼룩졌다. 개막식은 전면 취소됐다. 하이서울 페스티벌을 위해 이국 멀리에서 날아온 많은 관광객들은 겁에 질려 속속 축제장소를 벗어났다. 어린이들이 울면서 서울 광장을 떠나는 장면이 목격됐다. 이날 행사를 취재하기 위해 미국과 유럽, 중국, 일본, 동남아 등 전 세계에서 초청된 30여명의 기자들은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한 관계자는 “일부 기자들은 신변의 위협을 느낀 나머지 공포감에 질려 있었다.”고 전했다. 그동안 서울시가 공들여 쌓아온 ‘평안한 녹색의 도시, 서울’의 이미지는 오간 데 없고 삽시간에 ‘무절제한 시위의 도시’로 각인되는 순간이다. 한 국가의 수도에서 국가를 대표하는 문화 축제 개막식이 시위대 때문에 무산된 것은 집회와 시위의 자유의 한계에 대해 근본적인 성찰을 하게 한다. ‘촛불 시위 1년’을 냉정하게 복기해야 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보수와 진보 진영은 ‘촛불 집회’를 놓고 정반대의 평가를 각각 내리고 있다. 시민 사회의 역동성을 재확인했다는 진보 세력과 순수성을 잃은 정치 투쟁이라는 보수세력이 아직도 힘겨루기 중이다. 하지만 역사는 말한다. 절제되지 않은 민주주의는 폭력을 야기하고, 수단을 정당화시킨 민주주의는 반드시 새로운 독재를 부른다고.
  • [촛불집회 1년] 내가 본 ‘촛불’과 한국사회

    지난해 이맘 때쯤 촛불집회에 참여한 사람, 그리고 이를 지켜본 사람들은 지금 당시의 촛불집회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촛불집회에서 ‘평화의 상징’이 된 ‘유모차부대’ 인터넷 카페 운영자 정혜원(34)씨는 “아이의 건강권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부모의 도리를 다하기 위해 참가했던 것”이라면서 “그 후로 정부 정책을 보면 ‘우리 가족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다음 ‘아고라’에 ‘이명박 대통령 탄핵서명 청원’을 처음 제안해 138만명의 지지를 받아낸 ‘안단테’ 황모(17)군도 “집회 참가 뒤 ‘정부는 항상 옳은 일만 한다.’는 환상이 깨져 사회를 비판적으로 보게 됐다.”고 돌아봤다. 그러나 주부 김모(36)씨는 “취임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대통령을 촛불이 너무 시끄럽게 몰아붙여서 불편한 점도 있었다.”는 의견도 있었다. 전문가들도 촛불의 지난 흔적을 바라보는 시선이 엇갈렸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언뜻 ‘촛불’이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 듯 보이지만 당시 국민들이 공유했던 기억은 언제든 다시 표출될 수 있다.”면서 “최근 경기도 교육감 선거나 4·29 재보궐 선거 결과가 이를 증명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공정방송시민연대 최홍재 사무처장은 “지금까지는 촛불집회가 특별히 의미있는 변화를 이끌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1년이 흐른 지금, 우리 사회가 촛불의 공과를 제대로 돌아보며 진화해야 할 때가 되었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우선 소통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조대엽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이제는 미시적인 민주주의에 주목할 때”라고 강조한 뒤 “정치권력의 민주화와 같은 거시적 주제보다는 정책의 실현과정이나 일상적 삶과 관련된 민주화가 확장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개인과 사회단체와 활발하게 소통해야 한다. 결국 삶의 민주화는 신뢰의 문제와 연계돼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정부의 책임이 중요하게 거론됐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부나 정치세력들은 경제적 효율성만 추구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 공공성과 인간적 존엄성에 기초한 생활정치에 무게중심을 둬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도 “촛불은 정부와 과학계, 언론 등 전문가 집단에 대한 반란의 성격이 강하다.”면서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중요하다. 특히 정부가 자기 확신에 취해 국민과 소통하지 않고 정책을 결정하려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고 충고했다. 전문가들은 진보진영이 뚜렷한 대안을 보여 줘야 불신의 벽을 넘어설 수 있다는 의견도 빠뜨리지 않았다. 김 교수는 “보수세력은 시민사회의 참여를 통한 거버넌스(협치)를 받아들이고 진보세력은 현 정권의 개발독재와 신자유주의적 국정운영에 대항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진보세력은 정부여당을 비판하는 것 말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방향을 보여줘야 한다.”면서 “오바마 미 대통령은 자신이 결과를 만들어낼 수 없는 지위에 있을 때도 비전을 보여줬고 국민들이 이에 공감해 지지를 얻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유대근 박성국기자 dynamic@seoul.co.kr
  • “국제법은 美 주권 오히려 강화할 것”

    │워싱턴 김균미특파원│한국계로 미국 정부내 최고위직에 해당하는 국무부 법률고문(차관보급)에 지명된 고홍주(54·미국명 해럴드 고) 예일대 법대학장이 28일(현지시간) 첫 인준 청문회를 무난히 마무리했다. 미 워싱턴 상원 덕슨빌딩에서 열린 상원 외교위원회 인준청문회는 고 지명자가 주창한 ‘다국적 국제법률학’을 핵심 쟁점으로, 보수파의 비판적 시각에 대한 고 내정자의 견해를 듣는 데 집중됐다. 이 자리에서 고 지명자는 “미국은 이제 국제적인 문제를 혼자 힘으로 해결할 수 없으며, 국제법은 미국의 주권을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원 외교위의 존 케리 위원장은 인준 청문회를 고 지명자에 대한 덕담으로 시작했다. 케리 위원장은 “법률 이론에 대한 의견차이는 전적으로 정당한 것이지만 고 학장에 대한 인터넷과 일부 언론의 공격은 상궤를 벗어난 것”이라면서 “일부에서는 고 학장이 어머니의 날을 반대했다는 주장까지 했지만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오늘 이 자리에 나온 고 학장의 어머니도 기꺼이 반대에 동참할 것”이라며 고 학장에 대한 인신공격성 비난은 근거가 없는 것이라고 옹호했다. 청문회는 시종 편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고 지명자의 인준을 강력히 지지하는 리처드 루거 공화당 간사는 그를 “인권 옹호자로서 공화당 케네스 스타 전 특별검사 같은 이들의 존경을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례적으로 상원 중진 조 리브먼(무소속)과 크리스토퍼 도드(민주당) 의원이 고 내정자 옆에 나란히 앉아 그를 지지하기도 했다. 리브먼 의원은 “고 학장 가족은 일본의 식민지배와 독재정치를 겪은 뒤 자유를 찾아 미국에 온 애국적인 미국인”이라고 말했다. 이날 청문회에는 보건담당 차관보에 지명된 형 경주(57·미국명 하워드 고)씨와 어머니 전혜성(80) 박사, 여동생인 진 고 피터스 예일대 법률대학원 교수, 부인과 딸 등 고 지명자의 가족들이 나란히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에 대해 케리 위원장은 “매우 인상적인 일”이라며 격찬했다. kmkim@seoul.co.kr
  • 짐바브웨 코끼리 구출작전

    “차라리 난민 신세가 되겠어요.” 정쟁과 경제위기로 어지러운 짐바브웨에서 코끼리 수백마리도 탈출을 감행하고 있다고 28일 AP통신이 보도했다. 짐바브웨 환경보존 태스크포스팀에 따르면 지난 수개월간 400마리가 넘는 코끼리들이 짐바브웨 북부와 잠비아의 국경을 잇는 잠베지강을 건넜다. 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의 독재로 서방의 제재조치가 내려진 데다 세계금융위기의 타격, 콜레라 창궐, 식량부족 등 악재가 겹치면서 인간의 밀렵과 환경 파괴가 야생보호구역까지 할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태스크포스팀과 짐바브웨 동물단체들은 정부당국의 허가를 받아 코끼리들을 생포, 원래 서식지로 추정되는 남쪽으로 200㎞ 떨어진 치핀다 못으로 이송할 예정이다. 조니 로드리게즈 팀장은 “재정착에 드는 기금 마련이 문제”라며 지원을 호소했다. 동물 포획이 늘면서 코뿔소는 희귀종이 되고 있다. 짐바브웨 수도인 하라레 북부에서는 경비대가 새끼를 밴 표범을 사냥해 죽이려 한 데 이어, 식량부족에 시달리는 주민들이 덫을 놓아 설치동물이나 토끼를 잡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야생보호구역에 울타리 등 보호막을 쳐 총성에 놀란 동물들이 서식지를 이탈하거나 밀렵꾼들의 사정권 안에 드는 것을 막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경제위기로 ‘좌향좌’ 가속화

    경제위기로 ‘좌향좌’ 가속화

    경제위기가 좌파 정부를 잇따라 ‘잉태’했다. 25일 총선을 치른 아이슬란드에서 처음으로 좌파 정부가 탄생한 데 이어, 26일에는 좌파 정부인 에콰도르의 라파엘 코레아(사진 왼쪽·46) 대통령이 연임에 성공했다. 경제위기의 파고에서 빈민층 보호를 공약으로 내건 그는 이날 출구조사 결과 54%의 지지율을 얻어, 30년만에 처음으로 2차 결선투표를 거치지 않고 대통령이 됐다. 코레아 대통령은 이날 “우리는 1996~2006년 민주주의 정부에서 이루지 못한 역사를 만들어냈다.”며 승리를 선언했다. 2007년 1월 취임한 코레아의 당선은 이미 예고됐다. 그는 지난해 9월 국민투표를 실시해 대통령의 권한을 강화한 신헌법을 64%의 지지로 통과시켰다. 개헌을 통해 장기집권의 길을 열고 강력한 사회주의 드라이브를 내건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닮은 꼴이다. 지난해 금융위기의 첫 희생타였던 아이슬란드에서도 사상 첫 좌파 정부가 들어섰다. 26일 아이슬란드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요한나 시귀르다르도티르(오른쪽·67) 총리가 이끄는 사회민주당과 녹색운동의 좌파 임시정부가 전체 의석 63개 중 34석을 획득해 압승했다. 지난 70년간 다수당으로 군림해온 보수 독립당은 경제위기의 주범으로 지목돼 무너지면서 소수당으로 전락했다. 경제위기에 내몰린 국민들에게 선택됐지만, 두 국가에 남겨진 과제는 무겁다. 코레아 대통령은 교육과 복지예산을 3배 늘리고 소작농과 자가주택 건설을 지원하는 보조금을 신설하며 저소득층의 지지를 받아왔다. 그러나 재정의 40%를 차지하는 국제유가가 폭락해 복지정책에 기될 수 없게 됐고 중앙은행과 예산편성, 대법원 등에 대한 통제를 강화해 독재에 대한 우려도 있다. 물가와 실업률이 치솟는 아이슬란드도 국제통화기금(IMF)이 올 경제성장률을 -10.5%로 전망하는 등 사상 최악의 경제위기를 겪을 것이라고 경고한 상태다. 새 연정은 경제재건과 유럽연합(EU) 가입 등을 돌파구로 삼아 매진할 셈이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4·19혁명 ‘마산의 잔 다르크’ 노원자 할머니의 소회

    4·19혁명 ‘마산의 잔 다르크’ 노원자 할머니의 소회

    1960년의 봄은 온통 암흑투성이였다. 이승만 대통령과 자유당은 장기 집권을 꿈꾸며 상상도 할 수 없는 부정선거를 자행했다. 당시 경남 마산제일여고 학생회장이었던 노원자(66·당시 17세) 할머니는 친구들과 함께 책을 덮고 교문 밖으로 뛰쳐 나갔다. 그해 이른 봄 마산시내 거리는 “부정선거 물리치고 공정선거 다시 하라.”는 구호로 넘쳤고 17세 소녀는 숨겨서 가져 나온 플래카드를 펴들고 마산경찰서 앞까지 진격했다. 경찰은 낮에는 최루탄과 물대포로 응수했고 밤에는 총탄을 쐈다. 하지만 학생들의 행진을 멈추게 할 수는 없었다. 노 할머니는 “그렇게 내 친구가, 선배들이 총탄에 쓰러졌다.”며 50여년 전을 아프게 돌아봤다. 그해 4월11일 마산 중앙동 앞 바다에서 얼굴에 최루탄이 박힌 시체 한 구가 떠올랐다. 마산상고 1학년생 김주열군이었다. 분노한 마산 시민들은 또다시 거리로 뛰쳐나왔고 소녀도 합세했다. 경찰 기동대가 붙잡아 가는 와중에도 소녀는 “경찰은 학생 학살을 책임져라.”라고 외쳤다. 이 사건은 ‘피의 화요일’로 불리는 4·19 혁명의 도화선이 됐고 독재정권에 항의하는 국민들의 함성은 전국으로 퍼져 나갔다. 정치인을 꿈꾸던 소녀는 항상 시위대 선봉에 섰고 장면을 찾아가 이승만 정권과 자유당의 횡포에 맞서 싸워줄 것을 부탁했다. 고은 시인은 시집 ‘만인보(萬人譜)’에서 그런 그녀를 ‘마산의 잔 다르크’라고 노래하기도 했다. 그렇게 불꽃 같은 고교 시절을 지낸 그녀는 1961년 서울 숙명여자대학교 영문학과에 들어가 졸업하면서 모교인 경남 마산 제일여자중학교에서 2년간 영어교사도 했다. 결혼을 하면서 학교를 그만뒀고 지난주 남편과 사별했다. 10대 소녀에서 이제 60대를 훌쩍 넘긴 할머니이지만 가슴에는 암울했던 역사와 독재 정권의 총칼 앞에서도 당당했던 피끓는 청춘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특히 노 할머니는 “지난해 촛불집회 때 경찰 물대포에 맞서는 어린 학생들을 보면서 그때의 아픔을 우리 손자 손녀들이 아직도 겪고 있는 것 같아 많이 서글펐다.”며 가슴 아파했다. 그러면서 “요즘 역사의 시계가 거꾸로 가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며 안타까워했다. 지난해 정부가 펴낸 학습동영상 자료에 4·19를 데모로 표현한 것을 예로 든 것이다. 그러더니 “지금 이명박 대통령과 정치인들은 4·19혁명의 승리자가 누구였는지 한 번쯤은 생각해야 할 것 같다.”고 당부했다. 2006년 국가보훈처에 4·19혁명 유공자로 신청했지만 ‘활동 소명 부족’을 이유로 거절당했다는 노 할머니. 하지만 “역사의 훈장은 이미 받은 거나 마찬가지”라며 웃어 보였다. 노 할머니는 19일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4·19혁명 49주년 기념행사에 참여하기로 했다. 그래서 50여년 전 못다 이룬 세상을 다시 한번 꿈꿔 볼 생각이라고 한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문화마당] 문화로 꽃피는 녹색성장 꿈꾸며/최만진 경상대 건축학부 교수

    [문화마당] 문화로 꽃피는 녹색성장 꿈꾸며/최만진 경상대 건축학부 교수

    뮤지컬 영화 ‘맘마미아’는 그리스 지중해의 외딴섬 앞 아름답고 짙은 바다를 배경으로 감미로운 노래인 ‘난 꿈이 있어요’로 시작한다. 또한 주인공인 도나의 딸 소피가 자유와 꿈을 찾아 이 바다로 낭만적인 여행을 떠나는 것으로 그 막을 내린다. 이 영화는 1970년대 초 혜성처럼 등장한 스웨덴 출신의 전설적 그룹인 아바의 환상적인 음악과 함께 젊은 시절의 자유에 대한 갈망, 상처와 현실, 그리고 식지 않는 사랑으로의 끝없는 추구와 항해를 그려내고 있다. 거의 동시에 가졌던 세 연인과의 자유로운 혼전관계, 누가 아버지인지도 모르는 애를 홀로 키우는 엄마, 결혼식에서의 급작스러운 파혼 선언, 개개의 감성에 충실한 개인주의와 즉흥주의의 파급 등 영화 ‘맘마미아’는 1960년대 말에 유럽에서 탄생한 ‘68세대’의 파격적 생활양식을 잘 보여주고 있다. 68세대는 이처럼 이전의 전통적 생활양식과 사회 철학을 전면적으로 부인했다. 특히 당시는 극단적 냉전시대였고 베트남전 등의 전쟁 기운이 세계도처에 감돌고 있었다. 서구사회에서는 젊은이들의 반전데모가 극심하였고 기술발전이 가져다 준 대량살상과 전쟁에 대한 회의가 증폭되어 갔다. 68세대는 이런 상황을 극복할 만한 새로운 대안적 사회를 찾아 나서게 된다. 이는 1970년대 초의 석유파동과 지구환경 파괴에 대한 ‘친환경 녹색운동’을 태동시킨다. 이 운동은 생활전반에 퍼져 나갔고 급기야 독일에서는 1979년에 환경보호와 반핵운동을 그 정치적 중심철학에 둔 ‘녹색당’이 창당된다. 이러한 녹색운동의 포문을 연 것은 무엇보다도 독일의 건축이었다. 그 대표적인 예가 1972년의 독일 뮌헨올림픽 경기장이다. 이곳에는 주경기장, 실내체육관, 실내수영장 등의 스포츠시설, 호수 그리고 동산 등의 공원을 조성하였다. 설계를 맡은 ‘베니슈와 파트너(Behnisch&Partner)’는 자연과 완전히 동화되는 유기적 형태의 스포츠종합공원을 배치하였다. 특히 스포츠시설들의 구릉형 건축선과 가볍고 자연스러운 형태는 찬탄을 자아내게 한다. 또한 구조건축가 ‘프라이 오토’의 경량 막구조는 전 세계의 이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마치 잠자리의 날개나 나뭇잎을 연상시키는 막구조의 지붕형태는 언제 보아도 경이롭기만 하다. 이뿐 아니라 여러 개의 스포츠시설과 외부 공간을 연속적으로 덮고 있는 막구조는 인공적으로 만든 ‘건축적 자연경관’을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생태 건축은 68세대가 지향한 다양한 언어를 내포하고 있다. 우선은 인간, 자연, 기술의 반목이 아닌 서로 간의 조화를 보여준다. 더 나아가서는 산업이 죽음과 파괴의 도구가 아닌 삶을 위한 인공 생태계를 만들 수 있음을 깨닫게 한다. 또한 인간의 휴식, 웰빙, 인간성 회복에 기여함을 암시하기도 한다. 이 외에도 막구조의 생물학적 투명성은 음침한 독재와 전쟁을 극복한 빛나는 민주주의 정신을 찬미하고 있다. 이처럼 녹색운동은 문화와 삶의 철학에 그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저탄소녹색성장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즉 녹색기술 개발, 신재생에너지 개발, 4대강의 생태적 개발사업 등에 총력을 쏟고 있다. 이를 통해 신성장경제동력과 일자리 창출을 꾀하고 있다. 이는 세계적 흐름을 살펴볼 때 매우 시의적절한 일이라 하겠다. 하지만 진정한 녹색성장을 위해서는 단순히 녹색 부처의 설립, 투자, 기술개발, 산업진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앞서 설명한 대로 녹색운동은 삶과 사회 전반에 걸쳐 발생하는 문화운동이어야 한다. 심지어 녹색문화운동은 우리 사회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에 전반적으로 확산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우리가 녹색강국이 되기를 꿈꾸어 본다. 최만진 경상대 건축학부 교수
  • 탁신 前총리 등 14명 체포영장

    갈등은 일단 봉합됐다.태국을 혼돈으로 몰아넣은 반정부 시위가 14일 수습 국면으로 돌아섰다. 이틀에 걸친 진압군과 시위대의 충돌로 2명이 숨지고 123명이 다치자 시위대는 인명피해가 커질 것을 우려, 자진 해산했다고 AP가 보도했다. 아피싯 웨차치와 태국 총리는 이날 “진압작전이 거의 완료됐지만 시위대의 위협은 끝나지 않았다.”며 “안전이 보장될 때까지는 비상사태를 해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총성과 피로 얼룩졌던 신년연휴도 16~17일 이틀 더 연장하기로 했다. 태국 법원은 이날 오후 해외에 망명 중인 탁신 친나왓 전 총리 등 시위 주도자 14명에 대해 불법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영장에 따르면 탁신은 사회 불안정을 야기하고 대중에게 위법을 조장한 혐의로 최대 징역 7년형에 처해질 수 있다.20일째 이어졌던 정부청사 농성도 마무리됐다. 현지방송 PBS와 더 네이션에 따르면 탁신 전 총리 지지단체인 ‘독재저항 민주주의 연합전선’(UDD)측 지도자 자투폰 프롬판은 이날 오전 “많은 형제들이 죽거나 다쳤다. 더 큰 참사를 피하기 위해 시위를 끝내기로 했다.”며 시위자들에게 봉쇄를 풀고 집으로 돌아갈 것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마지막 일전을 벼르던 시위대 2000여명이 농성장을 빠져 나갔다. 그러나 지도부는 “잠시 흩어지지만 다시 싸울 것”이라며 항전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들은 로이터통신에 15일까지 이어지는 태국의 설날인 송크란데이 이후 다음 행보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산 직후 경찰에 출두한 시위 주도자 5명 중 3명은 경찰에 입건됐다.사상자 발생에 유감을 표시한 아피싯 총리는 탁신 전 총리와의 협상 가능성에 대해선 분명히 선을 그었다. 그는 “선거 폭력 가능성이 있어 당분간 의회를 해산할 계획이 없다.”고 밝히면서도,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시위대에 합류한 이들의 우려는 알아 들었다.”며 조기 총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진 않았다. 주요 경제기관들은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신용평가기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이날 현지 통화등급을 A에서 A-로 낮춘 것도 이 때문이다.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총성이 삼켜버린 태국 설날

    총성이 삼켜버린 태국 설날

    탁신 친나왓 전 총리를 지지하는 반정부 시위대의 저항이 거세지자 태국 정부는 13일 새벽 군을 동원해 강제 진압에 나섰다. 태국의 설날인 ‘쏭크란 축제’ 시작일인 이날 군과 시위대의 충돌로 1명이 숨지고 90여명이 다쳤고 방콕 시내에는 총성이 끊이지 않았다고 CNN 등 외신이 보도했다. 군과 시위대의 첫 충돌은 이날 새벽 4시쯤 방콕과 북쪽 지역이 연결되는 고속도로 진입로인 딘댕 교차로에서 발생했다. 태국군 수백명은 버스 등을 동원해 교차로를 막고 있던 ‘독재저항 민주주의 연합전선(UDD)’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을 쏘고 공중에 M16 자동소총 수백발을 발사했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이 과정에서 70명이 다쳤고 민간인 2명, 군인 2명 등 4명은 총상을 입었다고 AP통신이 보건당국을 인용, 보도했다. 태국 군은 지난해 친탁신계 정부 시절 반정부 시위대에 대한 진압을 거부한 바 있다. 태국 군 최고 사령관은 방콕의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군은 과잉 진압 논란을 피하기 위해 무기는 자기 방어용이며, 과도하게 사용하지 않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진압이 시작되자 시위대는 LPG 수송차량 두대를 탈취, 이를 폭파하겠다며 군을 위협했다. 목격자들은 시위대가 돌과 화염병을 투척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산세른 카우캄네르드 태국 군 대변인은 “시위대가 군인들에게 총격을 가해 응사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군은 겁을 주기 위해 공중에 발포했을 뿐, 직접 사격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군과 시위대의 두 번째 격돌은 전승 기념탑 근처에서 벌어졌다. 이날 30대가량의 버스를 훔친 시위대는 이곳에서 일부 버스에 불을 질렀고 군은 물대포를 앞세워 시위대를 향해 움직였다. 이에 시위대는 다른 버스 3대를 이용해 군을 향해 돌진했고 군은 수분간 총격을 가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현지TV인 PBS는 94명이 다치고 24명이 심각한 상태라고 보도했다. 시내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시위를 벌이던 사람들은 오후에 접어들면서 지난달 26일부터 시위대가 점거하고 있는 정부 청사 근처로 이동했다. 이 과정에서 인근 교육부 청사에 화염병이 원인으로 보이는 화재가 발생했다. 또 시위대는 유엔 건물 근처에서 버스 7대를 훔친 뒤, 태우기도 했다. 정부 청사 근처에서 시위대와 시민 사이에 충돌이 발생, 3명이 총격을 받았으며 이중 1명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고 정부는 밝혔다. 전날 비상사태를 선포했던 아피싯 웨차치와 총리는 TV 연설을 통해 시위대의 무기 사용을 비난하고 해산을 촉구했다. 그는 “상황을 정상화하려는 정부의 노력에 도움이 되고 싶은 이들은 집으로 돌아가라.”고 말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태국軍 시위대 유혈 진압… 1명 사망

    반정부 시위로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3(한·중·일)’ 회의가 무산되자 태국 정부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데 이어 군이 강제 진압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1명이 숨지고 최소 94명이 다쳤다고 AP통신과 현지 TV PBS가 13일 보도했다. 탁신 친나왓 전 총리를 지지하는 ‘독재저항 민주주의 연합전선(UDD)’이 중심인 반정부 시위대 3만명은 이날 새벽부터 방콕 시내 주요도로 23곳을 막고 군 병력 6000여명과 대치했다. 군 대변인은 “시위대가 군인들에게 총격을 가해 응사했다.”고 밝혔다. 이날 군의 진압 작전으로 대부분의 시위대는 해산했으나 이날 저녁 시위대가 지난달 26일부터 봉쇄하고 있는 정부 청사 인근에 5000명가량이 모였다. 시위대는 이곳에서 “여기가 마지막 저항선”이라고 선언했다. 앞서 시위대는 화염병과 돌을 던지면서 대항했고 LPG 수송차량을 폭파하겠다고 위협했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방콕 비상사태 선포… 강제진압 초읽기

    방콕 비상사태 선포… 강제진압 초읽기

    태국 반정부 시위대가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를 ‘볼모’로 잡아 회의를 무산시키자 정부가 12일 다시 비상사태를 선언하며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정부가 군병력과 탱크, 장갑차를 시내 곳곳에 배치, 강제진압 초읽기에 들어가자 시위대는 “사람들이 우리의 무기”라고 맞서 유혈사태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2006년 쿠데타로 축출돼 망명 중인 탁신 친나왓 전 총리도 이날 전화성명을 통해 “혁명에 나설 때”라며 “탄압이 시작되면 즉시 고국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복귀의사를 밝혀 정국은 더욱 요동칠 전망이다. ●3만명 시위행렬… 주요길목 10곳 차단 아피싯 웨차치와 태국 총리는 12일 수도 방콕과 논타부리, 아유타야 등 주변 5개주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또 시민들에게 곧 시위대 진압에 나설 예정이니 동요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발표 직후 장갑차 수대가 방콕 중심지로 이동하고, 최루탄으로 무장한 경찰 1000명이 정부청사로 진입하면서 현지언론은 곧 강제진압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했다. 군 대변인은 “육·해·공 56개 중대 병력을 버스 정류장, 기차역 등 시내 요지 50곳에 배치한다.”며 “이는 쿠데타 임박을 알리는 신호가 아니라 질서유지를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그러나 탁신 전 총리를 지지하는 ‘독재저항 민주주의 연합(UDD)’이 이끄는 시위대가 이미 장갑차 2~3대를 탈취하고 방콕 경찰청으로 향하는 도로 등 주요 길목 10곳을 차단해 정부의 ‘특단’에 대한 회의가 깊어지고 있다. 비상사태가 선포되자 도심 전역에서 3만명이 시위에 나섰으며 이중 수백명은 내무부 청사에서 돌과 막대기 등으로 총리가 탄 차량을 공격했다. 경찰이 공중에 경고사격을 하자 시위대가 항의하면서 수명이 부상을 입기도 했다. ☞동영상 보러가기 ●아세안 회의 연기… 시위 주도자 체포 11일 이틀 일정으로 개막한 아세안 정상회의는 반정부 시위대 1000여명이 이른 아침부터 회의장인 로열클리프 호텔을 봉쇄하면서 취소됐다. 이들은 호텔을 둘러싼 비무장 군병력의 벽을 뚫고 유리문을 깨고 내부로 난입해 ‘총리 사퇴’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의 공세가 폭력사태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자 태국 정부는 파타야와 인근 촌부리주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가 6시간 뒤 해제했다. 16개국 정상들도 헬리콥터를 타고 인근 우타파오 군비행장으로 탈출하는 등 허겁지겁 발길을 돌려야 했다. 강경 자세를 고수하다 회의를 두 번째 연기하며 체면을 구긴 태국 정부는 12일 즉각 ‘응징’에 나섰다. 아피싯 총리는 이날 오전 주례연설에서 시위 관련자에 체포영장을 발부하는 등 신속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회의 무산을 주도한 UDD 시위대 지도자인 아리스문 퐁루엥롱도 이날 경찰에 체포됐다. 그러나 UDD 지도부는 “회의를 막는 데 성공했다.”며 13~15일 태국의 설날인 송크란데이 축제 기간에도 시위대를 결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강경 대응을 부르짖던 정부가 시위대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면서 현 정부의 존립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쿠데타설 확산… 정부 존립 위기론 대두 아피싯 총리는 “3~4일 내 평화를 회복할 것”이라며 빠른 수습을 약속했지만, 이번 사태로 태국의 취약한 민주주의뿐 아니라 입헌군주제까지 손상될 위험이 높아졌다는 지적이다. 쿠데타가 발생하거나 정부가 의회를 해산할 것이라는 소문이 정가에 빠르게 확산되면서 ‘위기론’이 세를 더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현지신문 더 네이션은 익명의 정부 소식통의 말을 인용, “정부가 48시간 내 중대 결정을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태국 관광위원회는 이번 소요로 56억달러 규모의 관광 손실을 봤다고 밝혔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과거사 청산은 우리 모두의 몫 아픈 기억과 끊임없이 대면해야”

    “과거사 청산은 우리 모두의 몫 아픈 기억과 끊임없이 대면해야”

    “과거사 청산은 과거의 아픈 기억과 계속 대면하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입니다.” 한양대 연구중심대학(WCU) 석학교수로 초빙받아 방한한 일상사 연구의 대가 알프 뤼트케 교수가 10일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 임지현 교수와 대담을 가졌다. 이날 ‘트랜스내셔널 일상사’라는 주제로 한양대 백남학술정보관에서 열린 강연에 앞서 가진 대담에서 두 학자는 “과거사 청산은 소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반성하고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99년부터 독일 에르푸르트대에서 강의하고 있는 뤼트케 교수는 거대담론 위주의 역사학을 비판하며 개인의 일상에 초점을 맞춘 ‘일상사’ 분야에서 저명한 석학이다. ●독일 과거사 청산은 현재진행형 →독일에서의 과거사 청산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한국과 비교한다면. 뤼트케 과거사 청산은 파시즘이 무너진 후 20~30년에 걸쳐 이뤄졌다. 동독의 경우 “파시스트였던 적이 없다.”며 과거를 외면했지만 1970년대 들어 유대인 학살에 가담했던 것은 많은 무명씨였다는 시각이 생겨났다. 대도시뿐 아니라 작은 마을에서 유대인을 약탈하고 강제노동을 강요한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독일은 과거사 청산의 선구자인 것처럼 말하지만, 사실 과거사 청산은 현재진행형이다. 옛 동독의 비밀경찰인 슈타지를 둘러싼 논란만 해도 그렇다. 임지현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북한은 김일성 주석이 만주에서 제국주의와 싸웠다는 정통성을 내세우며 친일파가 청산됐다고 주장한다. 남한도 일제나 독재시대에 대해 소수의 권력자만 책임이 있을 뿐 나머지는 피해자라는 생각을 한다. 그럼에도 독재시대에 대한 향수가 만연하는 것은 일반인들에게 그 시대의 사회적 가치가 박혀있기 때문이다. 이와 싸우려면 인적 청산으론 안 된다. 일반인들이 그 시대의 가치와 대면하는 것이 진정한 과거사 청산이다. →최근 한국에서는 과거사 청산을 위한 국가위원회들이 통폐합될 처지다. 임지현 그런 위원회들이 없어지면 과거사 청산이 안 된다는 것인가. 과거와 대면하는 것은 국가적 차원이 아니라 시민사회 성원들이 해야 하는 몫이다. 뤼트케 과거청산에서 중요한 것은 다원주의 원칙이다. 정부, 역사가, 소시민, 시민단체들이 나서야 한다. 1970년대 영국에서 ‘역사 작업장’이라는 운동이 시작돼 독일로 옮겨왔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그 지역의 역사를 공부하고 반성한다. 정부가 주도한 게 아니었다. ●시민들 스스로 역사 공부하고 반성을 →과거사 청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뤼트케 ‘네트워킹’이다. 모여서 공부하고, 과거와 대면해야 한다. 20세기의 슬로건이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였다면 지금은 “만국의 노동자여 네트워킹하라.”다. 과거를 이해하고 반성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 글 사진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금기는 없다… 이호철판 역사 바로 세우기

    금기는 없다… 이호철판 역사 바로 세우기

    올해 77세의 노(老)작가는 결코 지치지 않는다. 함경남도 원산생으로 젊은 시절 인민군으로 한국전쟁을 겪었고, 1974년에는 ‘문인 지식인 간첩단’으로 몰렸으며, 1980년 이른바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에 연루되기도 했고, 1987년 6월에는 시위대 앞줄 어딘가에 있었다. 그렇게 분단과 독재의 질곡이 고스란히 그 한 몸에 화인(火印)처럼 새겨졌다. 그가 1955년 단편소설 ‘탈향’으로 등단한 뒤 ‘문’, ‘남녘사람 북녘사람’ 등 수십 권의 작품을 쏟아낸 50여년 동안 분단과 통일, 평화와 전쟁의 문제 등 우리 민족의 근원적 모순에 대한 천착에서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았던 이유다. 이호철이다. 1991년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이 된 그가 최근 내놓은 ‘별들 너머 저쪽과 이쪽’(중앙북스 펴냄)은 역사의 복판에 있었던 자신의 인생과 그 치열한 작품 세계를 총체적으로 정리한 장편소설이다. 그러나 이 소설에는 서사(敍事)가 없다. 소설가가 자의로 창조한 캐릭터도 없다. 차라리 장편소설을 표방한 ‘한반도 근현대사 교과서’에 가깝다. ●역사 인물 가상 대담 형식 취해 이호철은 “현 정부 들어 좌우 진영 간에 교과서의 근현대사 기술(記述)에 있어 왜곡 논쟁이 분분한데 이 소설이 어느 것보다 엄정한 역사교과서가 될 수 있으리라 자부한다.”고 ‘실험적 기법의 장편소설’을 쓴 배경을 설명했다. 근현대사의 주요인물인 이승만, 송진우, 김구, 조만식, 최용건, 민영환, 이준 등을 불러내서 ‘별 너머 가상 대담’을 시키는 형식을 취했다. 엄정한 역사적 사료와 함께 역사적 인물의 ‘텍스트 사이’에 대한 방대한 평생의 취재를 바닥에 깔고 ‘있는 그대로’ 기록했다. 물론 작가의 역사에 대한 주관적 평가가 조만식, 최용건 등 누군가의 입을 통해 담겼음은 물론이다. 이는 자신이 1992년에 쓴 소설 ‘개화와 척사’에서 이미 한번 실험한 기법이다. 물론 작가 자신이 밝히듯 슈테판 츠바이크가 소설 ‘마리 앙투아네트’를 쓰며 역사를 객관적으로 서술하는 소설적 기법에서 체득한 것이기도 하다. 작가는 고종 말부터 해방, 분단까지 우리네 현대사 통한의 순간, 치열했던 상황을 잔인하리만치 세밀하게 서술한다. ●“시선 치우치면 현재의 문제 푸는 방식도 왜곡” 이호철은 “진보건 보수건 근현대사를 보는 시선이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 있고, 때문에 현재의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 역시 비틀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면서 “우리가 뻔히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역사적 사실조차도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꼼꼼히 들여다봐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의 주장에는 금기(禁忌)가 없다. 애써 에두르지도 않는다. 조만식과 최용건의 입을 빌려 북한 주석 김일성, 그리고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 이승만이 갖고 있는 공과를 일일이 나열한다. 일종의 인물 재평가를 통한 ‘이호철식 역사 바로세우기’다. ●이승만·김일성 공과 가감없이 나열 김일성은-최근 학계에서 인정받은 사실이긴 하지만- 항일무장투쟁의 지도자로서 1937년 6월 보천보 전투의 공적, 일본의 공작으로 내부분열이 일 때 모두를 껴안는 통 큰 지도자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또한 국부, 또는 분단의 원흉으로 취급받던 이승만에 대해서는 “그만큼 20세기 초반 한반도를 둘러싼 안팎의 정세를 명확하게 인식한 리얼리스트는 없었다.”고 평가했다. 그가 조만식의 입을 빌려 ‘이승만이야말로 대한민국을 지켜낸 유일한 지도자’라고 평가한 이유이기도 하다. “앞으로 내게 허락된 시간이 많지 않은 만큼 더욱 열심히 소설을 써야겠어요. 날마다 요가하고, 등산하며 건강 챙겨야 할 이유죠. 조만간 단편소설 세 편이 나올 텐데 아흔 살까지는 쓸 겁니다.” 젊은이들을 부끄럽게 만드는 정력적인 집필은 물론 몇 사람이 모여 있건 독자를 만나는 독회 활동에 열의를 쏟는 것도, ‘거시기 산악회’와 요가로 건강을 챙기는 것도 모두 자신의 통일론, 남북평화의 중요성에 공감을 얻고자 하는 필생의 소명 때문이다. 좌우도, 노소도 모두 곰곰이 생각해야 할 대목이다. 글ㆍ사진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태국 시위대 “아세안+3회의 무산시킬 것”

    태국이 다시 요동치고 있다. 11~12일 파타야에서 열리는 제12차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를 하루 앞두고 반정부 시위대가 회의를 ‘볼모’로 삼았다. 탁신 친나왓 전 총리 지지단체인 ‘독재저항 민주주의 연합전선’(UDD)은 9일 새 정부 사퇴를 요구하며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파타야를 차단, 회의를 무산시키겠다고 위협했다. 태국 정부는 “15개 아시아 국가 정상들의 안전을 위해 필요하다면 군병력도 동원할 것”이라며 강경 대응 방침을 정했다. UDD측은 이날 아피싯 웨차치와 총리와 군부 쿠데타를 일으켜 탁신 축출의 배후로 지목되는 프렘 틴술라논다 추밀원 원장을 비롯, 3명의 추밀원 위원들에게 24시간 내 물러나라는 최후통첩을 보냈다. 정부청사 난입도 예고했다. 8일에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최대규모인 10만명의 시위대가 수도 방콕의 정부청사 광장, 로열 플라자 등에서 농성을 벌였다. 충돌 우려가 높아졌지만, 이날 밤 아피싯 총리는 현지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미 한 차례 연기된 아세안 회의가 예정대로 치러져야 한다.”며 강행의지를 내보였다. 그는 사퇴요구도 일축했다. 시위대가 급속히 불어나면서 총리는 수텝 타욱수반 안보담당 수석 부총리, 카싯 피로미야 외무장관, 방콕 경찰청장 등과 비상 대책회의를 가졌다. 여기에 전날 밤 두바이·홍콩 등에서 망명 중인 탁신이 농성장에 화상전화를 걸어 “이는 태국에 진정한 민주주의를 가져오기 위함이다.”라며 시민들의 시위 참여를 촉구해 분위기가 더욱 가열됐다. 지난 7일에는 반정부 시위대가 아세안 회의가 열릴 파타야에서 내각회의를 마친 총리의 차량을 에워싸고 헬멧을 던지는 등 충돌이 빚어졌다. 그러나 오는 13~15일이 태국의 ‘설날’인 최대의 전통국경일 ‘송크란데이’여서 시위 물결이 잦아들 것이란 관측도 있다. 지난달 26일부터 정부청사 점거에 들어간 UDD 지도부는 민주당을 중심으로 5개 정당으로 이뤄진 현 연립정부가 군부와 사법부의 음모, 반(反)탁신 단체인 ‘국민 민주주의 연대’(PAD)의 불법시위로 탄생한 ‘불법정부’라며 의회해산과 조기총선을 요구해 왔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62세 스텔론, 여전한 근육몸매 과시

    62세 스텔론, 여전한 근육몸매 과시

    올해 62세인 실베스타 스텔론이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근육질 몸매로 건재함을 과시했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현재 촬영중인 영화 ‘익스펜더블스’(The Expendables)의 브라질 촬영장 사진을 모아 지난 7일 게재했다. 공개된 사진들에는 스텔론이 상의를 벗은 모습과 대역 없이 직접 스턴트 촬영하는 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데일리메일은 “그의 대역 없는 스턴트 연기도 놀랍지만 가장 놀라운 것은 여전히 거친 남성미가 넘치는 그의 몸”이라며 나이를 극복한 그의 모습에 찬사를 보냈다. 사진을 본 네티즌들도 “그는 언제까지고 나이와 관계없이 멋질 것 같다.”(Sara), “이 모습을 보면 누구도 그의 프로정신을 의심할 수 없을 것”(Simon) 등의 댓글로 스텔론의 건재함에 놀라움을 표했다. 한편 지난 2월 크랭크인한 ‘익스펜더블스’는 남미의 한 독재정부를 전복시키려는 용병들의 활약을 그린 영화다. 감독, 각본, 주연을 도맡은 스텔론을 비롯 리롄제(이연걸)와 제이슨 스타뎀 등 액션 스타들이 뭉쳤다. 스텔론의 라이벌이자 친구인 아놀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카메오로 출연할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사진=데일리메일 캡처 서울신문 나우뉴스 박성조기자 voicechord@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태국 親탁신 시위대 정부청사 봉쇄

    탁신 친나왓 전 태국총리를 지지하는 ‘독재저항 민주주의 연합전선’(UDD)이 이끄는 시위대 2만여명이 26일 현 정부의 퇴진을 요구하며 총리실 등이 입주한 정부청사 단지를 봉쇄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탁신계 정부 시절 정부대변인을 역임한 나타윳 사이쿠아 등 UDD 지도자들이 주도한 시위대는 이에 앞서 방콕 시내 중심가인 사남루엉에 집결해 거리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UDD가 이끄는 시위대가 정부청사를 봉쇄한 것은 이번이 세번째다. 나타윳은 “현 불법정부가 물러날 때까지 시위를 벌이겠다.”면서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저소득층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정책에 대해서는 “그들이 우리를 돈으로 매수하려 하고 있다.”며 비난했다.경찰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군의 지원을 받아 군경 1만명의 병력을 동원했으나, 시위대와의 충돌은 없었다. 그러나 탁신이 UDD 시위대에 2006년 자신을 축출한 군부 쿠데타의 배후를 폭로하겠다고 부추기고 있어 시위양상은 격화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UDD 지도자들은 민주당을 비롯한 5개 정당으로 구성된 현 연립정부가 군부의 음모와 반(反)탁신 단체인 ‘국민민주주의연대’(PAD)의 불법시위 등으로 탄생한 불법정부라고 규정하고, 의회해산 및 조기총선이 이뤄질 때까지 투쟁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만나고 싶었습니다] 원로시인 김남조

    [만나고 싶었습니다] 원로시인 김남조

    ‘말 없음의 시’라고 할까. 침묵 너머의 소리를 전하는 ‘깨달음의 시’라고 해야 할까. 한국 여성 시단의 최고 원로인 김남조(82) 숙명여대 명예교수가 ‘묵시(默詩)’라는 화두를 던졌다. “세월 깊어져 지금은 침묵이 더 좋아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할 말들이 그치진 아니합니다.” 60년 가까이 시업(詩業)을 이어온 이 노성한 시인에게 아직도 시로써 할 말이 남아 있는 것일까. 이제 시인은 하고 싶은 말들을 침묵, 아니 그 이상의 언어로 전하려 한다. 서울 효창동 비탈의 하얀 단독. 창밖 백목련 그림자가 우련히 비쳐 드는 2층 응접실에서 만난 시인은 예의 단아한 모습 그대로였다. 1953년 첫 시집 ‘목숨’ 이후 지금까지 열여섯 권의 시집을 내며 불굴의 시혼(詩魂)을 살라온 천생 시인. 얼마 전에는 한지에 요즘 보기 드문 납활자를 사용한 수제 시선집 ‘오늘 그리고 내일의 노래’를 펴내기도 했다. “시는 땀과 눈물의 수제품”이라고 믿는 그이기에 이처럼 공력이 든 활판시집이 더없이 맞춤해 보인다. 시집에는 그동안 써온 1000여편의 시 중에서 가려 뽑은 100편의 작품이 실렸다. “무릇 좋은 시란 영혼성이 깃들어 있는 시, 예언적인 시라고 생각해요. 시의 하늘은 종국에는 그런 데까지 이어지는 것이지요.” 하지만 그는 최근 젊은 시를 호명하는 용어로 굳어진 ‘미래파’ 시에 대해서는 사뭇 마뜩잖은 표정이다. “‘형의 두개골을 파먹고… ’ 이런 식으로 나아가는 게 이른바 미래파라는 건데, 요즘 시가 점점 기괴한 쪽으로 흘러가는 듯해 안타깝습니다.” 불온한 서정의 섬뜩한 시가 아닌 순연한 정조(情調)의 따뜻한 시를 지켜 나가자는 것이다. 김 시인에게 시는 영혼 혹은 사랑의 다른 이름이다. 그 영혼이란 육체와 따로 노는 영혼이 아니다. 늘 육체와 함께하는 영혼, 육체를 입은 영혼이다. 그렇기에 그의 시는 사변적일지언정 공허하지 않다. 좀처럼 관념의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는다. “삶에 대한 유정함, 종교적인 경건함, 만유에 대한 감사, 세상과의 화해·용서의 마음”이 생생한 시어로 고스란히 되살아난다. 참담한 영혼의 고통을 맛본 사람만이 감당할 수 있는 절대 긍정의 세계다. ●자신의 시대 업신여기는 건 모순 시인은 혹독한 일제 강점기를 거쳤고 한국전쟁의 참화도 몸소 겪었다. 처녀 시집 ‘목숨’은 그 전쟁의 와중에 탄생했다. 표제시 ‘목숨’에는 시인의 고단했던 삶의 한 자락이 그대로 녹아 있다. “아직 목숨을 목숨이라고 할 수 있는가/꼭 눈을 뽑힌 것처럼 불쌍한/산과 가축과 신작로와 정든 장독까지//(중략)반만 년 유구한 세월에/가슴 틀어박고/매아미처럼 목태우다 태우다 끝내 헛되이 숨져간/이 모두 하늘이 낸 선천의 벌족(罰族)이더라도/돌멩이처럼 어느 산야에고 굴러/그래도 죽지만 않는/목숨이 갖고 싶었습니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시름겨운 시산혈해(屍山血海)의 참혹한 상황, 시인은 오죽하면 ‘벌족’이라는 말을 썼을까. “지금 우리 삶이 힘들지만 식민지 시절보다 슬프고 6·25때보다 더 가혹하겠어요. 자신에게 주어진 삶과 시대를 업신여기는 건 의미 없는 일입니다. 자기부정이에요. 인생의 수틀에는 자신이 원하지 않는 색상과 잘못 기워진 자국도 남지만 그것까지 포함해 산다는 건 그 자체가 축복입니다. 긍정의 눈으로 세상을 볼 줄 알아야 합니다.” 이념의 시대를 넘어 실용의 시대를 살고 있음에도 우리 사회는 여전히 진보니 보수니 좌(左)니 우(右)니 하며 분열을 앓고 있다. 상생의 길은 없을까. “어린 아이들이 빨갛고 파란 예쁜 자동차를 보면 그림을 그려야 하는데 돌을 던지게 만드는 세상은 분명 잘못된 것입니다. 문학 쪽도 마찬가지예요. 이수익·신달자 같은 괜찮은 시인도 성향이 어떠어떠하다고 한국 대표시인 목록에서 빼고 그랬지요. 편 가르고 증오하는 마음의 자리에 사랑이 들어서야 합니다.” 시인에게 사랑의 대상은 무궁하다. 사랑의 총량 또한 무한하다. “떫은 사랑일 땐/준 걸 자랑했으나/익은 사랑에선/눈멀어도 못다 갚을/송구함뿐이구나”(‘사랑초서’ 53)라는 시인의 시구처럼 더욱 넉넉한 사랑이 필요한 때다. 사회의 분열을 치유하기 위해 ‘사랑 밖엔 길이 없음’을 설파하는 시인의 목소리는 결코 무력하지 않다. 진리는 지극히 평범한 데 있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남(男) 부럽지 않은 삶을 살아서 일까. 시인의 시에는 굳이 ‘페미니즘적’이랄 게 없다. 스스로도 페미니즘 운동엔 별 관심이 없다고 고백한다. 이 또한 사랑의 프리즘으로 해석할 수 있을까. “가장 여성적인 여성은 인간적인 여성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남성적인 남성 역시 인간적인 남성이고요. 양쪽 모두 인간성에 뿌리를 두고 있으니 서로 싸우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것 아니겠어요. 여성이 여성이기에 받는 사랑의 몫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퍽이나 선명한 논리다. ●부권 상실 풍조에 아쉬움 시인은 이미 십수년 전부터 지적해온 부권(父權)상실 풍조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TV 드라마에서도 여걸형 가모장(家母長)이 뜨는 시대. 하지만 시인의 생각은 좀 달랐다. “부권의 역조현상이 점점 가속화하는 것 같아요. 아버지를 아버지의 자리에 앉혀 줘야 합니다. 뒷방에 내앉거나 머슴이나 문지기의 자리에 있어선 안 되지요. ‘기눌림’을 풀어줘야 해요. 남자에게는 큰 틀을 세우는 능력이 있다는 게 내 생각입니다.” 요즘 시류에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비칠지 모르지만 “남 탓 하지 말고 각자 제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라.”는 뜻의 원로의 충고로는 충분한 값을 지닌다. 우리 사회에 원로가 없다고들 한다. 그러나 정확히 말하면 원로가 없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우리 사회가 그들의 말을 들을 자세가 되어 있지 않은지도 모른다. 미국에서는 지금 헨리 키신저(86) 전 국무장관 등 7080세대 원로그룹이 정부 대외정책의 ‘선봉’에서 자문활동을 하고 있다. 성격은 다르지만 최근 우리에게도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국민원로회의가 생겼다. 김 시인은 공동 의장을 맡았다. 어떤 형태의 세속정치와도 절연된 삶을 살아왔기에 나라를 걱정하는 그의 말에서는 한층 진정성이 느껴진다. “38년간 대학에 있으면서 어떤 보직도 맡지 않았어요. 내 문학에 상처를 줄까봐서였지요. 지난 독재정권 시절엔 전국구 의원을 하라고 찾아온 이에게 ‘날 빼주면 평생 은인으로 삼겠다.’며 통사정해 돌려보낸 적도 있어요. 지금도 그때와 똑같은 심정입니다. 식민지 시절을 생각하면 나라가 있다는 게 정말 감사한 일인데, 정치도 국민 노릇도 너무 미숙하기만 하니….” ●감성에도 이성에도 치우치지 말라 이 지점에서 떠오르는 시가 그의 후기작에 속하는 ‘좌우명’이다. “잎이 아닌 뿌리에서 더욱 봄답기를,/능금 익히듯 사람들 마음에 공들이고/충직한 농부에서 모범을 취하여라/백지를 능가하는 글을 쓰고/침묵보다 나은 말일 때 말하여라/살고 있는 이와 살다간 이를 동일하게 경애하며/다수의 복지를 섬기는 이에게/앞자리를 대접하고 아울러 그 줄에 서거라/감성에도 이성에도 치우치지 말며/행복에 앞서 가치를 생각해라…” 삶의 잠언, 나아가 우리 사회의 좌우명으로 삼아도 좋을 ‘국민교육헌장’ 같은 시다. 김 시인은 그의 애제자인 신달자 시인이 첫 시집을 냈을 때 ‘봉헌문자’라는 제목을 지어 줬다. ‘평생 문자를 받들며 살라.’는 뜻이다. 봉헌문자는 결국 그의 명제가 됐다. “시를 쓰는 건 살점을 뜯어내는 것과 같은 고통이지만 그 측은한 길동무와 언제까지 함께하리라.”고 지금도 다짐하고 있으니 말이다. 2007년 만해대상 수상 시집 ‘귀중한 오늘’ 출간 이후 80줄이 넘어 새로 쓴 시만 30여편. 60편쯤 모이면 내년에는 열일곱 번째 시집을 낼 계획이다. “문학은 내게 병이면서 치유”라고 말하는 노시인. 그의 바람은 시의 언어가 사회 구석구석 스며들어 미움으로 얼룩진 영혼의 상처를 어루만져 주는 것이다. 사랑으로 하나 되는 세상을 위해 시인은 오늘도 변함없이 뜨거운 기도의 문을 연다. 글 김종면 편집위원 jmkim@seoul.co.kr 사진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1927년 대구 출생 ▲서울대 사범대 국어교육과 졸업, 서강대 명예문학박사 ▲숙명여대 교수(1955∼93년), 한국시인협회·한국여성문학인회의 회장 역임 ▲예술원상, 영랑문학상, 만해대상 등 수상. 국민훈장 모란장·은관문화훈장 받음 ▲저서:‘목숨’ ‘나아드의 향유’ ‘정념의 기’ ‘풍림의 음악’ ‘바람 세례’ ‘마음 안의 마음’ 등 16권의 시집과 ‘잠시 그리고 영원히’ ‘먼 데서 오는 새벽’ 등 12권의 수필집 등 다수 ▲현재 숙명여대 명예교수, 예술원 회원, 국민원로회의 공동의장
  • 유시민 “어떻게 보면 4·19와 비슷한 상황”

    유시민 “어떻게 보면 4·19와 비슷한 상황”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부를 향해 “법률로 헌법을 무력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는 독재자 부활의 첫 징조”라고 거세게 비난했다.  참여정부의 핵심 인사였던 유 전 장관은 저서 ‘후불제 민주주의’ 출간에 발맞춰 기획된 전국 순회 강연의 일환으로 26일 부산대 성학관에서 열린 강연에서 작심한 듯 현 정권을 겨냥한 비판을 신랄하게 쏟아냈다.  그는 “민주주의가 독재로 회귀할 때 법으로 현존 권력에 대한 공포감을 조성하고, 맹목적으로 추종하게 하는데 지금 법치를 잘못 사용하고 있다.”면서 “국민의 공복인 대통령이 국민에게 ‘법을 안 지키면 재미없다.’고 말하는 발칙한 망동을 하며 국민이 집단으로 누리는 권리를 떼법으로 간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전 장관은 “이명박 정부가 독일 나치정부와 똑같다는 말을 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이 정부가 법률과 행정권으로 헌법을 무력화시키는 것을 보면 그 전조처럼 보인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거액의 청탁금을 받은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환경재단 최열 대표를 예로 든 그는 “대통령의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의 사소한 잘못도 탈탈 터는 것은 공포감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전 장관은 검찰의 ‘박연차 리스트’ 수사와 관련,”현 정부가 무슨 정치적인 이익을 노리고 전 정권을 겨냥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표적 수사 의혹을 제기했다.그는 “민주당이 결코 잘 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야당을 거꾸로 매달아서 옥죄는 것은 전형적인 공포정치에 불과하다.”고 거듭 비판했다.  유 전 장관의 거침없는 비판은 촛불 시위 관련자 기소,일제고사 거부 전교조 교사 파면에서부터 최근의 YTN 노종면 지부장 구속과 제2롯데월드 인허가까지 현 정권의 정책 전반을 아울렀다.  그는 “우리는 대통령에게 헌법에 나와 있는 권한을 5년간 위임했는데 대통령의 말을 들어보면 전권을 무제한적으로 위임받은 것처럼 한다.”며 “대통령이 계속 헌법을 무시·유린하고,무력화해 다음 선거 때까지 기다릴 수 없으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이어 “대통령과 정부가 헌법을 짓밟으면 좌시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지금은 어떻게 보면 헌법을 잘 지키자고 일어난 4·19때와 비슷한 상황이다.이명박 정부가 국민의 인내심을 막다른 골목까지 몰고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연차 리스트’에 대한 수사가 노무현 전 대통령측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노 전 대통령의 입’으로 불렸던 유 전 장관이 전면적 비판에 나서 주목된다. 인터넷서울신문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 김태동 “’미네르바’ 판사님 고맙습니다”

     인터넷 경제논객 ‘미네르바’ 박대성(31)씨의 23일 재판에 증인으로 나섰던 성균관대 경제학부 김태동 교수가 포털사이트 다음의 토론 게시판 아고라에 ‘판사님 고맙습니다.궁금합니다.’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26일 올린 장문의 글에서 김 교수는 “재판을 맡으신 유영현 판사님 덕분에 많은 것을 공짜로 배웠다.”며 “증인이 변호사 및 검사의 여러 가지 신문에 대비해 철저히 준비하여 가는 것이,오히려 역효과가 된다는 것을 가르쳐줬다.”고 내심 불쾌감을 드러냈다.이어 “’참을 수 없는 것을 참는 것이 진실로 참는 것이다’는 격언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줬다.”며 유 판사가 자신의 발언을 수없이 제지하는가 하면 “OECD 보고서를 영어 원문대로 단 세줄 읽을 때, 유 판사는 기록인에게 ‘이런 건 기록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 교수는 “재판에 대비해 전날 밤을 꼬박 새웠고,재판날 아침 1시간 반쯤 눈을 붙인 뒤 다시 일어나서 오후 한 시까지 판사님에게 올릴 ‘의견서’를 23쪽이나 썼지만 판사는 받지 않았다.”고 밝힌 뒤 “의견서가 훨씬 더 효과가 있을 거라는 박찬종 변호사의 조언에 따라 이중으로 준비(증언을 위한 참고자료용과 판사에게 제출할 의견서)했는데 아예 휴지조각이 됐다.”고 허탈해 했다..  그는 “1998년 제1 외환위기를 극복하는데 나는 청와대 경제수석으로서 위기극복에 나름대로 일역을 담당한 사람”이라고 소개하면서 “유 판사는 내가 과거에 어떤 경력을 가진 사람인지 알고 있는 상태에서 그렇게 나를 개·돼지 취급, 또는 ‘포로로 잡힌 적의 졸개’ 취급하면서 한 시간여 동안 재판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이어 “박씨의 변호인들도 ‘유 판사처럼 편파적으로 재판을 진행하는 사람은 요즘 거의 보지 못했고,유신 독재 때에도 드물었다는 말을 했다.”면서 “사법부가 국회나 행정부보다 더 비민주적이고, 후진적이고, 야만적인 권력이라는 정치공부를 하게 해주셔서 매우 매우 고맙다.”고 거듭 힐난했다.  김 교수는 유 판사를 향해 ▲ 형사소송법에 증인이 사전에 준비한 자료를 읽지도 말고,보는 것도 삼가라는 규정이 있는지 ▲짧게 유·무죄 여부만 증인에게서 들을 것이면 증인을 왜 부르는지 ▲왜 그렇게 재판을 서둘렀는지 등 비판 섞인 질문을 쏟아냈다.  그는 “최근 사법부 인사이동으로 미네르바 담당 판사가 바뀌었는데,그 전 판사는 문제의 신영철 대법관이 그 밑의 누군가와 협의해서 추천했던 사람이라 한다.”며 “유 판사는 전임판사와 비교할 때 더 편파적인 것 같다는 변호인측의 판단은 사건 배당 흑막을 더 궁금하게 한다.”고 배당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네티즌들에게 “판사가 얼마나 공정한 재판을 하는지 주권자들이 감시하여야 한다.”고 당부한 뒤 “우리 스스로 주인 노릇을 해야한다.”며 다음달 6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법정에서 속개되는 공판 방청을 독려했다.  한편 이날 박씨를 처음 만난 김 교수는 “솔직히 그가 진짜 미네르바인지 100% 확신은 못한다.”면서도 “그의 옥중보고서가 실제로 그가 쓴 것이라면, 진짜일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고 본다, 그 글은 아주 훌륭한 글”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공판에는 검찰측 증인으로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 이모 실장(전 외환시장팀장),기획재정부 손모 과장,A언론사 이모 기자 등 3명이,변호인측 증인으로 김 교수가 각각 출석했다.   ☞ 김태동 교수의 원문 보러가기   인터넷서울신문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 “밥먹여주는 민주주의를 해야”

    “밥먹여주는 민주주의를 해야”

    “한국의 진보그룹이 가지고 있는 관습적인 사고방식은 민주·독재의 이분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홍성민 동아대 교수) “지금까지 진보는 먹고 사는 문제에 무관심한, 혹은 무능한 진보였다. 민주노총과 전교조는 자기들끼리의 논쟁에 갇혀 진보 진영의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주대환 사회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진보진영은 비판과 반대의 목소리만 높일 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김윤태 고려대 교수) ●민주·독재 이분법서 벗어나지 못해 자기 반성의 목소리는 냉철했다. 2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한반도선진화재단(이사장 박세일)과 좋은정책포럼(이사장 변형윤) 공동주최로 열리는 심포지엄 ‘한국의 진보를 말한다’에 발제자로 나서는 인사들은 미리 내놓은 발표문에서 현재 진보 진영이 처한 위기를 날카롭게 진단했다. 이들이 지적하는 위기의 원인은 일맥상통한다. 진보의 가치는 시대 변화에 따라 새로운 문제에 직면하는데, 진보 그룹은 그 흐름을 읽지 못하고 경직된 대결구도에 매몰돼 국민과의 소통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민주노동당 정책위의장을 지낸 주대환 대표는 ‘한국 진보에 미래는 있는가’란 글에서 “노동운동이 자기 조합원 눈앞의 이익에만 몰두해 국민적 지지를 잃은 탓에 진보 전체가 국민의 지지를 잃었다.”고 지적했다. 김윤태 교수는 ‘한국 진보의 비교사적 고찰’에서 “1987년 이후 민주화운동은 방향 감각을 상실했다. 정당은 국회의 권력 게임에 매몰됐고, 노동조합은 점점 쇠퇴했다.”고 말했다. 홍성민 교수는 ‘한국의 진보,그들은 누구인가’에서 “민주주의 모델을 상정하고 그것이 아니면 이단이고, 비겁한 타협이라고 매도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러한 자기 반성을 전제로 새로운 진보운동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사회경제적 문제 해결을 중심과제로” 주 대표는 ‘진보의 재구성’을 위한 뉴레프트 운동을 제안한다. 그는 “도덕적 우월감이 없는 좌파를 지향하고, 대한민국을 긍정하며, 국가의 역할을 인정하는 등 사상적 전환과 관점의 변화를 통해 진보는 환골탈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새로운 진보는 사회경제적 문제의 해결을 중심과제로 삼아 “밥 먹여주는 민주주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윤태 교수는 “2008년 촛불시위는 정부와 국회가 아닌 거리와 가상공간에서 새로운 민주주의의 잠재력이 표출됐다는 점에서 새로운 진보의 지평을 확대한 중요한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촛불을 들고 거리에 모이는 것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서 “사회운동의 역동적 힘은 정치사회의 현실적 대안과 긴밀하게 연결돼야 하며, 정당과 사회운동은 함께 손을 잡고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뉴라이트 계열인 한반도선진화재단이 지난해 11월 한국미래학회와 더불어 보수 진영의 자기 성찰 자리인 ‘한국의 보수를 말한다’를 연 데 이어 두번째로 마련한 행사다. 보수와 진보가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돌아보고, 그 토대 위에서 건설적 대화를 통해 이념의 간극을 좁히자는 취지다. 6월엔 진보와 보수 인사가 참여하는 ‘보수와 진보의 대화’심포지엄이 예정돼 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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