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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말 인사이드] 왕실, 동화로 포장한 잔혹동화?

    [주말 인사이드] 왕실, 동화로 포장한 잔혹동화?

    지난 7월 22일 지구촌을 떠들썩하게 한 아이가 태어났다. 영국 윌리엄 왕세손 부부의 아들이자 장차 영국 및 영연방 국가들을 이끌게 될 왕위계승 서열 3위의 왕자 ‘조지 알렉산더 루이스’다. 사람들은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이 작은 아이에 열광하고 환호했다. 윌리엄 왕세손은 2011년 평민 출신의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비와 세기의 결혼을 하면서 이미 화제를 모았다. 이처럼 사람들이 세계 왕실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와 ‘조금’ 다른 그들의 삶을 엿본다. 영국처럼 국왕을 군주로 두고 있는 나라는 44개국이다. 입헌군주제를 채택하고 있는 영국, 네덜란드, 덴마크, 스페인, 일본, 태국 등의 왕은 대부분 상징적 존재다. ‘국왕은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다’는 말로 설명되는 입헌군주제 국가에서 정치적 책임과 권한은 총리 등 내각이 갖고 있다. 구(舊) 대영제국의 식민지 국가로 구성된 영국 연방국가에 속하는 뉴질랜드, 호주 등의 국가원수는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다. 선출직 입헌군주제라는 독특한 형태의 정치 체제를 취하고 있는 말레이시아는 13개 주 가운데 말레이 반도 9개 주의 군주들이 5년마다 지방군주 중 한 명을 새로운 국왕으로 선출한다. 이외에도 가톨릭 교회의 수장인 교황이 통치하는 바티칸시티는 여타 왕실 가문과는 다르지만 이론상 군주제 국가로 분류할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오만 등의 나라는 국왕이 절대적인 권력을 갖는다. 소위 왕정이라 불리는 걸프 국가들의 경우 가문의 수장이 절대군주이자 세습군주로서 군림한다. 특히 중동 왕정 국가들은 형제들이 왕위를 계승하는 전통이 강하다. 걸프 국가 가운데 입헌군주국인 카타르의 하마드 빈 칼리파 알타니 전 국왕은 지난 6월 타밈 빈 하마드 알타니 왕세자에게 양위를 결정해 주목받았다. 역사적으로 대부분의 걸프 왕정국가에서는 국왕이 타계하거나 쿠데타로 인해 왕권이 이양됐을 뿐 생전에 자발적으로 양위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세계 각 왕실은 나라에 따라 왕위를 계승하는 방식이 다르다. 성별에 관계없이 첫째가 왕위를 계승하는 나라는 스웨덴, 노르웨이, 네덜란드 등이다. ‘여왕의 나라’ 네덜란드는 지난 4월 베아트릭스 여왕의 뒤를 이어 빌럼 알렉산더르 국왕이 즉위함에 따라 123년 만에 남성 국왕이 탄생했다. 네덜란드에서 남성이 왕위에 오른 것은 1890년 빌럼 3세 사망 당시 10세이었던 빌헬미나 여왕이 즉위한 이후 처음이다. 알렉산더르 국왕이 즉위함에 따라 장녀인 카타리나 아말리아 공주가 서열 1위 왕위 계승권자가 되면서 알렉산더르 국왕 이후 네덜란드는 다시 ‘여왕의 시대’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에서 왕정을 유지하고 있는 일본은 여성이 왕위를 잇지 못하게 돼 있다. 아키히토 국왕의 장남인 나루히토 왕세자가 1993년 결혼한 이후 아직 왕세손을 낳지 못하고 있다. 차남인 후미히토가 2006년 아들을 낳자 후미히토가 왕위를 계승하거나 여성이 왕위를 계승하도록 왕실 전범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세계 로열 패밀리들의 ‘러브 스토리’는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린다. 사람들은 동화에나 나올 법한 왕족과 평민 배우자와의 신분을 뛰어넘은 결혼을 통해 자신이 경험할 수 없는 왕실의 삶에 대한 욕망을 충족시킨다. 유럽의 여러 왕실 중 가장 오랜 전통을 지니고 있는 덴마크의 마르그레테 2세 여왕의 장남인 프레데리크 왕세자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당시 요트선수로 출전, 우연히 만난 평범한 직장인 메리와 친해져 결혼에 골인했다. 네덜란드의 빌럼 알렉산더르 국왕은 막시마 왕비와의 결혼 당시 막시마 아버지의 이력 때문에 곤욕을 치러야만 했다. 막시마의 아버지가 아르헨티나 호르헤 비델라 군사독재 정권 때 장관을 지낸 이력 때문이다. 네덜란드 의회는 논쟁 끝에 막시마의 아버지가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결혼에 동의했다. 할리우드 여배우 그레이스 켈리의 아들이자 모나코 공국의 왕인 알베르 2세는 세계 유명 모델이나 배우들과의 염문설로 유명하다. 알베르 2세는 2011년 7월 남아프리카공화국 국가대표 수영선수 출신인 샤를렌 위트스톡 왕비와 결혼을 했다. 그는 이번이 초혼이지만 아프리카 토고 출신의 미국 여성과의 사이에 자녀를 두었다. 정식 혼인을 통해 태어나지 않은 자식에게 왕위를 계승하지 않는 모나코 법에 따라 왕위계승 서열 1위는 알베르 2세의 누이인 카롤린 공주다. 왕실은 또 숙명처럼 늘 논란에 휩싸이곤 한다. 1975년 스페인의 독재자 프란시스코 프랑코가 사망한 뒤 즉위한 후안 카를로스 국왕은 각종 논란과 부정부패 의혹 때문에 국민들로부터 퇴위 요구를 받았다. 1981년 군부 쿠데타를 무산시키면서 국민들의 인기를 얻은 카를로스 국왕은 2007년 칠레에서 진행된 중남미 정상회담인 이베로아메리카 정상회담 폐회식 도중 호세 마리아 아스나르 전 스페인 총리의 연설을 방해한 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에게 “닥쳐”라는 폭언을 해 국민들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입헌군주제를 채택한 스페인에서 정치적인 실권이 없는 국왕이 외국 정상에 대해 신중하지 못한 발언을 한 것은 외교적 결례라는 이유에서다. 특히 스페인 왕실이 국민들의 신뢰를 잃은 것은 1년 전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에 불어닥친 재정 위기로 스페인 경제가 휘청거릴 때 카를로스 국왕이 아프리카로 호화 코끼리 사냥을 간 이후부터다. 최근 거액의 비자금이 들어 있는 카를로스 국왕 가족 명의의 스위스 비밀계좌가 드러나면서 국민들의 원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스웨덴 역시 앞서 2009년 빅토리아 공주의 결혼식 비용으로 약 30억원이 들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들로부터 비난이 쏟아졌다. 이런 맥락에서 입헌군주제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들 중 일부는 왕실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 경제난 속에서 허리띠를 졸라매는 일반 국민들이 식민지 시대의 유물에 불과한 왕실을 유지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날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리비아·이집트 공안기관 부활…대국민 감시·탄압 등 재연 우려

    ‘아랍의 봄’ 민주화 시위의 진원지였던 리비아, 이집트, 튀니지 등 북아프리카 국가들이 최근 또다시 정치적 격랑에 휩싸인 가운데 정부가 개각을 단행하는 등 민심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리비아, 이집트가 과거 공안기관의 부활을 예고하고 나서면서 독재 시대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리비아 정부는 최근 잇따른 반정부 시위와 폭력 사태로 인한 정국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국방장관을 새로 임명하고, 일부 장관을 교체하는 등의 개각을 단행하기로 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알리 제이단 리비아 총리는 29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현재 공석인 국방장관을 새로 임명하고, 일부 장관을 교체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개각안을 31일 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번 개각안에는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 시절 국민을 탄압하는 활동으로 악명을 떨친 국내안보부(ISA)를 재가동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논란이 일고 있다. 이집트 과도정부 역시 이날 2011년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 축출 이후 폐지됐던 비밀 경찰조직인 국가안보조사국을 부활시키겠다고 밝혔다. 가디언에 따르면 ‘마바히스 암 아드 다울라’로 불리던 이 조직은 이슬람 단체와 야권 성향의 운동가에 대한 감시와 탄압을 일삼은 것으로 유명하다. 한편 지난 25일 야권의 유력 지도자가 또다시 암살되면서 혼란이 재연된 튀니지에서는 정부가 야권과 반정부 시위대의 퇴진 요구를 거부하는 대신 오는 12월 총선거를 치르겠다고 밝혔다. AP통신에 따르면 알리 라라예드 튀니지 총리는 29일 국영TV를 통해 오는 12월 17일 총선거를 치르겠다고 발표하면서 “정부는 권력에 매달리지는 않겠지만 끝까지 권한을 이행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선거일로 지정한 12월 17일은 공교롭게도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을 촉발했던 무함마드 부아지지(당시 26세)가 2010년 시디부지드에서 분신, 자살한 날짜와 같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데스크 시각] 2013년 터키·브라질·이집트 그리고 대한민국/김미경 국제부 차장

    [데스크 시각] 2013년 터키·브라질·이집트 그리고 대한민국/김미경 국제부 차장

    터키, 브라질, 이집트. 별다른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이들 국가에 최근 2개월째 전 세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정부의 독재와 부패, 무능, 경제 침체 등에 반발한 국민들이 들고 일어나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벌인 것이다. 반정부 시위는 터키 국민들이 스타트를 끊었다. 지난 5월 27일 터키 정부가 이스탄불 도심 탁심광장에 쇼핑몰을 짓겠다며 광장 내 공원 나무들을 베어낸 것이 발단이 됐다. 평화롭게 시작했던 소규모 시위는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유혈시위로 번졌고, 10년째 장기 집권해온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 사퇴 등을 요구하는 대규모 ‘민주화 시위’로 확대됐다. 결국 에르도안 총리는 “공원 재개발을 잠정 중단하겠다”며 한 발 물러섰다. 브라질 시위도 터키와 비슷하게 민생 차원에서 시작됐다. 브라질 정부가 내년 열리는 월드컵 준비에 치중하며 민생을 외면하다 지난달 7일 버스 요금 인상까지 발표하자 국민들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20년 만에 최대 규모의 반정부 시위에 놀란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은 “거리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다”며 달래기에 나섰다. 이집트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이집트 국민들은 2011년 2월 ‘아랍의 봄’을 통해 30년간 집권한 독재자 호스니 무바라크를 축출하고 지난해 첫 민선 대통령인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을 선출했다. 그러나 무르시 대통령의 취임 1주년을 맞은 지난달 30일 무르시 세력의 권력 독점과 경제난, 치안 부재 등에 대한 불만이 폭발해 100만명 이상이 시위를 벌였다. 결국 군부가 나서 버티던 무르시 대통령을 내쫓고 과도정부를 구성하기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에르도안 터키 총리와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 무르시 이집트 전 대통령은 정말 ‘나쁜 리더’일까. 2003년 3월 취임한 에르도안 총리는 2011년 9월 튀니지·리비아 등 ‘아랍의 봄’ 국가들을 순방하며 이슬람과 민주주의를 결합한 터키식 정치체제를 롤모델로 제시하는 등 중동 지역의 맹주이자 최고 인기를 누리는 리더로 부상했다. 무르시 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휴전 협상을 중재하는 등 대외 정책에 있어 ‘피스메이커’로 나서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었다. 득표율 56%로 2011년 1월 취임한 호세프 대통령은 브라질 첫 여성 대통령으로 지난 3월 여론조사에서 대내외 정책에 대한 긍정적 평가로 최고 지지율(79%)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들이 국민들의 반발을 사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직면하게 된 것은 자신의 지지세력이 아닌, 국민들의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들에게는 국민의 삶보다 권력 향유가 더 중요했을지 모르겠다. 이들 나라에 쏠린 시선을 2013년 대한민국으로 돌려보자. 국가정보원의 지난해 대선 개입 의혹이 결국 사실로 드러난 뒤 충격을 받은 국민들이 광화문으로, 시청 서울광장으로 나와 집회를 열고 있다. 국정원이 공개한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방도 국민들이 보기에는 한심하기만 하다. 개성공단 재개 문제도 꼬이고 있고 서민들의 ‘체감경제’도 그리 좋지 못하다. 올여름 22%만 휴가를 간다고 할 정도다. 박근혜 대통령의 외교정책만 겨우 점수를 얻고 있다. 터키와 브라질, 이집트의 최근 사태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할 때다. chaplin7@seoul.co.kr
  • 캄보디아 야당 “부정선거 수용 못해”… 훈 센 총리 최대 위기

    캄보디아 야당 “부정선거 수용 못해”… 훈 센 총리 최대 위기

    캄보디아 집권당이 총선 승리를 선언한 데 대해 통합 야당이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강력히 반발하는 등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캄보디아구국당(CNRP)은 29일 성명에서 심각한 수준의 부정행위를 상당수 확인한 만큼 총선 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고 강조한 것으로 현지 언론과 외신들이 전했다. CNRP는 특히 집권 캄보디아인민당(CPP)과 선거관리위원회(NEC), 민간단체들과 서둘러 공동위원회를 구성해 선거부정 의혹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올해로 집권 28년째를 맞은 훈 센 총리는 정국 주도권이 흔들리는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야당이 전처럼 등원을 거부할 경우 합법적으로 정부를 구성할 수 없게 되는 등 파행이 불가피한 상태다. 앞서 CPP는 총선에서 독재와 인권침해 논란 등으로 현재보다 무려 22석이나 줄어든 68석을 얻어 힘겹게 승리했다. 한편 28일 치러진 캄보디아 총선에서 훈 센 총리의 라이벌인 야당 지도자 삼 랭시(64)가 이끄는 캄보디아구국당(CNRP)이 현재보다 22석이나 늘어난 55석을 확보하는 돌풍을 일으켜 주목된다. 삼 랭시는 정치인이던 아버지가 쿠데타에 연루돼 실종되자 16세에 프랑스로 건너가 수학했다. 그러다가 1989년 훈신펙당의 노로돔 라나리드 왕자를 도우며 정계에 입문했다. 1992년 훈신펙당 집권 시절 재무장관을 지내며 승승장구하다가 자신의 이름을 딴 삼랭시당(SRP)을 창당, 근로자 권익 신장 시위를 주도하며 ‘행동하는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또 다시 망명생활을 하던 중 CNRP를 창설, 대표를 맡아 훈 센 총리에게 맞서왔다. 이번 총선에서 확인된 유권자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훈 센 총리의 부정을 심판하는 대정부 투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미경 기자 chaplin7@seoul.co.kr
  • “동생 지지율 높아…복귀 힘들듯”

    “동생 지지율 높아…복귀 힘들듯”

    최근 불거지고 있는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의 사면 및 정계 복귀 논란에 대해 동남아 지역 정치 전문가인 박은홍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설사 탁신이 사면된다고 해도) 실질적 정계 복귀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밝혔다. 가장 큰 이유로 탁신 전 총리의 여동생 잉락 친나왓(46) 총리가 태국 국정을 무난히 이끌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최근 지지율 하락으로 대폭 개각을 단행했지만 잉락 총리에 대한 지지율은 2011년 집권 초기보다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박 교수는 “잉락 총리는 기업을 운영하다 2011년 총선을 두 달 앞두고 정계에 스카웃돼 ‘얼굴마담’ 정도로 여겨졌지만 예상 외로 태국을 평화롭게 잘 이끌고 있다”면서 “탁신 복귀를 희망했던 지지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지금의 잉락 체제에 만족하고 있다”고 했다. 공격적이고 남의 말을 듣지 않던 ‘독재자’ 오빠와 달리 잉락 총리는 야당 및 반대 세력의 의견도 경청하며 ‘융화의 리더십’을 보이고 있어 과거 야당 지지 세력들까지도 끌어모으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탁신은 부정부패 전력으로 ‘구시대 인물’로 각인돼 있어 탁신 지지 세력들도 그가 실제로 정치에 복귀하는 것까지는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 박 교수의 분석이다. 그는 “태국의 차기 총선에서도 프어타이당이 잉락 총리를 중심으로 선거를 치러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이슈&논쟁] 제한상영가 등급제

    [이슈&논쟁] 제한상영가 등급제

    영화가에 ‘제한상영가 등급제’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논란의 불씨는 김기덕 감독의 영화 ‘뫼비우스’. 이 영화는 지난 6월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의 첫 번째 심의에서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아 일반극장 상영이 불가능했다. 극 중 아들과 어머니의 성관계 장면 등이 제한상영가 등급 판정의 이유였다. 감독은 20여컷을 수정하거나 삭제해 재심의를 요청했으나 지난 16일 영등위는 다시 제한상영가 판정을 내렸다. 이에 감독은 초강수로 맞서고 있다. 필름을 더 잘라내 영등위에 세 번째 심의를 신청하되 오는 26일 영화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시사회를 연 뒤 찬반투표에서 30% 이상 반대하면 아예 개봉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한국영화감독조합은 제한상영가 등급 전용관이 없는 현실에서 제한상영가 등급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영등위원장의 퇴진운동을 벌이겠다는 입장이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贊] “외부로 표현되는 예술의 자유는 그 사회가 용인하는 한계 지켜야” 이우승 변호사·영등위 감사 김기덕 감독의 영화 ‘뫼비우스’가 “직계 간 성관계를 묘사하는 등 비윤리적, 반사회적 표현이 과도하여”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두 차례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았다. 이를 두고 영화계 일부에서는 제한상영가 결정이 ‘사전검열’이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데 이는 표현의 자유와 등급분류 제도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예술의 자유, 표현의 자유는 외부에 표현되지 않은 채 내부에 머무는 한 절대적인 자유에 속하는 양심의 자유, 신앙의 자유와는 다르다. 외부적으로 표현되는 예술의 자유는 그 사회에서 용인하는 한계를 넘는 경우 법률로 제한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절대적 자유가 아니다. 영화계 일부에서는 “모든 예술적 표현이 가능해야 하며 어떤 영상물이든 자유롭게 상영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대한민국 헌법 제21조는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더욱이 헌법에 의해 보호를 받는 표현의 자유라 할지라도 언제나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표현물이 공개되고 유통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바로 여기서 제한상영가 등급의 헌법적 권위가 확인되는 것이다. 제한상영가 등급은 성인도 견디기 어려운 폭력적, 선정적 표현이 담겼거나 일반적인 사회윤리나 국민정서에 끼칠 부정적 내용이 담긴 영화라면, 이를 충분히 감안하여 제한된 공간(제한상영관)에서 상영하라는 제도이다. 영국, 호주 같은 선진국들이 제한상영가 등급을 운영하는 것도 바로 이 같은 공공성에 기반하고 있다. 현재의 우리나라의 등급제도는 이미 완성된 영상물에 대한 어떠한 변경도 요구하지 않으며 단지 관람에 적절한 연령별 등급을 결정하고 내용 정보를 제공할 뿐이다. 그것도, 대중을 상대로 상업적 상영을 할 영화에만 적용된다. 그럼에도 최근 영화계 일부에서는 “예술에 등급을 매기는 것은 위헌”이라며 등급분류의 공익적 가치와 신뢰를 부당하게 흔들고 있다. 현 등급분류제도가 “사전검열이 아니며 청소년 보호 등을 위한 이용연령분류 절차”라는 합헌 결정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주장을 되풀이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남용이 아닌지 생각해 볼 대목이다. 등급제도는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널리 채택한 제도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0년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에서 상영되었던 ‘세르비안 필름’이란 영화가 좋은 예다. 2012년 영국에서는 이 영화의 폭력적이고 가학적인 성행위 및 아동 성폭력 장면 등이 문제가 돼 4분 11초를 삭제한 후에야 18세 이상 관람가를 받았다(영국은 등급기구에 영화 삭제 권한이 있음) 호주에서는 ‘등급거부’ 결정이 나와 상영을 하지 못했고 스페인에서는 이 영화를 상영한 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재판을 받고 있다고 한다. ‘표현의 자유’ 선진국에서도 그 나라의 공공적 가치를 저해하는 표현에 대해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제한상영가 등급제도는 사회의 다양한 가치와 이해를 조정하는 타협과 절충의 산물이며, 표현의 자유와 공공적 이해의 중재 역할을 맡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국내에 제한상영관이 없어 사실상 상영할 곳이 없다는 문제는 원칙적으로 등급제도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정부에서 제한상영관 운영에 대한 새로운 청사진을 내놓았으니, 이는 별도로 해결할 문제다. 제한상영가 제도의 근본적 취지를 이해한다면 ‘표현의 자유’ 논쟁은 쉽게 종식될 것으로 기대한다. [反] “제한상영 등급은 상영불가 판정… 도덕적 잣대 시험 관객에 맡겨야” 김영진 영화평론가·명지대 교수 1996년 무렵 나는 영화주간지 기자로 일하고 있었다. 그때 그 매체의 기자들은 지속적으로 수년간 끈질기게 검열철폐 캠페인 기사를 썼다. 그때까지 한국의 심의제도는 원성이 높았다. 조금씩 규제기준이 완화되긴 했으나 여전히 시대착오적인 검열이었다. 검열과 심의는 다르다. 심의는 관람등급만 매기는 것이고 검열은 제작주체에게 삭제를 강요하는 것이다. 독재정권 시절에 확립된 완고한 기준은 질긴 관성을 발휘해 누구에게는 금기를 깨는 예술적 표현인 것이 다른 누구에게는 사회적으로 유해한 불량품으로 보였다. 2000년 헌법재판소가 당시의 심의제도가 사실상 검열이라며 위헌판결을 내린 것은 시대정신의 반영이었다. 그때 이후로 한국영화는 확대된 표현의 자유를 업고 르네상스를 누렸다. 한참 영화심의제도 개선 문제로 시끄러웠던 그 시절, 장선우 감독의 ‘거짓말’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됐을 때를 기억한다. 그 영화는 예매 개시 직후 삽시간에 표가 매진됐고 극장에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은 발을 동동 굴렀다. 외설 판정을 받고 극장개봉이 불투명했던 그 영화를 보고 나온 관객들의 반응은 각양각색이었다. 어떤 이들은 시큰둥했고 어떤 이들은 흥분했다. 가장 위선적인 반응을 보인 이들의 대답은 이랬다. “이 영화는 극장개봉을 못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중이 보기엔 부도덕하고 유해합니다.” 남들보다 더 많은 시간과 발품을 팔아 영화를 봤을 어떤 시민들의 이런 반응을 방송 인터뷰에서 보고 나는 아연실색했다. “당신은 봐도 되고 우리는 보면 안 되나”라고 즉각 반문하고 싶어진다. 우리 중 일부 사람들에게는 오랜 세월 내면화된 검열관의 마음이 있다. 그로부터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도 가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는 착각을 받는다. 요즘 영화인들 사이에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심의기준이 퇴행적이라는 불평을 많이 듣는다. 강우석의 ‘전설의 주먹’은 학교 폭력이 나온다는 이유로 18세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 이 영화에는 분명 학교 폭력이 나오지만 주제는 청소년기에 잘못된 폭력을 휘두르면 인생이 잘못될 수 있다는 걸 친절하게 설득하는 건전한 가족영화 쪽이다. 요사이 김기덕 감독의 신작 ‘뫼비우스’는 두 차례나 영등위로부터 제한상영가 등급 판정을 받았다. 제한상영가 등급을 내린 것은 상영불가 판정이다. 한국에는 제한상영가 등급 전문상영관이 없으니 일반 극장에서 상영하려면 심의위원들이 지적한 부분을 잘라야 한다. ‘뫼비우스’에 상영불가 판정을 내린 심의위원들에게 항변하고 싶다. 당신들은 판단해도 되고 우리는 판단하면 안 되나. 명색이 영화평론가인 필자도 아직 이 영화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존재하지 않는 극장에서 상영하라니 김기덕의 ‘뫼비우스’는 사실상 포르노나 극악무도한 스너프 필름과 같은 대접을 받은 거나 마찬가지다. 나는 김기덕의 영화에 대체로 동의하지 않는 평론가지만 그가 위험한 예술가라는 점만은 존중한다. 그가 도덕적 금기를 깨는 묘사를 일삼는 감독이고 그의 영화의 표현수위가 우리를 매우 불편하게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적어도 그가 금기시된 묘사를 할 때 그럴 만한 예술적 동기를 제시하는 통찰의 소유자라는 점은 인정한다. 아마도 ‘뫼비우스’는 이전까지의 김기덕 영화에 비해 더 과격한 묘사가 들어있을 것이다. 영화평론가이자 관객으로서 나는 이 영화가 건드리는 도덕적 잣대의 시험에 기꺼이 들고 싶다. 이미 예술적으로 인정받는 한 영화감독의 신작을 밀실에서 몇 명이 자기들 마음대로 상영불가 판정을 내리는 제도에 동의하지 않는다. 김기덕은 최근 보도자료를 돌려 관계자들을 모아 시사한 뒤 여론청취라도 하겠다고 읍소했다. 예술적 표현의 자유를 도덕적 금기와 혼동하는 이런 상황에서 문화선진국 운운은 비극이다.
  • 이집트, 무르시·무슬림형제단 수사…시위대 폭력진압·경제파탄 등 혐의

    이집트 군부로부터 축출된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에 대한 국제사회의 석방 촉구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집트 검찰이 무르시와 그의 지지 기반인 무슬림형제단에 대한 수사에 착수해 양측 간 갈등이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13일(현지시간) 영국 BBC와 미국 CNN 등에 따르면 이집트 검찰은 무르시 대통령과 무슬림형제단 간부들에 대해 시위대에 대한 폭력적인 진압 행위와 지난 5일 군 병영 시설에 대한 공격을 선동한 행위, 재임 시절 경제 파탄 등의 혐의에 대해 조사할 방침이다. 과거 이집트에서는 범죄자를 기소하기 전까지 비밀을 유지하는 관례가 있었기 때문에 검찰이 직접 수사 방침을 언론에 알리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검찰이 이날 밝힌 수사 대상은 무르시를 포함해 무함마드 바디에 무슬림형제단 의장, 에삼 엘 에레안 부대표 등 모두 9명이다. 나머지 명단은 공개되지 않았으며, 이들을 고소한 주체도 알려지지 않아 검찰 수사에 대한 의혹이 일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집트 의회 상원(슈라위원회) 소속 의원 20명은 이날 카이로 동부에서 열린 연좌시위에서 “군부가 부패와 독재 정권을 재현하려 한다”고 비판하며 무르시 대통령의 복귀를 촉구했다고 현지 국영 언론이 전했다. 카이로 나스르시티 라바 광장에서 이틀째 항의시위를 벌여 온 무슬림형제단 측도 “무르시 대통령이 복귀할 때까지 시위를 계속하겠다”고 말해 군부에 대한 장기 투쟁을 예고했다. 앞서 독일 외무부는 12일 무르시의 석방을 촉구한다는 성명을 발표한 뒤 적십자사 등 국제기구가 무르시와 조기에 만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구했다. 같은 날 정례 브리핑을 연 젠 사키 미 국무부 대변인도 독일의 무르시 석방 요구에 대한 미 정부의 생각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동의한다”고 밝힌 바 있다. BBC는 검찰이 무르시 대통령에 대한 수사에 전격 착수함에 따라 조만간 기소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전해 이집트 과도정부와 무슬림형제단 간의 화해 가능성은 더욱 작아졌다. 한편 하젬 엘베블라위 이집트 신임 총리는 이날 5명의 장관 후보자들과 회동했다. 장관 인선 작업을 계속해 이르면 오는 16~17일새 최대 30명의 장관으로 이뤄진 내각을 발표할 전망이라고 로이터 등은 보도했다. 최재헌 기자 goseoul@seoul.co.kr
  • “우리가 알고 있는 프랑스 혁명은 없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프랑스 혁명은 없었다”

    “모든 혁명은 배반당한 혁명이다.” 1960년대 서구 학생운동의 정신적 지주이자 프랑크푸르트학파의 거두인 철학자 허버트 마르쿠제. 그는 지배계급으로부터 승리를 쟁취해야 할 모든 혁명이 숙명적으로 패배의 요인을 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모순이지만, 일면 시행착오를 통한 역사발전이란 긍정적 요소도 갖고 있다. 그렇다면 혁명의 불임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가. 한때 인기를 끌던 학부 교양과목인 ‘시민사회와 혁명’은 강단에서 썰물처럼 밀려났고, ‘철 지난 혁명’의 기억은 겨울바다처럼 쓸쓸한 추억으로 남았다. ‘원조혁명’으로 불리는 프랑스 대혁명의 원죄는 아닐까. 중앙대 역사학과 교수인 저자는 “우리 아버지 세대가 숨 가쁘게 달음박질쳤던 4·19혁명과 그 아들딸들이 계승했던 1987년 6월 항쟁의 기억은 정녕 사라졌는가”란 물음의 화두를 던진다. 역사학계에선 1789년 7월 14일 바스티유 감옥 탈취 사건으로 불거진 200년도 더 된 혁명을 바라보는 시각이 엇갈린다. 혁명의 순수성을 강조하는 마르크스주의적 시선과 감춰진 이면을 짚어낸 수정주의가 충돌한다. 이는 역설적으로 더욱 풍부한 역사적 해석을 낳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저자는 수정주의적 해석에 힘을 싣는다. “우리가 알고 있는 프랑스 혁명은 없다”고 단언한다. 프랑스 혁명은 지적 모험가들이 탐험을 멈추지 말아야 할 미지의 세계라는 이야기도 서슴지 않는다. 예컨대 프랑스 혁명은 식민지 유색 인종과 여성을 배반했다. 당시 프랑스 식민지였던 생도맹그(현 아이티공화국)에서 18세기 말 해방운동이 일어났을 때 혁명정부는 노예 해방보다 국가 이익을 우선시한다. 1791년 봉기 때 처형된 흑인 노예의 소지품에선 인권선언문이 발견됐다. 그만큼 카리브해의 흑인 노예들에게 자유와 평등은 신분제 철폐로 이해됐다. 하지만 프랑스 공화주의자들은 달랐다. ‘제3신분이란 무엇인가’의 저자로 프랑스 혁명의 이데올로그였던 E J 시에예스는 “흑인과 원숭이를 교배시켜 노동전문계급을 만들어 프랑스 노동계층을 노동의 굴레로부터 해방시키자”고 주장했다. 프랑스 혁명사에서 아이티 혁명과 흑인 노예제가 오랫동안 의도적으로 은폐된 이유다. 흑인 반란군의 힘이 세지고 백인 농장주들이 영국, 스페인과 동맹을 맺자 혁명정부는 아이티에서 노예 해방과 노예제 폐지를 조건부로 허락한다. 인권선언의 결과라기보다 식민지를 지키기 위한 궁여지책이었다. 프랑스 혁명 이후 여성들의 영역도 가사, 육아와 같은 영역으로 축소된다. 혁명 이후 나폴레옹 1세가 등장하자 여성 관련 법률은 약화되거나 폐지됐다 나폴레옹 민법은 가장이 원하면 아내와 자녀를 교정원에 감금할 수 있도록 했다. ‘성격 차이에 의한 이혼’이 불허되고, 아내가 간음할 때 남편이 살해할 수 있는 권리도 주어졌다. 초기에 당당하고 주체적인 대접을 받던 프랑스 여성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반동분자로 전락했다. 참정권도 주변국보다 30여년 늦은 1940년대에야 얻을 수 있었다. 프랑스 혁명이 오히려 여성운동을 억압하는 못된 산파 노릇을 한 셈이다. 그렇다면 혁명이 외친 자유·평등·우애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1789~1795년 세 차례에 걸쳐 발표된 인권선언은 ‘인간이면 누구나 누려야 할 권리’를 말하지 않았다. 보편주의는 남성, 백인, 유산계층에만 적용됐다. 저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프랑스 혁명은 세계 인권 발전에 오히려 나쁜 기억과 유산을 남겼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물음 하나. 지난해 대선을 전후해 국내에서 600만명의 관객을 불러모은 영화 ‘레 미제라블’의 배경은 과연 프랑스 혁명일까. 엄밀히 따지면 영화의 배경은 프랑스 혁명이 아니다. 영화 도입부에 장발장이 석방되던 해는 왕정복고기(1814~1848)의 초입인 1815년이다. 영화 후반부의 파리 시가전도 1832년의 일이다. 저자는 레 미제라블에 등장하는 민중은 프랑스 대혁명의 후손들이라고 말한다. 1789년 혁명과 1848년 혁명 사이에 낀 소위 ‘1820년 세대’라는 것이다. 이들은 1792~1803년 사이에 출생한 사람들이다. 원조혁명을 마중물 삼아 부르봉 왕가 타도를 사명으로 삼았다. 저자는 나폴레옹 키드인 ‘1820년 세대’와 박정희 키드인 우리나라의 ‘386세대’를 비교한다. 독재타도에 젊음을 바쳤지만 공통점은 딱 여기까지라고 했다. 박제화된 혁명의 기억, 혁명의 퇴보가 ‘386세대’의 특징이란 이야기다. 혁명은 성공하거나 실패하는 과거완료형 사건이 아니라 장기지속적이며 진행형인 미완의 프로젝트일지도 모른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이집트 “내년 2월 대선·총선”… 쫓기듯 발표

    군부 쿠데타 이후 잇단 시위로 사상자가 1000명이 넘는 등 혼란을 겪고 있는 이집트가 내년 2월 총선과 대통령 선거를 치를 전망이다. 그러나 축출된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 지지세력인 무슬림형제단이 반발하고 나섰고, 군부에 의한 과도정부 내 야권이 군부와 마찰을 빚고 있어 양대 선거가 순조롭게 치러질지는 미지수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집트 과도정부는 8일(현지시간) 군부가 무르시 전 대통령 지지세력과 무차별 총격전을 벌인 지 불과 몇 시간 뒤 총선과 대선 등 향후 정치일정을 공식 발표했다. 아들리 알 만수르 임시 대통령은 향후 정국 일정이 담긴 칙령을 발표해 15일 안에 헌법 개정을 위한 두 개의 위원회를 구성하고, 오는 11~12월쯤 국민투표를 실시한 뒤 2개월 안에 새 의회를 구성할 총선거와 대선을 치를 예정이라고 밝혔다. 즉 2014년 2월 중순쯤 새롭게 마련한 헌법을 바탕으로 내각 구성을 마친 뒤 1주일 이내에 대통령 선거를 실시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집트 군부는 지난달 30일 시작된 반정부 시위 과정에서 무르시 전 대통령이 최후통첩을 거부하자 지난 3일 그를 축출하고 기존 헌법의 효력을 잠정 중지시킨 바 있다. 그러나 과도정부의 이번 칙령 발표가 무르시 축출 여파로 인한 혼란이 수습되지 않은 시국에 성급하게 이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나단 브라운 미국 조지워싱턴대학 국제관계학 교수는 “정국 일정 공식 발표는 아직 성급하고, 칙령의 내용도 모호하고 포괄적”이라며 “절차상 가이드라인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무르시 지지세력인 무슬림형제단은 즉각 반대 입장을 밝혔다고 AP통신이 9일 전했다. 무르시 지지자들은 과도정부를 세운 군부를 ‘쿠데타’라고 비난하며 지난 3일부터 시위를 벌여왔다. 5일에는 반(反) 무르시 세력과 대치하다 23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8일에는 군부의 발포로 최소 51명이 사망하는 유혈사태를 빚었다. 9일에도 양측의 충돌 속에 사망자들에 대한 장례식이 치러지기도 했다. 반정부 세력 연합체인 타마르루드도 9일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새 과도정부가 “독재적이다”라고 비난했다. 관계자는 “과도정부가 마련중인 새로운 헌법체계는 새 독재체제를 구축하려는 것인 만큼 수용할 수 없다”며 “군부가 내세운 임시 대통령에게 새로운 수정안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 정부는 이집트 군부에 자제를 요구하면서도 이집트에 대한 원조를 당장 끊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8일 “과도내각에 보복과 체포, 언론 통제를 자제하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집트에 대한 원조 제공을 당장 중단하는 것은 미국의 이해관계에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위클리 포커스] 이집트 사태 ‘아랍의 봄’과 다른 점은

    [위클리 포커스] 이집트 사태 ‘아랍의 봄’과 다른 점은

    이집트 군부의 쿠데타로 이슬람주의 정권이 무너지면서 2011년 ‘아랍의 봄’을 통해 민주화 혁명을 이룬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이 또 다른 혁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가능성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튀니지, 리비아, 예멘 등 아랍의 봄을 겪은 인접 국가들이 이집트처럼 혼돈에 빠질 가능성은 적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박현도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아랍의 봄이 오랜 독재에 대한 시민들의 압축적인 여망으로 촉발된 것이라면 이번 이집트 사태는 새로 출범한 무함마드 무르시 정권의 미성숙한 국정 운영 능력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이집트 국민 대다수는 무르시가 권력 독점에만 주력하고 경제 악화, 치안 부재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실패해 이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올해 초부터 무르시 퇴진 시위를 벌여 왔다. 이집트 재무부에 따르면 시민혁명 이전 5%를 넘었던 경제성장률은 2010~2011년 1.8%로 추락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2%대 초반을 기록했다. 박 연구원은 “경제난이 계속되면 이집트 국민들의 시위는 끝나지 않을 것”이라면서 “무르시가 물러난 게 끝이 아니라 차기 정권이 경제 문제를 해결하는지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걸프 지역의 왕정 국가들은 아랍의 봄 때와 같이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한 국가의 풍족한 사회복지 혜택 덕택에 국민들이 대규모 시위를 벌일 가능성은 적은 편이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연구센터장은 지난 60년간 핵심 권력을 거머쥔 채 실세 역할을 해 온 이집트 군부가 있었기 때문에 이번 사태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아랍의 봄 진원지이자 이집트의 이웃 국가인 튀니지의 경우 벤 알리 전 정권의 장기 독재로 인해 군부 세력이 약해져 있기 때문에 이집트 군부처럼 시위를 주도할 구심점을 찾기 힘든 상황이다. 장 센터장은 “알제리나 예멘은 아직도 군부가 많은 부분을 장악하고 있기는 하나 이집트에 비해 시민사회의 성숙도와 조직력이 떨어지는 데다 국민들이 군부에 의한 권위주의적인 안정에 기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야권 지도자인 무함마드 엘바라데이(71)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과도정부의 신임 총리에 지명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통령궁 언론 담당관은 “아들리 알 만수르 임시 대통령이 임시 총리를 아직 공식 임명하지 않았다”면서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무르시의 지지 기반인 무슬림형제단이 창당한 자유정의당을 비롯한 이슬람 정당은 엘바라데이를 지명한 데 대해 즉각 반발해 그의 총리 임명이 향후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7일 AP통신에 따르면 이란은 최근 이집트 군부의 무르시 축출을 ‘부당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이는 무르시 실각 이후 이란 정부의 첫 공식 반응으로, 이란 외무부의 압바스 아락치 대변인은 이날 무르시 지지 세력에 무르시의 복권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을 당부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시진핑 ‘중국꿈’ 비판한 교수 해고 위기 논란

    중국 최고 명문 베이징대학 교수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중국꿈’(中國夢)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해고 위기에 처해 논란이 일고 있다. 7일 홍콩 명보에 따르면 베이징대 경제학과 샤예량(夏業良) 교수는 최근 일부 네티즌들로부터 중국 공산당과 사회주의 제도를 비난하고 시 주석이 제시한 ‘중국꿈’을 비웃고 왜곡했다는 혐의로 고발됐다. 학교 측은 오는 9월 교수위원회를 열어 샤 교수에 대한 해임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샤 교수는 중국 공산당의 일당 독재 종식을 요구한 ‘08헌장’ 서명인 중 한 사람으로 보수파 네티즌들에 대항해 당과 정부를 비판하는 대표 개혁파 지식인으로 유명하다. 샤 교수는 트위터에서 “류윈산(劉雲山) 정치국 상무위원(이데올로기 및 선전 업무 담당)이 권력의 중심에 머무는 한 중국의 언론 자유를 낙관할 수 없지만 앞으로도 ‘중국꿈’을 비판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지식인들은 당이 최소한의 언론 자유가 보장돼야 할 대학을 상대로조차 통제의 고삐를 죄는 것은 시진핑 정부가 정치 개혁에 대해 완고한 태도를 보이겠다는 의지라고 비판했다. 한편 중국 인터넷을 총괄하는 중국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이 공직자 부패를 고발해 온 중국염정건설망 등 반부패 사이트를 대거 폐쇄했다고 BBC 중문망이 이날 보도했다. 지난 한 달간 허위 사실 유포 등을 이유로 총 107개 사이트를 폐쇄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가 인권 반부패 등과 관련돼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사설] 민생 외면한 혁명의 末路 보여준 이집트

    2년 전 시민혁명으로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30년 독재 체제를 종식시키며 ‘아랍의 봄’을 활짝 열었던 이집트가 다시 혼돈으로 빠져들었다. 사상 첫 민선 대통령으로 선출된 무함마드 무르시가 취임 1년 만에 군부에 의해 쫓겨나고 아들리 만수르 헌법재판소장을 임시대통령으로 한 과도정부가 들어섰다. 수백만 군중의 반정부 시위로 인해 자칫 대규모 유혈사태로 치달을 뻔했던 상황이 수습 국면에 접어든 것은 그나마 다행이겠으나 오랜 독재 체제에서 비롯된 가난과 분열의 적폐(積弊)를 이집트인들이 좀처럼 떨쳐내지 못하는 모습이 지구촌 많은 이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군부 쿠데타에 의한 무르시 정권의 퇴진은 이집트가 당면한 총체적 난제의 결과물이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정치의 부재, 지도력의 부재가 혼란을 불렀다. 대내외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출범한 무르시 전 대통령은 그러나 집권 후 자신이 속한 강경 이슬람 정파인 무슬림형제단을 등에 업고 이슬람 통치를 강화하는 등 독선적 행태를 이어갔다. 율법을 앞세운 ‘파라오 헌법’을 밀어붙이고 측근들을 요직에 앉히는 등 사회 통합과 거리가 먼 행보로 다른 정파와 시민들의 불만을 산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무르시 정권에 대한 군부의 반발은 더해만 갔다. 지난 60년간 정치권력과 이집트 경제의 40%를 틀어쥐고 막대한 이익을 누려온 군부는 지난해 민정 이양 후 무르시 정부가 예상과 달리 자신들에게 강경하게 맞서자 야권 정파들을 움직여 무르시 정권을 흔들었고, 결국 뜻을 이룬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군부와 각 정파의 얽히고 설킨 이해관계를 떠나 도탄에 빠진 민생이 무르시 정권을 무너뜨린 직접적 요인이라고 할 것이다. 재정 악화로 인해 빵과 유류에 대해 지급하던 보조금을 대폭 삭감하고 그나마 물량조차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면서 민심 이반에 불을 붙인 것이다. 2년 전 무바라크를 권좌에서 내몬 것도 결국 식량위기에 봉착한 성난 민심이었던 점을 생각하면 이번 이집트 사태는 민생을 챙기지 못하는 정권의 말로가 어떠한지를 다시 한번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것이다. 과거 군사정부의 빛과 어둠 속에서 민주화, 선진화를 이뤄낸 우리로서는 지난 2년여에 걸친 이집트의 혼란이 결코 먼 나라의 얘기일 수만은 없다. 당리당략에 매몰된 정치권과 민생을 소홀히 하는 무능한 정부, 그리고 사분오열된 사회가 나라를 어떤 지경으로 몰아넣는지 눈 부릅뜨고 봐야 한다.
  • 부자의 탐욕을 지켜주는 공모자들의 노하우

    지난 5월 말, 스위스 재무장관의 긴급 기자회견에 전 세계의 관심이 쏠렸다. 재무장관은 이날 자국 은행들이 미국 정부와 합의해 고객 거래 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하는 법개정안을 발표했다. 1934년 제정 이후 80여년간 철통같이 지켜온 스위스 은행비밀주의법의 빗장을 열겠다는 ‘획기적인’ 선언이었다. 물론 자발적인 결정은 아니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정부는 세수 부족을 메우기 위해 부자들이 조세피난처에 숨겨 놓은 자금 추적에 나서면서 탈세와 돈세탁 공범 혐의가 밝혀진 UBS(스위스연방은행)를 비롯한 스위스 은행들에 고객 명단을 넘기라고 압박했다. 이에 순순히 응할 리 없는 스위스 은행들에 미국 정부는 엄청난 벌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숨통을 조였다. 이 과정에서 270년 전통의 스위스 최고(最古) 은행인 베겔린은행이 올 초 폐업하기에 이르자 스위스 정부가 백기를 든 것이다. 외신들은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면서 전 세계 검은돈의 흐름에 미칠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하지만 스위스 은행의 비밀주의가 해체될 것이란 기대는 한 달도 못 돼 물거품이 됐다. 상원은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하원은 지난달 19일 두 번째로 법안을 거부하면서 결국 법개정은 무산됐다. 은행비밀주의에 대한 스위스 정계의 뿌리 깊은 애착(?)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의 저자인 장 지글러(79)가 1990년 발표한 이 책은 조세피난처의 원조인 스위스 은행의 추악한 진실을 낱낱이 파헤친 보고서다. 뒤늦게 국내에 소개되는 감은 있지만 최근 비영리 독립언론 뉴스타파가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와 공동으로 조세피난처에 자금을 은닉한 국내 유명 인사들의 명단을 잇달아 공개하면서 조세피난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시점인 만큼 충분히 되새겨 볼 만하다. 지구상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 중 하나인 스위스의 부의 원천은 ‘남의 돈’이다. 은행비밀주의법이라는 든든한 울타리는 전 세계의 자금을 끌어당기는 자석과도 같다. 합법적인 돈은 물론이고 마약과 범죄로 벌어들인 범죄단체의 검은돈, 제3세계의 독재자들이 불법적으로 빼돌린 회색 돈 등 종류를 가리지 않는다. 스위스 은행은 검은돈과 회색 돈을 안전하게 은닉할 뿐 아니라 합법적인 돈으로 세탁해 자금을 불리는 데도 탁월한 수완을 발휘한다. 이들이 부자 고객의 몰염치한 욕심을 채우기 위해 검은돈과 회색 돈을 주무르는 사이 해당 국가의 아이들은 굶주림으로 죽어가고, 국민들은 실업과 빈곤에 신음한다. 저자는 은행을 통제하기는커녕 오히려 공모에 나서고 있는 스위스 정부와 정치인들에게도 날카로운 비판의 화살을 겨눈다. 대다수가 은행 이사직을 겸하고 있는 정치인들은 은행을 보호하기 위해 규제 입법 방해 행위도 서슴지 않으며, 은행비밀주의를 비판하는 지식인들을 공공의 적으로 몰면서 공생 관계를 유지한다고 폭로한다. 저자는 이 같은 부패의 고리를 끊기 위해선 민주국가의 시민들이 힘을 모아 금융감시망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출간 당시 스위스 연방의회 사회민주당 소속 의원이었던 저자의 의원 면책특권이 박탈되고, 살해 위협과 줄소송 등의 탄압을 받을 정도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하지만 스위스 은행의 악행이 만천하에 드러난 지 23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은행비밀주의가 굳건히 지켜지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스위스 사회 전반에 검은돈과 관련한 구조적인 부패의 사슬이 촘촘히 엮어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씁쓸하고, 허탈하다.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 [이집트 군부 무르시 축출] 카이로 정국 시계 ‘O’…권력다툼땐 ‘아랍의 봄’ 능가하는 혼란 올 듯

    [이집트 군부 무르시 축출] 카이로 정국 시계 ‘O’…권력다툼땐 ‘아랍의 봄’ 능가하는 혼란 올 듯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이 군부에 의해 쫓겨나면서 이집트 정국이 시계 제로의 혼란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조만간 치러질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군부와 세속주의자, 무슬림형제단 간의 치열한 권력 다툼이 벌어질 경우 ‘아랍의 봄’을 능가하는 혼란이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3일(현지시간) 오후 9시 압델 파타 엘시시 국방장관은 무르시의 대통령 권한을 박탈하고 이슬람 율법을 강조한 헌법의 효력을 전면 중지한다고 밝혔다. 이집트를 철권통치한 호스니 무바라크를 몰아내고 들어선 무르시 정권을 집권 1년 만에, 그것도 본격적인 반정부 시위 나흘 만에 끌어내린 것이다. 국영 TV로 전국에 생중계된 이 발표 직후 무르시는 공화국 경비대에 가택연금을 당했고 그의 지지 기반인 무슬림형제단(MB) 핵심 멤버들은 출국금지 조치와 함께 체포됐다. 조기 대선·총선 실시 방침을 밝힌 군부가 아들리 알 만수르 헌법재판소장에게 임시 대통령직을 맡기기까지 겨우 반나절이 걸렸다. 군사독재 타도 30년 만에 얻어낸 민주화가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갔지만 오히려 시위대는 군부를 환영하고 있다. 2년 전 과도정부를 세운 군부에 민권 이양을 요구했던 시위대의 모습과는 180도 달랐다. 이번 시위에서 충돌을 빚었던 세속주의 야권과 무슬림형제단의 관계도 변화무쌍하다. 2년 전 힘을 합쳐 무바라크의 퇴진을 요구했던 두 세력은 대통령이 하야한 뒤에는 서로 비방을 퍼붓더니 무르시가 취임한 이후에는 또다시 유혈 충돌을 빚기도 했다. 이들은 목적이 같으면 허물없는 동지가 됐다가도 정세가 바뀌면 언제든 상극으로 바뀔 수 있는 관계인 것이다. 군부의 권력 이양이 늦어질 경우 내전에 버금가는 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래 이집트를 이끌어 갈 새로운 지도자를 찾는 과정도 안갯속이다. 현재의 가장 유리한 세력은 군부다. 초대 대통령 무함마드 나기브를 비롯해 가말 압델 나세르, 안와르 사다트, 무바라크까지 네 명의 지도자를 잇달아 배출한 군부는 지금도 이집트 정치·경제·사법 분야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권력 중추인 최고군사위원회(SCAF)와 최상위사법기구인 최고헌법재판소(SCC) 모두 군부가 차지하고 있으며, 이집트 경제의 40%도 군부가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60년간 실권을 유지해 온 군부가 이번 시위 과정에서 보여준 결단력을 바탕으로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사람을 대통령 후보로 내세울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1928년 서구 지배와 왕정정치 타파를 목표로 탄생한 무슬림형제단 역시 이집트를 대표하는 세력이다. 이슬람이라는 정신적 코드를 바탕으로 권력 내부의 막강한 네트워크와 지지 세력을 보유한 덕에 역대 정권과 밀월관계를 유지해 왔다. 2000년대 온건 노선으로 돌아선 무슬림형제단은 급기야 지난해 자유정의당(FJP)을 창당해 제1당에 오르더니 정치 신인인 무르시를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비록 지금은 수세 국면에 놓여 있지만 상황이 바뀌면 언제든 수백만 지지자와 함께 타흐리르 광장으로 나온 다음 정국 혼란을 틈타 정권을 재차지할 수도 있다. 무바라크 퇴출에 이어 무르시까지 무너뜨린 세속주의 세력 또한 이집트 핵심 권력이다. 야권인 구국전선(NSF)은 아랍의 봄 시위를 주도한 무함마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을 대선 후보로 추천할 것으로 보인다. 황병하 조선대 아랍어과 교수는 “현재 야권 내부에는 자유주의를 표방하는 이슬람주의자와 콥트 기독교도 등 각계각층의 세력이 참여하고 있어 정치적인 단결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있다”며 “지난 대선 때처럼 야권 후보가 난립할 경우 군부나 무슬림형제단에 정권을 다시 내줄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최재헌 기자 goseoul@seoul.co.kr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축제 분위기 속… ‘이집트 군부독재’ 악몽 솔솔

    축제 분위기 속… ‘이집트 군부독재’ 악몽 솔솔

    이집트 역사상 최초의 민주 선거를 통해 선출된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이 반정부 시위대와 군부에 의해 권좌에서 쫓겨나자 이집트 전역은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4일 AP통신에 따르면 카이로의 민주화 성지인 타흐리르 광장과 대통령궁 주변에 운집한 수십만명의 반정부 시위대는 축포를 쏘고 “신은 위대하다” “국민들이 마침내 무르시 정권을 타도했다”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환호했다. 그간 무르시 정권에 대한 염증이 극에 달했던 시위대는 압델 파타 엘시시 국방장관의 사진을 들고 자동차의 경적을 울리면서 새 정권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반면 카이로 나스르시티와 카이로대 주변에서 집회를 열고 있었던 친무르시 세력은 군부가 무르시 대통령의 권한을 박탈했다는 소식을 접한 뒤 당혹스러운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무르시의 중추 세력기반인 무슬림형제단은 군부의 조치를 “명백한 쿠데타”라고 비난하면서 군부에 대한 저항 집회를 멈추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무슬림형제단의 게하드 엘 하다드 대변인은 3일(현지시간) CNN과의 인터뷰에서 “정세가 바뀔 때까지 거리에서 우리의 원칙을 고수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평화적인 변화를 원한다면 저항의 수단으로 폭력을 쓰지는 않겠다고 덧붙였다. 이집트의 소요 사태와 관련해 주요 국가들은 국민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은 채 독주하던 무르시가 물러난 것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복잡한 입장을 내비쳤다. 이번 사태를 쿠데타라고 규정하면 무르시 대통령 편에 선 것처럼 보이거나 쿠데타를 정당화하는 것으로 비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국가가 정국 안정을 위해 군부가 조속히 민간에 권력을 이양할 것을 촉구하는 선에서 입장을 밝히는 등 신중한 자세를 견지했다. 영국의 윌리엄 헤이그 외무장관은 민주주의 체제에서 분쟁 해결을 위해 군이 개입하는 것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지적하면서도 쿠데타라는 언급은 하지 않았다. 반면 지난 6월 이집트와의 외교 관계를 단절한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부는 무르시의 축출 소식에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알아사드 대통령은 자신의 공식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이집트에서 벌어지는 것은 이른바 정치적 이슬람주의의 몰락”이라면서 “정치적 목적 또는 특정 분파의 이익을 위해 종교를 이용하는 자들은 몰락하게 돼 있다”고 주장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무르시, 군부 최후통첩 거부… 이집트 국방, 쿠데타설 일축

    무르시, 군부 최후통첩 거부… 이집트 국방, 쿠데타설 일축

    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이 “48시간 안에 정치적 혼란을 해결하라”는 군부의 최후통첩을 거부했다. 2011년 민주화 운동을 통해 독재자 호스니 무바라크를 축출한 이집트가 또다시 대혼란에 빠져들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따라 최후통첩 시한인 3일 군부가 전면 개입하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이집트 대통령실은 2일 성명을 내고 “군부의 성명은 대통령과 협의하지 않은 일방적인 발표이며 혼란을 더욱 부추길 우려가 있다”며 군부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대통령실은 이어 “대통령은 앞서 시작된 절차에 따라 종합적인 화해를 이끌어내기 위해 (군부와) 노력하고 있다”며 “2011년 혁명을 통해 민주주의를 이룩한 이집트 국민은 절대로 역사적인 후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일 이집트 TV에 출연한 압델 파타 알시시 이집트 국방장관은 반정부 시위대의 전국적인 시위를 ‘전례 없는 민의의 표출’이라고 표현한 뒤 “국민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군부가 미래에 대한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알시시 장관의 발언은 무르시 대통령의 퇴진과 대선 재실시를 요구하는 시위대의 주장을 수용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면서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킬 것이라는 보도가 잇따라 나왔다. 발표 이후 무르시 대통령과 만난 알시시 장관은 “군부는 어떤 일이 있어도 정치나 정부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말해 일각에서 제기된 쿠데타 기도 주장을 일축했다. 이집트 정국 혼란이 지속되자 고위 관리의 사임도 잇따르고 있다. 앞서 1일 법무·환경·통신 등 5명의 장관이 정치적 혼란에 책임을 지고 히샴 칸딜 총리에게 집단 사퇴 의사를 밝힌 가운데 무함마드 카멜 암르 외무장관도 사직서를 제출, 무르시에 적잖은 정치적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이집트 항소법원은 지난해 무르시의 압델 마지드 마흐무드 검찰총장 해임 결정은 무효이며, 그를 복직시키라고 판결하면서 무르시 정권과 사법부의 또 다른 갈등이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최재헌 기자 goseoul@seoul.co.kr
  • [위클리 포커스] 기로에 선 이집트 ‘아랍의 봄’

    [위클리 포커스] 기로에 선 이집트 ‘아랍의 봄’

    ‘재스민 혁명’(튀니지 민주화 혁명) 이후 ‘아랍의 봄’의 성지로 불렸던 이집트의 타흐리르 광장이 또다시 긴장에 휩싸였다.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을 축출한 뒤 반세기 만에 이뤄진 민주 선거에서 지도자를 뽑았던 이집트 시민들은 1년 만에 광장으로 다시 나와 무르시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며 제2의 재스민 혁명에 불을 지피고 있다. 무르시 정권 1년에 대한 평가와 향후 이집트 정국을 전망해 본다. 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 취임 1주년인 30일(현지시간) 수도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에서는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대와 친정부 세력 간의 대규모 맞불 시위가 벌어졌다. CNN·BBC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오후 타흐리르 광장에 모인 수천명의 시민들은 무르시 대통령의 하야와 재선거를 요구하며 대통령 집무실까지 행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야권과 시민단체로 구성된 시위대 ‘타마르루드’(아랍어로 반란)는 무르시의 불신임 서명운동에 이집트 전체 유권자의 절반에 달하는 2213만명이 서명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무르시 정권이 자신들을 옹립한 무슬림형제단의 권력 독점에만 혈안이 된 나머지 경제난과 치안 부재 등 이집트 내부 문제 해결에는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한 시위 참가자는 “무르시는 상처 입은 채 궁지에 몰린 사자”라며 “그가 우리를 공격하든 안 하든 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미국 공영방송(NPR)이 보도했다. 반정부 시위는 카이로, 알렉산드리아, 나일 델타 지역의 메누프·마할라, 운하 도시 수에즈, 포트사이드는 물론 무르시의 고향인 자가지그에서도 동시에 열렸다. 이날 이집트 전역의 시위에는 최대 100만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시간 반정부 시위대를 규탄하는 맞불 시위를 개최한 무슬림형제단 소속 회원과 친정부 성향의 이슬람주의자들은 “무르시는 역사적인 자유선거로 선출된 대통령이며, 불황과 종교적 갈등 문제는 현 정권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들은 이번 시위의 배후에 무바라크 전 대통령의 잔재 세력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무르시 대통령은 이날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만약 합법적으로 선출된 누군가를 바꾼다면 그들(시위대)은 또 새로 뽑은 대통령을 반대할 것”이라며 시위대의 퇴진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앞서 28일에는 카이로와 알렉산드리아에서 무르시 찬반 시위대 간 무력 충돌로 이집트 미 문화원 영어 강사로 일하던 미국인 앤드루 프록터(21)를 포함해 8명이 숨지고 600여명이 부상했다. 최재헌 기자 goseoul@seoul.co.kr
  • [전문가 진단] 이슬람·세속주의 충돌… 군부 개입이 관건

    [전문가 진단] 이슬람·세속주의 충돌… 군부 개입이 관건

    2011년 2월 아랍 민주화 운동의 영향으로 이집트는 장기 군부독재정권을 타도하고 민주주의 정권을 창출했다. 하지만 새 정권은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던 대다수 이집트인들이 원했던 형태가 아니라 이슬람주의를 주창하는 정권이었다. 그 중심에는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과 무슬림형제단(MB), 자유정의당(FJP)이 있었다. 30일은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이 취임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지난 1년 동안 이집트는 4900여 차례 파업과 22차례의 대규모 시위 등 수많은 정치·사회적 혼란을 겪었다. 이집트 정치와 사회를 움직이는 실질적인 주체는 이슬람 세력과 세속주의 세력, 군부다. 내부의 역학구도는 이슬람주의와 세속주의의 대립, 이슬람 세력과 군부의 갈등, 기득권 세력과 일반 대중의 갈등으로 형성돼 있다. 30일 대규모 시위를 주도한 세력은 지난 4월부터 활동하기 시작한 ‘타마르루드’(Tamarrud) 운동이다. 이는 무르시 정권에 대한 불신임, 불복종 운동으로서 세속주의 운동의 성격을 띠고 있다. 이 운동은 지난 대선 후보자였던 무함마드 엘바라데이 등 야권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이 운동은 무르시 대통령의 하야와 조기 대통령 선거를 요구하고 있으며, 1500만명 이상의 지지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반면 친 무르시 지지자들은 6월부터 ‘타자르루드’(Tajarrud)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는 공평과 공명정대, 합법성을 주장하는 운동으로 이슬람주의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이 운동은 무르시 대통령이 민주적 절차에 의해 합법적으로 당선됐기 때문에 반(反)무르시 집회를 개최하는 것은 반헌법적이고, 미국과 시온주의자(유대 민족주의자)들의 사주를 받은 무모한 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대중들은 지난 30년 동안 축적됐던 부패와 타락을 해소하기 위해 1년은 너무 짧은 기간이기 때문에 4년 정도는 기다려야 한다고 보고 있다. 정치적으로 1년 만에 무르시를 몰아내면 더 큰 혼란이 닥쳐 이집트의 정치는 더 큰 수렁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양 진영이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30일 반정부 시위 이후 이집트 사회의 미래가 여전히 불안한 것은 이슬람주의자들과 세속주의자들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계속 대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군부는 위기 때마다 정치에 개입할 공산이 크고, 이슬람은 이집트의 전통적·현대적 가치에서 여전히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 [오늘의 눈] 일자리 빼앗는 토호와 ‘어둠의 심연’/이천열 메트로부 부장급

    [오늘의 눈] 일자리 빼앗는 토호와 ‘어둠의 심연’/이천열 메트로부 부장급

    영국 작가 조지프 콘래드는 ‘어둠의 심연’(heart of darkness·영화 ‘지옥의 묵시록’의 원작)에서 문명 혜택을 받은 사람도 얼마나 쉽게 야만의 세계에 빠지는지를 그렸다. 유럽의 앞선 교육을 받은 지식인 커츠는 아프리카 오지 교역소 주재원으로 있으면서 온갖 수단을 동원해 무자비하게 상아를 긁어모으고, 원주민을 총으로 제압해 살아 있는 신으로 군림한다. 잔혹한 약탈자이자 독재자인 커츠가 만든 그곳은 암흑세계 그 자체다. 경찰관 등 그 어떤 견제 수단이 없는 오지의 공간에서 문명인 커츠는 야만적인 인간의 본성을 맘껏 드러낸다. 26일자 ‘일자리 빼앗는 토호들’ 기사를 쓰면서 이 소설을 읽을 때처럼 착잡했다. 장마와 무더위가 변주하는 후덥지근한 기후가 짜증을 보탰다. 커츠가 군림했던 아프리카의 기후를 닮아서일까. 커츠의 범죄와 대등하게 볼 악은 아니지만 그 은밀한 행위가 공정 사회를 야금야금 좀먹는 것이어서 마냥 두고 볼 일은 아니다. 요즘 같은 악조건에서도 아직 취업을 못 한 이들은 온몸이 흥건히 젖도록 땀을 흘리고 있다. 방학에도 방방곡곡 대학 도서관과 학원에 꼭두새벽부터 나와 책과 이력서와 씨름하고 있다. 그렇다고 취업이 기약된 것도 아니고, 수없이 좌절을 반복하며 참담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기자도 그런 과거가 있어 더 처연하다. 이들의 정직한 땀 냄새와 한숨이 진동하는 공간을 비켜난 또 다른 공간에서는 토호들의 부정 취업 음모와 가증스러운 환호가 떠돌고 있을 것이다. 알량한 권력으로 가족과 친인척에게 일자리를 주기 위해 인사권자를 으르고 달랠 그 현장이 눈에 보이는듯 선하다. 은밀한 그곳에서는 온갖 교묘하고 뒤틀린 편법이 동원될 게 뻔하다. 거래는 음침하고, 부모와 자식이 공범이 되는 것도 서슴지 않는 장면을 생각하면 흉악하기까지 하다. 부의 대물림보다 더 음흉한 수법으로 수많은 일자리가 피붙이에게 제공되는 기현상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얼마 안 되는 성공과 권세, 거짓된 명성을 앞세워 일자리를 빼앗는 과정을 모호하게 꾸미고 그럴듯하게 포장할 뿐이다. 자격과 실력을 따지지 않는 불공정 게임이 취업을 좌우한다면 사회는 불만으로 가득 차고 혼탁해진다. 커츠가 유럽행 증기선을 타고 가다 다시 정글로 도망치는 야만성을 버리지 못하듯 토호들의 부정 취업도 단숨에 사라질 문제는 아니다. 그 열매가 달콤하고 중독성이 강해서인지는 모르겠다. 문제는 토호 본인도, 사회 분위기도 큰 죄로 보지 않고 관행으로 여긴다는 점이다. 상대적으로 더 많은 수입과 안정을 제공하는 질 좋은 일자리를 빼앗는 일이 과연 돈 몇푼 훔친 죄보다 가볍다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걸 끊으려면 시민이 지켜보고 내부자 고발이 있어야 한다. 이에 앞서 공익과 정의를 위한 내부 고발은 ‘배신이 아니다’라는 공감대가 필요하다. 정부도 나서야 한다. 작은 권력을 누르는 것은 큰 권력이다. 그리하여 죽음을 맞으면서 “끔찍해. 끔찍해!” 하고 통렬히 자기 반성을 하는 커츠의 외마디를 일자리 훔치는 토호에게도 듣고 싶다. sky@seoul.co.kr
  • ‘국정원 사건’ 진보 촛불 vs 보수 맞불 집회

    주말 이틀 동안 서울 곳곳에서 진보와 보수 단체가 국가정보원의 선거 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집회를 열고 상반된 목소리를 냈다. 광화문 일대에서는 국정원의 정치·선거 개입 의혹과 경찰의 부실한 수사를 규탄하고 국정조사를 촉구하는 촛불 집회도 잇따라 열렸다. 경찰은 ‘국정원의 인터넷 댓글 사건’이 제2의 촛불 사태로 확산하지 않을까 주시하고 있다. 전국 15개 대학 총학생회가 가입한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 소속 대학생 등 400여명은 23일 중구 청계광장 인근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이틀째 국정원의 선거 개입을 규탄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촉구하는 촛불 문화제를 열었다. 이들 중 일부는 집회 직후 해산을 거부하고 시청 방향으로 거리 행진을 하다 경찰과 대치 끝에 몸싸움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학생들에게 최루액을 발사하기도 했다. 한대련 측은 “박근혜 정부에서 국정원이 정치에 개입하는 등 박정희·전두환 정권과 똑같은 독재가 재현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 단체들의 맞불 집회도 이틀째 이어졌다. 보수 단체인 어버이연합 회원 100여명도 이날 같은 시간 청계광장 건너 맞은편 동아일보 사옥 앞에서 집회를 열고 한대련과 대치하기도 했다. 이들은 “국정원은 진실로 드러난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전문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수성향의 자유청년연합은 지난 22일 여의도 새누리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종북좌파 세력과 민주당은 국정원 댓글 사건을 국정원의 공작으로 몰아 박근혜 정부를 무력화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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