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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속빈 ‘당근’에 중동민심 돌아설까

    속빈 ‘당근’에 중동민심 돌아설까

    튀니지·이집트에 이어 리비아에까지 민주화·반정부 시위가 번지자 깜짝 놀란 중동 전제 왕정과 독재자들이 국민들에게 대대적인 경제 혜택 및 개혁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민심을 달래고 있다. 왕정 교체를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로 흔들리고 있는 바레인에서는 정부가 23일(현지시간) 대규모 사면으로 민심 잡기를 시도했다. AFP통신은 정부 발표를 인용, 왕정 전복 기도로 수감 중인 시아파 정치사범 23명을 포함, 308명을 석방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셰이크 하마드 바레인 국왕 지시로 이뤄진 이번 조치는 앞서 발표된 복지 혜택 강화 등의 조치에 이은 것이다. 그렇지만 야권은 내각이 사퇴하고, 공정하고 자유로운 총선이 실시되기 전까지는 정부와의 대화에 나서지 않고 시위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왕정 전제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도 민심을 달래려고 11조원 규모의 복지 혜택 확충 방안이라는 ‘당근’을 제시했다. 미국에서 허리디스크 수술을 마치고 석 달 만에 귀국한 압둘라 빈 압둘 아지즈 알사우드(87) 사우디 국왕은 23일 중동 각국으로 번지고 있는 시위사태를 의식한 듯 귀국에 맞춰 각종 부양책을 쏟아냈다. 그렇지만 지방선거제 도입이나 여권 신장 장려책 등 사회운동가들이 요구해 왔던 정치·사회 개혁 조치는 언급하지 않았다. 사우디에서는 정당이 없고 시위를 허용하지 않지만 정부에 불만을 표하는 시위가 공개적으로 열리고 있다. 격렬한 민주화 바람에 놀란 요르단의 압둘라 2세 국왕도 조속하고 실효적인 개혁을 실시하겠다고 약속한 상태다. 알제리의 압델 아지즈 부테플리카 정부도 19년 동안 계속돼 온 비상사태를 해제하겠다고 지난 22일 공식 천명했다. 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카다피 또 기괴한 연설 “시위대 약 먹고 환각상태서 싸우는 중”

    카다피 또 기괴한 연설 “시위대 약 먹고 환각상태서 싸우는 중”

    ‘피의 금요일’을 몇시간 앞둔 24일 밤(현지시간) 외신을 통해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가 공개적인 선언을 할 것이라는 긴급 뉴스가 떴다. 순간 각 언론은 리비아 소요 사태가 극적인 반전을 이루거나 적어도 유혈충돌을 앞두고 의미있는 상황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아닌지 촉각을 곤두세웠다. 하지만 막상 카다피 국가원수의 발언 내용이 공개되자 로이터통신을 비롯한 외신들은 “역시 이상하고 기괴한 내용”이라는 김빠진 반응을 보였다. 카다피 국가원수의 발언은 이날 알 아라비아 TV와의 전화통화 생중계 형식으로 소개됐다. 그는 먼저 “숨진 시위대에 애도를 표한다.”면서 “그들은 모두 리비아의 자식들”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알카에다의 오사마 빈 라덴이 리비아인을 조종하고 있다.”면서 “오사마 빈 라덴이 진정한 범죄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카다피 국가원수는 “오로지 나만이 도덕적인 권위를 갖고 있다.”면서 “리비아는 오사마 빈 라덴에 결코 동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궤변을 늘어 놓았다. 그는 심지어 자신을 여러 차례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에 비교하면서 “상징적인 지도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카다피 국가원수는 또 반정부 시위대를 향해 “제 정신인 사람은 참여하지 않을 것”, “환각을 몰고 오는 약을 먹고 자기들끼리 싸우는 것”이라며 횡설수설했다. 오사마 빈 라덴이 리비아인에게 약을 먹여 반란을 촉발시켰다는 황당한 주장이었다. 이를 두고 일부 외신은 “알 카에다를 부각시켜 서방의 동정심을 사려고 하는 것이냐.”고 비아냥거리는 의견을 함께 싣기도 했다. 최후의 요새인 트리폴리에서 반정부 세력과의 결전을 몇시간 앞두고 카다피 국가원수는 한층 더 기괴하고 상식을 벗어난 인상을 전 세계에 심어준 셈이다. 카다피의 이 같은 발언은 이날 알 카에다의 북아프리카 지부(AQIM)가 반정부 시위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성명을 낸 이후 이뤄졌다. 이와 관련, 일부 외신은 카다피가 막무가내식으로 광기 어린 독설을 쏟아내는 데는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내놓았다. BBC 등 외신들은 ▲카다피를 호위하는 군 ▲사분오열된 경쟁세력 ▲서부지역의 지지 부족 ▲막대한 원유자원 등 4대 기반이 독재자의 생명을 유지시켜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우선 아들 등 측근이 이끄는 군부가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다. 리비아 정규군은 4만여명뿐인 데다 제대로 훈련받지도 못해 상징적 존재에 불과하다. 두 번째 버팀목은 카다피가 족장으로 있는 알카다파 부족이다. 카다피는 41년 통치기간 동안 자신의 부족 출신 인사를 주요 보직에 앉혀 보안군을 장악했다. 제대로 된 야권이 없는 것도 카다피가 건재할 수 있는 이유다. 카다피의 마지막 보루는 440억 배럴 이상으로 추산되는 풍부한 원유이다. 서방권은 만일 카다피가 권좌에서 축출되면 석유 시설을 파괴하는 등 과격행위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박찬구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혼돈의 리비아] 카다피 축출땐 부족간 석유 쟁탈전… 제2 소말리아로 가나

    궁지에 몰린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가 22일(현지시간) 시위대를 향해 ‘피의 역습’을 선언하면서 꼬일 대로 꼬인 리비아 정국이 더욱 암울해졌다. 전문가들은 카다피가 선전포고를 시작으로 전 국토를 혼란에 빠뜨려 부족들을 위협한 뒤 재집권을 꾀할 것으로 내다본다. 리비아가 소말리아처럼 장기 내전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튀니지나 이집트 등 ‘민주화 도미노’를 먼저 거친 아랍국과 달리 리비아의 혼돈은 오래갈 가능성이 커졌다. ●카다 피, 석유시설파괴 혼란 유도 카다피가 이미 ‘자해작전’에 돌입했다는 설이 흘러나온다. 전직 미 중앙정보국(CIA) 중동지역 담당자인 로버트 바엘은 23일 리비아 내부 소식통을 인용, 카다피가 석유 생산시설을 파괴하려 한다고 미 시사주간 타임의 칼럼을 통해 전했다. 석유를 무기로 리비아 내·외부의 반(反)카다피 세력에 “카다피와 대혼란 중 한쪽을 택하라.”는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카다피가 ‘벼랑 끝 전술’을 선택한 것은 취약해진 지지 기반과 관련이 깊다. 자신이 속한 알카다파 부족 외에는 기댈 곳이 없는 데다 군부마저 점점 등을 돌리고 있다. 카다피가 자신이 퇴진하지 않은 채 ‘무늬만 개혁안’을 내놓는 등 점진적 사태수습에 나선다면 강제 축출될 가능성이 크다. 카다피는 이 때문에 차라리 정국을 내전으로 몰고 가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바엘은 “카다피가 주변 인사들에게 ‘다시 권력을 찾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리비아를 소말리아로 만들어 반역자들이 후회하도록 만들 수는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카디피는 또 “나는 오랫동안 싸울 돈과 무기가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족간 암투 계속될 듯 카다피가 대국민연설 뒤 이슬람 무장세력을 대규모 사면한 것도 혼란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극단세력이 외국인과 반 카다피 부족들을 공격하도록 해 리비아를 공포에 몰아넣으려는 것이다. 바엘은 “카다피는 서방사회가 반정부 시위를 점화시켰다고 생각한다.”면서 “이 때문에 카다피가 최근 몇주 동안 리비아 주재 유럽 대사들에게 자신이 무너지면 아프리카 이민자들이 유럽을 휩쓸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밝혔다. 카디피의 계획이 실패해 그가 축출된다고 해도 내전이 계속될 공산이 크다. 우선 석유가 재앙의 씨앗이 될 수 있다. 디에데릭 반데발레 미 다트머스대 교수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원유 시설을 통제해 온) 카다피가 물러나면 석유 지분을 차지하기 위한 부족 간 충돌이 벌어져 더 큰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국제 석유업계들까지 리비아 내부에 계속 간섭해 혼란을 더욱 부채질할 가능성이 있다. ‘포스트 카다피’를 놓고 벌어질 암투도 리비아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만든다. 부족장들은 이미 카다피 이후 지도자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리비아 전문가인 로널드 브루스 세인트 존은 “카다피가 군의 쿠데타 가능성을 염려해 군 사령관을 한 자리에 오래 두지 않는 등 경계했기 때문에 군부에서 통치자가 나올 가능성은 적다.”면서 “부족들이 통치 위원회를 만들어 리더십 공백을 막을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국제 스포츠경기에 중동 민주화 불똥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뒤덮은 ‘재스민 혁명’의 여파로 각종 스포츠 행사가 줄줄이 취소 또는 연기되고 있다. 바레인에서 열릴 예정이던 국제자동차경주대회 포뮬러 원(F1) 그랑프리 2011시즌 개막전이 취소됐다. 올해 F1 대회는 다음 달 11일 바레인 개막전을 시작으로 11월 27일 브라질 대회까지 모두 20개의 레이스를 치를 예정이었다. 하지만 바레인 그랑프리가 반정부 시위로 인해 취소되면서 전체 일정이 꼬이게 됐다. F1 대회조직위원회는 다음 달 25일부터 열리는 호주 멜버른 대회를 시즌 개막전으로 변경하고, 바레인 대회를 적당한 시점에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바레인 인터내셔널 서킷의 자이드 알자야니 대표는 “바레인 대회가 열린다면 바레인 국민 축제의 장이 될 것”이라면서 “F1 팀과 드라이버, 관계자 모두가 가까운 시일 내에 바레인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축구도 마찬가지다. 민주화를 열망하는 시민들의 함성으로 30년 독재자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을 권좌에서 끌어내린 이집트 축구협회는 22일 아프리카축구연맹(CAF)에 서한을 보내 다음 달 열리는 2012 아프리카네이션스컵 예선경기를 연기해 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라고 22일 밝혔다. 대회 예선 G조에 속한 이집트는 다음 달 24일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원정 경기를 치르기로 돼 있지만 혁명이 진행되고 있어 참가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최근 반정부 시위가 격렬해진 예멘도 싱가포르와의 2012년 런던올림픽 축구 예선경기를 미루는 등 확산된 시위와 혁명이 각종 스포츠 행사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중국·중동 같은 점과 다른 점

    중국·중동 같은 점과 다른 점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뒤덮은 ‘재스민 혁명’의 기세가 거세다. 재스민 혁명의 바람이 중국에까지 스며들 수 있을지 바라보는 시선도 늘고 있다. 중동이나 중국은 모두 하나의 집권당이 수십년 동안 독재를 해온 데다 최근 들어 가파르게 확산된 사회 불만이 본격적으로 분출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그렇지만 중동과 중국 상황은 여러 가지 점에서 판이하다. 우선 중국이 공산당 일당 독재라면 중동은 일인 독재의 경향이 높다. 중국에서는 공산당 엘리트 사이에서 높은 예측 가능성 속에 지도자 교체가 진행되고 있다. ‘공산당 안에서의 민주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한 사람이 30~40년을 집권해 온 이집트, 튀니지, 리비아 등과는 상황이 다르다. 시리아 등 부자 세습 정권은 말할 것도 없고 사우디아라비아, 모로코 등 왕정 전제 국가들과도 대비된다. 그만큼 중국 공산당은 국민들 사이에서 합리성을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에서는 개발 독재를 통해 얻은 성장 과실의 상당 부분이 국민들에게 나눠지고 흘러 들어가고 있다는 점도 차이다. 국민 상당수가 ‘성장 과실’의 혜택을 보고 있고, 중산층도 형성되기 시작했다. 전반적인 생활 수준 상승 속에 사회기반시설 확충이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 빈부 차가 갈수록 커지고, 연해 도시와 내륙·농촌의 차가 벌어지면서 사회 불안정 요인도 증가하고 있다. 그렇지만 빈자가 대다수이고 한 줌도 안 되는 왕족이나 부호, 독재자와 측근들이 부와 권력을 장악하는 중동과는 비교할 수 없다. 중국은 도시 빈민들의 수적 확대 및 중산층 욕구 확대 등을 여전히 체제 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다. 국민 대다수가 이슬람 교도인 중동에서는 종교가 민주화 시위의 저변에서 구심점 역할을 하지만 세속적인 중국에서는 사회 저항 세력을 조직화할 구심점이 없다. 또 중국에서는 공산당 우위의 문민 통제를 확실하게 지켜 나가고 있는 반면, 이집트 등 중동 국가 상당수는 군부가 직접 집권하거나 정치를 좌우하는 결정력을 갖고 있다. 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격랑의 중동] 초강경 시위 진압 카다피는

    초강경 시위 진압으로 세계를 경악시키고 있는 리비아의 국가원수 무아마르 알 카다피(69)는 현존하는 세계 최장기 독재자로 꼽힌다. 42년째 집권을 이어오고 있는 그 역시 한때는 젊은 혁명 영웅이었다. 부패한 왕과 낡은 전제군주제를 몰아내고 국가의 면모를 일신했던 인물이었다. 1942년 유목민의 아들로 태어난 카다피는 1963년 대학을 졸업한 뒤 군사학교에 들어가 직업군인이 됐다. 당시 이집트 대통령이었던 나세르를 모방해 젊은 장교들로 구성된 ‘자유장교단’을 구성한 카다피는 1969년 쿠데타를 일으켰다. 일개 대위에서 일약 혁명평의회 의장으로 취임해 권력을 장악한 카다피는 국부 유출의 원흉으로 규탄의 대상이던 외국 석유회사들을 추방하고 석유자원을 국유화했다. 미군기지를 철수시키고 비동맹운동에 참가하는 등 독자외교노선을 견지했다. 과거 리비아를 식민지배했던 이탈리아인들을 추방하고 그들의 재산을 몰수하는 등 식민잔재도 철폐했다. 하지만 카다피는 단일 이슬람 국가 건설을 시도하고 엄격한 금욕주의 정책을 시행하는 등 점차 무리수를 두기 시작했다. 괴팍하고 종잡을 수 없는 행동으로 외교무대에서 숱한 물의를 일으키는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중동사 전문가 고 앨버트 후라니는 저서 ‘아랍인의 역사’에서 정권을 잡을 당시의 카다피에 대해서는 ‘장교 출신의 탁월한 인물’로 표현한 반면 권력을 장악한 뒤의 그는 ‘예측할 수 없는 인물’로 묘사했다. 카다피는 미군기지를 철수시키는 등 반미노선을 견지했고 그 대가로 리비아는 오랫동안 미국과 군사적 긴장관계를 유지하며 대외적으로 고립을 감수해야 했다. 미국은 1979년 시위대가 리비아 주재 미국 대사관을 방화하는 사건이 일어나자 1980년 외교관계를 끊었고 이후 리비아를 테러지원국 명단에 올렸다. 미국을 겨냥한 테러사건의 배후라는 이유로 1981년과 1986년 두 차례 리비아를 폭격하기도 했다. 하지만 리비아와 미국은 2003년 12월 핵무기 프로그램 폐기에 전격 합의했고 이후 관계개선을 거쳐 2006년 대사급 외교관계를 수립하며 외교관계를 전면 정상화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특파원 칼럼] 중국의 김정일 생일선물/박홍환 베이징특파원

    [특파원 칼럼] 중국의 김정일 생일선물/박홍환 베이징특파원

    역시 중국과 북한은 ‘그날’을 거르지 않았다. 이집트의 독재자 무바라크가 시민의 힘에 굴복해 퇴진한 지 채 48시간도 지나지 않은 13일 중국은 부총리급인 멍젠주(孟建柱) 국무위원 겸 공안부장을 북한에 보내 3대 세습을 진행 중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69번째 생일을 축하했다. 화면에 비친 생일선물은 영화 등이 담긴 DVD 4장과 만경봉을 닮은 수석, 서우타오(壽桃·장수를 비는 복숭아) 도자기 등 세 가지였지만 김 위원장은 헤아릴 수 없는 큰 선물을 받았다고 생각한 듯하다. 김 위원장은 자신의 생일 하루 뒤인 17일 정월 대보름 밤 류훙차이(劉洪才) 중국대사 등 평양에 거주하는 중국인들을 위한 연회를 베풀어 아들인 김정은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등 당·정·군 최고지도자들과 함께 직접 관람했다. 정월 대보름은 중국에서도 위안샤오제(元宵節)로 가장 중요한 명절 가운데 하나다. 중국은 2009년과 2010년 김 위원장의 생일을 한달여 남겨둔 시점에 왕자루이(王家瑞)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북한에 보내 현안 논의와 함께 생일을 미리 축하해 왔다. 이번에는 생일 직전이었다는 점, 직급도 한 단계 상향됐다는 점 등이 다르다. 그만큼 중·북 우호관계를 강조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게다가 멍 부장은 김 위원장의 마음을 흡족하게 하는 화려한 수사(修辭)까지 동원했다. 14일 김 위원장 부자와 만난 그는 “조선노동당 대표자회에서 김정일 동지께서 조선노동당 총비서로 추대되고 김정은 동지께서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추대돼 조선 혁명의 계승문제가 빛나게 해결된 데 대해 열렬히 축하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세습 문제가 완성됐다는 점을 축하한다는 뜻이다. 김정은을 파트너로 삼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 멍 부장이 마흔살 가까이 어린 김정은과 파안대소하는 사진은 이제 중국이 김정은과의 ‘정상외교’에 나설 준비를 마쳤다는 점을 확인시켜 준다. 중국과 북한은 한반도 긴장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지난해 더할 수 없는 밀월을 구가했다. 김 위원장이 이례적으로 두 차례나 중국을 방문했고, 양국 간 교역액은 30% 넘게 증가했다. 무엇보다도 중국은 잇단 도발로 국제사회의 비난에 직면한 북한의 최대 후원자 역할을 맡아 두둔하기에 바빴다. 후진타오(胡錦濤) 주석과 시진핑 부주석 등 중국의 최고지도부는 기회 있을 때마다 “선배 혁명가들이 만들어 놓은 중·북 전통 우호관계를 세대를 이어 계승·발전시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시 부주석은 특히 “위대한 항미원조전쟁(한국전쟁의 중국 명칭)은 침략에 맞선 정의로운 전쟁이었다.”며 6·25에 대한 세계사적 평가를 뒤집기까지 했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북·중의 이런 밀월관계를 감안하면 머지않은 시기에 김정은이 중국을 방문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28살에 불과한 김정은이 아버지와 나이가 같은 후진타오 주석을 만나 악수하는 ‘어색한 장면’이 연출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일반적인 외교관계로 해석하기 힘든 북·중관계에서는 전혀 어색하지 않게 받아들여질 것이라는 게 베이징 외교가의 분석이다. 중국이 김 위원장에게 희귀한 생일선물을 보내고, 권력 세습의 완성을 축하하는 한편 김정은을 대화 파트너로 삼는 건 오롯이 자신의 몫이다. 6·25에 참전해 10만명 넘는 전사자를 낸 입장에서 북한과의 혈맹을 언급하지 않는다면 마오쩌둥의 통치행위에 대한 부정일뿐더러 전사자 후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닐 듯도 싶다. 하지만 중국이 모르는 사실이 있다. 국민의 선거로 뽑히지 않은 권력, 그것도 아버지에서 아들로 이어지는 권력 세습을 공식적으로 축하한다는 건 중국에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 공산당은 비록 아전인수 격이기는 하지만 지난해 기관지를 통해 ‘민주화’가 세계적·시대적 조류라고 정의 내린 바 있다. 명실상부하게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은 북한의 세습정권이 무너졌을 때 과연 오늘 김 위원장에게 건넨 ‘생일선물’의 의미를 뭐라고 설명할 것인가. stinger@seoul.co.kr
  • “중동 대중권력 시대 좋긴 한데”… 친미 깃발 유지 고심

    “중동 대중권력 시대 좋긴 한데”… 친미 깃발 유지 고심

    중동과 북아프리카 일대가 반정부 시위로 들끓으면서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의 대중동 정책도 대전환의 갈림길에 섰다. 친미국가와 반미국가 가릴 것 없이 시민혁명의 불길에 휩싸인 아랍권이 지금 미국에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던져주고 있는 것이다. 예상치 못한 중동의 지각변동 앞에서 미국은 허둥대고 있다. 튀니지 벤 알리 정권의 붕괴를 지켜보면서도 미처 이집트 무바라크 정권의 몰락은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친미 독재정권 붕괴가 반미 이슬람 정권의 등장으로 이어지는 일만은 막아야 한다는 1차 목표만 확고할 뿐 이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의 각론에 대해서는 마땅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중동의 안정이라는 전략적 이해와 중동의 민주화라는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동맹을 재구축하고 자신들의 영향력을 유지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은 까닭이다. 뉴욕타임스(NYT)는 17일(현지시간) 미국이 중동지역에서 확산되고 있는 민주화 바람과 독재자에 의해 지탱돼 왔던 안정이라는 상반된 가치 사이에 끼여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고민은 ‘맞춤형 대응’에서 일단이 드러난다.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국가들과의 외교 관계에 따라 차별화된 대응을 펴고 있는 양상이다. 당장 동맹국인 바레인 정부에 대해 미국은 이집트 시위 초기의 대응기조를 견지하고 있다. 시위대의 민주화 요구를 지지하면서도 바레인 정부의 퇴진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인구 70만명의 소국이지만 미 해군 5함대 사령부가 있는 전략적 요충지로, 이란 이슬람 시아파 정권의 영향력을 최일선에서 차단해 온 바레인 수니파 정부의 퇴진과 이후의 정국 혼란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은 까닭이다. 반면 대표적인 반미국가인 이란에 대해서는 인터넷과 언론의 자유를 촉구하며 반정부 시위대에 대한 원거리 지원사격을 펴고 있다. 중동 친미 정부들과의 협력 태세도 대폭 강화하고 나섰다. 무바라크 이집트 정권이 붕괴된 뒤로 미 행정부는 오바마 대통령과 조 바이든 부통령,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등이 모두 나서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 셰이크 알사바 쿠웨이트 국왕,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 왕세자 등과 전화 통화를 하는 등 친미 전선 수호에 부심하고 있다. 이 같은 미 행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환점을 맞은 중동의 향후 지형이 미국에 유리한 구도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각이 적지 않다. 설령 다각도의 노력으로 반미 성향의 이슬람 정권 탄생을 저지하는 데 성공하더라도 시민혁명에 의해 탄생된 새 정권들이 일방적인 친미 노선을 견지해 나갈 것으로 기대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권력의 추가 독재권력에서 일반 시민들에게로 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그동안 극소수의 절대권력자에게 의존해 왔던 미국의 중동 전략이 한계점에 다다랐다는 것이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중동 프로그램 책임자 마르완 무아셰르는 “수십년간 미국은 (이 지역에서) 석유와 이스라엘 때문에 민주주의보다 안정을 우선시했으나 이 같은 정책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절대권력이 아닌 대중권력을 향해 중동전략을 새로 짜야 한다는 목소리가 미국 내에서 높아가고 있다. 워싱턴 김균미특파원 kmkim@seoul.co.kr
  • 수류탄 투척… 野지도자 구금설… 중동 ‘폭풍전야’

    무슬림(이슬람 신도)이 금요예배를 올린 18일(현지시간) 중동에서는 민주화 시위와 희생자의 장례식이 진행된 가운데 유혈 사태가 발생했다. 바레인에서는 보안군의 강제 진압으로 사상자가 발생하고, 예멘에서는 반정부 시위대에 수류탄이 던져져 수십명이 부상했다. 바레인과 리비아, 이란 등지에서도 희생자가 속출했다. 바레인의 수도 마나마에서는 이날 진주 광장으로 향하는 반정부 시위대 수천명에게 보안군이 최루탄을 발사하고 강제 진압하는 과정에서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이곳은 전날 경찰에 의해 시위 참가자 5명 이상이 숨진 곳이다. 목격자들은 시위대가 친서방 체제의 전복을 요구했으며, 진주광장 인근에서 총성이 들렸다고 전했다. 사상자의 규모는 즉각 확인되지 않았다. 남부 시트라의 이슬람사원에서는 수천명이 참석한 가운데 희생자 3명의 장례식이 열렸다. 이들은 “하마드 국왕에게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사원 위로는 경찰 헬기가 비행하며 시위 확산을 경계했다. 바레인 인구 70%가량은 시아파지만 40년간 권력을 차지한 것은 수니파인 알할리파 가문이다. 때문에 수니파에 대한 시아파의 소외감이 시위를 더욱 격화시키고 있다. 예멘의 수도 사나에서 남쪽으로 200㎞ 거리인 타이즈의 후리야(자유) 광장에서는 이날 반정부 시위대를 향해 누군가가 수류탄을 던져 시위 참가자 25명이 다쳤다. 시위 참가자들에 따르면 시위 도중 차량 한 대가 광장으로 접근한 뒤 누군가가 수류탄을 던지고 달아났다. 1만여명 규모의 시위대는 부상자들이 병원으로 옮겨진 뒤에도 “독재자 타도”, “압제 타도” 등의 구호를 외쳤으며, 경찰은 공포탄과 최루탄을 쏘며 강제 해산을 시도했다. 남부도시 아덴에서는 경찰 발포로 시위대 1명이 숨졌다. 이란에서는 야권이 이날로 예정된 반정부 시위를 친정부 세력과의 충돌을 우려해 20일로 미뤘다. 사법부 수장인 아야톨라 사데크 라리자니는 “폭동 지도자들이 이끄는 단체의 반역행위는 결코 감춰지지 않는다.”며 야권 지도자들을 비난했다. 뉴욕타임스는 야권 핵심인 미르 호세인 무사비 전 총리가 실종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고 17일 보도했다. 무사비의 딸은 야권 웹사이트에서 지난 15일 이후 부모와 연락이 끊긴 상태라며 당국에 의한 구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6일부터 이틀 동안 시위 참가자 20여명이 사망한 리비아에서는 이날 제2의 도시 벵가지와 알 바이다에서 장례식이 열렸다. 벵가지에서는 군 병력이 처음으로 시가지에 배치된 가운데 시위대 수천명이 집결해 42년째 집권하고 있는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 원수를 규탄했다. 이집트 카이로의 타흐리르 광장에서는 시민 수십만명이 무바라크 정권의 종식을 기념하는 ‘승리의 행진’을 벌이며 군부에 정치개혁 이행을 요구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트위터 천하? 경기장선 불청객!

    트위터 천하? 경기장선 불청객!

    30년 독재자를 무너뜨릴 정도로 세계 곳곳에서 트위터의 열기가 뜨겁다. 그러나 스포츠 분야만큼은 트위터가 아직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는 듯하다. 경기장에서 트위터를 금지하는 곳도 생겼고,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가 구설에 휘말린 스포츠 스타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호주코치 시합도중 중계로 유명 경기장에서 트위터를 금지한 종목은 인도의 ‘국기’ 크리켓이다. 국제크리켓평의회(ICC)는 오는 19일부터 4월 2일까지 인도·스리랑카·방글라데시에서 열리는 크리켓 월드컵에서 경기 중 트위터를 하는 것을 공식 금지한다고 16일 밝혔다. ICC 부패방지위원회는 “선수나 코칭스태프들이 경기 중 트위터에 올린 의견을 불법 도박업자들이 이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경기 흐름을 날카롭게 읽는 선수나 코치가 트위터로 경기의 방향을 알려주면 그것을 참고해 도박사들이 이기는 쪽에게 돈을 걸 수 있다는 것이다. 인도에서는 크리켓의 인기가 워낙 높아 대표팀이 경기할 때 수백만 달러의 뒷돈이 도박판에서 거래되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다. 실제로 많은 선수가 경기 중 트위터를 아무렇지도 않게 해 왔다. 호주팀 코치 스티브 버나드는 시합 중 트위터로 생중계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영국의 인기 있는 크리켓 선수인 케빈 피터센은 최근 트위터 때문에 벌금까지 물었다. 경기 직후 “사상 처음으로 토너먼트에서 탈락했다.”는 글을 올린 탓이다. ICC 대변인은 “월드컵 이후에도 경기 중 트위터를 금지할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세계 스포츠 팬들의 관심은 규모가 큰 국제 대회에서 트위터가 금지되는 것이 관례로 굳어질지 여부다. 월드컵이나 올림픽 등 큰 국제 대회일수록 ICC가 우려한 부작용이 더 크게 나타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수가 아닌 관중들이 트위터를 하는 것까지 막아야 할지 등은 맹점으로 남아 있다. 스포츠 스타와 팬 사이의 거리를 바짝 좁혀 주는 것이 트위터의 순기능이지만 이 트위터 때문에 불필요한 구설에 휘말리는 경우도 많다. 프로배구 대한항공의 이영택(34)은 지난 13일 현대캐피탈-삼성화재전을 보다가 트위터에 남긴 글 때문에 팬들의 비판을 받았다. ●불필요한 구설에 휘말리기도 현대캐피탈의 리베로 김대경이 무릎 통증을 호소하며 실려 나가는 것을 보고 “현대캐피탈 두 번째 리베로 부상? 일부러 연기하는 것처럼 보이는 건 나만 그럴까?”라는 글을 올렸는데, 이 글이 인터넷에 퍼지면서 일부 팬들이 “같은 운동선수끼리 부상을 놓고 연기를 의심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한 것. 축구 국가대표 기성용(22·셀틱)도 최근 아시안컵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 한 ‘원숭이 세리머니’와 관련해 트위터에 해명 글을 올렸다가 더 큰 논란을 자초한 적이 있다. 그러나 스포츠마케팅 측면에서 트위터를 비롯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단점보다 장점이 더 많다는 것이 전문가의 평가다. 스포츠마케팅 전문가인 김주호 제일기획 마스터(그룹장)는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스포츠의 특성상 SNS와 결합하면 방송이나 신문, 인터넷 같은 기존 채널을 확장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면서 “스포츠 스타의 경우 마케팅 측면에서의 SNS 사용을 숙지한다면 구설 등의 단점을 금방 극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요동치는 중동] “벤 알리·무바라크 이어 하메네이 떠날 차례다”

    [요동치는 중동] “벤 알리·무바라크 이어 하메네이 떠날 차례다”

    “벤 알리, 무바라크에 이어 이제는 사이드 알리(최고지도자)가 떠날 차례다.” 14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벌어진 반정부 시위는 2009년 대선 직후 전국적으로 일어났던 대규모 시위와는 달랐다. 당시 시위대는 선거 부정 의혹을 제기하며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을 비난했고 재선거를 요구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1989년 이후 지금까지 최고 종교지도자로서 이란 최고의 권력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타깃이 됐다. 선출직인 대통령이 아닌, 신성 체제의 최고 권력자에 대한 도전이다. 수만명이 참가한 시위대는 2년 전 시위의 주요 무대였던 아자디 광장에 집결, 도심에 자리한 이맘후세인 광장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이들은 “하메네이에게 죽음을”, “독재자에게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유튜브에 공개된 한 동영상에는 시위대가 하메네이 사진을 불태우는 장면도 담겨 있다. ●이맘후세인광장 ‘완전봉쇄’ 시위는 당초 이집트 민주화 운동을 지지하려는 목적에서 계획됐다. 하지만 정부는 이슬람혁명일에 정부가 주관하는 공식 집회를 빼고는 모든 시위를 불허했다. 정부는 불법 시위에 강경 대응하겠다고 공언했고, 이를 실행에 옮겼다. 실제로 경찰은 시위대의 최종 목적지인 이맘후세인 광장 인근에서 최소 100곳 이상을 봉쇄했고 최루가스와 곤봉을 동원했다. 일부 경찰이 총을 사용해 결국 두명이 숨지고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또 50명가량의 경찰은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며 눈에 띄는 시위대에 곤봉을 휘둘렀다. 친정부 민병대인 바시즈도 등장해 구호를 외치는 반정부 시위대를 가차 없이 진압했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일부 시위대는 쓰레기통에 불을 지르고 시위를 진압하려는 경찰에게 돌을 던지며 저항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공식 통계는 확인되지 않지만 수십명이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외신들은 이날 테헤란 전역에 수천명의 시위 진압 인력이 배치됐다고 추정했다. 결국 저녁쯤 테헤란의 대다수 거리에서 시위대는 사라졌다. 하지만 오는 18일 또다시 대규모 시위를 가질 예정이어서 대규모 유혈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야권인사·기자 체포… 검색어 차단 이란 정부의 반정부 시위 차단 노력은 치밀했다. 정부에 집회 신청을 했던 야당 지도자 미르 호세인 무사비 전 대선 후보와 메디 카루비가 가택 연금되고, 시위 전까지 최소 20명의 야권 인사와 기자가 체포됐다. 야당 단체들이 웹사이트 이름으로 사용하는, 11월을 의미하는 단어 ‘바흐만’은 검색이 차단됐고 시위 당일 광장 인근에서는 휴대전화가 불통이었다. 외신 기자들에게는 비자가 발급되지 않았다. 시위 당일 인터넷 속도가 급격히 느려지기도 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우리는 거리의 야당과 용감한 사람들이 이집트 국민들과 같은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며 이란의 민주화 시위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요동치는 중동] 코샤리 혁명의 승자·패자는 누구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으로 18일 만에 막을 내린 이집트 코샤리 혁명‘을 놓고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 인터넷판이 14일(현지시간) 승자와 패자를 꼽았다. FP가 가장 먼저 꼽은 승자는 경찰의 무력진압을 무릅쓰고 거리로 나와 무바라크의 퇴진을 요구하며 이집트의 혁명을 이끌어낸 시위대다. 아랍 세계의 ‘피플 파워’을 보여줬다. 이집트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실시간 단위로 보도했던 알자지라는 아랍세계와 외부를 연결해 주면서 강력한 혁명의 도구 역할을 했다고 FP는 평가했다. 중동의 민주개혁가들도 이집트 혁명을 통해 얻은 게 많다. 이집트 시위에 긴장한 다른 독재자들이 이들의 얘기를 경청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정치적인 위기의 시기에 오히려 자신들의 힘을 더 키운 이집트 군과, 이집트를 포함한 중동 외교에 미국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동안 상대적으로 ‘레이더 망’에서 벗어나게 된 중국도 승자에 이름을 올렸다. 어부지리의 반사이익을 얻은 셈이다. 무바라크 일가가 이번 혁명의 패자라는 것은 굳이 후시대의 역사적 평가를 기다리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테러만이 아랍 세계를 바꿔놓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는 알카에다의 주장도 더욱 설득력을 얻기 어려워졌다. FP는 주요 야권 세력인 무슬림형제단을 승자가 아닌 패자로 지목했다. 무바라크의 대안 세력이라는 인식 때문에 누렸던 대중적 지지는 이제 무바라크와 함께 과거로 사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팔레스타인의 대차대조표는 다음 정권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당장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가 무관심 속에 방치될 가능성이 높아 패자로 분류됐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요동치는 중동] 혁명 후 계층 간 갈등 더 커져

    이슬람혁명 32주년을 맞아 이란 국민이 고물가와 계층 간 갈등으로 다시 폭발하고 있다. 2009년 대선 당시 유혈시위로 번졌던 ‘그린 무브먼트’가 튀니지·이집트 시민혁명에 힘을 얻어 ‘제2의 이란혁명’을 실현시킬지 주목된다. ●탄압정치·생필품 보조금 삭감에 분노 시위대를 이끄는 야권세력은 튀니지·이집트 시위를 1979년 이란혁명에 비유, ‘서방의 지원을 등에 업은 독재자에 저항한 이슬람 운동’이라고 표현하며 지지해 왔다. 하미드 다바쉬 미 컬럼비아대 이란학과 교수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이집트·튀지니 혁명으로 새 에너지를 받아 이번 시위는 2009년보다 더 과격해졌으며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와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 모두를 타깃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지원과 막대한 석유 수익을 등에 업고 탄압 정치로 일관한 팔레비 왕조를 무너뜨린 지 32년이 지난 지금 이란 내부는 정부의 탄압정치에 대한 분노가 응집돼 있다. 지난해 12월 이란 정부가 생필품에 대한 보조금 수백억 달러를 삭감하는 대규모 경제 개혁 조치를 단행하고 이로 인해 물과 식량, 석유, 가스, 전기 등의 가격이 살인적인 수준에 이르면서 시민들의 분노는 더욱 거세졌다. 1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보조금 삭감 이후 밀가루 값은 40배 가까이 뛰었고 석유 가격은 4~7배, 가스는 5배, 전기와 물값은 3배 이상 올랐다. 인플레이션 상승률은 11%에 이른다. 이란 전체 인구 7300만명 가운데 4800만명이 한 달에 800달러(약 89만원)도 벌지 못해 빈곤선 아래로 추락하고 있다. ●이란 지도자 “서방국가 시위 책임” 하지만 이란 지도자들은 시위의 책임을 서방국가에 전가하며 사태의 본질을 가리고 있다. 이번 행진이 ‘그린 무브먼트’를 되살리려는 음모로 규정하고, 서방국가들이 시위를 부채질해 이슬람 정권을 전복시키려 한다고 비난하고 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이란 대규모 유혈시위

    중동의 반정부 시위 물결이 걸프만으로 번져 이란에서 유혈 시위가 발생하고, 예멘에서는 나흘째 시위대와 정부가 충돌을 빚었다. 14일(현지시간) 이란에서는 야당 지지자를 비롯해 수만명이 참가한 반정부 시위가 벌어져 시민 1명이 사망하고 수십명이 부상하는 등 사상자가 속출했다. 야권은 이란혁명 기념일 일주일째인 오는 18일 다시 대규모 시위를 벌이겠다고 예고해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외신들에 따르면 시위는 수도 테헤란을 비롯해 중부 이스파한, 동북부 마슈하드, 남서부 시라즈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졌다. 테헤란에서는 아자디(자유) 광장과 엔겔라브(혁명) 광장 주변 등 도심 곳곳에서 시민 수만명이 ‘독재자에게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 이란 반관영 파르스 통신은 시위대와 경찰의 물리적 충돌 과정에서 시위를 구경하던 행인 1명이 총에 맞아 숨졌다고 보도했다. 이란에서 대규모 시위가 일어난 것은 2009년 대선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시위가 벌어진 이후 처음이다. 예멘에서는 수도 사나와 타이즈 등에서 반정부 시위대가 경찰과 친정부 시위대로부터 공격을 받아 수십명이 부상하는 등 유혈사태가 발생했다. 바레인에서는 수천명의 무슬림 시아파 시위대가 수도 마나마에서 정치개혁과 차별 철폐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다 경찰과 충돌해 2명이 숨지고 20여명이 다쳤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서울광장] 불감의 껍데기부터 벗겨내자/김성호 논설위원

    [서울광장] 불감의 껍데기부터 벗겨내자/김성호 논설위원

    이집트의 무바라크 대통령이 결국 성난 민심에 무릎을 꿇었다. 사퇴 의사를 번복하다가 쫓기듯 하야 성명을 낸 독재자의 말로가 비참하기 짝이 없다. 망명처가 어디인지도 모르는 데다 혼수상태설까지 나돈다. 30년 독재의 추악함은 그와 일가가 빼돌리고 감춘 재산의 덩어리가 고스란히 보여준다. 우방국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연합에 은닉한 검은 돈이 최고 78조원에 달한단다. 그것도 모자라 퇴진을 외치는 시위가 이어지던 18일 동안 해외 자산을 안전한 곳으로 옮겼다니 그 무지막지한 도덕 불감(不感)엔 붙일 말이 없다. 무바라크의 재산은 우리의 한 전직 대통령을 떠올리게 한다. ‘전 재산이 29만원’이라는 그 대통령 말이다. 뇌물수수와 군 형법상 반란 등의 혐의로 무기징역에 2205억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은 대통령. 검찰이 강제집행을 통해 533억여원을 추징했다지만 1672억원의 추징금이 아직 남아 있다. 강제징수를 피하기 위해 쥐꼬리만큼의 자진 납부를 간간이 이어가는 회피와 모면의 기술에 놀랄 따름이다. 무바라크의 은닉 못지않은 도덕성의 불감과 실종이 아닌가. 지금 우리 사회에 퍼진 불감증이 어디 전직 대통령의 도덕뿐일까. 그 엄청난 피해와 상처를 수없이 겪고도 ‘지난 50년간 유례를 볼 수 없는 최악의 구제역’이란 국가 비상사태에 직면해 있다. 자격 논란 끝에 줄줄이 낙마한 고위 공직자의 망신과 수치에도 불구하고 인사 청문회마다 위장전입이며 병역기피, 탈세의 비리가 어김없이 불거진다. 성수대교·삼풍백화점 참사에선 손톱만큼의 교훈도 건져내지 못한 듯하다. 개통 후 12차례나 크고 작은 운행 사고를 낸 국산 고속철 KTX산천은 바퀴가 선로에서 빠지는 위험천만의 탈선을 불렀다. 그뿐인가. ‘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치는’ 불감의 어리석음은 곳곳에 작렬한다. 구제역이 창궐하는 나라를 다녀온 농장주며 검역원들이 아무 생각 없이 이 농장 저 농장을 휘젓고 다닌다. 대낮 학교에서 버젓이 어린 학생을 납치해 몹쓸 짓을 한 인면수심도 여전히 흉흉하다. 지난해 사상 최대의 교육비리로 온 나라를 들썩이게 했던 교육계는 또 인사청탁 시비에 휘말리지 않았는가. 포격과 폭침의 참사를 보고도 종북의 목소리를 높이는 인사와 단체의 행태는 수그러들 줄을 모른다. 도처에 만연한 이 불감증의 원인은 늘상 무지와 회피다. 제대로 알지 못해 재앙을 반복하는 태만이고, 그때만 넘기고 보자는 위기의 모면. 복원된 지 석달 만에 쩍 금이 간 광화문 현판은 날씨 탓이란다. 전셋값이 폭등하는 난리에도 걱정할 상황이 아니라며 뒷전에 섰던 국토부 장관은 뒤늦게 “전·월세 대책을 계속 만들겠다.”며 말을 바꿨다. 전국이 소·돼지의 묘지로 변해버린 상황을 맞고서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구제역 매몰지 관리 실명제를 들고 나섰다. 지난 10일 화재 참사 3년을 맞아 문화재청이 공개한 숭례문 복원 현장을 보는 시민들의 반응은 ‘기대 반 걱정 반’이다. 새로 부임한 문화재청장의 “전통방식 그대로 온전하게 국보1호 숭례문을 되살려 내겠다.”는 말은 일단 고무적이다. 그런데 그 취임 일성에 얹힌 걱정의 끈이 녹록지 않다. 민족의 자존심을 회복하려다 졸속의 강박감에 갈라진 광화문 현판의 모습, 엉터리 장인의 장난에 놀아난 희대의 국새 사기극 잔상이 너무나 뚜렷하기 때문이 아닐까. 무바라크 대통령의 30년 독재를 청산하려는 이집트 국민의 각오가 단단한 것 같다. 사형을 시켜야 한다는 초강경의 입장도 만만치 않다고 한다. 불감의 늪에서 벗어나려는 반성과 의지의 결집이 아닐까. ‘잘 알지 못해서’, 아니 ‘일단 벗어나고 보자.’는 핑계의 불감증은 나와 세상을 급속히 오염시키고 망가뜨리는 전염병이다. 불감의 껍데기를 벗겨내야 한다. 두 눈 부릅뜨고 말이다. 불감을 넘어 무감으로 치닫는 망국병의 흔적이 너무 많지 않은가. kimus@seoul.co.kr
  • [요동치는 중동] “33년 철권 살레 퇴진을” 예멘 극렬시위 나흘째

    예멘의 수도 사나에서 정치 개혁과 독재자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나흘째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시위대를 공격해 격렬한 충돌이 발생했다고 현지 언론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바레인에서도 반정부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로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시위 양상이 격화하고 있다. 알자지라 방송에 따르면 예멘 사나에서는 학생과 인권운동가, 법조인 등이 주축이 된 반정부 시위대 3000여명이 사나 대학 캠퍼스에서 출발해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알타흐리르 광장까지 행진했다. 이들은 33년째 집권 중인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의 퇴진과 정치적 자유, 부정부패 척결 등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쳤다. 알자지라는 살레 대통령이 최근 2013년 임기를 채운 뒤 차기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시위대엔 아무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바레인 수도 마나마에서도 민생 문제 해결과 개헌, 총리 선출제 도입, 정치범 석방, 시아파 차별 철폐를 주장하는 격렬한 시위가 벌어졌다. 경찰은 수천명의 시위대를 향해 최루가스와 고무총탄을 쏘며 강경 대응했다. 시위에 참가한 2명이 총에 맞아 숨지고 20여명이 다쳤다. AP통신에 따르면 시위대는 투석전 끝에 시내 중심가에 있는 ‘진주 광장’을 저항 거점으로 확보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SNS 차단한 멍청한 정부 오히려 감사”

    “감옥에서 풀려나던 날 안대를 풀고 저를 때린 군인 모두와 입을 맞췄어요.” 이집트 혁명의 도화선이 된 와엘 고님(30) 구글 중동·아프리카 마케팅 임원이 13일(현지시간) CBS ‘60분’과의 인터뷰에서 12일간의 수감 당시 자신을 구타한 군인들을 용서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혁명의 두려움 스스로 인정” 고님은 지난해 6월 경찰의 부패를 밝힌 뒤 경찰의 구타로 숨진 26세 청년 칼리드 사이드의 죽음을 페이스북에 알리며 이집트 시민들을 거리로 쏟아져 나오게 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때린 이들은 정부 관리가 아니라 군인들이었다면서 “구타는 체계적이지도 않았고 개개인의 성향에 따른 것으로 교육을 받지 못한 단순한 사람들이 내가 나라를 위험하게 만든 반역자라고 확신했기 때문에 나를 때린 것”이라고 군인들의 입장을 이해했다. 그래서 지난달 28일 이후 12일간의 수감 생활에서 풀려나던 날 그는 군인들에게 “안녕하세요.”라고 정식으로 인사를 건네며 그들에게 입을 맞췄다. 그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없었다면 이번 혁명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소셜네트워크가 없었다면 이번 시위는 불꽃을 일으키지 못했을 겁니다.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유투브가 없었다면(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은) 불가능했을 일이죠.” 따라서 소셜네트워크에 대한 접근을 봉쇄한 정부의 정책이 오히려 더 사람들을 페이스북 뉴스에 관심을 갖게 하고 거리로 뛰쳐나오게 했다면서 그는 “멍청한 정부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가장 큰 전략적 실수는 페이스북을 막은 겁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400만명에게 혁명을 지옥처럼 두려워한다고 자인한 꼴이 된 거죠. 그래서 내가 누군가에게 감사해야 한다면 이 모든 일을 해준 멍청한 정부에 감사해야겠네요.” 그를 분노케 한 동력은 그에게 페이스북 페이지를 개설하게 한 청년 ‘칼리드 사이드’였다. 고님은 칼리드 사이드가 이집트어로 ‘영원한 행복’이라는 뜻이라고 상기시키면서 그의 죽음은 경찰이 세상을 조종할 수 있다는 듯 행동하며 사람들의 권리를 빼앗았다는 것을 깨닫게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가 죽자 깊이 상처를 받았고 이 정부와 싸우겠다고 결심했다.”고 밝혔다. ●“정치 관심없어… 구글 복귀 원해” 하지만 영웅이 된 고님은 정치에는 관심이 없다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구글이 나를 자르지 않으면 다시 구글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무바라크가 재판대에 서야 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복수는 내가 원하는 게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그는 무바라크 일가가 이집트에서 훔친 수백만 달러의 돈은 지금도 쓰레기통을 뒤져 먹을 것을 찾는 이집트인들의 돈이므로 반드시 돌려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님은 지금도 독재자로 신음하는 다른 중동, 아프리카 국가들의 국민들에게 두려움을 극복하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지난달 25일 거리로 처음 나갔을 때 ‘와, 일이 벌어지겠구나’ 생각했어요. 사람들의 혁명을 막는 유일한 것은 두려움이라는 심리적 장벽밖에 없었기 때문이죠. 그런 심리적 장벽을 깰 수 있다면 당신들도 반드시 혁명을 이룰 것입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김정일 1순위… 카다피·무가베

    김정일 1순위… 카다피·무가베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는 호스니 무바라크에 이어 무너질 가능성이 높은 독재자 5명을 꼽으면서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목록의 맨 위에 올렸다. 최근 포린 폴리시 인터넷판은 “무바라크의 실각으로 전 세계 독재자들이 다음 차례가 누구일지 걱정스럽게 주시하고 있다.”면서 김 위원장을 거명한 뒤 이어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짐바브웨의 로버트 무가베, 쿠바의 카스트로 형제, 벨라루스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를 지목했다. 포린 폴리시는 1994년부터 집권한 김정일 위원장과 46년 동안 집권한 그의 아버지 김일성이 북한을 세계에서 가장 무시무시한 국가로 만들었다면서 북한에는 약 15만명이 수용소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또 김정일은 시민들이 외부 소식을 접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인터넷 사용을 금지하고 외국 방송을 차단하고 있으며 노동 수용소와 구금 시설 등을 이용해 저항을 강력하게 통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16일 김 위원장의 69회 생일을 앞두고 북한은 김 위원장의 셋째 아들 김정은의 주도 아래 성대한 경축 행사를 준비하는 등 후계 체제 구축에 부심하고 있다고 지난 13일 열린북한방송이 전한 바 있다. 한편 포린 폴리시는 올해 68세인 카다피도 41년 전 쿠데타로 집권한 이래 지금도 권좌를 지키고 있다면서 그의 폭압적인 통치로 주요 기관들이 국민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으며 약 500명이 정치범으로 수감돼 있다고 소개했다. 무가베 대통령은 집권 후 3만명에 이르는 소수민족을 학살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지지자들을 통해 야당 인사까지도 살해하는 등 통치 행태가 점점 더 잔혹하고 대담해지고 있다고 이 잡지는 주장했다. 이 밖에도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와 그의 권력을 물려받은 동생 라울 카스트로도 언론과 인터넷 등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으나 최근 경기 침체로 입지가 약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불리는 벨라루스의 루카셴코는 16년 동안 통치하면서 자신의 나라를 정치·경제적으로 황폐하게 만들었다고 이 잡지는 덧붙였다. 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도망자 신세 된 독재자… 700억달러 어디로 빼돌렸나

    도망자 신세 된 독재자… 700억달러 어디로 빼돌렸나

    ‘현대판 파라오’를 무너뜨린 것은 차량폭탄·총격 등 10차례의 암살 시도도, 중병도 아닌 그의 국민들이었다. 29년 120일간 지속됐던 이집트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의 숨통을 민주화 시위가 18일 만에 끊어 놓은 것이다. 명예퇴진을 고집하던 무바라크는 이제 구원의 손길 없이 남은 세월을 가족과 함께 도망 다니는 신세로 전락했다. 1973년 이스라엘과 맞붙은 제4차 중동전쟁에서 세운 공으로 1975년 안와르 사다트 대통령으로부터 부통령으로 발탁된 그는 1981년 사다트 대통령이 암살당하면서 4대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가말 압둘라 나세르와 사다트 같은 전임 대통령들이 군사혁명으로 왕정을 무너뜨려 국민들 사이에 정통성을 획득한 것과 비교하면 처음부터 취약한 기반에서 출발한 그는 철저한 권위주의 정부를 고수했다. 30년간 국가를 옥죄어 온 비상계엄법과 이집트 최대 야권 세력인 무슬림형제단 탄압, 정당·대선 후보 조건 강화로 반대파의 정계 진입 봉쇄 등이 대표적 예다. 이 때문에 수많은 정적들을 낳았다. 알지하드, 카마 이슬라미야, 탈레알파타 등 숱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암살 시도에도 여러 차례 직면했다. 하지만 외교적 수완은 남달랐다. 미국·이스라엘 등과 탄탄한 동맹을 유지, 중동평화의 상징적 인물로 자리매김한 동시에 매년 15억 달러의 원조를 얻어내 이집트 경제에 수혈했다. 무바라크의 가장 큰 실책은 차남 가말을 후계자로 삼으려 했던 것이다. 이집트 국민들을 돌아서게 만든 결정적 계기였다. 가말은 결국 지난 5일 집권 국민민주당 ‘넘버 3’인 정책위 의장에서 사퇴, 세습의 꿈을 버려야 했다. 700억 달러(약 78조 8900억원)로 알려진 무바라크 일가의 재산에도 세계의 눈이 쏠려 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 관리들은 무바라크 가족들의 재산을 20억~30억 달러로 추산하고 있으며 대부분 미국이나 유럽 등 외국 은행에 은닉돼 있다고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무바라크가 시위기간 중 재산을 추적 불가능한 해외 계좌로 빼돌렸다고 전했다. 스위스 당국이 지난 11일 스위스 은행의 무바라크 자산을 동결한다고 발표한 가운데 무바라크는 자산을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사우디아라비아 등으로 빼돌리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무바라크 일가는 미국 뉴욕과 베벌리힐스를 비롯해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에 막대한 부동산을 소유하고 국영기업 민영화와 외국 기업의 이집트 진출 과정 등에서 이권을 챙긴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가말은 이집트 최대 투자은행인 EFG-헤르메스와 함께 석유, 철강, 시멘트 등의 사업에서 영향력을 행사, 부를 형성한 혐의가 짙다. 유럽연합(EU) 관계자는 14~1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유로존 재무장관회의 등에서 무바라크의 자산 동결 여부가 긴급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무바라크 일가의 부정부패로 관심의 초점이 모아지면서 그가 이미 독일로 출국했거나 UAE, 사우디아라비아로 떠났다는 설도 나온다. 허핑턴포스트는 “무바라크가 사우디아라비아로 망명하면 튀니지 혁명으로 축출된 지네 엘아비디네 벤 알리 대통령과 함께 ‘독재자 클럽’을 만들 것이고 이 클럽의 회원 수는 더 많아질 것”이라는 뼈 있는 농담으로 30년 독재자의 말로를 정리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알제리·예멘 “대통령 퇴진” 시위 확산

    북아프리카의 맹주 이집트의 독재정권까지 성난 민심 앞에 속절없이 무너지면서 아랍권의 ‘민주화 도미노’가 다음은 어디로 퍼져 나갈지 주목된다. 아랍권 전역을 관장하는 암르 마무드 무사 아랍연맹 사무총장조차 “현재 중동을 휩쓸고 있는 변화의 바람이 언제 어디로 불어갈지 예측할 수 없다.”고 할 만큼 상황이 불안정하다.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고 있는 알제리와 예멘은 물론 부유한 왕국인 사우디아라비아까지도 민주화 열풍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장 반정부 봉기가 가장 뜨겁게 불붙은 곳은 알제리다. 알제리의 시위대 수천명은 12일(현지시간) 수도 알제 도심 곳곳에서 12년간 권좌에서 내려올 줄 모르는 압델 아지즈 부테플리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 1999년 정권을 잡은 부테플리카 대통령은 2009년 3선에 성공, 2014년까지 임기가 남았으나 높은 실업률과 부정부패 탓에 청년층의 불만이 극에 달하면서 위협받고 있다. 알제리 정부는 이번 반정부 시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집결지인 메이데이 광장으로 향하는 도로 곳곳에 경찰력을 배치하는 등 사전 차단에 힘을 쏟았다. 중동의 최빈국 예멘 시위대도 홍해를 건너 온 이집트발 혁명 소식에 크게 고무됐다.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의 하야를 목격한 예멘 국민 4000여명은 12일 수도 사나에서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예멘 시위대는 “어제는 튀니지, 오늘은 이집트, 내일은 예멘 국민들이 사슬을 끊겠다.”는 구호를 외치며 1978년부터 집권 중인 독재자의 퇴진을 압박했다. 예멘 경찰은 이날 시위대를 강제 해산시키는 과정에서 10명을 체포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또 이란에서는 서방 첩보요원들이 이 나라의 반정부 시위를 유도하기 위해 정신 이상이 있는 사람 중에서 분신자살할 자원자를 모집하고 있음을 이란 민병대원이 주장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미국 경제 전문 비즈니스 인사이드는 최근 ‘이집트 다음으로 붕괴될 11개국’이라는 기사를 통해 모로코와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리비아 등의 정권이 붕괴 위협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중동 각국의 민주화 향배가 결국 튀니지나 이집트에서처럼 군부의 선택에 따라 갈릴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의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외교관을 지낸 제이미 루빈은 “(정권 축출에 성공한) 이집트와 튀니지의 공통점은 군부가 시위에 개입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란과 시리아에서는 반정부 시위가 발생해도 군이 즉각 개입, 강경 진압하기 때문에 시위의 동력이 오랜 기간 유지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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