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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끈끈한 물밑협상, 냉전종식 이끈 산책…세기의 담판에 ‘답’ 있다

    끈끈한 물밑협상, 냉전종식 이끈 산책…세기의 담판에 ‘답’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다음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여는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이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냉전의 섬’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킬 세기의 담판이 될지 주목된다. 2차 세계대전의 산물이자 한반도 분단을 초래한 냉전 체제는 그 시작부터 종식까지 사실상 정상회담의 역사로 이어진다. 현대사의 주요 길목마다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주요 회담을 돌아보고 한 달 남은 북·미 회담의 성공을 가늠해 본다.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에 이른 1945년 2월 4일부터 11일까지 미국, 영국, 소련 등 3대 연합국 수뇌부는 러시아 크림반도의 휴양도시 얄타에 모여 종전과 전후 처리 문제를 논의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 이오시프 스탈린 소련 공산당 서기장은 이 회담에서 당시 패전을 앞둔 독일을 분할 점령할 것과 소련의 대일본 전쟁 참전 문제 등을 논의했다. ●마지막 남은 ‘냉전의 섬’ 한반도 루스벨트 대통령은 당시 개발 중이던 원자폭탄의 효능을 확신하지 못했던 만큼 스탈린 서기장에게 일본과의 전쟁에 참전해 줄 것을 요청했고, 스탈린 서기장은 독일이 항복한 뒤 2~3개월 내 대일전에 참전할 것을 약속했다. 결국 이 회담을 바탕으로 소련군이 같은 해 8월 일본을 공격하고 한반도로 남하하면서 미국과 소련이 38선을 경계로 남북한을 분할 점령하는 계기가 조성된 셈이다. 남북 분단을 초래한 얄타회담은 소련이 동유럽에 영향력을 확대하고 서방세계와의 냉전이 시작된 계기로 평가된다. 1972년 2월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과 마오쩌둥(毛澤東) 전 중국 국가주석 간의 첫 미·중 정상회담은 폐쇄적 공산국가였던 중국을 국제사회의 주요 구성원으로 이끌어 이번 북·미 정상회담과 유사하다. 이를 계기로 6·25전쟁 이후 냉랭했던 미국과 중국 관계가 개선되고 미국은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받아들임으로써 1979년 미·중 수교로까지 이어졌다. 북한 지도자와 처음으로 만나는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중국을 처음으로 방문한 닉슨 전 대통령과 비교되기도 한다. 두 정상의 만남은 당시 중국과 손잡고 소련을 견제하려던 닉슨 대통령과 당시 소련과의 영토 분쟁에서 패하고 문화대혁명 여파로 국내외적 비난에 직면한 마오 주석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물이나 실무진의 끈끈한 물밑 협상 덕에 가능했다. 회담 전년도(1971년)에 미국 탁구팀이 중국을 방문해 경기를 가진 것(핑퐁 외교)을 계기로 헨리 키신저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중국을 극비 방문해 양국의 물밑 접촉이 개시됐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북한을 두 차례 방문해 김 위원장과 만난 것과 비슷한 흐름이다. ●키신저 물밑접촉, 폼페이오·김정은 만남과 닮은꼴 김 위원장의 경우 당시 마오 주석처럼 정상 국가의 지도자로 인정받고 싶은 욕심이 있긴 하지만 그것 때문에 완전히 핵포기라는 결단을 내릴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반면 핵 포기 없이는 ‘비이성적 독재자’라는 오명을 벗을 수 없기 때문에 일종의 딜레마에 봉착했다. 1985년 11월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의 ‘제네바 미·소 정상회담’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당시 미·소 정상회담은 소련이 1979년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고 미국은 1984년부터 소련 핵미사일을 우주에서 요격하겠다는 전략방위구상(SDI)을 발표해 언제 핵전쟁이 터질지 모르는 불안한 정세 속에서 6년 만에 이뤄졌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만난 양국 정상이 가장 먼저 한 것은 산책이었다. 레이건 대통령은 고르바초프 서기장이 도착하자마자 “신선한 공기를 좀 마시자”며 산책을 제안했고, 두 정상은 통역사만 대동한 채 한 시간 반 동안 제네바 호숫가를 따라 걸었다.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도보다리 산책’이 떠오른다. 양국 정상은 당시 군비통제 협상을 촉진시키고 후속 정상회담을 열기로 합의했다. 이듬해인 1986년 레이캬비크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전략 핵무기 50% 감축 등에 합의하고, 1987년에는 ‘중거리핵무기 폐기협정’을 맺는 등 냉전 종식의 기반을 마련한 계기가 됐다. 이 밖에 1989년 12월 ‘몰타 미·소 정상회담’은 미국과 소련의 냉전 종식에 쐐기를 박고 미·소 양극 체제의 종언을 알린 회담으로 평가된다. 조지 H W 부시(아버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고르바초프 서기장은 1989년 12월 지중해의 몰타 해역 선상에서 만나 1945년 얄타회담 이후 지속된 냉전 체제를 종식하고 평화를 지향하는 새로운 세계질서를 수립한다고 역사적인 선언을 했다. 양국 정상은 동유럽의 민주화와 시장경제 체제로의 이행에 대해 소련이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합의했고, 전략핵무기와 화학무기 감축에 동의했다. 이 회담은 여러 현안에 대해 원칙적 의견을 교환했고 구체적 협의는 다음으로 미뤘으나 냉전을 종식시킨 상징적 의미가 있다. 그해 11월 베를린 장벽 붕괴로 동독 공산 정권이 위기에 처하고 서독의 헬무트 콜 총리가 동독에 자유 총선을 제의하면서 이듬해인 1990년 10월 동·서독이 통일됐다. 1991년에는 고르바초프 서기장의 개혁·개방에 대한 반발로 인한 쿠데타가 실패한 뒤 경제 실패와 군비 경쟁으로 가뜩이나 구심력이 약화됐던 소련 체제가 붕괴해 미국은 단일 패권국가로 올라서게 된다. ●‘통일 독일’ 되기까지 美·소련 합의 결정적 주목할 만한 것은 한반도와 마찬가지로 분단국가였던 서독과 동독이 통일 이전까지 모두 7차례의 공식 정상회담과 6차례의 비공식 정상 간 접촉을 실시해 상호 신뢰를 다졌다는 점이다.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와 빌리 슈토프 동독 총리가 1970년 만난 이래 양측은 1972년 12월 동·서독 기본조약을 체결해 평화공존의 발판을 마련했다. 통일 독일이 되기까지 미국과 소련의 합의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한반도에서도 종전선언의 당사자가 되는 미국과 중국의 조율이 필요하다는 점과 양상이 비슷하다. 다음달 12일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로드맵과 북한 체제 안전 보장의 수준 등 구체적 실행계획과 시점에 대한 합의가 도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외교 문법보다 거래의 본능에 충실한 트럼프 대통령, 김일성 주석이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달리 과감하고 실용적인 스타일의 김 위원장, 그리고 적극적인 중재 노력을 펼치는 문재인 대통령 등 3자 간 ‘궁합’에 의해 열리는 회담인 만큼 73년에 걸친 한반도 냉전체제가 해체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썰전 유시민 “남북정상회담, 평론범위 넘는 ‘무엇’이 있다”

    썰전 유시민 “남북정상회담, 평론범위 넘는 ‘무엇’이 있다”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미정상회담이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가운데, 유시민 작가는 10일 JBTC ‘썰전’에 출연해 “평론을 하면서 생각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어떤 것이 없이는 이 어려운 합의가 현재 이 단계까지 못 왔을 것 같다”는 견해를 밝혔다.남한과 북한, 미국 3국이 이미 공감대가 형성되어있을 것이라고 봤다. 유시민 작가는 “김정은 위원장이 체제 전환 의사가 있지 않으면 대화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북한의 체제 전환이 안전하고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주겠다는 신뢰를 문 대통령이 보여 줬을 것이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 전체 시나리오에서 자기가 얻을 게 있다”고 말했다. 유 작가는 남북정상회담에 관해서는 “일용직 가장과 소년 가장의 만남을 보는 것 같았다. 문 대통령의 경우 국회에서도 집권여당이 소수파이고 정책 이슈도 단기간에 개선하기 어려운 게 많다. 여당 포함해 하루 벌어 하루 먹이는 상황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모두의 지탄을 받는 완전 엉망이 된 가정경제 속에 팔자 때문에 집권한 소년 가장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도보다리 광경을 보면서 따뜻한 광경이라고 했지만 나는 그런 두 정상이 앞으로 덜 불안하게, 서로 윈윈 하면서 살아볼 수 있는 길을 열어보자는 그 광경이 절박해보였다. 안쓰럽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유 작가는 일정 전체를 오픈한 김정은 위원장의 선택이 지혜로웠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 전에는 우리 국민과 세계인들이 미디어의 창을 통해 걸러져 나온 뉴스만 봤다. 이 회담에 대해 이런저런 이념적 혐의를 씌워봤자 안 씌워지는 이유가 시민들이 그걸 다 라이브로 본 거다. 미디어를 어떻게 쓰는지를 아는 것 같다. 좋은 선택이었다”고 분석했다. 박형준 교수가 ”세상 모든 독재자는 다 똑똑하다. 김정은 보고 멍청할 줄 알았는데 똑똑하다는 건 위험하다“고 지적하자, 유 작가는 ”원래 그 평가는 미디어가 만든 평가다. 우리는 김정은을 모르는데 온갖 고정관념을 뒤집어 씌웠다. 생중계에서 본 김정은이 진짜인지, 그 전에 미디어를 통해 본 김정은이 진짜인지 모른다. 지금 보는 과정”이라고 답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93세 마하티르 15년만에 총리 복귀… 말聯 61년만에 정권 교체

    93세 마하티르 15년만에 총리 복귀… 말聯 61년만에 정권 교체

    93세의 마하티르 모하맛 전 총리의 복귀가 말레이시아의 정치 지형을 확 바꿔 놓았다. ‘말레이 근대화’의 상징인 그는 이번에는 61년 만에 말레이시아 정치사상 첫 정권 교체를 실현시키는 변화를 일으켰다.10일 말레이시아 선거관리위원회의 개표 결과 등에 따르면 전날 치른 총선거에서 마하티르가 이끄는 신야권연합인 희망연대(PH)와 사바 지역의 정당인 와리산당은 하원 222석의 과반인 113석을 확보했다. 집권여당연합인 통일말레이국민기구(UMNO)와 국민전선(BN)은 기존 의석(133석)의 반 토막 수준인 79석을 얻는 데 그치며 참패했다. 1957년 영국에서 독립한 뒤 한 차례도 정권을 놓지 않았던 BN이 ‘마하티르의 반란’에 부닥쳐 야당으로 전락하게 됐다. 마하티르 전 총리는 총선 후 기자회견에서 “오늘(10일) 긴급히 정부가 구성되어야 한다”면서 바로 총리에 취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1981년부터 2003년까지 22년 동안 고속 성장과 권위주의 통치라는 유산을 남겼던 마하티르는 15년 만에 다시 총리직에 복귀하게 됐고, 최고령 국가정상이란 기록을 세우게 됐다. 마하티르의 복귀는 22년 동안 빈곤한 농어촌 국가였던 말레이시아의 공업화를 성공시키면서 중진국의 반열에 올려놓은 그에 대한 기대가 크게 작용했다. ‘근대화를 이끈 국부(國父)’, ‘개발독재자’란 엇갈린 평가 속에서도 22년의 집권 기간에 말레이시아를 새로운 반열에 올려놨고 청렴한 정치를 해 왔다는 기억이 지금도 강렬하게 국민들의 뇌리에 각인돼 있다. 그는 지난해 말 신야권연합인 PH의 총리 후보로 추대돼 야권의 선거운동을 지휘해 왔다. 이번 총선에서 PH가 집권 여당의 전통적 지지기반이었던 농촌 지역에서도 BN을 웃도는 득표를 한 것 등도 마하티르의 영향력과 힘을 보여 주는 것이다. 그의 집권에는 나집 총리를 비롯한 여권 수뇌부의 부정부패과 민생 악화 등 광범위하고 높은 국민들의 불만이 토양이 됐다. 나집 정권은 국내 경기가 침체한 상황에서 부가가치세 격인 6%의 재화용역세(GST)를 도입하고 석유 보조금 등을 폐지해 서민의 생활을 어렵게 했다는 평을 받았다. 마하티르 전 총리는 총리로 부임한 뒤 안와르 이브라힘 전 부총리를 사면할 것으로 보인다. 안와르 전 부총리는 마하티르 전 총리 시절 부패와 동성애 혐의로 구속된 뒤 2004년 풀려났다가 2015년 나잡 라작 현 총리에 의해 같은 혐의로 재구속됐다. 마하티르 전 총리가 안와르 전 부총리에게 다시 자유를 주려는 것에 대해 현지 정치전문가들은 그가 고령인 점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한다. 야권의 지도자로서 자리한 안와르 전 부총리가 오는 6월 출소하면 사면을 거쳐 정권을 넘겨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어 나집 총리 등 현 집권 세력의 돈세탁과 관련해 재조사를 진행할 수도 있다. 그는 나집 총리의 후견인으로서 집권을 돕기도 했지만 나집 총리의 부패 추문들이 터지자 총리 퇴진 운동을 벌였다. 나집 총리는 2015년 국영투자기업 1MDB에서 수조원의 나랏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에 휘말렸다. 말레이시아 사법당국은 무혐의로 수사를 종결했고 마하티르 전 총리는 자신이 키운 BN에서 쫓겨났다. 마하티르 전 총리는 10일 “우리는 복수를 추구하지 않는다”면서도 “우리가 원하는 것은 법치의 회복이며, 법을 어긴 자는 법정에 서야만 한다”고 말해 나집 총리 등 현 집권층의 부패 혐의에 대해 재조사를 실시할 것을 시사했다. 의사 출신인 마하티르는 1957년 독립을 전후해 정치의 길을 걸었고, 1972년부터 각부 장관과 부총리 등을 거쳐 1981년부터 2003년까지 집권했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때 국제통화기금(IMF)의 권고를 일축하고 고정환율제 채택, 외국자본 유출 금지 등 독자적인 조치로 경제를 회복시킨 것은 높이 평가되기도 했다. 그러나 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사법부를 정부의 도구로 전락시켰다는 비판도 받았다. 또 반미주의적 태도로 서방과 마찰을 일으키고, ‘부미푸트라’ 등 말레이계 우대 정책을 고수해 중국계와 인도계를 차별하는 정책을 펼쳤다. 인권 등 보편적 가치를 부정하며 아시아적 특수성을 강조하면서 보편적 가치론을 주장한 김대중 전 대통령과 1990년대 말에는 가치관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올드보이’ 마하티르 말레이시아 총리 귀환... 93세로 세계 최고령 지도자

    ‘올드보이’ 마하티르 말레이시아 총리 귀환... 93세로 세계 최고령 지도자

    말레이시아 야권연합이 9일 치러진 총선에서 승리해 독립 후 61년 만에 첫 정권교체를 이뤄냈다. 야권연합의 승리로 1981년부터 2003년까지 22년간 말레이시아를 철권 통치했던 ‘올드보이’ 마하티르(93) 전 총리가 15년 만에 총리직에 복귀하는 것이 확실시된다. 마하티르는 이르면 10일 취임선서를 하고 15년만에 다시 총리직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그는 세계 최고령 국가정상이 된다. 현재 현직인 국가정상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인물은 튀니지의 베지 카이드 에셉시(92) 대통령으로 알려졌다.10일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선거관리위원회는 개표를 완료한 결과 신야권연합 희망연대(PH)가 하원 222석의 과반인 113석을 확보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PH와 협력 관계인 보르네오 섬 사바 지역정당 와리산도 8석을 확보했다. 반면 통일말레이국민기구(UMNO)를 주축으로 한 집권여당연합 국민전선(BN)은 기존 131석보다 52석이나 적은 79석을 얻는데 그쳤다. 이로써 1957년 영국에서 독립한 뒤 한 차례도 정권을 놓지 않았던 BN은 집권 61년 만에 야권으로 전락하게 됐다. 당초 전문가들은 ‘게리맨더링’(자의적 선거구 획정) 성격이 강한 최근의 선거구 개정 때문에 야권이 득표에서 앞서고도 여당에 패배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변화를 바라는 유권자들의 열망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은 수준이었다. 실제로 이번 총선에서 PH는 집권여당의 전통적 지지기반이었던 농촌 지역에서도 BN을 웃도는 득표를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싱가포르 난양공대 라자나트남 국제연구소의 라샤드 알리 연구원은 “많은 이들이 마하티르를 말레이시아를 구하기 위해 과거에서 돌아온 구원자적 인물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나집 라작 현 총리를 비롯한 여권 수뇌부의 부정부패 스캔들과 민생악화 등에 대한 불만이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나집 총리는 지난 2015년 국영투자기업 1MDB에서 수조원의 나랏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에 휘말렸다. 말레이 사법당국은 무혐의로 수사를 종결했지만, 돈세탁과 관련해 미국과 싱가포르, 스위스 등은 아직도 해당 의혹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집권여당이 한국의 부가가치세와 비슷한 6%의 재화용역세(GST)를 도입하고 석유 보조금 등을 폐지해 서민의 생활비 부담이 커진 것도 인기 하락에 한몫했다.‘근대화를 이끈 국부(國父)’와 ‘개발독재자’란 엇갈린 평가를 받는 마하티르 전 총리는 한때 나집 총리의 후견인이었으나 나집 총리의 비자금 스캔들이 터지자 총리 퇴진 운동을 벌이다가 BN에서 축출됐다. 이에 반발한 그는 야당 지도자로 변신했고, 지난해 말 PH의 총리 후보로 추대돼 야권의 선거운동을 지휘해 왔다. 마하티르 전 총리는 10일 새벽 국왕 측으로부터 야권의 승리를 인정한다는 연락을 받았다면서 이날 중 총리 취임 선서가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복수를 추구하지 않는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법치의 회복이며, 법을 어긴 자는 법정에 서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현지에선 이러한 발언에 대해 나집 총리를 비롯한 1MDB 스캔들 관계자들에 대한 재수사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1925년 영국 식민 치하의 말레이 반도에서 태어나 의사가 된 그는 1957년 말레이시아의 독립을 전후해 본격적으로 정치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는 1969년 툰쿠 압둘 라만 당시 총리가 중국계의 경제적 지배에 짓눌린 말레이계를 대변하지 못한다고 비난하다가 한때 정계에서 축출됐으나, 1972년 툰쿠 총리의 사임으로 복귀한 뒤로는 각부 장관과 부총리 등을 역임하며 승승장구를 거듭했다. 결국 1981년 후세인 온 당시 총리가 건강 악화로 사임하자 총리직을 승계했고, 이후 2003년까지 무려 22년간 장기 집권을 이어갔다. 이 기간 그는 경제성장을 먼저 이뤄낸 한국과 일본의 사례를 배워야 한다는 ‘룩 이스트(Look East)’ 정책과, 말레이시아를 2020년까지 선진국 대열에 올려놓겠다는 ‘와와산 2020’ 등을 주창하며 강력한 국가주도 경제발전 정책을 펼쳤다. 한편 마하티르는 동성애 혐의로 투옥된 야권의 실질적 지도자 안와르 이브라힘 전 부총리가 올해 6월 석방되면 복권을 거쳐 적당한 시점에 총리직을 이양할 것으로 알려졌다. 안와르 전 부총리는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대책을 놓고 마하티르 당시 총리와 갈등을 빚어 실각한 뒤 부패·동성애 사범으로 몰려 잦은 옥고를 치러왔다. 이슬람 국가인 말레이시아에서 동성애는 최장 20년의 징역이 선고될 수 있는 중죄다. 두 사람은 이후 20년 가까이 숙적으로 지내왔으나 정권교체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최근 극적인 화해를 이뤄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김형준의 정치비평] 인정이 최고의 설득이다

    [김형준의 정치비평] 인정이 최고의 설득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의 남북 정상회담은 비핵화를 위한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룩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무엇보다 두 정상이 판문점 선언을 통해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 목표를 확인했다”고 밝힌 것은 의미가 있다. 국민들도 이번 회담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코리아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9명 정도(88.7%)가 이번 정상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응답했다. 이에 힘입어 문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도도 급등했다. 리얼미터 5월 1주차 조사 결과 문 대통령이 ‘국정 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가 전주 대비 8.3% 포인트 오른 78.3%였다. 자유한국당 지지층과 보수층에서조차 긍정 평가가 각각 17.1% 포인트와 14.6% 포인트 상승했다. 이런 괄목할 만한 진전과 성과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와 리더십의 관점에서 볼 때 아쉬운 점이 있다. 민주주의는 다양한 요인들에 의해 평가될 수 있다. 선거 절차의 공정성, 정부의 기능, 국민의 능동적 정치 참여, 시민 자유, 성숙한 정치 문화 형성, 법치와 인권 확립, 견제와 균형에 의한 삼권 분립, 성 평등 등의 조건들이 필수적이다. 이런 조건 이외에 더 중요한 것은 민주주의를 작동시키는 소프트웨어다. 그 핵심에 다양성과 관용이 자리 잡고 있다. 민주주의에서는 다양한 의견과 비판이 존재해야 한다. 이견이 없는 일사불란함은 민주주의의 적이다. 정부 여당은 야당이 자신들과 다른 생각을 갖고 민심과 동떨어진 주장을 하더라도 이를 경청할 수 있는 관용이 있어야 한다. 관용은 상대방의 가치와 기능을 인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단순히 시혜를 베푸는 것이 아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이번 정상회담에 대해 시종일관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정상회담을 ‘위장평화쇼’라 하고, 심지어 “북한 김정은과 우리 측 주사파들의 숨은 합의가 자리 잡고 있다”고 비판했다. 물론 이런 부정적 견해에 동의하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새겨들을 만한 지적도 있다. 가령 “분위기에 휩쓸려 가는 정치는 반드시 실패한다”며 “안보 문제는 아무리 신중하고 냉철하게 대처해도 모자라지 않다”는 조언이다. 문 대통령은 야당의 존재를 인정하고 북한만이 아니라 야당에도 강한 햇볕을 비추면서 배려하고 설득하는 리더십을 펼쳐야 한다. 여당을 설득해 야권이 요구하는 드루킹 특검도 받고, 지방선거와 개헌 동시 국민투표가 무산된 만큼 자신이 발의한 개헌안도 철회하면서 국회와의 신뢰를 쌓아야 한다. 그래야만 국회가 정상화되고 국내 정치에도 평화가 오면서 남북 합의 사항이 순조롭게 이행될 수 있다. 홍 대표도 정상회담을 폄훼만 말고 긍정과 국민의 언어로 성과를 인정해야 한다. 홍 대표는 자신의 발언으로 거센 비판에 직면하자 입장을 바꿔 “폭주하던 북의 독재자를 대화의 장에 끌어낸 것은 잘한 일”이라는 글을 올렸다. 하지만 순서가 바뀌었다. ‘선인정 후우려’의 자세를 취했어야 했는데 치명적 실수를 한 것이다. 총체적 부정만으론 대통령과 국민을 설득할 수 없다. 최근 미국 하원에서 한반도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정책을 지지하는 결의안이 발의됐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줄곧 백악관과 대립각을 형성해 온 야당인 민주당조차 한반도 관련 논의에서는 초당적으로 협력하는 분위기를 만든 것이다. 대한민국 야당도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는 전향적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2008년 10월 당시 집권당이었던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마무리하면서 “아무리 높이 솟아 있어도 홀로 선 돌을 탑이라 하지 않는다. 셋이서 다섯이서 받쳐 주며 높아질 때 탑이 된다”는 시구를 인용했다. 당시 홍 대표는 국가 위기 상황에서 여야가 협력하자는 취지였다. 지금 홍 대표에게 필요한 것은 이런 협력의 ‘돌탑 정신’이다. 미국 하버드대 대니얼 샤피로 교수는 ‘원하는 것이 있다면 감정을 흔들어라’는 책에서 “사람들은 상대방이 자신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으면 상대방에 대해 적대적인 행동을 삼가고 더욱 협력하려고 노력한다”고 조언했다. 인정에 바탕을 둔 설득의 리더십이 평화를 가져온다.
  • 믿었던 김문수마저…홍준표 등진 지방선거 후보들

    믿었던 김문수마저…홍준표 등진 지방선거 후보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2일에도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맹비난 기조를 이어가면서 6.13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한국당 후보들이 홍 대표와 선긋기에 나서고 있다.태극기 집회에 누구보다 열성적으로 참여했던 김문수 한국당 서울시장 후보마저 홍 대표의 가시돋친 발언은 순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홍 대표는 이날 경남 창원에서 열린 6.13 지방선거 경남 지역 필승결의대회에서 “되지도 않은 북핵 폐기를 다 된 것처럼 선동하고 포악한 독재자가 한 번 웃었다고 신뢰도가 77%까지 올라간다”면서 “다음 대통령은 김정은이가 될는지 모르겠다. 세상이 미쳐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 후보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정상회담에 대한 홍 대표의 언급 자체에는 동의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대와 현재의 분위기를 고려해서 말씀을 좀 순화했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같은 당 서병수 부산시장 후보도 “홍 대표는 맞는 말도 거칠게 해 오해를 받는다. 좀 고쳐줬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중앙일보는 전했다. 박성효 대전시장 후보도 전날 토론회에서 “홍 대표 발언에 많은 사람이 걱정하고 있다. 사실 어떤 지역에서는 이번 선거 때 홍 대표 좀 오지 말게 해달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말하기도 했다. 앞서 남경필 경기지사와 유정복 인천시장 후보, 김태호 경남지사 후보 등 세 사람도 남북정상회담의 의의와 성과를 폄하하는 홍 대표를 정면 비판한 바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독재자들의 ‘공공의 적’ 텔레그램

    러, 텔레그램 IP 1800만개 막아 모바일 암호화 메신저인 텔레그램이 개인의 사생활을 통제하는 권위주의 국가들에 ‘공공의 적’으로 떠오르고 있다. 러시아에 이어 이란 정부도 국가 안보를 해친다는 이유로 자국 내 텔레그램 사용을 금지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사회적 반발이 거센 데다 텔레그램이 정부 단위의 차단을 피하는 기술에 특화된 만큼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이란 혁명법원은 30일(현지시간) 스마트폰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앱) 텔레그램을 1일부터 완전히 차단하라고 명령했다. 혁명법원은 간첩, 테러, 체제 전복 시도 등 범죄를 다루는 사법기관이다. 혁명법원은 “많은 국민과 안보 기관이 텔레그램의 해악을 주장한다”면서 “국가 안보를 해치는 텔레그램의 불법 행위를 고려할 때 이를 완전히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란 정부는 특히 텔레그램이 반정부·반기득권 정서를 공유하는 통로로 악용돼 지난해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러시아 정부는 정보기관인 연방보안국(FSB)이 암호화한 메시지를 해독할 수 있는 정보를 달라고 텔레그램에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지난 13일 텔레그램 사용을 차단하기 위해 인터넷 주소(IP) 1800만개를 막았다. 하지만 텔레그램 서비스를 완전히 막지는 못했다. 러시아와 이란이 텔레그램 폐쇄에 몰두하는 것은 텔레그램이 가진 넓은 대중성과 높은 보안성 때문이다. 이들은 ‘테러리즘 확산과 전국적 반정부 시위’에 텔레그램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통제와 폐쇄의 정당성을 강조한다. 이란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한 주간 이어진 전국적 시위·소요 사태를 진압할 때도 텔레그램을 차단했다. 극단적인 ‘텔레그램 퇴출’ 정책을 두고 시민들은 “사생활 침해”라며 반발하고 있다. 텔레그램 이용자는 러시아에서는 최소 1300만명, 이란에서는 4000만명에 달한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차단된 이란에서 텔레그램은 개인 간 소통뿐 아니라 상품 광고, 운송업 등에서 널리 쓰여 많은 이들의 수입원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란 네티즌들은 가상사설망(VPN)이나 프록시 서비스 등을 통해 트위터에 우회 접속해 “지폐야말로 검열을 받지 않는 메신저”, “나는(정부) 전복주의자” 등의 구호가 적힌 지폐를 찍은 사진을 올리며 정부의 텔레그램 차단 조치에 항의하고 있다. 러시아 모스크바에서는 이날 1만명 이상이 몰려 ‘인터넷 자유’를 지지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홍준표 남북회담 발언 수위 조절?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강한 비판을 제기하던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1일 “폭주하던 북의 독재자를 대화의 장에 끌어낸 것은 잘한 일”이라고 수위를 낮췄다. 정상회담 성과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과 괴리된 메시지를 내놓는 데 대한 당 안팎의 비판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홍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제비 한 마리 왔다고 온통 봄이 온 듯이 환호하는 것은 어리석은 판단”이라며 남북 관계에 대한 냉철한 접근을 주문했다. 그는 “이번 북핵 제재가 북핵을 폐기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보여지는데 문재인 정권이 감상적인 민족주의에 사로잡혀 감성팔이로 북핵 문제에 대처하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홍 대표는 “우리는 남북 대화를 결코 반대하지 않는다”고 다른 태도도 보였다. 앞서 홍 대표는 페이스북과 기자간담회 등에서 이번 회담의 성과를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홍 대표의 강경한 태도를 놓고 이날도 지방선거 출마자를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당 안팎에서 이어졌다. 남경필 경기지사 예비후보, 유정복 인천시장 예비후보 등이 홍 대표에게 메시지 수위 조절을 주문한 데 이어 김태호 경남지사 예비후보도 “(홍 대표가) 너무 나가셨다는 느낌도 든다”고 우려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홍준표 “제비 한마리 왔다고 봄 온 듯 환호”

    홍준표 “제비 한마리 왔다고 봄 온 듯 환호”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1일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제비 한마리 왔다고 온통 봄이 온 듯이 환호하는 것은 어리석은 판단”이라고 지적했다.홍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분위기에 휩쓸려 가는 정치는 반드시 실패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홍 대표는 “안보 문제는 아무리 신중하고 냉철하게 대처해도 모자라지 않다”며 “작금의 한국 안보 상황은 누란(층층이 쌓아놓은 알 같은 위태로운 형편)의 위기”라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당이 최근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반발하고 있는 것이 정치적 의도라는 평가에 대해 반박하듯 “내가 우려하는 현 상황은 결코 보수층 결집을 위한 정치적인 목적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고 보다 냉철하게 남북문제를 바라보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 대표는 “폭주하던 북의 독재자를 대화의 장에 끌어낸 것은 잘한 일”이라면서도 “그러나 미국까지 끌어들인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완전한 핵폐기 회담이 아닌 북의 시간 벌기, 경제제재 위기 탈출용으로 악용될 경우 한반도에는 더 큰 위기가 온다”고 전망했다. 이어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는 북이 주장하듯 핵물질·핵기술 이전금지, 핵실험 중지,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 중단 등 미국을 위협하는 요소를 제거하는 것으로 북핵합의가 될 경우 우리는 북핵을 머리에 이고 살아야 하는 비참한 처지에 놓이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미국도 중간선거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그러한 미봉책으로 합의해 줄 가능성이 없지 않다”며 “이번의 북핵제재가 북핵을 폐기시킬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보여지는데 문재인 정권이 감상적 민주주의에 사로잡혀 감성팔이로 북핵문제에 대처하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강조했다. 홍 대표는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 우리는 결코 남북대화를 반대하지 않는다”며 “그러나 완전한 핵폐기 없는 평화는 위장평화일 뿐이고 5000만 국민은 북핵의 노예가 될 뿐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깨어있는 국민이 자유대한민국을 지킨다”고 덧붙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데니스 로드맨 “김정은, 트럼프 이해하는데 자신이 도움줬다”

    데니스 로드맨 “김정은, 트럼프 이해하는데 자신이 도움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모두 '친구'로 둔 데니스 로드맨(57)이 최근 북한의 변화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최근 로드맨은 미국 TMZ 스포츠와의 인터뷰를 통해 "일이 잘 진행되는 것 같아 행복하다"면서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이해하는데 있어 자신이 도움을 줬다"고 주장했다. 미국 프로농구(NBA) 스타 출신인 로드맨은 김정은 위원장과의 친분으로 유명하다. 모두 5차례나 방북한 그는 지난해 6월 방북 후 "김정은은 독재자가 아니라 좋은 사람"이라고 밝혀 미 현지 내에서 큰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또한 로드맨은 트럼프 대통령과도 친분이 있다. 과거 트럼프가 진행한 리얼리티 쇼에 출연한 바 있으며 지난 대선에서도 그를 공개 지지하기도 했다. 로드맨은 "나는 트럼프를 위해 많은 일을 했다"면서 "김정은 위원장은 한때 트럼프를 잘 알지 못했지만 책을 읽은 후 그를 이해하기 시작한 것 같다"고 밝혔다. 로드맨이 주장하는 책은 지난해 방북 때 선물로 들고간 트럼프의 저서인 ‘거래의 기술’(The Art of the Deal)을 말한다. 이에앞서 지난 8일에도 로드맨은 북미정상회담 소식을 크게 반겼다. 로드맨은 "트럼프는 이제 그 어떤 대통령도 하지 못한 역사적 만남으로 가는 길에 있다. 잘한 일"이라고 밝혔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6학년 학생 “정상회담은 갈라진 우리 민족 붙이는 테이프”

    6학년 학생 “정상회담은 갈라진 우리 민족 붙이는 테이프”

    文대통령·김정은 악수하자 “와!” 북한 대통령 많이 달라진 것 같다 평양으로 수학여행 언제 가나요 “남북 정상회담은 ‘테이프’입니다. 찢어진 종이처럼 떨어져 지낸 우리 민족을 붙일 수 있으니까요.”(신은초 6학년 김무찬군)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27일 서울 양천구 신은초 6학년 잎새반에서는 ‘남북 정상회담은 ○○이다’를 주제로 학생들이 토론과 발표 수업을 했다. 아이들은 저마다 진지하게 정상회담의 의미를 평가하며 한 단어로 표현했다. ‘하나’, ‘한걸음’, ‘가족’ 등 익숙한 비유는 물론 ‘아이들’(아이처럼 작은 출발이지만 결국에는 어른처럼 큰 결과를 낳을 것) 같은 참신한 아이디어도 나왔다. 오전 9시 30분. 교실 TV 화면에 등장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군사분계선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악수하자 “와!” 하는 탄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2007년(6학년)~2012년(1학년) 사이 태어난 초등학생들이 상상하기 어려웠던 매우 신기한 장면이었다. 지난 10년간 남북은 극단적 대치를 해 왔기 때문이다. 6학년 강민정양은 김 위원장에 대해 “북한 대통령이 많이 달라진 것 같다”면서 “평소에는 무서운 이미지였는데 지금보니 아니다”라고 말했다. 초등학교 5·6학년 도덕 수업 때 통일 문제를 배우지만 남북 정상이 손을 맞잡는 장면을 생중계로 보는 것 이상의 통일 교육은 없어 보였다. 이은실 교사는 5학년 열매반 아이들에게 “보통 정상회담이면 통역이 필요한데 이번에는 필요없다”면서 “같은 민족이니까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이 학교 4~6학년 아이들은 학년별 수준에 맞춰 ‘남북 정상에게 편지 쓰기’, ‘통일 후 지도 그리기’, ‘통일의 당위성에 대해 토론하기’ 등의 계기교육을 했다. 토론 수업에서는 논리적으로 말하는 아이도 있고, 논리력이 조금 떨어지는 아이도 있었다. 하지만 하나같이 “재밌다”, “기분이 좋다”, “뿌듯하다”는 반응이었다. 한 학생은 “슬프다”면서 “조금만 더 걸으면 남한이고, 북한인데 갈 수 없다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북한은 냉전 시기엔 제거할 대상이었고, 해빙기엔 포용할 존재였다. 또 남북은 반드시 통일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다. 학교 교육도 이런 시각에 맞춰졌었다. 하지만 요즘 초교생들의 생각은 다르다. 조은파 신은초 교사는 “토론을 해보면 통일되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지만 어떤 아이들은 ‘할 필요 없다’고 답하기도 한다”면서 “아이들에게 통일되면 좋은 점을 사실관계에 기반해 잘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전국 초·중·고교 교실에서는 학생들이 TV 화면으로 남북 정상 간 만남을 지켜보며 평화를 기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찾은 서울 덕수초의 학생들은 “앞으로 수학여행을 어디로 가게 될까요?”라는 박 시장의 다소 답이 정해진 질문에 “평양요!”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통일교육 연구학교인 서서울생활과학고 1학년 이선재군은 “뉴스 속 김 위원장을 보면서 독재자지만 사람다운 모습이 있다고 생각돼 신기했다”면서 “통일이 돼 군대에 안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김정은 과감·노련함 겸비… ‘국가 수반’ 이미지 부각

    김정은 과감·노련함 겸비… ‘국가 수반’ 이미지 부각

    깜짝 연출로 분위기 누그러뜨려 ‘어느 국가와도 대화 가능’ 알려‘수수께끼의 북한 지도자’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7일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전 세계에 전격 공개했다. 과감하고 솔직하고 직설적이며 때론 유화적이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정상회담으로 지난 1월 1일 신년사에서 대남정책 전환을 선언한 이후 시작된 연이은 파격 행보의 정점을 찍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공동기자회견 형식으로 세계의 언론 앞에 선 모습은 일반적인 국가수반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가 “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많은 노고를 바친 문재인 대통령과 남측 관계자 여러분께 깊은 사의(謝意)를 표한다”고 말하는 모습에서 친척마저 숙청했던 호전적 독재자의 면모는 찾을 수 없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정상회담을 시작하며 북한 지도자로는 처음으로 국군 의장대를 사열했다. 특히 회담 시나리오에 없던 깜짝 장면을 연출하고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드는 어법을 구사하는 등 어느 국가와도 대화할 수 있는 인물임을 부각시켰다는 평가도 나온다. ‘도보다리’ 벤치에서 문 대통령과 단독으로 진행된 30여분의 ‘담소’도 이 같은 이미지 전략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이날 오전 북측 판문각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낸 김 위원장은 위엄 있는 얼굴로 남측으로 걸어왔지만 판문점 군사분계선(MDL)을 사이에 두고 문 대통령을 마주하자마자 먼저 대화를 건네며 표정이 바뀌었다. 문 대통령의 ‘깜짝 월경’을 연출한 장면은 김 위원장의 노련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두 손으로 문 대통령의 오른손을 잡으면서 긴장감 가득했던 현장 분위기도 누그러졌다. 특히 이날 문 대통령과의 첫 대면은 2000년 1차 정상회담에서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김대중 전 대통령을 순안공항에서 영접할 때 두 손을 맞잡으며 환영했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첫 만남에서 한 손으로 형식적인 악수를 건네며 대조된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이날 김 위원장은 2007년이 아닌 ‘2000년 김정일’의 모습을 재연했다. 김 위원장은 “잃어버린 11년이 아깝지 않게 자주 보자”며 남북 관계의 훈풍이 계속될 것임을 재차 강조했다. 생중계 화면에 잡힌 김 위원장의 모습은 정상회담을 앞두고 심한 압박감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되기도 했다. 고창남 강동경희대 한방학과 교수는 “거북목이고 목 뒤쪽 근육이 돌처럼 딱딱해 보여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판문점공동취재단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독재자 김정은은 잊어라. 국제정치인 김정은이 온다”

    “독재자 김정은은 잊어라. 국제정치인 김정은이 온다”

    “북측 땅 밟기 ‘깜짝 제안’은 신중하게 연출된 외교적 댄스에 스텝 보탠 것”“핵무기로 위협하는 독재자 김정은은 잊어라. 국제 정치인 김정은이 온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세계무대에서 사실상 처음으로 공개 외교 데뷔전을 치르면서 그의 일거수 일투족이 외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미국과 영국의 주요 언론을 포함한 세계 각국 매체들은 김 위원장이 이날 한국인들은 물론 세계인들에게 대체로 ‘파격의 연속’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내렸다. 또 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만남 내내 자신감 있고 개방적이며 국제적 지도자로서 세련된 모습을 노출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무엇보다 김 위원장의 파격적 면모가 극적으로 드러난 때는 두 정상이 처음으로 악수를 하고 나서 사전 계획에도 없었던 문 대통령을 북측 땅으로 이끄는 장면이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 장면을 두고 “북한 지도자 김정은이 문 대통령을 국경을 넘도록 권유한 놀라운 순간”이라고 묘사했다. NYT는 이 장면에서 “신중하게 연출된 외교적 댄스에 놀라운 또 하나의 스텝이 추가됐다”고 분석했다. 청와대 설명에 따르면 당시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은) 남측으로 오시는데 나는 언제쯤 넘어갈 수 있겠느냐”라고 하자, 김 위원장이 군사분계선(MDL)을 넘어온 뒤 “그럼 지금 넘어가 볼까요”라며 문 대통령의 손을 이끌어 시나리오에 없던 장면이 즉흥적으로 연출됐다. NYT는 또 김 위원장이 입은 검은색의 줄무늬 인민복은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의 복장으로서 북한 인민에게 비록 적의 영토에 있지만 김 주석의 사상에 여전히 헌신하고 있다는 메시지”라고 해석했다. 다른 외국 매체들도 이날 김 위원장의 북측 땅 밟기 ‘깜짝 제안’에 크게 주목하며 여러가지 의미를 부여했다. 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김정은이 각본을 벗어났다”면서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을 북측으로 초대한 것과 관련해 “각본에 없는 순간으로, 그렇지 않았다면 고도로 연출된 장면”이라고 보도했다. 호주 ABC뉴스도 “각본을 벗어난 보기 드문 순간”이라면서 “해외에서 조롱받고 희화화되는 젊은 지도자가 중압감이 큰 이벤트에서 세련됨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영국 로이터통신은 김 위원장의 이날 방남을 두고 그의 할아버지인 김일성, 아버지인 김정일이 결코 하지 않았던 일을 했다고 평가했다. 2000년과 2007년에도 남북정상회담이 열렸지만 두 차례 모두 북한 수도인 평양에서 열렸다는 것이다. 로이터는 이어 김 위원장이 웃으면서 문 대통령과 악수를 했으며 그의 북측 땅 밟기 제안도 계획에 없는 행동이었다고 전했다.로이터는 또 김 위원장이 북한의 도로 사정의 열악함을 알리는 발언에 관심을 보이며 그가 “비밀의 벽을 깼다”고 표현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회담 마무리발언에서 “말씀드리자면 고저 비행기로 오시면 제일 편안하시니까, 우리 도로라는 게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불편하다”고 했다. 아울러 로이터는 밝은 톤의 대화와 웃음은 두 정상이 점심시간 전 2시간가량 진행한 회담 장소의 분위기를 보여준다고 해설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김 위원장의 국제적 지도자로서의 변모에 주목했다. WP는 ‘김정은은 자신이 완전히 합리적인 국제 지도자임을 알리고 싶어한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워싱턴을 핵무기로 공격하고 아시아의 미군 기지를 없애겠다고 위협하는 독재자 김정은은 잊어라. 국제 정치인 김정은이 온다”고 보도했다. WP는 이어 “7년 전엔 세계 최고의 독재국가를 통솔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 34세의 북한 지도자가 군사분계선을 넘었다”고 전했다. 이는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자, 책상 위의 핵 버튼을 떠벌리던 사람으로서는 급격한 전환이라는 게 WP의 설명이다. AP통신은 이날 ‘김정은이 한국 사람들을 사로잡았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 사람들이 김 위원장을 보기 위해 일상적인 일들을 잠시 멈췄다”고 한국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정상회담은 “북한 지지 매체들로 여겨지는 미디어 접촉이 금지된 한국인들에게는 극적인 변화”라고 AP는 소개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서동욱의 파피루스] 4차 산업혁명은 판단력의 문제다

    [서동욱의 파피루스] 4차 산업혁명은 판단력의 문제다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 등을 기반으로 삶에서 이루어지는 급격한 변화를 일컫는다. 이 혁명의 핵심에 ‘판단력’이 있다. 일상에서 사람들은 흔히 ‘결정’ 장애를 호소한다. 판단을 내리는 일만큼 어렵고 중요한 것이 없음을 알려 준다. 판단력은 흥미로운 탐구 대상이다. 구구단이나 역사적 사실이나 영문법은 가르치지만 판단력은 가르칠 수 없다. 자수성가한 재벌 1세보다 2세는 경영학의 원리를 많이 학습하지만 회사를 말아먹는 경우가 있다. 원리를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원리를 사례에 적용하는 판단력이 관건이고, 원리는 학습할 수 있으나 판단력은 학습되지 않는 까닭이다. 인간은 다른 인간의 판단력을 훔치지 못한다. 그래서 ‘판단력 비판’의 저자 칸트는 판단력을 ‘천부의 자질’이라 했다.판단력은 그것을 지도하는 상위의 교본이 없는 근본 지위에 있는 것이다. 가령 의학상의 규칙, 치료 요법 전체를 잘 공부한 의사를 생각해 보자. 그 의학 지식과는 별도로 환자에게 어떤 의학 지식, 어떤 치료 규칙을 적용해야 하는지는 전적으로 그의 능력에 달렸다. 그 능력을 판단력이라 부른다. 개별적으로 주어진 사례에 어떤 보편적 규칙을 적용하는 것이 합당한지 결정하는 능력 말이다. 명의와 의료 사고를 내는 의사가 갈리는 지점은 바로 저런 판단력의 유무다. 판단력의 문제는 더 심각하다. 히틀러의 법학자인 칼 슈미트가 몰두했던 것 역시 내가 보기엔 ‘판단력의 문제’다. ‘정치신학’에서 ‘독재’를 옹호한 이 법학자는 규칙은 완벽히 합리적으로 구성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가령 국가에 예산법이 없는데, 예산을 집행해야 한다면 어쩔 것인가? 이런 예외 상태에 대해 법은 답하지 못한다. 국법은 거기서 끝난다. 그러면 법적 절차가 진행되지 못할 때 누가 법 대신 결정하는가? 바로 법 위에 있는 통치자가 결정한다. 인류는 오래도록 법이 예외 상태와 맞닥뜨려 무용지물이 되지 않도록, 완벽히 합리적이도록 법을 다듬어 나갔다. 슈미트의 주장은 그래 봤자 법은 예외 상태와 마주쳐 어쩔 줄 모르며, 법이 무용지물이 된 이 예외 상태는 법 위에 있는 통치자의 결정, 재량, 바로 독창적인 판단력에 따라 타개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보편적이고 합리적인 법 위에 한 인격의 천부의 재능인 판단력, 결정하는 능력이 놓인다. 이렇게 규칙 위에 통치자의 판단력을 위치 짓는 이 사상은 히틀러 같은 독재자를 위한 법철학이다. 규칙이 아무리 합리적으로 마련되더라도 규칙은 그 자체로는 영위될 수 없고 결국 인격이 지닌 천부의 재능인 판단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은 인간이 걸어온 합리주의에 대한 의심이다. 인류는 한 인격(또는 공모적인 몇몇 인격)의 판단력이 인간 사회를 좌지우지할 수 없도록 인격에 의존하지 않는, 누구에게나 언제나 예외 없이 작동하는 익명의 규칙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민주주의 자체가 이 예외 없는 익명적 규칙을 존중하며, 여기에 예외를 두고 끼어드는 한 인격의 판단력(독재자가 행사하는 유신이나 긴급권)을 못 참는다. 4차 산업혁명의 의의는 바로 인공지능이 인간 고유 능력인 판단력의 자리를 넘본다는 데 있다. 예외가 생겨 무너지는 합리적인 규칙을 완벽하게 만들고, 완벽하게 개개 경우에 적용하는 혁명으로서 의의 말이다. 가령 알파고는 돌이 놓일 가장 좋은 자리를 판단한다. 그 판단이 실수를 저질렀을 때 사람들은 신기해하고 즐거워하지만, 인공지능은 곧 그 예외를 합리성으로 만회한다. ‘딥러닝.’ 바로 기계학습을 하는 까닭이다. 점점 더 예외 상태(적용돼야 할 규칙이 무용하게 되는 상태)가 발생하는 치욕은 사라지고, 합리성의 자리를 한 인격의 판단력(총기를 잃었을 때는 변덕, 객기, 우유부단)에게 내주는 일은 없어진다. 사람들은 인공지능이 잘못 판단하는 사태(인간에 대한 공격)를 우려한다. 그것은 사실 인간의 재앙이 아니라, 인공지능이 겪는 재앙이다. 인공지능 스스로 예외 상태를 허용해 다시 한 인간의 판단력에, 존 오코너 같은 원시적 영웅의 결단에 자기 자리를 양보하게 되는 까닭이다. 그렇다고 인간은 다시 인간으로 돌아가진 않는다. 인공지능을 다독이며 다시 합리성을 향한 길로 나가 차세대 판단력 혁명을 준비할 것이다.
  • 최은희 별세…북한 공작원에 강제 납북된 이야기 재조명

    최은희 별세…북한 공작원에 강제 납북된 이야기 재조명

    최은희가 16일 오후 지병으로 별세했다. 92세. 이에 故 신상옥 감독과 최은희의 납북 및 탈북까지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연인과 독재자’가 재조명되고 있다. 1978년 1월 최은희는 재정이 어려운 한 예술학교의 외국 자본 유치를 위해 홍콩에 갔다가 사라졌다. 그를 찾으러 간 신상옥 역시 흔적 없이 사라지며 항간을 떠들썩하게 했다. 그로부터 몇년 후 두 사람이 북한에서 ‘소금’ ‘불가사리’ ‘돌아오지 않는 밀사’ 등의 영화를 만들어 발표한 사실이 확인됐다. 1984년 국가안전기획부(현 국정원)는 “신상옥 감독과 영화배우 최은희가 북한 공작원에게 강제 납북됐다”고 공식 발표를 했다. 이 영화는 두 외국인 감독의 시각에서 최은희, 신상옥의 납북 및 탈북 이야기를 다룬 것이 특징이다. 또한 최은희가 녹음해온 故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육성이 담겨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신상옥 감독과 최은희는 1986년 3월 오스트리아 빈 방문 중에 미국 대사관에 진입해 망명에 성공했다. 이후 10년 넘는 망명 생활을 하다가 1999년 귀국했다. 이후 영화 ‘마유미’ ‘증발’ 등을 제작했다. ‘연인과 독재자’를 만든 로버트 캐넌과 로스 애덤 감독은 “이 믿기지 않는 사건을 들었을 때부터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 취재를 하며 여전히 너무 많은 진실이 감추어져 있단 사실에 놀랐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고인의 유족으로는 신정균(영화감독)·상균(미국거주)·명희·승리씨 등 2남 2녀가 있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23호실(17일 12호실 이전 예정), 발인은 19일 오전이며 장지는 경기도 안성 천주교공원묘지로 정해졌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미국, 시리아 화학무기시설 등 정밀타격…영국·프랑스도 합동작전

    미국, 시리아 화학무기시설 등 정밀타격…영국·프랑스도 합동작전

    미국이 시리아 정부의 화학무기 사용과 관련해 ‘응징 공격’에 나섰다. 영국, 프랑스 등 서방 국가들이 이에 동참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3일 밤(미국시간) 백악관에서 연설을 하고 시리아 사태와 관련해 “정밀타격을 명령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TV로 생중계된 연설을 통해 “조금 전 미군에 시리아의 독재자 바샤르 알아사드의 화학무기 역량과 관련된 타깃에 정밀타격을 시작하라고 명령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프랑스와 영국 군대와의 합동작전이 지금 진행 중”이라면서 시리아 정부의 화학무기 사용을 가리켜 “인간의 행동이 아닌 괴물의 범죄 행위”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오늘 밤 우리 행동의 목적은 화학무기 생산, 사용, 확산에 맞서 강력한 억지력을 확립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가 화학 작용제 사용을 멈출 때까지 공격을 “계속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미국이 시리아 내 “무기한 주둔”을 모색하지는 않으며, ‘이슬람국가’(IS)가 완전히 격퇴당하면 철군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14일(시리아 현지시간) 미국은 토마호크 미사일 등을 이용해 시리아 내 여러 표적을 공격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미국 정부 관리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영국 국방부도 자국 공군의 토네이도 전투기 4대가 이번 공습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AFP와 로이터통신은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일대에서 최소 6번의 커다란 폭발음이 들리고 연기가 치솟았다고 전했다. 이날 공격은 시리아의 화학무기 관련 시설과 육군 부대 등에 집중됐다고 시리아인권관측소가 밝혔다. 시리아 국영TV는 정부군이 대공 무기를 활용해 서방의 공습에 대응 중이며, 방공시스템을 통해 미사일 13기를 격추했다고 주장했다.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도 성명을 발표, 영국군이 시리아에 대한 정밀타격을 수행하도록 승인했다고 밝혔다. 메이 총리는 이번 공격이 “내전 개입이나 정권 교체에 관한 일이 아니라 지역 긴장 고조와 민간인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한 제한적이고 목표를 정한 공격”이라고 강조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미국, 영국과 함께 시리아 내 비밀 화학무기고를 목표로 한 군사작전에 들어갔다고 발표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시리아의 화학무기 사용은 프랑스가 지난해 5월 설정한 한계선을 넘어선 것”이라며 공습 참여 이유를 설명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아버지를 찾아… 리비아의 비극과 마주하다

    아버지를 찾아… 리비아의 비극과 마주하다

    귀환/히샴 마타르 지음/김병순 옮김/돌베개/344쪽/1만 5000원 행방불명된 아버지를 세상에 다시 호명해 내는 아들의 여정은 모천(母川)으로 돌아오는 연어의 귀환과 한가지다. 고통스럽고 고단할지라도 자신이 어디서 왔는지, 존재의 근원을 찾는 건 본능이기 때문이다. 책은 리비아 출신의 소설가 히샴 마타르(49)가 쓴 소설 같은 ‘실화’다. 주인공은 저자와 목격자들의 회상 속에서는 분명 살아 있는 올해 79세가 된 아버지 자발라 마타르다. 리비아 독재자 카다피 정권에서 외교관을 지낸 자발라 마타르는 독재에 반대하며 저항 세력을 규합하는 대표적인 반체제 인사로 변모한다. 자발라는 1990년 3월 12일 카이로에서 이집트 비밀경찰에게 체포된 후 리비아의 악명 높은 아부살림 교도소에 투옥됐다. 가족에게 세 통의 편지를 전한 그는 6년 뒤 아부살림에서 1270명의 정치범들이 학살당한 사건 이후 행방불명됐다. 작가는 2011년 ‘아랍의 봄’으로 카다피가 제거된 후 33년 만에 고국에 귀환해 아버지의 흔적을 수소문한다. 아들은 아버지가 왜 자신과 가족의 삶을 희생하면서 저항의 길을 선택했는지 그 진실을 찾는다. 그 여정을 통해 작가는 참혹한 식민통치에서 독립한 신생 국가 리비아의 오래된 비극을 마주하며 사막에서 생존해 온 베두인족의 삶 자체가 저항과 투쟁이었다는 걸 깨닫는다. 작가의 가족사는 우연의 산물이 아니었다. 할아버지 하메드 마타르가 이탈리아 식민통치에 항거했고, 아버지가 독재에 저항한 건 수많은 리비아인들의 선택이자 공동체의 비극이었다는 걸 드러낸다. 작가의 사촌 동생 하메드는 이 책이 집필되던 순간에도 시리아 반군에 지원해 참전 중이었다. 아들은 아버지를 찾았을까. 사실 그조차 아버지가 죽었다고 믿고 있다. 리비아로 귀환한 이유가 사라진 아버지의 존재만이 아니었음을 의미한다. 독재 정권의 붕괴 이후에도, 아랍에 봄이 왔다가 갔다고 떠들어 댈 때도, 그리고 극단적인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봉기해 시리아 학살이 자행되는 현재에도 곳곳에 혈흔이 배어 있는 리비아의 비극을 마주하게 된다. 마치 아버지가 보내 온 카세트테이프에서 흘러나온 ‘깊은 구덩이에서 울려 나오는 듯한 울음소리’처럼. 저자는 독재 치하 리비아의 현실을 다룬 소설 ‘남자들의 나라에서’로 2006년 맨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르며 주목을 받았다. 이 책은 지난해 미국 퓰리처상 논픽션 부문 수상작으로 세계 30여개 언어로 번역됐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침묵의 한국문학 여성들이 말해요 변화가 시작됐죠”

    “침묵의 한국문학 여성들이 말해요 변화가 시작됐죠”

    “한국 문학은 침묵을 지나치게 사랑하는 것 같아요. ‘벙어리 3년, 귀머거리 3년, 장님 3년’이라는 말도 있듯이 여자라면 모름지기 입 다물고 묵묵히 일하는 맏며느리감이어야만 하죠. 이것이야말로 부정과 불의를 키우는 요인입니다. 러시아 소설가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이 ‘침묵으로 일관한 진실은 거짓’이라고 했습니다. 비로소 한국 여성들이 말하기 시작한 것은 중요합니다. 변화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뜻이니까요.”문정희(71) 시인의 새 시집 ‘작가의 사랑’(민음사)은 이 땅의 여성들을 위한 진혼곡이다. 틀에 갇힌 여성에 대한 자유와 해방을 꾸준히 노래해 온 시인은 4년 만에 낸 열네 번째 시집에서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이름을 빼앗기고 무차별하게 짓밟힌 이들의 울음을 곡조에 담아 노래한다. 해방 공간에서 간첩이라는 죄목으로 처형당한 김수임, 여성이라는 이유로 공쿠르상에서 탈락하자 스스로 페미나상을 제정한 프랑스 시인 안나 드와이유, 독재자 앞에서 차도르를 찢은 이탈리아 기자 오리아나 팔라치, 성폭행을 당한 뒤 휴지에 증거를 들고 파출소로 뛰어갔지만 도움을 받지 못한 이방인 여성 등을 호명한다.특히 문단에서 남성들에게 인격살해당한 작가 김명순의 이야기를 다룬 ‘곡시’는 마치 오늘날 수많은 여성의 현실을 대변하듯 적나라하다. ‘이성의 눈을 감은 채, 사내라는 우월감으로/근대 식민지 문단의 남류들은 죄의식 없이/한 여성을 능멸하고 따돌렸다./(중략)/꿈 많고 재능 많은 그녀의 육체는 성폭행으로/그녀의 작품은 편견과 모욕의 스캔들로 유폐되었다./이제, 이 땅이 모진 식민지를 벗어난 지도 70여년/아직도 여자라는 식민지에는/비명과 피눈물 멈추지 않는다.’(‘곡시’ 중) “김명순은 한국 최초의 여성 소설가이자 여성 최초로 시집을 낸 시인이에요. 일본에서 데이트 강간을 당했고 이것이 빌미가 되어 많은 한국 남성 문인들에게 사회적인 폭력을 당했죠. 이후 행려병자가 되어 문단에서 사라졌어요. 한국 현대문학사는 남성 중심의 기술이 만들어낸 반쪽의 문학사이기 때문이죠. 이 시는 제가 갑자기 쓴 게 아니에요. 4년 전부터 여러 논문을 읽으며 자료 조사를 하다가 2년 전에 한 계간지에 발표했어요. 최근의 흐름과 맞물려 주목받고 있는 걸 보면 이 시가 중요한 분수령을 이루는 역사적 시점에 서 있는 듯합니다.” “눈물에서 태어난 보석” 같은 이 땅의 딸들을 위한 문 시인만의 생명력 넘치는 시는 많은 이들에게 위로를 건넨다. 내년이면 등단 50주년을 맞는 시인은 자신이 남성 중심 문단에서 견뎌 온 무수한 시간을 되돌아보며 현재 아픔을 겪고 있는 여성들을 격려했다. “창작 자체에서 좌절감을 느낀 적은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패거리의 견제에 의해 기회를 박탈당하고 뒤로 물리는 일은 무수히 겪었죠. 그럴 때마다 난 슬프지 않았어요. 오히려 ‘좀더 앞으로 가자’고 생각했죠. 제가 외국에서 강연할 때도 한 이야기지만 여성의 몸속에 있는 자궁은 단지 여성의 자궁이 아니라 인류의 자궁입니다. 창조의 모태이자 대지모(大地母)죠. 여성들 스스로 사회적 타자, 압박받는 존재가 아니라 아름다운 모태임을 자각해야 합니다. 더이상 머뭇거리거나 슬퍼하거나 그늘에 서 있지 말고 찬란한 꽃을 피웠으면 좋겠습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동남아 선거판에 드리운 ‘스트롱맨’ 그림자

    동남아 선거판에 드리운 ‘스트롱맨’ 그림자

    말레이시아 총선 전·현직 박빙 캄보디아 훈 센 정권 연장 유력 인니·태국 군부 장악 지속될 듯“내 정신은 멀쩡하고 노망이 들지도 않았다. 나는 35년 전에 입던 바지를 그대로 입을 수 있고 여전히 활동적이다. 총리직 수행에 신체적 나이는 상관없다.” 마하티르 모하맛(93) 전 말레이시아 총리가 지난달 22일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 고령의 나이에 총리직에 재도전하는 자신의 심경을 밝히자 말레이 정치권이 다음달로 예상되는 총선을 앞두고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말레이 정부는 6일 회기가 만료된 의회 해산 절차를 밟고 총선 날짜를 발표할 예정이다. 나집 라작(65) 총리가 이끄는 집권 여당 연합 국민전선(BN)은 15년 만에 정계에 복귀한 마하티르 전 총리의 재집권 가능성이 가시화되자 “마하티르는 짐바브웨를 37년간 통치하다 퇴출당한 로버트 무가베와 유사한 인물”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마하티르 총리는 “도둑이 총리직을 맡아 나라를 이끌고 있다”며 현 집권 세력의 부정부패를 끝내겠다고 맞섰다. 전·현직 총리가 정면 대결하는 초유의 상황이지만 둘 중 누가 당선되더라도 말레이시아는 ‘스트롱맨’ 시대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말레이시아뿐 아니다. 권위주의적 독재의 그림자가 선거를 앞둔 동남아 주요 국가들에 짙게 드리우고 있다. 캄보디아와 태국도 비슷한 상황이다. ●‘고령의 국부’ vs ‘신흥 독재’ 각축 마하티르 전 총리는 말레이시아의 경제발전과 근대화를 이끈 ‘국부’이면서도 수차례 부정선거를 통해 22년 장기 철권통치를 이어 간 독재자로 평가받는다. 그는 정적들에게 인권 탄압을 자행한 뒤 총리직에서 물러난 이후도 정계의 막후 실력자로 군림했다. 나집 총리는 2009년 마하티르 전 총리의 후원으로 총리 자리에 앉았고 인구의 60% 이상 되는 말레이족 유권자의 표심을 잡기 위한 이슬람보수주의를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국영투자기업의 자금을 횡령해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을 계기로 정치적 후원자였던 마하티르 전 총리와 결별했고 사퇴 압박에 시달려 왔다. 나집 정부는 2016년 비자금 스캔들을 강력히 비판한 야당 민주행동당(DAP)의 림관웅 페낭주 수석장관을 체포했다. 지난 3일에는 ‘가짜뉴스’를 유포한 언론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게시물에 대해서는 6년 이하의 징역이나 50만 링깃(약 1억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가짜뉴스 단속법’을 통과시켜 정부 비판에 재갈을 물리고 있다. ●훈 센은 33년 캄보디아 총리로 군림 오는 7월 29일 하원의원 선거를 앞둔 캄보디아에서는 33년째 권좌를 놓지 않는 ‘현직 스트롱맨’ 훈 센(67) 총리가 향후 5년 동안 정권을 연장할 가능성이 높다. 캄보디아에서는 하원의원 선거에서 승리한 당이 총리를 배출한다. 훈 센 총리는 국제사회와 인권단체의 우려에도 지난해 제1야당인 캄보디아구국당(CNRP) 대표에게 반역죄를 적용해 구속하고 CNRP를 해산하는 등 정권 연장에 걸림돌이 되는 정적들을 제거했다. 이에 따라 지난 2월 상원의원 선거에서 훈 센이 이끄는 캄보디아인민당(CPP)은 득표율 96%를 얻으며 58석 전석을 싹쓸이했다. 2014년 군부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쁘라윳 짠오차(64) 태국 총리 정부는 당초 올해 11월 민정 이양을 위한 총선을 치르겠다고 공언했으나 지난 2월 27일 총선 시기를 내년 2월로 연장한다고 밝혔다. 이에 군부 정권에 대한 국민적 반발이 거세지며 정국 혼란이 가중됐다. 쁘라윳 총리의 군부 정권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지난 4년간 일체의 정치 집회와 정당 활동을 막았던 정치활동 금지 조치를 오는 6월부터 해제한다고 지난달 30일 밝혔다. 하지만 이는 민정 이양 이후에도 군부가 권력을 계속 장악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반영한다. 총선이 실시되더라도 이미 태국 군부가 2016년 개헌을 통해 민정 이양 이후 5년간 군부의 지명을 받은 상원의원이 하원의 총리 선출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뒀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군부 세력 재등장 가능성 이 밖에 인도네시아에서는 오는 6월 27일 차기 대권 향배를 가늠할 수 있는 지방선거가 열린다. 내년 대선에서는 ‘친서민’ 대표인 조코 위도도(조코위·56) 현 대통령에 맞서 보수파의 지지를 받는 군부 출신의 프라보워 수비안토(67) 대인도네시아운동당 대표가 도전하고 있다. 독재자였던 수하르토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프라보워는 동티모르 학살 등 당시 군부의 인권침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하지만 프라보워 대표는 조코위 정부의 빈곤 개선책이 국민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내세워 군부 세력의 재집권을 꿈꾸고 있다. 토머스 페핀스키 미국 코넬대 교수는 온라인 매체 쿼츠 인터뷰에서 동남아의 권위주의 회귀 움직임에 대해 “민주주의가 가난, 범죄, 종족 갈등, 정치적 불안정을 해결하는 데 약점이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반자유주의적 정책이 지지를 얻어 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동남아 지도자들에게 민주주의나 인권 문제 개선을 비판하거나 요구하는 목소리가 줄어든 것이 ‘스트롱맨 천하’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北, 단계별 일괄타결 제시…한·미와 ‘디테일 싸움’

    北, 단계별 일괄타결 제시…한·미와 ‘디테일 싸움’

    北 ‘단계별 보상’ 살라미 우려 “보상 없다”는 美와 충돌 가능성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6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5월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 성사를 처음으로 공식 언급하고, 비핵화 원칙도 밝혔다. ‘평화 실현을 위한 단계적·동시적인 조치’를 한다면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전체 로드맵을 일괄타결한 뒤 단계별로 비핵화와 체제 안전을 맞바꾸는 ‘단계적 일괄타결’ 방식으로 보인다. 한국의 소위 ‘원샷 타결’이나 미국의 ‘리비아식 일괄타결’과 이름은 비슷해 보이지만 그 내용 및 의미 차이가 크다. 28일 중국 CCTV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한반도 긴장 상황을 화해와 협력으로 바꾸기로 하고 남북 정상회담을 하기로 했으며 미국과의 대화를 원해 북·미 정상회담을 하기로 했다”며 “한·미가 선의로 우리의 노력에 응해 평화와 안정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평화 실현을 위한 단계적·동시적인 조치를 한다면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중 핵심은 ‘단계적·동시적인 조치’다. 북한의 비핵화(동결, 폐기 등)와 체제 안전 보장(북·미 수교, 평화협정,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등)을 교환키로 한 번에 단계별 청사진을 타결한 뒤 각 단계마다 동시적으로 진행하는 방식을 뜻한다. 김 위원장은 지난 5일 한국 대북 특사단에 ‘체제 안전을 보장하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며 비핵화와 체제 안전 보장을 교환하고 싶다는 의중을 밝혔다. 이는 단계별로 ‘선(先) 비핵화, 후(後) 보상’을 진행했던 2005년 6자회담 ‘9·19 공동성명’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당시에는 북한이 핵동결을 하면 남북 경협을 확대하고 북한이 핵시설을 불능화하면 미국이 금융 제재를 해제하는 식으로, 단계별로 북한이 먼저 비핵화를 실행하면 주변국이 그 단계에 해당하는 보상을 줬다. 또 이 방안은 북한의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체제 협상을 병행 추진하는 중국의 쌍궤병행(雙軌竝行)과 비슷한 취지를 담고 있다. 하지만 복잡하게 얽힌 매듭을 단칼에 잘라 해결하듯 비핵화와 종전선언, 평화협정 문제를 일괄타결하는 한국의 입장과는 사뭇 다르다. 특히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의 ‘리비아식 일괄타결 해법’과는 큰 격차가 있다. 당시에는 리비아가 먼저 핵프로그램 전체를 중단했다. 미국은 리비아의 핵 시설 등을 미국으로 가져간 뒤, 경제적 보상과 미·리비아 관계개선 등의 조치를 취했다. 일괄타결 형식이지만 ‘선 핵폐기, 후 보상’이 골자다. 또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는 미국과 비핵화 합의를 했음에도 결국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김 위원장의 입장에선 받아들이기 힘들다. 반면 일각에서는 북한도 비핵화 단계를 여러 단계로 쪼개서 합의하고 이행하면서 마지막까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는 ‘살라미 전술’을 고수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의 중재와 중국의 조율이 더 중요한 이유다. 특히 중국은 이번 북·중 정상회담으로 한반도 정세에서 ‘차이나 패싱(소외현상)’을 불식시켰고, 향후 미국을 견제하면서 6자회담 의장국 등으로의 역할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북·중은 ‘새로운 높은 단계’라는 표현으로 우의를 과시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양국 간 전략적 우호관계를 확인하고 미국과의 협상에 나서는 것이 양국 모두에 이익이 된다”며 “향후 북·중 간 밀착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중국이 북한에 수혈은 해도 전적으로 책임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결국 북핵 문제의 열쇠는 여전히 미국에 있다”고 분석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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