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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리 곳곳에 ‘다윗의 별’…“히틀러가 네타냐후보다 낫다” 독일 경찰 수사

    파리 곳곳에 ‘다윗의 별’…“히틀러가 네타냐후보다 낫다” 독일 경찰 수사

    프랑스 파리의 건물 곳곳에 유대인의 상징인 ‘다윗의 별’이 수십 개 그려져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프랑스 BFM TV 등의 보도에 따르면 전날 밤부터 31일(현지시간) 새벽 사이 파리 14구의 아파트와 은행 건물 곳곳에 약 60개의 다윗의 별이 파란색 스프레이 페인트로 칠해졌다. 전날 파리 외곽 생투앵, 오베르빌리에, 이시레물리노에서도 비슷한 그림이 발견됐다. 다윗의 별은 유대인과 유대교를 상징하는 표식으로, 2차 세계대전 당시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를 자행한 독일 나치 정권이 유대인을 집단 수용하면서 노란색 다윗의 별을 달도록 했다. 14구에 사는 안느라는 이름의 주민은 엑스(X, 옛 트위터)에 관련 사진을 올리며 “치욕스러운 아침”이라면서 “이것은 단순한 태그가 아니라 역사, 민주주의, 공화국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난했다. ‘다윗의 별’이 그려진 건물의 관리인인 엘리자베트도 “여기선 다른 사람의 종교에 대해 신경 쓰지 않고 모두가 잘 지내고 있다”며 “23년간 이 건물에서 살면서 이런 일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다윗의 별’을 발견하자마자 경찰에 신고했다는 그는 “저는 유대인도 아니고 종교도 없지만, 정말 걱정스럽다”고 덧붙였다. 카린 프티 14구청장은 성명을 발표해 “이런 딱지 붙이기는 1930년대와 2차 대전에서 수백만명의 유대인을 학살한 방법을 연상시킨다”고 비난하며 주동자들을 찾아내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클레망 본 교통부 장관은 이날 LCI 방송에 출연해 “이 이미지는 우리 역사상 가장 어두운 시간을 연상시킨다”며 “우리는 사소한 행위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유대인 거주지나 모임 장소 등에 대한 보호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리 검찰청은 “출신, 인종, 민족 또는 종교적 이유로 타인의 재산을 훼손한 혐의”에 대해 관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고 밝혔다. 프랑스에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무력충돌을 계기로 반유대주의 움직임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금까지 819건의 반유대주의 행위가 신고됐으며 414명이 체포됐다. 유대인 후손인 야엘 브룬 피베 프랑스 하원 의장은 참수하겠다는 협박 편지를 받아 경찰에 신고했고, 지난 27일 파리 내 이스라엘 대사관엔 흰색 가루가 담긴 익명의 소포가 배달됐다. 이날 오전 파리의 기차역에서는 한 여성이 폭발 위협을 가해 경찰이 총을 쏴 제지했다. 이 여성은 중상을 입어 병원 치료 중인데 위중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보도를 종합하면 출근길 외곽에서 파리로 들어오는 RER C 기차 안에서 무슬림 전통의 긴 드레스(아바야)를 입은 한 여성이 “다 날려버리겠다”고 위협하며 테러 옹호 발언을 했다는 신고가 경찰에 여러 건 들어왔다. 경찰은 RER C 노선이 정차하는 파리 13구의 프랑수아 미테랑 도서관 역에 출동해 오전 8시 30분쯤 시민들을 대피시킨 뒤 역을 봉쇄하고 이 여성과 대치했다. 경찰은 여성에게 ‘옷 안에서 손을 꺼내라’고 명령했으나 여성은 거부한 채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가장 위대하다)”를 외치며 “자폭하겠다”고 위협했다. 초반 경찰관 한 명이 여성의 복부에 총알을 한 발 쐈다고 밝힌 검찰은 확인 결과 두 명의 경찰이 모두 8발을 발사했다고 정정했다. 이 여성은 폭발물이나 무기를 들고 있지 않았으며, 현장에서도 폭발물은 발견되지 않았다. 뉘녜즈 청장은 이 여성이 38세이며, 2021년 7월에도 이번처럼 베일을 완전히 쓰고 드라이버를 든 채 위협적인 태도로 종교적 발언을 해 경찰에 체포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당시 이 여성은 정신과적 문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병원 치료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독일 베를린의 유명 클랜(조직범죄집단) 두목이 “히틀러가 네타냐후보다 낫다”고 발언해 국가안보당국과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고 독일 RND가 31일(현지시간) 전했다. 아라파트 아부샤커는 틱톡에 올린 동영상 생중계에서 이스라엘 정부를 나치 정부와 비교하면서, “내게 있어선 아돌프 히틀러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보다 낫다”고 말했다. 독일 유대인 최고위원회는 X에 아부샤커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무력충돌에 관해 수니파 설교자 피에르 포겔과 논의하는 동영상 일부를 공개했다. 아부샤커는 동영상에서 이스라엘 정부를 시온주의 정권으로 지칭하면서, 히틀러와 견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히틀러가 네타냐후 총리보다 나았다고 진술했다. 아부샤커는 “나치 독재자는 유대인들을 적어도 곧바로 죽였는데, 네타냐후 총리는 팔레스타인인들을 고통받게 한다”면서 “그는 민족 전체를 말소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유대인 최고위는 틱톡에 대화를 제의하면서 “수많은 청소년이 당신들의 플랫폼에서 이런 동영상 생중계를 통해 이념적으로 중독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베를린 경찰에 이런 표현은 대국민 선동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국가안보당국에 해당 동영상에 대한 조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독일 연방치안청(BKA)에 따르면 하마스의 이스라엘에 대한 기습공격 이후 2000건 이상의 범죄행위가 집계됐다. 상해, 소요, 대국민선동, 기물파괴 등이다. 친팔레스타인 집회 관련 저항범죄도 크게 늘었다고 BKA는 전했다.
  • 세계 최대 토목공사 리비아 대수로 현장 지휘한 ‘빅맨’

    세계 최대 토목공사 리비아 대수로 현장 지휘한 ‘빅맨’

    재계 10위 ‘글로벌 기업’ 이끌어성수대교 붕괴·외환위기로 ‘몰락’ 최원석 전 동아그룹 회장이 25일 지병으로 별세했다. 80세. 동아그룹 최준문 창업주의 아들인 최 전 회장은 그룹 전성기 당시 22개 계열사, 재계 순위 10위의 ‘동아그룹’을 이끌며 세계를 종횡무진하는 글로벌 기업인으로 활약했다. 대전 출신으로 한양대 경제학과를 거쳐 미국 조지타운대를 졸업했다. 고인은 1966년 동아콘크리트 사장을 시작으로 1968년 당시 국영기업이던 대한통운을 인수해 건설(동아건설), 운송 체제로 그룹을 이끌었다. 특히 1983년 11월 당시 ‘세계 최대의 토목공사’로 불리던 총연장 4200㎞ 이상의 리비아 대수로 5단계 공사 중 1단계 공사를 수주했으며 1990년 2월 2단계 공사를 수주했다. 당시 40대이던 최 전 회장은 리비아 대수로 공사를 현장 지휘하며 동아건설을 세계적인 건설사로 성장시켰다. 그 과정에서 ‘빅맨’, ‘생각하는 불도저’ 등의 별명을 얻기도 했다. 리비아의 독재자였던 무아마르 카다피와 친해지면서, 카다피를 ‘카선생’이라고 부르고 카다피도 그를 ‘헤잔님’(회장님)으로 불렀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1981년에는 국내 최초 민간 자본으로 건설한 원효대교를 서울시에 기부해 무료화하기도 했으며 월성원자력발전소 1호기(1981년), 울진원자력발전소 1~2호기(1989년) 등을 준공했다. 대한통운은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1988년 서울올림픽과 같은 굵직한 행사의 물류를 담당하며 사세를 키웠다. 하지만 1994년 10월 동아건설이 시공한 성수대교 붕괴 사건을 계기로 추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1995년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논란으로 검찰 수사를 받았으며 1997년 외환 위기와 1998년 김포 매립지 개발 과정에서 생긴 막대한 빚에 결국 경영권을 내놓게 됐다. 1998년 5월 동아그룹은 전문경영인체제로 전환됐으며 그해 9월 구조조정협약에 따라 동아건설산업 외에 나머지 계열사는 정리, 건설전문기업으로 남는다는 계획하에 동아증권, 서원레저 등을 매각했다. 그럼에도 2000년 11월 동아건설산업이 최종부도 처리돼 법정관리 대상기업으로 결정됐고 2001년 5월 파산선고를 받아 그룹이 해체됐다. 고인은 1981년부터 대한체육회 이사 및 대한올림픽위원회 상임위원으로 활동하며 1988년 서울올림픽 유치 공로로 받은 국민훈장 모란장(1988)을 비롯해 요르단왕국 독립훈장, 금탑산업훈장 등을 받았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발인은 28일이다.
  • 5000명 죽었는데…하마스 분쟁에 시진핑·푸틴만 ‘방긋’, 왜? [핫이슈]

    5000명 죽었는데…하마스 분쟁에 시진핑·푸틴만 ‘방긋’, 왜? [핫이슈]

    지난 7일(이하 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양측에서 현재까지 약 5000명에 달하는 사망자가 발생한 가운데, 무고한 희생에도 불구하고 중동의 분쟁을 ‘반기는’ 두 남성이 있다. 1. ‘팍스아메리카나’가 끝나길 바라는 중국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번 하마스-이스라엘 분쟁으로 중국은 몸값이 갈수록 뛰고 있다. 지난해 10월 3연임을 확정한 뒤 코로나19 봉쇄령을 해제하고 국제무대로 복귀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자신에게 씌워진 독재자 이미지를 희석하길 원했다. 우크라이나전쟁에 이어 하마스-이스라엘 분쟁에서 중재자 역할을 하면서 ‘평화적 이미지’를 얻는 동시에,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과시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셈이다.미국의 시선과 지원이 우크라이나와 하마스-이스라엘 분쟁으로 쏠리는 현재 상황은 무력 통일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이며 호시탐탐 대만을 노려온 시 주석의 입장에서 결코 나쁘다고 볼 수 없다. 더불어 중동 평화를 이끌어 대중 견제의 활용하려 했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계획이 실패했다는 지적과, 이로써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패권이 약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 역시 중국과 시 주석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무엇보다 사사건건 미국 및 미국 동맹국들의 견제를 받아 온 중국은 미국이 중동 분쟁 중재에 실패했으며, 결국 팍스아메리카나(미국이 힘을 이용해 세계 평화를 주도하는 시대)가 끝났다는 분석에 가장 환호할 국가로 꼽힌다. 1-1. 중국, 하마스에 ‘테러’ 표현도 자제 지난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 남부 지역을 공격했을 당시 중국인 4명이 죽고, 3명 이상이 납치됐다. 중국은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피해를 입은 국가 중 하나인 셈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자국민이 살해되고 납치된 상황에서 중국은 ‘테러’라는 용어 사용조차 자제할 만큼 팔레스타인을 지지하고 있다. 이는 중국이 대외적으로 중재자 역할을 강조하며 양측 모두에게 자제할 것을 당부했지만, 사실상 팔레스타인에 기울어져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양측의 분쟁이 길어지거나 혹은 확전될수록 중국은 미국과 미국 동맹국들의 관심사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곧 중국이 대만을 손에 넣거나, 미국의 제재를 뚫고 자국의 이익을 취할 길을 넓힐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하마스와 이스라엘, 그리고 이를 둘러싼 이란과 레바논, 미국 등의 혼란스러운 움직임에 시 주석이 미소짓는 이유다. 2. 푸틴 “남자들이 서로 싸우기로 결심했다면 싸우게 해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관심이 하마스와 이스라엘 무력 분쟁으로 옮겨간 틈을 타 우크라이나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미국의 지원이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로 분산될 것을 기대하는 모양새다.더불어 푸틴 대통령은 양측 분쟁으로 인한 경제적 효과도 예측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시작한 이후 특히 석유, 가스 등 에너지 수출 방면에서 미국과 서방국가들의 제재를 받았다. 전쟁 초기 미국을 중심으로 러시아산 원유의 가격 상한가 제도를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당시 한국은 미국 주도의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에 동의한다는 뜻을 표한 바 있다. 대러 제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러시아 에너지 자원의 대체 공급지로 꼽혀온 중동이 전쟁에 휩싸인다면, 러시아의 에너지 자원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2-1. 소련 시절부터 이어져 온 팔레스타인과의 인연 러시아에게 이스라엘은 ‘특별한’ 국가다. 소련 해체 후 러시아와 구소련 지역에서 100만 명 이상이 이스라엘로 이주했다. 이에 러시아 내에서는 이스라엘에 가족이나 친척이 살고 있다는 사람을 쉽게 접할 수 있다. 두 나라 사이에 정서적 유대감이 있다 보니, 팔레스타인보다 이스라엘에 더 친근함을 느끼는 러시아 국민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러시아는 전통적으로 팔레스타인을 포함한 아랍권과 긴밀한 관계를 이어왔다. 소련 당시 팔레스타인에게 무기를 제공했고, 1967년 3차 중동전쟁 당시에는 이스라엘과 단교를 선언하기도 했다.무엇보다 현재 상황에서 러시아다 미국 등 서방국가를 등에 업은 이스라엘에게 “나치와 같다”며 비난하는 것은 결국 반미(反美) 연대의 확장에 따른 선택으로 분석된다. 푸틴 대통령이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분쟁을 바라보는 시선을 단 한 번에 알아볼 수 있는 대목이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11일 열린 한 공식 행사에서 “남자들이 서로 싸우기로 결심했다면 싸우게 해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하마스) 양측 모두 그렇게 해야 한다”면서 이번 분쟁이 쉽게 끝나지 않길 바라는 진짜 속내를 드러냈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으로 국제사회의 힘의 균형이 흔들리고 있으며, 특히 미국의 주요 지정학적 경쟁국들에게는 호재라고 평가하고 있다.
  • ‘발칸 도살자’ ‘인종 청소기’…그 무릎을 꿇린 피플파워 [지구촌 소사]

    ‘발칸 도살자’ ‘인종 청소기’…그 무릎을 꿇린 피플파워 [지구촌 소사]

    ■ 10월 지구촌 소사(小史): 인물 10걸 ❷/2000.10.5 실각한 국제전범 밀로세비치시민들의 힘으로 밀어붙인 ‘무혈 불도저 혁명’은 거칠 게 없었다. 2000년 10월 5일(현지시간) 유고슬라비아 연방 공화국의 수도 베오그라드에서 일어난 민중 봉기로 슬로보단 밀로셰비치(1941~2006) 당시 대통령은 보따리를 챙길 틈도 없이 바삐 물러났다. 권력을 향한 지나친 욕심과 보편을 떠난 일그러진 신념이 ‘확신범’ 밀로셰비치의 판단력을 더욱 흐리게 했을 법하다. 본인은 물론 나라의 불안과 불행은 이미 예고돼 있었다. 9월 24일 치른 대통령 선거에서 13년간 장기 집권한 현직 밀로셰비치 대통령이 패배하고, 야당 후보인 보이슬라브 코슈투니차(79) 민주당 대표가 당선될 것으로 일찌감치 예측됐다. 9월 26일 선거관리위원회는 국영 TV를 통해 1차 투표에서 코스투니차 후보가 48.2%를 얻어 밀로셰비치(40.2%) 대통령에 앞섰지만 과반득표에 실패해 조만간 2차 결선투표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야당에선 자체 집계를 토대로 코스투니차 후보가 54.6%를 얻어 35%를 얻은 밀로셰비치 대통령을 여유있게 누르고 1차 투표에서 당선이 확정됐다고 선언한 상태다. 분노한 시위대가 중장비 차량인 트랙터 셔블을 앞세워 국영방송사를 습격하던 모습에서 불도저 혁명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수십만명의 시위대가 국회의사당을 점령한 데 이어 법원과 군부, 서방과 러시아 등 국내외 곳곳에서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10월 10일 선거 결과가 수정 발표됐다. 코슈투니차 후보가 50.24%를 득표를 했다는 게 밝혀졌다. 전체 인구의 3.5%가 비폭력 시위에 나서면 정권이 버틸 수 없다고 한 ‘체노워스 법칙’을 증명한 셈이다. 베오그라드대학에 다니던 때부터 공산당내에서 입지를 늘린 밀로셰비치는 1980년 요시프 브로즈 티토(1892~1980·재임 1953~1980) 대통령의 죽음으로 생긴 권력 공백을 틈타 강력한 정치 지도자로 떠올랐다. 독재자 티토 후계자를 자처하던 그는 1986년엔 세르비아 공산당 당수에 올랐다. 이후 민족 감정을 불러일으키면서 코소보 문제를 교묘히 이용, 1989년엔 세르비아 대통령을 꿰찼다. 밀로셰비치가 세르비아 민족주의를 앞세우자 유고슬라비아의 나머지 지역에서도 잠복해 있던 민족주의의 불씨를 지폈으며 이로 인해 1991~1995년 연방은 내전의 소용돌이에 빠져들었다. 이런 틈바구니에서도 밀로셰비치는 1996~1997년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진압하고 야당연합 세력을 무력화시킨 뒤 1997년 7월 마침내 유고 대통령에 올랐다. 그는 집권기 내내 세르비아 민족을 우월한 인종이라고 내세워 연방의 다른 나라(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몬테네그로, 코소보, 마케도니아)를 짓밟았다. 1998년엔 분리독립을 바라던 코소보를 침입해 인종청소를 단행했다. 모두 20여만명을 살해하고, 300여만명을 난민으로 내몰았다. 아돌프 히틀러(1889~1945) 이후 최악의 전범으로 꼽힌다. 밀로셰비치는 2001년 4월 세르비아에서 무장경찰과 36시간 대치한 끝에 체포돼 국제재판을 받다가 2006년 3월 네덜란드 헤이그 감옥에서 뇌졸중에 따른 심장 발작으로 숨졌다. 밀로셰비치 주변엔 독살설도 나돌았다. 그를 추종하는 세력과 그늘은 질기게도 아직 남아 있다.
  • [문화마당] 섭씨 233도, 책맹의 온도/위원석 딸기책방 대표

    [문화마당] 섭씨 233도, 책맹의 온도/위원석 딸기책방 대표

    물이 끓기 시작하는 온도는 섭씨 100도. 생활에서 꼭 필요한 정보이니 잊을 일도 없다. 종이가 타들어 가기 시작하는 온도는 몇 도일까? 살면서 굳이 필요 없을 것 같은 종이의 발화점이 섭씨 233도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소설 ‘화씨 451’을 원작으로 만든 동명의 영화 덕분이다. 영화는 책이 금지된 미래 사회를 그린다. 사람들이 쾌락적인 문화를 추구하는 가상의 사회에서 당장의 편리와 즐거움을 주는 정보만이 가치를 갖는다. 정부는 독서를 불법으로 규정한다. 본질적인 사고, 비판적 사유는 사회에 불안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체제 유지의 첨병 방화수(fireman)는 세상에 남은 책과 그림을 찾아 불태운다. 인류가 수천 년간 쌓아 온 생각의 근거, 사유의 흔적을 지우려는 것이다. 방화수들이 책을 불태울 때 책에 불이 붙는 온도가 ‘화씨 451도’, 섭씨 233도다. 책을 불태우는 광란의 반지성은 실제 역사에서 적지 않게 벌어지는 일이다. 책을 불태우고 유학자들을 산 채로 파묻었다는 진시황의 ‘분서갱유’, 히틀러의 나치, 중국 공산당의 홍위병을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독재자들은 언제나 새로운 생각을 탄압했다. 독재자들은 비판적 사고가 담긴 책을 불에 태움으로써 새로운 생각을 금지하고 엄벌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대중 앞에 시위했다. 반면 근대 이후 급속한 발전을 이룬 나라들에서는 국민의 독서 문화를 증진하기 위해 큰 노력을 해 왔다. 책은 근대적 의미의 시민을 양성하는 한편 인간의 보편적 권리를 확장하는 데 기여했다. 책을 통한 지식과 정보의 교류는 무한한 산업적 가치를 창출하며 물질적 풍요를 이끌었다. 한국 사회가 이룬 사회적ㆍ정치적ㆍ경제적 성취 또한 국민의 독서에 힘입은 바가 클 것이다. 한 사회가 책을 대하는 태도는 그 사회의 자유와 개방성, 창의성과 상상력, 민주주의 성숙도의 지표가 될 수 있다. 다른 의미로 한 사회의 건강성과 미래 세대의 문화적 자산을 내다볼 수 있는 척도가 될 수도 있겠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발표된 2024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예산안은 독서 문화에 대한 정부의 걱정스러운 인식 수준을 보여 준다. 올해 60억원 규모로 운영해 온 ‘국민독서문화증진지원’ 사업이 통째로 사라지고 그 밖의 독서 문화 관련 예산들이 큰 폭으로 삭감된 것이다. 국민 한 사람당 120원, 독서 문화를 증진한다고 하기에는 터무니없이 적은 금액이지만, 이 돈은 그나마 책과 국민 사이를 알뜰하게 이어 줬다. ‘북스타트’ 사업은 갓 태어난 아기에게 첫 책을 만나게 해 주었고, ‘책 체험버스’는 도서관의 손길이 미치지 못한 구석구석의 예비 독자를 찾아 나섰다. 이 예산은 작은 독서 모임을 지원하기도 했고, 책 읽기의 중요성을 알리는 캠페인에 쓰이기도 했다. 우리나라 독서 인구는 꾸준히 줄고 있다. 마침내 한 해 동안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 성인이 절반을 넘어섰다. ‘화씨 451’이 그려 낸 세상처럼 생존을 위한 정보, 말초적인 즐거움의 콘텐츠만 득세한다. 책이 사그라지기까지 얼마만큼의 시간이 남았을까? 우리 사회는 화씨 몇 도의 사회일까? 독서를 개인 취향의 영역으로만 바라본다면 국민 다수가 ‘글은 알지만 책 한 권을 읽지 못하는 책맹’의 시대 또한 그저 바라보기만 해야 할 것이다.
  • “정명석 메시아 아니다”…‘JMS 2인자’ 돌변했지만 15년 구형

    “정명석 메시아 아니다”…‘JMS 2인자’ 돌변했지만 15년 구형

    잠옷을 건네며 “주님을 지키면서 자라”고 정명석 총재(78)와 동침을 지시했던 ‘JMS 2인자’ 정조은(44·여·본명 김지선)이 ‘정명석 메시아’를 부인했다. 정조은은 26일 대전지법 형사12부(재판장 나상훈) 심리로 열린 10차 공판에서 검사가 “지난번 정명석씨를 ‘메시아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을 때 증언을 거부하겠다고 했는데, 지금은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예수님만이 메시아라는 말로 대체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JMS 교리상 교주가 신도들에게 속옷을 선물하거나 수영복 사진을 요구하는 것을 설명할 수 있느냐고 묻자 “교리상 설명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정조은은 2018년 3∼4월 홍콩 국적 여신도 메이플(29)에게 잠옷을 건네며 “여기서 주님을 지키며 잠을 자라”고 지시하는 등 정 총재의 성범죄를 도운 혐의로 JMS 간부들과 함께 구속기소됐다. 정 총재도 메이플과 호주 여신도 에이미(30), 한국인 여신도를 성폭행·추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정조은은 이날 공판에서 있은 피고인 신문에서 “정 총재가 한국인 여신도의 특정 부위를 만졌다는 얘기와 다른 외국인 여성 신도들도 (성범죄)피해를 봤다는 이야기도 보고받았다”면서 “정 총재한테 물어봤더니 아니라고 했다. 20년 동안 (정 총재를) 계속 메시아로 믿고 따랐던 저도 혼란스러웠다”고 했다. 정조은은 “내가 부흥 집회를 하면서 전국적으로 이름을 떨치게 됐지만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 어린 내게 JMS 단체를 물려주는 것을 우려하면서 수감 중인 교주에게 ‘2인자’로 지칭했다”며 “그렇지만 내가 모든 것의 그림을 짜고 가담한 사람이 되지 않길 바란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메이플·에이미에 대해 감정이 좋지 않지만, (피해를 봤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그런 마음이 있기 때문에 우리 단체가 사과하길 원했고, 이 때문에 나도 선교회에서 배척당했다”고 거듭 ‘JMS 2인자’임을 부인했다. 하지만 지난번 재판에서 JMS 국제선교국 간부인 A씨는 정조은에 대해 “권력이 막강한 사람이고, 많은 이들이 두려워했다”며 ‘독재자’라고 표현했다. A씨는 “정조은의 방향을 비판한 목회자가 쫓겨난 적도 있다”면서 “정 총재의 수행비서를 직접 배치하고, 원하는 사람들을 공석(간부)에 앉혔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날 재판에서 정조은에게 징역 15년, 민원국장 김모(51·여)씨에게 징역 10년, 나머지 JMS 간부 4명에게는 징역 3∼5년을 구형했다. 김씨는 메이플이 정 총재에게 성폭행당했다고 호소하자 “그것이 하나님의 극적인 사랑”이라고 말하고, 이후 메이플이 성범죄를 당할 때 근처에서 대기하기도 했다.
  • 파블로 네루다 떠난 지 반 세기, 아직도 사인 미스터리 [메멘토 모리]

    파블로 네루다 떠난 지 반 세기, 아직도 사인 미스터리 [메멘토 모리]

    23일(현지시간)로 그가 세상을 떠난 지 반 세기가 흘렀다. 칠레 시인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파블로 네루다가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의 명령을 받은 암살범에 의해 살해됐다는 의혹이 처음 제기된 때로부터도 12년이 흘렀다. 10년 넘게 그의 사망 원인을 규명하려는 조사가 진행됐지만 아직 결론이 내려지지 않았다. 캐나다와 덴마크를 비롯한 여러 나라의 포렌식 전문가들이 시인의 유해를 꼼꼼이 살펴봤지만 분명한 답을 들려주지 못하고 있다고 영국 BBC 방송이 전했다. 뜻밖의 의혹을 제기한 이는 전직 운전기사 겸 개인비서였더 마누엘 아라야였다. 그는 지난 6월 사인이 정확히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77세를 일기로 눈을 감고 말았다. 네루다의 조카 로돌포 레예스는 최근 BBC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명확한 결론을 원한다. 공은 이제 누가 사건을 수사해야 하는지 판사의 앞마당에 있다. 우리 모두는 그녀가 선언하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시인의 본명은 리카르도 엘리제르 네프탈 레예스 바소알토인데 체코 작가 얀 네루다의 성과 성경의 바울을 연상해 파블로를 결합해 지은 필명이 아예 법적 이름이 됐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1971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네루다가 6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것은 피노체트가 권력을 장악한 군사 쿠데타에 성공한 지 12일째 되는 날이었다. 생전의 그는 전립선암 때문에 고생했으며 사망 확인서에는 질병 치료 적기를 놓쳐 생기는 “암성악액질(cancerous cachexia)” 때문에 목숨을 잃었다고 기재돼 있었다.그러나 2011년 고인의 말년을 함께 했던 아라야는 누군가 멕시코 망명을 막기 위해 병원에서 치명적인 주사를 놓아 숨진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고인은 그곳에서 야당을 이끌려고 계획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네루다는 공산주의자였으며 쿠데타에 의해 정권을 빼앗기고 목숨까지 잃은 살바도르 아옌데 전 대통령의 절친이었다. 아라야는 BBC에 “네루다가 이 나라를 떠나게 내버려두는 것이 피노체트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살해 당했다”고 말했다. 그의 주장 때문에 네루다의 유해는 2013년 발굴돼 포렌식 검사를 받게 됐다. 캐나다 토론토의 맥매스터 대학과 코펜하겐 대학 과학자들이 참여한 전문가 패널은 암으로 사망한 것은 아니지만 사망 원인을 단정할 수 없다면서 더 많은 검사를 해봐야 한다고 결론내렸다. 올해 2월 그들은 추가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네루다의 치아 가운데 하나에서 보툴리눔 박테리아(bacterium clostridium botulinum) 흔적을 발견했다고 했다. 이 독성이 요즈음 주름살을 없애기 위해 많이 맞는 보톡스 주사다. 원래 군사적인 목적, 치명적인 생물학적 무기로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져 이미 실험되곤 했다. 하지만 이들 전문가 역시 이 주사가 실제로 네루다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다거나 의도적으로 목숨을 해치기 위해 사용됐다는 증거를 찾아내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여하튼 이 보고서는 사법부에 제출돼 있다. 파올라 플라자 곤잘레스 판사가 언제일지 모르는 시기에 지금까지의 조사 결론을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진실을 정확히 가리기 위해 더 조사를 해야 한다고 명령할 수도 있다.미디어들의 관심도 뜨겁고, 칠레 국민들과 네루다 가족도 분열돼 있다. 조카 레예스는 삼촌이 살해된 것이 맞다고 확신하는 반면, 다른 조카 베르나르도 레예스는 “허황되고” 가짜 뉴스라고 주장한다. 시인의 유산을 관리하는 네루다 재단은 자연사했을 뿐이란 입장이다. 세 번째 부인이며 미망인인 가수 출신 마틸드 우리티아는 남편보다 12년을 더 살았는데 한 번도 살해됐다고 주장하지 않았다. 의사들이 적어도 6년은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남편이 그렇게 빨리 세상을 등질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녀는 쿠데타로 인해 자신이 정치적으로 표방하고 지지했던 모든 것들이 파괴되는 것을 목격한 뒤 홧병이 도져 숨진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검찰은 수십명의 의사, 간호사, 외교관, 정치인들 뿐만아니라 마지막 날 고인을 만난 친구들까지 심문했다. 그 중 몇몇은 절망적으로 아픈 남자로 네루다를 묘사했다. 가장 친한 친구로 마지막 몇 시간을 병원에서 함께 있었던 아이다 피구에로아는 “그가 곧 죽을 것 같다는 게 내겐 명백했다”고 말했다. 다른 이들은 그만큼 확신하지 못했다. 곤잘로 마르티네즈 코르발 칠레 주재 멕시코 대사는 조사관들에게 죽기 전날 시인을 만났는데 “임박한 (멕시코로의) 여행 준비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분명 마음의 상처 때문에 떠나고 싶어했지만 그 역시 해외에 나가서 할 수 있는 역할을 이해하고 있었다. 화가 끓어 오른 상태였다고 생각할 점은 없었다. 말도 제대로 할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죽어가는 것은 아니었다. 심지어 코마 상태도 아니었다”고 진술했다.많은 이들은 아라야가 왜 40년 가까이 피살 주장을 감추고 있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 운전사는 17년은 (피노체트의) 독재 기간이어서 그런 주장을 할 수도 없었고, 1990년대와 2000년대에는 칠레 언론이 다루게 하려고 노력했지만 “아무도 들으려 하지 않아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몰랐다”고 털어놓았다. 아라야는 세상을 떠나기 몇 주 전에 같은 주장을 되풀이했다. “네루다는 암살됐다. 나는 처음 순간부터 말해왔고 죽는 날까지 그렇게 말할 것이다.”
  • “강력한 억지력, 가장 높은 단계는 국가 간 동맹”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1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최근 정상회담에서 군사 협력을 도모한 데 대해 “미국이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듯 북러가 유엔의 대북 제재를 형해화시키면서 군사 협력을 강화해 나가는 것에 대해 한미일은 국제사회와 협조해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오크우드프리미어 인천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후: 강력한 동맹 구축’을 주제로 열린 제1회 인천안보회의 기조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시라도 빨리 끝나기를 바라는 염원을 비틀고 재를 뿌리는 두 독재자가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어 “전쟁을 예방하는 첩경은 강력한 억지력을 갖추는 것”이라며 “강력한 억지력의 가장 높은 단계, 가장 실효성 있는 단계는 가치와 신념을 함께하는 국가 간 동맹”이라고 강조했다. 반 전 총장은 올해 70주년을 맞은 한미동맹을 두고 “윤석열 정부 들어서 비로소 완전체를 향하게 됐고 바람직한 단계에 다다르고 있다”면서도 “아직 갈 길이 멀다. 한미동맹이 양국의 국내 정치로 인해 흔들리는 것을 막아야 하고 이를 위해 자강(自强)에 힘써야 한다”고 했다. 인천시가 주최하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이 주관한 인천안보회의는 1950년 인천상륙작전 승리를 기려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끼리 연대를 넓혀 긴박한 국제 정세에 대응해야 한다는 취지로 열렸다. 발표자로 나선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 교수는 “북러 관계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중국과 대화를 재개하는 게 필요하고 중국도 한국과 회담하길 원할 것”이라며 “중국과의 관계가 강화될 때 아태지역에서의 한국의 입지도 더욱 굳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 가치관을 갖고 있는 국가 및 다자 협력의 필요성은 점점 확대되고 있다”며 “다자 회담을 통해 북한 문제를 다룰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신기욱 스탠퍼드대 쇼렌슈타인 아시아태평양 연구센터 소장도 “중국이 러시아와 북한의 편에 서고 싶지는 않은 것 같다”며 “지금이야말로 중국과 다시 관계를 맺을 아주 좋은 시기”라고 강조했다. 라몬 파체코 파르도 영국 런던 킹스칼리지 교수는 “냉전시기에도 바르샤바 협약 등으로 해결책을 도출했듯 함께 협력할 때 최악의 상황을 막을 수 있다”며 가치 연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책으로 정책읽기] ‘강력한 지도자’가 강력하다는 착각

    [책으로 정책읽기] ‘강력한 지도자’가 강력하다는 착각

    “이거 해라 저거 해라 명령하겠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불쌍한 아이크.”훌륭한 지도자의 자질이라는 주제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해리 트루먼이 남겼다는 한마디다. 1952년 대통령 선거에서 드와이트 아이젠하워가 후임 대통령으로 당선되기 직전에 했다는 이 말은 결국 아이크라는 애칭으로 불렸던 아이젠하워 임기 8년을 상징하는 말이 돼 버렸다. 트루먼이 “나는 온종일 여기 앉아서 굳이 설득하지 않아도 알아서 일해야 할 사람들을 설득하는 데 시간을 다 보낸다… 대통령이 가진 권력이란 그게 전부다(36쪽)”라고 말했던 것과 연관시켜 생각해보면 말 그대로 ‘대통령 리더십’의 본질에 대한 촌철살인이 아닐까 싶다. 새 대통령이나 당대표가 취임하면 다들 ‘협치’니 ‘경청의 리더십’을 주문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지도자의 모습이 뭔지 우리 스스로 혼란스러워 한다는 느낌을 자주 받는다. 여당 의원이 대통령을 비판하는 인터뷰라도 하면 ‘내부 총질’이나 ‘X맨’이라는 비판으로 끝나지 않는다. 국민의힘이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나 의원총회에서 당대표가 제시한 안건을 두고 격론이 벌어졌다면 십중팔구 ‘리더십 위기’니 ‘계파 갈등 분출’이라느니 ‘봉숭아학당’이라는 논평이 쏟아지기 십상이다. 이런 현상은 지도자는 강력해야 한다는 혹은 강력하게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암묵적 합의라도 있는 것처럼 느껴지게 한다. 어쩌면 우리가 바라는 가장 바람직한 지도자는 ‘결단력과 추진력을 갖춘 강력하고도 유능한, 그러면서도 경청하고 토론을 즐기며 비판자들에게 관대한 지도자’라는, 아침드라마에서도 보기 힘든 캐릭터일지도 모르겠다. 동화책에 나오는 ‘백마 탄 왕자님’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대한민국에서 많은 이들은 ‘강력한 지도자’가 ‘유약한 지도자’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건 분명하다. 우리가 바라는 건 ‘백마 탄 왕자님’? 어떤 정책을 추진할 때 끊임없이 토론하며 갈등을 중재하고, 그런만큼 시간이 오래 걸리고 결과물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보다는 갈등을 돌파해서 신속하게 결과물을 내는 게 지지율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만 봐도 이런 생각이 크게 틀리지 않은 것 같다. 공교롭게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들이 빼놓지 않는 게 ‘결단력과 추진력, 뚝심’이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강조하는 대표 브랜드 역시 ‘이재명은 합니다’ 즉 ‘결단력, 실천력, 돌파력’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당이나 야당은 물론 유권자들조차 ‘지도자’를 전면에 내세우는 선거를 당연시한다. 텔레비전이나 라디오에서 정치평론을 들어보면 얘기 태반은 여당 대표주자인 윤 대통령과 야당 대표주자인 이 대표의 강점과 약점, 그들의 ‘리더십’이 선거에 미칠 영향에 집중돼 있다. 야당 지지자 가운데 많은 이들이 ‘윤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근거로 희망회로를 돌린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주저하지 않고 야당의 불안요소로 꼽는다. 이런 마당에 대놓고 ‘정치지도자나 후보 개개인이 선거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만큼 크지 않다’고 강조하는 정치학자는 여러모로 낯설고, 생뚱맞다는 생각마저 든다. 영국 옥스퍼드대학 교수를 지낸 저명한 정치학자인 아치 브라운이 쓴 <강한 리더라는 신화>는 “선거에서 당 대표가 승패를 가르는 차이를 만들어내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521쪽)”고 말한다. 그가 보기에 “리더의 개성과 리더에 대한 국민의 평가는 유권자의 선택이나 선거 결과를 결정하는 주요 요인으로 자리 잡지 못했다(107쪽).” 오히려 반대다. “민주적 총선을 리더 개인에 대한 선거로 보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잘못된 분석이다(28쪽).” 저자는 정치학자 앤서니 킹을 인용해 “케네디가 승리한 것은 민주당이 백악관에 재입성할 것이 유력했던 해에 민주당 후보로 나왔기 때문이며, 무엇보다도 당시 미국 유권자의 과반수가 민주당을 지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며 “오바마도 마찬가지로 민주당이 이길 확률이 높았던 해에 당선(107쪽)”된 게 더 결정적인 승리 요인이었다고 평가한다. 지도자가 선거 좌우한다는 건 착시효과 상황이 이런데도 많은 이들이 지도자 개개인의 자질과 영향력, 권력, 지지층에 집착한다. 저자가 “많은 나라에서 정당과 언론이 정부 수반에 집중하는 경향이 나타나는 것은 정치인 다수와 대다수 정치 기자들의 성향을 반영할 뿐, 그것이 곧 유권자도 정부 수반에게 집착한다는 의미는 아니다(105쪽)”고 꼬집는 이런 경향은 정치 담론을 지도자 개개인에 과도하게 초점을 맞추게 만들고, 그 결과로 ‘강력한 지도자가 더 좋은 지도자’라는 통념을 강화시킨다. <강한 리더라는 신화>는 ‘강력한 지도자가 더 능력있는 지도자’라는 상식에 도전하는 책이다. 서문 첫 문단부터 이런 의도를 숨기지 않는다. “큰 권력을 행사하는 리더일수록 더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는 통념이 착각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하고자 한다(16쪽).” 이를 위해 저자는 우리가 강력한 지도자 하면 떠올리는 세계 각국의 대통령, 총리, 독재자들을 분석한다. 정치학자로서 바람직한 정치 리더십 연구에 천착해 온 저자 생각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이렇다. 강력한 지도자는 생각만큼 강력하지 않다. 오히려 그 반대다. ‘강력한 지도자’가 실제로는 취약해지는 이유로 먼저 꼽을 수 있는 건 ‘호가호위(狐假虎威)’ 혹은 ‘문고리 권력’ 문제다. 동서고금 강력한 지도자들에겐 공통적으로 문고리 권력이 존재했다. 왜 그럴까. 저자는 문고리 권력은 ‘강력한 지도자’의 근본속성에서 기인한다고 본다. 지도자가 다른 정치인들 혹은 국가 지도부와 차별화될수록 “비선출직 보좌관들의 개인적 영향력(28쪽)”이 커지는 현상이 발생하는데, 그게 바로 문고리권력이다. ‘강력한 지도자’는 문고리 권력을 부른다 “리더 한 사람이 결정하는 사안이 늘어날수록 개별 정책에 대해 숙고하고 각각의 장단점을 따져볼 시간은 줄어든다. 아무리 강한 리더라도 하루는 24시간뿐이기에 보좌관들이 리더의 이름으로(하지만 종종 자기들 마음대로) 결정을 내리게 되는 상황이 닥친다(27쪽).” 굳이 ‘위대한 수령’이 다스리는, 민주주의와 인민은 의사결정에서 배제하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모든 의사결정이 최고지도자에게 몰리게 되면 문제해결이 더 어려워진다는 것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결정이 정부 수반에게만 몰리면 그가 문제의 답을 찾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그러나 보통 불충분한) 시간을 투입할 수 있을 때까지 대응이 지연되기 때문에, 문제 해결은 더 어려워진다(497쪽).” 이런 문제가 특히나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게 대외정책이다. 저자는 히틀러의 소련침공, 히틀러가 소련을 침공하지 않을거라 믿었던 스탈린, 반대의견을 무시하고 히틀러와 뮌헨협정을 체결했던 체임벌린, 아프가니스탄에 파병했던 소련 지도자들, 이라크침공에 동조했던 토니 블레어 등 다양한 대외정책 실패사례를 통해 ‘강력한 지도자’가 어떻게 실패하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저자는 “권위주의 정권의 경우에도 보통 과두제가 일인 독재에 비해 폐해가 덜하다”면서 “단 한 명의 정치 리더가 지배자로 군림하는 통치 형태보다 훨씬 바람직한 방식은 집단지도체제(18쪽)”라고 강조한다. 그러므로 <강한 리더라는 신화>가 조언하는 정치 지도자의 자세란 이런 것이다. “리더에게는 자기 뜻을 진지하고 공식적으로든 비공식적으로든 그와의 의견 충돌을 마다치 않는 상당한 정치적 위상을 가진 동료들이 필요(40쪽)”하고 “정부 수반은 동료 정치인들을 설득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15쪽).”
  • 대홍수 리비아, 댐 2곳 추가 붕괴 우려… 사망 2만명 가능성

    대홍수 리비아, 댐 2곳 추가 붕괴 우려… 사망 2만명 가능성

    지중해 폭풍 다니엘의 강타로 댐 2곳이 붕괴해 대홍수가 난 리비아에서 사망자 숫자가 최대 2만명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13일(현지시간)부터 가장 피해가 컸던 데르나에 외국 구호대가 도착했으나 곳곳에 방치된 시신을 담을 가방조차 부족할 정도로 현장 상황은 열악하다. 압둘메남 알가이티 데르나시장은 이날 알 아라비야와의 인터뷰에서 “이날 기준 6000명을 넘어선 사망자 수는 최대 1만 8000~2만명에 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구호 단체들은 사망자와 실종자 외에도 3만 4000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데르나는 지중해 항로를 통해 유럽으로 향하는 이주민 수만명이 모여 사는 도시로, 이들 중 상당수가 항구 근처의 열악한 주택에 거주했을 것으로 보인다. 도시로 진입하는 도로가 대부분 유실된 가운데 이를 수습할 인력과 장비가 부족한 상황이다. 관은커녕 시신을 담을 가방조차 부족해 수많은 시신이 담요에 덮인 채 거리 곳곳에 방치된 참혹한 현장이 공개됐다. 알가이티 시장은 “잔해 밑과 물속에 시신이 너무 많아 전염병 유행이 걱정된다”며 “시신 수습 전문팀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했다. 로이터통신은 데르나 곳곳에 시신이 방치돼 있고, 데르나에 있는 기존 병원 두 곳의 영안실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고 보도했다. 데르나에는 이날 이집트, 튀니지, 아랍에미리트, 튀르키예, 카타르에서 구조대가 도착했다. 유엔 등 국제사회가 인정한 과도 정부인 리비아통합정부(GNU)는 12개국이 리비아에 구호팀을 파견했다고 밝혔다. 리비아 동부 데르나 옆에 있는 자자 댐과 카타라 댐이 붕괴할 위험에 처해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리비아 동부 정부는 “댐의 수압을 완화하기 위해 양수 펌프를 설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기후 위기와 국가 실패가 만나 폭풍을 재앙으로 바꿨다”고 분석했다. 캐서린 마흐 마이애미대 환경정책학 교수는 “전 세계 많은 도시가 주로 홍수 위험이 큰 곳에 건설된다”며 “중요한 건 댐과 같은 홍수 조절 시설이 제대로 유지되고 관리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통상 정부가 이러한 인프라를 새로 만드는 것보다는 유지보수에 대한 정치적 동기가 훨씬 적다”고 지적했다. 리비아는 독재자 무아마르 알 카다피 사후 10여년간 정치적 분열이 심해져 동서로 정부가 나뉘고, 수십 개의 무장 세력이 실권을 행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사회 필수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급격히 줄었다. NYT는 붕괴한 데르나의 상류 댐 2곳은 과거의 강수량에 맞춰 설계됐기 때문에 이번 사고에 대비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도 설명했다. 리비아 국립기상센터는 지난 10일 폭풍으로 데르나 지역에 하루 만에 400㎜의 비가 쏟아졌다고 발표했다. 통상 이 지역에는 9월 한 달에 평균 1.5㎜의 비가 내릴 정도로 건조하다. 건조한 사막 지역은 비가 땅속으로 스며들지 않고 지표면에 머무는 경향이 더 커서 홍수에 취약하다.
  • 정치 무능이 초래한 대홍수… “실종자 1만명 지중해로 쓸려갔다”

    정치 무능이 초래한 대홍수… “실종자 1만명 지중해로 쓸려갔다”

    카다피 사후 10여년간 정치 분열 자원 부국인데 인프라 노후·부실인구 대부분 해안지역 거주 ‘위험’댐 붕괴 경고음에도 대피 안 시켜 북아프리카 리비아의 해안 도시 데르나에 지난 10일(현지시간) 지중해 폭풍 다니엘이 덮쳐 댐 두 개가 붕괴되고 홍수가 발생하면서 도시 4분의1이 파괴되고 최소 6000여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리비아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는 ‘천재지변이 아닌 인재’라고 비판했다. 13일 알자지라 방송에 따르면 리비아 동부 정부의 아부 치부아트 민간항공부 장관은 “바다에서 시신이 수십 구씩 해안으로 밀려오고 있다”며 사망자 수가 곱절을 훨씬 웃돌 수 있다고 말했다. 유엔 국제이주기구(IOM)는 이번 홍수로 데르나시의 기반시설이 심각한 피해를 봤다며 최소 3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고 전했다.타메르 라마단 국제적십자사의 리비아 특사는 “독립적인 정보원을 통해 파악한 실종자 수가 1만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대부분 실종자가 지중해 바다로 휩쓸려 떠내려갔다. 오스만 압둘잘릴 보건장관은 이날 오전까지 2000구 이상의 시신을 수습했으며 이 가운데 절반 정도를 매장했다고 AP 통신에 밝혔다. 전문가들은 독재자 무아마르 알 카다피 사후 10년 넘게 리비아에서 정치적 분열이 이어졌고, 사회경제 체제가 불안정해지는 등 여러 원인이 겹쳐 댐 붕괴라는 재앙을 낳았다고 분석했다. 아프리카에서 아홉 번째로 넓은 영토를 가진 리비아는 대륙에서 석유와 천연가스 매장량이 가장 많아 엄청난 부를 이룬 국가임에도 기본적인 필수 인프라가 노후해진 데다 부실해졌고, 전기와 물 등의 공급이 불안정했다.리비아 정책을 연구하는 아나스 엘 고마티 사덱연구소장은 “예측이 불가능했던 모로코 강진과 달리 리비아 폭풍은 며칠 전부터 예보됐다”며 “지난주 지중해발 폭풍으로 그리스, 튀르키예, 불가리아에서 12명 이상이 숨진 뒤 리비아 당국은 댐을 점검하거나 주민 대피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고는 대자연의 분노가 아니라 리비아 엘리트 정치인들의 무능이 초래한 인재”라고 비판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에 따르면 허리케인과 유사한 폭풍은 평균적으로 1년에 한두 번, 주로 가을에 지중해 상공에 형성된다. 유엔은 몇 해 전부터 지구온난화로 인해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인구의 대부분이 해안 지역에 거주하는 리비아가 위험에 처해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아델피대의 지원을 받은 기후안보전문가네트워크는 이미 2년 전인 2021년 ‘기후 위기 취약성에 대한 경고 : 리비아’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격렬한 폭풍과 해일로 리비아가 광범위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위기그룹의 리비아 전문가인 클라우디아 가지니는 “지난 10년간 리비아는 전쟁, 정치적 분쟁을 반복해 왔다”며 “이는 지난 10년간 리비아에 인프라 투자가 거의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데르나를 잇는 댐 2개가 붕괴되면서 1년 내내 건조한 와디라고 불리는 길고 좁은 자연 계곡이 일종의 깔때기 역할을 하면서 홍수 피해를 키웠다고 분석했다. 강수량이 급격히 늘어난 데다 댐 붕괴로 유속이 급상승해 도시 중심부로 물이 쏟아져 들어왔다는 것이다. 데르나와 가까운 또 다른 댐을 우려하는 지방정부 관계자의 지적도 나왔다. 마흐무드 알 샤라이마 토크라시장은 “데르나와 벵가지 사이에 있는 자자 댐도 물이 차서 붕괴 직전에 와 있고 유지보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 연이은 북아프리카의 비극… 폭풍 덮친 리비아 “최소 3000명 사망”

    연이은 북아프리카의 비극… 폭풍 덮친 리비아 “최소 3000명 사망”

    지중해 폭풍 ‘다니엘’이 덮친 북아프리카 리비아에서 홍수로 적어도 3000명이 숨졌다. 알자지라 방송과 CNN 등 현지를 취재하는 해외 언론들은 실종자도 1만명 안팎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리비아 동부를 통제하고 있는 리비아국민군(LNA)의 아흐메드 알 모스마리 대변인은 11일(현지시간) “다니엘로 인해 데르나 상류에 있는 댐 두 곳이 붕괴되면서 발생한 홍수에 많은 인명 피해를 입었다”고 설명했다. 또 “실종자 상당수가 지중해 쪽으로 휩쓸려 갔다”고 덧붙였다. 이날 최대 피해지인 지중해 항구도시 데르나에서 1000여명의 시신을 추가로 수습해 희생자는 급격히 늘었다. 리비아에 폭풍 피해가 컸던 이유는 지난 10여년간 중앙정부 부재로 도로나 댐 등 국가기간시설에 대한 투자가 줄었고 민간 건축에 대한 규제가 없다시피하기 때문이다. 2011년 민주화 운동으로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가 축출된 뒤 리비아는 동부와 서부의 군벌로 나뉘어 대결하는 무정부 상태에 놓였다.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는 서부 트리폴리 통합정부(GNU)는 동부 지역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데르나는 시르테시와 함께 수년간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의 지배를 받은 지역으로 한때 이슬람 국가(IS)에 충성을 맹세한 세력이 장악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8년 동부에 기반을 둔 정부에 충성하는 세력이 이들을 몰아냈다. 오사마 압둘잘릴 리비아 보건부 장관은 홍수로 물에 잠긴 도시에 아직까지 접근조차 할 수 없고 잔해를 파낼 수 있는 전문 장비도 도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군인들과 자원봉사자를 비롯한 구조대가 보트를 타고 물 속에서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비아 현지 언론은 데르나에서 전기와 통신이 모두 두절돼 재앙적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조지트 가뇽 유엔 리비아 인도주의 조정관은 “수십 개의 도시가 홍수로 인한 기반시설 피해, 심각한 인명 피해를 당했다”고 말했다. 주말 동안 리비아 국민들은 동부 여러 지역의 침수된 주택과 도로를 보여주는 영상을 소셜미디어(SNS)에 공유했다. 영상에선 홍수로 인해 집 안과 차량에 갇힌 사람들이 줄줄이 도움을 호소했다.리비아 동부 정부의 오사마 하마드 총리는 폭우와 홍수로 지역 내 해안의 와디 데르나 삼각주에 위치한 도시 대부분이 파괴된 후 데르나를 재난 지역으로 정하고 3일간의 공식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리비아 주재 미국 대사관은 X에 올린 게시물에서 “유엔 및 리비아 당국과 접촉 중인데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지역에 대한 지원 방법을 곧 결정할 것”이라고 적었다. 셰이크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은 리비아 동부에 인도적 지원과 함께 수색 구조팀을 파견할 예정임을 밝혔다고 UAE 국영 WAM 통신이 전했다. 서부의 트리폴리 정부를 지지하는 튀르키예도 이웃 알제리, 이집트, 이라크와 함께 애도를 표했다.
  • “정명석 성범죄 방어용 바지 아니다”…‘주님과 자라’한 그녀 저격

    “정명석 성범죄 방어용 바지 아니다”…‘주님과 자라’한 그녀 저격

    ‘JMS 2인자’ 정조은(44·여·본명 김지선)에 대해 “독재자였다”는 내부 증언이 나왔다. 12일 대전지법 형사12부(재판장 나상훈) 심리로 열린 정씨 등 정명석 총재(78)의 성범죄를 도운 JMS 간부 6명에 대한 재판에서 증인으로 나선 JMS 국제선교국 여성 간부 A씨는 정조은씨와 관련 “권력이 막강한 사람이고, 많은 이들이 두려워했다”며 이같이 표현했다. A씨는 “정조은의 방향을 비판한 목회자가 쫓겨난 적도 있다”며 “정 총재의 수행비서를 직접 배치하고, 원하는 이들을 공석에 앉혔다”고 전했다. 정명석 총재의 ‘후계자’로 알려진 정씨는 2018년 3∼4월 홍콩 국적 여신도 메이플(29)에게 잠옷을 건네주며 ‘여기서 주님을 지키며 잠을 자라’고 지시해 정 총재의 준유사강간 범행을 도운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또 2021년 9월 초 정 총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호소한 여성 피해자에게 “그것이 하나님의 극적인 사랑이다”라며 세뇌하고, 정 총재가 범죄를 저지르는 동안 대기하거나 통역도 해준 혐의이다. A씨도 국내외 ‘신앙스타’를 선발·관리하며 이들을 상대로 정 총재가 범행할 때 도운 혐의로 다른 간부들과 함께 재판받고 있다. 그는 자신의 증언은 직접 경험한 일은 아니며 소문으로 들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정씨 변호인이 “정씨가 정명석 총재의 범행을 막기 위해 여신도의 접근을 차단하는 역할을 했는데, 그런 노력에 대해 들어봤느냐”고 묻자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변호인이 “정씨가 여성 수행원들에게 일부러 긴 바지를 입도록 하지 않았느냐”고 되묻자 A씨는 “수련원이 햇볕이 워낙 강한 데다 벌레도 많이 쏘여 다들 긴 운동복 바지를 입는다. (정 총재의) 성범죄를 막기 위한 게 아니다”고 반박했다. 정씨 측은 “실제 맡은 역할이나 지위는 알려진 것과 상당 부분 다르다”며 ‘2인자임’을 부인하고 있다. 이 재판부는 2018년 2월부터 2021년 9월까지 충남 금산 월명동 수련원 등에서 23차례에 걸쳐 국내외 여성 신도들을 성폭행·추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정명석 총재의 1심 재판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재판부는 이날 증인 신문에 이어 오는 18일 오전 10시 다음 재판을 진행한다.
  • 태영호 저격에, 민주 “북한서 쓰레기가 왔네” “빨갱이” 고성·막말

    태영호 저격에, 민주 “북한서 쓰레기가 왔네” “빨갱이” 고성·막말

    국회 대정부질문 이틀째였던 6일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과 야당 의원들은 고성과 막말을 주고 받으며 충돌했다. 탈북 외교관 출신 태 의원은 이날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무소속 윤미향 의원이 친북단체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 행사에 참석한 것을 비판하며 “윤미향 의원 본인이 자유를 찾아온 탈북민들을 다시 북한 지역으로 보내려고 한 반인권유린 행위자로 의심받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또 윤 의원 논란과 북한인권재단 출범 지연 문제를 싸잡아 “독재정권 김정은 편을 들면서 북한 인권 문제만 나오면 입을 닫고 숨어버리는 민주당은 ‘민주’라는 이름을 달 자격도 없는 정당”이라며 더불어민주당을 저격했다. “이런 것이 바로 공산 전체주의에 맹종하는 것”이라고도 태 의원은 직격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고성을 지르며 반발했다. 일부 의원들은 “역시 공산당원답다.”, “북한에서 쓰레기가 왔네”, “빨갱이가 할 소리는 아니지”, “북한에서 못된 것만 배웠다”며 거친 언사들을 내뱉었다. 태 의원이 “쓰레기? 발언 주의하세요. 말 똑바로 해”라며 민주당 의원석을 향해 손가락질하자, 민주당 의원들은 “어디서 손가락질이냐”고도 맞섰다. 반면 국민의힘 의석에서는 “태영호 잘한다”는 응원이 연신 터져 나왔다. 결국 정우택 국회부의장은 “쓰레기라든지 인신공격적 발언은 삼가달라”고 요청했다. 대정부질문을 마친 뒤 태 의원은 페이스북과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윤미향 의원의 반국가적 행위에 대해 민주당이 침묵하고 있다”며 “김정은, 시진핑과 같은 독재자에 굴종하는 세력이 내지르는 협박, 막말, 야유에 굴복할 생각이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한편 태 의원은 한 총리를 상대로 전날 민주당 의원들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발언에 대해 질의하며 “현재의 국정을 ‘닥치고 탄핵’으로 끌고 가자는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앞서 김진표 국회의장은 5일 대정부질문 시작에 앞서 의원들을 상대로 “질의할 때 최대한 예의를 갖추고, 동료 의원의 질의를 경청하는 자세를 보여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 스위스 ‘검은 돈 세탁 천국’ 오명 벗기 안간힘

    스위스 ‘검은 돈 세탁 천국’ 오명 벗기 안간힘

    스위스가 ‘돈세탁 천국’이란 불명예를 날리려고 칼을 빼들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스위스 재무부는 30일(현지시간) 신탁·기업 실소유주를 등록하게 함으로써 투명성을 높이고 법의 허점을 막기 위한 전면적인 금융 개혁안을 발표했다. 카린 켈러 서터 스위스 재무장관은 “금융범죄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강력한 시스템은 국제적으로 중요성 및 안전성, 미래 지향적인 금융 중심지로서의 명성과 지속적인 성공에 필수적”이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돈세탁은 경제를 해치고 금융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위태롭게 한다”고 밝혔다. 개혁안은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자금세탁을 막는 수단으로 신탁법인 및 기업의 실소유주를 등록하도록 했다. 실소유주가 기재된 중앙등록부는 법무부와 경찰이 관리한다. 재무부의 정기 감사도 받는다. 아울러 신탁 설립, 지주 회사 또는 부동산 거래 관리와 관련된 변호사, 회계사, 기타 관계자들의 의무를 강화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들은 고객들에 대한 실사를 진행하고 수표를 기록해야 하며 자금세탁 의혹이 있는 경우 당국에 보고해야 한다. 또한 향후 모두 부동산 거래는 실사를 받도록 했다. 금, 다이아몬드와 같은 고가품 현금 거래에 돈세탁 방지 수표를 발행하는 기준도 현재 10만 스위스프랑(약 1억 5032만원)에서 1만 5000스위스프랑(2254만원)으로 크게 강화한다. 그러나 최종 입법까진 난항이 예상된다. 직접합의제 정치체제에서 이해 당사자들의 로비를 포함해 정당, 주정부, 시민단체 간 협의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협의는 내년 의회 상정 전 향후 3개월 동안 진행된다. FT는 이로써 최종 조치는 상당히 약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개혁안 준수도 권고 수준이다. 기업 서비스 제공자 자율로 맡겼다. 스위스는 은행이 세계 최대 역외 자산 관리인 역할을 하면서 불법 자금의 천국이란 오명을 얻었다. 1930년대 자국 내 은행계좌 정보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은행 비밀주의를 법으로 보장한 데 기인한다. 이에 전 세계의 어두운 돈들도 스위스로 몰렸다. FT는 “스위스는 인구 870만 명에 불과하지만, 스위스 은행들이 보유한 해외 자산은 2조 4000억 달러(약 3100조원)에 달하는 세계 역외 부의 최고 중심지”라고 덧붙였다. 스위스는 국제사회로부터 금융 통제를 강화하라는 압력을 줄곧 받았다. 특히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제재를 회피하려는 러시아 과두정치인들의 자산 은닉 시도가 증가하면서 압박이 커졌다. 주요 7개국(G7)의 스위스 주재 대사들은 지난 4월 스위스 정부에 공동 명의로 서한을 보내 법의 허점과 이를 악용하는 스위스 변호사들의 삐뚤어진 역할을 외면한 데 대해 강력히 비판하기도 했다. 스위스 비밀계좌의 역사는 17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685년 프랑스 왕 루이 14세가 신교도의 종교 자유를 보장하던 낭트 칙령을 폐지했다. 위그노라고 불린 프랑스의 신교도들은 박해를 피해 이웃 나라로 갔다. 위그노 중에선 금융업에 종사한 사람이 많았는데 그중 일부가 스위스에 정착해 금융업을 이어 나갔다. 당시 주변국과 전쟁을 치르는 데 돈이 필요했던 프랑스는 스위스 은행에 손을 내밀었다. 프랑스는 자신들에게 쫓겨 거주지를 옮긴 이들에게 도움을 받게 되자 돈을 빌린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말라고 부탁했다. 스위스 은행의 비밀주의가 시작된 계기다. 영세 중립국이라는 국제 정치적 지위도 장점으로 작용했다. 스위스는 전쟁 중에도 재산을 유리하게 도피시킬 수 있는 안전처로 통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 각국이 전비 조달을 위해 세금을 크게 올리자 부자들의 과세회피를 위한 거금이 이곳으로 대거 몰려들기도 했다. 스위스는 1934년 연방 은행 및 저축은행법을 개정해 은행이 고객 동의 없이 계좌 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고, 위반한 사람은 5년 이하 징역과 25만스위스프랑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유대인들은 나치 독일의 추적을 피해 재산을 스위스 은행에 숨겼다. 유대인을 탄압한 아돌프 히틀러(1889~1945)가 비자금을 넣어둔 곳도 스위스 은행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승리한 연합국이 스위스 은행에 예치된 나치 자산을 몰수하려 했으나 이 법을 근거로 한 스위스 은행들의 거부로 실패했다. 이런 비밀보장 관행은 세계화로 각국 금융산업이 개방되면서 무너지기 시작했다. 미국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던 2008년 자국 자금을 빼내 스위스 은행의 비밀금고에 넣는 행위를 근절해야 해결할 수 있다고 보아 스위스 은행의 비밀유지 관행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2009년엔 미국인의 돈 세탁에 협조했다며 스위스 1위 은행인 스위스연방은행(UBS)에 약 8억 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 스위스 정부도 자국민의 계좌와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라는 요구가 세계 각국으로부터 쇄도하자 비밀계좌를 보호해 주던 연방법 규정을 삭제했다. 그런데도 스위스 은행들은 고객정보를 쉽게 노출시키지 않는 전략을 버리지 않았다. 이들은 직원조차 예금주 신원을 알 수 없도록 입·출금 등 각종 거래를 할 때 이름을 쓰지 않고 코드 번호를 사용한다. 비밀계좌의 잔액과 거래내역도 직원 중 극히 일부만 열람할 수 있게 돼 있다. 스위스 은행들의 비밀금고에 쌓인 외국인 예금은 2021년 기준 2조 6000억 달러(약 3340조원)에 이른다. 그해 우리나라 예산의 5배, 전 세계 은행들이 보유한 외국인 예금의 25%를 웃도는 막대한 규모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은 세계 각국의 부정축재자 자산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2월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영국 가디언을 비롯한 세계 46개 언론사는 공동 취재를 통해 “UBS에 이어 스위스 2위 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CS)가 세계 각국의 독재자를 비롯해 살인교사, 인신 매매, 마약 밀매, 돈 세탁 등 중범죄에 연루된 고객 3만명으로부터 1000억 스위스프랑(약 141조 4930억원)을 예탁받아 보호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 짐바브웨 대통령 재선… 가봉선 ‘봉고家’ 60년 장기집권 유력

    짐바브웨 대통령 재선… 가봉선 ‘봉고家’ 60년 장기집권 유력

    아프리카 남동부 짐바브웨 대선에서 37년 집권한 ‘세계 최장수 독재자’의 오른팔로 꼽히던 에머슨 음낭가과(80)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했다. 중서부 가봉에선 42년간 집권한 독재자의 아들 알리벤 봉고온딤바(64) 대통령의 3연임 가능성이 커졌다. 두 나라 모두 정국이 극도로 불안하다. 26일(현지시간) 로이터·AFP통신에 따르면 지난 23일 치러진 짐바브웨 대선 개표 결과 여당 ‘짐바브웨아프리카민족동맹애국전선’(ZANU·PF) 후보로 나선 음낭가과 대통령이 득표율 52.6%로 당선됐다. 야권 맞수 넬슨 차미사(45) ‘변화를 위한 시민연합’(CCC) 대표는 44%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CCC 측은 “적합한 검증 과정을 없애고 취합한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불복해 정국 혼란을 예고했다. 앞서 서방과 남아프리카개발공동체(SADC)도 짐바브웨 대선의 반민주적 절차를 지적했다. 음낭가과 대통령의 재선으로 최악의 경제난에 시달리는 짐바브웨 앞날은 더 어두워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임 때처럼 통화 붕괴와 극심한 인플레이션으로 재정적 고립에서 허덕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음낭가과 대통령은1960 ~1970년대 백인 정권에 맞서 독립 투쟁을 벌이던 로버트 무가베(1924~2017)의 최측근이었다. 게릴라 단체를 이끌며 과격한 면모로 ‘크로커다일’(악어)이란 별명을 얻었다. 1980년 4월 건국 이후엔 무가베 정권에서 여러 부처의 장관과 부통령을 지냈다. 2017년 11월 군부 쿠데타 뒤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넘어가 관망하던 그는 군부와 결탁해 임시 대통령으로 일하다 이듬해인 2018년 부정선거 논란에 휩싸였던 대선에서 승리하며 정권을 꿰찼다.26일 치러진 가봉 대선에서도 여권인 가봉민주당(PDG) 소속 알리 봉고 대통령의 당선이 유력해 봉고 가문은 56년 장기 집권을 이어 갈 것으로 보인다. 가봉 정부는 투표 종료 이후 무기한 인터넷을 차단하고 오후 7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야간 통행금지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로드리케 음붐바 미사우 통신장관은 공영TV에서 폭력사태 조장과 허위 정보 확산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가봉에서는 대부분 아프리카 국가와 달리 과반 득표자가 없더라도 1차 투표만으로 당선을 가린다. 지난 4월 헌법 개정으로 대통령 임기가 7년에서 5년으로 단축됐지만 헌법상 연임 제한 규정은 없다. 알리 봉고 대통령은 1967년부터 사망할 때까지 가봉을 통치한 오마르 봉고온딤바(1935~2009) 전 대통령의 아들이다. 알리는 아버지의 후광에 힘입어 1989년 외교장관을 시작으로 정·관계를 누볐다. 아버지가 사망한 2009년 첫 집권 뒤 2016년 부정부패, 유혈사태로 얼룩진 선거에서 이겨 14년간 국가를 통치했다.
  • 현실판 ‘오징어게임’ 숙소?…엘살바도르 최대 교도소 가보니 [핫이슈]

    현실판 ‘오징어게임’ 숙소?…엘살바도르 최대 교도소 가보니 [핫이슈]

    엘살바도르 정부가 ‘갱단과의 전쟁’으로 세계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는 가운데 이들을 수용하는 거대 교도소의 내부 모습이 처음으로 언론에 공개됐다. 23일(현지시간) AFP통신은 개소한 지 6개월 된 테러범 수용센터의 방문기를 사진과 함께 보도했다. 수도 산살바도르에서 남동쪽으로 74㎞ 정도 떨어진 테코루카에 자리잡고 있는 테러범 수용센터는 갱단과의 전쟁에서 검거한 용의자들을 수감하기 위해 지어진 남미 최대 교도소다. 특히 165만㎡ 부지에 건물 면적 23만㎡ 규모로, 주위에는 전기 철조망 외에도 높이 11m의 두꺼운 콘크리트벽이 세상과 단절한다.이번에 AFP통신은 현지 인권단체 관계자들과 이곳을 찾아 내부를 둘러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카메라 앞에 모습을 드러낸 수감자들은 모두 반바지에 흰 티셔츠를 입고 맨발인 상태였으며, 복장에 가려진 몸에는 많은 문신도 드러났다. 특히 이들이 머무는 방에는 마치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에 등장하는 것과 유사한 3층 금속 침상이 가득했다. 또한 60~75명의 수감자가 약 100㎡ 규모의 방에서 함께 살고있으며, 이들은 화장실 2개와 세면대 2개, 식수통 2개를 공유하고 있어 지원은 열악한 편이다. 보도에 따르면 약 4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테러범 수용센터에는 현재 1만 2000여 명이 수감되어 있으며 대부분 현지의 악명높은 갱단조직인 바리오18과 마라 살바트루차(MS-13) 조직원들이다. 엘살바도르 인권단체 소속인 라켈 카바예로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수감자들과 대화를 나눈 결과 대부분 음식이 부족하다고 불평한다"면서 "갇혀있는 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휴게실이나 체육관 등은 경비원만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한편 엘살바도르는 한때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국가 중 하나라는 오명을 쓰고 있었다. 지난 2018년 한해에만 10만 명 당 50명 이상의 살인사건 피해자가 발생할 정도. 이같은 상황이 반전된 것은 지난해 3월 27일 스스로 ‘세계에서 가장 멋진 독재자’라고 부르는 엘살바도르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42)이 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다. 전날 하루 만에 무려 62건 살인사건이 발생하자 부켈레 대통령은 치안불안의 주범으로 현지 갱단인 MS-13과 바리오18 지목하고 소탕작전 개시를 선언했다.비상사태 하에서는 체포·수색영장이나 명확한 증거 없이도 일반인에 대한 구금이나 주거지 등에 대한 임의 수색이 가능하다. 또한 시민 집회·결사의 자유와 통행의 자유도 일부 제한된다. 이는 곧 성과로 이어져 무려 6만 8000여 명의 갱단 조직원들이 무더기로 체포돼 투옥됐다. 이처럼 갱단원들이 무더기로 감옥에 갇히자 거리는 평화로워졌으며 실제로 살인율은 92% 감소했다는 통계도 나왔다. 그러나 국내 외 인권단체들은 이같은 강도높은 단속으로 인해 수많은 인권침해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 5월 현지 인권단체 ‘크리스토살’은 총 107페이지 분량의 상세한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발표하며 최소 153명이 구금 중 사망했다고 비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폭력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된 수감자만 29명이었고, 또한 46명 역시 폭행에 의한 사망으로 추정됐다. 크리스토살 측은 “75명의 희생자 대부분 고문, 구타, 목 졸림의 흔적이 발견됐다”면서 “이외에도 다른 사망한 수감자에게도 폭행의 흔적이 보였지만 ‘자연사’ 등으로 분류돼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바이든 죽어라” 우크라 어린이들 ‘反美’ 세뇌교육 (WSJ)

    “바이든 죽어라” 우크라 어린이들 ‘反美’ 세뇌교육 (WSJ)

    벨라루스로 끌려간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이 러시아를 찬양하고 미국에 대한 반감을 키우는 친러-반미 세뇌교육을 받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은 벨라루스와 러시아의 정부 자료, 폴란드 싱크탱크 보고서 등을 분석한 결과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 점령지에서 벨라루스로 이송된 어린이의 수가 2000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 어린이는 작년 봄부터 310명씩 7개 집단으로 나뉘어 벨라루스 국유기업 벨라루스칼리가 운영하는 요양원에 입소했다. 어린이들은 기초 군사훈련을 받고 러시아 정교회 성직자들을 만났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미화하는 오락물에 노출됐다. 작년 10월 소셜미디어(SNS)에 게시된 영상에서 여성 2명은 극장에 모인 어린이들 앞에서 푸틴 대통령을 찬양하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죽음을 부르짖었다. 여성 중 한 명이 무대 조명 아래서 “푸틴이 이겨 우크라이나 전체를 장악했습니다”라고 결론내리자,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은 박수갈채를 보냈다. 벨라루스는 이처럼 전쟁으로 부모를 잃은 어린이들을 구호한다는 명분으로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 점령지에서 어린이들을 데려가고 있다. 국제사회는 이를 전쟁범죄로 본다. 네덜란드 헤이그에 본부를 둔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우크라이나 어린이를 러시아에 강제로 데려간 행위를 전쟁범죄로 보고 푸틴 대통령에게 올해 3월 체포영장을 발부하기도 했다. 미국 정부 “벨라루스서 즉시 떠나라” 자국민에 권고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불리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이 통치하는 벨라루스는 대표적인 친러시아 국가다. 지난해 2월 침공 당시에는 러시아군에 우크라이나로 뻗어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줬다. 러시아는 이런 벨라루스에 대한 서방의 공격을 억제하기 위해 벨라루스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하는 등 공동 운명체로서 결속을 다져가고 있다. 벨라루스는 현재 러시아 용병단 바그너 그룹에 기지도 제공하고 있다. 그 결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들 접경 지역 긴장도 고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는 21일 자국민에게 즉시 벨라루스를 떠날 것을 권고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 등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이날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 주재 미 대사관 웹사이트에 올린 성명에서 벨라루스에 체류 중인 미국인들에게 즉시 출국할 것을 권고하고 벨라루스에 대한 여행 경보를 가장 높은 4단계(여행 금지)로 조정했다. 국무부는 “벨라루스 당국이 정당한 이유가 없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을 계속 조장하고 있고 벨라루스 내 러시아군도 증강되고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또 “현지 법의 자의적 집행, 구금 위험 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성명은 벨라루스에 주둔 중인 러시아 용병단 바그너 그룹에 대한 우려로 나토 회원국인 폴란드,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등 벨라루스 인접 국가들이 국경 보안을 강화한 가운데 나왔다. 앞서 리투아니아는 지난주 벨라루스 국경 검문소 6곳 중 2곳을 폐쇄했고 폴란드와 라트비아도 각각 검문소 1곳, 2곳만 개방해둔 상태다.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반란이 실패로 돌아간 뒤 벨라루스에는 현재 바그너 용병 4000여 명이 주둔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벨라루스가 이달 초 폴란드, 리투아니아 국경 인근에서 군사 훈련을 시작하면서 역내 긴장이 고조됐다.
  • 부끄러움은 푸틴 몫?…같은 ‘러시아편’ 끼리 쏘고 찌르다 20명 사망[핫이슈]

    부끄러움은 푸틴 몫?…같은 ‘러시아편’ 끼리 쏘고 찌르다 20명 사망[핫이슈]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을 이어가는 러시아군의 동맹국 사이에서 분쟁이 발생해 최소 20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미국 뉴스위크 등 외신이 14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점령지에서 우크라이나의 승리를 돕는 ‘우크라이나 민족저항센터’에 따르면, 점령지인 자포리자주(州)에서 다게스탄 부대와 체첸 부대가 충돌하는 일이 발생했다.  다게스탄 부대와 충돌한 체첸 부대는 러시아의 자치공화국 수장이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람잔 카디로프의 명령 하에 자포리자주에 배치된 상태였다.  우크라이나 민족저항센터는 러시아 병사들과 체첸 병사들이 의견 불일치로 언성을 높이다 몸싸움으로 이어졌고, 이 과정에서 한 사람이 칼에 찔려 쓰러지면서 싸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이후 양쪽 병사들이 각자 소지하고 있던 총과 수류탄 등을 꺼내들었고, 서로를 향해 난사하기 시작했다.  두 부대 사이의 분쟁은 다게스탄 부대의 ‘승리’로 끝이 났다. 우크라이나 민족저항센터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체첸 병사 최소 20명이 현장에서 즉사하고 40명 이상이 부상했다.  우크라이나 민족저항센터는 “해당 분쟁에서 ‘패배한’ 체첸 부대의 사령관은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최전선으로 보내졌다”고 전했다. 양쪽 부대가 분쟁을 벌인 정확한 사유는 공개되지 않았다.  러시아 국방부는 해당 사안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프리고진 반란 사태’ 이후 러 병력 핵심이 된 체첸 부대 체첸군의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지만, 특히 우크라이나 점령지에 주둔하고 있는 러시아군의 주요 구성요소로 꼽힌다. 특히 민간군사기업 바그너 그룹의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무장 반란을 일으킨 뒤 바그너 그룹이 빠져나가고, 그 빈자리를 체첸군이 채우고 있다. 체첸공화국이 러시아에 얼마나 많은 병력을 추가로 제공했는지는 불분명하다.  다만 체첸 수장 카디로프는 지난 5월 “병력 7000명이 이미 우크라이나에 주둔 중이며, 추가로 2400명이 훈련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유럽 정보 당국자들은 지난달 “푸틴 대통령이 카디로프를 이용해 더 많은 체첸군을 최전방으로 보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잔인하고 용맹하기로 소문난 체첸군 체첸군은 앞선 여러 전쟁에서 용맹하고 잔인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현재 우크라이나 전장에 투입된 체첸군은 규모가 작은 편에 속하지만, 심각한 병력 부족 문제를 겪는 러시아에게는 든든한 지원군이다.  미국 싱크탱크인 전쟁연구소(ISW)는 러시아가 체첸군을 ‘동시 공격 능력을 유지할 수 있는 미사용 공격 병력’으로 보고 있을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또 체첸군이 주로 후방에 투입된 것에 대해서는 “카디로프가 그간 전선에 제한적으로 발을 담그며 소모적인 전투 참여를 주저하기 때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카디로프는 2007년부터 체첸 공화국을 통치하기 시작한 뒤 푸틴 대통령에게 충성하는 대가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독재자로 꼽힌다. 실제로 러시아가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 곧바로 전투원들을 전장에 투입하고 우크라이나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암살하기 위한 암살단을 파견하기도 했다.
  • 20세기 풍자의 거장… 다시 만나는 채플린

    20세기 풍자의 거장… 다시 만나는 채플린

    공장에서 하루 종일 나사못 조이는 일을 하는 찰리는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조이는 강박에 빠지고 급기야 정신병원에 끌려간다. 가까스로 병원을 나와 거리를 방황하다 시위 군중에 휩쓸려 감옥살이를 하고, 고아가 된 소녀를 도와주지만 경찰에 쫓겨 또다시 새벽 거리로 나선다. 산업사회를 날카롭게 풍자한 찰리 채플린의 1936년 영화 ‘모던타임즈’다. 오는 31일까지 독립예술영화전용관인 서울 사당동 메가박스 아트나인에서 20세기 가장 위대한 희극 배우 찰리 채플린의 대표작 10편을 상영하는 기획전이 열린다. 채플린은 가수이자 배우였던 부모의 영향을 받아 어린 시절부터 각종 무대에서 연기를 단련했다. 버려진 갓난아이를 정성스럽게 키우는 떠돌이를 그린 ‘키드’(1921), 금광을 찾아 알래스카에 온 이가 겪는 비극을 그린 ‘황금광 시대’(1925) 등으로 미국에서 큰 성공을 거둔다. 대표작 ‘모던타임즈’ 이후 정치적인 문제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해 히틀러와 나치 독일을 비판한 ‘위대한 독재자’(1940)를 발표했다가 극우세력들의 공격에다 공산주의자로 몰려 미국에서 추방당했다. 스위스로 건너간 채플린은 연기, 제작, 음악 등 다양한 분야의 활동을 이어 가며 미국을 떠난 지 20년 만인 1972년에 제4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공로상을 받았다. 특별전에는 ‘파리의 연인’(1923), ‘서커스’(1928), ‘시티 라이트’(1931), ‘살인광 시대’(1947), ‘라임라이트’(1952), ‘뉴욕의 왕’(1957) 등도 만날 수 있다. 아트나인 측은 “빈곤과 억압, 착취 등 현실의 비극에 희극을 부여하며 웃음과 감동을 전한 찰리 채플린의 세계를 이번 기획전으로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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