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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사가 나를 무죄로 하리라/한스 마그누스 엔첸스베르거 엮음

    “저는 동료들 70명의 목숨을 앗아간 야비한 독재자의 광분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처럼 감옥 역시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저에게 유죄판결을 내리십시오. 그런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역사가 나를 무죄로 할 것입니다.”(카스트로,1953년) “우리는 범죄자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만인을 위한 빵, 만인을 위한 지식, 만인을 위한 노동, 만인을 위한 자유와 정의를 요구하기 때문입니다.”(크로포트킨,1883년) ‘역사가 나를 무죄로 하리라’(한스 마그누스 엔첸스베르거 엮음, 김준서 등 옮김, 이매진 펴냄)는 격동의 시대, 혁명을 위해 온몸을 바친 혁명가 25인의 법정 최후진술과 변론을 담은 책이다. 혁명은 본래 그 성격상 재판에 회부될 수 없다. 그러나 지난 세기, 혁명가들에 대한 재판은 법적 절차가 무시된 채 변칙적으로 이뤄졌다. 독일어 원전에 실린 25명의 진술을 모두 옮겨 실은 완역본.2만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서울신문 102년-갈등넘어 소통으로/대담] “韓美동맹 北문제 해결 도움… 用美정신 필요”

    [’서울신문 102년-갈등넘어 소통으로/대담] “韓美동맹 北문제 해결 도움… 用美정신 필요”

    뉴라이트에 이어 뉴레프트의 등장은 또다른 시대 흐름을 반영하는 추세로 받아들여진다. 뉴레프트와 뉴라이트의 비전경쟁과 정책경쟁은 사회가 건강하게 발전하고 선진화를 주도하는 대안으로 등장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을 심어준다. 하지만 이념대결에 머무를 경우 또 다른 사회갈등 요인으로 작용할 소지도 안고 있다는 우려도 병존한다. 서울신문은 뉴라이트의 대표적인 논객 박효종 서울대 교수와 뉴레프트의 임혁백 고려대 교수로부터 접점 가능성, 내년 대선에서 활동방향 등을 들어본다. -뉴라이트와 뉴레프트의 등장 의미는. ▶임혁백 교수 뉴레프트(신좌파)라고 명명하는 데 이의를 제기한다. 한국이 분단 상황에 있고 신좌파라는 이름은 색깔론적인 측면이 있다. 우리는 ‘지속가능한 진보’라는 이름을 붙였다. 과거의 진보는 계급지향적이고 분배중심적이었다. 진보도 패러다임 전환에 맞춰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새로운 흐름은 탈냉전, 민주화, 세계화, 지식정보화, 탈물질주의다. 시민지향적이고 분배중심적이 아닌 성장과 분배의 균형을 잡고 성장촉진형 분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공정한 시장경제와 개방과 보호의 균형을 잡는 것이 지속가능한 진보를 추구하는 것이다. ▶박효종 교수 뉴라이트는 시간적으로 2년의 세월을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사회에서 보수주의 운동 가운데서 새로운 보수를 해야겠다는 의미에서 태동하게 됐다.1997년부터 거의 10년 정도 보수세력이 국민 신임을 받는 데 실패했다. 철저한 반성이 필요했다. 권력을 갖고 국정을 운영해오면서 나름대로 우리의 낡은 정치문화를 개선하는 데 크게 기여하지 못했다. 새로운 시대정신을 받아들이는 데 게을렀다. 진보 세력이 국정 전면에 나서게 됐는데 기대하던 개혁이 이뤄지지 못한 것에 대해 대안 세력으로서 자리매김해야겠다는 인식이 있었다. 뉴라이트의 지향점은 올드 라이트와의 차별성에만 중점을 두는 것이 아니다. -뉴레프트와 뉴라이트의 등장은 자본과 노동, 성장과 분배, 강남과 강북 같은 소통 부재란 사회 갈등의 연장선상이고 이념논쟁이라는 지적이 있는데. ▶임 교수 지속가능한 진보와 뉴라이트는 극단적인 좌우에서 보면 중간으로 수렴하는 중도 좌우라는 이데올로기 스펙트럼에 위치하고 있다. 따라서 양 극단을 대표하는 양극화 세력은 아니다. 중간에서 왼쪽에, 중간에서 오른쪽에 세력분포하고 있는 중도세력이다. 대화가 가능한 진보와 보수인 것이다. 말하자면 뉴라이트나 지속가능한 진보도 이념의 도그마에서 탈 이념으로 가는 것이다. 양극단적인 이분적 사고에서 실사구시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대화가 가능하다. 소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박 교수 비슷한 생각이다. 이념 논쟁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한 공동체에서 가치관이 다른 사람이 얼마든 대립할 수 있는데, 문제는 논쟁의 질이다. 보혁 갈등·논쟁이 있지만 한 단계 높은 양질의 논쟁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상호 보완적인 대안이 나올 수 있지 않겠느냐는 희망을 갖고 있다. -지난 3월에 두 세력이 처음으로 만나 대화와 토론을 했는데, 소통의 가능성은 찾았나. ▶박 교수 만남에서 접점도 꽤 있었다. 특히 한반도에서 미국과의 동맹관계 같은 데서 공감대를 형성했다. 북한 인권 문제 제기의 필요성에도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상당히 의미있는 접점의 영역이었다. 서로 뉘앙스가 다른 용어도 사용하지만 이해를 높이고, 갈등과 방향을 재점검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눈에 보이지 않는 소득이다. ▶임 교수 소통을 통해 상대방의 관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대방을 이해하는 것이 다원주의적인 통합이자 공존의 시발점이다. 우선 상대방과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거기서 대화와 타협을 시도하고 접점을 찾는 것이다. 첫번째 만남에서 접점을 찾지 못했다고 해서 의미가 없다고 볼 수 없다. 차이가 뭔가를 알게 됐다는 것이 향후 접점을 찾을 수 있는 가치가 있다. -두 세력의 등장이 관심을 모으는 것은 특히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대선에서 특정후보나 정당을 지지할 것인가. ▶임 교수 좋은정책포럼은 정치운동 단체는 분명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단체도 아니다. 지속가능한 진보를 지향하는 세력이 있다면 정책적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싱크탱크’의 성격을 갖고 있다. 우리가 지향하는 후보가 있다면 지지할 수는 있다. 하지만 후보의 정치적인 운동조직으로서 기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박 교수 뉴라이트 일부에서는 정치운동화하자는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개는 사상 운동의 차원으로 남자는 의견이 많다. 정치세력보다는 어젠다가 중요하다. 어젠다를 국정운영에 반영하겠다는 후보나 정당이 있다면 지지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람보다 어젠다가 먼저다. 어젠다에 공감하는 그런 후보가 있다면 우리는 공개적으로 후보를 지지할 수도 있다. 우리는 민주주의 질이 높아져야 한다는 충정에서 기여하겠다는 성격이 강하다. -참여정부의 국정운영과 386에 대한 평가는. ▶박 교수 참여정부의 개혁정책이라는 것이 지금 낭떠러지에 서 있는데 자꾸 구름을 찾으려 한다는 느낌이 있다. 낭떠러지에서 밑을 내려다보면서 걱정해야 하는데, 과거사 같은 사안, 즉 보수든 진보든 실감할 수 없는 개혁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예를 들어 부동산시장 개혁을 위해 세금을 이용하다보니 상층과 중산층이 200∼300%의 세금을 더 내야 한다. 이것을 개혁이라고 할 수 없다. 이것은 가렴주구다. 세금 걷는 것은 쉽다. ▶임 교수 참여정부는 역사적 측면에서 탈 권위주의와 부정부패 청산, 깨끗한 정치 조성에 대해선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탈 권위주의 과정에서 정부 권위의 상실이 있었다. 국민의 삶을 보장하는 적극적인 차원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지방선거는 참여정부에 실망한 국민 심판의 결과다. 구체적으로 민생경제를 챙기는 데 실패했다. 참여정부 출범에 공로가 있는 젊은 세대·서민·노동자 등은 실업, 비정규직 문제로 고통받고 있다. 지지세력의 이반을 가져온 것은 민생경제 문제였다. 국정 3대 목표의 하나로 내세웠던 균형발전보다는 양극화가 심화됐다. 그 실망이 선거에서 표출된 것이다. -남북문제를 둘러싼 이념대립 양상도 첨예해지고 있는데. ▶임 교수 북한의 인권문제에 침묵할 이유는 없다. 북한 인권문제 접근 방법론에서 뉴라이트와 차이가 있다. 북한 인권의 실질적인 개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공개적이고 직접적인 압박을 가한다면 현실적으로 북한 주민들의 인권 개선이 더 어려워진다. 간접적인 지원, 조용한 외교 등을 통해 북한 주민의 실제적인 생존을 보장하자는 것이다. 한국의 보수세력에 대해 묻고 싶다. 지금은 북한 인권문제에 적극적이지만, 과거 권위주의 시대의 우리 인권문제는 왜 침묵했나. ▶박 교수 임 교수의 지적대로 과거 보수주의자들의 인권 감수성이 높지 않았다. 그래서 민주화 세력으로부터 비난받는다. 평화도, 주민 삶의 질도, 대북 협력도 중요하고 체제가 전체적으로 소프트하게 되는 것도 중요하다. 양면성 때문에 획일적으로 잣대를 대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북한 인권은 최악의 상황이다. 탈북자들이 리얼한 스토리를 써내는데 이것을 읽어보면 눈물이 나지 않을 수 없다. 개선이 중요하다. 접근방식에 당근도 있고 채찍도 있다. 참여 정부나 국민의 정부에서 당근 정책을 썼는데 생각보다 효과가 없었다. 우리는 유엔에서 북한인권을 다루는 데는 기권하면서, 미얀마에 대해서는 인권 가치를 내세우는 이중성을 갖고 있다. 보수진영에서도 북한을 도와야 하는 데 공감대가 많다. 요즘도 북한은 마지막에 와서 약속한 것 깨고 있다. 북한에서 호의적 응답이 없기 때문에 이게 보혁간에 갈등의 원천이 되고 있다. -광복전후사의 인식 차이에 이어 중·고교 교과서 갈등도 빚어지는데. ▶임 교수 과거사에 부정적이고 자학하는 것도 문제가 있지만, 과거사를 자랑스럽게 미화하고 정당화하는 것은 더 큰 문제다. 오욕의 역사를 청산하기 위한 투쟁이 있었기에 발전도 있었다.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선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간 화해가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역사적인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 단순히 과거를 덮어둔다고 화해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박 교수 우리 중·고교 교과서는 너무 자학적이다. 정부수립부터 민주화 때까지 대통령은 무조건 독재자라고 한다. 게다가 북한에 대해서는 너무 우호적이다. 새마을 운동도 관변단체 운동으로 폄하하고 있다. 북한에 퍼주기 지원문제에서 우리는 너무 저자세다. 이산가족끼리 만나는 것도 모두 북한이 정한 대로 하지 않으면 안된다. 과거사의 진실규명에 대해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치권이나 정부가 나서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정권은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날 수 없기 때문에 중립성·공정성에서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뉴라이트는 한나라당을, 뉴레프트는 열린우리당을 어떻게 평가하나. ▶임 교수 열린우리당은 2004년 총선에서 다수세력이 됐지만 성공하지 못했다는 평을 받는다. 가장 큰 이유는 개혁의 우선순위를 잘못 정했다. 장기 불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민생 속으로 가야 하는데 과거 청산 등 4대 개혁 입법으로 갔다. 민생을 챙겨야 할 때 이념에 치우쳤다. 지지계층인 중산층·서민·젊은세대 등의 이익을 실현하는 개혁을 하지 못했다. 집토끼, 산토끼 다 놓친 것이다. 개혁의 전략에서 실패한 것 같다. ▶박 교수 한나라당에 기대하지만 믿지 않는다. 한나라당에 주문한다면 단순히 집권이 중요한 게 아니라 무엇을 위해 집권하느냐는 어젠다가 중요하다. 지방선거에서 압승했지만 반사이익이다. 한나라당이 노력하고 있지만 국민의 기대에는 못 미친다. 한나라당은 다음 대선을 단순히 집권 세력의 교체 정도가 아니고 무엇을 위해, 왜 집권해야 하는지에 대한 당위적 논리를 개발해야 한다. 그런 점이 미흡하다. -참여정부 한·미동맹·공조 이상설이 끊이지 않는데. ▶임 교수 한·미 동맹은 50년 넘게 지속된, 성공한 동맹이지만, 동맹의 ‘피로 현상’이 나타나는 것도 사실이다. 북한문제에 대한 인식과 대처 방식에서 이견을 드러내고 있다. 한·미 동맹의 미래, 주한미군의 규모 역할 재배치 등에도 문제가 있었다. 한·미동맹은 미래를 향해 발전적으로 가야 한다. 우선 우리가 동북아 세력의 틈바구니 속에서 자주 국방을 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힘을 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해야 한다. 한·미동맹과 자주국방은 배척적인 개념이 아닌 보완적인 개념이다. 남북화해협력 대북포용정책 등을 추진하려면 미국과의 협력이 중요하다. 미국이 모든 키를 쥐고 있다. 개성공단 상품의 국내산 인정 문제가 그렇다. 우리가 동북아 균형자가 되기 위해선 미국이 필요하다. 맹목적으로 추종할 게 아니라 전략적으로 이용하는 용미(用美)로 나가야 한다. 미국과의 신뢰 형성이 대단히 중요하다. 한·미간 신뢰가 구축됐을 때 북한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 ▶박 교수 전적으로 동감한다. 국민들 사이에 여러가지 스펙트럼이 나오는 것은 정상적이다. 그러나 정부에는 국익이 중요하다. 한·미동맹에 대한 확고한 의식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자주국방, 동북아 균형자를 얘기할 수 있지만, 전부 말이 앞서가고 있고 실천이 동반되지 않고 있다. 우리는 친미, 반미가 아니라 지미(知美), 용미 입장에서 한·미 동맹을 활용해 국익을 극대화해야 한다. 중국과 관계개선하는 것도 좋은데, 하나뿐인 한·미동맹이 실패될까 걱정된다. -나이가 많으면 보수, 나이가 젊으면 진보라는 등식이 깨지고 있는 것 같은데, 이런 현상도 시대변화인가. ▶박 교수 가치관은 원래 주변환경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가변적이다. 우리 사회가 2000년을 전후해서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과거 운동권 전력자들이 보수 쪽으로 오기도 한다. 요새 젊은이들이 옛날엔 보수를 꼴통보수라고 했는데 지금은 진지하게 ‘보수가 왜 나쁘냐.’는 열린 마음을 갖고 있다. 이런 변화는 새로운 시대의 징조라고 생각한다. ▶임 교수 1991년에 사회주의 몰락과 함께 20세기는 끝났다. 사회주의의 붕괴, 북한 체제의 실패 등이 한국의 젊은 주사파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줬고, 이는 많은 주사파들을 우파로 전향하게 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뉴라이트와 자유주의 연대 운동 등은 20세기 말 냉전붕괴와 연관이 크다. 반면 21세기로 넘어오면서 탈냉전, 세계화, 민주화가 기존의 보수를 진보적인 방향으로 가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사회 박정현 기자·정리 오일만 김상연기자 oilman@seoul.co.kr ■ 뉴라이트는 2004년 11월23일 수구좌파와 수구우파가 주도하는 정치의 종말을 선언하는 자유주의연대 창립에서 뉴라이트 운동이 시작됐다.2005년 1월에는 중·고 교과서가 이념적으로 편향돼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를 고치기 위한 교과서포럼이 만들어졌다. 박효종(서울대 국민윤리교육학)·김영호(성신여대 정치외교학)·김일영(성균관대 정치학)·신지호(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 등이 주도하고 있다. 자유주의연대는 구체적 대안이 결여된 섣부른 자주외교로 한·미동맹이 표류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과거청산보다는 미래건설에 초점을 둔 개혁을 표방한다. 경제시스템에서는 국가주도형에서 시장주도형 방식으로 전환을 내세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맞서는 자유주의교육노동조합이 지난해 5월 발족했다. 자유주의연대·뉴라이트싱크넷 등의 관련 단체들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더욱 튼튼히 한다는 기치 아래 뉴라이트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알뜰정부를 구현하고, 북한인권을 개선하며, 교육자율화를 실현하는 것 등 을 목표로 한다. ■ 뉴레프트는 2006년 1월16일 ‘지속가능한 진보’를 표방하는 ‘좋은정책포럼’의 창립대회를 계기로 뉴라이트에 맞서는 뉴레프트가 등장했다. 임혁백(고려대 정치외교학과)·김형기(경북대 경제학)·임현진(서울대 사회학)·김균(고려대 경제학)·고유환(동국대 북한학)·정해구(성공회대 정치학)·임경순(포항공대 과학사)·김성국(부산대 사회학). 조명래(단국대 도시지역계획)·박광서(전남대 경제학) 교수 등 중진 사회과학자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창립 선언문에서 밝힌 지향점은 사회민주주의와 신자유주의를 모두 넘어서는 대안적 발전 모델이다. 효율성을 높이는 시장경제의 역동성을 충분히 발휘하도록 하면서도 사적 독점과 양극화를 초래하는 역기능을 시정하기 위해 ‘공정한 시장경제’를 내세운다. 20세기 역사에서 실험된 기존의 진보 노선이 경제·사회·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하지 못해 결국 실패로 끝났다는 반성을 기초로 하고 있다. 기존의 좌파가 실패했다고 지적하면서도 기본적인 좌파 철학을 버리지 않고 대안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뉴레프트로 불린다. 뉴라이트와 뉴레프트는 이념적 유연성을 갖고 있다.
  • 탐색전 없이 아킬레스건 맹공

    탐색전 없이 아킬레스건 맹공

    한나라당의 새로운 당 대표를 뽑을 7·11전당대회 선거전이 3일 본격 시작됐다. 후보자 8명은 선거운동 첫 날인 이날 TV토론을 통해 2007년 대선 필승전략과 당 운영방안을 놓고 격론을 벌였다. 상대 후보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리는 뼈아픈 질문도 빠지지 않았다. ●1,2위를 잡아라! 초반 판세에서 1,2위를 다투는 것으로 알려진 이재오·강재섭(기호순) 후보에게 질문이 집중됐다. 전여옥 후보는 “사학법 재개정에 실패한 이재오 후보가 다시 당 대표에 나왔다.”고 꼬집었고, 권영세 후보는 “박근혜 전 대표에게 ‘독재자의 딸’이라고 했던 이 후보가 어떻게 특정 대권 후보에게 기울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는가.”라고 따져물었다. 강창희 후보는 “행정중심복합도시에 반대해 투쟁까지 했던 이 후보가 어떻게 충청권의 반발을 잠재울 것이냐.”고 몰아세웠다. 이에 이재오 후보는 “지금도 수도 서울을 쪼개 옮기는 것은 반대한다.”면서도 “헌법재판소가 행정복합도시는 합헌이라고 했으므로 국회의원은 그 결정에 따라야 하며, 당 대표가 되면 충남 공주·연기에 차질없이 행정도시를 건설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강재섭 후보에게는 정형근 후보가 “TK(대구·경북)출신이 당 대표가 되면 한나라당이 영남당 이미지를 벗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권영세 후보는 “젊은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주는 것이 어떠냐.”며 우회적으로 공격했다. 이에 강 후보는 “투톱이 모두 영남이었을 때도 한 번도 티를 낸 적이 없다.”면서 “젊은 사람들은 민정계가 무조건 수구라고 하는데,386이라도 부정부패에 물든 사람이 있는 것처럼 그렇게 말하는 것은 틀렸다.”고 역설했다. ●정권탈환 8인8색 내년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반드시 대표가 되어야 한다는 호소도 이어졌다. 이재오·강재섭 후보는 ‘경륜’을 강조하며 ‘강한 야당’을 주장한 반면, 권영세·전여옥 후보는 세대교체론으로 맞섰다. 그러자 정형근 후보가 “민생이 원하는 정당으로 환골탈태해야 승리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방호 후보는 “이념적으로 더 이상 좌향좌해서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강창희 후보는 “10년후 무엇을 먹고 살 것인지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했고, 이규택 후보는 “사학법 투쟁의 열기로 당을 화합해 승리의 쾌감을 드리겠다.”고 목청을 높였다. 충청·호남권 껴안기 이른바 ‘범우파연합’에 대해서는 권영세·이규택 후보는 “정치 공학이자 야합”,“또다른 편가르기”라고 반대했지만 나머지 후보들은 모두 찬성의 뜻을 밝혔다. 대선후보 선출시기는 정형근·이방호 후보가 현행 ‘6개월 전’ 규정을 늦춰 ‘대선 3∼4개월 전’으로 바꾸자고 주장한 반면, 나머지 후보는 모두 현행안 대로 하자고 주장했다. 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파도/토드 스트라서 지음

    미국의 평범한 동네 고등학교 역사수업에서 벌어진 사건이 학교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역사교사 벤 로스와 학생들은 과연 무슨 일을 겪은 것일까. 청소년 소설의 고전 ‘파도’(토드 스트라서 지음·김재희 옮김·이프 펴냄)가 번역, 출간됐다.20여년간 독일 청소년 도서판매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전세계 청소년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친 이 책이 한국에 소개된 것이다. 저자는 미국 캘리포니아 팔로알토의 한 고등학교 역사수업에서 실제 벌어진 일을 각색, 파시즘의 집단광기를 경고한다. 파시즘의 작동원리를 설명하기 위해 교사가 고안한 ‘파도’라는 이름의 실험에 학생들이 철저히 우롱당한다. 비밀결사 같은 연대의식을 느끼며 ‘파도’는 순식간에 교실을 넘어 학교 전체로 암세포처럼 퍼지고, 너도 나도 엄청난 파도에 휩쓸리며 열광한다. 여기에 속하지 않는 학생들은 배척당하고 폭력까지 난무한다. 결국 심각한 사태를 종식시키기 위해 총회가 열리고, 전국파도연합 지도자가 화면에 등장하는데 그는 바로 나치의 독재자 히틀러다. “파시즘은 다른 사람들이 저지른 역사적인 사건이 아니라 우리 안에 똬리를 틀고 못된 짓을 따라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라는 교사의 설명에 학생들은 비로소 실험의 요지를 깨닫고 환각상태에서 깨어난다. 학창시절 이 책을 읽고 토론한 독일의 젊은 세대는 어느덧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언제라도 되풀이된다.’는 진리를 가슴에 새기고, 역사에 대한 반성이 사회 전반에 자연스럽게 뿌리내렸다고 한다. 청소년기에 성별·인종에 대한 편견과 집단주의, 파벌주의와 국가주의, 그리고 ‘왕따’문제까지 성찰하게 함으로써 미래는 덜 왜곡되고 좀더 행복할 수 있는 예방책을 제시하는 책.8000원.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임영숙칼럼] 월드컵, 타인의 고통

    [임영숙칼럼] 월드컵, 타인의 고통

    솔직히 축구 팬은 아닙니다. 그런데도 지난 13일 한국과 토고의 경기 모습이 계속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있습니다. 월드컵 도전 반세기만에 원정경기에서의 첫 승리, 그것도 짜릿한 역전승이라는 감격 때문만은 아닙니다. 토고 선수들이 잊혀지지 않는 것입니다. 그들은 돈 때문에 월드컵 개막직전 훈련을 거부하고 감독이 사퇴했다가 복귀하는 ‘콩가루’ 집단으로 세계언론에 비쳐졌던 것과는 다른 인상을 주었습니다. 자신들의 국가가 울려퍼지지 않고 한국의 애국가가 두번 반복되는 동안 그들의 표정을 눈여겨 보셨는지요? 심판으로부터 레드카드를 받고 별다른 저항없이 순순히 퇴장하던 토고팀의 주장, 경기가 끝난 후 우리 선수들과 옷을 바꾸어 입기 위해 마냥 기다리던 모습들도 생각납니다. 저 혼자만의 느낌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다음날 한 모임에서 누군가 말했습니다.“경기 직전 토고 선수 한명이 땅에 엎드려 기도하는 모습을 보고 무언가 와 닿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한국팀만 응원하기 어려웠다. 물론 우리가 이겨서 기쁘다. 그러나 한편으로 미안하다. 아프리카는 아프니까.” 1인당 연간 국내총생산이 120만원 정도밖에 안 된다는 토고의 월드컵 첫 출전이, 스위스 월드컵에 첫 출전했던 50여년전 우리 모습과 겹쳐 보여서였을까요? 한국전쟁 직후 모든 것이 부족하던 당시 우리 대표팀은 미군 수송기를 빌려 타고 60시간이 넘는 여정 끝에 본선 첫 경기 하루 전 스위스에 도착했답니다. 시차적응도 제대로 못한 채 헝가리, 터키와 맞붙어 0-9,0-7로 참패해 골키퍼가 공격수보다 더 바쁜 경기를 치렀다지요. 그에 비하면 토고 선수들은 이번 월드컵 주최국 독일에 가장 먼저 도착해 몸을 풀었고 우리 팀을 상대로 선제골까지 뽑아냈습니다. 또 많은 선수들이 유럽에서 뛰며 억대의 연봉을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토고팀의 내분에 언론은 차가운 시선을 보냈고 프랑크푸르트의 한 신문은 토고팀을 ‘코미디 클럽’으로 묘사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천덕꾸러기가 돼버린 토고팀을 비웃을 수만은 없습니다. 선수들이 축구협회에 요구한 돈은 이 협회가 국제축구연맹으로부터 받을 돈보다 많지 않으며 축구협회장은 쿠데타 이후 38년간 토고를 철권 통치했던 독재자의 아들이랍니다. 그는 국제축구연맹의 지원금을 횡령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어 정부·협회와 선수간의 불신이 일반상식으로는 이해되지 않던 보이콧 사태의 근본 원인이라는 것입니다. 지금 인터넷 공간의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토고를 친구로 여기는 분위기가 퍼져가고 있습니다. 토고의 다음 경기에서 한국이 토고를 응원해 함께 16강에 올라가자는 주장들도 나옵니다. 토고가 프랑스나 스위스를 이기면 우리에게 유리하다는 생각도 깔려 있겠지만 꼭 그런 이해관계에서만 비롯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긴자의 아량, 가진자의 여유와 연민이라고 냉소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타인의 고통에 연민만을 느끼는 것은 올바르지 않습니다. 그들의 고통이 나와 무관한 것이 아니라 나의 책임일 수도 있음을 자각하고 그들에게 손을 내밀어야 합니다. 냉소하는 이들도 동참하기 바랍니다. 토고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대륙의 아픔에 우리가 손을 내민다면 이번 월드컵에서 우리는 16강 진출과 상관없이 가장 빛나는 승리자가 될 것입니다. 유니세프를 비롯해 여러 단체들이 오랜 가뭄에 시달리는 중부 아프리카에 우물을 파주거나 분쟁지역의 어린이들에게 희망의 축구공을 보내는 활동 등을 펴고 있습니다. 논설고문 ysi@seoul.co.kr
  • [씨줄날줄] 독배/우득정 논설위원

    전설적인 종군여기자이자 소설가인 오리아나 팔라치는 자전적 2인칭 소설 ‘한 남자(A Man)’의 도입부를 소크라테스의 말로 장식했다.“이제 떠나야 할 시간이 왔다. 나는 죽음의 길로, 당신은 삶의 길로. 하지만 어느 길이 옳은지는 신만이 알 뿐.”아테네도시가 숭배하는 신을 숭배하기를 거부하고 도시의 젊은이들을 타락시킨다는 이유로 법정에 고발된 소크라테스가 죽음의 독배(毒杯)를 들기 전 탈옥을 권유하는 친구들에게 남긴 말이다. 소크라테스는 죽음 대신 추방을 선택할 수도 있었지만 “이 세상에서 가장 큰 비극은 죽음이 아니라 불명예”라면서 진리에 대한 신념을 꺾기를 거부했다. 수많은 독재자들을 인터뷰하면서 독재의 잔혹함을 추상같이 추궁했던 팔라치는 그리스의 반체제 풍운아 파나굴리스와의 첫 만남에서 운명적인 사랑에 빠져든다. 그리고 3년 후 파나굴리스가 의문의 암살을 당한 뒤 전설적인 영웅으로 다시 되살린 것이 ‘한 남자’라는 소설이다. 십자가에 못박힐 것 같은 비극적인 운명을 예감하면서도 숙명적인 인연의 끈을 끊지 못하는 팔라치 자신의 독백이기도 하다. 그래서 팔라치는 아무런 주저없이 독배를 든다. 훗날 팔라치는 1980년대 초 레바논 주둔 미군과 프랑스군 사령부의 자살폭탄 테러를 그린 소설 ‘인샬라’에서 참혹한 전쟁터를 헤집고 다니며 찾던 삶의 방정식 해답을 얻는다.“삶은 풀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살면서 체험해야 할 신비이다. 그 말은 바로 인샬라, 신의 뜻대로.”삶의 방정식을 찾아 레바논 근무를 자원한 이탈리아 병사 안젤로에게 해답을 전한 니네트는 밤 길거리를 헤매다 무참하게 살해된다. 다음 날 안젤로를 싣고 철수하던 이탈리아 군함은 속수무책인 상태에서 자살보트의 공격을 받는다. 열린우리당 김근태 최고위원이 5·31 지방선거 참패로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에 내몰린 당을 구하기 위해 “독배라도 마시겠다.”며 결연한 의지를 밝혔다고 한다. 김 최고위원에 대한 ‘좌파 이미지’ 등 거부 시각에 대해 ‘김근태의 변명’이 없어 자세히 알 길은 없으나 진실에 대한 믿음, 순수한 열정 등으로 성난 민심을 되돌리겠다는 각오가 아닌가 추정된다. 하지만 ‘싸가지’들이 그동안 국민들의 가슴에 남긴 생채기를 열정만으로 치유할 수 있을까.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팔려면 뚱보에 물어라” 마케팅 확산 “독재형 부모가 아이를 뚱보 만든다”

    비만인구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미국에선 비만문제 만큼 세대·계층을 초월하는 보편적 관심대상을 찾기 힘들다. 비만층을 대상으로 한 이른바 ‘뚱보마케팅’이 새로운 판촉 트렌드로 떠오르는가 하면 부모의 교육 스타일과 자녀 비만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연구가 언론의 비상한 주목을 받는다. 현재 미국의 비만인구는 약 6000만명.25년 전보다 3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비만 확산 추세는 더욱 강화돼 2013년에는 9000만명 선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좌석 3인치 넓힌 자동차 미 경제잡지 비즈니스 2.0 최신호는 비만인구가 중산층으로 확대되면서 ‘뚱보 마케팅’이 새로운 마케팅 코드로 부상하고 있다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이오와대 연구팀에 따르면 미국내 비만인구는 연소득 6만달러(약 6000만원)가 넘는 도시 중산층에서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이에 따라 과거 다이어트 산업 등에 한정됐던 마케팅 전략이 모든 산업분야로 확대될 조짐이다. 도요타자동차는 최근 일반 모델보다 최대 3인치가 큰 좌석을 장착한 신형차를 내놓았다. 기존 ‘킹’ 사이즈보다 30% 큰 ‘그랜드 킹’ 매트리스도 잘 팔리고 있다. 빅사이즈 변기좌석과 여객기용 안전벨트 확장기 등 아이디어 상품도 선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비만인구가 지난 반세기 동안 마케팅 트렌드를 선도했던 베이비붐 세대를 제치고 핵심 공략대상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자율형 보다 비만아 확률 4배 미국 소아학 학술지 피디애트릭스 최신호는 독재자 스타일의 부모를 가진 아이가 자율형 부모의 자녀들보다 비만아가 될 확률이 4배 이상 높다는 보스턴대 연구팀의 연구결과를 실었다. 연구팀은 54개월 된 아이를 가진 미국내 872가정을 부모 스타일에 따라 `독재형´과 `자율형´,`오냐오냐형´,`무관심형´으로 나눈 뒤 자녀들의 신체 발육상황과 비교했다. 그 결과 독재형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의 비만율이 17.0%인 반면 자율형 부모의 자녀는 3.9%만이 비만으로 조사됐다. 오냐오냐형과 무관심형 부모 밑에서 자란 자녀들의 비만율은 각각 9.8%와 9.9%나 됐다. 연구진은 자율형 부모는 아이들 스스로 음식을 조절하는 법을 배울 수 있게 도움을 주는 반면, 독재형 부모는 아이들에게 과도한 스트레스를 유발해 과식을 통해 이를 해소하는 습관을 갖게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문화마당] 왜 우리 지폐엔 ‘조선 얼굴’만 보이나/허동현 경희대 교양학부 교수

    조지 워싱턴, 엘리자베스 2세, 쑨원, 마하트마 간디, 마오쩌둥, 호찌민, 체 게바라, 에밀리아노 사파타, 가브리엘라 미스트랄, 베니그노 아키노, 후쿠자와 유키치, 넬리 멜바, 에드먼드 힐러리, 폴 세잔, 그리고 가우스….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지폐에 얼굴이 실린 인물들이 답이다. 물론 이들은 한 나라가 그 삶을 기리거나 세계에 내세워 자랑할 만큼 뛰어난 업적을 남긴 사람들이기도 하다. 미국은 독립전쟁을 이끈 워싱턴을, 영국은 입헌군주 엘리자베스 2세를, 타이완은 국민혁명을 이끈 쑨원을, 인도는 영국에 맞서 싸운 간디를, 사회주의 국가 중국·베트남·쿠바는 민중 혁명가들을, 멕시코는 농민을 위해 일어선 사파타를, 칠레는 노벨문학상 수상자 미스트랄을, 필리핀은 민주화를 이끈 아키노를, 일본은 근대계몽사상가 후쿠자와를, 호주는 세계적 프리마돈나 멜바를, 뉴질랜드는 에베레스트를 최초로 발밑에 둔 힐러리를, 그리고 유로화 통용 전 프랑스와 독일은 세계적 화가 세잔과 수학자 가우스를 자국의 상징 인물로 내세웠다. 이처럼 국민국가 시대를 사는 지구마을의 나라들마다 근현대의 시공간을 살다가거나 아직도 살아 있는 국민적 영웅들의 모습을 자국의 지폐에 아로새겨놓았다. 그러나 우리 지폐에 담긴 인물들은 조선시대 사람 일색이다. 세계에 자랑할 만한 소리글자 한글을 창제했다 해도 세종대왕은 전제군주일 뿐이며, 이황과 이이도 양반지배질서의 사상적 기반을 닦은 유학자에 지나지 않는다. 철지난 봉건시대의 위인들을 주권재민의 공화정을 국체로 하는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인물로 지폐에 새겨 기리는 것은 세계의 보편적 기준에 합치하지 않는 난센스다. 왜 우리는 근현대를 산 아니 살아 있는 인물들을 지폐에 담아놓고 기리거나 자랑하지 못할까? 그 이유는 자주적으로 국민국가를 세우지 못하고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한 근대사와 분단·동족상잔·독재로 점철된 현대사의 질곡이 우리 근현대 인물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영국의 오랜 민주주의 전통을 상징하는 엘리자베스 2세와 달리 우리들의 눈에 대한제국의 황제 고종은 입헌정치를 요구한 독립협회 운동을 탄압한 전제군주이자 일제에 나라를 앗긴 망국의 군주로 비친다. 워싱턴에 비견되는 ‘건국의 아버지’ 이승만도 분단 고착화의 주범이자 독재자로 기억된다. 개화사상가 김옥균, 민족지도자 김성수, 문호 이광수, 애국가를 지은 안익태, 민족의 정서를 담은 가곡을 남긴 홍난파, 그리고 귀가 들리지 않는 장애를 이긴 입지전적 한국화가 김기창 같은 이들도 친일파 시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아마도 조선시대의 인물들로 우리의 지폐를 장식한 이유는 고난의 근현대를 살아오며 갈가리 찢긴 우리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줄 만한 당대인물을 찾기 힘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잘 찾아보면 세계에 유례가 없는 짧은 기간에 민주주의와 경제적 번영을 함께 이룬 우리의 현재를 잘 대변하며, 앞서 남녀동권(男女同權)과 타자와 더불어 사는 세상을 꿈꾼 선각자들이 분명 있었다. 우리가 남북이 하나되는 국민국가 만들기와 아시아와 더불어 살기를 소망한다면, 분단을 막기 위해 애쓴 김구와 동양 삼국 사이의 진정한 평화를 꿈꾼 안중근이 다가설 것이요. 양성 평등 사회를 바란다면, 가부장권에 맞서 내 몸의 주권을 찾으려 한 신여성 나혜석이나 김일엽이 도드라져 보일 것이요. 노동자와 기업가가 함께 사는 세상을 일구려 한다면, 종업원 지주제를 도입해 나눔의 정신을 실천한 유일한과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꽃다운 생명을 바친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도 눈에 가득 들어 올 것이다. 우리 지폐에서 이들의 얼굴을 볼 날이 어서 오길 바랄 뿐이다. 허동현 경희대 교양학부 교수
  • 칠레 고교생·교사 60만명 시위

    칠레 고등학생들이 교육 개혁을 요구하며 학교에서 뛰쳐나와 30여년 만에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AFP통신은 30일(현지시간) 칠레 수도 산티아고 경찰이 물대포와 최루탄을 동원해 시내에서 시위를 벌이던 학생 1000여명을 해산시키고,373명을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4주 전부터 시작된 칠레 고등학생들의 시위는 전국적으로 번져 학생 60만명과 교사들이 수업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학생들의 요구사항은 새로운 커리큘럼, 대중교통료 인하, 대학입시 전형료(38달러) 폐지 등이다. 베르나르도 페라다(15)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화장실은 더럽고, 탈의실에서는 샤워조차 할 수 없어요. 정부는 우릴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아요.”라고 불평했다. 독재자 피노체트 시대의 유산으로 현재 커리큘럼의 근간이 되는 교육법을 개혁하라는 것은 학생과 교사 모두 원하는 것이다. 노조 소속 교사 8만명도 학생들의 시위에 동조하고 있다. 칠레의 전 독재자 피노체트가 물러나기 하루 전인 1990년 발효된 교육법은 공교육의 책임을 지방자치에 맡기고 있다.지역 불균형에 따라 가난한 지역의 학교는 매달 학생당 교육비가 73달러인데 비해, 부유한 지역은 385달러에 이를 정도로 차이가 심하다. 국제원자재값 상승에 따라 칠레 최대 수출품인 구리값이 두 배 이상 뛰었지만 20센트(약 200원)의 버스비와 대입을 위한 졸업시험비 38달러를 내야 하는 것도 학생들의 불만이다.학생 시위는 공립학교뿐 아니라 엘리트 사립학교에도 번져 바첼레트 대통령의 막내딸도 수업 거부에 참여했다.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월드컵 앞둔 독일에서는 지금] ‘히틀러 풍자연극’ 파문

    연합군의 포위망이 좁혀오던 1945년 4월, 베를린의 지하 벙커에 고립된 아돌프 히틀러는 죽음을 결심한다. 연인과 추종자들에게 작별을 고하고 관자놀이를 향해 방아쇠를 당기려는 순간, 그의 제국을 구원할 기막힌 아이디어가 섬광처럼 떠오른다. ‘연합국에 축구 경기를 제안하자. 독일 팀을 진두지휘해 승리를 거둔다면, 그래, 나의 제국도 무너지지 않을 거야.’ 이번 주 독일 함부르크에서 개막된 ‘마이볼-어느 독일인의 꿈’이란 연극의 한 장면이다. 월드컵 개최를 앞둔 독일의 현 상황을 히틀러의 최후에 빗대 풍자한 것이다.함부르크 언론과 축구 팬들이 발끈했다.‘월드컵이란 국가 대사를 앞두고 축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비난부터 ‘독일의 국가 스포츠인 축구의 신성함을 모독했다.’는 질타까지 줄을 이었다. 연극을 관람하다 야유를 보내는가 하면 분노를 참지 못해 뛰쳐나가는 관객도 있었다. 연출자 에릭 게데온은 영국 일간 데일리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3주 앞으로 다가온 월드컵에 경제 회생의 열망을 온통 걸고 있는 독일 사회의 분위기를 꼬집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무대가 되는 지하 벙커는 현재 독일을 상징한다.”면서 “히틀러의 추종자들은 현실을 변화시켜 줄 무엇인가를 필사적으로 기다리고 있는 오늘날의 독일인”이라고 말했다. 게데온은 지난 2004년 히틀러가 벙커에서 보낸 마지막 날들을 그린 영화 ‘몰락’으로 평단의 호평을 얻기도 했다.그는 “찰리 채플린의 영화 ‘위대한 독재자’에서 영감을 얻었다.”면서 “관객 반응은 예상했던 일인 만큼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연극에서 히틀러의 연인 에바 브라운에겐 축구경기 개막식 공연을 기획하는 임무가, 선전상 괴벨스에겐 대회 조직위원장이란 중책이 주어진다. 하지만 히틀러의 계획은 끝내 실패로 돌아가고 몰락을 직감한 그는 ‘지금 당장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면’이란 노래를 부르며 최후를 맞는다.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씨줄날줄] 리콴유의 충고/이목희 논설위원

    1990년대 중반 김영삼 당시 대통령이 싱가포르를 방문, 리콴유 전 총리를 만나는 현장을 취재했다. 리콴유의 형형한 눈빛과 자신감, 국제정세를 꿰뚫는 언급들. 플라톤이 이상론으로 펼쳤던 ‘철인 통치자’가 바로 눈앞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후 몇번 더 싱가포르를 갔다. 안정적 일자리, 영구임대주택 대량보급, 부정부패가 없는 정부에 우대받는 기업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장점을 버무려놓은 것 같았다. 한편으로는 싱가포르 국민이 느끼는 행복감에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정치·언론 자유의 통제, 오락문화의 규제가 건조한 삶을 만들고 있었다.“숨통을 터주지 않으면 강력한 체제저항이 나타날 수 있겠다.”는 걱정을 한때 해봤다. 그러나 리콴유의 통찰력은 그런 우려를 날려버렸다. 정권에 염증을 내는 분위기가 나타나자 총리직을 던지고 선임장관-고문장관으로 조금씩 물러앉았다. 아들 리셴룽도 정치력을 충분히 검증받은 뒤 총리직에 오르도록 했다. 최근에는 토플리스 쇼 ‘크레이지 호스’ 공연장을 허가하는 등 유흥 분야를 풀고 있다.“자유는 질서속에만 있다.”고 강조한 리콴유. 사실상 독재자였지만 뛰어난 자질과 청렴성은 모두에게 인정받는다. 무엇보다 국민 불만이 폭발하지 않도록 미리 대처하는 현실주의자였기에 그는 성공했다. 서울을 찾은 리콴유가 한국사회를 향해 일갈했다.“노조원과 전경이 격렬히 대치하며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고 세계시장을 공략하는 데 사용하면 한국은 더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몽둥이를 드는 제스처까지 쓴, 실감나는 충고였다.“시간만 주어지면 중국이 모든 것을 따라하게 되므로 한국은 중국이 흉내낼 수 없는 완전히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싱가포르는 팽창하는 중국·인도 사이에서 국가이익을 극대화하는 미래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한국이 노사갈등을 접고 비슷한 노선을 따르라는 제안은 설득력이 있었다. 싱가포르는 인구 400만명의 도시국가다. 리콴유가 한국 지도자라면 그의 뜻대로 국민을 이끌 수 있을까. 인구가 10배 이상이며 남북이 갈라진 나라. 민주주의 욕구가 크고, 그리 순종적이지 않으며, 자기 주장이 강한 국민성. 싱가포르보다 몇배는 힘들 거라고 본다. 리콴유를 넘어서는 뛰어난 지도자가 그리운 이유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1弗이라도 숨겼다면 즉각 물러나겠다”

    “해외에 단돈 1달러라도 있다면 즉각 하야하겠다.” 쿠바 피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이 15일(현지시간) 분통을 터트렸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자신을 재산 9억달러의 세계적 부호로 소개하는 기사를 게재했기 때문이다. 포브스는 최근 발행된 22일자 ‘세계 군주와 독재자의 재산’ 순위에서 카스트로 의장을 7위에 올렸다. 카스트로 의장은 이날 국영 TV의 정책홍보 프로에 트레이드 마크인 군복을 입고 나와 “포브스 기사는 중상모략이다. 이런 기사가 날 미치게 한다.”고 비난했다.AP통신은 그가 “해외에 9억달러는커녕 단 1달러 계좌가 있으면 (대통령에서) 물러나겠다.”고 한 답변을 전했다.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차별없는 공존의 세상 노래하고 싶어”

    “차별없는 공존의 세상 노래하고 싶어”

    이들은 직장인 밴드다. 연습이나 공연을 하는 주말을 제외하면 주중에는 대부분 전기부품, 종이, 철판 공장 등에서 고된 일을 한다. 다국적 밴드이기도 하다. 쓰는 언어가 서로 다르다. 네팔, 버마, 인도네시아 말을 사용한다. 하지만 공용어는 한국어. 이 땅에서 이들은 이주노동자 밴드, 스탑크랙다운(Stop crackdown)이다.‘탄압을 중단하라.’는 뜻. 특히 이주노동자 강제추방을 반대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탄압 중단´ 의미의 스탑크랙다운 2003년 겨울 서울 태평로 성공회교회 등 여러 곳에서 이주노동자들이 모여 장기 농성을 벌였다.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한국 정부의 강제추방 조치에 항의하기 위해서였다. 이 가운데 음악을 좋아하던 몇몇 이주노동자들이 ‘특별한’ 뜻을 모았다. 노래를 통해 한국에서 살아가는 이주노동자의 현실을 알려 나가기로 했다.‘위 러브 코리아’,‘친구여 잘 가시오’,‘희망’ 등 8곡을 담은 록 사운드 1집을 발표했고,2004년 말에는 박노해 시인 헌정 음반과 공연에 ‘손무덤’으로 참여하며 주목받았다.4인조로 출발했으나 현재 라인업은 미누(보컬·네팔) 소모뚜(기타·버마) 소띠하(베이스·〃) 꼬네이(드럼·〃) 해리(키보드·인도네시아) 등 5인조로 늘어났다. 길게는 14년, 짧게는 5년 째 한국에 머무르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이다. 틈 나는 대로 이주노동자가 있는 현장이나 시민단체가 주최하는 행사에서 노래하는 게 어느새 주말 일상이 됐다. ●수익금은 아시아인권문화연대 후원 오는 21일에는 이화동 나들목 정림마당에서 천지인 출신 민중가수 손현숙과 함께 ‘인권콘서트-밥, 자유, 평등, 평화’를 펼친다. 지난해 ‘노래마라톤’ 이후 1년여 만에 다시 만났다. 스탑크랙다운의 신곡도 선보이는 한편 다큐멘터리 ‘이 땅에서 이주노동자로 산다는 것’도 상영된다. 연영석 등이 게스트로 나와 ‘코리안 드림’을 부른다. 수익금은 이주노동자에게 자국 책을 빌려주고 지원하는 ‘일터로 찾아가는 꼬마도서관’(아시아인권문화연대)을 후원하게 된다. 이번 공연이 이주노동자와 한국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지고 이해하는 자리가 됐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는 스탑크랙다운 멤버들을 지난 7일 홍대 근처에서 만났다. 이들은 “각자 공동체 활동이나 고국 민주화 활동이 있으면 모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준비를 많이 하지 못한 것 같아 걱정된다.”고 슬며시 고민을 내비친다. 그래도 어떠하랴. 공연이 곧 연습이고 실전이고, 가슴 벅찬 시간이기 때문이다. ●이주노동자 삶 꾸밈없이 노래 무대에 오르면 욕을 먹어도, 맞아도, 다쳐도 참아야 하는 이주노동자의 삶을 꾸밈없이 있는 그대로 노래한다. 소모뚜는 “기계 속에 묻혀 버렸던 솔직한 마음을 음악으로 꺼내놓는 거죠. 우리도 사람이고, 한국 경제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노동자라는 사실을 알리고 싶습니다.”고 말한다. 같은 처지 동료들에게 희망을 보듬는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스탑크랙다운 멤버들은 자신들의 공연을 본 다른 이주노동자가 스스로 무대에 올라갈 수 있고, 스스로를 표현할 수 있고, 희망을 가질 수 있다고 자신감을 갖는 모습을 볼 때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 최근에는 한국 땅에서 태어났지만 제대로 교육받지도 못하고 있는 이주노동자 자녀들이나, 한국에서 일하다 불구가 됐지만 제대로 된 재활 교육도 없이 고국으로 쫓겨 가는 장애 이주노동자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손현숙은 “영어를 배우고 서구화되는 게 세계화가 아닙니다. 이주노동자들이 함께 살고 있는 한국은 이미 세계화가 된 것과 마찬가지예요.”라면서 “편견과 차별 의식을 버리고 평화로운 공존 세상으로 가는 것이 진정한 세계화가 아닐까요.”라고 전했다. ●원망보다 좋은기억 갖고 싶어 열악한 현실이지만 한국 사람을 미워하지는 않는다. 미누는 “우리 노래 가운데 ‘위 러브 코리아’라는 곡이 있어요.‘한국은 우리를 사랑하지 않는데 왜 그런 노래를 부르냐.’고 말하는 이주노동자들도 있죠. 하지만 한국은 우리가 일하며 살아가며 정을 쌓은 곳이예요. 원망보다는 좋은 기억을 갖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환경이 됐으면 좋겠어요”라고 보다 밝은 미래를 그렸다. 소모뚜가 던지는 말이 가슴을 울린다.“쓸모있을 때는 쓰고, 다치거나 쓸모없어지면 보내 버리고…. 독재자의 나라도 아니고 민주화가 된 나라에서 창피한 일 아닌가요?”(02)735-8035.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北, 올여름 여행의 축”

    북한이 올 여름 수주일간 ‘악의 축’이 아닌 ’여행의 축‘이 된다고 뉴욕 타임스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북한을 ‘악의 축’, 북한의 지도자를 괴벽스러운 독재자로 여길 수 있지만 올 여름에는 북한이 인기있는 여행지가 될 수 있다고 뉴욕 타임스는 지적했다.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북한은 2006년 아리랑 축전과 수천명이 참여하는 매스게임을 볼 수 있도록 오는 8월10일부터 10월10일까지 미국 여권 소지자들의 입국을 허용키로 했다. 이에 따라 여행사들과 대학들은 이번 기회를 지난 반세기 동안 미국인들의 접근이 제한됐던 지역을 방문하는 계기로 삼으려 하고 있으며, 일부 8월 북한 방문 상품은 이미 매진됐다. 미국인들의 북한 방문에 대해 물론 논란이 있는 게 사실이다. 하버드대 동창회에서 온 한 e메일 메시지는 12일 일정에 6360달러가 드는 이 여행에 대해 “그런 공연에 논란이 없을 수가 없다.”고 밝혔다. 올 여름 7차례에 걸쳐 하버드대를 포함, 여러 대학들의 북한방문을 주선할 HCP 여행사의 제이슨 그레이엄도 “북한은 논쟁의 여지가 있는 방문지”라고 시인했다. 그는 “우리는 북한이 독재국가이고 인권침해가 심하다는 사실을 결코 경시하지 않는다.”면서 “그러나 ‘어떤 접근법이 결국 그곳에서의 개혁을 고무하겠느냐.’고 묻는다면 우리는 포용정책이 더 좋은 접근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여행사 ‘지오그래픽 엑스퍼디션’은 북한 가정에서의 민박과 개성, 판문점, 비무장지대 방문 등을 포함한 11일간의 일정으로 5190달러를 받는다.뉴욕 타임스는 북한을 여행할 경우 현지에서 이동의 자유가 거의 없을 것이며, 평양시내 만수대를 방문할 경우 김일성 동상에 절을 하는 등 현지 관습을 따를 수밖에 없을 수도 있다고 충고했다.뉴욕 연합뉴스
  • 與 “총리자격 충분” 野 “검증 더 해봐야”

    “총리 자격 충분하다.”,“좀 더 지켜봐야 한다.” 한명숙 총리 지명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첫날인 17일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균형감 있는 국정운영의 적임자”라는 평가를 내린 반면 한나라당 의원들은 “쟁점 현안을 회피하고 자료제출도 미흡해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굳이 말하자면 ‘찬성’과 ‘유보’로 엇갈렸다.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은 “차분하게 준비를 많이 했고 겸손하고 진지한 점은 있으나 아직 본격적인 정책 능력이 검증 안 됐다.”고 평가했다. 같은 당 이한구 의원은 “기초자료를 하나도 내놓지 않아 감추려는 게 아닌가 의심된다.”면서 “답변 과정에서도 소신을 밝히기보다는 피하려 한다는 느낌이 들어 가타부타 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같은 당 주호영 의원은 18일 한 지명자 아들의 군 보직 변경 문제를 증언한 인사장교의 진술을 듣고 최종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은 비정규직과 사회 양극화 문제에 대한 입장이 명확하지 않아 적임성 여부를 가리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반면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한 지명자가 북핵문제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이해관계가 첨예한 현안에서 균형감 있는 대안을 제시했다며 책임총리로서 충분한 자격을 갖췄다는 평가를 내놨다. 그러나 일부 여당 의원은 “균형잡힌 시각에 신뢰감이 든다. 준비된 지도자다.”,“인고의 세월을 지낸 지도자”라고 극찬하는 등 정책검증보다 `방패´ 역할에 치우쳤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한편 한 지명자의 대야 인식에 대해서는 한나라당도 긍정 평가하는 분위기였다. 한 지명자는 과거 박근혜 대표에게 `독재자의 딸´이라고 발언한 것과 관련,“표현이 적절치 않았다. 유감을 표한다고 전하고 싶다.”고 간접 사과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전임 이해찬 총리의 오만하고, 배타적인 이미지와 사뭇 다른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코드로 읽는책] “권력에 눈먼 독재자” 마오의 폭력성 고발

    세계적으로 1000만부 이상 팔려나간 베스트셀러 ‘대륙의 딸들’의 작가 창룽(張戎·54)이 쓴 마오쩌둥 전기 ‘마오: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황의방 등 옮김, 까치 펴냄)이 우리말로 번역돼 나왔다.이 책은 창룽과 그의 남편인 영국의 역사학자 존 핼리데이가 방대한 자료 조사와 인터뷰를 통해 10여년에 걸쳐 집필한 것으로,2005년 영국에서 출간된 이후 30여개국에서 번역 소개됐다. 마오쩌둥 사망 이후 ‘대륙의 딸들’(1991)을 포함해 마오쩌둥과 그의 시대에 관한 책들은 여럿 나왔지만, 마오쩌둥이 얼마나 잔인하고 오만하며 자기중심적인 폭군이었는가를 밝힌 책은 거의 없다. 마오쩌둥의 위상은 여전히 요지부동. 마오쩌둥을 ‘권력에 눈먼 독재자’로 그리며 신랄하게 비판하는 이 책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주목받을 만하다. 책에 따르면 마오쩌둥은 중국 공산당 창당의 주역이 아니었다. 그의 권력 장악은 1920년대 스탈린과의 비밀 거래에서 시작된다. 중국 통치 이후에도 마오쩌둥은 항구적인 권력 유지를 위해 백화제방 백가쟁명, 대약진운동, 문화혁명 등 프로파간다를 앞세운 일련의 거대한 군중운동을 전개했다. 결국 대기근과 그가 주도한 운동 때문에 “전시도 아닌 평화시에” 중국 인민 7000만명이 희생됐다. 중화인민공화국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마오쩌둥의 권력은 적나라한 폭력과 테러에 의존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책은 마오쩌둥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취한 잔혹한 행동을 낱낱이 고발한다. 주더(朱德)와 펑더화이(彭德懷) 부대를 탈취하고, 장궈타오(張國燾)와 샹잉(項英)을 고의로 죽음의 행군에 이르게 한 것, 왕밍(王明)에게 독살을 시도하고 수천명의 인민들이 굶어죽을 때까지 식량을 수출해 소련으로부터 무기를 구입한 것, 추수봉기(마오쩌둥이 농민지도자라는 신화가 만들어진 사건)와 루딩교(橋)의 결사적인 도강 사건을 조작한 것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마오쩌둥이 정치무대에서 공허한 영광에 집착했다는 점도 지적한다. 세계 지도자의 이미지를 과시하기 위해 마오쩌둥은 사망하기 3개월 전까지도 외국 정치인들을 계속 접견했다. 후루시초프는 자신의 회고록에서 마오쩌둥의 ‘과대망상’에 대해 이렇게 적고 있다.“마오쩌둥은 자신을 신의 명령을 수행하도록 신이 보낸 사람으로 여겼다. 마오쩌둥은 어쩌면 자신의 명령에 따라 신이 행동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마오쩌둥은 결코 이상주의자나 이데올로그가 아니라 철저한 권력지상주의자였을 뿐이라는 게 이 책의 결론이다. 전2권 각권 1만 3500원.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뉴스위크 선정 우리시대 7대 불가사의

    케냐의 킬리만자로산처럼 경외감을 안겨주진 않더라도 인간이 쌓아올린 이 위대한 건조물들은 우리 시대의 7대 불가사의로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3일 발매된 미국 시사 주간 뉴스위크 인터내셔널판 최신호(10일자)는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는 만리장성 등 기존의 7대 불가사의 대신 동시대의 걸작들을 돌아보라고 권하고 있다. 뉴스위크가 선정한 리스트에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438m)인 ‘타이베이 101’과 지난해 완공된 일본 고베의 세계 최장(3991m) 현수교 ‘아카시 대교’,1만 7000명이 한꺼번에 입장할 수 있는 미 텍사스주 휴스턴의 레이크우드 교회가 이름을 올렸다. 또 지구 상공 360㎞ 궤도를 선회하는 국제우주정거장(ISS)과 중국 광둥성 둥관에 건설 중인 매장 면적만 약 15만평에 이르는 ‘사우스 차이나 쇼핑몰’,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도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독재자 차우셰스쿠의 망령이 빚어낸 루마니아 의회 궁전도 그 규모의 거대함 덕에 불가사의에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 ‘벨로루시 대선’ 美 - 러 신경전

    ‘유럽 최후의 독재자’ 알렉산드르 루카셴코의 3선 연임 확정으로 막을 내린 벨로루시 대선이 국제적 논란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유럽연합(EU)은 선거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제재 방안을 공공연히 들먹인 반면, 러시아는 벨로루시에 대한 지지를 천명하는 등 힘겨루기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20일(현지시간) “이번 대선은 공포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다.”면서 “새로운 선거를 원한다.”고 밝혔다. EU도 이날 외무장관 회의를 통해 벨로루시에 대한 비자 발급 금지 등 제재 조치 검토에 착수했다. 선거 관리에 책임이 있는 벨로루시의 모든 관리들이 거론되고 있지만 루카셴코 대통령이 포함될지는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EU 의장국인 오스트리아의 우르술라 플라스닉 외무장관은 “선거가 자유와 공정성 측면에서 국제 기준에 전혀 부합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독일은 벨로루시 야당의 선거 불복 투쟁 지원을, 폴란드 등 일부 회원국은 경제 제재 등을 촉구했다. 반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축하 전문을 통해 “양국의 동맹 강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환영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합법성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대선 결과를 옹호했다. 루카셴코 대통령도 개표가 끝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와의 연합국가 방안을 밝히는 등 친러 노선을 재확인했다. 그는 “러시아와 군대, 특수정보기관, 권력부서를 통합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천연가스를 옛 소련 동맹국에만 제공했던 1000㎥당 55달러에 제공하는 특혜를 베풀어 루카셴코의 재집권을 도왔다. 벨로루시 야당은 이번 선거를 총체적인 부정 선거로 규정, 시민들이 불복시위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지만 전날 1만명의 절반인 5000명 정도가 이날 수도 민스크에 모여 시위를 벌였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정부가 시위 참가자를 테러리스트로 간주, 사형에 처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것이 효과를 보고 있다.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피플 인 포커스] 3선 성공 루카셴코 벨로루시 대통령

    벨로루시 대선에서 3선 연임에 성공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51) 대통령은 서방 세계에선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통한다. 그러나 옛 소련의 잔영에서 허덕이는 다른 독립국가연합(CIS) 국가와 달리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 속에 경제 안정을 이루면서 철권통치가 ‘먹히고´ 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20일 최종 개표 결과 82.6%의 압도적 득표를 기록,2001년 재선 때 75.6%를 훨씬 웃돌았다. 제1야당 후보인 알렉산드르 밀린케비치(58) 전 민스크 시장은 6%를 얻는 데 그쳤다. 우크라이나(오렌지 혁명)와 그루지야(장미 혁명) 등 이웃 나라의 시민혁명 피로감이 더해가면서 예견된 결과였다. 야당을 조직적으로 탄압한 것도 주효했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도 또다른 야당 후보인 알렉산드르 코줄린 사민당 대표와 운동원들을 체포했다.1999∼2000년 4명의 반체제 인사가 ‘사라졌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루카셴코는 이날 민스크 10월광장에 모인 1만명의 민주화 시위대를 겨냥,“오리 목을 꺾듯이 시위자의 목을 부러뜨릴 것”이라고 험악한 말까지 늘어놨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에 대해선 “지구상 제1의 테러리스트”라고 규정했다. 지난주 백악관의 ‘국가안보전략´ 보고서에서 벨로루시가 폭정체제로 포함된 데 따른 반발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1994년 첫 민선 대통령에 오른 루카셴코는 초대 대통령에 한해 3선 연임이 가능하도록 헌법을 고쳐 국민투표에서 통과시켰다. 초대 대통령의 임기를 7년으로 늘려 이미 12년을 집권해 온 터였다. 슈클로프의 홀어머니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1982년 집단농장 관리인을 맡아 농업 경영에 수완을 발휘했다.1993년 부패척결위원장으로 강력한 활동을 펼쳐 국민 뇌리에 각인됐다. 1996년엔 러시아와의 경제통합, 러시아어 지위 격상, 연금 및 사회안전망 확충을 단행했다. 벨로루시는 지금도 신문 제호에 ‘소비에트´란 단어가 들어가며 국가정보기관은 ‘KGB´로 불린다. 벨로루시 경제는 러시아의 저가 천연가스로 굴러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옛 소련 동맹국에 제공하는 1000㎥당 55달러의 가스값은 친서구로 돌아선 우크라이나나 그루지야에 공급되는 가격의 3분의 1 수준이다.2차대전 때 인구의 3분의 1을 잃은 벨로루시 국민은 내전가능성을 가장 두려워한다고 BBC는 분석했다. 안정희구세력이 루카셴코의 두터운 지지층이다. 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세상을 바꾼 궁전/클라우스 라이홀트 지음

    위대한 군주부터 잔혹한 독재자까지 한 시대를 풍미한 최고 권력자들의 안식처인 궁전. 당대 최고의 건축과 예술, 문화가 응축된 이 아름다운 창조물은 찬란한 영광의 역사와 쓸쓸한 몰락의 잔영을 동시에 안고 있다. 비록 궁전의 주인은 사라지고 없어도 당당한 모습으로 사람을 압도하는 화려한 건물만은 변함없이 세계인의 눈길과 발길을 붙잡고 있다.‘세상을 바꾼 궁전’(클라우스 라이홀트 지음, 김현우 옮김, 예담 펴냄)은 황홀한 아름다움의 세계, 세상을 움직인 치열한 역사의 현장으로 우리를 이끈다. 빅토리아 여왕과 앨버트 공의 사랑의 보금자리인 윈저 성, 나폴레옹이 이별을 고한 퐁텐블로 궁, 연금술에 몰두했던 신성로마제국 황제 루돌프 2세의 프라하 성,‘보석의 시대’를 연 로마노프왕조의 시조 미하일 표도로비치의 테렘 궁전, 연인을 위해 영국 국교회를 세운 헨리 8세의 햄프턴 코트, 프로이센 왕 프리드리히 2세의 유일한 안식처 상수시, 오스트리아의 여제(女帝) 마리아 테레지아의 왕국 쇤브룬 궁, 에르미타주 미술관의 기초가 된 겨울 궁전, 미국의 언론재벌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의 허스트 캐슬, 우주를 상징하는 푸이의 쯔진청(紫禁城)…. 책은 동서양의 유명 궁전과 성 54곳을 250여컷의 생생한 사진을 통해 보여준다. 풍성한 볼거리뿐 아니라 궁전이라는 역사의 한복판에서 긴박하게 펼쳐진 왕족들의 숨겨진 이야기도 흥미롭게 들려준다. 책을 펼치고 궁전으로 들어서면 이내 사랑하고 질투하고 고뇌하고 음모를 꾸미는 인간군상을 만나게 된다. 런던에서 서쪽으로 35㎞ 떨어진 윈저 성. 빅토리아 여왕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들이 이 고풍스러운 성에서 시작됐다. 아홉 명의 아이들이라는 결실을 거둔 두 사람의 결혼은 19세기 최고의 러브 스토리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나 앨버트는 장티푸스에 걸려 마흔 두 살의 나이에 죽고, 빅토리아의 열정적인 사랑은 깊은 애도로 이어진다. 빅토리아는 앨버트가 죽은 윈저 성 북동쪽 구역은 아무도 손을 대지 못하게 했다.‘제국의 어머니’ 빅토리아는 남은 생애 동안 미망인의 검은 옷을 입고 지냈다. 영국 여왕의 공식 거처인 윈저 성은 사람이 거주한 성으로서는 세계에서 가장 크다. 책은 그 위풍당당한 모습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파리에서 남동쪽으로 60㎞ 떨어져 있는 퐁텐블로 궁은 수세기에 걸쳐 프랑스 군주들이 즐겨 찾던 곳이었다. 그러나 이 궁전은 프랑스 혁명의 불길로 폐허가 되다시피했다. 스스로 황제 자리에 오른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눈에 띄어 비로소 다시 태어나게 됐다. 이 때문에 나폴레옹의 흔적이 짙게 남아 있다. 벽난로, 문, 의자 등 퐁텐블로 궁전 곳곳에 나폴레옹의 상징인 금빛 N자가 있는 월계관 장식이 새겨졌다. 나폴레옹 시절 풀어놓은 잉어가 지금도 퐁텐블로 연못에 남아 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하지만 나폴레옹의 퐁텐블로 시절은 그리 길지 않았다. 황제의 자리에서 물러난 뒤 퐁텐블로의 ‘명예의 정원’에서 나폴레옹은 자신의 군대에 감동적인 이별을 고했다. 그 후로 이 정원은 ‘이별의 정원’으로 불린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겨울 궁전은 러시아의 차르 표트르 대제의 딸 옐리자베타 페트로브나가 지은 왕실 거주지다. 겨울 궁전의 건축과 함께 러시아 왕조의 황금기가 열렸다. 겨울 궁전에서 산 최초의 러시아 차르는 옐리자베타의 왕위 계승자였던 예카테리나 대제. 예카테리나는 위대한 화가들의 작품들을 엄청나게 모았다. 높은 안목으로 수집한 그 그림들이 바로 오늘날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에르미타주 미술관의 기초가 됐다. 늪지 위에 세워진 이 겨울 궁전을 러시아 시인 안드레이 벨리는 이렇게 묘사했다.“불타오르는 겨울 궁전의 탑들은 루비처럼 물들었다.” 궁전은 온갖 추문의 온상이었다. 메디치가의 대공 코시모 2세는 이탈리아의 피티 궁전을 난쟁이와 술주정뱅이들의 소굴로 만들었다. 밤마다 온 도시가 그들이 벌이는 술잔치로 떠들썩했다. 최후의 도덕적 보루인 바티칸 궁도 스캔들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스페인의 보르지아 왕조 출신인 교황 알렉산데르 6세는 비도덕적인 처신 때문에 역대 교황 중 가장 타락한 인물로 꼽힌다. 알렉산데르 6세가 죽자 그의 뒤를 이은 교황들은 바티칸 궁의 보르지아 탑에 들어가기를 거부했다. 프랑스 작가 스탕달은 한때 바티칸 궁의 주인이었던 교황 알렉산데르 6세를 “인간 세상에서 가장 성공한 악마의 화신”으로 규정했다. ‘성배의 성’으로 알려진 독일 퓌센 근교의 노이슈반슈타인 성. 이 성은 왕의 몽상적인 성격 때문에 하마터면 사라질 뻔했다. 바이에른의 ‘공상왕(fairy­tale king)´ 루트비히 2세는 자신이 죽은 후에 자기가 살던 노이슈반슈타인 성을 허물어버리길 원했다. 자신의 개인 공간이 “천한 사람들의 호기심으로 세속화되고 망가지는” 것을 견딜 수가 없었던 것.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그 명령은 실행되지 않았다. 이 책에 실린 궁전들은 1950년 완전히 파괴된 베를린 궁을 제외하면 모두 직접 찾아가 볼 수 있는 곳들이다. 책과 함께 빼어난 건축미를 감상하며 역사의 뒤안길을 걸어보는 것도 유익할 듯하다.3만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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