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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자국산 여객기 날다…하늘 위 ‘A·B·C 시대’ 열까

    中 자국산 여객기 날다…하늘 위 ‘A·B·C 시대’ 열까

    벌써 23개 항공사서 570여대 주문받아 ‘50년 꿈’ 이뤄… 에어버스·보잉에 도전 중국이 독자 개발하고 생산한 중대형 여객기가 시험비행에 성공했다. 전 세계 여객기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미국의 보잉과 유럽연합(EU)의 에어버스에 강력한 도전자가 등장한 셈이다.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은 5일 독자 생산한 중대형 여객기 C919가 상하이 푸둥국제공항에서 이륙해 비행하는 모습과 조종사가 기내에서 조종하는 장면을 전국에 생중계했다.국유기업인 중국상용항공기유한공사(COMAC·코맥)가 개발한 C919는 최대 190명이 탈 수 있는 여객기로 보잉의 B737-800, 에어버스의 A320과 동급이다. 영문 기체명 ‘C’는 중국(China)과 제조사(COMAC)의 영문 머리글자를 딴 것이자 에어버스(Airbus), 보잉(Boeing)과 함께 ‘ABC 여객기 시대’를 열겠다는 뜻이다. 코맥은 이미 동방항공 등 23개 항공사로부터 C919기 570여대를 주문받은 상태다. 중국의 항공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2035년이 되면 중국의 항공 이용객은 13억명으로, 미국의 11억명을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때까지 중국에는 6810대의 여객기가 더 필요하다. 보잉 747기 1대 수출은 자동차 1만 2000대 수출과 맞먹는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우리의 제트 점보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독려해 왔다. 마오쩌둥(毛澤東)이 1970년 소형 여객기 윈10 개발을 지시한 이후 중국의 여객기 국산화 노력은 끈질기게 계속됐다. 1971년 파키스탄 국적 보잉 707기가 신장위구르자치구에 추락하자 500여명이 3개월 동안 현장에서 잔해를 수거해 기술을 습득하기도 했다. 중국은 보잉과 에어버스에 수차례 공동 개발을 타진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 특히 장쩌민(江澤民)은 1994년 김영삼 전 대통령 방중 때 2000년까지 100인승 여객기를 공동 개발하자고 제의했다. 당시에는 한국과 중국이 비슷한 출발선에 있었다. 이후 한국에선 1999년 10월 삼성항공, 대우중공업, 현대우주항공의 항공부문을 합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출범했지만 여객기 사업은 진척이 없었다. 반면 중국은 50년 동안 국산화의 꿈을 접은 적이 없다. 지난해 90인승 소형 여객기 ARJ21을 자국 항공사에 대량으로 인도한 데 이어 2008년 설계를 시작한 지 9년 만에 마침내 C919를 하늘에 띄웠다. 지난달에는 290인승 대형 여객기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상가에서 예술을 마주하다, 복합문화상가 ‘딜라이트 스퀘어’ 주목

    상가에서 예술을 마주하다, 복합문화상가 ‘딜라이트 스퀘어’ 주목

    상가는 과거부터 다양하게 발전해왔다. 처음에는 물건을 사고파는 것에 목적을 두었고,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유동인구의 유입이 쉬운 스트리트형 상가, 눈이 즐겁고 희소성이 있는 디자인 특화상가 등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이러한 가운데 합정역 초역세권 대형 복합몰인 ‘딜라이트 스퀘어’가 다양한 문화마케팅을 통해 하나의 문화상가로 자리잡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딜라이트 스퀘어’는 축구장 7개 크기인 4만5620㎡규모로 형성 된 ‘마포한강 푸르지오’의 단지 내 상가로, 지난 21일 동양 최대규모의 교보문고 합정점 오픈과 동시에 2단지 114호를 ‘딜라이트 갤러리’ 전시실로 꾸며 방문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전시실 밖 상가 외벽에도 100M가량의 길이로 이루어진 이종철 작가(한양여대 교수)의 ‘Ongoing delight: 환희속으로’ 작품도 전시해 방문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딜라이트 스퀘어’는 대한민국 문화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홍대 상권과 인접해 있고, 한류문화를 선도하는 유명 연예기획사들도 자리잡고 있는 합정역세권에 위치해 있다. 뿐만 아니라, 이 상가가 가진 입지적 장점과 수요자들을 겨냥한 트렌디한 MD구성까지 합쳐져 복합적 시너지 효과 발생이 가능하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이 상가는 일평균 9만명 이상의 유동인구가 이용하는 2,6호선 합정역과 직접 연결된며, 교보문고 내에는 문구 음반류를 취급하는 핫트랙스를 중심으로 매장 주변을 패션, 액세서리, 식음료 매장, 키즈카페까지 책 중심의 전반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아우를 수 있는 점포로 꾸몄다. ‘예움(예술이 움트는 곳)’과 ‘키움(꿈을 키우는 곳)’ 두 개 구역으로 나뉘어 있는 교보문고 합정점은 고객 동선과 상품간 시너지를 고려하여 매장을 꾸미고 연결통로를 ‘책속의 길’로 꾸몄다. 지하철과 연결된 ‘예움’은 트렌디한 디자인 소품과 패션, 뷰티 업종과 어우러져 예술 분야가 특화된 MD를 선보이고, ‘키움’은 가족 단위의 여가를 즐기는 장소로 키즈카페, 디지털 상품 등과 어우러져 문학, 인문, 재테크, 어린이 분야 등을 배치했다. 편안하게 음악을 들으며 독서를 할 수 있는 뮤직라운지, 엄선된 아트상품과 각종 화방들이 진열된 아트샵, 정규 강좌와 강연회가 열리는 배움, 고객의 관심사에 맞게 상담과 추천을 해주는 북컨시어지데스크, 홍대를 찾는 젊은 독자들을 타깃으로 한 코믹존과 트래블존 등 특별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상가에는 스타벅스, 폴바셋, 공차, 더플레이스, 계절밥상, 삼송빵집, 올리브영, 삼성 디지털 프라자, GS25 등 Retail도 입점되어 있으며 글로벌 어린이 놀이체험 공간인 ‘애플키즈 클럽’와 ‘애니플러스’ 등도 오픈해 어린이·가족단위 배후수요 모두를 아우를 수 있을 전망이다. 이 외에도 베이커리 명가 곤트란쉐리에, 오슬로, 보노보나, 감성타코앤그릴이 입점으로, 트렌디한 F&B가 어우러진 ‘딜라이트 스퀘어’만의 신개념 복합 식음 문화 공간 탄생도 기대된다. 분양관계자는 “딜라이트 스퀘어는 상가에 본질에 충실하되, 문화와 이야기가 공존하는 복합문화상가로 거듭나고 있다”며 “즐거운 공간이라는 상가의 이름처럼 방문객들에게 볼거리, 놀거리를 제공하고, 무엇을 사러 오는 곳이 아닌 문화를 즐기러 오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바른정당, 한국·국민의당에 “단일화”… 劉는 반대

    바른정당, 한국·국민의당에 “단일화”… 劉는 반대

    “29일 전까지 단일화 효과 클 것” “초라한 성적표 받으면 참담” 劉 “남은 15일간 최선 다할 뿐” 바른정당이 격렬한 의원총회를 끝낸 뒤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에 후보 단일화를 25일 제안했다. 유승민 대선 후보는 단일화에 반대하면서 완주 의지를 재확인했다.유 후보를 포함한 바른정당 의원 31명은 24일 오후 7시 30분쯤부터 이날 오전 0시 30분까지 5시간에 걸쳐 국회 의원회관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열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의총 결과에 대해 “유 후보의 당선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면서도 “좌파 패권 세력의 집권을 저지하기 위해 3자 단일화를 포함한 모든 대책을 적극 강구하기로 한다”고 밝혔다. 특히 주 원내대표는 “후보는 그 과정을 지켜보기로 한다”며 후보를 배제한 채 당 선거대책위 차원에서 단일화 테이블에 앉겠다고 설명했다. 주 원내대표는 “그동안 물밑 협상은 없었지만, 단일화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시점이 투표용지 인쇄 전(29일)까지라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바른정당이 주도적으로 두 당과의 단일화 협상에 나서 전제조건을 논의해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의총은 대선이 2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열려 고성이 오가는 등 격론을 벌였다. 김성태 의원은 “유 후보만 바라보고 가다가 지금 여론대로 초라한 성적표를 받으면 참담할 것”이라면서 유 후보에게 단일화에 대해 전향적인 태도를 취하라고 촉구했다. 후보에게 직접적인 사퇴를 요구하는 의견은 없었지만, 홍준표 한국당 후보와의 양자 단일화를 비롯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까지 포함한 3자 단일화까지 시도해야 한다는 의견이 이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 후보와 측근 의원들은 단일화에 응하지 않겠다는 생각이며 독자적으로 완주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강원 지역 유세 일정을 마치고 의총에 참석한 유 후보는 모두발언에서 “정말 힘든 선거를 치르고 있고 지지도나 여러 가지가 의원들의 기대에 못 미치는 상황이라서 걱정이 많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이라면서 “우리의 선택이 옳았다고 생각하고 가는 길이 아무리 험하더라도 언젠가는 국민들께서 마음을 열어 주실 거라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저는 남은 15일간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유 후보는 이날 의총을 마친 뒤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며 굳은 표정으로 자리를 떠났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AI, 의사보다 정확하게 심장마비 예측

    “생활방식 등 포함 땐 더 높을것” 인공지능(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질병 발생 가능성 예측 능력도 인간 의사를 뛰어넘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영국 노팅엄대 의대와 컴퓨터과학대 공동연구팀은 영국인 환자 37만 8256명의 의료기록을 AI에 입력해 학습시킨 뒤 심장질환 발병 가능성을 예측한 결과 의사보다 예측 성공 확률이 높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미국 공공과학도서관에서 발행하는 과학저널 ‘플로스 원’ 최신호에 실렸다. 전 세계적으로 한 해에 약 2000만명이 심장마비, 뇌졸중, 동맥경화를 비롯한 혈관계 기능 이상 등 심혈관질환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의료계에서는 나이와 콜레스테롤, 혈압 등 8가지 요소를 바탕으로 심장질환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는 ‘미국심장협회·심장학회(AHA·ACC) 가이드라인’을 활용하고 있지만 발병 가능성을 사전에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다. 연구팀은 신경망, 랜덤 포리스트, 로지스틱 회귀분석, 그래디언트 부스팅 등 4가지 AI 학습알고리즘에 전체 데이터 중 약 78%에 해당하는 29만 5267건의 의료기록을 입력해 학습하게 한 뒤 AI로 하여금 독자적인 예측지표를 만들게 했다. 그다음 나머지 22%의 데이터를 대상으로 AI 예측지표의 정확성을 테스트했다. AI와 의사들에게 2005년 데이터를 주고 “향후 10년간 심혈관질환이 발생할 환자를 예측하라”는 질문을 던진 뒤 예측 정확도를 비교한 것이다. 그 결과 AHA·ACC 지표를 활용한 의사들은 72.8%의 예측 성공률을 보였지만 AI는 그보다 훨씬 높은 80.4%의 성공률을 나타냈다. 연구팀은 AI가 새로 만든 예측지표 안에는 인종, 관절염, 신장질환 같은 새로운 분석요소가 포함된 반면 기존 AHA·ACC 지표에 포함된 당뇨병은 제외된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AI의 예측지표에 생활 방식이나 유전인자 같은 항목을 포함시키면 예측 정확도가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스티븐 웡 교수는 “생체 내에서는 많은 요인이 상호작용을 하면서 상식에 반대되는 일도 일어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체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상호작용의 ‘경우의 수’를 분석하는 것”이라며 “의사들이 AI의 도움을 받아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날이 금세 올 것”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삼성그룹 GSAT ‘반도체·AI 문제’ 많았다

    삼성그룹 GSAT ‘반도체·AI 문제’ 많았다

    AR·IoT 등 미래먹거리 문제 나와 응시생들 “전반적으로 쉬웠다” ‘삼성고시’라 불리는 삼성그룹 공개채용을 위한 직무적성검사(GSAT)가 16일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삼성그룹이 올해 상반기를 끝으로 그룹 공개채용을 폐지하면서 그룹 차원의 GSAT 역시 더이상 치러지지 않게 됐다.16일 삼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GSAT가 서울 단국대 부설고등학교를 비롯해 부산과 대구, 대전, 광주 등 국내 5개 지역과 미국 뉴저지주 뉴어크, 로스앤젤레스 등 해외 2개 지역에서 실시됐다. 총 5만여명이 응시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언어논리와 수리논리, 추리, 시각적 사고, 직무상식 등 총 5개 영역에서 160개 문항이 출제됐다. 이날 GSAT에서는 4차 산업혁명과 과학, 삼성그룹의 역점 사업에 대한 문제가 다수 출제됐다. 낸드플래시와 D램, 애플리케이션 응용프로세서(AP) 등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인 반도체 관련 문제들을 비롯해 하이브리드카와 인공지능(AI), 증강현실(AR), 사물인터넷(IoT) 등 삼성전자의 미래 먹거리에 대한 문제가 출제됐다. 초전도체의 특징을 묻거나 그래핀, 블록체인(가상화폐 해킹을 막는 기술)과 같은 과학 문제도 포함됐다. 경제 문제로는 핵심성과지표(KPI)와 인플레이션에 따른 화폐가치의 변화 등 기본적인 상식을 비롯해 옴니채널, 플래그십 스토어, 모디슈머(자신만의 개성으로 제품을 재창조하는 소비자) 등 경제 분야의 최신 트렌드에 관한 문제도 출제됐다. 고령사회에서 생산가능인구를 계산하는 문제도 출제됐다. 역사 분야에서는 한국사와 세계사를 한 문항에 섞어 연도순으로 나열하는 문제를 통해 역사를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능력을 평가했으며 중국의 과거제도 등 중국사에 관한 문제도 비중이 높았다. 응시생들은 전반적으로 쉬웠다는 반응을 보였다. 응시생 최모(26·여)씨는 “전체적으로 시중 문제집보다 쉬웠다”면서 “합격 커트라인이 얼마인지 감을 잡을 수 없어 더 불안하다”고 말했다. 다른 응시생은 “쉽게 출제됐다고는 하지만 추리 부분은 까다로웠다”며 “상식 부분에서도 역사와 경제는 철저히 준비하지 않으면 합격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이 지난 2월 미래전략실을 폐지하기로 함에 따라 1957년 시작된 삼성의 그룹 공채는 60년 만에 사라지게 됐다. 하반기부터는 계열사별로 독자적인 채용 절차를 실시한다. 일각에서는 미래전략실이 전체 채용 규모를 조율하던 기능이 사라지고 각 계열사가 꼭 필요한 인력만 보수적으로 선발하면서 전체 채용 규모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이 국내 기업의 채용 방식을 주도해 온 만큼 삼성의 그룹 공채 폐지가 재계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삼성은 GSAT 합격자를 대상으로 직무역량 면접과 창의성 면접, 임원 면접 등을 거쳐 다음달 최종 합격자를 발표한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최영미와 함께 읽는 세계의 명시] 죽은 자의 매장

    [최영미와 함께 읽는 세계의 명시] 죽은 자의 매장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 내고 추억과 욕망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지. 잘 잊게 해주는 눈으로 대지를 덮고 마른 뿌리로 약간의 목숨을 대어 주었다. 슈타른베르크 호수 너머로 소나기를 뿌리더니 갑자기 여름이 왔지요, 우리는 주랑(柱廊)에 머물렀다가 햇빛이 나자 호프가르텐 공원에 가서 커피를 마시며 한 시간 동안 얘기했어요. 저는 러시아 사람이 아닙니다. 리투아니아에서 태어났지만 진짜 독일인입니다. 어려서 사촌인 대공(大公)의 집에 머물렀을 때 사촌이 썰매를 태워줬는데 겁이 났어요. 그는 말했지요, 마리, 마리, 꼭 잡아. 그리곤 아래로 내려갔어요. 산에 오면 자유로움을 느끼지요. 밤에는 대개 책을 읽고, 겨울엔 남쪽으로 가지요. (…) April is the cruelest month, breeding Lilacs out of the dead land, mixing Memory and desire, stirring Dull roots with spring rain Winter kept us warm, covering Earth in forgetful snow, feeding A little life with dried tubers. Summer surprised us coming over the Starnbergersee With a shower of rain; We stopped in the colonnade, And went on in sunlight, into the Hofgarten, We drank coffee, and talked for an hour. Bin gar keine Russin, stamm‘aus Litauen, echt deutsch. And when we were children, staying at the archduke’s, My cousin‘s, he took me out on a sled, And I was frightened. He said, Marie, Marie, hold on tight. And down we went. In the mountains, there you feel free. I read, much of the night, and go south in the winter. -T S 엘리엇의 ‘황무지’중에서 *등단할 무렵에 시인이 되려는 자는 반드시 알아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T S 엘리엇(1888~1965)의 시를 찾아 읽었다. 황동규 선생님의 훌륭한 번역 덕분에 ‘황무지’가 그리 낯설지 않았다. 434행까지 이어지는 긴 시도 시작은 간단하다.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 내고 추억과 욕망을 뒤섞고…(여기까지 읽고 나는 시인의 의도를 알아챘다) 아, 맞아. 바로 그거야. 해마다 봄이 되면 내가 느끼던 더러운 기분, 사람들은 봄이 왔다고 좋아하고 꽃구경한다고 호들갑을 떠는데, 나는 가슴이 아팠다. 처음 18행만으로도 ‘황무지’를 맛보기에 충분했다. 황무지라는 제목, 그리고 독자를 사로잡는 첫마디에서 오마르 하이얌의 사행시가 연상됐다. ‘새해가 되니 옛 욕망이 되살아나’ ‘황야도 천국이 되리’라고 노래했던 페르시아의 시인을 엘리엇도 알고 있었으리라. 슈타른베르크는 독일에 있는 호수의 이름이다. 호프가르텐은 뮌헨의 공원이다. 11행에 불쑥 튀어나오는 독일어 “저는…진짜 독일인입니다”라는 표현은 여행객의 입에서 나온 대화다. 시의 화자가 바뀌면 보통 집어넣는 연결어를 엘리엇은 생략했다. 그 결과 시는 난해해졌지만 긴장감은 높아졌다. 이런 해골복잡한 현대시도 외워지려나. 처음 몇 행을 외워봤는데 의외로 잘 외워졌다. ‘breeding’ ‘mixing’ ‘stirring’ 그리고 한 줄 건너 ‘covering’ ‘feeding’으로 끝나는 각운이 있기 때문이다. 8행부터 어조가 바뀌고 다른 목소리가 들린다. 8행부터 18행까지는 휴가지에서 사교계 사람들이 떠들어대는 무의미한 말들이다. 시인의 고도로 절제된 시어를 음미하다가, 8행부터 앞뒤 맥락 없이 대화체의 확 풀어진 산문이 나오니 충격을 받을 수밖에. 시의 중간에 아무 관계없는 말들을 삽입하는 것은, 운문에서 산문으로의 이행만큼이나 신선한 놀라움이었으리. 지금은 이보다 난해한 시들이 수두룩해 별 놀랄 일도 아니나, 1920년대에는 세련된 독자들도 익숙하지 않은 짜깁기였다. 다양한 시점에서 형태를 분석한 입체파의 그림처럼, 엘리엇은 시에 콜라주 수법을 도입했다. 시간과 공간도 다르고 서로 아무런 연관도 없어 보이는 말들, 다른 언어, 다른 목소리들을 짜 맞추어 한 편의 시를 구성한다는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왔을까. 1888년 미국의 세인트루이스에서 태어나 18살 때까지 촌구석 미주리주에서 보내고, 하버드대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유럽으로 건너간 엘리엇. 파리에서 피카소 일당의 아리송한 현대미술을 목격하고 그가 받은 충격이 ‘황무지’에 녹아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런던에 정착해 영국 여자와 결혼하고 로이드 은행에서 근무하며 시를 썼던 건실한 미국 청년이 아방가르드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시인이 됐다. 다른 목소리가 등장하는 8행을 ‘summe’로 시작하고, 전체의 통일성을 위해 (그리고 리듬을 살리기 위해) 바로 뒤에 ‘ing’로 끝나는 ‘coming’을 배치한 시적 전략에 나는 감탄했다. 1922년 영국에서 출판된 시집 ‘황무지’의 첫머리는 이렇게 시작한다. “나보다 나은 예술가 에즈라 파운드에게”(For Ezra Pound il miglior fabbro) 원래 시의 초고는 더 길었는데, 에즈라 파운드가 절반 정도의 분량을 잘라내어 ‘황무지’가 탄생했다니. 자신의 야심작을 파운드에게 바칠 만하다.
  •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꼰대’소리 듣기 싫죠… ‘마음의 소리’ 듣는 사람이 되세요”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꼰대’소리 듣기 싫죠… ‘마음의 소리’ 듣는 사람이 되세요”

    ‘당신의 ‘마음 건강’은 안녕하십니까.’ 한성열(66) 고려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긍정 심리학’의 대가로 꼽힌다. 인간의 심리, 자아, 감정 속에 인간이 속한 문화의 특이성이 표출된다는 ‘문화 심리학’을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한 학자이기도 하다. 고려대 심리학과 70학번으로 입학해 미국 시카고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1987년부터 모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으니 올해로 만 30년이다. 지난 2월 28일 정년퇴임과 함께 ‘명예교수’로 자리를 바꿔 앉은 그가 후학 양성을 위해 장학금 1억원을 쾌척했다는 소식에 눈길이 갔다. 인터뷰를 청했고, 어떻게 하면 즐겁게 살 수 있는지 가르쳐 달라고 졸랐다. 인터뷰는 지난 6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CJ법학관 로비에서 90여분간 ‘행복과 소통’을 주제로 진행됐다.→ 2014년에 쓴 ‘심리학자의 마음을 빌려 드립니다’에서 교수님은 ‘마음 건강’을 위해 무얼 했느냐고 독자들에게 묻습니다. 마음 건강은 무엇이고, 교수님은 마음 건강을 위해 무얼 하시나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의외로 마음 건강을 등한시합니다. 몸이 건강하기 위해서는 운동을 해야 한다고 답하죠. 초중고교 교육과정에 체육 과목도 있고요. 그런데 막상 마음이 건강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했느냐고 물어보면 답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요. 마음의 건강에 대해 생각할 겨를 없이 앞만 보고 달려온 거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생활만족도가 떨어지는 등 자살률이 높고 이혼율이 급증하는 다양한 사회적 문제가 발생합니다. 마음 건강에 관심이 없는 게 밑바탕에 있다고 봅니다. 한국 사람들에게 마음 건강의 핵심은 ‘화병’에 있습니다. 화병은 1994년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DSM)에 오른 한국 특유의 마음의 병인데, 유독 화병이 많은 건 그 문화와 연관이 있다는 거죠. 저는 간단하게 말하면 속에 담아 두질 않습니다. 기분 나쁜 게 있으면 바로 풉니다. →말로 풀면 상한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 상대와 틀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요. -맞아요. 방법을 알아야 합니다. 방법을 모르면 상대방을 자극할 수 있고, 관계가 나빠질 수도 있죠. 우리가 살면서 가장 어려운 게 대인 관계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친구끼리 사이좋게 지내라’, ‘어른을 공경해라’만 알려 주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면 사이좋게, 부모와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가 하는 ‘어떻게’(how to) 교육을 하지 않습니다. 규범만 알려 주고 어떻게 하면 그렇게 살 수 있는가는 구체적으로 알려 주지 않는 거죠. 화가 나는 이유는 수십, 수백개이고 인생에서 화 자체를 없애는 방법은 없어요. 우리는 화를 나쁜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화를 내지 말라, 억눌러라라고 가르쳤지 화를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는 고민하지 않았어요. 가장 좋은 건 말로 표현하는 겁니다. 여성은 이걸 수다로 풀죠. 남성은 말로 감정을 표현하면 남성적이지 못하다고 배우다 보니 맑은 정신에는 못 하고 술기운을 빌려 자기감정을 표현합니다. 40~50대 남성 사망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죠. 성별을 불문하고 자기가 가진 감정을 상대방과 풀 수 있는 훈련을 해야 해요. →수다를 떨었어야 했나요. -수다는 부정적인 게 아녜요. 마음 건강을 공부하는 입장에서 수다는 자기의 화를 풀고 빨리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한 가지 ‘방법’에 불과합니다. 평균적인 대한민국의 남자는 이를 회피하고 잊어버리려고 합니다. 가끔 모았다가 술 한잔하고 푸는 거죠. 갑자기 쌓인 화를 풀려니 남자들끼리 하는 술자리에서 유독 다툼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죠. 밖으로 향하는 화병은 남을 향한 폭력이 되고, 안으로 향하면 나를 때리는 우울함이 됩니다. 타인을 향한 폭력이 심해지면 살인이 일어나고, 나를 때리는 폭력이 계속되면 자살로 이어지는 거죠. 화병은 남을 죽이거나 나를 죽이거나, 누구 하나는 죽여야 끝나거든요. 마음의 불이랄까. →보통 우울과 행복은 맞은편에 있는 개념으로 봅니다만 교수님은 우울이나 불안은 행복과 상관관계가 거의 없다고 말씀하십니다. 우울한 사람이 행복할 수도 있단 얘긴가요. -지난 100여년간 불안한 사람들은 불안을 낮춰 주고 우울한 사람들을 우울을 낮춰 주면 행복해진다는 식으로 연구가 이뤄졌지요. 하지만 우울한 사람의 우울을 낮춰 주면 덜 우울한 사람이 되는 거지 행복한 사람이 되는 건 아닙니다. 우울과 행복은 상관이 없어요. 부정적 감정과 긍정적 감정은 따로 있다는 겁니다. 행복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행복감을 높여 주는 게 더 효과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이지요.→1930년대 하버드대학생 268명의 70년 인생을 추적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행복의 제1조건은 돈, 명예가 아닌 ‘관계’라고 합니다(한 교수는 2005년 이 같은 연구 내용이 담긴 조지 베일런트의 ‘성공적 삶의 심리학’을 번역해 소개했다). 그런데 요즘 혼족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인맥을 관리하고 새로운 사람과 관계 맺는 것에 권태를 느끼는 20대’를 칭하는 ‘관태기’라는 신조어도 등장했죠. 관계 맺기가 점점 어려워지기 때문일까요. -관계를 맺는 게 이익인지, 혼자 있는 게 이익인지 따져 봤을 때 혼자 있는 게 더 이익이라고 생각하니까 그렇게 행동하는 겁니다. 사회가 부추기는 경쟁이 큰 원인이라고 봅니다. 사회가 내가 너와 친구로, 파트너로 함께 가는 게 아니라 내가 상대를 꺾어야 하는 구조이다 보니 관계에 공을 들이기보다 혼자 하는 걸 선호하는 젊은이들이 더 많아지는 거죠. →얼마 전 서울신문 기획 시리즈 ‘노력이 인정받는 사회’를 통해서도 볼 수 있듯이 요즘 젊은 세대는 정당한 노력보다 관계, 일명 ‘빽’을 성공 요인으로 인식하고 있더군요. ‘금수저 계급론’ 등이 대표적이죠. 그런데 성공하려면 혼자 있는 게 이익이라고 생각하는 젊은이가 적지 않다니 굉장히 모순적이네요. -맞아요. 지금 젊은이들은 한 시대가 변화하는 끝자락에 서 있는 것 같아요. 과거에는 시험 잘 보는 친구들이 수능을 보고, 고시를 보고 소위 말하는 성공을 했죠. 그런데 앞으로는 단순히 머리가 좋다, 기억을 잘한다 이런 것들은 인공지능(AI)에 견디지 못할 겁니다. 선생님한테 배우기보다 네이버 지식인이 더 친숙하듯 의사나 변호사, 판·검사도 조만간 인공지능이 대체할 가능성이 큽니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변호사를 통해서만 법률 지식을 접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변호사 자체가 많아졌고, 다양한 곳에서 법률 지식을 접할 수 있기 때문에 변호사가 사무실을 개업해도 예전만큼 손님들이 오지 않습니다. 인간 관계가 넓어 손님을 더 많이 유치하는 사무장이 더 능력 있는 사람이 되는 시대가 열리는 것이죠. 개인적으로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평생을 살아가는 시대는 끝이 났는데 지금 젊은이들은 어떻습니까? 부모와 학교 시스템은 아이들이 그저 공부를 잘하면 성공할 것이라고 끊임없는 환상을 심어 주고, 정작 인간 관계 등에 대해서는 알려 주지 않아 왔습니다. 환경은 바뀌고 있는데 교육은 아무것도 알려 주지 않는 거죠. 시험 볼 때면 스마트폰을 뺏는 것만 봐도 얼마나 우리가 퇴행적인 교육을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진짜 교육이라면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활용할 수 있는 그런 문제를 내야지요. →경제, 사회 발전을 이끄는 동력이 바뀌었는데 아직 교육은 19세기, 20세기에 머물러 있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렇습니다. 과거에는 개인이 출세해 별장을 사는 것이 성공이었다면 지금은 별장을 가진 친구를 많이 사귀는 사람이 성공하는 시대입니다. 열심히 일하고 돈 버는 개미형 인간이 아니라, 대인 관계를 잘 맺어 별장 있는 친구들을 사귀는 거미형 인간이 성공하는 시대인 겁니다. 혼자 정보를 생산하는 사람보다 지식과 정보가 오가는 유통망 한가운데 네트워크를 쳐 놓고 정보를 많이 활용하는 사람이 이기는 시대인 거죠. 그런데 아직도 우리 교육은 시험 성적이 개인의 삶을 결정할 수 있다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어요. 단순 알고리즘은 인공지능이 하는 4차산업 사회에서 살아남는 인간은 마음으로 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인공지능이 하지 못하는 것을 가르쳐야 합니다. 그런데 마음이라는 건 대인 관계에서부터 시작하는 거거든요. 부모가 자녀에게 성공이라고 알려 주는 가치관이 혹시 19세기, 20세기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교육도 마찬가지고요. →‘다름을 인정하라.’ 말은 쉬운데 현실은 쉽지 않습니다. 사회는 점점 분극화, 파편화, 분절화돼 가고 있는데, 개인의 노력만 가지고는 어려운 일 아닌가요. 중요한 것을 알면서 왜 인정은 없고 갈등은 심화하는 것일까요. -우리 전통문화 자체가 부모 자녀 동일체 의식이 강합니다. 가화만사성이라고 부르잖아요. 이 중 가화의 ‘화’(和)는 화목 화, 즉 가족 구성원이 한목소리를 내는 것이 화목하다고 보는 것이지요. 한목소리는 그럼 누구의 목소리인가요. 이것이 아버지이자 남편의 목소리였던 겁니다. 아내는 부창부수로 따라가고, 자녀는 부모 말에 순종해야 하는 게 ‘가화’(家和)의 의미였던 것이죠. 왜 우리나라가 유독 그러느냐고요. 지정학적인 위치에서 외침을 많이 겪다 보니 한 사람이 빨리 결정을 내리고 그 사람이 책임을 가져야만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지요. 그런 상황에서 의견을 물어 통합하는 건 불가능했지요. 그렇다 보니 계속해서 다른 의견을 내는 사람은 조직을 해치는 사람인 걸로 교육받게 되고 대통령부터 시작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걸 좋아하게 된 것이지요. 딜레마는 지금까지는 이 문화가 발전에 도움이 됐지만, 앞으로 나아가는 데는 장애물이 될 거란 겁니다. 쉽지 않지요. 거대한 항공모함이 방향을 바꾸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거든요. →수직적인 문화가 수평적으로 가야 한다는 말씀이시죠. -네. 민요는 10명이 나와도 같은 목소리를 내지만 서양의 합창은 테너, 바리톤, 소프라노, 알토 등 다 각자 다른 소리를 내면서 화음을 이루잖아요. →5060 중년 콤플렉스를 말합니다. ‘꼰대.’ 이것만은 면해 보려고 노력하는 게 중년의 슬픈 자화상입니다. 어떻게 하면 중년의 아저씨들이 꼰대 소리 좀 덜 듣고 살 수 있을까요. -중년은 젊은이라는 축과 늙은이의 축이 만나 갈등을 겪는 시기입니다. 젊지도 않고 늙지도 않은 상태죠. 그래서 중년은 힘이 듭니다. 더 힘든 건 힘들다는 것을 밖으로 끄집어내기가 어렵다는 것이지요. 청소년은 밖으로 고함을 지르지만 중년은 속으로 우는 세대입니다. 힘들다고 말하면 실패한 인생 같으니까. 힘들어도 힘들지 않은 것처럼 살아야 하는 심리적 압박이 큰 시기이지요. 요즘 젊은이들은 5060세대가 막 입사했을 때보다 지식도 많고 기술도 많습니다. 젊은이들과 경쟁하는 건 오로지 경험밖에 없는데, 문제는 늘 이 경험으로 밀어붙이다가 꼰대가 되는 겁니다. 지혜라는 히브리어의 어원을 살펴보면 ‘듣는 마음’이라고 합니다. 지혜가 있는 척하는 사람은 상대가 묻기도 전에 자기 경험부터 들이밉니다. 하지만 지혜 있는 사람은 상대방이 와서 물어볼 때 이야기하는 사람입니다. 존경받는 선배가 되고 멘토가 되는 방법은 후배와 멘티의 마음의 소리를 듣고 그들이 내 이야기를 원할 때 한다는 겁니다. 듣고 싶지도 않은데 자기 이야기를 하는 건 아주 꼰대가 되는 지름길이죠. 먼저 묻고 싶은 사람이 되는 게 중요합니다. 내 이야기를 하기 전에 상대방의 마음을 받아 주는 일이 선행돼야 하는 거죠. 진경호 부국장 겸 사회부장 jade@seoul.co.kr 정리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행복을 좇지 마세요…그저 오늘을 즐기세요” 한성열 교수가 말하는 행복이란 “행복요? 전 행복하지 않습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던진 ‘뻔한’ 질문은 이렇게 뻔하지 않은 답변에 속절없이 허를 찔렸다. 당신이 ‘긍정심리학’의 대가라고 하니, 그런 긍정적 마인드로 무장했을 사람이면 마땅히 행복도 인위적으로, 작위적으로 만들어(?) 지녔을 법하다는, ‘행복하다’는 답변을 내심 조롱할 요량으로 한껏 날을 벼리고 날린 물음이었다. 정말 고맙게도 한 교수는 기자의 ‘기대’를 완벽히 저버렸다. 솔직했고 담백했다. 흔들리지 않았다. 빨간 도트 넥타이에 코발트블루 셔츠와 먹색 재킷, 그리고 이를 감싼 블랙 트렌치코트로 한껏 멋을 낸 그의 옷차림이 결코 누구를 위한 것이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한 것임을 그 한마디로 입증해 보였다. “누가 행복하냐고 물어보면 전 행복하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행복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하루하루 사는 게 즐겁냐고 물어본다면 ‘즐겁다’고 답할 겁니다.” 로마 공화정 말기의 시인 호라티우스가 설파한 ‘카르페 디엠’(Carpe Diem·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라)과도 맥이 닿는 듯했고, 장자의 안빈낙도(安貧道)가 떠오르기도 했다. 기자의 마음을 읽은 걸까. 한 교수가 말을 이었다. “대개의 사람들이 행복에 대해 ‘잘못된 명제’를 갖고 있습니다. 행복은 추구해야 할 인생의 목적이 절대 될 수 없습니다. 그저 오늘을 열심히 사는 것, 오늘을 즐기는 것, 그것이 행복하게 되는 겁니다. 행복이란 걸 얻으려고 무엇을 하면 할수록 행복할 사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 교수에게 행복이란 열심히 살아야 할 목표가 아니라 열심히 살면 얻어지는 결과인 것이다. 적어도 내일 행복하자고 오늘 참거나 미룰 목표는 아닌 셈이다. “행복이라는 걸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게 사실 이게 우리말이 아니거든요. 불과 100여년 전 서구에서 들어온 개념입니다. 사랑이란 말도 마찬가지예요. 이전 우린 ‘만족’이라고 했고, ‘정’이라고 했죠.” 정년을 맞은 한 교수는 그럼 앞으로 무슨 일로 열심히, 즐겁게 오늘에 충실할까. 앞으로의 계획은 어떠세요? “교역자들에게 심리학과 상담 기법을 가르쳐 주는 교육기관인 ‘상담 목회 아카데미 예상’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현재 110여명의 교역자가 전국 각지에서 모여 전액 무료 수업을 받고 있죠. 일반인들을 상대로 ‘만남과 풀림 아카데미’를 운영할 계획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또….” 왜 이제야 묻느냐는 듯 한 교수의 말이 빨라졌다. 휴대전화가 계속 울렸고, 기자보다 먼저 자리를 떴다. 진경호 부국장 겸 사회부장 jade@seoul.co.kr
  • 벤처 신화로 꽃길… ‘또 철수’ 오명 딛고… 다시 安風

    벤처 신화로 꽃길… ‘또 철수’ 오명 딛고… 다시 安風

    국민의당 안철수(55) 전 대표의 대선 도전은 두 번째지만, 본선에서 국민의 선택을 묻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안철수신드롬’에 힘입어 2012년 9월 19일 18대 대선 출마를 선언했던 그는 65일 만인 11월 23일 “정권 교체를 위한 백의종군”을 선언하면서 ‘미완의 정치실험’을 끝냈었다.‘2012년의 안철수’와 ‘2017년의 안철수’는 천양지차다. 지난 대선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그는 이제 39명 의원이 소속된 원내 3당의 후보가 됐다. 2012년의 그는 정치 경험이 전무했지만 지금은 재선의원으로 ‘여의도’를 알아가는 단계다. 또 4·13 총선(국민의당)은 물론 앞서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 시절 지방선거,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까지 세 번의 전국단위 선거를 지휘했다. 그가 “압축을 넘어 농축 경험을 했다”고 자신하는 이유다.정치에 입문하기 전 따라다니던 수식어는 ‘벤처 신화’, ‘1세대 정보기술(IT) 개발자’, ‘컴퓨터 의사’처럼 화려했다. 대중들은 그가 의사 집안에서 태어나 ‘꽃길’만을 걸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본인은 ‘노력형’, ‘대기만성형’이라고 말한다. “초등학교 때 성적표에 ‘수’가 보인 게 이름 철수의 ‘수’뿐”이라고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로 어렸을 때는 평범한 아이였다고 한다. 활자 중독이라고 할 만큼 독서를 좋아했고, 고교 2학년이 돼서 비로소 성적이 올랐다. 공대에 가고 싶었지만 부모님의 뜻대로 서울대 의대에 진학했다. 그의 인생을 바꾼 ‘컴퓨터 바이러스’와의 인연은 1988년 의대 박사 과정을 밟던 때 찾아왔다. PC가 ‘브레인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을 발견, ‘V1’이라는 백신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그는 “그때부터 7년간 밤에는 백신을 만들고 낮에는 의사로 일했다”고 한다. 그리고 백신 프로그램을 무료로 배포했다.결국 1995년 의대 교수직 사표를 내고 컴퓨터 벤처기업 안철수연구소를 설립한다. 결단력과 추진력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그는 “컴퓨터를 하면서 느끼던 자부심과 성취감 등은 의학을 공부하면서는 느낄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안철수연구소 최고경영자(CEO)로서 헤쳐 나간 10년간의 세월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는 날이 돌아오는 게 무서웠다”고 말할 정도로 힘든 시기를 거쳤다. 안철수연구소는 이후 1999년 대한민국 소프트웨어 업체로는 한글과컴퓨터에 이어 두 번째로 연매출 100억원을 돌파했다. CEO 출신의 고집스러움이 이 시기 강화됐다는 지적도 있다. 2005년 안랩의 대표이사직을 그만두고 학자의 길로 나선다. 2모작도 쉽지 않은 인생인데 3모작을 일찌감치 시작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밟은 후 2008년 귀국, KAIST 경영학과 교수로 부임했고, 2011년 모교인 서울대의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맡았다.터닝포인트가 찾아온 것은 2009년 6월 MBC ‘무릎팍도사’에 출연하면서다. 이후 법륜 스님, 시골의사 박경철씨 등과 함께 ‘청춘콘서트’를 진행하면서 인기를 한 몸에 받았다. 정치를 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적이 없었는데도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50% 가까운 지지율을 넘나들며 유력 후보로 부상한다. ‘안풍’(안철수 바람), ‘안철수 신드롬’의 서막이다. 하지만 지지율 5%였던 박원순 현 서울시장에게 조건도 없이 후보를 양보했다. 정치권에 넌덜머리가 났던 대중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안풍은 더 거세졌다. 2012년 9월 19일 ‘새정치’를 기치로 걸고 대선에 출마했다. 인생의 마지막 승부수로 직업정치인의 길을 택했다. 공익재단인 동그라미재단에 1500여억원을 기부했다. 그러나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단일화 협상에 실패했고, 결국 후보직을 사퇴하며 물러났다.대중의 관심에서 잠시 멀어졌지만, 2013년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를 통해 재기했다. 기세를 몰아 독자 신당 창당을 목표로 정치세력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현실 정치의 벽에 부딪히면서 2014년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통합당과 합당했다. ‘또 철수(撤收)’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다. 그를 도왔던 많은 이들이 떠났다. 2015년 2·8 전당대회로 문재인 대표 체제가 들어선 뒤 당 지도부와 마찰을 빚었다. 결국 같은 해 12월 탈당해 국민의당을 창당했고, 불과 3개월여 만에 치러진 4·13 총선에서 38석을 얻으며 양당 체제를 깨고 제3당의 지위에 올랐다. 당 안팎의 연대론 압박에도 불구하고 ‘자강론’을 고수한 끝에 얻은 성과였다. 측근 박선숙 사무총장이 연루된 총선 리베이트 의혹으로 대표직에서 물러났지만, 1심에서 관련자들이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기회를 얻었다. 문제는 지지율이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성남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등이 번갈아 20% 안팎까지 치솟는 동안 안 후보는 좀처럼 10%를 넘지 못했다. 그래도 “결국, 안철수의 시간은 온다”, “이번 대선은 문재인과 안철수의 대결”이라며 당 안팎의 동요를 막아냈다. 그의 말은 조금씩 현실이 됐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를 불러들여 경선의 판을 키웠고, 앞서 불출마를 선언한 반 전 총장, 그리고 안 지사를 지지했던 중도 또는 합리적 보수 성향의 표심을 흡수하면서 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가장 강력한 대항마로 떠올랐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자강론” “조건부 단일화” “우파연대”… 비문연대 기싸움 본격화

    “자강론” “조건부 단일화” “우파연대”… 비문연대 기싸움 본격화

    ‘5·9 장미대선’ 대진표가 사실상 확정되면서 비문(비문재인) 진영 연대론이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다만 지금 당장 후보들 간 합종연횡이 이뤄지기보다는 후보들 각자 자강론을 강조하거나 몸집 불리기에 나서는 등 연대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샅바 싸움이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후보마다 연대의 구상도 다르고 본인 중심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는지라 연대가 성사되기까지는 난관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우선 비문 연대의 키를 쥔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자강론’ 기조를 유지하면서 ‘문재인 대 안철수’의 1대1 구도를 부각시키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안 전 대표가 최근 ‘국민에 의한 연대’를 부쩍 강조하고 있듯이 연대에 대해 문을 닫아 놓은 것은 아니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안 전 대표가 29일 대구를 방문한 자리에서 연대론에 대해 “국민들이 길을 만들어 주실 것”이라고 한 발언도 의미심장하다. 안 전 대표 측 관계자는 “2012년 대선에서 후보 단일화 압박 여론이 거세진 것처럼 이번에도 선거 막바지 비문 진영 연대에 대한 여론이 부상할 것을 염두에 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안 전 대표는 형식상으로는 공통된 가치와 정책 중심으로 연대하되, 안 전 대표를 중심으로 보수·중도 진영을 흡수하는 방식에 무게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반문 연대의 다른 한 축인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후보로 확정된 후 ‘단일화 논의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판 흔들기에 나선 모양새다. 일단 바른정당 독자 후보로서의 존재감을 최대한 부각시키는 방향으로 전략 수정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유 후보는 이날 “국민들께서 납득할 만한 원칙과 명분 있는 단일화가 아니면 단일화 자체가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면서 조건부 단일화에 대한 입장을 강화했다. 특히 자유한국당과의 연대 조건으로는 탄핵에 불복하고 국정 농단 세력을 옹호한 핵심 친박(친박근혜)에 대한 인적청산과 보수 개혁에 대한 의지를 보일 것을 거듭 강조했다. 반면 한국당 유력 후보인 홍준표 경남지사는 ‘우파 연대’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도 유 후보가 제시한 친박 인적청산에 대해선 선을 긋고 있어 기싸움이 팽팽하게 이어졌다. 홍 지사는 이날 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토론회에서 “당헌·당규와 절차를 무시하고 초법적인 조치(인적 청산)를 취했을 때 우파 대통합 구도에 어긋날 수 있고 우파 대동단결에 저해 요인이 될 수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정당 외곽에서는 대선 출마 의사를 시사한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의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다. 김 전 대표의 측근인 최명길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을 더 행복하게 해 줄 능력을 갖춘 정치세력이 결집하는 데 작은 보탬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면서 민주당을 탈당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개헌 고리·단계적 후보 단일화… 제3지대서 ‘원샷 경선’도 거론

    개헌 고리·단계적 후보 단일화… 제3지대서 ‘원샷 경선’도 거론

    김종인 대권 도전 가능성 주목 劉 “친박과 단일화는 재고할 것”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선 불출마 선언으로 불확실성이 제거된 대선 구도에서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의 짝짓기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들의 지지율 고공행진에 맞서기 위해선 연대를 해야만 승산이 있다는 데 이견이 없다. 민주당을 제외한 각 당과 독자 세력의 유력 정치인들의 ‘4인 5각’ 경기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연대의 대상과 방식 등을 놓고 치열한 수싸움도 예상된다. 가장 적극적으로 연대의 판을 그리고 있는 인물은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다. 개헌을 고리로 한 연대를 구상하고 있는 김 전 대표는 민주당을 탈당하자마자 연달아 각 세력의 유력 인사들을 만나고 있다. 당초 16일 정운찬 전 국무총리와 손학규 전 대표, 정의화 전 국회의장, 남경필 경기지사와 조찬 회동을 가질 예정이었으나 “참석 범위를 넓혀 모임을 갖는 게 바람직하다”며 잠정 연기했다. 지난 11일에는 인명진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도 만나 한국당은 이번에 후보를 내지 말라고 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김 전 대표가 단순히 연결자이자 ‘킹메이커’가 아니라 직접 대권에 도전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개헌으로 임기 3년짜리 대통령을 하며 연정을 한 뒤 2020년부터 분권형 대통령제를 확립하는 계획이라는 관측이지만 각 당의 후보들이 김 전 대표의 구상에 응할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보인다. 분권형 개헌에 대해선 바른정당 김무성 고문과 정 전 의장과도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대선 주자들은 일단 각 당이 경선으로 대표 선수를 뽑은 뒤 이들끼리 후보 단일화를 거쳐 최종 후보가 되고 민주당 후보와의 양자 구도를 기대하고 있다. 바른정당과 한국당 후보가 보수 단일화를 한 뒤 국민의당 후보와 다시 한 번 단일화 또는 경선을 치르는 단계적 구도다. 김 고문 역시 개헌을 바탕으로 단계적 경선 및 연대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반면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함께한 잔재세력과의 연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며 일축했다. 한국당의 박 전 대통령과 친박 세력에 대한 조치도 중요한 변수다. 그동안 ‘보수후보 단일화’를 언급해 온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이날 “탄핵에 반대하고 아직도 정치 세력화하는 친박들이 정리되지 않고, 그들의 지지를 받아서 되는 후보라면 단일화를 다시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며 선을 그었고, 국정농단을 비호하는 세력과도 후보 단일화를 하겠다는 입장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일부에서는 각 당이 후보를 정하지 않고 제3지대를 열어놔 모든 주자들이 ‘원샷 경선’을 벌여 단일 후보를 내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손 전 대표는 통합경선 가능성에 대해 “개혁세력 승리를 위해 길을 열어 놓는 자세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어쩌다 남산, 서울 한 바퀴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어쩌다 남산, 서울 한 바퀴

    “저기도 한 번도 안 가봤는데…” “다음에 가.” 요사이 영화 이외의 개인적인 연애문제로, 이모저모 사람들의 관심을 한껏 받고 있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 ‘극장전’속 대사다. 남산 서울타워는 서울시민이라면 모름지기 한 번은 가봐야 하는 곳인 듯. 영화는 시종일관 타워를 배경으로 보여준다. 도심의 희뿌연 풍경 속에 나뭇가지에 걸려 있는 착각이 들 정도로, 카메라 앵글에 잡힌 서울타워는 영화 내내 등장인물들 삶 언저리 배경으로 남아있다. 주인공들은 결국 서울타워가 내려다보이는 공간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지루한 일상을 보내야만 한다. 그러하기에 어쩌면 서울살이의 진짜 주인공은 남산 서울타워 일수도 있다. 남산에 있는 서울타워는 당신의 생각보다 훨씬 더 유명한, '어마무시하게'(?) 널리 알려진 서울의 관광명소다. 서울시민들에게는 타워가 늘상 눈에 들어오기에 동네 뒷산 전봇대 쳐다보듯 보기도 하지만 실상은 다르고 말고다. 우선 남산 서울타워의 연간 방문객은 1200만 명을 넘는다. 제주도 전체의 연간 방문객이 작년에 1500만 명을 넘었다고 하니 결코 만만히 볼 타워는 더더욱 아닐 것이다. 또한 2012년 서울시 설문조사에서 외국인 선정 서울 명소 1위이자, 2016년 기준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서울명소 BEST 5에 들어갈 정도이다. 더구나 전 세계 여행 전문가 평가와 독자 선호도 조사로 뽑은 세계 500대 관광지에서 342위에 랭크되기도 하였으니 이만하면 어깨에 힘 좀 들어가도 괜찮을 성싶은 방문지임은 분명하다. 남산 서울타워는 1969년에 착공하여 1975년에 완공된 수도권 거점 송신탑 건물로, 타워 높이는 236.7m에 달한다. 남산의 해발높이인 243m와 더하면 타워 높이가 총 479.7m로 준공 당시에는 동양 최고 높이를 자랑하였다. 또한 최근 만들어진 높이 555m 123층의 잠실 롯데월드타워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서울 시내 최대 높이의 구조물이기도 하였다. 원래 남산 서울타워는 1975년 준공 당시에는 전망대를 개방하지 않다가, 1980년에 들어서 일반인에게 개방하였고 이때부터 대표적인 서울의 관광 명소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이 당시에는 외부 전망대가 열려 있어 다리 후덜덜한 사연들이 연인들 사이에는 차고 넘치는, 달달한 추억으로 자리잡기도 하였다. 이후 뉴스 전문 방송국인 YTN이 1999년 12월에 타워를 인수하게 되어, 정부에 등록된 남산 서울타워의 정식 명칭은 'YTN서울타워'다. 현재 남산 서울타워는 40년 만에 공개된 ‘서울타워플라자’와 2005년부터 CJ푸드빌이 임대하여 운영 중인 ‘N서울타워’로 구성되어 있다. 지하 1층부터 4층까지는 서울타워플라자로, 5층부터 꼭대기층인 T7층까지는 레스토랑과 전망대가 있는 ‘N서울타워’로 나눌 수 있다. 특히 지상 1층에 위치한 파노라마 OLED와 OLED터널에 방문객들은 화려한 미디어 아트 세계를 체험할 수 있으며, 5층부터 T7층까지는 다양한 식당과 레스토랑이 있어 남산 길 허기진 배를 달래줄 수도 있다. <남산 서울타워에 대한 여행 10문답> 1. 꼭 가봐야 할 정도로 중요한 여행지야? -언제가는 한 번은 가 봐야 하는 곳. 2. 누구와 함께?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는 최적화된 곳이다. 3. 가는 방법은? -도보로는 삼순이 계단, 남산도서관, 국립극장에서 올라오면 된다. 케이블카를 이용할 경우는 명동역 5번 출구로, 순환버스 2번, 3번, 5번을 타면 된다. 특히 동대입구역에서는 모든 순환버스 탑승이 가능하다. 4. 감탄하는 점은? -남산이 생각보다 훨씬 높고, 볼거리가 많은 산이라는 점. 굳이 전망대를 올라가지 않더라도 서울 시내 풍경이 한눈에 다 내려보인다는 것. 5. 명성과 내실 관계는? -너무 유명해서 오히려 발길이 뜸한 곳. 6. 꼭 봐야할 타워의 층수는? -T5. 전망대층 7. 관람 예상 소요시간은? -남산 서울타워 외에도 남산 주변에 볼거리가 많다. 반나절 이상은 걸린다. 8. 홈페이지 주소는? -www.seoultower.co.kr 9. 주변에 더 볼거리는? -남산 서울타워 아래에 있는 맹세의 열쇠철망, 남산도서관, 주한독일문화원, 남산과학관, 서울 애니메이션 센터 등이 있다. 10. 총평 및 당부사항 -봄은 남산에도 왔다. 꽃망울이 몽실몽실 부풀어 오를 만큼 부풀었다. 남산 서울타워가 목적지가 아닌 남산 전체에 퍼진 봄기운을 만나러 가는 것도 좋을 듯하다.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
  • 씨엠아이텍, 3세대 홍채인식단말기 ‘EF-45’ 앞세워 국내외 시장 공략

    씨엠아이텍, 3세대 홍채인식단말기 ‘EF-45’ 앞세워 국내외 시장 공략

    지난 1월, 두바이 국제 컨벤션 및 전시센터에서 개최된 걸프지역 최대 보안전시회인 ‘Intersec Dubai’에서 국내기업 ‘씨엠아이텍’이 출품한 홍채인식시스템이 전세계 바이어 및 참관객들의 시선을 집중시키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씨엠아이텍이 ‘Intersec Dubai’을 통해 새롭게 선보인 ‘EF-45’는 LCD를 사용한 얼굴인식 및 유사 사용이 가능한 3세대 홍채인식시스템으로, 네트워크 기반으로 100조분의 1까지 분별이 가능한 정확성과 빠른 속도를 자랑한다. 특히 홍채인식 중에 고해상도 5.0인치의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에 사용자의 얼굴을 표시하는 매우 직관적인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참관객들의 찬사를 이끌어 낸 바 있다. 또한 스탠드얼론 타입으로 Database 등록 및 인증관리가 가능한 시스템으로 설치 및 운영의 편의성을 높이는 동시에, Ethernet, Wiegand, RS-485 등 각종 통신 방식의 지원으로 네트워크 기반 물리적 엑세스 제어 방식을 모두 제공해 사용자 환경에 따라 선택 적용이 가능하다. 생체인식거리 역시 기존보다 크게 향상돼 홍채는 30~45cm, 얼굴은 45~70cm까지 식별이 가능한 다중인식(Multi-Modal)의 탁월한 편의성과 성능을 기대할 수 있다. 반면 가격은 기존의 홍채인식 시스템에 비해 저렴해 향후 시장에서의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탁월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홍채인식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해온 씨엠아이텍은 두바이 전시회 이전에도 Safran, NEC, Screencheck 등 전세계 주요 보안솔루션의 기업들과 대형 계약을 체결하며 새로운 홍채인식시스템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한 바 있다. 실제로 ‘EF-45’는 싱가폴 출입국관리법 지정을 통해 싱가폴의 공항 출입국 관리에 채용이 확정됐다. 본격적인 도입에 앞서 싱가폴 지역우체국 ‘Singpost’는 올해 1월 1일부터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홍채 등록을 진행 중으로, 2018년부터는 싱가폴 각 공항 및 항만 출입국 관리에 ‘EF-45’가 적용될 예정이다. 또한 국내에서도 대우건설, 대림산업, 현대건설, SK건설, 동아지질 등 대형 건설사가 근로자들의 출퇴근 관리를 위해 현장 출입문에 씨엠아이텍 홍채인식기를 설치하는 등 산업현장의 활용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특히, 야외 및 야간에도 뛰어난 성능을 자랑하는 동시에 헬멧, 선글라스, 마스크, 장갑 등을 착용한 상태에서도 빠른 인식이 가능해 근로자들의 편의성 역시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씨엠아이텍 주식회사 관계자는 “씨엠아이텍은 독자적인 사용자 얼굴 자동인식 기능과 자동 Tilting 카메라 기술을 통해 홍채인식시스템 전문화에 성공, 시장을 선도해 나가고 있다”며 “‘Intersec Dubai’에 이어 파트너사를 통한 국내 SECON 2017 전시회(일산, Kintex) 및 해외 IFSEC, ISC WEST 등에도 지속적으로 ‘EF-45’를 출품할 예정으로, 국내 및 글로벌 시장 확대에 디딤돌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람이 길을 계획할지라도 걸음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 黃대행 대권 도전 의지 암시했나

    “사람이 길을 계획할지라도 걸음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 黃대행 대권 도전 의지 암시했나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2일 코엑스에서 열린 제49회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해 “사람이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라고 말해 정치적으로 미묘한 해석을 낳았다. 황 대행은 인사말을 통해 “잠언 16장 9절 말씀을 기억합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국론분열 안타까워 국민 대통합 이뤄야 황 대행은 “정부는 굳건한 국가안보와 경제 활성화, 미래 성장동력 확보와 민생안정, 국민안전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수출 확대와 내수 증진, 일자리 창출 등 민생경제를 살리는 데 더욱 노력하겠다”면서 “저는 기독자로서의 책임감을 가지고 위기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조속한 국정안정을 이루기 위해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알려진 황 대행은 애초 초안에는 없었으나 “기독자로서의 책임감”과 잠언 16장 구절을 인사말에 추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황 대행이 국가 위기극복을 위한 대권 도전의 의지를 은연중 표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황 대행은 “우리 사회에는 최근 일련의 사태로 국론이 분열되고 갈등이 확산하면서 서로 적대시하는 현상마저 일어나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면서 “반목과 질시에서 벗어나 서로 인정하는 바탕 위에서 국민적인 대통합을 이루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황 대행은 조찬기도회 발언을 둘러싼 대권도전 해석에 대해 “적절치 않다”고 선을 그었다. ●미세먼지 유발 불법행위 특별단속 당부 한편 황 대행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 현안 관계장관회의에서 “경제 활성화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역사교과서, 구제역·조류 인플루엔자(AI) 종식 등 결코 미룰 수 없는 여러 현안이 우리 눈앞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건설 공사장과 도로 등 주요 현장에서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불법 행위에 대한 특별단속을 실시해서 봄철 미세먼지에 적극 대응해 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갤S8 빠진 MWC… 삼성 ‘태블릿 삼총사’로 아성 지킨다

    갤S8 빠진 MWC… 삼성 ‘태블릿 삼총사’로 아성 지킨다

    삼성, 갤탭S3 등 태블릿 3종 ‘기어VR with 컨트롤러’ 공개 LG, G6 등 350여개 제품 전시 SKT 차세대 AI 로봇 등 첫선 KT, 세계 최초 5G 서비스 시연 정보통신기술(ICT) 축제의 장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7’이 27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화려한 막을 올린다. 204개국 2200여개 기업이 참여하는 이번 행사에는 10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찾을 것으로 예상돼 어느 때보다 열기가 뜨거울 전망이다. 국내 ICT 기업들도 총출동해 글로벌 무대에서 기술력을 뽐낸다. 특히 삼성전자는 출시가 미뤄진 ‘갤럭시S8’의 공백을 태블릿PC로 채워 스마트폰 1위 사업자의 면모를 과시한다. LG전자도 스마트폰 사업의 운명을 쥔 모험에 나선다. 이동통신사들은 5세대(G) 기술과 인공지능(AI) 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운다.삼성전자는 26일 이번 전시회에서 갤럭시탭S3, 갤럭시북 등 태블릿 3종을 선보인다고 밝혔다. 신제품에는 갤럭시노트 시리즈에 장착된 S펜이 기본 적용된다. 태블릿과 S펜의 만남은 지난해 9월 출시한 ‘갤럭시탭 with S펜’ 이후 처음이다. 가상현실(VR)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기어VR 신제품도 내놓는다. 이번에 첫선을 보이는 ‘기어VR with 컨트롤러’에는 동작을 인식할 수 있는 컨트롤러가 장착돼 쌍방향(인터랙티브) 게임 등을 더욱 실감나게 즐길 수 있다. 삼성은 360도 입체 영상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VR 4차원(D) 체험존’도 마련했다. LG전자도 지난해보다 전시 공간(1617㎡)을 두 배로 키우고 스마트폰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다. 차기 전략 스마트폰인 ‘G6’를 비롯한 모바일 제품 13종 350여개 제품을 전시한다. ▲손 안에 쏙 들어오는 대화면 ▲견고한 완성도 ▲즐거움 경험 ▲스마트한 생활 등 네 가지 주제를 강조한다는 계획이다. 한 번 충전으로 최대 이틀 동안 쓸 수 있는 대용량 배터리(4500mAh)를 내장한 ‘X파워2’, 실속형 스마트폰 ‘K시리즈’, 안드로이드 웨어 2.0을 탑재한 ‘LG 워치’ 2종(스포츠, 스타일)도 함께 공개한다. LG 워치에도 구글의 인공지능 서비스인 ‘구글 어시스턴트’가 탑재됐다. 4개의 외장 스피커를 탑재한 블루투스 헤드셋 ‘톤 플러스 스튜디오’도 모습을 드러낸다.KT는 ‘미리 만나는 세계 최초 KT 5세대(G) 서비스’를 주제로 5G 기술 및 융합 서비스를 선보인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의 공동 주제관인 ‘이노베이션 시티’에 GSMA, AT&T, 시스코, 화웨이 등 글로벌 기업들과 함께 참여한다.SK텔레콤은 단독 부스(604㎡)를 차리고 ‘모든 것을 연결하다’를 주제로 5G와 인공지능 기술을 소개한다. 5G 기술이 ‘360 라이브 VR’, 커넥티드카 ‘T5’로 대표된다면, AI는 다양한 사업자와의 제휴를 통한 AI 생태계 확장을 지향한다. 음성 인식에 영상 인식 기술을 더한 탁상형 기기인 ‘차세대 AI 로봇’도 선보인다. SK텔레콤은 “향후 독자 개발한 ‘지능형 영상 인식 솔루션을 탑재해 얼굴 인지 기반의 개인화 시스템 구축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바르셀로나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서울광장] 우린 바벨탑을 쌓고 있다/진경호 편집국 부국장 겸 사회부장

    [서울광장] 우린 바벨탑을 쌓고 있다/진경호 편집국 부국장 겸 사회부장

    오늘 토요일 저녁도 서울 도심은 ‘틀딱’과 ‘좌좀’들로 채워질 것이다. 광화문광장에선 ‘좌파 좀비’들이 촛불을 들 것이고, 고작 수백 걸음 떨어진 서울광장에선 ‘틀니 딱딱’들이 태극기를 휘저을 것이다. 활자로 옮기는 것조차 민망하고 죄스럽지만, 서로를 향한 적의(敵意)가 그런 경멸적 표현으로도 가시지 않는 현실이라는 점을 애써 면죄부로 내세운다. 초읽기에 들어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은 진작 두 동강 난 나라를 어느 쪽으로든 뒤엎을 태세다. “서울의 아스팔트가 피와 눈물로 덮일 것”이라는 탈(脫)헌법적 발언이 서슴없이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터져 나오는 작금의 상황은 ‘피의 내전’을 부르는 주술로 손색없어 보인다. 봄을 집어삼킬 이 혼돈의 소용돌이 앞에서 가슴이 조여든다. 박 대통령의 운명은 어느덧 나라의 운명이 돼 버렸다. 누구에겐 탄핵이 나라를 살리고, 누구에겐 탄핵 기각이 나라를 살린다. 그러나 이 상극의 대립 구조로 인해 나라는 탄핵이든 기각이든,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코마 상태로 내몰릴 것이다. 분명 박 대통령이 진앙(震央)이건만 국가적 요동의 책임을 그에게만 물을 수 없는 난감한 상황이 됐다. 헌법 질서를 바탕으로 한 체계적 수습을 내동댕이치고 있는 건 어쩌면 박 대통령이 아니라 틀딱과 좌좀으로 귀속되는 우리 모두인지 모른다. 돌아보면 국정 농단 사태가 불거진 지난 몇 달 우리는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의 거대한 시험장에서 강건한 행군을 이어 왔다. 대개의 우리는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 했고, 전하고 싶은 것만 전했다. 쏟아지는 뉴스 가운데 내 생각을 공고히 할 것들만 취했고, 내 생각과 결을 같이한다면 ‘가짜뉴스’조차 기꺼이 진실로 받아들이려고도 했다. 뉴미디어라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포털, 팟캐스트 등을 통해 입맛에 맞는 뉴스를 배 터지게 편식했다. 정통 언론이라는 신문과 방송은 이런 왜곡된 여론 형성 구조 속에서 ‘게이트 키퍼’(gate keeper)로서 지위를 잃었다. 여론을 이끌지 못했고, 사회적 구심력을 전혀 발휘하지 못했다. 미국 대선 기간 가장 눈길을 끌었던 가짜뉴스 20개는 페이스북 내 공유·댓글 수만 871만건으로, 뉴욕타임스 등 주요 매체의 기사보다 더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김정남 독살을 취재하러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몰려든 기자 수백명이 지난 20일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이 입국한다는 소문에 우르르 공항으로 몰려갔다가 허탕친 사건도 이런 미디어 시장 질서의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누군가가 지어낸 김한솔 입국설이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해 삽시간에 기자들에게 퍼졌고, 로이터를 비롯한 유수의 언론이 전 세계에 이 가짜뉴스를 속보로 타전했다. 가짜뉴스 하나에 지구촌 다수 언론이 놀아났다. 해프닝도 반복되면 해프닝이 아니다. 기성 언론을 배격하는 도널드 트럼프는 대통령이 된 뒤에도 기자회견장에 서는 대신 몇 시간이고 트위터 자판을 두드리며 근거 박약한 주장들을 쏟아 낸다. 그러고도 박수를 받는다. ‘진실이냐 거짓이냐’가 문제가 아니라 ‘내 뜻에 맞느냐 맞지 않느냐’가 관건인 세상, 탈진실(post-truth)의 시대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 주는 징후들이다. 심지어 날씨나 주가, 스포츠 같은 웬만한 뉴스는 로봇기자가 작성하고, 인공지능(AI) 편집기자가 정치 성향이나 취미, 관심사가 비슷한 독자들을 묶어 보고 싶은 기사만 보게 하는 세상이다. 뉴스 공급 시장은 1인 미디어가 지배하고 뉴스 소비 시장은 맞춤형 뉴스 편식이 지배하는 세상인 것이다. 고도화된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우리는 참과 거짓을 구분하지 못하고 공감과 타협은 접어둔 채 양 극단으로만 치닫는 분극화(polarization), 모두가 제각각인 파편화(fragmentation)로 내닫고 있다. 손에 든 스마트폰으로 수십 수백의 페친들과 수다를 떠는 그 시간, 정작 마주한 자리는 비워 둔 채 홀로 밥을 먹는, 그래도 아무렇지 않은 혼족들이 크게 늘고 있는 오늘이다. 한 공간에 있어도 보고 듣는 게 다르고, 생각이 다르고, 그래서 모두가 혼자이고 외로운 시대다. 탄핵 정국이 걷히면 우리 모두 거울 앞에 서길 소망한다. 첨단 미디어의 바벨탑을 쌓으며 소통 부재의 나락으로 떨어져 가는 모습들을 보며 꼭 한 번 머리를 맞대고 우린 어디로 가는 거냐고 묻길 바란다. jade@seoul.co.kr
  • [기업의 미래, 4차 산업혁명] LG전자, 스스로 척척… ‘딥러닝’ 스마트 가전들

    [기업의 미래, 4차 산업혁명] LG전자, 스스로 척척… ‘딥러닝’ 스마트 가전들

    ‘가전(家電) 신화’로 불리는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가전전시회(CES) 2017’에서 “1등 체질을 LG전자 모든 사업에 이식해 진정한 1등 브랜드가 되겠다”고 밝혔다.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 등 혁신 기술을 집결해 가전과 TV, 스마트폰 등 기존 사업에서 신성장사업인 전장(電裝)에 이르기까지 시장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다.올레드 TV로 초(超)프리미엄 TV 시장을 선점한 LG전자는 올해 독자적인 ‘나노셀’ 기술을 탑재한 ‘슈퍼 울트라 HD TV’를 출시하며 액정표시장치(LCD) TV에서도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전략을 펼친다. ‘나노셀’은 약 1나노미터(㎚) 크기의 미세한 분자 구조를 활용한 기술이다. 극미세 분자들이 색의 파장을 정교하게 조정해 색 재현력과 정확도를 높인다. 사용자가 화면을 정면에서 볼 때와 옆에서 볼 때 색상의 차이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시야각이 뛰어나며, 돌비 비전 등 다양한 규격의 HDR(High Dynamic Range) 영상을 완벽하게 재생한다. 올해는 LG전자가 글로벌 AI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원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CES 2017에서 ‘딥러닝’ 기반의 스마트 가전을 선보였다. 독자 개발한 딥러닝 기술 ‘딥씽큐’를 탑재한 에어컨과 로봇청소기, 냉장고 등은 사용자의 사용 습관과 제품 사용 환경 등을 스스로 학습해 최적의 기능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에어컨은 사용자가 주로 머무르는 공간을 스스로 파악해 집중 냉방하고, 로봇 청소기는 사람의 발과 일반 장애물을 구분해 사람의 발을 넘지 않고 대기하거나 우회한다. LG전자는 CES 2017에서 인공지능 로봇을 공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가정용 허브 로봇은 무선인터넷을 통해 TV와 냉장고, 에어컨 등 가전제품 등을 제어한다. 음악에 맞춰 춤을 추거나 어린이에게 자장가를 들려주는 등 엔터테인먼트 기능도 구현할 수 있다. 공항 안내 로봇은 고객의 질문에 한국어와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4개 국어로 답하며 탑승 시각과 게이트 정보 등을 알려 준다.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서 바닥 소재의 종류와 상관없이 깔끔한 청소가 가능한 공항 청소 로봇과 잔디깎이 로봇도 선보였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 디바이스에서도 혁신을 이어 간다. 구글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세계 최초로 구글 안드로이드 웨어 2.0을 탑재한 ‘LG워치’를 최근 미국에서 공개했으며, 상반기 전략 스마트폰 ‘G6’에는 AI에 기반한 원격 사후서비스(AS)가 탑재된다. ‘G6’는 테두리를 최소화하고 18:9 화면비를 구현한 ‘풀 비전’ 디스플레이를 채택해 한 화면에서 멀티태스킹이 가능한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 미래 신성장사업인 전장사업도 본궤도에 올랐다. LG전자에 따르면 지난해 전장부품 수주 잔고 실적은 2015년 대비 약 30% 성장했다.
  • 오전 5시 ‘책 주가’ 따라 울고웃는 출판사

    오전 5시 ‘책 주가’ 따라 울고웃는 출판사

    책 사재기로 인한 수치 조작 거의 불가능 도서 정렬 순서·웹 노출·검색순위 결정 출판사 ‘책 주가’따라 마케팅 긴급 처방 알라딘 “초베스트셀러 징조도 예견 가능” 서울의 한 출판사 사장 김모씨는 매일 아침 사무실에 출근하면 컴퓨터부터 켠다. 인터넷 서점인 예스24와 알라딘의 웹사이트에 접속해 자사 책뿐 아니라 비슷한 시기에 출간된 경쟁사 책들의 판매 동향을 확인하기 위해 ‘특정 숫자’를 주시한다. 또 다른 출판사 사장은 “그날그날의 희로애락이 이 숫자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넋두리를 늘어놓는다. 매일 등락하는 기업의 주가처럼 국내에 출간된 모든 책에도 ‘주가’가 있다. 예스24의 도서 ‘판매지수’와 알라딘의 ‘세일즈 포인트’다. 두 인터넷 서점이 웹사이트에 공개하는 이 수치는 매일 바뀐다.지난 10일 자정 방탄소년단의 신작 뮤직비디오 ‘봄날’ 티저가 공개된 후 출판계의 이목은 미국의 SF 판타지 작가 어슐러 르 귄의 단편집 ‘바람의 열두 방향’에 쏠렸다. 2014년 12월에 출간된 후 줄곧 1000여 포인트에 머물던 이 책의 예스24 판매지수와 알라딘의 세일즈 포인트는 뮤비 공개 사나흘 만에 3만 포인트로 급상승했다. 이른바 ‘대박 시그널’이다. 하루 5~6권 남짓 팔리던 르 귄의 단편집은 주말 새 시중 서점에 출고된 책들이 싹쓸이되면서 일주일도 안 돼 7000부가 나갔다. 방탄소년단의 뮤직비디오에 르 귄의 소설 속 가상 도시 이름인 ‘오멜라스’가 등장하면서 팬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이다. 두 인터넷 서점 모두 매일 오전 5시 정각에 자사의 인공지능(AI) 알고리즘으로 계산된 ‘업데이트 수치’를 공개한다. 가령 소설가 김훈의 신작 ‘공터에서’의 경우 지난 20일 예스 24에서는 24만 4908포인트, 알라딘에서는 11만 8500 포인트였다가 23일에는 각각 25만 9194포인트, 11만 7285포인트로 한쪽은 오르고 한쪽은 하락했다. 일본 추리소설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출간된 지 4년이 넘었지만 웬만한 국내 작가의 신간보다 포인트가 높다. 독자들이 꾸준히 책을 구입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 수치가 책 판매량은 아니다. 두 서점 관계자들은 자신들만의 알고리즘을 통해 수치를 산출한다고 설명했다. 영업 기밀이자 각사의 노하우인 셈이다. 알라딘의 경우 특정 책의 어제와 1주일, 보름, 한 달, 3개월, 6개월 등 시기별 판매량에 ‘기간 가중치’를 부여해 산출한다. 예스24도 일일 판매량, 주·월·연 단위의 주문건수와 기간 가중치 등을 종합한다. 출판사의 사재기로 인한 수치 조작을 막기 위한 장치도 있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이 특정 책을 100건 주문하는 것과 100명이 100건을 사는 경우의 가중치를 차별하는 식이다. ‘절대 평가’는 불가능하고, ‘상대 평가’만 가능한 이 수치는 그러나 출판사의 책 판매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두 서점이 각자 산정한 포인트를 기준으로 웹에 노출되는 책의 정렬 순서나 검색 순위를 정하기 때문이다. 일반 독자들도 같은 장르나 주제의 책 중 어느 책이 더 많이 선택받고 있는지 포인트 비교만으로 알 수 있다. 국내에 유통되는 도서 판매량은 각 출판사들의 영업 비밀이다. 그러다 보니 주먹구구식의 ‘숫자 전쟁’이 벌어진다. 출판사마다 자사 책의 포인트 정보와 판매량을 토대로 자체 ‘공식’을 만들어 경쟁사 책들의 판매량을 추산한다. 한 단행본 출판사 편집자는 “경쟁 책이 더 팔린다고 판단될 경우 자사 책의 마케팅 활동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노출을 강화하는 식의 긴급 처방을 한다”고 전했다. 알라딘 관계자는 “출판사마다 꿈꾸는 초베스트셀러 징조도 포인트 등락을 통해 예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출판계에서 포인트를 판매량으로 변환하는 공식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지만 출판사 자체 집계는 거의 공신력이 없다”며 “사람이 계산할 수 없어 컴퓨터 시스템에 맡길 정도로 산출 공식이 복잡하다”고 덧붙였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씨줄날줄] 수제 번역/황수정 논설위원

    [씨줄날줄] 수제 번역/황수정 논설위원

    독일의 문호 헤르만 헤세는 우리에게 소설과 산문으로 익숙하다. 원래 그는 시인이었다. 화가이기도 했다. 시인이자 화가였던 헤세의 글은 그래서 더 미려했을지 모른다. 시처럼 그림처럼 산문을 썼으니 언어 미(美)의 절정이 궁금하면 그의 산문을 읽어 보라고들 한다.헤세의 산문을 텍스트 삼아 뜯어 읽고는 한다. 고향과 자연을 찬미한 그의 대표 산문 ‘그리움이 나를 밀고 간다’를 몇 번 읽어도 고백건대 소문만큼의 감동을 맛본 적 없다. 첫손에 꼽히는 헤세 전문가의 번역본인데도 그렇다. 언어의 조탁에 무릎을 치는 감동까지 기대할 수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원문에 충실한 직역은 자칫 암호 해독서가 되고 만다. 그렇다고 지나친 의역은 원작의 결을 망가뜨린다.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좋은 번역이다. 헤세의 행간을 생생히 느끼고 싶어 열혈 독자들은 아예 독일어를 배운다. 눈 밝은 독자는 출판사보다 번역가의 면면을 따진다. 궁합이 맞는 저자와 번역가가 따로 있다.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번역가 이세욱,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양윤옥, 히가시노 게이고는 김난주·양억관이 짝을 이루는 식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작품 세계를 연구하거나 직접 교류하면서까지 원작자의 의중을 꿰뚫는 번역가들이기 때문이다. 어떤 원작자는 출판사와 계약할 때 특정 번역가를 지목하는 까탈을 부린다. 행간의 묘미를 전달하는 문학작품에서 번역가는 원작의 생사여탈권을 쥔다. 최초의 독자이면서도 “천 겹 언어의 베일을 지나 독자에게 가닿는 순간 사라져야 하는 사람”(번역가 김남주)이다. 그들에게 최고 찬사는 ‘번역 같지 않은 번역’이다. 원작자 앞에 나서서도, 텍스트를 뛰어넘어서도 안 된다. 도무지 기계로는 감 잡기 어려울 번역의 불문율이다. 그제 세종대에서 열린 인공지능(AI) 번역기와의 대결에서 인간 번역사가 압승했다. AI 번역기가 인간의 수준에 얼마나 근접했는지 가늠하는 자리였다. 수필, 소설 등 문학 부문에서 AI의 번역 품질은 특히 더 떨어졌다. 인간 언어 영역의 감성을 따라잡기는 역부족이라는 관전평을 위안 삼아야 할지, 언어의 뉘앙스가 바둑의 수보다 훨씬 많다니 당분간은 안도해도 좋은 건지 씁쓸하다. AI 번역이 미래의 고부가가치 산업이 될 거라는 전망이다. AI가 인간 번역가의 자질과 행간 읽기 능력까지 흉내 내는 날이 온다면 서점 풍경도 바뀌지 싶다. 발 빠른 출판사는 인간 번역가의 ‘수제(手製) 번역서’를 한정판으로 찍어 명품족 독자를 유인할지 모른다. 아무래도 궁금하다. 언젠가 그날, AI는 이 문장을 어떻게 영문으로 옮길까. “온종일 뿌윰하고 두터운 햇살이 별당 뜨락에 들어차더니 … 팔월 한가위는 투명하고 삽삽한 한산 세모시 같은 비애는 아닐는지.”(박경리 ‘토지’ 중) 황수정 논설위원 sjh@seoul.co.kr
  • SKT AI비서, 내 목소리 알아듣고 돌아보네

    SKT AI비서, 내 목소리 알아듣고 돌아보네

    SK텔레콤은 이달 27일부터 3월 2일까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7)에서 인공지능(AI) 로봇을 선보인다고 22일 밝혔다.SK텔레콤이 선보일 차세대 AI 로봇은 음성 인식과 영상 인식 기술이 결합된 탁상형 기기로, 카메라 및 화면이 장착된 헤드 부분이 특징이다. 이용자가 기기를 부르면 목소리를 인식해 헤드 화면 부분이 이용자 방향으로 회전한 뒤 계속 이용자를 따라다닌다. 헤드의 움직임과 화면 그래픽을 활용해 감성적인 표현을 할 수 있으며, 손 동작 인식 기능도 적용해 통화 중 손바닥을 내밀면 작동이 멈춘다. SK텔레콤은 독자 개발한 ‘지능형 영상인식 솔루션’을 탑재해 얼굴 인지 기반의 개인화 시스템도 구축할 계획이다. SK텔레콤은 유아용 토이봇 시제품도 선보인다. 실시간 커뮤니케이션 솔루션을 적용해 자녀가 “엄마 보고 싶어”라고 말하면 부모와 통화할 수 있다. 대화형 AI 시스템 ‘누구’와 연동한 펫봇과 커머스봇 등 외부 개발사의 AI로봇 시제품 2종도 함께 공개한다. 펫봇 ‘아이지니’는 누구와 연동해 사람의 말을 이해하고 명령을 수행할 수 있다. 퓨처로봇이 개발한 커머스봇 ‘퓨로 데스크’는 손님 접견과 안내, 결제 서비스가 가능하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열린세상] 제4차 산업혁명, 대안인가 신화인가/전범수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열린세상] 제4차 산업혁명, 대안인가 신화인가/전범수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2016년 다보스포럼에서 발표된 제4차 산업혁명의 화두가 국내 업계와 학계, 그리고 공공 영역을 뒤덮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AI)이나 로봇, 사물인터넷(IoT) 등의 새로운 기술이나 서비스들을 통한 새로운 가치 창출 방식을 설명한다. 이는 사회를 구성하는 개인들 간 상호작용이 디지털화와 인터넷 연결을 통해 이루어지면서 기존의 산업사회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사회 및 경제 공간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희망이 반영된 개념이다. 제4차 산업혁명은 기술 진보에 바탕을 둔 전통적인 산업혁명과 궤를 같이하는 또 다른 진화 과정이다. 제1차 산업혁명은 18세기 유럽 및 미국의 제조업 중심 기술 발전을 바탕으로 시작된 구조적 변화들이다. 이후 2차부터 3차에 이르는 일련의 산업혁명들도 기술 진보를 통해 기업 효율성을 높여 신규 및 해외 시장을 창출할 수 있게 한 동력이었다. 제4차 산업혁명은 디지털 혁신을 바탕으로 하는 초연결성과 초지능성을 핵심 요소로 갖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을 포함해 로봇, 사물인터넷, 무인자동차, 3D 프린팅, 나노 기술 등이 제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 가는 핵심 기술들이다. 제4차 산업혁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2개의 핵심 방향성을 살펴보아야 한다. 첫째는 글로벌 시장에 적용될 수 있는 새로운 디지털 기술이나 서비스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아마존 등과 같은 글로벌 디지털 기업들이 검색이나 소셜 네트워크, 물류 및 정보 등의 유통 분야에서 독자적인 서비스 모델과 지적재산권을 확보했다는 점을 잘 살펴봐야 할 것이다. 새로운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차별적이면서 글로벌 디지털 시장에 적용될 수 있는 최적 기술 확보가 필요하다. 둘째, 제4차 산업혁명을 뒷받침하는 핵심 기술들은 대부분 효율성이나 생산성을 높이는 데 활용될 것이다. 신기술이 기획되고 만들어지는 근본 이유는 바로 효율성 기반의 사회와 산업의 구조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아날로그 서비스를 포함해 연결성이 취약한 고립된 서비스, 정보 처리 속도가 늦은 저효율 서비스들은 조만간 시장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제4차 산업혁명을 통해 만들어진 서비스들은 기존 인간 노동을 대체할 것이며 인간 중심의 사회 공동체를 약화시킬 가능성도 적지 않다. 다보스포럼에서 제안된 제4차 산업혁명은 산업 생산성을 단기 목표로 설정했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신기술을 활용해 글로벌 시민들의 소득 및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기업이나 산업 효율성 및 생산성이 커질수록 일반 시민들은 더 낮은 가격으로 더 많은 효용을 갖게 될 것이라는 기대다. 이는 마치 새로운 디지털 기술이 미래의 성장과 삶의 질을 높일 것이라는 기술 유토피아적인 시각을 보여 준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또 다른 그림자들이 적지 않다. 새로운 기술 발전을 통해 성숙하게 될 4차 산업혁명의 사회에서 물리적 부의 총량은 늘어나겠지만 한편으로 개인이나 기업들 간에 부의 불평등 폭은 더욱 커질 수 있다. 개인 또는 기업들 간에 새로운 기술을 소유하거나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의 차이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소수의 소프트웨어 기획자들이 운영하는 로봇이나 시스템에 의한 인간 노동 대체가 심화되면서 고용 창출보다는 고용 축소가 현실화될 수도 있다. 특정 집단으로의 기술 독점 사회는 필연적으로 공동체 약화와 사회적 긴장감을 높일 수도 있다. 그래서 미래 제4차 산업혁명 논의에는 새로운 기술로 파생될 수 있는 인간 노동의 대체 가속화를 포함해 재능이나 지적재산권 및 정보를 자유롭게 소유, 활용할 수 있는 자와 그렇지 못한 자들 간의 경제적 부의 양극화, 그리고 사회적 공동체 약화 등이 추가로 포함돼야 할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제4차 산업혁명이 지향하는 목표는 산업의 생산성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삶의 질과 정신적인 행복감을 높이는 방향이어야 한다. 그래야 미래 기술 발전을 위해 투입되는 시간과 비용의 정당성이 더욱 강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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