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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원, 전광훈 목사 “교회 철거 멈춰달라” 신청 기각

    법원, 전광훈 목사 “교회 철거 멈춰달라” 신청 기각

    전광훈 목사 측과 보수단체들이 전 목사가 담임목사로 있는 서울 성북구의 사랑제일교회 철거를 멈춰달라며 낸 강제집행 정지신청을 법원이 26일 기각한 사실이 알려졌다. 29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민사11부는 이달 9일 전 목사 측과 보수단체들이 장위10구역재개발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강제집행 정지신청을 기각했다. 앞서 사랑제일교회는 지난달 14일 부동산 권리자인 장위10구역 재개발조합이 낸 명도소송에서 패소했다. 이에 따라 조합이 부동산을 점유하고 있는 사랑제일교회 건물을 강제철거를 할 수 있게 되자 전 목사 측은 지난달 말 법원에 강제집행 정지신청과 함께 항소를 제기했다. 전 목사 측은 재개발조합이 명도 소송을 제기한 부동산 건물은 사랑제일교회 뿐 아니라 기독자유당, 대한민국바로세우기운동본부(대국본) 등 보수단체도 함께 사용하고 있어 교회만을 상대로 일방적으로 진행한 소송은 법적 효력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사랑제일교회, 교회 건물을 사용하는 5개 보수단체 등이 잇따라 법원에 낸 강제집행 정지신청은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조합은 승소 판결 이후인 이달 5일과 22일 사랑제일교회를 상대로 명도집행을 시도했으나 신도들의 반발로 두 차례 모두 철수했다. 사랑제일교회는 장위10구역 중앙에 위치해 있어 재개발 사업 진행을 위해서는 반드시 철거해야 한다는 게 조합 측 입장이다. 현재 장위10구역 조합장은 사업 지연 등을 이유로 지난달 사임한 상황이다. 새로운 조합장을 선출한 뒤에야 사랑제일교회와의 협상을 진행할 수 있다. 조합 관계자는 “이미 대다수 주민들은 이주를 한 상태라, 지금 장위10구역에는 교회만 우두커니 있다”고 설명했다. 사랑제일교회는 교인 감소와 재정손실, 새로운 교회를 짓기 위한 건축비 등의 명목으로 563억원의 보상금을 요구했으나, 서울시 토지수용위원회는 보상금을 82억원으로 산정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마음의 소리’ 완결…조석 “다른 웹툰도 열심히 할 것”

    ‘마음의 소리’ 완결…조석 “다른 웹툰도 열심히 할 것”

    30일 14년 만에 1229화로 마무리최장기간 무휴재 기록 등 성실성 유명조석 작가의 인기 웹툰 ‘마음의 소리’가 13년 9개월 22일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한다. 네이버웹툰은 ‘마음의 소리’가 30일 1229화를 끝으로 완결한다고 29일 밝혔다. 2006년 9월 8일 연재를 시작한 이 작품은 작가의 일상을 기반으로 서울 은평구에 사는 한 가족의 모습을 코믹하게 그려 큰 사랑을 받았다. ‘마음의 소리’는 작가의 성실성으로도 유명하다. 2016년 첫 휴재 전까지 ‘최장기간 무휴재’를 기록했고 그 흔한 지각도 하지 않았다. 누적 조회수 70억 건, 누적 댓글 수 1500만건 등 인기도 꾸준했다. 높은 대중성을 인정받아 2007~2009년 대한민국 만화대상 인기상, 2017년 대한민국 만화대상 대상을 받기도 했다. 2016년에는 KBS 시트콤과 애니메이션, 게임으로도 제작됐다. 조석 작가는 연재를 마치며 “다 그렸다는 마음으로 ‘마음의 소리’를 마칠 수 있어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면서 “은퇴가 아니니까 이 마음을 갖고 다른 웹툰도 열심히 그리고 싶다”고 소회를 전했다. 지난 17일 조석 작가의 소셜 채널을 통해 완결 소식이 알려지자 독자들은 “아직 끝나면 안돼요”, “오랜 시간 수고 많았어요”, “연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등 댓글을 통해 아쉬움과 감사의 메시지를 전했다. 네이버웹툰은 ‘마음의 소리’ 완결을 맞아 29일 밤 11시 동료 작가들의 축전과 굿바이 영상이 포함된 이벤트 페이지를 공개하고 ‘다시 보는 레전드 모음’ 서비스를 제공한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이해찬 “법 개정 불사”…與 ‘공수처 출범’ 정면 돌파 의지

    이해찬 “법 개정 불사”…與 ‘공수처 출범’ 정면 돌파 의지

    공수처 출범 시한 7월 15일야당 2명 반대하면 후보 추천 못해與, 후보추천 규칙 개정 추진할 듯더불어민주당이 29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오는 7월 15일 법정 시한 내 출범시키기 위해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현재는 공수처장 후보자 추천위원 7명 중 6명이 찬성해야 공수처장 후보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야당 몫 2명이 반대하면 공수처 출범이 기약없이 미뤄질 수 있다. 민주당은 관련 법 개정을 해서라도 공수처를 반드시 시한 내에 출범시키겠다고 미래통합당을 압박했다. 이해찬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수처 설치는 검찰개혁의 핵심”이라며 “(미래통합당이) 방해한다면 공수처법 개정을 포함한 특단 대책으로 반드시 신속하게 공수처를 출범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통합당은 법률이 정한 자신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장 후보자 추천위원은 야당 몫 2명을 포함해 총 7명이며, 추천위원 가운데 6명이 찬성해야 공수처장 후보자 추천이 가능하다. 공수처 출범 시한은 7월 15일이다. 이 대표는 “21대 국회 상반기에 민주당은 검찰개혁을 마무리 짓겠다”면서 “공수처 설치는 검찰개혁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요즘 검찰이 검언유착, 조직 감싸기, 내부 분란 등 난맥상을 보이며 국민의 신뢰를 잃는데, 공수처는 이런 문제를 방지하는 강력한 장치”라며 “반드시 시한(7월 15일) 내 출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에서 21대 국회 원 구성을 마무리하는 대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해 국회법, 인사청문회법 개정안,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 운영규칙 등 이른바 ‘공수처 후속 3법’ 처리에 나설 방침이다. 법사위 민주당 간사인 백혜련 의원은 야당이 기한 내 공수처장 후보를 추천하지 않으면 국회의장이 교섭단체를 지정해 후보자를 추천하도록 하는 내용의 공수처장 후보추천위 운영규칙안을 지난 1일 대표발의했다. 제1야당이 공수처장 후보자 추천위원 추천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이를 제2야당에 주는 것으로, 통합당의 후보 추천 거부를 무력화할 수 있는 방안이다.이에 대해 백 의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원 구성 합의가 안 되면 민주당 독자로 공수처 출범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된다”며 “운영위원회가 인사청문회법 개정안 등 공수처 후속법안을 1호로 처리한 뒤 법사위로 넘겨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가 “국회의 견제를 받지 않는 괴물 사법기구가 탄생하는 것을 방치할 수 없다”고 비판한 데 대해서도 팩트체크를 하며 공수처 출범의 정당성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설훈 최고위원은 “공수처장 후보자 추천위원 7명 중 야당 몫 2명이 반대하면 추천이 불가능한 구조이기 때문에 (주 원내대표의) 폭언은 사실을 심각히 왜곡했다”고 반박했다. 법사위 소속 박범계 의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현재 공수처 제도는 야당이 완전히 통제 가능하다”며 “국민 80%에 가까운 지지를 받은 공수처법을 완전히 백안시하는 것으로 한번 해보자는 말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목표달성률 ‘999%’ …자화자찬 안양시 성과보고서 괜찮나요?

    목표달성률 ‘999%’ …자화자찬 안양시 성과보고서 괜찮나요?

    경기 안양시가 매년 작성하는 ‘예산성과보고서’가 재정성과목표관리제도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형식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시에서 추진하는 사업 대부분은 정량평가에 치우쳐 질적인 성과분석을 정책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29일 안양시에 따르면 식품안전과 동물보호사업 목표달성률은 999%로 매우 경이적이다. 동물을 보호하고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거창한(?) 사업이지만 이를 평가하기 위한 성과지표는 동물등록실적 단 한 항목뿐이다. 동물등록 400마리가 목표였던 2018년 달성률도 무려 627%나 됐다. 그럼에도 성과를 부풀리려고 일부러 2019년 목표를 지난해처럼 낮게 잡았거나 동물등록 예상 수치가 크게 어긋났던지 둘 중 하나다. 예결특위 예산결산종합심사에 참여한 한 시의원은 “동물등록률 큰 폭 증가에 따른 유기견 문제, 물림사고, 동물학대 등에 대한 관련 대책이나 분석은 찾아볼 수 없다”며 보고서 부실을 지적했다. 성과보고서 작성은 지난해 목표율이나 성과를 분석해 다음해 정책에 반영, 시행착오를 줄이고 더 나은 사업 결과를 꾀하기 위한 제도다. 이런 문제는 단지 식품안전과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다양한 홍보매체를 통한 시정홍보’가 정책사업 목표인 홍보기획관 성과지표 역시 시정소식지 제작‘뿐이다. 측정방법도 단순히 계획한 부수를 발행했는지 여부다. 소식지 월간 ‘우리안양’은 매월 7만부 연 84만부 발행한다. 연이어 100% 목표를 달성한 사업이지만 부실한 부분이 많다. 한 묶음이 수십 권인 ‘우리안양’ 여러 다발이 버려진 채 발견됐고 중복 배달되는 등 독자인 시민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예결특위에서 잇따라 제기됐다. 일각에선 발행만 하면 모든 시민이 보는 것은 아니라며 정확한 배달이나 구독·열독률. 내용에 대한 상황 파악과 분석 등 체계적인 관리를 하지 않는다면 예산만 낭비하는 꼴이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정책기획 및 발굴’은 정책기획과의 주요 사업목표 중 하나다. 성과지표로 ‘시민참여위원회 회의 개최 횟수’. ‘공약이행 평가단 평가‘, ‘아파트 옆 시민연단’ 등 3개로 그중 많다. 하지만 측정방법은 회의 개최나 운영 횟수로 단순히 정량평가일뿐이다. 입법 예고 법안에 대한 시민의견을 구하는 시민참여위원회 운영도 시민이 제기한 의견이나 반영 여부 등에 대한 평가나 분석은 없었다. 일자리정책과 대학생 행정체험연수 또한 마찬가지다. 청년에게 행정 업무 기회를 제공해 직장문화 이해와 취업에 도움을 주려는 좋은 취지의 사업이지만 이들이 어떤 경험을 했고 행정에 대한 생각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성과지표는 모집 연수생 수 단 하나다. 한 시민은 “연수가 끝나고 설문조사나 간단한 토론 등을 통한 사업의 질적인 성과와 분석이 필요하다”는 말했다. 각 부서 담당 과장들도 성과보고서의 정량평가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는 분위기다. 하지만 “행정안전부 지침에 따라 평가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시의원은 “성과보고서는 담당 부서에서 목표를 설정하고 자제 평가하고 있어 문제점과 한계가 있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면서도 “정성평가를 도입해 사업 성과지표를 다양화하고 사업에 대한 분석과 평가를 하려는 최소한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r
  • 블랙핑크, BTS도 넘었다… 신곡 공개 32시간 만에 1억뷰

    블랙핑크, BTS도 넘었다… 신곡 공개 32시간 만에 1억뷰

    무대영상 스트리밍 동시 접속 21만명 60개국서 아이튠즈 ‘톱 송’ 차트 정상 국내 걸그룹 중 ‘최다 지역 1위’ 대기록 블랙핑크가 미국의 유명 토크쇼에서 신곡 무대를 첫 공개했다. 뮤직비디오와 음원도 발표하자마자 전 세계 팬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으며 새로운 기록들을 써 가고 있다. 블랙핑크는 26일(현지시간) 미국 NBC ‘더 투나이트 쇼 스타링 지미 팰런’에 화상으로 출연해 이날 발매한 신곡 ‘하우 유 라이크 댓’(How You Like That) 무대를 선보였다. 한국적 문양과 고름 등 한복을 차용한 무대의상을 입고 자신감 넘치는 퍼포먼스를 보여 줘 더욱 눈길을 끌었다. 한복 디자인과 노리개는 이들의 뮤직비디오 일부 장면에도 등장해 화제가 됐다. 이날 유튜브로도 중계된 지미 팰런 쇼의 무대 영상은 스트리밍 동시 접속자 수가 21만명에 달했다. 지미 팰런은 무대에 앞서 “현재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그룹”이라면서 “현상(phenomenon)이라는 말로 표현이 되지 않는다. 이 그룹을 위해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야 한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지미 팰런은 레이디 가가와의 협업과 빌보드 차트 성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구독자 수 등 블랙핑크가 가진 기록들에 대해 언급하자 제니는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얼어붙게 된다”면서 “그저 우리를 사랑해 주는 팬들에게 감사한다”고 답했다. ‘하우 유 라이크 댓’은 블랙핑크가 1년 2개월 만에 내놓은 신곡으로 오는 9월 나올 정규 1집 수록곡이다. 지난 26일 오후 6시(한국시간) 전 세계 동시 발매된 뒤 60개국에서 아이튠즈 ‘톱 송’ 차트 정상을 차지했고 국내 주요 음원 차트에서도 1위를 기록하며 국내 걸그룹 가운데 사상 최다 지역 1위라는 기록을 세웠다. 뮤직비디오는 유튜브에 공개한 지 32시간 만인 28일 오전 2시 23분쯤 조회수 1억건을 돌파했다. 앞서 방탄소년단의 ‘작은 것들을 위한 시’(Boy With Luv)가 37시간 37분 만에 1억뷰를 달성한 것이 종전 최단 시간 기록이다. 블랙핑크는 28일 SBS TV ‘인기가요’를 통해 국내 컴백 무대를 갖고 팬들과 만났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김연수 작가 “‘듣는 연재’는 책읽기 경험… 종이책 독자들 돌아왔으면”

    김연수 작가 “‘듣는 연재’는 책읽기 경험… 종이책 독자들 돌아왔으면”

    어떤 새로운 제안을 받으면 이리저리 재고 따지며 머뭇거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호쾌하게 “그거 재미있겠네요”라고 답하는 이도 있다. 소설가 김연수(50)는 후자에 가까운 사람인 듯하다. 1994년 등단한 뒤 그의 이력을 살펴보면 ‘일탈’의 흔적을 간간이 찾을 수 있다. 영화 감독 홍상수의 2008년 작품 ‘잘 알지도 못하면서’에 바람둥이 영화감독 역할로 출연해 연기자로 데뷔를 했다. 2012년에는 ‘가끔은 널 볼 수 있는 것 같아’ 공연을 통해 용산역 대합실에서 행인들을 관찰하며 즉흥적 이야기를 만드는 행위 예술을 보여줬다. 대학 진학을 할 때는 천문학과를 희망한 ‘이과생’이었지만 결국 영문학과에 입학했고, 대학생 때 이미 등단했으면서도 졸업 후에는 잡지사 기자도 거쳤다. 김 작가는 산문집 ‘소설가의 일’을 통해 “내게는 처음 하는 일은 다 재미있을 것 같다는 선입견이 있어서 늘 고민이다. 그 선입견은 삶의 신조가 돼 버렸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네이버파트너스퀘어에 ‘태블릿 PC’와 ‘스마트워치’로 무장을 하고 나타난 김 작가의 모습은 골방에 틀어박혀 하루종일 원고지에 글자를 끄적이는 것으로 대표되는 뭇 소설가들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김 작가의 ‘그거 재미있겠네요’ 습관은 요즘도 계속되고 있다. 그는 요즘 8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 소설 ‘일곱 해의 마지막’을 네이버의 오디오 콘텐츠 플랫폼인 네이버 오디오클립에 ‘목소리’로 연재하고 있다. 김 작가가 몸과 마음에서 직조한 소설을 자신의 목소리와 리듬, 호흡으로 오롯이 읽어내는 ‘오디오북’은 지난 1일부터 26일까지 총 20회 연재됐다. 종이책으로는 7월 1일에 나온다. 책이 나온 뒤에도 20개로 쪼개진 오디오북은 무료로 공개되다가 3개월 뒤에 유료로 전환된다. 전문 성우가 읽어주는 오디오북이야 이전에도 많았지만 집필 작가가 직접 녹음하고 종이책이 나오기 한 달 전에 이를 무료로 연재하는 것은 국내 첫 시도이자 실험이다. “처음에 네이버에서 제안했을 때는 사람들이 넷플릭스나 유튜브를 보지 시간 내서 소설을 듣겠느냐 생각했어요. 종이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이러다가 책이 없어지는 것 아니냐’는 거부감도 있었죠.” 하지만 그는 금세 마음을 달리 먹게 됐다. “읽어주는 재미가 되게 각별한 게 있거든요. 책을 쓸 때 어떤 독자들이 이것을 읽게 될지 상상을 하는데 이번에는 출근길 지하철에서 (오디오북을) 듣고 있는 장면을 그려봤어요. 그렇게도 읽게 되는구나 생각을 해보니 더 흥미진진해졌습니다.” 김 작가는 “만약에 영상으로 바꾸거나 드라마처럼 목소리를 연기를 해야 한다면 (본래 소설과는 느낌이) 바뀐다고 보는데 작가가 직접 무미건조하게 오디오북을 읽어주는 것은 책에서 문장을 읽는 것과 다르지 않다”면서 “(오디오북을 통해서도) 읽기의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힘줘 말했다. 소설 집필과 오디오 녹음은 이미 지난 5월에 모두 마쳤다. 네이버 오디오클립 관계자는 “보통 성우들도 20분짜리 녹음이면 실제로 걸리는 시간은 그 3배가 될 정도로 많이 틀리는데 김 작가는 1.5~2배 정도밖에 시간이 안 걸려 스태프들도 모두 놀랐다”며 ‘아마추어 성우’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자 김 작가는 “동료 작가들이 ‘너의 목소리를 누가 듣겠느냐. 사투리(경북 김천 출신)는 어쩔 거냐’고 우려했다”고 웃음 지으며 “처음에는 내가 읽어야만 하는가 생각을 했지만 역시 내가 쓴 글이니깐 어디서 끊어 읽어야 할지 잘 알겠더라. 주변에서도 생각보다 잘 읽고 잘 들린다는 평가를 건넨다”고 했다. 이번에 출간하는 ‘일곱 해의 마지막’은 백석 시인의 북한에서의 삶을 그린 작품이다. 그는 1987년 납·월북 작가의 해금 조치 이후인 대학생 때 백석의 작품을 처음 접한 뒤 탐닉해왔다. 이후 백석이 북한에서 살다가 숙청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에는 ‘나중에 그에 대한 소설을 쓰겠노라’ 마음먹었다고 한다. 그러던 차에 2010년대 들어 자료가 풀리면서 국문학 연구자들이 북학 문학 연구를 활발하게 하면서 백석 시인의 삶을 더 깊숙이 들여다보고 체감해볼 수 있었다. “모든 정보를 다 끌어모아서 시인에게 알려진 개인사의 징검다리를 잇고 그 사이의 빈 곳을 메꿔야 했죠. 처음에는 ‘북한 정권 밑에서 순수시를 쓴 사람이 과연 어떻게 했을까’에서 시작했는데 백석 시인이 (북한 정권에 의해) 삼수로 쫓겨났을 때쯤의 나이가 되니까 알게 됐습니다. 이분도 선택의 강요를 받은 것이고 저도 어떤 경우에는 선택의 강요를 받겠지요. 원하지 않는 삶을 선택하지 않는 것은 ‘어른의 용기’인 것 같습니다. 그 분의 인생이 저에게 질문을 던지더라구요. ‘인생은 선택인데 어느 쪽을 택할 것이냐’. 삼수로 쫓겨나 무명의 시인으로 죽은 것은 완전한 실패지만 만약 이분이 찬양시를 썼다고 하면 지금 남아 있는 시는 빛이 다 바래게 됐을 겁니다. 나중에 가면 이 실패가 성공이 될 것이라고 믿을 수 있을까요.” 여가 시간에 책을 잡기보단 넷플릭스나 유튜브를 보는 이들이 많아진 ‘영상의 시대’지만 김 작가는 이번 ‘듣는 연재’가 잠시 책을 잊었던 이들이 돌아오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그는 “처음부터 오디오북을 한다고 정한 뒤 글을 썼기에 신경을 쓰기는 했다. 연재 초반에는 이야기 속도가 빨리 진행되게 했다. 독자들이 초반에 듣다가 지겹다고 이탈하면 그다음 이야기를 못 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글 쓰는 스타일을 바꾸지는 않았다. “과한 욕망일 수 있지만 독자들이 소설을 최소 두 번을 읽어줬으면 좋겠어요. 종이책만 두세 번 읽기는 어려운데 오디오북으로 한 번 듣고 책이 나온 뒤 또 읽으면 굉장히 깊게 읽을 수 있겠구나 싶거든요.” 김 작가의 색다른 도전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어떨까. 그는 “테크놀로지 쪽에서는 종이책이 대중성이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문학계에서는 기존 분야가 침해를 당했다며 서로의 접합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작가 스스로는 움트는 희망의 싹을 품고 있다. 그는 “일단 희망을 가지고 시작했다. 오디오북에서도 종이책을 읽던 경험을 똑같이 느낄 것으로 기대한다. 이것이 다시 종이책을 읽는 일로 연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네이버 오디오클립은 김 작가의 ‘듣는 연재’가 끝나면 이후 김금희, 임경선 작가로 프로젝트를 이어갈 예정이다. 김 작가가 “잘하지 못하더라도 재밌으니깐 이것저것 해왔는데 이건 한 번 더 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자 오디오클립 관계자가 이를 놓치지 않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번 더, 한 번 더!”. 김 작가와 네이버의 새로운 도전이 성공으로 기억될지 문학계와 정보기술(IT) 업계 모두 주목하고 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블랙핑크 유튜브 신곡 공개, 방탄소년단 기록 뛰어넘어

    블랙핑크 유튜브 신곡 공개, 방탄소년단 기록 뛰어넘어

    한국 YG엔터테인먼트 소속의 여성 밴드 블랙핑크의 유튜브 영상 조회 수가 방탄소년단(BTS)의 기록을 넘어섰다. BBC는 최근 블랙핑크가 유튜브를 통해 발표한 신곡 ‘하우 유 라이크 댓’의 첫 방송에 165만명의 팬들이 몰려들었다며 이는 지난 2월 방탄소년단의 기록을 넘어선 숫자라고 보도했다. 28일 현재 블랙핑크의 신곡 뮤직비디오는 1억 1000회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인기몰이 중으로 팬들은 조회수 10억회는 너끈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약 1년여 만에 활동을 재개한 블랙핑크는 지난해 한국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유튜브 조회수 10억회를 기록했다. 블랙핑크의 신곡 뮤직비디오는 역사상 가장 빨리 유튜브 조회수 1억회를 돌파했는데 이는 26일 오후 6시 ‘How You Like That’이 공개되자마자 32시간 만에 세워진 기록이다. 지난 2월 방탄소년단의 유튜브를 통한 신곡 발매는 154만명의 동시 접속자 숫자를 기록한 바 있다.블랙핑크는 또한 유튜브에서 가장 구독자가 많은데 약 3750만명의 블랙핑크 구독자이자 팬들은 ‘블링크’라 불린다. BBC는 2016년 한국 서울에서 결성된 블랙핑크가 빠른 속도로 가장 인기있는 케이팝의 주인공이 되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블랙핑크는 미국 코첼라 뮤직 페스티벌에서 공연한 최초의 한국 가수이자, 지난해 영국 인기곡 순위에서도 ‘킬 디스 러브’로 큰 성공을 거뒀다. 한편 미국 인기 토크쇼에 ‘더 투나잇쇼 스타링 지미 팰런’에 화상으로 출연한 블랙핑크는 한복을 응용한 무대 의상으로 큰 관심을 모았다. 지미 팰런은 블랙핑크를 “현재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그룹”이라고 소개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손 세정제 마셨다가…美 뉴멕시코서 3명 숨지고 3명 중태

    손 세정제 마셨다가…美 뉴멕시코서 3명 숨지고 3명 중태

    미국 뉴멕시코 주에서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널리 사용 중인 손 세정제를 마신 뒤 3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26일(현지시간) 뉴멕시코 주 보건당국은 손 세정제를 섭취한 뒤 총 3명이 숨지고 3명이 중태에 빠졌으며 이중 한 명은 영구적으로 시력을 잃었다고 밝혔다. 뉴멕시코 주 독성물질감시센터(PCC)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달 7일과 29일 발생했으며 국민들에게 경각심을 주기위해 사례로 발표됐다. 이들이 황당하게도 손 세정제를 마신 이유는 모두 알코올 중독과 관계가 깊다. PCC 측은 "노숙자 커뮤니티 내의 약물 및 알코올 중독자들이 손 세정제를 술의 대용품으로 소비하고 있다"면서 "특히 메탄올이 함유된 손 세정제를 마시면 건강의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지난 22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멕시코 기업이 생산한 손 세정제 9종에서 메탄올과 메틸알코올 등 독성이 포함된 물질이 발견돼 사용 중지를 권고한 바 있다. FDA에 따르면 메탄올에 중독되면 메스꺼움, 구토, 두통, 실명, 신경계 손상 등을 일으킬 수 있으며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어 손 세정제 원료로 사용되서는 안 된다. 결과적으로 뉴멕시코 주의 피해자들은 메탄올이 함유된 손 세정제를 술처럼 마셔 비극을 맞은 셈이다. 뉴멕시코 대학 브랜든 워릭 교수는 "메탄올을 삼키면 독소가 시신경과 뇌를 손상시켜 실명은 흔한 부작용"이라면서 "역사적으로 술을 찾기 힘든 시기에 메탄올 중독이 늘어난다"고 밝혔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특별기고] ‘녹색평론’ 발행인 김종철 선생을 추모하며

    [특별기고] ‘녹색평론’ 발행인 김종철 선생을 추모하며

    셀수없이 많은 이들에게 스승으로 남는 분들이 있다.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이 그렇다. 자신에게 충성하는 제자를 계수하는 속좁은 직업꾼과 달리, 선생은 이미 피하고 싶어도 스스로 거대한 사상 공동체의 초석이었다. 선생의 글을 읽는 독자는 자신도 모르게 도반(道伴)을 자청한다.어설픈 너스레로 살아온 나 역시 그를 사숙해온 ‘나 홀로 제자’였다. 어제 갑자기 선생의 부음을 들었다. 버스창에 스쳐 지나가듯, 며칠에 한번씩 존경하는 분들의 부음(訃音)을 듣지만, 선생의 부음은 너무 갑작스러워 눈물도 안 나왔다.김종철 선생을 처음 만난 건 지난 2012년 4월 6일 ‘리얼리스트’에 선생님 인터뷰를 싣기로 해서 노지영 평론가와 함께 찾아 뵈면서였다. 도서출판 녹색평론, 달랑 방 두 칸의 작은 공간인데 왜 그리 큰 출판사로 보였는지. 영적인 눈으로 보면 물리적인 크기가 달리 보인다다. ‘4대강 재앙사건’과 ‘후쿠시마 사건’이라는 지리멸렬한 시대에, 선생의 표정은 어두웠다. “독일과 일본의 차이를 이야기하자면 독일에서는 68혁명의 세대가 나중에 녹색당 창당으로 귀결되면서 녹색운동, 시민운동으로 들어갑니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전공투 세대가 대부분 대기업으로 들어가 버리면서 오늘날 독일과 일본의 차이가 생겨버렸지요. 일본이 보이는 ‘무책임의 체계’하고도 관계가 있을 겁니다.” 이명박 시대의 총선 전이었는데, 선생께서 지지하던 녹색당은 1석도 가망이 없었다. “지금처럼 계속 가면 도시는 장기 지속이 불가능하죠. 농업 인구가 전체 인구의 7%밖에 안 되는데, 적어도 50%까지 올라가야 합니다. 그래야 안정된 사회가 될 수 있고 지속 가능한 사회가 될 수 있죠. 비정규직 문제도 농업인구를 늘리는 방법으로만 해결할 수 있습니다. 모여서 살면 농사가 그렇게 힘들지 않습니다. 혼자서 하려면 고달파지죠. 준비를 해야죠. 당장 실행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도시적 삶이 유기농 삶으로 갈 수 있는 징검다리를 만들어야 되겠지요.” 선생의 표정은 곧 저물녘처럼 여전히 어두웠다. “두부 나오는 갈치 조림 잘 하는 괜찮은 집 있는데, 가실까?” 대화가 끝나고 김종철 발행인이 같이 막걸리나 하자고 하셨다. 막걸리를 권하시면서 그제야 선생은 예의 소리없는 미소를 자주 보이셨다. 내 주량을 금방 파악하시고, 막걸리 두 사발 이상 권하지 않으셨다. 두부를 자꾸 권하셨다. 내가 갈치 조림을 금방 먹자, 한 마리 더 시켜 주셨다. 생태계 얘기하다가 ‘나무’를 ‘나무님’이라 하셨다. 이후로 선생은 내게 반은 반말, 반은 경어로 대하셨다. 얼마 후 내게 부탁하셨다. 일본 여류 시인의 시집인데 꼭 ‘녹색평론’에서 내고 싶으니 판권을 알아봐 달라 하셨다. 이시무레 미치코(石牟禮道子)였던 거 같다. 알고 보니 일본에 있을 때 잠시 일을 도왔던 일본 출판사에서 판권을 갖고 있었다. 이 출판사에는 나는 ‘고은 시선집’을 일본어로 공역해 내고, 김명인 평론집, 신경림 시집, 황석영 소설 등을 여기서 냈다. 마침 한국을 방문한다는 출판사 대표에게 ‘녹색평론’이 한국에서 얼마나 중요한 출판사인지, 김종철이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설명했다. 인사동에서 두 분 자리를 마련했는데, 출판사 대표가 반술에 취했는지 고자세였다. 한국 작가들에게 깎듯하게 대하는 출판인인데, 왜 이러시나 싶었다. 통역하면서 대표의 말을 겸손한 말로 바꾸어 전했다. 찌는 여름밤, 모기까지 물어 짜증스러웠다. 선생은 기분 언찮아 하지 않으셨다. 그저 저작권을 받아내려 하셨다. 선생은 대나무처럼 꼿꼿하며서도 대나무 잎새처럼 유연하셨다. 꼿꼿함과 유연함의 절묘한 품성으로 그는 자신을 ‘책장사하는 사람’이라고 늘 낮추셨다. 이 분은 모든 것을 내려 놓으셨구나, 이 날 느꼈다. 선생의 태도를 시험해보려 했던 출판사 대표를 설득했고, 얼마후 이시무레 미치코 시집 ‘신들의 마을’이 번역되어 나왔다.이후에 내게 ‘녹색평론’에 글 쓰게 하셨고, 일본 문학이나 일본 현대시에 대해 가끔 전화 주셨다. 이후에 한번 더 내가 찾아 뵈었다. 그때 또 두부 나오고 갈치 조림이 괜찮은 그 집에 가서 막걸리와 함께 저녁을 들었다. 지난 2019년 4월에 대구 지역의 작가 후배인 김용락 시인의 시집 출판 식사 모임에 오셨다. 옛 제자를 만나 밝게 웃으시며 반가워 하셨다. 시대가 바뀌고 선생님 빈 표정에 웃음이 많고 즐겁게 말씀하셨다. 선생이 했던 말이 스쳐 지나갔다. “한국 지성인들은 큰 그림을 그릴 줄 몰라요. 쓸데없는 욕심 때문에 그렇습니다. 버릴 줄 몰라서 그렇습니다. 큰 그림을 갖고 굵직하게 써야 해요. 지금 르포가 가장 필요한 문학 형태라고 봐요. 잡문이 중요해요. 세상은 잡풀이 주인이거든.” 쓸데없는 장식을 버린 그의 문장은 꾸밈없고 검박하다. 가볍고 쉽지만, 그 안에 사상은 진득하고 울림이 크다. 그의 강연은 아무 준비를 안 한 듯 허허로웠는데, 사상의 총량이 넘친다 할까. 익은 포도주의 넘치는 포도즙처럼 맛깔났다. 그의 강연은 느림으로 가득했고, 그 느림은 모든 빠름을 부끄럽게 했다. 생태운동을 하면서도 도시 안에서 사는 자신을 그는 자주 자책했다. ‘녹색평론’을 창간했던 1991년 11월 당시 더 큰 출판 운동과 영업을 하려면 서울로 옮겨야 했고, 전국에 녹색운동을 강연하려면 서울로 출판사를 옮겨야 했다. 도시와 농촌 격차가 사라져서 어디에 있느냐가 문제가 아니며, 오히려 도시가 생태를 망쳐 놓고 있으니 오히려 도시에서 생태계 운동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그래도 선생은 자주 자신의 글과 삶이 다르다며 자책하곤 하셨다. 자책하면서도 선생은 스스로 ‘나무님’으로 사셨다. “병원 안 간지, 신체 검사 안 한지 삼십 년이 넘었어요”라는 말을 자주 하셨다. 병든 지구가 아파하듯 그는 지구와 함께 아파했다. 지구의 고통은 얼마나 그를 괴롭히고 압도했을까. 그가 얼마나 고통스러워 했는지 우리는 몰랐다. “곧 시스템이 붕괴됩니다. 정권을 잡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생명이냐? 죽음이냐? 전환이야? 자멸이냐? 그걸 걱정해야 할 시기입니다.” 선생이 늘 걱정하듯이, 전 세계가 코로나 바이러스로 죽음과 자멸을 체험하고 있다. 그의 예언을 사람들은 가볍게 생각했었다. 후학들 앞에서 잘 웃으셨지만 골목길을 돌아서는 선생의 뒷모습은 외로워 보였다. 빈소에는 선생을 스승으로 모셔온 단독자들이 많이 모였다. 더 오래 사셔서 더 귀한 글과 말을 남겨주셔야 하는데, 73세. 우리는 90세 이상으로 살아 글 써주시기를 바랐나 보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선생의 ‘숙환’을 함께 아파했다. 자주 웃으셨기에 선생의 깊은 병을 우리는 너무 쉽게 생각했다. 빈소에서 돌아와 선생의 책을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모셨다. 선생의 글 읽기 모임을 만들어 이 정신을 배우고 이어야지. 다음 학기부터 수업 때 선생의 산문 읽는 시간을 마련해야겠다. 뵐 때마다 책을 주시곤 했는데, 없는 책이 있다. 녹색평론사에서 낸 단행본을 더 구입했다. “소년 시절에는 시인이 되는 것이 꿈이었다”로 시작하는 ‘시적 인간과 생태적 인간’은 선생의 문학론 핵심이 다 들어 있다. 신동엽 시인이 우리 생태문학의 핵심이니 잘 연구하라고 권하셨다. “신동엽의 반(反)권위적이고 원시 반(反)봉건에 대한 몽상이랄까. 이것은 시인이라면 누구나 가져야 하는 것입니다. 결국 그것 가지고 시인이 있는 거 아닙니까? 시인은 ‘현대에 사는 원시인이다’라는 얘기도 있듯이 삶의 원천적인 모습이 어떤 것인가를 몽상하고 전달하는 것이 시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신동엽은 전형적인, 순결한 시인이죠. ” 이 책에 실린 평론 ‘신동엽의 도가적 상상력’은 신동엽 연구하려는 이들에게 필독해야 할 명문이다. 스스로 “한국인이라면 이 책 정도는 읽어야 하는데”라며 말씀하셨다는 ‘근대 문명에서 생태 문명으로’은 선생님 사상이 종합되어 있다. 선생은 제대로 된 세계인의 사상을 겸허하고 전했다. 블레이크, 디킨스, 매슈 아놀드, 리비스, 프란츠 파농, 이시무레 미치코 등 작가론이 담긴 『대지의 상상력』은 세계인과 연대하는 선생님의 비교문학적 연구다. ‘시적 인간과 생태적 인간’, ‘근대 문명에서 생태 문명으로’, ‘대지의 상상력’. 이 세 권은 2학기 수업과 학회에서 초등학생처럼 문장 하나 하나 읽으며 강독해야겠다. 이 거대한 존재를 따를 길이 없다. 평론의 가치를 가르쳐 준 선생들 중 선생의 오롯한 글은 범접하기 어려운 경계에 있다. 그는 종교인들에게 ‘집단실천으로서의 하느님’, ‘나무님으로서의 하느님’을 제시했다. 그저 두부에 갈치 조림에 막걸리를 즐기시던 선생님 곁에 한번이라도 단 한번이라도 더 갔다면, 허탈하고 그립고 힘없이 무너진다. 거대한 산맥 하나가 사라진 큰 사건이다. 누가 선생의 빈 자리를 대신할 수 있을지.이 심야에 조용하게 불러봐요, 김종철 선생님 이제 씨앗으로 살아나실 거예요. 선생님 정신의 씨앗이 움트고 새싹이 오르기 시작할 거예요. 전국에 ‘녹색평론’ 독자 모임, 작가 후배들의 선생님 저서 읽기 모임 등 선생님 정신을 깊게 넓여 나갈 거예요. 선생님이 절망하시고 아파하시던 그 고통, 우리가 새기며 선생님 사상을 나누며 조금씩 실천할께요. 잊을 수 없어 선생님을 배웅하지 못해요. 떠나보내지 못해요. 선생님, 편히 쉬셔요. 이제부터 또다시 시작할께요.글: 김응교 숙명여대 교수(시인)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베일을 벗은 ‘중국 인민해방군 소유 기업’들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베일을 벗은 ‘중국 인민해방군 소유 기업’들

    미국 정부가 지난 24일 통신장비업체 화웨이(華爲)를 비롯한 중국 기업 20곳을 사실상 ‘인민해방군이 소유하고 있는 기업’으로 분류하고 관련 리스트를 미 의회에 제출했다. 미 국방부가 인민해방군 관련 기업으로 지정한 20개 기업에 대해 즉각 제재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준비 중인 새로운 금융 제재의 토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는 머지않아 이들 중국 기업에 대한 추가 제재안을 내놓을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제든지 결정만 내리면 관련 기업들의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되거나 금융거래가 금지되는 등의 제재가 이뤄질 수 있다. 특히 미 국방부가 중국 기업들을 무더기로 인민해방군 관련 기업으로 지정한 것은 첨단기술과 무역, 외교정책, 코로나19, 홍콩보안법 등 전방위적인 이슈에서 미중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왔다. 이런 만큼 미국이 언제든지 중국을 향한 보복 카드를 꺼내 사용할 수 있는 ‘빌미’가 생긴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17일 재무부의 ‘2020년 위구르 인권정책법’(소수민족에 대한 고문, 불법 구금 등 인권 탄압을 저지른 중국 관리의 명단을 미 의회에 보고하고, 이들에게 자산 동결 및 비자 취소 등을 시행하는 법안)에 서명한데 대해 중국이 반격 경고를 한 터라 미국도 꺼내들 추가 카드가 절실했다는 시각도 상존한다. 중국 정부 역시 미국 정부가 인민해방군 관련 기업 리스트만 발표했을뿐 추가 제재안을 내놓고 있지 않은 만큼 공식적인 대응을 자제하고 있지만, 미 정부가 추가 제재안을 발표하게 될 경우 중국 정부가 반격에 나설 것으로 보여 양국 간의 갈등이 격화될 전망이다. 미 국방부는 그동안 공화·민주 상원의원들로부터 ‘중국의 기술 스파이를 막아야 한다’는 이유로 인민해방군 소유 기업들의 명단을 공개하라는 초당적 압박을 받아왔다. 지난해 9월에는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와 톰 코튼 공화당 상원의원 등 미 초당파 의원 그룹은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미국에서 활동하는 인민해방군 소유 기업들의 명단 공개를 요구하기도 했다. 마르코 루비오 미 공화당 상원의원은 24일 성명을 통해 “펜타곤 리스트가 미국 개인 투자자와 연기금 투자자의 희생 속에 미국 자본시장을 활용하고 있는 중국 정부의 활동 가운데 일부만을 보여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명단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중국 국영기업과 중국 정부의 지시를 받는 기업들이 얼마나 미국 경제와 안보에 위협을 가하는지 경고하는 데는 불충분하다”고 주장했다.미 국방부가 의회에 제출한 인민해방군 소유 기업 리스트는 명단은 이렇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에 따르면 화웨이 외에 ▲ 중국항공공업그룹(AVIC·Aviation Industry Corporation of China), ▲ 중국항천과기(航天科技)그룹(CASC·China Aerospace Science and Technology Corporation), ▲ 중국항천과공(科工)그룹(CASIC·China Aerospace Science and Industry Corporation), ▲ 중국전자과기그룹(CETC·China Electronics Technology Group Corporation), ▲ 중국병기장비그룹(CSGC·China South Industries Group Corporation), ▲ 중국병기공업그룹(NORINCO GROUP·China North Industries Group Corporation), ▲ 중국선박중공(重工)그룹(CSIC·China Shipbuilding Industry Corporation), ▲ 중국선박공업그룹(CSSC·China State Shipbuilding Corporation), ▲ 중국핵공업그룹(CNNC·China National Nuclear Power Corp.), ▲ 중국광핵(廣核)그룹(CGN· China General Nuclear Power Corp.), ▲ 하이캉웨이스(海康威視·HIKVISION·Hangzhou Hikvision Digital Technology Co.), ▲ 중국항공엔진그룹(AECC·Aero Engine Corporation of China), ▲ 중국철도건설공사(CRCC·China Railway Construction Corporation), ▲ 슝마오(熊猫)그룹(PEG·Panda Electronics Group), ▲ 수광(曙光)정보산업공사(SUGON·Dawning Information Industry Co.), ▲ 중국이동통신그룹(CMCC·China Mobile Communications Group), ▲중국전신(電信)그룹(China Telecom·China Telecommunications Corp.) ▲ 랑차오(浪潮)그룹(Inspur Group), ▲ 중국 중처(中車)그룹(CRRC Corp.) 등이다. 중국항공공업그룹(AVIC)은 젠(殲)-20 스텔스 전투기와 스텔스 드론(무인기), 폭격기 등을 주로 생산하는 군용 항공기 생산업체다. 헬리콥터와 여객기, 수송기 등도 생산한다. 중국항천과기그룹(CASC)은 우주로켓과 액체·고체연료 등 우주동력 기술, 위성, 우주선, 우주정거장 등을 우주항공 분야 기술 개발을 담당한다. 중국항천과공그룹(CASIC)은 방공망을 비롯해 대공미사일, 탄도미사일, 미사일이동발사대, 미사일엔진 등을 미사일 관련 기술을 개발·생산한다. 반도체와 레이더 기술을 개발하는 중국전자과기그룹(CETC)은 군용 데이터시스템, 데이터장비, 통신장비, 소프트웨어 분야를 담당한다. 중국병기장비그룹(CSGC)은 총기류 수류탄 등 경무기를 제작한다. CSGS의 자회사중 한 곳은 중국 유명 자동차업체 창안자동차(長安汽車)다. 창안자동차는 중국 독자 자동차 브랜드 중 최초로 생산 및 판매량 1000만 대를 돌파했고 중국인이 가장 사고 싶어하는 중국 자동차 브랜드 중 하나다. 중국이 자체 개발한 위성항법장치(GPS)인 베이더우(北斗) 관련 국유기업 중 하나인 중국병기공업그룹(NORINCO)은 탱크를 비롯해 유도탄, 미사일, 화포 등 중무기를 생산한다.중국선박중공그룹(CSIC)은 잠수함과 구축함, 호위함, 순양함, 쾌속정, 수륙양용함정, 항공모함 등을 건조하고 중국선박공업그룹(CSSC)은 컨테이너선과 벌크선, 유조선, LNG선과 각종 군함을 제작한다. 중국핵공업그룹(CNNC)은 핵발전소, 핵발전설비, 핵연료, 핵무기를 생산하며 중국광핵그룹(CGN)은 핵발전소, 핵무기를 생산한다. 이들 10개사가 중국의 10대 군수업체로 꼽힌다. 스웨덴 싱크탱크인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17년 매출 기준으로 중국항공공업그룹(AVIC)이 201억 달러(약 24조원)로 세계 6위, 중국병기공업집단(NORINCO)이 172억 달러로 세계 8위, 중국전자과기집단공사(CETC)가 122억달러로 세계 9위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화웨이와 하이캉웨이스는 미국이 제재를 가하고 있는 중국 정부가 선정한 인공지능(AI) 기술 혁신을 이끌 ‘국가대표팀’에 포함돼 있다. 화웨이는 5세대 이동통신(5G) 통신장비 분야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등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이자 2위 스마트폰업체이고, 하이캉웨이스는 감시용 폐쇄회로(CCTV)로 세계 최대 보안장비 업체로 발돋움한 국유기업이다. 이들 두 회사는 중국 정부가 지정한 ‘중국의 차세대 인공지능(AI) 개방 혁신 플랫폼 기업으로 지정돼 있기도 하다. 중국항공엔진그룹(AECC)은 항공기 엔진 개발과 연구 및 제작을 전담하는 국유기업으로 항공 엔진과 관련한 모든 연구·제조 기관 40개를 거느리고 있다. 중국철도건설공사(CRCC)는 영국의 고속철도사업에 참여할 계획인 만큼 미국과의 갈등이 예상된다. 영국 정부는 런던과 버밍엄·맨체스터를 잇는 2단계 고속철도 건설사업에CRCC를 참여시키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영국 정부에 훨씬 싼 가격으로 5년 만에 공사를 끝낼 수 있다고 제안했다. 2단계 철도사업 비용은 1000억 파운드(약 149조원)로 추정된다. 중국 최대 전자업체 가운데 하나인 슝마오그룹은 지난 2011년 중국을 방문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이 회사 최신 LCD제품라인을 둘러봤다. 2002년 북한의 대동강계산기 회사와 합작으로 컴퓨터 회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세계 5위 컴퓨터 서버업체인 랑차오그룹은 중국 내 클라이드 컴퓨팅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특히 클라우드 서비스, 빅데이터 플랫폼에서 뛰어난 기술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중처그룹은 세계 최대 철도차량 업체이다. 중처그룹은 최근 미국내 지하철 차량(800대 규모) 입찰을 따내 공급할 예정이다. 하지만 중국에서 만들어진 지하철 차량의 보안 카메라에 내장된 소프트웨어가 백악관·국방부 등 연방정부 공무원의 동선(動線) 정보와 인상 착의 이미지를 중국 정보당국에 전송할 위험이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지적하기도 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취중생]선택적 패스제·등록금 반환…대학가에 부는 코로나19 후폭풍

    [취중생]선택적 패스제·등록금 반환…대학가에 부는 코로나19 후폭풍

    [편집자주] 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기자가 있습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도,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습니다. 사회부 사건팀 기자들입니다. 시대가 변하고 세대는 바뀌었지만, 취재수첩에 묻은 꼬깃한 손때는 그대롭니다. 기사에 실리지 않은 취재수첩 뒷장을 공개합니다. ‘취중생’(취재 중 생긴 일)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사건팀 기자들의 생생한 뒷이야기를 담아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코로나19가 6개월째 계속되면서 대학가는 1학기를 온라인 강의·시험으로 보냈습니다. 유례 없는 새로운 실험에 대학가는 부정행위, 학습권 침해 등으로 몸살을 앓는 중입니다. 학생들은 중간·기말고사를 온라인으로 실시하면서 발생하는 부정행위에 대해 실질적인 대책을 요구하는 한편 수업의 질 하락과 학교시설 이용 제한 등을 이유로 등록금 반환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반면 대학 측은 성적 평가에 대해 절대평가를 확대하는 것 외에는 뚜렷한 방안을 내놓지 못 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일부 대학이 선제적으로 ‘선택적 패스제’, 등록금 반환 등을 실시하면서 대학 내 갈등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습니다. 학생들, ‘선택적 패스제’ 요구하며 공동행동 1학기 종강을 맞이하면서 대학가에서 가장 큰 화두가 됐던 내용은 ‘선택적 패스제’입니다. 선택적 패스제는 성적 공지 이후 학생들이 자신의 성적을 A, B, C 등 기존처럼 등급으로 가져갈지 혹은 등급 표기 없이 ‘패스(PASS)’로만 성적을 받을지 선택할 수 있게 하는 제도입니다. 선택적 패스제는 지난 5일 홍익대가 처음 도입하면서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기말고사를 대면으로 실시했던 홍익대는 코로나19 증상이 있는 학생들이 성적을 위해 증상을 숨기고 무리하게 학교를 나오는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려고 선택적 패스제를 도입했습니다. 홍익대 관계자는 “학교에서 가장 우려한 부분은 아픈 학생들이 억지로 학교에 나오는 것이었다”면서 “코로나19 사태로 학생들의 성적을 상대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이달 11일에 서강대가, 26일에는 동국대가 차례대로 선택적 패스제를 도입한다고 밝혔습니다.대부분의 대학은 선택적 패스제 도입에 부정적입니다. 이미 성적 평가 기준을 완화했다는 것이 이유입니다. 이화여대 관계자는 “현재 많은 교수들이 절대평가를 실시하고 있고, 특정한 학습 목표를 기준 이상 달성하기만 하면 A학점에 제한이 없다”면서 “지금 제도 안에서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양대 관계자도 “코로나19로 상대평가 기준을 완화했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학생들은 학교 측의 선택제 패스제 도입 거부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온라인 시험 실시 중 부정행위가 횡행해 공정성이 훼손되고, 선택적 패스제를 도입한 다른 대학 학생들과 기업 채용·대학원 입학 등에서 불리할 수 있는 점 등을 문제로 꼽았습니다. 실제로 한국외대·서강대·중앙대 등에서는 온라인 시험 실시 중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답을 공유하는 등 부정행위가 일어나 논란이 됐습니다. 일부 교수와 강사들이 절대평가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일부 수업에선 상대평가로 성적을 평가하겠다고 명시한 점도 학생들이 선택적 패스제를 요구하는 이유입니다. 각 대학 총학생회들은 온라인 강의·시험 문제점에 대한 학교의 실질적인 대책을 요구하며 공동행동에 돌입했습니다. 학생들이 요구하는 내용은 비슷합니다. ▲학생들과의 소통 ▲선택적 패스제 도입 ▲등록금 환불 등입니다. 연세대 총학생회는 지난 18일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 보상을 위한 실질적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22일부터 캠퍼스에서 천막 농성을 시작했습니다. 같은날 이화여대 총학생회도 농성에 돌입했습니다. 다음날에는 경희대와 한양대가 공동행동을 진행했습니다. 학생들의 목소리가 거세지자 소통 창구를 만들겠다는 대학도 생겼습니다. 연세대는 26일 “비대면 강의에 문제가 있다는 학생들의 제보를 토대로 실태 조사를 실시하고, 수업 관련 요청·불만사항 등을 제기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일부 대학, 등록금 반환 움직임 학생들이 1학기 내내 가장 강하게 요구했던 것은 등록금 반환입니다. 학생들은 온라인 강의로 수업의 질이 떨어지고, 학교 시설을 제대로 이용할 수 없는 등 대학 서비스를 제대로 누리지 못 했기 때문에 비싼 등록금을 내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합니다. 이에 건국대와 한성대는 일부 등록금을 반환하겠다고 선제적으로 결정했습니다. 건국대는 이달 15일 1학기에 납부한 등록금을 2학기 등록금에서 일정 금액 감면하는 방안을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사실상 코로나19로 실시하는 첫 등록금 반환입니다. 건국대에 이어 지난 23일 한성대가 “코로나19로 인한 학생들의 고통을 분담하기 위해 전교생 6567명에게 소득구간에 관계없이 1인당 20만원씩 지급한다”고 밝혔습니다. 서울대에서는 학생들이 코로나19 사태에도 기존과 같은 등록금을 납부하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며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 개회를 요구했습니다. 서울대는 26일 등심위 학생위원 등이 전날 접수한 2020학년도 등심위 개회 요청서를 접수해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학생위원들은 등심위 개회 요청서를 통해 “비대면 강의 지침에도 불구하고 기존과 동일한 높은 등록금을 납부하는 것에 대한 설명을 듣고자 한다”고 설명했습니다.대학생들은 등록금을 돌려받기 위해 소송까지 준비하고 있습니다. 26일 등록금 반환 소송을 주도하고 있는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기준 전국 145개 대학에서 총 3257명의 학생들이 소송인단으로 참여했습니다. 대학별로 소송 인원을 살펴보면 계원예대가 413명으로 가장 많고, ▲숙명여대 267명 ▲이화여대 263명 ▲한성대 230명 ▲홍익대 195명 ▲서울대 162명 ▲인제대 152명 ▲서강대 145명 순입니다. 전대넷은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26일까지 소송인단을 모집해 다음달 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장을 제출할 예정입니다. 한편 대학 등록금 반환을 세금으로 지원하자는 의견에는 절반 이상의 국민들이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 등 재정으로 등록금 반환을 지원하는 방안에 응답자의 62.7%가 반대한다고 답했습니다. 찬성은 25.1%, 잘 모르겠다는 12.2%였습니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 [고든 정의 TECH+] 노트북에서 이제는 슈퍼컴퓨터까지…x86 권좌 흔드는 ARM CPU

    [고든 정의 TECH+] 노트북에서 이제는 슈퍼컴퓨터까지…x86 권좌 흔드는 ARM CPU

    최근 일본은 슈퍼컴퓨터 경쟁에서 다시 1위를 차지했습니다. 2011년 세계 1위 슈퍼컴퓨터로 이름을 올린 K 컴퓨터(K는 10의 16승인 경(京)의 일본식 발음)의 후계자인 후카쿠(富岳·후지산의 다른 이름)는 415페타플롭스의 성능을 달성해 미국의 서밋(Summit)을 가볍게 제치고 세계 1위를 달성했습니다. 후카쿠는 선배인 K 컴퓨터와 마찬가지로 고베에 있는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의 컴퓨터 과학 센터(R-CCS)에 건설 중인데, 사실 아직 건설이 다 끝나지 않은 상태입니다. 후카쿠가 모두 설치되면 K 컴퓨터보다 100배 빠른 엑사플롭스급 연산 능력을 지니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후카쿠가 눈길을 끄는 또 다른 이유는 ARM 계열 CPU로 세계 1위 슈퍼컴퓨터가 된 첫 번째 사례라는 것입니다. 과거에도 ARM 기반 슈퍼컴퓨터를 만들려는 시도는 몇 차례 있었지만, 그다지 인상적인 성공 사례는 없었습니다. 사실 슈퍼컴퓨터 TOP500 명단에 이름을 올린 첫 번째 페타플롭스급 ARM 슈퍼컴퓨터는 2018년에 204위를 한 아스트라(Astra)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후지쯔가 ARM 기반 슈퍼컴퓨터로 1위를 한 것입니다. 그러나 후카쿠는 절대 갑자기 튀어나온 물건이 아닙니다. 후지쯔는 2016년 국제 슈퍼컴퓨팅 컨퍼런스에서 차세대 슈퍼컴퓨터는 ARMv8 기반의 엑사스케일(Exascale) 슈퍼컴퓨터가 될 것이라고 발표했었습니다. 후카쿠라는 이름은 2019년에 정했지만, 사실 개발은 2014년부터였습니다. 본래 후지쯔는 지금은 오라클에 합병된 썬 마이크로시스템스와 협력해 스팍(SPARC) 계열 서버 프로세서를 개발했기 때문에 K 컴퓨터 역시 스팍 계열인 SPARC64 VIIIfx 8를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서버 시장에서 인텔의 독주 체제가 굳어지면서 스팍 프로세서의 입지는 줄어들었습니다. 결국 후지쯔는 빠른 속도로 성능을 높인 ARM 계열에 눈을 돌리게 됩니다. 이렇게 해서 만든 후지쯔의 A64FX CPU는 48개의 연산 코어와 4개의 보조 코어로 된 52코어 CPU라는 매우 독특한 구조를 지니고 있습니다. A64FX는 ARMv8.2-A 스케일러블 벡터 확장 Scalable Vector Extension(SVE)을 지원하는 첫 번째 ARM CPU로 매우 강력한 연산 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별도의 GPU 없이 CPU만으로도 2.7TFLOPS 연산이 가능한 수준입니다. A64FX의 또 다른 장점은 크기가 매우 작다는 것입니다. A64FX는 서버용 DDR4 메모리 대신 1TB/s의 대역폭을 지닌 4개의 8GB HBM2 메모리 사용합니다. HBM2 메모리는 CPU 옆에 타일처럼 붙어 있어 전체 시스템의 크기가 매우 작습니다. 참고로 HBM2 메모리는 어느 회사 제품인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제조사가 삼성과 SK 하이닉스 외에는 없으므로 한국산 HBM2 메모리를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아무튼 카드 형식의 작은 A64FX CPU 노드를 만들 수 있어 하나의 서버랙에 많은 시스템을 넣을 수 있습니다. (사진) 덕분에 7,299,072개의 코어를 이용해 2,414,592개의 코어를 사용한 미국의 서밋을 누르고 세계 최고 슈퍼컴퓨터가 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다른 나라에서도 ARM 슈퍼컴퓨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프랑스의 ARM 프로세서 개발사인 SiPearl은 유럽 연합의 유럽 프로세서 계획(European Processor Initiative project)에서 자금을 지원받아 고성능 서버칩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현재 계획으로는 2022-2023년 사이 독자 엑사스케일 시스템을 개발할 예정입니다. 미국의 산디아 국립 연구소 역시 고성능 ARM 슈퍼컴퓨터 개발을 진행 중입니다. 이들이 구체적인 결과를 내놓으면 ARM 슈퍼컴퓨터는 신기한 물건이 아니라 통상적인 형태의 슈퍼컴퓨터로 자리잡을 것입니다. ARM 계열 CPU가 최근 몇 년 사이 서버 및 슈퍼컴퓨터 시장에서 급부상한 이유는 기본적으로 CPU 성능이 좋아졌기 때문이지만, 라이선스 비용만 내면 누구나 고성능 프로세서를 개발할 수 있는 ARM의 정책 덕분이기도 합니다. TSMC나 삼성 같은 파운드리 회사가 경쟁적으로 최신 미세공정을 제공하기 때문에 돈만 있으면 누구나 인텔, AMD 부럽지 않은 고성능 프로세서를 제조할 수 있습니다. 이는 독자 CPU 아키텍처와 반도체 생산 시설을 갖추지 못한 기업과 국가도 슈퍼컴퓨터를 개발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ARM 계열 슈퍼컴퓨터가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오랜 세월 쌓아 올린 x86의 아성의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IT 업계의 변화는 매우 빠르며 1등 기업도 순식간에 변화에 도태되어 몰락할 수 있습니다. 최근 거세지는 ARM 진영의 도전에 인텔과 AMD가 어떤 대응책을 내놓을지 주목됩니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대북 감시 강화’ 항공통제기 추가 구매… 1조 6000억원 규모

    ‘대북 감시 강화’ 항공통제기 추가 구매… 1조 6000억원 규모

    군이 항공통제기를 해외에서 추가 도입하기로 했다. 방위사업청은 26일 제128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화상으로 열고 ‘항공통제기 2차 사업추진기본전략’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도입 대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2대가 추가 도입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공군은 ‘E737 피스아이’ 항공통제기 4대를 운용하고 있다. 항공통제기는 대형 레이더를 탑재, 적군의 미사일·항공기 등의 목표를 탐지하고 아군을 지휘·통제하는 역할을 해 공중조기경보통제기로도 불린다. 방사청은 “주변국 위협 증가와 카디즈(KADIZ·한국방공식별구역) 확장에 따른 추가 임무 수행 여건 보장 및 감시 공백 최소화를 위해 항공통제기를 추가로 확보한다”고 설명했다. 항공통제기 2차 사업은 내년부터 2027년까지 진행되며 사업비는 약 1조 5900억원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군이 현재 운용 중인 백두 정찰기의 능력을 보강하는 사업인 ‘백두체계능력보강 2차 사업추진기본전략’도 심의·의결했다. 백두 정찰기는 북한의 군사시설에서 발신되는 무선 통신을 감청하며, 로켓 엔진 화염까지 탐지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방사청은 “한반도 주변에서 발생하는 신호 정보를 수집하는 무기체계를 확보하는 사업으로, 국내 연구개발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사업 내년부터 2026년까지 진행되며 사업비는 약 8700억원이다. 군이 항공통제기 추가 도입과 백두 정찰기 능력 보강을 통해 독자적인 대북 감시 능력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공군 전투 조종사 양성을 위한 전술입문용 훈련기를 추가로 확보하는 사업인 ‘전술입문용 훈련기 2차 사업 기종 결정’도 심의·의결했다. 새로 도입할 전술입문용 훈련기는 TA-50 Block-2(블록-2)로 결정했다. 사업은 내년부터 2024년까지 진행되며 사업비는 약 1조원이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베스트셀러] 10주 1위 ‘더 해빙’, 상반기 최고 인기 도서

    [베스트셀러] 10주 1위 ‘더 해빙’, 상반기 최고 인기 도서

    부와 행운의 비밀을 파헤친 ‘더 해빙’이 10주간 연속 1위를 차지하며 올 상반기 가장 오랜 기간 1위를 지킨 책으로 등극했다. 26일 교보문고가 발표한 6월 셋째 주 온·오프라인 종합 베스트셀러 현황에 따르면 ‘더 해빙’이 1위에 올랐다.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와 ‘돈의 속성’이 나란히 전주보다 한 계단씩 상승해 2, 3위를 차지했다. 김훈의 신작 소설 ‘달 너머로 달리는 말’은 종합 10위로 전주 대비 14계단 뛰어올랐다. 전자책 플랫폼 ‘밀리의 서재’에서 연재한 후 책으로 출간, 애독자층의 기대감을 높였다. 경제경영 분야 도서의 강세도 이어지고 있다. 투자에 대한 관심으로 부동산, 주식 등의 재테크서와 ‘코로나 이후의 세계’, ‘코로나 투자 전쟁’ 등 코로나 시대의 경영전략 등을 다룬 도서가 상위권을 점령하고 있다. 아웃도어 업체 파타고니아의 성공 신화와 창업자 이본 쉬나드의 경영 철학을 풀이한 ‘파타고니아,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이 출간되자마자 14위에 진입했다. ‘파워 셀러’ 유홍준의 신작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중국편 3’은 발매 첫 주 44위를 기록했다. ◇ 교보문고 6월 둘째 주 베스트셀러 1. 더 해빙 (이서윤, 홍주연·수오서재) 2.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김수현·놀) 3. 돈의 속성 (김승호·스노우폭스북스) 4. 기억 (베르나르 베르베르·열린책들) 5. 보통의 언어들 (김이나·위즈덤하우스) 6. 코로나 이후의 세계 (제이슨 솅커·미디어숲) 7. 코로나 투자 전쟁 (정채진·페이지2북스) 8. 룬샷 (사피 바칼·흐름출판) 9.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2020) (강화길 등 7명·문학동네) 10. 달 너머로 달리는 말 (김훈·파람북)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서구 ‘자신감 시험’서 실패… 코로나 극복한 한국, 국제 지위 향상”

    “서구 ‘자신감 시험’서 실패… 코로나 극복한 한국, 국제 지위 향상”

    전염병은 어느 나라나 전쟁 다음으로 대처하기 힘든 도전이다. 그것은 한 국가의 통치, 사회적 결속력, 그리고 무엇보다 그 나라의 자신감을 시험한다. 해설자들은 대부분 치사율과 전파율 등의 의료 지표에 초점을 맞춰 왔지만, 결국 중요한 지표는 경제적 탄력성, 거버넌스, 사회적 결속력뿐이다. 이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들의 슬픔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내가 언급했던 이들 지표가 팬데믹 이후의 세계에서 한 국가의 위치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현재 코로나 대유행병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것 중 하나는 대부분의 서구 국가가 이들에 대한 시험에서 적어도 한 가지 이상 실패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내가 사는 영국을 포함한 일부 국가는 세 가지 모두를 실패했다. 물론 나는 지금 지나치게 단순화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시아를 포함한 여러 비서구 국가 정부들도 자국 국민에게 피할 수도 있었을 끔찍하고 엄청난 피해를 가져다주기도 했고, 그 반면에 서구에서도 일부 국가는 대유행병에 비교적 잘 대처해 나가기도 했다. 그러나 대체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지역은 서구다.●팬데믹 이후 세계에서 한 국가의 위치 결정 서구의 실패는 이들 국가가 택한 접근법이 대부분의 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취한 것보다 더 자유를 허용했기 때문이 아니다. 서구 나라들이 채택한 조치는 아주 다양했다. 독일은 봉쇄 조치를 단행함과 동시에 확진 검사와 동선 추적 같은 한국 모델에 신속하게 접근해 잘 대처한 결과 다른 유럽 국가들보다 훨씬 낮은 사망률을 유지할 수 있었다. 아이슬란드도 이런 점에서 인상적이었다. 반면 스웨덴은 훨씬 더 자유주의적인 접근법을 취했고 봉쇄나 심지어 광범위한 접촉자 추적에 의존하지 않았다. 그 결과 다른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에 비해 사망률이 높지만, 폐쇄 조치를 취한 일부 국가(영국 등)에 비해서는 상당히 낮다. 이들 국가 가운데 어느 나라가 대유행병의 질곡에서 더 신속하게 빠져나올 것인가. 이를 확신하기는 어렵지만, 그것이 사망자 수에만 전적으로 좌우되지는 않을 것이다. 독일은 자국이 택한 접근 방법에 힘입어 비교적 빨리 봉쇄 조치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그 나라 경제도 특별히 심각한 고통을 겪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스웨덴 경제는 대유행병의 악영향을 훨씬 덜 받았으며, 이 나라의 개방 조치로 인해 현재 스웨덴은 유럽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광지가 되고 있다. 스웨덴은 과거에 사회문제, 특히 이민과 관련된 심각한 불안으로 고통을 받아 왔다. 그러나 일부 극우단체가 이런 상황을 이용하려는 시도가 있었음에도 이 불안이 코로나 위기에 대처하는 자유주의적 접근 방법에 의해 심각하게 불붙지 않았다. 반면 독일은 사회 불안을 심각하게 겪었다. 5월 첫 2주 동안 베를린 거리에서는 정치적 스펙트럼의 양극단에 속한 사람들이 봉쇄 조치에 항의하면서 격렬한 시위가 벌어졌다. 이러한 소요는 봉쇄에 대한 불만뿐 아니라 이민이나 사회적 불평등과 같은 다른 문제들에 대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다. 내가 말하려는 요지는 전염병에 대처하는 어떤 특정한 접근법이 다른 것보다 낫거나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특히 사회의 단층선이 이미 노출된 상황에서 전염병의 타격을 받을 경우 그동안 억눌렸던 강력한 사회적 긴장을 폭발시킬 수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1830년대 콜레라가 처음 유럽을 엄습했을 때, 이 질병이 퍼진 여러 나라에서 사회 불안과 소요가 있었다. 가장 심각한 타격을 받은 러시아에서는 가난한 사람들이 격리돼 생계를 유지할 수 없게 되자 모스크바에서 폭력적인 소요를 일으켰다. 이들 폭동은 무자비하게 진압당했다. 파리에서 콜레라는 군주제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는 시기에 내습해 1832년 오를레앙파의 반군주제 봉기를 촉발했다. 1832년 영국도 정확하게 말해 갈등이 없는 나라는 아니었지만, 러시아와 프랑스에 비해 사회 분열이 덜했고 콜레라와 관련된 불안도 심하지 않았다. 실제로 일어난 시위는 주로 해부용으로 시체를 가져갔다고 의심받는 의사들을 겨냥한 것이었다. 이번 코로나19는 또한 많은 서구 국가들이 이런저런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한 시기에 엄습했으며, 그에 따라 몇 년간 쌓여 온 불만이 수면 위에 떠오르게 됐다. 봉쇄 기간 내내 서구 여러 나라가 극심한 불안을 겪었다.●억눌리고 쌓였던 불만 수면위로 떠올라 유럽에서 최악의 국가는 그리스와 프랑스였다. 그리스에서는 이 봉쇄로 심각한 경제 상황과 대량 이민에 대한 우려가 악화돼 아테네를 비롯한 여러 도시에서 방화 사건이 일어났다. 정부 건물과 풍요의 상징물이 그 표적 대상이었다. 정치적 스펙트럼의 다른 쪽 끝에는 이민 문제 및 유럽연합(EU)의 무기력한 조치와 관련해 극우 민족주의 단체들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실제로 EU는 코로나에 강타당한 국가들을 돕기 위해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유행병의 가장 큰 희생자들 중 하나가 될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파리 교외 및 기타 도시들에 거주하는 노동계급, 특히 주로 소수인종의 변동성이 주된 문제였다. 이들 주민사회는 오랫동안 소외돼 왔고 국민통합의 호소를 인상 깊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도시 근교의 젊은이들은 그들의 이동을 통제하려는 시도에 분노를 표명하고, 강압적인 치안 유지에 맞서 심각한 폭동을 일으켰다. 폭동은 자기들에 대한 감시를 훼방하고 ‘정상으로의 복귀’를 막기 위해 휴대전화 송수신 안테나와 CCTV 카메라를 부수고, 이와 동시에 인터넷 케이블을 절단했다. 이는 서구 여러 나라에서 극좌와 극우 모두에 공통된 행위이며, 많은 사람이 느끼는 소외감의 정도를 보여 준다. 최근 몇 주 동안 이 문제들은 미국과 영국을 포함한 여러 유럽 국가들에서 흑인의 죽음 문제로 촉발된 일련의 시위에 의해 일시적으로 가려지기도 했다. 겉으로 보기에 이러한 문제들은 코로나19와 직접 관련은 없다. 그러나 대유행병에 따른 문제들은 인종주의 문제와 서로 교차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흑인과 일부 소수민족이 코로나19로부터 불균등하게 고통을 받아 감염 확률과 사망률이 모두 높다. 그 이유는 복잡하지만 구조적 불평등과 연관돼 있다. 코로나19와 반인종주의 시위는 또한 치안 문제와 서로 교차되고 있다. (흑인과 소수인종에게 피해의 정도가 높은) 봉쇄 조치가 차별적으로 취해진다고 보기 때문에 인종차별에 대한 기존의 관심사를 증폭시키고 있는 것이다. ●봉쇄 조치도 차별로 인식해 인종문제로 증폭 이러한 긴장감의 밑바탕에 깔린 불평등은 일부 서구 국가들에서 특히 극심한 대유행병에 이어진 경제 충격의 결과에 따라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에서는 전염병 발생 이후 4260만명이 실업급여를 신청했다. 청구 건수가 줄어들기 시작했지만 일자리 감소 규모는 미국 현대사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다. 이러한 감소는 대부분 빈곤층 또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집단인 미숙련 노동자층에서 발생한 것이다. 영국에서도 실업률이 급격히 증가했지만, 대유행병에 대처한 봉쇄 조치로 직장에 복귀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정부의 유행병 시기 직장 유지 계획 때문에 그 충격이 완전히 와닿지 않는다. 봉쇄 조치가 완화되면 일부는 복직할 수 있지만 다른 일부는 갈 곳이 없어질 것이다. 기존 일자리에 대한 정부 지원은 오는 10월에 끝날 예정이어서 그 후에는 많은 사람들이 실업급여를 신청할 수밖에 없다. 이 계획에 들어가는 엄청난 비용과 봉쇄 기간의 세수 손실이야말로 영국이 미래의 충격에 대처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4월 영국의 경제성장률은 사상 최저였고, 국내총생산(GDP)은 20% 이상 감소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코로나19의 타격을 받은 주요 국가 중에서 영국이 가장 극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中러 평판 타격… 美 국제적 신뢰 추락 이 모든 문제들은 형편없는 정치적 리더십에 의해 야기되거나 악화됐다. 미국과 영국은 국가의 장기적인 이익보다 대중매체 이미지와 여론에 대한 우려로 인해 무대책과 과잉반응 사이를 오가는 갈지자 행보를 거듭했다. 그 결과 유행병 창궐기 두 나라 정부의 지지율은 급속하게 떨어졌다. 영국 정부는 실제로 봉쇄 기간에 상당한 대중적 지지를 얻었다. 그러나 봉쇄 상태에서 점차 벗어나면서 정부는 최근의 사회 불안을 포함한 여러 이슈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했다. 영국 정부의 입장은 불분명하고 정치적 입장을 넘어서 무수한 사람들의 지지로부터 멀어졌다. 미국의 심각한 상황은 이미 한국 독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을 것이다. 실제로 미국은 국제적으로 신뢰를 많이 잃었다. 가장 중요한 경쟁국인 중국과 러시아도 그 평판에 타격을 입었지만, 궁극적으로는 미국에 비해 덜 심각할 것이다. 적어도 대유행의 첫 단계에서 전염병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말할 수 있는 나라는 오직 대만, 한국, 싱가포르 같은 더 작은 나라들뿐이다. 이들 나라는 그 실제 무게를 훨씬 상회하는 과학 혁신, 기술 시스템, 국제 보건 등의 분야에서 더 강력한 목소리를 낼 기회를 갖게 됐다. 물론 더 힘 있는 강대국들을 넘어서지는 않을 것이고, 또 더 큰 권력을 행사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 나라들의 권위와 국제적인 지위는 향상될 것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서구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강타당하고 말았다. 이들 나라의 많은 사람이 자신감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것이야말로 어느 문명에서나 가장 위험한 질병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이 글은 마크 해리슨 옥스퍼드대 교수가 써온 글을 이영석 광주대 명예교수가 번역한 것입니다. 이 명예교수는 해리슨 교수의 ‘전염병, 역사를 흔들다’를 번역했습니다. ■마크 해리슨 옥스퍼드대 교수로 최근 국내에 출간된 ‘전염병, 역사를 흔들다’ (푸른역사 간행)의 저자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 각국 정부를 대상으로 코로나 위기를 극복할 방안들에 대해 자문 활동을 하고 있다.
  • 삼성 ‘K칩 시대’ 도전 성과 나타나

    삼성 ‘K칩 시대’ 도전 성과 나타나

    ‘이오테크닉스’와 레이저 설비 독자 개발 ‘솔브레인’과 3D 공정 핵심 소재 만들어삼성전자가 중소 설비·부품 업체와 손잡고 국내 반도체 생태계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협력사 지원, 산학협력 강화, 친환경 경영에 힘쏟으며 국내 반도체 산업 성장을 이끌고 있다. 삼성전자만 홀로 잘나가는 ‘S칩 시대’보다는 국내 반도체 시장 업계가 함께 성장하는 ‘K칩 시대’를 만들겠단 것이다. 삼성전자는 25일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인 ‘이오테크닉스’와 함께 그동안 주로 수입에 의존했던 고성능 레이저 설비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큰 돈을 들여 레이저 설비를 수입했지만 반도체 회로가 점점 미세화되면서 불량이 발생하자 이오테크닉스와 함께 독자 개발에 나선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레이저 설비를 통해 지난해 3월 세계 최초로 3세대 10나노(10억분의1m)급 D램 양산에 돌입했다.또 반도체 소재 생산업체인 ‘솔브레인’은 최근 삼성전자와 협업을 통해 3차원(3D) 낸드플래시 식각공정(반도체 회로를 깎는 공정)의 핵심소재 중 하나인 ‘고선택비인산’을 개발해 삼성전자의 차세대 반도체 품질을 크게 끌어올렸다. 솔브레인이 개발한 것은 세계 최고 품질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삼성전자의 이런 행보는 지난해 4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시스템 반도체 비전 선포식’에서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야말로 세계 최고를 향한 도전을 멈추게 하지 않는 힘”이라고 강조한 것에 따른 것이다.‘동행’을 꾸준히 강조해온 이 부회장은 반도체 산업의 위기 대응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상생 협력을 필수로 여겨야 한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내비쳤다. 올해에만 ‘반도체·부품(DS)부문 사장단 간담회’(1월), ‘EUV 전용 생산라인 V1 점검’(2월), ‘평택 EUV 파운드리 라인 투자’(5월), ‘반도체 연구소 간담회’(6월)를 직접 챙겨왔다. 이 부회장은 반도체·DS부문 사장단 간담회에서는 “우리 이웃, 우리 사회와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자 100년 기업에 이르는 길”이라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한일 경제 갈등이 재현될 조짐이기 때문에 이 같은 상생협력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바이엘 제초제 법정 밖 화해로 13조원 토해내, 몬샌토 잘못 인수한 탓

    바이엘 제초제 법정 밖 화해로 13조원 토해내, 몬샌토 잘못 인수한 탓

    독일 화학?제약 회사 바이엘이 미국 제초제 기업 몬샌토를 지난 2018년 6월 인수 합병한 대가를 혹독히 치르고 있다. 바이엘은 자회사 몬샌토의 제초제 ‘라운드업’ 때문에 암에 걸렸다며 소송을 제기한 미국인들에게 최대 109억 달러(약 13조 1290억원)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몬샌토를 630억달러(약 75조 8800억원)에 인수했다가 2년 만에 5분의 1를 더 법정 밖 화해금으로 내놓게 됐다. 집단소송 규모와 화해금 액수가 모두 놀랄 만한 수준이다. 우선 진행 중인 집단소송 종료를 위해 96억 달러를 먼저 지불하고 앞으로 제기될 소송에 대비해 12억 5000만 달러를 추가로 내놓기로 했다. 50억 달러는 연내에, 또 50억 달러는 내년까지 원고들에게 지급할 계획이다. 25일 영국 BBC 보도에 따르면 이번 법정 밖 합의는 미국 내 라운드업 사용자 12만 5000명 가운데 10만명을 대리한 미국 뉴욕의 법무법인 웨이츠 앤 룩센베르크와 합의한 내용이다. 나머지 2만 5000명의 대리인들은 합의에 응하지 않아 계속 협상을 벌이기로 했다. 바이엘은 라운드업과 관련한 위법 행위를 인정하지 않았고 라운드업 판매도 계속할 예정이다. 지난 22일 미 연방 상소법원이 라운드업에 발암 경고문을 붙여야 한다는 캘리포니아주 정부의 요구를 기각함에 따라 발암 경고문을 부착할 필요도 없다. 라운드업은 당시 미국 회사였던 몬샌토가 1974년부터 판매하기 시작한 제초제다. 이 제초제에 내성을 갖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글리포세이트(Glyphosate) 성분이 비(非)호지킨계 림프암이나 다른 암들을 유발한다는 논란이 수십년째 있어왔다. 바이엘은 라운드업의 위험성을 독자적으로 검토할 5인의 전문가 회의를 구성하기로 소송 대리인들과 합의했다. 전문가들은 라운드업과 암의 관계를 조사해 결과를 미국 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4년 이상 걸릴 이 조사가 완료되기 전에는 새로운 소송 절차가 개시되지 않을 것이라고 바이엘은 설명했다. 라운드업이 암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내려지면 미국 내 소송은 불가능해진다. 반면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오면, 바이엘은 사건별로 암 유발 여부를 놓고 소송을 진행해야 한다. 전체 합의금 액수는 굉장히 많아 보이는데 워낙 소송 참가자가 많다 보니 일인당 돌아가는 몫은 성에 안 찬다는 원고들이 많다. 정원사로 14년 동안 일한 뒤 골수 종양을 얻은 존 라무노(72)는 이 합의가 큰 도움이 안될 것으로 봤다고 미국 경제신문 월스트리트 저널이 전했다. 그는 합의금의 40%를 변호사 비용으로 지불해야 하고 치료비 10만 2000달러(약 1억 2285만원)도 부담해야 할 상황이다. 향후 생계비까지 따져 적어도 합의금으로 50만 달러(약 6억원)를 바랐는데 96억 달러의 합의금을 일인당 나누면 10만 달러 밖에 되지 않는다. 해서 합의에 응하지 않은 2만 5000명의 원고를 대리하는 짐 온더 변호사는 “합의금이 너무 적어 거부했다”며 “우리는 계속 바이엘의 책임을 추궁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엘은 몬샌토를 인수한 뒤 지금까지 2년 동안 주가가 29%나 떨어졌다. 이것 말고도 바이엘은 지금은 금지된 독성 화학물질인 폴리염화비페닐(polychlorinated biphenyl, PCB)을 사용했다가 수질이 오염됐다는 소송을 종결하기 위해 8억 2000만 달러를 화해금으로 지급해야 한다. 또 작물의 성장을 해치는 디캄바 원료의 제초제를 둘러싼 소송을 화해하느라 4억 달러를 지급한다. 디캄바는 현재 미국에서도 판매 금지됐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中 “전체 인구 중 0.16%, 약 215만명 마약 중독 상태”

    中 “전체 인구 중 0.16%, 약 215만명 마약 중독 상태”

    214만 8000명의 중국인들이 심각한 마약 중독 상태에 빠져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마약퇴치위원회는 최근 ‘2019년 중국 마약상황보고서’를 공개, 지난해 12월 기준 14억 중국인 가운데 약 0.16%가 심각한 마약 중독자라고 25일 이 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체 마약 중독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35세 이상이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이 시기 전체 마약 중독자 중 51%인 약 109만 5000명의 마약 복용자가 35세 이상의 연령대로 나타났다. 이어 18~35세 이하의 복용자가 104만 5000명(48%)이었다. 특히 이 시기 60세 이상의 마약 복용자 수는 지난 2018년 12월 대비 약 3.5% 상승했다. 다만 같은 기간 18세 이하의 청소년 마약 중독자의 수가 7151명으로 집계, 전체 마약 중독자 중 약 0.3%가 10대 청소년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기준 년도 대비 소폭 감소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다만 해당 보고서는 이 같은 마약 복용자 수치는 지난 2018년 같은 동기 대비 약 10.6% 이상 하락하는 등 2년 연속 급감하는 등 긍정적인 변화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마약 중독자 치료 완쾌 후 3년 이내에 재복용한 이들의 수는 무려 253만 3000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준 년도 대비 무려 22.2% 상승한 수치다. 반면 이 시기 처음으로 마약을 복용했다고 답변한 이들의 수는 61만 7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18년 같은 동기 대비 약 13.9% 줄어든 수준이다. 이 보고서는 최근 들어와 인터넷 상에서의 마약 밀매 활동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기준 약 6957건의 마약 밀매 사건이 온라인 상을 통해 유통, 거래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시기 약 1만 2000명의 마약 사범이 인터넷을 통해 마약 거래를 시도한 셈이다. 관할 당국은 해당 마약 사범을 검거, 약 3톤의 마약을 수거했다. 이와 관련, 해당 보고서는 인터넷을 통한 비대면 거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온라인 상에서 가상의 신분을 남용, ‘위챗페이’, ‘알리페이’ 등 인터넷 결제 수단을 통해 판매 금액을 수거하는 경우 추적이 어렵다는 점이 악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중국 당국은 같은 시기 총 8만 3000건의 마약 사건을 해결, 이를 통해 총 11만 3000명의 마약 사범을 검거하는데 성공했다. 당국은 이를 마약 사범이 거래한 총 65만 1000톤의 마약을 압수, 심각한 마약 중독 증세를 보인 복용자 22만 명을 격리 치료토록 했다고 밝혔다. 또, 같은 기간 격리 재활 치료가 종료된 총 30만 명의 복용자가 퇴원 조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임지연 베이징(중국) 통신원 cci2006@naver.com
  • [제28회 공초문학상] “광부가 금 캐듯… 모국어 빛 발굴하는 게 시인의 몫”

    [제28회 공초문학상] “광부가 금 캐듯… 모국어 빛 발굴하는 게 시인의 몫”

    “공초 선생은 시를 손끝으로 잘 써서, 시적 기교가 좋아서 시인이 된 게 아니에요. 무한대의 자유로운 시의식과 무소유의 세계관을 자신의 삶의 방식과 혼연일체 육화시켜나간 분이에요. 내 나이가 선생과 비슷해지다 보니, 한발 물러서고 여유가 생기면서 ‘선생의 문학 정신과 근접해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희수를 넘긴 시인은 먼저 간 선생의 나이를 넘겨서야 그 뜻을 안다. 제28회 공초문학상을 수상한 오탁번(77) 시인의 말이다. 최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만난 시인은 등단 이래 54년 간 오롯이 문학을 살아낸 인물이다. 그는 196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된 이후 시·소설이 차례로 당선된 신춘문예 3관왕이며, 고려대 국어교육과 교수로 한국 문학을 연구하며 후학들을 가르쳐왔다. 2008년부터 2년 간 한국시인협회장을 지냈고, 시 전문 계간지 ‘시안’(詩眼)을 창간해 15년을 이끌었다. 수상작 ‘하루해’는 그의 자평에 따르면 ‘싱거운 시’다. 그도 그럴 것이 풍자와 해학이 넘쳐나는 그의 열 번째 시집 ‘알요강’(현대시학)에 담긴 시편들 중 ‘하루해’는 가장 얌전하다. ‘싱거운 시’는 그가 정년 퇴임 후 내려 간 고향 충북 제천에서 매일 같이 마주하는 풍경에서 나왔다. “수채화 그리듯, 보이는 그대로 그린” 풍경이다. 또한 ‘하루해’는 시인이 생각하는 예술혼이 그대로 담긴 시편이기도 하다. “한국전쟁 때 이중섭은 제주도 내려 가서 애들이 발가벗고 멱 감는 걸 그렸어요. ‘무찌르자 공산당’ 같은 구호가 없어도, 사람들은 그걸 보고 전쟁의 참화 속에서 마주하는 인간의 절대 빈곤, 고독을 느끼죠. 그런게 ‘예술’이에요.” ‘벼 익는 논배미마다 지는 해가 더딘’ 가을 농촌 정경을 그린 ‘하루해’를 두고 이병초 시인은 이렇게 적었다. ‘문명과 거리를 둔 가을의 갈피를 순정하게 보여줌으로써 돈과 속도에 쫓기는 오늘을 고요히 성찰하도록 한다.’ 시집 ‘알요강’에 담긴 시인의 시를 보다 보면 유독 갸웃하게 되는 것들이 많다. 예를 들면 누군가는 오타인 줄 알았다던 ‘닁큼’ 같은 단어들. ‘닁큼’은 ‘머뭇거리지 않고 가볍게 빨리’라는 뜻을 지닌 부사 ‘냉큼’의 큰 말로 순 우리말이다. 손자의 ‘알요강’(어린아이의 오줌을 누이는 작은 요강)을 사러 간 늙은 할아버지의 동작이 ‘냉큼’ 마냥 빠를 수 없다는 게 시인의 설명이다.“모국어의 빛나는 점, 좋은 점을 발굴해서 독자들한테 알리는 게 시인의 임무예요. 땅에서 금 캐고, 석탄 캐는 게 광부의 일이듯이.” 백석, 정지용의 시처럼 가장 좋은 시는 번역될 수 없다는 게 시인의 오래된 생각이다. 시인이 처음 문학을 접하게 된 것은 까까머리 중학생 시절, ‘학원’이라는 잡지를 만나서다. 1952년 전쟁통에 창간된 학생잡지 ‘학원’은 이청준, 김원일, 황동규 등 수많은 학원세대를 낳았다. 한겨울, 방 안에서 잉크가 얼 정도로 가난해서 추웠던 시절, 가진 건 문학밖에 없었다고 그는 추억했다. “글을 안 쓰고 있으면 배 속에서 기생충이 꼼지락 대는 것만 같아요. 내가 우주 속에 존재하는 것을 확인하는 것, 스스로를 증명해 나가는 것이 문학입니다.” 시와 소설 등 문학으로서의 도구를 여러 개 지녔던 그는 “시는 나를 힐링하는 것이라면, 소설은 노동에 가깝다”고 말했다. 시인은 2018년에 소설 전집을, 지난해 열 번째 시집을 출간했다. 내년까지 부지런히 쓰면 열 한 번째 시집과 함께 2003년에 냈던 시 전집의 두 번째 버전을 낼 수 있을 것 같단다. 오랜 소망은 시와 소설이 합쳐진 듯한, 환상문학에 기반한 자전적인 장편 소설을 쓰는 것이다. “달나라 여행, 해저 탐험처럼 문학으로 썼던 거짓말 같은 일들이 다 현실로 이뤄졌잖아요. 문학이 상상하면 현실로 빚어지지요.” 시인의 오랜 상상도, 현실로 빚어질 날이 얼마 남지 않아 보였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오탁번 시인은 ▲1943년 충북 제천 출생 ▲1964년 고려대 영문과 입학 ▲196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동화 당선 ▲196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69년 대한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 고려대 국문과 대학원 입학 ▲1976년 수도여자사범대학 조교수 ▲1983년 고려대 국문과 박사 졸업 ▲1983~2008년 고려대 국어교육과 교수 ▲1987년 한국문학작가상 수상 ▲1994년 동서문학상 수상 ▲1997년 정지용문학상 수상 ▲2008년 고려대 교수 정년 퇴임 ▲2008~2010년 한국시인협회 회장 ▲2010년 김삿갓문학상 수상, 은관문화훈장 수훈 ▲현 고려대 명예교수·원서문학관 관장
  • 금천, 구청·동주민센터 근로자 산재 예방 규정 마련

    서울 금천구는 구청·동주민센터에 근무하는 무기계약직, 기간제근로자 등 상시근로자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으로 ‘서울시 금천구 안전보건관리규정’을 25일부터 공포·시행한다고 24일 밝혔다. 구는 서울시 자치구 최초로 지역 안전보건활동에 관한 사항이 담긴 안전보건관리규정을 훈령으로 제정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25조에 따르면 사업주는 사업장의 안전과 보건을 유지하기 위해 안전보건관리규정을 작성하게 돼 있다. 이번에 시행되는 규정에는 ▲안전보건관리규정 제정 목적 ▲안전보건관리책임자, 관리감독자, 안전·보건관리자의 재해 예방의무 규정 ▲산업안전보건위원회 구성·운영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구는 앞으로 근로자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근로자 정기교육, 근로자를 관리·감독하는 관리감독자 교육 등을 실시할 예정이다. 또 산업재해 발생 시 해당 부서에서 적절한 행정조치 후 관할 기관에 보고하고 산업재해 재발방지계획서를 작성·보존하는 등 산업재해 관리 책임과 보고 체계를 확립한다. 유성훈 금천구청장은 “안전보건관리규정을 기반으로 근로자들이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직장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철저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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