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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盧대통령 회견]모금한도 초과·출처 논란

    노무현 대통령이 24일 취임 1주년에 즈음,방송기자클럽과 가진 회견에서 경선자금 총액을 ‘십수억원’이라고 밝혀 조달방법과 출처 등을 두고 논란이 예상된다.노 대통령은 경선자금 내역에 대한 계속된 질문을 받고 멈칫멈칫하다가 끝내 “십수억원을 썼다.”고 말했다.노 대통령은 이어진 오찬에서 “그 동안 비밀로 해왔는데,오늘 솔직히 얘기하라고 해서,꼬여서 얘기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노 대통령은 “십수억 들었을 것,이렇게 말하면 이걸 ‘노무현 경선때 십수억 썼단다.’ ‘실토!’라고 하니 말할 수 없다.”면서 “본질이 전달되지 않고,모든 것을 생략하고 나오면 망하는 것이다.두려운 생각이 있다.”고 말끝을 흐리며 피해나갔다.그러나 경선자금에 대한 추가질문을 받자 “경선자금이 십수억원 이야기 했는데,대략의 규모를 털어놓은 것인데,이걸 어찌하면 좋겠습니까.”라고 반문했다. ●2001년 3월~2002년 4월 사용 경선자금이 사용된 시기는 노 대통령이 해양부 장관을 그만둔 직후인 2001년 3월부터 2002년 4월26일 경선이 끝났을 때까지라고 청와대측은 설명했다.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본격적인 지출은 2001년 11월 무주대회부터 이뤄졌다.”고 밝혔다.현행 정치자금법상 국회의원 개인후원 모금한도액은 선거가 없는 해엔 3억원이었고,선거가 있는 해에는 6억원으로 돼 있었다.십수억원을 썼다고 한다면,모금 한도액을 두배 가까이 초과한 것으로 불법일 가능성이 제기된다.청와대는 경선자금으로 기탁금 2억 5000만원과 캠프조직비용,경선기간 숙박비 등으로 십수억원을 썼다고 밝혔으나 구체적 내역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노 대통령이 경선자금의 불법성에 대해서는 이미 시인한 적이 있다.지난해 7월21일 불법대선자금 문제가 불거져 나오자 긴급기자회견을 자청해 “당시 실제로 경선에 들어간 홍보비용,기획비용 등 여러가지가 합법적 틀속에서 할 수 없었고 경선후 자료를 다 폐기했다.”면서 “하지만 당시 후원금 성금이 소액이었고 국민성금 내역은 모두 공개됐다.”고 밝혀 논란이 일었다.김근태 의원이 권노갑 전 의원으로부터 2000만원의 불법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법정에서 재판을 받고 있었던 시기와 맞물리기도 했다. ●우리당 득표위해 합법적인건 모두 하고싶다 노 대통령은 이날 열린우리당의 총선 승리에 대한 관심도 늦추지 않았다.노 대통령은 “대통령은 국정을 책임있게 끌고가려면 국회에 우호적인 지지세력이 있어야 한다.”면서 “총선 이기고 싶다.노력하게 된다.”고 솔직하게 밝혔다.또한 “대통령이 잘해서 열린우리당에 표 줄 수 있으면 합법적인 것 모두 다 하고 싶다.”고 말해 선거운동 논란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장·차관급의 총선출마로 야기된 ‘올인’시비에 대해 노 대통령은 “문민정부때 13명 진출했고,16대 때는 17명이 나왔다.”면서 “이번에는 7명이다.”고 소개했다.하지만 이번 총선에 출사표를 던진 현 정부의 장·차관급은 청와대 고위직을 빼고도 9명이다.청와대의 핵심관계자는 “장관 5명과 차관 2명을 합해 7명이라고 한 것”이라면서 “장관급과 차관급이라고 말해 오류가 있었다면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통일수도 개성·판문점 일대 적절 노 대통령은 통일에 대한 시각도 구체적으로 나타냈다.정부내 ‘통일수도로 서울이 제격’이라는 목소리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우리 통일은 독일 통일과는 다를 것”이라며 “흡수통일이 아니라 상호간 인정하면서,정치적·경제적 체제에서 독자성을 오랫동안 유지해나가면서 국가연합체제로 갈 것이다.”고 밝혔다.노 대통령은 통일수도와 관련,“개성,판문점 어디 일대에 서울과 평양보다 규모가 작고 상징적인 국가연합의 의회,사무국이 존재할 것이고,대부분 행정은 지방정부에서 해나가는 것이 멀리 볼 때 통일과정에서 합리적일 것이다.”고 밝혔다.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노 대통령은 “나도 하고 싶지만,6개국이 북핵과 관련해 전략협상,게임을 하는 상황에서 정상회담은 적절치 않다.”면서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면 북핵문제가 남북국면으로 전환되는데,우리 역량이 그렇게 안 된다.”고 밝혔다. 문소영기자 symun@˝
  • “카드사 위기 모럴해저드가 원인”이호군 여신금융協회장 고해성사

    “무분별한 경쟁에서 비롯된 업계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카드시장을 이렇게 만든 가장 큰 원인입니다.카드사들은 앞으로 자산규모 축소 등 경영정상화 노력을 끊임없이 계속해야 할 것입니다.” 지난 18일 제3대 여신금융협회 회장에 선출된 이호군(사진·李鎬君·61) BC카드 사장이 26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뼈아픈 자기반성의 목소리를 냈다. 앞으로 카드·캐피탈 등 여신전문업계를 이끌고 갈 이 회장은 “일부 카드사는 금감원에 수치를 보고할 일이 있으면 막판에 내놓지 않다가 경쟁 카드사 수치가 보고되면 자사 수치를 조정해서 발표한 적도 있었다.”며 “오죽하면 당시 BC카드 사장으로서 사장단 회의에서 통계만큼은 솔직하게 보고하자고 제안했을 정도”라고 말했다.이어 그는 “이런 과당 경쟁속에 정부정책이 오락가락하면서 문제가 더 심화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회장은 “업체들의 구조조정이 마무리되고 있는데다 연체율도 나아지고 있기 때문에 내년 2·4분기부터는 경영상태가 호전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LG카드 문제와관련,“외국자본에 국내 금융기관을 너무 많이 넘기면 금융시장의 독자성이 훼손된다는 여론이 많아 국내 매각으로 가닥이 잡힌 것 같다.”면서 “채권단 차원에서 LG카드 매각이 무산되면 산업은행을 중심으로 한 컨소시엄이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유영기자
  • 특검법 재의결/209표의 의미

    거야(巨野)의 위력이 다시한번 실감됐다.대통령 측근비리 특검법이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182명)를 넘는 압도적 찬성(209표)으로 재의결되면서 한나라·민주·자민련 등 야3당이 공조할 경우 개헌이나 대통령탄핵까지도 추진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노무현 대통령은 재적 3분의1도 안 되는 ‘왜소여당’인 열린우리당과 함께 국정을 운영하기가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같은 정국구도는 새해벽두 특검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정국을 요동치게 만드는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3야 공조 위력,단단한 것인가 ‘찬성 209표’는 입법부가 행정부 수반에 보낸 일종의 ‘경고성메시지’로도 해석된다.지난달 10일 1차 투표때 이미 184표 찬성으로 재의결 정족수를 넘겼음에도 거부권을 행사한 것이 무리였음을 확인시켜준 셈이다. 하지만 야 3당의 공조가 계속 콘크리트처럼 단단할 것 같지는 않다.각 당이 처한 상황과 총선에 임하는 셈법이 천양지차이기 때문이다. 민주당내에는 실제 당초 측근비리 특검법을 한나라당의 대선자금 수사 물타기용이라며 반대하는 의원이 많았고,현재도 한나라당과의 사안별 공조에 거부감을 갖는 의원들이 많다.내년 총선에서 충청지역 독자성을 확보해야 할 자민련도 한나라당과의 전반적인 공조엔 부정적 기류가 강하다.따라서 3야 공조의 위력을 개헌 혹은 탄핵까지 연결시키는 것은 무리라는 해석이다. ●거야 공조위력은 여전한 뇌관 야 3당의 공조는 이처럼 일정정도 한계를 갖기 때문에 연말 정국은 국회가 정상화되면서 일단 정상궤도로 재진입할 것 같다.물론 코너에 몰린 검찰이 한나라당의 메가톤급 대선자금 비리를 밝히거나,헌법재판소에 특검법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경우엔 정국이 빠르게 얼어붙을 수도 있어 보인다. 특히 특검이 내년 초 가동돼 노 대통령의 측근비리 일부라도 확인하거나 당선축하금 일부를 확인할 경우엔 정권자체가 위기로 몰릴 수 있다.이 경우 다시 3야 공조는 위력을 떨칠 전망이다.반대로 특검이 큰 성과를 내지 못하면 한나라당이 위기에 처하고,3야공조는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각 정당별 특검법 득실도 복잡할 전망이다.한나라당은 재의결 관철에도 불구하고 지도부의 무리한 극한투쟁에 대한 책임론이 일 수도 있다.민주당은 조순형 대표체제가 재의협조를 통해 국회를 정상화시킴으로써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열린우리당의 정국 소외와 무기력증은 더욱 깊어갈 분위기다. 이춘규기자 taein@
  • ‘교육특구’내 교원 지방공무원화/교육계“신분 불안”강력 반발

    정부가 지역 특성화 발전을 위해 마련키로 한 교육특구 안에 설립되는 시·군·구립 초·중·고교의 교원신분을 현행과 달리 국가공무원이 아닌 지방공무원으로 규정,교원의 지방직화 논란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또 교육특구의 특성화 학교로 지정된 학교의 교장이나 교원의 임용권도 특구지자체의 장에게 넘겨,교육계의 반발이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교원단체들은 20일 “교원의 신분을 지방직화하려는 의도”라며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전국 16개 시·도 교육위원 협의체인 전국교육위원협의회도 정부의 이같은 방침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따라서 지난 6월 교원 지방직화를 놓고 정부와 교육계간에 빚어진 갈등이 다시 불붙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인적자원부와 재정경제부는 이날 이같은 내용을 담은 ‘지역특화발전특구법’ 제정안이 18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재경부가 추진하는 이 제정안이 입법예고될 당시 교육특구 교원의 지방직화 부분은 없었다. 현재 지역특구의 지정을 희망하는 전국 23개 지역 중 14곳이 초·중·고교 교육과 관련된 교육특구를 신청한 상태이다. 제정안에 따르면 특구 지자체는 교육감의 인가를 받아 시립·군립·구립 등의 공립학교를 설립할 수 있다.또 특구 지자체의 장은 교육감의 지정을 받아 교육과정이나 학생모집을 자율적으로 결정,운영할 수 있다.교원의 정원 체계나 배치 권한도 확보,이른바 ‘자율학교체제’가 가능하게 됐다. 교육특구의 교원신분과 관련,국가공무원이 아닌 지방공무원으로 못박았다. 재경부측은 “시립이나 도립대학의 교수가 지방직인 것과 같이 시·군·구에서 세우거나 지정한 교육특구의 학교인 만큼 교원도 지방직 공무원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주장하고 있다.제정안에서는 외국어의 전문교육을 위해 외국인을 외국어 교원 및 강사로 임용할 수 있도록 했다. 전교조측은 이와 관련,“교육을 무리하게 일반 행정과 통합하는 조치는 교육의 전문성과 독자성을 훼손하고 ‘교육의 상품화’를 초래한다.”면서 “교육특구의 학교는 신흥 명문입시기관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다.”고 반박했다.전교조는 “교직의 안정성을 흔들 뿐만 아니라 심각한 갈등을 낳을 것”이라면서 “나아가 교육특구는 현행 고교 평준화의 근간도 해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총은 “지난 6월 사실상 백지화된 교원의 지방직화를 다시 추진하려는 의도”라면서 “지역특화 발전과 교원신분과는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또 “교원신분이라는 중요한 사항을 다루면서 교원,교원단체 등 관련 당사자들의 의견도 수렴하지 않은 것은 국정방향과도 어긋난다.”고 밝혔다. 박홍기기자 hkpark@
  • 책 / 아동의 탄생

    필립 아에리스 지음 / 문지영 옮김 새물결 펴냄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함함하다고 한다.’ 굳이 이런 진부한 속담을 초들지 않더라도 아이 혹은 자식에 대한 사랑은 충분히 본능적이고 생물학적이다.그런 만큼 우리와 다른 사회,다른 시대의 사람들이라고 해서 아이들을 대하는 마음이 크게 다르리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그러나 프랑스 역사학자 필립 아리에스가 펼치는 주장은 사뭇 도발적이다.중세 유럽에는 아동기에 대한 의식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으며,아동에 대해 현재와 같은 의식이 확립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라는 것이다.그에 따르면 중세에 아동기는 성인이 되기 전에 잠깐 거쳐가는 과도기 정도로 무시됐으며,아이들은 젖을 떼자마자 어른들 사이에 섞여 함께 생활했다. 필립 아에리스의 방대한 저서 ‘아동의 탄생’(문지영 옮김,새물결 펴냄)은 아동은 이처럼 철저하게 역사와 문화의 산물이라는 점을 강조한다.‘심성사(心性史)의 고전’으로 평가받는 이 책은 1960년에 처음 나왔지만 이제서야 국내 번역본을 갖게 됐다. ●17세기 들어서야‘아동' 인식 생겨 저자는 아동과 가족에 관한 의식의 기원과 전개과정을 역사적 맥락에서 살핀다.특히 프랑스 사회를 중심으로 중세와 17세기 이후의 아동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밝혀낸다.‘미래의 희망으로서의 어린이’라는 이미지는 17세기에 들어서야 형성되기 시작했다는 게 저자의 견해다. 중세 프랑스 사회에서는 영아살해가 공공연히 자행됐다.그것은 도덕적인 타락으로 인식되지도 않았다.심지어 근대적 인간이라 할 수 있는 계몽사상가 루소조차 다섯 명의 자식들을 모두 고아원에 맡겨버렸다.‘인간회복’을 일관되게 주장한 루소의 이상적인 모습만 기억하는 이들에게 그의 ‘비정’은 당혹감을 안겨줄 만하다. ●중세 프랑스선 영아살해도 공공연히 자행 중세의 아이들은 그저 몸집만 작을 뿐 어른과 다를 것 없는 존재로 간주됐으며,아동기는 나름의 독자성을 지닌 시기로 인정받지도 못했다.이를 반영하듯 중세의 도상(圖像)에서는 아이들이 전혀 아이다운 특징을 보이지 않는다.아이의 외형적인 특성을 살린 도상들이 나타난 것은 14세기 경부터다.아이들의 인격을 고려한 듯한 이런 경향은 16∼17세기의 아이 초상화,벌거벗은 아기 그림인 푸토(putto) 등으로 발전했다.마침내 아동이 ‘발견’된 것이다.이에 따라 그전엔 볼 수 없었던 현상들이 생겨났다.아이들에게 어른들과 다른 옷을 입혔고 이전까지는 구분하지 않던 어른과 아이들의 놀이도 비로소 구분했다. 중세의 학교는 성직자를 양성하기 위한 기관이었지 아이들을 의한 교육기관이 아니었다.때문에 다양한 연령의 학생들이 뒤섞여 수업을 듣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연령에 따른 학급 구분은 프랑스의 경우 17세기에 가서야 어느 정도 정착됐다.나폴레옹과 더불어 본격화된 민족국가 건설 과정에서 아이들은 병영처럼 운영되는 학교에 격리돼 ‘국민교육’을 받기 시작했다.미셸 푸코의 표현을 빌려 말하자면 아이들은 이제 ‘감시와 처벌’의 대상이 된 것이다. ●그림에서도 아이다운 모습 찾기 어려워 아동에 대한 의식의 역사를 추적해온 저자가 연구의 종착지로 삼는 것은 가족의식이다.근대 이전에는 개인의 삶의 중심은 가족이 아니라 사회였다.그러나 18세기 들어 사회 중심의 삶은 위축되고 가족이 그 자리를 대체했다.가족의식은 이웃이나 친구관계 등 전통적인 관계들을 희생시키며 점차 강화돼갔다.흔히 근대에 개인주의의 발달이 이뤄졌다고 하지만,저자는 “승리한 것은 개인이 아니라 가족”이라고 단언한다.2만5000원. 김종면기자 jmkim@
  • [이경형 칼럼] ‘연극촌’에서 본 지방화

    지난 주말 때 이른 추석(?)성묘를 마치고 귀경길에 경남 밀양시 부북면의 ‘밀양연극촌’에 들러 두 편의 연극을 잇따라 관람했다.4년전 월산초등학교 폐교 건물을 개조하여 연극공동체의 보금자리를 마련한 이곳은 한국의 대표적인 연극 마을로 자리잡아 가고있다. 교실 2개를 튼 소극장에선 아동극 ‘토끼와 자라’가 공연됐다.관객은 창원에서 버스 두 대로 온 어린이와 학부모가 대부분이었고,나머지는 인근 주민이거나 일부러 찾아 온 사람들이었다. 공연에 앞서 관객들은 출연배우들의 선창과 몸짓에 따라 노래와 춤을 배우면서 장내는 흥겨움으로 가득했다.1시간여 공연이 끝난 후 관객들은 축제가 파할 때처럼 자리 뜨기를 아쉬워했다.두 번째 공연은 후두둑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는,교사 뒤쪽의 천막 극장에서 저녁 8시부터 시작된 ‘서툰 사람들’이었다.객석엔 연극캠프에 참여중인 어린이들과 일반 관객이 채 100석도 채우지 못했지만,연극이 끝난 후 출연자들에게 보내는 여러 차례의 뜨거운 박수는 대형 공연 못지않게 장내를 달구었다. 지난 7월17일부터 보름 동안 이곳에서 열렸던 제3회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 기간엔 개막 첫날 야외 ‘숲의 극장’등 4개 극장의 좌석이 매진되는 등 피서를 겸한 전국의 관객들로 대성황을 이뤘다고 한다.연극촌 촌장이라고 할 수 있는 연출가 이윤택씨는 극단 연희단거리패를 이끌고 매주말 연극 공연으로 이곳을 일궈왔다.그는 “밀양시민들과 호흡을 함께하면서 자리를 잡아왔다.”면서 “인근 부산,울산은 물론 서울 관객도 심심찮게 온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밀양 하면 주변의 뛰어난 풍광과 함께 조선 후기 대표적 건축물인 영남루가 먼저 떠올랐지만 앞으로는 연극촌이 될 법하다.지난 90년대 이후 지방자치제 실시와 함께 ‘지방화’가 강조돼왔고,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도 지방 분권을 역설하고 있다. 중앙집권적 국가경영시스템을 분권형으로 전환하는 제도적 개혁은 지방화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마찬가지로 지방 주민들이 그 지역의 특화된 문화적 요소를 발전시켜나갈 수 있도록 중앙 정부나 해당 지자체가 적극 지원하는 일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지금 전국적으로 매년 1000여 건의 기초자치단체 단위 지역 축제가 열리고 있다고 한다.각 지방은 특산물,유적지,유·무형문화재,온천,기타 관광자원과 연관된 지역 축제를 개최하고,이 과정에서 지역문화 인프라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축제 숫자만큼 내실을 거둔다고 말할 수는 없으나,그래도 지방화의 소중한 촉진제가 되고 있다. 언젠가 독일 뮌헨 지방을 여행했을 때 우연히 어울렸던 맥주 축제, 일본 홋카이도 노보리벳쓰 지역에 갔을 때 ‘도깨비 결혼’ 마쓰리(축제)행렬에 끼어 놀았던 문화 체험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영국의 웨일스 지방의 헤이온와이는 1960년대 초만 해도 퇴락한 시골마을에 불과했다.그러나 리처드 부스라는 한 청년의 헌책 사랑으로 세계 최초의 ‘책 마을’로 자리잡은 뒤 지금은 세계고서전시회 개최 등으로 연간 50만명의 관광객을 불러들이고 있다. 청계천 복원공사로 존폐 위기에 처한 청계천6가 일대의 헌책방들도 한국의 헤이온와이로 재탄생할 수는 없을까.고서점 호산방 박대헌 대표는 강원도영월의 한 폐교에 책박물관을 세우면서 책마을을 건설하겠다는 꿈을 키우고 있다고 한다.파주 통일동산 인근에 건설되고 있는 예술문화인들의 창작,전시,거주 공간을 겸한 ‘헤이리 마을’도 헤이온와이의 아이디어를 벤치마킹했다. 진정한 지방화 시대는 권력 구조나 경제력의 분권 못지않게 그 지방의 문화적 차별화,독자성이 꽃을 피울 때 제대로 열리는 것이다. 본사 이사 khlee@
  • [21세기 한국을 읽는다]방민호 교수가 만난 문학지성 (6)조동일 - 한국의 학문, 탈 식민지화를 위해

    저 옛날 원효는 중국으로 가려다 중도에 돌아왔으되 당대 불교철학의 첨단에 서 있었다.오늘날에도 해외에 유학하지 않고 세계적인 학문을 이룩하는 사람이 있다.그가 바로 국문학자 조동일 선생이다.“유럽 문명권의 독주 때문에 빚어진 불행한 역사를 청산하고 다음 시대를 열기 위해서 일제히 노력하는데 동아시아도 다른 여러 문명권과 함께 적극 기여하는 것이 마땅하고,한국에서도 할 일을 해야 한다.나는 내 나름대로 그 임무의 일단을 수행하면서,주위의 다른 사람,이웃나라 학자,다른 문명권 학계의 분발을 촉구한다.”(조동일 ‘세계문학사의 전개’(2002) 중에서) 말복을 앞두고 부채질을 해야 할 만큼 뜨겁던 날,선생의 연구실 바깥에서는 매미 소리가 따갑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선생은 역시 변함이 없었다.뭔가 혼자만의 담대한 구상에 빠져 있다 불청객을 맞은 듯했지만 나를 불편하게 만들지 않으려는지 손수 녹차를 타주시는 배려를 보이기까지 했다. 비록 내 자신이 도둑맞은 건 아니었지만,선생과의 인터뷰 테이프를 도둑맞은 나는 뭐라 변명 드릴말씀이 없었다.빨리 본론을 시작하는 수밖에. “다시 선생님의 근황을 여쭈어 보아야겠어요.” “‘지방문학사 연구의 방향과 과제’라는 책을 썼어요.이제 교정을 다 봐서 책이 곧 나올 단계입니다.그리고 ‘국문학통사’도 한 번 더 고쳐서 제4판을 내려고 준비하고 있어요.이 작업은 오래 걸려서 2005년 초에나 나올 예정입니다.” “오랫동안 한국문학사를 연구해 오셨는데요.우리의 문학은 중국이나 일본 같은 나라의 문학과 어떤 점에서 구별될 수 있을까요?” “한국문학사가 세계문학사에서 차지하는 특별한 점이 뭐가 있느냐.세 가지로 간추릴 수 있어요. 첫째,구비서사시의 전통입니다.우리 문학을 보면 고대부터 근대까지 서사시가 면면히 이어지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어느 한 시대에 구비서사시의 풍부한 유산을 가진 나라는 여럿 있지만 이렇게 시대에서 시대로 이어지면서 면면히 새롭게 창조되는 구비서사시를 볼 수 있는 것은 한국문학이 특별한 경우입니다.시대에 따른 역동성이 있다는 것이죠. 둘째,한국은 동아시아 문명권의 중간에 위치해있습니다.중국이 중심부이고 일본이 주변부라면 한국은 중간부인데 중간부는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느냐.중심부가 발전시킨 공동 문어문학과 주변부에서 일찍부터 발전시킨 자국어 민족문학이 비슷한 비중으로 발전하면서 그 양자가 밀접한 관련 양상을 보인다는 것입니다.한국문학의 이런 특징은 다른 문명권의 중간부에서도 발견됩니다.산스크리스트어 문명권의 타밀,아랍 문명권의 페르시아,유럽 문명권의 프랑스나 독일 등이 그렇지요. 셋째,한국은 식민지 통치를 받으면서 근대문학을 일으켰는데 식민지 경험을 가진 다른 어느 나라의 문학보다 훌륭한 근대민족 문학을 이룩했습니다.그리고 그것은 앞 시대의 축적의 대가입니다.일본 식민지 통치는 언론과 정치의 자유를 극도로 억압했고 이것이 문학에서는 고도의 암시와 상징,비유를 가능케 해주었습니다. 그 결과 한국 근대문학은 문학적 창조의 방법을 보이면서도 민족이 요망한 것을 깊이 집약하는 양면성을 갖추었습니다.이것은 우리 문학이 가진 한 특성이면서 제3세계 근대문학이 가진 보편적 특징을 잘집약해서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고대,중세,근대에 걸쳐 한국문학은 중국이나 일본과는 다른 전통과 가치를 구비하고 있는 셈이군요.문명권을 중심부,중간부,주변부로 보는 관점이 흥미롭습니다.” “동아시아 문명권의 경우 중국은 공동 문어문학,즉 한문학의 중심부이고 그 규범을 보인 성과가 높은 반면에 중국의 백화문학은 근대에 들어서야 성립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반면에 일본은 공동 문어문학을 많이 하지 않았고 그 수준도 별로 높지 못한 데 반해 자국어문학은 일찍 성립된 편입니다.일본 사람들은 이것을 굉장한 것인 양 자랑하고 있는데 이것은 문명권의 주변부가 가지는 일반적 특성일 뿐 민족성 우위를 주장하는 것은 전혀 적합하지 못합니다.일찍 자국어문학을 했다는 측면에서 보면 일본보다 유럽 문명권에서 주변부 중의 주변부인 아이슬란드보다 못합니다.중세에는 공동 문어문학을 잘한 중간부,즉 한국이 아주 위세가 높았고,근대에 와서는 주변부였던 탓에 자국어 문학이 일찍 개화한 일본이 조금 나은 형편에 놓여 있는 거지요.그러나 근대를 넘어서서 다음 시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근대와 중세의 유산을 함께 이용할 줄 알아야 하는데,공동 문어문학에 함유된 가치의 회복이라는 점에서 중간부인 한국의 중요성이 커집니다.유럽처럼 동아시아가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중국이 가지고 있는 중세적 보편성과 일본이 가지고 있는 개별성을 함께 구비하고 있는 한국이 두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더 큰 구실을 하는 것이 마땅하겠지요.”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면 한국문학 연구를 폭넓은 시야를 확보하면서 주체적,독자적인 위상으로 끌어올리는 문제를 깊이 고민해 오신 것 같은데요.” “학문하는 데 있어 흔히 볼 수 있는 두 가지 조류가 있어요.하나는 서양 학문을 가져와서 우리 것을 만들고 또 그것을 토착화하자는 수입학이죠.그런데 이 수입학은 아무리 잘해도 원산지보다 잘 할 수는 없어요.원산지와의 격차를 줄이는 것도 매우 힘든 일이죠.또 수입학으로 대안을 만들 수는 없는 거죠. 다른 하나는 국학,우리 것을 소중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는데 나는 이것을 자립학이라고 했어요.수입학이 범람하는 와중에 자립을 하자는 것도 좋지만 우리 것에 매달리면서 그것의 의의를 많은 경우 감정적으로 설정하고,우리 것이 가지는 보편적 의의를 발견하지 못하기 때문에 보편성이 결여돼 일반이론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이 자립학입니다.이러한 자립학으로도 우리 학문은 학문이 크게 나갈 수는 없어요. 수입학의 폐단과 자립학의 폐쇄성을 함께 넘어가는 바람직한 학문의 방법이 필요한데,나는 이것을 창조학이라고 명명했습니다.창조학이란 뭐냐면,우리 것,우리 민족,우리 유산이 가지고 있는 보편적 의의를 발견하고 그것을 한편으로는 동아시아로 확대하고 제3세계로,세계로 확대하는 것이죠.동아시아로 확대한다는 것은 중세 연구에서 매우 중요한 것이고 제3세계로 확대한다는 것은 근대 연구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져요.그렇게 해서 얻어진 결과를 가지고 유럽문명권 사람들이 무엇을 잘못 이야기하고 있는가를 따져보는 거죠.그렇게 해서 근대를 합리화하는 그들의 한계에서 벗어나,유럽 문명권 중심주의를 세계 전체로 확대하는 데 그치지 않고,그것의 근본적 결함을 비판하고 대안이 되는 이론을 제시하는 것이 학문의 바람직한 자세일 것입니다.” “중요한 말씀 같습니다.그런데 학문을 함에 있어 언어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은데요.예컨대 영어를 잘 알아야 한다든가,말입니다.” “국제비교문학회 같은 국제학술대회에 참가해 보면,말할 수 있는 사람은 할 말이 없고 할 말이 있는 사람은 말할 수 없다는 아이러니를 겪게 됩니다.우리나라뿐 아니라 제3세계가 다 마찬가집니다.말할 수 있으면 할 말이 없다는 것은 영문학,혹은 국문학 전공자들이 해외에 나가서 영어는 빠지지 않게 하지만 내용이 없다는 것이죠.할 말도 있고 말할 줄 아는 사람이 필요합니다.이야기할 수 있는 내용도 있고 그것을 외국어로 표현할 줄도 아는,그러니까 양쪽을 갖춘 사람이 나와야 하는데,영문학자나 국문학자가 그렇게 하기는 매우 어려워요.국문학을 깊이 공부하는 사람이 비교연구의 관점도 다 갖추고 세상에 통용되는 말로 글을 쓰고 발표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우리 현실이고 제3세계 국가들도 모두 비슷합니다.그런 공통적인 현실을 타개하는 것이 우리의 할 일입니다.” “그런가 하면 영어를 공용어로 해야 경쟁할 수 있고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견해는 만만치 않은데요.복거일씨가 그런 분 가운데 한 사람이었죠?” “영어는 일종의 교통어입니다.모국어가 다른 사람끼리 통용하기 위한 말인데,교통어로서의 영어가 갖는 효용성을 부정할 수는 없겠죠.그렇다고 해서 영어를 공용어로 삼자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말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할 말은 점점 더 없어져요.할 말이 있고 말을 못하면 다른 사람이 번역을 해서라도 내놓을 수 있는데 말을 할 수 있고 말할 내용이 없으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이 대목에서 선생은 어조가 한결 높아진다. “지난번에 그런 주장이 횡행하길래 3개월 만에 급한 대로 ‘영어를 공용어로 하자는 망상’이라는 책을 썼습니다.관심이 있어 자료는 모으고 있었지만 내 분야가 아니었기에 바로 쓸 계획은 없었어요.그러나 문제가 시급하다는 생각,몇 달 만에 책을 썼고 원고 넘기고 한 달여 만에 책이 나왔어요.그 책의핵심 중 하나는,영어 공용어 국가는 영국과 미국의 식민지였거나,자기 나라 사람끼리 말이 통하지 않는 나라뿐이라는 것이에요.우리나라 사람끼리 말이 통하지 않게 하는 것,영어를 공용어로 만들어 한국어를 못 쓰게하는 것은 어떤 정치권력이나 법으로도 불가능해요.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소리를 떠드는 것은 사람의 의식을 혼미하게 하는 거예요.영어를 공용화한 나라가 얼마나 많은 불행과 고통을 겪고 있는지 조사해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 그런 소리를 하고 정책을 좌우하는 사람들까지 부응하는 것은 위험한 일입니다.그것은 경쟁력도 못키우고 학문을 발전시키지도 못합니다.” 선생은 외국어를 가장 잘하는 국문학자 가운데 한 분이고 학문을 하려면 5개국어 정도는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지만,영어 공용어론에 대해서는 여간 강경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아마 평생 학문을 학문답게 해온 사람의 지혜에서 우러나오는 게 아닐는지. 나는 선생께,선생님도 생활이라는 개념이 있느냐고 여쭈었더니,그렇단다.매년 8월 아무 날에는 제자들과 속리산에함께 오르신단다.이 글을 정리하느라 선생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매주 일요일 오후 1시5분쯤이면 도봉산역에 도착해 등산을 하신단다.참으로 놀라운 생활이 아니냐.그 규칙성,그 성실함이라니. ■방교수가 본 국문학자 조동일 옛날에 신림 4거리에서 사람들과 함께 맥주를 마시고 있는데 어떤 큼직한 가방을 멘 사람이 혼자 쑥 들어오더니 구석 자리에 자리를 잡고 호프 500cc를 한 잔 시켜 마시고는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그가 바로 조동일 선생이었다.그 무렵 나는 그가 늘 해외여행을 다니는 사람마냥 큼직한 커리어백을 끌고 다니는 것을 목격하곤 했다.그는 다른 생각 없이 공부만 하고 땅만 보고 다니는 사람 같았다.생각은 하늘에 두고. ●도전과 의지의 삶… 저서 50여권 이번에 조동일 선생과 인터뷰를 치르는 동안에 예기치 못한 사건이 발생했다.녹취 테이프 푸는 일을 맡은 작가 김신우씨 집에 도둑님이 들어 테이프를 잃어버린 것.생각다 못해 선생에게 다시 인터뷰를 하자고 어렵게 말씀 드렸더니 쾌히 그러자신다.천재지변 같은 일을 어떻게하겠느냐고. 나는 선생 연구실의 낮은 문턱이 그렇게 고마울 수 없었다.높고 낮음은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 것이었다. 1939년 경상북도 영양 사람으로 예천 출생이다.서울대학교 불문과를 졸업한 뒤 국문과에 다시 입학,처음부터 다시 새로운 학문을 익히는 도전과 의지의 삶을 살아왔다.1982년에 간행되기 시작하여 모두 다섯 권으로 낸 ‘한국문학통사’를 비롯하여 지금까지 쓴 저서가 모두 50여권. 그의 관심은 한국문학에서 출발하여 한국문학으로 끝나되 그 단일 주제는 끊임없이 확장,심화되어 왔다. ●평생 한국학의 세계성 탐구 ‘우리 학문의 길’(1993) 등이 보여주듯,그는 한국 지식사회가 주체성과 독자성을 확보하는 길을 고민해 왔으며 나아가 그러면서도 정저지와(井底之蛙)에 머무르지 않는 학문의 창조성을 고창해 왔다.최근 ‘세계문학사의 전개’(2002)처럼 그동안의 학문적 성과를 갈무리하는 저서를 내는 한편 ‘영어를 공용어로 하자는 망상,민족문화가 경쟁력이다’(2001) 같은 저서로 사회 일각의 천박한 서양 동화주의를 비판하면서 우리언어와 학문의 가치 옹호에 앞장서기도 했다.
  • [사설]상명하복 제대로 폐지하려면

    검사의 상명하복(上命下服)을 규정한 검사 동일체 원칙 조항의 개정은 중요한 검찰 개혁으로 평가된다.검찰조직의 근간인 검사동일체 원칙이 그동안 개혁의 대상으로 지적돼 왔기 때문이다.상명하복 조항은 검찰조직을 명령 일변도의 경직된 구조로 만들고 검찰 간부들의 압력 행사 통로로 악용돼 왔다는 비판을 받았다.특히 각종 ‘게이트’ 등 정치적 사건에 악용되는 사례가 많아 검찰이 권력의 시녀라는 오명을 얻은 원인이 되기도 했다. 상명하복 조항의 폐지는 검사의 공정하고 소신있는 수사와 정치적 중립의 중요한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그리고 상급자의 부적절한 지시에 이의제기권을 보장하는 내용을 검찰청법에 신설하는 것은 검사의 독자성을 상당히 보장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그렇다고 검찰 개혁이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인사권을 비롯해 통제 수단은 얼마든지 있다.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탄탄한 피라미드형 조직의 통일성을 강조하는 검찰 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실효성이 없다.검찰 스스로 바뀌는 개혁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검사 동일체 원칙이 개정되더라도 그 취지와 순기능은 살려야 한다.유사한 사건에 대해서는 어느 검사가 수사를 하더라도 들쭉날쭉하지 않은 균형과 통일성의 유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검찰은 이번 법개정을 계기로 권위주의를 버리고 권력 남용을 스스로 경계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이기 바란다.그래야 공정한 법 집행자로서 국민의 사랑을 받는 검찰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21세기 한국을 읽는다]방민호 교수가 만난 문학지성(5)이어령-세계사 새 조류와 한국 지성인

    “우리는 지금 하나의 벽화 앞에 있다.그것을 너무 떨어져서 또는 너무 가까이 가서 바라보면 안된다.적당한 거리가 필요할 것이다.말하자면 형상의 윤곽만 짐작할 수 있는 그런 원거리와 반대로 어느 부분의 디테일만 보이는 근접된 거리에 서지 않는 것이 좋다.”(이어령 ‘저항의 문학’(1959)중에서) 전후문학(戰後文學)에 대해 공부하면서 이어령 선생의 글을 접한 적이 있다.무덤 속에서 죽은 이상(李箱)을 깨워낸 그는 당대의 한국문학에 현대성과 보편성이라는 화두를 던졌다.그리고 지금도 그는 한국사회의 한 끝에 서 있다. 어느 날 아침 라디오에서 기업가들을 앞에 놓고 세계사의 향방을 이야기하는 선생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 나는 그 젊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었다.하시는 말씀이 최신식이었던 까닭이다.나는 오늘도 그런 기대를 안고 선생을 찾아갔다. “문명비평가로서,중앙일보 고문으로서 선생님의 근황에 대해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내 나이가 이제 고희를 지났습니다.새로 시작하기보다는 정리하는 쪽으로 하려고 합니다.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어요.하나는,내가 본래 문학평론을 했기 때문에 현암출판사 하고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시와 소설을 지금까지 내가 해오던 방식으로 정밀 분석하는 시리즈를 내려고 합니다.두 번째는 10월부터 일본문화연구소의 초청으로 일본에 장기체류하게 되는데 거기서 동아시아 문화 읽기를 시리즈 방식으로 써나가려고 합니다.마지막은,서양 중심의 관점에서 벗어나 한국의 입장에서 새 문명의 지도를 그려보려는 뜻에서 세계 각국을 주유하면서 석학들을 만나보려고 합니다.” “특히 마지막 대목이 흥미롭습니다.” “잘 알다시피 영국·미국·호주·필리핀·싱가포르·일본 이런 나라들은 해양 국가들입니다.미국이라는 게 큰 대륙이지만 문명사적으로 보면 유럽에서 떨어져나간 섬이죠.일본이 대륙권 문화에서 떨어져나간 섬처럼 말이죠.소위 섬들의 문화입니다.그런 해양 세력 하고 유럽 중심 속의 유라시아 하고 우리나라·러시아·중국 등을 대비해 보려고 합니다.그러니까 사실상 문명 충돌은 헌팅턴이 본 것처럼 이슬람 대 기독교,이렇게 되는 게 아닙니다.지정학적인,지리적인 위치에 따라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이 부딪치는 관계인 거죠.우리는 반도라는,양립성을 가지고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그 위치에서 세계를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선생의 목소리는 카랑카랑하고 자신감에 차 있다.선생을 문명비평가라 칭한 것은 잘한 일 같다. “선생님께서는 1934년생이신데요.어느 누구보다 부단한 갱신을 이뤄 오셨습니다.이를 가능케 한 시대나 세대상의 배경은 없을는지요?” “내가 성장하던 시대는 자기 정체성이 분명하게 없었던 시대였죠.서울의 도시체험이라고 하는 것도 첨단 도시가 아니라 완전히 폐허의 도시였어요.전쟁 때문에 울타리도 없고 길거리도 없고.한마디로 우리 세대는 자기 정체성마저도 상실된 시대이기 때문에 제로에서부터 시작하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그리고 나는 이것이 굉장한 불행인 줄 알았는데 내 일생을 살아가는 데 귀중한 체험이 되었습니다.연필이 왜 좋은가.만년필이 있고 볼펜이 있는데.지울 수 있기 때문이죠.한번 쓰면 절대로 지워지지 않는 게 요즘 젊은 세대들이 아닌가 해요.386세대,한총련세대 전부 지워지지 않는 볼펜 같습니다.우리 세대는 확실하게 지워질 수 있었습니다.끝없이 자기를 소거했던 거죠.내가 컴퓨터를 좋아하는 것은 아무리 어마어마한 것이라 해도 컴퓨터는 딜리트 키 하나만 누르면 전체를 날려버릴 수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이 쾌감이 우리 세대를 대표하는 겁니다.이것이 지금까지의 내 문학이론의 기본적인 바탕입니다.끝없이 낡은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찾아 자기를 몰입시킬 수 있는 것입니다.” 선생은 말을 끊을 사이도 없이 숨 가쁘게 말씀을 이어간다.나는 선생의 어조와 표정에서 씌었거나 들린 사람의 표징을 본다. “선생님은 문학비평에서 문명비평으로 그 폭을 넓혀 오시지 않았던가요?” “내가 역사나 사회로부터 도피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요.문학이라는 것은 사회개혁의 수단이 아니라고 이야기한 것이지 내가 사회와 역사에 대해 관심이 없다는 소리는 아닙니다.나 보고 직함이 많다고 하는데,그러나 나는 너무나도 단순하게 살아왔습니다.창조적 상상력을 위해서 일평생을 바쳤고,그것이면 뭐든 가리지 않고 지적 호기심을 바쳤다고 할 수 있지요.책도 그렇게 읽었고.다만 한 우물을 파는 사람을 나는 믿지 않는 사람이에요.인생이 할 일이 이렇게 많은데 재미없게 왜 한 우물만 파느냐.토끼도 수십 마리 쫓아라,놓쳐도 좋다,수백 개의 우물을 파라는 겁니다.끝없이 수맥을 찾아다니는 사람이 어떻게 우물을 하나 파서 마십니까.나는 우물물을 마시는 사람이 아니고 토끼를 잡는 사람도 아니고 토끼를 쫓고 우물을 파는 사람,창조가의 역할을 수행하고자 했습니다.진짜로 토끼를 잡아서 놔주면 내 작업은 끝난 거예요.이것을 잡을 때까지 전심을 다하는 그 긴장을 나는 사랑하는 것이지 토끼 잡아서 뭐합니까.내가 목마름의 갈증이 있는 한 나는 또 하나의 우물을 파지만 우물을 파서 마셔도 내 갈증이 없어지지 않는데 내가 왜 한 우물만 팝니까.우물 파기와 토끼 잡기,이것이 내 평생의 일이지요.” 이제 나는 질문을 선생의 문명비평 쪽으로 돌려본다.“선생님께서 이라크 전쟁을 계기로 쓰신 칼럼이 많은 이들의 관심을불러일으켰던 것으로 아는데요.” “내가 그 칼럼에서 말하고자 했던 것은 오늘날 전쟁이 뭐냐 하는 것이었어요.새로운 시대에 있어서의 전쟁이라고 하는 것은 평화다,반전이다,참전이다를 가릴 것 없다는 거죠. 우리의 생활 곁에 끝없이 선고받은,종전 없는 전쟁이 들어섰다는 거죠.부뚜막에 전쟁이 올라와 있는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것이죠.그것을 갖다가 모럴문제,환경문제,발전문제로만 보는 것은 좁다 이거죠.그러니까 새롭게 보아야 하는 것이죠.” “오늘날 세계는 이라크 전쟁,북한의 핵문제 같은 ‘낡은’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가 하면 초국가적인 기술 발전으로 인해 나날이 새로운 국면을 형성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과연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보아야 할는지요?” “오늘날 어느 나라를 보든지 세계 시스템이라는 것은 국민국가예요.국민국가라고 하는 틀이 점점 커져서 글로벌화하다 보니까 다민족 국가가 대부분을 차지하게 되었어요.중국 같은 나라가 55민족이 사는 나라가 아닌가 말이에요.미국도 다민족 국가고.스위스도 조그맣고 말레이시아도 조그마하지만 전부 다민족 국가예요.언어도 다 다르고.그게 바로 네이션 스테이트예요.그런데 지금 남들은 그런 국민국가에서 벗어나서 국민국가 자체가 허물어지고 있는데 우리는 지금 국민국가는커녕 통일도 못하고 있단 말이죠.그런 와중에도 한국은 세계적인,소위 보편적인 시스템에 들어서 있습니다.한국은 지금 세계의 20%를 차지하고 있는 이 보편 시스템에 들어와 있는 걸 거부할 수가 없어요.인권,보편주의,보편성,합리성,자유,평등 이걸 거부할 수가 없어요.북한은 80%의 질서 속에 남아 있고 우리는 20%의 질서 속에 들어와 있어요.지금 남한은 20% 중에서,세계 IT 국가 중에서도 최강국이다 이거예요.이걸 잘 알아야 된단 말이죠.그러니까 민족주의적 감상으로 보면,핵문제 등에서 물보다 피가 더 짙다고 얘기하면서,정권이 뭐 민족이냐 이런 디테일한 문제를 따지기 전에 그냥 진짜 민족이다 우리끼리,그러니까 남의 나라가 위협하면 같이 싸워야 된다,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많은데,현실적으로는 북핵문제라든지 이웃나라와의 공조문제라든지 했을 때는 20%에 속해 있으면서도 80%에 남아 있는 북한을 아우르는 데에서 오는 사고의 편차,물질적 경제적인 편차,국제적 외교관계들을 살필 수 있어야 합니다.” “상황이 그렇다면 우리 한국의 지성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어디일까요?” “소위 ‘엔드 오브 히스토리(end of history)’, 역사는 결론이 났다.프랜시스 후쿠야마는 그렇게 보았습니다.헤겔식 절대주의죠.새뮤얼 헌팅턴은 문명충돌론에서 정반대로 문화는 상대주의다,어느 하나가 세계를 지배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나는 후쿠야마도 헌팅턴도 잘못됐다고 봅니다.문명충돌이라고 할지라도 이슬람 하고 이렇게 싸우는 것이 아니죠.명색은 지금 이라크와 미국이 붙어서 기독교문명과 이슬람문명이 싸우는 것 같지만,그러면 왜 유럽이 미국하고 손잡고 싸워야 하는데 안 그러느냐.왜 이슬람국가들이 다 같이 싸우지 못하고 방관하는 나라가 있느냐는 거죠.지금은 소위 지정학적 내셔널리즘이 지배하고 있어요.글로벌까지도 아니에요. 지역 컬처입니다.그럼 지역 컬처는 뭐냐.크게 보면 대륙문화권과 해양문화권의 충돌입니다.그러니까 세계를 좀더 복합적으로 크게 보아야 합니다.이런 눈으로 우리 반도를 보면 우리는 국내적으로가 아니라 국내외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음을 볼 수 있어요.그렇다면 혼자,일국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고 어딘가와 연맹을 지어야 하는데 이념적 연맹이 아니고 세계 시장질서 속에서 하나의 경제권이라는 연맹을 맺어야 해요.쉽게 말하자면 세계시장이 글로벌리즘으로 바뀌면서 경제내용이 바뀌었다는 거지요.물동 중심의 경제가 지금 문화 콘텐츠 중심 경제로 바뀌고 있어요.배고픈 경제로부터 눈 고픈 경제,귀 고픈 경제로 바뀌고 있어요.이러한 경제를 공유할 수 있는 문화 공유권을 만들어야 합니다.이것은 정치이념이나 경제이념 하고는 달라요.문화를 공유하고 있는 나라 위에 경제 공동체가 생기고 그것이 한 단위가 되어 세계시장에 참여하게 되는 거지요.그러니까 결론은 창조적인 문화로 나아가야 한다는 겁니다.화석처럼 굳은 사고를 하지 말아야 합니다.강렬한 해체를 통해서 재창조해야 합니다.” 선생의 사고는 크고 넓다.그 속에서 나는 한국 사회를 이끌어가고 있는 대선배들의 세계관을 엿본다.386이라는 이름으로 한정된 세계관으로는 이 세계관에 맞서 양립할 수가 없음이 명약관화하다.큰 사고가 없이는,우물 안 사고로는 한국사회는 이미 대적할 수 없는 괴물이 돼 버린 것이다. 문학평론가·국민대교수 방교수가 본 문명비평가 이어령 ●긴장감 부르는 예리한 눈매·맺힌 입술 이번이 몇 번째 만남인가.나는 선생을 기억하지만 선생은 기억이 없으시다.‘구운몽’에 그런 구절이 있다.귀인은 잊기를 잘 한다고.귀해 보이는 인상이다. 그리고 귀가 긴 선생.집안이 원래 대대로 장수를 했다는 이야기는 어디선가 들었는데 앞에 우뚝 선 모습이 칠순의 연세에 그렇게 단단해 보일 수가 없다. 옛날 1950년대,1960년대 문학잡지에 나오는 두꺼운 뿔테 안경을 쓴 모습에서 그렇게 변한 게 없다.안경 너머로 눈매가 날카롭다.맺힌 입술 또한 보는 이로 하여금 긴장감을 갖게 한다.저 모습 어디서 그 예민한 비평 감각이 솟아오르는 것인가. ●한국문학에 현대성·보편성 척도 제시 1934년생 충남 아산 출생.서울대학교 문리대 학생 시절부터 28세로 요절한 천재 이상(李箱)의 문학을 재발견해 냈다. 1950년대 후반에 걸쳐 김동리,조연현,서정주 등 이른바 문협 정통파의 전통주의,복고주의에 대해 전통 개념을 재해석하면서 구세대 문학에 대한 전후세대 문학의 독자성을 주장했다.(‘저항의 문학’) 1960년대에 들어서면서 특히 문학의 창조적 측면에 언어에 대한 관심을 중심으로 비평활동을 전개하면서 김수영 등과 이른바 불온시 논쟁을 벌이면서 ‘문학적’ 저항을 주장했다.소설가 남정현이 ‘분지’로 필화를 겪을 때 증인 신분으로 변론을 맡는 용기를 보여주었다. 오랫동안 이화여자대학교에 재직하면서 ‘장군의 수염’ 등을 위시한 소설 창작,‘문학사상’ 창간,이후 문화부장관,중앙일보 고문 등을 지내면서 다방면에 걸쳐 광범위한 활동을 전개하고 현대 한국문학에 현대성·보편성의 척도를 제시해온 비평가다.
  • 국내외 무용스타들 한자리에 / 새달 4~6일 서울무용음악페스티벌 내년 8월 국제콩쿠르 사전행사로

    국내외 무용 스타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는 ‘서울국제무용음악페스티벌’이 새달 4일부터 6일까지 한국프레스센터와 한전아츠풀에서 열린다.내년 8월 무용과 음악을 한데 아우르는 ‘서울국제무용음악콩쿠르’의 창설에 앞서 사전 행사격으로 마련된 무대다. 첫날인 4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는 세계 7개국 20명의 국내외 유명콩쿠르 심사위원을 초청,‘세계 콩쿠르현황과 서울국제콩쿠르 방향모색’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연다. 5·6일 이틀간 한전아츠풀센터에서는 한국·중국·일본·인도 등 아시아 국가들의 민족 무용단과 세계 유명 콩쿠르 입상자 등이 함께 하는 갈라 공연이 펼쳐진다. 볼쇼이발레단 수석무용수인 드미트리 구다노프와 유니버설발레단 솔리스트 유난희가 2인무 ‘장미의 정령’을 선보이고,뮌헨오페라발레단의 루시아 라카라,시릴 피에르의 ‘카멜리아의 여인’(사진)이 소개된다.유난희·엄재용(유니버설발레단),노보연·장운규(국립발레단) 등 세계적 수준의 한국인 무용수들이 펼치는 멋진 무대도 만날 수 있다. 한편 ‘서울국제무용음악콩쿠르’는 국내에서 개최하는 음악·무용 분야의 국제콩쿠르 행사로는 두번째.오는 11월 첫 대회를 갖는 경남국제음악콩쿠르가 처음이다.이를 위해 이강숙 전 한국예술종합학교총장을 회장으로 음악·무용분야의 대학교수들과 단체장들이 참여하는 ‘서울국제문화교류회(SICF)’가 지난 11월 발족했다. 김남윤 예종 음악원장을 비롯해 허영일 홍승찬 유미나 예종 무용원 교수,김대진 예종 음악원 교수,양정수 수원대 교수와 김현자 국립무용단장,김긍수 국립발레단장,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장 등이 참여하고 있다. SICF는 첫해 무용부터 시작해 음악·무용을 매년 번갈아 개최할 예정이며,무용은 발레 현대무용 민족무용 등 세 부문,음악은 바이올린과 피아노로 나눠 실시한다. 허영일 운영위원장은 “서울이 아시아 지역의 문화예술 역량을 키우는 중심역할을 하려면 국제 수준의 콩쿠르가 꼭 필요하다.”며 “무용과 음악을 아우르는 콩쿠르는 세계적으로 드문 만큼 독자성 있는 대회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02)3436-9550. 이순녀기자 coral@
  • 盧 “무리하게 경기부양 않겠다”국민경제자문회의 주재

    노무현 대통령은 11일 “정치적인 이유로 경기부양책을 써서 경제에 무리를 주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제1차 국민경제자문회의를 주재하고 “대통령 후보시절부터 지금까지 단기부양책은 쓰지 않겠다는 것을 다짐해왔고,실천해왔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관련기사 19면 노 대통령은 또 “경제부총리에게 힘을 실어주겠다.”면서도 “참여정부에서는 한국은행과 공정거래위원회,금융감독위원회와 같은 기관의 독립성과 정책의 독자성을 인정해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편 노 대통령은 3급 이상 1200여명의 공무원들과 사상 처음으로 ‘인터넷 조회’를 갖고,“실물경제의 활력을 찾기 위해 경기부양책을 아무 것이나 선택할 수 없다.”면서 “잠재성장률을 해치지 않는 안전한 경기부양책을 선택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강조했다. 곽태헌기자 tiger@
  • 증시개편안 논란 / 통합거래소 ‘산넘어 산’

    정부가 16일 발표한 증시개편안은 투자자 편의와 지방경제활성화를 내세운 고육지책의 성격이 짙다.그러나 코스닥시장과 선물거래소측은 독자성을 무시한 처사라며 강력 반발하고 나서 적잖은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통합거래소가 발족되기에 앞서 주도권을 놓고 적잖은 진통도 예상된다. ●정부방침 선회놓고 뒷말 재정경제부는 지난 3월말 금융발전심의위원회의 증권분과위에서 내놓은 단일거래소·지주회사·개별거래소 체제 등 3개 방안 가운데 지주회사방식을 유력한 대안으로 제안했다.그러다 유관기관의 협의 등을 통해 이해관계가 조화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이라며 통합거래소 방안을 전격 꺼내놓았다. 정부는 통합거래소로 결정하게 된 데는 증권거래비용의 절감과 투자자 편의 제고,선진국 시장의 선물·현물 통폐합 추세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본부를 부산에 두기로 한 것은 지방분권화의 일환으로 부산지역을 동북아 물류·금융요충지로의 발전기반을 구축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그러나 지주회사방안을 내놓은 지 2개월도 채 안 돼 통합거래소방안을 내놓은 것은 정부정책의 신뢰도에 흠집을 남겼다.본부를 부산으로 두기로 한 것은 부산선물시장 철폐에 따른 부산 시민의 반발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당사자들 엇갈린 반응 통합거래소를 지지했던 증권거래소는 비효율적인 지주회사 방식보다는 진일보된 것으로,증권시장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란 입장을 보였다.특히 투자자들은 매매에 따른 각종 위탁수수료 등을 줄일 수 있고,통장 하나로 모든 거래를 할 수 있는 ‘원스톱’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그러나 코스닥시장은 벤처기업 지원이라는 코스닥 고유의 역할과 노하우가 소멸된다는 점에서,선물거래소는 독자성이 훼손된다는 점을 들어 강력 반발하고 있다.선물거래소는 개편추진위원회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혔고,노조는 총파업을 선언했다. ●구조조정 불가피 통합거래소가 계획대로 추진된다면 기존의 증권거래소 이사장,코스닥시장 사장,선물거래소 사장,코스닥위원회 위원장 등 4명은 1명으로 줄어들게 된다.각 기관마다 이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임원들의 감원도 불가피하다.일반직원들의 대규모 감원도 불을 보듯 뻔하다.이래저래 증시개편은 또 한차례의 진통을 예고하고 있다. 주병철기자 bcjoo@
  • ‘중국의 불국사’ 법문사의 비밀

    부처의 진신사리/심규호·유소영 옮김 일빛 펴냄 불교나 불교미술에 큰 관심이 없는 독자들은 ‘부처의 진신사리’(심규호·유소영 옮김,일빛 펴냄)를 한편의 보물이야기쯤으로 읽어도 좋겠다. 중국 서안에 있는 당나라 황실 사원 법문사(法門寺)는,한국사람들에게 불국사가 유명한 것 만큼이나 중국사람들에게는 잘 알려진 절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 책의 원제도 ‘법문사의 비밀’.고고학 에세이풍의 ‘기록 문학’으로 중국에서 이름을 날리는 웨난(岳南)과 상청융(商成勇)이 함께 썼다. 진신사리(眞身舍利)란 석가모니 부처님의 사리.법문사 진신사리탑은 당 태종 이세민이 큼지막하게 세운 뒤 16세기 후반 명나라 만력제가 13층 팔각모전탑으로 중건했다.400여년이 지난 1981년 8월24일,며칠 동안의 폭우에 진신사리탑은 예리한 칼날로 내리친 듯 꼭대기부터 절반이 무너져내렸다.남은 반쪽 역시 비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1986년 모두 무너졌다. 다음해 발굴조사가 시작되자,지하구조물이 드러났다.‘지하궁’에서는 부처님의 손가락뼈라는 불지사리(佛指舍利)와 화려함의 극치인 사리장엄,당나라 왕실에서 올린 1000여점의 찬란한 공양물이 나와 세상을 놀라게 했다.이 책의 뼈대를 이루는 줄거리다.문제는 이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한국사람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느냐는 점이다.사실 중국불교와 한국불교는 그동안 이질성이 강조됐다. 그런데 이 책은 둘 사이에 공통점이 더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불교가 중국을 거쳐 한국에 들어온데 따른 필연적인 현상이지만,우리 문화의 독자성을 강조하면서 애써 외면했던 대목은 아니었을까.진시황의 병마용이나 마왕퇴 유적에서 느끼지 못했던 친연성을 법문사의 진신사리에서 갖게되는 것도 이 때문인 것 같다. 서동철기자 dcsuh@
  • 뉴욕에 ‘한국미술 바람’/ NYT등 한·일 불교미술에 뜨거운 관심

    교토의 고류지(廣隆寺)에 있는 일본 국보 제1호 목조 반가사유상은 한·일 문화교류사에서 가장 큰 쟁점의 하나다.한국에서 가져간 것인지,일본에서 만든 것인지 50년 이상 논란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많은 일본 학자들은 목조 사유상이 한국의 국보 제83호 금동 사유상과 “쌍둥이처럼 닮았다.”며 한국 것이라고 믿고 있는 반면,우리 쪽에서는 오히려 “세부적으로는 같지만,전체 분위기는 너무도 다르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8일 개막 ‘신성상의 전래' 특별전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재팬 소사이어티 갤러리에서 개막된 ‘신성상(神聖像)의 전래’특별전은 바로 우리의 삼국 및 통일신라 시대와 이 시기에 해당하는 일본의 아스카·나라시대 불교미술의 닮은 점과 다른 점을 살펴보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국립경주박물관과 일본 나라국립박물관이 공동주관한 이 전시회에 두 반가상은 나오지 않았지만,한국에서 국보 제183호 금동관음보살입상과 보물 제329호 부여군수리사지 출토 석조여래좌상 등 52건,일본에서도 나라 호류지의 목조전(傳)문수보살입상과 도쿄국립박물관의 동조보살반가상 등 42건의 지정문화재급 불교미술품을 출품하여 ‘비교’에 도움을 주고 있다. 세계 미술사학계는 최근 각 지역 미술의 독자성보다는 어떻게 이것들이 서로 연관되어 있는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고,특히 인도에서 발생하여 동아시아에 퍼져나간 불교와 불교미술은 이런 관점에서 중요한 관심사의 하나가 되고 있다. ●한국 동북아 문화교류 중심축 재확인 현지에서 이 전시회에 갖는 관심도 각별하다.‘뉴욕 타임스’는 지난 6일,‘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12일 각각 장문의 관련기사를 실었다. 이 전시회가 이미 중국이나 일본 미술이 자리를 잡고 있는 미국 사회에 새로운 ‘한국 미술 붐’을 조성하는 데 톡톡히 한몫을 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일본 미술과 한국의 비밀’이라는 제목의 뉴욕타임스 기사는 “이 전시회는 불교미술이 한국에서 일본으로 전해진 것이라는 사실을 풍부한 사례로 증명한다.”면서 “일본 불교미술에 있어 한국의 역할은 피상적인 데서 그친것이 아니라 필수적인 것이었으며,일본이 한때 예속국가였던 이웃나라에 진 빚은 엄청난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헤럴드트리뷴은 ‘불교와 문화의 만남’이라는 기사에서 한국이 불교미술을 중국으로부터 받아들여 한국화했듯,일본도 한국에서 전수받은 7세기 중반부터 이미 고유색을 담아내기 시작했고,이후 두 나라는 독창적 불교문화를 꽃피워냈다고 ‘동아시아 문화교류 벨트’의 중심축으로 한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해외 한국전문가·전시실 육성 절실 이번 전시회는 문화재 해외전시 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문화재의 해외전시는 위험이 수반된다.아무리 큰 액수의 보험에 가입했다 하더라도,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그러나 ‘신성상…’특별전은 해외전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쪽의 주장에 손을 들어주는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 같다.서구에는 흔히 한국이 ‘신흥공업국’으로만 비쳐지고 있는 상황에서,우리 역사의 깊이와 수준을 보여주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는 ‘거대한물결-한국과 일본 미술에 있어 중국이라는 주제’라는 또 다른 특별전도 열리고 있다.한국과 일본 미술에 있어 중국의 영향을 다루는 이 전시회에 출품된 한국미술품은 그러나 다른 두 나라와는 비교 자체가 아예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한다. 이쯤되면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원망하기 전에 우리 쪽에서 체계적인 대응이 필요할 것 같다.해외에 한국전문가를 키우고,해외의 연구기관과 박물관에 한국 자료실과 전시실을 만드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한국을 알게 만들면,적어도 한국을 소외시키는 무지는 저지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서동철기자 dcsuh@
  • [기고]지방대육성법 조속 제정을

    ‘참여 정부’의 11대 주요 국정과제 중 지방대학을 지역발전과 혁신의 주체로 육성한다는 정책은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지방대학 육성책은 수도권 교육집중 현상을 완화하고 지역간 균형발전을 도모하려는 사회구조적 치유책의 일환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대학이 구조적으로 안고 있는 대표적인 문제중의 하나가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학의 2분법적 대학관이라 할 수 있고 학문 분야의 편제에 있어서나 발전모형의 모색에 있어서도 다분히 수도권 지향적 사고에 의해 영향을 받아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수도권 대학과 비수도권 지방소재 대학간의 우열적 시각을 타파하여 고질적인 대학서열 구조를 해소하려는 지방대학 종합 육성책은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특히 지역사회와의 밀접한 연계를 통한 학생유치와 산학연 협동 등 지역특성화를 통한 종합발전 모형으로 모색하는 일은 더더욱 바람직한 방향이라 볼 수 있다.따라서 법제도적으로는 지방대육성특별법을 조속히 제정하여 해법을 내놓아야 할 것이고 개별 대학 차원에서의 집중과 선택 원칙이아니라 지역혁신 네트워크 모델을 통해 지방대학간,지역간 공통인프라 구축 등 지방개혁과 자치권 확대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그러나 지방대 육성은 쉬운 과제만은 아니다.지방대학을 육성해야 한다는 당위성에 대해서는 이의가 없으나 해법을 실천하는 데는 교육운동과 사회구조 개편운동으로 접근해야 한다.따라서 지방대학 육성책을 시행함에 있어서 간과해서는 아니될 문제들이 있다. 첫째,사법고시와 국가주요고시 등에 의한 취업구조 개선을 골자로 한 지역인재할당제의 도입이 필요하나 기회평등과 능력에 따른 직업선택 등 법적인 쟁점을 신중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 둘째,지역주의를 타파하기 위해 이해당사자들의 갈등없이 지역사회내 기관간,대학간의 성숙된 협력과 자율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풍토가 조성되어야 한다. 셋째,지방대의 인프라 구축과 교육연구여건 개선 등의 노력,지역산업체와의 발전모델 모색,그리고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충원시스템 개선 등 지방독자성을 최대한 존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넷째,수도권 대학과의 협력체제 등지방대학 집중육성에 따른 수도권대학의 위상 재정립과 관련해서도 파생될 수 있는 문제들을 고려하여야 한다. 다섯째,지방대학의 위기는 국가경쟁력 차원에서나 사회구조적 차원에서 제반문제들을 안고 있기 때문에 정부주도의 중앙집권식 경제발전 전략을 수정하는 과제와 연관된다.특히 지방대학의 문제는 지방문화와 경제 등 지방경쟁력 배양의 차원에서 우리나라의 대학교육 구조를 재편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방대학 육성방안 수립에 있어 학생수 감소에 따른 종합적인 대책없이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아니된다.지방대학의 위기는 무엇보다 학생수 격감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우리나라 대학 지원자 수는 출산율 감소에 따라 2011년까지도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이점에서 수도권이든 지방이든 학생이 없는데 집중적 재정투자만으로 경쟁력을 배양할 수는 없다. 이러한 문제들이 있지만 국가의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지방대학은 반드시 육성되어야 한다. 이 현 청 대교협 사무총장
  • CEO/ 주목받는 30-40 대 리더들 “도전·기술·비전이 재산목록 1호죠”

    ‘젊은 리더십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 중견기업을 중심으로 젊은 CEO들의 돌풍이 거세다.이들은 시류에 흔들리지 않고 어려울 때일수록 더욱 능력을 발휘하며 ‘조타수역’을 소리없이 수행하고 있다.일부 대기업 경영진들이 무리한 사업 확장과 검증되지 않은 후계체제 구축,불법 내부거래 등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젊은 리더십의 대명사격으로 부상하고 있는 차세대 CEO들의 경영철학을 알아본다. 남양알로에 이병훈(李秉薰·41) 사장은 국내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뒤 미국 위스콘신대학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학력으로 보면 지금쯤 교단에 서있을 법하지만 지금은 알로에 전문기업의 대표직을 맡고 있다. “머리로만 논쟁하는 ‘책상놀음’에 한순간 허무함을 느꼈습니다.진정한 삶의 의미를 가져다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됐죠.” 안온한 학자의 길을 뿌리친 계기였다. 이후 선친 고 이연호(李然浩) 회장이 운영하던 남양알로에농산에 들어갔다.고작 6명의 직원이 알로에제품을 생산하던 공장에서 천연자원으로 인류 건강을 지키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그러나 성공보다 좌절을 많이 겪었다.미국 법인을 세우자마자 수십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냉해를 두번이나 겪고 100만달러의 손해를 봤다.알로에의 과학화를 위해 1989년 연구재단을 세웠지만 막대한 연구비 때문에 매출이 뚝뚝 떨어졌다.거대 기업을 만들어보겠다는 조급함으로 사업을 무리하게 벌여 실패를 자초한 적도 있다.이런 경험들이 그를 느긋하게 만들었다. 이 사장은 젊은 혈기를 앞세워 공격적인 경영을 하지 않는다.업종 다각화에도 눈을 돌리지 않는다.그가 늘 강조하는 말이 있다.“‘알로에와 천연물’ 외에는 다른 곳을 바라보지 않을 겁니다.사업의 시작과 끝이 한국을 알로에와 천연물 생명공학의 종주국으로 만드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KAT시스템 국오선(鞠五善·41) 사장은 ‘파격’ 그 자체다.외모부터 ‘사장’답지 않다.질끈 묶은 긴 머리에 생활한복을 입고 다닌다.ERP(전사적자원관리)시장에 돌풍을 일으킨 솔루션업체 사장이라고 믿기 어렵다. 그는 공인회계사(25회) 출신이다.순수 IT(정보기술)출신도 아니면서 중소기업용 회계관리프로그램 ‘카리스마웹’을 직접 개발,3만여 중소기업에 공급했다.회계사로 일하면서 편리하게 쓸 수 있는 회계프로그램의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그 뒤에는 또다른 얘기가 있다. “회계법인에 있다가 93년 개인 회계사무소를 차렸습니다.경력없이 개업하면 처음엔 파리 날리게 되는데다 명문대 출신도 아니어서 더욱 고객을 모으기 어려웠죠.” 이런 저런 걱정에 불면의 밤이 계속되면서 차라리 공부나 하자는 마음에서 컴퓨터 책을 펼쳤다.이런 사연에서 나온 것이 국내외 ERP시장을 뒤흔든 카리스마웹이다. ‘성골(聖骨)’도,‘진골(眞骨)’도 아닌 출신 탓일까.그는 회사운영에 전적으로 자율을 추구한다.채용과 승진은 철저히 능력위주로 한다.정규사원 25%가 2년제 대학 출신이고,16%는 고졸 이하의 학력을 갖고 있다.여직원 72명 중 20%가 기혼자다. “자신의 일을 스스로 찾아서 하는 자율적인 분위기가 개인의 자부심을 키우고 국내 소프트웨어 업계 최고 자리를 넘볼 수 있게 합니다.” 국 사장의 성공철학이다. 웅진식품 조운호(趙雲浩·41) 사장은 요즘 정신없는 나날을 보낸다.올해 ‘한국음료’를 앞세워 본격적인 해외사업에 나서기 위해서다.지난달에는 일본 도쿄에서 열린 일본전국경영자대회에 참석해 자신만의 독특한 ‘얼쑤이즘’을 설파,일본 경영계 뿐 아니라 언론의 큰 관심을 끌었다. “얼쑤이즘은 ‘세계주의(Earthism)’의 한국적 표현이자 흥겨울 때 내는 소리 ‘얼쑤’를 상징하는 것이기도 합니다.세계 표준을 따라가는데 급급하지 말고 자신만의 독자성을 세계에서 인정받도록 해야 합니다.” 콜라,커피,주스 등 서양음료가 판을 치는 한국 음료시장을 우리 맛,우리 음료로 바꿔 놓겠다는 것이 당초 목표였다.이를 위해 동양적인 소재를 찾기 시작했다.그 결실이 ‘가을대추’와 ‘초록매실’ ‘아침햇살’이다. 개발과정에서 반대도 심했다.대추,매실,곡물 등으로 음료를 만들어 성공한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그러나 이것이 ‘회사를 살리는 길’이라는 확신을 갖고 열정적으로 밀어붙였다.결국 ‘아침햇살’은 시판 첫 해인 1999년 매출이 400억원을 웃돌았다.2001년에는 매출이 900억원으로 껑충 뛰는 등 스테디셀러로 입지를 굳혔다. “하늘을 찌르는 꿈을 갖고 변화와 실패를 두려워 말자.늘 창의적인 생각과 도전정신을 품자.” 임직원들에 대한 조 사장의 조언이다. 윤인섭(尹仁燮·47) 그린화재 사장은 ‘특화경영’의 선두주자다.대형 보험사처럼 이것 저것 팔아서는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며 백화점식 마케팅 탈피를 선언했다. 일반보험 부문에서는 중소기업 계약물에 주력하고 있다.자동차보험은 레저차량(RV) 전문으로 특화를 추진중이다.그는 “레저차량에 대해 업계 최저 보험료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면서 올해 20만개의 계약물을 확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손해보험업계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 지고 있지만 그린화재와 같은 작은 조직은 수익성 있는 틈새시장 개척으로 얼마든지 탄탄한 회사로 부상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네오엠텔 이동헌(李東憲·36) 사장은 수익을 재투자해 세계적인 기술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네오엠텔은 국내업체들이 로열티를 주는 퀄컴과 모토로라로부터유일하게 기술이용료를 받는 벤처기업.2000년 움직이는 캐릭터를 주고 받도록 하는 ‘휴대전화 동영상 압축 및 전송 솔루션(SIS)’을 개발해 세계 처음 상용화한 덕분이다. 이 회사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SIS솔루션이 국내 무선인터넷 동화상 표준으로 채택되면서부터다.LG텔레콤과 SK텔레콤,KTF 등 국내 이동통신 업체에 이어 퀄컴과 모토로라가 앞다퉈 SIS솔루션을 도입했다.현재 전세계 휴대전화의 40%에 이 기술이 들어 있다. 네오엠텔은 국내에서 SK텔레콤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유일한 무선솔루션 업체다.이 사장은 “솔루션 사업은 호환성과 저변 확대가 중요하기 때문에 대기업에 끌려다녀선 안된다.”고 단호히 말했다.또 “국내 경쟁에 몰입하기보다 세계를 주름잡는 다국적 기업에 맞서야 한다.”면서 “이것이 진정한 벤처정신”이라고 강조했다. 최여경 정은주기자 kid@
  • 주’한.미동맹 50년’ 외교안보硏 세미나

    ***김성한교수 발제문 노무현(盧武鉉)정부의 주요 정책 어젠다인 한·미 동맹관계의 재조정 문제가 최근 주한 미군 감축 및 재배치론과 맞물려 급부상하고 있다.이런 가운데 외교안보연구원(원장 신성오)은 11일 ‘한·미동맹 50년:도전과 비전’을 주제로 공개 세미나를 갖고 주한 미군의 변화 및 한·미 안보동맹 미래상을 집중 토론했다.이날 발제자로 나선 외교안보연구원의 김성한·윤덕민 두 교수의 발제문을 소개한다. 한반도 냉전 체제의 해체에도 불구하고 한·미 동맹관계가 유지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양국의 전략적인 이익이 얼마나 일치하느냐에 달려 있다. 냉전이 종식된 세계에서 양국의 이익이 일치하는 문제는 동북아지역의 질서확립 문제이다.즉,한국과 미국이 모두 동북아지역에 안정된 세력균형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이런 배경에서 미국은 동아시아지역에 쌍무적 혹은 다자적인 형태로 안보협력에 참여하는 미국의 존재를 ‘안정화 세력’이라고 부른다.이는 미국이 이 지역 내 중국과 일본의 세력균형을 유지하는 균형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과 유사한 의미이다. 하지만 지경학(地經學)적 분야에서는 양국간에 분명한 입장 차이가 있다.미국은 40년대 후반 범세계적 다자주의를 채택한 데 반해,냉전이 종식된 90년대에는 다자주의·지역주의·쌍무주의를 동시에 구사한다.그 동기는 물론 미국의 경제적인 입장 보호이다. 반면,통상분야에서 한국은 다자주의 원칙을 선호한다.쌍무주의는 강대국의 압력을 의미하고 지역주의는 아직 실질적인 내용이 희박하기 때문이다.그러나 한국도 궁극적으로 중·일의 동북지역과 러시아의 극동지역을 통합하는 자연경제지대(NET)가 형성됨으로써 지역주의로 나갈 가능성도 있다. 탈냉전기 한국의 안보는 주변국들과의 적극적인 외교 전개를 통해 한·미관계를 포괄적인 동맹관계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동북아에서 미국은 자신의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해,한국은 생존을 위해 양국의 안보협력이 필요하다. 포괄적인 한·미 동맹관계의 실현을 위해서는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 50주년에 즈음해 새로운 한·미동맹의 방향을 담은 가칭 ‘한·미 신(新) 안보선언’과 같은 양국 정상간의 공동성명을 밝힘으로써 장기적인 포괄적 동맹으로서의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선언의 내용에는 21세기를 향한 한반도와 아태지역의 안정과 평화에 있어 한·미동맹의 중요성 재확인,대북정책에 대한 긴밀한 협력 표명,지역 및 세계차원의 한·미협력 촉진,군사동맹으로부터 포괄적 동맹으로의 발전,한·미동맹 조정문제 협의를 위한 한·미안보위원회 구성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 이밖에 통일 한국에서는 한·미동맹의 책임과 한계가 규정되면 병력구조에 관한 문제가 논의돼야 하는데,그 중심에 주한미군 병력구조 변경문제가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 주한미군의 병력구조 변경 방안은 ▲주한미군의 완전 철수 ▲지상군 병력 철수,해·공군만 남는 방안 ▲해·공군과 소수의 지상군 병력만 남기는 방안 등이 있을 수 있는데,한·미동맹의 본 의미에 충실하고 중·일간의 패권경쟁의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마지막 방안이 가장 바람직하다. ***윤덕민교수 발제문 한국전쟁 이후 한반도 평화의 가장 핵심적 요소였던 한·미동맹 관계가 현재 전환의 기로에 서있다. 첫째,한·미 안보협력의 대상이 되어온 북방위협이 크게 변화되면서 동북아지역과 한반도의 냉전구도는 이미 해체됐거나 해체과정 중에 있다.특히 남북정상회담의 개최는 북한 위협에 대한 국민의식을 크게 변화시켰다. 둘째,남북관계의 변화와 함께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지역의 전략환경도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미국 부시 행정부는 국방정책의 전면 재검토를 통해 해외주둔 미군의 조정·감축·재배치를 추진하는 등 대 아시아 정책의 변화가 예상된다.또 중국의 경제·군사적 급부상,일본의 (패전국 굴레를 벗어나는) 보통국가화 등 한반도 주변의 전략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셋째,남북정상회담 이후 국민들 사이에 반미정서가 확산되고 있으며,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사망 사건을 계기로 주한미군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광범위하게 표출되면서 반미정서 차원을 넘어 반미주의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이런 가운데 국내에서는 21세기 대외정책 방향을 둘러싸고 ‘한·미동맹파’와 ‘자주외교파’로 크게나뉘는 양상이다.‘한·미동맹파’의 논리는 최대 패권국인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통해 안전을 확보하는 게 한국의 국익에 가장 부합하다는 것이다.반면 ‘자주외교파’는 미국으로 편중된 상황에서 벗어나고 중국과의 관계를 진전시키는 등 미·중 사이에서 균형정책을 취함으로써 자주성 내지 독자성을 확보하자는 주장이다. 하지만 ‘자주외교파’는,서독이 소련·동독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상황에서 정치적으로 오히려 서방으로의 통합을 추진했기 때문에 독일 통일이 가능했다는 점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독일이 통일단계로 진입하자 소련은 물론 영국,프랑스가 반대에 앞장섰다.그러나 이들의 반발을 억누른 것은 다름 아닌 미국의 부시 정권이었다.이유인즉슨,서독이 대외정책면에서 미국을 적극 지원했기 때문이다. 미·일 양국과의 관계를 줄여가면서 중국과 미·일 양국 사이에 균형정책을 취하는 데 따른 이익이 과연 실제로 있는지,또 만약 있다면 한·미동맹 관계를 포기해도 좋을 만큼 크다는 것인지는 좀 더 검토해봐야 할것이다. 그러나 오로지 통일을 위해 한·미동맹 관계를 해체하거나 미·중간에 균형정책을 취하기 위해서 기존 한·미관계를 악화시킬 경우,과연 미국은 우리를 지켜줄 것인가. 분명한 점은 패권국인 미국만이 주변국들의 반대를 억누를 수 있는 힘이 있고,미국이 우리 편이 되지 않는 한 우리의 평화통일은 대단히 어렵다는 것이다.21세기 우리의 안전과 번영,그리고 통일은 미국과의 관계에 달려 있다는 점은 자명하다. 정리 조승진 홍원상기자 wshong@
  • [시론]北核 향후 반년이 중요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북한 핵문제를 둘러싸고 일본이 분주하다. 12월 15일 일본이 중국과 만나 북한의 핵문제를 논의할 때는 북한이 고립되지 않도록 대화로써 풀어나가겠다는 입장을 보였다.그러나, 다음날인 16일 워싱턴에서 미국 부시행정부와 일본 고이즈미 내각이 외교및 안보장관 연석회의 (미.일 안보협의회)를 마치고 난 뒤 발표한 공동성명에서는 미국의 강경입장에 동조하였다. 일본은 미국과 함께 북한에 핵무기 프로그램을 제거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고 북한이 만일 대량살살무기를 사용할 경우 '가장 중대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북한과 관련된 안보현안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데 충분한 관심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지만, 미.일안보협의회 공동성명에서 언급한 '가장 중대한 결과'는 미국과 일본이 북한에 대해 선제 핵공격을 할수 있다는 의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한반도 평화문제를 일본의 어깨에 맡겨둘 수 없음을 발견하게 된다. 일본은 한반도 문제 해결에 독립적인 요소가 아니다. 중국보다는 미국과의 관계가 일본외교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본의 움직임 뒤에 자리잡고 있는 미국의 의도를 읽어야 한다. 미국은 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겠다는 표현을 사용하지만 그것은 다분히 조건적이다. 북한이 백기투항하지 않는 이상 먼저 대화를 제의할 생각이 없다. 미국은 북한과 일본의 조기 수교가능성에 제동을 걸었으며, 그 결과 일본은 미국의 선제공격전략 전반에 대해 동조하고나섰다.그러면서 역할분담을 한 것이다. 물론 최악의 경우를 상정한다 하더라도 당장 미국이 일본과 함께 북한을 무력으로 공격하지는 않을 것이다.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을 먼저 무력으로 제거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이라크를 평정하고 북한을 상대하기 위해 동북아로 전선을 옮기는 데는 최소 6개월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이 기간 동안 일본이 북.일 평양 공동선언에 기초한 수교협상과 안보협의조항에 따라 대화를 하는 것처럼 상황을 동결시키고 있어야 한다. 그렇게 때문에 미.일 양국은 북.일 수교협상이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으로 초래된 현재의 난관을극복하는 '중요한 채널'이 될 수 있다고 언급한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체제보장문제를 포함한 핵과 미사일 문제를 일본과 풀어갈 생각이 없다.그러므로 일본이 북한과 대화에 나서본들 그것은 좋게 보아야 위기의 잠복국면이요,교착상태뿐이다.향후 있을지도 모를 북.일대화는 문제해결을 향해 한발한발 다가가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 이라크 전쟁을 마친 후 다음 타킷으로 북한을 삼을 수 있도록 국제적 명분을 축적해가는 과정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한반도 문제해결에서 일본의 역할은 지극히 회의적이다. 허구인 것이다. 결국 한반도 평화와 대한민국의 안보는 한국이 주도적으로 풀어가야한다.미국은 최소한 이라크전에 돌입하기 위한 준비기간과 본격적인 전쟁수행기간인 향후 6개월 동안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언쟁은 있으되 전쟁은 없는 시기로 삼고 싶어한다.그리고 한반도 상황은 일본에 맡기려 한다. 바로 이 시점이 차기 한국정부가 북한문제를 독자적이고도 능동적으로 풀어갈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회가 될 것이다.미국에서 차기 대선레이스가 서서히 시작될 2003년 하반기부터는 부시행정부는 자신들의 국내정치적이익 아래 국제정치를 펼칠 것이다. 이때는 차기 한국정부가 독자성과 능동성을 발휘하기 힘들어질 것이다.그러므로 차기정부는 한반도 안보관련 문제를 선거가 끝나자마자 가장 중요한 현안으로 삼고 평화적이고도 능동적으로 해겨책을 모색하며 다양한 방안을 실천에 옮겨야 한다. 박선원 연세대 통열硏 교수
  • 선택2002 사회·문화·여성 TV토론

    1교육문제 이회창 노무현 권영길 세 후보는 붕괴된 공교육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데 대해서는 한목소리를 냈다.하지만 대입 제도나 고교 평준화,자립형 사립고 등실천적인 방안에 들어가서는 엇갈린 해법을 제시했다. ◆대입 자율화 민주 노동당 권영길 후보는 “입시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면서 “수능시험을 폐지하고 자격시험으로 대체하겠다.”고 말했다.권 후보는 “고교까지는 교양교육,대학에서는 창의적 교육이 필요하다.”면서 “입학은 쉽게,졸업은 어렵게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오는 2007년까지 대입 자율화를 이루려고 한다.”면서 “현행 대입 시험은 일렬로 줄세우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이 후보는 “한 가지의 능력만 있으면 그 능력으로 인정·평가받고 대학에 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면서 “자율화를 단계적으로 하되 대입제도를 자주 바꾸는 것은 학부모와 학생에게 부담을 준다.”고 밝혔다.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대입 자율화는 이미 상당 부분 시행되고 있다.”면서“입시제도를 너무 자주 바꾸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또 “현재의 국·영·수 중심의 본고사와 고교 차등제,기여입학제 등은 모두 이유가있다.”면서 “하지만 수능시험의 보완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고교 평준화 이 후보는 “현 정부의 정책 중 교육개혁은 가장 실패한 정책”이라고 전제,“고교 평준화의 틀은 유지하되 현행 하향 평준화를 상향 평준화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이 후보는 노 후보에게 노·정 단일화에 따른 정책공조와 관련,‘국민통합21측은 고교 평준화 반대,교육부 폐지론을 거론했었다.’면서 교육정책의 방향은 어떻게 설정했느냐고 물었다. 노 후보는 “노·정 단일화와 관련된 교육 정책에 큰 혼선은 없다.”면서“고교 평준화는 현행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노 후보는 “교육개혁과 관련해 국민의 정부에서 물론 시행착오가 있었다.”고 인정하면서도 “하지만 정책의 방향은 지난 문민정부 시절에 만들어진 것을 계승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 후보는 “우리 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빈부에따른 불평등에서 비롯된다.”면서 “고교 평준화를 확대·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또 고교까지의무상교육을 임기 내에 실시할 뿐만 아니라 단계적으로 대학까지의 무상교육도 이뤄내겠다고 주장했다. ◆자립형 사립고 노 후보는 이 후보에게 “한나라당은 자립형 사립고의 일반화를 주장하는데,이는 공립에 대해서는 평준화 유지,사립고는 평준화를 깨자는 의미가 아니냐.”고 물었다. 권 후보는 “자립형 사립고는 귀족학교”라고 규정한 뒤 “돈 많은 사람을받아들여 비싼 수업료를 받고 입시 위주의 교육을 시켜 명문대에 보내는 학교”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했다.또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귀족학교를 추진,확대하려 한다.”며 비판했다. 이 후보는 “모든 사립고를 일시에 자립형 사립고로 만들자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 뒤 “자립형 사립고를 확대해도 고교 평준화는 유지된다.”고반박했다.특히 현재 6개교만 자립형 사립고로 지정된 만큼 길을 열어준다고모두 자립형 사립고가 되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지방대 육성 권 후보는 “교육의 문제는 대학에서부터 해결할 수 있다.”면서 “서울대등 명문대가 존재하는 한 교육문제는 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또 대학의서열화를 폐지하고 평준화할 의향이 없는지 이 후보와 노 후보에게 물었다.권 후보는 “고교 무상교육에 1조 5000억원,대학 무상교육에 10조 5000억원이 소요된다.”면서 “대학의 무상교육은 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후보는 “대학 평준화는 듣기에는 좋지만 찬성할 수 없다.”고 잘라 말한 뒤 “대학은 경쟁력이 있어야 하며 그래야만 국가 경쟁력을 올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이어 특정 대학만 키워야 하는 것이 아니라 권역별 초일류대학,특성화대학 방안을 제시했다. 노 후보는 “대학 평준화는 실현가능한 정책이 아니다.”면서 “지방대를분야별로 집중 육성,그 대학이 서울대학을 능가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대학에 대한 투자도 GDP의 1% 이상으로 확대해 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노 후보는 “지방대 육성을 위해 지방대 출신자에게 공직 채용에 있어 인재 지역할당제를 실시할 계획”이라면서 “연구개발 예산이 5조원인데 그 중 1조 1000억원이 대학으로 가는데 이 예산을 2배로 늘려 지방대에 지원하면 지방대도 활성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세영기자 sylee@ 2.의약분업 의약분업 시행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 및 책임론을 놓고 세 후보는 뚜렷한 시각차를 보였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의약분업 실시를 김대중 정부의 최대 실정(失政)으로 규정하고 비판한 반면,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현행 제도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되 문제점을 보완해 나가겠다고 입장을 밝혔다.반면 민주노동당 권영길후보는 의약분업의 보완과 함께 건강보험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회창 후보는 “의약분업은 옳은 방향이지만 방법은 졸렬하고 졸속이어서많은 국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면서 “이 정권이 추진한 개혁 중 가장실패한 것”이라고 비판했다.그러면서도 “의약분업이 실시된 지 이미 2년이 넘었기 때문에 원점으로 돌리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면서 “다음 정권에서 의사·약사·시민단체·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재평가위원회’를 구성,(현행 의약분업을) 철저히 재평가한 뒤 보완점과 개선점을 찾아야 한다.”고주장했다. 이에 대해 노무현 후보는 “의약분업 실시 이후 항생제가 23% 줄고,주사제사용이 47% 줄었다.”며 의약분업의 성과를 부각시켰다.또 이회창 후보를 겨냥,“의약분업은 지난 94·97년 여야가 합의하고,98년 영수회담에서 이 후보가 합의한 것”이라고 역공을 취하면서 “의약분업의 원칙은 반드시 살리면서 부작용을 줄여야 한다.”강조했다. 그러자 이회창 후보는 “노 후보가 항생제 및 주사제 사용이 줄었다고 하는데 실제로 항생제와 주사제는 오히려 늘었다는 통계가 있다.”고 반박했다. 반면 권영길 후보는 “의약분업이 잘못 시행되면서 건강보험료가 올라갔다.”면서 “특히 건강보험상한제를 두면서 서민들은 6.7% 인상됐는데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은 한 달에 1000만원이 깎였다.”고 지적했다.이어 “의약분업을 보완하면서 건강보험료 제도는 바뀌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현행 의약분업의 개선방안에 대해서도 후보들의 의견은 엇갈렸다.노 후보는 “현재 금지돼 있는 성분명처방,대체조제가 허용돼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그러나 이 후보는 “대체조제는 물론 좋다.”고 전제,“그러나 (약품이) 비슷한 성질·성분인가를 밝히는 데만 몇 년이 걸릴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부각시켰다.이에 노 후보는 “한나라당은 (의약분업의 해결방안으로)임의분업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는데,뭘 시정할지를 명료하게 해달라.”고 주문했다. 홍원상기자 wshong@ 3.사회복지 사회복지 분야 토론에서는 재정파탄 우려를 낳고 있는 국민연금 문제가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먼저 이회창 후보가 “국민연금이 2034년이면 적자,2048년이면 파탄나는 것으로 돼 있다.”는 전제 아래 다른 후보들에게 해법 제시를 요구하자 노무현·권영길 후보는 각자의 해법을 제시하며 다른 후보측 정책의 맹점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노 후보는 “한나라당측의 대안은 그동안 연금 지급액을 40% 정도로 깎아야 한다고 했는데 이는 발상부터 잘못된 것”이라며 이 후보를 공박했다.“연금의 수지를 맞추기 위해 액수를깎는 것은 연금이 아니라 용돈에 불과하다.”며 “재정 상태에 따라 경기가 좋으면 연금을 축적하고 이에 맞춰 조절해가면 된다.”는 논리를 폈다. 권 후보는 기본적으로 민주당과 정책의 맥을 같이한다면서도 현재의 주식투자 등을 통한 연금 운용 방식은 잘못됐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또 국가가 책임지는 연금제가 시행되기 위해서는 기초연금제 시행이 필수적이라는 점도 강조했다.이밖에 “국민연금 수혜자에 일용직 등 비정규직 노동자가 포함되지 않은 것은 엄청난 정책 과실”이라고 지적했다. 이 후보는 “기초연금제는 한나라당도 시행을 주장하는 것이며 현재 재정고갈 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보험료를 더 내든지 연금 수령액을 깎든지 둘 중하나를 택해야 하는데 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정치인으로서 정직하지 못한 태도”라고 강조했다. 이에 노 후보가 “토론에서 상대방을 부정직하다는 식으로 말하면 토론이어려워진다.”며 이 후보에게 예의를 갖춰달라고 요구,토론장에 다소 어색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이날 토론에서는 또 무상 교육·의료를 둘러싼 논란도 뜨거웠다. 이 분야의 지적재산권을 갖고 있다고 자신해온 권 후보는 “무상 교육·의료를 시행하기 위해 바로 민노당이 창당됐다.”며 “이 제도가 시행되지 않으면 국제사회에서 제대로 된 나라로 대접받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무상교육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현실적인 이유를 들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견해를 피력했다.즉 “실업계 고교나 만 5세 미만의 영유아에 대해서는 무상교육이 필요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일정한 기준과 범위에따라 무상교육을 실시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노 후보는 “무상 지원이 현 정부 들어서 많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며 앞으로도 더욱 넓혀 나가겠다.”고 강조했다.다만 현 시점에서 대학까지 무상교육을 실시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못하다고 밝혔다. 조승진기자 redtrain@ 4.李.盧행정수도 맞공방 ◆이회창 후보-노 후보는 교육투자에 대해 GDP 5%,6%,7% 왔다갔다 한다.어느것이 진짜인가. 만일 6%라고 하면 1%가 6조원이다.수도를 옮기는 데 6조원이든다고하는데 서민교육 투자에 써야 한다. ◆노무현 후보-나는 시종일관 GDP 6%를 말했는데 어디서 무슨 자료를 보고얘기하는지 모르겠다.5%를 7%로 바꾼 것은 경제성장률이다.수도권 인구증가와 과밀화로 인해 10조원 이상의 교통혼잡 비용,10조원이 넘는 환경비용이든다.분당에서 서울로 오는 데 30분 이상 걸리고,국제공항에서 인터내셔널(인터콘티넨털)호텔까지 가는 데 4시간 걸린다.분산을 위해 수도를 이전해야하다. ◆이 후보-GDP 7% 얘기는 국민일보와의 최근 인터뷰에서 봤다.수도권 교통문제는 교통문제로서 처리해야 한다.수도권에 교통문제가 있으니 대전으로 옮겨 처리하자고 하는데,그러면 대전에 교통문제를 옮기는 것이다.위에 암이있는데 간으로 옮기는 것이어서 위와 간에 암이 다 걸린다.수도권 문제를 대전으로 옮겨 해결하겠다는 것은 교각살우다. ◆노 후보-나는 확실히 6%다.대전이라고 못박아 얘기한 것이 아니라 충청권이라고 했다.충청권 수도는 커야 50만명으로 시작한다.10년 후 50만 정도 생기는데 무슨 교통혼잡이 옮겨간다는 것인가.수도권인구가 매년 25만명씩 늘어 2010년이면 2500만명이 된다.50만명 빠져나간다고 집값이 폭락한다는 것은 얘기가 안된다. 수도권이 매년 25만명씩 늘어나고,주행속도가 떨어지고,공해는 늘어나 세계에서 가장 과밀화된 도시가 됐다.동경 과밀도가 31%인데,우리는 48%이다.이런 데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다.수도권 인구가 2010년 2500만명에 육박할 것인데 여기서 30만명 나간다고 어떻게 수도권이 공동화되나.이것은 논리가 아니라 흑색선전 아닌가. ◆이 후보-진정으로 노 후보가 그렇게 이해하고 있는 것인지 그냥 넘기기 위해 항변하는지 모르겠다.청와대,행정부,제1·2종합청사,국회가 옮겨간다고했다.금감원,감사원,선관위도 다 옮겨갈 것이다.그러면 과천의 상권이 어떻게 되겠나. 또 경제가 어떻게 되나.일종의 공동화 현상이 생긴다.대전 중구에 있던 시청이 신도시로 가자 중구가 공동화됐다.전남도청이 광주에서 무안으로 옮겨가니 광주가 공동화된다고 우려한다.실제 일어나는 경기변동과 도시위축을직시해야 한다.숫자를 가지고 20만명,50만명이 나가면 어떻게 되겠느냐,그렇게 말할 것이 아니다. ◆노 후보-경남도청이 80년대 부산에서 창원으로 옮겨갔으나 공동화되지 않았다.상권을 가진 사람이 이해관계를 갖고 손해를 봤다고 얘기한다.서독의본은 행정수도 전체가 베를린으로 이전하는데 지금 조용하다.일본도 지금 행정수도를 지방으로 이전하려고 계획하고 있다.이유가 정경유착을 끊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 후보-본은 일부가 옮겨가고 일부가 남아 있다.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굉장히 노력하고 있다.동경의 경우 14년째 옮기는 문제를 논의하고 있는데결국 옮기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고 있다.서울을 옮긴다고 하는데,어렵게 내집을 마련한 사람들,그집이 은행에 잡혀 있는 사람이 많다.은행에서 빼려고할 것이다.택시기사 등 서민들이 어려움을 겪는다. 김경운 홍원상기자 kkwoon@ 5.언론 세무조사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 문제에 관해 세 후보는 “원칙적으로는 하는 것이당연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이회창 후보는 “비정상적인 세무조사는 언론자유 침해”,노무현후보는“언론자유가 특권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부각하려고 애썼다.권 후보는 “탈세의혹이 있으면 당연히 조사해야 하지만,세무조사를 하며 언론개혁을 내세운 것은 잘못”이라고 두 후보의 논리를 싸잡아 공박했다. 이 후보는 “지난 세무조사는 대통령이 언론개혁을 말하자마자 훑어내기 식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면서 “국세청이 발표한 추징액은 엄청났지만,실제기소액은 아주 일부로 축소됐다는 데서 알 수 있듯 세무조사라는 이름으로재갈을 물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 후보는 “기업은 또박또박 세금을 내고 조사를 받아야 하며,언론자유는보호받아야 하지만 특권일 수는 없다.”면서 “이 후보가 언론자유 문제를자기 당에 유리한지를 따지며 비호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권 후보는 “언론개혁을 하려면 정기간행물법을 개정하여 언론사의 소유를제한하고,제대로 방송법을 만들어 공정성을 확보해야 하는 것”이라면서 “김대중정부가 의혹을 받는 까닭은 왜 세무조사만 하고 언론개혁을 하지 않느냐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후보는 이날 “정치적 상황에 따라 언론자유 문제를 다르게 설명해서는안된다.”고 한나다당 주장의 허점을 파고드는 데 치중했다.반면 이 후보는“사회가 제대로 되려면 공정한 국권행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국민에 대한 설득에 주력했다. 서동철기자 dcsuh@ 6.여성복지 여성의 사회참여를 확대하려면 민간에 맡겨진 현재의 보육제도에 국가가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데는 후보간 의견이 일치했다.권 후보는 “전체의 90%를 민간이 운영하는 현재의 보육시설을 단계적으로 국가가 인수해 전체 보육시설을 국가가 운영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전제하고 “공보육 시설을 근간으로 수요의 50%를 국가가 책임지고 유치원과 관련 사설학원들을 일원화한유아학교를 만들겠다.”고 덧붙였다.이 후보는 “최근 여성들의 결혼기피 현상은 보육문제와 관련이 있다.”면서 “보육정책 개선을 국가적 과제로 삼고 5개년 보육개혁 계획을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이어 “올해 4400억원 규모인 보육예산을 두배로 증액해 영유아 및 장애아 보육을 국공립 시설에서주도하고,만 5세까지의 영·유아에게 무상교육을 실시하겠다.”고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했다. “보육정책을 국가 경쟁력을 키우는 주요전략이자 출산장려책으로 활용하겠다.”고 운을 뗀 노 후보는 이 후보가 제시한 보육예산 규모는 턱없이 부족해 실효성이 없다고 반박했다.노 후보는 “보육비의 절반을 국가가 보조하겠으며 이를 위해 1조 3000억원의 추가예산을 확보하겠다.”면서 “보육의 질을 보장하는 ‘품질인증제’도 아울러 실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보육예산을 늘리는 재원으로 권 후보는 ‘부유세’신설을 다시 한번 주장했다.“이후보가 제시한 보육관련 공약은 지난 97년 대선 때와 똑같으며,민주당도 실천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라고 두 후보의 공약을 비판한 권 후보는 “보육관련 예산은 우선적으로 배당돼야 한다.”고 말했다. 황수정기자 sjh@ 7.문화개방 세 후보는 영화·출판 등 우리 문화의 고유성과 독자성을 지켜 나가야 한다는 데는 의견을 함께하면서도,문화 개방의 폭을 두고서는 견해를 달리했다.또 기존에 주장한 정책과 달라진 부분에는 “말을 바꿨느냐.”고 꼬집는 것을 잊지 않았다. 노무현 후보는 “정부가 만든 양허요청안은 내년 3월30일까지 제출하고,2004년 말까지 협상해야 하는 만큼 품목 변경이 가능하다.”고 말하고 내년 협상에서 국익에 맞게 전략적으로 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이어 스크린 쿼터제를 비롯,문화적 요소가 강한 출판·공연부문도 잘 계승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권영길 후보는 “지난번에는 개방에 대해 떼쓰듯 말려서는 안 된다고했는데 말을 바꿔줘서 반갑다.”고 꼬집은 뒤 문화·농업 개방은 절대로 해서 안 된다는 게 자신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설명했다.그는 프랑스 정부의 문화 계승 노력을 예로 들며 “한국은 왜 스크린 쿼터라는 좋은 제도를 만들어놓고 포기하려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회창 후보는 “고유의 독자성을 지켜야 하는 문화에 대해선 일반 시장경제 논리로 따라가서는 안 된다.”면서 이러한 입장은 캐나다·일본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고유성과 독자성을 유지해야 하는 문화 부문에는 개방 양허안품목을 조절하고,개방 시기와 관련해서도 속도조절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덧붙였다. 이에 노무현 후보는 “문화 개방과 관련해 한나라당이 적극적 개방을,그 다음이 민주당,다음이 민노당의 순서다.”면서 “민주당이 가장 적절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수정기자 crystal@ 8.노인복지 세 후보는 앞다퉈 노인에 대한 선심성 공약을 내놓았다. 우리 사회가 노령화 사회로 접어들며 노인복지가 시급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날 토론회에서 보인 후보들의 태도는 신뢰감을주기에 부족하다는 평가다.노인복지정책에 대한 철학의 차이는 물론 최소한의 입장 차이도 없었다.차이가 있었다면 후보들이 노인들에게 한 달에 주겠다고 약속한 돈의 액수차뿐이었다. 세 후보는 한 후보가 “한 달에 얼마를 주겠다.”고 말하면 또 다른 후보는 “나는 한 달에 얼마를 주겠다.”,또 다른 후보는 “나는 그보다 많은 얼마를 주겠다.”는 식이었다. 맨먼저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노인들이 보람을 느끼며 소일할 수 있는 50만개 일자리를 마련할 대책을 갖고 있다.”며 “치매,중풍 등 질병에 대한요양병원을 많이 만들고 노인 생활체육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는 “모든 노인들에게 월 10만원의 기초보장금을 보장할 것”이라면서 “노 후보가 말하는 일자리 50만개 창출은 노인을 비정규직화해 재벌의 이익을 키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이에 대해 노 후보는 “숲 안내,유적 등 문화재 안내,노인 돌보기 등 사회적으로 보람을 느끼면서도 소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의미한다.”고 반박했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기초연금제도로 최소한 매달 20만원을 보장하는것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노 후보 역시 말미에 “당장의 대책으로 저소득층 5만원을 10만원으로 올리겠다.”며 노인복지정책 분야 토론을 마쳤다. 박록삼기자 youngtan@
  • [기고] 소망이 함께하는 선거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은 최근 100%의 찬성으로 대통령에 다시 선출됐다.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가까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타난 이러한 선거결과는 마치 반미구국투쟁의 단합과 열기를 대내외에 과시하는 듯하다.이라크 선거는 정치적 지도자를 뽑는 절차라기보다는 세계 제1의 강대국인 미국과의 전쟁에서 이라크의 독자성과 이슬람 권위를 지켜줄 구국의 전사를 옹립하는 군대사열식 같다. 그러나 이라크의 대통령 선거는 민주선거의 관점에서 보면 아무 의미가 없어 보인다.시간과 돈을 들여가면서 투표의 절차를 밟을 필요가 없을 만큼 결과가 뻔하기 때문이다.우리가 이라크의 선거나 북한식의 선거 또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의 통일주체국민회의식 대통령 선거를 민주적 선거로 보지 않는 이유는 보통 국민들의 진정한 자율적 선택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도 곧 대통령을 다시 뽑는다.다행히 우리는 자율성을 토대로 하여 사전에 그 결과가 정해져 있지 않는 민주적 선거를 하고 있다.이러한 민주적 선거를 위해 지난 시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생을했는지 모른다.이제는 다 잊어버린 옛 이야기가 되었지만,그래도 문득 그 시절을 떠올려 보고 또 무명의 민주화 열사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가져보는 것은 어떤가.그러면 이번 대통령 선거를 대하는 마음의 자세가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 1987년에 우리는 우리 손으로 직접 대통령을 뽑아 보자고 하여 노태우후보를 선출했고 한·소 수교 등 북방정책의 성과를 남겼다.1992년에는 민주화를 위해 애를 썼던 문민 출신의 대통령을 뽑자고 하여 김영삼후보를 뽑았고 군부통치라는 과거를 확실하게 넘어섰다.그리고 1997년에는 평화적으로 정권을 교체해 보자고 하여 김대중후보를 선출했고 한반도 긴장완화의 기반을 마련하는 데 남다른 성과를 올렸다.이들 3가지 소망과 업적들은 쉽게 이룬 것 같지만,그 과정을 돌아보면 얼마나 많은 어려움과 우여곡절을 겪었는지 모른다.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이러한 난관을 극복하며 조금씩 발전해 왔다.그렇기 때문에 한꺼번에 많은 것을 기대하지 말고 작은 발전을 소중하게 여길 필요가 있다.우리의 민주주의가 선진국들보다 늦게 출발했기 때문에 그 간격을 보충하기 위해서라도 무언가 의미 있어야 하겠지만,그렇다고 너무 많은 것을 기대했다가는 실망도 클 것이다.그래서 이번 선거에서는 누군가를 미워하고 누군가를 악의에 찬 눈으로 바라보면서 투표하는 게 아니라,우리의 꿈과 소망을 담을 수 있는 후보가 누군 지를 찾는 ‘따듯한 마음’으로 임하면 어떨까.당연히 누구의 잘잘못을 따져야 하겠지만,여기서 끝나지 말았으면 좋겠다.서로 추켜세우고 아픔과 어려움이 있으면 감싸주기도 하는 예의와 따듯함속에서도 충분히 경쟁을 벌일 수 있을 것이고,더 건설적인 방향으로 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16대 대통령 선거가 한달 조금 넘게 남아 있는 현재 후보자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이들이 마지막까지 밤·낮으로 애쓰는 이유는 선거 결과가 사전에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이고,그래서 남은 시간 동안 주어진 가능성을 향해 더욱 최선을 다할 것이다.이에 발맞춰 우리도 이들을 따뜻한 마음으로 그리고 뜨거운 박수로 맞이해 보는 것은 어떨까.그러면 그들은 더욱 신명날 것이고,그래서 ‘따듯한 마음의 선거’라는 소박한 소망이 이루어진다면 2002년 대선의 큰 보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양길현 제주대 교슈 정치학 명예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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