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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 독일월드컵] 설기현 “이번 월드컵서 명예회복”

    월드컵은 축구선수 자신을 업그레이드시키는 꿈의 무대다. 태극전사들에게도 마찬가지.4년전 ‘4강 신화’의 주역들은 이을용(트라브존스포르)을 시작으로 줄줄이 유럽으로 향했다. 일주일 뒤 독일행 비행기에 오를 23인의 전사들 역시 ‘변신’을 벼르고 있지만 특히 설기현(27·울버햄프턴)의 각오는 남다르다. 최근 소속팀으로부터의 방출설이 잇따라 터져나왔기 때문이다. 더욱이 소속팀인 잉글랜드 프로축구 챔피언십리그(2부리그) 울버햄프턴측은 기량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팀 재건을 위한 자금 확보를 위해 설기현을 팔려는 속내를 드러내 자존심이 더욱 구겨진 상황. 설기현은 이적할 당시 프리미어 입성을 목표로 했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도 ‘팀이 1부 리그(프리미어리그)로 승격되든, 이적 제의를 받든’ 다음 시즌부터는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고 싶다고 분명히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울버햄프턴은 지난 시즌 1부리그 도약에 실패했고, 설기현 자신도 리그 후반기에 고작 4경기에만 선발로 나서는 등 출장의 기회도 잡지 못했다. 지난 2월12일부터 4월 초까지는 무려 9경기를 연속 결장했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자신을 보러 영국으로 건너왔을 때에도 벤치만 지켰다. 그러나 설기현은 결국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고,‘약속의 무대’에 다시 나서게 됐다.4년전 제 자리인 왼쪽 공격수로서 박주영(FC서울)과의 치열한 주전경쟁이 남아 있지만 아드보카트 감독이 그에게 보내는 신임의 정도가 만만치 않다. 2006년 봄은 설기현에게 ‘위기의 계절’이었다.‘사면초가’의 위기를 넘긴 그의 6월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까.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2006 독일월드컵] ‘어린’ 스위스 ‘원맨 팀’ 토고

    [2006 독일월드컵] ‘어린’ 스위스 ‘원맨 팀’ 토고

    새달 10일 막을 올리는 2006독일월드컵 본선에 출전할 32개국 최종 엔트리(23명)가 확정됐다. 한국의 조별리그 G조 첫 상대 토고를 비롯해 브라질, 아르헨티나, 이탈리아 등 우승후보와 개최국 독일이 16일 엔트리를 발표했다. 이로써 한국이 1차 관문인 16강 진출을 위해 넘어야 할 프랑스, 스위스, 토고 선수들의 면면과 전력도 드러났다. 이제부터는 이들 팀의 약점을 파악해 대처하는 일만 남은 셈이다. 토고의 최종 엔트리에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아스널에서 활약 중인 간판 골잡이 에마뉘엘 아데바요르를 비롯해 스트라이커 아데카미 올루파데(알 실리아), 골키퍼 코시 아가사(FC메스) 등 월드컵 지역예선에서 활약했던 멤버들이 대거 포함됐다. 23명 중 22명이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해외 리그에서 뛰고 있다. 그러나 아데바요르를 제외하면 대개가 유럽 중급리그나 2부정도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로, 전력 자체가 위협적이진 않다. 게다가 지난 14일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평가전에서 비교적 활발한 공격을 펼치고도 0-1로 패한 데서 볼 수 있듯 포백 수비의 불안을 여전히 해소하지 못했다. 한국으로선 강한 압박으로 볼을 빼앗아 역습을 하거나 중앙보다는 측면 공간을 활용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프랑스는 지네딘 지단(레알 마드리드), 티에리 앙리(아스널), 다비드 트레제게(유벤투스) 등 한·일월드컵 때 멤버 12명이 최종엔트리에 포함돼 여전히 강력한 우승후보로 평가된다. 특히 앙리와 트레제게 투톱의 공격력은 가히 세계 최고. 그러나 이번 시즌 리옹이 프랑스 리그 5연패를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의 공을 세운 그레고리 쿠페 대신 34세의 베테랑 파비앙 바르테즈가 선발 골키퍼로 선택된 데 따른 여론의 역풍이 만만치 않아 전력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스위스는 평균 나이 24.8세에 A매치 경력이 5경기 이내인 선수가 무려 7명이나 포함됐을 정도로 ‘젊은 팀’으로 꾸려졌다. 알렉산데르 프라이(스타드 렌), 필리페 센데로스(아스널), 요한 포겔(AC밀란), 요한 폰란텐(브레다) 등 주요 선수들은 여전히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2월 초 미드필더 벤야민 후겔(프랑크푸르트)이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공식경기 6경기 출장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아 조별리그에 출전할 수 없는 데다 A매치 44경기에서 14골을 터트리면서 스위스의 공격을 이끈 플레이메이커 하칸 야킨(영보이즈)이 부상으로 결국 대표팀에서 제외됐고, 주전 스트라이커 프라이마저 부상 회복이 완전치 않아 전력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곽영완기자 kwyoung@seoul.co.kr
  • [FIFA선정 준비된 영웅들] (3) 독일 루카스 포돌스키

    제18회 월드컵을 개최하는 독일은 ‘폴디’ 루카스 포돌스키(21)의 어깨에 희망을 걸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독일대표팀 사령탑을 지낸 허브 스티븐스(로다JC 감독)는 그를 가리켜 ‘젊은 요한 크루이프’‘젊은 라이언 긱스’라고 부르기도 한다. 폴란드에서 태아난 포돌스키는 18세 때인 지난 2003년 혜성처럼 독일프로축구(분데스리가)에 나타났다. 프로 데뷔는 그해 1월22일. 당시 분데스리가 2부리그로 밀려나는 것을 막으려고 용을 쓰던 FC쾰른의 감독 마르셀 쾰러는 우연히 클럽 청소년팀 명단에서 포돌스키를 발견했고, 그를 즉시 경기에 투입했다. 쾰른은 결국 03∼04시즌을 ‘2부리그 강등’으로 끝냈지만 대신 얻은 건 ‘포돌스키’라는 걸출한 스트라이커였다. 포돌스키는 모두 19경기에 출전,10골을 기록했다. 분데스리가 43년 역사상 18세 이하의 선수가 기록한 최다골. 포돌스키는 04∼05시즌에서 무려 24골을 몰아치며 팀을 다시 1부리그로 올려놓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건 물론 독일대표팀의 샛별로 등장했다. 시즌이 개막도 하기 전인 6월6일 대표팀을 이끌던 루디 러 감독은 헝가리와의 A매치 후반 포돌스키를 교체 투입했다. 최연소 대표팀 선수로 출발, 이후 ‘폴디’라는 별명으로 대표팀 그라운드를 누비던 포돌스키는 유로2004 출전으로 국제무대 경험을 다진 뒤 이듬해 컨페더레이션컵스에서는 3골을 올리며 자신의 주가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 현재까지 A매치 기록은 15경기 출장에 7골. 80년대 독일대표팀을 이끈 공격수 칼 하인츠 루메니게를 연상케 할 만큼 문전에서의 뛰어난 발재간과 골 결정력, 상대와의 몸싸움에서 결코 밀리지 않는 저돌성 등을 인정받았다. 쾰른과 포돌스키의 계약기간은 오는 2007년까지. 그러나 올시즌 막판 무렵부터 그에게 잔뜩 눈독을 들이고 있는 바이에른 뮌헨의 펠릭스 마가트 감독은 독일월드컵을 앞두고 “부상중인 잉들랜드의 웨인 루니가 정상적인 컨디션으로 나선다면 더 강력하겠지만 그에 견줘 포돌스키는 20대답지 않은 ‘노장의 꾀’까지 갖추고 있다.”고 둘을 저울질하고 있다. 그러나 포돌스키는 “내가 국가대표팀에서 뛸 때마다 올리버 칸, 그리고 미하엘 발라크 같은 선배들을 눈여겨본다.”면서 “그들에겐 참 배울 게 많다.”고 겸손함까지 잊지 않고 있다. ●1985년 6월4일 폴란드 글라이비츠 출생 ●체격:180㎝ 81㎏ ●소속팀(포지션):FC쾰른(포워드) ●경력:분데스리가 FC쾰른 데뷔(2003년 1월) 통산 81경기 46골 ●A매치 성적:15경기 7골 (2004년 6월6일 헝가리전 데뷔)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월드컵 인사이드](끝)엔트리 99% 채웠다는데…

    [월드컵 인사이드](끝)엔트리 99% 채웠다는데…

    독일월드컵 최종엔트리 23명의 발표일(5월11일)이 다가오면서 한국대표팀의 딕 아드보카트 감독의 손길도 바빠졌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최근 엔트리 99%가 완성됐다고 밝혔다. 당초 예상대로 해외파와 올 초 해외 전지훈련에 참가했던 선수들을 위주로 꾸려질 듯하다. 여기에 1∼2명의 새 인물의 승선 가능성이 점쳐진다. 특히 부동의 중앙공격수였던 이동국(포항)의 부상으로 공격진 변화에 관심이 쏠린다. 일단 유럽파 대부분은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빅리그인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 중인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이영표(토트넘 홋스퍼)는 확정적이다. 소속팀의 주전이면서 한·일월드컵을 치른 경험도 있다. 독일프로축구 안정환(뒤스부르크)과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의 설기현(울버햄프턴)도 역시 합류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이렇다 할 활약을 못하고 있지만 한·일월드컵에서 주전급으로 활약한 것이 플러스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불안감은 있지만 차두리(프랑크푸르트)도 이동국의 공백으로 다소 약해진 공격진 보강을 위해 막바지 아드보카트의 부름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터키리그의 이을용(트라브존스포르)도 무난하다. 이동국의 대안으로는 현재 소속팀에서 맹활약 중인 일본파 조재진(시미즈)이 최근 7호골을 폭발시키면서 안정권에 들었다. 수비수 김진규(이와타)도 이름을 올릴 듯하다. 국내파로는 이천수(울산) 박주영(서울) 정경호(광주) 등 공격진과, 김남일(수원) 백지훈(서울) 이호(울산) 김두현(성남)의 미드필드진, 그리고 김동진(서울) 조원희(수원) 최진철(전북) 김상식(성남)의 수비진이 유력하다. 모두 해외전지훈련 멤버다. 문제는 나머지 1%다. 송종국(수원) 김병지(서울) 우성용(성남)이 후보군에 올라 있다. 송종국은 부상으로 해외 전지훈련과 지난 3월1일 앙골라전 엔트리에서 빠졌지만 최근 국내리그에서 전성기 때의 기량을 완전히 회복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골키퍼 김병지의 합류 가능성이 높다. 최근 주전 골키퍼 이운재(수원)가 국내리그에서 난조 기미를 보임에 따라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해 코칭스태프는 경쟁구도를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병지가 합류할 경우 조준호(제주)나 김영광(전남) 두 선수 가운데 한명은 탈락한다. 이동국의 대안 가운데 한명으로 거론됐던 우성용의 발탁 가능성은 남아 있지만 현재로선 가능성이 낮은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축구평론가 정윤수씨는 “우성용은 좋은 선수지만 아드보카트 감독이 추구하는 빠른 속도의 축구에는 적합하다고 볼 수 없다.”면서 “특히 심리적 부담감이 큰 경기에서 뛰어본 경험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대한축구협회 이영무 기술위원장이 우성용을 추천했지만 아직까지 아드보카트 감독은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해외전지훈련과 앙골라전 엔트리에 포함된 선수 가운데 정조국(서울) 최태욱(포항) 장학영(성남) 유경렬(울산)은 엔트리 포함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이영표 펄펄·안정환 주춤

    소속 리그에서 ‘무한경쟁’에 돌입한 해외파 태극전사들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지난 1일 앙골라전에서 풀타임 맹활약했던 이영표(토트넘), 이을용(트라브존스포르) 등은 소속팀에서 상승세를 이어가며 ‘독일행 티켓’ 굳히기에 돌입했다. 반면 앙골라전 명단에서 제외돼 대표팀 딕 아드보카트 감독으로부터 1차 경고를 받은 안정환(뒤스부르크), 설기현(울버햄프턴), 차두리(프랑크푸르트)는 소속팀에서도 부진해 대표팀 주전은 물론, 독일행 불발의 위기감마저 느끼고 있다. 프리미어리거 이영표는 6일 블랙번전에서 역시 선발출장해 적극적인 오버래핑과 상대의 거친 공격을 효과적으로 막아내면서 팀의 3-2 승리에 기여했다. 영국 스포츠전문매체 스카이스포츠는 ‘공격 가담이 좋았다.’는 평가와 함께 평점 7의 후한 평가를 내렸다. 터키리그의 ‘투르크전사’ 이을용도 최근 열린 마니사스포르전에서 90분 내내 그라운드를 누비면서 팀 승리를 거들었다.이을용은 앙골라전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서 깔끔한 플레이로 아드보카트 감독의 신임을 얻었다. 중앙 공격수 경쟁에서 다소 밀리는 듯했던 일본 J리거 조재진(시미즈)도 고후와의 시즌 개막전에서 선제 결승골을 터뜨리며 킬러 본능을 되찾았다. 소속 리그에서의 활약을 앞세워 ‘독일행’ 막판 뒤집기에 나설 기세. 그러나 안정환은 최근 독일 분데스리가 뉘른베르크전에서 후반 교체출장했지만 활약은 미미했다. 지난 1월29일 데뷔전을 포함해 치른 7경기(630분)에서 불과 143분밖에 뛰지 못하면서 팀 주전 경쟁에서도 밀려나 있다.차두리도 6일 볼크스부르크전에 후반 교체출장한 것에 만족할 정도였다. 잉글랜드 2부리그에서 뛰고 있는 설기현은 최근 4경기 연속 엔트리에서 제외되는 수모를 당했다.3개월 가까이 골 소식이 들려오지 않아 공격수로서의 자질까지 의심받고 있다.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세계사를 바꾼 질병 ‘페스트’

    아직까지도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한 생물학적 질병이 많다. 최근 조류 인플루엔자(AI) 때문에 독일 월드컵이 취소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인류 역사상 최악의 생물학적 질병으로 기록되고 있는 것은 단연 페스트(흑사병)이다. 페스트는 치명적인 질병이라는 것 외에 인류의 역사와 문명을 바꿔놓은 질병으로 분석된다. 페스트는 예르시니아 페스티스라는 박테리아에 의해 감염된다.1346년 흑해 연안 항구도시 카파를 거쳐 몽골제국에서 유럽 전역으로 퍼졌다. 쥐에 기생하는 쥐벼룩이 박테리아를 인간의 몸에 옮겼다. 일단 이 병에 걸리면 열이 나기 시작한 뒤 몸 곳곳에서 커다란 종기가 나고, 의식이 흐려지며 기침을 할 때마다 피를 토해내다가, 결국에는 숨지게 된다.14세기 당시 유럽 인구의 65%가 페스트로 목숨을 잃었다. 패스트가 창궐하던 4년 동안, 유럽에서 안전지대는 없었다. 페스트는 신의 형벌이라고 여겨졌으며, 유대인들이 공포에 사로잡힌 집단 히스테리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흑사병이 지나간 뒤 유럽은 사회 경제적으로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인구가 크게 줄은 탓에 노동력이 부족해져 가난한 농부들은 일자리 걱정을 덜었고, 임금도 올랐다. 주인 없는 땅이 남아돌았기도 했다.종교의 권위도 조금씩 허물어졌다. 종교 사제들도 피할 수 없었던 페스트 때문에 교회 권위도 조금씩 허물어졌다. 페스트는 아이로니컬하게도 중세에 종지부를 찍고 르네상스 시대를 여는 촉매제가 된 셈이다. 페스트는 541년 아라비아 반도에서, 1850년 중국 대륙에서,1890년 인도에서 죽음의 그림자를 드리웠다. 지금도 우간다, 아라비아 서부, 쿠르디스탄, 인디아 북부, 고비 사막이나 미국 남서부 지역에 페스트 균이 존재하고 있다. 히스토리채널이 오는 10일 오전 10시와 오후 9시(재방 12일 오후 10시)에 페스트에 대한 총체적인 보고서인 2부작 특별 다큐멘터리 ‘페스트’(Plague)를 방송한다. 전 세계 130개국 2억 3000만 시청가구를 거느리고 있는 히스토리채널이 거의 동시에 방송하는 ‘월드와이드이벤트’의 8번째 시리즈다. 미국에서는 지난달 27일 방영했을 정도로 최신 작품이다. 유럽에서 페스트가 기승을 부렸던 당시를 드라마 형식으로 재구성하고, 존 애버스 버몬트대 교수 등 역사 전문가 의견을 곁들이며 사회 근본구조까지 뒤흔들었던 질병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절체절명의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공포심과 이기심, 영웅주의와 희생 정신이라는 상반되는 본성을 드러냈던 상황이 고스란히 그려진다.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2006 독일월드컵] 토고 케시 감독 해임

    스티븐 케시 토고 축구대표팀 감독이 전격 해임됐다. 토고축구연맹은 14일 아프리카네이션스컵 대회에서 3전 전패에 그친 책임을 물어 케시 감독과 계약을 끝냈다고 밝혔다. 독일월드컵축구 본선 조별리그에서 한국의 첫 상대가 될 토고는 최근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네이션스컵 조별리그에서 카메룬과 콩고민주공화국, 앙골라에 모두 져 조 최하위로 탈락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케시 감독이 토고 간판 공격수 에마뉘엘 아데바요르와 불화를 겪은 것도 해임의 한 원인이 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록 냐싱베 토고축구연맹 회장은 월드컵 본선에 대비하기 위해 조만간 독일인 감독과 계약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이름은 확인하지 않았다. 토고 현지에서는 베른트 크라우스 보루시아 뮌헨 글라드바흐 전 감독과 클로드 르로이 콩고민주공화국 대표팀 현 감독 등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프랑스 언론은 그러나 필리프 트루시에 전 일본대표팀 감독과 브뤼노 메추 전 세네갈 감독, 프랑스대표팀 미드필더 출신의 알랭 지레스, 프랑스 2부 리그 크레테유 전 감독 노엘 토시 등도 영입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방송사 의학다큐 잇달아 편성

    웰빙 가운데 특히 건강에 대한 관심은 빼놓을 수 없다. 이 때문에 다채로운 건강 프로그램이 봇물이다. 세계 의학 현장에서부터 국가경쟁력을 키우는 산업으로 조명되고 있는 한의학, 최첨단 의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소재 의학 다큐멘터리들이 잇달아 등장해 시청자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해 준다. 지난달 출범한 프라임 의학 채널 비타민TV가 60부작 의학 다큐멘터리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중국(중의학)을 시작으로 일본(장수) 미국(암) 독일(대체의학) 한국(성형) 등 나라별 테마를 잡아 12편씩 제작하게 된다. 12일(오전 10시·오후 9시)과 24일(오전 11시·오후 10시) ‘13억 중국 의학 현장을 가다’ 1·2부가 먼저 준비됐다.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동양의학 중심지 중국 산시성 셴양에서 활동하고 있는 오신(五神)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모두 소개한다. 세계 대체의학 중심지로 거듭나려는 중국 정부의 의료 산업화 정책 등을 꼼꼼하게 살펴본다. 오신은 4명의 의사와 하나의 진기한 과일을 일컫는다. 칼을 들면 신의 경지에 오른다는 신도 장차오당, 진맥 최고수인 신맥 핑우천, 신침 당진팡, 신약 덴진평과 하늘이 내린 과일이라는 신과가 그 주인공이다. 아리랑국제방송은 3부작 다큐멘터리 ‘세계로 가는 동양 의학’을 11일부터 매주 토요일 오후 7시 방송한다. 미국 등 서양에서 미래의학 또는 대체의학으로 각광받으며 확산일로에 있는 동양의학의 현주소와 국가전략상품으로 개발되며 세계로의 비상을 꿈꾸는 중의학을 살펴보는 한편, 국내 고유 한의학의 세계화 가능성을 점쳐본다. MBC스페셜은 12일과 19일 오후 11시30분 2부작 다큐멘터리 ‘첨단의학, 상상을 실현하다’를 내보낸다. 1부에서는 최근 성공적으로 안면 이식 수술을 받아 세계를 놀라게 했던 이사벨 디누아르(프랑스)의 소식을 전하며 안면 이식 수술의 부작용과 한계도 살핀다.2부에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를 허물고 있는 최첨단 인공 신체와 장기 등을 집중조명할 예정이다. 정상적인 신체 기능을 뛰어넘는 인공 팔과 다리에서부터 청각, 신경, 시각 등이 소개된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안정환 28일밤 분데스리가 출격

    ‘반지의 제왕’ 안정환(30)의 독일행이 확정됐다.24일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 MSV뒤스부르크와 입단 계약에 전격 합의한 것. 연봉은 54만유로(약 6억 5000만원)이며 수당은 별도로 받는다. 계약 기간은 1년5개월이며, 올시즌 후 팀이 2부 리그로 떨어지면 안정환이 거취에 대한 선택권을 갖기로 했다. MSV뒤스부르크는 지난 시즌 분데스리가 2부에서 2위를 차지해 올시즌 1부로 승격한 팀. 현재 2승6무9패(승점12)로 리그 18개 팀 중 강등권인 17위에 처져 있다. 콜러 감독은 이번 시즌에 18개팀 중 가장 적은 15골밖에 터뜨리지 못한 빈약한 공격력을 보강하기 위해 안정환 영입에 적극 나선 것으로 보인다. 안정환은 28일 밤 11시30분 분데스리가 후기리그 개막전인 슈투트가르트와 원정경기를 통해 데뷔전을 치를 예정이다.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안정환, 이번엔 독일서 러브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블랙번 로버스로의 이적이 불발된 안정환(30·FC메스)이 이번에는 독일 MSV뒤스부르크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AFP통신은 23일 메스의 후보팀 코치인 프란시스 드 타데오의 말을 인용, 안정환의 뒤스부르크 이적이 유력하다고 보도했다. 타데오는 “안정환이 며칠 뒤 뒤스부르크 입단 계약을 할 예정이어서 자신뿐 아니라 클럽에도 부상 위험을 피하기 위해 출장을 원치 않고 있다.”고 전했다. 프랑스의 스포츠지 ‘레퀴프’ 인터넷판도 이날 안정환의 뒤스부르크 입단이 상당한 진전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안정환의 독일 진출이 이뤄지면 이탈리아와 일본, 프랑스에 이어 4번째 해외 무대가 된다. 안정환의 한 측근은 “뒤스부르크는 그동안 접촉해 온 팀 중의 하나”라면서도 “아직 결정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뒤스부르크는 지난 시즌 분데스리가 2부에서 2위를 차지, 올시즌 승격한 팀으로 현재 1부리그 강등권인 17위(승점12)에 있다. 한국 선수로는 미드필더 박상인이 1981년부터 2년간 몸담았다.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K리그에 얼짱 ‘北風’

    독일월드컵 최종 예선이 한창이던 지난해 이 무렵 북한축구대표팀의 ‘꽃미남 미드필더’ 안영학(28)은 “북과 남이 나란히 예선을 통과해 단일팀으로 뛰었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그로부터 1년 뒤. 북한의 독일월드컵 본선 탈락으로 소망을 이루지 못했지만 그는 대신 남녘의 그라운드에서 한핏줄을 나눈 남한 선수들과 뛰게 됐다.19일 프로축구 K-리그 부산 아이콘스의 입단이 확정된 것. 안영학은 북한 국적 최초의 선수로 남쪽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북한 국적 선수로는 처음 그가 태어난 곳은 일본. 광복 전 전라도가 고향인 할아버지가 대한해협을 건너간 뒤 그곳에서 가족들을 꾸렸다. 따라서 그는 3세대째 일본에 뿌리를 내린 뒤 특별영주권을 얻은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이하 조총련) 소속이다. 그러나 귀화를 하지 않아 국적은 북한으로 남아 있다. 사실 조총련계 출신의 K-리그 선수는 이전에도 있었다. 지난 2001년 양규사(28)가 울산 현대에 입단, 한 시즌 국내에 머물며 5경기(2골)를 소화한 적은 있지만 북한 국적은 아니었다. 안영학은 1978년 10월25일 오카야마현 구라시키에서 태어났다. 이름은 할아버지가 지었다.‘꽃뿌리의 강인함을 배우라.’는 뜻이라고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밝혔다.5살 때 부모를 따라 ‘대처’인 도쿄로 이사한 그는 동경 제3조선초급학교와 중고급학교를 거쳐 닛쇼대학에 입학했다.2002년 일본프로축구 2부리그이던 니가타 알비렉스에 입단, 어릴 적 꿈꾸던 축구 인생의 길에 뛰어들었다.3년간 니가타에서 69경기를 뛰며 팀을 1부리그에 올려놓는 데 핵심 역할을 해냈고,2004년에는 J-리그 전반기 ‘베스트11에’ 뽑히기도 했다. 이전 소속팀 나고야 그램퍼스의 네루시뇨 감독은 “안영학의 체력과 정신력은 일본에서 최고 수준”이라면서 “멀티플레이어의 자질까지 갖추고 있다.”고 평했다.●외모 수려해 벌써 팬들 생겨 북한대표팀 경기에 처음 나선 건 지난 2002년 남북통일축구대회 때. 이후 월드컵 1,2차 예선 등 6차례의 A매치에 출전해 2골을 넣었다.182㎝,77㎏의 훤칠하고 단단한 몸매에다 수려한 외모까지 겸비해 벌써 남쪽 축구팬들까지 확보했다. 일본에서 만든 자신의 홈페이지는 물론 국내의 유명 포털사이트에 ‘북한축구 꽃돌이 안영학’이라는 카페가 생겨났을 정도. 안영학의 국내 진출로 올시즌 K-리그는 물론 남북의 축구교류에도 새로운 전기를 맞을 전망이다. 안영학을 영입한 부산은 “향후 북한 실업팀과의 교환경기 등 다방면에서 남북축구의 새 지평을 열어나가겠다.”고 밝혔다.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2006 스포츠 빅뱅]아시안게임(5) 유 도

    위기의 한국 유도는 도하아시안게임을 재도약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각오다. 한국은 지난해 카이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노골드’의 수모를 당해 설욕을 벼르고 있다. ●금메달 4개 노려 한국은 아시안게임을 대비해 1,2월 가노컵대회(남자), 파리오픈(남녀), 헝가리오픈(여자), 오스트리아오픈(남자), 독일오픈(남녀) 등에 1진을 연이어 파견한다.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탄 유럽선수들과의 대결을 통해 가라앉은 전력을 복원하기 위해서다. 아시안게임에는 전통의 강호 일본이 최대 적수지만 최근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는 물론 중국세도 만만찮아 힘든 대결이 예상된다. 남녀 대표팀은 각 금메달 2개가 목표다.2002부산아시안게임에서 남자는 금 2·은 2개, 여자는 금 2·은 3개를 땄다. 남자는 이원희·김재범(74㎏), 황희태(90㎏), 조남석(60㎏) 등이 금후보. 특히 2003세계선수권과 2004아테네올림픽을 거푸 제패한 이원희와 ‘무서운 신예’ 김재범의 피할 수 없는 맞대결이 주위를 안타깝게 한다. 이원희는 김재범과의 대결에서 3승4패로 열세.2003세계선수권 금메달리스트 황희태는 맞수인 일본의 이즈미가 관건으로 고비만 넘기면 금메달이 무난할 전망. 조남석 역시 일본의 베구사를 지난해 아시아선수권에서 누른 적이 있어 기대를 부풀린다. ●중앙아시아와 중국이 복병 여자는 박가연(70㎏), 김영란(48㎏), 김경옥(52㎏)이 금메달에 근접해 있다. 박가연은 ‘얼짱’ 배은혜를 꺾어야 하지만 지난달 후쿠오카대회에서 아테네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인 중국의 킨 동야를 물리치며 은메달을 거머쥐는 등 최근 상승곡선을 그어 주목된다. 지난해 스페인 월드컵대회에서 금메달을 챙긴 김영란은 물론 지난달 제주 코리아오픈에서 전 경기 한판승을 거둔 김경옥도 일본의 아성에 도전장을 던진다. 특히 김경옥은 세계선수권 단체전에서 아테네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일본의 요코사와 유키를 제압한 바 있어 기대를 더한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서울신문이 선정한 2005년 국내외 10대 뉴스

    ■ 국내 ●황우석교수 ‘줄기세포 논문’ 조작 파문 ‘국보급 과학자’에서 ‘허풍 과학자’로 전락한 황우석 서울대 교수의 논문조작 파문은 온 국민을 충격 속에 몰아넣었다. 아직 완전히 조사가 끝나지는 않았지만 세계 최초라고 했던 체세포복제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믿을 수 없게도 처음부터 끝까지 거짓이었음이 드러나고 있다. 난치병 환자들은 다시 절망에 빠졌고 한국은 국제적인 망신을 샀다. 어떻게든 성과를 빨리 보여주려는 조급성과 과학자로서의 윤리 상실이 부른 우리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안기부·국정원 수천명 불법도청 확인 7월 도청테이프 한 개의 내용이 폭로됐다.1997년 삼성측 인사들이 한 음식점에서 정치권과 검사에게 금품을 주려고 논의하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이를 실마리로 국가정보기관의 불법도청 전모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검찰이 국가정보원을 사상 처음으로 수색하는 등 다섯달 동안 수사를 벌여 김영삼 정부 시절 안기부 미림팀이 정·관·재·언론계 인사 수천명을 도청한 사실이 확인됐다. 도청 추방을 외쳤던 김대중 정부에서도 도청이 있었음이 밝혀졌다. 임동원·신건 전 국정원장이 구속됐다. ●정부, 8·31 부동산투기 억제대책 발표 연초부터 서울·수도권 신도시 아파트값과 전국 땅값이 폭등해 서민들의 주름살이 더욱 깊어졌다. 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에서 시작된 가격급등은 일반 아파트로까지 번졌고, 판교 신도시 광풍은 주변 아파트값을 끌어올려 연간 아파트값 상승률이 11%(㈜부동산114 기준)를 넘어섰다. 결국 정부는 강력한 투기억제책이 담긴 ‘8·31대책’을 내놓기에 이르렀고, 연말부터 부동산 시장은 안정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일부 투기억제 법률은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행정중심복합도시 특별법 국회 통과 12부4처2청의 국가기관을 수도권에서 충남 연기·공주로 옮기는 ‘행정중심복합도시특별법’ 법안이 3월2일 전격적으로 국회를 통과했다. 이 법안도 헌법소원에 휘말렸지만 헌법재판소가 합헌취지의 결정을 내리면서 법리논쟁이 일단락됐다. 여권은 청와대까지 옮기려던 당초 계획에서 다소 물러서긴 했지만 대통령선거 공약을 지킨 것으로 자평했다. 그러나 2007년 대선에서 정권이 바뀔 경우 재검토되거나 변경될 가능성이 아직 남아 있다. ●청계천 47년만에 복원 ‘생태하천으로’ 서울 도심을 흐르는 청계천이 47년만에 복원돼 시민들 품으로 돌아왔다.1958년 콘크리트로 복개되면서 땅속에 묻혔던 5.84㎞ 물길이 10월1일 따사로운 햇볕을 되찾아 물고기와 새가 노니는 생태하천으로 거듭났다. 공사 비용을 뛰어넘는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할 성공적 하천복원 사례로 외국에 소개되기도 했다.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도 오랜 단장 끝에 새롭게 문을 열어 시민들의 문화욕구를 충족시키는 도심의 명소로 거듭났다. ●‘독도 영유권분쟁’ 한·일 감정대립 격화 일본 시마네현이 2월22일을 ‘다케시마의 날’로 지정하는 조례안을 상정하고 주한일본대사가 서울 한복판에 앉아 ‘독도는 일본영토’라고 주장하면서 한·일 외교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었다.3월16일 시마네현은 일본 정부의 묵인과 국수주의자들의 응원 속에 조례를 통과시켰다.6월20일 한·일 정상들은 냉랭하게 만났고,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10월15일 신사참배를 강행했다. 한·일 양국의 감정대립은 격화됐고 연말로 예정됐던 양국 정상간 정례 ‘셔틀회담’도 결국 무산됐다. ●기생충알 김치등 중국산 먹을거리 파동 10월 중국산 김치에서 납 성분에 이어 기생충알까지 검출됐다는 당국의 발표로 중국산 식품 전체가 극도의 불신을 받았다. 검출된 알이 모두 미성숙란이어서 직접적인 위해를 끼치지는 않은 것으로 드러났지만 한때 한국과 중국은 외교마찰을 빚기도 했다. 하지만 11월에는 일부 국내산 김치에도 기생충알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먹을거리의 국민건강 위협이 심각하게 부각됐다. 또 중국산 어류에 이어 송어·향어 등 국내 양식 민물고기에서도 발암물질인 말라카이트 그린이 검출됐다. ●한국축구, 월드컵 6회 연속 본선진출 한국축구대표팀이 6월9일 쿠웨이트에서 열린 2006 독일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5차전에서 쿠웨이트를 4-0으로 대파하며 6회 연속 본선진출의 쾌거를 이뤄냈다. 월드컵 6회 연속 진출은 세계에서 9번째이고 아시아에선 최초다. 하지만 8월 초 열린 동아시아축구대회에서 2무1패로 꼴찌를 기록한 데다 8월17일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졸전 끝에 0-1로 맥없이 패배, 조 본프레레 감독이 경질되고 딕 아드보카트 감독을 새로 영입하는 진통을 겪어야 했다. ●‘여성 악법’ 호주제 2008년 완전 폐지 50년간 여성계의 숙원사업이던 ‘호주제 폐지’는 2월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물꼬를 텄다. 헌재결정후 50일이 안돼 국회는 민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호주제를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했다. 호주제는 여성권리의 신장, 한 부모 가족 증가 등 시대적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왔지만 존속시켜야 한다는 목소리 또한 유림을 중심으로 거세게 일었다. 유예기간을 거쳐 호주제가 완전 폐지되는 2008년 1월부터는 가족 관계를 개인별로 관리하게 된다. ●과거사규명·사립학교법 여야의원 격돌 17대 국회는 ‘과거사 규명’과 ‘사립학교법’의 격랑 속에 여야간 극한 대립을 불러왔다. 여야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조사대상과 범위를 놓고 첨예한 갈등을 빚었는데 지난 9일 ‘반쪽 통과’된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두고 여야는 정면 충돌, 연말까지 급랭정국이 이어졌다. 한나라당의 장외투쟁, 종교계의 불복종운동, 사학재단의 신입생 모집 거부 경고 등으로 반발이 확산되자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불가’와 ‘단독 국회 개최’로 맞섰다. ■ 국제 ●카트리나 강타와 구겨진 미국자존심 8월29일 초강력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 남부 멕시코만을 강타해 1306명이 숨지고 6644명이 실종됐다.‘재즈의 도시’ 뉴올리언스가 순식간에 물속에 잠겨 유령의 도시로 변하면서 옛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 걱정이 꼬리를 문다. 피해를 키운 연방정부의 늑장 대응은 초일류국가임을 자임해온 미국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혔다. 특히 재난 대처 과정에서 첨예화된 흑백간 인종 갈등은 미국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국제사회에 그대로 드러냈다. ●파키스탄 강진으로 7만5000명 사망 10월8일 발생한 리히터 규모 7.6의 파키스탄 강진은 7만 5000명의 사망자,350만명의 이재민이라는 엄청난 피해를 낳았다. 재난 앞에서 카슈미르 관할권을 둘러싸고 앙숙 관계였던 인도와 파키스탄은 국경을 개방, 구조작업에 나선 군인들을 오가게 했다. 그러나 영하 30도까지 수은주가 곤두박질치는 겨울이 닥쳐왔다. 이재민들에게 제공된 텐트는 대부분 겨울용으로 제작된 것이 아니어서 동사(凍死)자가 속출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조류 인플루엔자 전세계 확산 비상 ‘21세기 흑사병’으로 불리는 조류 인플루엔자(AI)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면서 지구촌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주로 동남아시아에서 발생하던 AI가 9월 이후 중국과 동유럽을 거쳐 서유럽, 중동, 미주로까지 번졌다. 세계보건기구(WHO) 집계 결과 현재까지 AI로 숨진 사람은 73명.WHO는 특히 치명적인 H5N1 바이러스의 사람간 감염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AI가 역병(疫病)이 될 경우 1억명 이상이 숨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 이슬람계 런던 연쇄 폭탄테러 이라크전에서 미국의 최대 우방인 영국의 수도 런던에서 7월7일 연쇄 폭탄테러가 발생했다.9·11테러 이후 4년만에 세계가 다시 테러공포에 휩싸였다. 출근길 런던 시민들로 붐비던 지하철과 2층버스에서 발생한 테러로 56명이 숨지고 700여명이 다쳤다. 인명피해 못지않게 충격을 준 것은 테러범들이 영국에서 태어나 교육받은 자생적인 이슬람계 이민 2세들이라는 점이다. 이후 테러용의자를 사살하는 과정에서 영국 경찰의 과잉진압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프랑스 이민자들 ‘인종갈등’ 폭동 ‘톨레랑스’의 나라 프랑스가 인종갈등으로 빚어진 폭동으로 불탔다.10월27일 파리 교외 무슬림 빈민가에서 경찰 검문을 피해 달아나던 10대 소년 2명이 감전사했다. 이후 3주 동안 무슬림과 저소득층 이민자들이 사는 파리 외곽 지역에서 분노한 젊은이들의 방화가 들불처럼 번져나갔다.9000여대의 차량이 불탔고 약 3000명이 체포됐다. 이 소요사태는 이민자 2·3세의 사회통합문제, 실업, 빈부차 등 프랑스 사회가 안고 있던 모순이 한꺼번에 폭발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라크 주권정부 구성 행보 계속 혼란과 갈등이 노출되고는 있지만 주권정부 구성을 향한 이라크의 행진은 계속되고 있다.1월 제헌의회 선거를 통해 구성된 의회가 내놓은 새 헌법안이 10월 국민투표를 통과하면서 이같은 안정화 일정은 더욱 힘을 받고 있다. 지난 15일 치러진 총선 개표 결과 발표가 늦춰지면서 정파간 갈등과 혼돈이 초래되고 있지만 내년 1월 총선 결과가 나오면 총리 지명, 내각 구성 등 새 정부 출범을 향한 정치 일정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새 교황 보수파 베네딕토 16세 즉위 4월2일 26년 동안 재임해온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저는 전부 당신의 것입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선종한 뒤 전 세계의 이목은 바티칸에 쏠렸다. 차기 교황 선출을 위한 네번째 콘클라베가 열린 같은 달 19일 오후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의 굴뚝에 새 교황이 탄생했음을 알리는 ‘흰 연기’가 피어올랐다. 제 265대 교황으로 선출된 베네딕토 16세는 추기경 시절 ‘하느님의 충견’이라는 별명을 가졌던 데서 볼 수 있듯 대표적 강경 보수주의자로 평가돼왔다. ●자민당 과반의석… 고이즈미 개혁독주 우정민영화를 기치로 중의원을 전격 해산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도박’이 ‘대박’으로 나타났다.9·11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15년 만에 단독 과반 의석을 차지하는 압승을 거두고 개혁 독주를 시작했다.‘제왕적 총리’가 된 고이즈미 우경화도 탄력을 받았다. 취임 후 다섯번째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가 하면 아소 다로 외상 등 극우 인사를 내각에 중용해 이웃나라인 한국·중국과 최악의 외교마찰을 빚고 있다. ●국제유가 고공행진… 세계경제 긴장 연초만 해도 배럴당 40달러 안팎에 머물던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은 6월27일 사상 처음 60달러를 넘어섰다.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미국 멕시코 만의 석유시설 피해가 생긴 8월 말에는 10월 인도분 WTI 가격이 70달러를 넘었다.3차 오일쇼크가 오리라는 우려는 이후 유가가 하락세로 안정되면서 다행히 기우로 그쳤다. 고유가 쇼크로 정신이 번쩍 든 미국을 비롯한 에너지 소비대국들이 원자력, 석탄, 에탄올 등 대체에너지 사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독일 첫 女총리 메르켈 ‘좌·우 대연정’ 9·18 총선 후 두 달여의 연정(聯政) 줄다리기 끝에 독일 총리직을 거머쥔 앙겔라 메르켈. 조기 선거 승부수를 던진 7년 집권의 게르하르트 슈뢰더를 꺾었다.36년 만이라는 좌·우 대연정의 수장을 맡아 독일병을 치유하고 제2의 라인강 기적을 이룰지 주목된다. 취임 첫 날을 해외순방으로 연 메르켈은 유럽연합 예산안을 막후 조정으로 타결시켜 국제 무대 데뷔전도 성공리에 치렀다. 동독 출신과 여성이라는 핸디캡을 딛고 ‘제2의 대처’로 탄생할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 [쉬어가기˙˙˙] 토고축구대표 K-리그 입단 테스트

    한국의 독일월드컵 조별리그 첫 상대인 토고 축구대표선수 폴 아발로(30)가 최근 프로축구 K-리그 부산의 입단 테스트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화제. 부산은 아발로가 조추첨 나흘전인 지난 6일 다른 외국인 선수 7명과 함께 테스트를 받았다면서 그러나 이안 포터필드 감독이 현재 휴가 중이라 입단 여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프랑스 2부리그 아미엥에서 13년간 뛰다 최근 팀에서 방출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아발로는 부산땅을 밟기엔 기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
  • [일요영화]

    [일요영화]

    ●강박관념(EBS 오후1시50분)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의 거장 루키노 비스콘티의 데뷔작이다. 비스콘티의 작품이라는 것 말고 1934년 발간된 제임스 케인의 소설 ‘우편배달부는 벨을 두번 울린다’를 각색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 소설의 모티프는 ‘강박관념’을 포함해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여섯 차례나 영화로 옮겨졌다. 할리우드에서도 1948년 라나 터너, 존 가필드 주연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제임스 케인은 어네스트 헤밍웨이의 아류라는 평가도 받았지만, 마흔 살이 넘어 낸 처녀 장편인 이 소설과 ‘이중배상’ 등으로 하드보일드 스릴러의 대표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알베르 카뮈가 ‘우편배달부’에서 영감을 얻어 ‘이방인’을 썼다는 에피소드도 있다. 잭 니컬슨과 제카 랭 주연 리메이크작 ‘우편배달부’(1981)와 비교해서 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 몰래 트럭을 훔쳐 탄 떠돌이 청년 지노(마시모 지로티)는 포강 인근 농가에 가게 된다. 이 곳은 주세페 브라가나(후안 데 란다)와 조반나(클라라 칼라마이) 부부가 매점을 운영하는 곳이다. 지노와 사이가 깊어진 조반나는 함께 도망가려 하지만 떠돌이 생활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세월이 흘러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된 지노와 조반나는 다시 사랑의 감정을 불피우고, 결국 교통사고로 위장해 주세페를 살해하게 되는데….1943년작.141분.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니벨룽겐의 반지 2부-반지의 저주(KBS2 오후 11시15분) 지난주부터 선보이는 독일 영화‘니벨룽겐의 반지’ 2편이다. 북유럽 신화를 바탕으로 한 대서사시로 바그너의 4부작 오페라가 신들을 주로 다뤘다면, 이 영화는 인간들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니벨룽겐’는 J R R 톨킨의 ‘반지의 제왕’에 영감을 주기도 했다. 1부에서 크샨텐의 후계자였으나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대장장이의 손에서 자란 지크프리트(벤노 퓌어만)가 포악한 용을 처치하고 영웅으로 떠오른 뒤 원수를 갚는 과정을 그렸다면,2부에서는 지크프리트와 아이슬란드의 여왕 브룬힐트(크리스타나 로큰), 군터 왕(새뮤얼 웨스트)의 여동생 크림힐트(알리샤 위트) 사이의 안타까운 사랑을 둘러싼 모험이 펼쳐진다. 지크프리트는 군터 왕의 음모로 마법에 빠져 브룬힐트를 잊고, 크림힐트를 사랑하게 된다. 또 군터 왕의 꼬임으로 그의 모습으로 변장을 하고 브룬힐트와 결투를 벌인다. 패배한 브룬힐트는 어쩔 수 없이 군터 왕과 결혼하게 되지만, 자신을 이긴 사람이 군터 왕이 아니라 지크프리트였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2004년작.90분.
  • 유럽파 “그가 온다”

    ‘유럽에서 뛰고 있다고 안심할 수 없다. 그가 지켜볼 때 사력을 다해 뛰어야 한다.’ 유럽파들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취임이후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딕 아드보카트(58) 축구 대표팀 감독이 24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떠났다. 부상 등을 이유로 지난 12일 이란전에서 대표팀에 소집되지 않았던 유럽파 선수들의 경기력을 직접 점검하기 위해서다.이를 근거로 다음달 스웨덴, 세르비아-몬테네그로 등 두 차례 평가전을 앞두고 구성될 ‘2기 아드보카트호’ 승선 여부는 물론 포지션 등을 확정지을 생각이다. 그는 일단 오는 29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고 있는 이영표(28·토트넘 홋스퍼)가 아스날과 벌이는 경기를 시작으로, 다음달 2일 브링턴과 경기를 갖는 2부리그 설기현(26·울버햄튼 원더러스) 등의 경기를 직접 관전한다. 이들은 아드보카트 감독의 대표팀 포메이션의 핵심 멤버로 작동할 전망이다. 또 독일 분데스리가 1부 리그에서 뛰는 차두리(25·SG프랑크푸르트)도 이 기간에 브레멘과 경기를 갖게 되며, 터키에서 활약하는 이을용(30·트라브존스포르) 역시 아드보카트 감독의 유럽 체류 기간 동안 1∼2경기를 치를 예정이라 해외파의 인상적인 플레이가 요구된다. 이미 국내에서 다섯 차례 K-리그를 관전한 아드보카트 감독의 빡빡한 유럽 행보는 국내·외 선수들의 주전 경쟁이 막바지에 달했음을 뜻한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이와 함께 네덜란드를 비롯해 체코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 내년 1월 전지훈련 장소도 물색할 계획이다. 또한 독일도 방문해 내년 월드컵의 현지 캠프 장소도 꼼꼼히 둘러볼 예정이다.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아리랑국제방송 3부작 다큐

    최근 노벨문학상 수상자 선정을 앞두고 사상 첫 한국인 수상이라는 쾌거가 기대됐으나, 아쉽게도 바람에 그치고 말았다. 이후, 문단에서는 섣부른 기대를 품기에 앞서 번역 등을 통해 꾸준히 우리 문학을 세계에 알리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아리랑국제방송은 19일부터 3일 동안 매일 오후 9시30분에 3부작 다큐멘터리 ‘한국 문학 60년사’를 내보낸다. 이번주 독일 프랑크푸르트 북페어 주간을 맞이하여 마련한 특집 다큐멘터리다. ‘한국’가 주목되는 이유는 프랑크푸르트 북페어 주관 방송사인 독일 헤센방송국(HR)도 행사 기간 동안 이 다큐멘터리를 동시에 방영하기 때문이다. 프랑크푸르트 북페어는 출판 올림픽으로 꼽히는 세계 최대 도서전.15세기에 시작됐을 정도로 전통이 있고, 매년 110여 개국 6700여 출판사가 참여해 도서전을 펼친다. 올해 북페어 주빈국으로 초청된 나라는 바로 한국. 이미 지난 3월부터 국내 대표문인들이 독일을 찾아 한국 문학을 소개하는 행사를 벌이고 있다. 최근 4년 동안 한국 문학과 관련한 다큐멘터리를 100회 가까이 제작했던 아리랑국제방송은 ‘한국’를 통해 해방과 더불어 본격적으로 움트기 시작한 한국 문학을 총정리했다. 소설가 박완서 김주영 조정래 이문열 김훈 공지영 조경란, 시인 고은 신경림 김지하, 평론가 이어령 김윤식 백낙청 김화영 정과리 등 문단을 빛낸 우리 문인들을 통해 자신의 작품이나 글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다. 해방 직후부터 4·19혁명기를 다루는 1부 ‘환희와 극복의 시대’에서는 반전시 박봉우의 ‘휴전선’과 반공 이데올로기를 그린 모윤숙의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 그리고 최인훈의 소설 ‘광장’ 등을 살피며, 분단과 이데올로기의 소용돌이 속을 걸었던 작가들의 발자취를 돌이켜본다. 2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상실과 격동의 시대’는 5·16혁명에서 출발해 87년 6월까지 기나긴 군사정권 시기를 담았다. 이 시기의 생명파와 해체문학으로 대표되는 순수 문학과 암흑기에 민중에게 등불이 되고자 했던 참여문학을 비교하는 시간이다. 요절 시인 김수영과 이와 관련한 논쟁을 벌였던 평론가 이어령 교수나, 저항문학의 선두에 섰던 고은, 김지하 시인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마지막 3부는 ‘다양성의 시대’. 거대 담론의 시대가 끝나고 젊은 작가군이 쏟아져 나왔다.90년대 들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신경숙 은희경 등 여성작가들을 비롯해 독특한 개성을 뽐내고 있는 젊은 작가들의 현주소를 점검한다. 또 ‘퇴마록’ 등 하이퍼텍스트 인터넷 문학의 발전상도 알아본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mbn ‘산업기술 문화’ 방영

    경제뉴스 전문 채널인 mbn이 14일부터 4주 동안 매주 금요일 오후 9시 4부작 특집 ‘산업 기술 문화 현장을 가다’를 방영한다. 기술친화적 문화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기술혁신 토대를 마련하자는 취지에서 독일(1부) 일본(2부) 등을 찾아 기술문화 강국의 비결을 알아본다. 이후 ‘기술문화 강국을 만든다’(3부)와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이 경쟁력이다’(4부)가 이어진다.
  • 사막에서 길을 묻다

    사막에서 길을 묻다

    우리는 달렸다. 타클라마칸, 그 죽음의 사막을 향해. 자갈길을 가로지르고 강을 건너 5000여 ㎞를 내달렸다.‘돌아올 수 없는 곳’이라는 뜻을 가진, 살고 싶지 않은 자와 미친 자가 아니면 들어가지 않는다는 말이 전해 내려온다는 그 사막을 향해. 그러나 15박16일을 먼지 구름을 일으키며 달려 간 그 사막 입구에는 ‘황량한 사막은 있어도 황량한 인생은 없다’, 그렇게 씌어 있었다. 붉은 글씨로. 아, 아 그렇지! 황, 량, 한 인생, 은 없지…. 마치 달려오던 가속도를 어쩌지 못해서인 듯, 온 몸이 앞으로 울컥 쏠렸다 가까스로 중심을 잡고 섰다. 등골에서 짜르르 전류가 흐르는 듯하다. 그래…, 그럴지도 모른다. 우리가 홀린 듯 이 먼 길을 내달아 온 것은 이런 글귀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예감 때문은 아니었을까. 사막을 꿈꿔왔다. 아주 오래전부터. 삶의 고비마다 언뜻언뜻 떠오르는 낯익은 영상이었다. 눈을 뜰 수 없을 만큼 날카로운 햇살이 온 몸에 쏟아진다. 마른 먼지가 콧속을 파고들며 숨을 막고, 입안에선 으적으적 모래가 씹힌다. 갈증은 이미 오래전에 통증으로 바뀌었고, 모래밭은 펄보다 더 힘겹다. 발걸음이 천근만근이다. 나름대로 비장하다. 그러나 나는 이 장면에서 한껏 더 상상력을 부풀려 본다. 마침내는 햇살에 바래고 모래먼지에 찌든 내 신발 코 끝에, 죽은 자의 늑골이 아른아른 겹쳐 보일 때까지. 그런 극한점에 맞서보고 싶었다. 이 여행에 대한 제의를 받은 건 7월 초였다.8박9일 일정의 실크로드 패키지 여행을 준비하던 내게, 여행자들이 한국에서 가져간 지프를 직접 몰아 중국 대륙을 횡단한다는 프로그램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더구나 사막에서의 야영이라니! 앞뒤 생각 없이 큰소리로 “네!”해버렸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더라도 처음부터 28일 전 일정을 참가해야 한다고 했다면 난 감히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 세상에! 사나흘도 아니고, 일주일도 아니고, 열흘도 아니고. 난 그렇게 오랫동안 내가 없는 우리 집을, 학교를, 나를 둘러 싼 크고 작은 일상들을 상상조차 해 본 적이 없었다. “전 일정은 한 달쯤 되나 봐요. 하지만 그걸 다 따라 다닐 수 있으시겠어요. 앞 뒤 자르고 한 8박9일 정도면 어떠세요?” 그렇게 시작했지만 출발일이 다가올수록 일정은 길어졌다. “근데 한 보름은 되어야 그 맛을 느낄 수 있지 않으시겠어요?” “보름이나 이십일이나…. 근데 이런 여행 쉽지 않거든요.” “따로 돌아오실 비행기표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네요.” “29일 날 도착한다고 각오를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마지막 말을 들었을 때, 난 이미 말라리아와 장티푸스 주사를 맞았고, 짧은 반바지에서 겨울 점퍼까지를 꾸려 짐을 싸둔 다음이었다. 가슴속에서 소용돌이가 일었다. 심호흡을 한 뒤 대답했다. “좋아요. 가겠습니다.” 전화를 끊으며 내가 살아 돌아올 수 있을까, 하는 엄살기 가득한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여행은 톈진항에서 배를 타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현장법사가 불전을 구하기 위해 간 길, 바리데기 공주가 죽은 자를 살릴 샘물을 구하기 위해 지나간 길, 고선지 장군이 서역 정벌을 위해 나선 길, 실크로드의 아버지라 불리는 장건,‘동방견문록’의 저자 마르코 폴로가 지나간 길, 실크를 비롯한 동서양의 온갖 것들이 교류한 이 길…. 이 길을 다섯 대의 지프가 달린다는 것이다. 오프로드를 포함해서 하루 몇백㎞를 달리고 또 달리다가, 사막을 만나면 사막에서, 바다만큼 큰 호수를 만나면 호숫가에서 야영을 한다는 것이다. 멋지다. 하룻밤을 배에서 자면서 톈진에 도착한 다음, 베이징, 타이위안, 시안, 란저우, 우웨이, 금창, 바단지린 사막, 가우대, 청수, 주취안, 둔황, 하미, 투르판, 우루무치, 쿠얼러를 빠르게 지나쳐 마침내 타클라마칸 사막에 닿았다. 인천항을 떠난 지 열엿새 만이었다. 그러나 타클라마칸은 예전의 타클라마칸이 아니었다. 사막 한가운데로 잘 닦인 아스팔트가 서늘할 만큼 시원스레 뚫려 있고, 몇㎞ 간격으로 물탱크를 포함한 대피소가 줄지어 있었다. 그 옛날, 나는 새도 통과하지 못한다는 그 타클라마칸은 이미 아니었다. 그러나 여전히 녹록지 않은 타클라마칸은 카라부란으로 우리를 맞았다. 그 옛날 죽음의 모래바람이라 불리던 카라부란이다. 타클라마칸에 진입했다는 흥분을 가까스로 가라앉히며 사막 깊숙이 자리를 잡고 서둘러 간단한 저녁 식사를 하려는데, 모래 바람이 일었다. 처음엔 코펠이 뚜르르 굴렀다. 뒤이어 텐트가 뿌리 뽑힌 풀단처럼 힘없이 날아가 버렸다.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아니, 숨을 쉴 수가 없었다. 흙탕물에 빠진 것처럼 시야가 흐려졌다. 서둘러 지프에 달려 올라가 문을 닫았다. 설마 지프는 안 날아가겠지. 그러나 안심할 수는 없다. 나는 눈을 감았다. 솩, 쉬르르 차창에 부딪치는 모래바람의 소리가 여전했다. 대개 중국쪽 실크로드의 시작을 서안이라고 본다.1000여년 동안 중국의 수도였던 도시. 장안이라는 옛 이름을 가진 이 도시는, 농사짓는 것보다 농사짓다 발견한 유물을 내다 파는 것이 더 낫다는 고도이다. 서안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죽은 진시왕의 잔영이었다.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왕.13세의 어린 나이에 진왕에 즉위하였으며 39세에 중국 역사상 가장 거대한 통일 국가를 세운 사람. 자신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스스로를 ‘태황의 황과 오제 제’를 따서 황제라고 칭하고, 자신을 시황제라 부르게 명 한 사람. 그는 선남선녀를 골라 불로장생할 선약을 구해오라는 전대미문의 특명을 내리고, 또 한편으로는 즉위하자마자 죽을 때까지, 자신의 묘가 될 지하궁전을 팠다. 아직 발굴되지 않은 이 무덤은 ‘관은 동으로 주조했고 무덤 내부에는 각종 보석으로 궁전과 누각의 모형을 세웠다. 수은으로 바다와 강을 흐르게 했고 천장에는 진주를 아로 새긴 해와 달과 별들을 만들어 달았다.’고 전해진다.30만명이 석 달 동안 왕릉에 보물을 실어 날랐다 한다. 그는 또 죽은 다음에 자신을 지킬 군사들을 만들어 도열시켰다. 보병, 전차대, 포대로 이루어진 신장 180m안팎의 실물크기 흙 인형 수천명으로 지하군단을 만들어 자신의 능에서 1.5㎞ 떨어진 거리에 배치해 두었다.1호 갱에 약 6000명,2호 갱에 약2000면 3호 갱에 68명의 테라코타 병사가 사열해 있다. 결국 그는 여러 형태의 ‘영생’을 준비한 것이다. 하긴 그렇기도 하겠다. 그 넓은 대륙을 통일한 젊은 왕에게 아쉽고 그리운 것이 그 영화를 영원히 누릴 수 있는 영생뿐, 더 무엇이 있었을까? 하지만 그것들을 만든 진시황의 백성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고, 그의 나라는 3대 15년 만에(항우에게)멸망하였다. 문자, 도량형, 화폐를 통일하고, 그 시절에 전국적인 도로망을 거미줄처럼 짜고, 운하를 파고 만리장성을 쌓고 아방궁을 짓는 등 어마어마한 일을 해낸 이 황제와 관련된 유적은 그러나 아직 다 발굴되지 않았다. 그 이유에 대해 가이드는 그때와 공기가 달라 유물이 상할 염려가 있고, 무덤 안에 함정이 많고 엄청난 양의 수은이 있어 위험하며, 후손들이 먹고 살 관광 자원을 남겨주기 위한 배려이기도 하고, 한쪽으로는 기술이 부족해서 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그에 관한 미확인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준다. 예전에, 중국을 방문한 일본 총리가 그 유적 발굴을 제안했다 한다. 일본의 기술력을 제공할 테니 발굴한 보물의 3분의1을 달라고. 주석이 껄껄 웃으며 ‘이 안에 든 보물이면 네 나라 전부를 살 수도 있을 거다.’고 대답했단다. 그 조상에 그 후손임을 보여주는 대목이 아닌가 싶다. 벌컥, 차문이 열리면서 남대장이 소리쳤다. “바람 없어졌어요. 나오세요!” 어느새 눈앞에는 사막의 밤이 펼쳐져 있다. 어두운 밤하늘에서 별이 튕겨져 나올 듯 반짝였다. ‘돌아올 수 없는 곳’이 어디 타클라마칸뿐일까. 때때로 살고 싶지 않고 미칠 듯한 기분을 느껴보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나는 심호흡을 하며 다시 사막에 발을 내디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량한 인생은 없다.’는 믿음으로. 죽음의 카라부란은 멈췄고, 모래는 아직 따뜻했다. 그리고 사막의 밤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신비로웠다. ●글쓴이 이윤희 교수는 동화작가, 문학박사,‘아침햇살’발행인. 인천재능대 아동문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며, 작품집으로는 ‘네가 하늘이다’‘꿈꾸는 호랑이 우화’를 비롯한 철학동화시리즈 18권 등이 있다. ■ 무선통신, 날아오다 2004년8월2일 11시, 인천항 실크로드 오버랜드 원정대는 8월2일 오전 11시에 인천항 제2부두에 집결했다. 출발 인원은 총 12명, 한국인 10명과 터키인 2명이었으며, 중국에서 터키인 1명과 중국인 5명이 합류할 예정이다. 거추장스럽고 부피스러운 짐은 이미 지프에 실어 앞서 보냈다. 가벼운 마음으로 배에 올랐다. 순조로운 출항이다. 8월3일 13시. 천톈항 서둘러 천톈항 출구에 섰다. 까마득한 멀리에는 인천을, 가까이에는 25시간 동안 우리를 싣고 온 여객선 진천 페리를 등 뒤에 둔 채다. “와!” 거기, 중화인민공화국 천진항 광장에, 먼저 도착한 차들이 늠름한 모습으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모두 5대였다.4+4 SILKROAD EXPEDITION.TRANS TACLAMAKAN.ROK 스티커 글씨가 도드라졌다. 눈이 부셨다. 그리고 비로소 가슴이 뛰었다. ‘아아, 드디어 시작이다! 이동거리 1만㎞를 훌쩍 넘는 28일간의 여행. 우리차로 실크로드를 달린다! 중국을 횡단한다!’ 나는 사뭇 뛰었다. 지프를 향해. ★중국의 4대미인은 누구?(답? 곳곳에 숨어있어요^^) 8월3일 15시, 베이징을 향해 우리차가 달린다. 중국 고속도로를 시속 100㎞로. 창문을 모두 열어 젖혔다. 나,58년 개띠. 오프로드 여행 경험 전혀 없음. 대학교수. 유부녀…. 그러나 그 순간 이 모든 것을 잊었다.‘우리는 간다, 하늘도 부른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햇살은 유리처럼 투명했고, 살짝 따가웠다. 승차 배치도 진행차:다이장(중국측 여행사 사장), 도용(현지 가이드). 살인미소(중국인 정비사). 여성스태프 1호차: 남대장(38·오버랜드 대표), 나(유니), 비니(34·스태프, 통역). 진피디(29·스태프, 영상담당)·2호차:한·최 안젤라 부부(47,45·사업가)·3호차:최 노익장(67·독일 국적의 CEO), 김원장(50·복지시설 운영)·4호차:임 흑기사 부자(51,29·사업가, 대학생)·5호차:하칸(29·터키인 사업가)등 터키인 일행 ●답(1) 그녀의 자태에 꽃이 부끄러워 스스로 잎을 말아 올렸다는 양귀비(수화·羞花) 8월4일 14시, 베이징 베이징에서 합류하기로 한 터키인 일행 하나가 예정보다 늦어지고 있었다. 그를 기다리는 사이, 캔맥주가 돌았다. 남대장:수도자가 고행을 하는 마음으로 이런 여행을 합니다. 일종의 종교 의식이지요. 한·최 안젤라 부부:모험이잖아요. 꿈꾸는 듯한. 임 흑기사 부자:재미있을 것 같아서요. 최 노익장:중국을 횡단이라, 정말 멋지잖습니까? 더구나 내 차로 직접 운전을 하는데! 김원장:새로운 패턴의 여행이라서요. 하칸:어린 시절부터 실크로드를 꿈꿔 왔습니다. 이번 여행은 그 꿈이 실현되는 것입니다. 가슴이 뜁니다. 그들의 얼굴이 발그레해진 것이 캔 맥주 탓만은 아닐 것이다. 나는 맥주를 홀짝거리며 서유기를 생각했다. 불전을 구하러, 혹은 죽은 자를 살릴 생명수를 구하러 이 길을 지났을 삼장법사와 바리데기 공주를 생각했다. 그리고 수많은 상인과 기술자와 병사와 예술가를 생각했다. 그리고 빌었다. 그들의 꿈과 사랑이 먼먼 후손인 내게도 자지러지도록 생생하게 전해지기를. 그리하여 그로인해 내 삶이 얼마간 풍요롭고 따스해지기를. 브라보! 우리는 다시한번 맥주 캔을 맞부딪쳤다. ●답(2) 그녀가 강변에 서서 강물을 바라보니 그 아름다움에 물고기가 헤엄치는 것을 잊고 물속에 가라앉았다는 서시(침어·沈魚) 8월5일 14시, 시안 가는 길 그러나 정말 쉽지 않았다. 온갖 것들이 우리의 발목을 잡았다. 느닷없이 나타나는 ‘공사중’은 그렇다 치자. 하지만 사실 이것은 그렇다 칠 일이 아니다.‘공사중’이 너무 많았다. 아니 중국 전역이 ‘공사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곳곳에서 공사를 하고 있었다.(더구나 그들은 지나는 차량에 대해서는 아무 배려가 없었다. 아무런 안내나 대안 제시도 없이 길 전체를 막아버린 곳도 몇 군데 있었다.‘우리는 지금 공사를 하고 있으니 너희들이 알아서 가라’는 식이었다.)곳곳에서 만나는 비포장도로도 또 그렇다 치자.(왜냐하면 땅이 너무 넓어서 포장하는데 시간이 걸린다는데 할 말이 별로 없으니까.)그러나 포장도로도 비포장 못지않게 차를 널뛰기하게 만든다는 것은 좀 그랬다. 자세히 보니 아스팔트가 바퀴 자국을 따라 깊게 패었다. 과적 차량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고 보니 과적을 하지 않은 트럭이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정말 어마어마한 물동량이 움직이고 있었다!(하긴 우리 팀도 과적을 했다. 우리는 짐에 치여 쪼그리고 앉을 수밖에 없었다.‘28일간의 긴 여행’,‘사막에서의 야영’이라는 점에 모두들 긴장한 탓이었다.) 먼지와 매연도 문제였다. 그리고 따끔거릴 만큼 지독한 햇살과 섭씨 40도를 넘나드는 높은 온도, 장거리 주행 등이 엔진을 과열시켰다. 우리는 심통 난 아이 달래듯 차를 달래가며 몰았다. 그래도 어떤 차는 가끔씩 푸쿠쿡, 키다닥 하는 이상한 소리를 내며 속력을 떨어뜨렸다. 아슬아슬했다. 8월6일 15시, 화청지 마침내 일이 터지고야 말았다. 당 현종과 양귀비가 온갖 사치를 즐기며 장안과 화청지를 오가며 세월을 보내곤 했다는 설명을 듣고 있는데, 터키인 일행의 사고 소식이 날아들었다. 한 이틀 다른 곳을 들렀다가 합류하기로 한 사람들이다. 교통사고. 정비 불량과 과속으로 인한 전복 사고란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지만 일행은 모두 할 말을 잃었다. 이제 막 본격적인 시작인데…. 게다가 그중에는 터키의 ‘정주영’이 섞여 있단다. 선박회사를 17개인가 갖고 있고, 보험회사를 또 몇 개 갖고 있고 그리고…. 그런 사람이 우리와 함께 여행을 하려다 사고가 났다는 것이다. 믿기 어려웠다. 터키엔 여행사가 없나? 그런데 알고 보니 그럴만한 사연이 있었다. 중국 서쪽, 우리가 흔히 ‘서역’이라고 부르는 그곳이 터키와 특별한 관계가 있다는 것이었다. 마치 우리나라와 연변 조선족과의 관계와 비슷한. 그래서 터키인들은 그쪽 지방을 여행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터키인들이 그들, 소수민족을 부추겨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예를 들자면 독립운동 같은, 중국정부의 입장에서 볼 때 동의할 수 없는)을 할까봐 여행을 허가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한국인들 틈에 슬쩍 끼어서 그곳을 가려 했는데 그만 사고가 난 것이었다. 첫 번째 대형 사고였다. 8월7일 10시 40분, 란저우 가는 길 막히는 길을 가까스로 통과해 주유소에 도착했다.“날씨까지 꾀죄죄하네요.”기름을 넣고 있는 차들 뒤에서 고개 돌리기를 하며 가볍게 몸을 풀고 있는데, 아들 흑기사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그랬다. 하늘빛은 칙칙하고 우리는 기분전환이 필요했다. 이심전심일까?안젤라의 남편 한씨가 장난기를 발동시켰다. 기름을 넣고 있는 자기 차 보닛에 검은 색 보드마커로 ‘갑시다, 실크로드!’라고 휘갈겨 썼다. 그러고는 부인 안젤라에게 펜대를 넘겼다. 안젤라는 ‘타클라마칸을 향해서!’ 썼다. 모두 신났다. 최 노익장은 당신 차 이마에 해골표시를 그려 넣었다. 남대장은 인천에서 출발하여, 다시 인천까지 오는 전 일정을 차에 뺑뺑 돌아가며 써 넣었다. 나는 자꾸만 꾸르륵거리는 차 콧잔등에 ‘잘 달려라, 착하지. 말썽피지 말고!’라고 썼다. 그리고 슬그머니 쓰다듬어 주었다. 8월9일 12시, 무위 ●답(3) 그녀가 비파를 연주하니 기러기가 그 용모를 보느라 날갯짓하는 것도 잊고 땅에 떨어져 버렸다는 왕소군(낙안·落雁) 8월9일 12시, 무위 그러나 차는 여전히 불안 불안했다. 한 팀은 차를 정비하고, 나머지 한 팀은 장을 본 후 점심을 먹었다. 양갈비찜이 나왔다. 찌그러진 넓적한 양은그릇에 큼지막한 살덩이가 붙은 양 갈비 한 개가 담겨있는 것이, 꼭 개밥 같았다. 저녁에 있을 사막에서의 야영을 위해 준비한 음식들이 자꾸만 눈앞에 아른거렸다. 8월10일 12시30분, 바단지린 사막 야영을 잘 끝내고 사막을 빠져나오려는데, 갑자기 2호차 꽁무니에서 검은 연기가 쿨룩쿨룩 쏟아졌다. 또 다른 대형 사고였다. 엔진은 정지했고, 차는 움직이지 않았다. 결국 고장난 차는 1호차가 견인해서 정비소로 가고, 나머지는 사막에서 그들이 돌아오길 기다렸다. 그늘 한점 없는 땡볕아래 햇살은 점점 강해지고, 끼니때가 되었는데도 식당은 멀디 멀었다. 우리는 임시 휴게소를 만들었다. 남은 차 둘을 나란히 대고 , 그 위에 텐트를 덮어 그늘을 만들어 쭈그리고 앉았다. 그리고 라면을 끓이고 커피를 탔다. “죽인다, 커피향!” 우리는 애써 큰소리로 웃어댔다. ●답(4) 그녀의 미모가 너무 아름다워 달도 구름 뒤에 숨었다는 초선(폐월·閉月) 8월11일 20시, 가욕관에서 둔황으로 결국 그들 차 두 대는 돌아오지 못했다. 우리는 차 3대에 짐을 포개고 또 포갠 뒤, 그 사이에 끼어 앉았다. 그리고 일정을 그대로 진행했다.2m앞이 안 보이는 먼지 길 양옆에 아스라한 낭떠러지가 이어져도, 문을 꼭 닫은 차안에서도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기침이 컥컥 나올 만큼 독한 ‘원조황사’가 길을 막아도, 그대로 뚫고 달렸다. 생명 보험을 하나 더 들어놓고 올걸! 나는 콩 튀듯 탕탕 거리는 차 안에서 생각했다. 해를 따라 서쪽으로, 서쪽으로 나아가는 길, 해는 지지도 못하고 저녁 8시가 넘는 시각에도 낮처럼 환하다. 8월12일 17시, 명사산 아름답다. 달밤이면 모래가 우는 소리를 낸다는 산. 해질녘, 그 산을 낙타를 타고 오른다. 출렁출렁, 낙타의 발걸음에 따라 내 몸이 흔들린다. 방울소리도 흔들린다. 8월13일 18시, 하미 주위에 있는 산들이 온통 시커멓다. 철성분이 많아 그렇단다. 그 산 사이에 난 협곡을 달리고 달려 신장 자치주에 닿았다. 무섭게 바람이 불었다. 이 근처는 사철 그렇게 바람이 많은 곳이라고. 이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투르판은 ‘불의 땅’ 외에도 ‘바람의 창고’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20시에 하미과로 유명한 하미에 도착해 저녁 대신 과일로 허기를 채웠다. 배가 봉긋해졌다. 8월14일 18시, 투르판 위구르족 민속쇼를 관람했다. 남대장이 모종의 작업을 한 덕분에 나도 위구르족 아가씨로 분장하고 공연에 잠깐 끼어들었다. 위구르의 전통 악기 소리는 맑고 탱글탱글했다. 우거진 포도 넝쿨 아래서, 붉은 드레스를 입고 춤을 추면서, 나는 잠시 먼 이국의 여인이 되는 꿈을 꾸었다. 한여름, 축제의 밤은 열기를 더해갔다. 8월15일 11시, 우루무치 포도 농원에 갔다. 위구르 말로 ‘아름다운 목장’ 이라는 뜻을 가진 우루무치는 커다란 오아시스 도시다. 야자수가 두어 그루 있는, 우리가 오아시스라고 하면 흔히 머리에 떠올리는 그런 고즈넉한 풍경이 아니라 포도나무가 바다처럼 펼쳐져 있는.20∼30종은 넘어 보이는 건포도가 신기했다. 노랑색, 황금색 외에도 송이째 말린 건포도, 씨가 씹히는 건포도, 달콤한 것, 약간 시큼한 것…. 나는 번개처럼 건포도를 한 짐 싸서 챙겼다.‘아줌마’라 흉을 봐도 어쩔 수 없다. 나는 독하게 맘을 먹었다. 맛보여주고 싶은 고국의 ‘동포’들이 목에 걸리고 눈에 밟혀 어쩔 수 없었다. ■ 지프로 오지를 달리고 싶다면 챌린지 전문탐험 기획사인 ㈜오버랜드 엔터테이먼트(www.overland.co.kr)는 자신의 자동차를 직접 운전해 실크로드 등 세계 오지를 탐험하는 이색적인 여행 상품을 판매한다. 오버랜드를 운영하는 남기환(38)대표는 1999년 런던∼서울 단독횡단과 2002년 유라시아 횡단팀을 이끈 오지탐험 전문가. 그는 실전 경험을 바탕으로 지프를 타고 황량한 들판과 거친 사막, 별이 쏟아지는 초원에서 야영을 즐기는 새로운 형태의 여행 개척하고 있다. 주요 상품은 죽음의 사막 타클라마칸까지 이어지는 ‘트랜스 타클라마칸’, 히말라야의 만년설을 끼고 도는 ‘트랜스 히말라야’, 중국 성도에서 티벳까지 찝차을 이용 ‘천장공로 하늘여행’ 등 다양한 상품을 준비하고 있다. 국내 오지 캠핑 상품도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국내 산간벽지를 찾아 다니며 캠핑과 야영을 즐기는 1박 2일,2박 3일 오지여행도 정기적으로 진행된다. 비용은 일정에 따라 다른 만큼 오버랜드(02-522-0228)에 직접 문의하면 된다.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그라운드의 악바리 이영무 감독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그라운드의 악바리 이영무 감독

    온 국민을 웃기고 울리는 축구에서의 골 세리머니는 언제 봐도 환희와 감동의 결정판이다. 느닷없이 속옷을 내보여 주는가 하면 옆으로 드러누워 기발한 동작으로 폭소를 터뜨리게 한다. 또 손을 꽉 잡고 기도하는 숙연한 장면을 연출하는 등 이래저래 골 세리머니는 즐거움이 아닐 수 없다.1975년 9월28일 서울 동대문운동장. 제4회 한·일 축구 정기전이 열렸다. 전년도 도쿄 시합에서 4대1로 패한 앙갚음을 하듯 한국 선수들은 경기 초반부터 일본의 골문을 열심히 두들겼다. 이때 유독 눈에 띄는 선수가 있었다. 왜소한 키에 보잘것없는 체격, 그러나 종횡무진 경기장을 헤집고 다니는 모습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후반 중반 무렵, 승부에 쇄기를 박는 세 번째 골이 터졌다. 바로 그 순간 골문 앞에서 보기드문 광경이 벌어졌다. 꽉 쥔 두손을 이마에 갖다 대고 무릎을 꿇은 채 한참 동안 미동도 하지 않는 모습, 생소했지만 전국민에게 감동과 설욕의 속시원함을 선사했다. 주인공은 바로 ‘그라운드의 악바리’ 이영무(53) 선수였다. 이후 차범근 신연호 박민재 선수 등이 골을 넣은 후 기도 세리머니를 연출하는 바통을 이었다. 이 세리머니는 종교적 논란 등으로 잠시 주춤했으나 2002년 월드컵때 이영표 송종국 최태욱 이천수 등에 의해 다시 살아났고 최근에는 박주영 등 차세대 골잡이들도 자주 애용한다. ●“선착순 달리기 차범근 선수에 딱 한번 져” 앞서 언급한 대로 ‘기도 세리머니’의 원조는 이영무 할렐루야 축구감독이다.75년 한·일 축구 정기전에서 처음 선보인 후 81년 축구 국가대표를 은퇴할 때까지 그의 상징처럼 늘 따라다녔다. 감독생활을 하는 지금도 물론 마찬가지다. 이 감독은 이와 관련해 “처음 기도 세리머니를 할 때에는 스스로 생소했고 비난도 많았다.”면서 몸이 빈약하고 잘 먹지 못해 빈혈로 쓰러지는 경우도 있었고 또 기술도 뛰어나지 못해 신앙심 하나로 열심히 뛰자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고백했다. 이런 각오로 현역때 선착순 달리기를 하면 죽어라 뛰었고 청소년대표 시절 차범근 선수한테 딱 한번 뒤진 것 외에는 단 한번도 1등을 놓쳐본 적이 없다고 회고했다.“오직 살 수 있는 길은 지구력밖에 없으며 하느님한테 힘이 되어 달라고 늘 기도했다.”고 말했다. 그런 습관으로 골이 터질 때마다 감사의 표현으로 저절로 기도 세리머니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하남시에 위치한 할렐루야 축구단 숙소 인근의 한 식당에서 이 감독을 만났을 때 ‘기도 세리머니’에 대한 질문에 지체없이 나온 대답이다. 이 감독은 최근 할렐루야 축구단을 이끌고 팔레스타인 지역을 순회하며 평화의 축구경기를 하고 돌아온 직후였다. 위험지역인 관계로 결코 쉽지 않은 출장이었기에 궁금증이 생겼다. “지난해 팔레스타인 지역을 방문했지요. 이때 팔레스타인 축구대표팀이 처음으로 구성돼 우리와 친선시합을 가졌습니다. 당시 떠나올 때 올해도 방문한다는 약속을 했습니다. 이번에는 베들레햄을 비롯, 헤브론 라말라 여리고 등 좀처럼 외국인이 드나들 수 없는 곳에서 네차례의 친선경기를 가졌지요. 처음에는 잔뜩 경계했지만 나중에는 외부의 사랑을 많이 그리워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특히 월드컵 4강의 한국팀이 왔다며 “대∼한민국, 오 필승 코리아” 등을 연발, 이 구호가 세계 축구 공용어임을 실감했다며 웃었다. 아울러 방문하는 곳마다 어린이들에게 축구 클리닉 행사를 해주자 총소리를 듣고 자란 사나운 성질은 온데간데없고 ‘코리아 넘버원’을 외치며 환영했단다. 이들이 사용하는 축구공은 아직도 고무공. 미리 갖고 간 가죽공 100개와 장난감 등 선물보따리를 풀어놓자 분위기는 더욱 고조됐다고 전했다. ●팔레스타인지역 방문때 “대~한민국” 연호에 감동 이 감독은 “먼지만 펄펄 나는 헤브론 운동장에서 돌과 자갈을 주워내고 경기 2시간 전부터 물을 뿌리는 팔레스타인인들의 모습에서 따뜻함을 느꼈다.”면서 헤어질 때 ‘살렘(평화)’‘살렘’을 외치며 붙잡는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을 했다. 높은 담이 무너지고 평화의 문이 열리는 것을 느꼈다.”며 아직도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또 “알 자지라와 팔레스타인 방송 등에서 우리 선수들을 집중 인터뷰하는 등 많은 관심을 가졌다.”고 덧붙였다. 이 감독은 앞서 지난해 7∼8월 르완다 탄자니아 우간다 등 아프리카 내전지역에 축구단을 이끌고 방문하는 등 몇 년째 소외지역을 찾아 선교활동을 펴고 있다. 화제를 돌려 한국 축구의 수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그러자 2002년 월드컵 개최로 인해 축구의 저변확대는 물론 과거 70∼80년대보다 괄목할 만한 발전과 성장을 이루었다고 전제했다. 이어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경기를 예로 들면서 “체력이나 전술면에서 국제적 수준으로 따라왔다. 그러나 기본기를 다지는 것이 여전히 문제점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볼 키핑과 패싱, 컨트롤 등의 기본기는 어릴 적부터 다져져야 하는데 한국축구는 그걸 건너뛴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본프레레 국가대표팀 감독이 경질된 한국축구가 내년 독일월드컵에서 어느 정도의 성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하느냐고 묻자 수비가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2002년 월드컵 때의 홍명보 최진철 김태영 등으로 이어지는 수비 라인업과 비교했을 때 무게가 떨어지는 편”이라고 했다. 최근 들어 김두현 선수가 많이 좋아졌지만 수비보강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런 다음 미드필드에서는 김남일과 유상철 선수처럼 강인함이 있어야 하고 측면 돌파는 이영표와 김동진, 포드에는 박지성 박주영 안정환 등이 포진할 경우 낙관적인 성적을 기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주영 선수에 대해서는 편안함과 부드러움이 있으며, 기초와 발기술이 있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정신력·체력 보강한다면 독일월드컵 16강 가능” “남은 10개월 동안 강인한 정신력과 체력보강이 중요합니다. 우리나라가 유럽처럼 정상에 와 있으면 별도의 훈련이 필요없지만 그렇지 않은 실정입니다. 팬들의 눈은 이미 4강 수준을 바라보고 있지요. 지금이라도 총체적 난국임을 인식하고 기술위원회, 축구협회, 각 프로구단 등 모두 같이 호흡하고 함께 가야 합니다. 그래야 독일월드컵에서 16강,8강을 바랄 수 있습니다.” 이 감독은 국가대표 시절을 회고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시합을 77년 11월 이란과 가진 월드컵 예선경기를 꼽았다.2대1로 뒤지던 후반에 차범근 선수가 센터링한 볼을 김재한 선수가 아크서클 부근에서 헤딩으로 볼을 떨어뜨리자 달려가면서 슛해 골인시켰다. 그러자 12만 관중이 한순간 찬물을 끼얹은 듯 긴 침묵속에 빠졌다. 비기긴 했지만 승점에서 뒤져 월드컵 본선에는 진출하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이 감독은 경기 고양에서 4남3녀 중 3남으로 태어났다. 당시 부친은 면서기였고 나중에 면장까지 지냈다. 이 감독은 어릴 적부터 돼지 오줌통으로 마을 뒷산 묘지에서 혼자 드리블하면서 축구를 즐겼다. 능곡 초등학교 5학년때 학교 축구부와 비축구부간의 시합때 감독의 눈에 띄어 발탁됐다. 고1때인 70년 지금의 부인과 만나 8년 교제 끝에 78년 결혼했다. 이 감독은 할렐루야가 전반기 2부리그에서 11개팀 중 5위를 기록했으며 2007년부터는 K-리그에서 좋은 경기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km@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1953년 경기 고양 출생 ▲73년 경희고 졸업 ▲74∼81년 축구 국가대표 ▲77년 경희대 졸업 ▲81년 포철, 할렐루야팀 선수 ▲81년 경희대 대학원 체육학 석사 ▲83∼92년 임마뉴엘 선수 겸 코치 ▲87∼90년 합동신학대학원 신학과 석사 ▲92∼98년 이랜드푸마 축구단 감독 ▲92년 목사 안수 ▲94년 올림픽팀 코치 ▲95년 유니버시아드팀 코치 ▲98년 축구협회 기술위원 ▲99년∼현재 할렐루야 축구단 감독 ▲2000년 성결대 겸임교수 ▲2002년 축구협회 기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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