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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형오의장 개헌론 불지피기

    김형오 국회의장이 11일 “제헌절이 한 달 남았는데 이때부터 헌법개정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하겠다.”고 말했다. 국회의장이 스스로 나서 개헌 논의에 불을 지핀 것이어서 추이가 주목된다. ●여야, 개헌 필요성에 공감대 정치권은 이미 지난 17대 국회에서 개헌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18대 국회에서 이를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권력의 과도한 집중에 따른,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어 다른 어느 때보다 개헌 논의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여야 의원 186명이 참여한 미래한국헌법연구회는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개헌특위를 구성해 내년 6월 지방선거 이전에 개헌 논의를 마무리 짓는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이와 관련, 고성학 국회의장 정무수석비서관은 이날 “돌아오는 제헌절을 앞두고 국회의장 직속 헌법 연구자문위원회가 지난 1년간 연구한 결과 보고서를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 의장 취임 직후 출범시킨 것이 헌법 연구자문위원회와 국회 운영 제도개선 자문위원회였다.”며 논의 제안이 즉흥적이거나 단발성이 아님을 강조했다. 김 의장은 이날 오전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인간개발경영자연구회 주최 특강에서 “1987년 헌정 체제를 지금까지 20년 남짓 유지하고 있는데 직선제 이후 대통령 5명 가운데 4명이 불행한 결과를 맞았다.”면서 “이런 부작용이 지금 엄청난 시련으로 느껴지는 만큼 개헌을 통해 국가 시스템을 재정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영국과 독일처럼 내각제로 가든, 프랑스처럼 이원정부제로 가든, 방향은 권력의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권력의 분리 속에 책임도 명확히 해야 한다.”며 ‘권력분산’이 권력구조 개편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래한국헌법연구회 소속 한나라당 이주영 공동대표도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지금의 헌법은 20년 된 헌법으로 시대에 맞지 않은 내용들이 있는 만큼 나라의 미래를 내다보면서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거들었다. 통치구조 개편과 관련, “분권형 대통령제로 가면서 대통령 4년 중임으로 하되 대통령의 권력을 의회, 총리를 수반으로 하는 내각, 지방에 각각 나눠줘 권력의 분점을 이뤄가는 대통령제가 무난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정치권에 많다.”고 전했다. ●분권형 대통령제 등 논의 활발 앞서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지난 9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제왕적 대통령제 하에서는 대통령이 되면 모든 것을 얻고 지면 모두 잃는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 게임”이라면서 “권력을 분산시켜 (대선에서) 지더라도 다른 기회가 있고 또 권력을 나누니까 괜찮은 구조로 가야 한다. 그런 게 바로 ‘분권형 대통령제’로 프랑스에서 시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도 “(개헌 논의를) 할 거면 이번 제헌절을 계기로 개헌 논의의 서장이 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여야 정치권이 서서히 개헌 논의 국면으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이지운 허백윤기자 jj@seoul.co.kr
  • 힘받는 오바마 반성외교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의 ‘반성외교’에 탄력이 붙고 있다. 지난 정권의 일방주의 외교정책으로 상처를 받은 이슬람권 국가를 비롯, 라틴 국가 등의 자존심을 다독이고 있는 모양새다. 이번에는 냉전시대 이란에서 발생한 군부 쿠데타에 미국이 개입했다는 사실까지 인정했다. ●계속되는 ‘과거사 청산 외교’ AFP통신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미국은 1953년 민주적으로 선출된 이란 정부를 전복시키는 데 일정한 역할을 했다.”고 공식 인정했다. 1953년 쿠데타는 친미 세력인 팔레비 왕조가 공산당과 손잡은 모하마드 모사데크 정권을 축출, 정권을 잡은 사건으로 미 아이젠하워 정부가 쿠데타를 지원했다는 의혹이 계속 제기됐었다. 통신은 “미 대통령이 1953년 이란 쿠데타의 책임을 시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반성에 입각한 오바마 행정부의 ‘과거사 청산 외교’는 이전부터 이어져오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2월 중국을 방문했을 당시 “미국은 세계 최대의 온실가스 배출국으로서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미얀마 군사정권에 대한 미 주도의 제재조치가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 시인했다. “이란에 대한 봉쇄정책이 핵 개발을 중단시키지 못했다.”, “부시 행정부의 비타협적인 대(對) 쿠바정책이 실패했다.”는 힐러리 장관의 발언도 이어졌다. 최근 관타나모 포로 수용소 폐쇄, 미 중앙정보국(CIA) 물고문 문제 등도 이슬람권을 보듬기 위한 반성 외교의 일부로 볼 수 있다. 이번 연설에서도 ‘사과’라는 표현은 쓰지 않았지만 “어떤 국가도 다른 나라에 자국의 체제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밝혀 미국식 민주주의를 강요했던 지난 정권의 과오를 인정했다. ●미 정부 이중성 논란도 일단 반응은 뜨겁다. 중동은 물론 미 내부에서도 오바마의 반성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이번 연설이 미국과 이슬람 관계에 새로운 장을 열 것을 기대한다.”고 환영했다. 보수 성향의 폭스TV도 “미 외교 정책의 새로운 독트린의 시작”이라고 이번 연설을 치켜세웠다. 하지만 이번 연설이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외교 정책과는 전혀 부합될 수 없다는 ‘이중성 논란’도 제기된다. 이른바 추가 파병으로 대표되는 오바마 행정부의 ‘아프팍’ 전략이 부시 행정부의 접근 방식과 별반 다를 게 없는 까닭이다. 아흐마드 샤흐 아흐마드자이 아프가니스탄 전 총리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오바마는 이슬람을 포용하고 있지만 미군은 아직 수많은 아프간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면서 “그가 말하는 것과 그의 군대가 아프간에서 하고 있는 일은 매우 큰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실제 아프간 독립인권위원회는 지난달 미군의 공습에 의해 사망한 민간인 수가 97명이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5일 독일에 도착, 유럽 순방을 시작했다. 그는 이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드레스덴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뒤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의 ‘2국가 해법’을 위해 더욱 노력한다면 올해 상당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뮌헨회담은 실패작이었다

    뮌헨회담은 실패작이었다

    등산에서 흔히 쓰는 정상(Summits)이라는 단어를 외교 용어로 처음 가져다 쓴 이는 영국 총리 윈스턴 처칠이었다. 그는 1950년 2월 에든버러 연설에서 소련 최고위층과의 또 다른 회담을 제안하며 이 단어를 사용했다. 이후 언론도 자주 사용하며 외교 용어로도 대중의 의식 속에 뿌리내리게 했다. 두 적수 사이의 위험한 만남,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모든 것을 걸고 도박을 벌이는 순간, 명성을 죽이느냐 살리느냐를 결정하는 건곤일척의 기회, 일단 시작하면 물러서기가 거의 불가능한 여행 등 정상회담은 서사시적 특성 때문에 정치 지도자들을 유혹하곤 한다. 그런데, 이미 원시시대부터 외교와 협상이라는 관습이 있었음에도 안전과 체면 문제로 정상회담은 기피됐다. 적어도 19세기까지는 그랬다. 정상회담은 항공기 여행, 대량 살상무기의 등장, 대중매체에 의한 가정 내 뉴스 보급 등 세 가지 요소가 어우러지며 20세기 들어 본격적으로 발전했다. 이 같은 기준에서 데이비드 레이놀즈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2차 대전 발발 직전인 1938년에 열렸던 영국 총리 네빌 체임벌린과 독일 총통 아돌프 히틀러의 뮌헨 회담을 현대적인 정상회담의 출발점으로 본다. 레이놀즈 교수는 ‘정상회담-세계를 바꾼 6번의 만남’(이종인 옮김, 책과함께 펴냄)에서 20세기를 움직인 6대 정상회담을 집중조명한다. 뮌헨 회담을 비롯, 2차 대전을 빨리 끝내려고 했던 1945년 미국·소련·영국의 얄타 회담, 1961년 빈 회담, 1972년 모스크바 회담, 1985년 제네바 회담 등 냉전시대에 이뤄진 미국과 소련의 세 차례 회담, 1978년 중동 평화를 위한 캠프 데이비드 회담 등이다. 저자는 정상에 올라가기까지의 과정은 어떠했는지, 정상에서의 회담은 잘 진행됐는지, 어떻게 지상으로 내려왔는지 등을 생생하게 서술하고 있다. 즉, 정상회담 3단계인 준비, 협상, 실천 과정을 두루 살피고 있는 것. 실패한 정상회담의 대명사는 뮌헨 회담이다. 레이놀즈 교수는 배짱이 없는 체임벌린이 히틀러에게 유화책만 제시했고, 아마추어 외교를 펼친 끝에 히틀러에게 속았다고 본다. 체임벌린은 히틀러와 좋은 관계를 맺었다고 착각했으나 1년 뒤 2차 대전이 일어났다. 성패와 관련해 다소 엇갈리는 의견도 있지만 프랭클린 루스벨트, 스탈린, 처칠이 함께 했던 얄타회담은 히틀러 체제를 구제하고 전쟁을 1년 더 지속시켰다. 빈 회담은 만남 자체가 강조된, 준비되지 않은 정상회담으로 실패작이 됐다. 존 F 케네디와 니키타 흐루시초프는 탐색전과 이념 논쟁만 벌였다. 이후 쿠바 미사일 위기와 미국의 베트남 참전이 뒤따랐다. 반면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으로 보였던 로널드 레이건과 미하일 고르바초프의 제네바 회담은 개인적인 화학작용과 함께 보좌관들의 팀워크를 활용, 끈기 있게 대화를 지속해 냉전 종식을 이뤄냈다. 지미 카터도 캠프 데이비드 회담에서 세부사항까지 꼼꼼하게 관리하며 이스라엘과 이집트의 합의를 끌어냈다. 저자는 정상회담에 임하는 주인공들 개개인의 품성과 건강, 회담 과정도 중요하지만 실천도 그에 못지않다고 강조한다. 회담 뒤 자국으로 돌아와 국민과 의회를 설득하지 못하면 회담은 물거품이 된다는 것. 2003년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이라크 침공에 대한 유엔 결의안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에 대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믿었지만, 미국 정부는 결국 자국 내 보수적 여론에 휘둘려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2만 9000원.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토토 전자카드제 도입… 스포츠계 “재정감소” 반발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이하 사감위)가 사행산업에 ‘전자카드제’ 도입을 추진하자 스포츠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스포츠스타 모임인 ‘함께하는 사람들’은 3일 스포츠토토 산업에 대한 전자카드제에 “실망과 우려를 금치 못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배구 선수 출신인 장윤창(49·경기대 교수) 대표 등 회원 30명은 “스포츠토토 기금은 후배 체육인들에게 젖줄과 같은 역할을 해왔다. 특히 최근 김연아와 박태환은 체육진흥기금의 혜택을 받아 스포츠를 통해 국가 브랜드와 이미지를 향상시키는 데 큰 공헌을 했다.”고 주장했다.앞서 지난달 21일에는 한국야구위원회(KBO) 유영구 총재 등 4대 프로스포츠 수장들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여 전자카드제 도입에 반대 의견을 낸 바 있다.사감위가 2011년부터 시행하려는 전자카드제는 카지노·경마·경륜·경정·체육진흥투표권(스포츠토토) 등에 현금 이용을 금지하고 의무적으로 전자카드를 사용하도록 한다는 게 골자다. 현재 경마장, 스포츠토토 판매점 등에서 현금 베팅이 가능하지만 전자카드제가 도입되면 신원 확인 후 카드를 발급받고 일정 금액을 충전한 뒤 사용할 수 있다. 투표권 사업 등으로 조성된 체육진흥기금을 지원받는 스포츠계는 전자카드제를 도입하면 개인정보 유출과 번거로운 절차를 우려한 이용자들의 이탈로 발매액이 절반으로 줄어들어 연간 1500억원가량의 기금이 축소될 것으로 추산한다. 2006년 전자카드제를 도입한 독일 바이에른주에서는 2005년 5억 1000만유로에 달했던 발매액이 지난해 2억 5800만유로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결국 프로스포츠뿐만 아니라 생활체육 지원금 감소로 이어져 체육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스포츠계는 우려한다.사감위를 관할하는 국무총리실 관계자는 “사행성 짙은 베팅에 대한 미성년자의 참여를 막고 한꺼번에 많은 돈을 베팅하는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전자카드제 도입을 추진하게 됐다.”며 “매출이 줄겠지만 사감위에서 잘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노 前대통령 국민장 이후] 권력분산 ‘改憲해법’ 부상

    정치권 일각에서는 ‘권력 분산’의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개헌을 거론하고 있다. 대통령제라는 큰 틀 아래서 일부 제도를 보완한들 별 효력이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내각제든, 이원 집정부제든 큰 틀을 바꾸는 것이 최선이라는 주장이다. 분권형 대통령제를 비롯해 다양한 방식이 제기되고 있다. 개헌 논의는 국회내 최대연구 모임인 미래한국헌법연구회가 주도하고 있다. 여야 의원 186명이 참여, 18대 국회 개원 이래 지난해 7월부터 매주 한 차례씩 모여 개헌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예산편성권·회계감사 기능 국회로” 공동대표인 한나라당 이주영 의원은 1일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의 권력은 강한 반면 이에 대한 견제가 약한 게 문제”라면서 “대통령은 지금처럼 국민이 뽑도록 하되 대통령의 권한을 내각과 의회에 나누는 ‘분권형 대통령제’로 개헌하는 방향으로 공감대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대통령의 권력을 분산시키기 위해 정부의 예산편성권을 국회로 이관하고, 정부의 법안 발의 권리도 의회로 일원화하는 한편 감사원의 회계 감사 기능을 국회로 넘겨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 행정에서도 국무총리를 수반으로 하는 내각에 인사권을 포함해 대통령의 권한을 대폭 이양해야 권력 집중으로 인한 폐해를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대신 대통령은 외교·국방·통일과 사회·경제·문화 등 각 분야의 대형 프로젝트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법부 구성에서도 대통령이 인사권을 과도하게 갖는 것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 의원은 “임명된 권력인 대법원장에게 주요 권력기관을 구성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것은 민주성을 약화시킨다.”면서 “국회의 대법원장 임명 동의 요건을 국회의원 과반수 출석에 ‘과반수 찬성’에서 ‘3분의2나 5분의3 이상 찬성’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 대통령과 국회의원 임기 불일치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대통령 임기 중 총선을 치르면 총선 결과에 따라 여소야대의 상황을 맞게 돼 대통령의 국정 운영이 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권에서는 대선·총선 시기를 일치시키자는 요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를 맞춰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를 동시 또는 근접 선거로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간평가 선거로 책임정치 구현해야” 현행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제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중간평가 성격의 중간 선거를 통해 실적을 평가받고 그 지지를 기반으로 정책의 연속성을 실현, 책임 정치를 구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헌 절차를 너무 까다롭게 규정해선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전문가들은 “독일에서는 개헌을 50여차례, 프랑스도 20여차례 해왔으나 우리는 개헌을 하려면 국회에서 3분의2 이상이 동의하고 국민 투표도 거쳐야 한다.”면서 “맞지 않는 것은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바꿀 수 있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문했다. 한편 집권 여당내 민주주의 확립이 중요하다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은 “18대 국회를 돌이켜보면 당론으로 밀어붙인 법안은 내홍으로 처리되지 못한 반면 상임위에 알아서 조정을 맡긴 법안은 통과됐다.”면서 “제왕적 대통령제에서는 행정부가 하고 싶은 것을 여당이 무조건 뒷받침해 주고 이에 야당은 강하게 반대하곤 한다. 그런 차원에서라도 제왕적 대통령제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찬욱 서울대 교수는 “국회가 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행정부를 효과적으로 견제해야 하지만 정당정치나 의회정치의 전통이 그렇지 못하다.”면서 “권력 분리가 제대로 이뤄져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여당내 민주화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개헌 논의는 충분한 ‘국민적 공감대’ 없이는 좌초하기 십상이다. 개헌 논의는 17대국회 말 대선을 10개월 남짓 앞두고도 급물살을 탄 적이 있으나 차기 대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더 이상 진전되지 못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이 대선과 총선 시기를 일치시키고 4년 중임제로 바꾸자는 ‘원포인트 개헌’을 제안했으나 대선을 코앞에 둔 상태여서 그 의도에 의문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18대 국회 전반기인 올해 안에 개헌 논의에 착수하지 않으면 이번에도 과거의 전철을 밟기 쉬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중동, 오바마 평화정책에 어깃장

    ‘무시하거나, 미워하거나.’이스라엘과 중동이 잇따라 미국 정부의 요구에 ‘퇴짜’를 놓거나 비난을 가하면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중동평화정책이 거꾸로 표류하고 있다.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4일(현지시간) “서안과 예루살렘에 정착촌 건설을 계속하겠다.”며 미 정부에 정면으로 맞섰다. 오바마 대통령이 중단을 요구한 지 일주일도 안 된 시점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각료회의에서 “새 정착촌을 지을 의도는 없다. 그러나 ‘자연적 성장’ 때문에 철저한 건설 금지는 불공평하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기존 정착촌에서의 자연적 인구 증가는 막지 않겠다는 뜻이다.에후드 바라크 국방장관은 회의 전 “정착촌 100곳 중 22곳은 대화로, 필요하다면 강제로 철거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간부들 사이에 반발이 심해 실행은 어려워 보인다고 가디언이 이날 보도했다. 엘리 이샤이 내무장관은 “팔레스타인과 아랍국에도 불법 건설이 만연해 있다. 우리가 강제력을 발휘한다면, (이곳에도) 동등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반대했다. 미국은 2003년 합의한 중동 평화로드맵에 따라 자연적 성장까지 포함, 모든 정착촌 활동의 동결을 요구해 왔다. 동예루살렘과 서안에는 현재 50만명의 유대인 정착민이 살고 있다.같은날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하미드 카르자이 파키스탄,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아프가니스탄 대통령과 테헤란에서 가진 첫 3자 회동에서 강한 불신과 적대감을 다시 드러냈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미국이 가장 큰 문제”라고 언급하는가 하면, 아프간·이라크 주둔 미군과 나토군을 직접 겨냥해 “이들은 자신들의 이익만 추구한다. 영구적인 안보 구축과 정치경제 성장엔 도움이 안 된다.”고 공격했다.뉴욕타임스(NYT)는 이번 회담이 “이란이 서방국에 대한 의존없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걸 보여 주려는 의도”라고 풀이했다. 또 핵개발을 이유로 이란을 고립시키려는 서구의 노력이 실용적인 지역 현안들 때문에 실패했다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이란은 이번 회담을 주도해 무슬림 종파가 다른 라이벌, 파키스탄과 아프간의 도움 요청까지 받으며 중동 내 영향력을 과시하게 됐다.또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5개국과 독일(5+1) 등과 함께 하는 6개국 다자간 협상 테이블을 거부할 뜻을 밝혔다. 그는 “이전에도 말했고 지금도 말하지만 국제원자력기구(IAEA) 틀 밖에서 핵 문제에 대해 논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며 협상 가능성을 시사했던 기존 입장을 뒤집었다. 앞서 미국은 조지 부시 전 대통령 때와 달리 ‘5+1’를 통한 직접 대화를 제안한 바 있다.또 같은날 마이크 멀린 미 합참의장이 ABC 뉴스 ‘디스 위크’에서 “이란이 1~3년 안에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다.”고 말해 중동평화노선에 암운을 드리웠다.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鐵, 따스함을 품다

    鐵, 따스함을 품다

    “두렵고 걱정스러웠다.” 서울 신문로 2가 성곡미술관에서 회고전 형식으로 12년 만에 국내에서 개인전을 여는 추상 조각가 엄태정(71) 서울대 명예교수는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운을 뗐다. 서울대 조각과에 입학하던 19세 이래로 조각을 벌써 50여년 해왔을 은발의 조각가 발언은 의외였고, 겸손했다. 조각가들은 대체적으로 키가 작고 손과 발이 탄탄해 ‘돌쇠’의 이미지가 많은데, 그는 고고한 학 같았다. 평생을 함께해온 조각은 그에게 어떤 의미일까? “나에게 조각은 자연과 같이 존재하는 일로, 어떤 선언적 의미도 아니며, 고통스럽고 난해한 일도 아니고, 심오한 진리를 추구하는 일도 아니다.”고 말한다. 육중한 철과 구리, 알루미늄 덩어리로 구성된 자신의 조각을 “인간적인 조각”이라고 부른다. 또 “쇠야말로 경외로운 나의 집 같다.”고도 했다. 그의 작품은 재료의 특성상 무게가 적게 나가도 2톤 안팎으로 어마어마하다. 그런데도 덩치와 재료에 상관없이 ‘인간적인 조각’이라고 느끼게 되는 대목이 적지 않았다. 1960년대 용접으로 이어붙인 철작업에서는 날카로운 고통과 아픔이, 1970년대 동(구리)작업에서는 앙포르멜(Informel) 경향이 나타나며 격정적인 감정들이 드러난다. 한국 추상조각의 1세대인 엄 작가가 추상조각의 길에 들어선 것은 학부시절 김종영·장우성 2인전에서 본 추상작품의 영향이 컸다. 결정적으로는 루마니아 출신의 추상조각가 브랑쿠지였다. 1957년 신문에서 ‘현대조각의 아버지’의 사망소식을 접한 뒤로 미8군 도서관이나 명동 뒷골목에서 팔던 일본의 ‘미술수첩’과 같은 잡지를 뒤적이며 브랑쿠지 추상의 세계를 수집해 나갔다. 그는 브랑쿠지에 관해서 국내에서 가장 많은 자료를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5년 전에는 ‘브랑쿠지 평론집’을 내놓기도 했다. 이번 성곡미술관 전시에도 브랑쿠지에 대한 오마주를 표현한 작품이 나왔다. 그렇게 열정적으로 추상작업에 몰두해온 그는 1967년 철용접 기법으로 제작한 ‘절규’가 국전에서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사실주의 화풍과 조각을 소중히 하던 당시 국전에서 추상조각의 국무총리상 수상은 의외였다. 국전은 그 뒤로 구상과 추상을 분리해 수상하기로 결정한다. 그가 기준을 만든 격이 됐다. 그는 “모더니즘, 앙포로멜, 80년대 민중미술 등이 대두할 때마다 고민이 많았다. 혼란스런 시절이고, 중심을 못잡고 방황했다. 어떻게 작업을 해야 할까 하고”라면서 “80년대 초반까지 그 혼란이 지속됐지만, 나는 성향상 조용히 작업하는 스타일이라 예술이 도구로 사용되는 흐름에는 끝내 가담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1981년 영국에서 작업을 하던 중 서울대 교수에 임용돼 귀국했다. 그가 두고두고 아쉬워하는 대목이다. 만약 임용에 응하지 않고, 영국에서 작업을 계속했더라면, 중간에 교수를 그만두었더라면…. 그는 추상조각의 본질에 대해 “시간과 공간의 신비롭고 아름다운 관계를 표현하고 추구하는 것”이라고 하면서 “조각에서 이것저것 다 들어내고 보니 더욱 미니멀하고 기하학적인 작품이 됐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더욱 자유스러움을 느꼈으며 조각을 놓은 공간과의 관계에서 거듭 “겸손하고 싶다.”고 말했다. 늘 따라다니는 좌대가 없이 그의 조각작품이 바닥에 놓여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군더더기를 덜어내며 깊이 있는 사유를 기하학적으로 드러내지만, 사유의 기반은 논픽션 소설이 자리하고 있다. 최근에 읽은 책은 파키스탄 자치구에 학교를 세우는 일을 하는 미국인의 이야기를 그린 ‘세잔의 차’, 아프가니스탄을 배경으로 두 아이들의 우정의 깊이를 보여주는 ‘연을 쫓는 아이’, 아프가니스탄의 두 여인의 굴곡진 삶을 담은 ‘천개의 찬란한 태양’ 등등. 2005년 독일의 게오르크 콜베 미술관에서 전시를 열기는 했지만, 국내 개인전은 1997년 갤러리 현대 개인전 이후 12년 만이다. 2004년 서울대 조소과 교수에서 은퇴하고 경기 화성 작업장에서 내성적인 성격만큼이나 조용하게 홀로 조각 작업을 즐겨온 그의 신작을 중심으로 예전 대표작까지 보여 준다. 1967년 국무총리상을 수상한 ‘절규’ 등 2점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빌려와 전시한다. 독일 총리실에서 소장한 ‘유니피케이션(통합)’이라는 구리 소재의 작품도 출품했다. 악덕 상인이 가져가 20년 넘게 돌려받지 못했던 앙포르멜 계열의 작품 2점도 있다. 이번 전시에서 1990년대부터 먹으로 해오던 드로잉은 물론 물감까지 사용한 평면 회화작품을 처음으로 선보인다. 조각 26점과 드로잉 26점 등을 미술관 전관에서 볼 수 있다. 6월28일까지. 입장료는 3000~4000원. (02)737-7650.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피플 인 포커스] 쾰러 독일 대통령

    호르스트 쾰러(66) 독일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연임에 성공했다. 기민당(CDU) 후보인 쾰러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 간접선출 기구인 연방총회의 1차 투표에서 전체 1224표 가운데 613표를 얻어 사민당(SPD)의 게지네 슈반 후보를 꺾고 5년 임기의 제10대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24일 AP통신이 보도했다. 이로써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민당은 9월 총선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게 됐다. 국제통화기금(IMF) 총재(2000~2004년)를 역임한 쾰러 대통령의 재선은 사실상 일찍부터 예견됐다. 지난 2004년 5월 실시된 대선에서 기민당·기사당(CSU) 연합과 자민당(FDP) 등 야당연합 후보로 출마해 당선된 그는 이후로도 꾸준히 높은 국민적 지지를 얻었다. 재임 3년이 지난 2007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도 여전히 가장 인기있는 정치인으로 선정됐을 정도. 그의 이같은 인기와 관련, 외신들은 상징적 권한만 갖는 대통령 자리에 있으면서도 도덕적 권위를 바탕으로 국정 전 부문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오는 7월1일 새 임기를 시작하는 쾰러 대통령은 선거 후 연설에서 “중요한 것들을 지키고 필요한 것들을 변화시키는 데 일조할 것”이라면서 “향후 5년간 최선을 다할 것임을 약속한다.”고 자신했다. 그의 새 임기 초반, 독일 정국구도에는 큰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현재 기민당·기사당 연합은 사민당과 대연정을 구성하고 있다. 그러나 9월 총선 이후 자민당과 보수 연정을 구성할 계획이며, 사민당 역시 기민당·기사당 연합을 배제한 별도의 연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쾰러 대통령은 기민당, 기사당 외에도 자민당, 바이에른주의 미니 정당인 ‘자유 유권자’(FW)의 지지를 두루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노무현 前대통령 서거] 외신들 긴급타전

    │워싱턴 김균미·도쿄 박홍기·베이징 박홍환·파리 이종수 특파원·서울 안석기자│전세계 언론들은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서거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긴급 타전했다. AFP통신 등 외국 통신사들은 이번 서거 소식을 사실 위주로 전하며 부패척결을 약속했던 노 전 대통령이 결국 뇌물수수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된 정치 역정을 소개했다. 또 2002년 개혁층의 지지를 받으며 당선된 이후 각종 사회 개혁을 이끌었던 노 전 대통령의 임기 모습도 함께 전했다. 미국의 CNN방송은 이날 노 전 대통령 서거 소식이 처음 전해진 뒤 인터넷 홈페이지 ‘긴급보도’란에 관련 소식을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했다.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 주요 유력지들도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인터넷판 주요 뉴스로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한국 전직대통령 자살’이라는 제목의 서울발 기사에서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기업인이 개입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의혹은 스캔들이 만연한 한국 정치에서 상대적으로 작은 편으로 보였다.”면서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의 경우 한국의 최고 재벌기업에서 수억달러를 수수한 혐의로 감옥에 가기도 했다.”고 전했다. 영국 BBC방송도 “인권변호사 출신의 노 전 대통령이 부패와 싸우겠다고 약속했지만 각종 스캔들과 내분으로 그의 임기는 ‘롤러코스터’를 탄 것 같았다.”고 보도했다. 일본 언론도 하루종일 노 전 대통령 서거를 주요 뉴스로 다루며 향후 국내 정국 등에 대해 분석했다. NHK와 교도통신 등은 일제히 긴급 뉴스로 “노 전 대통령이 이날 오전 자택 인근 산에서 추락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아사히신문은 “독도 영유권과 야스쿠니신사 참배 문제로 고이즈미 총리 당시 관계가 냉각돼 정상간의 셔틀외교도 중단됐다.”며 노 전 대통령의 임기중 일본과의 관계를 평가했다. 아소 다로 일본 총리는 이날 오후 ‘태평양 섬 서밋’이 열린 홋카이도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몹시 놀랐다. 진심으로 애도의 뜻과 함께 명복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중국을 비롯한 홍콩, 타이완 등 중화권 언론들도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주요 뉴스로 다뤘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오전 국내 언론에 첫 보도가 나온 직후 이를 인용해 상세하게 보도했으며 ‘특별보도’ 항목을 마련해 속보를 전하고 있다. 신화통신은 또 ‘노무현의 비극과 한국 정치문화’라는 제목의 칼럼을 신속히 게재하는 한편 인터넷판에 토론방을 개설, 중국 네티즌의 의견을 구하기도 했다. 독일 언론들도 이번 서거 소식을 신속히 보도하며 남북 화해의 지속 등으로 대표되는 정치적 유산이 퇴임 후 부패 스캔들에 연루되며 훼손됐다고 전했다. ccto@seoul.co.kr
  • [특파원 칼럼] 막 오른 日 국민참여재판 시대/박홍기 도쿄특파원

    [특파원 칼럼] 막 오른 日 국민참여재판 시대/박홍기 도쿄특파원

    2001년 6월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시절이다.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는 ‘사법의 국민적 기반을 확립하기 위해 일반 국민이 판사와 함께 책임을 분담, 재판에 주체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새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내각에 제안했다. ‘국민이 주체가 되는 형사재판’에 대한 요구다. 당시 사법 불신이 팽배했던 때다. 형사재판의 유죄율은 99%를 넘어섰다. “절망적인 형사재판”이라는 원성이 자자했다. 법조문에 갇힌 판결이라는 이유에서다. 사법계는 반발했다. “형사재판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은 오히려 개혁을 가속화시켰다. 이른바 ‘재판원제’의 출발이다. ‘관에서 국민으로’, ‘구조개혁’이라는 기치를 내건 고이즈미의 정책노선과도 맞물려 있었다. 일본은 21일 재판원제의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갔다. 명칭 앞에는 ‘국민이 사법에 참여하는’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고 있다. 건전한 상식과 경험이 재판에 반영되도록 한 취지를 내세우기 위해서다. 형사재판법이 개정된 지 꼭 5년 만이다. 모의 재판을 통한 예기치 못한 사안의 점검과 대국민 홍보를 위한 준비 기간을 거친 셈이다. 재판원제는 일본 사법제도의 대전환이다. 사법의 민주화로 불릴 정도다. 영국·미국의 배심제, 독일·프랑스의 참심제를 절충한 ‘독특한’ 일본형이다. 흥미로운 제도임에 틀림없다. 국가의 역사적·사회적 상황이 반영된 시대의 산물인 까닭에서다. 재판원제는 20세 이상 유권자 가운데 무작위로 선정된 6명의 재판원과 3명의 판사가 함께 재판에 참여, 유·무죄뿐만 아니라 형량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주고 있다. 다만 형량을 판단할 때 다수결 원칙이지만 판사 1명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재판원의 위치는 판사 3명을 중심으로 양쪽에 3명씩 나란히 배석하도록 짜여졌다. 국민 판사로서의 확실한 대우다. 재판원이 다룰 대상은 살인이나 상해치사, 강도치상, 방화 등으로 법률로 정하고 있다. 해당 범죄는 반드시 재판원제를 채택해야 한다. 지난해 1월부터 시행된 한국의 국민참여재판제와 다른 점이다. 배심제와 참심제의 혼합형이지만 재판은 피고인의 신청과 함께 법원의 승인 과정을 거쳐야 가능하다. 국민참여재판의 배심원도 유·무죄를 따질 수는 있지만 구속력이 없다. 권고의 성격이 강하다. 재판원제는 사법의 새틀짜기다. 일본 국민 전체가 ‘재판원’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재판 대상사건은 연간 평균 2300건으로 전체 형사사건의 2.5%다. 재판원은 예비 인원 2명을 포함, 11만 8000여명에 이른다. 재판원 후보로 선정되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재판원을 거부할 수 없다. 일본 국민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후지뉴스네트워크의 최근 여론조사에서 45.8%가 참가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당연한 결과인 듯싶다. 죄의 유무 및 경중을 따지는 자리에 대한 중압감에서다. 단죄할 자격 여부도 부담이다. 또 재판원을 끝낸 뒤 비밀을 지킬 의무 등 적잖은 숙제를 갖고 있다. 재판원으로 활동하는 동안의 생활 문제도 걸림돌이다. 물론 재판원제의 정착을 위한 제도적 보완은 추진된다. 시대의 흐름 속에 사법제도도 바뀌고 있다. 재판원제는 국민의 시선과 감각 즉, 법감정을 섞는 하나의 유형이다. 사법의 신뢰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다. 사법은 국민과 멀찍이 떨어져 있을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당장 일본은 실체적 진실을 법정에서 가리는 공판중심주의의 강화를 꾀하고 있다. 국민이 알기 쉬운 재판의 실현도 마찬가지다. 재판 절차나 판결 내용도 법률가가 아닌 국민이 이해하기 쉽게 개선될 수밖에 없다. 국민들의 의식개혁, 사회의 변화도 필연적이다. 그렇기에 사법 불신을 국민 스스로 털고 나갈 일본의 재판원제는 주목할 만하다. 박홍기 도쿄특파원 hkpark@seoul.co.kr
  • 60년만에 나치 극복… 애국심 되찾는 독일

    나치의 유대인 학살이 자행된 지 60여년이 지난 오늘날에야 독일인들이 스스로 애국심을 되찾기 시작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구스타프 하이네만 전 서독 대통령은 1969년 “나는 이 나라를 사랑하지 못한다. 내 아내를 사랑할 뿐이다.”라는 말로 개인과 국가의 단절을 토로했다. 그러나 독일 사람들은 더이상 국기를 내걸고 국가를 부르는 데 수치심을 느끼지 않는다. 무공 훈장을 돌려주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2차세계대전 이후 군국주의를 배격하고 반전으로 급격히 선회한 독일에선 10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도 없던 얘기다. 뒤셀도르프 정체성 재단이 내놓은 최근 ‘독일의 정체성’ 연구에 따르면 독일인들은 8년전보다 두 배 더 조국을 “매우 자랑스럽다.”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73%의 응답자가 자신이 독일인인 것에 대해 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고 답했다. 자신감 회복은 유난히 목소리가 도드라진 최근의 외교정책에서도 배어 나온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위시한 독일정부는 자국의 자동차산업을 비호하고 금융위기에 대해 강한 목소리를 내며 적극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유럽연합(EU)에 대한 참여도 활발하다. 최근 독일 서점가나 TV채널에서도 이런 현상이 또렷이 감지된다. 프러시아 왕국, 중세 등 자국의 다양한 시대를 굽어보는 역사책들이 대거 출판되고, TV에선 수시간씩 히틀러 통치 시절을 다룬 다큐멘터리가 전파를 타고 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데스크 시각] 자치 발전과 지방소비·소득세/이동구 정책뉴스부 차장

    [데스크 시각] 자치 발전과 지방소비·소득세/이동구 정책뉴스부 차장

    최근 행정안전부가 상당히 의미 있는 정책을 한 가지 내놓았다. 온 국민의 시선이 전직 대통령의 수뢰 혐의와 신종플루 등에 쏠리는 바람에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지방자치 발전에 중대한 계기가 될 만한 정책이다. 행안부가 지방소득세와 지방소비세를 신설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부가가치세의 일정비율(5~20%)을 지방소비세로 이양하고 주민세를 지방소득세로 자치단체에 넘겨주자는 게 핵심이다. 국민들의 추가 부담 없이 지방세수를 늘리겠다는 방안으로 지자체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하다. 이달 말까지 정부안을 만들어 하반기 국회에서 입법화한 뒤 내년부터 시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칼자루를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와 국세청 등은 반대하고 있다. 국세를 지방세로 바꾸면 조세 행정의 절차가 복잡해질 뿐만 아니라 납세자들의 불편이 가중된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지방소득·소비세 신설안은 부처간 조정을 위해 현재 국무총리실로 넘어가 있다. 결과는 지켜봐야겠지만 건강한 지방자치를 위해 지방소득·소비세 신설안이 정부안으로 받아들여지길 지방행정학회 등 관련 학계와 언론들은 바라고 있다. 우리의 지방자치 역사도 벌써 10년이 넘었다. 지방의회가 출범한 해가 지난 1992년이고 1995년엔 자치단체장을 선출했다. 그렇지만 여전히 실제적인 의미의 지방자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두 가지 이유에서다. 우선 자치에 필요한 돈이 없고, 중앙정치권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는 53.9%에 머물고 있다. 더구나 재정자립도는 자꾸만 떨어지고 있는 추세다. 일부 군 단위 자치단체는 재정자립도가 20~30%에 불과하다. 자치단체 스스로의 재원으로는 공무원들의 봉급도 주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된다. 결국 중앙정부의 예산 지원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부의 각종 교부금을 조금이라도 더 타내기 위해서는 정치권이나 중앙부처 공무원의 말을 고분고분 따를 수밖에 없다. 지방자치의 본래 목적인 자율과 책임은 요원한 상태인 것이다. 지방재정이 열악한 데는 국세의 비율이 너무 높은 데도 원인이 있다. 국세 대비 지방세 비율이 8대2에 이른다. 돈줄을 중앙정부가 대부분 쥐고 있는 셈이다. 이로 인해 자치단체가 웬만한 기업이나 대형 할인점 등을 유치해도 재정에는 별 도움이 안 된다. 법인세와 부가가치세 등이 국세이기 때문이다. 지방 축제도 마찬가지다. 자치제도 도입 후 가장 활성화된 것이 바로 지방축제다. 함평 나비축제는 연간 102만명의 관광객을 유치, 국내에서 가장 성공한 지방축제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지방세 수입은 한 푼도 없다. 대신 환경처리비용 등으로 연간 5억원의 예산이 소요된다고 한다. 축제나 대형 할인점 등이 교통체증을 유발하고 지역 상권을 침해하는 등 오히려 불편만 준다는 주민들의 불평이 터져 나온다. 반면 선진국은 조금 다르다. 미국은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이 5.5대4.5, 일본은 6대4, 독일은 5.1대4.9로 거의 대등하다. 이들이 적극적으로 기업을 유치하고, 축제에 많은 주민들이 동참하는 것도 모두가 지방재정에 확실한 보탬이 되기 때문이다. 행안부는 국세인 부가가치세의 5% 정도가 지방소비세로 전환된다면 연간 11조원이 넘는 돈이 지방재정으로 추가 확충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자치에 필요한 지방재정이 충분히 확보돼야 지방자치의 마지막 걸림돌로 남은 중앙정치로부터의 독립도 가능해질 것이다. 이동구 정책뉴스부 차장 yidonggu@seoul.co.kr
  • “佛·獨, 유럽 활성화 조직 구성하자”

    │파리 이종수특파원│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유럽을 활성화할 수 있는 효율적인 조직을 공동으로 구성했으면 한다.”고 발언해 주목된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메르켈 총리와의 정상회담 하루 전인 이날 독일 주간지 빌트 암 존타크와의 인터뷰에서 “나와 메르켈 총리의 정치적 경력은 매우 다르지만 나는 그녀의 정치 경력에 매료됐다.”고 치켜세운 뒤 “유럽을 활성화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효율적 팀을 함께 구성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새달 치를 유럽의회 선거 등의 의제를 논의하기 위해 10일 독일 베를린에서 정상회담을 가질 메르켈 총리의 정치력에 대해 지지와 찬사를 거듭 표시한 뒤 “우리가 함께 일한다면 아주 근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르코지가 유럽을 활성화하기 위한 효율적인 조직을 독일과 함께 구성하고 싶다고 말한 것은 ‘하나의 유럽’을 위해 유럽의 양대 축인 독일과 프랑스의 역할과 노력이 중요함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사르코지 대통령은 “잘 조직된 하나의 유럽이 필요하다.”고 말한 뒤 “이를 위해서는 유럽의 정치적 통합을 앞당기는 리스본 조약을 비준해야 하고 유럽연합(EU)을 계속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터키의 EU 가입을 반대해온 사르코지 대통령은 “터키에 (EU 가입이라는) 헛된 약속을 하는 대신에 터키와 함께 거대한 경제공동체를 구성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는 16일 대통령 취임 2년을 맞는 사르코지 대통령은 최근 실업률 증가와 경제위기 등의 악재로 인한 지지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의 광범위한 개혁 정책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히는 등 활발히 국내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vielee@seoul.co.kr
  • EU·옛소련 6개국 협력 강화

    │파리 이종수특파원│유럽연합(EU)의 ‘동진 정책’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 EU 27개 회원국 대표들은 7일(현지시간) 체코 프라하에서 우크라이나 등 6개 옛 소련 공화국들과 ‘동부 파트너십’을 공식 출범시키고 양측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동부 파트너십 출범에 참가한 나라는 그루지야,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몰도바, 벨라루스 등 6개국이다. EU는 이들 6개국에 자유무역, 경제원조, 정기적 안보 자문, 단일시장으로의 경제적 통합, 비자 면제 여행 등을 제공하기로 했다. 주세 마누엘 바로수 EU 집행위원장은 회의 뒤 “27개 회원국은 이들 6개국에 6억유로의 직접투자를 집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6개 옛 소련 공화국들은 ▲민주주의 지향 ▲법치주의·언론자유 고양 ▲건전한 경제·인권 정책 신장 등에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동부 파트너십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적지 않다. 러시아의 반발이 크기 때문이다. 파트너십에 참가한 우크라이나와 그루지야는 친(親) 서방 노선을 내세운 나라이고 벨라루스는 러시아의 강력한 우방 국가여서 양측의 공조가 강화될수록 러시아로서는 유리할 게 없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이번 정상회의에 대해 “지정학적 동기를 가진 회의”라고 비난했다. 이를 의식한 듯 바로수 EU집행위원장은 “파트너십은 누구도 적대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이는 러시아를 포함해 그 누구에게도 직접 대항하는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vielee@seoul.co.kr
  • 메르켈 獨총리 속옷 광고 모델로

    메르켈 獨총리 속옷 광고 모델로

    │파리 이종수특파원│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속옷 차림으로 광고 모델로 등장해 화제다.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독일의 속옷 제조사 브루노 바나니는 최근 메르켈 총리가 자줏빛 브래지어와 팬티만 입고 있는 그림광고판을 베를린 시내 번화가에 설치했다. 광고판에는 비키니 차림의 메르켈 총리가 실물 크기로 등장하고 그 뒤에 다른 독일 정치인들이 권투 선수 모양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브루노 바나니 사가 이 광고판을 제작한 것은 독일 정부가 경제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시행하고 있는 ‘폐차 보너스’ 정책을 지지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에 이어 독일 정부가 지난 1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이 정책은 중고차를 폐차하고 저공해 신차를 구입할 경우 2500유로(약 445만원)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브루노 바나니 사는 이 정책을 따라 헌 속옷을 가져오면 새 속옷을 살 때 7유로를 할인하는 행사를 실시하고 있다. 회사측은 “독일은 새로운 속옷을 원한다.”며 “수요를 늘이기 위해서 우리는 모든 것을 제공할 것”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광고판이 등장하자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은 카메라와 모바일폰으로 사진을 찍기에 분주하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한 중년 남성은 “기발하다.”며 “속옷 차림의 메르켈 광고는 독일 경제에 청신호”라고 말했다. vielee@seoul.co.kr
  • 아소총리 외교행보 성과없이 동분서주

    아소총리 외교행보 성과없이 동분서주

    │도쿄 박홍기특파원│아소 다로 총리가 3일 체코·독일 방문에 나섰다. 3박4일 일정이다. 국회의 회기를 고려, 6일까지의 황금연휴 기간을 잡았다. 지난달 29, 30일 중국을 갔다 온 지 사흘 만이다. 아소 총리의 ‘외교 행보’는 한마디로 쉴 새가 없다. 지난해 9월24일 취임 직후 유엔총회를 시작으로 이날까지 12차례에 걸쳐 해외 순방 및 국제회의에 참석했다. 방문국까지 편도 비행거리만 9만여㎞로 지구를 두 바퀴가량 돌았다. 취임 7개월 시점으로 비교하면 후쿠다 야스오 전 총리는 6차례, 아베 신조 전 총리는 5차례에 불과했다. 아소 총리가 직접 방문하거나 일본을 찾은 외국 정상들과의 회담만 20개국 39차례다. 아소 총리가 스스로 강점으로 내세운 외교에 전념한 셈이다. 또 민주주의 가치를 중시하는 국가들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아소 총리의 ‘가치관 외교’의 실현이기도 하다. 특히 세계적인 금융위기 속에서 일본의 존재감과 미·일 동맹의 강화에 역점을 두고 있다. 아소 총리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두 차례 정상회담에서 미·일 간의 신뢰구축에 힘썼다. 또 이명박 대통령과도 6차례, 중국과도 6차례나 정상회담을 가졌다. 러시아와는 2차례 회담했다. 지난 30일 중국 방문 땐 “싫어하는 일을 말할 수 있는 부부관계가 됐다.”고 밝힐 만큼 중·일 회담에 만족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가치관 외교’의 일환으로 동유럽에도 적잖게 신경쓰고 있다. 지난달 16일 도쿄에서 처음 열린 파키스탄 지원국 회의에도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들을 초대했다. 체코 방문도 마찬가지다. 아소 총리는 유럽연합(EU)의장국인 체코의 미레크 토폴라네크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신종인플루엔자 확산방지 대책과 경제위기 극복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전방위 외교다. 그러나 성과는 그다지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특히 가장 민감한 현안인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문제와 북방4개섬 영토문제에서는 별다른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북한과의 대화는 사실상 차단된 상태다. 때문에 ‘역사에 이름을 남길 치적’은 아니더라도 내각 지지율을 위한 가시적인 성과에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또 아소 총리의 의욕과는 달리 ‘중의원 선거까지의 정권’이라는 한계 탓에 장기적인 외교 관계의 강화를 이끌어 내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hkpark@seoul.co.kr
  • 獨 여자총리, 속옷광고 모델 눈길

    獨 여자총리, 속옷광고 모델 눈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여성 총리가 최근 한 속옷브랜드의 광고모델로 나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 달 30일 베를린의 유명 쇼핑센터에는 100㎡크기의 대형 광고사진이 걸렸다. 광고사진 속 주인공은 다름 아닌 메르켈 독일 총리. 사진 속 메르켈 총리는 푸른색의 속옷 세트만 입은 채 ‘당당한 포스’로 웃음을 짓고 있어 행인들을 놀라게 했다. 세계 유명인사인 그녀가 속옷 광고에 출연한 남다른 사연이 있다. 그녀는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중고차 현금 지급안’(자동차를 폐기하는 사람에게 현금을 주는 제도)에 필요한 돈을 모으기 위해 사회 각계가 펼치고 있는 캠페인에 참여한 것이다. 독일 유명 속옷브랜드 ‘Bruno Banani’ 또한 이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으로, 입지 않는 오래된 속옷을 가져오면 새 속옷을 구매할 때 7달러를 할인해 주는 행사를 펼치고 있다. 메르켈 총리가 등장한 광고가 베를린 거리 한가운데 걸리자마자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기념사진’을 찍는 열풍이 불고 있다. 이를 접한 시민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54세의 마이어(Meier)씨는 “독일의 경제상황에서 볼 때 매우 긍정적인 신호로 보인다.”고 밝혔고 37세의 베베(Bebe)씨는 “매우 획기적이고 재미있는 광고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광고에는 메르켈 외에도 의원 프랑크 슈타인마이어(Frank Walter Steinmeier)는 등이 참여해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메르켈 총리의 ‘서프라이즈’ 광고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우리는 총리의 이번 캠페인에 대해 어떤 언급도 하지 않을 것”이라며 다소 차분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지난 해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위를 차지했으며 최근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 영향력 있는 100’에 포함되는 등 국제사회에서 막강한 파워를 자랑하는 여성 지도자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사진=Bruno Banani(사진 왼쪽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후진타오·원자바오 제치고 시진핑 부주석 ‘파워 과시’

    후진타오·원자바오 제치고 시진핑 부주석 ‘파워 과시’

    │베이징 박홍환특파원│중국의 시진핑(習近平) 국가 부주석이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을 제치고 미국 시사주간 타임의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사 100인’에 선정됐다. 시 부주석은 30일 타임이 최신호에서 발표한 ‘타임 100’의 정치 지도자 분야 20명 가운데 한 명으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이 함께 선정됐다. 타임은 중국의 현 최고 지도자인 후 주석이나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대신 시 부주석과 왕치산(王岐山) 경제담당 부총리를 선택했다. 시 부주석의 라이벌로 인식되는 리커창(李克强) 부총리도 명단에 들지 못했다. 타임은 시 부주석을 2012년 중국 최고지도자에 오를 가장 유력한 인물로 소개한 뒤 그가 비록 아버지인 시중쉰(習仲勛) 전 전인대 상무위부위원장의 후광을 업고 있지만 풍부한 지방 지도자 경력과 확실한 정치적 자질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 부주석이 올 가을쯤 중앙군사위 부주석에 선임되면 그의 차기 지도자 입지는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벌써부터 군부 일각에서는 ‘시진핑 띄우기’가 시작됐다는 징후도 엿보인다. 리지나이(李繼耐) 인민해방군 총정치부 주임은 최근 신화통신이 발행하는 주간지 요망(瞭望)에 기고한 글에서 “인민해방군을 훌륭하게 영도해 베이징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며 시 부주석의 업적을 극찬했다. 하지만 아직 시 부주석은 조심스럽다. 올초 중남미 순방길에 “배부르고 할 일 없는 외국인들이 함부로 중국을 비판한다.”며 목소리를 높였지만 이내 거둬들였다. 더욱이 사회안정을 책임지는 시 부주석 입장에서 올해의 민감하고도 다양한 정치적 이슈를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차기 지도자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굳힐지 여부를 결정짓는 중대한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5개 분야로 나눠 선정한 ‘영향력 100인’ 인사에는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 영화배우 케이트 윈즐릿과 조지 클루니, 스포츠 스타 타이거 우즈, 라파엘 나달, 오바마 미 대통령 부인 미셸 등이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stinger@seoul.co.kr
  • 신발 투척=저항 아이콘?

    ‘싫어하는 정치인에게 신발을 투척하라?’신발 투척이 저항의 아이콘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이라크의 방송기자 문타다르 알 자이디가 기자회견에서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에게 신발을 던진 이래 ‘신발 테러’로 곤욕을 치르는 정치인들이 부쩍 많아졌다. 이슬람 문화권에서 모욕적인 행동으로 알려진 신발 투척이 이젠 지구촌 곳곳에서 권력자에 대한 저항의 의미로 퍼지고 있다.이번엔 인도의 만모한 싱 총리도 신발 투척의 타깃이 됐다. PTI통신에 따르면 27일(현지시간) 싱 총리가 구자라트주(州)에서 열린 국민회의당 총선 유세 도중 한 대학생으로부터 신발 세례를 받았다. 다행히 신발은 연단에 미치지 못했지만 싱 총리도 신발에 봉변을 당한 정치인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인도에서는 신발 투척이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지난 7일에는 수도 뉴델리에서 한 시크교도 기자가 팔라니아판 치담바람 내무장관을 향해 운동화를 벗어 던졌으며, 며칠 뒤 또 다른 남성이 제1야당 인도국민당의 총리 후보인 랄 크리시나 아드바니 총재를 향해 슬리퍼를 날렸다.인도뿐 아니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지난달 이란 북서부 도시 우루미야에서 연설을 위해 오픈카로 이동하던 중 신발 세례를 받았고, 지난 2월에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강연을 하려던 이스라엘 군 대변인에게 신발을 던진 친팔레스타인 시위자 3명이 체포됐다. 같은 달 살람 파야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총리도 베들레헴에서 팔레스타인 소년으로부터 신발 봉변을 당했고 원자바오 중국 총리도 영국에서 독일인 유학생으로부터 신발 테러를 당했다. 베니 다간 주스웨덴 이스라엘 대사도 지난 4일 스톡홀름대학에서 이스라엘 총선에 관한 강연을 하던 중 한 여학생이 던진 신발에 가슴을 맞았다.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오만한 사르코지”

    “오만한 사르코지”

    │파리 이종수특파원│‘거만한 사르코지’ 니콜라 사르코지(얼굴)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 16일 엘리제궁 오찬에서 미국·독일·스페인 등 주요 국가 정상들을 폄하한 사실이 보도된 뒤 유럽 언론들이 일제히 비난하고 나섰다. 엘리제궁 측은 즉각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파문이 커지고 있다. 가장 반발이 심한 나라는 스페인. 사르코지 대통령이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사파테로 총리에 대해 “매우 총명하지는 않다.”라고 혹평한 것으로 보도되자 스페인 언론들은 이구동성으로 사르코지를 비판했다. 일간 ABC는 사르코지에 대해 ‘오만함의 복합체’라고 꼬집었다. 스페인 언론은 “사르코지 대통령이 오는 27일부터 이틀 동안 스페인 방문을 앞두고 있는데 그의 발언은 국빈 방문을 준비하는 데 최선의 방책은 아닌 것 같다.”라고 전했다. 사르코지의 발언에 대한 따가운 시선은 바다 건너 영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진보 성향의 일간 가디언은 1면 머리기사로 사르코지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우둔하고 성숙하지 못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보수 성향의 더 타임스마저도 우파인 사르코지에 대해 날을 세웠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당시 오찬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 대해 “두 달 전에 대통령에 선출됐고 장관을 해본 경험도 없어 여러가지 면에서 입장이 불투명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 대해서는 “독일 경제가 위가에 빠졌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나와 같은 편에 섰다.”며 “그녀에게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라고 말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이 실제 이런 발언을 했는지에 대해 오찬에 참석한 프랑스 의원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중도파 상원의원인 장 아르튀는 “외국 정상을 비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프랑수아 드 뤼기 녹색당 의원은 “기사에 잘못된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사르코지 발언을 둘러싼 파문은 프랑스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2007년 대선 당시 사회당 후보였던 세골렌 루아얄이 18일 “스페인의 사파테로 총리에게 편지를 보내 사르코지 대통령의 발언을 사과했다.”고 밝히자 여야 의원들의 공방이 이어졌다. vie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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