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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변심에 EU 공동성명 불발… 자국 이기주의에 밀린 기후협정

    中 변심에 EU 공동성명 불발… 자국 이기주의에 밀린 기후협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파리 기후변화협정 탈퇴를 선언한 데 따른 후폭풍이 거세다. 트럼프 행정부의 고립이 국내외적으로 심화하는 가운데 유럽연합(EU)과 중국이 협정 준수를 강조하기 위해 발표하려던 공동성명도 대가를 요구한 중국의 ‘변심’ 때문에 무산됐다. 글로벌 위협에 대한 공동 대응보다 자국 이익을 우선시하는 세계열강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트럼프 행정부의 각료들은 협정 탈퇴 직후 흔들리게 된 미국의 국제적 신뢰를 되찾기 위해 미국이 여전히 환경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 대사는 3일(현지시간) CNN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도 기후가 변한다는 사실을 믿고 있고 오염물질이 그 원인의 일부라고 생각한다”면서 “협정에서 탈퇴했다고 미국이 더이상 환경에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참석차 싱가포르를 방문한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최근 결정(협정 탈퇴)이 곧 우리(미국)가 세상에 등을 돌린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동맹들과의 변함없는 협력과 연대를 강조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협정 탈퇴 후 재협상을 추진하겠다고 했으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재협상은 있을 수 없다”고 맞서는 등 국제적으로 사면초가에 빠진 상황이다. 특히 미 내부에서조차 트럼프 대통령을 고립시키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민주당 소속 제리 브라운 캘리포니아주지사,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 등이 대학과 기업들과 연계해 연방정부와 별도로 파리 협정을 준수하기 위한 협의체를 결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운동을 후원하는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은 지난 2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만나 “미국의 도시, 주, 대학들은 2025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005년 대비 26% 줄인다는 약속을 지킨다는 목표를 유엔에 알릴 것”이라고 밝혔다.한편 EU와 중국은 2일 트럼프 대통령의 파리 협정 탈퇴 선언에 대응해 공동성명을 낼 예정이었지만 양측 간 통상 관련 이견으로 채택이 무산됐다고 로이터 등이 보도했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유럽을 방문 중인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후 변화 대응과 클린에너지로의 전환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긴급한 책무”라는 취지의 공동성명을 채택할 예정이었다. 탄소 배출 세계 2위인 미국의 협정 탈퇴 선언으로 협정의 운명에 대한 의문이 커진 상황에서 탄소 배출 1위 국가인 중국과 3위인 EU의 공동성명은 협정의 권위를 강화하는 메시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리 총리와 투스크 의장 간 회담에 앞서 열린 한 회의에서 “지난해 중국의 대(對)EU 투자는 77% 증가했지만 EU의 중국 투자는 25%가량 급감했다”며 중국과의 무역 불균형 문제를 거론했다. EU는 중국의 태양전지판과 강철 등 값싼 수출품이 밀려 들어오자 반덤핑 조치를 취해 왔고, 이번 회담에서도 중국산 철강제품 덤핑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리 총리는 EU 측의 문제 제기를 일축하며 EU 측이 공동성명에 대한 반대급부로 세계무역기구(WTO)에서의 ‘시장경제국’ 지위를 얻을 수 있도록 도와주지 않으면 공동 성명문 채택에 협조할 수 없다고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2001년 WTO에 가입했지만 아직 ‘비시장경제’ 국가로 분류돼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이 포기한 글로벌 정책의 수호자가 되겠다고 했지만 (자국의 이익을 포기하면서까지) 이를 이행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가를 일깨워 주는 사례”라고 꼬집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사설] 정보 역량 약화 없는 국정원 개혁이어야

    국정원이 정부 부처와 기관의 정보원 출입을 폐지하기로 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정보원은 국내 정치(개입)만은 금지해야 한다”고 강조한 데 따른 첫 번째 조치다. 국정원이 국내 정치와의 결별로 개혁의 시동을 건 것은 의미가 크다. 차제에 각종 정보를 틀어쥐고 국내 정치에 개입해 온 그릇된 관행은 반드시 청산돼야 한다. 군사 독재 시절 국정원은 공작정치의 산실이나 다름없었다. 불법도 마다하지 않고 수집한 정보가 국가 안위가 아닌 독재자의 정권 유지를 위해 정적 제거나 탄압 등의 도구로 악용됐다. 그 후에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역대 정권 대부분이 국정원을 정권 비호를 위한 기관으로 바라봤던 것이 사실이다. 결국 ‘국정원 댓글 사건’ 같은 부끄러운 오점을 남기기도 했다. 그런 부정적 유산을 청산하기 위해서라도 국정원의 ‘탈정치’는 당연한 수순이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 수립·집행 과정 등에서 다양한 의견 수렴 등 정보가 필요한 게 사실이다. 여러 이해관계자나 정부 부처 간의 갈등 등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종합적인 정보가 없다면 잘못된 정책 결정이 나올 수 있다. 무슨 정보를 어떤 방식으로 수집해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의 문제이지 정보 수집 활동 자체를 죄악시할 필요는 없다. 4년 전 미국 정보기관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우방국 35개국 정상의 휴대전화까지 도·감청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줬다. 그 정도로 세계 각국은 치열한 정보전쟁을 벌이고 있다. 정보가 안보이자 외교이자 경제인 세상이다. 정보의 속성상 어디까지가 국내 정치이고, 안보인지, 경제인지 구별하기 어렵다. 시원찮아 보이는 작은 정보들이 연결돼 하나의 고급 정보가 될 수 있다. 특히 안보 분야가 그렇다. 과거 진보 정권에서 국정원의 위상 약화가 정보력 저하로 이어졌다. 햇볕정책으로 북한이 포용의 대상이 되면서 대공정보 활동이 위축됐기 때문이다. 새 정부 들어 남북 관계가 대화 기조로 바뀔 경우 정보력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북한에 대한 인적정보(휴민트)를 우리나라에 의존해 왔던 미군이 최근 인적정보를 전담하는 정보부대를 부활해 대북정보 역량 강화에 나선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지금 북한 핵·미사일, 사드 배치 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 국정원이 국가 안보의 중추기관으로 역할을 다해야 하는 시기다. 차질 없이 국정원의 개혁을 추진해 신뢰받는 정보기관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은 시대적 과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정보 역량이 약화되지 않도록 유념해야 한다.
  • 트럼프, 지구 열 받게 하다

    트럼프, 지구 열 받게 하다

    비준 9개월 만에 백지화… 존폐 기로 메르켈 “무엇도 우리를 막지 못한다” 세계 리더십 中으로 이동 분석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를 공식 선언했다. 지난해 9월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비준한 지 9개월 만에 세계 2위 탄소 배출국인 미국이 탈퇴를 결정하면서 협정은 사실상 존폐의 갈림길에 서게 됐다.자동차와 에너지 관련 업계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당선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파리협정에서 탈퇴하면서 온난화를 막기 위한 지구촌의 노력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때문에 미국 안팎에서는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오늘부터 미국은 파리협정의 전면적인 이행을 중단한다”면서 “그 대신 미국과 국민에 도움이 되는 더 좋은 조건의 새 협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파리협정은 지구 평균온도가 산업혁명 이전보다 2100년까지 섭씨 2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온실가스 배출량을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20년 만료되는 교토의정서를 대체하기 위한 것으로 2015년 11월 제21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195개국의 합의로 마련돼 발효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리협정 탈퇴 선언 뒤 영국과 프랑스, 독일, 캐나다 정상에게 잇따라 전화를 걸어 탈퇴 결정 배경을 설명하면서 협정 재협상을 요구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는 이날 파리협정 이행 의지를 재확인하고 ‘재협상은 없다’는 입장을 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파리 협정은 세계 각국의 공조를 위한 기둥”이라며 “피조물을 지키기 위해 파리협정이 필요하며 그 무엇도 우리를 막지 못한다”고 밝혔다. 온실가스 배출 1위국인 중국을 비롯해 인도, 유럽 등 주요 당사국도 파리협정의 이행을 지속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정부도 미국의 파리협정 탈퇴 선언에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 [열린세상] 네안데르탈인에서 인공지능의 시대로/강인욱 경희대 사학과 교수

    [열린세상] 네안데르탈인에서 인공지능의 시대로/강인욱 경희대 사학과 교수

    인류의 역사를 돌아보면 문명의 등장만큼이나 흥미로운 것이 문명의 종말이다. 인더스, 마야, 잉카 등 수천년 전에 고도의 문명이 발달했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예가 비일비재하다. 인더스 문명의 경우 과거에는 초원에서 밀려온 아리안족의 침략으로 몰살당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실은 갑작스런 물길의 변화로 교역로가 끊기면서 인더스 문명의 사람들이 거대한 문명을 버리고 숲으로 살길을 찾아 사라졌기 때문이다. 20만년 전 번성했던 네안데르탈인의 멸종 원인은 지나치게 추운 환경에 적응했던 그들의 특성에 있다고 한다. 추운 환경에 최적화된 네안데르탈인의 진화가 정작 온난해진 기후에서는 오히려 단점이 돼 현생 인류와의 생존 경쟁에서 밀린 것이다. 아마 후대의 역사가들은 지금을 커다란 문명의 전환기로 기록할 것이다. 지난 1년을 돌아보면 브렉시트와 알파고의 쇼크로부터 시작해 한국 대통령의 탄핵과 미국 트럼프의 당선으로 마무리됐다. 그 와중에 러시아와 중국은 다시 부상하고,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미국 중심의 세계 판도를 공식적으로 거부하는 등 엄청난 사건이 줄을 잇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생활에는 제4차 혁명이라는 새로운 문화의 물결이 밀려들고 있다. 사람만큼 능청맞게 번역하는 구글 번역기를 쓰다 보면 문득 수십년간 힘들게 익혀 온 외국어 지식이 곧 쓸모없어질 것이라는 불안감을 느낄 정도다. 전환기의 생존 전략은 결국 정보의 다양성과 인간 본성에 대한 확신에서 시작한다. 인류는 새로운 기술과 문화에 따른 변혁을 겪어 왔다. 그리고 그 시기에 지나치게 이전의 사회나 문화에 머물러 획일화된 시스템을 유지하면 네안데르탈인처럼 낙오될 수 있다. 지난 60여년간 한국 사회는 미국이라는 하나의 정점을 중심에 두고 형성됐고, 최빈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해 왔다. 하지만 최근 이러한 판도는 급격히 변하고 있다. 자국의 이익을 노골적으로 내세우는 미국은 중국 견제를 위해 한국보다 일본에 더 가까운 게 사실이다. 그 와중에 유라시아를 대표하는 중국과 러시아는 도저히 넘볼 수 없는 강력한 세력으로 바뀌었다. 그럼에도 한국의 정치, 외교, 경제 등 모든 시스템은 이러한 변화에 지나칠 정도로 둔감하다. 변혁기에 자신을 지킬 수 있는 것은 결국 변화에 대한 대처 능력이고, 그것은 바로 다양한 정보력에서 나온다. 100여년 전 시베리아의 수도였던 톰스크는 철도가 등장할 때 말과 마부의 기득권을 생각해 철도를 반대했고, 이후 쇠락의 길을 걸어서 변방 도시로 전락하게 됐다. 한국의 경우 기성 세대들은 고도성장의 기억을 어제처럼 하고 있다. 그 기억은 소중하지만, 그사이에 바뀌어 버린 세상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전화기가 발명되면서 사람들은 굳이 이동을 하지 않아도 일을 처리할 수 있다. 그리고 다양한 영상매체의 발달로 세계 각국의 풍광을 즐길 수 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사람을 만나고 싶어 하고, 관광 수요는 매년 기하급수로 증가하고 있다. 기술의 발달로 편리함은 증가해도 인간의 본성을 바꾸고 대체하는 기술은 없기 때문이다. 구글 시대 인공지능이 발달하면서 전방위적으로 우리 생활에 편리함을 줄 것이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대신할 수 없는 것은 궁극적으로 인간의 삶과 감성이다. 변혁기에 사람들은 자신을 돌아보기보다는 미신이나 허황한 사실을 통해 위안을 얻으려 한다. 요즘 유독 가짜뉴스가 기승을 부르고, 허황하고 부풀려진 고대사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이 많아진 이유다. 네안데르탈인에서 인공지능의 시대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역사의 변혁이 있었다. 그사이를 돌아보면 허황한 미신이나 과거의 영화에 집착하며 주변 사회와 환경의 변화를 외면한 집단이 살아남은 적이 없다. 이만큼 분명한 미래에 대한 예언이 있을까. 지난 몇 달간 우리는 세계의 어느 나라도 경험하기 어려운 변혁을 거치고, 또 그 과정에 서 있다. 변화의 시대일수록 우리의 삶을 지켜 내는 것은 결국 다양한 변화에 대한 유연성, 그리고 인간성의 확신이 절실히 필요하다. 우리 미래에 대한 필요한 답변은 바로 고대 문명의 멸망 과정에 있는지 모른다.
  • 中총리 만난 메르켈 ‘활짝’

    中총리 만난 메르켈 ‘활짝’

    독일을 방문 중인 리커창(왼쪽) 중국 총리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베를린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만나 환하게 웃고 있다. 리 총리는 메르켈 총리와의 만남에서 양국이 무역 및 투자 자유화를 지속해야 하며, 세계무역기구(WTO) 규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에 맞서 개방과 자유무역을 기치로 유럽과의 결속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베를린 AFP 연합뉴스
  • [씨줄날줄] 악수의 정치학/최광숙 논설위원

    [씨줄날줄] 악수의 정치학/최광숙 논설위원

    1979년 중국의 덩샤오핑 당 중앙군사위 주석이 첫 방미 길에 리처드 닉슨 미 대통령을 만났다. 닉슨이 단신인 덩샤오핑을 내려다보며 악수를 하는 데 반해 덩샤오핑은 닉슨을 쳐다보지 않았다. 그것은 ‘작은 거인’ 덩샤오핑의 자존심이었다.악수는 말 없는 비언어적 의사소통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몸짓으로 보내는 비언어적 행동들이 오히려 진실한 의중을 표현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제프리 베티 영국 맨체스터대학 심리과학 교수는 눈맞춤, 손을 쥐는 힘과 시간, 손 온도, 서 있는 위치와 자세 등 ‘악수의 다섯 가지 공식’이 적절해야 상대방에게 존경과 신뢰를 준다고 했다. 매우 강하고 긴 악수를 하는 ‘모르몬(교) 악수’처럼 문화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다. 특히 정치인들에게 악수는 ‘정치의 영역’이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독특한 악수법이 대표적이다. 그는 상대방의 손을 세게 쥐고, 거칠게 자신 쪽으로 끌어당기거나 가끔 아래위나 앞뒤로 흔들 때도 있다. 거의 상대 팔을 뜯어 낼 심산이다. 먼저 손을 놓는 경우도 드물다. 그런 그가 최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게 당했다. 최근 두 나라 간 정상회담에서 마크롱이 트럼프의 손을 잡고 위아래로 크게 흔들었다. 트럼프가 손을 놓으려는데도 다시 한번 움켜쥐는 바람에 트럼프의 손가락 관절이 하얗게 변했다. 마크롱은 “순수한 악수가 아니었다. 작은 양보도 하지 않겠다는 것을 보여 주려고 한 것”이라며 ‘고의성’을 인정했다. 트럼프가 앞서 아베 일본 총리와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악수할 때 오랫동안 손을 꽉 잡고 놔주지 않은 것을 본 마크롱이 역공한 것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첫 정상회담에서 트럼프에게 악수를 거절당하는 수모까지 겪었다. 1980년대 미국에서 지배력과 우월성을 입증하려면 어떻게 악수를 이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책이 유행했다. 아마도 트럼프는 이런 유의 책에서 영향을 받은 듯하다. 하지만 미국 최고의 비언어 행동 전문가인 조 나바로와 마빈 칼러스는 ‘행동의 심리학’에서 “주도권을 갖기 위한 악수는 부정적인 느낌만 준다”고 지적했다. 미국 내에서도 괴상망측한 트럼프의 악수를 “짐승이 자신의 영역을 확실히 하면서 상대를 그 안으로 끌어들이는 노골적인 권력 게임”, “미국 제일주의를 보여 주는 겁주는 전략”이라고 혹평하고 있다. 한편으로 트럼프는 악수를 싫어하고, 손 세정제를 사용하는 세균 혐오자라는 루머도 나돈다. 6월 말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도 트럼프의 악수에 세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 같다.
  • 트럼프·메르켈 불화에 똘똘 뭉친 유럽

    메르켈 “유럽의 운명, 유럽인 손에” 伊총리·융커 反트럼프 노선 택해 틈새 노리는 中 리커창 총리 訪獨 ‘앙숙’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연일 설전을 주고받으면서 서방 최대 동맹국 사이가 최악으로 틀어지고 있다. 트럼프와 메르켈의 불화를 틈타 중국은 리커창 총리를 독일에 보내 ‘찰떡 관계’를 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독일에 대해 엄청난 무역적자를 보고 있고, 게다가 독일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국방비 측면에서 마땅히 내야 할 것보다 훨씬 적게 내고 있다”면서“이는 미국에 매우 나쁘고, 바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26일 이탈리아 시칠리아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독일인들은 아주 못됐다”고 주장한 데 이어 나흘 만에 또 독일을 공격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트위터는 최근 메르켈 총리의 ‘반트럼프’ 노선 발언을 겨냥한 것으로 추정된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 28일 뮌헨에서 열린 총선 유세에서 “유럽인의 운명은 우리 손으로 개척해야 한다”고 선언하면서 독자적인 국제질서 구축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유럽 정치권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강하게 맞서는 메르켈 총리에게 힘을 실어 주며 단합하는 모양새다. 파올로 젠틸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30일 로마에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정상 회담을 연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메르켈 총리의 말처럼) 우리는 유럽의 미래가 우리 자신의 손에 달렸다는 생각에 분명히 동의한다”며 메르켈 총리를 지원 사격했다.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도 “메르켈 총리가 옳다”고 보탰다. 트럼프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가 날 선 대립을 이어 가는 가운데 리 총리는 31일 독일을 방문해 보호무역주의를 배격하고 개방경제를 강화하자고 한목소리를 냈다. 메르켈 총리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에 반기를 든 셈이다. 리 총리의 이번 방문은 2013년 3월 취임 이래 세 번째이며, 메르켈 총리와의 회담은 여덟 번째다. 메르켈 총리도 중국을 10여 차례 방문했다. 다음달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진핑 국가주석의 독일 방문이 예정돼 있는 것을 포함하면 한 달 사이 서열 1, 2위 지도자가 잇달아 독일을 찾는 이례적인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독일과 중국은 서로 최대의 무역파트너다. 중국 언론은 올해로 수교 45년을 맞이한 양국 간 경제 협력을 ‘하늘이 맺어준 배필’(天作之合)이라고 평가했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獨 외무 “트럼프가 서구 약화시켜… 전 유럽이 맞서야”

    지그마어 가브리엘 독일 부총리 겸 외교부 장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근시안적 정책이 서방 세계를 약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CNN 등에 따르면 가브리엘 장관은 29일(현지시간) 베를린에서 “환경보호 약화로 기후변화를 심화하고 분쟁지역에 더 많은 무기를 팔거나, 종교분쟁을 정치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려는 이는 누구라도 유럽의 평화를 위험에 빠뜨리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의 근시안적 정책은 유럽연합(EU) 이익에 반(反)한다”면서 “그 경우 서구는 더 작아지고 그렇지 않더라도 적어도 더 약화한다”고 강조했다. 가브리엘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첫 해외 방문지로 사우디아라비아를 택해 엄청난 규모의 무기를 판매한 것을 지적하며 “얼마나 잘못된 길로 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며 “유럽에서 군비 축소와 군비 통제가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트럼프 정부가 이슬람권 국가 출신 입국자를 규제하는 것에 대해 “유럽이 그런 정책에 맞서지 않는다면 유럽으로의 이민 행렬은 더 커질 것”이라면서 “미국의 정책에 맞서지 않는 것은 함께 죄를 짓는 것”이라고까지 말했다. 앞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전날 한 정치행사 연설에서 트럼프 정부를 더는 전적으로 의지하긴 어렵다며 프랑스와 독일을 중심으로 한 EU의 결속을 강조했다. 이례적인 총리의 언급에 대서양 동맹에 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를 의식한 듯 슈테펜 자이베르트 총리 대변인은 “미국은 우리 외교, 안보정책의 튼튼한 기둥이며, 독일은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메르켈 총리의 라이벌인 마르틴 슐츠 사회민주당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에서 메르켈 총리에게 굴욕을 주려 했다”고 비난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 마크롱, 푸틴에게 “러 가짜뉴스 문제” 돌직구

    세계의 ‘스트롱맨’을 다루는 프랑스 젊은 대통령의 패기가 주목을 받고 있다. 29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시리아 화학무기 사용, 체첸 동성애 탄압 등 외교적으로 껄끄러운 사안들에 대해 거침없이 쓴소리를 쏟아냈다. 외신들은 얼마 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기싸움 악수’ 화제가 됐던 마크롱 대통령이 이번엔 ‘21세 차르’로 불리는 푸틴의 기선을 제압했다고 전했다. 두 정상은 이날 프랑스 파리 베르사유궁에서 한 시간 남짓 주제 제약 없이 솔직한 대화를 나눴다. 마크롱 대통령은 회담을 마치고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국영언론 러시아투데이와 스푸트니크가 지난 프랑스 대선에서 ‘크렘린의 선전기관’ 같이 행동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선거 내내 러시아 언론이 배포하는 가짜 뉴스에 시달렸다. 러시아는 당시 마크롱 후보의 라이벌인 극우 국민전선(FN) 마린 르펜 후보를 지원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선거 기간 러시아를 방문한 르펜 후보와 장시간 면담을 한 일에 대해 “그쪽에서 요청했는데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고 방어하면서 프랑스 대선 개입설을 부정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러시아가 지원하는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향해서도 “누가 화학무기를 사용하든 간에 그런 사실이 확인되면 프랑스는 즉각 대응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이어 “시리아가 민주주의로 이행하는 데 실패한 국가가 되도록 내버려둘 수 없다”면서 알아사드 정권이 교체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시리아 내 이슬람국가(IS) 등 테러집단에 대처하려면 정부를 확고하게 세워야 한다”면서 마크롱 대통령과의 인식 차를 드러냈다. 마크롱 대통령은 최근 동성애자 남성에게 구타와 전기고문을 자행한 체첸 자치공화국의 동성애자 탄압 사건과 관련해서도 “앞으로 러시아의 인권 문제를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마크롱 대통령의 거침없는 모습에 대해 “그는 학습이 빠르고 자신감 있으며, 골치 아픈 현안에 대해 단호한 의견을 표명하는 데 따른 예상 가능한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는 인물이라는 점을 보여줬다”고 AP 통신은 평가했다. 여러 이견에도 두 정상의 첫 만남이 험악했던 것만은 아니다. 이번 회담에서 양국은 서구와 러시아의 입장 차가 확연한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해 러시아·우크라이나·독일·프랑스가 참여하는 노르망디식 4자회담을 재개하는 데 뜻을 같이했고, 북한 핵ㆍ미사일 개발에 대해서도 공동 해결책을 찾자는 데에도 합의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2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악수로 ‘힘겨루기’를 벌인 것과 달리 푸틴 대통령과는 회담 후 ‘따뜻한’ 악수를 했다.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 유럽은 마크롱 정부가 러시아를 향해 ‘강성’ 노선을 걷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는 달리 러시아에 대화의 통로를 열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메르켈 “美에 ‘유럽의 운명’ 맡길 수 없다”

    메르켈 “美에 ‘유럽의 운명’ 맡길 수 없다”

    “누군가를 의지할 시대 끝났다 이젠 유럽 미래 스스로 챙겨야” 佛과 손잡고 EU문제 해결 나서 ‘유럽은 더이상 미국, 영국에 기댈 수 없다. 운명은 우리 손에 있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돌아온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전통 우방인 미국 등과의 관계 변화를 시사했다. 이번 G7 회의는 미국과 유럽 간 공조 확인의 자리가 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행보로 최악의 분열 속에 막을 내렸다.메르켈 총리는 28일(현지시간) 뮌헨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해 “며칠 새 경험을 통해 볼 때 다른 누군가를 완전하게 의지할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며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유럽인은 우리의 운명을 이제 스스로 챙겨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미국, 영국과 우호 관계를 지속하며 러시아 등과도 더 좋은 이웃으로 지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우리의 미래를 위해 스스로 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메르켈 총리가 2500명의 청중 앞에서 이 같은 언급을 한 것은 대서양을 사이에 둔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관계가 급격한 변화를 맞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분석했다. 메르켈 총리는 앞서 G7 폐막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파리기후협정에 남아 있을지 잘 모르겠다”며 “6명이 1명을 상대로 싸우는 형국”이라고 밝혀 트럼프 대통령과 사사건건 이견을 노출했음을 시사했다. 전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는 찰떡궁합이었다는 평가를 받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평소 신중한 성격으로 알려진 메르켈 총리가 이렇듯 노골적으로 미국과의 관계에서 불화가 있다는 점을 언급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EU와 미국의 관계가 순탄치 않을 것임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NYT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로 영국이 EU에서 탈퇴하고 미국과의 관계까지 멀어지는 상황에서 독일과 프랑스가 협력해 EU의 문제를 풀어 나갈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이날 메르켈 총리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 대해 “독일은 힘닿는 데까지 그를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EU 문제에 있어서 프랑스와 협력해 문제를 풀어 나가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프랑스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지난 25일 한 ‘강렬한 악수’에 대해 “양보하지 않겠다는 뜻을 보여 주기 위한 행동”이었다고 설명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그 악수는 순수한 행동이 아니었으며 진실의 순간이었다”면서 “비록 상징적일지라도 작은 양보도 하지 않겠다는 것을 보여 줘야 했다”고 강조했다. 당시 마크롱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나눈 6초가량의 강렬한 악수는 인사라기보다 싸움을 하려는 투사 같은 인상을 줬다. 전문가들은 메르켈 총리의 언급을 2차 세계대전 이후 70년간 이어졌던 ‘팍스 아메리카나 시대의 종결’이라고 분석하면서 유럽에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전망했다. 전직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주재 미국대사 출신인 이보 달더 시카고 국제문제협의회 국장은 “미국이 이끌고 유럽이 따르던 시대의 종말이 온 것 같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가 사실상 미국에 의존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은 9월 총선을 앞두고 표를 의식한 행동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날 메르켈 총리의 발언에 지지자들은 1분가량 박수갈채를 보냈다고 DPA통신은 전했다. 메르켈 총리가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다면 다른 유럽 국가로부터 충분한 동의를 확보해 장기간의 변화를 준비할 수 있다고 NYT는 덧붙였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 [커버스토리] 성실·섬세·청렴·포용…그녀 조직 사로 잡다

    [커버스토리] 성실·섬세·청렴·포용…그녀 조직 사로 잡다

    ‘여성형 리더십’의 4대 특징으로 흔히 ‘성실함, 섬세함, 청렴성, 포용력’이 꼽힌다. 21세기형 리더십으로 주목받는다는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섬기는 리더십)과도 일맥상통한다. 전문지식·조직장악을 바탕으로 한 ‘업무능력’과 포용·배려·공감 능력에 기반한 ‘인간성’이 결합된 형태로 볼 수 있다. 여성 상사를 실제로 ‘모셔 본’ 경험이 있는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을 상대로 여성형 리더십의 장단점을 꼽아보고 유형을 나눠 봤다.# 친화형 & 감성형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이 대표적이다. 특유의 화합적이고 온화한 이미지는 남성 지도자 특유의 권위적·고압적인 그것과 대비됐다.역으로 우유부단하고 결단력이 떨어져 조직 장악에 실패할 수 있다는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의 ‘유쾌한 내조’ 역시 ‘감성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김 여사의 민원인에게 라면을 내준 일화나 각 당 원내대표와의 회담 후 선물로 인삼정과를 내는 ‘음식 내조’는 국민 친화적이라고 할 수도 있다. 미래창조과학부 A(39) 주무관은 “여성 과장님은 직원들 애로사항을 잘 들어주고 회식 때 술도 덜 강요해서 남성 과장님보다 훨씬 좋았다”고 했다. 반면 같은 부처의 B(46) 과장은 “간혹 지나치게 개인주의 스타일을 드러내기도 하고, 결정적인 순간에 주변 눈치를 보고 유약해져서 정책 판단을 잘하지 못하더라”고 깎아내렸다.# 목표지향형 결단력과 통솔력이 강한 스타일, 전통적인 남성 지도자형으로 꼽힌다. 지난 미국 대선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처럼 도전적이고 목표에 대한 집념이 강하다. 경우에 따라 ‘남성보다 더 남성적인’ 상사가 될 수도 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주유소에서 힐러리의 전 남자친구를 발견하고 힐러리에게 “저 남자랑 결혼했으면 넌 주유소에 있었겠지”라고 농담을 건네자, “아니, 저 남자가 바로 미국 대통령이 됐을 거야”라고 맞받아친 일화는 상징적이다. 여성들의 약점으로 꼽히는 네트워킹 능력도 십분 발휘한다. 교육부의 C(35·여) 팀장은 “똑 소리 나게 야무지고 판단력도 빠른 과장이 있었는데, 팀원들 생일까지 알아서 챙겨 줄 정도였다. ‘속정’보다는 ‘생존전략’에 가까웠다”며 “남성 직원들조차 탄복했던 분”이라고 기억했다. 반면 여성 리더 스스로 기준이 더 엄격하다 보니 직원들이 혹사당한다는 지적이다.# 관리·수성형 ‘행정고시 여성 1호’인 전재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 3선의 독일 총리 앙겔라 메르켈은 관리·수성형 리더의 선두주자였다. 키워드는 ‘합리성·포용·위임’이다. 메르켈의 ‘무티(Mutti·엄마) 리더십’은 상대를 가르치거나 권위를 과시하지 않고 구성원들의 타협을 중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전 전 장관 역시 조직 목표의 청사진을 제시하되, 직원들에게 충분한 권한을 주고 이에 따른 책임까지 위임했다. 행정자치부의 한 여성 서기관(30)은 “사무관 때 옆 부서에 여성 과장이 있었는데 업무 팁은 물론 육아 비결, 일·가정 양립까지 힘되는 조언을 아낌없이 해 줘서 눈물이 자주 났다”고 전했다.# 카리스마형 카리스마형으로는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있다. 권위적인 리더십에 바탕한 단호한 대처가 특징. 서울시 자치구의 5급 과장(54)은 “원칙을 고수하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 독불장군식으로 비칠 수 있다. 하지만 우유부단한 상사보다 ‘사이다 스타일’이 남자 직원들이 보기에도 차라리 낫더라”고 평가했다. 특수 분야가 많은 국토교통부 소속 사무관(33)은 “남자 상사 같으면 감히 ‘No’라고 하지 못할 일도 과감하게 ‘No’라고 소신을 밝히는 분이 있었다”면서도 “간혹 숲보다 나무를 보는 느낌이 들어 답답할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눈빛과 은발로 ‘걸크러시’를 연상시키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카리스마형으로 추정된다.# 폐쇄형 반면 답습하지 말아야 할 반면교사 유형으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꼽힌다. 일명 폐쇄적인 리더십이다. 박 전 대통령은 장관이나 청와대 수석비서관들과 대면보고를 기피한 것으로 악명이 높다. 청와대 출입기자회견에서 소통을 위해 대면보고를 받으셔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고, 장관들에게 “대면보고가 꼭 필요하세요”라고 반문하는 장면이 생방송으로 송출되기도 했다. 회의도 토론보다는 대통령이 말하고, 장관·수석비서관들은 고개를 숙인 채 받아적는 데 열심인 장면이 자료화면으로 수없이 나온 탓에, ‘적지 않는 자는 살 수 없다’는 의미로 ‘적자생존’이 유행하기도 했다. # 평가 엇갈리는 여성 리더십 여성 특유의 세심함·친화력은 공무원 조직에서 한때 ‘양날의 칼’로 평가되기도 했다. 그러나 수평적 조직문화로 바뀌고, 여성 공무원이 증가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약점은 점차 강점으로 바뀌는 추세다. 특히 투명한 업무 스타일이 무기인 여성들의 성향은 학연·지연 등 연고주의에 기대는 남성 주도 사회에서 ‘무한 강점’으로 부각될 것으로 기대된다. 여성 리더에 대한 비판적 견해는 적지 않다. 경제부처의 한 국장급 공무원(52)은 “남들이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걸 의식해서인지 추진력 자체가 떨어지고 ‘안전빵’으로 가려는 경향이 강하다. 부서 간 협업도 잘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한국 공직사회가 여성 리더에게 문호를 열기 위해서는 ‘토큰 효과’를 극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토큰 효과란 상징적 지위에 있는 여성이 ‘내가 실수하면 앞으로 여성을 고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부담감에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고립적 부작용이다. 박 대표는 “여성 리더를 오히려 전략적으로 더 배분해야 하는데, 이를 역차별로 여기는 부정적인 사회 분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양희 젠더앤리더십 대표는 “리더십 스타일은 사실 남녀가 따로 없다”고 진단했다. 김 대표는 “고시 합격자 비율 등 능력 면에는 남성 기준치와 동일하거나 이를 넘어섰고 여성형 리더십을 따로 주문할 필요가 없는 시대가 왔다”고 단언한 뒤 “아직 부족한 게 있다면 업무 경험 분야나 폭이 남성처럼 아직 다양하지 못한 정도”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장 중요한 리더십은 다양성·투명성·개방성에 바탕한 사회적 자본, 즉 양성 평등(젠더) 리더십”이라고 강조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그리스서도 테러?... 파파데모스 그리스 前총리 차량 폭발로 부상

    그리스서도 테러?... 파파데모스 그리스 前총리 차량 폭발로 부상

    맨체스터 테러로 유럽 전역이 긴장하고 있는 가운데 루카스 파파데모스 그리스 전 총리가 25일(현지시간) 아테네에서 자신을 노린 차량 폭발로 부상을 당했다.그리스 국영 ANA통신에 따르면 사고 직후 파파데모스 전 총리는 중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고, 복부와 다리의 상처로 수술을 받았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ANA통신은 또 폭발이 파파데모스 전 총리가 탄 차가 움직일 때 부비 트랩이 설치된 편지봉투가 터지며 발생했고, 운전사 등 경호원 2명도 경상을 입었다고 설명했다. 파파데모스는 그리스 채무 위기가 한창이던 2011년 11월부터 2012년 5월까지 전문 관료로 구성된 그리스 과도 정부의 총리직을 맡아 혹독한 긴축 정책을 이끌었다. 그리스에서는 편지 폭탄이나 소포 폭탄과 둘러싼 사건이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다. 지난 3월에 독일 재무부를 겨냥한 폭발 물질을 담은 소포 발송, 국제통화기금(IMF)의 프랑스 파리 사무소에서 일어난 우편물 폭탄 테러의 배후로 그리스 극좌 무정부 단체 불의 음모단(CFN·Conspiracy of Fire Nuclei)이 지목되기도 했다. 그리스 미디어 장관인 니코스 파파스는 국영방송 ERT에 “충격을 받았다. 이런 악랄한 행위를 규탄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사건 현장을 봉쇄하고, 이번 사건이 테러인지 여부와 누구의 소행인지 등에 대한 수사에 들어갔다. 아직 자신들의 소행임을 주장하는 단체는 나오지 않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조윤제 특사 獨총리 면담

    조윤제 특사 獨총리 면담

    문재인 대통령의 유럽연합(EU)·독일 특사인 조윤제 서강대 교수가 24일(현지시간) 베를린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만나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한 뒤 악수하고 있다. 베를린 연합뉴스
  • 교황이 각국 정상을 대하는 법…‘한 사람’과는 달랐다(?)

    교황이 각국 정상을 대하는 법…‘한 사람’과는 달랐다(?)

    지난 2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프란치스코 교황의 만남이 여러 측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그동안 프란치스코 교황이 그동안 여러 나라 정상들과 만났을 때와 달리 딱딱한 표정을 지은 사실을 놓치지 않았다. 25일 미국의 뉴스공유사이트 레딧닷컴은 교황과 각국 정상의 사진을 이어붙여놓은 뒤 ‘한 장은 다른 사진들과 다르다’는 제목을 달았다. 실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면 환한 웃음을 얼굴 가득 지었지만, 유독 트럼프와 나란히 섰을 때는 무뚝뚝한 표정이었다. 양측은 이날 만남 전부터 여러 분야에서 신경전을 벌였다. 멕시코 국경장벽 설치, 미국의 재래식 무기 별칭(‘모든 폭탄의 어머니’) 등 여러 사안을 놓고 이미 서로 다른 시각 차이 속 설전을 벌이는 등 갈등을 예고하기도 했다. 또한 미국의 바티칸 대사로 극우파 정치인인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의 부인을 내정한 것도 교황청 입장에서는 ‘도전’으로 여길만한 부분이기도 했다. 물론 화제가 되고 있는 사진은 트럼프를 조롱하기 위해 찰나의 이미지로 만들어낸 누리꾼의 장난에 가깝다. 실제 이날 프란치스코 교황과 트럼프 대통령의 만남은 주변의 우려와 달리 화기애애했다. 교황은 트럼프의 큰 몸집을 직접 본 뒤 환히 웃으며 멜라니아를 향해 “도대체 남편에게 어떤 음식을 주느냐? 혹시 포티차?”라고 농담을 던져 접견 분위기를 유쾌하게 만들기도 했다. ‘포티차’는 멜라니아의 모국인 슬로베니아에서 부활절, 크리스마스 등에 즐겨 먹는, 칼로리가 높은 전통빵을 가리킨다. 트럼프 또한 교황 접견을 마친 뒤 특유의 트위터 정치의 일환으로 ‘교황 성하를 만난 것은 평생의 영광. 세계평화를 위하는 마음을 먹고 교황청을 나왔다’고 만족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누리꾼들은 ‘역시 진실을 알고 계시는 교황님’이라면서 지지하며 포스팅을 즐기는 의견들이 있는가하면, 또다른 이들은 ‘나는 트럼프 지지자는 아니지만, 이런 식으로 하는 게 실질적인 비판에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 ‘오바마 지지자라면 더더욱 이러면 안된다’ 등 비판적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청소년 관객 퇴장할 때 ‘쾅’… 생지옥 돼 버린 콘서트장

    청소년 관객 퇴장할 때 ‘쾅’… 생지옥 돼 버린 콘서트장

    매표소 부근 수십명 피투성이 “10대들 노렸다” 유럽 분노 2005년 런던 테러 이후 최악영국 북서부 ‘맨체스터 아레나’ 공연장에서 22일(현지시간) 발생한 테러로 흥겨웠던 콘서트장은 한순간에 생지옥으로 바뀌었다. 영국 BBC 등에 따르면 사고는 오후 10시 30분쯤 미국 팝스타 아리아나 그란데의 콘서트가 끝난 뒤 관객이 공연장을 빠져나가던 시점에 매표소 부근에서 폭탄이 터지며 발생했다. 맨체스터 아레나는 1995년 완공한 유럽 최대 실내 공연장 겸 체육관으로 한번에 2만 10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이날도 공연을 보고자 2만 1000명의 관객이 공연장을 찾았다. 특히 좋아하는 팝스타를 보기 위해 부모 없이 혼자 온 청소년도 상당수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소 22명이 숨지고 59명이 부상한 가운데 현장을 가까스로 빠져나온 생존자는 “폭발물이 터진 장소 주변에 수십 명이 피투성이가 된 채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고 말했다. 목격자 앤디는 BBC에 “아내와 딸이 콘서트 구경을 마치고 나오길 기다리다 폭발로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며 “일어나 주변을 보니 사방에 시신이 20~30구는 있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테러가 발생하자 공연장과 연결된 맨체스터 빅토리아 지하철역은 출입이 통제됐다. 가까운 병원은 갑작스레 밀려온 환자로 비응급 환자를 돌려보내고 테러 사건 피해자 치료에 매달렸다. 특히 23일 새벽 공연장 인근에서 폭발물로 의심되는 물체를 추가로 발견했다고 경찰이 밝혀 긴장이 고조됐으나 이 물체는 버려진 옷으로 확인됐다.이번 테러는 2005년 7월 발생한 런던 지하철 테러 이후 최대 규모다. 당시 이슬람 극단주의자가 출근시간대에 벌인 폭탄 테러로 52명이 사망하고 700여명이 부상했다. 테러범이 ‘못 폭탄’을 사용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테러범이 흔히 쓰는 일종의 사제폭탄인 ‘못 폭탄’은 못과 나사 등 파편을 잔뜩 채워 넣어 제작해 폭발 시 인명 피해를 극대화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연락이 닿지 않는 가족을 찾는 글이 계속해서 올라왔다. 이날 무대에 선 그란데는 트위터에 “가슴이 찢어진다.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너무너무 미안하다”는 글을 남기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번 테러에 영국을 비롯한 유럽은 분노하면서 희생자를 애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테러는 무고한 어린이를 노렸으며 공격의 배후는 사악한 패배자들”이라고 맹비난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각각 성명을 내고 영국과 공조해 테러와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파올로 젠틸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맨체스터 공연장에서 벌어진 잔혹한 폭탄 테러는 유럽 전체에 대한 공격”이라고 규정했다. 이번 테러는 공연장을 노렸다는 점에서 2015년 11월 파리 바탕클랑 공연장 총기 난사 테러와 유사하다. 또 불특정 다수의 시민을 노린 ‘소프트 타깃’ 테러에 사제폭탄을 이용한 ‘로테크’ 테러에 해당된다. 테러 배후라고 밝힌 ‘이슬람국가’(IS)는 일반인이 쉽게 구할 수 있는 물질로 살상무기를 만드는 방법을 인터넷을 통해 유포시켰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 [최만진의 도시탐구] 백옥 피부 같은 청와대

    [최만진의 도시탐구] 백옥 피부 같은 청와대

    독일 유학 시절 해외여행 자율화가 본격화되던 1990년대 초반에 한국에서 건축 투어를 나온 사람들이 안내를 부탁해 반가운 마음으로 응한 적이 있다. 이때 방문했던 곳 중 하나가 본에 있는 독일 국회의사당이었다. 당시만 해도 수도를 아직 베를린으로 옮기지 않았던 때라 국회가 한참 열리던 중이었다. 미처 내부 견학 예약을 하지 않았던 우리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즉석에서 신청하게 됐다. 이에 의외로 간단한 신분 확인 절차를 한 후 입장을 허락해 주었다.우리는 국가 핵심 보안건물의 이러한 대담한 개방성에 놀랐으며, 우리나라 국회의사당과의 대조를 생각했다. 감탄을 하기는 건축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이 건물은 사면의 벽과 지붕이 모두 유리로 돼 있어 민주적 투명성과 소통 및 화합을 상징한다. 의원들은 천창의 햇빛 가득한 본회의장에서 꼼수와 술수 그리고 권위를 모두 내려놓고 오직 국민만을 위해 일하라는 뜻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건축 배경은 잔혹하고도 끔찍했던 세계 제2차 대전을 일으켰던 히틀러의 독재를 재현하지 않겠다는 민주적 열망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런 생각은 이후 통독 수도인 베를린에 지어진 공공건축에서도 잘 나타난다. 가장 주목을 끄는 것은 독일 총리 관저다. 다른 나라 대통령 관저에 비해 규모가 상당히 크지만, 공간 소통 및 기능성 등의 효율성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는 우선 단일 건물로 돼 있어 총리 집무실과 아파트를 비롯해 비서실, 보좌관실, 회의실, 사무실 등 다양한 공간이 모두 한 지붕 아래에 모여 있기에 가능하다. 여기에다 이 공간들은 서로 유기적이며 기능적인 연계를 가지도록 설계돼 있다. 이렇다 보니 짧은 시간 내에 모여 국가의 중대사를 논의하고 결정할 수 있는 구조로 돼 있다. 또한 수직적이 아닌 수평적인 관계에서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자문할 수 있다. 외부 형태는 얼핏 큰 규모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단아해 보이며, 마치 도서관이나 문화센터처럼 보여 위압적, 권위적 느낌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의회와는 불과 수백 미터 떨어진 잘 보이는 곳에 있어 협치를 강조하고 있다. 이 외에도 국민을 섬기라는 의도에서 의회 건물보다 더 낮게 설계했다. 이에 비해 우리 청와대는 시대와는 너무나 동떨어진 건축언어를 가지고 있다. 우선 과거 왕조의 절대적 권위와 정치를 재현하는 구중궁궐의 배치와 구조를 보인다. 지형적으로는 국민의 머리 꼭대기에 앉아 있는 형상을 하고 있어 지배자임을 자처한다. 최근 잘 알려진 것처럼 건물들이 각각 떨어져 있어 서로 간의 연계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벽체도 대부분 막혀 있어 대통령이 무엇을 하는지 알 길이 없다. 심지어 전통 건축의 형태를 취하기는 했으나 짝퉁이라는 비난까지도 받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 대통령이 이제 광화문 시대를 예고하고 나선 것은 매우 반길 일이다. 일부에서는 안전 및 경호의 문제를 거론하기도 한다. 하지만 독일도 당시에는 외부로는 구소련 및 동독과 대치하고 있었고, 내부적으로는 모든 합법적 권위를 거부해 요인을 무작위로 납치 및 살해했던 적군파의 테러 위협에 직면해 있었다. 이는 국가 요인들의 안위가 중요하지만 이보다 더 지켜야 할 민주주의적 가치가 있음을 말해 준다. 이래서 새로 마련될 우리 청와대는 마치 백옥처럼 백색 투명하면서도 빛나고 치밀하며 단단한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것은 우리 정치와 사회가 이루어야 할 미래의 목표이기도 하다.
  • [사설] 美·中·日 특사, ‘문재인 외교’ 초석 다져야

    대통령의 친서를 들고 미국과 중국, 일본에 가 있는 특사들이 ‘문재인 외교’의 첫걸음을 뗐다. 미국 특사인 홍석현 한반도포럼 이사장은 어제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다. 우리의 특사가 미국 대통령을 백악관에서 만난 것은 극히 이례적으로 면담 시간도 예정보다 5분 초과했다. 그 자리에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 트럼프 대통령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선임 고문도 배석했다고 하니 파격적인 예우를 미국 측이 한 것이다. 이 자리에서 강도 높은 북핵 대처와 굳건한 한·미 동맹이 강조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허버트 맥매스터 보좌관 면담에서 홍 특사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해 “민주적 절차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에서 논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문 대통령이 대선 기간에 공약했던 사항이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잘 알고 있으며 한국 입장과 상황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찬반이 엇갈리는 사드 배치에 국민적 합의를 모아 국회 비준을 추진하려는 새 정부의 구상에 미국 측이 이해를 표시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대목이다. 일본 특사인 문희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어제 아베 신조 총리를 만났다. 문 특사가 한·일 정상의 ‘셔틀 외교’ 재개를 원한다는 문 대통령의 의사를 전달하자 아베 총리도 “그렇게 하지요”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문 특사가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과의 그제 면담에서 일본군 위안부 합의에 관해 대부분의 한국 국민이 수용하지 못한다는 분위기를 전한 데 이어 총리 면담에서도 거론했지만 일본 측은 합의이행이란 종전 입장을 고수했다. 북핵 공조, 경제협력을 중시하는 한편 역사 문제는 별도로 다룬다는 새 정부의 대일 외교 투트랙 노선이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 중국 특사인 이해찬 민주당 의원도 왕이 외교부장과 저녁을 함께하며 북핵 해결과 한·중 관계 개선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를 전달했다. 이 특사는 중국으로 출국하기에 앞서 김포공항에서 “한·중 정상회담은 1차로 7월 독일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2차로는 수교 25주년인 8월 24일 무렵 개최하자는 뜻을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취임 열흘도 안 되어 문 대통령이 3국에 특사를 보낸 것은 북핵 문제에 한국이 중심적 역할을 하겠다는 메시지를 강조했다고 평가된다. 양자 간에는 사드, 자유무역협정(FTA), 위안부 문제 등 현안도 산적해 있다. 6월 말 한·미, 7월로 예상되는 한·중, 한·일 정상회담은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야 할 문재인 외교의 시험대라 할 것이다.
  • EU 국방 여인천하

    EU 국방 여인천하

    독일, 이탈리아에 이어 프랑스에서도 여성이 국방장관에 오르는 등 유럽 주요국 안보 수장직에 ‘여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실비 굴라르(52) 유럽의회 의원을 국방장관에 임명하는 등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좌·우파 인물을 가리지 않고 등용해 ‘탕평 인사’를 펼치는 마크롱 대통령은 각료 22명 가운데 절반을 여성으로 채우며 양성 평등도 구현해 호평을 받고 있다. 중도 성향의 민주운동당 출신인 굴라르 신임 국방장관은 2002~2007년 국방장관을 맡았던 미셸 알리오 마리(70)에 이어 프랑스 사상 두 번째 여성 장관이다. 기성 정치인 가운데 가장 먼저 마크롱 지지를 선언하고 마크롱 캠프 외교 보좌관으로 활약한 그는 한때 총리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마크롱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파리정치대학, 국립행정학교(ENA) 출신으로 유럽연합(EU)에 친화적인 인물로 통한다. 1989년부터 1990년 독일 통일 과정 당시에는 외교부 관리로 독일과의 실무 협상에 참여했다. 굴라르는 지난 3월 18일 마크롱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만남도 주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굴라르의 임명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틀을 벗어난 유럽의 독자 방위를 강조하는 독일과의 안보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도 풀이된다. 영국을 제외한 유럽 주요국에서 여성 국방장관은 이미 ‘트렌드’로 굳혀진 지 오래다. 독일은 2013년 최초의 여성 국방장관을 배출했다. 일곱 자녀의 엄마이자 산부인과 의사 출신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58)이 그 주인공이다. 폰데어라이엔은 집권 기독민주당 정치인으로 노동사회부 장관 등을 거쳤고 메르켈 총리를 이을 차기 총리감으로도 꼽힌다. 이탈리아에서는 고등학교 교사를 하다 정계에 진출해 국회 국방위원장 등을 역임한 로베르타 피노티(56)가 2014년 2월부터 국방장관을 맡고 있다. 또한 스페인의 마리아 돌로레스 데 코스페달(51) 국방장관은 지난해 11월부터 역대 두 번째 여성 국방장관으로 활약 중이다. 네덜란드 국방장관도 2012년부터 집권 자유민주당 출신 여성 정치인 제닌 헤니스플라스하르트(44)가 맡아 왔다. 이 밖에 EU 회원국이 아닌 노르웨이는 지금까지 다섯 명의 여성 국방장관을 배출했다. 유럽 국가들의 여성 국방장관 발탁은 ‘여성’과 ‘민간인 출신’이라는 고정관념을 뛰어넘은 것으로 선출된 정치권력이 군을 통제한다는 ‘문민통제’가 구현되는 증거로 통한다. 군 복무 경험이 없는 여성 장관의 연쇄 등용은 냉전 종식 이후 유럽 국가 대부분에서 모병제 전환이 이뤄진 것이 계기가 됐다. 여군이 대폭 늘어나 여성의 국방 기여도가 높아지면서 그만큼 여성 장관에 대한 거부감이 완화됐다. 차기 총리 자리를 노리는 유력 여성 정치인들에게는 안보 분야가 자신의 능력을 입증할 수 있는 요직으로 여겨진다는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한국 정부, 中 존중해 사드 적절 조치를”

    “한국 정부, 中 존중해 사드 적절 조치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18일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특사인 이해찬 전 국무총리에게 한·중 관계의 걸림돌인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를 제거해 달라고 요구했다.●왕이 “한·중 있어선 안 되는 좌절 겪어” 왕 부장이 사드를 직접 언급하며 한국에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 것은 한국에 대한 강한 압박으로 풀이된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지난 11일 문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한국이 중국의 중대 우려에 대해 실제 행동을 취하길 바란다”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날 오후 베이징 외교부 청사에서 이뤄진 면담에서 왕 부장은 “작년부터 한·중 관계가 있어선 안 되는 좌절을 겪고 있다”며 “양국 관계 발전에 걸림돌이 된 사드 배치에 대해 한국의 새 정부가 중국을 존중해 적절한 조치를 취해 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李특사, 한인·韓기업 어려움 해소 촉구 이 특사는 “문재인 정부는 중국과 소통을 강화해 상호 이해를 높이고 해결 방안을 모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또 “중국 내 한국 국민과 기업이 겪는 어려움이 해소될 수 있도록 중국 정부가 노력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한·중 양국은 오는 8월 수교 25주년을 의미 있게 기념하는 방안에 대해 협의하기로 했다. 앞서 이 특사는 “7월 독일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첫 한·중 정상회담이 이뤄질 수 있고 수교 25주년을 즈음해 정상회담이 또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특사는 19일 시 주석과 면담한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문희상 특사 만난 아베 총리 “文대통령 발언 오해 풀려 빨리·자주 만나야 되겠다”

    문희상 특사 만난 아베 총리 “文대통령 발언 오해 풀려 빨리·자주 만나야 되겠다”

    “만나서 말을 들어 보니 오해가 풀린다. (문재인 대통령을) 자주 만나야 되겠다고 느꼈다.”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18일 문재인 대통령의 일본 특사인 문희상 의원을 만나 ‘당선되면 북한과 개성공단에 먼저 가겠다’고 했던 문 대통령의 발언 배경을 듣고 이같이 말했다. 아베 총리는 “북핵 문제 해결에 너무 성급한 것 아니냐”고 묻기도 했다. 이에 문 특사는 ‘일본, 미국과 충분히 협의해서 북핵 문제 해결을 할 수 있다면’, ‘북핵 문제가 해결되는 과정에서’ 등의 전제가 있는 발언이었다고 설명했다. ●북핵 한·미·일 공조 의견에 아베 동감 문 특사는 이날 도쿄 총리관저를 방문해 30여분간 아베 총리와 면담했다. ‘한·일이 북핵 문제에 공동 대처하고 한·미·일 공조 체제에 역할을 다하자’는 문 대통령의 뜻을 전달했고 “아베 총리는 전적으로 동감한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문 특사는 전했다. ●文특사, 日 총리공관서 30분간 면담 문 특사는 이날 주일 한국 특파원단을 만난 자리에서 “‘앞으로 잘해 보자. 자주 그리고 빨리 만나자’는 얘기를 하려 했는데 일본 쪽(아베 총리)에서 먼저 얘기했다”며 “우리가 원하는, 아베 총리가 할 답변을 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7월 獨 G20회의서 정상회담’ 추진 한·일 정상회담은 일단 오는 7월 독일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에 별도 회담으로 열릴 전망이다. 이를 위해 양국은 실무 협의에 들어가기로 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 양측은 ‘조심스러운 표현’을 통해 입장 차를 확인했다. ●‘위안부 합의’ 한·일 입장 차 못 좁혀 문 특사는 위안부 합의를 수용하기 어려운 한국 국민 정서를 전했으며 일본군에 의한 위안부 문제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를 비롯해 무라야마·간 나오토 담화, ‘김대중·오부치 선언’ 등 기존 주요 합의 내용을 직시하고 그 바탕에서 슬기롭게 현안 극복을 위해 노력하자는 뜻을 전했다. 이에 아베 총리는 “한·일 관계는 여러 문제가 있지만 이를 잘 관리해 장애가 되지 않도록 미래지향적으로 발전해야 한다”면서 “재작년 합의(위안부 합의)도 국가 간의 합의니 착실히 이행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에둘러 말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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